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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평화의 촛불 다시 타올라야"

6.9 평화촛불추진위,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북미수교와 병행추진'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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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1  17: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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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개 시민사회단체와 개인들로 구성된 평화촛불추진위원회는 21일 오전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평화촛불 각계 호소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6월 9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평화촛불에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4.27 판문점선언 이후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는 등 순항하던 한반도 정세가 난기류에 휩싸인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촉구하는 '6.9 평화촛불'이 제안되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과 주권자전국회의, 사회진보연대,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동조합총연맹,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등 84개 단체와 개인들로 구성된 '평화촛불추진위원회'는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미정상회담 직전인 6월 9일 광화문에서 다시 평화의 촛불을 높이 들자고 호소했다.

지난 3월 24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3.24평화촛불' 이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6.9평화촛불'을 통해 다시 한번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평화체제 구축, 북미수교 동시병행 추진'을 촉구할 예정이며, 이날 기자회견은 22일 열릴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각계의 호소를 전달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김희헌 향린교회 담임목사는 "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지난 판문점선언 합의가 이행될 수 있는 국제적인 여건, 즉 종전선언이 가사화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화할 수 있는 방식이 구체화되며, 남북 및 북미관계가 상호 협력적으로 전환되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2일 만나게 될 한미 정상에게는 "비핵화 과제는 서로 신뢰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평화적인 관계가 실질적으로 구축되어야 그 결과물로서 온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상대방의 숨통을 조여 강제로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보다는 수교를 맺어 서로 협력하는 평화로운 관계에서 비핵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임을 강조했다.

이어 미국도 이제는 한국에서 관례적으로 해 왔던 전쟁연습과 사드를 비롯한 전략자산을 가져가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최악의 경우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연기되거나 성과없는 회담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미정상회담의 성패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에 대한 군사적 위협해소, 체제안전 보장 방안에 대한 북미간 이견을 얼마나, 어떻게 좁혀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 측에는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식을 앞세워 마치 패전국 다루듯 북에 대한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를 생화학무기, 중단거리 미사일 문제, 인권문제, 심지어 일본인 납치문제 등으로까지 무차별적으로 확대하여 난관을 조성하는 고압적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 존 볼턴으로 대표되는 대북 강경파들의 대북 공세는 단순한 기선제압 수준이 아니라 회담 파탄시 대북 군사적 공격을 감행하기 위한 명분쌓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하려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의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대북 체제안전보장 조치를 이끌어 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대북 군사적 적대정책 해소를 담보해 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미국의 대북 정치·외교적 적대정책 해소를 담보하는 북미수교 과정과 동시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과제라는 것.  

이같은 북미간 큰 틀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방법과 시한, 속도, 그리고 비핵화 과정에 조응하는 체제안전보장 방안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 왼쪽부터 김희헌 향린교회 담임목사, 김선명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교무, 변희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반전평화통일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특히 참가자들은 '완전한 비핵화와 핵없는 한반도 실현'을 위해 사드를 포함한 미국 핵전략자산의 한국 철수와 한반도에 전개된 미국 군사력 축소 방안을 적극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사드배치의 구실이었던 북핵 위협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사드 철거는 당연한 것이며, 나아가 주한미군도 상호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이 진행되는 것에 맞추어 감축이 마땅하다는 것.  

김선명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교무는 "사드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한 전략무기가 아니라는 것은 양국 국방부가 인정한 사실이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드는 뽑아내야 한다"면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말한 마당에 그에 상응해서 트럼프는 미국의 전략자산, 그중에서도 가장 앞서 사드를 뽑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반전평화통일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 약속이 분명하다면 더 이상 도발적인 전쟁연습을 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6.9 평화촛불을 위해 노동자들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전국학생행진 최서연 씨는 "갑자기 찾아온 것 같은 한반도 평화의 봄이 신기하기도 한데 한반도 평화는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번 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면서 "큰틀의 합의는 되었다고 하지만 언제든지 판은 깨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청년들은 지난 4.27 판문점선언의 빈 공간을 채워나가길 바란다. 6.9 평화촛불에 청년들도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민주의 주인으로 나섰던 촛불이 평화의 주인으로 나서, 앞으로 닥칠 수많은 난관을 넘어서서 평화가 뿌리 내리고 통일을 이루는 그날까지 변함없이 다시 타오를 것을 간절하게 호소한다"고 '6.9평화촛불' 참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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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다섯 가지 제안

<칼럼>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이장희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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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1  10: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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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은 9천만 국내외 한민족의 가슴을 벅차게 하였다. 판문점선언 이전 한반도 정세는 브레이크 없는 두 기차가 마주 보고 달리는 전면적 군사충돌 일촉즉발이었다. 그런데 4.27 판문점선언이후 우리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확실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전 세계는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회담시 보여준 인간적 면모와 솔직함을 보고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그후 전개되는 남북관계발전, 북미관계 및 북중관계 전개상황도 실제로 매우 순조로웠다. 그런데 5월 16일 남북고위급회담 당일 이른 새벽에 팩스로 보내온 북한 리선권 단장 명의의 통지문에서 한미합동공중훈련 중인 ‘맥스 선더’를 비난하면서 고위급회담을 무기연기한다고 하였을 때 매우 혼란스러웠다.

통일부가 밝힌 북한의 고위급회담 취소 이유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중인 ‘맥스 선더’ 외에도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국회출판간담회 발언이 문제였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서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 정세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보도하였으며, 또 “천하의 쓰레기들까지 국회마당에 내세워 우리 최고의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을 버젓이 방치해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태영호 공사는 4.27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근 외교적 행보가 ‘쇼맨십’에 불과하다”거나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발언을 하곤 했다. 5월 16일 남북고위급회담 바로 전인 5월 14일 국회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반복하여 역사적 남북관계 해빙무드에 찬물을 뿌리는 듯 북한을 매우 자극하였다.

그 외에도 미국 대통령 안보특보 존 볼턴이 미국이 마치 승전국처럼 지나친 대북 적대적 발언 및 리비아식 핵문제 해결 모델 적용 강조 등도 남한 비판의 배경에 깔려있다. 볼턴의 리비아식 해법이란 선핵폐기를 강조하는 것인데, 동시이행의 원칙을 주장한 북한은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남한 정부도 북한이 처한 정치.경제.국제적 상황을 매우 세심하게 배려하지 않고, 우리만의 승리감에 도취하여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자성을 해야 한다. 4.27 판문점선언은 남북이 같이 주도를 하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핵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측이 맏형으로서 북한이라는 상대가 처한 입장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북한의 자존감에 상처를 결코 내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5.16 남북고위급회담 무기연기와 23~25일 예정인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절차에 남한 언론만 초대를 거부하는 북한의 행태를 결코 변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도 남측에서 충분히 예상하여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을 대비하여 남북한 물밑접촉에서 충분한 소통을 하여 조정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 측이 너무 안이한 대처를 한 것이 아니냐하는 의문을 갖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씀했듯이 판문점선언 이행은 질그릇 자기를 만들듯이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국방부는 미국 정부당국에게 군사문제에 대해서 사전에 긴밀한 협의를 했어야만 했다. 공격적인 최첨단 무기를 증파한 이번 한미연례합동군사훈련은 북한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연례한미군사합동훈련이지만,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증파하여 공격성이 농후한 군사작전을 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북한에 대한 위화감을 주기위한 의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을 조금 아는 전문가라면, 일인 지배체제인 북한에서는 노골적으로 체제존립 보장 요구를 공개협상에서는 말하지 않지만, 명분상으로는 최고의 존엄을 건드리는 것은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북한과의 대화에서는 북한 내부 주민 입장을 고려하고, 또 체제의 최고 존엄을 결코 건드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이러한 배려를 남한 정부가 중재자로서 적극 나서야 하는 데 이번에 큰 실책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5.16 남북고위급회담 무기연기에 대한 통일부 성명도 적절치 않다고 본다. 5.16 고위급회담 무기연기에 대한 통일부의 성명에서 “유감”이라는 종래의 태도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얼마나 심각한 국면인데 통일부가 예전 관례처럼 성명서를 낸 것은 매우 미흡하다.

판문점 선언을 남북이 주도하여 이루었듯이 그 성공도 처음부터 끝까지 남북이 주도하여야 한다. 북한은 아직도 남한을 신뢰하고 대장정을 시작하고 지금도 남한을 믿고 북미정상회담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 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절차도 계속 밟고 있다. 그렇다면 남한 정부는 북한의 깊은 신뢰를 유지하기위해서 한 치도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태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 미국 및 UN을 비롯하여 국제사회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은 지금 보다 훨씬 세심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아직도 늦지 않다. 북한은 6.12 북미정상회담 준비 및 풍계리 핵실험장의 핵폐기 절차를 계속 밟고 있다. 남한 정부는 그 조정자로서 선제적으로 4.27 판문점선언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기회에 대내외적인 혁신적 조치와 제안을 해봄 직하다.

첫째, 한국정부가 북한의 특수한 입장을 배려하여 북미회담 장소도 싱가포르보다 판문점으로 바꾸는 문제를 미국정부와 신중하게 의논해보기 바란다.

둘째, 현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판문점선언 이행은 남북 주도로 이끌어 가야하며, 미중 도움으로 이끌어가는 구도는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양국지도자는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판문점선언의 정신에도 타당한 것이다.

셋째,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게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서 북한의 가장 싫어하는 한미군사합동훈련의 규모를 축소하고, 북한인권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삼가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넷째, 대한민국 국회도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가 어려우면 최소한 초당적으로 “판문점선언” 국회 지지 결의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섯째, 남한 정부도 “대국민 대통령 특별선언”을 통해서 판문점선언의 성공을 위한 초당적 여야 국회 및 국민적 협조를 부탁하는 “판문점선언이행 평화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2015), 한일 역사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공저,2013), 1910년 ‘한일병합협정’의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공저, 2011),“제3차 핵실험과 국제법적 쟁점 검토”, “안중근 재판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등 300여 편 학술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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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중항쟁 38주년 “진짜 주범은 미국” 한목소리

광주 금남로서 5.18정신계승 노동자·민중대회, ‘양심수 석방 및 자주통일실현’ 촉구

38주년을 맞은 5.18민중항쟁. 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광주 금남로에 모인 사람들은 “5.18 광주학살의 진짜 주범이 누구냐”는 물음에 한목소리로 “미국”이라고 답했다.

민중공동행동과 민주노총은 19일 광주 금남로에서 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민중대회를 열고 ‘오월학살 진짜 주범 미국반대, 한반도 자주통일 실현, 노동적폐 완전 청산, 민중직접정치 쟁취’를 외쳤다.

“5.18광주학살, 결정권자는 ‘미국’”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1980년 5월 암흑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광주 민중들은 어깨와 어깨를 걸고 평화와 인권을 위한 투쟁의 들불을 올렸고 목숨까지 던졌다”면서 “광주민중항쟁이 한국사회 민주주의와 민중생존권에 숨통을 틔웠다”고 5.18의 의미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광주의 학살자와 학살의 결정권자, 부역자 등 적폐를 청산하지 못해 또다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어둠의 역사를 겪었다”면서 “재벌이 배를 불렸고 썩은 권력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민중을 억눌렀으며, 학살 결정권자였던 미국은 평화를 위협하며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아가려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광주를 잇는 끈질긴 항쟁의 정신이 1700만 촛불항쟁을 만들어 박근혜를 퇴진·구속시키고 이명박까지 구속시켰다”고 상기시키곤 “광주항쟁의 정신을 올곧게 계승해 5.18의 진실을 규명하고 학살자와 결정권자, 부역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도 광주항쟁에 ‘미국의 책임’을 물었다. 박 의장은 “5.18 광주학살의 진실, 천안함과 세월호의 진실, 통합진보당 해산의 진실 등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수많은 사건의 진실 뒤엔 미국이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의 실체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장은 또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정치, 외교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규탄하며 “더 이상의 전쟁은 없다고 남북 두 정상이 선언한 만큼 한반도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모든 양심수,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이날 ‘양심수 석방’의 목소리도 금남로에 울려 퍼졌다. 오는 21일 가석방되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모친 임선복 여사가 무대에 올라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한 양심수 석방 투쟁에 힘써준 노동자와 민중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임 여사는 “아들의 석방 소식은, 그동안 가슴 태웠던 수많은 세월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큰 기쁨이었다”고 전하며 “양심수 석방을 위해 함께 해준 여러분의 격려 덕분”이라고 인사했다.

아울러 “차가운 감옥에서 가슴 아파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이 땅의 수많은 양심수가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이 나라의 희망과 빛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여러분들과 함께 빌겠다”고 덧붙였다.

또 한 명의 양심수 가족으로 무대에 오른 사람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누나 이경진 씨다. 이 씨는 광주 시민들 앞에 서서 “세상사람 다 안아줄 것 같은 대통령이 외면한 이석기 누나를 지난 겨울 광주가 안아주었다”면서 지난 해 양심수 석방문화제에 참가해 지지와 격려를 보내준 시민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청와대 앞에서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며 6개월째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판문점 선언을 청와대 앞에서 지켜봤다”면서 “독재가 무너지면 독재에 맞선 사람이 나라를 이끌고, 분단이 무너지면 통일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나라를 이끄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강조하곤 “끝장을 볼 때까지 청와대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광주 영령들 앞에서 평화와 자주통일투쟁을 결심하자”

금남로에 모인 참가자들은 양심수 석방과 더불어 ‘한반도 자주통일’과 ‘노동적폐 청산’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5.18민중항쟁 38주년인 올해 민생, 민주주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투쟁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한 대표는 “4.27 판문점선언으로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기운이 성큼 다가왔다”고 운을 떼며 “남쪽에서는 촛불항쟁으로 민주주의 혁명을 완성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북녘에서는 70년 동안 미국의 적대정책과 전쟁연습을 상대하며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두 개의 기적이 만나 판문점 선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폐 중에 적폐, 분단적폐 ‘미국’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 대표는 “북이 비핵화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전략폭격기로 들여와 북을 응징하는 전쟁연습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으며 “5월 광주 영령들이 선을 넘어 목숨을 걸고 항쟁한 것처럼, 민주주의 혁명을 만든 촛불시민과 함께 미국을 반대하고 자주평화통일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기창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하며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부위원장은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광주 금호타이어공장 해외매각, 비정규직을 고용해 배를 만들려는 조선산업 등을 예로 들며 “5월 광주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가운데 하나는 노동자, 농민, 빈민, 민중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민중의 삶을 변화시키는 투쟁에 힘차게 나서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오월학살 진짜 주범 미국 반대”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자주평화 통일 실현”을 외치며 금남로 일대를 행진한 후 대회를 마무리했다.

▲ 민주노총은 대회에 앞서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합동참배식을 진행했다. 노동자들이 묘역을 둘러보며 광주항쟁의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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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에 쌓인 조미정상회담 핵심의제, 마침내 모습 드러내다

<개벽예감 299>비밀에 쌓인 조미정상회담 핵심의제, 마침내 모습 드러내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05/21 [09:3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볼턴이 거론한 리비아 핵포기방식, 무슨 뜻인가?

2. 흑막 뒤에서 방해공작 벌이는 검은 이익집단

3. 그들의 방해공작이 파탄될 수밖에 없는 까닭

4. 합의점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회담, 어떻게 합의하였을까?

5. 비밀 벗고 모습 드러낸 조미정상회담 핵심의제

 

 

1. 볼턴이 거론한 리비아 핵포기방식, 무슨 뜻인가?

 

조미정상회담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인데, 그 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과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국무장관에게 복잡한 사정이 생겼다. 복잡한 사정이란 무엇인가? 김계관 조선외무성 제1부상이 2018년 5월 16일에 발표한 담화를 읽어보면, 그 복잡한 사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 담화에서 두 문장을 인용한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싸일, 생화학무기의 완전페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채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다.”

 

김계관 제1부상이 담화를 발표하기 사흘 전, 미국 텔레비전방송 <ABC>의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한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은 조선에게 리비아 핵포기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조선의 핵무기를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Oak Ridge)로 가져와야 한다고 떠들어댔다. 오크리지에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핵안보청(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이 운영하는 ‘Y-12 국립안보단지(National Security Complex)’가 있는데, 거기서 핵물질을 처리하고,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해체한다. <사진 1> 

 

볼턴은 국가안보보좌관이지만,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배제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하기 훨씬 전부터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을 전담시켰다. 1971년에 리처드 닉슨(Richard M. Nixon) 대통령이 미중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시 국무장관 월리엄 로저스(William P. Rogers)를 배제시키고,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헨리 키씬저(Henry A. Kissinger)에게 그 준비사업을 전담시켰던 것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 오늘 재연되고 있다.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에서 배제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왜 리비아 핵포기방식을 거론하였을까? 이 물음에 답을 찾으려면, 우선 리비아 핵포기방식이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언론매체들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거론한 리비아 핵포기방식을 ‘선 핵포기, 후 보상’이라는 단순용어로만 설명했지만, 그것은 사물의 한 측면만 설명한 것이다. 리비아 핵포기방식이라는 개념 속에는 조선이 먼저 핵포기를 단행하면 미국이 보상해주겠다는 뜻만이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조선도 리비아처럼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투항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2001년 10월 7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도발하는 것을 보고 겁을 먹은 리비아 국가수반 무아마르 가다피(Muammar Gaddafi)는 그 해 12월 19일 대량파괴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전격 선언하고 미국에 투항하였다. 당시 리비아의 핵무기개발사업은 초보수준에 있었으므로, 가다피가 대량파괴무기를 포기한다고 선언하였을 때 그것은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초보수준의 핵무기개발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가다피 정권은 파키스탄의 핵무기개발책임자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로부터 우라늄농축 원심분리기를 공급받았고, 칸 박사와 연계된 스위스의 핵공학기술자 프리드리히 티너(Freidrich Tinner)로부터는 파키스탄이 조선으로부터 전수받았던 핵탄두 설계도를 넘겨받았다. 하지만 핵공학기술을 거의 축적하지 못한 가다피 정권은 핵무기개발사업을 진척시킬 수 없었다. 

 

그런 사정과 달리, 가다피 정권의 화학무기개발사업은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되었고, 강력한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가다피 정권이 대량파괴무기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중심과업은 화학무기를 해체하고 화학물질을 폐기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전쟁 도발에 겁을 먹은 가다피가 대량파괴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에 투항하자,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 재빨리 움직였다. 미국은 대량파괴무기를 포기한 가다피 정권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새빨간 거짓말로 가다피를 속여 안심시킨 뒤인 2004년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미국 공군 수송기들을 동원하여 핵무기개발 및 탄도미사일개발에 관련된 기술문서들과 장비들, 그리고 1,000개 이상의 원심분리기와 미사일부품들을 미국 테네시주로 가져갔으며, 방대한 분량의 화학무기와 화학물질을 해체, 폐기하였다. 미국의 속임수에 넘어가 무장해제를 당하고, 친미반란군의 내란도발까지 겹쳐 기진맥진해진 가다피 정권은 2011년 3월 19일 미국이 도발한 대규모 공습과 친미반란군의 집중공격을 받다가 7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전복되었다. 자발적인 대량파괴무기 포기에 대한 미국의 보상은 리비아의 대량파괴무기 탈취, 가다피 정권의 전복, 그리고 가다피 자신의 비참한 최후였다.         

 

가다피 정권의 대량파괴무기 포기경험이 말해주는 것처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거론한 리비아 핵포기방식은 조선에게 투항을 요구한 것이며, 조선에서 핵물질,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탈취한 뒤에 무력침공과 정권전복으로 ‘보상’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에게 리비아 핵포기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조선에 대한 모독이었다. 

  

 

2. 흑막 뒤에서 방해공작 벌이는 검은 이익집단

 

2018년 5월 13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 텔레비전방송 <ABC>의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리비아 핵포기방식을 거론하였던 때에 맞춰, 한국과 일본의 주요언론매체들도 일제히 리비아 핵포기방식을 보도하였다. 이를테면, 2018년 5월 13일 <연합뉴스>는 “복수의 고위급 대북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보도기사에서 조선이 핵물질,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상당 부분을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몇 달 안에 미국으로 반출하는 방안을 조선과 미국이 논의하는 중인데, 조선이 그 방안을 받아들일 경우 그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은 대조선제재를 완화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하였다. 2018년 5월 14일 <동아일보>도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보도기사에서 2018년 5월 9일 평양을 방문한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하면서 조선의 핵물질,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으로 반출하는 방안을 제기하였는데, 조선이 그 방안을 받아들일 경우 그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은 조미연락사무소를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개설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하였다. 2018년 5월 17일 일본 언론매체 <아사히신붕>도 “복수의 북한 관계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한 보도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의 핵물질,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일부를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된 때로부터 6개월 안에 미국으로 반출하는 방안을 사전협상에서 조선에게 제기하였는데, 조선이 그 방안을 받아들일 경우 그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은 2017년 11월에 재지정한 ‘테러지원국가’ 명단에서 조선을 제외시켜줄 것이라고 하였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사진 2> 

 

(1)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들은 2018년 5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에 파견된 팜페오 국무장관과 회담할 때, 팜페오 국무장관이 리비아 핵포기방식을 제의한 것처럼 서술하였으나, 그것은 거짓말이다. 만일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에서 핵무기 탈취와 정권전복을 뜻하는 리비아 핵포기방식을 거론하였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즉각 회담을 중단하고 그를 미국으로 돌려보내고, 미국 국적의 범죄자 3명을 사면, 송환하지 않았을 것이며, 핵무기 탈취와 정권전복을 노리는 사람들과는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고 단언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상황은 정반대였다. 김계관 제1부상이 발표한 담화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과 두 차례나 회담하였다고 한다. <연합뉴스> 2018년 5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위원장이 회담한 시간은 1시간 30분이었으며, 김영철 통일전선부장도 그와 두 차례 회담하였다고 한다. 2018년 5월 10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과 “훌륭한 회담을 진행하고 만족한 결과를 이룩한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였”으며, 그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시며 작별인사를 나누시고 따뜻이 바래우시였다”고 한다. 

 

위와 같은 온화한 회담분위기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것처럼,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리비아 핵포기방식을 제의하였다는 한국과 일본의 언론보도들은 익명의 소식통들이 날조, 유포한 거짓말을 옮겨놓은 허위보도였다.   

 

(2)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한국 및 일본 언론매체들이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다발적으로 리비아 핵포기방식을 거론한 것은, 볼턴이 개인견해를 표명한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세력이 집체적 견해를 표명한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회담하는 중에 전혀 거론도 하지 않은 리비아 핵포기방식을 제의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날조, 유포한 어떤 특정세력이 흑막 뒤에 정체를 감추고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에 장애를 조성해보려고 책동한 것이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그 특정세력의 대변인 노릇을 하였다. 

 

흑막 뒤에 정체를 감추고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에 장애를 조성해보려고 책동한 특정세력은 미국의 극우정객, 극우벼슬아치, 펜타곤, 군수산업체가 공동의 이해관계로 상호결탁한 검은 이익집단이다. 검은 이익집단은 세계적 범위에서 침략전쟁과 무력충돌, 전쟁위기와 내란도발, 정권전복과 내정간섭을 획책하고 자행하여 자기들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극우범죄집단이다. 

 

무기와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군수산업체가 풀어놓은 흑막자금이 공급선을 타고 워싱턴에 흘러들고, 그 흑막자금을 받아먹은 워싱턴의 극우정객들과 극우벼슬아치들은 침략전쟁과 무력충돌, 전쟁위기와 내란도발, 정권전복과 내정간섭을 획책하는 의회결의 또는 정부조치를 내놓고, 그런 결의와 조치에 따라 펜타곤은 각종 무기와 군수물자를 구입해주는 방식으로 군수산업체에게 이익을 안겨준다. 검은 이익집단은 그런 이익분배체계에 기생하며 세계를 공포와 혼란에 빠뜨린다. 검은 이익집단이 눈독을 들이는 대상들은 한반도의 전쟁위기, 중동의 무력충돌위험,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군사적 대치, 그리고 동중국해의 군사적 긴장이다. 

 

그런데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위에 열거한 대상들 가운데서 위기수준이 가장 높은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해소될 것이고, 그런 급격한 정세변화는 검은 이익집단에게 큰 손실을 안겨줄 것이다.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을 노려보는 검은 이익집단은 그 회담이 성사되어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주한미국군이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경우 자기들이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예측하였을 것이다. 검은 이익집단이 조미정상회담 방해공작을 음으로 양으로 자행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검은 이익집단은 리비아 핵포기방식에 관련된 허위사실을 날조, 유포한 방해공작 이외에도 일련의 방해공작들을 자행하였는데, 그것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사진 3> 

 

(1) 펜타곤은 2018년 5월 11일부터 25일까지 미국 공군과 한국 공군을 동원하여 ‘맥스 선더(Max Thunder)’라는 작전명칭을 내걸고 F-22 스텔스전투기 8대를 비롯하여 각종 작전기 100여 대를 참가시킨 대조선공중공격을 연습하는 중이다. 이것은 검은 이익집단의 한 구성부분인 펜타곤이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에 장애를 조성하려고 자행하는 방해공작의 일환이다. 남과 북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공약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그 선언에 서명한 때로부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그 공약을 외면하고 한국 공군을 대북적대행위에로 내몰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청와대는 검은 이익집단이 주도하는 대북적대행위를 거부할 권한을 갖지 못했다.  

 

(2) 2018년 5월 10일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규모를 2만2,000명 이하로 감축하는데 국방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철수를 명령하는 경우 연방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치를 의결하였다. 이것은 검은 이익집단의 한 구성부분인 연방하원 군사위원회가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합의를 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한 나머지 그 회담의 준비사업에 장애를 조성하려고 내린 정치적 결정이다.

 

(3) 검은 이익집단에 소속된 몇몇 단위들과 개체들은 조선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비핵화검증현장에 검증요원으로 미국군을 파견해야 한다느니, 조선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기 전까지 경제제재를 해제하지 말고 계속 압박해야 한다느니,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속이려고 할 것이라느니 하는 해괴한 요설을 날조, 유포하면서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에 장애를 조성하려고 악랄하게 책동하였다. 

 

 

3. 그들의 방해공작이 파탄될 수밖에 없는 까닭

     

검은 이익집단이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에 장애를 조성하려고 날뛰어도 그들이 자행하는 방해공작은 파탄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판단하는 논거는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논거는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확고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신이 회담준비사업을 철저하고 치밀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5월 13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의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칭함 - 옮긴이)가 정보자료를 잘 알고 있다는 뜻에서 그의 식견이 매우 풍부하다는 사실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는 답변하기 어려운 내 질문을 받았을 때도, 일련의 복잡한 논점들을 잘 처리했다. 그에게는 적바림(notecards)도 없었다”고 말했다.    

 

둘째 논거는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자기들의 정치생명을 걸고 조미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것이다. 만일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하거나, 성사되고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렬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생명은 끝날 것이고, 팜페오 국무장관은 실각할 것이다. 조미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는 경우, 그 두 사람의 정치생명을 유지시켜줄 전망도 대책도 없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은 조미정상회담에 목을 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를 얼마나 고대하고 있는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알아주기 바라고 있다고 분석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8년 5월 18일 보도기사는 자기의 정치생명을 걸고 조미정상회담에 매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딱한 사정을 말해주었다.    

 

셋째 논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맞닥뜨릴 검은 이익집단의 방해공작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첫 번째 통제활동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익명의 소식통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날조, 유포한 리비아 핵포기방식 적용설을 전면 부정하면서 사태를 긴급히 수습한 것이었다. 2018년 5월 3일 펜타곤 대변인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팜페오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3자회동이 정기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프랑스 통신사 <AFP> 2018년 4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원래는 매티스 국방장관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2자회동을 정례화하기로 하고 자기들끼리 4월 26일 첫 2자회동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검은 이익집단에 소속된 그 두 사람이 만나는 2자회동에서 무슨 방해음모가 꾸며질지 몰라 우려하였고, 그래서 매티스-볼턴 2자회동을 자기 심복인 팜페오 국무장관이 주도하는 3자회동으로 바꿔놓았다. 정기적으로 진행될 3자회동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검은 이익집단에 소속된 매티스 국방장관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에 장애를 조성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견제할 것이다.  

 

넷째 논거는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검은 이익집단을 가로막지는 못하지만, 그 자신은 검은 이익집단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그는 워싱턴 정가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으므로,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흑막자금을 받아먹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군수산업과 무관한 부동산재벌총수인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 검은 이익집단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가 백악관의 주인이 된 이후 험상궂은 막말과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결정으로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면서도, 유독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정상회담 제의만은 즉석에서 무조건 수락하였던 특이한 사연은 검은 이익집단에 소속되지 않았던 그의 처지가 잘 설명해주고 있다. 만일 연방상원의원과 국무장관을 각각 지내며 검은 이익집단에 끌려들어갔던 힐러리 클린턴(Hillary D. R. Clinton)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더라면, 그는 검은 이익집단의 저지선에 가로막혀 조미정상회담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검은 이익집단의 관심 밖에 있었던 부동산재벌총수가 백악관의 주인으로 등장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4. 합의점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회담, 어떻게 합의하였을까?

 

김계관 조선외무성 제1부상이 2018년 5월 16일에 발표한 담화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나 보인다. 그는 담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입버릇처럼 되뇌는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으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배격한 것이다. 담화에 들어있는 그 문장을 다시 인용한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싸일, 생화학무기의 완전페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검은 이익집단이 조선에게 가다피식 투항을 요구하고, 조선에서 핵물질,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탈취한 뒤에 무력침공과 정권전복으로 ‘보상’하겠다는 범죄적 의도를 드러낸 것을 김계관 제1부상이 배격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입버릇처럼 되뇌는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으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배격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심각한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거론할 필요가 있다. 

 

2018년 5월 10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5월 9일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조미수뇌회담과 관련한 량국 최고지도부의 립장과 의견을 교환하시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국무장관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으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하자고 제의하지 않았을까? 김계관 제1부상은 자기 개인견해를 담화로 발표한 게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그의 의사를 대변한 것이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배격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합의를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진행한 5월 9일 평양회담은 비핵화 문제에 관련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2018년 5월 10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합중국 국무장관과 토의된 문제들에 대하여 만족한 합의를 보시였”고, “훌륭한 회담을 진행하고 만족한 결과를 이룩한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였”으며, 팜페오 국무장관도 “오늘 매우 유익한 회담을 진행하고 충분한 합의를 이룩한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사의를 표하면서 미 국무장관으로서 조미수뇌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도록 적극 노력할 결심과 의지를 피력하였다”고 한다. <사진 4>  

 

평양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간 팜페오 국무장관은 2018년 5월 13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의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김 위원장과 나는 의견을 교환하면서 우리 두 나라의 성공적인 협상이 궁극적으로 도달할 윤곽이 무엇인지에 관한 건실한 토의를 직접 진행하였다”고 밝히면서 5월 9일 평양회담에서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재확인하였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하여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것 같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은 어떻게 극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었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5월 9일 평양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하여 극적인 합의를 이룬 것에 대해 두 갈래로 추론할 수 있다.

 

첫째 추론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할 것을 제의하였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 제의를 거부하는 바람에 팜페오 국무장관은 하는 수없이 그 제의를 철회하였고, 그래서 전혀 다른 내용의 비핵화를 극적으로 합의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 추론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관한 제의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고, 그래서 전혀 다른 내용의 비핵화를 극적으로 합의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나는 두 번째 추론을 현실로 판단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거부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5월 9일 평양회담에서 그 문제를 아예 제의하지 않았고, 그래서 전혀 다른 내용의 비핵화를 극적으로 합의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5. 비밀을 벗고 모습 드러낸 조미정상회담 핵심의제

 

5월 9일 평양회담에서 극적으로 합의된, 전혀 다른 내용의 비핵화는 무엇일까? 수수께끼 같은 그 의문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워싱턴에 돌아간 직후 미국 언론매체들과 진행한 대담에서 해소되었다. 그는 2018년 5월 13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의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여기서 미국의 이익은 북조선이 로스앤젤레스 또는 덴버 또는 오늘 아침 우리가 앉아있는 여기 바로 이곳으로 핵무기를 발사할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목적이고, 그것이 대통령이 나를 (국무장관에) 임명한 것이고, 바로 그 목적을 성취하려 나아가는 궤도에 우리를 올려세우기 위해 대통령은 지난 주간에 나를 (평양에) 파견하였다.” 

 

또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같은 날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의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만일 김 위원장이 우리가 해야 할 일들 한다면, 북조선의 핵무기가 미국을 더 이상 위협에 처하지 않게 (조치)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계를 위협하는 북조선의 대량파괴무기프로그램과 미사일을 제거한다면, 내가 알기로는 김 위원장도 바라는, 북조선 인민에게 주어질 커다란 기회를 우리가 보장할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에 열거한 대담발언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이제껏 세상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믿고 있었던 기존관념을 깨뜨린 놀라운 사실, 그 동안 감춰졌던 새로운 사실을 밝혀주었다. 그가 같은 날 진행한 두 차례 대담에서 거듭 밝힌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달성하려는 협상목표는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 본토가 조선의 핵위협에서 벗어나는 안전보장이다. 그러므로 5월 9일 평양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은 미국 본토가 조선의 핵위협에서 벗어나 안전을 보장받는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고, 만족할 만한 합의를 이룬 것이다. <사진 5>  

 

어제도 오늘도 백악관과 국무부는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약속하면, 조선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헛소리를 계속 늘어놓고 있지만, 팜페오 국무장관의 두 차례 방송대담에서 드러난 것처럼, 실제상황은 정반대다.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본토에 대한 조선의 핵위협을 중지하고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요청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팜페오 국무장관의 두 차례 방송대담에 따르면, 조미정상회담 핵심의제는 미국이 핵무력을 포기한 조선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해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조선이 대조선적대정책을 포기한 미국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해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건국 이후 70년 동안 국가안보를 오직 자력으로 유지해오는 조선이 갑자기 자주노선에서 이탈하여 미국에게 국가안보를 내맡길 것으로 본다면, 그건 망상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3월 5일 남측 방북특사단을 접견하면서 언급하였던 비핵화, 그리고 2018년 3월 2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면서 언급하였던 비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완전히 포기할 때, 미국 본토에 대한 조선의 핵위협을 중지하여 미국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영구적인 비핵화(permanent denuclearization)”인 것이다.

 

미국 통신사 <AP> 2018년 3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에 관한 방북특사단의 보고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월까지 영구적인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영구적인 비핵화라는 개념은 그 때 처음 등장했는데, 그 개념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듣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것이다. 영구적인 비핵화라는 개념은 2018년 5월 2일 팜페오 국무장관의 취임사에서 또 다시 등장한 바 있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김정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이 2018년 5월 17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1차 확대회의를 지도하는 장면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확대회의에서는 "혁명발전의 요구와 현시기 인민군대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데 기초하여 혁명적 당군을 군사정치적으로 더욱 강화하고 국가방위사업전반에서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일련의 조직적 대책들이 토의결정되었다"고 한다. 역사적인 조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므로, 조선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위협을 중지하고 미국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영구적인 비핵화와 관련된 군사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계관 조선외무성 제1부상은 2018년 5월 16일에 발표한 담화에서 조선이 “이미 조선반도 비핵화 용의를 표명하였고 이를 위하여서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데 대하여 수차에 걸쳐 천명하였다”고 밝혔다. 이 인용문에 따르면,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과 핵위협공갈을 먼저 중지해야 조선이 비핵화를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비핵화는 조선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위협을 중지하여 미국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영구적인 비핵화를 뜻한다. 

 

기존관념을 뒤집는 위와 같은 놀라운 일들이 올해 들어 왕왕 일어나는 까닭은, 조선이 2017년 말 마침내 핵무기병기화를 완결하고 검증함으로써 25년 동안 치열하게 벌어진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하였기 때문이다. 기존관념을 뒤집는 놀라운 현상들은 조선이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하였다는 사실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다. 그러므로 조미정상회담을 전망할 때도 그 회담을 조선의 조미핵대결 승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조미핵대결에서 이미 패배의 쓴잔을 마신 트럼프 대통령이 핵대결을 승리로 이끈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미국의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하는 놀라운 장면이 펼쳐질 것이다. 8천만 민족의 운명이 걸려있고, 전 세계가 가슴 졸이며 지켜보게 될 역사적인 회담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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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유방 하나 잘리고 싶냐" 전두환과 부하들의 뻔뻔함

[리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80년 5월 학살은 어떻게 조작됐나... 끔찍한 진실

18.05.20 19:47최종업데이트18.05.20 19:47
 <그것이 알고 싶다> ‘잔혹한 충성 제2부- 학살을 조작하라’ 편.

<그것이 알고 싶다> ‘잔혹한 충성 제2부- 학살을 조작하라’ 편.ⓒ SBS


영화는 현실보다 과장된 장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이 영화보다 훨씬 '과장'된 경우가 있다. 바로, 1980년 광주 5·18의 진실이다. 

국군이 이유도 없이 국민을 학살하고, 대검으로 여성의 신체를 훼손하고, 방금 살해한 피해자의 목을 잘라내는 모습은 영화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모자이크 처리한 장면뿐이다. 1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잔혹한 충성 제2부- 학살을 조작하라' 편에 출연한 광주 시민들은 '실제 상황이 영화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영화 <화려한 휴가>도 5·18을 다뤘잖아요. 내가 본 건 영화에도 안 나왔어요."
"영화 <택시 운전사>나 다큐멘터리를 여러 번 봤는데,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데, 너무 예쁘게 꾸몄다'라고 진실을 말해주면, (상대방은) '과연 저게 우리나라 광주라는 곳에서 일어났을까' 하고 설마 하겠지, 설마." 

영화보다 더한 참극이 광주 시내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시위 현장과 멀리 떨어진 광주 외곽에서도 발생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대표적 사례로 주남마을을 들었다. 광주광역시 남쪽에 화순군이 있다. 화순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길목에 주남마을이 있다. 지나가는 버스를 상대로 공수부대가 무차별 사격을 퍼붓는 일이 이곳에서도 있었다.  

1980년 5월 23일, 시내 상황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시민들과 계엄군의 충돌은 5월 18일 시작됐다. 3일 뒤 오후 6시경, 시민군이 도청을 접수하고 계엄군이 외곽으로 퇴각했다. 이때 시작된 소강 국면은 5월 27일 새벽 4시경 계엄군이 전면전을 개시할 때까지 이어졌다. 

소강 국면이 시작되고 이틀 뒤인 5월 23일, 화순과 광주를 운행하는 버스 1대가 주남마을을 지날 때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고 박현숙 님과 홍금숙 님 등 10여 명이 탑승했다고 했지만, 신문 보도에 따르면 승객은 18명이었다. 

산속에 매복해 있다가 좁은 산길을 통과하는 적군을 향해 화살을 퍼붓는 옛날 전쟁의 한 장면이 여기서 재현됐다. 길가 풀 속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대원들이 버스를 향해 일제 사격을 가한 것이다. 

가슴 자르고, 목 자르고... 주남마을 학살
 
 1980년 5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찍은 사진.

1980년 5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찍은 사진.ⓒ 김종성


차가 벌집이 다 될 정도로, 총성이 한참 울려 퍼졌다. 버스는 이미 멈춰서 있었다. 군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돌격을 개시했다. 버스 안으로 뛰어들었다. 거기서 제2차 만행을 저질렀다. 죽은 시신들을 향해 여러 발의 확인 사살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대검까지 꺼내들었다. 여성 유방을 훼손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 서울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시신 상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다발성 총상이 있는 사람이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 자상(칼에 의한 상처)이 이루어질 순 없어요. 총상을 입고 사망한 이후에 좌측 가슴부터 커다랗게 드러난 자상의 흔적이 있다는 이 표현을 엄격하게 말하면 사후손괴입니다."

총알 세례를 받고 학살된 여성 시신을 상대로 군인들이 유방을 훼손하는 사후손괴를 범했다는 것이다. 이 날 학살로 현장에서 열다섯 분이 숨을 거뒀다. 버스에서 살아남은 세 분 중 두 분은 인근에서 살해됐다. 나머지 생존자 한 분이 홍금숙 님이다. 이 분은 가슴을 향한 공격의 위협을 받았다. 1988년 국회에서 열린 광주 청문회 때 그는 이렇게 증언했다. 

"대검을 탁 들이대면서 하는 말이 너도 유방 하나 잘리고 싶냐 그러더라구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잔혹한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음 날인 24일에도 이 근처에서 만행이 있었다. 이 날 인근의 부엉산에서 학살당한 고 김부열 님의 상태는 너무도 처참했다. 시신에 목이 없었다. 목을 제외한 나머지 신체 부위만으로는 사인 규명이 안 됐다. 전북대학교 법의학교실 이호 교수는 살해 후에 시신을 분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지금 남아 있는 몸에서 사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없어진 부위에 사인이 있다는 거죠."

목을 절단한 뒤 어딘가에 감춘 것은, 목 윗부분을 참혹하게 다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살을 자행한 자신들이 보기에도 너무 끔찍했기에, 아예 증거를 없애고자 목을 절단해 어딘가 감춘 모양이다. 그래서 남아 있는 시신으로는 사인을 밝힐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같은 날인 24일, 주남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가 안 되는 송암동에서는 소년들이 말도 안 되는 학살을 당했다. 지나가는 군용차를 향해 손을 흔드는 소년들을 상대로 무차별 사격이 가해졌다. 11세 된 고 전재수님은 10여 발의 총격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적군도 아닌 어린이를 상대로 잔혹하게 확인사살을 했던 것이다. 이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게 참, 우리가 흔히 말하는 르완다 학살이랄지, 그런 것과 뭐가 다릅니까?"
 
 고 전재수 님의 묘지. ‘망월동 5·18 묘역’에서 찍은 사진.

고 전재수 님의 묘지. ‘망월동 5·18 묘역’에서 찍은 사진.ⓒ 김종성


학살자들의 뻔뻔함 광주 청문회 대비해 공작반 만들어

참극을 일일이 다 소개하는 것은 지면상 불가능하다. 모자이크 처리를 않고는 영화로도 보여줄 수 없는 참극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앗다. 그런데 더 영화 같은 것이 있다. 끔찍한 학살을 저지른 사람들 대부분이 너무도 뻔뻔하다는 것이다. 영화로도 도저히 묘사할 수 없는 뻔뻔함을 38년째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주남마을에서 학살을 자행한 김아무개 소령은 방송 인터뷰에서 "나도 피해자야"라고 항변한다. 그 일이 논란이 되는 바람에 진급도 못하고 군인연금도 깎였다는 것이다. 

그는 학살이 일어난 연도도 모른다고 말한다. 진압이 정당했다며 한참 열변을 토하다가 "그거는 (희생자들이) 이해를 좀 하셔야 해"라고 말한 뒤, 느닷없이 "근데 이게 82년도인가, 81년도인가?"라며 혼잣말을 했다. 온 국민이 '1980년 5월'의 고통을 다 알고 있고, 더군다나 자신이 직접 학살에 가담했으면서도 그 연도를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다. 최고사령관 전두환의 뻔뻔함을 부하들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한참 열변을 토하던 그는 취재진이 갑자기 "입장 바꿔서 선생님 자녀분이 그런 피해를 받았다면"이라고 질문하자, 순간적으로 "열 받지, 내 자식이 총을 맞았어? 그런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야"라며 흥분했다. 정당한 진압 활동을 했다고 주장하는 전두환도 자기 아들이 그때 광주에 있었다는 상상을 하게 되면, 그 역시 순간적으로 몸서리쳐질지도 모른다. 

전두환뿐 아니라 일선 장교들까지 뻔뻔하게 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이 고도의 통일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5·11 연구위원회의 역할이 컸다. 이것은 1988년 광주 청문회에 대비해 만든 공작반이다. 5·18 연구위원회가 아니라 5.11 연구위원회다. 5월 11일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위원회는 광주 청문회에 대비한 시나리오도 짜고, 여당 청문위원과 증인을 사전에 불러 청문회 예행연습도 했다. 1988년에 국민들이 TV로 지켜본 광주 청문회 장면의 일정 부분은 전두환 일당이 사전에 짜놓은 각본에 따른 '쇼'였던 것이다. 방송에 따르면, 청문회 뒤에 위원회는 이렇게 총평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는 선방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이나 '광주항쟁'이란 표현 대신 '광주사태'나 '광주폭동' 같은 표현을 쓰는 일부 국민들 중에는 "광주에서 설마 그런 일이 있었겠어?"라거나 "그 정도 일은 국가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이런 국민들도 광주 청문회를 통해 5·18의 실상을 들었다. 듣고도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 역시 5·11연구위원회의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진실을 듣고도 그런 반응을 일으키는 국민들이 상당수 존재하도록 만들었으니 "우리는 선방했다"고 총평을 내릴 만도 했던 것이다.  

이처럼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조작 활동이 있었고 또 그것이 성공을 거두었기에, 전두환 집단이 영화로도 묘사할 수 없는 끔찍한 학살을 저질러놓고도 여태껏 별 탈 없이 재산과 지위를 지킬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영화로도 묘사할 수 없는 뻔뻔함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은 학살을 조작하고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죄악이 점점 더 드러나고 있지만, 전두환과 그 일당은 아랑곳도 하지 않는다. 지금도 광주 학살과 자신들의 관련성을 부정한다. <전두환 회고록>에서 전두환은 자신이 총리도 아니고 계엄사령관도 아니었다며 발뺌을 한다.

"공무원 조직을 관장하고 있던 신현확 총리나 실병력을 장악하고 있는 이희성 계엄사령관과 달리 나는 실제로는 쓸 수 있는 힘이나 수단이 없었다."

형식상의 계엄사령관인 이희성도 발뺌하기는 마찬가지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나왔듯이, 그 역시 "말단 부대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책임을 기피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이 학자들과 함께 조사한 미국 국무부나 CIA 비밀문서에는 한국 정부 기록에는 등장하지 않는 5·18과 전두환의 관련성이 잘 드러난다. 일례로, 광주항쟁 당시 전두환은 희생자 신원에 관한 보고까지 받고 있었다. 항쟁 직후인 1980년 6월 4일, 서울에 있는 미국상공회의소 관계자와의 만남에서 그는 자신이 보고받은 상황을 귀띔해 줬다. 이 대화 중에 전두환이 이런 말을 했다고 미국 정부에 보고됐다.  

"22구의 시신은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 그리고 22구의 시신 모두 북한에서 온 스파이일지 모른다고 했다." 

시신의 신원에 대한 보고까지 받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가 5·18 진압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 영화로도 묘사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영화로도 묘사할 수 없는 뻔뻔함까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007년에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찍은 두 장의 포스트잇.

2007년에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찍은 두 장의 포스트잇.ⓒ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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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거리 나선 ‘이유’ 짚은 언론은

[아침신문 솎아보기] 19일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1만명 운집…언론 보도는 ‘경찰 측 입장 강조’, ‘갈등 부각’, ‘근본 이유’ 짚은 보도로 나뉘어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2018년 05월 21일 월요일

19일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는 경찰 추산 1만2000여명의 여성 참가자들이 참석했다. 국내에서 여성 관련 단일 의제로 열린 시위 중 사상 최대 규모 집회다.

해당 시위의 표면적인 주장은 피해자가 남성인 ‘홍익대 누드 몰카’ 사건에서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수사가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시위에서 나온 구호는 “남 피해자 쾌속 수사, 여 피해자 수사 거부”, “공평하게 수사하라”, “동일범죄 동일처벌” 등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모인 이유는 여성의 일상적 공포를 적극 보호해주지 못한 국가권력을 향한 저항이었다.  

 

▲ 21일 경향신문 8면.
▲ 21일 경향신문 8면.
토요일 저녁까지 행진이 진행된 해당 시위를 21일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우선 21일 아침에 발행하는 전국단위 주요 종합 일간지 중 해당 시위를 아예 다루지 않은 일간지는 서울신문과 세계일보다. 서울신문은 21일 신문에 해당 시위를 다루지 않았고, 세계일보는 사회면에 ‘여성 모델 성추행 의혹 수사 속도’라는 기사 말미에 한 단락으로 해당 시위를 소개하는데 그쳤다.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1면으로 다룬 것은 한겨레가 유일했다. 한겨레는 1면에 ‘여성들은 왜 몰카 수사에 분노하나’라는 기사로 여성들이 모인 ‘이유’를 짚었다. 2면에도 이어진다. 특히 한겨레는 이 시위에 사상 최대 규모가 모인 이유를 ‘몰카를 둘러싸고 공유된 공포 정서와 반감’이라고 짚었다.  

 

그래서 한겨레의 2면 기사 제목은 “몰카 제대로 처벌했다면 ‘편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이미 심각한 수준이었던 이 문제를 장기간 방치해온 구조에 대한 반감”이 여성들을 시위에 나오게 했다고 강조했다.  

 

▲ 21일 한겨레 2면.
▲ 21일 한겨레 2면.
한겨레는 통계를 사용할 때도 몰카 피해자 중에 여성이 대부분임을 부각했다. 한겨레는 “경찰청 통계를 보면, 몰카 등 불법촬영 범죄는 2010년 1134건에서 2015년 7623건으로 7배나 늘었다. 불법촬영 범죄를 당한 피해자 2만6654명 가운데 여성은 84%, 남성은 2.3%, 나머지 13.7%는 각도 등의 문제로 성별이 판명되지 않는 경우였다. 여성 피해자가 대부분인 셈”이라고 썼다.

 

반면 동아일보 12면 ‘생물학적 여성만 오라, 분노의 붉은 옷 1만여명 도심 메웠다’ 기사는 시위현장을 전하면서도 경찰 입장, 즉 “편파 수사가 아니다”라는 것을 설명하는데 통계를 사용했다. 

 

▲ 21일 동아일보 12면.
▲ 21일 동아일보 12면.
동아일보는 “홍대 몰카 사건은 엄연한 범죄”라며 “경찰은 범인 안씨가 몰카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해 사안이 중대하고, 몰카를 찍은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려 증거를 인멸했기에 구속한 것이지 여성인 것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수사 9일 만에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던 건 당시 누드 크로키 수업에 있던 사람이 20명뿐이라 범인을 특정하기 쉬웠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고 경찰 입장을 전했다.

 

통계 사용에서도 ‘편파 수사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경찰청에 따르면 2012∼2018년 5월 남성 몰카범의 2.6%(2만2155명 중 572명)가 구속된 반면 여성 몰카범은 0.9%(580명 중 5명)가 구속됐다”며 “피해자가 남자인 사건은 가해자의 0.2%(876명 중 2명)가 구속된 반면 피해자가 여자면 가해자의 1.8%(2만9194명 중 538명)가 구속됐다”고 통계를 적었다.  

이렇다면 왜 여성들은 1만2000명이나 모인 것일까. 이를 잘 설명해준 기사는 중앙일보에서 나왔다. 중앙일보는 해당 시위를 스트레이트 기사로 처리하지는 않았지만 현장을 취해한 기자의 ‘취재일기’로 보도했다.  

중앙일보 홍상지 기자의 ‘1만여명 여성들이 거리로 나간 이유’는 “사실 경찰이 불법촬영 사건을 성별에 따라 ‘편파 수사’ 했다는 주장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시위에는 단순히 ‘편파 수사냐, 아니냐’를 넘어서는 함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 21일 중앙일보 25면.
▲ 21일 중앙일보 25면.
해당 기사는 “‘남자무죄 여자유죄’ 등 과장된 구호 속에는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법촬영에 대한 공포, 수사기관의 미온적 태도 등에 대한 울분이 뒤섞여 있다”며 “‘더 센 증거를 찾아와라’, ‘이걸론 수사가 어렵다’고 채근하는 수사관들과 더딘 수사 속도는 불법촬영 피해 여성들이 고소 단계에서 흔히 겪는 2차 피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여성들의 대규모 거리 진출 이면에는 일상의 공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수사기관이 제 역할을 해 달라는 간절한 호소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를 “이날 일부 남성들은 시위 장소로 찾아와 참가 여성들의 얼굴을 찍으려다 수차례 제지당했다”며 “불법촬영 규탄시위에서조차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참가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마무리했다.

 

▲ 21일 한국일보 .
▲ 21일 한국일보 12면.
한국일보는 해당 시위 기사를 ‘남녀갈등’으로 부각했다. 한국일보 12면 기사 ‘몰카남에 황산테러할 것, 극단 치닫는 성추행 편파수사 갈등’ 기사는 ‘워마드’에 올라온 “몰카남에게 황산 테러할 것”이라는 게시물을 기사 첫머리로 뽑았다. 이 게시물은 17일 디시인사이드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에 페미들 염산 테러할 거다”라는 게시물이 먼저 올라온 것, 19일 ‘몰카 편파 수사’ 시위에 염산 테러를 하겠다는 게시물에 대한 반응이었음에도 한국일보 기사는 ‘워마드’의 게시물을 부각했다.

 

한국일보는 시위기사를 다루며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팅모델 성추행 사건 등으로 촉발된 남녀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며 남녀갈등을 부각했다.

그밖에 해당 시위기사를 현장기사로 처리한 언론은 경향신문(8면), 국민일보(11면), 조선일보(12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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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1위’… 격차 벌리는 박원순 “서울 25개구 민주당 승리가 목표”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입력 : 2018.05.19 16:33:00 수정 : 2018.05.19 17:01:04

 

5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시 구청장 민주당 후보들이 선거승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준희 제공

5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시 구청장 민주당 후보들이 선거승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준희 제공

 

지방선거 한 달 앞둔 여야 서울시 선거캠프 표정은 

“수고 많으십니다.” 선선히 악수를 받아준다. 일부러 피해가는 사람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가 내민 손을 뿌리치지 않는다. 5월 15일 점심시간. 공보팀에서 알려준 시간보다 5분쯤 후 체크무늬 와이셔츠 상의 차림의 안철수 후보가 청계천 소라광장 앞에 나타났다. 이날 ‘후보 동선’은 즉홍적으로 결정됐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이 뒤따르며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입니다”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TV 화면에서만 보던 사람을 눈앞에서 보는 것을 신기해하는 눈치다. 용감하게 후보에게 다가가 휴대폰 인증샷을 청하는 사람도 있지만 삼삼오오 모인 젊은 직장인들은 “어? 안철수다, 대박”, 이런 말만 남기고 멀찌감치 서서 구경하는 모드다. 12시 45분. 안 후보는 무교동의 한 국숫집에 들러 늦은 점심을 했다. 수행하던 바른미래당 관계자들과 이야기할 짬이 되었다. “거 친노들끼리 짜고 하는 여론조사 우리는 안 믿습니다. 그래도….” 뒷말을 흐린다. 이미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낸들 우리에게 관심이나 줍니까. 기자회견을 해도 한 줄도 보도 안하는 언론들도 많은데.” 

“미래 안보인다”는 야권 캠프 사람들 

이날 낮 일정은 1시간 만에 끝났다. 전날 안국동 안 후보 캠프에서 확인한 이날 공개 일정은 두 개였다. 하루에 10개 이상 일정을 소화하는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나 역시 10분에서 15분 단위로 촘촘히 일정이 짜여 있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 쪽과 대조적이다. “TV토론 준비에 많은 힘을 쏟고 있어요. 기타 비공개로 중요한 분들은 만나는 일정을 가지고 있고….” 이상민 안철수 선대위 공보실장의 말이다. 전날 캠프에서 만난 한 바른미래당 당직자는 이야기 끝에 한숨을 쉬었다. “당내에서도 이야기해 보면 우리가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없어요. 캠프에 파견 나와 있는 사람들 중에선 몇 명이나 될지…. 솔직히 지방선거 이후의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저조차도.”

선당후사(先黨後私). 이번 취재를 하면서 기자가 김문수·안철수 후보 양측으로부터 똑같이 들은 출마의 이유다. 당이 원해서 후보가 결심했다는 것이다. 두 선본 모두 이번 선거가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래도 말은 이랬다. “남북정상회담이 잘되는 것 같지만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쉽게 핵을 포기할까요. 머지않아 실체가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면 숨어 있던 ‘샤이 보수’가 우리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봅니다. 30~40%를 확보해 당선될 걸로 우리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만난 김문수 선대위 박성윤 부대변인의 말이다. 

김문수 후보 캠프는 당사 3층에 꾸려져 있다. 기자가 박 부대변인을 만나 인터뷰하는 동안 정택진 대변인은 전화통을 붙들고 TV 후보 토론이 무산되었다며 박 시장 측을 비난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박 부대변인의 말. “미세먼지 대책도 그렇고 지역개발도 그래요. 박 시장 9년 동안 재개발과 재건축을 규제하면서 남은 것은 도시 슬럼화밖에 없지 않습니까. 개발을 죄악시하는 시정은 더 이상 안된다는 거죠.” 인상적인 것은 입구에 걸린 숫자판이었다. ‘김문수와 함께 서울 수복! D-29’라고 적혀 있었다. 

- 6·25 때 서울 수복이 생각나는데 반공·안보 프레임으로 지지자 집결을 이룬다면 시장 당선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그냥 되찾는다는 의미죠. 문자 그대로. 프레임 설정은 기자님이 하시는 것 아닙니까.” 김문수 선본은 당사 3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건물 입구 로비에는 ‘김문수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 10층’이라고 적힌 입간판이 서 있다. 10층에 올라가보니 ‘접견실’에서는 회의가 한창이다. 당직자에게 물어 다시 3층으로 내려갔다. 2층 기자실은 텅 비어 있다. 

5월 15일 안철수 서울시장 바른미래당 후보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정용인 기자

5월 15일 안철수 서울시장 바른미래당 후보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정용인 기자

민원인 접견 등의 용도로 외부에 공개된 캠프 이외에 캠프가 자리잡은 빌딩에서 복수의 층을 비공개로 쓰는 것은 다른 후보 캠프들도 마찬가지다. 안국동 동일빌딩에 자리잡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캠프가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사무실은 2층이다. 안 후보는 2층을 포함, 이 건물에서 총 4개 층을 임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실장은 “4층은 후보자가 쉬기도 하고 머무는 공간이고, 다른 층들은 정책총괄이나 조직팀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일빌딩은 시민운동가 시절 박원순 후보가 이끌던 희망제작소가 있던 곳이다. 안철수 측 인사들은 “그것까지는 몰랐다”는 반응이다.

동일빌딩에서 대각선으로 맞은편 안국빌딩 4층에는 박원순 캠프가 입주해 있다. 박원순 측 인사는 “4층 말고 다른 층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날은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5월 14일이었다. 캠프는 아직 정식으로 오픈하지 않았다. 한편에서는 사무실 공사가 한창이었다. 내부로 걸려 있는 현수막에는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박 후보 측이 내건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모토는 ‘나란히’인 듯했다. 입구 문 안쪽엔 ‘퇴근시 텔레그램 삭제 필수 확인’이라는 보안경고가 붙어 있었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캠프 핵심 관계자는 “공식 공보라인을 통해 말씀을 들었으면 한다”며 만남이나 통화를 피했다. 조심스러워하는 모양새다. 

다시 도로 건너 안철수 캠프. “맞은편에 박 캠프가 있는 걸 알고 있다. 4층 말고도 밤 늦은 시간까지 항상 불이 켜져 있는 다른 층들이 있는데 그걸 보고 ‘아, 어디 어디가 박원순 쪽 사무실이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기자를 만난 캠프 실무자는 말했다.

‘선당후사’ 강조하는 안철수·김문수 

기자가 1시간가량 머무는 동안 동일빌딩 2층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찾는 민원인은 딱 한 명이었다. 

기자는 2012년, 이곳에서 300~400m가량 떨어진 공평동 빌딩에 만들어졌던 안철수 대선캠프를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희한한 광경을 여럿 목격했다. 멀쩡하게 민원창구가 있는데도 민원실 책상과 의자를 돌려놓고 찾아온 사람들의 민원을 받는 사람들. 같은 빌딩 다른 층에 사무실을 차리고 “우리가 진짜 안철수 캠프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치권 용어로 속칭 ‘광 파는 사람들’이 북적였던 풍경과 너무 대조적인 그림이다. 물론 그때는 대선이었고 지금은 서울시장 후보라는 점도 다르다. 

“제 마음속에는 서울지역 25개 전 자치구, 두 군데 보궐선거 이기는 것밖에 없습니다. 완전한 승리를 통해서 문재인 정부에 날개를 달겠습니다.” 5월 16일 오후 여의도 국회회관에서 열린 중앙선대위원회 출정식에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말이다. 이날 행사의 끝 순서로 서울지역 자치단체 출마 민주당 후보들과 단상에 오른 그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민주당의 야전사령관이 되어 모든 힘을 다 바쳐 승리를 일궈내겠다”고 말했다. 

5월 14일 예비후보 등록 후 그의 일정을 보면 실제 개인 유세보다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 일정이 두드러진다. 이튿날 시작된 그의 첫 유세일정은 송파였다. 민주당 박성수 송파구청장 후보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최재성 전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아침 박 후보는 개인 페이스북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가는 첫 일정을 이렇게 정한 이유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당 후보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격전지역 (지원유세를 통해) 서울 25개 구의 압도적 승리를 만들어 수도권의 승리, 더 나아가 전국적 승리를 만들어가겠다”고 적었다. 이후의 초기 일정도 마찬가지다. 구청장, 시의회를 가리지 않고 당후보 지원유세를 펴고 있다. 심지어 5월 17일 오후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광주까지 내려가 송갑석 서구갑 민주당 후보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전국구’ 일정까지 소화하고 있다. 

“5·18 행사 때문에 내려간 것 아닌가. 서울시에서 열리는 5·18 행사는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정무부시장이 참석하게 되어 있는데 그 자리에 가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고….” ‘박원순의 복심’으로 불리는 인사의 말이다. 친노의 견제로 당내 경선과정에서 소위 ‘박원순계’로 불리는 인사들 대부분이 컷오프되었다는 여의도를 떠도는 ‘설(說)’과 관련해 이 인사는 “실제 서울시 등을 통해 박원순 후보와 연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후보가 된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며 “논란이 되었던 지역구 등 공천과정을 살펴보면 무슨 ‘친노’ 그런 것보다 지역 현역의원이 자기 사람을 구청장으로 미는 과정에서 생긴 잡음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서울 필승결의대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서울 필승결의대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박원순 지지 60% 넘겨, 2위와 큰 격차 

<주간경향>은 이번 지방선거 민주당 서울시 경선을 보도하면서 “차라리 본선이 더 수월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현재까지는 이 예측대로 흘러가는 것으로 보인다. 5월 16일 리얼미터가 인터넷 언론사 이데일리와 함께 발표한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원순 후보는 지지도에서 60.6%, 당선 가능성에서 66.6%를 기록하고 있다. 지지도에서 2위는 김문수(16.0%), 3위는 안철수(13.3%), 당선 가능성에서는 안철수가 2위(12.4%), 김문수가 3위(11.9%)를 기록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오차범위(95% 신뢰구간에서 ±3.4%포인트)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경우든 1위와 2위의 격차는 더블스코어를 넘어 트리플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서권(강남·강동·서초·송파)에서도 박 후보는 60.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 김문수(16.9%), 3위 안철수(9.1%)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박신용철 KSOI 선임연구원은 “물론 아직 한 달 가까이 남아있기 때문에 정세 변화에 따라 구도는 바뀔 수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진행상황을 보면 1등이 아니라 누가 2등을 차지해 지방선거 이후 야권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쥘 것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각축전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 진전 등으로 전국적으로 진보 우위로 정치지형이 바뀐 상황에서 향후 정개개편의 시각에서 본다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2등을 누가 가져갈까는 여전히 중요한 상징성을 가진 문제”라며 “2등을 누가 차지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유의미한 2등이냐, 아니면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냐에 따라서 자유한국당이든 바른미래당이든 2020년 총선에서 향후 대선까지 이어지는 정국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는 박 시장이 내건 것처럼 ‘25개 전 지역구 석권, 2개 재·보궐 승리’라는 목표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박신 연구원은 “실제 20개 이상만 실현돼도 ‘정치인 박원순’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는 결과”라며 “다만 직전까지 그가 소통과 콘텐츠를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웠는데, ‘정치인 박원순’만 강조하다 보면 동시에 잃는 것도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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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191633001&code=910110#csidx9f6cfb161b8895f9d4a64c540e2de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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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여성들, 이들은 왜 "여성유죄 남성무죄" 외쳤나

[현장]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 운집한 1만 명의 여성... "동일수사 동일처벌" 촉구

18.05.19 18:22l최종 업데이트 18.05.19 20:02l
글·사진: 곽우신(gorapakr)

 

 

분노한 여성들, 모이다 19일 오후 3시 서울 혜화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에 1만 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여성이 피해자일 때도 남성이 피해자일 때처럼 똑같이 수사하고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 분노한 여성들, 모이다 19일 오후 3시 서울 혜화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에 1만 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여성이 피해자일 때도 남성이 피해자일 때처럼 똑같이 수사하고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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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원칙 무시하는 사법불평등 중단하라!"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19일 오후 서울 혜화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에 여성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모두 모자, 마스크, 스카프, 티셔츠, 치마, 에코백 등 붉은색 아이템을 1가지 이상 가지고 있었다. '여성의 분노'를 표현하기 위한 드레스코드였다.

이날 집회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였다. '홍대 누드 크로키 모델 불법촬영 사건'에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빠르고 엄정한 대처를 보이자, 많은 여성이 분노를 표했다. 피해자가 여성이었을 때 경찰은 오랫동안 소극적으로만 대처해 왔다는 게 이들의 공감대였다.

1만 명을 넘어서다
 

분노한 여성들, 모이다 19일 오후 3시 서울 혜화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에 1만 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여성이 피해자일 때도 남성이 피해자일 때처럼 똑같이 수사하고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 19일 오후 3시 서울 혜화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에 본래 신고된 건 2000명이었다. 그러나 그 다섯 배인 1만 명을 넘어서는 인파가 몰려들어서 한 목소리로 "동일수사 동일처벌"을 외쳤다. 경찰은 더 많은 차선을 집회 참여자들에게 내어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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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집회는 '사법불평등과 편파수사에 대한 규탄 및 공정 수사 촉구', '몰카 촬영과 유출/소비에 대한 해결책 마련 촉구'를 위한 자리였다. 집회 운영진은 공지글을 통해 "몰카 범죄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집회를 준비하였으며, "수많은 남성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아 상처를 받는 일이 줄어들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적을 밝힌 바 있다.

시위 참여자들의 신분이 노출됐을 경우, 이들을 향한 온·오프라인 상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집회 주최 측은 취재진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폴리스 라인 안으로 남기자 출입금지, 클로즈업 사진 촬영 금지, 집회 참여자 얼굴이 사진·영상 등에 드러날 경우 모자이크 처리, 집회 참여자에 대한 개별 언론 인터뷰 금지였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에는 "(집회에) 염산 테러하러 지금 출발한다" 등의 협박성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본래 오후 3시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집회는 당초 예상보다 참여자가 훨씬 많이 몰리면서 시작이 다소 늦어졌다. 광주, 부산, 대구, 대전 등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참여한 인원만 200명이 넘었다. 경찰 측에 신고는 2000명으로 되어 있었으나, 순식간에 3000명, 5000명을 넘어서더니 오후 4시 30분께는 1만 명을 돌파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물이나 간식, 유인물 등이 금세 동이 났다. 도로의 일부만 집회 공간으로 허가했던 경찰은, 집회 참여를 위한 행렬이 끊이지 않자 차선을 점차 넓혀주더니 결국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 상행선 전체를 내주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이자 운영진과 참여자들 모두 고무된 모습을 보여줬다. 주최 측 진행자 중 한 명은 "역시 큰일은 여자가 한다"라면서 "여자가 움직이면 나라가 바뀐다"고 외쳐 큰 호응을 받았다. 그는 "우리는 서로의 용기, 서로의 방파제"라면서 "여러분이 함께 있기 때문에 하나도 무섭지 않다"라고도 말했다.

경찰 향한 날 선 비판... 경찰청장·검찰총장 "사퇴" 요구도 나와
 

포스트잇에 적힌 메시지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이들이 직접 적은 포스트잇들. "동일수사 동일처벌", "여자도 국민이다" 등의 문구가 써 있다.
▲ 포스트잇에 적힌 메시지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이들이 직접 적은 포스트잇들. "동일수사 동일처벌", "여자도 국민이다" 등의 문구가 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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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여자의 자유 발언 없이, 정해진 구호를 돌아가며 외치는 게 이날 행사의 주였다. "여성유죄 남성무죄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편파수사 부당하다 남자들도 체포하라", "동일수사 동일처벌 촉구한다", "여자도 마음놓고 용변보고 살고 싶다", "남자에겐 당연한 것, 여자들은 갈망한다" 등이 이날의 구호였다. "남피해자 포털실검, 여피해자 야동실검", "남피해자 인격살인, 여피해자 유작야동" 등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사회 양태를 꼬집기도 했다. 또한 "이종규 마포서장, 이주민 서울청장, 이철성 경찰청장"을 지목하며 "너희들도 몰카보냐", "회피말고 인정하라", "자살자가 몇 명이냐, 책임지고 보호하라"라고 공평한 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청장 사퇴하라, 검찰총장 사퇴하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집회 구호가 적혀 있는 손피켓을 주최 측에서 나눠주기도 했고, 직접 제작한 손피켓을 들고 온 참여자들도 있었다. 이들이 자유롭게 만들어 온 피켓에는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던 거네", "왜 난 '딸감'이고, 넌 피해자야", "여성인 나에게 조국은 없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포스트잇을 통해서도 자신들의 뜻을 전했다. 참여자들이 써서 붙인 포스트잇에는 "편파수사 환멸난다", "여성을 위한 나라는 없다", "사람 취급 원한다", "여자도 국민이다" 등이 써 있었다.
 

언론도 공범이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기사 헤드라인이 적힌 종이 띠를 준비했다. 가해자에게 미약한 처벌이 이루어진 사건 기사 제목이거나,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부각한 제목들이었다. 이들은 이 종이 띠를 찢어서 버리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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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공범이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기사 헤드라인이 적힌 종이 띠를 준비했다. 가해자에게 미약한 처벌이 이루어진 사건 기사 제목이거나,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부각한 제목들이었다. 이들은 이 종이 띠를 찢어서 버리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 언론도 공범이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기사 헤드라인이 적힌 종이 띠를 준비했다. 가해자에게 미약한 처벌이 이루어진 사건 기사 제목이거나,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부각한 제목들이었다. 이들은 이 종이 띠를 찢어서 버리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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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여자들은 자신들을 핸드폰으로 찍는 행인이 있을 대마다 "찍지 마!"를 연호하며 항의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불법 몰카에 대해 항의하기 위한 집회인데, 왜 동의도 없이 찍느냐"라는 게 항의의 요지였다. 사진을 찍은 행인에게 집회 주최 측 혹은 경찰이 직접 다가가 사진을 삭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이어졌다.

여성이 피해자였을 때, 언론의 보도 행태를 꼬집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주최 측은 남성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진 기사이거나, 여성의 피해를 선정적으로 부각하는 제목들을 종이에 인쇄해 왔다. 주최 측 스태프와 집회 참여자들은 이 종이들로 이루어진 띠를 현장에서 찢어버렸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또한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주제곡을 개사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집회는 오는 7시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반(反) 페미니즘 시위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진행되던 시각, 인근에서는 '일베저장소' 회원 소수가 모였다. 이들은 마블 히어로 영화 주인공들의 옷으로 신분을 가리고 피켓을 들었다. '데드풀'로 변장한 그가 팔에 끼고 있는 인형은 일베 회원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베충이' 인형이다.
▲ 반(反) 페미니즘 시위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진행되던 시각, 인근에서는 '일베저장소' 회원 소수가 모였다. 이들은 마블 히어로 영화 주인공들의 옷으로 신분을 가리고 피켓을 들었다. '데드풀'로 변장한 그가 팔에 끼고 있는 인형은 일베 회원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베충이' 인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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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혜화역 2번 출구 인근 카페 앞에서는 '일베저장소' 회원들 4명이 서 있었다. 마블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코스튬 플레이한 채 페미니즘과 문재인 정권을 비난하는 피켓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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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생각] 동남아시아 민주주의 쇠퇴 속에 이룩한 값진 변화
2018.05.19 17:24:35
 
 

 

 

말레이시아 시민사회는 선거의 해 2018년 새해맞이 행사로 "Turun!"(뚜룬은 '내려오다’, ‘내리다’를 의미한다)을 외치며, 나집 정권의 퇴진과 물가안정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가행진을 벌인 바 있다. 5월 9일 실시된 말레이시아 14대 총선에서 유권자는 독립 이후 최초의 정권 교체를 이루었다. 총 222석 중 야당의 연합체인 희망연대(Pakatan Harapan)가 113석을 얻어 범야권 의석은 총 124석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희망연대를 구성한 정당 간 사전 합의에 따라 마하티르는 다수당의 대표로 총리에 취임했다. 일부 언론은 93세 정치인의 재집권으로 표현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오랜 개혁의 열망과 희망이 가져온 국민의 승리이다.

개혁 열망으로 이뤄 낸 61년 만의 정권 교체 

지난 61년간 장기 집권을 통해 여당은 이른바 '3M' (money, machinery, media)을 장악해왔다. 금권 선거의 관행 속에 방대한 조직력을 가진 여당은 주요 언론 매체를 소유하고 있어 선거 국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로 구성된 다종족 사회인 말레이시아 정치에서 종족(Race), 종교(Religion), 충성심(Royalty), 이른바 '3R' 요인은 정치 현안과 이슈들을 압도했다. 

이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도 야당은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말레이계 지지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 속에 정부 여당은 정략적 차원에서 탈세속주의를 부추겼다. '정치적 이슬람'의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야당 중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빠스당(PAS)은 야당연합에서 이탈했다. 이로 인해 말레이계의 표심을 두고 3파전을 벌이게 되는 불리한 지형이 형성되었다. 언론 탄압과 더불어 온라인상 정부에게 불리한 정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거짓 뉴스 처벌법'을 도입했다. 거짓의 여부를 정부 당국이 판단하는 악법적 요인을 담았다. 한편, 야당의 분열 속에 마하티르는 나집을 비판하며 정계에 복귀했으며 구속 중인 안와르를 대신하여 야당연합의 대표로 추대되었다. 마하티르 재임시절의 권위주의적 행태로 인해 민주적 개혁에 한계를 가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불리한 여건 속에 거둔 이번 승리는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전개된 정치변동과 사회운동의 결과이다. 1998년 당시 부총리 안와르의 구속으로 개혁 운동이 촉발되었다. 2007년 시작된 공정 선거와 개혁을 요구하는 버르시(Bershi)운동은 시민사회의 연대와 저항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 지난 5월 9일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독립 이후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집권당 총리의 부패 스캔들로 야권연대가 승리를 거둔 것이다. 사진은 야권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신임 총리가 된 마하티르. 그는 야권 실세인 안와르 전 부총리에게 1년내에 총리 자리를 물려줄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


2008년부터 시작된 변화 

이미 말레이시아 유권자는 2008년 총선에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쏘아 올렸다. 2008년 총선에서 야당은 크게 약진하며 여당은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던 2/3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당시 총선 결과는 '정치적 쓰나미'로 표현되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 야당에 대한 지지는 뚜렷했으며 중국계의 표심은 야당을 향했다. 이를 두고 정부와 여당은 '중국계 쓰나미'로 칭하며 말레이계의 지지를 호소하였다. 

2013년 총선에서는 비록 정권교체에 실패했지만 총 유효 득표율에서는 이미 야당연합이 50%를 확보하며 여당의 47%를 넘어섰다.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보았지만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5년 현직 총리가 연루된 최대의 부정부패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은 1MDB라는 정부 투자 기관의 기금 중 최소 7억 달러 이상이 나집 총리 개인 구좌로 유입된 정황이 포착되었다. 사법 당국은 면죄부를 부여했으나 정치적 신뢰도는 크게 추락했다. 이는 대외 신인도 하락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누적된 재정적자 회복을 위한 특별소비세 (GST)의 도입은 물가 인상으로 이어졌다. 부정부패와 실정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비판은 증가했다. 

2017년 실시된 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52%는 말레이시아의 정치제도와 정치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으며, 말레이시아 정치가 정의롭지 못하고 희망이 결여된 상태로 보았다. 성난 민심과 개혁에 대한 열망이 정치공학적 불리함을 극복한 것이다. 평화적 시위를 통한 정치 참여로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보여주었다. 기존 언론이 여당에 통제되는 상황에서 인터넷 기반 언론과 소셜미디어 활용은 중요한 정보 공유의 장이 되었다. 무엇보다 종족 간 갈등 위협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69년 5월 종족 간 유혈사태를 겪은 이후 집권 여당은 정치 변화는 종족 간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를 전파해 왔다. 실제 지난 2차례의 선거에서 변화의 열망과 더불어 혹시 모를 충돌 사태를 우려하기도 했다. 더 이상 종족의 경계로 정치를 나눌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아울러 정치적 이슬람의 부상을 견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남아시아 민주주의 쇠퇴 속에 이룩한 값진 변화 

희망연대 정권은 개혁을 향해 급변하고 있다. 정치보복에는 관심이 없고 법치의 회복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집 전 총리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가 취해져 그간 부정부패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선관위, 부정부패방지위원회, 검찰 수뇌부 등에 대한 교체와 조사 요구가 거세다. 정치적 탄압의 결과로 구속되었던 안와르는 전격 사면되며 석방되었다. 대표적 개혁 성향의 학자인 조모(Jomo)교수를 포함하는 5인으로 구성된 국가자문위원회가 발족되었다. 재무장관에는 개혁성향의 중국계 정당 지도자가 임명되었다. 마하티르 개인의 공과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혁에 대한 열망은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도의 불공정성 등 기울어진 운동장이 복구될 경우 민주주의는 더욱 안정적으로 성숙될 수 있을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정권 교체는 지역적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동남아시아 전반에서 뚜렷해지는 권위주의화와 민주주의 쇠퇴 속에 이룩한 값진 변화이다. 싱가포르 등 주변국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마하티르의 복귀와 민주주의 진전은 아세안 등의 외교 무대에서의 말레이시아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아세안의 잊힌 역할이 부활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말레이시아 시민들이 선택한 희망연대 정권에게 '희망'을 걸어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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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지난 2000년 국경을 넘어 아시아 국가들의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연대활동, 빈곤과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위해 세워졌습니다. 위원회는 △아시아 인권, 민주주의 연대 △공적개발원조(ODA) 정책 감시 △국제 인권 메커니즘을 통한 국내 인권 및 민주주의 개선 △참여연대 활동 해외 소개 등을 주 활동 영역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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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십자회, 북해외식당 여종업원 송환 요구

남측 당국에 “북남관계 개선의지 보여달라” <북 통신>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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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9  20: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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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16년 4월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 집단입국 사건을 ‘반공화국 모략날조극’이라며 19일 남측 당국에 송환을 요청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대답한 형식을 취해 “남조선당국은 박근혜‘정권’이 감행한 전대미문의 반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사건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우리 녀성공민들을 지체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써 북남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우리는 력사적인 4월 북남수뇌상봉과 회담을 통하여 지난 시기처럼 북남사이에 이룩한 합의들이 사장화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자는데 대해 강조하였으며 남측은 그에 전적인 공감을 표시하였다”면서 “판문점선언의 잉크도 채 마르기전에 남조선당국이 취하고있는 태도는 유감을 넘어 실망을 금할수 없게 하고있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판문점선언에 반영된 북남사이의 인도주의적 문제해결”에 해당되므로 이 사건의 처리를 남측 당국의 “북남관계 개선의 의지”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적십자회 대변인은 “얼마전 남조선의 유선종합방송 ‘JTBC’는 2016년 4월에 일어난 ‘북종업원들의 집단탈북사건’이 박근혜역적패당이 조작한 모략극이며 우리 녀성공민들은 괴뢰정보원에 의해 강제유인랍치되였다는것을 이 사건에 가담한 범죄자와 피해당사자들이 인터뷰에서 한 진술에 근거하여 낱낱이 폭로하였다”며 “괴뢰보수패당이 지금까지 늘어놓았던 ‘자유의사에 의한 집단탈북’이라는 것이 당시 ‘국회’의원선거에서 불리한 형세를 역전시켜보려고 조작한 반공화국 모략날조극이였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력대로 괴뢰보수패당은 선거와 같은 주요정치적 계기들과 심각한 통치위기에 빠져들 때마다 분노한 남조선민심의 이목을 딴데로 돌려놓고 궁지에서 벗어나보려고 각종 ‘북풍’사건들을 조작해내며 필사적으로 발악하였다”면서 “괴뢰보수패당이야말로 인권과 인륜의 극악한 원쑤, 우리 민족내부에 더이상 살려둘수 없는 암적 존재” 등의 극단적 표현을 불사했다.

조선적십자회 대변인은 특히 “간과할수 없는 것은 마땅히 이 문제를 맡아 처리하여야 할 남조선당국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내외여론의 요구를 외면하고있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남조선당국자들은 “당사자들이 면담을 원하지 않아 사실관계파악에 한계가 있었다.”는 등으로 책임회피에 급급하는가 하면 우리 녀성공민들을 공화국북반부에 들어와 간첩행위,적대행위를 감행하다가 법적징벌을 받고 억류된 범죄자들과 ‘교환’할수 있다느니 하는 황당한 수작까지 여론에 내돌리고있다”는 것.

앞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자유의사로 와서 한국 국민이 된 분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북송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고,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탈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조선접십자회 대변인은 “우리는 남조선당국의 차후 움직임을 심중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북한이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 과정에서 이 문제의 처리가 또 하나의 숙제로 떠올라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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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 노동자·민중이 외친 “진짜 적폐청산은 ‘분단적폐 청산’, 양심수 석방”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5/20 04:26
  • 수정일
    2018/05/20 04: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38주년 5·18 정신계승 노동자·민중대회…한상균 어머니·이석기 누나 숙연해진 편지
김주형 기자 kjh@vop.co.kr
발행 2018-05-19 21:50:28
수정 2018-05-19 21: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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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김주형 기자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광주진보연대는 19일 오후 3시 금남로 특설무대에서 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대회)를 열고 ‘분단적폐 청산’ 등을 촉구했다.38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에 이어 다시 한번 금남로에 숱한 사람들이 모여 “오월학살 진짜주범 미국반대” “한반도 자주통일 실현” “노동적폐 완전 청산” “민중 직접정치 쟁취” 등을 외쳤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박행덕 민중공동행동 공동대표를 비롯해 전국에서 광주를 찾아 5·18 정신계승을 다짐하는 7천여 명 노동자·민중이 참여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5·18 정신 평화통일로 승화시켜 나가겠다”
박행덕 민중공동행동 대표 “미국을 걷어내고 자주적 평화통일로 매진하자”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노동자·민중대회에서 미국의 사과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노동자·민중대회에서 미국의 사과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주형 기자

김명환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1980년 5월 암흑의 나라였던 대한민국 국민들이 절망의 나락에 떨어지고 있을 때 광주는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 쟁취를 위해 횃불을 들었다”고 당시 암흑 속에 빛을 밝힌 5·18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광주의 항쟁정신은 마침내 촛불로 부활해 박근혜 퇴진 등 꺼져가는 이땅의 운명을 되살렸다”고 촛불항쟁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나아가 “38주년을 맞은 광주항쟁이 촛불혁명으로 되살아나는 이 시기 적폐청산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민주노총은 5·18 정신을 올곧게 계승하고 전쟁이 아닌 평화통일로 승화시켜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박행덕 공동대표 또한 대회사에서 “5·18 38주년을 맞지만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다”라고 심경을 고백한 뒤 “5·18 학살의 진실, 통합진보당 해산의 진실, 수많은 진실 뒤에 바로 미국이 있다”고 미국의 책임을 직접 거론했다.

이어 “구름을 걷어내야 진실이 떠오른다”면서 미국의 실체와 그 책임을 걷어내고 “우리는 완전한 자주통일과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해 힘차게 매진하자”고 호소했다.

한상균 어머니, “가석방 소식 기뻐…모든 양심수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최근 가석방이 결정돼 곧 풀려날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어머니가 그동안 힘써준 민중들에게 편지로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최근 가석방이 결정돼 곧 풀려날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어머니가 그동안 힘써준 민중들에게 편지로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하지만 이날 여러 대표들의 연설보다 반가운 얼굴들이 무대에 섰다. 이틀 뒤 가석방되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어머니 임선복 여사와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돼 9년을 선고받고 여전히 투옥돼 있는 이석기 전 의원 누나 이경진씨가 무대에 올랐다.

한 전 위원장 어머니는 직접 써온 편지를 읽으며 석방투쟁에 힘을 보태준 노동자, 민중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임 여사는 “어제 저에게는 이 세상 어느 소식보다도 기쁘고 감격스러운, 아들의 석방소식을 들었다”고 하면서 “그 동안 가슴아리며 애태웠던 수많은 세월의 한들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큰 기쁨이었다”고 아들의 가석방 소식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다.

아울러 “이 모든 일들이 양심수 석방을 위해 기꺼이 함께 해주신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 덕분이다”라고 하면서 거듭 고마움을 표현하면서도 “아직도 수많은 양심수들이 차가운 감옥에서 가슴 아파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땅에 구속된 수많은 양심수들이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이 나라의 희망의 빛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여러분과 함께 빌고 또 외쳐본다”고 하소연했다.

이렇게 한 전 위원장은 그리운 어머니 품으로 돌아오지만, 여전히 감옥에 갇혀 그리운 사람들과 사랑하는 세상과 단절돼 살아가야 할 양심수들이 있다. 그 가운데는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 수감돼 혐의는 무죄가 됐지만 ‘내란선동’으로 죄목을 바꿔 길게는 징역9년을 살아가야하는 사람도 있다.

이석기 전 의원 누나 “석기야 내 동생아, 조금만 기다려라” 오열해

이석기 전 의원 누가가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이석기 전 의원 누가가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그가 바로 이석기 전 의원이다. 이날 이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씨는 준비해온 편지를 눈물로 읽어내려갔다. 지난해 사고로 다친 다리를 끌고 부축을 받아 무대에 오른 이 씨는 “영하 이십 도에 인왕산 칼바람을 맞으며 청와대 맨몸농성을 하던게 엊그제 같다”고 운을 떼면서 “세상 사람 다 안아주는 것 같은 대통령, 그 대통령이 끝내 외면하던 이석기 누나를 이곳 광주가 안아주었다”고 지난해 12월 양심수석방문화제에서 지지하고 격려하고 함께 분노해준 광주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청와대 앞 1인시위를 6개월째 이어오고 있는 이 씨는 “신년 특별사면을 앞두고 억울하게 갇힌 모든 분들이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석방되기를 기도했다. 단 한 명도 빼놓지 말고 석방하라고 했는데 단 한 명도 석방하지 않았다”고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면서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 말하면서 끝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까닭은 대체 무엇인가. 억울해서 서러워서 물러날 수가 없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나아가 현재 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을 빚대 “총칼을 맞대던 사이인 남과 북도 이제는 서로 화해하는데, 슬픈 과거와 아픈 상처를 딛고 이제는 새시대로 나아가는데, 제 동생을 감옥에 잡아둘 핑계거리는 대체 무엇이냐”고 따져 물으면서 “동생이 의원회관에 첫 출근할 때 ‘20대 운동권의 심정으로 의정활동하겠다’고 했다. 훗날에야 그 말 뜻을 알게 됐느데, 불의에 눈감지 않고 서슴없이 자신을 던지겠다, 통일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면 찰나의 순간에도 한생을 바치겠다. 동생이 약속한 것은 그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독재가 무너지면 독재에 맞섰던 사람들이 나라를 끌고 나가야 하고, 분단의 둑이 무너지면 통일에 앞장서던 사람들이 나라를 끌고 가는게 세상 이치이다”라고 강조하면서 “동생이 현장 교대조 마다 돌며, 사업장마다 돌며 손잡고 감사 인사, 환영의 포옹을 할 그 날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자. 힘없고 늙은 몸이지만 끝장을 볼 때까지 청와대 앞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석기야 내 동생아, 조금만 기다려라”라는 말을 절규하듯 목청껏 쏟아내면서 “오월정신으로 마주한 노동자들, 농민들, 시민들, 민중들과 함께 옥문을 열러 한걸음에 달려가마. 어서 나와서 통일의 사명을 함께 다하자”고 쥐어짜듯 말하고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는 모든 기력을 쏟아부었는지 혼자서는 일어서지도 못했고, 겨우 부축해서 내려온 무대 아래에 쓰러져 오열을 터뜨렸다.

‘오월학살 진짜주범 미국은 사죄하라’ ‘오월에서 통일로’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거리에는 ‘평화를 먼저 말한 사람 이석기는 석방돼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거리에는 ‘평화를 먼저 말한 사람 이석기는 석방돼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김주형 기자

누나의 슬픔과 오열과는 달리 멀리 현수막 속에서 이석기 전 의원이 활짝 웃고 있었다. 그 현수막에는 “평화를 먼저 말한 사람, 이석기는 석방되어야 합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또한 그와 함께 내란음모사건으로 징역 2년 옥고를 치르고 지난해 11월 만기출소한 우위영 전 통합진보당 대변인(이전 ‘노래마을’ 등에서 가수로 활동)이 아직도 갇혀 있는 이 전 의원과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민중가요 ‘파랑새’(박종화 글·가락)를 애잔하게 불러 노동자·민중들을 촉축하게 적셨다.

우 씨 뿐만 아니라 노래극단 희망새는 제주4·3에서 5·18을 거쳐 촛불항쟁까지 수구보수세력과 그 속에 스며 노동자·민중을 짓밟아온 미국에 대항해 피흘려 싸우고 있는 민중들을 그린 노래극을 선보였고, 전국노동자노래패와 춤패는 합동공연으로 노동자·민중들의 힘찬 투쟁을 형상화 했다.

대회를 마친 7천여 명 노동자·민중들은 무대 양쪽에 세워져 있던 ‘오월학살 진짜주범 미국은 사죄하라’ ‘오월에서 통일로’라고 그림과 글씨로 써진 조형물을 밀고 끌며 금남로 일대를 행진한 뒤 3시간에 걸친 대회를 마무리했다.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노동자·민중들이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노동자·민중들이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주형 기자
노래극단 희망새가 제주4·3부터 5·18민중항쟁,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맥스썬더 한미연합 전쟁연습까지 현대사를 노래극으로 펼치고 있다.
노래극단 희망새가 제주4·3부터 5·18민중항쟁,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맥스썬더 한미연합 전쟁연습까지 현대사를 노래극으로 펼치고 있다.ⓒ김주형 기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전국 노동자노래패연합과 춤패 연합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전국 노동자노래패연합과 춤패 연합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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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선권 “사태 해결 없인 남조선 현 ‘정권’과 마주앉기 어려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5/19 12:21
  • 수정일
    2018/05/19 12:2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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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회담 무산 관련 조선중앙통신 기자 질문에 “엄중한 후과 숙고해야” 경고
김동원 기자승인 2018.05.18 00:26댓글 3글씨키우기글씨줄이기메일보내기인쇄하기페이스북트위터구글카카오스토리

▲ 리선권 북한(조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월29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리선권 북한(조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7일 “북남 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이날 남북 고위급회담이 무산된 데 대한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힘들게 품을 들여 마련한 북남관계 개선흐름에 전면 역행하는 무모한 행위들이 도가 넘게 벌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우리는 이를 엄중시하면서 남조선당국이 책임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북남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이에 대해 16일 남측당국에도 통고하고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로도 공개하였다”고 환기시키곤 “사태가 이쯤 되였으면 늦게라도 제정신을 바로 차리는 것이 지각 있는 현인의 처사일 것이다. 그러나 남조선당국은 우리가 취한 조치의 의미를 깊이 새겨보고 필요한 수습대책을 세울 대신 현재까지 터무니없는 ‘유감’과 ‘촉구’ 따위나 운운하면서 상식이하로 놀아대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지적한 “북남관계 개선흐름에 전면 역행하는 무모한 행위들”이란 “한편으로는 미국과 야합하여 우리의 주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정밀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노린 극히 모험적인 ‘2018 맥스 썬더’ 련합공중전투훈련을 강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들개보다 못한 인간쓰레기들을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력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을 가리킨다. 여기서 후자는 태영호 전 영국 공사의 국회 기자회견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리 위원장은 이어 우리 당국이 고위급회담 연기에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유감’을 하소해대며 감히 밸풀이를 한단 말인가”고 따져 묻곤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지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에 우리는 조선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종식시키고 평화번영과 화해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 누구도 미처 상상조차 하지 못할 대용단을 과감한 실천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이에 대해서는 남조선당국도 내놓고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오늘날 조선반도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긍정적인 사태발전은 전적으로 판문점 선언 리행을 위한 우리의 적극적이며 주동적인 립장과 의지의 산물”이라고 강조하곤 “그러나 남조선당국은 완전한 ‘북핵페기’가 실현될 때까지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미국 상전과 한짝이 되여 력대 최대규모의 련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이것이 ‘북에 대한 변함없는 압박공세의 일환’이라고 꺼리낌 없이 공언해댔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더불어 “만약 남조선당국이 우리를 언제 쏟아질지 모를 불소나기 밑에 태평스레 앉아 말 잡담이나 나누고 자기 신변을 직접 위협하는 상대도 분간하지 못한 채 무작정 반기는 그런 비정상적인 실체로 여겼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오판과 몽상은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리 위원장은 또 “지어 남조선당국은 집 잃은 들개마냥 더러운 잔명 부지를 위해 여기저기 싸다니는 인간쓰레기들까지 다른 곳도 아닌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비난 모독하게 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짓거리도 벌려놓았다”고 태영호 전 공사의 국회 기자회견을 거듭 문제 삼곤 “이 모든 행태가 과연 청와대나 통일부, 국정원과 국방부와 같은 남조선당국의 직접적인 관여와 묵인 비호 밑에 조작되고 실행된 것이 아니란 말인가”고 다시 따졌다.

이어 “남조선당국은 저들이 ‘판문점 선언을 충실히 리행해나가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천연스레 뇌까려대는 추태도 서슴지 않았다”면서 “력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그 어느 조항, 어느 문구에 상대방을 노린 침략전쟁연습을 최대 규모로 벌려놓으며 인간쓰레기들을 내세워 비방 중상의 도수를 더 높이기로 한 것이 있는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한 우리 당국이 고위급회담 개최를 ‘촉구’한 데 대해서도 “양푼밑바닥같이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남조선당국은 꼬물만 한 반성이나 죄의식은 고사하고 그 무슨 ‘회담 개최 촉구’에 대해서만 청을 돋구고 있다. 보다 가관은 ‘촉구’ 리유”라며 “회담 무산의 원인인 침략전쟁연습의 타당성 여부를 론하기 위해서라도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남조선당국의 괴이쩍은 론리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화해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제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나 북침전쟁연습을 합리화하고 역겨운 비방 중상을 지속시켜보려는 철면피와 파렴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 땅에 펼쳐진 현실에 대한 초보적인 감각도, 마주한 상대에 대한 구체적인 표상도, 흐르는 대세에 대한 현실적인 판별력도 없는 무지무능한 집단이 다름 아닌 현 남조선당국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명백히 판단하게 되였다”고 힐난하곤 “남조선당국은 철면피한 추태로 일관된 변명과 구실을 늘어놓으며 터무니없는 책임전가에 매달리면서 시간을 허송할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이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사태로 번져지는데 대해 머리를 싸쥐고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 차후 북남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행동여하에 달려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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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과 베트남 전쟁…지워진 이름들을 찾아서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 공동조사단 구성 밝힌 文대통령 “짓밟힌 여성들 삶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 다시 시작하겠다”… ‘5개국 기자단 취재 허용’ 밝힌 북한, 한국 취재진 명단 안 받아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2018년 05월 19일 토요일
 

1980년 7월 전남대 음악교육과 4학년이었던 여학생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에 의해 광주 상무대 영창으로 연행됐다. 고문에 시달리던 그는 오랜만에 햇살을 봤던 9월4일, 비빔밥 한 그릇을 사줬던 수사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9월5일 기소유예로 풀려난 후 그의 삶은 산산조각 났다. 38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5·18로 멈춰져”버렸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38주년 메시지를 통해 정부 공동조사단을 꾸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비인도적 범죄행위와 인권유린 책임을 가려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다”며 “역사와 진실의 온전한 복원을 위해 우리 결의가 더욱 절실하다”고 전했다. 

공동조사단에는 국방부 외에 국가인권위원회, 여성가족부가 포함된다. 피해자 보상과 더불어 명확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가해자일 수 있는 국방부로 조사 주체를 한정하지 않은 것이다. 여성부는 “국방부, 인권위 등과 협의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발생한 성폭력 사건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 관점에서 지원 및 치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5·18기념식에는 행방불명자 가족들이 참석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5·18 때 행방불명된 아들 이창현군을 찾아 헤맨 아버지의 38년 사연을 담은 ‘영원한 소년’이 공연됐다. 공연에는 아버지 이귀복씨가 직접 참여했다. 

▲ 5월19일자 한겨레.
▲ 5월19일자 한겨레 5면.
▲ 5월19일자 경향신문 7면.
▲ 5월19일자 경향신문 7면.

1968년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은 베트남 여성들의 이야기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21일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고 부상 당했던 두 명의 베트남 여성을 위한 베트남 시민평화법정이 열렸다. 이들이 한국 정부에 국가배상 소송을 내는 형식의 모의법정에서 목격자의 증언과 학살에 관한 기록이 낱낱이 공개됐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이 재판을 위해 8년 만에 법복을 꺼내 입었다.  

 

대입개편공론화위원장으로서 한겨레와 인터뷰한 김 전 대법관은 “우리는 평화를 지향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흐름 속에 있어야 하지만, 구체적 방법은 계속 논의를 해야 한다”며 “베트남 학살 문제는 인류의 근본 가치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법관은 인터뷰를 통해 입시 문제 공론화를 이끌게 된 이유, 법조계 미투가 드물 수 밖에 없는 이유 등을 밝혔다. 

 

▲ 5월19일자 한겨레 4~5면.
▲ 5월19일자 한겨레 4면.
▲ 5월19일자 한겨레 4~5면.
▲ 5월19일자 한겨레 5면.

북한, 풍계리 취재단 명단 접수 안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23~25일 예정된 가운데 북측이 이를 취재할 남한 측 기자단 명단을 받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북측이 통지문을 받지 않았다”며 “북한이 사유를 알려준 것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 소식을 “취재 사실상 거부”로 규정하며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북한이 한·미 연합 공군훈련인 ‘맥스선더’를 이유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돌연 취소한 데 이어 우리 측 취재진마저 거부하면서, 핵실험장 폐기 일정 자체가 나오고 있다”고도 했다. 

제목과 달리 기사 본문에서는 북측의 ‘취재 거부’를 확정적으로 다루진 않았다. 조선일보는 정부 소식통 입을 빌려 “아직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완전히 취소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며 “한국을 제외한 외신 기자들도 북한 측으로부터 정확한 지침을 받지 못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주말을 지나면서 북한이 통지문을 접수해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측은 앞서 한·미·영·중·러 5개국 기자단을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초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12일 북한 외무성 공보는 해당 국가 기자들에게 현지 취재를 허용한다며 취재진에 베이징부터 원산으로 이어지는 항로를 이용하도록 전용기를 제공하고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특별전용열차를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남한 취재단에는 언론사 추첨을 통해 MBC와 뉴스1이 선정됐다. 

정치인 단식, 왜 조롱거리 됐을까 

“그때에는 도시가 온통 단식 광대에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하루하루 단식이 계속됨에 따라 관심이 더욱 커져 갔다. 다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단식 광대를 보려고 했다. 나중에 가서는 종일 조그만 격자 창살 우리 앞에 죽치고 앉은 예약 신청자들도 있었다. 밤에도 효과를 높이기 위해 횃불을 켜고 공연이 행해졌다.” (프란츠 카프카 ‘단식 광대’ 중)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단식은 왜 조롱을 받았을까. 정치인의 단식은 언제부터 약자의 최후 투쟁 수단을 희화화하는 행위로 비난 받게 됐을까. 경향신문 토요판이 ‘단식투쟁의 정치학’을 다뤘다. 

 

▲ 5월19일자 경향신문 10면.
▲ 5월19일자 경향신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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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배 "전 세계가 후퇴, 우리만 촛불 들어 돌파했다"

[현장] '촛불항쟁과 사회운동의 전망' 토론회에서 기조연설... '촛불항쟁'의 의미 재조명

18.05.18 18:28l최종 업데이트 18.05.18 22:13l

 

 학술심포지엄 '촛불항쟁과 사회운동의 전망'에서 기조연설을 한 김중배 전 MBC 사장
▲  학술심포지엄 '촛불항쟁과 사회운동의 전망'에서 기조연설을 한 김중배 전 MBC 사장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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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8일 오후 8시 25분]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 촛불 항쟁을 두고, 김중배 전 MBC 사장은 18일 "전 세계가 거대한 후퇴를 하고 있는데, 똑같은 조건에서 우리는 촛불을 들어서 돌파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촛불항쟁과 사회운동의 전망>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거대한 퇴행과 간절한 진보 사이에서'라는 제목으로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그는 "촛불의 의미를 살펴내서 촛불 항쟁의 소망에 적합한 현실을 살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촛불항쟁 1주년을 맞아 주요시민사회단체와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이번 토론회는 촛불 항쟁에 대한 학술적 평가와 함께, 촛불 이후 민주주의와 적폐청산 등의 과제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언론인 출신이자 시민사회 원로로서 활동하는 김 전 사장은 "어느 시기 이후의 단상에 오르지 않으려고 결심을 했다. 촛불 혁명에선 평등에 대한 바람이 있었고, 그때 '단상의 권력'을 경계했던 것 같다"며 운을 띄웠다.

김중배 전 MBC 사장 "전 세계 거대한 후퇴속에 우리는 촛불로 돌파구"

김 전 사장은 "세계가 '거대한 후퇴'를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장근본주의로 인간성이 파편화되고 있다. 극우 파시즘,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등 세계의 트렌드는 퇴보의 길로 걸어왔다"며 터키, 인도, 필리핀과 동유럽 극우 정권의 연이은 탄생 등의 예를 들었다.

이어 "우리도 경제적 풍요를 단박에 누릴 것 같은 허황된 기대 속에서 이명박이라는 우상에 현혹되어 암흑의 터널 속을 지나왔는데, 어떻게 깨어나서 이런 혁명적인 성취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라며 "똑같은 조건인데 왜 우리 국민들만 이런 문명의 세기를 여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는지 저는 대답을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촛불항쟁을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대한 반발이 주요 요인이다"라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더 '살펴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전 사장은 촛불항쟁을 '카오스(Chaos)와 '코스모스(Cosmo)를 합친 '카오스모스'라고 규정하고, "혼란에 가까운 다양한 목소리들이 하나의 코스모스를 이루는 광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런 상황을 풀이해 우리의 새로운 날에 반영할 수 있도록 오늘 토론회를 출발 지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앞에서 촛불로 이루어낸 박근혜 대통령 탄핵 1년에 즈음한  ‘탄핵은 시작일뿐 민주주의의 행진은 계속됩니다. #me too #with_you’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8.03.09
▲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앞에서 촛불로 이루어낸 박근혜 대통령 탄핵 1년에 즈음한 ‘탄핵은 시작일뿐 민주주의의 행진은 계속됩니다. #me too #with_you’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8.03.09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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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삼성, 강남역에서 강건한 촛불 행렬 이어져"

촛불 광장에서 나갔을 때 김 전 사장은 중고등학생들을 따라다녔다며 '청소년 시국회의'에 온 한 고3 학생이 "여러분 그 수능시험 잘 봐서 소위 좋은 대학에 가면 뭐합니까, 이런 세상 이런 더러운 세상 이런 비틀어진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한 것에 큰 감동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식의 원동력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조지 카치아피카스 미 웬트워스대 전 교수의 '에로스 효과'설에 주목했다. '에로스 효과'는 민중이 자신의 역사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직관적인 믿음을 갖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어 "촛불 혁명이 어떤 학문적 견해에 들어맞지 않고 충족되지 않더라도 혁명을 가꾸어가는 역동성에 대해 토론과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사장은 "68혁명은 정권을 바꾸지 못했지만 우리는 정권을 바꾸었다"며 "대한항공, 삼성, 그리고 강남역에서 아직도 강건한 촛불 행렬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카오스모스의 길이 흐르고 있다"며 "촛불 광장의 역사가 한 번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다양한 주제로 발표... 풍성했던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서는 각 세션마다 발표자들이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 부문을 맡은 패널들이 질문을 하거나 새로운 의제를 던지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어진 토론 세션 1에서는 오유석 교수와 한상희 교수가 각각 '적폐청산'과 '촛불이후의 헌법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오 교수는 각 정부에서 행해졌던 적폐청산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 뒤, "정권 차원의 적폐청산의 과욕은 그 자체가 새로운 적폐가 되었고, 그 적폐가 다시 쌓여 미래의 짐이 되었다"며 '적폐청산'이라는 과제 수행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엄포와 적의 대신 적폐로부터 배제되고 억눌렸던 집단의 목소리와 힘을 키워주고, 적폐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로드맵을 추진할 새로운 정치세력, 즉 촛불의 세력화"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개헌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헌법의 개정 과정에서 시민들이 헌법적으로 각성하고, 능동적이고 모범적인 헌법시민으로 주체화하는 것이 "광장에서 우리가 펼쳤던 시민정치 그 자체를 헌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션2에서 발표한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는 "학생들이 시위를 통해 한국 사회가 비민주적인 모순을 바로잡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대학 자체는 큰 시련을 겪어야 했다"며 촛불을 통해 이화여대가 자정할 수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촛불 이후 민주주의 운동의 중장기 의제들로 ▲ 권력 통제를 위한 사회대개혁 ▲ 온전한 참여민주주의 ▲ 사회의 공공성 연대성 강화 ▲ 정보 권력의 민주화 ▲ 한반도 평화 ▲ 성평등 등을 제안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표한 주제준 한국진보연대 정책위원장은 과거 민중총궐기와 백남기 농민 투쟁을 되짚고, 문재인 정부하에서 민중진보진영의 운동 전략에 대해 진단했다.

세션3에서 발표한 박배균 서울대 교수는 촛불항쟁의 공간성에 주목하며, "공간적 차별성이 만들어내는 사회운동의 역동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서 서복경 서강대 연구원은 '촛불집회 참여자'들을 분석했고, 반대로 전상진 서강대 교수는 태극기 집회에 나오는 '맞불 시민'을 분석했다.

19일에도 동일한 장소에서 오전 10시부터 토론회가 시작되며 노동·성평등·선거제도·재벌개혁·환경문제·집회문화 등 다양한 주제로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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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특보 “결국 동맹보다는 안보공동체로 가야”

접경지역미래발전연 등, 문정인 특보 초청 강연회 개최
춘천=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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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8  23: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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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19일 오후 강원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자신의 <애틀랜틱> 인터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18일 자신의 미국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 인터뷰가 논란을 일으킨데 대해 언론에 의해 진의가 왜곡됐다고 밝혔다.

문정인 특보는 이날 오후 4시 강원도 춘천시 강원대학교 글로벌경영관에서 (사)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와 (사)남북강원도협력협회가 공동주최한 강연회에서 “한미동맹 반대론자에다가 (주한미군) 철수론자에다가 이렇게 부각을 시키니까 나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럽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문 특보는 “인터뷰가 문제가 되고 정치적 쟁점이 되는 것은 그 인터뷰 제목”이라며 “미국 언론도 상당히 문제다. 아주 선정적인 제목을 뽑아서 많은 사람들 읽게 하려고 하는 게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한국 언론은 자세한 내용을 한번 읽어보고 아니면 객관적으로 서술했으면 좋은데, 그것을 다시 크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애틀란틱>은 인터뷰 기사 제목을 “한국 대통령의 최고 참모는 미국과의 동맹 ‘제거’를 원한다(Wants to ‘Get Rid Of’ the U.S. Alliance)”로 뽑았고, 국내 보수언론들은 이를 인용해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반해 <연합뉴스>는 비교적 인터뷰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해 <문정인 “한미동맹, 장기적으로 다자안보체제로 전환되길 희망”>을 제목으로 뽑았다.

   
▲ 이날 강연회는 (사)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와 (사)남북강원도협력협회가 공동주최하고 강원일보사가 후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이날 문정인 특보 강연회에는 대학생을 비롯해 강원지역 다양한 평화통일운동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문 특보는 미국 기자가 물었던 ‘동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한번 밝혔다.

“동맹이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보아 국제관계에 있어서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상태를 의미한다. 왜냐면 동맹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고 하는 것은 외부에 위협이 있고 적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거니까. 외부에 적과 위협이 있는 것은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상태라고 봤다. 그래서 한 국가가 제일 좋은 것은 동맹을 없애버리는 것이 제일 좋은 거다. 그래야 항구적인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이런 논리로 이야기했다.”

문 특보는 “그러나 우리 한반도는 특수한 상황에 있고 주한미군의 주둔을 강력하게 나는 지지한다”고 밝혔고, “단기‧중기적으로는 한미동맹이 필수적이다. 주한미군의 주둔도 필수적이다. 첫째 이유는 국내 정치적 혼선 방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 다음에 지금 동북아의 전략적 구도가 그렇게 안정적 구도가 아니기 때문에 동북아의 전략적 구도가 안정화 될 때까지는 한미동맹, 주한미군이 필요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반도에 평화조약이 있게 되고, 북한에 비핵화가 이루어지고,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적대적 환경이 없어지면 결국 우리는 동맹보다는 안보공동체로 가야할 것”이라고 다시 확인했다.

문 특보는 “3주전 <포린 어페어즈>에 쓴 글이, 내가 주한미군 철수를 이야기하지도 않았는데 그게 주한미군 철수로 환치가 됐지, 오늘도 결국 모든 주요언론사에서는 문정인이 주장하는 게 결국에 ‘한미동맹 제거하라’고 얘기한다”며 불쾌한 심경을 내비쳤다.

한편,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벌어진 진실 왜곡, 악마의 편집이 초래할 파급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문 교수 인터뷰 내용을 보면 한미동맹을 제거하자는 말은 없고, 동맹이 부자연스러워지면 그 다음은 동북아의 다자간 안보체제로 진화한다는 뜻으로 교과서에 나올만한 주장”이라며 “한·미의 유력언론이 악마의 편집으로 진실을 왜곡할 때 이를 바로 잡는 주체는 시민의 집단지성”이라고 주장했다.

   
▲ (사)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 전성 소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 전성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연회는 강원일보사가 후원하고 강원대학이 장소를 제공했으며,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추도 묵념으로 시작했다.

전성 소장은 자료집 인사말을 통해 남북고위급회담 연기를 거론하며 “아직은 안이하게 대세를 낙관할 수 만은 없다”며 “그동안 시대착오적 냉전의식이 완고하게 잔존하던 접경지역에서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주동적으로 맞이하기 위한 평화의식을 튼튼하게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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