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미 회담 직후 풍계리 남쪽 취재진 방북 허용 
25일 맥스선더 훈련 종료 뒤 대화 재개될 듯
문 대통령, ‘25일 이후’ 날짜 콕 집어 고위급회담 재개 시사
23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북부핵시험장 폐기 의식’을 현장에서 취재할 남쪽 취재진 8명을 태우고 동해 직항로를 거쳐 원산까지 간 정부 수송기.   국방부 제공
23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북부핵시험장 폐기 의식’을 현장에서 취재할 남쪽 취재진 8명을 태우고 동해 직항로를 거쳐 원산까지 간 정부 수송기. 국방부 제공
북한의 고위급회담 연기 통보(16일) 이후 남북관계에 켜진 ‘노란 경고등’이 일주일 만인 23일 다시 ‘파란 주행등’으로 바뀌었다.

 

첫 실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북부핵시험장’ 폐기 현장에 남쪽 취재진이 뒤늦게 합류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2일(현지시각) 워싱턴 정상회담 직후에 공식 발표가 이뤄졌다. 북-미 정상회담(6월12일 싱가포르)을 성공으로 이끌려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협력이 재가동됐음을 뜻한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남·북·미 3각 함수에 좌우됨을 방증한다.

 

특히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비난한 맥스선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종료일인 25일 이후부터 남북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 재개가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는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전언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25일 이후”라고 날짜를 콕 집어 강조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과 북이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가기로 했다”(4·27 판문점 선언 1조 1항)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약속을 실천하는 길에 다시 나서기로 했다는 뜻이자 남북 사이에 이미 상당한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만의 남북관계 급반전의 핵심 동력원은 국가정보원-통일전선부 사이에 가동된 막후 채널이라 전해진다. 앞서 18일 북쪽이 남쪽의 풍계리 취재진 명단 접수를 ‘거부’하자, 주말을 거쳐 21일께부터 국정원-통전부 라인이 물밑에서 부산하게 움직였다는 전언이다. 문 대통령이 “여러 분석을 통해서” 관련 발언을 했으리라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전언은 이를 염두에 둔 듯하다.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은 “처음엔 남북 사이에 갑론을박이 오갔는데, 22일 오후부터 상황이 급진전했다”고 전했다. “내일(23일)까지 기다려보면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라던 원종혁 <노동신문> 베이징 특파원의 22일 발언은, 물밑 협상의 진전을 예고하는 물 위의 작은 파문이었던 셈이다.

 

‘북부핵시험장 폐기 의식’을 남쪽 취재진이 현장에서 취재·보도하게 된 건, 남북관계를 넘어서는 중요성을 지닌다.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는 남북 정상의 합의를 실천하는 행위여서다. 외교안보 분야 고위 인사는 “남쪽 취재진의 풍계리 현장 취재는 북쪽이 남쪽을 비핵화 과정의 주체로 공인한다는 뜻이어서 상징적 중요성이 크다”고 짚었다.

 

맥스선더 훈련이 끝나는 25일 이후 남북관계는 어떤 방식으로 풀려나갈까. 문 대통령은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 재개’라고 표현했다. 따라서 일단은 남북이 16일 열기로 합의했다가 연기된 고위급회담부터 재개하는 경로가 있다. 다른 한편, 고위급회담을 앞세우지 않고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유일하게 “5월 중”이라고 개최 시기를 적시한 장성급회담부터 대화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 8월 아시아경기대회와 관련한 남북체육회담은 정치적 부담이 적고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높다. 정부 관계자는 “남과 북이 대화를 어떤 경로로 풀어갈지 각각 내부 검토를 거쳐 좀더 협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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