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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강제징용 재판거래 핵심’ 윤병세 전 장관 소환

검찰, ‘강제징용 재판거래 핵심’ 윤병세 전 장관 소환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18-12-20 11:25:19
수정 2018-12-20 1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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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정의철 기자
 
 

검찰이 일제 강제징용 관련 소송 재판거래의 연결고리로 지목되는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을 불렀다.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은 20일 오전 윤 전 장관을 소환해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일제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이에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윤 전 장관은 2013~2014년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관한 회동에 참석해 차한성·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과 함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승소한 판결을 뒤집거나 확정 판결을 미루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윤 전 장관은 법원행정처가 외교부 입장을 반영해 해당 재판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외교부가 2016년 일제 전범기업 측 입장이 반영된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행정처는 외교부가 김앤장의 의견을 접수할 수 있는 공식 ‘통로’를 마련해줬다. 2015년 1월 대법원이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한 것이다. 이 개정안에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공익 관련 사항에 관하여 대법원에 재판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고, 대법원은 이들에게 의견서를 제출하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 명분은 ‘상고심 충실화’였다.

이에 따라 일본 전범기업을 변호한 김앤장이 2016년 10월 외교부에 의견서를 요청했고, 외교부는 그 해 11월 대법원에 “법리적으로 한국이 이기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내기에 이른 것이다.

한편 검찰은 내달 중으로 사법농단 사태의 총책임자 격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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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는 왜 ‘조선일보 오너 일가 자살 동향’을 첩보로 올렸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12/20 10:50
  • 수정일
    2018/12/20 10:5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방용훈 사장과 자녀들, 검찰 수사와 고소 이어져
 
임병도 | 2018-12-20 09:23:2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2월 19일 자유한국당은 의원총회에서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 보고서 목록을 공개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마구잡이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이 분(김태우 수사관)이 특감반 초기에 (과거 정부에서) 민간을 사찰하는 관행을 못 버리고 민간 영역의 내용을 특감 반장에게 보고했다”라며 “특감 반장이 우리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르다. 이런 첩보를 수집하지 말라고 제지했다”고 밝혔습니다.

김태우 수사관은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비위혐의로 원 소속기관인 검찰로 복귀한 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청와대는 파견 직원을 징계할 수 없고 소속기관장인 검찰총장이 해야 합니다.) 현재 청와대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법무부에 김태우 수사관에 대한 추가 징계를 요청했고, ‘공무상 비밀누설’에 대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김태우 수사관의 첩보 보고서 목록을 보면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일보 오너 일가인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이미란 자살 동향(2017년 7월11일)”입니다.

김태우 수사관은 왜 조선일보 오너 일가의 자살 동향을 첩보로 올렸을까요?


코리아나 호텔 사장 부인의 죽음, 그리고 의문의 편지

▲ 2016년 9월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 부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MBC뉴스 화면 캡처

2016년 9월 2일 방용훈 코리아사호텔 사장 부인 이미란씨가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됩니다. 이씨의 렉서스 차량에는 유서가 있었으나 가족들이 공개를 꺼려해서 왜 자살을 택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동생이자 조선일보 주주(10.57%)이며, 장자연 사건과 연루된 인물입니다.

남부러울 것 없는 기업 오너 배우자가 자살한 사건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명확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았고, 곧장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났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방용훈 사장 장모의 편지’

언론은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의 자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편지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이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됐습니다.

“방 서방, 자네와 우리 집과의 인연은 악연으로 끝났네. 이 세상에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마음처럼 찢어지는 것은 없다네. 병으로 보낸 것도 아니고, 교통사고로 보낸 것도 아니고 더더욱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도 아니고 악한 누명을 씌워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식들을 시켜, 다른 곳도 아닌 자기 집 지하실에 설치한 사설 감옥에서 잔인하게 몇 달을 고문하다가, 가정을 지키며 나가지 않겠다고 발버둥 치는 내 딸을 네 아이들과 사설 엠블란스 파견 용역직원 여러 명에게 벗겨진 채, 온몸이 피멍 상처투성이로 맨발로 꽁꽁 묶여 내 집에 내동댕이 친 뒤 결국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죽음에 내몰린 딸을 둔 그런 에미의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네…30년을 살면서 자식을 네 명이나 낳아주고 길러준 아내를 그렇게 잔인하고 참혹하게 죽이다니, 자네가 그러고도 사람인가?”

‘방용훈 사장 장모 편지’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편지는 방용훈 사장의 장모, 즉 이씨의 어머니가 작성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만약 이 편지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씨는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으로 봐야 합니다.


방용훈 사장과 자녀들, 검찰 수사와 고소 이어져

▲코리아나 호텔 모습 ⓒ코리아나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씨가 죽은 뒤 방용훈 사장의 장모와 처형은 방 사장의 큰딸과 큰아들을 ‘자살 교사 및 존속 확대, 공동감금 등의 협의’로 고소했습니다.

방 사장의 장모와 처형은 자녀들이 재산 문제 등으로 이씨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을 했고, 감금과 학대를 일삼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이씨의 죽음이 폭력과 감금 때문에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고소인들은 방용훈 사장을 고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가 가진 증거 자료로 뒷받침할 수 있는 혐의로만 고소하다 보니 방 사장 등은 고소 대상에서 빠진 상태다’라고 밝혔습니다.

▲숨진 부인의 처형 집에 등산용 장비를 들고 간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이모 집 현관문을 돌려 내리 친 방 사장의 아들이 CCTV에 찍힌 모습 ⓒKBS 뉴스 화면 캡처

방용훈 사장 부인이 죽고 몇 달 뒤인 2016년 11월 1일 방 사장과 아들은 이씨의(숨진 부인의 동생, 처형) 집을 찾아갑니다.

방용훈 사장은 등반용 철제 장비(아이스 바일)를 들고 있었고, 방씨의 아들은 돌멩이로 이씨의(이모) 집 현관문을 수 차례 내려쳤습니다.

방 사장의 처형은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혐의로 이들을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방용훈 사장에게는 ‘혐의 없음’아들 방 씨에게는 ‘기소 유예’ 즉 재판에 넘기지 않는 이상한 결론을 내립니다.

이씨는 항고했고, 2017년 2월 23일 서울고검은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는 ‘재기 수사 명령’을 내립니다.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 뒤에 숨겨졌던 방용훈 사장

장자연 사건에는 방 사장이 등장합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나 차남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도 거론됐습니다.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도 장씨가 있는 술자리에 있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확실히 장자연씨와 강남구 청담동의 유흥업소에서 만나 정황이 드러난 인물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입니다.

방용훈 사장이 있던 술자리에는 권재진 당시 대검 차장도 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장자연씨 사건 수사가 축소되거나 은폐됐다는 여론에 따라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대검 진상조사단을 통해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태우 수사관과 조선일보의 합작품인가?

다시 김태우 수사관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왜 김태우 수사관은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이미란 자살 동향(2017년 7월11일)” 첩보를 수집했을까요?

과거 청와대가 첩보를 수집했던 이유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과 수집한 정보를 통한 권력 유지입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습니다.

김태우 수사관은 현재 비위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처벌을 받아야 할 김태우 수사관은 상부의 지시 없이 수집한 정보를 언론에 흘리고, 조선일보는 이를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덕분에 김태우 수사관은 마치 양심선언을 한 인물처럼 변신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김태우 수사관의 첩보로 오너 일가가 사찰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펼칠 수가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김태우 수사관의 첩보 리스트를 들고 문재인 정권이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주장합니다.

청와대가 과거 정부에서 근무하면서 했던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첩보를 수집했던 특별감찰반원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던 책임은 있지만, 주도적으로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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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와 한국 진보는 화석이 되어버렸나?

[기고] 한반도의 새로운 상상력은 어디로 갔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장면은 거대한 5.1 경기장에서 그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15만 명의 평양 시민들을 앞에 두고 한 연설이었다. 이 열성적인 남녀 군중한테서 나오는 열정은 그 강도 면에서 놀랄만한 것이었으며, 문 대통령 자신도 이러한 반응에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든 단어는 청중들의 무제한적인 환호를 통해 강조되고 부각되었다. 김일성을 인용했을 때에는 문 대통령과 군중들이 '하나의 몸'인 듯 보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이나 아이콘(iKON)의 콘서트가 아니면, 이 정도의 열정에 찬 대중을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문 대통령에게 그 순간이 매혹적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북한의 음모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정치인들이 축복을 받기 위해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절을 하는 공허한 의식이 정치적 관례가 되었고, 그러한 관례는 자신이 얼마나 접근하기 쉬운 사람인가를 증명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정치인들이 전혀 만난 적이 없으며, 향후에도 결코 다시 만날 일이 없을 젊은이들 및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포즈를 취하는 또 다른 의식으로 강조되곤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직면한 상황은 달랐다. 그곳에 모인 군중들이 권력의 지배를 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아마도 그러한 주장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겠지만, 군중 자체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나는 평범한 북한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헌신을 단순히 독재 정권의 표식으로 일축할 수 없다고 본다. 대규모 집회와 완벽하게 조정된 댄스 루틴 뒤의 모든 쇼맨십과 강압에는 '참여 심리학'을 암시하는 뚜렷한 에너지가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국에서 그런 공간이 사라졌다는 것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2016년에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촛불 집회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 항의 시위는 높은 수준의 정치 참여를 나타냈으며,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렸다는 좁은 의미의 목표에서 보면 성공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뒤에 숨어 있는 제도적 부패, 국내 경제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역으로 부상한 해외 투자은행들, 트럼프 행정부 지시에 대한 맹종과 집착, 이란과의 전쟁을 위해 미국 내 네오 파시스트 운동에 관련한 완전한 침묵 등의 문제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촛불 혁명' 대통령으로서 갖는 문 대통령의 신화는 사라져 버렸다. 

한국에서 정치가 쇠퇴하게 된 것은 인간의 경험에 대한 페티시즘적 접근 방식과 지나친 상업주의에 따른 결과이다. 삶의 모든 측면은 유료로 제공되는 일종의 서비스나 움직이면서 즐기는 일종의 황홀감으로 제공된다. 이러한 건강하지 못한 문화는 한국의 출생률이 절대적 최저점에 도달한 바로 그 순간에 자리 잡았으며, 최근 예멘 출신 난민에 대한 항의에서 표출되듯 이민자에 대한 적개심 결합되었다. 

더욱 노쇠해진 사회는 고령자가 정치 과정 대부분을 지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정치 경제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것은 70세 이상 남성들이다. 이 문제는 부(副)의 집중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대다수 젊은이들은 정치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으며, 극히 일부만이 참여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많은 이들은 변화에 대한 희망을 포기했다. 대신 게임과 포르노, 기타 현실 도피적 행위에 빠져드는 것과 같은 방종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정치가 붕괴되었다.

진보주의 운동은 1980년대의 민주화 운동이나 2000년대 초 노무현 정부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열정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특히 진보적인 정치적 논쟁이 좁은 범위의 상징적 문제들로 한정되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인이 성적으로 학대한 '위안부'에 대한 논의는 끝없이 이어지지만, 오늘날 한국 남성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외국인 여성 학대에 대해 관심 갖는 이는 거의 없다. 또한 자유무역이 농업 및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금기 주제가 되었다. 

노년에 접어든 진보 정치 지도자 중 다수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이라는 향수에 빠진 채 현재 한국의 노동 계급 젊은이들이 직면한 진정한 문제를 모르고 있다. 그들은 미국 민주당원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보다는 좌파로부터의 비판에 더욱 관심이 있다. 결국 그러한 나이 든 지도자들 중 다수는 상당히 부유해졌으며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자녀나 손자를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는 데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영향력이 큰 진보 정치 활동가들이 주최한 책 사인회에 초대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올해 53세인 내가 참석자 중 최연소자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멸종한 파충류 알로사우루스와 디메트로돈처럼 화석화된 이들은 그곳에 모여서 자신들이 70년대와 80년대에 만났던 학생들의 투쟁에 대해 몇 시간 동안 장황하게 늘어놓은 다음 그 시대의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몇몇 보수 정치인들에 대해 비난했지만, 일반 청년들이 직면한 악몽과 같은 세계에 직면한 일반 청년들이 저하된 현대 교육 하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일체의 말을 하지 않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쇠퇴하고 있는 경제 체제의 최전선에서 탐욕스러운 학원들과 그들을 고용해야 하는 기업들의 거만한 무관심 사이에 끼어있는 있는 한국 젊은이들이 그 행사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나이 든 진보주의자들이 청년들을 행사에 초대했다면, 행사 참석으로 인해 많은 이익을 본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달 진보적인 서점에서 친구를 만나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그곳에 진열된 한국어로 쓰인 교육, 경제, 사회 및 문화에 관한 책들은 훌륭했다. 서점 주인은 현대 사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는 가장 사려 깊은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나이 든 지식인들이 만든 지적 공간과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방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일반인들의 세계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틈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 전역의 카페와 편의점에서 일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많은 젊은이들은 그 서점에 있는 책의 내용을 통해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독서하는 습관을 갖고 있지 않겠지만 그러한 글들에서 찾을 수 있는 현대 한국 사회에 대한 정직한 평가는 많은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내가 확신하는 것은 그 젊은이들이 그러한 진보적인 서점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며 서점이 세워진 것을 매우 낯설게 여길 것이라는 점이다. 애석하게도 그들은 대중가요의 가사에서 자신들이 처해 있는 어려움에 대한 공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좋은 의도에서 그러한 서점을 운영하는 고등 교육을 받고 부유한 사람들은 무자비한 사회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모른다. 

나는 한국에서 살았던 11년 동안 4개의 진보적 비정부기구(NGO)에 참여했지만, 모든 곳에서 참여 문화가 사라진 것을 느껴 그만두었다. 그 NGO들은 내가 월 회비를 지급할 것을 기대했으며, 나는 연례 모임에 초대받았지만, 그 외의 다른 행사에는 참석할 기회가 없었으며,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도움을 제공할 방법이 없었다. 

회원 자격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이 분명해졌다. 오히려 연례 모임에서는 진보적 성향의 부유한 기부자들이 더 중요한 것으로 보였다. 다시 말해 이런 진보적 기부자들은 마치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북극곰을 구하기 위한 캠페인을 하는 것처럼 자신들의 진보적 활동을 바라보고 있다. 그린피스는 북극곰에게 의견을 말하거나 회원이 되도록 요청하지 않으며 진보적 단체들은 노동 계급 사람들에게 가입을 요청하지 않았다. 

내가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던 NGO는 참여연대로, 대전과 서울에서 회원으로 참여했었다. 당시 나는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여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관심사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사무실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이벤트를 게시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제안은 거절당했다. 

4개월 전, 참여연대 측으로부터 회원 탈퇴 이유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또한 내가 행정 담당자들과 만나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할 수 있다면, 기꺼이 다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나는 그들의 답변을 전혀 듣지 못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한국 보수주의자들의 상황은 어떨까? 불행하게도 그러한 정치의 화석화 과정은 보수 진영이 더욱 심각하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보수 진영의 보수적인 항의 시위가 정기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참석하는 이들은 한국, 미국, 이스라엘 깃발을 손에 든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본과의 긴밀한 군사 협력을 위해 보수 정치인들 간에 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장기를 들고 있는 이들은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집회들에서는 주로 반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기독교계의 지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방 정책,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의 발전 모델에 대한 찬양 등이 주요 주제가 되고 있다. 

시위 참석자 중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이 부착된 배지를 착용한 노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한국의 국제 무역 의존도를 높이고 농업을 경시하며 화석 연료를 대규모로 수입하기로 한 박 전 대통령의 결정이 큰 실수였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경제 성장을 위한 끊임없는 추진력과 공교육에 대한 공약이 여전히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이해하기 힘든 사실은 이 노인들이 한때 좌익 남로당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경제적 자립을 주요 목표로 삼았던 박 전 대통령을 현재의 보수 정당들과 연관 짓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었다면, 현재 보수 진영에서 추진하고 있는 수입 식품 및 기타 중요한 물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외국의 투자 은행들이 한국 경제에 직접 간섭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황당한 경제 정책을 결코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맥쿼리 그룹과 같이 포식성을 갖고 있는 해외 금융 기관에게 자국의 인프라를 기꺼이 팔아넘기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었으면 민관합작투자 인프라 법(PPI Act)을 수용하거나 한국 경제의 중추 역할을 했던 영세 자영업자들이 망하도록 방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보수주의자들은 한국의 전통을 파괴하고 카지노 홍보나 성형수술의 장려 또는 광고에서 성적 대상으로 여성의 역할을 국한시키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는 파괴적인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만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보수 정치에서 노인 집단의 가장 중요한 주요 자산은 한미 동맹이다. 한미 관계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선교사들 및 평화봉사단 자원 봉사자들과 한국 전쟁 이전 시대에 민주적 과정을 붕괴시킨 무자비한 군부 인사들이 어우러진 매우 복잡한 관계였다. 

노인 시위대는 실제 미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양국 관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정하고 실질적인 제안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미국은 급격한 발전보다는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과거를 상징하는 비유가 되었다.

미국에 대한 보수주의자들의 이러한 태도를 통해 가장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과거 한국인들이 우수한 문화 및 경제력을 갖추었던 명나라를 형님으로 섬기며 예를 갖추었던 사대주의 방식이다. 결국 명나라는 1592년과 1598년 사이에 조선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끄는 일본으로부터 침략을 당했을 때 구원병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양국 관계를 공고히 하는 일련의 캠페인을 통해 깊은 유대 관계가 형성되었다. 당시 대부분의 한국 지식인들에게 있어 명나라는 정치적·문화적 권위의 원천이 되었다. 그러나 이미 가속화되고 있던 명나라의 정치, 도덕 및 제도적 쇠퇴는 17세기 초반 절정에 이르렀다. 명나라 정치 문화의 문화적 특징이 한국에 강하게 남아 있었지만, 명나라 자체는 국내 곳곳에서 일어난 반란으로 인해 갈가리 찢어졌고 결국 1644년 정치 단위로서는 완전히 파편화되어 붕괴되었다.

당시 한국 지식인의 대다수는 그 후 300여 년 동안 명나라의 문화적 권위에 충실했으며, 만주족이 청 왕조를 설립함으로써 한국 보수주의자들의 눈에는 천명이 위태롭게 된 이후에도 한국에 있는 기관을 유지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인들은 명 말기에도 쇠퇴하고 있는 징후들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명나라의 권위는 멸망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한국에는 현재까지도 명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1627~1644)의 연호를 계속 사용하는 유교 서원들이 있다. 

현재 보수주의 운동가들의 태도는 이와 상당히 유사해 보였는데 나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그만둔 이후에도 미국에 대한 그러한 충성심이 계속 유지될 것인지 여부가 궁금했다. 보수주의자들은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원하지만 그것은 이미 사라졌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가 현실에 직면할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오히려 북한의 지도자와 '사랑에 빠졌음'을 말하는 미국 대통령에 맞서 과거에 대한 그들 자신의 신화로 후퇴하고 있다. 

노인들에 의한 진보와 보수 담론의 지배 및 좁은 범위로 한정된 주제의 제한으로 인해 한국은 북한의 개방을 잘 활용할 능력이 마비되었다. 북한과 함께할 많은 프로젝트를 제안 및 실행할 수 있는 창조적인 젊은이들이 많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은 방관자로 남아있으며 갈수록 살아남기 위해 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은 많은 문제를 갖고 있지만 가장 큰 난제는 한반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남한 사람들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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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0 09:35l최종 업데이트 18.12.20 09:46l
글·사진: 신은미(eunmishin)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 시민기자의 북한 여행기가 다시 시작됩니다. 2017년 5월 신은미 시민기자가 다녀온 북한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편집자말]
 (서울=연합뉴스) 북한 선전매체 '내나라'가 공개한 함경북도 지역의 홍수 피해 모습. 홍수로 가옥들이 파손되고 다리가 끊어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2016.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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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선전매체 "내나라"가 2016년 9월 공개한 함경북도 지역의 홍수 피해 모습. 홍수로 가옥들이 파손되고 다리가 끊어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 내나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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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북녘의 대홍수

2016년 여름, 함경북도 두만강 유역의 지역에서 큰 홍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수만 북녘동포들의 집이 파괴됐고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소식을 접한 나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중국에서 쌀을 구입해 북한에 전달하기로 결정한 것. '신은미 재단'을 설립하고 동시에 모금운동도 벌였다. 순식간에 4000만 원에 가까운 성금이 모였다. 남한의 동포들, 해외동포들, 그리고 뜻을 함께 하는 외국인들이 동참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한국의 은행 계좌로 입금된 남녘동포들의 성금을 해당 지점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인출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나는 곧바로 서울에 사는 '신은미 재단' 이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변호사인 그분의 도움으로 성금을 송금할 수 있었다. 후일 <시사IN>은 당시의 인출거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종범 수석에게 내린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관련 기사 : 개인 금융 정보까지 탈탈 턴 청와대).

 

북한의 식량 사정이 많이 좋아져서 예전처럼 힘들진 않다고들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쌀을 구입해 북한으로 가져가기로 한 것은, 비록 한 줌의 쌀에 불과하지만 남녘과 해외동포 그리고 함께 가슴 아파하는 외국인들의 마음을 따뜻한 '밥 한 공기' 속에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성금을 인출하니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미국 국적자가 북한에 구호물자를 보내려면 미 재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 또한 쉽지 않았다. 하루빨리 쌀을 전해야 한다는 초조함 속에 몇 개월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막상 미 재무부의 허가를 받고 나니, 이젠 쌀 구입을 할 생각에 가슴이 막막했다. 대체 쌀을 어디서, 어떻게 구입해야 하며 이를 북한에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 건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남편과 내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수소문 끝에 무역회사를 경영하는 재중동포 3세 기업인 리헌호 사장을 소개받았다. 리 사장에게 쌀 구입부터 세관 통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맡기고 우리는 북한 비자를 신청했다.

압록강철교 한가운데서 눈시울을 적시다
 
 압록강철교를 건너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  압록강철교를 건너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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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3일,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한다. 14일 밤 북경을 거쳐 심양공항에 도착하니 리헌호 사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심양의 한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 아침 리 사장과 우리는 육로를 통해 중국의 국경도시 단동으로 향한다. 단동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를 바라보는 도시다.

단동에 도착하자마자 북한 영사관에 가 미리 신청해 놓은 비자를 받아 국경으로 향한다. 점심식사를 위해 압록강변에 위치한 북한식당 '류경식당'에 들어선다. 남편과 나의 남한 말투를 들은 식당의 종업원은 "남조선 사람은 받지 않습니다"라면서 거절한다.

리헌호 사장이 서툰 우리말로 "이분들은 해외동포인데 곧 북으로 갈 예정"이라면서 전후 사정을 설명하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안으로 안내한다. 리 사장에 의하면 2016년 4월, 12명의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남으로 간 뒤부터 북한 식당은 남한 손님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고 한다(이후 이 집단 탈북 사건을 두고 '국정원의 기획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식사를 마친 후, 58톤의 쌀을 실은 화물 트럭이 세관을 통과해 압록강 철교로 진입하는 걸 확인한 리헌호 사장이 우리를 철교 바로 앞 출입국 사무소로 안내한다. 마음이 따스하고 친절한 리 사장님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다.

귀국하는 북녘동포들 틈에 섞여 출국 수속을 밟는다. 대부분 귀국하는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다.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날 기대로 모두 들떠 있는 모습이다. 입고 있는 옷들도 모두 새로 사 입은 듯하다. 예전 우리네 추석 명절을 앞둔 기차역 귀성객 모습이다. 살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엑스레이 검색대에 가방을 올릴 때도 조심스럽게 올려놓는다. 저 가방 속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들께 드릴 선물들이 가득 들어 있겠지. 나도 트럭에 실려 있을 쌀을 걱정하며 함께 국경버스를 타고 압록강을 건넌다. 

민족의 슬픈 사연이 어린 압록강을 내려다 보면서 눈시울을 적신다. 수해를 입은 북녘의 동포들에게 한 줌의 쌀을 전하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하나. 쌀이 남아 돌아서 그 쌀의 보관료만도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남녘 쌀을 수해를 입은 북녘 동포에게 보낼 수는 없는 것인가.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끊어진 또 다른 철교 잔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강을 건넌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신의주
 
 신의주 화물 하역장에서. 평양에서 온 경미와 함께. 화물트럭 안에 실린 쌀이 바로 동포들의 성금으로 구입한 쌀이다.
▲  신의주 화물 하역장에서. 평양에서 온 경미와 함께. 화물트럭 안에 실린 쌀이 바로 동포들의 성금으로 구입한 쌀이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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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 세관에 도착하니 평양에서 온 수양딸 경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신의주 해외동포위원회 직원도 함께 나와 우리의 수속을 도와준다. 2015년 10월 신의주를 방문했을 때 우리를 안내해 줬던 바로 그분이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화물하역장으로 가 쌀을 확인한 뒤 신의주 시내에 들어선다. 2015년 10월 처음 신의주를 여행한 이후 두 번째 찾는 신의주.
 
 새로 짓는 '압록강려관'. 2017년 5월에 본 신의주는 2년 전의 신의주와 크게 달라져 있었다.
▲  새로 짓는 "압록강려관". 2017년 5월에 본 신의주는 2년 전의 신의주와 크게 달라져 있었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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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신의주는 2015년의 신의주와 달랐다. 이곳도 평양과 마찬가지로 사방이 건설공사 중이다. 오늘밤 우리가 지낼 '압록강려관'도 바로 옆 빈터에 새 건물을 짓고 있다. 체크인을 한 뒤 방에 짐을 내려놓고 경미, 신의주 해외동포위원회 직원과 함께 여관을 나선다. 너무 피곤해 밥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지만, 마중 나온 이들을 위해 식당을 찾는다.

압록강에서 채취한 조개로 만든 조갯국, 오이물김치 덕에 겨우 섭조개죽 한 그릇을 비웠다. 남편도 피로 때문에 식욕이 없는지 다른 음식은 손도 안대고 육회를 안주삼아 대동강맥주만 마신다. 저녁식사를 마치니 피로가 엄습해 온다. '압록강려관'으로 돌아와 힘없이 쓰러진다. 로스앤젤레스, 북경, 심양, 단동, 신의주를 잇는 긴 여정이었다.

내일(2017년 5월 16일)은 평의선(평양-신의주) 열차를 타고 수양딸들이 살고 있는 평양으로 간다.
  
 섭조개죽.
▲  섭조개죽.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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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감반과 경제정책으로 보는 개혁의 향방

기성 해법과는 다른 처방 필요…예정된 결론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12.19 09:31
 

개혁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개혁을 하자고 하면 싫다는 사람은 대개 없다. 그러나 실제 개혁에 해당하는 일을 추진하면 반드시 무슨 저항이 생긴다. 저항을 하는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원래 하던 것 외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아무도 알지 못하기 때문인 탓이 크다. 그래서 개혁은 종종 실종, 중단, 좌절된다. 전임 정권의 파탄적 국정운영으로 개혁의 당위를 획득한 이번 정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먼저 최근 청와대 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논란이다. 비위 의혹에 휘말려 감찰반에서 쫓겨난 검찰 수사관이 자신이 작성했던 첩보를 보수언론에 제공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 사람의 자료를 받아 보도하면서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듯, 안 했다는 듯, 치고 빠지며 말장난을 반복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제2의 박관천 사건’이란 이름까지 붙여가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공세를 펴고 있다.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태의 본질적 문제가 무엇인지는 지금 짚어보는 게 어렵지 않다. 18일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전 정권이 국정농단 사태로 무너졌으니만큼 감찰의 정당성을 지키는 것을 특별히 중시하고 있다는 취지의 해명일 것이다.

그런데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검찰 수사관이 작성했다는 첩보를 보면 적어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의 감찰 대상이나 범위에 관한 모호함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의 관련 조항에 따르면 특감반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이거나 공공기관이나 단체 등의 장 및 임원, 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 등으로 정해져있다. 보수언론에 보도된 첩보 보고서에는 참여정부 관계자 등의 대상으로 감찰을 진행한 정황이 나타나 있다. 감찰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인 것이다.

물론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면 된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특감반 개편을 공식화하고 관련 내규 등을 제정해 국무회의에서 처리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청와대는 문제의 수사관이 자신의 비위 의혹이 드러나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하자 ‘물타기’에 나선 것으로 상황을 규정하고 있지만, 본인은 과거 정부에서도 해온 일을 그대로 했을 뿐이며 오히려 정부 여당에 가까운 인물들을 감찰해 밀려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람이 논란이 발생했을 당시 데이터를 삭제하고 휴대전화를 제출했다는 등의 보도를 볼 때 청와대의 설명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리와 관련한 지시사항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궁금한 것은 대통령 취임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특감반원이 과거의 방식대로 감찰 대상인지 여부가 불확실한 대상들에 대해 이런 저런 첩보를 생산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냐는 거다. 물론 이 수사관이 전임 정부에서도 같은 일을 해왔다는 개인적 특성이 작용한 탓도 있다. 그러나 특감반장이나 윗선들이 ‘데스킹’을 통해 첩보를 통제하고 부적절한 경우에는 따로 경고를 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기존의 방식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를 말하는 것 외의 바람직한 운영 방법을 찾지 못한 것 또한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싶다.

제도적으로 가장 명쾌해 보이는 해결책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해 현재 청와대가 갖고 있는 감찰 기능을 대신하도록 하고 따로 감찰반을 운영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이 정부가 지금까지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그런데 모두가 잘 알다시피 공수처 설치 등을 논의해야 할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논의는 기대만큼의 속도로 진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사법개혁특위는 지난달 1일에야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고 내년 4월 임시국회에 이르러야 사법개혁에 관한 대략적인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경수사권 조정 등에 있어 관계 기관들의 이견이 여전히 조정되지 못하고 남아있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내의 특감반 등은 이런 저런 제도적 보완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임시적인 형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드러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정부도 전임 정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으며 모두가 ‘똥 묻은 개’들일 뿐이라는 냉소적 인식을 재생산하기 보다는 공수처 설치 등의 사법개혁과제 추진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게 생산적일 것이다. 그러나 보수언론과 보수정치세력은 어차피 문재인 정권도 똑같으니 옛날 방식대로 하게 두자는 결론이 될 수밖에 없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니 좋게 평가할 수가 없다.

정치적 영역에서의 개혁은 그나마 이런 쟁점이라도 만들어 버텨볼 수 있지만 경제적 영역에선 속수무책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 거의 모든 언론이 “방향전환”이나 “속도조절”이란 단어를 붙여 해설에 나섰다. 분배의 정의를 실현한다거나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활성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개혁을 내세우는 정부라고 해서 성장과 관련한 정책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경기활성화를 포기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 내놓은 정책 방향이 정권의 로드맵 중 어디에 해당하며 어떤 정책목표의 달성을 의도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개혁을 추진하려 했으나 부작용 문제만 지적이 되니 애초의 해법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로 보일 정도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와 같은 사람들이 이런 지적을 하고 있다. 전성인 교수는 18일 KBS1라디오에서 정부 발표에 대해 “‘내후년에 총선이 있구나, 이 정책은 공무원이 만들었구나’하고 생각했다”며 “‘옛날에 했던 얘기들은 그냥 한번 해본 거였어, 실제로 경제 활성화하려면 역시 투자 활성화해야 돼’, 재벌한테 ‘너희 초고층 빌딩 지어, 우리가 필요한 규제 완화 우리가 다해줄게’라는 식으로 가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총선 얘기가 나오는 건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되어 있거나 뒤를 이어 발표된 대책들이 이런 저런 지원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의 지역 개발을 추동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내년도 민자사업 대상을 기존 53개 공공시설물에서 모든 공공시설물로 확대한 것과 민간기업 지원을 확대한 것은 이런 움직임의 핵심 방점이 어디에 찍히는지 보여준다. 단기부양을 위해 투자가 불가피한데 정부가 전부 감당할 수 없고 결국 기업에 의존하는 것 밖에 답이 없다는 거다.

이것이야 말로 기성의 문제 해결법이기 때문에 앞서 서술한 개혁이 좌절되는 전형적인 경로가 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권이 이런 걱정을 우습게 만드는 묘수 같은 것을 따로 갖고 있으리라 상상하긴 어렵다. 결국 예정된 결론으로 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개혁의 좌절은 정권의 운명뿐만이 아니라 한국 정치 전반을 다시 한 번 퇴행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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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토론회 文정부에 “제2의 폐족” 경고

[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일보 ‘김태우와 골프 친 KT상무 휴대전화 압수’ 
조선일보 1,3,4,5면 김태우 입 빌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 특혜 의혹’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에 정책 전환을 지시한 가운데 민주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와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 직속정책기획위원회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18일 국회도서관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20년 집권론’을 수차례 밝힌 이해찬 대표를 두고 “몽상을 꾸지 말라. 야당이 자살골을 넣지 않는 한 총선에서 패배한다”며 “지금 정신 안 차리면 제2의 폐족이 오고, 민심은 싸늘히 식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토론회 文정부에 “제2의 폐족” 경고 

▲ 동아일보 19일자 8면
▲ 동아일보 19일자 8면
 

 

 

▲ 경향신문 19일자 6면
▲ 경향신문 19일자 6면

최배근 교수는 현 정부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놓고는 “99%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재탕”이라며 홍남기 경제팀에는 “갈증 해소를 위해 양잿물을 마시는 경제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토론자로 나선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청와대가 각 부처의 역할을 다해 부처가 청와대 눈치를 보며 일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토론회를 19일자 6면에 “갈증 해소 위해 양잿물 마시는 경제정책”이란 제목으로 보도했고, 동아일보도 8면에 ‘경제실패 토로한 文대통령…제2의 폐종 경고까지 나온 與토론회’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 1,3,4,5면 김태우 입 빌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 특혜 의혹’

조선일보는 19일자 지면에도 김태우 전 수사관의 입을 빌려 1, 3, 4, 5면에 걸쳐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의 특혜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9일자 1면 머리기사에 “도로공사 사장이 특혜 준 의혹, 靑에 보고”라는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이 산하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특정 카페 매장의 커피 추출 기계와 원두 공급권을 같은 당 출신 재선 출신인 우제창 전 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몰아줬다는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 조선일보 19일자 1면 머리기사
▲ 조선일보 19일자 1면 머리기사
 

 

조선일보는 김태우 전 수사관의 입을 빌려 “청와대가 10월 중순에 이강래 사장이 휴게소 카페 사업에 동료의원이었던 우제창에 특혜 준 의혹을 보고 받고도 검증을 안 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19일자 5면에 ‘김태우, 내가 만든 여권실세 첩보 청와대 다 묵살’이란 제목으로 김 전 수사관의 입을 빌려 청와대의 기강해이를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3면에 이강래 우제창 특혜 의혹의 매개가 된 커피머신이 도로공사에 공급된 경위를 소상히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3면 아래쪽에 ‘이강래 원내대표 시절, 우제창은 원내대변인’이란 제목의 3단 기사에서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과 우제창 전 의원의 사적인 관계를 드러냈다. 

▲ 조선일보 19일자 3면
▲ 조선일보 19일자 3면
 

 

조선일보는 4면엔 청와대가 이강래 의혹을 한 달 전에 보고 받고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제야 “비리가 있다면 처리하겠다”고 발언한 내용까지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5면엔 공항철도를 공기업으로 착각했다는 전날 청와대의 해명을 반박하면서 ‘공항철도 공기업으로 착각했다더니… 감찰반장이 준 문건엔 민간기업 명시’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동아일보 ‘김태우와 골프 친 KT상무 휴대전화 압수’ 

한편 검찰이 김태우 전 수사관의 개인비리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18일 김 전 수사관이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하려고 골프장 10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전 수사관과 함께 골프를 친 KT 상무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검찰은 김 전 수사관이 A 상무로부터 골프 등 향응과 함께 부적절한 청탁을 받았는지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수사관이 청와대 근무 때 과기정통부의 공직자 비위 감찰을 담당했던 점에 주목해 과기정통부가 감독과 규제권한을 행사하는 KT와 관계를 캐고 있다. 

▲ 동아일보 19일자 5면
▲ 동아일보 19일자 5면
 

 

동아일보는 이 소식을 19일자 5면에 ‘檢, 김태우와 골프 친 KT상무 휴대전화 압수’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한편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에선 “다른 특감반원 2명과 함께 평일 한 차례, 주말에 네 차례 골프를 쳤다. 내가 아는 건설업체 대표 B씨와 다른 특감반원의 지인들이 돌아가면서 골프 비용을 계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수사관은 검찰에선 “골프비용을 내가 냈다”고 주장하는 등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사관이 청와대 근무 때 맡은 감찰 영역에 과기정통부가 포함돼 있는데다 검찰이 김 전 수사관 휴대폰 통화내역 1년치를 뒤지고 있어 앞으로 과기정통부와 산하기관, 통신업계와 김 전 수사관의 연결고리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5998#csidx654018669eca665ab51bff38f98d69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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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의 가스 보일러 배관이 일부 빠져 있었다"

현장 방문 강릉시장 "고교생 참변 펜션, 인허가 과정 살펴보겠다"

18.12.18 19:57l최종 업데이트 18.12.18 19:57l

 

 18일 오후 강릉 펜션 사고로 의식을 잃은 학생이 강릉아산병원 응급실에서 고압치료실로 이동하고있다.
▲  18일 오후 강릉 펜션 사고로 의식을 잃은 학생이 강릉아산병원 응급실에서 고압치료실로 이동하고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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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마치고 떠난 여행에서 참변을 당한 고교생들이 강릉 관할 병원에 나뉘어 이송돼 치료 중이다.

학생들은 18일 오후 1시 15분께 강원도 강릉의 경포호수 인근 한 펜션에서 의식이 없거나 희미한 상태로 발견됐다. 119 구급대원이 출동했을 때 10명 중 3명은 이미 사망한 뒤였다. 이들은 강릉고려병원과 강릉아산병원에 안치됐다. 생존 학생 7명은 각각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2명)과 강릉아산병원(5명)으로 옮겨져 고압산소 치료를 받고 있다. 

"생존자 7명에게 산소공급 치료중"
 

 강릉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
▲  강릉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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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릉아산병원 관계자는 "들어올 때 환자 의식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대기압 상에서 100% 산소공급 치료를 하고 있다"면서 "이 치료가 끝나면 조금 더 높은 압력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고압산소실로 옮겨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압 치료실은 한꺼번에 10명까지 수용 가능하나, 현재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라 한번에 2~3명씩 치료를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경찰과 소방당국 브리핑을 종합하면, 사고를 당한 학생들은 서울 은평구 대성고 학생들로, 수능을 끝내고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해 여행을 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2박 3일 일정으로 지난 17일 오후 3시쯤 투숙해, 당일 저녁 7시 40분 쯤 펜션 마당에 설치된 야외 텐트에서 저녁으로 고기를 구워 먹었다. 또한 펜션 주인은 학생들이 사고 당일인 새벽 3시까지 방 안에서 학생들이 노는 소리가 들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입실할 때는 펜션 주인의 요구로 한 학생의 부모와 확인 전화를 한 뒤 숙박계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이튿날 펜션 주인이 시설 점검 차 묵고 있던 방에 들르면서 발견됐다. 주인의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4명은 의식이 없었고, 6명은 의식이 희미한 상태였다. 
 
 18일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이 사고가 발생한 펜션 현장에서 사건 경위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있다.
▲  18일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이 사고가 발생한 펜션 현장에서 사건 경위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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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사고가 발생한 복층 객실에서 일산화탄소가 농도가 높게 측정됐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사고 현장 브리핑에서 "정확한 것은 수사를 해봐야 안다"라고 전제한 뒤 "펜션에서 가스 난방을 하고 있어서 가스 유출로 의심이 된다"고 밝혔다.

소방 관계자 역시 "펜션의 가스 보일러 배관이 일부 빠져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 소방관계자는 "사건 현장에서 일산화탄소 농도가 155ppm으로 높게 측정됐다"며 "일반적인 정상 수치는 8시간 기준 20ppm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강릉시 "해당 펜션 인허가 과정 들여다 볼 것"  
 
강릉 아산병원에 도착한 김한근 강릉시장 김한근 강릉시장이 지역 소재 한 펜션에서 참변을 당한 고교생들이 이송된 강릉 아산병원에 도착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강릉 아산병원에 도착한 김한근 강릉시장 김한근 강릉시장이 지역 소재 한 펜션에서 참변을 당한 고교생들이 이송된 강릉 아산병원에 도착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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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근 강릉시장은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오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현장을 방문했다. 이후 학생 중 일부가 이송된 아산병원에 들러 취재진과 만나 "해당 펜션은 올해 7월 24일 등록한 농어촌 민박"이라며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릉시는 이날 시청 재난종합상황실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브리핑룸을 24시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이 치료중인 아산병원 측도 중강당에 대책회의실와 브리핑룸을 설치 운영하고 사고 가족 대기실도 마련했다. 
 
 
태그:#강릉#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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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北인권결의안 14년 연속 채택... 5년 연속 ICC 회부 권고

 
유엔총회, 北인권결의안 14년 연속 채택... 5년 연속 ICC 회부 권고
 
 
 
김원식 | 2018-12-19 08:20:5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유엔총회, 北인권결의안 14년 연속 채택... 5년 연속 ICC 회부 권고
‘가장 책임 있는 자’ 제재, ‘북한 리더십’ 겨냥... 북한, “적대 세력의 정치적 음모” 강력 반발

 

유엔총회 회의장 모습 (자료 사진)ⓒ뉴시스/AP

유엔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채택했다.

유엔총회는 17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어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consensus, 전원합의) 방식으로 채택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지난 2005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4년째다.

특히, 2012년과 2013년, 그리고 2016과 2017년에 이어 5번째로 결의안이 표결 없이 컨센서스 방식으로 처리됐다. 컨센서스 방식은 투표를 거치지 않는 의사결정 방식으로, 개별 국가들이 합의에 불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장일치와는 다른 형식이다.

앞서, 북한인권결의안은 지난달 15일 유엔총회에서 인권을 담당하는 제3위원회에서도 합의 방식으로 채택돼 본회의에 상정됐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공동 작성한 결의안에 우리 정부와 61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우리 정부도 결의안 채택에 동의했다.

올해 결의안도 북한 인권 상황에 특별한 진전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큰 틀에서 지난해 결의안의 기조와 문구를 사실상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대부분 북한에서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유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2014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가 보고서에서 지적한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 강간, 공개처형, 비사법적·자의적 구금·처형, 적법절차 및 법치 결여, 연좌제 적용, 강제노동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거론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결의안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해 반인류 범죄의 ‘가장 책임 있는 자’와 ‘북한 리더십’에 대한 선별적 제재 등 책임 규명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북한 인권의 ICC 회부 권고는 2014년부터 5년 연속이다.

올해 결의안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새로 들어갔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새롭게 조성된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또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환영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북한은 올해도 유엔총회의 결의안 채택에 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결의안에 언급된 인권침해 사례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몇몇 탈북자들에 의해 조작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결의안 작성을 주도한 일본에 대해서도 “전범 국가인 일본이 인권을 언급하는 것이 놀랍고 우려스럽다”면서 이는 북한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북한의 정치, 사회제도를 전복하려는 적대세력의 정치적 음모라면서, “결의안을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민중의소리’에 게재된 필자의 기사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1&table=newyork&uid=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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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물때까치가 희귀 겨울철새가 되었을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12/19 09:20
  • 수정일
    2018/12/19 09:2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윤순영 2018. 12. 17
조회수 1396 추천수 1
 

작지만 맹금류처럼…두세 배 무거운 먹잇감도 사냥

환경변화에 민감…먹이생태계 변화 지표종 될 수도

 

크기변환_YSY_8465.jpg» 희귀조류 물때까치.

한강하구 공릉천 일대의 농경지에 물때까치가 해마다 찾아와 월동을 한다. 지난 10월 초부터 물때까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리를 이루지 않고 홀로 지내거나 암수가 함께 생활한다. 물때까치는 양서파충류, 포유류, 곤충 등 다양한 육식먹이를 사냥하며 월동기간에는 작은 새와 들쥐를 주식으로 한다.

크기변환_DSC_2292.jpg» 나뭇가지에 앉아 사냥감을 살핀다.

12월 12일, 물때까치가 넓은 초지와 농경지의 나무 꼭대기나 전선에 몸을 세워 앉은 채, 꼬리를 끊임없이 아래위로 움직이며 사냥감이 있을만한 곳을 살펴본다. 풀섶 위는 약간의 정지비행으로 탐색하고, 땅 위의 먹이를 찾기 위해 지표면 가까이 날다가 급상승하여 나뭇가지에 앉거나 전깃줄에 앉는다.

크기변환_DSC_2429.jpg» 사냥감을 발견하면 급강하한다.

크기변환_YSY_8497.jpg» 물때까치의 정지비행.

논으로 내려앉기를 여러 번 반복하며 반경 300미터를 샅샅이 수색한다. 물때까치는 사냥터가 정해지면 그 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볏짚 위에 내려앉은 물때까치가 주변을 집중적으로 수색한다. 뭔가를 발견해 이리저리 몰고 있는 듯하다. 행동이 빨라지고 몸을 볏짚 안으로 깊숙이 집어넣었다가 꺼냈다가 한다.

물때까치가 땃쥐의 목을 정확히 물었다. 순식간에 사냥이 끝났다. 물때까치는 몸에 비해 큰 머리, 넓은 턱, 긴 꼬리를 가졌고 튼튼한 부리는 맹금류처럼 아래로 굽어 있으며 끝은 매우 날카롭다. 부리의 강점을 최대한 이용해 종종 자기 체중보다 2∼3배 무거운 먹이를 사냥하기도 하는 등 작지만 맹금류만큼이나 엄청난 공격성을 지녔다.

크기변환_YSY_8677.jpg» 사냥감을 찾는 물때까치.

크기변환_YSY_8663.jpg» 사냥감 찾기가 여의치 않아 자리를 옮기는 물때까치.

그러나 물때까치는 발톱이 맹금류처럼 강하지 않아 움켜쥐고 먹이를 찢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먹이를 나뭇가지나 철사에 꽂아 놓고 먹는 것이 수월하다. 부리가 쪼아 먹기보다 찢어먹기에 잘 발달되어 있어 마치 잔인한 도살자처럼 보인다.

어떻게 보면 성질 괴팍한 새로 보일지 모르지만 신체적으로 발톱과 다리가 위력적인 부리를  따라가지 못해 극복해 가며 사는 어려움이 있다고 보는 편이 좋겠다. 이들의 사냥감 전시는 과시, 구애, 영역표시 등 생존전략적인 표현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지속적인 행동 관찰을 통해 보다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크기변환_포맷변환_포맷변환.jpg» 물때까치가 땃쥐를 사냥해 나뭇가지에 꽂아놓았다.

때까치과의 조류는 식성이 다양해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데에 이용되기도 한다. 환경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때까치의 변화는 때까치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 내의 먹이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어 지표 종으로서 연구가치가 있는 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1960년대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6~7월 무렵 재때까치와 물때까치 새끼를 둥지에서 꺼내오거나 온화하고 앞이 트인 숲을 좋아해 둥지에서 밖으로 갓 나온 새끼를 계속해 따라다니며나무를 흔들어 앉지 못하게 해 떨어진 때까치를 잡기도 했다. 독자 여러분도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개구리를 잡아 먹이로 주고 넓은 턱 때문에 턱걸이를 시켜가며 키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길이 들면 어깨 위에 앉아 재롱을 부리는 등 사람을 잘 따르는 새이기도 했다.

크기변환_YSY_8690.jpg» 사냥감을 발견한 눈치다.

크기변환_YSY_8700.jpg» 재빨리 공격하는 물때까치.

그러나 환경변화로 인해 지금의 물때까치는 한강, 임진강 하구, 강원도의 비무장지대 등지에서 드물게 관찰될 정도로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희귀한 겨울철새다. 중국 북부와 만주 지방에서 번식하고 중국 중·남부와 한국 등에서 월동한다. 다른 새들에 비해 번식지와 월동지가 매우 좁고 개체 수도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보호할 필요가 있다.

크기변환_YSY_8705.jpg» 물때까치가 볏짚 깊숙이 머리를 넣었다.

크기변환_YSY_8707.jpg» 땃쥐 사냥에 성공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8.15 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가난한 나라였다. 자원이 부족하고 식량이 부족했던 우리나라는 6.25 전쟁을 겪으면서 대부분의 생산 시설이 파괴되어 더욱 어려워졌다. 60년대에는 경공업을 중심으로 노동력이 필요했고 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발전하여 우리나라는 큰 환경변화를 겪었다.

새삼스럽게 텃새, 겨울철새, 여름철새를 분류한다는 것이 사람의 탓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이 좋았던 시절 4계절 우리 곁에 있었던 새들이 겨울철새, 여름철새로 나뉘어 우리나라를 찾아오고 있는 씁쓸한 변화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크기변환_YSY_8723.jpg» 만족한 표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텃새인 때까치, 봄과 여름에 관찰되는 칡때까치와 노랑때까치, 철새통과시기에는 긴꼬리때까치, 가을과 겨울엔 재때까치와 물때까치 등 6종의 때까치를 일반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그중에 가장 큰 물때까치의 몸길이는 31cm이다. 눈 선은 검은색이고 흰색 눈썹선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재때까치와 비슷해 보이지만 물때까치가 몸이 더 크고 꼬리가 길다. 등과 머리꼭대기는 연한 회색이다. 부리는 검고 아랫부리의 기부는 색이 엷으며, 다리는 검은색이다. 날개는 검은색이고 흰 줄무늬가 뚜렷하다. 허리는 회색이고 꼬리는 검은색인데, 가장자리 깃의 흰색은 끝부분에서 약간 넓어진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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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헌법을 지켜 줄 테니 너희도 뭘 좀 내놓아야지?

[장석준 칼럼] 1996년 노개위, 그리고 2018년 경사노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촛불정부인가, 아니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3기인가?"

 

지식인선언네트워크 등이 개최한 토론회(11월 30일)에서 조돈문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물음을 던졌다.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 아니냐는 실망과 비판에서 나온 물음이었다. 

그러나 나는 요즘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보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보다 더 오래 전 정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 아니면 김대중 정부? 물론 그때도 연상된다. 둘 다 자의반 타의반 친노동 세력이라 지목됐으나 집권 후에 모두 노동을 탄압하거나 노동권을 후퇴시켰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최근 행보가 기억 저 편에서 끄집어내는 것은 더 전 정권의 잔상이다. 바로 김영삼 정부다.  

특히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가 돌아가는 꼴 때문에 그렇다. 그 모양을 보노라면, 김영삼 정부의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이하 노개위)를 떠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한국 역사상 '총파업'이라는 이름에 가장 부합하는 투쟁이었던 1996~1997년 노동법-안기부법 개악 반대 총파업을 불붙인 그 노개위 말이다.  

헌법 지켜줄 테니, 너희도 내놔라?  

1996년 5월에 노개위가 설치되자 노동운동 일부도 이 기구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1년 전 막 출범한 민주노총은 아직 노총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노개위는 한국노총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에게 참여를 요청했다. 민주노총에게 이는 조직의 위상을 확인받을 좋은 기회로 보였다.  

더구나 김영삼 정부는 노동계 참여를 유도하면서 민주노동조합운동의 숙원을 해결해줄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 복수노조 허용, 정치활동 금지 철폐, 제3자 개입 금지 철폐 등을 받아들이겠다고 운을 뗀 것이다. 복수노조 금지, 정치활동 금지, 제3자 개입 금지는 헌법에 규정된 노동3권을 사실상 무력화한 대표적 악법들이었다.  

민주화의 산물인 제6공화국 헌법 정신에 따르면, 이들 악법은 이미 폐지됐어야 마땅했다. 굳이 사회적 대화 기구의 의제로 올려 생색 낼 것도 없이 정부가 법안을 제출해 폐지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는 이들 개혁 과제를 굳이 노개위 안건으로 올려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로서는 이런 의제를 다루는 테이블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고, 애초에 이것이 정부의 노림수였다.  

그러나 막상 민주노총이 노개위에 참여하자 분위기는 애초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김영삼 정부는 재계가 요구한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들, 즉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변형근로시간제(오늘날 탄력근로시간제라 불리는)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민주노총이 노동3권 관련 개혁을 얻고 싶다면 이들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른바 '맞교환'을 강요했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대등한' 사회 세력이라 여긴다면, 이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계약 관계는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용자와 노동자는 결코 대등하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이 바로 이렇게 바라보고 있고, 그래서 노동3권이라는 특별하면서 중대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헌법의 약속을 실현할 책임이 있는 정부는 이 권리의 보장을 방해하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김영삼 정부는 이런 당연한 임무의 수행을 다른 노동권의 엄청난 후퇴와 맞바꿔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민주노총은 기만당했다고 생각했고, 곧바로 노개위에서 철수했다.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김영삼 정부는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변형근로시간제를 포함한 노동법 개악안을 안기부법 개악안과 함께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했다가 총파업의 반격에 부딪혔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이어지는 김영삼 정부 말기 대혼란의 시작이었다.

한데 요즘 언론에 흘러나오는 경사노위 상황은 이런 20여 년 전 노개위의 판박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노개위나 노사정위원회와는 전혀 다른 사회적 대화의 모범을 만들겠다며 노사정위의 간판을 경사노위로 바꿔 달았다. 그리고 노동계로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는 의제를 내세웠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노동3권 관련 법제를 손보겠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는 민주노동조합운동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특수고용직의 노동조합 설립 허용 등이 있다.  

이런 의제들이라면, 노동계가 경사노위에 쌍수 들고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재계는 ILO 기본협약 비준의 전제로 자기들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토를 달았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하고 사업장 점거파업을 금지하며 파업 시 대체근로자를 투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단협 유효기간 연장 · 사업장 점거 금지 논의재계 손 들어주나", 2018년 12월. 12일자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다시 한 번 맞교환론이다. 노동3권이 예전보다 신장되니 재계도 얻어가는 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김영삼 정부의 재판이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공정하게' 주고받아야 하며 정부의 역할은 이 거래를 '공평하게' 중재하는 것이라는 식이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태도에 우리는 김영삼 정부에게 던졌던 의문을 고스란히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ILO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게 집단적 노사관계 제도를 손보는 것은 이른바 '민주화된' 대한민국 정부가 한참 전에 이미 했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다시 한 번 이 당연한 헌법상 권리의 보장을 또 다른 노동권의 후퇴와 맞바꿔야 한다고 요구한다. 구어체로 표현하면, 이런 말이다.  

"좋아, 헌법을 지켜 줄 테니 너희도 뭘 좀 내놓아야지."  

어느 모로 봐도 헌법 수호자의 언어는 아니다.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국가의 기원을 논하며 '골목길 깡패'라는 비유를 들곤 하는데, 아무래도 저 문장은 거대 자본에 붙은 그 쪽 직업군의 언어일 뿐이다.  

'맞교환'의 피해는 가장 약한 노동자들에게로  

더구나 노개위 때나 지금이나 이런 맞교환론은 지극히 사악한 얼굴을 감추고 있다. 정부와 재계가 노총에게 서명하라고 협박하는 맞교환 목록에 든 노동권 후퇴 조치들은 하나같이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가장 커다란 고통을 안기는 내용이다. 기업별 노동조합을 만들 여력조차 없어 실은 노총 바깥에 방치된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조치들이다. 

노개위의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이 바로 그러했다. 정리해고는 대기업 노동자들에게도 무시무시한 위협이었지만, 그래도 이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장렬한 전투라도 벌일 수 있었다. 하지만 더 많은 수의 노동자는 이제 정리해고'제도'가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끽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만 두라면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됐다. 변형근로시간제 역시 주로 강력한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소득 감소와 노동시간 연장의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파견근로제 도입은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2등, 3등 노동시민의 급증을 알리는 신호였다. 

1997년 벽두에 민주노총은 이런 노동권 후퇴를 총파업으로 일단 막았다. 한국노총까지 합류하고 시민운동 단체들도 엄호하며 거리의 시민들까지 지지하니 김영삼 정부도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때가 1987년 민주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으로 시작돼 나름대로 진화하고 있던 한국 사회 민주 역량과 연대 의식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지구 자본주의는 이 성취가 더 이상 진화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1970년대~1980년대 초에 영국, 프랑스 등에서 좌파적 대안의 성장을 가로막고 신자유주의 시대를 개막한 외환위기(<신자유주의의 탄생: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장석준 지음, 책세상 펴냄))가 한국에서도 역사의 다른 전개 방향을 차단했다. 

 

불과 몇 달 전에 호기롭게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을 막아냈던 민주노동조합운동은 외환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지금 우리는 그때 일을 영화(<국가 부도의 날>)로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세월이 지날 만큼 지났다 여기지만, 상처는 더욱 곪고만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의 거센 바람은 산업과 직종, 사업장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휩쓸었지만, 가장 커다란 타격을 받은 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강력한 기업별 노동조합 우산 바깥에 있는 이들이다. 여전히 노총의 보호막 바깥에 있는 이들이 20여 년 전 '맞교환'의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다. 

그런데 지금 경사노위에서 오가는 이야기도 정확히 이 구도 그대로다. 탄력근로시간제를 사용자에게 더욱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하자고 하고 있고, 단체협약 유효 기간을 연장하자고 하며, 사업장 점거파업을 금지하거나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을 자유롭게 하자고 한다. 하나같이 노동자의 단체행동권과 단체교섭권을 제약하는 조치이며,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조직-미조직 가릴 것 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짓이다. 

하지만 누가 더 큰 피해자가 될지, 누가 미래의 가능성을 더 많이 박탈당할지 따져 보면, 이번에도 역시 가장 약한 노동자들이다. 아무래도 단체행동권과 단체교섭권의 행사는 이미 강한 노동조합이 있는 노동자보다는 새로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는 노동자에게 더 절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사노위에서 오가는 재계 요구안은 전자보다는 후자에게서 더 나은 미래를 쟁취할 수단을 빼앗아간다.  

촛불 이후 많은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새롭게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촛불이 한국 사회에 남긴 가장 소중한 자취들 가운데 하나다. 이들이 힘을 모아 지옥 같은 노동 현장을 바꿔간다면, '헬조선'은 반전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재계 요구안은 수십 년만에 비로소 등장한 이 희망에마저 족쇄를 채우려 한다. 헌법의 약속을 뒤늦게 실현할 몇몇 조치와 이 족쇄를 맞교환해야 한다고 한다. 노동계가 이 논리에 따라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한다.  

이것은 덫이다. 그것도 다시 한 번 가장 약한 노동자들이 최대 피해자로 예정돼 있는 덫이다. 

파견근로제 철폐부터 의제로 올려라  

이게 모두 오해나 억측일까.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의 노동 정책에 대한 많은 이들의 의심과 우려는 이미 확신으로 바뀌는 중이다. 그럼에도 경사노위가 의미 있다고, 사회적 대화가 유효하다고 말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한 가지 길이 있다.

참담한 사건이 있었다. 언어의 한계를 넘어선 비극이다. 발전소에서 일하던 젊은 노동자 김용균 님의 죽음이다. 그런데 언론이 파면 팔수록 이 죽음은 외환위기 이후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해진 노동 법제들 때문임이 명명백백 드러나고 있다. 사망 사고가 벌어진 하청 작업은 다분히 '불법 파견'이었다("김용균씨 업무는 '불법파견'발전5사도 알고 있었다", 2018년 12월 17일자 <한겨레>). 모순투성이 파견근로제가 양산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불법' 파견 중 하나였다.  


이 상황에서 자칭 '촛불'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간단명료하다. 파견근로제 철폐를 의제에 올려야 한다. 20여 년 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처음 도입이 논의된 이 제도의 폐지를 안건으로 삼아야 한다. 정말 그렇게 한다면, 누구든 '사회적 대화'를 달리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게 아니라면, 그것은 '대화'도 아니고, '사회적'이지도 않다. 경사노위란 한갓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한 기구일 뿐이다. 

 

 

▲ 1996년 12월 양대 노총 총파업 관련 기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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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구속은 꿈같은 이야기 사법농단 사건, 최악 결말도 예상"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538]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8.12.18 10:50l최종 업데이트 18.12.18 10:50l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오른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법농단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 하고 있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오른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법농단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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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사법농단 핵심 피의자인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사법농단을 공모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게 영장 기각의 주된 사유였다.

영장이 기각되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사법농단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이미 법관 탄핵과 특별재판부 도입 주장이 나왔지만, 어느 하나 진척된 게 없다. 이 상황을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13일 서울 건대입구역 근처에서 만났다. 다음은 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법관 탄핵, 어느 한 사람도 놓쳐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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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관 탄핵이나 특별재판부 얘기가 있지만, 진척은 전혀 없어요. 사법 농단에 대한 문제 제기가 된 지 6개월이 지났어요. 현재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사법 농단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온 지 벌써 반년이 넘었잖아요. 그런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된 것 외에 진척된 게 전혀 없어요. 게다가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도 제대로 추궁되지 않았고,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혁도 아무런 진전이 없고요. 이러다 보니까 아무것도 처리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 아무래도 대법원 문제이기 때문인가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거겠죠. 우선 법원 내부에서는 이 사법농단 사태가 왜 문제인지를 인식 못하고 있어요. 특히 고위 법관 중심으로 사법농단 사태를 두고 '관행 있었다. 뭐가 죄고 잘못인가'라는 책임 회피성 인식이 있고요. 더 나아가서 현 정권이 정치보복을 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몰고 가려고 하지요.

또 하급법관들은 이 문제에 대해 별 인식이 없거나, 그렇지 않으면 함부로 말 꺼냈다가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문제 제기를 그렇게 강하게 하지 않고 있는 것 같고요.

외부적으로는 야당이 이 사법농단 사태를 왜곡해서 현 정권에 대한 반대 전선을 펼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사태를 다시 정치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편 가르기에 나서고 있고요. 또 그 반대편에 있는 여당이나 정부는  일부 소수의 국회의원만 이 부분에 관심이 있을 뿐, 그들대로 사법농단 사태를 제대로 척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요."

- 법관 탄핵과 특별재판부 도입은 지금도 유효한가요. 아니면 시기가 늦은 건가요?
"이 두 방안은 시간과 무관하게 의미 있는 것들입니다. 사실 법관 탄핵은 언제든지 할 수 있지요. 물론 사법농단 사태가 터져 나온 지 오래되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탄핵이 불가능할 정도로 늦은 건 아니지요.

특별재판부 도입 문제는 이제 임종헌 전 차장 재판이 시작된 만큼 보다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판 진행 중이라도 특별재판부 법이 통과되어 이 사법농단 사태의 전담재판부가 구성되면 사건을 그리로 이관하면 되니까 그것도 큰 문제는 없죠.

제일 큰 문제는 이 두 방안은 모두 국회의 소관인데, 바로 그 국회가 이 사건에 대해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이죠. 음모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어쩌면 국회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연루된 것이 있는 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하지만, 아무리 그런 점에 미루어 양해하려고 해도 이 사법농단 사태만큼은 국회의 직무유기가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을 버리지는 못하겠습니다. 사실 이 사태는 우리나라 법치주의 근간을 흔든 전무후무한 사건입니다.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을 부정한 사건이거든요. 이런 중차대한 범죄적 행위에 대해서는 국회가 좀 더 과감하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들을 처단하려고 노력해야죠.

그리고 또 하나, 탄핵하고 특별재판부법 도입을 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요, 법관들이 이걸 과거 관행이었다거나 혹은 뭐가 잘못됐냐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일벌백계식 경고를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들이 그동안 익숙해 왔던 법원의 내부 문화라는 것 자체가 법치에 반하는 것이고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고 사법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이런 행태가 엄청난 과오이자 잘못된 것으로 일종의 과거사에 해당한다. 이제 이런 잘못된 내부 문화는 지금 당장 척결하라. 특히 당신들이 상급자라고 인식하고 있는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 혹은 법원장이 그런 명령을 하면 법관답게 그 명령을 단호히 거부하라'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던져주어야 합니다.

현재 수준에서 이런 경고에 가장 걸맞은 방법이 탄핵 절차고 특별재판부 법의 제정·시행이라 할 수 있지요."

- 법관은 임기가 있어서 탄핵이 늦으면 안 되지 않나요?
"아마 한 사람 임기가 내년 2월인가에 만료된다고 들었습니다. 임기가 만료되어 법관의 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그 사람에 관한 한 더 이상 탄핵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탄핵 절차를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번 사법농단 사태처럼 국가의 근본을 부정한 사건의 경우에는 그 책임자를  응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법원 내부에서 관행처럼 아무런 죄의식이나 문제의식 없이 이루어져 온 사법농단 사태 같은 일이 법적으로 잘못되었고 이건 국가와 국민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하는 잘못된 일이라는 걸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일입니다. 법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차대한 시대적 책무이니까요. 그래서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 조금 무리한 점이 있더라도 탄핵 절차로 넘어가 그 헌법 부정의 행태들을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도록 하게 해야 돼요. 어느 한 사람도 놓쳐선 안 되는 거죠."

"김명수 대법원장, 내부 권력 관계에 휩쓸려 표류"
 
국감 인사말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이 10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명수 대법원장(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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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법원행정처를 폐지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대법원에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회의와 법원사무처를 설치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하였지요. 정말 실망스럽고 분노마저 느낄 정도로 잘못된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사법 시스템을 아예 법관 자기들의 성역으로 만들어놓겠다는 의지가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이번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에는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가 놓여 있고, 이걸 가능하게 했던 게 법원행정처이고 그를 중심으로 포진하고 있는 권력 지향적 법관들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장의 이 개정안은 이런 체제를 해소하기는커녕, 그 권력집중의 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단순히 사법행정회의라는 옥상옥의 기구만 만드는 데 그쳤습니다. 이건 분명히 개악입니다.

그동안 법관이 사법행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법농단을 할 수 있었던 건 비공식적인 과정을 통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의 개정안은 이걸 거의 공식화시켜 버립니다. 사법행정회의라는 무력한 기구를 하나 만들어 놓고 거기에다 분과위원회를 둡니다. 그 분과위원회는 원칙적으로 법관들로 구성하게 해 놓고요. 그러니 지금보다 훨씬 많은 법관이 사법행정의 영역에 개입해서 무언가 자신의 입신양명을 꿈꿀 수 있는 길을 궁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습니다.

물론 사법행정회의에 비법관 위원들이 들어가니까 뭔가 민주적 감시와 견제가 가능한 듯이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비법관위원이라고 해봐야 여태까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절차를 통해 추천된 사람 중 대법원장이 임명합니다. 그것도 비상근으로요.

그런 위원들이 얼마만큼 견제력을 행사할 수 있을는지 의심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죠. 11명의 위원 중에 4명에 불과해서 그런 노력조차도 별로 의미 없는 것이 되어 버리기 십상이지요. 한마디로 이건 개정이 아닌 개악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듯합니다. 그럴 바에야 현재의 법원행정처를 존치하고 그 기구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법관들만 내쫓아버리는 것이 훨씬 더 나을 듯합니다."

-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응은 어떻게 보세요?
"대법원장이 조금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사법체제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저지른 사법농단 사태를 과거사 차원에서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분노가 그 하나이고요. 지난 촛불집회에서 집적된 국민들의 사회개혁 요구를 사법 영역으로 어떻게 끌어들여서 어떤 개혁의 과제들을 어떻게 수행해 나가야 할지 해법을 찾는 게 나머지 하나입니다.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는 후자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고 전자조차도 문제 핵심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채 법원 내부의 권력 관계에 휩쓸려 표류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변호사법 개정해서라도 김앤장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 사법농단 과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커넥션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나요?
"우리 사법체계에서 가장 문제가 김앤장을 비롯한 대형 로펌들에 대한 시민적 감시체제를 확보하고 이를 법치의 이념에 맞게 개혁하는 것입니다. 이번 사법농단사태와 관련하여 강제징용 문제를 다루던 재판에서 김앤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서로 협의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다른 대형 로펌은 법인 체제를 갖추는데 특히 김앤장의 경우에는 사무실 공동의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어떤 때는 하나의 조직이었다가 어떤 때는 몇백 명 변호사 사무실 연합체의 성격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일종의 도깨비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요.

문제는 이런 변신술 속에서 그들이 우리 사법체계나 법치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법과정에서 김앤장이 미치는 영향력은 적지 않은 듯합니다. 실제 이번 사법농단 사태에서 보듯 비리나 부정에도 연루되었다는 혐의를 받기도 하고요.

그러나 그런 의심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가 김앤장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그 어떤 틀도 존재하지 않아요. 이 때문에 가능하다면 변호사법을 개정해서라도 김앤장 체제를 사무실 공동이 아니라 공적 책임을 지는 법인 체제로 바꾸도록 강제해 그 안에서 일어나는 권력 현상들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봐요."

- 로펌에 국가가 개입하는 게 가능할까요?
"로펌이든 변호사 사무실이든 원칙적으로 비영리여야 합니다. 변호사 직은 기본적으로 공익적 성격을 띱니다. 국가의 법을 직업 활동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고 그들이 법률 사무를 독점하여 처리할 수 있는 것 또한 국민들이 그 업무수행에 대하여 나름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 직무를 신탁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지요. 바로 이런 공익적 성격으로 인하여 변호사에 대한 각종의 규제나 윤리통제 같은 것들이 가능하게 됩니다.

변호사의 개업 형태 또한 이런 국가법에 의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나름의 깊은 논의가 더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공룡조직으로 변해버린 김앤장과 같은 법률가 집단에 대해서는 법치의 원칙에 충실한 시민적 감시와 견제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 지금 있는 법으로는 김앤장을 규제할 수 없나요?
"변호사협회는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권을 가지고 있으니 지금도 사법농단과 관련해 김앤장 또는 그 소속 변호사를 징벌할 수는 있겠지요. 그런데 지금 변협이 회장 선거 국면에 들어가 있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요. 변호사 징계권을 가진 또 다른 기관인 법무부 역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고요.

그러다 보니 김앤장이라는 공룡조직은 어느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무적의 아성인가 싶기도 합니다. 제가 변호사법을 바꾸어서라도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현실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 추세로 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 어려울듯"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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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법원이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 영장을 기각해 국민을 분노하게 했어요. 기각 과정 어떻게 보셨어요?
"영장 기각 소식을 들었을 때 별 느낌은 없었어요. 잘못된 법원 문화에 함몰된 법관이라면 아무런 인식도 없이 그냥 그 영장을 기각할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지요. 어떻게 하나님 같은 (전직) 대법관을 감히 구속시켜요?

이어서 든 느낌은 법원 내부에서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되었다는 것? 그러니까 임종헌 차장 수준에서 꼬리 자르기 하고 몸통은 보호해야 한다는 정도의 내부적 합의가 있었던 건 아니냐는 의심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정말 심각한 것은 법관들이 가지고 있는 의식 수준에서는 자기들이 감히 어떻게 대법관님을 구속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분명히 하였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말 이는 문제적인 것이 그 법관들은 오로지 법원만을 쳐다보고 있어요. 선배 법관, 혹은 상급자인 법관, 모시고 있던 법관, 혹은 데리고 있거나 후배인 법관들만이 그들의 시선이 닿는 대상이라는 것이지요. 국민은 그 바깥에 자리 잡고 있어요. 우리 국민들이 새롭게 각성해야 할 것이 이 점입니다.

법관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우리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어떤 처신을 하든, 자기들이 떠받드는 상전은 국민이 아니라 선배 법관들이고 자기보다 위에 있는 법원장이고 대법관, 대법원장들이지요. 그들은 철저하게 법원 내부에서 법관으로만 살아가지 국민 혹은 시민으로 살지는 않아요. 어쩌면 바로 그  때문에 이번 사법농단 사태는 양승태 이하 몇몇 법관들의 개인 비리·부정을 넘어서서 법원 전체의 구조 문제로 자리매김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모두는 이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할 듯합니다."

- 그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도 어려울까요?
"지금 추세로 보면 그럴 거 같아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검찰이 소환해서 신문할 수는 있겠죠. 그러나 구속영장 발부는 거의 꿈같은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요. 기소가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기소한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당부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그냥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요.

그동안 우리 역사는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라는 상전을 모시다가 겨우 우리가 주인인 듯한 시대를 만들어내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는 법관이란 또 다른 상전을 모시고 있습니다. 대통령 위에 법관이 있는 시대가 현재인 듯해요. 어쩌면 이 사법농단 사태가 터져 나온 것은 역으로 우리가 우리의 삶을 그나마 바꿀 소중한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사법을 통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나 법치주의는 미래가 없을 것 같아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개혁특위 '국회 정보위원회 제도개선 방안, 국가정보원 예산의 민주적 통제 방안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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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농단 사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시나요?
"저는 지금 최악의 상태를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국회는 겨울의 동면기에 접어들고 있고 북한 문제라든지 경제 문제라든지 하는 것이 국민들의 관심을 흐트러트리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법농단 사태가 물타기 되어 버리지 않을까 가장 걱정스럽습니다.

무엇보다 국회를 압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법농단 사태를 과거사 수준에서 청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대적 과제인데 그 첫 단계의 열쇠를 국회가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운동의 차원에서 국회를 보다 강하게 압박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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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에서 노동자들이 낙엽처럼 말라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굴뚝에서 노동자들이 낙엽처럼 말라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사회원로 148명, “파인텍 고공 농성자 408일 전엔 내려오게 해야”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12/18 [09:5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사회원로 148명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굴뚝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박준호 씨가 12월 24일 전에는 땅으로 내려오게 해야 한다며 사측과 정부의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작년 11월 파인텍(구 스타케미칼) 노동자 홍기탁·박준호 씨가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에 오른지 400일이 넘어가고 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고공농성-무기한단식 해결 촉구 사회원로모임’은 17일 오후 1시 서울 양천구 목동 스타플렉스 사무실 건물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사측이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은 홍기탁·박준호 씨가 굴뚝에 오른지 401일이 되는 날이며, 차광호 파인텍지회장이 단식농성을 시작한지 7일이 되는 날이다.

 

이들이 굴뚝농성에 들어간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사측이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에 약속한 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약 승계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노사간 합의도 파인텍 노동자 차광호 씨의 세계 최장기 408일간 고공농성 끝에 이뤄진 바 있다. 사회원로들은 두 노동자가 굴뚝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한 것도 모자라, 408일의 기록을 넘기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원로들은 “고양이 한 마리가, 새 한 마리가, 꽃 한 송이가 저토록 고립되어 있었다고 해도 안 될 일”이라며 “이 차가운 겨울 저 높은 굴뚝에서 그들이 낙엽처럼 말라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비상시국 선언 참가자들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 문제해결 촉구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 장관, 국회을지로위원회, 국가인권위원장에게도 해당 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사회원로 선언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김중배 전 MBC 사장, 명진 스님, 단병호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대표,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등 148명의 원로들이 참여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두 노동자가 굴뚝농성 408일인 24일 전에 내려올 수 있도록 총력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18일 제사회단체 연대 결의 및 3차 투쟁 선포 기자회견, 19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과거 고공 농성자들의 연대투쟁 선포 기자회견, 20일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진행된다.  24일까지 문제해결이 안될 경우 24일 집중 행동, 29일 전국 노동자 규탄대회를 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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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교착’

<2018 송년특집 ②> 북미관계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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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7  17: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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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2018년은 한마디로 ‘격변의 해’였습니다. 70여 년에 걸친 분단과 전쟁의 역사에 파열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웬만큼 굵직한 사건들을 차치하더라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역시 세 차례의 북중정상회담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것입니다.

한반도에 과연 평화와 통일의 싹이 틀 것인가? 올해 안에 예상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의 내년으로의 순연과 내년 초 예정된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기대를 걸면서, 통일뉴스는 <2018년 송년특집>으로 ①남북관계 ②북미관계 ③북한 내부 ④문재인 정부의 대북·대외정책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 올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자료사진-통일뉴스]

2018년 6월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10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호텔에서 만났다. 

두 정상은 우리 민족과 전 세계 앞에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이라는 네 개의 기둥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되는 조(북)미 수뇌회담이 두 나라 사이에 수십 년 간 지속되어온 긴장상태와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데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획기적인 사변”이라고 평가하고, “공동성명의 조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해 고위급 후속협상을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열기로 했다. 

   
▲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 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자료사진-통일뉴스]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후속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루 빨리 ‘종전선언’을 하고 싶다는 희망과 함께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제재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6월 13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개선이 진척되는데 따라 대조선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 측이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신뢰구축조치를 취해나간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게 계속 다음 단계의 추가적인 선의의 조치들을 취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알렸다. 

6월 19일 한.미 국방부는 8월말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가 중지되고 한미 해병대 연합(KEMP)훈련 2개도 유예됐다. 북한은 이미 4월 20일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 제7기 3차회의 결정서를 통해 △4월 21일부터 핵실험과 로켓 시험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 등을 표명했다. 

미국 주류 언론들은 “실패”라고 혹평했으나, 7월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정상회담 이후 첫 고위급회담을 진행했다. 북한은 서해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 발사대 폐기 작업에 들어갔다. 북.미 장성급 및 실무회담을 거쳐 정전협정 체결 65주년(7.27) 계기에 미군 유해 55구가 송환됐다.    

10월 19일 미국 국방부는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를 발표했다. 내년 봄 독수리연습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들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군사합의서에 의거 비무장지대(DMZ) 초소 철거 등이 진행되는 흐름에 맞춘 셈이다. 북.미 후속협상 동력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 지난 10월 7일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만났다. [자료사진-통일뉴스]

10월 7일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실무회담 조기 개최’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의 상응조치 요구에 미국이 꿈쩍하지 않으면서 2개월이 넘도록 북.미 실무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지난달 8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가 연기된 고위급 회담마저 감감무소식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일치감치 내년 초로 넘어갔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 또는 2월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있을 것 같다”면서 “장소 3곳을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정현’ 명의 논평을 통해 “지금 조미협상은 교착상태에 있다”고 선언했다. 16일 북한 외무성 산하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미국이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는커녕 제재.압박만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조선반도 비핵화에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것과 같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초 북미관계의 진전을 위하여

1차 북미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는 결코 폄하될 수 없다. 동시에 지금 북미관계가 “교착상태”라는 사실도 외면할 수 없다.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이 역사적 문건임에도 불구하고 빈 터에 4개의 기둥만 세웠다는 다소 혹독한 평가를 받는 이유다. 

지난해 전쟁 위기에 처했던 한반도 정세가 올해 들어 평화 무드로 확 바뀌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남북미 정상 간 끈끈한 유대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톱다운 방식’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김정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비마다 나서서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다했다. 지난해 12월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제안으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이끌었다. 3월초 남측 특사단의 방북.방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정상회담 개최 약속을 이끌어냈다.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받아냈고 5월 26일 2차 회담으로 무산 위기에 처했던 1차 북미정상회담 불씨를 되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던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10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성사시켰다.  

지난달 30일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이 다시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은 정창현 현대사연구소 소장이 “문재인 대통령은 할 만큼 했다”고 잘라 말한 이유다. 그는 “남북미 모두 실무적 뒷받침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서로 미덥지 않아 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중재할 한국 측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 폼페이오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매개로 김영철 부위원장과 활발하게 소통했었다. 

전직 고위당국자도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앞세워서 여기까지 잘 끌어왔다”고 호평했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10월초 폼페이오 방북, 11월말 한미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각론을 이행할 실무 책임자와 아이디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 7월초 평양 공항에서 악수하는 김영철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두 사람은 지난달 8일 뉴욕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연기 이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정부 당국자는 “장관급에서 정상 간 합의를 뒷받침할 사람이 없다”고 인정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설득하지 못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의미 있는 카운터파트로 인정받지 못했다. 북핵 관련 주무장관은 아니지만,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각료급 중 유일한 핵 협상 경험자이자 자신 만의 해법(‘리비아 모델’)을 가지고 있다. 북미 고위급 회담 대표인 폼페이오 장관이 제시하는 북핵 구상과 해법을 ‘비토’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을 직접 설득할 수 있는 역량과 강한 의지를 갖고 폼페이오 장관을 내실 있게 지원할 수 있는 한국 정부 내 장관급 인사가 필요한 이유다. 

근본적 난제는 접근법을 둘러싼 입장 차이다. 특히, 제재 완화와 직결되는 “되돌릴 수 없는 지점(no return)”까지 갔다고 받아들여질 비핵화 조치가 쟁점이다. 미국은 줄곧 신고.검증을 주장해왔다. ‘신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북한은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계기에 ‘미국의 상응조치와 맞물리는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카드를 내밀었다. 한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를 미국에 건네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미국은 일단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이던 신고서 제출 요구를 접었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10월 폼페이오 방북 합의에 따라 북한이 풍계리.동창리 전문가 참관 허용 등 몇 가지 조치를 하고 미국이 상응조치를 통해 우선 신뢰를 쌓자는 것이다. 

“신뢰조성을 앞세우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별로 해나가는 방식으로 조미관계를 개선해나갈 것”(12.16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담화)이라는 북한 입장이 관철됐다고 볼 수 있으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북.미가 합의하는 로드맵, 주요 쟁점에 대한 해법이 없는 한 다음번 협상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외교소식통은 “청와대와 외교부, 국정원이 각자 제안서를 건네는데 그 해법들이 미국이 보기에 흡족하지 않은 것 같다”고 알렸다. 또 “신고 문제를 정면으로 대하지 않고는 북미관계의 결정적 진전은 어렵다”면서, 검증 의정서 문제로 협상 자체가 깨졌던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않고 “신고 과정에서부터 북미가 협력적 메커니즘을 구축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한국 홀로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하는 게 힘에 부치는 상황에서 주변 나라와의 공조 필요성도 거론된다. 미국 설득이 당면과제라는 점에서,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보다는 일본이 보다 적절한 파트너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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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살인기업 처벌’ 외국은 다르다

태안화력 김군 추모열기… 정부·국회 향해 ‘살인기업 처벌·외주화 중단’ 요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던 24살 청년. 태안화력발전소에 입사한지 3개월 만에 석탄운송설비를 점검하는 야간근무를 하던 중 연료공급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을 거둔 김용균 군을 추모하는 물결이 온·오프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계속되고 있는 추모의 행동은 ‘중대재해 살인기업 처벌’, ‘죽음의 외주화 중단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산안법 위반 기업 처벌 ‘솜방망이’, 외국 사례 보니…

우리나라 5개 발전사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7800여명이다.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5개 발전사에서 일어난 산재사고 346건 중 337건이 하청업체 직원에게 발생했다. 자그마치 97%에 해당한다. 이 기간 사고로 숨진 40명 중 37명이 하청노동자이기도 했다.

지난 15일 세월호광장에서 열린 촛불추모제에서 마이크를 잡은 의사 김철주씨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도 한목소리로 동의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법, ‘살인기업 처벌법을 도입하라’는 것이다.

그간 산업재해(산재)로 노동자가 사망한 기업에 대한 처벌은 약소했다. 지난 10년 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2만 2000여명, 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10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기업이 저지른 산안법 위반 사건 3만 3648건 중 95.4%는 약식기소로 벌금형(평균 432만원)을 받았고, 9건만 구속 처벌됐다.

▲ 지난 4월25일 종로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세계 산재사망 추모의 날(4월28일) 결의대회’ [사진 : 뉴시스]

외국의 사례는 이와 상반된다. 영국에선 ‘기업살인법’을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 영국은 2007년 노동자·시민의 사망사고에 대한 기업 법인의 처벌과, 기업과 정부 최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기업살인법’을 제정했다.

법 제정으로 영국에서는 회사의 매출과 자산을 넘어서는 강력한 처벌이 이뤄졌다. 2011년 ‘이튼 앤 코츠월드 홀딩’이란 회사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나자 385만 파운드의 벌금을 맞았다. 이 385만 파운드라는 금액은 기업 연 매출액의 250%에 해당했다.

산재기업을 처벌한 결과, 법 제정 전 1만 명 당 사망 노동자 비율이 0.08명이었던 것이 제정 후인 2014년엔 0.04명으로 줄었다. 2014년 기준 그 비율이 1.08명인 한국과 대조된다. 기업살인법 제정 이후 영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산재발생 비율이 낮은 국가가 됐다.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2003년 ‘기업살인법’이 만들어졌다.

또 민주노총의 보고에 따르면, 영국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하청노동자 1명이 사망하자 해당 기업은 벌금 37억 원을 받았고, 미국은 현대기아차 하청업체에서 노동자가 사망했을 당시 30억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산재에 대한 처벌을 다룬 법안 개정이 국회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속도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김선동 의원(통합진보당)이 ‘기업살인처벌법안’을 발의했지만 통합진보당의 해산과 19대 국회 종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산안법 개정안’과 ‘산업안전보건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발의했다. 정부 역시 28년 만에 ‘산안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개정안에는 법의 보호 대상을 넓히고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부여하고, 도금작업 등 유해·위험한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중당은 14일 대변인 논평에서 “여기에 기업살인처벌법의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17일 성명을 내 산안법 개정안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것에 대해 “산재사망은 정치권의 단골 메뉴였다. 사고가 터질 때 마다 현장에 달려가 법 제도 개선을 공언하고, 국정감사 때마다 하청 산재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작 입법시기에는 각종 정치 공방을 하느라, 수많은 법 개정안이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이 폐기 처분됐다”고 비판하곤 국회를 향해 “산안법 개정안을 즉각 심의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다.

또 “산재를 일으킨 기업과 경영책임자에 대한 벌금과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이고, 감시감독을 소홀히 하고 기업에 부역한 공무원도 함께 처벌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면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해온 민주노총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16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산안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입장과 향후 추진계획을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민주노총은 이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모아 오는 26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 사진 : 뉴시스

“‘죽음의 외주화’가 부른 죽음”

지난 13일과 15일 저녁, 광화문 세월호광장에 모여 촛불을 든 추모객들은 김군의 모습에서 2016년 구의역 사고를 떠올렸다. 2016년 5월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정비 하다가 열차에 치여 사망한 열아홉 살의 또 다른 청년 김군. 두 사람 모두 하청업체 소속된 청년노동자였고 2인1조로 해야 할 업무를 혼자 하다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하청업체의 업무지시서엔 설비 운영이 지연되지 않도록 설비가 떨어지면 즉시 제거하라고 돼 있다”고 전했다.

태안화력 하청업체 입사 3개월 차인 김군은 4조2교대로 근무하며 12시간씩 일했다. 6km가량의 컨베이어벨트를 3회씩 돌며 현장을 점검하고 낙탄을 치우는 일을 했다. 어둡고 컴컴한 곳에서 헤드랜턴도 없이 18km를 걸으며 꼬박 12시간을 일했다.

현장조사 결과, 사고 당시 2인1조로 근무하도록 한 내부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2인1조 규정만 지켜졌어도… 사고 당시 다른 사람이 컨베이어벨트를 멈췄다면 큰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고 현장노동자들은 주장했다.

김군이 일한 곳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이지만 그가 소속된 업체는 한국발전기술(주)이라는 외주하청업체였다. 김군은 1년 계약직 비정규직노동자로 일했다.

시민대책위는 “김군을 죽인 건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다. 발전사가 직접 운영해야 할 업무를 민영화, 외주화시켰기 때문”이라며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발전소 운영사들은 설비점검 등 안전관리에 꼭 필요한 업무마저 외주화했다. 김군이 일했던 업무 역시 정규직이 하던 업무였고, 2인1조로 일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발전소의 외주화로 업무가 외주하청업체로 떠넘겨졌다.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2015년 7월 석탄설비 운용·정비사업을 경쟁 입찰했고, 한국발전기술이 해당 사업을 낙찰 받았다. 한국발전기술은 인력부족과 인건비 절감을 위해 1인 근무 체계로 바꿨다. 외주업체 입찰 시 낮은 금액으로 입찰에 응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하청업체는 2인1조 근무를 1인 근무로 바꾸면서 인건비를 줄였다.

또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과 김군이 소속된 한국발전기술은 작업현장의 사고 위험성을 알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억 원의 추가 비용 때문이었다.

전국공공운수노조와 발전비정규연대회의는 14일 ‘사망사고 현장 조사 결과 공개 브리핑’에서 사고현장을 직접 설명하며 “노동자들이 28차례 작업 현장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한국서부발전에서는 ‘이렇게 고치는 데 3억 원이 드니 다른 방법으로 고쳐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 사진 : 함형재 담쟁이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답하라’ ‘외주화를 멈춰라’ ‘살인기업을 처벌하라’. 지난 주말 세월호광장에 모인 촛불추모객들이 외친 구호들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7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 대한 특별산업안전보건감독과 12개 발전소에 대한 긴급안전을 실시하고, 석탄화력발전산업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장노동자들과 추모객들의 요구에 답해야 할 곳은 정부 관계부처만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로 향하고 있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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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딜레마에 빠지다

[쿼바디스, 한미동맹](10) 2017년 한반도 미사일 위기와 한미동맹
  • 장창준 정치학박사
  • 승인 2018.12.17 10:35
  • 댓글 0

베트남 전쟁 ‘비밀 협상’의 실패와 그 교훈

1966년 12월6일, 미국과 베트남의 외교관들이 비밀리에 폴란드에 들어온다. 베트남 전쟁의 확대를 막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미국과 베트남 사이의 비밀 협상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들의 길은 엇갈렸다. 미국측은 폴란드 외교부 청사에서 베트남 대표단을 기다렸다. 베트남측은 폴란드 주재 베트남 대사관에서 미국 대표단을 기다렸다.

그들은 결국 만나지 못했다. 비밀 협상은 시작도 전에 좌초된 것이다. 그들의 길은 왜 엇갈렸을까? 왜 그들은 다른 장소에서 상대방 대표단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왜 그들의 ‘비밀 협상’은 실패했는가.

‘비밀 협상’ 실패의 원인은 북베트남 폭격에 있었다. 비밀 협상은 1966년 11월 초부터 미국과 베트남, 그리고 중재 역할을 담당했던 폴란드 사이에서 협의되고 있었고, 12월6일 폴란드에서 비밀리에 협상을 하기로 합의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 ‘비밀 협상’의 장애물이 등장했다. 미국이 12월 초부터 북베트남의 도시인 하노이에 대한 폭격을 개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미 베트남 협상 대표단은 폴란드로 출발한 시점이었다.

북베트남 외교부는 미국이 협상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고, ‘비밀 협상’의 중단을 결정한다. 그러나 폴란드에 도착한 베트남 대표단에게 직접 협상 중단을 알리는 것은 ‘비밀 외교’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미국측 대표와 베트남측 대표가 엇갈린 장소에서 상대방을 기다린 것은 이 같은 과정의 결과였다.

그렇다면 미국의 하노이 폭격은 우발적인 사건이었을까? 전쟁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비밀 협상을 하면서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하노이 폭격을 개시했단 말인가? 결론은 후자였다. 미국은 비밀 협상과 하노이 폭격을 병행했다. 폴란드 비밀 협상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은 맥나마라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이었고, 이 계획은 존슨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존슨과 맥나마라는 하노이를 폭격하겠다는 미국 합동참모본부(JCS: Joint Chiefs of Staff)의 군사 계획을 승인했다. 하노이 폭격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미국의 군사행동이었다.

당시 미국은 북베트남에 대한 군사적 공세로 인해 북베트남이 ‘비밀 협상’에 착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베트남이 외교 협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 믿고 하노이 폭격을 강화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하노이 폭격이 개시되자 베트남 정부는 협상 중단을 결정했다. 폭격과 비밀 협상을 병행하겠다는 미국의 결정이 비밀 협상을 실패로 이끈 것이다. 전쟁은 지속되었고, 미국과 베트남은 더 많은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평화협정에 나설 수 있었다.

베트남 전쟁 ‘비밀 협상’의 실패는 이같은 병행론이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은 교훈을 못 찾은 듯하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협상이 잘돼가고 있다”고 하면서도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조선)이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해왔다. 대북 제재와 북미협상을 병행하고 있다.

2017년 한반도 미사일 위기를 거친 후에 2018년 들어와 북미 사이의 외교 협상이 시작되었다. 하노이 폭격은 군사적 적대행위였다. 대북 제재는 외교적 적대행위이다. 그것이 군사라는 외피를 쓰건, 외교라는 외피를 쓰건 적대행위는 ‘외교 협상’의 장애물이 된다. 미국은 이미 50년 전에 실패한 병행론을 언제까지 지속하려 하는가. 한국 정부는 이같은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2017년 한반도 미사일 위기

2017년 한반도는 전쟁 위기 상황이었다. 습관적으로 ’북핵 위기’라고 부르지만, 북핵 위기가 아니라 미사일 위기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위기였다. 북한(조선)은 ICBM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미국은 그것을 저지하는 데 올인했다.

2017년 4월의 위기는 실재했다. 미국이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 정부는 북한(조선)의 ICBM 개발을 막아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북한(조선)의 핵과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이 선택지에 올랐다. 대북 선제공격을 공공연하게 거론하면서 최첨단 전략자산을 모두 한반도에 전개했다. 트럼프 정부가 4월26일 대북정책을 발표하는 날, 시리아를 폭격한 것은 분명히 북한(조선)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였다.

3월18일 트럼프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조선)과의 핵전쟁을 항상 걱정해야 하며,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딱히 결정된 무언가가 없다면 미국으로서는 군사행동이 가장 익숙한 선택이 될 것이다.

다행이 위험스러운 상황은 넘겼다. 트럼프의 자제력이었건, 북한(조선)의 억제력이었건 4월 위기는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안도의 숨을 돌리기 전에 위기는 또 다시 찾아왔다. 7월말~8월초로 접어들면서 위기는 다시 고조되었고, 그 위기는 점차 충돌을 향해 치달았다.

8월8일 북한(조선)의 전략군 대변인이 괌 포위 사격을 경고했다. 이틀 뒤 전략군 사령관이 직접 등장해 “8월 중순까지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최종 완성”하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드리고 발사대기 태세에서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힌다. 미국의 적대정책, 그리고 8월20일로 예정되어 있는 한미군사연습에 대한 북한(조선)의 군사적 반발이었다. 8월14일 전략군 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계획을 보고받은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하여 한숨 돌리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러나 8월20일 한미군사연습이 강행되고 상황은 다시 악화된다. 8월22일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이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을 걸어온 이상 백두산 혁명강군의 무자비한 보복과 가차없는 징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힌다. 게다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발사대기상태에서 놈들의 일거일동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함으로써 군사적 대응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일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후 북한(조선)은 자신의 예고대로 미사일 발사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인다. 9월부터 진행되는 미사일 발사는 ‘시험 발사’가 아니라 ‘실제 발사’였다. 미사일의 발사 각도 역시 ‘고각발사’가 아니라 ‘정상각 발사’였다. 8월26일 북한(조선)은 세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 8월29일에는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 미사일 ‘화성 12형’을 발사한다. 화성 12형은 2700km를 비행했으며, 북태평양 해상에 떨어졌다. 이날 발사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태평양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걸음이고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이라고 밝혔다.

9월15일 북한(조선)은 화성 12형을 다시 발사한다. 이번엔 이동식발사대에서 발사되었고, 3700km를 비행했기 때문에 거리상으로 괌보다 더 멀리 날아갔다. 8월29일과 9월15일에 발사된 화성 12형은 괌 포위사격을 검토한 전략군 소속 미사일이다. 그리고 9월15일 발사된 미사일은 평양에서 괌까지의 거리인 3356km를 훌쩍 뛰어넘는 거리였다. 사실상 괌 포위사격을 단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보다 앞선 9월3일, 북한(조선)은 6차 핵시험을 단행했다.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한 것이다. 이제 북한(조선)의 의도는 분명해진다. 미사일을 시험 발사에서 실제 발사로 전환하고, 실제 발사 미사일의 이동거리가 점차 길어진다. 즉 미국 본토에 점차 가까운 곳에 미사일을 이동시킨다.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탄까지 시험한다.

미국으로서도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9월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장에 섰다. 거기서 “북한(조선)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발언을 한다. ‘한번만 더 미사일을 미국 가까이 발사하면 군사력을 동원하겠다’는 경고 메시지였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가 무엇을 생각했든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반발한다. ‘우리는 미사일을 또 발사할 것이니, 붙으려면 붙어보자’는 김정은식 메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미 군통수권자가 사실상 군사공격을 공언함으로써 위기는 극대화되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의 전략공군사령부가 데프콘2(전쟁 직전 태세)를 발령하고 대기상태에 놓인 적이 있다. 어쩌면 작년 9월 이후 북미 양측 역시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북한(조선)이건, 미국이건, 그것이 최고 결정권자 차원에서의 결정이 되었건, 현장 지휘관 차원의 오판이 되었건 일순간에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2017년 11월29일의 ICBM 발사는 ‘정상각 발사’가 아닌 ‘고각 발사’였다. ICBM은 실제 사거리를 비행하지 않고, 최고고도 4475km로 비행하다가 평양에서 950km 떨어진 곳에 낙하하였다. 만약 북한(조선)이 11월29일 ICBM을 정상각으로 발사하고 여기에 미국이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적으로 대응했다면 북미 전면전이 실재화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 2017년 11월28일 김정은 위원장은 ‘화성 15형’ 시험발사 명령을 내린다.

동맹, 딜레마에 빠지다

이 상황을 누구보다 우려하면서 지켜보았을 곳은 청와대였다. 또한 11월29일 ICBM이 정상각으로 발사되지 않고 고각으로 발사되는 것을 보면서 그 누구보다 안도의 숨을 내쉬었을 곳도 청와대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ICBM 위기를 감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 선언에서부터 시작해서 8.15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가장 강조했던 것이 ‘평화’였다. 베를린 선언에서는 “핵과 전쟁의 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강조했고,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은 안 된다”면서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토로했던 것처럼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동맹은 전쟁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억지하고, 만약 전쟁이 발생하면 격퇴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체결된다. 그런데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전쟁은 이제 상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핵전쟁이고, 핵전쟁이 발생하는 순간 이미 한반도는 재앙 속으로 빠지기 때문이다.

핵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르는 한반도의 상황은 그 자체로 동맹의 목적을 변화시켰다. 이제 동맹은 오직 전쟁을 억지하기 위해서 존재할 뿐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동맹은 우리에게 필요 없는 것이 돼 버렸다. 아니 그런 동맹이라면 존재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ICBM 위기는 한국 정부를 딜레마에 빠뜨린 셈이다. 미국이 북한(조선)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군사행동을 개시한다면, 한미동맹은 어떤 공동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한국은 미국의 군사행동에 동참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한국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미국의 군사행동에 동참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어느 쪽으로든 쉽지 않은 결정이다. 다행히 그런 선택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북미대결이 궁극적으로 종식되지 않는 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하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은 ‘본토 우선주의’를 채택함으로써 이같은 딜레마에서 빠져 나올 준비를 마쳤다. 미국은 대북정책에서도 ‘동맹국의 안보’보다는 ‘미본토 안보’를 더 중요하게 설정했다. 2018년 4월 미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폼페오 미 국무부 내정자는 북미정상회담을 “미국에 대한 북한(조선)의 핵위협을 처리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동맹국이 우선인가, 자국이 우선인가 하는 미국이 처한 동맹 딜레마에서 미국은 ‘쿨하게’ 자국의 안보를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동맹의 딜레마는 오롯이 한국에만 적용되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 우리도 선택해야 한다. ‘동맹국이 우선인가, 자국이 우선인가’에서 자국의 안보가 우선이라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그래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것만이 동맹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오는 길이다.

동맹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대북 제재를 북미협상의 장애물로 인식해야

베트남 ‘비밀 협상’의 장애물은 북베트남 폭격이었다. 2017년 한반도 평화의 장애물은 대북 선제공격이었다. 이 장애물은 2018년 들어와 ‘일단 제거’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조선)이 미본토 보복공격 능력인 ICBM을 보유하고 있는 이상,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미국이 확충하지 않는 이상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반도 평화의 장애물은 사라진 것인가. 또 하나의 장애물이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대북 제재다.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한 북미협상은 쉽지 않다. 북미협상의 교착은 한반도 평화 과정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 제재는 2018년부터 형성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 과정의 결정적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조선)이 대화에 나왔다고 주장한다. 베트남 전쟁 당시 북폭 때문에 협상에 나왔다는 인식의 되풀이다. 바로 그와 같은 미국의 인식 때문에 베트남 전쟁 ‘비밀 협상’은 실패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북한(조선_)이 대북 제재 때문에 협상에 임했고, 그래서 완전한 비핵화까지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그런 인식이 지배하는 한 북미 외교 협상은 성공할 수 없다. 그럴 경우 문재인 정부의 동맹 딜레마는 지속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과정을 진척시켜 왔다. 남과 북이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남북 접경지역에서 한반도 평화 과정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히 훌륭한 평화정책이었고 역대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성공적인 대북 접근법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 단계 더 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껍질을 벗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한 외교력을 강화하는 것,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깨고 나와야 할 껍질이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대북 제재가 한국에 적용되는 경우에 한정하여 그것을 ‘면제’받는 소극적 방식으로 접근해 왔다. 서울 정상회담이 아직까지 합의되지 않았다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소극적 방식으로는 더 이상 남북관계가 발전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북미대결의 양상은 분명히 바뀌었다. 군사 대결이 종식되고 외교 대결이 본격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 제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북미 외교가 교착 상태에 빠진 원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는 또 다른 동맹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즉 남북관계 발전을 목표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미국의 대북 제재와 한국 정부 역시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동맹 논리에 의해 좌초될 수 있는 것이다. 군사 대결에서 외교 대결로 바뀐 2018년 상황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한미동맹은 상충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외교 노력은 대북 제재와 병행하는 순간 절대 성공할 수 없다. 50년 전의 베트남 ‘비밀 협상’의 교훈이, 그리고 2018년 12월 한반도의 현실이 그것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미국의 대북 제재를 북미협상과 남북관계 발전의 장애물로 인식하는 것이 동맹 딜레마에서 빠져 나오는 첫 조치이다. 대화와 제재는 결코 병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을 때 동맹 딜레마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새롭게 시작될 수 있다. 동맹의 딜레마에서 빠져 나왔을 때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과정은 그 종착점을 향해 나갈 수 있다.

장창준 정치학박사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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