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통진당 항소’ 접수 전 사건번호 따놓고, 배당 절차도 바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입력 : 2019.03.07 06:00:04 수정 : 2019.03.07 09:43:33

 

‘양승태 대법’ 통진당 행정소송 배당조작 어떻게

‘통진당 항소’ 접수 전 사건번호 따놓고, 배당 절차도 바꿨다
 

“행정처 관심 커…행정6부로” 
심상철 전 고법원장 지시에
담당자, 다른 사건 접수 중단 
미리 찍어놓은 번호에 맞춰
다음날 통진당 사건 첫 접수 

배당 프로그램 조작 방법은 
관련자들 함구해 파악 난항

검찰이 지난 5일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62·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을 재판에 넘기면서 법원의 재판배당 조작이 처음으로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서울고법은 ‘양승태 대법원’의 지시에 따라 옛 통합진보당 관련 행정소송이 특정 판사에게 배당되도록 사건 접수도 하기 전에 사건 번호만 미리 따 보고하고, 배당 절차 역시 임의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건 관련자들이 함구하면서 법원이 배당 프로그램을 어떻게 조작했는지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심 전 법원장은 2015년 12월 순번에 따른 배당 원칙을 어기고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이 정당 해산 후 제기한 지위확인 행정소송의 항소심 재판을 행정6부 김광태 부장판사에게 배당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심 전 원장은 그해 12월2일 사건배당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은 최모 과장에게 “법원행정처가 통진당 사건에 관심이 많다. 행정6부 김 부장판사에게 배당돼야 한다”며 “사건 번호를 미리 하나 잡아보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심 전 원장의 지시를 전달받은 사건배당 담당자 오모씨는 그날 오후 통진당 사건이 항소돼 올라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른 사건 접수를 중단했다. 통진당 사건의 사건 번호를 이튿날 접수하는 첫 사건으로 미리 따놔야 했기 때문이다. 메모지에 적힌 사건 번호는 심 전 원장을 통해 행정처에 전달됐다. 사건 번호를 순번에 맞지 않게 따로 채번하는 것은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직무편람’ 위반이다.

오씨는 12월3일 오전에 통진당 사건을 접수했지만 배당 절차를 밟지 않고 이튿날인 12월4일 오전에 배당 결재를 올렸다. 3일에 배당 결재를 올리면 뒷순번인 김 부장판사에게까지 배당 순번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미뤘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통진당 사건은 4일 오후 김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통상 다른 사건들은 오전에 결재를 올리자마자 배당되는 것과 차이가 난다. 검찰은 그사이 미리 빼놓은 사건 번호로 배당 프로그램 조작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실제 어떻게 배당 프로그램이 조작됐는지는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법원이 해당 자료는 보관 시한이 지나 폐기됐다고 하고, 관련자들도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 전 법원장이 자신에게 지시한 법원행정처 간부가 누군지도 진술하지 않아 특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누가 지시했는지, 배당 프로그램 조작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밝혀진다면 해당 부분은 앞으로 추가 기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촛불집회 관련 재판을 특정 재판부에 지정배당해 큰 비판을 받았던 전례가 있는데도 법원의 배당 조작이 계속돼왔다는 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070600045&code=940301#csidx3ee5ed1308d6faf8a74c9a3257d94b3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인혁당사건 대통령이 근본해결방안 마련해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3/07 10:21
  • 수정일
    2019/03/07 10: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혁당사건 대통령이 근본해결방안 마련해야
 
박해전  | 등록:2019-03-07 09:39:39 | 최종:2019-03-07 09:44:4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인혁당사건 대통령이 근본해결방안 마련해야 
국가인권위,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적절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권고 
(사람일보 / 박해전 기자 / 2019-03-07)

 

▲인혁당재건위사건과 아람회사건 피해자들이 6일 경기도 덕소에서 만나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을 결의하고 있다. © 사람일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6일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과 관련해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는 사법부 판단과 별개로,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 책임의 정점인 대통령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의견표명을 결정했다”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국가의 의무와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 구제조치 필요성’과 관련해 “국가는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하고, 이를 위해 피해의 실체를 파악하여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과 배상 문제를 재검토하고, 관련 입법조치 등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인권위는 또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국민은 물론 그 관할 범위의 누구나 생명과 신체의 온전함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유지되도록 보호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의 존재 이유”라며 “인혁당재건위사건이 국가가 정권유지를 위해 국민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워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및 자유를 침해한 사건으로 확인된 이상, 국가는 조직적으로 반인권적 탄압행위를 하였던 과거를 반성하고, 피해자가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입은 피해에 대해서 신속하고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반인권적 고문조작 국가범죄의 피해 배상의 국제법적 원칙과 관련해 “유엔인권피해자 권리장전은 피해에 대한 배상은 ‘적절하고, 실효적이고, 즉각적’이어야 하며, 위반행위와 피해의 중대성에 비례하여 원상회복, 금전배상, 재활, 만족 등 ‘완전하고 효과적인 배상’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원상회복은 자유의 회복, 인권, 정체성, 가정생활, 시민권의 향유, 원래의 거주지로 복귀, 고용회복, 재산의 반환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특히 “인혁당재건위사건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결과에 대해서는 법원의 재판에 대한 것으로 그 적절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재판결과의 이행만으로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국가책임이 온전하게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재판이 법적인 피해구제의 한 방안인 점은 분명하나, 민사소송이 소송 당사자들의 주장 중에서 인용될 수 있는 내용과 범위를 결정하는 소극적인 구조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피해에 상응하는 배상 등의 구제조치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의 피해구제 책임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인혁당재건위사건 ‘부당이득금’ 환수 강제집행과 관련해 “국가는 스스로 조작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을 일으키고서도 조직적 은폐 시도를 지속했고, 구제조치를 외면했음은 물론, 피해당사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직・간접적인 불이익 조치를 자행 또는 방조하였다. 그동안 피해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들이 감내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고스란히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국가가 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위와 같이 누적되어온 피해에 대해서는 구제의 책임을 외면한 채 강제집행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가하는 현상황은 중대한 인권침해의 당사자였던 국가가 올바르게 반성하는 모습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형평과 정의에도 현저히 반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국제인권기준의 피해 회복 조치와 관련해 “국가는 지금이라도 피해 회복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국가는 피해의 실체를 파악하여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과 배상 문제를 재검토하고, 필요하다면 그 권한을 위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등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권위는 또 “그 밖에도 피해자 구제를 위한 방법은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고, 가장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한 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각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다만 어떤 수단을 채택하더라도 피해의 구제는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적절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혁당재건위사건은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이 1975년 관련인사들을 유신반대투쟁을 벌인 민청학련 배후세력으로 지목해 반국가단체로 고문조작한 국가범죄이다. 박정희 정권은 그해 4월8일 사형선고를 받은 피해자들을 형확정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형을 집행하는 ‘사법살인’을 자행했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2007년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박해전 기자>


출처: http://www.saramilbo.com/sub_read.html?uid=19245&section=sc2&section2=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725&table=byple_news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세현 "볼턴은 1회용…北은 폼페이오팀 받아야"

[정세현의 정세토크] "돌파구는 남북 정상회담, 6월 넘어가면 김정은 힘들어져"
2019.03.06 19:03:45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배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각)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마이클 코언 청문회가) 북한과 정상회담에서 걸어 나오도록 기여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역시 '몸은 하노이에 있지만 마음은 이미 워싱턴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코언 청문회를 덮기 위한 카드로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활용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트럼프는 코언 청문회를 덮기 위해 예상을 뒤엎는 상황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즉 트럼프 입장에서는 서명을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러려면 서명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동안 협상을 해왔던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할 수 없으니 난데없이 확대 정상회담에 악역을 맡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배석시킨 것"이라고 해석했다.  

합의 결렬 이후 볼턴 보좌관이 전면에서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 전 장관은 향후에도 볼턴 보좌관이 큰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4일(현지 시각) 향후 몇 주 안에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협상의 주도권은 여전히 폼페이오가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볼턴은 (트럼프가) 국내 정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잠시 들여온 1회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합의 결렬 이후 북미가 공개한 요구조건을 둘러싼 간극은 쉽게 좁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중재자가 나서서 빨리 만나라고 이야기하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누군가 북한과 미국 사이를 중재하면서 어르고 달래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할 수 있는 곳은 결국 한국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포인트'로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가지는 게 좋다.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겸해서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우리는 어차피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고 북한 속내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역시 확실하게 비핵화하고 경제적 번영을 이루려면 미국을 움직여야 하는데, 이걸 가능하게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우리가 만나자고 하면 북한에서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는 폼페이오의 협상팀을 받아들이라고 권고해야 한다. 폼페이오가 저렇게까지 공개적으로 말을 꺼내놨는데 북한에서 협상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하고 싶어도 미국 내 여론이 나빠져서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폼페이오든 비건이든 평양에 가는 정도의 그림은 북한이 만들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뷰는 6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국 결렬됐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따져야 대책과 처방이 나올 것 같은데요.  

정세현 : 사실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판을 깬 것으로 봐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문제가 결국 회담을 이렇게 만든 거라고 봅니다. 

회담이 열리고 있던 시기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 청문회가 미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을 보고 트럼프는 상당히 불편했을 겁니다. 앞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앉아있지만 사실상 생각은 워싱턴에 가 있던 것이죠. 

트럼프는 코언 청문회를 어떻게 덮어야 할까에 대해 생각했을 겁니다. 이를 덮기 위해서는 뭔가 예상을 뒤엎는 상황이 벌어졌어야 했죠. 즉 트럼프 입장에서는 북한과 합의문에 서명하고 자랑스럽게 입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겁니다. 오히려 그렇게 합의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이 코언 청문회에 묻혀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서명을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서명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동안 협상을 해왔던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할 수가 없으니 난데없이 확대 정상회담에 악역을 맡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배석시킨 겁니다. 

프레시안 : 정상회담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실무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세현 :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2월 6~8일 평양에 다녀온 뒤 12개의 '소의제'를 확정했고 이걸 어떤 순서로 논의할지에 대해 하노이에서 결정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또 그는 1월 31일(현지 시각) 스탠퍼드 대학 강연을 통해 상응 조치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갈 것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 둔 것이죠. 

2월 28일 회담이 결렬되기 전까지만 해도 양측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습니다. 27일 친교 만찬 전에 단독 회담을 가진 양 정상의 표정도 좋았고, 특히 트럼프는 이 때 "저희가 (대화했던 내용을) 실제 문서로 작성할 수 있다면 다들 아마 돈 내고 보고 싶어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증폭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8일 확대 정상회담 자리에 볼턴 보좌관이 앉아있었습니다. 그 순간 17년 전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볼턴 보좌관은 제네바 합의를 깬 주역입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악연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에 또 나오기에 불안했습니다. 볼턴이 나오면 판이 이상하게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볼턴 보좌관은 국무부 비확산 및 군축 담당 차관으로 재직하던 2002년 7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HEUP)을 가동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한국에 방문한 볼턴 보좌관에게 한국 정부는 어떤 증거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볼턴은 증거는 없다면서 북한을 압박하면 증거를 내놓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후 그해 10월 3일 제임스 켈리 차관보를 특사로 한 미국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합니다. 이들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고강도 알루미늄이 북한에 들어갔다는 송장을 제시하며 HEUP를 운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봅니다. 이에 대해 김계관 부상은 그런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고, 자기들은 제네바 기본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당시 북한 전력 사정으로 봤을 때 전기가 많이 필요한 HEUP를 운영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없다고 하는데도 미국의 추궁은 계속됐고, 결국 첫 만남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이튿날 당시 외무부 제1부상인 강석주는 미국 대표단을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주권 국가이며 NPT 탈퇴 선언도 했기 때문에 당신들이 문제 삼는 프로그램을 가지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통역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강석주는 "We are entitled to possess such a program and more than that"이라고, 즉 "우리는 그러한 프로그램(HEUP)뿐만 아니라 그것보다 더한 것도 가질 자격이 있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통역 과정에서 'are entitled to'(자격이 있다)가 빠진 채 'possess'(보유하다)만 남은 겁니다. 이 때 북한의 통역이 최선희였다고 하는데, 통역이 상당히 거칠었던 것이죠.  

당시 통역을 맡았던 김동현 미국 국무부 선임통역관에 따르면 이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미국 측 대표단이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드디어 북한의 자백을 받아냈다'는 생각이었겠죠.  
 

▲ 2월 28일(현지 시각)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확대 정상회담. 맨 왼쪽에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자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후 10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장관급회담에서 저는 북한에 이 부분에 대해 확실히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지방에 있다고 하면서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회담 대표단 5명을 이끌고 김영남을 만나러 갔습니다. 김영남과 독대를 하면서 어떻게 그런 위험 천만한 일을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김영남은 자신들은 분명 HEUP가 없는데 미국이 자기들을 압박한다고 말했습니다. 자기들은 주권국가고 NPT 탈퇴를 선언했는데 미국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을 우리가 못 가질 이유가 뭐가 있냐고 이야기했다는 겁니다.  

저는 그런 대답 말고 실체적 진실을 말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김영남은 미국이 압박하니까 그런거라면서 기존 대답을 되풀이했습니다. 이후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영문판은 당시 북측 대표단이 미국 대표단에게 "We are entitled~"(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는데 미국은 이를 북한이 HEUP를 보유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은 북한이 HEUP를 돌리고 있다고 자백했는데 무슨 경수로 사업을 하냐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고 결국 사업은 중단됐습니다. 이렇게 되자 북한은 핵 활동을 하겠다고 세 게 치고 나갔습니다. 이후 비핵화 과정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죠. 

이번에도 볼턴이 등장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볼턴은 트럼프에게 '빅 딜' 카드를 줬다고 했습니다. 이건 볼턴 입장에서는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대량살상무기(WMD) 폐기 등 북한 비핵화에 대한 조치만 있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장애물이 너무 높은 것이죠. 아무튼 이번 일로 봉투를 들고 온 볼턴은 위험하다는 것이 밝혀진 셈입니다.  

리용호, '한 가지 더' 발언의 속내는 

프레시안 :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회담이 결렬된 당일 밤 하노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국이 영변 핵 시설 폐기와 함께 한 가지를 더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세현 : 볼턴은 북한에 최대한의 조치를 요구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리용호 외무상이 영변과 더불어 한 가지를 더 요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음번 회담을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즉 영변 핵 시설 폐기와 함께 한 가지 정도는 더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북한에서 '플러스 알파'의 내용을 너무 상세하게 공개하면 미국도 퇴로가 없어지지 않습니까? 

리용호 외무상의 '한 가지 더'라는 부분은 비건 특별대표와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간 협상에서는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영변 핵 시설의 경우 지난해 평양 정상회담, 10월 폼페이오 장관 방문 등에서 이미 이야기 됐던 사안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상응 조치는 짝을 맞춰 놓았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볼턴이 들어와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줄줄이 쏟아 놓는 바람에 협상의 진전이 어려워졌는데, 리용호 외무상이 이걸 있는 그대로 공개해 버리면 이후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기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판단하에 북한은 그 중에 최소한 한 가지는 하겠다는 뜻을 이런 방식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상당히 계산된 발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 3월 1일 0시(현지 시각)를 조금 넘긴 시각, 멜리아 하노이 호텔에서 리용호(오른쪽) 외무상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볼턴 보좌관이 북한의 미사일과 생화학 무기를 이야기한 것은 사실상 북한에 무장해제를 요구한 것 아닌가요? 

정세현 : 앞으로 회담에서 볼턴이 어느 정도 참여하느냐에 따라 북미 간 진도 나가는 것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단계적으로 할 것을 한꺼번에 쏟아 놓는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북한에 그러한 조치를 요구하려면 미국도 거기에 상응하는 것을 내놓아야 합니다. 물론 볼턴 식의 사고로는 그럴 필요가 없이 그냥 북한을 압박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트럼프가 앞으로도 계속 폼페이오-비건을 통해 북한과 협상을 한다고 하면 이번에 만들어 놓았던 합의문과 리용호 외무상이 넌지시 던진 '한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추후에 하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4일(현지 시각) 향후 몇 주 안에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협상의 주도권을 여전히 폼페이오가 쥐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볼턴은 국내 정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잠시 들여온 1회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레시안 : 서방 언론들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 트럼프뿐만 아니라 북한도 비난하고 있습니다.  

정세현 : 협상 중에도 핵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면 '북한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서훈 국정원장이 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복구 움직임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하던데요. 지붕과 문짝을 다시 달았다고 합니다. 

서훈 원장은 이미 폐허가 된 것을 폭파하면 홍보효과가 별로 없으니까 번듯하게 갖춰놓고 폭파하기 위해 복구했을 가능성도 있고, 북미 간 회담이 잘 안될 경우 미사일 발사대로 다시 활용하기 위해 복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북한이라면 전자의 의도로 동창리를 보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미국에 시그널을 주기 위해 상당히 치밀하게 움직입니다. 지난 1994년 경수로 협상 당시 미국 쪽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평소에는 영변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데, 영변 지역을 체크하는 위성이 지나갈 때 북한이 영변 굴뚝에 연기를 내보낸다는 겁니다. 자신들은 계속 핵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미국에 주는 것이죠. 미국에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하기 위한 겁니다.  

또 이번 동창리의 경우 나중에 협상에서 값을 제대로 받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미국에 "지금 이렇게 다 시설 갖춰져 있는 것을 우리가 버리는 거니까 제대로 계산해 줘야 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죠. 이러한 교환 가치가 있게 하려면 복구 및 보수 작업을 어느 정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한 때  

프레시안 : 북미 간 대화의 모멘텀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 한국의 역할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중국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사나 남북 정상회담 활용 방안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게 해야 북미 간 대화 모멘텀을 살릴 수 있을까요? 

정세현 : 북한은 중재자가 나서서 빨리 만나라고 이야기하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다음번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도 좀 시간을 끌면서 미적거릴 수 있습니다. 사실 김정은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빨리 나가서 미국과 협상하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대뜸 나갈 수는 없는 상황인 거고요.  

실제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고 김정은의 베트남 순방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북한이 그만큼 미국과 회담을 하고 싶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회담이 잘 안됐다고 이야기하면 북미 정상회담을 또 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누군가 북한과 미국 사이를 중재하면서 어르고 달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할 수 있는 곳은 결국 한국밖에 없습니다. 미국도 중국이 나서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겁니다. 
 

▲ 2월 27일(현지 시각)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친교 만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FP=연합뉴스


프레시안 : 그럼 결국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한 걸까요? 

정세현 : '원포인트'로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지금 김정은이 서울 답방을 겸해서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우리는 어차피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고 북한 속내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필요합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어그러진 이유, 미국이 요구한 사항, 리용호 외무상의 기자회견 의도 등을 우리가 정확하게 파악해야 중재를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역시 확실하게 비핵화하고 경제적 번영을 이루려면 미국을 움직여야 하는데, 이걸 가능하게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자고 하면 북한에서 거절할 이유는 없습니다.  

물론 미국도 만나야 합니다.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에 갔다고 하던데 비건 대표 통해서 미국 측 이야기도 들어봐야 합니다.  

미국 입장과 북한의 입장을 적절히 담을 수 있는 중재안을 만든 뒤에 원포인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동의를 받고 그걸 들고 문재인-트럼프 정상회담에서 협상이 가능할지 타진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에는 폼페이오의 협상팀을 받아들이라고 권고해야 합니다. 폼페이오가 저렇게까지 공개적으로 말을 꺼내놨는데 북한에서 협상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하고 싶어도 미국 내 여론이 나빠져서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폼페이오든 비건이든 평양에 가는 정도의 그림은 북한이 만들어 줘야 합니다. 

프레시안 :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정부가 NSC 회의를 통해 후속 대책을 논의했는데요. 여기서 북미 간 중재 외에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굉장히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이걸 보고 한미 간 엇박자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정세현 : 사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는 다 됐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 이 대목을 구체적으로 넣었다는 것을 보더라도, 북미 간에 이 사안에 대해서는 물밑 대화로 양해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월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남북 철도‧도로 사업과 경제협력 사업 등에서 트럼프가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있다고도 했습니다. 한미 간에도 남북경협이 북미 회담의 불씨를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이뤄진 것 같습니다. 

결국 문 대통령은 트럼프가 이야기한대로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경협 카드를 활용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6월 넘기면 힘들어진다  

프레시안 : 미국과 북한이 이러한 교착 상태에서 버티기로 들어가면 어느 쪽이 더 힘들어질까요? 

정세현 : 북한이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김정은은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의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지금 외자 유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거 가능하게 하려고 했고 그 답을 하노이에서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올해 6월을 넘기면 김정은에게는 경제 발전을 위한 해외 투자 유치 기회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계산이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속이 상해도 미국에 대해 험한 말을 쏟아내지 않는 겁니다. 미국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하노이 현지에서 리용호-최선희의 기자회견 역시 나름의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그게 사실 미국을 욕하는게 아니라 도와달라는 거죠. 

김정은이 5일 평양에 돌아왔을 때 평양 시민들이 나와서 엄청 환영해줬는데요. 이 역시 미국에 '다음 번 만남은 잘해보자'라는 신호를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 5일 새벽 김정은 위원장 일행이 평양에 도착했다. ⓒ로동신문


프레시안 :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정의가 달라 이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다음 회담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세현 : 현실적으로 북한도 지금의 비핵화는 일단 자신들의 비핵화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핵무기 없는 한반도'는 다음 단계에 나올 문제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도보다리에서 미국이 불가침을 약속해주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냐고 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답이 있다고 봅니다.  

북힌이 비핵화하고 평화협정 체결 이야기가 나오면 거기서 미 전략자산 전개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비핵지대화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경질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정세현 :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대신 나올 수 있다면서 그러한 관측이 제기되는 것 같은데요. 북한에서 그렇게 쉽게 내치지는 못할 겁니다. 그리고 '개천을 건너고 있는 중간에 말 바꾸지 말라' (Never swap horses crossing a stream)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이제와서 리용호-최선희로 협상 실무자를 바꾸는 것은 그렇게 쉬운 선택은 아닙니다.

프레시안 : 다음번 협상에서는 북미 양측이 단계적-동시적 해결 문제에 합의를 볼 수 있을까요?  

정세현 : 폼페이오가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고 싶다고 했는데 북한이 받아들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비건 특별대표의 연설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건 특별대표의 1월 연설 전까지 미국은 비핵화만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비건 대표는 연설에서 북미 관계의 입구로 연락사무소, 평화협정 문제의 입구로 종전선언을 언급했습니다. 이건 기존 미국의 태도와는 다른 겁니다.  

즉 이는 미국 정부가 비핵화를 위해 북한의 체재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드디어 이를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 미국 정부의 북핵 문제 접근 방법인 선비핵화가 아니라 동시적-단계적 해결로 간다는 철학이 정립됐다고 생각됩니다. 이건 북한이 지난 25년 동안 주장했던 해법이기도 합니다. 

 

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촛불항쟁 3년 만에 세상은 다시 재벌공화국”

민주노총,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 개최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03/07 [00:5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민주노총이 노동개악법 저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총력투쟁을 벌였다. (사진 : 노동과세계)     © 편집국

 

7일 대통령이 참석하는 경사노위 전원회의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민주노총은 6일 노동법개악저지 및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기본권쟁취제주영리병원저지산업정책 일방강행 저지를 위한 총파업총력투쟁 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는 수도권 4천여명을 비롯해 전국 13개 지역에서 약 2만명이 참가해 투쟁을 벌였다.

 

<노동과세계보도에 따르면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3년차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재벌의 청부입법을 받아들여 노동개악을 제도화하고 고착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개편과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까지 무력화하려는 기도는 바로 민주노총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회 참가자들은 투쟁선언문을 통해 자본이 뭐든 주문만 하면정부와 여당이 나서 이를 추진해주고 있다며 자본가 마음대로 근로시간을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 개악차등적용과 주휴수당 폐지 입법 순번표를 기다리고 있는 최저임금제 추가 개악그리고 파업파괴법으로 불리고도 남을 자본의 노동법 개악 주문까지우리 민주노총이 싸우지 않을 수 없는싸울 수밖에 없는 정세라고 지적했다.

 

▲ 노동법 개악 저지를 요구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 노동과세계)     © 편집국

 

참가자들은 노동개악을 막고친재벌-반노동 정책을 끝장내고촛불 개혁과제 이행을 앞당길 때까지 이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며 친재벌-반노동 정책 반드시 박살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참가자들은 탄력근로제 개악에 맞서 3월 말 2차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예고했으며개악을 부추기고 있는 반민주 분단적폐 자유한국당 해체 투쟁을 강화할 것을 결의했다.

 

▲ 더불어민주당 당사, 자유한국당 당사로 행진 중인 참가자들. (사진 : 노동과세계)     © 편집국

 

수도권 대회 참가자들은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개최한 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당사로 행진하고 대회를 마무리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총파업 투쟁을 시작으로 임시국회 일정이 끝날 때까지 국회 앞에서 노동법개악저지 및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기본권쟁취제주영리병원저지산업정책 일방강행 저지를 내걸고 농성에 돌입했다.

 

------------------------------------------------------------------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선언문>

 

재벌청부 입법이 활개를 치고 있다자본이 뭐든 주문만 하면정부와 여당이 나서 이를 추진해주고 있다사멸하던 적폐정당에서 극우보수로 재단장한 자유한국당이 여기에 더욱더 개악을 추가 주문하고 있다개악은 총알처럼 재빠르게 추진되고 촛불개혁 과제는 거북이걸음처럼 늑장이다.

 

자본가 마음대로 근로시간을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 개악차등적용과 주휴수당 폐지 입법 순번표를 기다리고 있는 최저임금제 추가 개악그리고 파업파괴법으로 불리고도 남을 자본의 노동법 개악 주문까지우리 민주노총이 싸우지 않을 수 없는싸울 수밖에 없는 정세다.

 

그뿐인가언제 몰락해 문 닫을지 모르는 노조프리 광주형 일자리 확대정책조선산업 생태계를 망치며 재벌에 특혜를 몰아주는 대우조선 일방매각 정책그리고 재벌의 무분별한 건설토목 경제만 부추기는 투자예비타당성 면제 사업과 재벌기업에 규제를 면제해 주는 샌드박스제도까지온갖 친재벌 정책이 사회 구석구석을 좀 먹고 있다촛불항쟁 3년 만에 세상은 다시 재벌공화국이 돼 버렸다.

 

이같이 기울어진 친재벌 한국사회를 배경으로이제 여야는 야합의 3월 국회를 열고 있다. 3월 국회는 친재벌-반노동 개악 국회일 것이 분명해졌다우리 민주노총은 3월 친재벌-반노동 입법을 반드시 막을 것이다민주노총은 영문도 모르고 희생과 고통을 전가 받을 전체 노동자 민중을 위해 죽을힘을 다해 싸울 것이다.

 

우리는 오늘노동개악 무력화를 위한 총파업 총력투쟁 시작을 선언한다우리는탄력근로제 개악 저지 투쟁에 총력 매진할 것이다우리는 최저임금법 개악을 막을 것이다또한 모든 노동자의 온전한 노동3권 실현 과제를 거꾸로 되돌리는 총자본의 노조파괴 시도를 주저앉힐 것이다끝내는반동의 재벌과 극우보수 자유한국당에 맞서 그리고 우경화로 치닫는 정부여당을 향해, 2천 5백만 노동자 위력을 반드시 보여줄 것이다.

 

오늘 투쟁은 시작이다마침내 노동개악을 막고친재벌-반노동 정책을 끝장내고촛불 개혁과제 이행을 앞당길 때까지 이 투쟁을 지속할 것이다친재벌-반노동 정책 반드시 박살내자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투쟁을 결의한다.

 

하나공짜야근에 과로사로 /노동자 삶을 파탄 낼 /탄력근로제 개악 /국회 입법을 막기 위해 /3월 말 2차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한다.

 

하나최저임금 인상효과 /무력화 꼼수로 무장해 /차등적용과 주휴수당 폐지까지 /부추기고 있는 /최저임금법 개악 시도 저지를 위해 /총력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 폐지, /단협 유효기간 연장, /파업찬반투표제도 개악 등 /노동3권 무력화에 /혈안이 돼 있는 /반동의 재벌을 향해, /재벌독점체제 전면개혁 투쟁을 /본격화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제주녹지국제병원의 공공병원으로의 전환, /광주형일자리와 대우조선 일방매각 정책 폐기 등, /사회공공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노동친화적 산업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대정부-대여당 투쟁을 /강화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극우보수로 재단장하고 /더욱더 개악을 부추기고 있는 /반민주 분단적폐 /자유한국당 해체 투쟁을 /강화할 것을 결의한다. 

 

2019년 3월 6일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회 참가자 일동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장자연 10주기: 검찰은 ‘조선일보 방 사장’ 잡아 성 접대 근절할 수 있을까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19-03-07 05:49:02
수정 2019-03-07 05:49:36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없음
ⓒ뉴시스
 
 

2009년 3월 7일. 10년 전 오늘 29살 장자연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숨지기 일주일 전, 장 씨가 남긴 문건(이하 장자연 문건)이 그 이유다.

“2008년 9월경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는 사람과 룸싸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사장님이 방 사장님이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후 몇 개월 후 김성훈(기획사 대표 김종승의 가명) 사장이 조선일보 방 사장님 아들인 스포츠조선 사장님과 술자리를 만들어 저에게 룸싸롱에서 술접대를 시켰습니다. …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2009. 2. 28 장자연” 

장 씨는 성 접대 피해자였다. 장 씨의 기획사 사장은 사업적 관계를 맺기 위해 돈 많고 권력 있는 남성들에게 젊고, 아름다운 장 씨의 몸을 재화로 제공했다. 그는 두 남성 주체의 끈끈한 형제 연대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성 접대를 하나의 문화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장 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홀로 사회적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장 씨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 진실 규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조선일보 방 사장’ 빠진 껍데기 수사  

2009년 8월 19일 장 씨의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장 씨의 기획사 대표 김종승 씨와 장 씨의 매니저 유장호 씨만을 기소한다고 밝혔다. 그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행·모욕 등으로 성 접대 강요와는 관련 없는 죄목이었다.  

장자연 씨 소속사 대표 김종승 씨
장자연 씨 소속사 대표 김종승 씨ⓒ뉴시스

‘조선일보 방 사장’ 등 유력 인사 4~50여 명이 성 접대를 받았다고 ‘장자연 문건’은 폭로했지만, 결국 성 접대와 관련해 처벌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사건 종결로부터 9년이 흐른 지난해 2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장 씨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검 산하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4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같은 해 6월 재수사를 시작했다.  

2009년 장 씨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기는 과정에서 ‘장자연 문건’ 내용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증거들을 빠뜨린 사실이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 드러났다.  

빠진 증거는 장 씨의 휴대전화 3대의 통화 기록, 휴대전화 3대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 장 씨의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이었다. 진상조사단은 당시 수사 검사로부터 장 씨의 통화 기록을 제출받았으나, 원본 파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핵심 증거 누락은 미흡한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계속됐다고 진상조사단은 지적했다. 장 씨의 주거지 및 차량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장 씨의 수첩 등 자필 기록과 명함 등 장 씨의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증거들이 빠졌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은 과거 압수수색 당시 장 씨의 침실 위주로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침실과는 별도로 있었던 장 씨의 옷방은 수색하지 않았으며, 장 씨가 들고 다니던 가방도 열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없음
ⓒ뉴시스

또 과거 수사기록에 ‘장 씨의 싸이월드 압수수색 영장 신청 예정’이 기록돼 있으나 실제 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장 씨가 싸이월드에 개인 기록을 남겼을 가능성이 큰데도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총체적 수사 부실이 있었음에도 당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 수사를 지시하거나 이행하지 않았다.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넘긴 자료가 부실하다는 것을 검찰이 몰랐겠느냐”라며 장 씨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이어지면서 축소·은폐됐음을 인정했다.

‘방 사장’ 잡다 임우재·권재진까지  

진상조사단은 재조사를 통해 ‘조선일보 방 사장’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고 의심받는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을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12월 소환 조사했다.

방 사장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이다. 과거 수사에서 그가 2007년 10월 서울 청담동에서 장 씨와 장 씨의 소속사 대표 김 씨 등을 만난 사실이 확인됐지만, 경찰은 물론 검찰도 그를 조사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진상조사단은 2008년 가을 방 사장이 한 차례 더 장 씨를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과 방정오 TV조선 전 대표이사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과 방정오 TV조선 전 대표이사

진상조사단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차남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를 불러 ‘조선일보 방 사장’과 관련된 사실을 추궁했다. 과거 수사에서 방 전 대표이사가 2008년 10월 장 씨와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확인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근 두 사람과 장 씨의 관계를 밝힐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술이 재수사 과정에서 확보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했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2008년 장 씨와 35차례 통화한 기록을 진상조사단은 장 씨의 생전 통화기록을 살펴보다 확인했다. 해당 번호의 명의는 당시 임 전 고문의 부인이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으로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와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와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민중의소리

또 진상조사단은 2008년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이 장 씨와 방용훈 사장 등이 함께한 자리에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초대를 받아 합류했다는 증언을 확보하기도 했다. 당시 권 전 장관은 검찰 내 2인자로 꼽히는 대검 차장이었던 만큼 장 씨의 사건 수사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외에도 진상조사단은 과거 수사에서 장 씨를 강제 추행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전 조선일보 기자 조모 씨를 재조사해 재판에 넘겼다. 조모 씨는 2008년 8월 장 씨의 소속사 대표 김 씨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장 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방 사장’ 잡아도 공소시효 지나 처벌 못 해  

재수사를 통해 ‘조선일보 방 사장’의 정체가 밝혀진다고 해도 그를 처벌할 방법은 없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장 씨 사건은 2007년 10월부터 2009년 2월 사이에 벌어졌다. 2009년 당시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에 따르면 성 접대 관련자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강요·성매매 알선·성매수·강제추행 등 7가지다.

미투 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선일보사 앞에서 ‘장자연 리스트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우 고 장자연씨는 2009년 연예 기획사, 대기업, 금융업, 언론계 종사자 등 총 33명에게 100차례에 가까운 성 접대를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접대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검찰은 이들 모두 혐의가 없다고 판단, 아무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미투 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선일보사 앞에서 ‘장자연 리스트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우 고 장자연씨는 2009년 연예 기획사, 대기업, 금융업, 언론계 종사자 등 총 33명에게 100차례에 가까운 성 접대를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접대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검찰은 이들 모두 혐의가 없다고 판단, 아무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임화영 기자

성 접대는 현행법에서 성매매로 간주 돼 처벌받는다. 성 접대를 하게 만든 사람은 성매매 알선죄, 성 접대를 받은 사람은 성 매수죄 혐의가 적용된다. 그러나 성매매 혐의는 공소시효가 5년이다.

장 씨에게 전속계약서에 없는 의무 없는 일을 시켰기 때문에 성 접대 관련자들은 강요죄 혐의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공소시효는 7년이다. 강제추행과 지위를 이용한 성매매 알선 혐의는 10년으로 공소시효가 가장 길지만, 지난달 만료됐다. 

진상조사단은 이번 달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조선일보 방 사장’ 등 성 접대 관련자들을 끝까지 밝혀냄으로써 검찰이 성 접대 문화를 근절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삶의 질 선진국’은 먼 길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삶의 질 선진국’은 먼 길

등록 :2019-03-06 05:00수정 :2019-03-06 07:47

 

2만달러에서 12년만에 달성
인구 5천만 이상 국가 중 7번째
빈곤율 높고 복지지출 적어
“경제발전 비해 민생은 취약”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3만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최빈국에서 출발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천만명 이상의 나라)에 세계 7번째로 진입했다. 한해 평균 가구소득(4인 기준)이 1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인데, 실제 서민들의 삶도 그만큼 풍요로워진 걸까? 소득 3만달러 도달 시점에 선진국들이 달성한 복지·노동 등 실질적인 ‘삶의 질’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전년(2만9745달러)보다 5.4% 늘어난 3만1349달러로 집계됐다. 2006년(2만795달러) 2만달러를 돌파한 뒤 12년 만에 3만달러를 달성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한 나라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총합인 국민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지표로, 국내총생산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그 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소득·생활수준을 나타낸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는 선진국 진입 지표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인구 5천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인 나라는 미국·독일·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 등 6개국뿐이다.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으로 서방 주요 7개국(G7) 멤버들이기도 하다. 한국이 7번째로 30-50클럽 국가가 됐다는 것은, 세계 11~12위권인 국내총생산·교역규모라는 양적 기준뿐 아니라 경제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세부적인 지점들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민총소득의 근간을 이루는 명목 국내총생산의 지난해 증가율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직후인 1998년(-1.1%) 이후 최저인 3%에 그쳤다. 국민총소득도 2.9% 늘었는데 역시 1998년(-1.9%) 이후 최저치였다. 수출물가보다 수입물가가 더 올라 교역 조건이 악화하는 바람에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0.1%) 이후 가장 낮은 1% 증가에 그쳤다.

 

그 결과 2015년(6.5%-2.8%)과 2016년(4.2%-2.9%)엔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압도했는데, 2017년 3.1%로 같아지더니 지난해에는 1%와 2.7%로 역전됐다. 가뜩이나 저성장인데 국민이 벌어들인 실질소득은 그보다도 더 적어진 것이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하기 전과 후가 질적인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기에 (3만달러 돌파가)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진국 수준의 경제활동이나 규모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이 시점에 축배를 들기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저출산·고령화, 소득과 고용의 양극화, 과중한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3만달러로 대표되는 화려한 ‘경제’ 성과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을 보여주는 ‘사회’ 지표들은 우리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한 7개국의 달성 시기의 민생 지표를 분석한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한국은 경제발전 속도에 비해 삶의 질 개선 속도는 매우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분배·사회복지 지표를 비교한 결과, 7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3만달러 달성 시기에 11.8%(7개국 평균)였다.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인구 중에서 빈곤위험에 처한 인구(중위소득의 50%미만)의 비율로,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7.4%(2017년)로 훨씬 더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46.5%·2016년) 등 소득 불평등·양극화 심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이 3만달러 시대에도 큰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지출’은 7개국의 3만달러 시기(20.7%)의 절반에 불과한 11.1%(2018년)다. 소득수준은 선진국 클럽에 근접했지만,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도 복지지출을 통한 사회안전망은 매우 취약한 것이다. 조세·재정정책을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을 보여주는 ‘지니계수 개선율’의 경우 7개국은 3만달러 당시 31.5%인 반면 한국은 12.6%(2017년)에 그쳤다.

 

각종 근로여건 지표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2024시간·2017년)은 7개국의 3만달러 당시(1713시간)에 견줘 연간 311시간이나 많고, 구매력평가(PPP) 환율을 적용한 ‘실질 구매력 기준 평균임금’도 한국(3만2399달러)이 7개국 평균(3만9992달러)보다 크게 낮았다. 실업 상태에 놓였을 때 보호받는 수준을 보여주는 ‘실업급여 순소득대체율’도 7개국(25.2%)에 비해 한국(10.1%·2014년)이 턱없이 낮다. 연구원은 “소득 4만달러 달성을 위한 성장 및 생산성 제고를 지속하되,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개선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질적 성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다지만,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며 “이는 소득 양극화에 따른 박탈감, 소득 증가보다 빠른 자산가격 상승 등으로 풍요로움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돌파한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자본이 우리에게 있는지 의문”이라며 “저성장에 따른 지대추구나 진입장벽 강화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는데, 보유세 인상 등을 통해 지대추구에 따른 수익률을 낮추고 불공정거래 처벌을 강하게 해 진입장벽을 쌓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순혁 조계완 방준호 기자 hyuk@hani.co.kr
 
 
관련기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84714.html?_fr=mt1#csidxf11e83b7ec270c2bb7fb680b6b449f2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사진으로 보는 해외동포들의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뉴스프로 | 2019-03-05 14:10:3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뉴스프로 편집부

3월 1일과 2일 해외 곳곳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만세삼창이 울려 퍼졌다. 100년 전 선조들의 독립만세운동을 재현한 ‘대한독립 만세’는 물론 ‘대한민국 만세’, 당시에는 하나였던 우리를 기원하는 ‘남북통일 만세’ 등 다양한 만세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살아있는 소녀상 퍼포먼스, 아리랑 연주와 합창, 춤 공연, 거리행진 등이 있었다.  

1.미국 시애틀, 중국 청도(상), 중국 대련, 홍콩(하)

 

2.중국 천진, 프랑스 파리, 필리핀 마닐라, 미국 몬트레이

 

3.베트남 하노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미국 달라스, 싱가폴

 

4.일본 동경, 사할린, 영국 런던, 오스트리아 비엔나

 

5.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실리콘밸리, 호주 멜본

 

6.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브라질 상파울로, 캐나다 밴쿠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7.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트남 호치민, 중국 북경, 중국 상해

 

8. 중국 심양, 호주 시드니, 미국 애틀란타, 러시아 모스크바

 

9. 미국 뉴욕, 휴스턴, 일본 동경, 오사카

 

10. 미국 메릴랜드,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워싱턴, 캐나다 토론토

사진출처: 3.1운동 임시정부100주년기념특별위원회

이 외에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아리랑 플레쉬몹이 중국 선전(심천), 미국 애틀란타,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서 열렸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린 ‘한겨레 월드 아리랑 플래쉬몹’행사에서는 한인과 미국 아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아리랑’, ’고향의 봄’, ’우리의 소원’ 이 울려퍼졌으며, 유정선씨의 춤공연, 태권도 연합시범단의 태권공연과 그린스보로 한글 학교생들의 난타 공연, 캐롤라이나 풍물단의 풍물공연 등 문화행사가 풍성하게 이어졌다. TV 방송 Fox 46 에서 행사 장면을 방영했으며, 행사를 준비한 김기정씨는 “1919년의 삼일운동을 설명하고 인권 존중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알리는 행사를 샬롯 도심에서 할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아리랑 플래쉬몹

미국 애틀랜타 소녀상이 있는 블랙번(Blackburn) 공원에서 애틀랜타 지역의 동포 60여명이 모여 3.1절 100주년 기념행사(플래쉬몹)를 가졌다.  

독립을 위해 싸운 선조들과 3월 2일 소천하신 곽예남 할머니를 위한 묵념을 시작으로 아이들의 아리랑 연주와 아리랑 합창 퍼포먼스, 3.1 독립선언서 낭독, ‘대한독립 만세’ 만세 삼창, 소감나누기, 살아있는 소녀상 퍼포먼스와 피켓팅 순서로 진행되었다.

3월 1일, 필라세사모는 재미 안무가 김정웅(Jungwoong Kim)과 함께 퍼포먼스 <무명>(Unknown)을 올렸다. “역사의 질곡에서 해방과 자유를 위해 무수히 쓰러지고 또 일어섰던 이름없는 이들을 위한 공연”이며, “공연을 통해 함께 선열들을 기리고 기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필라세사모

재외동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3.1운동의 정신을 기억하는 행동을 했다. 전세계 38개 지역에 거주하는 동포들의 풀뿌리네트워크인 4.16 해외연대 (https://youtu.be/f9yvkJnClbs)와 애틀란타 세사모는 ‘3.1독립선언서’ 낭독 동영상(https://youtu.be/NJ7gyd9RGOY)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동포들은 태극기를 들고 일제의 침탈과 폭압에 맞서 비폭력 평화의 정신으로 주권회복을 선언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며 감격해 했다. 참가자들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그날의 정신을 되새기기도 했고, 2월 28일 결렬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안타까워하며 ‘남북통일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동영상:https://youtu.be/ogpcu9YN9kI )

행사 중에 3.1절을 맞이하는 소감을 나누는 순서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원하여 느낀 소감 또는 각오를 나누었다. 다음은 그 일부이다.

“아이가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고, 가족이 함께 의미있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그레이스 고)

“아이에게 뿌리를 알려주고 싶었다. 한국은 시민주도로 역사를 만들어 왔다. 우리에게는 자유와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손들에게 ‘역사는 너희들이 만드는 거야’라고 알려줄 의무가 있다” (메이슨 김)

“우리는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대한민국과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자” (조은환)

“책에서 보는 공부와 차원이 다르다. 역사를 알아가는 중이다. 미국 땅에서 행사가짐에 감사하다” “이제 이 모든 감동과 결의가 남과 북의 평화로운 하나됨과 세계평화에의 이바지를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 독립정신의 참다운 실현이 성취되기를 기대합니다.” (장승순)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통일문제와 북한문제에 관심을 갖자. 미국내 여론 환기를 위해 의원들에 전화도 걸고 편지보내기에 서명도 하자” (장유선)

참가자들은 공감하며 박수를 보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틀란타 플래쉬몹 행사 사진과 동영상은 페이스북으로 공유되고 있다.

“나라와 국민의 주권은 이 세상에 자신의 가치를 바로하여 인류의 공영에 기여하며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기반입니다. 독립선언문을 함께 낭독하며 다시금 이런 면면을 깨닫게 되니 벅찬 감동을 갖게 됩니다.” (장승순)

“통일 대한민국 독립만세를 기다립니다. 새 역사는 아이들이 써 내려갑니다.” (오경석)

애틀란타에서 열린 3.1 운동 100주년 기념 플래쉬몹

한편,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연방의회 결의안이 두 건 이상 발의되었다. 뉴욕주 의회와 버지니아 주 의회가 ‘3.1운동 100주년 기념 결의안’을 채택했고, 연방의회 차원에서는 뉴욕주(그레이스 맹, 민주), 뉴저지주(앤디김, 빌 파스크렐, 민주), 캘리포니아(길 시스네로스), 매사추세츠(윌리엄 키팅) 등이 결의안(H.Res.164)을 공동발의했다.

그 외에 조지아주(귀넷/포사이스) 랍 우달(공화) 하원의원도 ‘3.1운동과 한국독립선언 100주년 기념 결의안’(H. Res. 159)을 발의했다. 이 결의안에는 1919년 3월 1일 한국전역에서 2백만명이 대규모 시위에 참가하고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당시 상황과 3.1운동으로 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지고 전세계의 관심을 끌어냈다는 평가가 담겨 있다.

랍 우달 의원은 “이 결의안은 3 .1 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국과 한국 간의 강한 유대 관계를 재확인합니다. 70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양국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상호 이익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국 국민의 중요한 이정표를 인식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기대합니다.”라고 밝혔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9&table=c_sangchu&uid=951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폭주하는 극우①] 극단적 거짓주장 난무 ‘태극기집회’ “민족반역자 문재인 끌어내리자”

위압감 조성하는 집단적 군복과 가스총까지 잇따라 발견되는 ‘태극기 집회’

특별취재팀 이승훈 기자
발행 2019-03-05 19:15:37
수정 2019-03-06 07:17:42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대한애국당을 비롯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구국투쟁' 집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다. 2019.03.01.
대한애국당을 비롯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구국투쟁' 집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다. 2019.03.01.ⓒ뉴시스

편집자주ㅣ탄핵 이후 잦아들 것이라 예상했던 극우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60·70·80대 노년층의 집회라 불리던 ‘태극기 집회’는 그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장하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의 구독자 수는 주요 방송사를 앞질렀다. 철지난 색깔론을 내뱉으며 안보장사를 한다. 대다수의 대중이 이를 애써 무시하는 듯해도, 이들은 멈추지 않고 같은 주장을 펼친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오히려 극우가 더욱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증 또한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학술지에 실릴 논문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이에 ‘민중의소리’는 보다 자세히 관련 현상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폭주하는 극우’라는 주제로 몇 차례에 걸쳐 다룬다.

혐오표현으로 가득 찬 광란의 집회가 주말마다 서울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라고 통칭되는 이 집회에선 “문재인 정권이 우리사회를 공산화시키고 있다”는 식의 거짓·과장된 주장이 난무한다. 이런 주최 측의 선전·선동으로 반공이데올로기 성향이 매우 강한 60·70·80대가 대거 결집하고 있는 형국이다.

‘빨갱이’, ‘좌빨’ 등의 각종 혐오발언도 쏟아져 나온다. 이는 집회 참가자들에게도 큰 반응을 얻으면서, 더욱 과격한 발언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집회 규모까지 커지면서 자신감까지 얻은 집회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대열 밖에 있는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빨갱이 XX들”이라고 부르짖으며 위협한다. 이 같은 장면은 ‘태극기 집회’가 열리는 곳이면 심심찮게 목격된다.

일부 참가자들은 집단적으로 군복을 착용해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 주변 시민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가스총을 집회 도중 꺼내드는 집회 참가자들까지 반복해서 확인되고 있다.

3월1일 서울역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 등장한 피켓들.
3월1일 서울역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 등장한 피켓들.ⓒ민중의소리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 “문 대통령 끌어내려야 애국”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서울 도심 곳곳에서 ‘태극기 집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특히 공휴일인 이번 3·1절엔 전국 각지의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로 총집결 했다. 대한애국당은 지난달 23일에 이어, 3·1절에도 서울역에서 약 1만 명이 모이는 ‘제111차 태극기집회’를 개최했다.

또 박근혜대통령1000만석방운동본부(석방운동본부),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일파만파),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전국구국동지연합회 등 극우 성향을 띠고 있는 단체들도 서울 중구·종로구 일대에서 수천 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들은 같은 시간 대에 행진을 진행하며 남대문로 일대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갖는다’는 헌법에 따르면, 이들의 집회시위 또한 폭넓게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태극기 집회’에서 제기되는 주장과 관련해선, 어디까지 자유로운 의사표현으로 봐야 할지 우려가 크다. 강한 국가주의·권위주의·반공이데올로기를 앞세운 ‘파시즘’적인 거짓·과장된 주장이 난무하는 데 이어, 참가자들도 격하게 반응하면서 그들만의 울타리를 형성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주말집회와 3월1일에도 우려스러운 각종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자신들과 반대되는 시민들을 ‘촛불 쿠데타 세력’ 또는 ‘처단해야 할 배신자’로 규정짓고, 평화·통일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노력에 이념의 굴레를 씌워 혐오를 조장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미 망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제기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선포하자”는 둥 내란선동적인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아무런 죄 없는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다. 손석희부터 구속시켜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모조리 조작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주사파 정권은 곧 무너질 것이다.” (‘대구 선글라스 아재’ 오영국 씨)“문재인은 사기탄핵, 촛불마적단, 5·18카르텔로 대한민국을 전체주의 사회로 만들고 독재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월남화, 북한화, 베네수엘라화 시키려한다…민족반역자다. 끌어내려야 한다.”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정동영은 더불어노동당에서 5·18을 갖고 전체주의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5·18 비난하면 징역이라고? 쓰레기 같은 소리다. 5·18은 폭동이다.”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

“좌파가 정권을 잡고 대한민국을 공포와 억압으로 몰아가고 있다. 거짓촛불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탈·침탈하면서 나라가 망했다. 문재인 집권 후 대한민국은 거의 사라졌다…새빨간 세력을 끌어내고, 배신자들을 처단하자.”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오늘의 거대하고 자랑스러운 번영된 대한민국을 만들었거늘, 이자들이 들어서서 부관참시하고 있다. 이 못된 족속들에 대해 우리는 전쟁을 선포할 권리가 있다.”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서울역에서 열리는 태극기 집회에선 매번 집회 시작에 앞서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에 경례하는 의식을 치른다.
서울역에서 열리는 태극기 집회에선 매번 집회 시작에 앞서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에 경례하는 의식을 치른다.ⓒ민중의소리

박정희식 ‘반공’ 부르짖는 참가자들 
군복·선글라스 복장도 박정희 스타일 선호
 

집회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나라 경제를 모두 망가뜨렸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이 같은 자신들의 주장을 확신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 내리는 것이 애국”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들이 매번 집회에서 강조하는 인물이 있다. 이승만·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이다. 집회 시작에 앞서 항상 애국가를 부르고, 커다란 화면에 이승만·박정희·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띄우고 “충성”을 외친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부국강병의 국부’ 등으로 표현하며, 아버지의 뜻을 잇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수감됐다고 생각한다. 

매주 서울역에서 대규모 ‘태극기 집회’를 개최하고 있는 대한애국당은 “박정희 대통령의 반공정신, 새마을정신, 부국강병의 정신을 이어받자”며 지난해 11월 14일 경북 구미시 박 전 대통령 생가 앞에서 ‘제90차 태극기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만큼 박 전 대통령의 가치관을 높게 사고 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혐오는 여기서 비롯된다.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18년간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반공’을 ‘국시(國是)의 제1의’로 삼았다. 집회 참가자들의 생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 같은 국가주의와 안보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이에 북한과 대화하려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우리나라를 공산주의화 시키려는 역적” 등의 비난을 쏟아내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에 젖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유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은 복장에서도 드러난다. 집회 참가자 중에는 박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를 끼고 나오는 이가 굉장히 많다. 단순히 눈이 부셔서라고 하기엔, 그늘진 집회 장소에서조차 한번 낀 선글라스를 잘 벗지 않는다. 이런 참가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마치 자신을 ‘작은 박정희’라고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년이 되는 9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대한애국당 계열 시민단체인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서명운동본부'가 태극기집회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년이 되는 9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대한애국당 계열 시민단체인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서명운동본부'가 태극기집회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올해 3월1일 태극기집회에 매번 등장하는 구국동지회 깃발들.
올해 3월1일 태극기집회에 매번 등장하는 구국동지회 깃발들.ⓒ민중의소리

중요행사 때마다 등장하는 가스총 

문제는 이 같은 주장에 집회 참가자들이 크게 반응하며, 혐오와 분노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공감대가 형성된 반공이데올로기는 남북 공동행사 등 중요한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직접적인 위협행위 등으로 표출된다. 

집회에 참가한 대다수는 60·70·80대다. 참가자 중엔 구국동지회 소속 육군·해군·공군 퇴역군인들도 상당수 보인다. 이들은 개개인별로 ‘사관학교 ○○기 구국동지회’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참여한다. 또 일부 참가자들은 집단적으로 해병대 군복을 차려입고 참가하거나, 특전사 부대마크가 달린 차량을 끌고 나오기도 한다. 그 자체로 주변 시민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군복을 입은 집회 참가자 중에는 호신용 또는 경호용으로 가스총을 소지한 이가 꽤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5·18 왜곡 발언 규탄대회가 열렸던 지난달 23일에도, ‘태극기 집회’ 행진 대열서 ‘공수부대 마크가 달린 군 모자’를 쓴 이가 가스총을 드러내 보였다가 경찰에 연행된 바 있다. 이날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행진 중 광주시민, 주변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혐오·모독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관련기사:[단독] ‘문재인 탄핵 태극기 집회’ 행진대열서 가스총 소지자 경찰 연행)

경찰이 가스 분사기와 허가증을 검사하고 있다.
경찰이 가스 분사기와 허가증을 검사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이들이 모든 집회에서 가스총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남북 관련 행사 등 예민한 정치적 이슈가 예정돼 있고, 이로 인해 집회 분위기가 격해지면, 가스총을 꺼내 들어 주변 시민들 또는 집회시위 관리 경찰관을 위협하는 일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이 있던 지난해 2월1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태극기 집회’에선 흥분한 집회 참가자가 가스총으로 경찰관을 조준해 연행되는 일이 있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2017년 3월10일, 헌재 앞에서 격분한 군복차림의 집회 참가자가 경찰관을 향해 가스총을 겨눴다가 제압당했다. 

오랫동안 집회 시위를 관리한 한 경찰 관계자는 “발견이 안 되서 그렇지, 자체 경호 등의 이유로 계속 차고 나오는 분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찰은 별도로 집회시위 시 가스총 안전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태극기 집회’에서 가스총이 발견될 경우 관할 파출소 및 경찰서에서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게 전부다.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회 주최 측은 총포 등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구를 휴대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5.18망언,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

“5.18망언,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03/06 [01:1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5.18 왜곡 모독 망언 의원 제명, 5.18 학살 왜곡처벌법 제정 촉구 전국 시국회의'가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한국진보연대 페이스북)     © 편집국

 

자유한국당 신임지도부가 5.18 망언을 한 소속 의원들의 처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시민사회가 자유한국당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전국 62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5.18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의원 국회 퇴출, 5.18학살역사왜곡처벌법 제정자유한국당 해체 전국 시국회의(이하 5.18 시국회의)’는 5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망언을 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3인의 의원직 제명과, 5.18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했다.

 

5.18 시국회의는 지난 한달 간우리는 망언 이후에도 뻔뻔스럽게 고개를 쳐들고 다니는 국회의원 3인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망언 토론회의 기획자인 김진태가 당대표 선거에 나와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동안그리고 유공자들을 괴물이라 매도한 김순례가 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이를 방임한 자유한국당의 무책임한 모습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분노했다.

 

5.18 시국회의는 “5.18 민주화운동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북한군 잠입설을 운운하고항쟁을 폭동으로항쟁 참여자 및 유공자를 괴물이라 매도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나 해석의 다양성을 넘어선 것이라며 반란을 통해 정권을 장악했던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학살을 정당화하고스스로가 반란의 수괴 전두환의 주장과 반란 행위에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자 엄중한 위협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5.18 시국회의는 촛불항쟁 이후 숨죽여 지내던 이들이 점차 고개를 쳐들며 급기야 5.18 광주민주화운동까지 부정하게 된 데에는 정부의 불철저한 적폐청산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점도 명확히 하겠다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학살의 역사를 왜곡 모독한 이들을 제명하고 처벌하는 일역사의 진실을 철저히 밝혀내는 일은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고 늦출 수 도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5.18 시국회의는 7일 국회윤리위원회 즈음한 국회 앞 행동전, 9일 전국 동시다발 촛불문화제, 23일 자유한국당 규탄적폐청산 국민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자체 윤리위에서 이종명 의원을 제명하기로 결정하고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선 2.27 전당대회 이후 징계 논의를 결정하기로 했다하지만 전당대회가 끝나고 처음으로 열린 5일 의원 총회에서 이들에 대한 징계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

[기자회견문]

 

오늘 우리는,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모독하는 망언을 한 국회의원 3인에 대한 의원직 제명과, 5.18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을 다시금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모독하는 망언이 있은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으나여전히 망언을 한 이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지난 한달 간우리는 망언 이후에도 뻔뻔스럽게 고개를 쳐들고 다니는 국회의원 3인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망언 토론회의 기획자인 김진태가 당대표 선거에 나와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동안그리고 유공자들을 괴물이라 매도한 김순례가 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이를 방임한 자유한국당의 무책임한 모습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5.18 민주화운동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북한군 잠입설을 운운하고항쟁을 폭동으로항쟁 참여자 및 유공자를 괴물이라 매도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나 해석의 다양성을 넘어선 것이며반란을 통해 정권을 장악했던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학살을 정당화하고스스로가 반란의 수괴 전두환의 주장과 반란 행위에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자 엄중한 위협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당연히 전후 독일 정부가 나치를 대하듯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하며그것이 일 개인도 아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행동이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새 대표 황교안은 이들에 대한 징계와 의원직 제명을 약속하는 대신그들의 시대착오적 인식에 유공자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영합하는 행태를 보이기까지 하였다이런 식이라면자유한국당은 이미 반란으로 규정된 전두환 군사독재의 잔당들과 적폐정권 박근혜 정권의 잔당들이 모여 해석의 다양성을 누리며 두고두고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민폐 정당이 될 것이며차라리 해산하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으로 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5.18 민주화운동과 유공자들을 왜곡모독하는 3인의 무자격 국회의원들과이들의 행태를 방치하는 자유한국당을 다시금 강력히 규탄하며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자유한국당 지도부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자당 의원들의 망언과이를 방치한 데 대해 사과하라!

 

둘째국회는 5.18을 모독한 해당 토론회의 주최자인 김진태, 5.18을 폭동으로 모독한 이종명, 5.18 유공자를 괴물로 매도한 김순례 의원을 즉각 제명하고이들의 의원직 박탈에 협조하라!

 

셋째,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왜곡과 모독을 처벌하는 특별법 제정과헬기사격발포명령자 확인 등 더욱 철저한 진상규명 작업의 진행에 협조하라!

 

촛불항쟁 이후 숨죽여 지내던 이들이 점차 고개를 쳐들며 급기야 5.18 광주민주화운동까지 부정하게 된 데에는 정부의 불철저한 적폐청산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점도 명확히 하겠다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학살의 역사를 왜곡 모독한 이들을 제명하고 처벌하는 일역사의 진실을 철저히 밝혀내는 일은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고 늦출 수 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이다.

 

2019년 3월 5

5.18 왜곡 모독 망언 의원 제명, 5.18 학살 왜곡처벌법 제정 촉구 전국 시국회의 참가자 일동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색깔론은 친일잔재" 동의 55.1% - 반대 32.3%

[오마이뉴스 주간 현안 여론조사] 모든 지역-성-연령대에서 문 대통령 인식에 '동의' 높아

19.03.06 07:34l최종 업데이트 19.03.06 07:34l

 

 

 3월 첫째주 <오마이뉴스> 주간 현안 여론조사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100주년 기념사를 놓고 정치권과 언론계가 시끄럽다. 이슈가 되는 부분은 아래 부분이다.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습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사상범과 빨갱이는 진짜 공산주의자에게만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까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습니다.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었습니다.

해방 후에도 친일청산을 가로막는 도구가 됐습니다. 양민학살과 간첩조작, 학생들의 민주화운동에도 국민을 적으로 모는 낙인으로 사용됐습니다.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경찰 출신이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규정되어 희생되었고 가족과 유족들은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입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분열적인 역사관"(이만희 원내대변인 논평), "국민 편가르기"(장능인 대변인 논평)라고 비판했고, 바른미래당도 "철지난 빨갱이라는 말을 되살려내 오히려 거꾸로 색깔론을 부추기는 형국"(이종철 대변인 논평)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도 가세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는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르지 못하는 나라'라는 도발적 제목의 칼럼을 통해 "표현의 자유까지 갈 것도 없다,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를 수 없는 나라는 북한과 다름없는 전체주의 국가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위 기념사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과반 이상은 '빨갱이-색깔론은 청산해야 할 친일잔재'라는 문 대통령의 인식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언론과 보수 야당의 주장이 먹히지 않는 형국이다.

<오마이뉴스>는 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5명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Q.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은 100주년 3.1절 기념사에서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 경찰 출신이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기도 했다"면서 색깔론을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와 같은 문 대통령의 인식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1%가 동의한다는 뜻을 밝혀, 32.3%에 그친 반대 응답을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p)를 훌쩍 넘는 22.8%p 차이로 앞섰다. (모름/무응답 12.6%) 특히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이 36.8%나 기록해 동의의 강도가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의하는 편 18.3%, 반대하는 편 14.2%, 매우 반대 18.1%)

"매우 동의" 36.8% 〉 "반대하는 편" 14.2% + "매우 반대" 18.1%
 
3.1절 기념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1절 100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
▲ 3.1절 기념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1절 100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모든 지역과 성, 연령층에서 동의 응답이 반대 응답보다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의 59.7%, 여성의 50.7%가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역별로 동의 응답은 광주/전라가 75.4%로 가장 높았고, 이후 부산/경남/울산(58.3%), 서울(57.2%), 경기/인천(51.4%)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72.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보냈고, 이어 30대(69.0%), 50대(49.7%), 20대(47.4%) 순이었다. 60대는 동의 42.5% - 반대 39.4%로 동의 답변이 앞섰지만 오차범위 안이었다.

지지정당별로는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지지층에서 각각 89.8%, 83.4%, 73.2%로 압도적인 동의 의사를 표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반대한다는 응답이 72.3%로 일방적으로 많았다. 바른미래당 지지층의 경우 동의 50.6% - 반대 49.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응답자의 이념성향별로는 스스로를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의 83.7%가 압도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고, 중도층도 56.4%가 문 대통령의 인식을 지지했다. 보수층만 58.7%가 반대 의사를 밝혀 27.8%에 그친 동의 답변을 크게 앞섰다.

극심한 이념 대립을 경험했던 우리 현대사에서 '빨갱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색깔론은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때론 가족과 지인의 생명까지 빼앗는 공포의 주홍글씨였다.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이번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높은 지지는 이 주홍글씨가 친일잔재로서 청산되는 과정에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 방식은 무선 전화면접(10%)과 자동응답(ARS) 무선(70%)·유선(20%) 혼용방식이었으며,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선정했다. 총 7759명에게 접촉해 최종적으로 505명이 응답을 완료, 응답률은 6.5%였다. 2019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통계 보정이 이루어졌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최악의 미세먼지 원인, 중국일까 한국일까…한눈에 확인 가능하다

등록 :2019-03-04 18:19수정 :2019-03-04 21:31

 

미세먼지, 넌 어디서 왔니?
2019년 3월4일 에어비주얼 미세먼지 상황 화면 캡쳐
2019년 3월4일 에어비주얼 미세먼지 상황 화면 캡쳐

 

4일 서울과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올해 들어 가장 나쁜 미세먼지를 겪었습니다. 서울 지역은 오전 한때 200㎍/㎥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세계 각국의 미세먼지 상황을 한 눈에 보여주는 웹사이트를 통해 최악의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봤습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발생 원인에 대해 중국발인지 한국발인지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 1월에는 행정안전부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사상 최초로 빅데이터를 이용해 우리나라 미세먼지 요인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습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상당량이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이었죠.

 

그러나 연구 방법에 따라 미세먼지의 원인은 달라지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 김동술 경희대 교수팀이 초미세먼지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13~2014년 서울시내 미세먼지는 중국 등 국외 영향이 26.9%로 상당히 낮게 나타났습니다.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4일 오전 서울 종로가 미세먼지에 갇혀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4일 오전 서울 종로가 미세먼지에 갇혀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연구 방법에 따라 중국의 영향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환경과학원과 환경부는 상황을 이렇게 정리를 했습니다. 중국의 영향이 평상시에는 30~50%, 미세먼지가 굉장히 심한 고농도일 때는 60~80% 정도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4일 최악의 미세먼지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전 세계 미세먼지 상황을 알려주는 몇개의 사이트를 한번 돌아봤는데요. 이 사이트들을 보면 미세먼지가 중국에서부터 왔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에어비주얼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봤는데요. 여기에는 전 세계 도시의 미세먼지 랭킹이 나와 있습니다. 4일 오후 3시 현재 방글라데시 다카가 미세먼지 수치 364㎍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북한 바로 위에 위치한 중국의 선양이 291㎍로 2위, 인도의 델리가 206㎍으로 3위, 한국의 인천이 180㎍으로 4위를 기록했습니다.

 

 

■ 최신데이터 보러가기: https://www.airvisual.com/air-quality-map

 

2019년 3월4일 어스 미세먼지 상황 화면 캡쳐
2019년 3월4일 어스 미세먼지 상황 화면 캡쳐

 

전 세계 바람, 날씨, 바다 상태를 보는 지도 사이트인 어스라는 사이트도 있는데요. 나사, 유럽 우주국 등의 자료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이 곳에서 중국, 몽골, 북한, 한국 서쪽 지역의 미세먼지가 굉장히 넓게 분포돼 있는 걸 볼 수 있고요. 바람의 방향은 서풍입니다. 중국쪽에서 바람이 불어와서 미세먼지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최신 데이터 보러가기: 한국 위치로 찾아보기

 

2019년 3월4일 tenki 미세먼지 예보 화면 캡쳐
2019년 3월4일 tenki 미세먼지 예보 화면 캡쳐

 

일본 기상협회 사이트도 가봤습니다. 여긴 미세먼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48시간 예보를 해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도 역시 중국쪽에 있는 미세먼지 덩어리가 넓게 퍼지면서 한국 쪽으로 왔다가 점점 분산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지 조금더 또렷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을 함께 해나가야 미세먼지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겠죠?

 

기획·취재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연출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884503.html?_fr=mt1#csidx10ad67c03ab2c8e8388b63b2aca920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문재인·트럼프·김정은 3자 회담을 상상한다

[민경태의 북한 미래학] ① 북-중 경제협력, '신한반도체제'로 대체하자

 

 

 

북-미 실무 협상단이 수차례 만나 준비했던 합의문이 있었음에도 결국 2월 28일 하노이 선언은 무산되었다. 합의 결렬에 대한 해석은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가 가능할 것이다. 겉으로는 북-미 양측이 설명한 바와 같이 핵 폐기 대상 지역과 경제제재 해제 범위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일차적인 원인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도 한몫을 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 있다. 사전 협의된 수준으로 하노이 선언이 이뤄진다 해도 미국 내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이 차라리 반전을 모색했다고 할까. 북미 정상회담 전 이미 언론에 유출된 예상 합의문에 대해 여론의 반응이 시큰둥한 상황에서 뭔가 더 큰 승부수가 없이는 청문회 국면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보았을 것이다. 즉, 북한 핵문제 해결이라는 중요한 카드를 큰 성과 없이 사용해 버리기 보다는 적절한 시기를 다시 모색하는 것이 좋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본다. 

여기까지는 북한 핵 협상을 둘러싼 전략적 이해관계를 북-미 간의 문제로 국한해서 보았을 때의 해석이다. 그런데 여기엔 동북아 지정학에서 매우 중요한 중국 요인이 빠져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베트남으로 이동하던 많은 시간은 중국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등장하진 않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통과는 여러 가지 의미를 시사한다. 북한이 가장 넓은 접경지역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 경제제재만 해제되면 언제라도 중국은 북한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준비가 되어 있다.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것,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

북한은 미국에 경제제재의 일부를 해제해 달라고 했다고 주장한다. UN 제재 결의 11건 중 2016~2017년에 채택된 5건, 그 중에서도 민수 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일부 해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사실상 전면 해제를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왜 이렇게 북-미 간의 주장에 차이가 있을까?

이것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 유리하도록 주장한다기보다는 제재 해제의 효과를 판단하는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수 있다. 북한은 민생 경제에 해당되는 최소한의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그것이 제재의 거의 전부라고 보는 것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해제 조치가 이뤄진다면 대체 어떤 상황이 발생하기에 그런 것일까?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 의존도는 90% 이상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UN 제재가 해제되면 중국을 통해 유류와 공산품 공급이 확대되고 북한의 광물 자원과 인력이 수출되는 등 북-중 간 무역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즉,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진다는 뜻이다. 지금 미국은 UN 제재를 빌미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가능한 억제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북한이 중국을 통해 숨통을 틔우게 되면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제3자가 볼 때 북한의 물리적 비핵화는 '비가역적'인 것이고,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는 상대적으로 '가역적'이라고 해석하기 쉽다. 즉,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기게 되면 언제라도 미국이 다시 경제제재를 재개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북-중 경협이 확대되면 북한은 미국에 대해 협상의 우위에 설 수 있다. 지금은 UN에서 결의한 경제제재를 중국이 마지못해 지키고 있지만, 상황이 전환되어 북한 핵위협이 감소된 후에도 중국이 그대로 따르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지 못한 채 중국과 북한에 끌려가는 수세적인 입장에 놓이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 바로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제재 완화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일 수 있다.  

베트남 모델이 상징하는 미국의 제안은 무엇일까? 

베트남은 여러 가지 이유로 상징적인 곳이다. 미국과 전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경제발전을 이뤘다. 반면,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는 오히려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게 이런 모델을 제안하고 싶지 않았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경제성장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해서 여러 차례 얘기했다. 핵문제가 해결되면 북한에 국제 원조와 자본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기존의 성장 모델이 아니라, 서방의 투자를 받고 글로벌 경제체제로 들어오라는 신호인 것이다. 중국이 아닌 한국의 길을 따르라고 북한에게 손짓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미-중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이다. 핵 폐기 대상에 대한 이견은 사실상 구실에 불과할 수도 있다. 아마도 북한이 모든 핵시설의 폐기에 합의했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적 제재 해제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북-중 간의 경제협력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원한다. 과거에는 한일 해협이 중국을 봉쇄하는 독트린이었으나, 이제는 휴전선을 지나 북쪽으로 끌어올려 북-중간 국경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북한은 이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외형상으로는 비핵화의 문제이지만, 실제로는 미-중 간의 주도권 싸움에서 어느 편에서 설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기존에 걸어온 길을 완전히 바꾸는 전환을 요구받는 것이다. 

북-중 경제협력을 남-북 경제협력으로 대체하자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등장해야 할 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Chief Negotiator'로서 역할해 주기를 요청한 바 있지만, 이제는 단순한 중재 역할 이상이 필요한 순간이다. 북-미 간 실무진이 수차례 만났음에도 결국 베트남 합의가 결렬되는 것을 경험한 이상, 이제는 기존의 협상 방식이 힘을 잃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미 '실무' 협상까지 해주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에게는 기회이다. 더 이상 북핵 문제의 조언자나 중재자로 한발 물러서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미국과 북한의 필요를 모두 충족시키면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고 북한과 미국을 이끌어가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을 말하면, 한국이 기존의 중국 역할을 담당하면 된다.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 경제 성장 방식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 지원하는 북한의 도약적 경제 성장을 준비해야 한다. UN 경제제재를 완전히 해제해서 북한이 다시 중국에 의존하는 형태로 북-중 경협이 활성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남북한의 경제협력에 국한하여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한반도 내의 남북한 경제협력일 경우에는 UN 제재 조치로부터 예외 적용을 받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국제사회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은 경제 성장을 추진하고 남북한의 협력 관계를 심화하게 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대신 동맹국 한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지원하면서, 남북한 기업과 합작한 외국 기업의 참여를 통해 미국과 일본의 자본도 북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한국이 주도하는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추진  

마침 문재인 정부는 3.1절을 맞아 '신한반도체제' 구상을 소개했다. 새로운 평화협력공동체와 경제협력공동체를 구성하여 미래의 한반도를 남북한이 함께 주도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제 신한반도체제는 기존 북-중 협력을 뛰어넘은 수준으로 남북한의 경제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우선 남북이 마련한 틀 안에서 미-중-러-일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국가들이 북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주도적 역할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의 협력을 북한 경제 성장의 주된 동력으로 삼는 것, 이것은 북한에게 있어 매우 어려운 결정이겠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에 의존하여 생존하던 경제체제를 남북한이 함께 주도하는 신한반도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연결은 그 시작을 상징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남북한을 잇는 물류와 에너지 망을 통해 북한 경제의 대동맥이 글로벌 경제와 연결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더 큰 임무가 주어 졌다. 이제는 북-미 협상을 뒤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전면에서 리드해야 한다. 북한의 어려운 결단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을 안심시키고 설득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제재 해제, 북한 경제성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중장기적 로드맵을 포함한 일괄 타결을 추진하는 것은 어떨까.  

날씨 좋은 봄날 제주에서 3국 정상이 만나 그동안의 밀린 숙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 민경태 여시재 한반도미래팀장은 <서울...평양...스마트시티>(미래의창 펴냄)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다른 글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범민련, 반민족 부패 적폐 정당 척결해야

범민련, 반민족 부패 적폐 정당 척결해야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9/03/05 [09:24]  최종편집: ⓒ 자주시보
 
 

 

범민련반북 부패 적폐 정당 척결해야

조국통일 범민족연합 남측본부가 어제 4오는 4월 3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의 선거구가 확정 발표되자 성명을 통해 범 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통해 보수 정당을 심판 할 것을 촉구했다.

범민련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시 성산구와 통영시 고성군 2곳의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을 다시 뽑고경북 문경시 나와 라 선거구전북 전주시 라 선거구 등 3곳에선 시의원을 다시 뽑는다며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


성명서 전문은 다음과 같다.

 

[성명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철저한 실천을 위해

4·3 재보궐선거 후보단일화로

반북대결·친일친미사대·민주주의파괴·분단적폐정당

자유한국당을 퇴출시키자!

 

역사적인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민족자주와 통일평화와 번영의 새시대를 힘차게 열어가는 새로운 민족역사의 한가운데서 오는 4월 3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1. 2019년의 민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남북관계 전면 파탄과 전쟁위기로 치닫던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남북화해한마당으로 펼쳐진 평창올림픽을 거쳐 2018년 4월 27일 탄생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은 한반도 정세를 단번에 평화와 번영통일을 위한 화해와 단합의 물줄기로 뒤바꿔 놓았다.

  판문점시대의 개막은 6.15공동선언, 10.4선언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파격적이고 전격적인 남북화해와 단합의 호소가 운명적으로 이루어 낸 획기적인 사변이며 민족사적 쾌거이다.

  판문점선언의 국회비준동의에 대해 국민의 71.8%가 찬성하고 반대는 13.6%(2018.8 한국갤럽 조사)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평화통일에 대한 여론은 압도적이다.

통일이 되면 세계적인 경제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소득격차 심화실업률 악화물가 상승제조업 위기내수경제 침체환율·유가·관세 파동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한국경제의 예속성과 기형성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출로는 남북경협을 통한 민족경제의 실현밖에 없다.

    집권 3년차를 보내고 있는 문재인정부는 안팎으로 커다란 변화와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노동자농민빈민영세자영업자 등 대다수 서민들이 길거리로 떠밀리고 투쟁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보수적폐재벌적폐사대예속적폐분단적폐 등을 여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대담한 사회대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촛불항쟁의 정신을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

촛불은 어느 특정정당에 유리한 입지발판을 만들어 주고자 한 것이 아니라 보수적폐 분단악폐를 청산하고 주권재민의 새정치와 평화통일의 새 역사를 바라는 거대하고 숭고한 민심의 항쟁이었다.

이명박과 박근혜를 낡은 정치의 숙주로 받들어 온 자유한국당은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팔뚝질 한 번 해본 적이 없으며민주주의를 위해 밥한끼 굶어 본 적도 없는 오로지 분단독재와 미일 외세에 나라의 자존심과 국민재산을 팔아넘기고 온갖 특권을 누리며 국민위에 군림해 온 부패망국노집단에 불과하다.

    민심은 온갖 적폐를 청산하고 진정한 민주·민권·민생의 봄평화통일의 새시대를 바라고 있다.

    2. 4·3 재보궐선거는 남북공동선언이행세력과 5.18망언·탄핵부정·분단적폐세력과의 대결이다.

    촛불민심의 준엄한 심판과 사법정의의 심판을 받은 박근혜 추종 적폐세력들은 5.18망언 탄핵부정 최순실 태블릿PC조작설을 유포하고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무죄석방과 대선무효를 외쳐대며 우리사회를 극도의 분열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권력욕에만 환장한 정치추물들정치부활을 꿈꾸는 탄핵오물들의 발악이 계속되는 한 사회대개혁과 역사바로세우기남북공동선언 이행에 중대한 장애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남북공동선언이행세력과 5.18망언·탄핵부정·분단적폐세력과의 대결로 되어야 한다.

오늘의 정세는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과 더불어 민족분열과 불행의 원흉인 미국의 남북관계 개입과 간섭을 끝장내고 이 땅에서 영구히 전쟁의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해 나감으로써 우리민족의 자주평화통일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3. 시대와 민심의 요구에 따라 4·3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단일화를 기필코 성사하여 평화통일시대 새정치의 승리를 안아오자 

대화는 곧 평화이며통일은 공동번영이다.

6.15공동선언이 낳은 통일의 옥동자인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차단한 것도 모자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동원한 대북응징을 외쳐대며 체제흡수통일을 노골적으로 떠들어대고 탈북공작을 통한 북의 급변사태를 조장해온 자유한국당이다동족대결전쟁정당 자유한국당은 우리민족의 고통과 불행전쟁위기를 고조시켜 온 악의 근원이며 독버섯이다.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 호도하고비핵화가 되기 전에는 제재해제와 조미관계개선은 결코 있을 수 없다며 대결정세로 되돌리려 발악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자유한국당이다 

평화가 확고히 실현되고 통일의 여건이 무르익어야 민주주의도 민생도 비로소 담보될 수 있다남북관계와 조미관계의 침체는 사대냉전세력에게 산소호흡기를 달아주는 것이며정치가 진흙탕 개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끝없는 정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그 어느 당이라도 한 석을 늘리는데 연연하거나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등의 당리당략에서 과감히 벗어나 철저히 민심에 의거해야 한다.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진보개혁진영의 단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비방전명분쌓기식책임전가식의 행태는 민심을 훼손할 뿐이다.

민심은 거대한 반보수적폐투쟁으로 자유한국당을 무덤으로 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두말할 것도 없이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중대한 변곡점에 올라 서 있다.

평화통일의 시대가 순항하고민족공동번영 시대의 탄탄대로를 여느냐 마느냐는 이번 선거에서 남북공동선언이행세력의 합심으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민심의 지향과 요구에 역행하는 자유한국당을 매장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민심의 요구를 받아 안은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다면 또 다시 어부지리를 주게 되고판문점선언을 부정하고 대결과 전쟁위협의 아수라장으로 사회혼란은 극도에 달하게 될 것이다정녕 죽 쒀서 개주는 정치참극을 재연하지 말아야 한다.

보수적폐잔당을 퇴출시키고 구태의연한 양당구도를 깨게 된다면 이 땅의 진보정치 새정치의 무대는 더욱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민주와 통일의 제단에 피를 뿌려온 역사에서 이제는 찬란히결코 되돌이킬 수 없는 평화와 번영통일의 새시대를 활짝 열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선거는 역사적인 남북선언을 지지이행하는 자주평화통일세력과 한사코 이를 막으려 최후발악을 하고 있는 반민족냉전세력과의 대결이다.

  4·3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단일화로 승리하여 사회대개혁과 평화통일시대의 진전에 박차를 가하자.  

  2019년 3월 5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중국기업에 매각된 후 언제 잘릴지 두려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3/05 10:16
  • 수정일
    2019/03/05 10:1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기획 - 한국 제조업 위기의 축소판, 곡성 ②] 추락하는 금호타이어 노동자 삶

19.03.05 08:04l최종 업데이트 19.03.05 08:12l

 

 

전라남도 곡성은 고용위기를 겪는 여러 지방도시 가운데 대기업에 대한 지역 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민간연구단체인 랩2050은 최근 곡성을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고용위기가 가장 취약한 곳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에 매각된 후, 곡성 공장은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고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공동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곡성을 통해 한국 제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진단하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본다.[편집자말]

 

 곡성 금호타이어 공장은 중국 기업 매각 이후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곡성 금호타이어 공장은 중국 기업 매각 이후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지난 1월 마지막 날 곡성에는 눈발이 휘날렸다. 올 겨울 내내 서울에선 보기 힘든 눈이었다. 기자가 곡성으로 향한 이유는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후 곡성공장 인근에서 만난 이아무개씨는 기자와 이야기를 이어가며 한숨을 자주 내쉬었다. 과거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보다 최근 3년 동안이 더 힘들다고 했다. 이씨는 "그때(워크아웃)는 회사에서 어느정도 임금 등을 조율할 수 있는 여건이라도 됐는데, 지금은 정규직들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어렵다 보니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다"면서 "한 달에 적게는 3~5일 정도 (일을) 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휴무기간은 중국업체인 더블스타로 회사가 매각 뒤 더욱 늘어났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이씨는 "예전엔 회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했더라도 (타이어) 생산량은 전보다 더 늘어났던 것 안다"면서 "그런데 회사가 (중국 회사로) 팔리고 나서 (생산량을) 상당히 조율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2019년 곡성공장의 1일 최대 실제 가동률은 70% 수준이다.

 

워크아웃은 졸업했지만 지속된 영업적자와 쌓여가는 부채. 회사는 제품을 추가로 만드는 계획생산에서 계약만큼만 소화하는 오더생산으로 체계를 바꿨다. 생산량이 감소하자 근무일수도 줄어들었다. 구조조정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비정규직일수록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이씨는 "정규직 자리가 비면 비정규직 선출해서 (정규직) 금액의 반 또는 60%만 주고 채워 (생산에) 영향이 덜 가도록 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는 "회사가 더 힘들어지면서 결국에는 비정규직 자리를 건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직원들 사이에) 많다"고 말했다.

첫 타깃

그는 지난해 11월 계약만료 및 경영난을 이유로 업체 변경 과정에서 집단해고 위기에 놓였던 미화담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가 이를 반증한다고 봤다. 이씨는 "공장에서는 미화가 첫 타깃이 됐다"면서 "비정규직 정리하려고 회사에서 손 쓴 것이 아닌가라는 말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이런 방식의 비용절감에 대해 노조쪽에서도 강하게 반발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이씨의 이야기다. 그는 "(생산) 현장은 최대한 회사와 갈등 없게, 줄일 거 줄이고, 도와줄 거 도와줘서 가타부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죽어있는 듯한 분위기"라고 힘들어했다.

직원들은 심리는 물론 소비도 위축됐다. 회사가 잘나가던 시절에는 금호타이어 직원이라면 아파트 3채 정도는 기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곡성군 입면은 금타, 옥과면은 전남과학대학교와 골프장이 있어 곡성군 가운데 소득이 높은 지역에 들어간다.

물론 잘나가던 시절의 재산 축적은 정규직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정규직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이씨는 "임금이 축소되다 보니 정규직도 첫마디부터 죽었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면서 "저희보다 씀씀이가 컸을 텐데 상여금이 임금에 비례해서 나와 임금이 줄면서 상여금도 대폭 줄어 많이들 힘들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직원들이 지갑을 닫자 옥과면 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이씨는 "곡성 관내에 사는 금호타이어 분들이 많지는 않다"면서도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치킨 한 마리를 먹더라도 줄지 않았겠나"라면서 "기존 월급에 맞춰 살다가 (금액이) 줄면 그만큼 지출이 줄게 마련"이라고 한탄했다.

또 "금호타이어 내에서 광주에 거주하는 분들이 많지만, 곡성 출신이거나 이쪽에 부모님이 계시는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자식들이 용돈을 드려도 두 번 드릴 거 한 번 드리는 등 간접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옥과면 주민들 가족 중 한 명은 금호타이어에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부정적인 소식으로 시끄러워지면 옥과면은 되려 조용해진다. 이씨는 "대학교와 골프장이 있다고 해도 금호타이어 직원들이 술 한잔 먹을 곳은 옥과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광주 거주하는 분들이 택시비가 나오고 하니까 이제는 아예 그쪽으로 다같이 넘어가 버린다"라고 말했다.
 
 곡성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한 노동자가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마친 뒤 학원에 있는 자녀를 데리러 가고 있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는 “회사 경영난 때문에 근무일수가 줄어들어 임금과 상여금 축소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곡성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한 노동자가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마친 뒤 학원에 있는 자녀를 데리러 가고 있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는 “회사 경영난 때문에 근무일수가 줄어들어 임금과 상여금 축소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당연히 이씨의 지출에도 변화가 생겼다. 미취학 두 자녀를 둔 이씨 부부는 본인들을 위한 소비는 모두 중단했다. 아이들 위주로 돌아간다. 이 또한 제약이 있다. 급여가 줄면서 큰 아이만 학원에 보내고 있다. 고정지출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해 아내가 모은 저축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

제조업 노동자는 일한만큼 가져간다. 잔업과 야근, 휴근(다른 노동자의 휴일에 근무) 빈도에 따라 월 급여와 이에 따른 상여금이 달라진다. 이씨의 지난해 상여금은 400%에서 200% 수준으로 줄었다. 이중 100%는 고통분담을 위해 반납한 금액이다. 이렇게 두 달에 한번씩 45만 원 정도를 쥐었다.

"금타직원이면 아파트 3채는 기본"이라던 시절은 옛말

박아무개씨도 임금과 상여금 축소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씨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씨는 금호타이어라는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싶어 옥과면에 자리를 잡았다. 입사 당시 워크아웃 막바지였지만 초봉 3800만 원 정도를 받았다. 물가가 싼 지방에서는 외벌이로도 넉넉히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최근 급여는 예전보다 못하다. 일이 없어 출근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잔업도 없고, 상여금도 불투명하다. 박씨의 도움으로 그의 지난해 4달치 급여명세서를 살펴봤다. 4월까지만 해도 4일과 8일씩 잔업 및 야간 잔업에 투입됐다. 이후 5월은 단 하루도 없었으며, 9월과 12월은 이틀에 불과했다.

이로 인한 지급액 차이는 컸다. 급여에서 약 16만 원이 빠졌고, 평일 근무 일수에 따라 지급되는 상여금이 40~50만 원 정도 쪼그라들었다. 박씨는 "원래 상여금이 약 110만 원이었는데, 지난해 들어서 65만 원 정도로 대폭 줄어 생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고 힘들어했다.

없던 마이너스 통장부터 만들었다. 부부의 보험을 해지했다. 아이들 것을 제외하고 매달 20여 만 원을 납입하던 암과 치아보험 등을 해약했다. 부부는 추가적으로 아낄 수 있는 비용을 고민하는 중이다. 박씨는 일단 돈을 안쓰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쌀과 계란 등 주요 식재료는 타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부모님에게서 받아오고 있다.

회사는 회식을 지원하지 않았고, 직원들도 지역에서 돈을 쓰지 않았다. 그는 "회사에서도 두 달에 한번 회식을 시켜줬는데 지금은 일절 없다"면서 "우리가 십시일반 모아서 하자고 해도 빠지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공장 직원들의 발길이 줄자 이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가게들도 이미 여럿이다.

박씨는 "옥과면에 사람이 아예 다니질 않는다"면서 "지난해 회사가 더블 스타로 매각되기 전 몇 달 동안 임금이 안 나와서 상권이 죽어버렸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사람들이 소비를 안 한다"면서 "근래의 상황이 당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산산조각난 30년 전 비전..."고용 보장만 돼도 된다, 지금 이게 제일 불안"
 
 31일 전라남도 곡성군 기차마을시장 상인이 상가 앞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상인은 “설 대목을 앞두고도 2~3년 전보다 곡성군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소연 했다.
▲  31일 전라남도 곡성군 기차마을시장 상인이 상가 앞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상인은 “설 대목을 앞두고도 2~3년 전보다 곡성군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소연 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최근 들어 박씨는 쉬는 날 다른 임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그는 "벌이가 없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주말에 쉬는 오후반의 경우 이미 일용직 나가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직원들이 최근 3~4달 동안 부쩍 많아졌다. 워크아웃 때도 이랬다고 한다.

그는 "만약에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하게 되면 (곡성에서) 엄청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금타 공장 아니고서는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박씨는 "곡성 관내 사람들이 (공장에) 많이 다니는데 (금호타이어가) 나가면 지역경제가 죽어버리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회사는 당초 제시한 고통분담 기간을 연장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이에 박씨는 "회사가 경영을 잘못했다"면서 "영업과 해외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 것을 노동자의 임금으로 보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도 고용만 보장된다면 고통분담은 참을 수 있다는 분위기. 박씨는 "제가 제일 원하는 거는 임금을 올려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고용 보장만 돼도 된다, 지금 상황에서 이게 제일 불안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군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기를 바랐다. "앞으로 고용 보장이 안된다면 이 많은 노동자들이 밖을 내쫓기는데 실제 현실로 닥치면 큰 문제가 된다"면서 "군수 등 군청 쪽이 나서서 회사와 이야기를 좀 해야한다"고 소망했다.

'경쟁력을 선도하는 아름다운 곡성인'이라는 비전에 따라 30년 간 가동된 곡성공장은 문구와 달리 현재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곳으로 보기 어렵다. 준공 이후 부분적으로 시설 투자 및 교체가 있어왔지만, 사실상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둘러본 공장 부지 내 건물들은 여기저기 페인트 칠이 벗겨지고 연혁만큼 낡은 흔적이 보였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이유미 연구원은 국내 타이어 업계 3개 회사의 유형자산 비교를 통해 금호타이어가 설비 투자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작성한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최악의 선택'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6년까지 금타의 유형자산은 15%(1537억 원) 증가한 반면,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각각 45%, 530% 늘어났다.

한승권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곡성지회 기획실장​​은 "(곡성 공장은) 감가상각비가 제로나 마찬가지인데 사실상 값어치 없는 기계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직원들의 고통분담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2010년 중반까지도 회사가 (곡성 공장에) 시설투자를 했다면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현종 “국익 위해 양보없이 싸워라”

[아침신문 솎아보기] 왜 삼성 직업병 기사는 한겨레·경향신문에만 보일까

이정호 기자 leejh67@mediatoday.co.kr  2019년 03월 05일 화요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