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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 평창올림픽 기간 군사훈련 않기로

트럼프-문재인 전화통화, 트럼프 남북대화 지지 밝혀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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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4  23: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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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밤 10시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밤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분간 전화 통화를 갖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에 관한 양국간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며 “양국 정상은 평창 올림픽 기간중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양국군이 올림픽의 안전 보장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문대통령이 "북한이 더이상 도발하지 않을경우에 올림픽 기간  동안에 한미연합훈련을 연기 할 뜻을 밝혀주면 평창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되고 흥행에 성공하는데 큰 도움이 될것이라 믿는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이 나를 나를 대신해 그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 올림픽 기간 동안에 군사 훈련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해도 되겠다"고 화답한 것.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은 올림픽 기간에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나는 미국 측에 그런 제안을 했고, 미국 측에서도 지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17일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수용의사를 밝힌 셈이다. 

윤영찬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며 우리는 남북 대화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대화로 이어지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대화 성사를 평가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면서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달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기간에 가족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재확인하고 “내가 한국 국회에서 연설한 것에 대해 굉장히 좋은 코멘트를 많이 들었다”고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올림픽 기간중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함으로써 평창 올림픽이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며, 북한 대표단의 참가도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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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북한 평창올림픽 참가를 반대하는 방법

[아침신문 솎아보기] “남북 ‘한반도기’ 들고 입장하면 태극기 사라진다” 맹비난… 세계 “文정부, 조급증 버려야”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2018년 01월 05일 금요일
 

다음은 5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한미, 평창올림픽 기간 훈련 중단 합의”
국민일보 “文 대통령·트럼프, 한미훈련 연기 합의”
동아일보 “文대통령-트럼프 통화 ‘한미훈련 연기’”
서울신문 “한미, 평창올림픽 때 군사훈련 안 한다”
세계일보 “美 ‘한국, 北대표단 평창 체류비 지원 반대’”
조선일보 “시민단체 경력까지 공무원 호봉 반영” 
중앙일보 “한미 정상 ‘평창 기간 연합훈련 없을 것’” 
한겨레 “한미 정상 ‘평창올림픽 기간 연합군사훈련 않겠다’”
한국일보 “갈등·짜증 되레 부추기는 ‘삼류 여의도’”
 

5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다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1면에 주요 기사로 배치했다.  

4일 문 대통령은 “북한이 더 이상 도발하지 않을 경우 올림픽 기간 동안에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할 뜻을 밝혀주면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고 흥행에 성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날 대신해 그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며 “올림픽 기간동안 군사훈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 소식을 전하며 경향신문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후 한미 정상이 처음으로 가진 이번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훈련 연기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하며 남북 당국간 회담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일보 “문재인 정부 조급증 버려야”  

 

반면 세계일보는 1면 톱기사 제목을 “美 ‘한국, 北대표단 평창 체류비 지원 반대’”로 뽑았다. 군사연합훈련 연기에 대해 합의한 것 보다는 미국과 한국 간 의견 차이를 강조한 제목이다. 세계일보는 “트럼프 미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등의 체류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정신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3일(현지시간) “한국은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당시 500만 달러(약 53억 3500만원)가량을 북한에 지원한 전례가 있다”며 “평창올림픽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이 신문은 전했다.

▲ 5일자 세계일보 사설
▲ 5일자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 “美, 北선수단 지원반대…정부, 남북관계 조급증 버릴 때다”에서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훈련 연기 결정은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양국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안보 수호를 위한 훈련을 놓고 이견이 드러나면 한미동맹의 이상징후로 비칠 것은 뻔한 일”이라며 “그런 만큼 훈련 연기는 이번 올림픽에 국한된 것이어야 하고 훈련 축소·조정 등 잘못된 신호로 확대해석되지 않도록 양국이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 정부가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선수·응원단의 체류 비용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건 우려스럽다”며 “양국이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빈틈없이 이견 조율을 해야 불협화음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사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세계일보는 “북의 올림픽 참가에 목매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이런 민감한 사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북을 데려올 수 있다면 정부 예산으로 체류비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게 여권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북측이 올림픽에 참가하면 크루즈를 숙소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는 “북한 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에 몰두하는 한국과 (미국은) 거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선수단 체류비 문제를 놓고 갈등이 생기면 틈이 더 벌어질 수 있다”며 “먼저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조급증에서 벗어나는 게 순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북한은 폭력 범죄 집단” 

조선일보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 다른 이슈로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조선은 사설 “대한민국 개최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태극기가 없다면”에서 “종전처럼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같이 입장할 수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개회식 공동입장이 합의 되면 우리 땅에서 우리가 개최하는 올림픽에 태극기가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5일자 조선일보 사설
▲ 5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관련 남북 실무 회담은 주로 남북 단일팀 구성, 개폐회식 공동입장, 북한 응원단 참석을 논의할 예정이다. 단일팀은 북한 선수가 적고 시간이 촉박해 여자 아이스하키와 피겨스케이팅 정도를 제외하면 쉽지 않겠지만 남북 공동 입장 가능성은 크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까지 9차례 남북은 공동입장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역대 동·하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개최국 국기가 등장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우리는 두 번 뼈아픈 실패 끝에 세 번 만에 이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며 “그런데 가장 중요한 올림픽 개회식에 태극기가 없다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고 비난했다.  

부도덕한 북한이 올림픽 현장에서 태극기를 없앤 주범이라는 논리로 이어졌다. 이 신문은 “우리 올림픽을 돕기는커녕 KAL 여객기 폭파 테러로 방해하던 북한 집단이 이번에는 핵폭탄과 장거리미사일을 들고 대한민국과 세계의 축제에 한 발을 걸치면서 태극기를 없앤다면 이를 납득할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도발을 멈추고 핵 폐기에 응한다면 태극기가 사라지는 사태도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기를 같이 들었던 2000~2007년 중 북은 도발을 멈춘 적이 없다”며 “북 집단에는 핵무장과 대한민국 제압이 절대 불변 목표이고 나머지는 모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만 전략과 전술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은 전 세계에서 범죄 폭력 집단으로 낙인찍혀 있다”며 “그런데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태극기가 아니라 한반도기가 등장한다면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을 어떤 눈으로 보겠나. 벌써 국내 좌파 세력은 ‘한미 훈련을 줄이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아베 총리, 평창 안 올 조짐” 

문 대통령이 4일 위안부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불러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사과한 것과 관련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명심할 점은 초청된 할머니와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 외에 다른 피해자들의 생각도 고루 살펴야 한다는 사실”이라며 “2년 전 위안부 합의 이행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측에 따르면 당시 생존 피해자 47명 중 36명이 보상금 성격의 돈을 받았다. 돈을 수령한다는 게 꼭 합의에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의 뜻도 다시 물어야 전체 의견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 5일자 중앙일보 1면 사진기사
▲ 5일자 중앙일보 1면 사진기사

 

중앙일보는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 핵심 이슈 중 하나임엔 틀림없다”면서도 “하지만 미래 지향적 양국 관계 개선도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한일관계 악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장 아베 신조 총리가 평창에 안 올 조짐이고 일본 관광객도 크게 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거나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하면 한일 관계는 끝없는 나락에 떨어질 게 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를 막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앙은 “향후 정부의 대응은 국내 정서에 좌우되기 보다 양국 정부 차원에서 맺은 외교협상의 무게도 감안해야 한다”며 “일본도 위안부 합의 논란으로 양국 관계가 회복 불능에 빠지는 걸 원하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도 사설을 통해 “비공개 내용이 문제가 됐지만 12·28 합의 내용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여론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는 지난 정부에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며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피해자와 일본 정부를 모두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더 이상 합의 정신을 무시한 채 합의문을 제 멋대로 해석하고, 아픈 상처를 들쑤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어렵겠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조금씩 신뢰를 쌓는다면 과거사는 얼마든 극복할 수 있다”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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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열쇠공 대신 소방관이 출동하는 나라

소방관이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은 맞지만, 잡부는 아닙니다
 
임병도 | 2018-01-05 09:17:2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장비를 사용해 문 강제개방 훈련을 하는 소방관들 ⓒ중랑소방서

 

90년대 미국에 거주할 때 소방관이 집으로 출동한 적이 있습니다. 곰국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그냥 외출했는데, 타는 냄새와 연기 때문에 소방차가 온 것입니다. 집에 돌아왔더니 현관문이 박살이 나 있어서 처음에는 도둑이 들었는지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위해 문을 강제로 개방했답니다.

소방관도 처음에는 아파트 매니저의 비상키로 문을 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민이 안에 사람이 있다는 엉뚱한 제보를 해서, 매니저를 기다리지 않고 강제로 문을 뜯고 내부로 진입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부서진 현관문 등의 수리 비용으로 500불을 청구했습니다. “화재도 아니고 연기가 났을 뿐이다. 매니저가 있었다면 문이 파손되지 않았다”라고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소방서에도 문의했지만, 소방관은 급박한 상황에서 사람이 있다고 의심되면 강제로 문을 개방하고 신속히 진입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가난한 유학생 입장에서는 거금이었던 500불을 물어냈지만, 소송은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화재는 아니었지만, 상식적으로 소방관들의 주장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 따는 법을 배우는 소방관들’

 

▲열쇠전문가를 초빙해 ‘시건개방'(문 여는 법) 교육을 받는 소방관들 ⓒ동작소방서

 

한국의 소방관들은 가끔 열쇠전문가를 초빙해 문을 개방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문을 파손하지 않고 열쇠공처럼 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화재 진압이나 구조 요청 등에 의한 출동에서 문을 강제로 개방해도 손해 배상을 하지 않습니다. 긴급한 상황을 고려해 소방관에게 배상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소방관이 문을 강제로 개방하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소방관이 문을 파손했으니 배상하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제기됩니다. 간혹 소방관들이 돈을 모아 배상하기도 합니다.

한국 소방관들은 구조 요청에 의한 출동이라도 문을 파손하지 않기 위해 문 따는 법을 배워야 하는 셈입니다.


‘평균 4천 건이 넘는 문 개방 출동 ’

 

▲최근 3년간 안전사고 대응활동 현황. 잠금장치 개방이 4만8천건으로 가장 많다. ⓒ서울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발간한 ‘재난 및 안전사고 분석.전망’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년간 ‘잠금장치 개방 관련 출동’은 총 48,255건으로 전체 안전사고 대응활동의 70%에 달합니다.

잠긴 문을 열어 달라는 119신고는 유형도 다양합니다. “어머니와 연락이 되질 않아요. 어머니집 출입문 좀 열어주세요”라는 자녀들의 요청은 그나마 낫습니다. 술을 마시고 귀가했는데 아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도어록이 고장 났다고 출동해달라는 신고 전화가 끊임없이 접수됩니다.

열쇠공을 불러 문을 열면 보통 5만원에서 10만원까지 비용이 듭니다. 이 비용을 아끼려고 119에 전화를 하고, 소방관이 출동하고 있습니다.


‘빨리 출동하라고 아우성, 문 강제 개방은 절대 반대’

 

▲아이가 장난으로 출입문 잠금장치를 눌러 문을 열 수 없자, 소방관이 출동해 윗집에서 로프로 진입하는 모습 ⓒ동작소방서

 

소방관이 ‘문이 잠긴 집안에 어르신이 있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갇혀 있다’라는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하면 ‘왜 이리 늦게 오느냐, 빨리 구조해달라’는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급해서 동력절단기나 문 개방장치로 현관문을 파괴해서 진입한다고 하면 대부분 반대를 합니다. 위급한 상황인데도 현관문 파손은 안 된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결국, 소방관은 옥상이나 위층에 올라가 로프를 설치해 창문 등을 통해 진입합니다. 더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지만, 손해 보기 싫다는 이기심 때문에 목숨을 내걸고 구조 작업을 펼칩니다.

난방, 전열기기 사용 증가로 겨울철은 화재 위험이 높습니다. 당연히 소방관의 출동 횟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화재를 진압해야 할 소방관이 문 개방 출동에 시간과 인력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소방관이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은 맞지만, 그들이 열쇠공을 대신하는 잡부는 아닙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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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수단이 평창행 KTX 타는 걸 상상한다

[기고] 차가운 철이 남북 연결의 평화 도구로 쓰인다면?
 
 
끊겼던 남북직통 전화가 연결됐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도 순간 적으로 빛이 보일 때가 있다. 어둠을 걷어 내려면 이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한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악화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적 옵션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강대강 대치 국면을 가속화 시켰다. 남북, 북미 긴장을 빌미로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는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모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상생과 발전을 위협하는 일이다. 상대를 악마화 함으로서 존재 근거를 찾았던 일부 정치인과 수구 언론들은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행태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도 한국사회에는 북한과의 대화나 지원에 대해 무조건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절멸시켜야할 악마가 아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하고 소통해서 한반도의 평화적 미래를 열어야할 동반자이다. 이런 현실에서 먼저 손을 내밀고 도움을 주어야 할 주체는 남한이다. 독일이 보여줬던 통일의 역사처럼 교류와 협력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두고 총구를 겨눈 적이었지만 서독은 포기하지 않고 동독과 손을 잡으려 했다. 이 같은 노력에 대해 동독을 추종한다거나 이적행위라고 몰아붙이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정파나 기득권을 누리려는 언론은 없었다. 설혹 그런 기미가 보일지라도 서독 사회에서 도태됐다. 파시즘과 끔찍한 전쟁을 겪은 땅에서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였고 약속의 결과였다.  
 
단절은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창구를 봉쇄한다. 소통이 중단되면 오해를 부르고 오해는 억측으로 나아간다. 지금 같이 남북, 북미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사소한 충돌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발전할 수 있다. 남과 북은 지금까지 쌓아온 거의 모든 것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이런 상황에서 평창 올림픽을 매개로한 남북의 소통은 지금까지 파행을 보였던 남북관계의 방향을 틀 수 있는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기회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에 먼저 손을 내밀고 이에 북이 화답했다. 끊어졌던 남북직통전화가 연결되는 것은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전환점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는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신북방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절대적 조건이다. 북방정책은 결국 대륙으로의 연결이다. 한국이 짊어졌던 역사적 딜레마인 대륙이지만 대륙에 속하지 못했던 ‘섬’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첫걸음이다. 
 
그렇다면 남북의 소통과 대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바로 철도의 연결이다. 이미 남과 북은 문산과 개성을 잇는 철도를 운행한 경험이 있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개성을 출발해 문산을 거쳐 서울역에서 평창행 KTX를 탈 수 있다면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보다 더 상징적인 장면이 어디 있을 것인가? 북한 선수단의 개성 역 출발은 또 다른 의미도 부여 할 수 있다. 개성은 남과 북이 협력해 조성한 공단이 있다. 박근혜 정권의 막무가내식 공단 폐쇄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었고 남한 중소기업인들은 사지로 내몰렸었다.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개성과 문산의 철도 운행을 원래대로 정례화 하고 개성공단 복원 사업을 추진한다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철도와 같은 멋진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마당에 이를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옛 경평축구대회의 부활을 기치로 서울과 평양에서 정기적으로 축구 교류전을 열수도 있다. 남북 선수단과 응원단이 열차 안에서 용광로처럼 섞일 수 있다. 북한 철도의 개선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의 새장을 열 수도 있다. 서울에서 아침을 먹고 평양에서 점심을 신의주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다. 국제역이 된 서울역 국제선 창구에서 베이징, 모스크바, 런던행 열차표를 끊을 수 있다는 꿈을 보여주는 것이 신북방정책의 종착역이 아닌가?
 
차가운 철이 남과 북을 뜨겁게 연결하는 평화의 도구로 쓰인다면 갈등과 대결로 얼룩진 21세기 지구촌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식민지와 수탈,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과거를 딛고 새롭게 미래로 나아가는 세계사적 대 전환이 한반도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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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았다면 할복하겠다”는 최경환 한국당 의원 구속

[아침신문 솎아보기] 23개월 만에 복원된 ‘판문점 연락 채널’…‘남북 해빙 분위기’ 불편한 기색 내비친 조선·동아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2018년 01월 04일 목요일

자유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의원이 4일 새벽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3일 최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뒤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역 국회의원이 구속되는 첫 사례다.

최경환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 의원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시절인 2014년 국정원에서 특수활동비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의원이 정부서울청사 경제부총리 집무실에서 당시 이병기 국정원장의 지시를 받은 이헌수 기조실장한테 돈을 받았다고 파악하고 있다. 국정원이 특수활동비 등 국정원 예산을 편성할 때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로 돈을 건넸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최 의원은 지난해 이런 혐의가 불거졌을 때 “만약 사실이라면 동대구역 앞에서 할복하겠다”고 말하는 등 범죄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 4일 한겨레 1면.
▲ 4일 한겨레 1면.
함께 구속된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을 지내며 지역 정치권 인사 등에게 불법정치자금을 비롯해 뇌물을 받는 등 모두 20여명으로부터 10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일부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대가성이 없거나 보좌관이 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한겨레는 1면에서 “이 의원의 경우 받은 돈의 일부가 이른바 새누리당의 ‘공천헌금’일 가능성이 크고, 이 돈이 친박계 중진의원 등에게 흘러간 정황이 있어 향후 정치권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23개월 만에 복원된 ‘판문점 연락 채널’…조선일보 ‘김정은이 한반도 운전대 잡았다’

남북 간 대화가 23개월 만에 재개됐다. 북한이 3일 판문점 연락채널 가동에 응한 것이다. 정부가 고위급 당국회담을 제안한 지 하루 만에 남북 간 소통의 창구가 열렸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북한이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끊은 지 23개월 만이다.  

중앙일보를 제외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은 일제히 남북 간 대화가 시작된 것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다음은 4일 아침 발행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남북 말의 통로 다시 열렸다” 
국민일보 “‘판문점 채널’ 다시 열리다” 
동아일보 “南에 전화걸어온 北, 견제구 날린 美” 
서울신문 “시작된 해빙…23개월 만에 남북 통화” 
세계일보 “남북 판문점 채널 다시 열렸다” 
조선일보 “판문점 채널 연 北… ‘평창 성공’ 또 언급” 
중앙일보 “연 47조 ‘차이나 중독’ … 아세안·인도가 출구” 
한겨레 “남북 핫라인 복원…평창 고위급회담 임박” 
한국일보 “‘○○○입니다’ 23개월 만에 북한서 온 전화“ 

 

3일 통일부는 “오늘 오후 3시 30분부터 약 20분간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통신선 점검 등 남북 간 상호 접촉을 진행했다”며 “북측이 먼저 전화를 걸어 왔고 통신선 이상 유무에 대한 기술적 점검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 4일 한국일보 1면.
▲ 4일 한국일보 1면.
통화에 앞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 올림픽 대표단 파견 문제를 포함하여 해당 개최와 관련한 문제들을 남측과 제때에 연계하도록 3일 15시(한국 시간 오후 3시 30분)부터 북남 사이에 판문점 연락 통로를 개통할 데 대한 지시를 주셨다”며 “우리는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에서 남조선 측과 긴밀한 연계를 취하고, 우리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리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신년사에 환영의 뜻을 표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하시면서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며 “(김 위원장은) 일정에 오른 북남 관계 개선 문제가 앞으로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해결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북남 당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책임적으로 다루어 나가는가 하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하셨다”고 전했다.  

23개월 만에 뚫린 북한과의 연락망에 정부도 반가움을 표시했다. 윤영찬 청와대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남북) 연락망 복원의 의미가 크다. 상시 대화가 가능한 구조로 가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한반도의 평화를 알리는 나팔이 될 것이다. 얼음을 뚫고 길을 내는 쇄빙선처럼 위기를 뚫고 평화로 가는 길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 측은 이날 통화에서 남측이 제의한 고위급 회담에 응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 4일 경향신문 1면.
▲ 4일 경향신문 1면.
조간들은 조만간 남북 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한국일보는 1면에서 “통상 남측에 책임을 떠넘기던 것과 달리 ‘북남 당국이 책임적으로 다루어 가는가에 달렸다’고 밝히며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내비친 것은 이전과는 다른 진전된 모습”이라며 “무엇보다 북한이 1일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2일 우리 측이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자 다시 북한이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을 개통하며 즉각 화답하는 등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속도감 있게 조성되는 점은 긍정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한겨레 역시 1면에서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며 “남북대화 국면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 역시 1면에서 “남북이 연락채널을 재가동하면서 회담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문들은 남북 간 대화 물꼬가 트인 소식과 함께 미국 측의 반응을 주요하게 다뤘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1면에 북한과의 전화통화 소식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 기사를 배치했다.

 

▲ 4일 경향신문 1면.
▲ 4일 경향신문 1면.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이 대화 재개에 착수하는 데 대해 직접적인 평가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에 “로켓맨(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금 한국과의 대화를 처음으로 원한다”며 “아마 이것이 좋은 소식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와 다른 압박들이 북한에 큰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위험하게 도망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서는 강경 자세를 취했다. 김 위원장이 남측에 유화 제스처를 보이면서도 ‘핵 단추가 내 책상에 놓여 있다’고 위협한 것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핵 버튼이 있다. 그 보다 더 크고 강력하다. 내 버튼은 작동한다”고 반격했다. 대북 제재와 압박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주요 조간들 사설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경향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사설을 통해 북한이 판문점 연락채널을 재가동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고 긍정 평가했다.  

 

▲ 4일 조선일보 사설.
▲ 4일 조선일보 사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김정은이 ‘핵 단추’로 미국을 위협하고, ‘평창 참가’로 남쪽을 향해 추파를 던진 의도는 누구의 눈에도 뻔하다”며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말대로 대북 제재 국가를 각개 격파 식으로 하나씩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에서 “북한이 새해 들어 대화국면으로 전환한 것은 김정은의 공언대로 ‘핵 무력’이 어느 정도 완성된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숨쉬기가 힘들어졌다는 뜻”이라며 “대북 압박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이때 얼마 전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개성공단 폐쇄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내놓아 미국의 반발을 산 것 같은 우를 다시 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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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남북관계 어깃장은 제 발등 찍기될 것

미국의 남북관계 어깃장은 제 발등 찍기될 것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1/04 [04:2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라며 평창동계올림픽에 적극 참여의사를 공개 표명하였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을 받고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의 재개통을 발표하면서 북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실무준비를 위한 회담을 전격 제안하였다.

청와대는 적극 환영의 입장을 밝혔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남북고위급 회담 준비에 들어갈 것을 각 부처에 지시하였다. 

 

회담에서는 일단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논의가 진행되겠지만 발전한다면 남북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된 문제까지도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이어 연내 남북정상회담 성사가 가능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발전할 여지도 없지 않다.

 

미국의 초강경 대북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과연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도 적지 않다. 

물론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어지간한 배짱이 없다면 이런 남북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다. 

 

▲ 미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자주시보

 

▲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은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자주시보

 

그런데 그 미국이 이제는 함부로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을 막을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북의 추가적인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막을 유일한 길은 북에 대한 핵공격위협을 가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약속을 해주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말이 아닌 주한미군철수와 같은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 신년사에서 지난해 시험발사에 성공한 수소탄 장착용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실전배치를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의 지하 핵기지에는 미사일 장착용 신형 수소탄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을 것이며 그것을 미국 본토까지 운발할 화성-14형,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줄줄이 대차에 실려 지하 동굴기지에 늘어서고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화성-15형보다 더 위력적인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도 다그쳐가고 있을 것이다. 이미 북은 지난해 4.15열병식에서 발사관에 담긴 신형 고체연료대륙간탄도미사일 두 종류를 공개하였다. 중국, 러시아에 최강 전략무기로 꼽고 있는 미사일들과 형태나 크기가 비슷했다.

 

▲ <사진 10> 이 사진은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 경축 열병행진에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관을 탑재하고 등장한 7축14륜 자행발사대차를 촬영한 것이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2017년 4.15열병식 맨 마지막에 등장한 고체연료로켓으로 냉발사체계(콜드런칭체계)를 갖춘 8축 16륜 차량 탑재 탄도 미사일, 미 전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자주시보

 

이런 미사일 발사만이라도 막으려면 미국은 당장 북과 전쟁을 하거나 대화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너무 없다. 미국 CIA에서도 3월이면 북이 완벽한 소수탄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직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측이 2월과 3월에 진행해오던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훈련을 연기할 뜻을 이미 표명하였고 미국과 그에 관해 조율중이라고 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한국 정부가 원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즉각 공개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이것은 전쟁으로 북의 핵미사일 완성을 막는 일을 포기했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대화밖에 남지 않게 된다. 주한미군철수와 같은 일을 하는데 있어 미국이 거론하기 가장 좋은 명분은 한국정부과 국민이 철수를 바란다는 것이다. 지금도 미국의 대통령과 일부 간부들은 한국이 주둔비용을 더 분담하지 않으려 한다는 둥, 일방적으로 북과 관계를 개선하려고 한다는 둥 하면서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말은 은근히 종종 흘리고 있다.

어쨌든 미국이 북미대화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풀려나가는 것이 미국에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 강경화 외무장관이 틸러슨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이번 남북고위급회담 진행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두 여성 대변인들은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틸러슨 국무장관은 달랐다. 3일 강경화 외무장관이 틸러슨 국무장관과 북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전화통화를 가졌는데 한미공조가 중요하다는 점만 강조했을 뿐 너무 앞서 나가지 말라는 식의 특별한 이견을 말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일단 남북대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자주시보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칭하며 '그가 처음으로 한국과 대화를 시작했다'며 '지켜보자'고 했다. '로켓맨'이라는 말이 중국에서는 그리 부정적인 말은 아니라는 점은 본지 중국시민이 이미 지적한 바 있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5720)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흥미있는 호징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관계개선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겠다고 한 것은 일단 부정적으로 볼 상황은 아니다.

막으려는 뜻이 있다면 그 성격상 바로 '턱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햄거버를 함께 먹으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후보시절부터 종종 언급한 바 있다. 

 

▲ 니키 헤일리 대사     © 자주시보

 

이런 상황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이 1주일 안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도발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만약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에 더 많은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라고 경고하였다.

 

정말 뜬금없다. 

아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예상을 깨는 파격을 많이 보여주었다고 해도 1달밖에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하고 긴급히 실무회담을 하자고 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미사일을 쏠 리는 없다.

당연히 일어나지 않을 일을 일어날 것처럼 말한 후 마치 미국의 경고 때문에 북이 미사일 발사를 자제했다고 우기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결국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서 북이 미사일 발사도 포기하고 남북대화, 북미대화에 나왔다는 명분을 얻자는 것이 아니겠나 싶다.

실제 미국뿐만 아니라 남녘의 많은 제도권 친미 국제정세전문가들이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탈출구를 찾기 위해 북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는 정반대라는 것이 본지의 진단이다.

지난해 북이 보여준 어마무시한 핵무장력을 보고 미국은 더는 전략적 인내로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전쟁과 대화 둘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전쟁을 접고 북과 대화를 모색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한 분석이라고 본다. 

 

정세를 정확히 볼 줄 알아야 우리 정부가 어떤 자세로 남북관계를 끌고 가야 할지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2017년 김정은 조선 로동당 위원장이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하고 백두산에 올라 최후승리를 앞당겨낼 의지를 밝혔다.

 

북이 경제적 어려움 극복을 위한 탈출구나 찾으려고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고 판단하고 무슨 당근책을 가지고 북과 밀고당기기를 해보려다가는 남북대화마저 초장부터 완전히 어그러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그런 북과 밀고당기기용으로 남북관계를 이용하려한다면 결국 도끼로 제 발등을 내리찍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은 인정사정볼 것 없이 바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심험발사뿐만 아니라 미국 앞바다를 수소탄 시험으로 뒤집어 엎어놓을 것이며 지난해 북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두 번이나 씽씽 넘어갔듯이 미 본토를 가로질러 넘어가는 불꽃쑈를 미국 시민들에게 생생히 보여줄 것이다.

 

필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뭘 하겠다고 했다가 그만 둔 경우를 지난해 처음 보았다. 바로 괌포위타격이다. 하려고 했으면 얼마든지 했을 것이다. 이미 일본 열도를 넘어서는 미사일 두 발을 보여주었다. 그 중 한 발은 괌까지 가는 사거리 미사일이었다. 괌 타격 능력을 명백히 보여주면서도 참았던 것은 미국에게 마지막으로 대화로 해결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미국도 그 뜻을 이해했음이 분명하다. 그랬기 때문에 미국이 무서워서 못 쏜 것이라고 북을 공격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 괌 포위 타격 안 한 것을 가지고 북을 비꼬거나 폄하는 발표를 본 적이 없다. 언론 보도도 없었다. 어쩌면 고마워했을 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참모들의 예리한 판단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일단 12명 여종원과 김련희 씨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갈 결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미국도 이제 더는 시간도 기회도 없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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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총새우의 충격파 비밀병기는 어떻게 진화했나

조홍섭 2018. 01. 04
조회수 345 추천수 0
 
초고속 집게발로 ‘버블 제트’ 충격파 일으켜
에너지 비축 돌기 등 간단한 형태변화가 비결 
 
s1.jpg» 기형적으로 큰 한쪽 발로 충격파를 일으켜 사냥과 소통을 하는 딱총새우의 일종. 이런 극적인 진화가 사소한 형태변화의 결과로 일어났음이 밝혀졌다. 카지 외(2017)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바닥에 모래나 펄이 깔린 얕은 바다 밑에 손가락만 한 딱총새우가 산다. 한쪽만 불균형하게 큰 집게발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딱총’이란 이름은 이 동물의 놀라운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참고로 영어 이름은 ‘권총 새우’이다).
 
딱총새우는 집게발이 먹이에 닿기도 전에 엄청난 압력의 충격파로 죽이는 비밀병기를 갖고 있다. 그 비밀은 시속 100㎞의 빠른 속도로 닫히는 집게의 속도에 있다. 새우가 일으키는 충격파는 이렇게 생긴다.
 
집게발이 급격하게 닫히는 순간 위·아래 집게의 형태로 인해 제트 물줄기가 뿜어 나오는데, 속도가 빠르면 압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집게발 앞쪽에 저압 부위가 생기면서 여기에 거품이 형성된다. 거품은 물줄기를 따라 앞으로 실려 나가는데, 주변 압력이 갑자기 높아져 내부로 붕괴한다. 큰 거품이 작은 거품으로 붕괴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난다. 이때의 초고압이 충격파를 일으킨다.
 
s2.jpg» 수족관의 딱총새우 일종. 자연계에선 흔히 망둥이와 구멍을 함께 이용하며 공생한다. 오픈 케이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s3.jpg» 바닷속 딱총새우의 일종. 망둥이와 구멍을 함께 쓰며 새우가 구멍을 제공하는 대신 망둥이는 천적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공생을 한다. 스티브 차일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집게발 앞 4㎝ 거리에서 발생하는 폭발 때 온도가 태양표면에 해당하는 4700도까지 오르고 약간의 빛과 함께 218 데시벨의 소리가 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1000분의 1초 이내에 끝나기 때문에 그 영향은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 같은 동물을 죽이는 데 그친다. 딱총새우는 사냥뿐 아니라 서로 소통할 때도 이런 ‘버블 제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가장 시끄러운 생물의 하나로 꼽힌다.
 
그렇다면 애초 물건을 집는 데 쓰려고 진화한 집게가 어떻게 충격파를 발사하는 장치가 됐을까. 토모나리 카지 캐나다 앨버타대 진화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새우 19개 과 114종을 대상으로 마이크로 단층촬영, 고속 비디오, 3디(D) 프린터 등으로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todn.jpg»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딱총새우. 1. 큰손딱총새우, 2. 긴발딱총새우, 3. 홍발딱총새우.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1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딱총새우 집게발 관절 부위의 미묘한 변화가 극적인 기능 차이를 낳았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게다가 이런 혁신은 2개 과의 새우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새우 집게발 관절의 기능 진화를 두 단계로 설명했다. 초보적인 기능은 단순히 위 집게발을 근육의 힘으로 아래 집게발과 맞닿도록 하는 ‘피벗 조인트’이다. 첫 혁신은 관절 부위에 작은 돌기를 만들어 충분한 압력을 가할 때 닫히는 구조인 ‘슬립 조인트’로 바뀐 것이다. 관절의 돌기는 주머니칼 손잡이의 돌기처럼 힘을 모아주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최초의 피벗 조인트에 견줘 집게발이 닫히는 속도가 조금 빨라진 데 그친다.
 
두 번째 혁신은 딱총새우가 이룩한 것으로 ‘슬립 조인트’에서 ‘코킹 슬립 조인트’로 집게발을 닫는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 방식은 집게발을 완전히 뒤로 젖혀 근육의 에너지를 비축한 뒤 다른 근육의 힘으로 닫히도록 한 것인데, ‘버블 제트’를 일으킬 정도로 빠른 속도를 내기 때문에 충격파를 발생시킨다.
 
snapping.jpg» 새우 집게발의 진화 과정. A는 원시적인 집게, B는 돌기를 이용해 힘을 모으는 슬립 조인트 방식, C는 딱총새우에서 보는 코킹 조인트 방식. 집게를 완전히 젖혀 에너지를 비축한 뒤 빠른 속도로 닫는 구조다. 카지 외(2017)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연구자들은 “생물의 극적인 기능 변화를 위해서는 극적인 형태적 변화가 필요한가”라고 물으면서, 이 연구 결과 그런 선입견과 달리 “(새우 집게발) 관절의 미세한 변화만으로도 집게발 기능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aji et al., Parallel Saltational Evolution of Ultrafast Movements in Snapping Shrimp Claws, Current Biology (2017), https://doi.org/10.1016/j.cub.2017.11.04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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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직통전화 복원에 개성공단 입주기업 "힘 난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이제 시간은 우리 편, 재가동 믿는다”

18.01.03 20:09l최종 업데이트 18.01.03 20:09l

 

 북한은 3일 "오늘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6년 7월 19일 촬영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남북직통전화'
▲  북한은 3일 "오늘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6년 7월 19일 촬영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남북직통전화'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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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새해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하고, 남측이 이에 환영한다고 화답하면서 남북관계가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 

남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 2일 "9일 판문점에서 남북 당국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한 다음날,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완전히 끊겼던 남북 간 연락채널을 23개월만에 복구하기로 하면서 남북관계가 화해모드로 급진전하는 모양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3일 오후 3시 30분(북한 시각 오후 3시)부터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판문점 채널 재개통으로 남북 간 연락채널이 복구되는 건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후 23개월만이다. 북한은 2016년 2월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한 다음날인 2월 11일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면서 판문점 연락채널과 군통신선을 모두 차단했다. 

남북관계 화해 진전에 개성공단 재가동 기대도 커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신년사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화답, 그리고 이어진 남측의 남북 고위급 실무회담 제안과 북측이 남북 간 연락채널 복원 등으로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은 현대아산이 2003년 6월에 착공해 2004년 시범단지를 분양했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2차 가동 중단 때까지 1단계 부지(330만m², 약 100만평) 개발을 마친 상태로 기업 124개가 입주해 있었다. 중단 당시 고용된 북한노동자는 5만4000여명 규모였다.

2014년 기준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북한에 지급한 인건비는 약 8840만 달러로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 4억6997만 달러(약 5400억원)의 18.8%를 차지했다. 인건비를 제외한 원자재와 부품은 모두 남쪽에서 가져다 썼다.

이 기간에 남한이 더 경제적 이익을 누렸다. 개성공단이 남한 경제에 미친 계측 자료(한국은행·한국산업단지공단, 2014년)를 보면, 부가가치 생산액은 개성공단 생산액의 5~10배인 2조6000억 원에서 6조 원 규모이고, 생산유발액은 3조2000억 원에서 9조4000억 원 규모로 추산됐다.

개성공단은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남한 정부가 단행한 금강산관광 중지 등, 5.24 조치에도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남북 교류협력 최후의 보루이자 한반도 평화의 안전핀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개성공단이 들어선 지역은 북한군 6사단과 64사단, 62포병 여단 등 남한의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장사정포 핵심부대가 배치된 군사지역이었는데, 개성공단 조성으로 이 군대들이 북쪽으로 15km 이상 후퇴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또, 국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개성공단은 남북은 물론 남·북·중·미·일·러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동북아시아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귀띔조차 없었던 중단, 알고 보니 박근혜 '구두조치' 
 
출경하는 개성공단 차량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직원들이 물품을 싣고 오기 위해 개성으로 출발하고 있다.
▲ 출경하는 개성공단 차량 지난해 2월 11일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직원들이 물품을 싣고 오기 위해 개성으로 출발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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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16년 1월 체제 보장과 북미회담을 압박하기 위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에 대응한 남한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이 완충지대가 사라졌다. 

그리고 최근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국무회의 의결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두조치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분노했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한 '정책혁신 의견서'의 핵심은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한 내용으로,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두지시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개성공단 중단조치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일부 정책혁신위 조사결과, 이틀 전인 2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구두로 철수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국무회의도 열지 않은 채 대통령 자문기구인 NSC상임위원회 결정에 기초해 개성공단에서 인력을 철수시키고 단전·단수 조치까지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당시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은 중단 사실을 사전에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 때문에 입주기업들은 물량의 대부분을 공단에 남겨둔 채 허둥지둥 일부만 챙겨 나와야했다. 입주기업들은 당시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손해가 덜 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재가동, 이제 시간은 우리 편"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대응 조치로 끊겼던 남북 간 채널이 복원되자,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또한 개성공단 재가동에 기대에 부풀었다. 다만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일단 남북 당국자 회담을 지켜보기로 했다. 

신한용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장은 "북한이 신년사를 발표하기 전에 협회에서 중단 2년에 맞춰 나름대로 준비한 입장이 있었는데, 남북관계가 이렇게 진전 될지는 몰랐다"라며 "남북관계 진전 소식을 입주기업들이 반기는 것은 물론, 지칠 대로 지친 몸에 희망이 생기고, 힘이 생긴다"라고 입주기업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고 싶다. 다만 우선 평창올림픽을 중심으로 남북 당국자 고위급 회담이 진행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남북 간 대화와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의 화두가 올림픽에서 민간교류·경제협력으로 확대되면, 그때 자연스럽게 개성공단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신한용 회장은 "이제 시간은 우리 편이다"고 기대감과 더불어 믿음을 내비쳤다. 그는 "북측의 대표단 파견 제의에 남측이 바로 9일에 회담 열자고 제안했다. 이제 개성공단 재가동은 당위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다. 이제 시간은 우리 편이다"라며 "남북관계 개선이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이고, 개성공단은 민족공동번영의 평화엔진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개성공단 재가동 담론이 본격화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개성공단#남북관계#문재인#평창올림픽#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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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오후 3시부터 판문점 연락채널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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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01/03 14:29
  • 수정일
    2018/01/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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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김정은 위원장, 평창 대표단 파견 실무대책 지시"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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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3  13: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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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3일 오후 1시 19분 관영<조선중앙TV>에 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를 밝히며, 이날 오후 3시(서울시각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 연락채널을 가동한다고 알렸다. [캡처-조선중앙TV]

북한이 3일 오후 3시 30분(평양 오후 3시)부터 판문점 연락채널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 49분 관영 <조선중앙TV>에 나와, “지금부터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의 위임에 따라 평창올림픽 경기대회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우리의 제안에 대한 남조선 청와대의 공식입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따른 우리의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은 이날 입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청와대가 신년사에 대해 공식지지.환영을 밝히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후속조치를 지시한 것을 보고받고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하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리고 “신년사에서 제안하신 평창올림픽경기대회 우리측 대표단 파견과 그를 위한 북남 당국 간 회담이 처한 상황에서의 북남관계 개선에서 의미있고 좋은 첫 걸음으로 된다”면서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공화국 정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국가체육지도위원회 등 해당 단위들에 실무적인 대책을 시급히 세우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리 위원장은 밝혔다.

특히,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문제 등을 포함한 회담 개최와 관련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3시(서울시각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하라고 지시했다고 알렸다.

또한, “오늘 북남관계 개선문제가 앞으로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해결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북남 당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책임적으로 다루어 나가는가 하는데 달려있다고 강조했다”고 김 위원장의 지시내용을 강조했다.

리 위원장은 “우리는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에서 남조선 측과 긴밀한 연계를 취할 것이며 우리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다시 한번 평창올림픽 경기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하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를 통해 과거 노동당 통일전선부 외각기구이던 조국통일위원회를 내각 산하 기구로 재편해 남측 통일부와 격을 맞췄다. 이날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은 전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판문점 고위급 회담 제안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청와대는 즉각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일 오후 “연락망 복원은 의미가 크다”며 “상시대화가 가능한 구조로 가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추가,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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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회복 본격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1/03 12:46
  • 수정일
    2018/01/03 12:4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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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신년사분석] 남북관계 회복 본격화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1/02 [18:5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8년 1월 1일 신년사를 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 가장 특출난 성과는 국가핵무력완성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2017년 평가에서 "지난해 우리 당과 국가와 인민이 쟁취한 특출한 성과는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한 것입니다."라며 국가핵무력완성을  가장 특출난 성과로 지적하였다. 

이런 평가 속에는 더는 북을 군사적으로 위협할 나라가 없으며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확신이 담겨있다. 그래서 '역사적 대업'이라고 언급한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일제 식민통치, 그 이전의 갑오농민전쟁과 임진왜란, 병자호란 모두 약한 군사력 때문에 이 강토는 죽창을 깎아들고 외세에 거연히 저항에 나선 우리 선조들의 뜨거운 피로 피흙탕이 되어야 했으며 임금이 침략군 장수 앞에 엎드려 피가 흐르도록 이마를 땅바닥에 조아리며 참담한 항복의식을 치렀야 했으고 처녀들이 성노예로 끌려가고 끌끌한 청년들은 외세의 총알받이로 내몰렸고 금은보화 가득한 이 강산은 온 통 파헤쳐지고 약탈당했으며 하다못해 아름드리 소나무, 튼실한 황소, 삽살개의 털가죽까지도 닥치는 대로 약탈당했다.

 

김정은위원장은 이제 다시는 그런 외세의 침략전쟁은 이 땅 한반도에서는 벌어질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우리 국가의 핵 무력은 미국의 그 어떤 핵 위협도 분쇄하고 대응할 수 있으며 미국이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됩니다.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합니다.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김정은위원장은 이제 더는 미국이 핵전쟁으로 북을 꺾을 수 없게 되었다고 선언하였다. 

한반도의 통일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미국이 무력으로 북을 점령하는 북진통일방식은 끝났다는 선언이다. 

 

"우리는 나라의 자주권을 믿음직하게 지켜낼 수 있는 최강의 국가 방위력을 마련하기 위하여 한평생을 다 바치신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염원을 풀어드리었으며, 전체 인민이 장구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바라던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을 틀어쥐었습니다."

 

이는 김일성주석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염원이었으며 쉽게 이룬 일이 아니라 북 주민들이 장구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이루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북이 그런 무력을 확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없지는 않지만 적어도 미국 내 권위있는 전문가들 대다수가 지난해 북이 보여준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충분히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결코 쉽게 대할 수 없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핵무력완성 선언이 아닐 수 없다.

 

김일성주석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은 군사강국만이 아니라 통일강국의 꿈도 가지고 있었다. 하기에 김정은위원장은 단 한 시도 조국의 통일을 잊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 평화적 통일을 이루는 데 있어서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이 선차적이라고 보고 그에 집중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하기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평화적 통일의 길을 개척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 2018년 신년사를 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

 

 

✦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북미대결전

 

김정은 위원장의 국가핵무력완성 선언은 북미대결전도 이제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선언한 것과 같다.

실제 미국이 전쟁으로 북을 제압할 수 없다면 남은 것은 대화의 방법뿐이다. 통일도 이제는 평화적인 대화를 통해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의미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핵무력완성' 선언에 담겨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이 당장 무조건 대화에 나서리라는 보장은 없다. 평화적인 통일을 위한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이 무조건 진행되리라는 확신도 아직은 할 수 없는 단계이다. 

하지만 이번 신년사 전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그 길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본다.

 

2018년 신년사에서 제시한 과제 부분에서 "자위적 국방력을 더욱 튼튼히 다져야 하겠습니다."라고 강조한 대목에서 그것을 엿볼 수가 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강화발전 시키신 70돌이 되는 올해에, 인민군대는... 전투훈련을 실전환경에 접근시켜 강도높이 조직 진행하여, 모든 군종, 병종, 전문병 부대들을 일당백의 전투대오로 만들어야 합니다.  

조선인민 내무군은 계급투쟁의 날을 예리하게 세우고, 불순 적대분자들의 준동을 제때에 적발분쇄하며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는 전투정치 훈련을 힘있게 벌여, 전투력을 백방으로 강화하여야 합니다."

 

국가핵무력을 완성했으니 이제 인민군대는 허리띠를 풀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실전훈련을 강화해야 하며 이미 내부단속 전투중이라고 할 수 있는 내무군은 더욱 칼날을 예리하게 벼리고, 예비군이라고 할 수 있는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도 언제든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전투력을 백방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핵전쟁은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발적 전쟁, 재래식 전쟁 등 한반도 전쟁 가능성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국방공업 부문에서는 제8차 군수공업대회에서 당이 제시한 전략적 방침대로 병진노선을 일관하게 틀어쥐고 우리식의 위력한 전략무기들과 무장장비들을 개발 생산하며, 군수공업의 주체적인 생산구조를 완비하고, 첨단 과학 기술에 기초하여 생산공정들을 현대화하여야 합니다. 

핵무기 연구 부문과 로케트 공업 부문에서는 이미 그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적들의 핵 전쟁 책동에 대처한 즉시적인 핵반격 작전 태세를 항상 유지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북에는 이미 구축한 재래식 무기 전력과 기존 핵타격 장비들이 가동되고 있으며 그 핵단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무실 책상에 놓여있는 상태라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거기서 더 나아가 더 위력한 신형 전략무기 즉, 수소탄과 각족 대륙간탄도미사일 그리고 첨단기술로 개량한 각종 재래식 무장장비 등을 대량생산 실전배치할 수 있게 생산공정을 현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북은 지금 구축한 재래식 무장장비만으로도 세계적인 재래식 전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를 더 현대화, 지능화하여 방사포탄까지도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가서 오차 1미터 범위 안의 초정밀 타격을 가할 수 있게 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능개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탄도미사일도 2016년과 2017년은 엔진자체가 달라졌다. 내뿜는 화염모양만 봐도 확연히 다르다. 

결국 국가핵무력완성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대대적인 실전배치와 더 위력적인 전투력 확보는 이제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이 이렇게 군사력 강화행보를 마음놓고 추진할 수 있는 명분을 북미대결전에서 찾고 있다. 미국과는 현재 휴전 즉, 기술적인 전쟁상태에 있으며 언제든 전쟁이 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무장력을 구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북의 군사력 강화 명분을 막기 위해서는 북미대결전에 종지부를 찍는 수밖에 없다. 물론 선제타격으로 북을 제압하는 방법도 있는데 북이 이미 강력한 핵무장력을 구축했기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선언인 것이다. 

결국 미국이 대화로 북미대결전을 종식시키는 협상탁에 나오지 않는 한 북은 계속 핵억제력 강화와 강력한 군사력 건설의 길을 공개적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구형 재래식 무기들은 제3세계 반미진영으로 수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 어떤 제재로도 그것을 미국이 막을 수 없다. 유일한 방법은 배를 나포하여 조사하고 끌고가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

북에서 이미 해상봉쇄나 북 선박에 대한 해상 조사나 나포는 전쟁하자는 것과 같다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이다.

이미 중동에서는 정부군이건 반군이건 친미진영이건 반미진영이건 북의 재래식 무기로 싸우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에도 북의 무장장비들이 대거 들어가게 될 것이다. 

 

북미문제를 대화로 풀자는 것은 북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대화에 나오라는 말을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대화로 문제를 풀자고 제의한다고 해서 대화에 나올 미국이 아니라는 점을 익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 대화에 나오지 않을 수 없게 앞으로 더욱 무진막강한 무장력을 계속 확대강화해가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세우고 이미 빠른 속도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 2018년 신년사를 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 대미추종은 전쟁, 민족자주만이 평화통일

 

김정은국무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 조국통일 영역에서 가장 강조한 점은 외세공조에서 벗어나 민족자주의 입장에 확고히 서야 평화적 통일의 길을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북침전쟁기도에 편승한 지금의 남측 정부의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결국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하였다. 

 

"우리 공화국의 자위적 핵억제력 강화를 막아 보려고 감행되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악랄한 제재 압박 소동과 광란적인 전쟁 도발 책동으로 하여, 조선반도에 정세는 유례없이 악화되고 조국 통일의 앞길에는 보다 엄중한 난관과 장애가 조성되었습니다...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를 끝장내지 않고서는 나라의 통일은 고사하고 외세가 강요하는 핵전쟁의 참화를 면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분단된 한반도에서 긴장격화는 결국 전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역사를 살펴보면 분단된 민족이 전쟁 없이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전쟁을 통해 통일을 이루었다. 미국의 남북전쟁도 결국은 통일전쟁이었고 지금도 피의 전쟁을 하고 있는 예멘도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었지만 결국 내전이 발생하여 지금 수년간 피다바 속에 잠겨있다.

특히 외세가 개입된 경우 그 전쟁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진다. 트럼프가 지난해 언급했듯이 '전쟁이 나도 한반도에서 나고 사람이 죽어도 한반도에서 죽는다'고 한 노골적으로 우리민족의 생명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본심을 드러낸 말은 어찌보면 정확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다른 민족국가를 간섭하는 외세는 오직 자국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지 그 나라에서 피의 전쟁으로 만백성이 죽건말건 상관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쟁을 부추길 수도 있다.

 

김정은위원장은 현재의 한반도 분단은 전쟁발발 위험만이 아니라 서로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지적도 하였다. 

 

"지금처럼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되는 속에서는 북과 남이 예정된 행사들을 성과적으로 보장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서로 마주앉아 관계개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도, 통일을 향해 곧바로 나갈 수도 없습니다."

 

이런 불안한 군사적 대결이 진행되고 있는 분단상황에서는 올림픽 행사 하나도 제대로 치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이 평창동계올림픽과 정확히 겹치는데 훈련이 예정되로 진행된다면 올림픽은 끝장이다. 지난해처럼 전쟁이 나네마네 하는데 선수들이 제대로 경기를 할 수 있으며 해외 관광객이 경기를 보러 올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 분단으로 인한 이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것 아닌가. 공장을중국,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것도 바이어들이 한반도는 위험하다고 해서 그러는 경우가 많다. 이 지정학적 위험만 극복되면 주가가 바로 두 배 이상 폭등할 수 있다는 것이 국제경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이에 대해서는 남측의 경제전문가들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위원장이 신년사 조국통일 영역에서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의지를 내비쳤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남측이 잘 되는 것도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라는 것이다. 실제 잘 될 수 있게 시급히 대화에 나서는 등 북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다 취하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밝혔다. 전향적이고 전폭적인 지지가 아닐 수 없다.

 

김정은위원장은 모든 분야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를 보여왔는데 남북관계를 풀어가는데 있어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남측의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그것이 우리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렇게 되는데 도움이 된다면 북 선수단은 물론 응원단이건 뭐건 다 지원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북이 뭘 좀 잘하면 배아파하다 못해 온갖 낭설을 퍼트려 폄하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온 우리나라 제도권 언론과 그간 적폐정부 통일부에 이가 갈릴만도 한데 과거를 조금도 묻지 않고 이렇게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남측이 잘 되기를 바란다고 해도 미국의 북침전쟁훈련에 함께 한다면 그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과 남은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합니다.  

남조선 당국은 온겨레의 운명과 이 땅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미국의 무모한 북침 핵전쟁 책동에 가담하여 정세 격화를 부추길 것이 아니라 긴장 완화를 위한 우리의 성의 있는 노력에 화답해 나서야 합니다.

이 땅에 화염을 피우며 신성한 강토를 피로 물들일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둬야 하며 미국의 핵장비들과 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의 행위들을 걷어 치워야 합니다."

 

따라서 일단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훈련을 연기만 해도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이 참가하는 문제는 풀릴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평창올림픽 걱정은 한 시름 놓아도 될 것 같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평창 올림픽을 위해 한미합동훈련을 잠시 미룰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한미군사공조를 폐기하고 민족공조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 문재인 정부의 지혜롭고 용감한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그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미국이 아무리 핵을 휘두르며 전쟁 도발 책동에 광분해도 이제는 우리에게 강력한 전쟁 억제력 있는 한 어쩌지 못할 것이며 북과 남이 마음만 먹으면 능히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긴장을 완화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 대무력을 끌고 와서 훈련을 한 번 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북이 강력한 핵억제력을 구축한 상황에서 그것이 아무 의미없는 일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앞서 분석한 대로 오히려 북이 더 강한 핵억제력을 시험할 명분만 마련해주게 된다. 

북의 더 막강한 핵과 미사일을 공개할수록 미국의 위상은 무너지고 세계 패권도 쪼그라들게 된다. 벌써 호주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군사력 구축의 길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과 우호관계를 강화하는 등 스스로 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길에 나서고 있다. 일본만 여전히 미국에 맹종맹동할 뿐 과거 친미국들이 이제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런 변화된 정세 속에서 이제 남과 북이 마음만 먹으면 남북관계를 호전시켜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김정은국무위원장의 판단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이는 미국도 이제는 일정하게 바라는 바일 것이다. 남북관계가 끝없는 긴장고조로 가게 되어 서해교전과 같은 작은 충돌이라도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고 미국은 강력한 핵무장력을 갖춘 북과 운명을 판가리하는 전쟁에 말려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6년 오직 국가핵무력완성에 모든 국가역량을 집중시켜온 것도 이렇게 남북관계를 풀어갈 추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따라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향후 지속적으로 국가핵무장력을 확대강화하면서도 이제는 서서히 남북관계 회복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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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밭 그물, 새들에겐 ‘죽음의 덫’

김봉균 2018. 01. 02
조회수 390 추천수 0
 
새매, 물까치 등 걸려 서서히 죽어가
제구실 못해도 방치, 주인·당국 무관심
 
b8.JPG» 법정 보호종 새매가 밭 그물에 몸이 얽힌 채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고 있다.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길을 방해하는 것은 무수히 많다. 갑자기 눈앞을 가로막는 회색빛 건물과 유리창이 즐비하고, 눈부신 빛과 굉음을 내뿜으며 내달리는 자동차와 도로 역시 곳곳을 누비고 있다. 녀석들은 가던 길을 갔을 뿐인데, 무언가에 의해 이동에 방해를 받고 심하면 목숨을 잃는 큰 사고를 겪기도 한다. 위험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밭 그물도 그 하나이다.
 
b1.JPG» 과수원을 둘러싸고 있는 밭 그물.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보니 저 멀리 밭 그물에 무언가가 얽힌 채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천연기념물 제323-4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 지정된 법정 보호종 맹금류인 새매였다. 녀석은 거꾸로 매달린 채 입을 벌리고 거칠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b2.JPG» 밭 그물에 얽힌 새매는 사람에게 발견되지 않았다면 서서히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몸부림칠 수 없도록 포획한 뒤 자세히 살펴보았다. 얇고 날카로운 줄이 발과 날개, 몸통에까지 어지럽게 감겨있었다. 녀석이 스스로 줄을 풀어내고 탈출하기란 불가능했다.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서서히 목숨을 잃어갔을 녀석이지만, 이 모습을 가볍게 지나치지 않은 신고자 덕분에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녀석을 구조한 뒤 주변을 살펴보았다. 밭 그물은 약 100m가 조금 넘는 길이로 과수원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짧은 길이의 그물에 법정 보호종 맹금류 3구, 까치·물까치를 비롯한 참새목 조류 6구 등 총 9구의 사체가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고작 100m의 밭 그물을 딱 한 번 관찰했을 뿐인데, 살아있는 새매까지 총 10마리의 새가 걸려 있는 거로 보아 잠재적으로 얼마나 많은 동물이 이와 같은 피해를 겪을지 예상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제로 밭 그물은 너무 얇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물을 처음 겪는 새들에겐 몸이 엉키고 나서야 장애물이 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b3.jpg» 또 다른 새매는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그물에 걸린 채 죽은 새들의 모습을 보면서 바닷속에 버려진 폐그물에 끝없이 생물이 걸려드는 ‘죽음의 덫’이 떠올랐다. 이미 명을 다한 새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넘어 사체를 먹기 위해 접근할지 모를 또 다른 야생동물이 걱정스러웠다. 
 
실제로 그랬을 수 있다. 과수를 먹기 위해 접근한 참새목 조류가 먼저 그물에 걸려 피해를 보고, 이후 이 새들을 먹이로 삼는 상위 포식자가 접근했다가 미처 그물을 알아채지 못하고 엉켜버렸을 수 있다는 합리적 추측도 가능하다. 사체가 소비되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할지 모를 질병의 전파까지도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b5.JPG
 
b4.JPG» 어지럽게 널려있는 사체는 자칫 또 다른 2차 사고를 야기할지 모른다. 그물에 걸린 물까치(위)와 까치.
 
밭 그물은 애초 야생동물로부터 농작물이나 과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한다. 하지만 이 과수원에 설치된 밭 그물은 사실상 그 목적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랜 시간 방치된 듯 그물 곳곳이 찢어지거나 말려 올라 있어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오히려 폐그물처럼 너저분하게 널려있어 불특정 다수의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끼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과수 피해를 우려하는 농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법정보호종인 야생동물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의 생물이 무차별적 피해를 겪고 있다면 그런 밭 그물은 제거함이 마땅하다. 당국은 더는 운영하고 있지 않은 과수원 등의 그물이 애초 설치목적과 어긋난다면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
 
b6.jpg» 아랫부분이 거의 말려 올라가 야생동물을 막는데 아무런 쓸모가 없는 상태인 밭 그물.
 
안타깝게도 이런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농작물 피해를 우려해 설치한 시설물에 대해 철거나 보수, 교체를 지도·감독할 권한이 없다는 게 몇몇 관련 부서의 입장이다. 사실상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폐그물이지만, 그마저도 철거를 권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물의 사용 및 선택에 부분적 제한을 하거나, 지자체에서 주기적으로 점검 혹은 신고에 따라 적어도 버려진 밭 그물을 수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농민에게 관련 내용을 주기적으로 교육해 권고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현재로써는 농민들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물의 두께를 굵은 것으로 사용해 야생동물이 쉽게 그물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하거나, 부드러운 재질을 이용해 신체가 걸리더라도 조금은 더 쉽게 빠져나가고 신체 손상이 덜 입도록 배려할 수는 없을까. 또 더는 필요치 않은 밭 그물을 깨끗하게 철거한다면 야생동물의 불필요한 희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밭 그물 설치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야생동물로 인해 직접 피해를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우리는 충분히 헤아려야 한다. 자금과 노동력을 들여 정성껏 재배하고 키워 낸 농작물이 하룻밤 사이에 망가지는 것을 보는 농민들의 마음도 야생동물의 이동권과 생존권만큼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 밭 그물을 설치한 농민을 탓하기보다는 동물의 접근을 적절히 예방하고 차단함과 동시에 서로에게 경제적, 감정적, 생명의 소모를 일으키는 갈등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밭 그물의 설치가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기 위함이지, 자신의 농작물과 과수에 피해를 끼치는 야생동물을 죽여 없애고 분풀이를 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피해를 겪는 농민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b7.JPG» 구조한 새매의 몸 구석구석에서 그물을 어렵게 풀어낼 수 있었다.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을 위한 노력을 피해 당사자들에게만 떠넘기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작물의 생산자와 야생동물 사이의 갈등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농작물을 소비하는 우리와도 결코 뗄 수 없는 문제다. 피해를 겪는 농장에 대한 예방책 지원, 피해 정도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이에 걸맞은 투명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먹을 농작물의 가격이 다소 오를 수밖에 없다면, 이를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해심을 갖춰야 한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 인간의 거주지 확대와 농토 확보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자연 생태계가 속수무책으로 훼손됐다. 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을 것을 찾기 어려워진 동물은 자연히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에 이끌린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자. 그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서 혹은 그들이 행한 것이 우리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하는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이 산에 올라 임산물을 채취하고 도토리를 주워오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야생동물이 사람 거주지 부근으로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하다.
 
단지, 야생동물도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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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성패, 국방부에 달려있다"

[정세현의 정세토크] "대화 모멘텀 미국 협조가 필수"
2018.01.03 10:22:16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 어느 때보다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은 신년사를 발표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원론적 차원의 언급이 아니라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대화 제의를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 제의를 한 것이라기 보다는 "지난해 6월부터 북한에 지속적으로 보낸 문 대통령 메시지에 북한이 호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축사에서 북한 선수단의 평창 올림픽 참석을 언급했다. 이후 7월 6일(현지 시각)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도 이를 반복했고 12월 19일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에서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추면 한미 양국도 올림픽 기간에 예정돼있는 합동 군사 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신년사 발표 이후 2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오는 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신년사에서 시급하게 만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굳이 오랜 시일을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며 적절한 제안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회담이 성사된다고 해도 실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의 사실상의 전제조건으로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 또는 취소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미 양국은 훈련의 중단 또는 취소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은 "미국 군산복합체 입장에서는 훈련을 중단하면 무기 판매를 통한 매상 실적이 줄어든다. 한국의 방위산업 쪽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라며 미국이 훈련 중단이나 취소에 합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측했다.  
 
그는 "또 실제 훈련과 관련한 합의는 통일부가 아니라 국방부가 해야 하는데 참수부대 창설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국방부 장관이 미국과 훈련 규모를 축소하자는 이야기를 미국과 하고 싶을까?"라고 반문했다.  
 
정 전 장관은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국방부에 확실한 지시를 해야 한다. 통일부 장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협조를 구하는 식으로 하면 '처삼촌 벌초하듯' 일이 진행될 것"이라며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중단하든, 남북 회담의 성공 여부는 국방부가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2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기존에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한 대로 '미국으로 가는 남한 열차'를 탄 것 같습니다. 신년사에서 매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남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냈는데요.  

정세현 : 북한이 올해 대화 공세를 벌일 것이라는 점은 예상됐던 부분입니다. 지난해 북한은 남북관계를 틀어막고 미국과 '일전불사'(一戰不辭)의 자세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극대화시켰습니다. 그러면서 남한과 대화든 민간교류든 응할 생각이 없다고 했죠. 실제 북한은 지난해 11월 말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급인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한 뒤 '국가핵무력'이 완성됐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난 올해 1월 1일 대화 공세를 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신년사에서 굉장히 구체적인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남북 대화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을 직접 언급하면서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고 남북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구체적인 메시지를 보낸 배경에는 당장 1월 29일에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 엔트리가 마감된다는 시일의 문제도 있어 보입니다. 

어쨌든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신년사에서 시급하게 만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남한 정부 입장에서도 굳이 오랜 시일을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고 봅니다. 신년사 발표 다음날인 오늘(2일) 북한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것은 적절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 참가에 대한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사실 이 문제를 꾸준히 이야기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6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축사에서 북한 선수단의 평창 올림픽 참석을 언급했습니다. 이후 7월 6일(현지 시각)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도 이야기했고 12월 19일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에서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추면 한미 양국도 올림픽 기간에 예정돼있는 합동 군사 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의 이번 신년사는 지난해 6월부터 북한에 지속적으로 보낸 문 대통령 메시지에 북한이 호응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 정부는 고위급 회담 제의에서 회담의 격이나 의제를 상당히 열어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때문에 누가 남북 수석대표가 될 것이냐를 두고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세현 : 회담의 수석대표는 장관급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990년대 초에 열렸던 총리급 회담에 대해 남한은 남북 총리급, 북쪽은 북남 고위급 회담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총리급 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한 것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남한은 통일부 장관이 회담 수석대표를 맡고 평창 올림픽과 한미 연합 군사 훈련 등을 논의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방부 등이 회담대표로 함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조 장관이 남북의 '상호 관심사'를 의제로 했기 때문에 평창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안이 회담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북한이 우리 쪽에 제기할 의제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프레시안 : 하지만 아직 북한의 공식 응답은 없습니다. 판문점 연락 채널도 받지 않고 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시급하게 남북 당국 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연락을 받지도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세현 : 북한은 일단 회담 수석대표를 총리급으로 할지, 장관급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 쪽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는 점을 북한이 잘 읽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의도를 북한이 읽었다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나와서 조명균 장관과 장관급 회담을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회담 의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당장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체육회담과 지난해 7월 남한이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회담 모두를 받을 것이냐, 아니면 이번 남북대화는 평화적인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만나는 것으로 한정하고 체육회담과 군사회담만 할 것이냐 등을 고민할 것으로 보입니다.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일 북한에 고위급회담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남북 고위급회담, 결국 국방부에 달렸다 

프레시안 : 북한이 평창 올림픽 참가 의지를 보였지만,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어떻게 될지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확정지을 수 있을까요?  

정세현 : 북한은 올림픽을 계기로 군사훈련을 올해만이라도 중단시키면 자기들은 남는 장사라고 계산하고 오는 것일 겁니다. 결국 회담이 성사된다면 남한으로부터 한미 연합 군사 훈련 문제에 대한 확답을 받고 싶어 할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정권 수립 70돌이라는 점을 맨 앞부분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뒤에 가서 평창 올림픽을 언급하면서 '민족적 경사'라고 표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평창 올림픽과 자신들의 정권 수립일인 9.9절을 평화롭고 성대하게 치르자는 취지로 말을 꺼낸 겁니다.  

따라서 북한은 9.9절과 관련, 8월 중하순으로 예정된 또 다른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문제에 대해서도 답을 얻으려고 할 것입니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의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느냐에 달려 있는데,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훈련 중단은 어렵다고 못을 박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남한과 회담에서 훈련 중단이라는 답을 얻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키리졸브/폴이글' 훈련 중단도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UFG 훈련 중단까지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올해 계획된 모든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은 북한이 바라는 최대치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일단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없을 경우" 훈련 연기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사실 연기는 북한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카드가 아닙니다.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통해 받게 되는 군사적 압박뿐만 아니라, 이 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훈련을 해야 하는 것에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에 적잖은 자원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훈련이 중단이나 취소가 아닌, 연기만 된다면 북한이 받는 군사적 압력과 경제적 불이익은 그 시기만 달라지는 것이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훈련 중단이나 취소를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수준에서의 타협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합의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미국이 훈련 축소까지 합의해줄지 의문입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지난해 12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동맹국으로서 (한미 연합) 연습과 관련한 동맹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밝히기는 했습니다만, 실제로 훈련 내용을 건드리는 것에 동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훈련을 축소하면 미국 군산복합체 입장에서는 무기 판매를 통한 매상 실적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방위산업 쪽도 마찬가지 입장일 겁니다.  

또 실제 훈련과 관련한 협의는 국방부가 해야 합니다. 통일부가 나서서 미국 국방부와 훈련 문제를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런데 국방부 입장에서는 참 내키지 않는 일이 될 겁니다. 참수부대 창설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국방부 장관이 미국과 훈련 규모를 축소하자는 이야기를 미국과 하고 싶을까요?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국방부에 확실한 지시를 해야 합니다. 통일부 장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협조를 구하는 식으로 하면 '처 삼촌 벌초하듯' 일이 진행될 겁니다. 결국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중단하든, 남북 회담의 성공 여부는 국방부가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오전 9시(평양 시각)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동맹국인 한국 고려해 융통성 발휘해야 

프레시안 : 여러 우려 요인이 있습니다만 일단 회담이 이뤄진다면 우선은 평창 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대표단 문제부터 논의가 시작되지 않을까요? 

정세현 : 대표단은 북쪽에서 꾸릴 일인데 선수가 많지는 않을 겁니다. 북한이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와일드카드'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선수단 외에 응원단이 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의 대표단 중에 어느 정도의 인사가 내려올 것인지를 두고도 말이 많이 나오는데요. 일단 최휘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정도가 방문할 것 같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정도가 방문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던데 아무리 동생이라도 직책에 맞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대표단의 단장으로 내려오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들은 결국 군사 문제에 대한 남북간 협의 결과에 따라 연동되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프레시안 : 정부가 '관심사항'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면서 의제에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논의될까요? 

정세현 : 남북회담이 열리고 남북관계가 진전된다면, 그 과정에서 북한은 반드시 이 주제를 꺼낼 겁니다. 특히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에 발표된 5.24조치 문제를 먼저 제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여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래왕(왕래)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것 역시 민간인의 방북을 제한하고 있는 5.24조치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 어쨌든 정부 입장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북한과 대화의 실마리를 잡았으니까 계속 이걸 놓치지 말고 가져가야 할텐데요.  

정세현 : 문재인 정부가 이 불씨를 잘 살려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핵심은 미국의 협조입니다. 사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데 북한의 대화 제의에 남한이 호응하면서 대화국면으로 넘어가면 압박과 제재에 김빠지는 느낌이 들겁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이러한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두고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최근 갈등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선박들이 북한에 선박 이전 형태로 정유 제품을 공급했다는 의혹을 미국이 제기하자 중국과 러시아는 그런 일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상임이사국들이 대놓고 갈등을 드러내면 제재 결의에 구멍이 나고 바람이 샐 수 있습니다. 

제재와 압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가 또 발생하면 중국이나 러시아는 추후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 결의안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인공위성이라는 구실로 ICBM급 미사일을 또 쏘면 국제적인 제재가 필요한데, 미국이 이런식으로 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해줄까요? 이렇게 되면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는 의미가 없어지는 겁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제재와 압박에 굴복해 남한에 손을 내밀었다는 관측도 있는데요. 

정세현 : 원인이 어디에 있든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남한을 지지하고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규모를 축소해주고 남북회담의 지속성을 보장해 준다면 대화 분위기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한국이 북한을 설득하고 그 결과를 미국에 전하면서 미북 간 접점을 만들면 양자회담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에 대해 북한의 붕괴가 아니라 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여러 번 설명해왔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도록 한국 정부에 남북관계를 좀 잘해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겁니다. 미국 정부가 봄과 가을 훈련을 축소하든지 연기하든지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융통성을 발휘해주기도 해야 합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이재호)


아베, 평창 올림픽 불참의 후과 생각해야 

레시안 : 그런가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이 합의(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면서 사실상 파기 또는 재협상 의사를 밝혔는데요. 그러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안부 합의와 연계시키면서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정세현 : 아베 총리가 지금 당장은 저렇게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미국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창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의 총리가 참석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서 아베 총리의 행동이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아베 총리가 잘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와 관련, 피해자들 입장에서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공언하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시 대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이와 유사한 입장이었습니다. 한국의 새 대통령이 누가 됐든 위안부 합의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합의는 1㎜ 도 움직일 수 없다구요? 누구보다 국내 정치를 우선시하는 아베 총리가 한국 국내 여론과 정치도 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역사는 역사대로, 미래는 미래대로 분리한다는 '투 트랙' 외교를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건 과거 정부와 다르지 않은 입장입니다. 아베 총리가 이런 부분을 너무 고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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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 MB집 '깔따구 집회'... 시궁창 펄도 떠간다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 4대강 독립군이 MB에게 보내는 공개 초대장

18.01.03 09:13l최종 업데이트 18.01.03 10:03l

 

이명박씨, 안녕하시지요?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들이 무술년 새해 벽두에 당신을 당신의 집 앞으로 초대합니다. 1월 6일(토요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학동 근린공원입니다. 당신 집에서 불과 2~3분 거리인 150m 떨어진 곳입니다. 당신에게 줄 특별 초대장도 준비했습니다. 행사가 열리기 전에 아주 이색적인 선물과 함께 직접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4대강 독립군'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초대장.
▲  '4대강 독립군'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초대장.
ⓒ 봉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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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초대] 당신 집 앞 150m

당신을 초대한 사람들은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입니다. '금강 요정' 김종술 기자와 '낙동강 지킴이' 정수근 기자(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4대강 백서'를 만드는 이철재 기자(전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입니다. 당신 손아귀에서 4대강을 해방시키려고 지난 10년 동안 현장에서 싸워온 사람입니다. 

사회는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맡습니다. 당신이 비밀 군사작전처럼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일 때 경기 여주 이포보에 올라가 장기간 고공농성을 벌였던 인물이죠. 4대강 독립군들은 이날 공원에서 조촐한 길거리 강연을 합니다. 2018년 2월경에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감사원의 4대강 4차 감사 결과를 앞둔 '죽음의 강 보고대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4대강 사업 공사중일 때 장기간 고공농성을 했던 이포보에 걸린 현수막.
▲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4대강 사업 공사중일 때 장기간 고공농성을 했던 이포보에 걸린 현수막.
ⓒ 복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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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독립군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당신의 이 말, 기억하시는지요? 

 

"저 물에 커피 타 먹고 싶다."

당신이 몇 해 전 달성보를 방문한 자리에서 낙동강 물을 가리키며 한 말입니다. 바로 그 썩은 물도 떠 가겠습니다. 강바닥에서 막 캐낸 2018년 1월산 '실지렁이'와 '깔따구' 전시회도 엽니다. 4대강 시궁창 펄에서 사는 최악 수질 4급수 지표종입니다. 악취가 나기에 밀봉된 유리병에 담아갑니다. 그 상태에서도 몇 주 동안 생존하는 산소 제로지대의 생명체들입니다.     
 

 금강이 시커먼 펄 속에는 붉은 깔따구가 산다. 환경부가 공식 지정한 최악의 수질지표종이다.
▲  금강이 시커먼 펄 속에는 붉은 깔따구가 산다. 환경부가 공식 지정한 최악의 수질지표종이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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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약 오지 않는다면 빈자리는 시민들이 채워줄 겁니다. 4대강의 상징색이 된 녹색등을 핸드폰에 띄워놓고 당신 집으로 행진도 할 겁니다. 당신에게 세배하러 가는 게 아니라 4대강을 망친 책임을 묻고, 처벌을 요구하는 분노의 행렬입니다. 새해 적폐청산의 시작을 알리는 행진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함께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다큐의 한 장면] "지금 당장 지우라니까요!" 

이명박씨, 
새해가 밝았지만 안녕치는 못할 겁니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이 쇄도하고 있지요. 당신을 옥죄는 검찰 수사망도 마음에 걸릴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4대강 흑역사'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데, 소식 들으셨나요? 많은 시민들이 격려하고 후원까지 해주고 계십니다. '이명박근혜 4대강'을 파헤쳐달라는 주문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오마이TV 4대강 다큐 제작팀은 지난 10년 동안 당신과 함께 승승장구했던 4대강 부역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이 '4대강 부역자 S급(스페셜)'으로 선정한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을 2017년 12월 18일에 만났습니다. 4대강은 망가졌지만, 그는 오케스트라 단장까지 하면서 잘 살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궁금해하실 수 있기에 다큐로 만들어질 한 장면만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해(2017년) 12월 18일에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은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오케스트라 공연 행사장에 나타났다.
▲  지난해(2017년) 12월 18일에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은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오케스트라 공연 행사장에 나타났다.
ⓒ 안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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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경찰을 부르시죠."

그날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가 말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죠. 임무를 완수한 오마이TV 4대강 다큐 제작팀 안민식 기자는 빠른 걸음으로 강남의 한 호텔 행사장 앞 5층 로비를 빠져나가려 했습니다. 오케스트라 행사 기획자라고 밝힌 사람이 달려가 안 기자의 외투를 낚아채더군요. 안 기자는 바닥에 주저앉아 카메라를 품속에 넣고 필사적으로 방어했죠. 

"그거, 당장 지우세요. 지금 당장 지우라니까요!"

그는 거칠게 몰아붙였습니다. 이 전 장관과 자기가 찍힌 행사 관련 영상을 카메라에서 지우라는 요구였습니다. 두 기자는 대여섯 명에게 둘러싸였습니다. 호텔 경비원도 달려왔습니다. 안 기자는 "못 지우겠다"고 버텼습니다. 10여 분간 거친 실랑이가 이어졌습니다. 행사 관계자들이 늘어났죠. 상황은 갈수록 다큐 팀에게 불리했습니다. 이들을 뚫고 빠져나갈 수 없었습니다. 기자들이 경찰을 부르라고 말한 건 중재자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당신의 '트리플 크라운 데이'로 불리는 날의 전야였습니다. 당신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2017년 대선 승리일인 12월 19일을 기념해 강남구 신사동의 한 식당에서 당신과 측근들이 축배를 마시던 시각에 두 기자는 이 전 장관을 만나 곤욕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물론 다큐 제작팀의 오마이TV 안정호 기자 등이 그날 진눈깨비를 맞으며 당신도 찍고 있었죠. 
 

[경찰 출동] 민중의 지팡이

다시 오케스트라 행사장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러니까 7~8분 뒤에 정복을 입은 다섯 명의 경찰관이 나타났습니다. 정면 돌파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불법 촬영' '도주 미수범'으로 찍혀있지만, 선임으로 보이는 경찰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우린 행사를 방해하지도, 행사장 안에 들어가지도, 행사장면을 찍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나러 왔습니다. 4대강 다큐를 제작하고 있는데, 세금 22조 원을 들여서 4대강을 망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는 공인입니다. 국민 알권리 차원의 취재입니다."   

그는 민중의 지팡이였습니다. 행사 기획자라고 밝힌 여성에게 "영상을 당장 삭제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라면서 "기사에 문제의 장면이 나온다면 민형사 소송을 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 화가 난 기획자는 "어떻게 저 사람들 편을 들어줄 수 있냐"면서 경찰관에게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쏘아붙였습니다. 

[추적 1] 수소문해서 연락했으나... 허탕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과 만나 인터뷰를 하려했으나, 한 관계자로부터 저지를 당했다.
▲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과 만나 인터뷰를 하려했으나, 한 관계자로부터 저지를 당했다.
ⓒ 안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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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희는 가도 되겠죠?"

다큐팀 기자들은 경찰에게 이 말을 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 순간, 행사 기획자들이 따가운 시선이 등 뒤에서 느껴지더군요. 뜨끔했습니다. 안민식 기자의 이마에선 땀이 마구 흘러내렸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오자마자 두 기자는 얼굴을 마주 봤습니다.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다큐 제작을 위해 4대강 부역자들을 찾는 일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부역자의 행적을 알 만한 사람에게 수소문하고, 인터넷을 뒤져도 연락처를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어렵사리 얻은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도 무시했죠. 그들이 나타날 만 한 장소에서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허탕을 치기 일쑤였죠.  

이만의 전 장관 취재도 두 번째 시도였습니다. 전경련 회관에서 한 행사의 축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 전 장관을 만난 날도 포기 직전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 행사장의 커다란 문은 닫혔고, 5층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가 잦아들 즈음에 그는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안 기자가 카메라 칩을 보호하려 했던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당신과 함께 22조 원을 강에 쏟아부은 부역자가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알려야 했습니다. 4대강을 되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신과 부역자들이 지난 10년간 4대강에 무슨 일을 벌였는지를 샅샅이 기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역사에 남기는 것이 또 다른 재앙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길거리 강연자] '금강 요정' 김종술 기자
 

 '금강 요정'으로 불리는 김종술 시민기자가 취재비를 마련하려고 타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
▲  '금강 요정'으로 불리는 김종술 시민기자가 취재비를 마련하려고 타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
ⓒ 안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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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대강 다큐 제작팀이 겪는 어려움은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들이 겪은 곤욕에 비해서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오는 6일 당신 집 앞에서 '금강 요정의 4대강 분투기'란 제목으로 강의를 할 김종술은 10년 동안 금강을 출입처로 삼은 시민기자입니다. 1년 340여 일을 금강에서 살면서 당신이 저지른 일과 그 뒤의 생태계 변화를 카메라에 담아 고발해 온 기자입니다. 

이명박씨, 
당신은 오늘도 매달 1000만 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을 써가며 서울 강남 사무실의 임대료를 내고 있습니다. 김종술 기자는 직업 기자도 아닌 탓에 자기 돈을 써가며 취재를 해오고 있습니다. 그가 대표로 있던 지역 언론사는 4대강 사업 비판 기사를 쓰는 바람에 광고주 압박 등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이 추운 날에도 그는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거나, 공주 밤 까기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취재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자,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당신이 과거 측근들과 호텔에서 만나 비싼 밥을 사 먹으며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지금도 그는 매일 아침 금강에 나가 찬바람을 맞으며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들고 취재하고 있습니다.  

당신 덕분(?)에 특종도 많이 했습니다. 금강에서 큰빗이끼벌레를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유해성을 확인하려고 시궁창 냄새가 나는 녀석을 직접 먹은 뒤에 기사를 썼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공산성 붕괴 현장을 처음으로 기사화했습니다. 시궁창에서만 사는 실지렁이와 붉은색 깔따구를 맨 먼저 발견한 것도 그였습니다. 

그가 '금강 요정'이라고 불린 것은 물고기 떼죽음을 특종보도 하면서부터입니다.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 떼죽음을 보도하다가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얻은 별명입니다. 금강과 함께 아파했기 때문입니다. 강의 죽음을 알리는 아래 '씨메기 사체' 사진도 그가 혼자 강변을 걷다가 건져 올린 특종 보도였습니다. 
 

 부여군 장하리에서 발견된 대형메기. 이를 유진수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이 들어 보이고 있다.
▲  부여군 장하리에서 발견된 대형메기. 이를 유진수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이 들어 보이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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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독립군] '낙동강 지킴이' 정수근, '4대강 백서 기록자' 이철재 

이명박씨, 김종술 시민기자와 함께 당신 집 앞에서 강의할 또 다른 4대강 독립군은 정수근, 이철재 시민기자입니다. 

정 기자는 '낙동강 지킴이'란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의 기사는 1300만 명 영남인들의 식수원인 낙동강의 죽음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입니다. 당신이 4대강 사업을 벌일 때 취재 현장에서 추락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을 당하면서도 카메라와 취재 수첩을 놓지 않았습니다. 

몇 해 전에 낙동강의 '녹조라떼' 사진이 언론 지면을 장식한 적이 있습니다. 정 기자의 작품이었습니다. 낙동강 수질 악화에 대한 경고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절박감의 표현이자 풍자였습니다. 그는 낙동강 물고기 떼죽음을 집중 보도했고, 죽은 물고기 뱃속에 기생충이 가득 찬 것을 처음으로 보도해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강준치의 배를 가르자 뱃속에 기생충인 촌충이 가득 들어있다.
▲  강준치의 배를 가르자 뱃속에 기생충인 촌충이 가득 들어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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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정수근 시민기자가 죽어가는 4대강의 현장의 고발자라면, 이철재 시민기자는 4대강 사업의 실패에서 배워야 할 것을 씨줄 날줄 꿰매는 '에코큐레이터'입니다. 그는 '이명박근혜 시대'의 4대강 부역자들을 역사에 남기려고 '4대강 찬동 인사 인명사전'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제안으로 민족문제소가 만든 친일인명사전의 취지와 같습니다. 일제에 부역한 자들을 기억해야 하듯이, 강을 망치는 데 앞장선 자들도 기록해야 했던 겁니다.  

그의 2018년 올해 목표는 '4대강 백서'를 만드는 일입니다. 4대강 사업의 진행 과정을 단순히 엮는 작업이 아닙니다. 당신이 4대강 사업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까지 파헤치는 일입니다. 4대강 생태 환경의 변화는 물론이고, 부역자들과 저항자들의 삶과 농민, 어민 등 피해자들의 삶의 변화까지 추적하는 힘겨운 일입니다. 당신이 4대강 사업을 불법·탈법으로 진행하면서 파괴한 민주주의와 이에 침묵하거나 동조한 언론의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백서에 담아낼 겁니다. 

4대강 독립군들의 길거리 강연이 기대되지 않나요? 

[추적 2] "나는 0.1%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2017년 12월 18일 오케스트라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
▲  2017년 12월 18일 오케스트라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
ⓒ 안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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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씨, 
이제는 글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마이TV 다큐 제작팀과 만났던 이만의 전 장관의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당신도 기억하시겠지만, 이 전 장관의 주목할 만한 어록은 이런 겁니다. 

"(4대강) 사업이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 역사적 심판을 받겠다."(2010년 국정감사)
"4대강 사업에 대해 0.1%도 부끄럽지 않다."(2013년 국감)

그날, 어렵사리 만난 그에게 4대강 사업에 관해 물어볼 말이 있다고 했더니, 손사래부터 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야기 안 하고 싶습니다."

그에게 '0.1%도 부끄럽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단호했습니다.  

"예, 예. 전혀요!"

오케스트라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 4대강 사업에 대해 한 말씀만 해주고 들어가시죠.
"부끄럽지 않다고요!"

외마디 소리를 남기고 그는 자기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인 행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당신이 2015년에 펴낸 자화자찬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의 서문에서 한 말이 떠오르더군요. 

"머지않아 우리 4대강이 되살아나 맑은 물이 가득 차 흐르는 것을 바라보면서 보람을 느끼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2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앞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 탐사활동을 벌였다.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낙동강에서 뜬 녹조물을 뿌려보고 있다.
▲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2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앞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 탐사활동을 벌였다.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낙동강에서 뜬 녹조물을 뿌려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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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TV는 부끄러워해야 할 당신과 4대강 부역자들이 아직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떵떵거리는 모습도 낱낱이 기록하겠습니다. 당신 집 앞에서 열릴 4대강 심판 길거리 강연회도 다큐멘터리에 기록하겠습니다. 

이날, 4대강 다큐를 후원해주신 분들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도 바랍니다. 2018년 1월 6일, MB 집으로부터 150m 떨어진 곳에서 4대강 독립군들과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적폐청산과 4대강의 희망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4대강이 회복되는 날까지 4대강 독립군들이 지치지 않고 현장을 지킬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후원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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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트럼프 시진핑 말고 문재인’

 2018 신년사, “북과 남이 마주앉아 우리 민족끼리”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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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1  16: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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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오전 <조선중앙TV>에 나와 2018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자 국무위원회 위원장, 인민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는 대외관계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그에 반해 미국을 향해서는 ‘핵 억제력’을 강조했을 따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손을 잡기로 한 것.

김정은 위원장은 1일 오전 9시30분(평양시각 9시) 관영 <조선중앙TV>에 나와 2018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특히 신년사의 4분의 1 정도를 남북관계에 할애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입장과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혀 주목된다. [전문 보기]

문재인 집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먼저 김 위원장은 지난해를 결산하며 “남조선에서 분노한 인민들의 대중적 항쟁에 의하여 파쇼통치와 동족대결에 매달리던 보수정권이 무너지고 집권세력이 바뀌었으나 북남관계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남조선 당국은 온 겨레의 통일지향에 역행하여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추종함으로써 정세를 험악한 지경에 몰아넣고 북남 사이의 불신과 대결을 더욱 격화시켰으며 북남관계는 풀기 어려운 경색국면에 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등장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한 것은 물론 두 차례의 대북 독자제재에 나서는 등 대북 압박정책을 편 것에 대한 비판적 평가인 셈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하루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두 번째 대북 독자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고 북한 당국이 굉장히 분개했다”며 “현 정부 내에서도 친미세력이 주도권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고, <조선신보>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실명으로 성토하는 기사를 낸 것도 이같은 북측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기류를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태를 끝장내지 않고서는 나라의 통일은 고사하고 외세가 강요하는 핵전쟁의 참화를 면할 수 없다”며 “조성된 정세는 지금이야말로 북과 남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북남관계를 개선하며 자주통일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당장 북미관계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군사적 위기상황을 돌파하고 그나마 대화상대가 될 수 있는 문재인 정부와 관계 회복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신년사의 메시지가 예상했던 범위에서 나왔다”며 “결국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우리 민족끼리’라는 민족공조론을 통해서 국면전환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성렬 위원은 “현재 미국과의 관계도 북중관계도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국이 약한고리”라며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긴장완화의 필요성이 있고, ‘보수’정부가 아니라는 표현처럼 새로운 집권세력에 일말의 기대 내지는 가능성을 본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 평창올림픽으로 돌파

김 위원장은 전환점의 매개로 북한의 ‘공화국 창건 70돌 대경사’와 남한의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를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북과 남은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남측에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두어야 하며 미국의 핵장비들과 침략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의 행위들을 거둬치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미연합군사연습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를 중지하라는 요구다.

또한 “미국이 아무리 핵을 휘두르며 전쟁도발 책동에 광분해도 이제는 우리에게 강력한 전쟁억제력이 있는한 어쩌지 못할 것이며, 북과 남이 마음만 먹으면 능히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긴장을 완화시켜 나갈 수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한미합동군사연습 연기를 미국에 제안해 미측도 이를 수용, 사실상 발표만을 남겨둔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사실상 당국회담을 제안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측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직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북측은 공식 참가신청 기간 내에 신청을 하지 않자 북측이 상황을 지켜본 뒤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참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대회를 한달여 앞두고 김 위원장이 전격 대표단 파견과 당국회담을 제안한 것.

평화3000 운영위원장인 박창일 신부는 “평화올림픽을 줄기차게 외쳐온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화답한 것”이라며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육로 방문과 ‘남북 평화콘서트’ 개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남북회담을 빠른 시간내에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석회의 70주년, “대화와 접촉, 래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교류를 강조해 주목된다. “북과 남사이의 접촉과 래왕, 협력과 교류를 폭넓게 실현하여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풀고 통일의 주체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남조선의 집권여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인사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래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여야 정당과 단체, 개별인사들의 접촉과 왕래를 언급한 것은 올해가 1948년 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 70주년인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6.15민족공동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남북해외 제정당.단체.개별인사들의 연석회의 준비위원회(추진기획단)’은 2016년 12월 중국 선양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조국의 평화와 통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전민족대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고, 지난해 전민족대회(평화통일민족대회) 개최를 줄곧 추진했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돼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소식을 듣고 고무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며 “대단히 환영할만한 제안이고 우리 정부도 상응하는 입장을 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복 의장은 “우리가 추진했던 ‘남북해외 제정당.단체.개별인사 연석회의’ 방법 밖에 없으리라 생각하고, 이 성격의 접촉과 회의 과정에서 새로운 교류와 협력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구체적으로 “상대방을 자극하면서 동족간의 불화와 반목을 격화시키는 행위들은 결정적으로 종식되여야 한다”며 “남조선당국은 지난 보수‘정권’시기와 다름없이 부당한 구실과 법적, 제도적장치들을 내세워 각계층 인민들의 접촉과 래왕을 가로막고 련북통일기운을 억누를것이 아니라 민족적화해와 단합을 도모하는데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짚었다.

이전 보수정권들과 똑같이 전방지역에서의 확성기 방송 등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대북 접촉과 방북 등을 ‘불허’하는 조치를 취하지 말라는 요구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당국은 북남관계문제를 외부에 들고다니며 청탁하여야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오히려 불순한 목적을 추구하는 외세에게 간섭의 구실을 주고 문제해결에 복잡성만 조성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북과 남이 마주앉아 우리 민족끼리 북남관계 개선문제를 진지하게 론의하고 그 출로를 과감하게 열어나가야 할 때”라고 제시했다. 6.15공동선언의 핵심인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실천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아울러 “나는 이 기회에 해내외의 전체 조선동포들에게 다시한번 따뜻한 새해인사를 보내면서 의의깊은 올해에 북과 남에서 모든 일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인사까지 덧붙였다.

북측의 최고지도자가 올해 남북관계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까지 했으니 북측은 이 기조하에 당국과 민간을 불문하고 적극 대화와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우려에 비해서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유화적인 조치를 담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정부 하기에 달린 것 같다”고 평하고 “한국 정부가 4월까지 시간을 벌었으니, 평화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핵단추가 내 사무실책상우에 항상 놓여있다”

김 위원장은 전문가들의 관측대로 ‘국가핵무력완성’을 지난해 성과로 꼽았고,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고 호언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에 우리는 각종 핵운반수단과 함께 초강력열핵무기시험도 단행함으로써 우리의 총적지향과 전략적목표를 성과적으로, 성공적으로 달성하였으며 우리 공화국은 마침내 그 어떤 힘으로도, 그 무엇으로써도 되돌릴수 없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전쟁억제력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미국본토전역이 우리의 핵타격사정권안에 있으며 핵단추가 내 사무실책상우에 항상 놓여있다는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국가 핵무력 완성’의 결론은 미국 본토 전역을 핵타격 사정권에 두고 자신의 결심에 따라 언제든지 타격할 수 있다는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체 인민이 장구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바라던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을 틀어쥐였다”며 “당의 병진로선과 과학중시사상의 정당성과 생활력의 뚜렷한 증시이며 부강조국건설의 확고한 전망을 열어놓고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필승의 신심을 안겨준 력사적장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올해의 과제로 “핵무기연구부문과 로케트공업부문에서는 이미 그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면서 “적들의 핵전쟁책동에 대처한 즉시적인 핵반격작전태세를 항상 유지하도록 하여야 하겠다”고 당부했다.

이 외에도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수행에서도 커다란 전진을 이룩하였다”고 총화하고 올해의 구호로 ‘혁명적인 총공세로 사회주의강국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자!’를 제시했다. 특히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개선향상시키는 것”을 주요하게 내세웠다.

김 위원장은 “당조직들이 당의 사상과 어긋나는 온갖 잡사상과 이중규률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고 당중앙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전당의 일심단결을 백방으로 강화하여야 한다”며 “전당적으로 당세도와 관료주의를 비롯한 낡은 사업방법과 작풍을 뿌리빼는데 모를 박고 혁명적당풍을 확립하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려 당과 인민대중과의 혈연적련계를 반석같이 다져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조직 내부의 사상투쟁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지난해 연말 당 제5차 세포위원장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당세포를 충성의 세포, 당정책관철의 전위대오로 강화하자’고 호소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 소장은 “비사회주의 현상을 특별히 경계하고 있지만 일방적인 통제나 단속보다는 사회주의 문학예술의 힘으로 누르겠다고 했다”고 짚고 “세도라든가 부정부패 등은 거론됐지만 최근 몇 년 보다는 강도가 낮아진 것은 아마 지난 연말 당세포 대회에서 결속지은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추가,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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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봄, 통일이 오는 길

반도의 봄, 통일이 오는 길이정훈의 여명의 눈동자(28)
▲사진 : 뉴시스

1. 반도의 봄

우리에게 통일은 과연 언제 어떻게 다가오는 것일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처럼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갈망한다. 허나 보통 사람들의 통일 체감온도는 아직 낮고 멀게 느껴진다. 통일을 달리 말하면 오랜 ‘분단체제’가 허물어지는 것인데,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분단체제는 여전히 겨울얼음처럼 견고하고 강하기 때문이다.

새 기운이 찬바람을 밀어내며, 강 밑에선 얼음이 깨지고 있으나 사람들은 계절이 완연해지기 전까진 그 변화를 잘 알 수 없다. 봄을 느끼려면 기운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반도의 거대한 계절이 돌고 돌아, 새로운 문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식민시대를 지나 식민보다 길었던 분단, 불평등의 시대를 넘어, 이제는 새 청춘세대와 함께 우리는 통일시대로 가고 있다. 이 힘을 돌려세울 물리적 반동의 힘, 영원할 것 같던 제국의 힘도 기력을 거의 다 소진했다. 새 세대는 ‘77만원 세대’가 아니라 꿈에도 소원인 ‘통일세대’이다.

통일은 남북, 해외 온 민족 구성원의 노력으로 전진한다. 여전히 전쟁의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으나 이 글은 평화적 방법을 중심으로, 남측의 통일운동보다 북-미간 대립과 상호 전략 변화를 중심으로 다가오는 통일시대를 전망해보려 한다.

2. 미국의 ‘현상유지 전략’과 ‘2개 한국’ 정책(Two Koreas policy)

주변국들 모두가 한반도의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것은 알려진 상식이다. 중국도, 러시아도, 일본도, 미국도 통일된 한반도를 원치 않는다. 이들 나라가 원하는 것은 ‘현상유지’이다. 즉 남과 북에 분단 상태가 지속되거나 아예 영원히 2개의 나라로 분리되어 살기를 원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에 남과 북이 합쳐 통일된 강국이 새롭게 출현하는 것을 아무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 통일을 강력히 반대하는 세력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우리 내부이다. 주변국이 모두 반대해도, 민족 내부와 한국 내부에 강력한 통일세력이 존재한다면 통일 가능성은 열리기 마련이다. 한국 정치권 내부에서는 어떤 통일을 원하며, 실제로 통일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움직이는 정치세력은 누구일까? 한국 수구보수세력은 통일 문제도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과 입장이 같다. 이들은 분단체제의 기득권 세력이며 분단을 지지하는 ‘통일 알레르기’세력이다. 이른바 안보, 종북, 반북 프레임으로 70여년을 유지해온 사실상 분단유지 정치세력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통일론이 있다면, 그것은 북이 붕괴하길 바라는 흡수통일이거나 미국이 주도하는 북진통일이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중도정치세력은 통일을 원하는가? 그들이 원하는 통일은 미국과 다른가? 한마디로 말하면 이들의 통일론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 체제전복이나 붕괴를 기본으로 삼아 대(對)한반도 정책을 수립했다. 이른바 70년 대북 적대정책이다. 대북 적대정책의 한 방도가 평화협정을 거부하며 남북 정전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의 붕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 ‘협상’의 방법으로 남과 북을 영구히 분리해버리는 남북 영구분단 전략이다. 일종의 후퇴전략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미국의 ‘2개 한국’(Two Koreas) 정책이다.

민주당이 평화를 희망하지만 그들이 선호하는 통일방식은 2개의 현존하는 남, 북의 국가를 서로 인정하고 마치 일본과 그런 것처럼 교류하며 살아가는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이를 정치 용어로는 두 국가 사이의 ‘국가연합’이라고 한다. 이 역시 미국의 오래된 ‘2개 한국 정책’과 맥락을 같이한다. 결국 남과 북이 하나의 나라로 통일되는 것이 아니라, 2개의 국가로 굳어지는 것이다. 분단의 유지이지 통일이 결코 아니다. 물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2개의 연합국가는 과도적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언젠가 통일될 것이라고 말한다.

3. 북의 통일전략 변화, 4차 당대회와 7차 당대회

그러면 북은 어떠한가? 북이 통일문제에 더 적극적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실제로도 그렇다. 북은 분단 70여년을 보내며 견지해온 통일방식에 두 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 한국(조선) 전쟁 이후 가장 큰 변화상은 북미, 남북 간에 장기적 대치상황이 예견되는 것이었다. 전후 불과 7년 만에 발생한 남한의 4.19혁명을 보며 북은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했다. 북 노동당 4차 대회의 통일노선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였다.

1961년 9월 개최된 제4차 당 대회에서 김일성 주석은 “남조선 인민들이 반제·반봉건투쟁을 성과적으로 진행하며 이 투쟁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맑스-레닌주의를 지침으로 하며, 노동자·농민을 비롯한 광범한 인민대중의 이익을 대표하는 혁명적 당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즉 북한(조선) 민주기지론에 더해 남한 민주화, 남한 혁명에 의한 장기적 통일노선을 기본노선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후 6~70년대 남한 내에 지하당 또는 진보정당을 만들려는 시도와 이를 깨고 정치적으로 악용하여 ‘간첩’을 만들려는 박정희와 중앙정보부의 사건조작이 뒤엉켜 통일혁명당, 인민혁명당,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이어졌다.

▲사진 : 로동신문 홈페이지

또 한 번의 커다란 통일정책 변화는 1990년대 초 동구권 사회주의와 소련 붕괴 이전부터 있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밀리에 추진한 핵과 미사일 개발노선과 연관되어 있다. 물론 핵무력 개발은 미국의 체제 전복과 핵전쟁 위협에 맞서 북 체제를 유지할 군사적 담보인 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게 1차적 목적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서는 핵과 미사일로 미국의 대한반도 영향력과 지배력을 끊어내겠다는 통일전략 구상이 장기전략으로 당시부터 이중적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조국통일 방략의 무게중심이 ‘선(先) 남조선 혁명 통일론’에서 남측 혁명역량이 부족해도 북미 핵 대결과 대미 직접 타격역량 증강으로 통일을 이룬다는 파격적 전략이 장기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지난 2016년 30년 만에 열린 7차 당 대회에서 확인된 변화된 통일전략은 사실 지난 3~40년 동안 비공개로 추진해온 핵과 미사일 전략을 공개하고 재정리한 것이다. 김정은 시대의 통일노선으로 정식화하면서 말이다.

4. 코리아 핵과 통일 문제의 국제적 지위와 성격 변화

베트남 통일은 미국에게 충격과 패배를 안겨준 국제적 사건이다. 한반도 통일문제 역시 1990년대까지만 해도 베트남 통일 정도의 충격파에 비견되는 지역적 국제문제였다. 그런데 오늘날 북미 대결과 한반도 통일문제는 과거 베트남 통일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렸다. 한반도 문제는 이미 미국중심의 세계질서를 흔드는 거대한 국제현안이 돼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조선)이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전 세계적인 큰 문제”라며 연일 북의 위협에 공동 대처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조선)의 핵무기프로그램이 “가장 절박하고, 위태로운 위협”이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2017년 국제 안보 현안 가운데 최대 변화로 북 문제를 꼽았다. 북의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 이후 신임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북핵 ‘런던 위협설’을 제기했다.

최근 북의 핵전략에서 더 놀라운 점이 발견되고 있다.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어 핵보유국 지위나 대미 핵억제력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과 실제적인 핵 균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미국과의 핵군축을 현실적 목표로 핵 기술과 무력을 계속 증강시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것이 7차 당 대회와 ‘병진노선의 최종목표’라고 공식 보도하였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과 핵 경쟁을 시도하는 반제반미 국가가 다시 출현한 것이다. 북은 핵전략의 1차 목표에서 2차 목표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2차 목표의 종착역은 한반도 통일과 미‧중‧러 등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확고부동한 국제적인 정치군사적 지위 확보로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북의 핵무력 완성으로 실제 미국의 대북 전쟁개시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아니 거의 불가능해졌다. 핵을 가진 나라를 섣불리 공격할 수 없는 것은 엄연한 국제 현실이다. 북이 또 짧은 기간에 미‧중‧러를 압도하는 핵과 미사일 기술을 질량적으로 계속 개발할 경우 미국에겐 냉전시기 ‘평화공존’을 추구하던 구소련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끔직한 재앙이 될 것이다. 표면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편에 서서 20여 년 동안 북핵을 반대하고 있지만, 종국에는 자기네보다 빠르게 더 높은 수준의 핵 기술과 전략자산을 자력 증강해가는 북한(조선)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전전긍긍하는 게 그들의 속사정이다.

5. 지난한 북-미 비밀 비공개 협상 과정

오바마-트럼프로 이어지는 대북 적대정책 가운데서도, 지난 11월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2~3개 채널이 열려있다”는 발언대로 북-미 비밀협상은 계속 있었다. 협상의 주요 내용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언론에 흘러나왔다. 이 비밀협상 또는 이른바 ‘반관반민(半官半民. 1.5트랙)’ 채널의 주요 흐름을 읽으면 차후 진행될 북미 평화협정의 내용을 예상할 수 있다. 뉴욕 채널과 쿠알라룸푸르, 제네바, 오슬로 등지에서 비록 비공개지만 미국이 더 후퇴한 평화협상 개시 조건과 가능성을 전환적으로 밝힌 것은 오바마 정부 말기다.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거다.

미국이 오바마 정부 시절 구상한 비밀 평화협상안은 북핵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교환하는 평화협상이었다. 이들 협상안엔 앞서 설명한 대로 북 비핵화와 주한미군 지위변경 주둔, 즉 ‘2개 한국’ 유지 평화협상안과, 주한미군 철수가 포함된 더 후퇴한 비핵화 평화협상안 등이 있었다. 과거 9.19공동성명에서 실현하려던 방안과 유사하다. 만약 이것이 성사되었다 하더라도 한반도의 지각변동은 지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은 핵 포기와 연관된 어떤 협상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정부 후반부터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유효했던 9.19성명의 공식은 북의 핵무력 완성으로 현실에서 완전히 의미를 상실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는 죽은 자식 뭐 만지듯 9.19와 6자 회담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지만 북은 흘러간 옛 노래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북미협상의 최대 핵심 쟁점은 미국의 북 비핵화전략과 북의 핵 보유강화전략의 충돌이다. 한반도 평화협정과 핵문제는 같은 뿌리에서 산생했지만 별개의 문제이다. 북은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연계한 회담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비핵화 문제는 상호 군축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 발 더 후퇴해 북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한 북이 북-미 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현재 전혀 없어 보인다. 미래의 평화협상의 내용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 협상이 지난하고 어려운 근본 이유이다. 싸움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오바마 정부 말기부터 북미 핵 전쟁위기 속에서 지속되고 있다. 공개든 비밀협상이든 세계가 이 세기의 협상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6. 평화협상과 통일은 동전의 양면

가까운 미래 진행될 북미 평화협상의 내용이 한반도 남북 정부와 정치권에 미칠 영향은 메가톤급이다. 아무런 연관성 없이 분리, 운영되던 남북 정치의 기존 틀이 해체되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과 체제로 들어선다. 오래전 기억이라 우리는 남북의 경계선이 점차 사라져가는 정치를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 이런 지각변동이 남한 정치권, 즉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민중당 등 정치세력의 재편과 몰락, 부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1945년 해방 직후에 이어 두 번째 맞이하는 전 한반도 차원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이 염두에 둔 평화협상안은 대략 아래의 3가지 수준과 형태로 보인다. 물론 미국의 기본적인 대한반도 정책은 협상자체를 무시하고 정전상태를 유지하는 오만한 ‘현상유지’ 전략이었다. 미국은 협상자체를 불가피한 후퇴로 인식하고 있었다. 평화협정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서로 주고받는 ‘균형교환 협상’과 승패가 명확한 ‘승리협상’(강화조약)이다.

1안) 북 비핵화 평화협정 ; 주한미군 주둔(평화유지군 지위변경)→ 남북 연합제(‘2개 한국’ 정책). 이는 필연적으로 완전한 북미 적대관계 해소로 나가지 못한다. 북미 수교도 평화협정과 분리해 시간차를 두고 진행될 수 있다. 베트남의 경우 미국과 수교는 1995년에 이뤄졌다. 북미 관계, 북한(조선) 상황, 남한 정권 교체에 따라 평화협정이 다시 깨질 수도 있다.

2안) 북 비핵화 평화협정 ; 주한미군 철수→ 남북 연합연방제(사실상 연방제)→ 북미수교. 이것은 과거 6자 회담과 9.19공동성명이 성실히 추진되었다면 가능했을 모델이다. 북은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만 갖고 과거 핵무력을 폐기하고 추가 개발을 포기하며, 상응하여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방안이다. 미국이 이를 두려워한 이유는 이 평화협정과 6.15선언이 결합되면 한반도가 사실상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통일국가로 간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을 잃는다고 본 것이다.

3안) 핵보유 평화협정(핵문제 분리 평화협정) ; 주한미군 철수→ 북미 적대관계 해소→ 즉각 북미수교 추진. 북의 핵보유 문제를 평화협정과 분리해 상호 비핵화, 상호 군축 문제로 다루는 원칙적 방법이다. 북이 평화협정에서 미국의 핵 존폐 문제를 다루지 않듯이, 미국도 북핵 문제를 별도 처리하는 방안이다. 절충적으로 북의 ‘과거 핵’을 인정하고 ‘미래 핵’을 동결하는 방안도 있다. 사실상 북 핵보유 인정 방안이다. 모든 게 미국이 패퇴하는 협상이다. 미국이 영원히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게 된다. 협상이라기보다 패배한 종전 처리과정에 가깝다.

평화협상은 본질적으로 남·북‧미가 한반도 전쟁을 종결하는 것이다. 미국이 70여 년간 유지해 온 대북 적대정책을 중단하고, 말 그대로 상호 평화적 관계로 전환하는 문제이다. 이 협정 자체가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직접 다루지는 않는다. 통일은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앞서 본 것처럼, 통일의 주요 장애물이 이 협상을 통해 거의 제거된다. 따라서 평화협상 후 통일을 위한 남북 정치협상은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을 띠게 된다. 즉 평화협정은 우리시대 통일로 들어가는 출입구이다.

▲사진 : 뉴시스

7. ‘미치광이 전략’의 끝과 미국의 혼돈

미국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어쩌면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최대의 압박과 관여전략)은 미칠 지경인 미국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협상도, 전쟁도 답이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 들어 최소한 표면적으로 공고해 보이던 미국의 대북정책은 크게 금이 가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미 행정부, 의회의 대북정책도 일대 혼란이다.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오락가락 대북정책의 연속이다. 지난해 10월 미 의회에선, 의회 동의 없는 대통령의 대북 선제 핵공격 결정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 맥마스터 안보보좌관 등 권력 핵심들의 불화와 엇박자도 언론에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지난 70년 대북 적대정책의 결과는 한마디로 “미국이 졌다”는 게 미국 주류 정치권의 솔직한 자평이자 흐름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1월29일자에 “북미대결은 이미 끝났다. 북한(조선)은 이미 핵무장 국가다”는 제프리 루이스의 주장을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앞서 8월8일자에 “이제는 북한(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 할 때”라는 그의 기고도 실었다. 권위 있는 정치잡지 포린 폴리시는 “게임은 끝났고 북한(조선)이 이겼다”고 했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은 핵 국가다.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놀라운 변화다.

과거 수십 년간 대북정책에 관여했던 주요 전문가와 인사들(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 윌리암 페리 전 국방장관, 북미 제네바 수석대표 로버트 갈루치, 핵전문가 지크프리트 해커, 제임스 울시 전 CIA국장,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도 즉각 협상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 틸러슨 국무장관이 들고 나온 “조건 없는 북미대화”는 쇼로 끝났으나 결코 우연히 제기 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은 사실 오래 갈 수 없는 고육책이다. 미치광이 전략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숨어있는 것은 ‘승전’이기보단 미국에 유리한 협상전략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정치 상황을 보면 트럼프가 제 임기를 마칠지조차 비관적이다. 미국이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을 얼마나 더 유지하고 버틸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이 망조를 자초하든 위기를 해소하든 미국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 끝은 결국 더 패퇴한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바로 2018년에 그런 방향전환이 이뤄진다고 해도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다.

8. 중단 없는 2018년과 시대정신

크게 보면, 해방 후 치열하게 전개돼온 한국사회변혁 경로와 조국통일 경로의 선후 순서가 바뀌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평화협정 국면이 열린다 해도 통일이 저절로 성취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평화협정은 통일의 가장 큰 장애물을 제거할 뿐이다. 통일의 방향, 속도와 질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통일의지이기 때문이다. 통일의 목적은 하나의 절멸이 아니라, 민족의 공동번영과 하나의 나라로 남과 북이 상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반미 반전평화운동, 평화협정 촉구운동, 자주통일운동의 변화 흐름을 주체적으로 읽고 임해야하는 이유이다.

지난 2017년 북미관계는 매우 격렬했다. 그러나 2018년 북미관계는 더욱 더 격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이상, 북미 대결은 세계사에 보기 드문 ‘끝장 대결’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말 그대로 “지금까지는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북이 2018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평창올림픽 참가 용의를 전격적으로 밝혔다. 문제는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정책 변화인데, 미국이 훈련 연기로 대응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자주통일’이 한국 진보만의 오랜 고민과 숙제인 시대도 이제 지나고 있다. 한국 정치권은 주요한 시기에 미국을 무조건 따라가는 망국적 한국 주류학계와 언론의 함정을 경계해야한다. 특히 민주당과 정부는 6.15공동선언과 그 정신을 견지하고 미국의 낡은 ‘2개 한국 정책’에 기대지 말아야한다. 힘과 힘이 충돌하는 냉엄한 국제정세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하며, 북의 전략과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북을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한다. 돌아가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촛불정신 계승과 자주통일은 결코 돌려세울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이정훈 국제팀장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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