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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년 만의 남북 이산가족 만남..금강산은 눈물바다

“상철아!” “어머니!”(추가) 70여 년 만의 남북 이산가족 만남..금강산은 눈물바다
금강산=공동취재단/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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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0  17: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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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3시 금강산 내 금강산호텔에서 남북 이산가족상봉 단체상봉이 열렸다. 남녘의 어머니 이금성 할머니가 북녘의 아들 리상철 씨를 부둥켜안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상철아!”, “어머니!”

남녘 어머니는 북녘 아들을 끌어안았다. 전쟁통에 아들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아들을 껴안고 놓지 않았다.

“통일돼서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 오빠!”

남녘 오빠를 만난 북녘의 여동생은 눈물을 훔쳤다. 백발이 성성하게 만난 남매는 누가 뭐라 할 수 없이 너무나 똑 닮았다.

70여 년의 세월. 얼어붙던 분단선은 뜨거운 눈물로 녹았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20일 오후 3시 금강산에서 상봉했다. 남측 1차 대상자인 89가족, 197명. 이들의 사연은 달랐지만, 전쟁과 분단의 상처는 모두 같았다.

1951년 1.4후퇴 당시 어머니 한신자 할머니(99세)는 첫째 딸 김경실 씨와 둘째 딸 경영 씨를 남겨두고 셋째 딸만 업고 남으로 내려왔다. 2~3달이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67년이 흘러 다시 만났다.

연보라색 한복을 맞춰입은 북녘의 두 딸은 상봉시각이 다가오자 남녘 어머니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어머니 한신자 할머니가 들어서자, 두 딸은 눈물을 흘리며 90도로 인사했다. 딸을 알아본 한 할머니는 “아이고”를 내뱉으며 통곡했다. 67년 전 헤어진 두 딸의 볼을 비비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할머니는 딸 경영 씨에게 “너가 이름이 김경자인데 왜 이름을 바꿨느냐”고 묻고는 “내가 피난 갔을 때”라며 울먹였다. 두 딸을 미처 데려가지 못한 미안함에 ‘엄마’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 연보라색 한복을 갖춰입은 북녘의 두 딸 김경실, 경영 씨가 남녘의 어머니 한신자 할머니를 만났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상철아!” 남녘 어머니 이금성 할머니(92세)는 아들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연신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온몸으로 끌어안았다. 아들 리상철 씨도 어머니를 부여잡았다.

이금성 할머니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길에 올랐다가 남편, 아들 등 다른 가족과 모두 헤어졌다. 할머니의 등에는 갓 난 딸 하나만 있었다.

북녘 아들과 며느리는 60여 년 만에 만난 어머니에게 아버지 사진을 꺼냈다. 아들이 “아버지 모습입니다”라고 말하자 모자는 다시 오열했다. “애들은 몇이나 뒀니?”, “손(자식)이 어떻게 되니”라고 연신 묻는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놓지 않았다.

“진짜 맞네. 진짜 맞아” 남과 북으로 흩어진 남매는 서로를 확인했다. 남녘 누나 김혜자 씨(75세)를 기다리던 북녘 남동생 은하 씨는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베레모를 벗으며 73년 만의 만남에 긴장이 역력했다. 어색했던 남북의 남매는 서로를 확인했다.

순간, 남녘 누나 김혜자 씨는 벌떡 일어나 동생을 껴안았다. 그리고 울음을 터트렸다. “진짜 맞네, 진짜 맞아”

1945년 해방 당시 만주에서 일본군이 쫓아올까 봐 무서워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가 어린 김혜자 씨를 둘러업고 이남으로 내려왔다. 김 씨의 어머니는 남동생을 업고 외갓집에 갔다가 영영 헤어졌다.

남동생이 꺼낸 어머니 사진을 본 누나는 “엄마 맞다. 아이고 아부지”라며 대성통곡했다. “73년 만이다. 해방 때 헤어졌으니. 아이고야 정말 좋다. 혹시 난 오면서도 아닐까 봐 걱정했는데, 진짜네”라며 누나는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다.

   
▲ 남북 이산가족이 70여 년의 세월을 넘어 금강산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북녘 두 여동생은 남녘 오빠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남녘의 오빠 김춘식 할아버지(80세)는 북녘의 두 여동생 춘실, 춘녀 씨를 단번에 알아봤다.

“일어서봐, 일어서봐, 춘자, 춘녀냐. 내가 춘식이다”
“오빠, 이렇게 만나냐. 오빠”

황해도 옹진이 고향인 김춘식 할아버지는 전쟁 통에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피난을 내렸다. 두 여동생은 고향에 남았다. 남겨진 동생들에게 미안하듯, 김 할아버지는 “어머니가 춘자, 춘녀 보고 싶어서 정말 가슴 쓰려 하시다가 일찍 죽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통일돼서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 오빠!”

남녘의 오빠 김병오 할아버지(88세)의 손을 꼭 잡은 북녘의 여동생 김순옥 할머니는 말했다. 여동생은 “혈육은 어디 못가. 오빠랑 나랑 정말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자, 오빠는 기자들을 향해 “정말 정말, 아이고. 기자 양반 우리 정말 닮았죠?”라고 물었다.

김순옥 씨는 사진을 보여주며, “이거 내가 의과대학 다닐 때 사진이다. 오빠, 나 평양의과대학 졸업한 여의사야. 평양에서 정말 존경받고 살고 있어. 가스도 매달 주고. 내가 전쟁 노병이라 정말 존경받는다”고 자랑했다.

오빠는 “여동생이 이렇게 잘 됐다니 정말 영광이다. 나는 고등학교 선생님 30년 하고 교장으로 퇴직한 지 10년 됐어. 만나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었는데, 정말 잘 됐다”고 화답했다.

동생은 “오빠, 통일되면 정말 좋을 거야. 내가 내과의사다. 젊은 의사들도 다 나한테 와서 협의한다”며 “얼른 통일돼서 같이 살게 해줘요. 통일돼서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 오빠”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 남녘 여동생 조혜도 씨와 남동생 도재 씨가 북녘의 누나 조순도 씨를 만나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남녘의 오빠는 북녘의 여동생에게 65년 만에 직접 사과를 먹여줬다. 1953년 당시 잦은 폭격으로 개성에 살던 신재천 할아버지(92세)는 친구 아버지를 따라 우연히 길을 나섰다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북녘의 여동생 금순 씨를 본 오빠는 “엄마하고 똑 닮았다”며 “진작 서로 만났으면 얼마나 좋아. 만나니 좋다. 엄마, 아버지한테 밥 한 그릇 못 해드린 게 마음에 걸렸는데, 널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 사진을 꺼내 여동생의 얼굴과 비교하던 오빠는 “딱 이 모습이야. 딱 보니까 그래. 피는 못 속인다”면서 사과를 집어 여동생에게 먹였다.

“맛있지? 오빠가 먹여주니 맛있지? 너 만나니까 기쁘고 한이 풀리고 그래.”

1.4후퇴로 아들과 헤어진 남녘 아버지 이기순 할아버지(91세)는 함박웃음을 띄었다. “내 아들이 맞아. 내 아들!”

북녘의 아들 리강선 씨는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기자를 향해 “어때? 나랑 아들이랑 똑같이 생기지 않았어?”라고 물었다. 기자는 “얼굴형하고 아래턱이 똑 닮았다”라고 답하자, 아버지는 아들을 다시 쳐다봤다.

   
▲ 1급 시각장애인인 남녘 이금연 할머니가 북녘 올케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분단의 세월, 남북 가족들은 만났지만, 정치적 이야기에서는 날을 세우기도 했다.

남녘 형 차제근 할아버지(84세)는 북녘 동생 제훈과 조카 성일을 만났다. 차제근 할아버지가 “빨리 통일이 와야지”라고 말하자, 조카 성일은 “미국놈들을 보내야해. 큰아버지, 봐보세요. 싱가포르 회담 리행을 안 한단 말이에요”라고 대꾸했다.

그러자 차 할아버지는 “6.25 난 것이 김일성이 내려와서 그렇다”고 하자, 조카는 “아이, 그건 거짓말이라요. 6.25는 미국놈들이 전쟁한 거에요. 우리는 우리 힘으로 싸웠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할아버지는 “그래, 그건 잘 한거야”라며 가족을 다시 웃으며 논쟁을 마무리했다.

이날 남북 이산가족상봉에는 국군포로 한 가족과 전시납북 다섯 가족도 포함됐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금강산호텔에서 단체상봉을 했으며, 이어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해 재회한다.

   
▲ 남녘의 윤흥규 할아버지가 북녘의 매부 정익호 씨와 외조카손자 김상욱 씨를 만나 사진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남녘의 김종태 할아버지가 북녘 조카 김학수 씨를 만났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추가,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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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핵발전소가 온다면, 전기를 싸게 생산해달라고 할까요?”

[만민보] “서울에 핵발전소가 온다면, 전기를 싸게 생산해달라고 할까요?”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이 들려준 핵발전소의 이면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8-08-21 08:15:35
수정 2018-08-21 08: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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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1~4호기가 보이고 있다.
13일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1~4호기가 보이고 있다.ⓒ김철수 기자

 "핵발전소나 핵폐기물 처분장이 서울 어딘가에 와야 한다고 하면 과연 서울시민들이 그렇게라도 싸게 전기를 생산해달라고 할까요?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면 원하는 분들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지금 탈원전을 비판하는 보수정당과 원전 확대를 주장하는 분들은 전기만 싸게 생산할 수 있으면 그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고통을 당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랑 똑같아요. 그들이 사는 대도시 같은 지역에는 핵발전소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요."

핵발전소 건설 부지 선정은 그야말로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핵발전소가 건설되는 순간부터 주민들은 폭탄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도 원전은 필요한 것 아닌가', '우리가 전기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값싸게 만들어낼 수 있는 에너지원 아닌가'라고 묻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

그도 8년 전까지는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원전은 경제성이 좋은, 청정에너지원이라 배웠기에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면서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만나고, 실상을 보면서 그의 생각은 달라졌다. 무수한 사람들의 희생을 보면서 핵발전소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는 절대 싸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최악의 폭염 속에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그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13일 오후 36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환경운동연합 인근에서 안재훈(39)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을 만났다. 그가 시민들과 함께 걸어온 탈핵운동 과정에서 핵발전소가 남긴 과거의 상처, 불안한 현재, 미래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핵발전소 건설 반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민중의소리

그는 8년째 탈핵운동을 하고 있는 환경단체 활동가다. 환경계의 119처럼 온갖 환경 문제에 관한 민원성 전화가 걸려와 곤혹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기에 성심껏 답한다. 환경단체의 활동가로 적은 월급에 생활하기란 그의 말처럼 팍팍하지만 목표는 뚜렷하다. 바로 함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탈핵'이다.

다른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그는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환경운동연합에 2010년에 들어왔다. 원전에 대해서 공부하고 전문가를 만나면서 어떻게 하면 탈핵 세상으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원전 사회로 정책이 바뀌게 된 지금까지 숨가쁘게 달려오고 있다.

그는 라돈침대 사건 이후 지난달 19일부터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생활 방사능 측정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전수조사나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국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졌다. 결국 '생활방사능 119'는 급한 불이라도 꺼보자는 마음에서 환경운동연합이 시작한 일이다. 그러는 도중 그는 특이점 하나를 발견했다.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에서 방사선이 나올까 걱정하는 사람들, 라돈침대를 옮겨놓을 지역 선정에서 오는 논란이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모습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핵발전소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경우는 이번에 라돈 침대 사건을 보면서 우리는 매일 그런 문제를 안고 살고 있다고 말해요. 그런데 그분들이 그런 피해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가 눈 하나 깜짝 안 하는데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서운한 거죠."

그가 처음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에서 맡게 된 업무는 삼척,영덕에 신규 원자력 발전소 부지 선정과 관련한 이슈였다. 그는 탈핵운동에 연대하며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핵발전소 건설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지역주민들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었지만, 이에 관한 뉴스 한 줄조차 나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히려 원전은 미래 청정에너지라는 기사들만 엄청나게 쏟아졌다.

하지만 주민들의 투표 결과 삼척에서 85%, 영덕에서 91.7%가 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했다. 주민 참여를 통해 민주적으로 의사를 결정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도 거기서 탈핵시대의 희망을 봤다.

일본 핵발전소 사고 7년, '후쿠시마 교훈'은 어디갔을까? 
"핵발전소 늘리자는 것은 사고 발생 가능성 높이자는 말"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수소폭발로 떨어져 나간 원자로 벽의 일부가 그대로 남아있는 등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상흔이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사진은 공동취재단이 제공한 것이다. 2018.02.20.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수소폭발로 떨어져 나간 원자로 벽의 일부가 그대로 남아있는 등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상흔이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사진은 공동취재단이 제공한 것이다. 2018.02.20.ⓒ뉴시스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 사고처럼 다시 한 번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7년째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펼쳐졌다.

"일본의 경우는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수습이 완료되지 못했고, 여전히 피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원전 사고 현장에는 아직도 접근조차 불가능한 상황인데 이게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그 정도 피해는 감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것은 극단적인 생각이에요"

우리나라는 원전의 국토면적당 설비용량은 물론이고 단지별 밀집도, 반경 30㎞ 이내 인구수 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고리 원전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6개 원전(고리1∼4, 신고리1·2호기)과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있는 신고리 3·4호기로 구성돼 있다. 정부가 건설을 승인한 신고리 5·6호기까지 들어서면 고리 원전은 무려 10기로 늘어날 예정이다.

"후쿠시마의 경우에는 반경 30km 내 인구가 30만명 수준이라면, 우리는 고리 핵발전소만 보더라도 반경 30km 내 인구가 380만명이나 됩니다. 동일한 사고가 난다고 하면 해결 불가능한 상황으로 갈 수 있고, 피해액이나 피해인구는 훨씬 클 수 있어요. 게다가 우리는 그 지역이 아닌 다른 어떤 곳으로 피난을 간다고 해도 감당이 되겠습니까?"

그는 우리가 후쿠시마의 교훈을 지금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안전성을 최소한 높이는 것이 가장 기본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 핵발전소를 늘리자고 하는 것은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자는 말밖에 되지 않습니다. 핵발전소를 더 늘릴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데, 누가 찬성하겠습니까? 찬성하는 지역이 있으면 나와 봐라, 그렇게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저는 핵발전소 부지를 찾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제 더 이상 갈 데가 없습니다."

밀양 송전탑 건설...공동체의 파괴

밀양 송전탑 주민들이 촛불집회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와 정부와 한국전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모습.
밀양 송전탑 주민들이 촛불집회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와 정부와 한국전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모습.ⓒ윤재현 인턴기자

핵발전소 건설의 문제는 송전탑의 문제로 이어진다.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 싸웠다. 급기야 당시 70대 어르신은 주민들에게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는 말씀을 남기고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당겨 돌아가셨다. 또 한 어르신은 음독으로 생을 마감했다. 주민들의 죽음은 밀양뿐만 아니라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게 큰 충격을 줬고, 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가 활동하면서 가장 충격적이고 마음 아픈 순간이기도 했다.

"거기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어르신들은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거죠. 본인들이 반대를 하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고 대책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요. 결국에 어르신들도 왜 우리가 이렇게 반대를 해도 왜 안 되는가를 쫓아가다보니 그 끝단에는 핵발전소가 있었던 거예요. 신고리3~6호기를 때문에 송전탑이 필요한거죠"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대도시에 실어나르기 위해 마을 주변에 산에는 송전탑이 꽂혔다. 그 결과 주민들은 격렬한 반대 끝에 죽음으로 내몰렸고, 마을 공동체는 파괴됐다. 정부는 주민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경찰을 동원해 밀어붙였고, 항의하는 주민들을 끌어냈다. 에너지 앞에서 민주주의란 없었다.

지역의 보상금을 미끼로해서 한 마을에 같이 살고 있는 분들을 찬성과 반대 세력으로 분열시켜 주민들 안에서도 서로를 불신하게 갈등하게 만들었다. 정부도 한수원도 사람들에게 약한 고리가 돈이라는 것을 잘 알았고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마치 그 분들이 돈을 바라고 싸움을 하는 것처럼 왜곡한다던가, 지역이기주의를 매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국 송전탑을 짓고 나서 사람들이 떠났어요. 마을에 남은 사람들은 원래 사이가 좋게 지냈던 분들인데 그때의 상처가 남아서 서로 말하지 않고 보지도 않게 되는 거죠.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이 더 무서운 것 같아요"

핵발전소를 가동한 대가로 영원히 떠안게 될 빚, '핵폐기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핵폐기물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미래세대의 목소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7.07.27.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핵폐기물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미래세대의 목소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7.07.27.ⓒ뉴시스

"원전이 제일 싼 에너지고 안전한 에너지라고 이야기하는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아요"

핵발전소를 가동한 대가로 갚아야 하는 빚이 있다. 바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쓰레기인'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이다. 발전이 끝난 핵연료봉은 끊임없이 열과 방사선을 발생시킨다. 핵발전소 안에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수조 안 냉각수에서 보관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전 호기별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2017년 9월 30일 기준)을 살펴보면, 월성 1~4호기는 내년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문재인 정부는100대 국정과제에서 '공론화를 통한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를 선정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펼쳐질 예정이다.

"아직 핵발전소의 수명이 안 끝났는데 그렇게 포화상태가 될 때까지 놔뒀다는 게 이해가 안 가요. 이게 과연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고준위 핵폐기물은 최소한 십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 해야 하는데 그런 장소와 기술을 우리는 아직 찾지 못했어요"

고준위 핵폐기물은 십만년 동안 인류에게 청구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보관할 수 있는 처분장이 없는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완공한 나라가 없다. 유일하게 핀란드가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공사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핵발전소가 들어오는 것도 반대하는데,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과연 찬성하는 지역이 있을까요?"

핵발전소 안전성 높아자고 하면 반대 목소리 나오는 이유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 앞에서 환경단체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모습.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 앞에서 환경단체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모습.ⓒ민중의소리

그는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인다고 하면 경제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안전을 위한 설비들을 보강하고 장비들을 더 달면 더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자 입장에서는 안전기준을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이자고 하면 반대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안전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월성 1호기는 수명연장을 할 당시 여러가지 새부품으로 교체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업자 입장에서 더 가동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교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안전성을 높인 것은 아니다.

지금 월성 1호기는 안전기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많은 안전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등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핵발전소가 싸고 경제적이라는 주장에는 '안전'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고 말했다.

"안전을 무시하고 풀로 그냥 아무런 문제 없이 가동하면 경제성이 좋다고 하는 데 핵발전소는 그렇게 가동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핵발전소는 지진이 오면 정지가 돼요. 당장 아무런 정보 없이 가동할 수가 없어요. 혹시라도 모를 사고가 발생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만약 지금같은 폭염에 어디에 지진이 발생해서 핵발전소가 갑자기 여러 개 멈췄다고 하면 오히려 전력난이 발생할 수 있을 거예요"

탈핵운동을 하면서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들었던 말 중에 황당한 말은 '전기 당장 안 쓰자는 얘기냐'다. 당장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멈춰야 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 사회가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에 당장 하자는 탈핵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핵발전소가 하나도 없던 시절부터 24기를 만들고 가동하는 데 40년이나 걸렸으면, 이걸 줄여나가는 데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해요. 우리가 땅이 넓고 자원이 많아서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들이 많고 재생에너지를 할 수 있는 데가 많아서 일시에 많이 전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여력들을 보고 천천히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원전 가동을 멈춘 거냐!" 탈핵 이슈가 생길 때면 환경운동연합에 항의 전화가 온다. 원전 정비로 인해 원전 가동이 멈춘 것이지만 말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시즌에는 석탄발전도 멈추고 가스 발전소를 많이 가동하게 돼 비용이 증가했어요.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인 효과가 분명 있어요. 그런데 미세먼지가 심한 시즌에 계속 석탄 발전소를 세워서 더 싸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맞을까요? 국민들 입장에서 석탄발전을 잠시 동안 멈춰서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였다면 국민들한테 더 나은 공기를 제공한 것일 수도 있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전은 그냥 계속 가동해야 할까요?"

원전은 '과거의 기술' 
"과거로 돌아가버리면 과거의 문제들을 똑같이 반복할 것이다"

아파트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한 모습.
아파트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한 모습.ⓒ뉴시스

그는 폭염에는 '태양광 발전'이 추가 전력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을 잘 쓰면 전기를 많이 쓰는 피크타임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요즘에는 미니 태양광이라고 해서 집 베란다에 300W(와트) 정도 되는 패널 1~2장을 작게 설치해서 생산하게 되면 내가 사용하는 전기 중 일부의 부담을 덜 수 있어요. 하루에 3.5시간씩 생산하면 대략 1킬로 와트, 비가 오지 않거나 흐리지 않으면 한 달에 30킬로 와트를 생산하는 셈이에요. 1킬로 와트 용량의 에어컨을 30시간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 거니까 한 달에 30시간 정도는 전기요금 부담 없이 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집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고 있냐고 묻자 그는 "자가 주택이 아니기도 하고, 집이 음지쪽에 있어서"라고 말하며 머쓱해했다. 태양광 발전이 비교적 과거보다 설치하는 데 보편화되고 손쉬워졌지만, 도심에서는 자가 주택이 아닌 경우 규모를 크게 하기 어렵고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원전처럼 특정 누군가가 대규모로 가져다 세우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의 변화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고 인식을 바꿔야 하는 새로운 방식의 에너지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핵을 2082년이라고 얘기하는데, 제가 그때까지 살아있을까요? 그때까지 핵발전소를 가동하면서 불안 불안하게 살기에는 너무 긴 시간인 거 같아요. 100년 뒤만 생각해도 과연 핵발전소를 우리가 가동하고 있을까요? 제가봤을 때는 그때까지 가동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는 원전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오래된 과거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계속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지금 당장 하기 편한 것은 과거의 방식이겠죠. 여름철 전력 사용이나 폭염에 탈원전 논란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 과거처럼 돌아가길 바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버리면 과거에 발생했던 문제들을 똑같이 반복할 거고 우리는 그만큼 더 뒤쳐지는 거예요. 변화하지 않는 게 당장은 편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결국에 나중에 핵폐기물 처분장을 어떻게 할 지 또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때가서 후회하면 너무 늦는다는 거예요.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제대로 생각해서 과감하게 행동 할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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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민중을 믿고, 당원들을 믿고 가겠다

민중당 상임대표에 출마한 이상규 19대 국회의원을 만나다

8월 21일부터 25일까지 민중당 전국 동시당직선거 당원투표가 진행된다. 현재는 선거운동기간이다.
상임대표 1인, 일반 대표 3인, 계급계층조직 중앙대표 4인과 더불어 258인의 중앙위원, 863인의 당대의원을 뽑는 선거이다. 이에 상임대표로 단독출마한 제19대 국회의원 이상규 후보를 만나 출마의 변과 구상을 들어보았다.

참고로 민중당 중앙당직선거에는 이상규 상임대표 후보 이외에도 일반대표에 홍성규 민중당 전 경기도지사 후보, 최나영 전민중당 서울시당 공동위원장, 김은진 원광대교수가, 노동자민중당 대표에 정희성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농민민중당 대표에 안주용 전 전라남도 도의회의원, 여성-엄마 민중당 대표에 장지화 전 민중당 공동대표, 청년 민중당 대표에 김선경 서울청년네트워크 대표가 각각 출마했다.

인터뷰 및 정리 : 김장호 편집국장
사진 : 조혜정 기자

노동운동에서 함께 투쟁했던 동지이자 동기였던 이상규 후보를 오늘은 민중당 차기 상임대표 후보자로 만났다. 일정이 워낙 바빠 쌍차 집회에 가기 전에 광화문 모 커피숍에서 오전 일찍 인터뷰를 하였다.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이후 의원직까지 박탈당하고 건설현장에 가 있는 동안 별로 보지 못하다가 이제야 보게 되니 감회도 새로웠다. 피부는 많이 그을렸는데, 여전히 얼굴은 맑고 웃음이 많았다.

▲ 민중당 2기 상임대표에 출마한 이상규 19대 국회의원

질문 : 민중당이 민중당 과도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2기가 시작됩니다. 상임대표로 출마하였는데, 출마의 변을 간단히 말해 주시죠.

대답 : 워낙 정세가 격동하고 가슴 벅찬 자주통일시대로 빠르게 진입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국민들의 느낌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에서도 채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자주통일시대를 이끌어 가는 것은 문재인 정부, 당국자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북해외의 민족자주역량이 어떻게 하나로 굳건히 단결해서 이 분위기를 거대한 물줄기로 만들어 가느냐에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그것이 통일의 과정이고 민족자주의 원칙을 실현하는 길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유일하게 북과의 대결과 반목을 접고 손잡고 나가자고 활동해 왔던 정치세력으로서 민중당이 이 일의 전면에 서서 이끌어나가는 것이 4.27시대에 복무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촛불이 요구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대개혁입니다. 그래서 적폐청산부터 하자고 한 것이고, 이제 박근혜 최순실 적폐청산은 일정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무사, 사법적폐 등이 제기되었습니다. 사법부가 이재용을 풀어준 것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이재용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돈을 받아서 일자리 창출을 하려고 하는데, 민중중심, 또는 서민중심 흔히 말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이미 폐기하고 재벌중심 체계로 바꾸겠다는 신호탄으로 느껴집니다. 교육공약 같은 경우도 완전히 폐기될 운명에 처해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신을 바탕으로 적폐를 완전히 청산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만 하고 그 이상은 못나가는 정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저하고 동요할 때 적폐청산의 주역으로 이제 민중당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법농단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하면, 이게 사법부 일이라고 정부가 손 놓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이 사법농단의 피해자들은 내란음모사건이나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른 재판, KTX 문제, 철도 파업, 전교조, 쌍용차, 콜트콜텍 등 가장 어렵게 투쟁해 왔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 분들을 사법부가 최후의 순간, 결정적 국면에서 완전히 짓밟아버리는 판결을 박근혜와 거래하면서 자행했습니다. 이런 적폐들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마저도 하지 못하는 과제들을 이제 민중당이 앞장서서 해내야 합니다. 나는 여기에 온 몸을 던져 당이 전면적으로 해결하는 길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질문 :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이후에 건설현장으로 갔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일 하고 있을 때 촛불항쟁이 터졌고요. 건설현장은 이상규 후보에게 어떤 곳이었습니까?

대답 : 최근 엄청난 폭염 속에서도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이번 더위를 잘 알지 않습니까? 지난 겨울 추울 때도 현장에 있었습니다. 추위가 어느 정도였냐 하면 장갑을 두 켤레를 끼고 파이프를 만지는데 손발이 시려서 십분 이상을 못 버팁니다. 그럼 다시 나와서 손발을 녹이고 들어가 일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는데, 2,3년 동안 여름, 겨울을 그렇게 보냈죠.

아, 이게 쇼를 한다고, 체험정치를 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중간에 기자가 ‘체험정치?’ 하고 웃으면서 무슨 말인지 물었다. 이상규 후보는 이번에 건설노동자들이 이상규를 지지한다면서 ‘체험정치’라는 말을 써서 나도 그 말을 쓴 거라고 대답했다.) 
의원직 상실하고 처음 들어간 현장에서, 40년 넘게 일을 하신 60이 넘으신 분이 계셨습니다. 이 분이 석 달이 지나고 나서 어느 날 커피를 마시는데, “어이, 이 형, 나는 누가 되든지 간에 석 달을 현장에서 버텨야 인정을 하지 석 달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은 못 믿네. 정말 절실함이 없는 사람은 현장에서 석 달 이상 남아있지 않아. 다 떠나고 말지. 나는 평생 살면서 다 보았기 때문에 잘 아네. 그런데 자네는 석 달 이상 버티는 것을 보니 마음에 드네.” 이러면서 공구 몇 개를 쓰라고 딱 주더라고요. (건설 노동자가 공구를? 보통 일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현장에서 그런 경우는 별로 없는데, 창고장 하시던 분인데 그러더라구요.

이번 폭염 때 과연 정부 권고대로 쉬려나? 안 쉬더라고요. 그러니까 38° 정도 온도면 콘크리트가 한 45° 되고, H빔 같은 쇠로된 물질이 있으면 거의 약 50° 가까이 됩니다. 때문에 한 사람을 시켜 호스로 쉬지 않고 여기에 물을 뿌리게 해요.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그러면서 쉬지 않고 일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사람에게 물을 뿌려주지는 않아요. 콘크리트에는 물을 뿌려주지만.
겨울에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영하 20°로 내려가도 콘크리트 타설을 합니다. 그 전에는 겨울에 얼기 때문에 못했거든요. 콘크리트 타설을 하고 보호막을 덮고 온풍기, 열풍기 수십 대를 켜 놓습니다. 그런데 그 열풍기를 건설노동자에게는 지급을 안 해줍니다. 콘크리트에게는 켜줘도. 
그러니까 건설현장에서 옛날처럼 욕을 하거나 공구를 막 집어던지는 폭언은 이제 안합니다. 아무리 조공이고 처음 일하는 사람이라도, “반장님, 반장님” 하면서 호칭도 많이 민주화 되었죠.(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노동자를 사람으로 인정해 주지 않아요. 
노동시간단축이요? 건설현장에서는 아직 지켜지지 않아요. 노동부도 모르지 않아요.

▲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상규 후보의 모습

현장에 있으면서 건설노동자 실태를 연재글로 페이스북에 많이 썼는데, 이렇게 쓴 게 기억이 납니다. “한국 노동정책의 역사는 노동자를 착취하고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는 역사이다. 한국농업정책의 역사는 농민을 수탈하고 농촌을 붕괴, 몰락시킨 역사이다.”
이 근본적인 구조를 깨뜨리지 않고서는, 부분적인 손질로서는 이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촛불이 요구하는 한국사회 대개혁, 대개조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아요. 이것을 절실히 깨닫고, 다시 뼈 속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야근할 때 서울시내 야경이 쫙 시야에 들어오더군요. 함께 있던 아는 형님 한 분이 “이 형, 저기 서울에 빌딩들이 즐비한데, 우리 건설노동자, 노가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다네. 실제 숱하게 죽어가고, 다쳐가면서 건물을 세웠지. 어느 건물 하나도 그냥 세워진 것이 없어.” 
이게 그냥 내 삶의 아주 중요한 기준으로 남아있는 겁니다.

질문 : 1월초에 신년사가 나오고 평창 올림픽의 뜨거움, 4.27판문점 선언, 6.12북미정상회담, 이런 극적인 정세변화가 생기면서 새로운 시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런 정세의 흐름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대답 : 신년사를 보면서 느낌이 쫙 왔습니다. 신년사가 발표되었을 때, ‘문재인 정부가 이걸 받겠구나. 이걸 받는 순간 정상회담까지 열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장면으로 놓고 보면 김여정 특사 내려와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던 장면이었어요. ‘아, 북에서 결단을 했구나!’ 여러 말이 필요 없이 그 장면을 보면, 그냥 확 다가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제가 문재인 대통령과 19대 의원을 같이 하면서 겪어봤는데 그런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촛불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그 인물이 바뀌었습니다. 민주당은 지금도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고, 종북이라는 말을 아직도 두려워하고 있고, 우리 곁에 서지도 못하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일정하게 촛불정신의 기운을 받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적폐청산은 촛불이 주도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죠. 남북관계가 확 풀린 것은 북이 주도해서 풀려나가고 있죠. 그런데 그전 이명박, 박근혜 정부였다면, 그리고 단순히 선거를 통해서 바뀐 정부였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겁니다. 촛불로 들어선 정부이기 때문에 적폐청산도 하고, 남북통일의 길도 열려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 지방순회 충청권 유세중인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 후보

질문 :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도 잘 할 것으로 봅니까?

대답 : 전에 국회에서 단식농성할 때, 민주당 의원들은 우리에게 오질 못했어요. 오히려 새누리당 의원들이 와서 ‘고생한다, 단식하지 말고 싸워라’ 하면서 격려하기도 했죠. 나중에 피골이 상접해지니까 민주당 의원들이 왔었죠. 그 때 문재인 의원도 왔는데, 한 명 한 명 말없이 악수만 하고 가다가 다시 돌아서서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 결국 돌아가더군요. ‘아, 이 분이 진정성이 있는 분이구나.’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결단을 하거나 일을 추진하거나 그런 것은 잘 못하시더라고요. 세월호 단식할 때도 야당 대선 후보였고, 당 대표는 아니지만 가장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인데, 자기 조직을 이끌거나 자기를 지지하는 국민을 움직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거기에 앉아 있는 거예요. 한편으로는 진정성이 있는 모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필요한 일을 결단력 있게 추진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었다는 인상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촛불 이후에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청와대는 확연하게 바뀌었습니다.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 촛불이 문재인을 바꾸어 놓았다. 국민이 문재인 정부를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4.27시대의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대를 이야기 하는 것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기반위에 있는 대통령, 친문의 기반위에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최대한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미 북과의 회담을 두 번이나 했고, 3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다 고위급회담이나 실무회담들이 진행하고 있는 이 자체만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북미가 만나는데 있어서 가교역할을 계속 하고 있는 모습 이런 것들이 아주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권으로서는 한미동맹이 여전히 굉장히 중요하고, 그 기반위에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보수정권이고, 보수정당의 기반위에서 서있는 대통령으로서는 최대한 잘 하고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명확하게 드러나는 게 문재인 정권이 노동자나 농민을 위한 정권은 아닙니다. 오히려 노동자나 농민에게 역행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지 않습니까? 최저임금정책을 후퇴시킨다거나 스마트 팜 밸리같은 것을 추진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 연장선상에 통일이나 자주의 문제도 우리의 눈높이로 보면 우리의 요구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하고 있는 것을 대단하다고 이야기해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반도 정세는 북이 견인하는 건데, 문재인 정권이 여기서 더 후퇴하지 않고 더욱 전진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민족자주역량이 강하게 떠받쳐 가야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여기에서 민중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거고, 민중당만이 유일하게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질문하고 있는 김장호 민플러스 편집국장

질문 : 선거유세를 다니고 있는데, 당원들을 만나보니 어떻습니까?

대답 :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일반대표로 출마한 최나영 후보가 유세도중에 “상임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해서 단일한 지도부로 세우자. 이상규 상임대표를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 가장 유명한 정치인으로 자기가 만들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때, 단일지도부에 대한 당원들의 요구가 얼마나 강한가?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 부산, 충청권, 경기, 울산까지 돌았는데, 가는 곳곳마다에서 단일지도부를 세워서 정치적 지휘를 해달라!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준비가 다 되어 있다. 지도부가 당내에 있는 세력들간 절충해서 그러지 마시고, 눈치 보지 마시고 전면적으로 우리 당이 나아갈 길을 열어달라. 이런 요구, 당원의 요구가 가슴으로 확 전해지더군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정당들 중에서 분회모임을 이렇게 지속적이고, 완강하게 하는 정당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민중당 창당 전이지만 지난 대선 때 20억을 모금한다고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당이 한창 잘 나가는 때도 아니고 오히려 아주 어려운 조건이었데, 20억이나 모금했다는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이번에 다니면서도 당원들이 밑에서부터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 진보집권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울산에서 당원들 수준을 높여 달라.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제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현재 우리당원들 만큼 헌신적인 당원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우리 당원들만큼 조직적인 당원들이 어디 있습니까? 당론이 결정되면 그 당론을 지키기 위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당원대오를 가진 그런 당이 다른 정당들에게서 얼마나 있겠습니까? 나는 우리당원들이 너무 훌륭하고 너무 정치의식이 높고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질문은 아마 지금까지 우리가 1기에 서로 합당을 했고, 공존해야 한다는 과도기라는 핑계로 정치적으로 전면적 지휘를 하지 못했는데, 그 문제를 제대로 풀어보자고 한 요구로 받아안겠습니다. 같이 한 번 잘 해봅시다.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 당원들이 종북으로 몰리고, 같이 활동했던 동지들이 다 흩어지고, 자기도 언제 구속될지 모르는 그 몇 년을 당을 새로 만들 때까지 버텨왔습니다. 거기에다가 통합진보당 시절 당원이 아니었던 분들이 지금 절반 이상이 새로 들어와 있지 않습니까? 이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당원들이 여기까지 왔다는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당원을 믿고 가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이 생깁니다.

질문 : 남다른 각오와 훌륭한 당원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정치는 냉혹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듯이 진보정당의 존재감은 높지 않습니다. 특히 민중당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정의당만이 어느 정도 선방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서 진보정당 전체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총선전망까지 포함해서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대답 : 총선만 놓고 보자면 당 브랜드가 가장 절실합니다. 민중당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인물이 떠오르든, 정책이 떠오르든, 뭐가 아직 없습니다. 민주노동당 하면 ‘무상급식’, 통합진보당 하면 ‘건강보험 하나로’ 딱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는 겁니다. 인물을 놓고 보아도 강기갑 대표시절, 이정희 대표시절을 놓고 보면, 강기갑하면 광우병 촛불, 이정희 하면 야권연대 이런게 있었잖습니까?
그런 당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한편 진보정당들로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에서 이미 빈자리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천막, 전교조 단식농성장, 콜트콜텍 농성장, KTX투쟁현장 이런 곳에 민중당은 있었어도 함께 있었어야 할 정의당도 잘 보이지 않았어요. 노동자들의 투쟁현장에 민중들과 연대하는 헌신적인 진보정당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저는 노동자들이 억울한 사연들이 있어서 투쟁하고 있는 현장에, 당사자들과 함께 할수 있는 정당은 민중당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입니다.

정의당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제가 진단한 것에 의하면, 이미 정의당은 현장기반보다는 정치적 명망성, 문재인 정권과의 연대연합 속에서 제2창당을 준비하고 당세를 불려나갈 전략을 구성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진보정당이 이런 식으로 나가면 사상누각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제대로 된 야당이 하나도 없는 상태니까 야당의 빈자리가 발생하고, 진보에 대한 지지, 약 10~20%가 전부 정의당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거품이 꺼지고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 지지율을 그대로 진보정당의 몫으로 끌고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민중당이 민중기반을 강화해서 민주노총이나 전농, 시민사회단체들과 전략적 연대를 튼튼하게 만들어 나가고 그 기반위에서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원내 전략을 구사하면서 끌어올려야 한다고 봅니다. 민중당으로서는 한 명의 국회의원이 얼마나 소중한 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이 있어야 원내전략을 구사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민중당이 정치현안과 원내전략을 함께 구사해 나간다면 점차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총선을 놓고 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설을 지나면 바로 총선체제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 전에 준비가 완료가 되고 실행단계에 이미 들어가 주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민중당이 기본을 어떻게 잘 하고 민중기반을 어떻게 잘 닦느냐 그것이 중요하고, 그것만 되면 총선준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 대담 중인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 후보

질문 : 민주노총 조합원 등 민중들 속에서는 진보정당의 통합에 대한 요구도 꽤 강한데요. 이에 대한 전략은 있습니까?

대답 : 진보대통합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진보정당 사이에 힘의 우위가 분명하기 때문에 민중당이 주창해도 성사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정의당은 물론 노동당, 녹색당도 지금 통합문제를 현안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통합을 밀고 나갈 현실적 여건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거죠. 그런데 진보가 집권으로 나가려면 말 그대로 범진보세력의 연대 또는 통합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은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정의당을 지지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것은 아닙니다. 정의당은 통합을 생각하지도 않는데 우리가 요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민중당 강화가 우선입니다. 때문에 지금 투쟁현장에서 억울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원내전략을 통해서 진보의 기반을 강화해 나가는 정도를 걸어나가는 것이야 말로 진보대통합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 4.27판문점선언이후 새 시대는 열렸으나 가는 길에 여러 우여곡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문제인데요. 한국사회에서 미국은 어떤 존재인가? 민중당은 미국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요?

대답 : 어떤 나라든 다른 나라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것, 무력침공이나 경제제재 방식으로 다른 나라를 휘두르려고 하는 모든 종류의 패권에 대해서 반대합니다.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세계패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도 들어왔고, 사드도 배치했고, 세균실험도 비밀리도 자행해 왔고, 수많은 주한미군의 범죄가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 왔습니다. 이제 미국은 한국의 자주성을 인정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반도 문제는 남과 북이 스스로 논의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한 초기단계의 모습이 북미합의 속에 담겨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조건에서 지금 우리가 전면적인 반미투쟁을 해야 한다고 하면 약간 엉뚱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미국의 존재에 대해서 우리는 분명하게 민족자주의 원칙에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중당 입장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4.27판문점선언 이후에 남북간 정당교류를 이미 했고, 앞으로 평양에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3차 정상회담 이후에 우리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 정당교류를 통해서 당이 민간교류의 물꼬를 전면화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한 민중당이 남북해외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추진해서 남과 북, 해외의 민족자주역량을 하나로 모아내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대목에서 문재인 정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상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대북제재에 발목이 붙잡혀서 금강산 관광도 못하고 개성공단도 열지 못하는 그런 배포를 가지고 어떻게 동아시아 철도를 한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큰 말만 던지지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것, 기본부터 착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눈치 보지 말고 대북제재부터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문재인 정권에게 하고 싶은 충고입니다.

질문 : 오늘 대담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원들과 독자,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기고 마쳤으면 합니다.

대답 : 촛불혁명을 일궈낸 국민들, 당이 해산되고 종북으로 몰리는 극한 상황에서도 다시 민중당을 우뚝 세워낸 우리 당원들을 생각하면 정말 감사하고 자랑스러움, 자부심을 느낍니다. 촛불을 이루어낸 국민들을 믿고, 민중당을 다시 세워낸 당원들을 믿고 어떤 험난한 길이 될 지라도,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서 당을 진보정치의 중심으로 세우고, 진보집권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주춧돌을 놓기 위해 출마했다는 각오를 밝힙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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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는 정신병'? 지성의 보루라는 대학의 실상입니다

[당신들을 위한 강의실은 없다] ⑪ '대학 미투' 좌담 (2)
2018.08.20 09:39:08
 

 

 

 

지난 6월말부터 프레시안은 대학 미투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당신을 위한 강의실은 없다> 기획을 연재했다. (연재 전체 보기

교수 성폭력에 대한 고발과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하겠다는 목소리는 올 봄부터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지만, 정작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대학은 없다. 프레시안에 실린 8개 대학의 미투 사건도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은 가해 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고, 동료 교수들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가 주어지고 있다. 학교는 형식적인 처벌을 통해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하고, 교육부는 '학교 자율'에 개입할 수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하며 '위드유'를 외치며 연대하는 이들이 바라는 '평등하며 안전한 학교'는 현실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교육의 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한 현실'에 대해 한국 사회는 계속 눈 감고, 귀 막고, 알아서 잘 해결하라고 있을 것인가? <당신을 위한 강의실은 없다> 연재를 마치며 다시 한번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자 각 대학별로 미투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의장 문아영, 성균관대 위드유특별위원회 함수민, 연세대 A교수 성폭력 대응을 위한 학생연대체 윤영경, 이화여대 조예대 학생회 공동대표 신혜슬, 동국대 행동하는 페미니스트 '쿵쾅' 예진 등 5명이 참여했다. 지난 9일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진행된 좌담회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좌담 첫번째 기사 : '대학 미투' 대하는 학교 측의 '천하 제일 궤변 대회') 

 

 

ⓒ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

 

 

미투는 성별위계에 기반한 대학 문화의 문제다 

프레시안 : 대체로 학교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가 가장 큰 문제고, 무엇보다 가해자가 오랜 기간 강단에 있으면서 피해자가 누적되어 온 문제이지만, 미투를 통해 그냥 단편적인 사건으로만 드러났다는 사실도 공통적인 지점이다. 또 이런 성추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대학 내 문화도 공통적인 문제다.  

윤영경(연세대) : 학생들이 학교에 요구하는 것은 A교수가 성폭력을 저지른 것이 맞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게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식이고, 무너진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길이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에브리타임' 같은 학내 남학생들의 익명사이트 등에서 '내가 봤을 때 A교수가 엄청 좋은 사람 같다.'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 '이런 고발하는 건 다 페미다', '페미는 정신병이다'는 등 발언이 난무한다. 피해 당사자는 심적 부담이 엄청나다. 남녀공학이라서 이런 생각을 가진 남학생들과도 부대끼며 학교를 다녀야 한다. 학교 큰길을 걷기만 해도 '지나가는 쟤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인데, 학교에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있다.  

문아영(동덕여대) : 동덕여대에서 처음 미투 고발이 이뤄진 것은 H교수의 강의실 내 여성 비하 문학론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학생들이 계속 갖고 있었는데, '안희정 미투'에 대한 폄하 발언을 계기로 공론화가 되기 시작했다.  

사실 저희가 문제제기를 하는 것의 가장 첫 번째는 강의실에서의 위계폭력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쉽게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함수민(성균관대) : 미투는 문화의 문제다. 지금 보면 강의실 내에서 성차별 발언이나 미투 희화화는 여전하다. 남성들은 성차별적 발언을 아직도 유머로 소비하고, 여성 차별적 발언도 공공연히 이뤄진다. 교재 내에서도 그런 내용이 보이는데 수정도 안 되고 10년 넘게 쓰이고 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아무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간신히 강의 평가 목록 중에 '성차별 발언이 있다면 쓰라'고 해서 늘 글자 수가 초과될 만큼 쓰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런 내용을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익명으로 쓰는 것이지만, 과연 익명이 보장되는지 의구심을 다들 갖고 있다. 교수들이 가끔 '너네 강의 평가 써봤자 내가 모를 줄 알지? 그거 다 아는 방법이 있다'라는 말을 장난인지 진담인지는 모르겠으나 하기도 한다. 

성균관대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보수적이다. 재단도 보수적이고. 그러다 보니 미투와 관련한 모든 행동에 제재가 가해진다. 애초 문화적으로 여성에 대한 존중, 소수자에 대한 존중, 어린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다보니, 그런 기반 위에서 미투가 일어났을 때 과연 누가 보호를 받을 것인가. 심지어는 총학생회조차 연대하지 않는다. 총학은 '남정숙 교수를 지지하는 학우들의 이야기와 학교 측 이야기가 너무 상이하니 자기는 연대할 수 없다'며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또 학교나 총학이나 우리가 다 옳은 이야기를 해서 할 말이 없어질 때 꺼내는 카드는 '위드유특위, 너희가 어디 소속이냐, 정식인준을 받았느냐'는 것이다. 그런 식의 프레임은 늘 모든 인권 활동이나 소수자 활동을 막아왔다.  

최대 형량이 정직 3개월? 판박이 징계 결정  

프레시안 :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한 징계 절차를 거쳐 소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것도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함수민 : 학교 공간 안에서 최대 형량이라고 내려지는 것이 정말 다들 비슷하게 '정직 3개월'이다. 학교들마다 '정직 3개월은 우리가 교수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처벌'이라는 말을 동일하게 한다. 이런 얘기도 한다. '여기가 학교인데 다 알지 않지 않느냐. 우리가 파면할 것 같아요? 사직서를 내면 그걸 받아들이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한다. 

조사위나 징계위에 대한 문제제기도 당사자만 할 수 있다. 연대해서 활동해온 사람들은 전혀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 오히려 가해자만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권력 관계가 역전되어 있다.  

신혜슬(이화여대) : 저희도 계속 파면을 요구했는데, 파면을 해도 5년 후에 해당 학교는 아니지만, 교단에 다시 설 수 있다고 들었다. 해임은 3년 후에 해당 학교로 돌아올 수 있고. 그렇다면 가장 수위가 높은 징계인 파면도 사실 피해 호소인들을 보호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또 정직 3개월과 해임 사이의 징계 수위가 없어서, 해임은 학교 측에서 생각하기에 너무 무거운 것 같으니까 '정직 3개월'이 제일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문아영 : H교수는 작가이기 때문에 다른 예술 활동을 통해 충분히 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미 타 매체 인터뷰를 통해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새 작품을 쓰고, 외국 대학에 교수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혜슬 : 해임이 되어도 교직원 연금이 나온다고 들었다. 그래서 저희도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저희도 예체능 쪽이기 때문에 교수가 아니더라도 각종 공모전에 심사위원 등으로 어디서나 만날 수 있어 미투 폭로에 나서기 힘든 경우다. 그래서 학생들은 성폭력 피해 신고를 하기도 어려운데, 가해 교수들은 정직이나 처분이 내려졌어도 열려 있는 미래가 있다. 

윤영경 : 저희는 '대학에서 수업을 못하게 하고, 대학원 수업에서 학생 녹취 진술을 트는 등 2차 가해를 자행하니까 징계가 결정되면 대학원 수업도 못하게 하라'고 요구했더니, 그렇게 되면 '교수에게 월급을 줄 근거가 없다'며 안 된다고 하더라. 

저희는 파면을 요구했는데, 징계위 내에서는 정직 3개월도 너무 심하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왜 이런 인식의 차이를 보이냐면, 징계위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교수다. 연세대는 교수들의 성인지 교육 이수율이 제일 낮은 학교 중 하나다. 교수들은 남초 집단이고 권위의식이 강한 집단이다. 이런 사람들이 징계위원을 구성하고 있으니 당연히 징계 수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가해 교수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한데 처음에는 사건을 인정하고 사과하겠다고 하다가 실제 징계 절차에 들어가면 말을 번복하는 경우가 많다. 

윤영경 : 저희는 처음에 학과 간담회에서 본인이 먼저 '말을 하겠다'고 하고 사실 관계를 인정하냐고 물었더니 인정하겠다고 했다. 사과도 약속을 했다. 그리고 나서 몇 달이 지나도 사과를 하지 않아서 '사과를 왜 안 하시냐'고 메일을 보냈더니 '사과는 합니다. 진상조사위원회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답장이 왔다.  

그런데 진상조사위원회가 아니라 인사위원회가 진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진상조사위원회'라고 말을 달리하면서 마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면서 1년이 지나도록 약속한 사과도 안 하고 다른 교수를 고소하는 상황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주어' 생략된 유감 표명이 공식 사과? 


문아영 : 저희는 H교수가 성추행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상태다. 3월 14일 처음 미투 폄하 발언이 공론화되고, 3월 15일 피해학우가 학내 커뮤니티 통해 성추행 고발을 한 뒤에, 3월 19일 H교수가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H교수는 학교에 사직서를 낸 상태고, 학교는 아직 이를 처리하지 않았다. H교수는 징계위에 출석하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고, 모든 것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한다. 이미 사직서도 제출한 상태에서 어떤 징계 결과가 나온들 어떤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저희는 파면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학교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고 교육부 등 정부기관에서도 사립학교 문제에 대해선 '권고' 이상의 강제력을 갖기 어렵다고 답변을 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함수민 : 저희는 가해 교수가 성추행을 인정했다. 그런데 어떤 방식이냐면 '나도 안다. 하지만 어떡하느냐. 나도 나를 주체할 수 없다'며 자신의 성폭력을 아주 정당한 일인 것처럼 말했다. 남정숙 교수에 대한 사과도 어떤 방식이었냐면, 가해 교수가 마이크를 잡고 '나는 누구에게 이런 일을 저질렀고, 정말 죄송하다'가 아니라, '학교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 들었는데,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것이 사과였다는데, 자신의 가해 사실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사과의 대상이 누구인지로 확실치 않았으며, 반성도 없었다. 학교 측이 이 사건을 계속 쉽다고 말하는 이유는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정직 3개월'이다.  

프레시안 : 현재 학교와 학생 사이의 내부적인 문제로 학교 차원에서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등 정책적인 차원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얘기해달라.  

함수민 : 사실 내부적인 해결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공간의 문화를 바꾸는 핵심적인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째서 우리가 공동체 내부적인 해결을 원했는가. 그리고 어째서 학내 기구를 중심으로, 혹은 학내 단위를 중심으로 학우들이 중심이 돼서 문제를 지적하고 이것이 바뀌어나가는 과정에 왜 우리가 목맸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것은 형편없는 시스템을 조금은 더 여성주의적으로, 그리고 미투의 흐름에 맞게 바꿔나가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말한 대로 우리가 '오히려 너무 고립되어 가는 것 같다. 그리고 학교가 지정한 익명게시판에서 너무 많이 조리돌림을 당한다. 그래서 우리의 안전이 실질적으로 온라인을 넘어서 오프라인에서도 위협을 당한다'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봤을 때 조금 암담하다. 

우선은 학교에서 여성주의 자치기구나 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기구 등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것이 오히려 전체 학교의 조직 내부의 안정성과 갈등 해소에 필요한 일 아닌가. 성평등위원회라든지 인권위원회라든지 각 단과대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아주 소수의 위원회들이 엄청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 이런 단위들이 곳곳에 있으면 성폭력 등 문제가 발생했을데, '그것에 맡기면 되겠네' 이렇게 생각되고 절차상 안정되어 있을텐데, 지금은 성폭력이 발생하면 '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면서 '묻어. 묻어' 이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여학생위원회에 군필자 위한 활동을 하라? 

프레시안 : 미투 활동 때문에 실질적으로 오프라인에서도 위협을 느낀다는 말이 다소 충격적인데, 좀더 자세히 말해달라.  

함수민 : 정말 많다. 미투에 연대한 단위들에 대한 압력이 대표적인데, 중앙동아리는 동아리 중에서 힘이 좀 있다. 학교 측 지원도 받고, 동아리실도 보장된다. 그런데 모 동아리가 미투를 지지하고 관련 학내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중앙동아리에 들어가는 자격을 박탈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저는 '위드유특위'뿐 아니라 문과대 여학생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문과대 여학생위원회가 남정숙 교수 미투 운동에 앞장섰던 단위인데, 저희가 관리하는 여학생휴게실에 대해 '재네가 점거하니까 뺏어야 한다'며 이 문제를 특별안건으로 상정하자는 요구도 나왔다. 또 여학생위원회는 독립기구가 아니라 특별기구라 매년 인준을 받는다. 인준 절차에 오만 가지 두꺼운 서류를 준비해 가도, 반대에 부딪힌다. '남자를 위한 활동을 하지 않느냐? 군필자를 위한 활동은 왜 하지 않느냐?' 이런 질문을 한다. 이는 사실 남성의 범위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성소수자, 장애학생들에 대한 인지가 전혀 없는 질문들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정말 너무 당당하게 요구되니까 우리는 인준받기 위해 덜덜 떨 수밖에 없다. 너무 힘이 없으니까. 그런데 막상 성폭력 사건 등이 문제가 발생하면 온갖 실무는 우리가 다 담당해야 한다. 성평등 문화 조성을 우리가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위상을 인정하고 높이기보다는 깎고 우리의 권리를 하나하나 앗아가려고 한다.  

신혜슬 : 저는 교육부에서 움직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특히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권고만 할 수 있고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저희 학교에서 한 번 간담회가 있었다(2018년 4월 11일). 교육부총리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는데, 학생들과 참가자들이 제일 많이 했던 질문이 '그래서 교육부는 뭘 했느냐? 뭘 할 수 있느냐?' 였다. 교육부 미투 담당자가 계속 명확한 답을 못하다가 '솔직히 얘기하면 교육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학교 자치/자율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만 말하더라. 교육부는 '학교 자율'을 말하고, 대학은 '교육부에서도 권고만 내리고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건데, 왜 우리한테 그러느냐'면서 그 틈새를 이용해 빠져나간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제도 안에서 가해자는 굉장히 잘 보호되고 있다. 정말 철통같이 보호하면서 피해 호소인이나 학생들은 전혀 보호되지 못하는 갭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는 교육부에서 권고 이상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본다. 간담회 이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했다고 만든 게 신고센터를 만들었는데, 지금 신고를 못해서 문제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피해 호소인이나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그걸 교육부에서 충분히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고만으로 끝낸다는 것은 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또 교육부 내에서 대학 내 성폭력 담당자가 한 명이라고 들었다. 인력도 좀 더 배치해서 권고가 아닌 그 이상의 영향력을 교육부가 행사해야 대학도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권고' 이상은 못한다는 교육부, '대학 평가'에 성평등 포함시키자

문아영 : 사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처벌이라고 전혀 느낄 수가 없다.  

교육부에 대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권한이 없다고 답변을 하는데,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교육부의 대학 평가에 이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학들이 국립대학, 사립대학 불문하고 대학 평가에 연연한다. 대학 평가 세부 항목으로 학내 성폭력이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전수조사가 매년 이뤄지고 있는지, 교직원과 교수 등이 성평등교육을 얼마나 잘 이수하고 있는지 등을 넣어야 한다. 왜냐면 학교가 교육부가 아무리 권고한들 들을까 이런 의구심이 있기 때문이다.  

윤영경 : 현재 교육부에서 권고를 했을 때, 이를 듣지 않았을 때 벌점 등 실질적인 손해가 있어야 대학들이 이를 따를 것 같다. 그리고 현재 학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정이나 시스템이 미비하고 구멍이 나 있는 상황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 교육부가 개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 측에서 교원 윤리 규정에 품위 유지 규정이 있는데, 여기에 성폭력을 저질렀을 때 어떤 제재를 가하는지에 대해 규정이 되어 있지 않다고 말해서, 총여학생회에서 찾아보니 세세하지는 않아도 규정이 있긴 있었다. 이런 태도를 보면 학교 측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서 학생들이 지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닌가 싶다. 우회적으로 알아봤을 때 '학생들을 지치게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방학까지 끌었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 학교 내에서 전혀 자정이 안 된다는 얘기다. 교육부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건에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이런 시스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육부가 연대 A교수의 징계 문제에 대해 직접 개입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학교가 소위 가해자 감싸기를 한다거나 이런 정황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소통하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놓으면 대학들도 좀 의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교육부 권고는 솔직히 학생들 입장에선 '너희들도 한통속이야?' 이런 느낌이다.  

신혜슬 : 2차 가해도 매우 많았는데, 기사에도 나왔지만 '너희들 치마가 짧아서 미투 운동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발언이나 '미투가 있어서 지원금이 끊겼다'는 이런 이상한 말로 학생들을 협박하면서, 모든 게 학생들 때문이라고 탓을 했다. 학생회나 조금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저 말, 들을 필요가 없는 소리구나' 하고 알지만, 일부 학생들 중에는 동요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 교수들도 성평등 강의가 필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있다고는 들었는데, 이행을 안 했을 때 어떤 불이익은 없다고 한다. 이런 것도 교육부에서 조금 더 강제해야 한다.  

또 교수들이 가진 권력, 본인은 엄청 명예 있고 권력 있는 것처럼 말씀하신다. 물론 훌륭한 분들도 많겠지만, 성범죄를 저지른 분들까지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자신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건 본인들이지 않나. 꼭 성범죄가 아니더라도, 위계질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도 해소됐으면 한다.  

프레시안 : 방금 지적한 것처럼 대학 내 성폭력 문제가 교수-학생 간의 위계, 또 성별간의 위계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이다. 따라서 문화의 문제이고 많은 교육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책이 있다면 말해달라. 

윤영경 : 남학생들 사이의 익명게시판인 '에브리타임'은 폐쇄해야 한다.(웃음)

학내 문화라는 게, 문과대는 여학생 비율이 높은 편인데 '옛날에는 여교수가 들어오면 연구실 안 주고 조교들과 같이 사무실을 쓰게 했다' 이런 이야기를 아직도 하는 교수들이 있다. 해당 과는 여교수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우리 과는 전통적으로 남자가 많아서...'라고 한다.  

이런 게 충분히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남학생과 여학생 간 사이에 성인지 인식 차가 상당히 엄청나고, 이런 것들이 여학생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에브리타임이 아무리 익명 커뮤니티라고 해도, 거기서 페미니즘을 비판하고 성차별적 의견들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내가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 하나라는 얘기이지 않나. 그래서 사실 학교에서 몇몇 의식 있는 강사들이 '페미니즘 문화' 이런 수업을 열면 발표를 할 때 저 뒤에서 차가운 눈으로 나를 보는 저 남학생들, 또 자기들끼리 뒷담화로 '쟤는 페미잖아'라고 낙인을 찍고. '성폭력은 나쁘다'라는 말은 남교수도 하는 말인데, 여학생이 이 말을 하면 '페미'로 낙인 찍히고, 여학생들은 점점 더 말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된다. 남학생보다 훨씬 더 큰 용기를 내야 하고, 그러다보니 남학생들의 발화가 더 많고 권력을 가지게 되고, 이런 학내 분위기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문아영 : 사실 이 자리도 특정 언론사가 아니라 교육부에서 학교의 미투를 고발한 피해 당사자나 혹은 이렇게 비대위나 총학 등 연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면담 요청을 해서 주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수와 학생 간 위계도 있지만, 그보다 원초적인 것은 남성과 여성간 성별 위계인 것 같다.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가 깨닫게 된 현실은 성폭력을 '나쁜 사람, 어떤 괴물 같은 사람'이 일으키는 게 아니라 물론 처음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 나와 같이 생활하는 사람도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 근원은 성별 간 권력 차이고, 여성혐오에 기반한 것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미투를 지지하는 이유가 개인 간 성폭력 사건에 연대하는 것도 있지만, 이게 결국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고 여성혐오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대해 싸우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학교 측에서는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논의가 확장되지 않는다. 

윤영경 : 지금 학교가 길게 못 보고 근시안적으로 숨기기에 급급하다. 학교가 남성중싱적인 학내 문화와 분위기를 재생산하고 강화하는 것이라는 인식 자체가 전혀 없다. 

문아영 : 지금은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로 활동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논의한 것은 '이 사건만의 해결을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 길게 가서 인권센터를 만드는 것까지 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인권센터가 있다고 해서 제 역할을 하지는 못하는 학교가 다반수지만, 우리는 그 인권센터조차 없는 학교다.  

'미투 이후의 대학'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개인적으로는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점을 가장 크게 보고 있다. 대학 미투를 포함한 스쿨 미투는 미래 세대에게 한국 사회가 어떤 미래로 다가가느냐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아영 : 지금 일부에서 말하는 게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고등교육을 받고 있고,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데 어떤 불평등이 있느냐고 한다. 물론 반박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대학 내 미투만 봐도 사실 학생들이 입학해서 교육을 받는 동안 이렇게 성추행 당하고, 성희롱 당하고, 성폭력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여성들에게 교육권이 동등하게 보장되느냐 물어야 한다.  

윤영경 : 교육기관이라는 것이 학교 건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별 교수들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징계위원회에 들어갔을 때 딱 교수들의 인식은 학생들은 4년이 지나면 졸업할 것이지만 동료 교수는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교수들 사이에 이런 저런 연계로 다 얽혀 있다면 얽혀 있지 않나. 그러니까 동료 교수에 대한 인식만 공고하지,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 교수에 대한 인식 자체는 부재하다. 

문아영 : 사실 같은 위치에 있는 교수가 징계위원이 되는 것이 저희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교수는 그런 일을 조사하고 징계 처벌을 내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윤영경 : 재단징계위원회에는 학교 이사들이 들어가는데, 이들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것도 사실 성인지, 전문성 측면에서 말이 안 된다. 교육부에서 이런 구조적인 모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했으면 좋겠다.  

예진 : 처음에 연대체를 구성하고 5.15 기자회견을 통해서 스승의 날에 '가해자들은 스승의 자격이 없으니 파면하라' 이렇게 요구를 하면서 대응 단위를 만나게 됐다. 사실 사회적으로 미투가 엄청 주목된 것과 조금 다르게, 대학 미투는 엄청 많이 제기되고 가시화됐는데도 어떠한 처벌도 내려지지 않고 있는 학교가 대다수인 것 같다. 

오늘 이 자리에서도 각 대학마다 유사한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연세대 A교수 하나, 동덕여대 H교수 하나, 이렇게 해결한다고 결코 '끝났다, 우리 학교가 안전해 졌다'라고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을 지금까지 몇 개월의 미투 운동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징계위나 절차들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이런 제도 개선이 엄청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투 이후'의 대학을 우리가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를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공동기자회견이나 연속 기고를 기획했던 것도 미투가 하나의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문제이고, 그 중에서도 대학 미투는 모든 대학의 보수 권력과 성별 권력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문제라서, 한 학교의 사건이 해결된다고 학교가 안전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완전한 공동체가 가능할 지도 모르겠으나, 같이 행동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미투 이후에 실질적으로 미투에서 봤던 학교 권력기관의 한계, 인권센터가 있는 곳은 있는 대로의 한계, 없는 곳은 없는 대로의 한계, 징계위 학생 참여를 배제하는 등 학생을 학교의 한 주체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이 확인됐다. 이런 문제들에 주목하면서 '미투 이후'의 대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

 

 

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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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국군 감축 예상한 미국 국방부와 연방의회

[개벽예감 311] 주한미국군 감축 예상한 미국 국방부와 연방의회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08/20 [09:36]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국방수권법안에서 뭐가 달라졌는가?

2.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드러난 무지몽매와 망동

3. 조미비핵화협상 감시하려는 국방부와 연방의회

4. 대통령의 철군결정은 누구도 가로막지 못한다

 

 

1. 국방수권법안에서 뭐가 달라졌는가?

 

2018년 8월 13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 뉴욕주 북부에 있는 포트 드럼(Fort Drum)을 방문하였다. 이 군사기지에는 미국 육군 제10산악사단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군에 단 하나뿐인 이 경보병산악사단은 지난 10여 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에서 실전경험을 쌓아온 정예부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정예부대를 찾아가 흥미로운 정치극을 연출하였다. 미국 언론매체들의 보도사진을 보면, 그는 미국 육군의 전투장비를 대표하는 AH-64E 어파치(Apache) 공격헬기 두 대와 차량견인식 155mm M777 곡사포 두 문을 배경에 두고, 장병들 앞에서 법안서명식과 연설을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백악관에서 법안에 서명해온 전통과 관례를 벗어나 전투부대에서 서명식을 진행하고 연설까지 하였으니, 이를 어찌 의도적으로 연출된 정치극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8년 8월 13일 뉴욕주 북부에 주둔하는 경보병산악사단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장병들 앞에서 서명한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 문서를 손에 들고 장병들과 취재진에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미국 국방부가 작성하고, 연방의회가 승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수권법안은 오는 10월 1일부터 1년 동안 시행된다. 2019회계년도에 미국 국방부가 지출할 군사예산은 약 7,170억 달러인데, 거기에는 미국의 핵무력을 현대화하고, 우주군을 창설하고, 병력을 증원하고, 신형 전략폭격기를 개발하고, 신형 전투함을 건조하고, F-35 스텔스전투기 77척을 제작하는 방대한 규모의 예산이 포함되었다.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무력증강으로 실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적 의지가 그 법안에 반영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정치극을 연출하면서 서명한 법안은 미국 국방부가 작성하고 연방의회가 승인한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for Fiscal Year 2019)’이다. 국방수권법안이라는 것은 군사예산을 얼마나 책정하고, 어느 부문, 어느 사업에 군사예산을 어떻게 배정하는지를 명시한 회계법안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회계년도는 10월 1일부터 이듬해 9월 30일까지 1년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13일에 서명한 국방수권법안은 2018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어 2019년 9월 30일에 종료되는 한시법안이다. 

 

미국 국방부가 작성하고 연방의회가 승인한 법안에서 책정된 2019회계년도의 군사예산은 약 7,170억 달러다. 거기에는 핵무력을 현대화하고, 우주군을 창설하고, 병력 15,000명을 증원하고, 신형 전략폭격기 B-21을 개발하고, 신형 군함 13척을 건조하고, F-35 스텔스전투기 77척을 제작하는 방대한 예산이 포함되었다.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무력증강으로 실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적 의지가 그 법안에 반영되었다. 법안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진행된 연설에서 “지난 몇 해 동안 지독한 삭감조치가 있었으나, 지금 우리는 이전에는 결코 가질 수 없었던 우리 군대를 재건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이 우리의 자유를 살리기 위한 것임을 알기에 우리 군대의 힘에 의존한다. 지구 위의 그 어떤 적도 미국군의 힘과 용기와 기량에 맞서지 못한다.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게 되었으며, 결코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일반적으로 국방수권법안에는 미국 국방부가 인식하는 군사정세와 그에 대한 대응책이 반영되는데,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과 ‘2018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을 비교하면서 그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하였던 2017년 12월 12일은 조선이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성공하여 미국 본토 전역에 전략핵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날로부터 불과 12일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으므로, 당시 미국 국방부는 국가안보파탄위험을 직감하고 있었고, 바로 그런 사정이 그 법안에 반영되었다.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8년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중시하는 세 가지 군사전략목표가 명시되었는데, 그 목표를 우선순위에 따라 열거하면, 첫째가 “한반도의 위협에 대처하기에 필요한 군사적 임무들”이고, 둘째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이 제기한 도전과 관련된 미국 국방부의 역할”이고, 셋째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테러와 싸우기 위한 목적과 우선순위들”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북조선의 핵 및 미사일프로그램이 오늘 미국이 직면한 가장 위험한 국가안보위협들 가운데 하나라고 인식하고, 현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의 방어를 최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2월 12일 백악관에서 '2018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하는 장면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조선의 핵무력 완성을 미국이 직면한 가장 위험한 국가안보위협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방어를 최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와 달리,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는 조선의 핵무력이 인도양-태평양 전역의 안정에 중대한 국가안보위협을 제기한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서술내용의 변화는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조선의 국가핵무력에 대한 미국의 위협체감도가 현저하게 낮아졌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당시 다급한 사정에 처한 미국 국방부는 국방장관이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관한 정보와 대응계획을 연방의회에 보고하겠다고 하였다. 이를테면, “북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또는 핵무기의 개발 및 배치”, “북조선의 핵 및 미사일프로그램이 미국과 동맹국들에 주는 영향”, “북조선의 위협을 억제하고 방어하는 계획”, “우주공간에서 미국의 사활적 이익과 능력을 북조선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계획”, “북조선의 전자기파무기(EMP weapon)가 촉발할 수 있는 손실과 파괴” 등에 관한 국방장관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와 달리,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프로그램이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하는 인도양-태평양 전역의 안전과 안정에 중대한 국가안보위협을 제기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간략하게 명기되었다. 

 

미국이 직면한 국가안보위협에 관한 서술내용이 지난해 국방수권법안과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그처럼 확연히 달라진 것은,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조선의 국가핵무력에 대한 미국의 위협체감도가 현저하게 낮아졌음을 말해준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에 맞서기 위한 대책들을 열거하였다. 이를테면, “미국 국방부가 2017년에 작성하는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에서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게 충분한 방어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행동들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였고, 한미군사회담과 미일군사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미국의 확장억제노력의 신뢰성과 실천성을 보장하는 현존 핵능력을 유지하고 현대화하여야 한다”고 언급하였으며, “현대적인 핵능력을 갖춘 항공모함을 적절한 시기에 개발하고, 생산하고, 배치하는 것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확장억제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장하는 데서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에 대처하는 대책수립과 관련하여 법안시행일로부터 30일 안에 “미사일방어체계, 장거리타격자산, 중거리타격자산 같은 미국의 주요군사자산들을 해당지역에 증강배치하고, 해당지역에서 동맹국들과의 군사협력, 군사연습, 통합방위를 강화하고, 해당지역 동맹국들에게 대외군사판매를 증대시키고, 해당지역에 이중용도 항공모함을 배치하거나 훈련하는 계획을 수립하며, 핵탄두를 장착하는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을 해당지역에 재배치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핵무력태세에 관련된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고, 미국 국방장관이 해당지역에서 확장억제 및 안보보장을 강화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행동들도 취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와 달리,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는 “미국이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방어와 확장된 핵억제에 관한 조약의무와 보장을 포함하여 자기의 조약의무와 보장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간략하게 명시되었다.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에 맞서려는 미국의 핵무력준비태세에 관한 서술내용이 지난해 국방수권법안과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그처럼 달라진 것은,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조선의 국가핵무력에 대한 미국의 위협체감도가 현저하게 낮아졌음을 말해준다.

 

 

2.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드러난 무지몽매와 망동

 

지난해 국방수권법안과 올해 국방수권법안을 대조하면, 서술내용에서 차이점이 하나 더 나타나는데, 그것은 지난해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비핵화문제가 올해 매우 비중 있게, 그리고 아주 상세하게 명기된 것이다. 미국 국방부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명시한 비핵화문제에 관한 서술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미국의 중심적인 대외정책목표로 되었다”고 명시하였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비핵화합의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충돌종식합의”도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방어와 확장된 핵억제에 관한 미국의 조약의무와 보장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였으며, 주한미국군을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북조선이라는 비공식 국호를 썼지만,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표기했다. 이것은 조선의 국가적 지위 및 조미관계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변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위에 서술된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역사적 과업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인식은 정세발전을 거스르는 퇴행적이고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강변으로 일관되었다.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미국 국방부는 남북정상회담과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되고 천명된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을 ‘조선의 비핵화’라는 자의적 개념으로 바꿔버리고, 조선이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미국 국방부는 조선과 미국이 비핵화나 평화체제구축과 관련하여 어떤 합의에 이르더라도, 한미동맹체제는 그런 합의와 무관하게 종전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의 그런 견해와 입장은 그들의 무지몽매를 드러내 보여줄 뿐이다. 그들은 조미관계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서술된 방향과는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무지몽매에 빠져있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한미동맹체제라는 것은 정전체제에 의해 산생된 것이므로, 종전선언 발표에서 출발하여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일련의 정세변화 속에서 정전체제가 해체되면 한미동맹체제도 존재근거를 상실하고 당연히 해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무지몽매에 빠진 미국 국방부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한미동맹체제가 양립, 병존할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였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한미동맹체제의 상호관계와 관련하여 미국 국방부가 드러내 보인 그런 무지몽매는 아주 오래 전부터 흘러나오는 왜곡관념의 병리적 분비물이므로, 별로 특기할 만한 것이 아니다. 

 

정작 특기할 만한 것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내용이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그 새로운 내용은 미국 국방부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주한미국군 감축을 반대해오던 그들이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그 문제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중대한 문제이므로, 아래에서 자세히 논한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조선전략수립문제에 대해 언급하였다.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미국 국방부는 대조선전략수립에 관한 대통령 보고서가 연방의회에 제출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를테면, “대통령은 법안시행일로부터 90일 안에 대조선전략수립에 관한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고, 이에 관련된 진전상황을 알려주는 갱신된 연례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하면서, 대통령 보고서에 들어가야 할 주요내용들까지 적시하였다. 미국 국방부와 연방의회가 대통령 보고서에 적시되기를 원했던 주요내용들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북조선의 주요위협에 대한 설명과 평가”, “외교, 경제, 안보부문에서 한반도전략의 목표들과 북조선으로부터 발생되는 안보위협의 종식”, “안보위협을 종식시키는 상세한 실행경로와 시간표” 등이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8월 1일 미국 연방상원이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을 의결하는 장면이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국방장관이 '조선의 비핵화'에 관한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하면서, 그 보고서에 조선이 전면 배격한 "강도적이고 일방적인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하였다.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미국 국방부는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조선의 비핵화'를 조선에게 요구하겠다고 하면서, 핵무기가 아닌 대량파괴무기들까지 비핵화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저의를 드러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대통령 보고서가 아니라 국방장관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하였고, 대조선전략에 관한 보고서가 아니라 조선의 비핵화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이를테면, “미국 국방장관이 국가정보실장, 국무장관, 에너지장관과 협력하여 법안시행일로부터 60일 안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협상을 진전시키는 기준선을 정하기 위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프로그램 현황에 관한 보고서를 연방의회 산하 위원회들에 제출하겠다”고 명시된 것이다. 그리고 미국 국방부는 국방장관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주요내용들을 담겠다고 하였다.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기, 그리고 화학무기 및 생물무기를 포함한 다른 대량파괴무기들의 위치, 수량, 능력, 작전상태” 

(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기, 그리고 화학무기 및 생물무기를 포함한 다른 대량파괴무기들을 연구, 개발, 생산, 시험하는 시설들의 위치”

(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지상고정식 탄도미사일발사대의 위치, 수량, 능력, 작전상태, 그리고 이동식 발사대와 해상발사대의 능력, 준비태세에 관한 평가”

(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도미사일 제조시설, 조립시설들의 위치”

(5) “위의 서술부분에서 요구되는 정보와 관련된 정보격차와 확인수준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그런 정보격차를 메울 수 있는 검증 또는 사찰”

 

미국 국방부가 연방의회에 제출할 국방장관 보고서에 담으려는,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사항들은 조선이 전면적으로 배격한 “강도적이고 일방적인 요구”들이며, 국가자주권을 인정하는 국제법에서 탈선한 비법적인 요구들이다. 더욱이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과 어긋나게 핵무기가 아닌 대량파괴무기까지 비핵화대상으로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저의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조선에게 그런 부당한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불법행위다. 그런데도 미국 국방부가 연방의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그런 불법행위를 거론한 것은 망동이 아닐 수 없다.   

 

 

3. 조미비핵화협상 감시하려는 국방부와 연방의회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만일 조선과 미국이 비핵화에 관련된 합의에 이르는 경우, 합의일로부터 60일 안에, 그리고 그 이후에도 90일마다 위에 열거된 다섯 가지 사항이 들어간 국방장관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이런 내용이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들어간 것은, 미국 국방부가 조선과 미국이 2019년 9월 30일 이전에 비핵화를 합의할 것으로 예상하였음을 말해준다. 

 

미국 국방부의 그런 예상은 그들이 조선과 미국의 비핵화협상을 감시하려는 의욕을 불러일으켰는데, 연방의회도 그런 감시조치에 동조하였음은 물론이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자기들이 연방의회에 제출할 조미비핵화협상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주요내용들을 담겠다고 적시하였다.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밖으로 이전되거나 또는 검증할 수 있도록 해체되고 파괴되고 영구히 사용할 수 없게 된 핵무기, 그리고 화학무기 및 생물무기들과 탄도미사일들을 비롯한 대량파괴무기들의 수량”

(2)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해체되고 파괴되고 영구히 사용할 수 없게 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기, 그리고 화학무기 및 생물무기들을 비롯한 대량파괴무기들을 연구, 개발, 생산, 시험하는 시설들의 위치” 

(3) “검증할 수 있도록 해체되고 파괴되고 영구히 사용할 수 없게 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도미사일 제조 및 조립시설들의 위치”

(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통제에 남아있는 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통제하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의 수량”

(5)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핵무기프로그램을 재생시키고 핵무기를 재생산하기에 필요한 돌파기간(breakout period)을 연장하는 상황에 대한 평가” <사진 4>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사항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 국방부는 그들이 주장하는 ‘조선의 비핵화’가 실현되더라도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전부 해체되는 것은 아니므로,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일정기간 뒤에 재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조선의 국가핵무력을 전부 해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미국 국방부의 강조점은 ‘조선의 비핵화’ 실행여부를 검증하는 것에 찍혀있다. 그래서 그들은 검증평가보고서를 ‘조선의 비핵화’가 실현된 날로부터 180일 안에 연방의회에 제출하고, 그 이후에도 180일마다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가 검증평가보고서를 거론한 것 자체가 현실을 배반한 망상의 산물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조미협상이 진전되면서 공고하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조선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할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의 국제원자력기구 복귀는 조선이 그 기구의 포괄적안전협정(Comprehensive Safeguards Agreement)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조선이 국제원자력기구에 복귀하여 포괄적안전협정을 받아들이면, 그 기구가 구성한 사찰단이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포괄적안전협정에 의거하여 녕변핵시설단지에 대한 정기사찰을 시행할 것이고, 녕변핵시설단지에서 조선이 자발적으로 해체한 몇몇 핵시설들의 해체상황을 정기사찰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 하지만 녕변핵시설단지 밖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핵시설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은 결코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를 앞세워 미신고 핵시설들에 대한 특별사찰을 시행하려면, 조선과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를 합의해야 하는 데, 1993년의 경험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이 추가의정서를 합의할 가능성은 털끝만큼도 없다.  

 

더욱이 핵물질생산시설이 아닌 핵무기를 사찰하고 그것의 해체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권한과 임무를 넘어서는 엄청난 일이므로, 만일 미국이 조선의 핵무기를 사찰하고 검증하려면, 조선과 협상을 벌여 사상 초유의 특별검증방식을 합의해야 하는데, 조선이 그런 협상요구에 응해줄 가능성은 전혀 상상할 수 없다. 

 

 

4. 대통령의 철군결정은 누구도 가로막지 못한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를 처음 언급하였다. 그 동안 주한미국군 완전철수를 반대할 뿐 아니라 감축마저 반대해온 그들이 감축문제를 거론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그런 변화는 조미협상이 진전되면서 주한미국군 감축이 불가피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그런데 조미관계에 관한 보도에서 사실왜곡을 일삼는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서술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에 대해 왜곡하였다. 그들은 연방의회가 승인해주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을 감축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식의 왜곡보도를 내보낸 것이다. 이를테면, <조선일보>는 2018년 8월 14일부 보도기사에서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서술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젠가 주한미군 감축, 철수를 원한다고 말한 상황에서, 미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은 것”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상투적인 왜곡보도다. 미국군 해외파병 또는 증파, 그리고 해외 주둔 미국군의 감축 또는 철수는 연방의회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이 미국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권한이므로, 미국 연방의회가 대통령의 그런 권한을 가로막을 수 없다. 그런데도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미국 연방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국군 감축을 승인해주지 않으려는 법적 조치를 의결한 것처럼 보도하였으니, 왜곡보도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미국 국방부가 작성하고 연방의회가 승인한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가 언급된 항목의 제목은 “한국에 배치되어 현역으로 복무하는 군대의 전체 병력수를 축소하기 위해 자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제한”이다. 이 제목만 보더라도, 주한미국군 감축을 가로막은 것이 아니라, 올해 책정된 군사예산이 주한미국군 감축에 사용되는 것을 제한한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세 문장이 들어있다.

 

“국방장관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연방의회 국방관련위원회들에 먼저 증명하지 않으면, 이 법안에서 승인된 자금이 한국에 배치되어 현역으로 복무하는 군대의 전체 병력수를 22,000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데 사용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1) 감축은 미국의 국가안보이익에 부합되고, 해당지역 동맹국들의 안전을 심하게 훼손하지 않는다. 

(2) 감축문제와 관련하여 국방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적절히 상의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 책정된 군사예산이 주한미국군 감축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단정적인 어법이 아니라, “사용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어정쩡한 어법이 쓰였다는 점이다. 

 

<한겨레> 2015년 10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한국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거둬 미국에게 상납해온 ‘방위비분담금’ 가운데 일부를 사용하지 않고 미국 민간은행 ‘뱅크 오브 어메리카(Bank of America)’ 서울지점이 위탁운영하는 ‘커뮤니티은행(Community Bank)’이라는 미국 국방부 소유의 특수은행에 2002년부터 비자금으로 적립해놓았는데, 비자금 규모는 2008년 10월에 1조1,193억원, 2013년 8월에 7,100억원, 2014년 1월에 6,210억원, 2015년 10월에 3,900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미국 국방부는 해마다 적립되는 비자금을 가지고 2002년부터 2015년까지 3,000억원 이상의 이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는데, 한국 정부는 미국 국방부의 이자수익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걷지 못한 채 수수방관해온 것이다. 비자금 내막을 보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방부에게 그 비자금으로 주한미국군 감축비용을 충당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  

 

주한미국군 감축문제가 언급된 국방수권법안 항목에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 국방장관이 주한미국군 감축의 필요성을 연방의회에 증명하는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책정된 군사예산을 지출하여 주한미국군을 22,000명 선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미국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감군 행정명령서에 서명만 하면 주한미국군이 즉각 감축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므로, 감군하더라도 22,000명 이하로는 감군하지 말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한 것이다.  

 

현재 주한미국군 총병력수는 공식적으로 28,500명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의 권고를 받아들이면 2019회계년도 안에 주한미국군 6,500명을 감축할 수 있다. <사진 5>

 

미국 국방부는 전투부대를 한국에 고정배치하지 않고, 미국 본토에서 한국으로 9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순환배치하고 있는데, 9개월마다 순환배치되는 병력은 약 3,500명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으로 순환배치되는 병력을 두 번만 연거푸 순환배치하지 않고 미국 본토에 남겨두라고 명령하면, 감축비용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한미국군 약 7,000명을 감축할 수 있다.  

 

이전에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들에서 몇 차례 거론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8년 5월 1일 보도,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3일 보도, 그리고 <워싱턴포스트> 2018년 6월 7일 보도에서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오면서도, 자기의 철군의지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주저하는 까닭은 몇몇 각료들이 그의 철군결정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1968년 8월 리처드 닉슨(Richard M. Nixon)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였으나, 헨리 키씬저(Henry H. Kissinger) 국가안보보좌관이 반대하는 바람에 주한미국군을 철수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닉슨은 1971년 3월 주한미국군 7사단 20,000명을 감축하는데 그쳤고, 1973년 3월 베트남에서만 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오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매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John F. Kelly)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이 철군을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정세는 50년 전 정세와 완전히 다르다. 1968년 8월 닉슨 대통령은 아시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검토하였는데, 당시 그가 아시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려고 하였던 까닭은, 미국군이 베트남전쟁에서 패배한 충격과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개발에 대한 우려가 중첩되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968년 1월 21일부터 7월 9일까지 베트남에서 격렬하게 계속된 케산전투(Battle of Khe Sanh)에서 미국군이 북베트남군에게 패하였고, 비록 발사 후 30초 만에 엔진폭발로 실패하였으나 중국이 1968년 1월 26일 사상 처음으로 3단형 위성발사체 창정(長征)-1호를 쏘아올렸다. 

 

그런데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오늘 정세는 전혀 다르게 변모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검토하는 게 아니라, 아시아대륙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다. 그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까닭은, 미국이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막으려고 갖은 술책을 다하다가 실패하여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패하였을 뿐 아니라,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이 미국을 국가안보파탄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50년 전에는 한반도가 아닌 베트남과 중국에서 각각 일어난 변화에 의해 아시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는 과정에 덤으로 주한미국군을 감축하였지만, 지금은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으로 조미관계가 결정적으로 바뀐 정세변화 속에서 주한미국군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머지않아 종전선언이 발표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몇몇 각료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주한미국군 감축을 단행할 것이고, 종전선언에 이어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감축 이후에 남게 되는 주한미국군도 모두 철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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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심의규정까지 위반하며 삼성 홍보하는 ‘종편’

장점만 말하는 동일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TV조선‧채널A‧MBN
 
임병도 | 2018-08-20 08:55:3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난 8월 10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9’을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스마트폰 발표 당일, TV조선‧채널A‧MBN은 이 소식을 저녁 종합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7개 방송사 중 8월 10일 저녁 뉴스로 ‘ 갤럭시 노트9’을 다룬 곳은 TV조선‧채널A‧MBN 뿐이었습니다.

“베일 벗은 갤럭시노트9…리모컨으로 진화한 S펜 ‘눈길’” <TV조선 뉴스9>
“만능펜으로 승부…베일 벗은 갤럭시노트9” <채널A 뉴스A>
“’셀카 찍고 음악 틀고’…갤노트9 핵심은 블루투스펜” MBN

TV조선‧채널A‧MBN은 마치 삼성전자 홍보팀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9’과 ‘S펜’이라는 상품명을 반복해서 언급했고, 제품의 장점만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TV조선‧채널A‧MBN은 기자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된 ‘펜’을 통한 원격 사진 촬영 기능을 설명하면서 직접 시연까지 했습니다.


장점만 말하는 동일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3사

▲8월 10일 뉴스에서 동일 인물 인터뷰 인용한 TV조선 <뉴스9>,채널A <뉴스A>,MBN <뉴스8>ⓒ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채널A‧MBN의 뉴스를 보면 동일한 인터뷰를 똑같이 보도하는 진풍경을 보여줬습니다.

TV조선에는 폭스비즈니스의 수잔 리와 제릭스위츨랜드의 파스칼 기자의 인터뷰가 나옵니다. 그런데 수잔 리는 MBN의 뉴스에도 나옵니다.

TV조선에 등장했던 파스칼 기자의 인터뷰는 채널A에 다시 ‘스위스 언론인 포스칼’이름으로 등장합니다. 3사가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인물과 했던 인터뷰를 똑같이 인용한 것입니다.

취재 현장이 같기에 인터뷰 내용도 중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점만 말하는 기자의 인터뷰를 동일하게 인용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왜 3사 중 아무도 갤럭시 노트9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인터뷰를 하지 않았고, 보도하지 않았는지가 의문입니다.


보도자료를 베낀 듯 말하는 기자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9’ 보도자료 (좌) TV조선‧채널A‧MBN이 보도한 기능 설명 (우)

삼성 뉴스룸에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9’ 전격 공개’라는 제목으로 ‘S 펜’의 장점을 그대로 설명하는 보도자료가 실렸습니다. 여기에는 “카메라, 동영상, 갤러리 등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프레젠테이션 중 슬라이드를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TV조선‧채널A‧MBN의 기자들은 마치 삼성전자의 보도자료를 베낀 듯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9의 S펜 장점을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요새 IT 리뷰를 하는 1인 미디어나 유튜버도 이런 식으로 장점만을 나열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 3사는 ‘셀카를 찍거나’,’프레젠티션에도’,’반경 10미터’ 등 보도자료에 나온 장점을 리포팅 내용에 그대로 담아 보도했습니다.


방송 심의 규정을 위반한 3사

▲8월 10일 TV조선‧채널A‧MBN이 보도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9’ 보도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

‘방송심의규정 제46조(광고효과)’를 보면 ‘상품 등 또는 이와 관련되는 명칭·상표·로고·슬로건·디자인 등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내용’을 광고 효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TV조선‧채널A‧MBN은 ‘갤럭시 노트9’의 상품명을 반복해서 보도했습니다. 특정 상품을 과도하게 노출시킴으로 삼성전자는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본 셈입니다.

방송심의규정을 보면 ‘상품 등의 기능을 시현하는 장면 또는 이를 이용하는 장면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채널A‧MBN은 기자들이 직접 ‘S펜’의 기능을 설명하고 시연까지 했습니다.

8월 10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방송 모니터 보고서에 나온 방송 이외 다른 언론사도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9의 출시와 연관된 뉴스를 연속해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베일벗은 ‘갤노트9′ 역대 최강…S펜으로 승부 <연합뉴스 TV> 
[화보]베일 벗은 갤럭시노트9 ‘만능 S펜’ 앞세운 화려한 데뷔 <뉴스1>
갤럭시 스튜디오서 만난 ‘갤 노트9’… ‘최강 스펙, 흥행 기대감” <뉴데일리> 
[포토]갤노트9, 말레이시아서 인기 ‘후끈’..”2000명 몰렸어요” <이데일리>

모든 언론이 특정 회사의 제품을 장점만 보도하는 모습이 과연 정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제대로 취재하고 검증해 진실만을 보도하겠다는 저널리즘의 원칙도 특정 회사 앞에서는 무용지물인가 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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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에서 내려온 박원순, 강북에 1조 투자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8/20 10:26
  • 수정일
    2018/08/20 10: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 강북살이 마친 박 시장, '동고동락 정책 발표회'서 강북 우선투자 계획 밝혀

18.08.19 19:30l최종 업데이트 18.08.19 20:59l

 

강북투자 정책구상 밝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를 열어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강북투자 정책구상 밝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를 열어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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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계적·획일적으로 투자하던 재정을 강북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배하려고 한다. 비강남지역 주민들의 편의시설과 인프라 확충을 위해 집중 투자하겠다."

한 달간 강북살이를 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옥탑방 구상'을 발표하며 "강북 우선 투자를 통해 강남북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19일 오후 2시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동고동락 정책발표회'를 열었다. 지난달 22일 시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시정을 하겠다며 강북구의 한 옥탑방에 입주한 박 시장이 한 달 '강북살이'를 하며 구상한 정책들을 주민과 언론에 밝히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강북 지역에 교육·주거 우선 투자... "청년의 도시로 만들 것"

 

박 시장은 한 달 고민의 결과물로 '강북 우선 투자'를 통한 청년층 유입을 내놨다. 박 시장은 "옥탑방을 살면서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것이 강남·북 격차다"라며 "오늘날 강남·북 격차는 과거 70년대에 이뤄졌던 강남집중 개발에 기인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도시는 젊어야 활기가 생긴다"라며 "강북을 청년의 도시로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매입해 '청년 중심 창업 공간'과 '청년 공공임대 주택'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 중 빈집 400호를 우선 매입하고 2022년까지 1000호를 사들여 청년·신혼주택 4000호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주거난으로 고통받는 청년, 신혼부부를 유입하고 동시에 강북 지역의 생활 인프라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그 모델로 '터무늬 있는 집'을 들었다. 터무늬있는 집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출자한 돈을 기반으로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청년들의 주택 보증금을 마련해서 꾸린 청년주택으로 강북구에 있다. 강북살이를 하며 박 시장이 현장에서 찾은 답 중 하나다.

박 시장은 "서울시와 SH공사가 빈집을 사들여 수리해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면 터무늬있는 집은 수백 개가 될 것이다"라며 "그곳에서 청년들이 서울시가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하면, 일자리와 주거문제가 해결되는 동시에 지역 사회도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강남·북 격차를 벌리고 청년층의 유입을 막는 요소로 지적되는 교육·보육 인프라 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박 시장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돼야 젊은층들이 온다"라며 국공립 어린이집 등 신규 돌봄시설의 90% 이상을 비강남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22년까지 비강남권에 영유아 열린육아방 373개, 국공립어린이집 486개, 우리동네 키움센터 357개를 신설하고 어린이전문병원도 세운다. 또 자녀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북권 대학들과 주변 고등학교를 연계한 진로 프로그램 운영과 핀란드식 방과후 예술학교, 시립거점도서관 설립도 추진한다.

지역경제 활성화·교통 불편 해소 통한 '강북 부흥'

이외에도 박 시장은 '강북 부흥'을 목표로 상업지역과 공공기관 등을 강북에 집중 배분한다. 그간 강남 위주로 상업지역이 집중적으로 배정됐다고 보고 앞으로는 강북 내 상업지역 지정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동시에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3곳이 강북 지역으로 이전한다. 현재 서울시 산하 기관 중 동북4구(노원구·성북구·강북구·도봉구)에 있는 기관은 3곳밖에 안 된다. 박 시장은 강남권에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연구원, 인재개발원을 강북 지역으로 옮겨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SH공사나 인재개발원은 서울시 산하 기관 중 큰 기관들이다"라며 "인재개발원의 경우 연 인원 5만 명 정도가 연수받는 기관이다 보니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꽤 클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어린이전문병원, 시립도서관 등을 짓는 것은 새로운 기관들을 배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강북의 주요 골칫거리로 이야기 되는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교통 인프라도 확충한다. 그동안 민자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었던 면목선(청량리∼신내동)을 포함해 우이신설 연장선(우이동∼방학역), 목동선(신월동∼당산역), 난곡선(보라매공원∼난향동) 등 4개 경전철 사업을 서울시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오는 2022년까지 조기 착공하기로 했다. 오르막이 많아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운 강북 지역의 경우 경사형 모노레일, 곤돌라, 에스컬레이터 등을 설치해, 주민 편의와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주차난 해소에도 힘쓴다. 박 시장은 "옥탑방에 살며 가장 많이 들은 민원이 주차장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총 사업비 60억 이상일 때만 주는 시 보조금 지급을 늘려, 비강남권 지역에 공영주차장 건설 시 총 사업비 20억 원 이상이어도 시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공유차량 보급도 확대한다. 공공시설에 서울시 공공 카셰어링 서비스인 나눔카 우선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해 나눔카 주차장을 기존의 6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날 약속한 구상들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시는 약 1조 원 규모의 '균형발전특별회계'를 조성한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교부액, 일반·특별회계 전입금, 과밀부담금, 도시개발과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기여금, 초과이익환수금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 1월까지 지역균형발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균형발전담당관을 신설한다.

삼양동에 어르신 쉼터 설치... 고위험 1인 가구 전수조사
 
큰사진보기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삼양동을 떠나는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 19일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삼양동을 떠나고 있다.
▲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삼양동을 떠나는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 19일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삼양동을 떠나고 있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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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박 시장은 이날 오전 한 달간 생활했던 옥탑방을 정리했다. 들고 왔던 이불, 옷, 책은 물론 옥탑생활을 하며 시민들에게 받은 부채 등을 가득 싸 옥탑방에서 내려왔다. 집을 나서기 전 박 시장 내외는 삼양동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오후에 열린 정책 발표회에도 많은 동네주민들이 찾아왔다. 박 시장에게 평상을 제작해 선물한 한 시민이 대표로 박 시장에게 '삼양동 주민증'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 달 주민으로 살면서 고민했던 '삼양동 맞춤' 구상도 이날 발표했다. 박 시장은 쉴 곳이 없어 계단에 스티로폼을 깔고 있던 주민들을 위해 어르신 쉼터를 설치하고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170세대를 위해 공사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1인 가구의 고립·단절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지난 9일 이웃집에 살던 40대 남성이 고독사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당시 박 시장은 "큰 숙제를 받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고독사를 막기 위해 박 시장은 "고위험 1인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의료진 동행 방문을 오는 9월부터 시작하겠다"라며 "공동체가 살아있는 외롭지 않은 마을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한 달이란 짧은 기간이었지만 삼양동에 와서 골목을 걸어다니고 전통 시장을 다니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 더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적 대안이 나왔다"라며 "에어컨 나오는 서울시장실에서 간부들과 회의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내용이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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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탄핵·명성교회 세습 “이게 종교냐”

총무원장 탄핵·명성교회 세습 “이게 종교냐”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입력 : 2018.08.18 14:40:00 수정 : 2018.08.18 15:05:54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앞줄 왼쪽)이 8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열린 중앙종회 임시회에 참석해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앞줄 왼쪽)이 8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열린 중앙종회 임시회에 참석해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계종은 사상 초유의 총무원장 탄핵이라는 사태를 맞았으며, 세계 최대의 장로교회인 명성교회는 변칙적 세습으로 지탄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권력과 돈에 집착한 종교계가 벌이는 볼썽사나운 싸움이 목불인견이다. 

 

목불인견. 이 한마디로 현재 한국 종교계의 상황은 요약된다.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사상 초유의 총무원장 탄핵이라는 사태를 맞았으며, 세계 최대의 장로교회인 명성교회는 변칙적 세습으로 지탄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권력과 돈에 집착한 종교계가 벌이는 볼썽사나운 싸움이 사회공동체에 균열과 상처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금권에 매몰된 종교계의 모습에 “이게 종교냐”는 분노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총무원장 탄핵한 조계종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한국 불교 역사상 최초로 탄핵된 총무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8월 16일 종단의 국회 격인 중앙종회가 총무원장 불신임안을 가결시켰다. 22일로 예정된 원로회의에서 원로의원의 과반수(12명)가 찬성하면 탄핵이 최종 확정된다. 종단에서는 큰 이변 없이 인준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설정 스님이 탄핵으로까지 내몰리게 된 표면적 이유는 숨겨둔 자녀가 있다는 ‘범계(계율을 범함)’ 의혹에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안만 놓고 보면 범계에 대한 종단 차원의 엄중한 결단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면의 양상은 다르다. 종단 권력을 놓고 벌어진 처절한 투쟁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게 불교계 안팎의 시각이다. 종단 내의 ‘야권’ 세력을 비롯해 그동안 불교계 개혁운동을 주도해온 범개혁진영에서는 전 총무원장인 자승 체제의 공고함이 증명된 ‘친위 쿠데타’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에서 자승 스님을 중심으로 한 주류 기득권 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무난히 당선됐다. 후보자 시절에도 학력위조, 은처자 의혹 등이 제기됐다. 당시 설정 스님은 학력위조에 대해서는 사과했으나 은처자 문제에 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했다. 전격적인 탄핵투표가 이뤄질 만큼 은처자 의혹이 갑작스럽게 불거진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설정 스님 사퇴 압박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5월 초 MBC <PD수첩>이 스님에 대한 의혹을 보도하면서다. 시민사회단체 등 범개혁진영에서는 스님에게 해명과 퇴진을 요구했고, 설조 스님이 단식에 나섰다. 이때만 해도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으나 지난 7월 들어 종단 내 주류세력이 설정 스님 퇴진 압박에 가세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대형사찰 주지 스님들의 모임인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설정 스님을 만나 용퇴할 것을 촉구했으며, 조계종의 최고 어른인 종정 진제 스님도 “명예로운 퇴진”을 언급하며 퇴진 요구에 힘을 실었다. 

그동안 의혹을 감쌌던 주류세력이 “종단 내 화합과 안정”을 내세우며 설정 스님에게서 돌아선 이유는 뭘까. 16일 열린 중앙종회에서 불신임안을 대표발의한 범해 스님이 밝힌 이유는 이렇다. “설정 스님은 취임 이후 종단 안팎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명확하게 소명하지 못해 종단의 혼란을 야기했다. 또 8월 16일 용퇴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를 번복함으로써 종단의 혼란과 분란을 초래했고 종단의 신뢰를 실추시켰다. 이에 중앙종회 의원은 종단을 안정시키고 종헌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총무원장 불신임결의안을 발의하게 됐다.” 

하지만 종단 내 야권과 개혁세력들은 이 같은 이유는 명분일 뿐 내심은 ‘꼬리 자르기’라고 단언한다. 주류세력이 종단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난해 설정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당선시켰으나 여론과 상황이 악화되면서 사퇴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자승 스님 역시 총무원장 시절 지속적으로 퇴진 요구를 받으며 개혁대상으로 거론돼 왔기 때문에 범개혁진영에 주도권이 넘어가면 자칫 종단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불교 개혁운동을 이끌어온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은 “주류세력이 설정 스님 불신임안을 가결키로 한 것은 이미 예측됐던 상황”이라면서 “중앙종회를 장악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주류 기득권의 의도”라고 지적했다. 

중앙종회는 조계종의 국회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중앙종회에 대한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지배력은 여전히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앙종회 의원들의 임기는 11월 9일까지다. 설정 스님 불신임안이 22일 원로회의에서 최종 확정되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총무원장 선거가 치러진다. 현 중앙종회 의원들의 임기 내에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여전히 차기 총무원장 선거도 주류세력의 주도 하에 치러지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를 비롯해 주요 개혁사안들을 다시 기존 적폐세력이 주도하게 된 모양새라 지난 몇 년간 지속돼 왔던 개혁운동이 더 어려워질 우려도 있다”면서 “설정 스님의 퇴진을 시작으로 향후 권력투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22일 원로회의부터 주류세력과 개혁세력의 충돌이 예상된다. 불교개혁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원로회의에 중앙종회 해산을 요청키로 했다. 또 전국선원수좌회와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 등 개혁성향의 스님들은 23일 전국승려대회를 연다. 전국승려대회는 말 그대로 전국의 승려들이 모여 뜻을 함께하는 초법적 기구다. 1994년에 열린 승려대회로 종단 개혁의 물꼬를 텄고, 1998년 종단의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했으나 이후엔 열린 적이 없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와 중앙종회 등 조계종 주류세력은 승려대회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앙종회는 16일 결의문을 채택하고 “종도로서의 도리와 종헌질서를 아랑곳하지 않는 승려대회에 반대하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의 김삼환 원로목사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의 김삼환 원로목사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세습 마이웨이 명성교회 

종교개혁 500주년이던 지난해는 개신교계 입장에서 더할나위 없이 경사스럽고 뜻깊은 해였다. 하지만 교계 안팎에선 한탄과 자조가 터져나왔다. 명성교회 때문이었다. 몇 년간 논란이 지속됐던 명성교회의 세습이 사실상 완료되면서 종교개혁 정신을 빛바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등록교인 10만명. 세계 최대 규모의 장로교회인 명성교회에는 지난해 11월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부임했다. 최근에는 법적인 정당성까지 얻었다. 이 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 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이 지난 7일 세습문제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명성교회가 세간의 거센 비판을 받은 것은 세습 자체뿐 아니라 꼼수와 말바꾸기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명성교회의 세습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한 때는 2013년이다. 김삼환 목사가 당시 명성교회 부목사로 재직 중이던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주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 교회 측은 폭력으로 교인들의 시위에 대응하며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래도 이 같은 논란 중에 예장 통합은 총회를 열고 ‘세습 방지법’을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충현교회, 광림교회 등 앞서 세습을 했던 강남 대형교회들의 잡음이 사회문제로 확대되면서 교단 내부에서는 세습을 금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 터였다. 이후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는 세습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2015년 김삼환 목사는 후임을 정하지 않은 채 은퇴했다. 그리고 2년 뒤인 2017년 명성교회는 그 아들을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이 과정에서 세습방지법의 관련 조항 해석이 교계 안팎의 공분을 샀다. 교단의 관련 법에서는 세습 금지 대상을 ‘해당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 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은퇴하는’이라는 문구다. 세습을 밀어붙이던 명성교회 측은 김삼환 목사가 이미 은퇴했기 때문에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는 것은 법적 절차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즉, ‘은퇴하는’ 목사가 아니라 ‘은퇴한’ 목사이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주장이었다. “말도 안 되는 해석”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총회 재판국은 이 같은 주장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현재 교계 안팎의 반발은 거세다. 13일에는 개신교 법조인 500명으로 구성된 기독법률가회가 세습 무효를 주장했고, 같은 교단 내의 목회자들도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교회세습반대운동 연대는 “한국교회의 개혁을 꿈꾸는 젊은 목회자와 신학생들의 세습 반대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교계 일각에서는 9월로 예정된 총회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교계 원로인 안동교회 유경재 원로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판국원 8명 때문에 교단이 통째로 세습 인정 교단이 될 수 없다”면서 “교단의 지성을 믿는다”고 밝혔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국회 상임위에서 의결된 안건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면서 “최종 결론은 9월로 예정된 총회에서 판가름날 예정인데, 실제로 명성교회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해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의 주역인 명성교회 측은 “교회로서는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김하나 목사는 지난 12일 설교에서 “이럴 때일수록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자”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내용의 설교를 통해 간접적으로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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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제 폭탄에 의해 예멘 어린이들 대규모 사망

사우디연합군들이 학교버스 공격에 사용한 폭탄은 미국제
 
번역, 기사 이용섭 기자 
기사입력: 2018/08/19 [08:08]  최종편집: ⓒ 자주시보
 
 

미국제 폭탄에 의해 예멘 어린이들 대량사망

 

지난 8월 9(현지시간사우디가 이끄는 연합군들이 예멘 사아다시 사람들이 붐비는 시장 입구에 서 있던 학교버스를 폭격하여 수많은 어린 학생들 희생자를 내게 한 데 사용한 폭탄은 미국의 록히드 마틴사가 생산하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에 대량으로 판매를 한 제품이라고 8월 12일 자 이란 관영 파르스통신이 보도하였다파르스통신은 미국제 폭탄에 의해 예멘 어린이들 사망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사실을 상세히 전하였다또한 미국의 cnn 역시 같은 사실을 보도하였다.

 

파르스통신은 사우디 아라비아 주도의 연합군이 사아다 지방에서 수십 명의 예멘 어린이들을 태운 학교 버스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 한 폭탄은 미국에서 제조된 것이다라고 안사룰라 관리가 일요일에 밝힌 사실을 인용하여 자세히 보도하였다한편 이번에 사아다시 시장 입구에 서 있는 학교버스를 폭격하는데 사용된 미국제 폭탄은 2016년하지자흐 지방의 장례식장과 알-자이디예흐의 형무소를 폭격할 때 사용되었던 MK-82라고 예멘 관리들이 밝혔다.

 

2016년 10월 초에 있었던 예멘의 수도 사나아시의 장례식장에 대한 폭격에 의해 무려 155명이 숨졌고, 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였다바로 그때 사용되었던 미국제 폭탄 MK-82를 사용하여 이번 사다아시 시장입구에 서 있던 학생들을 가득 태운 학교버스를 폭격하여 대부분이 어린이들인 예멘 민간인 51명이 숨지고 77명 이상이 부상을 당하였다.

 

파르스통신은 폭탄은 이전에 하지자흐 지방의 결혼식장과 알-자이디예흐의 형무소를 폭격할 때 사용되었던 MK-82라고 관리가 한 말을 이용하여 러시아의 오늘(러시아 투데이아랍어 제공 판이 보도하였다또한 유명한 예멘 언론인 나쎄르 아라비는 폭격에서 사용된 500파운드 MK-82 폭탄의 일부를 트위터에 게재하였다(원문-보여주었다). 그 거대한 폭탄은 미국에서 제조되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 두 나라에 엄청난 량으로 판매가 되었다.”고 예멘 언론들의 보도를 인용하여 자세히 전하였다.

 

국제적십자사가 밝힌데 따르면 이번에 희생된 어린이들은 10살에서 13살 사이의 어린이들이었다고 한다파르스통신은 국제적십자사위원회에 따르면 사다아 북부의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지역에 대한 폭격으로 50명 이상의 민간인들이 죽었으며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이 10살에서 13살 사이의 어린이들이었다.”고 관련 사실을 보도하였다.

 

안또니오 구띠헤레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의 고위관리들은 이번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들의 예멘 학교버스 폭격의 참사를 맹렬하게 비난하였다특히 유엔사무총장은 해당 참사를 즉각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하였다.

 

국제사회의 비난과 유엔사무총장 등의 비난, 즉시적이고 객관적인 철저한 조사 요구에 대해 사우디가 이끄는 연합군들은 그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하지만 사우디주도의 연합군들의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약속은 그 이전에 안사룰라에 대한 합법적인 군사행동의 일환의 공격이었다.”라는 이전의 터무니없는 성명서 발표에 대한 비난을 피해가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파르스통신은 예멘 관리들의 말을 인용하여 보도하였다.

 

한편 사우디가 이끄는 연합군들이 이번에 예멘 어린이들을 태운 학교버스를 폭격하는데 사용한 폭탄이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는 사실에 대해 미국 cnn방송도 같은 사실을 보도하였다. cnn이 보도한 내용을 인용하여 파르스통신이 8월 18일 자에서 시엔엔수십 명의 어린이들을 죽인 폭탄은 미국이 제공한 것이다. (CNN: Bomb That Killed Tens of Yemeni Kids Supplied by US)”라는 제목으로 관련 사실을 전하였다.

 

파르스통신은 해당 cnn이 보도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계속 하여 전하였다.

 

군수품(무기 및 장비 포함)전문가들은 최근에 수십 명의 어린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학교버스를 공격하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들이 사용한 폭탄은 미국이 제공한 것이었다고 확인하여 주었다.

(Munitions experts confirmed that a bomb used by the Saudi-led coalition in recent attack on a school bus in Yemen that killed dozens of children had been supplied by the United States.)

 

전문가는 그 폭탄은 227킬로그램을 레이저로 유도되는 마크 82(MK-82)폭탄이며이 무기의 숫자는 미국의 주요 군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의 고유번호로서 록히드마틴 이외에 다른 무기회사는 사용하지 못하며 따라서 계약자는 록히드마틴이고폭탄을 생산한 회사는 록히드마틴이라고 지목하였다.

(The experts told CNN on Friday that the bomb was a 227-kilogram laser-guided Mark 82 bomb, noting that the numbers on the weapon identified major US military contractor Lockheed Martin as its maker.)

 

또한 사아다를 폭격하는데 사용한 폭탄은 2016년 10월에 있었던 155명의 사망자를 내고 525명의 부상자를 발생시켰던 예멘의 수도 사나라의 장례식장을 타격했던 것과 대단히 유사한 것이었다고 보도는 전하였다.

(The report also said that the bomb used in the Sa'ada airstrike was very similar to the one that hit a funeral hall in the Yemeni capital, Sana'a, in October 2016, killing 155 people and injuring 525 others.)

 

씨엔엔(cnn)의 보도에 대해 묻자 사우디 주도의 연합군 대변인 뚜르끼 알-말리끼는 대령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는 연합군이 더 이상 논평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하였다.

(Asked about CNN's report, Saudi-led coalition spokesman Colonel Turki al-Maliki stated that it would not "be appropriate for the coalition to comment further while the investigation is underway".) -나머지 번역이 끝나는 데로 게재할 예정

 

사우디 연합군들이 사아다 시장입구에 서 있던 학교버스를 폭격하여 51명이 죽고 8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어제 보도가 나왔다. 8월 9일에 있었던 사우디 연합군들의 학교버스 폭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은 들끓고 있으며사우디와 그 동맹군들 그리고 그를 뒤에서 지원하고 있는 미국과 서방연합세력들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돌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사우디와 그 동맹국들 그리고 서방연합세력들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더 나아가 서방연합세력들은 인도주의요인권이요민주요자유요 하면서 선()의 탈을 뒤집어쓰고서 세계인들을 기만우롱하고 있다참으로 교활하고 악랄하기 그지 없는 세력들이라고 밖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우리는 이러한 서방연합세력들의 교활성과 악랄성에 대해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 번역문 전문 -----

 

2018년 8월 12, 1시 48일요일

 

안사룰라미국제 폭탄에 의해 예멘 어린이들 사망

▲ 사우디 아라비아 주도의 연합군이 사다아 지방에서 수십 명의 예멘 어린이들을 태운 학교 버스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 한 폭탄은 미국에서 제조된 것이다. 전문가는 그 폭탄은 227킬로그램을 레이저로 유도되는 마크 82(MK-82)폭탄이며, 이 무기의 숫자는 미국의 주요 군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의 고유번호로서 록히드마틴 이외에 다른 무기회사는 사용하지 못하며 따라서 계약자는 록히드마틴이고, 폭탄을 생산한 회사는 록히드마틴이라고 지목하였다고 미 시엔엔(cnn)도 관련 사실을 보도하였다.     ©이용섭 기자

 

테헤란 (파르스통신)- 사우디 아라비아 주도의 연합군이 사다아 지방에서 수십 명의 예멘 어린이들을 태운 학교 버스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 한 폭탄은 미국에서 제조된 것이라고 안사룰라 관리가 일요일에 말했다.

 

 

폭탄은 이전에 하지자흐 지방의 결혼식장과 알-자이디예흐의 형무소를 폭격할 때 사용되었던 MK-82라고 관리가 한 말을 이용하여 러시아의 오늘(러시아 투데이아랍어 제공 판이 보도하였다.

 

또한 유명한 예멘 언론인 나쎄르 아라비는 폭격에서 사용된 500파운드 MK-82 폭탄의 일부를 트위터에 게재하였다(원문-보여주었다). 그 거대한 폭탄은 미국에서 제조되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 두 나라에 엄청난 량으로 판매가 되었다.

 

목요일 예멘 북부에서 전투기가 미사일을 투하하여 학교버스를 폭격하였을 때 30명의 어린이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국제적십자사위원회에 따르면 사다아 북부의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지역에 대한 폭격으로 50명 이상의 민간인들이 죽었으며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이 10살에서 13살 사이의 어린이들이었다고 한다.

 

그 공격은 폭격 사건에 대한 즉시적인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 안토니오 안또니오 구띠헤레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와 고위 관리들에 의해 비난을 받았다.

 

사우디가 이끄는 연합군들은 그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하였다그것은 안사룰라에 대한 합법적인 군사행동의 일환의 공격이었다는 이전의 주장에 대한 비난을 피해가고자 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리야드에 충성하는(원문-가까운 동맹만수르 하디를 권력의 자리에 다시 앉히기 위해 2015년 3월부터 예멘을 침략하여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사우디 주도하는 침략으로 인하여 수백 명의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포함하여 최소한 약 17,500명 이상의 예멘 사람들이 죽음을 당하였다.

 

안사룰라 전사들의 주둔지를 대상으로 폭격했다는 리야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의 폭격에 의해 주민거주지대와 민간인들에게 필수적인 사회기간시설들이 초토화 되었다.

 

독립적인 세계 기구들의 보고서들은 예멘을 대상으로 한 사우디 주도의 전투기들의 폭격은 인도주의적인 대 재앙으로 이끌어 더욱더 빈곤한 국가로 전락시켰으며사우디아라비아의 치명적인 공격은 병이 든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바깥세상(원문-해외)으로 나가는 것을 막았으며전쟁으로 갈갈이 찢어진 나라(예멘)로 의약품이 유입되는 것을 막음으로서 인도주의적인 대재앙을 가중시켰다고 경고를 하였다.

 

예멘은 예멘인들의 욕망은 여러 측면에서 폭증하고 있으나 지속적인 갈등으로 인하여 경제가 붕괴되었으며사회적인 봉사망들이 대폭 위축되었고생계수단 등이 거의 사라짐으로서 2,200만 명 이상의 인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켜줄 수 없는 세계 최대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빠져있는 나라이다.

 

한 유엔보고관은 예멘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기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군과 그 동맹국들에 의해 민간인 사상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상세한 보고서를 작성하였으며그 보고서는 리야드가 주도하는 연합군들은 민간인을 목표로 한 공격에서 정밀 유도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 원문 전문 -----

 

 

Sun Aug 12, 2018 1:48

 

Ansarullah: Yemeni Children Killed by US Bombs

 

▲ 사우디 아라비아 주도의 연합군이 사다아 지방에서 수십 명의 예멘 어린이들을 태운 학교 버스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 한 폭탄은 미국에서 제조된 것이다. 전문가는 그 폭탄은 227킬로그램을 레이저로 유도되는 마크 82(MK-82)폭탄이며, 이 무기의 숫자는 미국의 주요 군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의 고유번호로서 록히드마틴 이외에 다른 무기회사는 사용하지 못하며 따라서 계약자는 록히드마틴이고, 폭탄을 생산한 회사는 록히드마틴이라고 지목하였다고 미 시엔엔(cnn)도 관련 사실을 보도하였다.     ©이용섭 기자

 

TEHRAN (FNA)- The bombs used by the Saudi-led coalition to attack a school bus carrying tens of Yemeni children in Sa'ada province was made in the US, an Ansarullah official stated on Sunday.

 

 

The official was quoted by the Arabic-language service of Russia Today as saying that the bombs were MK-82 which had earlier been used to pound a wedding ceremony in Hajjah province and a prison in al-Zaidiyeh.

 

Also, a tweet from renowned Yemeni journalist Nasser Arrabyee shows part of a 500-pound MK-82 bombs used in the bombing raid. The giant bomb is manufactured in the United States and sold in large numbers to both Saudi Arabia and the United Arab Emirates.

 

At least 30 children were among the people killed Thursday when their bus was struck by a missile fired from a warplane in northern Yemen.

 

The strike, in a busy market area in Northern Sa'ada has claimed the lives of over 50 civilians, many of them children between 10 and 13 years old, according to the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The attack was condemned by numerous international organizations and top officials, including UN Secretary General Antonio Guterres, who also called for a prompt investigation into the incident.

 

The Saudi-led coalition on Friday promised that it would conduct an investigation. It had previously deflected criticism of the attack as a legitimate military action against the Ansarullah.

 

Saudi Arabia has been striking Yemen since March 2015 to restore power to fugitive president Mansour Hadi, a close ally of Riyadh. The Saudi-led aggression has so far killed at least 17,500 Yemenis, including hundreds of women and children.

 

Despite Riyadh's claims that it is bombing the positions of the Ansarullah fighters, Saudi bombers are flattening residential areas and civilian infrastructures.

 

Reports by independent world bodies have warned that the Saudi-led air campaign against Yemen has driven the impoverished country towards humanitarian disaster, as Saudi Arabia's deadly campaign prevented the patients from travelling abroad for treatment and blocked the entry of medicine into the war-torn country.

 

Yemen is the world’s largest humanitarian crisis with more than 22 million people in need and is seeing a spike in needs, fuelled by ongoing conflict, a collapsing economy and diminished social services and livelihoods.

 

A UN panel has compiled a detailed report of civilian casualties caused by the Saudi military and its allies during their war against Yemen, saying the Riyadh-led coalition has used precision-guided munitions in its raids on civilian targ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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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의 응시, 이국종의 투시, 강재훈의 ‘사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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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08/19 08:19
  • 수정일
    2018/08/19 08: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신영복의 응시, 이국종의 투시, 강재훈의 ‘사진 시’

등록 :2018-08-18 17:33수정 :2018-08-18 23:03

 

‘열림’의 얼굴들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 2015년 4월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자택. 2016년 1월15일 작고.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 2015년 4월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자택. 2016년 1월15일 작고.

 

▶ <한겨레> 강재훈 선임기자는 2013년 6월15일부터 지난 4일까지 연재된 토요판 인터뷰 코너 ‘이진순의 열림’의 사진을 전담했다. 그가 직접 찍은 115명 가운데 독자와 함께 하고 싶은 얼굴 사진 15장을 골랐다. 대부분 지면에는 나가지 않았던 사진들이다.

 

 

1990년대 초 세계적인 사진 관련 회사 코닥은 “이 세상에서 촬영되는 전체 사진 중 인물이 피사체로 들어간 사진이 96% 정도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보급된 2018년 현재 이 수치는 더 늘어났을 것이다. 2013년 5월23일 <한겨레> 토요판 ‘이진순의 열림’의 첫 인터뷰 대상자였던 윤종수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이진순씨가 셀프인터뷰를 한 지난달 26일까지 5년3개월간 모두 115명의 인물들을 만났다.

 

인터뷰 주인공이 결정되면 그 사람의 이력과 저서, 강연 내용, 인터뷰 질문지를 미리 살펴본 뒤 만나는 장소 등 사진 촬영의 제반 여건들을 확인하고 취재에 나섰다. 감동적인 인터뷰도 있었고 웃음이 나는 인터뷰도 있었지만, 가장 힘든 경우는 함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 인터뷰들이었다.

 

짧으면 3~4시간, 길면 7~8시간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주인공의 눈에 렌즈 초점을 맞춘 채, 오직 카메라의 사각 창을 통해서만 그 사람을 바라보려 노력했다. 그래야 그가 하는 이야기와 그의 진실된 표정을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점과 노출을 잠깐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긴장의 끈을 조이다 보면 팔과 목에 경련이 일고 눈이 아파 눈물이 났다. 장애물을 피하고 간결한 배경을 얻기 위해 몸을 비틀어 촬영할 때는 몸이 경직되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끝내 나오지 않아 다시 찾아간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전민주.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2학년 신승희양 어머니. 2015년 5월12일. 경기 안산 자택.
전민주.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2학년 신승희양 어머니. 2015년 5월12일. 경기 안산 자택.

 

115명 가운데 어느 한 사람 소중하지 않은 주인공이 없지만, 유독 잊히지 않고 마음에 남는 분들이 있었다. 신영복 선생은 암 투병 중에 어렵게 만나 촬영했는데, 결국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사진이 되고 말았다. 천금보다 귀한 딸을 세월호 참사로 잃은 단원고 신승희양의 어머니 전민주씨의 눈물은 아직도 내 가슴에서 마르지 않은 채 흐르고 있다.

 

사진·글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국종.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교실 교수(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2017년 9월20일. 경기 수원 경기남부외상센터.
이국종.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교실 교수(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2017년 9월20일. 경기 수원 경기남부외상센터.

 

김복동.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014년 2월7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
김복동.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014년 2월7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

 

현기영. 소설가. 2016년 6월14일. 경기 성남시 자택.
현기영. 소설가. 2016년 6월14일. 경기 성남시 자택.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2014년 1월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식당.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2014년 1월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식당.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 2013년 6월27일. 충남 천안 단국대 연구실. 안동 하회별신굿 탈놀이에 등장하는 이매탈을 얼굴에 대보며 웃는 모습.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 2013년 6월27일. 충남 천안 단국대 연구실. 안동 하회별신굿 탈놀이에 등장하는 이매탈을 얼굴에 대보며 웃는 모습.

 

 

장영승. 서촌갤러리 대표. 2015년 9월11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서촌갤러리. 디자이너를 꿈꾸던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박예슬양의 유작 스케치를 실물로 만들어 전시한 갤러리 입구(포스트잇은 관객들이 붙인 추모 글귀들).
장영승. 서촌갤러리 대표. 2015년 9월11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서촌갤러리. 디자이너를 꿈꾸던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박예슬양의 유작 스케치를 실물로 만들어 전시한 갤러리 입구(포스트잇은 관객들이 붙인 추모 글귀들).

 

 

 

손아람. 소설가·래퍼. 2015년 8월19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손아람. 소설가·래퍼. 2015년 8월19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7년 3월7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평화네트워크 사무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7년 3월7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평화네트워크 사무실.

 

윤석남. 화가. 2015년 6월9일. 서울 중국 서울시립미술관 ‘손과 심장’ 전시장.
윤석남. 화가. 2015년 6월9일. 서울 중국 서울시립미술관 ‘손과 심장’ 전시장.

 

조성룡. 건축가. 2018년 6월2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조성룡도시건축 사무실.
조성룡. 건축가. 2018년 6월2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조성룡도시건축 사무실.

 

황석영. 소설가. 2017년 6월13일. 경기 고양 정발산동 자택 인근 카페.
황석영. 소설가. 2017년 6월13일. 경기 고양 정발산동 자택 인근 카페.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 2015년 12월9일. 경기 수원 원천동 사무실.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 2015년 12월9일. 경기 수원 원천동 사무실.

 

유병재. 방송작가·방송인. 2015년 2월1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유병재. 방송작가·방송인. 2015년 2월1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연재[토요판] 이진순의 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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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에서, 남북대학생 ‘셀카’ 찍다

<아시안게임> 원코리아 공동응원단 소식
자카르타=이하나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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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18  15: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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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 이하나 통신원(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정책국장)


“어디에서 왔어요?”
“평양이 고향이에요. 3년 됐어요.”
“평양 정말 가보고 싶어요! 한국에서 평양냉면이 유행이에요.”
“평양냉면 정말 맛있어요. 저도 이렇게 더운 날엔 평양냉면이 생각나요.”

2018 아시안게임이 진행중인 자카르타, 여자 농구 단일팀 경기장에서의 남북대학생의 깜짝 만남이었다. 경영학을 전공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유학중이던 북측 한청미 학생(21)과 한국에서 꾸려진 ‘원코리아 공동응원단’ 장현정(21), 조슬기(25) 학생이 응원석 앞뒤 좌석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함께 셀카를 찍는 남북 대학생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평양에서, 서울에서 온 남북대학생들은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어색함도 잠시, 까르르 웃으며 대화가 이어진다. 남측 대학생이 영어영문학이 전공이라고 하자 북측 대학생은 “영어 한번 해주세요”라고 청했다. 짧은 영어 대화가 이어지고, 북측 학생은 영어로 “평양에 오게 된다면 미리 환영합니다”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학생들은 함께 셀카를 찍었다. 남측 학생 휴대폰으로 한번, 북측 학생 휴대폰으로 한번.

남인지 북인지 구별할 수 없는 사람들

6.15남측위원회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등과 함께 꾸린 ‘2018 아시안게임 원코리아 공동응원단’이 지난 16일 자카르타를 찾았다. 17일부터 140명의 응원단이 시작될 예정이고 ‘응원리더’ 역할을 하게 될 대학생들이 선발대로 먼저 도착했다.

현지시간 17일 오전 10시, 여자농구 남북단일팀 경기현장에서는 서울에서 온 남측응원단과 인도네시아 현지 교민 - 특히 남측, 북측 교민들이 모두 함께 응원을 펼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 남북단일팀 농구경기를 응원하는 남, 북, 해외에서 모인 사람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남북해외가 같은 구호, 같은 응원을 펼쳤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섞여있으니, 누가 남이고 누가 북인지 구별되지 않았다. 티셔츠 모양은 약간 달랐지만 단일기 모양을 활용한 건 같았고, 모두가 손에 단일기를 들었다. 기자들조차 “누가 북측 교민이냐”고 우리에게 물어보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남북해외 모두가 같은 응원을 펼쳤다.

“우리는 하나다” “이겨라 코리아”
원코리아 응원단의 선창에, 현지 남북교민들 모두 목청껏 구호를 따라 불렀다.

“잘한다 로숙영 잘한다 로숙영”
북측 교민들이 남측 응원단에 자신들 구호를 권하기도 했다.

경기가 엎치락뒤치락 흥미진진해지면서 한골 한골에 모두가 환호했고,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을 펼쳤지만, 단일팀은 연장까지 가며 아쉽게 패배했다. 모두가 함께 탄식했다.

   
▲ 대만과 남북단일팀의 농구경기는 접전을 거듭했다. 전광판의 한반도기가 모인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남북 모두 경기를 지켜보며 집중한 모습.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한골이 들어가면 모두 일어서서 환호했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반갑습니다’ 가사 저도 잘 몰라요

응원석은 훈훈했다. 남측 응원단이 준비해간 ‘반갑습니다’ 노래 가사종이를 보고, 북측대학생은 “이거 부를 줄 아세요?”라고 물었다. “열심히 외웠어요. 그쪽은 잘 부르시죠?”고 답하자, “나도 잘 모른다”고 웃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반갑습니다가 알려진 것도 꽤 오래전이다. 젊은 학생들에게 흘러간 유행가를 잘 아냐고 묻는 상황이었달까.

남측이 준비해간 응원도구 ‘짝짝이’를 달라는 분도 있었다. 그리고 그 짝짝이는 북측 교민분의 아이에게 건네져 장난감이 되었다.

   
▲ 남측 응원단이 건넨 짝짝이를 껴보는 북측 교민과 아이.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북측관계자들도 응원석 가까이 앉아 함께 응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응원단들은 열심히 경기를 응원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인사하며 짧은 대화들을 나눴다. 특히 젊은 세대의 만남은, 신기하거나 낯설기보다는 자연스럽고 친근했다.

“처음엔 북측 교민인줄 모르고, 우리처럼 응원하러 따로 오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언제 오셨냐고 묻자 1년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어제 왔다고 대답하려고 했는데 (웃음). 그리고 일 없습니다’는 말을 직접 들어본 건 처음이었거든요. 판문점 정상회담 때 느낀 ‘통역이 없는 사이구나’라는 걸 실감했어요.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또 봅시다’라고 먼저 악수해주셨는데, 정말 또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북대 박영서(대학생 겨레하나)

“북측 교민분들이 맞춰 입으신 옷이 ‘하나로’라는 글씨가 그려진 티셔츠였어요. 그래서 예쁘다고 했더니, 이거 지도모양이라고 독도도 있다고 자랑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우리 옷에도 독도 있다고 보여드렸어요.” 조대 김신영(청준의 지성)

“처음 만나는, 한국의 보통 친구들과 대화한 느낌이었어요. 낯선 느낌이 안 들더라고요. 사실 말을 걸어서 그 특유의 억양을 듣기 전까지는 북측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친근하기도 했어요. 서울과 평양, 어찌보면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는데, 이렇게 멀리 인도네시아에 와서야 만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니 느낌이 묘하기도 하더라고요.” 청주교대 장현정(대학생 겨레하나)

아시안게임 단일팀, 판문점선언 양 정상의 약속

자카르타의 ‘원코리아 공동응원단’은 현지 교민들의 적극적인 바람에서 시작됐다. 판문점선언 이후 단일팀과 공동입장 등이 예정되면서 교민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적극적인 화해분위기, 통일분위기를 만들고 싶어 했고 관련 경험이 많은 615남측위원회에 공동응원을 함께 준비하자고 요청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며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가득한 것은, 멀리 해외에 사는 교민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는 북측 대사관도 있고, 평양에서 온 유학생도 많고, 교민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

19일, 교민들과 응원단은 함께 자카르타 현지에서 ‘원코리아 페스티벌’을 연다. 이 자리에 북측 대사관도 정식 초청했음은 물론이다. 남, 북, 해외가 한자리에 모여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는 것. 그것만큼 판문점 선언 이후의 분위기를 양껏 반영하는 게 있을까.

원코리아 공동응원단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김병규(6.15남측위 조직부위원장) 씨는, 그런 바람을 반영하며 이번 응원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아시안게임 단일팀은 판문점 선언에서 양 정상이 약속한 내용이다. 현지 교민들의 적극적인 바람처럼, 남, 북, 해외가 하나되어 응원하는 것을 전 세계에 자랑하고 싶다. 우리 응원이 바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는 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 단일팀 응원이 판문점 선언 이행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응원단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응원단의 활약은 계속될 예정이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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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옆에 우리가 있다” 성별불문 운집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

참가자들 “사법부도 유죄” 분노...김지은 씨 “판사는 왜 가해자에겐 묻지 않나”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8-08-18 21:55:36
수정 2018-08-18 2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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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도로 행진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도로 행진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민중의소리

"판사님, 가해자의 증인들이 하는 말과 그들이 낸 증거는 다 들으면서, 왜 저의 이야기나 어렵게 진실을 이야기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나요? 왜 제게는 물으시고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았나요? 왜 제 답변은 듣지 않고 답하지 않은 가해자의 말을 귀담아 듣나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피해자 김지은 씨의 입장을 대신 읽어내려가는 정혜선 변호사의 목소리가 18일 광화문 인근 도로에 울려퍼지자 일대는 순간 숙연해졌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였다. 집회 주제는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살겠다 박살내자'였다.

김 씨는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죽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수도 없이 했다"며 "큰 모자, 뿔태안경, 마스크 뒤에 숨어 얼마나 더 사람들을 피해 다녀야 할까, 이 악몽이 언제쯤 끝날까, 일상은 언제 찾아올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제가 기댈 곳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가만히 있는 거 밖에 없다"며 "이게 지금 제가 겪고 있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안희정은 유죄다, 사법부도 유죄다"

 

서울 중심에 모인 참가자들은 안희정 전 지시가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대해 분노를 표출하며 김 씨의 입장에 공감을 표했다. "안희정은 유죄다, 사법부도 유죄다", "조병구를 탄핵하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조병구는 안 전 지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 부장판사다. "진짜 미투, 가짜 미투, 네가 뭔데 판단하냐", "'피해자다움' 강요마라, 가해자를 처벌하라"는 것도 주된 구호였다.

안 전 지사 판결 등에 대한 분노는 김 씨와 같은 여성에 국한되지 않았다. 나이를 불문하고 모인 참가자들 가운데엔 남성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중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도 공개적으로 참가했으며, 서울여성회,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성단체를 비롯해 여러 시민사회단체도 함께 했다.

그동안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린 집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전 집회에는 '생물학적 여성'만, 그것도 단체 소속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만 참석할 수 있었다.

또 당시 대다수 참석자들이 일부 남성 네티즌들이 신상을 찾아내 공격하고 조롱거리로 삼는 점을 두려워 하며 얼굴을 가리고 모자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집회는 얼굴을 가리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사회적 공감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민중의소리

남자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가한 정모(39.여)씨는 민중의소리와 만나 "안희정 판결을 보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이 들어 처음 집회에 왔다. 마치 법원이 너희(여성)는 그냥 받아들이라고 강압적인 선언을 한 느낌이 들었다"며 "여성 차별에 대한 (억울한) 감정을 눌러왔는데, 그걸 몸으로 (보여주고) 실천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집회에 참가한 이모(43.남)씨도 "이런 피해를 당했으면 어떤 절차로 구제를 받아야 하는데 피해를 말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이런 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힘을 보탰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발언대에 올라 "1심 재판은 위력의 지형이 그대로 드러난 전시장과 다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재판부가 합리적이고 새로운 법적 과제 제시한 듯이 말해서, 언론도, 입법부도 들썩이지만 위력 성폭력에 관련 법을 적용하지 않은 1심부터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며 "피해자답지 않은 시선과 잣대, 애초 피해자의 말이 의심스럽다고 보는 색안경이 있는 한 어떤 성폭력에도 법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인 권김현영 씨는 "이번 판결에서 주어가 바뀌었다. 위력을 행사했다는 주어는 피고인이고 가해자, 안희정이다. 그런데 재판부는 피해자한테 '그때 당신은 뭐했냐'고 물었다. 주어가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담당 재판부를 "역대 최악의 2차 피해 가해자"라고 비판한 뒤 "판결문 전문을 읽고 재판부가 가해자 편을 들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폭력 그 자체였다는 걸 알게 됐다. 안희정은 유죄고, 재판부도 유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민중의소리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자는 점점 더 불어났다. 인도를 넘어 도로 1차선까지 채운 참가자들은 2차선까지 채울 정도로 불어났다. 진행자가 "우리가 바로 김지은의 세력들이다. 3차선까지 세력을 확장하자"고 제안하자, 참가자들은 3차선까지 자리를 넓혔다. 진행자는 "더 이상 우아하게 진행하지 않겠다. 분노를 표출하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보내자고 거듭 목소리를 높이며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뜻을 보였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여성인권의 역사는 잘난 자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말하기,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투쟁, 우리들의 연대를 통해서 만들어왔다. 더욱 치열하게 싸우자. 더욱 강렬하게 연대하자"며 "강고하게 보이는 가부장제를 해체하고, 성평등을 이룩하자"고 호소했다.

최근 고은 시인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도 "김지은 씨를 지지한다"고 밝힌 뒤 준비해온 시를 읊었다.

참가자들은 1차 행사를 마친 뒤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광화문, 경복궁, 안국동, 종로2가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도로 행진을 1시간 반가량 벌였다. 지나가던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도 사진을 찍거나 어떤 일인지 물어보며 크게 관심을 보였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도로 행진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도로 행진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민중의소리

행진이 끝난 뒤 날이 어두워졌지만, 참가자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주최 측 관계자는 "2만명 정도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는 계속 이어졌다. "어둠의 장막을 거두고 밝은 빛을 밝히자"며 '피해자다움', '남성연대', '강간문화' 등이 적힌 30m 현수막 찢기, 휴대폰 플래시 밝히기, 횃불 밝히기 등 퍼포먼스도 벌였다.

자유발언에선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가 잇따랐다. 자신을 '성폭력 생존자'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어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가해자를 끝내 법적 처벌받게 한 과정을 공개해 응원의 박수를 받았다. '문단 성폭력 피해자'라고 밝힌 또 다른 여성은 "성폭력이 아니라고 말하기 전에 무엇이 성폭력인지 알아라"라며 "용서 구하지 말고 그냥 사과를 하라"고 울먹이며 일침을 가했다.

참가자들은 "피해자 옆에 우리가 있다"며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모으며 밤 9시까지 이어진 집회를 마무리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밤 늦게까지 남아 구호를 외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밤 늦게까지 남아 구호를 외치고 있다ⓒ민중의소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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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대표 “5석 미니정당이 지지율은 15%…실력 다져 이 간극 넘어서겠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5석 미니정당이 지지율은 15%…실력 다져 이 간극 넘어서겠다”

구혜영이 만난 정치

구혜영

경향신문 정치부 데스크

koohy@kyunghyang.com

이정미 정의당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정동길 근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당 운영 구상과 진보정치의 방향을 밝히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노, 정의당이라 죽음 택해…
당이 타격 극복 어렵다 봤을 것

빈소 찾아 울다 간 노동자들,
그들에게 노회찬은 위안이었다

당 지지율 상승세, 정치가 좋아져야 한다는 요구 작동한 결과
민주당과 개혁 경쟁구도로 가기보다 한국당과 겨루고 싶어

정의당 이정미 대표(52)는 휴대전화기에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유서를 품고 다닌다. ‘노회찬’이라는 이름은 진보정당 원천기술 보유자, 진보를 시민과 정치 곁에 가까이 두었던 대중정치인, 말 그대로 큰 산이었다. 이 대표에겐 전선·노동운동에 집중했던 이정미를 정치인 이정미로 발돋움하게 해준 선배였다. 노선은 달랐지만 헤아릴 수 없이 많았던 술잔 속에 깊은 이념의 골도 메웠던 관계다.

지난 7월23일 청천벽력 같은 그의 죽음 이후 문득문득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왜 당신이냐, 왜 하필 당신이어야 했냐고 몸서리치게 원망도 했다. 그러나 유서 마지막 ‘당은 당당하게 나아가라’는 글을 보며 송곳 같은 아픔을 거두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그의 유서에 한 줄짜리 답장이라도 보내고 싶다. ‘노회찬 있는 정의당’과 ‘노회찬 없는 정의당’이 절대 다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지난 14일 천안 국립망향의동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행사를 마치고 온 이 대표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타들어가는 한여름 햇빛이 이 대표에겐 차라리 다행이겠다 싶었다. 간간이 붉어진 눈가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땀이라 우길 수 있었을 테니.
 

■ 노회찬과 이정미

이 대표는 2003년 민주노동당 시절 당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땐 ‘노선이 달랐던’ 노 전 원내대표가 살갑게 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2008년 2월 일심회 사건에 연루된 두 당원의 제명안을 결정키로 했던 당 대회에서 이 대표는 부의장을 맡았다. 결국 제명안은 부결됐다. 노 전 원내대표는 탈당 후 진보신당행을 택했고, 이 대표는 민노당에 남았다. 몇 차례 부침을 겪은 뒤 2012년 정의당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당 최고위원 도전, 총선 비례대표 출마, 당 대표 취임까지 노 전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정치적 사수’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얼마 전 심상정 의원에게 “이제 내겐 큰언니만 남았네요”라고 ‘큰오빠’(노 전 원내대표)를 보낸 아픔을 털어놨다.

- 어떻게 지내고 있나. 요즘 이 대표 말과 글을 보면 굉장히 건조하다(이 대표는 웃음도 많고 정도 많은 성격이다).

“그런가. 노 전 원내대표 보내고 나서 일만 했다. 다 놓아버리고 슬픔에만 확 빠져 있는 시간도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안되겠다 싶었다. 새로 가입한 당원들에게 감사 전화를 하면 내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 난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시민들이 함께 슬퍼해주셔서 최선을 다해 답을 드려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 누구도 그의 죽음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돈의 액수를 떠나 ‘노회찬도 돈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비난의 대상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정의당이기 때문에, 정의당 소속 정치인이라서 죽음을 택했다. 당이 입을 타격을 도저히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을 거다.”

- 5일장 내내 상주를 맡았다. 추모 대열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눈물을 참느라 잠시 인터뷰가 중단됐다) 노동자들이 많았다. 땀에 전 티셔츠를 입고 뒤꿈치가 다 해진 양말을 신고 절한 뒤 한참을 울다 갔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삶이 너무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아, 노회찬은 이들에게 위안이었구나’ 싶었다. 위로해줄 누군가를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이 전해졌다.”

- ‘노회찬’은 이 대표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

“너무도 큰 사람이었단 걸 그가 가고 나서 느꼈다. 2003년 민노당에 와서 처음 만났다. 그땐 그리 친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았던 총선에 기꺼이 출마하겠다고 하자 ‘이정미는 정파적으로 정치를 대하지 않는구나’라고 격려해주며 나를 눈여겨봤다. 본회의 끝나는 날이면 새벽 6시까지 함께 술을 먹었다. 한잔하자고 요청하면 이 동네 무슨 술집의 어떤 안주가 맛있다며 살뜰히 챙겨줬었는데….”

- 노회찬의 정치적 유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복잡한 거 아니다. ‘당은 당당하게 나아가라’는 유서 내용이 모든 걸 말해준다. 나는 이 한 줄로 이 당을 반드시 성공시켜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 정의당은 이제 이념(진보)이 아닌 ‘인물’(노회찬)을 정치 원형으로 갖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구심으로 한 뒤 성장했던 것처럼.

“제대로 뜻을 잇지 못하면 인물은 신화로 남는다. 진보정당은 오랫동안 이념적으로 대립했다. 그는 정의당 스스로가 정치세력으로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 정당은 명연설 ‘6411번 버스’ 속에 나온, 모든 ‘투명인간’들의 손을 잡아주는 정당이다. 그가 올해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10년 안에 정의당에서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진보정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그 유지를 반드시 따르겠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노회찬 전 원내대표와 함께 회의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 정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지지율이 파죽지세다. 노 전 원내대표 별세 후 두 자릿수를 넘더니 최근 15%대도 돌파했다. 정의당은 창당 후 5년을 ‘정당 만들기’ 시기로 규정했다. 시기적으로나 지지율 추세로나 현재 정의당은 이 대표가 취임사에서 밝힌 ‘유력정당’ 건설기에 들어섰다. 이 대표는 이 시기에 당을 이끌고 있다. ‘노(회찬)·심(상정) 체제’가 1차 기반이었다면 지금은 2차 기반을 구축할 때다. 생존을 위한 진보 정당이 아닌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는 강한 정당으로 가는 갈림길에 있다는 뜻이다.

- 노 전 원내대표 유지를 잇겠다는 건 대중적 진보정당을 지향하겠다는 뜻일 텐데. 선명성도 붙잡아야 하지만 우편향(표)도 필요할 것 같다.

“선명한 진보란 것도 너무 복잡하다. 정치는 박제화된 이념이 아니라 현재 지형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현재로선 문재인 정부하에서 선명한 개혁성을 놓치지 않고 존재감을 만들어가야 한다.”

- 대중적 진보정당을 선언했지만 그동안 민주 대 반민주 구도(민주당 2중대 논란, 반자유한국당 투쟁)의 틀에 안주하진 않았나.

“양당 구도 패러다임이 너무 오래 고착화되니 우리가 민주당 잘한다고 하면 2중대, 비판하면 발목잡는다고 한다. 과거의 창으로 정의당을 보면 그런 평가밖에 못한다. 사표론, 단일화 압박 이젠 사라지지 않았나.”

- 정치권에 불붙고 있는 진보경쟁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동의할 수 없다. 지금 누가 진보를 말하고 있나. 노동권조차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진보를 선언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대표 개인 스탠스이지 당이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의 방향이 정립되지 않아 갈팡질팡하지 않나. 정당 만들기에 제대로 주력해야 한다. 대선후보군 중심으로 정치를 해석해온 게 오랜 관행이다. 선거제도 개혁만 해도 좋은 정당의 경쟁 구도가 돼야 가능하다. 그게 안되니 여든 야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중요성을 못 느낀다. 더불어민주당만 해도 전당대회에서 김진표 후보의 보수성이 부각됐을 뿐 당 차원의 대안적 진보성은 부각되지 않는다. 집권여당 전대에서 은산분리 논쟁을 누구도 하지 않는 건 문제 아닌가.”

- 창당 6년째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단계는 지났지만 유력정당으로 자리매김하진 못했다. 이 시기의 당 대표 임무를 규정한다면.

“지난 5년은 당내 회의주의와 투쟁한 시기다. 패배주의와의 싸움이기도 했다. 고비를 넘어섰다. 유능한 정당이 되는 게 중요하다. 5석 미니정당이 15%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간극을 잘 봐야 한다. 15% 지지율에 거품이 있다는 시선이 많다. 지역구 의원도 없으니 한 방에 갈 수 있다고들 한다. 이 간극을 메우는 실력, 비전을 보여주는 실력, 사람 키우는 실력을 동시에 다져야 한다. 2020년 총선까지 두 자릿수 안정적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다음 총선에서 유의미한 의석을 확보해 힘을 가져야만 진보정당의 독자적인 수권능력을 구축할 수 있다.”

- 최근 당 지지율 상승세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정의당이 정치 변화의 변수가 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신규입당자 분포만 봐도 과거엔 민주당 왼쪽 편에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이찬진씨 등 중도보수층도 있다. 정치가 좋아져야 한다는 요구이자 그렇게 되려면 정의당이 커야 한다는 욕구가 강하게 작동한 결과다. 아직은 두고봐야 하지만 새로운 지지층이 쉽게 빠지진 않을 것 같다.”

- 신규당원 7000명 중 4050세대가 많다고 한다.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가입률이 낮은 편이다

“4050은 정치의식이 높고 가능성까지 보고 투자하는 세대다. 정치의 여러 측면을 경험해보고 지지를 보내는 세대다. 반면 젊은층은 가능성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까진 없다. 삶의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정치세력을 찾는다. 향후 당 과제이기도 하다.”

- 외부인사를 영입할 계획도 있나.

“5% 정당은 선거에 250명 출마해도 되지만 15% 정당은 2500명 정도는 출마해야 한다. 외부 인사 영입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당에서 성장한 나로선 마음속에 짠한 사람들이 많다. 당이 클수록 우선은 당 안에서 실력을 키워온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 진보정치 2세대 이정미

이 대표는 ‘포스트 노(회찬)·심(상정)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력정당 건설을 위한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진보정당의 독자적 비전과 위상을 체화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노 전 원내대표도 별세 전 “아니 내가 크지 말라고 한 적 있냐”고 농담하듯 말했다고 한다. 후배·신진 정치인 양성에 공들였던 까닭이다. 다음달 초 고인의 49제 때 ‘노회찬재단’ 건립 구상이 발표될 예정이다.

- 시민들은 여전히 정의당 상징으로 ‘노·심’을 떠올린다. 차기 리더군도 뚜렷하지 않다.

“대표 되고 나서도 노·심밖에 안 보인다고 할 때 섭섭했다. 당 대표인 내가 왜 주목받지 못할까 생각했다. 그러나 노 전 원내대표 별세 후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 눈엔 다 미생으로 보일 것 같다. 내가 대표지만 지역구를 뚫지 못한 정치인이다. 노·심이 환호받을 수 있었던 건 소수정당 소속이어도 지역구 주민들에게 선택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부분이 ‘포스트 노·심’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 정의당은 심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비례대표 초선 의원이다. 차세대 리더군은 보통 재선 의원 그룹이다. 이 대표의 재선 전략은 무엇인가.

“인천 연수구에서 준비하고 있다. 처음에 둥지를 틀 때만 해도 ‘부자’ 지역구라 당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놀라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난 민주당과 정의당이 개혁 경쟁구도로 붙는 것보다 자유한국당과 제대로 겨루는 정치를 하고 싶었다. 현재 지역구 의원(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 보면서 제대로 경쟁해보고 싶었다. 지역주민들이 이정미 때문에 정의당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고들 한다.”

- 차세대 진보정치 리더라면 1세대 진보의 문법을 뛰어넘어야 한다. 주도적인 정치·사회개혁 의제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 문제에서 주춤하고 있다. 거대한 촛불민심이 만든 정권임에도 60년 적폐를 바꾸는 게 이다지도 힘든 일일까 싶다. 규제를 푸는 속도와 범위를 보면 중장기적 패러다임 만드는 끈기와 뚝심, 철학이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올까 걱정이다. 당 대표 취임 1주년 때 당내 공정경제민생본부를 만들었다. 비정규직 정당은 물론 중소상공인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 처음부터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당직을 맡았던 건 아니라고 들었다. 정치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배경은.

“19대 총선 전인 2011년 친언니 말을 듣고 정치를 결심하게 됐다. 언니가 발달장애 아들을 키운다. 너무 힘들어서 보장성 보험을 들겠다고 내게 상의했다. 발달장애아 부모들은 일찍 죽는다는 말이 있으니 보험금으로 아들을 보호해달라고 하더라. 언니 손을 잡고 ‘절대 보험 들지 말라’고 했다. 내가 장애아들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 페미니즘 정치를 강조했다. 당내 페미니즘 정치를 어떻게 구현할 생각인가.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 지분이 크다면 분야별 페미니즘 실현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페미니즘 자체 지분이 적어서 경계가 정립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정치권, 시민사회 등 각 영역의 역할을 구분하는 게 애매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판결을 보니 실망을 넘어 절망스럽다. 사법폭력이다. 그래도 또 싸울 수밖에 없다.”(이 대표는 16일 폭행과 협박에 의한 성관계만 강간죄로 처벌하는 형법을 개정하고,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는 ‘비동의 강간죄 처벌’ 등 법안 발의를 약속했다)

이 대표는 16일 국회 의원회관 510호실을 들렀다. ‘노회찬 의원’ 명패가 사라지는, 국회에서 그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가장 각박한 곳에서 가장 잔인한 적과 싸우느라 3선 내내 제대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던 선배 노회찬. 그러면서도 진보라서가 아니라 왜 진보를 지지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던 선배 노회찬. 그가 밀어올린 세상이 여기까지 왔다. ‘노회찬 없는 정의당’이 꽃필 차례다. 아직은 떠나지 말고 조금만 더 서성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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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해상 인공구조물, “철거보다 놔두는 게 낫다”

조홍섭 2018. 08. 17
조회수 482 추천수 0
 
석유·가스·해상풍력 등 세계 수천곳 해체 예정
멸종위기종·수산자원 위한 인공어초 기능 확인
 
r1.jpg» 석유나 가스를 채굴하거나 보관·처리하는 시설인 해상 플랫폼도 수명이 다하면 해체돼야 한다. 그러나 환경 측면에서는 무조건 들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브라질의 해상 석유 플랫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1995년 영국 석유회사 셸은 북해에서 해상 석유 플랫폼인 ‘브렌트 스파’가 용도를 다하자 심해에 폐기하기로 결정했고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자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가 시설물에 남은 석유의 유해물질 등을 들어 격렬한 반대운동을 벌였다. 활동가들이 플랫폼을 3주 넘게 점거하는가 하면 유럽 전역에서 셸 석유 불매운동을 벌였다. 결국 셸은 굴복해 이 시설물을 노르웨이 항구로 끌어와 건축물로 재활용하기로 했다.
 
Brent_spar.jpg» 북해의 브레트 스파 석유 플랫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루는 환경 교과서 내용에도 소개되는 브렌트 스파 논란 이후 용도를 다한 해상 구조물은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시설물의 해체보다는 바다에 그대로 방치하는 쪽이 해양 생태계를 위해 도움이 된다는 환경 전문가들의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애슐리 파울러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공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생태와 환경 최전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유럽과 미국의 환경 전문가 38명에게 수명이 다한 해양 구조물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설문 조사한 결과 대부분인 36명이 “사안별로 유연하게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며 현행 해체 의무화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계 전역에서 예상되는 규모의 해체가 초래할 부정적 환경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생물 다양성 상실과 수산자원 고갈 등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결과를 빚을 것”이라며 해체 의무화 규정의 적용을 잠정 중단하는 정책 변경을 제안했다.
 
r2.jpg» 앞으로 수십년 동안 전 세계에서 철거해야 할 해상 플랫폼은 7500개가 넘는다. 그러나 해체 과정에서 초래될 환경 영향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북해 등 53개 나라 해상에서 해체해야 할 해상 가스·석유 플랫폼은 7500개가 넘는다. 브렌트 스파가 높이 147m, 지름 29m, 무게 6만6천t에 이르렀을 정도로 이들 시설물은 규모가 크다. 게다가 최근 해상 풍력단지가 붐을 이루고 있어 수명 20년이 지나면 수천기의 해상 풍력발전기가 모두 해체 대상이 된다. 연구자들은 해상에서 초대형 크레인을 설치해 이런 시설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대기오염, 바닥에 퇴적된 유해물질의 재활성화, 외래종 확산, 생물 서식지의 연결 단절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과 노르웨이는 현재 연간 10억 파운드 이상을 해체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r3.jpg» 북해의 한 해상 플랫폼의 해저 시설물에 대서양대구가 서식하고 있다. 애슐리 파울러 외 (2018) ‘생태와 환경 최전선’ 제공.
 
반대로 해상 구조물을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형태로 바다에 그대로 두는 경우, 시설물이 인공어초 구실을 해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와 남획되는 수산자원이 회복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해저에 남은 시설물은 해양 생태계를 해치는 저인망 어업을 막는 효과도 낸다.
 
환경 전문가들이 제시한 대안 가운데 가장 선호한 방안은 해상 플랫폼의 수면 위 부분(높이 25m)을 잘라내 육상에서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선호한 대안은 잘라낸 수면 위 구조물을 원 구조물 옆에 빠뜨려 배치하는 방법이다. 그다음으로는 플랫폼 전체를 쓰러뜨려 바다에 빠뜨리거나 전체를 육지로 이송하는 방안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풍력에 대해서는 풍차를 바닷속으로 쓰러뜨리는 방안과 수면 윗부분을 잘라 육상에서 재활용하는 방안에 비슷한 선호도를 보였다.
 
r4.jpg» 환경 전문가들이 제안한 해상 플랫폼과 풍력발전기 처분 대안. 위로 갈수록 선호도가 높은 방안이다. 직선 화살표는 육지로 제거, 곡선 화살표는 현지에 재배치를 가리킨다. 애슐리 파울러 외 (2018) ‘생태와 환경 최전선’ 제공.
 
한편, 멸종위기종 산호를 북해의 해상 구조물 근처에 풀어놓는 모델링 연구결과 인공구조물이 이 동물에 새로운 서식지와 먹이터를 제공해 생존 가능성을 높여 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레아-앤 헨리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원 등 국제 연구진은 16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논문에서 “해상 구조물이 징검다리처럼 산호 집단을 이어줘 산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며 “이는 기후변화로 해류소통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산호의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shley M Fowler et al, Environmental benefits of leaving offshore infrastructure in the ocean, Front Ecol Environ 2018; doi: 10.1002/fee.1827
 
Lea-Anne Henry et al, Ocean sprawl facilitates dispersal and connectivity of protected species, Scientific Reports (2018) 8:11346, DOI:10.1038/s41598-018-29575-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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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구 대신 뻘 웅덩이만... 꽃지해변의 현재 모습

1.3km 구간에 뻘 웅덩이 형성... 감리단 "뻘 두께 두껍지 않아, 일반적인 현상"

18.08.17 17:08l최종 업데이트 18.08.17 17:56l

 

 16일 오전 꽃지 사구 복원 현장에 뻘 웅덩이가 곳곳에 형성되었다.
▲  16일 오전 꽃지 사구 복원 현장에 뻘 웅덩이가 곳곳에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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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수산부가 친환경 연안정비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꽃지 사구복원 조감도
▲  해양수산부가 친환경 연안정비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꽃지 사구복원 조감도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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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변에 뻘층이 형성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6년부터 꽃지해변에 240여억 원을 들여 사구 복원을 위한 친환경 연안정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기자는 사구 복원 사업이 진행되는 꽃지해변(병술만~오션캐슬) 곳곳에서 뻘 층의 웅덩이가 곳곳에 형성됐다는 제보를 받았다. 그곳은 해안 침식을 막기 위해 모래를 투입해 인위적으로 해변을 조성하는 양빈 작업이 진행중이었다.

 

그날 꽃지해변에 도착하니, 해변의 대형 바지선에서 대형 덤프들이 연신 모래를 나르고 포클레인들은 평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양빈 작업을 한 해변의 곳곳에서는 웅덩이 수십개가 만들어졌고 웅덩이 안에는 뻘이 고여 있었다. 웅덩이 주변 모래에도 뻘층이 넓게 형성돼 있었다.

이 뻘 웅덩이는 바지선에서 내려진 모래로 뒤덮혔고 이후 포클레인이 평탄작업을 했다.
 
 뻘 웅덩이를 대형장비가 평탄작업으로 모래속으로 묻어버리고 있다.
▲  뻘 웅덩이를 대형장비가 평탄작업으로 모래속으로 묻어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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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지구 사구복원사업은 지난 2016년부터 꽃지해수욕장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본격 추진됐다. 당시 꽃지해변은 기후 변화와 해안도로 개설 등으로 풍부했던 해안 모래가 유실돼 자갈과 암반이 드러나는 해변 침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병술만부터 할미할애비바위에 이르는 해변 3km구간을 친환경 사구 형태로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바람 피해를 줄이는 방풍림,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산책로, 비사를 차단할 수 있는 표사차단시설 등도 설치하기로 했다.

현재 총 3km의 사업 구간 중에서 1.4km 구간에서 뻘층이 형성된 상태다. 양빈 작업은 태안의 모래가 아닌 평택항 인근의 바닷모래를 이용해 진행돼 왔다. 

주민들은 "최근 반입되고 있는 바닷모래에 미분 성분(뻘)이 상당히 함유됐다는 사설기관 분석 결과가 있다"며 "뻘층 형성은 바닷모래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안면도 주민들은 이번 정비사업에는 "꽃지와 식생이 비슷한 안면도 지역의 모래를 사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태안군, 충남도, 대산지방해양수산청 등 관계 기관에 내기도 했다.
 
 꽃지 해변에서 사구복원을 위한 양빈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  꽃지 해변에서 사구복원을 위한 양빈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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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사의 감독청인 대산지방해양수산청의 위임을 맡은 감리단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수리모형시험에 따르면, 이번 복원사업에는 평균 0.35mm 이상의 모래를 사용해야 쌓인다는 결과가 있었다, 그래서 평택항 인근의 모래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인근 3곳의 시료를 채취해 시험해 보았으나 꽃지해변과 비슷한 0.25mm가 나와 사용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양빈사업을 마친 꽃지해변 일부에서 전에 없던 뻘층이 생기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지난해부터 양빈사업을 마친 꽃지해변 일부에서 전에 없던 뻘층이 생기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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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뻘 층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운반 과정에서 일부 뻘이 묻었을 가능성도 있다, 또 대사리 기간이라 서해안의 바닷물에 함유된 뻘 성분이 양빈 구간으로 넘쳤을 수 있다, 이후 바닷물이 빠지면서 뻘만 남은 것이 웅덩이처럼 고인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뻘의 두께가 5mm도 안 된다, 이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작년에 복원된 구간에서는 기존 해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사업은 정리 단계다, 평택항 인근의 모래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내년에 태안 해역의 모래 채취가 가능하면 우선적으로 태안의 모래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꽃지 사구 복원의 성패를 좌우할 사구 식물의 복원을 위한 시범포에서 고사 현상에 이어지고 있다.
▲  꽃지 사구 복원의 성패를 좌우할 사구 식물의 복원을 위한 시범포에서 고사 현상에 이어지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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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업 때문에 갯그렁, 해당화 등 일부 사구식물들이 고사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올해 유난히 이어진 폭염 때문에 줄기 부분만 말라죽는 현상이다, 대부분 다년생 식물로 내년 봄에는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한편 충남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사구의 복원은 양빈을 통해 모래를 쌓는 단순한 공사가 아니다, 환경적, 생태적 측면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며 "공사 이후에 식생이 어떻게 변할지와 새롭게 반입된 모래가 기존의 꽃지해변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조만간 사구 복원 지역을 면밀히 조사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남은 잔여 구간의 복원 공사에서는 시정이 되도록 관계 기관에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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