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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4년 중임제 개헌’ 문재인 의원에 “권력독점 희망” 평가

  • 입력 : 2018.08.01 10:57:00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2016년 국회의 개헌 논의 상황을 분석하며 ‘4년 중임제’를 제안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권력 독점을 희망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처는 ‘의원내각제’ 개헌을 지지하던 민주당 김종인 대표와 문 의원이 갈등을 빚을 것이라며, 개헌 논의를 “야권 견제에 매우 유효한 카드”로 분석했다.

대법원이 지난 31일 공개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담긴 196개 문건 가운데 ‘(160704)개헌정국과 사법부의 대응방안’ 문건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문건은 행정처 기획조정실이 2016년 7월4일 작성한 ‘대외비’ 문건으로, 그해 6월 20대 국회가 개원한 직후 화두로 떠오른 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동향을 파악한 내용이 담겼다. 

행정처는 여야 주요 정치인들의 개헌에 대한 입장을 서술하며 당시 야당의 문 의원은 “대통령 중임제를 지지한다”고 분류했다. 문 의원은 4년 임기의 대통령을 마친 뒤 한차례 더 4년 간 대통령을 역임할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내세웠고, 대통령이 되고 지난 3월 이 같은 내용의 개헌안을 제시한 바 있다. 

행정처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지낸 문 의원에 대해 “가장 유력한 야권의 대선주자로서 권력 독점을 희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행정처는 그 근거로 “(문 의원이) 분권형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가 아닌, 대통령 중임제만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행정처는 그러면서 개헌 논의가 진행될 수록 민주당 내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원내각제’를 지지하는 김종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킹메이커가 아닌 실세로 권력 분점을 희망한다”며 문 의원과 대립한다는 예상이었다. 

행정처는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박지원 원내대표)가 이 사안에서 절대 같은 배를 탈 수 없다”며 “개헌 논의가 심화될 수록 대립과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문건에 적었다. 그러면서 행정처는 국회 내 개헌 논의가 “특히 야권 견제에 매우 유효한 카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승태 대법원, ‘4년 중임제 개헌’ 문재인 의원에 “권력독점 희망” 평가
양승태 대법원, ‘4년 중임제 개헌’ 문재인 의원에 “권력독점 희망” 평가

행정처는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국회 내 개헌 논의를 촉발시킨 것을 두고서도 정치인의 ‘권력 추구’ 차원으로 해석했다. 정 의장은 2016년 6월 20대 국회 개원사를 통해 “개헌은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장으로서 20대 국회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헌정사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행정처는 “(정 의장이) ‘대권으로 가는 우회로’로서 국회의장직을 택했다는 일각의 분석이 있다”면서 “임기 동안 개헌을 반드시 완수해 강한 정치적 추진력과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권 레이스에 재도전하고자 한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대선후보로서 이루지 못한 정치적 성취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개헌 추진이 예상된다”고 적었다. 


행정처는 국회의장 직속 개헌특위가 구성될 경우를 대비해 한모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통해 정 의장을 접촉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행정처는 “한 부장판사는 정 의장이 매우 아끼는 고교(전주 신흥고) 후배”라고 적었다. 행정처가 지목한 한 부장판사는 한승 현 전주지방법원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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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쓰러지는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계일보 ‘임대료에 우는 영세상인들’ 기획시리즈로 다뤄
양승태 대법 민낯에도…조선일보 “재판 거래 근거는 안 나와”

이정호 기자 leejh67@mediatoday.co.kr  2018년 08월 01일 수요일

기록적 폭염이 계속되자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속속 쓰러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건설노동자 박아무개씨(67)가 폭염으로 숨졌다. 숨진 박씨의 팀장은 회사에 “무더위로 작업이 어려우니 오후에 한 타임만 쉬자”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음날 박씨가 숨졌다.

이에 건설노조는 성명을 내고 “폭염이 건설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다”며 현장 노동자에게 실질적 작업중지권과 충분한 휴게시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한겨레신문은 1일자 13면에 ‘노동자 잡는 폭염… 작업중지권 실질 보장은’이란 제목의 머리기사로 이 소식을 다루면서 작업중지권의 실질적 보장에 힘을 실었다. 

폭염에 쓰러지는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 한겨레 13면
▲ 한겨레 13면

 

맥도날드 배달노동자 박정훈씨(33)는 지난달 25일부터 맥도날드 매장을 돌며 100원의 ‘폭염수당’과 35도 이상 기온이 오르면 배달을 받지 않을 것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는 올들어 실외 작업장에서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611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임대료에 우는 영세상인들’ 기획시리즈로 다뤄

 

세계일보가 연중기획 ‘행복사회로 가는 길’에서 치솟는 임대료에 우는 영세상인들을 다뤘다. 세계일보는 1일 1면에 ‘갓물주의 나라… 임대료에 우는 영세상인들’이란 제목의 소개기사에 이어, 10면 전면을 털어 건물주의 횡포에 시달리는 임대상인들을 다뤘다.  

소형상가의 임대료가 2년새 13%나 올랐지만 자영업자의 60%가 연소득 4000만원 미만인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을(乙)들 사이의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세계일보는 국회가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소홀히 다뤄 문제해결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 첫날부터 발의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현재 25개에 달하고, 개정안에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 숫자만 중복을 포함해 모두 305명에 달하는데 2년 넘게 국회에 계류중인채로 ‘낮잠’만 자고 있다.

개정안은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보통 2년마다 계약 갱신하는 걸 5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정쟁에 휘둘려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 세계일보 10면
▲ 세계일보 10면

 

양승태 대법원의 민낯에도… 조선일보 “재판 거래 근거는 안 나와”

모든 언론이 주요하게 대법원이 전날 추가공개한 196건의 문건을 집중 보도했다. 한겨레는 1일자 1면에 ‘양승태 대법, 청와대에 재판개입 길 터주겠다 제안했다’는 머리기사에 이어 4,5,6면과 사설에서도 파렴치한 양승태 대법원의 행동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5면에 ‘광고비 10억 문건 뒤… 조선일보, 상고법원 찬성보도 쏟아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양승태 대법원의 조선일보를 통한 홍보전략을 짚었다.  

동아일보도 4면에 ‘의원들 특징-공약-지역현안 상세히 정리… 회유 맞춤전략 만들어’라는 제목의 기사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상고법원 입법로비 정황을 지적했다.  

한국일보도 1면에 ‘양승태 대법, 상고법원 전방위 로비, 野대표였던 文대통령에도 줄 대려 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은데 이어 3면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해서 다뤘다.  

세계일보도 1면에 ‘양승태 사법부 하야 정국 대응 일선판사에 가이드라인 제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6년 4월14일 작성한 ‘개헌정국과 사법부 주변 환경의 현황과 전망’이란 문건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사법부에 미칠 영향을 집중 분석한데 이어, 또다른 문건에선 상고법원 도입에 소극적인 국민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한 대목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이날 10면에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무관하다던 문건 뒤늦게 모두 공개’라는 제목의 기사만 실었다. 조선일보는 대법원이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과 무관하다고 했던 문건을 뒤늦게 모두 공개한 것에 더 불편해 했다. 동시에 조선일보는 196건이나 문건이 공개됐지만 ‘재판 거래’ 근거는 안 나왔다고 양승태 대법원을 엄호하는 듯한 작은제목도 달았다. 문건 내용 대부분이 검토 단계에 그쳐 실제 집행되진 않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언론홍보 등과 관련해 본지가 언급된 문건도 9건 있다. 상고법원 홍보를 위해 본지에 설문조사, 지상좌담회 등을 싣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행정처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본자와는 무관한 내용이다. 행정처는 본지 외에도 다양한 언론 접촉 방안을 모색했다”고 썼다. 

▲ 조선일보 10면
▲ 조선일보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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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서민 지하철요금 2억유로를 기업이 내는 이유는?

[한국과 프랑스의 공공성 下] 박흥수가 묻고 목수정이 답하다
2018.07.31 20:44:33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선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민주당 자체에 대한 지지도로 보기는 어렵다. 정치 권력에 대한 교체 욕구가 '촛불 정부' 시대를 만나 투영된 곳이 하필 민주당이었을 뿐인 것으로 해석된다. 즉, 민심은 정치권에 한국 사회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표로 경고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승자독식의 1등 숭배주의, 효율성과 성과 우선의 분위기 속에 공동체 가치의 훼손을 겪어왔다. 안정된 삶을 누리는 일은 바늘구멍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 되었고 이는 여러 형태로 분화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특권으로 오르는 사다리는 이미 걷어차인 지 오래다. 
 
학력과 일자리마저 부의 대물림을 통해 이어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사회, 평범한 삶조차 목숨 걸고 도전해서 얻어야 하는 사회라면 미래가 없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답은 '공공성'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에 나오는 '공화국' 정신이 한국 사회에 제대로 공유되고 실현될 때, 공동체의 희망은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민심은 새 지방 권력의 집행자로 나선 이들이 제대로 된 개혁을 실천하길 바라고 있다. 재벌과 권력자와 정치가들, 그리고 학력을 배경 삼은 이른바 엘리트들의 사적 이해관계를 해체해야 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개혁이란 공화국 시민의 삶이 가장 먼저 고려되는 정책, 즉 사회 공공성을 구석구석 착근하는 일이리라.  
 
<프레시안>은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한국의 철도정책과 교육정책을 '공화국 정신'이 깊이 뿌리 내린 프랑스 사회라는 거울을 통해 비춰보자는 취지로 대담을 준비했다. 
 
철도 정책 연구를 통해 공공성을 이야기해온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과 프랑스에 살면서 '진보'의 가치와 관련해 끊임없이 한국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목수정 작가가 무더위 속에도 프레시안에서 마주 앉았다. 이 대담을 2회에 걸쳐 싣는다. '교육'에 이어 두 번째에는 서울과 프랑스의 교통을 다룬다.  
 
 
 

▲ 박흥수 연구위원. ⓒ프레시안(최형락)

"파리는 거리에 상관없이 통일된 요금을 낸다" 
 
박흥수 : 프랑스 사회의 교통은 어떠한가.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프랑스와 비교해보면 고민해볼 지점이 많아 보인다. 사실 정권이 바뀐 이후, 철도공사에서는 CEO부터 '철도공공성'을 이야기한다. 홈페이지에서도 우리의 과제는 철도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고 공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현실에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목수정 : 공공성을 이야기한 게 정권 바뀐 이후부터인가.
 
박흥수 : 그렇다. 철도공공성은 과거 노조나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의 전유물로 여겨질 정도로 터부시됐다. 효율과 수익성이 우선이었다. 아무리 철도공사가 공기업이라고 해도 적자는 악이고 경영개선을 통해서 수익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 공공성을 주장하는 노조를 두고 기득권을 누리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철도공사 사장부터 공공성 강화야말로 비로소 철도가 제 위상을 되찾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렇게 공공성이 언급되는 한편으로는, 공공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젠다는 변화했지만, '실제적인 공공성 강화를 담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느냐' 하는 부분에는 회의가 있다.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하철공사든 철도공사든 그 기업의 주 업무에서 공공성을 구현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MOU를 맺고, 소년소녀 가장을 지원하고 사회적 봉사 활동을 활성화하는 게 공공성 강화의 전부는 아닌 듯하다.  
 
철도 공공성을 구체적으로 구현한다면 우선 수익 지상주의로 출범한 수서고속철도를 통합해야 한다. 지방선 적자 보조를 확대해 지역 열차 운행을 늘린다든지, 철도 이용 약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큰 요금 혜택에 가도록 한다든지, 공기업이 수행하는 주 업무 속에서 공적 역할을 다하는 게 진정한 공공성으로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대담에서는 파리시와 서울시를 비교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광역 교통정책을 이야기하려 한다. 지난 지방선거 때 자유한국당의 정태옥 의원이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을 언급했다. 그 말의 취지를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면 결국, 교육과 교통, 환경 인프라가 서울·수도권 중심적이라는 이야기다. 서울의 엄청난 집값, 임대료, 전월세 폭등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외곽으로 밀어냈다. 그런데 그렇게 밀려난 사람들이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서울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교통요금을 내야 하는 구조다. 
 
목수정 : 프랑스도 똑같았다. 일드프랑스(Ile-de-France)라는 지역이 파리를 둘러싸고 있는데, 아무래도 일자리는 파리 쪽에 집중돼 있다. 그렇다 보니 일드프랑스에 사는 사람들이 파리로 출퇴근하는 식이다. 거기도 거리가 멀수록 요금을 더 내는 식이었다. 그것이 늘 불만스러운 현실이었다.  
 
박흥수 : 한국의 경우, 영등포에서 시청으로 출퇴근하면 한 달 5만5000원(하루 왕복, 한 달 20일 기준)밖에 안 든다. 그런데 인천에서 시청으로 출퇴근하면 8만5000원을, 인천공항에서 시청으로 출퇴근하면 18만2600원을 내야 한다. 2012년 파리에서 목수정 작가를 만나 파리 지하철 요금정책 관련 인터뷰를 했었다. 그때 녹색당과 사회당이 파리 1존 구역에서 5존 구역까지 거리요금을 통합요금제로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다. 그 결과가 과연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던 게 이번 대담을 기획한 이유 중 하나였다. 
 
목수정 : 그 법안은 2015년부터 적용됐다. 
 
박흥수 : 그렇다면 프랑스는 멀리 가거나 가까이 가거나 통일된 요금을 내는 시스템으로 전환됐나? 
 
목수정 : 맞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진행된 게 아니라 프랑스 수도권 안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킨 게 아니라, 도의회에서 결정했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녹색당과 사회당이 다수이고 우파가 소수였다. 사실 파리 외곽에 사는 이들에게는 교통비가 항상 원망의 대상이었다. '우리는 돈이 없어 파리에서 밀려났는데, 일하러 가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가' 이런 분노였다. 이에 대해 녹색당은 한 발 더 나갔다. 외곽에서 일하러 오는 이들이 차를 가지고 오는 경향이 많았다, 교통 정액권이 너무 비싸기에 차라리 차로 출퇴근하는 게 돈이 덜 들었던 거다. 녹색당은 교통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환경 오염도 줄이고 온실가스나 교통혼잡비용 등 사회적 비용도 낮추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녹색당이 법안을 요구했고, 사회당이 받아들이면서 둘이 밀어붙였다. 소수인 우파가 이에 반대했지만 통과됐다.  
 
그래서 첫해는 70유로로 모든 구역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정액권인 나비고 카드(Navigo pass)를 400만 명이 이용했다. 그리고 그중 150만 명은 70유로에서도 할인된 금액으로 나비고 카드를 이용했다. 할인된 금액으로 나비고 카드를 이용한 이들은 학생, 노인, 실업자, 저소득층 등 카테고리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 목수정 작가. ⓒ프레시안(최형락)

"정액카드, 기업 부담으로 재정 충당한다" 
 
박흥수 : 나비고 카드 정액권은 횟수 제한이 있나? 
 
목수정 : 없다. 하루에 몇 번을 타도 제한이 없다. 그래서 이것을 갖는 순간, 더 많이 움직인다. 그 전에는 파리 안에서 무엇이든 해결하자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교외로도 나가 볼까?' 이런 생각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계선이 무너졌다. 그런데 이 카드가 지하철만 연계된 게 아니라 (서울의) '따릉이'와 같은 공공자전거, 파리 시내 공유 전기승용차, 수상버스 등에도 연계가 돼 있어 매우 유용하다.    
 
박흥수 : 파리는 지하철도 촘촘히 연결돼 있다, 블록 몇 개를 지나기 전에 새 지하철역이 나온다. 잘 짜인 공공교통체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전거, 수상버스를 비롯해 외곽까지 나가는 광역철도도 있다. 또 여기에 전기차까지 공유 할 수 있으니 공공교통으로서는 매우 이상적이다.  
 
목수정 : 광역철도가 현재 5개인데, 광역급행철도망 GPX(Grand Paris Express)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파리와 파리 외곽이라는 공간에 교통 그물을 만드는 식이다. 광역철도가 지나가는데 이들끼리 못 만나는 것을 서로 이어준다. 광역급행철도망은 2000km의 철도를 더 놓고 85개 역사를 더 짓는 프로젝트다. 어디는 지하철을 연장하고, 어디는 역사를 새로 지으면서 그물망을 더 촘촘하게 하는 식이다. 한마디로 파리 안에 있는 사람들이 누리는 교통의 촘촘함을 외곽에 있는 이에게도 느끼게끔 하려는 것이다.  
 
박흥수 : 철도는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촘촘히 엮이면 엮일수록 그 효율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요금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프랑스는 교통 이용자 중에서 학생, 노인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싸게 공급하는 듯하다.   
 
목수정 : 1년 치 나비고 카드를 한꺼번에 사면 한 달 치를 할인해준다. 그런데, 학생, 노인, 문화예술봉사자 등은 이렇게 살 경우, 50%를 할인받는다. 
 
박흥수 : 나 같아도 1년 치를 사서 한 달 치 할인받겠다.(웃음) 거기에 문화·예술인사들은 50% 할인이라니 대단하다. 더 놀라운 점은 그런 정액권 내지 할인권을 수백만 명이 사용하면, 그만큼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기업들이 부담했다는 점이다. 
 
목수정 : 나비고 카드로 매년 4억 유로의 비용이 더 추가됐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했느냐. 2억1000유로를 기업에 교통분담금으로 더 부과했다. 논리는 이거였다. '너희들이 고용한 노동자들이 교통비 부담 없이 일하러 올 수 있고, 늦지 않고 올 수 있지 않느냐.' 교통수단의 변화가 기업에도 혜택을 주니, 어느 정도 부담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그래서 도의회와 상공회의소가 합의했고, 재정을 충당하게 됐다.   
 
"서울, 시민 내는 운임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박흥수 : 프랑스 교통유발부담금제, 즉 나비고 카드 사용에 따른 교통분담금을 내는 기업을 살펴보니 10인 이상 고용사업장에서부터 적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부담률에 차등이 있었다. 신생 기업은 3년까지 면제였고 4년째부터 75% 할인된 분담금을 냈다, 5년째가 되면 50% 할인된 분담금을, 6년째에는 20% 할인된 분담금, 7년째부터는 기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판단, 전액을 내도록 했다. 대신 그렇게 내는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에게는 나비고 카드를 50% 할인해줬다. 이렇게 촘촘하게 설계된 것을 보고 놀랐다. 
 
나비고 카드가 지금 73유로이니, 한국 돈으로 9만5000원 정도 된다. 이를 한국에 적용해보자. 내가 한 달 9만5000원에서 50% 할인된 4만7500원 요금의 자유이용권으로 수도권 일대를 무제한으로 돌아다닐 수 있다면? 굉장히 획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로 국한해 본다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역시 여러 교통정책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거리에 따라 추가되는 요금제를 파리처럼 통합요금제로 바꾸자고 제안하고 싶지만 현실을 따져보면 매우 급진적으로 보인다. 결국, 그 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둘러싸인다. 안 그래도 지하철공사는 매년 적자 논란에 휩싸인다.  
 
목수정 : 어느 정도 지자체의 부담이 필요하다. 프랑스도 2억1000유로는 기업에 돌렸지만, 나머지 1억9000유로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박흥수 : 런던과 파리와 비교해 보면 서울은 운임수입 중심으로 지하철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일드프랑스교통조합(stif)의 2016년 기준 재정구조를 보면 총 90억 유로의 예산 중 교통부담금이 47%, 차표판매수익이 30.4%, 공공보조금이 19.8%, 광고수익 및 벌금이 2.8%다. 결국, 실제 시민이 내는 운임은 전체의 30%밖에 안 된다. 그러니 적자가 안 난다. 처음부터 비용 대비 수익 구조 설계를 하지 않아 적자 논란에 빠져들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런데 한국은 사실상 시민이 내는 운임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러니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것은 오랫동안 한국 교통정책의 발목을 잡아 온 '수익자 부담원칙'이란 반공공성 원칙이 지배한 때문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인데 수백만 명이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 인해 얻는 사회적 효용에 대한 반대급부가 없는 것이다. 대중교통의 특징, 특히 철도의 특징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서울 지하철 이용자의 10%만 승용차를 끌고 나와도 출퇴근길은 꽉 막혀버릴 것이다. 승용차 이용자들은 지하철 이용자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이러한 재정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파리나 런던처럼 갈 수 없을 듯하다. 교통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비고 카드를 이야기하면 당장 나오는 말이 '그렇게 하면 좋은데, 그 재정 부담을 어떻게 하느냐. 철도공사나 지하철공사 망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나온다.  
 

▲ 목수정 작가. ⓒ프레시안(최형락)

"교통, 한 사람 or 한 조직이 해결할 수 없다" 
 
목수정 : 전제조건에서 또 다른 게 한 가지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의 미세먼지가 심각했을 때, 이틀 정도 대중교통을 무료로 하지 않았나. 그때 난리가 났다. 왜 헛돈을 쓰느냐고. 그리고 실질적으로 지하철 타는 사람들이 그다지 늘지도 않았다. 결국, 자가용을 이용하는 한국 사람들은, 요금을 깎아 준다고 해서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또 중요한 것이 있다. 제가 한국에서 주로 지하철 1호선을 타는데, 아침 출근 시간은 정말 포화상태다. 누가 더 탈 여지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 프랑스에서는 1호선이 1분 30초마다 온다. 사람이 있든 없든. 한 번도 사람에 끼어서 지하철을 이용한 적이 없다.  
 
박흥수 : 중요한 지적이다. 내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아침 출근시간에 4호선 환승을 하는데 정차 후 내리는 승객을 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내린다. 그만큼 서울의 공공교통망은 용량이 초과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된 것이다. 운행 간격을 줄이려면 시설도 개량해야 하고 차량도 더 구매해야 한다. 지하철 9호선은 지옥철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민영운영회사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최근에서야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필요하다면 서울시 지하철의 고질적 승객 몰림 구간 해결을 위한 신규 노선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서울 지하철 방치 상태는 개선될지 의문이다.  
 
이것은 한국 사회가 유독 도로 위주의 정책을 펴온 탓이기도 하다. 교통정책을 책임지는 국토부의 지독한 도로 사랑은 누굴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 서울시나 여러 광역시에서도 대량 수송능력을 갖춘 공공교통체제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있었는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공공교통에 대한 철학은 있는지 궁금하다.  
 
미세먼지 관련해서 파리와 서울의 차이를 봤더니 파리는 강제로 차량 2부제를 할 수 있지만, 서울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목수정 : 차량 2부제도 하고 지하철 이용을 무료로 하는 것도 자주 한다. 이는 파리만 하는 게 아니라 일드프랑스도 같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박흥수 : 서울시에서는 2부제를 의무로 할 수 없고 권고만 할 수 있다. 파리시장은 강제할 권한이 있고, 서울시장은 법적으로 그런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자가용에 매우 관대하다, 미세먼지가 심하니 차를 두고 출근하라고 말해도 자가용 이용하는 사람은 다 이용한다. 여기서 짚어볼 부분이 한국 사회에서 교통예산은 도로건설 하는데 제일 많이 쓰인다는 점이다. 그렇게 도로를 건설하기에 자가용 이용자에게 주는 편익은 상당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여러 이익을 주는 대중교통 이용자가 얻는 편익은 상대적으로 적다. 생각해보라. 누구는 '만원 버스' '만원 지하철'에서 고생하면서 출근하는데, 누구는 편히 앉아서 간다. 불편은 한쪽이 지고, 사회적 혜택은 엉뚱한 이에게 몰아주는 식이다. 철도정책과 도로정책이 그런 식으로 유지돼 왔다.  
 
나비고 카드와 같은 제도가 도입되려면 우선적으로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 철도를 예로 들면 철도에는 철도공사 이외에도 지하철공사들과 철도민간사업자들이 있다. 이들 간 이해관계는 서로 다르다. 버스도 마찬가지다. 준공용제이지만 민간버스사업자들이 있다. 이들 기관 간, 민간사업자 간 교통정리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총체적으로 공공성을 담보하는 교통체계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을 설계하려는 정부나 시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진즉에 논의되고 있는 대도시권 '광역교통청' 같은 조직이 책임과 권한을 갖는 공공교통정책의 진정한 컨트롤 타워가 되길 바란다. 
 
사실, 서울과 경기도에서 공공교통이 한발 나간 것은 MB 때의 버스준공영제와 버스지하철환승제다. 반 공익적 사업인 4대강, 철도민영화를 추진해 지탄을 받은 MB의 업적이 공영제와 환승제라는 공공적 정책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버스준공영제로 난폭운전 없어지고 정거장 무정차 통과가 사라졌다. 버스·지하철환승제로 실질 혜택을 시민들이 받았다. 그런데 그 단계에서 멈춰버렸다. 딱 거기까지였다.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는 정책이 없었다.  
 
프랑스에서 녹색당과 사회당이 지방의회에서 통합요금제를 도입했다고 하지 않았나.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 의회는 민주당이 모두 장악했다. 그들이 시민 친화적 교통 정책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나왔으면 한다. 
 

▲ 박흥수 연구위원. ⓒ프레시안(최형락)

"'교통 복지'란 개념이 필요하다" 
 
목수정 : 파리만 이야기했지만, 프랑스 상당수 도시에서는 공공교통시스템을 무료로 운영하기도 한다. 작은 도시가 그렇게 하는데, 재정은 100% 기업 부담이다. 그런데 그렇게 교통을 무료로 하면 그 도시가 교통의 거점이 되면서 그곳 인구가 늘어난다. 그러면서 기업이 들어오고 도시가 활성화된다.  
 
박흥수 : 지금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대중교통은 궁극적으로 무료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 같은 대도시는 당장 대중교통을 무료로 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울산이나 포항, 창원 같은 곳에서는 대기업이 책임지고 무료 공영버스 사업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꿈같은 이야기인듯하지만 여러 사람이 같이 꾼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웃음)  
 
목수정 : 교통은 획기적인 복지다. 교육은 혜택받는 세대가 존재하지만, 교통은 모두가 혜택받는 분야 아닌가. 여기에서 변화가 있으면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교통이 복지 아이템으로 들어간 적이 거의 없다.  
 
박흥수 : '교통 복지'라는 개념은 생소하다. 새로 헌법 개정 논의가 진행된다면, '보편적 이동권'이 헌법 조항에 들어갔으면 한다. 이동권이 국가가 제공하는 기본서비스로 정착되고, 그런 의미에서 국토부 등 관련 부처들도 더 적극적으로 교통복지 개념을 실현하려 노력하고, 보다 획기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교통정책과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오늘 많은 시간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고맙다. 앞으로도 프랑스와 한국의 경계에서 우리가 미처 놓치고 있거나 고려해야 할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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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과 비난을 구별 못하는 사회

비판(批判)이란 ‘옳고 그름을 가린다’는 뜻으로 애정이 깔린 충고
 
김용택 | 2018-08-01 09:35:0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자가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성태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계엄 문건을 고발한 시민단체 대표를 향해 쏟아낸 막말이다김대표가 이런 말을 한 저의가 무엇일까기무사의 계엄문건을 정당화시키고 싶은가아니면 군인권센터 소장 개인을 공격하기 위해 한 말인가국군 기무사 계엄문건은 주권자를 살상하겠다는 군사반란 계획이다민주국가에서 계엄령이란 전시 때나 필요한 것이지 맨손으로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국민들을 학살하겠다는 군사반란이다.

 

 

해야 할 말이 있고 하면 안 되는 말이 있다그런데 박근혜 탄핵 후 야당이 쏟아 붓는 막말을 듣고 있으면 박근혜의 유체 이탈화법을 닮아도 너무 닮았다.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된다는 이 말은 마치 사오정’ 시리즈처럼 자신과 관련된 잘못된 일을 마치 남의 이야기 하듯 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국가의 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상처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마귀같은 짓이며 양승태사법부의 재판거래를 비호하는 걸 보면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인지 의문이 든다.

야당 사람들은 이런 유체이탈화법으로 막말을 하면 지지율이 떨어지는지 올라가는지 구별이 안 되는 모양이다아니면 대중의 판단 능력도 없는 수준 이하의 개돼지 취급을 해서 하는 말인지... 야당이란 국민의 지지를 받아 집권을 준비하고 있는 당이다그런데 입만 열면 표 떨어지는 막말을 쏟아내 국민들의 약을 올리고 있으니 이 사람이 하는 말의 진의가 무엇인지 이해가 안 된다김성태원내대표뿐만 아니다막말의 대가하면 홍준표를 비롯한 김성태조원진이언주....등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있다국정농단의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마치 남의 얘기처럼 유체이탈화법을 구사하는걸보면 얼굴에 철판을 깐 사람 같다이 사람들은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게 야당이 하는 일이라고 착각 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2004년 창원대 신문사에서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악역에 돌팔매질 하는 사회라는 주제로 글을 썼던 일이 있다글의 내용은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은 배우가 길을 가다 시청자에게 욕을 먹는다는 이야기다드라마에서 배역과 실재 인물을 구별 못하는 시청자의 수준을 들어 우리사회의 후진성을 지적 했던 글이다실제로 영화나 드라마에 악역을 맡은 배우가 시청자들로부터 곤욕을 치르거나 전화로 욕을 듣기도 했다는 사실은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후진성이다. 국민소득(GNI)이 1인당 3만달러라면서 버려야할 전근대적인 의식수준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 공()과 사()를 구별 못한다든지 흑백논리가 먹혀들어가는 선거판이 그렇고 빨갱이니 좌파라는 딱지가 붙으면 그 사람은 모든 게 끝나는 전근대적인 가치관이 그렇다개인의 인품이란 사회적 지위와 구별되어야 한다사회적 지위가 낮다고 그 사람이 인격도 낮은게 아니다. ‘사회적 지위가 곧 그 사람의 인격이라면 대통령이 기장 훌륭한 사람이요그 다음이 국무총리.,.. 이런 순인가이런 전근대적인 가치관은 직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직장의 상사는 사적인 자리에서도 상사다사회적 지위가 곧 그 사람의 인품이 되는 것이다.

좌파니 빨갱이라는 말도 그렇다사실 이 말은 친일세력이 해방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든 이데올로기지만 해방 7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아니 입만 열면 좌파니 종북빨갱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그런 사람들에게 빨갱이나 좌파가 무엇인지 왜 나쁜지...’를 물어보면 구체적인 대답을 못한다그냥 빨갱이니까... 빨갱이는 악마요제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헌법에는 평등이니 복지사회를 지향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평등이니 복지라는 말만 하면 어김없이 종북이니 좌파 딱지가 따라 붙는다.

이런 세상에 합리성이 통할리 없다비난(非難)이란 상대방을 헐뜯기 위해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거나 과장해 못되기를 바라는 심리다그러나 비판(批判)이란 옳고 그름을 가린다는 뜻으로 애정이 깔린 충고다흐르는 물이 썩지 않듯이 비판이 없는 개인이나 단체는 부패하기 마련이다그런데 사람들은 비판을 좋아하지 않는다진보적인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단체까지도 비판을 좋아하지 않는다최근 문빠라는 사람들도 그럴 개연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낸 상명대 중어중문학과 김경일교수는 역사법정에 나와 인문 의식 온고지신(온고지신조상 숭배라는 가치관을 지적한 뒤 검은 곰팡이처럼 자라고 있는 유교의 해악을 바로 찾아내고 솎아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던 일이 있다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전통 사회의 가치관인 고정관념선입견편견아집흑백논리표리부동왜곡은폐...와 같은 전근대적인 가치관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분단국가에서 살다보니 건드리면 안 되는 역린(逆鱗)이 자기 비판이요, 상호비판이실제로 우리 국민들 중에는 촛불정부를 세울 만큼 성숙한 민주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해 떳떳해야할 주권자들이 권력 앞에 작아지는 부끄러운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자기 비판과 상허비판에 입과 귀를 막고서야 어떻게 건강한 사회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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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JSA 비무장화, DMZ 유해발굴 등 협의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열려..공동보도문 없이 의견만 일치
판문점=공동취재단/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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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31  19: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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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결과, 남북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내 남북 공동유해발굴’, ‘비무장지대 내 상호 시범적 감시초소(GP) 철수’ 방안 등 협의가 이뤄졌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와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 공동유해발굴 등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공동보도문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큰 틀에서 남북 군 당국이 견해를 일치한 것이다.

31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결과, 남북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내 남북 공동유해발굴’, ‘비무장지대 내 상호 시범적 감시초소(GP) 철수’ 방안 등 협의가 이뤄졌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은 이날 오후 현지에서 회담 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번 회담은 지난 6.14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합의사항에 관한 남북 간 입장을 교환한 이후 47일 만에 개최되는 군사회담으로, ‘판문점선언’의 군사분야 합의이행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JSA 비무장, DMZ GP 시범 철수, DMZ 내 공동유해발굴 등 의견 일치

우선, 남북은 ‘판문점선언’ 2조에 명시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내 상호 시범적 GP 철수 등에 의견을 모았다.

정전협정 상에는 공동경비구역을 포함한 비무장지대에서는 무장화기를 소지하지 않게 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남북 모두 지키지 않았다. 특히, 1976년 8월 발생한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이후 남북 군인이 오가던 과거와 달리, JSA는 분할됐고, 양측 군인의 월선이 금지됐다.

또한, ‘한 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선으로부터 각기 2km씩 후퇴함으로써 적대 군대 간에 한 개의 비무장지대를 설정한다’는 정전협정 규정을 어기고, 남북 모두 GP를 DMZ 내에 설치했다.

회담에서 북측은 JSA 내 비무장을 제안했고, 남측은 남북 상호 DMZ 내 GP 철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JSA 비무장화는 북측이 먼저 제의한 것”이라며 “상호 GP 철수는 ‘판문점선언’의 중요한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남측이 제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쉽지 않을 전망. JSA 남측지역은 유엔사 관할이기 때문에, 남측 군 당국이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

이 관계자는 “JSA 비무장화는 그 지역이 갖는 특수성이 있다. 말 그대로 무장해제만이 아니라 거기에 근무하는 경비인원 축소 문제, 자유왕래 문제, 초소 철수 문제, 합동근무 문제 등이 있다. 유엔사와 상호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범적 GP 철수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복잡하다”며 “철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 MDL(군사분계선) 내 GP 중 어느 것을 시범적으로 철수하고 어떤 형태로 철수할 것이며, 그 구조물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이 있다. 그런 부분을 전체적으로 공감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이후 남측 김도균 수석대표와 북측 안익산 단장이 마지막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이와 함께, 남측은 오는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열릴 ‘서울안보대화’에 북측 대표단의 참가를 위한 서주석 국방차관 명의의 초청장을 전달했다. 이에 북측은 “상부에 보고하여 대표단 참석 여부를 전달해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남북은 공동보도문을 채택하지 않았다. “구체적 이행 시기 및 방법 등에 대해서는 전통문 및 실무접촉 등을 통해 계속 논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김도균 수석대표가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은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합의사항 추진에서 상호 입장을 일치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남, “허심탄회한 하루”, 북, “겨레에 기쁨 주는 회담”

공동보도문은 채택되지 않았지만,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분위기는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회담 마지막 종결회의에서 북측 안익산 단장은 “우리 북남 군부가 북남 수뇌분께서 심으신 소중한 평화, 번영이라는 그 씨앗을 정말 잘 가꾸어서 나가려는 그러한 노력이 오늘 회담을 통해서 많이 보여졌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히 남측의 생각을 알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바도 남측에 충분히 전달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회담이 무척 생산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북남 겨레에게 기쁨을 주는 그런 회담”이라며 “오늘 논의한 문제들은 그 하나하나가 말 그대로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북남관계사에서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그런 문제들”이라고 강조했다.

   
▲ 회담이 끝난 뒤, 남북 대표단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남측 김도균 수석대표도 “각 사안마다 정말 중요하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신뢰구축을 위한 실질적 조치로 작용할 수 있는, 그런 의제들이기 때문에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오늘 하루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토의하고 입장을 전달한 내용을 가지고 좀 더 연구하고 합리적인 이행 방안을 만들어 나간다면 아마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에 남북 군사당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 남측에서는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을 수석대표로 조용근 국방부 북한정책과장, 안상민 합참 해상작전과장, 이종주 통일부 회담 1과장, 한석표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이 나섰다. 북측에서는 안익산 중장을 단장으로 엄창남 육군 대좌, 김동일 육군 대좌, 오명철 해군 대좌, 김광협 육군 중좌가 마주했다.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50분간 오전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점심을 거른 채 3차례 수석대표회의를 열었으며, 오후 6시 30분 종결회의를 갖고, 회담을 마쳤다.

한편, 회담에 앞서 북측 대표단은 판문점 남측지역 회담장에 들어서기 전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 심은 소나무를 둘러봤다. 

   
▲ 회담에 앞서 북측 대표단은 판문점 남측지역 회담장에 들어서기 전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 심은 소나무를 둘러봤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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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범고래는 왜 중년에 폐경 하나

사람과 범고래는 왜 중년에 폐경 하나

조홍섭 2018. 07. 30
조회수 1453 추천수 1
 
침팬지는 죽기 전까지 출산하는데
인간과 고래 3종은 폐경 뒤 오래 살아
1957년 ‘어머니 가설' 이후 논란 지속
진화생물확 60년 못 푼 수수께끼
 
큰돌고래에서 찾은 폐경의 기원
“늦둥이는 빨리 죽을 확률 커서
수유기간 길고 오래 돌본다
늦게 낳니 기존 새끼 돌보는 게 나아”

 

m1.jpg» 미국과 캐나다 쪽 태평양에 서식하는 범고래 무리. 연어를 잡아먹는 이 범고래는 일찍 폐경한 나이 든 암컷이 무리를 이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자연계 최고의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가 폐경이다. 자신의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남기는 쪽으로 적응하는 것은 생물 진화의 철칙이다. 자손을 남길 능력이 충분한데도 번식을 포기한다는 건 ‘유전적 죽음’을 뜻하고, 애초 그런 유전자가 살아남을 리 없다. 그렇다면 왜 사람을 비롯한 몇몇 동물은 중년에 폐경을 한 뒤 장기간 생존할까. 지난 60년 동안 진화생물학 최대의 논란거리다.
 
■ 어떤 동물이 폐경을 할까
 
인도의 람지트 라그하브(102)는 94살과 96살에 자식을 얻어 ‘가장 나이 많은 아빠’로 꼽힌다. 남성은 늙어서도 정자를 생산하지만, 여성은 50∼51살이면 난소 기능이 쇠퇴해 월경이 중지되는 폐경이 나타난다. 산업화와 현대 의료 혜택을 입지 않은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쿵족 여성도 현대인과 비슷한 폐경을 거치고 수십 년을 더 산다.
 
영장류는 사람과 유전적으로 가장 비슷한 동물이지만 폐경은 하지 않는다. 야생에서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은 30대말에 마지막 출산을 하고 곧 죽는다. 사람이 45살 이전에 출산을 마치고 약 20년 더 사는 것과 딴판이다. 야생 영장류학자인 김산하 박사(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는 27일 “침팬지가 인간보다 수명은 짧지만, 마지막 자식을 낳는 시기는 비슷하다. 수명 차이를 고려하면 침팬지는 아주 늙어서까지 새끼를 낳는 셈이고, 인간은 자식을 낳을 수 있는데도 갑자기 중단하는 특별한 행태를 보인다”라고 말했다.
 
p1.jpg» 영장류와 인간의 마지막 출산과 사망 나이 대비. 영장류는 두 시기가 대개 일치하지만, 사람만 딴판이다. 수전 앨버츠 외(2013) PNAS 제공
 
영장류와 달리 고래 가운데 범고래, 들쇠고래, 흑범고래 등 3종이 폐경 이후 오래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범고래는 12∼40살 동안 번식하지만 수명은 90살이 넘는다. 폐경 이후의 삶이 수명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60살 넘게 사는 들쇠고래도 35살이면 번식을 멈춘다. 북극고래가 100살 이상 살지만 죽기 직전까지 새끼를 낳는 것과 대조적이다. 아프리카코끼리와 아시아코끼리도 각각 수명인 60대와 70대까지 출산을 이어간다. 김현우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박사는 “범고래, 들쇠고래, 흑범고래는 모두 대양에 사는 대형 돌고래로 고도의 사회적 행동을 하는 공통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새끼를 적게 낳고 오래 기르며 안정된 모계 집단 속에서 어미와 자식의 유대가 굳건하다.
 
흑범고래의 폐경은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이들은 남아공에 좌초하거나 일본이 포경한 흑범고래를 통계적·형태학적으로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 과학저널 ‘동물학 최전선’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흑범고래의 폐경 후 수명이 범고래나 들쇠고래보다는 아시아코끼리와 비슷했다”며 향고래, 큰머리돌고래, 들고양이고래 등 다른 대형 사회적 돌고래에도 폐경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m2.jpg» 들쇠고래가 무리를 지어 헤엄치고 있다. 폐경을 하는 고래는 사회성이 높은 종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식물에 벌레혹을 형성하는 일본의 진딧물 한 종도 폐경을 한다는 사실이 2010년 일본 연구자에 의해 밝혀졌다. 이 사회성 진딧물은 번식기를 마친 뒤 새끼를 보호하는 ‘제2의 삶’을 산다. 생식기관이 점액 분비기관으로 바뀐 이 늙은 진딧물은 새끼가 든 벌레혹을 지키다 포식자가 오면 왁스질 분비물로 자신과 포식자를 함께 굳혀 죽이는 행동을 한다.
 
 왜 생식능력을 포기하나
 
폐경이 출현한 이유는 대개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의 번식능력을 포기하는 대신 자식이나 손주를 도와 결과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이득을 얻는다. 1957년 나온 ‘어머니 가설’과 1998년 나온 ‘할머니 가설’이 대표적인 예이다. ‘어머니 가설’은 자신의 생식을 중단하더라도 자식에 투자하면 노산의 위험을 피하는 등 결과적으로 적응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료 혜택이 없는 수렵채취인도 출산 때 산모 사망률이 3% 미만으로 나타나 노산의 위험이 과장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유타대의 인류학자 크리스틴 호크스는 아프리카 하드자인을 연구해, 나이 든 여성은 출산을 포기하고 젖을 뗀 손주를 돕는 편이 진화적으로 득이라는 ‘할머니 가설’을 내놨다. 인간의 아이는 젖을 뗀 뒤에도 오랫동안 돌봐야 한다. 잇따라 출산을 하는 젊은 여성보다 나이 든 여성의 경험과 힘이 뿌리 식량을 채집하는 등 중요한 구실을 한다. 
 
자신의 생식 기회를 버리고 자식과 손주 지원에 나서는 진화적 이점은 동물 연구에서도 밝혀졌다. 영국 엑시터대 진화생물학자 대런 크로프트 등은 2012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은 논문에서 36년 동안 북서태평양 범고래를 조사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범고래의 어머니가 죽으면 30살 아들이 이듬해 죽을 확률은 14배로 뛰었다. 범고래 수컷은 커서도 ‘마마보이’였다. 할머니 범고래는 무리를 이끌며 먹이 찾기, 포식자 감지, 문제 해결, 이동, 집단 내 갈등 해소 등에 기여한다.
 
m3.jpg» 범고래는 어미와 새끼의 유대가 강하고 어미의 존재가 새끼의 생존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데이비드 엘리프리트, 고래연구센터 제공
 
가장 최근의 학설은 ‘생식 갈등 가설’이다. 2008년 영국 엑시터대 진화생물학자 마이클 칸트 등은 생식을 둘러싼 젊은 세대와 늙은 세대의 갈등이 나이 든 세대의 생식 포기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할머니 가설은 자신의 유전자의 절반을 남기는 직접 출산에 견줘 4분의 1을 남기는 손주 지원의 이득이 충분치 않다는 이론적 약점이 있었다. 43년 동안 범고래를 장기조사한 연구에서 어미와 딸이 동시에 번식에 나서면 어미의 자식이 사망할 위험성이 딸의 자식보다 1.7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간도 딸이 출산을 시작할 즈음 어머니의 출산이 멎는다. 생식 갈등 가설은 할머니 가설을 보완하는 이론으로 주목받는다. 
 
 
■ 폐경의 기원을 찾아
 
왜 어떤 고래는 폐경을 하고 다른 고래는 하지 않는 걸까. 왜 고도의 모계 사회를 이루고 어미와 자식의 유대가 깊은 고래가 폐경을 하는 걸까. 폐경 진화의 기원을 엿볼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케이틀린 카니스키 미국 조지타운대 박사과정생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영국왕립학회보 비(B)’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샤크만에서 남방큰돌고래를 장기 관찰한 결과를 보고했다. 34년 동안 암컷 229마리와 새끼 562마리를 관찰한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폐경을 하지 않는 고래와 폐경을 하는 고래 사이의 중간 형태가 나타났다.
 
m4.jpg» 오스트레일리아 샤크만에서 새끼를 돌보는 남방큰돌고래 무리. 육아 기간이 길기로 유명한 돌고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남방큰돌고래는 새끼 양육 기간이 길기로 유명하다. 김현우 박사는 “샤크만 돌고래는 제주에 서식하는 것과 같은 남방큰돌고래이며, 양육 기간이 길고 자란 뒤에도 어미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근처에 머문다”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 이곳의 남방큰돌고래는 11살 때 처음 새끼를 낳은 뒤 터울이 점점 길어지다가 40대 초반 마지막 출산을 하고 보통 40대 후반에 수명을 다한다. 또 나이 든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는 젊은 엄마의 새끼보다 일찍 죽었다. 늦둥이일수록 수유 기간도 길어졌다. 보통 남방큰돌고래는 4살 때 젖을 떼지만 나이 든 어미의 새끼는 평균 5년 젖을 먹였고, 길게는 8년 넘게 젖을 먹이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늦둥이의 사망 확률이 높으므로 나이 든 어미는 늦게 출산을 하기보다 기존 새끼를 돌보는 것이 낫고, 따라서 오래 새끼를 돌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방큰돌고래의 이런 연장된 새끼 돌보기는 폐경 진화에 필요한 돌봄의 문턱이 어딘지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논문은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roft et al., Reproductive Conflict and the Evolution of Menopause in Killer Whales, 2017, Current Biology 27, 298–304,
 
Theoni Photopoulou et al, Evidence for a postreproductive phase in female false killer whales Pseudorca crassidens, Frontiers in Zoology (2017) 14:30, DOI 10.1186/s12983-017-0208-y
 
Karniski C, Krzyszczyk E, Mann J. 2018 Senescence impacts reproduction and maternal investment in bottlenose dolphins. Proc. R. Soc. B 285: 20181123. http://dx.doi.org/10.1098/rspb.2018.112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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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농단 심판’ 특별재판부 도입 구체적 방안 나왔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7/31 11:33
  • 수정일
    2018/07/31 11: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양승태 사법농단 심판’ 특별재판부 도입 구체적 방안 나왔다

강경훈 기자·강석영 수습기자
발행 2018-07-30 20:09:43
수정 2018-07-30 20:15:00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사법농단 특별법 제정 공청회 현장.
사법농단 특별법 제정 공청회 현장.ⓒ뉴시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사건을 투명하게 심판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구체적인 특별재판부 도입 법안이 나왔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농단 특별법 제정 공청회’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특별재판부 구성을 골자로 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에 관한 특별 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이하 사법농단 특별법) 입법을 제안했다.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사건을 투명하게 심판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구체적인 특별재판부 도입 법안이 나왔다.

기존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통해 배정된 영장전담판사가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된 영장을 심사하고, 또 이를 통해 구성된 재판부에서 사법농단 사건에 관한 재판이 이뤄지게 될 경우 절차적 투명성과 결과의 공정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법안이다.

염 변호사는 “영장 심사를 담당할 전담판사의 선정과 심리를 담당할 재판부 구성 과정에 있어 공정성과 민주적 정당성 및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사법농단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특별법은 ▲압수·수색·검증·체포 및 구속에서의 특별영장전담법관 임명 ▲특별재판부의 설치 및 구성 ▲국민참여재판 의무화 ▲특별재판부의 의견표시 의무화 ▲특별재판부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 구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특별영장전담법관 임명을 규정한 특별법 제7조는 대법원장이 이 사건 수사 단계에서 수사 대상 사건에 관한 압수·수색·검증·체포 또는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심사를 전담할 법관 1인을 추천위 추천에 따라 임명하도록 했다.

이는 수사 단계에서 일반 국민들의 신뢰와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되기 위해 강제수사에 관해서도 특별절차가 확보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조항이다.

또한 특별법 8조는 추천위 추천에 따라 대법원장이 이 사건 1심을 맡을 특별재판부(합의부) 판사 3인을 임명하고, 이들 중 한명을 부장판사(재판장)로 임명하도록 했다.

특별법 10조에 사법농단 사건에 한해 강제적 국민참여재판이 규정돼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조항은 국민참여재판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기존 법률 조항들을 특별법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염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법 5조에 따라 형사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데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관해 어느 사건보다 공정성 확보와 국민 신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이 사건은 필수적인 국민참여재판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법적 근거로는 “국민참여재판의 평등권 침해 여부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재판의 관할은 기본적으로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임을 전제로,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합리적 차별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그 주된 근거 중 하나로 배심원 평결에 기속력이 없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법 11조의 ‘특별재판부의 의견 표시’ 조항은 최종 판결 과정에 관여한 판사들의 개별 의견을 모두 표시하도록 했다. 기존 합의부 판결 과정에서 배석 판사들의 의견을 포함한 합의 과정을 전혀 알 수 없어 판단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던 데 따른 조치다.

또한 영장전담판사와 특별재판부를 추천하는 추천위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9명의 위원은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3명, 해당 법원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3명,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3명을 대법원장이 위촉하도록 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패널들은 대체로 특별법 제정 취지에 동의했다. 다만 위헌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직 법관인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는 특별재판부 구성 조항과 관련해 “특정 사건을 위한 담당 판사 선택 방식의 재판부 구성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며 “실제 이 권리가 침해되지 않더라도 이를 이유로 위헌제청이 예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법농단 사건 재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그 산하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던 판사들과 기타 문건에 기재된 재판거래 의혹 판사들을 대상으로 한다”며 “법원 스스로 저지른 사법농단 사건을 법원 구성원이 재판하는 건 ‘셀프재판’으로 공정성 시비를 부를 수 있다”고 특별재판부 구성의 긍정적 측면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참여재판을 강제한 특별법 조항에 대해서도 “국민참여재판 제도 도입 당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피고인의 의사에 반해 참여재판을 실시할 경우 헌법 제27조 1항에서 정하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침해를 우려해 강제주의 대신 신청주의를 채택했다”며 “의무적 참여재판을 입법할 경우 최종적 합헌 여부 결론과 무관하게 위헌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 시국회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사회는 왕미양 변호사(서울변회 윤리이사)가, 좌장은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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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정기 선생, 3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노제

고 박정기 선생, 3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노제29일엔 추모제 열려.. 마석 모란공원 박종철 열사 옆자리에 안장
이계환 기자  |  k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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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30  11: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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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별세한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 선생의 민주시민장 노제가 31일 오후 2시 30분경 6월항쟁 중심지였던 서울시청 광장에서 치러진다.

   
▲ 박정기 선생 민주시민장 알리미.

4일장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5시 30분 부산시민장례식장에서 발인을 하며, 오전 7시 부산영락공원에서 화장을 한 뒤, 서울로 올라가 동대문 창신동 소재 유가협의 사랑방인 ‘한울삶’에 들렀다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노제를 지낸다.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아들을 가슴에 품고, 이 땅에 다시는 고문으로 목숨을 빼앗기는 아들딸이 나오지 않도록, 당신의 모든 것을 바쳐 싸워 오신 우리들의 아버지 박정기 선생님의 노제가 31일(화요일) 2시 30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다”면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노제를 지낸 뒤에 박종철 열사가 마지막 순직한 대공분실을 돌아 오후 5시경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으로 이동해 박 열사가 누워있는 바로 옆자리에 안장되어 영면에 들어간다.

   
▲ 박정기 선생 빈소 전경. [사진제공-부산대학교 민주동문회 신병륜 회장]
   
▲ 4일장 이틀째인 29일 저녁 8시에 민주시민장 추모제가 부산시민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사진제공-부산대학교 민주동문회 신병륜 회장]

앞서 4일장 이틀째인 29일 저녁 8시에 민주시민장 추모제가 부산시민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4일장 사흘째인 30일에는 서울시청 광장에 분향소가 설치되고, 이날 저녁에는 부산 장례식장에서 추모문화제가 진행된다.

고인은 지난 28일(토) 새벽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한 요양원에 입원해 있다가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로 빈소는 부산시민장례식장에서 4일장으로 치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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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의료민영화 중단 약속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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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07/3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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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3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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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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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의료민영화 중단 약속을 지켜라”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07/30 [22:4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알려진 제주 녹지국제병원’ 찬반 토론회를 시작으로 영리병원 제주 공론조사위 공식 일정이 시작 된 30시민사회단체들이 영리병원 도입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30일 공동성명을 통해 의료민영화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제주 영리병원 도입 역사는 실제 온갖 부정 부패로 얼룩진 역사 그 자체라며 박근혜가 허가하려던 싼얼 병원은 CEO가 각종 부정으로 중국 감옥에 수감돼 허가가 취소됐고, “중국 녹지그룹의 경우제 투자자가 사실상 국내 성형외과병원이 운영하는 서울리거’(首尔丽格‘) 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사업계획서가 취소됐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에 따르면 최근의 녹지그룹의 영리병원 사업계획 역시 미래의료재단이라는 국내 의료법인과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 되고 있다결국 국내 의료기관들이 편법으로 영리병원으로 진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들은 영리병원은 의료민영화의 핵심으로 병원의 공익적 역할을 아예 사적 이익추구 영역으로 내주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주변 의료기관들을 전염시켜 전체 의료비를 올리고 영리화시키는 감염원이라고 평가했다.

 

이들 단체들은 관리 통제가 가능한 공공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민간의료기관이 90퍼센트가 넘는 국내 의료환경은 의료영리화에 매우 취약하다며 제주 영리병원 허용은 중국 부동산 기업인 녹지그룹과 소수 투자자들의 이윤을 위해 제주도민의 의료 이용 환경을 영리화 위험에 내맡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국민들 앞에 제주 영리병원을 반대한다는 공식적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월 11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제주도 원희룡 지사에게 외국의료기관과 관련해 “(문재인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바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라는 회신을 비공식 공문을 통해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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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울 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

 

10년이면 충분하다.

박근혜 적폐의료민영화의 핵심제주 녹지국제영리병원 청산!

문재인 정부는 의료민영화 중단 약속을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

 

오늘(7월 30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알려진 제주 녹지국제병원’ 찬반 토론회를 시작으로 영리병원 제주 공론조사위 공식 일정이 시작된다시민사회는 정말 오랜 기간 동안 영리병원이 가져올 문제들을 지적하며 싸워왔다그 사이 정권이 세 번 바뀌었고녹지국제병원을 국내 영리병원 1호로 허가하려던 박근혜는 국민의 심판으로 감옥에 있다.

 

우리는 지난 정권 하에서 영리병원 도입은 그 자체가 가진 문제 때문에각종 투기와 불법적 문제들이 개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수차례 경고한바 있다그리고 제주 영리병원 도입 역사는 실제 온갖 부정 부패로 얼룩진 역사 그 자체다.

 

첫 번째 박근혜가 허가하려던 싼얼 병원은 CEO가 각종 부정으로 중국 감옥에 수감돼 허가가 취소됐다두 번째 허가하려던 중국 녹지그룹의 경우제 투자자가 사실상 국내 성형외과병원이 운영하는 서울리거’(首尔丽格‘) 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사업계획서가 취소됐다세 번째 녹지그룹의 영리병원 사업계획 역시 미래의료재단이라는 국내 의료법인과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이는 시민사회단체가 애초에 지적했듯이 녹지국제병원은 사실상 국내 의료기관들이 편법으로 영리병원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예견 그대로다.

 

이미 제주도민은 10명 중 7명이 제주에 영리병원 허가를 반대한다고 응답했다영리병원은 의료민영화의 핵심으로 병원의 공익적 역할을 아예 사적 이익추구 영역으로 내주는 것을 의미한다영리병원은 병원에 투자한 부자들에게 더 많은 이윤 배당을 목적으로 한다이 때문에 병원 인건비와 치료에 드는 재료비등을 줄여 의료서비스 질 저하와 그로 인한 사망률까지도 높다건강보험 환자는 받지도 않고의료비가 2배 이상 비싸고미용 성형이나 일부 부유층들의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설립되는 주식회사형 병원을 제주도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문제는 영리병원은 그 병원만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뱀파이어 효과로 알려진 것처럼 영리병원은 주변 의료기관들을 전염시켜 전체 의료비를 올리고 영리화시키는 감염원이다관리 통제가 가능한 공공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민간의료기관이 90퍼센트가 넘는 국내 의료환경은 의료영리화에 매우 취약하다따라서 제주 영리병원 허용은 중국 부동산 기업인 녹지그룹과 소수 투자자들의 이윤을 위해 제주도민의 의료 이용 환경을 영리화 위험에 내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 제주 영리병원이 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를 거치게 된 것은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항의운동 덕분이다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영리병원 허가를 더 밀어붙이지 못했다결국 외국인 환자만 받는 것으로 녹지국제영리병원을 허가하자’ 는 제주도지사의 꼼수는 시민사회에 의해 거부되었고이는 공론조사위원회로 넘어갔다.

 

시민사회단체가 제주 운동본부를 통해 받은 공문서에 의하면 지난 2017년 9월 11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제주도 원희룡 지사에게 외국의료기관(녹지국제병원질의와 관련해, “(문재인)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바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라는 회신을 비공식 공문을 통해 전달한 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우리는 의료 영리화 정책을 중단할 것이라는 약속을 했던 문재인정부가 비공개가 아니라 국민들 앞에 제주 영리병원을 반대한다는 공식적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한다. “의료비 폭등을 야기하는 의료 영리화를 막고공공성을 강화하겠다” 다고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약속이 재확인 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제주지역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의하면중국 녹지자본은 공론조사위원회 참여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영리병원을 유치업자처럼 토론회를 강행중국 녹지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발제자로 나서고 있다제주도 내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도민 찬반 토론회임에도 불구하고 녹지국제병원’ 유치 관련 토론회인 것처럼 일방적 홍보하기를 하고 있다제주도의 편파적 홍보와 불공정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는 영리병원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이번 공론조사위에 반대 토론자로 참여한다제주도의 편파적 권력 남용으로도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제주도민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침묵하도록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제주 녹지국제 영리병원 공론조사위는 제주도민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수 많은 시민들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0년이면 충분하다제주도민의 건강권과 삶의 터전을 지키는 것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의료비 폭등의료서비스 질 저하제주도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의료적폐 영리병원을 청산하라. ()

 

2018년 7월 30

의료민영화 저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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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칼 갈고 있다, 제보자 드러나면 생명 위험"

[스팟인터뷰]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기무사, 정말 쿠데타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조직"

18.07.30 21:32l최종 업데이트 18.07.30 21:36l

 

군인권센터, 기무사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기무사 해체 및 기무사 개혁TF 재구성을 촉구했다.
▲ 군인권센터, 기무사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기무사 해체 및 기무사 개혁TF 재구성을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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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 관련 자료를 즉각 체출 할 것을 지시한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 기무사 정문에서 병사가 근무를 서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 관련 자료를 즉각 체출 할 것을 지시한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 기무사 정문에서 병사가 근무를 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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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가 드러날 경우, 농담이 아니라 정말 암살 당할 수도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기무사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을 폭로한 제보자와 관련된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임 소장은 3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민이 많았지만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면서도 "제보자만큼은 절대 보호해야 한다, 단순히 보호하는 것을 넘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므로 정말 조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제보자는) 복수의 전·현직 기무사 요원들"이라고 전했다.

 

임 소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기무사의 구조, 민간인·군인 사찰, 도·감청, 보안검열을 악용한 병영 통제, 기무사 요원 양성 현황 등을 폭로했다(관련 기사 : "기무사, 노무현 서거 때 박수 환호... 노무현-국방장관 감청도"). 그러면서 "이는 내부 고발과 제보를 통해 확보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서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속보를 본 기무사 요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는 등 충격적인 내용도 터져 나왔다.

임 소장은 "세월호 유족 사찰에, 쿠데타 문건 작성에... 지금 돌아가는 게 말이 안 되잖나, 그러면서 (대령인 100기무부대장이) 장관에게 하극상이나 벌이고 있다"라며 "제보자들은 이런 모습이 군의 질서와 체계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다, 군이 봐도 기무사가 봐도 (지금 상황이) 웃기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무부대가(歌) 가사에 보면 '역사가 우리를 명령하는 날, 범 같이 사자 같이 달려 나가리'라는 내용이 나온다"며 "그렇게 생각하니까 쿠데타 문건을 만드는 거다, 정말 쿠데타가 구조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임 소장과 한 인터뷰 전문이다.

"없애야 할 조직, 그래서 조직도 깠다"
 
군인권센터, 기무사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기무사 해체 및 기무사 개혁TF 재구성을 촉구했다.
▲ 군인권센터, 기무사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기무사 해체 및 기무사 개혁TF 재구성을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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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기자회견에 따르면, 국정원이나 경찰보다 기무사의 정보 수집 정도가 더 촘촘한 것 같다.
"실제 그렇다. 그래서 BH(청와대)가 기무사 정보를 좋아한다. 노 전 대통령은 기무사령관의 독대를 거부했었다. 독대를 하지 않으면 중요 정보를 못 받는다. 노 전 대통령이 그 중요 정보를 안 받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독대 여부와 상관 없이, 기무사 정보 보고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 청와대로 들어간다. 지금은 정보융합실에서 그 일을 한다."

- 기무사가 정보 수집에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기무사의 기능을 한 곳은 일제시대 때부터 있었다. 일제가 소위 사회주의자와 당시 독립운동가들을 감시하지 않았나. 해방되고 나서도 김창룡으로 대표되는 인물이 방첩부대를 통해 그러한 활동을 이어왔다. 예를 들어 6.25전쟁 때 피난민들이 대거 남부지방으로 내려오면, 방첩부대는 '여기에 간첩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명분 하에 검속 활동을 펼치는 거다.

그 논리는 지금도 통용된다. '광화문 인파 안에 간첩이 있을 수 있다'는 논리가 지난 촛불집회 때 작용했을 것이다. 당연히 5.18 때도 그랬다. 그렇게 기무사는 '우리는 항상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중국을 여행한 사람에게 '적성 국가 방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구실로 대공 용의점을 붙이는 것이다. 이런 게 광범위한 사찰을 하기 위한 근거로 작동한다. 그러니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거다."

- 통상 국정원이 정보 수집에 더 강할 거라는 인식이 있는데.
"국정원은 형식적이더라도 감시라는 걸 받는다. 기무사는 뭘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정보기관은 노출이 덜 될수록 위험하다. 오늘 기자회견을 한 것도 기무사를 광장에 내놓기 위함이다."

- 실제로 조직도까지 공개했다.
"조직도 공개에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없애야 할 조직이므로 조직도를 깐 거다."

"기무사, 도둑놈 양성하고 있다"
'촛불 무력 진압' 계획 공개한 임태훈 소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열린 '기무사 세월호 유가족 사찰 및 촛불 무력 진압 책임자 처벌 촉구 긴급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고 있다.
▲ '촛불 무력 진압' 계획 공개한 임태훈 소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열린 '기무사 세월호 유가족 사찰 및 촛불 무력 진압 책임자 처벌 촉구 긴급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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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보를 어떻게 받게 됐는지.
"제보자와 관련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제한된다. 기무사가 지금 칼을 갈며 역추적하고 있을 것이다. 제보자만큼은 절대 보호해야 한다. 농담이 아니라, 제보자가 드러날 경우 정말 암살 당할 수도 있다. 단순히 제보자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부분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 현직 기무사 요원도 있는 건가.
"복수의 전·현직 기무사 요원들이다."

- (제보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제보하게 된 건가.
"세월호 유족 사찰에, 쿠데타 문건 작성에... 지금 돌아가는 게 말이 안 되잖나. 그러면서 (대령인 100기무부대장이) 장관에게 하극상이나 벌이고. 제보자들은 이런 모습이 군의 질서와 체계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다. 기무사가 자충수를 둔 거다. 군이 봐도, 기무사가 봐도 (지금 상황이) 웃기는 거다. 그러니까 해정술(열쇠 없이 문을 따는 기술이다) 같이 세세한 것까지 이야기해준 것 아닌가. 기무학교에서 그런 걸 가르치고 있다는 것 아닌가. 기무사가 도둑놈을 양성하고 있다."

- 제보자들의 증언에는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도 많더라.
"그러고도 남을 조직이다. 장관 알기를 개떡으로 아는데, 노 전 대통령이라고 안 그랬을까. 기무사는 본인들이 역사를 만들어간다고,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 술자리에서 '군대의 쓴맛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한 번 갈아엎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는 것 아닌가. 기무사가 이 시대에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기무부대가(歌) 가사에 보면 나오잖나. '역사가 우리를 명령하는 날, 범 같이 사자 같이 달려나가리.' 그렇게 생각하니까 쿠데타 문건을 만드는 거다. 정말 쿠데타가 구조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추가적으로 폭로할 점이 있나.
"지금도 계속해서 제보가 들어온다. 제보가 축적돼 공개할 만한 정보가 있으면 언론을 통해 공개하겠다. 우리는 무조건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공익에 맞춰 활동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 관련 자료를 즉각 체출 할 것을 지시한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 기무사 정문에서 병사가 근무를 서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 관련 자료를 즉각 체출 할 것을 지시한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 기무사 정문에서 병사가 근무를 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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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그것은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었다

국회의원회관, 7.27 국제토론회에서
▲ 제시잭슨 목사가 7월 27일 오후 1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7.27 국제토론회'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7월 27일 오후 1시 30분부터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사)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이 주관하는 코리아 종전선언, 평화체제 이행에 즈음한 국제토론회가 열렸다.
“미제국, 전쟁의 세계화”라는 주제 아래, “인류에 맞선 긴 전쟁”이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한반도, 중동, 베트남, 남미에 이르는 미 제국의 전쟁범죄가 인도주의에 어긋난 미제국의 대량학살로 점철되었다고 폭로 규탄하였다.

위기를 기회로 – 새로운 평화의 지대로

첫 번째 순서로 최근 방한 중인 미국 인권운동가이자 대선 후보이기도 했던 제시 잭슨 목사가 '특별연설'을 하였다.
제시 잭슨 목사는 “한반도에도 평화의 기회를! 대립과 분열의 벽을 허물고 희망과 통일의 새 다리를 놓자! 정전협정 체결 65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자!”는 취지로 연설했다.
제시 잭슨 목사는 “오늘 한반도 사건은 변화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면서, “강력한 희망과 치유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시간은 우리 편이지만 시계를 되돌리고 냉전을 격화시키려는 역풍”이 있다고 경고하고, “김 위원장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미국과 북한(조선)이 한반도 내, 주변의 핵무기를 제거하고 정상화를 향한 상호조치를 취하는 비핵화에 대한 단계적 접근 방식”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한국을 미국 무기의 최고 구매자로 유지하려는 군산복합체”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틈을 열고 들어가 평화협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고 언급했다.

▲ 황성환 '아메리카 제국의 몰락'(도서출판 민플러스)(구 '제국의 몰락과 후국의 미래')의 저자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근안 “고문은 예술이다”의 원조는 미국

기조연설자로 나선 황성환 저자(‘아메리카 제국의 몰락’, 구 ‘제국의 몰락과 후국의 미래’)는 “제국주의라는 말을 빼놓고는 미국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황성환 저자는 미국 독립선언서가 “자유와 평등”의 정신을 담은 것으로 되었지만, 실제로는 “잔혹한 원주민 학살” 위에서 건국되었고, “흑인 노예체제”로 유지되는 그들만의 자유와 평등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건국이후 곧바로 멕시코에 대한 영토탈취 전쟁에 돌입하여 맥시코 영토 1/3을 탈취한 국가이고, 메인호 폭침을 비롯한 자해공갈극 등 갖은 간계와 폭력을 통해 쿠바와 필리핀을 점령하고 2차대전에 개입하여 세계 최대 제국이 되었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또한 남미에 대한 미국의 침략의 역사를 언급하는 가운데, 잔혹한 고문과 대량학살이 진행된 남미의 참상을 고발했다. 
특히 미 정부가 우루과이 경찰에 파견한 고문기술자 단 미트리온이 “인체의 특정 부위에 적확한 고통을 가하는 것은 예술이다”라고 언급한 점을 두고, 한국에서 악명 높은 이근안 역시 “고문은 예술”이라는 식의 발언과 그 정신세계는 제국주의 미국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리고 실제로 AP통신은 50여 페이지에 달하는 미국의 고문 교본을 공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황성환 저자는 기조연설 말미에서 “미국의 역사는 제국의 역사”, “간계와 폭력의 역사”이고,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으나, 이제 달러체제의 약화 등을 거치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으며, “단지 연착륙인가 경착륙인가 아니면 공중분해인가?”만 남았는데, 그 선택은 “전적으로 미국 자신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 7.27 국제토론회에 참가한 발제자들(왼쪽부터 이병진 외국어대 교수, 신기철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인권평화연구소 소장, 황성환 기조발제자)과 토론사회자(최은아 6.15남측본부 사무처장)

한국전쟁, 전쟁인가 학살인가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인권평화연구소 신기철 소장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 “한국전쟁”은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었다고 지적했다.
신 소장은 지난 2월 발굴된 아산 배방면 민간인 학살 자료를 제출하며, 208명의 시신 가운데, 성인 남성이 23명, 성인 여성이 127명, 어린아이가 58명으로 추정된다면서, 이것이 학살이지 어떻게 전쟁이냐고 물음을 던졌다.
신기철 소장은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서, 이 땅의 민중들이 분단 이후 “적이 된 국민”으로 살아야 했고, 학살의 대상으로 되었다고 하면서, 48년 단독정부 수립 이전 시기의 민간인 학살, 48년 단독정부 수립 이후부터 전쟁 이전 까지의 민간인 학살, 초기 전쟁 전개 과정에서의 민간인 학살, 부역자 처리과정에서의 학살의 사례들을 수도 없이 열거했다.
신 소장은 “비상경비총사령부 정보처 자료에 따르면, 1950년 6월 25일부터 10월 31일까지 4개월 동안 민간인 학살 피해는 106만 명을 넘어선다“면서, ”단순 계산만으로도 군인들 피해의 10배를 넘어선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국전쟁에 대한 국방부의 공식 역사서에는 “마치 인민군이 1백만 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것처럼” 보이려 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사례를 있는 그대로 외국 학자들이 인용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진실은 정반대”였으며,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결과에 의하면, 미국과 이승만 군대는 인민군보다 자국의 비무장 민간인을 학살하는데 더욱 주력”했음을 알 수 있다고 고발했다.

미국의 중동 침탈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침략을 분석한 한국외국어대 이병진 교수는 “미국의 원유수탈 정책”이 “아랍과 중동 인민들의 삶을 황폐화 시켰고, 반미의 싹”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서, 이란 혁명의 중동지역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사우디-미국 군사위원회”를 구축했고, “후세인은 사우디왕으로부터 전쟁자금과 영공 사용 승인을 받고” 이란 침략전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라크-이란 전을 통해 사우디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으나, 이라크는 국력이 피폐해졌는데, 이에 대한 전후지원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쿠웨이트를 침공하게 되고, 결국 미국은 이것을 핑계로 1차 이라크 침략전쟁을 시작했다고 고발했다. 

아프카니스탄 전쟁과 관련하여, 사우디내에 반동적인 와하비즘 세력(이슬람판 재림예수인 마흐디를 주장하는 세력)이 만연했던 것이 오늘날 이슬람 근본주의의 뿌리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교조적인 이슬람 근본주의가 통치명분이었던 사우디 봉건정권이 “나날이 성장하는 극단적인 이슬람주의 운동을 통제할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상황에서 구소련이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하자, 이를 계기로 “파키스탄 정보부의 정보력과 사우디의 재정, 미국의 무기지원이 결합되면서 아라비아 반도의 이슬람 전사들은 막강한 무장조직으로 성장하였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건설업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우디 왕실의 재정도움을 받아 아프간에서 ”알 카에다 조직을 만들어 이슬람 전사들의 후예“들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시리아 내전은 “단순한 종파전쟁이”이 아니라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IS)가 시리아 내전을 틈타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을 점령하게 되자, 시리아 내전의 성격이 세속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 이념대결로 전화되었고, 그 과정에서 이란 대 사우디+카타르+터키 인근의 중동 국가의 대리전이면서, 러시아 대 미국+유럽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화되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미국은 겉으로는 이슬람 국가(IS)를 괴멸시키겠다고 주장하나, 실제 “제1목표는 알 아사드 정권의 붕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토론과 더불어 베트남 밀라이 학살 관련 동영상과 주권방송에서 제작한 아메리카 제국의 침략(아카) 동영상 시리즈 등이 상영되었다.

토론회는 공주대학교민주동문회, 민중당, 민플러스, 사월혁명회, 서울대학교민주동문회, 서울진보연대,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우리학교와아이들을지키는시민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통일의길, 한국전쟁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한국진보연대, A.O.K., 4.9통일평화재단이 공동주최하였다.

참고로 아래 링크를 통해 토론자료 원문을 볼 수 있다.

제시잭슨목사 특별연설문
https://drive.google.com/file/d/1U-8qO6rIJUuOJpaXM5Z6aFXVhzrUwPNq/view?usp=sharing

황성환 기조연설문
https://drive.google.com/file/d/1RW12H0lKIfRGTWOKZkca6waTYOmZIMfN/view?usp=sharing

한국전쟁 전쟁인가 학살인가_신기철
https://drive.google.com/file/d/1LEYlsNXrB5Nc-UlagmLttRkjYH5b8lWI/view?usp=sharing

중동침탈_이병진
https://drive.google.com/file/d/1jNS1sOXOanCIeMHbqQF0I3q7EMSbvcqn/view?usp=sharing

중동침략사례_보론_김장호
https://drive.google.com/file/d/1kdZInTOWK1tEdCP8hIo6QVVxJ3nqnJ8M/view?usp=sharing

아메리카대륙잔혹사_황성환
https://drive.google.com/file/d/1CO7jqFKBtmfSvH2Ok506wgCDslN9bkHd/view?usp=sharing

7.27 토론회 자료집_목차와인사말
https://drive.google.com/file/d/1ywz3X8U7q1tLgiMZQekxdAg5eUfNZq_H/view?usp=sharing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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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장성들이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한 이유

문재인 대통령, 국민을 두려워하는 군대가 돼야 한다
 
임병도 | 2018-07-30 07:59:4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대통령께 대하여 경례. 충성!”

7월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어깨에 별이 달린 군장성 수십 명이 꼿꼿한 자세로 거수경례와 함께 ‘충성’을 외쳤습니다.

원래 청와대에서 열리는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는 아무리 대통령이 있더라도 거수경례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거수경례와 함께 충성이라는 구호까지 나왔습니다. 심지어 군장성들은 대통령이 오기 전에 거수경례와 구호를 연습하기도 했답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장군들이 얼마나 권위적이고,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지 알고 있습니다. 이랬던 그들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관례를 깨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충성 구호까지 외쳤을까요?

문재인 대통령, 계엄령 검토는 불법적인 일탈행위

문재인 대통령은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이 나왔을 때만 해도 ‘계엄 문건이 구체적 실행 계획인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라며 진위 파악이 먼저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사실 관계를 정확히 검토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7일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는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인 일탈 행위이다”라며 강하게 비판을 하고 나섰습니다.

문 대통령이 ‘불법적인 일탈 행위’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내란 음모’처럼 엄청난 범죄 사실로 규정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군을 더는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군을 견제하는 일 뿐입니다. 군장성들 입장에서는 군 통수권자를 잘 따르고 있다는 모양새를 취해야 합니다. 대통령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충성’을 외치게 된 배경입니다.

국방부, 장군 76명 감축하겠다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 군장성과 악수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국방부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방 개혁 2.0 보고를 통해 “현재 436명의 장군 정원을 2022년까지 360명으로 76명 감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장군 숫자는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역대 정부에서 군 장성 감축 계획을 실행하려고 해도 군대 내의 반발로 무산되기 일쑤였습니다.

MB정부도 2020년까지 60명의 장군을 감축하겠다고 국방계획에 포함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흐지부지됐고, 결국 40명 감축으로 축소됐습니다.

과거 정부와 다르게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군장성 감축은 실행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으로 국민 대다수가 장군 감축 계획에 적극 찬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목을 날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한 의지는 승승장구하던 장군들마저도 몸을 사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국민을 두려워하는 군대가 돼야 한다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개혁 2.0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 회의는 ‘국방개혁 2.0, 유능한 안보 튼튼한 국방’ 보고대회와 함께 열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부가 마련한 ‘국방개혁 2.0’에 대해 “군 스스로 조직의 명운을 걸고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이 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임해 주시길 바란다”라며 아래와 같이 당부했습니다.

첫째, 질적으로 강한 군대를 건설해야 합니다.
둘째, 스스로 책임지는 국방 태세를 구축해야 합니다.
셋째, 스마트 국방, 디지털 강군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넷째, 누구보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군대가 되어야 합니다.

기무사가 박근혜 탄핵을 막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계엄령 문건을 만들고 내란음모를 계획했지만, 실행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100만이 넘는 국민들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국민의 힘이 무서운지 알았습니다. ‘누구보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군대가 되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군장성들은 결코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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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구두약속, 세상을 바꾸는 격변의 기폭제

[개벽예감 308] 비공개 구두약속, 세상을 바꾸는 격변의 기폭제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07/30 [08:43]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미국군 유골송환은 언제나 전승역사와 연관된다

2. 단독회담 중에 비공개 구두약속 있었다

3. 백악관 발등에 떨어진 불덩이의 정체

4. 통일을 위해서라면 9억 달러짜리 시설도 아깝지 않다

5. 3단계로 도약한 조선, 2단계 진입 주저하는 미국

 

 

1. 미국군 유골송환은 언제나 전승역사와 연관된다 

 

2018년 7월 27일, 이 날은 조선에서 국가명절로 경축하는 전승절이고, 미국에서는 기억하기 싫은 패전일이다. 미국인들은 조미전쟁에서 조선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했다는 조선의 역사인식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조선의 표현을 빌리면, “공화국 남반부를 무력으로 강점한 미제침략군이 공화국 북반부까지 강점하려고 추종국 군대들을 거느리고 전면전을 도발하였으나, 조선의 군대와 인민은 북침공격을 저지하고 정전협정을 항복의 표시로 받아냈다”는 것이다. 

 

조선에서 전승 65주년을 맞은 지난 7월 27일 오전 6시경, 오산미공군기지를 이륙한 미국 제11공군 산하 제15비행단 소속 C-17 글롭매스터(Globemaster) 수송기 한 대가  원산국제비행장에 착륙하였다. 6.25전쟁 중 사망한 미국군 유골 55구가 담긴 유골함들이 수송기에 실렸다. 유골함을 실은 수송기는 곧바로 이륙하여 오전 11시경 오산미공군기지로 돌아갔다.  

 

지난 시기 조선은 판문점에서 육로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었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원산에서 항로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었다. 왜 판문점이 아닌 원산에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었을까? <사진 1>

 

▲ <사진 1> 조선에서 전승 65주년을 맞은 2018년 7월 27일 미국 제11공군 산하 제15비행단 소속 C-17 수송기는 원산국제비행장에서 6.25전쟁 중 사망한 미국군 유골 55구가 담긴 유골함 55개를 싣고 오산미공군기지로 돌아갔다. 이 사진은 오산미공군기지에 착륙한 수송기에서 유골함을 내리는 장면이다. 지난 시기 조선은 판문점에서 육로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었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원산에서 항공로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었다. 왜 판문점이 아닌 원산에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었을까?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원래 조선은 전승절 65주년을 맞아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려고 계획하였다.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정전협정은 조미전쟁에서 패한 미국에게서 받아낸 첫 번째 항복의 표시이고, 종전선언은 조미핵대결에서 패한 미국에게서 받아낼 두 번째 항복의 표시이므로, 조선은 첫 번째 항복을 받아낸 곳에서 두 번째 항복도 받아내려고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자기가 조선에게 항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너무 싫었고, 그래서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종전선언 발표를 뒤로 미루었다. 미국의 지연전술 때문에 종전선언 발표와 유골송환은 뒤로 미루어졌으나, 조선은 미국의 지연전술을 무력화시키고 오는 8월 중에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나머지 유골을 추가로 송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조미전쟁에서 패한 미국에게서 항복의 표시로 정전협정을 받아낸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미국군 유골을 송환하여야 마땅하므로, 종전선언을 발표하지 못한 채 미국군 유골만 넘겨주게 된 이번에는 판문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고, 다음번에는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을 발표하면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려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은 이미 발굴된 미국군 유골 200여 구 가운데서 55구 유골만 1차로 넘겨주었고, 나머지 150여 구 유골은 판문점에서 추가로 넘겨주려고 남겨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은 왜 평양국제비행장이 아닌 원산국제비행장을 송환장소로 택했을까? 원산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8년 1월 23일 조선인민군이 원산 앞바다를 침범하여 첩보활동을 벌이던 미국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나포하여 끌어갔던 전승기억이 남아있는 항구도시다. 조선은 30여 년 동안 원산항에 푸에블로호를 전시하였다가, 1999년에 평양 대동강변으로 옮겼고, 지금은 2013년 7월 28일에 개관한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보통강변 옥외전시장에 전리품으로 전시하였다. 판문점에서도 원산에서도 조선의 유골송환은 언제나 조선의 전승역사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래 미국군 유골송환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 확대회담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요청하여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기된 것이므로, 백악관은 송환당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조선이 미국군 유골을 송환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이행한 것이라고 지적하였지만, 그런 지적은 백악관의 일방적인 시각만 생각한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백악관의 일방적인 주장을 따르는 편중보도로 유골송환의 진실을 가렸지만, 유골을 송환한 당사자는 미국이 아니라 조선이므로 유골송환의 의미는 조선의 시각에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조선의 시각에서 유골송환을 바라보면,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한 조선이 그 대결에서 패한 미국에게서 항복의 표시로 종전선언을 받아내기 위해 우선 미국군 유골 55구를 1차로 송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단독회담 중에 비공개 구두약속 있었다

 

2018년 7월 24일 미국 쌘프랜시스코에 있는 스탠퍼드대학에서 미국-오스트레일리아 외교-국방장관회담이 진행되었는데,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국무장관이 주목할 만한 발언을 하였다. 그는 취재기자로부터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를 시작하였다는 미국의 언론보도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을 때,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는)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에 완전히 부합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구두로 약속했다”고 답변했다.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한 것은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행에서 중요한 계기이므로 아래에서 자세히 논하려고 하는데, 우선 팜페오 국무장관의 답변에서 주목되는 것은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두로 약속하였다는 사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공동성명 이외에 공개되지 않은 구두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두 정상이 단독회담에서 나눈 구두약속은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들어있지 않은 비밀사항이어서 구두약속이 실행되기 전에는 두 정상 이외에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고, 더욱이 두 정상 간의 비공개 구두약속은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격변의 기폭제이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쎈토사섬에서 진행된 단독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구두약속을 나누었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도 2018년 7월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진행된 단독회담에서 비공개 구두약속을 나누었다. 비공개 구두약속의 중요성을 간파한 트럼프의 정적들은 조미정상 단독회담의 비공개 구두약속과 미러정상 단독회담의 비공개 구두약속을 모두 세상에 공개하라고 백악관에 요구하며 소란을 피웠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공화국 쎈토사섬에서 진행된 조미정상 단독회담을 시작하기에 직전 취재기자들 앞에서 발언하는 장면이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에서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구두약속을 나누었다. 두 정상 간의 비공개 구두약속은 모두 10가지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 구두약속은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격변의 기폭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나는 2018년 6월 18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트럼프가 말하지 않은 조미정상회담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비공개 구두약속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였다. “단독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가 실현되는 것에 상응하여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철군조치에 상응하여 비핵화를 실현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하였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5년 동안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진 핵대결의 내면을 파헤치면,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독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비공개 구두약속, 다시 말해서, 주한미국군의 완전한 철수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단계별-동시적 행동원칙에 따라 실현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조선이 이행하려는 중대조치가 실행되기 시작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회담에서 나눈 구두약속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다섯 가지 중대사안을 구두로 약속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이행순서대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 

- 종전선언 발표 

- 평화협정 체결 

- 대조선 경제제재 해제 

- 주한미국군 철수

 

미국이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구두약속을 순차적으로 이행하면서 대조선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각 분야별 교류를 추진하게 되면, 조선과 미국은 국교수립이라는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단독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섯 가지 중대사안을 구두로 약속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이행순서대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핵시험 및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

- 미국군 유골송환 및 발굴 

-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 녕변흑연감속로 해체 

- 핵확산금지조약 복귀 

 

조선이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구두약속을 순차적으로 이행하면서 대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각 분야별 교류를 추진하게 되면, 조선과 미국은 국교수립이라는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 구두약속 가운데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기로 한 약속만 실행에 옮겼고, 종전선언을 발표하기로 한 약속은 뒤로 미루었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공개 구두약속 가운데 핵시험 및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하기로 한 약속을 이미 이행하였고, 지금은 미국군 유골을 송환, 발굴하기로 한 약속과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로 한 약속을 동시에 이행하기 시작하였다는 사실이다.

 

백악관이 지연전술을 쓰는 바람에 조미정상 단독회담에서 이루어진 비공개 구두약속을 이행하는 속도가 약간 늦어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두 가지 구두약속을 순차적으로가 아니라 동시에 이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사정은 미국의 지연전술이 무력화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행시간표가 예정대로 실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3. 백악관 발등에 떨어진 불덩이의 정체

 

2018년 6월 25일 미국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북조선이 여전히 핵분열물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짤막한 발언이었지만, 조미관계의 깊숙한 비밀공간에서 그 발언의 의미를 건져 올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새로운 대조선정책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연방상원 외교위원회의 눈치를 살피며 발언수위를 조절해야 하였던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에서 여전히 핵분열물질이 생산되고 있다고 말한 것은, 극도로 민감한 문제를 슬쩍 덮고 넘어간 임기응변이었다. 임기응변을 발휘한 팜페오 국무장관의 머릿속에는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차마 꺼내놓지 못한 말이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조선에서 여전히 핵무기가 생산되고 있다는 말을 차마 꺼내놓지 못했던 것이다. 

 

핵분열물질은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물질이므로, 조선에서 핵분열물질이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는 말은 핵무기가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는 뜻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조선에서 핵분열물질만 생산되고 핵무기는 생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조선의 핵무기생산체계를 알지 못하는 착오다.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그와 동반적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완전히 실현되는 날까지, 조선이 핵분열물질 생산과 핵무기 생산을 멈춰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럴 의무도 없다. 왜냐하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기 이전에 조선이 핵분열물질 생산과 핵무기 생산을 점차적으로 축소한다고 합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조선에게 핵분열물질 감산과 핵무기 감산을 기대할 수도 없고, 요구하지도 못한다. 미국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조선의 점차적인 핵감산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것은 커다란 허점이었다. 미국은 조선의 점차적인 핵감산 문제를 협상에서 제기하지 않은 실수를 후회하면서, 그 무슨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느니, 영구적이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PVID)라느니, 최종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느니 하는 괴상한 개념들을 조작, 유포하면서 도저히 실현될 수 없는 허상에 한 눈을 팔았다. 미국은 실책을 범했다. 조선의 핵무기생산체계에서 끊임없이 울려나오는 기계동음이 백악관의 속을 바작바작 태우고 있다. 백악관은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는 날까지, 조선의 핵무기생산체계를 생각할 때마다 속이 바작바작 타들어갈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6년 3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한 소식을 보도한 조선의 언론보도에 나오는 현장보도사진들 가운데 하나인데, 공식명칭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대륙간탄도미사일 6기가 놓여있다.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그와 동반적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는 날까지, 조선은 핵무기생산체계를 멈춰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럴 의무도 없다. 왜냐하면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기 이전에 조선이 핵분열물질 생산과 핵무기 생산을 점차적으로 축소한다고 합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는 날까지, 조선의 핵무기생산체제를 생각할 때마다 속이 바작바작 타들어갈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은 평안북도 녕변에 있는 핵시설단지에서 가동되는 흑연감속로에서 핵물질을 연소하고 그것을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하여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는데, 그 생산량은 연간 5kg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 안에 건설하여 2010년에 세상에 공개한 우라늄농축시설에서 제조되는 고농축우라늄을 가지고 대부분의 핵무기를 생산한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8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의 핵탄두 보유량은 2017년 7월 28일을 기준으로 최대 60발에 이른다고 하는데, 2017년 6월 27일 서울에서 진행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미국의 핵과학자 씩프릿 헥커(Siegfried S. Hecker) 박사는 조선의 연간 핵탄두 생산량이 6~7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였다. 그의 추산에 따르면, 조선은 핵탄두를 2개월마다 1발씩 계속 생산하는 중이다. 

 

그러므로 조선의 핵무기 생산을 중지시키는 것은, 백악관 발등에 떨어진 불덩이를 끄는 것처럼 화급한 문제다. 백악관이 자기 발등에 떨어져 타들어가는 불덩이를 화급히 끄려면, 조미정상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눈 구두약속을 꾸물거리지 말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런데도 조미고위급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지연전술을 들고 나와 종전선언 발표를 뒤로 미룬 것은 발등에 불덩이가 떨어져 타들어가는 백악관의 화급한 처지를 망각한 처사였다. 

 

 

4. 통일을 위해서라면 9억 달러짜리 시설도 아깝지 않다

  

2018년 7월 23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38노스(North)>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자료를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2018년 7월 20일과 22일에 각각 촬영된 그 위성사진자료들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해체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업위성이 7월 20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자료에서 해체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이 보인 것은, 그 해체작업이 그보다 며칠 전에 이미 시작되었음을 말해준다. 또한 평소에 조선을 지속적으로,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미국 첩보위성이 상업위성보다 앞서, 더 세밀하게 해체작업현장을 포착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7월 24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해외참전노병 전국대회에서 연설하면서 “북조선이 핵심적인 미사일시험장(서해위성발사장을 뜻함-옮긴이)을 해체하는 절차를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진들이 나왔다. 우리는 그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그가 연설하기 전날인 7월 23일에 <38노스> 보도기사에 실린 위성사진자료를 보고나서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이 시작되었음을 비로소 알게 된 것처럼 말한 것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7월 23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38노스>에 실린 상업위성사진자료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위성발사시설들이 해체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는 조미정상 단독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두로 약속한 중대조치들 가운데 하나다. 2011년 말에 완공된 서해위성발사장은 9억 달러짜리 현대식 위성발사시설이다. 지금 조선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그런 위성발사시설을 주저없이 해체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8년 7월 6일과 7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을 마친 팜페오 국무장관은 7월 8일 일본 도꾜에서 한미일 3자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하였는데, 회담 직후에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북조선이 미사일시험장(서해위성발사장을 뜻함-옮긴이)을 해체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약속해온 그 문제에 관해 (조미고위급회담에서) 논의했다. 중요한 시기에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이) 시작될 것인데, 곧 시작된다니 희망적이다. 이것은 비핵화를 향한 행동에서 중요한 사건이며, 그들의 목표를 이행하는 데서 좋은 발걸음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팜페오 국무장관의 이 발언은, 조미고위급회담 중에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 단독회담에서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재확인하고, 2018년 7월 20일 직전 어느 날부터 해체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통보하였음을 말해준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미고위급회담 결과를 보고받고 조선이 7월 20일 직전 어느 날부터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7월 24일 해외참전노병 전국대회 연설에서 마치 그 전날 처음 알게 된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었던 것이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지난 7월 8일 도꾜에서 진행된 3자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조선이 “미사일시험장”을 곧 해체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는 보도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서해위성발사장 경내에 있는 대륙간탄도탄엔진분사시험장이 해체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위성사진자료를 분석한 <38노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대륙간탄도탄엔진분사시험장과 함께 위성발사시설도 해체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을 해체하는 것은 응당한 조치로 되지만, 서해위성발사장 전체를 해체하는 것은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그런가?

 

서해위성발사장은 2011년 말에 완공되었다. 250만 평방미터(76만평)에 이르는 방대한 부지에 현대식 시설들이 들어섰다. 2012년 3월 31일 <조선일보>는 서해위성발사장 건설비용이 약 8억 5,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한국 정보당국의 추산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완공 이후에도 조선은 서해위성발사장 시설을 더욱 확충, 보강하였으므로, 서해위성발사장 총건설비는 9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이 9억 달러를 들여 건설한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한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서해위성발사장이 9억 달러에 이르는 건설비로 산출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가치를 지닌 시설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만일 서해위성발사장이 없었다면, 1998년 8월 31일 조선이 첫 인공위성을 동해위성발사장에서 쏘아올린 때부터 오늘까지 20년 동안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기울여온 국가우주개발사업도 성과적으로 추진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우주개발은 위성발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사진 5>

 

▲ <사진 5> 위쪽 사진은 2016년 2월 7일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탑재한 위성운반로켓 은하가 서해위성발사장 수직발사대에서 거대한 화염과 굉음을 내뿜으며 우주공간으로 날아오르는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구관측위성을 탑재하고 수직발사대로 이동하기 직전 조립시설 작업장에 가로놓인 위성운반로켓 은하의 동체를 손으로 쓰다듬고 있는 장면이다. 이 사진이 말해주는 것처럼, 조선이 국가우주개발사업에 기울인 노력과 열정은 대단하고, 우주강국건설의 꿈은 원대하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이 지난 2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국가우주개발사업을 스스로 중단하는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8천만 민족의 절절한 염원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국가우주개발사업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로 결심하였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앞당겨 이른 시일 안에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있어서 국가우주개발보다 더 중대하고 고귀한 과업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이 국가우주개발사업에 기울인 노력과 열정은 대단하다. 조선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제1차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자기의 우주과학기술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13년 4월 1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는 제12기 제7차 회의에서 국가우주개발국(NADA) 창설을 결의하였고, 우주개발법을 채택하여 우주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였다. 조선에서는 국가우주개발국 이외에도 민간단체인 조선우주협회가 2016년에 조직되어 해마다 우주과학기술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우주강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리하여 조선은 2022년까지 정찰위성, 통신위성, 위치관측위성을 연속 쏘아올려 독자적인 위성항법체계(GPS)와 지리정보체계(GIS)를 구축하기 위한 우주개발의 길에 나섰던 것이다.  

 

2016년 8월 4일 미국 통신사 <AP>는 조선의 국가우주개발국 현광일 과학연구실장이 2016년 7월 28일 <AP> 특파원과 현지에서 진행한 대담을 실었다. 대담에 따르면, 조선의 우주과학자들은 제2차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2020년까지 완수하고, 그 다음에는 달탐사위성을 쏘아올려 달표면에 공화국 깃발을 꽂으려고 구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이 국가우주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데서 없어서는 안 될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다니, 지난 20년 동안 국력을 기울여 추진해온 국가우주개발사업을 이제 와서 중단하려는 것인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는 심각하고, 중대한 결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만이 내릴 수 있으므로, 지난 7월 20일 직전에 시작된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정에 따른 조치인 것이다.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1)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는 조선이 지난 2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오는 국가우주개발사업을 스스로 중단하는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8천만 민족의 절절한 염원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얼마나 강고하고 강렬한 것인지를 말해준다.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앞당겨 이른 시일 안에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있어서 국가우주개발보다 더 중대하고, 고귀한 과업이다.    

 

(2)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앞당겨 이른 시일 안에 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조선이 국가우주개발사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지만,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머지 않은 장래에 한반도에 통일공화국이 세워지면, 분단체제 아래서 남과 북이 각각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온 우주개발사업이 하나로 통합될 것이며, 통일공화국의 국가우주개발사업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추진력과 추진속도로 비약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우주개발전략은 통일공화국에서 실현될 원대한 우주개발전략으로 확대되었다. 통일공화국의 우주과학자들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보다 지리적으로 훨씬 더 유리한,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에서 최첨단 위성들을 우주공간으로 연속 쏘아올리며 신흥우주강국의 위용을 떨칠 것이다. 8천만 우리 민족에게 조국통일은 다른 모든 분야들에서도 그러하지만 특히 우주개발분야에서 경이로운 신기원을 이루는 대사변을 일으킬 것이다.   

 

 

5. 3단계로 도약한 조선, 2단계 진입 주저하는 미국 

  

2018년 7월 24일 미국 쌘프랜시스코에 있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진행된 미국-오스트레일리아 외교-국방장관 직후 공동기자회견장에 나타난 팜페오 국무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에 따라 미사일엔진시험장(서해위성발사장을 뜻함-옮긴이)이 해체되는 경우, 미국은 해체작업현장에 사찰원들을(inspectors) 보내게 해달라고 (조선에게) 요구해왔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위에 인용된 팜페오 국무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미국은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할 때, 사찰단을 현장에 파견하는 검증문제를 조선에 제기했으나, 조선은 그런 검증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강도적인 검증요구”는 조선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체험적으로 잘 아는 미국은 통하지도 않을 검증요구를 그만 제기하고, 조미정상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눈 구두약속을 성실히 이행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회담에서 나눈 구두약속은 단계별-동시적 행동원칙에 따라 이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두 정상의 구두약속 이행과정이 어느 단계까지 진전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공화국 쎈토사섬에서 진행된 조미정상 확대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다. 그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중대한 구두약속을 나누었고, 역사적인 공동성명을 채택, 발표하였다. 그런데 그 구두약속을 이행하는 조선의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미국의 속도는 한참 느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은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된 때로부터 6개월 안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평화협정이 체결된 때로부터 1년 뒤에 주한미국군을 철수시키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대격변의 시간표는 온갖 장애를 넘어 힘있게 실행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시험 및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이미 조미정상회담 직전에 이행하였고, 그에 상응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조미정상회담 직후에 이행하였다. 이것은 조선과 미국이 비공개 구두약속을 이행하는 1단계를 이미 넘어섰음을 말해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미국군 유골을 송환하기로 한 구두약속과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동시에 이행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비공개 구두약속을 이행하는 2단계와 3단계에 각각 순차적으로 진입하지 않고, 한꺼번에 동시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 것만큼 이행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이고,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은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된 때로부터 6개월 안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평화협정이 체결된 때로부터 1년 뒤에 주한미국군을 철수시키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간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조미관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는 대격변이 일어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발표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2단계에 진입하지 못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은 2단계와 3단계에 동시에 진입하였는데, 미국은 2단계에 아직 진입하지 못하였으니 조선의 이행속도와 미국의 이행속도는 격차를 보인다. 피동에 빠진 미국이 조선의 주동적인 조치를 따라가려면, 종전선언을 발표하기로 한 구두약속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동시에 이행할 필요가 있다. 조선의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은 일정한 시간을 요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해체작업이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조선의 핵무기생산체계는 오늘도 여전히, 지속적으로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조선의 핵무기 생산을 중단시켜 한반도 비핵화를 하루빨리 실현하려면,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종전선언을 발표하기로 한 구두약속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동시에 이행하여 추진속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 추진속도를 높여 비공개 구두약속을 신속히 이행하는 것은 조미 양국의 공동이익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일이므로,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용단을 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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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분단 때문에 주눅 들어, 통일이 해결책”

<인터뷰> 이경자 (사)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계환.조정훈 기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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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29  20: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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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자 이사장은 달변이었다. 어떤 질문이든 막힘이 없었다. 목소리는 낭랑하고 소프라노였다. 손 제스처와 몸짓도 삼가지 않았다. 답변은 단호했고 추호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경자 (사)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처음부터 그는 달변이었다. 한국작가회의에 최초로 여성 이사장이 된 것을 축하한다고 하자, 대뜸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 변화를 역사적 관점에서 일장 풀어놓았다. 이후 어떤 질문이든 막힘이 없었다. 목소리는 낭랑하고 소프라노였다. 손 제스처와 몸짓도 삼가지 않았다. 답변은 단호했고 추호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 이사장은 한국문학의 현황에 대해 “한국문학이 그동안 주눅 들어있었다”면서, 그 이유로 분단을 들었다. “분단이 우리를 알게 모르게 짓눌렀기 때문”에 “작가가 감수성을 세계화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응축”됐다는 것이다. 예술가들 정신에 식민지, 반공법, 6.25, 분단 등등이 ‘얼음’처럼 박혀있다는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 당연히 분단문제 해결을 들었다. 분단문제가 해결되면 “작가는 우리의 현실을 더 자유롭고 생기발랄한 언어와 문장, 문체로 표현해 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문학은 세계성을 갖게 되는 것”이기에 “작가들에게도 통일은 너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야 “우리 문학이 주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서 “그래서 세계성을 띨 수 있고. 그래야 제대로 된 언어로 분단문제, 민족문제를 다루고, 나아가 역사를 반추하면서 일제식민지, 4.19, 5.16쿠데타 이런 걸 다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2007년 당시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민족’을 떼고 한국작가회의로 명칭을 바꿀 때 “찬성”했다면서, 분단문제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민족문학보다는 그냥 한국작가회의라고 하는 게 훨씬 더 포괄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하는 게 세계성을 띤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특히, 이 이사장은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단어로 표현하면 행복, 기쁨, 자부심 그리고 해방”이라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민족문제에 대해서는 “민족문제는 문재인과 김정은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며 우리 모두가 함께 나서 관심 갖고 풀 것을 제의했다. 

올해 초부터 한국사회를 강타해 홍역을 치른 문단 내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고은 시인이 활동하던 시대와 지금은 문화가 달라졌다면서 “고은 선생을 작가회의로부터 떠나게 해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이사장으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으로서의 역할에도 애정을 표했다. 그는 “(한국작가회의가) 내가 (이사장으로) 있는 존재만으로도 변화를 느끼는 것 같다”면서 “내 기질이나 분위기만으로도 회원들이 엄마에게 느끼는 편안함, 누나에게서 느끼는 친근함, 그런 걸 느끼는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도 좋다”고 만족해했다. 나아가 그는 “이경자가 작가회의 이사장하면서, 작가회의가 참 따뜻하고 부드러운 조직, 수평적인 조직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첫 번째 욕심”이라며 “작가회의는 권력 단체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의 문학이 주로 분단문제와 여성문제 등 한국사회의 근본문제를 다룬 것에 대해 “내 기질과 비슷한 것 같다”고는, 고향인 강원도 양양을 ‘강원도의 전라도’라고 하며, 양양에 있는 조산을 두고 ‘양양의 모스크바’라고 했다며 자신의 삶과 기질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 6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 소재 (사)한국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열렸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한국작가회의, 내가 이사장 된 존재만으로도 변화를 느끼는 것 같다”

□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 : 지난 2월 한국작가회의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첫 여성 이사장이다. 늦게나마 이사장에 취임한 것을 축하한다.

■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 고맙다.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함축된 상징성이 있다. 그동안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한 번도 변화의 중심에 서본 적이 없다. 물론 196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 수공업 노동자, 그리고 미군이 한국에 왔을 때 양색시, 그 전에 일제시대 때 정신대 성노예 이런 게 있었지만, 그건 다 주류 남성들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 부수적인 존재였다. 

이어 한일협정반대 6.3데모니, 유신반대, 그리고 끝없이 통일을 주장하는 통일운동세력들, 그 다음에 전태일과 전태일을 통한 노동자들의 사회적 대각성에 따른 노동자 대투쟁, 그리하여 80년대 중반에 여성 노동자들의 자기 각성이 일어났지만 그건 거의 상징적 수준이었다. 여성이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소수의 여성들만이 역사의 무대에 조금 등장한 정도였다.

   
▲ 지난 2월 10일 한국작가회의 총회에서 이사장 취임인사를 하고 있는 이경자 소설가. 왼쪽은 신임 사무총장 한창훈 소설가. [사진제공-한국작가회의]

이제 비로소 여성이 인간화, 주체화에 대해서 각성하게 되었는데. 그 각성한 것이 소수 지식인 여성이나 소수 엘리트 여성들이 아니라 일반 여성들의 의식 속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20대 젊은 여성부터 말이다. 이런 것은 마치 누군가가 사회를 이념적으로 주도하는 계층에서 선도해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발성을 가진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문화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올해 들어 누군가 불을 지폈다.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내가 작가회의 이사장이 된 것은 이 시대에 필요한 능력을 가져서가 아니다. 이 시대 한국사회는 남성적인 것, 남성문화에 알게 모르게 피로가 쌓인 사회인 것 같다. 그래서 국가나 사회. 가정이나 개인 등 총체적인 분야에서 남성이라고 지칭되는 군사문화, 폭력문화, 위계문화, 가부장문화, 싸움으로 해결하는 것 등, 이런 것들에 대해서 진저리가 난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점에 나이로 보나, 등단한 경력으로 보나, 작가회의에서 꾸준히 회원으로 역할 해온 것 등이 집약에 돼서 이사장이 된 것 같다.

□ 여성의 지위 역할의 변화과정을 설명하셨는데, 이게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변화라고 볼 수 있겠다.

■ 그렇다. 

□ 문단에도 남성이 많고 남성 위주로 돌아갈 테니까.

■ 특히, 한국작가회의는 내부에서 그런 문화가 지배했건 아니건 상관없이 외부에서는 굉장히 남성적이고 권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나 기질이라는 게, 권력을 싫어하고 또 군대 문화나 가부장 문화 같은 거 근본적으로 반대하기에 내가 있는 존재만으로도 변화를 느끼는 것 같다. 내 기질이나 분위기만으로도 회원들이 엄마에게 느끼는 편안함, 누나에게서 느끼는 친근함, 그런 걸 느끼는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도 좋다. 기쁘다.

□ 지금 이사장 되신지 몇 개월?

■ 4개월 됐다. 

□ 한국작가회의에서 아직 큰 변화가 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겠다.

■ 아니다. 변화가 있다. 왜냐하면 조직이 옛날과 조금씩 달라졌기 때문이다. (옆 책상을 가리키며) 여기 우리 한창훈 소설가가 사무총장인데, 작가회의는 이 사람이 다 꾸려가고 있다. 내가 작가회의에 들어와 조직개편을 했다. 그래서 그동안 권위적인 것으로 비친 사무국에서 그런 권력적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작가회의에는 2,700명 회원이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데, 중앙에서 내려가는 수직이 아니라 그 회원들에게 역할을 고루 분배하는, 수평적 조직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조직을 개편했다.

□ 4개월 만에 그런 변화가 있었다면,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 이사장 임기가 2년이다. 계속 변화하지 않으면 지루해질 것 같다.

“민족문제는 문재인과 김정은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 

□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서 민족문학작가회의로, 오늘날 한국작가회의로 명칭이 변경돼 왔다. 각 명칭에는 그 시대를 반영한 정체성이 있을 것 같다. 단체 이름에 자유실천, 민족문학, 한국이 각각 들어간 이유를 설명해 달라.

■ 한국작가회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창립된 게 1974년이다. 그때 유신반대로부터 시작했다. 당시 우리는 80년대까지는 모두 모여서 농성하고 데모하러 다녔다. 

그때 우리는 독자나 사회가 우리 작가를 통해 무엇을 요구하는지 귀 기울였다. ‘자유’를 실천하고 자유가 무엇인가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가 변해서 ‘민족문학’ 하자고 했다. 그리고 자유와 민족을 지나서 지금 ‘한국’작가회의가 가장 중요한 이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분단된 조국에서 분단현실을 인식하거나 자각하지 않으면 작가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민족문학’이라고 하면 우리끼리만 하는 것 같다. 문학은 우리의 분단현실을 자각하고 그걸 개선하려고 하고, 또한 분단으로부터 생기는 모든 비극이나 억압과 차별들을 극복해내는 것이다. 문학적으로 극복해내는 것, 문학적으로 드러내는 것, 이런 것들은 결국 세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분단도 폭력이지 않은가. 거대한 폭력의 산물이다. 

지금 자본주의 사회 여러 군데에서 폭력이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의 삶을 억압하는데 우리가 분단을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민족이라는 말에 갇히지 않고, 더 민족문제를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민족문제를 떼고서는 우리 현실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단문제로 인해 우리 내면에서 국가보안법을 의식하고, 분단된 반쪽을 끝없이 의심하고 밀어내고 배척해야 하고 증오하지 않으면 애국자가 아닌 것 같은 왜곡된 심성이 길러지고 있다. 분단문제로 생긴 노이로제 때문에 남한 모든 사람들의 심성이 왜곡되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런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민족문학보다는 그냥 한국작가회의라고 하는 게 훨씬 더 포괄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하는 게 세계성을 띤다는 게 내 생각이다.

□ 2007년 당시 제 기억에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민족’을 떼고 한국작가회의로 명칭을 바꿀 때, 1년여 시간을 끈 걸로 안다.

   
▲ "민족문제는 나의 문제이다. 민족문제는 문재인과 김정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제, 나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이름 바꾸는 것, 명패를 바꾸는 것에 나는 그때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문학은 인간을 위한 것이다. 체제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인간을 위한 것인데 당장 밥상 위에 분단이 있어서, 그것을 드러내면서 우리의 문제를 드러내면서 어떻게 세계성을 띨 수 있을까가 작가들의 고민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진취성과 만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작가회의라는 게 무슨 누군가의 독재성을 갖고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라서, 가능하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쓴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걸렸다.

□ 반대가 심했다는 말씀이다.

■ 반대가 많기는 했다. 하지만 작가회의로 이름을 바꾸는 것에 설득되거나 못마땅해도 받아들이거나 그렇게 된 거다. 인삼 녹용도 체질적으로 안 맞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떤 이념이나 헌장 같은 것들이 누구에게나 다 맞겠는가. 

□ 그런데 아직도 민족에 대한 희망, 민족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 작가회의도 그렇고 나도 엄청 그렇다.

□ 단체 이름에 ‘민족’이 빠진 것 자체를 불순하게 보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 그건 오해다. 

□ 지난 3월 문단 일부에서 민족작가연합이 창립됐다. 민족작가연합은 강령에서 일제시대에는 저항의 문학을 지향해야 했듯이 분단시대에는 통일의 문학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 바른 작가의 사명이라 했다. 그래서 ‘민족’을 넣었다는 의미다. 이는 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민족문학’이 빠진 것에 대한 반발로 보여진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향후 양 단체의 관계 설정은?

■ 나도 그 단체에 참가한 작가들의 명단을 봤다. 그리고 주축인 작가들을 광주에서 만났는데, 이 분들이 딱히 우리 한국작가회의에 대해서 대척점에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작가회의의 40년 넘는 역사에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있어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수고들이 있었다. 여기에 오기까지 우리 작가회의에 계신 분들 중에서 투옥되고 고문 받은 분들이 많다. 그리고 그분들의 투옥과 고문에 대해서 후배 작가들의 존경과 위로를 위한 노력의 역사가 있었다. 상호 대립하는 게 아니기에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회의에 영향을 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 이사장께서는 소설 <순이>, <언니를 놓치다>에서도 보이듯 분단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 내가 쓴 작품에 50%가 분단과 관련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분단에 대해서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든 우리는 분단과 관련돼 있고 그리고 분단으로부터 나온 모든 억압이 우리들의 의식주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단에 대해서 인식하지 않는다고 하면 곤란하다.

□ ‘민족은 하나다’, ‘언어도 하나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분단 상황에서는 모국어를 쓰는 작가는 문학을 통해 민족과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사장께서 생각하는 민족문학이란?  

■ 나는 지금 민족의 현실이 자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민족문제는 나의 문제이다. 민족문제는 문재인과 김정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제, 나의 문제라는 것이다. 

내가 민족문제에 대해서 인식하든 아니든 남북관계가 새로운 변화의 조짐에 한 발 한 발 가고 있다. 그런 것을 통해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민족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나아가 민족 스스로가 해결하지 못하게 된 원인들에 대해서는 처절하게 다시 곱씹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나는 누군가 민족문제에 대한 분단현실, 분단을 낳게 된 역사적 맥락을 통시적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그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디에서 일하든 타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해선 안 된다고 본다. 민족문제에 대해서 자각이 없다면 박근혜처럼 통일은 대박이라면서 쇼하다 만다. 그러면 안 된다.

“고은 선생을 작가회의로부터 떠나게 해드릴 수밖에 없었다”

□ 이사장께서는 분단문제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특히 여성문제에도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소설 <절반의 실패>와 <사랑과 상처> 등은 페미니즘 소설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페미니스트 시인이자 운동가였던 고정희의 정신을 잇기 위한 ‘고정희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올해 이사장이 된 뒤 문단 내 성폭력 문제, 미투 운동을 겪었다. 이에 대한 생각과 관련 문인들의 처리 방향은?

■ 신문이나 보도를 보셔서 알겠지만 고은 선생은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초기 발기인이다. 고은 선생이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이사장도 하면서 그 분의 이름과 우리 작가회의 이름도 널리 알려졌다. 그 분 덕을 많이 입은 것은 사실이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역사를 보면 시대에 따라서 영웅이 역적도 되고 그러는 게 인간사 아닌가. 시대는 변한다. 중국의 모택동도 대장정하고 농민혁명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손꼽히는 위인인데, 그렇지만 그 시대에 문화대혁명은 잘못됐다. 사실 모택동은 문화대혁명이 그런 식으로 가는 걸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문화를 건들지 않으면 혁명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모택동이 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한 영웅은 없다. 그 시대의 영웅인 것이다. 고은 선생이 활동하시고 고은 선생이 사랑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는 맞다. 우리도 그 분을 존경하고 사랑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문화가 달라진 것이다. 그런데 그분이 너무나 훌륭하고 유명하기 때문에 전체 국민들이 다 아는 큰 사건이 되고 말았다.

   
▲ “시대와 문화가 달라졌다. 고은 선생을 작가회의로부터 떠나게 해드릴 수밖에 없었다”[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미투 운동 초기에 걷잡을 수 없는 세찬 바람이 불 때, 내가 이사장으로 오고 작가회의가 새 조직이 꾸려졌는데, 그걸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작가회의에는 70-80세 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20대 회원도 있다. 우리는 너무나 상이한 문화를 습득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이 조직은 앞으로 나가야 하고 발전해야 하는 조직인 것이다. 이게 아주 중요하다. 조직도 생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생활습관이나 양성 간 관계의 인습들을 주장해서 새로운 물결에 대해서 담을 쌓으려고 한다든가 둑을 쌓는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문학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기본 성정이 자유, 평등, 평화이어야 하는데, 그건 그 정신과도 배치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1973년에 등단했기에 고은 선생과 오래도록 같이, 내가 시를 쓰지 않았지만 늘 모임에서 인사하고 뵌 분이다. 나는 술을 전혀 못 한다. 그래서 술자리에 같이 있어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고은 선생을 아무튼 작가회의로부터 떠나게 해드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회원이 아니다. 

□ 일종의 악역을 맡으셨는데, 착잡했을 것 같다.

■ 뭐, 굉장했다. 시간이 신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의 신에 맡겨야 한다. 우리가 그 분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분의 행동이나 언행이 그냥 유쾌하게 통용되던 시대가 있는가 하면 지금은 범죄가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건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미투 운동은 아마 지금 2, 3월처럼 요란하지 않아도 그 변화가 물밑에서 계속 흐르리라고 생각한다.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여성과 남성 관계에서, 남성에 의해서 여성이 억압받는가, 또는 그 반대인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 최근 한국사회가 다양화, 극단화되면서 ‘남혐’, ‘여혐’ 등의 조어가 나오면서 극도의 성 차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여혐이 강한 ‘일베’에 대항해 ‘메갈리아’, ‘워마드’ 등이 나왔는데 일부에서 ‘남혐’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페미니즘 작가 입장에서 ‘메갈리아’, ‘워마드’ 운동을 어떻게 보는가?

■ 레닌이 초기에 운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혁명은 처음에 이렇게 돌아있는 것을 이렇게 바꾸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가운데로 왔다가 다시 왼쪽으로 돌림). 그래야 제대로 오는 것이다. 이건 모든 사회 변화에 필요한 명제이다. 극우는 극좌에 갔다가 균형을 잡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시대라고 생각한다. 걱정할 필요 없다. 왜냐면 이렇게(고개를 왼쪽으로 돌려서) 가는 걸 두고 나쁘다고 해서 막으면 이리(고개를 가운데로) 돌아올 수 없다. 저는 이런 거라고 본다. 

□ 정상화로 가는 길에 있어 피치 못할 상황이다?

■ 거듭 레닌이 말했듯이 운동이란 이것(오른쪽)을 이렇게(가운데) 돌리려면 이렇게(왼쪽) 가야 하는 거다.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나도 집이 미아리고개 너머인데 버스 타고 대학로 가다 보면 성폭력과 성희롱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면서 까만 옷 입는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나도 가서 앉고 싶다. 제 마음이. 너무나 앉고 싶다. 그러면서 지나간다.

어느 여성이 건물 앞에서 웃통을 벗어 던졌다고 치자. 이에 대해 그런 행위가 옳다, 나쁘다, 저거는 극단주의자다... 그렇게 보면 안 된다. 일반인은 그렇게 봐도 되지만 뭔가 사회 흐름을 읽고 책임지려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동참하면 안 된다. 아까도 말했지만, 극우는 극좌로 가지 않으면 중간으로 올 수 없다. 그런 사회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 71세인데. 아직 정신적으로 젊으시다.

■ 작가로서 늘 변화를 느낀다. 생각해보라. 한여름에 농구를 하다가 더우면 남자는 웃통을 벗는다. 웃통을 절대로 벗을 수 없는 사람의 억압 같은 거. 그 여성들은 우리도 남자처럼 웃통 벗고 싶다는 게 아니라 그 어떤 극단적 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한류에도 한국문학 들어있다’

□ 이제 한국문학의 수준과 현황에 대해 묻고 싶다. 지난 1970-80년대만 해도 한국사회의 문화 분야에서 문학이 강세였다. 특히 민주화운동 시기 문학은 저항과 투쟁의 상징이었고 문인이 민주인사이기도 했다. 그만큼 사회적 파급력이 컸다는 얘기다. 지금 한류가 국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런데 한류에서 문화는 케이팝,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웹툰 등인데, 문학은 없다. 한국작가회의가 큰 단체인데, 수장으로서 섭섭하지 않은가.

■ 우리 세대에서 문학의 영향이 극대화된 시대는 1990년대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사실 문학이란 인간의 삶과 희로애락을 문자와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요즘 방탄소년단의 ‘페이크 러브’(Fake Love)도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언어에 리듬을 얹은 것이다. 리듬 속에 언어를 넣은 것이다. 가사를 보면 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진 불안, 슬픔, 저항을 담고 있다.

케이팝이라는 게 그 노랫말도 문학이라고 볼 수 있다. 2016년에는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지 않은가. 책으로 된 것만 문학인 게 아니다. 우리가 부르는 “아리랑 아리랑 아리라요”도 문학이다. 문학이 다양하게 넓혀졌다고 말할 수 있다. 종이책이나 신문도 영향력이 약해졌다. 표현이 달라진 거다.

   
▲ 이경자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6월 26일 한국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한류에도 사실은 한국문학이 들어있는 거군요.

■ 1970년대에 한국문학의 김지하 시인은 대한민국은 몰라도 세계적인 사람이었다. 유럽에서도 아프리카에서도 다 알았다. 그런데 한국문학이 그동안 주눅 들어있었다. 왜 주눅 들었느냐. 분단이 우리를 알게 모르게 짓눌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가 감수성을 세계화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응축된 것이다. 

황석영 선생의 소설을 봐도 그게 분단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가슴 후련하게 확대되어 있지 못하다. 작가정신을 옭매이고 있는 게 있다. 국가보안법이다. 자기 검열을 해야 한다. 우리의 DNA에는 국가보안법이 있다. 종북도 있고.

그것들이 작가의 정신, DNA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분단문제가 해결되면 그게 해결된다. 그러면 작가는 우리의 현실을 더 자유롭고 생기발랄한 언어와 문장, 문체로 표현해 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문학은 세계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가들에게도 통일은 너무 중요하다.

□ 촛불집회를 안 짚을 수가 없다. 2016년 겨울과 2017년 봄 사이에 촛불혁명이 일어났다. 촛불집회에는 참여했는가? 

■ 물론 참석했다. 안 갈 수가 없지 않은가. 회원들이 작가회의 깃발에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에서 막 오니까. 

□ 작가는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고, 이에 따라 작품은 사회와 사건을 반영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촛불혁명이 한국문단에 어떤 영향을 끼치리라고 보는가.

■ 이런 것도 다 결국은 억압을 푸는 일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탐욕과 위선, 비애국, 반민족, 특권의식, 척결되지 않은 가부장제와 봉건의식 등 말이다. 비서실장 김기춘이 박근혜를 여왕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는가. 그런 의식을 가지고 권력을 누린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해서 우리 민중이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수 엘리트나 대학생이 아니라, 민중이라는 것이다. 촛불은 민중이라는 것이다. 

□ 문학이 민중의 삶을 다뤄야 하는 만큼, 민중들이 촛불로 일어났으니 작품 속에도 녹아들어가겠다.

■ 작가는 작가이기 이전에 민중이다. 일단 민중이다. 민중이면서 작가이다.

“남북정상회담을 단어로 표현하면 행복, 기쁨, 자부심 그리고 해방”

□ 10여 년 동안 막혀있던 남북관계가 풀리고 있다. 남북의 정상과 북미 정상이 만나면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작가로서의 심정은?

■ 단어로 표현하라면 행복, 기쁨, 자부심 그리고 해방.

□ 다 긍정적인 표현이다.

■ 이번 기회를 통해서, 분단문제에 대해서 관심 없던 젊은 아이들이 아, 한국의 운명에는 이런 강대국과 연관되어 있구나, 이 사람들이 우리의 운명에 간섭하고 줄이 닿아있었구나, 그래서 이것에 의해서 우리 운명이 간섭받고 있었구나, 하는 게 교육된 것이다. 선생님이 교육한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이 교육한 거다. 

   
▲ "앞으로 문학에서 남북교류는 작가회의가 중심이 되지 않고 아마도 범 문단적으로 남북작가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더군다나 트럼프가 정상회담을 한번 안 하겠다고 했다. 그게 엄청난 교육적 효과를 한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우리의 운명이 우리의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주성을 우리가 획득하지 못하면 이렇게 종속된다, 우리 운명이 미국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 강대국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 

□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앞으로 문학 분야에도 남북교류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난 노무현 정부 시기에도 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가 북측과 교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어떤 행사, 어떤 교류를 했는가?

■ 참여정부 때인 2005년에 남과 북의 작가들이 평양, 백두산 등에서 민족문학작가대회를 개최했고, 2006년에는 금강산에서 6.15민족문학인협회를 결성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는 끊겼다.

□ 앞으로 남북교류 계획은 있는가.

■ 예전 70-80년대, 90년대까지는 소수 엘리트들이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은 촛불혁명에서 보듯이 모든 작가들과 단체들이 다 자기들의 지분과 역량을 갖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작가회의가 중심이 되지 않고 아마도 범 문단적으로 남북작가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 그게 더 현실에 맞겠다. 촛불로 엘리트 위주에서 다수가 참여하는 것으로 바뀌었으니까. 이는 거꾸로 이야기하면 한국작가회의가 기득권을 버리는 것 아닌가.

■ 기득권은 작가회의뿐만 아니라 그 누구든지 버려야 한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다 개개인을 존중하고 개개인이 가진 역량을 이해하는 사회로 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통일로 가는 길과도 맞다.

□ 이사장 되시고 4개월 지났다고 했는데, 그간 했던 사업은?

■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관심을 가져줬지만 제주4.3 평화문학, 5.18문학 등의 행사를 아주 크게 치렀다. 이들 행사에서 나온 어휘와 발언들이 옛날보다 훨씬 더 적나라해졌다. 진실에 가까운 표현을 할 수 있었다. 학살자, 자유당 정부, 이승만 정권이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가 하는 것을 옛날에는 적나라하게 말할 수 없었다면, 이제는 말하고 있다.

□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더 있는가.

■ 금년에 몇 개의 사업들을 할 것이다. 여수, 순천사건도 할 것이다. 감추어졌던 역사, 감춰진 비극을 우리가 분단과 관련해서 꺼내야 한다. 여순을 비롯해 4.3제주, 광주 등이 모두 분단과 관련된 것이다.

□ 민주정부가 들어선 나아진 조건에서 전보다 더 과감하게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큰 사건 위주로 다루는 것 같다.

■ 내가 개인적으로 작가로서 정신에 얼음이 박혀있다고 했는데, 우리 사회의 정신에, 우리 민족의 정신에도 박혀있다고 본다. 이런 것을 꺼내는 작업 중의 하나가 여수, 순천사건이다. 

“내가 문학에서 분단문제와 여성문제를 주로 다룬 건 내 기질 때문”

□ 개인사가 궁금하다.

■ 해방공간에서 태어나서 내 고향이 38선 이북이다. 강원도 양양인데 양양의 절반이 38선 이북이다. 군청, 면사무소가 다 이북에 있었다. 내 집이 이북 쪽에 속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끝없이 엄마들이 부엌에서 속닥속닥하면서, 저 집에 어쩌고저쩌고 하는 거다. 손가락질하면서 국군이 와서 쏴 죽였다, 굴에 들어가서 숨어 있었다, 평양에서 공부한 삼촌, 심지어 김일성대학 다닌 삼촌이 한밤중에 내려왔다가 들켜서 온 집안이 박살났다 등등. 나는 어려서 이런 걸 많이 겪었다. 게다가 60년대, 통일혁명당사건. 그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서 말하고, 그리고 인간이 잘 살자, 우리가 평등하게 살자, 가난과 부자의 간극을 줄이자고 말해서 무기징역을 받고 사형당한 것이다. 

   
▲ “내가 문학에서 분단문제와 여성문제를 주로 다룬 건 내 기질 때문이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박정희 정권 때 더군다나 70년대 들어가면 선거 임박해서 이런 사건들이 끊임없이 막 생겼다. 간첩사건이 막 만들어지는 거다. 그러면 나는 내 정신에 꼭 얼음이 막 박힌 것 같다. 냉동실에서 ‘나’라는 정신이 냉동된 것 같다. 

이 냉동상태에서 인간을 억압하는 거다. 북한은 원수다, 뿔 달렸다, 적화통일하자는 것이다. 우리 세대와 우리 윗세대가 이런 세뇌를 끝없이 받으면서 자랐으니, 어떻게 제정신으로 살 수 있겠는가. 물론 7.4남북공동성명도 있었고, 그게 오늘날 4.27판문점선언에 이르는데 주춧돌을 놓기는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때 그렇게 세뇌 받으며 컸다.

우리 예술가들도 정신에 식민지, 반공법, 6.25, 분단 등등이 박혀있는 거다. 이제 이런 것들이 통일과 관련해서 녹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문학이 주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세계성을 띨 수 있고. 그래야 제대로 된 언어로 분단문제, 민족문제를 다루고, 나아가 역사를 반추하면서 일제식민지, 4.19, 5.16쿠데타 이런 걸 다 쓸 수 있는 거다. 외국에서 한국같이 분단된 조건에서 왜 큰 문학이 안 나오느냐고 말하는데, 이건 우리를 너무 모르는 거다. 우리 정신에 얼음이 박혀있어 응축되어 있는 것을.

□ 1973년에 등단했는데,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 7번 떨어지고 8번째 붙었다. 

□ 습작도 엄청 많았겠다.

■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소설을 썼다. 중편도 쓰고 단편도 쓰고. 될 만할 때 된 것 같다.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단했다면 꼴값했을 것 같다. 내가 21살에 등단했다면 꼴값해서 작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망가졌을 것 같다. 7전 8기라서 그나마 조금 나았다. 

□ 신춘문예 당선이 무척 어렵다고 들었다.

■ 금방 되는 분도 있다. 한 번에 되는 분도 있다. 그런데 소설가는 인생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40대에 되도 괜찮다. 나는 26살에 됐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소설을 썼다. 계속 썼다. 매년 신춘문예에 냈다.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글 잘 쓴다는 소리를 양양 시골 바닥, 인구 얼마 안 되는 거기에서 들었기 때문에, 그거 이외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 태어나신 곳은 양양 골짜기인데, 문학은 분단문제와 여성문제를 주로 다뤘다. 뭐랄까 한국사회의 가장 근본적 문제에 접근했는데 이유가 뭔가?

■ 내 기질과 비슷한 것 같다. 강원도에서 양양을 어떻게 멸시하냐 하면, 비하하는 게 아니라 양양을 강원도의 전라도라고 한다. 

양양에 낙산사가 있는데 그 근처에 조산(造山)이라고 있다. 조산이 김일성 정권의 초대 사법상을 한 최용달 씨 고향이다. 그리고 초대 양양군 인민위원장이 조산에서 나왔다. 그래서 조산을 양양의 모스크바라고 한다.

양양에서 내가 초등학교 다니고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조회를 서면 설악산 대청봉이 보인다. 10월 말부터 5월 초순까지 대청봉이 하얗다. 그 대청봉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서 싹 쓸어가지고 동해로 빠진다. 그 사이에 뭔가 없다. 벽이 없다. 둔덕이 없다. 바람 막을 둔덕이.

그래서 양양 사람들이 아주 거칠다. 악착같이 살아남고. 일제 때 항일운동 하거나 사회주의운동 할 때 춘천에서 대회한다고 하면 양양 대표와 철원 대표가 오지 않으면 회의가 안 됐다고 한다. 양양이 대한민국에서 3.1운동이 가장 격렬했던 지역으로 손꼽힌다. 산골은 아니고 작은 읍이다. 아주 세고 거칠다. 유관순 오빠가 양양 여자하고 결혼했다. 양양읍 성내리 여자하고 결혼했다. 그런 양양이 내 고향이다. 

“작가회의는 권력 단체 아냐, 문학의 본질은 인간에 대한 해방”

□ 이사장 맡고 나서 바쁘실 것 같다. 그래도 본업은 작가다. 이사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행사나 모임에도 자주 참석해야 하기에 작가로서 작품을 못 쓰면 어떡하나 하는 기우가 든다. 혹시 최근에 준비하는 작품이 있는가.

■ 금년 5월에 장편을 끝내서 7월에 내는 게 목표였는데, 아직 못 쓰고 있다. 몇 년 동안 취재해서 쓴 것인데 멈춰있다. 가제인데 <슬픔의 정원>이다. 내가 분단문제를 <세 번째 집>으로 마감했다면, 이것은 여성 문제의 마감이다. 가부장제가 어떻게 남성을 망가뜨리나 하는 게 그 소설의 주제이다. 작가회의 일 때문에 아직 못 쓰고 있다. 

포항제철소 가면 용광로 불 안 꺼뜨리는데, 소설가는 그래야 한다. 용광로 불을 꺼뜨려선 안 된다. 장편소설 같은 경우는 1년간 용광로 불을 때야 한다. 제가 <사랑과 상처>를 쓰기만 하는 데 22개월 걸렸다. 그 22개월 동안 용광로 불을 유지해야 하는 거다. 그런데 지금 작가회의 일 때문에 멈춰 있다.

□ 그래도 이사장으로서 좋은 점도 있지 않은가.

■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미투 운동 일어났을 때, 다양한 인간성을 볼 수 있었다.

□ 그렇다면 지금 준비하는 장편이 조금 늦어지고 있지만, 새롭게 접하는 관계로 새로운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다.

   
▲ "이경자가 작가회의 이사장하면서, 작가회의가 참 따뜻하고 부드러운 조직, 수평적인 조직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첫 번째 욕심이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이경자가 작가회의 이사장하면서, 작가회의가 참 따뜻하고 부드러운 조직, 수평적인 조직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첫 번째 욕심이다. 사실 똑같은 소설가이지만 한창훈 사무총장이 나보다 열배, 백배는 고생하고 있다. 우리가 재미있는 게, 내가 강원도 양양 사람이고 한 총장은 거문도 사람이다. 그리고 사무처장인 안현미 시인은 태백이다. 다 촌사람이 모인 거다. 촌이라는 게 좋다.

□ 4~5개월 됐지만, 이사장으로서 아직 1년 반 남았는데 앞으로 큰 변화와 함께 개인적으로도 단체도 크게 되길 바란다.

■ 작가회의는 권력 단체가 아니다. 권력 단체여서도 안 된다. 지역과 중앙이 동등해야 하고, 민주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문학의 본질은 인간에 대한 해방이다. 인간성을 얽매이는 어떤 것도 풀어서 해방시키는 것이다. 해방과 자유, 인생에 대한 궁극적인 긍정, 문학은 이런 것들에 기여하는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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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결단” 김진표 발언 띄운 중앙일보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재명 탈당 요구 왜? “文 대통령 핵심 지지층 의식”… 홍일표 한국당 의원 ‘재판 거래’ 의혹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8년 07월 30일 월요일

29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발언이 있다면 김진표 민주당 의원의 “이 시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였을 것이다. 

민주당 대표 후보인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 탈당을 요구했다. ‘김진표’, ‘이재명’ 키워드는 한동안 온라인 검색어 순위권에 있었다.

김 의원은 “(경기지사) 취임 이후에 계속 (문제가) 불거지고 또 다른 이슈까지 겹치면서 증폭돼 안타깝다”며 “이것이 우리 당에 큰 부담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부담이며, 당 지지율 하락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지사가 연루된 배우 김부선 스캔들, 폭력조직 유착 의혹 등으로 인해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문재인 대통령에도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이해찬 후보는 “그 부분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며 “전당대회와 별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송영길 후보는 이 문제에 신중하다.  

 

▲ 중앙일보 30일자 1면.
▲ 중앙일보 30일자 1면.
 

30일자 일간지 가운데 김 의원 발언에 크게 반응한 건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1면’에 “김진표 ‘이재명 결단을’ 탈당 요구”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는 “폭력 조직 유착 의혹이 불거진 이재명 경기지사의 더불어민주당 당적 유지 문제가 8·25 민주당 전당대회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해설했다. 종합 일간지 중 이 뉴스를 1면에 다룬 건 중앙일보가 유일하다.  

중앙일보는 6면에서도 “민주당 당권 레이스, 새 쟁점으로 떠오른 이재명”이라는 제목으로 이 지사를 크게 부각했지만 정작 본문 내용은 김진표·송영길·이해찬 후보 공약과 행보를 담은 평이한 기사였다.  

다만 이 신문은 “이해찬 의원을 지지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김진표 의원이 가시 돋친 발언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중앙일보 30일자 6면.
▲ 중앙일보 30일자 6면.
서울신문은 4면(“김진표 ‘이재명, 결단 내려야’… 사실상 탈당 촉구”)에서 “이 지사 논란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친문(친문재인) 성향 당원의 표심에 따라 전당대회 승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2년 전 전당대회 때보다 투표 비중이 커진 권리당원의 상당수가 문 대통령이 당대표이던 시절 입당한 이들이다. 이들은 지난 대선 경선의 후유증으로 이 지사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 역시 5면(“與당권 주자 ‘이재명 거취’ 충돌”)에서 김 의원 발언에 “사실상 이 지사에게 부정적인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 지사에 부정적인 친문 진영 정서를 의식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썼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각각 “이해찬, 봉하마을로… 김진표, 수도권 먼저… 송영길, DJ묘 참배”(한겨레 6면), “민주당 ‘당대표 본선’ 개막… 친문 표심에 ‘뜨거운 구애’”(경향 6면)를 제목으로 뽑았다. 

경향 역시 “친문 지지층이 이 지사에게 거부감을 드러내는 상황을 적극 파고든 것”이라고 분석했고 한겨레도 “이 지사에게 부정적인 문재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의 표심을 고려”했다고 해석했다.  

 

▲ 지난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김진표(왼쪽부터), 송영길, 이해찬 후보가 컷오프를 통과한 후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지난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김진표(왼쪽부터), 송영길, 이해찬 후보가 컷오프를 통과한 후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양승태 행정처-홍일표 ‘재판 거래’ 의혹

 

국민일보는 1면에 단독 기사를 실었다. 검찰이 ‘양승태 행정처’가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과 재판 거래를 벌인 단서를 잡고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보도를 보면 홍 의원이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2014년, 당시 행정처는 홍 의원이 피고인 민사소송 내용을 직접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대법원과 정치권의 재판 거래 정황이 일부 언급된 적이 있지만 검찰이 직접 조사에 나선 것은 홍 의원 건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홍 의원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한 A씨의 변호인 B변호사를 지난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 국민일보 30일자 1면.
▲ 국민일보 30일자 1면.
A씨 소송 1·2심은 지난 2013년부터 작년까지 진행됐다. 국민일보는 “검찰은 행정처와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으로부터 확보한 자료 분석 과정에서 당시 행정처가 이 소송을 검토한 문건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10월 홍 의원을 상대로 서울북부지법에 사해행위 취소 소송(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려 빼돌린 재산을 찾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9월 패소한 A씨는 바로 항소했고 지난해 8월 일부 승소했다.

홍 의원은 국민일보에 “소송은 (결국 제가) 일부 패소한 사건”이라며 “상고법원 추진은 이 사건과 아무 관계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사건 적체 해소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상고법원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 한겨레 30일자 1면.
▲ 한겨레 30일자 1면.
한편 한겨레도 이날 1면치에서 “2015년 말 박근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직후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가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1심 소송에 개입하려 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2016년 1월 초 행정처 기획조정실은 배춘희씨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개입하는 계획을 짰다. 

기조실은 한·일 정부 합의 직후이자 조정이 무산된 직후인 2016년 1월4일께 ‘위안부 손배판결 관련 보고(대외비)’ 문건을 만들었다. 이 문건에서 기조실이 1심 재판 결론을 ‘각하’ 또는 ‘기각’으로 결론 내렸다는 것이 보도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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