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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통합진보당 피해자들 대법원 앞 천막농성 돌입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6/29 13:02
  • 수정일
    2018/06/29 13:0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내란음모‧통합진보당 피해자들 대법원 앞 천막농성 돌입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06/29 [02:0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내란음모 조작’,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피해자들이 대법원 앞 농성에 돌입했다.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내란음모 조작’,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피해자들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규탄하며 대법원 앞 농성에 돌입했다.

 

전 통합진보당 의원단과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만기출소자로 구성된 통합진보당 명예회복과 이석기 의원 석방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8일 오후 2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사법농단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법률에 의하지 않은 국회의원직 박탈 무효’, ‘내란음모사건 조작 진상규명’, ‘이석기 전 의원 석방’ 등을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이번 지방선거 여당 압승을 두고서 색깔론 끝났다’, ‘분열의 정치도 끝났다’” 했지만 색깔론의 최대 피해자들의 독방 수감은 아직 그대로 입니다종북의 주홍글씨가 찍힌 10만 명의 상처도 아직 그대로입니다범죄자들에게 죄를 묻고 있지 않은 현실은 아직 그대로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오병윤 전 통합진보당 원내대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치하에서 이뤄진 사법부의 헌정유린과 사법난동들에 대해서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산된 통합진보당 10만당원의 응어리진 한과 명예회복해산까지 있었던 정치공작과 내란음모사건에 대한 공작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기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씨는 이석기의원은 당장 사면 복권 되어야하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당장 구속되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천주교 수원교구의 최재철 신부는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가해진 탄압과 새로운 진보정당의 새순이 싹트는 것을 봐주지 못하고 종북빨갱이로 몰아 넣었던 것이 속상하다며 오늘부터 농성을 시작하는 분들이 힘을 내고 많은 분들이 연대해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 대법원 앞에서 농성에 돌입한 참가자들.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은 대법원 동문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천막농성은 714일 이석기 전 의원 석방 콘서트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김명수 대법원장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과의 면담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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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피해자들이 몸을 던져서라도 끝내 진실의 문을 열겠습니다"

사법농단에 맞선 대법원 농성에 돌입하며

 

저희는 '내란음모 조작',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피해자들입니다.

 

법률에 의하지 않고 지위를 박탈당한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입니다내란범의 누명을 쓰고 복역 후 출소한 옛 통합진보당 당원들입니다박근혜 독재로부터 가장 혹독한 탄압을 받은 진보정치인들입니다.

'역사의 새봄이 반드시 온다짓밟힌 사람에게도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사람에게도 차별없이 봄이 온다저희는 믿고 있습니다그래서 쓰러지지 않고 견딜 수 있었습니다.

 

'이석기와 통진당의 진실'도 이제는 돌아와야 합니다.

 

종전선언을 먼저 외쳤다가 내란 누명을 쓴 이석기 전 의원은 5년째 감옥에 있습니다평화협정을 주장하다가 해산당한 통합진보당 10만 당원의 명예는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이윽고 '이석기와 통진당의 진실'은 최근 대법원 특조위 보고서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대통령 박근혜대법원장 양승태헌재소장 박한철 등이 저지른 사법공작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담겨있습니다.

 

진실을 두려워하는 '그들'이 있습니다.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낸 지위 확인 소송을 대법원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확보하고도 검찰이 '내란조작 정당해산 커넥션고발 사건 수사에 손도 안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박근혜 '청와대 캐비넷 문건수천 건이 드러나도 검찰이 미동도 하지 않은 까닭은 대체 무엇인가바로 진실이 두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입니다.

 

이 상식적인 말이 제대로 실현된 적은 드물었습니다청와대는 이번 지방선거 여당 압승을 두고서 '색깔론 끝났다', '분열의 정치도 끝났다'고 했습니다정말 그렇습니까색깔론의 최대 피해자들의 독방 수감은 아직 그대로 입니다종북의 주홍글씨가 찍힌 10만 명의 상처도 아직 그대로입니다범죄자들에게 죄를 묻고 있지 않은 현실은 아직 그대로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진보정치의 한길을 걸어온 저희에게 하늘이란 곧 민심입니다국민의 뜻입니다진실을 밝히고 범죄자를 단죄하고자 하는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억울하게 갇힌 사람을 대신해서명예가 짓밟힌 10만 당원을 대신해서 저희는 스스로를 던지고자 합니다평생 그래왔던 것처럼 하늘같은 국민을 바라보고 가겠습니다국민의 힘으로 마침내 감옥문도 활짝 열고 진실의 문도 열겠습니다진정한 새로운 시대는 거기에서 시작한다고 믿습니다함께 해주십시오고맙습니다.

 

통합진보당 명예회복과 이석기 의원 석방을 위한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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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도로협력 분과회담..개성-평양, 고성-원산 현대화 합의(전문)

남북, 8월초 경의선 도로 현대화 공동조사남북 도로협력 분과회담..개성-평양, 고성-원산 현대화 합의(전문)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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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8  17: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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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은 28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남북 도로협력 분과회담을 열고,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사진제공-통일부]

남북이 오는 8월 초부터 경의선을 시작으로 도로 현대화 공동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도로 현대화 구간은 경의선 개성-평양, 동해선 고성-원산으로 확정됐다.

남북은 28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남북 도로협력 분과회담을 열고,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우선, 남북은 “동해선, 경의선 도로 현대화 사업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앞으로 이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도로 현대화 구간은 동해선 고성-원산, 경의선 개성-평양으로 확정됐으며, 앞으로 구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공사범위와 현대화 수준은 동해선.경의선 도로, 구조물, 안전시설물, 운영시설물 등을 국제기준에 준해 지역적 특성에 맞게 정하기로 했다.

착공식은 필요한 준비가 이뤄지는 데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 남북이 오는 8월 초부터 경의선을 시작으로 도로 현대화 공동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도로 현대화 구간은 경의선 개성-평양, 동해선 고성-원산으로 확정됐다. [사진제공-통일부]

이를 위해, 남북은 ‘남북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공동연구조사단’을 구성하고, 오는 8월 초 경의선부터 현지공동조사를 실시하고 이어 동해선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도로 현대화의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도로건설과 운영에서 필요한 선진기술의 공동개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동해선, 경의선 도로 현대화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와 관련한 실천적 문제들을 문서교환방식으로 계속 협의 해결해 나가며 필요에 따라 쌍방 실무접촉도 진행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남북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해 합의한 사항들을 충실하게 이행하여, ‘판문점선언’의 정신에 따라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알렸다.

이날 회담에는 남측 김정렬 국토교통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백승근 국토부 도로국장이 나섰다. 북측은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을 단장으로 김기철 국토환경보호성 처장, 류창만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장이 마주했다. 양측은 전체회의 2회, 수석대표접촉 1회, 대표접촉 2회 등을 가졌다.

[전문] 남북도로협력 분과회담 공동보도문

남과 북은 2018년 6월 28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도로협력 분과회담을 진행하고, 동해선‧경의선 도로 현대화사업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

1. 남과 북은 동해선‧경의선 도로 현대화 사업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앞으로 이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동해선‧경의선 도로 현대화를 위한 범위와 대상, 수준과 방법 등 실천적으로 제기되는 방안들을 협의 확정하기로 하였다. 

① 도로 현대화 구간은 동해선은 고성에서 원산까지, 경의선은 개성에서 평양까지로 정하며, 앞으로 이를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하였다.
② 공사범위와 현대화 수준은 동해선‧경의선 도로 현대화 구간의 제반대상(도로, 구조물, 안전시설물, 운영시설물)을 국제기준에 준하여 지역적 특성에 맞게 정하는 것으로 한다.
③ 도로 현대화를 위한 설계와 시공은 공동으로 진행한다.
④ 착공식은 필요한 준비가 이루어지는데 따라 조속한 시일내에 진행한다.

3. 남과 북은 당면하여 도로 현대화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선행하기로 하였다. 

① 이를 위해 남북 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공동연구조사단을 먼저 구성한다.
② 현지공동조사는 8월 초 경의선부터 시작하고, 이어 동해선에서 진행한다.

4. 남과 북은 도로 현대화의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도로건설과 운영에서 필요한 선진기술의 공동개발에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동해선‧경의선 도로 현대화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와 관련한 실천적 문제들을 문서교환방식으로 계속 협의 해결해 나가며 필요에 따라 쌍방 실무접촉도 진행하기로 하였다.

2018년 6월 28일
판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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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쌍차 죽음 막겠다는 약속 지켜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30번째 죽음
 
뉴스프로 | 2018-06-29 11:30:3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문재인 대통령, 쌍차 죽음 막겠다는 약속 지켜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30번째 죽음 
-문 정부의 반 노동정책, 촛불인가?

이하로 대기자

2012년 9월 대통령 선거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을 때 경기도 평택시 통복동의 ‘와락센터’, 와락센터에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방문했다.

와락센터는 쌍용차 파업과 해고 과정에서 생긴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센터다.

이날 당시 문대통령 후보는 “너무 늦게 찾아온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사과드린다”며 “쌍용차 폭력진압 과정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는 처벌하고, 여러분께 사과를 해야 할 이들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후보는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현 정부에서 해결이 안 되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해결하겠다”며 “아무리 어려워도 꿋꿋이 버티셔야 한다”고 격려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는 쌍차 해고노동자들과 가족들과의 대화 중에 서너차례나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후보의 와락센터 방문을 보도한 한겨레신문의 2012년 9월 21자 보도다.

그리고 5년 후 문재인 후보는 촛불혁명으로 이루어진 탄핵 정국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되어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정권 하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쌍차 해고노동자의 30번째 죽음이 일어났다.

이날 죽음을 택한 30번째 쌍차 해고노동자는 문대통령이 2009년 방문해서 진상조사와 처벌을 약속했던 바로 그 2009년 정리해고 당시 파업에 참가했다가 평택 쌍용차 조립공장 옥상에서 경찰 특공대의 방패와 곤봉에 집단 폭행을 당한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구속되었던 노동자 중 한 명이다.

고인은 이후 이날의 경찰 집단 폭행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자살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려진대로 쌍차 노동자들은 복직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복직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막노동을 전전하며 견뎌왔다. 고인이 된 김씨도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화물차를 운전하고, 낮에는 막노동까지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그런 김씨의 안타까운 선택에는 쌍용차 사측의 복직 합의 파기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노조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회사는 2015년 12월 30일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지만, 3년째인 올해까지도 복직된 해고자는 45명에 불과하다. 쌍차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진압 처벌자 처벌을 약속하고 쌍차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쌍차 해고노동자들은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졌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1년이 지나도록 쌍차노동자들에 대한 국가폭력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노동자들의 절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회사가 복직 시한만이라도 알려줬더라면, 문재인 정부가 2009년 국가폭력 문제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조사해 해결했더라면 김 조합원은 목숨을 끊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쌍차문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들은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쌍용자동차 정문 앞 철탑 고공농성장에 올라 당시 한상균 전 쌍용차 지부장을 만나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쌍용차 국정조사가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정조사는 없었다.

2015년 쌍용차 안 굴뚝 고공농성에 돌입한 해고노동자들에겐 “‘이기는 정당’ 만들어 이분들이 다시는 철탑 위에 오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고노동자 120명은 기약 없는 복직을 기다리고 있고, 당시는 야당 의원이었지만 이제는 대통령이 된 문재인 대통령은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서른 번째 죽음에 분명한 정치적 책임이 있다”며 “하루하루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견뎌냈을 그러나 다시 살릴 수 없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죽음 앞에 무엇을 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죽음을 부른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한 살인진압과 사법농단이라는 총체적 국가폭력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또다시 이 죽음을 외면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가 아니라 ‘권력과 자본이 먼저’인 대통령”이라고 했다.(출처 레디앙 기사에서 인용)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정책이 기대와는 달리 반노동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죽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반노동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문제해결을 약속 받은 노동자가 문제해결을 약속했던 대통령에게 죽음으로 문제해결을 요구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이 죽음에 답을 해야 한다. 적어도 쌍차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진만은 막아야 한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9&table=c_sangchu&uid=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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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언론이 사는 법] ⑦ 진실탐사그룹 셜록

[인터뷰] 박상규 기자 "좋은 기사를 쓰면 독자는 반드시 반응한다"윤수현 기자 | 승인 2018.06.28 08:45
 

편집자주 = 경제에 위기가 없던 적은 없다.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진단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저널리즘은 위기였다. 그러나 경제 호황은 있어도 저널리즘 호황이라는 말은 없다. 다른 영역이기 때문일 게다. 방금 전까지 저널리즘은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터널 속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저널리즘 위기는 질문의 방식을 묻는다. 정해진 결론은 없다. 미디어스는 질문의 방식을 묻고 있다고 판단되는 언론에 대해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질문의 방식은 다양하며 다양함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박상규 기자는 원 직장인 오마이뉴스를 나온 후 더 유명해졌다. 국가권력에 의해 누명을 쓰고, ‘가짜 살인범’으로 살아온 희생자들을 조명한 ‘재심’ 시리즈를 기획했다. 변호사, 전직 경찰 등과 함께 기획한 재심 시리즈는 스토리펀딩에서 5천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모금했다. 그가 취재한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가짜 범인 희생자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중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배우 정우 주연의 영화 <재심>으로 재탄생해 호평을 받았다. 오마이뉴스를 나온 후 무직자 신분에서 이뤄낸 일이다.

박상규 기자가 기획한 <재심 시리즈> 스토리펀딩(위)과 해당 내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 재심(아래) (스토리펀딩 홈페이지, 영화 포스터 캡쳐)

박상규 기자는 재심 시리즈의 성공을 기반으로 ‘진실탐사그룹 셜록’을 창간했다. ‘왓슨’이라 불리는 후원자가 셜록에 후원하고, 후원금을 기반으로 사회에 감춰진 진실을 찾겠다는 포부로 만든 언론이다. <나는 왜 종편을 떠났나>로 유명한 이명선 기자(전 채널A 기자)를 영입했다. 광고 없이 탐사보도, 르포만으로 지속성을 가지는 언론을 꿈꾸고 있다. 

창간 후 1년이 지났다. 박상규 기자는 “너무 순진했고, 이상적이었다”라고 고백했다. 2017년 2월 셜록을 창간할 당시 꿈꿨던 ‘1년 후의 셜록’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10여 명의 기자를 꿈꿨지만 기자 수는 창간 때보다 줄었다. 자금 상황도 획기적으로 좋아지진 않았다. 하지만 박상규 기자는 “창간 때 가진 초심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많은 언론계 종사자가 “후원자 모델의 언론이 생존할 수 있을까, 좋은 기사가 회사의 지속성을 담보해줄까”라는 물음을 가지고 셜록을 지켜보고 있다. 이에 미디어스는 22일 셜록의 박상규 기자를 만나 셜록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상규 기자는 “상황이 어려운 건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좋은 기사를 쓰면 독자는 반드시 반응한다”고 확신했다.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미디어스)

Q.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어떤 매체인가

A. 시대에 역행하는 매체다. (웃음) 짧은 동영상, 색다른 형식으로 독자의 눈길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셜록은 긴 호흡의 기사를 쓴다. 이를 통해 잘 드러나지 않는 진실을 찾는 탐사보도를 지향한다. 진실과 사실은 속보로 전달이 안 된다. 

사건의 이면과 맥락을 분석해야 진실이 보인다. 진실이 드러나면 시민이 숙고할 수 있고 권력이 바뀔 지점이 만들어진다. 셜록은 그런 측면에서 진실을 보도하려는 매체다.

Q. 왓슨(후원자)이 셜록을 특별하게 만든다

A. 왓슨은 <셜록>에 자발적으로 구독료를 내는 독자를 뜻한다. 종이신문으로 따지면 구독자 개념이다. 물론 왓슨에게만 따로 제공되는 기사는 없다. 다만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터디 모임 기회, 기자들의 강의 수강권을 준다. 독자가 셜록에 후원하고, 우리는 후원금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다. 

Q.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A. 왓슨의 후원금과 스토리펀딩 모금액 외에는 수익 모델이 없다. 아직 셜록의 치수가 작으므로 현재까지는 무리가 없다. 뉴스타파나 셜록처럼 후원자가 언론에 돈을 기부하는 구조가 언론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기사를 쓰면 독자가 반응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낭만적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믿고 있다.

Q. 실제로 독자가 좋은 기사에 반응하고 기꺼이 돈을 내는가 

A. 그동안 독자들이 기사에 돈을 내지 않은 이유는 그만한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독자가 기사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후원하려는 마음이 생겨야 가능한 일이다. 후원자가 없다고 불평을 하는 언론사가 있다면 “당신들이 그만한 가치의 기사를 쓰고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Q. 셜록이 탄생한 지 1년이 넘었다. 회사 운영에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다

A. 우선 운영을 하면서 여러 실수가 잦았다. 경험이 없었고, 경영자 정신이 부족했다. 쉽게 생각한 경향도 있었다. 막연하게 “잘 될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재심 프로젝트’처럼 잘된 경험을 두고 오만함에 빠진 것 같다. 순진했고,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다. 이제 현실로 돌아왔다.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고 생각한다. 1년 동안 어려웠던 것은 우리가 좋은 기사를 생산하지 못한 원인이 크다. 

상황이 어려워도 기자들의 연봉은 최대한 많이 주려고 한다. 적은 급여를 주고 기자를 부리는 것은 기사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올해 열심히 해서 작지만 강한 매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셜록이 지향하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Q. 셜록이 집중하고 있는 취재원은 누구인가

A. 셜록이 중앙권력이나 고급 정보에 접근하는 건 제한적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사실 기성 언론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협소하다. 사대문 안에 있는 권력자 이야기가 주로 다뤄지는데, 일반 시민과는 크게 상관없는 주제다.

그래서 셜록은 그동안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게 우리의 경쟁력이다. 시민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는 소외된 피해자들에게 있다.
 
Q. 셜록은 스타트업 매체면서도 기존 언론의 문법을 이용한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

A. 우선 회사의 크기가 작다. 그렇기에 큰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위기가 온다면 고전적인 방법을 써서 돌파해야 하지 않을까. 좋은 기사를 써서 독자의 인정을 받는 방법 말이다. 좋은 기사가 셜록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들 거고,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다. 저널리즘은 가장 바보 같은, 미련한 행동을 할 때 좋은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론사가 돈을 벌기 위해 궁리를 하는 순간 돈을 벌지 못한다.

실제 데이터가 입증하기도 한다. 스토리펀딩 자료를 보면 좋은 기사를 썼을 때 후원자와 펀딩이 늘어났다. 새로운 이야기나 기존 매체에 없던 사실이 합쳐져서 상상력을 뛰어넘는 기사가 만들어지면 사람들이 반응한다. 

Q. 한국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A. 많은 언론이 욕을 먹고 비판을 받는다. 기자들이 오만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시민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보에 접근하는데, 언론은 자신들이 정보를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시민을 하찮게 보고, 갈등과 대립이 생기는 것이다. 

다만 그 갈등은 정리가 될 것이다. 언론과 기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비관적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땐 상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진실탐사그룹 셜록

Q. 언론이 시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못 주는 것 같다

A. 많은 언론이 종이신문의 방법론에 잡혀있기 때문이다. 그간 종이신문은 시민이 원하는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언론이 비판을 받고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세상이 필요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가령, 많은 언론사의 기자들이 스토리펀딩에 도전한다. 하지만 스토리펀딩에서 기자가 성공하는 기획은 별로 없다. 기자가 독자의 마음을 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사를 육하원칙에 맞춰 빨리 쓰는 능력은 있지만, 독자를 감동하게 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Q. 설득하는 글쓰기가 필요하단 말인가

A. 기성 기자들의 글쓰기 방식이 변해야 한다. 현재는 종이신문 방식의 글쓰기가 기자들에게 주입되어 있다. 스트레이트는 좋은 방식이지만, 종이신문의 유산이다.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세상에 있는 진실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진실을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로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복잡한 사안을 독자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있어야 읽히는 글을 쓸 수 있다. 짧게 쳐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Q. 본인의 글쓰기 능력이 탁월하기에 읽히는 글을 쓰는 게 아닐까

A. 맞다. (웃음) 나도 콤플렉스가 있다. 오마이뉴스는 신문·방송에 비교해 초라해 보였고, 좋은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나의 가장 큰 힘은 콤플렉스에서 나왔다. 체계적인 기자 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좋은 글을 쓸 수 있었다. 처음부터 딱딱한 기자 교육을 받았다면 지금의 글쓰기가 답답했겠지만, 자유로운 교육을 받았기에 사안에 맞는 글쓰기가 가능했다. 앞으로 종이신문·방송사 기자도 자유로운 글쓰기를 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에 그쳐선 독자가 반응하지 않는다. 

Q. 언론의 위기가 왔다고 한다

A. 언론의 위기는 기술의 발전 때문에 찾아오는 게 아니다. 기자가 저널리즘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기자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저널리스트의 사명과 기본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자문하고, 실천해야 한다. 기술의 변화는 변수이지 핵심이 아니다.

Q. 2019년 6월의 셜록은 어떤 모습일까

A. 현실적으로 왓슨이 늘었으면 한다. 셜록 운영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말이다. 스토리펀딩 모금액은 회사 운영의 변수다. 핵심은 왓슨이다. 그러기 위해선 세상에 필요한 기사를 써야 한다. 근거 없는 이상향보단 해야 할 일을 말하고 싶다. 우선 좋은 기사를 쓰는 일만 생각하고 있다.

Q. 향후 취재 계획은 뭔가

A. 재심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에게 알려진 제주도는 올레길, 낭만적 풍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 제주도에는 간첩이 많다. 진짜 간첩이 아니라 국가가 조작한 간첩 말이다. 육지가 아닌 변방이라는 이유로 많은 간첩이 만들어졌고, 피해자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살았다.

제주도에는 일본으로 밀항을 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에서는 유학생이 간첩 누명을 썼다면, 제주도는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밀항한 서민이 누명을 썼다. 그걸 취재하려 한다.

 

Q. 언론에 당부의 말 한마디만 해달라

A. 최근 일부 시민의 세력화가 눈에 보였다. 원하는 정보를 주지 않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비판하면 금방 돌아서더라. 일부 언론은 그 과정에서 휘청이기도 했다. 여론의 동향을 살피는 게 언론의 책무이지만, 마냥 따라가는 것이 언론의 정도는 아니다. 진실을 듣는 건 누구에게나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언론은 세상을 불편하게 해야 한다. 언론은 우상을 파괴하는 사람이지, 우상을 창조하는 사람이 아니다.

Q. 시민, 그리고 독자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부탁한다

A. 기자를 믿어주셨으면 좋겠다. 아직 훌륭한 기자들이 많다.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진실을 찾고, 세상을 바꾸려고 시도하는 기자들이 존재한다. 셜록도 그런 기자가 되기를 바라고, 노력한다. 진실을 찾고,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언론이 되겠다. 많은 후원과 구독 부탁드린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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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필승 코리아’…독일 뺀 전세계가 한국 승리 즐기고 있다

등록 :2018-06-28 10:28수정 :2018-06-28 11:45

 

멕시코 누리꾼 “미안해 친구 우리가 빚짐” 잉글랜드도 ‘환호’
미 라디오 방송 “대통령도 밀어내고 독일도 밀어내고…대단”
국내 누리꾼 “앞으론 닥치고 볼게요” “2002년이후 처음 울어”
폭스스포츠 브라질 계정에 올라온 멕시코 국기와 태극기 합성 짤방
폭스스포츠 브라질 계정에 올라온 멕시코 국기와 태극기 합성 짤방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전 대회 우승국이자 피파(FIFA) 랭킹 1위 독일 축구대표팀을 2:0으로 이기는 이변을 일으키자 독일을 제외한 전 세계 누리꾼들이 합성 짤방을 쏟아내며 즐거워하고 있다. 한국 포털 사이트는 ‘독일 하이라이트’ ‘멕시코 반응’ 등 축구와 관련된 실시간 검색어가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차지하는 기현상이 벌어졌고, 전 세계 트위터에는 한국 축구에 대한 놀라움과 월드컵에서 유독 강했던 독일 축구에 대한 몰락을 즐기는 반응들이 쏙쏙 올라왔다.

 

28일 오전 한국어 트위터에는 “이걸로 월드컵 우승했다고 쳐도 돼요(리**)”, “우린 16강을 원한 게 아니야. 이런 축구를 보고 싶었던 거야(마**)”, “2002년 이후로 축구 보면서 처음 울었다(갑**)”, “앞으로 축구 볼 때 닥치고 보겠습니다(kwan****)” 등의 반응이 나왔다. “우리는 망해도 남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한국인들의 힘”이라는 우스개도 있었다.

 

그동안 비판을 받아온 신태용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한 위로도 있었다. 한 누리꾼(방방***)은 “그래도 신태용 감독 마음 고생 많이 했을 건데, 마지막에 기적 같은 유종의 미를 거두셨네요.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적었다.

 

트위터 갈무리.
트위터 갈무리.
멕시코 언론 누리집에 올라온 ‘고마워, 한국’이라는 한국어. PEKOPA 누리집 갈무리.
멕시코 언론 누리집에 올라온 ‘고마워, 한국’이라는 한국어. PEKOPA 누리집 갈무리.
트위터 갈무리.
트위터 갈무리.
한국이 독일을 이긴 덕분에 F조 예선 스웨덴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0:3으로 대패하고도 16강에 진출하게 된 멕시코 누리꾼들은 한국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트위터를 쏟아냈다. “바텐더, 한국 친구들에게 한잔씩 돌려(pf****)”, “케이팝 논스톱으로 틀어라(mui*****)”, “나 방금 서울 서포터즈로 가입함(thin****)”, “S. Korea 고맙습니다(101****)” 등의 반응이다.

 

멕시코 국기에 태극기나 독일전에서 두 번째 골을 넣은 손흥민 선수의 얼굴을 합성한 트위터도 인기다. 또 한 멕시코 누리꾼은 멕시코가 스웨덴에 지는 바람에 한국의 16강 진출이 좌절된 것에 대해 “미안해 친구 우리가 빚짐(cpt*****)”이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브라질 누리꾼이 “프랑스는 어디에 있지? 브라질은 어디에 있지? 그렇다면 한국은? 마음속”이라는 내용으로 올린 합성 사진. 트위터 갈무리.
브라질 누리꾼이 “프랑스는 어디에 있지? 브라질은 어디에 있지? 그렇다면 한국은? 마음속”이라는 내용으로 올린 합성 사진. 트위터 갈무리.
국가명을 ‘한국’으로 바꾼 브라질 지도.
국가명을 ‘한국’으로 바꾼 브라질 지도.
폭스스포츠 브라질 트위터 계정
폭스스포츠 브라질 트위터 계정
안방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에 1:7로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던 브라질 누리꾼들도 독일의 승리를 즐거워하며 각종 합성 짤방을 만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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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종주국이고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에서 항상 독일 축구에 지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을 기록했던 잉글랜드 팬들도 독일 축구의 패배를 즐거워했다. 영국의 한 스포츠바에선 한국의 승리로 독일 축구의 탈락이 확정되자 마치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과 같이 환호하는 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번 경기에 대한 미국의 한 라디오 방송 앵커 멘트도 눈길을 끌었다. 한 누리꾼(지*)이 올린 트위터에는 “미국 라디오: 와, 이런 일이 일어나는군요. 대통령도 밀어내고 독일도 밀어내고 하여간 재밌는 나라입니다”라고 전했다. 이 글에 대해 한국 누리꾼들은 “그래, 재밌는 나라에 산다” “안보 위기도 밀어내고 있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반면,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은 세상 잃은 표정으로 한국의 승리를 축하하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독일 현지에 있는 한국인들도 “친구들이 세상 잃은 표정으로 출근중”, “오늘은 일본인이라고 말하고 다녀야 겠다”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인스타그램 갈무리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인스타그램 갈무리
한국과 독일 경기 당일 오전에 발행된 독일의 신문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 한국을 ‘KO’시키겠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결국 패배하면서 누리꾼들에게 조롱당하고 있다.
한국과 독일 경기 당일 오전에 발행된 독일의 신문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 한국을 ‘KO’시키겠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결국 패배하면서 누리꾼들에게 조롱당하고 있다.
한편, 일부 멕시코 누리꾼들은 동양인을 비하하는 사진을 올려 한국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멕시코러트위터 일각에 자신의 눈을 양쪽에서 손으로 잡아당겨 가늘게 만드는 방식으로 동양인을 희화화하는 사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누리꾼들은 “그만해라”, “몰라서 하는 게 아니면 상식적으로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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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양심수가 감옥에 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6/28 13:36
  • 수정일
    2018/06/28 13:3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815 대사면 추진위 발족, ‘사면복권 신청접수’ 사이트 개설

“우리가 말하는 사면은 법을 통치의 수단으로 남용한 자들에게 저항하다가 선의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적용해야 하는 제도다. 대통령이 우리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바란다.”

▲ 박래군 인권운동가(인권중심 ‘사람’ 소장)의 사회로 27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박승렬(목사, NCCK 인권센터 소장), 강문대(변호사, 민변 전 사무총장), 박석운(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명환(민주노총 위원장), 이태호(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등 종교계, 노동계 및 시민사회 인사 30여 명이 참석했다.

오는 8.15광복절 ‘양심수’ 대사면을 목표로 시민사회가 나섰다. ‘이명박·박근혜 국가폭력 피해, 생존권 침해 815 대사면 및 양심수 석방 추진위원회’가 27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처 입은 곳에서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며 “‘815 대사면’ 닻을 올린다”고 선포했다.

이날 회견에서 ‘815 대사면 추진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 양심수가 감옥에 있다”며 “명박산성에 용기있게 맞서던 유모차 엄마, ‘삶을 가압류하지 마라’ 흐느끼며 손배가압류에 항거하던 노동자, 철거와 노점의 현장에서 생존권을 빼앗겼던 빈민,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네티즌, 환경파괴와 개발에 맞서던 시민, 세월호 진실의 편에 섰던 시민, 소녀상과 함께 했던 학생,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던 청년을 비롯해 공작정치와 종북몰이의 희생양으로 탄압받았던 사람들, 감옥에 갇힌 이 땅의 모든 양심수들에 대한 사면, 복권”을 주장했다.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역사와 정의를 바로 잡는 것이 사면”이라며 “왜 한상균이 총궐기를 했는지, 왜 이석기가 자주통일과 평화를 얘기했는지 정부가 아무런 고민이 없다”며 개탄했다.

‘815 대사면 추진위원회’는 피해 국민이 직접 자신의 사면을 촉구하는 ‘당사자 운동’, ‘직접 행동’의 방식으로 펼친다는 계획 아래 ‘사면복권 신청 접수 사이트(https://goo.gl/N7imM3)’를 개통했다. 이후 7월 중순께 접수된 전체 명단을 청와대에 직접 전달하고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

한반도에 평화의 새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평화' 이 두 글자는 오랫동안 우리 모두의 꿈의 단어였습니다. 우리가 발딛고 있는 이 땅의 현실과 너무나 거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말인지, 또한 얼마나 가슴 떨리는 말인지 새삼 절감하는 시기입니다. 촛불이 정권을 바꾸고 나아가 한반도의 운명도 바꾸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대한 촛불이라고 우리는 감히 말합니다. 촛불을 들었던 우리 모두는 한반도의 평화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평화를 오늘 이 자리에서 돌아봅니다.

적폐정권 9년은 많은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빼앗았습니다

명박산성에 맞선 유모차 엄마, 손배가압류와 정리해고에 항거하던 노동자, 철거와 노점의 현장에서 생존권을 빼앗긴 빈민, 정권을 비판하던 네티즌, 환경파괴와 개발에 맞서던 시민, 세월호 진실의 편에 섰던 시민, 소녀상을 지키던 학생,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던 청년들. 그리고 공작정치와 종북몰이의 희생양으로 탄압받고 감옥에 갇힌 사람들. 이 모든 분들은 적폐 정권 9년이 아니었다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을 국민들입니다. 촛불 시민의 뜻에 따라 대통령이 된 문재인 대통령은 이 분들을 모두 즉각 사면하고 아직도 감옥에 있는 분들을 석방해야 합니다.

815 대사면은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앞둔 용기있는 결단입니다

올해 2018년은 세계인권선언 70주년입니다. 지난날의 매듭을 풀어야 비로소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과거 정부의 잘못으로 인한 오랜 상처를 안고서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이할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벌금형이든, 징역형이든 형벌의 경중으로 따질 수 없습니다. 진실의 편, 정의의 편, 양심의 편, 인권의 편, 민주주의의 편에 섰다가 국가권력으로 인하여 피해를 받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815 대사면 추진위원회'는 대통령에게 요구합니다

적폐 정권 9년 동안 각종 국가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 생존권 쟁취를 위해 노력하다가 사법처리된 노동자, 농민, 빈민, 장애인 등 기층민중, 그리고 그에 연대하다가 처벌받은 모든 국민들에 대하여 사면복권을 요구합니다. 적폐정권으로 인해 평범한 일상을 빼앗겼던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촛불정부의 의무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지연된 정의를 815 대사면으로 이제는 실현해야 합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앞당기기 위해 대통령의 결단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018년 6월 27일

815 대사면 추진위원회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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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실습생 사망 7개월, 자식 잃은 아버지는 지금...

[죽음의 그후 ①]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이민호 군 이야기
2018.06.28 01:08:36
 

 

 

 

제주도, 한 고교실습생이 프레스에 짓눌려 사망했다. 7개월이 지났다. 이제 누가 관심을 갖고 있을까.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LG유플러스 여고생 자살, 제주 음료회사 사고... 연달아 특성화고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과정에서, 그리고 현장실습으로 취업한 학생이 일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조기취업형 현장실습 전면 폐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없애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일선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재학 학생의 반발이 거셌다.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없앨 경우, 취업이 어려워진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자 교육부는 두 달 후인 2018년 2월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안정적 정착 방안(안)'을 발표한다. 문제가 되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폐지하는 게 아닌, 보완·수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안전이 확보된 경우에 한해 겨울방학 전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즉, 안전 등 일정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를 '현장실습 선도기업'으로 선정한 뒤, 이러한 기업에 한해서만 학기 중 취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선도기업으로 인정되지 않는 기업은 겨울방학 이후, 즉 학기가 끝난 뒤 취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직업교육을 위한 본질적인 변화가 없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다시 제2의 LG유플러스, 제주 음료회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이 문제일까.  
 
<프레시안>은 과거 특성화고 현장실습 과정에서, 그리고 이후 취업했다가 사고를 겪은 학생들의 유가족을 만났다. 그들이 생각하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제도, 그리고 특성화고 시스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들어보았다.  
 

ⓒ연합뉴스

큰아들 따라 특성화고 간 작은아들 
 
박정숙(51) 씨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오랜만에 큰아들을 본다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아버지인 이상영(56) 씨도 마찬가지다. 연신 큰아들 자랑을 늘어놓는다. 운동도 잘하고 활발한 아들이 든든하단다. 큰아들은 지난 3월, 경상북도 구미에 있는 부대에 입대했다. 아들을 보지 못한지도 석 달이 다 돼 간다.   
 
석 달 만에 큰아들을 만나는 날은 한국 대 멕시코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큰아들은 밤에 치킨을 먹으면서 경기를 볼 생각에 이미 마음은 부대 밖으로 나와 있다"며 어머니 박정숙 씨가 웃었다. 첫 외박인지라 먹고 싶은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듯 하단다. 
 
박 씨 부부는 제주도 토박이다. 나이가 들어 서울로 상경했다. 박 씨는 제주도가 섬이라 답답해서 싫었다. 바쁘게 움직이고 변화무쌍한 서울을 동경했다. 아버지 이상영 씨는 서울에 스무살 넘어 돈 벌러 올라왔다 이내 제주도로 내려갔다. 서울의 복잡함이 자기와 맞지 않았다. 
 
아내인 박 씨는 이후 친구를 만나러 서울에 왔다가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결심했고, 그렇게 박 씨 부부는 제주도로 내려와 터를 잡았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자리를 잡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러 일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자연히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 씨 부부 둘 다 몸이 좋지 않아 일을 못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때가 큰아들이 중학교 3학년 무렵이었다. 일찍 철이 들었던 듯했다. 큰아들은 어느 날 집에 와서는 특성화고에 진학하겠다고 선언했다. 3년 동안 수업료도, 기숙사비도 무료라고 했다. 졸업하면 곧바로 취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큰아들은 이미 마음을 굳힌 뒤였다. '아빠, 나 괜찮아' 이 말 한마디 남기고는 집을 떠났다. 집안 사정을 생각해서 자기 진로를 선택한 큰아들이 기특하면서도 미안했다."  
 
하지만 해가 지난다고 쪼그라든 형편이 펴질 리는 만무했다. 큰아들에게는 한살 어린 남동생이 있었다. 활발한 성격의 형과는 달리 얌전하고 조용한 동생이었다. 큰아들은 뭐를 시켜도 하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작은아들은 그 반대였다. 자기가 뭐라도 먼저 하려 했다. 심성이 고왔다.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하고 책임감이 강했다.  
 
그런 작은아들이 중3이 됐을 때였다. 2학기가 됐음에도 아이가 진학 관련해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참다못해 작은아들에게 진학에 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아버지로서는 어렵게 꺼낸 질문이었다. 하지만 작은아들은 '쿨'했다. "형 따라 갔어." 
 
집안 사정을 잘 알기에 부모와 상의 없이 큰아들을 따라 특성화고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큰아들을 보낼 때 꽂힌 비수가 다시금 아버지의 가슴을 후볐다. 
 
아버지가 보기에도 특성화고에서의 생활은 쉬워 보이지 않았다. 조경과를 전공으로 한 고3 큰아들이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부터였다. 전공과 상관없는 일자리였다. 한창 귤을 딸 시기에는 귤을 따고 나르는 일만 죽어라 했고 그런 시기가 지나니 성산항, 서귀포항 등에서 갈치를 운반하고 판매하는 일을 했다. 일도 힘들었지만, 근로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큰아들은 어차피 군대에 갈 생각이었다. 일한 지 1년이 조금 안 된 시기였다. 군대에 가야 하기에 그만둔다고 회사에 통보했다. 하지만 회사는 계속 다니라고 했다. "바쁜 시즌인데 그렇게 무책임하게 그만두면 어떻게 하느냐"는 책망이 돌아왔다. 작은아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때는 그즈음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 지난 3월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와대에 사고 진상규명과 후속조치를 요구하던 중 이민호 군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갈비뼈가 다쳤는데도 출근하라는 회사 
 
형과 같은 학교에서 원예를 전공한 작은아들은 형과 마찬가지로 고3이 되면서 현장실습을 나가야 했다. 당시 운송업을 하던 아버지는 과거 자신의 거래처인 음료공장을 아들에게 추천했다. 회사도 건실하고 직원들을 잘 돌보는 듯했다. 착각이었다. 작업실장이 바뀌면서 아버지가 알던 곳과는 다른 곳으로 변해있었다.  
 
애초 음료회사는 자동차학과 전공만 갈 수 있었지만, 지게차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이 가능했다. 마침 작은아들은 지게차 자격증을 취득해둔 상태였다. 아들이 다니던 학교는 졸업하기 위해 최소 1개의 자격증이 필요했다. 하지만 작은아들이 속한 원예과에는 딱히 취득할만한 자격증이 없었다. 아버지는 작은아들에게 굴착기 자격증을 따라고 조언했다. 
 
마침 학교에 굴착기 장비가 준비돼 있었다. 하지만 작은아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비는 있으나 이를 가르쳐줄 교사가 없었다. 그나마 지게차는 배우는 게 가능했다. 
 
작은아들 학교에서 총 다섯 명의 학생이 현장실습으로 아들과 같은 음료회사에 취업했다. 이중 작은아들을 포함해 3명만이 지게차 면허가 있었다. 공장에 가자마자 지게차 운전 테스트가 있었다. 작은아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명은 면허는 있으나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작은아들만 생산라인에서 포장된 음료를 지게차로 나르는 업무에 배정됐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작은아들은 일하는 게 무척 고되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에게 "사회생활이란 그렇다"며 "배운다 생각하고 조금만 더 버텨라"고 했다. 나중에 알았다. 하루 14시간 일한 날도 비일비재했다. 주말 근무도 해야 했다. 현장실습생에게 그렇게 일을 시키는 것은 불법이다. 
 
한 번은 작업장에서 기계를 고치다 떨어져 갈비뼈를 다치는 일도 발생했다. 응급실에 실려가 치료를 받는 도중에도 회사에서는 작은아들을 찾았다.   
 
"작은아들이 응급실 병상에 누워있는데도 회사에서는 계속 업무에 나올 것을 독촉하는 전화를 해댔다. 작은아들이 없으면 공장 운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고작 일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는 현장실습생에게 그정도 능력이 있나 싶었다. 아들에게 일 못 나간다고 하고 끊으라고 했다. 그렇게 했는데, 다음 날 우리 부부가 일하러 나간 사이, 회사에서는 다시 나오라는 전화를 해댔다." 
 
결국, 작은아들은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회사로 가야 했다. 회사 공장장이 몸소 아들을 데리러 집 근처까지 온 결과였다.   
 
그렇게 몸을 '갈아' 넣어 한 달 손에 쥔 돈이 250만 원. 그 돈으로 작은아들은 100만 원을 부모님 생활비로, 나머지 100만 원은 자기 적금을 부었다. 그리고 50만 원은 자기 생활비로 사용했다.   
 
아들의 죽음에 자책, 또 자책하는 아버지 
 
그렇게 일을 하니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다. 작은아들은 공장 컨테이너벨트 위에서 작업하다 갑작스럽게 벨트가 역방향으로 작동하는 바람에 쓰러졌고, 동시에 멈춰 있던 프레스기가 작동하면서 그만 압사 당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손쓰기엔 치명상을 당했다. 열흘간 병상을 헤매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작은아들은 1년 전인 2017년 11월 19일, 제주도 음료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사망한 고(故) 이민호 군이다.  
 
아들 사고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탓했다. ‘지게차를 잘 다루지 않았다면 그렇게 됐을까', '음료공장에 취업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자식이 죽었을까', '집안 형편이 좋았다면 그렇게 됐을까', '우리 부부가 서울에서 제주도로 내려오지 않았다면 그렇게 됐을까' 자책하고 또 자책하는 아버지였다. 
 
아들 죽음의 원인을 밝혀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들은 혼자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애초 아들에게 일을 가르쳐준 사수와 전화통화를 했다. 그는 일주일 동안 아들에게 자기가 하던 일을 가르쳐 주고는 곧바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은 석 달 전부터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회사에 했다고 한다. 기계 결함 때문이었다. 자기가 다루는 기계에 문제가 있다며 수리를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회사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렇게 일하다가는 자기가 다칠 수 있겠구나 생각해서 사표를 썼다고 했다. 황당한 점은 그렇게 석 달 동안 회사는 이 직원에게 새 직원 뽑을 때까지 기다라고 하더니, 그 새 직원이 현장실습생인 우리 아들이었다."
 
2년 동안 일해 온 직원이 나간 자리를 고작 1주일 교육을 받은 아들이 맡은 셈이다. 더구나 선임은 기계결함의 수리를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그만뒀다. 그런 현장에 아들이 홀로 일했던 것이다. 아들이 결함이 있는 기계를 만지다 그런 사고가 난 게 아닌가 의심하는 아버지다.  
 
게다가 공장 내 아들의 작업공간은 학생들만 일했다. 사고가 난 뒤, 아들을 발견한 것도 아들의 친구였다. 현장 관리자가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믿지 못하는 아버지다. 
 
"사고가 났으면 제일 먼저 달려가야 하는 사람이 현장 관리자 아닌가."
 
하지만 관련해서 만족할 만한 수사결과나 관련부처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 공장 내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고, 죽은 아들은 말이 없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 지난해 12월 6일, 오전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이민호 군의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헌화 후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버지는 아들과 같은 사고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아들이 죽고 난 뒤, 공장은 운행을 중단했다. 재가동을 하려면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사고 발생 이후, 노동부 관계자는 우리에게 공장을 재가동할 경우, 현장을 방문하도록 해서 안전한지를 체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어느 날 소리소문 없이 공장은 운영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관계자에게 따졌더니 알릴 의무가 없다며 (약속을 지킬지는) 자기가 판단한다고 하더라."    
 
이민호 군의 추모비 건립도 마찬가지다. 현장실습으로 다시는 아들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주지역공동대책위 등에서는 제주교육청에 추모비 건립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교육청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학생을 관리해야 하는 교육청에서 제대로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나. 그렇기에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는 의미에서 추모비를 교육청 앞에 세우려 했다. 하지만 교육청에서는 그곳에 추모비가 세워지면 선례가 된다고 반대했다. 너도나도 교육청에 추모비를 세우려 하기에 결국, 교육청은 '비석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는 자기네들은 우리 아들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하기에 계속 그런 사고는 날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어떻게 사람이 죽었는데, 사고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있나. 더구나 교육부는 이후 산골짜기에 있는 교육원 등 어떻게든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추모비를 세우자고 한다. 어떻게든 아들의 죽음을 숨기고 싶은 것이다." 
 
허탈하다 못해 부아가 치밀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큰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작은아들 사고 이후, 몇 달 동안 자기 방 안에서만 살았다. 끼니도 홀로 방에서 때웠다. 그러다가 예정된 날짜에 맞춰 입대했다. 어머니 박 씨는 큰아들이 군대를 연기하고 심리치료라도 받았으면 했다. 하지만 큰아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 생활하는 게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버지 이 씨는 작은아들 사고 이후 당뇨 때문에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다. 일도 그만두고 작은아들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 자다가도 울화가 치밀어 깨어나기를 반복한다. 아들의 죽음 이후, 그래도 뭐라도 바뀌었으면 하는데 전혀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게 못내 답답하다. 아버지는 곧 2학기가 되면, 작은아들과 같은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까 노심초사다. 
 
"우리 아들이 현장실습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표준협약서 등을 다 작성했다. 하루 7시간 일하고, 시간 외 근무를 추가로 못하게 돼 있다. 그런데 그러면 뭐하나. 현장에서는 안 지켜진다. 관리·감독이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사고가 나면 관련 부처는 서로 책임을 미룬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굳이 현장실습을 계속 진행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붙인 조건이 '현장실습 선도기업'에 한해서라고 한다. 궁금한 게 그러면 선도기업은 누가 정할 것인가. 그리고 그 기업에서 아이들이 실습을 하다 다치거나 죽으면 누가 책임 질 것인가. 지금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나는 묻고 싶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는 여전히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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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코우, “비핵화만 앞세우면 성공 못해”

닝푸쿠이, “양자 협상 진전되면 조속히 4자회담 열어야”
제주=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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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8  10: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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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젤리코우 교수가 27일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평화 프로세스 전략이 더 실효적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2018제주포럼조직위]

필립 젤리코우 버지니아대 석좌교수가 27일, “좁은 범위에서 비핵화만 추진하면 실효적이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젤리코우 교수는 6자회담이 한창 가동되던 2005~2007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고관으로서 대북 접근법을 설계한 인물이다. 특히, ‘종전선언’ 구상을 라이스 장관과 부시 당시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27일 밤 8시 20분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제주포럼-특별대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참석해 “비핵화에만 집중하는 외교전략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2018년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를 한 단계로 끝내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하여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접근을 받아들이면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비핵화와 그다지 관계없는 요구가 들어와서 협상이 방향성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핵화’ 의제의 특별한 전문성 때문에 미국과 북한이 맞상대할 경우 한국은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어떤 외교적 전략이든 한국 정부를 프로세스의 가장 중심에 두어야 한다”면서 “결국 평화 프로세스 전략이 북한 이슈 해결에서 (비핵화 집중 전략보다는) 더 적합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라이스 전 장관과 함께 『독일 통일과 유럽의 변환』을 저술한 그는 “냉전 직후엔 6개의 다른 트랙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협상이 진행됐다”며, 그 틀을 통해 당사자들이 원하는 모든 주제를 다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했다고 지적했다. 

젤리코우 교수는 “편협한 (비확산) 전문가들의 기술적인 협상보다는 남북이 (중심에서) 서로 이해하는 주제로 협상할 때 감정적으로 통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예측 못했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2시 부시 행정부 말기에 가동된 그의 구상이 실패로 끝난 이유로는 부시 행정부 안팎의 사정을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종전선언’ 의지가 있었으나, 행정부 내에서 이를 뒷받침해줄 틀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고, 노무현 대통령 외에 외부 지지자가 없었다. 10여년 전과 달리, 지금은 각국 정상들의 종전선언 의지나 한반도 정세가 평화를 보다 중요시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젤리코우 교수는 2006~2007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에서 전쟁을 끝내는 게 어떠냐’는 부시 대통령의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의문이라고 밝혔다.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27일 특별대담을 이끌었다. [사진제공-2018제주포럼조직위]

대담자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2007년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때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종전선언’에 동의한다는 확답을 들은 직후 후진타오 주석에게 물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2007년 남북 정상 간 10.4선언에 ‘3자 또는 4자 정상에 의한 종전선언’이라는 애매한 문구가 들어간 배경이다.”

중국 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닝푸쿠이 대사는 “당시 노 대통령이 어떻게 얘기했고 후진타오 주석이 어떻게 얘기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곤혹스러워했다. 

   
▲ 닝푸쿠이 대사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역설했다. [사진제공-2018제주포럼조직위]

그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때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중국이 2000년대 들어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한반도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현 단계에서 당사국들은 비핵화 진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4자회담을 개최해서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는 게 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가 “한국 정부의 구상은 올해 안에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을 하고 그 이후 가까운 시일 내에 남북미중 4자가 평화조약을 체결하자는 것인데 중국은 이를 수용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닝 대사는 “굉장히 큰 질문”이라며 “제가 답변할 권한이 없다”고 피해갔다.    

‘6자회담은 사실상 죽은 것 아니냐’는 문 특보의 도발적 질문에, 닝 대사는 “무슨 의도로 질문하신건지 모르겠다”고 펄쩍 뛰었다. “중국에서 6자회담은 각 당사자들의 대화를 촉진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시키는 굉장히 중요하고 효과적인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이 메커니즘은 적절한 시기에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 특보는 “북한과 협상할 때 전제조건을 갖고 너무나 경직되게 하지 말고, 모든 아젠다를 열어놓고 협의하되 멀티트랙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젤리코우 교수의 제안에 동의하고, 중국은 한반도 평화의 실질적 당사자로서 종전선언이든 평화조약이든 중요한 부분이고 중요한 공헌국이 되고 싶다고 닝푸쿠이 대사가 말씀해주셨다”고 이날 대담을 요약했다.

문 특보는 이어 “두 분 다 강조하신 건 외교의 중요성”이라며 “외교는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인데, 경직된 입장보다 외교를 통한 현안 문제 타결이 가장 바람직하고, 평화 프로세스 대화와 협상의 중요성, 이 모든 것이 역사적 대세를 이루면서 지금 그런 쪽으로 가고 있단 말씀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사석에서 만난 전직 고위당국자는 이미 4자 평화회담이 추진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4자회담의 의미가 뭔지 몰랐고 김대중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이 했던 것과 달리 하고 싶어서 남북이 하겠다고 차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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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슈욱…불난 아파트 곳곳에 사람들 매달려 있었다”

등록 :2018-06-27 16:05수정 :2018-06-27 17:44

 

 

[증언으로 본 26일 세종시 아파트 화재상황]
노동자들 점심먹고 오후 작업 준비중 폭발음
불길·연기 치솟아…곳곳 “구해달라” 아비규환
에폭시 유증기·불완전연소 연기 등 폭발 추정
뚫린 지하주차장에 가연성 자재 불쏘시개 구실
28일 현장 감식해 최초 발화점 등 규명하기로
지난 26일 대형화재로 노동자 43명과 소방관 4명 등 47명이 사상한 세종시 트리쉐이드 주상복합건물에 화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난 26일 대형화재로 노동자 43명과 소방관 4명 등 47명이 사상한 세종시 트리쉐이드 주상복합건물에 화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27일 오후 1시, 세종시 새롬동 트리쉐이드 주상복합 건물엔 전날 화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외벽 패널이 모두 녹아 내렸고 지하주차장에서 24층 꼭대기 층까지 그을음으로 덮여있었다. 26일 오후 1시10분, 이 건물에서는 폭발과 함께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아 3명이 숨지고 41명(소방관 4명 포함)이 다쳤다. 사상자들은 모두 공사 현장 노동자들이었다. 당시 이 건물에는 10개 하청업체 소속 직원 169명이 일하고 있었다.

 

“장마가 져서 비가 많이 내렸어요. 점심을 먹고 오후 일을 하려고 준비하는데 갑자기 지하에서 ‘펑’하는 소리와 났어요. ‘뭐지?’ 하는 순간 불길과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솟구쳤습니다.” ㄱ씨는 2동 쪽으로 걸어가다 불길을 만났다. 시뻘건 불과 엄청난 열기, 숨이 막히는 매캐한 연기가 코를 스쳤다. ㄱ씨는 놀라서 엎드렸다가 다른 동료들을 따라 한 블록 건너 한누리대로까지 내달렸다. ‘펑’, ‘슈욱’ 폭발음이 마치 포탄 터지는 것 같았다.

 

ㄴ씨는 3동 8층에서 동료 3명과 같이 오후 작업을 시작했다가 연기와 불길에 휩싸였다. 창문으로 몸을 내밀고 손을 흔들며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 이곳 저곳에서 고함이 들렸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연기와 열기가 심해 앞을 볼 수 없었다. 후들거리는 손발로 굴절 사다리를 타고 지상에 내리는 순간 안도의 눈물이 쏟아졌다. ㅇ씨 등 8명은 애초 불이 처음으로 났다고 전해진 7동의 4~5층에 고립됐다가 대테러구조단에 구조됐다.

 

세종소방서 소방관들은 이날 오전 청렴 교육을 받은 뒤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갑자기 출동 사이렌이 울려 창밖을 보니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고 있었다. 이진호 세종소방서 대응예방과장은 “신고 3분 만인 오후 1시19분에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5분 뒤 대응 1단계를 내렸다. 건물 이곳 저곳에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매달려 있었다. 방화복을 입었는데도 300m 전방에서 열기를 느낄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다”고 전했다.

 

소방관들이 증원되고 특수구조대가 도착하자 소방본부는 방어적 진화에서 공격적 진화로 전환했다. 3동 지하에 갇힌 3명을 구하러 인명구조 베테랑인 윤종혁 소방관과 김동철 소방관 등이 투입됐다. 1m도 안 보이는 짙은 연기 속에서 윤 소방관이 맨홀에 빠져 중상을 입었다. 김 소방관은 일단 자신의 산소통을 벗어주고 탈출했다가 구조 장비를 갖추고 다시 돌아와 윤 소방관을 구해냈다. 3층 지하주차장의 3명은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지난 26일 대형화재로 노동자 43명과 소방관 4명 등 47명이 사상한 세종시 트리쉐이드 주상복합건물에 화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난 26일 대형화재로 노동자 43명과 소방관 4명 등 47명이 사상한 세종시 트리쉐이드 주상복합건물에 화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세종시 소방본부는 “화재가 광범위해 정확한 발화 지점을 예단할 수 없다. 화재가 난 건물은 지하로는 모두 통하지만 지상은 7개 동으로 분리돼있다. 건물 지하에 적치된 단열재, 에폭시(접착·방수제), 건축재 등이 불쏘시개 구실을 하고 지상의 동들이 굴뚝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재들은 장마철을 앞두고 지상에서 지하로 옮겨 보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본부는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리고 불길이 치솟은 것은 뜨거워진 에폭시에서 발생한 유증기에 불이 붙은 뒤 2차로 단열재, 건축재 등에 옮겨붙은 불이 불완전 연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소방과 경찰은 연기를 완전히 뺀 뒤 28일 오전 현장을 감식해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임동권 세종소방서장은 “현장에 임시 대피 안내판과 간이 소화기는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화재 감시자나 방화수를 배치하는 조처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하 주차장에서 용접 설비가 발견됐으나 이를 사용하다 불이 났는지는 확실치 않다. 공사 관계자들이 화재 초기에 진화를 시도했는지도 현장 감식 과정에서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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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무서운가

벗어야 할 기레기 왕관
 
이기명  | 등록:2018-06-27 16:33:07 | 최종:2018-06-27 16:34:4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한 가지 물어보자. 한국과 미국 중 언론자유가 더 보장된 나라가 어느 국가인가. 웃을 것이다. 감히 미국과 비교를 하다니 말이 되느냐고. 과연 그런가.
 
‘국경 없는 기자회’라는 것이 있다. 국경이 없으니 자유스러운 조직이다. 여기서 각국의 언론자유를 평가했다. 1위는 노르웨이, 2위는 스웨덴, 3위는 네덜란드. 그럼 한국은? 순위를 매긴 180개국 중에서 43위에 올랐다. 미국은 45위다. 만세! 우리가 미국을 눌렀다. 일본이 67위. 중국이 176위. 북한은 꼴등이다. 기분 좋은가.
 
“한국이 언론자유 지수에서 미국보다 높은 순위에 오른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2016년 70위를 기록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발전이다. 그럼 한국 언론의 뉴스 신뢰도는 어떨까. 언론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국언론진흥 재단에서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8’ 데이터를 분석했다. 결과는 어떤가. 한국 언론의 뉴스 신뢰도는 25%, 조사 대상 37개국 중 꼴찌였다고 밝혔다. 얼굴이 화끈 단다. 아니라고 할 자신이 있는가.

(자료사진 – 팩트TV 신혁 기자)

■조선일보가 무섭다
 
의사를 믿지 못하면 병원에 못 간다. 운전자 못 믿으면 택시 못 탄다. 마누라 못 믿으면 어쩌나. 그건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고. 나라를 못 믿으면 어떻게 되는가. 끔찍한 일이다.
 
오늘 쓸 주제는 언론이다. 뉴스다. 왜 언론이 중요하고 뉴스가 중요한가. 바로 신경이기 때문이다. 신경이 망가지면 몸이 제대로 작동이 안 된다. 우리 몸에 신경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살아 있어도 산 게 아니다. 몸에 병이 들어서 그렇게 됐다면 내 탓이나 하지만 외부작용으로 그 지경이 됐다면 참 억울한 일이다.
 
■언론은 왜 정직해야 하는가

 
미국의 언론자유가 처음으로 헌법에 명문화로 보장된 것은 1791년 제정된 미국 헌법 개정 제1조(The First Amendment)였는데, 이 조항은 “연방의회는…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예 언론자유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헌법에 못을 박았다.
 
한국의 언론자유는 어떻게 보장되어 있는가. 헌법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 밖에 조항은 생략하자. 
한국 기자들에게는 다시는 꿈도 꾸기 싫은 악몽이 있다. 젊은 기자들은 모를 것이다. 그러나 선배 기자들에게 들어서 알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이다. 그들은 펜은 들고 있었지만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아니 쓸 수는 있었다. 그다음은 말을 말자.
 
흔히들 ‘순치(馴致)’라는 말을 한다. 잘 길들여졌다는 뜻이다. 기자들이 길들여졌고 국민들은 길들여진 기자들이 쓴 기사를 읽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가. 불신이다. 기사가 어떻게 쓰였던 국민들은 눈이 있고 눈으로 본 사실과 기사와의 차이는 바로 불신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기자의 자존심이 사라진 시절이다.
 
권력에 영합하는 언론이 생겨났다. 강요된 영합도 있었고 자발적 영합도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른다면 그건 기자도 아니다. 그 얘기도 줄이자.
 
■경고. 조선과 싸우면 죽어
 
언론과 싸우면 손해라는 것을 가장 잘 인식하고 있는 부류가 바로 정치인이다. 특히 조선일보에 찍히면 죽는다는 인식을 정치인들은 갖고 있었다. 말이 험하지만 사실이다. 기자들이 버릇처럼 하는 말은 ‘까불면 죽어’다. 그럼 누가 까부는가. 그들 말대로 누가 까불었나. 노무현이다.
 
노무현 변호사는 당선된 후 이른바 ‘스타’가 됐다.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증인 대신 회장님이라는 존칭으로 부르는 정주영의 말문을 막히게 했고 전두환은 진땀을 뺐다. 언론은 그를 주목했다. 언론은 ‘청문회 스타’라는 호칭을 노무현에게 달아 주었다. 노무현은 언론이 만들어 낸 스타인가. 국민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국민의 대표로 평가했다.
 
그는 언론에 고개 숙이지 않았다. 문제가 터졌다. 조선일보 종로지국 배달원들이 청원했다. 지국장의 갑질을 호소한 것이다. 배달원들을 만나고 있는 노무현에게 전화가 왔다. 정치나 잘해라.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 노무현이 대답했다. 기사나 잘 써라. 노무현의 자전적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에 자세히 나와 있다.
 
노무현이 찍혔다. ‘노무현 죽어’ 이제 그는 죽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주간조선에 표지와 함께 기사가 실렸다. ‘노무현 의원은 과연 재산가인가’ 우종창 기자의 기사다. 노무현은 거의 벌거벗은 채 실린다. 천하에 부도덕한 정치인이다. 청문회 스타가 아니라 정치 쓰레기다. 노무현이 고소를 했다. 법정 구석에 있던 우종창 기자의 얼굴이 선하다. 당연히 승소다. 조선일보가 사과했다. 아는 언론인들이 충고했다. 어쩌자고 조선일보와 맞붙느냐고. 대답은 명료했다. 정치 안 하면 된다. 조선일보가 이를 갈았으리라. 이제 노무현은 없다. 조선일보가 이겼는가. 시원한가.
 
■ TV조선의 보도
 
자랑할 것도 부끄러워할 것도 없다. 못된 정치인들이 왜 기자들을 귀신 보듯 두려워하는가. 자신들의 비리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설설 긴다. 정치인들이 저지른 비리는 국민의 행복을 파괴한다. 이를 세상에 알리는 것은 언론의 의무이자 국민을 위하는 것이다.
 
한국 언론에 국민이 주는 점수는 몇 점인가. 솔직히 그들 자신이 잘 알 것이다. 굳이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8’ 데이터를 인용할 필요도 없다. 신뢰도 25%다. 조사 대상 37개국 중 꼴찌라는 잔인한 평가다. 아니라고 할 자신이 있는가. 그런데도 그런 기자들 앞에서 정치인은 고양이 앞에 쥐다. 왜일까. 정치인이 대답해야 할 것이다. 신뢰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천금의 무게를 지닌다. 신문에 전면을 도배한다고 해도 신뢰가 없으면 이건 낙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실수다. 아무리 훌륭한 기자라도 실수를 할 수 있다. 오보를 낼 수 있다. 문제는 다음이다. 인정하고 사과하면 된다. 인정하지 않고 사과 안 하면 국민들이 모르는가. 오만이다. 누가 감히 우리한테 시비를 걸 것이냐고 자신한다면 바보다. 등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국민의 시선을 견디며 산다는 것은 기자로서 수치를 넘어 파렴치다.
 
한국에서 조·중·동이라고 하면 언론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무슨 기준이냐고 묻지 말라. 신뢰도다. 신뢰도 1위의 한겨레나 시청률 1위의 JTBC가 얼마나 부러우랴. JTBC가 출발할 때 걱정하던 국민들이 지금 가장 많은 시청을 한다. 이유는 국민이 알고 JTBC도 알고 조선도 알 것이다.
 
최근 ‘TV조선의 종편 허가 취소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23일 현재 20만600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TV조선은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TV조선이 관련된 심사에서 5대3으로 주의 결정을 내렸다. 주의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 것이다.
 
■ TV조선의 기사가 왜 문제인가

 
최근 문제가 된 조선일보 기사를 보자.
 
韓美정상회담 끝난 날 국정원 팀이 평양으로 달려갔다 (5월 28일 조선일보)
풍계리 갱도 폭파 안 해…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 (5월 24일 TV조선)
北, 美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 1만달러 요구 (5월 19일 TV조선)

 
‘실제로 풍계리 연막탄’ 보도는 오보로 판명됐고, 1만 달러 보도와 국정원 평양행 보도는 오보 논란이 불거졌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 강효상 의원은 “(이 보도가) 지금은 오보지만 나중에는 오보가 아닐 수 있다”며 옹호했고 청와대 논평을 가리켜 “최고 권력기관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 청와대는 무슨 소리든 입 다물고 있으라는 요구다. 이것이 언론의 자유인가. 언제까지 기다려 달라는가. 그냥 웃고 말자.
 
■ 언론의 제 자리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미국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는다. 북미회담을 두고 미국의 일부 언론은 트럼프를 호되게 비판한다. 비판하는 언론은 누구인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CNN, NYT, WP, ABC, NBC 등 진보언론이며 이들은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트럼프의 한국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은 하되 사설과 칼럼과 통해서다. 의도적인 불공정과 비난은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반도 전문가 ‘도널드 그로스’는 미국의 의회전문지 ‘더힐’에 기고한 글에서 “비판적 반응은 늘 있었던 것”이며 대통령은 이를 이겨 낼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북미 외교를 망치려는 ‘부정론자들을 무시하라’고 까지 충고했다. 이는 북미회담을 의도적으로 폄훼한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한국의 일부 언론들에 대한 충고로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북미회담에 대해 한국 국민은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고 한국의 대통령은 불퇴전의 용기가 있다.
 
언론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견제 역시 있어야 한다. 미국의 언론이 재판에 패소하고 징벌적 배상판결을 받으면 그 언론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언론으로서 가치와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다. 당연한 결과다.
 
한국은 지금 특수한 의미에서 세계정치의 중심에 있다. 부산에서 베를린까지 기차여행을 하는 것이 꿈만이 아니다. 남과 북이 서로 만나 증오에 불길을 끄고 손을 잡는 모습은 세계가 주목하는 평화의 메시지다. 어느 누구도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이제 우리 언론이 해야 할 일이 있다. 평화통일의 앞장을 서야 한다는 것이다. 걸어 온 발자취는 바로 자신의 역사다. 잘못된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불신으로 도태되는 불행한 언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의 오만이 문제다. 특히 조선의 오만이 문제다. 조선이 앞장 서자.
 
존경받는 언론. 존경받는 언론인은 모두가 바라는 소망이다. 무서워하는 언론이 아닌 존경받는 언론이 되자.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562&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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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침을 달군다…시사 라디오 ‘4색4파전’

등록 :2018-06-27 04:59수정 :2018-06-27 10:39

 

손석희 하차 5년만에 청취율 ‘최고 전성시대’
KBS·MBC 전열 재정비하며 경쟁 치열
피디·교육평론가·변호사 등 진행자 다양
뉴스쇼’ 10년 내공으로 현안 잘 이끌어내
뉴스공장’ 젊은층에 인기 청취율 1위
시선집중’ 언론비판 기능 회복 노려
최강시사’ 무리수 없는 팩트 전달 집중 

 

‘공영방송 정상화’ 이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들이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아침 출근시간대 주파수 경쟁도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한동안 유지돼온 <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95.1MHz 오전 7~9시),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98.1MHz 오전 7시30분~9시) 양강체제는 지난 4월9일부터 새로 단장한 <문화방송>(MBC) ‘이범의 시선집중’(95.9MHz 오전 7시30분~9시)에 이어 지난달 28일 <한국방송>(KBS) 1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97.3MHz 오전 7시30분~9시)가 뛰어들며 4파전을 펼치고 있다. 하루중 라디오 청취율이 가장 높은 이 시간대는 한때는 음악 프로그램에 대세를 넘겨주기도 했으나, 방송인·피디·교육평론가·변호사 등 4인4색 진행자들의 경쟁이 펼쳐지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궁금한 출근길 시민들의 선택권도 풍요로워졌다. 10% 아래로 떨어졌던 이 시간대 시사 라디오 총청취율은 최근 치열한 경쟁 속에서 18.8%(4월 조사)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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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전성기는 손석희 앵커가 문화방송에서 ‘시선집중’을 진행하던 때다. 그는 2000년부터 13년간 이 프로그램을 맡아 당시 정치부 기자들만 취재하던 정치인을 직접 인터뷰하는 ‘당사자 중심주의’를 도입해 라디오 저널리즘의 새로운 장을 펼쳤다. 지금도 이런 포맷은 분석·해설에 무게를 두거나 대담 토크쇼로 재미를 추구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신문·방송·인터넷 뉴스로 확산되며 위력을 발휘하는 만큼 진행자들의 공세적 질문이 잇따른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CBS ‘김현정의 뉴스쇼’
‘김현정의 뉴스쇼’는 2008년부터 시작해 어느덧 10살이 된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출산 등으로 잠깐씩 자리를 비웠던 때를 제외하곤 줄곧 마이크를 놓지 않은 김현정 피디는 “사안을 바라보는 안목, 섭외, 인터뷰 실력 등 10년의 내공”을 자랑하며 이슈 당사자들로부터 생생한 목소리를 끌어낸다. 김현정씨는 특유의 톡톡 튀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사회 비판적 발언으로) 지난 10년간 핍박도 많이 받았다. 그런 일을 겪으며 프로그램도 단단해졌다”고 밝혔다. 진행자 외에 피디 7명과 작가 2명 등 스태프가 모두 10명으로 다른 방송보다 많은 숫자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2016년 9월 출범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열풍의 주역인 김어준씨가 시니컬한 시각으로 유쾌하게 시사를 진행해 손석희씨의 시선집중 하차 뒤 내리막이었던 시사프로그램 청취율을 반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파탄난 공영방송 대신 사회 이슈를 예리하게 파헤쳐 청취율 1위에 올랐다. 김어준 공장장을 발탁한 정찬형 교통방송 대표는 “김어준씨는 궁금한 사안들에 대해 청취자와 소통해가며 스스로 터득하고 깨우쳐가는 분석가”라고 짚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아직도 ‘좌빨 방송’이라고 비판하지만 그 영향력을 함부로 무시못한다.

 

MBC ‘이범의 시선집중’
MBC ‘이범의 시선집중’
‘시선집중’을 진행하는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과학탐구 스타강사 출신으로 경제·고용·청년문제에 관심이 많다. 제작진은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교육을 고리로 맥락을 잘 전달해주기를 그에게 바라고 있다. 시선집중 진행 제안을 받고 “진땀이 났다”는 그는 “프로 방송인이 아니기도 했지만 엠비시 간판이어서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언론의 비판 기능을 되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저녁인간형’이어서 새벽같이 일어나는 게 곤욕스러웠지만 이젠 새벽 4시면 저절로 눈이 떠지고 아침의 활기를 전하기 위해 목소리 톤도 더욱 높인다고 한다.

 

KBS1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
KBS1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
‘최강시사’의 최강욱 변호사는 요즘 법정보다 방송을 무대로 이름값을 올리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채널에이>의 ‘외부자들’에 이어 한국방송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에도 패널로 활약하고 있다. 아직 ‘방송 초보’라며 겸손을 보이지만 여러 방송사에서 그에게 손을 내미는 이유는 이미 팟캐스트 <전국구>에서 3년 넘게 갈고닦은 입담 실력이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한국방송도 그동안 존재감이 없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강화하며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최 변호사는 “무리한 추정이나 근거를 들이대기보다 팩트 중심 전달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궁금한 것은 미적거리지 않고 확실하게 묻되 비판은 시원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침방송 진행자들은 어둠을 뚫고 새벽 출근해야 하는 고달픈 일상을 살아간다. 사회적 이슈가 뜨거울수록 섭외 경쟁도 불붙는다. 출근길 청취자들은 ‘냉정’해서 인터뷰나 뉴스 분석이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다른 채널로 돌리기 때문에 이들의 귀를 계속 붙잡아두기 위해선 치열한 전략이 필요하다. 아침 시사 라디오의 과도한 ‘정치뉴스 편향성’도 극복 과제다. 이범씨는 “방송 쪽에 와보니 의외로 경제, 사회정책, 산업·기술 등의 이슈가 중요도에 비해 저평가됐다. 선거기간이 지나도 정치 중심으로 돌아간다”며 “다른 이슈들을 균형감있게 배치해 여론이 쏠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850791.html?_fr=mt1#csidx48727994fd6a246916d73d4cec440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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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천절 민족공동행사, 성대하고 규모있게”

 윤승길 개천절민족공동행사준비위 사무총장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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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6  17: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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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승길 개천절민족공동행사준비위원회 사무총장과 26일 서울 체부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지난 21,22일 양 일간 평양 보통관려관에서 개최된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위원장회의’에서는 노동.농민.청년.여성.지역 등 다양한 부문별 논의도 함께 진행됐다.

6.15남측위원회가 25일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가장 확실하게 내세운 것은 10.4선언 11주년 공동행사와 개천절 민족공동행사, 그리고 내년 3.1절 100주년 공동행사였다.

특히 윤승길 개천절민족공동행사준비위원회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년도 10월 3일 개천절 행사를 평양 단군릉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7월 중에 학술회의를 비롯한 전반적인 실무협의를 하기로 약속하고 돌아왔다”고 밝혔다. 또한 8.15 광복절에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사업을 남북이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다.

윤승길 사무총장은 26일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올해 개천절 행사는 평양 단군릉에서 대규모로 성대하게 치르기로 합의했다며, 남측 대표단 300명 규모로 직항편을 이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북측 사회과학원 역사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학술회의에서는 단군과 고조선을 주제로하되 ‘단군릉 개건’의 의미도 조명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광복절, 올해 3.1절에 각각 33구의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를 모셔온 바 있는 있는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위원회’는 올해도 8.15광복절에 35구의 유해를 일본 국평사로부터 모셔올 예정이며, 일본과 북측에도 같은 명칭의 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 윤승길 사무총장은 새로 마련한 한옥 사무실에서 올해 개천절 공동행사와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사업 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단통협)과 개천절민족공동행사준비위원회, 일제강제징용희생자 유해봉환위원회 사무총장을 겸하고 있는 윤승길 사무총장을 26일 오전 10시 15분 서울 체부동 한옥 사무실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개천절 민족공동행사를 성대하고 규모있게 하자고 합의했다”

□ 통일뉴스 : 오랜만에 평양에 다녀왔을 텐데, 몇 년 만인가?

■ 윤승길 사무총장 : 2014년 개천절 민족공동행사를 평양 단군릉에서 개최한 후 4년만에 다녀왔다.

□ 어제 6.15남측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남북해외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민족부문을 대표해 다녀왔는데, 북측 상대는 누구였나?

■ 개천절 공동행사를 주관하는 단군민족통일협의회(단통협) 려정선 서기장을 만났다.

□ 민족부문 주요 의제는 무엇이었나?

■ 크게 두 가지였다. 개천절 공동행사와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사업이다.

□ 먼저 개천절 공동행사에 대해 설명해달라.

■ 4.27 판문점선언 이후 한반도에 몰아치고 있는 변화된 정세 속에서 반만년 유구한 우리민족의 동질성을 담보하는 개천절 민족공동행사를 평양 단군릉에서 개최하자는데 대해서 논의했다.

올해 개천절 민족공동행사를 성대하고 규모있게 하자고 합의했다. 10월 3일 평양 단군릉에서 남측 대표단이 방북해서 진행하기로 했다.

□ 방북단 규모나 교통수단 등도 협의했나?

■ 7월 중순 후속 실무협의를 평양이나 제3국에서 하기로 했다. 우리는 300명 이상 대규모 대표단을 구성해서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고, 북측도 성대하게 하자고 했다. 우리는 당연히 직항편을 생각하고 있다. 북쪽과 잘 협의할 예정이다.

   
▲ 2003년 평양 단군릉에서 남북해외가 함께 개천절민족공동행사를 치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개천절민족공동행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은 민족공연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개천절 민족공동행사는 이미 몇 차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치를 예정인가?

■ 2002년, 2003년, 2005년, 2014년 개천절 행사를 진행했다. 남북해외가 함께 평양 단군릉에서 원시조 단군을 기리는 천제를 봉행했다.

올해도 천제를 지내고 공동기념식과 경축 민족공연을 진행하고 4박 5일 정도의 일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구월산 삼성사를 비롯한 단군 유적지를 꼭 참관할 예정이다. 단군과 고조선을 주제로 한 남북해외 학술회의도 동시에 개최한다.

□ 학술회의에 대해 소개해 달라.

■ 개천절공동행사준비위원회에서 단군학회와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단군 관련 연구자들과 함께 방북해서 북의 사회과학원 역사학회와 학술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해외는 관련 학술단체가 없다.

2003년 북의 사회과학원 역사학회와 학술토론을 진행한 적이 있고, 단군은 신화가 아니고 실존인물이라는 것을 남북이 공인했다. 올해 학술주제에 대해서는 관련 학자들과 논의해야 하지만 고조선과 단군을 주제로 하되, 단군릉 개건의 중요성도 다루고 싶다.

□ 10월 3일 개천절은 10.4남북공동선언 기념일과 겹쳐있다.

■ 단군릉에서 함께 천제를 지내고 다음날 10.4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6.15남측위원회 등 10.4 기념행사 주관 단위와 잘 협의해서 협조해나가야 한다. 통일부와도 잘 협의해야 한다.

□ 10.4 기념행사 대표단과 개천절 공동행사 대표단은 별도로 구성되나?

■ 정확한 상이 나와 있지 않다. 향후 협의해야 한다. 10.4 공동행사는 당국과 정당 등도 참석하는 걸로 돼 있지만 개천절 민족공동행사는 아무래도 민간 위주로 별도로 꾸려야 할 것 같다.

□ 민족부문 쪽의 희망사항은 무엇인가?

■ 판문점선언의 정신에 따라서 개천절 민족공동행가 각계각층을 폭넓게 아우르는 전민족적 공동행사로 자리잡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는 열어두고 있다.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남북 공동위원회 구성 추진

   
▲ 지난해 8.15 광복절에 일본 국평사에 모셔진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 33구가 처음으로 남북해외의 3자 합의에 의해 봉환돼 광화문에서 추모제가 거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올해 3.1절에 일제 강제진용 희생자 유해 33구를 모셔와 광화문에서 추모제를 지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관련한 협의를 소개해달라.

■ 일제 과거사 청산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게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 봉환 문제다.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돌아가신 분들의 유골, 유해가 무려 50만구 이상 일본에 방치돼 있다.

작년 8.15 광복절과 올해 3.1절에 각각 33위의 유해를 모셔 와서 국민추모제를 치렀다. 종교계와 공동주관을 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표하고 싶다. 올해 8.15 광복절에 35위 유해를 모셔오기로 했다.

남쪽에는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위원회’가 구성돼 있고, 일본에도 강제연행 관계된 단체들과 실제로 유골을 모시고 있는 국평사 등이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일본위원회’를 구성하기로 돼 있다. 오는 29일 8.15 광복절 유해봉안을 위해 일본 출장을 떠날 예정이다.

북측에도 7,8년 전부터 계속 관련 협의를 해왔고, 이번에 동일한 명칭의 북측위원회를 만들어서 남북 공동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역시 7월 중순 후속 실무협의에서 다룰 것이다.

북측도 우리의 유해봉환 실적에 대해 평가했고, 공동위원회 구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사업에는 많은 단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노동계나 종교계, 민화협 등 여러 단위에서 유해봉환을 위해 일본측과 북측과 접촉했던 것으로 안다. 함께 연대하고 공동의 사업으로 추진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유해봉환은 민족의 한이 서려있는 문제로, 각계각층이 함께 해야 하고 정부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 협조해야 할 민족사업이라 생각한다.

종교계는 두 차례 국민추모제를 공동주관했고, 강제징용은 노동자 문제와 직결돼 민주노총, 한국총과도 연대해서 함께 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전태일재단 이수호 이사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영입했다.

   
▲ 21,22일 평양 보통강려관에서 윤승길 사무총장이 북측 파트너인 려정선 단군민족통일협의회(단통협) 서기장(가운데)과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사진제공 - 단통협]

□ 이미 일본 국평사에 모셔져 있는 유해 일부를 모셔왔는데, 북측과 공동위원회가 구성되면 신원 확인 결과에 따라 북측에 인계될 수도 있나?

■ 북일 간에 수교가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남북공동위원회를 통해 북쪽 분은 모셔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DNA 검사 등 확인절차 같은 것도 필요할 텐데.

■ 유해봉환 연구소 설립을 준비 중이다. DNA 감식도 준비하려 한다. 정부당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실제 유해는 일본에 주로 있지만 괌과 사이판, 사할린까지 흩어져있다. 여러 나라와 접촉하기 위해서 통합적인 단일 창구가 필요하다.

일본에 집단 수장된 곳도 있어 UDT(해군 특수부대) 출신과 심해잠수사들과도 협의하고 있다. 참여하겠다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 6.15남측위원회가 개최한 6.15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위원장회의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민족부문 합의사항을 발표하고 있는 윤승길 사무총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어제 6.15남측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자의 질문이 있었는데, 다른 분이 답했다. 답하고 싶은 말이 있나?

■ <교도통신> 기자가 8.15에 35분을 모셔오는 것을 북측과 함께하느냐고 물었다. 북측과 공감 속에서 하고 있다.

8.15에 북측 추모대표단을 서울로 초청할 계획이다. 8.15민족공동행사와 연관돼 있어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공동추모사는 발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8.15 광복절 유해봉환 행사에 북측 대표단을 초청한다고 이번 평양 회의에서 제안했나?

■ 의사는 전달했고, 현재 정세로는 북측 대표단이 오기 어렵지 않나 본다. 올 수 있다면 유해봉환 추모제에 모시고 싶지만,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에 해결해야 될 선결적 과제들이 있다고 보고 있다.

6.15공동위원장회의에서 “앞으로 상황을 봐가면서 논의하기로” 했으니 다소 희망은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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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교육감들에게 드리는 제언

[복지국가SOCIETY] 지금이 교육 개혁 이룰 절호의 기회다

 

 

 

지난 6월 13일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마무리 되었다. 북미 정상회담에 묻히고, 네거티브 공방에 가려져 정책 이슈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아쉬움을 가진 분들도 있겠지만, 개표 결과는 엄정했다. 여전히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야당들에 내려진 국민들의 심판은 가히 제2의 촛불혁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고 엄중했다.

특히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지 않아 '깜깜이 선거'라고 불린 교육감 선거에서도 지난 2014년에 이어 다시 진보를 표방하는 분들이 대거 당선되었다.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마찬가지로 교육감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의 요구도 지속적인 교육 개혁이었다. 다수의 국민은 더 이상 국정 교과서를 통한 역사의 왜곡이나 대학 입시를 중심으로 하는 소모적인 무한 경쟁이 아닌, 좀 더 근본적이고 과감한 교육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정책의 진보적 입장이 업무의 유능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난 4년 동안 진보 교육감들이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진보가 아닌 교육감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을 만큼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래의 글은 재선이나 3선 또는 초선으로 당선된 분들을 막론하고 새로운 4년을 시작하는 신임 교육감들에게 약속한 공약들을 이루어내는 방법을 제안하려는 것이다.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교육 개혁 요구들 

이번 6·13 교육감 선거에 나선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1)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2)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 폐지, 3) 북한 수학여행 추진 및 통일 교육 강화, 4) 성 평등 교육 강화 등을 공동으로 추진할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보수를 표방하고 당선된 분들은 이들 정책에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교육감들의 공약 첫머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입시 경쟁 교육 해소를 위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촉구하고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대입 전형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보수 교육감들은 정시 확대와 경쟁력 강화 공약을 주로 내세웠다. 그런데 이것들은 중앙정부의 정책 영역이거나 국가교육위원회에 판단이 맡겨진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 교육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분야이다.

고입 경쟁을 유발하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도 극명하게 의견이 대립되는 분야이다. 하지만 교육감들은 이들 학교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을 따름이고, 관련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권한이다. 세간에서 말하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방기할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시기에는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해 취직을 원하는 숫자보다 고용을 원하는 일자리가 더 많은 시대가 된다. 10년 뒤의 상황을 예측하고,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교육감들이 해야 할 일은 학생들이 입시교육에 찌들고 매몰되지 않도록 혁신학교의 확대와 다양한 활동 중심의 혁신교육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학교 민주화와 교육자치 활성화도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중요한 쟁점 중의 하나였다.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확대하고 한발 더 나아가 교직원·학부모·학생이 교장을 직접 선출하는 '교장 선출 보직제'를 도입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법외노조 상태인 진보 교원단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재합법화와 선거 연령을 낮추어 학생들도 투표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쟁점에 매달려 당장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일들을 유보하거나 방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서 재선을 한 조희연 현 교육감은 '고등학교와 사립초등학교까지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를 대표적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 교육감은 지난 임기 동안 최대 업적 중의 하나로 학생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 식재료를 사전에 미리 조사하여 안전성을 확보하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 이용 학교를 900곳에 가까운 숫자로 최대한 늘렸고, GMO 없는 급식, 방사능 없는 급식을 실천하는 등 무상급식을 정착시킨 것을 꼽고 있다.

중학교까지 의무 교육으로 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립초등학교라고 해도 무상급식을 하는 것이 당연하며, 아직 다른 교육 자치에서는 하지 못하고 있는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유치원들에 대해서도 무상급식을 추가로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별도의 조리실을 모든 유치원마다 설치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미 시설이 확보되어 있는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부터 시작하여 지역 거점 급식센터를 설치해 배달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재원이다. 연간 7조 원이 넘는 서울시 교육청 예산의 경우에도 실제로 교육감이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첫째, 학생 수의 감소로 인해 줄어드는 예산을 활용하면 된다. 둘째, 기존의 학교 증설 예산은 특수학교 등 몇 곳을 제외하면 서울시의 경우 인구가 감소되면서 학교 설립에 대한 요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용할 수 있는 토목과 건설 관련 예산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금까지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청 예산에서 담당하던 부분이 중앙정부에서 지원되도록 변경되었으므로 이 부분을 중앙정부와 협의하면 삭감하지 않고 무상급식 확대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마음만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무상급식의 확대 시행이 가능할 것이다. 

울산에서는 7명이 출마한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처음으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됐다. 그러나 진보 교육감들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다른 지역과 달리 처음으로 당선된 것이라서 노옥희 교육감의 역할이 쉽진 않을 것이다. 무상급식 확대 등은 상당히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예산만 확보되면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기존 예산을 줄여야 하는 교육지원청과 교장 선생님들의 반대도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럴 때 노옥희 교육감이 할 수 있는 방법은 큰 틀에서 혁신학교나 교장선출공모제 등의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무상 교복이나 무상 준비물 등 실질적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시행해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 동의를 얻어가는 방법이 더 유용할 것이다.

특히 울산은 노동의 힘이 센 곳이라서 노조와 연계한 학부모 직업 체험을 활성화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송철호 신임 울산 시장님과 MOU와 정례 협의회를 통해 울산의 박물관, 체육관, 미술관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 기회의 확대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광주에서 당선된 장휘국 교육감은 광주학생문화예술체험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광주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엄청난 문화적 인프라를 이미 가지고 있는 곳이기에 다른 지역보다 문화예술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교육 자치의 효과를 살리는 방안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광주학생문화예술체험센터 건립하기 보다는 기존의 공간을 임차하거나 협약을 통해 활용하고, 대신 예산을 문화예술인들이 학생 지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운영비로 지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김대중 컨벤션센터와 같이 거대한 시설이 2년마다 하는 광주비엔날레 기간 외에는 활용도가 낮고, 광주문화예술회관도 엄청나게 잘 지어져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이용섭 시장과 협약을 통해 사용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학생들의 문화예술 교육과 체험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광주학생문화예술체험 지원센터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다. 

이번 선거과정 중에 서울시의 조희연 교육감은 한국미협과 MOU를 채결했다. 서울시 교육청 소관의 학교로 찾아가는 미술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한국 미협의 25개 지부와 회원들이 지원을 하게 될 것이다. 미술 선생님과 음악 선생님들에게만 예술 교육을 맡겨 놓지 말고 광주에서 열리는 연주회에 학생들이 참여하여 설명도 듣고 감상도 할 수 있는 추가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직접 미술가들이 교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학교의 실내 체육관과 복도를 활용하여 찾아가는 미술관으로 전시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참고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강원도에서는 민병희 현 교육감이 교육복지 공약으로 '돈 안 드는 유아교육'을 내세워 당선되면서 3선에 성공했다. "유치원은 지금보다 더 좋아져야 합니다. 돈이 들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슬로건을 제시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집 가까운 곳에 좋은 공립유치원을 확대하고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공립유치원의 확대와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 강화로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해 2022년까지 공립유치원 취원율 50%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출생아 수가 너무 적어서 기존 유치원과 어린이집들도 정원 미달이 속출하고 폐업이 늘어나고 있다. 강원도는 인구의 감소가 더 심하기 때문에 국·공립유치원의 신설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사립유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거의 실천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방법은 사립유치원의 지원을 강화하되 공공화를 조건부로 해서 지원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이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한 방법이다. 기존의 사립유치원을 법인화하도록 유도하고, 법인의 이사들 중 일정 비율을 공익이사로 넣어 공공성을 보장하는 강원도 형 준공공유치원으로 전환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곳에 한해 지원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자는 것인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 공약은 현재 상황에서 논란만 일으키고 실현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대구에서 첫 여성 교육감이 된 보수 성향의 강은희 당선인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위한 교육 공간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행 방안으로 제시한 대구특수교육원과 장애인 직업특성화 고등학교를 설립하는 것으로 대구시의 특수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특수 교육원 설립이 건물을 짓는 것으로 한정되면 임기 동안 건물 하나 건립하는 것으로 마감하게 될 공산이 크다. 강 교육감 공약의 이행 방안을 다음과 같이 변경할 것을 권해드린다. 

우선, 기존 학교들에 장애인 특수학급을 늘려 장애통합 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 비장애 아동과 장애 아동들이 같이 지내면서, 서로 어울려 사는 방법도 배우고, 협력하는 것은 교육학적으로 검증된 의미 있는 방법이다. 또 새로운 대구특수교육원을 짓거나 장애인 직업특성화 고등학교를 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학교 건물을 증축하거나 대구시 교육청이 소유한 건물의 공간을 활용하도록 해서 인건비와 프로그램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수 성향의 김성진 후보를 20% 이상의 표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한 부산 김석준 교육감의 공약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김 교육감은 교육 복지 공약으로 계층 간 교육 격차를 완화하는 구체적인 이행 방법을 제시했다. 노후 특수학급 리모델링 및 특수학교 내 '다목적 직업 훈련실' 구축, 취약 지역 노후 학교 개축 추진 및 신·개축 학교 디자인 혁신, 학생 선택권 보장과 수업 환경의 변화에 따른 창의적 교실 구축,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을 통해 책 읽기 좋은 환경의 조성 등, 건물을 신축하기 보다는 대부분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지난 4년간의 경험을 활용하고 검증된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제2의 촛불혁명이 되기 위한 제언 

선거에서 승리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현직 교육감이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고, 보수 진영의 무능과 국민적 심판도 중요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요인은 바로 촛불혁명을 통해 모아진 우리 사회 전반의 개혁과 변화에 대한 요구일 것이다. 교육계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도 이제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고, 이런 시대적 요구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교육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모든 교육감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특히 확연하게 갈라진 교육감 선거 결과는 어떤 정책이 가장 효과적인지, 분명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교육 개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그리고 일선 학교에 두루 만연해 있는 구시대적 관행 및 행태들과 어떻게 싸워나갈 것인가가 될 것이다. 지역별로 다양하게 선택한 국민의 교육 개혁 요구를 반영한 공약들이 헛된 공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세우는 것과 동시에 실질적인 조직 장악을 통해 확실한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감의 강력한 추진 의지이다. 신임 교육감들이 매일 만나는 분들은 "안 됩니다. 전례가 없습니다. 학교장이나 보직 교사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를 이야기할 것이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자주 만나기도 어렵고, 조직화되어 있지 않아 반대하는 세력들을 극복할 만큼의 목소리로 교육감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 혼자 싸워야 한다는 외로움과 답답함의 긴 시간을 인내하며 보내야 한다. 그러나 온갖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신념과 의지만 있다면 필요한 재원이나 구체적인 진행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과감한 조직 장악이다. 교육감은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고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우수한 공무원들을 움직여야 하는데, 학교 교사를 하시던 분이나 교수 생활을 하던 분이 짧은 시간 내에 그렇게 행정 능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개혁 대상들은 아는 분들이나, 앞으로도 같이 일해야 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 달리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인간적으로도 쉽지 않다. 

진보 교육감들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 동안은 왜 그리 눈에 띄는 개혁 작업을 하지 못하였는지 냉정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실제로 교육감이 되어도 외부에서 데리고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은 정책보좌관 한 명과 교육연구정보원장 정도에 불과하다. 과감하게 외부의 도움을 받거나, 뜻을 같이하는 분들을 조직적으로 배치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정책 보좌관이나 자문관 제도를 충분히 활용해 이 분들과 협의한 후 교육감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힘을 실어주고, 교육청 밖 세력들의 목소리를 합법적 방법을 통해 반영해야 한다.

교사 출신 중에서 개혁적인 분들을 장학사로 발탁해서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배치하고 교육감의 뜻이 현장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챙길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외부의 뜻이 맞는 분들을 영입해 자문위원 등으로 같이 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가장 보수적인 기관 중의 하나인 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까지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안 된다'거나 '못 한다'는 공무원을 해고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다'거나 '하겠다'는 분들을 찾아 일을 맡기는 것은 시민들이 교육감에게 준 인사 권한을 활용하는 것이므로 합법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셋째, 적극적으로 학부모들과 지역사회 주민들의 동의와 협력을 얻어야 한다. 교육청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뉴스거리가 아니다. 진보적인 언론조차 지속적으로 관심을 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필요하다면 팟캐스트에 출연하거나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매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교육감들이 한국교육방송(EBS) 등에 요청해서 현장의 소식과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본인이 직접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고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공무원들에게 둘러싸이게 되고, 결국 아무 것도 못하고 4년이 금방 흘러갈 것이다.

우리는 지금 변화하는 세계의 중심, 새롭게 시작되는 역사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대통령이 올바른 방향을 잡고 국정을 잘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필요한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내는 것이 같이 진행돼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해진다. 교육부총리가 개혁을 상징하는 분으로 있을 때, 전국적으로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지금, 촛불혁명으로 모아진 국민의 열망과 에너지가 여전히 용솟음치고 있는 이 시간이 교육 개혁을 이룰 절호의 기회다.  

 

mendrami@pressian.com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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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윤종원·일자리 정태호·시민사회 이용선…靑수석 교체인사

靑경제관련 수석 동시 교체…사실상 문책인사, 민생경제·일자리 드라이브 의지
1부속비서관 조한기·정무비서관 송인배·의전비서관 김종천 

 

윤종원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
윤종원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을 경질하고 후임에 윤종원(58)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임명했다. 반장식 일자리수석도 정태호(55) 정책기획비서관으로 교체인사를 단행했다.

또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을 시민사회 출신인 이용선(60) 더불어민주당 양천을 지역위원장으로 교체 임명했다. 사회혁신수석은 시민사회수석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런 내용의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 2기 인선을 발표했다.

 

정태호 청와대 신임 일자리수석
정태호 청와대 신임 일자리수석

청와대 수석급 인사 교체는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유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사퇴한 작년 11월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 관련 수석비서관을 동시에 교체한 것은 취임 이후 지속해서 제기돼 온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을 수용한 문책성 인사이자 향후 이 부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경남 밀양 출신인 윤 신임 경제수석은 행정고시 27회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정 신임 일자리수석은 경남 사천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대변인, 정책조정·기획조정비서관을 거쳐 민주통합당 정책위 부의장을 지냈다. 현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기획비서관이었다가 이번에 승진 임명됐다.

전남 순천 출신의 이 신임 시민사회수석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실장을 지낸 뒤 민주통합당 공동대표와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용선 청와대 신임 시민사회수석
이용선 청와대 신임 시민사회수석

 

아울러 문 대통령은 1부속비서관에 조한기 현 청와대 의전비서관, 정무비서관에 송인배 현 1부속비서관을 앉히는 교체인사를 단행하고, 의전비서관에 김종천 현 대통령 비서실장 선임행정관을 승진 임명했다.

honeyb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6/26 10: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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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리 건너면 아는 판사들...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필요"

[현장] 사법농단 사태로 비춰본 사법개혁방안 긴급토론회

18.06.25 19:57l최종 업데이트 18.06.25 19:57l

 

"양승태 대법원 철저 수사하라"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강정-밀양 공동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앞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 강정마을 대책위 주민과, 송전탑저지 경남 밀양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양승태 대법원 철저 수사하라"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강정-밀양 공동기자회견’이 지난 8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앞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 강정마을 대책위 주민과, 송전탑저지 경남 밀양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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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사태의 신속하고 공정한 해결을 위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갑)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사태로 비춰본 사법개혁방안 긴급토론회'에서 이 같이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박 의원은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대법관들이 일치단결해 '재판 거래는 없었다'라고 입장을 낸 이상 법원이 이 사건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라면서 "독립된 재판부를 구성해 수사 과정에서의 영장 발부와 기소 이후 사건 진행을 맡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거점법관 고르게 퍼져 있어... 재판 잘 될지 의문" 

 

박주민 의원은 또 "진상 규명에 반대한 고위 법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를 거쳐 간 고위 법관, 법원행정처의 손발이 되어 동료 법관을 사찰했지만 신원이 드러나지 않은 거점법관이 1·2심 법원에 고르게 퍼져 있다"라면서 "이런 상태에서는 재판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라고 부연했다.

박 의원은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안했다. "시민사회의 추천을 받아 재판부를 구성하거나, 시민사회의 추천을 받은 추천위원회가 법원과 논의해 재판부를 구성"하는 안이다. 그는 "모두 입법 조치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의회가 이런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자리에 패널로 참석한 오지원 변호사(법무법인 나란)도 이 사건을 일반 판사들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인 오 변호사는 "판사들은 보통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로,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내부의 여러 관계가 있다"라면서 "법관 제척·기피 제도가 있으나 이 사건은 해당 사유가 딱 떨어지지 않아 아예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다고 못 박는 방법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특히 국민참여재판이 필요한 이유로 "이후 진행과정을 국민들이 견제한다는 의미와 항소심과 대법원도 (국민참여재판의 결과를) 존중하는 관례"를 들었다. 다만 그는 "일반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신청을 요하므로 신청과 무관하게 진행 가능한 특별법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거래 의혹'이 제기된 재판 당사자에게 재심 청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 변호사는 "재판 거래 의혹은 기존 법률에서 예정하지 못한 유형의 재심사유"라면서 "현안말씀자료, 상고법원 문건 등으로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특정하고, 수사 결과 법원행정처 기조실이 작성한 보고서가 담당 재판부 구성원에 전달된 정황이 발견되면 재심청구권을 인정하며 소송비용 일체를 국가가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심을 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합리적으로 타당한 결론이 나올지, 만약 재판 거래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 과연 당사자들이 순순히 수궁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사건의 주체인 경우 피해회복과 신뢰유지를 위한 후속조치를 할 수는 있지만, 정리해고 등 사인이 주체인 경우에는 온전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다"라고 설명했다.

"양승태가 제청한 대법관들, 양심 있다면 물러나야"
 

큰사진보기'국정원 댓글사건' 재상고심 선고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4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재상고심 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해 착석해 있다.
▲ '국정원 댓글사건' 재상고심 선고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4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재상고심 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해 착석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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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문건을 작성한 법관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사법농단에) 적극 협력한 법관들이 피해자로 전락하고 만다"라면서 "이 역시 정의에 반하는 결과로 이들을 제대로 응징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탄핵소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임명된 대법관들이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양승태 대법원' 대법관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미 전임 법원행정처장은 고발된 상태"라면서 "최고 법원의 대법관이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사법부 권위에 치명적 타격이자 향후 사건이 대법원에 상고되는 경우 심리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이어 "재판 거래 의혹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들 대법관이 계속 재직하는 것은 대법원 신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면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사퇴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동시에 김명수 대법원장과 그의 제청으로 임명된 대법관들에게는 "과거와는 결별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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