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역사에 묻힌 ‘민족대표 33인’

역사에 묻힌 ‘민족대표 33인’
 
 
 
정운현 | 2018-09-11 13:35:3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919년 4월 11일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근원이다. 임시정부는 그에 앞서 3월 1일 거족적으로 일어난 3.1혁명의 결과로 태어났다. 그리고 임시정부의 모태 격인 3.1혁명은 ‘민족대표 33인’이 서명한 ‘독립선언서’로 만세시위의 깃발이 올랐다. 만약 그때 민족대표 33인이 서명한 독립선언서가 나오지 않았다면 3.1혁명 거사는 제대로 성사되고 또 확산됐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33인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세월 속에 잊혀 기억의 저편으로 묻힌 탓이다.

1918년 말 제1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릴 무렵 윌슨 미국 대통령은 민족자결주의를 제창하였다. 이는 식민지배에서 신음하던 약소국들에게는 마치 복음과도 같았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외 민족진영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독립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국내에서는 기독교, 천도교 등 종교집단이 그 중심에 서 있었다. 1910년 한일병탄과 함께 무단통치가 시작되면서 국내에는 여타 항일단체는 씨가 말라 있었다. 민족대표 33인이 종교인들로만 구성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민족대표들이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인사동 태화관에 모여 독립선언식을 하는 모습(기록화)

모의 초기단계인 1월 20일 천도교 지도부는 독립운동 3원칙으로 ‘대중화·일원화·비폭력’으로 정했다. 대중화를 위해 구한국 정부의 대신 등 명망 있는 원로들을 영입하기로 하였다. 윤용구, 한규설, 박영효, 윤치호 등을 접촉하였는데 하나 같이 때가 좋지 않다거나 병을 핑계로 참여를 거부하였다. 이에 최린은 “독립운동의 신성한 제전에 늙은 소보다 어린 양이 좋다”는 말로 자위하고는 자신들이 앞장서기로 했다.

의암 손병희가 이끈 천도교는 교세와 재정이 탄탄했다. 그의 주변에는 권동진, 이종일, 오세창, 최린 등 재사(才士)들도 많았다. 장로교와 감리교가 쌍벽을 이룬 기독교 진영의 교세 역시 만만찮았다. 손병희는 당시 기독교계에서 신망이 높던 평북 정주의 남강 이승훈을 통해 연대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교리 문제로 이견이 없지 않았지만 결국 조선독립이라는 대의 앞에서 합의를 이뤄냈다. 양측이 연대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장로교와 감리교를 아우른 이승훈의 신망과 노력이 큰 몫을 했다.

민족대표 33인은 기독교 16인(장로교 7, 감리교 9), 천도교 15인, 불교 2인(백용성, 한용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의도적으로 종교인만을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당시 국내에 남은 조직적인 세력은 종교단체와 학교뿐이었다. 유림과도 접촉을 시도했지만 시간이 촉박한데다 일제의 삼엄한 감시 때문에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3.1독립선언에 연루돼 재판을 받은 사람은 총 48인이다. 33인 이외에도 학생대표들, 후사를 위해서 빠진 이상재, 함태영 등도 포함돼 있었다.

민족대표 33인이 서명한 기미년 ‘3.1독립선언서’. 왼쪽 끝에 서명자 33명의 명단이 보인다.

총독부의 서슬이 시퍼렇던 그 시절 독립선언서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해야만 했다. 실제로 총독부는 예심에서 민족대표에게 내란죄를 적용해 죽일 작정도 했다. 그러나 제2의 3.1혁명을 우려하여 보안법 및 출판법 위반을 적용하였다. 거사 직후 상해로 망명한 김병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징역 2~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독립선언서에 이름 석 자 올린 ‘죗값’을 톡톡히 치른 셈이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민족대표 33인의 이름 석 자는 낯설다. 천도교 산하 출판사 보성사의 사장으로 독립선언서 인쇄책임을 맡았던 이종일이 해방 후에 영양실조로 굶어죽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감리교 목사 출신의 신석구가 해방 후 북한에서 공산정권과 맞서다 평양 교외 강변에서 총살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박동완은 3.1혁명 이후 한복을 입었으나 바지에 대님을 매지 않았으며, 평소 시계를 30분 늦춰 놓았다. 일제가 정한 표준시각에 맞춰 살지 않겠다는 신념의 표시였다.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정춘수, 최린, 박희도 등 3인은 일제말기에 변절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30인은 끝까지 지조와 절개를 지켰다. 그럼에도 저명인사 몇 사람을 빼고는 대다수가 제대로 조명조차 받지 못했다. 만약 33인이 서명하지 않았다면 3.1독립선언서는 한낱 유인물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가 민족대표 33인을 기억하고 재평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23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농민단체들 “문 정부, 반농업정책 근본 혁신하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9/12 07:48
  • 수정일
    2018/09/12 07: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국회 앞서 ‘백남기 정신 계승, 문재인 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 개최
▲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옆 도로에서 농민의길과 (사)전국쌀생산자협회가 ‘백남기 정신 계승, 문재인 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를 열어 쌀값 인상 등을 촉구했다.

농민단체들이 11일 문재인 정부에게 쌀밥 한 공기 300원 보장 등 근본적인 농정개혁을 촉구했다.

농민의길과 (사)전국쌀생산자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백남기 정신 계승, 문재인 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를 열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대통령은 농업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고 농업관료들은 스스로 농업적폐 인줄 모르며 새로 임명된 장관은 농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대회 결의문에서 “지난 13년간 쌀 목표 가격은 고작 10.6% 인상되었다. 2017년 수확기 산지 가격은 1997년 가격과 같다”면서 “정권이 네 번 바뀌는 동안 농민은 밥 한 공기 200원으로 버텼다. 이제 밥 한 공기 쌀값을 300원 하자는 거다. 이게 무리한 요구인가”고 따졌다. 현재 쌀 가격은 18만8000원(80㎏ 기준)이다. 이는 1㎏당 2000원 수준인데 농민단체들은 1㎏당 3000원으로 인상(80㎏ 기준 24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어 “25만 하우스 재배 농가는 지난 3년간, 가격 하락으로 생산비를 건지지 못했다. 그런데 정부는 농민의 동의도 없이 스마트 팜 밸리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이것은 누구는 살리고 누구는 죽이는 정책이 아니라 다 같이 죽이는 떼 죽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회에서 ▲스마트 팜 밸리 사업 전면 폐기 ▲대북제재 철회와 남북 쌀 교류 실시 ▲농업예산 삭감계획 철회 ▲GMO 완전표시제 실시 등도 요구했다.

‘백남기 정신 계승, 문재인 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 결의문

2003년 9월, 이경해 열사는 멕시코에서 경찰의 저지선 앞에 섰다. ‘WTO가 농민을 죽인다’

2015년 11월, 백남기 농민은 박근혜의 차벽 앞에 섰다. ‘농민도 사람이다. 밥 쌀 수입 반대한다’

2018년 9월, 한국농민은 다시 아스팔트 위에 섰다.

‘농민의 삶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이게 나라냐?’

촛불 항쟁과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새로운 봄이 왔지만 농민의 삶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수입개방 정책은 지속되고, 농산물 가격은 반복해서 폭락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식량주권을 포기했으며 농지투기로 농민은 땅을 지킬 수도 얻을 수도 없다.

대기업 농업 진출은 간판을 갈아 단 채 지속되고 있으며, 쌀부터 통일하자라는 농민의 염원은 미국의 반대에 막혀있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대통령은 농업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고 농업관료들은 스스로 농업적폐 인줄 모르며 새로 임명된 장관은 농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있다.

지난 13년간 쌀 목표 가격은 고작 10.6% 인상되었다. 2017년 수확기 산지 가격은 1997년 가격과 같다. 정권이 네 번 바뀌는 동안 농민은 밥 한 공기 200원으로 버텼다. 이제 밥 한 공기 쌀값을 300원 하자는 거다. 이게 무리한 요구인가.

25만 하우스 재배 농가는 지난 3년간, 가격 하락으로 생산비를 건지지 못했다. 근데 정부는 농민의 동의도 없이 스마트 팜 밸리 사업을 밀어 붙이고 있다. 이건 누구는 살리고 누구는 죽이는 정책이 아니라 다 같이 죽이는 떼 죽임 정책이다.

전쟁은 끝났다. 종전선언 하면 되고 평화적으로 살면 된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누가 막는가. 미국이다. 대북제재의 빗장을 풀지 않으면 판문점 선언 이행도, 통일농업 실현도 없다.

해마다 농업예산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변동직불금 예산 편성액을 감안하면 2019년 농식품부 소관 예산은 실제 3% 삭감되었다. 평화의 시대에 국방예산 역대 최고치 인상, 통일의 시대에 농업 예산 비중 역대 최저치 편성, 이건 누가 봐도 웃기는 일이다.

유전자 조작 곡물 수입 세계 1위, 유전자 조작 식품 수입 세계 1위, GMO 완전 표시제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봇물처럼 터져도 정부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국민건강권과 식품정보 알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농정을 근본적으로 개조할 것을 결의하며 다음과 같이 외치자.

1. 백남기 정신 계승하여 밥 한공기 300원 쟁취하자

1. 스마트 팜 밸리 사업 전면 폐기하라

1. 대북제재 철회하고 남북 쌀 교류 실시하라

1. 농업예산 삭감 계획 철회하라

1. GMO완전 표시제 실시하라

1. 문재인 정부 반농업 정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라

우리는 9월에 일어섰다.

12월, 밥 한 공기 300원, 통일 농업실현의 운명이 우리 손에 달려있다.

가자 승리를 향해, 시동을 걸자.

2018년 9월11일

백남기 정신 계승, 문재인 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 참가자 일동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결과 반목의 때를 벗지 못한 ‘국방개혁 2.0’

대결과 반목의 때를 벗지 못한 ‘국방개혁 2.0’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기사입력: 2018/09/11 [22:53]  최종편집: ⓒ 자주시보
 
 

 

지난 7월 27일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기본 방향과 주요 과제를 공개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비전과 목표로 ‘평화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뒷받침하는 “강한군대”, “책임국방” 구현’을 들었다.

국방개혁 2.0은 병 복무 보상 확대, 군 의료시설 개편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그러나 정작 군의 본래 목적인 ‘평화 수호’와 관련해선 종전선언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도 여전히 낡은 때를 벗지 못하고 있다.

변함없는 북한 선제공격 및 점령 계획

‘국방개혁 2.0’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4월에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대치된다는 점이다.

우선, ‘국방개혁 2.0’은 입체기동작전을 추진한다.

중앙일보는 7월 27일 자 기사 “유사시 한국군 단독으로 북 지휘부 점령 계획”에서 입체 기동 작전은 한국군 단독으로 2주 안에 평양 등 북한 지휘부를 점령하겠다는 작전이며, 2개 여단 규모의 공수부대가 평양으로 신속히 이동하는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육군과 공군이 보유한 헬기와 수송기가 총동원되며, 해병대가 북한 지역 깊숙이 상륙한 뒤 내륙으로 진격하고, 기계화 부대가 쾌속 전진을 해 공수부대와 합류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입체기동작전’이 지나치게 공격적이어서 미국마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이 연합사령부를 대체할 미래사령부 구성안 합의에 실패한 배경에는 입체 기동 작전을 고집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에 부담을 느낀 미국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에서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축한다. 한국형 3축 체계는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 <대량응징보복(KMPR)>이다.

킬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도발 원점을 30분 안에 선제타격한다는 것으로, 상대방의 행위에 앞서서 공격하겠다는 매우 호전적인 전략이다. 대량응징보복은 이명박 정권이 발표한 내용으로 북의 미사일과 전담 특수작전부대 등을 운용하여 북한 지휘부를 공격하겠다는 작전이다.

또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는 사실상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에 편입하겠다는 것이다. 교전국의 미사일을 완전히 방어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MD는 국방비를 무한히 요구하며 군비경쟁을 가속하는 결과를 낳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선언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판문점선언 2조)’해 나가자며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판문점선언 2조 1항)’하고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때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판문점선언 3조 1항)’하기로 합의하였다.

‘국방개혁 2.0’은 전반적으로 북한에 대해 매우 적대적일 뿐 아니라 먼저 공격을 하겠다는 계획으로, ‘일체 적대행위 전면 중지’, ‘상호 불가침’을 합의한 판문점선언에 어긋난다.

냉전을 방불케 하는 군비확장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소요재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국방부가 발표한 소요재원은 향후 5년 동안 270.7조 원이다.

270조 원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방비를 연평균 7.5%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2019년 8.2%를 증액할 계획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판문점선언 3조 2항)”하기로 합의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이다. 정부가 ‘국방계획 2.0’에 따라 대규모 국방비 증액을 추진한다면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군축’은 아예 이행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국방계획 2.0’은 과거 적폐 정권에 비해서도 국방비를 매우 큰 폭으로 증액시키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은 평균 5.2% 국방예산을 증가시켰고, 박근혜 정권은 평균 4.1% 증액한 바 있다.

국방예산을 큰 폭으로 증액하지 않아도 이미 한국의 국방비는 매우 높다. 2016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방비는 1인당 663달러로 미국, 영국, 프랑스에 이어 4번째로 높고, GDP 대비 국방비율 2.41%로 러시아, 미국에 이어 3번째로 높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분단을 명분으로 국방비를 과도하게 책정하여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는 판문점선언으로 남과 북이 평화와 번영, 자주통일을 실현해나감에 따라 마땅히 비정상적으로 비대한 국방비를 점차 낮춤으로써 정상화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거꾸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맹목적인 군비 확장은 청산해야 할 국방 적폐

국방을 개혁하자는 ‘국방개혁 2.0’에 숱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묻지마식’으로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태도 때문이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국방비를 증액해야 하는 이유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진전에 대한 높은 열망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안보상황 변화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북한의 현존 위협은 물론 잠재위협과 비군사 위협 등 다변화된 군사 위협과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 주도의 전방위 안보위협 대응 능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위협이 실존한다면서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맹목적으로 따르면 무한정한 군비 확장을 초래하게 된다.

오히려 단순 비교를 하자면, 2014년 한국의 군사비는 373억 달러인 데 비해 미 국무부가 추정한 북한의 2014년 군사비는 42억 달러이다. 추정치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북한에 비해 거의 9배가 넘는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비대칭 전력은 논외로 하더라도 국방비를 따져보면 한국은 군사력에서 이미 북한을 압도하고 있어야 정상인 상황이다.

‘국방개혁 2.0’에 명시된 ‘잠재 위협’도 무엇이 ‘잠재 위협’인지 명확하지 않다. 또한, ‘비군사 위협’에 대해 ‘군비 확장’으로 대응하겠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국방부는 ‘비군사적 위협’이 무엇인지에 대해 <2016 국방백서>에서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행위, 사이버 공격 위협, 신종 감염병,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재난 등을 들었다.

감염병과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와 재난이 군사 계획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으며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 군사 대응을 하겠다는 것인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즉, 국방부는 국방 예산 확대를 위해 억지를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방개혁은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에 부합해야 한다

국방부는 ‘국방계혁 2.0’ 기본 방향과 주요 과제를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전략 기조는 ‘힘을 통한 평화’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말한 ‘힘을 통한 평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주창한 것이며 작년 11월 8일 한국 국회에서 연설을 통해 강조한 바 있다.

‘힘을 통한 평화’는 국방부가 미국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쓴 표현이며, 내용에 있어서 북한을 힘으로 굴복시켜야 평화가 온다는 발상이다. 평화 전략이라기보다는 적대 전략이며, 대화가 아니라 대결을 추구하는 안보관이다.

우리는 판문점선언 대로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해나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선언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해소하는 것은 민족의 운명과 관련되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며 우리 겨레의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보장하기 위한 관건적인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기 위해 남과 북은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으며, 비무장 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고,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가기로 했다. 또한, 남과 북은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는 데 따라 군축을 실현하기로 했다.

진정 국방 개혁을 원한다면 북한의 위협을 핑계 삼는 군비 확장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선언에 부합하게 남북 적대행위 중지와 평화통일, 군축의 실현에 따른 국방 정상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잃어버린 파라다이스가 된 '꿈의 섬' 하와이

[해외리포트] 살인적인 물가와 한정된 일자리... 서울의 10배 넘는 노숙인들

18.09.11 18:14l최종 업데이트 18.09.11 18:42l

 

 하와이 호놀룰루시 도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노숙인.
▲  하와이 호놀룰루시 도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노숙인.
ⓒ 임지연

관련사진보기


지난 8월 어느 일요일 오전 10시,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에 소재한 세계 최고의 해변 '와이키키'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객들로 붐볐다. 나무 그늘에는 저마다 돗자리를 펴고 휴식을 취하는 여행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해외 유명 호텔들이 밀집한 해변 근처부터 대형 쇼핑몰 '알라모아나(Alamoana)' 인근까지 길게 이어지는 백사장에는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주말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그런데 그 한켠에 검은 쓰레기통 속으로 상체를 반쯤 숙이고 무언가를 찾는 데 열중하고 있는 노숙인 남성이 눈에 띄었다. 그의 존재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와 열 걸음쯤 뒤에 비치된 또 다른 쓰레기통 옆에서도 앞서 눈에 띈 노숙인과 비슷한 행색의 남성이 쓰레기통을 뒤적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이 찾고 있는 것은 여행자들이 먹고 남긴 음식물이나 음료, 그들이 사용하고 버린 옷가지나 신발 등이다. 그들은 주로 쓸 만하다고 판단되는 물건을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아서 이미 터질 듯해 보이는 가방을 끌고 해변 이곳저곳을 헤매거나, 인근 대형 마트에서 제공하는 커다란 카트를 밀며 도심을 방황했다.

 

노숙인들이 있던 자리에는 어김없이 악취가 풍겼는데, 여행객들 누구도 그들에게 옆을 내어주지 않았다. 

꿈의 섬으로 알려진 하와이섬의 현재 모습이다. 

부동산과 물가는 폭등... 임금은 제자리 

하와이는 총 8곳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태평양 중심에 자리한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 도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는 그 가운데 오하우(ohau) 섬에 소재한 와이키키 해변 인근이다.

해외 언론과 여행사 홍보에 의해 알려진 하와이의 모습 역시 이곳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이 담아간 하와이의 모습은 하얀 백사장 와이키키 해변, 365일 평균 24도의 온화한 기후를 가진 살기 좋은 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와이 도심에 자리한 대형 주택가 모습. 월평균 3000달러 이상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  하와이 도심에 자리한 대형 주택가 모습. 월평균 3000달러 이상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 임지연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필자가 직접 목격한 '지상 낙원' 하와이의 이면에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물가로 인해 고통받는 현지인들과 매년 치솟는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거리로 내몰리는 노숙인이 있다. 하와이의 노숙인 문제는 매우 심각한데, 지난해 12월 기준 하와이 인구 1만 명 당 노숙인 수는 50명에 달한다(2016년 기준 서울은 인구 1만 명 당 노숙인 수가 3.61명).

지난 2014년 영국의 유력 언론 <더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하와이 거주 현지인들은 자신들이 벌어들이는 총수입의 약 30~40%를 월세 비용으로 지출해야 할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는 지난 2001년 4인 가족 기준 총수입의 약 10~13%만을 월세에 지출했던 것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곳에서 와이키키로 대변되는 해변가 인근의 관광지를 제외하고, 현지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는 마키키(makiki)와 카이무키(kamuki) 등이 꼽힌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운타운까지 이동할 수 있고, 인근에 대형 마트가 있어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탓이다.

주로 학생이나 중산층, 저소득층이 각각의 구획된 구역에 나뉘어 사는 이곳의 평균 월세 비용은 1500~2500달러(한화 168만~280만 원) 수준이다. 이 역시 완공된 지 40년이 넘은 오래된 주택의 얘기다. 건축한 지 10년 이하, 10층 이상의 비교적 고층 건물의 경우에는 방 1개, 부엌 1개, 화장실 1개 등을 갖춘 시설의 월평균 임대료는 3000달러(한화 336만 원)를 쉽게 넘는다.

와이키키 해변 인근이나 알라모아나 쇼핑몰 근처에도 최근 대형 빌딩과 거주지가 형성됐다. 이 지역의 임대료는 스튜디오 형식의 원룸이 월평균 4000달러(한화 448만 원)를 넘는 수준이다.
 
 하와이 도심의 고급 주택 입구.
▲  하와이 도심의 고급 주택 입구.
ⓒ 임지연

관련사진보기


반면, 현지 최저임금 수준은 몇 년째 큰 변동 없이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해 9.25달러에서 올해 10.1달러로 소폭 상승했으나, 높은 물가 수준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와이는 지난 2015년 7.25달러에서 이듬해 8.50달러 등으로 최근 4년 동안 5차례(2015년 두 차례 상승)에 걸쳐 최저임금을 상승시킨 바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일주일 평균 116시간을 일해야만 원룸 월세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 비용과 물가 상승이 살인적이다.

하와이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든 섬이 됐을까? 섬이라는 제한적인 자연환경 탓에 하와이 현지에 제조업 등 산업 기반이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관광업 이외에는 뚜렷한 산업이 없는 이곳 특성상, 청년들의 일자리는 오직 하와이를 찾아오는 여행객과 관련한 관광업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와이의 관광업은 호텔, 여행 가이드, 요식업 등 상당수 일자리가 단순 업무를 다루는 것에 그친다. 기술이나 경력 등이 없어도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하와이 현지 임금 수준은 높아질 수 없다고 현지인들은 입을 모은다.

문제는 소비재 대부분을 미국 본토에서 주문해 사용하는 탓에 현지 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지 언론 <뉴스나우>에 따르면, 미국에서 뉴욕 맨해튼 다음으로 물가가 높은 지역으로 하와이 호놀룰루가 꼽혔으며, 3위는 하와이의 또 다른 섬 '빅 아일랜드'였다.

갈 곳 없는 노숙인들, 해변 대신 거주 지역으로
 
 하와이 도심 거리 곳곳에서 거주하는 노숙인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호놀룰루 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노숙인들이 사용하고 남은 쓰레기.
▲  하와이 도심 거리 곳곳에서 거주하는 노숙인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호놀룰루 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노숙인들이 사용하고 남은 쓰레기.
ⓒ 임지연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하와이 주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하와이 미관 사업을 위해 노숙인들이 해변 또는 공항 인근에서 취침을 할 수 없게 하는 법규를 신설했다. <뉴스나우>는 해당 법규에 대해 "정부가 하와이를 찾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노숙인이 많은 곳이라는 첫 인상을 심어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새벽 2시부터 5시까지 노숙인들은 해변에 들어갈 수 없으며, 이곳에서 눕거나 앉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공항도 마찬가지다. 공항 인근에서 취침하는 노숙인은 관리인에 의해 즉각 건물 밖으로 퇴출 당한다. 이를 어긴 자에 대해서는 1000달러의 벌금 또는 30일 이상의 구류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도심에서 자동차를 거주지로 사용하거나, 텐트 등을 이용해 캠핑을 하는 경우도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법규가 시행된 후 노숙인들이 와이키키 해변 대신 현지인들의 주로 거주하는 마키키, 카이무키, 다운타운, 차이나타운 등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지 거주민의 거처로 이동한 노숙인들은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구걸을 하거나, 아파트 공터 또는 주차장, 상점 앞, 보행자 도로 등에 무단 취식하며 살고 있다. 

이러한 노숙인에 의한 도난, '묻지마 폭행'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현지 주 정부는 올 초 일명 '하우징 퍼스트 스텝'이라고 불리는 노숙인 쉼터를 건설하는 데 3조 5천억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주택 사업의 최우선 입주자는 다운타운에 거처를 둔 노숙인 100여 명이라고 덧붙였다. 또, 약 55조원을 추가 투자해 이른바 '홈리스 하우징(homeless housing)' 사업을 펼치겠다고 알렸다.

다만, 사업 실시 기한에 대해서는 '오는 몇 년 이내에는 자금 확보 문제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지에서는 주 정부의 현실성 없는 대안과 현지 주민이 아닌 여행자만을 겨냥한 보여주기식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잃어버린 파라다이스

이 같은 주 정부의 무관심과 날로 치솟는 물가, 부동산 가격 탓에 하와이를 최고의 이민 지역으로 손꼽던 외국인들도 하나둘씩 현지를 떠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 향씨(식료품점 운영, 하와이 거주 4년)는 "자녀 교육을 위해 하와이를 찾았지만, 근로자들은 낮은 임금과 높은 물가에 고통받고, 작은 가게라도 경영하는 사업자들은 높은 원가 비용 탓에 생활이 어려운 지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 하와이 이민을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예전처럼 당장 와서 시도해 보라고 권하기 어려운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인들 중에 이미 하와이에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간 역이민자들의 사례도 상당히 많다, 우리들끼리는 이곳을 일컬어 '잃어버린 파라다이스'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들어라, 문재인 정부여’

[김민아 칼럼]‘들어라, 문재인 정부여’

김민아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잘하고 있다’(49%)와 ‘잘못하고 있다’(42%)의 격차는 한 자릿수(7%)로 좁혀졌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동산 폭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 2년차에 70%를 웃도는 지지율이 이례적이었던 측면도 있다. 잠시, 한 걸음, 멈춰 서서 돌아볼 때다.

[김민아 칼럼]‘들어라, 문재인 정부여’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정치분석가인 토머스 프랭크는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낸 저서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원제 Listen, Liberal·들어라, 진보주의자들이여)에서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집권기 민주당이 최대 이슈인 불평등 문제를 뒷전으로 미뤘다고 지적했다. 동성결혼 합법화 같은 문화적 쟁점에는 거리낌이 없지만, 경제민주주의에만 직면하면 행동을 멈춘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화를 기대했으나 “다시 포식자들이 설치기 시작했고 거의 모든 것이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고 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은 깨어나야 한다. 트럼프가 클린턴의 ‘집토끼’들을 훔쳐가고 있다”며 민주당의 패배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한국 현실과 닮은, 이 책의 문장들을 소개한다. 

“불평등이란, 당신이 아등바등 살고 있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떵떵거리고 살고 있다는 뜻이다.” ‘당신’은 한국에도 있다. 집값 폭등을 넋놓고 바라보는 대다수가 해당한다. ‘다른 누군가’는 사들이고 되팔고 사들이는 투기꾼, 임대료를 서너배씩 올려달라는 ‘갓(god)물주’다.

“그들(민주당 지도자들)은 불평등이 만연해 있고 끔찍한 문제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 필요한 일을 벌일 만큼 확신이나 상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한국의 집권세력으로 바꿔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기대를 저버리고 역사적 방향 전환을 공식 포기한 순간을 특정할 수 있다. 대통령이 (금융위기 주범인) 월스트리트 최고경영자들을 만났을 때다.” 비슷한 풍경을 떠올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문 대통령은 인도 순방 중이던 지난 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풀려나 상고심을 앞둔 터다. 

“2009년의 상황은 대담함과 상상력을 요구했지만 모든 문제들이 임시방편으로 수습되었을 뿐이다.” 지난 7월 정부는 시가 17억원 아파트(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연 5만원’ 늘리겠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최고치인 171.6까지 치솟았다. 매수우위지수는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을 때 높아진다. 

“민주당원과 엘리트와 금권정치가를 벤다이어그램으로 그리면 교차하는 공간은 (고급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 섬이 될 것이다.” 한국판 마서스비니어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강남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송파구)이 아파트를 보유한 ‘서울 강남’ 아닐까. 장 실장은 그럼에도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아야 될 이유가 없다.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2년마다 공화당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유권자들을 자신들의 깃발 아래로 결집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민주당도 내심 ‘유권자가 설마 자유한국당으로 가겠느냐’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가장 매력적인 문장은 이것이다. “경제는 생태계가 아니다. 경제 규칙을 만드는 것도 인간이다. 경제는 정치적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우리 입맛에 맞추어 경제라는 밥상을 차릴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정치의 힘, 시민의 힘을 믿어야 한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을 때 실현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구성되고 북한에서 김영남·김여정이 왔다. 만약 문 대통령이 국내 보수진영이나 미국 ‘전문가’들 눈치를 보며 ‘북측이 미사일 쏘면 남측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여는’ 관행만 답습했다면 남북 정상에 이어 북·미 정상까지 마주앉는 역사의 진전은 없었을 것이다. 왜 그런 담대함이 경제에선 발휘되지 않는가. 소득주도성장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세력 앞에 규제완화를 선물한다고 그들이 물러설 리 없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보유세의 획기적 강화라는 근본 대책을 내놔야 한다. 정부는 시민 모두에게 봉사해야 하지만, 우선순위는 있다. 먼저 누구를 위한 ‘굿 캅(좋은 경찰)’이 될지 선택해야 한다. 답은 자명하다. 부유층보다 중산층·서민,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보다 1주택자·세입자, 서울보다 지역, 강남보다 비강남이다. 방향과 원칙을 갖고 뚜벅뚜벅 걸어가면 지지율은 돌아온다. 

관련연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친 집값', 필요한 건 종합대책 아닌 단일대책!

[기고] 다주택자 담보대출 규제라도 제대로 하라
 
 
 
 
 
2018.09.11 08:48:45

 

 

 

정부여당이 부동산 가격을 잡을까, 그 반대일까? 

정국이 단순 명쾌하게 정리되어 가는 모습이다. 정부여당이 부동산 가격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부동산 가격이 정부여당을 잡을 것인가?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그 동안 여러 차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는 잠잠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세력을 키워 이제는 정부여당의 운명에 칼을 겨누는 형국에 이르렀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집 없는 서민, 앞으로 결혼하고 집을 마련해야할 젊은 세대, 상가 임대료를 올려줘야 할 소상공인 등이 대거 집권여당에 등을 돌렸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단숨에 30%가 떨어졌다. 참여정부 사례를 볼 때,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지방 주민들이 지지대열에서 추가로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의 부동산 대책은 방향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내놓는 방안들은 좌충우돌이다. 심한 경우는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과 거꾸로 가는 정책을 당이 태연하게 내놓기도 한다. 예컨대, 임대사업자 지원제도와 다주택자 중과세제는 서로 모순되는 정책이다. 다주택 보유를 한쪽은 장려, 확대하자는 정책이고 다른 쪽은 억제하자는 정책이다. 정부여당은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자는 것인가 확대하자는 것인가?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또 다른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종합대책"이라는 용어 자체에서 이미 짚이는 바가 있기는 하다. 관료 사회에서 종합대책이라는 용어는 보통 알맹이가 없다는 사실의 다른 표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세제, 금융, 청약제도, 주택공급, 불법행위 엄정단속 등을 망라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앞으로 발표할 정부 종합대책이 실제로 정말 내용이 없고, 그리하여 또 다시 부동산 상승세가 나타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발표하더라도 국민들이 다시는 믿지 않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다주택자 담보대출 규제가 핵심  

현재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은 실물 부문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투기 부문을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는 1117조 원의 화폐형태 자본이다. 이 돈이, 주식시장으로 따지자면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를 만들면서, 부동산 가격을 띄우고 있는 것이다. 최운열 의원이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이 떠돌이 자금을 그대로 두고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을 수단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부동자금의 위력은 지난 7월 한남동의 한 고급 임대아파트 청약에서 엿볼 수 있었는데, 단 하루에 1800명이 7조2000억 원을 동원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렇게 본다면 결국 집값 상승의 책임은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으로 돌아간다. 화폐량과 정책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단위가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이기 때문이다. 화폐량을 시장에 내뱉어 놓은 주체도, 그리고 이를 쓸어 담아야 하는 주체도 금융통화위원회이다. 그런데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구성은 금융자본가, 자산가 계급에게 유리한 쪽으로 심각하게 기울어 있다. 현재의 금융통화위원회 구조에서 집값 안정을 바라기는 쉽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중립성을 정치적으로 요구하는 것과 함께 한국은행법을 개정하여 금융통화위원회의 구성을 중립적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시간이 걸리는 과제이고, 사실은 국회가 한국은행법을 개정할 의지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선으로, 행정수단을 동원하여 이 부동자금이 부동산 부문으로 흐르는 것을 틀어막는 대책을 고려할 수 있다. 다주택자들에 대해 추가 담보대출을 막고 기존의 담보대출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만기연장을 중단한다면 이들의 담보대출을 줄여나갈 수 있다.  

다주택자 담보대출 제한은 현행제도 틀 속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정부가 특정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 그 지역에서는 다주택자의 담보대출이 제한된다. 이를 전면화하고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2주택 이상 담보대출 제한은 이미 2006년에 열린우리당이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행정안전부나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2주택 이상 보유자의 담보대출을 제한하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물론 정부는 그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2016년 말 가계대출 통계를 보면 전체 주택담보대출 630조 원 가운데 다주택자들의 담보대출은 200조 원이다. 주택담보대출의 3분의 1 가량은 다주택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만 통제해도 단기적으로는 충분히 투기를 잠재울 수 있다. 대책의 종류가 많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책의 실효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민간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엉터리 

현재의 부동산 투기가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정책이다. 이 임대사업자 지원제도가 현재 투기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흐르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유동성 장세에서 투기를 막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수로를 틀어막는 것인데, 이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거꾸로 수로를 활짝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것이 전월세와 집값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자에 대해서 지방세, 소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해주겠다고 했고 건강보험료 부담도 줄여주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 방안은 단순하게 다주택자의 서류상 등록만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주택 매수를 부추겼다. 임대사업자 등록은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을 받지 않고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는데, 투기 국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혜택이 어디 있겠는가.  

실제로 임대사업자 대출 증가 현상이 두드러졌다.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크게 증가 했고 비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그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증가했다. 정부(주택도시기금)가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해주는 대출도 2016년 4146억 원에서 2017년에는 1조597억 원으로, 그리고 올해에는 상반기만 해도 벌써 1조4439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부도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통해 투기자본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임대사업자의 주택 매수 규모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주택 가격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양팔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고 있을 때는 기우는 쪽에 약간의 무게만 더해도 급격하게 기운다. 현재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제도가 바로 그 약간의 무게 역할을 하고 있다. 투기 국면에서는 시장에 나와 있는 물량을 조금 가두어 두어도 가격을 급등시킬 수 있다. 이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임대사업자들로 하여금 주택 매물을 거둬들이게 하고 추가 매수를 하도록 이끌고 있다.

문제는 임대사업자 지원 제도가 집값을 상승시키고 나아가 전세, 임대료까지 상승시킬 것이 분명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면서 추진했다는 점이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분들은 자금 여유가 있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이 임대사업자 제도를 활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다녔다. 그 분들은 이 제도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몇 명에게만 물어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을 정부만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사모펀드가 임대사업을 지배하는 세상  

주택 임대사업자 지원 제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이와 나란히 박근혜 정부는 2015년에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나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해 조세혜택, 금융지원, 규제완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했다. 이 임대사업 지원제도의 본질은 결국 다주택자들의 주택보유를 늘리자는 것이었는데, 어떤 면에서 보면 이는 박근혜 정부의 성격에 들어맞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아담 스미드는 지대(임대료), 임금, 이윤은 본원적 소득에 속하고 나머지 다른 모든 소득은 이 본원적 소득에서 파생된 형태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지대(임대료)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는 역사적으로 항상 정치의 중심 문제였고, 그러한 사정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농업 지대가 중심이었다면 오늘날에는 도시 건축지대가 중심이라는 점이다.  

과거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은 집에서 발생하는 임대료를 민간이 차지하는 것을 제한하려고 했다. 민간이 임대료를 차지하는 것이 서민의 삶에 불리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리에서 사민주의 정당들은 공공 임대주택의 확대를 주택정책의 핵심으로 삼았다. 이러한 흐름이 1970년대까지 이어지다가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기가 되면 자본이 민간임대주택 시장에 침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박근혜 정부의 민간임대주택사업 지원, 기업형 주택 임대사업 육성 정책은 멀리는 이러한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가장 최근에는 주택 임대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사모펀드가 주택 임대 사업에 진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 곧 사적으로 모집한 펀드란 돈 많은 몇몇이 돈을 모아 금융규제의 제한을 받지 않고 굴리기 위해 만든 펀드를 말한다. 이 사모펀드들이 자회사로 임대주택 관리회사를 만든 다음 대규모로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 이러한 사모펀드들이 미국에서 수천 개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미국의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압류 주택을 시가의 30~40% 가격에 경매로 사들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블랙스톤은 대략 500~1000채를 하나의 자산 패키지 단위로 묶어 관리했는데, 한 지역에서 1만5000채를 사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블랙스톤은 미국의 12개 주요도시에서 3~4만 채의 주택과 아파트를 각각 구입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민간 임대사업자 지원제도와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정책은 이러한 사모펀드 지배 형태로 가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모펀드가 주택 임대사업을 지배하게 되면 사회의 임대료는 사모펀드에 더욱 집중되고 개인의 삶에 대한 금융자본의 지배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현 정부는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을 일시에 확대하기가 어려우니만큼 기존의 민간 임대주택을 인정하고 활용하자는 논리를 내세워, 그리고 유럽 국가들도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민간임대주택 지원을 확대하고 강화했다. 그렇지만 이는 금융자본의 지배력 성장을 도와주는 매우 잘못된 방향이다. 오히려 현 정부는 개인 임대주택사업과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갔어야 했다.  

 

금융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정책 모색하라 

부동산 가격은 이론적으로 보면 임대료를 자본화한 것이다. 무슨 애기냐 하면,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매년 백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고 현재 이자율이 5%라면 이 권리는 2000만 원의 가치가 있다. 다시 말하면 2000만 원을 금융기관에 넣어 놓으면 해마다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가 2.5%로 떨어지면 이 권리는 4000만 원으로 평가된다. 금리가 내려가면 그 권리의 가격은 올라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매년 100만원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이 있고 시장금리가 현재 5%라면 그 부동산 가격은 2000만 원 언저리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 금리는 금융시장에서 형성된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태생적으로 금융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존 정도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기로 접어들면서 훨씬 심해졌다. 그 이유는 금융이 담보대출 형태로 주택과 더 견고하게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주택담보대출이 증권형태로 포장되어 자본시장에서 거래된다면 부동산 가격은 자본시장의 영향도 받게 된다. 더욱이 금융시장은 글로벌 수준에서 서로 연계되어 있다. 이리하여 한 나라의 주택가격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과도 무관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이 국내에 곧장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은 글로벌 수준의 영향을 줄일 수도 있고 계층들 사이에 달리 배분할 수도 있다. 특히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은 국내 이해관계 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중앙은행은 항상 독립성을 주장하지만 그 독립성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이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주요 나라들에서 부동산 가격 거품이 생길 경우에는 항상 금리를 올릴 것이냐 말 것이냐, 어떤 금융 규제 수단을 선택할 것이냐가 논의의 중심이었다. 예컨대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부동산 거품 때는 재할인율 인상과 부동산담보대출 총량규제가 동원되었고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생겼을 때는 연방기금 금리 인상이 동원되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세금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과장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세금인상이 투기이득을 제한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가격 수준 자체를 결정할 수는 없다. 

오늘날 주택 가격은 세계시장 맥락에서 결정되는 복잡한 자금의 흐름에 크게 의존한다. 따라서 한국적 상황에서만 통하는 투기 특효약 같은 것은 없다. 현 정부가 주택가격 정책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동떨어진 부동산 가격대책이란 있을 수 없다. 

 

linsk@hanmail.net다른 글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간사이공항 조선고교생 선물 압수사건, 그리고...

[기고] '고교무상화'재판, 오사카·도쿄의 항소심판결을 앞두고

 

 

 
이번 여름 일본은 혹서에다 지진과 호우,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중층적으로 몰려와 재일동포 아이들이 다니는 조선학교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특히 7월 6일 태풍 쁘라삐룬으로 와까야마조선초중급학교의 교실이 침수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으며, 이어 9월 4일에는 태풍 제비가 동반한 폭풍우로 오사카, 효고, 교토 등 간사이지방 각지의 조선학교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 직후인 9월 6일 새벽에 홋카이도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홋카이도조선초중고급학교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자연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SNS상에서는 각지의 조선학교의 안부를 묻는 메시지가 줄을 잇는다. 이는 재일동포들이 조선학교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대다수의 조선학교가 재정난으로 제대로 시설보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다들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다.  
 
이같은 어려운 재정상황은 일본국가가 조선학교를 적대시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경제적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사정에 기인한 바가 크다. 교육의 기회균등을 목적으로 일본정부가 2010년도에 시작한 '고교무상화'제도에서 조선고급학교만이 최종적으로 배제된 것이 2013년 2월. 일본국가의 노골적인 차별정책에 항의해 조선고급학교의 학생과 졸업생,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이 5년 이상 '고교무상화'제도의 적용을 요구하며 재판투쟁을 벌여왔다. 그간의 사정은 지금까지 <프레시안>에 여러 번 기고해 왔지만, 올 9월부터 10월에 걸쳐 오사카와 도쿄에서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여기서 다시 한번 논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오사카지방재판소 판결의 충격  
 
현재 일본에 10개교 있는 조선고급학교 중 일본국가를 상대로 제소한 재판은 오사카·아이치·히로시마·규슈·도쿄의 5개교이다. 이 중 후쿠오카지방재판소 고쿠라지부에서 심리 중인 규슈조선중고급학교(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를 제외한 4개교는, 이미 지방재판소에서 제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그 결과를 보면, 오사카(2017년 7월)에서는 원고 전면승소라는 획기적인 판결이 선고되었지만, 히로시마(2017년 7월)와 도쿄(2017년 9월), 아이치(2018년 4월)에서는 원고 패소라는 부당판결이 내려졌다. 이들 4개교는 모두 고등재판소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오는 9월 27일에 오사카고등재판소에서, 10월 30일에는 도쿄고등재판소에서 각기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다. 또한 규슈(후쿠오카)의 재판은 9월 20일에 결심될 예정이며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는 지방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의한 원고(학교법인 오사카조선학원) 전면승소의 판결은 오사카조선고급학교에 대한 '고교무상화'제도의 불지정 처분에 대해 당시의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대신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 무효이며 오사카조선고급학교는 법령에 근거해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히로시마와 도쿄, 아이치의 각 지방재판소는 조선고급학교의 교육내용은 조선총련의 '부당한 지배'를 받고 있는 의혹이 있다는 일본국가측의 주장을 지지하고, 불지정 처분에 대해서는 문부과학대신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인정하는 부당판결을 선고했다.  
 
오사카지방재판소에서의 전면패소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국가측은 공소이유서에 조선총련의 '반사회적 조직'으로서의 성격을 한층 강조해, 조선총련의 '부당한 지배' 아래 있는 조선고급학교의 교육내용은 교육기본법의 이념에 어긋나는 의혹이 있다는, 견강부회한 주장을 집요하게 펼쳤다. 원래 교육의 기회균등을 목적으로 하는 '고교무상화'제도의 적용에서 식민지 종주국의 공안경찰적 관점에서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려고 한 것이다. 
 

▲2018년 9월 4일의 태풍 제비로 쓰러진 이쿠노조선초급학교의 나무들을 다음날 급히 달려온 학부모들이 정리하고 있다. ©나가사키 유미코

파탄된 일본국가의 논리  
 
이러한 논리 전개는 심리가 진전됨에 따라 오사카 이외 지역의 재판에서도 일본국가측의 강조하는 중점 논리가 되었다. 그러나 교육기본법 등의 법령에 근거한 '적절한 학교 운영'에 의혹이 있음을 근거로 조선고급학교를 불지정 처분했다는 것은, 사실 나중에 덧붙인 구실에 불과하다. 애시당초 불지정의 이유는 조선고급학교를 제도에서 배제하기 위해 지정의 근거가 되는 법령 규정 자체를 삭제한 데에 있었다.  
 
문부과학성은 2010년 11월 각 조선고급학교에서 '고교무상화'제도 적용을 위한 신청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사건의 발발 등을 이유로 당시의 민주당정권은 2년 이상 심사를 결론짓지 않고 결정을 미뤘다. 그후 자민당으로 정권교체되어 2012년 12월에 성립한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정권은 소위 납치문제 등의 정치·외교상의 이유로 처음부터 조선고급학교에 '고교무상화'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굳히고, 2013년 2월 20일자로 지정의 근거가 되는 규정을 삭제함과 동시에 불지정 통지를 송부했다. 이는 분명히 조선고급학교만을 표적으로 한 제도 개악이었다. 제도를 적용한다고 일단 문호를 개방해 놓고, 신청이 시작되자 적용기준 자체를 변경하다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오사카지방재판소 판결에서는 "교육의 기회균등의 확보와는 무관한 외교적 정치적 판단에 근거해" 규정이 삭제된 것이므로 이는 문부과학대신의 "위임의 취지를 일탈하는 것으로 위법, 무효이다"라고 명확히 일본국가측의 주장을 부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도쿄지방재판소는 근거 규정 삭제가 위법인 점에 특히 초점을 맞춰 있었던 도쿄조선중고급학교측 변호인단의 주장에 대해 정면에서 언급하지 않고, 일본국가측의 '부당한 지배'론에 가담해 문부과학대신에 의한 재량권의 일탈, 남용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오사카지방재판소의 판결과는 정반대의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도쿄고등재판소의 항소심에서 도쿄조선중고급학교측 변호인단이 제1심에서 규정 삭제의 위법성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음을 비판하자, 재판관은 일본국가에 불지정 처분의 두 가지 이유(근거 규정의 삭제와 법령에 근거하는 적절한 학교운영에 대한 의혹)의 논리적 정합성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사실은 "법령에 근거하는 적절한 학교운영"은 조선고급학교 지정에 적용되는 근거 규정의 하위법령에 정해진 조건이므로 그 근거 규정이 삭제되면 당연히 "법령에 근거하는 적절한 학교운영"이라는 조건은 존립의 근거를 잃는 것이다. 재판관의 지적에 일본국가측도 이 두 가지 불지정 이유는 논리적으로 양립하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국가측 주장의 논리적 파탄은 도쿄고등재판소의 심리과정에서 한층 명확해졌다. 
 

▲2018년 7월 26일에 실시된 오사카 7곳의 일제 가두선전 행동. 약400명의 조선 학교학생, 졸업생, 보호자, 교원 등의 학교 관계자, 일본인을 포함한 지원자가 조선학교의 부당 차별에 대해 호소했다. ©조선고급학교 무상화를 요구하는 연락회·오사카

변화하는 동북아시아 정세 속에서의 판결  
 
올해 들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극적으로 변화되었다. 이미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문재인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세 번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6월 12일에는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실현되었다. 
 
한편, 7월 16일에는 한국의 43개 인권 시민단체가 일본정부의 조선학교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연대보고서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리고 8월 30일에는 동위원회가 2014년에 이어 일본정부에 대해 조선학교에 '고교무상화'제도를 적용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국제환경이 평화와 화해로 크게 방향을 틀면서 일본정부의 차별정책을 비판하는 국제여론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28일에는 고베조선고급학교 학생들이 북한에 수학여행을 다녀오면서 가지고 온 선물이 간사이국제공항에서 압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러한 야비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 한국의 시민단체가 즉각 항의활동에 나서준 것은 대단히 마음이 든든했다. 일본정부는 시대의 추세가 된 동북아시아의 평화구축에 공헌하고 또 과거의 식민지배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고교무상화'제도 배제를 비롯한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국제정세가 크게 변화하는 가운데 오사카와 도쿄의 고등재판소가 이번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8월 25일에 오사카조선고급학교 어머니회는 '고교무상화'제도의 설계를 담당한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차관을 강사로 초빙해 강연회를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마에카와 전 차관은 이 재판에서 일본국가측이 패소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명확히 말했다. 즉,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조선학교측이 질 수가 없는 재판이다. 오사카에서는 원심 판결이 지지되고 도쿄에서는 이번이야말로 조선학교측의 주장이 인정되어, 일본 사법의 독립성이 증명되고 그 신뢰가 다시 훼손되지 않기를 강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2018년 8월 25일 오사까조선고급학교 어머니회 주최로 마에카와 기헤이(前川 喜平) 전 문부과학차관의 강연회가 개최되었다. 강연 후 어머니회 대표의 주 창으로 참가자들이 오사카 ‘고교무상화’재판 항소심의 승소를 기원하여 구 호를 외치고 있다. ©조선고급학교 무상화를 요구하는 연락회·오사카

 
ilys123@pressian.com다른 글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청와대의 '대 국회 러브콜'에 선명히 갈리는 입장들

민주당·평화당·정의당 '환영' vs. 한국당·바른미래당 '들러리'... 국회의장단, 불참키로

18.09.10 17:36l최종 업데이트 18.09.10 18:15l

 

 

청,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여야 정치인 9명 초청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장·여야 5당 대표 등 9명을 평양정상회담 초청을 발표하고 있다.
▲ 청,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여야 정치인 9명 초청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장·여야 5당 대표 등 9명을 평양정상회담 초청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청와대가 오는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그리고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했다. 10일 발표한 정치 분야 초청 인사는 총 9명으로,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주영·주승용 국회부의장 등 국회 의장단,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자유한국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5당 대표 전원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8월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 오찬에서도 같은 내용을 제안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각 당의 반응이 선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남북정상회담 당일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더불어민주당] "동행해줄 것을 부탁... 억지로 갈 수는 없어"
 

인사말 하는 이해찬 대표 10일 오전 세종시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사말 하는 이해찬 대표 10일 오전 세종시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의 요청에 가장 열성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야당에게도 함께 가자고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10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의 이러한 요청을 크게 환영하며, 국회의장단 및 각 당 대표들이 이번 방북단에 함께하는 것은 남북화해 협력과 평화의 길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국회 및 정당 대표 모두 함께 동행해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이런 메시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7일 오전, 이해식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3차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여야가 함께 손을 잡고 평양을 방문하여,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함께 동참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강병원 원내대변인도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도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여야로 구성된 국회대표단으로 함께 평양으로 가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영구적 평화를 논의하는 자리에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호소드린다"라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해찬 당 대표는 "(야당을) 설득해 보겠지만 억지로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10일 예산정책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갈 사람들은 가고, 못 가겠다고 하는 분을 더 설득을 해 보지만 억지로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면서 "가도록 권고를 더 해 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국회가 대통령 회담 수행? 곁가지"
 
발언대로 향하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김성태 원내대표.
▲ 발언대로 향하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김성태 원내대표.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자유한국당은 불참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10일 오전 국회의원-비상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가 대통령 남북정상회담을 수행할 대상은 아니지 않나"라면서 "(국회가 가게 되면) 곁가지다"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남북정상회담 불참을) 당론으로 정리하자고 한다, 이의 없으신가"라고 물었을 때, 자유한국당 의원들 중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과연 정당 대표들이 그렇게 갈 이유가 있는가 싶다"라면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 문제도 걸려 있고, 비핵화 조치에 대한 어떤 진전도 없는데 우리가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라고 불참 의사를 확실히 했다.

이날 오후에도 김병준 위원장은 공보실을 통해 "협상과 대화의 주체는 단순할수록 좋다"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그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가 실질적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는 약속을 해오길 바란다"라면서 "실질적 비핵화가 확인되면 그 결과에 따라 우리도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불참할 뜻을 전했다. 강 의장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오전 의원총회 때 당론으로 다 얘기했다"라면서 "대통령 가는데 (국회가) 수행해서 간다고 해도, 우리가 가서 할 역할이 없잖나"라고 부정적 의사를 표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전돼서 가는 거면 모를까"라며 "지금으로써는 그냥 '병풍노릇' 하러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제1야당의 대표가 방북에 동행한다면, 정상회담의 의제와 대북 대응 입장이 충분히 사전 조율되어야 한다"라면서 "이런 사전 설명이나 의제 조율도 없이, 정상회담이 일주일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 동행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이번 동행요청을 사양하겠다"라고 못 박았다.

[바른미래당] "대통령 뜻은 충분히 이해... 지금 나서 봤자 들러리"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0일 오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당 대표를 참여시켜 거국적인 차원에서 지지를 획득하려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뜻은 충분히 이해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남북 외교에서 우리의 체통을 지켜야 한다"라면서 "당대표들이 지금 나서봤자 들러리밖에 안 된다, 보여주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라고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했다.

바른미래당은 같은 날 오후에도 김삼화 수석부대변인을 통해 불참의 뜻을 명확히 했다. 김삼화 대변인은 "남북정상회담은 정부의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여야 당대표들까지 부르는 쇼로 만들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손학규 대표는 어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연락을 받고 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 직전 의장에게 분명히 남북정상회담에 가지 않겠다고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임종석 비서실장이 또 다시 초청하겠다는 것은 야당을 압박하고 야당이 비협조한다는 굴레를 씌우는 것에 불과하다"라면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원내대표를 초청했다 안 되니 당대표를 초청하는 것이야 말로 보여주기에 대한 집착"이라며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여야 당대표들까지 불러 들러리를 세워서 보여주기식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야당 대표들까지 방북 초청을 하겠다는 청와대의 일방적인 발표는 야당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며 "여야 협치는 물론 남북문제 해결과 북한 비핵화에 있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점에서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논평을 마무리했다.

[민주평화당] "적극 참여할 것... 보수 야당, 반대를 위한 반대 그만"
 
발언하는 정동영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발언하는 정동영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민주평화당은 10일 박주현 수석대변인을 통해 논평을 내고 남북정상회담에 참여할 뜻을 피력했다. 박 대변인은 "민주평화당은 남북정상회담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민주평화당은 보수야당의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에 협력을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은 "4·27 판문점 선언이 어떤 선언인가?"라며 자문한 뒤 "보수정권 시절 체결된 7.4공동성명, 9.19남북기본합의서 등 지금까지의 모든 합의를 포괄하는 합의"라고 자평했다. 이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판문점선언 국회비준동의도 거부하고, 평양정상회담 동참도 거부하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넘어 안쓰럽기까지 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9월 남북정상회담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며, 이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 및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결정적 전환점이 되어야만 한다"라며 "민주평화당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에 적극 동참하여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더 이상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제1야당과 제3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당 대표는 이날 <뉴스1>과의 유선 인터뷰에서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정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은 초당적으로 합심해야 한다"라며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만을 위한 정상회담은 아니다, 남과 북, 모두의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 5당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에 함께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라며 "일부 정당이 안가도 (정상회담에) 간다"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크게 환영... 정당 대표들 모두 수락하길 기대"
 
발언하는 이정미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발언하는 이정미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정의당은 일찍부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10일 오후 논평을 내고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한다"라며 "성사된다면 초유의 일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행정부의 수반뿐만 아니라 민의의 대변자인 국회의 대표단들이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것은 그만큼 남북간의 소통의 통로가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평했다.

이어 "국회의장단을 비롯해 정당 대표들 모두 초청을 수락하길 기대한다"라며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 앞에서 국회가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라고 동참을 부탁했다. "이번 평양 방문을 통해 역진 불가능한 남북 평화 체제 안착이 가시화되고, 남북한의 수장뿐만 아니라 남북 국회의 교류가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8월 20일 '남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안착을 위한 전략과 과제' 토론회 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국회 방북 추진 의사를 밝히셨고, 5당이 모두 3차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라면서 "국회 회담을 위해 특히 자유한국당 지도부 여러분께 이번에 함께 방북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정미 대표는 "남쪽의 정치인들이 여야 없이 방북하여 북의 최고인민회의 구성원들과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 하게 된다면, 남과 북은 물론 우리 정치 사이에 존재하는 냉전도 분명히 해체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3차 평양 정상회담이 남북 국회회담의 가교가 될 수 있도록 여야 모든 정당들이 방북단 참가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국회의장단] 불참하기로 결정...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에 전념"
 
고 김영삼 대통령 묘역 찾은 국회 신임 의장단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 이주영 부의장(왼쪽), 주승용 부의장 등 신임 국회 의장단이 지난 7월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고 김영삼 대통령 묘역을 향하고 있다.
▲ 고 김영삼 대통령 묘역 찾은 국회 신임 의장단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 이주영 부의장(왼쪽), 주승용 부의장 등 신임 국회 의장단이 지난 7월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고 김영삼 대통령 묘역을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국회의장단은 결국 동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회사무처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 기간 국회의장단 동행 청와대 공식초청에 대한 국회 입장문'을 10일 오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문희상 국회의장은 청와대로부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외교통일위원장이 동행해 달라는 공식 초청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정상회담 공식 특별수행원이 아니라 정상회담 기간 별도의 남북국회회담 일정으로 동행해 달라는 설명"이었다고 부연했다.

문희상 의장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이주영‧주승용 부의장 및 강석호 외교통일위원장을 차례로 만나 협의했으나 "금번 정상회담에는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 등에 전념하기 위해 동행하지 않기로 하고 이같은 협의결과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문 의장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 후 열릴 가능성이 있는 남북국회회담에 여야가 뜻을 모아 함께 참여하기로 두 부의장 및 외통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라고 덧붙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9.9절 특집] 2. 열병식-일심단결은 공화국의 제일국력

[9.9절 특집] 2. 열병식-일심단결은 공화국의 제일국력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8/09/10 [14:0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북 9.9절 열병식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광장에 도착하자 “당과 정부의 간부들, 조선인민군 지휘성원들과 해외동포축하단, 대표단 단장들이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북 9.9절 열병식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광장에 도착하자 “당과 정부의 간부들, 조선인민군 지휘성원들과 해외동포축하단, 대표단 단장들이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북 9.9절 열병식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광장에 도착하자 “당과 정부의 간부들, 조선인민군 지휘성원들과 해외동포축하단, 대표단 단장들이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북 9.9절 열병식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광장에 도착하자 “당과 정부의 간부들, 조선인민군 지휘성원들과 해외동포축하단, 대표단 단장들이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북 9.9절 열병식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광장에 도착하자 “당과 정부의 간부들, 조선인민군 지휘성원들과 해외동포축하단, 대표단 단장들이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북 9.9절 열병식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광장에 도착하자 “당과 정부의 간부들, 조선인민군 지휘성원들과 해외동포축하단, 대표단 단장들이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 자주시보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

 

북 노동신문은 10일 “9월 9일 혁명의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가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인터넷 소식에 따르면 신문은 북 9.9절 열병식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광장에 도착하자 “당과 정부의 간부들, 조선인민군 지휘성원들과 해외동포축하단, 대표단 단장들이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문은 “조선인민군 군종명예위병대의 영접의식이 진행되었다”며 “경애하는 최고영도자동지께서는 조선인민군 군종명예위병대 대장의 영접보고를 받으시고 명예위병대를 사열하시였다”고 전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최룡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를 비롯한 당과 정부의 간부들, 조선인민군 지휘성원들이 참석했다.

 

주석단에는 리잔수 중화인민공화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위원장, 무함마드 압델 아지즈 모리타니 이슬람공화국 대통령, 살바도르 발데스 메사 쿠바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 시리아의 힐랄 알 힐랄 아랍사회부흥당 지역부비서,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이 주석단에, ”재일본조선인축하단, 재중조선인총련합회축하단, 국제고려인통일연합회대표단 단장들과 여러 나라 당 및 국가, 정부대표단 단장들, 특사, 인사들“이 주석단특별석에 자리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또한 초대석에는 “공화국창건 70돌 경축대표들, 당, 무력, 정권기관, 내각, 성, 중앙기관 일꾼들, 조선인민군, 조선인민내무군 장병들, 평양시내 기관, 공장, 기업소 일꾼들, 공로자들”자리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시위에서 한 연설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70년 역사는 세기적으로 뒤떨어졌던 우리나라가 필승불패의 위력을 지닌 강대한 사회주의국가로 솟구쳐오른 거창한 전변과 위대한 승리의 역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도 밑에 “사회주의국가건설사상이 구현된 존엄 높은 인민의 나라, 자주, 독립, 자위의 성새로 강화 발전되고 강국건설의 튼튼한 토대가 마련된 것은 우리 민족의 운명개척에서 이룩된 가장 빛나는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도에 의해 “역사의 모진 풍파 속에서도 정치와 군사, 경제와 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대변혁을 이룩하며 승승장구하는 위대한 번영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또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천만군민이 영도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받들며 온 나라가 하나의 대가정을 이룬 일심단결은 공화국의 제일국력이며 여기에 남들이 가질 수도 흉내낼 수도 없는 사회주의조선의 참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공화국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말살하려는 적대세력들의 책동은 악랄하게 감행되고 있지만 우리 인민은 자력갱생의 창조대전으로 국력강화와 후손만대의 행복을 위한 귀중한 성과들을 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창조해가고 있다”며 “공화국의 자주적존엄과 융성번영은 무적의 군력에 의하여 굳건히 담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공화국의 종합적국력과 지위가 비상히 높아지고 주체의 사회주의 위업이 새로운 단계에 올라선 역사의 분수령에서 조선노동당은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제시하였다”고 말하면서 “일꾼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당의 두리에 더욱 굳게 뭉쳐 공화국의 정치사상적 위력을 백방으로 다지며 자력갱생정신과 과학기술의 위력으로 사회주의의 전면적 부흥을 위한 경제건설대진군을 힘 있게 다그쳐나가야 하겠다”고 호소했다.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로동신문이 전한 “건국 70돐” 3가지 성과와 3가지 교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9/10 11:21
  • 수정일
    2018/09/10 11: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9일자 사설서 “인민이 주인된 나라, 철벽의 보루, 자력강국이 현 위상” 강조
▲ 김정은 북한(조선)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에서 열린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이 끝난 후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9일 “공화국 창건 일흔돐”을 맞은 북한(조선)은 지난 70년 동안의 성과와 교훈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건국 70돐”을 맞은 날인만큼 안팎에 의미를 새기고 내세우고픈 게 있음은 예상 가능한 일. 기성 언론들은 북미관계나 비핵화 메시지 여부에 촉각을 세웠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열병식 연설이 불발하고 보니 시선은 공식매체로 향했다. 그리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9일자 장문의 사설(A4지 5장)에서 이런 궁금증을 풀기에 충분한 내용을 실었다.

로동신문은 이날 <위대한 인민의 나라, 우리 공화국의 앞길에는 승리와 영광만이 있을 것이다>란 제목의 기념 사설에서 3가지의 성과와 3가지의 교훈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가장 큰 승리”와 “빛나는 승리”, 그리고 “자랑찬 성과”라고 의미부여한 것들을 보자.

신문은 “우리 공화국의 70년 력사의 가장 큰 승리”로 “이 땅 우에 인민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한 것”을 꼽았다. 북이 전후 국정운영 기조로 일관되게 강조해 온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 건설을 최고로 들었다. 특히 사설에선 “인민이 모든 것의 주인으로 된 우리나라에서는 인민을 위한 것, 인민적인 것이 가장 정의로운 것으로 되고 최우선시되고 있다”면서 “당과 국가가 모든 정책 작성과 집행에서 인민의 리익과 편의를 최우선, 절대시하고 모든 재부를 인민의 복리증진에 돌리는 사회가 우리 사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70년 력사의 빛나는 승리”는 “인민의 자주적 삶과 후손만대의 행복을 영원히 담보하는 세계 최강의 정치군사적 힘을 다져놓은 것”이란다. 지난해 말 선언한 국가핵무력 완성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사설도 “수령, 당, 군대와 인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굳게 뭉친 일심단결과 함께 최강의 전쟁억제력을 가지게 된 것은 민족사적 대승리”라고 환기시키곤 “우리 인민은 다시는 제국주의 노예가 되지 않고 고난의 행군과 같은 처절한 시련도 겪지 않으며 세상에서 가장 존엄 높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가지게 되었다”고 자신했다.

다음으로 “70년 력사의 자랑찬 성과”는 “무진막강한 자강력에 의거하여 인민의 꿈과 리상을 전면적으로 실현해나가는 전도양양한 국가를 건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필 하나 변변히 만들지 못하던 뒤떨어진 나라, 남에 대한 의존심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 뿌리 깊이 남아 있던 나라가 해방직후의 조선”이었는데 지금은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정신이 투철한 인민과 마음만 먹으면 그 무엇도 이루어내는 튼튼한 자립경제와 인재대군을 가진 자력강국으로 위용 떨치고 있다”는 것이다. 수십 년간 대북 경제제재라는 “가장 극악한 조건과 환경”을 이겨내 온 “사상정신적 위력과 물질기술적 잠재력”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3가지 성과를 신문은 자신의 위상과 관련지어 설명했다. 즉 “인민이 주인된 나라, 인민의 안녕과 행복을 천만년 담보하는 철벽의 보루, 인민의 모든 꿈과 리상을 현실로 꽃피울 수 있는 실제적인 힘을 지닌 자력강국, 이것이 건국 70돐을 맞는 주체조선의 위상”이라고 사설에서 알렸다.

그럼 이런 성과들이 가능했던 건 어떤 연유에서일까?

신문은 “공화국의 발전 행로는 금은보화를 주고도 살 수 없는 고귀한 진리를 가르쳐주고 있다”면서 3가지 교훈을 제시했다.

먼저 “위대한 수령, 위대한 당이 위대한 인민의 나라를 일떠세운다는 것이 우리 공화국의 70성상이 새겨주는 철리(哲理)”라고 했다. 주체사상에서 강조하는 수령(최고영도자)과 그가 지도하는 당의 결정적 역할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음은 예상대로 수령에 대한 인민의 태도였다. 사설은 “자기 수령의 사상과 령도를 충직하게 받들어나가는 인민만이 존엄 높고 행복한 삶의 향유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공화국의 70성상이 가르쳐주는 진리”라고 강조했다. 이들 두 가지는 북이 사회조직원리로 주장해온 수령-당-인민의 ‘일심단결’, ‘혼연일체’ 얘기다.

남은 하나는 “공화국의 70성상이 굳혀주는 신념”으로 “자기식, 자기 힘으로 창조하고 투쟁하는데 조국번영의 지름길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북이 생명으로 여기는 ‘자주’를 이름이다. 사설에선 “공화국은 국가건설과 국가활동, 혁명과 건설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우리의 사상과 신념, 우리의 결심과 의지에 따라 우리나라의 실정과 우리 인민의 요구와 리익에 맞게 자체의 힘으로, 우리식으로 풀어왔다”면서 “민족자주, 민족자존은 최악의 시련 속에서도 우리 공화국의 종합적 국력과 지위를 끊임없이 상승시키고 인민의 행복창조의 새로운 경륜을 련이어 펼치는 격동적인 현실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성과와 교훈들에 기반해 북은 어디로 가려할까?

“오늘 우리 공화국은 륭성번영의 새 시대를 맞이하였다”고 본 신문은 “우리 앞에는 사회주의 건설의 전 전선에서 총공격전을 벌려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위대한 수령님들의 애국 념원, 강국 념원을 하루빨리 현실로 꽃피워야 할 영예로운 투쟁과업이 나서고 있다”며 몇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달성을 위한 증산운동이다. 신문은 이를 통해 “당 7차 대회 정신을 보위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국가건설과 국가활동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인민의 지향과 요구를 기준으로 하여 풀어나가며 인민들의 편의와 리익을 최우선, 절대시하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당 간부들의 ‘세도’와 관료화를 비판하면서 강조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재확인한 것이다.

끝으로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우리 세대에 반드시 조국통일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건 ‘우리 세대에’라고 시기를 특정한 점이다. 4.27판문점선언 이행을 현 세대에 통일 실현이 가능하다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본 때문이다. 왜냐면 “통일만이 민족이 살길이고 세계의 전렬에 당당히 들어서는 길”이이라고 신문은 부연했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트럼프, ICBM 제외한 北 열병식에 “매우 긍정적, 김정은에 감사”

“평화와 경제개발이 주제, 모든 사람 틀렸다는 것 증명할 것!”... 북미관계 급진전 가능성도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8-09-10 07:38:59
수정 2018-09-10 07:38:59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 사진)ⓒ뉴시스/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에 개최한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원하지 않은 것에 관해 “매우 긍정적”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방금 통상적으로 보여줬던 핵미사일 없이 정권수립 70주년을 축하하는 열병식(parade)을 펼쳤다”면서 “주제가 평화와 경제개발이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보여주기 위해 핵미사일을 (열병식에서) 제외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폭스뉴스의 보도를 전하면서, “이것은 북한으로부터 매우 크고 긍정적인 성명(statement)”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한다. 우리 둘은 모두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면서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의 좋은 대화처럼 좋은 것은 없다! 내가 취임하기 전보다 훨씬 좋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에 개최한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원하지 않은 것에 관해 “매우 긍정적”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에 개최한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원하지 않은 것에 관해 “매우 긍정적”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에 감사한다”고 밝혔다.ⓒ트럼프 공식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ICBM 등 전략무기를 등장시키지 않은 것에 관해 높이 평가하면서, 재차 김정은 위원장과의 유대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우리 둘은 모든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면서 “두 사람의 좋은 대화처럼 좋은 것은 없다!”고 강조해 이른바 ‘친서 외교’나 이를 바탕으로 한 극적인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관계가 급진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개벽예감 313] 교착국면 돌파하는 힘의 실체

[개벽예감 313] 교착국면 돌파하는 힘의 실체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09/10 [08:44]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비밀편지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었나?

2. 조선의 협상시간표가 바뀐 사연 

3. 지연전술에 얽혀있는 두 가지 연유

4.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와 백악관 긴급대책회의

5. 교착국면 돌파하는 힘의 실체 

 

 

1. 비밀편지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었나?

 

사람들이 조미협상 교착국면이라고 부르는 이상현상이 지속되어 오던 중, 얼마 전에는 그 교착국면을 더 심각한 지경으로 끌어간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2018년 8월 24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갑자기 취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븐 비건(Stephen E. Biegun)을 북조선정책특별대표로 임명한 직후, 팜페오 국무장관이 비건을 대동하고 평양에 가기 위해 워싱턴을 출발하기 불과 몇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취소결정을 내렸으니 누구도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사건이었다. 

 

당시 팜페오 국무장관은 평양을 방문하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출발시각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조선과 미국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 후속되는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평양에서 진행하기로 이미 합의하였음을 말해준다. 

 

일본 언론 <요미우리신붕> 2018년 8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8월 21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조미실무회담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해리 해리스(Harry B. Harris Jr.) 주한미국대사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공화국 창건 70주년이 되는 9월 9일 전에 평양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 요청에 따라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이 일정에 오른 것이었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취소한 것은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취소하였음을 의미하였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미국 국무부 북조선정책특별대표로 임명된 스티븐 비건이 2018년 8월 23일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팜페오 국무장관과 자기 식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명문서에 서명하는 장면이다. 임명식을 마친 팜페오 국무장관은 국무부 출입기자들에게 비건 북조선정책특별대표를 소개하면서 평양에서 진행되는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이튿날 비건을 대동하고 워싱턴을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보다 앞서 조선은 2018년 8월 21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조미실무회담에서 공화국 창건 70주년이 되는 9월 9일 전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여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진행하자고 제의하였고, 미국은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팜페오 국무장관이 평양으로 떠나기 불과 몇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조선방문계획을 갑자기 취소하였고, 그로써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은 열리지 못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갑자기 취소한 까닭은 무엇인가?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Reuters)> 2018년 8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비밀편지를 읽어보고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 다시 말해서,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취소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도대체 그 비밀편지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었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고위급회담을 막판에 갑자기 취소한 것일까? 

 

위에 인용된 <로이터즈> 보도기사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이 보낸 비밀편지에는 “만일 미국이 (조선에게) 아무 것도 제공(offer)할 것이 없으면, 마익 팜페오는 평양에 오지 말아야 한다”는 다소 위압적인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조선의 요구에 부응하는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생각이 미국에게 없는 한, 조미고위급회담을 개최할 필요가 없으므로, 팜페오 국무장관이 헛걸음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전향적인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조미협상 교착국면과 관련하여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이 쏟아내는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보도내용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종전선언을 발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비밀편지를 읽어보고 회담일정을 갑자기 취소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하였다. 하지만 그런 추측은 빗나간 것이다. 조미협상내막을 알려줄 만한 정보들은 협상전략에 관한 기밀사항이므로 세상에 거의 공개되지 않고, 그 대신 피상적인 정보들만 언론에 공개되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은 조미협상의 전모와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고, 따라서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이 전해주는, 때로는 피상적이고, 때로는 왜곡된 보도내용만 듣고 억측하거나 오판하기 십상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비밀편지에서 종전선언을 요구하지 않았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전선언을 발표하자고 제의하지 않고 있다.  

 

 

2. 조선의 협상시간표가 바뀐 사연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이 심중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국면의 흐름과 동떨어진 고정관념이나 뭐가 뭔지 모르고 그저 수다스러운 왜곡보도를 모두 접어두고, 조미협상의 전모와 진상을 말해주는 객관적 사실들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종전선언문제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객관적 사실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봑스(Vox)>가 조미협상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전해준 정보를 인용하여 2018년 8월 20일에 실은 분석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 11일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워싱턴에 파견되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자신을 만난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종전선언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하였고,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 뒤에 곧바로 종전선언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하였다고 한다. <조선일보> 2018년 6월 14일부는 한 술 더 떠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 초안을 가지고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 참석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발표를 공약한 까닭은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2018년 6월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이미 중지하였고, 미국군 유골을 송환하기로 약속하였으므로, 트럼프 대통령도 그에 상응하여 대조선전쟁연습을 중지하고 종전선언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하였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처럼 종전선언을 발표하겠다고 두 차례나 약속하였으므로, 조선은 6.25전쟁 정전 65주년을 맞은 2018년 7월 27일에 종전선언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였다. 이것이 2018년 6월 하순 조미관계에 조성된 낙관적인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조선과 미국은 2018년 7월 6일부터 7일까지 제1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는데, 당시 조선은 그 회담에서 7.27 종전선언발표가 합의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었다. <사진 2>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에 근거하여 제1차 조미고위급회담에서 7.27 종전선언발표를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조선은 회담 중에 낙관적 전망을 접어야 했다. 일본 언론 <아사히신붕> 2018년 7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제1차 조미고위급회담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종전선언은 미국이 우리를 보통국가로 인정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하면서,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하지 않으면 비핵화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저 묵묵히 듣기만 하였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7월 27일에 종전선언을 발표하자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제의를 명시적으로 거절하지 못한 팜페오 국무장관이 묵묵부답으로 거절하였음을 말해준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종전선언을 발표하자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제의를 듣고서도 묵묵부답으로 거절하였기 때문에 제1차 조미고위급회담은 기대하였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났다.   

 

그러자 조선은 2018년 7월 16일 판문점 북측 지역에 있는 통일각에서 진행된 미국군 유골송환을 위한 조미장성급회담에서 미국에게 종전선언을 또 다시 요구하였으나, 미국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공고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통일국가건설의 결정적 국면을 열어놓으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원한 전략구상에 따르면, 6.25전쟁 정전 65주년을 맞은 2018년 7월 27일에 종전선언을 발표한 다음, 공화국 창건 70주년이 되는 올해가 지나기 전에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것이 조선의 협상시간표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조선은 종전선언발표와 평화협정체결에 각각 상응하는 단계적인 비핵화조치들을 취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선의 협상시간표를 거스르는 장애현상이 미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발표하겠다고 두 차례나 공약하였는데도, 팜페오 국무장관은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시간만 질질 끌었다. 6.25전쟁 정전 65주년을 맞았던 2018년 7월 27일에 종전선언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던 조선은 협상시간표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3. 지연전술에 얽혀있는 두 가지 연유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발표공약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질질 끌고 있는 팜페오 국무장관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지연전술에 매달린 것일까?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 2018년 8월 27일부에 실린 언론인 조쉬 로긴(Josh Rogin)의 분석기사에서 그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분석기사에 따르면,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는 동떨어진 정치적 조치(political step)에 지나지 않으며, 종전선언이 발표되더라도 평화협정은 매우 오랜 기간이 지난 뒤에야 체결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국무부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서로 분리시키고, 종전선언을 알맹이 없는 언론발표문 수준으로 격하시키려고 생각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팜페오 국무장관이 종전선언을 언론발표문 수준으로 격하시키려고 하면서도 그것을 발표하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끄는 까닭은 무엇일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연유가 얽혀있다.

 

첫째, 2018년 7월 6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으로부터 핵신고 문서를 넘겨받아야, 종전선언을 발표할 수 있다고 우겨대면서 생억지를 부렸다. 그가 말한 ‘핵신고’라는 것은 조선이 보유한 핵물질 및 핵무기에 관한 국가기밀, 그리고 조선에 존재하는 핵시설 및 핵프로그램에 관한 국가기밀을 문서로 작성하여 미국에게 넘기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의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극비문서를 넘겨받으면, 평화협정과 분리되어 사실상 종이장이나 다르지 않은 종전선언문을 조선에게 넘겨주겠다고 우겨댔으니, 이것이야말로 생억지가 아니면 무엇인가! 조미고위급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그처럼 말이 되지 않는 생억지를 부렸으므로, 합의도출은 생각할 수 없었고, 그는 기대하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지 못한 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평양을 떠났던 것이다. 

 

둘째, 위에서 인용된 조쉬 로긴의 분석기사와 2018년 8월 23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그의 또 다른 분석기사에 따르면,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은 종전선언발표를 반대한다고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각료회의에서 강한 발언권을 행사하는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장관이 종전선언발표를 반대하고 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자신의 종전선언발표공약을 밀어붙이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사진 3>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약속한 종전선언발표공약을 이행하려는 생각을 가졌으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그 공약이행을 가로막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종전선언발표와 조선의 최고국가기밀을 맞바꾸자고 우겨대며 생억지를 부렸으므로 조미협상이 교착국면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사정이 그런데도,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조선이 ‘핵신고’를 하지 않고 버티기 때문에 조미협상이 교착국면에 빠진 것처럼 제멋대로 왜곡한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으니, 조미협상 교착국면의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너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지금 그 어떤 언론매체도 보도하지 않고 있지만, 조미협상 교착국면의 전모와 내막을 파악하면, 미국이 평화협정과 분리시키려는 종전선언, 그리고 미국이 생억지를 부리며 ‘핵신고’와 맞바꾸는 부등가교환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종전선언은 2018년 7월 27일 이후 정치적 의미를 상실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연합뉴스> 2018년 9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특사단의 방북성과를 취재진에게 설명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단에게 “한미동맹이 약화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종전선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밝혔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평화협정과 분리시키고, 조선의 ‘핵신고’와 맞바꾸는 부등가교환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종전선언이 정치적 의미를 상실하였다는 사실을 그런 화법으로 언급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의미를 상실하였으므로, 이제부터는 종전선언발표를 생략하고 평화협정체결을 미국에게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종전선언발표를 생략하고 평화협정체결을 미국에게 요구하는 것은 팜페오 국무장관의 지연전술로 추진일정이 늦어진 조미협상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대응책으로 될 수 있다. 

 

그런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2018년 9월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사단의 방북성과를 취재진에게 설명하면서 종전선언이 조선과 미국의 신뢰를 쌓기 위한 첫 단계라고 생각한다느니, 북측도 그런 생각에 공감하고 있다느니 하는 잠꼬대 같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2018년 9월 5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블룸벅> 같은 미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이 조선의 ‘핵신고’와 종전선언발표를 맞바꾸는 것을 지지한다는 잠꼬대 같은 소리를 제각기 사설을 통해 늘어놓은 것이다. 이것은 2018년 7월 6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제1차 조미고위급회담에서 드러난 팜페오 국무장관의 생억지, 조선의 표현을 빌리면, “강도적이고 일방적인 요구”를 조선에게 또 다시 들이대려는 파렴치하고 백해무익한 여론조작이다.   

  

 

4.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와 백악관 긴급대책회의

 

이런 심각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조선은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비상조치는 종전선언을 먼저 발표하고, 그 다음 단계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던 기존 협상전략을 수정하여, 종전선언발표를 과감히 생략하고 곧바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김영철 부위원장은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향해 떠나려던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비밀편지에서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팜페오 국무장관이 평양에 올 필요가 없다고 따끔한 일침을 가했던 것이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8년 8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비밀편지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데서 미국이 (조선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조미협상)과정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고, “비핵화회담(조미협상을 비핵화회담이라고 표현한 것은 오류-옮긴이)은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고, 결렬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8월 24일 아침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로 달려온 팜페오 국무장관이 자신에게 보여준 김영철 부위원장의 비밀편지를 읽어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한 트위터 메시지에 이렇게 썼다. “나는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이번에 북조선에 가지 말라고 요구하였다. 왜냐하면 나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관련하여 충분한 진전(sufficient progress)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가 위의 문장으로 끝났다면, 조미협상 교착국면이 장기화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협상일정이 무기한 연기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행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계속되었다. “팜페오 장관은 가까운 장래에, 아마도 우리와 중국의 무역관계가 해결된 뒤에 북조선에 갈 것으로 기대한다. 그와 동시에 나는 김 위원장에게 가장 따뜻한 인사와 경의를 보내고 싶다. 나는 그와 곧 만나기를 기대한다!” 

 

여기에 인용된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에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에 나오는 미중무역관계에 대한 언급은 군더더기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미중무역관계와 조미고위급회담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세분석가들은 미중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앞으로 오랜 세월이 지나 미중무역전쟁이 끝난 뒤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을 방문하여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말은 그 회담이 무기한 연기된다는 뜻이므로, 이치에 전혀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에서 군더더기를 없애고 알짜배기만 건져내면, “팜페오 장관은 가까운 장래에(in the near future) 북조선에 갈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이 하루빨리 개최되기를 바라는 자신의 속마음을 그렇게 조선에 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협상과 관련하여 트위터 메시지를 발신할 때마다, 가끔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언급하는데, 이번에도 그러하였다. 그는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가장 따뜻한 인사와 경의를 보내고 싶다”고 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곧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가 조미협상과 관련한 트위터 메시지에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언급하는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여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2018년 7월 중 평양에 초청하여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친서를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는 사실은 <중앙일보> 2018년 6월 11일부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4>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를 발신한 직후,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준비해온 관료들을 대통령 집무실로 불러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였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메시지만 발신하고 말았다면, 그 메시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겠지만, 그가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준비해온 관료들을 불러 긴급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미국의 대조선협상전략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미국의 대조선협상전략을 협의하는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였다는 사실은 댄 스커비노(Dan Scavino)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이 자기 트위터 계정에 올려놓은 현장사진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취소한 트럼프 대통령의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가 발신된 시각은 오전 10시 36분이고, 댄 스커비노 국장이 긴급대책회의 현장사진들을 트위터로 발신한 시각은 오후 1시 46분이다. <CNN> 2018년 8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팜페오 국무장관과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가 8월 24일 오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목격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4일 아침 팜페오 국무장관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와 자기에게 보여준 김영철 부위원장의 비밀편지를 읽고,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취소하기로 결정하였으며, 그 취소결정을 트위터를 통해 세상에 알렸을 뿐 아니라, 그 직후 관료들을 자기 집무실로 불러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한 정황이 드러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백악관 국장급 관리에게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긴급대책회의현장을 촬영할 권한도 없고, 그 사진을 외부에 공개할 권한도 없다. 따라서 댄 스커비노 국장이 현장사진들을 트위터에 올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석 지시에 의해 취해진 이례적인 조치인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주재하는 긴급대책회의 현장사진을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이 하루빨리 성사되기를 바라는 자신의 속마음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진 5> 

 

트위터에 내비친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을 읽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두 번째 비밀편지를 보내라고 지시하였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가까운 장래에 평양에서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진행하자는 내용으로 작성된 두 번째 비밀편지를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보냈다. <동아일보> 2018년 9월 8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5일 방북특사단에게 “김 부장(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지칭-옮긴이)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편지를 (다시) 보냈다. 편지엔 ‘그렇게 강한 비난을 한 것도 아닌데 방북을 취소할 것까지야 있느냐고 썼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금 조선과 미국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을 방문하는 문제를 다시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두 번째 비밀편지를 보낸 것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방북특사단파견을 앞두고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였다. 2018년 9월 4일에 이루어진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구두메시지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중앙일보> 2018년 9월 7일 보도기사에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특사단 단장으로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일보>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달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구두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정의용 실장에게 부탁하였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는 9월 6일 아침 정의용 실장과 전화통화를 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한다. 

 

 

5. 교착국면 돌파하는 힘의 실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9월 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의 구두메시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해놓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를 언제면 받아볼까 하고 기다렸다.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를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 확인된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를 전한 시각은 9월 6일 오전 7시경(워싱턴시간)이었고,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전달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때는 9월 6일 오전 8시경(워싱턴시간)이었다. 

 

그런데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약 4시간 전인 9월 6일 오전 3시 58분(워싱턴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짤막한 글을 올렸다. “북조선의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표시하였다. 김 위원장에게 감사한다. 우리는 함께 그 일을 해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를 전달받기 약 4시간 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감사인사부터 먼저 발신하였으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를 무척 고대하고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9월 5일 오후 9시 40분(워싱턴시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사단의 방북성과를 취재진에게 설명한 내용이 백악관 번역관에 의해 영어로 번역되기를 기다렸다. 

 

<연합뉴스> 2018년 9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정의용 실장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재진에게 특사단의 방북성과를 설명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단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는 변함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북미협상에 다소 어려움이 있으나,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참모는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음을 특히 강조했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8년 9월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평양을 방문한 남측 특사단을 조선로동당 본부청사 회의실에서 접견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옆에 김영철 부위원장이 앉았고, 그 맞은 편에는 특사단 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그리고 그와 동행한 서훈 국정원장 등 다섯 사람이 앉았다. 정의용 실장은 이튿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재진에게 특사단의 방북성과를 설명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단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의 특사단 방북성과설명을 영어로 번역한 보고자료가 나오기를 오랜 시간 기다렸다가, 그 번역본을 읽고 난 뒤 새벽 3시 58분에 트위트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와 지속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방해세력의 준동을 짓누르고 조미협상 교착국면을 돌파하여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추동하는 위력적인 힘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와 같은 발언이 영어로 번역된 보고자료를 받아볼 때까지 밤잠을 자지 않고 오랜 시간 기다렸다가, 그 보고자료를 읽고 새벽 3시 58분에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발언의 영어번역본을 새벽이 오기까지 오랜 시간 기다린 트럼프 대통령의 간절한 심정을 엿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간절한 심정을 헤아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6일 그에게 또 다시 친서를 보냈다. 그에 고무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9월 7일 취재기자들 앞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내게 보낸 친서가 오고 있다. 그 친서는 어제 국경(판문점을 뜻함-옮긴이)에서 건네졌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새로운 통신기기가 생겨나기 한참 전에 사용되었던 품위있는 방식이다. 긍정적인 친서일 것으로 생각한다. 친서는 내게 전달되는 중인데, 곧 받게 될 것이다. 훌륭한 임무를 수행하는 팜페오 장관이 (그 친서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에서 엿보이는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의사소통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두 정상의 의사소통은 친서 전달, 구두메시지 전달, 트위터 메시지 발신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와 지속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 바로 이것이 방해세력의 준동을 짓누르고 조미협상 교착국면을 돌파하여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추동하는 힘이다. 그 힘은 만난을 물리치고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원한 전략구상을 떠받들고 있다. 그 힘은 지난 7월과 8월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던 한반도 정세를 평화협정으로 이끌기 시작하였다.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메르스, 조선 “정부 놓쳤다” 한겨레 “위험지역 아니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ICBM 없는 북한 열병식, ‘미국 응답하라’는 한겨레·경향, ‘아직 응답할 때 아니’라는 중앙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2018년 09월 10일 월요일

메르스 환자가 3년 만에 다시 발생했다. 조선일보는 정부를 직접 언급하고 민간과 비교하며 검역소의 대응을 비판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ICBM 없는 열병식을 치른 가운데 중앙일보는 북한의 변화를 믿기 힘들다고 본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미국이 응답할 차례라고 강조

했다. 10일부터 인사청문 정국이 시작된다. 보수신문은 위장전입 문제를 부각하며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3년 만에 메르스 확진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3년 만에 다시 발생했다. 지난 7일 쿠웨이트에서 귀국한 60대 남성 A씨는 귀국 후 3시간 만에 서울삼성병원을 찾았다. 그가 자신이 중동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리자 병원은 그를 격리했고, 지난 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남성을 포함해 항공기 승무원, 의료진, 택시기사 등 22명의 밀접접촉자를 자택격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며 철저한 대응을 요구했다.

이번에는 당국이 제대로 대처했을까. 언론은 공통적으로 병원의 대응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조선일보는 “병원은 환자가 도착하자마자 격리 병실에 입원시켰고 그래서 다른 환자들과 뒤섞이지 않았다”며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얻은 학습효과”라고 했다. 한겨레 역시 “그나마 다행인 건 귀국 직후 병원으로 향해 24시간 만에 확진판정을 받는 등 비교적 신속한 초동대처”라고 평가했다. 

▲ 10일 조선일보 1면 보도.
▲ 10일 조선일보 1면 보도.

 

 

조선 “정부는 놓쳤다” 한겨레 “위험지역 아니었다” 

그러나 A씨가 공항 검색대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언론 간 미묘한 논조차이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로 “3년만의 메르스... 정부는 놓쳤고, 민간은 빨랐다”를 통해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환자 상태를 좀 더 꼼꼼하게 살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며 “환자가 중동 현지 병원에서 메르스 증상 중 하나인 설사로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렸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휠체어를 탔을 정도면 격리 조치는 아니더라도 이 환자를 추적 관리하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은 “3년 만에 메르스 접촉자 22명 격리 이달 21일이 고비”(중앙일보) “3년 만에 온 메르스... 위기경보 관심→주의 격상”(동아일보) 등 다른 보수신문의 1면 관련 기사 제목과도 온도차가 있다. 

반면 한겨레는 3면 “방문국 오염지역 아닌데다, 발열 기침 없어... 검역소서 못 걸러”기사를 통해 현실적으로 A씨와 같은 사례를 메르스로 의심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A씨와 같은) 비특이 증상을 모두 검역에서 걸러내는 시스템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기사 첫 문단에 부각해 전했다.  

 

▲ 10일 한겨레 3면 보도.
▲ 10일 한겨레 3면 보도.

한겨레의 논조는 경향신문과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공항 검역대를 그냥 통과했던 것은 기존에 마련한 위험 지역과 증상 기준을 벗어난 때문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좀 더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추후 개선’을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쿠웨이트 현지에서 설사로 의료기관까지 방문했던 환자에 대해 좀 더 의심을 갖고 세밀한 검사를 실시해야 했다”며 검역소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했다.  

ICBM 없는 북한 열병식, 누가 응답할 차례인가  

북미 간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한의 정권수립 70주년 9·9절 행사가 주목을 끌었다. 북한은 지난해 선보였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올해 열병식엔 등장시키지 않았다. ICBM은 그동안 북한이 핵을 탑재해 언제든 미국을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며 미국을 자극해온 무기다. 언론은 북한의 변화가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 조치라고 보면서도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중앙일보는 대화 재개를 반대했다. 중앙일보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는 한 톨도 취하지 않았다. 우리를 겨눈 핵미사일 위협은 전혀 줄지 않은 것”이라며 “온갖 조치를 밀어붙이는 것은 과속”이라고 지적했다. 사설 제목은 “ICBM 뺀 열병식만으론 안 된다”다.  

반면 진보언론은 미국이 응답할 차례라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은 “과거와 달리 북한이 자제력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대화 의지를 미국은 전향적으로 수용해 북미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희망한다”고 했다. 한겨레 역시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미국의 방북 재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 2기 인사청문, 쟁점은? 

10일부터 다시 인사청문회 정국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2기 헌법재판소장, 장관 후보자 등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가 열린다.  

보수 신문은 적극적으로 후보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7대 기준에 맞나... 11명 중 위장전입 의혹만 5명”(조선일보) “유은혜 ‘교육 위해 위장전입 기가 막혀’ 11년 전 발언 부메랑” (중앙일보) 기사를 통해 후보자들의 의혹을 지적했다. 

 

▲ 10일 중앙일보 보도.
▲ 10일 중앙일보 보도.

특히, 이들 신문이 문제 삼는 건 위장전입이다. 중앙일보는 “위장전입은 보수정부 9년 간 주로 더불어민주당이 공격 소재로 삼았다”며 “인사청문 대상 절반 가까이가 벌써부터 위장전입 의혹에 휘말려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5명의 위장전입 의혹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의 다운계약사 작성,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 등을 언급했다.

반면 경향신문의 관련 기사 제목은 “오늘부터 문재인 정부 집권 2기 인사청문 돌입”이다. 본문에서는 야당이 제기하는 후보자의 의혹을 언급했지만 제목을 통해 부각하지는 않았다. 한겨레는 관련 기사를 쓰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현역 복무, 12개월까지 줄일 수 있다

[국방개혁 2.0 평가] <4> 상비 병력, 군 복무기간 더 줄여야
2018.09.10 08:33:03
 

 

 

지난 7월 27일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기본 방향과 주요 과제를 공개했다. 핵심 기조는 '평화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책임지는 강한 군대, 책임 국방 구현'이며, 국방개혁안은 △군 구조 △국방운영 △병영문화 △방위사업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지난 8월 30일 '이슈 리포트'를 통해 이번 국방 개혁에 "△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을 위한 제도‧의식 개선 △군 의문사 진상규명 및 근원적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군 사법제도 개혁 △인권 존중의 군 문화 조성 △병 복무에 대한 합리적 보상 △군 의료시스템 개편 등 긍정적인 과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방개혁 2.0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선언한 '새로운 평화의 시대'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과 실체가 모호한 주변국 위협을 전제로, 기본 방향과 대부분의 과제가 군사력 확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정작 중요한 과제들은 빠져 있기도 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평화군축센터는 △위협 해석의 총체적 문제 △공격적인 군사 전략 유지 △과도한 국방비 증액 요구 △상비병력, 군 복무기간 더 줄일 수 있음 △방위사업 개혁 과제 미흡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 부족 등 6가지 측면에서 '국방개혁 2.0'을 검토했다. <프레시안>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참여연대의 이슈리포트 전문을 총 6편에 걸쳐 게재한다. 

적정병력은 30~40만 명  

국방개혁 2.0은 현재 61만 8000명인 군 병력을 2022년까지 50만 명으로 감축하고, 병사들의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충분하지 않으며, 상비병력과 군 복무기간을 더욱 줄이는 획기적인 병력 감축 계획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첨단과학기술에 기반한 정예화된 부대 및 전력구조를 지향하면서, 대규모 병력 역시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서로 부합하지 않는 목표이다. 

이미 1990년대부터 다수의 연구 결과가 한국군 '적정 병력' 규모를 30~40만 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실제 정부와 국회에서도 획기적인 병력 감축안이 다수 제기됐다. 1998년 김대중 정부의 국방개혁위원회에서는(비록 최종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병력을 2015년까지 40만~50만 명으로 감축하는 안을 검토했으며 이보다 앞선 1997년,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정보화특별위원회가 60만 명의 육·해·공군 체제를 20만 명 규모의 통합체제로 단계적으로 감군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당 지도부에 건의하려 했다. 

또한, 2005년에는 국방연구원 출신 새누리당 송영선 국회의원이 노무현 정부의 50만 명 안에 대해 35만 명으로의 감군을 주장한 바 있다. 2012년 민주통합당의 대선 예비경선에서 김두관 후보와 2016년 9월 남경필 경기도 지사는 모병제로의 전환과 30만 명 미만으로의 감군을 주장하기도 했다.  

즉, 이번 국방개혁 2.0의 병력 감축 계획은 '적정 병력'과 관련하여 대다수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30만 명 수준을 훨씬 넘는 것으로, 국방부는 병력 감축 규모를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규모 병력 유지는 불필요 

그동안 국방부는 북한은 128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어 50만 명 미만으로 병력을 감축하면 방어가 힘들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인구가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북한군의 병력 규모는 과대평가되어 있다.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북한 정규군 병력 추론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는 국내외 학자들은 북한 정규군의 범위는 작게는 50만 명, 많게는 75만 명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군이 비대한 육군 병력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유사시 '북한 안정화 작전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사단 수와 병력 수를 유지하려는 전략 때문이었다. 이는 북한 비상사태 시 북한을 무력으로 점령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미 연합군의 북한 지역에서의 군사행동은 침략 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국제법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비현실적이고 공격적인 계획이다. 

북한의 비대칭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한 첨단전력 확보 등을 위해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전면전을 대비한 대규모 병력 역시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은 납득하기 어렵다. 군비 투자는 다른 사회적 투자를 포기한 대가로 이루어지기에, 방위력 형성이 절실한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 확실하든 모호하든 모든 위협에 대비하면 좋지 않겠냐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더불어 남과 북은 판문점 선언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상호 불가침,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에 합의했다. 대규모 육군 병력을 유지하려는 이유였던 북한 점령계획이나 안정화 전략은 변화된 상황에 맞게 수정해야 마땅하며, 추가 병력 감축을 국방개혁안에 포함해야 한다.  

군 복무기간 12개월로 단축 가능  

국방부는 병 복무기간 단축을 2018년 10월 1일 전역자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복무기간은 총 3개월이 단축되며 이에 따라 육군·해병대는 21개월에서 18개월로, 해군은 23개월에서 20개월로 줄어들 예정이다.  

국방부는 현대전 양상의 변화에 따라 과학기술군으로 정예화하는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첨단 전력을 증강하고, 숙련도가 필요한 보직은 부사관으로 대체하며 병사들의 비전투 임무를 최소화한다고 밝혔다.  
 

▲ 표1. 징병제를 채택한(또는 했던) 주요 국가의 군 복무기간. *는 모병제로 전환한 국가. 육해공군 및 남녀 복무기간이 다를 경우 육군 및 남자기준으로 정리. (출처 : CIA The World Factbook 2016)


그러나 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계획은 이미 국방부가 2005년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2020'에서 공언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는 당시 68만 명이었던 병력을 2020년까지 50만 명으로 감축하고 군 복무기간을 2014년까지 육군기준 18개월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이를 폐기하고, 21개월로 동결했으며, 박근혜 정부는 18개월 단축 공약을 취임 직후 폐기했다. 

군은 복무기간을 단축하면 군의 '안정적인 전투력 및 병사 숙련도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징병제 국가들 중 상당수의 국가에서 군 복무 기간을 12개월로 이내로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장병 복무기간은 12개월이며, 거대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은 모병제 전환을 앞두고 복무기간을 4개월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군사 강국으로 평가받는 독일이나 프랑스 역시 모병제로 전환하기 전 군 복무기간을 10개월 내외로 유지했다. 즉, 군 훈련체계를 개선하면 10개월 내외로 충분히 기본역량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특수병과나 기술병과는 일반 사병이 아니라 숙련된 유급사병과 부사관이 주축을 맡게 하면 가능한 일이다. 

국방부 및 복무기간 단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출산율이 저하되어 장정 수가 줄어들어 있는 상황에서 '적정 군사력'은 유지해야 하므로 군 복무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낮은 출산율 때문에라도 복무기간을 더 단축해야 한다. 

낮은 출산율로 청년층의 노령 인구 부양 부담이 더 커지는 상황에서 갈수록 희소해질 청년층을 군대에 더 오래 묶어 둘 수 없기 때문에 군 복무기간 단축은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징병제를 채택한 나라 중 대부분의 발전된 국가들에서 군 복무기간을 1년 내외로 한정하고 군 병력도 인구의 1% 미만으로 유지하는 이유는 바로 저출산 고령화 현상 때문임.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이므로 이 비율은 더 낮아져야 한다. 

군 복무기간은 12개월 단축까지 검토해야 한다. 부사관의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12개월 미만의 징병 기간을 마친 사병들을 유급지원 사병 혹은 하사로 재충원한다면 군의 안정적인 전투력 유지나 병사 숙련도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 군 병력 감축에 도달할 수 있다. 

장군 수, 장교 수 더 못 줄이나 

국방부는 현재 436명의 장군 정원을 2022년까지 360명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방개혁안을 통해 장군 정원 감축 계획을 수립해왔으나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장군 총 정원의 15%인 60명을 줄이겠다고 선언했으나 고작 3명 줄이는데 그쳤으며,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2030년까지 40명을 감축하는 것'으로 축소시키는가 하면 새로운 직위를 신설해 장군 감축을 보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4명이 감축되었다. 장군 정원 감축 계획은 이러한 실패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 표2. 역대 정부 장군 정원 감축 계획 (출처 : 국방부, 보도자료 <국방부 2022년까지 장군정원 436 →360명으로 76명 감축>, 2018.7.27.)


비대한 군 구조 개혁을 위해 군 간부 감축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국방개혁 2.0에 따라 2022년까지 현재 436명인 장군 중 76여 명을 줄이는 약속이 실천되어도 한국군 1만 명당 장군 수 (7.2명)은 미군(5명), 프랑스(4명)에 비추어 여전히 과다한 수치다. 

문제는 국방개혁 2.0에 장군 수 감축 계획만 있고, 장교 수 감축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장교 수를 감축하지 않으면, 인사 적체 때문에 결국 장군 수의 획기적 감축도 어렵다.
 

▲ 표3. 장군 정원 (출처: 국방부, 보도자료 <국방부 2022년까지 장군정원 436 →360명으로 76명 감축>, 2018.7.27.)


한국군 장교의 수는 2014년 기준 7만 1000명, 2022년 목표치 7만 명이다. 이는 유럽의 군사 강국들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많은 숫자이다. 1990년대부터 국방개혁을 추진한 유럽과 대만 등은 병력을 삭감하면서 고급 장교의 수도 대폭 줄여온 반면, 한국군의 장교 수는 국방개혁을 논의하던 2005년 6만 5000명에서 10년 만에 무려 6000명이 늘어 7만 1000명이 되었다. 이에 과도하게 많은 7만 명 가량의 장교 수 역시 5만 명 이하로 감축해야 한다. 

 

다른 글 보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홈페이지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국회의원 증원 반대 뒤에 ○○○세력이 있다

국회의원 증원 반대 뒤에 ○○○세력이 있다

등록 :2018-09-09 16:07수정 :2018-09-09 16:29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27
거대양당 현직 의원들 선거법 개정 소극적
의원 숫자 늘면 1인당 수입 줄어들까 걱정
재벌·관료·언론 등 ‘반정치주의’ 선동 담합
특권 깨려면 의원 수 늘려야…법조계 전례

 

20대 국회 후반기 개원을 맞이하여 국회의원들이 본청앞 계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대 국회 후반기 개원을 맞이하여 국회의원들이 본청앞 계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늘은 좀 예민한 주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국회의원 증원입니다.

 

국회의원 증원은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보다 훨씬 높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반감이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효능감이 낮은 이유는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이 퍼뜨리는 반정치주 탓이 더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정치의 역할이 커질수록 기득권 세력인 부자와 재벌, 대기업이 불편해집니다. ‘1원 1표’로 움직이는 자본주의와 달리 정치는 ‘1인 1표’의 민주주의 원리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입니다. 공직선거법 21조(국회의 의원 정수) 1항은 “국회의 의원 정수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합하여 300명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려면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 됩니다. 헌법은 41조 2항에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하한선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숫자가 처음부터 300명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해방 뒤 미 군정 시기 과도입법 의원들이 선거법을 만들어 1948년 5월10일 제헌국회 선거를 치렀습니다. 제헌국회 의원은 200명이었습니다.

 

그 뒤 제헌국회에서 제정한 1948년 헌법은 국회의원 숫자를 따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1948년 헌법 32조는 “국회는 보통, 직접, 평등, 비밀선거에 의하여 공선된 의원으로써 조직한다. 국회의원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고 했을 뿐입니다. 다만 부칙에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이 헌법에 의한 국회로서의 권한을 행하며 그 의원의 임기는 국회 개회일로부터 2년으로 한다”고 해, 제헌국회 의원 200명을 임기 2년의 국회의원으로 인정했습니다.

 

그 뒤 1952년 개정 헌법은 양원제를 도입하면서 “국회의원의 정수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고 했습니다. 또 4?19 혁명 이후 개정된 1960년 헌법은 “민의원 의원의 정수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 참의원 의원은 특별시와 도를 선거구로 하여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하며 그 정수는 민의원 의원 정수의 4분지 1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헌법에 국회의원 수가 들어간 것은 5?16 군사 쿠데타 뒤 3공화국부터입니다. 1963년 헌법은 36조 2항에 “국회의원의 수는 150인 이상 200인 이하의 범위 안에서 법률로 정한다”고 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3선을 위해 개정한 1969년 헌법은 “국회의원의 수는 150인 이상 250인 이하의 범위 안에서 법률로 정한다”고 상한선을 50명 늘렸습니다.

 

1972년 유신헌법은 다시 국회의원 숫자를 없앴습니다. 76조에 1항에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의원 및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선거하는 의원으로 구성한다”, 2항에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한다”고 했습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쿠데타 뒤 개정된 5공화국 헌법은 77조 2항에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했고, 1987년 개정된 현재의 6공화국 헌법에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이 조항은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헌법 개정안에도 같은 내용으로 담겼습니다.

 

1948년 우리나라 인구는 2천만 명이었습니다. 당시 국회의원은 200명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5천만 명입니다. 따라서 국회의원도 300명보다는 훨씬 많은 것이 정상입니다. 정치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350~450명 정도가 적정한 규모라고 합니다. 따라서 지금보다 50명에서 150명 정도를 늘리는 것이 옳습니다.

 

국회의원 숫자를 그냥 늘리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유권자의 뜻이 가장 정확히 반영될 수 있는 구조로 선거제도를 바꾸면서 늘려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출한 헌법 개정안에도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그 밖에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되,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은 소선거구제로 뽑는 지역구 의원 253명과 비례대표 의원 47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승자독식을 기본 구조로 하는 이런 선거법은 유권자의 뜻을 왜곡하고 정치 발전과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등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의 국회 진출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지역 갈등을 심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승자의 억지’와 ‘패자의 불복’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노태우 정부에서부터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점점 더 깊어지는 가장 근본적 원인이 바로 승자독식 선거법입니다.

 

6?13 지방선거 서울시의회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광역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이 50.92%였지만 의석은 102석으로 무려 92.73%를 차지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25.24%를 득표했지만 6석(5.45%)에 그쳤습니다. 바른미래당은 11.48%를 득표하고 겨우 1석(0.90%)을 얻었고, 정의당도 9.69%를 득표하고 1석을 얻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이런 선거 결과를 좋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선거의 승패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습니다. 다음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5%를 득표했는데도 의석은 5%만 차지했다면 공정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요?

 

정당 득표율과 의석을 가급적 일치시켜야 정치가 발전하고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비례대표 민주주의’를 드러내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반대할 명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법 개정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왜 안 될까요?

 

‘정치 기득권 세력’과 ‘경제 기득권 세력’의 교묘한 담합 때문입니다. 정치 기득권 세력은 현직 국회의원들과 관료 집단입니다. 경제 기득권 세력은 재벌 대기업 ‘오너’들과 거대 언론사 사주들입니다.

 

이들은 왜 비례성 강화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일까요?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법 개정이 그들의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좀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현직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선거법 개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행 선거법에 의해 당선된 기득권자이기 때문입니다.

 

선거법은 법률입니다. 개정 권한을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비례성 강화 선거법 개정은 국회의원 증원으로 이어지는 것이 필연입니다. 비례성을 강화하려면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대폭 늘려야 하는데,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묶어둔 상태에서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늘리면 253명 지역구 의원 숫자를 그만큼 줄여야 합니다. 지역구 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비례성을 강화하려면 전체 국회의원 숫자를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국회 예산을 동결하고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면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수당(세비)이 줄어들게 됩니다. 보좌진 숫자도 축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회의원 개개인 입장에서 이런 상황을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각 당 대표들이 5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최 정당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촬영한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의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희상 국회의장과 각 당 대표들이 5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최 정당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촬영한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의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17년 3월 당시 바른정당 소속이었던 김학용 의원이 ‘국회의원 정수 감축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바른정당은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200명으로 줄이고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반대 토론자로 참석해서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히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고 국회의원에게 주는 돈을 줄이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학용 의원은 “지금도 세비가 적은데 어떻게 세비를 더 줄이라고 하느냐”고 펄펄 뛰며 반박했습니다.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소선거구제는 어떨까요? 지역구 의원 253명은 소선거구제에 의해 당선됐습니다. 소선거구제로 다음 선거를 치러야 자신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중대선거구제나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로 선거제도를 바꾸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제도를 바꿔서 위험을 자초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모두 다 악당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현상유지를 원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입니다.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나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둘째, 관료 집단은 행정부 구성원입니다. 입법-사법-행정 삼권 분립 체제에서 입법부는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합니다. 입법부가 강해지는 것을 행정부 구성원들이 좋아할 수 없습니다.

 

박정희 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냈던 사람 중에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충성하면 그만이었던 그 시절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국가 권력을 대통령 한 사람이 장악하고 있던 독재체제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재벌 대기업 오너들은 독재체제에서 특혜와 정경유착으로 부를 축적한 뒤 이제는 거추장스러운 정치를 밀어내고 대한민국의 주인 행세를 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이들도 국회와 국회의원의 힘이 세지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더구나 비례성 강화로 늘어나는 국회의원들은 중산층과 서민, 노동자와 농민 등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을 대변할 가능성이 큽니다. 재벌 대기업 오너들로서는 기를 쓰고 비례성 강화 선거법 개정을 막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넷째, 거대 언론사 사주들은 기득권 세력의 핵심 구성원입니다. 기득권 세력의 이데올로기인 반정치주의를 우리나라 언론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이유입니다.

 

정리하면 현직 국회의원들의 소극적 자세와 관료, 재벌, 언론 등 기득권 세력의 적극적 반대로 비례성 강화 선거법 개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선거법 개정 논의 가운데 꼭 알아야 할 몇 장면이 있습니다.

 

2015년 2월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 지역주의 완화와 유권자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전국을 6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배분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은 2:1 범위에서 정함.

 

-권역별로 배분의석을 확정하여 각 의석할당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지역구+비례)을 배분함.

 

-정당별 배분의석에서 지역구 당선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비례대표 명부순위(지역구 후보자의 동시 입후보 가능)에 따라 권역별 당선인으로 결정함.

 

○(지역구 후보자의 비례대표선거 동시 입후보)

 

-같은 시·도 안의 지역구 후보자에 한하여 2명 이상을 비례대표 후보자명부의 같은 순위에 배치할 수 있게 하고, 지역구에서 낙선할 경우 상대 득표율이 가장 높은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함.

 

-동시 입후보자 득표수가 자신이 입후보한 지역구 유효투표 총수의 3%에 미달하거나 해당 시?도에서 소속정당의 지역구 당선인 수가 그 시·도 전체 지역구 수의 1/5 이상인 경우 당선될 수 없도록 함.

 

→ 권역별 비례대표제에도 적용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되 지역구 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을 100명으로 줄이자는 의견입니다. 지역구 현역 의원들이 이런 선거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기자들이 따져 물었습니다. 선관위의 답변은 “현역 의원들의 반발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어차피 위헌 결정으로 선거구를 조정해야 하는 만큼 유권자 의사를 왜곡하지 않고 (인구) 비례성을 높일 수 있게 언론에서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언론에서 압력을 가해 의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려 달라는 무책임한 얘기였습니다. 저는 이때 선관위의 답변이 너무나 비겁하고 위선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선관위 사람들은 그 뒤 국회에서 여러 차례 “그런 비현실적 개정안을 내놓은 의도가 뭐냐”고 의원들의 추궁을 받아야 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신소영 기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 신소영 기자

 

2015년 3월15일 정의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심상정 의원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전면 도입을 주장하며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확대하고 국회의원 특권을 축소해서 총비용을 동결하자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선관위가 제시한 안(지역구 200, 비례 100석)은 현행 의원정수를 유지하되 지역구 46석을 축소하는 방안입니다. 그러나 이 안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 의원 정수는 OECD 평균을 밑도는 수준입니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불가피하고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원 정수를 늘림으로써, 취약한 대표성을 강화하고 의원 특권을 실질적으로 축소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어 미래를 여는 선거법 개정으로 나가야 합니다.

 

의원 세비 등 국회의원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20% 삭감하고 운전비서 지원 등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권은 과감하게 폐지하며, 해외 출장 등 의원 활동을 투명하게 개혁함으로써 국회의원 유지에 필요한 총비용을 동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 세비 수준 또한 OECD 평균 이하로 낮출 수 있습니다.”

 

 

매우 합리적인 제안이었지만 심상정 의원은 엄청난 비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반정치주의 때문이었습니다.

 

며칠 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증원론에 가세했습니다. 2015년 4월6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 엑스포에 참석한 문재인 대표는 ‘국회의원 몇 명이 적당할까요’라는 설문 행사에서 ‘351명 이상’난에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부족하다. 400명은 돼야 한다. 국민에게는 그렇게 인식되지 않고 있지만,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면 (인구수 대비 의원 비율이) 낮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면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고, 직능 전문가 비례대표를 모실 수 있고, 여성 30%(비례대표 보장)도 가능해진다.”

 

옳은 얘기였습니다. 그러나 파문이 일자 문재인 대표는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가볍게, 장난스럽게 한 것이다. 다음에 더 준비해 말씀드리겠다”고 진화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의원 정수 문제는 지금 우리가 300명인데 이걸 더 늘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반정치 정서에 슬쩍 편승한 것입니다.

 

그 뒤 2016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246명에서 253명으로 늘리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54명에서 47명으로 줄였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지역구 인구 편차 ‘2 대 1’ 결정에 맞추기 위해 지역구 의석이 더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으면 비례성이 점점 더 악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드러낸 것입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민의 다수가 국회의원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는 국회의원들을 특권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특권은 희소성에서 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회의원 개개인의 특권을 줄이려면 국회의원 숫자를 오히려 늘려야 합니다.

 

과거 사법시험으로 소수 정예의 법조인을 선발하던 시절, 법조인들은 우리 사회의 특권층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법시험 선발 인원을 대폭 늘리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서 법조인은 이제 더는 특권층이 아닙니다.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국회 예산 및 세비 동결을 전제로 국회의원 정수 증원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 중에서도 양심적인 의원들은 이들의 주장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들의 제안이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들의 제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사회의 정치 개혁과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861305.html?_fr=mt1#csidxb7c88cf770208f9ab350ac0dc738f53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