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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부 양심은 ‘양심수’ 세 글자 앞에서 멈췄다”

“촛불정부 양심은 ‘양심수’ 세 글자 앞에서 멈췄다”
 
 
 
편집국
기사입력: 2017/12/29 [18:0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시민사회단체들이 양심수가 빠진 문재인 정부의 특별사면을 규탄하고 있다.     © 편집국

 

문재인 정부가 29일 출범 7개월 여 만에 첫 특별사면이 발표했다하지만 이반 특사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 양심수들이 배제되어 시민사회단체들의 규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는 29일 오후 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 신년특사 시민사회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12월 29이날은 촛불정부의 양심이 양심수’ 세 글자 앞에 멈춘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내용을 접하고도 우리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국제사회가 목소리 높였던 광복절 특사도 넘기고, 6대 종단 지도자가 호소했던 추석 특사도 넘겼다그 결과가 양심수 석방 0’ 이다고 지적했다.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는 이번 특사는 유독 박근혜 정권의 피해자만은 철저히 외면하였다며 한상균 위원장이석기 전 의원등 양심수를 비롯해 세월호사드 등 박근혜 정권 시국사건 관련자들을 전원 배제하였다고 평가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양심수 석방 0’ 등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가 국민 분열을 촉진할까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비겁한 변명으로 들린다며 지지율 떨어질까 걱정스러웠다고지방선거 표 떨어지는 소리가 염려스러웠다고 솔직히 말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도 차라리 눈에 밟힌다고 한 발언을 도로 집어넣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정의와 양심이 아닌 정치공학적 눈치보기 특별사면을 규탄한다고 밝혔다민주노총은 참으로 기가 막히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로 보일 수밖에 없는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사면복권을 부끄럼 없이 발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한상균 위원장 사면배제로 노정관계는 더욱 긴장되고 악화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며 노동계를 국정의 파트너로 하겠다면서 파트너의 대표를 구속시켜 놓는 것은 그 말이 한낱 허언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해줄 뿐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적폐청산이 나라를 나라답게 하는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 위함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며 이 정부가 촛불혁명을 계승한 정부인가 퇴행시킨 정부인가의 갈림길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중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통합과 민생안전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무색한 실망스러운 내용이라고 평가했다민중당은 적폐 청산을 국정운영의 기조로 선언한 정부라면 지난 정권의 정치 탄압으로 수년째 수감 중인 양심수들을 곧바로 석방시키는 것은 상식이라며 지난 정권에서 탄압받고 희생된 이들을 외면한 채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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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첫 사면양심수 0

 

오늘 문재인 정부는 취임 첫해 특별사면을 단행했다정권 1년차 업무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진행한 턱걸이 사면인 격이다그 내용을 접하고도 우리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국제사회가 목소리 높였던 광복절 특사도 넘기고, 6대 종단 지도자가 호소문했던 추석 특사도 넘겼다그 결과가 양심수 석방 0’ 이다문재인 대통령은 단 한 명의 양심수도 석방시키지 못한 대통령이 되었다이러자고 2017년 마지막날까지 끌었던 건가.

 

단 한 명의 박근혜 피해자도 품어주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은 소위 서민민생 특사라며 생색내기하였다역대 정부가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과 다르지 않다이번 특사는 유독 박근혜 정권의 피해자만은 철저히 외면하였다한상균 위원장이석기 전 의원등 양심수를 비롯해 세월호사드 등 박근혜 정권 시국사건 관련자들을 전원 배제하였다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린 새 정부가 박근혜 피해자를 외면하였다그래서 우리는 더욱 참담한 심정이다.

 

촛불정부 양심은 양심수’ 세 글자 앞에서 멈추었다

 

양심수 석방 0’ 등과 관련하여 오늘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 분열을 촉진할까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비겁한 변명으로 들린다지지율 떨어질까 걱정스러웠다고지방선거 표 떨어지는 소리가 염려스러웠다고 솔직히 말해라송경동 시인이 외쳤듯이 문재인 정부는 작은 박근혜가 두려운가작은 이재용이 두려운가’ 인권은 다수결이 아니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이다이 모든 결과에 대하여 문 대통령이 휴가 중에 전자결재로 처리하였다는 사실 또한 우리를 아연케한다. 2017년 12월 29이날은 촛불정부의 양심이 양심수’ 세 글자 앞에 멈춘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2017년 12월 29

양심수 석방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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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 기관사·18살 민호군·참사 유족들··· 민중의소리가 만난 사람들

[연말기획] 민소 사건팀이 선정한 2017년 사건 기사

옥기원 기자 ok@vop.co.kr
발행 2017-12-29 19:41:38
수정 2017-12-29 20: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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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해가 가기 전에 꼭 되짚어 봐야할 사건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회현안에 가려 조명받지 못한 ‘약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민중의소리’ 기자들은 2017년 한해 동안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현장을 뛰어다녔습니다. 묻힐 수 있었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소외된 현장을 꼼꼼히 기록하기 위해 땀을 흘렸습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지만, 아직 변해야 할 게 더 많습니다. 다음에 소개할 이야기들은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꼭 되짚어야 할 문제들이기도 합니다. 새해를 이틀 앞둔 29일 민소 사건팀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사건 기사를 소개합니다.

지난 3월24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인양작업에서 수면 위 12M 높이까지 올려진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3월24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인양작업에서 수면 위 12M 높이까지 올려진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정의철 기자
 

박근혜가 내려오니, 세월호가 올라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2주 뒤 세월호가 인양됐다. 참사 발생 1073만의 일이다.

유가족들은 3년 가까이 거리에서 참사의 진상규명과 선체 인양, 실종자 수습을 외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 문제는 조금씩 잊히는 듯했다.

대통령 탄핵과 함께 세월호가 올라왔다. 지지부진했던 인양 과정과 정부차원의 진상규명 방해, 유골 은폐 사실 등 그간 감춰져 있던 진실들도 함께 드러났다. 민중의소리 기자들은 세월호 참사 발생 초기부터 진도 사고 현장과 안산, 광화문 등에서 피해 가족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유가족이 시종일관 주장해온 참사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2기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출범의 법적 근거를 담은 특별법도 통과됐다. 유가족들의 말처럼 바다에 가라앉은 참사의 진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제도가 정비되기 전까지 세월호 참사는 끝난 게 아니다. 
(▶관련기사:[현장] ‘1080일 긴 수학여행’ 세월호 마중한 엄마·아빠들의 눈물)

백남기 사건, 1년 7개월만에 뒤늦은 사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6월16일 오후 서울 서대문 경찰청에서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고 백남기 농민 물대포로 인한 사망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6월16일 오후 서울 서대문 경찰청에서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고 백남기 농민 물대포로 인한 사망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정권이 바뀌니 경찰도 변했다. 경찰총수가 ‘백남기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인권 경찰’을 향한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불과 작년 말까지만 해도 집회 과정에서 경찰과 시민 간의 충돌이 격렬했다. 대규모 집회가 있을때면 광화문 일대는 차벽으로 둘러싸였고, 경찰은 무장한 경력과 물대포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백남기 사건’ 당시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하늘을 찔렀다. 경찰은 고인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사인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부검까지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민중의소리’는 ‘경찰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하는 등 사건의 숨은 진실을 파헤쳤다. 경찰이 사인을 왜곡하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직사살수 책임자도 규명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찰도 180도 변화했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물대포·차벽·채증을 없애고 강제해산 및 집회금지통고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들의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권고안이 발표된 것이다.

개선안이 마련됐다고 해서 ‘백남기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 사건 관련자 그 누구도 아직 처벌받지 않았다. 
(▶관련기사:[단독] 서울경찰청 4기동단 간부가 백남기 사건 ‘직사살수’ 지시했다)

‘하늘 위 흉기’ 타워크레인, 사람을 덮치다

12월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강서구청 입구 교차로 인근의 한 공사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져 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12월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강서구청 입구 교차로 인근의 한 공사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져 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뉴시스

전국 곳곳에서 타워크레인이 쓰러졌다. 하늘에서 떨어진 ‘흉기’는 공사현장 노동자뿐만 아니라 길 위에 시민들까지 덮쳤다. 2017년 한해동안 타워크레인 사고로 숨진 사람만 20명이다. 부상자도 50여명에 이른다. ‘민중의소리’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통해 사고의 문제점 등을 생생히 보도했다.

지난 5월 1일에 발생한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는 재앙의 신호탄이었다. ‘노동절’ 휴일에 근무하던 6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각 후보는 사고 현장을 방문, 유가족을 만나 ‘대책 마련’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크레인 사망 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이번 달에만 경기도 평택과 용인의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잇따라 쓰러졌다. 새해를 사흘 앞둔 28일 서울 강서구 건물 철거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 구조물이 쓰러져 버스를 덮쳤다.

지난달 정부는 크레인 안전대관책을 수립, 다음 달 19일까지 전국 타워크레인에 대한 일제 점검을 진행중이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크레인 사고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관련기사:[인터뷰] 동생 죽음 목격한 형의 절규 “삼성중공업이 동생을 죽였습니다”)

‘교육을 가장한 살인’ 18살 현장실습생의 죽음

지난 11월 초 일하던 공장에서 사고를 당한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이 구급대원들에게 들것에 실려 후송되고 있다.
지난 11월 초 일하던 공장에서 사고를 당한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이 구급대원들에게 들것에 실려 후송되고 있다.ⓒ유족 및 대책위 제공

사회는 교육이란 이름으로 학생들을 착취했고, 18살 꽃다운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지난 11월 제주시의 한 음료제조업체 공장에서 발생한 ‘현장실습생 사망사고’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거대한 기계는 고교실습생 이민호 군을 집어삼켰고, 이 군은 18번째 생일을 나흘 앞두고 쓸쓸하게 숨졌다. 민중의소리는 고교생의 안타까운 죽음의 이면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직업 교육 중이던 이군은 사실상 공장 라인의 관리자 역할을 했고, 매일 12시간 가까운 격무에 시달렸다. 공장은 김군을 착취했고, 교육당국은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이군 사건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었다.

이군의 가족들은 “더이상 이런 죽음이 없어야 한다”고 절규했다. 특성화고에 재학중인 또 다른 ‘이군들’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는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하고,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만 허용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이 ‘이전 발표의 재탕’이라는 지적과 함께 실습교육 폐지만이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제주 현장실습생 사고 CCTV, 관리자 없이 혼자 설비 고치다 사고당하고 방치돼)

사드배치 강행, 후폭풍 거셌다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가 시작된 지난 9월7일 오전 사드 관련 장비를 실은 미군 차량이 경찰의 보호속에서 사드 기지(옛 성주골프장)로 이동하기 위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으로 지나고 있다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가 시작된 지난 9월7일 오전 사드 관련 장비를 실은 미군 차량이 경찰의 보호속에서 사드 기지(옛 성주골프장)로 이동하기 위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으로 지나고 있다ⓒ정의철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국면에서 졸속으로 강행된 ‘알박기식’ 배치라는 비판이 일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사드 알박기’가 계속됐다. 새 정부가 강조하던 환경영향평가는 ‘소규모 평가’로 대체됐고, 기존에 배치된 2기와 함께 총 6기의 발사대와 레이더 등을 배치, 정상 가동을 체계를 갖췄다. 배치 과정에서 성주 주민 등이 격렬하게 저항했고, 경찰은 ‘진압 작전’을 벌였다.

사드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보복도 이어졌다. 중국정부는 한국 단체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했으며, 사드 부지를 제공한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74곳을 영업정지시켰다. 반한(反韓) 정서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까지 확대됐고,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국내 관광 상권도 위축됐다. 전문가들은 사드사태로 인한 국내 산업계 피해액이 최대 1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다.

문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복원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중국 내의 반한 정서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사드배치가 북한과 중국을 자극해 한반도 전쟁 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드는 배치는 완료됐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사드배치 현장중계 6신] 사드 잔여발사대 4기, 성주 기지로 들어가...주민·연대시민들, 격렬 반발)

‘민영화 덫’에 걸린 9호선, 기관사의 눈물

‘지옥철’ 9호선 승강장에 승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지옥철’ 9호선 승강장에 승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뉴시스

9호선이 멈춰 섰다.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한 9호선 기관사들의 파업이었다. 출퇴근시간은 제외, 필수인력을 남긴 6일간의 ‘부분파업’이었지만 사회적 반향은 컸다.

‘민중의소리’는 파업에 앞서 9호선 기관사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기관사들의 이야기는 시민들의 공감을 샀고, 파업 지지 물결로 번졌다. 해당 기사 SNS 공유수가 1만5천건을 넘었고, 응원 댓글도 수천개가 달렸다. ‘시민을 담보로 파업을 한다’는 초기의 비판 여론도 9호선 파업의 이유와 정당성을 설명하는 여론으로 뒤바뀌었다.

9호선 파업을 계기로 이명박과 오세훈 서울시장 당시 추진됐던 ‘지하철 민영화’의 문제점이 다시 부각됐다. 돈을 중시하는 민자사업의 운영체계가 적은 기관사·전철로 많은 승객을 실어나르는 시스템으로 실행됐고,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낳았다. 그래서 기관사들이 안전한 9호선을 만들기 위한 차량 증편과 인력충원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한 것이다.

6일간의 짧은 파업은 중단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파업을 계기로 일부 차량 증편·인력충원 계획이 발표됐지만, 안전을 담보할만큼의 개선책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측이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을 차별·배제하면서 ‘노조 와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관련기사:[인터뷰] “이러다간 다 죽습니다” 9호선 기관사의 눈물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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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검토, 국민 자존감 높였다”

<인터뷰>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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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9  2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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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는 28일 오후 <통일뉴스>와 인터뷰에서 한일합의 검토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지난 27일 외교부 한.일 일본군‘위안부’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가 2015년 12월 28일 합의 검토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어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문을 통해, ‘위안부’협상은 ‘흠결’이 있었으며 “빠른 시일 안에 후속조치를 마련하라”고 밝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은 검토 결과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결과 발표와 문 대통령의 입장문에 ‘환영’을 표시했다.

이틀 동안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행동에 대해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의 생각이 궁금했다. 27년 동안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에 전념해 온 윤미향 대표이기에, 이번 검토 결과와 문 대통령 입장문에 대한 소회는 남다를 터.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에 위치한 정대협 사무실에서 윤미향 공동대표를 <통일뉴스>가 만났다.

검토 결과 긍정적 하지만 ‘법적 책임’ 부분은 오류

윤미향 대표는 태스크포스의 검토 결과 발표에 “반신반의했다”라고 밝혔다. 태스크포스 소속 위원들이 대부분 국제관계학 전문가로 구성됐기 때문. “국제관계학 측면에서 합의를 검증한다면 합의가 잘못되었다고 나오기 어려울 텐데 국제관계 속에서 어쩔 수 없다고 나올 가능성도 크다고 우리는 추측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토 결과를 살펴본 윤 대표는 “철저하게 문서와 팩트로 조사하고,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이 궁금해했고 국민이 궁금했던 내용을 조사하려고 했던 게 보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검토 결과에도 일부 오류가 있다고 윤 대표는 지적했다. ‘12.28합의’에서 ‘법적 책임’ 부분을 과거보다 진전된 것이라는 평가가 문제라는 것. “가해의 주체가 명확해야 하고 가해 주체가 어떤 일을 행했는지, 무엇을 어떻게, 왜라고 하는 그 책임이 분명하게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범죄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전혀 되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12.28합의’ 내용은 ‘위안부’ 문제의 법적 책임을 묻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사과를 하더라도 진정성이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또한, 일본 정부가 꾸준히 ‘위안부’ 문제를 두고 ‘오와비(おわび)’라고 하는데, 이는 실제 사죄의 의미를 담은 ‘사자이(謝罪する)’가 아니기에, ‘오와비(おわび)’를 사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밀실 합의’, “참담하고 굴욕감을 느꼈다”

   
▲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번 검토 결과, ‘밀실 합의’가 있었음이 드러나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이를 두고, 그는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모든 공무원들의 책임을 추궁하고 싶다. 대통령이 전쟁으로 몰아가면 모든 공무원들은 전쟁을 준비할 것인가.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먹으면 모든 공무원들은 나라를 파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를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리고 “굴욕감이 느껴지고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 ‘도대체 우리는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에게는 참담하고 굴욕감과 다른 한편으로는 뭐랄까 무력감이라고 할까 느껴졌다”라고 밝혔다.

지난 2년 정대협의 고충도 만만치 않았을 터. 검토 결과, 일본 정부는 정대협을 지목하며 한국정부가 설득하라고 요청했음이 폭로됐는데, 실제, 당시 박근혜 정부는 정대협 설득은커녕 ‘정대협의 진실을 알리는 사람들의 모임’(정진모)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를 동원해 종북몰이를 했다. 게다가 해외 한인회에 정대협과 함께 활동하지 말라는 공문을 외교부가 보내는 등 전방위적으로 정대협을 고립시킨 사례가 발생했다.

윤 대표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어디를 갔을 때 우리가 마치 테러집단처럼, 정치적 음모를 가진 집단처럼, 심지어는 내란음모 조직처럼, 그렇게 기획되고 선전되고 한국을 넘어서서 외국에까지 퍼트리고, 그건 나 자신의 모든 생명력을 차단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중심에 일본.. 검토 결과 발표는 국민 자존감 높여”

이번 검토 결과 발표를 두고 일각에서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무엇이냐고 따져 묻는다. 10억 엔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 지급한 위로금을 받은 피해자들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게다가 외교문서 공개가 타당하냐고도 한다.

이에 윤 대표는 “한.미.일 3국 간의 동맹을 강화시키는 목적이 분명히 존재했다. 피해자 중심이 아니라 대통령 중심이고, 대통령 중심에는 일본이 있었다”며 “피해자들이 다 돌아가시면 피해자 중심으로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은 그러면 일본 정부의 책임에서 제외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다 돌아가셔도 피해자 중심으로 한다는 것은 그분들의 삶을 우리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분들의 삶이 제대로 조명받고 인권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분들의 인권을 중심에 두고 하는 것이 피해자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안보라든가 군사적 문제라든가 민감한 정보가 누설되었을 때, 국가에 위협을 초래한다는 사안이라면 모르겠다. 이건 인권의 이야기”라며 “한국이 무너질 것 같은 뭔가 위협이 오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오히려 공개되어서 국민들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일이라면 마땅히 공개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 윤미향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합의 검토 결과 후속조치를 기대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한.일관계가 틀어진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사실은 무효화를 이미 진행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미 한.일관계는 틀어졌다. 비자주적인 모습이 이런 외교를 불러왔다. 한반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위안부’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12.28합의’ 폐기와 화해치유재단 해산, 10억 엔 반환. 윤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믿는다고 기대했다. “인권변호사로서 사람을 사랑했던, 민초들을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사람을 보고 대통령을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로만 미래지향적이 아니라 정말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그런 숙제를 문재인 정부가 풀어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와 인터뷰 전문이다.

* <통일뉴스>는 정대협과 정의기억재단의 용어 정리와 유엔 등 국제사회가 ‘위안부’를 ‘성노예(Sexual Slavery)’로 공식 사용하고 있으며, 이번 태스크포스의 검토 결과 일본 정부가 ‘성노예’ 표현을 꺼렸다는 점 등 내부 종합검토에 따라, 2018년 1월 1일부터 ‘일본군 성노예’라는 용어를 사용함을 알립니다.

“반신반의.. 법적 책임으로 해석할 것은 전혀 없다”

□ 통일뉴스 : 외교부 일본군‘위안부’문제 합의 T/F가 검증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 : 우선은 사실 반신반의했다. T/F를 구성할 때부터 우리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고 위안부 문제 관련 국제법 전문가, 역사, 인권, 사회학자 이런 쪽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구성원은 국제관계학 중심으로 되었다.

당시 외교부는 당사자여서 제외했다고 이야기했다. 그건 뭐냐면 우리가 이해한 것과 전혀 달랐다. 우리가 한일합의와 관련해서, 외교부가 T/F팀 위원들을 섭외하고 임명하면서 전문연구자를 당사자로 배제했는데, 그게 잘 될 수 있으려나 싶었다. 국제관계학 측면에서 합의를 검증한다면 합의가 잘못되었다고 나오기 어려울 텐데 국제관계 속에서 어쩔 수 없다고 나올 가능성도 크다고 우리는 추측했다.

그런데 이번 발표를 보면서 아니구나, 관계 측면에서 한 게 아니라 철저하게 문서와 팩트로 조사하고 그걸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것들이 검증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과정과 내용에 있어서 불가역이라던가 소녀상 내용이 들어간 부분, 우리가 꾸준히 제기한 이면합의가 있으리라는 것, 이면합의가 존재했는지, 있었다면 이면합의에 대해서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도 사실 우리는 전달했다.

그리고 합의 이후에 벌어졌던 한국정부의 처사, 일본 정부의 처사, 이것도 뭔가 문제가 있다. 그런 것까지 조사해야 한다. 화해치유재단 설립하는 과정, 그 과정에 김태현 이사장이 100만 원이라는 출연금으로 급속도로 빠른 시일 안에 하는 것은 관례를 벗어나는 일이고 일반 NGO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등등의 이야기를 전달했는데 이번 검증결과를 보면 대부분 그런 기준이,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이 궁금해했고 국민이 궁금했던 내용을 조사하려고 했던 게 보였다. 그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 외교부 일본군‘위안부’문제 합의 T/F가 검증결과에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없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합의 내용 속에서 우리와 다른 점은 역시 법적 책임 문제이다. 구성원 자체가 법적 책임과 관련한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법적 책임은 피해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검증발표에도 국장급 협의에서 요구한 것은 피해자의 범죄인정, 공식사죄, 법적 배상, 이 3가지가 충족되어야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난항에 부딪히니까 고위급으로 바뀌었다는 결과 발표가 나왔다. 그런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검증결과 발표에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법적 책임이 뭔지 몰랐던 것이다.

‘인정’이 들어갔고 그것도 ‘위안부 문제는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가 상처 입은 문제’라는 입장에서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 여기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본질이 전혀 담겨있지 않은데도 ‘인정’이라는 단어, ‘통감한다’, ‘정부의 책임’이라는 말이 들어갔다는 것.

그 다음에 ‘오와비(おわび)’라는 말을 ‘사죄’라고 번역하는데 그 자체도 오류이다. 일본에서는 절대로 ‘오와비(おわび)’를 ‘사자이(謝罪する)’라고 표현하지 않는데, 우리만 ‘오와비(おわび)’를 ‘사죄’라고 표현하는데 그건 오류라는 것이다.

그리고 ‘오와비(おわび)’했고 10억 엔이 국고에서 나왔다. 이것은 과거 고노 담화보다도 ‘아시아여성기금’보다도 진일보한 것이고 그리고 법적 책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남겼다. 이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

피해자들이 바랐던 것은 가해의 주체가 명확해야 하고 가해 주체가 어떤 일을 행했는지, 무엇을 어떻게 왜라고 하는 그 책임이 분명하게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범죄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전혀 되지 않았다.

그게 되지 않으면 ‘오와비(おわび)’든 ‘대독 사과’든 의미가 없다. 진짜 사죄이든. ‘인정’이 명확해야 사과가 진짜 사죄로 후속 조치를 기대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됐기 때문에 합의 이후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강제성을 부정하고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 입으로 직접 사과하는 것을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도 나온 것이다.

그 이야기는 그 합의는 그 뒤에 말도 다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합의는 대독 사과였고, 표현 문구로는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아베가 사과한다고 되어있지만 그건 사과가 아니었다. 또 무엇보다도 10억 엔은 배상금이 아니었다. 이미 일본 정부가 다 이야기한 것이었다.

법적 책임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 한 문장을 갖고 누구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고 누구는 저렇게 해석할 수 있다면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그건 한일협정과 똑같은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지난 역사에서 수없이 많이 봐왔다.

그런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건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이제는 정말로. 그런데 그것을 법적 책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인정한 부분, 무엇보다도 결국은 도의적인 책임이다. ‘도의적’이라는 단어가 빠졌지만, 도의적인 책임이다. 그걸 ‘도의적’이라는 단어를 기만적으로 피해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떼어놓고는 진일보했다고 했다는 점. 이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런 약간의 오류, 결정적인 오류이긴 하다. 결정적 오류임에도 불구하고 합의의 진행 과정, 내용, 이 모든 것에 있어서 굉장히 문제가 많았다고 하는 것, 무엇보다 피해자 중심이 아니었다는 것, 그 과정에서 정부 중심의, 무엇보다도 일본 정부 중심의 합의였다는 것이 입증되었다는 것, 고위급으로 넘어가면서 이 모든 것이 비밀로, 은밀하게, 청와대의 기획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국민들이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다는 것이 사실로 증거로 드러났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서 ‘굉장히 수고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공무원들의 책임을 추궁하고 싶다”

□ 이번 T/F 발표내용을 보면, 이면합의 내용이 눈길을 끈다. 밀실 합의였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윤미향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사실 너무나 울컥하고 참담한 심정이었다. 이면합의. 비공개된 내용이다. 그 내용을 보고 사실은 굴욕감도 느껴지고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 ‘도대체 우리는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민지라면, 정확하게 나에게 그런 탄압이 오고 식민지 상황이니까 국민의 저항감이라도 만들어내지, 이건 그런 시스템도 아니고, 지금은 버젓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민주주의 시스템이라고 하면서도 그동안 이루어졌던 것은 한 사람의 대통령, 임금이 지시하고 명령하고 그 밑에 장관들은 허수아비처럼 신속하게 움직이고, 법을 넘어서는, 나는 불법이라고 생각은 안 한다.

아마 그건 그들이 화해치유재단 발표하면서도 불법한 것은 없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불법보다 무서운 것은 권력을 이용한 ‘초법’이라고 생각한다. 법 위에서 그들은 한 것이다. 그게 5일 만에 통과시켜줬다든가 피해자들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설득하면서 대리인을 내세워서 사인하게 한다든가, 그래놓고 선전으로는 피해자들이 동의했다는 방식으로 오히려 반대하는 사람들을 소수로 몰아가고 하는 행태들을 계속해 왔다.

한 사람의 지시로, 인권전문가도 아니고 역사전문가도 아니고 정치만 해왔던 그 사람이 더군다나 정치도 늘 우두머리만 해와서 잘 모르지 않느냐. 그런 사람의 지시에 따라서 모든 행정기구가 움직였다는 것, 도대체 우리는 어떤 나라인가. 대통령이 전쟁으로 몰아가면 모든 공무원들은 전쟁을 준비할 것인가.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먹으면 모든 공무원들은 나라를 파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를 것인가.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모든 공무원들의 책임을 추궁하고 싶다. 여성가족부 담당 직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대통령의 시녀로, 대통령의 심부름꾼으로 일한 게 아니라 국민의 심부름꾼으로 일한다는 자세를, 위치를 망각했다는 사실, 그것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심한 상처를 입히고 국민 갈등을 만들어내고 분노를 만들어내고, 누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위장병이 낫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그렇게 마음이나 육체적인 질환을 가져온 게 한일합의였는데, 그게 이번에 검증결과를 통해서 나에게는 참담하고 굴욕감과 다른 한편으로는 뭐랄까 무력감이라고 할까 느껴졌다.

□ T/F 내용을 보면 정대협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2년 동안 상당히 어려운 시절을 겪었을 텐데, 어떠했는가.

■ ‘아 정대협이라는 NGO가 그렇게 중요한 단체였구나’. 난 늘 겸손하게 할머니들 앞세우면서 모든 공도 할머니들에게 돌리고 할머니들에게 배우고 있다, 늘 할머니들에게 우리가 준 선물로 해석하고 이해하고 그렇게 하자고 실무자들한테 늘 이야기하고 교육하고 그렇게 해왔는데, 이들에게 보인 것은 할머니들은 아무것도 아니고 정대협이 그 모든 것을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구나.

그만큼 정대협이 그들에게는 독보적인 존재였구나, 특히 일본 정부에게, 일본 정부가 정대협이 반발하면 설득하라, 한국정부가 한 행태는 하겠다고 해놓고 한국정부가 한 행태는 설득이 아니라 우리를 고립시키는 것이었고 우리를 탄압한 것이었다.

언론은 거기에 부화뇌동해서 위안부 관련 목소리는 정부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내고 우리가 뭔가 목소리를 내면 다루지 않고, 심한 배신감을 할머니들에게 갖게 했던 언론방송. 지금도 김복동 할머니는 언론방송에 대해서 불신한다. ‘너희들 얼마나 우리 문제를 다뤄주려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해외에 캠페인을 하러 갈 때, 합의 이후에 해외캠페인을 갔을 때 어떤 제보들이 나오냐면 해외 한인회에 외교부에서 공문을 보냈다. ‘평화비,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는 데 전혀 관여하지 말아라’. 이런 제보를 받았는데. 너무나 비상식적이지 않은가. 한인회가 외교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그런 폭력적이고 안하무인이고,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서 드러날 것이라는 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건 국제적인 망신이고 외교적인 망신인데, 그게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의 무능이.

더군다나 서울역 광장에서 뿌려졌던 ‘정진모(정대협의 진실을 알리는 사람들의 모임)’의 유인물이 해외에서 돌았다. 또 해외에 있는 한인 언론이 우리가 막 활동을 할 때 ‘정대협의 실체 그것이 궁금하다’라는 칼럼을 써서 사람들에게 미국에서 활동하는 정대협과 함께하지 말라는 그런 정대협을 탄압하고 고립화시키는 그런 활동을 언론기사에 게재하는 등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는 보수나 우익들이 박근혜 정부에 충성하기 위해서 하는 것인가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정부의 합의에 따라서, 한일정부 합의에 따라 이뤄졌던 것이고, 그게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구나, 기획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구나, 물론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기획 하에 작성된 캐비넷 문건이 발견돼서 이미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결과를 통해서 확인된 것이다.

이런 현상들, 기림비 건립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일본 정부에 약속한 것이 들어있다던가, 소녀상 철거 노력을 약속했다던가 이런 내용들이 이면합의 속에 포함되었다고 생각하니까 ‘아! 이 정부가 국민들과 피해자를 기만했구나’. 그렇게 이면합의 방식으로 알려지지 않고, 길원옥 할머니 표현으로 쑥덕쑥덕 자기들끼리 해놓고 국민들이 이면합의 있지 않느냐고 하니까 짜증 내고 질책하고 우리는 피해자의 요구를 담았다고 오히려 그렇게 하고 이런 일들이 T/F조사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노고에 처음으로 우리가 감사드린다는 표현을 했다. 감사드린다. 물론 오류가 있었음에도, 그건 앞으로 개선하고 우리의 운동 과정에서 잘 세워나가면 된다고 본다. 어떤 것이 법적 책임인지, 그걸 실행하기 위해서 국제사회와 연대하고 노력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한일합의는 인권의 이야기, 검토 결과 발표로 국민 자족감 높였다”
“피해자들이 다 돌아가시면 피해자 중심으로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 일각에서 이번 발표를 두고 비밀에 부쳐지는 외교문서를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냐고 반발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이게 그렇게 문서를 공개했을 때, 안보라든가 군사적 문제라든가 민감한 정보가 누설되었을 때, 국가에 위협을 초래한다는 사안이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사람의, 인권의 이야기이다. 안보가 아니다. 군사적 문제가 아니다.

기밀이 누설되었을 때, 우리가 이면합의가 공개됐을 때, 한국정부가, 한국이 무너질 것 같은 뭔가 위협이 오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오히려 공개되어서 국민들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일이라면 마땅히 공개되어야 한다.

이건 외교문서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은 한국정부가 이미 법원에 이야기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가 아니다’, ‘외교장관이 사인한 문서도 아니다’라는 것은 이미 드러났지 않은가. 외교문서 공개가 타당하냐는 말들은 너무나 구태의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 이번 결과의 핵심은 ‘피해자 중심’이었다. 그런데 합의 발표 이후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고 10억 엔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들이 받았다. 이를 두고 합의를 인정하는 피해자도 중심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다.

■ 피해자 중심은 과정도 내용에도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 이 합의가 이뤄지는가. 동기도, 과정도, 내용도, 결과도 모든 게 피해자를 중심에 놓고 협의를 하는 게 피해자 중심이다.

그런데 동기도 피해자 중심이 아니었다. 피해자 중심이 아니라 한.미.일 3국 간의 동맹을 강화시키는 목적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에 빨리 타결해야 한다는 시대적인 목적에 대해 정책자, 대통령의 의지, 대통령의 생각이 있었을 뿐이다. 결국 이 합의는 피해자 중심이 아니라 대통령 중심이었다는 이야기이고, 대통령 중심에 누가 있었냐면 일본을 중심에 둔, 어떻게 하면 이 합의를 빨리하느냐, 이 합의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에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중심에 두다 보니까 결국은 일본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다급한 사람이 결국 지게 되니까, 일본은 그렇게 다급할 이유가 없었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에 할 필요가 없으니까 느긋하게 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한국정부가 조르고 사정하게 되고 그런 동기는 피해자를 배제한 것이다.

결국, 피해자를 배제한다는 것은 피해자를 만나고 만나지 않고의 차원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이미 피해자들이 숱하게 정부에게 전달한 우리의 요구가 있다. 27년간 요구했던, 심지어 그 시기에는 답안지까지 만들어서 줬다. 일본 정부에게도 주고 한국정부에게도 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요구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담겨있지 않았다. 과정이 그렇다 보니까 내용 자체도 당연히 피해자가 요구한 내용은 다 빠져있다.

그런데 거기서 말하는 피해자는 누구인가. 우리는 피해자의 범주를 살아있는 사람만 피해자 범주로 두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너무나 폭력이다. 실종자들의 권리는 없는가. 사실 그 부분은 우리는 할 말이 없다. 더 이상 그분들에게 말씀드릴 게 없다. 실종되신 분들, 귀향의 주제가 언제부터인가 나왔지만, 우리가 어떻게 그분들을 귀향시킬 것인가, 실종자들의 인권을 우리가 어떻게 세울 것인가, 우선 실종자들의 인권을 세우기 위해서는, 그들이 존재했다는 자체도 모르는데, 존재를 찾아내는 작업부터 시작하자는 목소리가 지금 나오는 것이다. 그런 피해 숫자도 모르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라는 것은 현재 생존한 피해자뿐 아니라 목소리를 내셨던 분들, 또 돌아올 수 없던 전쟁에서 희생된 분들, 더 넓게 보면 사실 국민 전체가 피해자이다.

피해자 중심이 범주 자체도 한국정부는 그때 당시 살아있는 몇 사람, 46명에 국한시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39명 중에 46명을 뺀 나머지는 인권이 없느냐. 그럼 뭐냐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고 뿐만 아니라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그 사람들은 그러면 일본 정부의 책임에서 제외되는 것이냐. 왜 그 문제는 소외시키는 것이냐고 말할 수 있다.

결과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후에 피해자들이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0억 엔 받기 전에. 목소리 낸 사람들은 27년간 운동을 하신 분들이고, 계속 피해자의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내온 분들이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따라서 유엔이 국제인권기준을 만들었다. 그분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 피해자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목소리를 낸 피해자들을 소수집단으로 몰아버리고 지금 고령화돼서 이야기를 낼 수 없는,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들을 그동안 한국사회 내에서 폭력적인 집단, 사실 가족이 첫 번째 책임이다. 가족이 피해자들에게 침묵하라고 말했고 가족을 피해자로 만든 건 한국사회였다.

한국사회가 이 문제에 편견을 가졌기 때문에 가족들을 그렇게 만들었고 가족들은 그것을 누구에게 억압했냐면 ‘위안부’ 피해자 고모에게 할머니에게 침묵하라고 억압을 한 것이다. 그런데 억압구조에 할머니들에게 가장 가까웠던 가족이, 가족을 동원해서 그들이 사인하게 만들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돈도 마찬가지로 쓰게 만들고 하는 그 결과도 피해자 중심은 아니었다.

요양원에 계신 분들의 권리는 뭐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분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던 시기에, 당당하게 냈던 목소리, 인권회복을 위해서 활동했던 시기에 이미 우리 사회에 던진 여러 가지 메시지가 피해자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병상에 누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이 아니라. 그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해서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이미 목소리를 낸 것이 있으니까, 그 피해자 전 삶을 두고 이해해야 하지 합의 이후 그 시간은 정말 폭력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피해자라고 할 때 피해자를 만났느냐 안 만났느냐에 집중했는데 그건 아니다. 그럼 피해자들이 다 돌아가시면 피해자 중심으로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아니지 않느냐. 다 돌아가셔도 피해자 중심으로 한다는 것은 그분들의 삶을 우리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분들의 삶이 제대로 조명받고 인권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분들의 인권을 중심에 두고 하는 것이 피해자 중심이다.

우리는 여전히 숫자에 빠져 있다. 피해자 중심이란 단 한 분이라도 거절하거나 거부하면, 인권회복을 요구하면, 일본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하면, 국가는 그 국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책임이 있다.

□ 이번 T/F 결과 발표로 일본군‘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고 10억 엔을 반환하는 일이 남은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합의를 파기하는 등의 행위를 한다면 한일관계가 틀어진다는 목소리들이 있다.

■ 이미 한일관계는 틀어졌다고 본다. 우리는 계속 한일관계 때문에 아베 정권이 저렇게 해서 한일관계에 조급해하는 마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북이 뭔가 미사일을 쏘면 또 일본에게 기대려고 하고 미국에게 기대려고 하는 비자주적인 모습이 결국 이런 외교를 불러왔다고 본다.

우선 한반도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위안부 문제를 볼 필요가 있고 일본에만 너무 의존하는, 미국에만 의존하는 외교가 이런 불상사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한일합의를 ‘위안부’ 문제를 인권원칙에 기준에 따라서 해결하려면 한일합의가 실질적으로 무효화되는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고 이미 대통령의 발언으로, T/F팀의 발표로 한일합의 무효화 선언은 했다고 본다.

물론, 일본 정부가 사실은 무효화를 이미 진행한 것이나 다름없다. 2015년 12월 28일 합의 있고 다음 해 3월 유엔 여성차별위원회(CEDAW)에서 30여 분 발언 동안 모두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고 몰입해서 발언했고, 한국정부는 침묵했지만, 일본 정부는 계속해서 국제사회에 문제를 제기했으니까, 합일합의를 무효화한 것은 일본 정부가 먼저였다.

사실 그때가 기회였다. 한국정부가 ‘너희 위반했다, 무효로 했다. 우리도 발언하겠다’라고 되받아쳤으면 아마 아베와 똑같은 수준일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일본 정부가 무효화 행동을 전개했다. 그런데 이번에 검증결과 발표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로 이미 무효화는 선언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럼 남은 게 뭔가. 무효화라는 이야기는 한일합의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니까, 그걸 위해서 한일합의로 받았던 10억 엔, 10억 엔을 받기 위해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을 무로 돌려야 한다. 무효화시켜야 한다. 그 절차를 밟지 않고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지금 그것을, 한일관계를 어그러트리는 게 불안해서 혹은 너무나 무거워서 골치 아파서 가만둔다면 3년, 4년, 5년 계속 이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 오히려 이렇게 검증결과 나왔을 때가 골든타임이라고 본다.

오히려 정부가 한일합의를 무효화하는 과정은 화해치유재단 해산으로 10억 엔을 반환하는 것이 상징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법률적으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상징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상징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한국정부의 의지도 보여주고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갖는 불편을 제거하는 것, 국민들이 갖는 불편함을 제거하는 것,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궁리하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10억 엔을 반환하는 것인가, 화해치유재단 해산은 이미 이사가 5명 사임했다고 하니까, 앞으로 과정 속에서 화해치유재단 해산은 쉽게 될 수 있다고 본다. 가장 남은 건 10억 엔 반환이다. 역겹다고 피해자가 말하는 10억 엔을 그대로 둔 채 인권회복은 불가능하다. 그걸 원상회복하는 것, 정부도 저희도 함께 노력해야 된다고 본다.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27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위안부'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결과 보고서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자료사진-통일뉴스]

“2년의 세월 동안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
“문재인 대통령,  사람을 사랑했던 사람..후속조치 기대한다”

□ 문재인 대통령이 T/F 결과에 대해 28일 오전 입장을 발표했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 우리 정부가 지금 사실 대통령이 사과를 해줬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외교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이 유감을 표명했다. 그걸로 부족하다. 2년의 세월 동안 피해자들과 우리, 특히 정대협 같은 경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어디를 갔을 때 우리가 마치 테러집단처럼, 정치적 음모를 가진 집단처럼, 심지어는 내란음모 조직처럼, 그렇게 기획되고 선전되고 한국을 넘어서서 외국에까지 퍼트리고 그건 나 자신의 모든 생명력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검증결과 발표가 없었다면, 앞으로 나의 모든 활동에 자물쇠를 채우는 것이었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범죄행위에 가까운 행위를 정부가 주도했다는 것, 비록 지금 정부가 전 정부에 예속된 당도 아니고 그렇지만 후임 정부로서 ‘그런 피해를 입었던 피해자들, 관련 단체, 관련 단체에 일하는 사람들, 국민들 너무나 죄송하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정부가 재발 방지 조치를 위해서 노력하겠다’라는 메시지가 나오기를 바랐다.

그렇게 됐으면 훨씬 더 우리가 치유됐을 것이다. 그런데 계속 지금 폭로만 되고 있다. 폭로만 되고 있고 이 폭로로 인해서 폭로된 내용들로 인해서 상처받은 사람들 갈등 속에서 힘들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지금 그래 그런 줄 알았다고 하지만 분노의 감정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건 치유로서만 가능하다.

누군가 책임을 지는 모습.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윤병세도 오히려 이 평가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고, 내가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약간 조금 그래도 조금 더 나갔다면, 이왕 국민에게 정부의 마음을 표현할 거라면 충분히 마음을, 우리는 개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을 안다. 저분의 마음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안다. 그동안에 그분이 살아온 이력을 볼 때.

단어 표현으로라도 어차피 일본 정부와의 갈등을 불사하고서라도 입장을, 정책적 결단을 내렸다면 조금 더 국민을 어루만지는, 그런 메시지를 해줬으면 어땠을까. 물론 오늘 나온 것도 굉장히 환영한다. 그럼에도 그런 약간, 감을 하나 받으면 두 개를 받고 싶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상처를 너무나 많이 받았기 때문에.

다른 하나는 이 기회에 한국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의 기준이라고 할까, 그걸 국내외에 멋지게 선언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합의의 과정을 통해서 이후에 진행된 모든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너무나 소중한 교훈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끔찍한 아픔을 받았던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해서는 피해자 중심에서 국제사회가 피해자들의 27년 동안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져온 국제인권기준에 따라서 범죄자가 특정화되고 범죄 내용에 대해서 솔직하게 전적으로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사죄와 법적인 배상, 진상규명과 역사교육 또 추모비를 건립해서 미래세대에 이 여성들을 제대로 기억하게 하는 행동들 이런 것을 해나가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고 지금 현재 계속되고 있는 세계 곳곳의 전쟁, 그 전쟁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 그 여성들에게도 이번에 한국에서 진행된 것을 통해서 ‘아! 우리도 저 여성들처럼 열심히 활동한다면, 저 고령의 피해자처럼 열심히 노력한다면 우리도 저렇게 국가의 지지를 받을 수 있구나,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구나,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과 격려를 받을 수 있도록 국제적인 선례를 우리는 만들어 나가야 된다’라고 하는 메시지가, 국제적인, 세계적인 메시지가 나왔다면 일본 정부가 오히려 꼼짝을 못 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일본 정부가 지금 같은 방식으로 한다면 고립될 것이라고 하는 것을 그들도 안다. 조금 넓게 멀리 높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앞으로 기회는 있으니까,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그걸 발표하고 3.1절도 있고 여러 과정에서 이제는 우리 정부가 ‘일본이 이러니까 일본에 어떻게 하지’라며 조급해 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면서 3년 후, 4년 후, 5년 후에 좀 외교정책을 꾸준히 갖고 멀리 내다보면서 미래지향적인 외교, 말로만 미래지향적이 아니라 정말 설립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그런 숙제를 문재인 정부가 풀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문재인 정부가 과연 후속조치를 제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믿는가?

■ 믿고 싶다. 왜냐면 아직 문재인 대통령이 변질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권변호사로서 사람을 사랑했던, 민초들을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사람을 보고 대통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보는 눈이, 할머니를 만나고 국제사회를 만나다 보면, 눈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본다. 한국만 봐왔다면 이제는 세계도 품게 되는, 사람이 좋으면 그렇게 된다고 믿는다. 사람이 좋기 때문에 그런 품성을 갖게 될 것이다.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사람 중에서 우리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몇몇 있는데, 그 사람들 역시 지난 시민사회 분야에서 굉장히 힘들게 희생하면서 일한 사람들이고 권력 때문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문재인 정부가 잘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정신이 살아있게 만드는 게 우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그 정신이 살아있다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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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빼고 50~60대가 결정한 원전 공론화

윤순진 2017. 12. 29
조회수 61 추천수 0
 
2082년까지 가동, 핵폐기물은 10만년 관리해야
숙의 결정 의미 있지만 중립성 보장 등 보완점도
 
KakaoTalk_20171224_120937755-s.jpg»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재개를 둘러싼 공론화에 참여해 분임토론을 하는 참가자들. 숙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계기가 됐지만 문제점도 드러냈다.
 
우리 사회는 7월 24일부터 10월 24일까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재개를 둘러싸고 공론화 과정을 거쳤고,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안을 받아들여 건설 재개 방침을 결정하였다. 3개월간 진행된 공론화 과정은 에너지정책의 역사를 새로 쓴, 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이제껏 소수의 전문가와 기술 관료들에게 맡겨져 닫혀 있었던 원전정책 결정과정에 일반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창이 열린 것이다.
 
시민참여단의 참여 열기는 상당히 높았다. 참여단 500명 중 오리엔테이션에 478명이 참가해서 97.4%의 참석률을 기록했고, 2박3일간 열렸던 종합토론회에는 471명이 참석해서 애초 500명 중 94.2%, 오리엔테이션 참가자들 중 98.5%라는 전반적으로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그만큼 시민참여단의 사명의식과 참여의지가 상당히 높았음을 보여준다. 
 
KakaoTalk_20171224_120629784-s.jpg» 2박3일 동안의 종합토론회가 열린 회의장 내부 모습.
 
물론 이 공론화 과정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가 없는 건 아니다. 결이 다른 입장이 여럿 있지만 공론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비판적인 입장은 크게 둘이다. 하나는 신고리 5·6호기는 이미 1조 6000억 원이나 투입되었고 중단될 경우 관련 기업이 받는 타격이 크고 작업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건설 중인 원자로의 건설 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는 건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른 입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공약을 지켜야 할 일이지 이걸 공론화에 부치는 것은 약속위반이자 정치적인 책임 방기란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상반된 입장들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었기에, 필자 생각엔 오히려 공론화에 부치는 것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매몰비용과 당장의 작업자 일터와 지역 경제를 우려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업을 그대로 밀어부치거나, 공약이라고 무조건 건설 중단을 강행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추진했다면 사회적으로 감당해야 할 불만과 갈등이 상당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과 결과에는 다양한 쟁점과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05828747_P_0.JPG» 공론화 시민참여단이 9월 16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교보생명 계성원에서 열린 신고리5·6호기 공론화 시민대표참여단 오리엔테이션에서 김지형 위원장의 환영사를 듣고 있다. 천안/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필자는 이 역사적인 사건, 역사적인 과정에 중단측 전문가로 참여했기에 참여자로서 이 사건의 역사적 의의 못지않게 다양한 문제점을 경험하거나 목격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공론화의 진행이 정당한 사회적 합의 절차였는지, 공약 파기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책임 회피 방편으로 활용된 것인가의 문제이다. 필자는 앞서 공론화 방식의 의사결정이 공약 파기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양한 사회적 부담과 갈등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정치적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책임 회피의 문제가 존재하지만 그야말로 현실적인 조처가 아니었을까? 
 
이런 시민 참여형 공론조사 방식에 대해 대의민주주의를 무시한 처사란 비판도 있었다. 엄연히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를 무시한 처사란 것이다. 이는 원전 기술과 같이 “사실이 불확실하고 가치가 논쟁에 휩싸이며 여파가 크며 판단이 시급한 상황”에 적용되는 “탈정상과학(post-normal science)”에 대해서는 과학적 판단의 주체가 기존의 과학전문가 공동체에서 “확장된 공동체”로 바뀌어야 한다는 푼토비츠와 라베츠(Funtowicz and Ravetz, 1993)의 논의가 제시하는 일련의 흐름을 무시하는 처사다. 
 
확장된 공동체에는 과학전문가 공동체와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일반시민도 포함된다. 일반시민은 해당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에 쓰일 비용을 세금의 형태로 지불하는 당사자이자 그것이 야기할 수 있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 지불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의민주주의를 앞세워 일반시민의 과학기술 관련 정책에 대한 참여를 부정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려운 입장이다. 오히려 위험사회의 속성이 커질수록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시민참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05828778_P_0.JPG» 종합토론회에는 500명 중 471명이 참가하는 높은 참여 열기를 보였다. 천안/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둘째, 공론화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공론화위원회 스스로가 내걸었던 객관성과 중립성, 책임성, 투명성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운영이 되었는가의 문제이다. 공론화위원회는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관련 자료를 대부분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계정에 공개하는 등 투명성과 나름의 책임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다툼의 소지가 있는 문제가 발생했다. 한수원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인사가 공론화 과정에 전문가로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 느슨하게 대응하여 결국 허용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는 건설 중단측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정부는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정부가 운영하거나 정부가 투자한 연구기관이나 공기업 소속 인사가 건설 재개 입장을 표방하는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종합토론회 참여 전문가들의 소속기관 표기에 대해서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원자핵공학과 교수나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전문가가 전력정책심의회라는 정부위원회 소속인사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속 연구원이 한국원자력학회 총무이사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기하는 데 대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도 변경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결국 이러한 소속 표기는 건설재개에 대한 강력한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를 객관적인 행위자로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낳을 수 있었다. 또한 종합토론회 제4세션의 건설 재개측 발표자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한수원 사장이 신청되었으나 공론화위원회가 난색을 표해 발표 당일까지 발표자와 발표자료가 시민참여단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발표자가 한수원 직원으로 대체되었는데 이러한 발표자 변경은 공정한 공론화 과정 운영이라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건설중단측 발표자는 이미 공표되었고 발표자료까지 공개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건설재개측의 규정 위반에 대해 아무런 제재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결국 엄정한 중립성과 공정성이 지켜졌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KakaoTalk_20171224_120516951-s.jpg» 종합토론회 질의 응답 모습. 정부가 엄정 중립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셋째, 공론화 과정에서 사용된 학습자료는 과연 객관적으로, 또 공정한 게임의 원칙 아래 생산되었는가의 문제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원전확대가 정부의 주요 정책방향이었던 만큼 찬 원전 정보가 일방적으로 유통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에 대한 평가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에게는 오리엔테이션 자료와 숙의 자료집, 이러닝 동영상 자료, 시민참여단 전용 질의응답(Q&A) 코너,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 자료와 질의응답 기회를 통해 원자력발전 또는 구체적으로 신고리 5・6호기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와 자료가 제공되었다.
 
그렇다면 그 정보와 자료는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했을까? 건설 재개측은 원자핵공학 전공 교수나 연구원들, 한수원 직원으로 모두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자 그들의 생업과 자료 제작이 분리되지 않는 상태였다. 하지만 건설 중단측의 경우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라기보다 단계적 탈핵이나 원전 안전성 강화라는 공동의 가치를 공유한 가치공동체로 참여 전문가들의 생업과 공론화는 별개의 영역이었다. 따라서 건설 재개측은 건설 중단측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인력, 재원을 투입해서 자료를 제작할 수 있었고 더 꼼꼼하게 시민참여단의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료검증단의 구성과 운영에도 불구하고 자료에 포함된 부정확한 정보나 과장된 정보, 틀린 정보들은 제대로 바로 잡히지 않은 채로 시민참여단에게 전달되기도 하였다. 공론화는 관련 지식에 대한 이해가 기초가 되어서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관련 자료를 누가 어떻게 생산하고 자료의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 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자료에서 다루고 있는 의제가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 무엇을 주요 쟁점으로 하여 공론조사를 진행할 건지, 또 시민참여단에게 제공될 자료를 제작할 것인지, 종합토론회에서 어떻게 세션을 구성할 것인지가 의견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05825631_P_0.JPG»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10대 시민참여단이 9월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모의 공론조사' 에 참여해 원전 운영 중단과 관련해 자신들의 의견을 적은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넷째, 시민참여단은 진정 대표성 있게 잘 구성되었는지, 또한 연령별로 의견에 동등성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가의 문제이다. 전체 인구인 모집단에서 시민참여단 500명을 성별 연령별 입장별로 정확한 비율로 선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민참여단의 종합토론회는 2박3일 동안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것이어서 직장을 가진 사람, 특히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참여가 다소 어려울 수 있고 기회비용이 높은 시민일수록 참여가 어려울 수 있다. 결과적으로 주민등록 인구 비율과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 참여단 비율에서 19세 이상 20대 집단이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이들은 주민등록인구 상 17.5%를 차지하지만 최종 종합토론회 시민참여단에서는 14.4%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현재 인구 구조상 50대가 주민등록인구 상20.0%, 60대 이상이 24.5%를 차지하는데 각 연령대는 최종 종합토론회 시민참여단에서는 각각 22.1%와 23.6%를 차지하였다.
 
결국 4차 최종 조사에서 50대는 60.6%, 60대 이상은 77.5%의 건설 재개 찬성 의견을 보여 건설 재개 의견의 54.4%를 구성하였다. 총 471명 가운데 279명이 건설 재개에 찬성했는데 이 두 연령대에서 각각 63명과 86명이 건설 재개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건설 재개측과 중단측 지지자 수가 87명의 차이를 보였는데 이 두 연령대의 차이가 가각 22명과 61명으로 대부분의 의견 차이가 이 두 집단의 차이에 의해 결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섯째, 공론화는 숙의적인 의사결정을 주요 내용으로 했는데 숙의적 의사결정이 유효했는지, 정말 숙의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는지의 문제이다. 1차 조사와 4차 최종 조사(유보 의견 삭제)의 결과를 비교해 보면 의견을 유지한 참여자들이 56.7%이다. 34.4%는 건설 재개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22.3%는 건설 중단 입장을 유지하였다. 의견을 바꾸어 중단에서 재개로 이동한 참가자들은 5.3%였으며 재개에서 중단으로 이동한 경우는 2.2%였다. 가장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유보 입장에서 나타났는데 유보에서 재개로 옮겨간 경우가 19.7%, 유보에서 중단으로 옮겨간 경우가 16.1%였다. 애초 1차 조사에서 건설 재개가 36.6%, 건설 중단이 27.6%로 9%포인트 차이가 있었고, 건설 중단보다 많은 35.8%를 차지한 건설 유보 가운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가 건설 재개로 이동한 데다 건설 중단에서 재개로 입장을 바꾼 경우가 반대 경우보다 더 많으면서 재개와 중단의 격차가 19%로 더 늘어난 것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 숙의효과가 상당히 높았다고 말하기엔 큰 변화라 보기 어렵다. 
 
하지만 시민참여단 참가자들과의 인터뷰 결과를 보면 설령 동일한 결정을 내린 경우라 해도 내면적으론 큰 변화가 있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잘 모르고 결정했던 것과 좀 더 많은 내용들을 숙지하고 다른 이들과의 토론을 거친 후 내리는 결정엔 더 높은 확신이 작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진 숙의였지만 의미 있는 효과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공론화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분임토의에 대한 평가는 7점 만점에 6.16점, 공론화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4점 만점에 3.24점(만족이 88,8%)으로 높게 나타났다. 앞으로 보다 긴 준비기간과 제시되는 학습자료의 질을 높인다면 숙의효과가 상당한 정도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섯째, 미래세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한 이 사안에 대해 미래세대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었는가의 문제이다.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시민참여단이 참여한 2박3일간의 종합토론회에 전문가 토론 패널로 참여하였고, 그에 앞서 9월 30일에 열렸던 미래세대 토론회에서는 106명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건설 중단측 입장에서 강의를 진행하였다. 현재 논란이 된 신고리 5・6호기는 설계수명이 무려 60년이다. 예전 계획대로 지어진다면 2021년과 2022년에 완공되어 2081년과 2082년까지 가동하게 된다. 그러니 현재 40세 이상 시민은 100세가 넘어서야 두 원전의 수명이 끝나는 걸 지켜볼 수 있다. 두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은 그로부터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공론화과정에서는 정작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는 물론이고 현재를 살고 있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조차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여전히 닫혀 있었다. 그래서 공론화위는 보완적으로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열어 숙의과정을 진행하고 의견을 물었다. 
 
미래세대 토론회에서는 숙의 결과, 11개 조 가운데 5개 조가 중단, 또 5개 조가 기타 의견, 나머지 1개 조만이 재개로 의견을 모았다. 다수가 중단을 원했다. 기타의견에도 건설 중단에 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합숙토론 이튿날 시민참여단은 영상으로 미래세대 토론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관계상 5분짜리로 편집을 하면서 건설 중단, 재개, 기타의견을 모두 하나씩 보여주었을 뿐이었다. 공론화위는 미래세대 의견이 시민참여단의 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건설 중단 의견이 다수였다는, 미래세대는 건설 중단을 더 원한다는 사실은 전달되지 않았다. 
 
05841056_P_0.JPG»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 위원장(왼쪽)이 10월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나 공론화위의 조사 결과 내용을 담은 정책권고안을 전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원전은 수명이 긴 데다 거기서 나오는 핵폐기물의 관리가 10만 년 이상 이루어져야 하는 사실을 고려하면 미래세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지만 미래세대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는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래세대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앞으로 미래세대에게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 안건이나 쟁점을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고자 할 때 반드시 고민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건설 중단측은 지속적으로 말했다, “우리의 선택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자고, 우리 생각의 틀을 바꾸자고.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말했다. 중단측 발표자와 토론 패널 참여자들은 교수(원자핵공학자, 경제학자, 정책학자), 의사,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민간연구소 연구원, 지역주민, 애널리스트까지 참으로 다양했다. 연령도 3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여성도 셋이나 있었다. 건설 재개측이 원자핵공학 교수들과 국책연구기관인 원자력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원들, 한국수력원자력 처장과 팀장 등 원자력 학계와 업계에 소속된 원전 이해당사자들로 남자 일색이었던 것과 사뭇 달랐다. 
 
건설 중단측의 구성은 다양했지만 목소리는 같았다. 우리의 건설 중단 선택이 너무나 많은 변화를 가져올 출발점이자 씨앗이 될 거라고.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시민참여단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이지는 못했다. 사실 시민참여단이 건설 중단측의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고려에 어느 정도 주목했는지 확실하지 않다. 무엇보다 건설 중단측의 대화와 소통 노력이 시민참여단의 판단을 변화시키기엔 설득력이 충분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이들의 주장과 설득에도 매몰비용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부담과 이미 건설 중인 시설의 건설을 중단시키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부담이 너무나 커서 이러한 부담감을 떨치기가 너무나 어려웠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깊이 있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번 공론화 과정은 이제까지 시민들을 향해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드러내기만 했던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이 시민을 대하는 자세 또한 설득을 통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더욱 열리고 낮아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이는 시민사회 진영이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글·사진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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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배려라는 가치에 대하여…

약자 배려라는 가치에 대하여…
 
 
 
김용택 | 2017-12-29 09:37:3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당신네들, 하늘을 나는 저 새를 보시오. 저 새가 오른쪽 날개로만 날고 있소? 왼쪽 날개가 있고, 그것이 오른쪽 날개만큼 크기 때문에 저렇게 멋있게 날 수 있는 것이오.”

리영희교수의 평론집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 나오는 글이다. 조금만 약자 배려라는 가치의 글만 보이면 어김없이 빨갱이 딱지를 붙이는 현실을 개탄한 글이다. 해방과 분단의 과정을 겪으며 살아 온 국민들은 복지니, 평등, 약자 배려라는 가치란 입 밖에 내지도 못하고 살아왔다.

약소국의 비극일까, 아니면 분단의 상처 때문일까? 우리 민족은 유난히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에 민감하다. 조금만 왼쪽으로 치우쳐도 어김없이 종북이나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고 만다. 이런 분위기는 아마 남북이 분단되면서 북쪽은 동족이 아닌 빨갱이, 빨갱이는 매국이요, 악마로 포장 되었다. 누구든지 한번 그런 낙인이 찍히면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해야 했던 상흔 때문에 입 밖에 꺼내면 안 되는 금기어가 됐다.

혈연보다 무서운 이 좌우논쟁은 남북분단과정에서 시작된다. 집권에 눈에 어두운 친일과 독재 세력들은 유엔이 내놓은 ‘한반도 신탁통치’문제를 놓고 ‘찬탁=반미=매국’으로, ‘반탁=친미=애국’이라는 이데올로기로 진보세력 토벌작전에 나선다. 정권의 지지기반이 약했던 친일세력과 이승만정권은 제주항쟁과 진보세력 토벌작전… 그리고 지역의 진보성향의 비판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토벌작전을 벌인 것이다.

좌우논쟁이라는 빨갱이 타령은 세월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고 계속된다. 남에서 북이 있어야 유지할 수 있었던 정권, 북에서는 남이 있어야 유지할 수 있었던 정권이 서로가 필요해 빨갱이니 매국세력을 이용해 왔던 것이다. 좌익이 뭔지 우익이 뭔지 모르는 선량한 사람들은 6,25전쟁 발발일이 되면 학생들을 동원해 반공궐기대회를 열고 반공웅변대회, 반공글짓기 반공포스터 그리기와 교련교과목을 통해 여학생들에게까지 총검술과 재식훈련으로 반공교육, 멸공교육을 일상화 했다.

교련대회는 물론 윤리교과를 비롯한 교과서마다 반공교육으로 의식화시킨 덕분(?)일까? 민주주의 반대를 공산주의로 배운 학생들이 좌익이니 우익에 대한 개념보다 빨갱이는 악마요, 제거의 대상으로 확신한다. 악마들이 살고 있는 곳이 북한이요, 동족이 살고 있는 북한은 제거의 대상이 되고 북한을 조금이라도 좋게 말하면 ‘이적찬양 고무죄’라는 국가보안법으로 처벌을 받아야 했다.

좌와 우의 개념은 프랑스 대혁명 당시, 상대적으로 사회변동에 온건한 지롱드당이 의회의 오른쪽 부분에, 급진적인 몽테뉴당이 의회의 왼쪽 부분에 위치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친일과 독재 권력의 세뇌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좌익은 과격한 사람들… 불순한 세력’이요, ‘우익은 보수적이고 애국적인 사상’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자칫 ‘좌익은 복지를, 평등이라는 가치를 우선적인 가치라고 호의적으로 말했다가는 가차 없이 빨갱이니 종북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좌익은 평등이라는 가치, 분배와 복지, 약자 배려라는 가치요, 자유라는 가치, 경쟁이나 효율이라는 가치보다 우선적인 가치라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우익은 복지니,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닌 경쟁과 효율을 우선적인 가치로 믿는 사람들이다. 솔직히 말해 그들이 말하는 빨갱이는 이 지구상에 없어진 지 오래다. 소련과 중국까지 폐기한 원론적인 공산주의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기독교의 이상사회’와 같은 맥락이지만 그런 원론적인 이념은 이미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터놓고 예기해 보자. 공산주의를 싫어하는 정권이나 자본주의를 싫어하는 북한정권이 왜 서로의 장점을 따라 하면 안 되는가? 북한이 하는 건 무조건 나쁜 것, 종북으로 매도하고 남쪽이 하는 일은 더러운 친미매국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몰아칠 때도 사회주의, 평등이나 약자 배려라는 가치를 도입해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로 변신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정치를 하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혹은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조작한 언어는 폐기처분해야 한다. 비록 적일지라도 좋은 점은 본받고 배우는 게 성숙한 시민의 자세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닌가? 친일의 후예 독재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 낸 조작언어로 자신의 약점을 덮으려는 비겁한 자세는 지양되어야 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약자를 배려하는 가치, 평등이라는 가치, 복지라는 가치가 정말 악마의 얼굴인가 그런 악마가 지구상에 있기는 한가?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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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 만찬보다 '한상균 석방'이 우선입니다

[2017 비포 앤 애프터 ⑧] 한상균이 감옥에서 꿈꾸던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17.12.28 20:56l최종 업데이트 17.12.28 20:56l

 

파사현정(破邪顯正). '사악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한다'는 뜻입니다. 교수신문은 이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습니다. 촛불, 탄핵 인용, 조기 대선... 연이어 큰 사건을 경험한 2017년 한국 사회는 얼마나 변화했을까요. 내년엔 '파사'를 넘어 '현정'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올해 상황이 달라진 사안들, ‘보도 그 이후’가 알고 싶은 기사들, 사연 속 주인공의 현재가 궁금한 사례들을 모아 '2017 비포 앤 애프터'를 구성했습니다. [편집자말]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위해 국회 도착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국회 본회의 상정에 따른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위해 국회 도착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국회 본회의 상정에 따른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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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사실 크지 않았습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 말고 지난 대선 기간 내내 뭔가 확실하거나 딱 부러지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존경받던 인권변호사 시절의 문재인이 정치인 문재인으로 탈바꿈하고 난 뒤 어떤 정치적 업적을 쌓아갔는지 콕 집어 기억나는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치인 문재인이 대통령 문재인이 되고 난 뒤 놀라움은 커져만 갔습니다. 매일 매일 언론에 보도된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는 너무나도 다른 훌륭함의 연속이었습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는 대통령의 모습이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선언은 단순히 정치적 수사라고 폄하할 수 없었습니다.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에서 '이게 나라다'라고 환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최저임금은 어떠합니까.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이는 2017년 최저임금 6,470원과 비교했을 때 16.4%로 인상된 금액이고, 11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한, 2001년 이후 최대 폭의 인상이었습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질 것이란 안도감을 갖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최저임금이 곧 실질임금이 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전 국민의 임금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파리바게뜨 제빵사에 대한 근로감독→불법파견 판정→시정지시→과태료부과로 이어지는 이런 일련의 신속하고도 적확한 행정을 지켜보는 것도 드문 일이었습니다. 사실 그간 고용노동부가 노동자가 아닌 기업의 이익에만 손을 들어주는 일이 워낙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법과 원칙대로 일만 해도 놀라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런 적확한 일처리가 있었다면 정규직 전환에 걸린 10년이 넘는 시간도, 대법판결 동일 이행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도, 그로 인해 목숨을 끊거나 구속된 노동자들도,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배가압류 소송도 없었을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놀라운 일은 열사 투쟁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죽어갔는지, 살아남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 상복을 입고 향내를 맡아야 했는지, 그 공포와 두려움을 견디며 싸워갔는지 열거하기도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죽음의 행렬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행보가 적어도 목숨을 버리고 싸워야 하는 참혹함과는 다른 결에 서 있었다는 점은 지난 9년간 쌍용차 정리해고로 죽어간 29명의 동료와 가족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열사를 지켜봤던 목격자로서 매우 고무적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노동자의 비극 속에서 살고 있다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시청 앞에서 제주현장실습에서 사망사고로 숨진 고3 고 이민호군의 추모식을 열고 있다.
▲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1월 23일 오후 서울 시청 앞에서 제주현장실습에서 사망사고로 숨진 고3 고 이민호군의 추모식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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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죽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한 해 수천 명에 달합니다. 똑같은 현장에서 죽음이 반복되고, 언론에서 보도되고, 안전대책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름만 바뀐 죽음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성화고 실습생 사망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매년 수능이 끝난 뒤 전해지는 비보처럼 지역만 달리한 채 어느새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비극적인 반복을 되풀이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살고 있습니다. 

중소영세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기 위해 상여금을 깎고 매달 월급으로 나누거나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꼼수가 횡행합니다. 기업들끼리 공유하는 정보가 아니라 지자체에서 지역 기업대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대처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왔던 내용이라고 합니다.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아니라 또 다른 임금체계로 편성된 무늬만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합니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니까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규직 전환 제외 대상인 60세 이상을 고용하고 채용 계약을 8개월 이하로 체결하겠다고 합니다. 파리바게뜨는 제빵사들을 법이 정한대로 정규직 전환하는 게 아니라 별도의 법인을 두고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대책이라고 내놓았습니다.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로 가자는데 곳곳에서 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차고 넘칩니다.

박근혜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다가 수배 상태에 있는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다 결국 체포됐습니다. 이 사무총장이 단식을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장시간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자고 노동자들이 요구하니 장시간 저임금 구조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고 국회가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권 때에도 이뤄지지 않았던 일입니다. 
 

 경찰 지명수배 상태로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단식농성을 해온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나오고 있다.
▲  경찰 지명수배 상태로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단식농성을 해온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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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 의해 불법과 폭력으로 낙인 찍힌 민중총궐기투쟁으로 감옥에 갇힌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구속노동자 석방, 부당한 수배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 시절 이뤄졌던 부당한 사법판결에 대해 바로 잡기를 요구하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국정기조와 상이한 요구가 아닙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계가 요구해서 근로기준법에 대한 타협을 해야 하고, 보수세력이 반대해서 사면은 어렵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은 그동안 힘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국회의원 수가 부족해서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청와대에서 반대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정당 지지율이 낮아서 힘 있게 정책을 추진하기도 조심스럽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지금만큼 민주당에게 좋은 시기는 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여전히 어렵고 힘들다는 이야기는 변하지 않습니다. 천만이 넘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한 촛불광장의 요구인 적폐청산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적폐청산 의지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면 힘들고 어렵다는 이야기만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박근혜 정권 이후 우리 삶은 나아지고 있습니까?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 2월 옥중서신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관련 기사 : 한상균 "박근혜,이재용씨 감옥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박근혜 탄핵 후 새로운 대한민국이 가능할 것인가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감옥에 있는 몸이라 잘은 모르지만,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욕구를 선언만 하고 요구만 한다면 불가능할 것이고, 광장의 촛불연대를 더욱 굳건히 하면서 주권자의 이름으로 준엄한 명령을 한다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위대한 시민들과 동지(同志)로 한편이 되고 싶습니다. 함께하는 데 서툴고 부족한 점 반성하며 내민 손을 따뜻한 가슴으로 잡아주십시오. 기득권의 저항이 아무리 거셀지라도 맞잡은 손 놓지 않고,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연대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동지가 됩시다. 동지라 부르고 싶습니다. 동지들 사랑합니다."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 
 

'비정규직 철폐' 투쟁 머리띠 매는 한상균 조계사 관음전에서 24일째 피신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생명평화법당에서 자진 출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머리띠를 매고 있다. 
한 위원장은 "저는 머리띠를 다시 동여맸다. 투쟁을 다시 이어갈 것이고 이것이 도탄에 빠진 국민을 구하는 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위원장을 구속시키고 민주노총에 대한 사상유래 없는 탄압을 한다 하더라고 노동개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며 "노동자 서민을 다 죽이고 재벌과 한편임을 선언한 반노동 새누리당 정권을 총대선에서 전 민중과 함께 심판 할 것이다"고 말했다.
▲ '비정규직 철폐' 투쟁 머리띠 매는 한상균 지난 2015년 12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생명평화법당에서 자진 출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머리띠를 매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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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게 큰 기대를 걸고 싶습니다. 노동 존중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 또한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언 속에 갇힌 존중이 아닙니다. 청와대 만찬의 초대가 아닙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진짜 존중입니다. 전 사회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노동혐오를 중단시키는 것이 질 좋은 일자리의 시작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기계적인 중립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는 것이 적폐청산으로 향하는 지름길입니다. 

권력은 시장에 넘어간 것이 아닙니다. 지난 시간 권력을 시장에 팔았을 뿐입니다. 부자들과 기업의 이익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노동자와 시민들의 삶을 위한 정책의 선택을 요구합니다. 그 선택이 문재인정부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고동민씨는 쌍용자동차 노동자입니다.

 

태그:#한상균#노동계#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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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개성공단 중단 때도 거짓말

폐쇄부터 해놓고 국정원 동원해 무리한 증거 맞추기
2017.12.28 11:00:06
 

 

 

 

2016년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 당시 박근혜 정부는 공단 내 북한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임금이 핵과 미사일 등의 대량살상무기(WMD)를 만드는데 전용된다는 근거를 내세웠지만 이는 부정확한 정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근거가 됐던 정보 사항은 개성공단 중단 조치가 나온 이후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만들어진 문건이었으며 작성 시기도 가동 중단 결정 이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28일 발표한 정책혁신 의견서에서 공단 가동 중단 결정 과정에 이같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개성공단 자금 전용 주장의 근거 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정보기관의 문건은 (2016년) 2월 13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개최 이후에야 청와대 통일비서관실을 통해 통일부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발표한 것은 이보다 사흘 앞선 2월 10일이었다. 또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임금 등이 대량살상무기에 사용된다는 우려가 있었고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정부가 가지고 있다"며 임금 문제를 공식 석상에서 처음 언급한 것은 이보다 하루 앞선 2월 12일이었다.  

문건 내용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위원회는 해당 문건에 대해 "주로 탈북민의 진술 및 정황 등에 근거해 작성된 것"이라며 "이 문건에 등장하는 탈북자들의 경우 근무 기관이나 탈북 시점을 고려했을 때 이같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원회는 "진술 내용 자체가 구체적인 정보가 아니라 일반적인 추측에 불과했다"며 "그동안 개성공단 임금의 대량살상무기 관련성을 부인했던 입장을 변경하기 위한 근거로 삼기에는 정보도 부족했고 논리적이지도 않았다"고 평가했다. 

위원회는 "문건을 작성한 정보기관조차 문건 앞부분에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을 표기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의 임금이 대량살상무기로 전용된다는 명확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공단 가동 중단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증거로 보인다. 
 

▲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인 지난 2016년 2월 11일 개성공단 내 남한 기업들이 공단에서 물품을 싣고 남한으로 내려오고 있다. ⓒAP=연합뉴스


개성공단 가동 중단, 헌법 위반 소지 있어 

이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2016년 2월 10일 오전 10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위원회에 따르면 가동 중단 결정은 이보다 이틀 앞선 2월 8일에 내려졌다. 이는 2월 7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인 '광명성 4호'를 발사한 바로 다음날이다. 

위원회는 "정부가 밝힌 (가동 중단) 날짜 (2월 10일) 보다 이틀 전인 8일 당시 개성공단을 철수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지시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당시 통일부 및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2월 8일 오전 외교안보수석이 통일부장관에게 대통령 지시라며 철수 방침을 통보했다"며 "오후에는 국가안보실장이 회의를 소집해서 통일부에서 마련한 철수대책안을 기초로 협의를 통해 사실상 세부계획을 마련하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통일부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2월 8일 이후에도 통일부는 철수 시기를 잘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며 "갑작스럽게 공단 운영을 중단하면 피해가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고, '폐쇄'가 아닌 '잠정 중단', '전면 중단'으로 용어를 변경하기 위한 의견 제시도 있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그러나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안보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통일부도 즉각 철수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전격 가동 중단 조치를 내린 배경에 대해 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위와 같은 지시를 하게 된 과정과 경위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부분은 다른 절차를 통해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같은 가동 중단 과정이 헌법 및 법률에 위반되는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중요한 대외정책은 국무회의의 필요적 심의 사항인데 (헌법 89조) 가동 중단 결정 과정에서 국무회의의 심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는 "헌법 82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는 구두로만 이뤄졌다"며 "남북 협력 사업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남북교류협력법'에서 근거를 찾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했어야 했지만 대통령이 지시에 따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실행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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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군 탄저균백신 연간 52만개 공급받아, 주한미군은 전원·한국군은 ‘0명’ 접종

민간 주한미군 계약자도 무상·의무 접종... 생화학 실험은 하면서도 백신 제공 안 해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7-12-28 15:59:12
수정 2017-12-28 15:59:12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미 국방부 합동생화학방어국(JPEO-CBD) 홈페이지 모습
미 국방부 합동생화학방어국(JPEO-CBD) 홈페이지 모습ⓒJPEO-CBD 홈페이지 캡처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등 미군을 위해 탄저균 백신을 연간 50만 개 이상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의 한 해 탄저균 백신 공급량이 공식적으로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2013년부터 북한의 생화학 공격 가능성을 명분으로 주한미군 기지 내에서 ‘주피터 프로젝트’ 등 생화학 관련 실험을 진행한 사실이 본보의 보도 등으로 이미 드러났다.

그럼에도 막상 미군은 우리 땅에서 위험천만한 생화학 실험을 하면서도 동맹인 한국군에는 백신은 물론 개발 원천기술도 전혀 제공하지 않아, ‘한미동맹’이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미 본토 주둔 미군을 포함해 특히, 한국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은 전 장병들이 10여 년 전부터 탄저균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고 있다. 하지만 한국군은 백신조차 확보하지 못해 투여자가 전무한 실정으로 완전히 대비된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기자가 확보한 미 국방부가 올해 3월 미 의회에 보고한 ‘생화학 방어 연례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이 보고서는 ‘미국과학자연맹’이 지난 5월, 미 국방부에 정보공개요청(FOIA)을 통해 공개된 문서이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016년 회계연도(2015년 10월 1일~2016년 9월 30일)에만 탄저균 백신 524,310개(dose)를 확보해 미군에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천연두 백신도 196,900개(dose)를 공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 국방부가 미 의회에 보고한 문서에 의하면 2016년 회계연도에만 미군은 약 52만 개의 탄저균 백신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 국방부가 미 의회에 보고한 문서에 의하면 2016년 회계연도에만 미군은 약 52만 개의 탄저균 백신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해당 문서 캡처

미 국방부는 이 보고서에서 2016년 회계연도에만 “생화학 방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 ‘국가전략비축(SNS)’으로부터 탄저균과 천연두 백신 721,210개를 공급받아 작전 중인 미군에 지급했다”고 명시했다.

미 국방부는 또 생화학 방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백신 외에도 “생화학 관련 총 20개 시스템과 386,970개에 달하는 물품들을 미군에 현장 배치(fielded)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한 해 질병과 생물학테러 등에 대비해 탄저균 백신 등 수백만 명분의 백신을 투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도 지난 2003년 말 미연방법원이 부작용 우려에 대한 일시 중단 판결 이후 2005년 다시 재개했다.

당시 2007년 미군 ‘성조지(STARS AND STRIPES)’는 “탄저균 백신은 약 2만9천 명에 달하는 주한미군 모든 장병과 15일 이상 한국에 체류하는 (미군 관련) 민간 계약자들로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기자가 최근 확보한 주한미군의 공개 문서에서도 주한미군 전 장병들과 민간 계약자들은 탄저균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미국 정부가 무상으로 백신을 공급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주한미군은 최근 공개된 문서에서도 전 장병들과 민간 계약자에게 탄저균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무상 제공을 명시했다.
주한미군은 최근 공개된 문서에서도 전 장병들과 민간 계약자에게 탄저균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무상 제공을 명시했다.ⓒ주한미군 공개 문서 캡처

국방부 관계자, “2019년 말에 자체 비축 가능할 듯”

하지만 이에 반해 약 60만 명에 달하는 한국군은 탄저균 백신 투여자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의 한 관계자는 “탄저균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현재 장병이나 장교들 모두 투여자가 전무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28일, “주한미군은 전체 장병들을 다 접종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군은 치료제를 비축 중에 있으며, 백신은 2019년 말 개발이 완료되면 접종과 비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같은 날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탄저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맞다”라면서 “2019년 말 개발을 완료해 2020년 생산 및 비축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개발과정 중 시험법 확립과정에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협조를 받은 사실은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나 미 국방부가 원천기술을 주면, 바로 양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 “미국이 원천기술을 주려 하겠나”라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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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결산]막 내린, 악당들 전성시대: 35명의 인물, 만평으로 결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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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보는 딴지 2017 결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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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서 좋은 친구’ MBC 뉴스데스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12/28 12:44
  • 수정일
    2017/12/28 12:44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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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칼럼] KBS도 하루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야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cckim999@naver.com  2017년 12월 27일 수요일
 

2017년 12월27일은 대한민국 방송의 역사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그 무대는 오후 8시에 시작된 ‘MBC 뉴스데스크’였다.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은 박성호 기자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오늘부터 정상체제로 돌아온 뉴스데스크는 앞으로 공영방송다운 뉴스가 무엇인가를 늘 고민하면서 여러분께 찾아가겠습니다. 권력이 아닌 시민의 편에 서는 뉴스가 되도록 MBC 기자들 모두 여러분께 다짐합니다.” 박성호 기자와 함께 앵커를 맡은 손정은 아나운서는 “오늘은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서 먼저 MBC 뉴스가 지난 5년 동안 저지른 잘못을 고백하고 반성하는 순서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MBC 기자 회장이던 박성호 기자는 2012년 총파업 때 부당하게 해직됐고, 손정은 아나운서는 MBC ‘간판 아나운서들’이 거의 모두 회사를 떠난 뒤에도 현업에서 배제된 채 꿋꿋하게 투쟁 대열에 동참했다. ‘다시, 만나서 좋은 친구’ MBC 뉴스데스크의 앵커로 첫 선을 보인 두 사람은 왼쪽 가슴에 노란색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었다.

[ 관련기사 :  ‘반성 리포트’로 다시 시작한 MBC 뉴스데스크 ]

 

▲ 12월26일 박성호 앵커는 뉴스데스크 첫 리포트에서 지난 5년 간 공영방송 뉴스를 제대로 해오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며 시청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2월26일 박성호 앵커는 뉴스데스크 첫 리포트에서 지난 5년 간 공영방송 뉴스를 제대로 해오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며 시청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MBC는 지난 12월12일, 새로 태어난 ‘피디수첩’(‘MBC 몰락, 7년의 기록’)을 통해 이명박·박근혜의 ‘낙하산 사장’인 김재철·안광한·김장겸이 전횡을 일삼던 7년 동안 그 공영방송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바 있었다. 그것은 12월27일자 뉴스데스크의 예고편이나 마찬가지였다. 박성호는 권력의 주구 또는 부역자가 된 경영진이 어떤 위법행위와 만행을 저질렀는지를 생생하게 고발했다.


“세월호 참사 때는 피해자인 유족의 목소리는 배제한 채 깡패인 것처럼 몰아갔고, 공권력에 농민이 쓰러진 장면은 감춘 채 시위대의 폭력성만 부각시켰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정보기관의 대선 개입이 드러나도 침묵,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퍼져도 침묵, 뉴스 자체를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 최순실이란 이름, 국정농단이란 표현도 상당 기간 금기어처럼 쓰지 않았습니다. MBC는 드러내기보다 감추기에 몰두했습니다.”  

박성호 앵커는 MBC 몰락의 책임을 ‘공범자들’에게만 돌리지 않았다. “그에 맞선 기자들도 있지만 냉정하게 말해 시청자들께 그런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뜻이다. 그는 “저항이 좌절됐다고 무기력과 자기검열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기자 윤리, 저널리스트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 2016년 11월26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가 열렸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2016년 11월26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가 열렸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첫 번째 촛불집회가 열린 이래 23차에 걸쳐 무려 1700만여 명의 국민들이 촛불혁명의 대열에 참여하는 동안 MBC는 KBS보다 훨씬 심하게 시민들로부터 비난과 조롱을 받아야 했다.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가 현장에서 쫓겨나는가 하면 MBC 로고를 단 중계차가 거센 항의에 부닥치기도 했다. 전성기에 ‘마봉춘’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MBC가 ‘엠X신’으로 전락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수모를 ‘사랑의 채찍’으로 받아들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조합원 2천여 명은 지난 9월4일부터 70일이 넘게 총파업을 불인 끝에 마침내 김장겸 사장을 추방하고 MBC 재건과 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경영진을 구성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에 한나라당 대선후보 이명박의 캠프에 참여했던 김재철이 MBC 사장으로 ‘낙하’한 뒤, 하루가 다르게 어용화의 속도를 더해가는 그 방송을 외면하는 시청자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MBC 노조는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170일 동안이나 총파업을 벌였지만 구체적으로 얻은 성과는 없었다. 결국 안광한·김장겸 체제에서 보도 부문을 대표하는 MBC 뉴스데스크는 ‘애국가 시청률’(2% 안팎)이라는 조롱을 받는 비참한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많은 국민은 MBC 출신의 손석희 JTBC 보도본부 사장이 앵커를 맡은 JTBC의 ‘뉴스룸’을 비롯한 프로그램들이 박근혜 탄핵에 결정적 기여를 하는 것을 보며 환호했다. 그 시기에 MBC 언론노동자들은 쓰라린 가슴을 억누를 길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MBC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뉴스는 물론이고 시사교양, 예능 프로들도 옛날처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 12월26일 언론노조 KBS본부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과천정부청사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24시간 연속 집회를 시작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 12월26일 언론노조 KBS본부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과천정부청사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24시간 연속 집회를 시작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그런데 이 글에 적기조차 마음 아픈 사실이 있다. MBC와 같은 날 총파업을 시작한 KBS의 언론노동자 2200여명이 아직도 찬바람 몰아치는 거리에서 고대영 사장과 적폐 KBS 이사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2월27일, 업무추진비를 부정하게 사용한 강규형 KBS 이사(명지대 교수)에 대한 청문 절차를 거쳐 대통령에게 해임 건의를 하고 그 건의가 수용된다면 여권 대 야권 이사의 수가 6 대 5로 역전돼 고대영 퇴진의 길이 열릴 것이다. 총파업이 승리로 끝나 KBS가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되살아나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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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면중단은 위법행위”

통일부 정책혁신위, 과거 정부 정책 검토결과 발표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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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8  11: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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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4월 개성공단 잠정중단 당시 모습. 우여곡절 끝에 재개됐지만 2016년, 헌법을 위반한 통치행위로 결국 문을 닫았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2월 내려진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위법행위라는 판단이 나왔다. ‘통치행위’였더라도 헌법, 남북관계발전법 등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위원장 김종수)는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을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헌법 등 위반

먼저, 혁신위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를 두고, “통치행위로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헌법, 남북관계발전법, 남북교류협력법, 행정절차법의 절차는 준수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도 해당한다는 것.

“헌법은 남북관계 악화를 이유로 대통령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한 절차(긴급처분명령권)를 이미 마련하고 있는데 5.24조치 등은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공권력의 행사였음에도 이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23조, 27조 3항, 국가행위의 형식과 절차에 관한 헌법과 남북교류협력법, 행정절차법 등의 절차를 무시했다고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통치행위를 한 이유로 탄핵됐다는 점에서, 헌법에 위반된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철회되어야 한다는 의미여서,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길이 열린 셈이다.

박근혜, “개성공단 철수하라” 지시에 절차 무시 일사불란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 과정에도 문제가 발견됐다고 혁신위는 밝혔다. 2016년 2월 10일 통일부를 중심으로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안보에 관한 공식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기존 설명과 달리 이미 이틀 전, 2월 8일에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

혁신위에 따르면,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린 뒤, 2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철수하라는 구두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이날 오전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이 홍용표 통일부 장관에게 대통령 지시라며 개성공단 철수 방침을 통보했다.

2월 10일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결정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설령, 10일 NSC 상임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가안전보장회의법’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혁신위는 지적했다. NSC는 헌법 제91조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 자문에 응하기 위한 기구임에도, NSC 상임위가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을 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이유.

또한, 중요한 대외정책은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고, 헌법 82조에 따라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이뤄져야 하는데,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지시만 있었기에 이는 헌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통일부는 갑작스런 개성공단 전면중단은 피해가 적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통일부도 즉각적인 철수에 동의했다고 혁신위는 밝혔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헌법,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했음은 물론, 유엔 안보리 결의의 이행과도 무관했다고 혁신위는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몇 호를 근거로 개성공단이 해당결의를 어떻게 위반하였는지를 밝혀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개성공단 전면중단 이후 북한이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실험을 강화한 것에 비추어 보면 안보적 효과도 의문시되었다”고 혁신위 검토결과에 담겼다.

개성공단 임금전용설은 탈북자의 근거없는 진술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개성공단 전면중단의 근거로 제시한 개성공단 임금전용이 탈북자의 근거없는 진술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정부는 “북한에 총 6,16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되었고 작년(2015년)에만도 1,320억 원이 유입되었으며...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데 쓰여진 것”이라고 강조했고, 홍용표 장관은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의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는 구체적 근거가 아닌 탈북민의 진술에 따른 것으로 판명됐다. 개성공단 임금전용 근거자료는 정보기관이 작성한 것으로, 2월 13일 NSC 상임위원회 개최 이후 청와대 통일비서관실을 통해 통일부에 전달됐다.

그런데 해당 문건은 탈북민의 진술과 정황에 근거해 작성된 것일 뿐이고, 심지어 해당 문건을 작성한 정보기관도 문서 앞부분에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명시했던 것. “이 문건에 등장하는 탈북자들의 경우 근무기관이나 탈북시점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혁신위는 밝혔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외 ‘5.24조치’, 금강산관광 중단도 헌법 위반

혁신위는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와 금강산관광 중단도 헌법의 범위를 넘어선 통치행위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5.24조치’ 또한, 헌법 긴급처분명령권, 국민 재산권 보호, 국무회의 심의절차 등을 준수하지 않았고 남북교류협력법, 행정절차법 등을 모두 위반했다는 것.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와 마찬가지로 헌법과 법률에 따른 행정행위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자신의 귀책사유없이 안보적 상황 때문에 대북사업을 중단하게 된 대북사업자들은 정부로부터 손실보상인 자금지원을 제때 받지 못하여 큰 피해를 감수하여야 했다”고 혁신위는 꼬집었다.

‘금강산 관광중단 조치’는 박왕자 씨 피격사건 이후 내려진 잠정적 조치이지만, 여권법과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야 했지만 ‘통치행위’의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여권법’은 국외 위난상황으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체류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남북교류협력법’은 국민의 안전보장을 위해 방북승인을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에 근거하지 않고 중단조치를 내렸다는 설명이다.

혁신위는 “금강산 관광중단 조치는 통치행위의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남북교류협력법에 근거한 조치로 행하여지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즉,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금강산 관광중단 조치,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등은 헌법을 위반한 통치행위였기에, 헌법 준수에 따라 철회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련의 조치를 두고, 혁신위는 “남북관계에 중대한 조치를 취할 때, 특히 국민의 재산권에 문제가 되는 조치를 취할 때에는 헌법 및 법률에 근거를 찾고,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초법적 통치행위로 남북관계에 관한 일정한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헌법과 법률, 국회는 유명무실해지고, 정부는 통치행위라는 이름으로 무소불위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며, 남북관계는 정권에 따라서 중단되거나 파국에 이르는 위험에 항시 직면하게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통치행위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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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한국의 해외입양, 65년의 '적폐'

[심층 취재-한국 해외입양 65년] 에필로그
2017.12.28 08:24:34
 

 

 

 

지난 21일 경남 김해에서 노르웨이 국적의 40대 남성이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8살이던 1980년에 노르웨이로 해외입양된 Y 씨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5년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는 결국 친부모를 만나지 못했고, '타국'과도 같은 '고국'에서 혼자 외로이 죽음을 맞았습니다. 10여일 전부터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건물 관리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이미 숨진 지 한참 지난 Y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지난 5월에도 미국에서 추방 당한 입양인 필립 클레이 씨가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었습니다. 그의 장례식을 찾은 입양인들에게, 또 그의 추도식을 찾은 아이를 입양 보낸 한 친생모에게 필립의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입양 보낸 국가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지난 65년간 태어나자마자 이별할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와 아이의 '고통'과 '그리움'에 눈 닫고, 귀 닫았습니다. 혼혈아동이라는 이유로, 미혼모의 자녀라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한국 사회는 이들을 사실상 내쫓았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의 안전을 최소한 담보할 수 있는 법과 제도마저도 제대로 갖춰 놓지 않았습니다. 양부모에게 맞아 죽은 아이, 국제 미아가 된 아이, 입양된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입양인 등 한국사회가 외면해온 숱한 '현재 진행형'인 문제가 쌓여왔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은 세계 98개국이 비준하거나 가입한 '헤이그국제입양협약'을 25년째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은 지난 6개월 동안 한국 사회의 또 하나의 '적폐'라고 할 수 있는 해외입양 문제에 대해 심층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다른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입양 관련 법과 제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쳤고, 결코 기쁘지만은 않은 '단독 기사'도 여러 건 보도했습니다.   
 
<프레시안>을 비롯해 <세계일보>, <한겨레>, <중앙일보>, SBS 등 해외입양 문제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행정자치부가 입양기관들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헤이그협약 가입을 위한 입법 활동 등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심층취재-한국 해외입양 65년' 연재를 지켜봐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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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협 "한일합의 폐기, 평창 이후까지 기다릴 수 없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12/28 10:49
  • 수정일
    2017/12/28 10:49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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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정대협 대표 "정부 소통, 여전히 부족"

17.12.27 18:27l최종 업데이트 17.12.27 18:31l

 

 

 외교부의 일본군 위안부합의검토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를 발표를 한 직후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정대협, 정의기억재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일본군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검토 결과 발표 직후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정대협, 정의기억재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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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부의 일본군 위안부합의검토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를 발표를 한 직후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정대협, 정의기억재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외교부의 일본군 위안부합의검토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를 발표를 한 직후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정대협, 정의기억재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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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일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 당시 한국 정부가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사실상 이면합의를 한 게 드러나자 시민단체들은 "당장이라도 한일합의를 폐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대협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27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는 두 정부간 이면합의야 말로 한일합의를 폐기해야 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증 TF 발표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해외 기림비 설치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합의했음을 접하면서 그간 2015 한일합의 이후 외국의 한인단체들이 외교부로부터 '소녀상 관련 활동 일체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받았다는 제보가 사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면합의에 따라 한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그런 내용을 집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합의는 폐기해야 마땅하다."
 

 외교부의 일본군 위안부합의검토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를 발표를 한 직후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정대협, 정의기억재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외교부의 일본군 위안부합의검토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를 발표를 한 직후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정대협, 정의기억재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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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민단체들은 한일합의 폐기에 대한 정부의 미적지근한 태도를 비판했다. 윤미향 대표는 "조사 결과는 그동안 피해자들과 국민이 요구해왔던 졸속 처리, 소녀상 철거 등 의문을 해소시켰다"라면서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TF의 입장과 정부 입장을 분리시켜, 조사 결과가 정부 입장이 아니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할머니들에게 (올해) 연말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 이야기는 기다림 끝에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 목소리를 받아서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피해자들에게 양해 없이 TF팀 조사 보고는 민간 기구의 평가일 뿐이고 정부의 입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에 밝힐 것이라든지 피해자·관련단체와의 협의와 소통을 통해 밝히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오늘 발표하기 이전에 피해자들과 논의, 소통을 했어야하는 문제다.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또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정부가 피해자들을 만나야 하지만 이런 식으로 발표부터 하고 할머니들을 만나는 건 또 다른 상처다."

이어 윤 대표는 "피해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피해자의 인권과 문제 해결이 경제, 안보, 국익에 결부돼 희생되는 것"이라며 "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표는 "이 정부가 할머니들에게 제발 2018년에는 진정한 평화를 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미향 대표는 정부에 ▲2015 한일합의 무효 ▲화해치유재단 해산 ▲10억 엔 반환 선언을 촉구했다. 그는 "TF팀의 조사 결과가 (한일합의 무효화 선언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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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 “적폐수사 계속한다”

MBC 인터뷰서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강조
▲사진 : MBC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문무일 검찰총장이 26일 ‘적폐수사’를 강하게 추진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문 검찰총장은 이날 새롭게 탈바꿈한 MBC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안 하면 언제 하나?”고 해 ‘적폐청산 주요 수사 연내 마무리’ 발언으로 촉발된 그동안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는 문 총장 자신의 발언에 국민적 비판여론의 추이가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MBC 뉴스데스크가 실시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를 언제쯤 끝내야 하는지 묻자 ‘시일이 걸려도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이 59.7%로 나왔다.

문 총장은 “수사에는 때가 있다”면서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해 현재 진행 중인 이른바 적폐수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정치 보복과 수사 피로도 논란을 이유로 수사를 적당히 마무리하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자신이 적폐수사의 기한을 설정했다는 해석도 일축했다.

그러면서 한때 갈등설이 제기됐던 윤석열 서울지검장에 대해서도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문 총장은 “기수를 뛰어넘는 승진은 과거에도 있었다”며 “대통령이 탄핵 된 상황에 비춰볼 때 현재 진행되는 각종 수사는 아주 부드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문 총장은 또 검찰 과거사위 활동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며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잘못 했으면 잘못한 것을 바로 잡아야지 그냥 두면 되겠는가”라고 되물은 문 총장은 “우선 15개 사안을 먼저 조사하고 10개는 향후 조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각 검찰청에서 감찰 담당 부장들을 차출해 조사팀을 맡기고, 각 팀엔 2명의 로스쿨 재직 교수와 외부 변호사를 합류시키겠다고 말했다. 수사의 효율과 공정성을 모두 담보하겠다는 뜻이라고 MBC는 분석했다.

문 총장은 그러나 검사들의 “불법행위와 부당행위는 구분해 가려내겠다”며 단지 수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징계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거사위 활동에 대한 내부 반발과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총장은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 법원 모두 1인의 조직 총수에 의존하는 단일 통치시대는 끝이 났다”며 “앞으로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조직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대처해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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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감금'된 MB 아바타 "전 원조가 아니라니까요"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17.12.27 10:03l최종 업데이트 17.12.27 10:03l

 

 지난달 29일 ‘대운하 전도사’ 박석순 이대 교수를 다큐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팀이 찾아갔다. 그는 이날 이대 학생들에게 ‘나의 환경 인생과 환경철학’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하지만 그는 카메라를 피해 ‘셀프 감금’을 자처(?)했다.
▲  지난달 29일 ‘대운하 전도사’ 박석순 이대 교수를 다큐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팀이 찾아갔다. 그는 이날 이대 학생들에게 ‘나의 환경 인생과 환경철학’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하지만 그는 카메라를 피해 ‘셀프 감금’을 자처(?)했다.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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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문손잡이를 돌렸다. 열리지 않았다. 누군가 강의실 뒷문을 잠근 것이다. 잠시 뒤 앞문에서도 철컥하는 소리가 났다. <오마이TV> 4대강 다큐 제작팀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10여 분이 지나도 '그'는 나오지 않았다. '셀프 감금' 상태였다. 강의실 밖에는 카메라 두 대가 돌고 있다. 절대로 찍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여러 명의 학생들과 다른 교수들도 덩달아 갇혔다. '그'는 비겁했다.  

[스크루 박] 삐뚤어진 입 

 

2017년 11월 29일 찾아간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그는 '스크루 박'으로 불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에 한반도대운하를 제1공약으로 내걸었을 때, "만약 4대강에 녹조가 낀다면 배를 띄우면 된다"고 말해서 붙은 별명이다. 배의 스크루(screw. 날개깃을 회전시켜 추진력을 갖는 장치)에 의한 폭기 작용으로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아래 영상을 한번 보자. 지난 2016년 여름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들이 탐사보도 때 찍은 영상이다.


그의 주장처럼 4대강 공사 이후 세금을 쏟아 부었다. 이렇게 많은 스크루를 돌린 적이 없다. 수자원공사에 고용된 비정규직 직원들은 4대강 16개 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녹조제거용 보트를 타고 강을 휘젓고 있다. 물론 배 구입비용과 시설비, 전기료, 기름 값, 인건비는 '스크루 박'의 주머니에서 나온 건 아니다. 국민 세금인데 무용지물이다. 매년 여름, 그의 주장이 거짓임을 증명하듯이 녹조의 농도는 더 짙다. 

이건 빙산의 일각이다. 수심 6m 아래쪽은 시궁창이다. 레토릭(미사여구)이 아니다. 환경부가 지정한 '최악 수질' 4급수 지표종인 붉은색 깔따구 유충과 실지렁이가 꿈틀거린다. 금강의 물속 펄을 푸면 한 삽에 수십 마리가 올라온다. 댐으로 막힌 강바닥에 펄층이 쌓였다. 스크루를 아무리 돌려도 공기가 들어갈 수 없는 산소 제로(Zero)지대의 생명체들이다. 

펄은 썩으면서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잠시 멈춰 서서 흐르지 않는 강의 표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안다. 날은 멀쩡한데 수면 위에 물방울들이 동심원을 그린다. 비가 오는 것 같다. 긴 장화를 신고 물속으로 들어가 펄을 걸으면 머리통만한 공기 방울들이 부글거리며 솟아오른다. 그게 터지면서 악취가 진동한다. 강바닥이 썩고 있다는 뜻이다. 

이 말도 과장된 것이라고 의심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 아래 영상은 지난 2016년 <오마이뉴스>의 탐사보도 당시 금강을 지켜온 4대강 독립군 김종술 기자가 썩은 펄 속에 직접 들어간 가스 방울 퍼포먼스다. 그 모습을 보니 시궁창 냄새를 풍기며 터지는 공기 방울처럼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누가 이 거대한 4대강 '뻘짓'을 책임질 것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도 문제지만, 곡학아세하면서 한 자리를 꿰찬 학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들은 세금을 물속에 수장시키도록 혹세무민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는 '스크루 박'을 찾아갔다. 그가 학자적 양심을 내려놓은 이유를 묻고 싶었다. 4대강 사업에 잘못된 논리를 제공한 것에 대한 사과라도 듣고 싶었다. 

그는 대답할 책임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에 운하정책 환경자문교수단 단장을 맡았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을 꿰찼다. 지금도 그는 태연하게 대학 강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환경을 가르치고 있다. 강은 망가졌고, 천문학적인 세금을 낭비했는데 지금도 그는 '곡학아세'한 대가를 누리고 있다. 이건 온당치 않다.  

환경운동연합이 그를 '4대강 부역자 S급'(스페셜)으로 선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와 같은 S급이다. 진실을 말해야 하는 지식인의 책무는 그만큼 무겁다.

"지식인의 책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중략)...아주 자유로운 사회에서도 지식인에게는 이런 책무가 뒤따르지만, 자유가 억압받는 사회에서 그 책무에 따른 희생은 실로 엄청날 수 있다. (노암 촘스키 <지식인의 책무> 중)    
  
[학자적 양심] 나, 안 해!
 

 다큐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팀이 ‘스크루 박’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를 찾아갔다.
▲  다큐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팀이 ‘스크루 박’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를 찾아갔다.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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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의실 문을 잠그기 전에 그와 잠깐 인사를 하긴 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얼마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본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보다 짧았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사과하실 의향이 없냐"는 질문에 노려보기만 했지만, 박 교수는 외마디 소리를 남겼다.     

-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입니다. 
"나, 안 해!" 

그는 손사래 치며 강의실로 들어갔고, 문은 잠겼다. 

당초 시나리오는 이런 게 아니었다. 그는 이날 오후 7시쯤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이대 강의실에서 '나의 환경 인생과 환경 철학'이란 제목의 특별 강연을 앞두고 있었다. 대체 그의 환경 철학이 무엇인지를 듣고 싶었지만, 다큐 제작을 위해 꾹 참았다. 이 강의를 마치면 문을 열고 나와 앞쪽 20m 전방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수실로 가든지, 아니면 차를 타려고 바깥으로 향하는 복도를 통과할 것이다. 

그를 쫓아가면서 서너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오마이TV> 다큐 제작팀 안정호, 안민식 기자는 한 시간 전부터 앞문과 뒷문에서 카메라를 들고 기다렸다. 하지만 안쪽에서 문을 걸어 잠갔고, 그 사이 카메라를 치워달라는 학교 행정실 직원과 10여 분 동안 실랑이를 했다. 낭패였다. 굳게 닫힌 문을 보고 있자니 속이 탔다. 그에게 던지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 4대강 사업 이후 매년 녹조가 끼고 4급수 지표종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4대강에 드글거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4대강 사업으로 4대강을 살렸다고 생각하십니까?   

- 지금도 4대강의 16개 댐을 그대로 두고 배를 띄워 스크루를 돌리면 4대강 녹조를 없앨 수 있다고 보십니까? 

- 학자적 양심을 버리고 곡학아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왜 4대강 사업에 앞장섰습니까? 

[추가 질문] "촛불집회로 대기가 오염된다고요?"
 

 박석순 교수는 촛불집회가 대기오염가 오염된다는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  박석순 교수는 촛불집회가 대기오염가 오염된다는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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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꼭 끼워 넣으려던 질문이 한 가지 더 있었다. 

- 탄핵 촛불이 한창 타오르던 2016년 12월에 교수님 페이스북에 '촛불집회로 대기가 오염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실제 촛불보다 핸드폰 액정 화면이나 건전지를 넣은 촛불 등을 켠다는 사실을 몰랐습니까? 

4대강 사업에 부역할 때도 그러했지만, 이쯤 되면 그는 환경공학자가 아니라 '정치공학자'라고 의심해볼 만하다. 자기 말이 4대강을 망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1700만 촛불 시민들을 환경파괴자로 모는 듯한 발언에 대한 해명을 듣고 싶었다. 

그렇다고 이날 다큐 제작팀이 무작정 강의실로 쳐들어간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어서였다. 그를 찾아가기 전에 <오마이TV> 4대강 다큐 제작팀이 전화를 걸었다.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밝히자마자 그는 다음과 같이 한 마디하고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통화 안 하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이게 1차 시도였다. 2차 시도는 문을 걸어 잠그기 전날에 강의가 예정됐던 다른 강의실 밖에서 2시간 동안 기다렸다. 강의를 마칠 시간이 끝났는데도 나오지 않아서 문을 열었더니 잠겨있었다. 강의 시간을 잘못 알았거나, 결강이었다. 그래서 이날 짧은 만남이 더 아쉬웠다. 

4대강 다큐팀의 차를 타고 컴컴한 교정 문을 빠져나왔다. 차 안에서 10년 전, 그와의 마지막 만남을 떠올렸다. 

[10년 전] "저는 스크루 박이 아닙니다"
 

 '낙동강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와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 등이 26일 오전 4대강사업 준설작업 이후 모래가 재퇴적된 낙동강 구미보 하류 감천 합수부에서 '곡학아세 4대강 일등공신들 - 인하대교수 심명필, 이화여대교수 박석순, 경원대교수 차윤정, 위스콘신대교수 박재광 행복하십니까?'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낙동강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와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 등이 26일 오전 4대강사업 준설작업 이후 모래가 재퇴적된 낙동강 구미보 하류 감천 합수부에서 '곡학아세 4대강 일등공신들 - 인하대교수 심명필, 이화여대교수 박석순, 경원대교수 차윤정, 위스콘신대교수 박재광 행복하십니까?'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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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님, 전 스크루 박이 아닙니다. 원조가 아니라니까요. 내가 말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했어요."

2007년 10월 한반도대운하 토론회 자리였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제1공약' 한반도대운하가 4대강을 살리고 경제도 살린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그에게 다가가 인사했더니, 대뜸 얼굴부터 붉혔다. 내가 그를 주시하듯, 그도 나를 보고 있었다. 이전에 쓴 내 기사에서 자기를 '스크루 박'이라고 표현한 것에 항의한 것이다. 

- 교수님이 '배를 띄워 스크루를 돌리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말씀하신 건 사실이잖아요. 
"내가 원조는 아니라니까요. 다른 사람이 먼저 말했어요."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길게 끌어봤자, 무의미한 토론이었다. '스크루 박'이라는 낙인이 싫었던 것이다. 그와 그렇게 헤어졌고, 나는 그 뒤에도 '스크루 박'이라는 표현을 고집했다. 설령 그가 원조는 아니더라도, 기상천외한 '4대강 스크루 정화 이론' 확산에 기여한 공이 크기 때문이다. 4대강 공사를 위해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을 뒤집은 환경공학자로 표현하고 싶었다. 

[운하 전도사] 그의 낯 뜨거운 변신
 

 지난 2012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으로 가뭄피해를 막았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한국에서는 ‘104년 만에 가뭄’으로 극심한 가뭄피해를 겪고 있었다.
▲  지난 2012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으로 가뭄피해를 막았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한국에서는 ‘104년 만에 가뭄’으로 극심한 가뭄피해를 겪고 있었다.
ⓒ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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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찾아간 이유는 더 있다. 2006년 10월 24일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독일 운하 중에 제일 높은 해발 406m에 있는 뉘른베르크의 힐폴슈타인 갑문에 올라가 '제1공약' 경부운하(한반도대운하)를 선언했다. 우리 언론들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운하 갑문이 보이는 난간에 기대있는 유력 대통령 후보 이명박 씨의 사진과 함께 아래와 같은 발언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여기에 와보니 경부운하가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석순 교수도 2007년 독일 운하를 다녀온 뒤에 말을 바꿨다. 전에는 "인공적으로 한강과 낙동강을 이으면 생태계 교란이 생길 수 있다"(2006년 11월 8일자 동아일보)고 밝혔으나, 독일 운하를 다녀온 뒤에는 과거 자기와 비슷한 주장을 하던 운하 반대론자들을 향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의 낯 뜨거운 '대운하 찬가'는 이게 시작이었다. 그해 11월에 국회환경노동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해 "운하는 도로와 댐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고 하천 수량 증대와 하상 준설로 수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듬해 1월에 YTN과의 인터뷰에서도 "하천에 물이 없어서 수질이 나쁘기 때문에 물을 채움으로써 하천 생태계도 살리고 굉장히 수질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토론회에 나가서 '운하 전도사'를 자처했다. 

2008년 6월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우병 촛불'에 놀라서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운하 포기선언을 했다. 그 때에도 박 교수의 삐뚤어진 입은 멈추지 않았다. 다음날인 20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운하에) 배 5000톤급을 띄우기 위해 하천을 너무 깊이 파게 되고 교량도 많이 개축을 해야 하니까 그런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데, 외국과 같이 배를 1500톤급 정도로 축소하면 반대여론이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CBS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대운하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이름만 바꿔서 추진할 때에도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 곁에 바짝 붙어 있었다. 최근 '4대강 백서' 작업을 하는 이철재 에코큐레이터(전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는 이렇게 말했다.    

"박 교수는 학계의 4대강 전도사를 자처했다. 그는 <4대강, 이젠 성장엔진으로 이어가자>(2012. 3. 23 세계일보 기고), <4대강 사업으로 수질 개선됐다>(2012. 8. 9. 동아일보 기고), <녹조와 4대강 사업은 무관하다>(2012. 8. 14 문화일보 기고)>, <'4대강' 폄훼는 근거 없는 선동>(2012. 11. 1 문화일보 기고)등을 통해 맹신에 가까운 4대강 찬동 입장을 밝혔다."(관련기사: '4대강 이렇게 만든 전문가, 이들입니다' 기사 중)

[4차 시도] 부역자에서 도망자로



<오마이TV> 4대강 다큐 제작팀은 그를 인터뷰하려고 4번째 시도를 했다. 2017년 12월 18일, 이번에는 서울 인사동에 있는 <정규재TV> 건물 아래층 카페에서다. 정규재 씨는 탄핵 촛불이 한창일 때 박근혜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명만 들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교수는 이 방송에 매주 출연해 '진짜 환경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에 폭설이 쏟아졌고, 카페는 추웠다. <오마이TV> 안정호, 안민식 기자는 이날 오전 8시부터 다른 부역자를 찾아 나서야 하는 오후 5시까지 주차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를 기다렸다. 점심도 먹지 못했다. 그는 오지 않았다. 

다음날인 19일에도 오전 8시부터 그를 기다렸다. 오후 4시가 데드라인이었다. 또 다른 4대강 부역자를 찾아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철수하려는데 두 기자가 의미심장한 눈짓을 했다. '스크루 박'은 오후 4시2분경에 나타났다.

그는 방송 녹화를 마치고 오후 5시경 건물 로비에 등장했다. 현관 앞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그날은 왜 문을 닫으셨어요."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1초 동안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허겁지겁 뛰기 시작했다. 나도 마이크를 들고 뛰었다. 지하 주차장까지 뒤쫓으면서 질문을 던졌다. 

"아직도 4대강 사업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배를 띄워 스크루를 돌리면 죽은 4대강이 되살아날 것으로 보시나요? 한 말씀만이라도 해주세요."

'스크루 박'은 이날도 침묵했다. 차에 탄 뒤에 주차장을 빠져나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참담했다. 그가 한때나마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을 지냈다는 게 부끄러웠다. 

2017년 12월 18일 저녁 <오마이TV> 다큐 제작팀은 또 다른 부역자를 만났다.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이었다. 그도 '스크루 박'처럼 4대강 부역자 'S급'이다. 그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 행사장문을 닫고 들어가면서 말했다. 

"(4대강 사업한 것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성공21 서울협의회 주최로 2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하나님사랑 나라사랑 자연사랑 기도회'에 참석해 4대강 정비 사업 친환경적 추진 방안에 대해 특강하고 있다.
▲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성공21 서울협의회 주최로 2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하나님사랑 나라사랑 자연사랑 기도회'에 참석해 4대강 정비 사업 친환경적 추진 방안에 대해 특강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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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TV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4대강 부역자들의 민낯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습니다.'이명박근혜 정권'으로부터 4대강을 해방시키려고 노력해온 '4대강 독립군'들도 <오마이뉴스>가 만드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자 조력자입니다. MB와 부역자들에 저항하면서 10년의 삶을 희생해온 독립군들의 어깨를 한번 두드려주세요. 오늘도 찬바람을 맞으며 죽어가는 강과 함께 아파하는 진실 고발자들을 응원해주세요. 다큐 제작물의 엔딩 크레딧에 4대강 독립군과 함께한 후원자들의 이름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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