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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외무성, 인민군 포문 열었다

북 외무성, 인민군 포문 열었다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3/30 [04:4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7년 독수리훈련 기간 동해에서 전투기 이륙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칼빈슨호 미 항공모함 전단

 

▲ 엄청난 양의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하고 있는 b-1b 랜서 초음속 폭격기가 이번 독수리훈련 기간에도 어김없이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다.     ©자주시보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 외무성 대변인은 "지금 우리 군대는 섬멸의 포문을 열어놓고 핵타격 무장의 조준경으로 미국을 주시하고 있으며 움쩍하기만 하면 그 기회를 미 제국주의의 비참한 괴멸로 이어갈 일념으로 가슴 불태우고 있다"고 위협했다.

 

북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이제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선제타격했든 관계없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부단히 강화해오다 못해 수많은 핵 전략자산들과 특수작전 수단들을 끌어다 놓고 불집을 일으킨 미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무분별한 군사적 모험으로 전쟁 위험이 무겁게 드리운 현 조선반도 정세는 모든 문제의 근원의 시초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전략적 종심(縱深·전방에서 후방에 이르는 작전범위)이 깊지 않은 우리 나라의 조건에서 미국의 첨단 핵 전략자산들과 특수작전 부대들의 불의적인 선제공격을 막고 자기를 지키는 길은 단호한 선제공격뿐"이라고 강변했다.

 

한반도에 전쟁 발발 위기가 심각할 지경으로 고조되고 있으며 지금 상황에서 북이 불의의 선제타격을 가해 미군을 소멸한다고 해도 그에 대한 국제법적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게 있다는 북 외무성의 입장인 셈이다.

 

사실, 영토가 크지 않고 후방이 짧은 한반도 전쟁에서는 피할 곳이나 후퇴할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미군이나 북이나 누가 먼저 선제타격을 가해 상대의 공격 거점을 초토화시키느냐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거기다가 북과 미국 모두 상대진영을 단 몇 발만으로도 초토화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먼저 파괴하는 쪽이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따라서 한반도 전쟁은 무조건 불의의 선제타격에 의해 일어날 우려가 매우 높다.

그것도 전 후방이 따로 없이 상대 진영의 군사적 거점을 동시에 타격하는 집중선제타격만이 승리의 비결이 아닐 수 없다.

미군은 그것을 위해 북의 군사시설에 대한 정찰을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해마다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대규모 무력을 동원한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고 북도 한반도 공격 거점인 괌은 물론 미국 본토 미군기지까지 일거에 소멸할 수 있는 핵탄두 미사일까지 개발했던 것이다.

 

북은 무기를 지하 갱도에 숨겨놓고 있어 그걸 꺼내서 일시에 쏘면 선제타격이 되지만 미군의 순항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등은 항공모함에 탑재한 전폭기나 핵잠수함, 구축함 그리고 주일미군기지와  괌에서 출격하는 폭격기 등을 동시에 총동원하여 일거에 북의 모든 핵심 거점들을 타격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한반도 주변에 전개시켜야 한다.

 

현재 독수리훈련에 참가한 항공모함은 칼빈슨호 1척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한반도 가까이에 2척의 항공모함이 더 와 있다는 것이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등 관변 국방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언론에 공개된 콜럼비아호 핵잠수함 외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공격형 핵잠수함이 한반도 주변에 몰려와 있을 것이다. 항공모함이 기동하면 기본적으로 항공모함을 상대 수중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핵잠수함 여러 척이 항상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이런 방대한 무력이 동원되었기 때문에 신인균 대표는 ytn과의 대담에서 미군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북을 선제타격할 수 있고 실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었다.

 

물론 그는 미군이 3일 안에 남한엔 거의 피해 없이 북을 제압할 것이기 때문에 전쟁이 나도 우리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오히려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을 미군이 어서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느낌도 그의 말에서 묻어났다.

요즘 제도권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양욱 국방연구원의 국방전문가도 신인균 대표와 똑같이 올해 독수리훈련에 동원된 미군 무력이 사상 최대로 막강하다면서 미군의 선제타격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북 외무성은 이런 미군 무력이 한반도에 와 있기 때문에 북이 선제타격을 하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미국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 특수부대에 속하는 조선인민군 정찰대대 전투원들의 훈련장면, 참수작전의 징후가 보이면 먼저 북이 특수부대를 보내 소굴을 소탕하겠다고 경고하였다.

 

더불어 북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의 투명성을 강조한 것은 '궤변'이라며 "유사시 상대측에 은밀히 침투하여 지휘부를 제거할 임무를 맡은 미국의 특수작전기 편대들이 도적고양이처럼 우리 영공 가까이에 기여들어 정밀폭격 훈련을 하였다고 하는데 그것이 과연 투명한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변인은 지난 26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선제적 특수작전'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것은 "정세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과 관련하여 특대형 도발자들을 후려치는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미군이 이번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시작과 동시에 몰래 침투하여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였다는 '데브그루'라는 특수부대와 레인저, 델타포스 등 여러 특수부대를 칼빈슨 항공모함에 탑승시켜 북 수뇌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 훈련을 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 미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화성14호 대륙간탄도미사일 다탄두 핵미사일이다. 북은 이런 무기를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는 발사대기 상태에 들어갔다고 경고하고 있다. '포문을 열었다'는 말이 바로 그 말이다.

 

4월 말까지 진행되는 독수리훈련 때문에 사실 이러다가 전쟁 나는 것은 아닌가 정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을 것 같다. 이번엔 정말 미군 무력이 워낙 많이 참여했다. 항공모함 3척이 왔다는 것은 미군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북을 공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전쟁 일촉즉발 상황까지 가 러시아에서 외교관을 급파하여 북을 설득하기까지 했던 푸에블로호 나포사건에서나 볼 수 있었던 3척의 항공모함 한반도 전개가 지금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때는 참수작전 특수부대는 없었다. 그때보다 더 심각한 무력을 지금 미군이 동원하여 한반도 주변에서 북을 압박하는 훈련을 지금 이 시각에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 러시아의 푸틴 특사가 평양을 방문하여 최선희 미국 국장과 회담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푸에블로호 사건 때처럼 한반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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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이석수에 전화해 “어떻게 나에게…”

 

[아침신문 솎아보기] 박근혜 구속영장실질심사, 31일 구속 여부 결정… ‘박근혜 게이트’ 수사 검찰, 청와대와 내통 정황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7년 03월 30일 목요일
 

박근혜 영장실질심사, 법 앞에 만인 평등할까

대통령직 파면 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씨가 30일 법원에 출두해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결정은 31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박씨는 곧바로 구치소에 수감되며 전두환·노태우에 이어 세 번째로 구속되는 전직 대통령이 된다. 박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까지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에 출석한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곧바로 법원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43·사법연수원 32기) 심리로 진행되는 이날 영장심사에 검찰에서는 박씨를 직접 조사했던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부장검사(47)와 이원석 특수1부 부장검사(48)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경향신문은 “통상의 영장심사는 2~3시간 이내로 종료되고 심문 당일 구속 여부가 결정되지만, 박씨의 혐의가 방대하고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영장심사는 오후 늦게까지 진행되고 이후 판사가 검토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박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31일 새벽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조선일보 30일자 10면
조선일보 30일자 10면

언론은 법원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박씨와 국민이 승복하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함을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국격을 실추시키고 국민 신뢰를 저버린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에서 있는 그대로 진술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영장심사는 법치주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 주는 자리여야 한다. 법의 지배와 법 앞의 평등은 우리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다. 법원은 법과 사실에 입각해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계일보는 “구속 여부는 법원이 법리에 따라 결정을 내릴 문제다. 그런 만큼 정치권은 논란이 될 만한 일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자유한국당 의원 82명이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어제 법원에 제출한 것은 자칫 사법부에 대한 외압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을 통해 “검찰의 구속영장은 433억 원의 뇌물에다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개의 범죄 혐의 모두 간단치 않은 것들이다. 여기에 증거인멸 가능성도 농후하다”며 “검찰과 특검, 헌법재판소에 한 번도 나가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최순실 등 공범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돼 있는 마당에 주범 격인 그(박근혜)를 불구속 처리한다는 것은 형평성 면에서도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포토라인 피하려 한 박근혜 

이날 법원 출석을 앞두고 박씨는 차량을 이용해 법원 지하의 구치감으로 간 뒤 그곳에서 321호 법정으로 곧장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 포토라인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서울중앙지법은 일반인처럼 박씨도 청사 외부 출입문을 이용해 법정에 출석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박씨는 이날 차량을 이용해 서울중앙지법 정문을 통해 청사 뒷마당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에서 내린 박씨는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법정으로 가려면 직접 청사 뒷문 현관을 통과한 뒤 4번 출입구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이 최근 모두 이쪽을 통해 영장실질심사 법정으로 들어갔고 취재진 역시 이곳에 포토라인을 설치했다.

한겨레는 “심사가 끝나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변은 검찰이 맡게 된다.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박 전 대통령이 대기할 장소를 통보한다”며 “보통 검찰청사 안 구치감이나 경찰서 유치장 등에서 대기하지만 이번엔 경호상의 문제로 다른 장소가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30일자 3면.
한겨레 30일자 3면.

한편 박씨의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씨 자택 앞에서는 감정이 격해진 지지자들의 소란이 이어졌다. 박씨에게 바치는 각종 구호와 노래, 바이올린 연주까지 행해져 인근 주민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경향신문은 “이날 오전 8시쯤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 서울 종로구 효제동에서 온 정모씨(51)가 바이올린으로 찬송가 등을 연주했다”며 “그는 인근 통학로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호하던 삼릉초 녹색어머니회가 ‘등교시간에는 하지 말라’고 하기 전까지 20분간 연주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이날 오전 10시40분쯤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을 지나던 한 70대 남성은 ‘내 집이 근처인데 잠 못 자게 밤낮 떠드느냐’고 외쳤다”며 “이 와중에 박 전 대통령은 측근을 통해 지지자들을 격려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박씨의 팬클럽인 ‘근혜동산’ 인터넷 카페에는 지난 28일자로 박씨가 “사저(자택) 담당 비서관을 통해서 ‘보내주신 편지와 선물’을 잘 보셨다며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다”는 내용의 글이 올랐다. 이들은 지난 26일 전국의 회원이 보낸 편지와 꽃바구니를 자택에 전달했다.  

검찰 수사 정보 청와대로 새나갔나 

박씨의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이 지난해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전후 검사 출신인 윤장석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 부장은 지난해 9월 미르·K스포츠재단 고발 사건이 형사8부에 배당된 것을 계기로 1기·2기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관련 수사를 담당해 왔고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구속영장(기각)을 단독 입수한 세계일보는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결과가 신통치 않았던 것도 사전에 관련 정보가 청와대로 새나갔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30일자 1면
세계일보 30일자 1면

우 전 수석 구속영장에 따르면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한 지난해 10월2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윤 비서관과 한 부장은 총 6차례 전화를 주고받았다. 당일 오전 10시 한 부장이 윤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12분가량 통화한 것을 시작으로 낮 12시에는 윤 비서관이 한 부장에게 전화해 6분가량 통화했다.

 

특검 측은 “압수수색영장 집행 전에 윤 비서관이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수사를 담당한 한 부장과 수차례 통화한 것은 영장 집행과 관련한 논의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두 사람은 청와대가 자료를 임의제출한 이튿날 한 차례(약 3분)에 이어 독일에서 귀국한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검찰에 소환된 31일에도 두 차례(약 4분) 더 통화했다”고 밝혔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압수수색 전 대상 기관에 상황을 설명하는 경우는 있지만 담당 검사가 이처럼 수시로 통화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병우 전 수석도 같은 해 10월25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주도로 열린 청와대 대책회의 때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전화해 수사 상황을 물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는 “그 자리에 있었던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특검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이 누군가에게 전화해 수사 상황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며 “특검팀의 통화내역 확인 결과 우 전 수석은 회의 도중인 오후 10시43분부터 5분간 이 지검장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법무부와 검찰 측은 “수사와 무관한 업무 협의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 상황 유출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우병우, 박근혜에 충성심 보이려 인사전횡, 특별감찰관 겁박

아울러 영장에는 우 전 수석이 외교부에 특정 인사의 부당한 인사조치를 압박하는 등 권한을 남용한 전횡을 휘두르는가하면, 자신의 비위 의혹을 감찰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게 “좌시하지 않겠다”며 위협한 내용도 포함됐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자신의 측근인 윤장석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특별감찰반을 통해 외교부 간부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윤 장관에게 요구했다. 

정부는 2015년 12월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중국관광객 단체비자 수수료 면제기간을 2015년 말에서 2016년 말까지 1년 연장하는 것을 박 전 대통령 지시로 확정했다. 

하지만 외교부 오진희 영사서비스과장은 “단체관광객에 대해 비자발급 수수료를 면제하면 급여 지급에 필요한 예산 확보가 어려워 한시적 행정원 고용 중단 등 문제가 생긴다”면서 2015년 12월22일 예산 확보 등 제반 조치를 검토해 통보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법무부로 보냈다. 

영장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이를 ‘항명’이라고 판단하고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표출하기 위해 윤 비서관에게 특별감찰반이 직접 경위를 파악한 뒤 외교부 관련자들을 인사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특감반 김모 반장은 지난해 2월12일 당시 임웅순 외교부 인사기획관에게 전화해 “이 국장 등에 대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서면이 장관에게 갈 테니 적절히 인사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오 과장을 비롯해 직속상관인 이명렬 재외동포영사국장은 죄천됐다. 재외공관장 보임이 예상됐던 이 국장은 국립외교원 경력교수로, 오 과장은 통일준비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세계일보 30일자 3면.
세계일보 30일자 3면.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배임 의혹이 언론을 통해 나오던 지난해 7월 윤 비서관을 통해 “감찰권을 남용하는 것은 특별감찰법상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감찰을 중단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등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석수 전 감찰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윤 비서관과 이 전 감찰관의 통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우 전 수석은 직접 전화를 건네받아 “선배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하며 감찰 중단을 요구하는 등 이 감찰관을 겁박했다고 특검팀은 영장에 기재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2014년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청을 압수수색하려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단서도 잡고 당시 수사 담당자였던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으로부터 진술서도 확보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조만간 피의자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세월호 사고 원인 조사 무의미하다”는 해수부 

세월호가 인양됐지만 선체 일부분이 훼손되고 유실방지 대책도 허술해 사고 원인 규명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가 평형수를 얼마나 채웠고, 복원성을 왜 상실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세월호가 바닷속에 3년 가까이 가라앉아 있으면서 통기구멍으로 바닷물이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지난 27일 언론 브리핑에서 “평형수 탱크는 이미 해수가 유입돼 꽉 찼다. 지금 단계에선 사고 원인 조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30일자 8면.
한겨레 30일자 8면.

한겨레는 “실제 화물량도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선미 왼쪽 램프가 바닷속에서 열려 있는 상태로 발견됐고, 이 램프를 해수부가 잘라내면서 가로 7미터, 세로 11미터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화물칸에 있던 화물이 상당히 유실됐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화물칸에는 미수습자가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유실방지망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소조기 내에 인양을 완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였다”며 “개방상태인 선미 램프는 화물칸 출입구이므로 미수습자 유실과는 무관하고 수평 상태를 유지하며 이동해 화물 유실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한겨레는 배를 절단할 경우 조타기와 힐링펌프가 사고 당시에 왜 작동되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없어 사고 원인을 밝히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조타실부터 기관실까지 배 전체의 전기 장치와 기계 장치를 훑으면서 고장 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선체를 절단하면 이 과정을 밟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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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뒤통수 가격... 박근혜 집 앞 아수라장

 

[현장] 오늘 영장실질심사날...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17.03.30 07:31l최종 업데이트 17.03.30 09:51l

 

[특별취재팀]
글: 박소희, 김성욱, 신나리, 배지현 / 사진: 권우성, 유성호 / 편집: 이준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피의자 심문)을 앞둔 30일 이른 아침부터 구속을 반대하는 시민 200여 명이 삼성동 자택 근처에 진을 쳤다. 이들은 경찰 900명과 대치하며 소란을 벌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로 전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른 시각부터 모여들었다. 경찰은 선릉역 주변부터 차벽을 배치했다. 오전 7시께 지지자들은 "나라 망하게 하는 거 전부 언론이다"라며 기자들을 구타했다. 이들은 의경에게 다가가 "태극기 들어야지 뭐하느냐"고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이 "이러다 다친다. 지금 여러분이 도로를 막고 있다"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이들은 막무가내였다. 
 


'탄핵 무효'를 외치는 시민들은 경찰과 기자를 위협하기도 했다. 좁은 틈으로 기자들이 지나가려 하자 "안 그래도 언론 XX들 화나는데. 너네가 공정보도했어?"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여성 참가자들은 "너희들은 피도 눈물도 없느냐", "우리 대통령 지켜야 돼"를 외치면서 눈물을 흘렸다. 한 중년 여성이 7시 40분께 구급차에 실려나가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집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서로 분열하는 모습도 보였다. 태극기를 옷에 단 채 절을 하는 남성을 향해 한 여성은 "이거 좌파야. 끌어내"라며 흥분했고, 한쪽에선 중년 남성이 "그래도 조사는 받아야지"라고 하자 70대 여성이 "너 촛불이냐. 왜 빨간 모자 쓰고 있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경찰과 지지자들이 삼성동 일대에 모이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롯데캐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출근길이 막혀 경찰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갔다. 근처 카페 직원은 "왜 저러나 모르겠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다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어이가 없다" "박근혜 때문에 불편해 죽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삼릉초등학교 학생들의 등교를 돕기 위해 경찰, 동사무소 직원들이 나서기도 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들르지 않고 오전 10시 30분께 바로 법원으로 갈 예정이다.
경찰,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경계근무 강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날인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경찰,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경계근무 강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날인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유성호
경찰,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경계근무 강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날인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경찰,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경계근무 강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날인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유성호
경찰,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경계근무 강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날인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경찰,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경계근무 강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날인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유성호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 집 근처에 지지자들이 모여 경찰과 대치하는 가운데 학생들 등교를 도우러 경찰, 동사무소, 학교에서 직원들이 나와 학생들과 동행하고 있다.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 집 근처에 지지자들이 모여 경찰과 대치하는 가운데 학생들 등교를 도우러 경찰, 동사무소, 학교에서 직원들이 나와 학생들과 동행하고 있다.ⓒ 이준호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 집 근처에 지지자들이 모여 경찰과 대치하는 가운데 학생들 등교를 도우러 경찰, 동사무소, 학교에서 직원들이 나와 학생들과 동행하고 있다.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 집 근처에 지지자들이 모여 경찰과 대치하는 가운데 학생들 등교를 도우러 경찰, 동사무소, 학교에서 직원들이 나와 학생들과 동행하고 있다.ⓒ 이준호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이날 오전 8시38분경 박 전 대통령 집에 들어갔던 정송주- 정매주 자매가 나오고 있다.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이날 오전 8시38분경 박 전 대통령 집에 들어갔던 정송주- 정매주 자매가 나오고 있다.ⓒ 권우성
 07:00 시민 200명. 선릉역 주변부터 경찰 /차벽 다수 배치. 경찰-시민 실랑이 곳곳에서. "폭력도 안 쓰는데 왜 막냐, 짐짝 옮기듯이취급한다"며 경찰에 항의. 언론사들 욕하며 사진기자들 구타. 사진 찍자 본 기자 뒤통수 가격. 주옥선 대표 모습 보임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집 앞에 지지자들이 모여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김성욱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둔 30일 오전 미용사인 정송주, 정매주 자매가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둔 30일 오전 미용사인 정송주, 정매주 자매가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권우성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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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MB 주가조작 입증 자료 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03/29 11:32
  • 수정일
    2017/03/29 11:3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범계 의원, “진상규명 의사 확고” 김씨 특별면회 결과 공개
▲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경준씨를 특별 면회한 결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 뉴시스]

‘BBK 주가 조작 사건’으로 만기 출소한 김경준씨가 “이명박 전 대통령도 주가조작 사건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에 따르면, 28일 천안교도소에서 청주외국보호소로 이송된 김씨를 특별 면회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시간 정도 김씨를 면담했는데 첫 마디가 ‘정권이 교체돼 진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다’였다”면서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면서 ‘이 전 대통령도 주가조작 유죄’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또 “김씨가 ‘이 전 대통령이 BBK 사건과 관련해 50대50의 지분을 가지고 여기에 관여했고, 투자금이 흘러간 내용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자료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의원은 김씨가 말한 결정적인 자료에 대한 기자들 질문엔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박 의원은 이어 “진상규명과 관련해 수사 받을 당시 김씨가 검찰로부터 ‘부인·누나도 죽는다’는 협박을 받았고, 수사에 협조하면 ‘형집행 순서도 변경해 주겠다’는 회유도 받았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기소된 뒤엔 검찰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씨가 진상규명을 위해 본인이 나설 것이고 미국으로 돌아가면 적절한 언론사와 인터뷰도 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면서 “정권교체 후 진상규명을 위해 한국에 올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해달라는 요구도 했다”고 전했다.

김경준씨는 지난 2009년 5월 BBK 주가 조작 사건으로 횡령죄가 인정돼 징역 8년, 벌금 100억원 형을 확정받아 천안교도소에 수감됐다. 징역형은 지난 2015년 만료됐지만 검찰이 벌금형의 시효를 연장시켜 그동안 노역장에 유치됐다.

미국 국적인 김씨는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은 외국인은 강제 추방되는 법에 따라 이날 청주교도소 내에 있는 외국인보호소로 옮겨져 심사를 받았다. 김씨는 외국인보호소의 결정이 나면 내일 출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net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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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정상화 되는 길에 다시 만나자”

 

[릴레이인터뷰③] 진안에서 만난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 “장삼이사가 MBC 사장 뽑으면 왜 안 되나?”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7년 03월 29일 수요일
 

<편집자주 : 이명박에서 박근혜 정권까지 MBC는 9년 동안 철저하게 망가졌다. 부당한 권력에 비판적인 MBC 언론인들은 2012년 파업 이후 비제작부서로 쫓겨나고 해고당했다. 뉴스는 정권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PD수첩’ 등 송곳 같던 시사 보도 프로그램은 무뎌진 지 오래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통해 근현대사에 드리운 그늘을 조명하던 MBC는 이제는 말할 수 없는 방송사가 돼 버렸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언론장악 빗장을 푼 방송사 노동조합 활동도 위축됐다. 미디어오늘은 87년 체제 30년을 맞아 전·현직 MBC 언론인과 전문가들의 생각을 담고 권력의 언론장악 구조를 분석해 MBC 사태를 되짚으려 한다.>

“김 기자, 스틱 운전할 줄 알아요?” 지난 26일 만난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난감한 표정이었다. “여기 와서 처음 스틱 운전을 해보네. 익숙지 않으니…. 고갯길에서 멈춰야 할 때 그게 제일 힘들어.” 콜록거리며 기자에게 건넨 말에는 암 투병 환자의 힘겨움이 묻어났다. 암 수술 대신 자연 치유로 경기도 남양주시 한 요양원에 거처를 마련했던 그는 한 달 전 전라북도 진안에 위치한 건강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크게 부푼 그의 배는 직시해야 하는 현실로 다가왔다. “나빠지는 현상은 있어도 좋아지는 증후가 없으니 좀 그렇네. 복수에 이어 흉수(폐에 물이 차는 현상)까지 왔어. 위암이나 폐암은 시티(CT)를 찍어서 확인이 가능한데 복막암은 체크가 어려워. 직접 배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니까.” 

 

▲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2012년 170일 파업을 주도했다. MBC는 이를 이유로 그해 이 기자를 해고했다. 파업 이후 MBC의 공영성을 더욱 추락했고 파업에 참여했던 언론인들은 보도·제작 일선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이 기자는 26일 전북 진안의 한 건강촌에서 전주고등학교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2012년 170일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 파업 이후 MBC의 공영성은 더욱 추락했고 파업에 참여했던 언론인들은 보도·제작 일선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이 기자가 지난 26일 전북 진안의 한 건강촌에서 전주고등학교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용마 기자는 2012년 MBC 170일 파업을 이끌었다. 공정방송 사수를 기치로 내걸고 MB정부와 그에 부역한 경영진에 맞섰다. 해고는 파업에 대한 혹독한 대가였다. 그의 암 투병은 지난해 9월 김종구 한겨레 편집인 칼럼(“암에 걸린 후배 해직 기자를 바라보며”)을 통해 알려졌다. 이 기자의 전주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한 김 편집인은 칼럼에서 “‘심화’는 사람을 태운다”라고 썼다. 해직이라는 고통이 가슴속 솟구치는 불길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수년 만에 만난 이 기자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여기는 경기도 남양주보다 공기가 더 좋은 것 같더라고. 남양주에서는 별을 보기 어려웠는데, 여기 내려오니까 별이 쏟아져서 참 좋아.”

 

진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익숙지 않은 스틱 운전으로 30분. 이 기자가 머물고 있는 한 건강촌이 보였다. 냇물이 흐르고 인적은 드물었다. 황토방의 향기는 30분 전의 긴장감을 달래주는 듯했다. “우리 용마 왔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그의 전주고등학교 동창 3명이 이 기자를 반겨줬다. 이 기자는 1987년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애들이 용마 너한테 안부 전해달란다. 애들이 여기 찾아온다고 하더라고.” “여기까지 와서 뭐해. 괜찮아.” “20차 촛불집회에서 너 발언한 거 이미 카카오톡이랑 밴드에 막 올라오더라.” “그랬어? 난 몰랐네.(웃음)” 

궁금해졌다. 이 기자는 학창 시절에 어떤 학생이었는지. “우리 반 반장이었어. 모범생이지 모범생.” “전교 1등이었나요?” “전교 1등은 아니었는데 우리 반 1등이었어. 키 큰 순으로 번호를 매겼는데 용마는 1번이었어.” 친구들이 생각하는 MBC 대량 해직 사태도 궁금했다. 고등학교 친구 권혁씨는 표정이 어두워지며 “정말 너무한 거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라고 탄식했다. 최재철씨는 “하필이면 (이 기자를 해고한 김재철 전 MBC 사장이) 나랑 이름이 같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대법원에 묶여있는 해고무효소송(1·2심 재판부는 모두 해고무효판결을 내리며 MBC 해직자들의 손을 들어줬다.)을 걱정하며 무너진 MBC를 안타까워했다. 권씨는 “신경민 앵커가 클로징 멘트를 할 때만 해도 MBC 잘나갔지. 그때가 그리워”라고 말했다. 김옥주씨는 “정수장학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MBC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도 꺼냈다. 본격적인 인터뷰는 친구들이 기자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시작됐다.

 

- 현재 건강 상태는 어떠한가?

“아직 잘 모르겠다. 좋아지는 현상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데 나빠지는 현상만 있으니 좀 그렇다.(웃음) 체중이 10kg 이상 빠졌다. 복수가 많이 찼고 흉수까지 찼다. 기력도 많이 떨어졌다. 원래는 등산을 1시간 반이나 2시간 정도 했었는데 여기 와서는 1시간 정도로 줄어들었다. 등산은 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시작했다. 여전히 항암식품을 먹으며 몸을 다스리려고 노력한다.” 

- 기침도 심하고 복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의사들은 뭐라고 진단하고 있나?

“의사도 명확하게 이야기해줄 수 없는 것 같다. 복막에 위치한 종양의 개수, 그 크기 등에 대해서 직접 체크가 어려우니까. 복막암은 직접 배를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다만 악성종양으로 나타나는 현상들, 그게 지금 복수다. 복수가 넘쳐서 폐로 간 것인지 흉막에 종양이 생겨 흉수가 생긴 건지 잘 모르겠다.”

 

▲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2012년 170일 파업을 주도했다. MBC는 이를 이유로 그해 이 기자를 해고했다. 파업 이후 MBC의 공영성을 더욱 추락했고 파업에 참여했던 언론인들은 보도·제작 일선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이 기자는 26일 전북 진안의 한 건강촌에서 전주고등학교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2012년 170일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 파업 이후 MBC의 공영성은 더욱 추락했고 파업에 참여했던 언론인들은 보도·제작 일선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이 기자가 지난 26일 전북 진안의 한 건강촌에서 전주고등학교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암 투병 중 지난 11일 촛불집회에서 연대 발언을 한 것이 화제였다.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그것도 치료를 위해 올라가던 차였다. 흉수 때문에 숨쉬기 매우 어려웠고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을 찾았다. 그때 마침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도 퇴진행동에서 한번 나와 달라고 요청하셨는데 나가는 게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나가지 않았다. 요양하느라 촛불집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도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촛불집회는 챙겨봤다.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컸었고.” 

-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굉장히 자유롭더라. 매력적이었다. 어린 시절 고향 전주에선 시청 뒤 광장에 ‘난장’이라는 게 크게 열렸다. 음식을 파는 이들, 특산물을 파는 이들, 한쪽에는 풍물패도 있었다.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었다. 난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보통 시위라고 하면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는 분위기나 경찰이 시위대를 포위하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나? 긴장감이 팽배해 있는 분위기.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사실 처음 가다보니까 연단을 찾지 못했다.(웃음) 또 중간에 스크린이 있으니까 그쪽으로 향했는데 연단은 저 앞에 있더라. 이렇게 축제처럼 시위가 열릴 수 있는데 그동안 어땠나. 정부가 계속 시민들을 억눌렀고 이 때문에 긴장이 조성되고 충돌이 발생한 것 아닌가. 굉장히 질서정연했다.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마음껏 자기 목소리를 내고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평화로운 집회였지만 MBC 기자들은 수모를 겪었다. 취재진이 발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MBC에 대한 격렬한 저항이 있었다. 나아가 MBC 앞에서 열린 친박집회에 MBC 기자가 나서서 연대 발언을 하기도 했다. “MBC가 ‘애국방송’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쏟아지고 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태극기집회를 포함해 소위 ‘애국세력’들은 한국사회의 패배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 사회에 뒤처진 사람들. 그들의 인정 투쟁이 비정상적인 형태로 분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MBC 내 애국세력들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아웃사이더들이 스스로 주류가 되고자하는 극한 열망의 표출 아닐까. 한때 자신들을 대리해준 박근혜의 몰락에 대한 극한 반발이다.” 

이 기자는 지난 11일 촛불집회에서 검찰과 언론 개혁을 주문했다.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돌려줘라.’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국민의 것은 국민에게 돌려줍시다.” 검찰과 언론의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그의 외침은 시민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 촛불집회에서 “언론과 검찰의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사장을 국민이 직접 뽑자는 이야기인가? 

“공영방송 사장 직선제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 KBS·MBC 사장을 대통령 뽑는 것처럼 할 수는 없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추첨제’다. 직접 민주주의 시작은 그리스 아테네였고 아테네는 선거를 중시하지 않았다. 선거를 하게 되면 귀족주의 편향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돈이 있는 사람들이라든지 귀족 혈통을 가진 이들이 지배하게 되고 중요한 자리를 그들이 독점하게 된다. 이런 것들을 막기 위해 아테네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추첨을 활용했다.” 

- 추첨제는 조금 낯설다. 이게 현실화할 수 있는 대안인가?  

“우리는 이미 추첨제를 활용하고 있다. 국민참여 배심원제도가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사법개혁 일환으로 도입한 제도로서 관할 구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추첨해서 배심원 후보들을 뽑아낸다. 남녀 성비, 연령 비율 등을 감안해 뽑는다. 이렇게 추첨된 배심원 후보들을 변호사와 검사 양측이 골라낸다. 이렇게 선발된 배심원들은 대한민국 평균의 사람들이다. 배심원들의 평결 결과와 판사가 내린 마지막 최종 판결이 어긋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추첨을 통해 일반인 가운데 배심원을 무작위로 뽑는다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장삼이사가 무슨 판결을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엘리티시즘’이 짙게 깔린 거다. 그런 기준이라면 현 대통령 선거야말로 가장 무책임한 선거가 아닐까.” 

- 추첨제를 어떻게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활용할 수 있다는 건가?

“현재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 이사진은 여야 6대3 구조다. 진영 논리에 의해 모든 투표 결과가 6대3으로 동일하다. 그렇다보니 회의를 통한 건전한 의견 교환 자체가 불가능하다. 1987년 ‘방문진 체제’가 들어선 뒤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방문진 이사진 구성원을 여야 7대6으로 만드는 등 단순히 숫자 조정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숫자 조정해봐야 어차피 7대6이면 과반수 차지하는 쪽이 이긴다. 추첨을 통해서 50명이면 50명, 100명이면 100명이 선발되고 이들이 공영방송 사장 청문회를 보고, 직접 참여해 사장을 뽑는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추천된 인사들은 아무리 사장 후보자가 흠결이 있다고 해도 여당에서 ‘이 사람을 밀라’고 하면 미는 거다. 오차 한 치도 없다. 추첨제 대리인단은 한 번 모였다가 해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정파에 유리하게 판단할 이유도 없다.”

 

▲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권성민 MBC PD 페이스북
▲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 연단에서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 것인 공영방송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권성민 MBC PD 페이스북
 

- 그렇다면 현재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언론장악방지법에도 부정적인가?

 

“언론장악방지법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시민사회 진영에서 합의된 안이고 어떤 취지인지 알기 때문에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다. 언론장악방지법에 따르면 여야가 합의해야 사장을 뽑을 수 있다. 야당이나 여당 어느 한쪽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사장을 뽑을 수 없다. 떼쓰면 답이 없다는 말이다. 또 그걸 고리 삼아 또 다른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사장은 누구를 뽑을 테니 보도본부장이나 제작본부장을 누구로 임명하라는 식으로 딜(deal)이 이뤄진다면 누가 손해인가. 국민이다.” 

- 그럼에도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지 않나? 

“여야 양쪽 지지를 받는 사람이 사장이 된다면 그는 아마 중립을 가장한 기회주의자일 수 있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나. 여야 양측의 눈치를 봐야 할 텐데. 여야가 추천한 이사들로 공영방송 이사진을 구성해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힌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이 19대 국회처럼 양당 구조가 아닌 다당 구조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 MBC는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해온 대표적 언론사였다. 이 때문에 세월호 인양을 지켜보는 심정도 남달랐을 것 같다. 

“그 말이 제일 가슴 아팠다. ‘이렇게 쉽게 인양할 수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를 수년째 바다에 처박아뒀다. 박근혜가 물러나니까 세월호가 떠올랐다. 세월호가 인양됐다는 소식을 듣고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었는데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박근혜의 몰락과 세월호 인양을 연상하더라.” 

- MBC가 세월호 특보를 편성하는 등 보도를 쏟아냈던 것은 알고 있나?

“열심히 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그건 내가 모르겠다.(웃음)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이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진상규명과 인양이 지금처럼 지지부진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자유롭게 보도하던 그때였다면 이미 해결되지 않았을까 싶다. 인양은 기술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지금 올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작년 이맘때도, 재작년 이맘때도 가능했다는 이야기 아닌가.” 

- 현 김장겸 사장이 차기 권력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닐까?

“글쎄.(웃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또 모른다. 저 사람들은 변신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니까.” 

이야기는 대선으로 흘렀다. 현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MBC는 전쟁 중이다. 문 후보는 지난 21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MBC를 강하게 비판했다.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이명박근혜’ 정권은 공영방송을 장악해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을 만들었다. 공영방송이 다 망가졌다. 옛날 자랑스러운 MBC 모습이 어디 갔나 생각이 든다.” 면전에서 MBC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 문재인 후보와 MBC와의 충돌은 어떻게 지켜봤나? 

“100분토론 영상을 모두 본 것은 아니다. 기사나 일부 영상을 통해 봤다. 문 후보는 적어도 언론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현재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문제의식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런 차원에서 100분토론 현장에서 MBC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안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보여줘야 하는 행보다. 사실 문 후보가 뛰어났다기보다 그동안 다른 대권 주자들이 공영방송 문제에 너무 소극적이었다.”

이 기자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안희정 민주당 후보 비판으로 이어졌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21일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의 시급성을 호소하기 위해 MBC 사옥 앞에서 피켓 시위를 했는데 안 후보가 “무엇 때문에 시위하는 것이냐”고 물었다는 보도가 논란이었다. 이 기자는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 통해 “MBC와 KBS 구성원들이 언론 장악 철폐와 독립성 확보를 내세우며 시위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느냐”며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는 데 구조가 그렇게 힘드냐’고 물었던 박근혜가 떠오른다. 우리가 2012년 6개월 파업하고 수백 명이 부당 전보로 업무에서 배제됐고 MBC가 엠XX 소리를 듣고 있는 이 악몽 같은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안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적어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언론 문제를 그렇게 몰라서는 안 된다. 현재 언론은 철저하게 국민의 눈과 귀를 통제하고 있다. 과거 군사 정부에서 언론은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억압적으로 언론과 언론인들을 때려잡았다.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비로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생겼다. 민주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언론에서 정부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MB정부가 다시 언론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억지로 때려잡다보니까 파열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고. 여러 사람들이 해고되고 징계 받는 등 지금도 비정상적인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봤다. 언론을 기득권의 정책 홍보로 만드느냐, 아니면 다수 대중에 봉사토록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지난 2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도연 기자
▲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지난 2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도연 기자
 

MBC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뷰 후반부에 이뤄졌다. 본격적으로 MBC를 도마 위에 올리자 그의 목소리는 커졌고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민감한 주제인데도 거침없었다. ‘2012년 파업에 대한 평가’, ‘MBC 내 부역 세력들과의 갈등 해소 문제’, ‘2012년 박근혜 대선 후보의 김재철 퇴진 약속 번복’ 등의 질문을 던져봤다.

 

- 첨예하게 MBC 노사가 대치하고 있고 사측에 가담한 인사들은 탄압에 서슴없다. 태극기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도 MBC 기자 아닌가. 설사 MBC 정상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상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다.

“어떻게든 해결해야지. 어떤 식으로든 정리를 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상식에 입각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럼에도 상식을 거부한다면 그건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자기만이 무조건 옳다? 그건 아니다. 그런 자세라면 그 사람들은 내버려둬도 자연스레 도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동안 MBC 전·현직 인사들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MBC는 ‘87년 체제’ 위에서 언론 민주화를 일정 부분 달성할 수 있었고 그 힘을 바탕으로 권력과 맞서왔던 것 같다. 1996년에 입사했는데 신입 기자 이용마가 바라보는 MBC는 어땠나?

“그때는 우리 사회가 언론의 자유 물결을 타고 있던 때였다. 정부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강하게 비판하긴 어려웠다. 여전히 여당이나 청와대 입김이 MBC 내에 작용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런 부분이 점점 완화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에 와서는 청와대 입김은 거의 작용하지 않았다. MBC 내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청와대에서 전화가 오면 오히려 ‘조져버려라’고 지시하고 따를 수 있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분명 1987년 민주화 혜택을 봤다.”

- 기자 사이에서 보도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첫 번째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정치부 기사를 어떻게 쓸 것인가였다. 입사했을 무렵에는 여야를 5대5로 써주면 된다는 식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여당 기사가 95라면 야당 기사는 5에 불과했다. 사실 야당 기사라는 게 없었다. 민주화가 되니까 여야 균형을 맞춰야하지 않느냐, 중립과 객관적인 보도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 이른바 기계적 중립도 민주화의 산물인 건가?(웃음) 

“그것도 엄청 발전한 거였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과연 5대5로 보도하는 것이 맞는 거냐는 고민들이 있었다. 여당에서 사실이 아닌 걸 가지고 사실이라고 우기고 야당이 사실을 가지고 반박할 경우 그것을 5대5로 보도하면 어떻게 되나. 한쪽이 틀렸으면 틀렸다고 명확히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고민들이다. 논의가 발전한 거다. 이런 논의가 나오던 차에 이명박 정부로 넘어갔다. 모든 논의는 도로 아미타불이 됐다.(웃음)”

- 현재 공영방송 보도들이야말로 ‘기계적 중립’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지 않나?

“논의 프레임은 여당에 찍혀 있다. 여당 주장으로 리포트를 만드는 거다. 여당에서 야당 후보 의혹을 제기하면 의혹 제기를 50% 보도하고 나머지는 야당 반론이다. 사람들이 보면 중립을 지키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야당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반면 야당의 의혹제기는 묵살하는 게 공영방송이다.” 

- 박근혜 탄핵이 1987년 체제처럼 공영방송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후배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큰 변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는 2018년 7월까지다. 이 구성이 바뀌지 않는 한, 고영주 체제는 김장겸 MBC 사장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이사진이 구성될 때까지 지금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 기간 동안에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시민들은 야당이 집권하면 공영방송 사장이 교체될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교체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가 정해져 있는데 사퇴하지 않는 한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물론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전 KBS 사장을 쫓아낸 것처럼 사정기관을 동원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으려는 야당이 그렇게까지 할 거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KBS는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이지만 MBC의 경우 방문진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더욱 어려울 것이다. MBC 구성원들한테는 우울한 이야기다.” 

- 이와 관련해 국회에는 MBC 출신들이 많지만 공영방송 문제에 있어서는 눈에 띄는 인사들이 드물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분들이 언론 개혁을 위해 국회의원이 됐는지 아니면 MBC를 통해 사회적 지위나 쌓고 그것으로 국회의원이 된 것인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 박근혜 탄핵 이후 언론노조 MBC본부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무래도 언론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지지가 적어도 조합 운동에는 힘이 되지 않겠나?

“상황에 맞게 노조가 대응할 거라고 본다. 박근혜 탄핵 이후 전반적으로 구성원들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그게 노동조합에 큰 힘이 될 거다. 노조가 지난해 처음으로 상암동 MBC 본사 내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전에는 그곳에서 집회 한 번 열 수 없었다. 조합원 100여 명 이상이 현장에 있었다. 달라진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조합원들 정서가 많이 고양됐다는 점을 노동조합이 적극 반영할 거라고 본다. 노동조합이 아무리 목소리를 내려고 해도 조합원들이 꿈쩍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 2012년 파업 때 노동조합이 세서 파업한다고 일부에서 그랬지만 사실과 다르다. 아래로부터 요구가 있지 않으면 조합은 움직일 수 없다.” 

 

▲ 지난해 9월 이용마 MBC 해직기자의 암 투병 소식이 알려지며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1·2심 재판부는 그의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해 9월 이용마 MBC 해직기자 암 투병 소식이 알려졌다. 1·2심 재판부는 그의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대법원 선고는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병마와 싸우는 동안 10kg 이상 빠졌다고 한다. 사진=김도연 기자
 

- 2012년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한다면. 실패인가 성공인가?

 

“의미는 있었지만 실패했다. 실패했지만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2012년 당시 우리는 공정방송 파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송의 공정성이 바닥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파업을 안 한다? 그건 노동조합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이기며 회사는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왔다. 이로 인해 파업이 무한정 늘어져버리는 상황이 됐고 결과적으로 패배했다. 그럼에도 암흑기에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침묵하지 않았다는 것, 그 동력으로 여전히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업은 실패했지만 파업 정신은 끝난 게 아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MBC가 정상화되는 순간에 우리는 최종적으로 승리를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진행형이다.” 

- 파업 관련 소송에서 1·2심 재판부는 ‘공정방송은 방송 노동자의 중요한 근로조건’이라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언론계뿐 아니라 노동계도 주목하는 판결이었다. 방송 언론 종사자들의 공정방송 투쟁 정당성을 인정해 준 것이었는데?

“법정 투쟁을 통해서 파업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다시 같은 상황이 우리를 포함해 방송사에서 발생한다면 그 싸움은 합법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해준 판결이다. 대법원은 현재 상고를 미루고 있지만 원심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2012년 170일 파업 상황을 고려해보면, 새누리당의 4월 총선 승리는 파업 동력을 점차 잃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정영하 본부장과 이용마 홍보국장 등이 이끈 언론노조 MBC본부는 2012년 7월 파업을 끝내고 MBC로 복귀했다. 같은 해 11월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부결되자 이들은 “박근혜 후보가 김재철 퇴진 약속을 했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 MBC 인사 문제에 개입해 김재철 전 사장의 해임안을 부결토록 획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근혜 후보 메신저로서 언론노조 MBC본부와 소통했던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김 전 사장 해임을 전제로 노조에 파업을 풀 것을 약속했다. 2012년 8월 방문진 이사진이 교체됐지만 김 전 사장 해임안이 부결되며 약속은 휴지조각이 됐다.  

- 2012년 파업 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김재철 사장 퇴진을 약속했다. 물론 당선 뒤 그 약속은 일방적으로 파기됐고 언론장악은 더욱 공고화했다.

“사실 박근혜 약속은 믿지도 않았다. 파업이 장기화하는 상황이었고 회사는 망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적반하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을 빨리 끝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박근혜 약속을 그 출구로 삼은 측면이 있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면 웃기는 놈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웃음) 진심이다. 파업을 계속 강행하는 건 지나치게 소모적이었다. 상대가 어느 정도 통해야 대화도 하는 것인데, 회사는 완전히 외면했다. 박근혜가 해온 행태를 알면서도 파업을 접을 명분으로 박근혜 약속을 확인받고 들어간 것이다.” 

- 암 투병 이후 김재철 체제 경영진으로부터 ‘미안하다’ 등의 메시지를 받은 적은 있나? 

“전혀. MBC 사내에서 이미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한 지 오래됐다. 한쪽에서는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후배들을 배신하고 엉뚱한 일들을 하고 있다. 후배들은 그런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서로 언성 높일 이유도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 지금 경영진들도 한때 조합원으로서 권력 외압에 싸웠던 동료들 아니었나?

“선후배들끼리 그런 얘기를 한다. 일제 35년 그때의 군상들이 MBC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일부는 극렬 친일파로 변신해 충성 맹세를 하고 일본인보다 더 지독하게 한국 사람을 탄압하고 억눌렀지 않나? 똑같은 모습이다. 해외로 도피한 독립군처럼 MBC에서 아예 쫓겨난 이들도 있고 내부에서 근근이 버티면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독립군을 지원하면서(웃음). 짧은 시간 내에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다. 어려운 시기가 돼야 진면모를 알 수 있다던데 지금 MBC가 그렇다.” 

- JTBC, SBS와 견주어 ‘이럴 바에 MBC도 민영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JTBC에 손석희 사장이 영입되면서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홍석현 회장이 자신의 결심을 바꾼다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게 민영 구조다. 변화의 가능성을 단 한 사람에게 맡기는 것인데 위험성이 여전히 크다고 본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다. 국민이 통제력을 발휘해 항구적인 권력 차단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특정 개인의 선의에 맡기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공영언론을 포기하지 말아달라. 국민이 왜 자기 것을 포기하려고 하나.” 

 

▲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한 달 전 경기도 남양주에서 전북 진안에 위치한 건강촌으로 거처를 옮겼다. 26일에는 전주고등학교 동창들이 방문을 했다.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한 달 전 경기도 남양주에서 전북 진안에 위치한 한 건강촌으로 거처를 옮겼다. 지난 26일 전주고등학교 동창들이 방문을 했다.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그렇다면 MBC 정상화를 위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당장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다만 탄핵과 똑같다고 본다. 박근혜를 탄핵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MBC 문제도 마찬가지다. 쪽팔리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게끔 욕도 필요하다. 하지만 MBC를 욕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경영진을 압박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주셔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도 잘 뽑아야 할 것이다.(웃음)” 

- MBC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보도가 있나? 

“복귀하면 리포트할 짬밥이 지나버린 것 같은데(웃음). 우리가 파업하고 파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싸웠을 때, 주류 언론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했는지 살펴보고 싶다. 조중동과 종편, KBS와 MBC 모든 언론들이 철저히 외면했다. 우리 문제가 사회 이슈로 등장하는 걸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면해왔다. 우리 사회에 그런 문제가 MBC뿐 일까. 쌍용자동차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겨우 사회 이슈로 등장한다. MBC가 다시 출발한다면 외면 받은 이들을 주목해야 한다.” 

- MBC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항상 미안하다. 2012년 파업에 대해 평가 가운데 하나로 ‘실패했다’고 한 건 후배들 때문이었다. 한참 현업에서 뛰어야 할 친구들이 배제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금할 수 없다. 그럼에도 버텨주고 있는 후배들이 고맙다. 장하다. 조금만 더 우리가 힘을 낸다면 정상화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상화가 되어 다시 만난다면 가장 좋을 것 같다.” 

인터뷰가 끝나고 친구들은 이 기자의 건강을 염려해 일찍 황토방에서 일어났다. 친구들을 배웅하는 이 기자는 “이젠 오지마. 무엇하러 이렇게 먼 곳까지 오려고 해”라고 했다. 친구들은 대답 대신 두 손을 잡았다. 이 기자는 차량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동창의 차편으로 돌아오는 길에 권혁씨는 말했다. “용마가 그래도 혈색과 낯빛이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처음에는 정말 어두웠거든. 용마가 고민이 많았어요. 수술 여부에 대해서. 수술 이후의 삶과 지금의 삶을 고민한 끝에 ‘삶의 질’을 택한 거 같아요. 좋아질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니까 분명 다시 일어날 거예요.”

 

[이제는 말할 수 없는 MBC 기획 1-①] 시민의 희망이었던 MBC, 시민의 절망이 되다
[이제는 말할 수 없는 MBC 기획 1-②] 김재철·안광한·백종문, 그들도 한때 파업 전선에 있었다 
[이제는 말할 수 없는 MBC 기획 2-①] 5·18 기획 다뤘더니 특전사 웃통 벗고 시위까지 열었는데 
[이제는 말할 수 없는 MBC 기획 2-①] MBC PD수첩 반대집회에 추선희와 주옥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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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한복·이불 가게’ 시장 상인의 한숨

은행 문턱 높아져 11.5% 카드 대출…“1년 버틸 수 있을까”

 

등록 :2017-03-28 18:21수정 :2017-03-29 09:09

 

‘30년 한복·이불 가게’ 시장 상인의 한숨
2014년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완화하고 부동산 부양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며 은행들도 자영업자 대출 확장에 열을 올렸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상가건물 외벽에 음식점와 유흥업소 등의 간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사진 속 상가는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한겨레〉 자료사진
2014년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완화하고 부동산 부양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며 은행들도 자영업자 대출 확장에 열을 올렸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상가건물 외벽에 음식점와 유흥업소 등의 간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사진 속 상가는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한겨레〉 자료사진

 

일요일 오후 경기도 ㅅ시장. 1990년대엔 1000여개 점포가 성업했던 재래시장이지만 이제는 250여곳만 드문드문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2대째 한복·이불 가게를 운영하는 옥아무개(60)씨가 가게 문을 밀고 나와 시장 뒷길에서 담뱃불을 붙였다. 고작 열걸음쯤 떨어진 길 끝에 은행 간판이 보인다. 옥씨는 간판을 볼 때마다 열흘 전 충격이 생생히 살아난다 했다.

 

“이제 끝났구나 싶었어요. 앞으로 1년은 버틸 수 있을까, 절벽에 서 있다는 생각만 들었죠.” 옥씨는 열흘 전 주거래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당했다. 직원 두 명의 월급날을 앞두고 은행에 2천만원의 추가 대출을 요청한 참이었다. 은행 직원은 그에게 “카드론을 이용해 신용등급이 4등급으로 떨어진데다 최근 자영업자 대출 규제가 강해져 추가 대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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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전부터 매출 급격히 줄어
하루 70만→20만원…작년엔 적자
신용등급 떨어지고 대출 규제 강화
한때 VIP 대접해주던 은행서 외면
카드사 찾으니 금리 4%→11.5%
주택담보대출도 원금상환 걱정

 

 

“몇년 전엔 대출 홍보 열올리더니…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합니다”

 

 

30년간 한 자리에서 장사하다 보니 한때는 브이아이피(VIP) 대접까지 해줬던 은행 지점이었다. 3~4년 전부터 매출 사정이 크게 나빠지더니 지난해 급기야 2000만원의 적자를 냈고 모든 게 달라졌다. 하루 70만원씩 나오던 매출이 20만원을 밑돌았다. 봄 결혼 시즌을 앞두고도 올해 들어 두달간 혼수 손님을 한 건도 잡지 못했다.

 

“재래시장에서 혼수 마련하는 분들은 대부분 호주머니 얇은 중산층 이하 서민들인데 확실히 그분들 소비가 줄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골들도 기본적인 침구만 사 가는 등 씀씀이가 확 줄었고요.” 여든이 넘는 옥씨 어머니와 아내까지 가게에 매달렸지만 120만원의 월세와 직원 두 명의 월급 340만원을 주기도 힘들다. “대출이 안 된다면 우선 직원부터 그만두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은행 문턱이 높아지자 옥씨는 결국 급한 마음에 신용카드사의 장기카드대출을 이용해 1700만원을 빌렸다. 금리가 11.5%로 높았다. 금리가 4%대인 은행 대출을 이용하다가 하루아침에 3배가 넘게 뛴 카드사 금리를 물게 된 셈이다. 지난 3년간 가게 운영이 어려울 때마다 대출이 하나둘 늘어갔다. 은행에서 개인사업자대출 5000만원(금리 연 4.2%)을 받았고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고 주택담보대출로 2억5000만원(금리 연 4.5%)을 빌렸다.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급하면 집 담보대출로 갈 수밖에 없어요. 주택담보대출 빌린 것도 다 가게 운영하는 데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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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씨 대출이 늘어난 시점은 전 사회적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한 시기와 비슷하다. 2014년 7월 취임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부동산 양도세 일시 면제 등을 추진한 뒤 2013~2014년 6%대 한자릿수이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2015~2016년 11%대 두자릿수로 뛰어올랐다.

 

특히 은행권은 이 기간에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등 자영업자 대출 확대에 열을 올렸다. 옥씨가 장사하는 시장에서도 자영업자를 상대로 한 개인사업자대출 홍보활동을 나온 신용보증기관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대출뿐만 아니라 가계대출도 쉬웠다. 이제는 모두 지난 이야기다.

 

28일 <한겨레>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정보(나이스)로부터 받은 2012~2016년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를 분석해 보면, 옥씨 사례는 자영업자 평균치와 매우 유사하다. 520조원에 달하는 이들의 대출을 분석한 결과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합한 자영업자 대출의 1인당 평균 금액은 약 3억2400만원에 이르렀다. 자영업자 대출총액은 2012년 이후 4년간 46.7% 증가했다.

 

옥씨는 오는 8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가계대출 급증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많은 이들이 옥씨처럼 원금상환을 곧 맞닥뜨리게 된다. 초저금리 환경에서 이자만 갚던 자영업자들에게 원금상환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죄기에 나선 탓에 대출 갈아타기나 추가 대출도 쉽지 않다. 금리도 상승기에 접어들어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보기 : 치킨집 사장님에서 ‘일수찍기’ 추락까지 1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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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11.5%에 달하는 옥씨의 신용카드 대출은 당장 이달부터 원리금 상환을 해야 한다. 이달에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만 모두 160만원이나 된다. 옥씨는 은행을 방문해 8월 주택담보대출 원금상환일부터 어떻게든 연기해볼 참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추가 대출을 거절하던 은행 창구 직원의 얼굴이 떠오르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유다.

 

이달 들어 옥씨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10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축소됐다. “요즘 정부에서 맨날 자영업자 대출이 문제라고 하잖아요. 경기 타서 위험하다고 여신 심사 강화한다고 빚 안 내어 주고 하면 자영업자들을 절벽으로 내모는 것 아닙니까? 은행 직원이 추가 대출 거부도, 마이너스 통장 한도 축소도 제가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금리 11%짜리 카드 대출까지 받고 나니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이 너무 큽니다.” 옥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중산층까진 못 되어도 애들 공부시키고 밥은 먹고 살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제는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앞이 꽉 막혀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일요일 온종일 홀로 가게를 지켰지만 손님이 들지 않았다. 가게 앞, 시장 골목엔 ‘자영업자 환영, 영세상인 가능’이라 적힌 대부업체 광고지가 굴러다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하루 3번 25만원 일수 찍히는 ‘빈대떡집 사장님’의 눈물

 

 

치킨집 망하며 대부업체 찾아
200만원 대출이 1800만원으로
“막장 몰린 자영업자 지원 절실”

 

 

충북의 한 소도시에 있는 김아무개씨 빈대떡집에는 매일 오후 5시쯤 ‘일수업자’들이 찾아온다. 현재 3곳의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김씨는 매일 13만원, 6만5천원, 6만원 이렇게 모두 25만5000원을 세 명의 일수업자에게 건넨다. 하루 매출이 20만원도 나오지 않는 날이 이어져 일수가 밀리기 시작하면서 김씨는 스트레스에 가슴이 답답해질 지경이 됐다.

 

김씨의 추락은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던 치킨집이 6개월 만에 망하면서 시작됐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집 문을 열었는데 바로 조류독감이 터지고 장사가 안 돼도 너무 안 됐어요.” 신용카드 대출로 돌려막기를 하다가 부부 모두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서 간판만 바꿔 빈대떡집을 이어가는 요즘, 갈아놓은 녹두는 사흘을 못 견뎌 버려지기 일쑤다. 한 명뿐이던 아르바이트생도 지난달부터 그만두게 했다. 월세 160만원짜리 가게에서 부부는 새벽 2시까지 일한다. 신용카드도 못 만드는 김씨는 가게 앞에 날마다 서너개씩 뿌려지는 대부업체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처음 200만원을 빌린 게 1800만원으로 늘어나는 동안 일수업체는 공증 수수료, 연체금을 대출 원금으로 돌리는 ‘꺾기’, 재대출 때 원금 제하기 등의 명목으로 돈을 떼갔다. 그래서 김씨는 정확한 대출 금리를 모른다.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 대부업체는 필요악이에요. 금리가 너무 높지만 정말 절실할 때 빌려주니까요.”

 

김씨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일수대출로 내몰려 ‘자영업 막장’에 들어서는 경우는 찾기 어렵지 않다. 지난 2014년 나온 송지용(한국소비자원)·이희숙(충북대 교수)씨 논문 ‘전통시장 자영업자의 재무관리와 사금융 이용’을 보면 충북의 한 전통시장 자영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8%가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사금융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위해 성실한 세금 납부 기록 등을 소득 증빙 자료로 대체해 제도권 대출을 이용할 길을 열어주고 재무관리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은행권보다 비은행권에서 급격히 늘고 있다. 28일 한국신용정보(나이스)의 2012~2016년치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를 분석해 보면, 자영업자 대출총액은 4년간 은행권에서 44.5%, 비은행권에서 57.4% 증가했다. 그나마 불법적 고금리를 적용하는 사금융은 비은행권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허점이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지난 2015년 성인 50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바탕으로 국내 성인 중 33만명이 10조5천억원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평균 대출 금리는 연 114.6%에 달했으며 이용 목적은 사업자금(42.9%), 가계생활자금(35.9%), 대출금 상환(25.2%) 순이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환경이 악화하면서 제도권 금융의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계층이 생활자금을 구하러 금리가 높은 대부업이나 사금융을 이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지선 류이근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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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체 훼손은 ‘증거 인멸 행위’

416가족협의회 등 입장 밝혀
 
제휴뉴스  | 등록:2017-03-29 10:16:33 | 최종:2017-03-29 10:17:5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세월호 선체 훼손은 ‘증거 인멸 행위’
416가족협의회 등 입장 밝혀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해수부의 세월호 인양이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세월호 ‘선체 정리’ 방식으로 선체 절단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심각히 걱정하며,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지난 8일 동안 진행한 인양작업이 “미수습자 온전한 수습, 진상규명, 선체 보존” 등의 목적을 잃은 채 졸속과 무대책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하고, 그동안 해수부 등 정부가 보인 오만함과 무지함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특히 인양된 세월호 방향타 위치가 바뀐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먼저 이들은 인양 이후 상황에 대해, “여전히 박근혜 정부의 해수부가 졸속으로 인양을 주도하면서 인양 과정의 투명한 공개, 피해자 가족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활동할 선체조사위원회의 인양 지도감독, 수습, 조사 등 참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해수부가 유실방지 작업과 보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인양을 진행한 점, 유실 가능성이 있음에도 좌현 선미램프를 제거한 점 등을 지적했다.

해수부는 인양이 시작된 뒤인 3월 23일, 해수부가 파악한 창문, 출입구, 구멍 등은 291곳이며, 이 가운데 막혀 있는 28곳을 제외한 263곳 가운데 162곳에만 유실방지망이 설치됐다고 밝히고, “나머지 101곳의 구멍은 직경 20-30센티미터로 유실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유실 대비책에 대해서는, “유실가능성이 있으면 대책을 마련할 것이며, 해수를 빼기 위해서 추가로 구멍을 뚫을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선미램프 절단에 대해서는 3월 24일, “램프 구멍에 방지망 설치를 검토했지만,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며, “절단 뒤 열린 부분으로 컨테이너가 쏟아져 문을 막고 있어, 유실 가능성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해수부가 설치했다는 유실방지 그물 구멍 크기는 2-2.5센티미터로 인체 뼛조각 중 2센티미터 미만의 뼈가 많기 때문에 온전하게 유실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아니다. 또 세월호 선체가 실린 반잠수선 주변에도 높이 1미터의 펜스를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2-2.5센티미터의 구멍이 있어, 유실방지를 막기에 부족하다. 유실방지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해수부는, “조류가 빠른 해역 특성상 그물 구멍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기술적으로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해수부 태도에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해수부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지만, 문제는 사전에 유실방지 대책과 그물 구멍 크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는 해수부가 화물구역에 미수습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인양에 중점을 둬, 선체 훼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이며, 인양의 목적을 잊은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해수부가 인양을 진행하면서, 진상규명 조사 사항을 의미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인양된 세월호는 현재 반잠수선에 실려 고정 작업 등을 거친 뒤, 30일 쯤 목포신항으로 이동될 예정이다. 해수부는 기름 유출 등 때문에 선체 구멍뚫기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 제공 =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침수 과정, 잔존 화물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지만, 인양 과정에서 좌현 선미램프가 잘려 나가면서, 침수 과정에 대한 검증, 관련 참고인 조사가 의미 없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빠른 속도로 침몰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침수 과정이 해명되어야 한다. 좌현 선미램프는 세월호가 왼쪽으로 기울었을 당시 초기에 바닷물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지점으로 지목됐었다.

그러나 해수부는 3월 23일 좌현 선미램프를 절단했고, 이에 대해 “진상규명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가족협의회 등은 “해수부의 이같은 입장은 얼마나 세월호 진상규명에 무지하고 무책임한지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물 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협의회 등은 잔존 화물의 양, 종류, 대략적 위치 파악은 세월호의 경하중량 및 무게중심, 복원성 관련 수치 검증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사라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해수부가 선미램프를 절단하고 사후조치를 하지 않아, D데크에 실려 있던 굴삭기 1대, 차량 1대가 밖으로 빠져 나왔다. 이는 선미램프를 통한 화물 유실이 없었다는 해수부 주장을 확인할 수 없으며, 화물의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게 만들었다”고 했다.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해수부가 이미 2015년 하반기, 인양시 선체 절단 방안을 밝혔음을 확인하고, “이는 세월호 인양 목표를 완전히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미수습자 수습, 진상규명, 역사적 교훈을 위한 선체 보존에 치명적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앞서 3월 23일 세월호 인양 관련해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도 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은 “세월호 안에는 이미 올라온 희생자들의 일부 시신과 유품, 희생자들이 마지막까지 남긴 흔적이 있다”며, 미수습자 가족은 물론, 가족들 모두는 결코 배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체를 자르더라도, 올라온 선체 실물과 상태를 제대로 살피고, 정 어려울 경우 해야 한다”면서, “지금껏 그랬듯이 정부는 철저히 정보를 차단하고, 이미 저지른 뒤 가족들에게 통보하고 있으며, 훼손하면 안 되는 곳을 더욱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박흥석 조사관도 해수부는 미수습자의 수습과 선체조사의 요구를 ‘선체 정리’로 파악하고, 몇 가지 확인 외 진상규명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는 각종 방역과 세척, 안전점검, 미수습자 수습 등 ‘선체 정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해수부는 선체 가운데 객실을 수직으로 나눠 절단, 분리하고 화물구역과 객실도 절단, 분리한 뒤 객실을 바로 세우는 방식을 계획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체를 산소 절단할 경우 주변부 손상을 가져오고 내부 차량 등 화물이 붕괴될 위험이 있어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세월호 인양선체 정리용역 과업 지시서’에 따르면 해수부는 미수습자 수습에 대한 기본 원칙조차 없이 업체의 판단에 위임하고, 선체 정리 중 미수습자가 발견되면 수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흥석 조사관은, “세월호 훼손은 세월호 참사를 묻어 버리겠다는 의미”이며, “사고 원인의 직접적 증거를 없애는 ‘적극적 증거 인멸행위’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현진 기자]


* 제휴매체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8일 자 에 실린 글 입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152&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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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애국에 한 생을 다 바치신 박봉현 선생님

통일애국에 한 생을 다 바치신 박봉현 선생님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회장 
기사입력: 2017/03/29 [05:24]  최종편집: ⓒ 자주시보
 
 

[편집자 주: 25일 향년 99세의 전북지역 마지막 생존 비전향장기수 박봉현 통일애국지사가 안타깝게도 통일을 보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였다. 장례식에는 6.15남측위원회 관계자 등 많은 추모객들이 참석하여 애도를 표하고 명복을 빌었다.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 고인을 추모하여 작성발표한 추모의 글과 양희철 선생의 추모시를 소개한다.]

 

▲ 박봉현 선생 영정     © 양심수후원회 제공

 

▲ 박봉현 비전향장기수 

 

▲ 박봉현 비전향장기수 약력     © 양심수 후원회 제공


지난 해 언제쯤인가 선생님을 찾아 뵈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요양원으로 모셔 건강 진료를 받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슬픈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천수를 다 하시기는 했지만 한 평생을 항일과 자주통일의 험한 길을 걸어 오셨는데 그 염원을 보시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시게 되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기름진 흙내음이 몸에 베이셨던지 선생님께서는 출소 후 고령이셨음에도 씨뿌려 거두시는 생명의 윤회과정을 즐기셨고 애써 가꾼 꽃씨를 받아 뜻과 정을 나눈 많은 분들께 나누어주시던 그 정갈한 모습을 더는 뵙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1913년 전라북도 순창에서 식민지시대 빈농의 셋째 아드님으로 태어나셨습니다. 맏형님은 보통학교를 나올 수 있었지만 잇달아 모두 학교를 보내기에는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마음뿐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고집은 대단하셨습니다. ‘학교를 보내줄 때까지는 일도 않고 밥도 안먹을래요!’라며 일찍이 단식투쟁을 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열다섯 살 늦깎이 학생으로 보통학교 3학년에 입학, 졸업까지 하였습니다. 

 

선생님의 향학열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고, 고학을 해서라도 배움을 잇겠다고 일본으로 가시어 중학과정을 마치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식민지 조선인의 차별과 학대 등 치욕을 겪으셨고 이는 곧 반일독립정신을 키우게 되었으며 ‘자본론’ 등 많은 사회과학서적을 탐독하시어 진보사상과 민족해방에 대한 정신적 무장을 갖추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유수한 대학에 입학원서를 냈지만 매번 낙방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재학시절 조선학생에 대한 차별에 항의하여 동맹파업을 한 게 낙방의 원인이었다고 하셨습니다. 

 

1940년 선생님께서는 일본 대정대학 고등 사범과에 입학하였지만 1941년 일제의 학도병 징병을 피해 중국으로 가셨기에 졸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간 편지 연락을 하고 지내던 은사님 댁에 기거하며 노동과 독학으로 지식을 쌓으며 생활하셨습니다.

 

1945년 해방되던 해, 은사님의 따님이신 정순희님과 결혼을 하셨습니다. 사모님은 당시 교원생활을 하였고 박봉현 선생님이 미남이시어 한 눈에 반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고국에 돌아오신 선생님께서는 다시 연희전문대학(지금의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셨지만 해방공간의 자주독립국가 건설의 바쁜 일정으로 학업에 충실하지 못 하신 듯 하였습니다.

 

1947년 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순창으로 내려와 교원생활을 하시다가 1950년 전쟁을 맞게 되었습니다. 같은 해 9월 일시적 후퇴하는 인민군을 따라 북녘으로 가셨고 온갖 전쟁의 참화를 겪으셨습니다. 전쟁 중에도 교육은 철저하여 선생님은 평양에서 재정건설전문학교 교원으로 봉직하고 1954년 조국통일 사업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오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60년 공안당국에 체포되어 국가보안법 등 위반혐의로 무기형을 선고받아 잔혹한 고문 등 사상전향공작을 이겨내며 32년 옥고를 치루시고 1991년 12월 처음으로 실시되던 ‘노약자, 병약자’에 대한 석방조처로 비전향으로 출소하시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학대와 제재 등 긴장이 이어지는 감옥에서도 틈틈이 꽃을 가꾸시는 일로 유명하셨습니다. ‘아무리 가혹한 탄압 속에서의 생활일지라도 아름다운 정서마저 빼앗길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채송화, 해바라기, 오이, 호박 등을 가꾸셨습니다, 당시 감옥에 함께 복역했던 민족문학작가회의 시인이며 전교조 해직교사였던 이광중 선생님이 ‘박봉현 선생님의 꽃밭’이란 제목의 시를 지었고 이 시는 양심수후원회 소식지 ‘후원회소식’의 표지시로 싣기도 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감옥을 ‘담안’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32년을 담안에 계시는 동안 사모님께서는 1991년까지 교원을 천직으로 여기시며 자녀들 교육과 옥바라지를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담안에 들어갈 때 막내 아들이 갓 100일이 지났는데, 그 아들이 아들을 낳은 아버지가 되어 있더군요. 내가 담안에 있느라 아이들을 돌봐주지 못한 게 물론 몹시 미안하지만 아이들을 불러놓고 이야기했습니다. ‘큰 사랑 안에 작은 사랑이 함께 하는 법’이라고 했다. 애비 노릇, 효자 노릇(선생님이 감옥에 계실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제대로 못했지만 조국사랑이란 큰 사랑 안에 부모님, 너희들에 대한 사랑이 깊이 새겨져 있었음을 이해했으면 한다. 너희에게 선물 한 번 못주어 미안하지만 이제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고 싶구나. 그것이 내 건강이다. 이것이 유일한 선물이다.” 

 

이렇게 선생님께서는 ‘조국사랑’이라는 그 무엇에도 우선하는 가치관으로 당당하고 의연하게 ‘담장’안에 계셨고 아무것도 선물로 줄 것은 없었지만 건강한 모습을 자녀들께 선물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의롭고 용기있는 이들에 한없이 자애로우셨고 사리사욕, 사대매국하는 자들에게 엄중하셨던 선생님, 이제 자녀들께 선물하려던 건강마저도 세월의 무게를 이길 수 없어 가시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이제 한 세기에 걸친 선생님의 조국 사랑은 남은 사람들에 맡기시고 편안히 잠드시기 빌겠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2017년 3월 26일, 민가협양심수후원회 권오헌 올림 

 

 

[추모시] 박봉현 선생님을 추모하며

                                          양희철

 

새싹 움돋는 춘분절 지내놓고
어인 행차 이리 바쁘시나요,
봄맞이 늦을세라, 목말라 기다린 봄인지라
당겨나 보시려고 나가 선 것인가요.

 

한창적 동북삼성 좁다스리 누비셨고
포부 길러준 곳 만주벌
꼰다운 평생반려 맞아 안으신
인연의 땅
툰드라 넘어 북극 얼음도 녹이시려
일찍 차비하신 건가요.

 

굴곡진 조국 그 주름 펴시려다
봄기운 하나 없는 조국의 이방지대
감옥살이 삼십이년
뼈깍이고 살저미는 옥살이 나날
그래도 봄을 만들어 펼쳤나니
현재는 슬픈 것, 우리는 미래에 사는 것
동지의 처진 어깨 추스리려 내일을 심으셨다.

 

허기진 동지 당신 밥 덜어주고
운동장 고욤잎 한 장, 쑥잎도 나누어 먹었다.
배골는 서러움 딛고 나와 보니
험한 세상 굴곡은 여전하더라
특유의 낙관주의 펼치시니
넉넉한 너털웃음으로
선생님의 베푸심으로
완산벌에 희망을 심으셨겠다.
박 봉 현 동 지!
부럽습니다.
아들, 딸, 소자녀 다 거느리시고
평생토록 함께 하신 사모님 계시오매
이 땅, 양춘의 봄 피우시려
촛불혁명 밝혔습니다. 이제
서럽지 않은 날 대동의 세상, 통일조국
펼쳐놓으시려니 걱정 부려놓으시고 
편히 쉬소서
조국은 그대를 기억하리니
영면하소서

 

 

[고 박봉현 선생 약력]

 

전라북도 순창군 유등면 창신리에서 1919년 6월 20일 셋째 아드님으로 출생
보통학교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
중학과정을 마치면서 '자본론' 등 많은 사회과학서적 탐독
1940년 일본 대정대학교 사범대학 입학
1941년 일제의 학도병 징병을 피해 중국행
1945년 정순희님과 결혼
1947년 연희전문대학 철학과 졸업 후 고향 순창에서 교원 재직
1950년 9월 일시적 후퇴하는 인민군을 따라 북녘으로 가심
       (평양에서 재정건설전문학교 교원으로 봉직)
1954년 조국통일 사업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오심
1960년 6월 20일 공안당국에 체포되어 국가보안법 등 위반혐의로 무기형 선고
1991년 12월 25일 잔혹한 고문 등 사상전향공작을 이겨내며 32년 옥고를 치르시고 당시 처음으로 실시되던 '노약자, 병약자'에 대한 석방조치로 비전향으로 출소
2001년 전북통일연대 고문
2005년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전북본부 고문
2017년 3월 25일 오후 5시 32분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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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으로 한반도 평화를"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창립 20주년 맞아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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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7  20: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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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를만드는여성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서울NPO 지원센터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김성은 이사장, 안김정애 상임대표, 김선혜 갈등해결센터 소장, 김정수 한국여성평화연구원장(왼쪽부터).[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여성의 시각으로, 여성을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운동에 천착해 온 '평화를만드는여성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평화를만드는여성회'(상임대표 안김정애)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NPO지원센터 1층 대강당 '품다'에서 20주년 기념 후원행사를 열었다.

김성은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나와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서 애쓰는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라며 "많은 선배님들이 평화운동을 시작하고 20년이 됐다.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해서 여성의 힘으로 특히, 남북의 문제를 여성들의 힘으로 해결하는데 보태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안김정애 상임대표는 지난 2015년 온전하게 성사되지 못한 '위민 크로스 DMZ'(Women Cross DMZ, WCD) 행사를 언급하며 "올해는 여성들이 북한까지 걷는다. 우리들 꿈이다. 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관계자들이 20주년 축하 떡케잌의 촛불을 끄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행사에 각계의 영상 축하메시지가 전달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는 남북여성교류, 한반도 평화정착, 일상의 평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며 "적극적인 평화는 전쟁을 막는다. 누구보다 우리 여성들이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위해,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평화를만드는여성회'는 여성평화 통일운동  엔지오로 여러 의미있는 일을 해왔다"며 "여성의 시각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연구해온 단체는 없다"고 창립 20주년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현재 남북관계는 불투명하고 교류협력은 더 힘든 상황"이라며 "그러나 평화를 위한 대화가 중단되어서는 안된다. '평화를만드는여성회'가 해주셔야 할 일이 많다. 모험과 시도로 분단시대를 극복하고 평화시대를 열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20주년 행사에는 여성계 인사 1백여 명이 참가했으며, 20주년 맞이 떡케잌 자르기 등이 진행됐다.

   
▲ 1992년 평양에서 열린 '민족대단결과 여성의 역할,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후 책임, 평화창조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에 참석한 이우정 선생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평화를만드는여성회'는 1991년 '아세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를 모태로 하고 있다. 당시에는 북한 여연구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이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평화를만드는여성회'는 1991년 남북.일본 여성들의 모임인 '아세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 한국실행위원회를 모태로 하고 있다. 이후 1997년 3월 '평화를만드는여성회'로 창립됐다.

이들은 20년동안 △평화만들기 바자회, △북한여성단체에 분유 26t보내기, △갈등해소와 관용형성 운동, △평화운동 여성지도자 양성, △반전평화운동 등을 펼쳐왔다. 최근 대표적인 활동은 2015년에 진행된 '위민 크로스 DMZ'(Women Cross DMZ, WCD)이다. 2008년 제13회 늦봄통일상, 제4회 이우정평화상, 2009년 UNEP Eco-Peace Leadership Programme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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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 훼손은 적폐 덮으려는 것

해수부는 박근혜의 몰락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 2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인근 사고해역에서 미수습가족이 반잠수선에 실린 세월호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 : 뉴시스]

박근혜가 지자 세월호가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절절한 이 땅의 바람이 하늘의 조화로 이어져 세월호 리본 구름이 온 국민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그러자 최근까지도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를 ‘종북’으로 매도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온갖 방해를 일삼던 수구보수정치인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옷깃에 세월호 리본을 달기 시작했다. 가증스런 짓이다. 리본을 달기 전에 일말의 반성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땅과 하늘의 조화만으로는 이 나라 관료들의 폐해를 막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해양수산부가 유가족과 국민의 우려와 요구를 귓등으로 넘기면서 세월호의 졸속 인양과 선체 훼손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자행한 대표적 적폐의 증거를 덮으려는 것이다.

27일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 4.16국민조사위원회가 공동으로 세월호 인양 긴급브리핑을 가졌다. 브리핑의 핵심 내용은 ▲인양과정 공개의 불투명성 ▲피해자 가족의 참여 제한 ▲해수부의 급속한 처리로 선체조사위원회의 인양 지도감독과 수습, 조사에 대한 참여가 제때 이뤄지고 있지 못한 점 ▲졸속 인양에 의한 유실과 훼손 우려 고조 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미수습자 유실을 막기 위한 유실방지망이 아예 설치되지 않은 곳이 101군데에 이르고 그나마 설치된 곳도 그물 구멍크기가 커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하였다. 또 이미 절단된 좌현 선미램프로 인하여 미수습자와 화물 유실 가능성이 높아졌고, 침몰 원인을 밝히는 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한다.

해양수산부의 이런 졸속 인양은 여러 가지 의문을 낳기에 충분하다. 2년여 동안이나 갖은 핑계를 대면서 인양을 미뤄오던 해수부가 갑자기 인양을 결정한 과정도 의문이지만, 정교하고 치밀해야 할 인양 과정은 자신들이 처음 제시한 4월5일 보다 앞당겨 무리하게 진행해 유실과 훼손 우려를 더욱 높이고 있다. 무엇 하나 국민으로부터 박수 받을 일이 없다. 나아가 유가족과 국민이 그렇게 반대하는 선체 절단계획을 여전히 강행하려 하고 있고, 선미램프 이외에도 스태빌라이저와 닻(앵커), 승강용 사달 등 여러 시설물들을 절단해 침몰 원인 규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해수부의 이런 태도는 정권교체가 분명해지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들어설 때 예상되는 세월호 인양 지체에 대한 책임추궁은 피하면서도 침몰 원인 규명은 어렵게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고질적인 관료주의 행태이다.

세월호 침몰과 수많은 희생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새 정부의 첫 번째 적폐청산 대상이다. 적폐청산의 핵심은 인적 청산과 진상규명 두 가지다. 인적 청산이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가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부정한 고위공직자, 민중을 개·돼지로 여기는 관료들을 퇴출시키는 것이고, 진상규명이란 세월호나 백남기 선생 사건처럼 권력에 의한 의혹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여 역사 앞에 바로 세우는 것이다. 삼성 등 재벌과 권력 간의 유착, 언론과 권력 간의 유착 역시 규명되어야 할 적폐의 하나이다. 특히 세월호 문제는 이 나라 적폐권력이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켰으면서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풍토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해수부는 박근혜의 몰락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인명구조 과정에서 제기된 숱한 의혹에서부터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고, 세월호 인양을 지체시킨 것도 모자라 선체를 훼손하고 증거를 유실시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음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유족과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지 말아야 한다. 유족의 뜻에 따르는 것만이 국민과 역사 앞에 바로 서는 길이다. 

현장언론 민플러스  webmaster@minplus.or.kr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icon4.16단체 “졸속인양 대국민 사과하라!”icon정부, 세월호 인양 고의로 지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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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직속 주택청 만들고 주거를 '복지'로 접근하라"

 
[정권교체 사용법] 조명래 단국대 교수 "'하우징 레짐' 교체로 이어져야"
이대희 기자     2017.03.28 10:48:31
 
5월이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국정 공백은 메우겠지만, 새 정부는 곧바로 험난한 내외적 도전을 이겨내야 한다. 
 
대외 요인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가 사드 배치 논란으로 인한 외교적 마찰 해소라면, 국내적 요인은 무엇보다 가계부채 문제로 상징되는 부동산발 경제위기 요인 해소다. 사드 배치 논란이 급성 질환이라면, 부동산 문제는 오랜 기간 묵은 숙환(宿患)이다. 당장은 덜 아파 보이지만, 실은 한국의 근본을 뒤흔드는 위협이다. 
 
지난 9년에 걸쳐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주택 분양과 관련한 온갖 규제를 해제한 데서 우리는 부동산을 둘러싼 강력한 이해관계가 한국 경제 숨통을 틀어쥐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말기, 부동산 급증세가 지속되자 정부가 꺼낸 종합부동산세 제도와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하향 규제에 보수 언론이 기를 쓰며 반발한 일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새 정부는 연말 15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심각한 가계부채 누적 문제, 30대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전세대출 문제, 날로 심화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자 문제, 2년 마다 집을 옮겨야 하는 임차인의 권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할까. 나아가, 우리 사회의 온갖 욕망이 뒤얽힌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 차원에서 고민하려면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할까. 
 
지난 23일 오후 서울시청 지하 카페에서 부동산 문제를 가장 근본적 차원에서 지적해 왔으며, 정치권의 주요 인물에게 부동산 정책을 조언해 온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를 만나 차기 정부에 바라는 부동산 철학을 물었다. 
 
첫 질문은 '차기 정부는 부동산 정책 기조를 완화 중심으로 가야 하느냐, 규제 중심으로 가야 하느냐'였다. 이 질문부터 우문이었다. 조 교수는 "'하우징 레짐(housing regime)'을 근본적 차원에서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을 '시장'으로 보는 한국 사회 구성원 모두의 철학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 규제냐 완화냐는 차원의 이야기는 필요치 않다고 했다. 부동산 철학을 긴 시간을 두고 근본적 차원에서 고민하지 않는다면, 규제냐 완화냐는 수준의 정책은 어떤 효과도 내지 못하리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 교수는 청와대 직속 기구로 가칭 주택청을 설치하고, 이 기구가 부동산 정책을 시장이 아닌 복지 차원에서 고민하게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집 개념을 소유물에서 임대물로 바꾸고,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하우징 레짐' 교체해야 부동산 변한다 
 
프레시안 : 정권 교체 기대감이 커지면서, 차기 정권이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함도 강해진다. 차기 정권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의 하나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꼽히는데, 일각에서는 규제 일변화에 따른 거부감도 읽힌다. 경기가 하강하는 상황이니 지나친 규제는 시장을 죽인다는 주장이다.  
 
조명래 : 당장 기자부터 부동산에 '시장'이라는 말을 붙였다. 그 말에서 현재 한국 부동산의 모든 문제점이 드러난다.  
 
차기 정부가 부동산을 규제해야 할 것이냐, 완화할 것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부동산 시스템이다. '하우징 레짐'이 문제다. 집을 시장으로만 보고, 주거권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현 체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게 핵심이다.  
 
프레시안 : 집을 시장으로 보는 체제는 왜 문제인가? 
 
조명래 : 주거 복지가 버려진다는 문제도 있지만, 시장 관점에서도 문제가 뚜렷하다. 가장 문제는 국토부를 중심으로 부동산 카르텔이 만들어져 정부 정책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국토부를 위시해 건설업, 금융업, 언론 등 부동산이해관계자가 부동산의 모든 가치를 산업 논리에 끼워 맞추고 있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가 문제,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 도입이 문제라는 식의 관점은 중요하지 않은가? 
 
조명래 : 근본인 하우징 레짐에 대한 고민이 없이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결국 부동산 공급 중심 정책에서 독립적일 수 없다. 이 시스템을 깨뜨리지 않는 한,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봤자 한계는 뚜렷하다. 국토 정책의 주도권은 계속 산업론자들이 쥐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차기 정부에 우리가 바라야 할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결국 '부동산 카르텔 깨뜨리기' 혹은 '하우징 레짐 전환'이 되겠다.  
 
조명래 : 그렇다. 이제 부동산을 바라보는 관점을 시장에서 주거복지로 옮겨야 한다.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다고 부동산 시장 죽는다는 식의 이야기가 정부에서 나오는 건 말이 안 된다. 
 
주거약자 버린 한국 부동산 정책 
 
프레시안 : 어떻게 해야 하우징 레짐을 바꿀 수 있나? 
 
조명래 : 해법을 말하기 전에, 우선 한국 하우징 레짐의 특징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체제는 자가주택을 사라고 끝없이 주문하지만, 정작 수요는 이를 따라가지 않는다. 자가주택 보유가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미 주택 실수요는 매매에서 임대 중심으로 옮겨갔다. 이미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 유럽 수준에 근접했고, 특히 젊은 세대는 주택 소유욕이 나이 든 세대보다 적다. 지금 집을 사는 사람 중에도 그간 지속된 정부의 대출 완화 기조, 치솟는 전세 임대료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임대 대신 매입을 선택한 이가 적잖다.  
 
또 다른 특징으로 저소득층을 완전히 주택 정책에서 배제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집이 소유의 대상이고 상품이니, 자연히 주택정책은 소득 3분위 이상의, 주택 구매력을 지닌 이들만 바라본다. 소득 2분위 이하 계층은 한국 주택정책에서 완전히 배재된다. 
 
정부가 임대 시장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도 현 하우징 레짐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주거약자가 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함에도, 아무도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 
 
서울 임차인의 평균 거주기간이 2015년 기준 3.5년에 불과하다. 반면 독일의 경우 12년에 달한다. 한국 자가주택 보유자는 11년이다. 주택 소유권자와 세입자 삶의 질 차이가 너무 크다.  
 
프레시안 : 한국 하우징 레짐의 특징을 요약하는 구체적 사례를 든다면?
 
조명래 : 공공임대주택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공공임대주택은 정부가 통제한다는 점, 주거약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은 연간 3만 호 수준에 불과하다.  
 
프레시안 : 국토부는 지난해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이 12만5000호였으며, 역대 최대치라고 발표했다.  
 
조명래 : 거짓 통계다. 그 중 상당량(4만3000호)이 대출 상품인 전세임대주택이다. 이건 공공임대가 아니다. 저소득층이 실제 입주하는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공급량은 오히려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진짜 공공임대주택은 연간 3만 호 수준에 불과하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가 공공임대 상품의 핵심으로 홍보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는 어떻게 보나? 
 
조명래 : 뉴스테이 실거주가 가능한 이가 누군가? 저소득층은 불가능하다. 재력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월세 아파트에 불과하다. 주거복지가 필요한 사람은 외면하고, 엉뚱한 정책에 세금을 쓰고 있다. 폐지해야 하는 정책이다.  
 

▲ 주거 약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은 점차 줄어들거나 제자리걸음을 한다. 주택 정책이 약자를 바라보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주거 복지 실현은 불가능하다. 박근혜 정부가 홍보한 '뉴스테이' 홍보자료집. ⓒ국토교통부


새 정부, 주택청부터 만들라 
 
프레시안 : 결국, 하우징 레짐 변화의 방향을 세부적으로 보자면 부동산 정책의 중심에 주거약자를 놓자는 것, 임차인을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 같다. 
 
조명래 : 그렇다. 그 같은 전환은 국토부가 할 수 없다. 청와대 직속의 가칭 주택청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부동산 카르텔인 국토부는 온갖 방법으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울 것이다. 새 정부가 정말 제대로 된 주택 정책을 펴고자 한다면 카르텔 권력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직속기구를 만들고, 이 기구에서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권이 변해도 주거복지를 전담해서 고민하는 기구가 있어야만 한국 부동산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프레시안 : '국토부 해체'로 요약해도 되나? 
 
조명래 : 꼭 국토부 해체가 아니라도 방법은 많다. 국토부에서 주거복지 관련 부서를 떼낼 수 있고, LH공사를 주택청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임차인 보호할 4대 정책 
 
프레시안 : 주택청을 설립한다면, 이 곳에서 어떤 주거 정책을 고민할 수 있을까? 당장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정책이 필요하지 않겠나? 
 
조명래 : 임대차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핵심은 임차인 권리 강화다. 전 국민의 절반이 임차인이다. 그런데 한국 임차인은 짧은 주거기간, 지나치게 오르는 전세 보증금 등으로 인해 불안한 삶을 산다. 집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한국인의 삶이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네 가지 정도의 제도 도입을 요구한다. 첫째, 임대료 관리다. 공공임대료, 적정임대료 기준을 만들자는 얘기다. 지금처럼 집 주인이 터무니없는 재계약 조건을 내걸어 임차인을 함부로 내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임대인의 재산권만 보호하지 말고, 임차인에게 대항권을 줘야 한다.  
 
둘째, 임대사업자등록제 전면화를 통한 임대소득 과세다. 우리나라 전월세 보증금 총액을 530조 원 정도로 추정한다. 예금금리를 2%만 잡아도 연간 10조 원이다. 이 보증금 거치 예금이익에 관한 과세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임대인이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로소득이다. 이 불로소득을 얻을 만한 사람, 임대사업자는 결국 재정적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강자가 약자로부터 가져가는 돈이 전혀 규제되지 않는 셈이다.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말이 되지 않는다. 등록제는 필히 시행해야 한다.  
 
셋째,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위해 장기주거가 가능토록 임대차 계약 기준을 바꿔야 한다.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해 임차인의 주거 기간을 늘려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략 2+2 방식(임차인이 2년간 거주한 후, 자동적으로 2년을 더 연장 가능토록 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3+3을 이야기한다. 우리 생애주기(중, 고교 3년제)에 더 맞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늘리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넷째,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립 및 임차인 법률 지원이다. 세 들어 살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전등이 깨질 수 있고, 집이 낡아 물이 샐 수 있다. 유럽의 경우, 대체로 이와 같은 여러 상황에 관한 조항이 임대차계약서에 꼼꼼히 기록된다. 우리는 어떤가? 달랑 종이 한 장뿐이다. 월세로 들어갈 때 임대인이 도배를 새로 해 주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임차인 부담이다. 이러니 임대차 관계는 법률적 계약관계가 아니라 재산을 매개로 한 권력관계가 된다. 갑을이 나뉜 상황에서 임차인은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세 들어간 집에 전기 문제가 발생해 닷새 간 전기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해 보자. 계약관계로 보면 나는 정당한 비용을 지불한 집의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만큼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한 법률적 협상이 진행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갑인 집주인에게 이를 요구하기란 어렵다.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지역별로, 권역별로 일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를 전면화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주택청을 신설해 주거복지 정책을 총괄하게 하고, 청 주도하에 임차인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아가야 한다고 요약된다.  
 
조명래 : 그렇다. 아울러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20%까지 늘려야 한다. 아주 기본적인 주거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이가 너무 많다. 당장 어렵다면 준공공임대주택(임대인에게 세제 혜택 등을 정부가 제공하는 대신 임대료 등을 직접 규제해 공공성을 높인 주택)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모든 개혁은 큰 변화를 수반할 것이다. 당장 임차인의 주거기간이 길어지면 이사업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고, 건설업체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주택청이 굳건히 서야만 이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장기적으로 부동산 철학의 중심을 시장에서 복지로 옮겨갈 수 있다.  
 
이 모든 개혁은 중장기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업계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산업 구조조정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주택청이 있어야만 장기 목표, 즉 사회적 약자의 주거권 보장 목표가 흔들리지 않는다. 
 

▲ 임대차 계약을 맺은 순간, 임차인은 2년 후를 두려워하며 살게 된다. 아무리 비싼 돈을 내도 말이다. 임차인은 약자다. ⓒ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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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문재인, 안희정,이재명 후보가 얼마나 득표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문재인 압승, 그러나 안희정과 이재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수도권에서 문재인, 안희정,이재명 후보가 얼마나 득표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임병도 | 2017-03-28 08:57:5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3월 27일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호남권 개표 결과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첫 번째 승자는 문재인 후보가 됐습니다. 27일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호남권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득표율 60.2%를 (142,343표) 기록해 과반을 넘어 압승을 거뒀습니다.

2위는 안희정 후보로 47,215표(20%)를 3위는 이재명 후보로 45,846표(19.4%)를 각각 득표했습니다. 그러나 2위와 3위의 격차는 불과 6% (1,369표)에 불과해 사실상 큰 의미는 없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호남에서 압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호남 민심이 정권교체를 위해 몸을 던졌다고 표현해도 무방합니다. 여기에 꾸준히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하며 선거를 준비했던 조직력 등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 호남 경선 사상 최다 득표’

 

▲2002년부터 2017년까지 호남 지역에서 열린 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결과

 

문재인 후보의 호남에서의 득표율은 민주당 호남 경선 사상 최다 득표이기도 합니다. 대선별로 경선 규칙과 선거인단 숫자 등이 다르지만, 문재인 후보가 득표한 60.2%는 호남에서는 처음 나온 과반 득표였습니다.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는 호남에서 38.9%를 득표해 이인제 후보의 31.3%를 넘어 ‘노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첫 경선지역이었던 제주에서 3위를 득표했던 노무현 후보 입장에서는 엄청난 결과였지만, 30%대 득표에 머물렀습니다.

2007년은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후보의 3파전이었습니다. 정동영 후보는 제주-울산, 강원-충북에서 잇달아 승리했고, 손학규 후보의 경선 불복 사태로 지지율이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과반을 넘지는 못하고 46.7%에 그쳤습니다.

2012년 문재인 후보는 광주-전남 경선에서 48.46%를 득표했습니다. 50%에 육박한 득표율이었지만, 대의원 투표에서는 손학규 후보(375표), 김두관 후보(215표)보다 적은 179표만 득표했습니다.

2017년 문재인 후보는 ARS 투표만 59.9%를 득표하고, 투표소 투표 65.2%, 대의원 투표 75.0%로 모두 60%를 넘었습니다. 호남 경선 사상 최다 득표인 동시에 2012년보다 훨씬 골고루 지지를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의당 투표수를 합쳐도 문재인 득표수에 못 미쳐’

 

▲국민의당과 민주당의 호남 지역 경선 투표수

 

26일에 국민의당 전북 경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압승을 거뒀습니다. 국민의당은 ‘완전국민경선제’가 흥행을 거뒀다며, 남은 대선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열린 민주당 호남 경선은 국민의당을 뻘쭘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현장 투표냐 ARS 투표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국민의당 총투표수 92,823표는 문재인 후보가 득표한 142,343표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안희정,이재명 후보의 득표수만 합쳐도 9만3000여표로 국민의당 총투표수를 넘습니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도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말은 남아 있는 ‘부울경’이나 충청, 수도권 지역에서 국민의당 현장 투표가 호남보다 적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국민의당 경선이 갈수록 저조해진다면, 짧은 대선 기간 때문에 본선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압승, 그러나 안희정과 이재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총선거인단을 대입한 호남권 득표율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구성

 

앞서 호남지역에서의 문재인 후보 득표율이 사상 최고라고 했지만, 이 득표율만 가지고 문재인 후보가 남은 경선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마지막까지 민주당이 국민의당 경선보다 흥행이 잘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총 선거인단은 214만 명입니다. 총 선거인단으로 호남에서의 득표수를 계산해보면 문재인 후보 6.64%, 안희정 후보 2.2%, 이재명 후보 2.13%, 최성 후보가 0.04%를 득표한 셈입니다. 27일 호남에서 23만여명이 투표했으니 대략 11% 정도로 아직도 89%가 남아 있습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충청권 6.4%를 가져가고 문재인 후보가 영남권 9.9%를 차지한다면 결국 남아 있는 격전지는 수도권이 될 것입니다. 수도권만 무려 56.5%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 더욱 치열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수도권에서 문재인, 안희정,이재명 후보가 얼마나 득표하느냐에 따라 결선을 가느냐 곧바로 대선 후보가 결정되느냐 판가름납니다.

경선이 국민의 참여와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대선 본선도 저조해집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경선에 참여하고 바라보는 모든 국민이 대통령 선거에도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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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교포들, 촛불정신으로 평화통일정권 수립 호소

유럽교포들, 촛불정신으로 평화통일정권 수립 호소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3/28 [06:3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5.17 청계광장 범국민촛불행동 집회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죄 아닌 죄명으로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고국방문을 거부당하고 있는 독일의 김성수 박사를 비롯한 유럽교포 인사들이 최근 시국과 관련해 우리 국민들에게 호소문을 보내왔다.

 

호소문에서는 세계인들의 눈으로 보아도 조국의 촛불시위는 성숙된 시민의식의 정화였다고 높이 평가하면서 그 정신을 발전시켜 평화적으로 조국을 통일할 수 있는 새로운 정권창출에 힘을 써 달라고 절절히 부탁하였다.

 

다음은 관련 호소문 전문이다.

 

[고국의 동포들에게 드리는 호소문]

 

고국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독일교포들은 70년대 박정희군사정권을 반대하는 민주화운동에서 시작하여 40년 이상 고국의 민주화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거의 일생을 바쳐 왔습니다. 그러나 박근혜정권은 합당한 근거도 없이 고향을 방문하고자 한 고령의 인사들을 인천공항에서 매정하게 추방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억울한 일을 겪었습니다.

 

독일을 비롯해서 유럽에는 40년 또는 50년 이상 독재정권의 방해와 탄압으로 고국의 고향땅을 밟아보지 못한 민주화-통일운동 교포들이 다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볼 때 요즈음 고국의 돌아가는 모습은 너무 황당하기만 합니다.

 

박근혜 정권은 역사상 가장 무능해 대한민국을 '이것도 나라냐"로 만들었고, 해내외 많은 사람들을 '정치의 희생물‘로 만들었습니다. 그 예로 세월호 침몰로 수백명의 희생자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수만명의 당원들, 개성공단 폐쇄로 수백 기업의 몰락, 수백명의 보안법 희생자들, 그외 우리들처럼 고국을 방문하려다 인천공항에서 추방당한 해외교포들…

 

우리는 더 없는 억울한 심정을 조국을 위한 몇가지 소망으로 풀어 보고자 합니다.

 

- 19차에 걸친 촛볼시위는 평화적인 성격과 성숙된 시민의식의 정화였습니다. 역사 발전의 참된 추진력을 실감했습니다. 이 추진력을 대선을 통해 정치권력으로 승화시켜 반세기 이상에 걸친 정치적, 사회적 , 경제적 적폐를 청산하고 개선하여 '나라다운 나라", '사람이 살기 좋은 화목한 나라" 건설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 세계는 근래 역사의 축이 민족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살길도 남북 민족의 화해와 통일 이외는 다른 길이 없어 보입니다. 대선 후 새 정권은 무엇보다 국가보안법 철폐, 남북 화해와 왕래 , 전쟁 위험의 해소, 자주통일노선의 확립 등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바랍니다.

 

- 남북은 분단의 어려운 조건에서도 과학기술, 경제, 문화예술, 체육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저력을 키웠습니다. 1000만의 해외 동포들도 세계 각처에서 많은 재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남북 해외 동포가 단결하여 합심한다면 우리 나라를 짧은 시간에 세계적인 모범국가로 건설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저력은 무궁무진합니다.  (2017년 3월 28일)

 

이종현(코리아협의회 자문위원) / 김대천(전태일기념사업회 초대회장) / 이지숙(의사, 615공동선언실천유럽지역위원회 전상임대표) / 김성수( 철학박사, 독한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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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29일께 영장심사

검찰,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29일께 영장심사

등록 :2017-03-27 11:30수정 :2017-03-27 12:05
 
 
소환조사 6일만에 “권한남용·비밀누설 등 사안 중대”
대부분 범죄 혐의 부인…향후 증거인멸 우려 상존”
21시간20분간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21시간20분간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가 27일 뇌물수수 혐의 등을 적용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지 6일 만에 내린 결정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29일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수본은 이날 “피의자(박 전 대통령)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 그동안 다수 증거가 수집되었지만, 대부분의 범죄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며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 된 점에 비추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런 사유와 제반 정황을 종합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다. 그간 수사팀 내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만큼 구속영장 청구를 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었다고 한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 같은 수사팀 의견 등을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한 지 6일 만에 ‘최종 결단’을 내렸다. 김 총장은 지난 23일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상황에 따라 판단돼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음은 검찰 특수본 구속영장 청구 관련 발표자료 전문

 

그동안 특별수사본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존 검찰 수사 내용과 특검으로부터 인계받은 수사기록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지난 주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하여 전직 대통령의 신병 처리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했다.

 

검토한 결과, 피의자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

 

그동안의 다수의 증거가 수집되었지만 피의자가 대부분의 범죄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 된 점에 비추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

 

위와 같은 사유와 제반 정황을 종합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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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갈망을 대신 짊어진 김...선...동

민중연합당과 김선동에게서 ‘희망’을 읽는 이유
 
김갑수 | 2017-03-27 09:03:5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우리의 갈망을 대신 짊어진 김...선...동
- 자주여! 회오는 이제 그만, 소망을 노래하자


나는 몰랐다. 고백하건대 5년 전 ‘경기동부’가 신문지상에 오르내릴 때, 웬 버스회사가 파업 같은 것을 한 줄 알았다. 그만큼 나는 바보에 가까웠다. 알고 보니 그것은 ‘자주’가 증발돼 버린 시대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자주의 불씨’였다.

그러나 여기에 역설이 있다. 바보 같은 나였기에 그나마 진짜를 볼 수 있는 객관적 눈이 남아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진보’라는 말을 석연하게 수용하지 않는다. 진보란 특정 이념이거나 정치세력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각성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유해야만 하는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자주’는 ‘진보’보다도 더욱 원천적인 인간의 가치덕목이다. 그럼에도 진보는 난무하지만 자주는 희귀해진 이 시대의 아이러니를 나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자주’는 내 눈에 흙이 닥쳐도 양도할 수 없는 가치관이다.

진보가 횡행하는 시대에 유독 김선동이 보이는 것은 그가 진보이면서 자주이기 때문이다. 나는 김선동을 잘 안다. 아니,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여러 번 그를 만났고 같이 방송도 했고 함께 술 마시며 노래한 적도 있다. 누구는 그를 장비나 관운장에 빗대기도 하는데 나는 견해가 조금 다르다. 굳이 삼국지에서 모델을 찾는다면 김선동은 제갈공명에 가까운 인물이다.

요즘 진보세력이 사분오열하여 형세가 미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름이 아까운 신문 <한겨레>는 김진태의 출마는 기사화하면서 아직 김선동의 출마는 외면한 채로 있다. 그러나 자주는 원래 적었고 당분간도 적을 것이다.

식민지 시대 무장항쟁세력도 그렇지 않았는가? 분단이 고착된 상황에서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는 한 그들이 정권을 잡을 리는 없다. 하지만 나는 자주를 지지한다. 왜냐하면 세상이 뒤집어지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김선동한테 미온적인 분들에게 알리고 싶다. 불과 5년 전 그대들이 어떻게 당했는지를 생각해 보라.

- 북한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대표부를 우리 국회 안에 파견한 격이 됐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종북주의자의 공식적인 원내 진출이 이뤄졌다.” (한국외국어대 김지영 외래교수)
- 당내 패권세력이 다시는 정치에 입문할 수 없게 하도록 문제의 씨앗에 불을 지를 것이다. (부산 금정구 참여계 의원 이청호)
- 당이 국민들에게 사망 선고를 받은 정도가 아니고 (사형이) 집행된 거나 다름없다는 공통 인식이 있다.... 이 당은 국민들에게 해로운 당이 됐다. (유시민)
- 자기정파의 승리를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우습게 보는 의식과 행태, 기가 막힌다. (조국)
어디 이뿐이랴?
- 이제 추태는 그만 부렸으면 한다. 무릎 꿇고 사과하고 눈물 흘리며 반성해도 시원찮을 판에, ‘언닌, 평양스타일’ 신나게 말춤이나 추고 있으니 정신병동을 보는 것 같다. (진중권)
-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는 무슨 염치로 대선에 나오려는 것인가. 국고보조금 30억 원을 노린다면 이정희 추방운동이 벌어질 것이다. (새누리당 논평)
얼마든지 더 있다.
-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합연대는 지금으로서는 어려울 것 같다. (문재인)
- 이정희는 대선 출마에 앞서 정파 변호사부터 그만 두어야 한다. (심상정)
- 이정희의 대선 출마는 당원과 국민에 대한 모욕이자 능멸이다. (노회찬)

민노당과 통합진보당을 함께 했던 동지들이여, 낡아빠진 이름 엔엘이여, 피디여! 지난 일을 회상한다 해서 우리에게 가슴을 쥐어박을 만한 회오(悔悟)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다. 사실 우리에게는 별 잘못도 없지 않은가? 유수처럼 흘러간 세월, 아쉬움도 없지 않은가?

5년 전 통합진보당의 대선후보가 사퇴했을 때 나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이정희의 전격적 사퇴는 외부 개입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문제는 그 ‘외부’라는 것의 정체를 확연히 모르겠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그것이 ‘폭력’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나는 사퇴 소식을 듣는 순간 전상국의 소설 <우상의 눈물>을 떠올렸다. 이 소설은 ‘물리적이고 표면적’인 폭력보다 ‘합리적이고 위선적’인 폭력이 더 무섭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오해하지 마시라. ‘물리적이고 표면적인 폭력’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위선적인 폭력’을 말함이다. 오늘의 진보를 갉아먹는 주범은 바로 이것이다. 왜 우리가 비자주적인 자유주의자들에게 잘 보이지 못해서 안달들인가?

김선동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투표로써 자주 정당 민중연합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되었다. 그리고 오늘(26일) 후보선출대회가 있는 것으로 안다. 기꺼이 목욕재계하고 참석하려 한다. 동지여, 친구들이여! 울분을 품고 대회장에 나가서 갈망을 풀어 보도록 하자. 우리의 갈망을 대신 짊어진 김선동이 여러분을 마중할 것이다.

 


 

민중연합당과 김선동에게서 ‘희망’을 읽는 이유
- 김선동 대선후보선출대회 관전기


“당원 동지들의 기대와 염원에 보답하기 위하여 온 몸을 다 바쳐, 지극정성의 마음으로 대선 승리를 향하여 완주하겠습니다.”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의 대선후보 수락연설은 ‘완주선언’으로 시작되었다. 2017년 3월 2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 모인 1,800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은 거듭거듭 “김선동”을 연호하며 그의 연설을 경청했다. (참고로 같은 날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정의당 전진대회’는 예상보다 약간 못 미친 250명 정도가 모였다고 한다.)

내가 정치인의 연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한 것은 이번이 평생 두 번째 일이다. 그런데 감동은 첫 번째보다 두 번째가 더 컸다. 내가 첫 번째로 경청한 연설은 1972년 장춘단에서 있었던 김대중의 것이었다. 또한 20대 초반의 김선동은 미국 문화원 점거 학생이었다. 나는 젊은 시절 그들에게 미안했고 콤플렉스를 느꼈던 기억이 있다.

연설 중반 김선동은 오늘의 보수야당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촛불항쟁으로 박근혜가 탄핵되는 역사적인 혁명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국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서도, 단 한 건의 개혁입법도 통과시키지 못한 야당에게 과연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김선동의 말대로 오늘의 보수야당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어서 그의 연설은 ‘자주민주통일론’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진보정치의 부활이란, 곧 자주, 민주, 통일의 부활입니다. ‘자주 없는 민주주의’는 속빈 강정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동의 없이 미국의 압력에 굴종하여 한미FTA를 체결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닙니다.”

맞는 말이다. 따라서 나는 FTA와 사드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사심 없이 김선동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FTA와 사드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정직한 삶의 태도가 된다. (예컨대 FTA, 사드에 반대한다면서 문재인을 지지한다? 이렇게 ‘수상한 진보’는 ‘성조기’ 이상으로 해롭다.)

이어서 김선동은 ‘노동 없는 민주주의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했고, ‘통일 없는 민주주의는 가짜’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이 헌법 위에 군림하고 종북몰이 마녀사냥이 횡행하는 사회를 어떻게 민주사회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마지막으로 김선동은, “우리가 언제까지 남의 논에 소작을 지어야겠습니까? 자기 논에 자기 모를 심어야 추수도 자기 몫이 됩니다. 남의 농사 쳐다볼 것 없습니다. 우리 농사 잘 지으면 됩니다.”라고 하면서 ‘김선동에게 주는 표는 결코 사표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하는 정치도 시간문제다. 중국인민혁명은 1921년 9명이 모여 시작했다. 1차 국공합작한 그들은 장제스의 위약과 불의의 공격으로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마오는 불과 1,000명도 안 되는 패잔병을 수습하여 정강산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머잖아 권토중래했다. 지금 중국 공산당의 당원 수는 1억 명을 육박한다. 조만간 그들은 세계의 지도자급으로 부상하려고 준비 중이다.

1956년 쿠바 시에라마트라에 살아남은 젊은이는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를 포함하여 12명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불과 3년 후 혁명에 성공하여 카스트로는 총리, 체 게바라는 산업부장관으로 올라섰다.

그러니 기껏 해야 3,4만도 안 되는 이른바 ‘운동권 진보’에만 연연하지 말라. 내가 보기에 그들 중의 상당수는 타성에 젖어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진보보다는 보수 설득하기가 더 쉽다.

이 나라에는 4,000만이 넘는 유권자가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 중의 99%는 민중이다. 그러니까 ‘진보 대중화’니 ‘생활 진보’니 하는 옹졸한 수사법으로 진보를 미화하는 데에 눈길을 줄 필요도 없다.

스케일을 확 벌려 ‘민중의 바다’로 곧장 뛰어들어야 한다. 대선까지는 50일이 남았다. 민중연합당 당원 수는 3만이 넘는다고 한다. 돈 없는 소수는 진지전보다는 유격전이 유효하다. 선거에서 유격전이란 직접 만나서 각개격파하는 것이다.

3만 명 개개인이 하루 한 명씩만 목표로 삼아 표 작업을 한다면 대선일까지 150만 명 이상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150만 표, 즉 4~5%만 득표하면 망외의 소망을 이루는 것이다.

[부언] 대회 행사가 시종일관 대단히 수준 높고 원활하게 치러지는 것을 보고 민중연합당이 불과 1년 사이에 크게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름 없는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투한 노력이 집체된 것이라고 생각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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