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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이냐 협상이냐,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

[개벽예감 322] 파국이냐 협상이냐,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11/12 [09:38]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연기도 아니고 취소도 아니면, 무엇일까?

2. 허위선전은 또 다른 허위선전을 낳고

3. 미국은 “엿이나 먹어라”, 조선은 “병진로선 재고할 수 있다”

4. 분노한 조선이 징벌의 채찍을 쳐들었다

5.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우고 싶은가?

 

 

1. 연기도 아니고 취소도 아니면, 무엇일까?

 

허위선전으로 소동을 벌이는 정치사기꾼들이 있다. 유엔주재 미국대사 니끼 헤일리(Nimrata Nikki Halely)가 그런 부류에 속한다. 일반사기범은 범행대상을 속여 금품을 가로채지만, 니끼 헤일리 같은 정치사기꾼은 유엔무대에서 정치사기극을 연기하며 인류를 우롱한다. 만일 국제형법에 인류우롱죄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면, 니끼 헤일리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될 만하다. 2018년 11월 8일 니끼 헤일리는 유엔안보리 회의를 마친 직후 유엔출입기자들 앞에서 또 다시 서툰 정치사기극을 연기하였다. 그녀의 거짓발언 가운데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북조선은 그것을 연기(postpone)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연기했다. 나는 어떤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의 인용문에서 니끼 헤일리가 말한, 조선이 연기하였다는 것은 미국 국무부가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발표하였으나 성사되지 않은 조미고위급회담이다. 니끼 헤일리는 조선이 그 회담을 연기하였다고 주장하였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조선은 뉴욕 고위급회담을 연기한 것이 아니다. 연기라는 말은 다음 개최일정이 정해졌을 때 쓰는 말인데, 조미고위급회담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연기라는 말은 가당치 않은 소리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조선이 뉴욕 고위급회담을 취소(cancel)하였다고 보도하였는데, 취소라는 말도 가당치 않은 소리다. 취소라는 말은 조선이 미국에게 뉴욕 고위급회담을 취소한다고 통보한 경우에 쓸 수 있는 말인데, 조선은 미국에게 그런 취소통보를 보낸 적이 없다. 

 

조선은 뉴욕 고위급회담을 연기한 것도 아니고 취소한 것도 아니다. 미국이 뉴욕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자는 다급한 제의를 조선에게 보냈으나, 조선은 그 제의를 무시하고 아무런 응답도 주지 않았다. 이것이 감춰진 진실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2018년 11월 4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발언하는 장면이다. 그날 그는 두 군데의 텔레비전방송에서 진행하는 대담프로그램에 시차를 두고 각각 출연하여 '뉴욕 고위급회담설'을 퍼뜨렸다. 그런데 그는 대담 중에 미국이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를 검증하기 전에는 대조선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완화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에게 그처럼 자극발언을 늘어놓고 있으니, 조미관계에서 신뢰가 조성되기 힘들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 국무부는 조선과 미국이 고위급회담을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으나, 그것은 그들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조미관계에서 발생한 심각한 정황의 내막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미국 국무부의 발표관행을 액면 그대로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정확히 분석, 고찰하지 않으면 사실과 허위를 구분하기 힘들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과 미국이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조선과 미국이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할 것이라는 예고발언은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국무장관에게서 나왔다. 그는 2018년 11월 4일 일요일 하루 동안 두 군데의 텔레비전방송에서 진행하는 대담프로그램에 시차를 두고 각각 출연하여 다음과 같은 예고발언을 늘어놓았다. 

 

2018년 11월 4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 대담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나는 이번 주말 뉴욕에서 나의 회담상대인 김영철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대담프로그램 진행자가 완전한 비핵화와 대조선제재 해제의 상호성에 관해 질문하였을 때, 그는 “완전한 비핵화만이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를 검증하는 우리의 능력도 또한 대조선제재를 해제하는 전제조건”이라고 답변하였다. 

 

같은 날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 일요일 대담에 출연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나는 이번 주 뉴욕에서 나의 회담상대인 김영철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를 성취할 때까지 제재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명백한 입장”이라고 발언하였다. 

 

팜페오 국무장관의 위와 같은 발언에 따르면, 미국은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를 검증하기 전에는 대조선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대조선제재를 완화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에게 그런 자극발언을 함부로 탕탕 쏘아대는 판이니, 조미관계에 신뢰가 조성되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보다 며칠 앞서 2018년 11월 1일 미국 국무부 기자회견실에서는 로벗 팰러디노(Robert J. Palladino) 국무부 부대변인과 국무부 출입기자들이 열띤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뉴욕 고위급회담설’이 그 자리에서 거론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미고위급회담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힌 날로부터 거의 보름이 지나도록 미국 국무부가 조미고위급회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발표하지 않아 궁금증이 생긴 국무부 출입기자들은 팰러디노에게 조미고위급회담 일정이 취소된 것인지 아니면 연기된 것인지 질문을 들이댔다. 그러자 팰러디노는 조미고위급회담에 관련하여 발표할 것이 없다고 발뺌을 하면서 우물거렸다. 이런 정황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자는 제의를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보냈으나,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회담에 대해 아무 것도 발표할 것이 없다는 팰러디노의 답변은 회담제의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 문제를 좀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려면, 1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8년 10월 19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진행한 대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앞으로 일주일 반쯤 뒤에 나 자신과 북조선 상대자가 여기서(미국을 뜻함-옮긴이) 고위급회담을 진행하기 바란다”고 하면서 조미고위급회담을 제의한 바 있었다. 이것은 조미실무회담이 개최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자, 실무회담보다 격이 높은 고위급회담을 제3국이 아닌 미국에서 개최하자는 다급한 제의를 조선에 보낸 것이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보낸 다급한 제의에 대한 조선의 응답은 2018년 10월 20일 <조선중앙통신>에 정현이라는 필명으로 발표된 논평에 담겼다. ‘미국은 두 얼굴로 우리를 대하기가 낯뜨겁지 않은가’라는 제목의 논평은 “미국이 평양에 왔을 때 한 말과 워싱톤에 돌아갔을 때 한 말이 다르고, 속에 품은 생각과 겉에 드러내는 말이 다르다면 지금껏 힘겹게 쌓아온 호상신뢰의 탑은 닭알쌓기처럼 맹랑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고, “미국은 자기의 얼치기적인 이중적 사고와 이중적 태도로부터 목표와 수단을 혼돈하고 큰 것과 작은 것을 분간 못하고 있으며 비례감각과 균형감각마저 잃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하였으며, “선의와 아량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받은 것만큼 주어야 하는 초보적인 거래의 원칙에라도 맞게 행동할 것을 (미국에게) 요구”하였다. 

 

만일 팜페오 국무장관이 위에 인용된 논평의 영어번역본을 읽어보았다면, 뉴욕에서 2018년 11월 8일에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자는 두 번째 제의를 조선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두 번째 제의를 조선에 보낸 것을 보면, 상황을 오판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만일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미협상이 중단된 이유를 간파하였다면, 조미고위급회담을 뉴욕에서 개최하자는 두 번째 회담제의를 조선에 보낼 것이 아니라 조선이 요구하는 종전선언 발표와 대조선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꿨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전략적 오판에 빠진 팜페오 국무장관은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외면하였고, 조선으로부터 무응답 퇴짜를 받을 것이 뻔한 조미고위급회담을 두 번째로 제의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말았다. 

 

 

2. 허위선전은 또 다른 허위선전을 낳고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해놓은 회담예정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조선으로부터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바심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제의한 회담예정날짜를 사흘 앞둔 2018년 11월 5일 국무부 대변인 명의로 작성된 성명을 발표하여 뉴욕 고위급회담을 제멋대로 공식화해버렸다. 그날 헤더 노어트(Heather A. Nauert) 국무부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팜페오 장관은 11월 8일 김영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스티브 비건 조선정책특별대표와 함께 뉴욕에 갈 것이다. 국무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최종적으로, 완전하게 검증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을 포함하여 싱가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네 가지 중대사안들을 진전시키기 위한 회담을 진행할 것이다.”

 

위의 성명에서 주목되는 것은, 뉴욕 고위급회담에 나올 미국측 참석자가 팜페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비건(Stephen E. Biegun) 특별대표로 정해졌는데, 조선측 참석자로는 김영철 부위원장 한 사람만 거명되었다는 점이다. 당시 언론매체들은 뉴욕 고위급회담이 개최되면, 조선측에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나오고 미국측에서 팜페오 국무장관과 비건 특별대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정작 당사자인 미국 국무부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뉴욕 고위급회담에 참석하게 될지 알지 못해서 그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 국무부가 회담을 사흘 앞둔 임박한 시점에 조선측 참석자 명단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이야말로 조선으로부터 뉴욕 고위급회담과 관련한 응답을 받지 못하였음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2018년 11월 7일 정례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미국 국무부는 2018년 11월 5일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조미고위급회담이 개최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고, 2018년 11월 7일에는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조미고위급회담이 열리지 않게 되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조선과 미국은 뉴욕에서 2018년 11월 8일에 열릴 것이라던 조미고위급회담을 합의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그 회담이 연기되었다는 미국 국무부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며, 그 회담이 취소되었다는 미국과 한국의 언론보도도 역시 사실과 다르다. 조선이 미국의 고위급회담 제의를 두 차례나 무시해버리는 바람에 미국이 밑모를 수렁 속에 빠졌다는 것, 바로 이것이 미국 국무부가 은폐한 진실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미국 국무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뉴욕 고위급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2018년 11월 7일 예상을 뒤엎는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뉴욕 고위급회담이 열리지 않게 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성명의 전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마이클 팜페오 국무장관이 이번 주 뉴욕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관료들과 만나려던 일정은 훗날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일정이 허락될 때 다시 만날 것이다. 지속적인 대화는 계속된다. 미국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들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위의 성명을 아무리 읽어봐도, 뉴욕 고위급회담이 왜 성사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미국 국무부는 왜 그렇게 모호한 성명을 발표했을까? 미국이 조선에게 고위급회담을 두 차례나 거듭 제의하였으나, 조선으로부터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조선으로부터 무시당한 미국의 처량한 꼴이 국제사회에 드러나 ‘제국의 위신’이 망가질 것이므로, 미국 국무부는 그처럼 모호한 성명을 발표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미관계의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언론매체들은 위에 인용된 미국 국무부의 모호한 성명을 액면 그대로 믿어버리는 바람에 뉴욕 고위급회담이 연기되었다느니 취소되었다느니 횡설수설하였다. 그 회담은 애초에 합의된 적이 없으므로, 연기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고 취소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조선이 미국의 고위급회담 제의를 두 차례나 무시해버리는 바람에 미국이 밑모를 수렁 속에 깊이 빠졌다는 것, 바로 이것이 미국 국무부가 은폐한 진실이다. <뉴욕타임스>도 2018년 11월 8일부 기사에서 “미국과 북조선의 외교과정이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정점에 도달한 이후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고 언명하였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면, 밑모를 수렁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수치스러운 꼴이 국제사회에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정치사기극을 연출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심정이 이해될 수 있는데, 바로 그런 정치사기극에 출연한 주연급 연기자가 니끼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다. 그래서 그녀는 2018년 11월 8일 유엔안보리 회의를 마친 직후 유엔출입기자들 앞에서 정치사기극 씨나리오를 연기하였던 것이다. 

 

정치사기극에 주연으로 출연한 그녀는 뉴욕 고위급회담이 조선의 준비부족으로 연기되었다는 허위선전을 늘어놓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아 조미관계에서 어떤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허위선전까지 덧붙였다. 아무리 거짓말이라고 해도 이처럼 새빨간 거짓말이 또 어디 있을까!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는 조선이 미국의 고위급회담 제의에 아무런 응답을 주지 않았는데도, 니끼 헤일리는 조선이 준비부족으로 연기를 요청하였다는 허위선전을 늘어놓았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회담을 제의해왔으나, 조선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회담제의를 무시하여 미국을 수렁에 빠뜨렸는데도, 니끼 헤일리는 조미관계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허위선전을 늘어놓았다.

 

 

3. 미국은 “엿이나 먹어라”, 조선은 “병진로선 재고할 수 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2018년 11월 4일 두 편의 대담프로그램에 각각 출연하여 ‘뉴욕 고위급회담’을 예고하기 이틀 전인 2018년 11월 2일 조선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에 특별한 논평을 발표하여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언제면 어리석은 과욕과 망상에서 깨여나겠는가’라는 제목의 그 논평은 조선 외무성 미국연구소 권정근 소장의 이름으로 발표된 것이다. 제목만 읽어봐도,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집필형식을 보면, 그 논평은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이 쓴 글이지만, 글의 내용을 읽어보면 그 논평은 미국연구소 소장의 개인적 견해가 아니라 조선 외무성의 견해를 표명한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에서는 정부기관이나 사회단체가 자기 견해를 공식문건으로 발표하지 않고 개별인사의 논평형식으로 발표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미국에게 퍼붓는 신랄한 비판이 가득한 그 논평은 조선이 비핵화를 실행하고 미국이 그것을 검증하기 전에는 대조선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생떼질하는 미국의 태도를 “체질화된 강박증세”이고, “탈선”이며, “기가 막힌 일”이고, “본말을 전도하는 여론오도책동”이며,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미국의 고집불통에 우리의 중학생들마저 너무나 어이없어 <엿이나 먹어라>한다”고 조롱하였다.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 이후 조선이 미국을 그처럼 직설적인 언어로 신랄하게 비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논평에서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내용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에게 보내는 심각한 경고다. 그 논평 중에서 미국에게 경고한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주동적이고 선의적인 조치로서 미국에게 과분할 정도로 줄 것은 다 준 조건에서 이제는 미국이 상응한 화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산을 옮기면 옮겼지 우리의 움직임은 1mm도 없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요구를 제대로 가려듣지 못하고 그 어떤 태도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지난 4월 우리 국가가 채택한 경제건설총집중로선에 다른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여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여날 수도 있으며 이러한 로선의 변화가 심중하게 재고려될 수도 있다. 벌써부터 우리 내부에서는 이러한 민심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생략) 오늘의 과도한 욕심과 편견된 시각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만 미국은 자신도 해치고 세상도 망쳐놓는 참담한 미래와 만나지 않게 될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보고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보고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이 실현되었음을 선언하였고,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천명하였다. 그런데 2018년 11월 2일 조선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의 이름으로 발표된 논평은 대조선적대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미국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고 오만하게 행동하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을 심중하게 재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조선에서 자취를 감췄던 '병진로선'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한 것은 미국이 상상하기조차 싫은 국가재앙씨나리오가 재연될 조짐을 드러낸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병진’이라는 말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을 뜻하므로, ‘병진로선’을 심중하게 재고할 수도 있다는 말은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고 핵무력건설을 심중하게 재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조선에서 자취를 감췄던 ‘병진로선’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한 것은 미국이 상상하기조차 싫은 국가재앙씨나리오가 재연될 조짐을 드러낸 것이다. 만일 최악의 경우 조선이 대미협상을 중단하고 ‘병진로선’으로 돌아서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완전히 파탄될 것이며, 미국은 걷잡을 수 없는 국가안보위기 속으로 다시 휘말려 들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이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논평에 ‘병진’이라는 민감한 단어를 다시 등장시킨 것 자체가 미국에게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위에 인용된 논평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한,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설령 조선이 상상을 초월한 아량을 베풀어 미국의 고위급회담 요구를 받아주고, 그에 따라 뉴욕에서 조미고위급회담이 열렸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회담은 부질없는 말싸움이나 하다가 막을 내렸을 것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부질없는 말싸움이나 하려고 멀리 평양에서 베이징을 거쳐 뉴욕까지 행차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조선은 대조선제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고위급회담 개최를 졸라대는 미국의 허튼 수작을 무시해버리고 아무런 응답도 주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4. 분노한 조선이 징벌의 채찍을 쳐들었다 

 

미국 국무부가 뉴욕 고위급회담이 ‘연기’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던 2018년 11월 7일 로씨야(러시아)는 이튿날 유엔안보리 비공개회의를 긴급히 소집할 것을 유엔안보리 이사국들에게 요구하였다. 그 요구에 따라 2018년 11월 8일 유엔안보리 비공개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그 회의에서 세르게이 키슬략(Sergey I. Kislyak) 유엔주재 로씨야대사는 조선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대조선금융제재를 해제하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니끼 헤일리는 세르게이 키슬략의 견해를 반대하였다. 만일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키슬략 유엔주재 로씨야대사의 견해를 반대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정치사기극은 연출되지 않을 수 있었겠으나, 니끼 헤일리는 유엔안보리 회의 직후 유엔출입기자들 앞에서 푼수 없이 가벼운 입을 놀리며 1인 정치사기극을 벌여놓고 다음과 같은 거짓말 연기를 하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조선에게) 많은 당근을 주었다. 우리는 (조선에 대한) 채찍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제재해제를 보장할 만한 어떤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미관계를 이른바 ‘당근과 채찍’이라는 비유로 묘사한 것부터 조선을 모독하는 허위선전이다. 당근과 채찍으로 말을 부려먹는 마차운전수는 미국이고, 그에게서 혹사당하는 말은 조선이라는 뜻이니, 조선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독이다. 니끼 헤일리는 유엔무대에서 외교활동은 제쳐두고, 어설픈 사기극에 출연하여 다른 나라를 모독하는 악담패설의 주인공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9월 18일 니끼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가 대조선제재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속이고 있다느니 뭐니 하면서 허위선전을 늘어놓는 장면이다. 조선에 대한 악담패설에 능한 그녀는 2018년 11월 8일에도 유엔출입기자들 앞에서 1인 정치사기극을 벌여놓았다. 그녀는 기자회견 중에 당근과 채찍의 비유를 들면서 조선을 모독하였고, 미국이 조선에게 많은 보상을 주었으며, 조선에 대한 징벌을 계속하겠다고 떠들어댔지만, 상황은 그런 악담패설, 허위선전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녀는 미국이 지금까지 조선에 ‘많은 보상’을 주었다고 떠들어댔지만, 미국이 조선에게 준 것은 ‘많은 보상’이 아니라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밖에 없다. 2012년 10월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된, ‘미국이 공화국북반부에 끼친 피해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6.25전쟁 정전 이후 2012년까지 60년 동안 미국이 조선에게 입힌 인적, 물적 피해는 총 64조9,598억5,4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녀는 미국이 조선을 계속 ‘징벌’하겠다고 떠들어댔지만, 이것 또한 생판으로 우겨댄 거짓말이다. 미국이 6.25전쟁 시기부터 감행한 대조선제재는 470여 건이나 되기 때문에, 자기들도 무슨 제재를 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데, 그 가운데서 트럼프 행정부가 감행한 대조선독자제재는 240건이나 된다. 이런 수량지표만 놓고 보면, 지금 미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조선제재를 감행하면서 조선을 ‘징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수량지표와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전례 없는 제재”를 받고 있는 조선의 국가경제는 대폭 위축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조선제재를 감행하였다고 발표한 이후, 조선의 국가경제는 위축되기는커녕 이전보다 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8년 10월 14일 조선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리기성 연구사가 일본 <교도통신>과 대담하면서 밝힌 바에 따르면, 놀랍게도 조선의 2017년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전년 대비 3.7%였다. 조선의 2016년도 국내총생산성장률은 전년 대비 3.9%였다. 그에 비해, 한국의 2017년도 국내총생산성장률은 2.7%였고, 일본 1.2%, 로씨야 1.4%, 도이췰란드 1.6%, 영국 2.0%, 미국 2.3%, 중국 6.6%였다. 이런 사실은 조선의 국가경제가 고속성장기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조선은 국가경제를 자본주의세계시장과 완전히 단절시키고, 자립경제의 자력갱생-자급자족 수준을 사상 최고로 높였다. 최근 조선의 언론보도들을 읽어보면, 조선의 국가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제조기술, 원료, 자재, 설비, 부품을 95% 이상 국산화하는데 성공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것과 더불어 자력갱생-자급자족을 완성한 것은 미국의 대조선제재를 물거품처럼 만들어버리는 강력한 힘의 원천으로 된다.  

 

그러므로 트럼프 행정부가 대조선제재에 집요하게 매달리며 그 무슨 ‘최대압박’이니 ‘채찍’이니 떠들어대는 것은 조선 국가경제의 비약적인 고도성장 앞에서 저 혼자 헛소리를 내지르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다. 조선에 대한 악담패설을 늘어놓는 데서 니끼 헤일리에 뒤지지 않는 마익 펜스(Michael R. Pence) 부통령은 2018년 11월 9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자신의 글에서 미국이 조선에게 “전례 없는 압박”을 계속 들이대고 있다고 떠들었지만, 조선이 압박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데 그런 소리를 늘어놓은 것은 ‘제국의 위신’을 차리기 위한 허위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은 미국의 허위선전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조미관계에서 ‘징벌의 채찍’을 틀어쥔 쪽은 미국이 아니라 조선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국의 위신’을 내려놓고 거듭 구걸해오는 조미협상을 일절 거부하고 ‘징벌의 채찍’을 쳐든 조선은 트럼프 행정부를 밑모를 수렁 속에 깊이 빠뜨렸다. 더욱이 조선은 미국이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싶으면,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선행조치부터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징벌의 채찍’을 가하는 중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미국에게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라고 압박하는 까닭은 그 제재가 조선의 국가경제발전을 가로막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제재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공약한 조미관계개선을 가로막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명백하게도, 미국의 대조선제재는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다. 미국의 대조선제재는 대조선전쟁연습과 더불어 대조선적대정책을 집약적으로 응축시킨 적대행위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조선과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조미정상회담에서 공약해놓고, 대조선제재를 여전히 유지하는 것은 대조선적대정책을 조금도 변경하지 않고 조미관계개선을 외면하는 치졸한 위약행위이다. 만일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지 않고 조미관계개선을 외면하는 와중에 조미관계개선을 실현하기 위한 조미협상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자가당착에 빠지는 일이다. 그래서 조선은 미국에게 우선 대조선제재 완화조치부터 실행하여 신뢰를 쌓고 관계를 개선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그런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면서, 제재를 완화하지 않고 적대정책에 여전히 매달리는 판이므로, 조미정상회담을 열 번 이고 스무 번이고 거듭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조선이 제재해제를 보장할 만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떠들어댄 니끼 헤일리의 발언도 치졸한 허위선전이다. 조선은 이미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완전히 중단했고,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지하핵시험장을 폭파하여 폐기하였으며, 폐기현장에 대한 사찰을 허용할 용의를 표명하였고, 서해위성발사장에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도 폐쇄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만일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를 폐기하고, 현장사찰을 허용할 용의까지 표명하였다. 조선은 이처럼 상상을 초월한 핵동결조치들을 연속 취해왔는데, 니끼 헤일리는 조선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떠들어댔으니 그처럼 새빨간 거짓말이 또 어디 있겠는가! 

 

조미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의 제보를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8년 11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것에 대해 “매우 분노”하고 있는데, “조선의 입장은 조선이 다음 조치를 취하기 전에 미국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5.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우고 싶은가?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졌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는 2018년 11월 7일 백악관출입기자들과 진행한 기자회견 중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 일정이 다시 정해져 2019년 초에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우리는 북조선과 관련하여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2019년 초에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은 그의 개인적 희망을 말한 것이지 어떤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말할 것은 아니다. 그가 종전선언 발표와 대조선제재 완화를 실행하라는 대통령 행정명령서에 서명하지 않는 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은 열리지 않게 되어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에 “나는 (조미협상을) 전혀 서두르지 않는다. 서두를 게 전혀 없다”는 말을 무려 일곱 차례나 연신 늘어놓으며 짐짓 태연자약한 척했지만, 그것은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건져내려는 수작이었다. 그렇게 판단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2018년 10월 31일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은 워싱턴에 있는 미국평화연구소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는 중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직면한 도전이 무엇인가라고 물은 진행자의 물음에 답변하면서 “긴급성으로 보자면(in terms of urgency)” 조선의 핵프로그램과 미사일프로그램이 미국과 국제사회가 직면한 도전이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고, 매티스 국방장관은 긴급하다고 말했으므로, 두 사람 중에 누가 허위사실을 말한 것이 분명하다. 누가 허위사실을 말했는지를 판별하려면,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1월 초까지 기간에 조미관계에서 일어났던 긴박한 상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7일 백악관출입기자들과 회견하는 장면이다. 그는 기자회견 중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 일정이 다시 정해져 2019년 초에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조미관계가 잘 진행되고 있어서 매우 만족한다고 말하면서, 조미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워보기 위해 짐짓 태연자약한 척하는 수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워보고 싶으면,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꼴을 감추면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게 아니라, 백악관의 오판으로 중단된 조미협상을 되살릴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조미관계의 시간은 백악관의 편에서 흘러가지 않는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이 수소탄기폭시험에 성공하고, 곧이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함으로써 마침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던 2017년 하반기에 미국은 사상 최악의 국가안보파탄위기에 빠져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2017년 12월 말 스웨리예(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서 조건 없는 조미협상을 시작하자고 조선에게 다급히 제의하였다. 하지만 조선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하자 조바심에 사로잡힌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다급한 김에 각료들과 상의도 하지 않고 단독으로 조미정상회담을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2018년 1월 8일 팜페오-서훈-김영철로 이어지는 비공개연락선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미정상회담을 긴급히 제의하였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악관이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보고 기절초풍할 정도로 안보충격을 받았으므로, 머지않아 정상회담을 황급히 제의해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그처럼 긴급히 제의해온 정상회담을 수락하였다. 그리하여 2018년 6월 12일 싱가폴공화국에서 역사적인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미정상회담 이후 백악관은 오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조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을 동시적-등가적-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원칙을 외면하고 대조선제재에 집요하게 매달린 것이다. 그래서 조선은 ‘징벌의 채찍’을 들고 미국의 조미협상제의를 계속 거부해오면서 급기야 ‘병진로선’을 재고할 수도 있다는 위협적인 언사까지 꺼내든 것이다. 이것은 ‘징벌의 채찍’을 쳐든 조선이 생떼질을 하는 미국을 밑모를 수렁 속에 깊이 빠뜨렸음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졌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서두를 게 없다는 소리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워보고 싶으면, 수렁에 빠진 모습을 감추면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게 아니라, 백악관의 오판으로 중단된 조미협상을 되살릴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조선에 대한 악담패설에 능한 존 볼턴(John R. Bolto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18년 10월 31일 워싱턴에 있는 알렉산더 해밀턴 협회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지금 미국은 북조선과 까다로운 과정에 진입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의 끝장을 보기로 단단히 결심했고, 그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에서 끝장을 보기로 단단히 결심했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조선이 ‘병진로선’을 재고하기 전에 미국이 급히 해야 할 일이 있다. 파국이냐 협상이냐 하는 밑모를 수렁에 깊이 빠져버린 것도 모르고, 여전히 대조선적대정책에 매달려 기회를 놓쳐버리는 전략적 오판에서 한시바삐 벗어나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래야 중단된 조미협상을 진전궤도에 다시 올려놓을 수 있다. 백악관이 파국과 협상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할 시간은 촉박하다. 조미관계의 시간은 백악관의 편에서 흘러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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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제주산 감귤 보낸 것이 조공이라고?

[주장] 민간 차원에선 1999년부터 북에 귤 보내... 남한 경제 우월성 보여주기도

18.11.12 10:36l최종 업데이트 18.11.12 10:36l

 

공군 수송기에 실려 북으로 향하는 감귤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공군 장병들이 북한에 보낼 제주산 감귤을 공군 C-130 수송기에 싣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감귤 200t을 12일까지 양일에 걸쳐 북으로 보낸다.
▲ 공군 수송기에 실려 북으로 향하는 감귤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공군 장병들이 북한에 보낼 제주산 감귤을 공군 C-130 수송기에 싣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감귤 200t을 12일까지 양일에 걸쳐 북으로 보낸다.
ⓒ 연합뉴스=국방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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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제주산 귤 200톤을 북한에 선물합니다. 지난 1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아침 8시 우리 군 수송기가 제주산 귤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다"라고 알렸습니다. 평양으로 보내는 귤은 9월 평양 정삼회담 때 북측이 보낸 송이버섯 2톤에 대한 답례이자, 북한 주민들이 귤을 맛보았으면 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는 설명입니다.

11일 제주감귤 50톤(5000상자)이 수송기를 통해 평양에 출발한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네 차례 총 200톤(10kg 2만 상자)이 북측에 전달됩니다.

그런데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문재인 정부가 제주산 감귤을 선물한 것을 놓고, '북한에 조공을 보낸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입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 수송기로 북에 보냈다는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 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라며 북에 돈을 주지 않았을까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10년 이상 북한에 귤 보낸 제주도
 
 제주에서는 1999년부터 남북화해 및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해 매년 감귤을 북한에 보냈다.
▲  제주에서는 1999년부터 남북화해 및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해 매년 감귤을 북한에 보냈다.
ⓒ 연합뉴스 보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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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감귤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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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남북협력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이미 1999년부터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매년 귤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제주감귤 보내기 운동을 통해 북한에 전달됐던 감귤은 천안함 사건이 벌어지면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제주는 감귤은 물론이고 당근(제주 구좌읍 당근은 맛이 좋기로 국내에서도 유명하다)도 보내는 등 북한 동포 돕기운동을 다양하게 전개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 고위층만 제주산 감귤을 먹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처음 보낼 때부터 노약자나, 산모, 탁아소, 유치원 등에 전달되길 원했고, 실제로 제주도민운동본부 방북단이 이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 감귤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소개된 북한 시장 모습. 귤을 낱개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 속 귤은 시식용으로 내놓은 것.
▲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소개된 북한 시장 모습. 귤을 낱개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 속 귤은 시식용으로 내놓은 것.
ⓒ 채널A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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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한국에서도 제주산 감귤이 귀했습니다. 해풍과 일조량, 토양 등의 조건 때문에 제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재배가 어렵고 생산량도 많지 않았습니다.

요새 한국에서는 감귤이 워낙 흔하지만, 북한에서는 아직도 귤이 귀합니다. 따뜻한 지역에서 재배되는 귤이 추운 북한 날씨에서는 자라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임산부가 신 것이 먹고 싶다 해도 북한에서는 귤이 귀해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주에서 귤을 보낼 때 산모들이 많은 산원(산부인과와 비슷한 곳)에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제주산 감귤은 북한 주민들에게 부족했던 과일을 선보이는 동시에 더 맛있어진 감귤의 풍미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제주감귤, 남한 경제 체제의 우월성 보여주기도
 
 '경향신문' 박성진 기자가 소개한 귤 관련 일화.
▲  "경향신문" 박성진 기자가 소개한 귤 관련 일화.
ⓒ 경향신문 블로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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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국방 관련 특종을 보도했던 <경향신문> 박성진 기자는 2011년 '북 인민무력부장과 감귤'이라는 칼럼에서 북한과 귤에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2000년 9월 제주에서 열린 남북 첫 국방장관 회담에서 김일철 인민무력 부장은 제주도의 감귤 농장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북한에서는 귀한 감귤이 제주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당시 조성태 국방장관은 '요즘 남한에서는 귤이 쓰레기가 됐다'라며 귤 풍년 때문에 처치 곤란해진 제주산 감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당시 제주는 귤 풍년 때문에 운송비조차 나오지 않아, 군대에서 귤을 보급하기도 하고 남는 귤은 폐기처분까지도 했습니다.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입장에서는 북한에서는 귀한 귤이 남한에서는 쓰레기로 취급받는 상황이 속상했을 법합니다. 박성진 기자는 조성태 장관이 감귤을 핑계로 남한 경제 체제의 우월성을 자랑하려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귤이 탱자된다는 나경원... 제주감귤은 그저 감귤일 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에 보낸 귤이 탱자로 변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에 보낸 귤이 탱자로 변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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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핵화의 '귤화위지'(橘化爲枳, 귤이 탱자가 됨)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나경원 의원이 감귤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이런 글을 올리진 못했을 겁니다.

지난 9월 북한은 송이버섯 2톤을 남한에 선물로 보냈습니다. 이번에 청와대가 답례의 성격으로 보낸 감귤 200톤도 가격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송이버섯이 귀한 남한에서는 흔한 감귤을 보냈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이득입니다.

경제 논리를 따지면 송이버섯과 감귤 교환(?)은 앞으로도 남북 교류에 있어서 많은 시사점을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흔하지만 북한에서는 귀한 물품을 교류함으로 경제적 이득은 물론이고, 자유 경제 체제의 장점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습니다.

나경원 의원 예상과는 다른 결과겠지만, 제주산 감귤은 북한에서 탱자가 아니라 감귤 그대로 귀한 대접을 받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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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전기차·미래차로 뛰어드는데 한국은?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가 의미 있고 효율적?

 

 

 

"(한국GM) 국내 공장에 적당한 생산량을 확보하려면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가 훨씬 의미 있고 효율적일 것." (3월 14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지금 자동차산업 트렌드를 제대로 알고 하는 얘기일까? 너도 나도 전기차·미래차를 향해 달려가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를 대표해 GM 본사와 협상을 벌이던 인사들이 교섭 한복판에서 저런 얘기를 쏟아낸다니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아예 협상 막바지에 GM의 변명을 대신 떠들어주기도 했다. 
 
"군산에서 미래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정부가 제안했지만, GM은 올해 전 세계 전기차(볼트) 생산량이 3만5000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국 생산을 약속할 수 없다고 답했다." (4월 26일)
 
요컨대 연간 3.5만 대 수준 생산량을 어떻게 다른 공장에 나눠주느냐는 것이다. 자동차산업 특성상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10만대 이상은 뽑아내야 손익분기점이 생길 텐데, 그렇다면 전기차 생산은 오히려 적자의 원인이 된다는 것. 정말 그런가요? 팩트체크 한번 해봅시다.
 
전기차 연간 10만대 생산은 글로벌 톱 수준 
 
그렇다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 전기차 생산량은 얼마나 될까? 웹 서핑을 하다가 전기차 관련 각종 데이터를 모아서 업로드 하는 웹사이트(ev-sales.blogspot.kr)를 발견했다. 오~! 이 사이트 정말 유용하다, 독자들께서도 한번 방문해 보시길. 이 곳 데이터를 활용해 지난해 전기차(EV) 생산량 글로벌 톱 20위까지의 랭킹을 표로 만들어 보았다.
 
우선 표를 보자마자 숫자보다 생소한 이름에 놀라게 된다. "처음 보는 업체들이 뭐 이렇게 많아?” Top 20에 중국 완성차업체만 10개, 무려 절반에 달한다. BYD(비야디자동차), BAIC(베이징자동차그룹), Roewe(로위), Zhi Dou(쯔더우), Zotye(쭝타이), Chery(체리자동차), JMC(장링자동차), Changan(창안자동차), JAC(장화이자동차), Geely(지리자동차)….
 
그만큼 중국이 세계에서 전기차 관련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는 국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순위(PI)를 보면 2016년 순위(‘16 PI)에 비해 변동폭이 매우 크다는 점도 확인된다. 전기차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라는 얘기이다. 한국의 현대차도 20위로 턱걸이를 하며 지난해 Top 20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생산량을 한번 보자. 어? 연간 10만대 넘는 업체가 고작 3개뿐이야? 20위인 현대차의 지난해 전기차 생산량은 고작 2.3만 대에 불과하다. 아니, 그렇다면 도대체 이 정도 생산량으로 어떻게 먹고 산다는 말인가? 최종구 금융위원장 언급대로라면 모두 비효율적인 생산에 불과할 텐데 말이다.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 정도를 제외하면, 글로벌 업체들 대부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함께 생산하는 ‘혼류생산’ 방식을 취하고 있다. 홍영표 의원이 언급한 GM의 연간 3.5만 대를 생산하는 미국의 오리온 공장의 경우, 2016년까지는 내연기관차인 소닉(아베오의 미국명)만 생산하다가 작년부터는 전기차인 볼트를 혼류생산 하고 있다. (아래 표)
 

연도

차종

미국 판매량

2017

Sonic

30,290 

Bolt EV

23,297 

2016

Sonic

55,255 

▴ GM 미국 오리온 공장 생산차종 및 연도별 미국 판매량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한국 전기차 시장 
 
"그래봐야 전기차 생산량·판매량은 150만 대 안팎 수준 아닌가?" 옳은 말이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고작 1~2%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전기차 부문의 성장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빠르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에서는 전기차 생산량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판매량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이와 관련해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매년 발간하는 'Global Electric Vehicle Outlook(글로벌 전기차 전망)'이라는 자료를 참조할 수 있다. (이 자료는 구글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자료의 2018년 판을 보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주요 국가의 전기차 판매량, 시장 점유율을 연도별 비교 가능한 데이터로 제공하고 있다. 우선 국가별 판매량을 살펴보도록 하자. (붉은 박스로 강조한 것은 필자의 것임) 
 
우선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1만 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2017년에 무려 58만 대로 성장했다. 미국 시장의 경우 지난해 20만 대 판매에 그쳤는데 말이다.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노르웨이다. 지난해 6만2000대의 전기차 판매량으로 중국과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이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역시 연간 5만 대 안팎을 기록하며 판매량 성장속도가 빠른 편이다.
 
미국·중국·유럽을 제외하면 일본과 한국에서의 판매량이 가장 높은 편이다. 지난해 일본은 5만4000대, 한국은 1만400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판매량이 늘어난 수준을 비교해보면 일본은 고작 2.2배인 반면 한국은 28.8배에 달한다.
 
위 표는 판매량이 아니라 시장점유율 변화를 보여주는데 여기서도 놀라운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판매량이 가장 높았던 중국과 미국의 경우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1~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노르웨이의 시장점유율은 39.2%에 달했다. 비록 신차 판매의 점유율이긴 하지만, 노르웨이에서 팔리는 차량 10대 중 4대가 전기차라는 의미 아닌가.
 
더 놀라운 곳은 한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1.3%에 불과했지만 지난 5년간 무려 30배 이상 상승했다. 중국(22배), 영국(17배), 독일(16배), 노르웨이(12배)와 비교해봐도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 시장의 성장 속도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이 높다. 앞에서 언급한 사이트(ev-sales.blogspot.kr)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모델별 판매량 데이터도 제공하고 있는데, 작년과 올해 Top 5를 나타내보면 아래 표와 같다.
 
2017년 연간 판매량이 14,226대였는데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이미 12,496대를 기록해 거의 2배의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한국 시장의 전기차 점유율은 2%를 거뜬히 넘겨 3%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때 왜 그러셨어요? 
 
한국 정부도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올해 6월에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전기‧수소차 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방향”에 따르면, 매년 전기차 공급량을 늘려 2022년까지 누적대수 35만 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아래 표)
 
위 표를 보면 2018년에는 2만6500대의 전기차를 신규 보급하겠다는 것인데,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이 1만2496대였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임을 알 수 있다. 내년 4.2만 대, 2020년 5.8만 대, 2021년 8만 대, 2022년이 되면 11만 대를 넘게 되어 아마도 점유율 두 자릿수를 넘보게 될 것이다. 
 
한국 시장의 빠른 성장률을 의식한 글로벌 자본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르노삼성의 트위지(2인승)는 고속도로를 비롯한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지 못한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3배 가까이 뛰어오르고 있다. 이런 추세의 영향일까? 르노·닛산 그룹이 트위지의 생산공장을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옮길 것이 확실시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GM은 전기차 볼트의 한국 시장 공급량을 작년 대비 10배로 늘렸고, 내년에는 거의 1만대에 육박하는 물량을 한국으로 수입해올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물량이면 현대차가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이나 코나 EV 생산량에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그런데 말이다. 한국 정부의 고위 관료는 왜 한국GM에 전기차가 아니라 내연기관차가 더 효율적이라는 말을 내뱉었을까? 같은 글로벌 자본인 르노·닛산은 전기차 생산지를 한국으로 옮겨온다는데 말이다. 왜 여당 실세라는 양반은 3.5만 대 물량을 한국에 나눠주기 어렵다는 GM 본사의 말을 앵무새처럼 대신해 줬을까? GM은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량에 맞먹는 물량을 수입해올 거라는데 말이다.  
 
게다고 수입해오는 쉐보레 볼트(Bolt EV)의 개발도 한국에서 이뤄졌고, 저 차량에 장착되는 부품의 60%가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말이다. 한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미국으로 선적해서 장착한 뒤, 그 중 거의 1/3에 해당하는 물량을 다시 한국으로 수입해오는 이 짓이야말로 비효율의 극치가 아닌가? 물류·선적 비용만 2배로 깨지는 일인데 말이다.
 
앞에서 확인한 것처럼 한국의 전기차 시장은 세계 최고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차를 팔아주는 사람의 입김이 더 세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전기차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완성차업체의 미래가 없다는 것도 상식이다. GM에게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걸까. 정부 고위 관료들과 여당 실세 나리님들, 상반기 GM과 협상할 때 도대체 왜 그러셨던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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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화재 희생자 아버지 “먹고 살려고 발버둥 친 우리 아들···내가 돈이 많았다면 아파트 사줬을텐데”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입력 : 2018.11.10 09:38:00
 

9일 오전 6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9일 오전 6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먹고 살려고 발버둥 친 우리 아들···내가 돈 있었다면 아파트 사줬을텐데”.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희생자 중 한 명인 조모씨(35)의 아버지는 10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그는 “수줍음을 많이 타지만 너무 착실한 애였다. 거짓말도 할 줄 모르는 아이였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이날 새벽 조씨가 안치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세 아들 중 첫번째 자식을 황망하게 먼저 보낸 마음에 얼굴은 수척했다.

전날 오후 3시쯤이 돼서야 ‘애가 전화도 안 받고 출근도 안 했다고 한다’는 처남의 전화를 받고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사고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서울 올라온 지는 한 8년 정도 됐다. 처음에는 노가다 일을 하다가 (최근에는) 우체국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그러면서 고시원에서 생활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은 고시원에서 사는 이유에 대해) 생활이 넉넉지 않아서, 가급적 돈 덜 들이면서 있겠다고 (고시원에서) 생활했다”면서 “돈을 모으려고, 참 착실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아들이 평소 고시원에 대해 말했느냐’는 질문에 “좁은 방에서 생활하려다 보니 좀 불편하다고 얘기를 했다”면서 “돈이 많다고 하면 어디 아파트를 한 채 사주든지 어디 전세를 한다든지 (해줘야 했는데) 나 먹고살기도 힘들어서…. 우리 아들이 열심히 노력했다, 발버둥을 친 애다”라며 끝내 눈물을 쏟았다.

아버지는 참사 하루 전에도 아들과 통화를 했다면서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자식을 가슴 속에 묻는다는 것이…”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아들이)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많이 컸다. 부모를 잘못 만난 탓으로 고생하다가 이렇게 갔다”고 비통해했다.

 

아들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 추석 때라면서 “냉면이랑 물 국수를 먹었다. ‘네가 아빠를 사줘야지’ 했더니 ‘예, 아빠, 사줄게요’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디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어느 고시원이든지 방화시설이 잘 돼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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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청와대 앞서 총파업 선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11/11 09:06
  • 수정일
    2018/11/11 09:0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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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대회, 6만 노동자 '적폐청산!, 노조할 권리!, 사회대개혁!" 촉구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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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0  23: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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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은 10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2018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청와대 100미터 인접지점인 효자치안센터까지 도심행진을 진행, '적폐청산, 노조할 권리, 사회대개혁을 위한 11월 21일 총파업'을 선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청와대를 100m 앞에 둔 효자치안센터앞에서 10일 저녁 민주노총의 파업가가 울려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김명환)은 1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청와대 효자치안센터까지 이어진 도심행진 마무리 집회을 통해  11월 21일 총파업과 12월 1일 민중대회 참가를 공식 선포, 문재인 정부와 피할 수 없는 격돌을 예고했다.

전국노동자대회는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산화한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한 행사로, 1998년 첫 대회가 열린 이후 30년 동안 매년 대표적인 노동자들의 구호를 집약해 대회를 열고 있다. 올해는 '적폐청산, 노조할 권리, 사회대개혁을 위한 11월 21일 총파업'을 앞둔 결의대회 형식으로 열렸다.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진출해 의견을 전달한 일은 박근혜 탄핵 요구가 빗발친 지난 2016년 12월 3일 110만명이 운집한 촛불집회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광화문 광장 사거리와 서울시청 앞 광장을 잇는 서울시 중구 태평로 대로에서 6만여명의 조직원이 참가해 열린 '적폐청산! 노조할 권리! 사회대개혁! 11.21 총파업 선포!-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저지 △최저임금법 원상회복 및 추가개악 저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력 비준 및 노동기본권 보장 노동법 전면 개정 △공공부문 제재돌 된 비졍규직 정규직 전환 △재벌적폐 청산과 재벌개혁 △사법적폐 청산 및 재벌 관료적폐 청산 △사회안전망 강화! 제대로 된 국민연금 개혁 등을 촉구했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재벌체제의 청산, 사법농단 세력의 처발만이 우리가 만나야 할 진정한 촛불세상'이라고 하면서 11월 21일 총파업에 이어 12월 1일 노동자, 민중이 함께 하는 민중대회에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민주노총은 지금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정, 국민연금 개혁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사회대개혁 11월 총파업을 시작하고 있다"고 하면서 "민주노총은 자본가의 요구인 탄력근로제 확대 청부입법을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하려는 것을 강력 저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나아가 "포괄임금제 폐지, 교대시간과 휴게시간을 좀먹는 무료노동 근절, 법정노동시간 예외업종 제도 페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그리고 무엇보다 신규 고용 창출 방안을 논의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2년전 촛불횅장과 촛불정부를 자임하던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으로 접어드는 지금, 극단적인 정경유착의 추악한 몰골을 들키고 숨죽이던 재벌이 다시 자기 세상이 열리는 듯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나아가 한국사회의 사법정의를 완전히 뒤집은 양승태와 사법농단의 적폐집단은 모든 기득권을 동원해 버티고 있다"고 지적하고는 "민주노총은 재벌체제의 청산과 사법농단 세력의 처벌만이 우리가 만나야할 진정한 촛불 세상임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또 "이에 11월 21일 총파업에 이어 12월 1일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중소 자영업자, 청년학생과 제 민주시민들과 함께 거대한 파도와 같은 기세로 12월 민중대회에도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된 '민주노총 더 이상 사회적 약자 아니'라는 의견에 대해 "촛불의 선두에서 세상을 바꾼 민주노총이 사회적 약자 취급받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는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를 확대해 차별없는 아름다운 노동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12월 1일 민중대회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함께 나서 줄 것을 것을 호소했다.

박 대표는 "촛불집회의 앞장에 서고도 노동자, 민중의 이익은 계속 팽당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반이 넘었지만 굴뚝농성은 여전하다"고 하면서 "정치냉소와 패배주의가 퍼져 있지만 지금은 투쟁의 신발끈을 고쳐매야 할 때"라고 결의를 다졌다.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과 철도노조 전 KTX열차 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 이대희 지부장 등이 나와 '정리해고 철폐'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자의 주인됨'을 다짐하면서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조합할 권리를 보장하라', '촛불의 염원이다. 노동적폐 청산하자'. '사회대개혁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외쳤다.

공공운수노조 이태의 부위원장은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표해 오는 12일부터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할 계획을 밝히면서 "대통령이 모두가 잘사는 포용국가를 수없이 주장했지미만 말로만 그칠일이 아니라 노동자들과 직접 만나 해결방안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또 간접고용 등 여지를 두고 있는 노동조합법 2조와 '파견노동자법' 등의 개정을 촉구했다.

이 부위원장과 김경신 건설산업연맹 부위원장과 신승민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총파업 결의문을 통해 "우리가 바로 전태일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11월 21일 총파업 결의 △탄력근로제, 최저임금법, 규제완화법 개악 등 자본가 청부입법의 국회 일방 처리 저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일방적인 자회사 고용 강력 저지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직접 한국사회 대개혁을 이루는 투쟁 개시 등을 결의했다.

태평로에서 2시간 대회를 마친 민주노총은 '총파업'이라고 쓰인 대형 깃발을 앞세우고 청와대로 향해 오후 5시 40분께 청와대 100m 앞 효자치안센터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진행했다.

   
▲ 이날 민주노총 6만명 조합원들은 청와대 효자치안센터 앞까지 도심행진을 벌여 문재인 정부와 피할 수 없는 격돌을 예고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정수 대변인의 사회로 진행된 마무리 집회에서 유재길 부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국민연금개편안에 정부안이 왜 이렇게 늦게 나오냐는 야당의 질책에 복지부장관이 나와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불참했다는 핑계를 댔다고 지적하면서 '정부 여당이 무슨 일만 있으면 민주노총 탓'을 한다고 공박했다. 

유 부위원장은 "경제불안에 대해서도, 고용지표가 나빠지는데 대해서도 민주노총의 탓을 한다면 뿌연 미세먼지도 민조노총의 탓을 하겠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특히 얼마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민조노총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한 언급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은 사회적 약자여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적폐를 청산하는 과제를 소홀히 하기 때문에 파업하고 투쟁하는 것"이라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거꾸로 "비정규직과 해고자가 이렇게 넘쳐나고 있는데 민주노총이 약자가 아니란 말이냐"라면서 "이것은 정부 여당이 민주노총을 조롱하거나 비웃는 이야기"라고 지적하고는 "우리는 정부 여당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목소리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야 한다"며 총파업에 힘있게 나설 것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대회를 11.21 총파업을 섢포하고 승리를 결의하는 대회'라고 규정했다.

   
▲ 김명환 위원장(가운데)를 비롯한 민주노총 간부들이 총파업 결의를 구호로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왼쪽부터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김승하 철도노조 전 KTX열차승무지부장, 이대희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왼쪽부터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김경신 건설산업연맹 부위원장, 신승민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노동자 문선대 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병중이던 백기완 선생이 이날 대회에 참석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대표가 12월 1일 민중공동행동에 함께 해줄 것을 노동자들에게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깃발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고공농성중인 김재주 공공운수 전북지회장(왼쪽)과 박준호 파인텍 지부장이 실시간 통화를 통해 11월 21일 총파업 결의를 함께 다졌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노동적폐청산, 사회대개혁 쟁취, 노조할 권리 쟁취, 비정규칙 철폐, 이번 파업의 목표이고 과제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민주노총 지도부의 총파업 결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총파업 결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감정노동자 '응대중지권 보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의자는 존중, 앉아서도 친절해요'-감정노동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노동조합할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행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유치원뿐만 아니다.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재무회계도 전면 감사 실시하라고 주장하는 요양서비스노동조합.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광화문 사거리, 총파업 깃발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적폐청산! 노조할 권리! 사회대개혁! 가자, 총파업!' 행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서울 남북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방문을 환영하는 서울시민 환영단도 먼저 모습을 드려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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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지금 검찰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제2 서지현’이 나오는 것

글 장은교·사진 정지윤 기자 indi@kyunghyang.com입력 : 2018.11.10 06:00:03 수정 : 2018.11.10 06:00:10
 

‘검찰 미투’ 그후… 서지현 검사를 만나다

[커버스토리]지금 검찰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제2 서지현’이 나오는 것
 

■“내 삶도 세상도 달라졌지만, 검찰만은 변한 게 없다”

미투 촉발 서지현 검사

서지현 검사(45·사진)도 일상을 살고 있다. 2018년 1월29일 이전과는 다른 일상이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고,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응원을 받거나 욕설을 듣는다.

그날 서 검사는 검찰 게시판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과 직권남용 범죄를 세상에 알렸다. 두 차례 법무부 장관 표창을 받고 정계 로비 사건을 수사하던 빼어난 검사는 그날 이후 검찰청에 출근하지 않았다. 그는 검사가 아니라 범죄 피해자로 9개월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서 검사는 알고 있다. 자신의 삶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서 검사의 삶도, 세상도 달라졌지만 “검찰만은 변한 게 없다”고 그는 말한다. 알면서도 그는 검찰과 계속 싸우고 있다.

서 검사는 지난 2일 안태근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 검사는 “삶이 제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왔지만 이왕 시작된 제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려 한다”고 말했다. 비바람이 미세먼지를 잠재웠던 지난 8일, 여전히 장래희망이 ‘정의로운 검사’라는 그를 서울 정동에서 만났다.

- 그동안 어떻게 지냈습니까.

“일상을 살아가고 있죠. 어제 친구가 집에 놀러왔는데 마침 전화 온 지인에게 ‘지현이? 지금 내 앞에서 김치찌개 끓이고 있어’라고 하니 놀라더라고요(웃음).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시끄러운데 집에서 찌개를 끓이고 있다니까 이상했나봐요. 초등학생인 아이도 돌보고 집안일도 하고 병원도 다니고 있고…. 저는 저의 삶을 살고 있어요. 대체로 집 밖을 나가진 않지만.”

- 미투 이전과는 달라진 점이 많죠.

“처음엔 사람들이 절 알아보고 제 얼굴이 어디에 나오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지난 2월쯤 식당에서 나오는데 한 여고생이 ‘서 검사님 아니세요?’ 하더라고요. 누가 절 알아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아, 예…’ 하고 피해가려는데 학생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얘기했어요. 자신이 집에서 미투를 했다고요. 아마 집안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악수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따뜻하게 위로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싶어요. 그땐 저도 너무 힘들 때라서…. 그 학생이 요즘 더 생각나요.”
 

[커버스토리]지금 검찰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제2 서지현’이 나오는 것

인터넷에 엄마 얼굴이 크게 나온 걸 보고 놀란 아들에게
‘엄마는 나쁜 놈들 혼내주는 검사니까 그런 거야’ 말해줘
“우리 손주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 좋은 일을 했다”는
시부모님의 말씀 전해 듣고 큰 힘 얻어 

 

- 지금은 좀 익숙해졌나요.

“여전히 불편하죠. 동네에서도 외출할 땐 마스크를 써요. 저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들에게도 지장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알아보고 응원한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감사하죠.”

- 가족들 삶도 영향을 받았을 텐데요.

“아들이 야구를 보려고 인터넷에 들어갔다가 엄마 얼굴이 크게 나온 걸 보고 놀랐어요. ‘엄마, 왜 엄마가 여기 나와요?’ 하길래 말했죠. ‘엄마가 검사잖아, 엄마는 나쁜 놈들 혼내주는 사람이니까 TV에도 나오고 하는 거야.’ 아이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어요. 나중에 아이가 커서 이해할 수 있을 때 자랑스러운 엄마이고 싶어서 지금 더 힘을 내고 있어요.”

- 처음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선 ‘남편을 원망했다’고도 표현했는데요.

“사실 남편에게 제가 당했던 일들을 세세하게 말하진 못했어요. 남편은 8년 동안이나 제가 그렇게 고통받았던 사실을 제가 쓴 글과 인터뷰를 보고야 알았다고, 미안하다고 했어요. 지금 저에겐 큰 힘이 되어주고 있어요. 시부모님은 ‘우리 손주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 좋은 일을 했다’고 하셨다 들었습니다.”

- 폭로 이후 검찰청엔 하루도 출근을 못한 건가요.

“네. 방송에 나가고 바로 다음날 통영지청에서 전화가 왔어요. 어떻게 할 거냐고. ‘출근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하고 답을 드렸는데 당일에 바로 제 책상이 없어졌어요. 인사철이긴 했지만, 일종의 검찰식 의사표현이었겠죠. ‘너는 이제 검찰에 돌아올 수 없다’라는. 4월까진 병가를 썼고, 5월부턴 1년 질병휴직 중입니다.”

법무부는 지난 7월 통영지청 소속인 서 검사를 질병휴직 중에 성남지청으로 전보발령냈다. 법무부는 이를 ‘부부장 승진’이라고 알렸으나, 33기 동기 전원이 근무연차에 따라 자동승진된 것이었다.

- 지금 건강상태는 어떤가요.

“좋진 않아요. 공황장애와 불면증에 시달렸고, 얼마 전엔 위경련으로 쓰러지기도 했어요. 사실 1년 넘게 하루 1~2시간밖에 못 잤는데 그래도 사람이 죽진 않더라고요. 이젠 내가 잠을 잤나 안 잤나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요.”

- 최근에 안태근과 국가를 상대로 강제추행과 직권남용에 따른 보복인사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네. 사실 피해를 입었으니 소송을 제기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죠. 그런데 많은 여성들이 ‘결국 돈을 노린 것이다’ ‘꽃뱀이다’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민사소송이나 위로금 요구를 꺼리거든요. 저는 민사소송을 하는 것도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 이후에 용기를 내서 미투를 하신 분들이 행복을 찾으셨다면, 어쩌면 저도 그냥 사표를 쓰고 제 삶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 이후에도 많은 피해자들이 역고소를 당하고 창녀라는 소리를 듣고 온갖 음해와 2차 가해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성폭력 피해자는 웃는 것도 먹는 것도
손가락질당할까봐 두려워해야 해
‘쟤는 다른 목적이 있어, 정치하려고 해, 원래 행실이 그래’
이 세 가지 가해자 프레임이 너무나 잘 먹혀

- 피해자들이 입는 2차 가해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시겠어요.

“성폭력 피해자는 웃는 것도, 먹는 것도 손가락질당할까봐 두려워해야 하죠. ‘순결을 잃은 더럽혀진 여자다’ ‘먼저 유혹했다’ ‘옷차림에 문제가 있었다’ ‘평소 행실이 나빴다’ 등의 기막힌 말을 들어요. 이걸 피하려면 입 다문 채 죽어가요. 죽을 수만은 없어 입을 열면 그때부턴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 ‘돈을 노린다’는 의심을 받고, 외모가 성욕을 유발할 만한지, 표정과 말투가 피해자다운 처절함을 갖췄는지 엄격한 심사를 당하죠. 그 이후엔 어둠 속에서 비참한 삶을 살기를 강요당해요. 대체 이게 정상인가요? 저는 성폭력은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강자가 자신의 범죄를 덮기 위해 비열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자신이 받아야 할 비난과 고통을 피해자의 몫으로 돌리고 사회는 그 관행을 용인해주고 때로 동조해줬죠. 결국 피해자들만 죽음으로 내몬 사회….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나요?”

서 검사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불출마선언(?)’이라는 제목의 글에 “정치하려고 폭로했다는 분들께 말씀드린다. 저는 절대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제가 죽은 후에도 계속 ‘정치하려고 그랬다’고 하시겠지만…. 부디 저를 음해하려는 그 노력과 정성을 파렴치한 범죄자들을 처벌하고 부패한 조직을 개혁하는 데 쓰셨으면…”이라고 썼다.

- 서 검사님도 여러가지 음해에 시달렸죠. 최근에는 ‘정치 불출마선언’까지 했습니다.

“ ‘가해자 프레임’이라는 것이 놀랍게도 너무나 잘 먹혀요. 쟤는 다른 목적이 있어. 정치하려고 해. 원래 행실에 문제가 있었던 애야. 이 세 가지 프레임을 짜서 뿌리면 딱 먹혀요. 저 역시 임은정 검사가 몇년 전부터 검찰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을 때 주위에서 같은 프레임으로 비판하면 믿었거든요. 제가 이번 일을 직접 당해보니까 많은 것들이 음해였구나 알게 됐어요.”

지난 1월31일 경남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에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과 직권남용 사실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를 응원하는 꽃바구니가 배달됐다. 연합뉴스

지난 1월31일 경남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에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과 직권남용 사실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를 응원하는 꽃바구니가 배달됐다. 연합뉴스

- 언론이나 정치권에 서 검사를 음해하는 말을 퍼뜨리고 그런 내용의 글을 올린 간부 검사도 있었습니다.

“시민단체에서 고발까지 했는데 고발인 조사 개시도 없이 지난 인사 때 다들 좋은 자리로 가셨죠(웃음). 검찰에서 저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너를 괴롭힌 사람을 잘 대해주고 있다. 서지현을 다시 검사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우리 조직은 아무 문제가 없다. 서지현이 이상한 애다. 지금 검찰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제2의 서지현’이 나오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막기 위해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는 거죠.”

미투 전까지 검사로서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2009년과 2012년 법무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2010년에는 북부지검 최초 특수부 여검사로 청목회 사건을 수사했다. 우수수사 사례로 대검에서 12회 선정돼 상을 받았다. 부당인사라고 생각했던 통영지청 발령 후에도 성과를 올려 미투 직전인 2017년에만 6차례 상을 받았다. 그러나 서 검사의 미투 후, 검찰 내부에선 ‘원래 일을 못했다’ ‘좋은 자리에 가려고 과거 사건을 이용한다’는 식의 음해가 퍼졌다.

- 검찰이 안태근을 직권남용으로 기소한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죄가 없는데 왜 기소를 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없었습니다.

“맞아요. 사실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인터뷰를 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시끄러워졌는데 진실을 밝히겠지, 검찰이 조금이라도 개혁하는 계기로 삼겠지 하는 희망이 있었어요. 그런데 조사단 이름을 보고 그게 아니란 걸 알았죠. 같은 시기에 꾸려진 강원랜드 수사팀은 ‘강원랜드 수사단’이었어요. 근데 제 사건은 ‘여검사 성추행 사건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었어요. 성추행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를 할 수 없는 데다 피해자인 제가 자세히 진술했고, 가해자는 술을 마셔 기억은 안 나지만 사실이라면 미안하다고 한 상태죠. 그걸로 사실관계는 끝난 거예요. 중요한 건 안태근이 저의 성추행 문제제기를 이유로 법무부 검찰국장 직권을 남용해 인사불이익을 준 것인데, 성폭력 전담 여검사들로 조사단을 조직했어요. 저는 검찰에서 인사를 문제 삼은 최초의 사람이에요. 어렵고 중요한 수사죠. 조희진 단장이 관련자들이 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해서 한계가 있었다고 했는데, 그건 검사가 할 말이 아니죠. 자백하는 사건만 수사하는 게 검사인가요? 최소한 저와 대질조사라도 해야 했는데 전혀 없었어요. 피해회복이라는 말을 넣은 것도 이상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서지현은 인사 문제에 불만이 있으니 좋은 데로 보내주면 된다고 생각한 거죠. 제가 원한 것은 진실규명이에요. 저는 단 한번도 ‘좋은 자리’에 보내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어요.”

- 조사단의 조사 내용은 법정에 가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고요.

“법정에 나가서 처음으로 성추행과 직권남용에 대한 검사들의 증언을 봤어요. 그때의 배신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요. 곤란하니까, 자기도 조직 안에서 살아야 하니까 대충 기억이 안 나고 모르겠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가 믿었던 검사들이 어떻게 저렇게 새빨간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며칠 동안 잠이 오질 않았어요. 며칠 동안 눈물이 나고 충격을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들도 나약하고 불쌍한 인간이구나’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그래도 만나면 정말 물어보고 싶어요. 당신들에게 대한민국 검사란 어떤 의미인지….”

- 동료 검사들과는 일절 연락을 하지 않습니까.

“제가 정말 미안하고 마음 아픈 부분인데요. 조사단에서 저랑 친했던 여검사들을 굉장히 많이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그들은 직접적인 목격자도, 관련자도 아닌데요. 아무리 검사라도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건 고통스러운 일인데, 정말 중요한 간부급들은 아무도 소환되지 않고 저와 친하다는 이유로 후배검사들만 불려가 조사를 받았어요. 그 후배들은 제가 신경 쓸까봐 저에게 얘기해주지 않아서 나중에야 알게 됐어요. (서 검사는 이 부분에서 울음을 삼키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학교 때 외웠던 말인데요. ‘벗이 먼 데서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 어떤 경우에는 벗이 찾아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직업을 걸어야 하기도 하고…. 혹시라도 제가 후배들, 선배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연락도 못하고 경조사도 찾아가지 못하고 그런 상황이 참….”

- 시간을 되돌려도 그때처럼 폭로를 할 건가요.

“네. 당연히요. 저는 사실 이 문제를 조직 내부에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어요. 법무부 장관 면담까지 요청해 지정된 간부와 면담도 했어요. 그런데 그 간부는 몇달 동안이나 아무런 조사도 조치도 취하지 않았어요. 저는 결국 사표를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저 같은 고통을 겪는 후배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렸던 거예요.”

- 왜 8년이 지나서야 문제를 제기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많이 들었던 질문 중에 하나가, 왜 장례식장에서 성추행 당시 항의하지 않았느냐는 거예요. 제가 2004년 검사가 된 당시엔 동료 검사들로부터 단 하루도 성희롱을 당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그것을 일일이 문제 삼았다간 일상생활은 물론 검사로서의 삶 자체가 불가능했어요. 2004년에 임관 동기 100명 중 20명이 여성이었는데 검찰이 난리가 났어요. 전체 여검사 수가 100명이 넘었다고요. 선배들이 대놓고 그랬어요. 우리 회사도 이제 끝났다. 저는 홍성지청에서 근무한 최초의 여검사였는데, 검찰청 직원도, 민원인도, 범죄예방위원까지도 평생 처음 보는 여자 검사가 저였어요. 그런 상황에서 저 한 명이 여검사 전체를 대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선배들이 수없이 얘기했죠. ‘여검사들이 인정받으려면 술자리 같은 데서 일어나는, 친해지기 위한 친근감의 표현에 예민을 떨어선 안된다’고요. 그래서 일단 제 자신이 검사로서 일상생활을 하려면, 다른 여검사들을 욕먹게 하지 않기 위해선 참고 참고 참고 또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장례식장에서도 다 남자들, 대부분 상사였고 장관도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그 행동에 바로 항의를 표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2010년 10월30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안태근에게 성추행을 당한 서 검사는 그해 12월 상관에게 강제추행 사실을 밝혔고 조직 안에서 절차에 따라 진상이 규명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내부 감찰은 유야무야됐고,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안태근에게 “추행 소문이 들리던데 술 먹고 사고치지 말라”고 구두경고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서 검사는 안태근이 검찰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부임한 뒤인 2015년 8월 정기인사에서 천안지청, 부산동부지청, 제주지검, 울산지검을 거쳐 전주지검, 통영지청까지 불과 닷새 만에 임지가 6번 바뀌었다. 제대로 된 조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매우 이례적인 인사였다.

- 성폭력 재판에서 사건 직후의 행동이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리기도 합니다.

“여성들은 어디서나 늘 착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교육받아요. 그러다보니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려는 사람들이 많죠. 저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고요. 여성들이 살아온 삶의 과정을 봐주지 않고 단지 예의를 갖춰 행동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답지 못하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죠. 사실은 피해자들이 누구보다 그 일을 잊고 싶어 해요.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시키고 싶어 해요.”

[커버스토리]지금 검찰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제2 서지현’이 나오는 것

■미투가 번지는 세상이 아니라 미투가 필요 없는세상을 바란다

- 피해자의 입장에서 검찰과 법원을 경험해보니 어땠습니까.

“성폭력 피해자는 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고통스럽죠. 검찰청에 나가서 진술하고 언론에 시달리고…. 수사기관에선 어떤 보호도 해주지 않고. 저도 그런 것을 다 겪었습니다. 가해자는 모든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어요.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피해자 증언까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다 보죠. 그런데 피해자는 자기가 한 진술만 복사할 수 있어요. 자기가 한 말은 다 아니까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가해자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인데요. 수사부터 재판까지 피해자를 전혀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됐어요.”

- 이전에도 문단 내 성폭력 고발 등 미투 운동이 있었지만, 서 검사의 폭로가 폭발력을 가지면서 한국 미투 운동의 상징이 됐습니다.

“수십년에 걸쳐 인생과 목숨을 걸고 싸워오신 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죄송스러워요. 그래도 제가 검사라서 제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시는 분들이 많다면… 제가 말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1월 미투 당시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라고 했습니다. 지금 어디선가 숨죽이고 있을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요. 저는 ‘겁내지 말고 나오세요’ 그렇게 말하고 싶진 않아요. 제가 바라는 세상은 미투가 번지는 세상이 아니라 미투가 필요 없는 세상이에요. 현직 검사가 왜 기존의 법과 제도로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언론에 얘기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것은 기존의 법체계가 피해자를 구해주지 못하고 범죄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저는 ‘피해자들이 미투를 외치고 나오세요’가 아니라 ‘약자들, 여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얼마 전 팟캐스트에 나갔는데 ‘내부고발자들도 즐겁게 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저는 그런 거라면 안 하겠다고 했어요. 오히려 이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그걸 얘기하고 싶다고 했어요. 한 사람이 진실을, 정의로움을 얘기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법정서 검사들 거짓 증언 보고 배신감, 며칠 동안 잠 못 이뤄
만나면 묻고 싶다…‘당신들에게 대한민국 검사는 어떤 의미인지’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왕 시작된 운명 받아들여
잘 버틸 수 있게 힘과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늘 기도

게시판에 글 쓸 땐 100% 사표를 쓸 생각이었는데…
몸이 나아지면 다시 돌아가 정의로운 검사로 계속 살고 싶어

- 여전히 검찰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건가요. (그는 인터뷰 내내 대체로 담담했으나, 동료들과 검찰의 본령에 대해 말할 때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했다.)

“그게 정상적인 사회 아닐까요. 검찰이 정의로워야 한다, 검찰이 바로 서야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희망 아닌가요. 범죄자가 지위, 재산에 상관없이 제대로 수사받고 처벌받는 사회. 그것이 정상적인 사회의 기본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서지현 검사가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안태근 전 검사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관련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지현 검사가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안태근 전 검사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관련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검찰개혁은 사법농단 수사에 가려졌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몇몇 상징적인 분만 나가고 정권에 부역하고 진실을 은폐했던 많은 분들이 여전히 좋은 자리에 있죠. 임은정 검사와 최근에 만나서 이런 얘길 했어요. 우리가 생전에 검찰이 개혁되는 것을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요. 그래도 이렇게 한 발자국씩 걸음을 내디디면… 한발씩 한발씩 나아가지 않겠나. 그런 발걸음에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고 우리가 죽은 뒤에 언제라도 검찰개혁이 이뤄지면 보람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 사표를 쓰려던 생각은 바뀌었나요.

“네. 원래 게시판에 글을 쓸 때는 99%도 아니고 100% 사표를 쓸 생각이었는데 바뀌었어요. 제가 사표를 쓰는 것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주저앉는 것처럼 보이고 그들이 희망과 용기를 잃게 되면 어떡하나 생각하게 됐어요. 제 몸이 나아지면 검찰로 돌아가고 싶어요. 제 꿈은 계속 정의로운 검사로 사는 거예요.”

- 미투를 결심할 때도 이렇게 삶이 달라질 거라고까진 예상 못했을 것 같아요.

“제가 원했던 삶은 조용하고 평온한 삶이었어요. 그냥 순간순간 많이 행복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사는 것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는 뜻)이죠(웃음). 의도하진 않았지만 제 삶의 방향이 이렇게 흘러갔고, 이왕 시작된 이 운명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싶어요.”

- 그래도 한 개인이 짊어지기엔 너무 큰 무게가 아닌가요.

“저는 인생이 찰나라고 생각해요. 저의 고통도 언젠가 끝날 거예요. 영원히 살 것처럼 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제가 죽을 것을 알기 때문에. 제 진심을 알고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제가 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평생을 말하지 않고 그저 현재의 검찰에 만족하며 살았다면 그게 더 부끄러웠을 것 같아요. 저는 늘 기도해요. 부디 제가 잘 버틸 수 있는 힘과 지혜와 용기를 주시라고. 이번 생에 포인트를 많이 쌓을 테니까 다음 생엔 절대로 태어나지 않게 해달라고요.”

-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게 아니라, 다시 태어나지 않기를 바라나요.

“네.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 이 삶을 잘 마무리하고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인생은 너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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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중의 을’ 대리운전기사, 업체 횡포에 시달려도 ‘노동자’ 아니다?

[우리도 노동자다] ③ 대리운전기사

해가 지면 출근해, 해가 뜨면 퇴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성도시에서 서울 중심가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지고, 음주문화·회식문화가 널리 퍼져있는 사회에서 이들은 ‘콜’ 한 통에 번개처럼 달려가 취객들을 태우고, 그의 차량과 함께 집으로 안전하게 귀가시켜 준다. 바로 대리운전기사다. 우리나라의 대리운전기사는 자그마치 20만 명에 달한다.

밤 시간에 일하기 때문에 ‘투잡(two job)’ 또는 아르바이트로 대리운전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리운전기사의 70% 가까이가 ‘전업’으로 일을 하고 있다. 생계형 일자리란 얘기다. 그래서 이들은 하루 10~12시간 일하고, 한 달 평균 휴일도 2.5일밖에 되지 않는다.

9년째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주환씨는 “대리운전기사들은 건강을 담보로 자발적 착취구조를 스스로 강화하면서 일할 수밖에 없고, 사회적·경제적 안전망에서도 철저히 배제된 채 일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특수고용직’으로 돼 있는 대리운전기사의 특성 때문이다.

▲ 대리운전기사 9년차 김주환 씨. 김씨는 대리운전 일을 하면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도 맡고 있다.

우리가 사장님? “대리운전기사는 ‘을 중의 을’”

“야간노동이 발암의 요인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기사들은 건강을 담보로 일합니다. 장시간 운전에, 때에 따라 장시간 걷기도 해서 근골격계 질환은 물론, 취객을 모시는데 있어서 정신적 스트레스와 손님들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는 것이 일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생계비를 벌기 위해 기사들간 경쟁 속에서 일한다고 했다.

건강을 담보로 한 자발적인 착취, 생계를 위한 기사간의 경쟁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에서 파생된다. 대리운전기사도 ‘노동자’가 아닌 ‘사장님’이라 불린다. 그런데 대리운전업체에 소속돼야 일을 할 수 있다.

대리운전기사가 소위 말하는 ‘대리를 뛰기까지’의 과정은, 우선 고객이 대리운전 ‘콜’을 부르면 대리운전업체가 프로그램 업체에 연결한다. 이 ‘콜’이 대리운전기사의 PDA(개인 휴대 정보단말기), 즉 휴대폰에 뜨면, 기사가 그 ‘콜(일감)’을 잡아 일을 하는 것이다.

기사들은 대리운전업체와 계약해야 하고, 프로그램 업체엔 프로그램비를 지불해야 한다. 기사들은 일하는 ‘콜’ 수를 늘리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여러 업체와 계약하고, 프로그램 사용료도 여러 곳에 지불한다. 일감과 수입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했지만, 업체수수료와 프로그램비용으로 나가는 금액도 만만치 않다.

“업체와의 수수료는 대리 1건당 20%예요. 대리운전비가 1만원이라고 하면 2000원은 사전에 충전(지불)돼 있어야 콜을 잡을 수 있어요.” 대리운전업체 수수료는 선불이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다. “업체에 지불하는 보험료는 7만원인데, 여러 업체를 이용하면 업체마다 보험료를 내야 합니다. 프로그램 업체에 내는 프로그램비는 한 달 1만5000원, 이 역시 여러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두 배, 세 배로 내야하죠.” 대리운전 일에 필요한 휴대폰 사용료, 고객 차량까지 이동하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결국 대리운전 1건당 35%의 수수료가 나가는 격이라고 했다.

페널티도 있다. 업체가 콜을 넣었는데 기사가 콜을 승인하지 않으면 주어지는 것이다. 서울엔 (얼마간 콜을 주지 않는)시간페널티가 있고, 지방엔 콜 거부 건당 1000~3000원을 내야 한다. 기사들이 콜을 승인하지 않는 이유는 ‘강제배차’ 때문이다. “기사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느니 운전의 시작점은 있는데 도착점이 없이 콜이 오기도 해요. 운전비가 너무 싸고, 다시 돌아 나올 수 없는 오지일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럴 땐 ‘내가 가겠다’고 나서기 쉽지 않잖아요.”

소위 ‘오지’에 도착해 고객이 내린 뒤 기사들이 그곳을 다시 나올 땐 교통수단이 있는 곳까지 하염없이 걸어야 한다. 비용도 기사 몫이다. “수도권엔 야간버스도 있고, 택시를 타고 나올 수도 있고, 대리운전기사를 태우는 셔틀이 있어요. 그런데 지방은 열악해요. 셔틀비 명목으로 업체에서 출근비를 받아요. 업체가 실제 셔틀운영비보다 더 많은 비용을 받아서 착복하기도 하고….” 셔틀비용 착복에, 보험료 착복, 운전할 때마다 건당 지불해야 하는 높은 수수료까지 대리운전기사는 “을 중의 을”이자 “이중 삼중 고통 받는 노동자”라고 강조했다.

대리운전기사들의 ‘자발적 배제’

‘개인사업자’라 불리는 ‘을 중의 을’들이 일감을 늘리기 위해 여러 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프로그램비를 지불하면서 버는 한 달 평균 수입은 아래 그림과 같다.

▲ 자료 :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서울시와 대리운전노동조합이 ‘서울 대리운전기사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한 결과다. 185만원을 벌지만, 순수입은 151만 원 정도다. 한 달 2.5일만 쉬면서, 하루 10~12시간 야간노동을 한 대가다. 떼이는 수수료를 감당하며 조금이라도 월 수입을 올리기 위해 ‘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기사들의 ‘자발적 착취구조’에 이어 기사들 스스로 배제하는 영역은 또 있다. 4대 보험이다. 이 역시 ‘특수고용직’이란 이유 때문이다.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대리운전기사는 “개인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수입이 적어 스스로 보험에 들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할 수 있는데 못하기 때문에, 사회안전망에서 ‘자발적 배제’라는 표현을 쓴다”고 했다.

“직장의료보험, 지역보험 등 건강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기사들이 12.8%나 됩니다. 수입이 적고, 먹고 살기 힘들다보니 아예 가입을 안 하는 경우가 있고, 보험비가 밀리고 밀려 아예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국민연금 가입률은 38%밖에 안 됩니다. 60% 이상은 노후대책이 전혀 없는 상태죠.” 대리운전기사들에겐 퇴직금도 없다.

2016년 7월부터 대리운전기사들에게도 산재보험이 적용됐다. 그러나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한 업체와 전속으로 근로계약을 맺은 ‘전속 대리운전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경우 절반의 보험료를 내지만, 여러 업체의 호출을 받아 일하는 ‘비전속 대리운전기사’는 본인이 100%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대리운전기사의 거의 대부분이 후자에 해당한다.

“20만 대리운전기사 중에 산재보험을 적용받고 있는 기사는 전국에 18명뿐입니다. 보험공단에서 나온 공식 자료로 확인한 결과예요.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주먹구구, 탁상행정의 결과 때문이죠.”

대리운전업 규율 법안 ‘전무후무’

대리운전업의 성장과는 달리 기사들은 사회제도와 안전망에서 배제돼 있는 건 여전하다.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은 것은 물론 대리운전업종에 대한 제도도 보장돼 있지 않다. “화물노동자는 화물운송법이 있는데, 대리운전 노동자들에겐 대리운전법이 아직 없어요. 힘 있는 업체들의 횡포에 시달려도 보호받을 수 없죠. 경제적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가도 대출이 쉽지 않습니다. 대리운전기사 신분 자체가 사회적으로 인정되거나 신용이 인정되거나 이런 상황이 아니니까요.”

2016년 원혜영 의원이 ‘대리운전자의 처우개선과 대리운전업의 서비스 향상을 위한 대리운전업법 제정안’을 발의했으나 대리운전업을 규율하는 법은 아직 전무한 상황이다.

그 사이 업체들은 계약서 이름을 변경하면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대리운전기사들은 더 ‘사장님’화 되고 있다고 김씨는 전했다. 계약서도 업체와 업체(사장)과의 관계로 바뀌고 있다.

“처음엔 ‘고용계약서’를 쓰다가 ‘업무계약서’로 이름이 바뀌고, 요즘엔 ‘동업계약서’로 바뀌었어요. 내용은 같은데 이름을 바꿔서 업체들이 표면적으로 ‘사용자’ 책임에서 벗어나는 방식을 더 강화하는 거예요. 대리운전 시장 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하는 ‘카○○대리’의 경우, 업체이면서 프로그램도 관장해요. ‘플랫폼 사업자’죠. 여긴 업체 가입도 웹상에서 이뤄져요. 업체에 들어가려면 면접도 보고 교육도 받아왔는데, 자신들의 책임 권한을 회피하기 위해 면접도 보지 않습니다. 자신들은 힘이 있으니까 명문화된 형식을 명문화되지 않은 형식으로 만들어 책임을 회피하는 겁니다.”

▲ 사진 : 뉴시스

“우리들의 절박함, 외면하지 마세요”

대리운전기사를 향한 고객의 보복운전으로 대리운전기사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린다. 쉼 없는 야간노동에 건강도 챙기지 못하고, 음주 고객들의 폭언과 폭행으로 대리운전기사들 중엔 1년도 안 돼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단다. 반면, 하루 벌어 하루를 생활하는 대리운전기사들의 경우엔 하루하루 현금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대리운전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대리운전 일을 하면서 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기사들의 사망 소식이 들린다”고 했다.

업체의 횡포, 고객의 횡포를 견디며 개개별로 일하고 있는 대리운전기사들. 한 자리에 모이기도 힘든 조건에서도 2012년 전국대리운전기사들의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아직 ‘설립필증’을 받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설립필증을 반려한 이유는 대리운전기사 중에 한 업체와 계약하지 않고 여러 업체와 계약한 기사들이 있다는 이유, 즉 ‘전속성’ 때문이다. “정부가 이유를 만들려고 하니 별의 별 이유를 갖다 붙인 거죠.”

제도적으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노조 할 권리마저 보장되지 않다보니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업체에게 문제제기를 했다고 해서 콜(일감)을 주지 않거나 부당하게 계약해지를 당하기도 한다. 업체와의 교섭에서 맺은 협약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뒤집어진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고 같은 해 10월엔 ‘설립필증 교부’를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도 했다.

▲ 지난해 10월 전국대리운전 노조, 전국택배연대 노조가 국회 앞에서 단식노숙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설립필증 교부’를 촉구했다. 그해 11월 전국택배연대 노조는 설립필증을 받았지만 전국대리운전 노조는 아직까지 설립필증을 교부받지 못했다. [사진 : 뉴시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약속을 지키면 될 일이에요. 설립필증 여러 번 접수한다고 가능한 일일까요?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노동권이 절실히 필요한데, 그런 절박함으로 노동조합 하면서 싸우고 있는데 그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면 계속 요구하고 싸워야죠.” 김씨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싸우는 걸 정부가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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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함께 물러나게 된 장하성·김동연...‘경제사령탑’은 부총리로 정리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8-11-09 20:05:17
수정 2018-11-09 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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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공정경제 성과 및 향후계획 발표를 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공정경제 성과 및 향후계획 발표를 듣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정부와 청와대 '경제 사령탑'이었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교체하고 후임 인사를 단행했다.

경제 기조와 정책 방향을 두고 불협화음을 내왔던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을 동시에 교체하고, 새롭게 진용을 짠 것이다.

청와대 "문재인 정부 철학과 기조의 연속성 이어나갈 적임자" 

김동연 부총리의 후임으로는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예산‧재정 분야 전문가이자 기획통으로 정평이 난 경제관료 출신인 홍남기 부총리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조정실장으로서, 그동안 이낙연 국무총리와 긴밀히 호흡을 맞춰온 점이 이번 인사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홍남기 내정자에 대해 "정부 출범 이후 70여 차례 지속된 이낙연 총리의 대통령 주례보고에 배석해 누구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라며 "이 총리의 강력한 천거가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장하성 정책실장의 후임으로는 김수현 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승진, 임명됐다.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은 초대 사회수석으로 사회 전반의 정책을 이끌어온 경험이 발탁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윤영찬 수석은 김수현 정책실장에 대해 "현 정부 국정과제를 설계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초대 사회수석을 맡아 뛰어난 정책·기획·조정능력과 균형감 있는 정무감각을 바탕으로 산적해 있던 민생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정책 전문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 야권이 소득주도성장을 흔들며 장하성 정책실장의 사퇴를 압박하던 가운데 이뤄진 이번 인사는 씁쓸한 뒷말을 남겼다. 지난 7월 소득주도 성장의 설계자였던 홍장표 경제수석이 물러난 데 이어 장하성 정책실장까지 내몰리는 형국이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보수 야권에서는 '경제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회전문 인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오히려 '연속성'을 강조했다. 윤 수석은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기조의 연속성을 이어가면서 대통령이 지난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공정경제전략회의에서 "우리 국정목표를 하나로 종합해서 말씀드리면 포용국가"라며 "포용국가를 이루는 경제 정책 기조는 사람 중심 경제인데 사람 중심 경제의 구체적 방안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이렇게 3대 축을 설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청와대 인사 발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청와대 인사 발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뉴시스

이젠 '투톱'이 아닌 '원톱'...경제사령탑은 경제부총리 

그동안 김동연·장하성 두 사람이 '경제 투톱'으로 불려왔다면, 이제는 홍남기 내정자가 '원톱'으로서 경제 전반을 이끌어 나간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과거 경제 정책을 둘러싼 내부 불협화음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윤 수석은 "두 분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3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회수석과 국무조정실장으로 지금까지 정무적 판단과 정책 조율을 성공적으로 해온 만큼 '일을 만들고 되게 하는 원팀(one team)'으로서 호흡을 맞춰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홍남기 내정자는 '사령탑', 김수현 정책실장은 '설계자'라는 역할도 분명히 밝혔다. 윤 수석은 "야전사령탑으로서 홍남기 부총리가 (경제를) 총괄하기 때문에, 김수현 정책실장은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고, 이 실행을 위해 경제부총리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윤 수석은 '실행력'과 '정책 조율 능력'을 이번 인사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경제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수석은 "지금은 경제 정책이나 포용국가 정책에 있어서 어느 때보다도 서로 합심해서 목표 달성할 수 있는 호흡이 필요하다"며 "그런 호흡을 잘 맞춰왔던 분들이 가속도 있고, 힘있게 이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와대 인사 발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와대 인사 발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한편 이번 인사 단행으로 공석이 된 국무조정실장에는 노형욱 현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승진, 임명됐다. 기획재정부에서 재정관리관, 사회예산심의관, 행정예산심의관을 지낸 정통 관료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역시 이 총리가 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관급인 사회수석에는 김연명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위원장 겸 미래정책연구단장이 임명됐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을 지내며 사회정책을 설계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 전문가로 꼽히는 김연명 사회수석을 임명한 것은 '국민 눈높이'로 국민연금 개편을 추진하라는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그런 건 아니다"라며 "정책실장이 전체적인 큰 틀에서의 포용국가를 지휘한다면 사회수석은 복지와 관련된 분야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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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형 원룸이라더니..." 화재 난 고시원 내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11/10 11:06
  • 수정일
    2018/11/10 11: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7명 목숨 앗아간 '지옥고' 실태... 생존자 "다른 데 비하면 나은 편"

18.11.09 15:35l최종 업데이트 18.11.09 16:33l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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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타지 생활의 따뜻한 반려자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9일 새벽 갑작스런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친 서울 종로 한 고시원 홈페이지에 있는 홍보 문구다. 스스로 "최고급 원룸형 주거공간", "품격 높은 호텔형 고시원"이라고 자랑했지만 실제 1.5평(약 5㎡) 비좁은 방은 성인 혼자 생활하기엔 열악했다.

 
 9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종로 관수동 고시원 홈페이지. 내부 사진들과 함께 "최고급 원룸형 주거공간, 품격높은 호텔형 고시원"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  9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종로 관수동 고시원 홈페이지. 내부 사진들과 함께 "최고급 원룸형 주거공간, 품격높은 호텔형 고시원"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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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고시원 화재로 이른바 '지옥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옥고'란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일컫는 말로, 학생뿐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 등 주거취약계층이 주로 머무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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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기획] 지옥고에 산다

이날 새벽 화재가 발생한 종로 고시원 역시 젊은 고시생들보다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했고, 사상자도 대부분 40~60대였다. 이날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이 고시원은 그나마 종로 한복판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하루 세 끼 식사도 함께 제공하는 등 주거 여건은 다른 고시원에 비해 양호한 편이었다고 한다.

40여 평 공간에 26명 살아가는 '호텔형 고시원'

 
 9일 새벽 화재로 사망자 7명을 비롯해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종로 한 고시원 내부 모습. 좁은 공간에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복도도 성인 2명이 지나다니기엔 좁다.(사진 출처: 고시원 홈페이지)
▲  9일 새벽 화재로 사망자 7명을 비롯해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종로 한 고시원 내부 모습. 좁은 공간에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복도도 성인 2명이 지나다니기엔 좁다.(사진 출처: 고시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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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난 고시원은 2층 24실, 3층은 29실, 옥탑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화재가 난 3층 43평 공간에는 모두 26명이 살고 있었고, 사상자도 모두 이곳에서 발생했다.

고시원 홈페이지에는 "진흙 속에 살짝 감춰진 숨은 진주 같은 고시원"이라면서 "한번 찾아와서 안에 들어오면 깔끔한 내부 시설과 너무나도 청결한 주방 그리고 차별화된 식사 서비스, 그리고 보통 고시원이 갖추고 있는 것은 다 있는 기본 시설에 다들 놀란다"고 스스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우리 고시원의 최대 장점은 24시간 제공되는 따뜻한 밥과 김치를 포함한 7가지가 넘는 반찬 및 따뜻따뜻한 국"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대피소에서 만난 2층 거주자 이아무개(56)씨도 "원장이 식사 3끼를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등 이곳에서 오기 전에 생활했던 고시원 두 군데보다는 여러 가지로 세심했다"고 말했다.
 
 9일 새벽 화재로 사망자 7명을 비롯해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종로 한 고시원 내부 모습. 원룸은 1.5평 규모로 1인용 침대와 책상, 의자가 간신히 들어가는 규모다.(사진 출처: 고시원 홈페이지)
▲  9일 새벽 화재로 사망자 7명을 비롯해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종로 한 고시원 내부 모습. 원룸은 1.5평 규모로 1인용 침대와 책상, 의자가 간신히 들어가는 규모다.(사진 출처: 고시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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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는 고시원 내부 편의시설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었다. 중앙 냉난방시설을 갖췄고 각 방에는 침대와 책장, 의자, TV, 냉장고 등이 설치돼 있었다.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과 샤워장, 세탁기, 개인 신발장 등은 2층 여성, 3층 남자 층으로 구분돼 있었다. 주방에 대형 공용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정수기 등과 함께 '화재 걱정 없는 전기레인지'가 있다고 강조한 게 눈에 띈다. 입실료는 보증금 없이 창문이 있는 방은 월 30만 원, 창문이 없는 방은 월 25만 원 정도를 받고 있었다.

 
 9일 새벽 화재로 사망자 7명을 비롯해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종로 한 고시원 내부 모습. 2층에서 3층을 통하는 계단이 유일한 출구여서, 출구쪽이 막힐 경우 마땅한 대피로가 없었다. (사진 출처: 고시원 홈페이지)
▲  9일 새벽 화재로 사망자 7명을 비롯해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종로 한 고시원 내부 모습. 2층에서 3층을 통하는 계단이 유일한 출구여서, 출구쪽이 막힐 경우 마땅한 대피로가 없었다. (사진 출처: 고시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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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편의시설을 잘 갖췄더라도 고시원은 어쩔 수 없는 고시원이었다. 원룸방 넓이는 1.5평 남짓으로 1인용 침대 하나와 책상, 의자가 들어가면 이미 가득 찰 정도여서 성인이 장기간 거주하기엔 열악했다.

통로도 성인 두 명이 동시에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았고 비상구도 출구 쪽에 있는 계단 한 곳뿐이라 이번 화재처럼 출구 쪽에서 불이나 통로가 막히면 마땅히 대피할 곳도 없었다. 건물이 1980년대에 지어져 현재 고시원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는 간이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고시원, 화재에 취약... 올해 들어서만 46건 발생

 
 9일 오전 5시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고시원 근처 골목에 '무사고 기원' 현수막이 걸려있다.
▲  9일 오전 5시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고시원 근처 골목에 "무사고 기원" 현수막이 걸려있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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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고시원은 좁은 공간을 쪼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복도도 좁다보니 화재 발생시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299건에 이르고, 올해 들어서도 46건이 발생했다.

주거 환경도 열악하다. 한국도시연구소에서 지난해 발간한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 및 주거 빈곤 가구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고시원과 같이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는 기타 거처에 사는 가구는 39만 1245가구로 5년 전 12만8675가구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반지하나 옥탑방조차 얻지 못한 주거취약계층이 고시원이나 원룸텔로 하향 이동하고 있었다.
 
 한달에 22만원하는 최씨의 고시원 방은 한평이 되지 않는다. 겨우 발을 뻗고 누우면 방이 가득 찬다.
▲  한달에 22만원하는 영등포의 한 고시원 방은 한평이 되지 않는다. 겨우 발을 뻗고 누우면 방이 가득 찬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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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과 원룸은 국토교통부 최저 주거기준 적용도 받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지옥고에 산다' 취재팀이 지난해 겨울 찾은 서울 신촌에 있는 한 고시원 방의 경우 길이 180cm, 폭 1m 이하 침대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난방도 되지 않아 전기장판에 의존하고 있었다. 영등포에 있는 월 22만 원짜리 고시원의 경우 난방은커녕 전기 장판도 제공되지 않아 겨울이면 옷을 잔뜩 껴입고도 추위에 떨어야 했다.

정의당 서울시당은 9일 논평에서 "최근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고시원 등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서울시는 소방법과 건축법 등에 대한 철저한 안전점검을 더욱 확대 강화하고 화재에 취약한 노후 고시원 등에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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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위해 공동대응

양대노총,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위해 공동대응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11/10 [09:3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노동현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양대노총 위원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노동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양대노총 위원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9일 오후 4시 30분 민주노총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등 주요 노동현안 해결을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

 

양대노총은 판문점 선언시대에 노동자의 주도적 역할을 높이고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회 활성화남북 노동자 3단체의 자주적 교류와 연대 강화 등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을 앞당기는데 함께 힘을 모아가기로” 했다.

 

양대노총은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입장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을 공유했으며그럼에도 ILO핵심협약 비준국민연금 개혁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개악 저지와 관련해 긴밀한 연대와 공동대응을 하기로 합의했다.

 

양대노총은 탄력근로제 개악 공동대응과 관련해민주노총은 11월 10일 전국노동자대회, 11월 21일 총파업 등 투쟁을 중심으로 강력 저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한국노총은 11월 17일 노동자대회와 함께 국회의 일방처리를 막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계속 후퇴하고 있다며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이 1차 시행 대상기업도 연말까지 처벌이 유예되면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정부 여당은 노동자들 임금을 삭감하면서 건강권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탄력근로제를 확대 시행하는 노동법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판문점선언시대를 맞아 빠르게 발전하는 한반도 평화통일 정세에 부응해나가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며 당국의 이유 없는 불허방침만 아니었다면 11월 3일 금강산 남북노동자대표자회의는 남북 3조직 대표자들이 판문점선언 시대에 맞는 매우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토론을 전개했을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지난주 금강산에서 조국통일 남북노동자회가 열렸지만민주노총이 참가하지 못해 남북 3조직이 다같이 모이지 못했고공동합의문을 내오지 못하게 되어 안타까웠다며 향후 양대노총이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을 앞당기는데 함께 힘을 모아나가자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대화에 민주노총이 함께 해나가길 바란다는 입장과 함께 여야 정치권의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과 관련해 노동 관련 의제들을 사회적대화기구에 넘겨서 당사자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한 후에 이를 토대로 국회가 처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이날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추운 날씨 속 총파업에 나서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감기 걸리지 말라며 빨간 목도리를 선물했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목도리를 선물하고 있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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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고시원 화재’ 현장 브리핑 “비상벨 등 작동여부는···”

[전문]‘종로 고시원 화재’ 현장 브리핑 “비상벨 등 작동여부는···”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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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6명이 사망한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 사건은 건물 3층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스프링클러 구동 여부 및 비상벨 작동 여부, 실화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서울 종로경찰서장과 종로소방서장 등의 오전 8시30분 현장 브리핑 전문.
 

▲권혁민 종로소방서장 

“화재는 9일 오전 5시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했다. 고시원 화재 층은 3층인데 주로 3층에 26명, 그 외에 1명에서 27명이 소방 활동을 하면서 주력 검색하고 구조한 인원이다. 선착대가 5시 출동 지령을 받고 5분 만인 5시 5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 화재가 심했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우려돼서 5시 21분에 대응1단계 발령했다. 자택에서 5시48분에 도착해서 제1단계 지휘권자인 소방서장에 지휘권을 전달했다. 고시원 2층, 3층 이 부분인데 화재가 3층에서 발생했는데 발생한 곳이 출입구가 있는 부분에서 발생한 것으로 최초 목격자, 신고자의 의견이 있었다. 그런 바람에 심야 시간대이고 대부분 근로자들이 계시기 때문에 새벽 시간이고 해서 아마 출입구가 봉쇄됨에 따라 대피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3층에 26명, 옥탑층 1명 등 27명에 대해서 보고 받았고, 전체 27명 중 18명을 구조했다. 그중 17명을 병원에 이송했는데 그중에서 7명이 저희가 판단하기에 CPR(심폐소생술)을 했기 때문에 중환자로 판단한다. 사후에 사망 여부는 보건소장이 최종적으로 블핑하는 것으로 하겠다. 최선을 다해 노력했습니다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출입구에 최초 화재가 발생했고 새벽시간이라 신고가 늦은 부분이 있었고 아울러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였기 때문에 출입구 봉쇄됨에 따라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최선 다했습니다만 이런 부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임옥룡 종로보건소장 

“현재 부상자 18명 중 병원 이송은 17명이고 1명은 외래 내원할 정도 상태다.”
 

▲권 서장 

-출입구 봉쇄는 어떻게 돼있었나? 

“의지적으로 된 건 아니고 화재가 출입구 측에서 발생한 것을 목격했다는 얘기가 있다. 결과적으로 안에 있는 사람들이 대피로가 막힌 것이다. 그에 따라서 구조를 요하는 사람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한다. 화재 발생 지점에 대해서는 저희와 경찰이 CCTV 자료 등 확보해서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결과적 봉쇄’가 무슨 뜻인가. 

“화재가 발생한 3층 부근에서 세부적으로 화재가 발생한 부근이 출입구 인근의 호실이다. 302~303호 쪽인데 거기서 화세가 거세게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실에 있는 분들이 대피하려 나오더라도 출입구가 이미 거센 불로 막혀서 대피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다.”

-불때문에 못나갔다는 것인가. 

“그렇다. 최초 목격자 신고자에 따르면 301~303호실 쪽에서 불길이 솟았다고 한다.”

-안에서? 

“그건 경찰에서 세부적으로 조사할 것이다.” 

-스프링클러 등 시설 작동 안했나? 

“확인 중이다. 건물이 노후화됐고 과거에 설치 대상이 아니이라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비상벨 자동경비는 작동됐나? 

“비상구는 주출입구에 있었고 비상탈출구라고 완강기로 연결돼서 빠져나가는 탈출구 개념의 완강기가 있었다.” 

-그걸 이용할 수 있었던 상황인가. 

“결과적으로 이용못한 걸로 확인했다. 봉쇄돼 있던 건 아니고 워낙 (화재가) 심해서 계신 분들이 당황하지 않았을까 싶다.” 

-새벽 시간이라 신고 늦었다고 했는데. 

“확인 중이다. 5시에 접수받고 출동 지령이 떨어졌고 선착대, 주력 소방대가 도착한 것은 5시 05분이다.” 

-그럼 신고 늦었다는 근거가 뭔가. 

“화세가 굉장히 셌을 때 신고 들어왔다고 한다. 도착했을 때 화세가 거셌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 

“통상적으로 초기 진압을 함에 있어서 소화기로 진압 가능한 부분이 있는데 저희가 도착했을 때 대부분 화재가 바깥으로 출화가 되면 화세가 거셌다고 이야기한다. 출화가 되면 인명구조대원이 진입하기도 어렵고 안에 계신 분들이 탈출하기도 어렵다. 저희는 도착해서 바로 구조대 투입해서 화세를 잡고 29개 실을 돌아다니면서 검색했으나 부상자 발생했다.”

-자동설비와 비상벨이 제대로 작동했나? 

“확인 중이다. 단독 경보용 감지기가 각 실에 있는데, 그게 작동했는지 여부는 추후에 정확히 알아보겠다.” 

-301·302·303호실 작동 안했나? 

“지금은 그 부분이 전부 연소가 돼서... 세부적으로 확인하려면 정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

-목격자들이 구조대가 20분 내지 대기하고 있었다는데. 

“녹취와 영상이 있기 때문에.. 선착대 도착하면 인명구조 우선 원칙에 따라 소방호스 들고 화재 진압하면서 구조하게 돼 있다.” 
 

▲김준영 종로경찰서장 

“수색이 종료됨과 함께 감식반이 진입해서 정밀 감식 중이다. 감식 종료되면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해서 말씀드리겠다.” 

-범죄 혐의점 확인되나? 

“전체적으로 다 감식과 함께 CCTV 목격자 확보 중이다.” 

-실화 가능성은 있나. 

“수사 중이다.” 

-감식 1차 언제 끝나나? 

“진행 중이다. 종료 시간 말하기 어렵다. 수사 진행 상황 대해서는 말씀드리겠다.”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1090918001&code=940202#csidx54f225e7b37ef72ac643825dd002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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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판사 47명’ 한눈에 볼 수 있는 일람이 공개됐다

‘적폐판사 47명’ 한눈에 볼 수 있는 일람이 공개됐다

민중당, 적폐판사 국민탄핵 운동 돌입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8-11-08 20:41:28
수정 2018-11-08 20:41:28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전국 적폐판사 47일 일람

전국 적폐판사 47일 일람ⓒ민중당

'양승태 사법농단'에 연루된 '적폐판사' 47명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일람이 공개됐다.

민중당은 8일 '전국 적폐판사 47일 일람'을 만들어 배포했다. 여기엔 사법농단 의혹 판사들의 얼굴과 이름, 현재와 당시 직책, 혐의 내용 등이 요약돼 담겨 있다.

민중당은 "적폐판사 44명과 영장전담판사 3명의 이름과 얼굴, 근무지와 죄목을 모두 공개하고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중당은 더 나아가 '적폐판사 국민탄핵 운동'에 돌입한 상태다.  

민중당은 "사법농단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야 한다"라며 "촛불로 정권을 교체하고 적폐청산의 물꼬를 텄던 국민이 나서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민중당은 또 "적폐판사들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찾아가서 법원에서 퇴출시키고 적폐법관들이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만들 것"이라고 천명했다.  

전국 적폐판사 47일 일람 링크 들어가기 (클릭하세요) 

민중당이 만든 전국팔도 적폐판사 지도
민중당이 만든 전국팔도 적폐판사 지도ⓒ민중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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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인에게 90도 인사하는 간첩 문재인?

 
[팩트체크] 북한 군인에게 90도 인사하는 간첩 문재인?
 
 
 
임병도 | 2018-11-09 09:48:3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여기 문재인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90도로 인사하는 사진이 있습니다. 트위터에는 이 사진에 ‘북한 군인이 나의 상전인데’라는 글과 함께 ‘간첩 문재인’이라는 트윗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 트위터만 보면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군인에게 90도로 인사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진 속 인물은 북한 군인이 아니라 우리나라 참전용사입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을 위한 오찬 행사를 열었습니다.

국가유공자와 파독 광부·간호사, 청계천 여성 근로자, 민주화운동 희생자, 6·25전쟁 영웅 유족 등이 초청됐습니다. 이날 한 참전용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보자마자 경례를 했고, 문 대통령은 허리를 숙여 답례를 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참전 용사에게 머리를 숙인 대통령을 가리켜 왜 간첩이라고 하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SNS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조작해 사실을 왜곡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SNS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김영철이 머무는 호텔 관계자였다.

지난 2월 북한 김영철이 방남 할 당시, 김영철이 누군가 악수하는 사진과 함께 ‘이럴 바에야 차라리 문재인이 아니라 김영철을 대통령이라 하는 게 낫겠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극우 성향의 만화가로 알려진 윤서인씨도 페이스북에 “시사만화 그리기 시작한 이래 가장 분노하면서 그린 컷”이라는 글과 함께 <미디어펜>에 연재하고 있는 한컷 만화를 공유하며 문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을 향해 허리를 숙여 악수를 했다며 비난했지만, 사실은 문 대통령이 아니라 김영철이 머무는 호텔 관계자였습니다.

또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좌측에 ‘남한사람 때문에 태워지는 인공기..’라는 글귀는 원래 국민생명안전 약속식 때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이라는 글귀를 조작한 것이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SNS에 문재인 대통령이 글을 쓰는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사진에는 ‘남한 사람 때문에 태워지는 인공기가 단 한 개도 없게 만들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그러나 원본 사진에는 ‘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습니다.’라는 글귀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 주민에게 정중히 90도로 인사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르신들은 북한 김정은도 하지 않는 90도 인사를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북한 주민을 향해 90도 인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하지만 이런 생각은 그저 오랜 세월 동안 반공 교육을 받아 온 잘못된 인식 때문입니다.

마타도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편을 중상모략하거나 그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흑색선전이라는 뜻으로 정치권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누군가는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실을 왜곡하거나 사진을 조작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비판을 하려면 당당하고 정당하게 해야 합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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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의 첫 임무는 유엔사 해체”

민중당,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의 첫 임무는 유엔사 해체”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11/08 [21:4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민중당이 신임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사령관에게 첫 임무로 유엔사를 해체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 : 민중당)     © 편집국

 

주한미군사령관 이·취임식을 맞아 민중당이 신임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사령관에게 유엔사 해체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중당은 8일 오전 11시 평택 주한미군사령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버트 에이브럼스 신임 유엔사령관에게 유엔사 해체를 요구하며 공개서한과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민중당 이상규 상임대표는 유엔사를 유령군대라고 규정하며 전 세계에 유엔 소속의 군 사령부는 없다며 점령군의 본색을 감추려고 국제연합 이름을 도용하고 있는 불법군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이 대표는 전 세계 주권국가 중에 자기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굴욕적인 한미동맹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중당은 공개서한을 통해 유엔군사령관이라는 직책은 국제법적 근거도 없는 것으로 문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우리로서는 유엔군사령부라는 회괴한 기구가 남북관계의 중요한 진전 때마다 불쑥불쑥 존재를 과시하며 남북협력사업을 방해중지통제승인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고 주장했다.

 

1994년 갈릭 유엔사무총장은 유엔군사령부가 유엔안보리의 산하기구가 아니라는 것을 밝혔으며 1975년 유엔총회에서는 1976년 1월 1일부로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민중당은 미국은 유엔군사령부를 동원한 남북관계 방해와 간섭을 중지하라며 우리 민족 자체의 합의와 결정으로 추진되는 모든 사업은 그 누구의 승인이나 심사를 받을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민중당은 미국은 유엔의 이름을 도용한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라며 미국이 유엔군사령부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유엔의 권위를 이용해 내정간섭주권침해의 합법성을 인정받고 대한민국의 주권 위에서 남북관계 통제권과 패권을 유지해보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중당은 공개질의서를 통해 주한유엔군사령부가 남북철도연결구간 점검 사업을 위한 군사분계선 통과를 불허한 근거와 이유6.15공동선언 발표 이후 남북간 철도도로연결사업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군사적 합의에 대한 유엔군사령부 측의 입장주한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달성을 근본 목적으로 하는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근거로 남북철도조사 사업 등을 불허하는 것이 적절 한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한편 8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에 이어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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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개 서 한>

 

수신 : Robert Abrams

발신 민중당(상임대표 이상규)

 

미국은 주권침해내정간섭 중지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라!

 

오늘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이 부임하였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임명과 동시에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이라는 직책을 동시에 부여받게 되어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이나 한미연합사령관의 직책이야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생겨난 것이라 논외로 하더라도 유엔군사령관이라는 직책은 국제법적 근거도 없는 것으로 문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로서는 유엔군사령부라는 회괴한 기구가 남북관계의 중요한 진전때마다 불쑥불쑥 존재를 과시하며 남북협력사업을 방해중지통제승인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또한 유엔군사령부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초월적 기구로 남북간 군사합의조차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단히 심각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8월 유엔사를 앞세워 남북철도연결사업에 개입해 계획된 일정을 무산시켰고 에이브럼스 신임 주한미군사령관도 비무장지대 내의 모든 활동은 유엔군 사령부의 관할이기 때문에 남북이 대화를 계속하더라도 관련 사항은 유엔사에 의해 중개판단되고준수·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통해 유엔사를 동원한 남북관계 통제 의도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은 왜 신성한 유엔의 이름을 도용한 유엔군사령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유령기구를 이용해 남북관계를 통제하려고 하는가?

미국은 이러한 우리 민중들의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평화통일을 바라는 우리 민중들의 의사를 대변해 에이브럼스 신임주한미군사령관에게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1. 미국은 유엔군사령부를 동원한 남북관계 방해와 간섭을 중지하라.

 

남과 북은 한반도에 전쟁이 없음을 선언하고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민족 자체의 대화와 협력으로 실현해 나가기로 하였다.

우리 민족 자체의 합의와 결정으로 추진되는 모든 사업은 그 누구의 승인이나 심사를 받을 필요도 이유도 없다.

미국은 유엔군사령부를 앞세워 남북간 평화협력사업에 간섭하고 개입통제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

 

2. 미국은 유엔의 이름을 도용한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라.

 

1994년 갈릭 유엔사무총장은 유엔군사령부가 유엔안보리의 산하기구가 아니라는 것을 밝혔으며 1975년 유엔총회에서는 1976년 1월 1일부로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기로 결의하였다.

그러나 7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미국은 유엔의 이름을 도용한 불법적인 유엔군사령부를 유지하고 있으며 해체를 요구하는 유엔총회 결의마저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 유엔군사령부에 캐나다 무관을 부사령관으로 임명하는 회괴한 놀음까지 벌이고 있다.

미국이 유엔군사령부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유엔의 권위를 이용해 내정간섭주권침해의 합법성을 인정받고 대한민국의 주권 위에서 남북관계 통제권과 패권을 유지해보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미국은 이제라도 도용한 유엔의 이름을 내려놓고 유엔총회 결의를 성실히 이행해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해야 한다.

 

3. 에이브럼스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의 첫 번째 임무는 유엔군사령부 해체다.

 

남북관계북미관계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발전해가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순응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찾아가야 한다.

우리는 에이브럼스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의 오명으로 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는 것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첫 임무로 삼기를 바란다.

 

2018년 11월 8

민 중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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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질의서>

 

수신 로버트 에이브럼스(주한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발신 민중당(상임대표 이상규)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긴장과 대립이 완화되고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 관련 당사자들의 책임있는 언행과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최근 남북철도연결 점검사업을 위한 방북을 불허한 주한유엔군사령부의 조치는 한국민들의 의사에 배치되며 남북대화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민중당은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우리 국민들의 의사를 받들어 주한유엔군사령부가 취한 조치와 입장에 대해 아래와 같이 공개 질의합니다.

귀측의 성실한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1. 주한유엔군사령부는 지난 8월 22일 추진되었던 남북철도연결구간 점검 사업을 위한 군사분계선 통과를 불허했습니다주한유엔군사령부의 불허 근거와 이유는 무엇입니까?

 

2. 2000년 6.15공동선언 발표 이후 남북간 철도도로연결사업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군사적 합의가 있었습니다.

 

1) 비무장지대 일부구역 개방에 대한 국제연합군과 조선인민군간 합의서(2000.11.17)

2) 비무장지대 일부구역 개방에 대한 국제연합군과 조선인민군간 합의서(2002.9.12)

3) 동해지구와 서해지구 남북관리구역 설정과 남과 북을 연결하는 철도도로작업의 군사적 보장을 위한 합의서(2002.9.17)

 

2-1. 에이브럼스 사령관을 포함하여 유엔군사령부 측은 이 합의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2-2. 위 합의서는 남북간 철도도로연결 사업이 완료되면 폐기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귀측은 위 합의가 아직 유효하다고 판단합니까무효라고 판단합니까?

 

2-3. 이 합의를 실행할 의사가 있는지를 포함하여 이 합의서에 대한 귀측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3. 우리는 남북철도조사 사업에 대한 미 국무부의 입장을 볼 때 주한유엔군사령부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불허의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가장 최근에 채택발표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의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및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상황의 평화적외교적정치적 해결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며대화를 통한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을 증진하기 위한 안보리 이사국들과 여타 국가들의 노력을 환영하며한반도 및 지역 긴장 완화를 위한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엔 대북제재의 목적은 제제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 달성에 있는 것으로 이를 위한 유엔회원국들을 노력을 중시하며 권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간 경제협력을 포함한 교류협력사업은 유엔 결의의 목적에 충분히 부합되는 것으로 유엔군사령부가 이를 방해불허할 이유가 없습니다.

 

3-1. 유엔군사령부의 불허조치가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의 기본목적에 배치되는 것이 아닙니까?

 

3-2. 유엔군사령부는 판문점선언에 따라 남북이 추진하는 교류협력사업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습니까?

 

3-3. 유엔군사령부는 남북간 교류협력사업에 대해서 앞으로도 승인권을 행사할 것입니까?

 

2018년 11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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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는 원폭 피해자들을 기억하십니까

[서리풀 연구通] 원폭 피해, 신체 문제만이 아니다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격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는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지난 10월 3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경남 합천을 찾아 원자폭탄 (이하 원폭)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있는 위령각을 참배했다. (☞관련 기사: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합천 원폭 피해자 찾아 "사죄") 

 

일본 고위급 인사가 국내 원폭 피해자 위령각을 참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워낙 한국 사회에 뉴스거리가 많다보니, 수많은 소식들에 묻힌 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는 못한 것 같다. 

어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변화가 일어나려면 우선 이것이 이슈가 되고 사회적 혹은 정책적 의제로 올라서야 한다, 그리고 나면 여러 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그 중 선택된 대안이 실행에 옮겨진다. 즉, 다수의 시민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해결의 필요성을 느껴야만 변화의 추동력이 생겨 정책적 해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만으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특히 당사자들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처해있는 경우라면, 이들의 목소리는 더욱 들리지 않는다. 원폭 피해자의 존재, 그리고 그들이 겪는 문제들이 더 많이 알려지고 공론화되어야 할 이유이다.  

한국원폭피해자원호협회(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따르면, 1945년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피폭된 한국인은 약 7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3만 명이 생존했고, 그 중 2만3000명이 한국으로 귀환했다고 한다. 그러나 2018년 3월 현재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국내 원폭피해자는 2344명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 1세대의 규모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도 원폭 피해자들, 이들과 연대한 시민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 2016년 5월 가결되어 2017년 7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 법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실질적 지원을 통해 이들의 생존권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내 원폭 피해자들을 위한 공적 지원 체계가 처음으로 마련된 것이다.  


지난 8월 일본비평 저널에 실린 오은정 박사의 논문은 이러한 지원 체계를 보완하고 제대로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성찰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바로 가기 : "'전재민'에서 '피폭자로': 일본 원폭피폭자원호의 제도화와 새로운 자격의 범주로서 '피폭자'의 의미 구성" 
 

연구자는 일본에서 원폭 피해자를 명명하는 방식과 이들에게 피해를 보상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며 이러한 접근의 정치사회적 의미를 해석하고자 했다. 또한 이들에 대한 구호 운동이 어떻게 '원폭 피폭자 의료에 관한 법'으로 제도화되었는지 그 과정을 분석했다. 
 

연구자는 이름을 지어 부르는 것에도 정치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를테면 피해를 강조하는 '원폭피해자', 살아남은 사람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원폭 생존자', 원폭 피해자라는 의미보다는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이라는 의미가 더 강한 '피폭자'라는 용어가 가진 의미에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용어들이 가리키는 정치적 책임의 소재가 다르다고 했다. 특히 일본에서 법률 상 '피폭자'라는 용어는 원폭의 방사선과 건강 측면의 영향을 한정하는데 쓰이고 있으며, 행정 조치를 통해 원호 대상을 일본 국내로 한정하려는 정치적 의미가 있는 단어라고 설명한다.  

연구자는 원폭 경험이 한 사람의 인생 경로 어느 한 부분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경험을 단일한 특정 방식으로 기술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이 살아온 삶의 과정에서 중첩된 관계와 상호작용 속에서 다층적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폭탄은 개인의 신체 뿐 아니라 심리적 건강, 사회적 관계, 공동체 등 매우 다양한 측면과 수준에서 피해를 초래한다. 또한 피해 자체도 방사능만이 아니라 폭발과 열기, 바람, 화재 등 다양하며, 피폭을 직접 당한 사람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에도 복잡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피해자의 범위에는 피폭자뿐이 아니라, 자신은 피폭당하지 않았지만 가족을 원폭으로 잃은 유족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일본에서는 원폭 피해자 구호가 빠르게 법적, 행정적 제도화 과정에 들어서면서 피폭자의 범위를 일본국 영토 내로 한정하고, 영토 경계 바깥에 존재하는 이들에게 '피폭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다. 또한 자국의 원폭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원폭 피해는 전쟁으로 인한 일반적 피해와 구분되는 특수한 피해인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결국 이 문제는 과거 일본제국이 수행한 전쟁이나 식민 지배에 대한 책임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 되었고, 그 피해를 초래한 원인, 주체도 명시하지 않은 채 원자폭탄으로 인한 생물학적 손상에 대한 보상에 한정하고 있다.  


이 논문에는 타케후미 세이치의 저서에 실린 발언이 다음과 같이 인용되어 있다. 
 

"어떤 대표도 아닌 피해자로부터 직접 듣는 실상이 의사나 학자로부터 듣는 것보다 훨씬 원폭의 무시무시함을 느낄 수 있고,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원자병기를 금지해야만 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 원폭 피해자에게 사랑의 손길을 뻗치는 것이라 생각한다."

원폭 피해를 입고 고통스러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피해자들이 우리 곁에 있다. 이 논문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원폭 피해는 단순히 방사능에 노출된 신체적 건강문제, 즉 '원자폭탄의 특수한 피해로서의 신체적 상해'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 향후 국내에서의 피해자 지원도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 의미들을 충분히 고려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원폭 피해자를 만나 위로하는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연합뉴스

 

 

mendrami@pressian.com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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