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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전농 정치세력화 만장일치 승인


20일 대의원 총회에서 노농빈 진보대통합당 추진 승인

전국농민회총연맹이 20일 오후 열린 대의원 총회에서 정치세력화 방침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전농은 이로써 노농빈 대중단체가 주도하는 진보대통합당 건설 추진에 동참하는 것을 공식노선으로 채택하게 됐다.

허수영 기자  heoswim@naver.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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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에 법률가들 노숙농성 돌입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에 법률가들 노숙농성 돌입
 
 
 
편집국
기사입력: 2017/01/20 [23:4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법률가들이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에 분노하며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사진 : 퇴진행동)     © 편집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결에 분노한 법률가들이 20일 오후부터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초유의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법률팀과 법률가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에 대한 영장기각결정을 묵과할 수 없어 오늘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와 발부를 촉구하며 시국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이들은 법으로 포장한 거짓을 발가벗겨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법률전문가들인 법률가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농성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낮 1230분 기준 총 68명의 법률가가 노숙농성에 참여한다노숙농성은 설 연휴 이전인 25일까지 진행하고 이후 일정은 추가 논의 후 결정된다이들은 법원영장기각 결정의 부당성과 영장재청구에 동의하는 법률가들의 연명을 모아 특검에 제출해 영장 재청구를 촉구할 예정이다또한 농성기간 동안 변호사법학교수들의 거리강연을 통해 법원결정의 거짓을 법리적으로 대중적으로 폭로하고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법률가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법원은 정경유착 단절에 대한 촛불의 요구를 묵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들은 조의연 판사가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배경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영장기각은 촛불정국을 죽은 권력인 박근혜 탄핵으로만 축소하려는 사법부의 내심을 공공연히 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법률가들은 특검은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하고법원은 즉각 발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들은 조의연 판사 영장기각사유로 든 뇌물죄 성립에 대한 소명부족’, ‘피의자의 주거 및 생활환경 고려’, ‘뇌물 수수자에 대한 조사 미비’ 등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며 조의연 판사가 밝힌 영장기각사유는 국민여론의 뭇매를 피해가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동안 법원이 경제를 고려한다는 이유로 기업인들의 온갖 추악한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던 관행이 오늘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불러왔다며 법원은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발부가 수십 년간 누적된 정치권력과 재벌간 밀월관계를 일소함과 동시에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저녁 7시 "정경유착 주범 이재용을 구속하라"는 제목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사진 : 퇴진행동)    © 편집국


농성참가자들은 이날 저녁 7시 ‘430억 뇌물준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에 분노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한편 경찰은 농성을 위한 천막 설치를 막아 농성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퇴진행동은 이 사회 특권을 보호하겠다며 공권력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법원과 경찰의 행태가 오늘 이렇게 생생히 드러났다고 규탄했다. 

 

▲ 경찰이 천막설치를 방해해 농성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진 : 퇴진행동)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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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이재용 영장기각 규탄농성에 들어가며

 

어제 새벽 455분경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삼성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적어도 이번만큼은 해방 후 수십 년간 지속된 정경유착의 상징인 삼성의 이재용이 구속되는 것을 온 국민이 기대했다그러나 조의연 판사는 이러한 기대를 철저히 배신했고국민들은 비참한 아침을 맞이해야했다우리는 조의연 판사의 이재용에 대한 영장기각결정을 묵과할 수 없어 오늘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와 발부를 촉구하며 시국농성에 들어간다.

 

첫째법원은 정경유착 단절에 대한 촛불의 요구를 묵살하지 말아야 한다.

 

먼저우리는 조의연 판사가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배경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국민들의 성난 비판여론에 직면할 것을 알면서도 영장을 기각하면서까지 법원이 지키고자했던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연루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법원에 부여된 역사적 역할이다그 과정에 성역은 없어야 하고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그 가늠자였다그러나 조의연 판사는 구속영장 기각으로 법원의 역사적인 역할과 책무를 외면했다.

 

촛불의 힘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다국민들의 요구는 이미 박근혜 퇴진-최순실 구속을 넘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가능케 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하는 것에 이르렀다특검은 경제보다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그러자 촛불국면에서 박근혜전선의 한축을 담당했던 보수언론이 발 빠르게 삼성의 경영공백한국경제 전체 위기 운운하며 구속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이에 부응하는 전격적인 영장기각은 촛불정국을 죽은 권력인 박근혜 탄핵으로만 축소하려는 사법부의 내심을 공공연히 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탄핵가결과 무관하게 정권과 재벌의 추악한 거래관계를 과 판결의 이름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인가이것이 자신들이 지키겠다는 법과 원칙이란 말인가?

 

법원은 무능한 청와대의 반헌법적 국정농단에 분노하여 시작된 촛불이 전 국민적 행동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정유라 사건에서 드러난 특혜와 불공정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생활고 때문에 5,200원을 훔친 20대 청년은 구속하면서 탐욕을 채우기 위해 430억 원의 뇌물공여와 횡령을 저지르고 국민연금에 수천억 손실을 가져다주기까지 한 정경유착 기업의 총수는 구속하지 않는 사법부를 누가 신뢰하겠는가정경유착 철폐라는 역사적 대의를 저버리고 권력과 재벌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사법부를 향한 촛불의 심판은 더욱 뜨겁고 엄중해질 것이다촛불은 정경유착의 청산을 촉구한다법원은 촛불 민심에 반하는 과오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특검은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하고법원은 즉각 발부해야 한다.

 

조의연 판사는 영장기각사유로 대가관계 등 뇌물죄 성립에 대한 소명부족을 들고 있다과연 그러한가?

 

특검의 압수수색언론보도에 의하더라도 삼성그룹의 최순실 일가에 대한 특혜지원과 재단법인에 대한 출연이 이재용의 삼성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한 대가였음이 명백하다또한 뇌물죄 성립과 별개로 이재용이 회사 돈을 횡령해 최순실 일가를 지원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 아닌가이재용이 자신의 범죄행위를 감추기 위해 국회청문회에서 일관되게 위증했다가 번복하는 과정을 전 국민이 지켜봤고삼성관계자들의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대체 어떤 소명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법리적인 다툼의 소지가 있어 영장을 기각했다는 것 또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법리적인 다툼이 없는 사건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알려진 바로는 기각사유에 피의자의 주거 및 생활환경 고려’, ‘뇌물 수수자에 대한 조사 미비가 포함돼있다삼성그룹에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지는 자가 바로 이재용이다삼성비자금사건 등에서 보인 삼성의 조직적인 증거인멸의 역사와 이재용의 국회청문회에서의 위증은 향후 증거조작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이재용의 생활환경은 오히려 구속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임에도 이재용에게는 기각사유가 된 것이다한편 뇌물죄의 경우 통상 공여자에 대한 수사 후 이를 토대로 수수자를 조사한다더군다나 뇌물 수수자인 최순실은 특검 소환에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고박근혜 대통령은 불소추특권 뒤에 꽁꽁 숨어있다이런 상황에서 뇌물 수수자에 대한 조사 미비를 기각사유로 삼는 것은결국 삼성을 비롯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재벌들을 모두 봐주겠다는 법원의 의지의 표명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조의연 판사가 밝힌 영장기각사유는 국민여론의 뭇매를 피해가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며부족한 것은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아니라영장기각사유에 대한 소명이라 확신한다.

 

그동안 법원이 경제를 고려한다는 이유로 기업인들의 온갖 추악한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던 관행이 오늘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불러왔다주요 외신들은 이번 사건이 한국의 사법 체계가 과연 재벌의 범죄를 엄단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러나 영장이 기각되자 한국에서 재벌에 대해서 관대한 역사가 또 되풀이됐다고 보도했다법원은 이를 심각하게 부끄러워해야 한다역사가들은 2017년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태도를 기록할 것이다법원은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발부가 수십 년간 누적된 정치권력과 재벌간 밀월관계를 일소함과 동시에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재용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판사는 친재벌적인 이력을 자랑한다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가 문제됐을 때 핵심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하면서 신 회장의 구속영장은 기각했고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에서 존 리 옥시 전 대표배출가스 조작사건에서 박동훈 전 폭스바겐 사장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증거의 조직적 은폐가 가능하고가장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기업 총수들에게 일관되게 관대했던 조 판사의 이력은 법원과 재벌의 암묵적인 유착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법원은 진정한 정의의 수호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자정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이재용에 대한 영장발부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특검이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여야 하며법원은 법정 요건에 따라 구속영장을 발부할 것을 촉구한다.

 

 

2017. 1. 20.

이재용 영장기각에 분노하는 시국농성 제안 법률가 일동(68, 1. 20. 12시 30분 기준)

[변호사 권두섭권영국김경민김남주김도희김동현김상은김성진김용민김인숙김자연김재왕김정인김종귀김진형김차곤김필성김하나김한규(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류민희류하경박호동변형관서선영설창일안혜림여연심오민애오현정유광옥윤지영이광철이덕우이덕춘이예건이오영이원호이재화이종희임승규전민경조지훈조혜인채희준천낙붕최현정하주희현근택 (48)

법학교수김은진 원광대김종서 배재대김재완 방송대박지현 인제대서보학 경희대송기춘 전북대엄순영 경상대오길영 신경대오동석 아주대윤애림 방송대이계수 건국대이호중 서강대조국 서울대최정학 방송대 (14)

법학연구자김경석김영남노진석윤현식이호영최한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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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반도 정세, 3월이면 판가름 날 듯

2017년 북한 신년사 분석과 전망 (2)
장창준  |  1coreacen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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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0  22: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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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준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에서 올해 북한 신년사를 분석한 두 개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하나는 북한 경제의 전망과 관련된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배치한 배경과 북한 경제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2017년 한반도 정세, 3월이면 판가름 날 듯’입니다. 통일뉴스는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2013년부터 육성 연설을 통해 발표해 왔으니 ‘김정은 육성 신년사’는 올 해로 5년차를 맞는다. 지난 해 북한 신년사를 분석했던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지난 해 신년사에서 핵시험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마지막 해를 맞는 오바마 정부에 대한 유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 같은 분석이 나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북한이 ‘수소탄 시험’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북한은 수차례에 걸쳐 방사포 발사, 중거리・단거리 미사일 발사, SLBM 미사일 발사 등을 단행함으로써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무색하게 했다.
 
1년 전의 좌절 때문이었을까? 2017년 분한 신년사에 대한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조심스럽다 못해 단조롭기까지 하다. ‘평이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표현만을 놓고 본다면 ‘평이하다’는 평가가 틀리지 않다. 올해 신년사에 나타난 대남, 대미 메시지는 특별하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 당국을 향해서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대조선 적대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주문했다. 그동안 북한이 강조해왔던 ‘조국통일대전’이라는 표현도, ‘핵-경제 병진노선’이라는 표현도 등장하지 않았다.

2017년 북한 신년사에 나타난 세 가지 새로운 입장
 
2017년 북한의 신년사는 남측 당국, ‘전체 조선민족’, 미국, 국제 사회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북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각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측 당국과 전체 조선민족> : 첨예한 군사적 충돌과 전쟁위험 해소 위한 적극적 대책/거족적 통일운동의 전성기

   
 

<미국과 국제사회> : 대조선적대시정책 철회의 용단 내려야/자주·평화·친선의 대외정책 리념에 충실

   
 

2017년 신년사에 나오는 내용만으로 본다면 평이하다는 평가가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비방 중상 중지, 전쟁 위험 해소, 무력증강책동 중단’등의 대남 메시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철회’, ‘전쟁연습소동’등의 대미 메시지 그리고 ‘자주, 평화, 친선의 대외정책 리념 충실’등의 국제사회에 대한 메시지는 해마다 반복되어온,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선제공격 능력 강화’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신년사에 ‘선제공격 능력 강화’라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달려 있다.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문전앞에서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이 그것이다. 이 같은 조건은 올 해 신년사가 갖는 두 번째 새로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의 문전 앞에서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이라는 표현은 ‘우리의 문전 앞이 아니라면’전쟁연습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뜻을 암시한다. 여기서 ‘문전 앞’이라는 표현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의미는 ‘군사연습의 성격’과 관련된다. 즉 북한에 대한 침략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가 여부이다. 두 번째 의미는 ‘군사연습의 장소’와 관련된다. 신년사에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북한과 지리적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여부이다. 즉 군사연습의 성격이 대북공격 성격이 아니라면, 그리고 북한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는 군사연습이라면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하는 조치’를 동결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셋째,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조국통일대전’이라는 표현도, ‘핵-경제 병진노선’이라는 표현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에서도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고, 남측에서도 대선이 상반기로 앞당겨질 수 있는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의 트럼프 정부와 상반기에 새롭게 등장하게 될 새로운 남측 당국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말자는 전략적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세 가지 새로운 내용이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에 어떻게 작용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김정은 체제가 등장했던 지난 5년간의 북한 신년사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김정은 시대 5년, 어떤 일이 있었는가
 
김정은 위원장은 2013년부터 해마다 1월 1일 육성 신년사를 발표해왔다. 다섯 차례 발표된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에 나타난 대남, 대미 입장 변화를 살펴보면 2017년 신년사에 새롭게 등장한 내용이 갖는 의미와 한반도 정세에서의 함의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의 신년사 내용의 변화 그리고 각 년도 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중요 일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3년의 신년사는 2017년 신년사와 유사한 대목이 가장 많다. 시기적으로 2013년은 미국에서는 오바마 2기 정부, 한국에서는 박근혜 정부라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였다. 2013년 신년사는 미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고, 대남 정책에서도 ‘북남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고 ‘북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자는 평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미국과 한국을 자극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관망’의 기조에서 신년사가 발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조선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항시적인 긴장이 떠도는 세계 최대의 열점 지역으로 되고 있다”면서 미국이 추진하는 아시아회귀정책(Pivot to Asia)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2013년 상반기에는 북한의 우려가 현실화되었다. 주지하다시피 2013년 3월과 4월은 미국의 전략 무기가 총동원되는, 대대적인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실시되었고, 북한 역시 여기에 초강경으로 대응함으로써 북미 사이에 심각한 군사적 대결 양상이 전개된 바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13년 6월 16일 국방위원회 명의의 ‘중대 입장’을 발표하고, “조선반도의 긴장 국면을 해소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는 것을 의제로 하는 ‘조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위임에 따라’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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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한미동맹 대차대조표 새로 짜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01/21 10:25
  • 수정일
    2017/01/21 10:2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트럼프 시대] 이혜정 교수 인터뷰 ②
 
2017.01.21 08:43:08
 
 

 

'트럼프 시대'가 열렸다. 지금껏 보아온 도널드 트럼프의 행보대로라면, 외교안보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등 전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의 개막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은 곧 70년에 걸친 전후 질서를 뒤흔든 사건이자, 신자유주의 30년의 변곡점으로 기록될 사건이다. 트럼프 시대가 세계와 한반도에 몰고 올 파장을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와 짚어봤다. (☞ 1부 인터뷰 보기 : "美 시민들, 자국이 1%를 위한 나라임을 깨달았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정부의 최대 목표는 무너진 미국 중산층의 부활이다. 제조업 부활이 이를 위한 방법론. 그러나 이 교수는 "미국의 제조업 비중(미국 GDP 대비 약 10%)이 전체 산업에 비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제조업 부활로 중산층이 부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결국 트럼프가 내세운 공약은 내실 없는 구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트럼프 현상의 궁극적 본질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공존이 가능하냐는 문제"라며 "노동자들에게 중산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유동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은 유동성을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 및 멕시코 등과 일전을 벼르는 '무역 전쟁'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미국이 (보복 조치로) 겁을 줘서 상대방이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리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다음 카드는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비관적으로 봤다.

이 교수는 "사실 중국의 위안화가 지금 그렇게 인위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지도 않고,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가져간 것은 2008년 이전에 있었던 일이라서 이미 옛날이야기 됐다는 주장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오히려 트럼프가 중국의 핵심 이익에 해당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린 데 대해 "트럼프가 이걸 협상카드로 쓰면 북핵이나 다른 이슈들이 다 망가질 수 있다"면서 "아무도 말리지 못할 수도 있고, 트럼프는 이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때까지 중국을 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하나의 중국'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약간의 손해를 감당할 수는 있지만, 하나의 중국을 흔드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트럼프 시대의 군사안보적 변화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급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이미 유럽연합(EU)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강한 불신과 동맹 재조정 방침을 밝혀 미국이 만든 전후 질서의 격변을 예고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 패권의 기존 주류 담론의 시각에서 보면 정말로 다 날려먹은 것"이라며 "주류 패권 세력이 그동안 작동시켜온 기존 안보질서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앞세운 트럼프 정부의 동맹의 경제적 구조조정 방침은 한미동맹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보수층 일각에서 제기되는 동맹 약화에 대한 우려보다 "한미동맹의 신성화"를 비판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보더라도 한국이 '냉전의 전초기지'로서 가지고 있던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면서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넘어가고 있는데 가치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의 동맹으로 전 세계로 나가려고 하기 때문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한국은 미국에 '올인'한 상황이 돼버렸다. 미국의 민주주의‧경제‧군사 모두 파국으로 치달았는데도 한국은 미국만을 바라보고 있다"며 "한미동맹의 강화는 한반도 지역의 안보 딜레마를 강화해서 북한의 핵무장과 사드 논란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미 양국의 정권교체기와 맞물려 최대 현안이 된 사드 배치 문제의 해법은 없을까? 이 교수는 외교안보의 큰 그림이 양국 대통령과 외교적 결정을 거치지 않고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드 배치 이야기를 처음 꺼내면서 사안의 전개가 거꾸로 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한미 FTA 재협상에 착수했다. (사드 배치도) 재협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의 정치권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촛불과 탄핵, 그리고 대선 정국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가장 큰 변수일 것으로 보인다"며 "이 힘을 추동해서 한국의 안보나 평화 위험 요인이 무엇이고 한미동맹에서 관성적인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한미 동맹의 '대차대조표'를 새로 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북한 핵문제도 앞으로의 상황 전개가 안개속이다. 이 교수는 "트럼프 진용을 보면 선제타격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북한이 사전에 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또는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북한을 없애버리겠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면서 "선제 타격을 하든 사후 보복을 하든 공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북핵 문제 등이 실타래처럼 꼬인 한반도 상황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의 밑바탕이 되고 있지만, 이 교수는 "최근의 반기문 신드롬은 이러한 남북관계나 아시아 지역 문제를 망각한 일종의 유체이탈을 배경으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특히 10년 간 해외에서 유엔 사무총장을 지내 국내 사정에 어두운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강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유엔 사무총장은 퇴임 직후 어떠한 정부직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 유엔 결의를 상기시키며 "북한에게 유엔 결의안을 지키라고 강조한 전 사무총장 스스로가 유엔 결의안을 무시하는 중"이라고도 했다.

다음은 박인규 <프레시안> 협동조합 이사장이 진행한 이혜정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예측불가능' 트럼프 시대, 어디로?  

프레시안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를 치렀고 인수위원회를 거쳐 이제 공식 취임한다. 정치인 혹은 지도자로서 트럼프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혜정 : 2015년 11월 트럼프는 본인이 쓴 <불구가 된 미국-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Crippled America-How to Make Our Country Great Again)라는 제목의 책에서 본인이 성공한 이유를 명시했다. 그는 여러 이야기를 늘어놓았는데 그 중 대중들이 장벽과 이민 문제에 반응을 보여서 그 부분을 계속 건드렸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일단 던져 놓고 반응이 오면 그 이슈를 계속 가져가는 방식을 사용한다. 유세에 나온 열혈 청중들의 반응과 주류 미디어가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을 계속 치는 전략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는 TV쇼를 경험했기 때문에 순발력이 있는 사람이다. 주류가 미워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잘 활용한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가 문제인데,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트럼프는 정해진 포지션이 아무것도 없다는 데에 주목한다. 트럼프는 본인이 유명해지면 그걸로 되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가 이야기했던 모든 정책 중에 불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봐도 된다. 국무·국방 장관은 그나마 트럼프와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서, 이 사람들이 트럼프를 잘 어르고 달래면 트럼프는 자기 입장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반대로 트럼프에게 우선순위로 각인된 특정 이슈는 주류가 아무리 트럼프 생각을 바꾸려고 해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나의 중국'을 둘러싼 최근 트럼프와 중국의 갈등이 이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의존하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에 의존하는 바가 더 크기 때문에 판을 흔들어서 미국에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이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카드 중 하나가 '하나의 중국'이고 중국이 가장 아파하는 부분인데, 지금까지 왜 그걸 협상카드로 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이걸 협상카드로 쓰면 북핵이나 다른 이슈들이 다 망가질 수 있다. 이건 아무도 말리지 못할 수도 있고, 트럼프는 이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때까지 중국을 흔들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월러스틴 같은 경우는 트럼프가 기존 질서와 일정하게 타협하거나 혹은 아예 깨지거나 둘 중 하나라고 예측했는데, 홀로 제도 정치권에 진입한 트럼프가 미국을 자신의 뜻대로 바꿔낼 수 있을까?  

이혜정 : 앞서 언급했던 트럼프 우선주의, 백인 우선주의, 미국 우선주의라는 틀에서 접근해보자면, 트럼프 우선주의는 제도 정치권과 무관하게 본인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선 이후 각료 인선 역시 결국 트럼프 우선주의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는데, 트럼프는 우리로 치면 '듣도 보도 못한' 인물이기 때문에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자기 사람이 없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절대로 트럼프를 도와주면 안 된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당선 이후에 조금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건 트럼프 개인에 대한 믿음이라기보다는 미국 정치제도 하에서 계속 가져가야 할 대통령제를 존중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어쨌든 트럼프는 인재 풀이 없다. 워싱턴 싱크탱크 인사들을 전혀 활용하지 않았고 따라서 자신에게 충성을 보였던 몇몇 사람을 데리고 오는 식의 인선을 했다. 그러다 보니 대외정책 측면에서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인물이 아무도 오지 않았고, 군인이나 CEO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국내 정책 분야도 트럼프 측근들 위주로 채웠다.

 

  

물론 트럼프는 본인의 철학을 담은 어떤 정책적 옵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야기한 우려들이 다소 희망적으로 바뀔 여지는 있다. 이런 낙관론이 있기는 하지만,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내정자가 정신 차리고 일을 수행한다고 해도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 고문인 스티브 배넌이 사고를 칠 것이라는 우려와 비관론이 강한 게 현실이다. 그가 인종주의자에 극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정치적인 올바름'(Politically correctness)에 상반되고 기존의 모든 전통에 반대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물이 지근거리에서 트럼프의 귀를 잡아 버리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의 가장 큰 과제는 제조업의 부활을 통한 중산층의 부활인데, 미국의 제조업 비중이 전체 산업에 비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과연 제조업 부활로 중산층이 부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010년에 10% 가량이다. 이는 고용 대비 비중으로 따지면 더 떨어지는데, OECD 기준으로 2009년 기준으로 10%가 채 되지 않는다. 즉, 제조업을 완전히 부활시켜도 전체 경제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트럼프가 내세운 공약은 내실 없는 구호가 될 수 있다. 
 

▲ 중앙대학교 이혜정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경제적인 부문만 보면 트럼프는 공화당의 감세와 탈규제 정책을 그대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의 전통적 정책인 인프라 투자도 부동산 재벌답게 자기 전공인 양 호언장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 자유무역 협정의 재협상을 통해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상충될 수 있는 것들이다.  

일단 트럼프가 이야기하는 감세는 사실 부자감세다. 이렇게 하면 그동안 공화당이 오바마 정부를 공격하던 재정적자 문제에 답이 없어지고 공화당이 표방하는 균형예산 정책과도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정부가 케인즈 식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을 당시에는 미국 경제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고, 지금은 완전 고용 상태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정부가 투자를 촉진하고 세금을 줄이면 정부와 민간의 투자금이 중첩돼서 정말로 정부가 예산 적자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바로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은 효과가 분명 있겠지만, 이를 위한 재정지출이 이자율 상승과 민간부분 투자위축,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인프라 구축 투자와 함께 에너지 사업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공약이다. 이는 미국 안의 석탄, 석유 등 자원 개발을 최대화하겠다는 것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에 반한다. 국내외적인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실상 보호무역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트럼프가 정말 무역 전쟁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이 겁을 줘서 상대방이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리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다음 카드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트럼프, 미국에 자해적 결과 낳을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들여온다고 해도 중산층 복원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예측인데?  

이혜정 : 미국 사람들을 고용하고 미국산을 구매하라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제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나온다는 뜻이다. 그런데 방금 이야기했듯이 제조업이 미국의 경제나 고용 비중의 10% 정도다.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이 아니다.  

트럼프가 현재 미국 무역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일견 일리가 있다. TPP가 계속 문제가 됐던 것은,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로펌이나 제약회사가 TPP를 통해 해외에 진출해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논리인데, 이 영역에 있는 사람들은 이득을 보지만 나머지는 별로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트럼프에 닥친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전 세계에서 저성장과 장기침체가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래 연평균 4%에 가깝던 세계경제 성장률이 2007~2008년 이후 1~2%로 주저앉았다. 이러한 저성장 국면이 상당히 오래 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일본의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세계 경제의 총 규모보다 무역 규모가 줄었다는 통계치도 있다.  

또 트럼프는 중국과 무역 전쟁에서 이기려고 하는데 사실 중국의 위안화가 지금 그렇게 인위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지도 않고,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가져간 것은 2008년에 있었던 일이라서 이미 옛날이야기가 됐다는 주장도 있다. 오히려 지금은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발 거품경제가 꺼지면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예측이다.  

중국은 현재 내수 위주로 경제를 꾸려가면서 내수와 지역경제를 묶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를 구상하고 있다. 동남아와 서남아시아, 유럽까지 길을 잇겠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트럼프가 중국의 팔을 비틀어서 무역 전쟁을 한들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미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대응 때부터 실수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갈 것이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경제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입장과 타협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고, 군사적으로는 견제하더라도 경제적으로는 타협해야 한다는 절충론도 있다. 절충론에 입각해 보았을 때 당시 미국이 실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처음에 중국이 AIIB를 만든다고 했을 때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게 AIIB에 함께하면 미국의 궤도에 어긋나는 것처럼 선전해왔다. AIIB를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마치 AIIB가 확장되면 미국 패권이 날아가 버리는 것처럼 인식했다. 하지만 영국이 AIIB 참여 선언을 한 이후 독일과 유럽 국가들에 이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까지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의 선전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규범과 제도 부분에서 중국과 함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 내부에서 중국과 도저히 같이 갈 수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체제를 택하고 그 안에서 규범과 제도가 만들어지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으며, 국제 정치경제에서 통용되는 규범과 제도를 중국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의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중국보다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다수의 동맹국들과 함께 세계 질서를 주관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뢰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트럼프는 'unpredictability', 즉 예측불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협상을 할 때 상대가 불안함을 느껴야 그 협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미국이 동맹국이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독일을 항상 밀어준다고 약속해서 이들 국가가 미군 주둔 분담금을 올리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그래서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 동맹국들이 벌벌 떨면서 분담금을 올릴 것이라고 판단한다. 실제 한국의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분담금을 올려주겠다며 여기에 장단을 맞춰주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됐을 때 이미 미국 민주주의나 미국 패권의 국내정치적 기반이 날아갔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트럼프 집권 이후에 잘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신뢰성은 상당히 소실됐다고 봐야 한다. 규범‧제도 경쟁 측면에서 미국이 가지고 있던 상대적 우위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TPP 문제만 해도 그렇다. 미국은 TPP가 경제적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고 선전해왔다. 사실 TPP는 아시아나 세계 경제에서 누가 미래의 규칙을 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랬던 미국이 TPP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신뢰성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종합 국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인류 역사상 미국을 능가할만한 국가는 나오기 힘들다. 앞으로도 미국을 따라올 만한 국가는 별로 없어 보인다. 실제 미국은 지금도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인구 연령이 낮으며 최근 전체 이민자 수는 감소 추세이지만, 트럼프 시대의 백인 우선주의에도 불구하고 이민자의 유입은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국가 단위로 미국이 1등이라는 것과 세계질서를 일정하게 운영하고 관리하는, 나머지 국가들의 존경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국가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국제적인 리더십 측면에서 보면 트럼프의 언행은 자해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세계 안보의 역진 

프레시안 : 트럼프 당선자가 최근 유럽연합과 나토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안보 전략의 주축이었던 대서양 동맹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있다. 트럼프는 다른 한편으로 러시아와는 일관되게 밀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 대외 정책의 전통적 공식에서 벗어난 트럼프의 행보가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고 전망하나?

이혜정 : 트럼프의 그 언급은 테러 대응이 급한데 나토가 무슨 소용이냐는, 나토가 완전히 낡았다고 보는 트럼프의 반패권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발언이라고 본다. 

패권의 기존 주류 담론의 시각에서 보면 정말로 다 날려먹은 것이다. 시진핑은 다보스에서 자유무역을 강조하는데, 트럼프는 유럽연합의 해체를 전망하고 메르켈의 난민 정책을 비판하고 대서양 동맹의 기반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그나마 자유주의적이라고 볼 수 있는 미국 패권의 기반을 완전히 부정하는 '미친 짓'이다. 주류 패권 세력이 그동안 작동시켜온 기존 안보질서에 타격이 클 것이다.  

프레시안 : 월러스틴은 중국은 패권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이혜정 : 세계 자본주의의 성격 자체가 변했기 때문에 강대국이 순환해서 패권국가가 되는 시기는 끝났고, 새로운 사회체제를 만드는 투쟁의 시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1970년대 이래 월러스틴의 일관된 주장이다. 사회적인 움직임을 통해 새로운 자본주의를 만드는 데 각자가 열심히 투쟁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걸 어떻게 할 것이냐는 본인이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고민하고 투쟁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 이후로 계속돼왔던 신자유주의적인 대안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세계화가 현실이고 세계화 이외의 대안은 없다는 주장은 저성장이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이 되면서 종료됐다.  

트럼프 현상을 아주 궁극적‧본질적으로 보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공존이 가능하냐는 문제인데, 자본주의는 소수의 자본가가 다수의 노동 대중을 지배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표를 많이 가진 사람이 권력을 얻는 구조다. 따라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맑스 식으로 하면 허위의식을 갖게 만들든지, 아니면 이들에게 중산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유동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어서 유동성을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에 국경을 허물고 물건들이 다 들어오는 상황이 되면 시진핑이 오히려 자유무역의 주창자가 될 수도 있다(실제로 17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자유무역을 강하게 옹호했다).  

트럼프가 중국과 무역 전쟁에서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자유무역체제를 관리해온 방식, 즉 초기에는 원조나 일방적 시장 개방을 하다가 이후에는 특혜를 축소하고 상호주의 원칙을 강조하는 방식 정도만 한다면 중국은 '그래 까짓 거 우리가 좀 손해 볼 수 있지'라고 하면서 '일대일로 통해서 유럽이랑 남아시아 쪽으로 가면 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하나의 중국'을 흔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건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즉, 중국은 경제적으로 약간의 손해를 감당할 수는 있지만, 하나의 중국을 흔드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  

프레시안 : 트럼프가 지금까지 미국이 세계를 경영해온 문법과 전혀 다른 문법을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인가? 

이혜정 : 그렇기도 하고 과거 현재의 상황도 전혀 다르다.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논문이 있는데, 미국이 기본적으로 깔고 있던 전제들이 모두 깨졌다는 분석이다. 즉 미국의 대전략이 전제했던 것이 있는데, 이게 과연 맞는 이야기인지를 따져보는 글이다.(Hals Brand and Peter Feaver, <Stressig Testing American Grand Strategy>) 

논문에서 필자들은 전 지구적인 수준으로 보자면 여전히 미국의 군사력이 막강하지만 지역적인 수준에서는 점점 떨어진다고 분석한다. 그래서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하지 못했다. 또 미국과 중국 관계에서 힘의 균형을 이야기할 때, 미국은 동맹이 많고 중국은 동맹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전 세계적인 힘의 관계에서 우위에 있다고 흔히 이야기하는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을 통칭) 등장 등으로 이러한 전제도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중국을 견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고, 민주주의가 불가역적으로 진전된다는 전제 역시 현상적으로는 가역적으로 후퇴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분석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나 세계화가 지속될 수 있는가, 기술적인 진보가 미국에만 유리한가 등등의 질문이 나온다.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안보전략을 내놨는데, 가치와 풍요와 안보가 같이 가는 것이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의 목표이고 핵심이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 이건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표다.  

이걸 후쿠야마 식의 3단 논법에 놓으면 풍요(경제)가, 즉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그게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 민주주의 확산이 평화를 가져오는 이른바 '민주평화론'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이 세 가지가 다 같이 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세 가지가 함께 진행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은 민주주의 가치, 세계 자본주의, 세계 안보가 각각의 영역에서 역진, 후퇴가 발생하고 각 영역들의 역진이 서로 얽히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에 대한 비판도 이러한 지점에서 나온다. 트럼프가 각각 사안별로 이른바 '거래'를 해서  각각의 전투에서 이길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전쟁이라는 큰 판에서는 별로 의미가 없다. 전투에서 이기는 것이 미국의 종합적 국력이나 패권 이익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안별로 연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전투 승리가 전쟁 승리로 이어지기 어렵다. 

한국 상황으로 좁혀서 생각해보면 한국은 사드 도입이라는 안보 문제 때문에 경제 문제에 태클이 걸렸다. 가치나 역사 문제 때문에 통화 스와프에 제동이 걸렸다. 가치, 민주주의, 자본주의, 지정학, 평화가 각각 잘되고 선순환하는 것이 1990년대의 희망사항이었다면 지금은 각각의 층위가 후퇴하고 악화되고 악순환으로 물려있다. 
 

▲ 중앙대학교 이혜정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한미동맹 대차대조표를 다시 검토해야"

프레시안 : 한미 관계를 살펴보면 한미 FTA, 주한미군 분담금, 사드 배치 등이 구체적 사안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더 근본적인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데 한국은 더 미국에 가까이 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이러한 양상이 강화되고 있다.   

이혜정 : 지금 제기한 세 가지 사안에 각각 무엇이 걸려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한미동맹으로만 이야기하면 동맹에 대한 딜레마가 여러 가지 있다. 냉전시대 한국은 군사주권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 미국의 힘을 빌렸다. 한국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북한에 비해 약했기 때문에 북한이 쳐들어올 때를 대비하기 위해 안보와 자주가 교환된 것이다. 

동맹에는 또 다른 딜레마가 있다. '연루와 방기' 문제다. 냉전 때도 이런 문제 때문에 동맹 간에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박정희 집권 시절 북한의 특공대가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한 1.21 사태(김신조 사건)이 발생했다. 박정희 입장에서 보면 보복을 해야 하지만, 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북한을 칠 경우 끌려들어가는 상황이 전개된다. 이건 미국의 이익에 맞지 않았다. 남북문제에 연루될 경우 미국의 국익에 손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남한의 보복을 막은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은 냉전 내내 주한미군 철수, 즉 미국이 동맹인 한국을 방기할 위험을 우려했다. 

냉전이 끝난 이후 한국은 새롭게 연루의 위험에 처했다. 이라크 전쟁이 그 예이다. 한국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병력을 파견할 것인가의 문제 역시 미국이 벌이고 있는 전쟁에 연루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을 일으켰다.  

사드 문제의 경우 중국은 아주 일정한 톤으로, 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선'을 넘어오면 보복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사드 배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밝힌 것이 시작이었다. 사드 배치의 효용성 여부를 떠나 처음부터 형식‧절차가 잘못된 접근이었다. 

외교나 안보는 큰 그림이 그려진 상태에서 양국의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외무부 장관 혹은 외무‧국방 장관 회담인 '2+2 회담' 등에서 결정이 내려지고, 여기에 맞춰 군을 통제해야 한다.그런데 이번 사안의 경우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드 배치 이야기를 처음 꺼내면서 사안의 전개가 거꾸로 된 측면이 있다.  

럼스펠드 식의 군사변환 시각에서는 한국에 미군을 붙박이로 둘 이유가 없다. 그런데 주한미군사령관 입장은 다르다. 한반도는 미군의 전선 중 하나인 곳이라, 정예 병력이 파견되고 별도의 수당도 받는다. 한미 동맹의 가장 제도화된 '군사 기술적인 유효성'이라는 판타지도 있지만 미군들에겐 일종의 직장, 철밥통이 돼버린 측면도 있다. 

다시 사드 배치 문제로 돌아가서, 제도적으로 한미 동맹이 우리를 옭아매는 측면도 있지만 자산의 측면도 있으니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지금 사드 국면은 주한미군사령관이 배치 발언을 시작하는 바람에 이러한 종합적 판단이 불가능해진 셈이다. 

프레시안 : 정권이 바뀔 경우 사드 문제 재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보나?

이혜정 : 어쨌든 합의한 거니까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게 맞다는 입장이 있다. 그런데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한미 FTA 재협상에 착수했다. 재협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권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촛불과 탄핵, 그리고 대선 정국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가장 큰 변수일 것으로 보인다. 이 힘을 추동해서 한국의 안보나 평화 위험 요인이 무엇이고 한미동맹에서 관성적인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한미 동맹의 '대차대조표'를 새로 짜봐야 한다.  

한미 FTA 협상 문제도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 한국의 경제적 의존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초반이다. 그 증거가 중국발(發) 마늘 파동이다. 이때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고민이 시작됐다.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1960~70년대에는 한국이 미국 시장에 물건을 내다 팔고 원조를 받으면서 살았는데, 이제 미국에 소위 '몰빵'해서 한국 경제가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판명됐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 보더라도 한국이 '냉전의 전초기지'로 가지고 있던 프리미엄이 사라졌다. 1997년 한국이 겪은 외환위기가 미국이 한국을 각별하게 봐주지 않는다는 걸 드러낸 사례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한국이 1983~84년에 외채 위기를 겪었을 때 일본에서 40억 달러가 긴급 공수됐다. 미국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한국이 전초기지였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한미 동맹에서 정상적인 양태라고 보였던 조치들이 1997년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렇게 동맹의 상황이 변한 상태에서 한미 FTA를 재협상할 것이냐는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인데, 트럼프가 미국 안에서 해놓은 이야기를 보면 일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부터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음은 중국과 통상 문제가 될 것이다. 한미 FTA 재협상은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취임을 코앞에 두고 트럼프는 상당히 많은 일들을 굉장히 빨리 처리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렇게 보더라도 한미 FTA 재협상은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추정할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 계속 미국만을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정권이 들어선다면 한국 정부가 제 발로 미국에 굴종할 가능성도 있다. 

FTA 재협상을 위해 대차대조표도 다시 작성해봐야 하는데 이 계산이 쉬운 일은 아니다. FTA의 가장 큰 문제는 민간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는 부분인데,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논리도 미국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공익이 희생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대목이었다. 이게 실제 실현된다면 한국 국가 경제의 이익과 신자유주의적인 이익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따져 봐야 한다.  

한미동맹은 신성불가침인가? 

프레시안 : 트럼프가 북핵 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이라고 예상하나?

이혜정 : 냉전 때부터 미국은 이중 봉쇄를 했다. 남북이 서로를 때리지 못하게 봉쇄한 것인데, 일종의 안정자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증강하면서 비대칭 위협을 높이고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측면에서 어쨌든 막강한 한미 연합 전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막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 트럼프 진용을 보면 선제타격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북한이 사전에 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또는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북한을 없애버리겠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군사적 억지 전략이 작용하면 한국은 끝이다. 북한에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할 수 없는 것이 냉전이 끝난 다음의 실상이고, 선제 타격을 하든 사후 보복을 하든 공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등장하기 직전,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가기 직전, 한국의 보수는 두 가지 옵션을 내놓았다. 한 편으로 제재하고 한 편으로 대화하자는 투 트랙도 허용하지 않았던 강경론이었다. 구체적으로, 하나는 미국의 전략 핵 무기를 다시 갖다 놓자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핵무장을 하자는 주장이었다. 트럼프가 자기 방식대로 하면 미국이 전략 핵무기를 가져다 놓을 테니, 대신 한국이 돈을 내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 전략폭격기든 항공모함이든 미국의 자산이 움직여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의 군사전략가들이나 국방부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가 돈을 낸다고 군 자산을 함부로 뺄 수 있냐고 반발할 수도 있다. 항공모함 11개를 가지고 지구 특공대를 만드는 게 미군의 기본적인 임무인데 그중에 하나를 왜 한반도 인근에 가져다 놓느냐며, 한국 정부를 달래는 목적으로 항모나 전략폭격기가 잠깐 한반도 인근에 진출했다가 빠지면 되는 건데 왜 상시 배치를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결국 트럼프든 미국 군부든, 미국 입장에서 전략 무기 배치는 선택하고 싶은 옵션이 아니다.  

미국의 전략 무기들이 들어와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아낸다고 해도 문제는 발생한다. 이걸 실제로 쏘게 되는 상황이 되면 이미 그건 파국으로 접어드는 길이다. 지금 상황이 '굳건한 안보'만을 외쳐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한국의 차기 대권 주자들은 대부분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관심이 있지, 외교나 안보 사안에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특히 한미 동맹과 동북아 정세에 대해서는 새로운 관점이나 별다른 언급이 없다. 

이혜정 : 한국 사회 내에서 한미 동맹에 대한 신성화 작업이 너무 많이 진행된 결과다. 다만 이렇게까지 한미동맹이 중시되고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떠오른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인, 외교안보적인 정체성은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본으로부터 독립했다는 탈식민 분단국가라는 정체성, 또 하나는 동아시아 또는 동북아의 지역 국가라는 정체성, 마지막으로 미국의 동맹이라는 정체성이다. 시기에 따라 특정 정체성이 더 강조됐는데, 미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이승만 정부 시기에는 오히려 미국의 동맹이라는 정체성은 크지 않았다.  

일례로 1958년 외무부가 펴낸 <외무행정의 십년> 이라는 책의 목차를 보면 미국보다 일본, 중국, 필리핀과의 관계 설명이 먼저 나온다. 미국과 관계는 그 뒤에 등장한다. 이는 1990년 노태우 정부 시절 외교부가 펴낸 <한국외교 40년>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지역 외교 문제는 아시아부터 등장하고, 그 다음에 주변 4강 외교나 미국과의 외교로 넘어간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기에 출간된 1998년 책에는 지역보다 미국과 동맹이 먼저 언급된다. 4강 외교라는 틀 안에서 한미관계부터 먼저 등장한다. 냉전이 끝나면서 한국이 여러 가지 종류의 세계화의 덫에 빠졌는데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 덫에 빠지면서 미국 일변도가 횡행하게 됐다. 이러면서 한국은 동아시아 또는 동북아 지역 국가라는 정체성보다 미국과 동맹이라는 정체성이 앞서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됐다.  

1958년 책에는 미국이 한국을 배반했던 역사도 명시돼 있었지만, 2008년 이명박 집권 시기에는 이 역사가 싹 사라진다. 대신 미국이 한국을 살려줬다는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책의 순서 역시 미국과 동맹이 먼저 언급되고 지역 문제는 사라진다.

이를 통해 한국은 미국에 경제적‧정치적‧물질적으로 의존하던 때보다 그렇지 않을 때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미국에 더 기대는 역설을 확인할 수 있다. 

"반기문 대선 도전, 유엔과 한국 정치에 모두 불명예" 

프레시안 : 1990년 탈냉전 환상에 빠진 것이 미국만은 아닌 것 같다. 한국도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혜정 : 남한이 남북 체제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냉전 때 남한의 경제는 재벌 위주였지만 최소한의 복지는 했다. 북한이 '남한에는 판잣집이 있고 거지들도 있다'고 남한을 비난하는 선전을 해대니까 이를 무마하기 위해 오히려 복지를 더 챙긴 것이다. 

그런데 북한과 체제 경쟁이 끝난 이후에 보수의 논리는 북한을 흡수 통일하는 것밖에 없다는 식으로 흘러갔다. 문제는 남북 간 힘의 격차는 한국에 유리하게 작동했지만 중국과 일본, 중국과 미국의 힘의 격차는 반대로 작동하고 있고, 한반도는 중국이 정전협정의 당사자인데서 잘 알 수 있듯이 미중 세력권의 경계이다. 

지정학‧지경학적인 것과 가치나 제도의 교착‧착종이 작용하고 있는 셈인데, 여기서부터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넘어가고 있는데 가치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의 동맹으로 전 세계로 나가려고 하기 때문이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어떻게 해도 남한은 북한을 독자적으로 흡수통일할 능력이 없다. 보수 입장에서는 통일대전을 벌여서 일주일 만에 북한을 쓸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러다 보니 통일 정책도, 지역 정책도 사라지고, 탈식민 분단국가라는 정체성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프레시안 : 한국 외교와 한미동맹의 문제 등과 관련해 외교관 출신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그런 프레임을 대표하는 것 같다. 

이혜정 : 최근의 반기문 신드롬도 이러한 남북관계, 지역 문제를 망각한 일종의 유체이탈을 배경으로 나온 것 아닌가 한다. 반기문 전 총장이 어떻게 한국 문제를 알 수 있나? 이건 유엔이나 한국 정치에 있어서 모두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한국이 지금 이승만이나 김구가 와서 나라를 지켜줘야 하는 식민지 국가인가?  

10년 간 세계은행 총재를 한 김용이 미국정계에 뛰어드는 가설적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미국의 문제는 경제이니 세계은행을 10년이나 관장한 내가 세계경제대통령이다' 이렇게 외치면서 미국 대선에 뛰어들면 미국인들이 반기겠는가?  

반기문 전 총장은 1970년 외무부에 들어갔고 한국은 1991년 유엔에 가입했다. 그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총장 자리에 있었다. 한국의 대통령이면 한국의 정치를 해야 하는데 한국의 바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정치에 끼어드나? 

반 전 총장이 성공적인 유엔 사무총장이었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10년 동안 유엔을 책임졌던 사람이면 한국의 사정을 모른다는 게 문제다. 사실 10년 동안 사무총장 직책을 잘 수행했다면 한국의 현실에 대해 몰라야 맞다. 만약 잘 알고 있다면 이건 그만큼 사무총장 임무를 소홀히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1946년 유엔 총회에서는 "유엔 회원국은 사무총장의 퇴임 직후 어떠한 정부직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무총장 자신도 그러한 직책을 수락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4대 총장인 쿠르트 발트하임, 5대 총장인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는 이 결의안에 충실했고 각각 퇴임 4년 후에 대선에 도전했다. 반면, 반기문 전 총장은 퇴임 직후 대선에 나올 준비를 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에게 유엔 결의안을 지키라고 강조한 전 사무총장 스스로가 유엔 결의안을 무시하는 중이다. 보수의 다음 대표가 없다보니 벌어지는 일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미국이 세계 헤게모니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한국은 가장 긴밀하게 편입됐다. 그것도 전쟁까지 하면서 일종의 군사주의의 촉매가 돼버렸고, 정체성도 그렇게 만들어져버렸다. 그랬던 미국이 이제 '세계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이 가져온 미국의 변화, 세계 질서의 변화가 한국 위상에 대한 각성의 계기가 돼야하는데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  

이혜정 : 트럼프에 대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unprecedented', 선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갑자기 튀어나온 인물이 아니다. 그럴만한 환경이 조성됐었고, 따라서 트럼프 집권은 단순히 트럼프 한 사람이 집권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  

반기문 전 총장 이야기를 더 하자면, 그가 유엔에 있던 10년 동안 세상이 바뀌었다. 그래서 한국의 정치를 하겠다는 반기문의 해법을 알 수도 없고, 한국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뒤집어지기 시작해서 그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가 딛고 있었던 기존의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신자유주의의 선도자인 로렌스 서머스는 최근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한다. 그는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복지를 늘리고 국가의 역할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서머스는 '책임있는 민족주의'라는 구호를 내놓았다. 서머스가 보더라도 신자유주의로는 더 이상 길이 없고 구체적인 경제 실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주의자들은 분배를 먼저 하면 성장이 안 된다고 주장해왔지만, 지금은 시장에 맡겨두면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 중앙대학교 이혜정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1945년부터 시작된 미국 패권이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외적으로 깨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안에서 또 한 번 깨진 셈인데, 지금까지 미국이 이끌어 온 세계질서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혜정 : 박정희 향수를 향수로만 볼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박정희 식 전략은 폐해가 컸지만 이랬든 저랬든 경제 지표가 올라가고 나라 국부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은 것도, 미국이 수출 시장을 열어준 것도 맞는 일이다.  

그런데 그게 공짜였나? 노동자들의 희생, 민주주의의 희생이 수반됐고 베트남 전쟁에서 적지 않은 한국 국민들이 희생됐다. 또 이 때문에 제3세계를 상대로 하는 한국의 외교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한국이 탈식민이라는 정체성과 미국의 동맹으로서의 정체성을 바꿔버린 것이다. 일본, 북한과 얽혀있던 문제들도 그냥 넘겨버리고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정체성으로 국제사회에 나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한계가 1997년에 왔다. 박정희 식 경제 모델이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경제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했는데 이게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양극화가 더 커졌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는 남북관계와 지역 외교, 한미관계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한국은 미국에 '올인'한 상황이 돼버렸다. 

대학, 넓게는 지성계의 균형도 무너졌다. 1980년대만 해도 당시 대학가에는 미국, 한국, 일본, 유럽 등등에서 박사학위를 한 교수들이 많았다. 그런데 세계화 교육을 한다고 하면서 국제대학원을 만들었는데 전부 미국으로 가면서 오히려 지역 연구는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한국의 보수층은 가치적인 측면과 경제적 측면 모두 끝까지 미국과 함께 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런데 이는 한국이 처해있는 경제적인 바탕과는 반대로 간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중국 경제의 자기장에 빨려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민은 중국 경제의 자기장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면서 어떻게 생존을 도모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그래서 이에 대한 견제책으로 한미 FTA를 추진했다는 분석도 있는데,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러한 고민조차 사라졌다. 오히려 보수정권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한미 동맹을 망가뜨렸기 때문에 이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미국의 경제와 민주주의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군사력의 한계가 드러났고, 대침체로 경제위기를 겪었고, 최근 트럼프로 정치의 위기마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경제‧군사 모두 파국으로 치달았는데도 한국은 미국만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 사회 전체가 미국 중심의 세계화에 올인하면서, 지식이나 자기 정체성의 측면에서 지경학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한반도와 지역의 현실을 무시하는 유체이탈을 한 셈이다.  

한미 동맹을 통해 한국은 냉전 시기 동안 안보적 측면을 강화했고 경제 발전을 이루기도 했다. 이걸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은 항상 일방주의적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은 양자동맹이었다. 미국이 이야기하는 유럽연합과 같은 자유주의적인 국제질서가 동북아에서도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국의 패권이 동아시아에서 지역의 안정자 역할을 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남침과 남한의 북침을 동시에 막는 이중 봉쇄를 통해서 안정자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베트남 전쟁의 경우에는 지역의 불안정과 미국의 분열, 미국패권의 위기를 초래했다. 커스와 같은 미국의 전략가들은 한국전쟁에서 북진 결정이나 베트남 전쟁 개입을 미국이 승리에 도취되어 군사적인 과대 팽창의 오류를 범한 사례로 들기도 한다.

미국이 일정한 안정자로서 중국을 견인하고 일본도 일정하게 누르고 있다는 환상을 1990년대까지는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것들이 하나씩 힘이 빠지고 2007년, 2008년 이후에 문제점들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하나하나씩 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흐름과 반대로 움직였다. 역사를 길게 보면 너무나 황당한 상황이다. 

단순히 자주성만 잃었다면 괜찮다. 또 자주성을 잃고 안보를 얻었으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미국이 냉전시대에 북한의 남침을 막는 것과 같은 안보를 제공해줄 수는 없다. 한미동맹의 강화는 한반도 지역의 안보 딜레마를 강화해서 북한의 핵무장과 사드 논란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야기했던 미국과 공유하는 가치, 정치제도, 인권 등과 함께 경제, 안보를 같이 한다는 것도 어그러졌고 박근혜 정부가 언급한 '아시아 패러독스'도 이미 끝난 이야기가 돼버렸다.  

아시아패러독스의 전제는 경제적으로는 상호 의존‧협력을 하지만 안보적인 측면에서 협력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런데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미국은 경제적으로 중국과 무역 전쟁을 불사하고 있는 상황이고 한미 FTA 역시 재협상을 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한미 간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이 깨지는 상황에 도래한 것이다. 결국 동맹이 상수가 아니라 거대한 변수가 돼버렸다. 

동북아 평화구상을 통해 통일대박까지 가려면 한국의 경제력이 북한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지난 10월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의 제도가 북한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에게 한국으로 넘어오라고 손짓 했는데, 체제의 우월성조차도 국정 농단으로 이미 다 까먹어버렸다. 

물론 여기서 변혁을 할 수 있는 광장의 힘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스스로 먼저 무너진 것 역시 사실이다. 즉 지난해 10월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모든 정상상태의 전제가 다 깨져버린 것이다. 일종의 시스템이 혼돈에 빠진 상태인데, 이 구덩이가 깊으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

 

  

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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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꾸라지' 그물에 걸렸다 법원, 김기춘 구속영장 발부

 

조윤선 장관도 구속,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

17.01.21 04:19l최종 업데이트 17.01.21 04:19l

 

 

김기춘, 법원 영장심사 위해 출석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김기춘, 법원 영장심사 위해 출석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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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권력의 칼을 휘두르며 숱한 사람들 눈에서 피눈물을 쏟아지게 만들었으면서도, 교묘하게 법망을 피했던 '법꾸라지'가 결국 그물에 걸렸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새벽 구속됐다. 김 전 비서실장이 1964년 광주지방검찰청 검사로 부임하며 '꽃길'을 걸어온 지 53년만이다. 

조윤선 문화체육부장관도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블랙리스트 관리 및 집행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장관은 구속영장 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마치고 오랜 시간 검토한 끝에 21일 새벽 3시 44분께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새벽 4시 50분께 영장 기각을 발표했던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와 상황은 흡사했지만 결론은 정반대였다. 보도에 따르면 성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위기를 맞았던 특검팀은 세간의 우려를 일부 씻어내며 향후 수사에 필요한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조윤선, 법원 영장심사 위해 출석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조윤선, 법원 영장심사 위해 출석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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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특검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해 직권 남용 권리 행사 방해 등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고, 이에 따라 20일 오전부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진행됐었다.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한 특검과 혐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방어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측의 공방이 치열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2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3시간 가량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 등에 대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김 전 실장에 이어 역시 3시간 가량 영장심사를 받은 조 장관도 방어권 보장 등 이유를 내세우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으며, 특히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시켰다"고 자백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이 특검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구속영장이 청구된 6명 중 5명이 구속됐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앞서 김종덕 전 장관, 정관주 전 차관, 신동철 전 비서관 등 5명에게 영장이 발부됐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만이 구속을 면한 상태다. 

한편 배우 문성근씨는 전날 저녁 트위터를 통해 "김기춘씨가 고령을 핑계로 불구속을 호소했을 것 같아 기억을 되살려 드린다"며 "문익환 목사는 통산 6회에 걸쳐 11년 3개월 감옥살이를 했는데, 마지막 5, 6번째 구속될 때는 나이 70세가 넘었고, 그 때 법무부 장관이 김기춘씨였다"는 글로 구속영장 발부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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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빙하기 생물화석으로 ‘태양의 신’

살아있는 빙하기 생물화석으로 ‘태양의 신’

이강운 2017. 01. 20
조회수 522 추천수 0
 

 

생물학자 이강운의 ‘24절기 생물 노트’<2> 대한의 붉은점모시나비 

생물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심미적으로도 뛰어나

 

알속 애벌레로 173일 ‘여름잠’ 자며 추위 기다려

 
q1.jpg»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의 형성 과정.

  

20여 년 강원도 깊은 산 속에서 살다 보니 문득 도인이 된 듯 자연이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면 생명의 움직임과 자연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달은 너무 길고, 날은 너무 짧아 맞추기 힘들지만 거의 보름씩마다 마디가 있는 절기를 따라가면 흐르는 시간이, 바뀌는 생태계가 오감에 와 닿는다. 그 때에 맞추어 숲 속에 들어가면 꽃도 피었고 나비도 날고고 새도 노래한다. 몸이 근질근질해 창 밖을 내다 보다 계곡으로 나가면 꽁꽁 얼어붙어 있던 물 속 깊은 곳 얼음 밑으로 물 녹는 소리가 들리며 해빙이 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귀 기울이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고, 나뭇잎 떨어지고, 눈 오는 소리도 들린다. 말똥가리가 나타나고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 요란한 시점도 대략 그 때, 그 절기쯤이다.

 

q2.jpg» 눈덮힌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전경.

 

 자연이 색을 바꿔 푸른빛 감도는 때가 대한

1월 20일은 24 절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시기 대한이다. 한파주의보가 내리고 춥다. 가장 춥다는 소한을 따뜻하게 보낸 게 아쉬운지 영하 15~17도의 맹렬한 추위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절정인 한파에 날선 칼바람까지 불어 몸으로 느끼는 온도는 족히 영하 30도는 되어 맨살이 나와 있는 모든 부분은 베인 듯 따갑고 바람이 불 때마다 뼈와 뼈가 부딪혀 덜덜덜 소리를 낸다. 추위와 함께 온 깨끗한 눈 덮인 흰색 비단길을 찬바람을 맞으며 걸어본다. 연구소 길 끝, 넓고 새하얀 눈밭이 깨끗한 하늘의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고, 고요와 생명력을 품고 있는 깊은 자연 앞에서 추위로 흐릿했던 정신이 맑아진다. 

 

지저분했던 땅위의 많은 것들을 감추어 주는 백설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땅 속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식물을 비롯한 많은 생명들에겐 온도와 습도를 유지시켜 주는 포근한 이불이 되기도 한다. 옷을 두텁게 껴입고 보온을 하거나 해바라기를 하며 몸을 덥힐 수 있는 인간과는 달리 그 자리에서 버틸 수밖에 없는 생물들에겐 쌓인 눈은 매서운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보온 덮개로 고마운 존재다. 

 

민들레 13.jpg» 추운 겨울의 얼어붙은 땅에서도 살아나는 민들레

 

절기를 따라가며 자연의 표정을 보면 대한은 가장 어둡고 짙은 회색의 동지에서 반환점을 돌아 조금씩 색을 바꿔 푸른빛이 감도는 때이다. 언뜻 보면 너무 춥고 꽁꽁 얼어서 아무 것도 살아 움직이는 것이 없어 보이지만 때를 맞춘 괴불주머니와 민들레는 이미 파릇파릇하다.
  

산과불 주머니 15.jpg» 괴불주머니 나물

  
 벌레라는 이름으로 천대받는데 얼마나 멋지면! 

모든 생물이 조용히 몸을 사리는 시련의 계절, 겨울 한 복판에서 유독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만이 느긋이 혹한을 즐기며 쑥쑥 자라고 있다. 겨울에만 열리는 강원도 인제, 화천 축제도 추워야 제 맛이 나지만 추워야만 기를 펴는 붉은점모시나비는 빙하기 생태계의 비밀을 300만 년 동안 간직한 ‘빙하기 생물화석’이라 할 수 있다. 얼음으로 뒤덮여 모든 생물이 거의 다 죽었던 빙하기 이후 그린랜드의 사향소나 옐로우스톤의 아메리카들소처럼 영하 50도 안팎의 가혹한 선택에서 견뎌낸 멸종위기생물로,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멸종위기 동식물 교역 국제협약(CITES)에서 특별히 보호 받고 있다.  

 

q3.jpg» 멸종위기 동식물 교역 국제협약에 따라 특별히 보호 받고 있는 붉은점모시나비.

 

‘빙하기 생물화석’으로, 멸종위기생물로 생물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미적 기준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급 대접을 받고 있다. Apollo butterfly. ‘태양의 신’이라는 신격화 된 호칭으로 불리고 있으니! 보통 곤충은 벌레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하찮게 천대받는 존재인데, 얼마나 멋지면 태양의 신으로 대접 받을까? 

 

붉은점모시나비의 알은 반년 조금 넘게 약 190일을 알 속의 애벌레(Pharate 1st Instar Caterpillar) 상태로 있다가 한겨울이 시작되는 11월 말에서 1월 초에 알에서 나온다. 겨울에 살 수 있는 월동 시스템을 확인 한 후 알부터 실험을 시작했다. 알 속에서 꿈틀거리는 물체를 확인한 후 알 속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매일 메스와 핀셋으로 알을 잘라 고해상도 현미경, 전자현미경(COXEM. EM-30)으로 촬영, 관찰하였다. 3번의 반복 실험으로 9일만에 소화기관, 14일에는 눈, 16일째는 단단한 머리와 더듬이, 움직일 수 있는 가슴다리 3쌍, 배다리 4쌍, 항문다리 1쌍 등 모든 기관이 형성되었다.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애벌레로 발육하였고, 알 속 애벌레의 특별한 형태로 173여일을 지낸다는 사실을 2016년 초에 알아냈다.

 

 

 창조적 즐거움 느껴 학자로서 큰 행운

왜 알이 아니고 애벌레로 그 오랜 시간을 좁디좁은 알 속에서 웅크리고 여름잠을 잘까? 부화 기간이 길어지면서, 붉은점모시나비의 알은 몇 달 동안 지속 될 더위나 가뭄 때문에 발육하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 미리 몸을 만든 후 버티는 작전을 사용한 것 같다. 알 속 애벌레는 과열과 건조한 여름을 피하고 추위가 올 때까지 버티는, 겨울을 나는 월동(越冬)이 아니고 여름잠을 자는 하면(夏眠)하는 독특한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됐다. 영하 50도의 혹한에 적응하도록 태어난 붉은점모시나비가 40도가 넘나드는 여름의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는 고문과도 같을 것이므로 피하려고 진화 중인 셈이었다. 

 

붉은점모시나비11.jpg» 붉은점 모시나비의 일년 생활사 

 

어떤 생물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천적을 피하거나 이용하기 위한 진화적 과정이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어떤 생리적 물질을 만드는지, 어떤 장소에 사는지 등 생물의 생활사를 완벽하게 알아내는 것은 생물학자에게도 매우 힘든 일이다. 그것을 일반적으로 설명하는 규칙을 찾아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붉은점모시나비 연구가 계속되면서 단계가 높아지는 재미를 느꼈다. 멸종위기종이라 너무 조심스럽고 어려워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는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육, 관찰, 실험과 일상이 전혀 분리되지 않고 오랜 기간 연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스스로 환호하곤 했다. 끈질기게 현장 조사와 관찰을 하면서 기초 정보를 극복한 후에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3년 간 재정적 도움으로 집중적인 심층 연구를 할 수 있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 생태계 구성 원리를 알아가는 창조적 즐거움을 느낀다.

생물학적으로, 심미적으로 또한 생물자원으로서 가치를 발하는 위대한 곤충인 붉은점모시나비를 곤충학자로서 연구하게 된 일도 굉장히 큰 행운이다.

 

 일장기 닮아서일까, 일본 삼척에서 밀반출하려다 걸려

빙하기 때 한반도에 붙어 있었던 일본이지만 일본에는 붉은점모시나비가 없다. 뒷날개의 선명한 붉은색 원형 무늬가 마치 일본 일장기와 비슷하여 갖고 싶은 생물이었을까. 2004년 5월 강원도 삼척에서 ‘붉은점모시나비’를 일본으로 밀반출하려다 적발 된 적이 있다. 보전지구에서도 겁도 없이 행해지는 일본인들의 밀반출이니 다른 지역에서는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일본인들의 전리품으로 수난을 당하는지 알 길이 없다. 일본의 고약한 수탈사가 생물에게도 행해지고 있다. 

역사의식도, 윤리적 사고도 없는 일본인들이 밉다. 제멋대로 역사를 왜곡하고 단 한 번의 진심어린 공식적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에 오히려 말도 되지 않는 협상을 하자고 끌탕하던 박근혜정부가 더 한심하다. 영화 ‘귀향’에서 위안부 할머니의 영혼이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나는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가슴 아프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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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한국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국립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한국의 나방 애벌레 도감(Caterpillars of Moths in Korea)>(2015.11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캐터필러>(2016.11 도서출판 홀로세)가 있다.
이메일 : holoce@hecri.re.kr      
블로그 : http://m.blog.naver.com/holoce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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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트럼프 대통령에 강(强)·온(溫) 양면 대북 해법 제시

미 전문가들, 트럼프 대통령에 강(强)·온(溫) 양면 대북 해법 제시
 
 
 
이용섭 기자 
기사입력: 2017/01/20 [10:56]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이틀 앞둔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미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들을 쏟아냈다. 조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일단의 전문가들은 대 조선 강경책을 주문하였다. 반면 조선을 직접 방문을 해봤고 또 지난 날 조선과의 회담을 했던 조선에 대해 비교적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법을 제시하였다. 사진은 취임식을 앞두고 19일 워싱턴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도자 오찬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서 있는 사람은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이다.     ©이용섭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이틀 앞둔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미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들을 쏟아냈다. 조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일단의 전문가들은 대 조선 강경책을 주문하였다. 반면 조선을 직접 방문을 해봤고 또 지난 날 조선과의 회담을 했던 조선에 대해 비교적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법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강경론이 우세하다.

 

미국의 소리방송(VOA)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어떻게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조선 문제 해법을 실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의 글을 인용하여 보도하였다.

 

먼저 이성윤 미 터프츠 대학 교수는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국내정치 상황으로 인해 한국이 북한에 약해지거나 유화정책을 쓸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때야말로 미국의 강력한 대북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압적인 조치를 취하며, 동시에 외교와 군사적 억지 전략, 외부 정보 유입 등의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전하였다.

 

이성윤 교수는 조선 문제를 풀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국무장관을 한국과 일본에 보내, 북한에 대응하는 삼각동맹을 과시해야한다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였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중국, 일본, 한국을 순방해야 한다면서 중국 지도부에 조선의 불법 활동과 연계된 중국 기업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계속해서 그는 “조선의 강제수용소”를 폐쇄할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함과 동시에 북한정권의 본성을 알려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보도하였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유에스 에이 투데이’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역시 도널드 트럼프정부가 강경책을 쓸 것은 주장하였다. 그는 대륙간탄도미사일문제에 정면으로 맞설 것을 제안했다. 그는 조선이 만약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시험을 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통해 격추하겠다는 발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조선에 대한 정보전을 펼침으로 조선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위협을 하라고 제안을 했다고 ‘유에스 에이 투데이’ 신문을 인용하여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보도하였다.

 

베넷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올해 미사일 시험발사를 거듭 실시하면 기술적 결함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전했다.


반면 강경론을 펼친 전문가들에 비해 조선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고 하는 전문가들은 강경책 보다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 할 것을 강조하였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외교를 통한 북 핵 해법을 추진할 때라며, 북한의 핵기술 수출 금지, 핵실험 중단,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중단을 목표로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워싱턴 포스트’ 신문을 인용하여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보도하였다.

 

미국의 소리방송(VOA) 계속해서 “지난 1994년 국방장관 재임 당시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검토했던 페리 장관은 그러나 오늘날 한국이 노출될 위험을 감안하면 선제공격은 실현 가능하지 않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은 외교적 해법이 실패할 경우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공해상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파괴해야 한다.”는 한 페리 전 국방장관의 주장을 전하였다.

 

또 미국의 핵물리학자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뉴욕타임스’ 신문 기고문에서 북 핵 문제는 6자회담과 같은 다자간 협의체에서 합의에 이를 수 없다며 미-북 양자회담 개최를 제안했습니다. 해커 박사는 북 핵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통령 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뉴욕타임스’ 신문 기고문을 인용하여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주장을 전하였다.

 

강경론을 주장한 미 터프츠 대학 교수나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의 해법을 보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오바마나 그 이전의 미국 정부들이 해왔던 대 조선 강경정책을 도널드 트럼프정부에서도 그대로 밀고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에서조차도 완전히 실패를 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정책” “기다리는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이러한 주장은 그 조미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그 어떤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성윤 교수나 베넷 선임연구원의 주장대로 도널드 트럼프정부가 조선 문제를 대한다면 최종적으로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성윤 교수의 “조선의 강제수용소”를 폐쇄할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함과 동시에 북한정권의 본성을 알려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정말 위험스럽기 그지없는 해법제시가 아닐 수 없다. 조선에서는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조선의 강제수용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 등 도저히 조선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스럽기 그지없는 제안을 하고 있다. 있지도 않은 강제수용소를 폐쇄하라고 하면 조선은 그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결론을 뻔하다.

 

조선은 항상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맞서는 것이 우리의 원칙적 입장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조선에게 강경책으로 맞서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자중이 과연 상대방을 인정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성윤 교수의 주장은 결국 상대 즉 조선을 완전히 무시하고 미국이 하고 싶은 대로 일방적으로 문제해결을 해야 한다는 말과 똑같다. 따라서 이성윤 교수의 해법제시는 고려할 가치가 전혀 없다.

 

반면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베넷의 전쟁을 하라고 부추기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시험을 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통해 격추하겠다는 발표를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선전포고를 하라는 말과 같다. 그리고 미국이 가지고 있는 미사일방어망을 통해서 상대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중 · 단거리미사일을 격추할 수 없다는 것은 국방연구원이나 국방부 그리고 군 내부 보고서에서도 인정을 하고 있다. 격추도 할 수 없는 미사일방어망을 동원해서 격추하라고 주장을 하는 것이야말로 상대방을 모르는 것을 떠나 자신마저도 모르면서 일방적으로 강경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윤 교수나 베넷연구원의 해법 제시는 해법이 아니라 조선과 전쟁을 해야 한다는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주장들이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은 결코 새로운 것도 아니요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정부에서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즉 과거 실패를 교훈삼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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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대통령 보호하려 묵비권 행사하려 했다”

[속보]안종범 “대통령 보호하려 묵비권 행사하려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위해 소환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위해 소환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이 검찰 조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은 20일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최순실씨(61)·안 전 수석에 대한 5차 공판에서 “사실 제가 처음에 검찰에 소환 받을 당시만 해도 대통령을 보호해야 된다는 생각에 출두하면 묵비권을 행사해야 된다고까지 생각했다”며 “그런데 변호인들이 역사 앞에 선 것이고 진실을 말해야 된다라고 설득을 해서 제가 고심 끝에 있는대로 다 이야기하기로 하고 성실되게 진실되게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증거채택 논란의 대상이 됐던 자신의 업무수첩에 대해서는 “보좌관이 남아있는 제 업무수첩을 보관하고 있다는 걸 알고 가지고 오라고 주문했다”며 “검찰에서도 흔쾌히 필요한 부분을 보고 돌려준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또 안 수석은 “수첩에 국가기밀도 상당히 많이 포함돼 저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됐다”면서도 “수첩에 대해 숨기려는 의도가 없었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간 안 전 수석과 최순실씨 측 변호인들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17권 중 11권은 검찰이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것이라며 증거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수첩 속 내용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떠나 수첩에 특정 사실이 기재돼 있는 것은 인정한다”는 취지로 안 전 수석의 수첩을 모두 증거로 채택했다.
 그간 안 전 수석과 최순실씨 측 변호인들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17권 중 11권은 검찰이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것이라며 증거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수첩 속 내용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떠나 수첩에 특정 사실이 기재돼 있는 것은 인정한다”는 취지로 안 전 수석의 수첩을 모두 증거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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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대 보고 이재용 영장 청구했냐" 특검 향한 역습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특검 향한 되치기 시작, 분노한 민심 향해서도 "낮은 시민의식"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2017년 01월 20일 금요일
 
 

되치기가 시작됐다. 보수신문과 경제신문들은 일제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전하며 '특검'이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신문은 이번 결과를 지렛대 삼아 분노한 야권과 민심도 정조준했다.

돈 주고 대가 받았는데, 대가성 명확하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에 443억 원을 건넸으나 법원은 19일 '뇌물죄'를 적용하기 힘들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대가성'과 '지원 경위'가 명확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 수사가 미흡했다는 게 기각 이유다. 

그러나 당시 돈을 주고 받았고, 삼성이 이익을 얻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박 대통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고 했다"는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법원의 기각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러니 삼성공화국이라는 등의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서 삼성은 손해는커녕 수백억원의 돈을 주고 수조원의 이익을 얻었다.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동원되면서 국민만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그런데 어떻게 삼성이 공갈, 강요의 피해자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역시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난감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무죄라는 결론이 난 건 아니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쟁점인 '뇌물죄'성립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법원의 판단은 향후 다른 기업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가장 명확한 대가성 연결고리가 있었던 삼성 수사가 지지부진할 경우 다른 기업들의 죄도 묻기 힘들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추가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또 다시 기각 결정을 받게 되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행보가 조심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특검 수사기간은 연장을 해도 3월말까지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일제히 특검 비판, 보수신문 '쾌재' 

반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신문도 적지 않았다. 이들 신문은 특검의 수사가 무리였다며 되치기를 하는 모양새다. 이들 신문은 이재용 부회장 수사 국면에서 '경제위기 프레임'을 통해 구속에 비판적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이들 신문은 일제히 사설을 통해 특검의 수사를 비판했다. "특검, 국정 농단 본류 수사로 돌아가라"(조선), "법치주의 지켜낸 법원의 이재용 영장 기각 존중해야"(중앙) "'박,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특검은 국정농단에 주력하길"(동아) "특검은 법치 아닌 정치 한다는 의구심 불식시켜야"(한국경제) "법원의 냉철한 판단을 존중한다"(매일경제) 등이다. 
 

▲ 20일 보수신문 사설

가장 적극적으로 특검에 맹공을 펼친 신문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특수관계인 한국경제다. 한국경제는 "지나친 자신감, 여론 편승 몰아치기 수사가 자충수"라며 "법조계는 '처음부터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고 입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특검의 과속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일반 국민으로서는 사필귀정의 영장기각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특검에 적지 않은 당혹감과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 언론플레이와 여론전에 몰두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증폭된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특검 수사 전반을 문제삼았다. "출범 후의 수사행태도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았다"면서 "수사내용 공표 및 누설금지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특검발 대서특필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사실을 무차별적으로 흘리면서 여론재판에 몰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는 것이다. 

조중동도 마찬가지였다. 전반적인 프레임은 '특검'이 '중립성'을 잃고 정도를 넘어 '법리'가 아닌 '정치'에 편승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구속영장 기각은 법리와 증거의 무게를 새삼 일깨워준다"고 평가했고, 동아일보 역시 "지나친 뇌물죄 확대적용"이라며 특검을 문제삼았다. 조선일보는 "도박하듯 영장을 청구한 이유가 뭔가. 법리를 본 것인가. 촛불시위대를 본 것인가"라고 썼다. 
 

 

 

 

야당과 민심 향해서도 맹공 

구속영장 기각을 특검 뿐 아니라 야권을 향한 공격의 지렛대로 삼기도 했다. 동아는 1면에서 "법치 흔드는 정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동안의 수사와 구속영장 기각 후 정치권이 사법부를 비판하는 게 "사법부 때리기"라는 주장이다. 동아는 "법치주의의 근간인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역시 사설에서 "이 부회장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대기업들도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이라며 기업을 비판하는 듯 하면서도 "정치인들의 반기업 선동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각 결정을 내린 조의연 부장판사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이들 언론은 오히려 민심을 꾸짖었다.  

민심이 늘 옳은 것도 아니고 일부 유언비어가 퍼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조 부장 판사를 향한 비판이 거센 건 그동안의 언론보도와 청문회, 특검 수사를 통해 분명한 범죄를 목격한 국민들이 이번 기각 결정이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들 언론은 민심을 전달하기는커녕 일부 자극적인 표현에만 치중해 오히려 국민적 반발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데 치중했다. 

매일경제는 "조 부장판사를 향한 공격이나 정치적 공세는 수준 낮은 시민의식에 다름 아님을 직시했으면 한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판사로 방향튼 분노... 항의, 조롱 악성루머 쏟아져"기사를 내보냈고, 동아일보는 "누리꾼 근거 없는 인신공격 눈살"기사를 통해 "일부 누리꾼은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리거나 명예훼손 수준의 악담을 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4669#csidx71769ae5fd94922a500976e10b8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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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는 삼성의 사업부인가?”

퇴진행동, “재벌에 무릎 꿇은 사법부, 국민이 용서 않을 것”(전문)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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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9  22: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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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진행동과 민변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검찰삼거리에서 '삼성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규탄 및 특검 영장 재청구 촉구'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재용의 지시로 수백억 원을 최순실에게 주었고 대통령이 나서서 계열사 합병 찬성을 지시했다. 그래도 그것이 뇌물공여가 아니라고 하면 그건 법 상식을 넘어선 궤변이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법률팀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데 대해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만행”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범죄의 최대 수혜자인 이 부회장이 피해자 흉내를 내는데, 판사는 말장난으로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경구를 시궁창에 처박았다고 개탄했다.

또 특권세력에 대한 탈법적 비호로 사법부가 공권력의 하부구조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힐난했다.

특검은 법원의 반민중적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고 불의한 결정에 맞서 단호히 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정수 퇴진행동 대변인은 지금까지 법원이 노동자의 구속을 강행하기 위해 영장을 세 차례씩이나 반복 청구했던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퇴진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특검의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필요하고도 적절한 것이었다”며, “특검은 주저하지 말고 다시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김기춘과 조윤선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되어 있는데, 경제권력에 무릎꿇은 사법부가 다시 정치권력에 무릎을 꿇을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백승헌 민변 박근혜정권퇴진특위 위원장은 이날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서울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기각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조 판사는 앞서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

   
▲ 왼쪽부터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 백승헌 민변 박근혜정권퇴진특위 위원장, 황상기 삼성반도체 백혈병 희생자 황유미 씨 아버지 황상기 씨, 라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기자]

백 위원장은 “삼성이 다른 재벌들과도 차별화될 만큼 장기적이고 특별하게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지원해 왔다는 것은 넘치고도 충분하게 확인됐으며, 법원 스스로도 인정했다”며, 조 판사가 제시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비판했다.

또 이 부회장이 특검 조사 전 국회 청문특위에서 위증을 한 사실에 대해서는 결코 우연이나 기억의 잘못이 아니라 거짓말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드러나는 현상이라며, 증거인멸에 대한 우려가 있을 때 구속 수사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의 범죄행위가 우연히 일회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고 임기 1년을 앞두고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상황에서 법원이 영장청구를 기각한 것은 제 역할을 못했다고 볼 수 있다며, 법원의 맹성을 촉구했다.

이밖에 퇴진행동은 뇌물죄에서의 대가성은 ‘판단’의 대상이며, 이는 영장실질심사단계에서 고려할 일이 아니라 정식 형사재판에서 이루어질 사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법원이 기각 사유로 내세운 대로 법리적 공방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구속이 부정된다는 논리라면 무죄를 다투는 모든 사건에서 구속 이유는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라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430억원이 넘는 뇌물을 주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킨 후 청문회에서 아무 것도 모른다고 위증을 해도 이재용의 구속은 요원한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라며, “사법부는 삼성전자의 일개 사업부냐”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기자회견은 격앙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유전무죄, 재벌앞에 무릎꿇은 사법부를 국민이 용서할 수 있겠는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문](전문)

사법부는 돈 앞에 무릎을 꿇었고, 법치주의는 땅에 떨어졌다

2017. 1. 19. 새벽 법원은 사실을 외면하고, 법과 정의를 저버렸다. 국민들이 밤잠을 설치며 염원했던 정의와 법치주의는 거대한 경제권력 앞에 무력했다.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사유와 필요성을 부정한 이유로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및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를 들었다.

첫째,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은 차고도 넘친다. 이건희 회장 투병 이후 삼성그룹의 경영권 세습은 현실화되었고,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일가에게 시급하고도 절실한 숙원사업이었다. 그런데 박대통령은 2014. 09. 이재용에게 승마유망주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2015. 03.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총 228억 원을 정유라에게 지원하기로 한 ‘한국승마 중장기 로드맵’을 대한승마협회가 작성하고, 같은 해 06. 24. 삼성 박상진 사장은 문체부 김종 차관에게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준비가 끝났음을 보고하기까지 했다.

정유라 지원이 논의된 것과 같은 시기인 2015. 06.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지켜보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은 문형표 전 장관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여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여러 전문기관 의견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합병을 찬성하자 이재용 일가의 숙원인 경영권 세습은 성공적으로 일단락되었는데, 바로 그 시점인 2015. 07.박대통령과 이재용과의 단독면담이 행해졌다. 연이어 2015. 08. 삼성과 코레스포츠와의 220억 원의 지원계약이 체결되고, 미르,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행위가 뒤따랐으며, 최순실이 기획한 동계스포츠연재센터에 대한 지원도 이어졌다.

박대통령이 삼성 이재용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했던 의지와 지시행위, 삼성그룹으로부터 지원된 자금의 성격과 지원된 시기 및 뇌물죄 성립과 관련한 대통령의 직무행위 범위를 넓게 보고, 제3자 뇌물수수와 관련해서는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도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례까지 종합하면, 이재용이 박대통령, 최순실측에게 제공한 430억 원의 지원의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에 관한 특검의 소명은 충분하다. 이재용이 뇌물공여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이 보다 더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둘째, 뇌물죄에서의 대가성은 ‘판단’의 대상이다. 영장실질심사단계에서 고려할 것이 아니다. 각종 지원 경위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는 이미 드러나 있다. 무엇을 어떻게 더 소명하라는 것인가?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은 정식 형사재판에서 이루어질 사항이다. 법리적 공방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구속이 부정된다는 논리라면, 무죄를 다투는 모든 사건에서 구속할 이유가 없다.

셋째, 재판은 오로지 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구속사유로 ‘증거인멸의 우려’를 명시하고 있다. 거짓말을 하는 피의자, 그것도 온 국민이 보는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피의자는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2016. 09. 최순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삼성 박상진 사장은 황급하게 독일로 넘어가지 않았던가! 게다가 삼성은 총수 일가를 위해서라면 증거인멸을 밥 먹듯 해왔다. 2007. 삼성 비자금 사건이나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하도급 사건 등에서도 이미 삼성은 각종 계좌내역과 자료를 대량 폐기하면서 증거를 인멸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를 판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의자 이재용 구속에 따른 국민경제의 영향을 고려했다고 한다. 법과 정의를 지켜야 할 사법부가 경제권력에 기생하는 추악한 모습이 왜 지금까지도 되풀이되어야 하는가? 430억 원 뇌물수수혐의 피의자가 불구속재판을 받는데, 불과 7,800원을 훔쳤다고 구속된 피의자의 하소연을 법원은 무엇이라 설명하고 변명할 것인가?

특검의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는 필요하고도 적절한 것이었다. 특검은 주저치 말고 다시 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 또한 앞으로 김기춘과 조윤선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경제권력에 무릎 꿇은 사법부가 다시금 정치권력에 무릎을 꿇을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2017. 1. 19.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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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반기문 ‘노답’ 시리즈 10선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배치한 배경과 북한 경제 전망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01/19 11:12
  • 수정일
    2017/01/19 11: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2017년 북한 신년사 분석과 전망 (1)
강호제  |  1coreacen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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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8  20: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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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제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에서 올해 북한 신년사를 분석한 두 개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하나는 북한 경제의 전망과 관련된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배치한 배경과 북한 경제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2017년 한반도 정세, 3월이면 판가름 날 듯’입니다. 통일뉴스는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해마다 1월 1일이 되면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신년사’라는 이름으로 지난 한 해를 평가하고 새해 계획을 제시하는 내용의 연설을 한다. 중앙집중식 계획경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이기에 필요한 절차라 할 수 있다. 지난 해 말부터 진행된 결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전국민이 공유할 수 있게 계획을 내놓는 새해 이벤트가 바로 신년사 방송이다.

보통 가족 단위로 신년사를 시청한 북한 사람들은 이후 각 단위별로, 신년사에 대해 토론한 후 암송할 정도로 꼼꼼하게 학습한다고 한다. 그만큼 신년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그런데 신년사가 연설문 형태라 구조를 파악하기 힘들고 북한 특유의 ‘혁명적 낙관론'에 입각한 정치적 수사들이 자주 등장하여 이를 제대로 분석하기 쉽지 않다. 또한 구체적인 수치를 써가면서 한 해 계획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내용만 거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전망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또한 꽤 오랫동안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 교류협력 활동이 대폭 줄어들었고 나아가 북한연구도 활기를 잃었다. 그 결과 역사적 안목을 갖고 북한 신년사에 나타난 미세한 정책의 흐름까지 살펴보려는 시도가 많이 사라졌다. 신년사에 대한 객관적 분석에 기초하기보다는 자신들이 보고 싶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주관적 경향이 강해졌다.
 
올해 신년사에는 분명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거론하면서 산업 부문별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 속에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석 글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매번 북한의 핵시험은 실패로 규정되었지만 위력은 강해졌고, 매년 북한의 경제는 정체 혹은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평가하는 방법이나 시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1. 지난 5년에 걸친 신년사의 형식 변화: 과학기술의 중요성 부각
 
연설문 형태로 된 신년사에서 언급되는 순서는 중요도를 반영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부문별 새해 정책을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순서를 비교해보면, 부문별 중요도의 변화, 즉 어느 부문에 더 신경을 쓰는지, 나아가 어느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하는 지를 파악할 수 있다. 제한된 자원을 어느 부분에 더 우선적으로 투입하려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영역별 배치 변화 추이와 의미
 
아래 그림은 김정은이 발표한 2013년 신년사부터, 2017년 7차 당대회 결정문, 그리고 올해 신년사까지 부문별로 거론된 순서를 정리한 것이다.

   
 

개별 부문들에 앞서 비슷한 부문들로 묶인 영역들을 살펴보면 변화의 방향이 명확히 보인다. 전체적으로 3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기간산업 혹은 기초공업 부문이라 할 수 있는 4대 선행영역(석탄, 전력, 금속, 철도운수), 인민생활과 직접 연결된 영역(농업, 수산, 축산, 과수, 경공업), 문화생활과 관련 영역(교육, 보건, 체육, 문학예술)이 그것이다. 중간에 새롭게 등장한 부문은 별도로 처리했다.

2013년만 하더라도 각 부문별 정책은 영역별로 한꺼번에 거론되었다. 4대선행 영역 / 인민생활 영역 / 문화생활 영역 순서였다. 전통적인 순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2014년, 2015년에는 인민생활 영역 중 일부가 제일 앞에 배치되었다. 농업을 필두로 축산, 수산 부문이 4대선행 영역보다 앞에 배치되었다. 또한 같은 시기에 건설, 건재 부문이 새롭게 거론되었다. 평양을 중심으로 대규모 건축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평양 등 도시의 외관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하였고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가 들리던 시기와 겹친다.
 
❏ 화학공업, 기계공업 부문이 독자적인 부문으로 부각된 것은 ‘연료, 원료, 설비의 국산화'와 연동
 
2014년부터 생긴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가 ‘화학공업' 부문이 새로 등장한 것이다. 화학공업은 각종 생산활동의 연료, 원료 등을 공급하는 기초 공업부문이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금속과 붙여서 ‘단어 수준’에서 언급될 뿐이었다. 하지만 2016년 7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4대 선행부문 뒤, 공업 부문이 확장된 위치에서 언급되기 시작하였다. 올해에는 자세한 정책까지 제시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북한은 최근에 ‘국산화'를 부쩍 강조하고 있는데,  화학공업 부분의 새로운 등장은 ‘연료, 원료의 국산화’를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2014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화학공업 부문과 달리 ‘기계공업' 부문은 7차 당대회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올해 신년사에는 ‘문단 수준'으로 정책들이 자세하게  제시되었다. 공업 부문의 변화, 발전에 따른 조치이며 특히  ‘설비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공업 부문의 변화를 살펴보면, 4대 선행부문이라고 불리는 기간 산업을 중점 육성하다가 경공업, 혹은 간단한 수준의 공업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연료, 원료를 공급하는 화학공업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생산활동의 기본, 즉 기계설비 수준 향상으로 중심이 옮겨갔다고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생산활동이 멈추었던 1990년대로부터 거의 20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북한 지도부의 경제살리기 노력은 실질적인 생산단위로까지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실제 생산현장에서 ‘혁신’을 통한 경제활성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전개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 과학기술이 제1순위로
 
북한은 현대 시대를 과학기술의 시대, 지식경제의 시대로 규정해왔다. 2013년 신년사에서 과학기술은 뒤쪽에 배치되었지만, 그래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그 순위가 앞으로 이동하였고, 2015년부터 ‘제일 앞’쪽에 배치되었다. 7차 당대회에서는 순위 차원을 넘어 과학기술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 기관차’라고 규정하면서 과학기술강국 건설을 경제강국 건설보다 앞세워 강조하였다.
 
7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이 시행된 후 첫 해인 올해 신년사에서 과학기술을 명시적으로 제1순위에 배치하였다. 군수 부문에서 이룩된 성과를 민수 부문으로 이전(스핀 오프, Spin-off)하기 위해서도 과학기술 부문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015년과 달리 올해 과학기술 부문의 정책은 그래서 훨씬 구체적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었다. 경제성장의 걸림돌을 치우고 추진력(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과학기술 부문이기 때문이다.
 
❏ 2017년 핵심 구호도 과학기술을 강조
 
북한 신년사는 새해 정책 노선을 한 문장 수준의 구호로 정리하는 관습이 있다. 올해 핵심 구호는 “자력자강의 위대한 동력으로 사회주의의 승리적 전진을 다그치자!”이다. 이 구호를 설명하면서 ‘과학기술 중시'가 강조되었다.
 
“자력자강의 위력은 곧 과학기술의 위력이며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앞세우는데 5개년전략수행의 지름길이 있습니다.”
 
과학기술을 통해 자력자강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5개년전략을 수행하면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한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을 제1순위에 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2. 2016년의 성과와 그 의미
 
❏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 ‘핵무력 개발’에서 ‘핵무력 운용’으로의 전환
 
올해 신년사는 2016년을 평가하면서 이전과 명확하게 다른 용어를 사용하였다. 바로 ‘전환'이 “이룩되었다”는 ‘완료형' 표현이 등장하는 점이다.
 
“2016년은 우리 당과 조국력사에 특기할 혁명적경사의 해, 위대한 전환의 해였습니다.”
 
“지난 해에 주체조선의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여 우리 조국이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5년 간의 평가와 비교하면 그 확연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5년은 뜻깊은 사변들과 경이적인 성과들로 수놓아진 장엄한 투쟁의 해, 사회주의조선의   존엄과 위용을 높이 떨친 승리와 영광의 해였습니다.(2016년 신년사)
 
지난해는 당의 영도밑에 강성국가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최후의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토대를 튼튼히 다지고 조선의 불패의 위력을 떨친 빛나는 승리의 해였습니다.(2015년 신년사)
 
지난해는 전당, 전군, 전민이 당이 제시한 새로운 병진노선을 받들고 총공격전을 벌여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과 사회주의 수호전에서 빛나는 승리를 이룩한 자랑찬 해였습니다.(2014년   신년사)
 
지난해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을 우리 혁명의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고 당의 령도밑에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계승완성해나갈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마련한 력사적인 해였습니다.(2013년 신년사)

2017년 신년사에서 밝힌 국방 부문의 성과는 대략 5가지이다.
 
1) 첫 수소탄시험, 2)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3) 핵탄두폭발시험, 4) 첨단무장장비연구개발사업이 활발해지고, 5)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것
 
만일 단순히 위력적인 무기를 개발한 수준이라면 ‘전환을 이룩'했다고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2015년 신년사에 등장하는 표현, 즉 “우리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수단들을 개발 완성하여 혁명무력의 질적 강화에 크게 이바지 하였습니다” 정도의 평가만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획기적 전환'을 ‘이룩하였다'라는 ‘완료형' 표현이 등장했다. 이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
 
이전에도 ‘전환’이라는 표현은 사용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표현은 모두 ‘전환하여야' 한다는 요구와 의지의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이번에 등장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었다는 표현은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을 나타내기 위함인 듯하다. 마치 ‘Stage 1’을 끝내고 새로운 ‘Stage 2’로 넘어가려는 의미로 표현한 듯하다.
 
그렇다면 2016년 국방 부문의 변화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단순한 무기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할만한 단서로 2016년 3월에 나온 “전략적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의 도입 지시를 들 수 있다. 도입 지시가 나온 이후 실제 도입되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핵무기 개발을 일단락 짓고, 핵무기에 대한 영도, 관리 체계를 확립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하는 단일한 체계로 모든 사회를 구성하려는 ‘유일지도체계'를 추구한다. 일반 사회는 물론, 당, 군 모든 부문에서 유일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북한 사회의 발전이자 지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작년에 등장한 ‘전략적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 도입 지시는 핵관련 시스템을 완전히 독립적인 체계로 ‘새롭게' 구성하자는 선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2013년 3월, 경제-핵 병진노선이 채택되면서 핵관련 시스템이 일반 경제와 별도로 구성되기 시작한 상태에서 2016년에 그 결실을 맺자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핵의 ‘stage 1’이 마무리되고 ‘stage 2’가 시작되었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3월 이후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과 핵탄두 폭발시험은 단순히 핵무기를 구성하는 ‘기술 개발'시험이기보다 독자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핵무력 운용’에 대한 시험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단계에서는 개발을 멈추게 하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게 할 수도 있다. 개발이 완료되지 못하면 무기로 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무기가 이미 개발되어 운용단계로 넘어가면 핵무기를 없앨 수 없다. 오직 핵무기의 동결이나 축소가 가능할 뿐이다. 설령 핵폐기에 대해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폐기되었음을 검증할 방법이 ‘전무’하므로 실질적인 폐기는 ‘불가능’하다!
 
이제 북한 핵무기 폐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폐기 및 검증 방법을 명확하게 제시하거나 아니면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 핵무기 개발 동결 가능성 제시
 
이번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핵 ‘stage 2’의 첫 번째 조치를 예고하였다. 2016년에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조만간 ICBM을 만들기 위한 기술 시험이 아니라 위력적인 무기 그 자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예고이다. 과거 북한의 핵시험이나 인공위성 발사시험 때 공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재서류를 보면, ‘준비가 끝났다’는 서류 위에 언제 어느 때 시험하라는 명령을 수기로 내렸다. 즉 북한 ICBM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서면 언제든 시험발사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조건이면 ICBM을 시험발사할까? 이에 대한 추측 근거가 2017년 신년사에 짧게 나와 있다.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앞에서 년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조건문으로 되어 있는 이 문장을 재해석해보면, 1) 핵위협, 공갈 하지 말고 2) 문전앞에서 년례적이라는 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 하지 않으면,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 강화를 중단할 것이라는 뜻이 된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할 표현은 두 번째 조건에서 “문전앞에서”라는 단어이다. 이전 신년사와 달라진 이례적 표현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문전앞이 아니라 멀리 가서하면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2~3월에 연례적으로 시행되는 한미합동군사 훈련을 축소, 폐기 하거나 훈련장소를 바꾸어 한반도 근해가 아닌 먼 바다에서 진행한다면 ICBM시험발사를 안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래도 진행한다면 시험발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북한이 먼저 움직이지 않고 공을 한국과 미국에게 넘긴 것이다.
 
❏ 과학기술적 성과: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의 확립
 
지난 2016년을 평가하면서 국방 부문의 성과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과학기술 부문의 성과였다.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를 성과적으로 발사한데 이어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발동기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함으로써 우주정복에로 가는 넓은 길을 닦아놓았습니다.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들을 확립하고 농업생산에서 통장훈을 부를수 있는 다수확품종들을 육종해낸 것을 비롯하여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자랑찬 과학기술적 성과들을 련이어 내놓았습니다.”
 
모두 4가지 성과를 거론하였는데, 1)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 성과적으로 발사, 2)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발동기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 3)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 4) 농업생산에서 통장훈을 부를수 있는 다수확품종들을 육종해낸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새형의 정지위성 운반 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지상 분출시험에서의 성공’을 국방 부문의 ICBM시험발사 준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내용과 연결시키면 외교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포석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아마도 협상이 안 되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순간에, 북한은 정지위성을 쏘아 올릴 것이다. ICBM이 한국과 미국의 ‘행동’에 따른 반응이라면, 정지위성은 ‘무대응’으로 나올 때를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정지위성을 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먼저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2년을 기점으로 보면 정지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은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이 2017년에 마무리되어야 하므로 정지위성를 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분란이 생기더라도 말이다.
 
과학기술과 생산력 발전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대목은 세 번째 성과로 제시한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경제가 새로운 기술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대변한다. 이를 해석하기 위해 두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무인화’이고 두 번째는 ‘본보기 생산체계'이다.
 
우선 ‘본보기 생산체계'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연구 개발한 결과를 한꺼번에 생산에 적용할 수는 없다. 이론과 실제가 달라 좀 더 현실적인 조건에서 시험을 해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은 다음에 적용해야 안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기에는 ‘모범', ‘시범', ‘본보기'을 만들어 운용한 다음, 예상한 결과가 충분히 나오고 위험요소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때 실전에 도입한다.
 
북한도 새로운 정책이나 기술을 도입할 때, ‘본보기'를 만들어 한동안 운영한 다음 실제 생산에 도입한다. 따라서 ‘본보기 생산체계'를 확립했다는 것은 북한 경제 전체에서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검증이 끝났고 세밀한 부분까지 정책이 다듬어졌기 때문에 실제 생산현장의 도입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에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가 확립되었으므로 앞으로 모든 실제 생산현장의 변화가 ‘무인화' 방향으로 급격히 전개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여기서 ‘무인화'는 사람이 없더라도 생산활동이 전개될 수 있게 ‘자동화된 기계설비들'로 생산현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뜻한다. 즉 ‘CNC(자동숫자조동장치, 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머시닝센터라고도 부른다)’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현장을 바꾸는 마지막 단계를 뜻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CNC화’ 정책을 도입하면서 생산현장의 개조, 발전 단계를 4단계로 나누어 제시한 바 있다.
 
1) “공장, 기업소들의 개별적인 기계설비들을 CNC설비로 바꾸는 단계”
2) “공장의 한개 구역을 CNC설비들로 장비하고 콤퓨터에 의하여 생산이 통일적으로 조종되는 유연생산체계의 확립단계”
3) “콤퓨터통합생산체계와 통합경영정보체계를 확립하는 단계”
4) “생산공정들을 무인화하는 단계”
 
1) 우선, 중요한 생산 공정을 담당하는 ‘설비’부터 CNC기술을 활용하여 개조하고, 2) 점차 그 규모를 늘려, 한 개의 ‘생산 라인’ 전체를 CNC기술을 활용하여 자동으로 조정, 통제하는 유연생산체계를 확립한 다음, 3) ‘공장 전체’를 CNC기술을 바탕으로 자동화, 로보트화시키면서 동시에 사람이 담당하던 경영, 판단 등도 컴퓨터가 대신처리하는 ‘통합생산체계'를 갖추어, 4) 궁극적으로 생산에서 사람의 개입이 없어도 될 정도의 ‘무인화'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렇게 보면, 2016년에 무인화 단계의 본보기 생산체계가 확립되었으므로 기술적인 문제나 실제 적용의 문제와 관련한 대책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하게 세웠다고 볼 수 있다.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생산 현장들을 일거에 ‘무인화’라는 최고 수준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실무적 준비가 되었다, 혹은 그러한 전망이 생겼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같은 평가가 어느 만큼 실제 현실을 반영한 것인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정책적 차원에서는 그런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군수 부문에서의 무인화 성과가 민수 부문으로 전환, 확대
 
이전 시기 신년사에서는 대부분 생산현장의 무인화보다 ‘현대화, 정보화’ 정도만 요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6년 5월에 개최된 ‘7차 당대회'에서 ‘무인화' 목표가 제시되었다. 두 번째 단계인 ‘유연생산체계'와 세 번째, 네 번째 단계인 ‘통합생산체계'와 ‘무인조종체계' 확립을 목표로 동시에 지시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2017년 신년사에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를 확립하였다는 완료형 표현이 나온 것이다. 생산현장의 CNC화 단계를 한꺼번에 빠르게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실 본보기 생산 공장의 무인화 달성 주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활동하던 당시부터 간헐적으로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 10월 무인화된 기계가공직장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현지지도하면서 만족을 표시했다는 장자강공작기계공장이다. 당시 이 공장의 무인화 직장은 “기계제품의 가공, 검사, 출하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콤퓨터로 조종 관리 운영”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보다도 먼저 무인화 체계를 만든 곳은 군수(국방공업) 부문이었다. 7차 당대회에서는 “국방공업부문에서는 정밀화,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된 우리 식의 첨단무장장비들을 마음먹은대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인화를 매개로 보면 앞서 있는 국방 부문이 뒤떨어진 민수 부문을 이끌어간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2002년 정식화된 선군시대 경제발전 전략인 ‘국방공업 우선, 경공업, 농업 동시발전 전략'의 핵심이 군수 부문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고 여기서 획득한 기술 등을 민수 부문으로 전환하여 전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2017년 신년사의 무인화 관련 발언은 군수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발전시킨 ‘무인화’ 기술을 민수부문으로 전환시키는 시범 사업을 끝내고 전면적으로 확대할 단계에 왔다는 선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만일 이런 분석이 맞다면, 2014년부터 도시 외형이 바뀌고 일반생활 수준이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2017년에는 생산현장의 기술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볼 수도 있을 듯하다. 물론 이런 정책의 시행을 위해, 기술적, 정책적 준비와 별개로 자본이나 자원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대형 공사들이 마무리되고 별도 자본, 자원 확보가 가능해진다면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
 
❏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들에서 최고 생산년도 수준 돌파
 
경제 부문에서 거둔 성과 중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표현이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공장,기업소들과 협동농장들이 최고생산년도수준을 돌파하는 자랑찬 성과를 거두”었다고 했는데 이는 7차 당대회 때에도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표현은 단위별로는 로동신문 등의 보도에서는 이미 등장했던 것이다. 2014년에 삼지연군과 대흥단군 감자 생산이, 2015년에 자강도 누에고치 생산이 최고생산년도를 돌파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2015년과 2016년 2년에 걸쳐 최고생산년도보다 수만 톤 더 생산했다는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의 사례일 것 같다.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 대표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6년 7차 당대회 토론자로 나설 수 있었다. 앞에서 부문별 순서를 분석할 때에도 언급하였듯이 아마도 2014년, 2015년부터 건설, 건재 부문이 중요하게 언급되면서 대형 건설 사업이 진행되던 것과 연결된 일이라 할 수 있다. 건설 사업의 핵심 원료인 시멘트를 최대한 공급할 수 있는 계획이 세워져야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의 자회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07년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는 프랑스 라파스(라파르쥬) 건재회사와 합작하여 ‘평양상원시멘트합영회사'를 만들었다. 이 합영회사는 2015년 ‘개건계획 1’을 마무리하고 ‘개건계획 2’를 결정하였다고 한다.
 
2016년에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단위는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 말고도 안변군 천삼협동농장, 통천군 읍협동농장(알곡생산), 121호림업련합기업소(통나무), 신의주마이싱공장, 2.8직동청년탄광, 고산과수종합농장 등 꽤 많았다.
 
‘최고 생산년도'는, 명확한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대략 1980년대 후반, 즉 1987~1989년 즈음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부터는 사회주의권 전체가 붕괴되기 시작하였고 북한 경제도 극심한 침체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부문별, 생산 단위별로 조금씩 최고생산년도가 다를 테지만 대략 이 시기 수준을 기준으로 삼고, 이를 돌파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은 듯하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통계를 숨기지만 성적이 좋으면 통계를 공개했기 때문에 조만간 자신들의 실적 등 수치화된 성과를 공개할 수도 있을 듯하다.
 
3. 2017년 주목해야 할 부문과 정책
 
❏ 과학기술 부문
 
과학기술을 제일 앞세운다는 북한의 구상은 과학기술 부문의 정책이 새해 구호 바로 다음에, 제시된 데서도 확인된다.
 
“과학기술부문에서는 원료와 연료, 설비의 국산화에 중심을 두고 공장, 기업소들의 현대화와 생산 정상화에서 나서는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푸는데 주력하여야 합니다. 생산단위와 과학연구기관들 사이의 협동을 강화하며 기업체들에서 자체의 기술개발력량을 튼튼히 꾸리고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활발히 벌려 생산확대와 경영관리 개선에 이바지하는 가치있는 과학기술성과들로 경제발전을 추동하여야 합니다.”
 
이를 정리하면 대략 5가지 정책이 된다. 
1)  원료와 연료, 설비의 국산화에 중심을 두고
2)  공장, 기업소들의 현대화와 생산정상화에서 나서는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푸는데 주력
3)  생산단위와 과학연구기관들 사이의 협동을 강화하며
4)  기업체들에서 자체의 기술개발 력량을 튼튼히 꾸리고
5)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활발히 벌려
 
과학기술 관련 정책은 ‘과학기술을 통해 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미래전략을 밝힌 7차 당대회에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부분 제시되었다. 하지만 그 이전 신년사에서는 2)와 같은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올린 2015년 신년사에서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였는데 전반적인 내용은 2)와 같은 원론적 수준에서 현대화, 정보화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과학기술의 순위가 뒤로 밀린 2016년 신년사에서도 역시 2)와 같은 원론적 수준의 이야기와 함께, 생산현장에 ‘과학기술보급실’을 새로 꾸려 노동자들의 과학기술 수준을 향상시킬 것을 조금 더 요구하였다.
 
1) ‘국산화' 관련 정책은 최근 북한 정책의 핵심 화두인데, 7차 당대회에서 각 부문별 과제로 언급되었던 것들이 이번 신년사에서 과학기술 부문의 중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이와 관련한 연구 주제를 중점 지원하겠다는 정책적 방향성과 함께, 생산현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와 관련한 활동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라는 뜻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기술혁신은 일차적으로 생산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전개하다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면 관련 연구기관에서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국산화를 위한 생산현장의 기술혁신 수준이 어느 정도 단계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3)과 같은 정책이 강조된 이유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과학기술은 목적이 명확하다. 단순한 지적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 실제 생산, 즉 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과학기술 정책은 생산에 도입되어 도움이 되는 정도, 즉 기술혁신에 기여한 정도로 평가된다. 그래서 2)와 같은 정책은 항상 강조되는 것이다. 2016년에 강조한 과학기술보급실을 만드는 것도 결국 5)와 같이 생산을 직접 담당하는 대중(노동자)을 중심으로 ‘기술혁신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교육 부문에서 올해를 ‘과학교육의 해'라고 강조하면서 과학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시설과 환경을 새롭게 바꾸라는 요구가 나온 것도 이런 흐름에서 파악할 수 있다.
 
4)와 같이 기업체가 자체의 ‘기술개발역량'을 튼튼히 꾸리라는 요구는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이는 최근 북한이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와 관련이 있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는 계획경제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라 할 수 있는데, 기업의 자율성에는 기업의 인재육성권도 포함된다. 단순한 기술지원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정도로 수준을 높이려는 듯하다. 중앙과 지방, 전문연구기관과 생산현장의 역할 분담을 강조하면서 생산현장 자체적인 연구역량을 좀 더 강화하자는 구상이 4)와 같은 정책으로 이어진 듯하다.
 
❏ 전력 부문
 
7차 당대회에서 “전력문제를 푸는 것은 5개년전략수행의 선결조건이며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의 중심고리”라고 규정될 정도로, 전력은 북한 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부문이다. 당대회에서  “5개년전략수행기간 당에서 제시한 전력생산목표를 반드시 점령”해야 한다고 못박은 이유이다. 그래서 이번 신년사에서도 중요하게 전력 부문 정책이 중요하게 취급되었는데, 대략 4가지 정책이 제시되었다.
 
1)  발전설비와 구조물보수를 질적으로 하고 기술개조를 다그쳐 전력생산계획을 어김없이 수행하여야 합니다.
2)  국가통합전력관리체계를 실속있게 운영하고
3)  교차생산조직을 짜고들어 전력생산과 소비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4)  다양한 동력자원을 개발하여 새로운 발전능력을 대대적으로 조성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1)과 4)는 이전 신년사에서도 계속 언급되던 내용이고 2)와 3)이 이번 새롭게 들어간 내용이다. 이들 내용은 모두 7차 당대회에서 제시되었던 정책이다. 북한의 전력 시스템은 전쟁의 피해를 대비하여 따로따로 조직되어 왔다. 지역별 발전소와 생산공장을 지접 연결시키는 체계였다. 그러다가 이제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 생산과 소비를 실시간으로 장악하는 ‘국가통합전력관리체계'를 꾸리고 제대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언론을 보면, 지난 해 이를 위한 각종 기술적 문제를 많이 해결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2016년 11월에 개최된 ‘제 27차 전국정보기술성과전시회'에 참가한 전력공업성은 ‘국가적 통합전력관리체계'에 대한 성과들을 전시하였다고 한다. 이 전시물에 의하면, “이미 마련된 지역단위전력관리체계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자료통신망 구성에 선진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을 실시간적으로 감시조종할수 있게 되였다. 이와 함께 1차, 2차 변전소들을 통하여 전국의 모든 소비단위들에서의 전력소비량도 실시간적으로 감시조종할수 있게 되였다”고 한다. 이는 “국가적인 전력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하는 것이고, 향후 “유연송전기술” 도입을 위한 토대로 작용한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김책공업종합대학 재료공학부에서 개발한 ‘우리식 이종금속단자의 국산화’ 성공은 서로 다른 재질의 전선을 통해 전력을 송전할 때 전력 누수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소개한다. 이를 만들기 위한 필수 기술인 “세계적인 첨단기술의 하나인 마찰교반용접기술”도 동시에 개발되었다고 한다. 또한 발전소에 들어가는 터빈 등 각종 설비를 개보수, 혁신 하기 위한 성과도  작년 말에 발간된 로동신문에서 여러 건 소개되었다. 이들 기술에 대한 북한의 평가는 좀 더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필요한 기술을 조금씩이나마 확보해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전력은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산량이 많이 높아진 것 또한  사실인 듯하다. 위성에서 찍은 북한 지역의 밤풍경을 보면 여전히 남한보다 어둡기는 하지만 예전보다 밝은 점들이 더 많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교차생산’의 의미가 턱없이 부족한 전기를 나눠 쓰는 수준을 넘어, 생산과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여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것에서 전력 사정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차생산’이 전력 부족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의 에너지가 전력에 기반하고 있는 현대 산업 체계에서 ‘교차 생산’은 자본주의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래에 보이는 2010년 기사는 현대자동차에서 교차생산을 도입한다는 소식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연구 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와 같은 개념으로 북한에서는 ‘교차생산 조직’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 운반,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체계를 갖추려는 것이 북한의 ‘교차생산 조직'을 꾸리는 목적이다.

   
 

❏ 기계공업 부문
 
신년사만을 토대로 북한의 공업을 해석한다면, 북한의 공업 부문이 정상화, 분화되고 있는 근거는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부문이 독자적인 영역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화학공업 부문은 자연 상태의 연료, 원료를 확보하는 석탄공업이나 채취공업과 달리 새로운 원료, 원료를 직접 만들어내는, 자원 공급과 관련된 부문이다. 화학공업 부문에서 만든 연료, 원료를 사용하여 다양한 생산현장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한다.
 
자연 상태의 원료를 가지고 만든 각종 금속을 만들어 내면, 이를 다시 다양한 기계를 만들어 생산현장에 공급하면 새로운 제품을 생산된다.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두 부문은 생산현장에서 필요한 직접적인 재료인 원료, 원료, 설비를 공급하는 영역이다. 산업 인프라를 만드는 4대 선행 부문을 넘어 이제는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부문의 발달이 필요한 경제상황이 된 것이다. 나름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계공업 부문의 정책 과제는 많지 않다. 
 
“기계공장들에서 현대화를 다그치고 새형의 뜨락또르와 륜전기재, 다용도화된 농기계들의 계렬생산공정을 완비하며 여러가지 성능높은 기계설비들을 질적으로 생산보장하여야 합니다.”
 
7차 당대회에서 뒤떨어진 부문이라고 거론된 농기계 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에 집중하고 있는 흐름이다. 아마도 ‘새 형의 뜨락또르'는 7차당대회 끝나고 바로 개최된 기계장비전시장에서 소개된 금성뜨락또르공장의 80마력 짜리 뜨락또르 '천리마-804’일 것이다. 2016년 12월 계열생산을 위한 담보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북한의 주장에 의하면 100% 국산화된 트랙터라고 한다.

본보기 공장이 마지막 단계인 무인화까지 완성되었으니 공장들의 상황에 맞추어 본보기 기술들을 받아들여 혁신을 할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 새로운 과제로 작년에 개발한 트랙터, 윤전기재, 농기계 등을 대량생산할 체계를 만드는 것이 제시된 것이다.
 
❏ 화학공업 부문
 
화학공업은 특별히 “공업의 기초이며 경제의 자립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위상을 새롭게 정립되면서 정책이 제시되었다.
 
“2.8비날론련합기업소의 생산을 활성화하며 중요화학공장들의 능력을 확장하고 기술공정을 우리 식으로 개조하여 여러가지 화학제품생산을 늘여나가야 합니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창설하기 위한 사업에 힘을 넣어 단계별과업을 제때에 원만히 수행하여야 합니다.”
 
전세계적으로는 석유에서 추출, 분리한 물질을 바탕으로 각종 화학물질을 만드는 석유화학공업체계가 발달했지만 북한은 자체 생산할 수 없는 석유보다 매장량이 풍부한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화학공업체계를 발전시켰다. 이를 상징하는 기업소가 바로 동쪽에는 함흥시의 2.8비날론련합기업소, 서쪽에는 안주시에 있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이다.
 
사실 2.8비날론련합기업소는 1990년대 중반 가동이 중단되었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0년에 다시 정상화시키고 2011년에는 관련자들을 평양으로 불러 환대해주는 일명 ‘평양정치'의 대상이 되었던 곳이다. 화학공업 부문의 정책 과제를 제시한 위의 인용문은 석탄화학공업 체계를 더욱 강화하자는 의미이다. 그런데 비날론 생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생산 과정에서 전력소비가 많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전력 소비가 크다는 것은 화학공업체계를 갖추려다가 다른 공업체계들이 생산에 지장을 받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
 
‘탄소하나(C₁)’ 화학공업을 창설한다는 방침은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보인다. 이는 7차 당대회에서 “석탄가스화에 의한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창설”하자는 말로 제시되기도 했다. 석유나 석탄을 원료로 하여 다른 물질을 만드는 화학공업의 출발은 탄소 2개짜리인 에틸렌(C₂H₂)과 탄소 3개짜리인 프로필렌(C₃H₃) 등이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이란 이들 출발 물질을 석유나 석탄을 가공, 정제하여 만들 것이 아니라 탄소를 하나 포함한 물질 즉 일산화탄소(CO), 메탄, 메탄올, 포름알데히드(CH₂O) 등을 이용하여 합성해 내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석탄에서 출발물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매력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특수 촉매’를 써서 반응시켜 탄화수소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합성 휘발유, 합성 경유 등을 만드는 것이 바로 탄소하나화학공업이다. 이는 북한에서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성균관대 배종욱 교수 연구팀이 2016년에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합성하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한 바 있다. 제철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 속에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기술만 완비되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폐기되는 가스를 활용하여 적은 비용으로 원료, 연료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맺음말
 
북한의 공식 문헌 분석은 항상 조심스럽다. 현실이 정확하게 반영되어 있지 않을 수 있고,  정치적 수사도 많이 들어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긴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봐야만 그나마 조금씩 변화를 찾을 수 있다. 글은 현실의 일부만 반영되어 있다는 전제 아래, 글은 글로서 그 자체의 변화를 찾고 그 의미, 배경 등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나름 의미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면 왜곡하고 있는 이유나 방법이라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 왕래가 거의 끊어졌기 때문에 북한에 직접 가보고 실상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유일한 합리적 추론 방법은 문헌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신년사를 이렇게 꼼꼼하게 분석해본 이유는 북한이라는 거대한 코끼리는 가보지도 만져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최대한 정보를 캐보기 위한 노력이었다.
 
최근 5년 동안 발표된 신년사만 놓고 보더라도 북한의 변화는 더디지만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후퇴보다는 전진, 나빠지는 것보다는 좋아지고 있는 방향이었다. 게다가 정책의 정밀함이나 세밀함이 조금씩 강화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로동신문에 나오는 기사들과 연결해 분석하면 신년사 본연의 목적, 즉 지난 1년을 평가하고 다가올 1년을 계획하는 것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음도 알 수 있다.
 
올해에도 북한 핵 혹은 미사일(로켓)로 인한 소동은 계속될 듯하다. 북한은 핵을 폐기할 수도, 아니 폐기한다고 해도 믿어줄 수 없는 상황(stage 2)으로 들어서버렸기 때문이다. 돌아올 다리가 없다. 다만, 우리 정부와 미국이 전격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여 최소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의 개최 장소만이라도 조정하거나 평화공존을 위한 모색을 시작한다면 소동이 잦아들 수 있겠다는 변화의 여지가 약간은 엿보였다. 새로운 상황에 맞는 전략과 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점이다.
 
지식경제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북한은 과학기술을 앞세워 경제발전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이번 신년사에서 명확히 밝혔다. 명시적으로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내세운 것부터가 그렇다. 또한 이전과 달리 자세한 과학기술 정책을 바탕으로 각 부문별 경제정책을 마련한 것도 과학기술 중시 정책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생산현장을 CNC기술로 자동화하여 궁극적으로 무인화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선언도 인상 깊게 보았다. 이제 북한의 변화, 좁게는 북한 경제의 변화를 읽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내용과 흐름을 반영해야하는 것이 필수가 되어버렸다. 과학기술 관련 내용을 완전히 배제하고 북한 문제를 분석하던 기존의 북한연구 관행이 변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제시된 계획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북한 경제의 변화는 눈에 띄게 빨라질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현실 상황이 얼마나 뒷받침하느냐 이다. 또한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충분한 자본과 자원을 어떻게 확충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북한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인 군사적 긴장감을 어떻게  완화할 것이냐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상이 제시되지 않아 이번 신년사의 계획을 꼼꼼히 분석해보아도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게 남는다. 모쪼록 이러한 불확실성이 불안정보다는 안정 쪽으로, 전쟁이나 분쟁보다는 평화 쪽으로 점차 변해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강호제 약력

서울대물리학과학사,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석사, 박사)

<주요저서 및 연구>
"북한과학원과 현지연구사업 : 북한식 과학기술의 형성(석사학위논문 2001)
('현대북한논문‘ 제1회논문상 수상)
"북한의 기술혁신운동과 현장 중심의 과학기술정책 : 천리마작업반운동과 북한과학원의 현지연구사업을 중심으로(박사학위논문 2007)
('북한연구학회‘ 제1회신진연구자상 수상)
[북한과학기술형성사 1] (2007, 선인)
[과학기술로북한읽기 1] (2016, 알피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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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설맞이 촛불!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설맞이 촛불!
 
 
 
편집국
기사입력: 2017/01/18 [23:3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퇴진행동이 기자회견을 통해 21일 촛불집회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편집국

 

설 연휴를 앞둔 21일 올해 들어 박근혜 퇴진을 위한 최대 규모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혁명 완수를 호소하며 13차 범국민대회 계획을 발표했다.

 

퇴진행동은 이번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과 조기 탄핵을 핵심 요구로 하고황교안의 사퇴를 촉구할 계획이다또한 이번 범국민대회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맞서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 헬조선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아내고설 연휴기간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발표된다.

 

행진 중에는 박근혜 즉각 퇴진조기 탄핵 촉구 박 터뜨리기’ 프로그램과 재벌총수구속 촉구 광화문구치소’ 퍼포먼스 등이 펼쳐진다용산참사 8주기 추모대회민중대회노동자 투쟁마당릴레이 헌법 낭독회헬조선 걷어차기 퍼포먼스와 엽서쓰기 등 다양한 사전행사도 진행된다.

 

▲     © 편집국

 

퇴진행동은 촛불혁명 완수 호소문을 통해 더 많은 촛불이 모여야 잘못된 정치와 불평등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1월 21다시 한 번 촛불로 광장을 메워 주세요라고 호소했다퇴진행동은 촛불의 요구는 대통령 교체가 아니라 불평등하고 잘못된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1월 21광장에 모여 박근혜 퇴진과 함께 바꿔야 할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합시다고 제안했다퇴진행동은 촛불은 모두에게 희망이고 따뜻한 설 선물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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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원은 횡령죄, 430억 뇌물은 봐주는 나라"

 

1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 기각 결정에 누리꾼 반응 모음

17.01.19 09:09l최종 업데이트 17.01.19 10:09l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뇌물공여, 횡령, 국회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법원을 나오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뇌물공여, 횡령, 국회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법원을 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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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삼성공화국, 돈 앞에 법은 없다.' 

결국 영장은 기각됐다. 19일 새벽 SNS상에는 '그가 수의를 입고 구속되는 장면을 보고나서야 잠들 수 있겠다'며 밤새 뜬눈으로 보낸 누리꾼들의 탄식과 비난이 쏟아졌다.

양대 포털 사이트의 19일 오전 실시간 검색어 역시 '조의연 판사', '이재용 구속', '기각' 등의 단어들로 도배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부장판사(51, 사법연수원 24기)는 19일 새벽 고심 끝에 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전날 심문부터 18시간 동안 '마라톤 검토'를 끝낸 뒤 19일 새벽 5시께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서 법원의 신중한 판단에 대해 섣불리 논평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마디 하자"며 이재용 영장 기각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박 교수는 "구속영장은 범죄의 상당성(범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과 도주 또는 중거인멸의 우려라는 필요성이 있는 경우 발부된다"고 밝히며 "뇌물죄 성립여부에서 중요한 대가성 및 부정청탁의 유무는 재판단계에서 증거에 의해 입증되는 것이고, 구속단계에서는, 그 정도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제출된 증거에 의해 법관이 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만 있으면 된다. 이 사건에서 그 정도 소명도 안 되었다는 말인가?"라며 사법부의 영장 기각 판단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박 교수는 "나는 영장청구 기각으로 인해 특검의 수사의지가 꺾이지 않길 바란다. 특검이 잘 판단하겠지만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증거를 보강해 다시 영장청구를 해야 할 것이다. 특검, 힘을 내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영장 기각에 SNS에 성토 이어져... "430억이 뇌물 아니라니"

익명의 또 다른 법조인은 이같은 우려가 이미 수사팀 구성에서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일 오전 SNS를 통해 "특검이 한편의 잘 연출된 쇼로 촛불을 우롱했다. 아니 어쩌면 특검 선정부터 상호 예정하고 있었던 쇼였는지도 모르겠다. 참 나쁜 자들이다. 촛불을 이렇게 가벼이 대하다니... 징후는 오래되었다. 이재용 심문 특검보 선정에서 다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영장 기각 결정을 내린 조의연 부장판사를 향해서는 분노에 찬 항의가 빗발쳤다. 영장심사가 진행된 18일부터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린 조 부장판사의 과거 영장심사 결과를 놓고 누리꾼들은 이번 사안이 예견된 일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검찰이 1700억 원대 횡령·배임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의 영장 심사를 진행한 판사다. 당시 조 부장판사는 신 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법리상 다툴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 기각 결론에 화난 누리꾼들은 19일 조 부장판사를 향해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삼성장학생 아니냐', '퇴직 후 삼성 법무팀 예약됐나', '이 사람 퇴직 후 삼성에서 어떠한 이익도 취하지 않는지 평생 감시해야 한다' 등 삼성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 제기부터 '부끄러운 줄 알아라. 역사가 너를 기록할 것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네가 다시 견고하게 이었다. 제2의 우병우 탄생이네' 등의 댓글로 항의했다.

이번 기각 결정이 향후 다른 재벌그룹을 향한 특검의 수사 활동 위축이나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한 누리꾼은 "이거 구속이냐 아니냐에 박근혜 뇌물죄가 걸려 있는건데 법 위에 삼성, 정의 위에 삼성 있구나. 430억이 뇌물이 아니면 도대체 얼마를 줘야 뇌물이냐"라고 비판하며 "만약 특검이 이재용에 대한 다른 고려, 경제니 뭐니 한다면 우리는 광화문에서 모두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것이다. 재벌이 그 몸통임을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을 때까지"라며 이번 주말 촛불집회 참석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또 전날 버스기사가 2400원을 횡령한 죄로 해고된 뉴스와 비교하며 "수백억 뇌물은 봐주는 나라,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인건가? 정의구현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촛불집회를 법원에서 해야겠네" 등의 반응을 표출하기도 했다.

박근혜 최순실의 부역자 삼성에 대한 불매운동을 제안하거나 특검이 영장 재청구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이재용 부회장 불구속이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냉정을 되찾고 향후 재판과정을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SNS를 통해 "축! 이재용 영장 기각. 특검이 영장 보면 기절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일은 그렇게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폭언, 밤샘조사, 수사권 일탈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질건가? 여기가 아직 나라구나 느끼게 해준 담당법관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 SNS 글에서 "검찰이 송희영 전 주필을 '불구속' 기소했다. 1억 원 받고 유리한 기사를 써줬다는 겁니다"라며 "작년엔 3000만 원 받은 기업인을 같은 죄로 구속했었다. 이게 공정한 사회인가"라고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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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삼성 공화국은 무법지대’

 
‘과연 누가 권력의 탄압을 받은 힘 없는 피해자인가?’
 
임병도 | 2017-01-19 08:52:2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뇌물공여, 횡령, 국회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법원을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4시 53분 다음과 같은 사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사유- 조의연 판사)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제3차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입니다.

특검팀은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약속된 430억 원이 삼성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대가로 봤습니다. 430억 중 250억 원이 지원됐는데, 뇌물수수죄는 실제 돈을 건네지 않았더라도 약속한 행위만으로도 성립됩니다. 특검팀이 뇌물공여와 제3자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한 이유입니다.

특검팀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지원했더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지배를 위한 재벌 총수 개인의 행위로 간주해 횡령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모든 범죄 혐의에 대해 ‘법률적 다툼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현 단계에서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병철, 이건희에 이어 이재용마저 모두 무법지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처벌까지 불투명해질 수가 있습니다. 이미 할아버지 이병철과 아버지 이건희 사건에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은 일제강점기 삼성상회를 시작으로 양조장 사업으로 사업의 발판을 다졌습니다. 이후 제일제당, 제일모직의 제조업과 안국화재(현 삼성화재)와 한일,상업,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금융업까지도 확장했습니다.

이병철 회장은 5.16쿠데타 이후 ‘부정 축재자 1호’로 지목됐지만, 공장을 지어 주식을 헌납하면서 감옥을 가지 않았습니다. 박정희와의 정경유착을 통해 ‘정부보증 민간차관’ 등의 특혜를 받던 이병철은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구속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경영에서 손을 떼고 소유 지분을 판다고 약속하면서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100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고작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만 선고받았습니다. 이마저도 불과 2년 뒤인 97년 개천철 특별사면 대상자로 사면됐습니다.

이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발행’,’안기부 X파일 사건’,’대선자금’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는 올라갔지만 수사도 구속도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은 대한민국에서는 ‘삼성공화국’이라고 불립니다. 전직 대통령들도 구속됐었지만, 삼성가 총수들은 대한민국에서만큼은 ‘무법지대’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누가 권력의 탄압을 받은 힘 없는 피해자인가?’

삼성은 최순실 측에게 거액을 지원한 것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권력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요구 때문이라고 변명합니다. 자신들은 ‘피해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79명의 노동자들 ⓒ반올림

 

삼성을 지배하기 위해 430억을 비선실세에 지원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79명의 노동자, 과연 누가 피해자일까요?

‘이병철-이건희-이재용’, 이 세 사람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아닌 불법적인 방법으로 경영권을 승계받았습니다. 기업 활동을 위해서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권력이 내미는 손을 못 이기는 척 잡은 것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히 대통령을 탄핵하고 불법적인 지원과 부정 입학 등에 대한 단순 처벌로 끝나면 안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계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함과 불평등, 불법을 개혁해야 합니다.

막강한 ‘삼성공화국’의 금권 앞에 무너진 사법부의 정의, 과연 누가 바로 세울 수 있을까요? 다음 대통령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헌법의 정의를 실천했으면 합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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