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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31주년 문 대통령 “다양한 민주주의 실현돼야”

[전문] 기념사 통해 “민주주의 지킨 열사들과 국민들 존경과 감사”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8년 06월 10일 일요일

문재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31주년인 10일 “6·10 민주항쟁에서 시작해 촛불 혁명으로 이어져온 국민주권 시대는 평화의 한반도에서 다양한 얼굴의 민주주의로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1주년 기념식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독한 기념사에서 “이 날이 오기까지, 민주주의를 지킨 열사들과 각자의 자리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국민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는 국민주권을 제대로 찾는 정치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왔다. 6월 민주항쟁의 승리로 우리가 직접 대통령을 뽑게 됐고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최저생활이 보장돼야 하며 성장의 과실은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 경제민주주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성별이나 장애로 인해 받는 차별은 사라져야 한다. 성평등이 실현될 때 민주주의는 더 커질 것”이라며 “생태민주주의는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모든 생명체와 공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고 이웃의 아픔에 공감해야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에는 고문과 불법감금, 장기구금과 의문사 등 국가 폭력에 희생당한 많은 분들의 절규와 눈물이 담겨 있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며 “민주주의자 김근태 의장이 고문당하고, 박종철 열사가 희생된 이곳에 ‘민주인권기념관’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와 함께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이었던 한반도 평화가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에게 평화는 민주주의와 한 몸이다. 민주주의의 진전은 평화의 길을 넓히고 평화의 정착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더욱 굳건히 만들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6·10 민주항쟁 31주년을 기렸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오전 “6·10 민주항쟁 31주년을 맞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민주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6·10 민주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는 더불어민주당은 국민들과 함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문 대통령 기념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6·10 민주항쟁 서른한 돌을 맞아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민주주의의 함성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시 듣습니다. 

모두 한 마음으로 외쳤던 그날의 함성은 자기의 삶을 변화시키는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6월의 민주주의는 국민들 각자의 생활에 뿌리 내려 살아있는 민주주의가 되고 있습니다. 

한 세대를 마무리하는 30주년을 보내고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오늘 우리는 더 좋은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날이 오기까지, 민주주의를 지킨 열사들과 각자의 자리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국민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국민주권을 제대로 찾는 정치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6월 민주항쟁의 승리로 우리가 직접 대통령을 뽑게 되었고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평등한 인간관계를 위한 가정과 학교에서의 민주주의는 모든 민주주의의 바탕이 됩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최저생활이 보장되어야 하며 성장의 과실은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합니다. 경제민주주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입니다. 성별이나 장애로 인해 받는 차별은 사라져야 합니다. 성평등이 실현될 때 민주주의는 더 커질 것입니다. 

생태민주주의는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모든 생명체와 공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고 이웃의 아픔에 공감해야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래도록 정치민주주의를 위해 힘을 모은 것은 정치적 자유를 통해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민주주의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얼굴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할 때 6월 민주항쟁도 완성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6월 민주항쟁의 과정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항쟁에 참여했습니다. 

학생들이 앞장서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습니다. 택시기사들은 경적을 울렸습니다. 어머니들은 총과 방패에 꽃을 달았습니다. 여고생들은 자신의 도시락을 철제문 사이로 건네주었습니다. 상인들은 음료와 생필품을 보내왔습니다. 회사원들은 군중을 향해 꽃과 휴지를 던져 응원했습니다. 언론출판인들은 진실을 왜곡하는 보도지침을 폭로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잔업을 끝내고 나와 철야시위와 밤샘 농성에 함께 했습니다. 학생, 시민, 노동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가진 것을 나누며 자신의 민주주의를 이뤄냈습니다. 

4·19로부터 이어온 각 분야의 운동이 하나로 모였고, 각자가 간직하고 키워온 민주주의를 가지고 촛불혁명의 광장으로 다시 모였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는 잘 가꾸어야 합니다. 조금만 소홀하면 금세 시들어 버립니다.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역사적 시간과 공간을 되살리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2001년 여야 합의에 의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을 제정하고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을 추진해온 것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국민들과 나누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으로 사회적 여론이 조성되었고 정부가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에는 고문과 불법감금, 장기구금과 의문사 등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많은 분들의 절규와 눈물이 담겨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남영동 대공분실입니다. 

민주주의자 김근태 의장이 고문당하고, 박종철 열사가 희생된 이곳에 ‘민주인권기념관’을 조성할 것입니다. 

새로 만들어지는 ‘민주인권기념관’은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동시에 민주주의의 미래를 열어가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비롯하여 공공기관, 인권단체들, 고문피해자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이 공간을 함께 만들고 키워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돕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와 함께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이었던 한반도 평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평화는 민주주의와 한 몸입니다. 민주주의의 진전은 평화의 길을 넓히고 평화의 정착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더욱 굳건히 만들 것입니다.

이제, 6·10 민주항쟁에서 시작해 촛불혁명으로 이어져온 국민주권 시대는 평화의 한반도에서 다양한 얼굴의 민주주의로 실현될 것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지켜가고 만들어가는 민주주의를 응원합니다. 정부도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6월 10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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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서 악수한 남북 대사... "정말 눈물 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6/10 12:29
  • 수정일
    2018/06/10 12:2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주 독일 대한민국 정범구 대사와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대사가 대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주 독일 대한민국 정범구 대사와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대사가 대회를 나누고 있는 모습ⓒ Tsukasa Yajima
 손을 맞잡은 주 독일 남북 대사
손을 맞잡은 주 독일 남북 대사ⓒ Tsukasa Yajima
지난 9일 토요일 오후 3시(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의 한인교회에서 2000년 6.15공동선언과 지난 4.27 판문점 평화선언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과거 분단되었던 도시 베를린에서 아직 분단 중인 남북 사람들이 모여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특히 이날 자리에는 남북 양측의 주 독일 대한민국 정범구 대사와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대사가 자리에 함께했다.

매년 615 기념행사를 주최하던 6.15 유럽위원회는 올해 특별히 남북 간의 역사적인 판문점 평화 선언이 이루어진 것을 고려하여 남북 양측의 대사관들을 초청했다. 6.15 유럽위원회의 이번 행사 제안에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측에서는 흔쾌히 행사에 참여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양국 대사 만나자 교회에 가득한 박수 소리 

행사가 시작되기 전, 늘 평화로워 보이는 베를린의 한인교회 앞에는 사뭇 긴장한 사람들이 서 있었다. 곧이어 검은 승용차가 교회 앞에 서고, 주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 대사가 차에서 내리자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이어 주 독일 대한민국 정범구 대사와 인사를 나누자 행사장 안에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교회를 가득 채웠다. 양국 대사가 직접 만나고 악수하는 것을 본 교민 중에는 감격하며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곧 행사가 시작되었다. 이번 행사는 통일을 위해 헌신하다 목숨을 잃은 영령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되었다. 이어서 2000년 6.15공동선언부터 2007년 10.4선언, 그리고 최근의 3차 정상회담까지 간추린 영상이 상영되었다. 이번 영상을 직접 편집하며 이번 행사를 준비한 박정심씨는 요즘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정말 눈물 나요. 정말 얼마나 우리가 엄혹한 세월을 지냈어요. 4.27 판문점 평화선언을 보면서도 기뻤지만 금세 한반도 분위기가 얼어붙었잖아요.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갑자기 두 번째로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는 정말 너무 기뻤어요! 너무 멋있었어요!"

그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묵묵히 뒤에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18년간의 남북 상황을 영상으로 편집하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베를린에서 공식적으로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남북 양국의 대사가 만나는 뜻 깊은 자리는 알고 보면 이런 교민들의 노력과 인내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독일 곳곳에서 사는 6.15 유럽위원회 교민들이 8시간 기차로 또는 비행기로 베를린에 모였다고 한다. 박정심씨 또한 고속기차로 5시간 거리에 있는 오버하우젠에서 베를린으로 온 것이었다.
 북측 공연단의 홍진혁 학생
북측 공연단의 홍진혁 학생ⓒ 권은비
행사가 진행되는 중, 바깥에서는 북측 청소년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중 여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북측 사람들인지도 알 수 없던 상황이었다. 북측 공연단의 피아노 연주를 맡은 홍진혁 학생에서 소감을 묻자 이내 그의 얼굴이 발그레졌다.

"어서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생각밖에는 없습니다."

머뭇거리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이제 19살,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어깨를 토닥인다. 이번 북측의 공연은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자녀들이 준비했다. 축하공연을 하는 아이들의 나이는 열다섯, 열여섯 살, 그중 피아노를 치는 홍진혁 학생이 가장 맏형이라고 했다.

"남측 사람들이 우리를 안 만나려고 하지 않습니까? 껄끄러워 하지 않습니까? 베를린 길거리에서 우연히 남측사람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내심 반갑지요. 같은 동포잖습니까. 그래도 인사는 하지 않습니다. 통일되면 마음껏 만날 수 있겠지요. 통일이 어서 돼야 합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북측 아이들을 바라보는 한 아버지가 전한 말이었다. 실제로 베를린에서 남측과 북측 사람들이 한인 식당이나 아시아 마켓에서 서로 마주칠 확률은 적지 않다. 그럼에도 그동안에는 인사 한번, 눈 한번 마주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남측의 공연이 진행 시작되자 행사장 밖에서 공연 준비를 하던 북측 아이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남측공연을 응시하였다. 한 북측 여학생에게 소감을 묻자 '많이 떨립니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북측 공연이 시작되었다. 행사장에 있는 취재진들도 몰려들었다.

노래 부르던 아이들.... 아이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다섯 명의 아이들은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이라는 노래를 시작했다. 지난 북한예술단 방한 공연에서 현송월 단장이 불렀던 노래였다.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한다는 맏형의 반주에 다리와 팔을 흔들며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가장 왼편에 있는 아이부터 첫 소절부터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한 여학생이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내내 나와 눈을 마주치며 수줍게 웃던 아이었다. 아이에 눈물을 그칠 줄 몰랐다. 그것을 보는 교민들도 눈물을 닦았다.
 공연 중 눈물 흘리는 북측 학생
공연 중 눈물 흘리는 북측 학생ⓒ 권은비
남측의 정범구 대사와 북측의 박남영 대사도 애틋하게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북측의 박남영 대사는 붉게 충혈된 눈을 이내 감으며 아이들의 노래를 들었다. 아이들은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다 부른 후, 이어 "반갑습니다"를 열창했다. 신나는 박자의 노래였지만 어딘가 서글프게 들렸다. 나는 내내 노래를 부르다 왈칵 눈물을 쏟아낸 그 여학생의 얼굴이 마음에 걸렸다. 그 무엇이 15살 소녀를 울게 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북측 아이들의 공연이 끝나고 남과 북 대사들의 축하인사가 이어졌다. 정범구 주 독일 대한민국 대사는 "2000년 6월 13일, 성남공항에서 6.15공동선언을 위해 북측으로 출국하던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비장한 모습이 떠오른다"며 "김대중 대통령에서부터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는 평화의 길을 계속 이어가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남측에는 번개라는 것이 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갑자기 번개처럼 만나는 것이다. 앞으로 남과 북도 언제 어디서든 이렇게 번개 하듯 만나자"라고 말했다.

이어서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 대사의 축사가 시작되었다. "온 민족과 세계 앞에 약속한 판문점 선언은 그 어떤 정세의 파동이나 주변 환경에 흔들림 없이 북과 남이 주인이 되어 북과 남이 주인이 되어 일관되게 이행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가 끝나자 한 교민은 "마치 통일이라도 된 것 같다"며 "곧 이어질 6월 12일 북미회담이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번 6.15 공동선언 18주년 기념행사장에서는 누가 북측 사람인지 누가 남측 사람인지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해보였다. 그저 독일 타지에 사는 한반도의 교민들일 뿐이었다.
 베를린의 한인교회에서 2000년 6.15공동선언과 지난 4.27 판문점 평화선언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한 교민들
베를린의 한인교회에서 2000년 6.15공동선언과 지난 4.27 판문점 평화선언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한 교민들ⓒ Tsukasa Yaj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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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죽음(Liberal World Order, R.I.P.)>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그 창시자인 미국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 번역 : 유원석 민플러스 국제팀
  • 승인 2018.06.09 16:16
  • 댓글 0

지난 3월21일 미 외교협회(CFR)의 리차드 하스(Richard N. Haass) 회장은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죽음(The Liberal World Order R.I.P.)>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해 세계적 이목을 끌었다. 주지하듯 미 외교협회는 1921년 창립된 이래 전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계질서’ 형성과 미국 대외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록펠러계의 대표적 싱크탱크다.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죽음>은 미국을 지배해온 대표적 주류세력이 전후 70년이 흐른 지금 처음으로 자신들이 만들고 주도해온 미국 패권질서의 조종(弔鐘)을 울리는 비문(悲文)이다. 오늘날의 미국을 전혀 로마답지 않았던 신성로마제국에 빗대어 쇠퇴해가는 미국으로 규정한 이 글은 미국의 힘이 빠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발흥하는 새로운 지역질서를 미국이 통제할 수 없음과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이런 ‘자유주의 세계질서’ 약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새로이 등장할 세계질서가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왔던 미국 중심의 패권적 세계질서가 아닌 새로운 다극화 질서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글에선 충분히 반박할 만한 여러 사례들이 제시된다. 포퓰리즘(populism)의 부상을 “소득 침체와 일자리 손실에 대한 반응”이라며 제한적으로 바라보고, 러시아가 유럽의 국경을 바꾸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고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거나,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등의 주장은 저자의 편향된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미국 우선주의’와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미국 우선주의 노선’은 사실상 미국의 패권질서를 포기하는 전략임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전후 미국의 정치, 경제를 떠받쳐온 주류세력이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노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밝힌 최초의 보고서라고 하겠다. 그런 결과 세계는 ‘덜 자유롭고, 덜 번영하며, 덜 평화롭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강변은, 무너지고 있는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미국 주류세력의 불안감의 표현이자 향수라고 하겠다. 반면 우리는 이른바 ‘자유주의 질서’란 이름 아래서 끊임없는 전쟁과 살상, 기아와 빈곤, 억압과 압박이 자행돼 왔음을 기억하고 있다. 자유주의 질서 아래서 세계는 더욱더 극단적으로 양극화가 됐다. 오히려 미국 주도의 패권질서가 무너진 이후 세계는 솥발의 형세처럼 상호간의 균형과 견제로 더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온 북미정상회담은 이런 세계사적 전환을 배경으로 한다. 이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은 새로운 세계질서를 내오는 거대한 추동력이 될 것이다.[역자주]

※ 포퓰리즘(populism) : 인민주의, 대중주의, 대중추수주의 등으로 번역되나 여기선 영어발음 그대로 표기한다. 그리고 아래 글의 괄호( )들은 영문표기 또는 편집자주. 이탤릭체 부분은 필자가 원래 검은색 바탕으로 강조한 단락들.

거의 1000년이 흐른 뒤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인 볼테르(Voltaire)가 빈정거린, 쇠퇴하는 신성로마제국은 거룩한(holy) 것도 아니고, 로마(Roman)도 아니고, 제국(Empire)도 아니었다. 오늘날 약 2500년이 지나서 볼테르의 말을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하면, 쇠퇴해가는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자유주의도 아니고 세계적이지도 않으며 질서도 없다는 것이다.

영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확립했다. 그 목표는 30년 동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상황을 다시는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민주 국가들은 국가의 자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존중과 법치의 원칙에 기초한다는 의미에서 자유주의적인 국제체제를 만들었다. 인권은 보호돼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지구 전체에 적용돼야 했다. 동시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평화와, 경제개발, 그리고 무역 및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기구들이 설립되었다.(국제연합(UN),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국제무역기구(WTO)의 전신 등)

이 모든 것은 미국의 경제 및 군사력,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 네트워크, 그리고 핵무기들에 의해 뒷받침됐으며 (이에 대한)공격을 저지하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민주주의가 갖는 이상뿐만 아니라 군사력, 경제력 등의 강력한 힘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들 중 어떤 것도 단연코 반자유주의적인 소비에트연방에 의해 상실된 것은 아니었다. 소련은, 유럽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을 아우르는 질서를 형성한 데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을 갖고 있었다.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냉전종식과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로 과거 어느 때보다 강건해 보였다. 그러나 오늘날, 25년이 지나서, 그 미래는 의심스럽다. 실제로 자유주의와 보편성, 그리고 질서 그 자체의 보존이라는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세 가지 구성요소가 70년 역사에서 이처럼 어려움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

자유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점점 커지는 포퓰리즘(populism)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정치적 극단주의 정당들은 유럽에서 기반을 확보해 왔다.

영국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지지하는 투표는 엘리트 집단의 영향력 상실을 입증했다. 심지어 미국에서조차 다름 아닌 미국 대통령이 언론매체, 법원 및 법 집행기관에 대해 전례 없는 공격을 가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터키를 포함한, 권위주의 체제는 최고 수준으로 강화됐다. 헝가리와 폴란드 같은 나라들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그들의 민주주의 운명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그 세상(자유주의 세계질서)이 마치 전체인 것처럼 말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는 지역 질서의 출현을 보고 있다. 즉 중동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각각 자신만의 특징을 가진 무질서의 출현을 보고 있다. 글로벌(global)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있다. 보호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세계무역협상들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사이버 공간의 사용을 규제하는 규칙은 거의 없다.

동시에 거대한 힘의 대결이 재발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의 국경을 바꾸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면서 국제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규범을 위반했으며, 2016년 (대통령)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미국의 주권을 침해했다. 북한(조선)은 핵무기 비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한 합의를 비웃었다. 세계는 시리아와 예멘에서 인도주의적 악몽을 겪고 있는 상황을 방관하는 한편,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유엔이나 그 밖의 곳에서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파산한 국가다. 오늘날 세계의 100명 중 1명이 난민이거나 실향민이다.

이 모든 일이 왜, 지금 일어나는지와 관련해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부분적으로 포률리즘의 부상은 소득 침체와 일자리 손실에 대한 반응인데, 이는 대체로 새로운 기술에 기인한 것이지만, 크게는 수입과 이민자들로 인한 것이다. 민족주의(nationalism)는 지도자가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특히 어려운 정치, 경제적 여건 속에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되는 도구이다. 그리고 세계기구들은 새로운 권력 균형과 기술에 적응하지 못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JCPOA 탈퇴를 선언하는 각서에 서명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 : 뉴시스]

그러나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약화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변화된 태도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정부)아래서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가입을 반대하고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이란과의 핵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했다(미국은 지난 5월8일 이란핵협정을 파기했다. 이글은 그 두 달 전인 3월에 쓰였다). 국가안보라는 정당성에 기대어 일방적으로 부과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는 세계를 무역전쟁의 위험에 처하게 했다. 이것은 NATO와 다른 동맹에 대한 미국의 약속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미국은 민주주의나 인권에 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나의 요지는 미국만 지목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연합,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을 포함한 오늘날의 다른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 또는 하지 않는 일, 또는 그 두 가지 모두에 대해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단순히 다른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주된 설계자이자 주된 수호자였다. 또한 으뜸가는 수혜자였다.

따라서 미국이 70년 이상 수행해왔던 역할을 포기한다는 결정은 하나의 전환점이다.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그 자체로는 생존할 수 없다. 왜냐하면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이해관계나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 모두에게 덜 자유롭고, 덜 번영하며, 덜 평화로운 세계가 될 것이다.

번역 : 유원석 민플러스 국제팀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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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들이 이룬 위대한 진전, 산자의 의무 다하겠다"

27회 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분단적폐청산·사회대개혁 실현'과제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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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9  22: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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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엄수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제27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유가족과 추모단체 등으로 구성된 '범국민추모위원회'(명예 추모위원장 김중배, 박순경, 박중기, 백기완, 오종렬, 이석태, 이선종, 이창복, 이해동, 임기란, 청화, 함세웅) 주최로 9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엄수됐다.

유가족과 통일, 노동, 농민, 빈민, 청년, 여성 등 각 부문 인사를 비롯해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이날 범국민추모제의 총괄 구호는 '열사정신 계승하여 70년 분단적폐 청산하고 사회대개혁 실현하자'로 정해졌다.

1990년 6월 10일 성균관대에서 처음으로 '민중민주열사 희생자 합동추모제 및 6월항쟁계승 국민대회'를 할 때 모신 181명의 영령이 27년을 지나는 동안 680여명으로 늘어났다.

추모제 사회를 맡은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 사무총장은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통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열린 평화와 통일의 시대가 앞서간 민족민주열사·희생자들의 숭고한 헌신과 투쟁, 그리고 실천하는 삶의 정신이 이끌어준 역사임을 알고 기억하고 있다"면서 "열사정신을 계승하여 70년 분단적폐 청산하고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시대를 열어내겠다는 결심과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함께 만들기 위해 싸워 나가겠다는 결의를 다지자"고 밝혔다.

   
▲ 왼쪽부터 이창복 명예추무위원장, 송경동 시인, 한충목·김명환·최진미 상임추모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창복 명예추모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우리가 목도하는 한반도의 이 새로운 변화는, 지난 70여넌간 전쟁과 분단의 장벽을 깨뜨리고 이 사회의 진보를 실현하기 위해 피땀을 바쳤던 숱한 선열들과 민중들의 투쟁과 희생이 이끌어 낸 위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쟁과 분단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세력들은 평화와 통일을 여전히 걸음걸음 방해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선량하고 의로운 양심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함께 싸우자"고 강조했다.

송경동 시인은 '역사의 광야에서'라는 추모시(아래 전문)에서 열사의 정신이 우리를 여기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앞으로도 고난과 탄압을 두려워하지 않고 평화와 평등으로 가는 길을 가도록 하여 끝내 승리로 이끌 것이라는 굳은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충목 상임추모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영령들께서 열망하던 민주, 민생, 평화, 통일의 새 세상으로 향하는 민중의 수레바퀴, 역사의 수레바퀴가 다시 힘차게 굴러가고 있다"면서 △남북의 전면적 교류와 화해 △한일 위안부야합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국가보안법 폐지와 모든 양심수 석방 △민주유공자법 제정 △종속적 한미동맹 종료 △민중생존권 보장과 과거자 진상규명 등 미흡한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김명환 상임추모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수많은 노동열사들을 만든 노동현장에서 천박한 자본과 적폐정권이 결탁하고, 불의한 사법부의 편협한 재판으로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노동을 탄압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박근혜 정권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법부의 사법농단에 대해 언급했다.

또 최저임금법 개악에 대한 항의의 뜻을 표시하면서 "촛불정권을 자임한 문재인 정권이 일시적 지지율에 취해 적폐청산의 임무를 등한시한다면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중의 힘으로 적폐청산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면서 "그 투쟁에는 새로운 적폐를 만드려는 문재인 정권을 비롯한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도 들어있다. 이를 흘려듣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진미 상임추모위원장은 "열사들이 있었기에 후대들이 길 잃지 않고 지금 여기 서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통일의 진정한 봄은 분단적폐를 청산할 때 비로소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다짐을 밝혔다.

   
▲ 장남수 유가협 대표가 유가족을 대표해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은 유가족을 대표해 이날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면서 "열사 한분 한분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씨앗이 되었고 밑거름이 되어서 1,700만 촛불이라는 거대한 나무가 되어서 적폐 권력을 몰아낼 수 있었다. 살아남은 우리들은 이분들에게 빚을 진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올바른 민주주의를 하고 남북통일을 이루는 것만이 열사들에게 빚을 갚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영령들의 열망이었던 자주, 민주, 민생, 평화가 숨쉬는 통일 조국을 건설하자. 영령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산자의 의무를 다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이날 본 추모제에 앞서 오후 1시에는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터에서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와 전대협 동우회 등이 학생열사 추모제를 진행한 후 시청까지 행진하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들은 같은 시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노동열사 추모제를 열고 광화문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는 등 부문 사전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광장에는 4.9통일평화재단과 구속노동자회, 마석민족민주열사·희생자묘역정비단, 유가협후원회, 이수갑정신계승사업회, 전태일재단, 한국전쟁전후피학살자유족회와 권역별 추모연대 홍보 부스가 운영되었다.

   
▲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합 의장, 장애인열사 우동민추모사업회 이원교 대표,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 정종성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왼쪽부터)가 범국민추모제 참가자들을 대표해 결의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역사의 광야에서
-2018 민족민주열사 범국민추모제에 부쳐

송경동

지치고 외로울 땐
초롱초롱한 당신의 두 눈동자가
먼 별빛이 되어 다가오곤 했다
보름달 속에 깃든 해맑은 당신이
나를 내려다보기도 했다
당신과 함께 했던 기억이
파도가 되어 밀려들던 날도 많았고
선선한 바람결에 당신의 속삭임이 들려와
주변을 둘러보던 날도 많았다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나의 용기는 당신의 용기였다
간혹 무대에 오를 때 나는 당신의 육성을 떠올렸고
경찰과 맞붙을 때 당신의 창살을 기억했다
실의와 번민 앞에 설 때면
당신의 낙관과 혼신과 결단을 생각했고
온갖 유혹이 다가올 땐
당신의 소박한 꿈과 순정을 생각했다
그러면 위안이 되어
다시 다가온 역사의 퇴행도
독재의 그늘도
잔인한 자본의 공세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렇게 당신들이 우리의 유일한 책이었고
교훈이었고 지혜였고 길과 등대였다
이 선 너머론
후퇴할 수 없는 역사의 고지였고
오늘도 쉬지 않고 내일로 흐르는 새벽강이었다
지칠 때마다 우리는 당신이라는
뿌리로 다가갔고 당신들이라는
천 개의 고원 만 개의 광야 1억 개의 바다와
푸른 행성들의 아득한 세계 속으로 젖어들곤 했다

그런 당신들을 누가 철 지난 꿈이라 하는가
누가 당신들을 역사의 박제로 만들려 하는가

당신들은 과거에 먼저 간 이들이 아니라
먼 미래를 향해 앞서 간 이들
역사에 공치사는 필요없다
보상이나 바라는 마음도 무용담도 간지럽다
작은 항쟁의 열매나 쫒는 자에겐 미래가 없다

백 만 개의 촛불로 다시 살아난 당신을 보았고
천 만 개의 생동감으로 다시 얼어서는 당신을 보았고
끝내 삼팔선을 넘는 평화의 걸음을 보았고
끝내 특권과 독점을 넘어
평등으로 나아가는 당신의 몸부림을 보았다
그 모든 곳에 당신은 높은 사람으로 서 있지 않았다
떵떵거리는 사람으로 똑똑한 사람으로
특별한 사람으로 서 있지 않았다
당신들은 그 모든 자리의 가장 낮은 곳에 서 있었고
가장 못나거나 힘겨워하는 이 곁에
아직도 어둡고 눈물겨운 자리에
모든 모순의 극점에 저항하는 이들 곁에 늘 서 있었다
당신은 여전히 노동자거나 농민이거나 빈민이거나
장애인이거나 착취받는 여성이거나 청년이다

그게 놀라워
우리 여기까지 함께 왔다
그게 신기해
우리 여기까지 함께 왔다

당신이 있어, 당신들이 있어
평화와 평등으로 가는 이 먼 길이 외롭지 않다
고난과 탄압이 두렵지 않다
모든 억압과 차별과 착취와 폭력의 쇠사슬을 끊고
역사의 광장에서 역사의 평지에서
역사의 광야에서 우리 끝내 승리하리라

   
▲ 추모공연[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6.15합창단의 추모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동학농민혁명희생자 신위, 한국전쟁전후민간인 피학살자·희생자 신위, 4.19혁명 열사·희생자 신위, 5.18민중항쟁 열사·희생자 신위, 해외민주통일인사 신위 등이 모셔져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열사·희생자 영령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박종철 열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김남식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민중총궐기 대회 중인 2015년 11월 14일 경찰의 살인적 물대포에 의해 쓰려져 의식불명 상태에서 2016년 9월 25일 선종한 백남기 열사(오른쪽)과 지난 2016년 7월 25일 영면한 류종인 선생이 나란히 계신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추모제 참가자들은 영령들 앞에서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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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민중당 후보들 선거현수막, 안산 곳곳에 달린 이유는

 
세월호 참사 이용하는 패륜정치 청산하자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8/06/09 [10:2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8일 안산시청 앞에서 이번 6월 13일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중당 후보들이 "세월호 참사 악용하는 패륜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자주시보

 

6월 13일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민중당 후보들이 세월호 참사 악용하는 패륜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8일 안산시청 앞에서 열었다.

 

세월호 참사 악용하는 패륜정치 규탄 기자회견은 서울 송파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중당 변은혜 후보의 제안으로 이루어졌으며 민중당청년당 등 취지에 공감한 전국 각지의 지방선거 후보들이 동참하여 세월호 참사 악용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규탄했다.

 

사회를 본 김성일 강북구의원 후보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인간 같지 않은 사람들이 안산시를 대표하겠다고국민들을 대표하겠다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기자회견을 열게되었다고 밝혔다.

  

▲ 정세경 민중당 안산시 단원구 마선거구 후보는 416생명안전공원은"별이 된 아이들을 우리 안산이 품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며,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야 한다는 어른들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자주시보

 

정세경 민중당 안산시 단원구 마선거구 후보는 세월호 참사 이후생명을 안전을 귀중히 여기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그래서 출마했다다시 속지 말자안전공원납골당이 문제가 아니다참과 거짓 진실과 정의를 가리는 것별이 된 아이들을 우리 안산이 품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다안산의 시민 여러분 똑똑히 판단해 달라안산의 시민은 진실과 정의를 위한 후보에게 투표해달라적어도 이것이 세월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야 한다는 우리 어른들의 약속이라며 눈물로 절절하게 호소했다.

 

▲ 지방선거에 출마한 전국의 민중당 후보들이 자신의 선거구에 내걸었던 적폐청산 현수막을 새롭게 만들어 안산에 직접 게시했다.     © 자주시보

 

이어 김수근 중구 서울시의회 후보는 “416 생명안전공원은 추모장소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서 정의를 세우고 나라를 구하는 일이다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철저하게 심판받아야 한다. 416 생명안전공원이 우리의 미래이고 역사이며아이들의 바램이고 꿈이다진실을 규명하는 일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나현 민중당 김포시 가선거구 후보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활동을 한 세월호 세대이다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 안산에 출마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사람이라면 입에 담을 수 없는 공약을 내놓았다사람의 생명마저도 정치를 이용하는 이 상태가 너무나 지긋지긋하다세월호 참사는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서는 안된다적폐세력 청산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다시한번 절감했다안산시민들에게 호소한다적폐세력에겐 단 한 표도 주어서는 안된다끝까지 적폐청산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 변은혜 민중당 송파구을 국회의원 후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가가 구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량한 정치에 활용하는 이들의 행보는 인간의 탈을 쓰고는 벌일 수 없는 패륜정치의 극치"라며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후보들을 규탄했다.     © 자주시보

 

변은혜 민중당 송파구을 국회의원 후보는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안산시장 후보들이 세월호 추모공원 건설 백지화한다는 공약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국가가 구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량한 정치에 활용하는 이들의 행보는 인간의 탈을 쓰고는 벌일 수 없는 패륜정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 지방선거에 출마한 전국의 후보들이 자신의 선거구에 내걸었던 적폐청산 현수막을 새롭게 만들어 이곳 안산으로 가져왔세월호 참사를 우롱하는 패륜정치를 규탄하고 세월호 가족들안산시민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 후보들은 안산 곳곳에 현수막을 직접 달았다.

 

▲ 너무나 비교되는 선거현수막     © 자주시보

  

▲ 안산시 곳곳에 걸린 현수막     © 자주시보

  

▲ 패륜집단에게는 단 한석도 주지 말자는 민중당 후보의 현수막     © 자주시보

  

▲ 대구 달서구에 출마한 민중당 후보의 현수막     © 자주시보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과 함께 동참한 민중당 후보들이다.

 

--------------------------아래-------------------------------

 

<세월호 참사를 악용하는 적폐-패륜정치를 청산합시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아픔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정권교체에 이어 적폐청산 투쟁을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4.16생명안전공원 건립에 대한 왜곡과 비방행태가 도를 넘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1일에는 이민근 자유한국당 안산시장 후보가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을 백지화시키고 그 자리에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박주원 바른미래당 안산시장 후보도 5월 23일 화랑유원지 납골당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며 그 자리에 전시관람 시설을 유치하고 민선 4기 시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돔구장 건설을 재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장영수 경기도의원 후보와 강광주 안산 시의원 후보는 선거 현수막에 대문짝만하게 세월호 납골당 화랑유원지 결사반대라고 내걸었습니다.

바른미래당의 이혜경 안산시의원 후보는 집 안의 강아지가 죽어도 마당에는 묻지 않는다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모욕했습니다.

일부 후보는 심지어 나는 다른 공약 없다오직 납골당 결사반대만이 공약이라며 세월호 참사를 선거에 철저히 악용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구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량한 정치에 활용하는 이들의 행보는 인간의 탈을 쓰고는 벌일 수 없는 패륜정치의 극치입니다.

 

우리는 4년 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외면했던 자들이 선거라는 공간을 이용해 버젓이 고개를 쳐들고 나와 세월호를 입에 올리는 행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으며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지방선거에 출마한 전국의 후보들이 자신의 선거구에 내걸었던 적폐청산 현수막을 새롭게 만들어 이곳 안산으로 가져왔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우롱하는 패륜정치를 규탄하고 세월호 가족들안산시민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입니다.

 

민중당 후보들은 세월호 참사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온 국민의 마음이 모인 이 공원이 하루속히 건립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국정을 농단했던 박근혜 적폐잔당이자 패륜집단들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게 단 한 석도 주지 말 것을 국민들께 다시 한 번 호소드립니다.

 

2018년 6월 8

 

세월호 참사 악용하는 패륜정치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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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

서울시 송파을 보궐선거 국회의원 후보 변은혜

강원도 춘천시의회의원 후보 김진아/김현웅

경기도 김포시의회의원 후보 이나현/경기도 안산시의회의원 후보 유정숙

경기도 화성시의회의원 후보 김지선/경기도 수원시의회의원 후보 이형구/윤주환

광주시의회의원 후보 곽성용/이선미/나규복/광주광역시 동구의회의원 후보 문홍

경북도의회의원 후보 천기창/대구시의회의원 후보 조석원

부산시의회의원 후보 공은희/부산시의회의원 후보 김태윤

부산시 남구의회의원 후보 김정선/부산시 서구의회의원 후보 고서연

부산시 진구의회의원 후보 김성훈

전북 익산시의회의원 후보 위대환

서울시의회의원 후보 권오혁/서울시의회의원 후보 김성민

서울시 용산구의회의원 후보 김은희/서울시 노원구의회의원 후보 엄재영

서울시 강북구의회의원 후보 이상혁/서울시 마포구의회의원 후보 김지영

서울시 강북구의회의원 후보 김성일/서울시 영등포구의회의원 후보 박대윤

서울시 도봉구의회의원 후보 천창영/서울시 성북구의회의원 후보 정종성

서울시 서대문구의회의원 후보 김한주/서울시 강남구의회의원 후보 신혜원

 

[무소속-청년당 추진위원회]

서울시의회의원 후보 김수근/서울시의회의원 후보 권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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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강가의 공동체살이

허드슨강가의 공동체살이

휴심정 2018. 06. 08
조회수 3173 추천수 0
 

 <이 글은 브루더호프공동체인 미국 메이폴리치에 살고 있는 한국교포 박성훈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박성훈-.jpg» 박성훈씨가 허드슨강에서 잡은 스트라이퍼베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달 한국 방문 때부터 스트라이퍼 베스를 생각하며 손이 근질근질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돌아오자 마자 여러번 허드슨 강가에 들락날락 했지요. 그런데 이번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지요. 

 낚시대가 힘차게 휘어저 내려가 잡혔다 싶어 낚시줄을 감아 올리면 엄청 크고 무거운 메기나 장어만 자꾸 걸려 우리를 실망 시켰습니다.

 참고로 허드슨 강에 사는 메기나 장어는 오염상 먹지 않습니다. 스트라이퍼베스는 대서양에서 살다가 4월 중순에서 5월 말까지 이 시기에만 알을 낳으로 허드슨강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안전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저희 공동체가 소유하고 있는 허드슨강가 부지에  스트라이퍼 베스 낚시 전용으로  보트를 타고 나가야 닿을 수 있는 작은 부두를 하나 설치해 놓은 것이 있는데,  허드슨 강 중심부에 근접해 강가에서 잡는 것보다 스트라이퍼 잡을 확률이 아주 높아 이 시기가 되면 뉴욕에 있는 전 공동체 형제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곳이라 사용하기가 여간 어려운 곳이 아닙니다.  그나마 shop(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형제들을 근무시간에 보내  지난 몇년간 시도를 해 봤는데 운이 없게도 저는 한번도 못잡고 우리가 떠나면 다음 팀은 몇 마리씩 잡곤해서  개인적으로 별로 좋은 기억이 없는  곳입니다.   

 

브루더.jpg» 허드슨강에 보트를 타고 나가는 브루더호프의 아이들

 

 그러던 중 어느 날  모임이  끝난 저녁   허드슨 강가에 설치한 부두를  관리하는 형제가 찾아와 오늘 저녁 우리 가족이 부두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벌써 물이 차서 낚시할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안 가겠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내가 펄쩍 뛰면서 아니 이렇게 좋은 기회를 왜 안가냐면서 하빈이 유빈이가 가면 얼마나 좋아하겠냐고  해서 마음을 바꾸어 다시금 그 형제에게 전화해  지금도 사용 가능한지 물어본 후 아이들과 허드슨 강가로 갔습니다. 

 허드슨 강에 도착하니  오후 6시쯤 되었습니다.  유빈이는 혼자 강가에서 스트라이퍼베스 미끼로 사용할 청어를 열심히 잡았습니다.  스트라이퍼베스는 살아있는 청어를 좋아합니다. 

 

 플라스틱 고무 만든 청어와 비슷한 모양의 루어를 낚시 바늘에 달아 물속에 던지면 청어들이 자기 우두머리인줄 알고 졸졸 따라옵니다.  청어가 루어를 따라 오면 물속에 대기하고 있던 그물을 들어 올리면 잡히는데 사실 청어 잡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한국에선 청어로 과매기를 만들어 먹지만 이곳에선 가시가 많아 먹지 않고 미끼로만 사용합니다.  유럽 특히 독일 사람들은 청어로 피클을 만들어 뼈가 흐물어지게 해서 먹기도 합니다. 

 

 유빈이가 금방 잡은 펄덕이는 청어를 보트를 타고 부두까지 나가 낚시바늘에 달아 힘껏 강물로 던졌습니다. 그 중 2개는 다른 형제가 귀뜸해준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하빈이가 낚시대를 잡고 부두에 남아 있고 유빈이는 청어가 달려 있는 낚시줄 끝을 잡아 보트에 타고 제가 보트를 운전해  부두에서 더 깊은 데로 나아가 유빈이가 낚시줄을 떨어뜨렸습니다. 마치 007작전을 수행하듯…

 

하빈유빈-.jpg» 브루더호프공동체에서 하빈 유빈이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박성훈씨

 

 부두에 설치해 놓은 비치의자에 앉아 엄청 큰 스트라이퍼베스가 걸려 낚시대가 쑤욱 내려가길 기대하면서 허드슨 강의 저물어가는 태양을 한가롭게 즐기고 있었습니다.  하빈이는  기다리는 일이 심심한지 유빈이를 보트에 태워 주변을 돌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라며 감사하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는데 물이 점점 빠지고 2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기척이 없자  조용히 하나님께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주님의 세계를 만끽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주님의 집에 왔는데 빈손으로 가게 하시면 안되죠…   저희 손에 큰 고기를 쥐어 보내시면 저희도 저희 집에 오는 사람들을 빈손으로 보내지 않겠습니다….  “ (전형적인 기복 신앙의 기도인가요.^^ 아뭏튼 마음은 평안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얼마후 맨 끝 낚시대, 바로 보트타고 낚시줄을 강 한 가운데로 멀리 떨어뜨린 낚시대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저거 낚시줄이 자꾸 움직이는 걸 보니 또 장어가 물렸나봐요, 한번 꺼내 봐요” 해서 낚시대를 감아 올리니 장어가 아니라 무지무지하게 큰  스트라이퍼 베스가 따라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낚시줄을 끊고 도망갈라 조심조심 힘겹게 낚시줄을 감아 올려 부두에 이 놈이 가까이 다가오자 아내가 뜰채로 스트라이퍼 베스를 퍼올려습니다. 그리곤 우리는 기쁘고 흥분이 된 상태로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하빈이와 유빈이가 부두로 다가오자 우리 부부는 집채만한 큰 메기를 잡았다며 능청을 떨며 어서 와 보라고 하자 아이들이 그섯을 들여다 보고는 너무 좋아합니다. 

 

 이래서 오늘도 또 어느 형제가 말한 격언을 되새깁니다. 

 “The husband is the head of the house. The wife is the decision maker.”(가장은 남편이지만, 결정권자는 아내다)

 

  한국에 다녀온 후에 우리 공동체 웹사이트에 제 글을 올렸습니다.

 https://www.bruderhof.com/en/voices-blog/world/korean-reunification-one-step-closer

 

 SungHoon & SoonOk Park

 www.Bruderh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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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때 ‘별’단 법원장들, ‘사법농단’ 수사 빗장 걸다

등록 :2018-06-08 21:01수정 :2018-06-09 10:10

 

 

35명중 22명 양승태 때 첫임명 
광범위한 사법농단 드러났는데 
‘재판 영향’ 이유로 진실규명 막아
전국법원장간담회가 열린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각급 대법원장이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전국법원장간담회가 열린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각급 대법원장이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양승태 사법부 시절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 시도 등 ‘사법농단’ 실체가 드러난 문건을 직접 확인하고도 “합리적 근거가 없다”(7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고 단정한 35명의 법원장에 대한 법원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30여년간 엘리트 코스를 밟아 사법관료 정점을 차지한 법원장들의 보수성과 사법행정권 남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공범의식’ 등이 두루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오는 11일 일선 판사들이 모이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중대한 헌법 위반임을 선언한다”는 안건이 오른다. 법조 삼륜의 한 축인 변호사들도 사법농단 시국선언을 예고했다.

 

■ 사법관료화 최대 수혜자 이들 법원장 35명 가운데 15명은 오는 8월 퇴임하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의 후임이 되겠다고 손을 들었다. 김기정·김용빈·김찬돈·김필곤·노정희·노태악·박효관·사공영진·윤준·이경춘·이광만·이균용·이상주·한승 원장,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다.

 

이들 가운데 이경춘 서울회생법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2012년 2월~2014년 2월), 윤준 수원지법원장은 대법원장 비서실장(2012년 9월~2013년 2월), 한승 전주지법원장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2013년 3월~2014년 2월)과 사법정책실장(2014년 2월~2016년 2월), 윤성원 광주지법원장은 사법지원실장(2014년 2월~2016년 2월)을 지냈다.

 

이번에 후보 추천에 동의한 이들을 포함한 법원장 35명은 잠재적 대법관 후보들이다. 일부에선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쥔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법원장들이 ‘의연한 반대’를 한 것으로 본다. 반면 상당수 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 상식과 법감정을 무시한 결론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35명 중 22명이 양승태 대법원장 때, 나머지 13명은 김명수 대법원장 들어 처음 법원장에 임명됐다. 8일 한 판사는 “법원장들은 대개 승진 요직으로 꼽히는 법원행정처를 거쳐, 대법관으로 가는 교두보인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현 사법행정 체제의 최대 수혜자인 이들이 현 사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부분의 고위법관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난해 3월 이후 한 차례도 자성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재판 거래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단정한 이들이 국민의 뜻을 살피는 최고 법원 판사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민중기 법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노장 판사(법원장)들도 소장 판사들과 큰 틀에서 같은 방향인데 방점이 다른 정도”라면서도 “국회가 진상규명을 하고 문제가 있는 법관은 탄핵하는 방안도 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일선의 목소리와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법원장 35명 중 15명이 대법관 후보인데…국민 법감정 외면

 

 

일부는 양승태 때 주요 보직 
사법행정 최대 수혜자들 자성없어 

“최고법원 판사 자격 있는지 의문” 
법원장 인사제도 개선론 힘실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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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급 거점법관 구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특조단) 조사보고서와 법원행정처가 추가 공개한 문건을 보면, 법원장 등 고위법관들은 행정처를 대신해 일선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관리하는 핵심 거점법관 역할을 한 정황이 상당수 등장한다.

 

2016년 3월 행정처는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판사회의 무력화를 위해 회의 의장인 법원장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도록 계획한다. 또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는 ‘판사회의를 통한 법원장의 사법행정권 행사에 대한 견제·비판’을 막기 위해 “단독판사 조기 장악” 및 민사수석부장판사 증원 계획도 세운다. 실제 지난해 2월 정기인사에서 민사 제2수석부장이 신설됐다.

 

행정처에서 생산된 판사들의 ‘뒷조사’ 정보 역시 법원장한테 전달됐다. 행정처는 2016년 사법행정위원회 구성 당시 위원 추천 권한이 있는 고법원장들에게 ‘맞춤형’ 판사 명단과 정보를 일부 전달했다. 이 자료에는 ‘핵심 그룹과의 유대 관계’, ‘주류 법관의 논리 대변’, ‘특정 연구회 소속 여부’ 등 자의적 기준으로 판사 성향과 추천 순위를 분류했다.

 

실제 법원장이 행정처 ‘수족’ 구실을 한 사례도 확인됐다. 2015년 8월 김동오 당시 인천지법원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은 온라인 익명 법관 카페 ‘이판사판야단법석’ 개설자인 같은 법원 홍아무개 판사에게 행정처 기조실에서 작성한 ‘경고장’ 수준의 공지글을 그대로 전달하고, 면담 내용을 행정처에 보고한다. 특조단은 “행정처가 공지글 초안까지 작성해 전달하는 것은 사법행정권의 지나친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 사법농단 ‘무죄 예단’ 논란 법원장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법관의 독립과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사법부에서 고발, 수사의뢰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는 지난 5일 형사고발이나 수사 촉구 등이 법관과 재판 독립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의 인식과 같다. 법원장들은 한발 더 나아가 “합리적 근거 없는 재판 거래 의혹 제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목소리까지 냈다.

 

법원 내부에선 이런 법원장들의 태도 자체가 ‘재판 독립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판사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형사 조치를 하지 말라고 해놓고 정작 법원장 자신들은 ‘재판 거래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단정했다. 향후 검찰이 수사 또는 기소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 ‘근거 없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가 일선 법관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판사는 “공개된 98개 문건 전문을 보면 재판 절차와 결론과 관련한 계획이나 전망을 담은 문건이 있고, 실제로 실행된 경우도 있다. 이마저도 ‘합리적 근거’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근거를 내놓으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힘 받는 법원장 임명 개선 98건의 사법농단 의혹 문건 전문이 추가 공개되기 전에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4일 공개)에서도 ‘사법부 판결을 불신한다’는 응답(63.9%)이 ‘신뢰한다’는 응답(27.6%)에 견줘 2배 이상 많았다. 한 판사는 “기수와 서열 중심의 수직적 의사소통에 익숙한 법원장들은 국민들이 왜 재판 거래 의혹을 제기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일선 판사회의 의결과 크게 동떨어진 의견을 냈다. 법원장 및 고법부장 인사제도 개선에 여론의 힘이 실릴 것 같다”고 했다.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는 지난 5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지방법원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는 소속 법관들의 의사를 반영해 해당 심급 법관 중에서 보임”하는 방안 등을 건의했다.

 

현소은 김민경 고한솔 기자 soni@hani.co.kr
 

 

이슈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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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테러리스트입니까?”

[시민정치시평] 팔레스타인은 인간 이하의 존재가 아니다

 

 

"선택하세요. 당황해하지 말고. 담벼락에서 총을 맞고 싶은가요? 아니면 항구에서 빠져 죽고 싶은가요? 이것이 가자(Gaza)입니다. 여러분!"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쏜 총에 맞아 숨진 팔레스타인인 라잔 알 나자르(Razan Al-Najjar)가 죽기 전 올린 글을 읽는다. 간호사인 라잔은 부상당한 이들을 돕는데 삶을 헌신했다. 가자에서 시위가 시작된 이래로 라잔은 이스라엘 군의 부당한 공격에 다친 사람들을 돌봐 왔다. 그녀는 자욱한 최루탄 연기 속을 걸었고, 화염에 쌓인 타이어로 어지러운 들판을 뛰어다녔다. 팔레스타인 분리 장벽에 얼마나 가까워지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녀는 오로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가까이 가려는 생각만 했다. 다른 의료진들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하얀색 가운을 입었고 자신이 의료진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주는 로고가 달린 빨간색 줄무늬 조끼를 입었다. 다친 사람에게 다가갈 때면 저격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규칙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난 6월 1일 분리장벽에서 백 미터 쯤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던 부상당한 시위대에 다가가려 한 라잔은 결국 21세의 나이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라잔이 입고 있던 의료진 가운은 이스라엘 저격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라잔의 흔들어 보이는 손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들에게 라잔은 어떤 의미도 없었다. 세상에 라잔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그렇게 라잔은 6월 1일 가슴에 총상을 입고 119번째 사망자가 되었다.  

 

 

▲라잔의 생전 모습. ⓒ팔레스타인 의료 NGO PMRS(Palestinian Medical Relief Society)


"땅 없는 사람을 위해 사람 없는 땅을!" 시온주의자들은 유대인들의 팔레스타인 이주를 적극 권장하며 이렇게 방송했다. 1947년부터 1949년 사이 전체 190만 인구 중 75만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의 집에서 추방되었다. 이것만 봐도 이 땅은 사람 없는 곳은 아니었다. 팔레스타인어로 "나크바(Nakba)", 아랍어로 재앙을 뜻하는 이 말은 단지 우리가 애통해 마지않던 팔레스타인의 엑소더스 즉, 탈출의 그 순간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580개 마을과 도시가 파괴되고 학살이 일어났음을 의미하는 것만도 아니다. 나크바는 우리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잊힌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 날’이다. 

70년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의 압제에서 지속적으로 고통 받았다. 서안지구 국경 검문소에서 우리는 줄 지어 선다. 우리의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 내 집에 가기 위해 또는 일터로, 학교로 가기 위해 철창에 갇혀서 검문을 기다린다. 만일 차가 있다 해도 그 어디서라도 강압적으로 차를 버려야만 한다. 그리고 남은 길이 얼마나 멀든 상관없이 걸어서 갔다 돌아오도록 강요받는다. 가자지구엔 검문소가 없다. 하지만 200만의 사람들이 작은 부지에 갇힌 채 누구도 담장을 넘을 수 없다. 서안지구에서도 이용하는 도로 역시 차별 받는다. 우리가 쓰는 도로는 흙과 바위 더미들로 막혀 종종 위험하다. 가자지구에서는 복구할 돈이 없어 도로가 파괴된 채 그대로다. 

서안지구에서는 치료가 필요해도 병원 근처에 사는 행운이 있지 않고서는, 우리는 앞서 말한 검문소와 막힌 도로를 뚫고 가야 한다. 우리는 절대로 허락되지 않은, 좀 더 빠르고 안전한 길을 택하지 못한다. 종종 길 중간에서 죽는 일도 있다. 임신한 많은 여성들이 국경 검문소에서 아이를 낳는다. 신생아 일부는 죽기도 하고 사산된 아기를 낳기도 한다. 출산 합병증이 있어도 치료받지 못한 아기들은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다. 2015년에 발표된 동예루살렘 출산 관련 연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여성 43%가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다. 게다가 31%의 여성이 최루탄 흡입, 검문소와 도로 봉쇄로 유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다. 가자지구에선 모든 사람들에게 병원진료 접근이 허락되지 않는다.

서안지구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우리의 땅에 불을 지를까 계속 걱정한다. 불행히도 알-다와브시 가족에겐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단지 이들이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 가족의 집에 불을 질렀고 결국 이들은 불에 타 죽었다. 가자지구에선 음식과 물, 전기조차 얻기 힘들다. 이스라엘에게 우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크바는 무엇을 뜻하는가? 나크바는 점령 하에서도 매일매일 우리가 감내하고 있는 고통을 뜻한다. 우리가 매일 인내하는 모욕이다. 우리의 청년들은 평화라고는 평생 알지 못하고 죽어가는 어린 아이들의 흘린 피를 보며 ‘희망이 없다’고 여기고 있다. 나크바는 세상이 우리를 보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이에 보이고자 저항하는 몸부림이다. 우리의 평화로운 시위를 향해 되돌아 온 백래시(Back Lash)다. 우리는 그저 품위 있는 인간으로 살기 원했다는 이유만으로 테러리스트로 불린다. 더하여 나크바는 2009년에서 2010년, 그리고 2012년과 2014년에 가자 사람들을 향한 이스라엘의 억압이다.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화학무기를 수천의 가자인들에게 사용토록 해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대규모 학살을 초래한 그 승인을 말한다.  

자, 세상이 당신을 보지 못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당신의 고통과 괴로움이 "평범한" 것으로 또는 그럴 만한 일이라고 치부될 때 무슨 일이 생기는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에게는 정말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분리장벽에서 총을 맞든지, 항구에서 익사해 죽던지. 가자 봉쇄 하에서 사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다. 경제는 죽고 음식은 부족하며 약은 찾기 힘들다. 봉쇄 하에 사는 것은 느린 속도로 죽는 일일 뿐이다. 과거는 전쟁으로 가득 차 있고 미래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럼 왜 장벽을 향해서, 담장을 넘어 탈출하지 않느냐고? 왜 보트를 타고 항해해 봉쇄를 뚫지 않느냐고? 죽음은 생존하기 위한 투쟁이 아니다. 죽음은 그 자체로 감금이다. 

2018년 5월 30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귀환 대행진(Great March of Return)"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모였다. 다시 한 번 작은 희망을 가지고 1967년 이스라엘과 싸웠던 그곳에서 평화로운 시위를 선언했다. 가자지구라는, 이 자그마한 우리 안 시위가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자인들은 이 곳을 감옥으로 만드는 그 장벽 앞으로 나와 압제자에 대항해 평화롭게 시위했다. 불행히도 그들의 목소리는 하마스와 연계된 테러리즘 혐의가 덧씌워져, 날아오는 총탄에 맞닥뜨렸다. 그러나 사실 이들 시위는 하마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어떤 언론의 기사는 시위대가 이스라엘 저격수에게 돌을 던진 것에 이스라엘이 "나비총알(butterfly bullets)"을 사용한 것은 응분의 조치라고 설명한다(일반 총알이 관통상을 입히는 것과 달리 나비총알은 살을 파고들었을 때 그 끝이 나비날개처럼 벌어져 살과 뼈를 심하게 훼손하는 탄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저격수들은 전혀 닿지도 않을 거리에 있었다. 언론은 이들을 가자 테러리스트로, 폭도로, 이스라엘에게 대한 위험으로, 머리에 총탄을 맞혀서 없애야 할 문제적 인간으로, 몸 안에서 탄이 터져 기형이 되어도 싼 인간 이하의 존재로 부른다. 

그러나 여전히 가자인들은 자신들의 감옥 끝에 모인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을 치르더라도 세상이 듣도록 만들기 위해 말이다. 만일 우리가 살기 위해 노력하다 죽는다면 아마도 우리의 아이들은 살게 될 것이다. 희망과 꿈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전쟁은 선택지가 아니게 될 것이다. 폭발음과 총탄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감옥에서 태어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산채로 불타 죽거나 총을 맞고, 또는 최루탄에 질식해 죽는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학교에 가기 위해 아침에 나섰던 바로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비록 보이지 않는 존재일지라도 우리는 우리가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이곳 팔레스타인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가자지구에서 119명이 목숨을 잃었고 1만3000명 이상 사람들이 부상당했다. 하지만 세상이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당신은 들을 수 있는가? 당신은 나를 볼 수 있는가? 

번역은 이미현 참여연대 정책기획실 선임간사가 맡았습니다. "팔레스타인에 있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필자 ‘야라 아부 아와드’의 요청으로, 아래에 영어 원문을 함께 싣습니다.  
 

 

I am Palestinian. Can you see me?
Yara Abu Awwad 

"Make a choice, do not be perplexed. Would you like to be shot at the fence, or drown at the harbor? This is Gaza, gentlemen," reads a recent post by Razan Al-Najjar, the latest Palestinian shot dead by the Israel Defense Forces (IDF). Razan was a medic, who dedicated her life to aid the wounded. Since the beginning of the protests in Gaza, Razan has been tending to the wounds of those unjustly harmed by the IDF. She walked through the clouds of tear gas, ran through the chaotic fields of tires set aflame, and no matter how close to the fence she was, she only thought of getting to those in need of help. Just like any other medic, she wore a white uniform, a red striped vest with a logo to indicate her position as part of the medical staff, and she waved at the snipers when approaching the injured. She followed the rules. However, on June 1st Razan’s attempt to reach a wounded protester a hundred meters away from the fence resulted in the tragic loss of her life at the age of 21. To the Israeli sniper, Razan’s medical uniform meant nothing, Razan’s waving arms meant nothing, Razan meant nothing. To the rest of the world, Razan was invisible. Shot in the chest on June 1st, Razan became causality number 119. 

"A land without a people for a people without a land" broadcasted the Zionists to encourage Jewish migration to Palestine. Yet, the 750,000 Palestinians out of the 1.9 million population expelled from their homes between (1947 – 1949) prove that perhaps this land was not without a people. The Palestinian "Nakba", meaning catastrophe in Arabic, is not merely a date in which we lament the Palestinian exodus. It is not only about the 580 villages and cities destroyed, or the massacres. Nakba is the day we realized we became invisible, unseen, unheard and forgotten. 

Seventy years have passed, during which Palestinians suffered constantly under Israeli oppression. In the West Bank, we are lined up at checkpoints, in closed cages, waiting to enter our villages, our homes, or go to work or school. If we have a car, we are occasionally forced to abandon it somewhere, walk the rest of the way no matter how far, and return to it later. In Gaza, there are no checkpoints, 2 million people are simply not allowed to cross the fence confining them to a small piece of land. In the West Bank, roads are segregated, ours often being dangerous, blocked by piles of soil and boulders. In Gaza, roads are demolished, with no money to do repairs. In the West Bank, if we need medical care, and we’re not lucky enough to be close to a hospital, we would have to overcome those checkpoints and blocked roads, we cannot take those forbidden, shorter, and safe roads, often dying on the way. Many pregnant women have given birth at checkpoints, some died, some had a stillborn, and other children were born with defects due to birth complications that have not been tended to. In a study published in 2015 on the politics of birth in East Jerusalem, 43% of Palestinian women indicated the lack of accessibility to proper medical healthcare. 31% reported cases of abortion due to tear gas inhalation, or checkpoints & road detours. In Gaza, people have limited to no access to medical care all together. In the West Bank, we are constantly worried our lands will be set on fire by Israeli settlers. Unfortunately for Al-Dawbsheh family, they were the ones set on fire in their home , burned to death by settlers for no reason other than being Palestinian. In Gaza, they have limited access to food, water, and electricity. To Israel, we are not human. 

Then, what does Nakba mean? Nakba is the pain we go through everyday under occupation, it’s the daily dose of humiliation we endure, the hopelessness perceived within our youth, the spilled blood of our dead children who never got to know peace. Nakba is the struggle to become seen, when the world chooses not to see. It is the backlash instigated against our peaceful protests. It is being called a terrorist for wanting to live like a decent human being. Nakba is the Israeli aggression against Gazans in 2009-10, 2012, and 2014. It is the authorization of the use of internationally banned chemical weapons against thousands of Gazans resulting in mass genocides deemed insignificant. 

So, what happens when the world does not see you? What happens when your pain and suffering is considered "normal" or even deserved? Indeed, the Palestinians in Gaza have two choices, be shot at the fence, or drown at the harbor. To live under siege in Gaza is not living, the economy is dead, food is scarce, and medicine is rare. To live under siege is to perish at a slow pace; war filled past, and a future of nothing. Then, why not run toward the fence, beyond the fence? Why not get on a boat and set sail to break the blockade? Death is not the struggle to survive, death is confinement. 

On March 30th of 2018, Palestinians in Gaza, under the banner of the "Great March of return", gathered the little hope they had once again, and declared a peaceful protest held at the 1967 lines with Israel. Considering a protest within the folds of Gaza is futile, Gazans came together at the fence constituting their prison, and peacefully protested against the oppressor. Unfortunately, their voices were met with live ammunition attached to accusations of terrorism linked with Hamas, when in fact this protest had nothing to do with Hamas. Certain media outlets went out of their way to excuse Israel’s use of "butterfly bullets" as a reasonable reaction to stones thrown at snipers completely out of reach. They called Gazans terrorists, violent rioters, a danger to Israel, a problem to be taken out with a bullet to the head, a sub-human to be deformed with an explosive bullet to the body. Still, Gazans gathered at the edge of their prison to make the world listen no matter how many lives are lost. If we die trying to live, perhaps our children will get to live. They will get to have hopes and dreams, and war will no longer be on the menu. They will not hear explosions, or gun shots. They will not be born in prison. They will not worry about being burnt alive, or shot, or suffocated by tear gas bombs. They will return to the home they left in the morning before heading to school. Even though we are the unseen, we will not leave Palestine, rooted, here to stay. 119 lives have been lost and over 13,000 injured in Gaza , but will the world listen? Will you listen? Can you see me?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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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건물 침수 등 개.보수 필요

정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위한 조치계획 마련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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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8  18: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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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지하 1층 전기실과 기계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부]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들어설 개성공단 일부 건물은 침수가 되는 등 개.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개보수를 거쳐 사무소 개소를 위한 조치계획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8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의 개성공단 방문 결과를 밝혔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14명의 추진단은 이날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KT통신센터,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직원 숙소 등을 둘러봤다. 여기에 북측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장, 원용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장 등 5명이 안내를 했고, “매우 협조적인 자세로 점검에 참여했다”는 전언이다.

   
▲ 북측 황충성 조평통 부장 등이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 추진단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부]

이들은 시설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은 외관상 양호한 상태였지만, 내부는 그렇지 않았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이후 2년 4개월 동안 방치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 것.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및 숙소는 지하층이 침수상태에 있었으며, 침수로 인한 일부 기계.장비 작동이 되지 않았다. 벽면은 누수되고 유리가 파손되는 등 개보수가 필요했다고 추진단 측은 밝혔다.

이에 정부는 “오늘 점검결과를 토대로 관계기관과 전문가 협의를 거쳐 추가 점검 여부 및 개보수 착수 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조속한 개소를 위해 필요한 조치계획을 마련,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알렸다.

   
▲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과 북측 인사들이 종합지원센터 로비에서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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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특수활동비 공개 미루는 이유는? “업무량 폭주”

20대 국회 특권 내려놓는다더니 ‘특활비’ 반납은 정의당뿐… 노회찬 “특활비 사용지침도 없었다”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8년 06월 08일 금요일

지난달 3일 대법원이 국회에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결정을 내렸는데도 국회가 사법부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4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국회에 청구한 것과 동일한 국회 특활비 지출 내역을 국회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청구했다. 하지만 정보공개신청서를 작성한 지 2주 후 돌아온 답변은 “정보공개 여부 결정 기한이 10일 더 연장됐다”는 것이었다.  

국회민원지원센터(센터장 정명호)는 기자에게 보낸 ‘공개 여부 결정기간 연장 통지서’에서 연장 사유로 “일시적인 업무량의 폭주 등으로 정해진 기간 내에 공개 여부의 결정이 곤란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미 한 달여 전에 대법원이 공개하라고 결정한 내용과 동일한 청구 내용인데도 ‘일시적인 업무량의 폭주’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었다. 

국회가 정보공개 결정 연장 사유 근거로 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1조(정보공개 여부의 결정) 제2항에는 “공공기관은 부득이한 사유로 기간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기간이 끝나는 날의 다음 날부터 기산(起算)하여 10일의 범위에서 공개 여부 결정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당초 정보공개 결정 기한이 지난 7일이었는데 연장 결정 기한이 22일로 미뤄진 점에 대해 국회민원지원센터 담당자는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지난 1월4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 지난 1월4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국회는 ‘국회정보공개규칙’ 제6조(공개 여부 결정기간의 연장) 제4호(천재지변, 일시적인 업무량의 폭주 등으로 정하여진 기간 내에 공개 여부의 결정이 곤란한 경우)에 따라서도 연장될 수 있다고 했다.

 

국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후 천재지변은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일시적인 업무량 폭주’라고 해고 한 달 이상 걸리는 것은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에 국회는 “청구인이 신청한 것과 유사한 내용의 정보공개 청구가 많이 올라와 업무량 폭주는 맞다”고 답했다.

이 담당자의 해명대로라면 국회 정보공개 처리 인력 보강이 시급하다. 7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자신이 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원내대표로 있으면서 매달 1000만 원 이상의 특수활동비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회 4곳 교섭단체 정당에 주는 특활비 규모라면 국회 정보공개 처리 담당자를 수십 명 더 채용하고도 남을 돈이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그동안 국회 특수활동비의 폐지를 당론으로 주장해 온 정의당은 지난 4월과 5월, 6월 석 달에 걸쳐 교섭단체 원내대표로서 수령한 특활비를 반납하고자 한다. 국회 특활비가 폐지될 때까지 앞으로도 매달 특활비 수령 후 전액을 국회 사무처에 불용액으로 반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최저임금은 인상 속도를 늦춘다거나 산입범위를 넓혀 임금을 사실상 저하시키면서 국회의원들이 받는 돈은 영수증도 필요 없이 수천만 원씩 받아가도록 하는 제도를 대법원 판결에도 유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국회의원의 양심상 도저히 이 특활비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에 따르면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 등이 매달 받는 특활비는 계좌 입금과 현금 지급 1대 1 비율이다. 왜 현찰로 나눠서 주는지는 받는 사람도 알 수 없고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어 용처도 불분명하다. 노 원내대표는 특활비를 받으면서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 지침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말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문제가 불거진 후에도 올해 국회 특활비 총액은 72억2200만 원(예비금 포함)이 책정됐다. 지난해 국회 특활비 예산이 88억800만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총액은 15억8600만 원 줄었지만, 이 감액분은 특정업무경비와 토론회·공청회 등 소요경비, 포상금으로 전환됐다. [관련기사 :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목소리에도 내년 72억원 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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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시리아,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시각] 김정은-아사드 정상회담, 악재인가 호재인가
2018.06.08 10:55:52
 

 

 

 

트럼프 대통령은 두 가지의 '핵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나는 이란, 그리고 하나는 북한이다. 이란 핵문제는 파국으로, 북한 핵문제는 평화로 가고 있다. 최소한 겉보기에는 그렇다. 두 핵문제에 직접적 연관관계는 없다. 그러나 복잡한 국제정치 역학 구도상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아직 '북미협정'이랄 게 없어 순전한 '가정'에 불과하지만, 이를테면 미국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이란과의 핵협정을 탈퇴한 것을 두고 '왜 북한에는 관대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만한 소식이 있다. 시리아 얘기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증오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자국민을 학살하는 독재자이며, 미국의 적국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정권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민간인들을 학살했다는 의혹을 기정사실로 규정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짐승 아사드'(Animal Assad)'라고까지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취임 후 두 차례나 시리아에 미사일 공습까지 단행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꼬마 로켓맨'이라고 조롱하며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까지 했던 대상이다. 

이란은 어떤가.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어렵사리 타결한 핵협정(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이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조건들을 제시하며 새로운 핵합의를 요구해 이란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트럼프의 핵심 외교안보 참모들은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돌연 정반대의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매우 훌륭하다"고 극찬까지 했다.  

한차례 취소 소동까지 벌어졌던 북미정상회담은 기사회생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북미정상회담이무사히 열릴까 아직도 노심초사하는 관계자들도 많은 민감한 시기인데,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의사가 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지난 3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까지 이 소식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6.12 북미정상회담에 암운을 드리우는 불길한 소식"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주류언론을 대표하는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을 알면서도 전술적 우위를 차지하게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북미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하지만 북한-시리아 정상회담이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를 풀어내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색다른 시각도 있어 주목된다.  


미국의 좌파 성향 매체 <카운터펀치>에 지난 6일 게재된 "아사드-김정은 정상회담, 막후에는 이란(The Assad-Kim Summit with Iran in the Background)'이라는 기고문(원문보기)은 아사드와 김정은의 만남이 가져올 변화를 예상하면서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미국 터프스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인 필자 게리 럽이 쓴 글이다. 

 

그는 트럼프가 이란 정권을 붕괴시키자는 강경파들에 둘러싸여 이란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짚었다. 그러나 이란과 가까운 아사드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좁히게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최악의 관계로 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사이에서, 아사드 대통령이 물밑 협상을 할 수 있는 중재자 역할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기에는, 어떤 전망을 내놓기에는 다소 이르다. 그래서 '기묘한 일'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다음은 이 글의 전문 번역이다.(편집자) 

 

▲ 북미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의 정상회담설이 북한의 관영매체에까지 보도돼 파장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의 길에 올라탄 트럼프, 이란에서는 재앙을 향해 갈 가능성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논리적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외국의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실용적'이라거나 그의 행동은 선거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이며 지지기반을 겨냥한 것이라고 점잖게 결론짓고 있다.  

트럼프를 만난 인사들은 자국의 정보기관들로부터 트럼프의 자아도취적 성격에 대해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를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칭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정은은 북미정상회담을 수용한 트럼프의 행위를 '용기'라고 찬사를 보냈다. 김정은은 북미정상회담으로 비핵화 일정이 정해지고 점진적으로 제재를 해제하고 외교관계를 증진하는 합의가 나온다면, 트럼프에게 외교적 승리를 안겨주게 될 것을 알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미국의 압박으로 북한이 역사적인 4.27 남북정상회담에 응할 수밖에 없었고, 이 회담에서 종전 선언을 추진한다는 역사적 선언이 나왔다고 자찬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업적으로 삼길 원한다는 것에 남북은 개의치 않는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 트럼프의 발언에 경악한 남북은 한 팀처럼 선제적으로 움직여 트럼프를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김정은의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남한의 대표단이 전달하는 기발한 방법을 썼다.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잡힌 이후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에는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였다. 트럼프의 정치적 성공을 우려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나오든 비핵화는 '영구적'이어야 한다면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다른 조건들도 요구했다.

트럼프가 어떤 속셈이든, 이성적인 판단으로든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을 향한 길을 어설프게나마 가고 있다면(stumbles on a way towards peaceful Korean reunification), 이란에 대해서는 재앙을 향해 점점 빠져들(stumbling towards disaster in Iran) 가능성이 있다. 

이란 지도자들은 트럼프를 칭찬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보다 개선된 이란 핵합의에 필요하다며 제시한 12가지 '기본적 요구사항'을 읽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나라가 경악하는 제안이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압박하면 소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원하는 트럼프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재가를 받는다면 타협안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들은 이란이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줄 수 없는 수준이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에 대한 공습을 준비하고 있고, 카타르에 대한 사우디의 압박(카타르가 이란과 밀착한다는 이유 등으로 단교. 편집자 주)은 장차 전면적인 아랍-이란 전쟁의 전조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이란에 대항한 공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회담을 가져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그랬던 것처럼) 이란을 폭격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동전쟁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최강 네오콘' 존 볼턴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을 빼고는 모두가 경악한, 미국의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조치가 이뤄질 정도로 트럼프에게 영향력을 갖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란을 폭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미국에게도 동참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정은-아사드 정상회담설이 트럼프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란의 핵심 동맹이기도 한)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두 위기지역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북한-시리아 정상회담설은 아사드가 시리아에서 반정부 세력에 대해 승리한 이후 자신감을 느끼고 있고, 김정은은 국제적 지도자로 인식되는 자신의 위상에 새삼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언론에 등장하는 논객과 국무부 전직 관료들은 김정은이 '전범'을 초대할 것이라는 얘기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주목할 일은 트럼프에게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다. "우리는 고립되지 않았다. 러시아, 중국,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란을 포함한 강한 동맹국들이 있다. 우리는 각자 정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상호 존중의 기반 위에서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시리아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볼턴이 무력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대상국들이 트럼프를 둘러싼 매파들로부터 자신들과 세계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성격을 지닌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트럼프를 만나본 김정은은 아사드에게 트럼프에 대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며, 이후 아사드는 트럼프에게 모종의 서한을 보낼 지 모른다. 이 서한에는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이란과 헤즈볼라 세력에 대한 언급을 비롯해 2011년부터 단절된 미국과 시리아의 관계 복원, 그리고 이란과의 물밑 접촉 과정에서 시리아가 협조할 수 있다는 의사 등의 내용이 담길 수 있다.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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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세기의 담판, '2020년까지 북한 비핵화' 들어가면 대성공"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6/08 12:43
  • 수정일
    2018/06/08 12:4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정상회담' 전문가 인터뷰 ⑧] 김준형 한동대 교수

18.06.08 10:21l최종 업데이트 18.06.08 10:21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김준형 한동대 교수
▲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반도평화포럼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정상회담에서 결정될 부분은 "결국 (비핵화 완료) 시기다. 2020년까지 비핵화 할 거냐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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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이다.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마주하는 회담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숨죽여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언제 또 '취소 서한'이 트위터에 올라올지 몰라 더 그렇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트위터로 '잘 될 거다'라고 써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의 마음은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정상회담에서 결정될 부분은) 결국 (비핵화 완료) 시기다"라며 "2020년까지 비핵화 할 거냐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비핵화 초기에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무기의 폐기 혹은 반출 방식, 또 그 수량에 대한 정상 간 합의 정도가 남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북미 공동선언문은 상당히 세부적으로 나올 듯하다"라며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실제 비핵화 관련한 타임라인, 시간표가 나오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잘 되면 10.4 선언처럼 되는 거고, 안 되도 6·15 선언 때처럼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처럼 구체적인 로드맵에 합의가 되면 가장 좋고, 상징적이고 선언적인 합의를 담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정도로만 돼도 괜찮다는 것이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반도평화포럼에서 이뤄졌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전화기가 쉴 새 없이 진동했다.

김 교수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선대위에서 안보정책 수립을 도왔고,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남북미의 전·현직 관료, 학자들이 헬싱키에서 만나 연 '1.5트랙(반관반미)' 대화에 한국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담판 핵심은 결국 시기다"

- (7일 현재)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종합할 때, 미국이 제시했던 비핵화 로드맵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바로 포기, 폐기하고 핵무기 일부를 반출 또는 폐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몇 개를 반출하느냐도 협상 중인 걸로 안다. 그 다음, 북한이 핵 사찰·검증을 받는 부분을 넣지 않을까. 이게 완성되는 시점에는 미국이 북한에 대표부를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2년 안에 비핵화 조치가 이행된다면 미국으로선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건 물론 경제지원도 할 수 있고 북·미 수교 예비단계까지 진행시킬 수 있다고 본다.

말 그대로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트럼프 임기 내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핵시설을 이 잡듯이 뒤지고 머리 속에 있는 핵무기 기술까지 없애는 게 어떻게 2년 안에 가능하겠나. 핵심은 미국이 보고싶어 하는 것과 북한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어디까지 합의하느냐다. 타협 가능한 수준에서 북한의 핵을 사찰·검증하게 된다면 여기까지는 CVID로 봐주고, 거기서 부족한 것은 북·미관계 정상화 이후에 구멍을 메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 부분까지가 2년 안에 현실화 가능한 CVID이고, 이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 북한이 갖고 있던 로드맵은 무엇이었을까.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과정 중) 앞부분에서 ICBM을 폐기하더라도, 그 방식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때처럼 자신들이 자기의 방식으로 하겠다는 거다. 핵무기도 일부분만 반출하겠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핵무기를 러시아나 중국으로 보내는 것은 불가능한가.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아예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 4.27 남북회담 때 많은 부분이 미리 조율됐지만 '완전한 비핵화' 합의문구를 넣는 핵심 부분은 정상 간 합의의 몫으로 넘어간 바 있다. 이번 북미회담도 비슷할 것 같은데, 트럼프와 김정은의 담판에 맡겨지는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
"결국 (비핵화 완료) 시기다. 2020년까지 비핵화 할 거냐는 거다. 북한이 초반에 어느 정도로 이행할지, 결단이 필요한 부분도 결정해야겠지.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는 어쨌든 반대급부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전이었다. 미국에 신뢰를 줬잖나. 현재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가 회담 때 북한에 양보하는 결정을 해버릴까봐 걱정한다는데, 그럴 가능성은 적다."

- 북미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2020년까지 북한 비핵화', 이렇게만 들어가면 대성공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도 구체적 이행방안이 있는지, 실제 이행이 가능한지 등을 두고 비판이 많을 수 있다. 그걸 불식시킬 수 있는 게 북한의 '프론트 로딩'(front-loading), 즉 초기 이행조치다. 북한에 대한 UN 제재 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제재 해제는 빠르면 오는 9월에도 할 수 있다고 본다. 대신 북한이 약속을 안 지키면 다시 제재로 돌아간다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을 붙이면 된다."

"북·미 합의 뒤엔 한국이 중·일 끌어당겨 가속화해야"
 

 김준형 한동대 교수
▲  김준형 교수는 비핵화 초기에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무기의 폐기 혹은 반출 방식, 또 그 수량에 대한 정상 간 합의 정도가 남았다고 봤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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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그 실행과정에서 '디테일의 악마'가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가 잘 봐야 하는 게 이건 핵 문제라 북한·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관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한반도 프로세스에서는 일부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체제보장이나 비핵화 같은 건 북한과 미국이 기본적으로 합의하고 나면, 이후엔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이를 기정사실화 시켜야 한다고 본다. 한국이 일본과 중국을 끌어당겨서 가속화하는 거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두 번째로 정상회담을 했을 때, 김정은 쪽에서 '내가 이렇게 (핵을) 포기해도 살 수 있을까'라는 식으로 물어봤을 거라고 본다. 북한은 보증인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은 북미 양쪽의 보증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쪽에는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보증을 서는 거고, 북한 쪽에는 한국이 미국의 체제보장을 보증해주는 거고. 

결국 속도전이다. 최소 2년이다, 2년. 이 과정을 좌초시키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빨리빨리 진행해야 한다. 평화협정을 중간에 하고. 원래는 비핵화 2년 기간 중 1년 되는 시점에 사찰·검증이 완성되면, 미국은 제재를 해제해주는 구도였던 걸로 안다. 이게 전체적으로 앞당겨지고 있다. 사찰·검증 완료를 3개월로 앞당기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북한이 난색을 보였다고 들었다. 트럼프가 북미회담 여러 번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이거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차로 방북(5월 9일) 한 뒤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제거할 기회를 얻었다'라고 한 건 초기에 ICBM을 처리하는 문제에 진전이 있었다고 얘기한 것 같다. 그 뒤 발언들을 보면 상당 부분 북한의 양보를 전제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한 번에 (합의가) 안 될 것을 대비해 회담을 두세 차례 할 수도 있다고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동선언문은 상당히 세부적으로 나올 듯한데…. 잘 되면 (구체적인  통일 로드맵을 담았던) 2007년 10.4 선언처럼 되는 거고, 안돼도 (상징적이고 선언적인) 2000년 6.15 선언 때처럼은 나오지 않을까. 6.15 선언만큼만 나와도 평타 이상은 한 거다."

-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다음날 이어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50대 50. 가능성은 반반으로 본다. 지금은 철저하게 북미정상회담 결과만 기다리는 거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누가 끼어드는 것을 싫어하잖나."

- 미국의 전략폭격기나 스텔스전투기 등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들어오는 걸 북한은 굉장히 예민하게 생각한다. 남북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의 이유가 되기도 했는데, 이번 북미 합의문에 이 부분도 포함될 수 있을까. 
"북한으로서는 당연히 예민한 문제다. 북한의 방공능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레이더로 잡기 힘든 F-22 같은 전투기가 뜨면 평양까지 바로 올 수 있는 위협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북한으로선 향후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는 없다는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이번 회담 결과물에 그런 합의가 담긴다면, 그 말은 북한이 초기에 내놔야 하는 것도 많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현재 관련해 북미 간 논의는 하고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결과물에 담길지는 또 다른 문제다."

"북한의 양보로 회담 결과 좋으면 미국 의회 비준도 해볼만"

- 트럼프 대통령은 '6.12 회담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비관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바뀌어도 합의 이행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속도와 시기가 중요하다. 2년 안에 진행하면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셋 중에 리더십과 임기가 가장 불안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래서 볼턴(백악관 NSC보좌관)이나 펜스(부통령)가 중간에서 흔드는 거다. 실제로 북한도 이를 걱정하더라. 지난 3월 헬싱키에서 남북미 1.5트랙 회담이 있었잖나. 그곳에서 북한 사람을 만났는데, 남한과 미국의 정부가 교체되는 문제에 대해 불안감을 표시했다.  

북한도 CVID를 빨리 진행하고 싶어 한다. 다만 북한이 단계론을 말하는 건 미국도 좀 북한에 조치를 하라는 뜻이다. 9.19 합의처럼 '행동 대 행동'을 1 대 1로 바꾸는 '단계적 조치'와는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단계적', '동시적'이라는 말은 북이 두세 걸음 가면 미국도 가고 이러자는 건데,  북이 몇 걸음 먼저 가는데 분명히 미국도 같이 가기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고받는 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하면서 미국에 뭐 요구한 게 있었나. 없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전략적 목표가 같다. 2년 안에 비핵화를 이행해야 한다. 전체 구도를 2년에 맞춰서 생각하면, 초기에는 북한이 양보할 게 많다. 미국은 북에 대한 불신이 강하니까. 그에 비해 미국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래서 종전선언, 불가침 선언 얘기가 나오는 거다. 이게 미국이 줄 수 있는 거니까. 언제까지 대북제재 해제해주겠다 같은 걸 약속할 거다. 전체 틀은 폼페이오가 2차 방북해 김정은과 만났을 때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본다."

- 존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건 북미회담을 방해하려는 의도적 시도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내에서도 북미회담의 실패를 바라는 이들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밀고 나갈 수 있을까.  
"그게 제일 관건이다. 트럼프에게 모든 걸 맡기게 되면 내부적으로 얼마나 비판이 많겠나. 앞서 <뉴욕타임스>가 4.27 판문점 선언이 나온 뒤 '선언은 멋지지만, 구체성은 부족하다'고 평했는데, 아마 이번 회담에 대해서도 이런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핵문제가 불거진 뒤 25년간 비핵화 타임라인이 나온 적이 없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실제 비핵화 관련한 타임라인, 시간표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내 의회 비준도 가능할 거 같나.
"트럼프는 북이 많은 것을 양보해야만 의회를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할 거다. 지난 25년간 북미 관계의 결과로 미국에서 북에 대한 신뢰도는 0이 아니라 마이너스다. 게다가 미국에서도 트럼프를 믿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회담 결과가 좋다면, 지금 미국의 경제 상황이 좋고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공화당 51, 민주당 49석) 교체 대상(100석 중 35석)은 공화당(9석)보다 민주당(26석)이 많아서 공화당에 유리하다. 하원은 다수당이 바뀔 위험성이 있지만 상당히 근소한 차이로 본다. 그렇다면 해볼만 하지 않을까."

"북미관계 좋아지면 우리도 균형외교 가능"
 

 김준형 한동대 교수
▲  김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의 선언문에 대해 "잘 되면 10.4 선언처럼 되는 거고 안 되도 6·15 선언 때처럼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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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위원장을 두고 아버지 때와는 다르다는 평가들이 많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 현재 북한이 이렇게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는 근본 원인 또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북이 전략적으로 변화한 건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 계기가 된 건 작년이고. 북한은 지나치게 빨리 핵을 완성하려고 했고, 결국 완성했다. 북한이 이렇게 서두른 데에는 트럼프 정부의 압박도 영향을 미쳤을 거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을 완성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의 국가 전략, 국가 비전은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다른 거 같다. 향후 30, 40년 또는 50년 동안 최소한의 안보로 생존만을 유지하며 사는 것은 아니라고 본 거 같고. 핵 붙잡고 살면, 버틸 수야 있겠지만 그 삶이 뻔하잖나. 문 대통령의 비전이 평화라면 북은 잘 사는 나라, 부강한 나라다. 

지난 6, 7년 동안 북한 내 엘리트의 변화도 크다. 세대교체도 됐다. 김정은은 자기와 같이 갈 정치적 엘리트, 경제적 엘리트를 키우고 있다. 내 생각에는 북한은 이미 자본주의의 기초 인프라를 다 깔았다. 금융 전산화도 꽤 되어있고, 체크카드 보편화 되어있다. 물론 평양 같은 대도시 중심이지만, 체크카드 사용 내용으로 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거지. 북한에 500여 개 장마당이 있다고 하는데, 야시장 수준이 아니다. 점주가 있고, 이른바 부르주아가 형성돼 있다. 북한에서 경제, 정치 엘리트는 특권세력이다. 박정희 개발독재부터 베트남까지 연구 많이 했을 거고, 북한은 이미 상당한 노하우가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북한식 균형외교가 더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전략적 태도가 필요할 거 같은데.
"북한을 따라해야 한다. 북한이 우리보다 강대국 외교를 훨씬 더 잘 하는 편이다. 미국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에만 의존해야 하는데 대한 북한의 두려움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지난 3월 헬싱키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중국에 대한 경제예속 상황을 두고 '경제 식민지'라는 표현도 나왔다. 북한도 미국과 관계가 좋아지면 균형외교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한미동맹을 최우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북미관계가 좋아지면 균형외교가 가능해진다. 미중 사이에 갈등이 있어도 우리는 밀고 당기며 그걸 자산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 김정은은 그런 그림까지 그린 것 같다."

- 트럼프가 오바마와는 무조건 반대로 한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에선 오바마를 계승하는 것 같다. 미국이 북한과 관계개선 하는 것도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나.
"트럼프는 오바마에게 근본적으로 경쟁의식이 있다. 일종의 트라우마다. 오바마의 반대로 하고 있다. 지금 트럼프가 중국에 하고 있는 것은 오바마의 전략을 따라가는 게 아니다. 거시적인 국가전략 차원에서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 북한을 친미국가로 만들고 그런 게 아니라 단지 '이익' 때문이다. 중국을 압박해서 나올 수 있는 당장의 이익 때문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을 미국의 보수진영에서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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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 개성공단 사전점검 방문


천해성 차관, “'판문점선언‘ 이행의 첫 번째 조치”
도라산=공동취재단/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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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8  10: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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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이 8일 개성공단을 방문,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14명이 시설점검을 위해 개성공단으로 출경했다. [사진-도라산 사진공동취재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이 8일 개성공단을 방문,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청와대, 현대아산, KT,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관계자 등 14명은 이날 오전 8시 22분경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개성공단으로 출경했다.

이들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후보지인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 등을 둘러보며 숙소와 관련 시설과 장비 등을 점검한다. 현지에서는 북측 관계자도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천해성 차관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는 ‘판문점선언’ 이행의 첫 번째 조치이면서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중요한 의미있는 조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출경 소감을 밝혔다. [사진-도라산 사진공동취재단]

천해성 차관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관련된 상황 점검하기 위해서 개성공단을 방문하게 됐다”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는 ‘판문점선언’ 이행의 첫 번째 조치이면서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중요한 의미있는 조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출경 소감을 밝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개성공단 재가동을 연결짓는 것과 관련, “개성공단 중단과 직접 관련되는 것은 아니”라며 “남북 당국 간, 특히 양 정상간 합의해서 설치하는 시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에 합의했으며, 지난 1일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사무소 설치를 본격화했다. 지난 5일 남측은 북측에 추진단 방북 일정을 제안했고, 7일 북측은 이에 동의했다.

정부는 “추진단 현장 방문 결과를 토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시설 개보수 및 임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가동을 준비하고, 북측과 필요한 협의를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이 개성공단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도라산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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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3월 공개 차세대슈퍼무기 실전 배치 중

푸틴, 3월 공개 차세대슈퍼무기 실전 배치 중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6/08 [07:18]  최종편집: ⓒ 자주시보
 
 

 

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례 '국민과의 대화'에서 최근 격화된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으로 인한 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3차 대전을 어떤 무기로 치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4차 대전은 돌과 막대기로 해야 할 것이다'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상기시키면서 "3차 대전이 문명의 종말이 될 것이란 이해가 국제 관계에서의 과격하고 위험한 행동을 억제하고 있다"면서 "상호 파괴에 대한 공포가 주요 군사 강국들의 과격한 행동을 억제하고 서로를 존중하도록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대전 이후 전 세계가 상대적으로 평화롭게 사는 것도 주요 군사 강국들 사이에 전략적 균형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하는 모습]

 

푸틴대통령은 그러면서 지난 2002년 미국이 옛 소련과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조약'(Anti-Ballistic Missile Treaty/ ABM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을 글로벌 전략 균형 파괴 시도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는 그렇지만 첨단무기로 이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은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량에 100조 달러를 투자할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미 의회에서도 핵무기 개량과 미사일 방어망 구축 등에 거액의 예산을 배정하였다.

미국은 주로 북의 핵미사일 위협을 근거로 이런 결정을 내리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은 자국에 대한 미국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응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 R-24야르스 로켓에 실려 우주공간으로 날아오르는 아반가르드(아방가르드) 전략미사일이 탄두에서 분리되어 대기권 상층부를 비행하는 모습, 날개가 달려있어 자유자재로 요격회피 기동을 할 수 있다.    ©설명글: 이창기 기자

 

특히 푸틴은 지난 3월 국정연설에서 6가지 차세대 슈퍼무기를 전격 공개한 바 있는데 기상천외한 핵추진 순항미사일, 대기권 상층부를 마하 20의 속도로 자유자재 요격회피기동을 하는 아방가르드(아반가르드) 신형탄도미사일, 대기권을 마하 10의 속도로 비행하여 항공모함이나 육상 전략적 거점을 일격에 파괴할 수 있는 람제트엔진 장착 킨잘 순항미사일, 단 한 발로 프랑스 정도 크기의 나라를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의 거대한 사르맛 대륙간탄도미사일, 대양 건너편의 항구 목표물도 스스로 찾아가 타격할 수 있는 신형 수중어뢰, 강력한 레이저포 등을 직접 소개한 바 있다.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8341)

 

그리고 이번 국민과의 대화에서 러시아제 첨단무기가 아직 완전히 개발된 게 아니며 일부는 상상 속의 무기라고 비판한 서방의 반응을 반박하면서 마하 20(음속의 20배)의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아반가르드'가 이미 양산 단계에 들어갔고 내년에 실전 배치될 것이라며 "아반가르드는 현 단계에서 절대적(우위의) 무기로 향후 몇 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 유사한 무기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개발 후 시험 단계에 있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8 '사르맛'도 2020년까지 실전 배치될 것이라면서 다른 신형 무기들도 계획대로 개발·배치될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푸틴은 서방의 대러 제재와 지속적인 대러 비난에 대해 "러시아를 억제하기 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러시아에서 위협을 보고 러시아가 경쟁자가 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주 잘못된 정책"이라면서 "건설적 협력 구축만이 세계 경제를 위해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서방 관계의 위기는 서방이 러시아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할 때만 끝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참전과 관련 아직 시리아에서 철군할 계획이 없다면서 러시아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만큼 계속해 현지에 러시아군을 주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시리아 참전이 러시아의 신형 무기를 실전에서 시험하고 개량하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러시아는 최근 들어 대공미사일로 대부분 요격하는 전과를 올리고 있다. 초기보다 요격능력이 훨씬 발전하고 있었는데 실전을 통해 끊임없이 개량한 결과였음을 푸틴 대통령이 암시한 것이다.

 

러시아는 이런 첨단무기의 핵심 기술 50% 이상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아마도 인공지능프로그램과 관련된 소프트웨어기술을 해외에서 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런 기술을 러시아에 넘겨줄 나라는 이북이 사실상 유일하다.

 

12일 북미정상회담에 성공하여 미국이 대북적대시정책을 근본적으로 철폐하고 위협을 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북은 더이상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나설 것이다.

문제는 한반도만 비핵화된다고 해서 세계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스스로도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 폐기에 나서는 용단을 내려야 러시아 중국과의 무기경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세계가 안전해질 것이며 미국과 유럽 등 동맹국들 스스로도 핵공포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세계비핵화로 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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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망토 두른 후투티 ‘추장’은 땅강아지를 좋아해

윤순영 2018.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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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장식 깃이 독특한 여름 철새, 종종 텃새로 눌러 앉아

인가 깃들어 사람과 친숙…알에 항균물질 바르는 행동도


크기변환_YSY_9255.jpg» 후투티는 머리깃이 독특하다.

 

후투티를 보면 새 깃털로 머리를 장식한 인디언 추장이 떠오른다. 후투티는 황갈색의 머리 장식 깃이 크고 길지만 자유롭게 눕혔다 세웠다 하는데, 주위를 경계할 때나 놀랐을 때 부채처럼 펼친다.

 

크기변환_DSC_5662.jpg» 먹이를 사냥한 후투티.

 

크기변환_YSY_1383.jpg» 거미를 사냥했다.

 

후투티는 인가가 있는 농촌 지역의 농경지나 과수원처럼 개방된 환경을 좋아한다. 몸집보다 큰 날개로 파도처럼 나는 데는 숲 속보다 열린 공간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경기도 남양주시 외곽 마을의 어느 집 처마에서 둥지를 튼 후투티를 관찰했다. 이곳은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는 길목이다. 사람들이 오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크기변환_YSY_9057.jpg» 먹이를 물고 둥지 근처 나무에 앉아 주변을 살핀다.

 

후투티는 동네의 모든 일상을 꿰고 있다.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네 사람들도 후투티를 낯설지 않게 받아들인 지 오래됐다고 했다. 후투티는 적대감을 표시하지 않으면 사람들과 친숙하게 지낼 수 있는 새다. 후투티를 인가 근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천적인 맹금류가 인가 근처에 잘 나타나지 않고, 근처 텃밭에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후투티는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

 

크기변환_YSY_1667.jpg» 사냥을 위해 복숭아 과수원으로 들어가는 후투티.

 

그뿐만 아니다. 후투티가 낳은 흰색 알은 며칠 지나면 누렇게 색이 변하고 심한 악취를 낸다. 포식자를 물리치기 위해서라고 막연하게 생각돼 왔지만, 실은 여기엔 오랜 진화적 적응이 숨겨져 있다. 후투티 암컷은 알 표면에 꽁지 샘에서 나온 분비물을 바른다. 여기에는 항균 능력이 있는 세균이 고농도로 들어있고, 그 덕분에 알껍데기를 통해 병원균 감염을 막아준다는 가설이 최근 나왔다(▶관련 기사: 후투티, 알에 항균 세균 발라 병균 막아). 

 

■ 후투티의 먹이 나르기 연속 동작

 

크기변환_YSY_9486.jpg» 땅강아지를 물고 횃대에 앉아 둥지를 살피는 후투티.

 

크기변환_YSY_9726.jpg» 쏜살같이 둥지로 향한다.

 

크기변환_YSY_9212.jpg» 몸을 비틀어 추진력을 이용한다.

 

크기변환_YSY_9246.jpg» 몸보다 큰 날개가 다른 새와 확연하게 다르다.

 

크기변환_YSY_1196.jpg» 시선이 둥지에 고정돼 있다.

 

후투티의 황갈색 몸과 검은색, 흰색의 줄무늬가 있는 날개는 넓고 둥글어 다른 종과 혼동되지 않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황갈색 머리 장식 깃 끝은 검은색이고 몸 길이는 약 28~31㎝이다. 가늘고 긴 부리는 아래로 휜 형태여서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다. 검은색 꼬리 중간에 흰색 띠가 있다. 늘 바쁘게 걸어 다니면서 부리로 흙을 찍어 애벌레, 거미, 지렁이를 찾아내고 벌과 나비도 사냥한다. 특히 땅강아지를 즐겨 먹는다.

 

크기변환_YSY_9728.jpg» 둥지를 향해 방향을 바로 잡는 후투티.

 

크기변환_YSY_1547.jpg» 둥지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크기변환_YSY_9004.jpg» 둥지로 다가왔다.

 

둥지는 오래된 나무 구멍이나 기와집의 용마루, 인가 지붕, 처마 밑을 즐겨 이용하지만, 둥지를 틀 수 있는 구멍이라면 가리지 않아 때로는 돌담 사이와 건축물의 틈을 둥지로 이용하기도 한다. 한 번 사용한 둥지는 해마다 수리해 사용하는 습성이 있어 주위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평생 사용한다.

 

크기변환_YSY_1418.jpg» 처마 둥지에 앉은 후투티.

 

3월 초순에 도래하여 4~6월에 4~6개의 알을 낳아 암컷이 홀로 약 18일 동안 품는다. 새끼는 22~25일이면 둥지를 떠난다. 9월 하순까지 전국에서 관찰되지만, 중부지역에 서식 밀도가 높다.

 

 크기변환_YSY_1160.jpg» 애벌레를 물고 둥지로 향하는 후투티.

 

북위 약 58° 이남의 유라시아대륙과 아프리카대륙 전역에 분포하며, 북부의 번식 집단은 열대지방까지 내려가 겨울을 나고 한국에는 아시아 동부의 번식 집단이 찾아온다. 아시아의 남쪽 번식 집단은 텃새이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후투티가 자주 관찰되고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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