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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 치료중인 간호사를 보면서도 학살한 이스라엘군

부상자 치료중인 간호사를 보면서도 학살한 이스라엘군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6/06 [08:59]  최종편집: ⓒ 자주시보
 
 

 

4일 sbs 8시뉴스에서 이스라엘군의 잔인한 학살장면을 담고 있는 충격적인 화면을 보도하였다.(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788301&plink=THUMB&cooper=SBSNEWSPROGRAM)

  

▲ 이스라엘군에게 비무장임을 알리기 위해 손바닥을 펴서 흔들며 쓰러진 시위대원에게 접근하는 의료조끼를 입은 봉사대     ©

 

▲ 이스라엘군에게 비무장임을 알리기 위해 손바닥을 펴서 흔들며 쓰러진 시위대원에게 접근하는 의료조끼를 입은 봉사대     ©

 

▲ 부상자를 구하러 간 간호사 등 의료봉사대원들에게 사격을 가해  그들이 급히 탈출하는 모습, 이 과정에 맨 앞에 있던 여성간호사 나자르가 희생된 것이다.   쓰러진 부상당한 시위대가 애처롭다. 

 

불타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원 한 사람이 이스라엘 장갑차가 앞에 쓰러져 있고 흰 의료봉사대 조끼를 입은 여성 3명과 남성 1명이 그 쓰러진 시위대원을 응급처치하여 데리고 나오려고 접근하였다. 

제일 앞에서 다가가던 남성 의료요원과 여성간호사는 연신 돌맹이 하나 손에 들지 않았음을 알리기 위해 손바닥을 펴 흔들며 총을 쏘지 말라고 부탁하였다. 

부상자 바로 앞에 도달하여 응급처치를 하려고 하자 이스라엘군들은 몰사격을 퍼부었다. 의료봉사대는 황급히 뒤돌아 나왔는데 맨 앞에 있던 여성 간호사가 안타깝게도 가슴에 총을 맞고 숨지고 말았다. 친구에게 고운 꽃다발을 받아안고 설레여야할 처녀의 가슴을 이스라엘군 총알이 뚫고 지나간 것이다.

 

그녀는 나자르란 이름의 처녀 간호사였다. 어머니는 딸의 피로 물든 조끼를 흔들며 울부짖었다. 

 

"내 딸의 무기는 조끼 주머니 속에 있는 붕대 두 뭉치뿐이었습니다!"

 

▲ 통곡하는 나자르의 어머니  

 

▲ 이스라엘군 총에 맞아 숨진 팔레스타인 여성간호사 '나자르'  

 

sbs에 따르면 숨진 나자르는 가자지구 남부 분리장벽 근처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해 왔는데 다친 사람들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총알이 날아다니는 곳에서도 응급처치에 나섰다고 최근 CNN이 보도했다. 

 

"故 나자르 (생전 인터뷰) : 우리의 목표는 생명을 살리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겁니다. 무기 없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할 겁니다."

 

장례식에는 수천 명이 참석해 의료진이라고 표시된 흰색 조끼를 입었는데도 총을 쏜 것은 전쟁 범죄라고 피끓는 분노를 터트리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두 달 동안 이렇게 희생된 시위대가 120여명이라고 한다.

 

영상을 보면 부상당한 시위대원은 쓰러져 있었다. 아마 총상을 당한 것 같았다. 출혈이 심했을 것이다. 그대로 두면 당연히 과다출혈로 사망할 것이 자명하다. 그래 그런 부상자를 구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법이고 인륜인가. 

이건 부상자가 죽어가는 것을 보며 즐기고 있는데 감히 그 즐거운 장면을 보지 못하게 의료봉사대가 응급처치 하려고 하니 쏴 죽인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간호사에게 총을 쏜 이스라엘군은 인간으로 볼 수 없다. 지능을 가진 야수들이다. 여전히 자신들만 선택받은 민족이고 나머지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우리민족도 한국전쟁 당시 미군들에게 그렇게 당했다. 북의 신천 지역 여성들의 가슴을 도려내고 사람들의 머리가죽을 벗겨내고 머리에 대못을 박고 수레에 매달아 사람의 다리를 찢고 수백명의 아이들과 어머니들을 가둔채 불을 질러 죽이고 북녘 곳곳에 콜레라 장티푸스 등 온갖 전염병균에 오염된 파리, 빈대, 벼룩을 포탄에 넣어 살포하여 죽이고 가스탄까지 터트려 무리로 죽였다. 

남녘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4.3 제주에서 그리고 노근리 다리 밑에서, 산성리에서, 곡계굴 등지에서 아이들과 주민들이 미군의 몰사격과 네이팜탄 불폭탄으로 수백만명이 학살당했다. 남녘의 인민군 유격대 출몰지역에는 생화학무기도 마구 사용하였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멸족시켰던 방법을 총동원하여 우리민족을 절멸시키려고 작정을 하고 공격했던 것이다.  

 

동양의 가난한 나라 한국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한반도 영토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걸리적거리는 귀찮은 존재들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런 야수적 관점이 지금이라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게서 과연 사라졌을까. 

그들이 진정 우리를 인간으로 보고 있을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하는 이스라엘군인들을 보면 여전히 변하지 않았음을 확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유엔결의안 채택에 거부권을 행사한 미국도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다. 저런 야수 패권주의자들에게 불벼락 심판을 내릴 힘을 키우지 못한다면, 정의로운 온 인류가 굳게 단결하여 야수와 같은 제국주의 패권주의와 사생결단으로 싸우지 않는다면 영영 그들은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제국주의자들은 저절로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오직 정의로운 인류의 단결된 힘으로 제압하여 소멸시키는 것만이 제국주의 종국적 청산의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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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2006년 선거부터 ‘매크로’ 여론조작”

[단독]“한나라당, 2006년 선거부터 ‘매크로’ 여론조작”

등록 :2018-06-05 04:59수정 :2018-06-05 10:34

 

 

이명박 캠프 사이버팀원 폭로
“당에서 준 100여개 아이디로 
검색어·댓글·공감수 지속 조작
비슷한 다른 팀도 있다고 들어”

캠프실장 “검색1순위 작업 바람” 
지시에 “매크로 세팅” 답장
워낙많이 복사해 붙이다보니
매크로 꼬여 오타까지 그대로

전문가들 “선거법 위반인데다
심각한 공론화 왜곡 행위”지적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당시 ‘매크로’ 작업을 지시한 문자메시지.(위 사진) 2007년 대선 투표 이틀 전 네이버에 올라온 기사 ‘노 대통령 BBK 사건 재수사 검토 지시(종합)’에 달린 댓글. 서로 다른 아이디가 똑같은 오류를 반복한다.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당시 ‘매크로’ 작업을 지시한 문자메시지.(위 사진) 2007년 대선 투표 이틀 전 네이버에 올라온 기사 ‘노 대통령 BBK 사건 재수사 검토 지시(종합)’에 달린 댓글. 서로 다른 아이디가 똑같은 오류를 반복한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을 비롯한 각종 선거운동 기간에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활용해 포털에 댓글을 다는 등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4일 드러났다. 정당의 공식 선거운동 조직이 매크로를 활용해 여론 조작을 벌인 정황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당시 한나라당 ㅇ의원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일했던 ㄱ씨는 최근 <한겨레>와 만나 “2006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각종 선거 캠프에 온라인 담당자로 참여했다. 매크로를 활용해 댓글을 달거나 공감 수를 조작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폭로했다.

 

ㄱ씨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당시 한 후보 캠프의 상황실장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ㄱ씨의 캠프 상관이었던 상황실장이 “네이버 등 포탈사이트 검색 1순위 작업 대책 시행 바람”이란 문자를 보내자, ㄱ씨가 “야간 매크로 세팅하겠습니다”라고 답하는 내용이다. 상황실장은 밤 11시가 넘어 “매크로 했니?”라고 재차 확인한다. 이에 대해 ㄱ씨는 “당시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을 앞두고 홍준표, 원희룡, 나경원 등이 출마해 계파 갈등이 첨예하던 상황에서 경쟁자에 대한 부정적 이슈를 검색어 1위로 올리기 위해 매크로를 활용해 계속 검색이 이뤄지도록 조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ㄱ씨는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의 ‘사이버팀’에 파견돼서도 매크로를 활용해 여론 조작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사무실이 아닌 여의도 이룸빌딩 1층에 ‘사이버팀’ 사무실을 차리고, 중앙당에서 제공한 100개 이상의 네이버 아이디로 엠비(MB·이명박) 연관 검색어를 조작하고, 부정적 기사에 댓글을 다는 일을 하는 데 매크로를 썼다”고 말했다. ㄱ씨는 “특히 이명박 지지 선언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이나 비비케이(BBK) 관련 기사들에 드루킹이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매크로를 써서 댓글을 달고 공감 수를 조작했다”고 증언했다.

 

ㄱ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겨레>가 2007년 대선 당시 네이버 기사 댓글을 확인한 결과, 매크로를 사용한 흔적을 여럿 확인했다. 투표일 하루 전인 2007년 12월18일치 <연합뉴스> 기사 ‘신당 BBK 막판 대공세’에 달린 댓글을 보면 아이디 ‘ibl7****’ ‘ghos****’ ‘rokm****’ 등이 “이명박은 네거티브 하지 않는다” “이명박은 유일하게 연탄 정책에 관심을 가졌다” 등의 댓글을 반복적으로 달았다. 여러 아이디로 토씨까지 똑같은 댓글을 돌아가며 달거나, 같은 아이디가 비슷한 내용을 변주해 올리는 등 전형적인 매크로 작업으로 보인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 ‘사이버팀’에서 일했던 ㄱ씨가 <한겨레>와 만나 주요 선거에서 어떻게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했는지 구체적으로 증언하며 직접 매크로 프로그램을 짜는 시연을 하고 있다. 아래는 당시 매크로를 활용한 댓글 흔적들. <한겨레티브이> 영상 갈무리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 ‘사이버팀’에서 일했던 ㄱ씨가 <한겨레>와 만나 주요 선거에서 어떻게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했는지 구체적으로 증언하며 직접 매크로 프로그램을 짜는 시연을 하고 있다. 아래는 당시 매크로를 활용한 댓글 흔적들. <한겨레티브이> 영상 갈무리
이런 흔적은 다른 기사에서도 발견됐다. 투표 이틀 전인 2007년 12월17일치 <연합뉴스> 기사 ‘노 대통령 BBK 사건 재수사 검토 지시(종합)’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아이디 ‘ghos****’ ‘rokm****’ 등이 역시 반복적으로 “이명박 청계천의 신화와 서울숲을 만 이명박 청계천의 신화와 서울숲을 만들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짤 때 생긴 오류가 수정 없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ㄱ씨는 “내가 했던 댓글 작업들이 맞다. 비비케이는 어차피 욕먹는 거리니 부정적 댓글을 밀어내기만 하라는 지시를 받고 작업했던 것”이고 “오타 반복은 워낙 많은 작업을 하다 보니 매크로 작업 타이밍이 꼬여 복사-붙이기에서 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댓글들이 남아 있는 것에 대해서는 “선거운동이 끝나는 선거일 당일부터 집중적으로 삭제를 했는데 워낙 대량으로 작업을 해서 미처 다 없애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당시 대선 캠프 사이버팀에서는 4명이 일했으며,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팀이 더 있었다고 들었다”고 ㄱ씨는 말했다.

 

매크로는 원래 온라인 게임에서 사람이 직접 하지 않고도 ‘반복 사냥’ 또는 ‘자동 사냥’을 할 수 있도록 미리 프로그램을 짜는 작업을 일컫는다. 2018년 ‘드루킹 사건’ 이전만 해도 일반인에겐 낯선 기술이었던 매크로를 한나라당이 적어도 2007년부터 선거에 일상적으로 활용해온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ㄱ씨는 “한나라당에 이어 새누리당 시절에도 선거 때마다 매크로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법률·미디어 전문가들은 이 행위가 선거법 위반일 뿐 아니라 심각한 공론장 왜곡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크로 활용은) 허위에 의한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며 “드루킹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일반인이다. 해악이 후보자의 책임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하지만 선거 캠프에서 이 일을 하면 후보자 책임으로 귀속된다. 사실이면 선거 캠프에서 지속적으로 불법 선거운동을 한 거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선거 때마다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 공론장을 왜곡한 것”이라며 “기술로 시민을 우민화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2007년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서 선대위 기획본부장을 맡았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매크로 활용을 두고 “나는 모르는 일이다. 디지털팀에서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당시 매크로 활용 사이버 대응 지시를 한 것으로 지목된 자유한국당 당직자 ㅂ씨도 “2007년 대선 때 매크로 작업이나 디지털 대응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완 오승훈 박준용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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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토호'도 '촛불 옷'만 갈아입으면 혁신이 된다?

[복지국가SOCIETY]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명심할 것들

 

 

지난 5월 31일부터 전국 동시 지방 선거의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었다. 6월 8일과 9일에는 사전 투표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광역 지자체장에 나온 후보들의 TV 토론방송은 시청률이 낮다. 선거 보도도 국민의 관심에서 밀려나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이 뉴스의 전면을 차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4년간 우리의 삶을 좌우할 지방 선거를 이렇게 무시해도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챙겨보아야 할 지방 선거의 이슈는 무엇일까? 광화문 촛불혁명을 시작으로 전국 동시 지방 선거가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로 만드는 과정이 되기 위해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또 무엇인가? 우리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이 부분에 대해 냉정하고 차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의 굳어진 선거판이 가지는 명암들 

압도적인 대통령 지지율은 여권의 경우 당내 경선이 곧 당선으로 인식되면서 좋은 정책을 개발하고 준비된 공약으로 대결해야 할 정치적 필요성을 낮추고 말았다. 과거의 지방 선거에서 등장했던 무상 급식 같은 여야가 대결하는 뚜렷한 공약이나 전국적인 중심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야권은 이미 특정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패배가 예상되면서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쓰고 있다. 또 분열과 당내 갈등 등으로 야권이 지리멸렬한 양상을 보이는 것도 공약 대결이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번 지방 선거가 지난해 5월의 대통령 선거에 이어 또 하나의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바로 세워진 세월호의 참담한 잔해를 보면서 국민은 또 다시 분노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을 매개로 사법부와 대통령 간의 거래를 시도한 증거들이 나오면서 책임자들과 범법자들에 대한 단죄의 요구가 지방 선거에서 야권 심판으로 반영되는 것은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를 얻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리한 판세에 안주하여 지방 선거의 공약 개발과 정책 논쟁을 등한시하는 것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그리고 선거 과정에서 다리를 건설하고 도로를 넓히는 일보다 지역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을 개선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에 게제 된 각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해보면, 과연 민선 7기가 지난 24년의 지방 정부들과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중앙 정권의 교체에 이어 지방 정권의 교체를 내세우고 있는 민주당은 구체적으로 지방 정권을 바꾸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높은 대통령 지지도에 안주해 선거를 치르면 선거에서는 이기겠지만, 취임 후 추진해나갈 지방 개혁의 동력을 확보할 수 없고,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구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높았던 지역에서는 선거 승리를 위해, 구 여권 인사를 입당시켜 공천하거나 캠프에 기득권 세력의 대표들이 기웃거리는 일이 흔해졌다고 한다. 포용과 화합의 일환으로 그런 전략을 가져가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특정 지역의 토호 세력에게 각종 이권을 몰아주던 정책을 반복하거나, 대다수 지방 정부의 재정을 토목·건설 사업에 투입하는 행태들이 바뀌어야 한다. 정치적 포용과 정책적 개혁은 별개라는 점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정책 실종한 2018년 지방 선거  

지방 정부가 중앙 정부의 개혁 정책을 보완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대한 논의는 이번 지방 선거에서 실종되었다. 중앙 정부의 보편적 복지 정책에 더해 영세 사업장이나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내 복지를 보완할 수 있도록 지역의 상황과 개별 기업들의 사정을 더 잘 아는 지방 정부에서 맞춤형으로 이들 기업들과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효과적인 측면도 있다. 

지역의 산업단지에 근로자 건강센터를 설치하여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역 상품권을 노인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지급하여 재래시장과 골목의 영세 상인들의 매출을 높여서 실질 소득 증대를 보장하는 일은 지방 정부가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 선거에서는 그런 구체적인 공약들이 정당 차원에서 제시되어 전국적인 공통 공약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  

올해 7월부터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의 개정에 따라 버스 운전사들의 근로시간 정상화로 신규 버스 기사들을 채용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기사를 구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정부와 버스운송사업자조합연합회, 자동차노동조합연맹 등 노사정 3자가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하면서 동시에 버스 운송사업 부분은 법의 시행을 1년 연기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에 따른 후속 조치는 중앙정부만 하는 게 아니다. 지방 정부에서 미리 알고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경기도는 개정 근로기준법의 시행으로 부족한 1만2000명의 운전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모두 8800명을 양성하기로 하는 대책을 이제야 발표했다. 당장 올해 7월부터 순차적으로 1만2000명의 버스 기사를 신규 채용할 수 있었는데, 사전 대응과 준비를 하지 못해 그 일자리가 날아갔다. 물론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청년 실업과 일자리 부족이 심각한 경기도에서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친 것도 안타깝고, 버스 기사들의 장시간 근무와 피로로 경기도민들의 안전 이슈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우리가 명심할 것들 

선거 과정에서는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다고 약속한 후보들이 선거가 끝나면 지방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지방 정부는 예산도 없고, 공무원 증원도 못하고, 정책 권한도 중앙 정부에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후보들에게는 투표하지 않는 게 좋다. 지방 정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실제로는 많은 권한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첫째, 중앙 정부가 국가 전체 예산의 42%를 지출하는 데 지방 정부는 지방교육 예산까지 합하면 58%를 사용하는 등 실제로 중앙 정부보다 더 많은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더 중요하고, 또 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다르게 할 수 있다. 예산의 절대 액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특히 신규로 취임하는 광역과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당선자들은 중기 재정 계획을 살펴봐야 한다. 올해 사업을 포함해 자신의 임기 동안 집행해야 할 5년간의 중기 재정 계획을 보면, 고정 사업과 더불어 추가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사업의 내용과 예산의 규모가 명시되어 있다. 이 중에서 어느 사업을 축소하고, 어떤 사업을 변경할지를 분석하면 돈이 없어서 일을 못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둘째, 예산의 절대 금액은 많지만 대부분 중앙 정부가 위탁한 지정 사업을 집행하기 때문에 지방 정부의 권한이 없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는 말도 거짓말이다. 지방 정부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서울특별시가 가장 높고, 시·군·구로 갈수록 낮다. 하지만 직접 수입인 지방세와 세외 수입 외에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 보조금 등 중앙 정부의 각종 보조금을 합해 가용 재원이 형성되고, 이들 가용 재원에 대한 재정 자주도는 평균 70%나 된다. 가장 가난한 전남과 강원이 1인당 세출액, 즉 예산 집행액은 가장 많다. 따라서 지방 정부는 권한이 없어 못한다는 것은 자신이 무능하다는 말과 같다. 과감하게 포기하고 축소하고 조정하면 돈과 권한을 얼마든지 행사할 수 있다. 

셋째, 지방 정부는 보육, 교육, 의료, 주거, 노후보장, 일자리 등 지역 주민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많은 사회서비스를 직접 집행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체감 만족도는 지방 정부의 역할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지방 정부가 어떻게 하는지가 주민들의 실제 생활에서는 더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의 분권 국가를 공약으로 제시한 것도 사실은 중앙 정부만으로는 이 나라를 이끌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해야 나라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재정 권한과 정책 관련 자율권도 얼마든지 부여하겠다"라며, 지방 분권 의지를 밝히고 있다.

어렵게 이룩한 정권 교체가 실제적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지방 권력의 교체를 구체적으로 이루어내야 한다. 지방 정부의 집권 세력을 바꾸고, 도지사와 시장과 군수, 그리고 지방의원들을 더 나은 세력으로 교체하는 것을 넘어, 지방 정부의 역할과 기능 등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지방 정부가 무능하고 나태해서 지역 주민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방 정부의 선출직 단체장이나 의원들의 비리로 직접 손해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정말 많다. 이제 바꾸어야 한다. 지방정부는 건설 시행사가 아니다. 토목과 건설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너무 어려워진 보통 사람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도 지방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주민생활 지원으로 바꾸어내야 한다. 

지역의 시민사회 운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지방 선거의 후보자들이 분명한 입장을 발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지역신문 등 언론들도 후보 초청 토론회나 기획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신이 당선되면 지역 주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질문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이번 지방 선거를 어떻게 '남는 선거'로 만들 것인가이다. 이대로 있으면, 6월 13일의 선거는 또 한 번의 '별 것 없는 지방 선거'로 마무리될 것이다. 홍보 유인물을 꼼꼼히 살펴보고, 누가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후보인지 판단해보자. 우리는 너무나 힘든 보통 사람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 계기를 이번 지방 선거를 통해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이번 전국동시 지방 선거에서 우리 보통 유권자들이 명심할 사항이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 장애인 활동보조인, 열악한 처우 개선돼야)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사회·경제 민주화를 통해 역동적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2007년 출범한 사단법인이자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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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역사를 산다는 건 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

(수정)분단 이후 최초 평양행 열차표 발권 행사 '평양가는 기차표를 다오' 열려
파주=위정량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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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4  21: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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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량 사단법인 평화철도 실행위원)

 

   
▲ 3일 서울역 매표소에 '평양행 표사는 곳' 매표소가 마련됐다. 늦봄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사단법인 통일맞이와 (사)평화철도, (사)희망래일이 함께 행사를 마련했다.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선언'으로 남북 교류와 왕래에 관한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3일 사단법인 평화철도(상임공동대표 권영길), 사단법인 통일맞이(이사장 이해찬), 사단법인 희망래일(이사장 이철) 공동주최로 ‘평양가는 기차표를 다오’를 주제로 평양행 열차표를 서울역 매표소에서 발권하는 역사적인 행사가 열렸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하는 후속 사업이기도 하고 늦봄 문익환 목사 탄생 100년을 기념해 열린 행사이다. 

지난 4월 초 평양 예술공연 ‘봄이 온다’ 공연팀이 당일 김포공항으로 오라는 통보를 받고 김포공항으로 갔으나, 평양행 창구가 없었고 그 누구도 평양행 표를 파는 곳을 알지 못했다. 공항 직원에게 물어봐도 “평양이요?”라고 반문할 뿐이었다. 그 때 ‘평양’이라고 쓰인 카운터가 열렸고 그 모습을 본 모든 사람들은 “아!”하는 탄식을 터트렸다.(통일맞이)

이번 행사는 그 장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행사이다.

이날 서울역 평양행 특별매표소에서 통일맞이 이사장 이해찬 국회의원, 김희선 전 국회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참석해 평양행 발권 행사 개회식을 연 뒤, 특별매표소에서 이재명·박원순 후보와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문성근 통일맞이 부이사장이 명예역장으로 출연해 평양행·모스크바행·베를린행·파리행·런던행 가상 열차표를 발권하고 표를 받은 참가자들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편성된 11량 정규 열차편으로 도라산역까지 이동해 ‘늦봄이 오다’라는 주제로 문화제를 가졌다.

   
▲ 문성근 통일맞이 부이사장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기자, 김용민 PD가 문익환 목사, 김대중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상징물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이날 서울역에는 문익환 목사와 김대중 대통령,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4·27 판문점선언을 이뤄낸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초상화를 세워두고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문성근 부이사장과 함께 이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기념 촬영할 수 있도록 포토존도 설치해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서울역 전광판에 최초로 ‘평양(도라산)’행 표시가 뜨고 안내문으로 “평양(도라산)행‘ 탑승구를 안내하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순간 참가한 시민들과 함께 경향 각지 행선지로 가려는 시민들도 놀라워하며 서울역 장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코레일 측이 특별 편성한 11량 열차에 모두 탑승했고, 1호차부터 김구 차량·2호차 장준하 차량·3호차 김근태 차량등 조국통일에 헌신한 유명인 명칭과 차량입구에 부착한 초상화를 보면서 또 한 번 놀라워했다.

도라산역으로 가는 동안 1호차 김구 차량에 탑승한 참가자들이 정성희 평화철도 집행위원장 사회로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평화철도 공동대표 이장희 교수의 부인 홍욱화 여사는 “군에 입대하려는 청년이 ‘4·27 판문점선언이 나왔으니 입대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문의하자, 병무청 관계자가 ‘빨리 입대하지 않으면 두만강 초소로 가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는 실화를 소개하면서 “국방부조차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해 참가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날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도라산역 국제선 플랫폼 등을 구경하고 도라산역 버스 주차장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서 ‘늦봄이 오다’라는 주제로 늦봄 문익환 탄생 100년과 평양행 열차표 발권 축하 문화제를 마련했다.

   
▲ 이해찬 통일맞이 이사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최광기 토크건설팅 대표 사회로 진행된 이 문화제에서 이철 이사장과 문성근 부이사장의 축사, 고 문익환 목사의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  간우연 가족의 낭송, 가수 안치환과 노래패 우리나라 공연 등이 다채롭게 진행됐다.

이어 평화철도 공동대표 이장희 교수와 문 목사의 장손 문용민의 ‘늦봄 100년의 의미’를 주제로 한 토크쇼, 참가자들의 통일염원 다짐 대동놀이 ‘기차놀이’로 이날 ‘서울역 특별매표소 평양행 발권 행사’를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행사를 치르면서 분단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여전히 아프고 불편한 상처로 남아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군 당국이 참가자 명단을 미리 제출하도록 한 것도 모자라 한 사람 한 사람 신분증을 대조해 출입을 허가하는 살풍경은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는 구역이라는 걸 몰라서가 아니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실현하려는 겨레의 꿈이 여기라고 비껴갈 수는 없지 않은가.

특히 4·27 판문점 선언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도라산역과 판문점 일대가 국제 관광지로 발돋음하려면 이런 절차를 과감히 생략하도록 과감한 정책 전환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이날 행사는 통일부·SBS·코레일·노무현재단이 후원하고 문익환 탄생 100주년 기념위원회 준비모임이 협력해 개최됐다.

   
▲ 기차놀이.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 명예역장 차림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인사를 했다.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 평양행 기차표 발권 명예역장으로 나선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왼쪽)과 문성근 통일맞이 부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 김구선생 차량으로 명명한 1호차량에서 (사)평화철도 공동대표인 이장희 교수가 인사말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 이장희 교수 부인인 홍옥화 선생도 한말씀.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 무대에서 이장희 교수와 문 목사 장손인 문용린씨가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 문용린 씨(왼쪽)와 이장희 교수.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 (사)희망래일 이철 이사장(가운데 왼쪽)과 이장희 교수가 도라산 역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 가수 안치환 씨의 열창.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 이해찬 통일맞이 이사장의 인사말.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 '평양가는 기차표를 다오' 문화제를 마치면서 기차놀이.[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 코레일은 이날 행사를 위해 특별열차 11량을 편성했다.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 차창으로 보이는 임진강과 산하를 가르고 있는 철책.[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수정-4일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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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했다 - 조선일보가 反美!

시대가 변했다 - 조선일보가 反美!
 
 
 
게으른농부 | 2018-06-05 09:11:0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고위 탈북자 A씨’를 내세워 김정은 안위 걱정에 턱이 축 늘어졌던 조선일보(<극우자매 산케이신문과 조선일보의 합동 음란 쇼> 참조). 反文 崇美를 절대적 기조로 하는 바로 그 조선일보가 드디어 反美 깃발을 들어올렸다. 심지어는 음란쇼까지, 아무리 발싸심해도 되지 않으니까 기어코 역린까지 탁, 건드려버렸다. 하도 재미있어 기사를 클릭해보았더니…

[태평로] 미국, 때론 우리를 배신했다
조선일보 조중식 국제부장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루스벨트, 周恩來와 비밀 회담했던 키신저 
한국 농락했지만 노벨상 받아… 트럼프도 ‘배신의 노벨상’ 받나

 

▲조중식 국제부장

“조국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지키라는 부름에 응했던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미국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 공원에 새겨져 있는 글귀다. 6·25전쟁 당시 미국 군사 고문관 하우스맨의 회고록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하버드대학의 고풍 어린 예배당 벽에는 한국전에 목숨을 바친 하버드 출신 병사들 이름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미국은 한 도시에서 한 사람이 나올까 말까 한 ‘미국의 희망들’을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내보냈다.”

미국은 6·25전쟁에서 5만4000명의 목숨과 10만명의 팔다리를 한국을 위해 바쳤다. 절체절명의 순간 미국은 우리 은인이었다. 그렇다고 우리 역사에서 미국이 항상 은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1905년 9월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파견한 아시아 사절단이 대한제국을 찾았다. 고종과 대신들은 일본의 국권 침탈 위기 앞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에 따라 미국이 도와줄 것에 희망을 걸고 그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사절단장 윌리엄 태프트 전쟁부 장관이 일본에서 가쓰라 다로 총리와 ‘일본의 한국 지배를 승인한다’는 밀약을 이미 맺고 왔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사절단 방문 두 달 뒤 을사늑약이 체결돼 대한제국은 외교권을 일제에 빼앗겼다.

1950년 1월엔 미 국무장관 애치슨이 한국의 뒤통수를 쳤다. 미국의 극동 방위선을 알류샨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선으로 정한다는 ‘애치슨 라인’을 발표하며 한국을 방위선 밖으로 빼버렸다. 이것은 김일성이 남침 도발을 더 편하게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1971~1972년 미 국가안보보좌관 키신저는 중국 저우언라이(周恩來)와 가진 비밀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배타적으로 이익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키신저는 미군이 철수할 경우 일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상황도 거론했다. 키신저가 배석한 닉슨 대통령-저우 회담 때, 닉슨은 “남이든 북이든 코리안은 충동적인 사람들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충동적이고 호전적인 사람들이 사건을 일으켜 우리 두 나라를 곤궁에 빠트리지 않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고 했다. 한국이 빠진 자리에서 한국의 운명을 가지고 놀았다.

며칠 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국의 운명이 걸린 문제로 김정은과 회담한다. ‘일괄 타결’ ‘단시일 내 완전한 핵 폐기’를 공언해왔던 트럼프는 북한 김영철을 만나고 나선 말이 달라졌다. “6월 12일 정상회담은 하나의 과정이자 시작” “천천히 갈 수 있다”고 했다. ‘일괄’과 ‘단시일’은 없어지고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 폐기’ ‘천천히’에 가까워졌다. 그러면서 북핵 폐기와 북한 지원에 들어가는 돈은 “한국이 낼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미국의 목표는 우리가 앉아 있는 바로 이곳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발사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는 야릇한 말을 한 적 있다.

트럼프-김정은 회담에서 한국을 위협하는 북핵은 그대로 남겨두고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 핵무기만 제거하는, 우리로선 최악의 거래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의심은 괜한 것이 아니다. 그런 합의로 트럼프는 노벨 평화상을 받을지도 모른다.

대한제국을 배신했던 루스벨트는 러일전쟁 종결을 중재한 공로로 19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키신저도 월맹의 레 득 토 총리와 베트남전 종식을 위한 파리협정을 맺은 공로로 1973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 협정으로 미군은 베트남에서 철수했으나, 월맹은 2년 뒤 베트남을 침공해 함락했다. 협정은 사기였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03/2018060302237.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이건 트럼프황제에게 매우 불경한 소리. 만일 트황제 눈에 띌 때, 조선일보는 궁형을 면하기 어려울 텐데, 그 모든 것, 각오한 거겠다. 그토록 믿어 성원했던 홍준표마저 뒷방에 유폐된 신세가 되고 보니, 어차피 죽게 된 마당에 무슨 짓인들 못하랴 - 그런 것. 아하, 알겠다.  총대를 멘 조중식기자님, 무슨 말씀인가 알아듣겠는데, 이 기사를 제 시야에 가져다 놓은 어느 시민께서 이런 소감을 적어두었네요 - 미국은 때로 우릴 배신했지만, 조선일보는 언제나 우릴 배신했다. 아하!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2&table=domingo&uid=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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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없이 산 1년, 이렇게 먹고 살았습니다

[우리는 시골에서 살기로 했다⑤] 시골에서 했던 다양한 생계노동

18.06.05 07:31l최종 업데이트 18.06.05 07:31l

 

어른이 되면 당연히 도시에서 살 거라 생각하던 시골소년이 서울의 삶을 두고 다시 시골로 갔습니다. 소유의 땅도 집도 없고 가족이나 친척도 없는 강원도 홍천에서 짝꿍과 함께 자연농과 시골살이를 배우고 있습니다. 현실과 부딪치고 방황하는 젊은 부부의 작고 솔직한 시골 사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먹고 사는 문제다. 세상에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되랴. 서울에 살 때도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달 어김없이 나오는 월급이 있으니 적어도 굶을 걱정은 없었다.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도 당장 월급이 없어진다는 것일 거다. 익숙한 서울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일자리를 시골에서 구할 수 있을까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나도 그랬다. 그나마 짝꿍이 프리랜서 디자이너라, 시골에서도 온라인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우리는 처음 이주를 고민할 때부터 시골에서 직장생활을 할 마음이 별로 없었다. 그보다는 임금노동 시간을 줄여 다른 시간에 농사도 짓고 하고 싶은 일도 하는 삶을 꿈꾸었다. 당시엔 책을 읽기도 전이었지만, 시오미 나오키의 <반농반X의 삶>에 나오는 아이디어에 공감해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다. 

 

'반농반X'란 조그만 농사를 지어 먹을거리를 최대한 자급하고 자신의 재능을 살린 일을 부업처럼 하면서 그걸로 현금소득을 얻는 방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먹을거리를 상당부분 자급할 수 있어야 하고, 주 40시간 이상 긴 시간을 노동해야 하는 직장이 아닌 다른 일거리도 있어야 한다.

그럼 우리의 현실은 어땠을까? 돌아보니 그동안 이것저것 해본 게 꽤 된다. 처음 했던 것은 도시소비자에게 매주 보내는 채소꾸러미에 들어가는 진달래, 쑥, 아카시아(아까시나무)꽃 등을 따서 파는 일이었다. 근데 다 떠나서 일단 돈이 너무 안 됐다. 애초부터 돈보다는 일손을 돕는다는 느낌으로 했음에도 도저히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진달래와 쑥을 따는 데 걸린 시간과 그걸 따서 갖다 드리고 받은 돈을 계산해보니 시급이 3천 원도 안됐던 거다. 직접 맡아서 해보니 매주 꽤 오랜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에 비해 받는 돈은 생계에 보탬이 될 수준이 못 되니 월세라도 내려면 다른 일을 하는 게 맞았다. 

게다가 우리는 차도, 저장고도 없어서 곳곳으로 따러 다니고 옮기고 보관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남들은 일부러 꽃구경도 가는 마당에 꽃향기 맡으며 일한다는 건 꽤 즐거웠다. 그 덕에 진달래 화전도 한번 부쳐 먹고 말이다.
 

큰사진보기진달래화전 작년에 진달래 따서 팔면서 조금 남겨서 부쳐먹은 화전
▲ 진달래화전 작년에 진달래 따서 팔면서 조금 남겨서 부쳐먹은 화전
ⓒ 이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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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풀들을 식재료로 따서 파는 것은 관두었지만, 같은 시기에 시작한 꾸러미 택배 작업 돕는 일은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그 일도 처음엔 돈과 상관없이 시작한 일이었다. 일손이 부족한데 느긋하게 와서 점심 한 끼 같이 먹고 택배 싸는 일만 조금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말씀하셨다. 

아르바이트는 아니지만 서울에서 택배로 받아먹던 꾸러미 채소도 가져가라셨다. 돕는 의미로 했지만 그렇다고 계산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언니네텃밭에서 소비자들에게 보내는 친환경 먹을거리를 내 돈 주고 사려면 꽤 비싸다. 특히 달걀이나 두부, 우리가 키우지 않는 채소와 맛있는 완성품 반찬들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우리가 서울에서 받아먹던 꾸러미 일주일 치 소비자가격을 고려해보면, 들이는 시간에 비해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일주일에 하루 점심 얻어먹고 언니들과 수다 떨며 연고 없는 동네에서 이웃들과 친분까지 쌓는 걸 생각하면 완전 남는 장사다. 

그랬는데 이젠 일당까지 챙겨주신다. 꾸준히 와서 일을 하는데 무급노동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회의에서 많이 나왔단다. 이러니 손이 느려 큰 보탬도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오히려 죄송해지기까지 한다.
 

큰사진보기꾸러미 택배 싸는 일 언니네텃밭에서 꾸러미 택배 싸는 일을 돕고 있다.
▲ 꾸러미 택배 싸는 일 언니네텃밭에서 꾸러미 택배 싸는 일을 돕고 있다.
ⓒ 김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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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로 했던 일은 품팔이였다. 품앗이는 많이 들어봤어도 품팔이는 생소했는데 시골에 오니 비교적 흔한 일자리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시켜주는 건 아니다. 농장주 입장에서도 하루 치 일당이 아깝지 않은 베테랑들을 써야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품팔이 자주 다니는 할머니들께서 일하시는 걸 보면 손이 안 보일 지경이다. 그걸 보고 있으면 아무리 20대 남성이라곤 해도 내가 과연 어디 가서 품팔이를 하고 돈을 받아도 되는 걸까 싶어진다. 체격이 더 건장했거나 체력이라도 더 키우면 일당을 더 받는 힘쓰는 일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나는 이도 저도 아니다. 

그래도 한번은 어떻게 기회가 생겨 한살림생협에 유기농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부님 하우스에서 품팔이를 하게 됐다. 짝꿍과 친구들과 함께였다. 원래는 배추를 수확하는 일을 하기로 했는데, 무더운 날씨에 배춧속이 상해버렸다. 그래서 하우스 안에 가득한 다 큰 배추들을 트랙터로 갈아엎기 위해 그냥 마구 뽑아버리는 일로 바뀌었다. 

그 많은 배추를 그냥 버릴 수밖에 없다니 너무 안타까웠다. 사실 상한 부분은 얼마 되지 않아서 그 부분만 도려내면 먹을 수 있는데, 판매용으로 키운 것이고 한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양도 아니라서 팔 수 없는 건 바로 폐기되는 것이다. 그 일을 다 하고 나서는 다른 하우스에서 양파를 뽑아냈다. 양파도 다 자라서 수확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 거길 갈아엎고 그 자리에 다른 걸 심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판단으로 그나마 좀 큰 것은 모으고 자잘한 건 버리는 일이었다.

확실히 전업농 규모의 농사는 우리가 하는 농사와는 여러모로 달랐다. 농부님들이 우리 밭을 보고 소꿉장난이라 느끼시는 것도 이해가 됐다. 그날 일당은 일하기 전에 약속했던 대로 각자 5만 원씩 받았다. 다들 워낙 초짜라서 시세에 비해 많은 금액을 받을 순 없었다. 하지만 맛난 밥과 참도 주시고 끝나고서도 집에 가져가 먹으라며 각종 채소를 잔뜩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그날 일은 몸이 고되기도 했지만, 하필 다 자랐거나 한창 자라고 있는 작물들을 버리는 일만 종일해서 그런지 뿌듯함보다 찜찜함이랄까 아쉬움이랄까 하는 느낌이 남았다. 그 뒤로 아직까지는 농사일 품팔이를 해볼 기회도 없었고, 우리도 적극적으로 찾지는 않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했다. 둘 다 서울서도 해보지 않은 걸 한 시간에 버스 두 대 다니는 이 동네에서 해보게 됐다는 게 재밌다. 가까운 곳에 큰 군부대가 있기에 먹고 사는 편의점이다. 실제로 손님 대부분이 근처 부대에서 일하는 군인들이었다. 편의점을 맡아 운영하시던 분이 임신을 하셔서 급하게 아르바이트를 구한 것이었는데, 장사도 잘 안 되고 하여 우여곡절 끝에 한 달 만에 잘렸다. 

갑자기 잘려서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잘된 것 같다. 오후부터 자정까지 주 5일 일했는데 물류 차가 늦으면 새벽 1시가 다 되어 끝날 때도 많았다. 여름이라 더워지기 전 새벽에 농사일을 해야 하는 시기라 같이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 뒤 몇 달 동안은 짝꿍의 아르바이트가 우리 부부의 가장 큰 수입원이었다. 동네 초등학교 셔틀버스 동승보호자 일이었다. 아침에 등교할 때 한 시간, 오후에 하교할 때 한 시간씩 하루에 두 시간 일하는데 출퇴근을 두 번씩 해야 했다. 

시급도 1만 원으로 꽤 높았고 육체적으로 고된 일도 아니라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아침에 갔다가 다시 왔다가 뭔가를 하다가 다시 또 가야한다는 게 꽤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다. 올해 2월 말에 학교와의 계약이 종료되기도 했고 짝꿍이 열매하나 출판사와 함께 그림과 글이 들어가는 책을 쓰기로 해서 그 작업과 올해 농사에 집중하기 위해 그만두었다.

그 사이에 나는 한살림생협에 들어가는 절임배추 만드는 일도 했다. 수확해온 배추를 다듬고 소금물에 하루를 절인 뒤 깨끗하게 씻고 손질해서 포장하는 일이었다. 2주간 하려고 했는데 몸 관리를 잘못하여 앓아눕는 바람에 이틀밖에 못 했다. 납품기일을 맞추려다 보니 밤늦게까지 작업하는 일이 잦았다. 

처음 일하러 갔던 날은 날짜가 바뀌고서야 집에 들어왔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너무 늦게 끝나서 깜짝 놀랐다. 그러고 다음 날 아침 8시에 다시 일하러 갔다. 다행히 다음날은 6시에 끝났다. 그렇다고 전체 작업이 그때 끝난 것은 아니다. 내가 맡은 부분에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던 것뿐이고 박스에 포장하는 분들은 그날도 밤늦게까지 일하셨단다. 시급은 야근한 시간까지 꼼꼼히 체크하고 시간당 만 원씩 주셔서 이틀밖에 일 안 했는데도 겨울철 난방비에 큰 보탬이 됐다.
 

학원의 어린이날 풍경 일하고 있는 학원에서 어린이날이라고 선물을 준비하셨다.
▲ 학원의 어린이날 풍경 일하고 있는 학원에서 어린이날이라고 선물을 준비하셨다.
ⓒ 김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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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보니 그동안 먹고 살려고 이것저것 해봤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난다. 지금은 읍내에 있는 학원에서 일주일에 두 번 중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지난주엔 동네 이웃분이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의 과외를 부탁하셨다. 처음엔 주말에 수학, 영어 두 과목을 과외해달라고 하셔서 고민 끝에 거절을 했다. 

그랬는데 다시 연락이 와서는 평일에 수학 한 과목만 해달라며, 동네에 과외를 해줄 만한 사람이 없다고 간곡히 부탁하셔서 결국 해보기로 했다. 덕분에 졸업 후 십 년 만에 처음으로 고등학교 수학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실 학원 강의나 과외는 시골에서 살아보자는 고민을 할 때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먼 일거리다. 그렇지만 별 기술도 없는 내가 나름 농사도 지으면서 적은 시간을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다. 또 다른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일에서도 보람과 재미를 찾고 싶다. 

무엇보다 이 일로 매주 나와 만나고 있는 나보다 조금 더 어린 사람들에게 즐거움이나 도움을 주진 못 할망정 폐는 끼치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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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늘소 미스터리 풀렸다…“중남미 종과 같은 핏줄”

장수하늘소 미스터리 풀렸다…“중남미 종과 같은 핏줄”

조홍섭 2018. 06. 04
조회수 1093 추천수 0
 
세계 23종 중 22종 중남미 열대림에
직계 아시아존만 온대우림 ‘수수께끼’
베링 해 육지였을 때 연결 증거 확인
 
자연사 증명하는 ‘살아있는 유적’
자연림 감소에 로드킬·채집 위협
광릉숲서 증식 성공…곧 방사한다

 

l2.jpg» 먹이로 제공한 젤리를 먹는 장수하늘소 수컷. 국립수목원에서 인공증식한, 짝짓기를 마친 성체이다. 조홍섭 기자
 
장수하늘소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곤충이다. 갑옷과 투구를 갖춘 장수 같은 육중한 몸집에 길이도 10㎝ 넘게 자란다. 그러나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성충은 짝짓기와 산란을 1~2개월 동안 서둘러 마치고 죽는 덧없는 존재일 뿐이다. 장수하늘소의 본령은 나무 깊숙이 파고들어 썩은 나무를 갉아먹으며 5~7년, 추운 곳에서는 20년까지 사는 애벌레라고 할 수 있다. 애벌레도 어른 손바닥만큼 크다.
 
장수하늘소는 그 희귀성 때문에 일찍이 1968년 곤충으로선 처음으로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됐다. 붉은점모시나비 등 다른 5종과 함께 곤충 가운데 보존 등급이 가장 높은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남한에선 경기도 포천의 광릉숲이 유일한 서식지이다. 오대산 소금강을 비롯해 강원도 춘천·화천·양구, 북한산 등에 분포한 기록이 있지만 1970년대 중반 이후 이 대형 딱정벌레가 확인된 곳은 광릉숲밖에 없다.
 
 2014년부터 4년 연속 장수하늘소가 출현한 국립수목원은 올해도 나타날 것으로 보고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이승규 국립수목원 곤충 분류연구실 박사는 “성충은 7~8월이 돼야 나오기 때문에 서어나무 등에서 애벌레가 나무를 뚫고 탈출한 흔적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l3.jpg» 장수하늘소 애벌레. 썩어가는 고목 심부로 파고들어 5∼7년, 길게는 20년까지 자란다. 사람에 의해 훼손되지 않은 자연림에서만 애벌레가 자랄 수 있다. 국립수목원 제공.
 
6천만년 전 ‘베링육교’ 통해 연결
 
장수하늘소는 한반도와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부에 분포한다. 이 곤충의 표본을 전수조사해 분포지역을 과학저널 <주탁사>(Zootaxa) 최근호에 보고한 이대암 영월곤충박물관장(곤충 생태학 박사)은 “1899년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처음 발견된 뒤 100여년 동안 러시아에서 확보한 장수하늘소 표본이 100개 남짓할 정도로 드문 곤충”이라며 “현재 가장 많이 분포하는 곳은 북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무르 강과 하바롭스크 등 연해주 북부까지 서식하고 남한의 광릉숲이 분포의 남방한계라면 장수하늘소는 추운 곳에 주로 서식하는 곤충일까. 이 관장은 “그동안 장수하늘소는 북방계 곤충으로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사라진다고 보는 게 통념이었지만 최근 계통지리학 연구로 그것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l4.jpg» 김상일 연구원 등이 표본을 분석한 장수하늘소 속 딱정벌레의 분포지역. 베링 해가 육지였을 때 환태평양 분포를 이뤘다. 김상일 외 (2018) ‘분자 계통 유전학 및 진화’ 제공
 
김상일 미국 하버드대 진화생물학과 박사과정 연구원 등 한국과 미국 연구자들은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동아시아의 장수하늘소가 중남미 장수하늘소와 같은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자매’ 관계임을 증명했다. 장수하늘소 속(屬)에는 23종이 있는데 동아시아의 장수하늘소를 뺀 나머지는 모두 멕시코와 중남미, 카리브래 등에 분포한다. 어떻게 한반도와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에 직계 조상에서 유래한 같은 혈통의 장수하늘소가 분포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장수하늘소가 속한 톱하늘소 아과에 속한 종들에 대한 유전자와 관련 화석을 분석해 동아시아와 아메리카 장수하늘소의 공통조상이 6천만년 전 동아시아에서 베링 해를 거쳐 남아메리카까지 띠 형태로 이어진 환태평양 분포를 이뤘을 것이란 결론을 얻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베링 해가 육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베링기아’로 불리는 육교로 유라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이 이어져 연속적인 생물 분포를 이뤘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분자 계통 유전학 및 진화> 최근호에 실렸다.
 
3400만년 전 지구 기온이 한랭화하면서 베링육교의 ‘북극 열대’가 사라지면서 아시아와 아메리카의 장수하늘소는 각각 독립된 진화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주 저자인 김상일 연구원은 “베링기아는 중생대 백악기 중기에 형성되어 신생대 플라이오세까지 계속 존재했고 장수하늘소는 유라시아의 구 북구 동부와 베링기아,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 분포했던 것을 보인다”며 3500만년 전에는 지구 전체가 아열대와 열대 기후로 북극지방 주변까지 열대성 동·식물이 분포했다”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최근 캐나다 고지대에서 야자잎만 먹는 딱정벌레 화석이 발견된 것도 그런 증거로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이처럼 베링기아를 통해 환태평양 분포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진 동물로 부전네발나비과, 장님도매뱀과, 사랑부전나비속 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부분의 장수하늘소가 중남미의 열대우림에 사는 데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다. 연구자들은 “동아시아의 장수하늘소 조상도 중남미처럼 따뜻한 서식지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동아시아의 장수하늘소가 왜 이렇게 희귀한지를 설명하는 단서도 된다. 이대암 관장은 “인위적인 요인 이전에 애초 기후대가 번성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차츰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l1.jpg» 경기도 포천 광릉숲에서 관찰된 장수하늘소. 2014년 이후 해마다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장수하늘소가 열대우림에 적응한 곤충이라면 왜 동남아에는 살지 않을까. 김 연구원은 “중국 남부와 동남아 열대우림에도 장수하늘소가 충분히 서식할 수 있으나 장수하늘소와 비슷한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는 대형 하늘소 종이 이미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장수하늘소가 저위도 지방으로 퍼져나가는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의 장수하늘소는 중·남미 종과 조사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서 불과 7∼9%의 차이만 보였다. 김 연구원은 “동북아에 서식하는 종의 최 근연종이 중·남미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진화학적 의미 있다”며 “만일 동북아의 장수하늘소가 이미 멸종했더라면 장수하늘소가 아시아에 한때 서식했다는 사실 자체가 확인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로 한국의 장수하늘소가 계통진화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종임이 드러났으므로 보전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라고 덧붙였다.
 
토종 증식해 광릉숲 방사 예정
 
사육과정별+사진.jpg» 장수하늘소의 한살이. 국립수목원과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증식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국립수목원 제공.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장수하늘소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연구자들은 종 분포 모델링을 통해 “지구온난화에 따라 서식지가 확장되겠지만, 동아시아의 급속한 개발로 자연림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인위적 요인을 고려하면 장수하늘소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장은 “장수하늘소는 유충이 장기간 갉아먹으며 살아갈 죽어가는 신갈나무나 서어나무 거목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300년 이상 된 자연림은 거의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변봉규 한남대 교수는 “장수하늘소 성충은 불빛에 유인돼 숲 밖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어 차량에 치이거나 고가의 표본을 노린 불법포획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립수목원과 국립생물자원관은 장수하늘소를 단기간에 인공증식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 둔 상태이다. 그런데 도입한 알이 중국산이어서 복원이 아니라 생태연구에 주로 쓰이고 있다. 문화재청과 함께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립수목원은 2년 전 국내에서 확보한 장수하늘소 알을 이용한 증식에 성공해 광릉숲에 방사할 예정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Il Kim, S., De Medeiros, B.A.S., Byun, B-K., Lee, S., Kang, J-H., Lee, B., Farrell, B.D., West meets east: How do rainforest beetles become circum-Pacific? Evolutionary origin of Callipogon relictusand allied species (Cerambycidae: Prioninae) in the New and Old Worlds, Molecular Phylogenetics and Evolution (2018), doi: https://doi.org/10.1016/j.ympev.2018.02.01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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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만행 폭로한 일본인 그가 기억하는 지옥섬의 진실

선감도의 비극 알린 이하라 히로미츠씨

18.06.04 08:07 | 글:정대희쪽지보내기|편집:장지혜쪽지보내기  

▲ 선감도의 비극을 알린 이하라 히로미츠(84) 씨. 그는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처음 세상에 알린 일본인이다. ⓒ 정대희


여든넷의 일본인이 무릎을 꿇었다. 한국의 전통 제례복 차림이었다. 그가 내디디고 있는 땅에서 어린 소년의 꽃신이 발견됐다. 암매장된 아이의 것이었다. 백발의 그가 제사상에 술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고개 숙인 머리 앞에 봉분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대한해협을 건너온 그는 이렇게 어린아이들의 넋을 기렸다. 

그의 이름은 이하라 히로미츠(84)다. 어린 소년들이 묻힌 땅은 경기도에 있는 선감도다. 지난달 26일,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산 37-1번지에서 선감학원 희생자 추모 위령제가 열렸다. 선감도의 비밀, 감춰진 소년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옛 선감학원 터에서 이하라 히로미츠씨를 만났다. '선감학원'은 일제가 1942년, 선감도에 세운 소년 강제수용소다. 수많은 아이가 여기로 끌려와 노역을 살고,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아무렇게나 땅에 묻혔다. 그는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처음 세상에 알린 일본인이다. 

선감학원은 지금 경기창작센터로 변했다. 전시사무동 옆 나무 밑, 야외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폈다. 그가 기억하는 선감학원의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일제가 어린아이들에게 가한 서슬 퍼런 폭력의 역사이기도 하다. 진실규명을 위해 그가 입을 열었다. 통역은 신혜란 한양대학교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가 맡았다.

"선감도... 내겐 천국, 아이들에겐 지옥"
 

▲ 선감도의 비극을 알린 이하라 히로미츠(84) 씨. 그는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처음 세상에 알린 일본인이다. ⓒ 정대희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다. 옛날이 그립다."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고향"이란 단어를 내뱉은 건, 선감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서다. 그는 지난 1943년, 선감학원 부원장으로 발령이 난 아버지를 따라 여기로 왔다. 이후 10살까지 살다가 일본 요코하마로 건너갔다고 했다. 

여기선 행복했으나 거기선 불행했단다. 고국으로 돌아간 그는 학교에서 "이지메(왕따)"를 당했다. 한국에서 살다 온 게 이유였다.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선감도에서 즐거웠던 추억이 떠올랐다. 괴로울 때마다 이런 기억을 꺼냈다. 그제야 생각났다. 선감학원에 갇혀 있던 또래 아이들의 얼굴이. 

"학교에 다니면서 굉장히 부조리하게 왕따를 당했다. 이런 일을 겪다가 보니, 선감도에 있던 아이들도 어떻게 보면, 일본군에게 부조리하게 왕따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들의 마음에 동감하게 됐다. 내겐 천국이었던 곳이 어린아이들에겐 지옥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다. 지옥 섬에서 목격한 걸,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책을 좋아하던 문학 소년은 트럭 운전을 하며, 작가를 꿈꿨다. 머릿속에 묵혀두었던 기억을 꺼내 글로 옮겼다. 생생한 현장을 담아내기 위해선 한국에, 선감도에 가야 했다. 뾰족한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그건, 운명 같은 만남이었다.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단다. "아버지의 제자"라고 했다. 한국에 온다면, 취재를 도와준다고 했다. 선감도에 간다면, 따라 나서준다고 했다. 이렇게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아버지가 선감학원에 발령받기 전, (북한) 원산에서 교사였다. 이때 가르쳤던 제자가 수소문 끝에 연락을 해왔다. 일본에 가는데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이 편지를 어머니가 받았고, 나에게까지 전달됐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조 박사'라는 사람이었는데, 선감도를 취재하고 싶다니 한국에 온다면 얼마든지 도와준다고 했다. 

아버지는 생전에 선감학원에 대해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일본으로 돌아오고 10년 후 돌아가셔서 아무것도 물어볼 수도 없었다. '조 박사'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일을 겪으니, 아버지가 말은 안 했지만 나를 통해서 선감도에서 벌어진 비극을 세상에 알리려고 한 게 아닌가 싶다."    

44년만의 기록을 소설 형식으로 쓴 까닭
 

▲ 선감도의 비극을 알린 이하라 히로미츠(84) 씨. 그는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처음 세상에 알린 일본인이다. 그가 옛 선감학원 운동장에 섰다.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목격한 소년 수용소의 이야기를 증언했다. ⓒ 정대희


지난 1980년 5월, 어렵게 찾은 한국은 예전과 달랐다. 계엄령이 발령된 상태였다. 험악하고 삼엄한 분위기에 그는 두려웠단다. 한 번은 간첩 누명을 쓰고 경찰에 붙잡혔다.

배에서 내리니 경찰이 다가왔다. 지난 1981년, 선감도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선감도에 사는 친구가 "여기서(선감도) 사진 찍으면 잡혀간다"라고 했는데, 빈말이 아니었다. 경찰에 체포돼 파출소로 끌려갔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으니 누군가 밀고를 한 거다. 간첩이라고. 배를 타고 섬을 빠져나오는데,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다. 붙잡혀 실랑이하다가 카메라 필름을 빼버리고 때마침 오는 버스에 올라타 도망갔다. 

이번에는 경찰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정거장에 도착했는데, 경찰차 두 대가 버스를 가로막았다. 다시 파출소로 끌려가 신체검사까지 받았다. 다행히 선감도에 사는 친구와 지인이 적극적으로 대변해줘서 풀려났다." 

아찔한 경험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포기할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그는 선감도의 비극을 알리기 위한 취재를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1989년까지 수차례 한국을 찾았고, 그해 12월 책 <아! 선감도>가 출판됐다. 선감도를 떠난 지 44년 만이었다.

"일본 사람들에게도 선감도에서 일어난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책에 담은 내용을 대자보로 만들어서 집 앞 담벼락에 걸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가까운 형제, 친척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인터넷에 제 이름을 검색해보면 알 텐데, 저를 향한 나쁜 기사가 많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어느 나라 사람이건 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나의 신념을 이해하고 도와준 건, 한국 사람들이다. 이런 일본인도 있다는 걸 알아줘서 굉장히 고맙다. 한국에 대한 사랑 잊지 않고 기억할 거다. 그리고 오랜 시간 트럭운전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무사고로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어린 영혼들이 날 지켜주고 있어서란 생각이 든다."

- 책 <아! 선감도>는 얼마나 현실을 반영했나?
"거의 논픽션으로 썼다. 소설이라고 이름 붙인 건, 최후의 보류 장치다. 일본이나, 한국에 민감한 사안이라 문제가 되면 도망치기 위해서 '소설'이라고 한 거다. 퍼센트로 따지면 70%가 진실이고, 30%가 픽션이다."  

70%의 진실
 

▲ 선감도의 비극을 알린 이하라 히로미츠(84) 씨. 그는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처음 세상에 알린 일본인이다. 그가 위령비 앞에 섰다. 이걸 세우려고 그는 대한해협을 수차례 오갔다. 어린 영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다. ⓒ 정대희


70%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가 목격한 선감도의 비극이 궁금했다. 그가 기억하는 지옥 섬에 사는 어린 소년은 이랬다.

"저기(경기창작센터 앞에 보이는 마을 근처)에 포도밭이 있었다. 거기에 '피병자 수용소'라고 병에 걸린 아이들이 있었는데, 열 살이나 열두 살 된 소년과 자주 마주쳤다. 눈만 크고 깡마른 아이였다. 쭈그려 앉아 있었는데,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리저리 팔을 흔들며, 손가락질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과거의 선감도 풍경을 불러오느라 온몸을 썼다. 이런 손가락 끝에, 온몸으로 표현한 장소에 봉분이 있던 야산이 있었다.

"어린아이들을 관에 넣어서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 어떻게 죽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어머니가 말하길 어린아이들이 물에 빠져서 죽고, 병이 나서 죽었다고 했다."

여기선, 정진각 안산지역소장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선감학원의 진실을 파헤친 사람이다. 이하라 히로미츠의 증언을 기록하고 그와 함께 감춰진 소년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다. 

강제노역과 굶주림. 정 소장이 추정하는 소년들의 죽음이다. 강제노역에 시달리던 아이들이 섬을 탈출하려고 바다를 건너다가 물에 빠져 숨을 거뒀다는 거다. 굶주림에 허덕이다가 잠들어 그대로 깨지 못했다는 거다. 박정희 정부 때도 이런 일이 반복됐다고 한다. 

[관련 기사] 선감도의 비극... 바다로 뛰어든 고아들 

이게 다가 아니다. 이하라 히로미츠씨가 죽도를 든 자세를 취했다. 주먹을 위아래로 쌓고 손목을 앞뒤로 흔들며, 죽도를 내리치는 시늉을 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죽도로 어린아이가 맞는 거를 봤다. 선감학원 원장선생님 집에서다. 그 앞이 대부도 소학교 선감분교였다. 공부하고 있으면, 매 맞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소리를 듣고 상상이 됐다. 강제노역에 지친 뼈만 앙상한 아이가 매타작을 당하는 게. 반대로 머리로는 그릴 수 없는 게 있었다. 아이들이 겪은 고통이다.

- 어린 소년들의 강제노역을 목격한 적은 없나?
"여기(경기창작센터 앞터)서 아이들이 농사를 지었다. 논에서 모내기를 한다거나 밭에서 일을 했다. 운동장을 만든다고 흙을 잔뜩 퍼나르는 것도 봤다. 바다에서 고기도 잡았다. 갯벌에 쳐놓은 그물에서 생선을 빼서 가는 걸 봤다. 바지락이랑 맛도 캤다. 그땐 그게 강제노역인 줄 몰랐다."

- 황민화 교육을 받는 걸 본 기억은 없나?
"나무를 총 모양으로 깎아서 훈련했다. 소리도 내지르고 그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군인으로 키우려고 그랬던 것 같다. 그때가 전쟁이 끝날 무렵이었으니 인적자원이 필요했을 거다. 군인 양성하려고 훈련을 한 거다. 하지만 행동을 보면, 강제노역에 지치고 못 먹어서 체력이 말이 아니었다."

풀리지 않은 비밀, 진실 규명해야
 

▲ 일제 강점기 선감학원 ⓒ 홍석민


여기까지다. 지난달 26일 이하라 히로미츠씨가 들려준 선감학원의 비극은. 그는 "내년에 다시 만나자"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옛 선감학원을 떠났다. "일본에서 살 때 선생님께(이하라 히로미츠) 신세를 많이졌다"는 부산에서 온 중년 남성의 자동차를 타고 경기창작센터를 빠져나갔다.

그 시각, 군사독재 정권 시절 선감학원에 강제로 끌려왔던 소년들은 경기창작센터 전시사무동에서 선감학원 피해자 총회를 했다. 국가폭력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스스로 나선 거다.

선감도의 비밀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일제와 군사독재 정권은 40년 동안 어린 소년들을 강제로 끌어가 노역에 동원했다. 어린아이들을 몽둥이로 다스리고 숨을 거두면 아무렇게나 땅에 묻었다. 인권유린의 땅이자 생지옥 섬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젠 국가가 나서서 진실을 밝혀야 하는 일만 남았다.

끝으로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선감도에 강제로 끌려온 첫 번째 아이들이다. '부랑아'로 취급돼 길거리에서 붙잡혀온 소년들이다.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은 몰랐을 것이다.
그들 앞에 펼쳐질 일들을.
 

▲ 선감도에 1942년 소년 강제 수용소 선감학원이 문을 열었다. 사진은 첫 번째 원생들이 대부도 진두포구에 도착한 모습 ⓒ 이하라 히로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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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마음 사로잡은 특사파견과 친서외교

<개벽예감 301> 트럼프의 마음 사로잡은 특사파견과 친서외교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06/04 [08:45]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중대현안 논의하지 않은 조미고위급회담

2. 친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흥분한 트럼프 

3. 조미정상회담 성사과정은 ‘유훈관철과정’

4. 트럼프의 파격행동, 무슨 뜻인가?

5. 최대압박 중지와 제재 해제 언급한 트럼프

6. 조미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질 “대단한 타협”

7. 최소강령과 최대강령, 단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1. 중대현안 논의하지 않은 조미고위급회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파견한 김영철 특사가 2018년 5월 30일 뉴욕에 왔다. 김영철 특사와 수행원들은 중국 베이징을 떠난 중국국제항공(Air China)편으로 뉴욕에 있는 존 에프 케네디(John F. Kennedy)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백악관은 뉴욕에 도착한 김영철 특사를 국빈급 의전과 경호로 영접하였다. 미국의 언론매체들은 백악관이 전례 없는 특급 의전으로 김영철 특사를 맞이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뉴욕에서 김영철 특사의 첫 일정은 2018년 5월 30일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국무장관이 마련한 환영만찬에 참석한 것이었다. 환영만찬은 맨해튼 38가에 있는 유엔주재 미국차석대사의 관저에서 당일 오후 7시부터 약 90분 동안 진행되었다. 김영철 특사의 미국 방문을 환영하는 만찬이었으므로, 팜페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특사 두 사람만 만찬에 참석하였다. 

 

그런데 환영만찬에 통역이 필요하였다. 김영철 특사는 자신을 수행하는 통역관을 환영만찬에 동석시켰고, 팜페오 국무장관은 우리말을 잘 하는 앤드루 김(김성현)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를 환영만찬에 동석시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환영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8년 5월 30일 김영철 특사의 미국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팜페오 국무장관이 마련한 환영만찬 장면이다. 환영만찬은 뉴욕 맨해튼 38가에 있는 유엔주재 미국차석대사의 관저에서 약 90분 동안 진행되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였다. 조선측에서는 김영철 특사와 통역관이, 미국측에서는 팜페오 국무장관과 앤드루 김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가 환영만찬에 참석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튿날인 5월 31일 김영철 특사는 둘째날 방미일정을 진행하였다. 전날 저녁 환영만찬을 나눈 그 장소에서 조미고위급회담이 열렸다. 회담은 오전 9시 5분경에 시작되어 오전 11시 25분경에 끝났다. 회담시간이 예상한 것보다 짧아진 까닭은 김영철 특사의 방미목적이 팜페오 국무장관과 회담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에게 전하고 대통령과 회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김영철 특사와 팜페오 국무장관이 진행한 고위급회담에 참석한 조선측 배석자는 김성혜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조선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이다. 미국측 배석자는 앤드루 김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와 마크 램벗(Mark Lambert) 국무부 코리아과장이었다. 양측 통역관도 각각 한 사람씩 참석하였다. 이처럼 조선외무성에서 부상급 인사가 아닌 국장급 인사가 배석하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보좌하는 통일전선책략실장이 배석하였으며, 미국 국무부에서도 차관급 인사가 아닌 과장급 인사가 배석한 것을 보면, 5월 31일 뉴욕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은 중대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전날 저녁 환영만찬이 있었던 장소에서 2018년 5월 31일에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 장면이다. 사진 오른쪽 앞에서부터 최강일 조선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 김영철 특사, 통역관, 김성혜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순으로 앉았고, 맞은 편에 마크 램벗 국무부 코리아과장, 팜페오 국무장관, 통역관, 앤드루 김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 순으로 앉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3류 소설’을 제멋대로 써갈기는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뉴욕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양측이 “비핵화 해법을 놓고 탐색전을 벌였을 것”이라느니, 또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을 것”이라느니, 또는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담판을 시도하였다”느니 하는, 말도 되지 않는 별별 억측을 다 늘어놓았다. 특히 <연합뉴스> 취재기자는 한 술 더 떠서 “미국은 이날 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시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보장과 북한의 경제적 번영지원 등을 약속하며 북한의 확고한 결단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써갈겼으니, 이것은 ‘3류 소설’도 되지 못한 유언비어로 들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악관에 특사를 파견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한 것은 조미정상회담 의제가 오래 전에 확정되었음을 의미한다. 만일 조미정상회담 의제가 확정되지 않았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를 실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미정상회담 의제는 언제 확정되었나? 2018년 5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을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에서 접견하고 두 차례 진행한 회담에서 이미 확정되었고, 당시 김영철 조선로동당 부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별도로 진행한 두 차례 회담에서 조미정상회담 의제에 관한 세부적인 토의까지 마쳤다. 이에 관해서는 2018년 5월 21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나의 글 ‘비밀에 쌓인 조미정상회담 핵심의제,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다’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그런데 이처럼 명백한 사실을 한 달이 지나도록 알지 못한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조미정상회담 의제가 아직 확정되지 못한 것으로 착각하고, 이번에 뉴욕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양측이 ‘탐색전’, ‘신경전’, ‘담판’을 벌였을 것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억측을 늘어놓았으니,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보도행태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 친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흥분한 트럼프 

 

김영철 특사의 방미일정 중에 가장 중요한 일정은 백악관 방문이었다. 2018년 6월 1일 오전 6시 50분경 김영철 특사와 수행원들은 두 대의 의전차량을 타고 경호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맨해튼을 출발하여 워싱턴으로 향했다. 맨해튼에서 워싱턴까지 차로 이동하는 시간은 약 4시간이다. 

 

오후 1시 12분경 김영철 특사와 수행원들이 탄 두 대의 의전차량이 백악관 경내에 들어서자, 존 켈리(John F. Kelly) 백악관 비서실장이 문 밖에 나와 김영철 특사를 영접하고 대통령 집무실로 안내하였다. 수행원들은 김영철 특사와 함께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대기하였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김영철 특사를 접견하는 시간이 대략 10~15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백악관의 예상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김영철 특사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약 80분 동안 회담하였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6월 1일 김영철 특사 일행이 탄 두 대의 의전차량이 백악관 경내에 들어서자,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문 밖에 나와 김영철 특사를 영접하고 대통령 집무실로 안내하는 장면이다. 특사의 수행원들은 김영철 특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대기하였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김영철 특사를 접견하는 시간이 대략 10~15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백악관의 예상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80분 동안 김영철 특사를 접견하고 회담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영철 특사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정중히 전하였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열어보지도 않고 흥분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흥분한 그는 친서를 두 손으로 정중히 받쳐 들고 환하게 웃으며 김영철 특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마치 교장선생님이 안겨준 표창장을 받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중학생처럼...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 국가수반들로부터 친서들을 많이 받지만,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친서를 두 손으로 정중히 받쳐 들고 특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전례는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아들고 흥분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를 얼마나 고대하는지 말해준다. <사진 4> 

 

▲ <사진 4> 김영철 특사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정중히 전하였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열어보지도 않고 흥분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친서를 두 손으로 정중히 받쳐 들고 환하게 웃으며 김영철 특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마치 교장선생님이 주는 표창장을 받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중학생처럼...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흥분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를 얼마나 고대하는지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특사와 회담을 마치고 그와 수행원들을 배웅한 직후 백악관 마당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 친서는 매우 좋은 친서다. 기자 여러분들은 그 친서에 무슨 내용이 쓰여 있는지 직접 읽어보고 싶나? 얼마나 보고 싶은가? 얼마나 보고 싶어?”라고 말하면서 흥분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곧이어 그는 “나는 일부러 그 친서를 열어보지 않았다. 나는 국장(김영철 특사를 정찰총국장으로 생각하여 그렇게 지칭함-옮긴이) 앞에서 친서를 열어보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친서를 열어보기 바라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나중에 읽어봐도 된다고 대답했다. 내가 보기에 그 친서에 놀라운 내용이 들어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있을까? 국가수반이 보내온 친서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법이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내용도 알 길이 없지만,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리는 그 친서에는 “(조미)정상회담을 향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조치와 함께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내용이 들어있다”고 백악관 출입기자에게 귀띔해주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친서에서 조미관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였을 것이고, 조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성사되기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기념사진을 들여다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두 손으로 받쳐든 친서겉봉이 유별나게 크다. 그렇게 큰 겉봉에 들어있는 친서의 크기도 그만큼 클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의 크기가 그처럼 유별나게 큰 까닭은, 절반을 접지 않는 표창장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절반을 접는 형태였으므로, 그렇게 크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표창장만큼 유별나게 큰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것에는, 검은 이익집단의 조미정상회담 방해책동을 물리치고 정상회담을 살려낸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를 표창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3. 조미정상회담 성사과정은 ‘유훈관철과정’

 

김영철 특사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한 뒤에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였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배석하였다.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 국가수반이나 특사와 회담할 때 국무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것이 백악관의 관례이건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특사와 회담할 때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을 배석시키지 않았다. 얼마 전, 조미정상회담 방해책동으로 광분하며 조선을 향해 폭언을 늘어놓았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조선의 첫 번째 혐오대상이라는 사실을 아는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분위기를 고려하여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회담에 배석시키지 않고 팜페오 국무장관만 배석시킨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조미정상회담 방해책동에 부화뇌동했던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회담에 배석시키지 않았다. 백악관의 관례를 벗어나 자기 측근들을 회담에 배석시키지 않으면서 온화한 회담분위기를 조성한 트럼프 대통령의 배려가 보인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영철 특사와 회담하는 장면이다. 사진 오른쪽에 미국측 통역관, 팜페오 국무장관, 김영철 특사, 조선측 통역관 순으로 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의 관례를 벗어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그 자리에 배석시키지 않고, 팜페오 국무장관만 배석시켰다. 볼턴은 얼마 전 조미정상회담 방해책동으로 광분하며 조선을 향해 폭언을 늘어놓았고, 켈리는 조미정상회담 방해책동에 부화뇌동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일부러 배석시키지 않은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주목되는 것은, 미국 대통령이 외국 특사를 만나 80분 동안 회담한 전례가 없다는 사실이다. 2018년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시간은 약 21분밖에 되지 않았다. 2000년 10월 10일 조명록 특사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 대통령에 전하고, 약 45분 동안 회담하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특사가 매우 이례적으로 80분 동안 회담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를 얼마나 고대하고 있으며,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영철 특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입장을 전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조미관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확고한 입장을 이미 팜페오 국무장관의 방북보고를 통해 들은 바 있지만, 이번에 김영철 특사를 통해 직접 확인한 것이다. 김영철 특사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사와 의지를 직접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받아들 때처럼 흥분하였을 것이다. 회담시간이 그렇게 길어진 까닭이 거기에 있다. 

 

김영철 특사의 백악관 방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파견한 조명록 특사가 2000년 10월 10일 백악관을 방문한 때로부터 18년 만에 이루어진 쾌거다. 당시 조명록 특사는 미국 국무부 청사를 먼저 방문하여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K. Albright) 국무장관과 회담한 직후 자신이 입은 양복 정장을 왕별이 달린 차수복으로 갈아입고 곧장 백악관에 들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하고 회담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는 당시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게 된 계기였으나, 클린턴 대통령이 검은 이익집단의 저지선을 넘지 못하는 바람에 조미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00년 10월 10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미국에 파견된 조명록 특사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을 접견하고 회담하면서 찍은 기념사진이다. 왕별이 달린 차수복으로 갈아입고 백악관에 들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전했던 조명록 특사는 2010년 11월 노환으로 별세하였고, 클린턴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2001년 1월 야인으로 돌아갔다. 이번에 김영철 특사의 백악관 방문은 조명록 특사가 백악관을 방문한 때로부터 18년 만에 이루어진 쾌거다.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는 18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가 이루지 못했던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유훈관철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러므로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는 18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가 이루지 못했던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유훈관철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조선에서 선대 수령들의 유훈을 실현하는 것은 뒤로 미루거나 어길 수 없는 최상의 과업이다. 이런 관점에 서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가 가지는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는 18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를 계승, 발전시킨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는 18년 전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와 전혀 무관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8년 전 클린턴 대통령이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특사로 평양에 파견한 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팜페오 국무장관을 특사로 평양에 파견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파견 및 친서외교와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파견 및 친서외교 사이에는 연속성이나 계승성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고 단절만 있을 뿐이다. 백악관 각료들 가운데 18년 전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를 기억하고 그 경험을 계승하려는 사람은 없다. 

 

18년 전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를 계승, 발전시키며 ‘유훈관철’에로 힘을 집중시키는 조선의 외교역량이 전혀 그렇지 못한 미국의 외교역량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4. 트럼프의 파격행동, 무슨 뜻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것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행동과 충격발언에서 거듭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특사와 회담을 마치고 그와 수행원들을 배웅하면서 백악관의 관례를 뛰어넘는 파격행동을 보여주었는데, 그 상황은 이러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 김영철 특사와 함께 백악관 마당으로 걸어 나왔다. 회담에 배석하였던 팜페오 국무장관도 그 뒤를 따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특사는 함께 백악관 밖으로 걸어 나오는 동안에도 계속 담화를 나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특사가 타고 온 의전차량 앞까지 다가갔다. 미국이 중시하는 주요동맹국의 국가수반들이 백악관 회담을 마치고 떠날 때,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현관 앞에서 작별인사를 나누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관례를 벗어나 백악관 마당을 걸어 나와 의전차량 앞에까지 가서 김영철 특사를 배웅하였으니 파격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특사는 의전차량 앞에서 통역을 통해 몇 분 동안 담화를 계속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례 없이 80분 동안 장시간 회담을 진행하였으면서도, 작별하기 아쉬운 듯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김영철 특사와 백악관 마당에 서서 담화하였다. <사진 7>

 

▲ <사진 7> 위쪽 사진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전례 없는 80분 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밖으로 걸어나오는 김영철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이 담화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특사가 타고 온 의전차량 바로 앞까지 갔다. 파격행동이 아닐 수 없다. 아래쪽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특사가 의전차량 앞에서 통역을 통해 몇 분 동안 담화를 계속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뒤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미소를 담은 표정을 지으며 서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바로 그 때, 김영철 특사는 백악관 밖에서 자신이 회담을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던 김성혜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조선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개하였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과 악수하면서 인사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격행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행동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뒤에 서 있는 팜페오 국무장관을 앞으로 부르더니, 김영철 특사 일행과 함께 또 다시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사진 8>

 

▲ <사진 8> 김영철 특사는 회담이 일찍 끝나는 줄 알고 백악관 밖에서 오래동안 기다리던 수행원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개하였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과 악수하면서 인사하고, 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위의 사진이 바로 그 기념사진이다. 위의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트럼프 대통령은 곁에 있는 팜페오 국무장관을 부르더니, 김영철 특사 일행과 함께 또 다시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파격에 파격을 거듭한 행동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영철 특사 일행이 탄 의전차량들이 백악관을 떠날 때,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특사를 배웅하면서 보여준 파격행동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진 9>

 

▲ <사진 9> 위쪽 사진은 김영철 특사가 의전차량에 오르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담화하는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김영철 특사 일행이 탄 두 대의 의전차량이 백악관을 떠날 때,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특사를 배웅하면서 보여준 그런 파격행동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을 간파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은 2018년 6월 2일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비판과 우려를 쏟아냈다. 그들의 비판과 우려를 요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과의 관계에서 커다란 실책을 저지르고 있다느니, 조선의 선전전술에 말려들었다느니, 일관성 없고 순진한 외교로 조선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느니 하는 따위들이다. 

 

하지만 미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이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은,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도 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승리하였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능하고 무기력해서 그렇게 된 것이 결코 아니다. 그 어떤 위대하고 유능한 미국 대통령이 나타나더라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조미핵대결에서 완패한 미국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패배를 설욕할 수 있는 길은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핵대결에서 완패한 미국을 국가안보파탄위기에서 건져내는 궁여지책으로 조미정상회담에 그처럼 매달리게 된 것이다. 조미정상회담을 궁여지책으로 진행하는 수밖에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회담에서 패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패자에게 주어지는 선택범위는 회담에서 자기의 패배범위를 되도록 축소하는 것밖에 없다. 그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은폐하는 바람에 세상이 모르고 있었던 그런 놀라운 사실이 조미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드러나기 시작한 것뿐이다.    

 

 

5. 최대압박 중지와 제재 해제 언급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특사 일행을 배웅한 직후 백악관 마당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꺼내놓은 충격발언이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충격발언이라고 표현했으나, 세기적인 대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이미 패하고 있다는 숨겨진 사실을 알면, 그다지 충격적인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나는 북조선에게 최대압박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조미)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대조선)제재를 하지 않겠다. 나는 (대조선)제재가 해제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에 대한 최대압박을 중지하고, 대조선제재를 해제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조미관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사에 호응한 것이다. 이것은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이후에 취해야 할 조치를 예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그것은 조선에 대한 최대압박을 중지하고 대조선제재를 해제하는 전향적인 조치가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는 미국 정세분석가들의 어설픈 예상을 뛰어넘는 발언이었다. <사진 10>

 

▲ <사진 10>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특사 일행을 배웅한 직후 백악관 마당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다. 그의 곁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기자회견에서 충격발언을 꺼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그 충격발언에서 그의 숨겨진 진심이 살짝 드러났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이 쏟아내는 엉터리 분석기사와 추측보도를 밀쳐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숨겨진 진심이 살짝 드러난 기자회견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백악관과 국무부의 고위관리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을 전담하는 팜페오 국무장관마저도 조선이 비핵화를 실현할 때까지 조선에 대한 미국의 최대압박이 유지되고, 대조선경제제재가 지속될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에 대한 최대압박을 중지하고 대조선경제제재를 해제하고 싶다는 전향적인 의사를 백악관 출입기자들 앞에서 표명하였다. 이런 전향적인 의사표명이야말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6. 조미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질 “대단한 타협”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회담(6월 12일에 개최될 조미정상회담을 뜻함-옮긴이)에서 대단한 타협(big deal)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과정이 될 것이며, 우리는 (6월) 12일에 무엇인가에 서명하지는 않을 것이고, 하나의 과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한 차례 회담으로 진행된다고 결코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시작이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한 차례 회담에서 일어난다고 말한 적이 없다. 나는 오늘 그들(김영철 특사를 지칭함-옮긴이)에게 천천히 하자고 말했다. 우리는 빨리 갈 수도 있고, 천천히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무엇인가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매우 성공적이고,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위의 인용문은 평소에도 정확한 어휘와 개념을 사용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꺼내놓은 발언이어서, 조리 있는 내용이 아니었으나, 백악관 고위관리들이 말하지 못하는 중대한 내용이 그 발언에 들어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그 발언내용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은 오는 6월 12일 싱가폴(Singapore)에서 열리는 조미정상회담에서 “대단한 타협”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단한 타협”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가 발언 중에 코리아전쟁을 종식시키는 문제를 슬쩍 언급한 것으로 봐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발표와 평화협정 체결이 합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진행할 별도의 정상회담들에서 종전선언 발표와 평화협정 체결을 각각 따로 진행하게 될 것으로 오판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 중 어느 회담에 참석하느냐 하는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종전선언 발표와 평화협정 체결은 별도의 정상회담을 각각 개최해야 할 만큼 서로 분리될 사안이 아니므로 단번에 해결되어야 한다. 

 

이런 사정을 이해하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발표와 평화협정 체결이 합의되고, 남북미 정상들이 아니라 외교수장들이 이른 시일 안에 평화회담을 개최하여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7. 최소강령과 최대강령, 단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조미정상회담에서 “대단한 타협”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조미정상회담은 조미 쌍방이 일련의 과정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될 해결방안은 “천천히” 이행될 것이라는 것, 바로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또 다른 내용들이다. 그가 언급한 “천천히”라는 말은 이행속도가 늦다는 뜻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이행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타결을 주장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단계적 해법을 주장하여 합의점을 아직도 찾지 못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위에 인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은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견을 따라 단계적 해법을 받아들였음을 말해준다. 

 

단계적 해법이란 조미 쌍방이 각각 제시한 등가적 해결방안들을 단계적으로 합의하고,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행한다는 뜻이다. 이행만 단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이행에 앞서 합의도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단계적 해법은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하고 그 이후 이행하여야 할 최소강령과 최대강령을 구분하고, 그것을 정세발전단계에 맞춰 순차적으로 합의, 이행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첫 단계에서 최소강령을 합의하고 그것을 이행하며, 조미 쌍방이 최소강령을 충실히 이행하였을 때 둘째 단계로 넘어가 최대강령을 합의하고 그것을 이행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최소강령은 종전선언 발표와 평화협정 체결이고, 최대강령은 주한미국군 완전철수다. 주한미국군 완전철수에 상응하는 또 다른 최대강령은,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표현을 빌리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은 조선의 핵무기를 완전히 해체한다는 뜻이 아니라 핵전쟁위험이 완전히 소멸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핵 없는 한반도”라는 개념은 조선이 핵무기가 사라진 한반도라는 뜻이 아니라 핵전쟁위험이 사라진 한반도라는 뜻이다. 조선은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핵 없는 한반도”라는 개념은 조선의 핵무기가 없는 한반도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없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8년 5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2018년 5월 초 미국 중앙정보국이 새로 작성하여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에게 회람시킨 정보보고서에는 조선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되었다고 한다. 팜페오가 중앙정보국장에서 국무장관으로 영전한 날이 2018년 5월 2일이었으므로, 그는 국무장관에 취임하기 직전, 조선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한 정보보고를 받았고, 그 정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였을 것이다. 더욱이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한 정보보고를 받은 직후, 평양을 방문하여 2018년 5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회담하였다. 그러므로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 두 차례 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말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이 미국이 오해한 것처럼 조선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조미 쌍방이 핵전쟁위험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뜻이라는 점을 파악하였고, 그에 대해 동의하였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판단이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라는 점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사진 11>

 

▲ <사진 11> 이 사진은 2018년 5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회담한 직후 촬영한 사진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과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는 모습은 그 회담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중앙정보국 정보보고를 받은 직후,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회담하였다. 그러므로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 두 차례 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말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이 조선의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조미 쌍방이 핵전쟁위험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뜻이라는 점을 파악하였고, 그에 대해 동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런 진실을 은폐하면서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는 고육책에 매달리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만일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에 대한 해석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였다면,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이 더 이상 진척될 수 없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의 평양회담이 진행되었던 5월 9일로부터 오늘까지 한 달이 지나면서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이 꾸준히 진척되어온 것을 보면, 그 문제가 이미 지난 5월 9일 평양회담에서 합의된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제기되는 것은, 조선의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조미 쌍방이 핵전쟁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조선에 대한 불신이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을 설득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불신을 해소시켜주었을 것이다. 조선의 핵무기가 미국을 위협하지 않고, 미국의 핵무기가 조선을 위협하지 않는 전향적인 조치들(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국군 철수, 조미국교수립)를 조미 쌍방이 합의하고 실행하면, 조미 쌍방은 핵전쟁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이다.  

 

그런데도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 무슨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는 말을 여전히 외우고 있으며, 그의 입만 쳐다보는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도 앵무새처럼 그 말을 외워대고 있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이 조선의 핵무기를 완전히 해체한다는 뜻이 아니라, 조미 쌍방이 핵전쟁위험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뜻이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견해에 동의하였으면서도, 그런 사실을 은폐하는 고육책에 매달리고 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그런 고육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까닭은,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굴복한 것으로 보이게 되고, 그로써 미국과 동맹국들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기 때문이다. 

 

오는 6월 12일 싱가폴에서 열리는 조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될 공동성명의 문안조율은 최선희 조선외무성 부상과 성 김 미국측 회담대표가 판문점 통일각에서 최근 몇 차례에 걸쳐 진행해온 실무회담에서 수행되고 있는데,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이 그 공동성명에 당연히 명시될 것이다. 하지만 조선은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될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이 조선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조미 쌍방이 핵전쟁위험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뜻이라고 발표하지 않을 것이므로,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반도의 비핵화’ 개념해석에 관한 진실을 은폐해온 고육책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미정상회담에서 조미 쌍방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최소강령을 합의하여 한반도의 평화가 실현되고, 조미정상회담에서 조미 쌍방이 핵전쟁위험을 완전히 해소하는 최대강령(주한미국군 철수와 조미국교수립)을 합의하여 한반도의 비핵화가 실현되는 새로운 시대를 뚜렷이 전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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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보수’냐 ‘샤이 보수’냐…선거 좌우할 민심 종착역은?

‘스윙 보수’냐 ‘샤이 보수’냐…선거 좌우할 민심 종착역은?

등록 :2018-06-04 05:00수정 :2018-06-04 09:55

 

 

지방선거 D-9
민주당, 주말 부·울·경 집중유세 
“지역주의 기댄 공짜정치 끝내야” 
합리적 표심 기대 ‘전국정당’ 야망 

한국당 “김정은에게 목맨 정부” 
경북·강남 텃밭 돌며 안보공세 
‘집토끼 불러내기’ 투표 독려도 

전문가 “탄핵·평화 등 지형 바뀌어 
숨은 표 떠오르게 할 요소 안 보여”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감 후보자의 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감 후보자의 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샤이 보수’(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숨은 보수표)냐 ‘스윙 보수’(지지 정당을 바꿔 투표하는 보수표)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민심의 향배가 여야의 선거 성적을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표류하고 있는 보수 민심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지방선거→총선(2020년)→대선(2022년)의 정치적 전망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외연 확장’에, 자유한국당은 영남과 서울 일부를 중심으로 ‘지지층 결집’에 당력을 모으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뒤 첫 주말인 2일과 3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각각 보수 표심 잡기에 나섰다.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추미애 대표 등 지도부는 2일 울산·경남 집중유세에 이어 3일 부산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경남지역 유세에 나선 추 대표는 “낡은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자유한국당의 공짜 정치를 끝장낼 수 있도록 해달라”며 ‘보수 기득권 심판론’을 주장했다. 여당은 보수 유권자지만 문 대통령을 지지하며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해줄 합리적 보수 표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른바 ‘스윙 보수’를 잡아, 영호남 지역주의를 넘어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3일 오후 서울 신도림역 광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합동유세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왼쪽부터), 추미애 대표, 박원순 서울 시장 후보,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후보가 참석해 함께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일 오후 서울 신도림역 광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합동유세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왼쪽부터), 추미애 대표, 박원순 서울 시장 후보,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후보가 참석해 함께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6.13 지방선거 집중유세 지원에 나선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3일 오후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 기초단체장 후보들과 함께 서울 강서구 방신시장 네거리에서 한표를 호소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6.13 지방선거 집중유세 지원에 나선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3일 오후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 기초단체장 후보들과 함께 서울 강서구 방신시장 네거리에서 한표를 호소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은 지지세 확장보다는 ‘결집’에 힘을 쏟고 있다. 보수의 아성인 경북 지역과 서울 서초·강남 일대에서 안보 공세와 세금 폭탄 등을 내걸며 ‘집토끼’ 지키기에 나섰다. 홍 대표는 2일 서울 유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김정은에게 목숨을 걸고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아마 부동산 보유세 폭탄이 곧 떨어질 것”이라며 안보와 세금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전통적 지지층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았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샤이 보수’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통상 50%대인 지방선거의 낮은 투표율은 투표에 적극적인 고연령·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조직 기반이 탄탄한 보수야당에 유리하다고 평가돼왔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전국적으로 열세를 보이자, 자유한국당은 ‘샤이 보수’를 투표장으로 불러내기 위해 투표율 끌어올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홍 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사전투표하고 투표날은 주위 친지들에게 모두 투표하시도록 권유해달라”는 글을 남겼다. 사전투표(8~9일)에서 보수층이 결집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지방선거 하루 전날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변수와 관계없이 보수층이 투표장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둘째)가 3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거리유세를 펼치며 잡은 손을 높이 들고 있다. 왼쪽부터 손학규 선거대책위 원장, 유승민 공동대표, 안 후보, 박주선 공동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둘째)가 3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거리유세를 펼치며 잡은 손을 높이 들고 있다. 왼쪽부터 손학규 선거대책위 원장, 유승민 공동대표, 안 후보, 박주선 공동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가 “북-미 회담 등 한반도 평화 의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 등으로 변화한 정치 지형”(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선거 막판에 유권자의 균형감각 때문에 야당의 지지율이 기계적으로 오르는 건 있다”면서도 “숨은 표가 전면화되려면 정부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요소가 안 보인다”고 짚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전문위원도 “지지 선호가 강할수록 투표 동기가 강한데 자기 입장을 얘기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충성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지원 김규남 이정훈 기자 umkij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47524.html?_fr=mt1#csidx0c24335542b26369c9a9d4dedcb42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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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몸이 음란물이냐” 여성단체 ‘반라 시위’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6/04 08:39
  • 수정일
    2018/06/04 08:3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아침신문솎아보기] 북·미 정상회담 종전선언 기대… 보수언론, 최저임금 노동자 보다 청와대 오류에 더 집중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2018년 06월 04일 월요일
 

9개 일간지 ‘여성 상의 탈의 시위’ 모두 보도

여성운동단체 ‘불꽃페미액션’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 반라 사진을 삭제하는 회사 규정을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상의를 모두 탈의하는 퍼포먼스를 열었다. 이들은 몸에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썼다.

 

▲ 4일 한국일보 14면
▲ 4일 한국일보 14면

9개 전국 종합지 모두 관련 기사를 실었다. 경찰이 이들에 대해 공연음란죄 적용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향은 “정치적 구호를 배제하고 단순히 여성의 몸을 음란하다고 규정하는 것은 남성주의적 시각에서 여성 신체를 재단하는 행위”라는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분석을 전했다.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등은 퍼포먼스에 대한 여론의 거부감과 성대결 구도를 부각했다. 세계일보는 “이들은 자신의 몸을 담요로 가리는 경찰에게 항의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외쳤지만 도를 넘어선 일탈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고 평가했다. 

북·미 정상회담 종전선언 기대… 북한 지원은 한중일 부담 속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 정책 폐기 입장을 밝히자 4일 언론은 한반도에 ‘신 데탕트 시대가 열린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를 들고 온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한 뒤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수백 가지가 준비돼 있는데 대화가 중단되기 전에는 발동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종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4일 국민일보 1면
▲ 4일 국민일보 1면

국민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6·12 회담 이후에도 여러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뜻을 내비치는 등 북·미 관계가 급격히 좋아지면서 한반도에 신(新) 데탕트(detente·긴장완화와 화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종전선언과 관련 “국제법에서 종전선언은 정전협정→평화협정으로 나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단계는 아니지만, 65년 동안 정전 상태로 남아 있는 남북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대화의 ‘모멘텀’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라며 “특히 북-미 양쪽이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는 중간 단계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4일 세계일보 1면
▲ 4일 세계일보 1면

“미국으로선 ‘손 안 대고 코 푸는’ 방식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셈”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반대급부 형식의 원조를 한중일이 주로 부담하는 구도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아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여러 차례 미국의 대북 민간 투자를 강조해 온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미국은 과거에도 대북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1998년 북한 신포 경수로 건설 때에도 총사업비 70%와 22%를 한국과 일본이 각각 분담했고 미국은 8%만 냈다”고 지적했다.

 

▲ 4일 조선일보 1면
▲ 4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와 보상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주변국에 넘길 경우 우리 정부가 상당 부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비핵화와 보상 지원에 수십조원에서 100조원 이상이 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만큼 향후 국제적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미 행정부의 기존 동북아 정책을 재단해온 워싱턴의 ‘재팬 커넥션’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미국 주요 언론이 일본과 입장을 같이 하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은 “백악관 참모는 물론이고 진보ㆍ보수를 가리지 않은 대다수 언론과 동북아 전문가들이 면담 이후 잇따라 트럼프 대통령 접근방법이 비핵화는 이뤄내지 못한 채 북한 김정은 정권에 정당성만 부여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에 대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며 “이에 따라 ‘재팬 커넥션’이 조성한 비판 여론 속에서 7일 이뤄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와 분위기를 좌우할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예측했다.

보수언론, 최저임금 문제에 “자영업자 피해” 또 강조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3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이 근로자 가구 대상 통계치에 근거했다고 해명하자 4일 일부 언론은 “ 최저임금으로 가장 피해를 본 계층은 뺀 채 '꿰맞춘 통계 자료'를 낸 것”이라 집중 비판했다.  

 

▲ 4일 국민일보 사설
▲ 4일 국민일보 사설

홍 수석은 “통계청 원자료를 분석해 보니 개인 근로소득이 하위 10%만 작년 같은 시기 대비 1.8%포인트 하락했고 나머지 90%는 작년 대비 2.9%포인트에서 8.3%포인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홍 수석이 제시한 근거자료는 ‘근로자 가구’와 ‘비근로자 가구’를 합친 통계청 자료와 달리 ‘근로자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무직자 등 '근로자 외 가구'는 빼고 만든 통계였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최저임금으로 가장 피해를 본 계층은 뺀 채 '꿰맞춘 통계 자료'를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은 ‘청와대 입맛에 맞는 통계를 제시한 인상이 짙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 4일 조선일보 1면
▲ 4일 조선일보 1면

중앙일보는 “이런 통계 분석은 정작 최저임금 급격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영세 자영업자나 해고된 실직자 등은 빼놓고 계산한 결과란 점에서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경제계에서는 저소득층이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중앙일보는 ”청와대의 해석은 오히려 근로자를 제외한 사람들의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없었다면 일을 하고 있었을 사람이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분석을 인용했다.  

 

▲ 4일 한겨레 2면
▲ 4일 한겨레 2면

9개 전국지 보도 중 오는 5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다룬 기사는 2건이었다. 한겨레는 “학교 비정규직은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직군”이라며 “이번 법 개정으로 김씨의 월급에서는 8만원씩(올해 기준) 빠져나가게 됐다. 내년부터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면, 기본급과 ‘월 최저임금’의 간극이 좁혀지면서 보전금도 그만큼 감소한다. 바뀐 최저임금법이 그의 ‘실질임금’을 깎아버린 셈”이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 회의록을 근거로 “(산입범위에) 복리후생비를 제외하고 정기상여금 월 25% 초과분만 산입하자던 여당은 ‘초고속 후퇴’를 거듭한 끝에 2024년부터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액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데 동의했다”며 “수백만 노동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결정되는 데 걸린 시간은 4시간4분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에 지금까지 포함되지 않았던 복리후생비 및 정기 상여금 등을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19년부터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 기준 7%, 정기상여금은 25%를 초과하는 금액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비율은 햇수에 따라 순차적으로 증가해 2024년부턴 100% 전액 산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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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대담판' D-9…CVID-CVIG-종전선언 '삼각방정식' 논의 착수

판문점 '의제'·싱가포르 '의전' 협상 가속…합의문 도출에 속도
'합의문 담길' 비핵화-체제보장안 협의…"이제부터 디테일 싸움"

 

백악관 방문 김영철 부위원장과 대화하는 트럼프 대통령 2018.6.1
백악관 방문 김영철 부위원장과 대화하는 트럼프 대통령 2018.6.1(워싱턴DC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세기의 대담판'인 북미정상회담을 3일로 아흐레 남긴 가운데 양측이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핵심 이슈로 최종적인 조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의제' 중심의 판문점, '의전' 위주의 싱가포르 실무회담을 진행하면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를 통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접견 후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되면서, 양측이 막판 준비작업에 피치를 올리고 있다.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실무협상이 더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우선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미 백악관 부비서실장 주도의 싱가포르 협상에선 회담 일정·장소·동선·의전 논의가 더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북한으로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어떻게 하면 트럼프 미 대통령과 '동등'하게 비치게 할지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성 김 주(駐) 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대표로 한 판문점 회담에서는 의제 협상이 더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비핵화와 그에 상응한 조치와 관련된 논의가, 이제 적어도 북미정상회담 '성과물'로 이어질수 있도록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다시 말해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와 속도, 그리고 그에 맞춘 미국의 보상에 대한 의견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은 물론 진정성 확인 차원에서 핵탄두·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폐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북한은 이와 관련해 미국이 말이 아닌 행동 차원의 구체적인 제재완화·해제·안전보장 조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미측은 '신속한 일괄타결'이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원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 접견 과정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해 주목된다.

서로 신뢰가 부족한 북미 양측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이고 검증가능한 체제안전보장'(CVIG)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상황에서, 일단 종전선언을 통해 최종적인 CVID-CVIG 전에 잠정적인 북한 체제안전보장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날도 열린 것으로 알려진 판문점 회담에선 CVID-CVIG-종전선언이라는 '삼각방정식' 해법을 고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 성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 [사진출처 EPA],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연합뉴스 DB]

 

사실 북한과의 평화협정 또는 북미 수교에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국 역시 북한에 대한 과도기적 체제보장 방안의 하나로 정치적인 부담이 덜한 종전선언을 고려해봄직하다고 할 수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위원은 "북한이 초기 이행조치 착수시 큰 무엇인가를 내놓는다고 할 때 미국이 내놓을 안전보장 방안은 딱히 없는 상황"이라며 "종전선언이 과도기적 안전보장 방안으로써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간 종전선언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향해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도 유력시된다. 우리 정부는 북미간 협의 상황을 주시하는 가운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북한과 관련국들과 긴밀한 협의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성사 여부는 먼저 미국과 북한의 논의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에 반대하고 있어 북한도 별도로 중국과 접촉해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트럼프 미 행정부는 연말 중간선거 전에 북한 비핵화의 가시적인 성과물을 원하고 있으며, 재선거가 예정된 2020년까지 '2년 내'라는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 완성 안(案)을 요구하고 있어 보인다.

이로 미뤄볼 때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 도출이라는 성과가 나오려면 CVID-CVIG-종전선언을 포함하면서도 2020년까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체제안전보장 및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판문점 회담에서 가시화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제 판문점에서 구체적인 비핵화-체제보장 로드맵을 논의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핵탄두·ICBM 몇 개를 언제까지 반출·폐기하겠다' 등 부분이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미가 이제 논의에 속도를 낼 것 같다"며 "결국은 '일괄타결 방식'의 주고받기니까 이를 위한 세부적인 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제부터는 디테일 싸움"이라며 "북미 양 정상이 회담을 통해 내놓을 합의 문안을 조정하는 등 실질적인 작업이 탄력이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hapyr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6/03 13:5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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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핵합의 이탈, 흔들리는 대서양동맹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6/03 13:56
  • 수정일
    2018/06/03 13:5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특집/ 중동 정세분석] 3차 대전의 시작인가, 다극화의 분기점인가(2)
  • 손정목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8.06.02 13:10
  • 댓글 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핵합의 파기로 중동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일각에선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현 중동 정세의 원인과 본질, 그리고 앞으로의 추이를 전망해 보는 손정목 민플러스 편집운영위원의 심층 분석 글을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차례] 1. 미국 대 러시아, 중동에서 지위가 바뀌다, 2. 미국의 이란핵합의 이탈, 흔들리는 대서양동맹, 3. 통합과 분열의 마지막 고비 맞은 시리아전쟁

미국. 중동의 안전보장을 흔들다

지난달 8일 트럼프 대통령은 공언해 온대로 이란과의 핵합의를 이탈하였다. 2015년 7월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참여해 이란과 합의한 국제적 핵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은 불과 3년도 안 돼 미국의 이탈로 결정적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저명한 외교안보전문가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은 미국의 내셔널인터리스트(National Interest)지에 “이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한 결정”으로 미국의 안보뿐 아니라 동맹(이스라엘)의 안보에 직접적이고 즉각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프랑스, 독일, 영국의 정상과 외교수장들이 연이어 미국을 방문해 핵합의 유지를 설득하였지만 허사였다.

이란핵합의(JCPOA)는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기적인 사찰을 받는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한다는 내용의 국제적 협정이다. 미국은 이 협정 이후에도 군산복합체와 이스라엘 등의 반발로 이행에는 소극적이었고, 핵합의 범위 밖에서 제재를 계속했지만, 그럼에도 이란은 서방의 오랜 경제제재에서 일정정도 벗어나 나라의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유럽 각국은 물론 중국도 일대일로 사업계획에 의거, 이란과의 대규모 무역과 투자거래를 활성화하였다.

보다 본질적으로 이란핵합의는 중동에서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한 안전보장협정의 성격을 가진다.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EU)정상회의 의장은 “이란핵합의는 유럽과 전 세계 안보에 유익하다”며 이 협정이 가진 안전보장 성격을 강조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스라엘과 군산복합체는 당시에도 시리아 전쟁에 이어 이란 핵개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란과의 전쟁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부터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로 이어지는 연이은 전쟁에 엄청난 전비를 탕진하고도 소기의 성과는 달성하지 못했다. 수많은 인명의 희생 위에 군산복합체의 배만 불린다는 내외의 비판과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식 세계주의(Grobalism)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일으켰다. 그 결과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보다 더 큰 이란과의 전면전쟁에 미국이 끌려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하였고, 이를 위해 이란과의 핵합의를 미국만이 아닌 국제협정으로 만들어 군산복합체와 이스라엘의 전쟁 주장을 누른 것이다. 그러나 미 의회는 친이스라엘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미국이 이란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이유로 90일마다 협정의 타당성을 검토, 거부할 수 있는 ‘의회 승인법’을 통과시켰다. 이것이 트럼프 정부가 이란핵합의를 ‘역사상 최악의 합의’이라고 비난하고 이탈을 결정한 법적 근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외의 반대를 물리치고 이란핵합의 이탈을 강행한 의도에 대해 세계적인 논란이 일었다. 하나는 미국의 대표적 외교안보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분석으로, 미국이 다시 이란에 경제제재를 가해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켜 민중봉기에 의한 정권교체를 도모하거나 또는 이란이 핵개발을 재개하도록 유도해 “예방전쟁”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도를 실행하기라도 하듯 지난달 23일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에 대해 핵합의 개정 사항으로 우라늄 농축 중단, 핵 시설에 대한 완전한 접근 허용, 핵 개발프로그램 관련 모든 정보 공개,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지원 중단, 시리아에서 병력 철수,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 중단 등 12가지 요구를 제기하였다. 그리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협박하였다. 아울러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기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도 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사실상 협정에 참여한 영, 프, 독도 제재를 받기 싫거든 합의를 파기하라는 것이다. 유럽은 갈림길에 섰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8일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각서에 서명했다.[사진 : 뉴시스]

대서양동맹의 붕괴 위험

다른 하나는 ▲미국이 사실상 중동문제에서 발을 빼려는 조치이자 ▲유럽과의 전통적인 대서양동맹(Atlantic Alliance)을 결정적으로 흔드는 조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여준 나토(NATO)의 방위비분담 인상 요구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나 세계기후협약 이탈 등 세계질서를 이루는 주요 협정, 조약으로부터 이탈은 기존 미국중심의 패권질서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 외교협회(CFR)의 리차드 하스(Richard Haass) 회장은 지난 3월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죽음(Liberal World Order, R.I.P.)”이란 논문에서 이란핵합의 이탈 역시 미국이 만든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포기의 일환으로 바라보았다. 사실 미국의 핵합의 이탈과 알쿠드스(예루살렘)로 미대사관 이전은 모두 중동문제에서 미국의 중재자적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에서의 미군철수 선언 또한 본질상 맥락을 같이한다.

그러나 모든 현상은 본질상 대립되는 양 측면을 갖고 있다. 만약 유럽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이란핵합의에서 이탈하고 이란에 대한 적대정책을 재개한다면 이란과 전쟁 위험은 결정적으로 고조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제일 환영할 일이다. 반면 유럽이 미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핵합의 유지를 위한 독자적 정책을 편다면 전쟁 위험은 거의 사라지고 미국만 빠진 국제협정으로 유지될 것이다. 중동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반발하겠지만 그렇다고 독자적으로 이란과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이란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첨단의 무력을 갖추고 러시아로부터 S-300, 400 등 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은 물론 시리아, 레바논 헤즈볼라 등과 연대도 강력해 포위된 쪽은 이스라엘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스라엘이 시리아 군 시설과 시리아 내 이란 군사고문단에 대해 여러 차례 공격을 감행한 것은 시리아, 이란 등의 반격을 유도해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라는 보도도 나오지만 이미 ‘세계경찰’ 포기선언을 한 미국은 참전하지 않는다. 이란과 전쟁은 그 어떤 전쟁보다 미국을 수렁에 빠뜨릴 것이고 또 러시아의 참전을 불러와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음을 미국 자신이 잘 알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핵합의 서명국인 영, 프, 독은 미국의 압박을 거부하고 이란핵합의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란 역시 유럽이 합의를 유지하는 한 핵합의에 남을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러시아, 중국이 이같은 입장을 지지함은 물론이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킬 때만 해도 영국은 앞장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옹호하고 병력도 파견하였다.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전쟁에서도 유럽은 미국의 뜻을 따랐다. 러시아, 중국도 미국의 위세에 눌려 막아 나서지 못했다. 당시 세계는 미국이 유엔의 승인 없이 주권국을 침략해도 누구하나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할 정도로 미국의 패권질서에 순응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이 이란핵합의를 이탈해도 추종국들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거꾸로 핵합의 서명국만이 아닌 EU 전체가 들고 일어나 미국을 규탄했다. 지난달 16일 28개 회원국이 모인 EU정상회의에서 도날드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미국을 “적보다 못한 친구”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핵합의 유지와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 보호를 위한 EU 차원의 독자 대책을 세울 거라고 발표하였다. 또 독일 메르켈 총리는 “유럽은 더 이상 미국의 보호에 의존할 수 없고, 자신의 손안에 자신의 운명을 쥐어야만 한다”고 자주적 권리를 선언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18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미국이 반대해온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드 스트림(Nord Stream)2’ 공사 강행을 결정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러시아와 이란핵합의 유지에 뜻을 같이하는 등 유럽이 러시아와 화해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중심의 국제질서가 확실히 바뀌고 있다.

흔들리는 달러 기축체제

EU가 핵합의 유지를 선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등 유럽측이 NATO에 대한 지출을 늘리지 않을 경우 모종의 대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였다. 연이어 미국은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에 대해 보류하였던 일괄 관세조치를 1일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하여 유럽을 분노케 하였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대서양동맹국인 유럽과도 무역전쟁을 개시한 것이다. 이것은 유럽을 더욱 밀어내는 조치다. EU는 즉각 보복관세를 선언했다. 이제 유럽은 진정 대미 자립인가 아니면 계속 끌려 다닐 것인가를 가르는 분기점에 섰다. 이렇듯 미국의 이란핵합의 이탈은 단지 이란과의 전선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과의 대결전선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미국의 외교안보전문지 내셔널인터리스트(National Interest)는 <대서양동맹의 끝(The End of the Atlantic Alliance)>이란 기사에서 “미국은 세계동맹체계(the global alliance system)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너무 빨리 별 주저 없이 포기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미국우선주의”는 “오로지 미국만(America only)”을 의미한다고 보도하였다. 그 결과 미국중심 패권질서의 근간인 대서양동맹이 결정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EU가 핵합의 유지와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의 보호를 위해 내놓은 조치는 석유 대금을 달러가 아닌 유로화로 대체하고, 미국의 제재에 의한 유럽 기업의 손실분을 EU 차원에서 보상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EU 중앙은행(ECB)이 이란 중앙은행에 석유거래를 유로화로 직접 송금해주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이란 거래기업 보호를 위해 ‘대항입법’을 발동할 것이라고 EU 집행위원회가 밝혔다. 사실 유럽의 금융시스템은 미국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EU가 이와 별개의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미국의 보복 또한 거셀 것이다. EU가 이를 이겨내려면 중국, 러시아와 더 긴밀히 연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석유, 가스 거래는 유로보다는 위안화 사용이 증가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3월 금본위에 의거한 위안화 석유거래 선물시장을 개설했다. 중국의 이란 원유 수입량은 이란 수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석유 가스 생산국 러시아와 베네수엘라도 달러 대신 위안과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투데이(RT)는 미국의 제재는 국제 석유시장에서 달러보다 위안화를 더 선호하는 통화로 만들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주지하듯이 달러의 기축성은 1971년 금본위 폐지 이후 모든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한다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합의에 의거하고 있다. 패권국인 미국과 석유부국 사우디의 합의에 세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이른바 페트로달러(PetroDollar) 시스템은 각국 정부가 석유를 사기 위해 달러를 비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모든 무역거래가 거의 달러로만 이뤄지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주요 산유국들이 달러 대신 다른 통화로 갈아타고, 수입국인 EU마저 석유거래에 달러를 버린다면 달러 기축체제는 심대한 위기에 처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통화의 다극화도 촉진하고 있다.

이후 주목해야 할 점은 ▲유럽과 러시아의 화해가 기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및 NATO의 대러 적대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유럽이 미국의 제재와 압박을 이겨내고 과연 이란핵합의를 유지할 것인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연대강화로 중동 내 반(反)이란 연합이 출현할 것인가 등이다. 미국의 대이란 제제는 분야별로 90일, 180일의 유예기간이 적용되는데, 이란의 주력인 석유 관련 제재는 180일 경과 후인 올해 11월부터 실행된다. 그 사이 미국은 서명한 유럽 3국을 비롯한 EU에 압박을 강화할 것이고,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도발도 심심치 않게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러시아, 이란, 중국, 터키의 대응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렇듯 미국의 이란핵합의 이탈은 중동의 패권뿐 아니라 2차 대전 이후 미국 패권질서의 근간인 대서양동맹과 달러 기축체제마저 위태롭게 만든, 그야말로 트럼프 정부의 미국우선주의 노선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결정적 조치가 될 것이다.(3편에 계속)

손정목 편집기획위원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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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수어교실] 김광진 전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

18.06.03 11:34l최종 업데이트 18.06.03 11:34l

 

▲ [시사수어교실] 김광진이 트럼프에 보내는 영상 편지
ⓒ 황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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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로 뉴스를 배우는 시사정보프로그램 '시사수어교실' 3화가 선택한 주제는 '북미정상회담'이다.  김광진 전 의원과 최황순 수어통역사와 함께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이슈를 정리하면서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회담, 평화협정 등 주요 수어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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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의 영상편지'에서는 배운 수화를 활용해 김광진 전 의원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수어로 쓴 편지도 공개한다. 

(출연 : 김광진 전 국회의원, 최황순 수어통역사/영상 출처 :오마이TV DB, 백악관 유튜브/영상 촬영 : 김혜주 기자/영상 편집 : 황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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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두 번 살 수 있는 한국 땅값, 해법은?

[프레시안 books] 김윤상·이정우 외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2018.06.03 11:26:22
 

 

 

 

국가별 토지가격의 총액을 원화로 변환해 비교해보면, 놀랍게도 한국 땅을 모두 팔면 캐나다를 두 번 살 수 있으며, 호주와 독일도 충분히 살 수 있다. 한국의 GDP는 독일의 40% 수준이지만, 토지가격 총액은 독일의 130% 수준이다. (이진수, 2018, "주요 국가별 토지가격 장기 추이 비교",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제9장) 독일이 한국보다 3배 넓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한국의 땅값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알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가 부동산 문제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1998년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가? 또 그 해법은 정말 없을까?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김윤상 외 지음, 경북대학교 출판부 펴냄)은 그 대답을 찾고자 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헨리 조지(1839-1897)의 사상에 기반해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분석한 책이다. 헨리 조지는 물질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오히려 심화되는 현상을 토지가치의 사유화에서 찾고 그 대안으로 토지 불로소득 환수를 주장한 미국의 경제학자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등이 저자로 참여했다.  

"땅값 상승의 책임은 박정희가 가장 크다" 

이정우 교수는 "토지문제, 한국 경제의 고질병"(제7장)이란 글에서 정권별 지가총액과 상승률을 비교, 분석해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것처럼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땅값, 집값이 폭등하고 박정희 정권 때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권별 땅값 상승률은 박정희 정권 때가 연평균 36%로 압도적 1위이고, 노태우, 이승만 정권 때가 22%로 그 뒤를 잇는다. 지가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에 대해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박정희 정권 때가 243%로 압도적 1위이고, 노태우(111%), 노무현(68%) 때가 그 뒤를 잇는다. 박정히 정권 때의 토지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의 2.4배라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이렇게 본다면 땅값 상승의 책임은 박정희, 이승만, 노태우, 전두환 순이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책임은 훨씬 낮다." 

GDP의 30%가 부동산 불로소득...더구나 상위 10%에 집중 
 

▲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김윤상 외 지음, 경북대학교 출판부 펴냄

높은 땅값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불로소득은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첨예한 계층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부동산과 불평등"(남기업.전강수.강남훈.이진수, 제8장)이라는 글에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부동산 소득(실현 자본이득+임대소득)을 추산해본 결과 9년 평균 GDP의 37.8%에 달했다. 

게다가 이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동산 불로소득은 상위 10%의 개인과 기업에 집중된다. 2014년 현재 기준으로 개인 토지소유자의 상위 10%가 전체 개인 소유지의 64.7%를, 법인 토지소유자 중 상위 1%가 전체 법인 소유지의 75.2%를 소유하고 있다. 2008-2014년 6년 사이의 상위 1%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은 546조 원에서 966조 원으로 77% 증가했고, 상위 10대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은 180조 원에서 448조 원으로 무려 147% 폭증했다.  

국토보유세 신설, 조세 저항은 토지배당으로 

저자들은 극소수에게만 집중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유세 강화를 제시한다.(전강수.남기업.강남훈.이진수, "국토보유세, 부동산 불평등 해결의 열쇠", 제12장) 부동산 불로소득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못한 하위계층의 소득이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상위계층으로 이전되는 소득이기 때문이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미국(1.04%), 캐나다(0.91%), 일본(0.54%) 등 선진국에 크게 미달한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기득권 세력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을 앞세워 ‘세금폭탄'이라고 호도하며 거세게 저항했다. 결국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종부세는 대폭 축소됐다. 

저자들은 극소수의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게만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전체 토지보유자에게 부과하는 국토보유세를 제안한다. 이들은 전국의 모든 토지를 용도 구분 없이 인별 합산해서 과세하며, 이때 공시지가를 과세표준으로 삼고, 각종 비과세.감면은 원칙적으로 폐지하자고 제안하다. 이렇게 과세할 경우 국토보유세 도입에 의한 세수 순증분은 연 15.5조 원으로 추산된다.  

저자들은 이 세수 순증분을 전액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토지배당으로 분배하자고 제안한다. 이는 2018년 추정 인구로 나누면 1인당 연 30만 원이라고 한다. 이들이 토지배당을 주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토지는 천부자원으로서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권리를 누려야 할 공유자산의 성격을 갖기 때문. 둘째, 국토보유세를 토지배당으로 지급하면 제도 도입 수혜자는 자신이 누리는 혜택이 바로 그 세금 때문임을 직접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당연히 국토보유세와 토지배당 도입을 지지할 것이며, 소수의 부담자들이 펼치는 조세저항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토지배당을 다른 배당과 결합해 기본소득을 구성할 수 있다며, 국토보유세 도입을 기본소득제로까지 연결시켜 한국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근본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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