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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신뢰' 최대 성과…'美주류 반발' 극복 과제

[전문가 진단] '세기의 회담' 무얼 남겼나
2018.06.13 01:40:53
 

 

 

 

획기적인 '빅딜'은 없었다. 그러나 거대한 전환을 위한 첫 발을 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주앉은 '세기의 담판'이 모두 마무리됐다.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12일 마주앉은 양 정상은 총 190분(단독 회담 35분, 확대회담 100분, 업무 오찬 55분)에 걸친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한 최종 결과물을 '북미 공동성명'에 담았다. 북미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 등 4개 조항이 골자다.(☞ 공동성명 전문 : 北美, '통큰 주고받기' 첫발 뗐다)
 
공동성명 자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 그대로 '포괄적'이다.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미뤄졌다. 일괄타결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가운데, 북미가 한 발씩 물러나 향후 시간을 갖고 풀어나갈 과제로 남겨둔 셈이다. 
 
특히 미국 측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명문화되지 않았다.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는 CVID"라고 가이드라인을 쳤던 것과 다른 결과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후속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힐난섞인 질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내가 서명한 공동성명에는 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의지를 갖고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반박했다. 공동성명에 명시된 '확고하고(firm), 변함없는(unwavering)' 비핵화가 사실상 CVID와 동일한 의미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맥스 선더' 훈련이 빌미가 돼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될 뻔했던 점에 비쳐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폭탄 발언'에 가깝다. 한미 군사당국은 "정확한 의미 파악이 필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젠가 논의할 일"이라고 단서를 달았으나,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도 한미 보수층에서 적지않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한반도 정전 상황에 대해 "조만간 실제로 종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 미국과 더불어 한국과 중국을 종전 선언 당사국으로 언급함으로써,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 등 상징적인 계기에 4국이 함께 종전을 선언하는 이벤트를 예고했다.
 
이처럼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남긴 첫 만남이었지만, 70년 간 대립과 갈등을 이어온 적대국 정상들이 마주앉은 자체가 기념비적 사건이다.  
 
가장 큰 수확은 두 정상이 '신뢰'라는 토대를 놓은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에게 쏟아질 '워싱턴 주류'의 반발이 향후 예상되는 가장 큰 난제로 꼽혔다. 다음은 세 명의 북한 및 미국 전문가들의 북미 정상회담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AP=연합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공동성명과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는 미북 관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담겨있다. 공동성명이 나온 것 자체가 큰 성과다.  
 
물론 기대했던 만큼의 구체적인 무언가는 부족하다.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 계획이나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 보장에 관한 구체성이 다소 아쉽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미 양측이 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욕심이 있었겠지만, 70년 간 누적된 반목과 적대시 정책이 너무 뿌리깊고 내재화되어 있지 않나. 이번 회담은 그 뿌리깊은 불신을 확인한 계기였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북미 정상이 우여곡절 끝에 회담을 열고 공동성명까지 도출했다는 것은, 과거의 반목에 좌절하기보다 욕심을 서로 자제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신뢰의 시작점'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나아가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위해 양측이 빠른 시일 내에 후속 회담을 약속한 점은 미래를 위한 의지를 담은 것이다.  
 
과거의 아픔과 불신을 직시하고, 신뢰를 구축해 발전해 나가자는 미래를 담았다는 측면에서 보면, 회담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디테일이 다소 아쉽더라도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CVID'가 빠졌다고들 하는데, 한쪽 눈을 감아선 안 된다.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 계획도 들어있지 않다. 양쪽 다 뺀 것으로 봐야 한다. CVID를 명문화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체제안전 보장 방안도 명시해야 하는 것이다. 북미 회담은 비핵화 회담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해주는 회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양쪽이 동일하게 각자의 욕심을 내세우기 보다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신뢰를 다지자고 한 것은 얼핏 보기에는 미약해 보일 수는 있지만, 오히려 이후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 후 미국 주류 사회와 적지 않은 마찰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당신들은 지금까지 무얼 했느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박에는 일리가 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것이다. 이는 북한에 주는 선물이기도 하지만, 남한에도 엄청난 폭탄을 던진 것이다. 향후 한미 동맹이나 방위비 분담 문제, 한미 FTA 등 경제 문제를 비롯해 미중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이 상징적인 조치를 하나씩 한 것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 말에 따르면, 북한은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을 안하겠다고 했다. 이를 주고받음으로써 서로 간에 신뢰의 고리를 걸어 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혜정 중앙대학교 교수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문제와 한미 군사훈련 문제를 언급한 것이 가장 큰 이슈일 텐데, 이는 미국의 안보 딜레마를 천기누설한 듯한 느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의 비용 문제까지 언급하며 안보 딜레마를 인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미 연합훈련은 연례적, 합법적, 방어적 훈련이라는 것이 한미의 공식 입장이었다. 북한에 위협이 되지 않는 훈련이며 북한의 도발과 교환될 수 있는 등가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면 한미 훈련을 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한국의 보수는 '멘붕'에 빠질 문제다. 
 
실제로 한미 훈련이 중단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테지만, 기본적으로는 '쌍중단(핵미사일 실험 중단,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 지속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얘기한 만큼, 적어도 전략자산 전개는 하기 어려워졌다고 본다. 
 
게다가 만약 7.27 종전 선언이 이뤄진다면,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할 명분도 빈약해진다. 14일부터 남북 군사회담이 시작되는데, 남북간 협의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CVID와 체제보장 문제에선 당초 기대보다는 수위가 낮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현실적으로 돌아선 결과다. 일괄타결이 어렵다고 보고 여러번 나눠서 진행될 문제라고 인식한 것이다. 비핵화에 몇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돌아섰다. 
 
공동성명에 담긴 순위에서도 비핵화는 세번째 의제로 들어갔다. 북미 간 새로운 관계 구축이 첫 번째 의제인데, 이는 북미 간 관계 개선과 신뢰를 통해 비핵화로 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비핵화 문제를 단번에 끝내겠다는 입장에서 '과정'이 필요한 의제로 변경하고, 3분의 1로 줄인 것이다. 1, 2번 항목이 수반돼야 3번(비핵화)이 되는 구조라는 뜻이다. 
 
이는 현재 상태에서 북미가 취할 수 있는 맥시멈(최대치)을 담은 것이다. 평화정착이 이뤄지고 신뢰가 누적돼야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4.27 판문점 선언의 연장선으로 본다. 청와대가 북미 회담을 "한반도 냉전해체 선언"이라고 평가한 것도 그 맥락으로 본다. 
 
다만, 이번 합의 결과로 인해 미국은 내전이라고 할 정도의 갈등에 휘말릴 것 같다. 워싱턴 주류와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붙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공화당은 과거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 수교하고 이란과 협상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했었다. 그렇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북한과 하는 협상은 모순이라고 공격받을 수 있다. 반면 미국의 진보 쪽은 대통령이 평화 교섭을 한다는데 이를 공격하면 모순이 된다. 
 
이처럼 워싱턴 주류와 복잡한 내전이 전개될 텐데, 트럼프 대통령이 만만한 사람이 아니어서 쉽게 물러나지는 않겠지만, 의회가 공동선언을 조약으로 비준해주기도 어려울 것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희망적 기대가 컸다면 다소 실망스럽겠지만, 북미 정상의 만남 자체가 역사적이다. 공동성명에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 문제가 원론적 수준에서 언급됐지만, 북미 양쪽 모두 손해를 본 결과는 아니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조건에서, 포괄적 합의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은 성과라면 성과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도 연관된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종합적으로 사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트럼프 외교의 단면이다.
 
이 문제는 사전 협상에서도 거론됐을 것으로 본다. 비핵화에 상응하는 교환 품목은 외교적 조치, 경제적 대가, 군사적 조치인데, 북한이 그동안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가장 크게 반발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군사적 조치가 가장 쟁점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한 것이어서 되돌리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공동성명에 'CVID'가 명기되지 못했는데, '확고하고(firm), 변함없는(unwavering)' 비핵화라는 표현으로 대체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CVID 중 'V'와 'I', 즉 검증과 불가역성이 난제다. 어느 수준에서 타협을 볼 것이냐가 관심이었지만, 결과로만 보자면 싱가포르 현장에서도 끝내 타협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이 결과를 미국 주류가 동의해 줄 수 있느냐가 제일 걱정이다. 기존에 나왔던 북미 합의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 북미 공동 코뮤니케,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나올 당시의 북한과 지금의 북한은 다르다.  
 
당시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단계였기 때문에 비핵화가 미국에 절실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의 북한이 핵국가 지위에 올라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비핵화가 당면 현안이 된 현재, 미국 주류가 이 합의 결과를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당한 반발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고도화된 핵능력이 트럼프 대통령 탓이 아니기에, 미국 주류들 역시 '과거에 무얼 했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정도를 해 낸 것에, 만점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합당한 평가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옳다.
 
주류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후속 협상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V'와 'I'가 진척을 봐야 체제안전 보장 방안도 제시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악마는 여전히 디테일에 있고 이제부터가 진짜다. 
 
종전 선언은 국제법적 효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기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은 아니다. 평화협정으로 곧바로 가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단계적 조치로 놓은 것이다. 다만, 당초부터 이 문제는 남북미와 함께 중국이 함께 하는 것이 좋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중국까지 종전 선언 당사국으로 불러낸 것은 좋은 시그널이라고 평가한다.
 
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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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내뿜는 포유동물 ‘갯첨서’의 비밀 풀렸다

조홍섭 2018. 06. 12
조회수 683 추천수 1
 
반나절 못 먹으면 굶어 죽는 높은 대사율
먹이 쉽게 잡아 저장하려 침에 독액 분비
 
s1.jpg» 주로 물가에서 생활하는 갯첨서. 쥐와 닮았지만 쥐보다는 두더쥐나 고슴도치에 가까운 포식동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계곡에는 특별한 동물이 산다. 모습이 얼핏 쥐 같지만 길고 뾰족한 주둥이를 지니고 물가나 물속에서 먹이 사냥을 하는 이 동물은 갯첨서이다. 첨서 목, 첨서 과, 갯첨서 속으로 분류되어, 쥐와는 분류학상 아주 거리가 먼 동물이다.
 
갯첨서는 잡식성인 쥐와 달리 다른 동물만을 잡아먹고 사는 포식자이다. 몸길이 7∼8㎝로 작지만, 때론 자기 몸집보다 큰 동물을 잡아먹기도 한다. 게다가 독이 있는 몇 안 되는 포유류이기도 하다. 주요 먹이가 물벌레나 다슬기, 곤충 등 작은 무척추동물인데 갯첨서는 왜 독을 분비할까. 이런 궁금증을 풀 연구결과가 나왔다.
 
s2.jpg» 갯첨서의 짧고 빽빽한 털은 공기를 머금어 물속에서 쉽게 뜰 수 있게 해 주며 젖는 것을 막아 준다. R. 알텐캄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치대 연구자들은 갯첨서와, 가장 가까운 친척이지만 독이 없는 첨서 두 종이 실험실에서 사냥하는 행동을 분석한 결과를 ‘포유류학 저널’ 4월 3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보고했다. 
 
첨서 과 포유류는 신진대사가 포유동물 가운데 가장 빠르다. 어떤 종은 심장이 분당 800회나 뛰어 벌새보다 빠르다. 당연히 에너지 소비가 많으니 자기 몸집에 견줘 많이 먹어야 한다. 보통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80∼90%를 먹어야 하고, 반나절만 먹이가 없어도 굶어 죽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구자들은 이런 높은 대사율과 독 분비는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갯첨서는 침에 마비와 신경독성이 있는 독물이 들어있다. 송곳니로 상대를 물어 피부에 구멍을 내면 이에 난 홈을 따라 독액이 스며든다. 먹이 사냥에 독을 쓰면 여러 효능이 있다. 무엇보다 큰 먹이를 쉽게 제압할 수 있고 또 살아있는 상태로 먹이를 장기 저장할 수 있다. 저장을 하면 불확실한 사냥을 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막고 또 그 과정에서 포식자에 노출되는 위험도 줄인다.
 
첨서 가운데 비교적 몸집이 커 몸길이 7∼8㎝인 갯첨서는 작은 무척추동물이 주 먹이이지만 물고기와 개구리는 물론 작은 생쥐도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육 상태에서 어떤 갯첨서는 자기 몸무게의 60배나 되는 물고기를 죽인 일도 있다.
 
s3.jpg» 갯첨서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첨서. 몸집이 더 작고 독이 없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갯첨서는 큰 먹이를 사냥할 때만 독을 사용하는 걸까. 실험 결과 갯첨서는 작은 무척추동물을 사냥할 때는 독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곤충 등 작은 먹이는 그 자리에서 먹어치웠고 큰 것은 꼼짝 못 하게 만든 뒤 나중에 먹기 위해 저장했다. 첨서는 개구리 사냥은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갯첨서는 잘 잡아먹었다. 그러나 개구리가 독에 마비되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자들은 “크기 2∼3㎝의 개구리는 마비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큰 개구리를 마비시킬 정도로 독이 강한 것은 아니”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갯첨서에게 두꺼비를 주었을 때 공격에 나섰지만 한 번도 사냥에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두꺼비를 물고 난 뒤 비명을 지르고 발로 코를 문지르는 행동을 보였는데, 이는 두꺼비 피부에서 분비하는 독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실험 결과 갯첨서의 독은 대형 먹이보다는 중형 먹이를 효율적으로 사냥하고 저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결론 내렸다.
 
갯첨서는 영국부터 한국까지, 북유럽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동아시아까지 널리 분포하는 종이다. 한반도에서는 1950년대부터 북한에서 발견됐지만, 2007년 진동계곡에서도 서식이 확인됐다. 만일 남한의 분포가 학술적으로 공인된다면 세계 최남단 서식지가 된다. 그러나 이 동물에 대한 생태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등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갯첨서는 주로 냇가, 강, 호수 주변에 살며 드물게는 강에서 먼 습기 많은 산림에서도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잠을 자지 않고 번식기는 6∼7월이며 4∼14마리를 낳는다.
 
s4.jpg»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의 갯첨서 분포도. 남·북한의 서식지는 표기돼 있지 않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야생동물 보전 전문가인 한상훈 박사는 “20여년 전부터 설악산이나 점봉산 등지에서 지역 주민이 ‘물속에 사는 쥐가 있다’는 제보를 해 오곤 했지만 2007년 진동계곡에서 확인한 게 남한에서는 처음”이라며 “남한은 세계적으로 이 종이 가장 남쪽에 분포하는 곳이어서 생물지리학적 가치가 커 시급히 실태와 보전을 위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rzysztof Kowalski, Leszek Rychlik, The role of venom in the hunting and hoarding of prey differing in body size by the Eurasian water shrew, Neomys fodiensJournal of Mammalogy, Volume 99, Issue 2, 3 April 2018, Pages 351–362, org/10.1093/jmammal/gyy013">https://doi.org/10.1093/jmammal/gyy01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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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조미관계의 새역사를 개척한 세기적 만남'

'적대적 북미관계 종지부, 협력의 시대 펼쳐질 것'..."단계별·동시행동 원칙 공유"(공동성명 전문)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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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3  07: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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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열린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서명했다고 13일 보도했다.[캡쳐사진-노동신문]

북한은 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에서 북미 두 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 수뇌회담이 진행되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싱가포르 수뇌회담 공동성명에 서명했다고 13일 오전 관영매체를 통해 일제히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전체 6면중 1~3면에 걸쳐 사진과 함께 북미정상회담 소식을 싣고, 4면에는 공동성명 전문을 게재했다. 1면 제목은 '조미관계의 새 역사를 개척한 세기적 만남-역사상 첫  조미수뇌상봉과 회담 진행'으로 뽑았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8시 10분(현지시간) 숙소를 떠나 회담장인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 도착하여 오전 9시 트럼프 대통령과 상봉한 후 기념촬영과 단독회담을 하고, 이어 확대회담, 오찬, 산책, 공동성명 서명 등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한 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단독회담에 앞서 "오늘 여기까지 와닿는 과정이 결코 헐치는 않았다고 하면서 과거의 역사가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우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을 과감하게 짓밟고 이렇게 이 자리에까지 왔으며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고 말했다.

단독회담에 대해서는 "조미 수뇌분들께서는 수십년간 지속되어 온 적대적인 조미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조선(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깃들도록 하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실천적 문제들에 대하여 솔직한 의견을 나누었다"고 전했다.

단독회담에 이어 진행된 확대회담에는 북측에서 김영철·리수용 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참가하고 미국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 존 볼튼 대통령 국가안전담당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참가한 가운데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과 조선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문제들에 대한 포괄적이며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었다"고 알렸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측 대표단과 이렇게 자리를 같이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하면서 적대적 과거를 불문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현실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통령의 의지와 열망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수뇌회담이 조미관계 개선에로 이어지리라는 확신을 표명하면서 최고영도자 동지께서 올해 초부터 취한 주동적이며 평화애호적인 조치에 의하여 불과 몇개월전까지만 하여도 군사적 충돌의 위험이 극도에 달하였던 조선반도와 지역에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가 도래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두 나라 사이에 존재하고있는 뿌리깊은 불신과 적대감으로부터 많은 문제가 산생되었다고 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고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서는 양국이 서로에 대한 이해심을 가지고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하며 이를 담보하는 법적, 제도적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면서 "조미 쌍방이 빠른 시일안에 이번 회담에서 토의된 문제들과 공동성명을 이행해 나가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노동신문>은 4개면에 걸쳐 북미정상회담 소식을 실었다. [캡쳐사진-노동신문]

공동성명에 즉시 시행 사항으로 발표된 미군 유해발굴 및 송환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요구를 김 위원장이 즉석에서 수락하고 이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도록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한미합동군사연습과 대북제재 중단 및 해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의 협의과정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지역과 세계평화와 안전보장에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면서 "당면해서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해의 뜻을 표하면서 "조미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남조선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안전담보를 제공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개선이 진척되는데 따라 대조선 제재를 해제할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하였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미국측이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신뢰구축조치를 취해나간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게 계속 다음 단계의 추가적인 선의의 조치들을 취해 나갈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문은 "조미 수뇌분들께서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이룩해나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행동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대하여 인식을 같이하였다"고 강조했다.

단독 및 확대회담에 이어 이날 양측 회담 관계자들이 참가한 오찬에서는 "조미회담의 성과를 공고히 하고 조미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하여 쌍방사이에 의사소통과 접촉내왕을 보다 활성화 해나갈데 대한 의견들이 교환되었다"고 소개했다. 또 오찬 후에는 양 정상이 산책을 하면서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어진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김 위원장은 "오늘 과거를 덮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공동성명에 서명하게 된다. 세계는 중대한 변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정상은 "적대와 불신, 증오속에 살아온 두 나라가 불행한 과거를 덮어두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미래를 향하여 힘차게 나아가며 또 하나의 새로운 시대, 조미협력의 시대가 펼쳐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을 피력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리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게 미국을 방문해 줄 것을 초청했으며, 양 정상은 이러한 초청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쾌히 수락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은 조선반도와 지역에 도래하고있는 화해와 평화, 안정과 번영을 위한 역사적 흐름을 보다 추동하고 가장 적대적이었던 조미 두 나라사이의 관계를 시대발전의 요구에 맞게 획기적으로 전환시켜나가는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거대한 사변"이라고 말했다.

   
▲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 [캡쳐사진-노동신문]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도날드 제이.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사이의 싱가포르수뇌회담 공동성명(전문)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도날드 제이.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첫 력사적인 수뇌회담을 진행하였다.

김정은위원장과 트럼프대통령은 새로운 조미관계수립과 조선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구축에 관한 문제들에 대하여 포괄적이며 심도있고 솔직한 의견교환을 진행하였다.

트럼프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안전담보를 제공할것을 확언하였으며 김정은위원장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김정은위원장과 트럼프대통령은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이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할것이라는것을 확신하면서,호상 신뢰구축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수 있다는것을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성명한다.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인민들의 념원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하였다.

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것이다.

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것을 확약하였다.

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전쟁포로 및 행방불명자들의 유골발굴을 진행하며 이미 발굴확인된 유골들을 즉시 송환할것을 확약하였다.

김정은위원장과 트럼프대통령은 력사상 처음으로 되는 조미수뇌회담이 두 나라사이에 수십년간 지속되여온 긴장상태와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데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획기적인 사변이라는데 대하여 인정하면서 공동성명의 조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리행하기로 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조미수뇌회담의 결과를 리행하기 위하여 가능한 빠른 시일안에 마이크 폼페오 미합중국 국무장관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당 고위인사사이의 후속협상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도날드 제이.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은 새로운 조미관계발전과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안전을 추동하기 위하여 협력하기로 하였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쎈토사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 합 중 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대 통 령

           김정은                                      도날드 제이.트럼프

(출처-<조선중앙통신> 2018.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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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철수까지 언급한 트럼프대통령, 북미회담 대성공 시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6/13 08:08
  • 수정일
    2018/06/13 08: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주한미군철수까지 언급한 트럼프대통령, 북미회담 대성공 시사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6/13 [05:5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엄지척까지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 그는 정상회담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믿을 수 있는 지도자라며 최고의 찬양을 아끼지 않았다.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북미정상회담은 대성공이었다. 

 

♦ 핵심 내용 다 들어간 합의문

합의문이 채택되었고 그 안에 북미관계정상화와 그를 위한 대북안전보장과 완전한 한반도비핵화 합의가 들어있었다. 

미국은 북에 되돌릴 수 없는 완전한 한반도비핵화를 요구해왔고 북은 근본적인 대북적대관계철폐를 요구해왔는데 이 모든 내용이 합의문에 다 들어가 있었다. 주로 1항과 2항에서 이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 합의문 3항에서는 4.27판문점선언의 이행과 함께 한반도비핵화를 진행하기로 합의하여 남북관계개선과 평화적 통일을 이루어갈 결정적 조건까지 합의문에 담아냈으며 4항에서는 북에 있는 미군유해발굴사업도 약속하였다. 

 

미군유해발굴사업은 인도주의의 구현임과 동시에 50년 전쟁을 마무리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으며 이를 추진하기 위해 사실상 연락대표부를 평양에 만드는 효과까지 낳을 수 있는 사업이다. 미군유해발굴은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되는 일이며 그 일을 지휘하기 위해 평양에 들어가는 미국 관리들 속에는 북미정상회담을 이행과 후속협상을 진행할 핵심 관리들도 동행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금창리사건 당시 합의를 이끌었던 미국의 막후협상단이 미군유해발굴단 속에 들어가 평양에 상주하며 북과 막후협상을 벌렸다는 사실은 북이 소설 등을 통해 이미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엔 그때처럼 아주 비공개적으로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기에 미군유해발굴사업단이 사무실을 이용하여 후속협상을 평양에서 거의 공개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합의문에는 한반도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핵심적인 내용이 다 들어가있으며 그 이행 단초까지 마련하여 넣어둔 것이다. 

 

♦ 트럼프대통령의 주한미군철수 언급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1시간도 넘게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더 엄청난 폭탄발언을 내놓았다. 바로 주한미군철수 언급과 합동군사훈련 중단 의지 피력이 그것이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제를 깔기는 했지만 주한미군과 관련하여 "언젠가는 솔직히 말하고 싶은 게 있다. 대선 운동 기간에도 말했듯이 대부분의 병사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언급하였다. 

누가 봐도 지금은 아니라는 점이 중심이 아니라 주한미군 대부분을 철수시키고 싶다는 의지가 중심인 발언임은 명백했다.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 미국의 대북체제보장 즉, 안전보장은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 북은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 그 어떤 안전 담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주한미군이 놀러온 군대도 아니고 무슨 창과 칼로 무장한 군대도 아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첨단무기로 중무장시킨 군대이며 명백하게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반도 주둔하고 있는 군대이다. 

 

과거엔 그 주둔근거가 대소전진기지였다. 공산정권 소련의 남하를 막는 최전방 전초기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소련 사회주의가 무너지면서 그 의미를 잃게 되었다. 그래서 핵보유를 추구하는 북을 막기 위한 군대로 그 주둔 목적을 바꾸었다. 즉, 북을 주적으로 한 군대가 주한미군이다. 그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사령관을 겸직하며 한국군의 전시작전지휘권까지 거머쥐고 있다. 정전협정 즉, 잠시 중단하고 있을 뿐 여전히 전쟁상태인 북과 여차하면 전투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군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따르고 태평양사령부는 미국 국방부 즉, 미국 대통령의 지휘를 따른다. 

 

따라서 미국대통령이 무슨 감언이설로 북에 안전담보를 약속해도 주한미군이 있는 한 북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으며 핵미사일로 중무장한 전략폭격기와 잠수함, 구축함, 항공모함를 거느린 스스로 세계 최강이라는 미군을 상대하기 위해 강력한 핵과 미사일을 계속 개발 실전배치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미군태평양사령관, 주한미사령관은 '오늘밤 당장 전투를'이란 구호를 외치며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든 북과 전투를 수행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미군들에게 늘 강조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일부 수뇌부는 미국의 태평양패권 유지를 위해 주한미군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반발을 우려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은 주한미군철수를 할 수 없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평화적으로 한반도 핵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고 그 실천 의지도 명백히 가지고 있음을 이번 북미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이다.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의지를 지니고 있다면 북미대결전은 평화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의지 피력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 의지도 강하게 피력하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우리가 (북한과) 매우 포괄적이고 완전한 합의를 협상하는 상황에서 워 게임(한미합동훈련)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매우 도발적인 상황이기도 하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방침을 밝혔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시점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괌에서 6시간 30분을 비행해 (한국으로) 가서 폭탄을 떨어뜨리고 되돌아간다. 나는 비행기를 잘 아는 데 매우 비싸다.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한미연합훈련 때문에 미국이 현재 많은 자금을 탕진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면 "첫째, 우리는 돈을 많이 절약하고, 둘째는 그들(북)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과 앞으로도 한반도비핵화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문제에 대한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데 한미합동훈련이 북을 자극하여 그런 대화의 진전을 가로막게 되기 때문에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그것을 중단해야 하며 그렇게 하면 많은 돈도 절약하여 미국의 이익에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구절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정확한 지적이다. 미국에서도 적지 않은 대화론자들이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이렇게 정확하고 실질적인 대화의 조건을 언급한 이는 보기 드물었다.

한미합동훈련이 중단된다면 북미협상은 순풍에 돛을 달아주는 효과를 낼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믿을 수 있는 지도자라며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최고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미사일엔진시험장 폐기 선물

이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통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주요 미사일 엔진 시험장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이는 서명된 문서(공동성명)에 없는 것으로 '큰일'(big thing)"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그들이 시험하고 있던 미사일들과 시험장은 곧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파괴한다는 것은 추가적인 더 강력한 미사일 개발을 근본적으로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개발한 미사일을 파괴하겠다는 약속은 아니지만 지난해 북이 공개한 화성-15형보다 더 뛰어난 능력의 미사일개발은 아예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중에 가장 강력한 화성-15형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와 요격미사일 회피기동능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액체연료로켓으로 만든 구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액체연료로켓은 연료주입시간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사 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 과정에 원점타격을 당할 우려가 있는 미사일이다.

 

하지만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연료주입시간이 따로 필요가 없다. 은밀한 곳으로 기동하여 대기하고 있다가 바로 쏘면 끝이다. 그래서 미국은 물론 러시아 중국도 모두 신형 전략미사일은 고체연료로켓으로 만들고 있다.

북도 시험발사장면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8축 16륜 차량에 탑재한 발사관방식의 고체연료대륙간탄도미사일 실물을 2017년 4월에 공개하였다. 이를 시험발사하기 위해서는 엔진시험을 성공시키고 실전용 미사일로 만들어 시험발사를 해봐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그런 일을 더는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두약속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길이가 24m, 지름이 1.9m, 사거리가 12,000km인 것으로 추정하였다. 고체연료엔진을 사용하여 거대한 원통형 발사관에서 사출되는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발사준비공정이 매우 간단하여, 언제든지 명령만 내리면 즉시 발사위치로 이동하여 발사될 수 있다. 조선이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33분 뒤에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조선이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할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은 핵무장을 완성하였음을 의미한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수소탄이 아무리 강해도 그것을 미국 본토까지 운반할 미사일과 같은 운반수단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이 더 이상 위력적인 미사일 개발을 중단한다는 것은 그래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며 트럼프 대통령 표현대로 '큰일'(big thing)"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로 판단했기 때문에 비록 말로한 약속이기는 하지만 신형미사일엔진시험장을 폐기할 뜻을 피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북미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매우 돈독한 신뢰를 쌓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이번 회담은 대성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이미 시작된 신속한 후속 실천 조치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후속 회담과 조치를 매우 신속하게 추진할 뜻을 명백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 협상과 관련해선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 주에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도록 하고, 한·중·일 3국과도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벌써 내일 폼페오 국무장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우리 강경화 외무장관과 그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를 논의할 것이란 발표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북미 관계 개선과 관련 "적절한 시기'에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대할 것이며, 김 위원장이 이를 수락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적절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2차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언론에서는 7.27을 계기로 판문점에서, 그리고 연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악관 방문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어쨌든 이번 1차북미정상회담의 합의는 합의서로만 머무르지 않고 매우 빠른 속도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기에 대성공한 회담이라고 평가해도 결코 지나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로 북미관계, 남북관계 개선이야말로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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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이번 회담, SF 영화로 생각할 것”···전세계 외신들 싱가포르 시선 집중

[북미정상회담]김정은 “이번 회담, SF 영화로 생각할 것”···전세계 외신들 싱가포르 시선 집중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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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외신들도 일제히 회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대다수 외신들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 대부분을 할애해 회담 소식을 전했고, 일부는 생중계 화면도 배치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북한의 새로운 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 톱기사로 싣고, 라이브 업데이트를 포함해 관련 기사 여러 개를 걸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와 김정은이 악수하며 싱가포르에서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시작했다”는 기사를 톱기사로 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 만나 악수하는 장면의 동영상도 함께 올렸다. 

CNN은 두 정상의 오전 단독회담이 끝나고 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이동하며 기자들에게 회담 결과에 대해 “훌륭한 관계”라고 답한 것을 헤드 카피로 뽑았다. 

CNN 홈페이지 캡처

CNN 홈페이지 캡처 

영국 공영방송 BBC는 첫 화면에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사진을 싣고 “역사적인 악수”라는 제목을 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 역시 회담 상황 라이브 업데이트를 메인 화면에 배치하고, 심층 분석기사를 함께 실었다. 

BBC 홈페이지 캡처

BBC 홈페이지 캡처 

아랍권을 대표하는 알자지라 방송사도 홈페이지에 생방송 링크 화면과 함께 해설기사, 칼럼 등 다양한 관련 기사를 소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단독회담 뒤 확대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많은 사람들이 이번 회담을 일종의 판타지나 공상과학 영화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지 취재진은 두 사람이 대화하며 여러 차례 웃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이날 회담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 전혀 의심없이 좋은 관계를 맺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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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살림의 성자, 해월

조현 2018. 0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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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소-.JPG» 해월 최시형의 순도 120돌인 6월2일 경기도 여주 천덕산 해월 묘사를 찾아 참례식을 거행하는 사람들

 

 해월--.jpg» 순도 직전 해월의 모습우리 민족 근현대 고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해월 최시형(1827~1898)과 만난다. 고난사 만이 아니다. 기득권의 부패와 차별과 불평등에 맞선 저항과 투쟁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촛불-6·10항쟁-광주항쟁-4.19-독립운동-3·1운동-동학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해월이 있다. 이와는 결이 다른, 비폭력·평화·생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그를 만난다. 그는 새로운 세상을 열려는 개벽 사상가이자 실천가였다.

 지난 2일은 해월이 관에 의해 처형된 지 120돌이 된 날이었다. 해월은 1861년 35살에 천도교(동학)에 입도해 2년 만인 1863년 37세에 1세 교조인 수운 최제우 대신사로부터 도통을 전수 받았다. 1년 뒤인 1864년 수운이 처형을 당하자 동학 최고 지도자가 되어 72세로 순도할 때까지 평생 쫓겨 다니며 개벽 세상을 열었다. 보따리 하나 짊어지고 무려 200곳을 옮겨 다녀 ’최보따리’로 불린 해월의 발자취를 찾았다. 해월 순도 120돌을 맞아 천도교가 연 1~2일 ’동학기행’ 동행이었다.

 

직동리-.JPG» 해월이 1년간 피신해있던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 직동리에 세워진 해월 추모비 옆에 선 직동리 사람들과 천도교 순례자들. 사람이 즉 하늘(한울)이니 사람을 하늘처럼 대하라는 한자성어가 쓰여 있다.

 

직동--.JPG 직동한옥--.JPG 

 

 아직도 소 쟁기로 밭 가는 오지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 직동리는 해월이 관군의 검거를 피해 1871년 숨어든 곳이다. 해발 500미터의 밭들이 비탈져 아직도 쟁기로 밭을 가는 모습이 보인다. 해월은 처음 두위봉에 있는 호굴에 숨었다. 쟁기질을 하던 이철규(59)씨가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호굴은 비를 피해 능히 10명이 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호굴은 호랑이굴의 줄임말이다. 관군이 검거하러 왔을 때 굴 입구를 호랑이가 지키고 있어 해월을 검거하지 못하고 두려워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해월은 굴에서 내려와 이 마을에 1년을 머물렀다. 이때 한 설교가 유명한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법’인 대인접물(待人接物)이다. 해월은 사람을 다룰 때 ‘남의 악은 감추어 주고 선을 드러내 주라’고 했다. 또 사물에 대해서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내 몸같이 아끼라’고 했다. 이 마을 36가구 57명 가운데 천도교인은 남아있지 않다. 그런데 순례객을 맞이하는 마을의 인심이 남다르다. 윤경섭(54)이장이 마을회관으로 이끌어 음료수를 대접한다. 마을엔 멋진 회관이 지어지고 있다. 윤 이장은 “단 500만원으로, 마을분들이 자기 산의 나무를 베어오고 울력 봉사를 해 한옥으로 마을회관을 짓고 있다”며 “요즘 세상에 이런 인심과 협력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랑했다.

 

송골-.JPG» 원주 송골에 있는 해월 추모비 옆에 선 '무위당사람들' 김용우 이사

 

송골1-.JPG 송골--.JPG 

 

 가톨릭 신자면서도 정신적 스승으로 

 이어 간 곳이 강원 원주시 호저면 고산리다. ’송골’로도 불린 이곳은 해월이 1898년 4월5일 관헌에게 체포된 곳이다. 이 마을엔 당시 해월이 머문 원진여의 집이 복원돼 있다. 큰 길가엔 ’무위당  장일순’(1924~94) 등이 세운 비가 세워져 있다. 비엔 ’모든 이웃의 벗 최보따리 선생을 기리며’라고 쓰여있다. 장일순은 1970년대부터 가톨릭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와 민주화 운동을 했고, 1977년부터 생명살림 운동을 전개해 현재 유기농생산물 생산자 소비자 조직인 ’한살림 생협’을 세웠다. 

 장일순 선생을 모시고 활동했던 ’무위당사람들’ 김용우(55)이사는 “장 선생은 생전에 집안에 오는 모든 사람을 하늘처럼 공경했던 할아버지 장경호와 서화를 가르쳐준 차강 박기정, 그리고 해월 세 분만을 스승으로 언급했다”면서 “두 분은 직접 모신 분이지만, 해월은 뵙지 못했으나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아 스승으로 모셨다”고 전했다. 장일순이 평생 가톨릭을 믿으면서도 해월을 정신적 스승으로 따랐다는 것이다. 

 그는 또 “장 선생이 1945년 경성공업전문대(서울대 공대 전신)에 합격했으나 총장에 미군 대위를 임명하는 것에 반대해 제적 당하고 원주에 내려와 1년간 서점주인 오창세 선생으로부터 동학을 공부했다”면서 “독재시대 투쟁을 거치며 누군가를 패배시키고 배제하는 서양사상에 한계를 느껴 1977년 획기적 회심을 통해 생명사상운동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윤 이사는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은 ‘해월의 정신을 다시 살려낸 것만으로도 장 선생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평한다”면서 “장 선생의 뜻에 따라 지금도 해마다 여주 천덕산에 있는 해월의 묘소에 참배를 가는데, 원주의 치악산을 바라보고 있는 해월의 묘소를 볼 때마다 해월이 장 선생으로 환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묘소2-.JPG» 해월 순도 120돌을 맞아 묘소 참배를 위해 여주 천덕산 중턱까지 올라온 참례객들
 

서울동학-.JPG» '사람이 하늘'이라는 동학사상을 공부하기 위해 모여 공부하며 해월 묘소를 찾은 '서울동학' 회원들

 

 

 

 고손자·해외교포 등 300여명 참례식

 교령--.JPG» 이정희 천도교 교령해월의 묘소는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주록리 버스 정류장에서 1시간 가량을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해발 550미터 천덕산 중턱에 있다. 살아서도 평생 쫓겨 다니던 삶은 죽어서도 그랬다. 해월은 처형 당한 뒤 서울 광희문 밖에 임시로 매장됐다. 이를 동학교도들이 한강 건너 송파로 옮겨 묻었으나 화를 입을 것을 두려워한 땅 소유주의 요청으로 제자들이 다시 유골을 수습해 한밤 중에 길도 없는 첩첩 산을 넘어 이곳에 안장했다고 한다.

 나이 든 교도들이 아래서부터 뗏장을 봉투에 담아 땀을 뻘뻘 흘리며 산길을 올아간다. 해월 묘는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뗏장이 벗겨져 빨간 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 모습이 마치 갓 태어난 생명체인 핏덩이 같다. 그나마 2일 오전 11시 순도 120돌을 맞은 ‘참례식’엔 300여명이 올라와 고적한 묘소가 모처럼 북적였다. 해월의 고손자인 최인경씨를 비롯한 후손들도 자리했다. 더구나 천도교인들이 아닌 이들도 적지 않았다. 동학의 생명 존중 사상을 공부하는 ’서울동학’의 김기준 ‘우이령사람들’ 이사와 소리꾼 임진택씨 등 회원 40여명은 버스 한대를 빌려 왔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온 마가렛 김은 “미국에서 평화운동을 하면서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는’ 동학을 만나 우리 민족과 민주주의 뿌리임을 확신해 이를 교포 2세·3세들에게 전해주는 인내천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도교 이정희 교령은 “우리 국민조차 노예해방을 한 링컨이나 비폭력운동가 간디는  알아도, 모든 차별 철폐에 앞장서면서도 비폭력 평화 생명살림 정신으로 일관한 해월은 모르고 있어 안타깝고, 스승께 죄송스럽다”며 해월 묘소에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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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만 받을 수 있는 자유한국당 ‘윤절’의 역사

“죄송하다”, “잘못했다”, “반성한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큰절을
 
임병도 | 2018-06-12 09:25:3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 2018년 지방선거

613지방선거가 내일입니다. 자유한국당은 다급했는지 지원 유세를 중단했던 홍준표 후보가 다시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둔 마지막 주말인 9일 홍준표 대표는 “부산은 25년간 저희 당을 전폭 지지해주셨다. 당이 어려울 때마다 도와줬다”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믿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죄송하다”, “잘못했다”, “반성한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큰절을 하기도 했습니다.

○ 2017년 대선

홍 대표의 큰절은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부산역에서도 광장로에서도 홍 대표는 큰절을 했습니다. 홍 대표의 큰절이 유독 부산과 경남 지역에 집중된 것은 그쪽이 자신들의 텃밭이라고 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번에도 그럴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 2016년 총선

2016년 총선 당시 대구는 공천 파동으로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형편없었습니다. 믿었던 대구가 위험해지자  대구 지역 출마 후보자들은 공동으로 “공천 과정에서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불협화음으로 마음을 상하게 했다”라며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김부겸 후보와 격돌했던 대구 수성갑의 김문수 후보는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멍석 사죄’를 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종아리를 걷겠습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큰절을 했습니다.

○ 2014년 지방선거

세월호 참사 이후 첫 선거였던 2014년 6.4 지방선거, 새누리당은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결국 선택한 것은 큰절이었습니다.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등 광역자치단체 후보들은 서울역 광장에서 모여 사죄한다며 큰절을 올렸습니다. 선거 때는 세월호 참사를 사죄했지만, 그 이후에는 항상 세월호가 지겹다며 그만하라고 하는 정당이 자유한국당입니다.

자유한국당이 하는 큰절은 선거 때만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윤절’이라고도 부릅니다. 선거 때 내세울 수 있는 게 고작 ‘읍소전략’뿐이라는 점에서는 ‘이게 정치인가’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큰절’이 선거 때마다 먹힌다는 점을 놓고 보면 유권자도 반성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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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엄청난 성공을 기대한다" 김정은 "모든 것 이겨내고 여기 왔다"

마침내 악수한 북미 정상, 역사적 회담 시작 ....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나

18.06.12 10:07l최종 업데이트 18.06.12 11:08l

 

회담장으로 향하는 김정은-트럼프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 회담장으로 향하는 김정은-트럼프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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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장으로 향하는 김정은-트럼프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 회담장으로 향하는 김정은-트럼프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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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현장 특별취재팀] 안홍기(팀장), 유성애, 유성호(사진)

[기사 대체 :12일 오전 11시 5분] 

북한과 미국 사이에 사상 최초의 정상회담이 시작됐다. 25년간 이어진 북핵문제와 적대관계 70년을 끝내는 데에 합의할 수 있을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서로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 시각으로 12일 오전 9시 4분경(한국 시각 오전 10시 4분, 미국 동부시각 11일 오후 9시 4분) 센토사섬 안에 있는 카펠라호텔의 정상회담장에서 만났다. 

카펠라호텔 회담장 중앙홀 앞 현관에 양측 통로를 통해 각각 나타난 양 정상은 성조기와 인공기가 교대로 섞여 배치된 배경 앞에서 만나 서로 마주보고 악수했다. 양 정상은 특별한 표정 없이 긴장된 모습으로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맸고, 김 위원장은 검정색 인민복 차림에 안경을 썼다. 

김정은 위원장, 영어로 인사 "나이스 투 미튜 미스터 프레지던트" 
 

역사적인 북-미 정상 만남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 역사적인 북-미 정상 만남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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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북-미 정상 만남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 역사적인 북-미 정상 만남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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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역사적인 만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지고 있다.
▲ 김정은-트럼프, 역사적인 만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지고 있다.
ⓒ KTV화면 캡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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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담장 중앙홀 현관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마주 본 김 위원장의 표정은 4.27남북정상회담 때 군사분계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을 때와는 달리 긴장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영어로 "Nice to meet you Mr. President"(대통령님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지한 표정으로 김 위원장을 마주 보면서 오른손으로 악수를 나눴고, 왼손으로는 김 위원장의 오른쪽 어깨를 살짝 치는 식으로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8초 넘게 잡은 손을 흔들며 악수를 나눴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때 무슨 말을 했지만 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손을 뻗어 김 위원장에게 동선을 안내하기는 등 마치 미국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회담장으로 이동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회담은 엄청나게 성공할 것이다. 오늘 회담이 열리게 돼 무한한 영광이다. 북한과 매우 좋은 대화가 있을 것이고, 우리는 좋은 관계를 맺을 거라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김 위원장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랬던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라고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두 사람은 다시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해 엄지를 치켜 올리며 "훌륭하다(That's great)"고 말했다. 

아래는 양 정상의 모두 발언 전문. 

트럼프 대통령: 오늘 회담은 엄청나게 성공할 것이다. 오늘 회담이 열리게 돼 무한한 영광이다. 좋은 대화가 있을 것이다. 북한과 매우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랬던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
 

북미정상 단독회담 시작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단독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 북미정상 단독회담 시작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단독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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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에게 '엄지척'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단독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 후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 트럼프, 김정은에게 '엄지척'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단독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 후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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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강 트인 갯벌 보니, 옛 새만금 생각났다”

“청천강 트인 갯벌 보니, 옛 새만금 생각났다”

조홍섭 2018. 06. 11
조회수 2475 추천수 1
 
인터뷰: 8번 방북한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
 
2015년부터 북한 습지 조사한
한국 사는 영국인 조류학자
9번째 방북하는 길에 만났다
 
“언덕, 초원, 논, 갈대밭, 갯벌…
수십년 전 남녘 습지의 모습 간직
이미 사라진 종달새·때까치 흔하고
문덕에서는 개리 4만마리 확인”

 

n1.jpg»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가 지난 1일 오전 북한 방문길에 앞서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한겨레’를 만나 북한의 해안과 습지 등에 이야기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남북교류가 활발하던 때에도 북한의 해안 등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둘러본 이는 드물다. 그러나 최근 여덟 차례나 북한의 해안과 습지를 두루 조사한 사람이 있다. 영국 국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20년 동안 조류보호 활동을 하면서 ‘한국의 새를 한국인보다 더 잘 안다’는 평을 받는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55·조류학 박사)가 그이다. 이메일 인터뷰에 더해, 지난 1일 다시 북한 방문길에 오른 그를 서울역에서 만났다.
 
어떻게 그렇게 자주 북한을 조사할 수 있었나요.
 
“독일 한스 자이델 재단이 지원한 북한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 프로젝트에 조류 전문가로 참가해 왔습니다. 2015년부터 평양과 강원도 고성에서 해마다 워크숍을 열었고 현지조사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두만강 하구인 함경북도 나선 철새보호구역을 네 차례 조사했고 서해안과 동해안을 네 번 갔습니다. 이번에 나선에 가면 9번째가 되네요.”
 
―나선 조사는 무슨 목적입니까.
 
“번식하는 새들과 양서류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한스 자이델 재단 베른하르트 젤리거 박사와 양서류 전문가인 아마엘 보르지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박사도 동행합니다. 지난달 조사 때 젤리거 박사가 평안북도 청천강 하구 문덕 철새보호구역에서 개구리 소리를 녹음했는데, 나중에 남한의 멸종위기종 1급인 수원청개구리로 밝혀졌지요. 정치적 여건이 나아졌을 때 이곳에 연구나 탐조, 여가를 위한 방문이 가능한지 타진하는 것도 목적입니다.”
 
n2.jpg» 람사르 협약 발효를 기념해 5월16일 평양에서 열린 람사르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관한 워크숍 모습. 새와 생명의 터 제공
 
―5월 16일 북한이 가입한 람사르협약이 발효한 것을 기념해 평양에서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그날 북한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철회했습니다. 이튿날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취소한다는 편지를 북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워크숍 참석과 현지조사를 위해 평양을 방문하던 때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우리 일행은 15일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16일 열리는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죠. 약 130명이 회의에 참석했는데 북한(DPRK)의 관련 부처 공무원과 몇몇 외교관이 들어있었습니다. 분위기는 좋았고, 이전과 좀 다르게 늘 만나던 사람들이 상당히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었고 언제쯤이면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인지를 이야기했습니다. 당시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된 줄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지도자가 나라를 더 나은 상태로 이끌 것으로 믿는다는 언질을 주곤 했습니다.
 
―람사르협약 가입은 북한이 더욱 개방적이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좋은 신호라고 생각하십니까?
 
“예, 람사르에 가입하고 동아시아-호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EAAFP)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인 진전이고, 북한이 당면한 환경문제를 다루기 위해 국제사회와 더 열린 자세로 협력을 공고화하겠다는 신호입니다.
 
북한과 좀 더 깊은 관계를 맺길 원하는 이들에게 큰 부담이 있습니다. 국제기구는 어떤 형태의 관계이든 북한에 대해 존중을 표시해야 합니다. 북한이 다른 나라들을 존중하길 기대하는 같은 방식으로 말이죠. 분명히 말하건대, 그들의 지도자에게 공개적인 숭배를 표시하는 방식의 존중을 보이라는 건 아닙니다. 지난 여덟 번의 방문에서 나는 단 한 번도 지도자의 동상에 절한 적도 없고 또 그렇게 하거나 정치적 슬로건을 따라 하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존중을 보이라는 건 베트남, 일본 또는 한국에서 외국인으로서 내가 갖길 기대했던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조직을 떠나 전문가는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존중받습니다만 북한과 관련해서는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북쪽 당국이 협력에 대해 얼마나 개방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상대하는 국토환경보호성 사람이 분명히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문덕과 나선을 람사르협약의 첫 사이트로 등록할 때 우리의 조사와 자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입니다. 이 두 곳은 지난해 3월까지도 최우선 후보지가 아니었습니다.
 
n3.jpg» 문덕 철새보호구역 전경. 어업과 농사를 위한 개발이 이뤄졌으나 강하구와 갯벌, 모래섬, 바위섬 등은 자연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n4.jpg» 두만강 하구의 나선 철새보호구역의 서봉포 전경. 2014년 3월에 촬영한 사진이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저는 이것을 우리의 조사 자료를 신뢰한다는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지난 수년 동안 한스 자이델 재단 주도로 국토환경보호성이 지난해 가입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 여러 기관이 노력을 기울인 결과를 믿는다는 거지요(그는 새만금을 200번 넘게 다니며 조사한 보고서를 한국 정부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개탄한 적이 있다). 최근의 결정들이 급속한 진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북한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단지 필요한 걸 수행할 능력(돈이 없고 평야 지대 인구 과밀 등)이 없었을 뿐입니다. 이미 1990년대에 철새 보호구역을 18곳인가 19곳 지정했습니다.”
 
―람사르협약 가입 기념 워크숍은 어땠습니까. 고위관료나 엔지오 또는 탐조가들도 참가했나요?
 
“아주 성공적이라는 얘기를 여러 곳에서 들었습니다. 문덕과 나선 보호구역에 대한 높은 평가를 부러워하는 관리들도 많더군요. 한스 자이델 재단은 2015년부터 해마다 북한에서 이런 워크숍을 열어 왔습니다. 처음엔 평양에서 열리다가 지난해엔 강원도 삼일포에서도 열렸습니다. 네 번 참가했는데, 이번 행사가 가장 관심을 많이 끌어 국영 텔레비전 방송과 평양타임스 등에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알기론 북에는 진정한 의미의 시민사회나 환경 엔지오가 없고, 아마추어 탐조가도 없습니다. 하지만 새들은 예술작품의 소재이고 방송 뉴스에 나옵니다. 원로 조류학자인 원홍구 교수(남한의 원병오 경희대 명예교수의 부친)는 아직도 유명하고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유일한 탐조인이라고 한다면 외국 대사관이나 기관 근무자들인데 이번 워크숍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국가가 통제하고 운영합니다. 조선 자연보호연맹(NCUK)은 오랫동안 국제자연보전연맹의 회원단체로 엔지오라고 자임하지만, 남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듯이 엔지오가 아닙니다. 정부기관이지만 국토환경보호성 같은 더 공식적 정부기관보다 덜 권위적이고 영향력이 적은 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n5.jpg» 평안북도 청천강 하구인 문덕 철새보호구역의 거주지역 모습. 앞에 광활한 하구가 보인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현지조사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많은 한국인이 방문하신 곳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궁금해합니다.
 
“대개 실제 조사 5∼8일에 이동과 회의 등에 2∼3일을 보내는 일정이었습니다. 모든 조사가 한스 자이델 재단 한국 사무소의 사업구상과 자금지원으로 이뤄졌고 국토환경보호성과 나선 당국의 협조로 진행됐습니다. 매번 일정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한스 자이델 재단, 스위스의 람사르사무국과 북한 대표부 등 기존 채널을 통해 논의됐습니다. 물론 그때마다 반입한 장비 등을 자세히 등록해야 했습니다. 허가를 받아야 망원경과 카메라를 반입할 수 있지요.
 
이번 방문 때는 문덕에서 이틀을 조사한 뒤 동해안으로 원산 시중호에서 북쪽으로 함흥까지 가면서 5∼6개 습지를 조사했습니다. 먼저 평안남도 청천강 하구인 문덕에서는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습지의 관리에 초점을 맞췄고 나머지는 생물 다양성에 집중했습니다. 동해안에서는 모두가 조류 조사원이 되었습니다. 운전사 한 명과 국토환경보호성 공무원 3명, 지역 당 간부 2명, 국가과학원 연구자 3명까지 나섰는데, 나와 한스 자이델 재단의 베른하르트 제리거 박사가 새의 종을 구분하는 법과 조사기법을 알려주었습니다.
 
n6.jpg» 한스 자이델 재단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문덕 주민들과 만나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논의하고 있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나선은 덜했지만 모든 조사 장소에서 갈 수 있는 장소를 엄격히 규제했습니다(때론 보는 것을 막기도 했습니다). 며칠 동안 국토환경보호성이 나서 해안 지역 출입 허가와 지역경계를 넘는 허가를 받았는데 그랬습니다. 보호구역 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접근을 통제하는 이유는 나쁜 외국인이 과거에 북한을 곤란에 빠뜨리려 했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더 그럴듯한 이유는 군부가 너무 막강해 어디에나 힘을 뻗치기 때문일 겁니다. 군부는 어느 곳이라도 무슨 비밀이 새어나갈 가능성이 있다면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대상은 외국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입니다.
 
어디나 그렇듯 매번 같은 곳을 방문하면 접근 제한은 조금씩 느슨해집니다. 국토환경보호성이 지역과 허가절차에 익수해지고 또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조사를 하다 보면 늘 불만스러웠습니다. 새들의 최고 서식지로 보이는 곳은 여지없이 접근을 차단당하기 일쑤였으니까요.
 
조사를 통해 얻는 것도 많았습니다. 여덟 차례의 조사를 통해 우리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와 해안지역 몇 곳을 찾아냈습니다. 또 300종 가까운 새를 확인했는데, 이 가운데 몇몇 종은 북한에서 이전에 전혀 기록되지 않은 미기록종이었습니다. 조사를 거듭하면서 우리는 북한의 환경과 새들의 삶을 점차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북한과 남한의 새 서식지와 실태를 자연히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참 고맙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는데, 북한에서 함께 일했던 분들로 우리의 조사 자료와 통찰, 영상을 자유롭고 신속하게 공유했습니다. 우리가 작업한 자료 공유와 공개가 북한 사람들이 자기 환경에 대해 더 잘 이해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n7.jpg» 문덕 철새보호구역에서 북쪽 인사가 필드스코프에서 본 새의 종을 도감에서 찾고 있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당국과 일반인이 조류 탐사를 어떻게 보던가요. 철새와 자연보전의 필요성을 느끼던가요. 새들이 종마다 어떻게 다른지 등 생태적 지식을 열성적으로 배우려 하던가요.
 
“그렇습니다. 국토환경보호성에서 만난 사람들은 새에 관해 배우는데 매우 관심이 있었고 나라의 생물 다양성 보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함께 일한 이 부처 과장은 생태계, 생태계 서비스, 혼농임업 등 이 분야를 꿰고 있었습니다. 비록 우리가 인정할 만한 자유가 없는 사회이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자료와 핵심 사이트를 토론하기를 원했습니다.
 
―문덕과 나선 철새보호구역을 둘러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그 전에 논문을 읽고 사진과 동영상을 보았지만, 청천강 하구(문덕)를 눈으로 처음 본 건 2016년 5월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에서였어요. 썰물 때였는데, 하구가 정말 멋졌습니다. 하굿둑 하나 없이 큰 강이 자유롭게 흐르는 옆에 염생식물로 덮인 갯벌이 드넓게 펼쳐졌어요. 모래섬이 바다를 향해 줄지어 있었고, 멀리 작은 바위섬들이 보였어요. 전에 읽었던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의 번식지겠구나 했죠. 그 순간 새만금이 떠올랐어요. 방조제로 막히기 전의 모습 말이에요. 그리고는 금강과 낙동강 하구가 한때 이랬었겠구나 했죠.
 
n8.jpg» 문덕 철새보호구역의 농경지를 나는 도요·물떼새 무리. 간척 이전 새만금 모습과 닮았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나선은 서식지 유형이 너무 다양해 놀라웠습니다. 한눈에 숲이 덮인 언덕, 초원, 논, 호수와 갈대밭, 그리고 아주 아름다운 해안선이 들어왔지요. 비록 이 지역의 상당 부분이 이런저런 이유로(언덕의 잡초 태우기, 습지를 논으로 개간하기 등) 훼손됐지만, 아직 새가 매우 풍부한 곳이었습니다.”
 
―두만강 하구인 함경북도 나선은 여러 번 방문했는데, 변화가 느껴집니까?
 
“남한보다는 변화 속도가 느립니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만 해도 작은 갯벌이 사라지는 걸 보았습니다. 아주 중요한 서식지인데 중국 회사가 갈대밭 일부를 양어장으로 바꾸었습니다.
 
이 지역이 물새와 바닷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인 중요성을 가진 것 말고도 우리가 나선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도록 강력하게 추진한 이유는, 이곳의 서식지를 보전하는데 새로운 수단과 추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평양에서 멀고 중국과 러시아에서 자본을 대는 대규모 야심적인 개발사업이 여럿 추진되고 있습니다. 나선 사람들이 그곳의 생태적 가치를 지키려면 단지 기술적 지원뿐 아니라 인력과 물자 등 체계적 지원이 필요할 겁니다.”
 
n9.jpg» 함경남도 해안에 있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인 금야 철새보호구역 모습. 새와 생명의 터 제공
 
n10.jpg» 함경남도 광포호. 북한의 대표적 철새보호구역의 하나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문덕과 나선이 어떤 습지인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문덕 람사르 습지는 식물이 자라는 갯벌과 조간대 하상, 얕은 물 등 3500㏊에 인접한 논 250㏊로 이뤄집니다. 갯벌 대부분은 갈대밭이고 사초과 식물이 자랍니다. 이곳은 매우 중요한 도요·물떼새 서식지인데, 개리의 서식지로 더욱 가치가 큽니다. 전 세계 개체수의 절반 이상인 4만 마리를 여기서 최근 몇 년 동안 확인했습니다. 어로가 허용되는 곳은 아니지만, 보트와 강둑에서 낚시하는 사람이 많아 적지 않은 교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많이 논의한 건 지역주민의 수입과 식량을 보충해 자연자원에 대한 압력을 줄이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나선의 위성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는데요. 보호구역의 핵심은 세 개의 얕은 호수입니다. 둘은 담수호이고 하나는 기수호인데, 주변은 논과 갈대밭입니다. 이 지역의 특별한 가치는 지리적 위치에 있습니다. 중요한 철새 이동 경로에 자리 잡고 서로 다른 서식지를 이어주는 곳입니다.”
 
―북한의 습지 보호구역과 남한의 것을 비교해 보면 어떻습니까. 종 다양성, 경관, 자연자원 이용, 보전 정책 측면에서 말입니다.
 
“직접적인 비교는 힘듭니다. 왜냐하면 발전 단계와 하부구조가 남한과 북한 사이에 너무나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경제와 사회의 변화 단계도 너무나 다릅니다.
 
n11.jpg» 원산 인근 시정호의 모습. 새와 생명의 터 제공
 
북한에는 아직도 콘크리트가 거의 없고, 플라스틱은 보기 힘들며, 농촌에는 가로등이 없고 댐과 수문도 거의 없습니다. 기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당연히 낮 동안에는 어디나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손으로 농사짓고 고기를 잡습니다. 어떤 지역은 아름답고 목가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지역은 헐벗고 숲이 황폐해졌으며 언덕에 맨땅이 드러났습니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닦을 땅과 물이 부족합니다.
 
물론 남한의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사람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나라를 다시 세워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됐습니다. 환경적으로도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잡고 산림을 녹화하는 등 많은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환경 인식도 많이 높아졌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사는 곳의 땅과 물을 그저 일상생활을 하는 배경으로만 여기는 듯합니다. 아름다운 산악을 떠나 평지로 내려오면 이제 기초시설과 자원 채취가 지나칠 정도입니다. 공기는 맑아졌지만 도처에 플라스틱과 쓰레기가 넘칩니다. 감자밭에 덮은 검은 비닐봉지가 나무에 죽은 까마귀처럼 걸려 흔들립니다. 그 옆에는 딸기 농장 비닐하우스에 버려진 파이프와 쓰레기 더미가 을씨년스럽게 놓여있습니다. 남한의 해안은 강물이 그런 것처럼 거의 콘크리트가 줄지어 있는 꼴입니다. 내가 다녀본 유럽, 북미, 아시아 다른 지역 어디보다 더 그렇습니다. 아마 유일한 예외는 일본일 겁니다. 거의 모든 강에, 심지어 아주 작은 개울에도 댐이 있습니다. 게다가 중장비 덕분에 들판이나 강에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유람용 낚시꾼이나 캠핑카와 캠핑족을 빼면).
 
남한의 이런 변화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계속됐으며 누구나 뻔히 보듯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부는 꼭 필요하고 또 상당수는 가치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금세기 들어 건설과 개발사업은 생태학자이자 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는 개발을 위한 개발로 비칩니다. 보통 사람들이 얻는 혜택은 거의 없고 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망칠 뿐인 사업이죠. 이제는 황폐해지고 죽어버린 새만금과 4대강 사업은 아마도 가장 악명높고 개탄할 지속 가능하지 않은 남한의 개발 사례입니다. 내가 몸담은 작은 단체가 조사한 바로는 수백개의 작은 자연 지역이 불도저로 뭉개지고 망가지면서 전에 흔했던 수많은 새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참새, 제비, 노랑때까치, 청둥오리, 도요·물떼새 등 모두가 줄어들어 생태계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n12.jpg» 금강하구 유부도에서 조류를 관찰하는 무어스 박사(왼쪽). 그는 통일이 되면 남한의 건설자본이 북한 해안을 무분별하게 개발할까 걱정이 많다. 조홍섭 기자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건 남한의 건설업체가 평화와 통일이 이뤄지면 비슷한 개발 방식을 북한에서도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꼭 필요한 사업부터 시작하겠지만 거의 모든 곳에서 자연이 인공 경관으로 바뀔 때까지 멈추지 않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문덕을 방조제로 막기 전 새만금에, 또는 60∼70년 전 금강하구의 서천 갯벌에 비교하고 싶습니다. 두 곳 다 도요·물떼새의 중요한 도래지(금강 하구는 문덕보다 더 중요)이고, 두 곳 모두 개리가 찾아오긴 합니다(문덕 4만 마리에 견줘 금강에는 30∼40마리). 하지만 문덕에는 전원의 모습과 분위기가 있습니다.
 
나선은 아마도 70년 또는 그 전의 화진포 같은 강원도 해안과 석호를 떠올리게 합니다. 고니떼와 수만 마리의 오리가 있는 곳 말입니다. 요즘 화진포 호처럼 고속도로가 뚫리고 가로등이 들어오고 생태 박물관과 수족관, 공원과 펜션이 여기저기 들어선다면 나진이 여전히 그 모습을 간직할까요?”
 
n13.jpg» 북한의 강원도 통천호. 자연스런 호수 형태가 유지돼 있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북한 습지에서 본 새들 가운데 눈에 띄는 종은 어떤 게 있습니까?
 
“간단히 답변하기는 어렵지만 세 가지 얘기를 하겠습니다. 먼저 이제 남한에서 번식하는 개체를 거의 보기 힘든 종달새와 노랑때까치 같은 멋진 새들이 아직 북한에는 흔합니다. 이들 종이 남한에서 붕괴한 것은 농업의 집약화와 산업화 책임이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둘째, 우리가 갈 수 있었던 북한의 해안은 일부이지만 동해에서 조사한 지역에는 모두(나선, 함흥 인근, 강원도) 많은 수의 바다오리, 논병아리, 아비가 있었습니다. 남한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종종 훨씬 많은 수입니다. 이 새들은 각각 다른 종의 해양동물을 먹고 삽니다. 따라서 북한의 해양생태계는 아직 꽤 건강하고 다양하며 자연적으로 생산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는 남한보다 갈매기가 적다는 것도 눈에 띕니다. 갈매기는 주로 어업 폐기물을 먹습니다. 북한에 이들이 적다는 것은 그곳에 쓰레기가 적다는 사실을 가리킵니다. 
 
끝으로 북한에서는 여태껏 남한에서 본 것처럼 엄청난 규모의 새가 무리를 짓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가창오리나 기러기의 거대한 무리나 새만금에서 자주 보는 10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를 본 적이 없습니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제 때 제 장소에 가지 못했거나, 손으로 짓는 농사 때문에 낙곡이나 농업 폐기물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연구를 해야 그 이유를 알 것입니다.”
 
n14.jpg» 함흥의 송천 하구와 배후 농경지. 쓰레기와 인공 시설물이 거의 없지만 부분적인 훼손은 상당하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남북 관계가 풀리면 북한 당국이 조류 보전 분야에서 남한 엔지오의 교류 요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지요. 어떤 분야가 협력에 유망할 것으로 봅니까.
 
“만일 제재가 풀리고 정책결정자가 허용한다면, 그리고 상대에 대한 적절한 존중과 선의에 토대를 두고 북쪽이 무얼 원하는지 명시한다면 북한의 적절한 당국이 조류 보전 분야에서 남북교류를 환영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나라가 다 균질한 것은 아니어서, 예컨대 북의 군부가 ‘주체’를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겁니다. 최선의 방식은, 우리도 그랬지만,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그것을 자신의 조직이나 부처에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수정하는 것입니다. 현 단계에서 작은 발걸음이 큰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철새에 관한 정보 교류를 늘리고, 새 이미지를 공유해 북에서 멸종위기종 목록 같은 자료를 만드는 데 쓰도록 하고, 현지조사에 필요한 자료나 학생들이 필요에 따라 고쳐 쓸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그런 예일 것입니다. 북에선 부족한 게 많습니다. 그러나 장차 이런 교환은 점점 동등하고 균형 잡힌 양방향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북한의 조류 보전에 관심 있는 남한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조류 보전은 새와 그들이 사는 숲, 습지, 바다, 섬 등 서식지의 자연적 생산성을 보전하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조류 보전은 사람에게 득이 되고 국익에도 기여합니다. 결국 사람은 건강과 복지와 음식 조달을 위해 똑같은 자연자원에 의존하기 때문이죠.
 
남한이나 북한이나 새 종의 90%는 대개 이동성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새와 생명의 터 같은 단체가 성공하려면 남한뿐 아니라 조건이 되면 북한에서도 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미 알래스카든 뉴질랜드든 새의 이동 경로에 있는 나라의 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렇게 일합니다.
 
당연히 철새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어느 한 나라나 지역에 속해 있지도 않습니다. 우리 인간은 나는 자유를 선망하곤 합니다. 전쟁과 분단의 고통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때로는 우리 자신의 마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날아가는 새처럼 세계를 하나로, 분열되지 않고 서로 연결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통합된 세계를 상상하면 비로소 철새 보전이 인류의 통합을 돕는다는 것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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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우병우·임종헌, 청와대서 ‘사법농단’ 비밀회동

[단독]우병우·임종헌, 청와대서 ‘사법농단’ 비밀회동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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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양승태·박근혜 만나기 1주일 전 2015년 7월31일
ㆍ‘재판거래’ 의혹 문건 작성 직후 ‘상고법원, 민정수석에 정공법’
ㆍ법원행정처 내부 문건과 일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왼쪽),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왼쪽),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 문건들이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직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59·사법연수원 16기)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51·19기·구속 수감)이 청와대에서 비밀 회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을 13 대 0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기환송하고 보름이 지난 시점이자,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기 1주일 전이다. 임 전 실장은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대통령과 대법원장 회동 다음달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승진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임 전 실장은 2015년 7월31일 청와대에 들어가 우 전 수석을 만났다. 앞서 임 전 실장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에 “우병우 민정수석은 카운터파트를 법원행정처장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나와는 통화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임 전 실장의 이런 진술 등에 근거해 양승태 대법원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임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이 만난 시점은 대법원과 청와대의 재판거래 정황으로 꼽히는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 등 문건들이 집중적으로 생산되던 때다. 두 사람 회동 1주일 뒤인 8월6일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을 위해 박 전 대통령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을 요청하면서 그동안의 판결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만나면 덕담하고 좋은 이야기 하고 분위기 만들어야죠”라고 했다.

법원행정처 간부와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동은 매우 이례적이다. 행정처 전직 최고위 관계자는 “차장이나 기조실장이 청와대 수석을 만나는 일 자체가 없고 전화도 하지 않는다”며 “대법관 제청을 앞두고 대법원장을 대신해 조율하는 경우에는 현직 대법관인 처장이 나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인데 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불과한 기조실장에게 맡기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특별한 내용을 가지고 만났을 가능성이 높고, 내용은 양 전 대법원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 아니겠냐”고 했다. 실제 당시 작성된 행정처 문건에는 “실세 보좌진인 민정수석을 제쳐 둔 채 상고법원 관련 설득·타협 전략 구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 획기적인 설득 카드로 민정수석을 돌파하는 정공법 필요”라고 적고 있다. 경향신문은 우 전 수석의 반론을 들으려 했으나 교정본부는 “접견 일정이 비어 있지 않다”고 했고, 임 전 실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1일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모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사법발전위원회(5일), 전국법원장간담회(7일), 전국법관대표회의 및 각계 의견을 종합해 형사상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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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우리 겨레에 유익한 길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북핵을 보는 남 중도-재외동포-남 진보의 눈”
 
남북 우리 겨레에 유익한 길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인동  | 등록:2018-06-11 08:27:39 | 최종:2018-06-11 09:02:5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17년 12월, 재미동포 제가 북핵 문제에 대해 쓴 아래 5-11장 (전체 글은 2018년 3-4월에 <진실의길>등에 발표)만을 중도성향의 남녘친구에게 보내고 교시한 대화를 진보성향의 남녘친구에게 보냈더니 자신의 견해를 보내 왔습니다.남 중도/남 진보 친구는 서로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북핵 문제가 초점이 될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오늘입니다.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조국]

1. 한 나라로 함께 사는 세상 
2. 연합방 경제체제 청사진 
3. 민족사 최고의 부강번영 
4. 서둘러야 할 연합방체제 
5. 미국: 평화협정 거부, 북: 핵개발 
6. 북핵은 겨레의 핵으로 

7. 다시 열어야 할 6.15시대 
8. 남북연합방 평화체제 먼저 
9. 겨레의 핵을 어쩔 것인가? 
10. 북남 겨레핵의 비확산 선언 
11. 겨레의 핵우산 쓰고 미군철수 
12. 풍요 자유 평등 자주 통일조국

조국의 남과 북이 처한 현실을 보는 이 세 사람의 견해를 읽어보며 남북 우리 겨레에 유익한 길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남녁 중도인사 (검은 글), 재미동포(초록 글), 남녘 진보인사(파란 글)

 

남 중도: 핵 문제에 관한 미국의 이중성에 대한 지적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북한의 핵보유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핵보유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북한은 70년 가까이 미국의 숙적이었으니까 요. 북의 핵보유는 향후세계핵문제의 전개에서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세계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겠지요.

재미동포: 북핵문제의 해결이 세계사적 사건이 되리라는 데 공감합니다.

남 진보: 조선이 미국의 숙적인 것과 미국이 조선의 숙적이라는 말은 같지 않습니다. 조선이 미국의 숙적이라니요. 조선은 미국에게 전혀 위해를 끼치려는 생각이 없습니다.

남 중도: 박사님께서는 북핵을 남이 품어 겨레의 핵으로 만들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겨레의 자주권을 세운 뒤에 핵 비확산선언, 그리고 세계비핵화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우선 핵무기는 인간성과 양립할 수 없는 무기입니다.

재미동포: 그런데 인간성과 양립해선 안 될 핵무기를 먼저 만든 미국이 인간성을 파괴했고 그 무기로 비핵국가들을 부정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북의 핵무기는 상대방이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한 ‘공포의균형’을 이루는 수단이지 공격하려는 무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남 진보: 지금은 핵무기가 인간의 목숨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목숨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핵무기는 사람을 많이 죽이기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21세기에도 핵무기가 없는 곳에서만 살상과 파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남 중도: 겨레의 자주권을 위해 핵무기를 갖는다는 발상을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재미동포: 자주권을 위해서가 아니고 남북주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죠. 그래서 겨레의 기본권리를 추구하는 노력이 자주권이 되는 것이고, 그래야 우리 겨레도 지킬 수 있지요.

남 진보: 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핵보유도 한 방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남 중도: 겨레의 자주권보다는 인류의 양심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동포: 그런데 역사는 힘을 가진 자가 인류의 양심을 먼저 짓 밟아왔습니다. 우리 겨레의 인간성을 지켜야 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인간성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겨레의 역사는 인류의 양심을 제쳐놓은 패권국들에 당해왔습니다. 더 당하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남 진보: 겨레의 자주권보다 인류의 양심? 미국 호전광들에게 양심 교육을 시키세요!

남 중도: 또한 북핵을 남이 품는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재미동포: 쉽지 않지요. 그래서 남은 결국 힘쎈 미국에 종속되어 사는 길을 택했지요. 북은 미국의 핵위협에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며 핵무장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도 다행히 남은 경제강국, 북은 핵/미사일 군사강국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북이 함께 해볼 만합니다.

남 진보: 겨레의 자주권만 확보가 되면 왜 어렵다고 합니까?

남 중도: 우선 남 자체에서 합의를 이뤄내기가 지극히 힘들 것 입니다. (문재인정부는 전임 정부가 강행한 사드 배치조차 철회하지 못했습니다)

재미동포: 남이 문제죠. 그러나 17년 전, 남북이 별로 힘이 없었을 때도 해냈던 6.15시대를 다시 열어가면 남북은 이번에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런 희망과 확신을 남녘 국민들에게 줘야 하는 게 지도층의 임무라는 생각에 모국 밖에서 남과 북을 보는 재미교포가 이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진보: 합의가 힘들 것이라고 해서 계속 미국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남 중도: 설사 합의가 된다 해도 남과 북 사이에 주도권 문제가 있습니다. 
 
재미동포: 그렇겠지요. 그래서 남과 북의 현 체제와 정부를 유지한 채 ‘연합방경제체제’를  
시작으로 풍요한 내일에 확신이설 때 ‘연합방평화체제’를 합의하고 북핵을 겨레의 핵으로 품어 안고 비확산을 선언하자 했습니다. 그래서 세계 4-5대국이 될 수 있는 남북조국이 ‘연방’ 시기에 겨레의 핵우산 쓰고 주한미군 철수하고 통일로 가자고 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어느 측이 더 정의롭거나 경제/군사력이 강한가에 따라 주도권이 생기겠지요. 어떻든 주도권은 민족 내부의 문제이기에 겨레의 이익에 따라 순리대로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남진보: 주도권문제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를 방치하려는 것 인가요? 최악의 경우 북이 주도권을 가지는 것이 미국이 주도권을 가지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남 중도: 남측의 상당수가 북에 대해 공포, 또는 혐오를 갖고 있는 실정입니다.

재미동포: 그렇습니다. 북에 대한 공포는 남측의 대북무력이 약세라는 것일 테고, 혐오는남의종미세력과미국의북악마화의결과입니다.미국이 분단 뒤 남측의 친일기득권층을 이용해 미국에 종속된 정부를 세웠기에 자주권 회복과 통일의 열망이 4.19학생혁명을 가져왔죠. 그 뒤 계속해 민주화/통일운동의 역사를 되풀이 하며 최근의 촛불혁명까지 왔습니다. 이제 6.15시대를 다시 열어가면 남북은 서로를 더 알게 되어 공포와 혐오감은 순화될 것입니다.

남 진보: 그것은 남측이 세뇌교육의 결과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남 중도: 대등하고 공정한 협상,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재미동포: 6.15시대 10년을 해냈던 남북이니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북과 대등/공정하지 못 할 것이라면 어차피 힘 있는 쪽이 북이라면 북을 따르고, 남이라면 북이 남을 따라야겠지요.

남 진보: 한미관계는 대등해서 70여 년을 미국의 지배하에 있습니까?

남 중도: 우리가 갈 길은 평화국가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동포: 공감입니다. 1960년 북이 남에 연방제 통일을 제안했으나 남이 거부했고, 1974년 북이 미국에 평화협정을 제안했으나 미국이 무시, 거부하며 북을 제재/위협한 결과로 북핵이 개발되었지요. 이제 남이 자주적으로 북과 함께 평화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남 진보: 핵위협 받으면 핵으로 대응하거나 아니면 종속국이 되면 평화가 유지됩니다.

남 중도: 비핵, 평화를 기치로 남과 북이 화해하고 동북아의 평화를 선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동포: 세계평화를 표방하는 미, 중, 러, 영, 프 5대국이 핵/우주국입니다. 힘 없는 정의는 지킬 수 없고, 약자의 평화는 구걸일 수밖에 없는 것이 냉철한 국제관계의 역학입니다. 남북이 북핵을 겨레의 핵으로 품어 안고 동북아평화와 세계비핵화를 선도하자는 것입니다.

남 진보: 비핵평화? 누구 좋으라고 비핵화입니까? 호전광 미국이 평화를 원할까요? 꼭 조선이 평화를 반대하는 것 같은 논리네요.

남 중도: 박사님이 제창하신 겨레핵을 통한 자주와 평화나 제가 말하는 비핵을 통한 평화 모두 지극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재미동포: 오늘의 현실로 보아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단지 남한의 뜻 있는 분들이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남이 미국의 종속에서 벗어나 자주적 결정을 할 수 있으면 됩니다.

남 진보: 겨레 핵을 통한 자주와 평화 왜 어렵다고 생각하십니까? 조국의 자주와 평화는 오직 겨레 핵보유만이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남 중도: 하지만, 저는 비핵을 통한 평화의 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동포: 남북미의 관계에서 공정한 평화가 유지된다면 좋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주한미군을 자진 철수하고 동북아에서의 패권도 포기할까요? 그렇지 않을 것 같아서 핵미사일/경제강국이 될 남북이 세계비핵화를 선도하고, 통일조국은 4:1의 서방국가로 편중된 유엔 상임이사회에 인도, 일본과 더불어 가장 의롭고 공정한 세계 평화를 유지해나가자고 제언도 했습니다.

남 진보: 비핵평화? 저는 남한의 소위 진보논객들조차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인동 (Indong Oh) 약력 

   
 

인공관절수술전공의사(은퇴),6.15해외측미국위공동위원장
하버드의대(MGH)교수,미국고관절학회:J.Charnley, F.Stinchfield상
인공고관절기/기구고안 (HD-2, Spectron, Biofit, Tifit System등) 
인공고관절논문:70여편,수술법저서:14권, 미국발명특허:11 종

RoKorea - 윤동주민족상 - 윤동주사상선양회 - 2013
DPRKorea - 명예의학박사 -국가학위학직수여위원회- 2012
RoKorea- 한겨레통일문화상 - 한겨레통일문화재단? 2011

<밖에서그려보는통일의꿈> - 남북연합방, 다트앤, 서울, 2013
<평양에두고온수술가방> - 의사오인동의북한방문기, 창비, 서울,2010
<통일의날이참다운광복의날이다> - 밖에서본한반도, 솔문, 서울,2010
<Corea ,Korea>- 서양인이부른우리나라국호의역사, 책과함께,서울,2008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544&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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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이 보인다

[개벽예감 302] 결승선이 보인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06/11 [08:45]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44년 역사의 마지막 지점에서

2. 트럼프의 상황오판과 독단적 결정

3. 30년 세월 흘렀어도 의제는 바뀌지 않았다

4.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철군징후들

 

 

1. 44년 역사의 마지막 지점에서 

 

이 글이 <자주시보>에 실린 직후, 8천만 민족과 전 세계가 비상한 관심과 뜨거운 열망을 안고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적인 조미정상회담이 싱가폴에서 열리게 된다. 흔하게 쓰이는 역사적이라는 세 음절의 수식어로는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의의가 그 회담에 깃들어 있다. 조미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조선이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힘써온 역사를 알지 못하면, 오늘 성사되는 조미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를 알 수 없으며, 조미정상회담 성사로 실현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근본적인 정세변화도 내다볼 수 없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2018년 6월 10일 싱가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하여 발라크리슈난 싱가폴 외무장관의 영접을 받는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착 당일 오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리셴룽 총리와 담화하면서, 조미정상회담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역사적인 회담이며, 조미정상회담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그 회담을 위해 편의를 제공한 싱가폴 정부의 노력도 역사적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이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힘써온 역사는 조선에 보관된 외교문서들에 자세히 기록되었을 터인데, 그 외교문서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으므로, 미국과 한국에서 기밀해제된 외교문서들에 나타난 몇몇 역사기록들에서 그 역사의 흐름을 목격할 수 있다.  

 

2008년 6월에 기밀해제된 미국 정부의 1급 비밀문서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지금으로부터 44년 전인 1974년 8월 루마니아를 통해 제럴드 포드(Gerald R. Ford) 미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오만한 아메리카핵제국의 대통령은 그 제안을 묵살하였다. 

 

김일성 주석은 1980년대에도 미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거듭 제안하였는데, 이번에는 이집트가 중재자로 나섰다. <연합뉴스> 2014년 3월 26일부에 실린, 한국 정부의 1983년도 외교기록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1980년에 조선을 방문한 호스니 무바라크(Hosni Mubarak) 이집트 부통령에게 조미정상회담 중재를 부탁하였다. 부탁을 받은 무바라크 부통령은 백악관을 찾아가 지미 카터(James E. Carter) 미국 대통령에게 김일성 주석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하였으나, 카터 대통령은 한국이 참가하지 않는 조미회담은 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제안이라면 응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당시 조선이 극도로 혐오하였던 광주학살주범을 조미정상회담에 끌어들이려는 카터의 구상은 사실상 조미정상회담 제안을 거부한 것이나 다르지 않았다. 위에 인용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1983년 4월 4일 조선을 또 다시 방문한 무바라크 부통령으로부터 카터 대통령의 3자 정상회담 구상을 듣고 그 자리에서 거부하였다고 한다. 카터 대통령의 임기는 1981년 1월 20일에 끝났는데, 그가 퇴임하자 백악관에 들어간 로널드 레이건(Ronald W. Reagan) 대통령은 대결주의자로 악명이 높았으므로 전임 대통령의 3자 정상회담 구상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이다.  

 

2018년 3월 30일 한국 외교부가 기밀해제한 외교기록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1987년 12월 9일 백악관을 방문한 미하일 고르바쵸브(Mikhail S. Gorbachev) 소련공산당 서기장을 통해 레이건 대통령에게 외교문서를 전했다. 아래에서 이 외교문서의 내용에 대해 다시 언급하겠지만, 그것은 김일성 주석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 할 방향과 방도를 미국 대통령에게 제시한 중요한 외교문서였다. 하지만 대결주의자로 악명을 날리던 레이건 대통령은 그 외교문서를 외면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힘써온 44년 역사가 핵무력을 건설하기 위해 힘써온 44년 역사와 시기적으로 겹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그 중첩현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김일성 주석은 1974년 8월 루마니아를 통해 포드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하였는데, 같은 해 3월 조선에서는 원자력법이 제정되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핵무력 건설이 본격화되었다. 또한 김일성 주석은 1980년에 이집트를 통해 카터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하였는데, 같은 해 7월 조선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평안북도 녕변에서 5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 건설공사가 시작되었다. 또한 김일성 주석은 1987년 12월 소련을 통해 레이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에 관련된 외교문서를 전하였는데, 같은 해 12월 조선에서는 정무원 산하에 원자력공업부가 신설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건설된 녕변핵시설단지에서는 1986년부터 5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가 가동되기 시작하였고, 1989년부터는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는 재처리시설도 가동되기 시작하였다. 이 글에서 길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력적으로 지도해온 37년의 핵무력 건설은 끊임없이 앞을 가로막는 기술공학적 난관들을 ‘자력갱생과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으로 돌파해야 하였던 역사였다.   

 

위에 열거한 것처럼, 김일성 주석이 제3국 중재를 통해 미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거듭 제의해온 역사의 흐름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같은 시기에 조선의 핵무력 건설을 정력적으로 추진해온 역사의 흐름은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길게 이어지며 벋어나간 두 갈래의 흐름이었다. 명백하게도, 조선에서 조미정상회담 추진과 핵무력 건설은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통일체였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미국이 거부해온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온갖 기술공학적 난관을 돌파하면서 장장 44년에 걸쳐 핵무력을 건설해왔던 것이다. 

 

김일성 주석이 개척한 조미정상회담 추진과 핵무력 건설의 역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도에 의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온전히 계승되었다. 그리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선대 수령들이 두 세대에 걸쳐 개척하고 발전시켜온 44년 역사의 마지막 지점에 이르렀다.  

 

김일성 주석이 개척하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전시켰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성한 조미정상회담 추진과 핵무력 건설의 역사가 44년 동안이나 지속된 까닭은, 조선이 핵무력을 완성하여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해야 미국을 정상회담으로 끌어낼 수 있고, 조미정상회담이 승자와 패자가 마주앉은 역사적인 회담으로 성사되어야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세대와 세대를 넘어 그 믿음을 변함없이 간직하고, 그 믿음대로 실천해온 조선은 온갖 난관과 방해를 돌파하여 핵무력을 완성하였고,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하였고, 마침내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2. 트럼프의 상황오판과 독단적 결정

 

미국의 주요언론매체들과 정세분석가들은 조미정상회담 협상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할 위험이 있다고 하면서 우려해왔다. 그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사설 또는 분석기사들 가운데 지난 4월과 5월 중에 나온 대표적인 것들을 열거하면, <워싱턴포스트> 2018년 3월 9일부 분석기사, 4월 23일부 분석기사, 4월 24일부 분석기사, 4월 25일부 사설, 5월 22일부 분석기사, 그리고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19일부 분석기사, 5월 20일부 분석기사 등이다. 

 

그들은 왜 조미정상회담 협상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는 것일까? 아래에 서술한 사실을 살펴보면, 그들이 우려할 만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활동상황에 정통하다는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가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아사히신붕> 2018년 6월 7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한반도 정보활동을 총괄하는 특수정보기관으로 미국 중앙정보국 산하에 설립된 코리아임무쎈터(Mission Center for Korea)가 2017년 가을에 작성한 보고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고방식과 성격에 관한 정보분석자료가 담겼는데, “서구문화에 대한 강한 동경과 존경을 갖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의 역대 최고영도자들보다 “교섭하기 쉬운 상대”이므로, 미국이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줄거리로 요약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구문화에 대한 강한 동경과 존경을 갖고 있어서, 미국이 교섭하기 쉬운 상대이며, 따라서 미국이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정보분석자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오류와 허구의 뒤범벅이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그런 오류와 허구의 뒤범벅을 정보분석자료라고 작성해놓은 것은 경악할 만한 사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과학기술교육을 비상히 강화하여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실현하고, 첨단과학기술개발로 산업수준과 인민생활향상을 끌어올리기 위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그것은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심이나 존경심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서유럽 선진국들의 경제발전을 최단 기간에 따라잡아 사회주의경제강국을 건설하려는 의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서유럽 선진국들의 경제발전을 따라잡고, 사회주의경제강국을 건설하려는 의지를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심이나 존경심이라고 본 것은 정보분석이 아니라 궤변적 오류다.  

 

오류는 오류를 낳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심과 존경심을 가졌다고 오판한 정보분석자료는 미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교섭하기 쉽고, 자국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대로 착각하는 심각한 오류에 빠지고 말았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그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착각하였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오판하지 않을 수 없다.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 앤드루 김(김성현)이 총괄하여 작성한 그 정보분석자료는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당시 중앙정보국장에게 제출되었고, 팜페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 정보분석자료를 요약하여 보고하였던 것이 분명한데, 그런 오류와 허구를 정보분석으로 믿어버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만한 상대라고 착각하고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덥석 받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두 차례 받고 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만한 상대라고 보았던 착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지 않았겠는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 착각에서 벗어났는지 혹은 착각 속에 빠친 채로 조미정상회담장에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사진 2>  

 

트럼프 대통령의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또 다른 특이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의 온라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2018년 6월 7일 분석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해오면서 팜페오 국무장관하고만 상의하고, 다른 각료들과는 상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의 주재로 매주 두 차례 진행되는 국가안보회의(NSC) 장관급 회의에서 조미정상회담 준비문제를 한 번도 논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재로,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국가안보회의 최고회의에서 조미정상회담 준비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백악관의 의결절차에 따르면,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하는 국가안보회의 장관급 회의에서 어떤 중대사안이 결정되면, 그것을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보회의 최고회의에 제출하고, 대통령과 각료들이 최고회의에 제출된 중대사안을 논의하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미정상회담 준비에서는 그런 의결절차가 무시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국무장관의 보고를 듣고 그와 상의한 뒤에 독단적인 결정을 내려왔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팜페오 국무장관하고만 상의하고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은 부정적인 사건이 아니라, 바람직한 일이다. 왜냐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최고회의에 참석하는 대통령과 각료들이 조미정상회담에 대해 일치된 관점과 의견을 가질 수 없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미정상회담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각료들도 있고, 마익 펜스(Michael R. Pence) 부통령이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처럼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을 방해하기 위해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는 폭언도발을 자행한 각료들도 있다. 이처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내부사정이 복잡한 조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준비문제를 각료들과 상의하였다면, 소모적인 논쟁이 일어나 허송세월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준비와 관련하여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은 불가피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만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다. 세계적 범위에서 엄청난 파동을 일으키는 무역전쟁과 관련해서도 그는 각료들과 거의 상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처럼 의결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부동산재벌총수에게 체질화된 행동양식으로 생각되지만, 그보다 더 결정적인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각료들과 상의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하고, 민감한 의제를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3. 30년 세월 흘렀어도 의제는 바뀌지 않았다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김일성 주석은 1987년 12월 9일 고르바쵸브 소련공산당 서기장을 통해 레이건 대통령에게 중요한 외교문서를 전했는데, 그것은 “조선반도 완충지대 설정 및 중립국 창설을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1년 전, 김일성 주석이 미국 대통령에게 전한 외교문서를 이 글에서 거론하는 까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하려는 의제들, 다시 말해서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중대사안의 원형질이 그 외교문서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30년 세월이 흘렀지만, 조선의 최고영도자가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하려는 의제는 일부 표현양식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그 외교문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북과 남은 불가침선언을 채택하고, 조선과 미국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

 

(2) 북과 남은 자위적 목적을 위해 필요한 정도의 규모로 단계적인 감군을 단행하여 각각 10만 명 미만의 병력을 유지한다. 

 

(3)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외국군대는 조선반도에서 철수한다.

 

(4) 북과 남은 제3국과 체결한, 민족적 단합에 위배되는 모든 협정 및 조약을 폐기한다.

 

(5) 북과 남은 자기 군대를 단일한 민족군대로 통합한다. 

 

(6) 북과 남은 연방공화국을 창설한다. 연방공화국은 중립국임을 선언하는 통일헌법을 채택한다. 

 

위에 열거한 의제들을 간결한 표현으로 다시 서술하면, 남북 불가침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남북 군비감축과 주한미국군 철수와 한미동맹관계 해체, 민족연합군 창설과 통일공화국 건설이다. 이 의제들 가운데서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미 합의된 것은 남북 불가침 재확인, 남북 군비감축, 평화협정 체결추진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개최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족연합군 창설과 통일공화국 건설이라는 최고 강령을 제의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 최고 강령은 8천만 민족의 조국통일염원이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국통일유훈이다. 

 

물론 민족연합군 창설과 통일공화국 건설이라는 최고 강령은 현 단계에서 합의할 수 있는 의제가 아니라, 판문점 선언이 충실히 이행되어 남북관계개선이 전면화, 심화된 시기에 열릴 높은 단계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의제다. 

 

높은 단계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최고 강령이 민족연합군 창설과 통일공화국 건설이라면, 높은 단계의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최고 강령은, 31년 전 김일성 주석이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외교문서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주한미국군 철수와 한미동맹관계 해체다. 1987년 12월 김일성 주석이 미국 대통령에게 전한 외교문서에는 1980년대 정치외교상황이 반영되었으므로, 거기에는 조미국교수립이 최고 강령으로 명시되지 않았고, 주한미국군 철수와 한미동맹관계 해체가 최고 강령으로 명시되었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0년 전과 달라진 오늘의 정치외교상황을 반영하여 주한미국군 철수와 한미동맹관계 해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조미국교수립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미국교수립이라는 개념에는 주한미국군 철수와 한미동맹관계 해체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의제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의제는 조미국교수립이다. 왜냐하면, 조선과 미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수립하는 과정 중에 미국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면, 한미동맹관계가 해체되고, 한미동맹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남측의 친미정권은 존립근거를 상실할 것이다. 친미정권이 자주정권으로 교체되면, 남과 북은 민족연합군을 창설하고 통일공화국을 건설할 수 있다. 

 

조미정상회담 준비상황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한 미국의 온라인 정치전문지 <액시오스> 2018년 6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회담(최근 판문점에서 여섯 차례 열렸던 실무회담)에서 이미 조미관계정상화 문제가 논의되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조선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평양에 미국 대사관을 개설하는 문제를 고려할 것이라고 한다. <중앙일보> 2018년 6월 11일 단독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영철 특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2018년 7월 평양에 초청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국교수립을 고속으로, 강하게 추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진 3> 

 

일반적으로, 국교수립과정은 연락사무소(liaison office) 개설 → 이익대표부(interest section) 개설 → 대사관(embassy) 개설로 진전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2018년 7월 중에 평양에 초청하였고, 그에 상응하여 트럼프 대통령도 대사관 개설문제를 고려하는 것은 조미국교수립 추진속도가 빨라질 것임을 예고한다. 

 

정치외교상황이 그처럼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데도,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어떤 경우에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조미핵대결 종식으로 일어난 정치외교상황의 엄청난 변화를 알지 못하고, 여전히 철군불가능설을 붙들고 있다. 하지만 철군불가능설은 정치외교상황의 엄청난 변화를 도외시한 착오다.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국교수립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며, 조미핵대결에서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조미국교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최종조치를 취할 것이다.  

 

 

4.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철군징후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5월 9일과 10일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을 두 차례 접견하면서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까닭은, 조미정상회담에서 조미국교수립이 합의되면, 국교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는데, 미국에서는 철군징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 징후들은 다음과 같다.  

 

(1) 주한미국군 철수를 반대하는 미국 연방의회 외교위원회, 군사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철군문제를 합의하지나 않을까 우려하면서, 대통령의 독단적인 철군결정을 저지하기 위한 예방조치들을 의결하였다. 하지만 철군결정은 미국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므로, 연방의회가 아무리 그 권한을 제한하려고 해도 철군결정을 가로막지 못한다. 미국 연방의회에서 대통령의 독단적인 철군결정을 저지하기 위한 예방조치들을 의결한 것이야말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철군징후다.

 

(2)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철수결정을 내리면, 한국과 일본은 견디기 힘든 안보충격을 받게 된다. 그런데 주한미국군 철수는 한미동맹관계가 해체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으로 한국이 안보충격을 받건 말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지만, 일본이 안보충격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관계는 포기해도 일본과의 동맹관계는 변함없이 유지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일본의 안보불안을 해소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4월 18일 아베 신조(安培 晋三) 총리 부부를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호화휴양소로 초청하였으면서도, 조미정상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2018년 6월 7일 아베 총리를 또 다시 백악관으로 초청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이례적인 행동은 미일동맹관계가 변함없이 유지, 강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일본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안외교’였다. 

 

18년 전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 미국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을 일정에 올려놓았을 때는 주한미국군 철수가 의제로 되지 않았으므로, 모리 요시로(森 喜郞) 일본 총리를 안심시키고 다독여주는 ‘위안외교’가 없었다. 조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위해 연출하는 ‘위안외교’는 철군징후다.   

 

(3) 2018년 4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위해 ‘위안외교’를 연출하는 자리에서, 그에게 주한미국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했을 때 일본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느냐고 물었다. 미일관계 소식통들의 발언을 인용한 <요미우리신붕> 2018년 5월 5일부 보도를 통해 그런 사실이 알려졌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 중에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논의한 것이 분명하다. 미일정상회담에서 철군문제를 논의한 것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명백한 철군징후다. <사진 4>

 

(3)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안에서 주한미국군 철수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이 놀라운 비밀은 <워싱턴포스트> 2018년 6월 7일부에 실린, 유명한 기사집필자 조쉬 로긴(Josh Rogin)의 글에서 드러났다. 그 글에는 “트럼프가 주한미국군 철수에 관한 카터의 관점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제목이 붙어있다. 그 글은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준다.  

 

(ㄱ)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주한미국군 대폭감축을 지속적으로 반대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그들의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은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가치를 계속 납득시키려고 애썼으나 실패로 끝났다.

 

(ㄴ)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필요성을 동의하지 않는다고 계속 말하고 있으며, 때로 펜타곤의 군사지휘관들에게 미국군을 아시아에 계속 배치해야 할 근거를 설명해보라고 요구하고, 그들의 답변에 불만을 표시한다. 

 

(ㄷ)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주한미국군 주둔비를 허비하고 있으며,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할수록 미국의 한정된 국가자원이 낭비된다고 생각한다.   

 

(ㄹ)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2월 주한미국군 철수명령을 내리려고 하다가, 존 켈리(John F. Kelly) 백악관 비서실장의 만류로 그만두었다.  

 

(ㅁ) 백악관과 펜타곤의 관리들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검토하는 과업을 공식적으로 받지는 않았지만, 그 문제에 관련된 선택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으므로, 철군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위에 서술한 충격적인 사실은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명명백백한 철군징후다. 자기 임기 중에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고집에 가까운 의지를 가진 미국 대통령이 출현하였으니,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어떤 경우에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폐기되어야 한다. 

 

조미정상회담에서 철군문제가 논의되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문제가 해결되면 자기의 결심대로 주한미국군 철수를 단행할 것이다. 따라서 조미정상회담에서 철군문제가 논의하지 않더라도, 그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결정을 재촉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된다. 

 

한반도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외국군대가 물러가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아메리카핵제국의 점령군에게 치욕을 당해온 73년의 역사도 가슴 아픈 민족분열의 역사와 더불어 끝나가고 있다. 결승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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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리센룽, 싱가포르 대통령궁서 회담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6/11 09:12
  • 수정일
    2018/06/11 09: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트럼프, 전용기 편으로 10일 밤 싱가포르 도착
싱가포르=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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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0  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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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위원장과 리센룽 총리가 10일 저녁 싱가포르 대통령궁에서 만났다. [사진제공-싱가포르 정보통신부]

‘북미정상회담’ 참석차 10일 오후 2시 36분께(한국시간 3시 36분)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날 저녁 싱가포르 대통령궁 이스타나에서 리센룽 총리와 양자회담을 개최했다.

리 총리의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된 회담 앞부분 영상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역사적 회담”이라고 이틀 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조(북)미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역사적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집안일처럼 성심성의껏 제공해주고 편의를 도모해줬다.”

   
▲ [사진제공-싱가포르 정보통신부]

회담에는 북한 측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배석했다. 싱가포르 측에서는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교장관 등이 배석했다. 

싱가포르 외교부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양자 회담에서는 북한-싱가포르 관계, 최근 한반도에 나타난 긍정적인 상황을 포함한 북한 및 지역 정세가 화제에 올랐다. 

리 총리는 “이 정상회담에 함께 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하고 훌륭한 결정”을 치하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고 “북미 회담이 한반도와 지역 평화와 안정 전망을 진전시키길” 희망했다.

   
▲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밤 싱가포르 공군기지에 도착해 발라크리쉬난 외교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사진제공-싱가포르 정보통신부]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오후 8시 20분께 전용기 편으로 싱가포르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영접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숙소인 샹그릴라호텔로 향했다. 

두 정상은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10시)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첫 회담을 갖는다. 

   
▲ 싱가포르 정부가 운영하는 북미정상회담 국제미디어센터(IMC).

주최국인 싱가포르 정부가 마리나 베이 해안 F1 경기장에 마련한 국제미디어센터(IMC)에도 각국에서 몰려온 취재진들이 속속 집결하면서 정상회담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IMC에는 2,500여명이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한국 측 기자들을 위해 싱가포르 시내 ‘스위소텔’에 500석 규모의 프레스센터를 따로 차렸다. 미국 정부도 백악관 출입기자들을 위한 프레스센터를 별도로 설치하여 운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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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적대 관계의 청산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의미하는 것
2018.06.10 20:08:54
 

 

 

 

북한과 미국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함께 북미 관계의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다. 세계사의 '대전환'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커다란 변화가 오게 되는 것이다.
 
'대전환'의 요체는 북한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다. 70년에 걸친 북미 대결의 역사가 끝장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가장 오랜 적대관계를 이어왔다.  
 
냉전 시대의 숙적 소련은 1991년 제풀에 쓰러졌고 쿠바 혁명(1959년) 이후 50여 년간 지속됐던 미-쿠바 적대 관계도 2015년 오바마에 의해 해소됐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미국과 열전을 치렀던 중국과 베트남도 각각 1979년과 1995년 대미 수교와 함께 국제사회에 진입하면서 경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유독 북한만이 그 길에 들어서지 못했다. 냉전 종식 이후 30년이 돼가도록 국제사회의 외톨이로 남아 동아시아 불안정의 근원이 되고 있다. 패권 국가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한 탓이다. 오직 미국만이 타국의 안전보장과 국제사회 참여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수교가 이뤄진다면 북한은 건국 이후 처음으로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안으로는 경제개발에 집중하며 밖으로는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료와 남···중 평화협정이 성사될 경우 북한은 더 이상 동아시아 불안정의 근원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다.
 
이로써 2차 대전 종전 이후 지속돼 온 동아시아 냉전은 종식될 것이다. 나아가 1894년 청일전쟁으로 시작된 동아시아 전국(戰國)시대가 끝장나고 동아시아 평화시대의 서막이 열릴 것이다. 청일전쟁 이후 50년간 동아시아를 전쟁으로 물들여왔고 패전 이후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 동아시아 냉전의 일익을 담당했던 일본 역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은 2002년 9월 고이즈미의 평양 방문으로 북일 관계 정상화를 천명한 바 있다. 이러한 일본의 시도는 한 달 뒤 미국 네오콘에 의한 제네바합의 파기로 무산됐다. 하지만 북미 수교가 현실화된다면 일본은 미국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반전의 계기: 북한의 핵무력 완성 
 
지난해 말까지 한반도 상공에 짙게 드리웠던 전쟁의 그림자가 올 초 평창올림픽 이후 남··미 지도자 간의 평화협상으로 급반전한 계기는 무엇인가?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력 완성, 북한과의 평화공존 및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남한 촛불정부의 탄생, 군사주의에 의한 세계 패권 유지라는 2차 대전 후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노선을 거부하는 트럼프정부의 등장이 그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북미 관계 정상화를 가로막은 최대 걸림돌은 북한의 핵개발이었다. 북한은 핵개발 포기를 대가로 북미 수교를 요구했고 미국은 북한의 선비핵화를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왔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능력 완성이 이번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열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핵 보유 자체가 아니라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회심의 카드였던 셈이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많이 미국의 핵위협을 받아온 국가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11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미 본토 도달 능력이 입증된 이후 비로소 처음으로 북한의 핵능력을 실존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6자 회담이 시작된 2003년 이후 북한의 지속적인 '핵 보유' 주장을 무시해 왔던 미국도 이제는 북한과의 진지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사실 그동안 미국의 핵정책은 이중기준적 행태를 보여 왔다. 이스라엘, 남아공, 인도, 파키스탄 등 동맹국 또는 우방국의 핵개발은 묵인해 온 반면 북한, 이라크, 리비아 등 적대국의 핵개발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온 것이다. 특히 세계는 핵무기가 없거나 핵개발을 포기한 후세인, 가다피의 최후를 목격했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직면했던 북한이 핵개발에 일로매진한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2006년 10월 첫 핵실험 이후 지난해까지 무려 12년에 걸쳐 6번의 핵실험을 하면서 핵개발 포기와 북미 수교의 맞교환을 요구해 왔다. 반면 인도와 파키스탄은 단 하루, 또는 이틀 만에 5~6회의 핵실험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국제사회가 저지할 틈도 주지 않고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려 한 것이다. 이스라엘과 남아공은 핵실험조차 하지 않은 채 은밀하게 핵무기를 개발했다. 반면 장기간에 걸친 공개적인 북한의 핵개발은 대미 협상용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그동안 미국의 세계적 핵비확산 정책은 이중적이며 기만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촛불 정부와 트럼프 정권 
 
2006년 10월 북한의 첫 핵실험 직후 호전적인 부시행정부조차 종전선언 등 북한과의 핵협상에 나섰다.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배경에는 이러한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등장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선비핵화를 요구하며 진지한 대북 협상을 거부했다. 북한붕괴론의 망령에 씌운 탓이다. '핵 없는 세계'를 주창하며 북한에 대한 건설적 관여를 추구했던 오바마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라는 실패한 정책으로 귀결된 데는 한국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했다. 특히 이번 프로세스가 힘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전과는 달리 남과 북의 주도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보인 것은 1994년 10월의 제네바 합의와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제네바합의의 경우 당시 김영삼 정부의 변덕 탓에 한국은 협상과정에서 원천 배제됐다. 9.19공동성명은 노무현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있었지만 여전히 협상의 주역은 북한과 미국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남과 북의 정상이 먼저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부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미국을 협상에 끌어들였다. 협상의 주도권을 남과 북이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남북의 확고한 평화 의지가 협상의 버팀목이 되면서, 협상 타결의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정부를 탄생시킨 2016-17년의 촛불혁명은 한반도 평화의 시발점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의 참여는 트럼프 정부 유일의 좋은 정책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TPP 탈퇴, 파리기후협약 탈퇴, 이란 핵협정 탈퇴 등 일방주의로만 질주하던 트럼프 정부가 한반도 평화협상에 참여한 것은 어쩌면 '이성의 간계(奸計)'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위한 선택이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평화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8일 그가 미국 주류의 경악 속에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한 배경에는 트럼프 특유의 미국우선주의가 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외교의 초당적 합의는 '세계적 군사 개입에 의한 미국 국익의 관철'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트럼프는 이러한 초당적 합의를 거부한다. 기존 엘리트들이 강조해온 세계에 대한 미국의 의무(와 권리) 따위는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 핵이 미국에 실질적 위협이 됐으므로 마땅히 이를 제거해야 하며, 협상의 달인인 자신만이 이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입장이다.  
 
한반도, 전쟁의 진원지이자 평화의 발신지 
 
근대 이래 한반도는 열강의 전쟁터였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국전쟁 등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은 한반도를 자신의 세력권으로 삼기 위해 바로 이 땅 위에서 전쟁을 벌여왔다. 중국과 러시아에게 한반도는 일본, 미국 등 해양세력의 대륙 침략 통로였고 미국, 일본에게 한반도는 대륙 세력이 자신을 겨누는 비수였다.  
 
···러의 각축 속에 한반도의 민초들은 어육의 신세를 면치 못했다. 가히 '지리의 저주'라 할 만하다. 그러나 '지리의 저주'를 불러온 것은 '인화의 실패'였다. 동학농민전쟁이 청일전쟁의 단초가 됐고 남북 대결이 미국과 중국의 전쟁을 초래했다. 내부의 분열이 외부 세력의 전쟁을 불러온 것이다. 한마디로 지난 120여 년간 한반도는 동아시아 전쟁의 진원지였다. 
 
그러나 이제 한반도가 평화의 발신지가 되는 절호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한반도에 보여준 뜨거운 관심은 남북의 화해가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평화의 초석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오랜 역사에서 입증된 명제다.     
 
단재 신채호는 1921년에 쓴 '조선독립과 동양평화'라는 글에서 대륙에서 바다로 진출하려는 힘과 바다로부터 대륙으로 쳐들어가려는 힘을 중간에서 막는 것이 "유사 이래 조선인의 천직"이라면서 동양평화의 상책은 "조선의 독립"만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조선 병탄을 지원, 묵인한 미국 등 서방 세력에 대한 비판이자 호소였다. 이후 일본은 단재의 예언대로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파멸적 전쟁의 길로 나아갔다. 
 
또한 민세 안재홍은 "조선이 한번 자주독립을 잃어버리면 동아시아의 평화는 문득 깨어지고" 만다면서 한민족의 반침략투쟁이 중국과 일본에 방파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몽골에 대한 고려의 항쟁이 일본을 구원했고 임진왜란에서는 일본을 격퇴함으로써 중국의 병화를 막았다는 것이다.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의 자주성이 동아시아 평화의 핵심이자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와 동아시아가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거대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특히 남··미 세 나라 지도자의 결단에 의한 평화 공모(共謀)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 있고',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은' 법이다.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기대하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한다.  
 
서울대학교를 나와 경향신문에서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 차장을 지내다 2001년 프레시안을 창간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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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모두 싱가포르로…'세기의 北美회담' 초읽기

시차두고 오늘 도착할 북미정상, 리셴룽과 오늘·내일 각각 면담
성김-최선희 실무회담 이어갈듯…北 경호원 등 선발대 활동 시작

 

미리보는 트럼프-김정은 '카펠라 산책'(CG)
미리보는 트럼프-김정은 '카펠라 산책'(CG)[연합뉴스TV 제공]

 

(싱가포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두 싱가포르를 향하면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8∼9일 이틀간 열리는 G7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치지 않은 채 북미정상회담 무대인 싱가포르로 향했다.

캐나다에서 싱가포르까지 비행시간은 약 17시간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편으로 10일 밤 싱가포르의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10일 평양을 떠나 이날 오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소속 중국 고위급 전용기는 이날 아침 평양공항에서 출발해 베이징(北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싱가포르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 우려 때문인지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행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으나, 매주 월·수·금요일 '베이징-평양'을 3회 운항하는 에어차이나가 싱가포르로 향한 것은 김 위원장을 태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현지에선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측으로부터 CA121편과 CA122편을 임차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에어차이나 편이 아닌 자신의 전용기 참매 1호를 함께 띄워 그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항공기를 임차한 것은 국가체면 손상 우려보다는 장거리 여행에 나서는 최고지도자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으며,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용하던 항공기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싱가포르 현지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싱가포르와의 양자 외교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10일 성명을 통해 리셴룽(李顯龍) 총리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각각 10일과 11일에 만날 것이라고 확인했다.

싱가포르 외무부가 면담 장소 등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싱가포르 총리와 대통령이 통상 국제회의 등을 위해 자국에 오는 외국 정상을 대통령궁인 이스타나로 초청해 환담해왔던 전례를 고려할 때, 같은 장소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북미 정상은 각각 싱가포르와의 양자 외교 이외에 휴식을 취하며 회담 전략을 가다듬고 12일 오전 9시(현지시간)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역사적인 담판을 할 예정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수백만 명의 마음을 담아, 평화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우리는 비핵화를 하고 무엇인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단 한 번의 기회(one-time shot)"라고 말함으로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담한 결단'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잠행' 모드를 유지해왔으나, 싱가포르 도착후 리셴룽 총리와의 양자 면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북미 양측은 싱가포르에서 의제 실무회담을 이어가며 막판까지 합의문 내용 등에 대해 협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측의 성 김 필리핀 주재 대사, 북한 측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판문점에서 싱가포르로 자리를 옮겨 협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기간 숙소로 이용할 예정인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은 10일 아침부터 손님맞이 준비에 바쁜 모습이다.

호텔 측은 이날 새벽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를 것으로 보이는 밸리 윙 입구와 일반인들이 투숙하는 타워 윙 쪽 국기 게양대에 싱가포르 국기와 나란히 성조기를 게양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도 검문검색이 본격화하면서 호텔 1층 로비에 금속 탐지기와 X레이 검색대를 설치, 신체검사 및 소지품 검사를 시작했다. 또 앞쪽 도로에 설치된 검색대에서도 경찰관들이 호텔 출입 차량의 트렁크 등을 일일이 검색했다.

호텔 로비에서는 전날 선발대로 싱가포르에 온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 경호원들도 눈에 띄었다.

정장 차림에 왼쪽 가슴에 붉은 배지를 달고 북한 말투를 쓰는 경호원 5∼6명은 당국의 검문검색 장면을 지켜본 뒤 식당으로 향했고, 로비와 연결된 중간층 테라스에도 같은 복장의 남성 1명이 로비 동향을 감시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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