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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페인트보다 진한 녹조... 금강은 '최악'이었다

[현장] 질척한 곤죽 상태의 강물.... 환경단체 "4대강 녹조는 재난 수준, 수문개방이 답"

18.08.03 21:51l최종 업데이트 18.08.03 21:51l

 

 이경호 차장이 강물에 손을 담갔다가 빼자 손에 녹조가 거머리처럼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  이경호 차장이 강물에 손을 담갔다가 빼자 손에 녹조가 거머리처럼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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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을 보아주기 바란다. 진한 녹색 페인트통에 한 번 담갔다가 뺀 손처럼 엉망이다. 페인트보다 더 진한 금강의 녹조에 담갔던 손이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 최악의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백제보 상·하류는 질척한 곤죽 상태로 빠졌다. 재난 상태의 녹조가 발생하고 있지만, 백제보의 수문개방을 놓고 농민들과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3일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공주보를 찾았다. 최근 녹조가 발생하여 최악으로 치달은 금강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수문이 개방 중인 공주보 상류는 수심이 낮아지면서 물 밖으로 드러난 진흙밭에 잡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낮은 가장자리는 백제보의 수위 영향을 받아 시커먼 펄들이 흘러가지 못하고 쌓여 있다. 흙탕물로 변한 강물에서는 가끔 물고기들이 튀어 올랐다. 수문을 개방하지 못한 지난해에 심각할 정도의 녹조가 발생했던 곳이다. 수풀을 헤치고 상류 3km 지점까지 돌아본 강물은 탁하지만, 녹조는 보이지 않았다. 강 중간에 쌓인 자갈밭에는 왜가리, 백로, 오리들이 노니는 모습만 관찰됐다.

재난 상태에 빠진 녹조강
 

 충남 부여군과 청양군을 연결하는 왕진교 다리 밑에 왜가리 한 마리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말라죽은 나뭇가지에 앉아있다.
▲  충남 부여군과 청양군을 연결하는 왕진교 다리 밑에 왜가리 한 마리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말라죽은 나뭇가지에 앉아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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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달리는 도중에 하류 공주시 탄천면부터 녹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후미진 곳이나 물가 가장자리에는 녹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어제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녹조는 어제보다 더 짙어졌다.

 

백제의 의자왕이 당나라 소정방한테 끌려가다 나룻배를 기다리며 머물던 모습을 보고 백성들이 눈물로 강물을 채웠다는 왕진나루터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코끝을 자극하는 비릿한 냄새와 썩은 악취가 밀려왔다. 녹색으로 변한 강물이 녹조가 부패하면서 희끗희끗하게 변색되고 있다.

녹조가 뒤덮인 강물 위로 물고기 몇 마리가 보였다.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고 느린 속도로 다니면서 뻐끔거린다. 깻잎만 한 자라 한 마리가 코를 물 밖으로 내밀다가 인기척에 놀라 사라졌다. 바짝 말라죽은 버드나무 가지에 앉은 왜가리는 움직임이 없다.
 
 백제보 상류 한국수자원공사 선착장이 녹조가 발생하면서 녹색으로 물들었다.
▲  백제보 상류 한국수자원공사 선착장이 녹조가 발생하면서 녹색으로 물들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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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상류 500m 지점 한국수자원공사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물고기 양식장에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차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가 발생하자 수자원공사가 강물에 띄워 사용하던 것이다. 확인 결과 지난해 11월 백제보 1차 개방이 이루어지면서 철거됐던 것인데, 녹조가 심해지면서 추가 설치할 목적으로 10여 대를 가져다 놓았다고 했다.

주변을 돌아봤다. 강물은 온통 녹색으로 물들었다. 바람을 타는 곳에서는 녹조가 밀려다니면서 물속 수초가 흐느적거리는 모습처럼 보였다. 동행한 이경호 처장이 강물에 손을 담갔다가 빼자 찰진 녹조가 거머리처럼 손등에 달라붙어 올라왔다. 뚝뚝 떨어지는 녹조에서 풍기는 냄새는 숨쉬기도 거북했다.

백제보에서는 녹색 강물이 쏟아져 내렸다. 물이 떨어지는 지점부터 선명한 녹조 띠가 물살에 춤을 췄다. 제방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석축에서 나란히 앉아 몸을 말리던 새까만 가마우지가 푸드덕 뛰어오르면서 녹조 강으로 뛰어들었다.

이런 강에서 카누 대회라니 
 
큰사진보기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남녀 중·고·대학·일반부로 나뉘어 전국카누경기대회 경기가 치러진 장소다.
▲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남녀 중·고·대학·일반부로 나뉘어 전국카누경기대회 경기가 치러진 장소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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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카누경기대회가 열리던 백마강교 아래에는 작은 고무보트 한 대가 강물에 설치한 부표를 철거하고 있었다. 강물은 어제보다 더 짙어 보였다. 경기가 열리던 장소로 내려가면서 코부터 막아야 했다. 곤죽 상태의 녹조가 강변 자갈과 모래, 바위를 녹색 페인트로 물들였다. 물에 띄워놓은 부표와 보트에도 녹색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선명한 녹색이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제14회 백마강배 전국카누경기대회가 열렸다. 남녀 중·고·대학·일반부로 나뉘어 치러진 경기에는 1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번 경기는 부여군이 1억 1450만 원 보조금을 후원했다고 알려졌다. 대한카누연맹이 주최, 충남카누협회가 주관한 행사다(관련 기사: 악취 풀풀 녹조강에서 1000명 참가하는 카누대회).

"세상에 녹조가 이 지경인데, 접촉 등으로 피부병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강물에서 경기를 치렀다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 자식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런 강물에 자식 같은 어린 학생들을 집어넣을 수 있을까요."

화가 잔뜩 난 이경호 처장이 목소리를 키웠다.
 
큰사진보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충남 부여군 부소산성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유람선이 지나가자 녹조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충남 부여군 부소산성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유람선이 지나가자 녹조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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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거림도 잠시 기가 막힐 일이 벌어졌다. 풍악을 울리며 유람선이 지나간 자리에 녹조 파도가 밀려왔다. 20~30cm 높이로 밀려드는 파도는 녹색으로 물들어있었다. 파도에 부딪힌 강변은 순식간에 녹색 페인트를 뿌린 듯 덧칠해졌다(관련 기사: 녹조 파도 밀려오는 백마강.. "녹조가 심각하다").
 
 충남 부여군 백제대교 인근이 녹조로 물들었다. 이곳은 충남 서북부 7개 시·군 도민들의 식수를 보령댐으로 공급하는 곳이다.
▲  충남 부여군 백제대교 인근이 녹조로 물들었다. 이곳은 충남 서북부 7개 시·군 도민들의 식수를 보령댐으로 공급하는 곳이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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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북부 도민들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강물을 끌어가는 도수로 현장을 찾았다. 이 도수로는 재작년에 만들어졌다. 도수로 현장으로 통하는 자전거도로의 경계 펜스가 빗물에 유실되어 철제 기둥만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철제를 떠받들고 있던 바윗덩어리와 흙들은 유실되어 깊은 구덩이가 파였다. 통행을 막는 안전펜스나 보호 장구도 없이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방치 되어있다.

강물은 상류보다 더 짙은 녹색으로 물들고 있다. 강물을 가져가는 취수구부터 상·하류까지 녹조가 가득 찼다. 드론을 띄워 내려다본 강물과 둔치는 경계가 사라지고 차량이 통행하는 백제대교가 없었다면 구분도 어려웠다. 바람을 타고 흐느적거리는 녹조는 미역 줄기처럼 기다랗게 보였다.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금강. 탁월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던 백마강이 죽음의 늪으로 변해가는 것처럼 보였다. 녹조로 뒤덮은 다리 밑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강물에서 풍겨온 악취에 익숙해 보였다. 
 
큰사진보기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충남 부여군 부여대교 인근 선착장이 녹조가 발생하여 곤죽 상태다.
▲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충남 부여군 부여대교 인근 선착장이 녹조가 발생하여 곤죽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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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과 함께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하고 매일 같이 죽은 물고기를 옮겼던 부여대교로 이동했다. 최악이라는 말 이외에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녹조로 곤죽처럼 질척였다. 옥상에 칠해놓은 방수 페인트도 이보다 진하지 못할 것이다.

물속 상황을 보기 위해 수중 카메라를 물속에 담갔다. 또한 이 장면을 핸드폰 동영상으로 담았다. 수중카메라를 3cm 정도 내리자 영상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시커멓게 보였다. 카메라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녹조는 떨어지지도 않았다.

정부의 현실적인 녹조 저감은 없다
 
 백제보 하류에 녹조가 발생하여 자갈과 바위 등이 녹색 페인트를 칠한 듯 물들어 있다.
▲  백제보 하류에 녹조가 발생하여 자갈과 바위 등이 녹색 페인트를 칠한 듯 물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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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지난해 4대강 수질 개선을 위한 수문개방 지시가 내려졌다. 그러나 환경부는 농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개방하지 않고 있다. 수문이 열린 곳과 닫힌 곳의 차이가 확연한데도 개방을 늦추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치달을 동안 정부는 수질 개선을 위해 어떤 저감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3일 오후 환경부에 물어봤다.

"오염원 단속하고, 모니터링 강화하고 있고, 대청호 녹조도 저감을 위해 차질 없이 (처치)하고 있다. 지금 기상 폭염이 지속되고 있어서 수온이 높아지고 녹조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가축분뇨 시설이나 오폐수처리장 단속, 비점오염원 저감 등 녹조 저감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드론으로 항공 감시와 환경 지킴이들이 현장 순찰 등 하천 수계는 전반적으로 저감 대책을 세우고 있다. 저감 효과가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걸리지만,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서 담당자는 "4대강 자연성 조사평가단이 출범하고 보 관련 부분을 올해 말까지 검토하니까, 그런 부분은 그쪽에서 해야 한다. 지금 상태에서 보 개방 등 특단에 조치는 안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문개방 여부에 따라 수질이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문 개방은 늦어지는 상태에서, 수질 개선에 대한 뚜렷한 해답은 없었다. 단속과 감시, 모니터링으로 4대강 사업 이후 창궐하고 있는 녹조를 줄이지는 못한다.
 
 하류보다 비교적 녹조가 옅은 충남 공주시 탄천면 강물에 손을 담갔다.
▲  하류보다 비교적 녹조가 옅은 충남 공주시 탄천면 강물에 손을 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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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처장은 "공주보와 세종보는 수문을 개방하는 것만으로도 녹조가 사라졌다. 육안으로도 확연한 차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백제보의 수질 개선 및 녹조를 없애기 위해서는 수문개방만이 답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무더위도 긴급 재난에 들어가는데, 녹조도 재난이다. 재난에 대비해서 긴급하게 수문을 열어야 할 상황으로 입증되었는데, 현장은 녹조가 곤죽이다. 폭염이 계속된다고 하는데, 백제보 수문을 열어 보지도 않고 연말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농민들 핑계는 이제 그만 끝내고 백제보와 금강하굿둑의 수문은 지금 당장 열어야만 사람이 살아가는 생명의 강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녹조 속 남조류에는 시안박테리아로도 불리는 미세한 단세포생물이 들어있다. 이는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s aeruginosa)과 맹독을 분비한다. 간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일본 등에서는 남조류 강물로 농사를 지은 후 벼와 채소 등 농작물에서 독극물이 검출되었다는 사례가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란 말이 있다. 결국 일이 터지고 나서야 상황을 수습하기엔 사회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빠른 판단을 내리고, 수문개방을 해야 하지 않을까. 
 
 백제 의자왕이 당나라 소정방에게 끌려가면서 잠시 쉬었다는 충남 부여군 왕진나루터.
▲  백제 의자왕이 당나라 소정방에게 끌려가면서 잠시 쉬었다는 충남 부여군 왕진나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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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부여군 백제대교 인근이 녹조로 물들었다. 이곳은 충남 서북부 7개 시·군 도민들의 식수를 보령댐으로 공급하는 곳이다.
▲  충남 부여군 백제대교 인근이 녹조로 물들었다. 이곳은 충남 서북부 7개 시·군 도민들의 식수를 보령댐으로 공급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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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조국통일촉진대회' 개최

범민련 남측본부 등, 2일 남측 준비위원회 결성...3자연대 대회 최대한 추진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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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3  14: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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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범민련 남측본부를 비롯한 제 단체들이 오는 14일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조국통일촉진대회'를 열기로 하고 이를 위한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40도를 넘나드는 폭염만큼이나 격변기 한반도의 새 역사를 쓰기 위한 각계의 열망이 뜨겁다.

역사적인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이어 북의 여러 선제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정세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 민간 통일운동세력이 73주년 8.15를 맞아 4.27판문점선언과 6.12북미공동성명의 이행을 촉구하는 '조국통일촉진대회'를 개최한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를 비롯한 제 단체들은 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대표자회의를 갖고 오는 14일 저녁 8시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조국통일촉진대회'(조국통일촉진대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이날 대회 진행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장소는 미정.

이들은 결성 선언문에서 "한반도의 역사적 전환이 멈춰 있는 것은 아직도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지 않고, 오히려 대북제재를 강화하면서 북의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북적대정책 완전 폐기, 한반도 전역 비핵화 실현 △미군철수, 평화협정 실현, 한미동맹 해체 △대북제재 완전 중단, 한미합동군사연습 완전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번 조국통일촉진대회 전체 구호는 '남북은 판문점선언 이행! 북미는 평화협정 체결! 우리민족끼리 5.15자주통일 실현하자''로 정했다.

원진욱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은 이번 8.15대회가 일회성 대회가 아니라 △평화협정 실현, 미군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민족공동행사 5자(당국·국회·정당·지방자치단체·민간단체) 준비기구 구성을 비롯한 전민족적 통일대회합 성사 등 하반기 활동을 결의하는 대회로 자리매김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남·북·해외가 '조국통일촉진대회 공동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3자협의 틀에서 모든 내용과 일정을 확정하는 것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만일 여의치 않다면 남측 준비위원회가 대회를 주최하기로 하고, 이 경우에도 남·북·해외 공동결의문 채택을 위한 협의는 계속할 계획이다.

대회 당일 본 대회인 조국통일촉진대회에 앞서 참여 정당, 사회단체, 개별인사로 구성되는 대표자회의를 진행하며, 이 자리에서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15일 오전 9시부터는 종묘에서 광화문 미국 대사관까지 반미퍼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다.

   
▲ 이날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 준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조국통일촉진대회에 대해 기왕에 북미정상회담도 했고 북은 약속이행을 위해 먼저 행동하고 있으니 미국도 좀 변화하라고 촉구하는 의미에서 남쪽의 자주역량이 자기 역할을 하기 위해 마련한 대회라고 설명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준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역사의 질곡이 마지막 변화를 향해서 줄기차게 나가고 있으나 미국은 여전히 우리 민족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시종일관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기왕에 북미정상회담도 했고, 북이 약속 이행을 위해 먼저 행동하고 있으니 미국도 좀 변화하라고 촉구하는 의미에서 남쪽의 자주역량이 자기 역할을 하기 위해 오늘 단체를 만들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다가오는 8월 조국통일촉진대회라는 이름으로 미국에게는 경고를, 우리 남과 북의 당국자들에게는 힘과 용기를 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다. 일치단결해서 조국통일에 기여하고자 하는 오직 한마음으로 결성된 단체이며, 늘 해오던 조직이 아니라 새로 만드는 단체"라고 말했다.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북이 핵시험장 폐기에 이어 미사일 발사장 폐기와 미군 유해송환까지 약속 이행을 하고 있지만 미국은 법·제도적으로 평화정착을 보장하고 북미관계의 근본적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일방적으로 북의 비핵화만 강요하고 남에 대해서도 대북 제재압박 강화에 나설 것을 다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4.27판문점선언과 6.12북미공동성명을 이행하고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족자주와 민족대단결이 요청된다"면서, 8.14 조국통일촉진대회에 함께 나설 것을 호소했다.

한편, 올해 73주년 8.15를 맞아 10일부터 12일까지는 양대노총과 북측 직총이 참가하는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진행되며, 11일에는 한국진보연대를 비롯한 각계 단체들로 구성된 '판문점선언 실천, 815자주통일대행진 추진위원회'가 주관하여 오후 1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시민 평화통일 박람회', 부문별 사전대회, 오후 4시부터 본대회와 저녁 행진으로 이어지는 8.15행사가 진행된다.

   
▲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조국통일촉진대회 포스터.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

(수정-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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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체조사위 ‘외력가능성’ 남긴채 종료

선체조사위 최종회의, 종합보고서 내부결함·외력가능성 두가지 결론 의결…뉴스타파 보고서 유출 공방도

조현호·이우림 기자 chh@mediatoday.co.kr  2018년 08월 04일 토요일
 

세월호 침몰원인을 조사해온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위원장 김창준, 선조위)는 3일 두가지 원인을 담은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한다. 외력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도 그 중 하나다.

세월호 선조위는 3일 31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침몰원인을 세월호 내부에서 찾은 안과 외력 가능성도 조사해봐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두가지을 하나의 보고서 안에 나란히 수록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밖에 세월호 보존처리와 관련해 선체 거치장소에는 제안된 안건이 모두 부결돼 끝내 의결하지 못했다. 선조위는 1년 4개월의 활동을 종료하고 오는 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사결과 보고서를 제출한다. 

선조위는 마지막 전원위원회에서도 침몰원인과 보고서 채택 등을 두고 3대 3으로 갈려 팽팽히 맞섰다. 선조위는 침몰원인을 하나로 모으지 못해 절반의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선조위 1년 4개월 내부결함설·외력가능성, 의견 갈린채 종료

김창준 위원장을 비롯해 김영모 부위원장, 김철승 위원 등 3인은 세월호가 무리한 증개축과 과적으로 복원성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조타장치 이상으로 화물이 급격히 쓰러지면서 침몰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권영빈 제1소위원장과 이동권 위원, 장범선 위원 등 3인은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과 같은 내부 결함 뿐만 아니라 외력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고 추후 조사위원회 등이 정밀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침몰원인을 보고서에 담았다.

 

장범선 위원은 세월호가 급선회한 것과 관련해 초당 각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이유가 자이로컴퍼스(조타기 앞에 있는 나침계)의 순간적 세차운동으로 추정했다. 장 위원은 외력 가능성을 두고 “선미 프로펠러와 선체 외형 손상을 분석한 결과 외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철승 위원은 지난해 10월24일 구조를 다 봤고 조사했는데 이제와서 MBC 기자를 데려가 이제 발견된 것처럼 그런 얘기를 하는 근거가 뭐냐고 따졌다. 김 위원은 선체 용역을 맡긴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의 보고서에도 외력이 일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처음엔 핀 안정기(fin stabilizer)의 손상을 문제 삼더니 이제 주위 선체를 괴물체가 받았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 권영빈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소위원장 등이 촬영한 세월호 좌현 외경 동영상. 사진=이우림 기자
▲ 권영빈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소위원장 등이 촬영한 세월호 좌현 외경 동영상. 사진=이우림 기자
 
▲ 권영빈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소위원장 등이 촬영한 세월호 좌현 손상부위 동영상. 사진=이우림 기자
▲ 권영빈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소위원장 등이 촬영한 세월호 좌현 손상부위 동영상. 사진=이우림 기자
 
▲ 권영빈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소위원장 등이 촬영한 세월호 좌현 손상부위 외경 동영상. 사진=이우림 기자
▲ 권영빈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소위원장 등이 촬영한 세월호 좌현 손상부위 외경 동영상. 사진=이우림 기자
 

그러자 권영빈 이동권 장범선 위원은 이날 위원회에서 지난 1일 세월호 선체 좌현의 충격흔적을 촬영한 동영상을 상영하면서 외력 가능성을 조사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철재 빔에 가려 안 보였던 부분이 드러나면서 손상부분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서다.

 

장범선 위원은 휘어진 선체 모습을 보면서 “(흘수선 보다 아래쪽에 있는) 데크 스토어 부분과 경계를 이루는 외판 부위가 심하게 변형돼 있다. 저것만으로 외력이 있었다고 할 수 없지만 정밀조사가 필요한데 ‘(선제)구조(역학)’의 ‘구’자도 모르는 마린사 사람들이 외력이 없다? 그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동권 위원도 핀 안정기실로 공기를 공급하는 환풍구가 보이는 동영상을 지목하면서 “심하게 변형됐다. 아래쪽에 강력부재(막대모양의 철재)가 밀려나있고, 뒤틀려 있다”고 했다. 

권영빈 제1소위원장은 “이 모습을 보고 놀랐다. 지난 5월 이전에는 리프팅 빔이 덮여있는 외판 부분은 안보였다. 6월 중순부터 내부 진입이 가능해진 상태였는데 7월 한 달은 전원위원회 의결하느라 (세월호가 있는) 목포 현장을 내려가볼 여유 없었다. 그러다 종합보고서 채택 전인 8월1일 급하게 내려가서 본 것이다. 늦어서 죄송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본 게 정말 다행이다. 모두가 알아야 하는 사실이다. 국민에 알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언론에 왜) 알렸냐 타박하면 받겠다. 이게 침몰원인과 관련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선체 좌현에 움푹 들어간 부분과 찢겨진 부분을 두고 장범선 위원은 “이렇게 해서 찢어졌다고 (분석하고 밝히는 것도) 우리 역할이다. 잠수함이 어떻게 부딪혔냐고 증거를 내놓으라는데, 저건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찢어진 것은) 확실하다. 끝나는 마당에 이것을 안봐도 된다는 것이냐. 우리가 못 끝내도 드러내 놓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했다. 

4·16가족협의회 정성욱 선체인양분과장은 위원회에서 외력 가능성을 두고 “가족이 지켜보면서 그동안 조사관 위원들에게 이 부분을 조사해달라고 부탁했으나 무시당했다. 그런데 소위원장이 엊그제 외력이 있다고 했다. 왜 지금에서야 외력 얘기가 나오냐”고 반문했다. 

마린보고서 유출 공방·이메일 삭제요구 논란 

한편 위원들은 지난 2일자 뉴스타파의 〈마린 3차 보고서 단독 입수… “세월호 외력설은 비현실적 시나리오”〉 보도의 유출경위를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 권영빈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소위원장. 사진=이우림 기자
▲ 권영빈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소위원장. 사진=이우림 기자
 

선조위 사무처장이 외부 집필진에게 비밀유지를 전제로 보고서를 공유했다고 밝히자 정성욱 세월호 4.16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은 “비밀이라고 돼 있다. 언론에 그냥 나갔다는 것은 선체 조사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 그게 나갔다? 더구나 조사관 이메일까지 나갔다는 것은 무슨 의도로 한 것인지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이 오는 6일까지 고소고발할지 고민해보겠다고 하자 권영빈 소위원장은 “고소고발 의지가 없는 걸로 확인됐다. 6일까지 한다니 그 이후 해산하더라도 이 문제에 문제의식 느끼는 사람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마린 보고서에 ‘외력 가설이 기각된다’는 표현이 있었으나 세월호 선조위 내 외력TF팀이 이를 삭제하라고 요구한 이메일을 보냈다는 뉴스타파 보도도 논란이 됐다. 

김영모 부위원장은 “선체조사위가 외부 연구용역을 줬는데, 연구결과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조사를 왜곡하고 방해했다”며 “이들에게도 위원장이 검찰에 고발해 수사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영빈 위원은 “용역과정에 오해가 있다. 중간점검 과정에서 발주처와 용역업체간 의견교환을 할 수 있다. 용업업체의 의견이나 입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최종 보고회도 한다. 마린의 초안을 받고 급하게 검토한 다음 초안에 대해 발주처의 입장을 얘기한 것이고, 마린이 이 의견을 수용해서 최종 보고서를 낸 것이다. 마린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대표자 명의의 최종보고서가 왔다. 어떠한 문제도 없다”고 답변했다.

▲ 김철승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위원. 사진=이우림 기자
▲ 김철승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위원. 사진=이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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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준의 차·밀] 경제 가면 뒤엔 군사기지 야심,일대일로의 두얼굴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8/04 08:58
  • 수정일
    2018/08/04 08: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해군보장기지로 집중되는 이유
 
윤석준  | 등록:2018-08-03 14:46:57 | 최종:2018-08-03 15:41:0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中 해외기지 필요성 부상

중국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못 미치는 것이 해외 군사기지다. 통상 해외 군사기지는 자국 해외영토(oversea territory) 또는 주재국과 행정협정(SOFA)를 체결하여 얻은 토지에 설치한다. 지리적으로 항구시설과 비행장과 인접되어 있으며 이곳에는 주재국 법(法)이 아닌 주둔국 법이 배타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중국은 19세기 말 서구 해외식민지 피해를 보았고 군사동맹을 지향하지 않아 해외 군사기지가 필요치 않았다. 이에 중국은 미국 등 서방 국가의 해외 군사기지 확보를 서구 ‘제국주의’ 행태로 비판하였으며 중국만은 패권주의를 지향하지 않는다며 주변국과 아프리카와 동남아 국가에 홍보했다.

그런 중국이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해외 군사기지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작용하였을 것이다.

우선 중국꿈(中國夢) 실현이다.

한마디로 15세기 명조 정허(鄭和) 제독의 4차에 걸친 해외원정 항로와 범위를 부활시킨다는 것이다. 그 범위는 태평양 남중국해를 넘어 인도양, 아프리카 그리고 대서양이다. 중국 인민은 지난해 8월 1일에 중국 해군이 지부티에 해군보장기지를 구축한 것을 중국꿈을 제시한 시진핑 주석의 치적(治積)으로 생각하였을 것이며, 실제 중국 인민은 중국 해군 함정 출항 및 지부티 군사기지의 출범 행사를 보고 중국꿈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출처:바이두 백과]

중국군의 해외파병 증가이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은 유엔안보리 이사국 중 가장 많은 약 8000여 명의 유엔평화유지군을 파병하고 가장 많은 기여금을 내고 있다. 일부는 주재국 요구에 의해 군사고문단을 파병하고 있으며 2013년 아프리카 말리 요청에 따른 중국군 파병이 대표적 사례였다. 이 점에서 중국이 미국과 같이 다양하게 산재된 파병부대를 관리할 해외 군사기지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중국의 해외 투자확대다.

현재 중국은 생산제품이 남아도는 형국에 직면해 투자대상을 해외로 확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국의 해외자산과 거류민이 증가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약 1조 9천억불 규모의 해외투자 대상 국가 대부분이 내전 또는 인접국과 국경분쟁을 치르고 있어 치안이 불안한 상황이다.

이에 중국 투자자산 및 시설과 거류민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이를 위해 상시 해외부대 전개를 위한 해외 군사기지가 필요하게 되었다.

[출처;셔터스톡]

실제 2014년에 아프리카 남수단 내 중국 투자시설과 거류민 보호를 위해 중국 해병대대를 파병하였으며, 2011년 리비아 정권 붕괴와 2015년 예멘 내전사태시 인근에서 작전하던 중국 해·공군이 투입되어 자국민 대피작전(NEO)을 실시한 것은 해외 자국민 보호에 나서는 중국 지도부의 대(對)인민 결의를 보인 사례였다. 
 
해군보장기지로 집중되는 이유

이러한 중국의 해외 군사기지 확보가 주로 해군보장기지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중국 해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해군보장기지를 남중국해를 넘어 인도양, 남태평양, 대서양 그리고 북극해까지 확대하고자 한다.

첫째, 일대일로 전략과 연계성이다.

중국 일대일로 전략은 미국의 세계전략 틈새를 파고 드는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왜 중국 해군이 일대일로 전략, 물류 흐름 및 거점 부두등의 지경학적 방향성에 따라 해군보장기지 또는 전용 부두시설을 확보하려는지에 대한 답이 된다.

2007년에 창설된 미 아프리카 사령부는 아프리카 국가 중에 미국에 군사기지를 배타적으로 제공하려는 국가가 없어 아직까지 지휘소를 개설하지 못해 여전히 독일 스튜가르트(Stuttgartt)에 주둔하고 있다. 이에 인도양 중국은 지부티 해군보장기지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전구에 대해서만은 중국의 기득권을 장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시현하고 있다.

[출처:바이두 백과]

이에 군사전문가들은 인도양 지부티 해군보장기지가 해군함정만이 아닌, 아프리카에 군사고문단, 기술지원단 및 중국 국영기업공사 현장으로 안전보장을 위해 파견된 중국 육군과 해병대를 위한 인도양 거점(hub) 기지로 활용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남태평양이다. 최근 중국은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작전책임구역(AOR)에서 다소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남태평양까지 진출하고 있다. 최근 바누아투(Vanuatu)에 중국 CMPH(中國招商局港口有限公司)가 대규모 항만공사를 제안하면서 중국 해군용 상시 해군보장기지를 제공해 줄 것을 제안하였으나, 호주가 이에 반발하자 바누아투 정부는 공식적으로 취소를 공포한 사례가 있었다.

둘째, 중국 해군 작전범위 확장 및 참가전력의 대형화 대응이다.

2005년에 후진타오(胡錦禱) 주석이 제시한 해양강국(maritime power) 비전에 따라 중국 해군의 해외작전 범위가 남중국해에서인도양, 남태평양, 지중해, 흑해, 대서양, 발틱해 그리고 북태평양 오츠크해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09년 이래 인도양에 해적퇴치작전을 위한 중국 해군 기동부대가 배치되고 있는 바, 이를 위한 중국 해군기동부대는 전개되는 해역 별로 거점 역할을 하는 해군보장기지를 건설하고자 한다. 이에 중국 해군은 주로 인도양 지부티(Djubuti), 남태평양 바누아투(Vanuatu), 지중해 피리우스(Piraeus), 대서양 파나마 그리고 한반도 동해 원산(元山)에 해군보장기지를 설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셋째, 중국 해군의 해외훈련 전력 변화이다.

현재 중국 해군의 기동부대 형태가 단독함정이 아닌, 기함, 호위함 그리고 군수지원함이 동반되는 기동전투단(naval task force) 형태로 발전하고 있으며, 최근엔 랴오닝(遙寧) 항모를 기함으로 한 항모전투단(aircraft carrier task force) 형태로 발전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항구적 군수지원 시설이 필요하다.

넷째, 중국 해군 기동부대에 대한 군수지원 보장이다.

중국 해군 해외작전 참가 전력들이 점차 대형화되자, 중국 해군은 제한된 해상 군수지원만으로는 해상작전 지속이 어렵게 되어 해외에 해군보장기지를 마련해 항모전투단과 해상 군수지원함을 재보급하고자 한다. 하지만 해상 군수지원함에 의한 보급은 기상과 지원여건 그리고 보안에 제한을 받아 제한 되고 있다. 만일 중국 해군이 해군보장기지를 확보하면, 이러한 제한성이 해결될 수 있다. 중국 해군 기동전투단이 해외에서 작전하는 경우 1∼2주일 내에 해상에서 유류를 지원받아야 순항속력이 아닌, 작전속력이 가능하다. 중국 해군은 해외 해군보장기지 확보가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통상 순항속력은 1개 엔진만으로 15노트 이하의 기동이며, 작전속력은 탑재한 엔진 모두를 운용해 20노트 이상의 속력으로 기동하는 개념으로 이를 지원하는 해상 군수지원함은 해군보장기지에 입항하여 재보급을 받아 다시 해상군수지원을 해야만 항모전투단의 작전속력 유지가 가능하다. 

2개 형태의 해군보장기지 확보 계획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해외 군사기지 확보가 첫째, 기동전투단이 전개되는 해양과 인접된 연안국에 배타적 해군보장기지, 둘째, 일대일로 전략에 의해 투자한 해당국 신설 항구에 마련된 장기 임대의 전용부두 확보의 2개 형태로 구축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우선 배타적 해군보장기지 구축이다.

첫째, 중국 해군 기동전투단 및 해외 파병부대에 대한 군수지원 규모를 만족시킨다. 중국 해군 함정 대부분은 가스터빈과 디젤엔진 간 혼용 추진방식이고 랴오닝 항모의 경우 스팀추진체계로서 기동전투단으로 형성될 시는 군수지원 규모가 크다. 하지만 이를 해상군수지원함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항모전투단의 보급 소요가 커 이를 지원하는 해상 군수지원함은 주변에 위치된 해군보장기지에 입항하여 재급유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출처:셔터스톡]

그러나 민용 부두에 입항하는 것은 보안상 문제가 있다. 이에 인도양 또는 흑해 인접국에 해외보장기지 및 전용 부두를 확보하여 항만경비, 인원보안, 저장고 안전 및 장병 휴식공간 안전을 보장해야 하며 전용 도선사와 예인선를 배치하여 기동전투단이 입항하는데 안전도를 지원해야 하다.

둘째, 중국의 해외파병부대 관리가 가능하다. 중국 해군은 지부티 해군보장기지를 2009년 1월 6일에 파병된 중국 해군의 소말리아 해적퇴치 기동부대(Escort Task Group)의 군수지원과 장병 휴식을 위한 이유에 추가하여 아프리카 전역에 산재된 중국 해외파병 부대에 대한 종합군수지원과 교육훈련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지난해 9월 22일에 지부티 해군보장기지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하여 인근 미국, 영국, 프랑스와 일본 기지를 당황시켰다.

[출처:바이두 백과]

통상 해외 군사기지에서는 실탄 사격훈련을 자제한다. 더욱이 중국은 지부티 정부와 계약하에 도라레하(Doraleh) 다목적 항구에 약 300미터의 부두 이외 인근에 비행기 활주로 2개, 약 35억불을 투자해 자유무역지대를 조성하여 거점 군사기지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는 지부티 정부의 채무로 남아 부담이 된다. 예를 들면 지부티 정부의 대(對)중국 국가채무가 거의 국내총생산액 20억불에 이르는 수준이어서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및 일본을 긴장시키고 있다.
 
다음으로 일대일로 전략이 적용되는 국가에서의 중국 전용 장기 임대 항구시설 확보이다.  
주된 이유는 중국이 해외 군사작전을 확대하고 있으나, 미국과 같이 군사동맹국이 없어 상시 해외 군사기지를 정식으로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대일로 전략을 활용해 임시적 전용 부두를 장기간 임대하여 해군보장기지 대용으로 활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국 해군은 일대일로 전략에 해당되는 후진국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해 건설된 항만, 부두, 배후시설 및 인접 구역을 임대받아 임시적 해군보장기지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출처:셔터스톡]

이러한 계획 실행 주체는 CMPH사와 COSCO(中運海運裝箱運輪有限公司)사이며, 이들은 중앙정부 또는 중국개발은행(CDB)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아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파키스탄, 스리랑카, 셰이블, 바누아투,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나마 그리고 그리스 등에 항만, 철도 및 기반시설 구축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더욱이 CMPH사는 COSCO사가 확장을 필요로 하는 세계 주요 항구에 전용 터미널 및 배후부지 구축 계획에 맞추어 해당국가에 대대적인 저금리 차관을 제공하여 대형 항만공사, 배후시설 그리고 인근에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을 조성하고 있다.

현재 COSCO는 15개국에 19개 항구와 13개국에 47개 COSCO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을 이용하고 있는 세계 수위 급 선박공사로서 최근 일대일로 전략에 의해 중국 해군용 전용 부두 추가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약 261억불을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예산은 모두 전용 부두의 추가 확보에 투자된다.

현재까지 CMPH사와 COSCO사는 상호협력하여 파키스탄 과다르, 스리랑카 함바타토, 셰이블 빅토리아, 미얀마 시브티, 방글라데쉬 치타공, 미얀마 시위트, 중동 아부다비, 파나마, 그리스 파우티스 그리고 남태평양 바나타우에 대형 선박입항이 가능토록 수심이 깊고 컨테이너 선박 부두와 장차 상륙함이 접안 가능한 Ro-Ro부두를 추가로 건설하고 항만 준설에 따른 매립지를 배후 부지로 조성하고 있다.

Ro-Ro부두 [출처:frbiz닷컴]

문제는 이 와중에 해당국가가 중국으로부터 받은 차관을 갚지 못해 자금이 회수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CMPH사는 COSCO사의 자문을 받아 부채 대신에 신설된 부두와 배후 시설을 장기적으로 임대해 중국 해군의 해군보장기지로 활용하도록 조치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들 전용부두 및 시설에 CMPH사와 COSCO사가 담장과 울타리를 둘려 배타적 전용 부두로 설정할 것이다. 이름만 민용시설이지, 실제는 군용 시설과 다름이 없다.

특히 이를 우려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CMPH사는 해당국가에게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유도하며 미국 등 서방의 영향력을 배제시켜 중국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출처:셔터스톡]

이는 최근 스리랑카 함바토타 항구 임대사례에서 증명되었다. 최근 중국 CMPH사가 투자한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가 재정난을 겪자, 99년간 장기 임대 계획을 체결해 부채를 대신하면서 이를 중국 전용부두로 전환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대해 미국과 인도가 스리랑카 정부에 우려를 표명하는 등의 논란이 있었다. 특히 인근 콜롬보 항구에 민용 컨터이너 선박이 주로 입항하여 함반토타 항구는 한적하여 중국 해군 함정과 잠수함이 입항하면 보안이 더 잘 보장되는 장점이 있다.

함반토다항 [출처:바이두 백과]

중국의 자신감

중국의 해외 군사기지 구축은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2050년 세계 일류 군대 건설을 위한 또 다른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 동안 중국은 해외 군사기지 건설과 해외 주둔군 파견에는 부정적이었으나, 2013년 9월과 10월에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지경학적 논리인 실크로드 개념에 이어 중국군의 해외 파병 증가, 해외투자 및 거류민 보호 필요성 등의 요인이 발생하자 해외 군사기지 확보는 중국꿈과 강군꿈 구현을 위한 절지 절명(切至絶命)의 군사현안이 되었다.

이러한 중국 해외 군사기지는 주로 해군보장기지로 집중되어 확보되고 있다. 특히 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의 거점 군사기지를 구축하는 것 이외 일대일로 전략이 적용되는 국가에 장기 임대 전용 부두를 확보하여 해군보장기지를 대체하려고 한다. 이에 대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이를 신제국주의 형태라고 비난을 하나, 여전히 중국의 입장은 자신이 있으며, 이는 과거 19세기 말 중국이 서구 열강에 잃어 버린 항구와 도시와 같이 지금 되갚음을 해 주고 있다는 논리로 이해되곤 한다.

[출처:셔터스톡]

예를 들면, 중국 지부티 해군보장기지 확보를 보는 미국과 서방국가의 우려에 대해 중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그리고 사우디 아라비아들도 중국과 같은 이유로 지부티에 기지를 갖고 있는 가운데, 왜 유독 중국만이 우려가 되는가”하고 반문하는 자신감이다. 희망하건데 중국의 해외 군사기지 확보가 과거 15세기 중국 정화 제독의 해외 원정이 재현되는 모습으로만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글=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정리=차이나랩 정용환

윤석준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자, 예비역 해군대령이다. 2011년 12월31일 제대 이전까지 수상함 전투장교로 30년 이상 한국해군에 복무했으며, 252 편대장, 해본 정책분석과장, 원산함장, 해군본부 정책처장, 해본 교리발전처장 및 해군대학 해양전략연구부장 등을 역임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610&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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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기무사 개혁안은 면죄부다”

시민사회, “기무사 개혁안은 면죄부다”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08/03 [23:26]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시민사회단체들이 기무사 개혁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 참여연대)     © 편집국

 

어제(2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가 요원 30% 감축전국 시·도에 설치된 ‘60단위 부대’ 폐지군 지휘관 동향 관찰 및 존안자료 폐지 등의 내용을 포함한 기무사 개혁 권고안을 국방부에 보고한 가운데시민사회 단체들이 이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군인권센터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중공동행동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 4.16연대 등 27개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오전 11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 개혁위의 개혁안을 사실상 기무사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이들 단체들은 기무사의 근본적 문제는 알면서도 몰래 숨어 권력자에 아부하며 불법을 저지른다는 점이지 제도의 미비가 아니다며 기무사는 해체하고보안 및 방첩 등 기무사가 지닌 방대한 기능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대공수사권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무사를 사령부로 존치시키는 것이나국방부로부터 독립된 외청으로 설치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국방부장관의 지휘를 받는 지금도 통제할 방안이 없는데 법률기구로 승격독립시킨다면 기무사는 한층 더 강력한 괴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불법행위에 연루된 자들에 대한 철저한 인적청산군 정보기관의 일탈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보고할 수 있는 통제 시스템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들 단체들은 기무사 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 기무사와 자유한국당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이들 단체들은 기무사가 조직 보위에 명운을 걸고 있다며 기무사 참모장과 100기무부대장 등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여 국민이 보는 앞에서 국방부 장관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기 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자유한국당 역시 기무사 개혁을 방해하기 위한 물타기에 당력을 총집결하고 있다며 사안의 불법성을 부정하며 문건 출처에 초점을 맞추는 행태는 정윤회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 등 대규모 시국 스캔들이 있을 때마다 권력자들이 사용한 수법이라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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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말뿐인 해체기무사 개혁안은 면죄부다

 

촛불 정국 당시 계엄령을 통해 무력 진압을 구체적으로 준비했던 기무사의 위헌위법적 행태가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국민들을 불법 사찰하고 여론을 조작해 온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군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의 온상인 기무사를 개혁하는 일은 이제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어제(8월 2기무사 개혁위원회(이하 개혁위’)가 발표한 개혁안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개혁위는 현 인원을 30% 감축하고, 60단위 민간인 사찰 부대를 폐지하는 한편대통령 독대 보고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이를 포함해 개혁위는 기무사의 존립근거인 국군기무사령부령을 폐지한 뒤 새로운 시행령을 제정하는 것이 사실상의 기무사 해체에 해당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대단히 안일한 발상이다사실상 기무사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개혁위의 주장대로 법령 제·개정이나 인원 감축편제 조정 등이 기무사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면 군 정보기관 개혁은 이미 오래 전에 완성되었어야 한다군인의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은 이러한 조치가 아니어도 이미 위헌이고 위법이다현행 기무사령에 따라도 마찬가지이다계엄 실행 준비 역시 기무사의 임무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다조직의 골간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인원만 감축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인원은 추후 다시 확충하면 될 일이다민간인 사찰부대 역시 잠시 폐지하였다가 비밀리에 다시 운영하면 그만이다기무사의 근본적 문제는 알면서도 몰래 숨어 권력자에 아부하며 불법을 저지른다는 점이지 제도의 미비가 아니다.

 

이에 우리는 개혁위의 개혁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조직 혁신인적 청산통제 방안 마련의 원칙에 따라 명실상부한 해체 수준의 개혁을 완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기무사는 해체하고보안 및 방첩 등 기무사가 지닌 방대한 기능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대공수사권도 조정해야 한다기무사는 그간 대공수사권을 빌미로 군인과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사찰해왔다사찰은 정보 수집과 수사를 한 기관에 맡길 때 발생할 수밖에 없는 폐단이다.

 

기무사를 사령부로 존치시키는 것이나국방부로부터 독립된 외청으로 설치하는 것은 불가하다국방부장관의 지휘를 받는 지금도 통제할 방안이 없는데 법률기구로 승격독립시킨다면 기무사는 한층 더 강력한 괴물이 될 것이다불법행위에 연루된 자들에 대한 철저한 인적청산도 중요하다정치군인이 횡행하고 사조직이 온존하는 상황에서 30% 감축과 같은 단순한 방안으로는 묵은 폐단을 바로잡을 수 없다.

 

군 정보기관의 일탈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보고할 수 있는 통제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한다불법 정보 제공민간인 사찰정치 개입 등의 일탈 행위에 대한 처벌을 입법화하고인사 정보 자료 제공을 빌미로 인사에 개입하거나 권력을 휘두를 수 없도록 청와대와 군 당국부터 군인 인사에 기무사 존안자료를 참고하던 일을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개혁에 대한 기무사의 조직적 저항과 자유한국당의 노골적인 물타기를 강력히 규탄한다.

 

기무사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더할 나위 없이 높다대통령도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한 바 있다하지만 개혁을 방해하려는 시도 역시 도처에서 진행되고 있다기무사 참모장과 100기무부대장 등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여 국민이 보는 앞에서 국방부 장관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며 항명을 저질렀다자기반성이나 사죄는 없었다창설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기무사가 조직 보위에 명운을 건 것이다자유한국당 역시 이들을 엄호하며 기무사 개혁을 방해하기 위한 물타기에 당력을 총집결하고 있다원내대표가 국회에 나와 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혐오발언을 일삼으며 있지도 않은 노무현 정부의 계엄령 준비 문건을 내놓으라 공갈을 벌였다사안의 불법성을 부정하며 문건 출처에 초점을 맞추는 행태는 정윤회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 등 대규모 시국 스캔들이 있을 때마다 권력자들이 사용한 수법이다이러한 상황 속에 개혁위는 엉터리 개혁안을 발표하였다기무사와 자유한국당은 박수를 치고 있을 것이다.

 

개혁안이 이처럼 엉망으로 마무리 된 데는 개혁위 구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3명의 위원 중 9명이 군인이거나 전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예비역이며심지어 이 중 3명은 전·현직 기무사 요원들이다현재는 배제되어 있지만 세월호TF에 참여하고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휘한 소강원 참모장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은 격이다위원회는 심지어 기무사에 관한 문제가 대대적으로 불거지기 전까지 밀실에서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었다이에 대한 숱한 문제 지적이 있었지만 개혁위는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않은 채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기무사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났다해체 수준의 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그러나 개혁대상인 기무사와 제1야당이 개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상황에서 느슨하고 안일한 방안으로 개혁에 성공할 수는 없다역할과 기능을 유지한 채 간판만 바꿔 달고 해체 수준을 운운하는 것은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국민을 적으로 삼았던 오만방자한 군인들이 다시는 재기할 수 없도록 국민적 공론화를 통해 철저하고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아울러 자유한국당에 경고한다기무사의 초법적인 행위를 감싸고사안을 본질을 흐려 개혁을 무마시키려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2018. 8. 3

군인권센터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화운동정신계승연대민중공동행동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빈민해방실천연대사월혁명회서울진보연대실천불교전국승가회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주권자전국회의적폐청산의열행동본부전국노점상총연합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연합전국여성연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참여연대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진보연대/ 416일의약속 국민연대/ 6월민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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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에 또 친서 보냈다

백악관, 친서 받은 사실 확인… “빠른 시일 안에 답장 보낼 것”
▲ 사진 : 뉴시스

김정은 북한(조선)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미군 유해를 송환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답신을 보낼 것이라고 백악관이 2일(현지시각) 밝혔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서한에 고맙고 곧 보게 되길 고대한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 대한 논평을 요청 받자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한에 대한 답장을 썼다. 빠른 시일 안에 전달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전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느냐’는 질문에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 나온 공동성명에 있는 두 사람의 약속을 언급했다”고 답하곤 “이는 완전하고 총체적인 비핵화를 향해 계속 같이 노력할 것이라는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향한 북한(조선)의 조치에 만족하고 있느냐’는 질문엔 “대통령은 한반도 전체가 비핵화되기 전까지는 완전히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 동안 진전된 조치와 협력이 이어져 왔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전쟁 참전 미군 유해가 전날 미국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면서 “북한(조선)과 계속해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자기 트위터에 “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키고, 우리의 위대한 실종 전사자 유해를 집으로 보내는 작업을 시작해 감사하다. 나는 당신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면서 “당신의 멋진 서한 역시 고맙다. 곧 보게 되기를 고대한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두고 일각에선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점쳤지만 샌더스 대변인은 앞서 정례브리핑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는 데는 당연히 열려 있다”면서도 “현재 확정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펜실베이니아주 선거유세에서 “북한(조선) 문제와 관련해 훌륭한 일을 했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잘 어울렸고 만난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이 자신에 대해 비판적으로만 보도한다”면서 그러나 “북한(조선)에 억류됐던 미국인 인질을 돌려받았고 이를 위해 어떤 것도 지불하지 않았으며 지난 9개월 동안 핵실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미국은 지난 75년간 북한(조선) 문제 해결을 노력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다른 행정부들 모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조선) 문제와 관련해 자신이 이룬 성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빠르게 일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고 꼬집었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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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 외교부 압수수색

(추가) ‘대법원은 소송 지연-외교부는 외국 파견 법관 맞교환’ 의혹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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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2  11: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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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검찰이 2일 오전 외교부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고의로 지연시켜 ‘원만한 한일관계’를 희망하는 외교부를 만족시키고 법관 외국 파견 등과 맞바꾸는 거래를 시도한 문건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위안부' 피해자들이 각각 일본 기업과 일본 정부 상대로 낸 민사소송 사건에 법원행정처가 불법 개입한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외교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고 2일 밝혔다. 

오전 11시 30분께,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어느 부서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문제를 담당하는 동북아국과 국제법률국, 인사를 관장하는 기획조정실 등이 주요 대상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금일 오전부터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외교부는 검찰의 수색 및 향후 조사과정에서 성실하게 협조를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윤순구 차관보, 노규덕 대변인, 김용길 동북아국장 등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비롯한 동남아국가연합(ASEAN) 외교장관회의 참석 차 지난달 31일부터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다. 

한편, 5년 가까이 강제징용 피해자들 관련 재상고 재판을 미뤄오던 대법원은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27일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14:21)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거래’ 의혹>

   
▲ 지난해 5월 신속한 대법원 판결을 촉구하는 강제징용 피해자들. [자료사진-통일뉴스]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9명이 미쓰비시 중공업, 신일본제철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2012년 대법원 소부(주심 김능환 대법관)이 처음으로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

과거 일제 강점기 ‘국민동원령’의 효력을 인정하는 일본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므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일제의 강점은 불법이므로 그로부터 비롯된 어떠한 행위도 대한민국 법원이 합법화할 수 없다는 단호한 선언이었다. 

“1965년 체결된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며 “일본의 국가 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고들이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여 원고들에 대한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에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당시 외교부 당국자는 “일단 속은 시원하지만, 1965년 한일협정의 토대를 흔든다는 점에서 난감하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한국 법원이 미쓰비시 중공업 등에 대한 강제집행을 받아들일 경우 한일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해왔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조사하던 검찰은 최근 강제징용 소송 관련 외교부와 법원행정처 간 ‘거래’ 의혹을 포착했다. 2013년 9월 박찬익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이 대표적이다. 

‘법관 외국 파견’과 ‘고위법관 외국 방문시 의전’을 담당하는 외교부(장관 윤병세) 입장을 감안해 재판을 미루자는 취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인 2013년 대법원은 이명박 정부 때 중단된 법관 외국 파견을 되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피고 변호사(김앤장)를 통해 외교부 의견서를 접수”하고 “국외송달을 핑계로 자연스럽게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담고 있다.

2015년 6월 법원행정처 임종헌 차장이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을 만나 의견서 제출을 협의하며 법관 외국 파견을 청탁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조태열 전 차관은 현재 유엔 주재 한국 대사로 재직 중이다. 

법원행정처 문건과의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강제징용 소송은 이후 5년 동안 법원에 계류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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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해체’ 여론 못 미치는 개혁안, 관건은 ‘계엄・사찰 의혹’ 책임자 처벌

기무사 개혁위, 대통령 독대관행-동향관찰 업무 폐지 권고키로

장영달 국방부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15차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후 개혁안 최종안을 발표하고 있다.
장영달 국방부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15차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후 개혁안 최종안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최근 가장 문제가 불거진 기무사의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을 막기 위한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관행, 보안·방첩 업무와 무관한 동향관찰 업무 폐지가 이번 개혁의 골자로 꼽히지만, '기무사 해체' 여론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는 평가다.'계엄 문건 작성', '세월호 민간인 사찰'로 수사를 받고 있는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에 대한 개혁 권고안이 2일 발표됐다.'계엄 문건 작성', '세월호 민간인 사찰'로 수사를 받고 있는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에 대한 개혁 권고안이 2일 발표됐다.

개혁위 "해체 수준에 달하는 혁신안"
하지만 조직은 사실상 유지

장영달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에 권고할 개혁안의 요지를 발표했다. 개혁위는 지난 5월 25일부터 이날까지 15차례 걸친 회의를 통해 기무사 개혁 권고안 마련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기무사 개혁안은 지난달 27일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2.0'에서는 빠졌다. 기무사 개혁을 둘러싸고 내부에서 갑록을박을 펼치던 개혁위는 기무사의 계엄 문건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잇따라 추가 의혹이 폭로되자 발표를 앞당기게 됐다.

 

개혁위가 이날 발표한 개혁 권고안의 핵심은 현재 기무사가 존치・운영되도록 하는 '대통령령'과 '기무사령' 등 모든 제도적 장치들을 모두 폐지하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새로운 부대는 거기에 맞는 '대통령령' 등 모든 제도적 받침을 새로 제정해 만들어가기로 했다"며 "이렇게 되면 기무사의 명칭이나 운영, 조직 등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개혁위 관계자는 "기무사는 (이번 개혁안을) 해체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우리는 해체 수준에 달하는 혁신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혁위는 조직 형태에 대해선 내부 토론에도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개혁위는 조직개편을 위해 ▲사령부 체제 유지 아래 근본적 혁신 ▲국방부 본부 체제로 변경 ▲외청 형태의 정부조직으로 창설 등 3가지 안을 마련하고,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이중 기무사 출신들이 주로 제기하고 있는 '외청'으로 조직을 독립시키는 방안은 국회 입법을 통해 가능하다.

또한 개혁위는 기무사 요원을 현 인원에서 30% 이상 감축해 정예화・전문화 하기로 했다. 동시에 개혁위는 전국 시·도에 배치돼 있는 이른바 '60단위 부대'는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기무사의 정치개입 없앤다?
특수단 철저 수사와 책임자 처벌 선행 필수

기무사의 본연의 임무인 방첩・보안과 동떨어진 정치개입을 막기 위해서는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관행을 없애는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무사령관의 독대 보고를 받지 않고 있지만, 과거 정부에선 관행적인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보고가 있었다.

개혁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무사의 보고를 원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참모를 통해 보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무사는 군의 쿠테타 방지라는 '대전복 임무' 수행을 위해 장교들의 동향을 관찰하고 청와대에 보고해왔는데, 이 역시 악용되지 않도록 분명히 선을 긋겠다는 게 개혁위의 구상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는 군의 쿠데타 방지는커녕 계엄 문건 작성으로 사실상 쿠데타를 음모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장 위원장은 "군 통수권자를 보좌하는 것은 국가안보를 위해서 불가피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것들을 집권자들이 악용하면서 군정보기관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는 역사를 반복해 왔다"며 "이번에는 군 통수권자에게 안보를 위한 보좌를 하더라도 그 한계를 분명히 하고, 그 근거를 명백하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개혁위 관계자는 "동향관찰은 법에 규정된 건 없다"며 "이제 보안 방첩과 관련이 없으면 동향관찰은 안 하는 것으로 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개혁위는 기무사의 무차별적인 도감청도 못하게 막겠다는 입장이다. 참여정부 당시 기무사가 노무현 대통령과 국방장관 간 통화 감청은 물론 민간인 수백만 명을 지속적으로 사찰했다는 추가 의혹이 최근 제기된 바 있다.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할 기무사가 오히려 지휘권자까지 감시해온 셈이다.

개혁위 관계자는 "(앞으로)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하더라도) 영장 받아서 도감청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러한 모든 개혁들이 이뤄지면 앞으로는 불법적인 정치개입이나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 또 특권의식을 갖고 군대 내에서 지휘관들의 사기를 저해하는 그러한 행위들은 근절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안이 실효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재 국방부와 법무부 합동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무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책임자 처벌로 인적청산을 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더라도 '음지'에서 기무사의 '월권' 행위가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독립된 조직과 인력, 예산까지 보장받아가며 박근혜 정권이 기무사를 통해 무엇을 하고자 했던 것인지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샅샅이 조사하고 책임자와 관련자들을 엄히 처벌해 다시는 이 땅에 비극을 모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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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살육...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나무

다크 투어리즘의 성지 '킬링필드'를 가다

18.08.03 07:53l최종 업데이트 18.08.03 07:53l

 

 다크투어리즘의 성지로 불리는 캄보디아 쯩아익 집단학살센터
▲  다크투어리즘의 성지로 불리는 캄보디아 쯩아익 집단학살센터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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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일어난 전쟁과 학살, 재난과 재해 등 비극적인 현장을 돌아보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배우고 교훈하는 여행을 다크투어리즘 혹은 블랙투어리즘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장소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중국 난징 대학살기념관, 캄보디아 킬링필드 등이 있으며 국내에는 제주 4.3 유적지나 광주 5.18민주묘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등이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1980년 중반에 개봉된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킬링필드>를 기억한다. <굿모닝 베트남>이나 <지옥의 묵시록>과 같은 강렬한 작품들이 개봉되던 시기라 기자의 눈으로 전쟁을 그려낸 <킬링필드>는 그다지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니었다. 

 

한국 동란을 소재로 한 영화 속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보았기에 우리와 비슷한 역사가 있었구나 정도로 공감했다. 다만 마지막에 주인공인 시드니 쉔버그(뉴욕타임스 기자)와 통역관이었던 디스프란이 만나는 장면에 삽입된 존 레논의 'Imagine'(이매진)이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았던 것 같다.

프놈펜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우리가 흔히 '킬링필드'라고 부르는 쯩아익에 집단학살 센터(choeung ek genocidal center)가 있다. 1만7000여명이 집단 매장되어 있는 쯩아익은 캄보디아 전역에 흩어져 있는 2만 여개의 집단 매장지 중 프놈펜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이다.

어깨 들썩이며 흐느끼는 파란 눈의 소녀
 
 각 지점 마다 자세하고 생생한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다.
▲  각 지점 마다 자세하고 생생한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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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리자마자 '원 달러'를 외치는 작은 손들이 달려든다. 허겁지겁 1달러짜리를 꺼내 주던 처음과 달리 며칠이 지나니 아이들의 외침과 눈빛에 익숙해져 무심한 듯 지나치는 용기도 생긴다. 

그렇게 아이들이 내미는 손들을 피해 지나다 문득 땅바닥에 주저앉은 한 남자 앞에서 굳어버렸다. 캄보디아 내전 때 묻어 둔 지뢰에 한 쪽 다리를 잃은 남자였다. 그가 내민 거친 손과 붉게 충혈된 눈이 가슴에 와 박힌다. 아, 어쩌란 말인가. 전쟁은 끝나고 평화가 왔지만 이 땅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쯩아익 '킬링필드'에서는 가이드가 필요하지 않다. 각 나라 말로 나오는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서 번호만 누르면 설명이 나오기 때문이다. 오디오 가이드의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별다른 건축물이나 유물을 남겨 두지 않아 공터나 다름없어 보이는 곳이지만 각 지점마다 그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50여 년 전 그 땅에서 벌어진 잔혹한 학살극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슬프고 굳은 얼굴로 조용히 오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관람객들 사이사이에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모습도 보인다. 걸음을 멈추고 벤치에 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파란 눈의 소녀에게서 오랫동안 눈길을 떼지 못했다. 

행렬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으로 공감하고 진심으로 추모하는 그들을 느낄 수 있다. 대화를 나누거나 소란스럽게 이야기 하는 사람도 없고 뛰거나 웃는 사람도 없다. 그저 조용히 걸으며 눈물과 기도로 희생자들을 추모할 뿐이다.

인간의 잔혹함은 어디까지 일까
 
큰사진보기 슬프고 진지한 모습으로 기념관을 걷는 푸른 눈의 청소년들. 함께 울어주는 이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  슬프고 진지한 모습으로 기념관을 걷는 푸른 눈의 청소년들. 함께 울어주는 이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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쯩아익 집단 학살센터는 아이들과 여성 희생자들이 많다. 72시간 안에 도심을 비우라는 폴포트의 강제이주 명령에 따라 시골로 내려가야 했던 사람들. 그 중에는 이동이 쉽지 않은 여성들과 노인들 그리고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가족을 인정하지 않았던 크메르루즈군들은 자식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강간 살해하고 엄마 앞에서 아기를 나무에 던져 죽였다. 하늘에 닿을 듯 높고 큰 나무 킬링트리. 아기의 두발을 잡고 휘둘러 머리를 깨뜨려 죽인 나무다. 허연 뇌수와 붉은 피로 얼룩졌던 나무가 지금은 추모객들이 걸어 두고 간 팔찌로 알록달록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이보다 슬픈 나무가 또 있을까.

인간의 잔혹함은 어디까지 일까. 총알이 아깝다는 이유로 몽둥이로 머리를 쳐 죽이고 날카로운 야자 잎으로 목을 베었다. 자백을 받기 위해 드릴로 머리를 뚫는 고문도 했다. 그것도 귀찮으면 구덩이를 파고 산채로 사람을 매장했다. 

그렇게 살해 당한 희생자가 당시 인구의 3분의 1에 가까운 20만에 이른다니 광기의 살육이 아니고 무엇일까 싶다.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그런 살육을 베트남 전으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10대의 어린 아이들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훗날 이들이 성장해 학살의 책임을 묻게 될 것이 두려워 목격자가 아닌 공범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리 크지 않은 집단학살센터 투어의 마지막은 유골이 가득한 추모탑이다. 1975년 4월 17일. 폴포트와 크메르루즈군이 프놈펜을 함락함과 동시에 시작된 집단 학살을 기억하기 위해 17층 규모로 지어진 이 탑에는 1만 여구의 유골이 나이, 성별, 사망원인 등으로 분류 보관되어 있다. 

기념관 내부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흙위로 드러난 사람의 뼈와 아직 썩지 않은 옷가지들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집단 매장지가 확인된 것만 2만여 개에 이른다니 부모와 조부모 형제와 자매의 억울한 죽음 위에서 삶을 시작해야 했던 이들의 가난과 슬픔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아기들을 던져 머리를 깨뜨려 죽였다는 킬링트리. 추모객들이 걸어 둔 팔찌가 더욱 슬프다
▲  아기들을 던져 머리를 깨뜨려 죽였다는 킬링트리. 추모객들이 걸어 둔 팔찌가 더욱 슬프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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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쯩아익 킬링필드와 다르지 않은 유적지가 있다. 제주 4.3과 광주민주화 항쟁 관련 유적지, 서대문 형무소, 최근에 영화로 알려지게 된 군함도 등등이 아픔과 슬픔을 가진 다크투어리즘의 장소일 것이다. 

우린 그런 뜻 깊은 역사의 현장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일까. 아쉽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까지 설명하고 추모하며 기억하게 할 좀 더 많은 장치들이 동원된다면 그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오랫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교훈과 감동의 장소가 되지 않을까.

그와 더불어 폴포트 정권에서 저질러진 학살에 대해 최근까지 책임을 묻고 있는 유엔크메르루즈 전범특별재판소(ECCC : Extraordinary Chamber in the Courts of Cambodia)와 같이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교훈이며 다음 세대에 같은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110명이 함께 생 매장된 곳. 추모객들의 팔찌가 슬프고 아름답다
▲  110명이 함께 생 매장된 곳. 추모객들의 팔찌가 슬프고 아름답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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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지난 7월8일부터 13일까지 캄보디아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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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아스팔트에 몸 던진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8/03 09:27
  • 수정일
    2018/08/03 09:2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폭염 속 아스팔트에 몸 던진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08/03 [00:2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전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사진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 생중계 화면캡쳐)     © 편집국

 

40도에 육박하는 날씨 속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스님들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몸을 던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2일 오후 4시부터 해고노동자 전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오체투지(五體投地)에 나섰다.

 

▲ 오체투지에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사진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 생중계 화면 캡쳐)     © 편집국

 

오체투지에 앞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쌍용차 해고자 전원 복직 국가폭력 사과 손해배상 철회 사법농단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민중의소리보도에 따르면 조계종 사회노동위 위원장인 해찬스님은 아마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비롯한 이 땅의 해고노동자들이 폭염보다 더한 인재를 겪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이 문제는 꼭 해결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고 김주중 동지의 추모와 쌍용차 복직문제국가 손해배상 철회의 요구를 넘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노조 탄압에 고통받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의 염원과 문제해결 의지를 가슴에 담고 힘찬 오체투지로 대한문으로 향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 오체투지를 진행 중인 쌍용차 노조 김득중 지부장. (사진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 편집국

 

▲ 무더운 날씨에 얼음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는 김득중 지부장. (사진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 편집국

 

▲ 오체투지 도중 목을 축이며 잠시 쉬고 있는 참가자. (사진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 편집국

 

참가자 20여명은 오후 4시 경 조계사 일주문을 출발해 종로2교보문고동아일보프레스센터대한문까지 총 1.5km 거리를 오체투지로 나아갔다.

 

▲ 목적지인 대한문 앞에 도착한 참가자들. (사진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 편집국

 

KTX열차승무원전교조 조합원세월호 유가족들도 피켓을 들고 오체투지 행렬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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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기무사 내란 음모 확정 땐 김성태 사퇴해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기무사 내란 음모 확정 땐 김성태 사퇴해야”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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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성 물질 내뿜는 이 물 걸러먹어도 될까?

[산 강과 죽은 강⑫] 낙동강 녹조라떼... 누가 수문개방 막는가?

 

등록 2018.08.02 08:00수정 2018.08.02 08:12

낙동강의 하늘에서 내려다 본 한 장의 사진 속에 4대강 사업의 진실이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을 사이에 두고 선명하게 갈린 다른 색깔의 강물이 인상적이다. 폭염이 지속되던 지난 7월 26일 대구 달성보에서 드론으로 찍은 사진이다. 콘크리트 보의 상류쪽에 녹색 물감을 푼 것도 아니다. 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을 확인할 수 있다. 
 

▲ 녹색강물이 가득한 이곳은 녹조라떼가 창궐한 낙동강 달성보. 4대강 보가 준공한 2012년 이래로 7년간 연속해서 녹조의 강으로 변한 낙동강.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4대강 사업 이전에도 이런 우려는 수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4대강 부역자들은 그때마다 '큰 물그릇'론을 들고 나왔다. 댐에 물을 담수해서 물그릇을 키우면 일부 오염된 물이 많은 물에 희석되기에 수질이 좋아진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흐름을 단절시키고 물을 가둔 물그릇은 썩은 물의 거대한 저장소로 바뀌었다. 보는 거대한 녹조공장인 셈이다.    

[달성보] 거대한 녹조 공장  

지금 감옥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몇 해 전에 달성보에 담수한 이 물을 가리키며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물이 썩었다는 주장에 반박하듯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저 물에 커피 타먹고 싶다."

커피를 트럭으로 쏟아 부어도 물의 색깔을 바꾸기 어려워 보였다. 그 정도로 달성보에 갇힌 녹조의 색깔은 짙었다. 이곳에서 나와 달성보 2킬로미터 하류에 있는 대구 달성군과 고령군 개진면을 이어주는 교량인 박석진교로 차를 몰았다. 강물의 빛깔은 멀리서 봐도 짙은 녹색이었다.

 

▲ 달성보에서 하류로 2킬로미터 아래 박석진교에서 내려다본 낙동강. 식물성 플랑크톤인 조류가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남조류는 맹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박석진교 아래로 내려가자 역한 냄새가 올라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강물은 심한 악취를 풍겼다. 물속을 들여다보니 녹색 알갱이들이 곳곳에서 몽글몽글 치솟았다. 녹조였다. 이 알갱이들은 이내 뭉쳤고, 강물을 점령한 녹조에 합류해 수면 위에 두꺼운 녹조층을 쌓고 있었다. 그야말로 걸쭉한 녹조라떼의 강이었다. 

한 달 전인 지난 6월 25일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들이 '산 강과 죽은 강' 기획 취재를 위해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바람도 불었다. 녹조 알갱이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뭉치지 못하고 흩어졌다. 작년의 비슷한 시기에 비해 심각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일부 수문 개방한 효과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낙동강의 보는 다시 닫혔고, 강물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녹조라떼를 연출했다. 사실 2012년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7년간 지속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수면 위의 녹조의 두께는 두꺼워졌고, 녹조가 창궐하는 횟수도 잦아졌다.
  

 

▲ 지난해인 2017년 여름 녹조가 강 전체를 뒤덮은 도동서원 앞 낙동강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4대강 사업의 저주] 녹조는 독이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4대강 사업 이후 여름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창궐하는 녹조의 사진 한 장에 짧은 글을 써서 기사를 내보낸다. 이 기사를 보는 독자들에게 녹조가 창궐했다는 단순 정보만을 제공하는 데 그친다. 이러면 녹조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낄 수 없다. 하지만 녹색 강에는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녹조는 '독'이다. 대량으로 창궐한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는 그 안에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다. 특히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물질로 인해 서구에서는 물고기와 가축, 심지어 멕시코에서는 사람까지 사망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조류학자인 다카하시 토오루 구마모토보건대학 교수는 우리나라에 두 차례나 방한해 4대강 녹조를 조사·분석하면서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내뿜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청산가리의 100배나 되는 맹독성 물질"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또 "이 맹독성 물질은 조류를 먹을 수밖에 없는 어류에 그대로 농축되고, 심지어 이 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까지 농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 2015년 여름 방한한 일본의 녹조 전문가인 다카하시 토오루 교수(좌)가 당시 함안보 상류에서 뜬 녹조를 분석을 위해 채집기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2015년 당시 현장에서 간이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의 모습. 낙동강에 창궐하고 있는 이 문제의 남조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청산가리 100배의 맹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다. 지방정부는 낙동강의 물을 고도정수처리해서 가정에 공급한다고 주민들을 진정시키지만 오염된 원수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만약 0.0001%라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면? 지난 6월 구미산단에서 나온 과불화화합물로 인해 마트에 생수가 동나는 것과 같은 수돗물 대란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시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사건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던 언론들은 왜 유독 녹조에는 관대할까? 4대강 사업 때 침묵하거나, 이명박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4대강 사업을 입에 마르게 칭찬했던 언론들은 이제라도 녹조의 겉이 아니라 속까지 파야 한다.   

낙동강의 환경변화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진단해 온 대한하천학회 박재현 부회장(인제대 토목도시공학부 교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녹조는 4대강 사업의 저주다. 인간의 어리석은 무지와 탐욕이 부른 인재다. 강을 6미터나 깊이 파 모래를 전부 걷어내고 거대한 콘크리트 보를 만들어 강을 막은 결과다. 강에 사는 수많은 생명들을 도륙한 결과 그들이 인간을 향해 퍼붓는 저주다. 지금이라도 4대강에 사죄하고, 강을 강답게 만들어야 한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강을 흐르게 하면 녹조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 4대강사업은 낙동강 제1경이라 불리는 상주 경천대에서도 준설공사를 강행했다. 이후 상주보로 물을 담수하자 낙동강 제1경의 모습은 사라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4대강사업 전인 2008년 낙동강 제1경 경천대의 아름다운 모습. 이 모습은 현재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 최병성


[금강 vs. 낙동강] 산 강과 죽은 강

보에 갇힌 여름 강은 항상 녹색이지만, 흐르는 강은 투명하다. 강바닥이 얕으면 모래 색을 띠고, 강이 깊으면 하늘의 색을 비춘다. 지난 6월 23일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 기획취재 때 새삼 확인했다. 보에 갇힌 낙동강은 여전히 '죽은 강'이지만 수문을 일부 개방한 금강은 '산 강'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박 교수의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던 셈이다.   

김종술 기자의 투명카약을 타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공산성 앞 하중도에 들어갔다. 세종보와 공주보 수문을 개방한 뒤에 수면 위로 드러난 모래섬이다. 시궁창 펄이 완전히 씻긴 것은 아니었지만, 맑은 모래가 쌓였다. 전에 없던 여울도 생겼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얕은 물가에서 놀던 팔뚝만한 물고기가 깊은 물속으로 쏜살같이 사라지기도 했다. 

모래톱 위에는 군데군데 자갈밭도 보였다. 그곳에 꼬마물떼새 둥지가 있었다. 작은 자갈을 깐 둥지에서 메추리알과 비슷한 모양의 꼬마물떼새 알이 땡볕을 받으며 놓여 있었다. 갓 태어난 물떼새도 발견했다. 어미 새는 낯선 이방인의 등장에 자리를 피했다. 녀석들은 아장아장 걸으며 4대강 독립군의 신발 뒤에 숨거나, 몸을 비벼댔다.  

 

▲ 세종보 개방후 돌아온 금강의 여울목. 맑은 물이 세차게 흘러간다. 금강이 되살아났다. 지난 6월 23일 4대강 독립군 현장취재 당시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금강의 보 수문 개방 후 돌아온 모래톱 위에 꼬마물떼새가 알을 낳았다. 지난 6월 현장취재 당시 갓 부화한 꼬마물떼새 유조를 만날 수 있었다. 금강의 희망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수문 2개만 열었을 뿐인데, 강을 흐르게만 했을 뿐인데, 강의 회복력은 놀라웠다. 수문이 굳게 닫혔던 1년 전의 금강이 아니었다. 여전히 녹조가 창궐하고 강바닥에는 최악 수질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드글거리는 낙동강과는 너무 달랐다. 4대강 독립군이 찾아간 금강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의 귀환을 알렸다.  

[누가 수문을 닫았다] 자유한국당의 방해

최근 낙동강의 녹조 상태를 조사한 박창근 대한하천학회 대표(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년 반복되는 이 심각한 현상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낙동강은 영남의 젖줄이자 식수원이다. 이런 강물에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는 문제를 방치하는 것을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촛불 혁명으로 들어선 촛불혁명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시급해 풀어야 할 숙제다."

박 교수는 "강을 너무 깊게 판 결과 보의 수문을 열면 강 자체가 낮아지고 주변 농경지의 지하수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취·양수구를 조정하면 수문을 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에서 취·양수구를 조정할 예산 배정하는 것을 사실상 막고 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을 감행했던 정치 세력이다. 정부가 수문을 열면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어서 예산 배정에 소극적이다.


 

▲ 낙동강 합천보 수문개방으로 양수구가 드러난 현풍양수장의 모습. 4대강사업의 저주다. 강을 6미터로 깊이 준설해 강바닥 자체가 심각히 내려가버린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드러난 양수구를 강물 속으로 시급히 넣어주는 작업을 한다면 양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정부는 지난해 11월에 합천창녕보의 수문을 큰 폭으로 열었다. 이에 대구 달성군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지난 1월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소속의 농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는 정부의 수문개방 조치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이들은 2월 중순에 농업용수를 써야 하기에 합천보의 수문을 닫을 것을 촉구했다. 지역의 보수언론들은 앞 다투어 이들의 주장을 헤드라인으로 올렸다. 지역여론이 들끓었고, 정부는 결국 2월에 다시 수문을 닫았다.

하지만 당시 취재한 바에 다르면 '2월 농업용수 사용'은 거짓이었다. 달성군 농민들과 양수장을 가동하는 농어촌공사 달성지사에 확인해 본 결과, 통상적으로 낙동강의 양수장은 모내기철인 5월 말에서 6월 초에 가동했다. 그 전까지 보에 가둔 썩은 물은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않기에, 모내기철에 다시 수문을 닫아도 문제가 없었던 셈이다. 

[이상한 농법] 지하수 고갈시키는 수막재배

그렇다면 언제까지 '농업용수 부족'이라는 억지 주장에 끌려 다녀야할까? 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강물이 없는 것보다는 강물이 많은 것이 좋다는 농민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없는바 아니다. 그러나 지금 낙동강에 확보된 물은 강이 죽어가면서 만들어진 강물이다. 병든 강이 만들어낸 병든 강물이다.

이런 강물로 농사지으면 농작물이 건강하겠나? 다카하시 교수의 말대로 녹조의 독성물질은 농작물에까지 농축된다고 하지 않나? 농민들도 사실을 바르게 알아야 한다. 그러면 덮어놓고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 낙동강 바로 옆 빼곡이 들어선 수막재배 비닐하우스의 모습. 합천창녕보 아래 합천군 청덕면 광암들의 모습이다. 저 많은 비닐하우스에 지하수를 일시에 뽑아올리니 지하수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주변에는 수막재배라는 농법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수막재배란 비닐하우스 안에 또 다른 비닐하우스를 치고 그 위로 지하수를 뽑아 올려 보온을 하는 방식의 재배법이다.

경남 합천덕 청덕면의 '광암들'이 대표적이다. 이곳의 700동의 비닐하우스 중 500동 정도가 수막재배로 양상추 등을 기르고 있다. 500동 비닐하우스에서 보온용으로 하루에 4만~5만 톤이라는 막대한 양의 지하수를 쓴다. 낙동강이 원래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지속가능할 수 없는 농업방식이다.

4대강 독립군과 함께 녹조 취재 현장을 다녔던 곽상수 이장(고령 우곡 연리들에서 농사)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막재배는 정상적인 농업방식이 아니다. 이로 인해 지하수 체계도 교란당하고 있다. 무분별한 지하수 관정도 문제다. 해당 지자체는 실태조차 모르고 있다. 관정의 케이싱이 파손된 곳이 많고 그리 되면 지표수가 그대로 유입돼 지하수가 오염된다. 지하수는 우리의 마지막 남은 수자원인데 무분별한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지하 암반관정을 이용한 수막재배는 보온용으로 하우스 석 동에 하루 200톤의 지하수를 쓴다는 데 이건 심각한 문제다."

[흐르는 게 강] 죽은 강을 살리는 해결책

지난 7월 초에 발표된 감사원의 4대강 감사결과 발표는 놀라웠다. 특히 낙동강은 4대강 보로 인해 많은 물이 확보됐지만 쓸 수가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8개 보는 소수력 발전을 하고 있다. 어도도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물을 가둬둘 수밖에 없다. 결국 물을 계속 채울 수밖에 없고 보를 넘어서는 강물밖에 사용할 물이 제한된 구조라는 것이다.

보의 수문을 굳게 닫아 물그릇을 키워도 수질은 악화되고, 해가 갈수록 그 정도는 심각해질 것이다. 또 낙동강 물을 많이 확보해도 제대로 쓸 수 없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보의 유지관리 비용과 녹조 제거를 위해 매년 막대한 세금이 쓰이고, 낙동강 물을 정수 처리해 먹는 영남인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도 심화되고 있다. 


 

▲ 녹색강물이 가득한 이곳은 녹조라떼가 창궐한 낙동강 달성보. 4대강 보가 준공한 2012년 이래로 7년간 연속해서 녹조의 강으로 변한 낙동강. ⓒ 정수근


"1300만 명의 영남지역 국민들은 매일 썩은 강물을 먹고 있다. 수문만 열면 된다. 금강과 같이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하면 강은 스스로 정화한다. 녹조는 일시에 사라진다. 강이 건강해야 건강한 강물을 얻을 수 있다. 강이 역동적으로 흐르면 된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부회장의 말이다.

국회가 취·양수구 조정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고 정부가 결단을 내린다면 청산가리 100배의 독극물 때문에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다. 매년 막대한 세금을 '녹조 공장'을 운영하면서 낭비할 필요가 없다. 낙동강의 하늘에서 내려다 본 한 장의 사진 속에 4대강 사업의 명쾌한 해법이 있다. 

 


4대강 현장탐사-영화 만들기에 후원을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6월 21일부터 금강과 낙동강을 탐사 취재하면서 '산 강과 죽은 강'을 기획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을 소재로 한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 가입으로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정수근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10년간 낙동강을 다니며 4대강사업의 만행을 고발해왔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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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풀어주고 양심수 가두는게 '정의로운 나라'입니까”

“김기춘 풀어주고 양심수 가두는게 '정의로운 나라'입니까”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08/02 [00:4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민가협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올해 광복절에 대통령 특별사면은 없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들이 나온 가운데시민사회단체들이 양심수 특별사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양심수후원회구속노동자후원회, NCCK인권센터는 1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춘은 풀어주고 양심수는 가두는 건 정의로운 나라가 아니라며 양심수에 대한 광복절 특사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촛불로 감옥에 보낸 김기춘을 며칠 있으면 풀어준다고 합니다촛불로 감옥에 보낸 이재용은 벌써 세상을 활보하며 해외 순방길에 동행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양심수 사면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라며 이게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정의로운 나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들은 시간이 부족해 광복절 특사가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양심수는 20명도 채 되지 않는다며 보름 동안 십여 명 명단 못 만들어서 특별사면 못한단 말 입니까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 단체들은 내년 3.1절과 건국 100주년에 특별사면을 실시할 수도 있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한 인간의 양심을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정치 이벤트용으로 옭아매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14일까지 청와대 앞 매일 기자회견에 나설 계획이다또한 통합진보당 명예회복과 이석기 의원 석방을 위한 공동행동’ 실천단은 매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청와대 주변 북악스카이웨이-팔각정-삼청동-세종로를 걷는 항의 행동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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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협양심수후원회구속노동자후원회, NCCK인권센터 기자회견문>

 

김기춘 풀어주고 양심수 가두는게 '정의로운 나라'입니까

- '청와대 앞 매일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

 

우리는 민주화운동의 동지로 평생을 함께 싸운 박정기 아버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습니다조문을 온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국가폭력이 가정을 더 이상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그런데 오늘 아침에 '광복절 특사 안 하겠다'고 청와대가 발표했습니다오늘 우리가 다시 청와대 앞으로 달려 나온 이유입니다정말로 서고 싶지 않은 자리에 오늘 우리는 서 있습니다청와대가 이 폭염에 우리를 불러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정의로운 나라약속은 왜 했습니까

 

문재인 대통령님 기억하십니까지난 해 5월 9일 밤대통령 당선 확정되고 광화문광장에서 마이크 들고 말한 첫 마디가 '정의로운 나라'입니다올해 4.19 기념일에 참배하고 나서 맨 처음도 '정의로운 나라'입니다대통령으로서 국민 앞에 가장 많이 약속한게 '정의로운 나라'입니다.

 

촛불로 감옥에 보낸 김기춘을 며칠 있으면 풀어준다고 합니다촛불로 감옥에 보낸 이재용은 벌써 세상을 활보하며 해외 순방길에 동행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양심수 사면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이게 '정의로운 나라'입니까이런 대한민국을 만들거면 약속은 대체 왜 했습니까.

 

양심수 석방은 '정치 이벤트'용이 아닙니다

 

오늘 발표는 우리더러 '광복절 특사포기하라는 뜻으로 들립니다시간이 부족해서 이번 광복절에는 어렵다고 합니다이석기 전 의원을 비롯해 양심수는 채 20명도 안 됩니다보름 동안 십여 명 명단 못 만들어서 특별사면 못한단 말입니까우리는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내년 3.1절과 건국 100주년에 특별사면을 실시할 수도 있다고들 합니다한 인간의 양심을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정치 이벤트용'으로 옭아매겠다는 발상입니다정말로 천벌을 받아 마땅한 생각입니다건국 100주년이 아무리 좋은들 사람이 먼저입니다.

 

가장 시원한 단비는 '광복절 특사소식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휴가에서 돌아오자 마자 광복절 특사를 결단하십시오가마솥 무더위에 시원한 단비같은 그 소식을 주십시오주인 없는 빈 집임에도 불구하고 그 간절한 마음으로 오늘부터 우리는 청와대에서 매일 기자회견을 시작합니다광복절 특사 되는 날까지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양심수 석방은 광화문광장에서 평범한 국민들이 외친 촛불의 요구입니다광화문광장 옆으로 관저를 옮기는 것이 광화문시대가 아니라 양심수 석방을 결단하는 것이 광화문시대의 시작입니다촛불정신으로 문재인 대통령님이 돌아오길 다시 한번 간곡히 요구합니다촛불을 믿고 결단하길 바랍니다.

 

2018년 8월 1일 

민가협양심수후원회구속노동자후원회, NCCK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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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의 북측 노동자들이 눈물 흘린 이유-분단은 북맹을 일반화한다

<기고> 서울겨레하나, '판문점선언 시대'를 읽는 아카데미 (5)
강혜진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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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1  16: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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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겨레하나는 7월 4일부터 31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시민강좌 ‘판문점선언시대를 읽는 아카데미’를 진행합니다. 다음은 지난 7월 2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북한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주제로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진행했던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분단체제가 만들어 놓은 무지와 구조적 왜곡에 대해 살펴보며 존재자체로의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바로 잡아야 하는 것들을 생각해보는 자리였습니다.

강연 :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정리 : 강혜진 서울겨레하나 홍보팀장

 

   
▲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지난 2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북한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70년간 체제와 제도를 달리한 남과 북이 서로 다름을 배워나가는 노력 자체가 상호존중과 평화의 첫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상호존중이 평화이고 통일이라는 것. [사진제공-겨레하나]

총체적 북한 무지, 북맹! 분단은 북맹을 일반화한다
분단은 아는가? 통일은 아는가? 분단은 가르치지 않는다

분단체제는 사람들에게 북에 대해 구조적으로 무지의 상태와 체제적 왜곡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일까. 한국 땅에서 북한학을 한다는 것은 사회과학의 범주가 아닌 정치의 범주에 속한다. 북한학에서 학문의 진실, 과학을 추구한다면 ‘종북’,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당하고 매장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조차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과연 북한에 대해 누가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특히 북한 관련 언론보도는 왜곡보도가 너무 많다.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북측 사회를 희화화 하고 상종하지 못할 혐오스런 곳이라고 국민들에게 유포한다. 종편과 언론사는 이런 보도들을 수백 편씩 쏟아낸다. 더 심각한 문제는 ‘팩트’라고 하면서 가져오는 국정원의 정보조차 신뢰성이 낮다는 점이다. 2013년도에 수많은 언론에서 모란봉악단 단장 현송월이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국정원의 관계자’라는 확인되지 않은 교묘한 출처를 달아서 언론은 다시 그것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현송월은 얼마 전 삼지연악단의 단장으로 우리에게 공연을 선보였다.

종편과 언론들은 북측의 주요 군부인사가 장기간 각종 행사나 보도 등에 등장하지 않으면 그냥 ‘숙청’되었을 가능성이 높거나 아예 ‘숙청’되었다고 해버린다. 과연 그럴까? 생각해보자. 대한민국에서도 1년에 봄과 가을에 군장성급 인사를 한다. 계급정년이 있기 때문에 정년이 되면 군고위급 인사들은 매년 인사를 통해 예편하고 또 충원된다. 이 상황에서 정기 인사를 통해서 예편되는 사람들은 모두 숙청되는 것일까? 그냥 정년을 맞아 은퇴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두고 ‘숙청이다, 처형이다’며 무책임하게 보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쌓여가는 오보들은 결국 국민들의 뇌리 속에 북측을 상종 못할 악의 나라, 혐오의 대상으로 이미지화시킨다.

다름과 차이, 그 기본조차 모른다. 분단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런 보도들은 국민들에게 일상적으로 북한 혐오를 심어주며 적대적 분단체제를 심화시킨다. 그러면서 북한문제나 남북관계에 있어서 온전하고 상식적인 사고가 작동할 수 없도록 한다.

개성공단에 있을 때 일이다. 남측에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북측은 선거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면서 과연 누가 당선될지 물어본다. 그러면 늘 “남측 선거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라고 한다. 즉 밤새 개표해봐야 알 수 있다고 답변하면 북측은 그것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의 상식으로 보자면 선거결과는 ‘까봐야 아는 것’이다. 그런데 북측은 이런 상황을 매우 불안정한 상황으로 인식한다. 내일 당장 누가 정치지도자가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 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매우 불한정한 상황인 것이다.

북측에서 선거란 관련 해당 구성원들이 충분히 토론·토의를 통해 완벽히 합의해서 한 명을 만들어 놓고 투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단 한 표로도 당락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선거제도이다. 다양한 선거제도 중 남과 북이 택한 방식이 달라서 생긴 대화였다. 그러나 보통 우리들은 우리의 제도를 기준으로 북을 평가한다. 그리고 그들이 ‘비상식적’이라고 폄훼하곤 한다.

대한민국에서 매년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이 2만 명 정도 된다. 즉 이민자가 매년 2만 명이 넘는다. 그러면 2만 명의 국적 포기자들은  ‘탈남’한 것인가. 남한의 폭정에 참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이 떠나는 것인가? 그렇게 표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각자의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듯 특수한 상황을 일반화해서 한국사회 전체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탈북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은 어떠한가. 경제적 문제로 중국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다시 경제적 이유를 중심으로 한국행을 택한다. 이런 탈북자들은 전체 2,500만 명의 북측 주민 전체로 보면 특수에 해당된다. 그런 특수를 전체 모든 북측 주민들이 모습인양 일반화하면 인식이 오류를 낳을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탈북 문제에 대해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각색해서 방송하는 종편 예능 프로그램들의 문제도 있다.

우리 사회가 북을 바라보는 인식의 태도, 관점은 크게 여섯 가지로 분류된다. 적대적 관점, 대립적 관점, 비교적 관점, 경제적 관점, 우리식의 관점, 일반화의 오류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여섯 가지의 관점을 압도하는 가장 큰 인식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북에 대한 무관심이다. 그러다보니 북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한국사회에서 북을 알기 위해선 이런 겹겹의 장벽들을 넘어서야만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북은 도대체 어떻게 작동되는 사회일까.

북한의 공동체성 : 동네 아이의 피부이식을 위해 줄 선 동네 사람들

북은 경제제도는 사회주의를, 사회문화적으로는 고도의 집단주의, 공동체성이 작동되는 사회다. 북측 주민들은 소학교 2학년에 시작되는 소년단 생활 이후부터 누구라도 반드시 자기가 속한 조직이 있다(직맹, 농근맹, 청년동맹, 여맹, 조선노동당 등). 북측 사람들 누구나 하는 조직생활은 북의 집단주의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열쇠 중 하나이다.

북측 사람들의 삶에서 집단주의와 공동체성이 어떻게 나타날까. 북에서 결핵퇴치사업을 하는 ‘유진벨 재단’의 현장의료 점검단들이 목격한 일이다. 점검단이 마을 병원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기에 무슨 줄이냐고 물었다. 사연인즉슨, 그 마을에 13살 정도 된 아이가 집에서 3도 화상을 입은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고 피부 이식 수술 전까지 감염을 막기 위해 화상부위를 잠깐 덮을 피부를 이식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마을 방송을 통해서 전파됐다고 한다. 그 방송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아이를 위해 자신의 피부를 이식하기 위해 줄을 섰다는 것이다.

‘집단주의’라는 간단한 말 속에는 다양한 북측 사람들의 삶이 담겨져 있다. 어떤 모습은 우리에게 훈훈한 정과 사랑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모습은 생경하기도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계속 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처음 먹어보는 생소한 음식도 계속 먹다보면 익숙한 음식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개성공단은 한반도식 통일정책이다

북측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의 가슴에 달린 배지-초상휘장이다. 북측 사람들은 가슴에 김일성-김정일의 초상이 그려진 초상휘장을 달고 다닌다. 남측 사람들인 우리가 볼 때는 신기한 모습이다. 남측 사람들이 북측 사람의 가슴에 달린 초상휘장을 호기심으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 배지 구경 한 번 합시다”라고 물었다. 그런데 상대방은 예상 밖에 진지한 모습으로 “배지가 아닙니다. 초상휘장입니다. 함부로 손가락질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슴에 모시는 겁니다”라고 대답한다. 우리에게 별 것 아닌 것이 그들에게는 소중한 생활양식의 상식적 가치규범일 수도 있다.

故노무현 대통령도 개성공단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남과 북 노동자들에게 연설을 했었다. “여기 개성공단이 바로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현장입니다.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합시다. 이곳은 분단의 역사를 평화의 역사로 만드는 곳이고 여러분은 민족의 선각자들입니다. 여러분들이 만드는 제품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평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자긍심을 가지십시오.” 이 발언을 들은 우리 남측의 노동자들은 뿌듯해했다.

그렇다면 북측의 노동자들은 어땠을까? 다 울었다. ‘여러분들이 평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자긍심을 가지십시오.’ 이 말이 그들의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이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우는 북측 노동자들을 본 우리 대통령이었다. 이렇게 남과 북이 하나의 말을 듣고도 반응이 다르다. 개성공단이 의미 있었던 것은 남과 북의 6만 여명의 사람들이 같은 공단에서 매일 같이 다름을 서로 배우고 익혀가면서 매일매일 작은 평화와 통일의 사례들을 발현, 축적한 공간이었다는 점이다.

누군가 우리에게 어떻게 통일을 할 거냐고 묻는다. 독일통일의 상징적 정책인 빌리브란트 수상의 ‘동방정책’을 실제로 입안했던 에곤 바르는 2005년에 개성공단을 보고나서 “한국의 통일정책 다른 것 필요 없고 개성공단을 따라가라.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하다보면 이미 평화와 통일이 와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개성공단은 평화가 정착되고, 경제통일이 오고, 궁극적으로 통일이 만들어지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보수정권 10여 년간 개성공단은 공격받고 끝내 폐쇄되고 말았다. 하지만 다시 4.27 판문점선언으로 상징되는 평화이 시대가 실질적으로 열리고 있다. 분단시대의 종언, 평화시대의 개막!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남북의 화해협력과 사회문화교류, 경제협력으로 상징되는 번영의 시대에 진입하는 첫 출입구에 개성공단 재개, 정상화가 자리하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김정은 시대 이후 북측의 변화는 경제·사회·문화적으로 괄목할만하다. 이 변화를 읽어야 한다. 5개의 경제특구, 22개의 경제개발구를 선정하고 경제개발구법을 제도화했다. 여러 많은 지역을 관광특구화하고 있다. 원산을 관광특구로 지정하고 ‘아시아의 나폴리’로 만들겠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2013년 이후 북측은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대해 외국인 여행을 열었다. 호기심에 북측을 여행하는 여러 많은 나라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진짜 멋진 여행을 원한다면 이것보다 좋은 게 없을 것이다.”, “북에 대한 선입견들은 북한주민들과 만나면서 산산조각 났다”, “북이 무서운 나라라는 인식 갖고 있었지만 그들은 매우 개방적이고 친절했다” 이런 식의 여행후기를 남기는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일의 개념은 단순하다. 수십 년간 헤어진 가족이 다시 만나서 저녁 한 끼 나누어 먹는 것. 이것이 일상의 통일이다.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는 것이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며 교류하는 것. 그러나 지난 10년간 정부와 언론과 수많은 거짓 학자들이 만들어 낸 것은 북에 대한 혐오와 폄훼였다. ‘혐북’을 만들어 내고 ‘북맹’을 양산해왔다.

북은 변화하고 있다. 이제 우리들 마음속이 분단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존재하는 북을 이리 비틀고 저리 왜곡하는 분단체제의 왜곡과 오도가 아니라, 존재하는 그대로의 북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온전히 보고자하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이 상호 존중하는 순간 평화가 시작되고 통일도 완성된다. 상호존중! 다름과 차이를 옳고 그름, 맞고 틀림, 선과 악의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재단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면 이미 평화이고 통일이다. 상호존중은 대한민국의 국가공식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기본정신이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는가? 호혜가 호혜를 평화가 평화를, 적대가 적대를 낳는다. 우리는 북측을 존중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인 ‘평화통일’ 그 평화가 과연 상호존중 없이 시작될 수 있는가?

70년 체제와 제도를 달리한 남과 북은 생활양식, 가치규범, 사고방식, 관습과 문화에서 적지 않은 다름을 만들었다. 그 다름을 배워가고자 하는 노력들이 상호존중과 평화의 첫출발이다. 평화를 원하는가? 상호존중하자. 존중받고 싶은가? 그러면 먼저 존중하자. 북측 땅 그곳에는 참 맑고 순수한 2,500만의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존중하자. 그러면 평화다. 존중하자. 그러면 이미 통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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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동물들을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매일의 사투

이준석 2018. 08. 01
조회수 325 추천수 0
 
야생동물 구조센터 24시
먹이 조르는 어린 새, 포유류 배변 유도와 분유 주기
재활훈련, 투약, 강제 급식…쉴 새 없이 울리는 신고 전화
청소도 필수, 자원활동가 도움 절실…최선 다해도 또 죽음

 

s27.JPG» 다리가 골절돼 깁스를 한 어린 고라니. 구조센터의 여름은 치료와 관리, 방생을 기다리는 수많은 야생동물로 북적인다. 그 중 상당수가 어린 개체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도착한 구조센터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다. 짐을 책상에 대충 던져두고 몇 걸음 되지 않는 복도를 '살아 있을까'라는 걱정에 휩싸인 채 계류장의 어린 새들을 보러 간다. 계류장의 문을 열고 먹이를 독촉하는 어린 녀석들의 울음소리에 안도하며 괜스레 불친절한 손길로 먹이를 집어 준다.
 
s1.jpg» 먹이를 보채는 어린 박새.
 
s2.JPG» 까치 새끼.
 
s3.jpg» 배고픈 어린 되지빠귀.
 
어린 새들에게 먹이 주는 일이 끝나는 대로 어린 포유류의 배변 유도와 분유 준비로 분주해진다. 어린 포유류는 직원들이 어미를 대신해 배뇨·배변을 유도하고 분유를 먹여야 한다. 처음엔 이런 과정을 하루에 세 번씩 진행하며 조금씩 체중을 늘리고 시간이 지나 성장할수록 그 횟수를 조금씩 줄여간다. 
 
너구리든, 고라니든, 삵이든 어린 포유류를 무사히 키우는 일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배변, 배뇨가 원활하지 못한 경우 폐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분유를 먹는 과정에서 분유가 기도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오연성 폐렴으로 인해 폐사로 이어질 수 있고, 먹는 양이 충분치 않거나 체온이 떨어져도 폐사할 수 있으며 원인조차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s4.JPG» 분유를 받아먹는 새끼 너구리.
 
s5.jpg» 분유를 먹는 새끼 고라니.
 
모든 어린 동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종에 따라 방식에 차이가 있다. 어린 동물은 크게 조성성과 만성성으로 나뉜다. 조성성은 새끼가 태어난 뒤 곧바로 움직일 수 있는 종을, 만성성은 새끼가 태어난 뒤 일정 기간 어미의 보호가 필요한 종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꿩, 오리, 고라니 등은 조성성에 속하고 참새, 매, 멧비둘기, 너구리 등은 만성성에 속한다. 
 
하루의 시작은 만성성 조류를 먹이는 일로 시작된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면,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행동을 사람에게도 하는데, 그때 부리 안으로 종과 상태에 따라 육류, 곤충류 혹은 이유식을 넣어주면 된다. 일정 수준의 크기로 성장하기 전까진 30분 간격으로 먹이를 먹여 체중을 늘려야 한다. 정신없는 일과에 쫓겨 몇 시간 먹이를 주지 않는다면, 그로 인해 상태가 악화하고 죽음이란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늘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또한 종과 상태에 따라 균형 잡힌 다양한 먹이를 제공하거나 올바른 사육환경을 조성해주지 않는다면 성장할지언정 근골격계 이상 혹은 각인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가 생겨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일반인의 야생동물 사육이 동물 입장에선 굉장히 위험한 이유이다.
 
 반면 조성성 조류는 사람의 손길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으며, 사실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그렇기에 조성성 조류인 오리나 꿩의 유조가 폐사할 때면 안타까움에 답답할 때가 많다. 만성성 포유류인 삵, 너구리, 족제비 등의 새끼는 걷는 것은 물론 눈도 채 뜨지 못한 상태이다. 조성성인 고라니는 태어나자마자 풀을 뜯고 걸을 수 있지만, 풀을 뜯어 먹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양과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만성성 포유류인 족제비, 너구리처럼 젖먹이기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s6.JPG» 어린 흰뺨검둥오리는 사람의 손길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s7.JPG» 조성성 동물인 새끼 고라니.
 
s8.JPG» 만성성 동물인 멧비둘기 새끼. 일일이 돌봐주어야 한다.
 
s9.JPG» 새끼 족제비. 어린아이처럼 때마춰 젖을 주어야 한다.
 
어린 동물들을 관리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선 현재 치료 중인 동물들을 모두 돌아보며 간밤에 다친 곳은 없는지, 제공했던 먹이의 잔량과 배설물의 상태는 어떤지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진료가 필요한 개체, 먹이 양 조절이 필요한 개체, 계류장의 이동이나 재조성이 필요한 개체가 결정되고 하루 일과를 계획한다.
 
잠시 숨을 돌리고 본격적으로 진료, 먹이 준비, 재활 훈련, 투약 등 하루 일과를 시작하지만 순탄히 진행되긴 힘들다. 새로 구조되는 동물로 진료는 연달아 지체되고, 어린 새들에겐 끊임없이 먹이를 먹여야 하며, 스스로 먹지 않는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하루에 몇 번씩 강제로 먹이를 먹이거나 스스로 먹이를 먹게 유도할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개체수도 많고, 겨울에 비해 다양한 종들이 구조되는 바람에 먹이의 종류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먹이 준비에 필요한 시간 또한 평소의 몇 배는 필요하다.
 
s10.JPG» 방사선촬영 중인 청딱다구리 새끼.
 
s11.JPG» 오리류 유조를 위한 먹이 준비.
 
s12.JPG» 쏙독새에 먹이를 강제로 먹이고 있다.
 
s13.JPG» 어린 황조롱이에게 약을 먹이고 있다.
 
구조 전화는 쉼 없이 울린다. 구조 담당자는 구조센터에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여름엔 구조 또한 간단치 않다.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새는 둥지 위로 올려줘야 하고, 불가능할 경우 인공둥지를 달아줘야 한다. 집수정이나 농수로에 빠진 어린 오리들을 포획해 안전한 곳에 어미와 함께 풀어줘야 한다. 어린 포유류가 구조해야 할 상황인지, 신고자의 걱정과 오해로 인한 납치인지 현장에서 파악해야 한다. 밀려오는 구조에 직접 출동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몇몇 지자체에선 이럴 때를 대비해 야생동물의 구조를 1차적으로 도와주는 지회를 운영하고 있다. 조난당한 야생동물의 구조도 미룰 수 없지만 치료가 끝난 계류동물의 방생 또한 미룰 수 없는 일이다. 방생이 빠르게 이뤄져야 구조센터의 업무도 줄어든다. 또 이유 없는 장기계류는 동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s14.JPG» 쉴 새 없이 구조되는 야생동물.
 
s15.jpg» 황조롱이 새끼를 위한 인공둥지를 설치하고 있다.
 
s16.JPG» 새끼 너구리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하고 있다.
 
s17.JPG» 방생 전 까치에 가락지를 끼우고 있다.
 
이렇게 바쁜 시기에도 환경관리는 절대 소홀히할 수 없다. 남은 먹이와 배설물을 제때 치워주지 않으면 해충과 곰팡이, 부패로 인해 동물들에게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마우스와 곤충류의 사육환경도 늘 청결히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하고, 계류장과 재활에 필요한 도구의 세척과 소독도 신속하게 해야 하는데, 이런 일들이 어렵진 않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럴 때 자원활동가의 도움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요즘처럼 정신없는 시기에 자원활동가에게 더욱 감사하게 된다. 너무 바쁘다 보니 자원활동가에게 다양한 활동 기회와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s18.JPG» 여름엔 환경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s19.jpg» 청소할 것이 끝없이 나온다.
 
s20.jpg» 자원활동가들이 새끼 너구리 돌보기를 돕고 있다.
 
s21.jpg» 새끼 황조롱이를 위해 횃대를 설치하고 있다.
 
바쁘게 시간이 흘러 해가 질 즈음이면 계류동물 관리가 끝나고 조금 여유가 생긴다. 이 시간에 박제를 제작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관리하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구조동물을 기다리며 저마다의 업무를 처리한다. 모든 구조와 진료가 끝나면 하루 일과를 돌아보고 특이사항을 공유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회의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에게 감사하며 톱니바퀴가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듯이 구조센터의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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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최선을 다한 하루임에 틀림없지만 죽음 없이 무사히 지나가는 날은 드물다. 계류장 문을 열었을 때 숨이 다해 쓰러진 가녀린 어린 새가 보이면 온몸의 숨이 발끝으로 스르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지난밤을 버티지 못한 녀석이 있진 않을까, 긴장 속에 계류장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손쓸 틈도 없이 폐사하는 어린 동물들과 밤새 간호하며 희망을 봤던 동물의 허무한 죽음은 허탈함에 아무것도 손에 잡을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한 생명이 스러져가는 순간에도 많은 동물들이 수의사와 재활사의 보살핌을 기다리고 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 속에선 한 생명의 죽음에 슬퍼할 시간도, 여력도 충분치 않다.
 
s26.JPG» 다리가 골절된 새끼 너구리.
 
s28.jpg» 수액을 맞는 새끼 삵.
 
s29.JPG» 골절을 치료 중인 새매 새끼.
 
그렇지만 많은 동물들이 힘을 내며 견디고 있고 다시 한번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렇기에 그 모든 죽음을 넘어 생명을 살리기 위해 나아가는 게 구조센터의 일상이다. 하루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동물들을 살피고 내일은 괜찮겠지 생각하며 불 꺼진 구조센터를 나선다. 지친 몸을 이불 위에 누이는가 하면 금세 또 하루가 시작된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위령비엔 이런 말이 새겨져 있다.
 
숫자로 갈음되었지만, 하나하나 보석보다 반짝이고 소중했던 삶의 이야기를 지닌 수많은 야생동물이 끝내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동물에게 너희가 겪었던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저 하늘에서는 다치지 말고 마음껏 뛰놀 수 있기를 넋을 기리고 안녕을 기원합니다."

 

글·사진 이준석/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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