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박근혜 4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

“박근혜 4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
 
 
 
편집국
기사입력: 2017/02/15 [07:5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25일 민중총궐기 투쟁을 진행할 것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 민중총궐기투쟁본부 페이스북)     © 편집국

 

박근혜의 4년차 취임일인 2월 25일 박근혜 4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라는 제목으로 민중총궐기가 열린다.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는 14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중총궐기 개최를 선언하며 박근혜 정권 4년의 완전한 청산 촛불민심에 따른 2월 탄핵 박근혜 적폐 청산과 인적 청산 근본적 변화를 바라는 국민요구를 위한 대선투쟁 결의 등의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투쟁본부는 이 땅의 민중에게 박근혜 4년은 먹고 살기 힘들이 살 수가 없고전쟁날까 두려워 살 수가 없고폭압에 숨이 막혀 살 수가 없었던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년이었다고 규정했다투쟁본부는 현 상황에 대해 박근혜는 국민의 명령을 거부한 채 청와대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으며황교안과 그 내각은 대통령 놀음을 계속하며 국민에 의해 심판받은 박근혜정권의 적폐들을 온존시키려 몸부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쟁본부는 헌재를 향해 박근혜 퇴진은 움직일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고탄핵은 그 하나의 수단이며헌재가 해야 할 일은 박근혜의 탄핵 여부를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투쟁본부는 탄핵소추안을 기각하거나불필요하게 탄핵을 지연시켰을 경우헌재는 이후 발생할 엄청난 후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쟁본부는 박근혜 일당의 탄핵 저지 시도와 민의를 거역하는 관제어용 단체들의 추태에 맞서, 2월 탄핵을 요구하는 대규모 농성과 매일 실천을 전개하고박근혜 퇴진과 탄핵을 요구하는 각계 시국선언을 확대해 나가며전국 캠페인을 통해 국민의 힘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투쟁본부는 20~24일 중에 민중총궐기 성사를 위한 탄핵행진(탄핵올레), 현수막 게시매일 촛불집회각계 시국선언전국 동시다발 선전전 등 집중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 기자회견후 청산해야 할 정책들을 박근혜 적폐 수거함에 넣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사진 : 민중총궐기투쟁본부 페이스북)     © 편집국

 

----------------------------------------------------------------------

[기자회견문]

 

새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나탄핵소추된 박근혜의 4년차 취임일인 2월 25일이 다가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메르스 사태사드와 위안부 야합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강행개성공단 폐쇄와 대북 전쟁불사 정책친일독재미화 역사교과서 국정화부자감세와 친재벌 정책노동개악전교조 탄압공공부문 성과퇴출제 강행묻지마 쌀개방과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살인 진압부동산 거품 부양과 노점 및 빈민탄압묻지마 원전 강행과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이 땅의 민중에게 박근혜 4년은 먹고 살기 힘들이 살 수가 없고전쟁날까 두려워 살 수가 없고폭압에 숨이 막혀 살 수가 없었던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년이었다.

 

이러한 반민주반민생반평화반통일 폭주에 맞서 민중은 박근혜 퇴진 투쟁에 떨쳐 나섰고그 결과가 바로 지난 연말의 1,000만 촛불과 박근혜 탄핵소추안의 압도적 가결이었으며우리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지난 2015년 11월 13만 민중총궐기 투쟁총궐기 당시 경찰의 살인 물대포에 맞아 지난 9월 운명하신 백남기 농민에 대한 강제부검 저지와 책임자 처벌 투쟁그리고 2016년 11월 12일 민중총궐기 투쟁을 통해 이 위대한 국민 항쟁의 도화선으로 기능하고분노한 민중을 투쟁으로 안내하는 영광스러운 역할을 수행하였다.

 

박근혜 일당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었다면탄핵을 기다릴 것도 없이 스스로 물러나 처벌을 기다렸을 것이며부역의 책임을 지고 벌써 물러났을 것이다그러나 박근혜는 국민의 명령을 거부한 채 청와대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으며황교안과 그 내각은 대통령 놀음을 계속하며 국민에 의해 심판받은 박근혜정권의 적폐들을 온존시키려 몸부림치고 있다.

민주주의와 민생평화의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는 박근혜와 그 일당들의 알박기버티기에 대해 우리는 분명히 경고한다.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

버티면 버틸수록퇴진 이후는 더욱 혹독할 것이다!

헌재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박근혜를 2월 내 탄핵해야 할 것이다박근혜의 잔당들과 수구세력들은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을 운운하고야당의 일부 대선주자들은 이에 부화뇌동하고 있다.

당치도 않은 궤변에 불과하다박근혜 퇴진은 움직일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고탄핵은 그 하나의 수단이며헌재가 해야 할 일은 박근혜의 탄핵 여부를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다!

국민의 명령을 거부하고 탄핵소추안을 기각하거나불필요하게 탄핵을 지연시켰을 경우헌재는 이후 발생할 엄청난 후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우리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박근혜 일당의 탄핵 저지 시도와 민의를 거역하는 관제어용 단체들의 추태에 맞서, 2월 탄핵을 요구하는 대규모 농성과 매일 실천을 전개하고박근혜 퇴진과 탄핵을 요구하는 각계 시국선언을 확대해 나가며전국 캠페인을 통해 국민의 힘을 모아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오는 2월 25일 대규모 민중총궐기를 개최하여 민의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보여줄 것이며박근혜의 퇴진과 탄핵을 확정할 것이다.

 

모이자, 2월 25광화문에서!

민중의 총궐기로박근혜 정권 끝장내자!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 퇴진을 확정하자!

1,000만 촛불의 힘으로 민주민생평화의 새로운 사회로 힘차게 나아가자!

 

2017년 2월 14

민중총궐기투쟁본부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정남 암살, 박근혜의 망명공작 때문일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02/15 10:28
  • 수정일
    2017/02/15 10:2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추측이지만 김정남의 망명 공작은 박근혜가 만져볼 수 있었던 카드
 
임병도 | 2017-02-15 08:54:3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TV조선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여성 2명에게 피살됐다고 보도했다. ⓒTV조선 캡처

 

김정은의 이복형이자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TV조선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여성 요원 2명에게 피살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나오자 청와대는 ‘외교안보부서에 확인 및 대응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정보당국 입장은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이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이고, 수사 결과를 공식적으로 통보받기 전까지는 정부 입장을 발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TV조선과 외신 일부에서 나온 소식만으로 김정남이 암살당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확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과연 김정남이 김정은에 의해 암살됐는지 하나씩 검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김정남 피살, 믿을만한 소식인가?

 

▲BBC가 보도한 김정남 피살 소식 ⓒBBC캡처

 

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외신을 찾아봤지만, 보도한 곳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김정남의 피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룬 주요 외신은 로이터 통신이었고, 이후 2월 15일 새벽에 BBC에서도 보도가 됐습니다.

외신들이 김정남 피살 소식을 인용 보도한 곳은 말레이시아의 ‘The star’와 TV조선,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었습니다.

TV조선과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제외하고 외신들과 말레이시아 통신사들의 보도만을 놓고 본다면 김정남의 피살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② 김정남은 독침으로 암살됐나?

 

▲연합뉴스는 김정남 피살 소식을 다루면서 독침에 의해 암살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기사 내에 암살용 독총 이미지를 삽입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캡처

 

TV조선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2명의 여성에게 독침을 맞고 살해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독침으로 암살됐다며, 기사 내에 ‘북한 암살용 주요 독총, 독침 제원’을 그래픽으로 삽입했습니다.

한국 언론이 김정남이 독침에 맞아 암살당했다고 보도한 것과 다르게 외신은 피살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합니다.

말레이시아 ‘The Star’와 인터뷰한 경찰관은 ‘누군가 김정남을 뒤에서 움켜 잡고 얼굴에 액체를 뿌렸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통신사 베르나마에 따르면 ‘액체가 묻은 천으로 얼굴을 가렸다’고 밝혔습니다.

외신을 종합해보면 김정남은 공격을 받아 고통을 호소했고, 공항 병원에 있다가 시내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사망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사인은 시체 부검을 끝나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③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사망한 북한 남성. 김철 이름의 여권 사용

 

▲말레이시아 경찰 보고서에는 공항에서 사망한 북한 남성이 ‘김철’이라는 이름으로 된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되어 있다. ⓒThe star 캡처

 

말레이시아 ‘The star’가 보도한 말레이시아 경찰 보고서를 보면 공항에서 사망한 남성이 소지한 여권을 보면 이름은 ‘김철’, 여권번호는 ‘836410070’이었습니다.

여권에 명시된 생년월일은 1970년 6월 10일이었고, 출생지는 평양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김철’이라는 이름은 김정일 애도 기간에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총살당한 인민무력부 부부장과 동일합니다. 생년월일과 이름만 놓고 본다면 김정남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김정남이 위조 여권을 사용했던 경력을 놓고 본다면 이번에도 위조 여권을 사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피살된 북한 남성이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이 위조 여권 때문이라고 외신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④ 김정남의 암살, 김정은이 지시했나?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이 김정남을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캡처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는 북한 정권이 김정남을 살해한 것으로 강하게 믿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당국자는 구체적인 증거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고, 정확한 사망 원인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말한 북한 정권은 김정은을 말합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자신의 권력을 뒤흔들 수 있는 작은 불씨라도 그냥 놔두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문이 듭니다. 장성택 처형 등 반 김정은 세력을 숙청했던 시기에도 충분히 암살할 수 있었는데, 왜 하필 김정남을 지금 암살해야 했을까요?

⑤ 김정남의 암살, 박근혜의 망명공작 때문일까?

김정남의 암살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는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대북 비선은 김정남이었다’라고 보도합니다.

주간경향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이 주고받은 편지는 ‘김정남-장성택 비선’을 통해 전달됐다고 합니다.

 

▲2002년 박근혜 당시 의원의 방북 사진들 ⓒ오마이뉴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MB정권 국정원이 대선을 앞두고 김정남의 망명을 추진했다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대선을 앞두고 MBC가 김정남과의 인터뷰를 추진하는 등 박근혜를 당선시키기 위한 정치 공작이 시도됐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심판 중입니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결정되기 전에 어떤 이슈가 터져 나와야 극우세력을 결집하고 지연 전략을 펼칠 수 있습니다. 가장 유용한 카드가 김정남의 망명일 수도 있습니다.

김정남이 한국으로 망명하고, 대북 소식을 쏟아 낸다면 탄핵정국을 반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만약 김정남이 김정은의 망명 움직임을 포착했다면,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며칠 동안 대한민국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추측이지만 김정남의 망명 공작은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도 충분히 만져볼 수 있었던 카드였다고 보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256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3월 1일 서울·내년 평양, 강제징용노동자상 세운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17.02.14  23:45:35
페이스북 트위터
   
▲ 미츠비시 조선소에 강제징용 노동자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김한수 할아버지는 1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통한의 증언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왜놈들에게 끌려가서 사람이 입으로 먹을 수 없는 음식, 썩은 콩깻묵을 먹어가면서 그들의 노예가 되어서 지냈던 그 과거를...우리 민족은 결코 다시는 그런 길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황해도 연백 출생으로 1945년 부산을 거쳐 나가사키의 미츠비시 조선소에 끌려가서 고초를 겪었던 김한수 할아버지(100살)는 1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떨리는 음성으로 통한의 강제 징용을 증언했다.

“먹을 거라고 주는 것이 콩깻묵을 갈아 안남미에 섞어서 도시락에 담아 주었는데, 끈기가 없으니까 뒤집으면 주르르 흘러내렸다. 나중엔 그마저 먹을 것이 없으니까 싹싹 핥아 먹었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도 먹지 않았다.”

“발가락이 으스러져 안에서 빠각거리는 소리가 들릴 지경인데도 병원에서는 조금 있으면 낫는다며 충분히 일할 수 있으니까 나가보라고 하더라. 그때 몹시 울었다. 내 발가락 하나 아파서 운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은 왜 이렇게 쓰라린 고통 속에서 말없이 당해야만 하는가 원망도 있었다.”

1939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강제징용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780만 명이 동원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시 전체 조선인구의 1/3에 달하는 규모였다.

일제의 만행으로 죽어나간 영혼들은 결국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일본의 바다와 땅에 스러졌다. 식민지에서 제국의 노동자로 억울하게 죽어간 조선인들은 해방 72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골이 되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

“아직 우리는 해방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숙연한 분위기속에 진행된 이날 발족식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지난해 8월 23일 일본 교토의 단가망간기념관에 ‘일제 강제징용 조선인 노동자상’을 건립한 이후 오는 3월 1일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경남, 제주도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확산하기 위한 첫 걸음을 뗀 행사이다.

서울에서는 3월 1일 용산역 광장에 설치할 예정이며, 보다 폭넓은 각계의 참여를 위해 3월에도 계속 추진위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평양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세우기로 북측과 합의한 상태이다.

박석민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평화의 소녀상이 일제의 식민 지배를 몸으로 알게 했다면,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연대의 상징이 되도록 하겠다”며, “압제와 노예적 삶으로부터 해방을 꿈꾸는 상징이자 새나라를 세우는 역사에 노동자들이 앞장서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1월 24일 제26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조국이 해방된 지 72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정부는 일제의 범죄적 행위를 청산하고 이를 바로 세우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 미명하에 일제 침략 역사에 침묵하고 있지만 잘못된 과거는 사죄와 반성으로 마침표를 찍을 때 청산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청산의 힘으로 올바른 미래지향적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을 시작으로 2018년 평양건립을 마무리할 때까지 강제징용의 역사가 제대로 밝혀지고 일본의 공식 사죄와 배상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일제 잔재 세력들이 국정농단과 헌법유린을 자행하고 있는 반역의 시기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세우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또 “천만 촛불이 타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정교과서와 위안부 졸속합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중단되지 않는 현실에 분노한다”며,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 투쟁에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직무대행은 지난해 일본 당국의 입국거부로 인해 단가망간기념관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식에 참석하지 못한 일을 ‘평생 잊지 못할 일제 만행’이라고 언급하고는 “올해 서울, 내년 평양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설립하는 일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 윤경로 한성대 전 총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친일인명사전 편찬 사업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윤경로 한성대 전 총장은 격려사를 통해 “양대 노총이 마음과 뜻을 모아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세우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치하했다.

윤 전 총장은 “엄혹한 일제시기를 기억하면서 조각상으로 많은 대중에게 선보이는 일에 함께 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으며, 노동문제뿐만 아니라 남북·민족·통일문제를 함께 한 것도 큰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늘 외국군대의 주둔지였고 1939년 본격적인 강제징용이 시작되면서는 첫 출발지였던 용산역 광장을 설치 장소로 정해 갇혀진 기념관이 아니라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읽도록 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며,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이 큰 반향을 일으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노동자상 건립은 과거를 되새기는 일일 뿐만 아니라 미래를 열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내년 평양 건립을 통해 남북관계 소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한수산 소설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소설 ‘군함도’를 쓴 한수산 소설가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소식을 접한 저의 첫 소회는 ‘너무 늦었다’는 것”이라며, “과거사는 그 피해 당사자가 살아있을 때는 피 흐르는 현실이며 오늘이지만, 하나 둘 피해 당사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것은 화석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제를 기억하는 자들에게만 내일은 희망이다”라는 믿음으로, 또 “시작은 언제나 새롭다”는 격려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에 지지의 뜻을 보탰다.

   
▲ 김복동 할머니.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올해 92살이 되는 김복동 할머니는 15살 되던 해 군복 만드는 공장으로 간다는 말에 속아 일본 패망 때까지 끌려 다니다가 싱가포르 미군 포로수용소에서 조선인임을 밝히고 조선으로 들어온 일생에 대해 설명한 후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위해 써 달라며 양대 노총에 직접 기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제작한 김서경 작가는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새를 노동자의 어깨에 앉히고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죽어간 억울한 죽음을 위해 비석 모양으로 다리 아래를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상 주변의 네 기둥에는 함께 기억하겠다는 500~700명 정도의 명판을 별도로 새길 예정이다.

이날 발족식에서 가수 이지상 씨는 '만주벌에서 풍찬노숙하던 조선청년의 이야기'와 지난 2010년 충남 당진의 한 공장에서 용광로에 빠져 생을 마감한 29살 청년노동자를 기리며 지어진 시 '그 쇳물 쓰지마라'를 창작곡으로 만들어 선보였다.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 발족 선언문(전문)

오늘 우리는 강제징용으 비롯한 과거 일제의 죄행을 밝혀내고, 그로 인한 수많은 고통과 희생을 기억하며, 우리 대에 이 모든 비극의 역사를 청산하자는 결심으로 이 자리에 섰다.

그것이 가해자이던 피해자이던, 역사를 제대로 ‘정의’하고 ‘반성’하며 ‘기억’하는 것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의무다. 비극이 치유될 때, 비로소 새로운 내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1931년 만주침략, 1937년 중국침략, 1941년 태평양 도발로 이어지는 일련의 전쟁속에서 일제의 조선인에 대한 수탈과 탄압은 더욱 가혹해졌다. 특히 1939년부터 시작된 강제동원으로 인해 일제의 노동력 수탈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진행되었다.

일본은 물론 사할린, 쿠릴열도, 저 멀리 남양군도까지 끌려갔다.

그렇게 글려간 조선인들은 광산, 농장, 군수공장, 토목공사 현장과 같이, 가장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속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그들은 하루 15시간 가량의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각종 명목으로 임금조차 제대로 지불받지 못했다. 하루 두 끼의 식사 역시 제대로 된 밥이 아니었고 숙소를 비롯한 모든 환경은 열악하여 영양실조와 질병이 창궐했으나, 치료조차 못 받은 채 사망자는 속출했다.

살인적인 기아와 노동환경에 탈출을 시도한 노동자 역시 살아남기 어려웠다. 그뿐인가, 원폭 피폭과 공습, 함포 사격 등에 희생된 노동자 역시 셀 수 없다.

그러나 더욱 끔직한 사실은, 그 엄청난 고통과 희생의 역사가 가해자인 일본에 의해 왜곡되고 있음이요, 피해 당사자인 한국 정부 역시 암묵적 동조를 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과 회피는 비단 피해 당사자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과 회피의 이면에는 군사대국화라는 목적이 도사리고 있고, 이는 다시금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에 심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군사력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더욱 심각한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피해 당사자인 우리의 문제이다. 지난 9년동안 한국 정부의 입장은 매우 모호했다. 독도 영유권 문제에서부터 한일 위안부합의, 나아가 역사교과서 문제까지, 소위 ‘미래지향적 관계’라는 이유로 한국 정부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회피에 동조해왔다.

그 뿐인가, 소위 ‘북핵’에 대한 대처라는 이유로 한미일 군사동맹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했다.

지난해 11월 전국 곳곳에서 밝혀진 촛불은 비단 박근혜정권의 퇴진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어둠을 밝힌 수백만의 촛불은 박근혜 정권 퇴진과 함께,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적폐청산’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적폐란 무엇인가. 더 이상 감춰지지도 않고 감춰서도 안된느 과거사를 청산하는 것이다. 올바른 과거사 청산이야말로 정상적이며 올바른 미래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오는 3월 1일 서울에 두 번째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건립할 것이다. 2016년 일본 교토 단바망간기념관에 건립한 첫 번째 노동자사항에 이어, 2017년 서울, 2018년 평양까지 우리의 노력과 실천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 억울하게 고통받고 희생된 조선인 노동자를 기리고,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죄를 촉구하며, 올바른 과거사 청산을 이루어나가자. 다시는 이 땅에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아내고 평화로운 동북아시아의 질서를 만들어나가자.

2017년 2월 14일(화)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 

[관련기사]

 
이승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사드배치 결사반대 제175회째 김천시민촛불집회

‘NO사드’와 ‘대보름달’ 촛불사드배치 결사반대 제175회째 김천시민촛불집회
▲ 김천 사드반대 촛불집회에서 11일 촛불로 'NO 사드'와 대보름 달을 만들었다.

대보름날이다. 집회장에는 ‘NO사드’와 ‘보름달’ 촛불이 켜졌다. 칭찬 1호였던 남면 두 여인 중 한 명이 없기에 “짝지는 어디 갔어요?” 물었더니 “오늘 생일이라 아들네 갔어”했다. 앞에 앉은 한성호님이 “아니, 내일 나오면 탄핵해야겠어.” 농을 했더니 “안 그래도 사드 집회 나가야 된다고 안 한다 했더니 아들이 그럼 집으로 온다 해서 할 수 없이 갔어”하고 감싸주었다.

그러는 동안 지신밟기가 시작되었다. ‘사드배치 결사반대’, ‘평화는 이 땅에’, ‘사드는 미국으로’, ‘평화 오라’는 만장이 앞서고 풍물이 뒤따른다. 아이들도 신이 나 따라다닌다.

풍물이 끝나고 오늘의 사회자 김동기 YMCA 이사가 우리의 소원을 큰 소리로 외쳤다. “사드야 가라! 사드야 가라! 사드야 가라!” 내 앞 자리에 앉은 분들은 둥그렇게 모여 막걸리도 한 잔 나누면서 “사드 가고 잔치 하는 분위기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 하며 웃으신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 정월 대보름을 맞아 촛불집회에 앞서 지신밟기를 하고 있다.

가끔 운영팀이 돌아다니면서 즉석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집행부에서 ‘어르신과 천사들 또 우리 모두 한 해 건강하고 사드반대 하자’고 마음모아 직접 준비한 오곡밥도 돌렸다. 시장에서 안 사고 쌀은 정아무개님이 20킬로 제공하고, 200인분을 함수연님이 하루 종일 집에서 준비하고 포장을 해서 돌린 것이다.

‘그네는 아니다’ 율동. 어른 넷, 아이 다섯이 함께 했다. 우리 아이들은 성주 아이들과 달리 놀이방에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나와서 뛰어다니는 걸 좋아한단다.

서울에서 온 렛밴드. ‘나의 노래가’, ‘네 꿈을 펼쳐라’, 그리고 김광석 노래 메들리를 불렀다. 몇 년 전 방천에 있는 ‘김광석 거리’를 간 적이 있다. 거기에 김광석 약력이 간단히 적혀 있었다. 5살 때인가 교원노조로 해직된 아버지가 가족들을 이끌고 서울로 이사했다고 간단히 적혀 있는 걸 보는 순간 가슴이 아팠다. 고단했던 삶이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4.19혁명 이후 교사들은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한 자신들을 반성하며 바른 교육을 하고자 교원노조를 조직했지만, 5.16 쿠데타로 무너지고 많은 교사들이 감옥에 가고, 수년간 해직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 대다수가 대구경북 교사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하긴 수유리 4.19 묘역에 김천고 학생들이 많이 묻혀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 율동맘과 아이들의 공연이 펼쳐 졌다.

오늘 박사모 차가 두 대 서울로 갔다는 소식은 매우 절망적이다. 사드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 김천 시민으로서 그를 막기 위해 평화광장에서 저항하는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다. 마지막 앵콜곡은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창원 대학생 겨레하나 소속 학생들이 나왔다. 오늘 농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집회에 나왔다. “사실 처음 사드배치 발표를 보면서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데모 한 번 안 하시고 사시던 분들이 똘똘 뭉쳐 싸우는 걸 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했다. 그 뜨거움이 우리 머리, 가슴, 발을 움직여 여기까지 왔다. 오늘 감천, 농소면을 돌면서 사드 막을 수 있다, 다시 한 번 힘내서 싸우자 홍보했더니 호응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제는 끝났다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그 지친 분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생각해서 열심히 홍보했다. 우리의 힘으로 뚫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힘으로 사드를 막아내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그런 힘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하고 구호를 재미있게 했다.
“쫌 가라, 미국 사드!”
“우리는 강하다. 사드배치 저지하자!”
젊은 피를 본 어른들의 반응이 뜨겁다. 19일 다시 오겠단다.

새롭게 칭찬 릴레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첫 번째는 남면의 두 여인, 누구보다 일찍 와서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앉은 분들. 원래 네 분이었는데 나이 드신 두 분은 겨울 들어 쉬게 하고 두 분만 나온다. 두 번째는 늘 “투쟁! 우리가 주인이다!”고 외치는 한성호님과 그 부인. 부부는 매일 집회에 참석하고, 서울 집회나 롯데마트 앞 1인 시위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오늘은 칭찬릴레이 3번째, 주인공은 맛깔지게 욕 잘하는 할머니. “시민 여러분 저 달님 보세요”해서 보았더니 정말 둥근 보름달이다. “이 자리를 피해도 편하도 안해요. 몸이 아주 아파서 못 오는 사람도 있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다 마음 가지면 아픈 것도 없어져요. 지금 대통령과 국민이 전투를 하고 있어요. 대통령은 돈이 많고 국민은 겨우 벌어 생활하고 사는데. 달님 이 정부와 국민의 싸움 빨리 해결해주세요. 대통령 망할 X은 내려와야 해요. 탄핵됐는데 방 안 빼고 앉았어. 미안하다고 빨리 나와야지 왜 그 자리에 앉았어. 지 혼자 망하지 왜 국민들 애를 먹이요? 한 이틀 못 와 애가 터졌다. 간다, 가서 죽으려도 가자는 마음으로 온다. 생명 걸고 해야죠. 정성이 지극하면 몸이 좋아진다. 저승사자도 우리 못 데리고 간다. 열심히 하자. 간부들이 건강해야지 걱정이다. 우리가 싸워야지. 국회의원, 시의원, 시장 왜 들어앉았나? 저도 시민인데 나와야 되지. (여기) 나온 사람들을 시의원, 도지사 시키자.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열심히 정치를 바로잡고 죽읍시다.” 그야말로 사이다 발언~ 환호와 박수.

구미서 온 김병기님이 “멋진 음악으로 힘찬 응원”을 하겠다며 ‘잃어버린 우산’을 색스폰으로 연주했다. 자주 온다고 앵콜은 사양한단다. 평화나비합창단이 ‘민들레처럼’, ‘동지가’를 불렀다. 오늘은 많이 나왔고 소리도 잘 나왔다.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데도 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내가 가야할 저 투쟁의 길에/ 온 몸 부딪히며 살아야한다 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최용정 공동위원장이 나와서 오늘 삼동연수원에서 있었던 원광대병원 봉사활동에 대해 보고를 했다. 안 그래도 1년에 한 번씩 추적검진을 받으러 가야 하는데 시간을 못 내던 차였다. 초음파 검사하고, 다행히 깨끗하다는 진단을 받아 안심을 했다. 돌아오는 버스를 타는데 사람이 너무 없었다. 운곡 아지매가 “오늘 마을 잔치라 혼자만 살짝 나왔다. 그냥 토요일이면 모르겠는데 오늘 보름이라서...”라고 했다.

교무님의 말씀. “많이 오셨으면 했는데 많이들 안 오셔서... 만족하셨나요?(예!) 마음먹고 준비했다. 오늘 200여 명 다녀갔다. 170여 일 동안 바닥에서 힘드셨으리라 생각해서 원광대병원에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져서 이분들에게 감사하다. 박수 한 번!”
“마음은 따뜻하게 모든 액운 물리쳤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드는 미국으로 가져가라! 우리는 필요 없다. 다 가져가라!”
“우리더러 돈 받는다고 한다. (지 돈 내고 집회 오는 우리들에게!) 별 소리를 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은 한결같다. 생존권을 달라. 우리는 이 소중한 땅을 잘 지키면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책임이 있다. 한반도, 전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여 이 찬 바닥에서 외치고 있는 것이다. 보름을 맞아 우리 다함께 원만한 마음으로 끝까지 미워하지 말고 평화를 외치자. 더욱더 건강하시고 평화를 외칩시다.”

율동맘 셋이 나왔다. 왜 아이들이 따라 나오지 않는지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발랄한 대중가요에 맞추어 율동을 한다. 끝나고 앵콜이 나왔다. 어른 다섯, 아이 다섯이 어우러져 ‘바위처럼’을 한다. 대학생들의 추임새가 더 흥을 돋군다.

이제 우리 율동팀은 율동맘과 평화나비율동팀, 평화 천사 이렇게 세 팀이란다. 구호로 오늘을 마무리했다. “결사항전 결사투쟁, 사드배치 막아내자!” 추위 속에서도 늠름하게 촛불을 지킨 자랑스런 김천 시민들, 보름날 175번째 촛불은 이렇게 지켜졌다.

구자숙 담쟁이 기자  minplusnews@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극성2형 세계에 없는 신무기

[종합] 북극성2형 세계에 없는 신무기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2/14 [02:1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극성2형 탄도미사일 개발 현장에서 직접 제작을 지휘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폭발 위험이 높은 고체연료 로켓 공장을 찾아가 1박2일 동안 기술자 과학자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제작을 지휘했다고 한다.     © 자주시보

 

  

13일 연합뉴스는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이자 '강위력한 핵전략무기'인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전날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는 북 중앙통신 보도를 전했다.

 

12일 합동참모본부에서도 처음엔 노동계열 즉 스커드계열(화성6호, 화성7호) 미사일일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신형 고체연료로켓을 이용한 무수단계열 가능성이 높다고 다시 수정하여 전망했는데 합참의 그 진단이 틀리지 않았음이 밝혀진 것이다. 국군의 감시정찰 능력도 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

 

연합뉴스는 "북한이 고각발사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 점에서 정확한 사거리 예측은 불가능하다"며 "결국 ICBM의 1단 추진체 실험으로, 이동 발사가 용이한 고체추진 ICBM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의 말을 전하며 이번 비행 거리 500㎞의 탄도미사일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체계를 이용한 신형 고체연료 지대지 전략미사일인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분석하였다.

 

▲ 약 1분만에 1단을 분리하고 2단으로 비행하는 북극성 2형     ©자주시보
▲ 북극성2형 고체연료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공간에 접어들어 수평비행을 할 때 추진 연기도 별로 내 뿜지 않고 폭발적인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자주시보

 

13일 유튜브에 올라온 북 방송 보도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먼저 이번에 시험 발사한 ‘북극성-2’는 지난해 8월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발사에서 이룩한 성과에 토대하여 이 무기체계(북극성-1)를 사거리를 연장한 지상대지상탄도탄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잠수함에서 발사한 것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는 미사일이라는 말이다.


또한 동영상을 분석해보면 단 분리를 한 번 하는 것으로 관측 되었는데 두 번 분리하는 3단형으로 만들고 크기를 키우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체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본체와 전투부 즉, 탄두부의 분리까지 하면 이번 미사일도 3단형으로 볼 수 있다. 이를 4단형으로 하고 크기를 키우면 고체연료로켓을 이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 "북극성2호" 냉발사체계를 이용한 미사일 사출과 점화 장면 [사진출처-통일뉴스] 

 

다음으로 북 방소에서는 “새로 개발한 대출력 고체발동기를 이용하는 중장거리 전략탄도탄과 리대식 자행발사대를 비롯한 무기체계전반에 대한 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된 이번 시험발사를 통하여 지상에서의 냉발사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 대출력 고체발동기의 시동 특성을 확증하였으며 능동구간 비행시 탄도탄의 유도 및 조종특성, 대출력 고체발동기들의 작업특성, 계단분리특성들을 재확인하였다”고 전하면서 “보다 능력이 향상된 핵탄두장착이 가능한 조종전투부의 분리 후 중간구간과 재돌입구간에서의 자세조종 및 유도, 요격회피기동특성 등을 검증하였으며 새로 설계제작한 자행발사대차의 기동 및 운영상태를 극악한 지상환경 속에서 시험완성하고 실지 탄도탄발사를 통하여 그 기술적 지표들을 완전히 확정하였다”고 알렸다.

 

여기서 언급한 하나하나의 기술적 지표 모두 최첨단 기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냉발사체계 일명, 콜드런칭 기술만 해도 가스 압력으로 미사일을 원통에서 사출시켜 낸 후 바로 점화하여 비상하게 하는 기술인데 쉽지 않은 기술이다.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이 사출 시험에 실패한 영상이 유튜브에 가장 많이 올라와 있다. 가스압을 터트려 사출시킬 때 조금만 미사일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사출 후 점화가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바로 꺼꾸러지게 된다.

 

또 계단열분리 즉, 단분리 기술도 어려운 기술로 선진국에서도 매우 어려워하는 기술이다.

 

▲ 탄두가 우유병꼭지가 아니라 널찍한 원추형이다.다탄두 장착 미사일로 추정케하는 모양이다.  치마처럼 불꽃이 퍼지는 것이 고체연료로켓의 특징이다. 액체는 내리 뻗거나 붓끝처럼 모아진다.   © 자주시보

 

▲ 배경의 모니터를 보면 고각 발사 후 정점에서 막 수평비행모습까지만 보이는데 이때부터 수평비행을 하며 정교한 지그재그비행을 하며 요격회피기동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보다 능력이 향상된 핵탄두장착이 가능한 조종전투부의 분리 후 중간구간과 재돌입구간에서의 자세조종 및 유도, 요격회피기동특성 등을 검증하였다는 북 방송의 언급도 매우 의미가 있다.
지난해 8월 잠수함에서 발사한 북극성1형은 우유병꼭지처럼 생겼다. 단발 핵탄두를 장착했다는 말이다. 이번 북극성2형은 팽이처럼 널찍한 원추형으로 여러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특히 전투부 즉, 탄두부의 분리 후 중간비행과 재돌입구간에서의 자세조종과 요격회피기동특성도 검증하였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형적인 포물선 궤도 비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비행을 하면 지그재그 카오스비행을 해야하고 그러면서도 정확한 목표물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인공지능 자동항법체계를 탑재해야 한다. 최첨단 인공지능 컴퓨터프로그램이 필요한 대목이다.


재돌입기술도 검증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6000도가 넘는 열과 대기권과의 충격을 이겨낼 재돌입체 특수소재가 필요한 부분이며 그 열과 충격을 이겨내면서도 그 안의 통신기기, 목표탐색전자회로, 요격회피용 레이더와 요격회피기동 로켓모터,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정상작동을 보장할 수 있어야한다.


이번 시험발사에서 이런 모든 시험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것이다.

 

▲ 북극성2형 탄도미사일이 발사를 위해 보호 뚜껑을 떨어뜨려 낸 모습, 궤도차량에 탑재하여 어떤 지역도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 자주시보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극성-2’형은 작전 이용에 편리하면서도 타격의 신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우리 식의 우월한 무기체계이며 발사대차와 탄도탄의 설계와 제작, 발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100% 우리의 지혜,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에 의하여 개발된 명실공히 주체탄, 주체무기”라고 자평하면서 “이제는 우리의 로케트 공업이 액체로케트 발동기로부터 대출력고체로케트 발동기에로 확고히 전환되었으며 견본모방형이 아니라 개발창조형공업으로 비상히 강화발전되었다”고도 강조했다.

 

인공위성용 로켓은 신속하고 은밀한 발사보다 정밀제어가 가능하고 많은 무게를 우주공간에 올릴 수 있는 추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액체로켓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액체로켓은 쏘기 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공격에 불리하다. 또 연료를 주입하는 과정에 상대에 포착되어 피격당할 우려도 높다. 현재 미국과 국군의 핵심 대북 미사일 방어전략이 쏘기 전 징후를 포착하여 원점타격하는 것이어서 온갖 위성과 정찰기 등으로 북에 대한 이중 삼중 감시망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무력화시키기에 적합한 비장의 병기기 고체연료로켓엔진 미사일이다. 그런데 고체연료는 추력이 액체연료보다 낮고 폭발 가능성도 높아 그 개발이 쉽지 않다. 그래서 대출력 고체연료엔진로켓을 개발하기 위해 기술선진국에서도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 러시아도 그것이 쉽지 않아 아직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블라바, 시네바 같은 장거리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의 경우 액체로켓을 주로 사용하면서 부분적으로 고체연료로켓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 중국의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모습, 불꽃이 붓끝처럼 모아지는 것이 아니라 치마처럼 퍼지는 것을 보니 고체연료임이 분명하다. 북의 북극성2형도 이와 같은 형태의 불꽃을 보여주고 있다. ©자주시보

 

최근 중국이 이 고체연료분야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 항모킬러 둥펑21-D,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41 등을 완전 고체연료로켓으로 개발하여 실전배치하고 있는 중이다. 둥펑41의 경우 지난해 완전히 개발 성공을 발표하고 실전배치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미국과 군사대결 갈등이 불거진 올 초 흑룡강성 다칭시에서 그 모습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한 바 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기술이 장거리 고체연료로켓 미사일인 것이다.

 

그것을 100% 자체의 힘으로 개발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도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같은 최첨단 전략무기는 현재 50%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고 중국도 100%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견본모방형’이 아니라 ‘개발창조형’공업으로 전환되었다는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사실 지금까지 북의 무장장비들은 대부분은 러시아의 것과 외형이 비슷하다. 물론 그 성능은 훨씬 더 강화되었다는 것이 북의 무장장비전시관을 직접 참관하고 온 본지 해외기고가 한호석 소장의 진단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외형 모방도 하지 않고 무장장비를 이제부터 완전히 새로 개발창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실, 지난해 북이 공개한 대구경 방사포도 러시아의 것보다 훨씬 더 명중도가 높은 초정밀타격용이었다. 북이 이미 전에 공개한 화성14호 대륙간탄도미사일(액체 연료로 추정)도 외양부터 세계 어디에도 없는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이번 북극성2형도 그 형태가 같은 미사일은 없다. 북이 독자 개발한 미사일인 것이다.

 

▲ 북극성 2형 발상 성공을 지켜보며 기뻐하는 김정은 위원장     © 자주시보

 

문제는 이런 미사일을 김정은 위원장이 명령을 내리자 단 6개월만에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전에도 능히 만들 수 있었는데 만들지 않았다는 것인지 이미 만들어 실전배치해 놓은 것이 쌓이고 쌓여 있는데 시험발사용을 이번에 따로 만들었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찌 되었건 북에서 마음을 먹자마자 단 6개월만에 세계 어디에도 없는 중장거리 고체연료로켓 탄도미사일을 만들어 단번에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그것도 탑재차량까지 함께 만들었는데 어떤 극한 환경에서도 기동할 수 있는 궤도방식의 차량이었다. 이제는 중국의 목재운반용 트럭을 개조하여 미사일 탑재차량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미국에서 더는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기에 북 방송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또 “새로운 전략무기체계가 개발됨으로써 이제 우리 인민군대는 수중과 지상 임의의 공간에서 가장 정확하고 가장 신속하게 전략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던 것이다.

 

▲ 미국의 영변폭격설이 나도는 90년대 초 미국이 북에 콩알쪽만한 핵폭탄을 하나라도 떨어뜨리면 미국을 지도상에서 지워버리겠다며 '조선이 없는 지구는 깨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라며 북의 방송에서 종종 보도했던 장면

 

더불어 북 방송은 “주변 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사거리 대신 고도를 높이는 고각발사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강조하면서 “탄생 75돌을 맞으시는 위대한 장군님께 드리는 가장 깨끗한 애국충정의 선물”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도 전했다. 
 
북의 미사일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해할 목적이 아닌 자국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북의 주장이 반영된 발언으로 보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시대에 이미 계획하고 개발해온 무장장비체계였음을 암시한 것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앞으로 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지를 받들어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 어디에도 없는 최첨단 무장장비 체계를 계속 과시할 것이 우려된다.

 

이미 북의 언론에서는 지난 6일 한미일 3국이 지난달 중순 실시한 미사일경보훈련을 선제타격용이라고 비난하면서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를 위하여 강력한 대응 조치들을 다발적으로, 련발(연발)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국변호사 모임, 헌재에 신속한 탄핵심판 결정 촉구

 

“朴, 문제의 심각성 전혀 인지 못해…3월 13일 이전 탄핵심판 결정 내려야”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전국변호사들이 헌법재판소에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까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전국변호사 비상시국모임(이하 전국변호사 모임)은 오는 17일 성명서 발표를 앞두고 연명 서명을 진행,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및 특검의 수사와 자신의 측근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전국변호사 비상시국모임 연명 성명 동참하기

이들은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의 행태와 관련해 “소송법상의 기본 원칙과 신의성실의 원칙은 내팽개친 채 시간 끌기, 쟁점 흐리기, 관련자 망신주기 등 소송절차상 금지되거나 자제되어야 하는 모든 것들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원로 법조인 9인의 탄핵반대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 분들의 견해에 찬동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국변호사 모임은 “탄핵심판 절차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헌법상 제도로서 헌법 제정시부터 우리 헌법에 도입돼 있던 것”이라며 “우리는 존경받아야 할 원로 법조인이 시민혁명이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과거와 동일하게 권위주의적이고 수구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낸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9일 정기승 전 대법관 등 원로 법조인 9명은 <조선일보>에 ‘탄핵심판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의견광고를 냈다.

   
▲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기일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청구인, 피청구인 변호사 출석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변호사 모임은 헌재가 신속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심리는 지난 두 달 간 충분히 진행되었고, 시간을 끌고 쟁점을 흐려 비규범적 요인으로 상황을 반등시키려는 것을 법률의 이름으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이 헌재까지 유린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 정의는 지연되어서도 안 되고 초라하게 실현되어서도 안 된다”며 “정의는 적시에 당당히 실현되어야 한다. 3.13. 이전에 탄핵 심판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 지금 시점에 요구되는 정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리 변호사들의 전문가적 의견이자 시민으로서의 의지”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변호사 비상시국모임은 오는 17일 11시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김미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박근혜 탄핵이 끝? 이제 시작, 헌 세상 갈아엎자"

 

[박근혜 정권과 싸워온 사람들 ④] "생명 중심의 삶의 전환이 본질" 전봉준투쟁단 '유기농민' 유문철

17.02.13 21:13l최종 업데이트 17.02.13 21:13l

 

 단양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유문철 씨는 흙이 좋아 흙으로 돌아간 사람이다. 적어도 2015년 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  단양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유문철 씨는 흙이 좋아 흙으로 돌아간 사람이다. 적어도 2015년 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 지유석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정권이 출발할 때부터 최강서 열사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목숨을 끊었다. 송파 세모녀도 절망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사고로 삶을 잃었고, 구의역 김군을 비롯하여 한 해 2400명이 산재로 죽었다. 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사회를 만들지 말자는 다짐이다. 새로운 사회의 전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들이 왜 죽었는가를 이야기해야 한다. 이에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박근혜 정권과 싸워온 사람들' 기획을 내보낸다. - 기자 말

단양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유문철씨는 흙이 좋아 흙으로 돌아간 농민이었다. 적어도 2015년 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흙을 동경해왔던 그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이후 거리로 뛰어나가 싸웠다. 고 백남기 농민이 숨을 거두자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온몸을 던져 그의 주검을 지켰다. 백남기 농민의 장례를 마친 후엔 전봉준투쟁단을 꾸려 서울로 진격해 들어왔다. 그러다 공권력에 막혀 또 거리에서 날을 지새웠다. 

그의 바람은 소박하다. 우리 농업의 뿌리인 쌀농사를 지키는 것이다. 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그를 만나 흙으로 돌아간 사연과 거리에서 투쟁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 고향을 떠났다가 수 년 전 귀농해 유기농업을 하는 것으로 압니다. 어떤 계기로 농업에 종사하게 되었는지요?
"단양 바로 옆 제천이 고향입니다. 단양에서 차로 30분 거리이니 아주 가깝지요. 귀농한 지 올해 꼭 10년째입니다. 올해 10살이 된 아들 한결이 이름을 딴 저희 농장이름이 단양한결농원이에요. 전 제천에서 나고 자라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로 대학 진학을 했습니다. 경제학과 경영학 공부를 했고 회사에 들어가 수출부서에서 근무하며 해외지사 근무를 여러해 했습니다. 

농사를 짓는 집은 아니었지만 주변이 온통 농촌인 작은 소도시 출신이라서 그런지 서울 살이와 해외 살이가 몸에 맞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중고등학교 입시지옥 6년의 경험이 흙에 대한 동경을 키웠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까지는 늘 학교 마치면 친구들과 개울과 논과 밭, 산을 뛰어다니며 놀았거든요. 그 원초적 기억에 이끌려 농사를 짓게 되었지요. 

유기농업 또는 생명농업을 선택한 건 산업문명, 도시문명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이 되었구요. 대학시절부터 애독한 녹색평론과 관련 책들을 통해 농사를 짓게 되면 화학농법이 아닌 유기농, 생태농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죠. 지난 9년 참깨꽃과 들깨꽃 구분도 못하던 도시내기가 유기농 농사꾼으로 인정받기까지 말 못한 어려움이 참 많았습니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너무도 많지만 초보 농사꾼 딱지는 겨우 뗀 것 같아요."

- 지난 10년을 되돌아 본다면요? 
"지난 10년, 시골에서 농사짓고 아이 낳아 키우면서 행복한 순간도 많았지만 정말 비참한 순간도 많았어요. 농사짓기의 힘겨움이야 내가 선택한 일이니 후회가 없지만요. 농촌의 비참한 현실을 직접 겪고 보니 처음에는 한숨이, 나중에는 분노가 일었습니다. 인구절벽이라고 하지요. 농촌마을이 인구소멸로 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경북 의성이 가장 심하다지만 제가 사는 마을도 그래요.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없어 조만간 소멸이 눈앞에 보이니 정말 절망스러워요. 

아무리 제가 열심히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우리 마을만 해도 10년 내에 소멸될 것 같아요. 제 아들 한결이가 10년째 마을에서 막내예요. 한결이 이후로는 태어난 아이가 하나도 없으니까요. 시골에 왜 아이 울음이 멎고 농사짓는 젊은이가 없으며 살 날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만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농사지어 먹고 살 수 없으니까요. 유구한 개방농정과 농사천시의 결과가 농촌 소멸입니다.

이런 사정이니 농사만 열심히 지을 수가 어디 있나요? 백남기 농민을 경찰이 살인물대포로 쏘아 죽인 것은 곧 그렇지 않아도 늙어 죽어가는 우리 농민 모두를 쏘아 죽인 것이라고 전 생각했어요. '아무 쓸모없는 농민들을 다 죽여라!' 이거 아니겠어요? 도시에서야 명예퇴직을 눈앞에 둔 중년의 나이이지만 시골에서는 청년 축에도 못 끼는 40대 중반 피끓는 농민이 그 꼴을 어찌 그냥 보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2015년 겨울부터 아스팔트 농사, 농민운동가의 길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내가 백남기다, 내가 전봉준이다 하는 심경으로요."

-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심경을 묻고자 합니다. 탄핵 소식을 어디서 접했는지, 그리고 탄핵 소식을 듣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요?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당일 국회 앞에 있었습니다. 전 전봉준투쟁단의 한 사람으로 전날인 8일부터 2차 상경투쟁에 참가하고 있었지요. 국회 앞까지 경찰의 봉쇄를 뚫고 또 뚫으며 이효신 전봉준투쟁단 서군대장이 운전한 대장트랙터와 함께 여의도 KBS 별관 앞까지 왔어요. 천신만고 끝에 국회 코앞까지 왔는데, 대장트랙터가 포위되고 집회장으로 갔지요. 그렇게 힘들게 탄핵 가결의 순간을 맞이했으니 그 심경이야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전 그날 오후 4시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234명의 찬성으로 박근혜 탄핵안이 가결되었다는 발표를 하는 순간 눈물이 터졌습니다. 집회장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고 노래 부르는데 전 조용히 서서 눈물만 흘렸습니다. 단지 전봉준투쟁단 상경 투쟁의 힘겨움과 감격 때문에 눈물이 난 건 아니에요. 

백남기 농민 살인물대포 국가폭력사건이 터진 후 지난 1년여 무슨 정신으로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지난해 겨울 3개월 가까이 난생 처음 서울대병원 앞에서 천막노숙 생활도 하고, 온갖 집회에 뛰어 다녔었어요. 백남기 농민 부검정국 때는 농번기에 농사일도 작파하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살았잖아요. 게다가 겨울 들어서는 트랙터 끌고 전봉준투쟁단까지 하니까 한 해가 훌쩍 지난 겁니다.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주욱 흘러가면서 정신이 좀 멍하더라구요."

- 탄핵 소식을 들었을 때, 혹시 백남기 농민이 생각나지는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백남기 농민 빈소 상황부터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전 백남기 농민께서 317일 만에 숨을 거두시던 9월 25일부터 부검정국 전 과정 중 가장 긴장도가 높았던 10월 1일까지 첫 8일과 마지막 4일을 장례식장에서 보냈습니다.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그중에 마지막 날인 10월 25일 상황이 특히 떠오르는군요. 오전에 종로경찰서장이 경찰 천여 명을 이끌고 장례식장에 왔지요. 백남기 농민께서 위독하시던 9월 24일 밤 첫 시도 후 마지막 부검영장 집행 시도였는데요. 이미 기가 꺽일 대로 꺽인 경찰들에 맞서 농민과 노동자, 빈민, 시민지킴이 등이 시종일관 승리의 신념에 차서 농성하던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극적인 경험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소리 치고 그날 밤 자정 조건부 영장발부 시한이 만료되자 썰물처럼 빠진 백남기 농민 빈소 앞에서 맥이 풀려, 대자로 누워 깊은 잠이 들었답니다. 장례식장에 있는 동안 잠을 거의 못잤었거든요. 그만큼 대치과정에서 긴장도가 높았어요.

다른 분들이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 탄핵 가결 집회장에 서서 백남기 농민께서 정말 큰일을 하셨다고 생각했어요. 그날 두려움없이 물대포와 맞서고 쓰러지는 살신성인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농민들을 일깨우고, 시민들을 일깨워서 오늘 이 순간을 맞이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4.19 김주열 열사, 87년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희생도 고귀하지만요. 백남기 농민의 희생에는 무엇가 특별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20대에 박정희 반독재민주화 학생운동으로 시작해서 칠순잔치를 하루 앞두고 국가폭력으로 생을 마치신 백남기 농민. 그는 우리 농민들을 전봉준투쟁단으로 다시 일으켜 세워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잡는 '역사 농사꾼'으로 이끄는 참 농사꾼이기도 했습니다."

"백남기 농민, 역사의 물줄기 바로잡은 '참 농사꾼'"
 

 단양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유문철 씨는 흙이 좋아 흙으로 돌아간 사람이다. 적어도 2015년 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  단양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유문철 씨는 흙이 좋아 흙으로 돌아간 사람이다. 적어도 2015년 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 지유석

관련사진보기


- 만약이라는 질문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을 막아낼 수 있었으리라고 보는지요?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난 뒤 공권력이 부검영장 강제집행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낀 것 같아서입니다. 
"세월호 추모곡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가운데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라는 가사가 있지요? 전 부검정국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JTBC 뉴스룸>을 통해 최순실이 국정농단을 했다는 보도가 백남기 농민 부검정국 마지막 날인 10월 24일, 25일 이틀간 연속 나오면서 탄핵정국에 들어섰어요. 피상적으로 볼 때, JTBC 보도가 없었으면 경찰이 결국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탈취해 부검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당시에 경찰이 정말 밀려들면 영안실에서 마지막까지 고인의 시신을 지키다 죽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농민을 살인물대포로 쏘아 죽인 것만도 천인공노할 일인데, 지난 1년 동안 백남기 농민과 관련해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패악질과 잔혹함의 결정판이 시신탈취와 강제부검이라고 전 보았습니다. 

부검정국 한 달 동안 박근혜 정권의 민낯이 날마다 드러났습니다. 언론도 이를 보도했고요. 주치의 백선하의 '병사' 사인 진단을 비롯해 백남기 농민께서 살인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날 수술을 강행한 의심스런 정황 등이 드러났습니다. 전 JTBC의 최순실 보도가 아니더라도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더 두면 이 정권은 반드시 무너진다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날마다 장례식장을 지킨 천여 명이 넘는 백남기 농민 시민지킴이들의 마음 또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장례식장으로 산더미같은 후원물품을 보낸 시민들의 마음도 그랬을 것이고요. 

그런 마음들이 모여 SBS에서 10월 22일 <그것이 알고싶다 –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편 제작과 방영이 가능했겠지요. 그날 방송을 장례식장에서 유가족과 문정현 신부님, 그리고 백남기 농민과 30년 동안 농민운동을 한 백종덕, 최강은 형님들과 보았어요. 지켜보는 내내 모두 한숨과 눈물이 났지만 방송이 끝나자 함성과 환호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 떠나가라 울려 퍼졌지요. 이런 장례식장 풍경은 전무후무할 거예요. 우리가 목마르게 기다려왔던 진실보도가 공중파에서 마침내 호소력있게 나오자 모두들 저도 모르게 환호한 겁니다. 엄숙해야 하는 장례식장에서 말입니다. 

전 이 방송이 나가고 여론의 반응을 보며 경찰이 아무리 박근혜의 명령이 득달같아도 부검영장 집행은 못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미 여론이 백남기 농민 편에 확실히 서 있었던 상황에서, JTBC 보도가 화룡점정처럼 부검정국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궁금한 건 JTBC가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시점을 왜 10월 24일로 잡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10월 26일에 해도 되잖아요? 부검정국의 긴장도가 가장 높던 시점에 JTBC 보도가 나온 건 백남기 농민 부검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제 짐작이에요. 언젠가는 후일담으로라도 밝혀지겠지요."

- 박 대통령이 탄핵이 되었지만, 공권력이 농민을 대하는 태도는 탄핵 이전과 달라진 바 없어 보입니다. 농민투쟁단과 함께 상경 투쟁을 벌이다 경찰이 저지하는 바람에 노숙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느낀 공권력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셨으면 합니다. 
"부검정국이 끝난 직후인 11월 5일과 6일 가톨릭농민회와 함께 백남기 투쟁을 이끌었던 전국농민회총연맹(아래 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아래 전여농)에서 백남기 정신을 살리고 박근혜 퇴진과 새나라 건설을 위해 전봉준투쟁단을 꾸렸습니다. 15일엔 전남 해남과 경남 진주에서 출발한 전봉준투쟁단이 동군과 서군으로 나뉘어 전국 주요시군을 거쳐 26일 2차 민중총궐기 범민족대회에 맞춰 트랙터를 몰고 광화문광장에 입성할 계획이었습니다. 

동군인 저는 충북 전봉준투쟁단과 제가 농사짓고 사는 단양군에서 출정식을 가지고 상경투쟁을 했었지요. 그런데 출발 열흘 만에 서울에 입성하자마자 양재 IC 앞 고속도록 위에서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폭력적으로 트랙터와 트럭을 막고 농민들을 강제연행했습니다. 

당시에 정말 피눈물이 났습니다. 농민들을 개돼지 취급하며 두드려 패며 끌고 가고, 트럭을 마구 강제견인 하는 겁니다. 대열 맨 앞에 있다가 경찰의 저지를 뚫고 트럭 운전을 하려던 저를 경찰 십여 명이 강제로 끌어 내렸고, 제 트럭을 견인해갔습니다. 저와 함께 있던 제천시농민회 농민들을 비롯해 36대가 견인되었습니다. 몸싸움도 많이 일어났어요. 나이드신 농민 한 분은 경찰이 밀쳐서 뒤로 넘어져 실신을 하셨고요. 김영호 전봉준투쟁단 총대장이 이 과정에서 경찰 채증카메라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린 사진은 널리 알려졌지요. 이날의 참상을 정확히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입니다. 

전 당시에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에서 경찰폭력 때문에 상처가 악화되었습니다. 경찰 포위로 고속도로에 갇힌 농민들은 영하의 추위에 밤새 아스팔트에서 이를 악물고 견뎠어요. 그나마 <미디어몽구>를 비롯한 독립미디어들이 소셜 미디어로 소식을 전했어요. 저도 페이스북으로 한 시간 간격으로 현장 상황을 전하기도 했지요. 소식을 듵은 시민들이 온갖 구호물품과 음식을 들고 현장으로 달려와 위로와 격려를 해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전봉준투쟁단 농기계 상경 시위는 법원에서도 허가했고 열흘이 넘도록 전국에서 각 지방경찰서의 인도를 받으며 상경을 했어요. 제가 사는 단양에서도 단양경찰서가 패트롤카로 행진경로를 안내해 주었거든요. 그런데 안성과 양재에서 경찰들이 난리를 피운 겁니다. 결국 대치 끝에 트랙터와 트럭을 고속도로에 모두 두고 농민들은 몸만 광화문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날 날도 춥고 눈도 많이 내렸는데 광화문광장에 촛불시민들이 가득 했지요. 시민들은 농기계 다 뺏기고 몸만 온 농민들을 함성과 응원으로 격려해 주었어요. 

1차 트랙터와 농기계 상경이 이렇게 좌절되고 나서 12월 9일 박근혜 탄핵안 국회 표결일에 맞춰 2차 상경을 하게 되었어요. 2차 상경의 목표는 전봉준투쟁단 트랙터 국회 앞 입성이었습니다. 1차 상경 때 많은 시민들께서 전봉준투쟁단의 사투를 보며 기름값, 타이어값 하라고 후원금을 많이 보내 주셨어요. 그래서 1차 상경 때보다 더 많은 트랙터들이 전국에서 모여 들었지요. 1차 상경 때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저희는 동학농민군의 후예이기에 군사작전 하듯이 트랙터와 농기계 상경작전을 수행했어요. 

평택에서 출발한 대장트랙터를 비롯한 7대의 트랙터와 트럭시위대가 1박 2일에 걸쳐 수원을 거쳐 서울로 진출했고요. 전 대장트랙터 사수대로 수원과 서울에서 경찰들과 여러 차례 몸싸움을 벌이며 국회 앞까지 대장트랙터와 함께 했습니다. 몸싸움은 1차 상경 때 보다 더 거칠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패배와 달리 이번에는 경찰의 봉쇄를 매번 뚫으면서 전진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1차 상경 때처럼 서울 입성 직후 조병옥 전농 사무총장이 경찰과 몸싸움 과정에서 뇌진탕을 입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두 번에 걸친 트랙터 상경투쟁을 하며 갖은 고생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농민들의 의지가 횃불처럼 타올라 박근혜 탄핵안이 가결되는 기쁜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호 총대장이 트랙터 위에 올라 전봉준투쟁단 깃발을 흔들며 춤을 추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바라보면서 노숙투쟁의 힘겨움이 눈 녹듯이 사라지더라구요."

"농민이어서 자랑스럽다... 백남기 추모공간 부재는 아쉬워" 
 

 단양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유문철 씨는 흙이 좋아 흙으로 돌아간 사람이다. 적어도 2015년 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  단양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유문철 씨는 흙이 좋아 흙으로 돌아간 사람이다. 적어도 2015년 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 지유석

관련사진보기


- 백남기 농민이 거리로 나온 건 정부의 쌀값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실, 현장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농사 잘못하면 빚만 남는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정부 정책이 근본적으로 어느 지점에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지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방농정입니다. 풀어 말하면 수입농산물 때문이고요. 고 백남기 농민은 우리나라 농촌의 몰락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경제개발계획이란 미명 아래 농촌의 희생을 전제로 박정희가 수출 지향 공업우선 정책을 펼친 것이 농촌몰락의 핵심 원인입니다. 박정희는 농촌을 살리겠다며 새마을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저임금구조를 위한 저곡가정책 때문에 농촌에서 농사지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농민들이 대규모로 농토를 떠나 도시에서 노동자, 자영업자, 도시빈민이 된 것이죠. 

박정희는 그나마 쌀 자급률은 100%가 넘게 유지를 했지만 보리, 밀, 콩, 잡곡 등은 모두 수입농산물에 내주었습니다. 이후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기 수입개방 물결,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신자유주의, 이명박-박근혜 신유신 정권을 거치며 이른바 개방농정이 가속화 되어왔습니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에는 WT0 의무수입물량과 밥쌀 수입 때문에 쌀값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아서 농민들은 쌀농사 지어서는 생산비도 못 건집니다. 

농업을 천시하는 개방농정은 독재정권이나 민주정권이나 매한가지였던 것이 지난 세월 일관된 사실이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5년 11월 추가적인 쌀값과 농산물가격 폭락을 불러올 한미FTA 비준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농민대회가 열렸는데, 여기서 홍덕표 농민과 전용철 농민이 경찰의 방패에 머리를 찍혀 숨졌습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는 개방농정을 계속 밀어붙였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에서 백남기 농민이 쌀값 폭락을 불러온 밥쌀 수입을 중단하고, 박근혜의 대선공약인 쌀값 21만 원 공약을 이행하라는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했다가 살인물대포에 맞고 돌아가셨습니다. 이 역시 개방농정 때문입니다.

왜 농민들이 많은 농산물 중에서 유독 쌀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줄 아시나요? 쌀은 우리의 주곡입니다. 논은 전체 경지면적의 60%이고, 쌀 재배 농가는 전체 농가의 75%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농업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쌀은 뿌리이자 줄기입니다. 다른 농산물은 가지와 잎과 열매입니다. 쌀이 망하면 다른 농산물들도 다 망합니다. 이미 논을 비닐하우스나 특용 밭작물, 과수로 전환하면서 타작물 생산과잉으로 연쇄 가격 폭락이 일어난 지가 오래입니다. 그 많은 논에 무엇을 심으란 말입니까? 심는 족족 가격이 폭락하는 걸요.

그리고 수출, 무역에 대한 환상이 우리 국민들 사이에 여전히 팽배합니다. 식량주권을 농민들이 말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그야말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처럼 듣는 도시인들이 많습니다. 수출 없이는 나라가 망하는 줄 압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이 농업을 보호하고 식량자급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세요. 저도 도시 출신에다가 대학 때 국제경제학을 공부했습니다. 자유무역 예찬의 이론적 근거인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니, 헥셔-오린의 법칙이니, WTO 조문이니 하는 것들을 달달 외웠습니다. 회사 다닐 때는 수출역군으로 비행기 타고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국제무역의 현장을 몸으로 겪으면서 전 반성을 했습니다. 

특히 반성의 결정적 계기는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제 눈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걸 본 순간입니다. 미국 첫 출장날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이 파란 하늘 아래로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걸 보고 벼락같은 충격과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자작극으로 보든, 테러로 보든 상관없이 전 9.11을 문명사적 일대 사건으로 봅니다. 주류경제학에서 금과옥조로 떠받드는 노동과 자본의 비교우위론이란 허구입니다. 비교우위론은 결국 강대국의 논리에 불과합니다. 학문으로 위장된 제국주의 교리이지요. 비교우위론에 근거한 자유무역의 결과가 무엇입니까? 미국과 한국의 소농, 미국의 한국의 노동자 모두 희생당하고 두 나라의 자본만 이득을 얻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석유가 고갈되어 가고 있고 기후 변화는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석유에 의존한 기계화농업, 화학농업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을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주요 농산물 수출국가에 흉작이 들면 세계 곡물시세가 천정부지로 뛰는 건 지금 일상적인 현상입니다. 조금 더 심한 상황이면 아예 수출을 금지하는 상황까지 옵니다. 

석유종말과 기후변화의 시대에는 자본-노동의 비교우위가 적용되지 않는 시대입니다. 그럴 때 자동차와 유조선, 스마트폰 줄테니 쌀과 밀, 콩, 옥수수 달라고 하면 그 나라들이 선뜻 내어 줄까요? 바로 이런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식량주권을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그 핵심에는 쌀이 있고요. 그러니 지금 국가 정책적으로 개방농정이 아니라 식량자급의 관점에서 자립농정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지요."

- 촛불 집회에 나가보면 이른바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벌, 검찰,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말들은 많은데, 농민들의 목소리는 정작 들리지 않는 것 같다. 혹시 이에 대해 서운함을 느끼지는 않았는가?
"서운함을 느끼긴요. 촛불 시민들은 백남기 농민 부검정국 직후인 10월 29일 1차 박근혜퇴진 촛불집회에서 주최측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3만 5천 명이 청계광장에 모였습니다. 이후 11월 5일 백남기 농민 광화문광장 영결식 후에 열린 촛불집회에는 20만 명이 모였습니다. 

그날 보성으로 가는 장례 버스 안에서 광화문광장 촛불이 20만이 넘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농민들은 장례행렬의 숙연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환호했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과 우리 농민들의 1년에 걸친 치열한 투쟁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촛불민심이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11월 12일 '2016 민중총궐기' 날 드디어 백 만이 넘는 촛불이 대폭발했고, 지난주까지 14차에 걸친 누적촛불이 천백 만을 넘는 대역사가 일어났습니다.

촛불집회를 이끌고 있는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12개 항목의 적폐청산 요구를 내걸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백남기 농민 특검 실시입니다. 촛불이 농민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니지요. 긴급한 농업의제가 많이 있지만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곧 농업, 농촌, 농민의 죽음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12개의 적폐청산 요구에 백남기 농민 특검 실시가 들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봉준투쟁단 역시 12개의 폐정개혁안을 제시했습니다. 우리 농민들은 백남기 농민의 정신과 구한말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농업, 농민의 이익만을 보고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나라의 모든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투쟁의 맨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우리 농민들은 김영호 전농 의장의 말마따나 지금 땅농사, 아스팔트 농사, 선거 농사를 뛰어넘어 세상을 갈아엎는 역사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서운한 것이 아니라 적폐 청산 역사농사의 전위에 서 있기에 자랑스러워하고 있지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백남기 농민을 위한 추모공간이 없다는 점입니다. 촛불혁명이 완수되는 그날까지 백남기 농민의 삶과 죽음을 되새겼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램입니다. 백남기 농민은 가장 낮은 곳에서 한평생 민주화 운동, 통일운동, 농민운동을 하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독재권력에 맞서 산화하신 분이잖아요.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을 담아서 우리가 좀 더 예우하고 기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2말 3초, 즉 이달 말이나 3월 초에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물론 최근엔 탄핵이 기각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높지만 말입니다.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대선을 치르고, 새 정권이 들어서게 되는데요, 지금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후보 중에 농민들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해줄 후보는 누구라고 보는지요? 
"박근혜는 촛불민심과 국회 탄핵 가결을 존중해서 퇴진하는 것이 마땅했으나 우리가 그동안 지켜보았듯이 끊임없는 거짓말과 꼼수를 부리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2월에 탄핵인용을 해야 마땅했으나, 우려한 대로 2월에도 탄핵인용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정당들은 탄핵인용을 기정사실로 보고 조기대선 경쟁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론조사상으로는 정당지지율이 1위이고, 문재인-이재명-안희정 후보가 대선 후보 경쟁 중입니다. 현재 이변이 없는 한 더민주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지요. 전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반대하고,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호의적인 편입니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참여정부 때 한미FTA를 주도하며 반농민, 살농정책을 주도한 전력이 있는데요. 백남기 농민이 살인물대포에 피격된 후인 2015년 11월 30일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 후보는 새누리당과 한중FTA 국회비준 표결처리를 해버렸습니다. 농민들에게 사과 한 마디 없었지요. 문 전 대표가 백남기 농민이 누워 있던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을 방문한 이후 벌어진 일입니다. 당시 백남기대책위 농민 대표들이 국회 앞 마당에서 한중FTA 비준 반대를 외치며 절규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개방형 통상국가를 지향한다지요? 이는 결국 앞서 제가 비판한 바 있는 지금까지 농촌을 희생시킨 수출중심 공업국가체제을 이어가겠다는 뜻이지요.  

안 지사도 쌀값 폭락 문제를 생산 과잉 문제로 보고 쌀 생산을 줄이고 대체작물을 심자는 대안을 제시해 충남 농민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사드배치 찬성 발언에서 보듯이 식량주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미관계에서도 편향된 시각을 보이고 있어서 농민의 입장에서는 기대할 바가 없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농민기본소득, 밥쌀 수입 중단, 식량주권 옹호,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 등 주요 농업공약이 농민운동단체의 요구와 상당히 근접해 있습니다. 다른 대선후보들과 달리 백남기 특검법 도입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지요. 이 성남시장이 여타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지난해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을 찾아 백남기 농민 병문안을 마치고, 농성장에 들러 오랜 시간 농성 농민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단지 이재명 성남시장이 백남기 농민의 중앙대 법대 후배였기 때문은 아니었을 겁니다. 세월호 농성장이나 소녀상 농성장에서도 늘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실천을 했으니까요. 문 전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 지사에게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더군요. 안희정씨는 백남기 농민 병문안을 왔었다는 소식을 들을 적이 없고,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중환자실만 들렀다가 농성장은 외면하더라구요. 참 씁쓸한 기억입니다. 문 전 대표의 경우는 심지어 백남기 농민을 위문하고는 국회에 가서 한중FTA 국회비준을 주도하기까지 했으니 특히 싫어합니다. 여기까지는 개인적 입장이었구요."

- 농민 운동가 입장에서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솔직히 농민 운동가로서 더민주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아요. 전농은 지난 1월20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진보정당 건설 방침을 정했습니다. 저도 적극 찬성했구요. 사실 오랜 절망이자 꿈이기도 합니다만 농민 300만, 노동자 2천 만, 자영업자 560만, 대학생 300만이 뭉쳐서 진보정당을 세우고 진보정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요. 제가 호의적으로 보는 이재명 시장이 최초의 소년노동자 출신 대통령이 되겠다고 합니다. 노동자 출신이나 지금은 아닌 사람이 아니라, 노동자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를 저는 꿈꿉니다. 존재와 의식의 괴리라고 하지요. 농민·노동자가 엘리트 정당인 민주당 후보에게 자신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 현실이 전 우스꽝스럽습니다. 

한 가지 조기대선 시나리오와 관련해 덧붙이자면요. 지금은 각 정당들이 대선게임에 빠져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박근혜 퇴진 투쟁을 1년 넘도록 해온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은 박근혜 탄핵 또는 퇴진이 선결과제입니다. 탄핵 일정이 점점 뒤로 밀리고 탄핵 기각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까지도 최종 결정이 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지금의 상황을 1980년 민주화의 봄과 비교를 하고 있습니다. 박정희가 살해되고 나서 김대중과 김영삼 두 야당 지도자가 대선 게임에 빠져 있다가 전두환 군부에게 역풍을 맞았던 그 시기와 비슷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군부 쿠데타까지는 아니더라도 탄핵 기각 역풍이라는 비극이 맞지 않도록 박근혜 탄핵에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 끝으로 박근혜 퇴진 이후 어떤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퇴진 탄핵안이 가결되고 저를 포함한 전봉준투쟁단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자 이제 시작이다. 헌 세상 갈아엎고 새 세상 일구자.'

백남기 농민의 세 자녀의 이름을 민주화, 도라지, 백두산이라고 지었습니다. '민주화된 세상에서 백두산에 올라 도라지 타령을 부르리라'라고 풀이합니다. 백남기 농민은 평생 민주화운동, 통일운동, 농사운동을 했습니다. 민주화된 세상, 남북이 통일되어 평화로운 세상, 농사와 농민이 대접받는 세상을 꿈꾼 것이죠. 전봉준투쟁단을 이끄는 전농은 자주, 민주, 통일, 평등, 평화의 세상을 꿈꿉니다. 

전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고 싶어요. 생명입니다. 전 농사를 짓고 나서야 생명의 가치를 진정으로 깨달았습니다. 지구라는 작은 생명 공동체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 의지하고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어요. 생명은 서로 다투는 것 같지만 대개 서로 공생해요. 그런데 인간만은 서로를 해쳐요. 무지와 탐욕, 이기심 때문입니다. 자신이 생명체이면서도 그걸 망각하고 살아요. 도시에 살며 계절도 모르고 시간도 모르고 삽니다. 생명의 감수성을 잃어버렸어요. 그 극단이 바로 박근혜입니다. 박근혜를 보면 반생명의 화신 같습니다. 그를 따르는 부역자들도 마찬가지지요. 

좀 추상적이긴 하지만 생명의 가지를 아는 사회는 반드시 사랑과 평화, 평등, 공생의 가치를 지향한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런 사회는 도시 중심 사회가 아니라 농사 중심의 사회이기도 합니다. 생명이 죽어버린 도시 산업문명을 떠받치던 석유도 곧 고갈됩니다. 도시 산업문명의 종말을 깨닫고 좀 더 생명 친화적인 삶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늦기 전에 실천하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합니다. 단지 박근혜와 부역자들 몰아낸다고 행복이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생명 중심의 삶의 전환이 본질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 당신의 이야기도 '뉴스'가 됩니다. 지금 시민기자로 가입하세요!   ✎ 시민기자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뜬금없는 대북 선제타격론, 또 다른 ‘북풍’의 시작?

 

정권 유지 위해 ‘안보 정국’에 목매는 보수 세력... 트럼프가 도와줄까?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7-02-13 10:44:42
수정 2017-02-13 10:44:42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지난해 9월 미 전략폭격기 B-B1이 일본 자위대 비행기의 호위를 받으며 훈련하는 모습
지난해 9월 미 전략폭격기 B-B1이 일본 자위대 비행기의 호위를 받으며 훈련하는 모습ⓒ태평양 사령부 공개
 

박근혜 탄핵으로 새로운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실시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최근 또다시 뜬금없는 '대북 선제타격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탄핵 상황에서도 정권 유지에만 골몰하는 한국 보수 세력이 '안보 정국' 조성을 위해 또 다른 '북풍 카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역시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보수 매체들은 마치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선제 타격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처럼 일제히 보도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는 거의 전부 사실과 동떨어진 자의적인 해석이나, 왜곡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선제타격'으로 둔갑한 '군사적 위협'

안보 정국 조성에 매진하고 있는 매체들이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미 국무부 장관 렉스 틸러슨의 최근 발언 내용을 살펴보자. 보수 매체들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 제출한 인준 청문회 서면답변 자료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에서부터 외교 문호 개방까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둘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인 그의 언급은 비핵화 협상에 관한 외교적 조치는 물론 '선제타격'을 의미하는 군사적 조치까지 열어놓고 전방위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고 분석했다.

틸러슨 장관이 말한 '군사적 위협(threat of military force)'이 졸지에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으로 왜곡되어 해석됐다. 답변 전체에서 한 부분만 떼어내고 그것도 슬쩍 왜곡과 조작으로 자의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그렇다면 틸러슨 장관이 말한 답변의 핵심 요지는 무엇일까? 한국 보수 언론들의 왜곡을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어서 관련 답변 전체를 해석해 보자.

"이러한 (북한의) 도전은 새로운 전략이 채택되지 않는다면, 더욱 악화할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에 관해 미국은 군사적 위협에서 외교 개방에 관한 의지까지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 두어야 한다. 특히, 세컨더리 제재를 포함하는 제제의 사용과 위협은 북한 지도자나 그들 지지자들이 현재 (도발적) 정책에 관해 비용이나 효과를 재평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 (새로운) 전략의 가장 핵심은 특히, 한국이나 일본 등 동맹과 파트너들과 함께 협조해서 이 전략의 긴밀한 협력과 실행을 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북한에 압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함께 일할 것을 모색해야 한다"

"These challenges will continue to worsen if a new strategy is not adopted. In preparing a new strategy to address these concerns, the United States should keep all options on the table, from the threat of military force to the willingness to remain open to diplomacy. In particular, the threat or use of sanctions, including secondary sanctions, may be necessary to force North Korean leaders, and those that support them, to "reassess the costs or benefits of continuing current policies. Key to this strategy is working closely with U.S. allies and partners, particularly South Korea and Japan, to ensure close coordination and execution of this strategy. In addition, the United States should look to work with China and Russia to the greatest extent possible in order to increase pressure on North Korea."

이 다소 긴 단락을 전부 해석한 이유는 명확하다. 보는 바와 같이, 틸러슨의 이 발언은 군사적 위협도 포함하고 있지만, 그보다도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등 실질적인 제재들 동원해야 하고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와도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발언에서는 오히려 기존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언급하기를 꺼려 왔던 '외교 개방(open to diplomacy)'도 언급하면서 외교적 해결 노력을 더욱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발언이 한국 보수 언론에 의해 180도 거꾸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미진함(?)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에는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을 선제 타격론으로 내세웠다. 주요 보수 언론들은 브룩스 사령관이 지난 7일, 미 육군협회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미사일방어 토론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공격 역량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수 언론들은 브룩스 사령관이 "방어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사수들(archers)을 죽일 수 없다면, 결코 화살(미사일)을 충분히 요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브룩스 사령관은 "이 때문에 미군은 반드시 (북한의 미사일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공격 역량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항공 미사일 방어체계에 통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일선 전투 지휘 사령관이 적국에 대한 공격력 강화를 강조한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이를 보수 언론들은 '적국에 대한 선제공격 강화'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환영 의장행사에 참석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환영 의장행사에 참석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뉴시스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또 최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방한에 관해서도 이른바 '뻥튀기'를 하면서 안보 정국 조성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관련기사:한미 동맹 재확인? 끝까지 ‘외교참사’ 자초하는 박근혜 정부) 이미 앞선 기사에서 밝혔지만, 방한한 매티스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사드 조기 배치 요구에도 "연내 배치 예정"이라며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또 박근혜 정부가 사정하다시피 한 이른바 '전략자산 순환 배치'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도 보수 언론들은 북한에 대해 확고한 군사적 대응을 매티스 장관도 동의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미친개'라는 별명으로 강경파로 알려진 매티스 장관은 정말 아시아 정책에 있어서 초강경 기조를 유지할까? 매티스 장관은 한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한 지난 4일, 일본 방위상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남중국해' 문제 등에 관해 "외교적 노력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남중국해 활동에 관해 명백한 도발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현시점에서는 이 지역에서 미국이 대규모 군사활동에 나설 필요는 전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어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적절히 풀기 위해 열린 대화 라인(line)을 유지하고 모든 노력, 외교적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어떠한 우리의 군사적 입장(stance)도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의 외교를 강화하는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며 "현재는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군사 작전 같은 것은 전혀 필요하지 않으며, 외교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보수 언론들은 매티스 장관의 현재 상황 인식을 알 수 있는 이러한 발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강조하지 않았다.

'4D 작전계획' 호들갑 떠는 보수 언론
북한 미사일 발사에도 비난 발언 않는 트럼프

보수 언론들은 또 한미 군사 당국이 북한에 대해 이른바 '4D 작전계획'을 수립했다면서 이를 마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작전인 것처럼 왜곡해 퍼뜨리고 있다. '4D'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탐지(Detect)해서 그 비행을 교란(Disrupt)하고 이후 파괴(Destroy)해서 방어(Defense)한다는 것을 가리키는 영문 약자이다. 이는 이미 지난 2015년 11월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 군사작전 개념으로 도입되어 현재 실행되고 있는 작전 계획이다. 보수 언론들은 이러한 기존 한미 미사일 방어 계획도 마치 무슨 선제 타격의 새로운 개념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12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서자 마치 최고의 호기를 맞은 듯했다. 하지만 취임 후 첫 일본 아베 총리와의 만찬 석상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을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은 100%, 일본 뒤에(stands behind) 서 있겠다"는 단 한 마디만 남기고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북한에 대한 비난이나 한반도 상황에 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관련기사:트럼프 ‘북한 미사일 발사’ 이례적으로 비난 안 해, 새 대북정책 방증?)

탄핵 국면에도 정권 유지를 위해 안보 정국 조성에 혈안이 되고 있는 보수 세력에게 한 가지 전해줄 내용이 있다. 그대들은 미 대선 기간에도 안보 정국 조성을 위해 힐러리 클린턴에게 노골적으로 목을 맸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어쩌면 그대들이 노리는 이른바 '북풍 카드'는 우리 국민들은 물론 트럼프에게도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

아베 일본 총리가 북한 미사일 발사에 관해 비난하는 긴급 기자회견장에서 뒤에 서 있는 트럼프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가 북한 미사일 발사에 관해 비난하는 긴급 기자회견장에서 뒤에 서 있는 트럼프 대통령ⓒCNN 해당 방송 캡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인터뷰] "국방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02/13 12:46
  • 수정일
    2017/02/13 12:4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김종대 정의당 의원 <1> 트럼프, 한국에 집단 방위 공헌 요구
이재호 기자  2017.02.13 11:17:03
 
'불확실성'이 키워드가 돼버린 트럼프 시대, 동북아의 안보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까? 지난 1월 미국 하와이에 위치한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하고 돌아온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을 만나 트럼프의 전략을 분석하고 한국의 대처 방안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 의원은 하와이에 4성 장군이 4명이나 있다는 말로 미국 현지 분위기를 전달했다. 그는 "하와이에는 태평양사령부와 예하에 육군, 공군, 해군 구성군사령부가 있다. 원래 태평양 사령관만 4성 장군이었는데, 이번에 가봤더니 원래 3성이었던 예하 구성군사령부의 사령관들이 전부 4성 장군으로 바뀌어 있었다"며 "이건 그만큼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의원은 트럼프 시대의 미국 역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동북아에서 세력 균형을 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부상 이후에도 여전히 동북아 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은 우선순위를 조정해 선택적으로 개입하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시아를 우선순위로 잡았고,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서 순풍을 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불개입주의를 선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을 길들이기 위해 아시아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미국이 방법론적 측면에서 '연방안보(federated security)론'을 들고 나왔다며 "미국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태국, 터키, 프랑스, 영국, 미국, 필리핀 등 한국전쟁 당시 전력을 제공했던 9개국 나라들을 모두 모아 주둔군 지휘협정, 즉 소파(SOFA)를 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전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다 책임을 질 수 없으니 이들 국가의 도움을 받자는 것인데, 협정을 맺은 국가의 군대가 한반도에 들어오면 시설도 제공하고 법적 지위도 보장해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훈련도 잘 돼 있어야 한다"며 "이는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양자동맹이 아닌, 다자동맹으로 가자고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한반도 전쟁 수행 체제를 과거 한미 양자 동맹의 틀이 아닌, 다자간의 수행 체제로 변혁하자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 국방부는 미국의 이러한 제안에 선뜻 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 동맹이 아닌 9개국과 군사적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부담과 함께, 집단적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우려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방위비 증액 요구까지 겹치게 되면 한미 동맹이 예전과 같이 원만하게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이 아니라, 방위비 인상 그 자체로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이 한국 방위에 쓰는 예산보다 한국이 자기 방위에 쓰는 예산이 더 적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이렇게 돈을 많이 쓰면서 도와주고 있는데, 왜 한국은 그만큼 쓰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 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정부가 통상, 환율, 무역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것과 동시에 군비 증액 요구까지 함께 겹치게 되면 이 동맹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는 상당한 위기"라고 분석했다. 

인터뷰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위치한 김종대 의원실에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프레시안>은 인터뷰를 2회에 나누어 게재한다.  
 

▲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 ⓒ프레시안(이재호)


프레시안 : 지난 1월 미국 하와이에 위치한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했는데, 트럼프 정부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상하나?  

김종대 : 하와이에는 태평양사령부와 예하에 육군, 공군, 해군 구성군사령부가 있다. 원래 태평양사령관만 4성 장군이었는데, 이번에 가봤더니 원래 3성이었던 예하 구성군사령부의 사령관들이 전부 4성 장군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작은 섬에 4성 장군 4명이 있다는 것도 이색적인 광경이긴 했는데, 이건 그만큼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향후 이러한 흐름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미국 전략가들은 중국의 A2AD(Anti-access, ares denial, 접근 저지‧영역 거부)전략과 이의 축소판인 북한판의 A2AD 전략이 나오면서 동북아시아에서 세력 균형이 무너졌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창의 끝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창을 구성하는 배경은 중국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동북아의 세력 균형이 무너졌다고 보고, 과거와 같이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내놓은 처방에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 우선 패권 축소론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을 비롯해 세계의 너절너절한 분쟁에 모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조정하여 집중해서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패권을 축소시키고 그 유지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미국은 이 우선순위를 아시아로 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서 순풍을 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개입주의를 선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을 길들이기 위해 아시아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방법론적 측면에서는 '연방안보(federated security)론'을 들고 나왔다. 이는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제시한 개념으로,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쓰는 용어는 아니지만 사실상 적용하고 있는 방법으로 간주된다.  

쉽게 이야기하면 연방안보 개념은 여러 나라와 '안보'라는 공공재를 같이 만들자는, 즉 큰 양푼을 놓고 각자 가지고 있는 밥을 다 섞어서 숟가락 들고 같이 떠먹자는 식이다. 여러 국가들의 안보 협력이 마치 하나의 연방 국가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동맹국과 협력국을 재설계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의 동맹국과 협력국들이 직접 관계를 맺고, 미국은 그 뒤에서 이들을 조정해주는 방식이다.  

군사기술 측면에서도 미국이 내놓은 처방이 있는데, 이 부분이 핵심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바로 '3세대 상쇄전략'이다. 미국은 1950년대 핵무기, 1970년대는 스마트 기술을 이용해 군사적인 능력 부문에서 경쟁 국가들이 추격을 따돌려왔다. 이렇게 두 번의 혁명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시기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3세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1970년대 미국이 제시한 스마트 기술은 스텔스, GPS, 토마호크 등으로 대표된다. 이 때 시작된 이 기술들은 1991년 걸프전에서 완성됐다. 하지만 경쟁국들은 금세 이러한 기술을 따라 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다시 격차를 벌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래서 미국은 사이버전, 수중전, 미사일 방어, 해양 치안, 인도적 협력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미국은 여기에 300억 달러 (한화 약 34조 원)를 투입했다. 이 중 60억 달러가 비밀예산인데 그만큼 보안을 강조했다. 결과는 차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제주 해군기지에 배치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 최신 구축함 줌월트에 탑재된 레일건 같은 경우도 당분간 중국이 흉내 내지 못할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총포탄이 화약을 탑재해서 상대의 자산을 파괴하는 방식을 쓴다면, 레일건은 화약이 포함돼있지 않은 그냥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레일건은 강력한 전기로 극성을 발생시켜서 그 자기장의 힘으로 포탄을 발사한다. 그런데 이게 음속의 8배까지 속도가 나갈 수 있다. 그래서 굳이 폭발을 시키지 않아도 상대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할 수 있다. 게다가 레일건에 쓰이는 포탄은 화약이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저렴하다. 사실상 무한정 발사가 가능한 포탄인 셈이다.  
 

▲ 미국 차기 전투함 줌월트 ⓒ미 해군


프레시안 : 미국이 제시하는 연방 안보 개념에 실제 참여하는 국가는 어디인가? 

김종대 : 이게 사실 한국 국방부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인데, 유엔사의 한국전쟁 당시 파병국이 16개국이다. 그 중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태국, 터키, 프랑스, 영국, 미국, 필리핀 등 한국에 대한 전력을 제공했던 9개국 나라들을 모두 모아서 주둔군 지휘협정, 즉 소파(SOFA)를 체결하자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이는 실제 전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다 책임을 질 수 없으니 이들 국가의 도움을 받자는 것인데, 협정을 맺은 국가의 군대가 한반도에 들어오면 시설도 제공하고 법적 지위도 보장해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훈련도 잘 돼 있어야 한다. 

이는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양자동맹이 아닌, 다자동맹으로 가자고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한반도 전쟁 수행 체제를 과거 한미 양자 동맹의 틀이 아닌, 다자간의 수행 체제로 변혁하자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이를 중국 봉쇄라고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방식은 중국을 봉쇄하는 효과를 낳을 수는 있다. 

그런데 한국 국방부는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선뜻 응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우리가 빈혈에 걸리면 미국의 피를 수혈받는 식으로 한미동맹을 설계해 놓았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9개국에서 '수혈'을 받아야 한다. 당장 그들과 한국이 혈액형이 맞는지도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러한 미국의 제안은 한국 정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게 우리 정부에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방식은 집단적 의사 결정을 전제로 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일례로 지난 2011년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 당시 주한미군 측이 유엔사 회원국을 참관인으로 요청했다. 그 때 우리가 회원국들에게 적극적 억제 전략을 브리핑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뒤에 항의 서한이 오기 시작했다. 이 전략이 유엔 헌장을 어기는 선제 공격 개념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렇듯 여러 국가나 집단에서 개입을 하기 시작하면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한미 동맹은 간단하다. 훈련부터 계획까지 모든 것이 통합돼있다. 그래서 우리 국방부는 연방안보보다는 지금의 한미 연합사 체제를 선호한다. 하지만 미국은 언젠가 연합사는 소멸할 것이며, 유엔사를 통한 집단적 안보체제 구축으로 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올려라? "완전히 오역한 것" 

프레시안 : 트럼프 당선이 과연 한국에 유리한거냐 불리한거냐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행보가 동아시아나 한국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전망해보는 것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는 데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김종대 :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모순적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처럼 다자주의를 계승하면서 그 힘으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경제 분야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포기했다. 이건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적 결정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TPP를 추진했던 이유는 경제적인 것보다는 동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됐다. 아시아에서 일본, 한국과의 안보협력은 TPP와 같이 가는 개념이었다. 그래야 재균형을 완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안보에서의 재균형은 계속 추진하면서 경제에서의 다자주의는 깨버렸다. 경제적인 부문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면서 군사적인 부문에서 동맹을 중시하는 이러한 이율 배반성은 오래갈 수 없다. 경제에서의 미국 우선주의가 안보에 악영향을 줄 것이고 이게 바로 방위비 문제다.  

일반적으로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건 트럼프를 둘러싼 가장 대표적인 오역 중 하나다. 트럼프는 방위비가 아니라 동맹국의 국방비 자체를 올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주한미군, 주일미군, 주독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은 물론이고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국방비를 늘리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동맹국들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 것은, 동맹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위해 돈을 더 쓰라는 뜻이 아니다. 왜 동맹국들의 국방비가 이것 밖에 되지 않느냐고 이야기한 것이다. 즉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이 아니라 '방위 분담'을 이야기한 것이다. 
 

▲ 지난 1월 20일(현지 시각) 취임 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 ⓒAP=연합뉴스


한국은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약 9000억 원을 부담하고 있다. 이를 일본이나 독일 수준으로 올리려면 3000억~4000억 원 정도를 올리면 된다. 그런데 이걸로 동맹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면 이는 사실 대단히 저렴한 비용이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약 34조 원 어치의 미국 무기를 수입했다. 그 외에도 미국이 요청한 다국적 훈련, 미사일 방어 등도 수행하고 있고 평택에 새로운 미국의 전진기지도 허용했다.  

미국은 여기서 3000~4000억 원 올려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정도 국방비 부담도 적다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의도를 단순히 분담금을 올리는 문제로 받아들인다면 이건 정말 순진한 발상이다.  

프레시안 : 우리는 미국에게 계속 "북한 위협을 막아주세요"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이 지역안보에 기여하라는 뜻인가? 

김종대 : 그렇다. 트럼프는 객관적으로 미국이 한국 방위에 쓰는 예산보다 한국이 자기 방위에 쓰는 예산이 더 적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이렇게 돈을 많이 쓰면서 도와주고 있는데, 왜 한국은 그만큼 쓰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는 곧 한국의 국방비 증액 문제와 연결되는 문제로 논리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경제 영역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정부가 통상, 환율, 무역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것과 동시에 군비 증액 요구까지 함께 겹치게 되면 이 동맹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는 상당한 위기다.  

사드 연내 배치, 가능할까?  

프레시안 :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3일 한국을 방문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회담 이후 매티스 장관의 사드 연내 배치 발언을 두고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통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사드 연내 배치는 가능할까?  

김종대 : 올해 안에 사드가 배치되려면 몇 가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롯데와 국방부 간 부지 교환 문제도 있고 조기 대선으로 정권 교체 등의 변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한미 양국이 마음 먹고 서두르면 올해 내에도 가능하긴 하다. 미국이 돈을 지불하는 것이지만 있는 포대를 옮겨놓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대체 미국에서 추가 생산도 하지 않는 무기를 우리가 왜 이렇게 들여오고 싶어서 안달을 부리고 있냐는 점이다. 사드가 가장 수요가 많은 전략 자산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신뢰가 가는 자산이라면 왜 미국은 추가 생산을 하지 않을까? 

올해 사드에 배정된 예산은 3억 6000만 달러(한화 약 4000억 원)에 불과하다. 요격 미사일 한 기에 120억 원이고 48기가 1차 발사분이다. 그러면 한 개 포대만 해도 미사일 가격만 6000억 원이다. 지금 배정된 예산으로는 한 개 포대의 미사일도 다 채우지 못하는 셈이다. 

게다가 저 예산 항목은 미사일 보충이 아니라 시스템 유지비다. 추가 생산 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국방부의 설명대로 그렇게 신뢰할만한 무기라면 왜 무장을 보충하지도 않고 미국 본토에도 한 대만 놓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사드는 이미 한물 간 무기라는 점이다. 적국이 미사일 배치를 약간만 바꿔도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마구마구 깔아야 하는데, 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즉 이런 식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은 경제성이 없다. 상대방은 저렴한 비용으로 위협을 가하는데, 이를 막기 위한 방어에는 몇 배나 많은 예산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게 합리적인가? 

그래서 미국 내에서도 SM-3와 패트리어트, 사드에 의존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는 미국을 재정 파탄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 하원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론자가 많아서 저런 예산 배정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레일건과 같이 저렴한 요격 체계를 구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사실 사드를 연내 급하게 배치할 이유도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아직 실전 배치가 되지 않은 무기체계다. 공격자의 능력과 작전술이 어떤지 아직 확정하기가 어려운데 방어 개념을 먼저 확정하겠다는 것이 사드 배치인데, 이건 군사적으로 대단히 비합리적인 접근이다. 만약 사드가 조기에 배치되면 북한은 이를 다 관찰한 뒤에 이 방어망을 돌파하는 방식을 고민할 것이다. 사드 조기 배치가 북한을 위한 것인지, 남한을 위한 것인지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 되는 셈이다.  

국방부는 한반도의 방위를 위해 미국이 사드를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사실 사드는 한미 동맹 양자 차원에서 이야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 배치돼있는 엑스밴드레이더와 함께 생각했을 때 왜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해야 하는지 답이 나오는 문제다. 

일본에는 2대의 엑스밴드 레이더가 횡적으로 배치돼있다. 여기서 정삼각형을 그려보면 그 꼭짓점 위치가 바로 성주다. GPS로 위치를 파악할 때 인공위성 3대가 삼각 측량을 하듯이, 공중에서 날아오는 표적 역시 지상에서 삼각 측량을 해줘야 정확하고 신속하게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이다.  

즉, 사드는 한국의 방어가 아니라, 통합 공중 미사일방어(IAMD, Integrate Air Missile Defense)의 개념에서 배치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방어망을 구상하는 가운데 성주가 선택된 것이다. 국방부가 설명하는 것처럼 사드만 똑 떼어 놓고 보면 아무런 전략적 의미가 없다. 

미국은 이러한 방식으로 빨리 정보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한국과 일본을 완전히 단일한, 하나의 안보 주체로 만들고 싶어한다. 미국은 미사일 방어 자산을 통해 한일 간 정보 공조를 이루고 이지스 체계와 조기 경보기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실제 최근에 일본에 E-2D 조기경보기가 배치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역시 미사일 방어 네트워크에 연결돼있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 상황에서 이런 것들을 아시아 전체 차원에서 구축될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처럼 소지역 단위에서 묶는 것이다. 인도와 호주를 묶는 것도 비슷한 방식이다. 이렇게 미국은 부지런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집단 방위를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 제임스 매티스(왼쪽) 미국 국방장관이 3일 서울 삼각지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레시안 : 성주 사드 배치는 결국 한국이 한미일 3국 안보 체제로 빨려 들어가는 고리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종대 : 한국이 미사일 방어 국제협력에서 일종의 '접착제'가 되는 셈이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바로 한국 및 일본의 미사일 방어 자산과 통합된다. 이를 통해 한미일 3국의 공동 방위 체제가 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사드가 한국 방어에 기여하는 이유로 지휘통제체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사드 배치를 곧 MD 참여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 국방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단 정보공조가 시작되면 작전적 공조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따라서 사드가 배치되면 지휘통제체제를 재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단지 그 시기가 지금이 아닌 것일 뿐이다.  

프레시안 : 최근에는 미국의 최신 구축함인 줌월트 배치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줌월트를 제주 해군기지에 배치하려는 의도에는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나? 

김종대 : 사드는 육군의 전략 무기고 줌월트는 해군의 무기다. 해군 출신의 태평양 사령관은 해군에 더 좋은 무기가 있다면서 줌월트를 소개해줬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방어무기로 중국의 억제력을 무력화하면 그 다음에 공격 무기로 이를 종결지어야 한다는 전략 개념에서 나온 것일수도 있다. 줌월트는 공격 무기다. 

한국이 전략자산 배치를 요청해서 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공중 자산이나 핵잠수함의 상시 또는 순환배치를 요구해왔다. 줌월트 같은 함정이 아니었다.  

문제는 미국이 그런 자산을 한국에 배치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일단 공중 자산은 오키나와나 괌에서 날아오면 되기 때문에 굳이 한국의 최전방에 가서 타깃이 될 이유가 없다. 또 핵잠수함의 경우 동해에 상시배치 돼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반면에 함정이 이동하는 것이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러니까 이를 구실로 삼아 제주 해군기지를 모항으로 해서 줌월트를 전진 배치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이 말하는 전략자산도 가져다 놓고 중국과 가장 가까운 기지인 제주에서 적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으니 미국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이밖에도 여러 배경이 있을 수 있지만, 줌월트와 관련한 발언이 나올 때가 트럼프 대통령이 막 취임했을 시기였기 때문에, 이 사안이 트럼프와 정책적 조정이 됐다고 보기는 이른감이 있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제1항모타격단 특별임무가 갑자기 취소된 사연

<개벽예감 238>제1항모타격단 특별임무가 갑자기 취소된 사연
 
 
 
한호석 통일학연구소장 
기사입력: 2017/02/13 [11:32]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사상 처음 제1도련선 넘나든 항모전투단
2. 대만귀속전쟁준비에 박차 가하는 중국
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행해본 적이 없는 특별임무 
4. 제1항모타격단 특별임무가 갑자기 취소된 사연
5. 트럼프 행정부가 포기할 태평양방어 전초기지

 

▲ <사진 1> 이 사진은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항진하는 장면이다. 이 항공모함은 지난 시기 소련에서 건조되고 있었는데, 소련이 해체되면서 건조작업이 중단되었고, 소유권이 우크라이나로 넘어갔다. 항모를 건조할 필요가 없는 우크라이나는 그 항공모함을 헐값에 내놓았다. 중국은 그 항공모함을 싸게 구입하여 자체 기술로 개조하고, 현대화하였다. 증기터빈으로 움직이는 랴오닝함의 배수량은 55,000톤이며, J-15 전투기 24대와 해상작전헬기 12대를 싣고 시속 59km로 항해한다. 2016년에 중국이 항모전투단을 실전배치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지배해오던 미국의 독점적 지위가 무너지고 말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사상 처음 제1도련선 넘나든 항모전투단

 

미국이 성탄절 분위기에 들떠있었던 2016년 12월 24일,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커다란 정세변동을 몰고 올 사변이 일어났다. 8척으로 편성된 항모전투단이 동중국해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항모전투단은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을 주축으로 미사일구축함 3척, 호위함 3척, 보급함 1척으로 편성된 중국 항모전투단이었다. 중국 항모전투단은 우성리(吳勝利) 해군사령원(사령관)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2016년 12월 16일 보하이(渤海)만에서 대규모 실탄사격훈련을 진행하였고, 그 이후 12월 23일까지 며칠 동안 서해에서 함재기 편대의 함상이착륙훈련, 공중급유훈련, 공중실탄사격훈련을 진행하였는데, 12월 24일 사상 처음으로 중국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동중국해에 나타난 것이다.

 

동중국해에 나타난 중국 항모전투단은 어디로 항해했을까? <디플로맷(Diplomat)> 2016년 1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그 항모전투단은 미야꼬해협(宮古海峽)을 지나 서태평양으로 나아갔다고 한다. 미야꼬해협은 오끼나와본도(沖繩本島)와 미야꼬지마(宮古島) 사이에 있는, 폭이 약 300km되는 해협이다. 일본 최남단에서 오오수미(大隅), 도까라(吐噶喇), 아마미(庵美), 오끼나와, 미야꼬, 아에야마(八重山)를 거쳐 대만 최북단까지 긴 사슬처럼 이어진 류구제도(琉球諸島)의 여러 해협들 가운데, 폭이 가장 넓은 미야꼬해협을 통과하여야 동중국해에서 서태평양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서태평양에 나아간 중국 항모전투단은 남서쪽으로 침로를 바꿔 계속 항해하더니 바쉬해협(Bashi Channel)을 통과하였다. 바쉬해협은 대만 최남단에 있는 란슈(蘭嶼)와 필리핀 최북단에 있는 마불리스섬(Mavulis Island) 사이에 있는 해협이다. 바쉬해협을 통과한 중국 항모전투단은 2016년 12월 26일 남중국해에 들어섰다. 그날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기자회견에서 “우리 랴오닝은 국제법이 정한 자유항해법과 항공법을 따르고 있다. 우리는 모든 관련국들이 중국의 권리를 존중해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보하이만과 서해에서 연속 진행된 해상전투연습, 그리고 동중국해 - 서태평양 - 남중국해로 이어진 항모전투단의 장거리항해는, 중국이 제1도련선(第一島鏈線) 해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항모실전연습을 진행하였음을 말해준다.

 

도련선이란 중국인민해방군 해군사령원,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지낸 류화칭(劉華淸)이 1982년 중국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지시에 따라 획정한 태평양방어선이다. 당시 그는 도련선을 방어하기 위해 해군력을 증강하고 항공모함을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중국은 한 세대가 지난 2016년에 그의 ‘예언’을 실현한 셈이다.

 

중국은 도련선을 이중으로 획정하였는데, 일본 최남단 - 류구제도 - 대만 - 필리핀 루손(Luzon) - 팰러원(Palawan) - 보르네오(Borneo)를 잇는 안쪽 방어선은 제1도련선이고, 일본령 오가사와라군도(小笠原群島) - 미국령 괌(Guam) - 미국령 사이판(Saipan) - 파푸아뉴기니(papua New Guinea)를 잇는 바깥쪽 방어선은 제2도련선이다. 제1도련선은 중국 본토에서 대략 1,000km 정도 떨어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그어졌고, 제2도련선은 중국 본토에서 대략 2,000km 정도 떨어진 서태평양에 그어졌다.

 

▲ <사진 2> 중국은 1982년에 태평양방어선을 획정하였다. 하지만 태평양방어선에 대한 지배권을 장악하려는 본격적인 군사활동을 벌이기까지에는 30여 년이 흘렀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중국은 두 줄의 태평양방어선을 이중으로 획정하였는데, 그것을 제1도련선과 제2도련선이라 부른다. 제1도련선은 일본 최남단 - 류구제도 - 대만 - 필리핀 루손 - 팔라완 - 보르네오를 잇는 방어선이고, 제2도련선은 일본령 오가사와라군도 - 미국령 괌 - 미국령 사이판 - 파푸아뉴기니를 잇는 방어선이다. 제1도련선은 중국 본토에서 대략 1,000km 정도 떨어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그어졌고, 제2도련선은 중국 본토에서 대략 2,000km 떨어진 서태평양에 그어졌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중국 항모전투단이 제1도련선 해역으로 출동하기에 앞서 2016년 11월 25일 중국 전투비행대들이 미야꼬해협과 바쉬해협으로 각각 동시에 출동하여 제1도련선 해역 상공에서 장거리비행훈련을 벌였다. 중국 본토 공군기지에서 남중국해로 출동한 최신형 장거리전략폭격기 훙(轟)-6K 2대, 뚜볼레브(TU)-154 정보수집기 1대, Y-8 정찰기 1대로 편성된 전투비행대는 바쉬해협 상공을 통과하고 서태평양으로 나아간 뒤 동중국해 상공을 거쳐 중국 본토 공군기지로 돌아갔고, 그와 동시에 중국 본토 공군기지에서 동중국해로 출동한 수호이(SU)-30 전투기 2대는 미야꼬해협 상공을 통과하여 서태평양으로 나아가 다른 전투기 4대와 합류하여 비행훈련을 벌인 뒤 다시 미야꼬해협 상공을 통과하여 중국 본토 공군기지로 돌아갔다. 그 전투비행대들이 비행한 거리는 각각 2,500km 이상이었다.

 

이처럼 중국 전투비행대들이 2016년 11월 25일 제1도련선을 넘나드는 장거리비행훈련을 진행하였고,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2월 25일에는 중국 항모전투단이 제1도련선을 넘나드는 장거리해상훈련을 진행한 것은, 태평양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미국에 맞서기 위한 중국의 정면도전이 시작되었음을 말해주는 중대사건이다. 

 

중국은 제1도련선을 그어놓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지배권을 장악하고, 제2도련선을 그어놓은 서태평양에서 지배권을 장악한 뒤, 2040년쯤에는 태평양 전역에서 미국의 태평양독점지배권을 허물어버리겠다는 야심찬 전략구상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그런 전략구상을 실현하려면, 우선 미야꼬해협과 바쉬해협에 대한 지배권을 장악하고, 서태평양으로 나아가 초계활동을 활발히 전개해야 하는데, 여기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장거리전투비행대와 항모전투단이다. 2016년 11월 25일과 12월 25일 중국의 장거리전투비행대와 항모전투단이 각각 제1도련선을 넘나드는 장거리작전을 연습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중국의 해양전략구상을 실현하려는 군사활동이 시작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중국이 제1도련선을 그어놓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지배권을 장악하려면 그 해역의 지배권을 장악해온 미국 해군력보다 우위에 서야 하는데, 이미 남중국해에서는 중국 해군력이 미국 해군력보다 우위를 점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아래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사진 3> 이 사진은 남중국해 제1도련선 안쪽에 있는 난샤군도 해변을 촬영한 것이다. 그 섬에 주둔하는 중국인민해방군 병사들이 해안순찰로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이 보이고, 그 섬이 중국 영토임을 말해주는 표지석이 보인다. 그 표지석에는 '난샤는 우리나라 땅이다. 신성하여 침범을 용납치 않는다'는 글이 새겨져 있다. 2015년 7월 바로 그 난새군도 해역에서 중국 호위함 단둥함이 충파전술위협으로 미국 연안전투함 포트워스함과 미국 구축함 래쓴함을 몰아낸 적이 있다. 이처럼 남중국해에서 벌어진 힘겨루기에서 중국 해군이 우위를 점하기 시작한 까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있는 난샤군도와 시사군도에 총 27개의 전초기지를 건설하였기 때문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중국 홍콩에서 발간되는 <밍바오(明報)> 2017년 1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2015년 7월 중국 영해를 넘보는 미국 전투함을 몰아내라는 명령을 받고 남중국해 난샤군도(南沙群島, 영어명칭은 스프래틀리군도[Spratly Islands]) 해역에 출동한 중국 호위함 단둥함(丹東艦)은 미국 연안전투함 포트워스함(USS Fort Worth)에게 “즉각 여기를 떠나라”고 통고했는데, 포스워스함이 그 통고를 무시하자 단둥함은 즉각 돌진하였고, 질겁한 포트워스함은 긴급변침신호를 보내면서 황망히 물러났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었던 직후, 그 해역을 계속 순찰하던 단둥함은 미국 구축함 래쓴함(USS Lassen)을 발견하고 “즉각 여기를 떠나라”고 통고했는데, 라쎈함이 그 통고를 무시하자 또 다시 즉각 돌진하였고, 질겁한 래쓴함은 긴급변침신호를 보내면서 황망히 물러났다고 한다.

 

고속돌진으로 적함에 충돌하는 것을 충파전술이라 한다. 단둥함은 함체길이가 103m, 배수량이 1,700톤밖에 되지 않는데, 포트워스함은 함체길이가 118m, 배수량이 3,500톤이고, 래쓴함은 함체길이가 155m, 배수량이 9,200톤이나 된다. 하지만 단둥함이 돌진하여 충돌하면 포트워스함과 래쓴함은 침몰할 수 있다. 중국 호위함이 미국 연안전투함과 구축함을 충파전술위협으로 몰아낸 것은 해상대결에서 중국 해군이 우위를 점하기 시작하였음을 의미한다.

 

남중국해에서 벌어진 힘겨루기에서 중국 해군이 우위를 점하기 시작한 까닭은, 중국이 남중국해 난샤군도에 전초기지 7개, 남중국해 시샤군도(西沙群島, 영어명칭은 패러쓸군도[Paracel Islands])에 전초기지 20개를 각각 건설하였기 때문이다.

 


2. 대만귀속전쟁준비에 박차 가하는 중국

 

그러면 동중국해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서는 어느 쪽이 이기고 있을까? 2016년 12월 17일 미국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 해군 수송사령부 소속 4,700톤급 해양조사선 바우딧취함(USNS Bowditch)이 필리핀 수빅만(Subic Bay)에서 북서쪽으로 약 90km 떨어진 동중국해에서 잠항을 마치고 돌아온 무인잠수정 2척을 거두어들이던 중 바우딧취함 뒤를 따라다니며 감시하던 중국 군함에서 내린 고속단정이 돌진하여 무인잠수정 1척을 낚아채갔다고 한다. 미국 무인잠수정은 바다속을 돌아다니며 해양정보를 수집하는 소형 첩보잠수정인데, 그렇게 수집한 해양정보는 잠수함작전에 필요한 수문지도를 작성할 때 사용된다. 

 

중국은 미국 해양조사선 바우딧취함이 첨단첩보장비를 사용하여 상습적으로 정찰활동을 벌이는 간첩선이라고 비난하면서, 그런 간첩선이 국제해양법을 위반하고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ZZ)에 대한 관할권을 침해하였으므로, 무인잠수정을 압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 무인잠수정을 나포한 때로부터 6일 뒤에 나포인근수역에서 그 무인잠수정을 미국에게 슬그머니 돌려주었다. 그로써 두 나라가 더 이상 충돌하지 않았지만, 동중국해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중국과 미국이 태평양방어선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 상황을 보면, 동중국해에서 힘을 겨루는 중국과 미국 가운데 어느 쪽도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팽팽한 대결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된 까닭은, 미국이 일본 사세보(佐世保)와 오끼나와에 강력한 군사전략거점을 구축하고 전략적 우위를 선점하였기 때문이다. 

 

태평양방어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 <사진 4> 이 사진은 2016년 9월 25일 중국 작전기들이 미야꼬해협 상공을 가로지르며 초계비행을 하는 장면이다. 왼쪽에 보이는 작전기종은 신형 장거리전략폭격기 훙-6K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작전기종은 수호이-30 전투기이다. 오끼나와본도와 미야꼬지마 사이에 있는 폭이 약 300km되는 미야꼬해협은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서태평양으로 나아갈 때 통과하는 바다이다. 중국이 제1도련선을 그어놓은 동중국해에서 지배권을 장악하려면 미야꼬해협을 통제할 장거리작전능력을 가져야 하는데, 중국은 장거리전투비행대와 항모전투단을 실전배치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였다. 동중국해와 서태평양을 이어주는 관문인 미야꼬해협은 중국, 미국, 일본, 대만 등이 힘을 겨루는 열점수역으로 전변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첫째, 동중국해에서 지배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은 해군력과 공군력을 미야꼬해협에 계속 출동시킬 것이고, 중국의 그런 도전을 막으려는 미국은 사세보와 오끼나와에 각각 구축해놓은 군사전략거점들에서 해군력과 공군력을 출동시켜 중국의 미야꼬해협 진출시도를 차단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첨예한 대결이 벌어질 미야꼬해협은 새로운 열점수역으로 되었다. 


둘째, 동중국해에서 지배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은 대만귀속을 서두를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귀속시키면, 미야꼬해협을 통과하여 서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대만에서 직접 서태평양으로 나아가는 대통로가 열리게 되는데, 어찌 대만귀속을 서두르지 않겠는가.

 

2016년 9월 1일 대만 언론매체들이 대만 국방부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대만을 무력으로 귀속시킬 준비를 완료할 것인데,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였을 때, 미국이 대만문제에 개입하였을 때, 대만이 중국과의 통일협상을 지연시켰을 때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요즈음 중국인민해방군은 대만귀속전쟁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테면, 대만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인용한 <산께이신붕(産經新聞)> 2015년 10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가까운 중국 본토 여러 지역들에 주둔하는 12개 미사일여단에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1,500여 발을 집중배치하고 대만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대만언론 <왕바오(旺報)> 2016년 10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대만해협 건너 중국 본토 남부지역에 퇴역전투기 젠(殲)-6을 개조한 무인폭격기 4,000대를 집중배치하였다고 한다. 중국이 1958년부터 1986년까지 생산한 젠-6 전투기는 4,500대이다.

 

▲ <사진 5> 이 사진은 2016년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공식 방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영접을 받으며 환영인파에 둘러싸인 장면이다. 중국은 자국을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을 최고의 예우를 갖춰 환대하였으며, 13건의 중국-필리핀 경제협력협정을 무더기로 체결하였고, 필리핀에 13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하였다. 이것은 동중국해에서 지배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이 필리핀을 친미노선에서 끌어내어 중립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말해준다. 필리핀을 서로 자기쪽으로 끌어당기는 중국과 미국의 팽팽한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셋째, 동중국해에서 지배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은 필리핀을 친미노선에서 끌어내어 중립화시키려고 한다. 이를테면, 중국은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필리핀 대통령이 2016년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공식 방문하였을 때, 최고의 예우를 갖춰 환대하였으며, 13건의 중국-필리핀 경제협력협정을 무더기로 체결하였으며, 필리핀에 13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하였다. 당시 중국을 방문 중이던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은 위대한 나라이며 필리핀의 우방이다. 두 나라 사이에 맺어진 유대의 깊은 뿌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이제는 (필리핀이) 미국에게 작별을 고할 때다.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간섭이나 필리핀-미국 합동군사훈련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폭탄선언’으로 미국에게 상처를 안겨주었다. 필리핀을 친미노선에서 끌어내어 중립화시키려는 중국의 움직임은, 필리핀을 서로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중국과 미국의 외교전을 더욱 가열시킬 것이다. 

 


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행해본 적이 없는 특별임무

 

2017년 1월 5일 오전 7시 미국 해군 제3함대 소속 제1항모타격단(Carrier Strike Group One)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남단 쌘디에고(San Diego)에 있는 해군기지에서 출항하였다.

 

제1항모타격단은 핵추진 항공모함 칼 빈슨(USS Carl Vinson), 제2항모비행단, 미사일순양함 레이크 챔플린(USS Lake Champlain), 미사일구축함들인 마이클 머피(USS Michael Murphy), 웨인 마이어(USS Wayne Meyer) 등으로 편성되었다. 칼 빈슨함에 배치된 제2항모비행단은 4개 타격전투기대대, 1개 헬기해상전투대대, 1개 헬기해상타격대대, 1개 항모조기경보기대대, 1개 전자공격대대, 1개 함대병참지원대대로 편성되었다. 제1항모타격단 전체 병력은 7,500명이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7년 1월 5일 현지보도에 따르면, 제1항모타격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해군이 수행해본 적이 없는, ‘제3함대사령부 전위(COM Third Fleet Forward)’라는 작전명칭으로 불리는 “전례 없는 임무(unique mission)”를 수행하기 위해 이날 서태평양으로 출동하였는데, 지난 6개월 동안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혹독한(rigorous) 준비훈련과정”을 마쳤다고 한다.

 

▲ <사진 6> 미국 해군은 하와이를 분기점으로 하여 태평양 작전구역을 둘로 나누었는데, 동태평양 작전구역에는 제3함대를 배치하였고, 서태평양 작전구역에는 제7함대를 배치하였다. 제3함대의 모항은 캘리포니아주 최남단에 있는 쌘디에고이고, 제7함대의 모항은 일본 도꾜만에 있는 요꼬스까이다. 위의 사진에 나오는 항공모함은 제3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칼 빈슨함이다. 제3함대 소속 제1항모타격단은 칼 빈슨함을 주축으로 편성되었다. 배수량이 101,300톤인 칼 빈슨함은 함재기와 함재헬기 90대를 싣는다. 위의 사진에서 칼 빈슨함 왼쪽에 있는 군함은 보급함이다. 그런데 2016년 하반기 6개월 동안 제1항모타격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해군이 수행해본 적이 없는 특별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혹독한 준비훈련을 쌘디에고 앞바다에서 받았고, 2017년 1월 5일 그 특별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쌘디에고에서 서태평양 작전구역으로 떠났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 보도기사를 읽어보면, 제1항모타격단이 결전을 각오한 출정식을 진행한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해군이 수행해본 적이 없는 특별임무는 무엇인가? 제1항모타격단이 쌘디에고 앞바다에서 혹독한 준비훈련을 받고 있었던 2016년 하반기에 서태평양 군사상황을 되짚어보면, 그 특별임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2016년 하반기 서태평양 군사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은 중국 항모전투단의 실전연습이었으므로, 미국 항모타격단은 중국 항모전투단에 맞서는 특별임무를 받고 지난 1월 5일에 출동한 것이다. 세계전쟁사에서 항공모함끼리 맞붙은 항모전투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 항공모함과 일제 항공모함이 태평양에서 벌인 항모전투밖에 없는데, 위의 보도기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해군이 수행해본 적이 없는 특별임무라고 했으니, 미국 항모타격단이 중국 항모전투단과 맞서는 작전임무인 것이 분명하다.

 

서태평양으로 출동하여 중국 항모타격단과 맞서게 될 특별임무를 받고 쌘디에고를 떠난 제1항모타격단은 어디로 갔을까? 2017년 1월 30일 제1항모타격단 사령관이 ‘페이스북(Facebook)’에 올려놓은 소식에 따르면, 그 항모타격단은 2017년 1월 14일까지 하와이 앞바다에서 수중전연습(USWEX)을 벌였다고 한다. 이건 좀 뜻밖의 소식이다. 동중국해에 출동해서 중국 항모전투단과 맞서는 특별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줄로 알았던 제1항모타격단이 하와이 앞바다에서 맴돌고 있었으니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만 국영통신사 <중앙통신> 2017년 1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쌘디에고를 떠난 제1항모타격단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진행되는 1월 20일 동중국해에 도착하게 될 것이고, 거기서 중국 항모전투단과 조우할 것으로 예견된다고 하였다. 당시 중국은 자국 항모전투단과 미국 항모타격단이 동중국해에서 조우하게 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제1항모타격단의 침로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은 중국 항모전투단과 맞서기 위한 6개월간의 혹독한 준비훈련을 마친 제1항모타격단에게 특별임무를 주어 동중국해로 출동시켰으니, 두 나라의 항모대결은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만일 미국 항모타격단과 중국 항모전투단이 동중국해에서 조우하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첫 항모대결이 벌어지게 될 판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또 벌어졌다.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현장사진자료를 보면, 칼 빈슨 항모 승조원들은 지난 2월 5일 저녁 미국인들을 열광시킨 가장 인기 있는 미식축구경기 최종전 ‘수퍼 볼 게임(Super Bowl Game)’ 실황중계방송을 대형화면을 통해 시청하고 있었다.

 

▲ <사진 7> 이 사진은 칼 빈슨 항공모함 승조원들이 2017년 2월 5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식축구경기 최종전 '수퍼 볼 게임' 실황중계방송을 함상에서 시청하는 장면이다. 2017년 1월 20일쯤 동중국해에 도착하면, 중국 항모전투단과 반드시 조우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항모대결을 벌이겠다고 하면서 기세등등하게 출동한 칼 빈슨 항공모함은 동중국해에는 가지도 않고 하와이 앞바다에 머물렀고,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승조원들이 미식축구경기 실황중계방송이나 시청하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건 뭔가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해군이 수행해본 적이 없는 특별임무를 받고 출동하였다는 항모타격단이 작전구역에는 가지도 않고 하와이 앞바다에서 미식축구경기 실황중계방송이나 시청하며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니, 그런 뜻밖의 행동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제1항모타격단은 태평양을 횡단하여 일본 요꼬스까(橫須賀)에 있는 미해군 7함대 기지에 입항할 것이라는 군사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2017년 2월 3일과 10일 두 차례로 나눠 서태평양의 미국령 괌(Guam)에 있는 아프러항(Apra Harbor)에 입항하였다. <디플로맷(Diplomat)> 2017년 1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제1항모타격단은 원래 일본 요꼬스까 해군기지에 입항하기로 되어 있다고 하였는데, 일본 근처에도 가지 않고, 요꼬스까에서 남쪽으로 2,500km나 떨어진 괌에 나타났으니 이상하지 않은가. 

 


4. 제1항모타격단 특별임무가 갑자기 취소된 사연

 

위에 열거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제1항모타격단이 출동한 지난 1월 5일 이후 미국이 미처 예상치 못한 어떤 돌발사태가 일어났고, 그런 까닭에 중국 항모전투단에 맞서려던 제1항모타격단의 특별임무가 갑자기 취소되었음을 의미한다.

 

요즈음 한국 주요언론매체들은 제1항모타격단이 오는 3월 6일부터 진행될 ‘키 리졸브-독수리’ 조선침공연습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추측기사를 내보내고 있지만, 그런 추측은 최종국면에 들어선 조미핵대결이 어떻게 종결되기 시작한지 모르는 잠꼬대 같은 소리다. 미국은 올해 ‘키 리졸브-독수리’ 준비사업에서 이미 손을 뗐으며, 제1항모전투단을 동중국해로 출동시켜 중국 항모전투단과 맞서려던 특별임무도 취소하고 말았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하여 트럼프 행정부를 국가안보파탄의 벼랑끝으로 떠밀어버리는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그런 두 가지 상황변화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명백하다. 그 내막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2017년 1월 9일 미국은 하와이에 머물고 있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먼 거리에서 탐지한다는 해상배치 엑스밴드레이더(X-Band Radar)를 하와이와 알래스카 중간쯤 되는 북태평양에 급파하였다. 왜냐하면, 지난 1월 8일 조선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각각 1발씩 실은 자행발사대 2대를 발사대기상태에 진입시켜놓고 이동하는 모습이 미국 정찰위성에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어떤 미사일방어망으로도 막지 못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었다. 미국에서 정권인수인계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던 기간에 일어난 이 충격사건으로 미국 국가안보기관들과 국가정보기관들이 발칵 뒤집어졌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조선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몇 시간 앞둔 지난 1월 20일 하루 동안 세 가지 비상조치를 연속적으로 취하면서 미국 국가안보기관들과 국가정보기관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첫째, 취임식 당일 오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자행발사대 2대가 평안북도에서 평양 북쪽으로 갑자기 남하하더니 즉각 발사할 태세를 취하였다. 


둘째, 취임식 당일 정오를 기하여 조선인민군 전군이 전투동원태세에 진입하였다. 
셋째, 취임식 당일 발행된 <로동신문>에는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는 시비거리로 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기사가 실렸다. 이 논평기사는 “미국이 저들이 하는 대륙간탄도미싸일발사는 문제시될 것이 없는데 우리가 하는 것은 <도발>로, <위협>으로 된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강도적 궤변”이라고 비난하면서, “누가 뭐라고 하든 우리의 대륙간탄도로케트는 최고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사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 <사진 8> 동중국해에서 중국 항모전투단과 조우하면 항모대결을 벌이겠다고 하면서 2017년 1월 5일 쌘디에고를 떠난 항공모함 칼 빈슨함은 일본 요꼬스까에 있는 제7함대 기지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요꼬스까에서 남쪽으로 2,500km나 떨어진 괌의 아프러항에 2월 10일에 도착하였다. 위의 사진은 칼 빈슨함이 아프러항에 정박해 있는 모습을 촬영한 것인데, 촬영시기는 2003년 10월이다. 요꼬스까에 입항하여 전열을 가다듬고 곧바로 동중국해로 출동하여 중국 항모전투단과 항모대결을 벌어야 할 칼 빈슨함이 서태평양에 있는 괌에 도착하여 특별하게 하는 일도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중국 항모타격단에 맞서려던 특별임무가 갑자기 취소되었음을 의미한다. 특별임무는 왜 취소되었을까?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제1항모타격단이 일본 요꼬스까에 입항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와 똑같이 조선침공연습을 감행하려는 ‘도발조짐’으로 보일 것이고, 따라서 그에 대한 보복으로 조선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2발을 불시에 연속하여 시험발사할 것이 분명하였다. 이런 급박한 사정을 간파한 미국은 요꼬스까를 향해 떠난 제1항모타격단을 하와이 앞바다에 머물게 하였다가 결국 침로를 바꿔 괌으로 보낸 것이다.  

 

만일 조선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즉각 단행할 태세로 트럼프 행정부에게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가하지 않았더라면, 중국 항모전투단은 동중국해에 출동한 미국 항모타격단과 조우하여 미증유의 항모대결을 벌여야 했을 것이고, 거기에 더하여 미국은 제1항모타격단을 동원한 사상 최대 규모의 ‘키 리졸브-독수리’ 조선침공연습을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강행하여 전쟁위기를 발화점으로 끌어가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견디지 못하였고, 항모타격단은 괌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조선이 전략적 핵압박공세로 제1항모타격단의 동중국해 접근을 가로막아준 덕택에 미증유의 항모대결을 피할 수 있었던 중국은 조중우호관계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였을 것이다.

 


5. 트럼프 행정부가 포기할 태평양방어 전초기지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을 전후한 시점에 두 방향에서 자기를 질식시킬 것처럼 조여드는 엄청난 압박공세를 받았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동원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와 항모전투단을 동원한 중국의 제1도련선 장악공세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 두 가지 압박공세에 맞설 군사대응력을 갖지 못했다. 지난 8년 동안 국방예산삭감, 무기공급제한, 병력감축, 군사훈련부족, 정비불량, 사기저하 등이 겹치면서 미국의 군사력은 전례 없이 약화되었다. 이번에 항모타격단을 동중국해와 한반도 인근해역에 전진배치하려던 미국의 작전계획이 실패한 사례만 봐도 미국의 군사력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알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제1도련선 장악공세에 맞서는 것보다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 맞서는 것이 훨씬 더 급박하고, 힘겹고, 중대하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0일 백악관에서 아베 신조(安培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와 중국의 제1도련선 장악공세를 동시에 언급한 대목에서 “조선의 핵과 미사일위협은 매우, 매우 높은 우선순위에 있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미국에 대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가 무엇보다도 급박하고, 중대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발언이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가 가장 급박하고, 힘겹고, 중대한 것일까? 그 까닭은 압박강도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미국 항모타격단과 중국 항모전투단이 맞서는 항모대결은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지만, 조미핵대결을 최종국면에 진입시킨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는 조선인민군이 임의의 시각에 개전할 조국통일대전에 직결되므로, 압박강도에서 현저한 차이가 난다.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는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조국통일대전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미국에 대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는 조국통일대전의 ‘서곡’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선인민군은 지난해에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하였고, 지금은 올해 안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개전명령을 기다리는 중이다.

 

▲ <사진 9> 미국 항모타격단과 중국 항모전투단이 맞서는 항모대결은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지만, 조미핵대결을 최종국면에 진입시킨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는 조선인민군이 임의의 시각에 개전할 조국통일대전에 직결된다.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는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조국통일대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조선인민군은 지난해에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하였고, 지금은 올해 안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개전명령을 기다리는 중이다. 위의 사진은 2016년 2월 20일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진행된 쌍방실동훈련에 참가한 기계화보병부대들이 전투장비를 갖추고 진격로에 도열하여 공격명령을 기다리는 장면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누구나 아는 것처럼, 조국통일대전의 목적은 미국 본토를 점령하려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통일하려는 것이다. 조선이 미국 본토를 점령하려고 하지 않는데도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능력을 갖춘 까닭은, 조국통일대전에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미국의 보복핵공격과 대규모 전투부대 증파를 사전에 봉쇄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이 미국의 보복핵공격과 대규모 전투부대 증파를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능력으로 봉쇄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바로 그럴 때 조선은 조국통일대전을 ‘마음 놓고’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의 핵무력이 완성단계에 이른 올해가 바로 그런 때이다. 미국 군부는 조선이 3~4년 뒤에야 핵무력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미국 본토에 대한 조선의 핵공격능력이 완성되었고, 그에 따라 미국의 패색이 짙어진 조미핵대결이 최종국면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서든지 감춰보려고 꾸며낸 거짓말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미국에게는 자국 본토에 대한 조선의 핵공격을 막아낼 능력이 없다. 조선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나 각개발사식 다탄두미사일 앞에서 무용지물로 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심리적 방어기제이지 물리적 방어수단은 아니다.

 

조선인민군은 조국통일대전을 개전하는 날, 지난 60년 동안 준비해온 전투력을 불시에 기습적으로 총폭발시키는 엄청난 ‘순간충격’으로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을 삽시에 제압할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인민군 전투력과 한미연합군 전투력을 비교, 분석한 심층정보를 알지 못한 채 왜곡선동만 들으면, 조선인민군의 전쟁수행력을 과소평가하게 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그들의 전쟁수행력이 한미연합군을 압도한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이전에 발표한 나의 글들에서 여러 차례 논하였으므로, 여기서 재론할 필요가 없다.

 

▲ <사진 10> 이 사진은 주한미국군 제2사단 병사들이 경기도 북부지역에서 행군훈련을 하는 장면이다. 미국 본토에 대한 조선의 핵공격능력은 미국의 보복핵공격과 대규모 전투부대 증파를 원천봉쇄할 것이므로, 주한미국군은 미국의 자동적인 전쟁개입을 보장해준다던 '인계철선'의 역할을 상실하였고, '독 안에 든 쥐'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미국이 태평양방어선 전초기지에 전진배치한 주한미국군은 고립되었다. 이것은 미국이 6.25전쟁 이후 지난 63년 동안 태평양방어 전초기지로 운용해온 한국의 군사전략적 가치가 소멸되었음을 의미한다. 한미동맹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이익을 주던 시대는 끝났으며, 지금 한미동맹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치는 위해요인으로 돌변하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독 안에 든 쥐'의 신세로 전락한 주한미국군과 재한미국인들을 고립상태에서 하루빨리 구출해야 한다. 구출방도는 조속한 철군밖에 없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 본토에 대한 조선의 핵공격능력이 미국의 보복핵공격과 대규모 전투부대 증파를 원천봉쇄할 것이므로, 주한미국군은 미국의 자동적인 전쟁개입을 보장해준다던 ‘인계철선(trip wire)’의 역할을 상실하였고, ‘독 안에 든 쥐’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미국이 태평양방어 전초기지에 전진배치한 주한미국군은 고립되었다. 이것은 미국이 6.25전쟁 이후 지난 63년 동안 태평양방어 전초기지로 운용해온 한국의 군사전략적 가치가 소멸되었음을 의미한다. 한미동맹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이익을 주던 시대는 끝났으며, 지금 한미동맹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치는 위해요인으로 돌변하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동맹을 붙들고 있을수록 미국의 국가안보가 훼손되는 위해상태는 그만큼 더 악화될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정세변화를 인식하면, 2017년에 트럼프 행정부가 수행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독 안에 든 쥐’의 신세로 전락한 주한미국군과 재한미국인들을 고립상태에서 하루빨리 구출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국군과 재한미국인들을 고립상태에서 구출하는 방도는 조속한 철군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철군해도 되고,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그냥 철군해도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이 받게 될 엄청난 안보충격을 감소시켜줄 미일동맹강화조치를 주한미국군 철수 전에 시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7년 2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청하여 최상의 환대를 베풀고, 자신이 올해 일본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미일밀착관계를 한껏 과시한 것은, 태평양방어 전초기지를 포기할 때 일본이 받을 안보충격을 감소시킬 예비행동이 아니었을까?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 “전략탄도탄 ‘북극성-2’ 시험발사 성공” 발표


SLBM ‘북극성-1’ 사거리 연장한 지대지 중장거리 미사일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17.02.13  09:26:42
페이스북 트위터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우리 식의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인 지상대지상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2’형 시험발사가 주체106(2017)년 2월 12일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한국 합참과 미국 전략사령부는 12일 오전 7시55분께 북한이 평안북도 구성군 방현비행장에서 ‘무수단(화성-10)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여, 500km를 날아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날 발사를 현지 지도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리병철, 김정식, 정승일, 장창하를 비롯한 노동당 책임일꾼들, 국방과학연구부문 일꾼들이 김 위원장을 영접했다. 

‘북극성-2’에 대해서는 “지난해 8월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발사에서 이룩한 성과에 토대하여 이 무기체계를 사거리를 연장한 지상대지상탄도탄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을 개량했다는 것. 

통신은 “새로 개발한 대출력 고체발동기를 이용하는 중장거리 전략탄도탄과 리대식 자행발사대를 비롯한 무기체계전반에 대한 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된 이번 시험발사를 통하여 지상에서의 냉발사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 대출력 고체발동기의 시동 특성을 확증하였으며 능동구간 비행시 탄도탄의 유도 및 조종특성, 대출력 고체발동기들의 작업특성, 계단분리특성들을 재확인하였다”고 전했다.

또한 “보다 능력이 향상된 핵탄두장착이 가능한 조종전투부의 분리 후 중간구간과 재돌입구간에서의 자세조종 및 유도, 요격회피기동특성 등을 검증하였으며 새로 설계제작한 자행발사대차의 기동 및 운영상태를 극악한 지상환경 속에서 시험완성하고 실지 탄도탄발사를 통하여 그 기술적 지표들을 완전히 확정하였다”고 알렸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극성-2’형은 작전 이용에 편리하면서도 타격의 신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우리 식의 우월한 무기체계이며 발사대차와 탄도탄의 설계와 제작, 발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100% 우리의 지혜,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에 의하여 개발된 명실공히 주체탄, 주체무기”라고 자평했다. “이제는 우리의 로케트 공업이 액체로케트 발동기로부터 대출력고체로케트 발동기에로 확고히 전환되었으며 견본모방형이 아니라 개발창조형공업으로 비상히 강화발전되었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또 “새로운 전략무기체계가 개발됨으로써 이제 우리 인민군대는 수중과 지상 임의의 공간에서 가장 정확하고 가장 신속하게 전략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주변 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사거리 대신 고도를 높이는 고각발사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생 75돌을 맞으시는 위대한 장군님께 드리는 가장 깨끗한 애국충정의 선물”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도 전했다. 

(추가, 10:30)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재용 구속수사가 꼭 필요한 이유

 

특검 활동기간 얼마 안 남아... 형사정의의 요청17.02.12 15:36l최종 업데이트 17.02.12 22:17l조국(news)편집: 장지혜(jjh9407)

삼성 이재용 구속영장실질심사 구속 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뇌물공여, 횡령, 국회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삼성 이재용 구속영장실질심사 구속 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1월 18일 오전 뇌물공여, 횡령, 국회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지난 1월 19일, 특검이 신청한 이재용 삼성 그룹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전국민적 분노가 일어났다. 담당판사가 삼성 장학생 출신이라거나 그 아이가 삼성에 특혜로 취직됐다는 허위주장까지 나올 정도였다. 변호사와 법학교수들은 법원 앞에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과 집회를 벌이며 항의의사를 표현하는 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비판과 항의의 대열에 참여한 필자는, 특검의 활동 종료시한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다시 한 번 이재용 구속수사가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현재 이재용은 한국 최고 수준의 법적 수비진(陣)의 도움을 받고 있다. 반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발생 후 늦게 구성된 특검은  불리한 조건 아래에서 분투하고 있다. 

1. 영장 기각의 논리와 취지

사실 확인이 끝난 세 가지 점은 다음과 같다. (a) 이재용은 박근혜 대통령과 세 차례 독대하였는데, 양자의 1차 독대에서 박 대통령은 대한승마협회를 언급하였고, 2차 독대에서는 승마 지원을 질책하였다, (b) 1차 독대와 2차 독대 사이 청와대의 결정에 따라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은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으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지원하였고, 이로써 삼성은 이재용 승계를 마무리했다, (c) 이러한 과정에서 삼성은 430억 원이 넘는 돈을 최순실 일당에게 제공하였다.

특검은 (c)를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공범에 대한 뇌물제공행위로 파악하였다. 즉, 특검은 이재용의 최순실 일당에 제공한 거액은 바로 박근혜에 대한 뇌물로 본 것이다. 반면 이재용의 변호인들은 이재용 또는 삼성은 박근혜의 강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최순실 일당에게 금품을 제공한 '피해자'일 뿐이라고 항변하였다.

이에 조의연 영장전담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하였다. 

조 판사의 영장기각의 취지는 돈을 제공한 경위와 수혜자가 누구인가 등의 문제(사실관계)와 돈 제공에 대가성이 있었는가의 문제(법적 평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을 수 있고, (a), (b), (c) 사이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는바, 피의자 이재용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상태에서 다투어보라는 것으로 읽힌다. 

2. 비판

이재용도 형사소송법상 방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를 전제하더라도 그때나 지금이나 이재용을 구속할 법적 사유와 필요성은 충족된다. 그리고 구속영장청구시 검사가 피의자의 유죄를 "합리적 의심을 넘어"(beyond reasonable doubt)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입증하면 된다.

(1) 이재용의 '힘'과 기업범죄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조의연 판사의 영장기각의 취지에서 밝혔듯이, 이재용과 삼성이 거액을 제공한 경위와 돈 제공에 대가성이 있었는가에 대하여 다툼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툼이 있을 경우 무조건 피의자를 불구속하는 것은 옳은 판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먼저 삼성이라는 거대권력의 수장이 삼성그룹 사옥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재용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뒤에서 지배하고 있는 '삼성왕국'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통할하고 있는 '최고 존엄'이다.

이러한 이재용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되면, 이재용은 '피해자'일 뿐이라는 주장만 공판정 안팎에서 울려퍼질 것이고 이재용과 삼성의 어두운 비밀을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생각건대, 강고한 위계질서와 겹겹의 비밀성을 특성으로 하는 국가권력 범죄, 기업·경제 범죄, 조직범죄 등에서 그 수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통상의 범죄를 범한 개인의 구속 여부와 달리 판단해야 한다. 이런 범죄는 수장이 격리되어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영장전담판사는 이러한 범죄의 특수성을 직시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재용이 박근혜의 종용과 압박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심리적 위축이 있었다고 하여 이재용이 순전히 '피해자'가 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정경유착의 구조와 논리를 생각할 때, 이재용은 그 정도 위축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3대 승계 완성이라는 더 큰 이익을 위하여 최순실 일당에게 거액을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사실관계에 부합할 것이다.

그리고 삼성이 최순실 일당에게 거액을 제공한 것은 공범인 박근혜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 외에는 어떤 다른 이유는 없다. 한국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삼성이 박근혜와 최순실이 '일심이체'(一心異體) 관계였음을 몰랐을 리 없다. 삼성은 최순실 일당에게 가는 돈은 바로 박근혜에게 가는 돈이고, 최순실 일당에게 돈이 가야 박근혜가 국가권력을 움직여 3대 승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추론이다.

(2) 증거 인멸의 염려와 범죄의 불법성이 크다.

형사소송에서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원칙이 모든 피의자를 불구속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은 구속사유로 (i)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ii)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iii)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등을 규정하고 있는 바, 조 판사는 이재용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재용은 주거가 일정하고 외국으로 도망할 염려가 없다는 점에 (i)과 (iii)은 충족되지 않는다. 그러나 (ii)의 경우에 대한 조 판사의 판단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재용은 일개 시민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막강한 경제권력의 수장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직후부터 삼성은 이재용의 명시적 또는 암묵적 지시 하에 '황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조직적으로 관련 증거를 인멸하고 '입 맞추기'를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영장 청구 시점에도, 기각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2항은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430억 원이라는 액수가 뇌물이라고 한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 적용되어 중형이 예상되는 바, "범죄의 중대성"이 충족된다. 

그리고 박근혜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430억 원의 제공행위는 정경유착이라는 고질적 병폐를 재현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범죄의 중대성"이 충족된다.

3. 이재용과 삼성은 정경유착의 폐습을 버린 적이 없다

이상과 같은 법적 논의 이전에 법원 포함 우리 사회에는 조작된 신화가 작동하고 있다. 즉, 재벌총수가 구속·처벌되면 경제에 악(惡)영향을 준다는 신화다. 이재용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판사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이 신화를 믿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법기관이 뇌물, 횡령·배임, 탈세, 주가조각 등을 범한 재벌총수에 대하여 보다 엄격한 태도를 취해야만 경제원칙이 바로 서고, 이는 경제에 선(善)영향을 준다. 범죄인이 끌고 가는 경제에는 정의가 없을 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경쟁력도 없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은 특정 후보에게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검찰 고위간부에게 '떡값'을 제공한 것이 안기부의 불법도청을 통하여 드러났다. 문제의 '엑스 파일'이 위법수집증거였기에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당시 이건희는 한 차례 서면조사만 받았다. 

2008년 이재용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으로 경영권을 불법 승계했다는 혐의로 당시 조준웅 특검팀에 소환된 적이 있다. 그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되었지만, 이건희에게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의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그런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밝혀진 삼성의 행태를 보면, 이재용과 삼성은 1997년과 2008년의 경험에서 배운 것이 전혀 없었음을 확인한다. 오히려 이재용은 이번 '게이트'에서 삼성의 수장으로 핵심적 역할을 하였다. 

4. 이재용 구속수사가 필요하다

특검의 활동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근혜의 특검조사 거부로 뇌물을 받은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어려운 상태이다. 특검으로서는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는데 다시 기각된다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고민될 것이다.

그렇지만 특검은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지금까지 확보한 확실한 증거를 기초로 범죄 혐의를 재정리해야 한다. 삼성이 최순실 일당에게 거액을 제공한 이유, 박근혜와 최순실의 공범성, 돈 제공의 대가성 등에 대한 증명을 보강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번 영장기각 후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 추가 확보, 공정위와 금융위에 대한 전격적 압수수색,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그룹 계열사 재무담당 임원들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하여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것으로 보도되었다.

필자는 조의연 판사가 삼성의 눈치를 보면서 의도적으로 '친(親)재벌총수 판단'을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는 재벌총수 관련 범죄의 특수성을 간과했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재벌과잉보호논리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새로이 영장을 심사할 판사 역시 고민이 많을 것이다. 영장을 기각한 동료 판사의 선택이 마음에 걸릴 것이다(그러나 2016년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으로 대우조선해양 비리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가 기각된 후 재청구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에게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다름 아닌 조의연 판사였다). 이재용에 대하여 재청구될 구속영장을 검토한 판사는 특검이 보강하여 제출할 증거 외에 필자가 강조한 두 가지 점을 깊이 고민해주길 바란다.

특검과 영장전담판사에 대한 필자의 이러한 요청은 재벌 총수 개인에 대한 '복수'나 '괴롭힘'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범죄 및 기업총수에 대하여 보다 엄정한 형사정의가 세워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 당신의 이야기도 '뉴스'가 됩니다. 지금 시민기자로 가입하세요!   ✎ 시민기자란?

덧붙이는 글 | 조국 기자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촛불혁명, '정치연합'과 '대선 후 개헌'으로 완수해야

촛불혁명, '정치연합'과 '대선 후 개헌'으로 완수해야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대체 한국적 삶은 왜 이리 자주 시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한국민이 특별히 더 참여지향적이기 때문일까?” 

박명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87년 이후 광장에서 끝없는 참여와 시위, 저항이 이어지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반복적으로 개헌 의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이 물었다.

박 교수는 10일 더불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7년 대선과 민주당의 진로> 토론회 발제문에서 지금의 정치가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지 않아 광장에서는 참여와 저항이 반복되고 있다며 “‘촛불혁명’을 “6월항쟁 체제,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헌정불안을 종식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탄핵-대선-개헌’이라는 한국사회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연립-연합-통합정부’를 구성하고, 개헌은 ‘대선 이후’에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4월혁명, 부마-광주항쟁, 6월항쟁 모두 “밑으로부터의 항쟁과 보수세력의 집권-의제장악-연장이라는 일관된 수동혁명방식으로 귀결됐다”며 이번 촛불혁명이 개혁을 완수하는 능동적 시민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민주개혁세력과 정당 간의 연립과 연합은 필수”라고 말했다. 1930년대 스웨덴, 1930년대 미국, 1940년대 핀란드 등의 사례에서 보듯 국가개혁의 기본틀은 새로운 ‘정치연합-연립’으로부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이들 국가의 사례로부터 “정치연합-사회연합-타협-장기개혁의 연쇄고리를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합’과 관련 DJ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고위 선출직이나 임명직으로 참여했던 인사는 다음 집권시 민주당 정부에의 불참을 선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합을 위한 희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어 “연합과 연립의 범위는 탄핵국면-대선국면-집권 이후 개혁국면을 기준으로 상당한 정치예술적 지혜를 요하는 경로가 아닐 수 없다”라며 “같은 정치연합이라 하더라도 3당합당과 DJP연합-노무현 연정제안의 차이는 결코 간과될 수 없는 차이”라고 말했다. 같은 연정이라 하더라도 'DJP연합'은 민주개혁세력에 주도성이 있어 개혁성이 관철됐지만, '3당합당'은 주도성이 군부세력에 있었기 때문에 민주개혁세력이 수동적인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선 전 개헌은 “대선주자들이 ‘확실한 이익’을 거래”하는 “‘탁상거래, 탁상개헌, 탁상헌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개헌 시기는 반드시 대선 이후가 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익을 주고받는 식의 개헌은 ‘헌법제정이론의 금기사항’이며 동시에 ‘헌법의 실패’를 불러온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현재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선 전 개헌론’은 일부 정치인들의 정치적 변절, 복귀, 탈당, 합당, 이합집산 등의 알리바이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문재인만 결심하면 개헌이 가능하다’는 발상이야말로 문재인 공격을 위해, 문재인에게 패권적 정치인이 되라는 이율배반적인 요구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2121226001&code=910100#csidxae24a8e491134eea4ce051bd63c8ad3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어제 썰전 봤냐?” 정치예능 전성시대

 

종편 4사 모두 ‘정치예능’ 프로그램 편성…“중년 남성의 프레임으로 세상 보는 건 한계”

이하늬 기자 hanee@mediatoday.co.kr  2017년 02월 12일 일요일
 
“썰전 봤냐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성공이다. 마치 무한도전 봤냐와 비슷하다.” (시청자 엄아무개씨)
 
2013년 2월21일 JTBC ‘썰전’의 첫방송 시청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치의 연성화와 가십화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보수 쪽 고정패널인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을 두고는 ‘이미지 세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강 전 의원은 “저는 방송을 통해 정치계에 복귀하려는 사람이다. 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썰전’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월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패널로 합류한 149화 방송은 시청률이 3.4%로 뛰었고 최순실 특집으로 구성된 191회는 10.1%(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조사에서 2위(9.2%)를 차지했다. 1위는 MBC 무한도전(9.4%)이었다. 이는 한국갤럽이 지난 2013년 1월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후 시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기록한 최고 성적이다. 올해 1월 조사에서는 ‘도깨비’, ‘무한도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 JTBC 썰전 방송화면
▲ JTBC 썰전 방송화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2위 ‘썰전’ 
 
TV조선 ‘강적들’, 채널A ‘외부자들’, 그리고 오는 16일 첫 방송을 앞둔 MBN ‘판도라’는 ‘썰전’과 비슷한 포맷을 취하고 있다. 특히 ‘외부자들’의 경우 진중권 교수, 정봉주 전 의원, 전여옥 전 의원 등 패널이 화제가 됐으며 지난해 12월27일 첫 방송 이후 3회 만에 시청률 4%를 돌파했다. 화제성으로 따지면 '강적들'에 앞선다.
 
김선영 칼럼니스트는 칼럼을 통해 “‘썰전’의 독주시대에 ‘외부자들’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 반갑다. 콘셉트와 인적구성에서부터 ‘썰전’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야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딱 거기까지라는 게 문제다. 외부자적 시선을 깊이 있게 밀어붙이는 논의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13년 10월23일 첫 방송을 한 TV조선 ‘강적들’은 최근 4%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썰전’이나 ‘외부자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방송 전에는 신정아씨를 진행자로 발탁해 논란이 일었고, 방송 이후에도 막말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박종진, 이봉규, 함익병 등 패널의 전문성도 다른 방송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강적들’은 각종 논란에도 불구, TV조선의 인기 정치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MBN ‘판도라’는 진행자 배철수를 비롯해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고정 패널로 섭외해 ‘썰전’과 같은 시간대 편성으로 맞선다. 정해상 MBN 제작2국장은 “보통 정치예능 프로그램이 한발 떨어져서 보는 게 있는데 조금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종편4사에 모두 등장한 정치예능 프로그램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디어 사업자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뉴스에 오락을 접목시켰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정보처리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포장된 정보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 채널A 외부자들
▲ 채널A 외부자들
 
“팩트로 비합리적인 현상 비판에서 카타르시스 느껴”
 
긍정적으로 본다면 이런 포맷은 정치에 무관심한 사회적 이슈에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미디어연구자 바움(Baum, 2002)은 전통적 뉴스는 기회비용이 높은 일이기 때문에 오락적 요소가 가미된 콘텐츠가 관심도 증진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검증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역시 정체예능에 대한 수요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승한 TV칼럼니스트는 “한국은 정치를 무겁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몰아가면서 정치 혐오를 조장했다. 정치를 ‘내게서 먼 것’으로 만드는 함의가 늘 있었다”며 “TV에서 정치는 금지시 되는 영역이었고 정치 이야기를 해도 (종편 프로그램의 경우) 보수 일변도거나 (지상파) 100분 토론처럼 진지한 포맷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 칼럼니스트는 “최근 종편의 정치예능 프로그램은 명망가들이 나와서 계급장 떼고 붙는데 ‘너 죽고 나죽자’가 아니라 싸울 땐 싸우더라도 대화를 전제로 이야기를 나눈다”며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무거운 주제지만 마음의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썰전’의 기획의도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동희 ‘썰전’ CP는 “세상에 무슨 일이 있고 어떤 구조 속에서 내가 살아가는지 이해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며 “정치, 시사를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나를 둘러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김성윤 문화사회평론가는 “프로그램 담화 방식을 보면 패널들이 팩트를 가지고 비합리적이고 몰상식한 현상을 비판한다. 시청자들은 여기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며 “진보와 보수라고 하는 가상의 대립구도가 유희적으로 사용되면서 불안 심리를 무마해주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 TV조선 강적들
▲ TV조선 강적들
 
“정치 무관심한 시청자 끌어오는 효과 있어”
 
‘썰전’을 꼭 챙겨본다는 곽우신(30)씨는 “나꼼수가 정치가 놀이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뉴스는 꾸역꾸역 보는 느낌이 있다면 ‘썰전’은 편하게 본다”며 “정치예능 프로그램은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정치가 시민들에게 유희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썰전’과 ‘외부자들’을 본다는 20대 후반의 갈아무개씨도 “정치 자체를 심각하게 이야기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방송을 보면 현안을 어떤 식으로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한 흔적들이 보인다. 아저씨들 수다를 통해 쉽게 풀어내는 게 재미있다. 그런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포맷이 정치에 무관심했던 시청자까지 끌고 오는 효과도 있을까. 이승한 칼럼니스트는 “‘썰전’ 시청률이 KBS2 ‘해피투게더’ 시청률보다 높거나 비슷하게 나온 지 꽤 됐다”며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시청자로 확보해서는 지상파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MBN 정치토크쇼 진행을 맡게 된 배철수씨. 사진=MBN 제공
▲ MBN 정치토크쇼 진행을 맡게 된 배철수씨. 사진=MBN 제공
“중년 남성의 프레임으로 세상 보는 건 한계”
 
그러나 정치예능 프로그램이 가지는 ‘리스크’도 적지 않다. 자칫하면 연성화나 가십화로 흘러갈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중요한 이슈를 가볍게 만들고 사소한 부분을 부각시키며 복잡한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민주주의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TV조선 ‘강적들’의 막말 논란이나, 최근 ‘썰전’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딸이 화제가 된 것이 이런 맥락에 있다. 이에 대해 이동희 ‘썰전’ CP는 “아무래도 예능적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가십을 다루지는 않고 본질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그런 요소가 쓰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와 시청자는 모두 이들 프로그램이 ‘한 발 더’ 나갈 것을 주문했다. 김성윤 문화사회평론가는 “논의가 제도 정치에 집중돼 있다”며 “성, 인종, 민족 등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생활정치라고 해야 할까. 이런 부분은 부차적으로 다뤄지거나 아예 다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청자 갈아무개씨는 “주로 중년 남성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본다”며 “정치성 다양성을 드러내기에 부족하고 나아가 반소수자적인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 이아무개(31)씨는 “공동체에 필요한 의견이 좀 더 급진적이거나 편파적일 수도 있는데 정제된 것들만 말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돌아가는 판 이상해, 춥다고 안 나올 수 없어"

 

[15차 촛불집회 현장] 광화문 75만 등 전국 80여만 명 집결

17.02.11 16:52l최종 업데이트 17.02.11 21:57l

 

 

[3신 : 11일 오후 9시 25분] 
광화문 75만 등 전국 80여만 명 집결
즉각탄핵! 특검연장!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월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즉각탄핵! 특검연장!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월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권우성
즉각탄핵! 특검연장!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월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사이다' 자유발언에 환호하는 시민들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월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시민의 시원한 '사이다' 발언에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권우성
즉각탄핵! 특검연장!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월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즉각탄핵! 특검연장!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월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권우성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다시 촛불을 든 시민들의 위기감을 반영하듯 무대에 오른 가수 김C는 '좌절금지'를 불렀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김C는 "이렇게 거대한 힘을 몸으로 느끼면서 우리도 변화할 수 있고, 달라질 수 있다고 느꼈다. 많이들 답답하고 갈증나겠지만 저 역시도 그렇다. 잘 오셨고, 제 느낌에는 이게 종착역이 아닌 시작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믿는 수밖에 없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 다 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신속탄핵' 무대 오른 '뜨거운감자' 김C '뜨거운 감자'의 김C가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무대에 올라 열창하고 있다.
▲ '신속탄핵' 무대 오른 '뜨거운감자' 김C '뜨거운 감자'의 김C가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무대에 올라 열창하고 있다.ⓒ 권우성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에 참석한 문재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로 나선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물러설 수 없다!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에 참석한 문재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로 나선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물러설 수 없다!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유성호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 심상정 대표, 이정미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 심상정 대표, 이정미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권우성
야권 대선주자들도 이날 집회에 적극 합류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기탄핵 특검연장' 피켓을 들고 같은 당 추미애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등과 함께 집회장에 자리잡고 앉았다. 취재진과 시민들이 그를 보려고 몰렸고, 문 전 대표는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나눴다. 

같은 당 이재명 성남시장도 합류해 문 전 대표 옆에 앉았다. 이 시장이 나타나자 "이재명 파이팅!"을 외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두 사람은 귓속말을 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본집회 전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이 시장과 함께 '탄핵버스킹'을 진행했다. 

이날 촛불 소등행사엔 '퇴진 보름달'이 떴다. 집회 사회자의 신호에 맞춰 참가자들이 촛불을 끄자 '퇴진'이라고 쓴 큰 풍선이 떠올랐다. 

가수 김장훈 깜짝 등장 

이날 행진엔 가수 김장훈씨가 깜짝 등장했다. 이날 행진은 청와대 방면으로 가는 1차 행진과 헌법재판소 앞으로 가는 2차 행진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김씨는 1차 행진과 2차 행진 모두 적극 참여했다. 

그는 헌재 앞에 방송차가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폴리스라인 앞에 맥주상자를 놓고 올라가 박근혜 대통령 측의 탄핵심판 지연시도 등을 비판하고 집회 참가자들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8시 50분 기준으로 서울 광화문에 75만, 지역 5만6천여명, 전국 총 80여만 명이 박근혜 퇴진 촉구 집회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2신 : 11일 오후 8시 30분]
다시 촛불 든 시민들, LED 촛불장수도 "매출 살아나"
'정월대보름 박근혜 퇴진 소원 빌기' 정월 대보름인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물러설 수 없다!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퇴진'이라고 적힌 커다란 보름달의 대형 풍선이 밤을 밝히고 있다.
▲ '정월대보름 박근혜 퇴진 소원 빌기' 정월 대보름인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물러설 수 없다!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퇴진'이라고 적힌 커다란 보름달의 대형 풍선이 밤을 밝히고 있다.ⓒ 유성호
신속탄핵, 특검연장 15차 촛불집회 ‘2월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 신속탄핵, 특검연장 15차 촛불집회 ‘2월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권우성
신속탄핵, 특검연장 15차 촛불집회 ‘2월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신속탄핵, 특검연장 15차 촛불집회 ‘2월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촛불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은 참가인원이 70만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광장에 나선 시민들은 "아무래도 지금 돌아가는 판이 이상하다", "위기감이 있다"며 다시 촛불을 든 이유를 밝혔다.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5차 촛불집회에 모인 인파는 지난 한 달 중 가장 많았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오후 7시 30분 기준 70만명이 운집했다고 발표했다. 광화문 일대의 통행자체가 어려웠던 역대 최대인파 상황에는 못 미쳤지만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는 세종로 네거리를 넘어 청계광장 앞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은 LED 촛불 매출로도 확인된다. 3차 촛불집회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촛불과 LED 촛불을 판매해온 김태완씨는 "지지난주나 지난주에 비해선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매출상황을 밝혔다. 김씨는 "판매되는 상황을 봐선 새로 촛불집회에 나오시는 분들도 꽤 있는 것 같다"며 "촛불집회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LED 촛불 본체보다는 배터리 판매가 더 많았는데, 오늘은 배터리뿐 아니라 본체 판매량도 꽤 된다"고 말했다. LED 촛불 본체를 구매하는 이들이 새로이 촛불집회에 합류한 것이라고 가정한 분석이다. 

김씨는 촛불집회 초반엔 판매 이익금으로 집회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음료를 나눠주기도 했다. 김씨는 "그동안은 이익금이 줄어서 음료수를 나눠드리지 못했는데 다시 매출이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촛불이 되살아나는 이유에 대해 김씨는 "아무래도 돌아가는 상황이 위태하다고 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닌가 한다"며 "대통령이나 최순실이나 기득권자들이 작당을 해서 '니 까짓것들이 뭘 하겠냐 한번 싸워보자' 이런 느낌을 주고 있다. 여기 자극받은 분들이 다시 나서고 있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추워서 안 나왔는데, 특검 조사 받네 마네 빡 돌게 해"
'탄핵이 먼저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물러설 수 없다!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촉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탄핵이 먼저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물러설 수 없다!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촉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유성호
박근혜 퇴진을 기원하는 대보름 달집 정월 대보름인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물러설 수 없다!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시민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기원하며 만든 대보름 달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박근혜 퇴진을 기원하는 대보름 달집 정월 대보름인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물러설 수 없다!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시민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기원하며 만든 대보름 달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유성호
광화문 담벼락에 비춰진 레이져 불빛 '힘내라 특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물러설 수 없다!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 시민들이 광화문 담벼락에 레이저 불빛으로 '세월호 7시간 이제는 밝혀라. 힘내라 특검'이라는 글자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 광화문 담벼락에 비춰진 레이져 불빛 '힘내라 특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물러설 수 없다!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 시민들이 광화문 담벼락에 레이저 불빛으로 '세월호 7시간 이제는 밝혀라. 힘내라 특검'이라는 글자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유성호
친구가 함께 집회에 참가한 20대 여성 두 명은 촛불집회에 오랜만에 참가했다. 이 중 한 명은 "탄핵이 자꾸 늦어지고 있어서 답답해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친구는 "김진태 의원의 '태극기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말에 열받아서 나왔다가 안 나오고 있었는데, 이 사람이 반성은커녕 짜증나게 하는 말을 계속 하고 있어서 오늘 나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던 50대 여성 친구 두 명도 오랜만에 집회에 참가했다. 이 중 한 명은 "국회 탄핵 전엔 촛불집회에 나왔다가, 탄핵 뒤엔 안 나왔다"며 "탄핵도 되고 했으니까 헌법재판소 과정을 기다려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매주 데모를 하는 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거니까 자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여성은 "그래서 안 나왔는데, 박사모들이 오히려 너무 집회를 크게 하고 촛불집회는 줄어들고 있는 것 같고 해서 이젠 좀 나와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고 이날 참가 이유를 밝혔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집회에 참가한 40대 김상민씨 부부는 "그동안 날씨가 추워서 '담에 가자', '담에 가자' 했다"며 "근데, 더 이상은 춥다는 이유로 안 나오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순실이 민주투사처럼 하고 이런 건 정말 도저히 못 봐주겠고, 대통령이 특검 조사를 받네 마네 하는 것도 못 봐주겠다. 이렇게 빡 돌게 하는데 춥다고 안 나오면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문화회관 근처에 70대 남성 너댓 명이 촛불을 들고 모여 있었다. 이 중 한 명은 "난 열두 번째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확실히 오늘은 촛불이 숫자도 많아졌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이 남성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다 된 밥에 깨빡친다(재 뿌린다)' 이렇게 될까 봐 하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1신 : 11일 오후 4시 52분]
정월대보름에도 계속 되는 "박근혜 퇴진" 촛불
"더이상 못 참겠다. 탄핵하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올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박근혜정권퇴진서울행동 주최로 탄핵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 "더이상 못 참겠다. 탄핵하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올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박근혜정권퇴진서울행동 주최로 탄핵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 권우성
"더이상 못 참겠다. 탄핵하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올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박근혜정권퇴진서울행동 주최로 탄핵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 "더이상 못 참겠다. 탄핵하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올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박근혜정권퇴진서울행동 주최로 탄핵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 권우성
"더이상 못 참겠다. 탄핵하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올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박근혜정권퇴진서울행동 주최로 탄핵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얼굴이 그려진 천을 찢고 있다.
▲ "더이상 못 참겠다. 탄핵하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올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박근혜정권퇴진서울행동 주최로 탄핵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얼굴이 그려진 천을 찢고 있다.ⓒ 권우성
정월대보름에도 '박근혜 퇴진' 소원을 비는 촛불은 계속 타오른다. 1박 2일 행진은 광화문광장을 향해 출발했고, 헌법재판소 앞에서도 신속한 탄핵인용 결정을 촉구했다. 

새해의 건강과 운수대통을 기원하는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인 11일 오후, 강추위에도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첫 출발은 국회 앞. 하루 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시작해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일단락 된 '새로운 세상, 길을 걷자. 박근혜-재벌총수를 감옥으로 대행진'에 참여한 700여 명은 국회 앞에서 다시 행진을 시작, 마포대교를 건너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나라를 자신들만의 세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국회가 나서 노동자 민중이 당하고 있는 고통을 책임히고 해결하지 않으면 국회 또한 탄핵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후 3시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 모인 시민 300여 명은 "헌재가 탄핵심판을 질질 끄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은 이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국민에 삿대질을 하고 있다"며 "헌재는 '7명의 헌법재판관 체제'에 운명을 건 박근혜의 시간끌기에 더 이상 말려들지 말고 이번주 안에 탄핵인용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이상 못 참겠다. 탄핵하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올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박근혜정권퇴진서울행동 주최로 탄핵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 "더이상 못 참겠다. 탄핵하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올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박근혜정권퇴진서울행동 주최로 탄핵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 권우성
"더이상 못 참겠다. 탄핵하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올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박근혜정권퇴진서울행동 주최로 탄핵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 "더이상 못 참겠다. 탄핵하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올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박근혜정권퇴진서울행동 주최로 탄핵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 권우성
"더이상 못 참겠다. 탄핵하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올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박근혜정권퇴진서울행동 주최로 탄핵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 "더이상 못 참겠다. 탄핵하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1일 오후 서올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박근혜정권퇴진서울행동 주최로 탄핵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 권우성
탄핵촉구 촛불집회 본집회 전 사전행사로 열린 이들 집회와 행진 등 참가자들은 오후 4시 30분경 광화문광장에 모여 대학생노래패연합, 하이미스터메모리, 강허달림,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의 공연으로 구성되는 '물러나쇼' 집회에 합류한 뒤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촛불시위 뒤 행진은 두 차례 진행된다. 청와대를 포위하는 행진 뒤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헌법재판소를 향해 한 차례 더 행진을 벌이며 신속한 탄핵인용 결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정월대보름에 열리는 촛불시위인만큼 행진 선두에는 대동놀이패가 앞장 선다. 본 집회엔 모든 촛불을 끄고 보름달에 박 대통령의 신속한 퇴진과 한국사회의 병폐 치유의 소원을 비는 순서가 예정돼 있다. 광화문광장 곳곳에서 'LED 달 풍선 띄우기' 등 다양한 정월 대보름 퍼포먼스도 이어진다.

[특별취재팀] 
취재 : 안홍기, 신나리
사진 : 권우성, 유성호
편집 : 황방열, 최은경
SNS : 유창재 / 모이 : 김혜리 
오마이TV : 장윤선, 김윤상, 박정호, 황지희, 박소영, 윤수현, 이승열, 정현덕, 조민웅, 홍성민, 조성욱, 김혜주, 안민식
☞ 당신의 이야기도 '뉴스'가 됩니다. 지금 시민기자로 가입하세요!   ✎ 시민기자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