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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끈풀 ‘갯벌 사막화’ 불러, 조개·게·낙지 사라진다

갯끈풀 ‘갯벌 사막화’ 불러, 조개·게·낙지 사라진다

육근형 2018. 08. 09
조회수 1791 추천수 1
 
연 50% 성장, 퇴치 어려워 세계적인 골칫거리
문제는 시간 싸움, 미국에선 제초제 살포 결단
 
g0.jpg»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해양환경공단 직원들이 7일 충남 서천군 송림갯벌에서 갯끈풀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갯끈풀의 성장속도가 워낙 빨라 시급한 대책이 요청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우리의 경제발전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던 만큼 환경관 또한 급변했다. 여기에는 굵직한 환경 사건이 자리 잡고 있다. 2000년 초반 새만금 간척사업이, 후반에는 4대강 사업이 논란을 불렀다. 갯벌과 강이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지만, 우리 사회가 자연자원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행히 새만금 간척 이후 우리나라에서 갯벌은 더는 매립이나 간척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2003년 갯벌 면적이 2550㎢, 2008년 2489㎢였고, 가장 최근인 2013년 조사에서 2487㎢로 지난 10년 사이 불과 2.5%만 줄었다. 더욱이 최근 두 번의 조사에서 나타난 면적 변화는 2㎢로 매우 미미하다. 
 
2001년 무안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처음 지정한 이후, 올 초 기준으로 총 14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동안 연평균 1개소꼴로 지정해 왔고 습지보호지역의 총면적은 235.81㎢에 달한다. 우리나라 갯벌 전체 면적의 약 9.4% 수준이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낙동강하구 습지(34㎢)나 갯벌이 대부분인 가로림만에 지정된 해양생물보호구역(91㎢)까지 합하면 이미 갯벌의 10% 이상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최근에는 서남해안의 갯벌 1200㎢를 추가로 지정할 예정이고, 세계자연유산 지정까지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갯벌의 40% 이상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셈이다. 
 
대서양 원산 갯끈풀, 애초 해안 침식 방지용 도입
 
갯벌에서 간척이 줄어들고 보호구역이 늘어난 것은 중요한 성과이다. 하지만 최근 갯벌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도 나타났다. 그 손님은 아쉽게도 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외래생물 100종’에 이름을 올린 종이다. 바로 갯끈풀이다. 이미 작년부터 우리 언론에도 종종 등장하던 이 생물은 영국갯끈풀(Spartina anglica)과 갯줄풀(Spartina alterniflora) 두 종인 것으로 확인된다. 본래 대서양 연안에 자생하던 종이었으나 지금은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까지 분포한다. 뿌리가 깊고 기수 지역에 밀집해 분포하는 특성 덕분에 영국이나 중국에서는 해안 침식을 방지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들여오기도 했다.
 
g2.jpg» 원산지인 영국의 갯끈풀. 다른 나라에서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시키는 침입종이 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g3.jpg» 갯줄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갯끈풀이 들어서면 단순히 새로운 종이 하나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갯끈풀은 워낙 생장력이 왕성한 데다 뿌리와 잎이 매우 밀집해서 자란다. 이른바 갯벌을 ‘녹색 사막’으로 황폐화시키는 수준이다. 녹색으로 된 경관을 제공하지만 갯벌의 1차 생산과 먹이망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갯벌에는 육상의 산림처럼 나무와 풀이 없다. 갯벌에도 칠면초 같은 염생식물이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1차 생산은 갯벌 표면에 있는 미세 규조류가 담당한다. 작은 미세조류가 뜨거운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조개나 게는 이를 먹이로 삼으면서 먹이그물이 형성된다. 문제는 갯끈풀이 자라면 이 먹이망이 처음부터 단절되고 만다. 조개나 게, 갯지렁이가 먹을 것이 없어지기 때문에 낙지나 바닷새 역시 갯벌을 찾을 필요가 없다. 하물며 조개와 낙지를 채취하는 어민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갯벌의 생태계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꼴이다. 우리나라에서 갯끈풀이 아직 어업면허가 있는 양식장까지 본격적으로 침투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놀라운 확산속도를 보면 수산업에 미칠 영향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기하급수적인 확산속도와 끈질긴 생명력
 
갯끈풀은 얼마나 빠르게 번질까? 갯끈풀이 처음 보고된 진도에서 진행된 박정원 외(2015)의 연구1)를 보면, 2008년 처음 나타난 갯끈풀의 면적은 11.5㎡였는데, 2009년 21.85㎡, 2011년 239㎡이다가 2015년에는 약 6400㎡로 늘어났다. 강화 화도면 동막리 앞 갯벌에서도 2015년 400여㎡가 발견되었는데, 이후 2년 사이 1만9791㎡로 늘었다. 가히 기하급수적이다.2)
 
갯끈풀은 씨앗을 바람에 날려 먼 지역까지 퍼트리기도 하고, 제자리에서는 대나무처럼 뿌리를 옆으로 뻗어 개체를 늘려 간다. 때문에 갯끈풀의 뿌리까지 제거하지 않고 잎만 잘라내면 곧 살아남은 뿌리에서 잎이 올라온다. 갯끈풀을 뽑아내더라도 이를 태우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처리하지 않고 해안가에 그대로 두었다가는 밀물에 휩쓸려 더 먼 곳에 정착하기에 십상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돈을 들여 일일이 제거하기 시작했지만 이를 막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캘리포니아, 2000년대 이후 갯끈풀 제거에 총력 
 
갯끈풀이 우리에게는 최근에 유입한 외래종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어떨까? 갯끈풀이 비록 미국에 접해 있는 대서양 연안이 원산지이지만, 북미 대륙 반대편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 해안에서는 갯끈풀이 외래 침입종에 해당한다. 캘리포니아의 태평양 연안에 본래 있던 생물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00년 주 내의 관련된 정부 및 비정부 기구들이 모여 ‘침입 갯끈풀 프로젝트(Invasive Spartina Project, ISP)’를 시작했다. 종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주 내 전 지역에서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재원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만과 삼각지 프로그램(CALFED Bay-Delta Program)’이나 미 연방 해양대기국(NOAA) 산하의 ‘어류 및 야생 생물국(US Fish and Wildlife Service Coastal Program)’을 비롯해 ‘캘리포니아 연안보전 단체(California State Coastal Conservancy)’ 등 여러 기관에서 확보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연방정부와 주 정부로부터 광범위한 업무를 위임받아 갯끈풀의 확산범위를 모니터링하거나, 제거 방식별로 환경 영향을 검토하고, 이에 따라 연간 방제 계획을 수립해 갯끈풀을 제거하고 있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주로 해역별로 어떤 종이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조사해 이를 지도에 표시하는 모니터링 활동에 주력했다. 아래 그림처럼 샌프란시스코만을 대상으로 출현하는 종과 서식밀도까지 포함된 상세한 모니터링 결과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그 결과 갯끈풀 모니터링을 처음으로 완료한 2005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만 안에는 132개 사이트, 1200에이커(약 4.9㎢)에서 갯끈풀 군락이 확인됐다. 캘리포니아 만에서 갯끈풀 분포를 모니터링하는데 약 3년간 160만 달러, 한화 약 20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3)
 
g4.jpg» <그림> 2004 샌프란시스코 하구 갯끈풀류 분포 지도. 붉은 부분이 갯끈풀 분포 지역. 침입 갯끈풀 프로젝트 제공.
 
모니터링을 통해 샌프란시스코만에서 갯끈풀의 확산범위를 확인했지만 정작 문제는 어떤 방법을 쓰고 어디부터 제거하느냐다. 갯끈풀을 제거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삽이나 트랙터, 굴착기와 같은 장비를 동원해 갯끈풀을 뿌리까지 뽑아내는 것이다. 또는 햇빛을 막을 수 있는 덮개로 갯끈풀 군락을 덮어 고사시키거나, 꽃이나 씨가 퍼지기 전에 태우거나 베어 버리는 방법도 있다. 이런 물리적인 제거방법은 제거율이 90% 이상으로 높지만 일일이 사람이 하다 보니 제거 작업의 속도가 매우 더디고, 특히 인력과 장비를 사용해야 해서 비용도 매우 많이 든다. 
 
뜻밖의 평가 결과, 제초제 사용이 환경 영향 더 적다
 
한편 캘리포니아에서는 물리적인 제거방법과 함께 화학적인 방법도 고려했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물론 캘리포니아 살충제 규제부서(California Department of Pesticide Regulation, CDPR)에서는 갯끈풀 방제용으로 국내에서도 사용 중인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와 이마자피르를 허가했다(우리나라에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다.4) 
 
이 두 제초제는 모두 잎을 통해 뿌리까지 성분이 전달되고, 갯끈풀의 특정 효소와 단백질 합성을 막아 세포 성장을 방해한다. 갯끈풀에 미치는 효과는 비슷하지만 제초제가 잎에 잘 도달하는지에 따라 갯끈풀 제거율에 차이가 난다. 이마자피르는 차량에서 뿌리거나 헬기로 뿌려도 약 80%의 제거율을 보이지만, 글리포세이트는 헬기에서 뿌리면 제거율이 30%까지 크게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갯끈풀의 확산속도를 연간 50%까지 잡는 것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어떤 제거방법을 쓸지 결정하기 전에 제거방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5) 특히 지역 대표 생물인 캘리포니아 뜸부기에 끼치는 영향을 제거방법별로 살펴보면서 갯끈풀 확산속도와 비교하여 제거방법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평가 결과는 필자의 예상과 달리, 아니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화학적인 방법이 물리적 방법보다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오히려 적다는 것이다. 제초제를 뿌리면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있으나, 갯끈풀의 빠른 확산속도를 줄여 장기적인 영향을 제거하는 이득이 더 크다고 봤다. 또한 물리적 방법으로 갯끈풀을 제거할 때 발생하는 물리적인 교란이 갯벌에 더 크고 오래 영향을 준다는 점, 그리고 물리적 방법으로는 제거 속도에 한계가 있어 갯끈풀의 확산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캘리포니아의 환경이나 관리여건이 우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는 갯끈풀 제거방법의 환경 영향을 검토하면서 지형과 수문학적 영향, 수질, 생물자원, 대기질, 소음, 인간 보건, 경관, 토지이용, 문화 자원, 사회경제학, 환경정의, 누적영향 등을 분야별로 고려하여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갯끈풀 제거의 기본전략은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전 영역에서 동시에 제거한다는 것이다. 갯끈풀은 연간 50% 이상 분포범위가 늘어나고 심지어 초기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갯끈풀의 확산속도에 주목해 갯끈풀을 ‘생물학적 오염’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어떤 방법이건 갯끈풀을 즉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갯끈풀의 공간분포, 그 영향을 고려한 제거 전략, 환경 영향을 고려한 제거방법을 확정하고 난 후 지역별로 상세한 제거 계획을 세워 실제 제거 작업을 시행했다. 특히 갯끈풀의 분포 외곽지역이나 갯끈풀이 다른 바다로 퍼져 나가는 병목 지점을 우선 고려했다. 또한 제거 계획에는 지역별로 어떤 방법을 쓸지도 고려했는데 제초제를 살포하는 화학적 방법이 전체의 90% 이상에서 적용되었고, 일부 보호 생물이나 민감한 환경에서만 물리적 제거방법을 사용했다.  
 
우리나라에 침입한 갯끈풀, 확산경로와 공간 분포도 불분명
 
g5.jpg» 강화도 남단 동막리 갯벌에 갯끈풀이 번성한 모습. 지난해 7월 촬영한 사진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국내에서 갯끈풀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전라남도 진도를 시작으로 북으로는 강화도 남서쪽 해안, 그리고 작년부터는 충남의 서천 앞바다에도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이 어디서 처음 나타났고, 어떻게 전파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퍼져 나갈지를 짐작하기 매우 어렵다. 더욱이 어디까지 갯끈풀이 퍼져 있는지에 대한 분포 조사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도에서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전문가들이 확인했고, 강화에서는 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노력하던 지역대학과 민간단체에서, 그리고 서천의 군락은 인근에 있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전문가들이 발견했다. 갯끈풀의 심각성을 아는 전문가들이 본격적으로 찾아 나선다면 더 많은 곳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캘리포니아에서도 갯끈풀 통제 프로그램에서 처음 한 일은 갯끈풀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사실 갯끈풀은 유사한 갈대나 지체와 같은 종을 구분하는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적어도 종 구분에 대한 지침이나 갯끈풀 확산의 심각성을 담은 자료를 연안의 지자체나 전국의 어촌계에 배포해 주변의 바닷가에서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의심스러운 곳은 전문가들이 가서 확인하면 될 일이다.
 
g1.jpg» 수작업으로 갯끈풀을 제거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갯끈풀의 확장 속도가 제거 속도를 앞지른다면 갯벌 보호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지 모른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정부는 작년부터 수작업과 장비를 동원해 갯끈풀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수작업에 기초한 제거 작업으로 갯끈풀의 확산속도를 잡을 수 있는가이다. 개인적으로 강화의 제거 작업에 참여해 보니,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 삽을 들어 땅을 파고 갯끈풀을 골라내기 쉽지 않았다. 요즘 같은 찌는 더위와 작렬하는 햇볕 아래에서 작업은 더욱 힘들 것이다. 굴삭기 같은 장비가 있으면 땅을 뒤집어 놓기는 조금 수월하지만, 결국 그 안에 있는 갯끈풀을 골라내고 해안가로 옮겨야 한다. 갯끈풀이 갯벌 아래쪽까지 퍼져 있고 땅이 무르다면 무한궤도로 움직이는 굴삭기도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인력만으로 제거하려면 많은 인원이, 오랜 기간 작업할 수밖에 없다. 
 
우리 갯벌에는 워낙 어장이 많다. 어업면허를 내준 면적이 갯벌 면적의 40%에 달할 정도다. 갯골이거나 토질이 안 맞는 곳을 빼고 웬만한 곳은 바지락과 같은 패류의 양식장으로 쓰인다. 그러다 보니 갯끈풀 제거방법에 화학물질 사용을 배제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갯끈풀의 확산속도다. 갯끈풀이 일단 들어온 곳은 양식장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당장 갯끈풀이 들어서면 패류가 살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빽빽하게 자라는 갯끈풀의 생육 특성 때문에 퇴적물이 그 사이에 쌓이면서 땅의 높이도 올라가 육지화한다. 한번 들어왔을 때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이제 그곳은 더는 우리가 알던 갯벌이 아니다. 
 
무엇보다 갯끈풀이 확산하는 초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락이 작고 둥근 조각일 때는 삽이건 장비를 가지고 제거하기 쉽다. 그런데 작은 조각이 커지고 다른 조각과 합쳐지면 접근로조차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갯벌이 넓어서 갯끈풀 군락이 작아 보일지는 몰라도 막상 갯끈풀 군락 앞에 서보면 엄청난 물량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단독주택의 작은 마당을 가진 사람에게 가장 큰 곤욕은 잔디밭 사이에 난 잡풀을 제거하는 일이다. 갯끈풀은 잔디밭 가꾸는 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쉽지 않은 제거방법, 갯벌을 갯끈풀에 내줄 것인가?
 
05798464_P_0.JPG» 강화도 갯벌에 점점이 분포하는 갯끈풀. 정확한 실태조사가 먼저다. 해양수산부 제공.
 
제초제를 쓰면 수작업으로 일일이 제거하는 것에 비하면 비용도 적게 들뿐더러 한두 사람이 드론과 같은 장비만 있으면 넓은 면적에서 빠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갯벌에서 아무리 조심해서 제초제를 뿌린다고 해도 주변 양식장에 흘러들어 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결국 무엇을 선택할지에 관한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갯끈풀이 퍼지더라도 이 역시 또 다른 생태계이니 그대로 둘 수도 있다. 과거 생태계와는 다르겠지만 우리가 알 수 없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갯끈풀을 경관적으로 좋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만약 갯끈풀을 제거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제거할지 선택해야 한다. 제초제의 영향을 무릅쓰고라도 갯끈풀을 빠르게 제거하고 장기적으로 갯벌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갯끈풀의 확산 우려를 안고 가더라도 물리적으로 뽑아내는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비용 부담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어떤 결정이건 사실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갯벌을 지금 이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다. 갯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많은 사람들 역시 간접적으로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결국 갯벌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입장이 중요하다. 또한 그 결정에 수반되는 인력과 경비와 같은 자원의 양에 관해서도 결정해야 한다. 갯벌의 상당한 면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정작 지금 갯벌에서 중요한 사실은 갯끈풀 같은 종 하나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디테일에 있다.
 
글·사진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1) 박정원, 김하송, 장성건, 천숙진, 육관수, 2015, 지상라이다를 이용한 미기록 외래종 갯쥐꼬리풀(Spartina alterniflora)의 분포특성과 관리방안 연구, 한국도서연구, 27(3): 161-177. 

2) 해양수산부 바다생태정보나라(유해교란생물) (http://www.ecosea.go.kr/haanglica/marineharmful/marineharmful09.do)

3) https://nrm.dfg.ca.gov/FileHandler.ashx?DocumentID=5221

4) 글리포세이트와 이마자피르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상 ‘농약 잔류허용기준’과 ‘축수산물의 잔류물질 잔류허용기준’ 등에 포함돼 있으며, 작물의 종류에 따라 글리포세이트는 0.05~20ppm까지, 이마자피르는 대두에 3.0ppm까지 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5) http://www.spartina.org/Spartina_Final_EIR/Spartina_Final_EIR.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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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요금 폭리 취했던 SK텔레콤의 착각

[取중眞담] 국가 기간통신망 두고, 정부지원땐 ‘공공재’, 규제땐 ‘민간기업’

18.08.10 07:57l최종 업데이트 18.08.10 07:57l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큰사진보기 녹색소비자연대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등 6개 통신.소비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비의 선택약정 할인율 25% 상향조치를 신규 가입자 뿐 아니라 약 1300만명에 달하는 기존 가입자에 대해서도 소급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녹색소비자연대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등 6개 통신.소비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8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비의 선택약정 할인율 25% 상향조치를 신규 가입자뿐 아니라 약 1300만 명에 달하는 기존 가입자에 대해서도 소급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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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기업의 (제품)원가를 공개하라는 것 자체가 적정한가요?"

휴대전화 요금 원가 공개 법안과 관련한 입장을 묻자 SK텔레콤 기업PR팀 직원은 신경질적으로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민간 기업의 영업 비밀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게다가 휴대전화 요금 원가는 통신사들에겐 핵심 정보입니다. 공개를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논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습니다. 통신(유무선 통신망 등을 말함)은 공공재입니다. 이동 통신이 공공재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4월 이동통신사들의 휴대전화 요금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통신의 공공재적 성격'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동통신 서비스가 전파와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해 제공되는 만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돼야 할 공익이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공공재이기 때문에 휴대전화 요금 원가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통신은 국가 기간산업입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통신 기술을 연구, 개발할 때,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습니다.

'통신 기술개발' 막대한 예산 지원받으면서, 요금 원가 공개 요구에 '영업비밀'

현재 서비스 중인 LTE(4G)를 비롯해, 향후 상용화될 5G 이동통신 개발에도 통신사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의 경우, 양자암호 통신 등을 개발하면서 막대한 정부 예산을 지원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이 보유한 통신기술도 순수하게 민간 기업의 것으로 볼 순 없습니다. 만약 통신 서비스에 시장경제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면, 정부의 각종 지원도 끊는 게 맞습니다. 시장경제 논리로 돌아가는 분야에 정부가 지원을 한다는 건 '특혜'니까요.

정부 지원을 받을 땐, 가만히 있다가 정부가 규제를 하려고 하면 '시장 경제' 논리를 외치는 업계 행태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휴대전화 요금 원가공개 법안을 발의한 김경협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통신원가정보가 민간기업 정보라는 것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사실 통신은 공공재지만 실제 사업은 민간이 하고 있어 구분이 애매했는데, 대법원의 통신원가 공개 판결은 이런 부분에 대해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이동통신사들은 그동안 휴대전화 요금 원가 정보를 숨기면서 폭리를 취해왔습니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04~2010년 이동통신사들의 원가 보상률은 기본 100%가 넘었고, 최대 140%에 달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통신 3사 중 SK텔레콤, 2G 원가보상률 최대 140% 폭리
 
큰사진보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본료 폐지를 비롯한 최근 통신비 현안에 대한 정책 대안을 발표했다.
▲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해 7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본료 폐지를 비롯한 최근 통신비 현안에 대한 정책 대안을 발표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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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원가 보상률이란 원가 대비 영업이익입니다. 원가 보상률이 140%이라면, 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해 통신사가 투자한 돈이 100원이라면, 소비자들에게 휴대전화 요금으로 140원을 챙긴 겁니다. 100원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40원을 받았으니 폭리라고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통신 3사 중 가장 비싸게 원가보상을 가져간 곳은 업계 1위, SK텔레콤입니다.

SK텔레콤의 2004~2010년 2G사업 원가 보상률을 보면, 2006년 123.08%, 2008년 134.99%로 증가했고, 2010년에는 무려 140.65%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100원짜리 물건을 140원 받고 팔았다는 겁니다.

그럼 다른 통신사들은 어떨까요? 같은 기간 KT의 원가 보상률은 95.46~111.72%였고, LG유플러스도 91.30~105.60% 수준이었습니다. 경쟁사인 SK텔레콤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경우 2G서비스를 통해 매년 17~40%의 영업 수익을 걷었다"면서 "소비자들로부터 과도한 요금을 통해 폭리를 취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시장논리가 그대로 통용됐다면, SK텔레콤은 일찌감치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을 겁니다.

이렇게 보면 SK텔레콤이 휴대전화 원가 정보를 '민간 정보'라며 예민해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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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특활비 공개거부에 시민단체 국가배상청구 소송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8/10 12:57
  • 수정일
    2018/08/10 12:5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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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도둑잡아라’ “형법상 직무유기 고발도 검토”… 하승수 변호사 “문희상 의장, 항소 철회하라”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8년 08월 10일 금요일
 

국회 사무처가 20대 국회 특수활동비 등을 공개하라는 1심 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하자 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가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예산감시 전문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10일 “국회가 두 차례에 걸친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2014년 이후의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을 비공개하고 있는 것에 오는 14일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두 차례나 내려진 정보에 대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과거에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한 서울시의 정보공개거부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지난 2009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으로 있으면서 그해 4월 서울시의 광고비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이에 서울시가 비공개하자 하 대표는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2010년 2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정보를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하 대표는 행정심판과는 별개로 ‘공무원의 위법적인 비공개 결정으로 청구인에게 정신적 피해를 줬다’는 취지로 국가배상청구소송(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2011년 2월17일 서울중앙지법(민사14단독)은 청구인의 정신적 피해 인정해 서울시와 담당 공무원에게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 지난 8일 SBS ‘8뉴스’ 리포트 갈무리.
▲ 지난 8일 SBS ‘8뉴스’ 리포트 갈무리.
 

세금도둑잡아라는 20대 국회 특활비 등 정보공개 소송 건과 관련해 국회가 끝내 공개를 계속 거부할 경우 국회 관계자들을 형법상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것도 검토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19일 하 대표가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의 국회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예비금, 의장단 및 정보위원회 해외출장비 세부집행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 9일 국회는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이에 하 대표는 “많은 언론과 시민이 국회가 항소를 포기하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음에도 국회가 끝내 항소한 것은 자체 개혁을 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기관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항소에 들어가는 비용도 국민 세금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알 권리 실현을 가로막기 위해 세금을 마음대로 쓰는 국회의 행태는 파렴치하다”고 비판했다.

하 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이런 식의 소송전을 계속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우리는 국회가 지금이라도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고 정보를 공개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정보를 철저하게 공개하게 할 것이며,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까지 물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문희상 의장, 국회 특수활동비 공개 불복해 항소]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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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기로 밀어낸 듯...하늘에서 본 제주 비자림로 '황량'

[언론 네트워크] '비자림로를 지켜달라'는 국민 청원도 등장
2018.08.10 10:31:53
 

 

 

초록빛을 머금은 채 잘려나간 삼나무 이파리들은 숲 한 구석에 볼썽사납게 널브러져 있었다. 갓 베어진 나무 밑둥에 칠해진 파란 페인트, 일정한 간격에 맞춰 꽂힌 붉은 깃발은 푸른 숲과 부조화를 이뤘다. 

지난 2002년 '천혜의 자연경관이 잘 보존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제주 비자림로의 낯선 풍경이다.
 

▲ 도로확장 공사로 삼나무가 베여진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공사 현장. ⓒ제주의소리


9일 오전 찾은 제주시 구좌읍 대천교차로 옆 지방도 1112도로. '비자림로'로 더 잘 알려진 이 곳은 왕복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넓히는 공사로 인해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곳은 곧게 뻗은 삼나무가 길 양 옆으로 병풍처럼 늘어서 관광객은 물론 제주도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도로다. 동부지역 주요 관광지를 찾아가다 한 번쯤은 경유하기 마련이어서 이용자들에게 뜻밖의 힐링 선물을 안겨주곤 했다. 
 

▲ 공중에서 내려다 본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제주의소리(김제남)

 

▲ 아름드리 삼나무가 잘려나간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제주의소리



 

▲ 아름드리 삼나무가 잘려나간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제주의소리


그러나 지난주 시작된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아름드리 삼나무가 하나둘 잘려나갔다. 

하루 100그루씩, 300그루의 삼나무가 사라지는데는 3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미 현장 곳곳에는 일정한 길이로 잘린 나무 기둥들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흙더미 속에 생기를 잃고 엉켜있는 뿌리는 어수선함을 더했다. 

계획대로라면 총 2000여 그루의 삼나무가 잘려나가게 됐다. 총 2.94km의 도로를 넓히는 이 사업은 현재까지 약 350m 구간에서 공사가 진행됐다. 

공중에서 내려다본 이 구간의 모습은 더욱 처참했다. 면도기로 밀어낸 듯 푸른 숲 한켠을 밀어젖힌 모습은 흉측하기 까지 했다.  
 

▲ 아름드리 삼나무가 잘려나간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제주의소리

 

▲ 아름드리 삼나무가 잘려나간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제주의소리

 

▲ 공중에서 내려다 본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제주의소리(김제남)


경관 훼손 논란이 제주를 넘어 전국적인 이슈로 번지자 공사는 급히 중단됐다. 굴삭기 엔진이 멈춰선 것은 사흘째다. 현재는 이미 잘린 삼나무를 정리하는 작업만 진행되고 있다.

관계 당국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이날 현장에는 제주도청 고위 간부가 찾아와 그간의 추진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그는 취재진이 다가가자 "내 사진은 찍지 말라"며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한 쪽은 (공사를)중단하라 하고, 한 쪽은 계속하라 하니 고충이 크다"며 "양쪽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고민을 해서 앞으로 공사를 어떻게 진행할 지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두 시간 남짓 삼나무숲 현장에 머물러 있는 동안 느낀 온도차는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인근을 지나다가 차량을 멈춰세운 관광객 정상영(38)씨는 "삼나무 숲길을 쭉 타고 오면서 감탄하고 있다가 갑자기 휑해져 놀랐다. 이 곳이 뉴스에 나왔던 그 곳인가 싶더라"며 "꼭 숲을 훼손하면서까지 도로를 확장할 필요가 있나 싶다. 이미 잘린 나무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남아있는 숲을 보존할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 공중에서 내려다 본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제주의소리(김제남)

 

▲ 아름드리 삼나무가 잘려나간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제주의소리

 

▲ 아름드리 삼나무가 잘려나간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제주의소리


실제 제주도내 환경단체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자림로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8일과 9일 이틀간 '비자림로를 지켜달라'는 취지로 10개의 청원이 올라왔고, 이중 대표적인 글은 하루만에 청원인원이 1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반면, 이 구간의 상습적인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로 확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인근 지역구의 한 도의원은 "지역 주민들의 요구로 지난 7년간 준비해 온 숙원사업이다. 환경영향평가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진행된 것인데 왜 이제 와서 (뒤늦게)문제를 제기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사업이 중단될 경우 집단행동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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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어쩌면 그렇게 잔인할 수 있느냐”

민가협 목요집회, 4주 연속 청와대 앞에서 '광복절 특사' 촉구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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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9  17: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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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183차 민가협목요집회가 4주째 탑골공원에서 옮겨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무슨 시간이 필요한가. 옥문을 열면 된다. 옥문 여는데 1초면 된다. 열고 내놓으면 된다. 오늘, 이제 며칠 안 남았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모든 양심수 전원 석방, 국가보안법 철폐, 공안기구 해체 당장 실시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9일 오후 2시, 4주 연속 탑골공원이 아닌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민가협 목요집회가 열렸다. 청와대는 올해 광복절에 대통령 특별사면복권을 실시할 계획이 없다.

광복절을 앞두고 마지막 열리는 제1183차 민가협목요집회는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의 여는 말로 시작됐다. 권오헌 명예회장은 “목요집회는 93년부터 탑골공원 앞에서 계속했었는데 오직하면 장소를 옮겼겠느냐”며 “2004년 여의도에서 한 번 목요집회를 한 이후에는 처음이다. 이렇게 오늘 상황은 급박하다”고 말했다.

권오헌 명예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났다. 이제는 늦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라며 “양심수를 두고 무슨 새로운 정부, 건전한 나라, 민주주의와 인권이 발전하는 나라를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특히 “오늘 또한 놀라운 소식이 하나 있었다. 옛날 한총련 투쟁국장을 했었고, 양심수후원회 회원이기도 했던 김호 회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오늘 강제연행돼 조사받고 있다”며 “국가보안법 철폐 시대에 국가보안법을 다시 적용하는 이런 역사를 후퇴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요새 공안기구들이 제 기구의 보전을 위해서 이따위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든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한상균 위원장이 가석방으로 나왔다. 사면이 되지 않았다. 한 사람도 양심수로 인정도 않고 사면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박근혜 이명박과 똑같은 거다”라며 “말로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주장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거기에 가장 참혹한 피해를 당한 양심수들이 갇혀있다”고 비판했다.

내란선동 등으로 9년형을 선고받고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누나 이경진 씨는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며 “작년 8월 1일 노숙을 시작해서 작년 여름도 뜨거웠지만 그 뜨거운 여름 지나고, 작년 겨울 눈바람 맞아가며 청와대 농성을 시작했다. 영하 20도 삭풍을 견디다가 이젠 40도가 넘고 50도가 넘는 이 폭염 앞에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진 씨는 “380일 동안 청와대에서 누구 한 명 찾아온 사람 없다”며 “뻔히 알면서도 저는 그림자처럼 없는 사람 취급당해왔다”고 토로하고 “문재인 대통령, 어쩌면 그렇게 잔인할 수 있느냐”고 대통령을 겨냥했다.

특히 “양승태 등 일련의 진실들이 모두 밝혀진 지금, 억울하게 구속된 것이 백일하데 드러났는데도 이석기 의원은 석방 안 하면서, 김기춘은 구속 만료로 석방시키느냐”고 항변하고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을 조직한 사람이고 또한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공작한 사람, 김기춘을 재구속하고 이석기 의원은 석방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촉구했다.

   
▲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누나 이경진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던 김미희 민중당 경기도당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목요집회 사회를 맡은 이종문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은 “이석기 의원 대법 판결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며 “2심 판결 판사가 행정처 기조실장이었던 이민걸이다. 양승태의 오른팔이다. 그리고 대법 판결에서는 사채업자한테 2억 6천만원 받은 판사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 이석기 의원 판결을 한 달 앞당겼다고 한다”고 적시하고 “구속되어야 할 사람은 바로 양승태”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던 김미희 민중당 경기도당위원장은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지도 만으로 4년이 돼가고 있다. 그리고 이석기 의원이 감옥에 갇힌 지 만으로 5년이 거의 다 되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 3개월이 다 되도록 아직까지도 양심수를 석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이 들으면 들은 분마다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씀한다”고 밝혔다.

김미희 위원장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실망하고 등돌리고 있는 민심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지름길”이라며 “양심수를 석방하는 것은 정리가 다 되어 있고 도장만 찍으면 된다. 빨리 사인하시라”고 촉구했다.

   
▲ 진보대학생넷 자주통일실천단 ‘통일로 통크게 가자’ 통통 단원들이 기자회견 직후 포즈를 취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진보대학생넷 자주통일실천단 ‘통일로 통크게 가자’ 통통 단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수민 학생은 “통통실천단은 한반도를 가르고 있는 분단적폐를 해소하고 평화통일을 불러오고자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지금 한반도를 가르고 있는 이 많은 적폐들을 철폐하려면 국가보안법 철폐가 시급하다. 지금까지 몇 년이 지나도록 정확한 죄명도 없이 잡혀있는 우리 양심수들 전원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은 “우리가 유례없이 목요집회을 4주째 이곳 청와대 앞에서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서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꼭 이번에 양심수를 내주기를 우리 모두가 바란다”고 요구하고 “16일부터 다시 탑골공원 앞에서 목요집회를 2시에 한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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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철수 통일선봉대, 사드배치 강행 문재인정부 규탄한다

미군철수 통일선봉대, 사드배치 강행 문재인정부 규탄한다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8/08/08 [16:3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8일 오전 '미군철수 통일아라리' 통일선봉대 대원들이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판문점선언 시대, 미국의 눈치보며 사드배치 강행하는 문재인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자주시보

 

미군철수 통일아라리’ 소속 통일선봉대 대원들이 8일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판문점 선언시대 미국의 눈치 보며 사드배치 강행하는 문재인 정부 규탄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국민주권연대청년당()과 10대 청소년들로 구성된 20여 명의 통일아라리 대원들은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의 구호로 외쳤다아울러 판문점선언 역행하는 사드배치 철회하라사드배치 강행하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며 목소리를 하나로 모았다.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이전 사드배치를 반대한다고 했지만문 대통령 당선 이후 달라졌다며 한목소리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강하게 규탄했다.

 

사회를 본 권오민 통일아라리 부대장은 사드 반대를 호언장담했던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눈치만 보고 사드배치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사드배치를 철회하고 한반도평화의 길로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고 성토했다.

 

▲ 정달성 통일아라리 부대장은 성주 소성리는 판문점시대에도 전혀 변화가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규탄하는 연설을 했다.     © 자주시보

 

정달성 부대장은 한반도를 보면서 세계 인류의 평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2018년 이었다며 하지만 이곳 성주 소성리에 오면 대체 무슨 변화가 있었나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배주연 대원은 우리는 미군이 우리 땅을 짓밟고 행패부리는 지역을 방문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고 있다며 “2년 전 국민들의 외침에 귀를 막고 있는 정권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작년 봄 기적처럼 정권이 바뀌고 성주에도 당연히 찾아오리라 믿었지만 성주에 달라진 게 있었습니까?”라고 성토했다이어 배 대원은 우리는 또 뉴스를 국민들이 붙잡히고 눈물 흘리고 이들 앞으로 미국이 사드를 들고 들어오는 모습을 봐야했다면서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 미군철수 통일아라리 통일선봉대는 국민주권연대, 청년당(준), 어린이청소년단체 세움이 함께 하고 있다.     © 자주시보

 

김지영 부대장은 평택에 매향리에 강정에 소성리에 의정부에 동두천에, (한반도어느 지역에 정말 피눈물 나지 않는 역사가 있었습니까라며 사람이 먼저라고 얘기했던 대통령이면 제발 사드철회 그리고 이 모든 땅에 미군철수가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발 노력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는 사드배치 철회에 나서지 않는 문재인 정부를 풍자하며 사드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상징의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한 여성참가자는 성주 할머니들과 비슷한 복장을 갖춰 입고 찌푸린 표정을 지으며 대통령님사람이 먼저요사드가 먼저요참말로 답답하오라고 적힌 손 선전물을 들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편 활동 중반을 맞은 통일아라리 대원들은 오는 12일까지 대구경산코발트수원평택서울 등을 찾아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촉구하는 국민서명운동상징의식를 이어갈 예정이다.

 

▲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람이 먼저인지, 사드가 먼저인지 묻고 있는 미군철수 통일아라리 통일선봉대 대원들     © 자주시보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아래------------------------------------------------

 

[판문점선언시대 미국의 눈치보며 사드배치 강행하는 문재인 정부 규탄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눈치 보지 말고 사드를 즉각 철수하라!

판문점선언 시대사드 배치 강행하는 문재인 정부 규탄한다!

 

남과 북은 올해 판문점선언 합의로 자주통일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진심을 다해 대화했다마음이 통했다"며 "이제 이 강토에서 사는 그 누구도 전쟁으로 인한 불행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 그 누구도 전쟁으로 인한 불행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문재인 정부는 정작 북한이 반발하는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있다.

 

남과 북이 판문점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합의한 마당에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를 강행할 필요도 명분도 없다.

 

무엇보다 사드는 배치 장소인 성주의 주민들과 국민에게도 반발을 사고 있다.

 

사드는 한반도 군사 갈등을 고조시킬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평화와 건강에도 위협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에게는 해롭고 평화를 위협하며 판문점선언에도 위배되는 사드 배치를 도대체 왜 강행한단 말인가!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다름아니라 미국 때문이다.

 

사드가 한국이 아닌 미국을 위한 무기라는 것은 자명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016년 2월 12일 "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칼춤'"이라고 지적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또한 2017년 6월 26일 사드 배치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강행한 탓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군사 갈등 한복판으로 뛰어든 꼴이 되었다민감한 미중 갈등에 끼어들어 우리가 얻을 이익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사드 배치를 강행한 대가는 사드 보복으로 인한 10조원 이상의 경제 피해였다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애꿎은 우리가 피해를 본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사드가 대한민국에 필요하다는 듯이 변명을 늘어놓으며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게는 국민의 뜻보다 미국의 이익이 중요하단 말인가.

 

판문점선언 시대자주통일과 평화번영 시대에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을 뜻을 따라야 한다.

 

미군철수 통일아라리는 문재인 정부에 요구한다.

 

미국 눈치 보며 국민을 배신하는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선언 시대에 맞게 사드를 즉각 철거하라!

사드 배치 강요하는 주한미군 철수하라!

 

2018년 8월 8

미군철수 통일아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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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지역구도 깰 선거제 개편, 거대 양당 결단만 남았다

승자독식·지역구도 깰 선거제 개편, 거대 양당 결단만 남았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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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현행 선거구제 폐해 및 대안

승자독식·지역구도 깰 선거제 개편, 거대 양당 결단만 남았다
 

대통령·국회의장·야당 이구동성…수십년 과제, 화두로 부상 
중선거구·연동형비례대표제 적용 땐 정의당 23석까지 늘어
한국당 “대표성 확대 방안 강구” 외형상 동참…민주당은 미적

선거구제 개혁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대통령, 국회의장, 야 4당이 이구동성으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 정치구조의 원흉으로 지목돼 왔다. 지역구도 탈피, 소수정당 진입, 적대적 정치문화 청산을 위해서는 선거구제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관건은 거대 여야 정당의 결단이다. 

■ 문제는 ‘승자독식 정치구조’ 

현행 선거구제는 1987년 6월항쟁이 낳은 산물로, 1998년 13대 총선부터 적용됐다. 소선거구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두 축이다. 소선거구제는 한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명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 제도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득표수와 별개인 정당투표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13대 이후 국회의원 의석수만 미세하게 조정됐을 뿐 소선거구제는 유지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대 총선의 경우 소선거구제로 지역구에서 253명, 정당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 47명 등 총 300명이 선출됐다. 

현행 제도의 폐해는 뚜렷하다. 일단 소선거구제가 갖는 표의 등가성 문제가 있다. 1표라도 더 얻으면 당선된다. 2위를 한 후보가 49.9%의 득표율을 올려도 모두 사표가 된다. 49.9% 시민의 뜻은 사라진다. 

 

이런 선거구제는 필연적으로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만들어낸다. 거대 여야 정당만 생존하는 양당 구조를 고착화시킨다. 지역구도도 강화된다. 특히 소수정당의 진입이 어렵다. 이에 따라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목소리는 대변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선거구제 개혁 요구는 항상 있어 왔다. 17·18·19대 국회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구성했지만 논의에 그쳤다.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달랐다. 여야 거대 정당이 현행 체제의 수혜자라는 모순적 상황도 장애물이었다. 

다만 상황이 나아질 조짐은 있다. 무엇보다 야 4당의 선거구제 개편 의지가 강하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협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은 선거제도 개혁을 ‘협치의 조건’으로 내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신임 정동영 평화당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하면서 “저는 이미 몇 차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고, 그 내용을 개헌안에 담았다”며 “정치개혁은 여야 합의가 관례이니 국회의 뜻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지난달 18일 “선거제도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면서 “정치개혁의 요체는 오히려 선거제도 개편이 더 크다”고 했다. 

■ 중대선거구제 등이 대안 

개편 방향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 있다. 일단 소선거구제의 경우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방안이 거론된다. 중대선거구제 개편안은 전국 모든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전면적 중선거구제’와 농촌지역은 소선거구제, 도시지역은 중선거구제로 하는 도농복합선거구제로 크게 나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목소리도 높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체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대로 나누고 각 정당은 지역구 당선자를 먼저 배정한 후 비례대표로 남은 의석을 채우는 제도이다. 다만 비례대표 명부를 전국 단위로 할지 아니면 권역별로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실제로 중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양당 구조는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올해 2월 ‘중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결합 시뮬레이션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해당 보고서는 현행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도농복합선거구제와 전면적 중선거구제 등 2가지 경우를 적용해 의석수 변화를 추산했다. 그다음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2가지 중선거구제를 적용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13~47석,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5~21석이 줄어들었다. 반면 당시 국민의당은 21~45석, 정의당은 2~17석이 늘어났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경우 정의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소병훈·김상희·박주민 의원과 민주평화당 박주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각각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정개특위에서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위원장은 선거구제 개혁 의지가 강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다. 

최근 타계한 정의당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숙원도 선거구제 개혁이었다. 그는 2016년 국회 비교섭단체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 지지가 국회 의석에 정확히 반영되는 선거제도, 즉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야말로 공정한 정치를 만드는 시작입니다. 그 토대 위에서 공정한 사회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 정당의 태도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8일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외형상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소선구제의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영남권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어 당론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구제 문제 등은)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면 될 뿐 그 이상은 없다”고만 했다. 현재의 고공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현행 제도가 차기 총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선거구제 개편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의원정수 증원에 대한 따가운 여론도 넘어야 할 산이다.

 

오늘의 핫클릭!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090600025&code=910100#csidx21aaa3847ea3b56b846720da134bd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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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갈길을 가야 한다. 대북제재 해제하고 종전 선언하라"

"우리는 갈길을 가야 한다. 대북제재 해제하고 종전 선언하라"각계 대표 300여명, '종전선언·대북제재 해제 촉구 각계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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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8  16: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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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의 주요 근거가 되어 온 북한의 핵, 미사일 시험 중단과 관련 시설 해체는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진전이다.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관계정상화, 평화보장 조치로써 대북제재 해제는 검토되어야 마땅하다."

"북측이 여러가지 인도적 조치, 비핵화의 첫 조치들을 이행하는 상황에서, 관계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첫 조치로서 종전선언은 진행되는 것이 마땅하다. 북과 미국사이에 앞으로 전쟁이 없을 것임을 공식선언함으로써 이제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로운 관계로 나아갈 것임을 명확히 약속하는 것은 평화체제 구축의 첫 단계이다."

4.27판문점선언과 6.12북미공동선언에서 밝힌 세기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한반도, 새로운 미래에 대한 진전이 더딘 상황에서 각계 시민, 사회, 종교단체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종전선언 및 대북제재 해제 촉구 각계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공동선언에 참여한 각계 300여명의 대표자들은 "연내 종전선언과 적극적인 대북제재 유예 및 해제 조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고 비로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긴 여정의 첫 관문을 통과하게 될 것"이라면서 "대북제재 해제와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까지 공동선언에는 박경조 성공회 주교,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김상근 6.15남측위 명예대표,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 함세웅 신부, 이부영 동북아평화연대 명예이사장,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한영수 YWCA 회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본부장 원택스님 등 각계 300여명의 대표자들이 참여했다.

   
▲ 왼쪽부터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김선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회장,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체제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철도도 연결해야 하고 개성공단도 재개해야 하며, 남북경협도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너무 진척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갈길을 가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오늘 자리를 만들었다"면서 간곡한 뜻이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경협 의제가 집중적으로 다루어졌고 북미정상회담까지 다 마친 상황이지만 남북 경협은 한발자욱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지체되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인내도 고갈되고 생존의 위협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기업들의 어려운 형편을 호소했다.

이어 "개성공단은 대북제재와는 관련없는 예외적인 사업으로, 즉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단으로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개성공단을 박근혜 정부가 북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대북제재가 발동되기도 전에 주변국의 동참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선제적으로 폐쇄한 것이다. 그야말로 자의적이고 법적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위법조치이다. 개성공단 중단은 남북관계 최대의 적폐라고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회장은 "정부는 판문점선언과 북미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이 선 비핵화 후 관계개선이 아니라 선 관계개선 후 비핵화 또는 최소한 동시적 이행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하며, 6.15시대의 옥동자인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것이야 말로 남북의 신뢰를 쌓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에 선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선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회장은 "가을에는 금강산에 다시 가서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는 것 느끼고 싶다. 무엇보다 대북제재 완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간명하게 뜻을 밝혔다.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우리 민족끼리는 굉장히 좋은 미국때문에 안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하자고 했고 북에서도 희망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막고 있다"면서 "남쪽의 경제형편이나 청년실업 문제가 이토록 악화되어 있는데 개성공단만 다시 열어도 거기서 파생되는 효과가 엄청날텐데 이것도 미국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미 주장을 제기했다.

   
▲ 최진미 전국여성연대 대표와 정종성 한국청년연대 상임대표가 공동선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대표자들이 제안한 '종전선언 및 대북제재 해제 촉구 각계 공동선언'은 오는 14일까지 더 많은 참여자를 모아 주요 일간지 광고 등의 방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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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또 시장으로 넘어갔는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8/09 07:41
  • 수정일
    2018/08/09 07: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민웅의 인문정신] '은산분리' 완화, 그리고 한국사회
2018.08.09 00:45:35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가는 문재인 정부
 
대자본의 독점구조 혁파는 이제 물 건너가는 모양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기조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도리어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금융시장에 대한 대자본의 지배는 자본의 본질적 욕망이다. 이를 막아내거나 통제하지 못하면 이 사회는 거대자본의 손아귀에서 좀체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그것은 노동자를 비롯해서 보통의 시민들의 정치적, 경제적 발언권이 앞으로 더더욱 줄어들고 만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자본의 확대 재생산구조는 보장되고 빈곤은 제도화된다. 
 
최저임금 정책은 을과 을 또는 을과 병의 싸움으로 그 부담이 전가되었다. 최저임금 산입 방식도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수당, 상여금 등 따로 줘야 할 돈마저 최저임금에 계산하면 그게 어디 최저임금인가? 실제로는 임금 삭감 아닌가? 게다가 마치 최저임금이 경제악화의 주범처럼 몰아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최저임금이 부담되는 자영업자,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조처는 없다.  
 
이러한 상황을 구조적으로 확정하고 있는 대기업에게 부담을 함께 감당하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이 없는 이들의 것을 빼앗고 있는데 정부는 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가 잘 움직이지 않으니 지지율이 빠지고, 이런 상황에 초조할 수 있지만 이럴 때 일수록 본질로 돌아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혹여 허둥대고 애초의 기조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된다. 
 
재벌개혁 물 건너갔나?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도 이미 그 답이 나온 셈이다. 문재인 정부와 삼성의 밀월 동맹은 시작되었고, 이제는 공개적 수준으로 접어들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삼성 방문 이후 삼성은 180조를 풀어 4만 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과정이 순수하지 않다. 여기에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관련 규제 완화라는 대가도 요구한 다음이었다. 국민건강에 중대한 의미를 지닌 바이오 산업분야의 검증체계, 독과점 구조가 아주 간단하게 정리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정책이 동력을 보이지 않으면서 압박을 받고 있는 정부와, 법률적 압박 아래 놓인 삼성의 손잡기라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는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삶이 힘들어졌던 시기의 문제와 모순에 대한 성찰이 현실 앞에서 졸지에 사라진 것일까? 촛불시민혁명의 요구에는 재벌개혁이 분명하게 담겨져 있다.  
 
특례법? 특혜법! 
 
산업자본의 금융시장에 대한 지배비율을 현재 4퍼센트 이하로 제한되어 있는 것을 무려 34퍼센트 또는 50퍼센트까지 상향조정한다는 것은 대자본에게 금융시장을 고스란히 넘겨주는 것을 뜻한다. 이른바 "특례법"이다. 그러나 내용은 "특혜법"이다. 말로는 IT 기술을 통한 금융시장의 혁신적 성장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지배구조가 바뀌는 것에 대한 답변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 추진방식 또한 대단히 폭력적이다. 이 정도로 중대한 정책전환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건너뛰다 시피하고 있다. 대자본의 이해를 적극 옹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이러한 정책 전환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명확하다. 
 
더불어 민주당은 은산분리가 경제민주화의 원칙 안에서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그 작동의 장치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말 만이다. 위태로운 태도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초국적 거대 금융자본이 인터넷 뱅킹을 장악할 날도 머지않다.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규제완화도 초국적 제약 산업과 그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 이는 의료정책의 영리화로 가는 길이 더더욱 열리는 것을 뜻한다.  
 
방치된 노동자들 그리고 전교조 
 
이런 상황이 한편에서 전개되는 동안,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완전 방치상태다. 박근혜 정권 당시 정권의 요구와 사법부의 거래로 희생된 내용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해결은 여전히 문재인 정부의 해결목록 우선순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폭염 단식 20일을 넘기면서 병원에 후송되었다. 정부는 여전히 묵언수행중이다.
 
교육 노동자들의 제도적 합법성을 보장해줄 방법이 결코 어렵지 않은데, 정치적 부담을 논하면서 거리를 두고 있다. 지지율 타령에 빠져 힘 있게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상실하고 있다. 이래도 되는가? 
 
교육 개혁이 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2022년도 대입제도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은 입시제도 개혁의 주도세력이 서 있을 자리가 없기 때문에 생기고 있다. 전교조는 바로 그 세력의 중심축이다. 이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논의되는 교육정책의 변화는 출발부터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아무리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교육혁신의 경험과 논리, 그리고 현장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세력의 입장이 담겨져 있지 않은데 어떻게 제대로 된 개혁안이 나올 수 있겠는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마련하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그야말로 절대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 우리 모두의 숙원이자, 평화가 곧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평화도 정의로운 제도와 정책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기득권 질서를 타파하지 못한 채 바로 그 기득권 질서에 의존해서 문제를 풀려고 하면, 모순은 더더욱 심화되고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의도가 그렇지 않다고 해도 현실은 그렇게 나타난다.
 
이반 일리치의 일깨움 
 
인간 혁명의 사상가 이반 일리치는 <깨달음의 혁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체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기만 하면 무슨 무기든 개발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우리에게 강요합니다. () 새 시대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특권과 면허장의 종언'이 될 것입니다."  
 
IT 기술을 내세워 금융자본의 지배구조를 더더욱 강화하고, 이에 대해 면허장과 특권을 부여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  
 
이를 혁파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침묵당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이반 일리치는 "침묵의 문법은 소리의 문법보다 훨씬 배우기 어려운 기술입니다"라고 일깨우고 있다. 정치는 바로 이 기술이 습득될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자본의 유혹 앞에서 인간의 가치를 지켜내는 정치를 보고 싶다. 대자본에게 특권과 면허장을 주는 정부가 아니라.  
 
 
미국 진보사학의 메카인 유니온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동화독법>, <잡설>, <보이지 않는 식민지> 등 다수의 책을 쓰고 번역
했다. 프레시안 창간 때부터 국제·사회 이슈에 대한 연재를 꾸준히 진행해 온 프레시안 대표 필자 중 하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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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살이'하는 삼양동 옆집에서 40대 사망... 박 시장 일정 취소하고 조문

[현장] '이웃집' 남자 고독사에 박원순 "큰 숙제 받았다"

'한달살이'하는 삼양동 옆집에서 40대 사망... 박 시장 일정 취소하고 조문

18.08.08 18:51l최종 업데이트 18.08.08 18:51l

 

강북구 삼양동 40대 남성 숨진채 발견 8일 숨진채 발견된 40대 남성의 집을 강북구 관계자가 소독하고 있다.
▲ 강북구 삼양동 40대 남성 숨진채 발견 8일 숨진채 발견된 40대 남성의 집을 강북구 관계자가 소독하고 있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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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삼양동 동네주민들이 A(41)씨의 죽음을 알게 된 것은 냄새였다. A씨의 집은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야 다다를 수 있지만 썩은내가 언덕 초입부터 코를 찔렀다. 공교롭게도 그가 죽은 곳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달 강북살이'를 하고 있는 옥탑방과 담을 맞대고 있는 단독주택이었다.

8일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0분쯤 서울 강북구 삼양동 주민이 "골목에서 냄새가 난다"라고 119에 신고를 했다. 소식을 접하고 출동한 경찰은 해당 골목 중간쯤 위치한 1층짜리 단독주택 안방에 A씨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발견 당시 부패가 심했다"라며 "사망한 지 3~4일쯤 지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는 "타살 정황은 없다"라면서 "평소 A씨가 간질환과 알코올 중독 증세를 앓고 있었다는 유족들의 말에 따라 지병이 있는 상태에서 과음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7일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했다.

 

낮 12시 40분쯤 강북구청 관계자가 소독을 했지만, 냄새는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소독을 위해 문을 열자 안에서 파리들이 튀어나왔다. 현관문 건너로 넘어다 본 집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거실과 방 안에는 수십 개의 플라스틱 소주병이 이불과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컵라면과 이미 뜯은 컵라면이 여기저기 바닥에 놓여있었다. 무엇인가를 먹은 흔적이 있는 냄비 3개가 거실과 방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A씨는 차상위계층으로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 등을 인하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집 앞에는 '전기공급 제한 알림' 고지서가 바닥에 붙어있었다. 4월부터 전기요금이 미납돼 6일 오전 10시부터 순간 전력량이 660W로 제한된다는 내용이었다. 660W는 TV와 선풍기 등 최소한의 생활만 가능한 전력이다. 그 옆에는 카드대금이 미납됐음을 알리는 고지서 여러 장이 떨어져있었다.

강북구 삼양동 '혼자 살던 40대 남성의 죽음'

동네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A씨는 '은둔형 외톨이'였다. A씨가 삼양동 골목으로 이사 온 이후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봤다는 사람이 드물었다. A씨를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였다.

A씨의 집 바로 옆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B씨는 "가끔 집 앞에서 마주칠 때 보면 수염도 깎지 않은 채였다"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B씨는 "배달시켜 먹고 내놓은 빈 그릇과 소주병 여러 개가 집 앞에 자주 나와 있었다"라며 "전등이 켜졌다 꺼지고 TV소리가 나는 걸로 '살아있구나' 했다"라고 했다. 그는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지 않으니 악취가 자주 담을 넘어왔다"라며 "항의를 하려고 문을 흔들거나 두드려도 나와보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아주 가끔 어머니가 찾아오는 것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이 세 들어 살고 있는 집 바로 옆에 사는 문아무개(68)씨는 "박 시장이 이사 오기 전에도 냄새가 하도 나서 동네 주민들이 신고했었다"라며 "당시 경찰과 구청 직원들이 왔었는데, 사람이 나와서 '괜찮다' 싶었다"라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 복지·건강 상담을 하는 '찾아가는동주민센터(찾동)'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A씨는 이를 거부해,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못 했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전했다.

시 관계자는 "중장년층 1인가구인데다가 시각장애 6급, 차상위계층이라 '찾동 서비스'로 관리해왔다"라며 "7월에도 두 번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거부했다"라고 했다. 그는 "최근 방문이 7월 18일인데 당시에도 본인이 방문을 원치 않는다고 해서 참치캔을 드리고 왔다"라며 "그 날 A씨의 어머니께도 연락해서 주거상태에 대해 말씀드렸다"라고 했다.

동네 주민의 비보를 접한 박 시장은 이날 오후에 잡혀있던 강북구 북부시장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5시쯤 빈소를 찾았다.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박 시장은 "너무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했다. 박 시장은 "찾동 사업으로 예전에는 방치됐던 사각지대가 확인되기 시작했지만 이처럼 본인이 서비스를 거절하는 경우에는 (적용이) 어려웠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박 시장은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공동체가 붕괴되면서 단절이 생겼다"라며 "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고 큰 숙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간 1인 가구의 고립·단절에 대한 해법으로 공동체 간 연대와 협력인 '사회적 우정'을 강조해 온 박 시장이 '한 달 강북살이' 이후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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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경쟁 ‘선전포고’···평화당, 김대중·노무현 사진 내걸었다

입력 : 2018.08.08 10:14:00 수정 : 2018.08.08 10:16:41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등이 8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과 명패를 회의실에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등이 8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과 명패를 회의실에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이 8일 국회 당 대표실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국회 내 회의실에도 걸려 있다. 민주당과 평화당 회의실에 모두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붙은 것이다. 평화당이 정동영 신임 대표 취임 후 ‘진보 선명성’을 내세우면서 ‘진보경쟁’이 시작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등이 8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과 명패를 회의실에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등이 8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과 명패를 회의실에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등이 8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등이 8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대표는 지난 6일 당선 직후 “평화당을 존재감 있는 당으로 만들어갈 것”이라며 “현 정권이 먹고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이 나라에서 국민이 평화당을 바라볼 때까지 전진해야 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 가는 것이 평화당의 목표” “민주당의 우클릭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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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081014001&code=910100#csidxee7a1cad6ee229fb38a62a855743d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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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시대 종전선언이 가지는 의미


[기획] 종전선언이 필요하다(3/끝)
  • 안호국 시사평론가
  • 승인 2018.08.08 09:30
  • 댓글 0

싱가포르에서 종전선언이 있을 거라는 섣부른 기대가 있었으나 정전협정 65년째인 7월27일이 지나도록 종전선언 소식은 깜깜하다. 북은 핵‧미사일 시험 동결, 북부 핵시험장 폐기, 미군 유해송환, 미사일발사 시험장 해체 등 선제적 조치를 연이어 취하고 있지만, 미국은 외려 몽니를 부리며 선비핵화 요구를 바꾸지 않고 있다. 이런다고 다른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닌데, 패권주의의 미몽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4.27판문점선언 시대를 낙관하는 것은 좋으나 미국에 대한 환상은 언제나 금물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상황이다. 이에 4.27시대를 열어가는 과정에서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할 종전선언 문제를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안호국 시사평론가의 글을 세 차례 연재한다.

1. 휴전협정, 강화협정, 평화협정 그리고 종전선언
2. 한국전쟁, 휴전협정과 정전체제
3. 판문점선언시대 종전선언이 가지는 의미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면 북과 미국, 남과 북을 전쟁상태, 적대관계에 두고 있는 정전체제를 먼저 해체해야 한다.

6.15남북공동선언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대화와 협력, 화해와 교류, 통일과 평화의 시대가 열리자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해서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10.4선언에서는 종전선언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10.4선언 4항에서는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하였다.

그러나 이 합의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남측이 합의이행을 거부하여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어 등장한 박근혜 정권은 극단적인 대결과 적대정책을 추구하였다. 미국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새 전쟁책동을 비롯한 대북 적대정책을 재개하였고, 이어 미국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는 적대정책을 고수하며 북의 붕괴를 추구하는 ‘전략적 인내정책’에 매달렸다.

2017년의 격렬한 군사적 대결을 거친 후 2018년 벽두부터 시작된 지금의 변화는 한반도에서의 북미간 힘의 균형이 달라진 결과물이다.

일부 사람들은 제재를 못 견뎌 북이 대화에 나왔다거나,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효과를 내서 북이 비핵화를 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근거를 내놓지는 못한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조차 자기 말을 별로 신뢰하지 못하는 그저 자기 주장의 일관성을 위해서 또는 자기 합리화나 위로를 목적으로 하는 주장일 뿐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에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몰락 및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미국에서 주류정치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등 몇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어쨌던 현재의 변화가 한 세기에 걸친 우리 민족과 미국간의 대결이 결산되고 있는 역사적 흐름속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의 변화는 미국에게는 ‘강요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낡은 체제와 질서의 힘은 결코 만만치 않다. 대북 적대정책을 추구해온 미국내 대결주의자와 호전세력의 반발과 준동은 거세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물꼬를 튼 북미 관계정상화가 결실을 맺으려면 미국이 북을 적대적인 대상으로 삼는 입장부터 버리도록 해야 한다.

한국정부는 제재를 비롯한 미국의 대북정책 눈치를 보느라 교류와 협력 사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의 이행도 더디게 진행하고 있다. 전쟁과 정전체제가 심어놓은 ‘주적이념’에 사로잡혀있는 군부 인사들과 정부 관료들은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도 취할 생각을 못하고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태롭게 하는 일을 벌이고 있다. 판문점선언이 차질없이 이행되려면 남과 북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고 있는 정전체제를 해체해야 한다.

판문점선언 이전에 종전선언을 추진한 것은 극단적인 군사적 대치를 완화하고 당면한 전쟁위기를 해소하자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남북관계 특히 북미관계의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분단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았다. 또한 평화제체 수립 없는 정전체제 해체는 한반도의 불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진보진영과 통일운동은 종전선언보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미국도 제 나름의 이유 때문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그것은 첫째로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한국전쟁에서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전쟁에서 강화협정이나 평화협정이 아닌 휴전협정의 방식을 선택한 것은 전쟁에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즉 패전했다는 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은 정전협상 당시 ‘명예로운 정전’이라는 엉뚱한 이름까지 붙이며 한국전쟁에서 실패한 사실을 가리려고 하였다. 이는 이후 정전협정 이행을 거부하거나 어기면서 북에 대한 적대정책과 적대적 입장을 고수한 것과 관련되어 있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전쟁이 완전히 종료된 것으로 공인되면 북에 대해 적대적 행위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지는 등 적대정책을 추진할 동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쟁이 일시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큰 제약을 받지 않고 거리낌없이 북에 대한 전면전쟁 도발위협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쟁을 끝내게 되면 미국은 이같은 행위를 하는데서 새로운 선전포고, 군사도발이라는 부담을 져야한다. 무엇보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근거로 삼고있는 정전체제에 의한 적대적 관계가 사라진다.

그런데 북과 미국이 2013∼2017년의 군사적 대결을 거치면서 정전선언에 대한 입장과 정전선언이 가진 의미가 달라졌다.

길게 보면 1989년 미국의 영변핵시설 의혹을 제기한 때로부터 오늘날까지 30년에 이르는 이 대결의 결과 북미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 적대적 대결에서 우호관계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또한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이 달라져 ‘전쟁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가 미국에게도 결코 유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일시적 전쟁중단 상태에 있는 상대가 자기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보유했다는 사실이 미국 사람들에게 주는 공포와 불안감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종전선언, 정전체제 해체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북미관계의 전환을 촉진시키는데서도 큰 역할을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과정에 거쳐야 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종전선언은 북미공동성명, 북미관계의 전환을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확정하게 된다. 싱가포르에서 이루어진 북미정상의 합의를 파탄내려는 미국 내외의 대결주의자들의 책동을 무력화할 수 있는 유효한 방도이기도 하다.

종전선언은 한국내 반통일수구집단, 분단적폐를 청산하는데도 큰 힘이 된다.

한국전쟁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은 분단과 적대적 대결을 조장하는 집단의 발판을 허물게 된다. 또한 사람들이 분단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된다.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반통일수구집단과 통일애국세력간의 사회적 힘의 균형 변화는 더 촉진될 것이다. 당면해서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방해하는 갖은 책동들이 동력을 상실할 것이다.

종전선언이 판문점선언 이행이다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한국전쟁 휴전협정과 정전체제, 그리고 한반도 평화협정과 어떤 상관관계에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판문점시대에 종전선언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무슨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찰해 보았다.

한국의 진보진영과 통일운동이 판문점선언 이행운동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이 운동을 무슨 내용으로, 어떤 구호를 가지고, 어떤 방식의 운동으로 펼칠 것인가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 연구에서는 ‘종전선언 이행을 대중적인 요구로 정착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운동’을 벌이는 것이 당면한 판문점선언 이행운동의 하나로 되어야 한다는 것을 결론으로 제출한다.

덧붙여 종전선언 이행운동을 펼치는 데서 유의해야 하는 점 몇 가지를 지적한다.

무엇보다 판문점선언시대에서 종전선언이 차지하는 위상과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한다.

종전선언이 가진 전략적 의의와 시대적 역할을 제대로 아는 것은 종전선언 이행운동이 구축할 사회적 힘의 크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상호관계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종전선언은 한반도평화협정의 주요한 내용이자 그 전제이다. 하지만 평화협정 속에 용해되거나 평화협정의 일부는 아니다. 지금의 역사적 격변에서는 종전선언이 가지는 독자적인 지위와 위상을 제대로 알아야 이 운동을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

그리고 종전선언이 가지는 정치군사적 힘, 그것이 낳을 변화를 잘 이해 해야한다.

판문점선언의 시대는 격변의 시대이며 놀라운 창조의 시대이다. 모름지기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은 역사적 상상력이 풍부해야 하며, 과감하게 구상하고 높은 진취적인 기상을 가져야 한다.

종전선언이 한반도에 가져올 변화를 상상해보자. 판문점선언 이행에 속도를 높이고, 북미관계의 전환이 되돌릴 수 없게 되는 그 변화는 종전선언으로 더욱 확고한 현실로 될 것이다.

힌국전쟁 종전선언이 가지는 힘과 불러올 변화를 잘 알수록 종전선언 이행운동은 높은 활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연구가 판문점선언 이행운동이 보다 실속있게 펼쳐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지지하는 운동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안호국 시사평론가  minplusnews@gmail.com

icon관련기사icon한국전쟁, 휴전협정과 정전체제icon휴전협정, 강화협정, 평화협정 그리고 종전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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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없는 핵 신고? 미국에 '선제타격' 명단 넘기는 셈

[한반도 브리핑] 북한의 '불가역'과 미국의 '가역', 맞바꿀 수 있나

 

 

 

1. 종전 외교의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4월 1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시 한국전쟁의 종전에 관해서 "남북이 (정상회담 의제로) 종전을 논의하고 있으며, 어떻게 협의 되느냐에 달려있지만, 그들의 종전 논의는 나의 축복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열흘 후 4월 27일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의 3항에는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라며 종전과 관련한 문구가 들어갔다. 

선언의 3항뿐만 아니라 선언문의 전문 (前文) 격에 해당하는 앞부분에도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중략)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라는 문구가 포함돼있다.  

이로부터 약 한 달 반 뒤에 열린 6월 12일(현지 시각)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싱가포르 선언문 3항에는 (북한 <노동신문>에 발표된 발표문)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한편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쉬운 길이 아니었다. 우리한테는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모두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도 정상회담 전후에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과거 전문가들의 비관론을 비판했고, 자신의 방식이 과거 방식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과거의 관행과 편견에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여기서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번 북핵 비핵화 과정은 (한반도 비핵화라고 쓰고 북핵 비핵화라고 읽는다) 종전 논의가 비핵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알렉산더의 칼 역할을 하였고, 미국 대통령이 거기에 힘을 실어주면서 비교적 순탄하게 미북 정상회담까지 협상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바로 그 종전 논의를 합의문에서 명확하게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후 비핵화 과정이 이제 다시 과거의 편견과 관행으로 돌아가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의 문구들에 나와 있듯이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기로만 되어 있을 뿐, 어떠한 조건 하에서 어떤 순서로, 또 어떤 형식으로 종전선언을 할 것인지, 그 선언이 3자 종전선언인지 4자 종전선언인지, 상징적 선언인지, 협정인지 등이 분명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또한 종전선언 다음 단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회담도 남북미 3자인지 아니면 남북미중 4자인지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다.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문에도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다고만 되어 있고, 종전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사실 이러한 합의문은 좋은 합의문일 수도 있고 나쁜 합의문일 수도 있는데, 좋은 것은 정상의 축복 하에 큰 틀의 방향을 정해 놓고 실무진들이 일을 빨리 진행시킬 때이고, 나쁜 것은 정상이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합의를 강력하게 밀고 나가지 못할 때 신뢰부족과 합의문의 구체성 결여로 인하여 양쪽 모두 합의실행을 극히 조심스러워할 때이다. 

이번 비핵화 과정은 정상이 처음부터 깊이 개입하였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을 기대하였는데, 결국은 신뢰부족과 구체성부족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스러운 지점에 와 있다.  
 

▲ 지난 6월 12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2. 종전 외교의 문제점 

그런데 여기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몇 가지 나타난다. 첫째, 종전 논의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칼이었다면, 가장 애지중지하고 역점을 기울여서 다루었어야 했던 것이 바로 그 종전선언을 어떠한 조건과 순서, 형식을 갖추고 언제 하느냐에 대한 남북미 간 합의였을 것이다.  

또 종전선언이 왜 중요하고, 종전선언을 하면 왜 비핵화를 촉진시킬 수 있고, 종전선언에 대해서 미국이 왜 조심스러운지 등, "왜"와 관련된 질문에 서로 답을 공유하고 있었어야 했다. 즉 문제의식이 공유되어서 합의문이 나왔어야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과연 문제의식에 대한 협상실무진 간 공유가 있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둘째, 만약 종전선언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조건, 순서, 형식에 대한 합의의 공유가 없었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었다면 우리 당국자는 이를 위해 북한과 미국을 매우 분주하게, 그리고 전략적으로 뛰어 다니면서 종전선언의 조건과 순서, 형식, 시기에 대한 합의를 도출 했어야 했다. 즉 "종전선언 로드맵"을 만들어서 남북미 간에 공유할 수 있었어야 했다. 지금 와서 보면 그러한 전략이 과연 있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셋째, 요즘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미국이 내세우는 "신고"라는 말이 (핵과 관련하여 어디까지 신고해야 하는지가 모호한)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워싱턴 D.C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일관되게 나오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비판한 소위 과거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미국정부가 받아들여 과거의 견해와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히 좋은 징조는 아니다.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신속하고 정교한 대응책이 있었는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3. 선 신고, 후 선언의 문제점 : 비가역 대 가역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전략적 실수를 통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미국에게 종전선언이 왜 비핵화를 촉진하는지를 설득하고 설명하고, 원안대로 설득이 안 된다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북한은 아직 전쟁 상대국이다. 군사력으로 보면 훨씬 약세인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잠깐 방심하면 언제 군사적으로 당할지 모르는 전쟁 중에 있다. 물론 우리도 북한으로부터 언제 공격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한 전쟁 중에 만약 북한이 억지력의 관점에서 자신의 최고 핵심전력이자 방어무기인 핵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일방적이고 투명하게 미국에 신고한다면, 적장에게 선제타격의 목표물을 알아서 넘기는 것이 된다. 영화에서 보면 적국 스파이나 할 짓이다. 

만약 미국의 비확산 전문가나 한반도 전문가, 군수산업 관련 전문가들이 북한의 신고를 믿을 수 없는 신고라고 일제히 포문을 열면, 비핵화 협상은 다시 교착상태로 바뀌고 북한은 군사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될뿐만 아니라 매일 선제타격의 공포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북한의 신고는 매우 "비가역적"인 행위다. 그래서 아무리 독재국가이고, 권력기반이 안정되어 있고, 또 백두혈통의 김정은 위원장이라 하더라도 이제 전쟁이 끝났다는 종전선언 없이 선제타격의 목표물을 미국에 먼저 건네줄 수 없을 것이다. 북한 군부와 인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권력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 것이다.

반면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언급한 것과 달리 종전선언은 그렇게 비가역적이라고 볼 수 없다. 한번 선언하면 다시 원상복귀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비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종전선언을 취소할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이전의 현상유지로 돌아오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협정이 아니라 정치적 선언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한미동맹의 우산 속에서 북한을 다시 적대국으로 설정하고, 여태까지 해 오던 것을 그대로 할 수 있다. 북한을 다시 "악의 축"으로, "불량국가"로 규정할 수 있고 국가안보보고서나 핵 태세 보고서에서 확실한 위협으로 명확히 언급할 수도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그대로 유지하고,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주한미군의 주둔을 설득할 명분도 충분하다. 상황에 따라 오히려 이전의 현상유지보다 더욱 더 강력해진 동맹과 주한미군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합동군사훈련도 재개되고, 전략자산도 다시 들어오고, 미사일 방어무기도 더욱 전격적으로 들어올 수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종전선언과 핵 신고의 교환은 북한에게 매우 불리한 "비가역적 조치"와 비교적 "가역적인 선언"의 교환이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의 명분을 주어 군부와 인민을 끌고 갈 수 있게 하려면 종전선언이나 그에 준하는 미국의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종전선언 이후의 평화체제나 유엔사의 문제, 주한미군, 주일미군의 문제 등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북한의 붕괴를 포함하여) 비핵화가 되면 나올 문제들이다. 북한의 항복으로 종전이 되어도 나올 문제이고, 평화적으로 비핵화의 길을 가더라도 나올 문제이다. 이 문제가 골치아프다고 계속 뒤로 미룬다면, 이는 책임의 방기이거나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4. "종전의 시작"이라도 선언하자 

필자는 종전선언이 어려우면 종전과정의 로드맵을 만들어 "종전의 시작"을 먼저 선언하고, 종전의 마무리와 함께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협상을 시작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물론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면 종전선언이 선행하고 핵 신고가 따르는 순서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전문가들의 머리를 빌어 지혜를 모아 대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어쩌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들에 그 지혜가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비핵화의 끝장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전략수립 및 실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시대적 요구가 있다. 임기응변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전술과 전략을 정교하게 조화시키는 준비된 외교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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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민들이 ‘고대사 논쟁’에 참여해야 한다”

국학연.민족주의포럼 국학강좌(7) 임찬경 ‘고대사 논쟁’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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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7  17: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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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찬경 국학연구소 연구원은 7월 19일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2018 국학 월례강좌’ 일곱 번째 강연자로 나서 ‘국학과 역사–고대사 논쟁’을 주제로 발표했다.[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많은 시민들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고대사 논쟁에 참여해야 한다. 올바른 논쟁의 방법을 파악해야 한다.”

임찬경 국학연구소 연구원은 7월 19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30호에서 열린 ‘2018 국학 월례강좌’ 일곱 번째 강연자로 나서 ‘국학과 역사–고대사 논쟁’을 주제로 “우리사회의 ‘고대사 논쟁’ 그 실태와 진전을 위한 방법 모색”을 발표했다.

중국 연변대학교에서 고구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임찬경 연구원은 “우리사회의 고대사 논쟁의 주요 쟁점들이 많은데, 실제로 따지고 보면 그 쟁점들은 사대사관과 식민사관에 의해 왜곡된 것들”이라며 “우리사회에서 가장 첨예하게 논쟁되고 있는 문제, 우리 역사의 시작과 관련된 문제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역사 서술이 달라진다”고 운을 뗐다.

이병도 “용변을 보고 있는 동안에 갑자기 영감이”

   
▲ 임찬경 연구원은 기존 학계가 이병도의 고대사 관련 주장들을 지금까지 비판 없이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실제로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고대사에 대한 정립된 학계의 정설이 없고, 단군은 신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위만조선의 위치 및 한사군 문제가 고대사 논쟁의 핵심적 사안”이라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이병도 등의 한사군 주장은 전혀 학술적이지 못하다”며 “한사군 중의 현토군이 현재 중국의 환인(桓仁)에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그 근거는 현토(玄菟)의 발음이 환인의 옛 지명인 환도(丸都 혹은 桓都)와 발음이 비숫하다는 것뿐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무병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다. 그것은 저 유명한 ‘현토군환도설(玄菟郡丸都說)’에 대한 것인데 이 문제를 놓고 선생님(이병도)은 많은 심사숙고를 거듭하였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얻지 못하고 있었던 차에 하루는 뒷간으로 들어가서 용변을 보고 있는 동안에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는 것처럼 문제가 해결되었노라고 얼굴에 웃음을 피우시면서 그 내력을 들려주시었다”는 증언을 예시했다.(尹武炳, 「斗溪先生과 史蹟踏査」 『歷史家의 遺香』, 一潮閣, 1991)

그는 “이병도로부터 비롯되어 그의 후학들에게 거의 비판없이 이어지는 한국사학계의 고대사에 대한 오류들은 예를 들면, 한사군 문제를 비롯하여 고조선의 위치, 위만의 족계(族係) 문제, 부여와 고구려의 초기 위치 및 강역 문제, 삼한과 예 및 옥저의 위치 문제, 삼국과 왜의 관계 등 고대사 거의 전반에 널려있다”며 “전부 이병도가 만들어놓은 고대사의 틀 속에서 우리 고대사학계가 아직도 그것을 못 벗어나고 있는 거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병도의 여러 고대사 관련 서술은 실증이 없고 미검증 상태”라고 평가하고 “우리 사회의 고대사 논쟁의 쟁점들은 일종의 사관에 의해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조선, 위만조선, 그리고 낙랑군 평양설

   
▲ 임찬경 연구원이 제시한 기자조선, 위만조선, 한사군 낙랑 관련 도표. [자료사진 - 통일뉴스]

대표적 사례로 “한사군 중의 낙랑 문제는 처음에, 현재의 평양이 고대의 기자조선(箕子朝鮮)이나 위만조선(衛滿朝鮮)이 있던 지역이며, 또 서기전 108년에 한무제가 이곳을 정벌하여 한사군 중의 낙랑군을 설치했다는 식의 역사왜곡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그 이유로 “그들이 정통으로 여기는 기자를 평양에 꼭 모셔야 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한 조선시대 학자들이 중국에서 건너온 기자로부터 우리 역사가 시작됐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어했다는 것. 이에 더해 “일제는 조선 역사의 식민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현재의 평양에 낙랑을 반드시 위치시켜야 했다”고.

그러나 기자조선 평양설은 도저히 학술적으로 성립되기 어려워 이제는 슬며시 위만조선과 낙랑군 평양설만 남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현재의 평양에 한무제가 설치한 낙랑군이 있었다는 한사군 인식은,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에 의해 더욱 강화된 것”이라며 “문제는 21세기로 넘어선 이 시점에도 역시 조선시대의 사대사관과 일제의 식민사관으로 왜곡시킨 한사군 논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논리로 고대사 논쟁을 지속하고 있는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김부식이 1145년에 지은 『삼국사기』을 근거로 “삼국사기 지리지에 분명하게 기록돼 있다. 고구려의 첫 도읍은 요하를 건너 서쪽으로 의무려산 일대에 있다는 거다”며 “왜 고구려 첫 도읍이 이 지역에 있었는지 알게 됐느냐면, 고려시기에 요나라를 방문하는 고려의 사신들이 왕래하면서 확인했다는 거다”고 말했다.

또한 “더 중요한 사실은 삼국사기 기록을 보면 고구려의 제사 기록들이 나온다”며 “초기부터 6백년대까지 졸본에 가서 계속 제사를 지낸 거다. 어떤 때는 졸본에 제사를 가서 한달, 두달 머물다 오기도 한다”며 고구려 첫 도읍 졸본이 600년대까지 고구려 강역이었음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 임찬경 연구원이 제시한 고구려 첫 수도 졸본과 위만조선 추정 지역. [자료사진 - 통일뉴스]

그는 “첫 도읍을 600년대까지 계속 유지했다면 서기전 108년에 위만조선이 여기 와서 있을 가능성은 없다”며 “사료에 근거해서 위만조선의 위치를 대충 추정해 보면 난하, 조백하 일대”라고 추정하고 “이것이 고려시대 역사인식”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서기전 108년 한무제가 위만조선을 쳐서 해체시켜서 한사군 중에 낙랑군을 만든 지역은 대동강 일대가 아니다”며 “그런 관점은 삼국사기에 분명하게 서술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사실 ‘통일신라’는 근대의 발명품”이라며 하야시 다이스케의 『조선사』(1892)에서 ‘통일신라’란 용어를 처음 만들어냈다고 지적하고, “그 책을 저술할 당시의 청(淸)으로부터 조선을 역사적으로 분리시켜 내기 위해, 신라와 당(唐)의 대립 및 신라에 의한 당의 축출을 강조하는 과정에 ‘통일신라’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부 재야사학계는 발해(대진국)와 신라(통일신라)의 남북국시기로 파악하고 있다.

나아가 “1930년대 이후에 통일신라를 우리 민족의 형성과 민족문화의 연원으로서 서술하는 경향이 생겨나게 된다”며 “해방 이후에 이런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세력에 의해서 계속 이어진다. 경상도 쪽이 집권을 많이 하고, 아직까지도 한국사회의 지배계층의 상당수가 조선시대부터 맥이 이어진다”고 짚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화랑’, ‘풍류’ 부각도 이같은 역사 왜곡의 맥락이라는 것.

“이데올로기로서의 사관을 정확히 파악해야”

   
▲ 임찬경 연구원은 고대사 논쟁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는 지난해 <한겨레21>이 한겨레 주주통신원까지 뛰어든 ‘고대사 논쟁’을 다뤘지만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이제는 정치적 주장보다 역사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자세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접근과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두루뭉술하게 맺은데 대해 “그 문제를 해결할 철저한 의지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한편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 “역사청산이라는 작업은 위험하기도 한 작업”이라며 “침묵의 카르텔에는 여도 야도 없었다. 노무현과 같은 정당에 있더라도 정당 소속원이지만 결국 그 사람은 지배층의 일원으로서 침묵의 카르텔의 일원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어느 시점에서 과거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서 극복하려는 고대사 논쟁을 올바로 시작하려면, 시대에 따라 그 사실 왜곡에 작용한 이데올로기로서의 사관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그 서술에 작용했던 사관을 배제하고 우리의 민족·민주·민중적 시각으로 역사를 재해석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현재도 역사청산 꼭 해야 한다. 어렵더라도 꼭해야 될 일을 해야 한다. 누구나 논쟁에 참여할 이유가 있다”며 “현재 우리사회의 국학연구자들에게는 고대사 논쟁을 통해서 반드시 과거사 청산을 이루고, 우리사회의 역사를 바로 잡음으로써 오래도록 왜곡되어온 불평등과 모순의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내겠다는 혁명적 자세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올바른 논쟁의 방법’으로 “낙랑 문제가 왜 저렇게 왜곡됐는가를 바로 알면 그것을 논쟁해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논쟁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뭔가를 터득하게 된다”며 “그리고 그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본래의 역사적 사실이 왜곡된 이유를 알면, 왜곡된 사관을 걷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제 문재인 정부에서는 변화가 있을 거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권은 촛불시민혁명에 의해서 집권했기 때문”이라고 전제하고 “사회의 그 어떤 것을 변화시키는 일은 다수 시민의 참여로만 가능하다”며 “기득권 권력을 정리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만 바꿀 수 있는 거지 지금 이건 학문적 논쟁은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사실 역사라는 것이 교과서 수준의 역사는 올바른 관점에 의해서 씌여진다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안되니까 국정교과서든 검인정교과서든 문제가 된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조금더 민주화되고 조금더 국민 다수의 합의에 의해서 운영되는 사회로 진보하는 시점이 되면 역사교과서는 국가에서 써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강연에 이어 질문과 답변 시간이 이어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국학연구소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주최하고 <통일뉴스>가 후원하는 ‘2018 국학 월례강좌’ 여덟 번째 강연은 임영태 현대사연구회 연구위원이 ‘현대사 논쟁’을 주제로 8월 23일 오후 7시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30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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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은산분리 완화에 환호한 보수신문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4면에 환히 웃는 대통령… 한겨레·경향은 ‘공약 파기’
식품대기업 SPC그룹도 오너 일가 일탈로 위기… 차남 마약 혐의

이정호 기자 leejh67@mediatoday.co.kr  2018년 08월 08일 수요일
 

조선일보가 모처럼 대통령의 환하게 웃는 사진을 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행사장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발표하자 조선일보는 ‘18년 옥죈 은산분리 규제 IT기업에 한해 풀어줄 듯’이란 제목으로 1면에 화답했다.

조선일보는 4면에 ‘은산분리 완화’란 문패를 달고 한 면을 모두 털어 보도했다. 조선일보 4면 머리기사는 ‘문 대통령, 붉은 깃발법 언급하며 은산분리 완화 길 텄다’는 제목이었다. 대통령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규제를 19세기 말 연국이 자동차산업으로부터 마차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붉은 깃발법’에 비유했다.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게 했고 그 결과 영국은 자동차산업에서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 영국의 자동차산업처럼 인터넷 전문은행도 한국에선 규제가 발목을 잡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것을 비유한 말이다.  

▲ 조선일보 4면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
▲ 조선일보 4면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

 

조선일보는 이 일화를 4면에 “마차 보호하려다 車산업 뒤처진 영국처럼 되면 곤란”이란 제목으로 달아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인용한 제목이었다. 조선일보는 이날 행사장에서 QR코드를 이용한 결제기술을 체험하는 대통령의 환하게 웃는 사진도 실었다. 

▲ 조선일보 4면
▲ 조선일보 4면

 

반면 같은 내용을 한겨레는 8일 1면에 ‘문 대통령,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은산분리 공약 훼손 논란’이란 부정적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관련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달아 한겨레보다 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8일 1면 머리기사에 ‘원칙 꺾나…은산분리 규제완화 꺼낸 문 대통령’이란 제목으로 달았다.  

 

식품대기업 SPC그룹도 오너 일가 일탈로 위기

SPC그룹(옛 삼립식품) 3세이자 허영인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41)이 마약 흡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허희수 부사장은 2007년 SPC그룹 계열사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해 그룹 마케팅전략실장을 거쳐 2016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8일자 신문들은 이 소식을 사회면에 1~2단의 작은 기사로 보도했다. 매일경제신문은 29면에 1단 기사로, 동아일보는 12면에 2단 기사로, 경향신문은 10면에 2단 기사로 실었다. SPC그룹은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역외탈세 등의 광범위한 혐의를 받아 지난달 26일 국세청의 대규모 세무조사를 받은 가운데 이번 사건이 불거졌다. 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허 부사장을 경영에서 영구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오너 일가의 일탈에 다른 그룹보다 훨씬 발빠른 대응이었다. 그러나 경영에서 영구배제하겠다는 발표가 지켜질지는 상당한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한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매경 29면, 동아일보 12면, 경향신문 10면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매경 29면, 동아일보 12면, 경향신문 10면

 

 

1921년 황해도 옹진반도에서 태어난 SPC그룹(옛 삼립식품) 창업자인 허창성 회장은 14살 때부터 빵집 점원으로 일했다. 10여 년 일하다 해방을 맞아 그동안 배운 기술로 1945년 10월 고향에서 ‘상미당’이란 작은 빵집을 차렸다. 48년 서울로 진출한 상미당은 방산시장에서 출발했다. 허창성 회장은 1961년 용산에 본사와 공장을 마련하면서 ‘삼립’이란 이름을 처음 내걸었다. 때마침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가 혼분식 장려운동으로 밀가루 소비를 촉진한데다 바로 옆 미군기지에 군납업체로 선정돼 삼립빵은 급성장했다. 1967년 가리봉동 야산 일대에 큰 공장을 세웠고, 1969년엔 공장 옆에 신사옥까지 세워 본격적인 가리봉동 시대를 열었다. 1971년 시흥공장, 1978년 아이스크림 공장까지 전국에 여러 공장을 세워 호황을 누렸다.  

허창성 회장은 1975년 기업공개에 이어 1977년 50대 중반에 일찍부터 서서히 경영에서 손을 뗐다. 큰 아들에겐 삼립식품의 여러 공장을, 차남에겐 성남의 샤니공장만 물려줬다. 큰 아들의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반대로 차남은 일찍부터 제빵에 전력투구해 승승장구했다. 차남은 형의 삼립식품을 인수하기에 이른다. 차남이 키운 기업은 오늘날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 베스킨라빈스31, 던킨도너츠를 거느린 식품대기업 SPC그룹이 됐다. 작은 빵 공장을 그룹으로 키운 차남이 바로 현 SPC그룹 허영인 회장이다. 형보다 나은 아우였다. 그런 회장의 차남이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룹의 명예에 먹칠을 했으니 SPC그룹으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수많은 재벌 오너들의 일탈이 사회적 비난을 받는 속에 SPC그룹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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