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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펜스 부통령, 남북대화 인준·미국도 북한과 대화 준비돼 있다” 보도

조쉬 로긴 전문기자, “미 백악관, 압박과 동시에 남북대화 승인 결정... 펜스-문 대통령 회담서 ‘급진전’ 이뤄”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8-02-12 12:49:52
수정 2018-02-12 12: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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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하루 전날인 8일 오후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부인 캐런 여사가 경기도 평택시 주한 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 전용기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고 인사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하루 전날인 8일 오후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부인 캐런 여사가 경기도 평택시 주한 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 전용기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고 인사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펜스 부통령, 미국은 북한과 대화 준비돼 있다’라는 제목으로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남북한 간의 직접 대화를 승인했으며, 대화 진전에 따라 북미 간의 조건 없는 직접 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조쉬 로긴 국제정치 분석 전문기자는 WP에 11일(현지 시간) 기고한 기사를 통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미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이 같은 내용을 인터뷰했다”면서, “펜스 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 번의 본질적인 대화를 통해 한미가 북한에 대한 더 나은(further) 개입 정책에 동의했다고 말했다”면서 “처음에는 남한이, 그리고 곧이어 미국이 강력하게 개입(engagement)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로긴 전문기자는 “미국의 이러한 정책은 미국과 동맹이 김정은 정권에 대해 비핵화의 완전한 단계를 밟을 때까지 제재를 계속하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마주 앉아 대화를 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그는 “펜스 부통령은 이것을 ‘동시에 최대한 압박과 개입’이라고 지칭했다”면서 “비핵화의 의미 있는 단계까지 최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로긴 전문기자는 “펜스 부통령과 문 대통령의 면담에서 이러한 결론이 나왔다”면서, “펜스 부통령이 매일 트럼프 대통령과 상의했지만, 둘의 면담이 있기 전까지는 올림픽 이후 남한의 새로운 대북 개입에 관해 일치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불협화음(dissonance)은 회담 전까지 문 대통령은 진짜 협상을 위한 개입을, 펜스 부통령은 압박 정책 강조로 나타났지만, (둘의) 회담 과정에서 ‘급진전(breakthrough)’이 있었다”며 “펜스 부통령은 이러한 새로운 개입 정책이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를 문 대통령에게 물었다”고 전했다.

로긴 기자는 이에 관해 “문 대통령은 ‘북한도 단지 대화만 해서는 그들의 경제적·외교적 이익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면서 ‘오직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단계를 해야 한다’고 설득했고 이에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 이후 북한과의 개입에 관해 승인(endorse)할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로긴 전문기자는 또 펜스 부통령은 이에 관해 “(문 대통령 제안은) 지난 20년 전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자신이 “북한이 정말 제재를 제거하기 위해 해야 할 정확한 단계가 무엇이냐”고 묻자, 펜스 부통령은 “모른다. 바로 그것이 (북한과) 대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로긴 전문기자는 그러나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일본 방문에서 ‘새로운 강력한 대북 제재’를 예고하는 등 이러한 새로운 상황을 파괴할 요소들은 많다”면서 “만약 이에 관해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하면, 이러한 외교적인 진전 과정은 중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긴 전문기자는 “문 대통령도 이러한 상황 발생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펜스 부통령은 자신에게 “문 대통령이 스케이트장에 와서 나에게 북한에 ‘미국과 대화해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로긴 전문기자는 “사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여러 번 제기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의 대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했듯이, ‘대화를 위한 대화’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면서 “그러나 본질적인 대화로 향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러한 실질적인 진전은 가장 필요한 첫 단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백악관의 전제 조거 없는 이러한 (남북) 초기 대화에 관한 인준(endorsement)은 엄청나게(hugely) 중요한 것”이라면서 “이는 한미 간의 단절(break)을 해결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는 또한, 북미 간에 재앙적인 국제 갈등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희망을 나타내는 북미 간의 (대화)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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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제안, 역사의 대세 막을 수 없다

할아버지가 못 이룬 꿈, 손자들이 이루기를…
 
김갑수 | 2018-02-12 12:10:4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정상회담 제안, 역사의 대세 막을 수 없다
- 문재인 정권의 분투를 열망한다


기대 반 예상 반이었던 남북정상회담 제안이 북측에 의해 가시화되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악화일로로 치달았던 남북관계와 북의 핵무력을 놓고 벌어진 북미간의 첨예한 긴장 대치를 감안할 때 이번 제안은 놀라울 정도로 창조적이다.

사실 역사의 이면에 묻힌 탓으로 우리가 잘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남북정상회담은 남과 북 정권 공히 끊이지 않고 시도해왔다. 남측 정부는 이승만과 윤보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북정상회담을 시도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박정희는 물론 전두환, 노태우 정권도 남북정상회담에 뜻이 있었으며 심지어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도 남북정상회담을 아주 외면한 것은 아니다.

이 중 전두환의 정상회담 제안은 북측이 거부했고 박정희와 노태우의 제안은 북측이 수용했지만, 미국의 방해책동으로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명박의 정상회담 시도는 천안함 문제에 가로막혔고 박근혜는 말로만 정상회담을 언급했을 뿐 최소한의 진정성마저 북측에 전달되지 않아서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북측의 이번 정상회담 제안은 과거의 사례들과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정상회담 제안은 공개적 특사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정상회담의 공개 특사 제안은 위험 부담이 크다. 이것이 거부될 경우 돌이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은 왜 공개 특사 방식을 선택한 것일까? 북측은 남측이 미국과의 협의 없이는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비공개로 제안했을 경우 역시 비공개적인 미국의 반대가 있을 것이고, 이것을 문재인 정권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올림픽이 막 시작한 시점을 택한 것이 아닐까 한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로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시점에 제안을 해서 즉각 수락 확정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긍정적 반응을 얻어내 전 세계에 공개함으로써 미국이 함부로 방해할 만한 명분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계산은 맞아 떨어져 문재인 대통령도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라고 화답했다.

다음은 오찬장의 남북대화 내용이다.

김여정 특사 : “문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많은 문제에 대해 의사를 교환하면 어제가 옛날인 것처럼 빠르게 북남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 건배사 : “오늘 이 자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남북에 거는 기대가 크다. 어깨가 무겁고, 뜻 깊은 자리가 됐으면 한다. 10·4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총괄책임을 지고 있었고, 백두산 관광도 합의문에 넣었는데 실현되지는 않았다. 오늘 대화로 평양과 백두산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역시 이런 문제는 역사와 결부시켜 논의할 수밖에 없다. 나는 우리 민족의 분단 정세를 3기로 나눠볼 수 있다고 본다. 전후 한반도에서 구축된 '김일성-이승만·박정희'의 냉전체제가 제1기였다면, 6·15 선언을 도출한 ‘김대중-김정일’의 화해체제가 제2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남측의 김대중에 이어 북측의 김정일까지 유명을 달리함으로써 2기 화해체제에 종지부를 찍었다.

제3기 체제는 ‘김정은-문재인’ 체제이다. 이 체제는 1기는 물론 2기보다도 한층 진전되는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진전’이라 함은 ‘민족 화해와 통일로 나아가는 바람직한 진행’을 의미한다. 김일성과 이승만·박정희는 전쟁 직접 체험세대, 김대중과 김정일은 전쟁의 추체험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2012년 북에 새롭게 등장한 김정은과 2017년 남에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완전한 전후세대의 정권이다.

2011년 북의 김정일 위원장이 서거했을 때 북은 ‘특별 방송’에서 “우리는 김정은 동지의 령도에 따라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오늘의 난국을 이겨내 주체혁명의 위대한 새 승리를 위하여 더욱 억세게 투쟁해나가야 한다. 혁명의 길은 간고하고 조성된 정세는 준엄하지만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현명한 령도 따라 나아가는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의 혁명적 진군을 가로막을 힘은 이 세상에 없다”고 공언했고 그들은 공언대로 실천했다.

문제는 오히려 우리에게 있다. 남은 북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이지만 북을 잘 모르는 기득권자들과 국민이 득실거리는 나라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결국 낙관적이다. 역사에는 대세 또는 대운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김정은은 완벽한 전후세대다. 그의 주변은 젊고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 또는 보강되었다.

지구촌은 냉전체제로 돌아갈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국주의가 복고되어야 할 터인데 21세기의 지구촌에서 왕년의 영·불·독·이·러·미의 어느 한 나라만큼이라도 국제무대에서 무례하게 발호할 저력을 가진 나라는 없다. 그리고 더 이상 순순히 피지배를 허락할 약소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당위적 대세의 선봉에 북이 있다.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는 다른 민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범한 저력이 있다. 다만 문제가 북측에 있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여전히 문제는 남측에 상존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역사를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는 역설적이게도 남측에 달려 있다. 하여 문재인 정권의 분투를 열망하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못 이룬 꿈, 손자들이 이루기를…

대남 특사 김여정 부부장의 청와대 방명록 필체가 화제에 오르고 있다. 왠지 눈에 익은 필체다. 할아버지의 필체를 닮은 것이다. 손녀의 필체는 75년만큼 현대화된 것 같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1912년생, 손녀 김여정 부부장은 1987년생으로서 75세 차가 난다. 김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1,2,3,4,5권에는 그의 친필이 담겨 있다. 아래 사진은 2권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집무 모습도 조금 닮은 것 같다.

김일성 주석은 과로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1994년 7월 9일 묘향산 집무실에서 숨을 거두었다. 1994년 4월 15일에 김 주석을 마지막으로 만난 내 집안 어른은 그가 매우 건강하고 활달해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김 주석은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과 회담을 시작한 후 무려 17번이나 각종 외부 행사에 직접 나섰다. 회고록 집필로 인한 누적된 피로도 있었을 것이다. 직접 집필한 회고록 마지막 권인 6권에는 그의 친필이 없다.

김 주석은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16일 앞두고 서거했다. 김 주석은 남북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는 백화원 영빈관에 가서 김영삼 대통령이 앉을 자리에 직접 앉아 보고는 더 편한 의자로 바꿀 것을 지시하기도 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며 회담을 준비했다.

김 주석은 서거 3일 전 경제개발 국가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정상회담 준비 차 묘향산 집무실로 옮겨가 밤늦게까지 서류들을 검토했다. 82세 노구로서는 무리한 일정이었다. 심근경색이 왔고 신속한 헬기 후송이 필요했지만 그날 밤 따라 몰아친 폭우가 한 거인과 민족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2018년 그의 손자에 의해 제안된 남북정상회담과 통일의 꿈이 조속히, 반드시 결실되기를 소망해마지 않는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4&table=c_booking&uid=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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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과 서현의 합창 "안녕히 다시 만나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2/12 12:26
  • 수정일
    2018/02/12 12: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오마이TV]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영상

18.02.12 08:09l최종 업데이트 18.02.12 11:41l

 

▲ 삼지연관현악단과 가수 서현이 함께 노래 부르고 있다.
ⓒ 영상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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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 가수 서현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를 함께 불렀다.
 

가수 서현 북측예술단과 함께 공연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 가수 서현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를 함께 불렀다.
▲ 가수 서현 북측예술단과 함께 공연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 가수 서현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를 함께 불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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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예술단과 포옹하는 서현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 가수 서현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른 뒤 포옹하고 있다.
▲ 북측예술단과 포옹하는 서현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 가수 서현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른 뒤 포옹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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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꿀 수 있는 100권의 책 57

《세기와 더불어》에 나타나는 3가지 사상 (마지막 회)
 
김갑수 | 2018-02-09 19:07:0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좌경 교조와 민족 자주(3)

페이스북에서는 요즘도 툭하면 마르크스 – 레닌 – 스탈린을 주워섬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1926년 김일성이 동만 오가자에서 조선독립단 출신 변대우 노인을 만나 나눈 대화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너희들은 맹목적으로 이것도 숭배하고 저것도 숭배하는 식으로 살아가서는 안 된다. 무엇 때문에 러시아가 어떻고 스탈린이 어떻소 하면서 남의 나라의 말만 하는가? 매사에 러시아의 본을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 이런 것이었다. 요컨대 제 정신을 가지고 살라는 것이었다. 노인은 자기 일도 없이 남들의 명제를 맹목적으로 외워가지고 다니며 거들먹거리는 것에는 기어코 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일성은 변 노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변 노인뿐 아니라 김일성도 좌경교조주의자들을 끔찍이 싫어했다. 《세기와 더불어》 전 편을 통해 좌경교조를 저주하다시피 하는 말은 수십 번도 더 나온다. 그 중 일부만 소개하기로 한다.

- 동만지방에서 활동하던 종파사대주의들은 대중을 조직화하려는 사업에서도 혹심한 좌경적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그들은 ‘계급혁명론’을 부르짖으며 빈고농들과 노동자들만을 조직에 받아들였다. 그 밖의 계층에 대해서는 다 혁명과는 인연이 없는 대상으로 보았다. 그래서 조직에 들지 못한 사람들은 공산주의란 바로 저런 물건짝이구나, 쌀의 뉘만큼만 한 홑잠뱅이들만 모여서 쑥덕거리고 나머지는 다 따돌리는 것이 공산주의구나 하는 말을 돌리며 분개하기까지 하였다.(2권 196)

- 우리를 제일 놀라게 한 것은 동만지방 혁명가들의 활동에서 열병처럼 만연되고 있는 좌경 바람이었다. 좌경병은 유격구를 건설하는 사업에서 특별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넓은 땅에다 공농정권을 상징하는 쏘비에트 깃발을 띄워놓고 간부들은 “혁명, 혁명” 하면서 무사분주하게 돌아갔다. 유격구 앞에서 싸움은 별로 하지 않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니 ‘무산자사회건설’이니 하는 허공중에 뜬 구호만 연방 외치면서 얼렁얼렁 하루하루를 보냈다.(3권 28)

- 좌경을 경계하고 용납하지 말아야겠다는 나의 결심은 간도 땅에 와서 더 굳어졌다. 나는 그때부터 일생 동안 좌경과의 투쟁을 하여왔다. 간도 시절의 체험은 해방 후 우리가 좌경을 예방하고 관료주의를 청산하는 투쟁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3권 63)

이처럼 김일성은 “일생 동안 좌경과의 투쟁을 하여왔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좌경교조들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나 무산자사회건설'을 허공중에 뜬 구호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마오쩌뚱의 경우도 거의 같았다. 좌경 교조들이 마르크스 레닌과 코민테른을 들먹거리며 끊임없이 혁명을 방해한 것은 중국이나 조선이나 매한가지 현상이었나 보다.

이런 현상은 조선의 좌경뿐 아니라 국제당 자체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은 차츰 국제당에도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인다.

- 국제당이 자기의 사명을 원만히 감당하려면 승리한 사회주의 진지를 굳히는 데 모를 박으면서도 다른 나라의 공산주의운동, 특히 제국주의의 억압 속에서 신음하는 식민지 약소국가 인민들의 이익을 옹호하고 그들의 혁명투쟁을 진심으로 도와주어야 했다. 그러나 국제당은 이 요구에 낯을 잘 돌리지 않았다. 국제당의 일군들은 큰 나라의 혁명 문제에 대해서는 요란하게 떠들면서도 작은 나라의 혁명 문제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보거나 제멋대로 처리하였다.(3권 100)

김일성은 "조선의 공산주의자들 속에서 혁명의 주체는 자기 자신의 힘이며 자기 나라 인민의 힘이라는 자주적 입장에서 떠나 큰 나라들을 쳐다보는 사대주의자적 경향과 대국본위적 경향을 낳게 하였다"라고 지적했다.


동녕현성 전투에서 얻은 연대 합작의 교훈(4)

1933년 9월 상순, 중공동만특별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왕청유격대와 훈춘유격대는 구국군과 연합하여 동녕현을 공격하기로 계획하였다. 당시의 동녕현성은 동녕현 3차구진에 위치, 동으로는 중쏘변경과 가까운 변경의 작은 진이였다.

당시 3차구에는 일본괴뢰군 2,000명이 주둔해 있었고 그중 일본군은 500명이였다. 이외에도 괴뢰경찰과 괴뢰자위단이 적지 않았다. 적들은 대포와 장갑차 등 현대화무기를 갖고 있었고 주위는 견고한 방어공사를 구축하였기에 공략하기 어렵고 수위하기 쉬운 곳이었다.

김일성이 인솔하는 왕청유격대와 항일구국군 시세영, 사충항부 및 반일부대 금산부 등 1,500여명은 제 시간에 집결지점에 도착하였다.(최현의 훈춘유격대는 연락 차질로 상황이 종료된 후 도착) 왕청유격대는 방어공사가 제일 견고하고 경비가 제일 삼엄한 서산포대를 3면으로 포위하고 적의 포대를 향해 맹렬한 화력을 퍼부었으나 적들의 완강한 저항을 받았다.

유격대는 우회적인 전술로 적의 화력을 분산시킨 후 돌파구를 찾아 다시 맹렬한 공격을 하여 끝내 적의 요새를 점령하였다. 유격대는 방향을 바꾸어 서대문으로 쳐들어가 남문과 동문으로 돌입한 구국군과 회합, 격렬한 시가전을 펼쳤다.

이 전투에서 120명의 일본괴뢰군이 죽거나 상했으며 항일군 측은 52명의 사상자가 생겼다. 이 전투는 항일부대에서 조선 유격대의 위신을 대대적으로 높였으며 특히 김일성 유격대가 총탄우속을 헤치고 구국군 대장 사충항을 구한 사실은 구국군 장병들을 크게 감동시켰다. 동녕현 전투 후 유격대와 각 반일부대의 관계는 더욱 밀접해졌다. 이른바 반일 연대 합작이 실현된 것이었다.(이상 연변일보 참조)

작년 민중연합당과 민중의 꿈이 통합하여 민중당으로 출발한 직후 새로운 대표로 선출된 분들이 정의당을 찾아가 ‘형제당’을 운운하면서 합작 및 통합을 언급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명분도 없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짓을 왜 하는지 안타까웠다.

위에 소개한 동녕현성 전투는 당시 동만에서 활동했던 각종 반일부대들이 연대 합작하여 승전을 일궈낸 일대 쾌거였다. 특히 김일성은 조선 유격대의 합법화가 이 전투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보아 연대 합작에 온갖 노고를 기울였다. 아무튼 연대 합작도 전투도 모두 성공적 결과를 낳았고 이 과정에서 조선인 유격부대의 공로가 단연 제1이었음을 모두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전투에 대해 김일성은 긴 회고담을 남겼다. 그 중 연대 합작과 관련된 부분은 생각 없이 연대 합작을 구걸하다시피 하는 오늘의 소수정당에 의미심장한 교훈을 준다.

- 오의성, 사충항과의 (연대 합작) 담판을 통하여 우리가 새롭게 깨달은 것은 공동전선도 자기의 주체적 힘이 강해야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만일 우리가 1932년의 남북만 원정과 1933년의 크고 작은 전투들에서 자체의 군사적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거나 유격대를 승승장구하는 무적의 철군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더라면 오의성은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문밖에서 쫓아버렸을 것이다.

오 사령과의 합작이 그렇게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힘이 강했고 정치도덕적 풍모가 구국군보다 우월했기 때문이며 우리의 열렬한 애국심과 국제주의적 우애심, 자기 신념의 정당성이 그를 공감시켰기 때문이었다. 나는 구국군과의 합작을 실현한 그때부터 통일전선을 위한 최상의 수단은 주체적 힘이라는 것, 이 힘을 키우지 않고서는 어떤 우군이나 우방과도 연합하여 투쟁할 수 없다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고 혁명의 주체를 튼튼히 하기 위한 투쟁을 일생 동안 벌여왔다.(이상 3권 184)


김일성은 좌파일까 우파일까 (5)

- 나는 새 사회안전부장이 임명될 때마다 매번 우경을 범해서도 안 되지만 좌경을 경계하며 민생단의 교훈을 잊지 말라고 경계하고는 한다. 좌경은 정치적 사기꾼들과 야심가들이 새 형의 민생단 소통을 창출해낼 수 있는 온상이다. 이 온상의 주인들은 남들보다 10배나 20배쯤 더 높은 목소리로 혁명을 운운하고 충실성을 운운한다. 이러한 초혁명성이 지난 날 유격구에서 사람들의 정치적 생명을 제멋대로 농락하던 좌경분자들의 소행과 무엇이 다른 점이 있는가? 우경이 공개적인 반혁명이라면 좌경은 은폐된 반혁명이고, 우경이 암이라면 좌경은 그에 못지않은 독버섯이다.(4권, 71쪽)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읽다 보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색거리 중의 하나가 과연 그는 좌파일까 우파일까 하는 의문이다. 그는 갑부건, 지주건, 기독교인이건 가리지 않고 포용했다. 그가 동지의 기준으로 삼는 데에는 이념이 개입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애국항일이면 모두를 동지로 받아들였다. 오히려 그는 이념적 좌경이라고 할 수 있는 마르크스 – 레닌주의자들에 대한 거부감을 더 많이 토로했다.

- 맑스 고전들을 한 배낭씩 지고 다니는 축들은 적군 속에 혁명 조직을 꾸린다는 것은 일종의 계급 협조와 비슷한 우경적인 탈선이라고 비평하였다.... 지금 청년들이 들으면 코 막고 답답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하겠지만 당시로서는 이런 일면적인 입장이 상당할 정도로 득세하였다.... 행세식 맑스주의자들은 무조건적인 비타협성을 혁명가의 특질로 보면서... 계급 옹호와 계급적 비타협성의 구호 밑에서 계급의 이익 일면만을 고창해왔다. 좌경분자들과 교조주의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 혁명에 등을 돌려대고 적의 진지로 가는 것을 보면서도 그것을 막아내지 못하였다.(4권, 215쪽)

김일성은 왕청 5구 회의에서 소비에트를 폐기하고 ‘인민혁명정부’로 대체하였다. 그는 공농유격대는 반일인민유격대로, 적위대는 반일자위대로 개명했다. 이것은 이념의 색깔을 완전히 지워버린 조치였다.

- 번지르르한 혁명적 언사와 초당적인 구호의 뒤에서 좌경은 항상 대중을 우롱하고 억누르고 기만하여 공명과 출세를 꿈꾼다. 그 공명과 출세를 위하여 자기를 언제나 최전선에서 돌진하는 땅크나 장갑차로 묘사하는 것이 좌경이다.(3권, 63쪽)

김일성이 좌경을 거부한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을 사대주의자들이라고 보았던 데에도 있었다. 그가 유격전을 채택하려 했을 때 그것이 러시아 혁명의 방침이 아니라고 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것은 중국 마오의 경우도 똑같이 당한 일이었다.

김일성은, “레닌은 유격전을 이미 실지로 폭동에 이르렀을 때나 또는 국내 전쟁에서 대전투와 대전투 사이에 얼마간 중간기가 닥쳐왔을 때 불가피적으로 나타나는 보조적인 투쟁 형태로 규정하였다. 레닌이 유격전을 기본 전투 형태로 보지 않고 일시적이며 보조적인 투쟁 형태로 본 데 대하여 나는 매우 아쉽게 생각하였다”라고 말함으로써 어조는 완곡하지만 레닌이 (최소한 만주에서는) 옳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지적했다.

오히려 김일성은 한 발 더 나아가 곽재우, 신돌석, 김응서, 정문부, 서산대사, 최익현, 유인석 등 조선 의병장들의 용감성과 다양한 전투 방법이 자기를 매혹시켰다고 토로했다.

김일성이 동만 현지 최고의 마르크스 – 레닌주의자 박소심과 벌인 논쟁은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박소심은 “맑스 – 레닌 고전가들이 역사 발전의 여러 단계에서 포르레타리아 독재에 대하여 각이한 측면에서 해석한 명제들을 한참이나 뜬금으로 쭈르르 외우는” 사람이었다. 김일성은 박소심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1. 맑스 – 레닌 고전들에서는 노동계급의 계급적 해방이 선차이고 민족적 해방이 후차라고 했지만 우리나라는 우선 일제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 아닌가?

2. 종주국에서의 혁명이 식민지 나라들의 혁명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 노동계급이 혁명에서 승리해야 독립할 수 있단 말인가?

3. 조선의 형편과 10월혁명이 일어나던 러시아의 형편은 크게 다른데 어떻게 우리가 러시아처럼 무산혁명 같은 것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김일성의 의문 제기가 지극히 합리적이며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보다 더욱 가치 있는 것은 ‘자주성’이다. 과연 김일성은 우파였을까 좌파였을까? 나는 이런 질문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논의는 애초부터 결말이 날 수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일성은 마르크스 - 레닌에 종속되지 않은 ‘자주적인 항일 민족주의자’였다는 사실이다.


《세기와 더불어》에 나타나는 3가지 사상 (6) 마지막 회

- 1946년 1월 1일 평양에서 신년회가 열렸다. 허가이(친소파)가 박헌영에게 러시아 말로 “신년을 축하합니다”라고 하자 박헌영도 러시아말로 되받아 인사했다고 한다. 박은 김일성에게도 러시아 말로 인사를 했다. 김일성은 웃으면서 우리말로 “정초 인사까지 소련말로 하겠습니까?”라고 농담을 건네자 좌중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이북에서는 전후 1955년 무렵까지 정월 초하루 신년 인사를 러시아말로 할 정도로 ‘소련풍’이 심하였다.(박병엽 구술, <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 35쪽)

이제는 남쪽에도 어지간히 알려졌듯이 《세기와 더불어》는 중국 동북을 중심으로 전개된 항일무장투쟁의 기록이다. 이 무장투쟁은 동북항일연군과 조선인민혁명군이라는 역사적 명칭으로 표상된다. 이 무장투쟁이 값진 이유는 하도 많아서 모두 나열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일단 부도덕한 제국주의에 맞서 투쟁한 것은 민족과 정치를 초월하여 인류의 보편적인 윤리를 실천한 것이라는 점이 전제되어야 하겠다.

이 책은 전 8권으로서 김일성 집필 1~6권과 계승본 7, 8권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계승본이라고는 하지만 필자가 이미 초안을 잡아 놓은 육필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모두 김일성의 저작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 방대한 회고록은 김일성의 성장담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1926년의 타도제국주의동맹을 필두로 동녕현성전투, 마촌작전, 무송원정, 북만원정, 보천보전투, 간삼봉전투, 고난의 행군, 대흥단전투 등 굵직굵직한 대 제국주의 투쟁의 역사가 선명하고도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 중국 정부는 신중국을 탄생시킨 3대 혁명투쟁으로 ‘마오를 정점으로 한 중앙당의 대장정’과 ‘대장정에 참여하지 않은 남방 홍군의 유격투쟁’ 그리고 ‘동북에서의 항일투쟁’을 든다. 그런데 대장정은 1년, 남방 유격투쟁은 3년이 소요되었지만 동북무장투쟁은 장장 14년이나 이어진 것이다. 나는 대 제국주의 무장투쟁이 14년이나 중단 없이 이어진 사례를 세계 다른 민족의 저항사에서 아직 찾지 못했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동북의 항일투쟁에서 실제적인 성과를 더 많이 낸 쪽은 중국인이 아니라 단연 조선인이었다는 점이다. 남만의 양세봉을 비롯하여 이홍광과 이동광, 북만의 허형식, 박성길, 리학만, 김책, 최용건 그리고 동만과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 김일성과 최현, 오중흡 등이 그들이었다. 물론 중국인 쪽에서도 양정우, 조상지, 위증민, 왕덕태, 주보중 등의 걸출한 인물들이 있었다. 다만 조선이건 중국이건 이들은 대표자일 뿐 실질적인 공로자는 무덤도 남기지 않고 죽어간 숱한 무명의 전사들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동북무장투쟁은 뭐니뭐니해도 자주적이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닌다. 일례로 김일성은 러시아말인 소비에트를 ‘인민혁명정부’로, 공농유격대를 ‘반일인민유격대’로 적위대를 ‘반일자위대’로 개명했다. 이것은 조선혁명에서 이념과 함께 사대주의를 탈색시킨 조치였다. 이처럼 그가 시종일관 경계한 것은 좌경교조와 사대주의였다.

조선인민혁명군은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마오의 중국 공산당은 장제스의 국부군에게 쫓기느라고 동북에까지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었으며 소련의 국제당은 중국이나 인도 같은 대국의 혁명에는 관심을 두었지만 작은 나라 조선의 혁명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소련이 뒤늦게 동북항일연군과 조신인민혁명군에게 편의를 제공한 것은 일소불가침조약이 깨지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일본과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조선인민혁명군의 투쟁은 철저히 인민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큰 가치를 지닌다. 그들이 추구한 것은 이념보다는 인간이었고 계급보다는 민족이었다. 이런 관점은 《세기와 더불어》 전편에 걸쳐 자주 피력되어 있다. 그들의 투쟁은 철저히 민본이었다. 바꿔 말해서 인민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성공하지 못했을 투쟁이었다.

조선인민혁명군의 투쟁은 자연과의 투쟁이기도 했다. 그들은 영하 30~40도의 악조건에서 14년 동안이나 버텼다. 훗날 카스트로가 김일성을 만나 중국 동북 날씨가 이토록 혹한인 줄은 몰랐다고 하면서 “당신들은 대관절 무얼 먹으며 투쟁했느냐?”고 물으며 경탄했다고 한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그들은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며 투쟁했다. 그들은 민폐를 끼치지 않았으며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인민의 전답을 범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민에게 닭 한 마리, 강냉이 한 부대를 받더라도 끝까지 돈을 치렀다.

이런 모든 미덕들을 실천 가능하게 만든 사상은 무엇일까? 먼저 공산주의는 아니다. 《세기와 더불어》에 나타나는 ‘공산주의’에는 실체가 없다. 공산주의는 이상적인 관념적 구호로 사용되었을 따름이다. 이 책의 저자는 ‘변증법’이라는 단어도 한 번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저자는 계급투쟁에도 반대했다. 《세기와 더불어》에 나타나 있는 정신사상은 세 단어로 압축된다. 그것은 ‘민본과 민족과 자주’이다.

[사진] 저자 육필의 7,8권 계승본 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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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조류는 막을 수 없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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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02/10 09:34
  • 수정일
    2018/02/10 09:34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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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경우 소통과혁신연구소 연구위원
남경우  |  21so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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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0  00: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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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우 / 소통과혁신연구소 연구위원

 

평창 동계올림픽의 한반도에서 남과 북, 미국의 외교전이 가열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까지 포함된 북의 고위급 대표단이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웜비어 아버지를 대동하는 등 대북 강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세계사적인 변화의 핵심이다. 20세기~21세기 약 70년간의 북미대결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미국의 동북아정책은 여전히 앙시앵 레짐(구체제)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고 있다.

앙시앵 레짐은 달러-군사력-UN의 힘으로 유지되는 미국 주도의 동북아 구도였다. 여기에 북한은 미국이 동북아에서 긴장을 유지하고 촉발하는 명분이었다. 북한 또한 미국의 침략을 우려하며 군사력증강에 모든 힘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고난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이는 북한이 군사국가 불량국가로 매도하는 서방언론의 프로파간다에 속수무책이었던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북한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신의 적대세력의 모든 형태의 군사적 공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만천하에 공표했다. 게다가 UN의 극심한 제제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제성장률의 유지는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부문에서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 북한이 내부안정을 축으로 남북간 및 동북아 긴장을 완화해 나가는 정세주도성을 발휘하고자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 남한 국민들의 평화에 대한 열망과 대중운동으로의 발전은 미국주도의 앙시앵 레짐, 이를 포장하는 온갖 이데올로기가 마치 썰물처럼 해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의 입장에서 세계적인 합종연횡책 중 가장 견고한 고리였던 미일한 합종책의 커다란 균열이며 취약한 고리로 전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함한다. 이것은 미국에게 심각한 불안요소며 마이크 펜스가 대북 어깃장 행보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일시적인 긴장 국면이 재조성될 수 있지만 이미 동북아의 평화조류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추세가 되었다.

그간 미국은 세계유일 초강국으로 그 패권을 유지해 왔다. 달러, 군사력, UN을 통한 정치외교적 지배력, 세계적인 거대 미디어와 이데올로기 장악력 등이 세계지배의 입체적 수단이었다. 이를 위한 물적 토대로는 과학기술을 탑재한 미국의 산업생산력이었다. 21세기 들어 미국의 위상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미국 내의 산업생산력은 정체해 있으며 세계무역에서 달러결제는 점차 50% 수준으로 격감되고 있다. 군사력의 유지 또한 미국의 재정적자로 여유가 없으며 민수분야 재정을 축소하는 가운데 군비증액이 추진되고 있다.

UN은 여전히 미국의 독무대로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는 주요 창구로 작용하나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 이란 핵합의 파기, 독일 프랑스 등의 독자노선 모색, 베네수엘라 내정 간섭 등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과거와 같은 무소불위의 지배력은 한계에 달한 듯이 보인다. 게다가 CNN, BBC 등 영미 계통의 압도적인 정치프로파간다에 대항하여 러시아 중국 제3세계 독립언론이 광범위하게 등장함으로써 일방적인 정치선전은 어려워졌다.

한편 2010년대 이후 중국의 산업생산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2018년 달러체제에 대응하여 위안화 석유 광물선물시장 개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다가 쌍무적인 무역거래 및 결제 관행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지배구조는 장벽에 직면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러시아식 선군노선의 등장으로 러시아 국경지대 및 중동의 대러 우호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이때 이란, 베네수엘라, 한반도의 정세동향은 미국의 패권에 균열 여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베네수엘라를 압박하는 미국의 공세와 이에 따른 베네수엘라 내부의 물가폭등과 실업 및 불안정한 정치정세가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 반대일지 커다란 시험대에 있다. 만일 베네수엘라 사태가 미국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지배는 크게 동요하게 된다.

이란도 그 패턴은 유사하다. 이란은 UN의 제재에 악화되어 온 경제상황에서 시위가 빈발해 왔다. 예전 같으면 시위가 이란의 현 체제를 반대하는 레짐 체인지로 발전해 갔겠지만 지금은 이란 민중들의 불만을 체제내로 흡수해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는 서방의 정치프로파간다가 제3세계 민중들을 고취시켜 내부불안을 촉발시키는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제3세계 민중들의 정치적 각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에서 일고 있고 남북 민중들의 평화에 대한 열망은 세계적인 판도에 강력한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세계사적 진앙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래서 평창 평화를 ‘한반도 평화로, 세계 평화로!’는 결코 빈말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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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맞잡은 남북…리셉션·개회식서 눈도 안 마주친 북·미

입력 : 2018.02.09 22:22:00 수정 : 2018.02.09 23:45:36
 

ㆍ개회식 리셉션 온 펜스 ‘미 선수단 약속’ 이유 5분 만에 퇴장
ㆍ문 대통령, 김영남 맞아 “함께한 자체가 평화 첫걸음” 환영사

<b>한자리에 선  남·북·미</b>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9일 열린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을 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에서 네번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다섯 번째) 등이 일어서서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앞줄 오른쪽)은 자리에 앉아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한자리에 선 남·북·미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9일 열린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을 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에서 네번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다섯 번째) 등이 일어서서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앞줄 오른쪽)은 자리에 앉아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은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앞서 환영 리셉션을 주재하며 각국 정상들을 맞이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맞이한 데 이어 시차를 두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맞았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이 잠시 얼굴을 비친 뒤 5분 만에 리셉션장을 떠나면서, 정부가 희망했던 북·미 고위급 대표 사이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20분쯤부터 리셉션 장소인 평창 용평 블리스힐스테이 리조트에서 김 상임위원장,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 정상들을 맞으며 펜스 부통령의 도착을 기다렸다. 

하지만 예정 시각 6시를 넘겨도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가 오지 않자, 문 대통령은 리셉션장에 들어가 행사를 진행했다. 지각한 두 사람은 문 대통령 환영사를 듣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환영사,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건배사 이후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가 뒤늦게 도착해 대기 중인 회의실로 나갔다. 문 대통령은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리셉션장으로 안내했다. 펜스 부통령은 리셉션장에서 몇몇 정상들과 악수를 했지만 김 상임위원장과는 악수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 부부는 5분쯤 뒤 퇴장했다. 

결과적으로 김 상임위원장과 펜스 부통령이 문 대통령 부부, 바흐 IOC 위원장 부부를 사이에 두고 한 테이블에 앉는 청와대 구상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펜스 부통령은 미국 선수단과 오후 6시30분 저녁 약속이 되어 있었고, 저희에게 사전 고지가 된 상태였다”며 “테이블 좌석도 준비되지 않았다. 포토세션에 참석한 뒤 바로 빠질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께서 ‘친구들은 보고 가시라’고 해서 리셉션장에 잠시 들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제론 행사 직전까지 테이블에는 펜스 부통령 부부를 위한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 도착 전부터 북한 대표단과 조우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청와대는 막판까지 자리를 비워둔 채 펜스 부통령의 리셉션 참석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북한의 핵 개발과 인권 상황을 비판해온 상황에서 북한 대표와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자리에 남아 김 상임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대화를 나눴다.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생각을 전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밝혔다.

특히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통역 도움을 요청해 옆자리 김 상임위원장과 긴 대화를 나눴다. 한 배석자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이 “평양을 방문해 먹은 음식이 아주 맛있었다”며 “건강에 좋다는 인삼 가져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조선 음식이 건강식이라 유럽 사람들에게 잘 맞는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김 상임위원장을 지칭한 듯 “평창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한자리에 있기가 어려웠을 분들도 있다.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세계의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소중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은 내일 관동하키센터에서 하나가 될 것”이라며 “스틱을 마주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선수들의 가슴에 휴전선은 없다”고 했다. “한 시인은 ‘눈사람은 눈 한 뭉치로 시작한다’고 노래했다. 지금 두 손 안의 작은 눈뭉치를 우리는 함께 굴리고 조심스럽게 굴려가야 한다.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은다면 눈뭉치는 점점 더 커져서 평화의 눈사람으로 완성될 것”이라고도 했다. 


리셉션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참석했지만, 문 대통령과 마주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개회식에서도 이 전 대통령과 따로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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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김영남 KTX로 평창행…조명균 “귀한 분 오셔 날씨도 따뜻”

등록 :2018-02-09 14:59수정 :2018-02-09 17:06

 

북 고위급 대표단 인천공항 입국…조 장관이 영접
김여정·김영남 “먼저 앉으시라” 서로 자리 양보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한 고위급대표단이 9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맨 왼쪽)의 안내를 받고 공항 내 접견실로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한 고위급대표단이 9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맨 왼쪽)의 안내를 받고 공항 내 접견실로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환영합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고맙습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 9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나고 곧바로 케이티엑스(KTX)를 타고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1호’를 타고 방남한 이들은 인천공항 귀빈실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의 영접을 받았다.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조명균 장관은 서로 “먼저 앉으시라”고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9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오른쪽)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9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오른쪽)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9일 인천공항에 맞으로 나온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9일 인천공항에 맞으로 나온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향해 “요 며칠 전까지는 좀 추웠다. 그런데 북측에서 귀한 손님들 오신다고 하니까 날씨도 거기에 맞춰서 이렇게 따뜻하게 변한 것 같다”고 인사를 건넸고,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예전에도 우리 동방예의지국으로서 알려져 있는 그런 나라임을, 이것도 우리 민족의 긍지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된다”고 화답했다.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으로 구성됐다.

 

평창 도착 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 주최 리셉션에 참석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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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가슴, 두툼한 부리…멋쟁이새를 아시나요

윤순영 2018. 02. 09
조회수 26 추천수 0
 

통통한 몸매에 깔끔함한 무늬 의상 걸친 '겨울 신사'

몸에 좋다는 노박덩굴 열매 즐겨 먹는 미식가

 

크기변환_YSY_0168_.jpg» 수컷 멋쟁이새. 양진이와 함께 겨울철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새로 쌍벽을 이룬다.

 

멋쟁이새는 우리나라에 흔하지 않게 찾아오는 겨울철새다양진이와 함께 아름다운 새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멋쟁이새를 만난다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필자는 멋쟁이새를 4년 전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관찰하였고 지난달 경기도 남양주 길섶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사람과 차량이 많이 오가는 곳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비교적 사람에게 경계심이 적어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크기변환_DSC_0359.jpg» 아름다운 새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수컷 양진이.

 

멋쟁이새는 검은색붉은색회색의 단순한 삼색 깃털과 질감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작고 통통한 몸매지만 움직이는 행동이 당차고 빠르다나무 씨앗과 풀씨 등에 의존해 살아간다. 나뭇가지에서 거침없이 움직이며 열매를 따먹느라 정신이 없다.

 

멋쟁이새는 나무 위 나뭇가지에서 생활하고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하지만 물을 먹을 때와 목욕을 할 때는 땅으로 내려온다멋쟁이새 무리가 먹이를 향해 날아들 때는 은밀하게 아래에서 위로 날아 앉는 조심성을 보인다.

 

크기변환_YSY_1215_00001.jpg» 두툼한 부리로 노박덩굴 열매를 따먹는 멋쟁이새 수컷.

 

크기변환_YSY_0987_00001.jpg» 수컷 멋쟁이새가 씨는 버리고 빨간 표피만 발라먹는다.

 

멋쟁이새가 찾은 나무는 노박덩굴과의 노박나무다노박덩굴은 혼자 힘으로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무를 타고 기어올라 자란다멋쟁이새는 노박덩굴의 푸짐한 붉은 열매에 신이 났다노박덩굴은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나 들이 있는 나무숲 길섶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멋쟁이새는 왜 노박덩굴 열매를 좋아할까노박덩굴 열매의 효능은 다양하다사람은 혈액 순환과 정신 안정진통 작용성 기능 증가염증항종양방부담즙을 분비하는 약으로 쓴다

 

새들에게도 같은 효능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생리활성물질이 많이 들어있는 것은 분명하다. 새들이 좋아하는 열매는 사람에게도 좋은 약이 된다특히 빨간 먹이는 수컷의 진한 붉은 깃털 색을 유지하기에 유용하다.

 

크기변환_YSY_0024_00001.jpg» 노박덩굴 열매.

 

크기변환_YSY_0546_00001.jpg» 노박덩굴에 매달려 열매를 먹는 멋쟁이새 암컷.

 

멋쟁이새는 아무르강 하류우수리사할린중국 동북지방에서 번식한다원래의 생활권에서 먹이가 부족하거나 혹독한 추위가 닥치면 분포권에서 벗어나 작은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게 된다봄에는 벚나무버드나무매화나무의 어린 눈과 꽃을 따먹으며 여름에는 곤충을 잡아먹는다.

 

멋쟁이새를 비롯한 겨울 철새는 특정 지역을 정해놓고 해마다 찾아온다월동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먹이가 있는 곳이다여름 철새도 매년 번식지 주변에 찾아와 둥지를 틀거나 다시 고쳐 사용한다안전하고 새끼를 키울 먹이원도 풍부하기 때문이다새들은 이런 환경을 판단하고 귀소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크기변환_YSY_0634_00001.jpg» 암컷 멋쟁이새는 수컷과 다르게 열매의 붉은 표피는 남겨 두고 씨만 골라 먹는다.

 

크기변환_YSY_0553_00001.jpg» 멋쟁이새의 익숙하고 솜씨 좋은 행동은 원숭이도 부러워 할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지역의 새 서식지를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움도 있지만 번식지나 월동지를 한번 발견하면 조류탐조가 쉬워진다그러나 문제가 있다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한 공간이 필요해 갑자기 서식환경을 바꾸게 되면 새들의 월동지나 번식지에는 심각한 위협이 된다.

 

새들의 귀소 본능은 새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이 온전하게 남아 있을 때만 도움이 된다새들이 살지 못하는 곳에서는 사람도 살지 못한다는 말은 무리가 아니다새들의 번식지나 월동지는 우수한 지역 환경생태를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월동하는 새들은 후대의 왕성한 번식력의 연장선이다갑자기 변해 버린 환경은 새들의 감소로 이어지고 새들은 다시는 그곳을 찾아오지 않는다.

 

크기변환_YSY_1059_00001.jpg» 먹이가 풍족해 여유가 있는 멋쟁이새 수컷.

 

크기변환_YSY_1190_00001_01.jpg» 멋쟁이의 두툼한 부리는 열매를 까먹기 좋게 발달해 있다.

 

멋쟁이새는 몸길이 15~16cm로 수컷은 이마턱밑머리눈앞은 광택이 있는 검은색이고멱과 뺨은 붉은색이다가슴은 밝은 붉은색을 띤 회색이다뒷목과 배는 회색이며 허리는 흰색이다꼬리와 날개는 검은색에 회색 띠가 있다암컷은 이마턱밑머리눈앞은 광택이 있는 검은색이고배와 등이 회갈색에 옅은 붉은색이 감도는 듯하다허리는 흰색이다부리는 검은색으로 짧고 두툼하다다리는 어두운 갈색이다.

 

크기변환_YSY_0086_00001.jpg» 노박덩굴 열매의 붉은 표피를 선호하는 것은 붉은 깃털을 유지하려는 본능적인 행동 같다.

 

크기변환_YSY_1183_00001.jpg» 부리에 열매를 물고 노박덩굴 열매를 쳐다보며 욕심을 내는 멋쟁이 수컷.

 

멋쟁이새는 산지대의 위쪽 한계에서 삼림한계까지의 부분인 침엽수림과 평지 숲에서 생활한다. 암컷은 대개 둥지 틀 자리를 선택할 책임이 있으며수컷이 둥지를 만든다둥지는 침엽수의 나뭇가지 위에 마른 나뭇가지이끼류를 이용해서 밥 그릇 모양으로 만든다알을 낳는 시기는 5~7월이며연 2회 번식한다. 알을 품은 지 1214일이면 부화하여 1216일 만에 둥지를 떠난다여름철에는 암수가 함께 생활한다.

 

크기변환_YSY_1089_00001.jpg» 짧고 통통한 몸을 길게 늘여 열매를 따는 멋쟁이새 수컷.

 

크기변환_YSY_1103_00001.jpg» 부리 안에 노박덩굴 열매를 한가득 물고 표피를 벗겨내 먹고 씨는 옆으로 버리는 솜씨가 대단하다.

 

크기변환_YSY_1071_00001.jpg» 깔끔하고 통통한 몸매의 멋쟁이새는 군더더기 없는 겨울 신사다.

 

중국 동북지방중국 동부한국일본에서 월동하는 멋쟁이새는 사람에게는 경계심이 적지만 오염된 농약 살포 지역에는 절대로 모이지 않는다

 

·사진 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필자촬영 진행 이경희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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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건군70돌열병식, 최첨단미사일 이스칸데르 등장

북 건군70돌열병식, 최첨단미사일 이스칸데르 등장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2/09 [09:30]  최종편집: ⓒ 자주시보
 
 

 

8일 북의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건군70돌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여러 무기 중에서 처음 등장한 무기는 러시아의 '9K720 이스칸데르'와 거의 똑같이 생긴 최첨단 지대지미사일이었다.

 

▲ ▲ 건군 70돌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북의 지대지 미사일인데 러시아의 9K720 이스칸데르 최첨단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거의 똑같이 생겼다.     © 자주시보

 

▲ 건군 70돌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북의 지대지 미사일인데 러시아의 9K720 이스칸데르 최첨단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거의 똑같이 생겼다. 

 

러시아의 9K720 이스칸데르(나토명 ss-26 stone) 지대지탄도미사일은 러시아의 크고 속도가 느려 요격당할 가능성이 높아진 여러 종류의스커드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미사일로 순항속도는 마하6.2이지만 종말타격속도는 마하10에 이르고 복잡한 회피기동능력을 가지고 있어 현존하는 거의 모든 요격체계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 체젠전쟁 등에서 사용되어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으며 미국이 폴란드 등에 러시아를 포위하는 요격미사일체계를 구축할 때 맞대응하여 배치하는 무기가 바로 이 이스칸데르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다. 

특히 정밀유도체계를 갖추고 있어 원형공산오차가 5미터밖에 나지 않는 거의 초정밀 타격무기인데 여기에 50KT이나 되는 전술핵탄두까지 장착할 수 있어 어마무시한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다. 

 

▲ 3200km 떨어진 괌은 북 탄도미사일의 완전한 사거리 안에 들게 된다.     ©자주시보

 

사거리도 600km에 이르며 복잡한 회피기동을 해도 500km는 넉넉히 찍는다. 러시아는 순항미사일 형태의 이스칸데르미사일까지 개발했는데 사거리가 2500km에 육박한다.

결국 북이 탄도형 이스칸데를 미사일을 실전배치한다면 거의 모든 한반도가 다 그 사정권에 들어서게 되며 순항미사일형까지 개발하게 되면 괌을 제외한 주일미군기지와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등 한반도 주변 모든 미군기지가 다 그 사정권에 들게 되다. 

이런 미사일을 두 발이나 장착한 차량을 단 3명의 군사요원이 운용한다. 

 

순항미사일 형태의 이스칸데르를 북이 개발하지 않았다고 해도 북극성탄도미사일, 화성-10, 화성-12형을 활용하면 괌까지 한반도 주변 모든 미군기지가 북의 핵미사일 사정권에 들어가게 되며 하와이 알라스카는 화성-14형, 미국 본토는 화성-15형을 동원하면 미군 전역을 다 핵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건군70돌 기념 열병식에서는 이런 무기들을 주로 보여주었다. 규모는 많이 축소되었고 열병식 시간도 대폭 줄었지만 위력은 더욱 강해진 열병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기념연설에서 “오늘 열병식은 세계적인 군사 강국으로 발전된 강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상을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 러시아 이스칸데르 지대지 탄도미사일 

 

북이 그간 공개한 지대지탄도미사일은 러시아의 OTR-21 토치카(나토명:SS-21, 스캐럽)와 비슷한 형태의 나토명 KN-02미사일이었다.

러시아의 토치카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20km이며 원형공산오차가 95m나 나가는 것인데 이것도 탄도미사일이라 매우 위력적이다. 

 

▲ <사진2> 러시아군의 지대지단거리미사일 OTR-21이다.  나토명 스캐럽,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의 화성-11이 OTR-21 모조품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harpoondatabases.com), 한호석] 

 

▲ 일명 KN-02 북한 단거리 미사일, 이 미사일은 러시아의 스크래브 미사일과 비슷한 종류로서 목표물에서 30이상은 벗어나지 않는 정확성을 지니고 있으며 발사 후 3분안에 목표물을 타격하기 때문에 요격이 불가능한 무서운 미사일이다.     ©자주민보
 

 

위키백과에 따르면 2015년 9월 4일, 친이란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 동쪽으로 약 120 km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마리브주의 UAE군 주둔지 부근 무기저장고에 SS-21 미사일을 발사하여 UAE 정부군 45명 외에 사우디 군 10명, 바레인 군 5명 등이 사망하는 등 예멘전쟁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 토치카미사일은 최고속도가 약 마하5정이고 요격회피기동능력이 없어 요격을 당할 우려가 있다.  

2015년 9월 22일, 예맨 정부군은 내전에 참전한 아랍에미리트(UAE) 군이 마리브 주 일대에서 예맨 후티 반군이 발사한 SS-21 미사일을 패트리어트(PAC-3)로 요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새로운 형인 이스칸데르를 아직까지 요격했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번 건군70돌기념열병식에서는 단거리 화성계열 미사일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 이스칸데르형 지대지탄도미사일이 다 대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SS-21 토치카, 일명 스캐럽(독사)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후티반군     ©자주시보

 

물론 북이 보유하고 있는 토치카와 이스칸데르형 지대지탄도미사일은 북이 러시아의 미사일을 참고하여 독자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그 성능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북은 보통 러시아의 것보다 훨씬 위력적으로 개량하여 독자생산해왔다.

그런 미사일 중에 구형의 것을 중동 등에 수출해왔는데 그런 미사일이 지금도 중동전쟁터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북은 이번 기념열병식에서 지금까지 시험발사하여 그 위력을 입증한 여러 화성계열 탄도미사일을 줄줄이 공개하였다. 

다만 지난해 4.15열병식에서 공개한 발사관방식의 냉발사체계를 갖춘 고체연료대륙간탄도미사일은 이번엔 공개하지 않았다.

 

▲ 건군 70돌 열병식의 대미를 장식한 세계에서 가장 큰 대륙간탄도미사일인 9축 18륜 차량에 탑재된 화성-15형 

 

이번 열병식에 대미를 장식한 미사일은 역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었다. 치명적인 포식자 바다뱀처럼 검은색과 흰색으로 도장을 한 화성-15형은 서방은 물론 러시아 중국에도 없는 9축 18륜 차량에 실린 채 유유히 행진해나갔는데 그 위용은 언제봐도 무시무시했다. 세계에서 가장 멀리가는 이동식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특히 뭉툭한 탄두를 보니 다탄두 핵미사일을 장착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계적인 강군 위상을 과시할 열병식이라고 장담했는데 결코 빈말로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열병식에 등장한 주요 로켓들이다.

 

▲ 건군70돌기념열병식에서 전투기는 물론 순항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는 8관장착 자행고사로켓차량이 행진하고 있다.     ©


 

▲ 북의 70돌건군절기념 열병식의 이스칸데르형 지대지탄도미사일,     ©

 

▲ 건군70돌기념열병식, 이스칸데르형 지대지탄도미사일과 일본 전역을 타격권에 두고 있는 냉발사체계를 갖춘 북극성 탄도미사일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 자주시보

 

 

▲ 건군70돌기념열병식, 괌을 타격 사정권에 두고 있는 화성-12형 탄도미사일     © 자주시보

 

 

▲ 건군70돌기념열병식,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

 

 

 

▲ 건군70돌기념열병식,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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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국가암호화폐 출현의 전주곡

[기고] 비트코인, 국가암호화폐 출현의 전주곡
  • 손정목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8.02.09 14:52
  • 댓글 0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러시아의 최대 언론인 ‘러시아투데이(RT)’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유명 자산관리사의 말을 인용, “비트코인이 올해 안에 5만 달러에 이를 것이고, 그 급등락은 자연스런 것”이라는 보도했다. 반면 미국의 블룸버그(Bloomberg)통신은 독일은행(Deutsche Bank) 수석 자산관리전문가의 말을 인용, “암호화폐 투자자는 그것의 높은 변동성, 가격조작 가능성, 데이터 손실과 도난 등”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두 기사의 공통점은 암호화폐 거래시장이 지극히 투기적이란 거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일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7800달러까지 떨어졌고 한국도 800만원 이하로 급락하였다. 하루 만에 세계 암호화폐 시가 총액이 1100억 달러(약 120조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최근 한달간 급등락을 통해 증발한 규모는 4295억 달러(약 455조원)에 달한다.

이렇듯 지금의 암호화폐 거래 시장은 투기적, 아니 투기판 자체다. 여러 종류의 시장 가운데 오직 화폐 유통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곳은 암호화폐 시장이 유일하다. 채권이나 주식시장에 투기 성격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각각은 담보물이나 기업 가치라는 실물에 뒷받침되고, 인위적으로 가격조작을 한 세력에는 엄한 규제와 처벌이 따른다. 반면 암호화폐는 그 가치를 받쳐줄 어떤 실물도 없는데도 24시간 운영되는 세계적인 거래시장이 형성될 정도로, 그야말로 ‘돈 놓고 돈 먹는’ 도박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닥터 둠(Dr. Doom. 비관적 경제전문가)’이라 불리는 미국 뉴욕주립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지난 2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2000만원)에 이른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거품”이자 “모든 거품의 어머니(mother of all bubbles)”라고 경고하곤 “지난 10년간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로 나온 유일한 쓰임새가 암호화폐라면, 이것은 사기”라고 강력히 비판하였다. 각국 정부가 규제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다.

▲사진 : 뉴시스

그럼에도 일부 언론과 이른바 전문가들은, 암호화폐가 차세대 기술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데 거기에 지나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신기술 발전을 억누르는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나아가 일각에선 암호화폐의 출현은 기존 중앙집중화된 금융시스템을 배경으로 소수 금융자본가들 손에 장악돼 있던 금융질서가 무너지고 탈중앙집중화된 개인간 직접거래(P2P) 방식의 새로운 금융질서 출현을 알리는 혁명이라고까지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암호화페 거래소를 폐지하거나 지나치게 규제하는 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발전에 장애를 조성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 암호화폐 투자(투기)에 대한 사회의 강력한 규제는 여기에 희망을 건 상당수 청년들의 꿈과 바람을 저버리는 행위라는 해괴한 주장까지 들린다.

반면 여기에는 이런 거래가 불로소득을 정당화하고 한탕주의를 만연시키는 것은 물론 절대 다수 노동자 서민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란 데 대한 반성은 없다. 물론 많은 2~30대 청년이 카드빚을 내고 지인들 돈을 빌리면서까지 이 거래에 뛰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실제 투자액은 전체 규모에 견주면 극히 일부다. 거액을 움직이는 세력은 소수의 다단계 폰지사기단이나 재벌, 금융세력이다. 대외적으로는 탈중앙집중화라고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 거래를 주도하는 세력은 역설적이게도 중앙집중화된 월가의 금융자본이다. 국내에서는 1500억원에 달하는 다단계 암호화폐 사기단이 적발되고, 미국에서도 암호화폐 테더를 이용한 비트코인 시세조작혐의가 적발되었다. 비트코인 거래에서 4%의 소유자가 전체거래의 97%를 차지하고, 10대 암호화폐 채굴기업이 90%를 과점한다는 언론보도는 암호화폐 거래의 실제주역이 누구인가를 웅변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탈중앙집중화을 가능케 할지 모르나 이를 이용하는 사회적 힘관계가 바뀌지 않는 한 실현가능성은 요원하다.

주지하듯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니다. 화폐가 되려면 전 사회적으로 지불수단, 교환수단, 가치저장수단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더불어 국가 신용으로 그 가치를 받쳐줘야 한다. 지금처럼 금으로 바꿀 수 없는 불환지폐가 화폐로 인정받는 유일한 담보는 국가 보증 외에는 없다. 어떤 암호화폐도 시중에 물건하나 제대로 살 수 없는 현실과 국가 보증 없이 민간이 임의로 신기술을 앞세워 만든 암호화폐는 화폐가 될 수 없다. 이는 화폐라는 이미지로 포장된 상품일 뿐이다. 어느 나라도 화폐발행과 운영을 민간에 맡기지 않는다. 또 국가화폐와 민간화폐를 병행하는 나라도 없다. 러시아투데이(RT)는 지난달 24일 “미 연준은 암호화페가 통화정책에 개입하게 놔둘 수 없기 때문에 일정 시점에서는 (암호화폐를)죽여야만 한다. 그래서 암호화폐의 양은 고정적이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암호화폐가 국가의 재정,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때는 없앨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쉽게 하려고 발행량을 고정해놨다는 보도는 의미심장하다. 비트코인의 발행량은 2100만개다. 이와 관련해 국제결제은행(BIS)의 수장 어거스틴 카스텐스(Agustin Carstens)는 지난 6일 “현재 암호화폐는 거품과 폰지사기, 환경적 재앙의 조합”이라고 비판하고 “만약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암호화폐는 기존 금융시스템과 더욱 연결될 것이고 금융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돈세탁과 불법 상속, 자산의 불법 해외유출 창구로서 암호화폐 거래시장이 이용되는 것을 계속 놔두면 기존 금융시스템과 더 연결이 강화돼 금융안정을 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정통화정책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가 규제를 더 강화하고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에 이른 배경이다.

국가암호화폐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듯 아무런 실물가치가 없는 암호화폐가 어떻게 새로운 화폐시장처럼 급부상해 전 세계에 광풍을 몰아왔는가이다. 이런 현상은 정부가 용인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단지 투기꾼의 장난이라고만 볼 수 없다. 암호화폐 거래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암호화폐 공개(ICO) 및 거래를 허용하고, 지난달에는 비트코인 선물거래소까지 개설해 암호화폐 폭등의 주된 환경을 제공하였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 대척점에 서서 미국이 취한 모든 암호화폐 대책을 거부하였다. ICO를 불법화하고, 거래소를 폐지한 다음 모든 암호화폐 웹사이트를 아예 차단하였다. 암호화폐가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암호화폐 관련 대책이 두 나라의 재정통화전략과 밀접히 연관돼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 각국 역시 재정통화전략에 따라 대처하고 있다. 이렇게 암호화폐는 단순히 민간차원의 거래시장으로만 볼 사안이 아니다. 좀 더 살펴보면 이런 흐름은 국가암호화폐 출현과 관련되어 있다.

▲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각종 가상화폐 가격 정보가 표시되고 있다.[사진 : 뉴시스]

미국 CNBC는 지난해 9월 국제결제은행(BIS)의 “모든 중앙은행은 궁극적으로 자체의 암호화폐(디지탈통화) 제조를 결정해야할지 모른다”는 분기별보고서 내용을 보도하였다. 국가암호화폐의 필요성을 공론화한 것이다. 국가암호화폐란 문자 그대로 국가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현재의 현금체계를 대체할 디지털화폐를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금 없는 세상을 뜻한다. 거대한 화폐개혁이다. 이런 조치가 시행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장점은 익명성이 보장된 돈세탁이나 뇌물 주고받기 등 부정한 거래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또 은행이나 증권회사 등을 매개로 한 거래도 대폭 줄어든다. 반면 모든 개인과 기업은 현금 대신 자기 전자지갑에 표시된 디지털 금액을 받게 될 거고, 은행을 매개하지 않는 직접거래(p2p)가 보편화된다. 그렇지만 개인의 모든 거래는 예외 없이 국가암호화폐 블록체인망에 기록된다. 정부가 개인과 기업의 모든 자산과 거래를 손금 들여다보듯 할 수 있다. 이는 탈중앙이 아니라 되레 고도화된 정부 중심의 금융체계가 세워진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국가암호화폐 발행을 공식화한 나라는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베네수엘라, 스웨덴, 이스라엘, 네덜란드, 캐나다, 핀란드, 에스토니아, 스위스 그리고 영국, 호주 등이다. 특히 중국, 러시아, 캐나다, 영국은 자국의 암호화폐를 금본위제에 의거해 준비하고 있고, 베네수엘라는 자국 석유에 기반한 암호화폐를 이달 20일부터 3월19일 사이에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이미 크립토위안(crypto-yuan) 시범운영까지 마쳤고, 조만간 석유선물시장에서 금본위 위안화 결제를 시행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만이 아니라 주변 유라시아경제연합국가들(EAEU: 아르메니아, 벨로루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에 공통된 금본위 암호화폐 사용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이 발표한 암호화폐 ‘로열민트골드(RMG. Royal Mint Gold)’는 영국 왕립조폐국 금고에 보관된 금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에 기록한 것으로 1RMG는 금 1g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 이제 달러 대신 금에 기반한 디지털화폐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호주 역시 귀금속에 기반한 국가암호화폐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시도들은 달러 기축체제에 대한 결정적 타격이다. 미국의 영원한 우방이라는 영국마저 달러 기반을 버리고 금본위에 의거한 새 화폐발행을 준비하는 것은 달러 기축체제가 근본적 한계에 도달했음을 가리킨다.

미국 페드코인(Fedcoin) 그리고 디지털 양적완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된 달러의 양적완화 조치는 죽어가던 월가 금융체제를 연명시켰지만 과도한 달러 남발에 따른 초인플레이션 우려는 제2의 금융위기설을 낳고 있다. 지난달 세계경제포럼에서는 “10년간 누적된 과도한 유동성과 자산버블, 금융 불균형이 조만간 터질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또 한 번의 붕괴를 겪게 될 것이다”, “모든 시장지표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의 위기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경고가 쏟아져 나왔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 회의 모습.[사진 : 뉴시스]

미국은 제2의 금융위기를 예방하고 달러 기축체제를 유지하려고 이른바 ‘페드코인(Fedcoin)’이란 국가암호화폐를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12월 <비트코인은 크다. 그러나 페드코인은 더 크다(Bitcoin is big. But fedcoin is bigger)>란 제목의 기사에서 “비트코인의 급증하는 가치는 미국이 보증하는 암호화폐―일명 페드코인의 발행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경제관리를 위해 보다 강력한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페드코인이 시행되면 경기부양을 위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쉬워지고, 또 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 교수의 유명한 ‘헬리콥터 현금(helicopter cash)’이론처럼 개개인의 전자지갑에 1000달러씩을 쉽게 넣어줄 수 있다. 기존 양적완화는 달러가 개인에게 돌아가지 않고 금융시장에만 머물렀지만 국가암호화폐가 도입되면 간단한 전자 입력만으로 개인에게 지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양적완화를 더 확대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포춘(Fortune)지 역시 지난해 12월 <연방이 비트코인 스타일의 통화를 필요로 하는 5가지 이유 (5 Reasons the Fed Needs a Bitcoin-Style Currency)>란 제목의 기사에서 첫째 이유로 금융위기 당시 취했던 채권담보 양적완화조치가 특별히 빠르거나 효과적이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그리곤 “연준이 블록체인 기반의 자금공급을 대신 한다면 보다 직접적으로 경기를 자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춘은 이어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거래시스템 ▲범죄적 자금은닉의 어려움 ▲마이너스 금리 시행의 용이 ▲현금 없는 디지털세상 실현을 이유로 들었다. 미국은 개인과 기업 자산의 완벽한 파악과 관리를 바탕으로 디지털 양적완화조치를 계속하기 위해 국가암호화폐 페드코인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포춘은 그 시기를 “가까운 미래, 어느 날”이라고 했다.

이러고 보면 현재 여러 종류의 암호화폐는 어쩌면 국가암호화폐 출현을 위한 실험과정일 수 있다.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Sputnik)’는 지난달 20일 <비트코인은 ‘미 정보국의 프로젝트’(Bitcoin is a ‘Project of US Intelligence’, Kaspersky Lab Co-Founder Claims)>란 기사를 보도햇고, 미국의 인터넷언론 ‘더 미디엄(The medium)’은 지난해 11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공식 구성원인 예탁결제원(DTCC. The Depository Trust & Clearing Corp.)이 비트코인 투자회사인 디지털통화그룹(Digital Currency Group, DCG) 등과 함께 이더리움, 리플, 크라켄 등 상당수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고 알렸다. 미 연준이 회원기업을 통해 암호화폐 개발 및 유통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게다(“central bank funding at its roots.”). 사실 암호화폐가 모두 같은 기능을 갖는 건 아니다. 비트코인이 은행을 매개하지 않는 개인간 직접거래를 실험했다면, 리플은 전 세계 은행들간의 결제를 싸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일종의 프로토콜이다. 미국은 국가암호화폐가 필요로 하는 여러 기능과 민간 적응과정을 민간 암호화폐들을 통해 실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본다면 현재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유지될 것이다.

세계에는 이렇듯 금본위에 기반한 국가암호화폐와 달러체제 유지를 위한 부채(채권)기반 국가암호화폐라는 두 개의 축이 준비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유리한 달러 기축체제를 지속하려고, 한계에 이른 양적완화를 보다 쉽게 확대하게끔 디지털방식으로 전환하려는 것 같다(이에 대한 평가는 다음으로 미룬다). 반면 중‧러로 대표되는 신흥 경제강국들은 달러패권을 끝내고 새로운 국제적 통화체계 수립으로 가는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지난해 9월 열린 9차 브릭스 정상회의는 “불공정한 국제금융제도를 개혁하고 기축통화제의 과도한 지배를 극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금본위 국가암호화폐의 연이은 발표는 그 일환으로 보인다. 이것은 세계가 정치군사적 차원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다극화의 길에 들어섰음을 말한다. 아마 우리는 스웨덴 발표처럼 5년 안에 세상의 전환을 보게 될지 모른다. 그 과정이 부디 인류의 이성과 민중의 지혜로 평화적으로 진행되기를….

손정목 편집기획위원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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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예술단, 우리 많이 배려해" 기립박수 터져나온 마지막 무대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등 강릉 공연 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렸다.이날 공연에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J에게, 이별, 당신은 모르실거야, 사랑의 미로, 다함께 차차차, 서인석의 홀로 아리랑과 오페라의 유령 등 서양 교향곡이 포함됐다.

▲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등 강릉 공연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공연장 밖에서 북측 예술단 기다리는 시민들 "우리는 하나다"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트센터에서 열린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성황리에 끝나자, 공연 관람에 당첨되지 않아 밖에서 북측 예술단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고 있다.

▲ 공연장 밖에서 북측 예술단 기다리는 시민들 "우리는 하나다"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트센터에서 열린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성황리에 끝나자, 공연 관람에 당첨되지 않아 밖에서 북측 예술단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우리의 소원은 통일> 부르는데 가슴이 뭉클하더라. 역시 우리는 한민족이구나 싶었다. 감격했다."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아래 예술단) 공연을 관람하고 나온 최돈진(65, 남)씨는 공연을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앵콜을 외쳤지만 받진 않았다. 우리 대중가요가 나올 땐 손뼉도 치고 그랬다"는 말도 덧붙였다. 평창에서 온 박덕수씨도 "아주 상당한 실력의 공연이었다. 설렘과 기대가 많았는데 그만큼 만족도 크다"면서 "통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절절히 들 정도로 (공연이) 잘 이뤄졌다"고 호평했다. 

8일 밤 9시 50분께 북측 예술단의 첫 공연이 열린 강릉아트센터를 나서는 시민들의 얼굴은 밝았다. "눈물이 날 뻔했어",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한 것 같아"라며 말을 주고받거나, 자신의 휴대폰에 담긴 공연 사진들을 넘기면서 "이북 사람들 딱딱하다 그러는데 현송월이나 예술단원들 표정이 너무 밝고, 지휘자들도 너무 경쾌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춤을 살짝살짝 이쁘게 추더라", "사랑 노래, 내가 좋아하는 우리 노래들이 많아서 좋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만난 이외수 작가는 "제일 인상적인 공연은 <쨍하고 해뜰날>이었다. 예전에는 (북측 공연이) 체제를 찬양하는 목적이 뚜렷한 예술도구로 쓰였는데 오늘은 정말 소통의 도구로 가져온 것 같다"면서 "특히 남한 노래인 <홀로 아리랑>이 시작될 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15년 만에 다시 열린 북측 예술단의 강릉 공연은 두말할 나위 없이 성공적이었다.
 

익숙한 노래 '반갑습니다'로 공연 시작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려 첫곡으로 북측곡 “반갑습니다“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익숙한 노래 '반갑습니다'로 공연 시작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려 첫곡으로 북측곡 “반갑습니다“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삼지연관현악단 화려한 강릉 공연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려 북측곡 “반갑습니다“, 한국곡 ”j에게,"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이별, 당신은 모르실거야, 사랑의 미로, 다함께 차차차, 서인석의 홀로 아리랑“을 비롯한 서양 교향곡 다수를 메들리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삼지연관현악단 화려한 강릉 공연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삼지연관현악단 화려한 강릉 공연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려 북측곡 “반갑습니다“, 한국곡 ”j에게,"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이별, 당신은 모르실거야, 사랑의 미로, 다함께 차차차, 서인석의 홀로 아리랑“을 비롯한 서양 교향곡 다수를 메들리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삼지연관현악단 화려한 강릉 공연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반갑습니다>로 시작해 <다시 만납시다>로 끝났다

현장 분위기는 공연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강릉아트센터 앞에는 공연 시작 4~5시간 전부터 각종각양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북측 예술단을 취재하려는 내·외신 기자들과 경계를 위해 배치된 경찰, 200대 1에 육박하는 경쟁을 뚫고 관람권에 당첨된 전국 각지의 시민들까지, 모두 일찌감치 공연장 앞을 채웠다.  

경북 구미에서 동생과 함께 온 김아무개(25, 여)씨는 "뉴스에서 (북측 예술단이) 내려온다고 해서 어떻게 공연하는지 많이 궁금해 응모했는데 당첨됐다. 버스 타고 4~5시간 걸려서 온 것"이라며 "이선희의 'J에게'를 어떻게 부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통일이 어서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0년 전 탈북해 이곳 강릉에 정착한 이도 있었다. 이름·나이 등을 밝히길 꺼려한 60대 여성은 "가장 앞자리에 앉아서 보고 싶어서 일찍 왔다"라며 "이게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거냐. (친구들도) 다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삼지연관현악단 화려한 강릉 공연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려 북측곡 “반갑습니다“, 한국곡 ”j에게,"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이별, 당신은 모르실거야, 사랑의 미로, 다함께 차차차, 서인석의 홀로 아리랑“을 비롯한 서양 교향곡 다수를 메들리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삼지연관현악단 화려한 강릉 공연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등 강릉 공연 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렸다.이날 공연에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J에게, 이별, 당신은 모르실거야, 사랑의 미로, 다함께 차차차, 서인석의 홀로 아리랑과 오페라의 유령 등 서양 교향곡이 포함됐다.

▲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등 강릉 공연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북측 예술단 공연 관람하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당첨자들 북측 예술단 공연 관람 입장권 당첨자들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트센터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북측 예술단 공연 관람하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당첨자들북측 예술단 공연 관람 입장권 당첨자들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트센터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유성호


북측 예술단은 이러한 기대를 훌륭히 충족시켰다. 남측에도 익숙한 북측 노래인 <반갑습니다>로 시작한 공연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로 마무리됐다. 마지막 노래 땐 배경화면에 한반도기가 펄럭였고, 예술단원들은 무대 앞까지 나와 악수를 청하는 관객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기도 했다. 

분위기를 띄운 것은 이선희의 <J에게>,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 나훈아의 <이별>,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 등의 남측 대중가요였다. 관객들은 익숙한 노래에 손뼉을 치거나 따라 부르며 호응했다. 

예술단은 모짜르트 교향곡 40번, 튀르끼에 행진곡, 집시의 노래, 백조의 호수 등 유명 클래식곡 20여 곡을 편곡한 메들리와 함께 북측 노래 <흰눈아 내려라>, <내 나라 제일로 좋아>, <달려가자 미래로>,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공연을 마친 예술단은 "열렬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다시 만납시다"라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눈가를 훔치는 단원도 있었다.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등 강릉 공연 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렸다.이날 공연에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J에게, 이별, 당신은 모르실거야, 사랑의 미로, 다함께 차차차, 서인석의 홀로 아리랑과 오페라의 유령 등 서양 교향곡이 포함됐다. 조명균 통일부장관, 북측 권혁봉 문화성 국장, 북측 현송월 부단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 북측 권혁봉 문화성 국장, 북측 현송월 부단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측예술단 화려한 강릉공연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려 북측곡 “반갑습니다“, 한국곡 ”j에게,"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이별, 당신은 모르실거야, 사랑의 미로, 다함께 차차차, 서인석의 홀로 아리랑“을 비롯한 서양 교향곡 다수를 메들리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북측예술단 화려한 강릉공연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공연 직전 <모란봉>,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 등을 두고 남북 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치권 및 정부 관계자는 '예술단이 남측을 배려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공연 후 기자들과 만나 "북측이 짧은 시간 안에 성의 있게 많은 노래들을, 남측에서도 좋아할 만한 노래들을 잘 섞어서 연주하고 노래해줬다"라면서 "오신 분들이 많이 만족하는 것 같아 상당히 (공연이) 잘 됐다 생각한다. 오늘의 공연이 앞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작은 바탕이 됐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아주 훌륭한 공연이었다. 특히 다양한 장르와 우리나라 대중가요까지, 많이 연습했을 것 같다"라며 "아주 편하고 즐거운 밤이었다. (마지막 공연 때) 관객들이 기립해서 박수로 호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우리가 좋아하는, 친근한 곡들을 열심히 준비해서 훈련한 표가 났다"라면서 "체제 선전하는 내용들을 의도적으로 다 뺀 게 느껴졌다. 우리 측을 아주 많이 배려했다는 느낌을 받아 더 없이 만족했다"고 밝혔다.

태극기·성조기 흔든 우익단체 향한 싸늘한 시선

그럼에도 '흠'은 있었다. 바로 우익단체의 반대 시위였다. 자유대한호국단·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우익단체 회원 70여 명은 이날 오후 5시께 공연장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 공연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군가와 애국가 등을 차량에 설치된 스피커로 틀어놓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사진태우는 보수단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측 예술단 첫 공연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보수단체 회원들이 공연장 인근에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평양올림픽' 이라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참석자들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인공기가 그려진 종이를 불 태우고 있다.

▲ 보수단체 "평창올림픽 거부한다"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측 예술단 첫 공연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보수단체 회원들이 공연장 인근에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성호


박정희 전 대통령 얼굴 그림이 그려진 배지를 가슴팍에 단 한 여성은 "여긴 엄연히 대한민국이야, 빨갱이들이 어디서"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한 남성은 경찰을 향해 "북이랑 전쟁 나면 경찰 니네가 먼저 죽어, (현 정부에) 충성할 필요 없어"라고 삿대질을 했다. 일부 회원들은 인공기 등을 불태우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왔다고 밝힌 60대 남성은 "(북측 예술단 공연은) 흔히 볼 수 없는 기회라 응모했고, 운 좋게 당첨돼 집사람이랑 바람 쐬러 왔는데 (태극기 집회 하는 걸 보니) 참 그렇다"라며 "왜 저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반도기 흔들며 북측 예술단 공연 응원하는 학생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측 예술단 첫 공연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학생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북측 예술단 공연을 응원하고 있다.

▲ 한반도기 흔들며 북측 예술단 공연 응원하는 학생들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측 예술단 첫 공연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학생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북측 예술단 공연을 응원하고 있다.ⓒ 유성호


공연장 입구 앞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북측 예술단을 환영했던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의 통일응원단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북측 예술단을 태운 버스가 오갈 때마다 단일기를 흔들거나, '반갑습니다', '우리 하나 되어' 등의 통일 관련 민중가요를 부르면서 환영 퍼포먼스를 벌였다. 

응원단의 황선영(25, 여)씨는 "(인공기 등을) 화형식 한다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북측에게) 그런 모습이 아니라 (남과 북이) 함께 하자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부산에서 왔는데, (통일응원단에 참여하려는) 친구들이 계속 모이고 있다. 오는 20일까진 (응원 활동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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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비웃고 '갓물주' 권장하는 세상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의 시급성
 
 
임대료는 임대인이 부동산의 소유를 바탕으로 임차인이 창출한 가치의 일부를 차지하는 방편이다. 상가 임대 시장은 경쟁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임대료는 수요 공급의 법칙 뿐만 아니라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법적 권리의 배분에 의해 결정된다. 임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은 가치의 창출을 위한 노력보다 부동산의 소유를 더욱 권장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조물주 위에 있는 건물주'라는 '갓물주'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혁신성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소득주도성장의 전망도 흐려질 것이다. 강력하게 임차 상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필자)
 
최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여파로 영세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청와대와 여당을 중심으로 인건비보다도 임대료가 더 큰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임대료의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을 뿐더러 시세 또한 안정되어 있다. 최근 3년(2014~2017년)간 시간당 최저임금은 24.2% (올해 최저임금 인상 16.4%는 제외) 오른 반면에, 비슷한 기간 전국 상가 평균 임대료 변동 폭은 1%에 못 미쳤고, 서울 상가 임대료도 기껏해야 1% 남짓 올랐다. 경기 불황과 온라인 쇼핑 확산, 상가 과잉 공급 등의 영향으로 임대료는 거의 정체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인건비에 업주와 가족의 노동비용을 포함할지, 임대료에 점포이전비, 인테리어비 등 관련 경비를 포함할지 여부에 따라 임대료와 인건비 비중의 비교는 달라질 수 있다.)   
 
필자는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수준보다 더욱 강력하게 임차 상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이유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자영업자 보호는 아니다. 근거를 잘못 제시하면 개정을 반대하는 편에게 반론의 여지를 제공하여 개정의 성공 가능성을 낮춘다.(관련기사 바로가기  : "자영업자 지출비중 보니… 인건비가 25%, 임대료는 8%") 
 
나아가 법안의 내용도 왜곡할 수 있다. 임차 상인을 보호해야 하는 근본적이고 강력하며 타당한 이유는 효율적이고 정의로운 경제적 보상체계의 필요성이다. 임대료는 임대인이 부동산의 소유를 바탕으로 임차인이 창출한 가치의 일부를 차지하는 방편이다. 
 
상가 임대 시장은 경쟁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임대료는 수요 공급의 법칙뿐만 아니라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법적 권리의 배분에 의해 결정된다. 임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은 가치의 창출을 위한 노력보다 부동산의 소유를 더욱 권장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조물주 위에 있는 건물주'라는 '갓물주'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혁신성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소득주도성장은 좌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임대차 시장의 특성과 규제의 필요성 
 
지난해 11월 서촌의 한 족발집에서 강제집행에 저항하던 가게 주인의 손가락 네 개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큰 물의를 일으킨 있다. 분쟁은 2016년 7월 건물주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300만 원이던 임대료를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200만 원으로 인상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건물주는 계약 만료를 이유로 법원에 명도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강제집행에 들어갔던 것이다. 건물주는 2016년 1월에 48억 원에 해당 건물을 매입했는데, 올해 70억 원에 내놓았다. 2년 사이에 약 20억 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임대료를 한꺼번에 네 배나 올리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먼저 수요 공급 법칙에 따른 시세의 변화라는 측면이 있다. 비록 서울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상가 임대료가 안정된 시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지적으로는 명동처럼 시세가 하락한 지역들도 있고, 연남동·경리단길·해방촌 등 소위 뜨는 상권의 경우에 임대료 급등이 일어나고 있다. 서촌도 그런 지역이다. 고객이 몰려오면서 매출이 늘고, 이에 따라 임대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임대료가 오르는 것이다.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는 일은 대부분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곳에서 발생한다. 장사가 신통치 않은 지역에서는 임대료를 함부로 인상하면 세입자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은 신통치 않더라도 특정 점포의 영업이 잘 되는 경우에는 세입자가 계약을 지속할 유인이 발생하기 때문에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시도할 수 있다.
 

▲ 건물주가 고용한 용역들에게 자신의 가게에서 끌려나오는 궁중족발 사장. ⓒ궁중족발

 
문제는 매출이 오르는 점포의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고 효율적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장사가 잘되는 것이 누구의 노력에 의한 것인지 따라 달라질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임차 상인의 노력과 아이디어 덕분일 것이고, 일정하게 운이 작용하기도 할 것이다. 건물주의 노력으로 매출이 오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매출 증가에 따른 이익을 임대료 인상으로 건물주가 흡수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이는 또한 노력과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유인을 감소시키고 부동산 소유라는 비생산적인 행위에 대한 유인을 강화함으로써 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릴 것이다. 물론 운의 작용이 있었다면 그 혜택은 건물주와 세입자가 나누어 가지는 것이 옳을 것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지역 상권이 호조를 띠면서 건물 가격이 올랐으니 임대료도 올라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건물가격이 오른 이유가 매출 호조가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는 순환논리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시장경제의 원칙인 수요 공급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경제적 효율성은 물론이고 사회적 정당성도 지닌다. 하지만 이는 경쟁적인 시장에 한한다. 부동산은 토지의 유한성과 위치의 한정성 때문에 수요의 증가에 대응한 공급의 증가가 쉽지 않고, 따라서 경쟁이 매우 제한된다. 주택보다도 위치에 더욱 예민한 상가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 결과 상가 임대시장은 공급자, 즉 임대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시장이 되어 규제가 없을 경우 매출증가에 따른 수요증가는 고스란히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적이고 현명한 정부라면 이렇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임대차 시장을 법적으로 규율한다.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고 임차인의 권리를 특별하게 보호하는 규제를 도입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민주노동당의 노력으로2001년에 처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었고, 이후 수차에 걸쳐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졌다. 문제는 아직도 임차인의 권리 보호가 미흡하고 허점투성이라는 것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한계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문제는 보호 기간이 5년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 보호 대상이 '영세'자영업자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그나마 한정된 보호장치에도 여러 허점이 존재하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이다.  
 
보호 기간 중에는 연 임대료 상승률이 9% 이내로 제한되지만, 물가상승률에 비추어 연 9% 상한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정부는 최근 시행령 개정으로 이를 연 5%로 낮추었지만, 이를 어길 경우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할 수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 더욱 근본적이고 큰 문제는 5년의 보호 기간이 지나고 나면 무제한으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본 서촌 족발집의 경우에 건물주가 400%의 인상을 요구하였고, 이를 거부하자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명도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다.  
 
물론 장사가 잘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건물주도 마음대로 임대료를 인상하고 세입자를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 때문이든 건물주가 세입자를 내보내기로 마음먹으면 5년의 계약 기간 경과 후에는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는 자영업자들이 안정적인 영업을 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가 된다. 건물주의 계약 갱신 거부는 점포이전비나 인테리어비 등 큰 비용 부담을 유발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존의 고객층을 상실하여 점포 이전 후 매출이 감소하기 십상이고, 자칫하면 권리금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용산참사 이후 상가 권리금 문제가 이슈화 되었고, 2015년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이 이루어져 권리금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임차인에게 권리금 회수 기회를 부여하게 되기는 하였지만 그 조건이 까다로워서 실효성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현행법의 한계로 많이 지적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보호 대상이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소위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문제다. 보증금에 월세의 100배를 더한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보호 대상을 설정하고 있는데, 임대료가 오를수록 보호 대상이 점점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는 최근 시행령 개정을 통하여 환산보증금 기준을 서울의 경우에 기존 4억 원에서 6억1000만 원으로 인상하는 등 상향 조정함으로써 이 문제에 나름의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 보호가 아니라 효율적이고 정의로운 경제적 보상체계의 마련과 이를 통한 경제성장의 제고라는 관점에서 임대차 보호를 바라보면, 보호 대상을 한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임대차 분쟁은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지역과 점포에서 보다는 잘되는 지역과 점포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그런데 장사가 잘되는 지역과 점포일수록 환산보증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보호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실제로 서울의 주요 상권에서는 환산보증금이 상향 조정된 기준을 대체로 넘어선 상황이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보호 기간과 대상이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허점투성이어서 5년 경과 이전에도 세입자가 내쫓기고 권리금을 상실하는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악의적인 건물주가 마음만 먹으면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세입자의 권리를 짓밟고 세입자의 투자와 노력의 대가를 약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면 관계로 다양한 허점을 일일이 논의하는 대신 시사하는 바가 큰 사례를 소개한다.(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임차인을 내쫓고 권리금을 빼앗는 다양한 방법이 "구본기의 구체적 젠트리" 연재에 나와 있다. 바로가기 ☞ : 클릭), (맘상모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 ☞ 클릭)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들의모임(맘상모)’은 지난 1월 22일 페이스북에 성신여대 앞에서 치킨집을 하는 김 사장의 사연을 소개했다. 새로 건물을 산 신규 건물주가 임차상인들에게 "내가 지금까지 명도소송으로 날린 상인이 39명이야. 빈털터리로 나갔지. 내가 나가라면 그냥 나가. 멍청하게 40번째 되지 말고"라고 협박했고, 전 건물주만 믿고 두 달 전에 인테리어 공사를 했던 김 사장은 결국 입주 시 지불했던 권리금 2억 원과 인테리어 공사비 2억 원을 합하여 4억 원을 고스란히 신규 건물주에게 넘기고 나왔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권을 보호하려면 임차인 보호에는 불가피하게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래에 소개하는 일본과 독일의 사례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강제집행 과정 중 손가락이 부분 절단 돼 응급조치를 받고 있는 궁중족발 사장. ⓒ김은석

 
일본과 독일의 임대차시장 규제  
 
일본에서 임대차 관계를 규율하는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은 매우 강력하게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관련 내용 바로가기 ☞ : Global Legal Insight, Commercial Real Estate 2018, Japan.) 
 
일본의 민법에서도 계약자유의 원칙을 존중하지만, 이는 계약 당사자가 서로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에서 계약이 성립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다. 만약 어느 일방이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 상대방이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하여 사적인 계약에 대하여 법적 통제를 가할 수 있다.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계약조건에 대해 임차인의 수용 여부에 따라 그 계약의 성립여부가 결정되는 임대차계약이 바로 그런 경우다. 계약 당사자 상호간에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인이 일방적인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민법만으로는 근본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는 임차인을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차지차가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차지차가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법의 내용 중에는 '강행규정'이 있어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 있는 계약은 비록 계약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계약이 체결되었을지라도 그 효력을 무효로 한다. 둘째, 임대 기간과 관련하여 임차인을 강력하게 보호한다. 일반적으로 건물의 임대차 계약은 3~5년 단위로 이루어지지만 계약기간이 만료한 시점에서 임차인이 임대차를 지속하기 원하여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2가지 조건에 부합되어야 하는데, 하나의 조건은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 6개월~1년 전에 임차인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의 조건은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사유와 임차인이 계약을 지속하고자 하는 사유가 충돌할 경우에는 어느 쪽이 더 절실한가를 판단하여 결정하게 되어 있다. 셋째, 임대인이 꼭 명도를 원할 경우에는 건물현황, 건물의 이용 상황 등을 고려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명도의 조건으로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넷째, 임차인의 사망 시 임차권은 자동 상속이 되며 이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까지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섯째, 임대료를 인상하고자 할 경우에는 반드시 양자 간에 합의를 해야만 가능하다. 합의가 안 될 경우에는 재판을 통한 법원의 조정으로 새로운 임대료를 확정한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기존 임대료를 공탁하며, 새로운 임대료가 확정되면 기존 임대료와의 차액과 이에 대한 가산금을 임대인에게 지급한다. 
 
가장 핵심적인 임차인 보호 장치는 계약 갱신권이다.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나름의 사유를 제시하더라도 일본 법원은 일반적으로 '임차인의 절실한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사실상 임차인의 계약 연장은 거의 무제한으로 보장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임대인의 자녀가 해당 점포를 이용하여 사업을 하고자 명도를 요구할 경우에도, 이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으며 임대인은 별도의 재산적 보상을 반드시 하여야 한다. 그리고 만약 임차인이 금전적 보상을 거절하면 계속 임차권을 유지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사례로, 임대인이 건물의 재건축을 위해 계약 갱신을 거절할 경우, 사전 통보 기간 준수 및 재건축을 위한 정당한 사유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건물이 붕괴 직전의 상태로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 외의 어떠한 사유도 정당한 사유로 인정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대인이 반드시 재건축을 하고자 하면 임차인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필수이며 만약 임차인이 이를 거절하면 계속 임차권을 유지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민법에 의거해 임대차 계약을 규율한다. 독일 민법은 임대차 계약을 매우 세세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임차인의 권리를 강하게 보호하고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 :  Global Legal Insight, Commercial Real Estate 2018, Germany)
 
먼저 임대차 기간에 관해서는 일반적으로 상업용 임대차 계약은 5~10년 기간으로 이루어지는데, 대개 임차인이 5년씩 두 번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는다. (주택의 경우에는 무기한 계약이 원칙이다.) 임대차 기간이 30년 이상 경과한 경우에는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3~9개월의 사전 통보에 의해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임대차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임차인이 계약 지속을 원하면 일본과 유사하게 임차인의 권리가 존중된다.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3~9개월 전 사전 통보와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독일 법원에서는 임차인의 권리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많은 법정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는 임차인의 의사에 반하여 임대차 계약을 종료시키기 어렵다. 임대료를 수개월 동안 연속적으로 체납하는 것과 같이 임차인이 심각하게 계약조건을 위반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계약 종료는 사실상 어렵다. 임대차 계약 대상 건물이나 점포가 매매되었을 경우에는 해당 계약에 수반한 권리와 의무가 그대로 새로운 소유주에게 이전된다. 특히 임차인의 권리는 고스란히 보호된다.  
 
독일에서는 임대차 계약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 기간 중에 임대료를 조정하는 규칙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임대료의 조정은 독일의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하도록 되어 있다. 임대료 인상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의 60%~100% 사이로 결정되며, 보통 물가지수가 2~10% 사이의 기준점을 상회하는 경우에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원천적으로 일반 물가보다 임대료의 상승이 더 높을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임대료 조정에 관한 약정도 법적 요구를 준수하여야 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에 의해 무효로 판정된다. 임대차 계약기간이 최소한 10년 이상인 경우에만 임대료 조정 약정을 맺을 수 있으며, 임대료의 인상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물가지수 하락에 따른 임대료 인하를 규정하지 않는 약정은 무효가 된다. 
 
임대차 개혁의 방향 
 
두 해 전 JTBC가 서울 소재 고등학생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1위는 공무원(22.6%), 2위는 건물주와 임대업자(16.1%)로 나타났다고 하여 많은 이들의 탄식을 자아낸 적이 있다. 세상 물정을 얼마나 알까 싶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래 희망 설문조사에서도 건물주가 연예인에 이어 2위였다는 씁쓸한 소식도 있었다. 어른들은 물론 훨씬 오래전부터 이미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풍자를 입에 올렸고, 이를 압축적으로 표현하여 '갓물주'라고 부르기도 했다. 열심히 노력해봐야 정당한 보상을 받기 어려운 반면 건물주는 재산권을 바탕으로 남들이 노력한 결과를 쉽게 수취할 수 있다는 현실의 반영일 것이다. 
 
토지는 노력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불가능 한 것이어서 토지의 사용자가 소유자에게 지불하는 '지대'가 커지는 것은 David Ricardo, John Stewart Mill 등의 고전경제학자나 Henry George 이래의 개혁적 경제학자들이 모두 경계하는 일이다. 이는 토지소유가 일반적으로 극히 편중되어 있으므로 지대의 증가가 불평등의 증가를 유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공급 확대가 가능한 것에 보상을 많이 해줄수록 공급이 늘어나고 그것은 곧 경제성장을 의미하지만, 지대의 증가는 지가의 상승을 초래할 뿐 공급의 확대를 불러오지는 못한다.  
 
임차 상인을 보호하는 것은 토지 보유세와 더불어 지대의 증가를 억제하는 유력한 방법이다. 이는 사회정의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경제적 효율성과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시장경제의 역동성은 자원을 비효율적인 사용처에서 보다 많은 가치를 생산하는 효율적인 사용처로 재배분하는 데서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상가 임대차 보호는 불쌍한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시혜적인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장사를 잘 하여 돈을 잘 버는 자영업자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일본과 독일의 경우 보호 대상을 한정하지 않는다. 
 
환산보증금 제도는 아예 폐지하는 것이 옳다. 보호기간의 장기화도 필요하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10년은 부족하고, 20년 혹은 무기한이 바람직해 보인다. 건물주의 악용에 노출된 다양한 허점의 보완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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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의·조합주의에 갇힌 한국 노동운동

[디지털 경제와 서비스산업] (6) 디지털 전환과 노동운동의 혁신②
  • 김성혁 경영학박사
  • 승인 2018.02.07 13:29
  • 댓글 0
▲ [사진 : 노동과세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디지털경제에 대한 한국 노동조합의 대응은 매우 취약하다. 몇 개 산별노조가 연구보고서, 토론회 등을 조직한 바 있으나, 노조 차원에서 대응기조와 지침 등을 제시한 사례는 없다. 노조 대응이 느린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은 자본의 이데올로기라고 폄하하면서 기술변화를 일부러 무시하는 경향이다.

일부 의견그룹은 4차 산업혁명은 실체가 없는 거품이라고 주장한다. 근거로 세계적으로 생산성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수치를 제시한다. 거품론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전제’에 맞서 담론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없다면, 실체에 맞서는 대응이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현실 속에서는 오로지 담론투쟁만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평등사회노동연구원 박장현 원장은, 이러한 거품론은 방어적인 ‘일자리 지키기 투쟁 전략’으로 기술 변화의 실체가 나타난다면 조만간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후퇴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시간이 더 가야 증명되겠지만, 기술변화를 부정하는 거품론자들의 예측은 이미 곳곳에서 틀렸음이 밝혀지고 있다.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가 2014년 1075대, 2015년 2907대, 2016년 5914대, 2017년 1만3826대로 증가 추세이고, 2018년 들어 1월 한 달 만에 2만대(주문포함)를 넘어섰다. 2035년 예정인 자율주행 상용화 시기도 계속 짧아지고 있다. 산업부와 국토부는 경기도 화성에 32만km² 규모의 자율주행 실험도시를 준공하며, 서울 도심에서 실제 도로를 활용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대구에도 15km² 구간의 주행평가 환경을 조성해 2020년 자율주행차 상용화(고속도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생산성이 감소했다는 주장도 검토가 필요하다. 부가가치나 GDP성장률 등 수치상으로 생산성이 감소한 것은 여러 원인이 있으며, 그것이 인류의 생산력 감소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제러미 리프킨이 주장하는 ‘한계비용 제로 경제’도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디지털경제에서 거대한 생산력 증가가 있었지만 이것이 공유경제, 오픈소스 제공과 무료 복사(사실 수십만 원의 가치가 있는 소프트웨어, 음악, 교육 등 각종 데이터와 지식이 인터넷에서 무료로 제공되거나 다양한 경로로 공짜 사용이 가능함) 등으로 대중에게 배포되는데 이는 가사노동처럼 GDP에 집계되지 않는다. 즉 생산력의 증가가 있었지만 이것이 화폐가치로 측정되는 생산성 증가로 집계되지 않은 것이다.

둘째, 노동조합 활동이 임단협 중심으로 진행되어,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이슈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화로 인해 당장 고용이나 작업과정에 어떤 변화가 온다면 노조가 개입하겠지만, 현안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 ‘경제적 의제를 벗어난 이슈’ 등은 접근하기 어렵다. 대공장의 경우 평균 연령이 50대에 가까운데, 고참 조합원들은 “나 퇴직할 때까지는 별 문제 없겠지”라며 기술과 산업의 변화는 5~10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무감각하다. 이와 같은 경제주의의 뿌리는 개인 이기주의에 기반 한 것이다. 이는 자기부서 물량우선주의, 업종이나 직종이기주의로 표출되어 전체의 목표와 단결을 훼손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지부 판매지회(정규직)가 판매연대 비정규직 노동자(딜러)들의 금속노조 가입에 반대해 1년이 넘게 노동조합 가입이 유보되고 있다. 또 전교조의 일부 조합원들은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고, 공공부문의 일부 정규직 조합원들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한다. 기아차지부의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지부 조합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처럼 곳곳에서 자신의 지위와 이익을 우선하는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해가고 있다.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지만, 노동운동의 근본적 목표는 “노동자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보다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기업별 울타리에 갇힌 조합주의 때문이다. 이는 지불능력이 있는 대공장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만연해 있다.

원래 노동운동의 주요 목표는 산업민주주의의 실현이었다. 이를 위해 산업과 경제의 민주화에 노조의 개입이 필요한데, 유럽의 노사관계에서는 공동결정제와 경영참여 등이 제도화되어 있다.

하지만 노동운동 본연의 목표가 실종된 한국에서, 대부분 노동조합의 활동은 ‘교섭 준비’, ‘긴 교섭기간과 투쟁기간’, ‘평가와 선거’로 마무리 된다. 대공장 대의원들의 주요 활동도 “물량확보-장시간노동-고임금·고용유지” 중심이다. 물량을 확보해 잔업·특근 등 장시간노동을 하고, 이로써 임금을 극대화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대의원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고 있다. 정규직이 기피하는 공정을 외주화 하거나 비정규직을 투입하는데 동의하기도 한다. 노동조합의 의제는 기업내재화 되고 연대투쟁이나 사회정치적 활동은 부차적인 것이 된다.

노조 집행부는 2~3년의 짧은 집행기간에 성과를 남기기 위해서, 조합원들의 집단적인 힘을 동원해 압력을 행사하는 방법보다는, 사측과의 일정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쉬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결국 노동조합의 의제는 ‘노동시간 단축’, ‘제도개선’, ‘비정규직과의 연대’, ‘미래전략 수립’ 보다는 사측이 들어 줄 수 있는 ‘물량확보’, ‘잔업·특근 보장’, ‘성과급 인상’ 등 단기적인 과제에 묶이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높은 임금 인상을 했지만 기본급 등 고정급 비중이 낮아 여전히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고, 주간연속2교대 등은 뒤늦게 적용되었다. 특히 호황기에는 일정한 룰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만 싸우는 노사 담합관계가 형성되기 쉽다. 반면 불황기나 구조조정 시기가 오면 자본도 지불능력이 없으므로 담합거래는 어려워진다.

디지털화에 따른 대응은 미래를 위한 사업이며, 산업과 경제를 바꾸는, 즉 세상을 바꾸는 전략의 일환이다. 우리가 한때 개량적 운동으로 후퇴했다고 비판했던, 유럽 노조들은 우리보다 앞서 산업민주주의의 방향과 기조로 디지털화에 대응하고 있다.

유럽 노조들은 최근의 기술진보를 ‘디지털화’로 규정하고, 과거의 점진적이고 제조업 위주의 변화가 아닌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로 판단해, 이 급격한 변화로 인해 일자리의 축소와 기본권 후퇴를 우려했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적극 대응해 디지털화가 이윤창출 위주가 아닌, 공평한 분배와 불균형 해소를 위주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유럽노동조합총연맹(ETCU)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디지털화에 대한 접근법이 교육훈련 및 기술표준에 관련된 공학적이며 기업중심적으로 단편적인 문제에만 국한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노조총연맹은 디지털화가 단지 기술적인 이슈나 노동수요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산업 및 서비스 부문의 전통적인 일자리가 디지털 일자리로 전환되는 것이며 이것은 미래사회와 구성원의 통합에 대한 문제라고 보았다. 따라서 디지털화는 노동계의 핵심 이슈이며 공정한 디지털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14개의 의제를 제출했다.

유럽노동조합총연맹의 유럽연합에 대한 디지털화 관련 요구안

1. 좋은 노동조건, 안전한 작업 환경 및 공정한 고용관계에 기반해, 정의롭게 합당한 디지털 노동을 위한 포괄적인 전환을 실현한다.

2.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분열시키고 부의 불공평한 분배를 심화시킬 가능성을 배 제하는 디지털화로, 공정사회에 기여한다.

3. 고등교육 및 평생학습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 디지털시대에 적합한 학교 교육과 지속적인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자영업자를 포함한 노동자의 숙련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디지털 기술교육을 공정한 일자리 확보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4. 인간의 존엄성, 사생활 보호 및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 유럽 수준의 사생활 보호 지침을 확보한다.

5. 모든 디지털화 우선순위에 젠더 관점을 통합하고 디지털 관련 의제가 성 평등을 위한 기반이 되어 ICT부문을 포함한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등 모든 분야에 심각한 성별 차이를 해소하고 양성 평등을 완전히 이룰 수 있도록 한다.

6. 선진국의 디지털화가 저개발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고, ICT 가치 사슬이 사회적, 경제적 및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의 전개에 글로벌 표준을 구축한다.

7. 선진국가의 규정과 법률로 규정된 최저임금, 근로시간 규제, 사회보장, 연금제도, 과세 등을 훼손하거나 우회할 수 있는 크라우드 노동자(비정형 노동자)와 온라인 디지털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

8. ICT 표준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 기술의 우선순위를 표준화해 공개하고, 기술도입과 관련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없이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도록 개방적 ICT 표준을 구축하고, 기술이 법적이나 경제적 사유로 활용되는 조건에 대한 합리적 판단과 평가를 위해 노동조합이 참여한다.

9. 포괄적이고 접근 가능한 디지털 공공 서비스를 구축하고 공공행정이 시민과 근로자 모두에게 디지털 교육 및 기술을 지원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10. 디지털화가 세금 수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며 글로벌 기업이 특정지역 세법 차이를 활용한 절세로 전체 세금수입이 줄어들면 안 된다. 다국적기업은 해당 지역에서 경제활동이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11. 기술변화를 더 잘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정보공유와 협의체의 대표성 강화로 공정하고 합리적 전환을 위한 노사협의가 필요하다.

12. 노동조합의 모든 기구를 활용하고 플랫폼노동을 포함한 자영업자들을 조직해 기업과 서비스의 공정하고 포괄적인 디지털화에 앞장선다.

13. 노동자대표에게 회사 임원진이 보유한 신기술 도입 계획, 내부 및 외부 아웃소싱 계획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보장한다. 디지털화와 관련된 새로운 권리를 구현하기 위해 단체교섭에 명시한다.

14. 디지털화 전략을 보다 면밀히 모니터링해 디지털화 수준이 다른 다국적 기업의 협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독려한다.

김성혁 경영학박사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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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카드’까지 꺼낸 김정은, 국면전환 의지 보여주기

[김여정 방남]‘여동생 카드’까지 꺼낸 김정은, 국면전환 의지 보여주기

 

입력 : 2018.02.07 22:28:00 수정 : 2018.02.07 23:10:58
 

ㆍ정치적 무게감 극대화…“북·미 대화에 긍정적 작용할 것”
ㆍ세계 이목 집중시켜 미국의 ‘정치게임’에 맞대응 전략도

평창 동계올림픽 북측 고위급 대표단으로 방남할 것으로 7일 알려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왼쪽)이 지난해 4월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기념 열병식에서 오빠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함께 있는 모습. 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북측 고위급 대표단으로 방남할 것으로 7일 알려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왼쪽)이 지난해 4월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기념 열병식에서 오빠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함께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7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평창 동계올림픽 고위급대표단 자격으로 파견한 것은 남북관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부부장은 북한이 김씨 일가 3대 세습 정통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이른바 ‘백두혈통’에 속한다. 김 부부장 방남은 김 위원장 방남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북한이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 쓸 수 있는 최대치를 동원한 것이다. 

■ 김여정은 누구 

김 부부장은 지난 5일 평양역을 출발해 남쪽으로 향하는 북한 예술단을 박광호 선전선동부장과 함께 배웅하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이 때문에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 김 부부장의 역할론이 끊이지 않았다. 

29~31세로 추정되는 김 부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 고용희의 2남1녀 중 막내다. 김 부부장은 어린 시절 오빠 김정은 위원장과 스위스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의 형 김정철이 정치에 거리를 두고 지내고 있는 반면 김 부부장은 활발하게 활동하며 권력 핵심부로 진출했다. 

 

김 부부장은 당 중앙위 부부장으로 호명되며 김 위원장을 수행하거나 지근거리에서 의전을 챙기는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그는 2016년 5월 당 중앙위원회 제7기 1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 지난해 10월 2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진입했다. 이때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전선동부는 체제선전과 사상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12월 당 ‘제5차 세포위원장 대회’에서 주석단 앞줄에 처음으로 앉아 위상을 과시했다.

■ ‘백두혈통’ 첫 방남 의미 

북한이 이날 남측에 통보한 고위급대표단 면면을 보면 여러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당(김여정)과 정부(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체육(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대표하는 인사들을 안배했다. 동계올림픽이라는 행사의 성격, 그리고 남북관계 등을 감안해 고위급 대표단을 선정한 것이다. 

특히 김 부부장이 포함되면서 대표단 무게감이 커졌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의전’ 측면에서 의미가 크지만 내부적으론 실권이 크지 않다. 북한 내 권력 서열 2위인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 대표단원으로 올 수 있다고 예상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김영남’이라는 형식에 ‘김여정’이라는 내용을 더해 대표단 중량감을 키운 것이다.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 의중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김 부부장을 메신저로 삼아 간접 대화를 하는 셈이다.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통해 대북 압박을 이어가려 는 미국에 대응하는 의미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여정이 오면 국제적 이목이 쏠려 북한이 메시지를 주도할 수 있다”면서 “대북 압박 쪽으로 메시지가 쏠리는 것을 막고 판을 흔들어 보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의 폐회식 참가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형식상 국가수반과 최고권력자 가족을 함께 보내 ‘정상국가’ 면모를 과시하려는 것이다.

김 부부장 방남이 북·미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 부부장이 평창 올림픽 동안 펜스 부통령과 조우할 수는 있지만 대화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리용호 외무상 등 외교라인을 대표단에 포함하지 않은 것도 평창에서 미국과 직접 대화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은 방증으로 풀이된다. 

‘김여정 카드’는 한반도 문제를 내실 있게 풀겠다는 김 위원장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국이 김여정 방남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북·미 대화 계기 마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후계체제의 정통성으로 내세우는 근거다. 백두산 항일혁명가 김일성과 김정숙의 적자인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이 혁명위업의 계승자가 된다는 논리다. 당은 수령에 의해 마련된 혈통을 계승해 나가면서 수령의 당을 끊임없이 강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서 북한 주민들에게 수령과 당 지시를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도록 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북한의 논리라면 김여정 역시 김정은과 마찬가지로 김일성의 손주이자 김정일의 자녀이므로 백두혈통 일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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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밝힌 이재용 항소심이 잘못된 8가지 이유

7일 다시 입장문 내고 쟁점 사항 조목조목 반박... "재판부, 집유 위해 무리한 해석"

18.02.07 20:23l최종 업데이트 18.02.07 20:24l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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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이 '삼성뇌물죄' 항소심 결과를 두고 재차 입장을 밝히면서 8가지 이유를 들어 판결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7일, A4 용지 3장의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하였음에도 국정농단 세력의 피해자인 것처럼 본질을 오도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가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자유의 몸이 됐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라고 규정하면서 이 부회장을 국정농단의 피해자라고 규정했다. 다른 국정농단 재판부들과 달리 '안종범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배제하거나 관련 관계자들의 법정 증언 등을 무시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앞서 특검은 선고 당일에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으나 판결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재차 입장을 밝혔다. (관련 기사: 특검, '이재용 집유' 맹비난..."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

특검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겐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할 현안이 없었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청와대, 정부부처, 민간 시장에서 모두 인정하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및 승계 작업의 존재를 항소심 재판부만 별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집행유예를 위한 무리한 해석"

재판부는 1심에서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부정하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에 대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운영할 재단 설립을 위해 출연금을 대납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해 증거능력을 부정했다"며 "(다른 재판부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홍완선 전 국민연금기금 운용본부장 사건, 이화여대 입시 비리 사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은 안종범 수첩을 근거로 유죄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형량이 대폭 감소할 수 있었던 재산국외도피 무죄 판단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뇌물로 인정하면서도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재산을 국외로 도피할 의사가 아니라 뇌물을 줄 의사로 해외에 재산을 보낸 것"이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특검은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석방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무리한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항소심의 새로운 쟁점이었던 '0차 독대' 존재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결론 낸 것을 두고도 "안봉근 전 청와대 행정관, 안종범 전 수석의 증언이나 안 전 수석이 독대 전날 있었던 2014년 9월 11일, 삼성 단독면담 말씀자료를 받아 읽어 보았다는 다운로드 기록을 무시한 채 0차 독대 존재를 부정했다"고 평했다. 

끝으로 특검은 재판부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불법적 지시에 따라 삼성 합병 찬성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하였음에도 국정농단 세력의 피해자인 것처럼 본질을 오도했다"며 "집행유예 사유가 없음에도 무리하게 집행유예로 석방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법원이 뇌물 10억 원 이상을 공여한 경북도청 이전 추진단장 등에 징역 2년 6월 등을 선고한 판례를 들며 "납득할 수 없는 양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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