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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강 트인 갯벌 보니, 옛 새만금 생각났다”

“청천강 트인 갯벌 보니, 옛 새만금 생각났다”

조홍섭 2018. 06. 11
조회수 2475 추천수 1
 
인터뷰: 8번 방북한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
 
2015년부터 북한 습지 조사한
한국 사는 영국인 조류학자
9번째 방북하는 길에 만났다
 
“언덕, 초원, 논, 갈대밭, 갯벌…
수십년 전 남녘 습지의 모습 간직
이미 사라진 종달새·때까치 흔하고
문덕에서는 개리 4만마리 확인”

 

n1.jpg»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가 지난 1일 오전 북한 방문길에 앞서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한겨레’를 만나 북한의 해안과 습지 등에 이야기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남북교류가 활발하던 때에도 북한의 해안 등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둘러본 이는 드물다. 그러나 최근 여덟 차례나 북한의 해안과 습지를 두루 조사한 사람이 있다. 영국 국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20년 동안 조류보호 활동을 하면서 ‘한국의 새를 한국인보다 더 잘 안다’는 평을 받는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55·조류학 박사)가 그이다. 이메일 인터뷰에 더해, 지난 1일 다시 북한 방문길에 오른 그를 서울역에서 만났다.
 
어떻게 그렇게 자주 북한을 조사할 수 있었나요.
 
“독일 한스 자이델 재단이 지원한 북한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 프로젝트에 조류 전문가로 참가해 왔습니다. 2015년부터 평양과 강원도 고성에서 해마다 워크숍을 열었고 현지조사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두만강 하구인 함경북도 나선 철새보호구역을 네 차례 조사했고 서해안과 동해안을 네 번 갔습니다. 이번에 나선에 가면 9번째가 되네요.”
 
―나선 조사는 무슨 목적입니까.
 
“번식하는 새들과 양서류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한스 자이델 재단 베른하르트 젤리거 박사와 양서류 전문가인 아마엘 보르지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박사도 동행합니다. 지난달 조사 때 젤리거 박사가 평안북도 청천강 하구 문덕 철새보호구역에서 개구리 소리를 녹음했는데, 나중에 남한의 멸종위기종 1급인 수원청개구리로 밝혀졌지요. 정치적 여건이 나아졌을 때 이곳에 연구나 탐조, 여가를 위한 방문이 가능한지 타진하는 것도 목적입니다.”
 
n2.jpg» 람사르 협약 발효를 기념해 5월16일 평양에서 열린 람사르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관한 워크숍 모습. 새와 생명의 터 제공
 
―5월 16일 북한이 가입한 람사르협약이 발효한 것을 기념해 평양에서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그날 북한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철회했습니다. 이튿날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취소한다는 편지를 북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워크숍 참석과 현지조사를 위해 평양을 방문하던 때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우리 일행은 15일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16일 열리는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죠. 약 130명이 회의에 참석했는데 북한(DPRK)의 관련 부처 공무원과 몇몇 외교관이 들어있었습니다. 분위기는 좋았고, 이전과 좀 다르게 늘 만나던 사람들이 상당히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었고 언제쯤이면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인지를 이야기했습니다. 당시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된 줄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지도자가 나라를 더 나은 상태로 이끌 것으로 믿는다는 언질을 주곤 했습니다.
 
―람사르협약 가입은 북한이 더욱 개방적이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좋은 신호라고 생각하십니까?
 
“예, 람사르에 가입하고 동아시아-호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EAAFP)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인 진전이고, 북한이 당면한 환경문제를 다루기 위해 국제사회와 더 열린 자세로 협력을 공고화하겠다는 신호입니다.
 
북한과 좀 더 깊은 관계를 맺길 원하는 이들에게 큰 부담이 있습니다. 국제기구는 어떤 형태의 관계이든 북한에 대해 존중을 표시해야 합니다. 북한이 다른 나라들을 존중하길 기대하는 같은 방식으로 말이죠. 분명히 말하건대, 그들의 지도자에게 공개적인 숭배를 표시하는 방식의 존중을 보이라는 건 아닙니다. 지난 여덟 번의 방문에서 나는 단 한 번도 지도자의 동상에 절한 적도 없고 또 그렇게 하거나 정치적 슬로건을 따라 하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존중을 보이라는 건 베트남, 일본 또는 한국에서 외국인으로서 내가 갖길 기대했던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조직을 떠나 전문가는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존중받습니다만 북한과 관련해서는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북쪽 당국이 협력에 대해 얼마나 개방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상대하는 국토환경보호성 사람이 분명히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문덕과 나선을 람사르협약의 첫 사이트로 등록할 때 우리의 조사와 자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입니다. 이 두 곳은 지난해 3월까지도 최우선 후보지가 아니었습니다.
 
n3.jpg» 문덕 철새보호구역 전경. 어업과 농사를 위한 개발이 이뤄졌으나 강하구와 갯벌, 모래섬, 바위섬 등은 자연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n4.jpg» 두만강 하구의 나선 철새보호구역의 서봉포 전경. 2014년 3월에 촬영한 사진이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저는 이것을 우리의 조사 자료를 신뢰한다는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지난 수년 동안 한스 자이델 재단 주도로 국토환경보호성이 지난해 가입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 여러 기관이 노력을 기울인 결과를 믿는다는 거지요(그는 새만금을 200번 넘게 다니며 조사한 보고서를 한국 정부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개탄한 적이 있다). 최근의 결정들이 급속한 진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북한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단지 필요한 걸 수행할 능력(돈이 없고 평야 지대 인구 과밀 등)이 없었을 뿐입니다. 이미 1990년대에 철새 보호구역을 18곳인가 19곳 지정했습니다.”
 
―람사르협약 가입 기념 워크숍은 어땠습니까. 고위관료나 엔지오 또는 탐조가들도 참가했나요?
 
“아주 성공적이라는 얘기를 여러 곳에서 들었습니다. 문덕과 나선 보호구역에 대한 높은 평가를 부러워하는 관리들도 많더군요. 한스 자이델 재단은 2015년부터 해마다 북한에서 이런 워크숍을 열어 왔습니다. 처음엔 평양에서 열리다가 지난해엔 강원도 삼일포에서도 열렸습니다. 네 번 참가했는데, 이번 행사가 가장 관심을 많이 끌어 국영 텔레비전 방송과 평양타임스 등에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알기론 북에는 진정한 의미의 시민사회나 환경 엔지오가 없고, 아마추어 탐조가도 없습니다. 하지만 새들은 예술작품의 소재이고 방송 뉴스에 나옵니다. 원로 조류학자인 원홍구 교수(남한의 원병오 경희대 명예교수의 부친)는 아직도 유명하고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유일한 탐조인이라고 한다면 외국 대사관이나 기관 근무자들인데 이번 워크숍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국가가 통제하고 운영합니다. 조선 자연보호연맹(NCUK)은 오랫동안 국제자연보전연맹의 회원단체로 엔지오라고 자임하지만, 남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듯이 엔지오가 아닙니다. 정부기관이지만 국토환경보호성 같은 더 공식적 정부기관보다 덜 권위적이고 영향력이 적은 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n5.jpg» 평안북도 청천강 하구인 문덕 철새보호구역의 거주지역 모습. 앞에 광활한 하구가 보인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현지조사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많은 한국인이 방문하신 곳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궁금해합니다.
 
“대개 실제 조사 5∼8일에 이동과 회의 등에 2∼3일을 보내는 일정이었습니다. 모든 조사가 한스 자이델 재단 한국 사무소의 사업구상과 자금지원으로 이뤄졌고 국토환경보호성과 나선 당국의 협조로 진행됐습니다. 매번 일정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한스 자이델 재단, 스위스의 람사르사무국과 북한 대표부 등 기존 채널을 통해 논의됐습니다. 물론 그때마다 반입한 장비 등을 자세히 등록해야 했습니다. 허가를 받아야 망원경과 카메라를 반입할 수 있지요.
 
이번 방문 때는 문덕에서 이틀을 조사한 뒤 동해안으로 원산 시중호에서 북쪽으로 함흥까지 가면서 5∼6개 습지를 조사했습니다. 먼저 평안남도 청천강 하구인 문덕에서는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습지의 관리에 초점을 맞췄고 나머지는 생물 다양성에 집중했습니다. 동해안에서는 모두가 조류 조사원이 되었습니다. 운전사 한 명과 국토환경보호성 공무원 3명, 지역 당 간부 2명, 국가과학원 연구자 3명까지 나섰는데, 나와 한스 자이델 재단의 베른하르트 제리거 박사가 새의 종을 구분하는 법과 조사기법을 알려주었습니다.
 
n6.jpg» 한스 자이델 재단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문덕 주민들과 만나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논의하고 있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나선은 덜했지만 모든 조사 장소에서 갈 수 있는 장소를 엄격히 규제했습니다(때론 보는 것을 막기도 했습니다). 며칠 동안 국토환경보호성이 나서 해안 지역 출입 허가와 지역경계를 넘는 허가를 받았는데 그랬습니다. 보호구역 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접근을 통제하는 이유는 나쁜 외국인이 과거에 북한을 곤란에 빠뜨리려 했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더 그럴듯한 이유는 군부가 너무 막강해 어디에나 힘을 뻗치기 때문일 겁니다. 군부는 어느 곳이라도 무슨 비밀이 새어나갈 가능성이 있다면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대상은 외국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입니다.
 
어디나 그렇듯 매번 같은 곳을 방문하면 접근 제한은 조금씩 느슨해집니다. 국토환경보호성이 지역과 허가절차에 익수해지고 또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조사를 하다 보면 늘 불만스러웠습니다. 새들의 최고 서식지로 보이는 곳은 여지없이 접근을 차단당하기 일쑤였으니까요.
 
조사를 통해 얻는 것도 많았습니다. 여덟 차례의 조사를 통해 우리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와 해안지역 몇 곳을 찾아냈습니다. 또 300종 가까운 새를 확인했는데, 이 가운데 몇몇 종은 북한에서 이전에 전혀 기록되지 않은 미기록종이었습니다. 조사를 거듭하면서 우리는 북한의 환경과 새들의 삶을 점차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북한과 남한의 새 서식지와 실태를 자연히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참 고맙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는데, 북한에서 함께 일했던 분들로 우리의 조사 자료와 통찰, 영상을 자유롭고 신속하게 공유했습니다. 우리가 작업한 자료 공유와 공개가 북한 사람들이 자기 환경에 대해 더 잘 이해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n7.jpg» 문덕 철새보호구역에서 북쪽 인사가 필드스코프에서 본 새의 종을 도감에서 찾고 있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당국과 일반인이 조류 탐사를 어떻게 보던가요. 철새와 자연보전의 필요성을 느끼던가요. 새들이 종마다 어떻게 다른지 등 생태적 지식을 열성적으로 배우려 하던가요.
 
“그렇습니다. 국토환경보호성에서 만난 사람들은 새에 관해 배우는데 매우 관심이 있었고 나라의 생물 다양성 보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함께 일한 이 부처 과장은 생태계, 생태계 서비스, 혼농임업 등 이 분야를 꿰고 있었습니다. 비록 우리가 인정할 만한 자유가 없는 사회이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자료와 핵심 사이트를 토론하기를 원했습니다.
 
―문덕과 나선 철새보호구역을 둘러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그 전에 논문을 읽고 사진과 동영상을 보았지만, 청천강 하구(문덕)를 눈으로 처음 본 건 2016년 5월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에서였어요. 썰물 때였는데, 하구가 정말 멋졌습니다. 하굿둑 하나 없이 큰 강이 자유롭게 흐르는 옆에 염생식물로 덮인 갯벌이 드넓게 펼쳐졌어요. 모래섬이 바다를 향해 줄지어 있었고, 멀리 작은 바위섬들이 보였어요. 전에 읽었던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의 번식지겠구나 했죠. 그 순간 새만금이 떠올랐어요. 방조제로 막히기 전의 모습 말이에요. 그리고는 금강과 낙동강 하구가 한때 이랬었겠구나 했죠.
 
n8.jpg» 문덕 철새보호구역의 농경지를 나는 도요·물떼새 무리. 간척 이전 새만금 모습과 닮았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나선은 서식지 유형이 너무 다양해 놀라웠습니다. 한눈에 숲이 덮인 언덕, 초원, 논, 호수와 갈대밭, 그리고 아주 아름다운 해안선이 들어왔지요. 비록 이 지역의 상당 부분이 이런저런 이유로(언덕의 잡초 태우기, 습지를 논으로 개간하기 등) 훼손됐지만, 아직 새가 매우 풍부한 곳이었습니다.”
 
―두만강 하구인 함경북도 나선은 여러 번 방문했는데, 변화가 느껴집니까?
 
“남한보다는 변화 속도가 느립니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만 해도 작은 갯벌이 사라지는 걸 보았습니다. 아주 중요한 서식지인데 중국 회사가 갈대밭 일부를 양어장으로 바꾸었습니다.
 
이 지역이 물새와 바닷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인 중요성을 가진 것 말고도 우리가 나선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도록 강력하게 추진한 이유는, 이곳의 서식지를 보전하는데 새로운 수단과 추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평양에서 멀고 중국과 러시아에서 자본을 대는 대규모 야심적인 개발사업이 여럿 추진되고 있습니다. 나선 사람들이 그곳의 생태적 가치를 지키려면 단지 기술적 지원뿐 아니라 인력과 물자 등 체계적 지원이 필요할 겁니다.”
 
n9.jpg» 함경남도 해안에 있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인 금야 철새보호구역 모습. 새와 생명의 터 제공
 
n10.jpg» 함경남도 광포호. 북한의 대표적 철새보호구역의 하나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문덕과 나선이 어떤 습지인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문덕 람사르 습지는 식물이 자라는 갯벌과 조간대 하상, 얕은 물 등 3500㏊에 인접한 논 250㏊로 이뤄집니다. 갯벌 대부분은 갈대밭이고 사초과 식물이 자랍니다. 이곳은 매우 중요한 도요·물떼새 서식지인데, 개리의 서식지로 더욱 가치가 큽니다. 전 세계 개체수의 절반 이상인 4만 마리를 여기서 최근 몇 년 동안 확인했습니다. 어로가 허용되는 곳은 아니지만, 보트와 강둑에서 낚시하는 사람이 많아 적지 않은 교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많이 논의한 건 지역주민의 수입과 식량을 보충해 자연자원에 대한 압력을 줄이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나선의 위성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는데요. 보호구역의 핵심은 세 개의 얕은 호수입니다. 둘은 담수호이고 하나는 기수호인데, 주변은 논과 갈대밭입니다. 이 지역의 특별한 가치는 지리적 위치에 있습니다. 중요한 철새 이동 경로에 자리 잡고 서로 다른 서식지를 이어주는 곳입니다.”
 
―북한의 습지 보호구역과 남한의 것을 비교해 보면 어떻습니까. 종 다양성, 경관, 자연자원 이용, 보전 정책 측면에서 말입니다.
 
“직접적인 비교는 힘듭니다. 왜냐하면 발전 단계와 하부구조가 남한과 북한 사이에 너무나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경제와 사회의 변화 단계도 너무나 다릅니다.
 
n11.jpg» 원산 인근 시정호의 모습. 새와 생명의 터 제공
 
북한에는 아직도 콘크리트가 거의 없고, 플라스틱은 보기 힘들며, 농촌에는 가로등이 없고 댐과 수문도 거의 없습니다. 기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당연히 낮 동안에는 어디나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손으로 농사짓고 고기를 잡습니다. 어떤 지역은 아름답고 목가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지역은 헐벗고 숲이 황폐해졌으며 언덕에 맨땅이 드러났습니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닦을 땅과 물이 부족합니다.
 
물론 남한의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사람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나라를 다시 세워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됐습니다. 환경적으로도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잡고 산림을 녹화하는 등 많은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환경 인식도 많이 높아졌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사는 곳의 땅과 물을 그저 일상생활을 하는 배경으로만 여기는 듯합니다. 아름다운 산악을 떠나 평지로 내려오면 이제 기초시설과 자원 채취가 지나칠 정도입니다. 공기는 맑아졌지만 도처에 플라스틱과 쓰레기가 넘칩니다. 감자밭에 덮은 검은 비닐봉지가 나무에 죽은 까마귀처럼 걸려 흔들립니다. 그 옆에는 딸기 농장 비닐하우스에 버려진 파이프와 쓰레기 더미가 을씨년스럽게 놓여있습니다. 남한의 해안은 강물이 그런 것처럼 거의 콘크리트가 줄지어 있는 꼴입니다. 내가 다녀본 유럽, 북미, 아시아 다른 지역 어디보다 더 그렇습니다. 아마 유일한 예외는 일본일 겁니다. 거의 모든 강에, 심지어 아주 작은 개울에도 댐이 있습니다. 게다가 중장비 덕분에 들판이나 강에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유람용 낚시꾼이나 캠핑카와 캠핑족을 빼면).
 
남한의 이런 변화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계속됐으며 누구나 뻔히 보듯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부는 꼭 필요하고 또 상당수는 가치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금세기 들어 건설과 개발사업은 생태학자이자 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는 개발을 위한 개발로 비칩니다. 보통 사람들이 얻는 혜택은 거의 없고 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망칠 뿐인 사업이죠. 이제는 황폐해지고 죽어버린 새만금과 4대강 사업은 아마도 가장 악명높고 개탄할 지속 가능하지 않은 남한의 개발 사례입니다. 내가 몸담은 작은 단체가 조사한 바로는 수백개의 작은 자연 지역이 불도저로 뭉개지고 망가지면서 전에 흔했던 수많은 새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참새, 제비, 노랑때까치, 청둥오리, 도요·물떼새 등 모두가 줄어들어 생태계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n12.jpg» 금강하구 유부도에서 조류를 관찰하는 무어스 박사(왼쪽). 그는 통일이 되면 남한의 건설자본이 북한 해안을 무분별하게 개발할까 걱정이 많다. 조홍섭 기자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건 남한의 건설업체가 평화와 통일이 이뤄지면 비슷한 개발 방식을 북한에서도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꼭 필요한 사업부터 시작하겠지만 거의 모든 곳에서 자연이 인공 경관으로 바뀔 때까지 멈추지 않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문덕을 방조제로 막기 전 새만금에, 또는 60∼70년 전 금강하구의 서천 갯벌에 비교하고 싶습니다. 두 곳 다 도요·물떼새의 중요한 도래지(금강 하구는 문덕보다 더 중요)이고, 두 곳 모두 개리가 찾아오긴 합니다(문덕 4만 마리에 견줘 금강에는 30∼40마리). 하지만 문덕에는 전원의 모습과 분위기가 있습니다.
 
나선은 아마도 70년 또는 그 전의 화진포 같은 강원도 해안과 석호를 떠올리게 합니다. 고니떼와 수만 마리의 오리가 있는 곳 말입니다. 요즘 화진포 호처럼 고속도로가 뚫리고 가로등이 들어오고 생태 박물관과 수족관, 공원과 펜션이 여기저기 들어선다면 나진이 여전히 그 모습을 간직할까요?”
 
n13.jpg» 북한의 강원도 통천호. 자연스런 호수 형태가 유지돼 있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북한 습지에서 본 새들 가운데 눈에 띄는 종은 어떤 게 있습니까?
 
“간단히 답변하기는 어렵지만 세 가지 얘기를 하겠습니다. 먼저 이제 남한에서 번식하는 개체를 거의 보기 힘든 종달새와 노랑때까치 같은 멋진 새들이 아직 북한에는 흔합니다. 이들 종이 남한에서 붕괴한 것은 농업의 집약화와 산업화 책임이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둘째, 우리가 갈 수 있었던 북한의 해안은 일부이지만 동해에서 조사한 지역에는 모두(나선, 함흥 인근, 강원도) 많은 수의 바다오리, 논병아리, 아비가 있었습니다. 남한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종종 훨씬 많은 수입니다. 이 새들은 각각 다른 종의 해양동물을 먹고 삽니다. 따라서 북한의 해양생태계는 아직 꽤 건강하고 다양하며 자연적으로 생산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는 남한보다 갈매기가 적다는 것도 눈에 띕니다. 갈매기는 주로 어업 폐기물을 먹습니다. 북한에 이들이 적다는 것은 그곳에 쓰레기가 적다는 사실을 가리킵니다. 
 
끝으로 북한에서는 여태껏 남한에서 본 것처럼 엄청난 규모의 새가 무리를 짓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가창오리나 기러기의 거대한 무리나 새만금에서 자주 보는 10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를 본 적이 없습니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제 때 제 장소에 가지 못했거나, 손으로 짓는 농사 때문에 낙곡이나 농업 폐기물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연구를 해야 그 이유를 알 것입니다.”
 
n14.jpg» 함흥의 송천 하구와 배후 농경지. 쓰레기와 인공 시설물이 거의 없지만 부분적인 훼손은 상당하다. 새와 생명의 터 제공
 
―남북 관계가 풀리면 북한 당국이 조류 보전 분야에서 남한 엔지오의 교류 요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지요. 어떤 분야가 협력에 유망할 것으로 봅니까.
 
“만일 제재가 풀리고 정책결정자가 허용한다면, 그리고 상대에 대한 적절한 존중과 선의에 토대를 두고 북쪽이 무얼 원하는지 명시한다면 북한의 적절한 당국이 조류 보전 분야에서 남북교류를 환영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나라가 다 균질한 것은 아니어서, 예컨대 북의 군부가 ‘주체’를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겁니다. 최선의 방식은, 우리도 그랬지만,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그것을 자신의 조직이나 부처에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수정하는 것입니다. 현 단계에서 작은 발걸음이 큰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철새에 관한 정보 교류를 늘리고, 새 이미지를 공유해 북에서 멸종위기종 목록 같은 자료를 만드는 데 쓰도록 하고, 현지조사에 필요한 자료나 학생들이 필요에 따라 고쳐 쓸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그런 예일 것입니다. 북에선 부족한 게 많습니다. 그러나 장차 이런 교환은 점점 동등하고 균형 잡힌 양방향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북한의 조류 보전에 관심 있는 남한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조류 보전은 새와 그들이 사는 숲, 습지, 바다, 섬 등 서식지의 자연적 생산성을 보전하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조류 보전은 사람에게 득이 되고 국익에도 기여합니다. 결국 사람은 건강과 복지와 음식 조달을 위해 똑같은 자연자원에 의존하기 때문이죠.
 
남한이나 북한이나 새 종의 90%는 대개 이동성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새와 생명의 터 같은 단체가 성공하려면 남한뿐 아니라 조건이 되면 북한에서도 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미 알래스카든 뉴질랜드든 새의 이동 경로에 있는 나라의 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렇게 일합니다.
 
당연히 철새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어느 한 나라나 지역에 속해 있지도 않습니다. 우리 인간은 나는 자유를 선망하곤 합니다. 전쟁과 분단의 고통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때로는 우리 자신의 마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날아가는 새처럼 세계를 하나로, 분열되지 않고 서로 연결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통합된 세계를 상상하면 비로소 철새 보전이 인류의 통합을 돕는다는 것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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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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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왼쪽),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왼쪽),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 문건들이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직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59·사법연수원 16기)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51·19기·구속 수감)이 청와대에서 비밀 회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을 13 대 0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기환송하고 보름이 지난 시점이자,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기 1주일 전이다. 임 전 실장은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대통령과 대법원장 회동 다음달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승진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임 전 실장은 2015년 7월31일 청와대에 들어가 우 전 수석을 만났다. 앞서 임 전 실장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에 “우병우 민정수석은 카운터파트를 법원행정처장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나와는 통화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임 전 실장의 이런 진술 등에 근거해 양승태 대법원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임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이 만난 시점은 대법원과 청와대의 재판거래 정황으로 꼽히는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 등 문건들이 집중적으로 생산되던 때다. 두 사람 회동 1주일 뒤인 8월6일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을 위해 박 전 대통령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을 요청하면서 그동안의 판결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만나면 덕담하고 좋은 이야기 하고 분위기 만들어야죠”라고 했다.

법원행정처 간부와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동은 매우 이례적이다. 행정처 전직 최고위 관계자는 “차장이나 기조실장이 청와대 수석을 만나는 일 자체가 없고 전화도 하지 않는다”며 “대법관 제청을 앞두고 대법원장을 대신해 조율하는 경우에는 현직 대법관인 처장이 나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인데 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불과한 기조실장에게 맡기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특별한 내용을 가지고 만났을 가능성이 높고, 내용은 양 전 대법원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 아니겠냐”고 했다. 실제 당시 작성된 행정처 문건에는 “실세 보좌진인 민정수석을 제쳐 둔 채 상고법원 관련 설득·타협 전략 구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 획기적인 설득 카드로 민정수석을 돌파하는 정공법 필요”라고 적고 있다. 경향신문은 우 전 수석의 반론을 들으려 했으나 교정본부는 “접견 일정이 비어 있지 않다”고 했고, 임 전 실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1일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모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사법발전위원회(5일), 전국법원장간담회(7일), 전국법관대표회의 및 각계 의견을 종합해 형사상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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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우리 겨레에 유익한 길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북핵을 보는 남 중도-재외동포-남 진보의 눈”
 
남북 우리 겨레에 유익한 길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인동  | 등록:2018-06-11 08:27:39 | 최종:2018-06-11 09:02:5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17년 12월, 재미동포 제가 북핵 문제에 대해 쓴 아래 5-11장 (전체 글은 2018년 3-4월에 <진실의길>등에 발표)만을 중도성향의 남녘친구에게 보내고 교시한 대화를 진보성향의 남녘친구에게 보냈더니 자신의 견해를 보내 왔습니다.남 중도/남 진보 친구는 서로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북핵 문제가 초점이 될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오늘입니다.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조국]

1. 한 나라로 함께 사는 세상 
2. 연합방 경제체제 청사진 
3. 민족사 최고의 부강번영 
4. 서둘러야 할 연합방체제 
5. 미국: 평화협정 거부, 북: 핵개발 
6. 북핵은 겨레의 핵으로 

7. 다시 열어야 할 6.15시대 
8. 남북연합방 평화체제 먼저 
9. 겨레의 핵을 어쩔 것인가? 
10. 북남 겨레핵의 비확산 선언 
11. 겨레의 핵우산 쓰고 미군철수 
12. 풍요 자유 평등 자주 통일조국

조국의 남과 북이 처한 현실을 보는 이 세 사람의 견해를 읽어보며 남북 우리 겨레에 유익한 길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남녁 중도인사 (검은 글), 재미동포(초록 글), 남녘 진보인사(파란 글)

 

남 중도: 핵 문제에 관한 미국의 이중성에 대한 지적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북한의 핵보유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핵보유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북한은 70년 가까이 미국의 숙적이었으니까 요. 북의 핵보유는 향후세계핵문제의 전개에서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세계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겠지요.

재미동포: 북핵문제의 해결이 세계사적 사건이 되리라는 데 공감합니다.

남 진보: 조선이 미국의 숙적인 것과 미국이 조선의 숙적이라는 말은 같지 않습니다. 조선이 미국의 숙적이라니요. 조선은 미국에게 전혀 위해를 끼치려는 생각이 없습니다.

남 중도: 박사님께서는 북핵을 남이 품어 겨레의 핵으로 만들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겨레의 자주권을 세운 뒤에 핵 비확산선언, 그리고 세계비핵화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우선 핵무기는 인간성과 양립할 수 없는 무기입니다.

재미동포: 그런데 인간성과 양립해선 안 될 핵무기를 먼저 만든 미국이 인간성을 파괴했고 그 무기로 비핵국가들을 부정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북의 핵무기는 상대방이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한 ‘공포의균형’을 이루는 수단이지 공격하려는 무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남 진보: 지금은 핵무기가 인간의 목숨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목숨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핵무기는 사람을 많이 죽이기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21세기에도 핵무기가 없는 곳에서만 살상과 파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남 중도: 겨레의 자주권을 위해 핵무기를 갖는다는 발상을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재미동포: 자주권을 위해서가 아니고 남북주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죠. 그래서 겨레의 기본권리를 추구하는 노력이 자주권이 되는 것이고, 그래야 우리 겨레도 지킬 수 있지요.

남 진보: 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핵보유도 한 방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남 중도: 겨레의 자주권보다는 인류의 양심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동포: 그런데 역사는 힘을 가진 자가 인류의 양심을 먼저 짓 밟아왔습니다. 우리 겨레의 인간성을 지켜야 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인간성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겨레의 역사는 인류의 양심을 제쳐놓은 패권국들에 당해왔습니다. 더 당하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남 진보: 겨레의 자주권보다 인류의 양심? 미국 호전광들에게 양심 교육을 시키세요!

남 중도: 또한 북핵을 남이 품는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재미동포: 쉽지 않지요. 그래서 남은 결국 힘쎈 미국에 종속되어 사는 길을 택했지요. 북은 미국의 핵위협에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며 핵무장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도 다행히 남은 경제강국, 북은 핵/미사일 군사강국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북이 함께 해볼 만합니다.

남 진보: 겨레의 자주권만 확보가 되면 왜 어렵다고 합니까?

남 중도: 우선 남 자체에서 합의를 이뤄내기가 지극히 힘들 것 입니다. (문재인정부는 전임 정부가 강행한 사드 배치조차 철회하지 못했습니다)

재미동포: 남이 문제죠. 그러나 17년 전, 남북이 별로 힘이 없었을 때도 해냈던 6.15시대를 다시 열어가면 남북은 이번에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런 희망과 확신을 남녘 국민들에게 줘야 하는 게 지도층의 임무라는 생각에 모국 밖에서 남과 북을 보는 재미교포가 이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진보: 합의가 힘들 것이라고 해서 계속 미국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남 중도: 설사 합의가 된다 해도 남과 북 사이에 주도권 문제가 있습니다. 
 
재미동포: 그렇겠지요. 그래서 남과 북의 현 체제와 정부를 유지한 채 ‘연합방경제체제’를  
시작으로 풍요한 내일에 확신이설 때 ‘연합방평화체제’를 합의하고 북핵을 겨레의 핵으로 품어 안고 비확산을 선언하자 했습니다. 그래서 세계 4-5대국이 될 수 있는 남북조국이 ‘연방’ 시기에 겨레의 핵우산 쓰고 주한미군 철수하고 통일로 가자고 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어느 측이 더 정의롭거나 경제/군사력이 강한가에 따라 주도권이 생기겠지요. 어떻든 주도권은 민족 내부의 문제이기에 겨레의 이익에 따라 순리대로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남진보: 주도권문제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를 방치하려는 것 인가요? 최악의 경우 북이 주도권을 가지는 것이 미국이 주도권을 가지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남 중도: 남측의 상당수가 북에 대해 공포, 또는 혐오를 갖고 있는 실정입니다.

재미동포: 그렇습니다. 북에 대한 공포는 남측의 대북무력이 약세라는 것일 테고, 혐오는남의종미세력과미국의북악마화의결과입니다.미국이 분단 뒤 남측의 친일기득권층을 이용해 미국에 종속된 정부를 세웠기에 자주권 회복과 통일의 열망이 4.19학생혁명을 가져왔죠. 그 뒤 계속해 민주화/통일운동의 역사를 되풀이 하며 최근의 촛불혁명까지 왔습니다. 이제 6.15시대를 다시 열어가면 남북은 서로를 더 알게 되어 공포와 혐오감은 순화될 것입니다.

남 진보: 그것은 남측이 세뇌교육의 결과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남 중도: 대등하고 공정한 협상,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재미동포: 6.15시대 10년을 해냈던 남북이니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북과 대등/공정하지 못 할 것이라면 어차피 힘 있는 쪽이 북이라면 북을 따르고, 남이라면 북이 남을 따라야겠지요.

남 진보: 한미관계는 대등해서 70여 년을 미국의 지배하에 있습니까?

남 중도: 우리가 갈 길은 평화국가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동포: 공감입니다. 1960년 북이 남에 연방제 통일을 제안했으나 남이 거부했고, 1974년 북이 미국에 평화협정을 제안했으나 미국이 무시, 거부하며 북을 제재/위협한 결과로 북핵이 개발되었지요. 이제 남이 자주적으로 북과 함께 평화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남 진보: 핵위협 받으면 핵으로 대응하거나 아니면 종속국이 되면 평화가 유지됩니다.

남 중도: 비핵, 평화를 기치로 남과 북이 화해하고 동북아의 평화를 선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동포: 세계평화를 표방하는 미, 중, 러, 영, 프 5대국이 핵/우주국입니다. 힘 없는 정의는 지킬 수 없고, 약자의 평화는 구걸일 수밖에 없는 것이 냉철한 국제관계의 역학입니다. 남북이 북핵을 겨레의 핵으로 품어 안고 동북아평화와 세계비핵화를 선도하자는 것입니다.

남 진보: 비핵평화? 누구 좋으라고 비핵화입니까? 호전광 미국이 평화를 원할까요? 꼭 조선이 평화를 반대하는 것 같은 논리네요.

남 중도: 박사님이 제창하신 겨레핵을 통한 자주와 평화나 제가 말하는 비핵을 통한 평화 모두 지극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재미동포: 오늘의 현실로 보아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단지 남한의 뜻 있는 분들이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남이 미국의 종속에서 벗어나 자주적 결정을 할 수 있으면 됩니다.

남 진보: 겨레 핵을 통한 자주와 평화 왜 어렵다고 생각하십니까? 조국의 자주와 평화는 오직 겨레 핵보유만이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남 중도: 하지만, 저는 비핵을 통한 평화의 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동포: 남북미의 관계에서 공정한 평화가 유지된다면 좋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주한미군을 자진 철수하고 동북아에서의 패권도 포기할까요? 그렇지 않을 것 같아서 핵미사일/경제강국이 될 남북이 세계비핵화를 선도하고, 통일조국은 4:1의 서방국가로 편중된 유엔 상임이사회에 인도, 일본과 더불어 가장 의롭고 공정한 세계 평화를 유지해나가자고 제언도 했습니다.

남 진보: 비핵평화? 저는 남한의 소위 진보논객들조차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인동 (Indong Oh) 약력 

   
 

인공관절수술전공의사(은퇴),6.15해외측미국위공동위원장
하버드의대(MGH)교수,미국고관절학회:J.Charnley, F.Stinchfield상
인공고관절기/기구고안 (HD-2, Spectron, Biofit, Tifit System등) 
인공고관절논문:70여편,수술법저서:14권, 미국발명특허:11 종

RoKorea - 윤동주민족상 - 윤동주사상선양회 - 2013
DPRKorea - 명예의학박사 -국가학위학직수여위원회- 2012
RoKorea- 한겨레통일문화상 - 한겨레통일문화재단? 2011

<밖에서그려보는통일의꿈> - 남북연합방, 다트앤, 서울, 2013
<평양에두고온수술가방> - 의사오인동의북한방문기, 창비, 서울,2010
<통일의날이참다운광복의날이다> - 밖에서본한반도, 솔문, 서울,2010
<Corea ,Korea>- 서양인이부른우리나라국호의역사, 책과함께,서울,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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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이 보인다

[개벽예감 302] 결승선이 보인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06/11 [08:45]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44년 역사의 마지막 지점에서

2. 트럼프의 상황오판과 독단적 결정

3. 30년 세월 흘렀어도 의제는 바뀌지 않았다

4.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철군징후들

 

 

1. 44년 역사의 마지막 지점에서 

 

이 글이 <자주시보>에 실린 직후, 8천만 민족과 전 세계가 비상한 관심과 뜨거운 열망을 안고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적인 조미정상회담이 싱가폴에서 열리게 된다. 흔하게 쓰이는 역사적이라는 세 음절의 수식어로는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의의가 그 회담에 깃들어 있다. 조미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조선이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힘써온 역사를 알지 못하면, 오늘 성사되는 조미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를 알 수 없으며, 조미정상회담 성사로 실현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근본적인 정세변화도 내다볼 수 없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2018년 6월 10일 싱가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하여 발라크리슈난 싱가폴 외무장관의 영접을 받는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착 당일 오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리셴룽 총리와 담화하면서, 조미정상회담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역사적인 회담이며, 조미정상회담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그 회담을 위해 편의를 제공한 싱가폴 정부의 노력도 역사적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이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힘써온 역사는 조선에 보관된 외교문서들에 자세히 기록되었을 터인데, 그 외교문서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으므로, 미국과 한국에서 기밀해제된 외교문서들에 나타난 몇몇 역사기록들에서 그 역사의 흐름을 목격할 수 있다.  

 

2008년 6월에 기밀해제된 미국 정부의 1급 비밀문서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지금으로부터 44년 전인 1974년 8월 루마니아를 통해 제럴드 포드(Gerald R. Ford) 미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오만한 아메리카핵제국의 대통령은 그 제안을 묵살하였다. 

 

김일성 주석은 1980년대에도 미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거듭 제안하였는데, 이번에는 이집트가 중재자로 나섰다. <연합뉴스> 2014년 3월 26일부에 실린, 한국 정부의 1983년도 외교기록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1980년에 조선을 방문한 호스니 무바라크(Hosni Mubarak) 이집트 부통령에게 조미정상회담 중재를 부탁하였다. 부탁을 받은 무바라크 부통령은 백악관을 찾아가 지미 카터(James E. Carter) 미국 대통령에게 김일성 주석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하였으나, 카터 대통령은 한국이 참가하지 않는 조미회담은 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제안이라면 응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당시 조선이 극도로 혐오하였던 광주학살주범을 조미정상회담에 끌어들이려는 카터의 구상은 사실상 조미정상회담 제안을 거부한 것이나 다르지 않았다. 위에 인용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1983년 4월 4일 조선을 또 다시 방문한 무바라크 부통령으로부터 카터 대통령의 3자 정상회담 구상을 듣고 그 자리에서 거부하였다고 한다. 카터 대통령의 임기는 1981년 1월 20일에 끝났는데, 그가 퇴임하자 백악관에 들어간 로널드 레이건(Ronald W. Reagan) 대통령은 대결주의자로 악명이 높았으므로 전임 대통령의 3자 정상회담 구상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이다.  

 

2018년 3월 30일 한국 외교부가 기밀해제한 외교기록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1987년 12월 9일 백악관을 방문한 미하일 고르바쵸브(Mikhail S. Gorbachev) 소련공산당 서기장을 통해 레이건 대통령에게 외교문서를 전했다. 아래에서 이 외교문서의 내용에 대해 다시 언급하겠지만, 그것은 김일성 주석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 할 방향과 방도를 미국 대통령에게 제시한 중요한 외교문서였다. 하지만 대결주의자로 악명을 날리던 레이건 대통령은 그 외교문서를 외면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힘써온 44년 역사가 핵무력을 건설하기 위해 힘써온 44년 역사와 시기적으로 겹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그 중첩현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김일성 주석은 1974년 8월 루마니아를 통해 포드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하였는데, 같은 해 3월 조선에서는 원자력법이 제정되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핵무력 건설이 본격화되었다. 또한 김일성 주석은 1980년에 이집트를 통해 카터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하였는데, 같은 해 7월 조선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평안북도 녕변에서 5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 건설공사가 시작되었다. 또한 김일성 주석은 1987년 12월 소련을 통해 레이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에 관련된 외교문서를 전하였는데, 같은 해 12월 조선에서는 정무원 산하에 원자력공업부가 신설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건설된 녕변핵시설단지에서는 1986년부터 5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가 가동되기 시작하였고, 1989년부터는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는 재처리시설도 가동되기 시작하였다. 이 글에서 길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력적으로 지도해온 37년의 핵무력 건설은 끊임없이 앞을 가로막는 기술공학적 난관들을 ‘자력갱생과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으로 돌파해야 하였던 역사였다.   

 

위에 열거한 것처럼, 김일성 주석이 제3국 중재를 통해 미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거듭 제의해온 역사의 흐름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같은 시기에 조선의 핵무력 건설을 정력적으로 추진해온 역사의 흐름은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길게 이어지며 벋어나간 두 갈래의 흐름이었다. 명백하게도, 조선에서 조미정상회담 추진과 핵무력 건설은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통일체였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미국이 거부해온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온갖 기술공학적 난관을 돌파하면서 장장 44년에 걸쳐 핵무력을 건설해왔던 것이다. 

 

김일성 주석이 개척한 조미정상회담 추진과 핵무력 건설의 역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도에 의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온전히 계승되었다. 그리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선대 수령들이 두 세대에 걸쳐 개척하고 발전시켜온 44년 역사의 마지막 지점에 이르렀다.  

 

김일성 주석이 개척하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전시켰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성한 조미정상회담 추진과 핵무력 건설의 역사가 44년 동안이나 지속된 까닭은, 조선이 핵무력을 완성하여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해야 미국을 정상회담으로 끌어낼 수 있고, 조미정상회담이 승자와 패자가 마주앉은 역사적인 회담으로 성사되어야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세대와 세대를 넘어 그 믿음을 변함없이 간직하고, 그 믿음대로 실천해온 조선은 온갖 난관과 방해를 돌파하여 핵무력을 완성하였고,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하였고, 마침내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2. 트럼프의 상황오판과 독단적 결정

 

미국의 주요언론매체들과 정세분석가들은 조미정상회담 협상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할 위험이 있다고 하면서 우려해왔다. 그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사설 또는 분석기사들 가운데 지난 4월과 5월 중에 나온 대표적인 것들을 열거하면, <워싱턴포스트> 2018년 3월 9일부 분석기사, 4월 23일부 분석기사, 4월 24일부 분석기사, 4월 25일부 사설, 5월 22일부 분석기사, 그리고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19일부 분석기사, 5월 20일부 분석기사 등이다. 

 

그들은 왜 조미정상회담 협상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는 것일까? 아래에 서술한 사실을 살펴보면, 그들이 우려할 만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활동상황에 정통하다는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가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아사히신붕> 2018년 6월 7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한반도 정보활동을 총괄하는 특수정보기관으로 미국 중앙정보국 산하에 설립된 코리아임무쎈터(Mission Center for Korea)가 2017년 가을에 작성한 보고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고방식과 성격에 관한 정보분석자료가 담겼는데, “서구문화에 대한 강한 동경과 존경을 갖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의 역대 최고영도자들보다 “교섭하기 쉬운 상대”이므로, 미국이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줄거리로 요약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구문화에 대한 강한 동경과 존경을 갖고 있어서, 미국이 교섭하기 쉬운 상대이며, 따라서 미국이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정보분석자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오류와 허구의 뒤범벅이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그런 오류와 허구의 뒤범벅을 정보분석자료라고 작성해놓은 것은 경악할 만한 사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과학기술교육을 비상히 강화하여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실현하고, 첨단과학기술개발로 산업수준과 인민생활향상을 끌어올리기 위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그것은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심이나 존경심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서유럽 선진국들의 경제발전을 최단 기간에 따라잡아 사회주의경제강국을 건설하려는 의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서유럽 선진국들의 경제발전을 따라잡고, 사회주의경제강국을 건설하려는 의지를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심이나 존경심이라고 본 것은 정보분석이 아니라 궤변적 오류다.  

 

오류는 오류를 낳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심과 존경심을 가졌다고 오판한 정보분석자료는 미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교섭하기 쉽고, 자국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대로 착각하는 심각한 오류에 빠지고 말았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그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착각하였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오판하지 않을 수 없다.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 앤드루 김(김성현)이 총괄하여 작성한 그 정보분석자료는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당시 중앙정보국장에게 제출되었고, 팜페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 정보분석자료를 요약하여 보고하였던 것이 분명한데, 그런 오류와 허구를 정보분석으로 믿어버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만한 상대라고 착각하고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덥석 받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두 차례 받고 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만한 상대라고 보았던 착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지 않았겠는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 착각에서 벗어났는지 혹은 착각 속에 빠친 채로 조미정상회담장에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사진 2>  

 

트럼프 대통령의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또 다른 특이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의 온라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2018년 6월 7일 분석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해오면서 팜페오 국무장관하고만 상의하고, 다른 각료들과는 상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의 주재로 매주 두 차례 진행되는 국가안보회의(NSC) 장관급 회의에서 조미정상회담 준비문제를 한 번도 논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재로,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국가안보회의 최고회의에서 조미정상회담 준비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백악관의 의결절차에 따르면,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하는 국가안보회의 장관급 회의에서 어떤 중대사안이 결정되면, 그것을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보회의 최고회의에 제출하고, 대통령과 각료들이 최고회의에 제출된 중대사안을 논의하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미정상회담 준비에서는 그런 의결절차가 무시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국무장관의 보고를 듣고 그와 상의한 뒤에 독단적인 결정을 내려왔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팜페오 국무장관하고만 상의하고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은 부정적인 사건이 아니라, 바람직한 일이다. 왜냐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최고회의에 참석하는 대통령과 각료들이 조미정상회담에 대해 일치된 관점과 의견을 가질 수 없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미정상회담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각료들도 있고, 마익 펜스(Michael R. Pence) 부통령이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처럼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을 방해하기 위해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는 폭언도발을 자행한 각료들도 있다. 이처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내부사정이 복잡한 조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준비문제를 각료들과 상의하였다면, 소모적인 논쟁이 일어나 허송세월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준비와 관련하여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은 불가피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만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다. 세계적 범위에서 엄청난 파동을 일으키는 무역전쟁과 관련해서도 그는 각료들과 거의 상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처럼 의결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부동산재벌총수에게 체질화된 행동양식으로 생각되지만, 그보다 더 결정적인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각료들과 상의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하고, 민감한 의제를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3. 30년 세월 흘렀어도 의제는 바뀌지 않았다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김일성 주석은 1987년 12월 9일 고르바쵸브 소련공산당 서기장을 통해 레이건 대통령에게 중요한 외교문서를 전했는데, 그것은 “조선반도 완충지대 설정 및 중립국 창설을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1년 전, 김일성 주석이 미국 대통령에게 전한 외교문서를 이 글에서 거론하는 까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하려는 의제들, 다시 말해서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중대사안의 원형질이 그 외교문서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30년 세월이 흘렀지만, 조선의 최고영도자가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하려는 의제는 일부 표현양식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그 외교문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북과 남은 불가침선언을 채택하고, 조선과 미국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

 

(2) 북과 남은 자위적 목적을 위해 필요한 정도의 규모로 단계적인 감군을 단행하여 각각 10만 명 미만의 병력을 유지한다. 

 

(3)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외국군대는 조선반도에서 철수한다.

 

(4) 북과 남은 제3국과 체결한, 민족적 단합에 위배되는 모든 협정 및 조약을 폐기한다.

 

(5) 북과 남은 자기 군대를 단일한 민족군대로 통합한다. 

 

(6) 북과 남은 연방공화국을 창설한다. 연방공화국은 중립국임을 선언하는 통일헌법을 채택한다. 

 

위에 열거한 의제들을 간결한 표현으로 다시 서술하면, 남북 불가침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남북 군비감축과 주한미국군 철수와 한미동맹관계 해체, 민족연합군 창설과 통일공화국 건설이다. 이 의제들 가운데서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미 합의된 것은 남북 불가침 재확인, 남북 군비감축, 평화협정 체결추진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개최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족연합군 창설과 통일공화국 건설이라는 최고 강령을 제의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 최고 강령은 8천만 민족의 조국통일염원이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국통일유훈이다. 

 

물론 민족연합군 창설과 통일공화국 건설이라는 최고 강령은 현 단계에서 합의할 수 있는 의제가 아니라, 판문점 선언이 충실히 이행되어 남북관계개선이 전면화, 심화된 시기에 열릴 높은 단계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의제다. 

 

높은 단계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최고 강령이 민족연합군 창설과 통일공화국 건설이라면, 높은 단계의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최고 강령은, 31년 전 김일성 주석이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외교문서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주한미국군 철수와 한미동맹관계 해체다. 1987년 12월 김일성 주석이 미국 대통령에게 전한 외교문서에는 1980년대 정치외교상황이 반영되었으므로, 거기에는 조미국교수립이 최고 강령으로 명시되지 않았고, 주한미국군 철수와 한미동맹관계 해체가 최고 강령으로 명시되었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0년 전과 달라진 오늘의 정치외교상황을 반영하여 주한미국군 철수와 한미동맹관계 해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조미국교수립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미국교수립이라는 개념에는 주한미국군 철수와 한미동맹관계 해체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의제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의제는 조미국교수립이다. 왜냐하면, 조선과 미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수립하는 과정 중에 미국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면, 한미동맹관계가 해체되고, 한미동맹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남측의 친미정권은 존립근거를 상실할 것이다. 친미정권이 자주정권으로 교체되면, 남과 북은 민족연합군을 창설하고 통일공화국을 건설할 수 있다. 

 

조미정상회담 준비상황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한 미국의 온라인 정치전문지 <액시오스> 2018년 6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회담(최근 판문점에서 여섯 차례 열렸던 실무회담)에서 이미 조미관계정상화 문제가 논의되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조선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평양에 미국 대사관을 개설하는 문제를 고려할 것이라고 한다. <중앙일보> 2018년 6월 11일 단독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영철 특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2018년 7월 평양에 초청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국교수립을 고속으로, 강하게 추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진 3> 

 

일반적으로, 국교수립과정은 연락사무소(liaison office) 개설 → 이익대표부(interest section) 개설 → 대사관(embassy) 개설로 진전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2018년 7월 중에 평양에 초청하였고, 그에 상응하여 트럼프 대통령도 대사관 개설문제를 고려하는 것은 조미국교수립 추진속도가 빨라질 것임을 예고한다. 

 

정치외교상황이 그처럼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데도,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어떤 경우에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조미핵대결 종식으로 일어난 정치외교상황의 엄청난 변화를 알지 못하고, 여전히 철군불가능설을 붙들고 있다. 하지만 철군불가능설은 정치외교상황의 엄청난 변화를 도외시한 착오다.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국교수립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며, 조미핵대결에서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조미국교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최종조치를 취할 것이다.  

 

 

4.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철군징후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5월 9일과 10일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을 두 차례 접견하면서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까닭은, 조미정상회담에서 조미국교수립이 합의되면, 국교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는데, 미국에서는 철군징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 징후들은 다음과 같다.  

 

(1) 주한미국군 철수를 반대하는 미국 연방의회 외교위원회, 군사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철군문제를 합의하지나 않을까 우려하면서, 대통령의 독단적인 철군결정을 저지하기 위한 예방조치들을 의결하였다. 하지만 철군결정은 미국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므로, 연방의회가 아무리 그 권한을 제한하려고 해도 철군결정을 가로막지 못한다. 미국 연방의회에서 대통령의 독단적인 철군결정을 저지하기 위한 예방조치들을 의결한 것이야말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철군징후다.

 

(2)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철수결정을 내리면, 한국과 일본은 견디기 힘든 안보충격을 받게 된다. 그런데 주한미국군 철수는 한미동맹관계가 해체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으로 한국이 안보충격을 받건 말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지만, 일본이 안보충격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관계는 포기해도 일본과의 동맹관계는 변함없이 유지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일본의 안보불안을 해소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4월 18일 아베 신조(安培 晋三) 총리 부부를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호화휴양소로 초청하였으면서도, 조미정상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2018년 6월 7일 아베 총리를 또 다시 백악관으로 초청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이례적인 행동은 미일동맹관계가 변함없이 유지, 강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일본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안외교’였다. 

 

18년 전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 미국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을 일정에 올려놓았을 때는 주한미국군 철수가 의제로 되지 않았으므로, 모리 요시로(森 喜郞) 일본 총리를 안심시키고 다독여주는 ‘위안외교’가 없었다. 조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위해 연출하는 ‘위안외교’는 철군징후다.   

 

(3) 2018년 4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위해 ‘위안외교’를 연출하는 자리에서, 그에게 주한미국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했을 때 일본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느냐고 물었다. 미일관계 소식통들의 발언을 인용한 <요미우리신붕> 2018년 5월 5일부 보도를 통해 그런 사실이 알려졌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 중에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논의한 것이 분명하다. 미일정상회담에서 철군문제를 논의한 것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명백한 철군징후다. <사진 4>

 

(3)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안에서 주한미국군 철수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이 놀라운 비밀은 <워싱턴포스트> 2018년 6월 7일부에 실린, 유명한 기사집필자 조쉬 로긴(Josh Rogin)의 글에서 드러났다. 그 글에는 “트럼프가 주한미국군 철수에 관한 카터의 관점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제목이 붙어있다. 그 글은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준다.  

 

(ㄱ)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주한미국군 대폭감축을 지속적으로 반대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그들의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은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가치를 계속 납득시키려고 애썼으나 실패로 끝났다.

 

(ㄴ)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필요성을 동의하지 않는다고 계속 말하고 있으며, 때로 펜타곤의 군사지휘관들에게 미국군을 아시아에 계속 배치해야 할 근거를 설명해보라고 요구하고, 그들의 답변에 불만을 표시한다. 

 

(ㄷ)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주한미국군 주둔비를 허비하고 있으며,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할수록 미국의 한정된 국가자원이 낭비된다고 생각한다.   

 

(ㄹ)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2월 주한미국군 철수명령을 내리려고 하다가, 존 켈리(John F. Kelly) 백악관 비서실장의 만류로 그만두었다.  

 

(ㅁ) 백악관과 펜타곤의 관리들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검토하는 과업을 공식적으로 받지는 않았지만, 그 문제에 관련된 선택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으므로, 철군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위에 서술한 충격적인 사실은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명명백백한 철군징후다. 자기 임기 중에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고집에 가까운 의지를 가진 미국 대통령이 출현하였으니,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어떤 경우에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폐기되어야 한다. 

 

조미정상회담에서 철군문제가 논의되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문제가 해결되면 자기의 결심대로 주한미국군 철수를 단행할 것이다. 따라서 조미정상회담에서 철군문제가 논의하지 않더라도, 그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결정을 재촉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된다. 

 

한반도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외국군대가 물러가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아메리카핵제국의 점령군에게 치욕을 당해온 73년의 역사도 가슴 아픈 민족분열의 역사와 더불어 끝나가고 있다. 결승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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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리센룽, 싱가포르 대통령궁서 회담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6/11 09:12
  • 수정일
    2018/06/11 09: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트럼프, 전용기 편으로 10일 밤 싱가포르 도착
싱가포르=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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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0  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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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위원장과 리센룽 총리가 10일 저녁 싱가포르 대통령궁에서 만났다. [사진제공-싱가포르 정보통신부]

‘북미정상회담’ 참석차 10일 오후 2시 36분께(한국시간 3시 36분)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날 저녁 싱가포르 대통령궁 이스타나에서 리센룽 총리와 양자회담을 개최했다.

리 총리의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된 회담 앞부분 영상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역사적 회담”이라고 이틀 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조(북)미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역사적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집안일처럼 성심성의껏 제공해주고 편의를 도모해줬다.”

   
▲ [사진제공-싱가포르 정보통신부]

회담에는 북한 측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배석했다. 싱가포르 측에서는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교장관 등이 배석했다. 

싱가포르 외교부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양자 회담에서는 북한-싱가포르 관계, 최근 한반도에 나타난 긍정적인 상황을 포함한 북한 및 지역 정세가 화제에 올랐다. 

리 총리는 “이 정상회담에 함께 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하고 훌륭한 결정”을 치하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고 “북미 회담이 한반도와 지역 평화와 안정 전망을 진전시키길” 희망했다.

   
▲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밤 싱가포르 공군기지에 도착해 발라크리쉬난 외교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사진제공-싱가포르 정보통신부]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오후 8시 20분께 전용기 편으로 싱가포르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영접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숙소인 샹그릴라호텔로 향했다. 

두 정상은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10시)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첫 회담을 갖는다. 

   
▲ 싱가포르 정부가 운영하는 북미정상회담 국제미디어센터(IMC).

주최국인 싱가포르 정부가 마리나 베이 해안 F1 경기장에 마련한 국제미디어센터(IMC)에도 각국에서 몰려온 취재진들이 속속 집결하면서 정상회담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IMC에는 2,500여명이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한국 측 기자들을 위해 싱가포르 시내 ‘스위소텔’에 500석 규모의 프레스센터를 따로 차렸다. 미국 정부도 백악관 출입기자들을 위한 프레스센터를 별도로 설치하여 운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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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적대 관계의 청산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의미하는 것
2018.06.10 20:08:54
 

 

 

 

북한과 미국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함께 북미 관계의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다. 세계사의 '대전환'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커다란 변화가 오게 되는 것이다.
 
'대전환'의 요체는 북한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다. 70년에 걸친 북미 대결의 역사가 끝장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가장 오랜 적대관계를 이어왔다.  
 
냉전 시대의 숙적 소련은 1991년 제풀에 쓰러졌고 쿠바 혁명(1959년) 이후 50여 년간 지속됐던 미-쿠바 적대 관계도 2015년 오바마에 의해 해소됐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미국과 열전을 치렀던 중국과 베트남도 각각 1979년과 1995년 대미 수교와 함께 국제사회에 진입하면서 경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유독 북한만이 그 길에 들어서지 못했다. 냉전 종식 이후 30년이 돼가도록 국제사회의 외톨이로 남아 동아시아 불안정의 근원이 되고 있다. 패권 국가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한 탓이다. 오직 미국만이 타국의 안전보장과 국제사회 참여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수교가 이뤄진다면 북한은 건국 이후 처음으로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안으로는 경제개발에 집중하며 밖으로는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료와 남···중 평화협정이 성사될 경우 북한은 더 이상 동아시아 불안정의 근원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다.
 
이로써 2차 대전 종전 이후 지속돼 온 동아시아 냉전은 종식될 것이다. 나아가 1894년 청일전쟁으로 시작된 동아시아 전국(戰國)시대가 끝장나고 동아시아 평화시대의 서막이 열릴 것이다. 청일전쟁 이후 50년간 동아시아를 전쟁으로 물들여왔고 패전 이후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 동아시아 냉전의 일익을 담당했던 일본 역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은 2002년 9월 고이즈미의 평양 방문으로 북일 관계 정상화를 천명한 바 있다. 이러한 일본의 시도는 한 달 뒤 미국 네오콘에 의한 제네바합의 파기로 무산됐다. 하지만 북미 수교가 현실화된다면 일본은 미국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반전의 계기: 북한의 핵무력 완성 
 
지난해 말까지 한반도 상공에 짙게 드리웠던 전쟁의 그림자가 올 초 평창올림픽 이후 남··미 지도자 간의 평화협상으로 급반전한 계기는 무엇인가?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력 완성, 북한과의 평화공존 및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남한 촛불정부의 탄생, 군사주의에 의한 세계 패권 유지라는 2차 대전 후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노선을 거부하는 트럼프정부의 등장이 그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북미 관계 정상화를 가로막은 최대 걸림돌은 북한의 핵개발이었다. 북한은 핵개발 포기를 대가로 북미 수교를 요구했고 미국은 북한의 선비핵화를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왔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능력 완성이 이번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열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핵 보유 자체가 아니라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회심의 카드였던 셈이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많이 미국의 핵위협을 받아온 국가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11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미 본토 도달 능력이 입증된 이후 비로소 처음으로 북한의 핵능력을 실존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6자 회담이 시작된 2003년 이후 북한의 지속적인 '핵 보유' 주장을 무시해 왔던 미국도 이제는 북한과의 진지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사실 그동안 미국의 핵정책은 이중기준적 행태를 보여 왔다. 이스라엘, 남아공, 인도, 파키스탄 등 동맹국 또는 우방국의 핵개발은 묵인해 온 반면 북한, 이라크, 리비아 등 적대국의 핵개발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온 것이다. 특히 세계는 핵무기가 없거나 핵개발을 포기한 후세인, 가다피의 최후를 목격했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직면했던 북한이 핵개발에 일로매진한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2006년 10월 첫 핵실험 이후 지난해까지 무려 12년에 걸쳐 6번의 핵실험을 하면서 핵개발 포기와 북미 수교의 맞교환을 요구해 왔다. 반면 인도와 파키스탄은 단 하루, 또는 이틀 만에 5~6회의 핵실험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국제사회가 저지할 틈도 주지 않고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려 한 것이다. 이스라엘과 남아공은 핵실험조차 하지 않은 채 은밀하게 핵무기를 개발했다. 반면 장기간에 걸친 공개적인 북한의 핵개발은 대미 협상용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그동안 미국의 세계적 핵비확산 정책은 이중적이며 기만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촛불 정부와 트럼프 정권 
 
2006년 10월 북한의 첫 핵실험 직후 호전적인 부시행정부조차 종전선언 등 북한과의 핵협상에 나섰다.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배경에는 이러한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등장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선비핵화를 요구하며 진지한 대북 협상을 거부했다. 북한붕괴론의 망령에 씌운 탓이다. '핵 없는 세계'를 주창하며 북한에 대한 건설적 관여를 추구했던 오바마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라는 실패한 정책으로 귀결된 데는 한국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했다. 특히 이번 프로세스가 힘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전과는 달리 남과 북의 주도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보인 것은 1994년 10월의 제네바 합의와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제네바합의의 경우 당시 김영삼 정부의 변덕 탓에 한국은 협상과정에서 원천 배제됐다. 9.19공동성명은 노무현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있었지만 여전히 협상의 주역은 북한과 미국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남과 북의 정상이 먼저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부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미국을 협상에 끌어들였다. 협상의 주도권을 남과 북이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남북의 확고한 평화 의지가 협상의 버팀목이 되면서, 협상 타결의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정부를 탄생시킨 2016-17년의 촛불혁명은 한반도 평화의 시발점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의 참여는 트럼프 정부 유일의 좋은 정책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TPP 탈퇴, 파리기후협약 탈퇴, 이란 핵협정 탈퇴 등 일방주의로만 질주하던 트럼프 정부가 한반도 평화협상에 참여한 것은 어쩌면 '이성의 간계(奸計)'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위한 선택이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평화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8일 그가 미국 주류의 경악 속에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한 배경에는 트럼프 특유의 미국우선주의가 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외교의 초당적 합의는 '세계적 군사 개입에 의한 미국 국익의 관철'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트럼프는 이러한 초당적 합의를 거부한다. 기존 엘리트들이 강조해온 세계에 대한 미국의 의무(와 권리) 따위는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 핵이 미국에 실질적 위협이 됐으므로 마땅히 이를 제거해야 하며, 협상의 달인인 자신만이 이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입장이다.  
 
한반도, 전쟁의 진원지이자 평화의 발신지 
 
근대 이래 한반도는 열강의 전쟁터였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국전쟁 등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은 한반도를 자신의 세력권으로 삼기 위해 바로 이 땅 위에서 전쟁을 벌여왔다. 중국과 러시아에게 한반도는 일본, 미국 등 해양세력의 대륙 침략 통로였고 미국, 일본에게 한반도는 대륙 세력이 자신을 겨누는 비수였다.  
 
···러의 각축 속에 한반도의 민초들은 어육의 신세를 면치 못했다. 가히 '지리의 저주'라 할 만하다. 그러나 '지리의 저주'를 불러온 것은 '인화의 실패'였다. 동학농민전쟁이 청일전쟁의 단초가 됐고 남북 대결이 미국과 중국의 전쟁을 초래했다. 내부의 분열이 외부 세력의 전쟁을 불러온 것이다. 한마디로 지난 120여 년간 한반도는 동아시아 전쟁의 진원지였다. 
 
그러나 이제 한반도가 평화의 발신지가 되는 절호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한반도에 보여준 뜨거운 관심은 남북의 화해가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평화의 초석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오랜 역사에서 입증된 명제다.     
 
단재 신채호는 1921년에 쓴 '조선독립과 동양평화'라는 글에서 대륙에서 바다로 진출하려는 힘과 바다로부터 대륙으로 쳐들어가려는 힘을 중간에서 막는 것이 "유사 이래 조선인의 천직"이라면서 동양평화의 상책은 "조선의 독립"만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조선 병탄을 지원, 묵인한 미국 등 서방 세력에 대한 비판이자 호소였다. 이후 일본은 단재의 예언대로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파멸적 전쟁의 길로 나아갔다. 
 
또한 민세 안재홍은 "조선이 한번 자주독립을 잃어버리면 동아시아의 평화는 문득 깨어지고" 만다면서 한민족의 반침략투쟁이 중국과 일본에 방파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몽골에 대한 고려의 항쟁이 일본을 구원했고 임진왜란에서는 일본을 격퇴함으로써 중국의 병화를 막았다는 것이다.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의 자주성이 동아시아 평화의 핵심이자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와 동아시아가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거대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특히 남··미 세 나라 지도자의 결단에 의한 평화 공모(共謀)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 있고',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은' 법이다.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기대하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한다.  
 
서울대학교를 나와 경향신문에서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 차장을 지내다 2001년 프레시안을 창간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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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모두 싱가포르로…'세기의 北美회담' 초읽기

시차두고 오늘 도착할 북미정상, 리셴룽과 오늘·내일 각각 면담
성김-최선희 실무회담 이어갈듯…北 경호원 등 선발대 활동 시작

 

미리보는 트럼프-김정은 '카펠라 산책'(CG)
미리보는 트럼프-김정은 '카펠라 산책'(CG)[연합뉴스TV 제공]

 

(싱가포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두 싱가포르를 향하면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8∼9일 이틀간 열리는 G7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치지 않은 채 북미정상회담 무대인 싱가포르로 향했다.

캐나다에서 싱가포르까지 비행시간은 약 17시간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편으로 10일 밤 싱가포르의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10일 평양을 떠나 이날 오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소속 중국 고위급 전용기는 이날 아침 평양공항에서 출발해 베이징(北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싱가포르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 우려 때문인지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행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으나, 매주 월·수·금요일 '베이징-평양'을 3회 운항하는 에어차이나가 싱가포르로 향한 것은 김 위원장을 태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현지에선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측으로부터 CA121편과 CA122편을 임차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에어차이나 편이 아닌 자신의 전용기 참매 1호를 함께 띄워 그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항공기를 임차한 것은 국가체면 손상 우려보다는 장거리 여행에 나서는 최고지도자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으며,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용하던 항공기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싱가포르 현지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싱가포르와의 양자 외교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10일 성명을 통해 리셴룽(李顯龍) 총리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각각 10일과 11일에 만날 것이라고 확인했다.

싱가포르 외무부가 면담 장소 등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싱가포르 총리와 대통령이 통상 국제회의 등을 위해 자국에 오는 외국 정상을 대통령궁인 이스타나로 초청해 환담해왔던 전례를 고려할 때, 같은 장소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북미 정상은 각각 싱가포르와의 양자 외교 이외에 휴식을 취하며 회담 전략을 가다듬고 12일 오전 9시(현지시간)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역사적인 담판을 할 예정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수백만 명의 마음을 담아, 평화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우리는 비핵화를 하고 무엇인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단 한 번의 기회(one-time shot)"라고 말함으로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담한 결단'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잠행' 모드를 유지해왔으나, 싱가포르 도착후 리셴룽 총리와의 양자 면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북미 양측은 싱가포르에서 의제 실무회담을 이어가며 막판까지 합의문 내용 등에 대해 협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측의 성 김 필리핀 주재 대사, 북한 측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판문점에서 싱가포르로 자리를 옮겨 협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기간 숙소로 이용할 예정인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은 10일 아침부터 손님맞이 준비에 바쁜 모습이다.

호텔 측은 이날 새벽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를 것으로 보이는 밸리 윙 입구와 일반인들이 투숙하는 타워 윙 쪽 국기 게양대에 싱가포르 국기와 나란히 성조기를 게양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도 검문검색이 본격화하면서 호텔 1층 로비에 금속 탐지기와 X레이 검색대를 설치, 신체검사 및 소지품 검사를 시작했다. 또 앞쪽 도로에 설치된 검색대에서도 경찰관들이 호텔 출입 차량의 트렁크 등을 일일이 검색했다.

호텔 로비에서는 전날 선발대로 싱가포르에 온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 경호원들도 눈에 띄었다.

정장 차림에 왼쪽 가슴에 붉은 배지를 달고 북한 말투를 쓰는 경호원 5∼6명은 당국의 검문검색 장면을 지켜본 뒤 식당으로 향했고, 로비와 연결된 중간층 테라스에도 같은 복장의 남성 1명이 로비 동향을 감시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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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31주년 문 대통령 “다양한 민주주의 실현돼야”

[전문] 기념사 통해 “민주주의 지킨 열사들과 국민들 존경과 감사”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8년 06월 10일 일요일

문재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31주년인 10일 “6·10 민주항쟁에서 시작해 촛불 혁명으로 이어져온 국민주권 시대는 평화의 한반도에서 다양한 얼굴의 민주주의로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1주년 기념식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독한 기념사에서 “이 날이 오기까지, 민주주의를 지킨 열사들과 각자의 자리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국민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는 국민주권을 제대로 찾는 정치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왔다. 6월 민주항쟁의 승리로 우리가 직접 대통령을 뽑게 됐고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최저생활이 보장돼야 하며 성장의 과실은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 경제민주주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성별이나 장애로 인해 받는 차별은 사라져야 한다. 성평등이 실현될 때 민주주의는 더 커질 것”이라며 “생태민주주의는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모든 생명체와 공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고 이웃의 아픔에 공감해야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에는 고문과 불법감금, 장기구금과 의문사 등 국가 폭력에 희생당한 많은 분들의 절규와 눈물이 담겨 있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며 “민주주의자 김근태 의장이 고문당하고, 박종철 열사가 희생된 이곳에 ‘민주인권기념관’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와 함께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이었던 한반도 평화가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에게 평화는 민주주의와 한 몸이다. 민주주의의 진전은 평화의 길을 넓히고 평화의 정착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더욱 굳건히 만들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6·10 민주항쟁 31주년을 기렸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오전 “6·10 민주항쟁 31주년을 맞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민주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6·10 민주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는 더불어민주당은 국민들과 함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문 대통령 기념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6·10 민주항쟁 서른한 돌을 맞아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민주주의의 함성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시 듣습니다. 

모두 한 마음으로 외쳤던 그날의 함성은 자기의 삶을 변화시키는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6월의 민주주의는 국민들 각자의 생활에 뿌리 내려 살아있는 민주주의가 되고 있습니다. 

한 세대를 마무리하는 30주년을 보내고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오늘 우리는 더 좋은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날이 오기까지, 민주주의를 지킨 열사들과 각자의 자리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국민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국민주권을 제대로 찾는 정치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6월 민주항쟁의 승리로 우리가 직접 대통령을 뽑게 되었고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평등한 인간관계를 위한 가정과 학교에서의 민주주의는 모든 민주주의의 바탕이 됩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최저생활이 보장되어야 하며 성장의 과실은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합니다. 경제민주주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입니다. 성별이나 장애로 인해 받는 차별은 사라져야 합니다. 성평등이 실현될 때 민주주의는 더 커질 것입니다. 

생태민주주의는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모든 생명체와 공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고 이웃의 아픔에 공감해야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래도록 정치민주주의를 위해 힘을 모은 것은 정치적 자유를 통해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민주주의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얼굴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할 때 6월 민주항쟁도 완성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6월 민주항쟁의 과정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항쟁에 참여했습니다. 

학생들이 앞장서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습니다. 택시기사들은 경적을 울렸습니다. 어머니들은 총과 방패에 꽃을 달았습니다. 여고생들은 자신의 도시락을 철제문 사이로 건네주었습니다. 상인들은 음료와 생필품을 보내왔습니다. 회사원들은 군중을 향해 꽃과 휴지를 던져 응원했습니다. 언론출판인들은 진실을 왜곡하는 보도지침을 폭로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잔업을 끝내고 나와 철야시위와 밤샘 농성에 함께 했습니다. 학생, 시민, 노동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가진 것을 나누며 자신의 민주주의를 이뤄냈습니다. 

4·19로부터 이어온 각 분야의 운동이 하나로 모였고, 각자가 간직하고 키워온 민주주의를 가지고 촛불혁명의 광장으로 다시 모였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는 잘 가꾸어야 합니다. 조금만 소홀하면 금세 시들어 버립니다.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역사적 시간과 공간을 되살리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2001년 여야 합의에 의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을 제정하고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을 추진해온 것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국민들과 나누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으로 사회적 여론이 조성되었고 정부가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에는 고문과 불법감금, 장기구금과 의문사 등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많은 분들의 절규와 눈물이 담겨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남영동 대공분실입니다. 

민주주의자 김근태 의장이 고문당하고, 박종철 열사가 희생된 이곳에 ‘민주인권기념관’을 조성할 것입니다. 

새로 만들어지는 ‘민주인권기념관’은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동시에 민주주의의 미래를 열어가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비롯하여 공공기관, 인권단체들, 고문피해자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이 공간을 함께 만들고 키워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돕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와 함께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이었던 한반도 평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평화는 민주주의와 한 몸입니다. 민주주의의 진전은 평화의 길을 넓히고 평화의 정착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더욱 굳건히 만들 것입니다.

이제, 6·10 민주항쟁에서 시작해 촛불혁명으로 이어져온 국민주권 시대는 평화의 한반도에서 다양한 얼굴의 민주주의로 실현될 것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지켜가고 만들어가는 민주주의를 응원합니다. 정부도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6월 10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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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서 악수한 남북 대사... "정말 눈물 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6/10 12:29
  • 수정일
    2018/06/10 12:2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주 독일 대한민국 정범구 대사와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대사가 대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주 독일 대한민국 정범구 대사와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대사가 대회를 나누고 있는 모습ⓒ Tsukasa Yajima
 손을 맞잡은 주 독일 남북 대사
손을 맞잡은 주 독일 남북 대사ⓒ Tsukasa Yajima
지난 9일 토요일 오후 3시(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의 한인교회에서 2000년 6.15공동선언과 지난 4.27 판문점 평화선언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과거 분단되었던 도시 베를린에서 아직 분단 중인 남북 사람들이 모여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특히 이날 자리에는 남북 양측의 주 독일 대한민국 정범구 대사와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대사가 자리에 함께했다.

매년 615 기념행사를 주최하던 6.15 유럽위원회는 올해 특별히 남북 간의 역사적인 판문점 평화 선언이 이루어진 것을 고려하여 남북 양측의 대사관들을 초청했다. 6.15 유럽위원회의 이번 행사 제안에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측에서는 흔쾌히 행사에 참여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양국 대사 만나자 교회에 가득한 박수 소리 

행사가 시작되기 전, 늘 평화로워 보이는 베를린의 한인교회 앞에는 사뭇 긴장한 사람들이 서 있었다. 곧이어 검은 승용차가 교회 앞에 서고, 주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 대사가 차에서 내리자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이어 주 독일 대한민국 정범구 대사와 인사를 나누자 행사장 안에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교회를 가득 채웠다. 양국 대사가 직접 만나고 악수하는 것을 본 교민 중에는 감격하며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곧 행사가 시작되었다. 이번 행사는 통일을 위해 헌신하다 목숨을 잃은 영령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되었다. 이어서 2000년 6.15공동선언부터 2007년 10.4선언, 그리고 최근의 3차 정상회담까지 간추린 영상이 상영되었다. 이번 영상을 직접 편집하며 이번 행사를 준비한 박정심씨는 요즘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정말 눈물 나요. 정말 얼마나 우리가 엄혹한 세월을 지냈어요. 4.27 판문점 평화선언을 보면서도 기뻤지만 금세 한반도 분위기가 얼어붙었잖아요.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갑자기 두 번째로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는 정말 너무 기뻤어요! 너무 멋있었어요!"

그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묵묵히 뒤에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18년간의 남북 상황을 영상으로 편집하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베를린에서 공식적으로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남북 양국의 대사가 만나는 뜻 깊은 자리는 알고 보면 이런 교민들의 노력과 인내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독일 곳곳에서 사는 6.15 유럽위원회 교민들이 8시간 기차로 또는 비행기로 베를린에 모였다고 한다. 박정심씨 또한 고속기차로 5시간 거리에 있는 오버하우젠에서 베를린으로 온 것이었다.
 북측 공연단의 홍진혁 학생
북측 공연단의 홍진혁 학생ⓒ 권은비
행사가 진행되는 중, 바깥에서는 북측 청소년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중 여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북측 사람들인지도 알 수 없던 상황이었다. 북측 공연단의 피아노 연주를 맡은 홍진혁 학생에서 소감을 묻자 이내 그의 얼굴이 발그레졌다.

"어서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생각밖에는 없습니다."

머뭇거리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이제 19살,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어깨를 토닥인다. 이번 북측의 공연은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자녀들이 준비했다. 축하공연을 하는 아이들의 나이는 열다섯, 열여섯 살, 그중 피아노를 치는 홍진혁 학생이 가장 맏형이라고 했다.

"남측 사람들이 우리를 안 만나려고 하지 않습니까? 껄끄러워 하지 않습니까? 베를린 길거리에서 우연히 남측사람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내심 반갑지요. 같은 동포잖습니까. 그래도 인사는 하지 않습니다. 통일되면 마음껏 만날 수 있겠지요. 통일이 어서 돼야 합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북측 아이들을 바라보는 한 아버지가 전한 말이었다. 실제로 베를린에서 남측과 북측 사람들이 한인 식당이나 아시아 마켓에서 서로 마주칠 확률은 적지 않다. 그럼에도 그동안에는 인사 한번, 눈 한번 마주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남측의 공연이 진행 시작되자 행사장 밖에서 공연 준비를 하던 북측 아이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남측공연을 응시하였다. 한 북측 여학생에게 소감을 묻자 '많이 떨립니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북측 공연이 시작되었다. 행사장에 있는 취재진들도 몰려들었다.

노래 부르던 아이들.... 아이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다섯 명의 아이들은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이라는 노래를 시작했다. 지난 북한예술단 방한 공연에서 현송월 단장이 불렀던 노래였다.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한다는 맏형의 반주에 다리와 팔을 흔들며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가장 왼편에 있는 아이부터 첫 소절부터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한 여학생이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내내 나와 눈을 마주치며 수줍게 웃던 아이었다. 아이에 눈물을 그칠 줄 몰랐다. 그것을 보는 교민들도 눈물을 닦았다.
 공연 중 눈물 흘리는 북측 학생
공연 중 눈물 흘리는 북측 학생ⓒ 권은비
남측의 정범구 대사와 북측의 박남영 대사도 애틋하게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북측의 박남영 대사는 붉게 충혈된 눈을 이내 감으며 아이들의 노래를 들었다. 아이들은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다 부른 후, 이어 "반갑습니다"를 열창했다. 신나는 박자의 노래였지만 어딘가 서글프게 들렸다. 나는 내내 노래를 부르다 왈칵 눈물을 쏟아낸 그 여학생의 얼굴이 마음에 걸렸다. 그 무엇이 15살 소녀를 울게 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북측 아이들의 공연이 끝나고 남과 북 대사들의 축하인사가 이어졌다. 정범구 주 독일 대한민국 대사는 "2000년 6월 13일, 성남공항에서 6.15공동선언을 위해 북측으로 출국하던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비장한 모습이 떠오른다"며 "김대중 대통령에서부터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는 평화의 길을 계속 이어가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남측에는 번개라는 것이 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갑자기 번개처럼 만나는 것이다. 앞으로 남과 북도 언제 어디서든 이렇게 번개 하듯 만나자"라고 말했다.

이어서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 대사의 축사가 시작되었다. "온 민족과 세계 앞에 약속한 판문점 선언은 그 어떤 정세의 파동이나 주변 환경에 흔들림 없이 북과 남이 주인이 되어 북과 남이 주인이 되어 일관되게 이행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가 끝나자 한 교민은 "마치 통일이라도 된 것 같다"며 "곧 이어질 6월 12일 북미회담이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번 6.15 공동선언 18주년 기념행사장에서는 누가 북측 사람인지 누가 남측 사람인지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해보였다. 그저 독일 타지에 사는 한반도의 교민들일 뿐이었다.
 베를린의 한인교회에서 2000년 6.15공동선언과 지난 4.27 판문점 평화선언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한 교민들
베를린의 한인교회에서 2000년 6.15공동선언과 지난 4.27 판문점 평화선언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한 교민들ⓒ Tsukasa Yaj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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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죽음(Liberal World Order, R.I.P.)>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그 창시자인 미국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 번역 : 유원석 민플러스 국제팀
  • 승인 2018.06.09 16:16
  • 댓글 0

지난 3월21일 미 외교협회(CFR)의 리차드 하스(Richard N. Haass) 회장은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죽음(The Liberal World Order R.I.P.)>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해 세계적 이목을 끌었다. 주지하듯 미 외교협회는 1921년 창립된 이래 전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계질서’ 형성과 미국 대외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록펠러계의 대표적 싱크탱크다.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죽음>은 미국을 지배해온 대표적 주류세력이 전후 70년이 흐른 지금 처음으로 자신들이 만들고 주도해온 미국 패권질서의 조종(弔鐘)을 울리는 비문(悲文)이다. 오늘날의 미국을 전혀 로마답지 않았던 신성로마제국에 빗대어 쇠퇴해가는 미국으로 규정한 이 글은 미국의 힘이 빠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발흥하는 새로운 지역질서를 미국이 통제할 수 없음과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이런 ‘자유주의 세계질서’ 약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새로이 등장할 세계질서가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왔던 미국 중심의 패권적 세계질서가 아닌 새로운 다극화 질서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글에선 충분히 반박할 만한 여러 사례들이 제시된다. 포퓰리즘(populism)의 부상을 “소득 침체와 일자리 손실에 대한 반응”이라며 제한적으로 바라보고, 러시아가 유럽의 국경을 바꾸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고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거나,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등의 주장은 저자의 편향된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미국 우선주의’와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미국 우선주의 노선’은 사실상 미국의 패권질서를 포기하는 전략임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전후 미국의 정치, 경제를 떠받쳐온 주류세력이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노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밝힌 최초의 보고서라고 하겠다. 그런 결과 세계는 ‘덜 자유롭고, 덜 번영하며, 덜 평화롭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강변은, 무너지고 있는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미국 주류세력의 불안감의 표현이자 향수라고 하겠다. 반면 우리는 이른바 ‘자유주의 질서’란 이름 아래서 끊임없는 전쟁과 살상, 기아와 빈곤, 억압과 압박이 자행돼 왔음을 기억하고 있다. 자유주의 질서 아래서 세계는 더욱더 극단적으로 양극화가 됐다. 오히려 미국 주도의 패권질서가 무너진 이후 세계는 솥발의 형세처럼 상호간의 균형과 견제로 더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온 북미정상회담은 이런 세계사적 전환을 배경으로 한다. 이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은 새로운 세계질서를 내오는 거대한 추동력이 될 것이다.[역자주]

※ 포퓰리즘(populism) : 인민주의, 대중주의, 대중추수주의 등으로 번역되나 여기선 영어발음 그대로 표기한다. 그리고 아래 글의 괄호( )들은 영문표기 또는 편집자주. 이탤릭체 부분은 필자가 원래 검은색 바탕으로 강조한 단락들.

거의 1000년이 흐른 뒤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인 볼테르(Voltaire)가 빈정거린, 쇠퇴하는 신성로마제국은 거룩한(holy) 것도 아니고, 로마(Roman)도 아니고, 제국(Empire)도 아니었다. 오늘날 약 2500년이 지나서 볼테르의 말을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하면, 쇠퇴해가는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자유주의도 아니고 세계적이지도 않으며 질서도 없다는 것이다.

영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확립했다. 그 목표는 30년 동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상황을 다시는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민주 국가들은 국가의 자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존중과 법치의 원칙에 기초한다는 의미에서 자유주의적인 국제체제를 만들었다. 인권은 보호돼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지구 전체에 적용돼야 했다. 동시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평화와, 경제개발, 그리고 무역 및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기구들이 설립되었다.(국제연합(UN),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국제무역기구(WTO)의 전신 등)

이 모든 것은 미국의 경제 및 군사력,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 네트워크, 그리고 핵무기들에 의해 뒷받침됐으며 (이에 대한)공격을 저지하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민주주의가 갖는 이상뿐만 아니라 군사력, 경제력 등의 강력한 힘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들 중 어떤 것도 단연코 반자유주의적인 소비에트연방에 의해 상실된 것은 아니었다. 소련은, 유럽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을 아우르는 질서를 형성한 데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을 갖고 있었다.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냉전종식과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로 과거 어느 때보다 강건해 보였다. 그러나 오늘날, 25년이 지나서, 그 미래는 의심스럽다. 실제로 자유주의와 보편성, 그리고 질서 그 자체의 보존이라는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세 가지 구성요소가 70년 역사에서 이처럼 어려움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

자유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점점 커지는 포퓰리즘(populism)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정치적 극단주의 정당들은 유럽에서 기반을 확보해 왔다.

영국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지지하는 투표는 엘리트 집단의 영향력 상실을 입증했다. 심지어 미국에서조차 다름 아닌 미국 대통령이 언론매체, 법원 및 법 집행기관에 대해 전례 없는 공격을 가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터키를 포함한, 권위주의 체제는 최고 수준으로 강화됐다. 헝가리와 폴란드 같은 나라들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그들의 민주주의 운명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그 세상(자유주의 세계질서)이 마치 전체인 것처럼 말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는 지역 질서의 출현을 보고 있다. 즉 중동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각각 자신만의 특징을 가진 무질서의 출현을 보고 있다. 글로벌(global)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있다. 보호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세계무역협상들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사이버 공간의 사용을 규제하는 규칙은 거의 없다.

동시에 거대한 힘의 대결이 재발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의 국경을 바꾸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면서 국제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규범을 위반했으며, 2016년 (대통령)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미국의 주권을 침해했다. 북한(조선)은 핵무기 비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한 합의를 비웃었다. 세계는 시리아와 예멘에서 인도주의적 악몽을 겪고 있는 상황을 방관하는 한편,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유엔이나 그 밖의 곳에서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파산한 국가다. 오늘날 세계의 100명 중 1명이 난민이거나 실향민이다.

이 모든 일이 왜, 지금 일어나는지와 관련해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부분적으로 포률리즘의 부상은 소득 침체와 일자리 손실에 대한 반응인데, 이는 대체로 새로운 기술에 기인한 것이지만, 크게는 수입과 이민자들로 인한 것이다. 민족주의(nationalism)는 지도자가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특히 어려운 정치, 경제적 여건 속에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되는 도구이다. 그리고 세계기구들은 새로운 권력 균형과 기술에 적응하지 못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JCPOA 탈퇴를 선언하는 각서에 서명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 : 뉴시스]

그러나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약화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변화된 태도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정부)아래서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가입을 반대하고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이란과의 핵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했다(미국은 지난 5월8일 이란핵협정을 파기했다. 이글은 그 두 달 전인 3월에 쓰였다). 국가안보라는 정당성에 기대어 일방적으로 부과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는 세계를 무역전쟁의 위험에 처하게 했다. 이것은 NATO와 다른 동맹에 대한 미국의 약속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미국은 민주주의나 인권에 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나의 요지는 미국만 지목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연합,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을 포함한 오늘날의 다른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 또는 하지 않는 일, 또는 그 두 가지 모두에 대해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단순히 다른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주된 설계자이자 주된 수호자였다. 또한 으뜸가는 수혜자였다.

따라서 미국이 70년 이상 수행해왔던 역할을 포기한다는 결정은 하나의 전환점이다.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그 자체로는 생존할 수 없다. 왜냐하면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이해관계나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 모두에게 덜 자유롭고, 덜 번영하며, 덜 평화로운 세계가 될 것이다.

번역 : 유원석 민플러스 국제팀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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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들이 이룬 위대한 진전, 산자의 의무 다하겠다"

27회 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분단적폐청산·사회대개혁 실현'과제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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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9  22: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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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엄수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제27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유가족과 추모단체 등으로 구성된 '범국민추모위원회'(명예 추모위원장 김중배, 박순경, 박중기, 백기완, 오종렬, 이석태, 이선종, 이창복, 이해동, 임기란, 청화, 함세웅) 주최로 9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엄수됐다.

유가족과 통일, 노동, 농민, 빈민, 청년, 여성 등 각 부문 인사를 비롯해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이날 범국민추모제의 총괄 구호는 '열사정신 계승하여 70년 분단적폐 청산하고 사회대개혁 실현하자'로 정해졌다.

1990년 6월 10일 성균관대에서 처음으로 '민중민주열사 희생자 합동추모제 및 6월항쟁계승 국민대회'를 할 때 모신 181명의 영령이 27년을 지나는 동안 680여명으로 늘어났다.

추모제 사회를 맡은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 사무총장은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통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열린 평화와 통일의 시대가 앞서간 민족민주열사·희생자들의 숭고한 헌신과 투쟁, 그리고 실천하는 삶의 정신이 이끌어준 역사임을 알고 기억하고 있다"면서 "열사정신을 계승하여 70년 분단적폐 청산하고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시대를 열어내겠다는 결심과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함께 만들기 위해 싸워 나가겠다는 결의를 다지자"고 밝혔다.

   
▲ 왼쪽부터 이창복 명예추무위원장, 송경동 시인, 한충목·김명환·최진미 상임추모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창복 명예추모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우리가 목도하는 한반도의 이 새로운 변화는, 지난 70여넌간 전쟁과 분단의 장벽을 깨뜨리고 이 사회의 진보를 실현하기 위해 피땀을 바쳤던 숱한 선열들과 민중들의 투쟁과 희생이 이끌어 낸 위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쟁과 분단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세력들은 평화와 통일을 여전히 걸음걸음 방해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선량하고 의로운 양심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함께 싸우자"고 강조했다.

송경동 시인은 '역사의 광야에서'라는 추모시(아래 전문)에서 열사의 정신이 우리를 여기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앞으로도 고난과 탄압을 두려워하지 않고 평화와 평등으로 가는 길을 가도록 하여 끝내 승리로 이끌 것이라는 굳은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충목 상임추모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영령들께서 열망하던 민주, 민생, 평화, 통일의 새 세상으로 향하는 민중의 수레바퀴, 역사의 수레바퀴가 다시 힘차게 굴러가고 있다"면서 △남북의 전면적 교류와 화해 △한일 위안부야합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국가보안법 폐지와 모든 양심수 석방 △민주유공자법 제정 △종속적 한미동맹 종료 △민중생존권 보장과 과거자 진상규명 등 미흡한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김명환 상임추모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수많은 노동열사들을 만든 노동현장에서 천박한 자본과 적폐정권이 결탁하고, 불의한 사법부의 편협한 재판으로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노동을 탄압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박근혜 정권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법부의 사법농단에 대해 언급했다.

또 최저임금법 개악에 대한 항의의 뜻을 표시하면서 "촛불정권을 자임한 문재인 정권이 일시적 지지율에 취해 적폐청산의 임무를 등한시한다면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중의 힘으로 적폐청산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면서 "그 투쟁에는 새로운 적폐를 만드려는 문재인 정권을 비롯한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도 들어있다. 이를 흘려듣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진미 상임추모위원장은 "열사들이 있었기에 후대들이 길 잃지 않고 지금 여기 서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통일의 진정한 봄은 분단적폐를 청산할 때 비로소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다짐을 밝혔다.

   
▲ 장남수 유가협 대표가 유가족을 대표해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은 유가족을 대표해 이날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면서 "열사 한분 한분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씨앗이 되었고 밑거름이 되어서 1,700만 촛불이라는 거대한 나무가 되어서 적폐 권력을 몰아낼 수 있었다. 살아남은 우리들은 이분들에게 빚을 진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올바른 민주주의를 하고 남북통일을 이루는 것만이 열사들에게 빚을 갚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영령들의 열망이었던 자주, 민주, 민생, 평화가 숨쉬는 통일 조국을 건설하자. 영령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산자의 의무를 다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이날 본 추모제에 앞서 오후 1시에는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터에서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와 전대협 동우회 등이 학생열사 추모제를 진행한 후 시청까지 행진하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들은 같은 시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노동열사 추모제를 열고 광화문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는 등 부문 사전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광장에는 4.9통일평화재단과 구속노동자회, 마석민족민주열사·희생자묘역정비단, 유가협후원회, 이수갑정신계승사업회, 전태일재단, 한국전쟁전후피학살자유족회와 권역별 추모연대 홍보 부스가 운영되었다.

   
▲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합 의장, 장애인열사 우동민추모사업회 이원교 대표,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 정종성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왼쪽부터)가 범국민추모제 참가자들을 대표해 결의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역사의 광야에서
-2018 민족민주열사 범국민추모제에 부쳐

송경동

지치고 외로울 땐
초롱초롱한 당신의 두 눈동자가
먼 별빛이 되어 다가오곤 했다
보름달 속에 깃든 해맑은 당신이
나를 내려다보기도 했다
당신과 함께 했던 기억이
파도가 되어 밀려들던 날도 많았고
선선한 바람결에 당신의 속삭임이 들려와
주변을 둘러보던 날도 많았다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나의 용기는 당신의 용기였다
간혹 무대에 오를 때 나는 당신의 육성을 떠올렸고
경찰과 맞붙을 때 당신의 창살을 기억했다
실의와 번민 앞에 설 때면
당신의 낙관과 혼신과 결단을 생각했고
온갖 유혹이 다가올 땐
당신의 소박한 꿈과 순정을 생각했다
그러면 위안이 되어
다시 다가온 역사의 퇴행도
독재의 그늘도
잔인한 자본의 공세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렇게 당신들이 우리의 유일한 책이었고
교훈이었고 지혜였고 길과 등대였다
이 선 너머론
후퇴할 수 없는 역사의 고지였고
오늘도 쉬지 않고 내일로 흐르는 새벽강이었다
지칠 때마다 우리는 당신이라는
뿌리로 다가갔고 당신들이라는
천 개의 고원 만 개의 광야 1억 개의 바다와
푸른 행성들의 아득한 세계 속으로 젖어들곤 했다

그런 당신들을 누가 철 지난 꿈이라 하는가
누가 당신들을 역사의 박제로 만들려 하는가

당신들은 과거에 먼저 간 이들이 아니라
먼 미래를 향해 앞서 간 이들
역사에 공치사는 필요없다
보상이나 바라는 마음도 무용담도 간지럽다
작은 항쟁의 열매나 쫒는 자에겐 미래가 없다

백 만 개의 촛불로 다시 살아난 당신을 보았고
천 만 개의 생동감으로 다시 얼어서는 당신을 보았고
끝내 삼팔선을 넘는 평화의 걸음을 보았고
끝내 특권과 독점을 넘어
평등으로 나아가는 당신의 몸부림을 보았다
그 모든 곳에 당신은 높은 사람으로 서 있지 않았다
떵떵거리는 사람으로 똑똑한 사람으로
특별한 사람으로 서 있지 않았다
당신들은 그 모든 자리의 가장 낮은 곳에 서 있었고
가장 못나거나 힘겨워하는 이 곁에
아직도 어둡고 눈물겨운 자리에
모든 모순의 극점에 저항하는 이들 곁에 늘 서 있었다
당신은 여전히 노동자거나 농민이거나 빈민이거나
장애인이거나 착취받는 여성이거나 청년이다

그게 놀라워
우리 여기까지 함께 왔다
그게 신기해
우리 여기까지 함께 왔다

당신이 있어, 당신들이 있어
평화와 평등으로 가는 이 먼 길이 외롭지 않다
고난과 탄압이 두렵지 않다
모든 억압과 차별과 착취와 폭력의 쇠사슬을 끊고
역사의 광장에서 역사의 평지에서
역사의 광야에서 우리 끝내 승리하리라

   
▲ 추모공연[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6.15합창단의 추모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동학농민혁명희생자 신위, 한국전쟁전후민간인 피학살자·희생자 신위, 4.19혁명 열사·희생자 신위, 5.18민중항쟁 열사·희생자 신위, 해외민주통일인사 신위 등이 모셔져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열사·희생자 영령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박종철 열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김남식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민중총궐기 대회 중인 2015년 11월 14일 경찰의 살인적 물대포에 의해 쓰려져 의식불명 상태에서 2016년 9월 25일 선종한 백남기 열사(오른쪽)과 지난 2016년 7월 25일 영면한 류종인 선생이 나란히 계신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추모제 참가자들은 영령들 앞에서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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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민중당 후보들 선거현수막, 안산 곳곳에 달린 이유는

 
세월호 참사 이용하는 패륜정치 청산하자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8/06/09 [10:2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8일 안산시청 앞에서 이번 6월 13일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중당 후보들이 "세월호 참사 악용하는 패륜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자주시보

 

6월 13일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민중당 후보들이 세월호 참사 악용하는 패륜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8일 안산시청 앞에서 열었다.

 

세월호 참사 악용하는 패륜정치 규탄 기자회견은 서울 송파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중당 변은혜 후보의 제안으로 이루어졌으며 민중당청년당 등 취지에 공감한 전국 각지의 지방선거 후보들이 동참하여 세월호 참사 악용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규탄했다.

 

사회를 본 김성일 강북구의원 후보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인간 같지 않은 사람들이 안산시를 대표하겠다고국민들을 대표하겠다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기자회견을 열게되었다고 밝혔다.

  

▲ 정세경 민중당 안산시 단원구 마선거구 후보는 416생명안전공원은"별이 된 아이들을 우리 안산이 품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며,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야 한다는 어른들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자주시보

 

정세경 민중당 안산시 단원구 마선거구 후보는 세월호 참사 이후생명을 안전을 귀중히 여기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그래서 출마했다다시 속지 말자안전공원납골당이 문제가 아니다참과 거짓 진실과 정의를 가리는 것별이 된 아이들을 우리 안산이 품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다안산의 시민 여러분 똑똑히 판단해 달라안산의 시민은 진실과 정의를 위한 후보에게 투표해달라적어도 이것이 세월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야 한다는 우리 어른들의 약속이라며 눈물로 절절하게 호소했다.

 

▲ 지방선거에 출마한 전국의 민중당 후보들이 자신의 선거구에 내걸었던 적폐청산 현수막을 새롭게 만들어 안산에 직접 게시했다.     © 자주시보

 

이어 김수근 중구 서울시의회 후보는 “416 생명안전공원은 추모장소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서 정의를 세우고 나라를 구하는 일이다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철저하게 심판받아야 한다. 416 생명안전공원이 우리의 미래이고 역사이며아이들의 바램이고 꿈이다진실을 규명하는 일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나현 민중당 김포시 가선거구 후보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활동을 한 세월호 세대이다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 안산에 출마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사람이라면 입에 담을 수 없는 공약을 내놓았다사람의 생명마저도 정치를 이용하는 이 상태가 너무나 지긋지긋하다세월호 참사는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서는 안된다적폐세력 청산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다시한번 절감했다안산시민들에게 호소한다적폐세력에겐 단 한 표도 주어서는 안된다끝까지 적폐청산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 변은혜 민중당 송파구을 국회의원 후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가가 구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량한 정치에 활용하는 이들의 행보는 인간의 탈을 쓰고는 벌일 수 없는 패륜정치의 극치"라며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후보들을 규탄했다.     © 자주시보

 

변은혜 민중당 송파구을 국회의원 후보는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안산시장 후보들이 세월호 추모공원 건설 백지화한다는 공약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국가가 구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량한 정치에 활용하는 이들의 행보는 인간의 탈을 쓰고는 벌일 수 없는 패륜정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 지방선거에 출마한 전국의 후보들이 자신의 선거구에 내걸었던 적폐청산 현수막을 새롭게 만들어 이곳 안산으로 가져왔세월호 참사를 우롱하는 패륜정치를 규탄하고 세월호 가족들안산시민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 후보들은 안산 곳곳에 현수막을 직접 달았다.

 

▲ 너무나 비교되는 선거현수막     © 자주시보

  

▲ 안산시 곳곳에 걸린 현수막     © 자주시보

  

▲ 패륜집단에게는 단 한석도 주지 말자는 민중당 후보의 현수막     © 자주시보

  

▲ 대구 달서구에 출마한 민중당 후보의 현수막     © 자주시보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과 함께 동참한 민중당 후보들이다.

 

--------------------------아래-------------------------------

 

<세월호 참사를 악용하는 적폐-패륜정치를 청산합시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아픔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정권교체에 이어 적폐청산 투쟁을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4.16생명안전공원 건립에 대한 왜곡과 비방행태가 도를 넘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1일에는 이민근 자유한국당 안산시장 후보가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을 백지화시키고 그 자리에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박주원 바른미래당 안산시장 후보도 5월 23일 화랑유원지 납골당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며 그 자리에 전시관람 시설을 유치하고 민선 4기 시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돔구장 건설을 재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장영수 경기도의원 후보와 강광주 안산 시의원 후보는 선거 현수막에 대문짝만하게 세월호 납골당 화랑유원지 결사반대라고 내걸었습니다.

바른미래당의 이혜경 안산시의원 후보는 집 안의 강아지가 죽어도 마당에는 묻지 않는다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모욕했습니다.

일부 후보는 심지어 나는 다른 공약 없다오직 납골당 결사반대만이 공약이라며 세월호 참사를 선거에 철저히 악용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구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량한 정치에 활용하는 이들의 행보는 인간의 탈을 쓰고는 벌일 수 없는 패륜정치의 극치입니다.

 

우리는 4년 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외면했던 자들이 선거라는 공간을 이용해 버젓이 고개를 쳐들고 나와 세월호를 입에 올리는 행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으며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지방선거에 출마한 전국의 후보들이 자신의 선거구에 내걸었던 적폐청산 현수막을 새롭게 만들어 이곳 안산으로 가져왔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우롱하는 패륜정치를 규탄하고 세월호 가족들안산시민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입니다.

 

민중당 후보들은 세월호 참사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온 국민의 마음이 모인 이 공원이 하루속히 건립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국정을 농단했던 박근혜 적폐잔당이자 패륜집단들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게 단 한 석도 주지 말 것을 국민들께 다시 한 번 호소드립니다.

 

2018년 6월 8

 

세월호 참사 악용하는 패륜정치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

 

[민중당]

서울시 송파을 보궐선거 국회의원 후보 변은혜

강원도 춘천시의회의원 후보 김진아/김현웅

경기도 김포시의회의원 후보 이나현/경기도 안산시의회의원 후보 유정숙

경기도 화성시의회의원 후보 김지선/경기도 수원시의회의원 후보 이형구/윤주환

광주시의회의원 후보 곽성용/이선미/나규복/광주광역시 동구의회의원 후보 문홍

경북도의회의원 후보 천기창/대구시의회의원 후보 조석원

부산시의회의원 후보 공은희/부산시의회의원 후보 김태윤

부산시 남구의회의원 후보 김정선/부산시 서구의회의원 후보 고서연

부산시 진구의회의원 후보 김성훈

전북 익산시의회의원 후보 위대환

서울시의회의원 후보 권오혁/서울시의회의원 후보 김성민

서울시 용산구의회의원 후보 김은희/서울시 노원구의회의원 후보 엄재영

서울시 강북구의회의원 후보 이상혁/서울시 마포구의회의원 후보 김지영

서울시 강북구의회의원 후보 김성일/서울시 영등포구의회의원 후보 박대윤

서울시 도봉구의회의원 후보 천창영/서울시 성북구의회의원 후보 정종성

서울시 서대문구의회의원 후보 김한주/서울시 강남구의회의원 후보 신혜원

 

[무소속-청년당 추진위원회]

서울시의회의원 후보 김수근/서울시의회의원 후보 권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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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강가의 공동체살이

허드슨강가의 공동체살이

휴심정 2018. 06. 08
조회수 3173 추천수 0
 

 <이 글은 브루더호프공동체인 미국 메이폴리치에 살고 있는 한국교포 박성훈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박성훈-.jpg» 박성훈씨가 허드슨강에서 잡은 스트라이퍼베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달 한국 방문 때부터 스트라이퍼 베스를 생각하며 손이 근질근질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돌아오자 마자 여러번 허드슨 강가에 들락날락 했지요. 그런데 이번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지요. 

 낚시대가 힘차게 휘어저 내려가 잡혔다 싶어 낚시줄을 감아 올리면 엄청 크고 무거운 메기나 장어만 자꾸 걸려 우리를 실망 시켰습니다.

 참고로 허드슨 강에 사는 메기나 장어는 오염상 먹지 않습니다. 스트라이퍼베스는 대서양에서 살다가 4월 중순에서 5월 말까지 이 시기에만 알을 낳으로 허드슨강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안전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저희 공동체가 소유하고 있는 허드슨강가 부지에  스트라이퍼 베스 낚시 전용으로  보트를 타고 나가야 닿을 수 있는 작은 부두를 하나 설치해 놓은 것이 있는데,  허드슨 강 중심부에 근접해 강가에서 잡는 것보다 스트라이퍼 잡을 확률이 아주 높아 이 시기가 되면 뉴욕에 있는 전 공동체 형제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곳이라 사용하기가 여간 어려운 곳이 아닙니다.  그나마 shop(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형제들을 근무시간에 보내  지난 몇년간 시도를 해 봤는데 운이 없게도 저는 한번도 못잡고 우리가 떠나면 다음 팀은 몇 마리씩 잡곤해서  개인적으로 별로 좋은 기억이 없는  곳입니다.   

 

브루더.jpg» 허드슨강에 보트를 타고 나가는 브루더호프의 아이들

 

 그러던 중 어느 날  모임이  끝난 저녁   허드슨 강가에 설치한 부두를  관리하는 형제가 찾아와 오늘 저녁 우리 가족이 부두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벌써 물이 차서 낚시할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안 가겠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내가 펄쩍 뛰면서 아니 이렇게 좋은 기회를 왜 안가냐면서 하빈이 유빈이가 가면 얼마나 좋아하겠냐고  해서 마음을 바꾸어 다시금 그 형제에게 전화해  지금도 사용 가능한지 물어본 후 아이들과 허드슨 강가로 갔습니다. 

 허드슨 강에 도착하니  오후 6시쯤 되었습니다.  유빈이는 혼자 강가에서 스트라이퍼베스 미끼로 사용할 청어를 열심히 잡았습니다.  스트라이퍼베스는 살아있는 청어를 좋아합니다. 

 

 플라스틱 고무 만든 청어와 비슷한 모양의 루어를 낚시 바늘에 달아 물속에 던지면 청어들이 자기 우두머리인줄 알고 졸졸 따라옵니다.  청어가 루어를 따라 오면 물속에 대기하고 있던 그물을 들어 올리면 잡히는데 사실 청어 잡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한국에선 청어로 과매기를 만들어 먹지만 이곳에선 가시가 많아 먹지 않고 미끼로만 사용합니다.  유럽 특히 독일 사람들은 청어로 피클을 만들어 뼈가 흐물어지게 해서 먹기도 합니다. 

 

 유빈이가 금방 잡은 펄덕이는 청어를 보트를 타고 부두까지 나가 낚시바늘에 달아 힘껏 강물로 던졌습니다. 그 중 2개는 다른 형제가 귀뜸해준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하빈이가 낚시대를 잡고 부두에 남아 있고 유빈이는 청어가 달려 있는 낚시줄 끝을 잡아 보트에 타고 제가 보트를 운전해  부두에서 더 깊은 데로 나아가 유빈이가 낚시줄을 떨어뜨렸습니다. 마치 007작전을 수행하듯…

 

하빈유빈-.jpg» 브루더호프공동체에서 하빈 유빈이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박성훈씨

 

 부두에 설치해 놓은 비치의자에 앉아 엄청 큰 스트라이퍼베스가 걸려 낚시대가 쑤욱 내려가길 기대하면서 허드슨 강의 저물어가는 태양을 한가롭게 즐기고 있었습니다.  하빈이는  기다리는 일이 심심한지 유빈이를 보트에 태워 주변을 돌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라며 감사하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는데 물이 점점 빠지고 2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기척이 없자  조용히 하나님께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주님의 세계를 만끽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주님의 집에 왔는데 빈손으로 가게 하시면 안되죠…   저희 손에 큰 고기를 쥐어 보내시면 저희도 저희 집에 오는 사람들을 빈손으로 보내지 않겠습니다….  “ (전형적인 기복 신앙의 기도인가요.^^ 아뭏튼 마음은 평안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얼마후 맨 끝 낚시대, 바로 보트타고 낚시줄을 강 한 가운데로 멀리 떨어뜨린 낚시대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저거 낚시줄이 자꾸 움직이는 걸 보니 또 장어가 물렸나봐요, 한번 꺼내 봐요” 해서 낚시대를 감아 올리니 장어가 아니라 무지무지하게 큰  스트라이퍼 베스가 따라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낚시줄을 끊고 도망갈라 조심조심 힘겹게 낚시줄을 감아 올려 부두에 이 놈이 가까이 다가오자 아내가 뜰채로 스트라이퍼 베스를 퍼올려습니다. 그리곤 우리는 기쁘고 흥분이 된 상태로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하빈이와 유빈이가 부두로 다가오자 우리 부부는 집채만한 큰 메기를 잡았다며 능청을 떨며 어서 와 보라고 하자 아이들이 그섯을 들여다 보고는 너무 좋아합니다. 

 

 이래서 오늘도 또 어느 형제가 말한 격언을 되새깁니다. 

 “The husband is the head of the house. The wife is the decision maker.”(가장은 남편이지만, 결정권자는 아내다)

 

  한국에 다녀온 후에 우리 공동체 웹사이트에 제 글을 올렸습니다.

 https://www.bruderhof.com/en/voices-blog/world/korean-reunification-one-step-closer

 

 SungHoon & SoonOk Park

 www.Bruderh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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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때 ‘별’단 법원장들, ‘사법농단’ 수사 빗장 걸다

등록 :2018-06-08 21:01수정 :2018-06-09 10:10

 

 

35명중 22명 양승태 때 첫임명 
광범위한 사법농단 드러났는데 
‘재판 영향’ 이유로 진실규명 막아
전국법원장간담회가 열린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각급 대법원장이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전국법원장간담회가 열린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각급 대법원장이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양승태 사법부 시절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 시도 등 ‘사법농단’ 실체가 드러난 문건을 직접 확인하고도 “합리적 근거가 없다”(7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고 단정한 35명의 법원장에 대한 법원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30여년간 엘리트 코스를 밟아 사법관료 정점을 차지한 법원장들의 보수성과 사법행정권 남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공범의식’ 등이 두루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오는 11일 일선 판사들이 모이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중대한 헌법 위반임을 선언한다”는 안건이 오른다. 법조 삼륜의 한 축인 변호사들도 사법농단 시국선언을 예고했다.

 

■ 사법관료화 최대 수혜자 이들 법원장 35명 가운데 15명은 오는 8월 퇴임하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의 후임이 되겠다고 손을 들었다. 김기정·김용빈·김찬돈·김필곤·노정희·노태악·박효관·사공영진·윤준·이경춘·이광만·이균용·이상주·한승 원장,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다.

 

이들 가운데 이경춘 서울회생법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2012년 2월~2014년 2월), 윤준 수원지법원장은 대법원장 비서실장(2012년 9월~2013년 2월), 한승 전주지법원장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2013년 3월~2014년 2월)과 사법정책실장(2014년 2월~2016년 2월), 윤성원 광주지법원장은 사법지원실장(2014년 2월~2016년 2월)을 지냈다.

 

이번에 후보 추천에 동의한 이들을 포함한 법원장 35명은 잠재적 대법관 후보들이다. 일부에선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쥔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법원장들이 ‘의연한 반대’를 한 것으로 본다. 반면 상당수 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 상식과 법감정을 무시한 결론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35명 중 22명이 양승태 대법원장 때, 나머지 13명은 김명수 대법원장 들어 처음 법원장에 임명됐다. 8일 한 판사는 “법원장들은 대개 승진 요직으로 꼽히는 법원행정처를 거쳐, 대법관으로 가는 교두보인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현 사법행정 체제의 최대 수혜자인 이들이 현 사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부분의 고위법관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난해 3월 이후 한 차례도 자성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재판 거래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단정한 이들이 국민의 뜻을 살피는 최고 법원 판사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민중기 법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노장 판사(법원장)들도 소장 판사들과 큰 틀에서 같은 방향인데 방점이 다른 정도”라면서도 “국회가 진상규명을 하고 문제가 있는 법관은 탄핵하는 방안도 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일선의 목소리와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법원장 35명 중 15명이 대법관 후보인데…국민 법감정 외면

 

 

일부는 양승태 때 주요 보직 
사법행정 최대 수혜자들 자성없어 

“최고법원 판사 자격 있는지 의문” 
법원장 인사제도 개선론 힘실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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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급 거점법관 구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특조단) 조사보고서와 법원행정처가 추가 공개한 문건을 보면, 법원장 등 고위법관들은 행정처를 대신해 일선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관리하는 핵심 거점법관 역할을 한 정황이 상당수 등장한다.

 

2016년 3월 행정처는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판사회의 무력화를 위해 회의 의장인 법원장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도록 계획한다. 또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는 ‘판사회의를 통한 법원장의 사법행정권 행사에 대한 견제·비판’을 막기 위해 “단독판사 조기 장악” 및 민사수석부장판사 증원 계획도 세운다. 실제 지난해 2월 정기인사에서 민사 제2수석부장이 신설됐다.

 

행정처에서 생산된 판사들의 ‘뒷조사’ 정보 역시 법원장한테 전달됐다. 행정처는 2016년 사법행정위원회 구성 당시 위원 추천 권한이 있는 고법원장들에게 ‘맞춤형’ 판사 명단과 정보를 일부 전달했다. 이 자료에는 ‘핵심 그룹과의 유대 관계’, ‘주류 법관의 논리 대변’, ‘특정 연구회 소속 여부’ 등 자의적 기준으로 판사 성향과 추천 순위를 분류했다.

 

실제 법원장이 행정처 ‘수족’ 구실을 한 사례도 확인됐다. 2015년 8월 김동오 당시 인천지법원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은 온라인 익명 법관 카페 ‘이판사판야단법석’ 개설자인 같은 법원 홍아무개 판사에게 행정처 기조실에서 작성한 ‘경고장’ 수준의 공지글을 그대로 전달하고, 면담 내용을 행정처에 보고한다. 특조단은 “행정처가 공지글 초안까지 작성해 전달하는 것은 사법행정권의 지나친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 사법농단 ‘무죄 예단’ 논란 법원장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법관의 독립과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사법부에서 고발, 수사의뢰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는 지난 5일 형사고발이나 수사 촉구 등이 법관과 재판 독립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의 인식과 같다. 법원장들은 한발 더 나아가 “합리적 근거 없는 재판 거래 의혹 제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목소리까지 냈다.

 

법원 내부에선 이런 법원장들의 태도 자체가 ‘재판 독립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판사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형사 조치를 하지 말라고 해놓고 정작 법원장 자신들은 ‘재판 거래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단정했다. 향후 검찰이 수사 또는 기소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 ‘근거 없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가 일선 법관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판사는 “공개된 98개 문건 전문을 보면 재판 절차와 결론과 관련한 계획이나 전망을 담은 문건이 있고, 실제로 실행된 경우도 있다. 이마저도 ‘합리적 근거’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근거를 내놓으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힘 받는 법원장 임명 개선 98건의 사법농단 의혹 문건 전문이 추가 공개되기 전에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4일 공개)에서도 ‘사법부 판결을 불신한다’는 응답(63.9%)이 ‘신뢰한다’는 응답(27.6%)에 견줘 2배 이상 많았다. 한 판사는 “기수와 서열 중심의 수직적 의사소통에 익숙한 법원장들은 국민들이 왜 재판 거래 의혹을 제기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일선 판사회의 의결과 크게 동떨어진 의견을 냈다. 법원장 및 고법부장 인사제도 개선에 여론의 힘이 실릴 것 같다”고 했다.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는 지난 5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지방법원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는 소속 법관들의 의사를 반영해 해당 심급 법관 중에서 보임”하는 방안 등을 건의했다.

 

현소은 김민경 고한솔 기자 soni@hani.co.kr
 

 

이슈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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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테러리스트입니까?”

[시민정치시평] 팔레스타인은 인간 이하의 존재가 아니다

 

 

"선택하세요. 당황해하지 말고. 담벼락에서 총을 맞고 싶은가요? 아니면 항구에서 빠져 죽고 싶은가요? 이것이 가자(Gaza)입니다. 여러분!"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쏜 총에 맞아 숨진 팔레스타인인 라잔 알 나자르(Razan Al-Najjar)가 죽기 전 올린 글을 읽는다. 간호사인 라잔은 부상당한 이들을 돕는데 삶을 헌신했다. 가자에서 시위가 시작된 이래로 라잔은 이스라엘 군의 부당한 공격에 다친 사람들을 돌봐 왔다. 그녀는 자욱한 최루탄 연기 속을 걸었고, 화염에 쌓인 타이어로 어지러운 들판을 뛰어다녔다. 팔레스타인 분리 장벽에 얼마나 가까워지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녀는 오로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가까이 가려는 생각만 했다. 다른 의료진들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하얀색 가운을 입었고 자신이 의료진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주는 로고가 달린 빨간색 줄무늬 조끼를 입었다. 다친 사람에게 다가갈 때면 저격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규칙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난 6월 1일 분리장벽에서 백 미터 쯤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던 부상당한 시위대에 다가가려 한 라잔은 결국 21세의 나이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라잔이 입고 있던 의료진 가운은 이스라엘 저격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라잔의 흔들어 보이는 손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들에게 라잔은 어떤 의미도 없었다. 세상에 라잔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그렇게 라잔은 6월 1일 가슴에 총상을 입고 119번째 사망자가 되었다.  

 

 

▲라잔의 생전 모습. ⓒ팔레스타인 의료 NGO PMRS(Palestinian Medical Relief Society)


"땅 없는 사람을 위해 사람 없는 땅을!" 시온주의자들은 유대인들의 팔레스타인 이주를 적극 권장하며 이렇게 방송했다. 1947년부터 1949년 사이 전체 190만 인구 중 75만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의 집에서 추방되었다. 이것만 봐도 이 땅은 사람 없는 곳은 아니었다. 팔레스타인어로 "나크바(Nakba)", 아랍어로 재앙을 뜻하는 이 말은 단지 우리가 애통해 마지않던 팔레스타인의 엑소더스 즉, 탈출의 그 순간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580개 마을과 도시가 파괴되고 학살이 일어났음을 의미하는 것만도 아니다. 나크바는 우리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잊힌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 날’이다. 

70년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의 압제에서 지속적으로 고통 받았다. 서안지구 국경 검문소에서 우리는 줄 지어 선다. 우리의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 내 집에 가기 위해 또는 일터로, 학교로 가기 위해 철창에 갇혀서 검문을 기다린다. 만일 차가 있다 해도 그 어디서라도 강압적으로 차를 버려야만 한다. 그리고 남은 길이 얼마나 멀든 상관없이 걸어서 갔다 돌아오도록 강요받는다. 가자지구엔 검문소가 없다. 하지만 200만의 사람들이 작은 부지에 갇힌 채 누구도 담장을 넘을 수 없다. 서안지구에서도 이용하는 도로 역시 차별 받는다. 우리가 쓰는 도로는 흙과 바위 더미들로 막혀 종종 위험하다. 가자지구에서는 복구할 돈이 없어 도로가 파괴된 채 그대로다. 

서안지구에서는 치료가 필요해도 병원 근처에 사는 행운이 있지 않고서는, 우리는 앞서 말한 검문소와 막힌 도로를 뚫고 가야 한다. 우리는 절대로 허락되지 않은, 좀 더 빠르고 안전한 길을 택하지 못한다. 종종 길 중간에서 죽는 일도 있다. 임신한 많은 여성들이 국경 검문소에서 아이를 낳는다. 신생아 일부는 죽기도 하고 사산된 아기를 낳기도 한다. 출산 합병증이 있어도 치료받지 못한 아기들은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다. 2015년에 발표된 동예루살렘 출산 관련 연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여성 43%가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다. 게다가 31%의 여성이 최루탄 흡입, 검문소와 도로 봉쇄로 유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다. 가자지구에선 모든 사람들에게 병원진료 접근이 허락되지 않는다.

서안지구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우리의 땅에 불을 지를까 계속 걱정한다. 불행히도 알-다와브시 가족에겐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단지 이들이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 가족의 집에 불을 질렀고 결국 이들은 불에 타 죽었다. 가자지구에선 음식과 물, 전기조차 얻기 힘들다. 이스라엘에게 우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크바는 무엇을 뜻하는가? 나크바는 점령 하에서도 매일매일 우리가 감내하고 있는 고통을 뜻한다. 우리가 매일 인내하는 모욕이다. 우리의 청년들은 평화라고는 평생 알지 못하고 죽어가는 어린 아이들의 흘린 피를 보며 ‘희망이 없다’고 여기고 있다. 나크바는 세상이 우리를 보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이에 보이고자 저항하는 몸부림이다. 우리의 평화로운 시위를 향해 되돌아 온 백래시(Back Lash)다. 우리는 그저 품위 있는 인간으로 살기 원했다는 이유만으로 테러리스트로 불린다. 더하여 나크바는 2009년에서 2010년, 그리고 2012년과 2014년에 가자 사람들을 향한 이스라엘의 억압이다.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화학무기를 수천의 가자인들에게 사용토록 해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대규모 학살을 초래한 그 승인을 말한다.  

자, 세상이 당신을 보지 못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당신의 고통과 괴로움이 "평범한" 것으로 또는 그럴 만한 일이라고 치부될 때 무슨 일이 생기는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에게는 정말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분리장벽에서 총을 맞든지, 항구에서 익사해 죽던지. 가자 봉쇄 하에서 사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다. 경제는 죽고 음식은 부족하며 약은 찾기 힘들다. 봉쇄 하에 사는 것은 느린 속도로 죽는 일일 뿐이다. 과거는 전쟁으로 가득 차 있고 미래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럼 왜 장벽을 향해서, 담장을 넘어 탈출하지 않느냐고? 왜 보트를 타고 항해해 봉쇄를 뚫지 않느냐고? 죽음은 생존하기 위한 투쟁이 아니다. 죽음은 그 자체로 감금이다. 

2018년 5월 30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귀환 대행진(Great March of Return)"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모였다. 다시 한 번 작은 희망을 가지고 1967년 이스라엘과 싸웠던 그곳에서 평화로운 시위를 선언했다. 가자지구라는, 이 자그마한 우리 안 시위가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자인들은 이 곳을 감옥으로 만드는 그 장벽 앞으로 나와 압제자에 대항해 평화롭게 시위했다. 불행히도 그들의 목소리는 하마스와 연계된 테러리즘 혐의가 덧씌워져, 날아오는 총탄에 맞닥뜨렸다. 그러나 사실 이들 시위는 하마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어떤 언론의 기사는 시위대가 이스라엘 저격수에게 돌을 던진 것에 이스라엘이 "나비총알(butterfly bullets)"을 사용한 것은 응분의 조치라고 설명한다(일반 총알이 관통상을 입히는 것과 달리 나비총알은 살을 파고들었을 때 그 끝이 나비날개처럼 벌어져 살과 뼈를 심하게 훼손하는 탄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저격수들은 전혀 닿지도 않을 거리에 있었다. 언론은 이들을 가자 테러리스트로, 폭도로, 이스라엘에게 대한 위험으로, 머리에 총탄을 맞혀서 없애야 할 문제적 인간으로, 몸 안에서 탄이 터져 기형이 되어도 싼 인간 이하의 존재로 부른다. 

그러나 여전히 가자인들은 자신들의 감옥 끝에 모인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을 치르더라도 세상이 듣도록 만들기 위해 말이다. 만일 우리가 살기 위해 노력하다 죽는다면 아마도 우리의 아이들은 살게 될 것이다. 희망과 꿈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전쟁은 선택지가 아니게 될 것이다. 폭발음과 총탄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감옥에서 태어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산채로 불타 죽거나 총을 맞고, 또는 최루탄에 질식해 죽는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학교에 가기 위해 아침에 나섰던 바로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비록 보이지 않는 존재일지라도 우리는 우리가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이곳 팔레스타인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가자지구에서 119명이 목숨을 잃었고 1만3000명 이상 사람들이 부상당했다. 하지만 세상이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당신은 들을 수 있는가? 당신은 나를 볼 수 있는가? 

번역은 이미현 참여연대 정책기획실 선임간사가 맡았습니다. "팔레스타인에 있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필자 ‘야라 아부 아와드’의 요청으로, 아래에 영어 원문을 함께 싣습니다.  
 

 

I am Palestinian. Can you see me?
Yara Abu Awwad 

"Make a choice, do not be perplexed. Would you like to be shot at the fence, or drown at the harbor? This is Gaza, gentlemen," reads a recent post by Razan Al-Najjar, the latest Palestinian shot dead by the Israel Defense Forces (IDF). Razan was a medic, who dedicated her life to aid the wounded. Since the beginning of the protests in Gaza, Razan has been tending to the wounds of those unjustly harmed by the IDF. She walked through the clouds of tear gas, ran through the chaotic fields of tires set aflame, and no matter how close to the fence she was, she only thought of getting to those in need of help. Just like any other medic, she wore a white uniform, a red striped vest with a logo to indicate her position as part of the medical staff, and she waved at the snipers when approaching the injured. She followed the rules. However, on June 1st Razan’s attempt to reach a wounded protester a hundred meters away from the fence resulted in the tragic loss of her life at the age of 21. To the Israeli sniper, Razan’s medical uniform meant nothing, Razan’s waving arms meant nothing, Razan meant nothing. To the rest of the world, Razan was invisible. Shot in the chest on June 1st, Razan became causality number 119. 

"A land without a people for a people without a land" broadcasted the Zionists to encourage Jewish migration to Palestine. Yet, the 750,000 Palestinians out of the 1.9 million population expelled from their homes between (1947 – 1949) prove that perhaps this land was not without a people. The Palestinian "Nakba", meaning catastrophe in Arabic, is not merely a date in which we lament the Palestinian exodus. It is not only about the 580 villages and cities destroyed, or the massacres. Nakba is the day we realized we became invisible, unseen, unheard and forgotten. 

Seventy years have passed, during which Palestinians suffered constantly under Israeli oppression. In the West Bank, we are lined up at checkpoints, in closed cages, waiting to enter our villages, our homes, or go to work or school. If we have a car, we are occasionally forced to abandon it somewhere, walk the rest of the way no matter how far, and return to it later. In Gaza, there are no checkpoints, 2 million people are simply not allowed to cross the fence confining them to a small piece of land. In the West Bank, roads are segregated, ours often being dangerous, blocked by piles of soil and boulders. In Gaza, roads are demolished, with no money to do repairs. In the West Bank, if we need medical care, and we’re not lucky enough to be close to a hospital, we would have to overcome those checkpoints and blocked roads, we cannot take those forbidden, shorter, and safe roads, often dying on the way. Many pregnant women have given birth at checkpoints, some died, some had a stillborn, and other children were born with defects due to birth complications that have not been tended to. In a study published in 2015 on the politics of birth in East Jerusalem, 43% of Palestinian women indicated the lack of accessibility to proper medical healthcare. 31% reported cases of abortion due to tear gas inhalation, or checkpoints & road detours. In Gaza, people have limited to no access to medical care all together. In the West Bank, we are constantly worried our lands will be set on fire by Israeli settlers. Unfortunately for Al-Dawbsheh family, they were the ones set on fire in their home , burned to death by settlers for no reason other than being Palestinian. In Gaza, they have limited access to food, water, and electricity. To Israel, we are not human. 

Then, what does Nakba mean? Nakba is the pain we go through everyday under occupation, it’s the daily dose of humiliation we endure, the hopelessness perceived within our youth, the spilled blood of our dead children who never got to know peace. Nakba is the struggle to become seen, when the world chooses not to see. It is the backlash instigated against our peaceful protests. It is being called a terrorist for wanting to live like a decent human being. Nakba is the Israeli aggression against Gazans in 2009-10, 2012, and 2014. It is the authorization of the use of internationally banned chemical weapons against thousands of Gazans resulting in mass genocides deemed insignificant. 

So, what happens when the world does not see you? What happens when your pain and suffering is considered "normal" or even deserved? Indeed, the Palestinians in Gaza have two choices, be shot at the fence, or drown at the harbor. To live under siege in Gaza is not living, the economy is dead, food is scarce, and medicine is rare. To live under siege is to perish at a slow pace; war filled past, and a future of nothing. Then, why not run toward the fence, beyond the fence? Why not get on a boat and set sail to break the blockade? Death is not the struggle to survive, death is confinement. 

On March 30th of 2018, Palestinians in Gaza, under the banner of the "Great March of return", gathered the little hope they had once again, and declared a peaceful protest held at the 1967 lines with Israel. Considering a protest within the folds of Gaza is futile, Gazans came together at the fence constituting their prison, and peacefully protested against the oppressor. Unfortunately, their voices were met with live ammunition attached to accusations of terrorism linked with Hamas, when in fact this protest had nothing to do with Hamas. Certain media outlets went out of their way to excuse Israel’s use of "butterfly bullets" as a reasonable reaction to stones thrown at snipers completely out of reach. They called Gazans terrorists, violent rioters, a danger to Israel, a problem to be taken out with a bullet to the head, a sub-human to be deformed with an explosive bullet to the body. Still, Gazans gathered at the edge of their prison to make the world listen no matter how many lives are lost. If we die trying to live, perhaps our children will get to live. They will get to have hopes and dreams, and war will no longer be on the menu. They will not hear explosions, or gun shots. They will not be born in prison. They will not worry about being burnt alive, or shot, or suffocated by tear gas bombs. They will return to the home they left in the morning before heading to school. Even though we are the unseen, we will not leave Palestine, rooted, here to stay. 119 lives have been lost and over 13,000 injured in Gaza , but will the world listen? Will you listen? Can you see me?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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