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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순씨는 장애인 딸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싸운다

복순씨는 장애인 딸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싸운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입력 : 2017.12.24 09:43:03

 

시각중복장애인 효정양의 엄마 강복순씨가 12월 18일 아이의 하교를 도우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시각중복장애인 효정양의 엄마 강복순씨가 12월 18일 아이의 하교를 도우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시리즈 목차 

1 시각중복장애인 효정이 엄마 복순씨 

2 장애학교 주변을 떠도는 엄마들 

3 내가 외로운 법정 싸움을 하는 이유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 현실은 그러나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 계획만으로도 마을 주민들이 갈라질 정도로 큰 갈등을 빚는다. 장애인들도 당연히 누려야 할 교육 받을 권리와 행복추구권이 집값 하락이라는 논리 속에 번번이 무시된다. 장애아의 부모들은 비장애인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들을 획득하기 위해 투사가 돼야만 한다. <주간경향>은 세 차례에 걸쳐 장애아를 돌보는 엄마들과 주변의 사연을 통해 오늘날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되짚어 보려 한다. 1회는 시각중복장애인 효정이를 돌보며 장애인 권리를 위해 싸우는 엄마 강복순씨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어느 날 남편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복순아, 이제 그만하자. 너 언제까지 그럴 거냐.”

나는 내 딸 효정이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1998년 7월에 태어난 내 첫째딸 효정이는 눈에 초점이 없었다. 백일이 다 될 때까지 효정이는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어쩌면 효정이의 세상은 어둠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지만 인정할 수는 없었다. 조카를 보러 온 친정언니들이 나에게 말했다. “복순아, 언니들 말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효정이 눈이 좀 이상한 것 같다. 효정이가 사시면 고치면 되는 거니까 일단은 병원을 한 번 가보자.” 나는 무서웠다. 겁이 나서 병원에 갈 수 없었다. 병원에 가서 의사가 “아이가 눈이 안 보이네요”라고 말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친정엄마는 두 언니들을 잡았다. 왜 애 낳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애한테 그런 말을 하느냐고 혼냈다. 나는 그냥 버텼다. 

남편은 나보다 강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을까. 100일이 채 안된 효정이를 끌어안고 있는 내게 남편이 먼저 병원에 가보자고 권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둘이 김안과를 갔다. 의사는 곧바로 “여기가 아니라 큰 병원을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서울대학병원으로 갔다. 곧바로 엠알아이(MRI) 촬영과 약물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친정엄마랑 아이를 업고 신(神)발이 제일 좋다는 오대산으로 갔다. 오대산 자락에 있는 보살에게 500만원을 주고 세 번의 굿을 했다. 새벽 첫 이슬이 내리기 전에 대기하고 있어야 아이가 낫는다고 해서 효정이를 들쳐업고 새벽 2시에 산을 올랐다. 친정엄마는 아이 배냇저고리와 아이 아빠 속옷을 들고 오대산 자락을 따라왔다. 

효정이는 결국 그날 이후 폐렴에 걸려 한 달을 입원했다. 그쯤 되면 나도 정신을 차렸어야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신이 있으면 거기에라도 매달려 우리 효정이가 앞을 볼 수 있기를 빌었다. 서울대병원에서 결과가 나왔다. 담당교수는 나와 아이 아빠에게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얘 눈 못뜨니까 그냥 애 잘 키울 생각이나 하라”고 했다. 효정이는 선천적 시신경위축이었다. 눈이 돌아갔다. 없는 돈 끌어다 500만원이나 주고 굿까지 했는데. 교수를 붙들고 싸웠다. 전공의들이 나와 아이 아빠를 끌어냈다. 병원 밖을 나온 순간부터 우리는 장애아이의 부모가 됐다.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내 새끼가 아픈데 부모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지난 9월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특수학교 관련 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특수학교 먼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연합뉴스

지난 9월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특수학교 관련 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특수학교 먼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연합뉴스

나도 한때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애를 낳고 복직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직장은 이제 나에게는 사치였다. 효정이와 내 앞에는 끝나지 않을 병원생활이 기다리고 있었다. 직장 동기, 언니들이 회사 민영화로 연봉이 오르고 직책도 오를 동안 나는 내 아이의 눈과 손, 발이 돼야 했다. 효정이가 서울맹아학교 유치부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아이와 꼬박 5년을 붙어 있었다. 3살 터울로 태어난 둘째는 우리의 멘토였다. 아들이 뒤집으면 아들의 모습을 보며 효정이 뒤집기를 가르쳤다. 아들이 네 발 기기를 하고, 걸음마를 하는 것을 관찰해 효정이를 가르쳤다. 시각장애아이들은 시각적 자극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 하나하나를 몸으로 가르쳐야 했다. 비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도 모든 것이 처음일텐데, 시각장애아는 나도 머리털 나고 처음이었다. 시각장애인을 본 경험은 출퇴근 때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맹인의 모습을 본 게 전부였다. 

우울증이 심해졌다. 집 안의 모든 불을 끄고 살았다. 커튼을 쳤다. 남편이 한마디 하면 “애새끼가 눈도 안 보이는데 불은 켜서 뭐 해”라고 날선 말을 뱉었다. 효정이가 4살 될 때쯤이었다. SBS <세상에 이런 일이>를 보다 안산에 사는 동진이 사연을 접했다. 7살 시각장애아 동진이가 동네 심부름을 다니고, 일반 아이들과 노는 게 나왔다. ‘저 아이의 엄마와 통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담당 PD를 수소문해 울고불고 사정해서 동진이 엄마를 찾았다. 동진이 엄마는 내 동앗줄이었다. 이후 서울맹아학교 유치부에 다니며 동진이 엄마를 다시 만났다. 내게 “효정이 엄마야, 너 그냥 종로로 이사 와라. 여기서 우리 의지하며 살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5살 되던 2003년에 종로구에 정착했다. 

어느 날 맹아학교 학부모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효정아 얼른 와라. 여기 좀 도와야 한다.” 당시 용산초등학교 학생 수가 줄어서 용산초 절반을 잘라 서울맹아학교 용산분교를 만들 예정이었다. 용산구 주민들의 항의는 너무 거셌다. 맹아학교 공사 첫 삽 뜨는 것을 막아섰다. 내게 “저 ×× 같은 ×가 저 모양이니 병신 ××를 낳았지”라고 말했다. 집안 대대로 목사인 한 주민이었다. 포클레인이 들어서지 못하게 마을 주민들이 학교부지에 눕기도 했다. 그때 장애아 엄마 2명이 포클레인 삽 위에 올라탔다. 기사님께 “모든 일은 우리가 책임질게요. 제발 학교 안으로 들어가주세요”라고 빌었다. 포클레인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니 주민들이 전부 일어섰다. 그렇게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세상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깨달았다. 장애인 엄마가 투사가 되는 것은 그냥 내 아이를 지키려는 것이다. 약한 내 새끼 공부는 가르쳐야 하고, 사람은 만들어야 하는데 부모 아니면 아무도 내 새끼를 도와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내가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2007년 5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이 막바지였다. 장특법 제정은 반대가 심했다. 특수교육 현장을 바꾸는 건 다 돈이 들어가니까 다들 예산낭비라며 반대했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는 그 평범한 엄마들이 머리를 깎고 삼보일배를 했다. 그때 현장에서 만난 한 아이의 엄마가 이 말을 했었다. “효정아, 이 법이 통과돼야 우리 애들 교육시킬 수 있다.”

나는 우리 딸의 생애주기마다 싸워 왔다. 장특법이 무서운 것은 학교장이 아이의 장애를 이유로 입학을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법이 통과돼야 내 딸이 학교를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제 내 딸은 20살이 됐다. 이 다음은 평생교육법 개정이다. 주변 사람들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효정이 엄마 덕분에 다른 사람들도 혜택을 받고 살아”라고 말이다. 나도 ‘나보다 몇 년 위 극성맞은 엄마가 있으면 편하게 따라갔을텐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암환자다. 2015년 특수교사 정원을 두고 반대의견을 내는 의원들이 있었다.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병원 화장실에서 피주머니를 빼고 친한 엄마에게 부탁한 고무줄 바지를 입고 의사 허락 없이 의원들을 만나러 갔다. 특수교사 정원 확충은 엄마들에게는 큰 문제였다. 특수학급은 늘 과밀이었다. 효정이처럼 시각장애에 인지손상까지 있는 중복장애아들을 한 반에 6~7명씩 몰아넣고 선생님 한 분이 보라고 하면 그 사람보고 그냥 나가라는 말과 같았다.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 아이 교육이 달린 문제였다. 그때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다니면서 특수교사 정원이 700명으로 확 늘어났다. 그렇게 하나하나 나를 비롯한 장애아 엄마들이 아이들의 길을 닦아가고 있다. 공무원들은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엄마들은 너무나 잘 안다.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전화도 잘 받아주지 않았다. 과장해서 백 번 전화하면 한 번 누구인가 싶어 확인전화하는 식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19대 의원일 때 정 의원실 비서관과 함께 있는데 기획재정부 공무원이 때마침 콜백을 했었다. 그 직원은 우리에게 “당신들이 진짜 엄마가 맞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 당신들 그냥 영리단체 아니냐”고 했다. 듣다 못한 비서관이 “종로구에 사시는 엄마가 맞다”고 확인해줬다. 그제야 기재부 직원은 우리를 만나줬다. 늘 그런 식이었다.

나는 지금 효정이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공기 좋은 외진 곳으로 가서 살고, 효정이는 교통도 좋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서 나와 떨어져 살았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암수술과 항암치료를 받는 한 달여 기간 동안 남편은 둘째·셋째아이를 보살피고, 효정이는 지역사회에 주간·단기보호를 맡겼다. 


내가 퇴원해서 아이를 데리러 가니 아이가 울면서 내 팔을 꼭 잡았다. 암이니 수술이니 입원이니 하는 개념을 이해할 수 없으니 그저 엄마가 자신을 버린 줄 알았던 것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딸과 떨어질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효정이가 장애인들끼리 특정 시설에 모여 사는 게 아니라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평범한 삶 속에 스며들어 살 수 있는 장애인 주거모델을 만드는 게 내 마지막 목표다. 내 딸 효정이에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의 핫클릭!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2240943031&code=940100#csidx9c1c140d546f4a3a04e8a7c2462f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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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돌변에 기자들 "와, 대박"... 포토라인에서 있었던 일들

 

 
대통령 탄핵으로 예정보다 일찍 치러진 대선이 불과 7개월 전이라는 게 믿겨지시나요?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고 적폐 청산 작업이 곳곳에서 일어난 올 한해는 유독 큰 사건이 많았습니다. 

우리 사회 사건이 최종적으로 당도하는 곳, 검찰은 특히 더 분주했습니다. 지난 권력의 핵심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서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독특(?)했던 장면들을 뒷이야기와 함께 풀어봤습니다. 

① 최순실 돌변에 기자들 "와, 대박" 
항변하는 최순실 "자백 강요하고 있다"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이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며 취재기자들을 향해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공동 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 항변하는 최순실 "자백 강요하고 있다"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씨가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며 취재기자들을 향해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공동 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유성호
박영수특별검사팀의 소환 통보에 한 달 동안 버티다 지난 1월 25일 결국 강제 구인된 '비선실세' 최순실씨. 지난해 10월 첫 검찰 소환 당시 "죽을죄를 지었다"며 울먹이는 모습은 이날 볼 수 없었습니다. 상아색 수의를 입고 법무부 호송 차량에서 내린 그는 좌우를 한번 살피더니 돌변했습니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자백을 강요하고 있어요!"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버티며 "억울하다"고 소리친 최씨는 결국 교도관들에 떠밀려 조사실로 올라갔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청소노동자가 "염병하네"라고 응수하기도 했죠. 불과 한 달 전 고개를 푹 숙이고 특검 조사실로 향하던 모습에서 돌변한 겁니다. 상황 종료 직후 기자들 사이에선 "와, 대박"이라는 말이 저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최씨는 법정에서도 종종 돌변합니다. 쉬는 시간 "못 참겠어. 빨리 사형시키란 말이에요"라고 통곡하는가 하면, 검사를 향해서는 "나에게 뒤집어씌우지 말라"고 목청을 높이기도 합니다. 25년형을 구형받은 날에는 피고인 대기실에서 "끄아아악"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②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우병우의 "고맙습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희훈
검찰 포토라인을 이야 하자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첫 소환 때 질문하는 여성 기자를 노려봐 논란을 부른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이후 세 번 더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회(?)가 거듭될수록 태도는 조금씩 유순해졌습니다. 네 번째 포토라인에 서던 날에는 취재진 질문에 답을 마치고 옅은 미소와 함께 "고맙습니다. 들어갈게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뜬금없는 감사 인사였지만 '우병우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그로부터 보름 후, 세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그는 다시 한번 레이저 눈빛을 발사했습니다. 법원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밀려든 취재진에 떠밀려 그만 유리문에 부딪히고 만 겁니다. 큰소리로 "으아악" 비명을 지른 우 전 수석은 한동안 취재진을 노려봤습니다. 다음 날 새벽 그는 구속 영장 발부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③ 포켓몬고? 추선희고!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관제데모'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지난 10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관제데모'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늦더위가 차츰 물러가던 지난 9월 2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선 느닷없는 '술래잡기'가 펼쳐졌습니다. 'MB 국정원' 지시를 받고 관제데모를 벌였다는 의혹의 주인공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 때문이었습니다. 

추 사무총장의 출석 예정 시간인 오후 4시가 다가오자 청사 앞에는 하나둘 출입기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예정 시각에서 20분이 지나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곧 "당초 4시에 출석하기로 했으나 5시쯤 출석하겠다고 전해왔다"는 기자단 공지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5시 정각이 되어서도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지루한 기다림이 한 시간 이상 이어졌고, 다시 "추선희씨가 출석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는 두 번째 공지 문자가 왔습니다. 모두가 허탈해하며 자리를 뜬 이후 '추선희씨가 어딘가 숨어서 기자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몇몇 기자들은 그를 찾아 검찰 청사 앞 화단과 계단, 출입구를 샅샅이 훑었습니다. '오기'로 정문 밖 편의점까지 살펴본 기자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인기를 끈 게임 '포켓몬고'를 연상시키는 작업이었습니다.

추 사무총장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 관제데모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됐을 때도 기자들을 따돌린 전력이 있습니다. 소환 예정 시각보다 30분 일찍, 다른 출구로 들어오는 방법이었습니다. 당황한 기자들이 급히 따라붙었지만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답답한 기자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에게 "부정이든 긍정이든 한마디만 해달라"라고 했고, "청와대 지시받은 적 없어요"라는 답을 겨우 들었습니다. 그제야 기자들은 "아휴, 가자"라며 흩어졌습니다. 

④ "한 말씀 할 테니까 밀지 마" 당당한 남재준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면서 취재진들을 뿌리치며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2017.11.08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지난 11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면서 취재진들을 뿌리치며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2017.11.08ⓒ 최윤석
국정원 특수활동비 40여억 원을 청와대에 상납해 역대 국정원장 3명에게 동시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죠. 그중에서 첫 번째로 포토라인에 선 사람은 박근혜 정부 초대 국정원장, 남재준 전 원장이었습니다. 

지난 11월 8일, "40년 군인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는 그는 포토라인에서도 양손은 가볍게 주먹을 쥐고 어깨를 활짝 편 특유의 걸음걸이로 걸어왔습니다. 누구보다 당당한 모습의 남 전 원장은 취재진이 혐의에 대해 캐묻자 불편한 심기를 마구 표출했습니다. 

"국정원 돈을 왜 청와대에 상납했습니까"라는 묻자 "쓸데없는 소리"라고 답하더니, 앞에 있는 마이크를 손으로 훼훼 뿌리치고 돌진했습니다. 취재진이 따라붙어 "한 말씀만 하고 들어가시라"고 설득하자 그제서야 "한 말씀 할 테니까 밀지 마"라며 포토라인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어렵게 입을 열었지만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없었습니다. 대신 아침 조회 때나 들어본 '훈화말씀' 같은 어조로 "국정원 직원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취재진을 거칠게 밀치며 조사실로 향했습니다. 

⑤ '레이저 꿈나무' 신연희 강남구청장
"마이크 치우세요"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21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들의 마이크를 뿌리치며 청사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마이크 치우세요"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지난 6월 21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들의 마이크를 뿌리치며 청사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윤석
검찰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들은 보통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는 뻔한 말 정도는 남기고 떠납니다. 대선을 앞두고 수백 명이 모인 카톡방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방한 글을 올린 혐의로 지난 6월 21일 검찰에 소환된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좀 달랐습니다. 

출석 예정 시각보다 약 20분 앞서 검찰 청사 앞에 도착한 그는 입을 꾹 다물고 포토라인까지 걸어왔습니다. 취재진 앞에서 잠시 멈췄지만 질문에는 일절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질문이 이어지자 손으로 마이크를 뿌리치고 청사 안으로 들어 가버렸습니다. 취재진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갔지만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한 기자가 답답하다는 듯 "나는 당당하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라고 묻자 신 구청장은 기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었습니다. 

최근 검찰은 "여론을 왜곡해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했다"라며 신 구청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재판부의 선고는 내년 1월 10일에 내려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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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구속으로 번지는 적폐청산, 시민들 모여 집회 개최

이명박 구속으로 번지는 적폐청산, 시민들 모여 집회 개최
 
 
 
대학생통신원
기사입력: 2017/12/23 [20:2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 대학생통신원

 

12월 23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집회를 주관한 MB구속 시민연합은 적폐의 꼭지점 이명박을 구속해야 한다.”며 매주 토요일 마다 집회를 열고 있다.

 

이명박은 국정원 불법공작으로 각종 공직자 선거에 개입했으며문화계 블랙리스트방송 장악을 벌였다또한 사자방으로 불리는 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산비리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있다시민들은 이명박을 구속하여 철저히 수사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 대학생통신원

 

분노한 시민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명박에게는 감옥도 과분하다쓰레기통에 넣어야 한다.”는 청소년의 발언과 이명박이 온 나라를 망쳐놓았다.”, “이명박의 가장 큰 죄는 부정선거다.”라는 자유발언이 이어졌다자유한국당규탄 시민연대 홍정기 대표는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이명박 정권이 국가를 장악하면 국민이 아무것도 모르게 되겠구나 생각했다.” “이명박 언론장악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박근혜다.” “이명박 구속으로 하루빨리 적폐청산을 이뤄야한다.”고 목소리 냈다.

 

▲ MB 스나이퍼 청년학생 실천단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대학생통신원

 

포토존과 이명박 구속촉구 서명운동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진행되었다. 5시부터는 MB 스나이퍼 청년학생 실천단 참가자들이 집회 장소 주위에서 이명박을 저격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이들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 MB 구속이라는 과녁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쥐잡이 특공대 활동을 벌이려 한다.”고 했다.

 

이들은 30일 집회와 대학생 쥐잡이 특공대등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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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굴욕외교'였더라도 칭찬받아야 하는 이유

[하승수 칼럼] 감옥 갔던 핀란드 대통령 조각상이 세워진 이유?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후에 '굴욕외교'니 '혼밥'이니 하는 말들이 나온다. 그러나 설사 굴욕이라고 해도 어떤가? 또 '혼밥'이었다고 해도 어떤가? 국가를 위해서라면 홀대를 받아도 외국을 가야 하고, 자존심을 죽이면서도 외교적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자리가 대통령이라는 자리이다. 그런 것을 망각하고, 자국의 대통령에게 비난을 하는 행태를 보면 '무책임'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두고 이런 논란을 하는 것은 한가한 얘기이다. 심지어 국가를 살리기 위해 자국의 전임 대통령을 전범으로 감옥에 보내야 했던 나라도 있다. 바로 핀란드 이야기다. 

핀란드는 1918년 좌-우간에 심각한 내전을 겪었다. 그후 내전의 상처를 치유하던 중에 1939년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해서 영토의 상당부분을 빼앗기게 된다. 이 전쟁을 겨울전쟁이라고 한다. 


영토를 빼앗기고 절치부심하던 핀란드는 1941년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손을 잡고 소련을 공격한다. 그래서 잃었던 영토를 되찾는다(이를 두고 '계속전쟁'이라고 한다). 

문제는 소련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의 길로 몰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독일과 같은 편에 섰던 핀란드는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망하게 되는 위기로 몰린다. 그래서 핀란드는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휴전을 하기 위한 협상에 매달린다. 그래서 소련과 휴전을 하는데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핀란드 대통령이었던 '리스토 뤼튀'는 책임을 지고 사임하고, 만네르하임이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리고 핀란드는 지금까지 같은 편이었던 독일군과 싸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라를 살려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은 그리 쉽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소련은 핀란드에게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사실은 1939년에 먼저 침공을 한 쪽은 소련이었고, 핀란드는 영토까지 빼앗긴 피해자였다. 그렇지만 2차 세계대전의 승리자가 된 소련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스토 뤼티. ⓒsuomenpresidentit.fi

그래서 핀란드는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물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소련은 독일과 손잡고 소련을 공격하기로 한 전임 대통령 '리스토 뤼튀'와 총리 등 핵심인사들을 전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빼앗긴 영토를 회복하려 한 것을 두고 '전범'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야말로 핀란드 입장에서는 부당한 일이었고, 자국의 전임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내는 것이야말로 더할 나위없는 '굴욕'이었다. 그렇지만 당시에 핀란드 대통령이었던 만네르하임은 이를 받아들였다. 단지 핀란드 법에 따라 핀란드에서 재판을 받게 된 것 정도가 다른 전범재판과는 다른 점이었다. 

 


결국 핀란드의 전임대통령 '리스토 뤼튀'는 전쟁 책임을 지고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감옥으로 갔다. 그는 감옥 안에서 병에 시달리는 등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라도 나라를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 핀란드에서는 전범재판을 해서라도 국가를 구하려했던 만네르하임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는다. 책임을 지고 감옥으로 간 '리스토 뤼튀'를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1994년 핀란드 국회 의사당 옆에는 '리스토 뤼티'의 조각상이 세워졌다. 2004년 핀란드 국영방송인 YLE는 위대한 핀란드인 1위에 만네르하임을, 2위에 '리스토 뤼티'를 선정했다. 당시 핀란드의 현직 대통령과 전임 대통령이 짊어져야 했던 짐은 '어떻게 해서든 국가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의 평화와 국가의 안위를 지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 위에 지워진 무거운 짐이다. 그것을 위해 굴욕과 혼밥을 감수했다면, 오히려 칭송받아야 할 일이 아닐까? 물론 '굴욕'과 '혼밥'이 맞는지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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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쓰레기같은 ‘5.24조치’의 진실을 알고 있다

나는 쓰레기같은 ‘5.24조치’의 진실을 알고 있다
 
[진실의길 Story ⑤] 응징(膺懲)의 진정한 의미
 
신상철 | 2017-12-22 15:52:0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16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촛불혁명

 

후세의 역사는 2010년대의 가장 파괴력이 컸던 역사적 사건으로 촛불혁명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2016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촛불혁명’을 꼽을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만큼 이 사건은 그 여파로 인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가져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앞 글에서 제가 2010년대의 역사적 사건으로 꼽았던 세 개의 사건 - 2010 천안함 침몰사건, 2012 대선부정선거, 2014 세월호 사건 - 과 동일 선상에 놓고 그것을 하나의 ‘단일 사건’으로 규정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오랜 세월 친일매국 세력과 군부독재 잔재들이 만들어 낸 수 많은 부정과 부패 그리고 관습적 비리가 총체적으로 누적된 결과물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 사건은 ‘단일 사건’이 아니며 고질적이고 복합적이며 오랜 세월 쌓여온 결과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적폐(積弊)’라고 규정하였던 것이지요.

만약 오래 전부터 그들의 부패와 비리로 양산된 수많은 사건들을 하나씩 밝혀내고 깨어부술 수 있었다면 현 시대에 절대로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이었던 것이지요. ‘오랜 적폐(積弊)’의 이면에는 그동안 우리가 그것을 간과했거나, 외면했거나, 역량이 부족하여 밝혀내 처벌하지 못했던 무능함이 공존합니다.

그래서 저는 세월이 흐를수록 ‘2016 최순실 국정농단과 촛불혁명’이라는 명제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의 존재감은 쪼그라들고 ‘촛불혁명’의 의미만이 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세력이 아닌(야당은 더더욱 아닌) 순수 민중의 가녀린 손으로 촛불 하나만을 들고 역사의 물꼬와 흐름을 바꾸어 놓은 ‘아름다운 혁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응징(膺懲)의 진정한 의미

최순실과 박근혜의 몸을 빌어 빙의된 결과가 오랜 세월 누적되어 온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우리는 그것을 ‘적폐(積弊)’라 정의하였고 그래서 ‘적폐청산(積弊淸算)’이라는 화두는 구태와 패악으로 뭉쳐진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 정부를 창출시키는 가장 커다란 동력(動力)이요 동인(動因)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현 정권은 ‘적폐(積弊)를 밝혀내고 과감하게 청산(淸算)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부여받는 ‘정치권력’인 것입니다. 기분같아서는 민중들이  회초리를 들고 때릴 놈 때리고 세울 것 바로세우고 싶지만 민주국가의 절차가 있으니 그 절차를 존중할 뿐이지요.

정치권력은 그 의미를 존중해야 합니다. 민중이 일구어 낸 혁명의 과제가 무엇인지 새겨야 합니다. 자신들이 잘나서 대선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민중이 맨 손으로 적폐덩어리를 무너뜨릴 때 자신들은 녹슨 포크레인 운전면허를 가진 자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현 정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와 그로인해 구속되고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모습들을 우리가 ‘응징(膺懲)’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그것은 ‘응징(膺懲)’이 아닙니다. ‘처벌(處罰)’일 뿐입니다. 잘못한 것에 대해 처벌받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응징(膺懲)’이라 말 속에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 패악의 뿌리와 근원에 이르기까지 닿아 있어야 합니다. 그 중심에 ‘진실규명(眞實糾明)’이 있어야 함은 물론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들이 완료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서 ‘응징(膺懲)’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세 개의 사건이 갖는 중대한 의미

천안함 침몰사건, 대선부정선거, 세월호 사건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간략하게 기술하겠습니다. 이 세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과 그에 대한 제도적 보완 그리고 응징(膺懲)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동일한 과오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2010 - 천안함 침몰 사건

‘단순 해난사고’를 ‘범죄 살인사건’으로 둔갑시킨 사건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기관을 총 동원하여 조작을 하고 국민을 속였습니다. 군 당국은 철저히 거짓과 왜곡, 은폐와 조작에 국방부는 철저히 충실하게 가담하였습니다. 국가기관이 모든 권력과 공권력을 동원하여 전 국민을 속인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살인사건’으로 둔갑시켜 졸지에 가해자가 된 북한은 우리와 반드시 통일을 이루어내어야 할 ‘우리 민족의 반쪽’입니다. 천안함 침몰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북한을 살인범으로 만들어놓고 그것을 빌미로 5.24조치를 취해 남북관계를 단절시키고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킨 죄를 어떻게 치유할 것이며 그 상황에서 남북간의 화해와 대화가 가능이나 하겠습니까?

저는 분명히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쓰레기같은 5.24조치의 진실을 알고 있다”라고. 항해를 전공하고 해군장교로 복무했으며, 선박을 운항하고 조선소에서 선박을 13척이나 만들었던 제 인생의 소중한 경험과 경력으로 저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기에 북한은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후예인 대한민국 해군은 유사이래 패한 적이 없습니다. 잠수함 잡는 것이 주특기인 초계함이 NLL 가까이에서 경계근무를 수행중 구닥다리 잠수함의 원샷 어뢰공격에 폭침당했다고 스스로 패잔병임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며 오늘도 사관생도들에게 거짓된 사실을 교육하고 있는 우리 해군은 23전 23승의 이순신 장군 앞에 무슨 낯으로 설 수 있을까요?

천안함 침몰사건의 진실규명을 통해 국가기관이 국민을 속인 죄에 대한 응징, 민족의 절반을 살인범으로 만든 ‘반민족적 행위’에 대한 응징, 세계 해군사에 길이 남을 충무공의 명예와 위상을 훼손한 것에 대한 응징 그리고 우리 해군의 미래를 책임질 간성들에게 거짓과 조작과 왜곡을 가르치고 있는 과오에 대한 응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2012 - 대선 부정 선거

촛불혁명을 통해 새로운 정권이 창출되었지만 ‘현행선거법’이 존재하는 한 부정선거의 불씨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덜 떨어진 사람들이 묻습니다. 2012 대선이 부정선거였고 그래서 박근혜가 당선되었다면 2017 5월 대선에서 어떻게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느냐고? 그 해답은 매우 간단합니다.

현행선거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혹은 그 일부 조직세력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부정을 통해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완벽한 ‘친(親)부정부패적인 선거제도’입니다. 그 효과는 박빙의 상황에서 극대화됩니다. 2∼3% 초박빙상황에서는 극히 일부분의 부정만으로도 결과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왜 5월대선에서 결과가 뒤집어지지 않았을까요?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탄핵정국으로 만들어진 5월대선에서 결과가 뒤집어지려면 적어도 10%대 이상의 부정을 저질러야만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 부담을 안고 18대 대선에서 부정을 저질렀던 당사자들이 동일한 부정의 시도를 할 수 있었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이미 2012 대선결과에 대해 정보공개청구와 자료수집 그리고 완벽한 분석을 끝낸 네티즌들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였을 것이고, 그럼에도 무리수를 두었다면 ‘피를 보는’ 국민적 저항에 맞닥뜨려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는 문제는 없는것일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언제까지 우리 진영이 10% 이상의 격차를 벌이며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장담하겠습니까. 이 땅에서의 대선은 ‘최순실 같은 불멸의 영웅(?)’이 나타나지 않는 한 언제나 박빙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벌써 잊은 듯 합니다.

선거관리제도 그 근본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보완이 아니라 개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던진 소중한 한 표가 온전하게 보전될 수 있습니다. 이승만 정권시절의 3.15 부정선거는 2012 대선에 비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수준의 부정이었습니다.

이 순간 그것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분들은 부끄러이 여겨야 할 일입니다. 자신이 던진 한 표가 사라지거나 엉뚱한 곳에 가서 악인을 위해 효자노릇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외면하고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것은 주권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아닙니다. 

2014 - 세월호 사건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우리가 그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고 대책을 수립했더라면 2014 세월호 침몰 때 참사를 피할 수 있었거나 최소화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단순 해난사고’라는 진실을 제대로 밝혀냈더라면, 아니 이명박 정권과 김태영 국방장관 그리고 군 당국이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조작하고 왜곡하고 거짓하고 은폐하지 않았더라면 그 사건은 우리가 해난사고를 당했을 때 어떻게 생명을 구해야 할지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침수가 이루어지는 단계에서부터 어떻게 초동 조치를 해야 하는지, 구조와 인양을 위해 어떠한 조직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수중에 가라앉아 있는 선체 내부에 갖힌 인명의 구조를 위해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  심지어 선체내부의 에어포켓 확보를 위해 어떠한 새로운 설비가 필요한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연구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한 것은 ‘가해자로 조작된 북한’을 비난하는 일과 국제사회에 거짓된 결과를 공표하며 민족의 반쪽을 음해하는 일과 엄청난 비용을 들여 연합군사훈련에 몰두하는 것만 했습니다. 그 결과는 대형 선박이 침몰하는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속수무책인 현실로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지요.

그리고 구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았던 국가기관은 또 다시 거짓과 은폐로 국민을 속이는 짓을 반복하였습니다. 콘트롤 타워는 무능하고 부실했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고를 방치하고 키웠습니다. 그 어느 독재국가와 전제국가도 자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토록 방치하는 나라는 없었습니다.

#

이러한 중대한 사건들에 대하여 그 진실을 규명하지도 않고 그 잘못에 대해 응징하지 않고 우리 역사가 진보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신상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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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길 Story

[진실의길 Story ①] 진실을 향한 기나긴 여정 
[진실의길 Story ②] 피고인만 14년 
[진실의길 Story ③]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 
[진실의길 Story ④] 응징(膺懲)이 빠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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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오 의원직 상실은 적폐세력의 정치판결”

“윤종오 의원직 상실은 적폐세력의 정치판결”
 
 
 
편집국
기사입력: 2017/12/22 [22:3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민중당 대표단들이 윤종오 의원의 의원직 상실형 판결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민중당)     © 편집국

 

22일 대법원이 윤종오 민중당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최종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원심을 확정했다이로서 윤 의원은 의원직이 상실 됐다.

 

이에 대해 민중당은 오후 3시 국회 정론관에서 대표단 기자회견을 열고 윤종오 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적폐세력의 정치판결” 이라며 민중과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종오 의원은 박근혜 적폐검찰에 놀아난 사법부의 부당한 정치판결이며 진보노동정치를 겁박하려는 명백한 정치탄압이자 거짓판결이라며 분노했다그는 노동자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가장 환영할 세력은 진보정치를 억압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적폐세력이라며 사법적폐를 향한 엄중한 분노로 진보정치를 지지해 주시고 민중직접정치가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 입장을 밝히고 있는 윤종오 의원. (사진 : 민중당)     © 편집국

 

김종훈 상임대표는 오늘은 윤종오 의원이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날이 아니라이 땅의 민주주의를 상실한 날로 기억할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모든 적폐의 중심에 있는 홍준표는 무죄를 선고했고 노동자국회의원 윤종오에게는 의원직 상실을 선고했다고 지적했다김 대표는 지금도 여전히 적폐는 계속 되고 있고 진보정치에 대한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며 이 땅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이 땅의 열심히 일하면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진보정치를 더욱 힘 있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창한 상임대표는 박근혜정부 시절검찰은 노동자 출신이 61.49%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자억지수사 억지기소로 진보정치탄압과 노동탄압을 가했다고 지적하며 검찰과 사법부가 이번 사건에서 보인 입장은 노동자 민중은 정치에 절대 관여하지 말라는 신호이며노동자 민중은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지 말라는 시대에도 뒤떨어진 행태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김 대표는 비정규직이 차고 넘치고농민들은 삶과 농업주권이 무너지고청년들의 미래가 암담하며한반도의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윤종오 같은 국회의원이 더없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중당은 별도의 논평을 통해서도 윤종오 의원직 상실형에 분노한다며 적폐세력의 정치판결을 민중과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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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오 의원직 상실형에 분노한다.

적폐세력의 정치판결민중과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 -

 

대법원이 결국 민중당 윤종오 의원에 대한 의원직 상실 형을 선고했다박근혜 정권의 정치검찰과 이명박 정권이 임명한 정치판사의 합작품이다촛불혁명으로 정권교체가 되고 박근혜 적폐청산으로 민중이 기대와 환희에 차 있는 이때진보정치는 최대의 시련을 맞았다.

 

민중당 윤종오 의원은 선거법을 위반한 사실도 위반할 이유도 없을 정도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모든 혐의가 그러하지만 유죄취지로 판단한 유사기관 이용사전선거운동 혐의는 결단코 인정할 수 없다컴퓨터전화 등 장비가 설치되지 않은 주민이용기관이 어찌 유사선거기관이란 말인가진보정치인의 일상생활과 같은 1인 시위가 어찌 사전선거운동이란 말인가상식에 어긋나는 거짓판결에 분함과 서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오늘의 판결은 노동자의 더 큰 분노와 민중의 더 뜨거운 정치열망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노동자 민중촛불세력에 대한 반란이자 선전포고이기 때문이다밟으면 밟을수록 질기게 피어나는 것이 민초의 성정이다민중당은 더 크고 단단하게 민중의 힘을 조직해 적폐세력의 준동에 맞서 싸워나갈 것이다.

 

오늘의 판결이 민중정치노동자정치를 향한 우리의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이다잠시 주춤거릴 수는 있지만 멈추지 않고 전진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본분이다민중당은 가장 낮은 곳가장 가까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겠다.

 

전국 곳곳에서 <윤종오 지키기활동을 벌여온 당원노동자들헌신적으로 연대해 주신 각 계 각 층 시민사회진심어린 걱정을 보내주신 울산 주민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민중당의 중단 없는 전진을 위해 그 지지를 다시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

 

2017년 12월 22

민 중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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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센터 회원들 눈물 "왜 하필 그때 사우나 갔대"

[현장] "제천 시내가 초상집"... 출입문 오작동·소방당국 대응 문제 지적도

17.12.22 21:33l최종 업데이트 17.12.22 21:33l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행한 가운데, 22일 오후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현장감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행한 가운데, 22일 오후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현장감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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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도 아침에 오는 손님이거든. 근데 왜 그 시간에 갔어."
"OO씨는 이번주에 오전 근무였대. 다음 주부터는 오후고."
"어떡해... (희생자 명단을 가리키며) 다 아침에 가는 멤버들이야."

22일 오후 3시, 여전히 매캐한 냄새에 둘러싸인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 대여섯 명의 중년 여성들이 모여 있었다. 전날 아침에도 이곳에서 운동과 사우나를 했다는 그들은 희생자 명단을 가리키며 "어떡하냐"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쉬었고 종종 눈물짓기도 했다.

이 스포츠센터는 2011년 7월에 지어졌다. 올해 몇 달간 경매로 문을 닫긴 했지만, 10월에 재개장해서 회원들이 한창 많을 때였다. 회원들은 헬스 회원만 500~600명으로 추측된다고 밝혔고, 사우나만 월정액권을 끊어서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약 6년간 서로 얼굴을 봐왔던 이들은 'OO 엄마'나 별명처럼 불렀던 '직업'을 이야기하며 이웃의 죽음을 슬퍼했다. 

"'아로니아'는 일찍 찾았다며..."
"'닭갈비'도 그렇게 됐대."
"걔는 왜 그 시간에 왔대. 요즘 나랑 계속 아침에 왔는데'"
"요즘에 며칠째 오후에 왔어. 그 시간이 한가하대서."
"아휴 진짜 왜..."

희생자들 시신이 안치된 제일병원에 방금 전 갔다 왔다는 A씨는 눈물을 쏟으며 "여기 사망자 명단에 있는 분 다 아는 사람이다. 아침이 오는 손님이 재수가 없어서 오후에 와서 죽었다"라며 "왜 그 시간에 갔어"라는 말을 반복하며 한탄했다. A씨는 21일 사고 당일 아침에 헬스장에 갔다가 사우나를 하고 나왔다고 했다. 

"여기 한동네 사는 사람들인데 사람이 너무 많이 죽었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만날 만나는 사람이잖아요. 또 여자들 사우나 문화가 있으니까 맛있는 거 있으면 싸 와서 나눠먹고 그랬어요... 지금 제천 시내가 초상집이야. 어떻게 하다가 이런 일이 생겼대요 그래." 
 

 22일 오후 충북 제천 제천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주민들이 현장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  22일 오후 충북 제천 제천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주민들이 현장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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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한 B씨, 자동문 안 열리고 비상구 찾기 힘들어

B씨는 오전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오후에 씻고 운동을 하려고 스포츠센터에 들렀다. 그는 "주차장 있는 데서 공사하는 걸 보고 올라갔다. 탕에서 씻고 나와서 반소매 반바지인 헬스장 옷만 입은 상태였는데 경보음이 울려서 그 상태로 바로 뛰쳐나왔다. 나올 때 탕 안에는 20명 정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단 5분도 안 돼서 불길이 너무 크게 번졌다. 매점에서 119에 '빨리빨리 오세요'라며 신고하는 것도 들었는데"라며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B씨는 2층 여탕 입구에 설치된 버튼식 자동문의 오작동과 비상구 위치를 참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들어올 때도 자동문이 잘 안 열려서 세 번이나 버튼을 눌렀다고 밝혔다. 연기 때문에 버튼이 안 보일 경우에는 더 문을 작동시키기 어려웠을 거라고 짐작했다.

게다가 창고 쪽에 있는 비상구에는 선반 위에 목욕 바구니가 잔뜩 쌓여있었다고 한다. 평소 회원들이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를뿐더러, 목욕 바구니까지 쌓여있으니 그곳을 비상구로 생각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게 B씨의 지적이었다.

"나오기 전에 할머니, 엄마, 딸이 함께 왔다던 그분들을 봤다. 매일 오후에 가서 사람들과 함께 커피를 자주 마셨는데..." 

그는 "괜찮냐"는 전화만 50통을 받았다며, 본인이 죽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했다. 사고가 일어난 후 놀라서 한숨도 못 자고 있는 그는 청심환을 먹으며 버티고 있었다. 

"2층 통유리 깨면 되는 거 아니었나"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행한 가운데, 22일 오후 사고 현장의 모습.
▲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행한 가운데, 22일 오후 사고 현장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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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까지 사우나 월정액 회원이었던 C씨는 자동차를 타고 오면서 화재를 목격했다. 그는 소방당국의 해명(관련 기사: "LPG 탱크 폭발 방지가 먼저... 구조요원도 4명뿐")에도 그는 "2층 창문을 안 깬 게 이해가 안 간다"라며 분노했다. 

"3시 55분 정도에 차가 터지는 소리가 펑펑펑 났다. 그 이후에 소방차 세 대가 왔는데 제가 보기에는 물 뿌렸을 때는 아직 연기가 안 나왔을 때였다. 한 대가 물만 뿌리고 우왕좌왕하는 것 같았다. 고가 사다리도 필요 없고, 얼마든지 나머지 소방차들로 2층으로 사다리를 놓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람도 한쪽으로만 불었기 때문에 불길을 피해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는 "나도 여기 다녀봐서 구조를 알지만 2층 창문 깨면 적어도 구하러 왔다는 신호는 줄 수 있었다. 사다리를 놓는다는 좋은 방법을 두고 왜 안했을까"라며 "소방차가 왔을 때는 이미 주차된 차도 빠져나간 상태였다. 그때도 늦지 않았는데 핑계를 대고 있다"며 소방당국을 비난했다. 

C씨 역시 여탕 자동문에 대해 지적했다. "그 자동문은 예전부터 작동이 잘 안됐다"며 대피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 됐을 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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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대북접촉 예비심사 민간기구에 위임해야"

민화협 '통일국민협약 2017공동회의', "남북협력기금도 통일협약기구에"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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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2  23: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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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는 2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2017 공동회의-통일국민협약과 지속가능한 대북.통일정책'을 주제로 2017 공동회의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남북 사회문화교류를 위해서는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법의 대북접촉 신고 조항 등을 개정해 실질적인 신고제로 전환하고 나아가 (가칭)사회문화교류발전위원회와 같은 민간참여 독립기구를 설립해 이 기구에 예비심사를 위임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21일 오후 서울시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대표의장 김홍걸) 주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2017 공동회의-통일국민협약과 지속가능한 대북·통일정책'에서 '남북사회문화교류의 내용과 추진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사회문화교류 관련 '통일국민협약'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남북교류협력법 제9조의 2 제1항은 남한 주민이 북한 주민과 회합·통신, 접촉하려면 통일부장관에게 미리 신고해야 하는데, 다만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접촉 후 신고할 수 있도록  '사전·사후 신고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제3항에서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 등이 있을 때는 통일부 장관의 권한으로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바람에 '수리거부는 곧 불허'가 되어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어온 불합리를 개선하자는 것.

또 현재 정부에서 운영하는 1조 9,707억원 규모(2017.11월 현재)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앞으로는 통일국민협약 이행기구인 (가칭)남북사회문화교류발전협회가 일부 운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남북 사회문화교류의 토대를 강화하고 자원 확충을 통해 대북 협상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덧붙였다.

'남북 사회문화교류'에 대해서는 "분단구조로 인한 남북간의 차이와 갈등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사회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며, 남북간의 상호 변화와 발전, 신뢰 증진을 추구해 나가는 다방면의 교류협력 행위"라고 정의했다.

물론 이같은 제안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별개로 민간교류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정부는 민간교류를 적극 지원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

이승환 대표는 북한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이에 한미 당국이 '최대의 압박'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사회문화교류는 많은 제약이 있지만,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당국이 남북교류에 대한 민간의 판단과 인·허가를 사실상 독점하고 통제함으로써 당국 관계가 경색되었을 때 민간을 통한 통한 유효한 대북정책 지렛대를 확보하는데 실패하거나 대북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 계기 마련이 불가능했던 경험, 그리고 일부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접촉을 통한 상호 변화'에 호감을 갖는 상당한 동의기반을 감안하면, 사회문화교류에 대한 사회적 합의 가능성은 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회문화교류는 국민 동의의 기반이 가장 넓은 사안을 중심으로 내용을 점차 확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위안부문제나 독도문제 등 남북공동대응이 가능한 정치적 교류도 단계적 추진에 얽매이지 말고 병행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관을 분리하고 민간의 다양성 실현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북한 변화에 대한 다층적인 접근경로를 확보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남북관계에서 민주주의의 확장이자, 우리 사회가 가진 대북정책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민간교류의 독립성 보장은 "남북관계 발전과 북한 변화의 다층적 통로를 확보하고 통일과정에서 시민참여와 민주주의를 확장하기 위한 원칙"이자, "사회문화교류에 대한 사회적 합의 추진의 본질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민·관을 분리해 협력적 거버넌스를 창출하는 것은 민간 역시 남북관계 운영과 한반도 평화의 책임있는 행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정부가 대북 통일정책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 일정한 권한을 위임하여 남북관계 운영에서 정부 일방주의, 또는 직접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조합주의적(Corporatism) 대안체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사회문화교류 관련 사회적 합의의 핵심내용은 결국 '다층적인 북한 변화 경로의 확보를 위한 민·관분리의 제도화'라고 규정했다. 

이어 통일국민협약의 주요내용으로 교류 주체들이 교류의 내용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지속적인 노력을 전개하는 한편 평화와 안보·지속적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회문화교류를 추진할 의무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문화교류의 발전과 지원을 위해 정부와 민간 교류 주체 사이에 일종의 조합주의 기구이고 협약추진기구이자, 협약이행의 주체인 (가칭)남북사회문화교류발전협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이 단순히 기구나 조직을 만드는 일로 되어서는 냉소적 반응을 극복하기 어렵기때문에 시민사회 차원에서 분야별, 주체별로 분산 파편화된 사회문화교류 역량을 집약시키는 과정이 되도록 목적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이날 사회문화교류의 역진방지를 막는 제도화를 위해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대북접촉 절차를 실질적인 신고제로 전환하고 나아가 민간 독립기구에 예비심사권한을 위임하자는 등의 제안을 내놓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어 각 분야 통일국민협약 추진이 구체적인 이행단계에 들어서면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과 정당·사회단체 협의체인 민화협, 6.15남측위원회, 한국자유총연맹, 통일부 주도의 민족통일중앙협의회 등 각종 협약기구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편에 대한 법적 검토와 여러 논의는 신중히 처리해야 하겠지만 통일국민협약을 추진하는 궁극적 목표가 '협약적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인만큼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의 협력적 관계에 의한 국가운영은 그 협약적 거버넌스가 실현된 '협약이행기구'를 중심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협약이행단계에서는 관련 기능과 역량이 그곳으로 집중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남한 사회 내부의 정부와 시민사회관계에서 맺어진 통일국민협약은 결국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일분야 사회협약 정치는 남북관계 협약체제로 확산될 수 밖에 없으므로 남북 양 정부와 남의 시민사회 사이의 협약관계까지 염두에 두는 포괄적 시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북기본합의서나 6.15공동선언과 같은 남북 당국간 협약은 물론 1989년 고 문익환 목사가 북을 방문해 발표한 4.2공동코뮤니케 처럼 남의 민간과 북 당국이 맺은 협약도 있고 2000년 이후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과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등 남북 해당기관과 단체간 협약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협약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당국간 협약에 비해 지속성과 제도적 수준은 떨어질 수 있지만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도 일정한 정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에 두루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국내적으로는 '통일국민협약', 남북관계에서는 '남북기본협정'으로 도식화해 펼치는 주장은 남북관계를 지나치게 당국관계 중심으로만 보는 견해라고 지적했다. 

노태우정부가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보듯이 당국 차원에서 대강(大綱) 방식으로 협약이 체결되는 경우 내용의 구체성 여부를 떠나 그 이행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동력이 당국관계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남북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민간이 주체가 되어 각 분야별로 협약을 맺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한반도평화와 번영을 위한 2017공동회의'는 민화협 소속 200여 정당·시민사회단체가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연간 정례회의이며, 김홍걸 신임 상임대표의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올해 회의의 주제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남북기본협정 체결 등과 함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목표로 한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 분야 16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인 '통일 공감대 확산과 통일국민협약 추진'에서 착안한 '통일국민협약과 지속가능한 대북·통일정책'으로 정해졌다.

이정철 숭실대학교 교수가 '통일국민협약 프로세스와 통일정책-사회협약형 패러다임의 구축'을 주제로, 강영식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이 '대북인도협력 분야의 내용과 추진과제'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 정도상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상임이사,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과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공동대표,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세원 연세대학교 학생이 각각 여성·문화·시민사회·법조·청년을 대표해 '통일국민협약과 지속가능한 대북·통일정책' 주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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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예루살렘 지위변경 반대’ 결의안 압도적 채택

찬성 128개국, 반대 9개국… 구속력 없지만 국제사회 ‘미국 전횡’ 규탄여론 확인
▲지난달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 모습. 이날 유엔총회에선 2018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대회 휴전결의안을 채택했다. [사진 : 뉴시스]

유엔이 21일(현지시각)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언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예루살렘의 지위를 바꾸려는 어떤 조치와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유엔총회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해당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28표, 반대 9표, 기권 35표로 통과시켰다. 유엔 회원국 가운데 21개 나라가 표결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총회 결의안은 과반 찬성으로 채택된다.

이날 채택된 결의안엔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이란 낱말이 직접 언급되진 않았지만 예루살렘의 지위와 관련한 최근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긴급회의는 아랍 국가들과 터키 등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들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의안은 구속력은 없지만 미국의 결정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재확인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고 VOA는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표결이 끝난 뒤 표결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과 진실을 지지해준” 트럼프 대통령과 헤일리 대사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결국 진실이 승리할 것”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반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는 환영의 뜻을 전했다. 파지 바르훔 하마스 대변인은 “이번 결의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타격을 줬다”며 “결의안은 팔레스타인이 신성한 도시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밝혔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일부 국가들이 미국에게서 상당한 원조를 받으면서도 미국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며 “미국은 이번 표결을 지켜볼 것”이라고 원조 중단을 경고하는 등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미국은 각국의 표결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트럼프의 협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압도적 다수의 국가들이 유엔총회에서 미국의 전횡을 단죄한 것이다.

앞서 지난 18일 유엔 안보리에서도 이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졌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되지 않았다. 반면 유엔총회는 안보리와 달리 특정 국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고 각국은 1표만 행사할 수 있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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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구리 기르느라 소 키우게 된 사연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12/22 12:45
  • 수정일
    2017/12/22 12:4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소똥구리 기르느라 소 키우게 된 사연

이강운 2017. 12. 22
조회수 82 추천수 0
 
신선한 똥 구하려 방목지 헤매다 결정
멸종위기 애기뿔소똥구리 증식 필수 요원
 
c1.jpg»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방목지에서 풀만 먹고 자라는 횡성 한우 코프리스와 한우를 이강운 소장이 살펴보고 있다. 이 소는 방목지를 뛰어놀며 풀을 먹고 신선한 똥만 싸면 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이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연구소는 북극의 어느 외딴곳 같다. 겨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영하 15~17도의 혹독한 추위가 열흘 이상 이어지고, 햇살은 투명하지만 어둠이 깊고 깊어 온통 침묵의 시간이 계속된다. 겨울 끝에 다다라 힘을 다해 내일부터 얼음은 녹을 것이고 해가 길어질 것이다. 오늘은 동지(冬至). 
 
녹색의 숲이 아닌 얼음과 발목이 푹푹 빠지는 눈이 어우러진 흑백의 생태계라 담백하다. 얼음과 눈이 압도하는 혹한의 겨울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빙하기 곤충인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가 씩씩하게 몸을 놀린다. 극한의 매섭고 차가운 바람을 맞고 저 애벌레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인간적인 걱정이 앞서지만 그들은 오히려 이러한 추위가 필요하다. 
 
c2.jpg» 19일 드론으로 촬영한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전경.
 
소똥구리 취재차 연구소에 방문한 방송국 드론으로 눈 덮인 아름다운 흰색 세상을 하늘에서 본다. 깨끗한 겨울의 햇빛을 받아 비단처럼 눈부시게 반짝이지만 눈을 돌려 연구소 실험실을 바라보면 ‘일’이 된다. 망으로 씌운 야외 곤충실험실은 자칫 무거운 눈 무게에 무너질 수 있어 아침부터 밤까지 망 위의 눈을 털어내느라 연구소 모든 식구가 총출동이다. 촘촘하게 파이프로 살을 넣어 튼튼하게 만들었지만 지름 30m에 높이가 15m이니 눈이나 눈이 녹아 언 얼음이 얹히게 되면 폭삭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을 털어내려면 긴 장대에 솜뭉치를 달아 위를 쳐다보며 털어내야 하니 목은 비틀리고 손목은 시다.
 
c3.jpg» 눈에 덮인 야외 곤충실험실.
 
c4.jpg» 야외 곤충실험실의 지붕이 무너지지 않도록 눈과 얼음을 털어내는 것도 큰 일이다.
 
눈 내리면 쌓이는 눈, 꼭 그만큼 힘이 들고 고생을 하지만 그래도 ‘눈’ 참 예쁘다! 
 
12월부터 2월 말까지 횡성 한우 ‘코프리스’와 ‘업쇠’는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한겨울에는 방목지에 나가 마음껏 풀을 뜯어 먹지 못하므로 양껏 먹을 수 있도록 삼시 세끼 꼬박 챙겨주어야 하고, 요즘처럼 강추위가 계속되면 먹는 물이 얼어버려 수시로 보온 물통에 미지근한 물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멸종위기 곤충 애기뿔소똥구리의 신선한 먹이 때문에 키우지만 사실은 소똥구리 키우는 일이 소를 키우는 일과 같으므로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c5.jpg»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애기뿔소똥구리.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는 이 곤충의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증식과 복원 사업을 한다.
 
올해를 빛낸 세 곤충: 식용곤충, 외래종붉은불개미, 그리고 최근의 소똥구리 
 
며칠 전에 환경부가 '소똥구리 5000만 원어치 삽니다' 공고를 낸 이후로 폭발적인 국민적 관심과 오해를 받고 있다. 그 많던 소똥구리는 어디로 갔고 왜 멸종되었나? 그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국가 간 양해각서를 통해 도입이 가능할 텐데 굳이 민간을 통해서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축 전염병 가운데 가장 위험한 에이급 바이러스로 지정된 구제역이나 인수공통전염병인 부루세라 등 잠재적 위험이 큰 병을 매개할 수 있는 소똥구리를 왜 도입하려 하는가? 크게 3가지 질문으로 요약된다.
 
c6.jpg» 환경부가 공개입찰을 통해 종 복원을 위해 구입을 추진 중인 소똥구리. 흔하게 있었지만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
 
소는 늘어나는데 소똥구리는 줄어들거나 멸종한다? 그중에서도 똥을 굴리는 소똥구리만 왜 멸종했는지 궁금한데 답은 주지 않고 사행심만 조장하는 이벤트가 되어 버렸다. 몽골에서 가져와도 됩니까? 몇 달 전에 시골 마당에서 소똥구리를 봤는데요. 진짜 5000만원 줍니까?
 
c7.jpg» 방목지에서 애기뿔소똥구리와 함께 발견되는 뿔소똥구리.
 
사실 소똥구리는 고단하다. 초식 동물 배설물이 풍부한 드넓은 서식지가 살 곳인데 마음 놓고 편안히 살 데는 없다. 소를 살찌우겠다고 비좁은 축사에 모두 집어넣고 동물성 사료를 주면서 소가 미쳤고, 동물성 사료를 주지 못하게 막으니 대체한다고 곡물 사료를 주는데 이 또한 초식성 동물인 소에겐 맞지 않는 사육 방법이다. 곡물 사료를 먹은 소의 똥은 소똥이라도 먹을 수 없어 소똥구리는 허기지다. 
 
신선한 똥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똥 먹는 집파리와 똥파리는 너무 많고 강해 먹이인 똥을 뺏기기 일쑤다. 가까스로 똥을 구해도 빨리 말라버려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래서 똥 먹는 소똥구리들은 똥 덩어리가 말라붙어 못쓰기 전에 잘 먹을 수 있는 특이한 저장 행동을 한다.
 
c8.jpg» 창뿔소똥구리. 배설물 속에서 경단을 만들어 알을 낳는다.
 
어떤 놈은 똥 덩어리를 둥글게 말아 멀리 굴려간 뒤에 땅 밑에 묻고(소똥구리, 왕소똥구리), 어떤 놈은 똥 밑으로 굴을 미리 파고 터널 맨 끝에 동그란 똥 덩어리를 채워 넣는다(뿔소똥구리, 애기뿔소똥구리). 또 어떤 놈은 똥 속에서 경단을 만들어 직접 알을 낳는다(창뿔소똥구리). 이렇게 하면 똥을 더 오래 먹을 수 있고, 자기가 원하는 자신만의 서식지도 만들 뿐만 아니라 새끼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지하 벙커를 세우는 셈이다. 힘들게 똥을 지고 나르고 땅을 파는, 수고를 마다치 않는 까닭이다. 
 
왜 똥 굴리는 소똥구리만 멸종했지?
 
c9.jpg» 왕소똥구리. 과거엔 한반도에 흔했지만 이제는 사라졌다.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에 활동하는 소똥구리와 왕소똥구리는 눈에 잘 띄므로 천적인 새들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 ‘먹을 게 부족해 몇 마리 없는 데다가 소 꽁무니 쫓아다니며 소똥구리 잡아먹는 백로가 이들을 멸종시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밤에 활동하며 이동을 하지 않아 잘 드러나지 않는 뿔소똥구리, 애기뿔소똥구리가 그나마 조금 살아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러나 소를 비육하기 위해 축사에 가둬놓고 곡물 사료로 키우면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소똥 자체가 없어지므로 결국 멸종할 것이다. 이들의 목숨을 담보할 수 없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c10.jpg» 소똥 경단 속에서 태어난 애기뿔소똥구리 애벌레.
 
먹고, 새끼 키울 경단 만들고, 그 경단 속에서 애벌레가 먹고 다시 어른이 된다. 서식지이자 평생 먹거리인 소똥은 소똥구리에게 전부인데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어떻게 소똥구리를 키울 것인가? 고달프더라도 세월을 거꾸로 돌려 옛 방식으로 갯가에 매어놓거나 산에 풀어 놓고 키우는 수밖에.
 
15년 전 소를 방목해 키우겠다고 하자 동네 어른들은 그깟 벌레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다고 나무라기도 하고,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클 거라고 걱정을 해 주셨다. 방목하는 축산 농가의 허락을 어렵게 받아 소똥을 통 몇 개에 나누어 고개를 넘고 산을 지나 들고 다녔다. 구제역이나 브루셀라 같은 질병 때문에 늘 농장주의 눈치를 봐야 했고, 팔이 떨어질 것 같은 육체적 고통이 뒤따랐다. 소똥구리 키우겠다고 신선한 소똥을 구하러 이곳저곳의 방목지를 헤매며 애태우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어떠한 충고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15년 전 조성한 약 1만여 평의 방목지에 소가 잘 놀고 있고, 그 소똥을 받아 멸종위기 곤충 애기뿔소똥구리가 잘 자라고 있다.
 
c11.jpg» 창뿔소똥구리 애벌레.
 
둘째 아이 대학 논술시험을 준비할 때 특별히 과외를 시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자기 생각을 전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다. 어떤 주제가 나오든 소똥구리 이야기로 묶으라고. 소똥구리 진한 녹색 똥을 만지며 앞으로 복원될 소똥구리로 행복했던, 아빠와 방목지를 돌아다니던 이야기를 썼다 한다. 소재가 특별했던지 서울교대에 입학했고 지금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고 있다. 소똥구리가 준 은혜.
 
c12.jpg» 세계에서 가장 큰 타이의 소똥구리는 애기뿔소똥구리보다 4∼5배 크다.
 
21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영국 유학을 추진했고 여러 대학에서 입학 허가와 장학금을 받기로 했다. 그때,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극렬히 반대했다. 똥지게를 지더라도 내 나라가 낫지 외국은 안 된다며. 약 5년 정도 공부하고 다시 돌아올 거라고 해도 고집을 꺾지 않으셨다. 아마도 당신 딸이 고생할 걸 걱정하셨던 것 같은데. 꼭 그 이유만은 아니지만 유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강원도 연구소를 차리게 됐다. 
 
장인어른 말씀대로 지금도 똥지게를 지고 산다. 소똥구리 때문에. 
 
글·사진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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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한국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국립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한국의 나방 애벌레 도감(Caterpillars of Moths in Korea)>(2015.11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캐터필러>(2016.11 도서출판 홀로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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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http://m.blog.naver.com/holoce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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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를 가두고, 양심수를 풀어라!”

“적폐를 가두고, 양심수를 풀어라!”
 
 
 
편집국
기사입력: 2017/12/22 [02:3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주당사에서 단식농성중인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을 지지하고 나섰다.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치수배 해제와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농성중인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5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운동본부와 94개 단체로 구성된 노조하기좋은세상운동본부는 21일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 개악을 강행하는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며 양심수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영주 사무총장의 단식농성에 대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적폐로 가둬진 양심수 석방은 뒷전으로 하고오히려 개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 개악이라는 칼날을 휘두르려 하기 때문이라며 더불어민주당사 단식농성은 수배 당사자가 선택한 절박한 투쟁이라고 평가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위법한 행정해석을 인정해주며휴일·연장 근로에 대한 수당 역시 규모별로 중복 할증을 인정해주자고 한다며 최저임금은 대폭 올리고 근로기준법은 개악시켜 결국 올리나 마나인 것으로 만드는 꼼수는 누구에게서 배운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에 맞선 것이 죄인가라며 촛불로 이룬 정권 교체 속에서도 노동조합 지도부가 수배 생활을 하고중형을 선고 받으며 인신 구속을 당하는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 단체들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전 방위로 압박을 가했던 전 문화부장관 조윤선은 6년을전 대통령 비서관 김기춘은 7년을 구형받았다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8년을 구형받았다며 이는 문재인 정권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계승하려는 문재인 정권에 분노한다며 노조 간부들의 구속과 수배를 결의하면서 힘들게 싸워야만 하는 이 시대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박근혜 정부 하에서 2년 넘게 수배생활을 하던 이영주 사무총장과 이승철 조직쟁의실장제갈현숙 정책연구원장은 18일 여의도 민주당사 9층 당대표실에서 구속노동자 석방과 정치수배 해제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구속노동자 석방·정치수배 해제’를 촉구하는 긴급 결의대회 모습. (사진 : 민주노총)     © 편집국

 

한편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 민주당사 앞에서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구속노동자 석방·정치수배 해제를 촉구하는 긴급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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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노동개혁 외면하고 근로기준법 개악 강행하는 더불어민주당 규탄한다!

박근혜 정권에 맞선 것이 죄라면 우리 모두 가두어라!

적폐를 가두고양심수를 풀어라!

 

단식 농성 투쟁누군가는 세련되지 못한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한다누군가는 모두의 공감대를 얻는데 실패한 싸움이라고 한다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밥을 굶고 투쟁을 한다자신을 혹사시키면서까지 알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있을 때곡기를 끊는 것도 모자라 고공에도 오르며 농성을 한다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려 하는 박근혜 같은 자가 이끄는 정권에서는 더욱 두드러졌다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은 한상균 위원장과 함께 박근혜 정권기 정치적 폭압과 노동개악에 맞선 싸움을 이끈 지도부다싸움과 동시에 2년간 수배 생활을 했다그랬던 그녀가 다시금 집권당사로 들어가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적폐로 가둬진 양심수 석방은 뒷전으로 하고오히려 개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 개악이라는 칼날을 휘두르려 하기 때문이다더불어민주당사 단식농성은 수배 당사자가 선택한 절박한 투쟁이다.

 

최저임금은 대폭 올리고 근로기준법은 개악시켜 결국 올리나 마나인 것으로 만드는 꼼수는 누구에게서 배운 것인가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위법한 행정해석을 인정해주며휴일·연장 근로에 대한 수당 역시 규모별로 중복 할증을 인정해주자고 한다법대로 해나가자는 말을 하지만쪽수가 되지 않으면 법망도 피해간다중소 영세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저임금은 여전히 개선시켜줄 수 없다는 선전포고이다그래놓고 저들은 법대로 하겠다고 한다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해서도 법대로 가두고법대로 수배를 내렸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에 맞선 것이 죄인가박근혜가 쳐놓은 불법 차벽을 넘어서려고 했던 것이 죄인가방패로 찍어 누르는 공권력을 향해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시민들을 우롱했던 정권에게 돌을 던진 것이 죄인가그렇다면 함께 투쟁했던 우리들도 잡아 가두어야 한다박근혜 정권을 물리칠 수 있었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매 주말마다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의 파업이었다. 80만 조합원의 조직 민주노총은 촛불집회의 모든 순간마다 함께 하였다촛불로 이룬 정권 교체 속에서도 노동조합 지도부가 수배 생활을 하고중형을 선고 받으며 인신 구속을 당하는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전 방위로 압박을 가했던 전 문화부장관 조윤선은 6년을전 대통령 비서관 김기춘은 7년을 구형받았다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8년을 구형받았다국민 모두가 지키고 가꿔 온 민주주의를 갖가지 수단으로 파괴한 부역자들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였고, 1년 먼저 촛불을 들었던 한상균 위원장은 일반교통방해죄였다박근혜 정권기에 일어난 일이다끝내 조윤선은 석방되고 김기춘은 징역 3년을 살고 있다한상균 위원장도 복역 중이다이는 문재인 정권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이전 정권에서 횡행하던 블랙리스트는 노동현장에서는 일찍이 되풀이되어 왔다여전히 부당노동행위가 판치는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하려면 해고·블랙리스트를 염두에 두어야 두고수배·구속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노동조합을 만들기만 해도 블랙리스트에 오르고노동조합하다 해고되면 같은 업종과 지역에서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라 취업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적폐 청산의 간절한 바람으로 교체한 정권에서조차 또 다시 노동조합 지도부가 엄동설한에 연금생활을 하며 수돗물로 단식을 이어가는 상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이는 박근혜의 공안탄압을 그대로 계승해가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계승하려는 문재인 정권에 분노한다그리고 노조 간부들의 구속과 수배를 결의하면서 힘들게 싸워야만 하는 이 시대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노동조합이 블랙리스트 꼬리표가 아니라당당하게 내 권리를 찾을 수 있는 통로이자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투쟁할 것이다.

 

근로기준법 개악 즉각 중단하라!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구속노동자 전원을 즉각 석방하라!

이영주 사무총장에 대한 정치수배를 즉각 해제하라!

 

2017. 12. 21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노조하기 좋은 세상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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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만 안 들었지, 정부가 50년 동안 강도짓 한 거야"

[서산개척단⑨] 반 백년을 품어온 빼앗긴 '내 땅'의 기록들

17.12.22 09:14l최종 업데이트 17.12.22 09:15l

 

 

'대한청소년개척단'을 조직한 박정희 정권은 부랑자, 고아들을 충남 서산에 가뒀습니다. 바다를 막아 땅을 일구게 했습니다. 이들과의 강제 결혼을 위해 부녀자도 끌려왔습니다. 보상 대신 그들 앞에 놓인 것은 20년 상환으로 갚아야 할 빚 뿐. 대부업자는 국가입니다. [편집자말]
 개척단원 하용복씨가 1968년 9월 가분배 받은 사람들의 이름을 수기로 정리해 놓은 구획별 지도.
▲  개척단원 하용복씨가 1968년 9월 가분배 받은 사람들의 이름을 수기로 정리해 놓은 구획별 지도.
ⓒ 영화 <서산개척단(가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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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도에 땅을 가분배했어유. 그만큼 고생했으니까 이 땅을 그냥 주는 건 줄 알았쥬. 고생한 사람들은 다 주겠노라 했으니까. 그런데 그게 주는 게 아니라 유상으로 다 사게 했으니... 얼마나 억울하겠어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서산개척단을 처음 찾은 1962년부터 현재까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개척단원 출신 성재용(74)씨는 자신이 일군 땅을 단 한 번도 남의 것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열손가락 마디가 다 굽도록 정성을 쏟아 부은 땅이었다.  

강제 노역에 동원돼 갖은 고생을 하고도 인지면 모월리를 떠나지 않은 것은 '내 땅'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 즈음,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유일한 대가로 믿고 있던 내 땅이 국유지라는 이야기였다. 

국가는 1992년 국무회의에서 아예 유상매각을 못 박았다. 돈을 주고 땅을 사라는 것이었다. 지루한 소송이 이어졌고, 모두 패했다. 박정희 정권 당시 배포한 시행령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근거였다. 쌍둥이처럼 똑같은 사례인 장흥 지역 개척단의 경우, 이 시행령이 적용돼 무상분배를 받았다. 개척단원 출신 이정남씨가 자신의 땅을 "억울한 땅"이라고 소개한 이유다. 

'지옥'을 버틴 유일한 이유

이정남(78) "가분배 받을 때는 내 땅인 줄로만 알았지. (국가에서 땅에 대한) 임대료가 나올 때까지는. 공무원들이랑 임대료 때문에 들판에서 막 싸우기도 했어."

정영철(76) : "청춘을 전적으로 바쳐서 만든 땅을 아무 이유 없이, 아무 조건 없이 뺏겼다는 거여. 칼만 안 들었지. 정부가 50년 동안 강도짓 한 거야."

 

'고생은 땅으로 보상한다'는 약속은 개척단의 존재 이유와 다를 바 없었다. 지자체와 관계 당국의 과거 문건 및 기록물 곳곳에서도 무상 분배의 근거를 담은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개척단원들이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증거이자, 국가가 남겨둔 강제 노역의 흔적이었다. 

대표적 증거는 1968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개척단원들에게 배부된 '농지가분배증'이다. 충남 서산시 인지면장의 명의로 배부된 이 증명서에는 토지 분배 대상자의 이름과 분배 면적, 대상자의 주소 등이 적혀 있었다. 
 

 서산개척단 정영철씨
▲  서산개척단 정영철씨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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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증을 손에 쥔 개척단원들은 그제야 안심했다. 비록 미등기 상태인 가분배증일지라도 '내땅'을 미리 받았다고 믿었다. 이정남씨는 "내 땅인 줄 알았으니 내가 (가분배증을) 받은 것이고, 그 고생을 했으니 여태 (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용복씨는 1968년 9월 가분배 받은 사람들의 이름을 구획별로 빼곡히 지도에 기록해 놓기도 했다. 1966년 민정식 서산개척단장이 해임된 후, 개척단 관리를 넘겨받은 당시 서산군이 국가기록원 등에 남긴 여러 문건 속에서도 관련 기록이 다수 남아 있었다.

개척단원들이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증거들

① <서산자활정착 사업장 농지 및 가분배 계획서> 충청남도가 서산군에 전달한 공문 일부, 1968년 3월 20일 
- 현재의 일체 농지는 1968년 4월 30일까지 세대 당 1정보씩 무상으로 가분배 확정한다.
- 분배의 공평과 합리성을 기하기 위하여 관계 기관과 입주자 대표로서 농지위원회를 구성하되 의결권을 가진다. 
- 가분배가 확정되면 군수는 농지분배증서를 수분배자에게 교부한다. 
- 가분배에 관한 사항을 일체 당해 군수 책임 하에 시행한다.

② <서산자활정착사업장 농지 및 주택 분배위원회의록> 일부, 1968년 8월 26일 
- 참석자 : 면장·지서장·사업장 측 주민대표 3명·동 지구 내 일반 대표 3명
- 회의 장소 : 서산군청 회의실
- 회의 주제 : 서산자활정착사업장 농지 및 가옥 가분배의 건
- 대상 : 기혼 112세대, 미혼 74세대, 총계 186세대
 

 서산개척단 이정남씨
▲  서산개척단 이정남씨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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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중앙부처인 보건사회부가 충남도에 보낸 공문 중, 1970년 7월 21일 
"본 농지는 당초 정착민의 자활을 위하여 국유지를 임대 정착민에게 가분배한 것"

④ 1960년대 중반 서산군에서 작성한 '서산자활정착사업장현황' 중
"농지를 분배하여 7년간이란 세월을 다만 이를 바라고 간신만고(艱辛萬苦)하여 온 입주계민(入住繼民)들의 숙원(宿願)을 풀어주고자 함. 만약 아무 대가 없이 이를 요구한다면 이들의 꿈은 깨어질 뿐 아니라 커다란 파동(波動)이 야기될 것으로 사료됨."

뿐만 아니었다. 같은 시기, 개척단 출신 타지 거주자들이 보낸 진정서도 빗발쳤다. 자신도 분배 대상이니 자격을 인정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지자체 관계 부서는 진정서 접수 결과를 구체적으로 작성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도 했다.     

○ 인지면에서 서산군에 보낸 진정서 검토 결과, 1969년
"본 건 진정인 김○○은 1962년 1월경 자활정착사업장에 정착하여 거주 중 1964년 4월경 무단 가출하여 그 후 현재까지 거주 사실이 없는 자임. 그러므로 진정인은 1964년부터 정착민으로 인정되지 않는 자로서 농지 분배 위원회의 결의에 의거 농지 분배 대상자로 책정할 수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우리가 조금만 똑똑했으면 달랐을까"

분배 자격은 곧 서산개척단 정착민으로서 얼마의 기간 동안, 어떻게 기여했는가에 달려 있었다. 그만큼 분배 절차는 구체적이고 까다로웠다. 진정을 처리하기 위한 회의록과 결재 공문이 상하 부처를 오갔다. 개척단원들이 '내 땅'에 대한 자격을 믿어 의심치 않은 배경 중 하나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1년 9월 서산개척단 관련 의결에서 "근로기준법 상 노임의 통화지급 원칙에도 불구하고 (중략) 법적 근거 없이 양곡으로만 노임이 지급되는 등 제도 상 생활보호법 및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개척단원들이 대가 없는 강제 노역에 동원 됐음을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착취는 있었으나 보상은 없었다. 통화지급원칙. 국가는 돈으로 노역 값을 치르겠노라 했지만, 약속은 법전 안에서만 유효했다. 돈 대신 줄 것으로 믿은 내 땅마저 국가의 소유가 됐다. 무상분배를 위한 조사와 수차례의 회의, 그리고 '곧 네 땅이 될 것'이라 인증한 가분배증까지. 증거는 차고 넘쳤다. 

앞서 언급한 서산개척단 '쌍둥이 사례'인 장흥개척단의 경우, 1965년 무상분배를 받았다. 당시 대통령령에 따라 '근로 구호의 대상자에게 우선적으로 무상분배할 수 있다'는 자활지도사업에관한임시조치법(1982년 12월 31일 폐지)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분배 대상자에게 '매립증'이라는 분배증을 나눠준 사실도 똑 닮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장흥에 (땅을) 나눠 주라고 했대. 거기는 우리랑 똑같거든. 눈곱만큼도 다르지 않아."    

서산개척단 출신 농민들이 땅만 생각하면 밤중에도 일어나 가슴을 치는 이유다. 정영철씨는 빚으로 경작 중인 자신의 땅을 바라보며 눈물을 찍어냈다. 그는 장흥개척단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조금이라도 배웠으면"이라는 말을 자주했다. 

"우리가 조금만 더 똑똑했으면."
"그때 등기라도 해달라고 하는 것인데..." 

배우지 못해 속았고, 땅을 빼앗겼다는 한탄이었다. 장흥개척단이라고 더 '똑똑해서' 땅을 받았을까. 정작 '똑똑하게' 일을 처리했어야 할 책임 주체는 어떤 해명도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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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29명 사망한 제천 화재, 대체 왜?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12/22 11:03
  • 수정일
    2017/12/22 11:0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또다시 인재...1층 주차장 천장에서 발화
2017.12.22 10:17:04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원인도 결국 인재(人災)였다. 21일 오후 3시53분께 9층 규모의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5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오전 9시 30분 기준으로 사망자는 29명, 부상자도 29명에 달한다. 하지만 계속 수색 중이라 추가 사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번 화재의 최초 발화지점은 건물 1층 천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전날 해당 스포츠센터에서 불길이 시작될 당시, 현장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1층 필로티 구조 주차장 천장 부위에서 불길이 먼저 시작되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는 1층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불길이 시작됐다는 애초 추정과 다른 내용이다. 앞서 소방당국은 119에 최초로 화재를 신고한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1층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에서 불이 났다고 했고 건물 주변 목격자들도 주차장에서 굉음과 함께 불길이 시작됐다고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당시 해당 천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실화(失火)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천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공사가 진행됐는지 등을 비롯해 누전, 전기합선, 공사 부주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등이 합동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섰다. 
 

▲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연합뉴스

사망자 29명 중 20명이 사우나에서 발견, 왜? 
 
이번 사망자 29명 중 대부분은 건물 2층 여성 사우나에서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2층 여성 사우나에서 20명이 발견됐다. 이는 여성 사우나가 발화 지점인 1층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사고가 난 스포츠센터는 필로티 구조로, 1층에는 차량 15대가 주차돼 있고, 이곳에 여성 사우나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다. 주차돼 있던 차량이 타면서 발생한 연기와 유독가스가 이 출입구를 통해 유입됐을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측하고 있다. 또한, 사우나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밀폐돼 있다는 점도 사망자를 늘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2층 여성 사우나의 자동문 앞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견됐는데, 사고 당시 이 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사우나에서 발견된 사망자들에게 화상을 입은 흔적이 거의 없어 대부분 목욕탕 내부로 들어온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명의 사망자가 여성 사우나에서 발견된 것에 이어 나머지 사망자는 6층 헬스장에서 2명, 7층 헬스장에서 4명, 6층과 7층 사이 계단에서 2명, 8층 레스토랑에서 1명이 확인됐다.
 

▲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연합뉴스

건물 곳곳에 사용된 가연성 물질이 화재 키웠다 
 
불이 급속도로 건물 전체로 옮겨 붙은 원인으로는 건물 곳곳에 사용된 가연성 물질이 지목되고 있다. 이 물질이 급속히 불길이 번지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건물 외장재로 쓰인 물질은 드라이비트. 이 물질은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단열재로 외장재로 쓰인다. 하지만 불에 매우 취약해 대형 화재때 마다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실제 드라이비트는 지난 2015년 1월 의정부 화재 당시에도 문제로 지목됐다. 
 
정부는 의정부 화재 이후 소방규정을 강화해 지난 2015년 10월부터 6층 이상 건물에 대해 불연성 마감재 사용을 의무화했지만, 이번에 불이 난 건물은 그 이전에 지어져 이 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6∼8층의 경우, 내부에 가연성 물질이 많아 연기와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했다. 사망자가 많이 없었던 3∼5층은 2층에 비해 대피할 여유가 있었고, 상대적으로 가연성 물질이 적었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것. 
 
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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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씨,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합니다

[게릴라칼럼] '확신범'의 모습 엿보이던 김기춘의 법정 최후 진술

17.12.21 10:25l최종 업데이트 17.12.21 10:25l

 

 
 영화 <자백>속 김승효씨의 출연 모습.
▲  영화 <자백>속 김승효씨의 출연 모습.
ⓒ 뉴스타파
"한국인은 목적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 그렇게 한 것이 박정희야. 그것이 박정희의 정치야. 어떤 정치냐면 청와대 정치고, 중앙정보부의 정치야. 어떤 것이라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아."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이 지난 2016년 만든 <자백>에 출연한 김승효씨의 회고다. 그가 말한 '중앙정보부의 정치'를 '김기춘의 정치'로 치환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김승효씨는 박정희의 시대가 낳은 중앙정보부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1974년 서울 남산 중앙정보부에 끌려간 그는 모진 고문 끝에 배후에서 학생운동을 조종했다는 죄로 7년 동안 감옥에 갇혔다. 풀려 난 뒤에는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이상 증세가 나타났고, 결국 일본에 다시 넘어간 후에도 수십 년 동안 정신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남산에 끌려갔던 1974년 5월 4일, 그 날짜를 절대 잊지 못하는 그는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잊어버리고 싶단 말이야. 그 암흑의 세월을, 지옥 같은 세월을 잊어버리고 싶단 말이야. 왜냐하면 가슴이 아파서 죽을 지경이야. 왜냐하면 무죄로 못됐으니까 죽을 지경이야. 죽고 싶단 말이야. (그 시절을) 다시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야."

김승효씨는 단호했다. <자백>의 최승호 감독이 한국에 올 생각이 없자고 묻자 김승효씨는 "한국에 다시 오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한국은 나쁜 나라다", "얼마나 한국이 나쁜 나라인지 말하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20대 꽃다운 나이에 중앙정보부에 의해 모진 고문을 당했고, 결국 '무죄'는커녕 이후 평생을 육체와 정신의 고통을 호소하며 산 그의 세월을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부터 현 국정원까지. <자백>은 한국의 정보기관이 조작했으며 차후 무죄 판결을 받은 간첩 사건이 무려 100여 건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간첩 조작의 달인'으로 유명한 김기춘은 김승효씨와 같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 앞에서 무어라 말 할 수 있을까. 

젊은 공안검사였던 김기춘이 '간첩 조작'의 '능력'을 인정받아 박정희 유신 정권에서 승승장구하며 정치적 성공의 초석을 다졌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역사'다. 검사로서 유신헌법 초안을 만드는 데 공을 세운 김기춘은 유신의 한복판인 70년대 중·후반 중앙정보부에서 대공수사국장으로 5년간 근무하면서 숱한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정치인으로, 법무부장관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70대까지 권력의 정점으로 다가갔던 그 김기춘이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는 물론 여타 본인이 연루된 사건과 관련해 그 어떤 공식 '사과'를 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 수감되기 전까지 말이다.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던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7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7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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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19일 항소심 재판 법정에 선 피고인 김기춘이 최수 진술을 통해 병석의 아들을 들먹이고 선처를 호소하며 울먹였다고 한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기나긴 세월 동안 권력의 단맛을 누렸던 김기춘이 이제 와서 병석의 아들을 거론하며 선처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복잡해진다. 

"남은 소망은 늙은 아내와 식물인간으로 4년간 병석에 누워 있는 아들의 손을 다시 한 번 잡아주는 것입니다."

이번 뿐만은 아니다. 김기춘의 아들은 지난 2013년 12월 교통사고 이후 뇌출혈 판정을 받고 의식 불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에도 김기춘은 아들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세월호 참사 이후 인양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저는 그런 생각을 가진 일도 없고 그렇게 지시한 일도 없다"며 "저도 아들이 죽어 있는 상태인데 왜 시신을 인양하지 말라고 하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김기춘의 호소에 대한 자연스런 반응은 아마도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소셜미디어 글일 것이다. 

"기춘 대원군 식물인간 아들 손잡아주고 싶다고요... 눈물 겹네요. 저도 유민이 손 잡고 싶습니다. 그런데 유민이가 내 곁에 없네요.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던데..."

김기춘의 최후 진술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았던 '아들'과 '부모'도 있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그의 어머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 연말, 김영한 수석의 어머니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아들이 죽은 건 김기춘, 우병우, 박근혜 때문"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김영한 전 수석이 김기춘, 우병우 등과 갈등을 겪었고, 결국 퇴직 후 급성 간암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었다. 김기춘은 이들을 포함해 숱한 직간접적인 피해자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원망과 원한을 샀다. 그가 최후 진술에서 아들을 언급하자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던데..."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헌데, 김기춘의 예의 그 '확신'은 다른 발언에서 더 확실히 드러났다.  

여전한 '확신범' 김기춘 
 
 올 1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비선의 그림자 김기춘 ? 조작과 진실'편의 한 장면.
▲  올 1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비선의 그림자 김기춘 ? 조작과 진실'편의 한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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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1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비선의 그림자 김기춘 ? 조작과 진실'편의 한 장면.
▲  올 1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비선의 그림자 김기춘 ? 조작과 진실'편의 한 장면.
ⓒ sbs,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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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종북 세력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해 왔다."
"제가 가진 생각이 결코 틀린 생각은 아니라고 믿지만, 북한 문제나 종북 세력문제로 인한 위험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본인을 비롯해 모든 피고인이 결코 사리사욕이나 이권을 도모한 것은 아니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란 헌법적 가치를 위해 애국심을 갖고 성실히 직무수행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라는데 한 치의 의심도 없다."

이날 김기춘의 최후 진술을 갈무리하자면 이러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를 바 없는 '확신범'의 언어다 다를 바 없다. 종합하자면, 본인의 블랙리스트 지시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은폐, 블랙리스트 지시 등이 헌법적 가치에서 비롯된 '애국심'의 발로였고, 과거 간첩 조작 사건을 포함해 '공안' 이력이 '북한'과 '종북' 세력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한 '공직자의 사명'과 '직무수행'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법정에서 "특검이 재판을 할 것도 없이 사약을 받으라고 독배를 들이밀면 제가 깨끗이 마시고 이걸 끝내고 싶다"라고 한 것이 다소 감정적인 발언이었다면, 이번 최후 진술은 꽤나 자기 확신을 드러낸 '진심'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배경 위에서 "경위를 불문하고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통받으신 분들에게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용서를 구한다"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피해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백번 죽어도 마땅하다"며 결백을 호소하던 그 피고인 김기춘이 "아들의 손을 다시 잡고 싶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런 그에게, 인간적인 '호의'와 '연민'을 보내기에게는 '중앙정보부의 정치'를 실현하고, 피해자들에게 지옥의 세월을 맛보게 했던 지난 과오와 치러야 할 죗값이 너무나 크지 않은가. 검찰이 구형한 7년형이 "부족하다"고, "종신형도 부족하다"는 여론이 빗발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저는 정말 내가 그런 것이 권력을 남용해서 인권을 유린하고 고문하고 이랬으면 오늘날 김기춘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어요. 그 점을 제가 자부합니다. 그 점이 다른 사람보다 어떻게 보면 훌륭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원이던 지난 2005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기춘은 위와 같이 말했다. 김기춘이야말로 예나 지금이나 본인이 살아온 세월에 대한 '자부'가 남다른 인물이라 할 것이다. 그 자부심을 안고서, '법조인' 출신 김기춘이 특검이 구형한 딱 그만큼만 감옥에서 제2의 인생을 보내기를 바란다. 우연찮게도, 김승효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세월 역시 7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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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회심의 '평창 카드'… "운전자론 시동 걸었다"

[정세현의 정세토크] "평화 올림픽 하려면 연기 아닌 중단 검토했어야"
2017.12.21 01:37:45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위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일정을 연기할 수 있다는 뜻을 공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추면 한미 양국도 올림픽 기간에 예정돼있는 합동 군사 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미국에 이러한 제안을 했으며, 미국 측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훈련 연기는 북한에게 큰 의미가 없다. 북한이 군사 훈련에 대응하려면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국제적인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북한으로서는 훈련 축소나 중단이 아닌 연기는 예년과 달라지는 것이 없는 셈"이라며 "연기만을 가지고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유인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이번 입장 표명이 "외교의 '자국 중심성'을 확립해가는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연기든 중단이든 축소든 이런 식으로 해서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북한에 문 대통령이 내놓은 이번 제안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 군사 훈련의 연기를 미국에 요청했다는 사실과 함께 균형 외교를 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을 보고 그동안의 오해나 섭섭함을 풀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며 "그렇게 남쪽과 관계를 푸는 것이 북한에도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혼자서 북핵 국면을 돌파해나갈 수 없다. 한국이 미국과 북한의 중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줄 때 북한에도 도움이 된다"며 "북한은 이미 예전 사례에서 이를 체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북중 관계를 보더라도 북한은 남쪽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경쟁국가'라고 선언한 마당에 중국이 북한한테 크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북한도 알게 될 것"이라며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남한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자신들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당면한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 시각) 발표한 국가 안보전략보고서와 관련, 정 전 장관은 미국 정부가 북핵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결정적 증거는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국으로 명시했다는 것"이라며 "북핵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면, 그리고 해결하려고 한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나라들과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면 협조를 구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과 소위 '경제 전쟁'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 창출, 즉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외교 안보 분야에서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인터뷰는 20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추면 한미 양국도 올림픽 기간에 예정돼있는 합동 군사 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미 미국에 이런 제안을 했고, 미국 측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미국은 아직 확답을 주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언급하면서 이를 먼저 공개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정세현 : 청와대가 정확히 언제 제안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이 설사 한국의 제안에 동의하기로 내부에서 결정했더라도 제안을 받자마자 자신들의 결정을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겁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군사 훈련 이야기를 꺼낸 것은 미국의 동의 없이 내용을 까버렸다기보다는 오히려 미국 내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공개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같은 추정을 하는 이유는 대통령 개인의 성향을 반영한 측면도 있습니다. 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앞서가는 편이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슷한데, 이쪽 저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하고 결정을 내리는 타입 같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조율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같은 사안을 공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북한이 여기에 어떻게 호응해 나올지를 주목해야 하는데요. 사실 훈련 연기는 북한에게 큰 의미는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기존처럼 2월 말~3월에 하든 5~6월에 하든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국제 제재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 훈련에 대응하려면 많은 자원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한미 연합 훈련에 반발하는 이유가 군사적인 측면도 있지만, 위협을 막기 위해 들어가는 경제적인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근 북한이 100만 톤 원유를 비축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1년에 1억 300~400만 톤 정도를 사들이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는 우리의 100분의 1도 안되는 양입니다. 이 정도 기름을 가지고 군대를 움직여서 훈련에 대응해야 합니다.  

만약 군사 훈련이 연기되면 5월 말에서 6월 초에 훈련이 끝나는데, 8월에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또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국력이 소진되는 시기가 다소 늦춰지는 것일 뿐이지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 연기를 고려하겠다"는 입장 발표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유인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이후 대화 국면 조성까지 염두에 두고 나름의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핵을 둘러싼 현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일까요?  

정세현 : 만약에 내년 훈련을 올림픽 때문에 취소한다고 하면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관계개선 분위기가 조성되면 군사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평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한다면 연기가 아니라 중단을 요청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제안은 '연기'이기 때문에 북한의 반응을 봐야겠지만 일단 당장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문 대통령의 입장은 외교의 '자국 중심성'을 확립해가는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연기든 중단이든 축소든 이런 식으로 해서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똑같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를 중심 축에 놓고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에 시동을 건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지난 10월 '3NO' 발표와 한중 정상회담, 이번 조치까지 묶어서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것이 중국에 굴복했기 때문이고, 이것이 곧 주권을 상실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교는 미국과도, 중국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실속을 챙기는 것입니다. 특정한 방향으로 치우치는 일변도 외교를 하는 것이 훌륭한 외교가 아닙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그런데도 국내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문 대통령의 방중 과정에서 생긴 의전 문제를 가지고 국빈 방문이 실패했다고 하는데 외교에서 본질은 의전이 아니라 어떤 성과를 챙겨왔느냐로 봐야 합니다.  

이번 국빈 방문의 최종 결론은 리커창 총리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향후 양국 경제, 무역부처 간 채널을 재가동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사드로 얼어 붙은 양국 경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겁니다. 이렇다면 의전 문제에서 섭섭함이나 불쾌함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 봤을 때는 남는 장사를 한 셈입니다. 

그런데 한미 동맹을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한국 내에는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이미 이들은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전부터 중국에 끌려가는 것은 주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지난 10월 제기된 이른바 '3NO'와 관련해서도 중국에 편향됐다는 지적을 했죠. 그런데 미국 편에서 미국이 하라는대로 하면 주권을 존중받는 것일까요?  

평창 올림픽 참가가 북한에도 이득이다 

프레시안 : 문 대통령이 신호탄을 쐈기 때문에 이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북한이 신년사에서 관련된 입장을 표명할까요? 

정세현 : 원칙적인 이야기를 할 것 같습니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과 관련해서 훈련을 중단하라, 남쪽과 못 만날 이유는 없다, 남쪽의 태도를 봐가면서 회담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등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군사 훈련의 연기를 미국에 요청했다는 사실과 함께 미국과 거리를 두고 균형 외교를 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을 보고 그동안 가졌던 오해나 섭섭함을 풀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남쪽과 관계를 푸는 것이 북한에도 좋은 일입니다. 북한 혼자서 북핵 국면을 돌파해나갈 수는 없습니다. 한국이 미국과 북한의 중간에 서서 조정자 역할을 해줄 때 북한에도 도움이 됩니다. 북한은 이미 예전 사례에서 이를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북중 관계를 보더라도 북한은 남쪽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경쟁국가'라고 선언한 마당이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한테 크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북한도 알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남한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자신들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당면한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할 겁니다. 

프레시안 :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북핵 문제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는 시그널로 볼 수 있을까요?  

정세현 : 북한이 비록 출전권을 딴 선수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매우 다릅니다. 북한이 개회식 때 참석하고 동시 입장이라도 할 수 있다면 더 좋고요. 그렇지 않더라도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큽니다.  

또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온다면 선수단만 참가하는 것은 아니고 그 기회에 정부 당국자들도 함께 올 겁니다. 그런 기회에 예를 들어 우리가 판문점 채널 복원하자는 제안을 던질 수도 있는 겁니다. 전화나 통신으로 하는 것보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쉽게 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저 나라가 그래도 올림픽에는 나오는구나. 완전히 나쁜놈들은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북한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도 올림픽 참가는 좋은 카드입니다. 북한도 웬만하면 올림픽에 참가해서 이미지 개선에 득을 보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최종 참가 엔트리 마감인 1월 29일까지 계속 관망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도 일단은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는 북한 선수단도 참가 준비는 끝났고, 이제 김정은의 결정만 남았다고 분석하던데 미국의 태도와 국제 정세, 연합 군사 훈련의 추이 등을 보면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참가하겠다고 결정하려면 미국 쪽에서 신호가 나가야 하는데, 현재 미국 방침이 정해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의 책임자들이 말하는 것이나 스타일로 봐서는 쉽게 조율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미국, 북핵 해결 의지 있나?  

프레시안 :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지난주 발언을 두고 너무 왔다갔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일관된 방침이 없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세현 : 트럼프 대통령, 틸러슨 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말이 모두 다릅니다. 그런데 미국 시간으로 18일에 공개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도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힌 게 아니라 이것저것 되는 내용들을 마구 꽂아 넣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북핵 문제를 그렇게 중시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결정적 증거는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국으로 명시했다는 겁니다. 이는 냉전식 사고인데요. 북핵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면, 그리고 해결하려고 한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나라들과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면 협조를 구할 수 있을까요?  

특히 미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과 소위 '경제 전쟁'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 창출, 즉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외교 안보 분야에서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미국은 일본과 호주, 인도까지 끌어들여 중국을 광범위하게 압박해 들어가는 구실로 북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헤게모니가 빠른 속도로 중국에 침식당할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핵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고 미국의 주요 당국자들이 북핵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언급하면 미국이 북핵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기 쉽지만, 미국은 북핵이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방어체제(MD)를 한국‧일본과 같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이 부분에서 미국과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요? 

정세현 : 그 질문에 대답하려면 우선 MD의 히스토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우리에게 MD를 팔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가 나오게 된 것이죠.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도 계속 미국은 MD 판매를 시도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남북 화해 협력 정책을 통해 북한이 우리에게 핵이나 미사일을 쏘지 않게 만들겠다고 하면서 MD 구입 강요에 대응해왔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MD만은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켜왔죠.  
 

▲ 1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다른 어떤 정권보다 높았습니다. 미국은 이 점에 착안해서, 즉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적개심을 이용해서 무기 판매를 늘리자고 판단했다고 봅니다.  

즉 앞에서 살펴봤듯이 MD는 지금 생겨난 문제가 아닙니다. 계속 이어지는 문제입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때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21세기 내내 미국이 계속 정책적 측면에서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미국은 냉전 때만 해도 소련과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써왔습니다. 그러다가 냉전이 없어지면서 MD 체계를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에 MD를 들여놓으면 좋지만, 한국이 거부하면 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중국을 포위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면 그만입니다. 미국은 그런 방식으로라도 MD 체계를 완성하려 할 것입니다. 이는 한국의 협조가 업더라도 MD 구축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문재인 정부도 아마 미국의 MD 완성 계획을 검토했을 겁니다. 그 결과 계속 미국의 요구대로 계속 가다보면 결국엔 버틸 수 없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3NO' 입장과 MD 구축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우리가 MD 구축을 거절하면 동맹이 깨지는 것은 아닙니다. MD 구축은 한미관계에서 그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는 사안은 아닙니다.  

프레시안 : 그런가 하면 중국 내에서는 한국의 '3NO'를 받아주는 것으로 사드를 봉합한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주로 군부에서 불만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세현 : 중국은 한국과 사드 문제를 봉인하는 과정에서 너무 양보만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외교에서 합의라는 것은 각자 해석을 유리하게 하면서 다시 또 접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입장에서는 한국과 사드 갈등을 마무리 지어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 주석은 사드를 적당히 봉인하고 '일대일로'를 위해 서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일대일로가 유라시아 세력권을 중국 아래에 두겠다는 건데, 이러려면 중국의 외교 및 경제 분야 관계자들이 총동원돼야 합니다. 한국 정부도 중국이 일대일로를 중시하기 때문에 사드 문제를 봉인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 측도 일정 부분 한국 측에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정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국도 한국이 사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한미 관계가 있기 때문이죠. 또 우리가 미국이랑 동맹을 끊고 중국과 맺는다고 해도 중국은 우리를 책임질 수 없습니다. 이 역시 중국도 잘 알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 일부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해결해야 할 사드 문제를 왜 우리가 '3NO' 입장 표명을 하면서 끼어든 것이냐는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정세현 : 문재인 정부가 '3NO'를 밝힌 것은 미국과 사전 조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과 교감 없이 이런 선언을 할 수 있는 외교관은 한국에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이는 미국의 승낙이 있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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