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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교육감들에게 드리는 제언

[복지국가SOCIETY] 지금이 교육 개혁 이룰 절호의 기회다

 

 

 

지난 6월 13일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마무리 되었다. 북미 정상회담에 묻히고, 네거티브 공방에 가려져 정책 이슈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아쉬움을 가진 분들도 있겠지만, 개표 결과는 엄정했다. 여전히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야당들에 내려진 국민들의 심판은 가히 제2의 촛불혁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고 엄중했다.

특히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지 않아 '깜깜이 선거'라고 불린 교육감 선거에서도 지난 2014년에 이어 다시 진보를 표방하는 분들이 대거 당선되었다.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마찬가지로 교육감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의 요구도 지속적인 교육 개혁이었다. 다수의 국민은 더 이상 국정 교과서를 통한 역사의 왜곡이나 대학 입시를 중심으로 하는 소모적인 무한 경쟁이 아닌, 좀 더 근본적이고 과감한 교육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정책의 진보적 입장이 업무의 유능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난 4년 동안 진보 교육감들이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진보가 아닌 교육감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을 만큼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래의 글은 재선이나 3선 또는 초선으로 당선된 분들을 막론하고 새로운 4년을 시작하는 신임 교육감들에게 약속한 공약들을 이루어내는 방법을 제안하려는 것이다.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교육 개혁 요구들 

이번 6·13 교육감 선거에 나선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1)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2)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 폐지, 3) 북한 수학여행 추진 및 통일 교육 강화, 4) 성 평등 교육 강화 등을 공동으로 추진할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보수를 표방하고 당선된 분들은 이들 정책에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교육감들의 공약 첫머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입시 경쟁 교육 해소를 위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촉구하고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대입 전형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보수 교육감들은 정시 확대와 경쟁력 강화 공약을 주로 내세웠다. 그런데 이것들은 중앙정부의 정책 영역이거나 국가교육위원회에 판단이 맡겨진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 교육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분야이다.

고입 경쟁을 유발하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도 극명하게 의견이 대립되는 분야이다. 하지만 교육감들은 이들 학교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을 따름이고, 관련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권한이다. 세간에서 말하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방기할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시기에는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해 취직을 원하는 숫자보다 고용을 원하는 일자리가 더 많은 시대가 된다. 10년 뒤의 상황을 예측하고,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교육감들이 해야 할 일은 학생들이 입시교육에 찌들고 매몰되지 않도록 혁신학교의 확대와 다양한 활동 중심의 혁신교육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학교 민주화와 교육자치 활성화도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중요한 쟁점 중의 하나였다.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확대하고 한발 더 나아가 교직원·학부모·학생이 교장을 직접 선출하는 '교장 선출 보직제'를 도입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법외노조 상태인 진보 교원단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재합법화와 선거 연령을 낮추어 학생들도 투표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쟁점에 매달려 당장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일들을 유보하거나 방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서 재선을 한 조희연 현 교육감은 '고등학교와 사립초등학교까지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를 대표적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 교육감은 지난 임기 동안 최대 업적 중의 하나로 학생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 식재료를 사전에 미리 조사하여 안전성을 확보하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 이용 학교를 900곳에 가까운 숫자로 최대한 늘렸고, GMO 없는 급식, 방사능 없는 급식을 실천하는 등 무상급식을 정착시킨 것을 꼽고 있다.

중학교까지 의무 교육으로 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립초등학교라고 해도 무상급식을 하는 것이 당연하며, 아직 다른 교육 자치에서는 하지 못하고 있는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유치원들에 대해서도 무상급식을 추가로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별도의 조리실을 모든 유치원마다 설치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미 시설이 확보되어 있는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부터 시작하여 지역 거점 급식센터를 설치해 배달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재원이다. 연간 7조 원이 넘는 서울시 교육청 예산의 경우에도 실제로 교육감이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첫째, 학생 수의 감소로 인해 줄어드는 예산을 활용하면 된다. 둘째, 기존의 학교 증설 예산은 특수학교 등 몇 곳을 제외하면 서울시의 경우 인구가 감소되면서 학교 설립에 대한 요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용할 수 있는 토목과 건설 관련 예산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금까지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청 예산에서 담당하던 부분이 중앙정부에서 지원되도록 변경되었으므로 이 부분을 중앙정부와 협의하면 삭감하지 않고 무상급식 확대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마음만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무상급식의 확대 시행이 가능할 것이다. 

울산에서는 7명이 출마한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처음으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됐다. 그러나 진보 교육감들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다른 지역과 달리 처음으로 당선된 것이라서 노옥희 교육감의 역할이 쉽진 않을 것이다. 무상급식 확대 등은 상당히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예산만 확보되면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기존 예산을 줄여야 하는 교육지원청과 교장 선생님들의 반대도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럴 때 노옥희 교육감이 할 수 있는 방법은 큰 틀에서 혁신학교나 교장선출공모제 등의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무상 교복이나 무상 준비물 등 실질적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시행해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 동의를 얻어가는 방법이 더 유용할 것이다.

특히 울산은 노동의 힘이 센 곳이라서 노조와 연계한 학부모 직업 체험을 활성화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송철호 신임 울산 시장님과 MOU와 정례 협의회를 통해 울산의 박물관, 체육관, 미술관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 기회의 확대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광주에서 당선된 장휘국 교육감은 광주학생문화예술체험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광주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엄청난 문화적 인프라를 이미 가지고 있는 곳이기에 다른 지역보다 문화예술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교육 자치의 효과를 살리는 방안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광주학생문화예술체험센터 건립하기 보다는 기존의 공간을 임차하거나 협약을 통해 활용하고, 대신 예산을 문화예술인들이 학생 지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운영비로 지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김대중 컨벤션센터와 같이 거대한 시설이 2년마다 하는 광주비엔날레 기간 외에는 활용도가 낮고, 광주문화예술회관도 엄청나게 잘 지어져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이용섭 시장과 협약을 통해 사용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학생들의 문화예술 교육과 체험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광주학생문화예술체험 지원센터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다. 

이번 선거과정 중에 서울시의 조희연 교육감은 한국미협과 MOU를 채결했다. 서울시 교육청 소관의 학교로 찾아가는 미술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한국 미협의 25개 지부와 회원들이 지원을 하게 될 것이다. 미술 선생님과 음악 선생님들에게만 예술 교육을 맡겨 놓지 말고 광주에서 열리는 연주회에 학생들이 참여하여 설명도 듣고 감상도 할 수 있는 추가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직접 미술가들이 교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학교의 실내 체육관과 복도를 활용하여 찾아가는 미술관으로 전시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참고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강원도에서는 민병희 현 교육감이 교육복지 공약으로 '돈 안 드는 유아교육'을 내세워 당선되면서 3선에 성공했다. "유치원은 지금보다 더 좋아져야 합니다. 돈이 들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슬로건을 제시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집 가까운 곳에 좋은 공립유치원을 확대하고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공립유치원의 확대와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 강화로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해 2022년까지 공립유치원 취원율 50%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출생아 수가 너무 적어서 기존 유치원과 어린이집들도 정원 미달이 속출하고 폐업이 늘어나고 있다. 강원도는 인구의 감소가 더 심하기 때문에 국·공립유치원의 신설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사립유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거의 실천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방법은 사립유치원의 지원을 강화하되 공공화를 조건부로 해서 지원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이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한 방법이다. 기존의 사립유치원을 법인화하도록 유도하고, 법인의 이사들 중 일정 비율을 공익이사로 넣어 공공성을 보장하는 강원도 형 준공공유치원으로 전환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곳에 한해 지원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자는 것인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 공약은 현재 상황에서 논란만 일으키고 실현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대구에서 첫 여성 교육감이 된 보수 성향의 강은희 당선인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위한 교육 공간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행 방안으로 제시한 대구특수교육원과 장애인 직업특성화 고등학교를 설립하는 것으로 대구시의 특수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특수 교육원 설립이 건물을 짓는 것으로 한정되면 임기 동안 건물 하나 건립하는 것으로 마감하게 될 공산이 크다. 강 교육감 공약의 이행 방안을 다음과 같이 변경할 것을 권해드린다. 

우선, 기존 학교들에 장애인 특수학급을 늘려 장애통합 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 비장애 아동과 장애 아동들이 같이 지내면서, 서로 어울려 사는 방법도 배우고, 협력하는 것은 교육학적으로 검증된 의미 있는 방법이다. 또 새로운 대구특수교육원을 짓거나 장애인 직업특성화 고등학교를 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학교 건물을 증축하거나 대구시 교육청이 소유한 건물의 공간을 활용하도록 해서 인건비와 프로그램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수 성향의 김성진 후보를 20% 이상의 표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한 부산 김석준 교육감의 공약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김 교육감은 교육 복지 공약으로 계층 간 교육 격차를 완화하는 구체적인 이행 방법을 제시했다. 노후 특수학급 리모델링 및 특수학교 내 '다목적 직업 훈련실' 구축, 취약 지역 노후 학교 개축 추진 및 신·개축 학교 디자인 혁신, 학생 선택권 보장과 수업 환경의 변화에 따른 창의적 교실 구축,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을 통해 책 읽기 좋은 환경의 조성 등, 건물을 신축하기 보다는 대부분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지난 4년간의 경험을 활용하고 검증된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제2의 촛불혁명이 되기 위한 제언 

선거에서 승리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현직 교육감이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고, 보수 진영의 무능과 국민적 심판도 중요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요인은 바로 촛불혁명을 통해 모아진 우리 사회 전반의 개혁과 변화에 대한 요구일 것이다. 교육계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도 이제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고, 이런 시대적 요구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교육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모든 교육감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특히 확연하게 갈라진 교육감 선거 결과는 어떤 정책이 가장 효과적인지, 분명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교육 개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그리고 일선 학교에 두루 만연해 있는 구시대적 관행 및 행태들과 어떻게 싸워나갈 것인가가 될 것이다. 지역별로 다양하게 선택한 국민의 교육 개혁 요구를 반영한 공약들이 헛된 공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세우는 것과 동시에 실질적인 조직 장악을 통해 확실한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감의 강력한 추진 의지이다. 신임 교육감들이 매일 만나는 분들은 "안 됩니다. 전례가 없습니다. 학교장이나 보직 교사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를 이야기할 것이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자주 만나기도 어렵고, 조직화되어 있지 않아 반대하는 세력들을 극복할 만큼의 목소리로 교육감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 혼자 싸워야 한다는 외로움과 답답함의 긴 시간을 인내하며 보내야 한다. 그러나 온갖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신념과 의지만 있다면 필요한 재원이나 구체적인 진행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과감한 조직 장악이다. 교육감은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고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우수한 공무원들을 움직여야 하는데, 학교 교사를 하시던 분이나 교수 생활을 하던 분이 짧은 시간 내에 그렇게 행정 능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개혁 대상들은 아는 분들이나, 앞으로도 같이 일해야 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 달리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인간적으로도 쉽지 않다. 

진보 교육감들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 동안은 왜 그리 눈에 띄는 개혁 작업을 하지 못하였는지 냉정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실제로 교육감이 되어도 외부에서 데리고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은 정책보좌관 한 명과 교육연구정보원장 정도에 불과하다. 과감하게 외부의 도움을 받거나, 뜻을 같이하는 분들을 조직적으로 배치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정책 보좌관이나 자문관 제도를 충분히 활용해 이 분들과 협의한 후 교육감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힘을 실어주고, 교육청 밖 세력들의 목소리를 합법적 방법을 통해 반영해야 한다.

교사 출신 중에서 개혁적인 분들을 장학사로 발탁해서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배치하고 교육감의 뜻이 현장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챙길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외부의 뜻이 맞는 분들을 영입해 자문위원 등으로 같이 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가장 보수적인 기관 중의 하나인 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까지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안 된다'거나 '못 한다'는 공무원을 해고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다'거나 '하겠다'는 분들을 찾아 일을 맡기는 것은 시민들이 교육감에게 준 인사 권한을 활용하는 것이므로 합법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셋째, 적극적으로 학부모들과 지역사회 주민들의 동의와 협력을 얻어야 한다. 교육청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뉴스거리가 아니다. 진보적인 언론조차 지속적으로 관심을 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필요하다면 팟캐스트에 출연하거나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매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교육감들이 한국교육방송(EBS) 등에 요청해서 현장의 소식과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본인이 직접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고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공무원들에게 둘러싸이게 되고, 결국 아무 것도 못하고 4년이 금방 흘러갈 것이다.

우리는 지금 변화하는 세계의 중심, 새롭게 시작되는 역사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대통령이 올바른 방향을 잡고 국정을 잘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필요한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내는 것이 같이 진행돼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해진다. 교육부총리가 개혁을 상징하는 분으로 있을 때, 전국적으로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지금, 촛불혁명으로 모아진 국민의 열망과 에너지가 여전히 용솟음치고 있는 이 시간이 교육 개혁을 이룰 절호의 기회다.  

 

mendrami@pressian.com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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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윤종원·일자리 정태호·시민사회 이용선…靑수석 교체인사

靑경제관련 수석 동시 교체…사실상 문책인사, 민생경제·일자리 드라이브 의지
1부속비서관 조한기·정무비서관 송인배·의전비서관 김종천 

 

윤종원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
윤종원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을 경질하고 후임에 윤종원(58)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임명했다. 반장식 일자리수석도 정태호(55) 정책기획비서관으로 교체인사를 단행했다.

또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을 시민사회 출신인 이용선(60) 더불어민주당 양천을 지역위원장으로 교체 임명했다. 사회혁신수석은 시민사회수석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런 내용의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 2기 인선을 발표했다.

 

정태호 청와대 신임 일자리수석
정태호 청와대 신임 일자리수석

청와대 수석급 인사 교체는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유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사퇴한 작년 11월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 관련 수석비서관을 동시에 교체한 것은 취임 이후 지속해서 제기돼 온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을 수용한 문책성 인사이자 향후 이 부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경남 밀양 출신인 윤 신임 경제수석은 행정고시 27회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정 신임 일자리수석은 경남 사천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대변인, 정책조정·기획조정비서관을 거쳐 민주통합당 정책위 부의장을 지냈다. 현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기획비서관이었다가 이번에 승진 임명됐다.

전남 순천 출신의 이 신임 시민사회수석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실장을 지낸 뒤 민주통합당 공동대표와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용선 청와대 신임 시민사회수석
이용선 청와대 신임 시민사회수석

 

아울러 문 대통령은 1부속비서관에 조한기 현 청와대 의전비서관, 정무비서관에 송인배 현 1부속비서관을 앉히는 교체인사를 단행하고, 의전비서관에 김종천 현 대통령 비서실장 선임행정관을 승진 임명했다.

honeyb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6/26 10: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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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리 건너면 아는 판사들...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필요"

[현장] 사법농단 사태로 비춰본 사법개혁방안 긴급토론회

18.06.25 19:57l최종 업데이트 18.06.25 19:57l

 

"양승태 대법원 철저 수사하라"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강정-밀양 공동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앞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 강정마을 대책위 주민과, 송전탑저지 경남 밀양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양승태 대법원 철저 수사하라"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강정-밀양 공동기자회견’이 지난 8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앞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 강정마을 대책위 주민과, 송전탑저지 경남 밀양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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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사태의 신속하고 공정한 해결을 위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갑)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사태로 비춰본 사법개혁방안 긴급토론회'에서 이 같이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박 의원은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대법관들이 일치단결해 '재판 거래는 없었다'라고 입장을 낸 이상 법원이 이 사건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라면서 "독립된 재판부를 구성해 수사 과정에서의 영장 발부와 기소 이후 사건 진행을 맡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거점법관 고르게 퍼져 있어... 재판 잘 될지 의문" 

 

박주민 의원은 또 "진상 규명에 반대한 고위 법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를 거쳐 간 고위 법관, 법원행정처의 손발이 되어 동료 법관을 사찰했지만 신원이 드러나지 않은 거점법관이 1·2심 법원에 고르게 퍼져 있다"라면서 "이런 상태에서는 재판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라고 부연했다.

박 의원은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안했다. "시민사회의 추천을 받아 재판부를 구성하거나, 시민사회의 추천을 받은 추천위원회가 법원과 논의해 재판부를 구성"하는 안이다. 그는 "모두 입법 조치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의회가 이런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자리에 패널로 참석한 오지원 변호사(법무법인 나란)도 이 사건을 일반 판사들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인 오 변호사는 "판사들은 보통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로,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내부의 여러 관계가 있다"라면서 "법관 제척·기피 제도가 있으나 이 사건은 해당 사유가 딱 떨어지지 않아 아예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다고 못 박는 방법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특히 국민참여재판이 필요한 이유로 "이후 진행과정을 국민들이 견제한다는 의미와 항소심과 대법원도 (국민참여재판의 결과를) 존중하는 관례"를 들었다. 다만 그는 "일반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신청을 요하므로 신청과 무관하게 진행 가능한 특별법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거래 의혹'이 제기된 재판 당사자에게 재심 청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 변호사는 "재판 거래 의혹은 기존 법률에서 예정하지 못한 유형의 재심사유"라면서 "현안말씀자료, 상고법원 문건 등으로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특정하고, 수사 결과 법원행정처 기조실이 작성한 보고서가 담당 재판부 구성원에 전달된 정황이 발견되면 재심청구권을 인정하며 소송비용 일체를 국가가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심을 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합리적으로 타당한 결론이 나올지, 만약 재판 거래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 과연 당사자들이 순순히 수궁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사건의 주체인 경우 피해회복과 신뢰유지를 위한 후속조치를 할 수는 있지만, 정리해고 등 사인이 주체인 경우에는 온전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다"라고 설명했다.

"양승태가 제청한 대법관들, 양심 있다면 물러나야"
 

큰사진보기'국정원 댓글사건' 재상고심 선고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4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재상고심 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해 착석해 있다.
▲ '국정원 댓글사건' 재상고심 선고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4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재상고심 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해 착석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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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문건을 작성한 법관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사법농단에) 적극 협력한 법관들이 피해자로 전락하고 만다"라면서 "이 역시 정의에 반하는 결과로 이들을 제대로 응징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탄핵소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임명된 대법관들이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양승태 대법원' 대법관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미 전임 법원행정처장은 고발된 상태"라면서 "최고 법원의 대법관이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사법부 권위에 치명적 타격이자 향후 사건이 대법원에 상고되는 경우 심리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이어 "재판 거래 의혹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들 대법관이 계속 재직하는 것은 대법원 신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면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사퇴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동시에 김명수 대법원장과 그의 제청으로 임명된 대법관들에게는 "과거와는 결별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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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의 길, '갑질 없는 나라' 만들기에 있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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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06/26 07:19
  • 수정일
    2018/06/26 07: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장석준 칼럼] 진보정치의 잠재력, 어떻게 끌어낼까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더불어민주당 압승과 자유한국당 추락을 제외하면 그나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의당의 선전(善戰)과 녹색당의 화제몰이다. 정의당은 광역의회 비례대표선거의 정당투표 전국 합산이 8.97%로, 바른미래당을 제치고 제3당의 위상을 점했다. 한편 녹색당은 서울, 제주 등지에서 광역단체장 여성 후보가 바람을 일으켰다. 

한국 정치의 정당 지형이 좌우가 비등한 형세로 바뀌길 바라는 입장에서 반가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제주도의회 비례대표 선거 결과는 인상적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강 대결을 펼친 원희룡 후보가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한 무소속이라 그랬는지 자유한국당 득표율이 20%에도 못 미쳤다. 반면 그만큼 민주당 왼쪽에 자리한 정당들이 약진했다.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민중당의 득표를 다 합치면 20%가 넘는다.  

그러나 진보정당, 그 중에서도 정의당의 성적이 자축하기만 하면 될 내용인지는 한 번 따져봐야 한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부설 정의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정의당은 과연 승자인지 패자인지 애매하다"고 토로했다. 그럴 만도 한 게 광역의회 비례대표선거 외에 승자독식 선거제도인 단체장 선거나 광역의회 지역구선거에서는 여전히 제 자리 걸음이다. 게다가 광역의회 비례대표 정당투표도 애초 목표인 두 자리 수 지지율에는 못 미쳤다.  

과연 10% 못 미치는 지지율이 지금 한국 정치에서 원내 진보정당이 받을 수 있는 최대치일까? 아니면 더 많은 지지를 모을 수 있는데도 크게 놓치고 있는 대목이 있는 것일까? 지방선거 이후 정의당이 던져야 할 중대한 물음이다. 이 물음에 어떤 답변을 내놓느냐에 따라 2020년 총선에서 진보정당운동이 받아들 성적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비이락'에 가려진 '갑질 없는 나라'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이 내세운 핵심 슬로건은 '오비이락(五飛二落)'이었다. 정당투표에서 기호 5번 정의당을 찍으면 2번 자유한국당의 지분이 줄고 위상이 추락한다는 것을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한자 성어를 활용해 표현한 구호였다. 단지 상징적인 차원에서만 그런 게 아니었다. 광역의회 비례대표 의석 배분 규칙상, 민주당이 과반 득표로 의석 절반을 가져가는 상황에서 정의당이 의석을 차지하면 그만큼 자유한국당 의석이 줄게 돼 있었다. 

정의당의 이 구호에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자유한국당만 공격할 뿐 민주당 이야기는 쏙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정의당이 민주당과 우호적 관계를 전제하기 때문에 언급을 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정의당의 현재 입장이나 노선이 '민주당 2중대'일 뿐이라는 날선 공격이 따르기도 했다.  

그러나 '오비이락' 구호를 이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 전까지 정의당이 보인 행보를 놓고 위와 같은 비판을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오비이락' 자체는 촛불-한반도 평화 정세에서 상당히 의미 있고 유효한 구호였다. 이 메시지는 정의당이 정당투표 전국 합계에서 제3당으로 부상하는 데 한 몫 톡톡히 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오비이락'이 비례대표 정당투표의 민심을 제대로 포착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지역구선거에서는 가장 지지하는 정당에 '소신' 투표하거나 승리 가능성이 높은 정당에 '전략' 투표한다. 하지만 비례대표선거에서는 이런 특정 정당을 향한 '소신'/'전략' 투표의 논리를 넘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정당 체계를 선택하려 한다. 즉, 제도정치 안에 어떤 정당들이 진입하고 이들이 어떤 상대적 위상과 세력으로 포진할지 결정하려 한다.

'오비이락'은 이 점을 잘 파고들었다. 촛불-남북미 협상 '이후' 상황에서 민심은 단지 자유한국당 심판만을 바라지는 않는다. 개혁의 장애물인 자유한국당을 타격할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민주당에게 개혁을 압박할 정당 체계를 구축하길 바란다. 

일단 지금 자유한국당 심판의 무기가 민주당이라면, 새로운 정당 체계 구축의 수단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오비이락' 구호를 통해 자신이 그런 수단임을 적절히 호소했다. 새 정당 체계가 최소한 2020년 총선은 거쳐야 구축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도 총선 때까지는 '오비이락'식 접근법이 정의당에게 계속 쓸모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의당이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당 왼쪽에 있다는 평면적 사실만으로는 정의당의 부상이 새 정당 체계의 핵심 요소임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무엇을 하려 하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다 입체적으로 제시하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것이 없었다. 아니, 없지는 않았다. 정의당은 '오비이락'과 함께 '갑질 없는 나라'를 외쳤다. 그러나 '오비이락'만큼 부각되지 못했다. 오히려 가려서 묻혀 버렸다. 

후보나 홍보 전술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니었다. 선거 닥치기 전, 일상 시기에 '갑질 없는 나라' 만들기를 중심으로 당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확실히 다지지 못한 탓이 컸다. '갑질 없는 나라' 만드는 정당으로 인정받을 일상 활동을 벌이지 못한 결과였다.  

나는 정의당이 실제 얻은 9% 좀 안 되는 득표율과 애초 목표로 삼은 10% 대 어딘가의 득표율 사이의 간극에 바로 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전자가 새로운 정당 체계를 바라는 민심을 득표로 연결시킨 결과라면, 후자는 여기에 사회 개혁의 구체적인 전망과 기대를 더해 얻을 수 있는 결과다. 이번에는 전자의 성취에 그쳤지만, 2020년 총선에서도 이 정도로 멈춰서는 곤란하다. 2년이 채 안 되는 남은 시간 동안, 정의당은 이번에 확인한 이 간극을 메워야만 한다. 

'갑질 없는 나라'의 제대로 된 실천에서 출발하자  

기왕에 선거 슬로건으로 채택한 '갑질 없는 나라'는 이 작업의 출발점이 될 만하다. 이 구호는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중대한 의미와 풍부한 가능성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갑질'을 향한 공분은 한국 사회에 마침내 등장한 자생적 계급 담론이다. 그 전에도 사회과학자와 사회운동가들은 '자본가계급'이나 '노동자계급'이란 말을 쓰고 '착취'와 '수탈'을 고발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대중의 생활세계에 충분히 스며들지 못했다. 반면 '갑질'은 처음부터 대중의 경험 속에서 부상한 토착 언어다. 이 언어와 접합한 '갑질 없는 세상' 비전은 다음과 같은 방향과 과제를 포괄한다.  

첫째, '갑질 없는 나라'는 진보정당이 대결해야 할 세력을 명확히 지목한다. 그것은 '갑질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기업 규모와 지배력, 관료 체계, 부동산 소유, 학벌, 성별 같은 각종 위계에서 윗부분을 차지하며 여기에서 비롯된 권력으로 지대 수익을 착복하는 자들이다. 좌든 우든 경제학 교과서는 시장 경쟁에서 얻는 이윤과 지대를 엄격히 구분하지만, 현대 자본주의, 특히 한국의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이런 구분법이 잘 먹히지 않는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 지위는 세대를 넘어 상속된다.  

말하자면 '갑질하는 자들'이란 지대 수익 추구자들과 상속자들의 중첩 혹은 연합이다. 촛불 시민들은 더 이상 이들 새로운 귀족의 지배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외쳤지만, 지금 한국 정치에는 이들의 적수라 할 만한 세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 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조금 올리는 데도 몸을 사리는 중이다. 진보정당이 이 빈곳을 채우지 못한다면, 그 존재 의의를 달리 어디에서 찾겠는가. 지대 수익 추구자 + 상속자 연합의 적대자라는 것이 진보정당의 첫 번째 정체성으로 여겨질 정도로 이 과제에 매진해야 한다.  

둘째, '갑질 없는 나라'는 한국 사회의 긴박한 당면 과제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그것은 다들 갑질에 고개 숙이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만한 나라부터 만드는 일이다. 갑질이 횡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런 갑에게라도 굽신 거리지 않으면 당장 생계가 막막한 현실이다. 그래서 갑질을 당하는 일자리라도 차지하려고 을들끼리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최소한의 생계를 해결할 다른 통로들이 있다면, 을들의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아도 될 테고 굳이 갑질을 견뎌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그런 통로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복지제도다. 최소 2년은 생계를 보장할 정도의 실업수당이고, 노인 빈곤과 자살을 줄일 수 있을 정도로 실질적이며 보편적인 기초노령연금이며, 민간 주택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공급되는 공공주택, 사회주택이다. 그러고 보면 '갑질'이 도마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그 시점에 '복지국가' 역시 대중의 열망으로 부상한 게 우연은 아닐 것이다.  

한데 복지국가를 건설하자면 국가 재정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 복지와 산업정책을 중심으로 이제껏 국가기구와 시민사회가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 복지 예산 점증 기조에서 벗어나 거의 충격 요법에 가깝게 복지 지출을 급증시켜야 하며, 그만큼 조세 기반과 규모도 늘려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소득 분배가 악화되는 와중에도 복지 급증-증세에 주저하고만 있다. 여기에 진보정당의 긴급한 과제가 있다. 한국 사회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재정 확대의 사회적-심리적 장벽을 돌파할 수 있도록 진보정당이 앞장서야 한다. 

셋째, '갑질 없는 나라'는 진보정당이 어떤 성장 전략을 밟아야 하는지도 말해준다. 갑질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길은 실은 갑을 끊임없이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수많은 을들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 갑이 공격받는다고 을이 강해지지는 않지만, 을이 강해지면 자연히 갑은 위축된다. 그럼 을들은 어떻게 강해지는가? 오래된 답이 지금도 정답이다. 단결해야 한다. 을들은 노동조합으로, 협동조합으로, 시민사회의 다양한 조직들로 뭉쳐야 한다. 

이는 갑과 을의 세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진보정당 성장의 동전 반대면이나 다름없다. 을들이 무정형 상태를 탈피할수록 진보정당의 사회적 토대도 실체를 얻게 된다. 따라서 진보정당과 사회운동, 풀뿌리 조직들의 동반 성장 전략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진보정당 성장 전략이다.  

이처럼 '갑질 없는 나라'는 지금 진보정당이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정의당은 이를 선거 구호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이런 내용들을 일상 실천의 중심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굳이 '갑질 없는 나라'를 외치지 않아도 모두가 '정의당'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이 내용을 떠올릴 정도가 돼야 한다. 그렇게 이 실천에 당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갑질 없는 나라' 만들기에 충실할 때 선거제도 개혁도 가능하다 

'갑질'이 처음 회자될 때 이를 기민하게 당세 확장의 지반으로 삼은 것은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었다. 민주당은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어 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했고, 실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을지로위원회의 성공으로 진보정당의 입지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일었다.  

지금도 이런 우려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의당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행보를 보면, 기우인 듯하다. 최저임금, 부동산 보유세, 재정 운용 등등에서 정부 기조는 과감한 개혁보다는 현상 유지에 가깝다. 역설적으로 너무 폭넓은 지지가 개혁의 칼날을 무디게 하고 있다. 지나치게 광범한 지지연합을 유지하기 위해 갈등적 쟁점을 다루길 회피하는 분위기다. 

이런 때일수록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 세력은 자신감을 갖고 사회 개혁의 지칠 줄 모르는 목소리가 돼야 한다. 앞으로 2년마저 원내 정당들 간의 상투적인 충돌과 협상에 휩쓸려서는 지방선거 결과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다. 원내 정치조차 '갑질 없는 나라' 만들기라는 한 가지 목표의 하위 범주로 활용할 수 있어야만 2년 뒤에 전진을 이뤄낼 수 있다. 

진보정당 성장의 최대 난제인 선거제도 개혁도 마찬가지다. 이런 실천을 통해 대중에게 "꼭 필요한 정당", "반드시 성장해야만 하는 정당"으로 더욱 굳건히 인정받을 때에 비로소 선거제도 개혁의 막힌 길도 뚫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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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와 개천절 공동행사 합의...8.15공동행사는 ‘논의’키로

6.15남측위, 6.15민족공동위 위원장회의 결과문 발표(전문)
김치관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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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5  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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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5남측위원회는 25일 오후 2시 6.15남측위원회 사무실에서 6.15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위원장회의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지난 21,22일 이틀간 평양에서 개최된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위원장 회의’에서 판문점선언 지지 이행이 결의됐지만, 8.15공동행사는 확정짓지 못했다.

10.4선언, 개천절, 내년 3.1절 100주년 기념행사는 민족공동행사로 치르기로 합의됐다.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 8월중 개최 등 부문별 합의도 풍성하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2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통일로 소재 6.15남측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15민족공동위 남북해외위원장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6.15남측위는 “번 회의에는 박명철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위원회 대표단, 손형근 위원장을 비롯한 해외측위원회 대표단, 이창복 상임대표의장을 비롯한 남측위원회 대표단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또한 △판문점 선언 이행에 관한 6.15민족공동위원회의 역할과 과제 △8.15, 10.4, 3.1 100주년 등을 계기로 한 민족공동행사의 성대한 개최 문제 △ 노동, 농민, 청년학생, 여성, 민족, 종교 등 각계 분야별 교류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 21,22일 양 일간 평양 보통강려관에서 6.15믽고공동위원회 남북해외위원장회의가 열렸다. [사진제공 - 6.15남측위원회]

6.15남측위와 북측위, 해외측위는 이날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위원장회의 결과문’을 발표 “회의에서는 오늘의 시대는 6.15통일시대의 새로운 높은 단계라고 강조하면서 판문점선언이행에 앞장 서 나갈 굳은 의지를 표명하였다”고 밝혔다.

먼저, “6.15민족공동위원회는 6.15공동선언과 그를 계승한 판문점선언을 민족공동의 통일이정표로 확고히 하고 선언이행을 위한 전민족적운동을 과감히 전개하여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적극 도모해 나가기로 하였다”면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 벌려나가며 판문점선언 이행에 장애를 조성하는 온갖 행위를 단호히 배격해나가기로 하였다”고 천명했다.

이어 “6.15민족공동위원회는 해내외의 온 겨레와 함께 거족적인 판문점선언 지지이행 운동을 전개해나가기로 하였다”면서 “6.15민족공동위원회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전민족적 분위기를 높여나가기 위하여 10.4선언발표 11돌, 개천절, 3.1절 100주년 등의 계기들에 민족공동행사들을 각계와 함께 성대히 개최하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비롯하여 남과 북, 해외의 계층별, 부문별, 지역별 단체들 사이의 왕래와 접촉, 연대활동을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8.15민족공동행사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상황을 봐가면서 논의하기로 하였다”고해 사실상 건너뛰는 모양새다.

아울러 “6.15민족공동위원회는 일본당국이 재일동포들의 민족교육을 비롯한 민족적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고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모든 죄악을 청산하도록 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강력히 대응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기자들과의 질문 답변 과정에서 이창복 상임대표의장은 8.15공동행사 개최가 합의되지 못 한데 대해 “우리들 당초 계획에는 8.15공동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고 싶었다”면서 “북측에서 좀더 논의하자고 요청해서 우리가 받은 거다”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를 어렵게 만들면 안 될 것 같다는 입장 때문”
<미니인터뷰>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 기자회겸에 앞서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통일뉴스 : 오랜만에 평양에서 합법적인 6.15공동위원장회의가 이루어졌는데, 소회가 어떠셨나?

■ 이창복 상임대표의장 : 9년만에 평양에서 3자 의장단 회의가 이루어진 거다. 이번에 세 번째 날짜를 정해서 이루어진 거다. 정상회담 뒤에 만나자고 그랬고, 또 한 번은 고위급회담 뒤에 만나자. 그리고 이번에 약속이 돼서 이루어진 거다. 어렵게 어렵게 이루어진 거다.

그런데 5명의 대표단을 거부당했다. 그렇게 이유가 분명한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 통일부도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이해하기 어렵다.

■ 국가보안법 내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게 그렇게 확실하게 수긍이 되지 않는다.

□ 범민련남측본부가 이적단체로 묶여 있다든지, 뭔가 기준이 설명돼야 할 텐데.

■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 정권이 그걸 적용했으면, 새 정부도 그렇게 적용해야 할 필요가 뭐가 있겠나.

□ 오랜 만에 평양에 다녀오셨데, 둘러본 소감은?

■ 나는 10년만에 처음으로 간 건데, 평양 시내가 상당히 활발해진 것 같더라. 건물들도 많이 들어섰더라. 새로 들어선 건물들을 보면, 이쁘게 디자인해서 인상적이었다. 택시가 많이 눈에 띄었는데, 10년 전에는 없었다. 여성들의 옷차림도 상당히 밝아 보였다.

□ 21일, 22일 공동위원장회의가 열렸는데 분위기는 어땠나?

■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 우호적인 분위기였고, ‘판문점선언이 잘 이행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8.15공동행사, 10.4공동행사, 내년 3.1절 공동행사를 협의했는데, 10.4공동행사나 내년 3.1절 공동행사는 합의가 됐는데, 8.15공동행사에 대해서는 북이 고민을 하지 않았다.

□ 왜 그랬나?

■ 그것은 남쪽의 사정을 감안해서 현 정부를 어렵게 만들면 안 될 것 같다는 입장 때문인 것 같다. 어디서 들었는지 수구세력들이 8.15를 계기로 해서 100만을 동원한다고 그렇게 알고 있더라. 그런 판인데 이쪽(북측)에서 대표단들이 내려가서 대중집회를 하면 광화문에서 부딪치게 되는데 그것이 정부에게 도움이 되겠냐고 우려를 하더라.

나는 그런 우려를 한 것에 대해서 고맙게는 생각한다. 그러나 민족공동행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이 땅의 통일 열기를 분출할 수 있는 계기를 우리 스스로 마련해야 되겠는데, 그걸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항의를 했고, 타협한 결과로 ‘상황을 봐가면서 논의하기로’까지만 합의가 됐다.

□ 북측 대표단이 내려오는 게 부담스럽다면 올라가서 하면 어떤가?

■ 정말 하고 싶었다면 평양에서라도 하자고 나왔음직한데 그것도 없었고, 다만 이쪽 상황을 고려해서 논의하자고 했으니까. 뭐 막힌 것은 아니다.

□ 6.15공동행사도 무산되고, 남북 당국회담도 많은데, 이런 것과 연관된 것 아닌가?

■ 그렇게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고, 북쪽도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다만 81.5공동행사 할 때 수구세력의 집결이 이뤄짐으로 인해서 정부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하는 점에 대해서 우려를 표시했던 것은 사실이다.

□ 북측이 남북대화나 남북간 교류 준비로 바빠 보이지 않았나?

■ 수백개 단체에서 교류를 요청해왔는데 그 중에서 6.15를 제일 먼저 초청했다고 상당히 생색을 내더라.(웃음)

□ 6.15공동행사 무산된데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나?

■ 특별한 것은 없었다.

제일 먼저 판문점선언의 의미와 어떻게 6.15차원에서 실천할 것이냐를 논의했고, 두 번째가 공동행사에 대해 논의했고, 세 번째가 노동, 농민, 청년학생, 여성, 민족, 종단 부문별로 교류를 확대하는 것을 논의했고, 합의가 됐다.

□ 언제부터 부문별 교류가 시작되나?

■ 예를 들면 남북축구경기대회는 8월 이전으로 예상한다. 그건 노동 부문에서 실무협의를 통해서 결정해야 한다. 확실한 것은 10.4공동행사부터 시작되고 부문은 그 전이라도 협의에 따라서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다.

□ 만찬이나 편안한 자리에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나?

■ 보통강려관에서 첫날 저녁에는 북측에서 환영만찬을 주최했고 우리는 마지막날 환송만찬을 주최했는데 분위기야 항상 좋다.

□ 공동행사 협의에 시간이 많이 걸렸겠다.

■ 그랬다. 이제는 통일부와 정부당국의 의견이 중요하다.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고 교섭할 생각이다.

□ 6.15민족공동위원회 회의를 연초에 정기적으로 열자고 합의했는데.

■ 6.15조직을 강화하고 위상을 제고하자고 이야기가 됐다. 6.15민족공동위 회의를 연초에 정례적으로 하기로 합의가 됐다. 첫 번째 모이는 공동위원회에서 정관을 개정해서 6.15, 10.4는 물론 판문점선언까지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 6.15민족공동위를 강화하자면, 6.15남측위원회를 강화하는 문제가 대두될 텐데.

■ 6.15북측위원회도 이쪽 상황을 잘 알고 있다. 6.15남측위원회가 오랫동안 헌신해온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도 했다.

□ 6.15남측위원회를 중심으로 민족공동행사를 해나간다고 보면 되나? 6.15남측위원회를 확대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 조직이라는 건 항상 생물이기 때문에 그대로 있으면 자꾸 이완이 생기고 그렇다. 조직 확대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조직 생리이고 두말할 나위 없는 이야기다.

앞으로 협의해 나가야 할 일이지만, 우리야 기본적으로 우리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협의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하지 않나.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은 틀림없고 그 과정에서 융통성 있게 대처해 나가야 되겠다.

□ 정부와 정당 등도 함께 참여하는 ‘전민족대회’라든지 새 틀이 협의되지는 않았나?

■ 여기(결과문) 표현대로는 민족공동행사가 전민족대회 성격으로 일관돼 있다. 민족공동행사는 정부와 지자체, 국회와 정당, 민간단체 5자가 합의해서 추진기구를 만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 6.15공동행사는 당국간 협의로 건너뛰었는데, 논의가 없었나?

■ 앞으로 잘 해나가야 한다.

□ 어디를 둘러봤나?

■ 북쪽 표현으로 참관지라고 하는데 소년궁전, 아동병원, 옥류관도 들렸다. 갈 시간도 없었다. 오전에는 대체로 회의하고 오후에 짬날 때 참관하고 그랬다.

□ 옥류관 냉면은 가져올 수 없었겠지만 개인 선물은 무얼 샀나?

■ 원주에서 한지개발원을 하고 있으니까 한지 넥타이를 사왔다.

□ 옥류관 냉면은 드셨나?

■ 옥류관 주변도 많이 변했더라. 22일 점심을 먹었는데, 그날이 쉬는 날이었는데 우리를 위해서 문을 열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손님은 없었다. 200g 냉면을 먹었다.<끝>

   
▲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 6.15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위원장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기자회견에서 부문별 협의 결과가 발표됐다. 방용승 6.15남측위 조직위원장이 노동본부 등의 협의사항을 밝히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6.15남측위원회는 “7.4공동성명발표기념일부터 10.4선언발표기념일까지를 <4.27판문점선언이행 운동기간>으로 정하고 기념 뱃지, 통일기(단일기)달기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6.15민족공동위원회는 새로운 역사적 시대에 맞게 조직의 확대 강화를 위한 노력을 전개하기로 하였다”며 “6.15민족공동위원회는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의 규약에 판문점선언 이행문제를 보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관해 협의하고 이를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특히 “6.15민족공동위원회 회의를 해마다 연초에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통일운동방향을 협의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6.15민족공동위원회가 남북해외 공동행사를 주관하는 단체로서 조직강화를 다짐한 셈이다.

부문별 협의 결과도 발표됐다. 남북 농민들은 하반기에 추수한마당을 개최하기로 했고, 민족진영은 일제 강제징 희생자 유해 봉안사업을 남북 공동으로 추진키로 하고 공동기구를 구성키로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가 방북이 불허된 채 진행된 노동분야 협의에서는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8월 내로 진행하기로 했고, 각 지역본부도 다양한 교류사업을 협의했다.

이창복 상임대표의장은 '대표적인 부문별 합의'를 꼽아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6.15노동본부의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와 6.15농민본부의 추수한마당, 6.15청년한생본부의 북녘 역사유적지 답사를 꼽았다.  

   
▲ 6.15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위원장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 - 6.15남측위원회]

이번 6.15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위원장회의에는 6.15남측위원회에서 이창복 상임대표의장을 비롯해 박경조 성공회 주교,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 이종철 6.15경기본부 상임대표,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한영수 한국YWCA연합회 회장,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성권 6.15청년학생본부 상임대표, 윤승길 민족종교협의회 사무총장 등 15명이 참석했다.

615북측위원회에서는 박명철 위원장을 비롯해 양철식 부위원장, 박성일 사무부국장, 홍광효 조선직업총동맹 부위원장, 송미령 청년학생분과위 부위원장, 려정선 단군민족통일협의회 서기장, 김영숙 6.15여성분과위 부위원장, 조선농업근로자동맹 부위원장과 실무자들이 참석했다.

6.15해외측위원회에서는 손형근 위원장을 비롯해 차상보 6.15중국위원회 위원장, 조선오 사무국장, 김영희 사무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위원장회의 결과문 (전문)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위원장회의가 6월 21일부터 22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되었다.

회의에는 이창복상임대표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표단과 박명철위원장을 비롯한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대표단, 손형근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 대표단이 참가하였다.

회의에서는 2000년 6월 민족분열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의 채택은 불신과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놓은 민족사적 대사변이라고 일치하게 강조하였다.

회의에서는 오늘의 시대는 6.15통일시대의 새로운 높은 단계라고 강조하면서 판문점선언이행에 앞장 서 나갈 굳은 의지를 표명하였다.

1. 6.15민족공동위원회는 6.15공동선언과 그를 계승한 판문점선언을 민족공동의 통일이정표로 확고히 하고 선언이행을 위한 전민족적운동을 과감히 전개하여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적극 도모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북관계개선과 조국통일을 위한 모든 활동에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해나가기로 하였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 벌려나가며 판문점선언 이행에 장애를 조성하는 온갖 행위를 단호히 배격해나가기로 하였다.

2. 6.15민족공동위원회는 해내외의 온 겨레와 함께 거족적인 판문점선언 지지이행 운동을 전개해나가기로 하였다.

6.15민족공동위원회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전민족적 분위기를 높여나가기 위하여 10.4선언발표 11돌, 개천절, 3.1절 100주년 등의 계기들에 민족공동행사들을 각계와 함께 성대히 개최하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비롯하여 남과 북, 해외의 계층별, 부문별, 지역별 단체들 사이의 왕래와 접촉, 연대활동을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하였다. 8.15민족공동행사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상황을 봐가면서 논의하기로 하였다.

6.15민족공동위원회는 일본당국이 재일동포들의 민족교육을 비롯한 민족적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고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모든 죄악을 청산하도록 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강력히 대응해나가기로 하였다.

6.15남측위원회는 7.4공동성명발표기념일부터 10.4선언발표기념일까지를 <4.27판문점선언이행 운동기간>으로 정하고 기념 뱃지, 통일기(단일기)달기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3. 6.15민족공동위원회는 새로운 역사적 시대에 맞게 조직의 확대 강화를 위한 노력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6.15민족공동위원회는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의 규약에 판문점선언 이행문제를 보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관해 협의하고 이를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하였다.

6.15민족공동위원회 회의를 해마다 연초에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통일운동방향을 협의하기로 하였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

(추가,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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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공동성명, 어떻게 이행될 것인가

[분석과전망] 북미공동성명, 어떻게 이행될 것인가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6/25 [23:2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을 끝내고 악수하는 모습. 

 

1. 공동성명 핵심 내용

 

2018년 6월 12일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어 북미정상이 합의한 공동성명이 전격 발표되었다.

70여년이 다 되어가는 북미대결전을 완전히 종식시키고 북미관계를 새롭게 정상화할 것을 약속한 것이다. 

 

“김정은위원장과 트럼프대통령은 새로운 조미관계수립과 조선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구축에 관한 문제들에 대하여 포괄적이며 심도있고 솔직한 의견교환을 진행하였다.  

트럼프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안전담보를 제공할 것을 확언하였으며 김정은위원장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를 재확인하였다.”-공동성명 중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은 현 단계 북미외교의 최종목적이다. 이런 최종목적을 공동성명 첫 합의사항으로 적시했다는 것도 처음이다. 이전 94년 북미제네바합의나 9.19공동성명은 이 최종 목표가 합의문의 뒤쪽 항에 나왔던 것과 대비된다. 그만큼 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관계정상화라는 목표 실현에 대한 의지가 높다는 것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즉, 평화협정을 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에 따라 단계적으로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하기 데도 합의하였다. 

사실, 정전상태를 끝내고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것이 바로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이다.

 

현재 북과 미국은 정전협정 즉, 전쟁을 잠시 쉬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전쟁상태에 놓여있다. 그래서 끊임없는 군비경쟁과 전쟁훈련으로 한반도 정세가 하루도 편할 날이 없고 갈수록 전쟁위기가 고조되어 왔던 것이다. 이대로 가면 멀지 않은 날에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우려가 높았다. 

 

그런 관계를 근본적으로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를 수립한다는 것이 바로 북미관계 정상화이다.  이는 국교를 맺고 대사관도 설립하고 정상적인 무역과 교류사업을 진행하는 관계를 만든다는 것으로 한반도문제를 완전히 해결한다는 의미인데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양국 의회에서 승인하면 그런 관계로 된다.

그러면 자동으로 모든 대북제재가 다 풀리고 남북관계도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2. 북미공동성명의 이행 가능성

 

과연 꿈만 같은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도대체 언제나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북미공동성명은 북의 강력한 군사력에 의해 추동된 것이기 때문에 이행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와 차기 대선과 맞물리면서 꽤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도 평양을 방문하여 북미관계를 새롭게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집권 말기에 추진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자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년차 초기에 이번 공동성명을 내왔다. 직접 그 이행을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어떤 북미 합의보다 이행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1> 북의 군사력

 

이런 여러 가지 이유 중에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북의 군사력이다.

 

북의 군사력 중 북이 최근 공개한 것 두 가지만 살펴보자.

 

▲  미국의 보복공격기도를 억제할 조선의 전략억제수단은 여러 가지인데, 그 가운데 하나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전자기파무기(EMP weapon)다. 조선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 중앙부 상공 480km에서 전략핵탄 한 발을 터뜨리면, 거기서 방출된 강력한 전자기파가 미국 본토 전역을 뒤덮으며 국가전산망과 사회기반시설을 전면적으로 마비시키게 된다. 이것은 미국에게 회복하기 힘든 대재앙으로 될 것이다. 위의 사진은 공중핵폭발로 방출된 거대한 전자기파가 대도시를 뒤덮는 순간포착장면을 그린 상상도다. 전자기파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이므로 실제상황에서는 위와 같은 장면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 단발로 미국을 석기시대로 되돌려놓을 EMP수소폭탄

 

첫째는 EMP수소탄이다.

 

2017년 북이 공개 시험에 성공한 미사일 장착용 수소탄을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여 단 한 발만 미국 중앙 고공에 터트려도 미국 전역의 모든 전자장비를 다 파괴할 수가 있다. 그런 수소탄을 지상 100km 상공에서 터트리면 강력한 펄스파가(EMP) 나와 미국 전역의 전자장비를 물리적으로 파괴하게 된다. 특히 다탄두 형태로 만들어 미국 지상 곳곳에 골고루, 더 낮은 고도에서 터트리면 그 강도는 훨씬 강력해진다. 미국이 전근대시기로 되돌아가는 것은 물론 아비규환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EMP탄은 콤프턴 효과로 위력을 발생시키는데 예를 들면 재밍 즉, 전파를 방해하여 전화기를 먹통으로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전화기 자체 회로를 망가뜨려 못 쓰게 만드는 것이다. 강력한 펄스파가 전선을 타고 전자기기에 들어가게 되면 그것이 강한 에너지로 바뀌어 물리적으로 파괴를 해버리는 것이다. 파장도 에너지를 포함할 수 있다. 그래서 무선충전도 가능한 것이다. 

 

이는 1962년 태평양에서 시행된 미국의 수소탄 실험 때 입증됐다. 미국이 하와이 서남쪽 존스턴 섬에서 로켓에 핵탄두를 실은 뒤 400km 상공에서 터뜨렸는데, 핵실험장에서 800km 밖에 있던 관측장비가 파손됐고, 존스턴 섬에서 약 1500km 떨어진 하와이에서는 가로등이 깨지는가 하면 한동안 통신망도 두절됐다. 그뿐 아니라 존스턴 섬 인근 저궤도를 돌던 미국 인공위성 일부도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심지어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캘리포니아의 전자제품도 고장이 났다. 원인은 핵폭발 때 발생한 거대한 전자기파였다. 핵폭발 때 폭풍과 열 외에도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전자기파가 나온다는 것이 이때 확인됐다. 

 

▲ 존스턴 환초 초고공 수소탄 시험 당시 6000여 킬로미터나 떨어진 미 본토까지 수소탄 emp가 영향을 미쳤음이 확인되었다.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EPM수소탄은 열보다는 전자기파를 극대화시킨 것이다. 북은 지난해 2차 핵시험에 성공시킨 후 그 핵폭탄은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수소탄이며 EMP탄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EMP수소탄으로 미국 전역의 발전소가 파괴되고 전기가 끊겨 암흑으로 변할 것인데 그러면 식량공급과 생필품 공급이 되지 않아 굶어주고 겨울에는 많은 사람들이 추위에 사망하게 된다. 발전소나 발전기, 전자장비가 내장된 보일러 등이 다 망가질 것이다. 

여름엔 굶주림 외에도 전기 공급이 끊겨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아 짜증지수가 높아질 것이며 이것이 무슨 대형 소요사태를 불러올지 모른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이라 바로 약탈과 강간과 파괴 등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77년 7월 13일부터 14일까지 대규모 뉴욕 정전이 벌어진 약 26시간 동안에 1,616개의 가게들이 약탈을 당했고, 1,037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각지에서 강간과 성폭행도 속출해 정전 사태가 끝나고 10개월 뒤에 뉴욕시의 출산율이 급증했다.

물론 2003년 뉴욕 15시간 정전 때는 주 방위군을 신속하게 투입하여 약탈을 막았지만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의해 뉴올리언즈가 해일 침수피해를 입었을 때는 총기를 동원한 약탈이 끊이지 않았었다.

EMP에 의한 정전은 단기간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혼란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 77년 미국의 26시간 정전사태 당시 가게를 약탈하는 미국인들 모습  

 

EMP수소탄은 건물 등에 전혀 손상을 주지 않고 시민들의 생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가장 강한 전자기파에 노출 되도 잠깐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이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EMP공격을 받아도 서로 협동하고 도와주면 혼란도 극복하고 다시 사회를 재건할 수는 있다. 사람이 죽지는 않기 때문에 도덕적인 비난도 가장 덜 받을 수 있는 무기이다. 다만 총기까지 개인이 소유한 미국에서는 아비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수소탄을 북이 공개했기 때문에 미국은 그런 북과 평화적 관계를 맺거나 전쟁을 해서 제거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미 북이 강력한 수소탄과 미 전역을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에 성공을 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자멸을 각오하지 않고는 전쟁을 할 수가 없다. 결국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 위의 사진은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가 신형 300mm 방사포를 시험사격하는 장면이다. 미국의 다련장 에이태킴스처럼 사각 발사관에 장착된 신형 방사포이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방사포로 초정밀 타격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 

 

다음으로 2016년 북이 공개한 300미리 방사포이다. 이는 200KM사거리를 날아가면서도 원형공산오차 1미터 안에 꽂아넣는 초정밀타격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런 무기과학기술을 가진 나라는 북이 유일하다. 

 

방사포탄은 방향조정날개가 미사일처럼 정밀하지 못하다. 그래서 200km정도 날아가는 방사포탄은 가장 뛰어난 러시아의 경우에도 원형공산오차가 수십미터급이다. 1미터급은 정밀조정이 가능한 날개가 달린 미사일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것도 gps유도 등을 동원하고 목표물에 접근해서는 광학탐색기도 동시에 사용해야 하며 더불어 뛰어난 조종프로그램이 이런 gps, 광학탬색기의 정보를 활용하여 방향조종날개를 정밀하게 움직여 목표물로 유도해야 한다. 

 

러시아의 토치카와 같은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도 원형공산오차(CEP, 10발 중 5발이 들어간 원의 반경)가 70미터급이니 방향조정이 훨씬 어려운 방사포는 그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정밀유도무기 에이태킴스 계열의 MGM-168 전술유도탄의 원형공산오차도 50m다. 사실상 이런 로켓은 미사일과 형태나 원리가 같다.  

결국 미사일의 경우 그 두뇌인 프로그램 능력이 정밀도를 좌우한다. 그래서 현대 첨단무기 가격의 약 80%가 이 소프트웨어 값이다.

 

▲ 북 300mm 방사포가 1미터 오차도 없이 목표를 명중하는 모습, 저런 고사각으로 쏘았다면 가장 오랜 동안 공중을 날아왔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오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인데도 정확하게 명중하는 것을 보면 유도장치가 매우 정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자주시보

 

▲ 300mm 조종방사탄은 200여 km 떨어진 암초에 설치된, 크기가 약 1m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표적에 명중하였다. 이것은 200km 밖에 있는 어느 건물의 유리창을 맞출 수 있는 경이로운 초정밀타격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자주시보

 

그런데 북은 미사일도 아닌 방사포탄으로 200KM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 사거리를 날아가면서도 원형공산오차 0.5-1미터 안에 정확히 꽂아넣는 놀라운 능력을 2016년 세계 앞에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이런 소프트웨어능력이라면 미사일의 요격회피기동능력과 명중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된다. 

북의 정밀유도무기를 당할 나라가 없다는 것이며 북의 미사일을 요격할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 2017년 6월 21일 중앙일보에서 단독 보도한 북 방사포 관련 입수 자료     ©자주시보

 

북은 이런 정밀조종방사포탄을 1만개의 목표물을 무력화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준비를 해두었다는 자료를 은근히 공개하였다. 재래식 전쟁이 벌어지면 이 방사포탄만으로도 남녘의 주요 거점을 대부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벗어나는 목표물은 이스칸데르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담당할 것이다. 일본과 괌 하와이는 중장거리 미사일 미국 본토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타격하게 될 것이다. 

주로 방사포탄과 이런 미사일에는 EMP탄이 장착될 것이다. 그래야 사람을 죽이지 않고 무력화시켜 도적적 비난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다. 

 

북은 사람 희생 없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준비를 마친 것이다. 미국이 전쟁을 걸어온다면 북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전면전으로 대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작은 국지전도 이제는 전면전으로 바로 비화될 우려가 높다. 이는 미국의 군방책임자들이 자주 하는 걱정이다. 주미대사로 오게 된 해리 해리스 전 태평양사령관은 늘 북의 미사일만 생각하면 밤잠이 오지 않는다는 우려를 많이 했었다. 그가 지금은 북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주한미군 철수도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북과의 전쟁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 해리 해리스 사령관 관련 보도     ©자주시보

 

 

✦ 아직 공개도 하지 않은 무서운 무기들

 

북은 아직 북 주민들도 알지 못하는 막강한 무장력이 있다는 사실도 직접 언급해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2010년 5월 28일 평양에서 진행한 국방위원회 주최 기자회견에서 나온 박림수 국장의 결속발언이었다. 

 

▲ 2010년 5월 28일 평양에서 진행한 국방위원회 주최 기자회견과 박림수 국장  

 

“세계가 상상할수도 예측할수도 없는 우리의 강위력한 물리적수단은 결코 그 어떤 진렬품이나 보관품도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군사적잠재력을 총폭발시켜 우리 혁명무력의 본때를 보여줄 때이다.”-박림수 정책국장

 

‘상상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강위력한 물리적 수단’이라는 말은 2009년부터 북 인민군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해온 말이다. 

사실 2009년 북이 시험한 2차 핵시험부터 방사능물질이 전혀 포집되지 않아 영국국립연구소에서는 특수핵무기시험을 한 것 아니냐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었다. 2009년을 기점으로 북에는 무슨 군사과학기술분야에 있어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201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공식 대변으로 이름을 떨친 재일교포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이 아시아타임스지 기고문에 북의 과학기술과 관련된 충격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북한은 슈퍼컴퓨터와 휴대용컴퓨터, 평판TV, 스마트폰, 복합 다축 공작기계(CNC), 각종 핵탄두, 로켓 엔진, 全 배열 레이다, 휴대용 경수로(portable light-water-reactors), 산업 플랜트용 정밀장비와 피아노, 바이올린 등 악기, 그리고 심장 수술을 위한 의료기구들을 자체로 생산할수 있는 소수의 공업국 가운데 하나이다.]-2012년 3월 6일 아시아타임스의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 기고문 중에서

 

여기서 휴대용 경수로가 나오는데 휴대용은 몸에 지닐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경수로는 원자로이다. 휴대용 원자로 즉, 아이언맨이 가슴에 장착하는 그런 원자로를 만들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아닐 수 없다. 

 

▲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년 3월 1일(현지시간) 연례 국정연설을 통해 밝힌 핵 추진 순항미사일,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최신예 '슈퍼 무기' 6가지를 전격 공개하였다.  

 

 

 

그리고 올해 2018년 3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대선 투표를 보름 남기고 소형원자로를 장착한 핵추진 순항미사일, 마하 20으로 대기권 상층부를 나는 아반가르드 탄도미사일, 대기권을 마하 10의 속도로 날아 타격하는 킨잘 순항미사일, 해군기지 하나를 단 발로 쓸어버리는 무인잠수정, 프랑스 영토정도의 나라는 단 한발로 모조리 초토화시키는 거대한 사르맛 대륙간탄도미사일, 그리고 강력한 레이저포가 등 차세대 슈퍼무기 6종세트를 전격 공개했다. 이중 핵추진 순항미사일은 북의 휴대용경수로가 장착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미사일이라고 본다. 

 

실제 북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6가지 차세대 슈퍼무기를 공개하자 마치 제일처럼 기뻐하며 이를 두 번이나 보도를 했다. 한번은 조선중앙텔레비젼으로 했고 다른 한번은 노동신문을 통해서 전했다. 모두가 가장 공신력이 높은 매체들이었다.

미사일이나 비행체 등에 소형원자로를 장착하게 되면 무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무기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사거리의 제한이 없다는 말이다. 레이저 타격무기를 사용할 경우 탄알 걱정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완전히 새로운 무기체계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 2018년 3월 22일 북 노동신문의 러시아 무기를 자랑스럽게 소개한 기사     ©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북이 그런 기술을 러시아에 제공했기 때문에 러시아가 그동안 북과 밀월관계를 강화해왔고 유엔에서도 맨 앞장에서 대북제재를 반대해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2011년 12월 4일 이란은 미국의 최신형 정찰 드론 RG-170 센티널을 전자덫을 놓아 나포하여 이란 공항에 착륙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후 그 드론을 그대로 복제하여 공개까지 한 바 있다. 이런 전자전도 북의 기술적 도움 때문에 가능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란의 무기는 대부분 북의 기술로 개발된 것이 많기 때문이다. 탄도미사일의 경우 모양도 똑 같다.

 

북의 군사과학기술은 알려진 것보다 가려진 부분이 훨씬 더 많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지난해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과정을 보면 매우 충격적이었다. 보통 신형엔진을 개발하여 시험한 후 이를 미사일에 적용하는데만 2-5년이 걸리는데 북은 그것을 몇 달만에 해내었다. 항공대 장영기 교수는 이미 관련 기술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가 아니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공개만 하지 않았을 뿐 이미 개발하여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화성-15형보다 훨씬 더 위력적인 고체연료로켓을 사용해 만든 대륙간탄도미사일도 공개하였다는 점이다. 아직 시험발사만 하지 않았는데 이것도 액체로켓 탄도미사일처럼 시험발사를 하게 될 경우 바로 성공시킬 가능성이 높다. 

 

▲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길이가 24m, 지름이 1.9m, 사거리가 12,000km인 것으로 추정하였다. 고체연료엔진을 사용하여 거대한 원통형 발사관에서 사출되는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발사준비공정이 매우 간단하여, 언제든지 명령만 내리면 즉시 발사위치로 이동하여 발사될 수 있다. 조선이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33분 뒤에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조선이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할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은 핵무장을 완성하였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무장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래서 자신이 결정한 조선정책기조 제1항에서 조선에게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 불간섭 정책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미핵대결은 그렇게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끝나가고 있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동식차량에 탑제된 고체연료로켓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액체연료로켓과 달리 연료주입시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어 미리 파악해서 파괴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발사관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염도 크게 퍼지지 위성에서 적외선 탐지 방식으로 발사 지점을 신속히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저게 대륙간탄도미사일인지 작은 미사일을 쏜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만약 동시에 사거리가 짧은 액체연로켓과 함께 발사하면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된다.

  

2017년 미국이 화성-15형 성공을 보고 긴급하게 북과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면 북은 그 고체연료로켓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단행했을 것이다.

 

이제 SNS의 발전으로 미국의 주류 언론이 미국 국민들을 혹세무민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북이 미사일을 발사하여 미국 본토 앞 바다에 핵탄두 폭발시험이라도 단행하여 성공시킨다면 미국은 아비규환에 빠질 것이다. 실제 리용호 외무상이 미국이 북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계속하면 태평양 위에서 역대급 수소탄시험을 단행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역대급을 터트리면 아마 하와이의 전자제품들은 EMP효과로 박살이 날 것이며 미국 서부의 전자장비와 발전소들도 심각한 타격을 면치 못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미국 국민들이 북과 전쟁을 하자고 할지 당장 대화에 나서라고 할지는 불문가지이다.  

 

화성-15형만으로도 미국 국민들은 이미 북의 미사일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한다고 하자 미국인 70% 이상이 찬성했던 것이다. 한국은 80% 이상이 찬성했다.

따라서 미국의 지배세력들도 이제는 북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에서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어깃장을 놓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원 공화당에서는 싱가포르 6.12공동성명을 의회에서 법안으로 통과시켜야한다는 입장까지 내놓았다. 

 

▲ 2018년 5월 3일 SBS 8시뉴스에서 보도한 북의 신형잠수함 위성포착 사진, 8-9기의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발사관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자주시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던 올해 4월에도 10여개의 탄도미사일 발사관을 장착한 잠수함을 전격공개하여 미국의 위성감지사들의 간담을 서늘케한 바 있다. (5월 3일 SBS8시뉴스 보도)

북미대화가 깨지고 공동성명 이행이 무산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즉각 물리적 군사적 조치를 단행할 것이다.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대형핵추진 잠수함을 공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모두 미국이 막을 수 없는 극강무기들이다.

 

 

2> 군산복합체 달래기

 

그래도 대다수 언론들과 민주당 쪽 의원들은 CVID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둥,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독재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했다는 둥 하면서 지금도 어깃장을 놓고 있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기업가 특히 군산복합체의 후원금이 살 수 없는 존재들이다. 미국의 군산복합체 자본가들과 그 영향을 받는 언론, 정치인들의 반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 중동전선 격화로 무기 수요

 

트럼프 대통령도 이들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이란과의 핵합의를 파기하여 중동 전선을 격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 미국우선주의를 주창하면서 중동에서도 미군들을 다 철수하겠다고 주장했고 나토에서 미군의 역할도 축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리아 내전의 경우 현재 미군이 더욱 완강하게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시리아 동부에 미군 기지를 강력하게 구축하고 반군을 도와 시리아 정부군과 대립하고 있다. 아사드 대통령도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미군을 기어이 철수하겠다는 공식 발표까지 내놓고 있다. 

 

미군을 중심으로한 나토연합군이 예멘전쟁에도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 사우디와 아랍동맹군이 주축이 되어 예멘군과 싸우고 있지만 나토가 미사일공격 등 화력지원을 시작했고 해안 상륙을 위한 기뢰제거 등의 작전에 직접 나섰다가 안사룰라 예멘군에게 나포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동에서 전쟁이 격화되면 결국 미국 군산복합체는 값비싼 순항미사일 등 무기를 팔아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더라도 군산복합체의 밥줄은 챙겨주겠다는 것이 트럼트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 인도양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 격화로 무기수요 창출

 

특히 중국과의 군비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미국이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잇는 대중국 해상포위망구축을 더욱 강화하기로 결정을 하면서 대만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만에 대사관을 세울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으며 대만에 미국에서 수출을 금해오던 첨단 무기들도 미국 의회에서 수출 허가 결정을 내렸다. 

중국은 극단적으로 반발하며 대만 사이의 해협에서 양국의 해상군사훈련이 연일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군사대국화로 위협을 느낀 일본은 물론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미국의 첨단무기들이 마구 수출되는 일이 앞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돈방석에 앉아 즐거운 비명을 지를 것이며 중국은 이에 대항하여 많은 자금을 군사력 강화에 돌려할 것이다.

 

김진명 소설가는 달러패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이 중국과 전쟁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좀 과도한 생각인데 이런 사람까지 나올 정도로 중국과 미국의 대결전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

 

결국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을 위해서는 주한민군을 반드시 철수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에 대한 미국 군산복합체의 반발을 이런 식으로 무마시키려는 것은 아닌가 싶다.

중국에서 이런 미국의 움직임을 놓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으며 그 대책의 하나를 북과의 군사기술 협력으로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까지는 미국과 함께 원유수출 축소에, 평양을 오가는 공항과 항공편까지 축소시키면서까지 대북제재에 나섰다가 올 3월 이후 2개월 반만에 3차례나 북과 정상회담을 갖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다하는 모습을 보인 이유를 이것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벌써 중국의 평양행 항공기가 증편되고 중국인 대북 관광객이 늘고 있으며 시안에도 정기 항공편이 만들어져 총 5개의 공항에서 평양을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www.jajusibo.com/sub_read.html?uid=40385)

 

 

✦ 김정은위원장의 중미사이에서 펼치는 영활무쌍한 외교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중국 포위망을 좁혀가려는 미국의 행보를 꿰뚫어보고 북중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끌어올려 확고한 반제자주진영, 사회주의 지향국가로 추동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지난해처럼 대중국 무역전쟁도 접고 중국을 달래 북을 계속 제재하게 하기에는 지금 대중국 무역적자가 너무 심하고 또 그랬다가는 북미대화가 파탄이 나서 다시 북과 전쟁일보직전 상황을 가게 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지난해처럼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가져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수는 미국이 알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수이다. 외교전에서 이런 수는 참으로 보기 어렵다. 중국도 북이 좋고 싫고를 떠나 이제는 북과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길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군사적 측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북의 나선항과 청진항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중국이 앞으로 경제미래를 개척할 수가 없다. 나선항과 청진항을 한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의 나라에서 주로 이용하게 되는데 중국이 선점을 당해 이용하지 못한다면 태평양으로 진출할 가장 좋은 교두보를 잃게 된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가 뚫리고 있는데 그 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도 중국은 나선항과 청진항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군사적 대결이 격화되어 남중국해가 미국에 의해 포위되기라도 하면 사실 중국의 활로는 나선항에서 찾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북중관계는 시진핑 주석이 1차북중정상회담 만찬연설에서 “국제정세와 지역정세가 어떻게 변해도 북중혈맹관계는 새로운 높은 단계로 더욱 더 발전해갈 것이다.”라고 밝혔듯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확고한 동맹관계로 발전해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의 대북투자는 소리 소문 없이 지금 이 순간에도 대대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북 제재는 이제 씨도 먹히지 않게 되었다. 미국이 조금이라도 북에 투자하여 자국의 경제적 번영이라도 얻어보려면 최대한 빨리 북에 투자할 수 있게 북미관계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 

 

물론 미국만 다급한 것이 아니다.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이 한번 투자를 단행하면 북의 주요 경제특구는 순식간에 장악하게 될 것이다. 그럴 자본이 충분히 축적된 중국이다.

 

 

3> 중간선거와 재선 승리를 위한 트럼프의 필수적 선택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돌출 행동과 언론과 관계 악화로 인기가 별로 없다. 

이를 뚫고 중간선거에서 이기고 재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일단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외국에 나간 기업들을 대거 미국으로 불러들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엄청난 감세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명박근혜의 빛내서 집사라는 정책처럼 많은 후과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

그래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보호무역주의와 친 기업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한반도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지난해 북의 미사일 시험에 깜짝 놀란 미국인 70%가 북미정상회담을 찬성했다. 한국은 80% 국민이 찬성했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트럼프의 지지율이 최고치를 찍었다. 그래도 아직 50%를 넘지 못한 것은 이민자 탄압, 특히 엄마아 아이를 분리하는 정책 고집 등 여러 정책 때문이다.

아마 미국인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이런 반인권적 정책을 마다지 않으면서도 이정도의 지지율이라도 찍게 된 것도 북미정상회담 덕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감 있게 한반도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미국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법인세 감면 등으로 더욱 부족한 세수를 훈련 축소 및 주한미군 감축 철수 등을 통해 충당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군산복합체의 돈벌이를 위해 중동 전선을 격화시켜 사우디 등 친미국들이 미국 무기를 마구 사들이게 할 것이며 중국과 남중국해 분쟁도 격화시켜 일본 대만 베트남 등에 미국 무기를 대량을 판매할 기회는 계속 만들어갈 것이다.

 

따라서 향후 선거일정을 놓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공동성명 이행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3. 북미정상회담 이행의 구체적 경로

 

1> 북미관계 개선

 

북미관계는 평화협정만 체결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국제법 교수는 주권방송과의 대담에서 베르사이유 평화협정 등을 살펴보면 전쟁을 끝내고 맺는 평화협정은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전선언, 전후배상문제해결, 양국수교 및 관계정상화가 그것이다. 

 

일단 현재 북미 사이의 정전상태를 끝낸다는 종전선언을 해야한다. 이것은 사실 상징적 선언이어서 특별한 조건 없이 합의만 되면 바로 진행될 수 있으며 굳이 정상들이 나설 필요도 없다. 외교관들이 나서서 맺어도 되는 문제이다.

 

다음으로 전쟁을 끝낸다는 선언을 했으면 전후배상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주로 승전국이 패전국에게 전쟁에 들어간 비용을 부담시키는데 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사실상 전쟁을 끝낼 수 없게 되며 평화협정을 맺을 수 없게 된다. 

배상금은 돈과 재물로도 하지만 영토를 넘겨주는 방식으로도 진행될 수 있다. 

북미사이에 어떤 방식으로 전쟁배상금을 주고받을 지는 미지수이다. 워낙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공히 기상천외하고 유례없는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다. 

 

승전국과 패전국을 굳이 적시하거나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미 싱가포르 6.12공동성명에서 과거를 덮고 새로운 출발을 하자고 약속한 것을 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실무협상에서는 승전국과 패전국을 가르는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졌음을 짐작케하는 내용들이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김계관, 최선희 국장이 북의 굴복을 의미하는 존 볼튼의 리비아식 비핵화 주장에 반발하여 발표한 성명을 보면 북은 승전국의 입장을 확고하게 잡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음을 짐작케한다.

 

북미정상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북의 언론들은 연일 한국전쟁기간 미군들의 만행을 고발하는 기념관을 북 주민들이 참관하면서 미제에 대한 피의 복수를 다짐하는 모습을 거의 매일 보도했다. 일제에 대해 복수를 다지는 기념관 참관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미국이 한국전쟁에서 끼친 인명과 물질적 피해에 대해 배상하지 않으면 평화협정을 맺을 수 없다는 북 주민들의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특히 존 볼튼에 대해 비판하는 북 언론 기사에서 미국이 먼저 대화를 간청해왔다고 까밝히기도 했는데 먼저 대화하자고 손을 내민 쪽이 패전국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북의 어마무시한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공세에 놀란 미국이 괌포위타격, 역대급 수소탄 시험 등의 북의 경고가 나오자 서둘러 대화를 간청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용적으로는 그렇다고 해도 공개적으로는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는 방향에서 전후배상문제를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 배상금을 지불하는 방식이 아닌 일본 고이즈미가 북에 배상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제시했던 무담보 장기저리 차관제공이나 도로 철도 등 사회적 기반시설을 건설해서 기증하는 방식 등 여러 방식이 동원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북의 비핵화에 들어가는 자금은 모두 한국과 중국과 일본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핵화의 혜택을 이들 나라들이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은 반드시 북에 배상해야 한다. 그것이 없이 북은 절대로 평화협정체결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일본과 수교가 지금까지도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도 결국은 배상금문제다. 말로만 사죄를 하고 끝내는 것이 사죄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북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죽어라고 패 놓고 말로 미안하다고 했다고 용서해준다는 것은 자주와 존엄을 강조하는 북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끼친 피해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죄에 진심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만 처리되면 이후 관계정상화는 일사천리로 가능하다. 

북미 사이의 정상적인 관계를 수립한다는 것은 법적 제도적으로 양국의 적대관계를 모두 해소하고 정상국가로서 서로 무역도 하고 교류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양국에 대사관을 세워 투자한 기업도 보호하고 교류협력 사업을 뒷받침해야 한다. 

 

북은 20여 곳에 경제특구 다 정해놓았고 관련된 법도 다 마련해 두었으며 나선지구에서 시범운영을 하면서 그 외국인 투자와 관련된 법을 계속 보완 정비해왔다. 거의 준비가 끝나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외국인들이 북에 들어왔을 때 사회주의 이상사회가 어떤 세상인지 보고 놀랄 정도로 북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과제를 좀 더 해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평양, 원산 등 대도시는 어느 정도 이루었는데 산촌과 어촌, 일부 농촌은 아직도 과거의 때를 벗지 못한 곳이 있다고 한다. 

 

북이 최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대대적으로 건설하고 있는데 내년 4월 15일 태양절에 개장할 예정이다. 

삼지연 산촌마을 이상사회 건설도 조만간 완성을 선포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전국으로 일반화하여 북의 모든 마을을 다 사회주의 이상사회라고 자랑할 수 있게 되면 북도 본격적으로 외부세계와의 교류를 폭발적으로 늘려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특구를 중심으로 하는 외국 자본 투자는 그 전에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의 자본이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전에 북 자체로 사회주의 이상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특구와 북 주민지대는 엄격히 분리하여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북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모기장도 든든히 치는 작업업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북 주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법적 제도적 모기장보다 더 위력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기에 지금 북의 수뇌부는 모두 떨쳐나서서 각지 경제사업단위로 내려가 사회주의 이상상회 건설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 박봉주 총리, 최룡해 부위원장까지도 경제단위 요해사업을 자주 나간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북은 미국의 제재와 봉쇄 속에서도 여명거리를 일떠세우고 수도 평양을 낙원으로 건설해내었다는 점을 아주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사실 자력으로 사회주의를 건설해야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할 것은 자명하다. 

 

 

2> 남북관계 전망

 

따라서 한국의 기업가들은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돈을 싸들고 가서 합작하자고 하면 북이 그저 황송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오판이 가능성이 높다. 어디까지나 북은 자력으로 사회주의 이상사회를 건설해가려는 확고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특구를 중심으로 하는 대북 투자도 북이 언제 본격화할지는 미지수이다.

 

남측의 민간차원의 대북투자가 각 특구로 확대되기 전에 개성공단, 남북러가스관, 도로 등 인프라 공사 등은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때가 되어 북의 경제특구가 활성화되면 남측의 건설장비, 자동차, 생활가전 등 대북 판매가 늘어 일정하게 남측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며 고용창출 효과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 일자리이다. 이는 남측의 청년들이 북측의 청년들과 다양한 형태의 창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앞당기느냐가 관건이다. 

대만의 중소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발빠르게 단행하여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했던 경험이 있다. 컴퓨터 전원부품회사 델타그룹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대만은 IMF를 겪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차기 국회의원 선거 전에 이런 남북교류사업을 활성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일지향적인 정치인들을 대거 당선시켜 이후 남북관계를 추진해갈 동력을 확보하고 차기 대선 전에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가시적 성과를 국민들에게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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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체제보장을 위한 유일한 해법

<칼럼>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
전현준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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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5  12: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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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세계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냉전구조 해체가 시작되었다. 한반도는 1990년대 초에 일어난 세계사적인 냉전구조 해체에도 불구하고 ‘냉전의 고도’로 남아 있었다. 이념과 체제 경쟁이 계속되어 언제 전쟁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었고 남북 주민 모두는 늘 전쟁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옛 로마의 경구는 전쟁론자들의 금과옥조가 되었다. 남(한)은 ‘섬 아닌 섬’이 되어 해로와 공로가 아닌 육로를 통해 대륙으로 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전쟁 없는 세상의 여명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낮아지고 육로를 통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수학여행을 가고 사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상의 통일’도 머지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남북의 모든 주민들이 평화에 대한 기대를 갖고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성명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한반도 평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남북 대결구조와 북미 대결구조였다. 특히 북미 대결구조는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파괴의 주범이었다. 남북의 통일에 대한 의지는 미국의 대북 강경책으로 인해 번번이 무산되었다. 남북은 1974년 이래 여러 차례에 걸쳐 상호 체제인정 존중과 평화공존에 대한 입장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북미 대결구조로 인해 빛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북은 미국의 간섭이 있는 한 자주적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북미 평화협정을 주장하였다. 북미 간 평화공존이 없이는 한반도 평화통일도 요원하다는 논리인 것이다. 남은 ‘북의 남침’을 우려했지만 북은 ‘미국의 북침’을 우려하면서 살아 왔다. 상대방의 선제공격 가능성 논리가 비록 실상이 아닌 주조된 허상일 지라도 일반 주민들이 갖는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1950년 6.25 전쟁 시기 완전히 초토화된 북의 입장에서는 ‘미제의 제2의 북침’에 대한 의구심과 공포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북의 입장에서는 6.25 전쟁이 ‘미제’의 억압에 신음하는 남녘동포들을 구원하기 위한 ‘남조선 민족해방전쟁’ 즉, ‘정의의 전쟁’, ‘선의의 전쟁’이었는데 ‘미제’가 이를 가로막았고 미국이 언젠가는 5만명 이상의 미군 피해에 대한 ‘복수의 전쟁’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제2의 6.25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재래식 무기로는 불가능하고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자리잡기 시작한 배경이다.

1989년부터 발생한 북핵문제는 30여년 간의 지리한 논쟁 끝에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천명하고 ‘김여정 특사’를 보내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표명한 후 ‘3.6합의’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일거에 한반도 정세를 180도 바꿔놓았다.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가 합의되었고 이것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재확인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 포기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을 내걸었다. 무조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선 마치 북이 무조건적으로 핵을 포기했다고 약속한 것처럼 해석했다. 북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 희생을 통해 개발한 핵무기인데 그렇게 쉽게 포기하겠는가. 경위야 어떻든 이제 북핵 폐기와 포괄적 의미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가 맞교환되는 과정에 들어섰다. 그 여정이 성공하기만을 기대하면서 한 가지 가장 큰 걸림돌을 제기하고자 한다.

6월 12일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발표되었을 때 수많은 보수논객들은 ‘CVID’가 명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이 북에 “속았다”라거나 ‘빈껍데기’라고 폄훼하였다. 2005년 ‘9.19 공동성명’보다 못하다고 평가절하하였다. 우리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의미를 해석할 때 ‘비핵화’가 ‘완전한’ 상태가 되었다면 ‘모든 검증’을 거친 결과 북에는 일체의 핵무기, 핵물질, 핵프로그램 등이 없는 상태인 것을 의미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불완전한 비핵화’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보수논객들은 ‘CVID’라는 용어가 빼졌다는 이유로 싱가포르 성명을 깍아내리기에 바빴다.

문제는 북이 비핵화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을 미국이 과연 어떻게 해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북은 비핵화 초기조치로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실시하였다. 싱가포르 합의를 지키기 위해 미군 유해송환도 시작하였다. 물론 미국도 8월 예정이었던 UFG훈련 중지, 한미해병대훈련 중지 등을 결정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대한 협상가”라고 추켜세우면서 비핵화만 하면 “한국처럼 잘살게 도와주겠다. 그러나 돈은 한국, 일본, 중국이 낼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그는 대북제제에 관한 행정명령 1년 연장안에도 서명했다. 2중적인 태도인 것이다.

미국은 북의 비핵화의 속도가 느리다고 조바심을 내고 있다. 초기선행조치로 최소한 3-4개월내에, 미국 중간선거인 11월 초 이내에 북의 핵탄두 및 ICBM의 20%정도는 파기하거나 외부로 반출시켜야 한다고 대북 압력을 넣고 있는 것같다. 반면에 미국은 체제안전보장의 초기단계인 ‘한반도종전선언’도 미루고 있고 평화협정, 북미 수교, 제재 해제 및 대북 경제지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내놓지 않고 있다. 오직 북이 ‘선 핵폐기’하면 ‘후 보상’하겠다는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즉 ‘리비아식’인 것이다. 사실 리비아식이란 ‘선 핵폐기 후 보상’이 핵심이 아니라 미국 CIA가 민중폭동을 배후조정하여 카다피를 제거한 것이다. 북이 말조차 꺼내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이다.

미국의 협상전략을 몸으로 채득한 북의 협상가들은 미국의 전략을 꿰뚫어 보고 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를 누가 지연시켰고 2005년 9.19 공동성명 직후 미국 재무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란 핵협상을 파기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칭찬 발언에 대한 불신, 미국 주류 언론과 기득권 세력 및 군사복합체 등의 대북 인식이 전혀 변하지 않은 것 등은 북의 비핵화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있다.

미국 보수파들은 북의 인권문제, 생화학무기 문제, 권력세습 및 민주화 문제, 주체사회주의 문제 등을 다음의 대북 압박 카드로 준비하고 있다. 북의 협상가들은 마치 완전한 비핵화만 이루면 북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 것처럼 장담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험한 장사가 이익이 많이 남는다”라는 경구를 외교에도 적용하고 있어서 시원시원한 면은 있지만 지속적이지 못한 면이 있다.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어떤 반전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미국 의회는 2016년 행정부가 맘대로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력으로 이것을 풀 의지와 능력이 있는 것인가?

만일 미국이 대북 CVIG를 해주었더라도 이것은 CVID와는 격이 맞지 않는다. 북이 쉽지도 않지만 만일 일단 CVID를 한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핵능력을 돌이킬려면 그것은 수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에게 약속한 종전선언, 평화협정, 관계정상화, 제재 해제 등은 순식간에 파기할 수 있다. 말 한마디면 끝이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 일본에 있는 미국의 전략자산들은 2시간 이내에 북을 공격할 수 있다. 미국의 CVIG는 ‘돌이킬 수 있는 것’이다. 북의 전략가들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아직 북의 비핵화와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 문제가 초입단계에 들어선 상태에서 위와 같은 분석과 전망을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하루속히 북이 원하는 ‘단계별 동시적’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솔직히 북은 갈 길이 멀다. 사회주의 경제발전 총노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UN안보리 및 미국의 대북 제재가 해제되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조건 성숙을 위해 과감한 핵포기에 나섰다. 본인이 얘기한 대로 “발목을 잡고 눈과 귀를 가리는 세력을 뿌리치고”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가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도 그 진정성을 믿고 말이 아닌 행동이나 문서로 김정은 정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김정은 정권 보장은 미국의 대북 군사적 불침략에 의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북 내부의 인민적 지지 상승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중국은 벌써부터 ‘북핵 이후’를 대비하여 북을 사회주의시장경제체제로 끌어들이기 위한 행보를 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일정부분 이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최단기간 내에 3차례에 걸친 북중 정상회담이 그 증거이다.

미국이 진정 북을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유입시키기 원하다면 과감한 대북 유인책을 발표해야 한다. ‘꼼수’를 부려 북의 비핵화만 달성하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어떤 직업을 가졌든 미국인 수 천명이 평양에서 활동한다면 미국은 대북 군사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고 북도 미국의 체제안전보장 약속을 믿을 것이다. 그 방법은 대북 제재 해제밖에 다른 길이 없다.

 

전현준 (우석대학교 초빙교수,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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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 개방이 낳은 '희망', 문 대통령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산 강과 죽은 강①] '금강 요정'이 강물에 띄운 편지

18.06.25 08:03l최종 업데이트 18.06.25 10:08l

 

안녕하세요?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금강에 사는 김종술입니다. 금강에서 온종일 지내기에 얼굴이 새까만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금강 요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제게 붙여준 과분한 애칭입니다. 저를 한 줄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지난 10년간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금강을 기록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감사] 금강의 봄
 

 금강에 봄이 왔다. 수문이 열리고 금빛 모래가 돌아왔다.
▲  금강에 봄이 왔다. 수문이 열리고 금빛 모래가 돌아왔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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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생의 황금기를 금강에서 보냈습니다. 4대강 사업이라는 대국민 사기극에 미혹되지 않고 죽어가는 금강을 기록했습니다. 부정한 정권의 서슬 퍼런 눈초리 때문에 대부분의 언론들이 4대강을 거들떠보지 않을 때도 저는 묵묵하게 금강을 지켰고, 지금까지 1300여 편이 넘는 4대강 기사를 쏘아 올렸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던 날에도 저는 금강을 걸으며 혼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되던 그날도 금강에서 희망찬 미래를 상상했습니다. 죽는 날까지 그날을 잊지 못하겠지요. 흐르는 강물을 막아서 수질을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했던 4대강 사기극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금강에서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띄우는 것은 감사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문 대통령 덕분에 2018년 초, 굳게 닫혔던 금강의 콘크리트 수문이 무장해제 됐습니다. 철옹성 같던 수문이 열리자 누런 구정물이 쏟아졌습니다. 때마침 비가 내려서 묵은 강물이 빗물에 씻기듯 세차게 흘러내렸습니다. 예전처럼 수위가 낮아지고 물살이 빨라지자 강은 서서히 깨어났습니다. 

버들강아지로 불리는 갯버들에 푸른 물이 잔뜩 올랐습니다. 새들과 야생동물이 좋아하는 곰보배추와 냉이가 황량한 강변을 파릇파릇 장식했습니다. 수문이 열리자 갇혀있던 물은 해방이 됐고, 금강에 진정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세차게 불어오는 강바람은 상큼한 봄 향기를 실어 날랐습니다.

[생명] 새들의 천국
 

 꼬마물떼새가 금강의 모래톱에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금강의 희망입니다.
▲  꼬마물떼새가 금강의 모래톱에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금강의 희망입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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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봄은 사람들을 다시 강으로 불렀습니다. 자전거와 유모차를 끌고 온 할머니들은 냉이와 달래, 쑥을 뜯느라 분주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갇혔던 강물은 강바닥 모래가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빛났습니다. 강물이 막힌 지 6년 만의 해방이었습니다.

상류에서는 쉼 없이 고운 모래와 자갈이 흘러내리고 산란기를 앞둔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지천을 타고 올랐습니다. 지천에서 흘러든 모래밭에서는 잉어들이 산란하느라 파닥거리며 강바닥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강물도, 생물도 모처럼 생기를 찾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모래톱이 드러났습니다. 사람과 천적으로부터 분리된 공간인 모래톱은 철새의 낙원이자 자연생태 학습장입니다. 새들의 천적인 고양이, 삵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은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천적으로부터 자유로우니 개체 수와 종 다양성이 높아지고 덕분에 반가운 손님인 새들이 많아졌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급증했던 민물가마우지는 하나둘씩 떠났습니다. 깊은 물 속에서 사는 녀석들에게 '이명박표 수심 6m'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는데, 수심이 얕아진 탓입니다. 드러난 모래톱엔 오리와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한가롭게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를 시샘하듯이 왜가리가 주변을 날아다니며 훼방을 놓았습니다.

부리가 가늘고 길며 어두운 갈색의 앙증맞은 새들은 자갈과 모래밭을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18~20센티미터 크기의 백할미새와 꼬마물떼새입니다. 처음엔 그저 반갑게만 생각했는데, 모래톱이 없는 곳에서 살지 못하는 지표종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알] 모래톱에서 발견한 '희망'
 

 수문이 열린 금강의 모래톱에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꼬마물떼새의 낳은 알입니다.
▲  수문이 열린 금강의 모래톱에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꼬마물떼새의 낳은 알입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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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 

지난달 25일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모래톱을 걷다가 새 생명을 발견했습니다. 검지 한 마디 크기의 작은 새알 하나. 자갈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목덜미가 하얗고 노란 금테안경을 쓴 새 한 마리가 '삑삑~삑삑~' 울부짖었습니다. 저를 천적으로 알았나 봅니다. 시궁창 펄밭이 빗물에 씻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죽음의 강에 움트는 생명,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달걀만 한 날씬한 몸매, 동그랗게 빛나는 눈에 두른 노란 금테, 목덜미가 하얀 녀석은 꼬마물떼새입니다. 모래톱에서 살아가는 지표종이죠. 죽어있던 금강에 새 생명이 돌아오는 것을 증명해주는 생명체입니다. 강바닥의 묵은 악취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데, 녀석들의 안전하게 번식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부터 그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빌었습니다. 첫사랑과의 만남을 앞둔 것처럼 설레고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부터 매일 그곳을 찾았습니다. 시커먼 얼굴에 산적처럼 생긴 제 모습에 놀랄까 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만 맴돌았습니다. 주변 풀 속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고 지켜봤습니다. 

저는 그 알을 '금강의 희망'이라 불렀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기온이 뚝 떨어지는 밤까지 꼬마(꼬마물떼새)는 정성을 다했습니다. 하나의 알이 둘이 되고 셋이 됐습니다. 꼬마는 저를 볼 때마다 소리치며 가까이 오지 말라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나는 100m 떨어진 곳으로, 다시 200m쯤 떨어진 곳으로 쫓겨나야 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송편 같은 반달이 떴을 때 네 알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꼬마가 '희망'이를 잘 품어서 알을 깨고 나오기를 기도했습니다. 꼬마를 지키고 '희망'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끔씩 찾아오는 낚시꾼들이 '희망'이 근처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일입니다. 하루에 서너 번씩 그들을 설득해 돌려보내는 일이 하루 일과였습니다.

"당신이 새 아빠야, 강변에 널린 게 새인데 호들갑을 떨기는..."
"또라이도 아니고 별 미친놈이 다 있네."

자초지종을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목소리를 높이고 밀어붙이는 낚시꾼도 있었습니다. 그들을 설득하고 애걸하다시피 하면서 돌려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들 앞에서 발을 구르거나 두 손을 모아 빌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희망'이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10년 동안] 나 홀로 전투의 상처
 

 지난 10년, '이명박 4대강'에 죽어가는 금강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저를 사람들은 '금강 요정'이라고 부릅니다. 오늘도 금강에서 홀로 촛불을 듭니다. '이명박 4대강'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입니다.
▲  지난 10년, '이명박 4대강'에 죽어가는 금강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저를 사람들은 '금강 요정'이라고 부릅니다. 오늘도 금강에서 홀로 촛불을 듭니다. '이명박 4대강'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입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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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은 금강의 뼈와 살을 도려내듯 강바닥을 파헤쳤습니다. 포클레인과 불도저같은 중장비가 움직일 때마다 금강의 속살이 드러났습니다. 그 뒤에 최악의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했죠. 보에 갇힌 고인 물은 썩었습니다. 투명했던 강물은 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 듯 녹조 밭으로 변했습니다. 

금강에서 SF영화에서나 봄직한 낯선 생명체인 큰빗이끼벌레를 처음으로 발견했던 날, 그걸 한 토막 삼키고 생체 변화를 살펴가며 고통스럽게 기사를 썼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합니다. 맨 몸으로 강물에 들어갔고, 심지어 물을 먹기까지 하면서 취재를 했더니, 내 몸에는 피부병과 두통이 떠날 날이 없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붉은 실 같은 실지렁이가 금강을 점령했습니다. 수질이 오염된 지역일수록 붉은색을 띤다고 알려진 붉은 깔따구도 발견했습니다. 60~70년대 시궁창이나 하수도에 살아가던 환경부 4급수 오염지표종입니다. 맨손으로 냄새나는 펄을 뒤져야만 찾을 수 있는 생명체들입니다. 비단 같던 금강에 침입한 죽음의 그림자, 제 속도 타들어 갔습니다.

강변을 혼자 걷다가 지치면 강변에 텐트를 쳤습니다. 먹을 게 떨어질 때까지 며칠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취재하면서 폭행도 당했고, 전화나 기사 댓글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해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취재를 한답시고 가져다 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제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은 개인적인 고통이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4대강 괴물'을 만든 자들의 죗값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흐르는 게 강이라는 상식을 배반했던 자들이 사람들의 망각 속에서 승승장구하는 게 더 두렵습니다. '제2, 제 3의 4대강 사업' 또다시 출몰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를 각인시키려고 매일 강에 나가서 취재했고, 기사를 올렸습니다.

[12박13일의 기록] 모래톱의 축복
 

큰사진보기 지난 6월 7일, 금강의 '희망'이 두꺼운 알을 깨고 태어났습니다. 닫혀 있던 수문이 열리면서 금강에 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  지난 6월 7일, 금강의 '희망'이 두꺼운 알을 깨고 태어났습니다. 닫혀 있던 수문이 열리면서 금강에 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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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

제가 '희망' 지킴이로 나선 지 11일째인 6월 7일. '희망'이가 두꺼운 알을 깨고 태어났습니다. 꼬마는 축축한 깃털을 정성스레 품었습니다. 저는 심장을 졸이며 카메라로 생명 탄생의 순간을 지켜봤습니다. 까치가 주변을 맴돌 때나 황조롱이가 하늘에서 정지 비행을 할 때면 제가 나서서 경고음을 냈습니다.  

여기까지였습니다. 녀석들과 작별할 시간이 된 거지요.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가가자 자갈밭 둥지에서 솜털을 털던 '희망'이가 보였습니다. '희망'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웅크려 있었습니다. 네 마리가 모두 건강해 보였습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 꼬마는 내가 혹시 '희망'이를 해칠까 두려워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 시선을 사로잡으려고 날개를 다친 것처럼 퍼덕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위험을 무릅쓴 꼬마의 처절함은 눈물겨울 정도였습니다. 얼마 뒤에는 사방으로 돌아다니는 '희망'이를 보살피느라 꼬마도 정신이 없을 겁니다.

최근에 '희망'이 주변에 또 한 마리의 꼬마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작은 하천에 살아가며 전 세계에 1만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인 흰목물떼새입니다. 이 모두가 4대강 수문개방 덕분에 생긴 모래톱의 축복입니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대통령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탁] '관피아'와 닫힌 수문
 

 백제보 상류의 물빛은 검다. 강물이 하늘이 아니라 강바닥을 비추기 때문이다. 수문에 가로막힌 강엔 시커먼 펄이 켜켜이 쌓여 있고, 그 위엔 폐준설선만이 둥둥 떠 있다. 여긴, 여전히 콘크리트 수문이 닫혀 있다.
▲  백제보 상류의 물빛은 검다. 강물이 하늘이 아니라 강바닥을 비추기 때문이다. 수문에 가로막힌 강엔 시커먼 펄이 켜켜이 쌓여 있고, 그 위엔 폐준설선만이 둥둥 떠 있다. 여긴, 여전히 콘크리트 수문이 닫혀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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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제2의 '희망'이를 지키고 싶습니다. 15년 전 제가 첫눈에 반해서 눌러살기 시작했던 금강은 이런 곳이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으로 불리는 4대강 사업이 시행되기 전의 금강은 새와 물고기,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생명의 터전이었습니다. 수문을 개방한 뒤에 완벽하게 복원된 것은 아니지만 텃새와 철새의 놀이터이자 쉼터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대통령님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희망'이와 그의 친구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뛰어놀 커다란 운동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세종보와 공주보처럼 아직 굳게 닫힌 백제보와 금강하굿둑의 수문을 개방하면 됩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에 부역했던 '관피아'들만 믿고 기다릴 수 없습니다. 그들은 호시탐탐 수문을 닫을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지금 금강에는 산 강과 죽은 강이 공존합니다. 수문이 열린 공주보까지는 새들과 물고기들이 생명을 품는 잉태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발길을 끊었던 사람들이 다시 찾는 자연의 휴식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께서 표방하신 '사람 사는 세상'은 이렇듯 뭇 생명과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수문이 닫힌 백제보부터는 물빛부터 다릅니다. 벌써부터 잿빛 강물에서 녹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습니다. 시궁창 냄새가 진동합니다. 이곳에 오면 이명박근혜 정권의 '4대강 살리기'가 사기였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대] 문재인 대통령님, 생명의 강에 오세요
 

 금강에 봄이 왔습니다 새 생명도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희망'입니다. 이게 다 '4대강 수문을 개방'한 덕분입니다.
▲  금강에 봄이 왔습니다 새 생명도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희망'입니다. 이게 다 '4대강 수문을 개방'한 덕분입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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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한 포기, 이름 없는 잡초도 태어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연은 특별한 소명을 가지고 제각각 있어야 할 자리에 있습니다. 미생물은 동물과 식물이 없으면 살 수 없고, 식물은 미생물과 동물 없이는 살지 못합니다.

4대강 사업이 이미 증명했습니다.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습니다. 모래톱이 사라지자 새들이 떠났습니다. 썩은 물이 고인 깊은 강가에 사람들이 찾아올 리 없었습니다. 그래서 강은 흘러야 합니다. 흐르는 게 강입니다.    

대통령님,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지금 금강의 흐름을 막고 있는 죽은 강의 수문마저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희망'이와 그의 자식들이 누대로 알을 품는 희망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물고기들이 알을 잉태할 수 없는 수심 6m의 강이 아니라, 은빛으로 반짝이는 여울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생명체들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저 홀로 강변을 걷다가 그날처럼, '4대강 수문을 전면 개방하라'는 대통령님의 따뜻한 목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싶습니다. 지금 남과 북의 장벽을 거침없이 거둬내듯이, 산 강과 죽은 강의 장벽을 터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머리가 아프실 때 금강을 한 번 찾아주십시오. 함께 강변을 걸으며, '희망'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금강에 꼭 한 번 찾아와 주시시오. 함께 걸으며, '희망'이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님, 금강에 꼭 한 번 찾아와 주시시오. 함께 걸으며, '희망'이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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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현장탐사-영화 만들기에 후원을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6월 25일부터 금강과 낙동강을 탐사 보도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 수문을 연 '산 강'과 아직도 이명박근혜 정권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은 '죽은 강'을 비교하면서 4대강 사업의 대안을 제시합니다. 현장 탐사 보도와 기획 기사는 8월 25일까지 30여 편에 걸쳐 게재합니다. 

또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을 소재로 한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듭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역자들은 아직도 4대강을 망친 죗값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4대강 다큐 영화는 불법 비자금을 집중 추적합니다. 부역자들이 받은 '떡고물'을 전격 공개합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운 4대강 독립군의 눈물겨운 투쟁도 담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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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제국을 핵군축으로 끌어낸 조선의 핵정책

[개벽예감 304] 핵제국을 핵군축으로 끌어낸 조선의 핵정책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06/25 [09:1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미국 국무장관의 입에서 튀어나온 색다른 단어

2.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개념

3. 조선의 핵정책 관철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4. 한반도의 핵군축, 이미 시작되었다

 

 

1. 미국 국무장관의 입에서 튀어나온 색다른 단어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폴 공화국의 쎈토사섬에서 조미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역사적인 공동성명에 서명하였다. 공동성명 문안이 작성되고 최종문안이 합의되는 과정은 어떠했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최종문안을 합의하는 임무를 실무자들에게만 맡기지 않고, 전 과정을 면밀히 지도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성명의 문장구성, 개념사용, 서술방식, 용어선택은 말할 것도 없고, 토씨 하나, 점 한 개까지 낱낱이 검토하고, 수정하고, 가필하고 나서 최종 승인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8천만 민족의 안전과 세계의 평화를 수호하는 막중한 임무가 담긴 역사적인 문서인데, 어찌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겠는가! 사정이 외부에 알려진 바 없어서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여기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이 그 깊은 사연의 일단을 증언하고 있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중에 조미실무협상을 주도해온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최선희 조선외무성 부상에게 공동성명 최종문안 합의와 관련하여 지시를 주는 장면이다. 8천만 민족을 핵전쟁위험에서 구원하고 세계의 평화를 수호하는 거대한 의의를 가지는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합의하는 전 과정을 면밀히 지도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성명 최종문안이 합의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세심한 지도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여 지도해온 공동성명에 양국 정상이 서명한 직후, 그 역사적인 문서를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수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수표가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그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최종문안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의사와 견해가 반영되도록 실무관리들에게 지침을 내리고 감독해온 것이 분명하지만, 전략도 없고, 지략도 없는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이며 작성과정과 합의과정을 시종 이끌었던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여 지도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읽어볼수록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는 뜻이 깊은 문서다. 옛말에 글을 백 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통한다 했거늘,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꼼꼼히 반복해서 읽으면, 섬광처럼 번득이는 전략과 지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에로 관통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탁월한 전략이 그 문서에 담겼으며, 협상상대의 심중을 꿰뚫어보고 그에 맞춰 합의를 이끌어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출한 지략이 그 문서에 비껴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23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는 중에 그 지역 기업가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대한 협상가”라고 칭송하였던 것이다. 그것은 과장이 아니라, 문서와 정보자료에서 충분히 입증되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런 객관적인 사실을 논증하는 이 글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백악관의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을 총괄하였던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국무장관이다. 역사적인 조미정상회담의 격동과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2018년 6월 13일 팜페오 국무장관은 싱가폴에서 서울로 직행하였다. 조미정상회담 결과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보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에 도착한 팜페오 국무장관의 행동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주한미국대사관이 선발한 아주 소수의 외신기자들과 마주앉은 것이었다. 한국 기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공식 기자회견이 아닌 기자간담회였다고 해도, 주한미국대사관이 민감한 시점에 서울에서 진행된 국무장관 기자간담회에 한국 기자를 부르지 않은 것은 좀 이상한 일이었다.   

 

그 이상한 기자간담회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기존관념을 깨뜨리는 놀라운 이변을 연출하였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잔뜩 궁금해진 외신기자들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당신은 2021년 1월에 끝나게 될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한반도에서) 주요한 핵군축이 실현되기를 바라는가?”고 물었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 앞에서 누구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게 된다. 왜냐하면, 외신기자들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할 때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주요한 핵군축(major nuclear disarmament)”이라는 전혀 생소한 용어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오랜 취재생활 중에 남달리 예민하게 발달된 감각을 가진 외신기자들은 하루 전에 발표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기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이 한반도의 핵군축을 뜻한다는 점을 간파했기에,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의 격정과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2018년 6월 13일 싱가폴에서 서울로 직행한 마익 팜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6월 14일 청와대를 방문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결과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보하였다. 그런데 팜페오 국무장관의 서울방문 중에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청와대 방문이 아니라 그가 주한미국대사관이 선발한 소수의 외신기자들과 만난 기자간담회였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뜻밖의 발언을 꺼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 질문을 받고 핵군축이라는 말을 비핵화라는 말로 바로잡고 답변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팜페오 국무장관은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주저 없이 맞장구를 치면서 이렇게 답변하였다. “그렇다. 매우 확실하게, 정말로 그렇다...당신들은 주요한 군축(major disarmamen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나? 우리는 2년 반 안에 그것을 실현하기 바란다.”  

 

핵군축이라는 말을 전혀 입 밖에 꺼내지 않고, 오로지 비핵화라는 말만 줄곧 외워대던 팜페오 국무장관의 입에서 느닷없이 핵군축이라는 생소한 말이 튀어나온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두 가지 사실이 그 뜻밖의 답변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1)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임기가 끝나는 2020년 1월까지 앞으로 2년 6개월이 남아있는 기간에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행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8천만 민족의 운명을 바꿔놓을 정세격변이 앞으로 2년 6개월 사이에 연속적으로, 숨가쁘게 일어날 것임을 예고한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계기로 8천만 민족은 한반도의 핵군축이 실현되는 ‘개벽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2)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행하기로 합의하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고위관리들은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나 그 회담이 성사된 이후에도 비핵화라는 용어만 줄곧 사용하고 있으며, 핵군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팜페오 국무장관은 서울에서 진행된 외신기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의 핵군축을 2년 6개월 안에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내용적으로는 한반도의 완전한 핵군축을 뜻한다는 비밀을 드러낸 것이다. 

 

 

2.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개념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고 명기되었다.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다는 말은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을 재확인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 구절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에 근거하여 실현된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공동성명 문안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을 재확인한다는 말을 공동성명에 넣지 말고,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말을 넣으려고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에 근거하여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뜻을 공동성명에 명시하였다. 명백하게도,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나오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은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에 근거한 완전한 비핵화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구절이 들어있다. 이 구절에서 중요한 것은 ‘핵 없는 한반도’라는 개념인데, 이 개념도 조선과 미국이 이전에 합의한 문서에 근거하여 해석해야 한다.   

 

조선과 미국이 ‘핵 없는 조선반도’라는 개념을 처음 명기한 문서는 1994년 10월 21일에 채택,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 사이의 기본합의(약칭 제네바기본합의)다. 제네바기본합의에는 “량측은 핵 없는 조선반도(nuclear-free Korean Peninsula)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명기되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제네바기본합의에 명기되었던 ‘핵 없는 조선반도’라는 개념이 판문점 선언에 다시 등장하였을 뿐 아니라,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재확인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1994년 10월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조미기본합의 서명식에서 강석주 조선외무성 제1부부장과 로벗 갈루치 미국 핵협상대표가 서명한 문서를 서로 주고받는 장면이다. 강석주 제1부부장은 2016년에 노환으로 별세하였고, 갈루치 대표는 은퇴노인이 되었지만, 제네바기본합의에 천명된,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현하는 원칙과 방도는 24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이 조미관계에서 효력을 발생하고 있다. 세상이 다 알지 못하는 곡절도 많았고, 위험한 고비도 많았던 조미관계의 복잡한 역사는 2018년 6월 12일 전환점을 통과하면서 한반도의 핵군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궤도를 바꿔 흐르기 시작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제네바기본합의에 처음 명기되었고, 24년 뒤 판문점 선언에 다시 등장하였으며,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재확인된 ‘핵 없는 조선반도’라는 개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핵 없는 조선반도’라는 개념을 해명한 제네바기본합의에는 “미국은 조선에 대한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에 관한 공식적인 담보(formal assurance)를 조선에 제공한다”고 명기되었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제네바기본합의가 채택, 발표되었던 1990년대 중엽 조선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핵무력을 아직 갖지 못하였으므로, 그 문서에는 “미국이 조선을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조선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공식적인 담보를 조선에 제공한다”고 명기되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람들은 알고 있다.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게 완성된 2017년 이후에는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개념의 의미가 달라져, 조선과 미국이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제네바기본합의가 발표되기 1년 전, 조선과 미국이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개념을 사상 처음으로 합의한 문서를 이미 채택, 발표하였다는 사실이다. 그 문서는 1993년 6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채택,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미합중국 공동성명’이다. 그 공동성명은 “쌍방은 회담에서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데서 나서는 정책적 문제들을 토의하”였다고 하면서, “핵무기를 포함한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이러한 무력으로 위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고 명시하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미증유의 조미핵대결이 시작되었던 1993년에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므로,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람들은 알고 있다. 2018년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기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과 1993년 조미공동성명에 명기된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한다”는 말은 표현만 다를 뿐 내용적으로는 같은 뜻이라는 사실을...

 

조미핵대결이 25년의 격렬한 역사를 가진 것처럼, 그 핵대결을 종식시킬 해법을 모색해온 노력도 25년의 치열한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 앞에 마주설 때,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이 뜻하는 것은 조선과 미국이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핵군축 실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3. 조선의 핵정책 관철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조선의 핵정책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조선반도의 핵군축’이다. 조선외무성은 2010년 4월 21일에 발표한 ‘조선반도와 핵’이라는 제목의 비망록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정책”이 조선에게 침략이나 공격행위를 하지 않는 나라에게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선의 핵정책에 따르면, 미국이 조선에 대한 침략의도와 공격계획을 폐기하는 경우, 조선과 미국은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 상호핵군축이 실현되는 것이다. 

 

판문점 선언이 채택, 발표되기 7일 전인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결정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로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에는 “(조선의)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명기되었고,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기되었다. 이것은 핵군축을 지향하는 조선의 핵정책이 정세변화의 격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견지되었으며, 판문점 선언과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각각 관철되었음을 말해준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언하는 장면이다. 판문점 선언이 채택, 발표되기 7일 전에 진행된 그 회의에서는 핵군축을 지향하는 조선의 핵정책이 반영된 결정서가 채택되었다. 이것은 핵군축을 지향하는 조선의 핵정책이 정세변화의 격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견지되었으며, 판문점 선언과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각각 관철되었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라는 개념을 명기한 판문점 선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과 미국이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조선의 핵군축의지를 함께 확인하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된다.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다”고 명기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과 미국이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조선의 핵군축의지를 재확인하였다는 사실을... 

 

미국의 핵정책은 적국에 대한 선제핵공격을 노리는 파괴적인 핵정책이지, 핵군축을 지향하는 평화적인 핵정책이 아니다. 그런 파괴적인 핵정책을 추구하는 핵제국의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상봉한 자리에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조선의 핵정책을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하였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화와 안전을 절절히 염원해온 8천만 민족에게, 핵전쟁위험을 핵군축으로 극복하는 새로운 시대의 출현을 고대해온 인류에게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이 안겨주는 거대한 의의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을 보증(담보)하는 것은 미국이 조선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선이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조선과 미국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단계별-동시적 행동으로 보증해야 하는 중대과제다. 

 

조선과 미국은 서로에 대한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을 단계별-동시적 행동으로 어떻게 보증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은 조선과 미국이 상호핵군축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4. 한반도의 핵군축, 이미 시작되었다

 

한반도의 핵군축은 이미 시작되었다. 미국이 조선에 대해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을 보증하는 핵군축은, 핵전략자산을 동원하는 모든 유형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단하고, 핵전쟁연습거점인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핵전쟁돌격대인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것이다. 미국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따라 수행해야 할 한반도의 핵군축임무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1단계 핵군축 - 핵전략자산을 동원하는 모든 유형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단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정상회담 확대회담 중에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요구를 흔쾌히 받았다. 그래서 미국은 모든 유형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단하는 중이다. 8천만 민족을 핵전쟁위험에서 구원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합의로 삽시에 열린 것은 쎈토사섬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5> 

 

▲ <사진 5> 위쪽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공화국의 쎈토사섬에서 개최된 조미정상회담 확대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다. 그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정책이 관철된 공동성명에 함께 서명하였다. 이것은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수 십년 간 힘써온 조선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보았음을 입증한 사변이다. 정세는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현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전략에 따라 급변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의 2단계 핵군축 - 핵전쟁연습거점인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한다. 

 

조미관계가 전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따라 한반도의 핵군축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는 필연적이다.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는 문제는 미국군이 장악한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돌려주는 문제와 밀접하게 결부된다.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한국군은 전시작전통제권을 자동적으로 환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군과 미국군은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산하의 ‘전작권환수실무단(COTWG)’을 앞세워 이른바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구성하는 문제를 논의해왔다. 2018년 2월 22일 송영무 국방장관은 한국군 대장이 미래한미연합사령부의 사령관을 맡고, 미국군 대장이 그 밑에 들어가 부사령관을 맡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밝혔지만, 그 말을 뒤집어보면 미래한미연합사령부가 출현하지 않을 것이라는 숨겨진 뜻이 드러난다. 미국군 대장이 다른 나라 대장 밑에 들어가 부사령관을 맡는 것은 핵제국의 자존심이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 일이다. 미국군 대장이 다른 나라 대장 밑에 들어가 부사령관을 맡은 사례는 없으며, 아무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큰 소리를 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군 대장이 한국군 대장 밑에 들어가 부사령관을 맡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노발대발할 것이다. “연례적”이라는 명분으로 대조선전쟁연습을 감행하기 위해 한미연합사령부가 필요한 것인데, 대조선전쟁연습이 영구히 중단되었으므로 한미연합사령부도 존재이유를 상실했다. 대조선전쟁연습 중단은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3단계 핵군축 - 핵전쟁돌격대인 주한미국군을 철수한다.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2012년 9월 7일 담화에서 “미군의 남조선강점은 우리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최대의 표현이다. 미군이 남조선에 남아있는 한 미국은 우리에 대하여 적대의도가 없다는 말을 할 수 없으며, 한다 해도 그 말을 곧이 믿을 사람은 없다.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핵억제력을 유지강화할 수밖에 없으며, 조선반도 핵문제의 해결은 그만큼 료원해지게 될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이 담화가 역설하는 것처럼, 조선이 주한미국군 철수의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각료들과 펜타곤과 연방의회가 반대해도 자기 임기 중에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단독회담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의 비핵화가 실현되는 것에 상응하여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하였다. 그것은 핵전쟁돌격대를 철수하는 핵군축을 약속한 것이었다. 구두약속에 관해서는 2018년 6월 18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트럼프가 말하지 않은 조미정상회담의 비밀’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조선이 미국에 대한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을 보증하는 핵군축도 논해야 마땅하다. 조선의 핵군축임무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핵시험장과 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을 폐쇄하고,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시설들을 폐쇄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영구히 중단하는 1단계 핵군축을 이미 실행하였으니, 이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고, 핵시험장과 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을 폐쇄하는 2단계 핵군축도 이미 실행하였으니, 이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을 폐쇄하는 3단계 핵군축만 남았다. 

 

그런데 조선의 3단계 핵군축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을 폐쇄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말하면, 조선은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폐기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 의문을 풀려면 두 가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첫째, 핵군축이라는 개념은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상호감축하고 감축정형을 상호검증한다는 뜻으로만 이해될 수 없다. 그 개념은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뜻으로도 이해되어야 한다.  

 

둘째,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상호감축과 상호검증을 뜻하는 핵군축은 조미관계에서 실현될 수 없다. 왜냐하면, 조선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감축하려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도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같은 비율로 감축해야 하고, 미국이 조선의 핵탄두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감축정형을 검증하려면 그에 상응하여 조선도 미국의 핵탄두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감축정형을 검증해야 하는데, 조미관계에서 그런 상호감축과 상호검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에게는 소련-러시아하고만 핵무력을 상호감축하고 상호검증한 특별한 경험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을 폐쇄하는 3단계 핵군축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그것은 평안북도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흑연감속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을 비롯한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는 시설을 폐쇄한다는 뜻이다. 1994년 제네바기본합의에는 “(미국이 책임적으로 지어주기로 공약한) 경수로 건설사업이 완료될 때 조선의 흑연감속원자로 및 관련시설의 해체도 완료된다”고 명기되었는데, 이것은 정세발전에 따라 흑연감속로와 관련시설들이 해체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흑연감속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을 비롯한 핵물질생산시설들은 매우 낡았고, 제네바기본합의에 따라 한때 동결된 적도 있으므로, 조선은 한반도의 핵군축 진전에 따라 그 시설들을 폐쇄할 것이 분명하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평안북도 녕변핵시설단지에 건설된 실험용 경수로를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이다. 촬영시점은 2016년 3월 12일이다. 조선은 2010년 7월 31일 실험용 경수로 건설공사에 착공하였고, 2018년 2월 완공하였다. 이 실험용 경수로는 100% 자력으로 설계와 시공, 관리와 운영을 진행하는데, 지금 시험가동에 들어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한반도의 핵군축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들을 모두 폐쇄해야 하는데, 실험용 경수로와 관련시설들은 전력생산시설들이므로 폐쇄할 필요가 없다.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들을 전부 폐쇄하고, 미국 사찰단의 폐쇄현장방문을 허용할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바라던 '검증'이 실현되었다고 못내 기뻐하면서, 주한미국군 철수명령을 내릴 것이다. 핵제국을 핵군축으로 끌어내어 8천만 민족을 핵전쟁위험에서 구원하고 한반도의 안전을 수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전략이 실현되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녕변핵시설단지에는 핵물질생산시설들만 있는 게 아니라, 전력생산시설들도 있다.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을 비롯한 전력생산시설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경수로에는 농축우라늄이 들어가므로,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이 녕변핵시설단지 안에 함께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험용 경수로 건설공사는 2010년 7월 31일에 시작되었다. 조선은 2010년 11월 2일부터 6일까지 한미경제연구소(Korea Economic Institute) 소장 잭 프릿처드(Charles L. Pritchard)를 초청하여 실험용 경수로 건설공사현장을 보여주었고, 곧이어 2010년 11월 9일부터 13일까지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 씩프릿 헥커(Sigfried S. Hecker)와 스탠퍼드대학교 명예교수 존 루이스(John W. Lewis)를 초청하여 그 건설공사현장을 또 보여주었다. 이에 관해서는 2010년 11월 15일 <통일뉴스>에 실린 나의 글 ‘북측이 추진하는 자력갱생 경수로 건설’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조선원자력연구원은 2016년 8월 17일 <교도통신>이 제기한 서면질의에 답변하면서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력 10만 킬로와트급 실험용 경수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명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실험용 경수로가 8년에 걸친 건설공사를 끝내고 마침내 시험가동을 시작하였다. 2018년 2월 25일 실험용 경수로 굴뚝에서 증기가 나오는 장면이 상업위성사진에 나타났다. 

 

이 실험용 경수로는 설계와 시공, 관리와 운영에 이르기까지 100% 자력으로 진행되고 있는 ‘자력갱생 경수로’다. 이 실험용 경수로가 생산하는 전력을 공급하면 중소도시 소비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 실험용 경수로와 여러 개의 희천발전소들이 전력을 많이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으므로, 평양의 야경이 화려한 불장식과 조명으로 장식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국제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므로, 한반도의 핵군축이 진전되어도 조선이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을 비롯한 전력생산시설들을 폐쇄할 필요는 없다. 물론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에서 생산되는 핵물질을 재처리하면 무기화할 수 있지만, 조선이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을 비롯한 전력생산시설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허용하면 문제로 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핵군축이 진전되는 데 따라,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 안에 있는 흑연감속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을 비롯한 핵물질생산시설들을 폐쇄하고, 미국 사찰단의 폐쇄현장방문을 허용할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바라던 ‘검증’이 실현되었다고 못내 기뻐하면서, 대통령 직권으로 주한미국군 철수명령을 내릴 것이다. 핵제국을 핵군축으로 끌어내어 8천만 민족을 핵전쟁위험에서 구원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전략이 실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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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훈장 논란 부추긴 오보기자의 유체이탈 기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6/25 10:58
  • 수정일
    2018/06/25 10: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무궁화 대훈장 추서 오보, 근거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임병도 | 2018-06-25 09:16:3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6월 23일 사망한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한 훈장 추서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이틀 새에 150건이 넘게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김종필 전 총리가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이자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국민들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초대 정보부장’이라며 ‘그런 사람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추서 한다는 것은 어지러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촛불을 들고 나선 국민들의 행동에 대치되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는 훈장 추서 반대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또 다른 국민청원 게시글에는 전두환과 노태우조차 군사반란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사망한 박정희와 김종필이 반란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훈장을 받는 자체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특히 김종필 전 총리에게 추서 된다는 훈장이 대통령과 배우자에게만 수여되는 국가 최고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이라는 보도가 김종필 전 총리 훈장 반대 논란의 시작점이었습니다.


무궁화 대훈장 추서 오보, 근거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뉴시스의 무궁화대훈장 오보와 이를 인용했던 중앙일보의 정정 보도

 

김종필 전 총리에게 무궁화 대훈장이 추서 된다는 뉴스는 오보였습니다. 처음 오보를 낸 곳은 <뉴시스>와 <뉴스1>입니다.

<뉴시스>는 ‘정부로부터 김종필 전 총리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추서키로 했다고 전달받았다’라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말을 검증 없이 보도했습니다.

훈장 추서는 국무회의를 거쳐야 됨에도 불구하고 마치 훈장 추서와 최고 훈장 등급이 결정됐다는 보도는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발화점이 됐습니다.

일부 언론도 검증 없이 통신사의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김종필 훈장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오보를 낸 <뉴시스>와 인용했던 <중앙일보> 등은 관련 기사를 삭제하고 정정 보도를 냈습니다.

오보 낸 기자의 유체 이탈 기사

 

▲ 뉴스1이 6시 4분에 보도한 무궁화대훈장 추서 속보와 8시 4분에 내보낸 오보 관련 기사. 뉴스1은 착오와 해프닝이라고 주장했다.

 

<뉴스1> 나혜윤 기자는 6월 23일 저녁 6시 4분에 ‘정부, 김종필 전 총리에 국가최고훈장 무궁화훈장 추서’라는 제목으로 속보를 냈습니다.

이후 <뉴스1>은 저녁 8시 4분에 박기호 기자, 강성규 기자, 나혜윤 기자가 공동으로 ‘JP 국민훈장 무궁화장 받나.. 무궁화대훈장 해프닝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냅니다.

기자는 기사에서 ‘다만 김 전 총리의 훈장 추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의 착오로…국가 최고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 ‘착오’가 아니라 명백한 ‘오보’입니다. 오보를 낸 기자가 ‘해프닝’이라며 마치 유체 이탈 화법으로 연관 기사를 낸 것입니다.

기자라면 김종필 전 총리에게 대통령이나 받는 ‘무궁화 대훈장’이 추서됐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기자도 제대로 취재하지 않았고, 일부 언론은 그대로 통신사의 속보를 받아쓰기에 급급했습니다.

김종필 사망 이후 마치 큰 별이 졌다는 식으로 애도 기사를 썼던 언론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 김종필은 군사쿠데타의 주역이자, 정치 공작의 주범, 일본과 야합했던 반헌법 행위자였습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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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수정 정의당 비례대표 서울시의원 당선인
2018.06.24 13:32:54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당선자. 8년 만에 당선된 진보정당 소속 서울시의원. 24년 경력의 현직 항공사 승무원. 아시아나 항공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여성 승무원들이 바지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만든 당사자. 권수정 당사자에게 쏟아지는 관심의 이유다.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20일 만난 권수정 당선인은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이라서 선거 전에도 당선을 예상했지만 "막상 당선되고 보니, 어깨가 무겁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서울 시의원 110명 중 102명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고, 나머지 6명이 자유한국당, 1명이 바른미래당이다. 권 당선자는 유일한 진보정당 소속 의원이다. 

"'서울시의회 유일 진보정당 의원'이라고 하면, 얼마나 외로울까 싶다가도 또 못 할 이유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나름 야전에서 단련된 사람이다. 아시아나항공 1만여 직원들에게 왕따를 당했을 때도 버텼다. 스스로 강단(剛斷)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각오를 다지는 권 당선자가 집중하고 싶은 일은 '여성 노동' 관련 입법이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민주노총 공공연맹(현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위원장,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성별임금격차 해소' 조례를 1호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정의당답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또 서울지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명 중 4명은 최저임금(2017년 최저임금인 시급 6470원 기준)도 못 받고 있다. 이를 보완할 방법도 찾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을 1명도 배출하지 못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정의당 상황에서도 권수정 당선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 정치가 향하는 곳은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이어야 한다. 그건 진보정당이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정의당 서울시의원 권수정이 해야 할 일이다." 

다음은 권 당선자 인터뷰 전문이다.  
 

▲ 권수정 정의당 비례대표 서울시의원 당선인. ⓒ프레시안(최형락)


당선 예상했으나 막상 당선되니 어깨가 무겁다 

프레시안 : 진보정당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의회 의원이 됐다. 당선을 예상했나? 

권수정 : 지난 대선 이후 정의당 지지율이 오름세였기 때문에 당에서도 '비례대표 후보 1번'에 대한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스스로도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거운동을 했다. 그런데도 막상 당선되고 보니, 어깨가 무겁다. 

 


(2017년 5.9 대선 당시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은 6.17%(201만7458표)였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8.97%(226만7690표)의 정당 득표율을 얻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편집자)  

프레시안 : 항공사 승무원 출신 시의원이라는 것 또한 화제다. 

권수정 : 직업에 대한 환상 또는 왜곡 덕분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겠지만.(웃음) 당선됐다는 기쁨은 잠시고, 작은 실수 하나까지도 주목받겠구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프레시안 : 정의당이 야당 중 유일하게 선전했지만, 당초 목표였던 두 자릿수에는 미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싹쓸이'라는 선거 결과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외에도 2인 선거구라는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구의원 선거의 경우, 2인 선거구는 111개, 3인 선거구는 49개였다. 지난해 마련된 선거구 초안에는 4인 선거구 35개가 있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합의로 없어졌다. 인천, 경기, 부산에도 4인 선거구는 없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당 후보는 당선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편집자) 

권수정 : 전국 25개 지역에서 241명의 정의당 후보가 출마해 총 37명(광역 비례대표 10명, 광역 지역구 1명, 기초 비례대표 9명, 기초 지역구 17명)이 당선됐다. 정의당 같은 소수정당이, 특히 지역에서 선거를 치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았다. 하지만 진보 정치를 경험한 유권자라면 향후 선거에서 후보 한 명, 한 명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1당 독주' 가능한 서울시의회 구조, 유일한 진보정당 의원

 

프레시안 : 서울시의회의 경우, 2006년 5.31 지방선거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총 110석 중 현재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102석을 차지했는데, 12년 전 당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도 102석을 얻었다. 개혁이 불가능한, 부패가 필연적인 구조다. 소수정당의 감시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6.13 지방선거 결과 서울시의회는 민주당 102석(지역구 97, 비례대표 5), 한국당 6석(지역구 3, 비례대표 3), 바른미래당 1석(비례대표 1), 정의당 1석(비례대표 1)이다. 남성은 84명이며, 여성이 26명이다. 이중 초선의원은 83명, 재선의원 15명, 3선의원 11명, 5선의원 1명이다. 편집자)  

권수정 : 그렇다. '1당 독주'가 가능한 구조다. 야당 의석을 전부 합해도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10석이 안 된다. 하지만 시의원의 80%가 초선으로, 세대교체가 많이 됐다. 분명 다른 목소리를 내는 그룹이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이들과 어떤 방식으로 결합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서울시의회 유일 진보정당 의원'이라고 하면, 얼마나 외로울까 싶다가도 또 못 할 이유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나름 야전에서 단련된 사람이다. 아시아나항공 1만여 직원들에게 왕따를 당했을 때도 버텼다. 스스로 강단(剛斷)이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프레시안 : 정치인 권수정 입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여성'이고 노동'일 것 같다. 서울시의원으로 '여성 노동' 문제에 대한 구상이 있는지.   


권수정 : '성별임금격차 해소' 조례를 1호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정의당답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또 서울지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명 중 4명은 최저임금(2017년 최저임금인 시급 6470원 기준)도 못 받고 있다. 이를 보완할 방법도 찾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번 선거에서 '유니온 시티 서울'을 표방하며 '노조의 권리 보장'을 약속했다. 노동 문제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서울시와 협력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박삼구, 지금은 안 오지만  

프레시안 : 노조위원장 시절 바지 유니폼도 입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니지만,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권수정 :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몰락 위기로 몰고 간 박삼구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2010년부터 3년 동안 노조위원장을 했다. '박삼구 물러가라'라는 싸움은 노조 활동 중 파이팅을 위해 선택적으로 한 것이지만, 바지 복장 도입은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용모와 복장을 제약 받다 보니, 자기주장조차 낼 수 없는 획일화된 사람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추진한 일이다. 입사 후 3개월 동안은 '노(NO)'라는 말을 못 하게 교육받는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하게 재탄생 시켜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다. 사고도 제한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지난 2월 '아시아나 여승무원은 박삼구 회장 기쁨조'라는 기사가 온라인을 달궜다. '아시아나 미투', 지금은 어떤가.  

권수정 : 박삼구 회장이 안 온다. 안 오고 안 보이니, 그런 일이 없어졌다. 영영 안 오지는 않겠지만…. 지금쯤 눈치 보고 있을 것 같다.(웃음) 박삼구 회장의 성희롱과 갑질, 2010년 노조 활동을 할 때도 문제 삼았다. 그때는 주목을 못 받았지만, 올 초 서지현 검사 미투 이후 '아시아나 미투' 사례로 보도되면서 환기됐다.  


프레시안 : 한진그룹 조 씨 일가 갑질에 비하면,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태'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문제, 어떻게 보고 있나.  

권수정 :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촛불집회도 하고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외부 동력이 없는 상태다. 가면을 쓰고 나왔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용기 있는 행동이다. 반면, 희생 없는 싸움에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조를 못 이끌어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조 씨 일가가 적은 지분에도 계열사를 통해 대한항공을 좌지우지하고 있는데, 재벌구조 문제를 다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또 한진그룹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 이유가 뭘까? 겨우내 촛불을 들고 분개했던 이유는 반칙, 불합리, 불공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진 사태뿐 아니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석방과 강원랜드 채용 비리 및 국회 채용동의안 부결 등을 보면 현 정부가 사태를 바로잡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 6.13 지방선거 정의당 유세 모습. 권수정 서울시의원 후보(가운데) 왼쪽으로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 김종민 서울시장 후보가 자리해 있다. ⓒ권수정 페이스북

 

 

성별임금격차 해소 등 여성 노동 문제에 집중하고 싶다 

프레시안 : 처음 '정치를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권수정 : 어느 순간 이 세계에 들어오긴 했는데, 그 이전도 뭐랄까 매번 싸우던 사람이었다(웃음)  

2005년 12월 광화문광장에서 노무현 정부 비정규직보호법 반대 시위를 하다 물대포를 맞아 머리가 꽁꽁 얼었다. 결혼 전이었는데, 지금의 남편이 데리러 와서는 처음에 한마디도 안 하더라. 그러더니 "이런 꼴 하고 다니려고"라며 화를 내길래, "싫으면 헤어지자"고 했다.(웃음)  

이번에 남편에게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했더니, "왜 그 험난한 길로 들어가려고 하느냐?"며 역시 반대했다. 2005년에도 했던 말인데, "이걸 하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아. 그래서 해 볼란다"라고 했다. 결국 두 손 들더라. 남편은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면서도 또 걱정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다.  


프레시안 : '여성 정치인'이란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의 걱정은 너무 당연하다.

권수정 : 그렇다. 사실 정치 참여가 가능했던 건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주말 부부이기 때문이다. 이 사회가 요구하는 슈퍼우먼의 조건이 아니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이 참 착잡하다. 

아이를 갖지 않기도 한 이유는 동료 승무원들의 삶과 딸로 어머니의 삶을 봤기 때문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비행 후 잠 한숨 못 자 빨개진 눈으로 맡겨놓은 아이를 찾으러 가는 모습을 보면서 겁도 나고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될 수 없는 걸까?'라는 한탄이 나오는 박카스 TV 광고를 인상 깊게 봤다. 엄마의 과정을 겪지는 않았지만, 동료들이 남은 법정 육아휴직을 쓰기 위해서 상사에게 사정하는 그런 부조리와 불합리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프레시안 : 어머니 세대가 그 모든 일을 참고 견뎌왔다면, 권수정 당선인 같은 40대는 그런 희생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2030대는 지금 온몸으로 싸우고 있고.  
 

 

권수정 : 맞다. 지금의 싸움이 있기까지 윗세대가 아랫세대에게 보여준 과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 정치인은 전 세대를 끌어안아야 하는 일이라, 몇 배는 더 힘들 것 같다.(웃음) 
 
프레시안 :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를 보면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권수정 : 젊은 여성들의 '욕망의 대변자'라는 생각을 했다. '페미니스트'이라는 단어 하나로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용기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고, 나도 공감했다. 
 
프레시안 : 지난 대선 때는 정의당 심상 후보가 여성들의 욕망을 대변했다. 
 
권수정 : 그렇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당이 그 욕망을 끌어안지 못했다. 신지예 후보가 바로 그 점을 대신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권수정 : 몸의 중심이 아픈 곳으로 오듯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향하는 곳은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이어야 한다. 그건 진보정당이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정의당 서울시의원 권수정이 해야 할 일이다.  
 
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방송국과 길거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금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기자' 명함 들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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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보유세 '겨우' 0.02%p 올리겠다?

[기고] 부동산보유세 개편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청한다

 

 

오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보유세 개편안을 공개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누진세율 강화 두 가지를 조합하여 4가지 대안을 내놓았는데,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만 보유세 부담을 증가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안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부동산 개혁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 각 대안이 실행되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보면 알 수 있다. 특위가 발표한 자료에 기초하여 계산한 결과는 아래 <표 1>과 같다.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대안 3'으로 해도 겨우 0.18%에 불과하다. 2016년의 실효세율이 0.16%였으니 개편안은 겨우 0.02% 포인트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2014년 현재 미국(1.04%), 캐나다(0.91%), 프랑스(0.55%), 일본(0.5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일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가 2005년 5.4대책에서 발표한 보유세 실효세율 목표치 1%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수차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서 제외된 것은 보유세 강화 방안뿐이었다. 그때마다 청와대 관계자들과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고, 오히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유세 강화를 요구하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2달 동안 연구해서 겨우 이런 수준의 개편안을 내놓은 것이다. 


부동산 개혁의 핵심, 보유세 강화 

무엇보다도 부동산 개혁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인 것을 생각하면, 실망감은 더 커진다. 한국 경제에 만연한 지대 추구 행위를 근절시키는 과제, 정확히 말해서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비생산적 경제 활동을 노력소득을 추구하는 생산적 경제 활동으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부동산 개혁이다. 지대 추구의 대명사가 바로 '부동산 투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자리 부족, 소득불평등, 이른바 '궁중족발' 사태와 같은 사회갈등의 중심엔 늘 부동산이 있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동산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유세 강화다. 왜냐하면 부동산 투기는 불로소득을 노리고 일어나는 경제 행위인데, 보유세 강화가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차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주거복지를 확대하고 필요에 따라 각종 금융규제나 거래규제를 강화할 수 있지만 보유세 강화 대책이 없는 이런 정책들은 한계가 자명하다. 불로소득을 환수하지 않으면 주거복지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고 대책의 효과도 떨어진다.  

물론 보유세 강화가 부동산 개혁의 만능열쇠는 아니다. 하지만 보유세 강화 없는 부동산 개혁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 개혁에 성공하려면 참여정부처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인 보유세 강화의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시장 참가자들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즉, 부동산으로는 앞으로 돈 벌기 어렵다는 일관된 신호를 시장에 보내주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는 이 부분에서 실패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 한참 못 미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개혁

물론 조세저항을 염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담대함을 배워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 5.4대책에서 당시 0.13~0.15%였던 보유세 실효세율을 2017년까지 1%로 강화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을 당시의 지지율은 30%가 되지 않았다. 지지율이 낮았지만, 대한민국의 반칙과 특권의 대명사인 부동산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어떤가? 80%에 육박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보유세 강화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60% 이상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젠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더구나 보유세 강화를 통한 부동산 개혁은 문재인 정부가 내거는 소득주도성장과 불평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이해가 안 간다. 대체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을 개혁하지 않고 어떻게 하위계층의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단 말인가.  

불평등과 부동산이 무관하다고 보는 문재인 정부 

얼마 전 소득 하위 20%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28만67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가 감소한 반면, 소득 상위 20%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15만17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마음이 아프다"라고 안타까워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불평등 심화의 상당한 원인이 부동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400만 가구 대부분이 주택뿐 아니라 다른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았을 것이고, 소득 상위 20%는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래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2016년에만 부동산 불로소득이 무려 374.6조 원이 발생했다. GDP대비 22.9%나 되는 이 불로소득은 하위 20% 계층이 대부분인 부동산 비(非)소유자들에게서 소유자들에게 이전된 소득이다. 부동산이 소득불평등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득주도성장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 즉 하위계층의 소득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보유세를 점진적이고 대폭적으로 강화하고,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시키고 임대료를 낮춰야 할 텐데, 재정특위에게서는 이런 문제 인식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발표문에는 '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개편안을 가지고 냉정히 평가하면 문재인 정부는 소득불평등과 부동산이 무관한 것으로 인식한다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개혁의 'CVID', 보유세 강화와 기본소득의 결합 

그뿐 아니라 조세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이미 제시되어 있다. 보유세 강화와 기본소득을 결합시키면 엄청난 규모의 적극적 지지층을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국민 대다수는 보유세 강화 때문에 부담하는 액수보다 받는 금액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한 소득 하위 20%는 보유세 부담은 전혀 없고 받기만 하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을 한 번 경험하면 역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보유세 강화와 기본소득의 결합은 가히 부동산 개혁의 'CVID'라고 할 만하다.

현 정부의 높은 지지도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과 격이 다른 문재인 대통령의 인품과 남북관계 및 외교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높은 지지도도 경제개혁의 성과가 없으면, 다시 말해서 실제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고 미래가 지금처럼 암울하다면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는 특위가 내놓은 개편안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최소한 참여정부처럼 보유세 강화 목표와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하여 입법화에 성공해야 한다. 지지율 10%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적폐세력의 주식(主食)이 부동산 불로소득이고, 그들은 보유세 강화를 가장 두려워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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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용 구미시장, 박정희 유령 꺾은 ‘직진 인생’

등록 :2018-06-24 10:15수정 :2018-06-24 12:05

 

대학 때부터 민주화운동 투신
졸업 뒤에도 꾸준히 지역운동
“무소속 출마 한번도 생각 안해
정정당당한 싸움하고 싶었다”

”해도 안된다는 패배의식 깨트려
후배들에게 새 길 보여주고파”
“구미 ‘박정희 브랜드’만으론 안 돼
문화예술 중심 도시로 넓혀야”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자는 지난 19일 구미 문화예술회관에 마련된 ‘구미시장직 인수지원단’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갖고 “박정희 브랜드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구미의 브랜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자는 지난 19일 구미 문화예술회관에 마련된 ‘구미시장직 인수지원단’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갖고 “박정희 브랜드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구미의 브랜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요판] 장세용 경북 구미시장 당선자 인터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보수 텃밭’으로 꼽힌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자유한국당 계열의 시장 2명이 장기집권한 지역이다. 이런 구미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한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자를 만나 그의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후배들에게 길을 보여주고 싶었다. 골수 보수지역이라서 뭘 해도 안 된다는 패배의식을 깨고, 우리 스스로가 충분히 역량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장세용(64·이하 호칭 생략) 구미시장 당선자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왜 시장선거에 나섰는지부터 설명했다.

 

“서울에는 인적 자원이 많지만, 지역 특히 대구·경북에는 진보 활동가의 숫자가 적다. 정권이 몇번 바뀌었지만, 그들이 무슨 혜택을 본 것도 없다. 오히려 ‘니네들 뭐라고 떠들어대더니 아무 것도 아니네’라는 조롱만 받아왔다. 게다가 지역 활동가 중에서도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의 유명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다. 지역 대학을 졸업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뭐냐. 서울에서 내려온 유명인사들의 밑자락만 깔아주는 존재냐’고 자조할 때도 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는 ‘보수의 심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곳이다.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이뤄진 뒤 전임 시장 두명(김관용, 남유진)이 각각 임기 세번씩 장기 집권했으며, 그 기간 동안 ‘박정희 우상화’가 이뤄졌다. 이런 구미가 6.13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지역 유일의 민주당 당선자를 내는 이변을 일으켰다. 장세용은 득표율 40.8%를 얻어 38.7%에 그친 자유한국당 후보(이양호)를 2.1%포인트 차이로 꺾었다. 민주당 소속 후보가 대구·경북 지역 자치단체장이 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박정희 극복’을 내세운 정면 승부를 벌여 이룬 승리였다. 지난 19일 구미시 문화예술회관에 마련된 ‘시장직 인수지원단’ 사무실에서 장세용 당선자를 만났다.

 

 

“내 본모습 다 보여주고 선택받아”

 

장세용은 1970년대 후반부터 민주화운동에 참여해온 대구·경북지역 진보진영의 맏형이다. 그는 대학(영남대 사학과)을 졸업한 뒤 주로 경산에서 활동했다. 1991년 지역 주간지인 <경산신문> 창간에 참여한 뒤 매주 칼럼과 논설을 써 왔다. 부인(김창숙·61)은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경산·청도 지역위원장과 경북 도의원(비례대표)을 지내기도 했다.

 

-경산이 아니라 구미에서 출마한 이유가 뭔가.

 

“그러지 않아도 내 주변 사람들은 이름이 알려진 경산에서 시장에 출마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나는 경산보다는 구미가 가능성이 더 있다고 판단했다. 경산은 사람과의 인연은 많지만, 그것이 투표장으로까지 이어지는 연은 아니라고 봤다. 경북 사람의 투표 성향으로 봤을 때 역시 혈연과 지연, 학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진보를 말하면서 그런 것을 따지냐고 할지 모르나 현실을 무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자가 지난 19일 오전 ‘구미시장직 인사위원단’ 첫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자가 지난 19일 오전 ‘구미시장직 인사위원단’ 첫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승리하기는 했지만, 당선에는 민주당보다 무소속이 더 유리했을 것 같다. 무소속 출마는 생각해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은 꿈에서도 한 적이 없다.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것은 꼭 이겨서 뭐가 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 목표는 뭐가 반드시 되겠다는 게 아니라 이 상황을 돌파해보자는 것이었다. 즉, 시장직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었다. 비록 돈은 벌지 못했지만 사회적으로는 얻을 만한 것은 다 얻었기에 자리를 더 얻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단지 이 도전이 의미가 있었기에 정정당당하게 싸웠다. 대구·경북에서는 민주당이 뿌리가 약해서 힘들고 때로는 불편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이런 싸움을 통해서 정당 정치를 강화하고 싶었다.”

 

장세용은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상 민감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도 피해가지 않았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4주기 때는 “우리는 사건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기억해야 합니다”는 성명을 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기 날에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도 같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5월 광주의 영령들께 고개 숙여 감사와 추모를 드립니다”고 밝혔다.

 

-세월호나 광주항쟁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텐데.

 

“분향 등 할 건 다 했다. 그런 것을 통해 장세용의 본모습을 다 보여주고 선택받고 싶었다. 그게 맞다고 본다.”

 

장세용은 6.25 전쟁 직후인 1953년 7월 경북 칠곡의 인동(나중에 행정구역 개편으로 구미로 편입)에서 인동 장씨의 33대 장손으로 태어났다. 조선시대 말까지만 해도 삼남지방 최대 부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유복한 문중이었지만, 조부가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바람에 재산이 급격하게 준 데다가 열살 때 부친마저 세상을 떠났다. 장세용은 어렸을 때부터 가난에 시달렸다. 공부를 잘했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어머니(장세용이 25살 때 작고) 뜻에 따라 대구상고를 택했다. 상고 공부는 적성에 맞지 않았다. 틈만 나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지냈다. 졸업 뒤에도 은행원이 되고픈 마음이 없어 고향에서 어머니 병 간호를 하면서 3년을 보냈다. “이렇게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병역 의무를 마친 뒤 1976년 뒤늦게 대학(영남대 사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때는 교련 수업 반대시위와 ‘한국적 민주주의 장례식’ 등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박근혜가 이사장과 이사로 재직 중이었던) 1980년과 1988년 영남대를 달궜던 ‘박근혜 퇴진 투쟁’을 이끌었다. 이 일로 장세용은 학교에서 “미운 털이 박혀” 결국 대학원 진학은 경북대로 했다. 반골 기질이 강한 그는 경북대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다시 영남대로 옮겨, 1990년 프랑스 계몽사상가인 몽테스키외의 정치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는 ‘전국대학강사노조’ 설립(1990년)을 주도했다. 이 때문에 그는 교수 임용에 계속해서 탈락했다.

 

-출세하려면 적당히 투쟁하거나 현실과 타협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매번 앞장섰나?

 

“출세할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법대에 갔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출세주의자는 유신정권의 어용들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런 출세는 안 하겠다고 일찍부터 결심했다. 되돌아 보면 세상을 뒤집어보고 싶은 내력 같은 게 나한테 있는 것 같다.”

 

-학생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뭐였나?

 

“특별한 계기는 없는데 책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고교 때 조지 오웰의 <1984>를 읽고 감시 사회와 독재에 충격을 받았다. 대학 때는 박홍규 형(65·전 영남대 교수) 신세를 많이 졌다. 친한 친구 형인 그의 집에 자주 갔는데, 홍규 형은 당시에 1만권의 각종 서적을 소장하고 있었다. 그 때 역사와 정치사상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게 나의 눈을 뜨게 했던 것 같다.”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자가 지난 13일 밤 당선이 확정된 뒤 엄지 손가락을 펴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구미시청 제공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자가 지난 13일 밤 당선이 확정된 뒤 엄지 손가락을 펴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구미시청 제공
“박정희도 이용할 게 있으면 이용”

 

젊었을 때 그의 집은 대구 운동권 후배들의 ‘아지트’였다. 부인 김창숙은 당내 경선 때인 지난 4월 구미을 민주당 지역위원회 밴드에 올린 글에서 “1982년 결혼해 15평 아파트에 신혼집을 차렸다. 방이 두 개인데 한방에는 늘 후배(운동권)들이 북적거렸다”고 썼다.

 

장세용은 학문 연구자로서의 본분에도 충실했다. 같은 서양사 전공으로 대중서를 많이 쓴 이영석(광주대 교수)은 장세용의 시장 당선이 확정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세용 당선자는) 오랫동안 대학에 전임 자리를 얻지 못하고 시간강사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프랑스 사상사나 영국 사상사에 관련된 논문들을 발표하고 이들을 모아 몇 권의 연구서를 펴냈다. 물론 그의 글이 상당히 난해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나는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면서 학문적 성실성에 감탄하곤 했다”고 적었다.

 

장세용은 2007년 12월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에서 에이치케이(HK)연구교수라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자리를 얻었다. 박사학위를 딴 지 18년째였다. 공간 연구 전문가인 프랑스의 앙리 르페브르 등에 대한 연구 업적을 부산대에서 평가받았다. 르페브르 연구는 도시공간의 재배치나 도시 재생에 관한 눈을 뜨게 해줬으며, 이는 결국 그가 구미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한 직접적인 계기 중 하나였다.

 

-선거 때 ‘도시재생 전문가’임을 강조했는데, 구미를 어떻게 바꿀 건가.

 

“구미는 기업중심도시라고 했지만 지금 기업은 빠져나가고, 노동자는 별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남은 것은 ‘박정희’와 ‘새마을’이라는 브랜드뿐이다. 사람들이 구미에 가서 보면 박정희와 새마을 말고도 볼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다. 박정희 브랜드가 득이 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구미의 브랜드를 다양화해야 한다. 새마을테마공원에 경북 독립운동기념관을 만들자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노동자와 여성, 사회적 약자들이 각자 자기 나름의 영역을 개발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시청의 새마을과를 없애고, 새마을테마공원의 성격도 바꾸겠다고 한 것을 두고 박정희 그림자를 구미에서 다 지우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나이 든 분들은 지금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웃음) 낡은 이념의 관점으로 보니까 그렇게 단선적인 얘기가 나온다. 물론 나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기본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지만, 그 잣대로 이 도시를 운영하려는 게 아니다. 박정희도 이용할 게 있으면 이용할 것이다. 박정희뿐 아니라 다른 것을 서로 합쳐서 어떻게 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까를 고민하고 있다.”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자(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19일 구미시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러 온 시민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자(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19일 구미시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러 온 시민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노동자가 자존심 느끼는 도시로 -쇠락한 공업도시였다가 도시재생을 통해 부활한 스페인의 빌바오나 영국의 맨체스터 등을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는데.

 

“그들과 조건이나 환경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빌려올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구미에서는 일단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그걸 해결한 뒤에야 개혁이 가능하다. 그러지 않고 개혁을 하다가는 엄청난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그런 다음에 문화도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문화적 요소와 예술을 확산시키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활기찬 도시, 살맛나는 도시가 되려면 그런 공간이 중요하다. 이만한 도시에 오케스트라 하나 없는 것도 문제다. 하다못해 팝오케스트라나 극단이라도 만들어 시민들과 교감하는 장을 넓혀나가야 한다. 그러면 문화예술 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구미는 근본적으로는 노동자 도시니까 노동자가 자존심을 느끼는 도시로 만들려고 한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딴 데서 들어오지 않겠나.”

 

-시 의회는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다수여서 정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대립구도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지역사회는 서로 다 아는 사이니까 만나서 논의하면 얼마든지 대화하면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누가 더 도시의 발전과 진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면서 여야가 협치하는 모델을 만들어내고 싶다. 말로만 무성한 이른바 ‘로컬 거버넌스’를 실현하려고 한다.”

 

학자 출신인 장세용은 앞으로 후배 학자 가운데 ‘구미 박사’가 탄생하기를 꿈꾼다. 누군가 구미를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로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정치인으로서 야무진 희망이다. 그만한 내공이 있을지 궁금했다. 그런 기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정치가는 기본적으로 시민과 함께 하면서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처음이니까 쉽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축적한 인내심과 역량을 동원해서 문제를 풀어보겠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4년 동안 구미를 이끌 선장의 생각이 신선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구미/글·사진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administration/850361.html?_fr=mt1#csidx6aa6713fa306f6a88bf4036dbe90f6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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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의 민주노총 악마 만들기

[팩트체크] 한국경제 ‘민주노총 구의역 참사 책임’ 왜곡 논란… 중앙일보,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에 ‘민주노총 특혜’ 프레임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2018년 06월 24일 일요일
 

‘상황실장이 민주노총 집회 간 것이 구의역 참사에 영향을 줬다’는 한국경제 보도는 왜곡·과장됐다.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법원·진상조사위원회 등 공신력있는 기관 분석을 배제하고 사고 원인을 확대해석했다.

 

한국경제는 지난 14일 단독보도 “구의역 참사 때 상황실장 무단이탈… 민노총 집회 참석”을 내 민주노총이 조합원 근무지 이탈을 숨기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당일 상황실장인 신아무개씨가 ‘민주노총 집회’를 간다고 근무지를 벗어났고, 상황대처 능력이 떨어져 구의역 사고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한국경제는 민주노총이 ‘남 탓만 한다’거나 ‘은폐 의혹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 2018년 6월14일 한국경제 사회 31면 보도
▲ 2018년 6월14일 한국경제 사회 31면 보도
 
 

“은폐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신씨 근무지 이탈은 이미 2년 전 공개됐다. 시민사회·노동조합·서울시 관계자 등 24명이 모인 ‘구의역 사망재해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은 2016년 8월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 문제를 언급했다. 보고서엔 “6명 가운데 신○○(부팀장)이 상황근무를 했어야 하나 집회 참여로 자리를 비웠고, 표○○이 그 일을 대신 해 실제 강북지역을 담당해야 하는 인원은 각 호선별 1인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적혀 있다. 

 

‘민주노총 주최 집회 참석’도 틀린 표현이다. 사고가 난 2016년 5월28일 서울시청 주변에서 민주노총 주최 집회는 없었다. 황준식 전 은성PSD노조 위원장은 “신씨는 서울메트로의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은성PSD노조 농성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서울지하철 1~4호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용역받은 은성PSD 노동자들은 당시 자회사 설립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피해자 김군은 조합원이었고 신씨는 노조 회계감사였다. 이들은 구의역 참사 1주일여 전부터 서울시의회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은성PSD 노조 농성은 민주노총이 결정하지 않았고 자체 결정이었다. 

진상조사단과 법원도 사고 원인을 안전 업무를 다단계 하청화한 ‘위험의 외주화’라고 규정했다. 은성PSD는 구조적으로 ‘2인1조’ 작업과 안전 작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2인1조가 되려면 한 조에 최소 10명이 필요하지만 은성PSD엔 상시 5~6명이 근무했다.  

법원은 “신씨 무단이석이 사고 당일 근무인원의 부족을 초래하기는 했지만, 신씨가 제대로 근무하고 있었더라도 근무인원이 6인일 뿐이어서 2인1조 출동이 항상 가능한 9인(각 호선당 2인과 상황근무 1인)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은성PSD 사장, 서울메트로 간부 등 운영 책임자 9명 중 7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은성PSD 사장이 “스크린도어 수리시 2인1조 근무가 불가능한 인력상태를 방치했고 평소 2인1조 작업 미실시도 묵인하고 방치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신씨 문제를 ‘개별 요인’으로 다뤘으나 이 내용은 56쪽 판결문 중 2쪽에 불과하다. 

황 전 위원장은 “신씨가 자리 이동을 했든 아니든 애시당초 2인1조 작업은 전혀 가능하지 않았다. 서울메트로·은성PSD가 비용절감한다고 100만 원짜리 센서말고 싸구려 불량품을 갖다 쓴 것도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 구의역 참사 후 서울지하철노동조합(현 서울교통공사 노조)이 사고 대책으로 안전 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구의역 참사 후 서울지하철노동조합(현 서울교통공사 노조)이 사고 대책으로 안전 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의역 참사는 서울시가 서울지하철 1~8호선 하청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계기가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비용절감만 우선한 하청구조가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는 시민사회 지적을 수용해 이들의 정규직 전환에 돌입했다. 

궤도보수원, 지하철보안관, 면도사·세탁사, 식당노동자 등 하청노동자들이 일시적으로 무기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이 됐다. 서울시는 ‘정원 외’로 분류되는 무기계약직고용이 아닌 정규직 정원과 합치는 ‘정원 통합’ 방식을 택했다. 

서울지하철 정규직 노조(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도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위해 ‘차별없는 정규직화’ 원칙을 세웠다. 노사 협상 결과 3년 이상 재직자는 7급, 3년 미만 재직자는 한시적 ‘7급보’로 정규직 임용됐다.

차별없는 정규직화를 내세웠음에도 일부를 ‘7급보’로 둔 이유는 무엇일까. ‘공채’로 임용된 기존 정규직 일부가 이들의 7급 임용을 극구 반대했다. 이들은 ‘정규직을 거저 먹느냐’ ‘무기계약직이면 충분하지 시험도 보지 않고 정규직이 되느냐’ ‘역차별이다’ 등이라 비난했다. 노조는 이들과 근속년수 차이로 임금이 역전되는 역차별 요소 등을 감안해 ‘한시적 7급보 임용’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향후 있을 7급 임용에서 누구도 누락되지 않게끔 ‘노사 간 논의’를 조건으로 걸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지난 9일 노조의 ‘차별없는 정규직화’ 요구를 ‘민주노총 노조의 특혜 요구’라 강도높게 비판했다. 

▲ 2018년 6월9일 중앙일보 보도
▲ 2018년 6월9일 중앙일보 보도
 
 

중앙일보는 “'승진시험 전원합격'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황당 요구” 단독보도에서 비정규직이었던 7급보 626명의 전원 합격 방법을 논의한 노조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사측에 '전원 합격'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응시 대상 전원을 승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어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사측은 ‘시험’ 방식을 7급 조건으로 냈다. 노조는 교육 등 탈락자가 없는 방식을 주장했다.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다 결렬됐다. 그 과정에서 노조는 '(평가는) 아무리 쉬워도 누군가는 탈락할 수 있다'며 ‘탈락을 전제로 한 시험은 동의할 수 없고 시험을 강행한다면 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문건에 기록했다. 

노조는 ‘평생 시험을 안 쳐 본’ 고령노동자를 우려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식당, 목욕탕, 모터카 및 철도장비 전동차검수 등에 종사자하는 50~60명 직원들이 노조가 주되게 염려하는 분들”이라며 “고령자도 많고, OMR시험을 한 번도 안 접해 본 분들도 있다. 시험 방식을 택하면 누군가는 이렇게 탈락하게 된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측은 “언론이 숙고하지 않고 기사를 쓰면서 의도적으로 노동자 간 갈등을 조장하고 노조를 공격하고 있다”며 “노사정이 합의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근본취지가 있는데 마치 노조가 특혜를 요구하는 것처럼 쓴 것은 잘못”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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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남편과 25년 산 페미니스트, '난민 혐오'를 말하다

[인터뷰] 정혜실 이주민방송 공동대표

18.06.23 18:24l최종 업데이트 18.06.23 18:45l

 

 정혜실 이주민 인권활동가
▲  정혜실 이주민 인권활동가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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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 내가 인종주의 문제와 싸워오면서 힘을 얻었던 기반은 바로 여성주의 운동이었고, 바로 이론적 근거는 페미니즘이라는 이데올로기였다. (...) 그런데 어떻게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을 앞세워서 다른 소수자인 난민을 억압하는 일에 동조하는 것을 넘어서,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글들을 쓰고, 유포하고, 청와대 청원까지 가게 되었는지, 나는 분노하다 못해 절망하고 있고, 비참해하고 있다. 어떻게 페미니즘이 인종차별적인 반다문화주의자들이나 국제결혼한 여성들을 성차별하는 인종주의자들과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정혜실 이주민방송(MWTV) 공동대표는 지난 18일 이주민방송 홈페이지에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혐오표현과 청와대 청원 사태를 지켜보며...>라는 칼럼을 올렸다. 페미니즘을 말하며 난민 수용을 막을 목적으로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을 하거나 이를 옮기는 이들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전부터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혐오는 존재했지만, 이번 예멘 난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 조장에는 더 적극적으로 '여성들의 공포'가 근거로 쓰이는 분위기다. "예멘 남성은 '여성을 억압하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왔기 때문에 여성혐오를 퍼트리고 성범죄를 일삼을 것이다"라는 주장이 난민을 수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들이 주로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가짜 뉴스'도 범람하고 있다.

난민신청자들이 전부 남성이고, 1인당 138만 원을 받는다는 말이 돌았지만 거짓이었다. 캐나다조차도 '독신 남성' 난민은 수용하지 않는다는 기사도 퍼졌지만, 이것 역시 캐나다 정부가 직접 '왜곡 보도'라고 지적한 것이었다. 이밖에도 외국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사진이 난민이 저지른 범죄 피해자들의 사진으로 둔갑해 유포되는 등, 난민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감을 조장하는 게시물들이 마구잡이로 퍼지고 있다.

 

'법 개정으로 난민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는 청와대 청원이 34만 명(22일 기준)을 돌파한 상황, 그럼에도 난민 인권 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난민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들은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정부의 난민정책 운영과 혐오 방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었고, 이 자리에서 정 대표도 만날 수 있었다.

정 대표는 파키스탄인 무슬림(이슬람 교도) 남편과 25년 동안 살며 "무슬림 문화의 가부장제와 싸우면서 또 한 쪽으로는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부장제와 동시에 싸워야 했다"고 말한다. 그에게 인종주의를 기반으로 한 '난민 혐오' 현상에 대응하는 길을 물었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고쳐야 하는 대상은 옆에 있는 타자가 아니라 제도"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지난 18일 한국 생활과 법에 대해 교육을 받고 있다.
▲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지난 18일 한국 생활과 법에 대해 교육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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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적절하다고 보시나?
"미국에서 9.11 테러 났을 때 정부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무사증(비자 없이)으로 입국 가능했던 국가들과의 비자면제협정을 깨버렸다. 정부의 그런 행위 자체가 그 나라의 이슬람 국가 출신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고, '무슬림 혐오'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예멘에 대해서도 그렇게 했다는 것 (6월 1일부터 예멘을 제주도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로 지정)은 예멘을 받아들이면 안 되는 나라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종주의적으로 제도화된 정부의 태도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백인의 인종차별적 행위가 곳곳에서 증가하고, 그가 행하는 국경 지역 정책이 많은 사람을 고통에 빠트리고 있다. 결국 국가가 어떠한 태도를 가지느냐에 따라 난민이나 이주민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인식은 전환될 수도 있고 악화될 수도 있다. 제주에서의 무사증 입국 불허는 '우리에게 혐오할 권리'가 있음을 확증시켜주는 것이 되어 악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지금까지 이주민을 대하는 정부의 제도는 인종주의적인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항상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더 유리한가, 더 손쉽게 통제할 수 있나 이런 관점으로만 정책을 펼쳐왔다.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전쟁하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을 피해온 난민들에게 어떻게 이러한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싶다."

- 정부가 난민들에 대한 '혐오 표현'이 난립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건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난민은 당연히, 확실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정책을 펼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자신의 혐오와 인종차별적 태도를 정당화할 가능성이 크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정책 아니라, 확실한 난민 인정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도 그들이 이 땅에서 어떻게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 정부가 딱히 혐오표현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상황에서, '예멘 난민은 남자들밖에 없다'식의 가짜뉴스를 통해 난민 배제 분위기가 더 커지고 있다.
"미디어나 SNS를 통해 예멘 난민들이 우리를 강간할지도 모른다는 프레임이 조성되고 있다. 무슬림 남성에 대해서 서구가 퍼트린 여성억압적 이미지만이 마치 현실이고 실재하는 공포인 양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난민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까 남자들이 많은 것을 보고 '너 혼자 살려고 도망 왔지' 이러는 거다. 가족이 온 케이스도 있고, 어떻게라도 정착해야만 가족을 불러올 수 있는 사람도 있다. 모험을 감수하고 앞장설 때는 남성이 먼저 움직이고 이후 가족 초청하는 방식이 많다. 제가 2000년대 초창기에 콩고 난민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홀로 왔어도 여기서 가족을 만날 수 있는 루트를 찾고 연락이 되면 가족을 불렀다."

-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난민 혐오를 한다"고 비판하는 글을 썼다. 계기가 있나?
"저는 차별금지법 연대를 통해서 소수자로 명명되고 범주화되고 있는 영역별 사람들끼리 연대하고 있다. 각자가 각자의 입장에서만 차별 시정을 요구하다 보면 또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일각에서 '트랜스젠더는 여성이 아니다' '생물학적 순수 여성만 집회에 나오라' 벽을 치면서 트랜스젠더를 혐오한 것이 난민 혐오로 넘어온 것이라고 본다. 소수자들은 이와 중에 계속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한 사람의 글을 계속 보고 있는데, 이 사람은 (예멘 난민 문제를) '아버지가 딸 허락 없이 노숙인을 불쌍하다고 들여온 상황이다'라고 주장하더라. 그런데 이것은 또 노숙인 비하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현실의 강간과 무차별적인 살인, 여성혐오 등에 대해 여성들은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그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또 다른 대상들을 끊임없이 차별하고 혐오하는 방식으로 싸움을 이어가는 게 정당할까? 차별금지법 제정 연대를 같이 하는 시민사회 입장에선 그 방식으로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예멘 사람은 외국인이라고 쫓아낼 수 있다고 하지만, 같이 살고 있는 한국 남성들은 쫓아낼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조금 더 성평등한 사회, 소수자 차별받지 않는 사회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고쳐야 하는가 되돌아봐야 한다. 그런데 고쳐야 하는 대상은 옆에 있는 타자가 아니라 제도다. 개인은 정책 등의 제도를 통해 변화한다. 성폭력특별법 만들어졌을 때 무슨 효용 있냐고 했지만 그 법이 있기 때문에 성추행 등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고, 싸울 수 있는 도구가 됐다. 정책을 변화시키고 국가의 태도를 변화시킬 때 소수자를 향한 적대와 혐오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제주도 난민 반대 청원. 22일 오후 12시 기준 34만7천 명을 넘어섰다.
▲  제주도 난민 반대 청원. 22일 오후 12시 기준 34만7천 명을 넘어섰다.
ⓒ 국민청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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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여전히 난민 남성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여성들이 많다.
"무슬림 남성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천명하는 게 아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한국 남성일지, 미국 남성일지, 프랑스 남성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여성을 억압하지 않는 나라가 존재하나? 그 모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어떤 특정 집단만 유독 쉽게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된다면 분명히 인종차별 아닌가. 내가 페미니즘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차별을 가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무슬림 남성과 산다. 제 딸도 스무 살이 넘었고, 더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독립해서 살 수 있도록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누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특정 집단을 향해 공격할 수는 없는 일이다. 두려움과 공포는 분명 현실일 수 있으나, 그것이 부풀려진 공포거나 맥락이 파악되지 않은 공포인지는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

누가 더 힘드냐, 누가 더 위험하냐 경쟁하면 안 된다. 우선적으로 우리는 우리 땅에 있고 우리에게 이야기 할 통로가 있고, 우리가 싸운다고 하면 지지하고 연대할 사람이 있다. 반면 난민들은 목숨을 걸고 타지에 와서 먹고 사는 문제에 고통받고 전쟁의 트라우마 속에서 상처를 받는다. 이들을 좀 더 관용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나의 아픔이 크다면 타자의 아픔도 같이 중요하게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무슬림 남성 대 (한국) 여성, 이런 이분법적 구도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이슬람에도 페미니스트 많고, 히잡을 벗겠다고 외치는 목소리에 동조하는 무슬림 남성들도 있다. 그런 현존하는 상황들을 세밀하게 보지 않고 지금 당장 나의 공포 때문에 일부 집단을 하나의 혐오의 대상으로 몰기 위해서 온갖 통계와 예시 등을 인용하면서 왜곡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랫동안 그런 방식으로 편견과 혐오에 시달렸던 여성들이, 예멘 출신 난민들을 이슬람 국가에서 왔다고 낙인찍고 비하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면서 얻어질 것이 무엇일까."

- 여성이 난민 남성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분위기가 한국 사회에 오래전부터 존재해오기도 했다. 
"기독교 단체, 정당 등에서 '성소수자 아웃', '무슬림 아웃', '이슬람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고 기독교 신문들은 그에 동조했다. 난민을 비하하는 당사자들은 그런 것에 영향받지 않았다고 하지만, 실은 영향 받은 것이다.

서구는 미디어를 통한 프레임 작전을 펼친다. 무슬림 남성을 잠재적 테러리스트 내지는 여성을 억압하는 나쁜 집단으로 규정하고, 전쟁을 정당화시킨다. 전쟁을 통해 여성이 해방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프간, 이라크 전쟁이 여성 해방 전쟁이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시리아는 또 어떤가.

서구는 한쪽에서는 아시아 국가들의 저임금을 이용하기 위한 인종주의를 확산시키고, 한쪽에서는 무슬림을 억압하는 방식의 인종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들이 일으킨 전쟁에서 결국 이익을 챙겨가는 것은 석유 재벌과 무기상들이다."

'차별해도 되는 대상' 만드는 정부, 정책 방안 바꿔야
 

큰사진보기 <꿈, 떠나다> 상영후의 관객과의 대화에서의 섹 알마문 감독(좌측 두번째)과 정혜실 MWTV이주민방송 공동대표(우측 두번째)
▲  <꿈, 떠나다> 상영후의 관객과의 대화에서의 섹 알마문 감독(좌측 두번째)과 정혜실 MWTV이주민방송 공동대표(우측 두번째)
ⓒ 야마다다까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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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조혼 제도나 히잡 등 특히 이슬람 국가의 여성인권이 낮은 것을 보여주는 근거들이 존재한다. '여성혐오적' 생각을 가진 외국 남성을 굳이 수용해야 하냐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무슬림 남성과 결혼함과 동시에 무슬림 문화의 가부장제와 싸워야 했고, 한쪽으로는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부장제와 동시에 싸워야 했다. 무슬림 남성과의 문화 차이도 있고, 그들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여성에 대한 태도가 문제였다. 늘 경계하면서 싸워야 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저도 25년 결혼 생활이 개인적으로는 남편과의 투쟁이었고 집단적으로는 무슬림 커뮤니티와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그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설득하고 문제 제기하고 남편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무슬림 남성이 그들이 상상하는 대로 일방적으로 종교 강요하고 한국 여성 억압하면 한국 여성들이 왜 남편과 같이 살고 있나? 그리고 저처럼 개종 안 한 사람도 있지만 코란 말씀이 좋아서 개종 한 사람도 있다.

제 아이 둘은 20대인데 종교적 편협성도 없고, 성소수자 친구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픈 마인드'로 살아간다. 그걸 허용하는 제 남편의 태도를 봤을 때 저는 제 남편이 한국 남성보다 낫게 느껴진다. 섹 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도 방글라데시에서 왔지만 아내가 페미니스트고 지금은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방법을 아는 남성으로 변화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그들이 기존에 가져왔던 태도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자기가 가진 여성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공개화할 수는 없다. 사회가 가진 힘이다. 이 사회가 여성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주고 있고, 여성들이 어떻게 자기 권리를 확장해나가는지 보여주면, 남성들도 스스로 조심하게 될 수밖에 없다."

- 여성이나 가족을 데리고 온 난민들만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까 이야기 드린 것 같지만, 지금 목숨을 피해서 건너온 난민을 여성이냐 남성이냐 가족이냐로 구분할 수 없다. 여기 혼자 온 남성이라고 해서 '이제 안전한 곳으로 와서 행복하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 누가 생각하나? '헬프 시리아' 와합 사무국장도 한국에 유학을 왔다가 시리아 내전으로 친인척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 시리아 안으로 약품과 식량을 갖고 다시 들어간 적이 있다.

대체 뭘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 사람들의 관심은 정착하고 안정돼서 식구를 불러오거나 지원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지금 한국 여자를 꼬셔봐야겠다는 식의 생각을 할 여력이 어디 있겠는가?"

- 혐오표현을 막고 난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앞으로 정부와 시민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먼저 국회의원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차별금지법 빨리 제정하라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이 여당 아닌가. 차별금지법 제정만이 지금의 인종차별, 여성혐오의 문제를 없앴을 수 있다.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이 절대 아니다.

정부에게는 외국인 정책 입안할 때 제도가 보여주는 태도에 따라서 '차별해도 되는 대상'이라고 느끼게 되는 부분이 있다. 불법체류자 강압적 추방이나 불법적 체포나 구금 같은 태도도 변화시켜야 한다. 결혼이민자와 같이 가족 울타리에 있는 이들에게는 관대하고 그렇지 않은 이주노동자는 차별한다. 정책 방안을 바꿔야 한다. 또 인권 보호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힘을 실어주고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연대하는 120여 개 단체와 페미니즘 진영에서 오랫동안 연구한 활동가들은 지금의 사태에 대해서 슬퍼하고 비참해하고, 분노하고 있다. 혐오 세력에 동조하는 발언에 물드는 많은 시민들이 있지만, 그들이 수구적인 혈통주의가 누구의 삶도 평화롭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외국에 사는, 우리가 내보낸 사람들의 삶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반 차별적인 환경 속에서 이주민을 대하는 태도를 보일 때, 우리도 정당성을 확보하고 재외동포들의 인권을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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