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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1위’… 격차 벌리는 박원순 “서울 25개구 민주당 승리가 목표”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입력 : 2018.05.19 16:33:00 수정 : 2018.05.19 17:01:04

 

5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시 구청장 민주당 후보들이 선거승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준희 제공

5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시 구청장 민주당 후보들이 선거승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준희 제공

 

지방선거 한 달 앞둔 여야 서울시 선거캠프 표정은 

“수고 많으십니다.” 선선히 악수를 받아준다. 일부러 피해가는 사람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가 내민 손을 뿌리치지 않는다. 5월 15일 점심시간. 공보팀에서 알려준 시간보다 5분쯤 후 체크무늬 와이셔츠 상의 차림의 안철수 후보가 청계천 소라광장 앞에 나타났다. 이날 ‘후보 동선’은 즉홍적으로 결정됐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이 뒤따르며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입니다”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TV 화면에서만 보던 사람을 눈앞에서 보는 것을 신기해하는 눈치다. 용감하게 후보에게 다가가 휴대폰 인증샷을 청하는 사람도 있지만 삼삼오오 모인 젊은 직장인들은 “어? 안철수다, 대박”, 이런 말만 남기고 멀찌감치 서서 구경하는 모드다. 12시 45분. 안 후보는 무교동의 한 국숫집에 들러 늦은 점심을 했다. 수행하던 바른미래당 관계자들과 이야기할 짬이 되었다. “거 친노들끼리 짜고 하는 여론조사 우리는 안 믿습니다. 그래도….” 뒷말을 흐린다. 이미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낸들 우리에게 관심이나 줍니까. 기자회견을 해도 한 줄도 보도 안하는 언론들도 많은데.” 

“미래 안보인다”는 야권 캠프 사람들 

이날 낮 일정은 1시간 만에 끝났다. 전날 안국동 안 후보 캠프에서 확인한 이날 공개 일정은 두 개였다. 하루에 10개 이상 일정을 소화하는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나 역시 10분에서 15분 단위로 촘촘히 일정이 짜여 있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 쪽과 대조적이다. “TV토론 준비에 많은 힘을 쏟고 있어요. 기타 비공개로 중요한 분들은 만나는 일정을 가지고 있고….” 이상민 안철수 선대위 공보실장의 말이다. 전날 캠프에서 만난 한 바른미래당 당직자는 이야기 끝에 한숨을 쉬었다. “당내에서도 이야기해 보면 우리가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없어요. 캠프에 파견 나와 있는 사람들 중에선 몇 명이나 될지…. 솔직히 지방선거 이후의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저조차도.”

선당후사(先黨後私). 이번 취재를 하면서 기자가 김문수·안철수 후보 양측으로부터 똑같이 들은 출마의 이유다. 당이 원해서 후보가 결심했다는 것이다. 두 선본 모두 이번 선거가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래도 말은 이랬다. “남북정상회담이 잘되는 것 같지만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쉽게 핵을 포기할까요. 머지않아 실체가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면 숨어 있던 ‘샤이 보수’가 우리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봅니다. 30~40%를 확보해 당선될 걸로 우리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만난 김문수 선대위 박성윤 부대변인의 말이다. 

김문수 후보 캠프는 당사 3층에 꾸려져 있다. 기자가 박 부대변인을 만나 인터뷰하는 동안 정택진 대변인은 전화통을 붙들고 TV 후보 토론이 무산되었다며 박 시장 측을 비난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박 부대변인의 말. “미세먼지 대책도 그렇고 지역개발도 그래요. 박 시장 9년 동안 재개발과 재건축을 규제하면서 남은 것은 도시 슬럼화밖에 없지 않습니까. 개발을 죄악시하는 시정은 더 이상 안된다는 거죠.” 인상적인 것은 입구에 걸린 숫자판이었다. ‘김문수와 함께 서울 수복! D-29’라고 적혀 있었다. 

- 6·25 때 서울 수복이 생각나는데 반공·안보 프레임으로 지지자 집결을 이룬다면 시장 당선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그냥 되찾는다는 의미죠. 문자 그대로. 프레임 설정은 기자님이 하시는 것 아닙니까.” 김문수 선본은 당사 3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건물 입구 로비에는 ‘김문수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 10층’이라고 적힌 입간판이 서 있다. 10층에 올라가보니 ‘접견실’에서는 회의가 한창이다. 당직자에게 물어 다시 3층으로 내려갔다. 2층 기자실은 텅 비어 있다. 

5월 15일 안철수 서울시장 바른미래당 후보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정용인 기자

5월 15일 안철수 서울시장 바른미래당 후보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정용인 기자

민원인 접견 등의 용도로 외부에 공개된 캠프 이외에 캠프가 자리잡은 빌딩에서 복수의 층을 비공개로 쓰는 것은 다른 후보 캠프들도 마찬가지다. 안국동 동일빌딩에 자리잡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캠프가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사무실은 2층이다. 안 후보는 2층을 포함, 이 건물에서 총 4개 층을 임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실장은 “4층은 후보자가 쉬기도 하고 머무는 공간이고, 다른 층들은 정책총괄이나 조직팀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일빌딩은 시민운동가 시절 박원순 후보가 이끌던 희망제작소가 있던 곳이다. 안철수 측 인사들은 “그것까지는 몰랐다”는 반응이다.

동일빌딩에서 대각선으로 맞은편 안국빌딩 4층에는 박원순 캠프가 입주해 있다. 박원순 측 인사는 “4층 말고 다른 층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날은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5월 14일이었다. 캠프는 아직 정식으로 오픈하지 않았다. 한편에서는 사무실 공사가 한창이었다. 내부로 걸려 있는 현수막에는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박 후보 측이 내건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모토는 ‘나란히’인 듯했다. 입구 문 안쪽엔 ‘퇴근시 텔레그램 삭제 필수 확인’이라는 보안경고가 붙어 있었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캠프 핵심 관계자는 “공식 공보라인을 통해 말씀을 들었으면 한다”며 만남이나 통화를 피했다. 조심스러워하는 모양새다. 

다시 도로 건너 안철수 캠프. “맞은편에 박 캠프가 있는 걸 알고 있다. 4층 말고도 밤 늦은 시간까지 항상 불이 켜져 있는 다른 층들이 있는데 그걸 보고 ‘아, 어디 어디가 박원순 쪽 사무실이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기자를 만난 캠프 실무자는 말했다.

‘선당후사’ 강조하는 안철수·김문수 

기자가 1시간가량 머무는 동안 동일빌딩 2층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찾는 민원인은 딱 한 명이었다. 

기자는 2012년, 이곳에서 300~400m가량 떨어진 공평동 빌딩에 만들어졌던 안철수 대선캠프를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희한한 광경을 여럿 목격했다. 멀쩡하게 민원창구가 있는데도 민원실 책상과 의자를 돌려놓고 찾아온 사람들의 민원을 받는 사람들. 같은 빌딩 다른 층에 사무실을 차리고 “우리가 진짜 안철수 캠프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치권 용어로 속칭 ‘광 파는 사람들’이 북적였던 풍경과 너무 대조적인 그림이다. 물론 그때는 대선이었고 지금은 서울시장 후보라는 점도 다르다. 

“제 마음속에는 서울지역 25개 전 자치구, 두 군데 보궐선거 이기는 것밖에 없습니다. 완전한 승리를 통해서 문재인 정부에 날개를 달겠습니다.” 5월 16일 오후 여의도 국회회관에서 열린 중앙선대위원회 출정식에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말이다. 이날 행사의 끝 순서로 서울지역 자치단체 출마 민주당 후보들과 단상에 오른 그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민주당의 야전사령관이 되어 모든 힘을 다 바쳐 승리를 일궈내겠다”고 말했다. 

5월 14일 예비후보 등록 후 그의 일정을 보면 실제 개인 유세보다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 일정이 두드러진다. 이튿날 시작된 그의 첫 유세일정은 송파였다. 민주당 박성수 송파구청장 후보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최재성 전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아침 박 후보는 개인 페이스북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가는 첫 일정을 이렇게 정한 이유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당 후보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격전지역 (지원유세를 통해) 서울 25개 구의 압도적 승리를 만들어 수도권의 승리, 더 나아가 전국적 승리를 만들어가겠다”고 적었다. 이후의 초기 일정도 마찬가지다. 구청장, 시의회를 가리지 않고 당후보 지원유세를 펴고 있다. 심지어 5월 17일 오후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광주까지 내려가 송갑석 서구갑 민주당 후보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전국구’ 일정까지 소화하고 있다. 

“5·18 행사 때문에 내려간 것 아닌가. 서울시에서 열리는 5·18 행사는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정무부시장이 참석하게 되어 있는데 그 자리에 가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고….” ‘박원순의 복심’으로 불리는 인사의 말이다. 친노의 견제로 당내 경선과정에서 소위 ‘박원순계’로 불리는 인사들 대부분이 컷오프되었다는 여의도를 떠도는 ‘설(說)’과 관련해 이 인사는 “실제 서울시 등을 통해 박원순 후보와 연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후보가 된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며 “논란이 되었던 지역구 등 공천과정을 살펴보면 무슨 ‘친노’ 그런 것보다 지역 현역의원이 자기 사람을 구청장으로 미는 과정에서 생긴 잡음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서울 필승결의대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서울 필승결의대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박원순 지지 60% 넘겨, 2위와 큰 격차 

<주간경향>은 이번 지방선거 민주당 서울시 경선을 보도하면서 “차라리 본선이 더 수월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현재까지는 이 예측대로 흘러가는 것으로 보인다. 5월 16일 리얼미터가 인터넷 언론사 이데일리와 함께 발표한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원순 후보는 지지도에서 60.6%, 당선 가능성에서 66.6%를 기록하고 있다. 지지도에서 2위는 김문수(16.0%), 3위는 안철수(13.3%), 당선 가능성에서는 안철수가 2위(12.4%), 김문수가 3위(11.9%)를 기록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오차범위(95% 신뢰구간에서 ±3.4%포인트)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경우든 1위와 2위의 격차는 더블스코어를 넘어 트리플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서권(강남·강동·서초·송파)에서도 박 후보는 60.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 김문수(16.9%), 3위 안철수(9.1%)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박신용철 KSOI 선임연구원은 “물론 아직 한 달 가까이 남아있기 때문에 정세 변화에 따라 구도는 바뀔 수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진행상황을 보면 1등이 아니라 누가 2등을 차지해 지방선거 이후 야권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쥘 것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각축전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 진전 등으로 전국적으로 진보 우위로 정치지형이 바뀐 상황에서 향후 정개개편의 시각에서 본다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2등을 누가 가져갈까는 여전히 중요한 상징성을 가진 문제”라며 “2등을 누가 차지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유의미한 2등이냐, 아니면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냐에 따라서 자유한국당이든 바른미래당이든 2020년 총선에서 향후 대선까지 이어지는 정국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는 박 시장이 내건 것처럼 ‘25개 전 지역구 석권, 2개 재·보궐 승리’라는 목표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박신 연구원은 “실제 20개 이상만 실현돼도 ‘정치인 박원순’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는 결과”라며 “다만 직전까지 그가 소통과 콘텐츠를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웠는데, ‘정치인 박원순’만 강조하다 보면 동시에 잃는 것도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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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191633001&code=910110#csidx9f6cfb161b8895f9d4a64c540e2de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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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여성들, 이들은 왜 "여성유죄 남성무죄" 외쳤나

[현장]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 운집한 1만 명의 여성... "동일수사 동일처벌" 촉구

18.05.19 18:22l최종 업데이트 18.05.19 20:02l
글·사진: 곽우신(gorapakr)

 

 

분노한 여성들, 모이다 19일 오후 3시 서울 혜화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에 1만 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여성이 피해자일 때도 남성이 피해자일 때처럼 똑같이 수사하고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 분노한 여성들, 모이다 19일 오후 3시 서울 혜화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에 1만 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여성이 피해자일 때도 남성이 피해자일 때처럼 똑같이 수사하고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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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원칙 무시하는 사법불평등 중단하라!"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19일 오후 서울 혜화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에 여성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모두 모자, 마스크, 스카프, 티셔츠, 치마, 에코백 등 붉은색 아이템을 1가지 이상 가지고 있었다. '여성의 분노'를 표현하기 위한 드레스코드였다.

이날 집회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였다. '홍대 누드 크로키 모델 불법촬영 사건'에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빠르고 엄정한 대처를 보이자, 많은 여성이 분노를 표했다. 피해자가 여성이었을 때 경찰은 오랫동안 소극적으로만 대처해 왔다는 게 이들의 공감대였다.

1만 명을 넘어서다
 

분노한 여성들, 모이다 19일 오후 3시 서울 혜화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에 1만 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여성이 피해자일 때도 남성이 피해자일 때처럼 똑같이 수사하고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 19일 오후 3시 서울 혜화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에 본래 신고된 건 2000명이었다. 그러나 그 다섯 배인 1만 명을 넘어서는 인파가 몰려들어서 한 목소리로 "동일수사 동일처벌"을 외쳤다. 경찰은 더 많은 차선을 집회 참여자들에게 내어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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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집회는 '사법불평등과 편파수사에 대한 규탄 및 공정 수사 촉구', '몰카 촬영과 유출/소비에 대한 해결책 마련 촉구'를 위한 자리였다. 집회 운영진은 공지글을 통해 "몰카 범죄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집회를 준비하였으며, "수많은 남성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아 상처를 받는 일이 줄어들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적을 밝힌 바 있다.

시위 참여자들의 신분이 노출됐을 경우, 이들을 향한 온·오프라인 상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집회 주최 측은 취재진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폴리스 라인 안으로 남기자 출입금지, 클로즈업 사진 촬영 금지, 집회 참여자 얼굴이 사진·영상 등에 드러날 경우 모자이크 처리, 집회 참여자에 대한 개별 언론 인터뷰 금지였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에는 "(집회에) 염산 테러하러 지금 출발한다" 등의 협박성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본래 오후 3시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집회는 당초 예상보다 참여자가 훨씬 많이 몰리면서 시작이 다소 늦어졌다. 광주, 부산, 대구, 대전 등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참여한 인원만 200명이 넘었다. 경찰 측에 신고는 2000명으로 되어 있었으나, 순식간에 3000명, 5000명을 넘어서더니 오후 4시 30분께는 1만 명을 돌파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물이나 간식, 유인물 등이 금세 동이 났다. 도로의 일부만 집회 공간으로 허가했던 경찰은, 집회 참여를 위한 행렬이 끊이지 않자 차선을 점차 넓혀주더니 결국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 상행선 전체를 내주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이자 운영진과 참여자들 모두 고무된 모습을 보여줬다. 주최 측 진행자 중 한 명은 "역시 큰일은 여자가 한다"라면서 "여자가 움직이면 나라가 바뀐다"고 외쳐 큰 호응을 받았다. 그는 "우리는 서로의 용기, 서로의 방파제"라면서 "여러분이 함께 있기 때문에 하나도 무섭지 않다"라고도 말했다.

경찰 향한 날 선 비판... 경찰청장·검찰총장 "사퇴" 요구도 나와
 

포스트잇에 적힌 메시지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이들이 직접 적은 포스트잇들. "동일수사 동일처벌", "여자도 국민이다" 등의 문구가 써 있다.
▲ 포스트잇에 적힌 메시지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이들이 직접 적은 포스트잇들. "동일수사 동일처벌", "여자도 국민이다" 등의 문구가 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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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여자의 자유 발언 없이, 정해진 구호를 돌아가며 외치는 게 이날 행사의 주였다. "여성유죄 남성무죄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편파수사 부당하다 남자들도 체포하라", "동일수사 동일처벌 촉구한다", "여자도 마음놓고 용변보고 살고 싶다", "남자에겐 당연한 것, 여자들은 갈망한다" 등이 이날의 구호였다. "남피해자 포털실검, 여피해자 야동실검", "남피해자 인격살인, 여피해자 유작야동" 등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사회 양태를 꼬집기도 했다. 또한 "이종규 마포서장, 이주민 서울청장, 이철성 경찰청장"을 지목하며 "너희들도 몰카보냐", "회피말고 인정하라", "자살자가 몇 명이냐, 책임지고 보호하라"라고 공평한 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청장 사퇴하라, 검찰총장 사퇴하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집회 구호가 적혀 있는 손피켓을 주최 측에서 나눠주기도 했고, 직접 제작한 손피켓을 들고 온 참여자들도 있었다. 이들이 자유롭게 만들어 온 피켓에는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던 거네", "왜 난 '딸감'이고, 넌 피해자야", "여성인 나에게 조국은 없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포스트잇을 통해서도 자신들의 뜻을 전했다. 참여자들이 써서 붙인 포스트잇에는 "편파수사 환멸난다", "여성을 위한 나라는 없다", "사람 취급 원한다", "여자도 국민이다" 등이 써 있었다.
 

언론도 공범이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기사 헤드라인이 적힌 종이 띠를 준비했다. 가해자에게 미약한 처벌이 이루어진 사건 기사 제목이거나,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부각한 제목들이었다. 이들은 이 종이 띠를 찢어서 버리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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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공범이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기사 헤드라인이 적힌 종이 띠를 준비했다. 가해자에게 미약한 처벌이 이루어진 사건 기사 제목이거나,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부각한 제목들이었다. 이들은 이 종이 띠를 찢어서 버리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 언론도 공범이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기사 헤드라인이 적힌 종이 띠를 준비했다. 가해자에게 미약한 처벌이 이루어진 사건 기사 제목이거나,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부각한 제목들이었다. 이들은 이 종이 띠를 찢어서 버리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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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여자들은 자신들을 핸드폰으로 찍는 행인이 있을 대마다 "찍지 마!"를 연호하며 항의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불법 몰카에 대해 항의하기 위한 집회인데, 왜 동의도 없이 찍느냐"라는 게 항의의 요지였다. 사진을 찍은 행인에게 집회 주최 측 혹은 경찰이 직접 다가가 사진을 삭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이어졌다.

여성이 피해자였을 때, 언론의 보도 행태를 꼬집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주최 측은 남성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진 기사이거나, 여성의 피해를 선정적으로 부각하는 제목들을 종이에 인쇄해 왔다. 주최 측 스태프와 집회 참여자들은 이 종이들로 이루어진 띠를 현장에서 찢어버렸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또한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주제곡을 개사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집회는 오는 7시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반(反) 페미니즘 시위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진행되던 시각, 인근에서는 '일베저장소' 회원 소수가 모였다. 이들은 마블 히어로 영화 주인공들의 옷으로 신분을 가리고 피켓을 들었다. '데드풀'로 변장한 그가 팔에 끼고 있는 인형은 일베 회원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베충이' 인형이다.
▲ 반(反) 페미니즘 시위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진행되던 시각, 인근에서는 '일베저장소' 회원 소수가 모였다. 이들은 마블 히어로 영화 주인공들의 옷으로 신분을 가리고 피켓을 들었다. '데드풀'로 변장한 그가 팔에 끼고 있는 인형은 일베 회원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베충이' 인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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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혜화역 2번 출구 인근 카페 앞에서는 '일베저장소' 회원들 4명이 서 있었다. 마블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코스튬 플레이한 채 페미니즘과 문재인 정권을 비난하는 피켓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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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룬!' 독립 후 첫 정권교체 이룬 말레이시아

[아시아 생각] 동남아시아 민주주의 쇠퇴 속에 이룩한 값진 변화
2018.05.19 17:24:35
 
 

 

 

말레이시아 시민사회는 선거의 해 2018년 새해맞이 행사로 "Turun!"(뚜룬은 '내려오다’, ‘내리다’를 의미한다)을 외치며, 나집 정권의 퇴진과 물가안정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가행진을 벌인 바 있다. 5월 9일 실시된 말레이시아 14대 총선에서 유권자는 독립 이후 최초의 정권 교체를 이루었다. 총 222석 중 야당의 연합체인 희망연대(Pakatan Harapan)가 113석을 얻어 범야권 의석은 총 124석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희망연대를 구성한 정당 간 사전 합의에 따라 마하티르는 다수당의 대표로 총리에 취임했다. 일부 언론은 93세 정치인의 재집권으로 표현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오랜 개혁의 열망과 희망이 가져온 국민의 승리이다.

개혁 열망으로 이뤄 낸 61년 만의 정권 교체 

지난 61년간 장기 집권을 통해 여당은 이른바 '3M' (money, machinery, media)을 장악해왔다. 금권 선거의 관행 속에 방대한 조직력을 가진 여당은 주요 언론 매체를 소유하고 있어 선거 국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로 구성된 다종족 사회인 말레이시아 정치에서 종족(Race), 종교(Religion), 충성심(Royalty), 이른바 '3R' 요인은 정치 현안과 이슈들을 압도했다. 

이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도 야당은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말레이계 지지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 속에 정부 여당은 정략적 차원에서 탈세속주의를 부추겼다. '정치적 이슬람'의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야당 중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빠스당(PAS)은 야당연합에서 이탈했다. 이로 인해 말레이계의 표심을 두고 3파전을 벌이게 되는 불리한 지형이 형성되었다. 언론 탄압과 더불어 온라인상 정부에게 불리한 정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거짓 뉴스 처벌법'을 도입했다. 거짓의 여부를 정부 당국이 판단하는 악법적 요인을 담았다. 한편, 야당의 분열 속에 마하티르는 나집을 비판하며 정계에 복귀했으며 구속 중인 안와르를 대신하여 야당연합의 대표로 추대되었다. 마하티르 재임시절의 권위주의적 행태로 인해 민주적 개혁에 한계를 가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불리한 여건 속에 거둔 이번 승리는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전개된 정치변동과 사회운동의 결과이다. 1998년 당시 부총리 안와르의 구속으로 개혁 운동이 촉발되었다. 2007년 시작된 공정 선거와 개혁을 요구하는 버르시(Bershi)운동은 시민사회의 연대와 저항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 지난 5월 9일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독립 이후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집권당 총리의 부패 스캔들로 야권연대가 승리를 거둔 것이다. 사진은 야권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신임 총리가 된 마하티르. 그는 야권 실세인 안와르 전 부총리에게 1년내에 총리 자리를 물려줄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


2008년부터 시작된 변화 

이미 말레이시아 유권자는 2008년 총선에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쏘아 올렸다. 2008년 총선에서 야당은 크게 약진하며 여당은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던 2/3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당시 총선 결과는 '정치적 쓰나미'로 표현되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 야당에 대한 지지는 뚜렷했으며 중국계의 표심은 야당을 향했다. 이를 두고 정부와 여당은 '중국계 쓰나미'로 칭하며 말레이계의 지지를 호소하였다. 

2013년 총선에서는 비록 정권교체에 실패했지만 총 유효 득표율에서는 이미 야당연합이 50%를 확보하며 여당의 47%를 넘어섰다.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보았지만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5년 현직 총리가 연루된 최대의 부정부패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은 1MDB라는 정부 투자 기관의 기금 중 최소 7억 달러 이상이 나집 총리 개인 구좌로 유입된 정황이 포착되었다. 사법 당국은 면죄부를 부여했으나 정치적 신뢰도는 크게 추락했다. 이는 대외 신인도 하락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누적된 재정적자 회복을 위한 특별소비세 (GST)의 도입은 물가 인상으로 이어졌다. 부정부패와 실정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비판은 증가했다. 

2017년 실시된 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52%는 말레이시아의 정치제도와 정치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으며, 말레이시아 정치가 정의롭지 못하고 희망이 결여된 상태로 보았다. 성난 민심과 개혁에 대한 열망이 정치공학적 불리함을 극복한 것이다. 평화적 시위를 통한 정치 참여로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보여주었다. 기존 언론이 여당에 통제되는 상황에서 인터넷 기반 언론과 소셜미디어 활용은 중요한 정보 공유의 장이 되었다. 무엇보다 종족 간 갈등 위협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69년 5월 종족 간 유혈사태를 겪은 이후 집권 여당은 정치 변화는 종족 간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를 전파해 왔다. 실제 지난 2차례의 선거에서 변화의 열망과 더불어 혹시 모를 충돌 사태를 우려하기도 했다. 더 이상 종족의 경계로 정치를 나눌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아울러 정치적 이슬람의 부상을 견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남아시아 민주주의 쇠퇴 속에 이룩한 값진 변화 

희망연대 정권은 개혁을 향해 급변하고 있다. 정치보복에는 관심이 없고 법치의 회복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집 전 총리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가 취해져 그간 부정부패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선관위, 부정부패방지위원회, 검찰 수뇌부 등에 대한 교체와 조사 요구가 거세다. 정치적 탄압의 결과로 구속되었던 안와르는 전격 사면되며 석방되었다. 대표적 개혁 성향의 학자인 조모(Jomo)교수를 포함하는 5인으로 구성된 국가자문위원회가 발족되었다. 재무장관에는 개혁성향의 중국계 정당 지도자가 임명되었다. 마하티르 개인의 공과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혁에 대한 열망은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도의 불공정성 등 기울어진 운동장이 복구될 경우 민주주의는 더욱 안정적으로 성숙될 수 있을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정권 교체는 지역적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동남아시아 전반에서 뚜렷해지는 권위주의화와 민주주의 쇠퇴 속에 이룩한 값진 변화이다. 싱가포르 등 주변국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마하티르의 복귀와 민주주의 진전은 아세안 등의 외교 무대에서의 말레이시아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아세안의 잊힌 역할이 부활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말레이시아 시민들이 선택한 희망연대 정권에게 '희망'을 걸어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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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지난 2000년 국경을 넘어 아시아 국가들의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연대활동, 빈곤과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위해 세워졌습니다. 위원회는 △아시아 인권, 민주주의 연대 △공적개발원조(ODA) 정책 감시 △국제 인권 메커니즘을 통한 국내 인권 및 민주주의 개선 △참여연대 활동 해외 소개 등을 주 활동 영역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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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십자회, 북해외식당 여종업원 송환 요구

남측 당국에 “북남관계 개선의지 보여달라” <북 통신>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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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9  20: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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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16년 4월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 집단입국 사건을 ‘반공화국 모략날조극’이라며 19일 남측 당국에 송환을 요청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대답한 형식을 취해 “남조선당국은 박근혜‘정권’이 감행한 전대미문의 반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사건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우리 녀성공민들을 지체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써 북남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우리는 력사적인 4월 북남수뇌상봉과 회담을 통하여 지난 시기처럼 북남사이에 이룩한 합의들이 사장화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자는데 대해 강조하였으며 남측은 그에 전적인 공감을 표시하였다”면서 “판문점선언의 잉크도 채 마르기전에 남조선당국이 취하고있는 태도는 유감을 넘어 실망을 금할수 없게 하고있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판문점선언에 반영된 북남사이의 인도주의적 문제해결”에 해당되므로 이 사건의 처리를 남측 당국의 “북남관계 개선의 의지”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적십자회 대변인은 “얼마전 남조선의 유선종합방송 ‘JTBC’는 2016년 4월에 일어난 ‘북종업원들의 집단탈북사건’이 박근혜역적패당이 조작한 모략극이며 우리 녀성공민들은 괴뢰정보원에 의해 강제유인랍치되였다는것을 이 사건에 가담한 범죄자와 피해당사자들이 인터뷰에서 한 진술에 근거하여 낱낱이 폭로하였다”며 “괴뢰보수패당이 지금까지 늘어놓았던 ‘자유의사에 의한 집단탈북’이라는 것이 당시 ‘국회’의원선거에서 불리한 형세를 역전시켜보려고 조작한 반공화국 모략날조극이였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력대로 괴뢰보수패당은 선거와 같은 주요정치적 계기들과 심각한 통치위기에 빠져들 때마다 분노한 남조선민심의 이목을 딴데로 돌려놓고 궁지에서 벗어나보려고 각종 ‘북풍’사건들을 조작해내며 필사적으로 발악하였다”면서 “괴뢰보수패당이야말로 인권과 인륜의 극악한 원쑤, 우리 민족내부에 더이상 살려둘수 없는 암적 존재” 등의 극단적 표현을 불사했다.

조선적십자회 대변인은 특히 “간과할수 없는 것은 마땅히 이 문제를 맡아 처리하여야 할 남조선당국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내외여론의 요구를 외면하고있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남조선당국자들은 “당사자들이 면담을 원하지 않아 사실관계파악에 한계가 있었다.”는 등으로 책임회피에 급급하는가 하면 우리 녀성공민들을 공화국북반부에 들어와 간첩행위,적대행위를 감행하다가 법적징벌을 받고 억류된 범죄자들과 ‘교환’할수 있다느니 하는 황당한 수작까지 여론에 내돌리고있다”는 것.

앞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자유의사로 와서 한국 국민이 된 분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북송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고,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탈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조선접십자회 대변인은 “우리는 남조선당국의 차후 움직임을 심중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북한이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 과정에서 이 문제의 처리가 또 하나의 숙제로 떠올라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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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 노동자·민중이 외친 “진짜 적폐청산은 ‘분단적폐 청산’, 양심수 석방”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5/20 04:26
  • 수정일
    2018/05/20 04:2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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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주년 5·18 정신계승 노동자·민중대회…한상균 어머니·이석기 누나 숙연해진 편지
김주형 기자 kjh@vop.co.kr
발행 2018-05-19 21:50:28
수정 2018-05-19 21: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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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김주형 기자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광주진보연대는 19일 오후 3시 금남로 특설무대에서 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대회)를 열고 ‘분단적폐 청산’ 등을 촉구했다.38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에 이어 다시 한번 금남로에 숱한 사람들이 모여 “오월학살 진짜주범 미국반대” “한반도 자주통일 실현” “노동적폐 완전 청산” “민중 직접정치 쟁취” 등을 외쳤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박행덕 민중공동행동 공동대표를 비롯해 전국에서 광주를 찾아 5·18 정신계승을 다짐하는 7천여 명 노동자·민중이 참여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5·18 정신 평화통일로 승화시켜 나가겠다”
박행덕 민중공동행동 대표 “미국을 걷어내고 자주적 평화통일로 매진하자”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노동자·민중대회에서 미국의 사과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노동자·민중대회에서 미국의 사과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주형 기자

김명환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1980년 5월 암흑의 나라였던 대한민국 국민들이 절망의 나락에 떨어지고 있을 때 광주는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 쟁취를 위해 횃불을 들었다”고 당시 암흑 속에 빛을 밝힌 5·18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광주의 항쟁정신은 마침내 촛불로 부활해 박근혜 퇴진 등 꺼져가는 이땅의 운명을 되살렸다”고 촛불항쟁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나아가 “38주년을 맞은 광주항쟁이 촛불혁명으로 되살아나는 이 시기 적폐청산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민주노총은 5·18 정신을 올곧게 계승하고 전쟁이 아닌 평화통일로 승화시켜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박행덕 공동대표 또한 대회사에서 “5·18 38주년을 맞지만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다”라고 심경을 고백한 뒤 “5·18 학살의 진실, 통합진보당 해산의 진실, 수많은 진실 뒤에 바로 미국이 있다”고 미국의 책임을 직접 거론했다.

이어 “구름을 걷어내야 진실이 떠오른다”면서 미국의 실체와 그 책임을 걷어내고 “우리는 완전한 자주통일과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해 힘차게 매진하자”고 호소했다.

한상균 어머니, “가석방 소식 기뻐…모든 양심수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최근 가석방이 결정돼 곧 풀려날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어머니가 그동안 힘써준 민중들에게 편지로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최근 가석방이 결정돼 곧 풀려날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어머니가 그동안 힘써준 민중들에게 편지로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하지만 이날 여러 대표들의 연설보다 반가운 얼굴들이 무대에 섰다. 이틀 뒤 가석방되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어머니 임선복 여사와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돼 9년을 선고받고 여전히 투옥돼 있는 이석기 전 의원 누나 이경진씨가 무대에 올랐다.

한 전 위원장 어머니는 직접 써온 편지를 읽으며 석방투쟁에 힘을 보태준 노동자, 민중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임 여사는 “어제 저에게는 이 세상 어느 소식보다도 기쁘고 감격스러운, 아들의 석방소식을 들었다”고 하면서 “그 동안 가슴아리며 애태웠던 수많은 세월의 한들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큰 기쁨이었다”고 아들의 가석방 소식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다.

아울러 “이 모든 일들이 양심수 석방을 위해 기꺼이 함께 해주신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 덕분이다”라고 하면서 거듭 고마움을 표현하면서도 “아직도 수많은 양심수들이 차가운 감옥에서 가슴 아파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땅에 구속된 수많은 양심수들이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이 나라의 희망의 빛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여러분과 함께 빌고 또 외쳐본다”고 하소연했다.

이렇게 한 전 위원장은 그리운 어머니 품으로 돌아오지만, 여전히 감옥에 갇혀 그리운 사람들과 사랑하는 세상과 단절돼 살아가야 할 양심수들이 있다. 그 가운데는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 수감돼 혐의는 무죄가 됐지만 ‘내란선동’으로 죄목을 바꿔 길게는 징역9년을 살아가야하는 사람도 있다.

이석기 전 의원 누나 “석기야 내 동생아, 조금만 기다려라” 오열해

이석기 전 의원 누가가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이석기 전 의원 누가가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그가 바로 이석기 전 의원이다. 이날 이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씨는 준비해온 편지를 눈물로 읽어내려갔다. 지난해 사고로 다친 다리를 끌고 부축을 받아 무대에 오른 이 씨는 “영하 이십 도에 인왕산 칼바람을 맞으며 청와대 맨몸농성을 하던게 엊그제 같다”고 운을 떼면서 “세상 사람 다 안아주는 것 같은 대통령, 그 대통령이 끝내 외면하던 이석기 누나를 이곳 광주가 안아주었다”고 지난해 12월 양심수석방문화제에서 지지하고 격려하고 함께 분노해준 광주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청와대 앞 1인시위를 6개월째 이어오고 있는 이 씨는 “신년 특별사면을 앞두고 억울하게 갇힌 모든 분들이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석방되기를 기도했다. 단 한 명도 빼놓지 말고 석방하라고 했는데 단 한 명도 석방하지 않았다”고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면서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 말하면서 끝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까닭은 대체 무엇인가. 억울해서 서러워서 물러날 수가 없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나아가 현재 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을 빚대 “총칼을 맞대던 사이인 남과 북도 이제는 서로 화해하는데, 슬픈 과거와 아픈 상처를 딛고 이제는 새시대로 나아가는데, 제 동생을 감옥에 잡아둘 핑계거리는 대체 무엇이냐”고 따져 물으면서 “동생이 의원회관에 첫 출근할 때 ‘20대 운동권의 심정으로 의정활동하겠다’고 했다. 훗날에야 그 말 뜻을 알게 됐느데, 불의에 눈감지 않고 서슴없이 자신을 던지겠다, 통일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면 찰나의 순간에도 한생을 바치겠다. 동생이 약속한 것은 그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독재가 무너지면 독재에 맞섰던 사람들이 나라를 끌고 나가야 하고, 분단의 둑이 무너지면 통일에 앞장서던 사람들이 나라를 끌고 가는게 세상 이치이다”라고 강조하면서 “동생이 현장 교대조 마다 돌며, 사업장마다 돌며 손잡고 감사 인사, 환영의 포옹을 할 그 날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자. 힘없고 늙은 몸이지만 끝장을 볼 때까지 청와대 앞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석기야 내 동생아, 조금만 기다려라”라는 말을 절규하듯 목청껏 쏟아내면서 “오월정신으로 마주한 노동자들, 농민들, 시민들, 민중들과 함께 옥문을 열러 한걸음에 달려가마. 어서 나와서 통일의 사명을 함께 다하자”고 쥐어짜듯 말하고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는 모든 기력을 쏟아부었는지 혼자서는 일어서지도 못했고, 겨우 부축해서 내려온 무대 아래에 쓰러져 오열을 터뜨렸다.

‘오월학살 진짜주범 미국은 사죄하라’ ‘오월에서 통일로’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거리에는 ‘평화를 먼저 말한 사람 이석기는 석방돼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거리에는 ‘평화를 먼저 말한 사람 이석기는 석방돼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김주형 기자

누나의 슬픔과 오열과는 달리 멀리 현수막 속에서 이석기 전 의원이 활짝 웃고 있었다. 그 현수막에는 “평화를 먼저 말한 사람, 이석기는 석방되어야 합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또한 그와 함께 내란음모사건으로 징역 2년 옥고를 치르고 지난해 11월 만기출소한 우위영 전 통합진보당 대변인(이전 ‘노래마을’ 등에서 가수로 활동)이 아직도 갇혀 있는 이 전 의원과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민중가요 ‘파랑새’(박종화 글·가락)를 애잔하게 불러 노동자·민중들을 촉축하게 적셨다.

우 씨 뿐만 아니라 노래극단 희망새는 제주4·3에서 5·18을 거쳐 촛불항쟁까지 수구보수세력과 그 속에 스며 노동자·민중을 짓밟아온 미국에 대항해 피흘려 싸우고 있는 민중들을 그린 노래극을 선보였고, 전국노동자노래패와 춤패는 합동공연으로 노동자·민중들의 힘찬 투쟁을 형상화 했다.

대회를 마친 7천여 명 노동자·민중들은 무대 양쪽에 세워져 있던 ‘오월학살 진짜주범 미국은 사죄하라’ ‘오월에서 통일로’라고 그림과 글씨로 써진 조형물을 밀고 끌며 금남로 일대를 행진한 뒤 3시간에 걸친 대회를 마무리했다.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노동자·민중들이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노동자·민중들이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주형 기자
노래극단 희망새가 제주4·3부터 5·18민중항쟁,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맥스썬더 한미연합 전쟁연습까지 현대사를 노래극으로 펼치고 있다.
노래극단 희망새가 제주4·3부터 5·18민중항쟁,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맥스썬더 한미연합 전쟁연습까지 현대사를 노래극으로 펼치고 있다.ⓒ김주형 기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전국 노동자노래패연합과 춤패 연합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전국 노동자노래패연합과 춤패 연합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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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선권 “사태 해결 없인 남조선 현 ‘정권’과 마주앉기 어려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5/19 12:21
  • 수정일
    2018/05/19 12:2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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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회담 무산 관련 조선중앙통신 기자 질문에 “엄중한 후과 숙고해야” 경고
김동원 기자승인 2018.05.18 00:26댓글 3글씨키우기글씨줄이기메일보내기인쇄하기페이스북트위터구글카카오스토리

▲ 리선권 북한(조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월29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리선권 북한(조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7일 “북남 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이날 남북 고위급회담이 무산된 데 대한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힘들게 품을 들여 마련한 북남관계 개선흐름에 전면 역행하는 무모한 행위들이 도가 넘게 벌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우리는 이를 엄중시하면서 남조선당국이 책임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북남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이에 대해 16일 남측당국에도 통고하고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로도 공개하였다”고 환기시키곤 “사태가 이쯤 되였으면 늦게라도 제정신을 바로 차리는 것이 지각 있는 현인의 처사일 것이다. 그러나 남조선당국은 우리가 취한 조치의 의미를 깊이 새겨보고 필요한 수습대책을 세울 대신 현재까지 터무니없는 ‘유감’과 ‘촉구’ 따위나 운운하면서 상식이하로 놀아대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지적한 “북남관계 개선흐름에 전면 역행하는 무모한 행위들”이란 “한편으로는 미국과 야합하여 우리의 주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정밀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노린 극히 모험적인 ‘2018 맥스 썬더’ 련합공중전투훈련을 강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들개보다 못한 인간쓰레기들을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력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을 가리킨다. 여기서 후자는 태영호 전 영국 공사의 국회 기자회견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리 위원장은 이어 우리 당국이 고위급회담 연기에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유감’을 하소해대며 감히 밸풀이를 한단 말인가”고 따져 묻곤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지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에 우리는 조선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종식시키고 평화번영과 화해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 누구도 미처 상상조차 하지 못할 대용단을 과감한 실천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이에 대해서는 남조선당국도 내놓고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오늘날 조선반도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긍정적인 사태발전은 전적으로 판문점 선언 리행을 위한 우리의 적극적이며 주동적인 립장과 의지의 산물”이라고 강조하곤 “그러나 남조선당국은 완전한 ‘북핵페기’가 실현될 때까지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미국 상전과 한짝이 되여 력대 최대규모의 련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이것이 ‘북에 대한 변함없는 압박공세의 일환’이라고 꺼리낌 없이 공언해댔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더불어 “만약 남조선당국이 우리를 언제 쏟아질지 모를 불소나기 밑에 태평스레 앉아 말 잡담이나 나누고 자기 신변을 직접 위협하는 상대도 분간하지 못한 채 무작정 반기는 그런 비정상적인 실체로 여겼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오판과 몽상은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리 위원장은 또 “지어 남조선당국은 집 잃은 들개마냥 더러운 잔명 부지를 위해 여기저기 싸다니는 인간쓰레기들까지 다른 곳도 아닌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비난 모독하게 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짓거리도 벌려놓았다”고 태영호 전 공사의 국회 기자회견을 거듭 문제 삼곤 “이 모든 행태가 과연 청와대나 통일부, 국정원과 국방부와 같은 남조선당국의 직접적인 관여와 묵인 비호 밑에 조작되고 실행된 것이 아니란 말인가”고 다시 따졌다.

이어 “남조선당국은 저들이 ‘판문점 선언을 충실히 리행해나가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천연스레 뇌까려대는 추태도 서슴지 않았다”면서 “력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그 어느 조항, 어느 문구에 상대방을 노린 침략전쟁연습을 최대 규모로 벌려놓으며 인간쓰레기들을 내세워 비방 중상의 도수를 더 높이기로 한 것이 있는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한 우리 당국이 고위급회담 개최를 ‘촉구’한 데 대해서도 “양푼밑바닥같이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남조선당국은 꼬물만 한 반성이나 죄의식은 고사하고 그 무슨 ‘회담 개최 촉구’에 대해서만 청을 돋구고 있다. 보다 가관은 ‘촉구’ 리유”라며 “회담 무산의 원인인 침략전쟁연습의 타당성 여부를 론하기 위해서라도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남조선당국의 괴이쩍은 론리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화해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제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나 북침전쟁연습을 합리화하고 역겨운 비방 중상을 지속시켜보려는 철면피와 파렴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 땅에 펼쳐진 현실에 대한 초보적인 감각도, 마주한 상대에 대한 구체적인 표상도, 흐르는 대세에 대한 현실적인 판별력도 없는 무지무능한 집단이 다름 아닌 현 남조선당국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명백히 판단하게 되였다”고 힐난하곤 “남조선당국은 철면피한 추태로 일관된 변명과 구실을 늘어놓으며 터무니없는 책임전가에 매달리면서 시간을 허송할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이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사태로 번져지는데 대해 머리를 싸쥐고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 차후 북남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행동여하에 달려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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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과 베트남 전쟁…지워진 이름들을 찾아서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 공동조사단 구성 밝힌 文대통령 “짓밟힌 여성들 삶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 다시 시작하겠다”… ‘5개국 기자단 취재 허용’ 밝힌 북한, 한국 취재진 명단 안 받아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2018년 05월 19일 토요일
 

1980년 7월 전남대 음악교육과 4학년이었던 여학생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에 의해 광주 상무대 영창으로 연행됐다. 고문에 시달리던 그는 오랜만에 햇살을 봤던 9월4일, 비빔밥 한 그릇을 사줬던 수사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9월5일 기소유예로 풀려난 후 그의 삶은 산산조각 났다. 38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5·18로 멈춰져”버렸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38주년 메시지를 통해 정부 공동조사단을 꾸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비인도적 범죄행위와 인권유린 책임을 가려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다”며 “역사와 진실의 온전한 복원을 위해 우리 결의가 더욱 절실하다”고 전했다. 

공동조사단에는 국방부 외에 국가인권위원회, 여성가족부가 포함된다. 피해자 보상과 더불어 명확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가해자일 수 있는 국방부로 조사 주체를 한정하지 않은 것이다. 여성부는 “국방부, 인권위 등과 협의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발생한 성폭력 사건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 관점에서 지원 및 치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5·18기념식에는 행방불명자 가족들이 참석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5·18 때 행방불명된 아들 이창현군을 찾아 헤맨 아버지의 38년 사연을 담은 ‘영원한 소년’이 공연됐다. 공연에는 아버지 이귀복씨가 직접 참여했다. 

▲ 5월19일자 한겨레.
▲ 5월19일자 한겨레 5면.
▲ 5월19일자 경향신문 7면.
▲ 5월19일자 경향신문 7면.

1968년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은 베트남 여성들의 이야기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21일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고 부상 당했던 두 명의 베트남 여성을 위한 베트남 시민평화법정이 열렸다. 이들이 한국 정부에 국가배상 소송을 내는 형식의 모의법정에서 목격자의 증언과 학살에 관한 기록이 낱낱이 공개됐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이 재판을 위해 8년 만에 법복을 꺼내 입었다.  

 

대입개편공론화위원장으로서 한겨레와 인터뷰한 김 전 대법관은 “우리는 평화를 지향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흐름 속에 있어야 하지만, 구체적 방법은 계속 논의를 해야 한다”며 “베트남 학살 문제는 인류의 근본 가치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법관은 인터뷰를 통해 입시 문제 공론화를 이끌게 된 이유, 법조계 미투가 드물 수 밖에 없는 이유 등을 밝혔다. 

 

▲ 5월19일자 한겨레 4~5면.
▲ 5월19일자 한겨레 4면.
▲ 5월19일자 한겨레 4~5면.
▲ 5월19일자 한겨레 5면.

북한, 풍계리 취재단 명단 접수 안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23~25일 예정된 가운데 북측이 이를 취재할 남한 측 기자단 명단을 받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북측이 통지문을 받지 않았다”며 “북한이 사유를 알려준 것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 소식을 “취재 사실상 거부”로 규정하며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북한이 한·미 연합 공군훈련인 ‘맥스선더’를 이유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돌연 취소한 데 이어 우리 측 취재진마저 거부하면서, 핵실험장 폐기 일정 자체가 나오고 있다”고도 했다. 

제목과 달리 기사 본문에서는 북측의 ‘취재 거부’를 확정적으로 다루진 않았다. 조선일보는 정부 소식통 입을 빌려 “아직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완전히 취소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며 “한국을 제외한 외신 기자들도 북한 측으로부터 정확한 지침을 받지 못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주말을 지나면서 북한이 통지문을 접수해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측은 앞서 한·미·영·중·러 5개국 기자단을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초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12일 북한 외무성 공보는 해당 국가 기자들에게 현지 취재를 허용한다며 취재진에 베이징부터 원산으로 이어지는 항로를 이용하도록 전용기를 제공하고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특별전용열차를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남한 취재단에는 언론사 추첨을 통해 MBC와 뉴스1이 선정됐다. 

정치인 단식, 왜 조롱거리 됐을까 

“그때에는 도시가 온통 단식 광대에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하루하루 단식이 계속됨에 따라 관심이 더욱 커져 갔다. 다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단식 광대를 보려고 했다. 나중에 가서는 종일 조그만 격자 창살 우리 앞에 죽치고 앉은 예약 신청자들도 있었다. 밤에도 효과를 높이기 위해 횃불을 켜고 공연이 행해졌다.” (프란츠 카프카 ‘단식 광대’ 중)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단식은 왜 조롱을 받았을까. 정치인의 단식은 언제부터 약자의 최후 투쟁 수단을 희화화하는 행위로 비난 받게 됐을까. 경향신문 토요판이 ‘단식투쟁의 정치학’을 다뤘다. 

 

▲ 5월19일자 경향신문 10면.
▲ 5월19일자 경향신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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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배 "전 세계가 후퇴, 우리만 촛불 들어 돌파했다"

[현장] '촛불항쟁과 사회운동의 전망' 토론회에서 기조연설... '촛불항쟁'의 의미 재조명

18.05.18 18:28l최종 업데이트 18.05.18 22:13l

 

 학술심포지엄 '촛불항쟁과 사회운동의 전망'에서 기조연설을 한 김중배 전 MBC 사장
▲  학술심포지엄 '촛불항쟁과 사회운동의 전망'에서 기조연설을 한 김중배 전 MBC 사장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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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8일 오후 8시 25분]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 촛불 항쟁을 두고, 김중배 전 MBC 사장은 18일 "전 세계가 거대한 후퇴를 하고 있는데, 똑같은 조건에서 우리는 촛불을 들어서 돌파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촛불항쟁과 사회운동의 전망>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거대한 퇴행과 간절한 진보 사이에서'라는 제목으로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그는 "촛불의 의미를 살펴내서 촛불 항쟁의 소망에 적합한 현실을 살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촛불항쟁 1주년을 맞아 주요시민사회단체와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이번 토론회는 촛불 항쟁에 대한 학술적 평가와 함께, 촛불 이후 민주주의와 적폐청산 등의 과제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언론인 출신이자 시민사회 원로로서 활동하는 김 전 사장은 "어느 시기 이후의 단상에 오르지 않으려고 결심을 했다. 촛불 혁명에선 평등에 대한 바람이 있었고, 그때 '단상의 권력'을 경계했던 것 같다"며 운을 띄웠다.

김중배 전 MBC 사장 "전 세계 거대한 후퇴속에 우리는 촛불로 돌파구"

김 전 사장은 "세계가 '거대한 후퇴'를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장근본주의로 인간성이 파편화되고 있다. 극우 파시즘,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등 세계의 트렌드는 퇴보의 길로 걸어왔다"며 터키, 인도, 필리핀과 동유럽 극우 정권의 연이은 탄생 등의 예를 들었다.

이어 "우리도 경제적 풍요를 단박에 누릴 것 같은 허황된 기대 속에서 이명박이라는 우상에 현혹되어 암흑의 터널 속을 지나왔는데, 어떻게 깨어나서 이런 혁명적인 성취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라며 "똑같은 조건인데 왜 우리 국민들만 이런 문명의 세기를 여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는지 저는 대답을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촛불항쟁을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대한 반발이 주요 요인이다"라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더 '살펴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전 사장은 촛불항쟁을 '카오스(Chaos)와 '코스모스(Cosmo)를 합친 '카오스모스'라고 규정하고, "혼란에 가까운 다양한 목소리들이 하나의 코스모스를 이루는 광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런 상황을 풀이해 우리의 새로운 날에 반영할 수 있도록 오늘 토론회를 출발 지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앞에서 촛불로 이루어낸 박근혜 대통령 탄핵 1년에 즈음한  ‘탄핵은 시작일뿐 민주주의의 행진은 계속됩니다. #me too #with_you’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8.03.09
▲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앞에서 촛불로 이루어낸 박근혜 대통령 탄핵 1년에 즈음한 ‘탄핵은 시작일뿐 민주주의의 행진은 계속됩니다. #me too #with_you’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8.03.09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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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삼성, 강남역에서 강건한 촛불 행렬 이어져"

촛불 광장에서 나갔을 때 김 전 사장은 중고등학생들을 따라다녔다며 '청소년 시국회의'에 온 한 고3 학생이 "여러분 그 수능시험 잘 봐서 소위 좋은 대학에 가면 뭐합니까, 이런 세상 이런 더러운 세상 이런 비틀어진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한 것에 큰 감동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식의 원동력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조지 카치아피카스 미 웬트워스대 전 교수의 '에로스 효과'설에 주목했다. '에로스 효과'는 민중이 자신의 역사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직관적인 믿음을 갖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어 "촛불 혁명이 어떤 학문적 견해에 들어맞지 않고 충족되지 않더라도 혁명을 가꾸어가는 역동성에 대해 토론과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사장은 "68혁명은 정권을 바꾸지 못했지만 우리는 정권을 바꾸었다"며 "대한항공, 삼성, 그리고 강남역에서 아직도 강건한 촛불 행렬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카오스모스의 길이 흐르고 있다"며 "촛불 광장의 역사가 한 번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다양한 주제로 발표... 풍성했던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서는 각 세션마다 발표자들이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 부문을 맡은 패널들이 질문을 하거나 새로운 의제를 던지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어진 토론 세션 1에서는 오유석 교수와 한상희 교수가 각각 '적폐청산'과 '촛불이후의 헌법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오 교수는 각 정부에서 행해졌던 적폐청산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 뒤, "정권 차원의 적폐청산의 과욕은 그 자체가 새로운 적폐가 되었고, 그 적폐가 다시 쌓여 미래의 짐이 되었다"며 '적폐청산'이라는 과제 수행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엄포와 적의 대신 적폐로부터 배제되고 억눌렸던 집단의 목소리와 힘을 키워주고, 적폐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로드맵을 추진할 새로운 정치세력, 즉 촛불의 세력화"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개헌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헌법의 개정 과정에서 시민들이 헌법적으로 각성하고, 능동적이고 모범적인 헌법시민으로 주체화하는 것이 "광장에서 우리가 펼쳤던 시민정치 그 자체를 헌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션2에서 발표한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는 "학생들이 시위를 통해 한국 사회가 비민주적인 모순을 바로잡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대학 자체는 큰 시련을 겪어야 했다"며 촛불을 통해 이화여대가 자정할 수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촛불 이후 민주주의 운동의 중장기 의제들로 ▲ 권력 통제를 위한 사회대개혁 ▲ 온전한 참여민주주의 ▲ 사회의 공공성 연대성 강화 ▲ 정보 권력의 민주화 ▲ 한반도 평화 ▲ 성평등 등을 제안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표한 주제준 한국진보연대 정책위원장은 과거 민중총궐기와 백남기 농민 투쟁을 되짚고, 문재인 정부하에서 민중진보진영의 운동 전략에 대해 진단했다.

세션3에서 발표한 박배균 서울대 교수는 촛불항쟁의 공간성에 주목하며, "공간적 차별성이 만들어내는 사회운동의 역동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서 서복경 서강대 연구원은 '촛불집회 참여자'들을 분석했고, 반대로 전상진 서강대 교수는 태극기 집회에 나오는 '맞불 시민'을 분석했다.

19일에도 동일한 장소에서 오전 10시부터 토론회가 시작되며 노동·성평등·선거제도·재벌개혁·환경문제·집회문화 등 다양한 주제로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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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특보 “결국 동맹보다는 안보공동체로 가야”

접경지역미래발전연 등, 문정인 특보 초청 강연회 개최
춘천=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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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8  23: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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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19일 오후 강원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자신의 <애틀랜틱> 인터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18일 자신의 미국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 인터뷰가 논란을 일으킨데 대해 언론에 의해 진의가 왜곡됐다고 밝혔다.

문정인 특보는 이날 오후 4시 강원도 춘천시 강원대학교 글로벌경영관에서 (사)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와 (사)남북강원도협력협회가 공동주최한 강연회에서 “한미동맹 반대론자에다가 (주한미군) 철수론자에다가 이렇게 부각을 시키니까 나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럽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문 특보는 “인터뷰가 문제가 되고 정치적 쟁점이 되는 것은 그 인터뷰 제목”이라며 “미국 언론도 상당히 문제다. 아주 선정적인 제목을 뽑아서 많은 사람들 읽게 하려고 하는 게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한국 언론은 자세한 내용을 한번 읽어보고 아니면 객관적으로 서술했으면 좋은데, 그것을 다시 크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애틀란틱>은 인터뷰 기사 제목을 “한국 대통령의 최고 참모는 미국과의 동맹 ‘제거’를 원한다(Wants to ‘Get Rid Of’ the U.S. Alliance)”로 뽑았고, 국내 보수언론들은 이를 인용해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반해 <연합뉴스>는 비교적 인터뷰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해 <문정인 “한미동맹, 장기적으로 다자안보체제로 전환되길 희망”>을 제목으로 뽑았다.

   
▲ 이날 강연회는 (사)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와 (사)남북강원도협력협회가 공동주최하고 강원일보사가 후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이날 문정인 특보 강연회에는 대학생을 비롯해 강원지역 다양한 평화통일운동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문 특보는 미국 기자가 물었던 ‘동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한번 밝혔다.

“동맹이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보아 국제관계에 있어서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상태를 의미한다. 왜냐면 동맹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고 하는 것은 외부에 위협이 있고 적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거니까. 외부에 적과 위협이 있는 것은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상태라고 봤다. 그래서 한 국가가 제일 좋은 것은 동맹을 없애버리는 것이 제일 좋은 거다. 그래야 항구적인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이런 논리로 이야기했다.”

문 특보는 “그러나 우리 한반도는 특수한 상황에 있고 주한미군의 주둔을 강력하게 나는 지지한다”고 밝혔고, “단기‧중기적으로는 한미동맹이 필수적이다. 주한미군의 주둔도 필수적이다. 첫째 이유는 국내 정치적 혼선 방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 다음에 지금 동북아의 전략적 구도가 그렇게 안정적 구도가 아니기 때문에 동북아의 전략적 구도가 안정화 될 때까지는 한미동맹, 주한미군이 필요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반도에 평화조약이 있게 되고, 북한에 비핵화가 이루어지고,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적대적 환경이 없어지면 결국 우리는 동맹보다는 안보공동체로 가야할 것”이라고 다시 확인했다.

문 특보는 “3주전 <포린 어페어즈>에 쓴 글이, 내가 주한미군 철수를 이야기하지도 않았는데 그게 주한미군 철수로 환치가 됐지, 오늘도 결국 모든 주요언론사에서는 문정인이 주장하는 게 결국에 ‘한미동맹 제거하라’고 얘기한다”며 불쾌한 심경을 내비쳤다.

한편,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벌어진 진실 왜곡, 악마의 편집이 초래할 파급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문 교수 인터뷰 내용을 보면 한미동맹을 제거하자는 말은 없고, 동맹이 부자연스러워지면 그 다음은 동북아의 다자간 안보체제로 진화한다는 뜻으로 교과서에 나올만한 주장”이라며 “한·미의 유력언론이 악마의 편집으로 진실을 왜곡할 때 이를 바로 잡는 주체는 시민의 집단지성”이라고 주장했다.

   
▲ (사)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 전성 소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 전성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연회는 강원일보사가 후원하고 강원대학이 장소를 제공했으며,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추도 묵념으로 시작했다.

전성 소장은 자료집 인사말을 통해 남북고위급회담 연기를 거론하며 “아직은 안이하게 대세를 낙관할 수 만은 없다”며 “그동안 시대착오적 냉전의식이 완고하게 잔존하던 접경지역에서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주동적으로 맞이하기 위한 평화의식을 튼튼하게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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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여종업원 송환도 미국이 막고 있는 것 아닌가

북여종업원 송환도 미국이 막고 있는 것 아닌가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19 [04:06]  최종편집: ⓒ 자주시보
 
 

미국은 여전히 북을 모르고 있다. 비극이다. 그래서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 위기가 고조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B-52폭격기와 F-22랩터까지 동원하여 지금도 버젓이 대북공중타격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렇게 해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북이 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 참으로 우려스럽다.

 

위기는 곧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잘 나가던 대화가 깨지면 급격한 전쟁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북미정상회담이 논의되던 연초에 미국에서도 많은 전문가와 언론들이 북미정상회담이 깨지면 결국 급격한 전쟁국면으로 빠져들게 될 우려가 많았었다. 틀리지 않은 분석이라고 본다. 

 

대화를 하기로 했으면 깨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북은 조건 없이 미국인 간첩도 석방시키고 핵시험장도 폐기하는 과정에 들어섰다. 그렇게 대화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대북제재 철회나 최소한 완화조치를 취하지는 못할망정 존 볼턴을 내세워 날이면 날마다 대북압박을 가하고도 북이 참고 대화에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면 미국은 정말 북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친미 자유한국당이 태영호를 국회에 끌어다가 북 수뇌부를 공격하는 분탕질을 하는 것을 미국이 두고만 보고 있지 않았던가. 미국이 못하게 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일 아닌가.

 

또 인권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인권변호사 출신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JTBC 보도와 KBS와 허강일의 대담으로 만천하에 드러난 12명 북 여종업원 납치 사건과 탈북 브로커들에게 속아서 끌려왔다는 김련희 북녘동포의 간절한 송환요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과연 미국의 의도와 무관한 일이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놓고 보면 대노해서 당장 북으로 돌려보내라고 했어야 할 일인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이 손을 못대게 차단하고 있는 것 아닌가.

 

▲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017년 12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부가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전 북한식당 여종업원들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나지 못했다.     ©

 

그 부모들이 생사조차 몰라 걱정으로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악화되다 못해 세상을 뜨는 부모까지 나오고 있는데, 도대체 북과 협상용으로 삼을 재료가 따로 있지 12명 여종업원도 협상용으로 써먹기 위해 한국정부가 손을 못대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2017년 12월 16일 미국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같은 달 14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 정부가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전 북한식당 여종업원들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퀸타나 특별보고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그렇게 특별히 조사할 내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느라고 그렇게 애를 쓰시는 것 같은데, 소용도 없고 의미도 없습니다.”라며 이해할 수 없다며 는 반응을 보였고 결국 만남은 무산되었다.

이것이 과연 미국의 의지와 무관할 수 있는가. 유엔은 사실상 미국이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미국의 도덕성, 이런 자세로는 북과 대화를 해도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설령 북미정상회담에서 무엇을 합의해도 과연 이행이 될 수 있을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북이 강경하게 나온 이유가 바로 이런 점에 있다고 본다. 미국은 북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한다. 권모술수나 무슨 거래로는 절대로 북과의 문제를 풀 수 없다. 오직 진정성과 진심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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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급 발암물질’ 철야노동에 몸도 가정도 모두 망가졌다

등록 :2018-05-17 05:01수정 :2018-05-17 07:27

 

 

[창간30 특별기획/ 노동 orz]
1부 노동OTL 10년, 다시 찾은 제조업 현장 ③“밤에는 자자”

수면장애·소화불량에 우울증까지
건강 망치고 가족과 관계도 단절
기계가 안쉬니 노동자도 못쉬어

노동시간 단축 앞두고 현장 설왕설래
“월급 줄어들텐데 어떻게 살아가나”
“시간 줄이는 대신 강도 높이려나”

제조업 교대제 사업장 2만261곳 달해
“저임 단순노동자 맞춤대책 고민해야”
“엄마, 나 너무 무서운데…, 지금 와주면 안 돼?”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에서 일하는 최미경(50·이하 모두 가명) 언니는 8년 전 걸려온 전화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차 오른다. 최씨가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주야 맞교대 노동자로 일한 지 1년이 채 안 됐을 때다. 밤 11시 수화기 너머 열세살 딸의 목소리에 물기가 가득했다. 방문과 창문, 문이란 문은 죄다 잠그고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는데도 무서움이 가시지 않았던 모양이다. 열세살에게 엄마 없는 집은 너무 넓었다. 최씨는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며 속으로 울음을 삼켰다.

 

최씨는 10년 가까이 일주일마다 낮밤을 바꿔 살았다. 남편과 이혼하고 친정에서도 독립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주야 맞교대는 돈이 됐다. 매일 12시간을 공장에서 보냈다. 주간조 땐 아침 8시50분부터 밤 9시까지 일했다. 심야조 땐 밤 8시50분부터 일해 아침 8시20분에 퇴근했다. 야간 노동과 장시간 노동의 ‘콜라보’였다. 야간 근무를 하는 주엔 수면장애와 소화불량이 극심했다. 최근엔 엄지손가락 힘줄에 염증이 생겨 움직일 때마다 권총 쏘듯 ‘딱’ 소리가 나는 ‘방아쇠수지증후군’으로 병원에 다닌다. “잠은 항상 모자랐어. 기분이라도 좋게 일해야 하는데 심야조로 출근하면 우울함도 심해지더라고. 10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아.”

 

주야 맞교대의 장시간·야간 노동은 최씨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아이와의 거리도 벌려놓았다. 전화를 붙잡고 울며불며 엄마를 찾던 아이는 머리가 클수록 엄마와 거리를 뒀다. 같은 집에 살아도 얼굴 마주 볼 새가 없었다. 야간조로 일할 땐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최씨가 집을 나섰고, 최씨가 퇴근하면 아이는 학교에 가고 없었다. 주간조로 근무할 때도 집에 도착하면 밤 10시가 훌쩍 넘었다. 엄마를 찾던 어린 딸은 스무살을 넘긴 뒤 집을 나가 따로 산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 시작한 일인데 그냥 없이 살아도 애 옆을 지키고 있을걸 그랬나봐….” 언니가 말끝을 흐렸다.

 

주야 맞교대 노동은 야간 노동, 장시간 노동과 동의어다. 최씨와 같은 주야 맞교대 노동자는 하루의 절반을 일터에서 머물며 적어도 한 달에 2주일은 야간 노동을 한다. 연장 노동 한도(주당 12시간)를 넘는 사례도 잦다. 사용자 입장에선 기계를 24시간 돌리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반도체 등 설비·기계에 투자한 금액이 클수록 공장 가동 시간은 늘어난다. 기계가 쉬지 않으니 노동자도 쉴 수 없다.

 

지난 9일 저녁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한 야간근무자들이 공장으로 향하고 있다. 안산/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9일 저녁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한 야간근무자들이 공장으로 향하고 있다. 안산/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다시 한번 “밤에는 자자”

 

남들 쉴 때 일하고 일할 때 쉬는 불규칙한 노동 패턴은 노동자의 몸과 삶을 갉아먹는다. 2007년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교대 근무’를 납이나 자외선과 같은 ‘2A’급 발암 물질로 분류했다. 가족·친구 등 사회적 네트워크도 단절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야 맞교대를 법으로 제한하는 나라도 있다. 핀란드는 노동시간법(Working Hours Act)으로 야간 노동을 제한한다. 밤 11시부터 아침 6시 사이 최소 3시간 이상 노동하는 경우를 ‘야간 노동’이라고 보는데, 야간 노동이 가능한 직종은 경찰과 병원 등으로 한정돼 있다. 제조업은 새벽 1시 이후 야간 노동을 지시하려면 반드시 3개 이상의 교대조를 운영해야 한다.

 

한국에선 안전보건공단이 교대 근무를 운영하기 위해 사용자가 취해야 할 조처를 열거하고 있지만 의무 규정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없다. 야간 노동의 임금을 가산하기 위한 규정만 있지, 교대·야간 노동을 규제하는 법적 장치 자체도 공백 상태다.

 

2013년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일부 완성차 공장이 “밤에는 자자”며 주야 맞교대 근무 형태를 개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교대 근무는 여전히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체 사업장의 33.4%는 야간 노동을 포함해 교대 노동이 이뤄지고 있고 ‘주야 2조 2교대'가 가장 높은 비중(40.3%)을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교대제 실시 이유로 ‘업무 특성상 교대 근무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다수였지만, ‘설비와 시설을 최대한 가동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비율도 20.7%를 차지했다.(한국노동연구원 2013년 사업체패널조사, 정흥준 부연구위원)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 통계를 보면, 교대제를 운영하는 제조업 사업장은 2만261곳이며 이 가운데 70.7%(1만4320곳)가 2조 2교대(2조 주간2교대 제외)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이니 스마트 시대니 말들은 많지만, 한국의 제조업은 여전히 노동력을 갈아 넣는 낡은 방식의 ‘장시간 저임금 체제’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장시간 야간 노동의 온상인 교대제 개편 논의가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월27일 주당 법정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5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토·일요일 16시간의 추가 근로를 허용했던 행정해석을 바로잡아 노동자에게 52시간 이상의 노동을 요구하는 것이 위법한 행위가 된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룬 것이지만, 노동자가 임금 때문에 하루 12시간을 일하는 주야 맞교대 형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 현장에선 “노동 강도 세질라”, “월급 줄어들라” 설왕설래

 

경기도 안산의 공단에서 만난 김철수(41)씨는 7월만 기다리고 있다. 그가 다니는 자동차 부품 회사는 일주일마다 주·야간을 교대하는데 한 주 평균 노동시간이 70~75시간에 이른다. 그는 지난해 여름 법정 노동시간에 더해 한 달 111시간(오버타임·시간외 노동)을 더 일했다. 같은 기간 156시간의 오버타임을 기록한 동료도 있었다. 일요일 저녁에 퇴근한 뒤 월요일 저녁에 출근하기 전(주간→야간), 일요일 아침 퇴근해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기 전(야간→주간) 등 주간·야간 바뀌면서 24시간 정도 ‘비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다. 오는 7월 다가올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7월부터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우리끼리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365일 24시간 일할 수 있는 회사’라고 말해요. 잔업·특근도 빠질 수 없는 분위기였거든요. 법이 바뀌어서 강제적으로라도 일을 안 할 수 있는 상황이 됐으니, 좋죠.”

 

그러나 사쪽은 노사 협의를 진행하며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노동 강도를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사람이 한 개 라인을 담당했다면 두 개 라인을 한꺼번에 보라는 식이다. “저희 노동 강도는 이미 극에 달해 있어요. 협상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요. ‘여기서 강도를 높인다고? 장난해?’ 사람들 반응이 이래요. 저희가 단거리 선수처럼 하루 이틀 전력으로 일하고 말 것도 아니고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노사 협의는 일시 중단된 상황이다.

 

현장에서 만난 생산직 노동자들은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인천 공단에서 만난 파견 노동자 박수연(31)씨는 잔업·특근이 축소되면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감을 내비쳤다. “일하는 시간 진짜 너무 길어. 그런데 이건 공무원이랑 사무직 좋으라고 한 법 아닌가. 우리같이 잔업·특근으로 먹고사는 시급직들은 어떡하라는 거지?”

 

‘저임금’ 탓에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보면,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주장이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전체 노동자 임금 중위값의 3분의 2 미만)는 전체 노동자 중 23.7%로 4명 중 1명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아일랜드와 미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수치다. 청와대 누리집에는 “저녁이 있는 삶보다 먹고사는 삶이 더 절박하다”는 청원이 100건 이상(5월5일 기준) 올라와 있다. ‘노예라고 불러도 좋으니 일을 더 할 수 있게 해달라’는 호소도 들린다. “생산직 비정규직은 잔업과 특근 없이는 돈이 안 됩니다. 적어도 월 87만원의 소득이 줄게 생겼습니다. 최저임금 오르면 뭐합니까, 노동시간이 줄어드는데. 저녁을 먹을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저녁거리를 살 수 있도록 일을 하게 해주십시오.” 저임금 구조에 대한 보완책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단기적으로 노동시장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지난 9일 오후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 한 공장 앞에 버려진 쓰레기 옆에 큰 캐리어가 함께 버려져있다. 이름표도 찾아볼 수 없다. 인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9일 오후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 한 공장 앞에 버려진 쓰레기 옆에 큰 캐리어가 함께 버려져있다. 이름표도 찾아볼 수 없다. 인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노동시간 단축이 남긴 질문…현장 실효성 높이는 ‘핀셋 정책’

 

노동시간 단축은 노사정이 합의한 대원칙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복잡한 질문을 남긴다. “노동 강도는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임금은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 “인원은 얼마나 충원할 것인가”, “교대 근무는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당장 원청과 1·2·3차 하청업체 노동자의 처지가 다르다. 완성차 공장의 2차 하청업체 노동자 ㄱ씨는 “원청이 교대제를 개선하면서 하청업체 노동자의 잔업·특근이 절반으로 줄어 당장 월급이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파견 노동자의 경우 노동조합을 구성할 수 없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노사 협의는 불가능에 가깝다. 개별 사업장, 개별 노동자에 대한 종합적·다각적 고민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한쪽을 눌렀을 때 나머지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 효과를 낳는다. 현장 노동자들이 정책 실효성을 느낄 수 있는 세밀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 정책은 획일적으로 시행해선 안 된다”며 “노동시간에 비례해 급여를 받는 저임금·단순 노무자들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등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또 업종에 따라 휴식권을 강제하는 제도도 고안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래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오래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을 뿐이다. 노동자들이 장시간·야간 노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 고민은 저임금 노동에 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져야 한다. 김재광 노동시간센터 소장은 “노동자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거래 구조가 확립되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개별 사업장 사업주나 노동자에게 부담이 모두 전가되면 답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5~49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3년 뒤에 법을 적용받게 된다. 노동시간 단축은 정부 로드맵에 맞춰 ‘최저임금 1만원 연착’과 연동돼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저녁출근이 두려운 9호기…워라밸은 딴세상이었다
화장품 공장 노동자로 살아본 한달

 

지금으로부터 꼬박 10년 전입니다. 당시 <한겨레21>의 임인택 기자는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난로 공장 노동자로 한 달을 살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아침이 두려운 9번 기계’라 표현했습니다. 10년이 흘러 인천의 한 화장품 제조공장 파견 노동자로 다시 ‘9호기’ 앞에 앉았습니다. 변한 것은 없었습니다. 십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현실은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졌습니다. 그때와 달리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일해 ‘저녁 출근이 두려운 9호기’가 됐다는 점만 달랐습니다.

 

경기도와 인천의 공장으로 출근했던 한 달 내내 최대 관심사는 ‘잠’이었습니다. 특히 야간조로 출근하는 2주일이 그랬습니다. 휴대전화 알람 시계는 새벽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맞춰둔 알람 40여개로 그득했습니다. 일할 때 혹여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없는 쌍꺼풀을 만들며 눈을 치켜떴습니다. 아침 퇴근길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상쾌하기보다는 멍하게 느껴질 때, 오늘 몇 시쯤에 잠들어서 몇 시쯤에 깨면 되겠다 생각하며 손가락을 접곤 했습니다. 생체 시계를 단번에 180도 돌려야 하는 ‘주야 맞교대’를 버텨내기 위해, 잠은 항상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었습니다. 무자비한 컨베이어 벨트 공정 스케줄에 저의 생체 리듬을 맞춰야 했던 한 달간, ‘내 시간’을 조종하는 방향키는 내 손에 쥐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잔업이야?”, “아니요, 야간이요.” “야, 좋겠다.” 인천 화장품 제조공장에서 만난 언니와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비꼬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좋겠다”는 말 앞에 (돈 벌어서)라는 괄호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야간조에 들어가기 위해선 빠진 자리를 기다리는 ‘대기’가 필요했습니다. 경기도 안산의 제조업 공장에선 티오(TO)가 하나뿐인 야간조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제 앞에만 두 명이 줄 서 있었습니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무슨 이유를 대건 결국 최저시급보다 50% 많은 ‘야간 근로수당’을 받기 위해 장시간 야간 노동을 자처하는 언니들에게 유행처럼 떠도는 ‘워라밸’(워크앤라이프밸런스·일과 삶의 균형)이란 말은 딴 세상 이야기였습니다.

 

노동시간을 단축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2016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05시간이 많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요. 다만 노동자가 그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도 함께 조성되길 기원해봅니다. 하루 12시간을 일터에서 보내지 않아도, 밤샘 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함께해도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고 ‘인생을 살아낼 수 있는’ 여건 말입니다. 그때 비로소 노동자들에게도 자신의 ‘시간 주권’을 지키는 방향키가 쥐어지지 않을까요.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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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선언 그 이후: 완전한 봄은 아직 멀었다

<기고> 김광수 정치학 박사
김광수  |  no-ulta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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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7  01: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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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수령국가』 저자 · 21기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필자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일찍 ‘한반도의 봄’을 얘기했다. 4.27남북정상회담 결정 직후 <통일뉴스>에 “한반도에 봄이 왔다, 그 ‘싹’을 어떻게 틔울 것인가?(2017-03-07)”라는 글에서 한반도의 봄을 얘기했었다. 이후 진보진영이든 문재인 정부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모든 평화통일 애호세력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다 한반도에서 모처럼 맞이한 ‘그 봄’을 노래하였다.

그렇게 예외 없이 모두 다 한반도의 봄을 얘기하는 이 때 필자는 좀 다른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한반도에서 봄은 아직 멀었다’ 이렇게 말이다.

그 어느 누구보다는 먼저 한반도의 봄을 얘기했던 필자가 그렇게 180° 다른 얘기를 한다하니 독자들은 좀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다.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필자는 절대로 한반도의 봄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사계절 상에 존재하는 그런 자연적 봄과 사회과학적 법칙이 작용되는 ‘봄’ 사이에는 같은 것도 있지만, 분명 다른 것도 있어서 그렇다. 같다 함은 둘 다 그 어떤 과학법칙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개념이고, 다르다 함은 자연의 봄에는 자연발생적으로 맞이되는 순환적 개념이 있지만, 사회과학적 범주에 포함되는 ‘한반도의 봄’은 자연발생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 그런 봄이 아니라 주체들의 능동적 개입과 작용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그런 비순환성 봄이라는데 있어서 그렇다.

해서 지금 맞이하는 한반도의 봄은 불안정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수많은 도전과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우여곡절과 도전 또한 자연법칙처럼 자연발생적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는 없다. 관찰자로서는 더더욱 해결될 수 없을 것이고, 오직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의 능동적 개입과 작용에 의해 돌파해내어야 한다.

했을 때 도전과 과제는 곳곳에 산적해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은 가장 큰 도전이 문재인 정부가 과연 민족공조의 관점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단순한 외교적 수 싸움일 수가 없다. 분단 65년의 정전체제를 끝장냄은 물론, 제너럴셔먼호 사건 이후로 전개되어온 100년의 북미대결이 종식되는 그런 역사적인 세기의 대결이고 담판이다. 그런 만큼 전 민족이 단결하고 단합해내지 않으면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역사의 한 현장이다.

다음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과연 기간 대외정책기조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에서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의 한반도>정책기조로 버전-업 시켜 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필자가 지난 <통일뉴스> “‘2018 남북정상회담: 못다 쓴 ‘판문점선언’ 내용 채우기(2018-04-30)”에서 확인한 봐와 같이 4.27판문점선언 이행의 바로미터가 ‘통일’의 담론을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 영역으로 수용할 수가 있느냐, 없느냐가 그 핵심 포인터로 작용하고 있어서 그렇다.

그 다음으로는 미국의 태도문제이다. 6.12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된 지금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미국은 승전국과 같은 행세를 하고 있다. 북한이 절대 패전국이 아닌데도 말이다. 오히려 북한은 100년 동안 전개되어져 온 케케묵은 그 대결을 마무리하려하고 있는 핵 보유의 전략국가이다. 그런 국가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그것도 PVID) 없이는 그 어떤 제재와 압박을 포기할 수 없다느니, 기간 이라크나 리비아와 같은 그런 대우로 북한을 상대해 협상 하겠다는 등 여전한 ‘갑질’의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어서 더더욱 그러한 우려는 깊다.

절대 그렇게 되어서는 회담이 순조로울 수도 없고, 회담결과도 낙관할 수가 없다. 당장 5월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가 경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문제 때문이다. 즉 이미 4.27 판문점선언은 이뤄졌고, 6.12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한다 하여도 그 이행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다시 말해 역사적으로나 경험적으로 그 하나하나의 이행시간표를 만들어감에 있어 외교 간에 이뤄지는 치열한 자존심 싸움과 명분 등에 의해 그 수많은 곳곳에 암초들이 도사려져있음을 우린 반면교사로 잘 알고 있다.

당장만 하더라도 4.27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첫 고위급회담(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회담, 2018년 5월 16일 개최예정)이 공중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전개된 ‘2018 맥스 썬더' 연합공중전투훈련으로 인해 북한은 4.27 판문점선언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하여 북한이 회담 당일 전격적으로 회담을 취소한 것이 그 엄중한 사례의 예가 된다.(주1)

이렇듯 암초들은 곳곳에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이행과정에서 반드시 현실화도 될 것이다. 또 그와 비례해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을 폄훼하고 방해하려는 원심력은 더 커질 것이고, 연동되어져 국민들의 피로도 겹쌓여져갈 것이다. 그러면 상황은 다시 과거처럼 남남갈등과 이념갈등이 일어나고, 정부는 정부대로 동요하고, 미국은 한국의 그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측컨대 6.12 싱가폴 북미정상회담 이후 상황은 더더욱 그러한 방향으로 더 심화되었으면 되었지 약화되지는 않는다. 이유는 북미간의 문제는 남북 간에 존재하는 여러 현안문제보다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 북핵 비핵화 대 한반도 비핵지대화(세계비핵화), 적대정책 대 한미동맹, 체제보장 조미수교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만큼의 협상전략들이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격언 그대로 그 하나하나에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낙관만 할 수는 없는 것이고, 필자는 이를 경계하고자 함이다. 몫은 고스란히 4.27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정상회담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평화통일애호세력들이 짊어져야 하는 문제이고, 동시적으로 전민족인 관점에서 해결해야 될 문제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정부에 대해서는 그 기나긴 평화통일의 여정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강제함은 물론, 정부와 함께 4.27 판문점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통해 미국을 압박해내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정상적인’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미국과 호흡해야할 때는 그렇게 호흡해야 하겠지만, 때로는 민족적 관점에서 우리끼리의 이념에 맞게 북과 손잡고 미국을 견인해나가는데도 동참해내어야 한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평화통일애호세력들의 능동적 개입과 작용은 필연적으로 분단적폐세력들의 발호를 유발시킬 것인바,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남남갈등과 이념갈등은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폴 북미회담 지지이행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간의 치열한 대격돌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른바 분단적폐 세력들이 두 선언을 파탄시켜 내기 위한 총공세가 충분히 예상되어지고, 그때마다 우리는 그 총공세를 오직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폴 북미선언의 정신에 부합하느냐, 안 하느냐의 잣대로 남남갈등과 이행 동력 약화를 막아내어야 한다.

그러니 어찌 그 한반도의 봄을 마냥 그렇게 쳐다만 보고 좋아만 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그래서 과거부터 ‘제대로 된 북한 들여다보기’가 매우 중요한 것임을 줄곧 주장해왔고, 같은 맥락으로 ‘제2의 북한바로알기운동’도 제안한 바가 있다.(주2) 시민사회는 시민사회운동다운 방식으로 ‘제2의 북한바로알기운동’을 전개하여 4.27 판문점선언을 역진시키지 않기 위한 추동력을 확보해야 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민주평통이나 통일교육원 등을 통해 왜곡된 북한알기를 청산하고 제대로 된 북한알기를 4.27판문점선언정신에 부합되게 잘 정책적으로 세팅해 들어가야 한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해야만-그렇게 힘을 보태고 지혜를 모아야만 분단적폐세력과 미국 내 6.12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을 지지하지 않는 세력들의 총공세를 막아낼 수 있으며, 또 그렇게 되어야 되는 결정적 이유가 전 민족 힘으로 이 4.27 판문점선언이 이행되어져가야 하는 문제라는데 있다. 그러니 더더욱 그 단결의 일 주체인 북한을 잘 알아야만 전 민족적 관점에서 대·내외의 그러한 반대책동을 분쇄해내고 한반도에 진정한 봄을 맞이할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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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사실 4.27 판문점선언에서 두 정상이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한데 따르면 이 ‘맥스 썬더’훈련은 적절치 않는 것이 된다. 해서 이 문제는 향후 그 어떤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한미합동군사훈련과 4.27 판문점선언 정신과는 충돌하게 되어 있다. 즉 4.2 7판문점선언 정신과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양립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만큼 북한이 이번 4.27정상회담에서 언급되지 않았다하여 이 문제가 절로 문제가 사라졌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이에 대한 정확한 본질적 이해가 필요하다.

2) 본인은 이미 <통일뉴스>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9월 22일과 같은 해 11월 16일에 “남북관계, 민주정부 10년의 경험과 보수정부 10년의 교훈”과 “북핵 대결 3라운드, ‘담대한’ 시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에서 ‘제2의 북한바로알기운동’을 시민사회와 정부 측에 제안한 바 있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이사/현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현 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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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반발에 한발 물러난 백악관 “우린 리비아 모델 아닌 트럼프 모델 따른다”

北 반발에 한발 물러난 백악관 “우린 리비아 모델 아닌 트럼프 모델 따른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입력 : 2018.05.17 00:54:00

 

새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 AP연합뉴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 AP연합뉴스

 

북한이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을 미국이 강요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백악관이 한 발 물러섰다.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 모델이 협상의 일부분인지 모르겠다. 그것이 우리가 사용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우리가 따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어 “리비아 모델이라는 말은 있었지만, 우리가 따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핵 협상에서) 짜인 틀(cookie cutter)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개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라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제1부상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후 보상’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수 없는 비핵화’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없이 쏟아내고 있다”며 비난했다.

그는 “(미국의 이런 행태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지적했다. 


김 제1부상은 “세계는 우리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면서 “핵 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 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격한 어조로 미국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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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밀전문 “미국, 5.18광주 무력진압 용인”


SBS 전문 입수 보도… 미국무부 광주 관련 성명 내용도 신군부와 사전 조율
▲ SBS ‘8뉴스’ 화면 갈무리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미국 정부가 전두환 신군부의 무력진압을 용인한 사실이 지난 15일 언론에 공개된 미 국무부 비밀전문에서 드러났다. 또 당시 미국은 자국 입장을 담은 성명을 내면서 신군부와 상의까지 했음도 확인됐다.

이날 SBS가 8뉴스에서 공개한 1980년 5월26일 오전 10시20분, 신군부 계엄군의 최종 진압작전 돌입 13시간 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대사가 미 국무부에 보고한 긴급전문을 보면, 글라이스틴 대사는 최광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이튿날인 27일 0시부터 진압작전이 시작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글라이스틴 대사는 “광주의 무법 상황이 길어지는 것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군사작전을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SBS는 이를 두고 “광주의 참상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최종 진압작전 계획을 전달받았을 때 사실상 용인하는 자세를 보였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글라이스틴 대사는 과잉진압을 자행한 공수부대에 관해 “공수부대의 초기 행위가 아주 걱정스러웠다”며 “탈환작전에 공수부대는 배제했으면 한다”고 최광수 비서실장에게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바로 뒤엔 “그래도 공수부대는 투입될 것”이란 판단을 덧붙였다.

그 뒤 1989년 미국은 5.18민중항쟁에 관해 낸 첫 서면 입장에서 최종 진압 시작 전 시민군이 중재를 요청했는데 글라이스틴 대사는 자기 역할이 아니라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계엄군 진압 문제에 관한 국무부 명의의 성명을 내면서 신군부와 사전 상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다음날인 80년 5월22일 주한미대사관은 국무부에 보낸 비밀전문에서 “23일 발행되는 한국 신문에 실릴 수 있도록 22일 국무부가 성명을 발표하길 바란다”며 초안을 보냈는데, 신군부와 청와대가 성명 초안에 동의는 물론 환영했다고 전문에 기록돼 있다. 또 성명 발표에도 진압작전이 계속되면 미국이 난처하니 적어도 이틀 동안은 군사력 동원을 하지 않기로 확약 받았다고도 했다.

주한미대사관이 보낸 초안을 거의 그대로 담은 미 국무부의 성명은 평화적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외부 세력, 즉 북한(조선)이 상황을 악용하려 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당시 이런 행태를 보여 놓고도 신군부의 강경진압을 용인한 게 반미감정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했다. 당시 광주를 장악한 신군부가 방송을 통해 ‘미국이 계엄군 투입을 용인했고 군의 광주 통제를 격려했다’고 선전하자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미 국무부에서 단호하게 부인하는 성명을 낼 것’이라고 두 차례에 걸쳐 계엄사령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압박한 것으로 비밀전문엔 기록돼 있다고 SBS는 보도했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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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부상 경고에 아뭇 소리도 못하는 미국

김계관부상 경고에 아뭇 소리도 못하는 미국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17 [03:05]  최종편집: ⓒ 자주시보
 
 

 

 

우려했던 일이 기어이 터지고야 말았다.

 

16일 0시가 막 넘어서자마자 북에서는 16일로 예정되었던 남북고위급회담 불참을 전격 통보하였다. 이유로 맥스썬더 한미합동공중타격훈련을 들었다. 한국정부와 미국을 싸잡아 문제시한 것이다.

북의 공세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어 같은 날 노동신문 등에서는 김계관 부상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폭탄선언을 발표하여 미국만이 아니라 온 세상을 화들짝 뒤집어 놓았다.

 

이는 모두 본지에서 누누이 우려했던 일이었다. '잉크도 마르기 전에...' 표현도 똑같았다.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603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413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473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573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531

 

남측과 미국의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이번 북의 경고를 북미의 기싸움, 김계관과 볼턴의 수싸움 등으로 묘사하면서 북도 아예 판을 깨자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분석과 전망이 대세이다. 

김계관 부상도 발표문 마지막에 "트럼프행정부가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지만..."이라며 여지를 남겼다는 점과 공식적인 논평이나 성명이 아닌 김계관 부상 개인 이름의 발표문이었고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하다는 발표도 가장 급이 낮은 문답형식도 아닌 '보도' 형식이었다는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쉽게 생각했다가는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단계로 악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공식적인 발표형식은 아니었지만 김계관 부상의 글을 보면 '격분을 금할 수 없다.'는 등 강도는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격을 지켜야하는 공식 발표형식이 아닌 담당 외교관의 개인 발표문 형식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코 강도가 낮은 형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큰 엄중성은 내용에 있다. 

 

김계관 부상은 "우리는 이미 볼튼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며 내놓고 미국 강경파의 상징적 인물인 존 볼튼을 직방으로 저격하였다.

그러면서 "리비아핵포기방식이요 뭐요 하는 사이비《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관계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라며 존 볼튼과 같은 강경파들의 일방적인 북 비핵화 요구에 대해 한 방 날렸다. 지금은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에 이렇게 표현한 것이고 더 악화되면 원색적인 비난이 나올 것이다. '불망나니' 등등

 

김계관 부상 주장의 핵심은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비핵화용의를 표명하였고 이를 위하여서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데 대하여 수차에 걸쳐 천명하였다."라는 대목이다. 미국이 먼저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을 끝내야만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강조한 것을 보니 폼페오 국무장관이 두번째로 평양에 들어갔을 때 북의 이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담보를 전했고 그래서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가 합의될 수 있었을 것이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폼페오 장관 면담 동안 자주 피어난 함박미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폼페오 장관이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친서 즉,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약속으로 보이는 구두담보를 높이 평가하고 사의까지 표하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합의해주었다.     ©자주시보

 

문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서도 아닌 구두담보만 듣고도 흔쾌히 싱가포를 북미정상회담에 응했다는 사실이다. 믿음의 표현이었다. 특히 애초 평양을 강조했었는데 장소까지도 아량을 베풀어 싱가포르에 응했다.

 

그런데 구두담보라고 쉽게 생각했던지 미국의 강경파들은 지금 마음 놓고 대북제재와 압박에 의해 북이 회담에 나왔느니, 리비아식 핵폐기니, 생화학무기도 포함하고 인권문제도 다루어야 하느니 하는 요구를 연일 언론에 대고 떠들었던 것이다. 

특히 북미막후협상 당사자인 폼페오 국무장관까지 북이 핵폐기에 응하면 남측처럼 번영하게 해주겠다는 둥, 농업지원을 통해 고기를 마음껏 먹게 해줄 수 있겠다는 둥 심히 북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래서 김계관 부상은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일갈하였다. 

 

북은 핵폐기 대가가 아니 북미평화협정을 맺을 경우 한국전쟁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북의 핵은 그 어떤 물질적 대가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물건이 아니다. 체제보장과 안전담보 즉, 대북적대시정책 근본 폐지만이 대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직 미국이 북을 핵으로 영원히 위협하지 않겠다는 안전담보만이 한반도 비핵화의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다. 

 

한국전쟁 등 미국이 북에 끼친 피해에 대한 배상도 미국이 북에 투자하여 무슨 이익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북이 원하는 방식을 따라야 할 것이다. 투자를 하더라도 전적으로 이익은 북이 관리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면 안 될 것이다. 물론 특구에 대한 민간기업 투자는 별개다. 거기엔 맥도날드도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배상 방법을 알려면 북일평양합의를 보면 얼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고이즈미가 평양을 방문하여 과거사 배상방법으로 합의했던 것을 보면 무담보 장기저리 대출 등 사실상 거져 북에 주는 방식이었다. 민간투자 외피를 쓰건, 차관형태를 빌리건 결국은 배상금은 철저히 북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북은 어떤 배상 방식이건 북의 사회주의 경제구조를 조금도 흔들 수 없게 할 것이다. 기본적인 경제발전은 어제도 오늘도 자력갱생, 자강력을 기본으로 사회주의 자립경제로 갈 것이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전원회의에서 강조한 과학기술강화정책도 자립자강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 폼페오 국무장관도 북의 비핵화에 북을 잘 살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북의 자존심을 긁는 발언을 내놓자 북 김계관 부상이 그런 도움 요청한 적도 없고 바라지도 않는다고 일갈했다.     ©

 

그런데 폼페오 국무장관까지 나서서 무슨 큰 시혜라도 베풀듯이 경제지원 운운하니 북이 아예 애초에 그런 생각의 뿌리를 뽑아버리겠다고 작심하고 김계관 부상 발표문을 통해 미국에게 알아듣게 경고흘 하고 있는 것이다. 

북은 절대 남측이나 미국보다 못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측이나 미국은 흉내도 낼 수 없는 완전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사회주의 이상사회 건설을 마지막 단계에서 꽃피워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평양의 문을 활짝 열고 누가 와서 봐도 부러워할 수 있게 어느 정도 준비를 했다고 판단하고 전격적인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방문객은 물론 예술단 방북 당시 남측 언론인들과 가수들도 평양을 가서 보고 입을 떡 벌리고 오지 않았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담보만 듣고도 믿어주었던 것은 이후 말을 바꾸고 배신했을 때 얼마든지 대응할 계산이 서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스위스 중고교성적표에서 유독 수학성적이 높았다고 한다. 대담하고 화끈하면서도 매우 치밀하고 꼼꼼하며 빈틈이 없다고 도종환 장관도 평한 바 있다. 폼페오도 복잡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줄 알았고 그 속에서도 핵심을 집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말했다. 

 

만약 여기서 북이 아예 북미정상회담 무기한 중단 선언이라도 하게 되면 누가 피를 보겠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다른 어떤 대통령도 하지 못한 한반도 핵문제를 지금 해결해내고 있다며 공화당 지지자들 대회에서 떵떵거리며 자랑했던 이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지지자들이 그래서 '노벨상 트럼프~' 연호했고 트럼프의 입은 귀에 걸렸었다. 실제 지지율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달렸다.

그런데 말짱 황이 되고 나면, 나아가 다시 북의 핵미사일 미본토 태평양 앞바다에서 작렬하게 되면 그 꼴이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선하다.

 

미사일 발사에 나선 북에 대해 다시 제재를 가한다고 법석을 떨면 과연 미국 국민들이 얼씨구 잘한다고 좋아하겠는가. 중국이라고 그 제재에 동참을 해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중국의 지도부가 그렇게 지능이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면 미국의 비극이다. 

 

북이 트럼프를 믿고 핵시험장 폐기까지 하는 등 성의껏 노력을 했고 온갖 압박을 가해 판을 깬 것이 미국임이 확실하고 상식적으로도 비핵화에 나서려는 나라에 대해서는 당연히 안전담보를 해주는 것은 기본인데 미국 최강 전투기 랩터를 사상 최대로 끌어다가 훈련을 하고 있으니 중국이라고 미국을 좋게 볼리 없을 것이다.

 

▲ 2018년 5월 8일 오전 다롄(대련) 해변을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북미관계는 지금 어느 때보다 높은 단계에 올라서고 있다.

 

미국을 지지했다가는 미국의 오만방자함만 더 키울 뿐임을 이제 중국도 절실히 깨닫고 있다. 

그래서 이미 시진핑 주석은 세계정세가 어떻게 변하건, 지역정세가 어떻게 악화되던 북과 혈맹관계를 더욱 강화해가기로 북중정상회담에서 확약했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의 대결전은 한반도문제와 무관하게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중미 함대의 남중국해 대립, 대만과 중국의 대립을 격화시키는 미국의 책동, 중미무역전쟁 등을 통해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이 북미정상회담 때려치우고 지금도 속속 실전배치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몇 기를 시험삼아 태평양으로 쏴대면, 아니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이 내다보이는 태평양 앞 바다에 북 잠수함이 불쑥 솟아오르기라도 하면 트럼프 대통령만 골로 가게 된다. 미국 국민들이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잘 나가던 북미관계를 외교의 외자도 모르는 트럼프가 다 그르쳐놓았다고 야단법석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또다시 북에게 핵미사일, 잠수함을 얻어맞고 나서 북에 대화를 간청하면 그 몰골은 더욱 처참할 것이며 미국 패권 붕괴도 빠르게 가속될 것이다. 

 

실제 얼마전 북은 핵탄두 탄도미사일을 10여발 장착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미국 위성이 촬영할 수 있게 전격 공개한 바 있다. 엄중한 경고였다. 이 의미를 미국은 쉽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 현존 최강, 극강의 무기가 잠수함발사 핵탄두 탄도미일이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413)

 

▲ 2018년 5월 3일 SBS 8시뉴스에서 보도한 북의 신형잠수함 위성포착 사진, 8-9기의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발사관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자주시보

 

그런 상황에서 그것을 피하려면 미국이 선택할 길은 오직 하나 전쟁뿐이다. 

북은 그것을 결코 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끝장을 보겠다는 것이다. 한국 국민은 물론 미국 시민들도 거의 다치지 않고 미국 군사거점만 골라가며 동시에 모조리 죽탕쳐버릴 준비를 끝내놓고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설령 미국이 평양 도시에 핵공격을 가해도 북은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모든 주민들이 대피할 지하도시가 건설되어 있기 때문에 평양 등 지상 건물만 폭파될 뿐 사람은 다치지 않는다는 것이 북의 주장이다. 대신 그렇게 되면 북도 미국 전역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을 지도상에서 아예 지워버릴 수 있을 타격수단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항복문서에 도장을 찍을 놈도 없이 쓸어버리겠다는 경고가 바로 그것이다. 핵은 나라의 크기가 아무 상관이 없다. 특히 수소폭탄은 무한정 폭발력을 강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핵이 무서운 무기인 것이다. 그런 핵을 이미 보유했다면 작은 나라라고 해서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작은 나라가 쏘는 핵은 폭발력이 작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거에 나라가 절단나고 대륙이 끝장나는 무기가 핵무기다.

 

그렇게 미국을 제압하고 미국이 보유한 금만 가져와도 북은 새롭게 나라를 재건하는 것은 일도 아니게 된다. 바로 세계 최대 금보유국이 된다. 미국은 자원도 많다. 특히 북의 핵은 방사능 오염도 없는 핵이어서 북 주민들이 미국으로 이주해가서 바로 살 수 있다. 이주 수단은 항공모함 구축함 다 끌고 와서 타고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건 정말 정말 최악의 경우다. 그러나 북은 이 모든 준비를 다 해놓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어디 한 두번만 강조하지 않았다. 특히 북의 핵시험장에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모든 나라에서 육해공을 총동원하여 핵물질을 포집하려고 했지만 2차시험 이후엔 단 한 번도 포집하지 못했다. 북은 방사능 오염이 없는 특수 핵무기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핵은 아무 곳, 아무 때나 써도 방사능 오염과 같은 2차피해를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적 비난을 덜 수 있기에 실전 사용이 가능한 무기이며 그만큼 더 무서운 무기이다.

 

▲ 헬기타고 수술받은 부인을 문병하고 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자들이 김계관 부상의 경고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이냐고 고함을 치듯 5번이나 물었지만 굳은 표정을 손을 내저으며 아무 말도 않고 집무실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 존 볼튼도 종일 깩 소리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이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은 깨지 못할 것이다. 헬기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기자들이 5번이나 김계관 부상 발언에 대해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무실로 가버렸다. 존 볼튼도 하루 종일 깩소리도 못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들은 '리비아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식이다'라며 벌써 수습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와 같은 합리적인 인사는 JTBC뉴스룸과 대담에서 존 볼튼식의 압박을 반대한다고 명백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제국주의 깡패짓, 착취의 단맛에 중독되어 북미정상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또 무슨 망발과 해코지로 걸음걸음 난관을 조성할 지 몰라 걱정스럽다.

미국이 여기서도 판을 깬다면 최악의 수를 두는 것으로 될 것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김계관 부상이 강조한 '진정성' 바로 그것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북의 우려를 가셔주려 노력을 하는 길, 제국주의 패권국 미국의 공격과 제재 압박으로 그간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입은 북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성근하게 배상하는 마음만 있으며 북미대화는 재개될 것이다. 

나아가 경제적으로 중국에게 위협을 받고 군사적으로 러시아에 압도당하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미국의 불투명한 앞날도 헤쳐갈 방도를 북의 도움으로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이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북이다. 

역으로 북이 러시아와 지금처럼 밀월관계를 계속 확대발전시켜가고 중국과도 교류협력을 확대강화해 간다면 미국의 몰락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 될 것이다. 

 

급한 쪽은 미국이다. 이제는 솔직해져야한다. 그리고 진정성을 가지고 북과 대화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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