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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토하며 죽어간 남자... 그는 '삭힌 홍어'였다

[인권을 먹다24-마지막] 임성국과 흑산도 홍어회

18.05.09 08:12l최종 업데이트 18.05.09 08:12l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사람들-국가폭력피해자들이 있다. 그들의 억울함을 듣고 조사하는 과거사 위원회가 사라진 뒤에도 나는 여전히 그들을 만나는 일을 해왔다. 나는 국가폭력피해자를 음식으로 기억한다.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편집자말]
 임성국과 홍어회
▲  임성국과 홍어회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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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 2시간을 달려 도착한 흑산도 바다는 섬 이름처럼 검고 깊었다. 그 검은 빛깔 때문인지 섬 전체가 스산해 보였다. 선착장에 내리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은 홍도를 가기 위해 온 관광객들이었다. 흑산도는 큰 섬임에도 홍도를 경유하기 위한 섬으로서의 역할이 큰 듯 보였다. 흑산도에 거주하는 몇 사람만 내렸다. 우리는 곧장 흑산도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대둔도 들어가는 배는 언제 옵니까?"
"아, 수리요? 30분 정도 기다리시면 옵니다. 근데 나오는 배가 오후 3시에 있으니 오늘 나오시려면 그 전까지 오셔야 해요."

지금 시간이 오전 10시니 11시에 대둔도에 도착한다고 하면 4시간밖에 없었다.

 

"섬에 민박집이 있나요?"
"그 섬은 작아서 민박 같은 건 없고요. 주무시려면 여기 예리(대흑산도)로 나오셔야 합니다."

수리라고 불리는 섬을 오가는 객선은 작았다. 배에 오르자 먼저 타고 있던 5~6명의 사람들은 우리를 경계했다. 섬에 낯선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은 반갑지 않다는 눈치였다. 

"모두들 내가 임성국을 죽였다고..."

30여 분 정도 배를 탔다. 바다는 온통 김, 미역, 전복 양식장으로 꽉 차 있었다. 양식장 사이로 난 뱃길을 따라 들어가려니 원래의 시간보다 더 걸렸다. 수리라고 불리는 대둔도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리는 동안에도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않았다. 배가 육지에서 멀어지는 동안에도 그들은 우리를 계속해서 경계했다. 

"왜 저렇게 경계하지? 무슨 공포영화에 나오는 마을 사람들처럼."

배 조사관이 혼자 중얼거렸다. 곧장 흑산면 출장소를 찾았다. 섬마다 설치된 출장소는 섬에서 처리할 수 있는 간단한 민원을 처리하는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소통공간이기도 했다.

섬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출장소에 들어가자, 마치 집에서 자다가 나온 듯이 편한 복장을 한 남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서울에서 오셨습니까? 어서 오세요."
"예, 수고많으시네요."

그는 급하게 책상을 정리했다. 

"혼자 근무하시나 봐요?"
"그럼요, 코딱지 만한 섬에 민원도 별로 없어서 그다지 바쁜 것도 없네요. 그나저나 장소가 누추해서 어쩌죠?"

먼지가 쌓인 책상은 어림잡아도 수개월은 사용한 적이 없는 듯 보였다.

"저희가 오늘 만날 사람은 김○○인데 어디 계신가요?"
"아 그 김씨가 오늘 양식장에서 올라온다고 했는데 아직 안 왔는가 보네요. 잠시만요."

출장소장이 마당에 나가 바다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아직 양식장에 있나 보네요."

그는 휴대전화를 집어들어 전화를 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는지 이내 끊었다.

"아, 이 양반, 전화를 안 받네."

나는 소장에서 우리가 직접 움직이겠다고 했다.

"그럼, 작은 모터보트가 있는데 그거 타고 나가실라요? 저 앞이라 금방이긴 한데..."

다시 섬을 빠져나가야 하는 우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간은 늘 우리의 편이 아니다. 우리는 곧장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 정박되어 있는 작은 보트에 몸을 실었다. 로프가 풀리고 곧장 모터에 시동이 걸렸다. 그렇게 출발한 배가 5분여 정도 달려 전복 양식장 앞에서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그 순간 양식장에서 한 사내가 우리의 모습을 보더니 그곳에 정박해 있던 모터보트를 타고 바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저 양반이 왜 도망을 가?"
"저희가 만나려 했던 사람이 저 사람입니까? 그럼 쫓아가야죠."

우리 역시 그 보트를 쫓았다. 뜻밖에 추격전이 되었다. 양식장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그 배를 따라가던 중 갑자기 '텅' 소리와 함께 배가 허공에 뜨더니 전복되었다. 양식장 사이를 연결하고 있던 로프가 스크루에 감겼던 것이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구조가 되었고, 도망간 그도 곧 해경에 의해 잡혀 마을로 들어왔다.

우리는 마을 이장의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그를 마주했다. 조금 전 사고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나로서는 그를 향해 치미는 분노를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모든 일정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다행히 노트북 등 기자재는 방수가방 덕택에 무사했다. 마을 이장 댁 거실에 마주하고 앉았다. 일명 '몸빼'라고 부르는 옷을 입고 있는 내가 부끄럽기 보다는 이런 상황을 만든 그를 향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도망갔느냐는 말에 그는 무서웠다고 했다.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물었다. 지난 일로 인해 자신이 해를 입을까봐 무서웠다고 했다. 무서운 지난 일이 무엇인지 또 물었다. 모두들 임성국을 자신이 죽였다고 하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내가 임성국이를 죽였다고 모두 손가락질을 하는 것만 같았어요."
"왜 그렇게 손가락질 한다고 생각하셨나요?"
"그게..."

삭히지 않은 홍어

1985년 당시 그는 대둔도 수리마을의 이장을 맡고 있었다. 젊은 이장은 섬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생선을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마을에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라도 달려갔다. 그러나 섬 생활 중 마음에 걸리는 것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마을에서 가장 부자로 소문난 최씨 때문이었다. 최씨네 형제 중 한 명이 한국전쟁 때 월북하였고, 그 집안을 감시하거나 조사하기 위해 안기부와 보안대 수사관들이 섬에 수시로 들락거렸다. 그때마다 섬사람들은 마을에 피바람이 불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러다 결국 사건이 터졌다. 85년 광주 보안대에서 최씨네 사람들을 잡아간 것이다. 그리고 그 집에 세를 들어 살고 있던 임씨네 큰 아들 임성국도 잡혀 갔다.

"평소 성국이는 마을에서 성실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어요. 홀어머니와 동생들을 혼자 힘을 돌보며 살아도 늘 예의 바르고 성실했거든요. 그 녀석이 물고기를 잡아오면 꼭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어요."

그렇게 성실했던 임성국은 광주 보안대에서 이틀간 조사를 받고 섬에 돌아왔다. 그러나 섬에 돌아온 임성국은 이전의 임성국이 아니었다. 힘이 좋고 날랬던 임성국은 바위에 멍하니 걸터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다. 가끔 피를 토할 만큼 깊은 기침을 하기도 했다. 혼자 힘으로 화장실까지 걷는 것도 힘들었다. 힘들게 소변을 보면 피가 섞여 나오기도 했다.

"보안대에서 죽도록 맞았답니다. 결국 성국이는 보안대 다녀오고 나서 보름인가 있다가 죽었어요. 장례를 치르며 죽은 성국이의 몸을 보니 온 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더라구요."

마을 이장이었던 그는 보안대 수사관으로부터 마을 사람들의 동향을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입장에서 보안대 수사관의 지시를 거부하기는 어려웠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거부할 수 없는 지시였다. 그리고 거부하지 못한 지시로 인해 임성국이 죽었다는 죄책감은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그가 보안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해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을 증언해 줄 다른 사람은 없을까요?"
"증인이라..."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한 명 있어요. 보건소장."
"보건소장요?"
"그때 이 섬마을에 처음 보건소가 생겨서 고등학교 갓 졸업한 간호사가 초대보건소장으로 왔었죠. 내가 그 보건소장 이름을 보건소 건물 입구에 직접 새겨줬다니까. 그 보건소장이라면 분명 치료도 해주고 했을 테니까."

곧바로 함께 간 배 조사관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초대 보건소장의 재직여부 등을 확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건소장이 전라북도 남원의 작은 마을에서 보건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미 흑산도로 나가는 배는 끊긴 시간이었다. 이장이 눈치를 보다 어렵게 말을 뗐다.

"괜찮으시면 제 배로 모셔다 드릴게요. 그 전에 식사부터 하세요. 지금껏 아무것도 못 드신 것 같으니..."

곧이어 푸짐한 한상 차림이 나왔다. 갖은 반찬과 함께 회, 탕이 올라 있었다. 회를 먹어보니 쫄깃하고 단맛이 강했다. 아니 씹을수록 차진 것이 찹쌀떡을 씹는 것 같다는 편이 맞을 것 같다. 탕도 함께 맛을 보았다.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었다.

"회가 아주 쫄깃하고 차지네요. 무슨 회인가요?"
"그것이 홍어회예요. 탕도 그렇고. 삭히지 않은 홍어는 그렇게 차지고 단맛이 나요."
"아니 홍어는 삭혀서 먹는 음식 아닌가요?"
"삭힌 홍어는 큰 배가 먼 바다에 나가서 잡아오는 문화에서 시작된 거지요. 예전에 흑산도에서는 목선을 타고 가까운 앞바다에서 잡아서 왔으니 싱싱한 홍어만 먹었어요. 그래서 탕도 회도 삭히지 않은 것을 먹었지요. 성국이가 그 홍어를 겁나게 잘 잡았다니까."

그랬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삭힌 홍어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육지에서의 홍어는 모두 삭힌 홍어였던 것이다. 

본래의 맛을 잃어버린 홍어처럼

다음날 우리는 배를 타고 섬을 빠져 나와 남원으로 향했다. 보건소는 남원의 작은 시골 마을 입구에 눈에 띄는 흰색 건물이었다. 미리 협조를 받아 놓기는 했으나, 우리를 맞이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저녁 무렵이라 보건소에는 사람이 없었다. 

"여기는 평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로 찾아오세요. 물리치료기에 누워서 치료도 받고 수다도 떨고 하시지요. 여기가 경로당이에요."

차를 내주며 그녀가 말했다. 

"오늘 저희가 찾아온 이유는 미리 말씀드렸지만..."

그녀가 말을 받았다.

"네, 저도 잊고 있던 기억이었는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그 섬에 들어갔을 때 나이가 21살인가, 22살 때였어요. 학교를 막 졸업하고 처음 간 곳이 외딴 섬이었으니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그리고 그 사건이 났던 그때는 보건소 건물조차 없었어요. 보건소는 그 사건 나고 다음 해에 지어졌거든요."
"섬은 굉장히 아름다운 섬이더라구요. 이장님이 특별히 회도 주시고.."
"혹시 홍어회 드셨어요?"
"네, 굉장히 신선하던데요?"

그녀의 얼굴이 조금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맞아요. 그곳 생선들이 모두 신선해요. 보건소가 지어지기 전에 이장님 댁에서 지냈는데 그곳에서 밥을 자주 얻어먹었거든요. 그때마다 신선한 해산물이 자주 올라왔어요. 삭히지 않은 홍어도 그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죠." 

이 사건으로 죽은 임이라는 청년도 자주 홍어나 생선을 잡았다고 했다. 임성국의 홍어는 그녀의 기억 속에 그 옛날과 연결된 끈이었던 것이다. 

"정말 건강했어요. 다른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지만 죽은 그 사람도 보건소에 올 일이 거의 없었어요. 생선이나 가져다 줄 때 빼고는요. 그런데 그 사람이 보안대에 잡혀갔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그리고 며칠 뒤에 보건소에 찾아 와서는 진통제가 있으면 달라는 거예요."

마을 이장으로부터 보안대에서 고문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던 그녀는 진통제를 구하러 온 그가 무서웠다. 찾아온 그의 눈빛은 공포로 가득했고, 빠릿빠릿하지 않았다. 이미 혼이 빠진 것 같은 상태였다. 그의 죽음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의 죽음을 정상적인 자연사로 볼 수 없어요. 죽음에 이를 정도의 큰 질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보안대에서 가혹 행위를 당하고 와서 죽었다는 정황도 있잖아요. 결국 보안대에서의 가혹 행위가 그의 죽음에 영향을 주었을 거예요."

학교를 갓 졸업해 홀로 섬에서 지내는 동안 상처와 죽음을 대면한 그녀는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공포와 고통의 기억을 가지고 살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그때의 기억을 잊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잊히지 않았다. 

본래의 날 것으로의 홍어가 아닌 삭혀져 본래의 맛과 색을 잃어버린 홍어처럼, 그 섬에서 죽어간 그도 보안대에서 두들겨져 보름간 삭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보안대에서 알몸으로 벌벌 떨던 그는, 그를 요리하던 수사관들에게 그저 하나의 던져진 요리 재료였다. 삭혀져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본래의 자기를 잃어버려야 하는...
 

임성국은
임성국은 전남 신안군 대둔도에 살았다. 가족은 어머니와 임성국, 임성산, 임성자 남매가 살고 있었다. 대둔도는 섬이 좁아 농사를 지을 곳이 많지 않다. 섬 사람들 대부분은 바다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 임성국의 집도 바다에 의지해 살고 있다. 가난한 임성국의 집안은 마을에서 가장 형편이 좋은 최응두라는 집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

오빠 임성국이 광주 보안대에 끌려갔다 온 뒤 고문후유증으로 피를 토하며 괴로워할 때 여동생 임성자는 중학생이었다. 피를 토하며 점점 죽어가는 오빠를 보며 어쩌지 못했던 자신이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 

오빠가 죽은 뒤 가족들은 끔찍한 섬을 빠져 나와 군산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가난은 끝이 없었다. 군산 외곽에서 작은 컨테이너를 빌려 살아야 했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임성산은 변변한 일자리 하나 얻지 못해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모친에게 의지해 살았다. 이제 여동생도 결혼해 돌봐줄 사람 없는 임성산은 홀로 세상을 살아가야 했다.

2009년, 형 임성국의 죽음이 광주보안대의 고문후유증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수억 원의 국가배상금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친척이 모두 빼돌려 그의 가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가난한 집에서 살고 있다.

임성국은 대둔도에 묻혀 있다. 임성산, 임성자는 전라북도 군산시에 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인권을 먹다] 연재를 24회로 마칩니다. 많은 성원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태그:#지금여기에#임성국#국가폭력 피해자#인권을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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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위원장 다롄북중회담으로 미국 꽁꽁

김정은위원장 다롄북중회담으로 미국 꽁꽁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09 [04:46]  최종편집: ⓒ 자주시보
 
 

 

 

8일 연합뉴스가 전격적으로 단행된 다롄(대련) 북중정상회담에 대한 북 조선중앙텔레비젼 보도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소개하였다.

 

보도에서는 7일 북중정상회담, 7일 저녘 만찬, 8일 오전 해변가 산책담소, 8일 오찬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8일 오후 다롄 공항출발을 순서대로 전했다.

 

보도는 이번 다롄 북중정상회담에서 지난 3월 북중정상회담 이후 날로 발전하고 있는 북중교류협력사업과 고위급 내왕 등 전략적 의사소통에 대한 평가와 함께 상호 관심사로 되는 국제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고 전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동적 조치들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아마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완전 성공에 따른 추가 시험 불필요 선언과 핵시험장 공개적 폐기 등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높이 평가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시 주석이 북의 사회주의 이상사회건설에 있어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3월 북중정상회담에서 북과 중국은 자기 특색에 맞는 사회주의를 건설해가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다시금 그런 확고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북중혈맹관계 강화 의지를 다시금 확인했다는 말도 보도 곳곳에서 나와 북중관계가 새로운 높은 단계로 이미 확고하게 진입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2018년 5월 8일 오전 다롄(대련) 해변을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이런 북중관계 강화는 북미정상회담에 임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다롄 북중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였는데 대신 그를 위해서는 미국과 주변국의 적대관계 청산과 안전담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전제 또한 강조하였다고 연합뉴스의 또 다른 기사에서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북의 생화학무기까지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여 요구조건을 확대해가고 있고 광주미군비행장에 사상 최대 규모인 F-22랩터 8대를 끌어다 놓고 대북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키리졸브 훈련 기간 일본의 미군기지에 영국과 캐나다 정찰기를 끌어들였고 훈련이 끝났음에도 영국의 구축함과 헬기항공모함이 평택항 등에 전개되는 등 대북군사적 압박을 지금도 가하고 있다. 북의 위성발사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이 문제를 삼고 있다는 미국 언론보도도 나왔다.

2일 SBS보도에 따르면 북은 얼마 전 최소 8기의 잠수함 탄도탄을 장착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전격 공개하여 미국을 압박한 적이 있는데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대응압박으로 보였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413)

 

▲ 2018년 5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야회 산책을 담소를 나누다가 두 손을 굳게 잡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여기에다가 북중우호관계가 만리마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이번 다롄 회동을 통해 미국에게 보여줌으로써 미국과 대화가 혹 깨진다고 해도 중국, 러시아 등과 교류협력사업을 발전시켜 얼마든지 미국의 제재를 뚫고 사회주의 이상사회 건설을 위한 경제발전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으며 세계로 뻗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강력한 미국을 압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막말로, 미국이 무리한 압박으로 일관한다면 북미정상회담을 박차고 나오더라도 이제는 북중관계, 북러관계를 발전시켜 얼마든지 북의 경제를 더욱 발전시켜 사회주의 이상사회를 건설하고 세계 자주화를 위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다는 의지를 넌지시 암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은 북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만 하지 않는다면 북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중혈맹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켜가는 일을 중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미국의 대중국 포위정책의 돌파구를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은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두보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한국을 휘젓고 다니며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꼼짝 달싹 못하게 꽁꽁 묶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에서 이미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에 완전히 성공했기 때문에 더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선언하고 이제 경제개발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기에 북미정상회담이 깨지더라도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가한다면 어떻게든지 대응압박에 나서기는 할 것이지만 중국이 우려하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은 이제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북중관계는 흔들림 없이 발전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럴리가 없지만 만약 북미회담이 깨진다고 중국이 다시 미국과 대북제재와 압박에 나선다면 북은 더는 볼 것 없이 러시아의 사르맛 대륙간탄도미사일처럼 단 한 발로 나라 하나를 끝장내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과 시험도 전격 단행하는 등 완전한 핵보유국으로 갈 것이며 그것은 결국 미국과의 전쟁을 의미하게 될 우려가 매우 높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북미대결전이 격화되는 악몽을 경험했기에 다시는 그런 일을 생각조차 하기 싫을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중국은 어떤 풍파에도 북중혈맹관계 강화의 길을 걸어가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기업가들도 대북투자를 더는 미룰 수 없게 된다. 미국의 제재를 받더라도 판문점 선언 이행 차원에서 대북투자와 경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앞날도 불투명해질 것이다.

 

반대로 북미정상회담 판이 깨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궁지에 몰리게 된다. 한반도 비핵화는 물건너 가게 된다. 미국이 군사적 압박이라도 가하면 북은 더욱 단호하게 핵과 미사일 시험에 다시 나서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도 중국은 북을 무조건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때문에 그런 사태에 직면했음이 명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들은 다시 북의 핵미사일 공격을 받은 악몽에 시달릴 것이며 트럼프의 중간평가와 재선도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전략과 전술이 만만치가 않다. 주동적으로 쥐락펴락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비공개 실무협상에서 더는 강짜를 부리기 어려워졌다.

막후 실무협상을 마무리짓고 곧 멀지 않아 회담 장소와 일정을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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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적십자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나"

[인터뷰] 한국 피씨엘 김소연 대표
2018.05.08 09:14:25
 

 

 

 

'피'는 곧 '생명'이다. 대한적십자사가 혈액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이유도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사명에 부합되는 조직이라는 역할과 기대 때문이다. 1974년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위탁을 받아 혈액사업을 도맡아온 적십자사는 과연 그 기대에 부합하고 있을까?

최근 적십자사 혈액 사업의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일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면역진단시스템 관련 입찰 과정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채혈용 혈액백 입찰 결과를 놓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면역진단시스템 공개 입찰에 참여한 한국피씨엘(주) 김소연 대표를 만나 왜 적십자사 입찰 과정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4일 들었다.  

한국피씨엘은 적십자사의 지난 2월 1일에 공고가 난 면역진단시스템 공개입찰에 참여했다. 면역진단은 헌혈 받은 혈액의 안전성 검사 중 하나다. 제한된 시간 내에 수혈 받은 다량의 혈액에 에이즈, B형 간염, C형 간염, 백혈병 등 4가지 고위험군 바이러스가 있는지 검사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에게 4가지 바이러스가 포함된 혈액을 수혈할 경우 생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피씨엘은 기존에 4가지 바이러스에 대해 한 번에 하나씩 키트를 만들어서 검사를 하던 것과 달리, 세계 최초로 4가지를 1번에 검사하는 다중 면역 검사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이 입찰에는 피씨엘을 포함해 LG화학 컨소시엄(시약은 LG화학과 영국 회사, 장비는 지멘스), 녹십자 컨소시엄(시약은 녹십자와 프랑스 회사, 장비는 지멘스), 한국로슈진단(주) 등 4곳이 참여했었다. 

 

 

▲ 김소연 한국 피씨엘 대표 ⓒ프레시안(전홍기혜)


"복지부와 산자부가 지원한 신기술, 정작 적십자사는 외면"

프레시안 : 공개 입찰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불공정하다고 생각됐나?

김소연 : 적십자사는 처음에는 우리 회사에 진단 기계를 설치하라고 했다. 그런데 LG화학과 녹십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지멘스사는 현재 적십자사에서 사용 중인 기계를 그대로 사용하도록 했다. 현재 쓰고 있는 기계가 노후화되어 이 장비를 교체하기 위한 입찰인데, 이 업체는 기존 장비로 성능평가를 하면 기존 장비를 그대로 쓰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성능평가를 하지도 않은 새 장비를 쓰겠다는 것인가? 이런 조치부터 납득하기 어려웠다. 

우리 회사는 정작 기계를 설치하자 서류에서 탈락했으니 기계를 다시 철수하라고 했다. 기계를 작동 한번 안 해보고 탈락시켰다. 게다가 모든 연락을 문자로만 했다. 내가 적십사 측에 전화를 하면 받지 않았다. 10년 동안 개발한 기술인데, 어느 업체가 작동 한번 안 해보고 철수하라는 말에 '네, 알겠습니다' 하고 수긍할 수 있겠나. 

(적십자사 반론 : 면역검사시스템 노후장비 교체 사업은 규격.가격 동시입찰로 진행 중에 있으며, 규격평가는 서류/성능 평가로 이루어짐을 공지했다. 또한 서류 평가 부적합시 성능평가를 시행하지 않음을 공지했다. 피씨엘의 경우 서류평가 부적합으로 성능평가를 시행하지 않았다. 서류평가 상 공고된 규격에 맞지 않아 규격평가위원회에서 부적합 판정하였기에 성능평가를 시행할 수 없었다.)  

프레시안 : 피씨엘의 기술 개발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도 있었다고 들었다. 

김소연 : 우리가 개발한 다중 진단 기술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보건신기술로 인정했다. 또 우리 회사는 산업자원부에서 좋은 기술로 인정받아 국책과제 등으로 100억 원 넘게 정부 지원을 받았다. 기술 개발과정에서 적십자사의 지원도 있었다. 이렇게 개발한 기술인데 정작 적십자사는 외면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외 의학잡지에서 저희 기술에 대한 기사가 나기도 했고, 미국 적십자사와도 계약 여부를 논의 중이다. 미국 적십자사에서 한국 적십자사는 왜 이 제품을 안 쓰냐고 묻는다. 미국에서는 자국 기업의 신기술을 국책 사업을 할 때 우선적으로 써주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전자 전체를 시퀀싱하는 기술을 5년 동안 다른 나라에 팔지 못하게 했다. 일본 적십자사도 자국 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자기 나라 기술을 보호한다.  

하지만 적십자사에서 우리 제품에 대해 신기술이니까 장기간 동안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하다고 한다. 채혈진단은 먹는 약이 아니라서 유효성이 중요하다. 또 원천기술은 내가 대학 교수로 있을 때부터 갖고 있었고, 회사를 창업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주력한 일이 대량생산과 제품 안전성 문제다. 적십자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공개 입찰을 선택한 이유는 어느 나라든 입찰의 성능평가는 굉장히 공정히 이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성능평가를 통과하면 가격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입찰 과정이 공정하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적십자사 반론 : 적십자사는 면역검사시스템 구매와 관련하여 특정 기업에게 특혜를 준 사실이 없다. 2016년 면역검사시스템 구매와 관련된 2017년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일부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지적을 받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조치를 완료했으며 일부 외국 기업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지적한 사항인 2016년 사업 진행 초기에 장비의 시장 상황을 검토하기 위해 외국계 2개 회사(애보트, 지멘스)와 회의를 진행한 것은 당시 식약처 허가를 득한 장비와 4등급 시약을 가진 유일한 업체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2016년 시행된 면역검사장비 교체 관련 입찰은 외국계 2개 회사 모두 입찰 규격 및 가격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유찰되었다.) 

"복지부도 통제 못하는 적십자사...혈액 관리 독점의 폐해" 

프레시안 : 보건복지부가 적십자사를 관리, 감독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입찰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인데도 복지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김소연 :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신기술 인증 제품은 공공기관에 우선 구매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이걸 근거로 적십자사가 우리 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까 강제 조항은 아니라고 한다.  

복지부 산업진흥과에서는 적십자사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데, 담당인 생명윤리정책과에서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다. 적십자사 사업에 대해 복지부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적십자사 직원들은 의사 등 전문가로 업무를 계속해온 반면, 복지부 공무원들은 담당자가 계속 바뀌니까 전문성을 갖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적십자사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도 외부 위원들을 잘 구성해 충분히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해외의 경우 혈액 사업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

김소연 : 유럽의 경우, 혈액 관련 사업 관리는 적십자사가 아니라 주로 정부가 하고 있다. 적십자사는 헌혈만 하고 실제 혈액 관리는 혈액관리법에 근거해 정부가 한다. 우리나라도 혈액관리법이 있지만, 적십자사에 모든 권한을 위탁하고 있다. 

적십자사가 이런 행태를 보일 수 있는 것은 독과점에 의한 폐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처럼 적십자사에서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적십자사에서만 하니까 적십자사가 정하면 룰이 된다. 이런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혈액사업 관리에서 평가와 실제 수행을 분리해야 한다. 

 

 

 

▲ 적십자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김소연 대표ⓒ한국 피씨엘



"적십자사 재공고도 문제 있다" 

프레시안 : 적십자사는 지난 4월 26일 불공정 의혹이 제기된 면역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기존 입찰에 참여한 모든 업체에 부적격 통보를 한 뒤 당일 오후 바로 재입찰을 공고했다. 그리고 5월 3일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를 상대로 설명회를 가졌다. 김 대표는 이 현장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재입찰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입장이다. 어떤 점이 문제인가?

김소연 : 공개 입찰에서 재공고는 규격을 전혀 바꾸지 않았을 때에만 가능하다. 3일 설명회에서 들어보니 3가지 규격이 바뀌었다고 판단한다. 이런 변경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던 A사가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규격이 바뀌었으면 규격 공고를 다시 하고 규격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적십자사는 규격이 바뀐 게 아니라 '마이너한 변경'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입찰은 신규 장비로 5년 짜리 계약이다. 연장 되면 10년이 될 수도 있다. 장기간 유지되는 계약이라는 점에서 평가가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십자사 반론 : 5월 3일 재입찰에 따른 제안요청서 설명회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에 의거한 재공고로, 재공고 입찰시에는 기한을 제외하고 최초의 입찰에 부칠 때에 정한 가격 및 기타 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 제안요청서 설명회에 타 업체도 참석을 하였지만 어느 업체도 본 재입찰에 대해 규격이 변경되었다고 얘기하는 업체는 없다. 다만, 이전 입찰에서 피씨엘이 제기한 소송이 기각되었으므로 다시 한번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해당 내용을 설명했다. *앞서 피씨엘은 법원에 '입찰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4월 24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편집자주) 

특히 항원항체시약 문제는 항원, 항체를 검출하는 면역검사시스템과 유전자 검출이 목표인 분자진단 시스템은 서로 보완을 하며 감염혈액을 검출한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면역검사시스템과 분자진단시스템을 함께 도입하고 있다. 당시(적십자사의 혈액수혈연구원이 항원항체 시약의 문제성을 지적한 논문을 발간할 당시) 항원항체시약은 개발 초기 단계의 시약으로 일부 시약에서 위양성이 있다고 보고되었으나, 현재 개발되는 시약들은 민감도 면에서 항체만 측정하는 이전 세대 시약에 비해 더욱 우수하고, 위양성율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피씨엘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항원항체 시약 관련해서는 국내 식약처가 헌혈자검사 사용 허가한 4등급 시약으로 참가자격이 된 것이다. 또한 적십자사는 과거 2009년, 2012년에 시행한 시약입찰에서도 이미 녹십자, LG 국내 회사들의 HIV 항원항체 시약의 참여를 허용했으며, 공정한 성능평가가 이뤄진 바 있다. 이번 적십자사 입찰은 특정 업체를 위한 변경 사항은 전혀 없다.)  

프레시안 :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보건의료단체에서는 입찰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심사기준과 평가위원 등 평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적십자사는 평가위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업체의 로비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소연 : 관련 전문가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업체의 로비는 마음만 먹으면 명단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구조다. 이미 업계는 '갑'인 적십자사의 눈치를 알아서 보는 상황이다. 다른 계약을 통해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원가보다도 낮은 값으로 제품을 납품을 하는 일도 있다. 

공정한 심사기준, 평가과정, 평가위원 등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진행한다면 '을'인 업체에서 어떻게 이런 저런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는가? 내 입장에서 적십자사의 재공고는 공정성 제고를 위한 노력 없이 기존의 불공정성 문제제기를 무화시키고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겠다는 뜻으로 밖에 안 보인다.  

(적십자사 반론 : 적십자사 전 직원이었던 위원은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혈액관리 실무 책임자로서 위촉이 되었다. 그 외 외부평가위원이 특정업체의 지원을 받은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프레시안 : 적십자사가 혈액 사업을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상태에서 적십자사를 상대로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는 게 쉽지 않은 일 같아 보인다.  

김소연 : 작게는 우리 회사의 문제이지만 다른 국내 의료기기업체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발판으로 글로벌 회사가 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기술 개발을 독려해야할 공공기관들이 노골적으로 국내 의료기기는 불편하다며 다국적 회사 제품을 선호한다. 문제는 근거를 가지고 정당하게 평가를 하는 제도도 제대로 마련해놓지 않고 편하고 익숙한 것만 찾는다. 가장 좋은 것은 써주는 것이다. 30년 전에 댜국적 회사 제품이 처음 들어왔을 때 그때는 불편한 것을 참아가며 써서 익숙해진 것이다. 신기술 제품이 성능에서 더 우수하다면 불편함을 참고 써야 한다. 

최근 한국 혈액백 시장에 세계 100여국에 혈액백을 공급하는 다국적 기업인 프레지니우스 카비가 진출하는 것처럼 한국 시장도 커져서 해외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 기업은 한국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에 가야 하나? 의료 산업계 전반에서 다국적 회사들이 완전 토착화 되어서 국내 기술을 막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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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을 중간에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가 필요한 이유

열심히 일한 정부 vs 놀고먹는 국회 (feat.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을 중간에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가 필요한 이유
 
임병도 | 2018-05-08 08:47:4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문재인 정부 1년, 돌이켜 보면 참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중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온 세계가 주목하고 역사에 기록될 일이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해 국민 개헌안을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을 보면 답답합니다.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거부하고 개헌 국민투표를 무산시켰습니다.

다른 여야 싸움이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과 개헌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건에 대해 직무 유기를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중간에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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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뒤 석방 전날 성폭행” … 5월항쟁 38년만의 미투

[단독] “고문 뒤 석방 전날 성폭행” … 5월항쟁 38년만의 미투

등록 :2018-05-08 05:01수정 :2018-05-08 08:40

 

5·18 그날의 진실 ① 여성 성폭력·고문
전남도청 안내방송 김선옥씨 
딸에게 ‘5월 기억’ 힘들게 말해
옛 광주상무대 영창으로 연행
“내 삶은 5·18 때 멈춰 버렸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항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던 김선옥씨가 지난 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38년 전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항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던 김선옥씨가 지난 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38년 전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왜 또? 엄마, 할 말 다 안 했어?”

 

딸에게도 그 일만은 숨기고 싶었다. 그래도 인터뷰를 반대하는 딸을 설득해야 했다. 차마 말로는 하지 못하고 글을 적어서 보여줬다. “나를 차에 태워서 밖으로 나가서 밥을 먹인 뒤, 나를 끌고 여관으로 갔어요. 나는 그때 저항할 수가 없었어요. 스물세살 나를, 그 수사관이 짓밟고 나서….” 딸이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를 꼭 안았다.

 

5·18 민주유공자 김선옥(60)씨는 지난 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나 전날 딸(37)과 나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얼마 전에 여검사가 미투를 해서 38년 만에 나도 용기를 냈다”며 그동안 묻어뒀던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았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그는 운동권 학생이 아니었다. 전남대 음악교육과 4학년이었던 그는 5월22일 책을 사러 시내에 나갔다가 학생수습대책위원회를 맡아 도청에 들어갔다. 상황실에서 출입증, 유류보급증, 야간통행증, 무기회수 등의 업무와 안내 방송을 하는 역할을 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민주인사들을 가둔 뒤 고문했던 옛 상무대 영창은 과거 모습대로 재현돼 있다. 정대하 기자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민주인사들을 가둔 뒤 고문했던 옛 상무대 영창은 과거 모습대로 재현돼 있다. 정대하 기자
계엄군이 광주 무력진압을 시작한 5월27일 새벽 3시. 그는 시민군 거점이던 옛 전남도청을 빠져나왔다. 잠시 몸을 피했다가 창평중에 교생실습을 나갔던 김씨는 그해 7월3일 학교에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에게 옛 광주 상무대 영창으로 연행됐다. “가니까 ‘여자 대빵 데리고 왔구먼. 얼굴이 반반하네. 데모 안 하게 생긴 년이. 너 이년, 인자 무기징역이다’라고 하더라고요.”

 

폭행과 고문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막 들어가자마자 발로 지겨불고(짓누르고) 엄청나게 때리더라고요. 여기 이마가 폭 들어간 데가 있는데 그때 책상 모서리에 찧어서 그래요. 피가 철철 나면서 정신없이 맞았어요.”

 

폭행과 고문으로 점철된 조사가 끝날 무렵인 9월4일 소령 계급을 달고 계장으로 불리던 그 수사관은 김씨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비빔밥 한 그릇을 사줬다. 오랜만에 본 햇살이 눈부셨던 날 김씨는 인근 여관으로 끌려가 대낮에 그 수사관한테 성폭행을 당했다. “그 전에 죽도록 두들겨맞았던 일보다도 내가 저항하지 못하고 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지금까지 비참했어요. 자존심과 말할 수 없는 수치감….” 9월5일까지 꼬박 65일 동안 구금됐던 그는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김씨는 그 사건 이후로 삶이 산산조각 났다. 방황하면서 만난 남자와의 사이에서 딸을 임신했다.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김씨의 엄마는 충격을 받은 뒤 급성간암으로 세상을 떴고,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도 교직에서 쫓겨났다. “가까운 사람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아무도 만날 수가 없게 된 거예요.” 1981년 겨울 첫눈 오는 날 혼자 딸을 출산했다. 교육청에 진정서를 내 1983년 중학교 음악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5·18의 ‘5’ 자도 꺼내지 않고 숨어 살았다. 오직 딸이 삶의 전부였다.

 

광주시 서구 치평동 자유공원 터에 있던 상무대 영창의 원래 모습. 5·18기념재단 누리집 화면 갈무리
광주시 서구 치평동 자유공원 터에 있던 상무대 영창의 원래 모습. 5·18기념재단 누리집 화면 갈무리
그러다가 암에 걸렸다. 2001년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아마도 가슴에 묻어둔 슬픔 때문에 생긴 병이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그때 처음으로 한 대학 후배한테 5·18 보상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배가 가져온 5·18 민주유공자 보상 신청서에 이렇게 적었다. “내 인생을 보상한다고요? 얼마를 주실 건데요? 무엇으로, 어떻게 내 인생을 보상하려고요? 뭘?” 보상금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 허망했다. 2010년 10월 딸이 결혼하고 난 뒤 이듬해 3월 학교를 그만뒀다. 이후 처음으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눈물을 쏟았다.

 

그에게 5·18은 현재형이다. “가끔 나 혼자 먼 데 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잠도 잘 못 자. 사람과의 관계도 잘 못하고. 남들은 결혼해서, 시가에서 남편하고 어쩌고저쩌고하는데 나는 5·18로 멈춰져버렸어요. 그 뒤로 딸 키우려고 아등바등 산 거밖에 없어. 할 이야기가 없어요.” 김씨는 “지금도 군인들이 나오는 영화는 잘 보지 못해요”라고 했다. “전두환이 텔레비전에 나오면 ‘저놈 오래 살 것이다’라고 하면 딸이 막 웃어.”

 

80년 5·18 때 군인이 시민을 구타하는 모습.  5·18기념재단 누리집 화면 갈무리
80년 5·18 때 군인이 시민을 구타하는 모습. 5·18기념재단 누리집 화면 갈무리
김씨의 사연은 10일부터 광주시 서구 치평동 자유공원 안에서 5·18기념문화센터 주최로 열리는 ‘5·18영창특별전’에 공개된다. 23개의 광주 상흔을 담은 방 중 열번째 ‘진실의 방’에 ‘무너진 스물세살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그간의 삶을 드러내는 일에 동의했다. 이 방에 들어서면 한쪽 벽 전면에 꽃과 노랑나비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비처럼 그가 받은 고통과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을까? 김씨는 “몇 달 전 미투 폭로를 보면서 그 나쁜 놈을 죽이고 싶었습니다”라며 멀리 하늘을 바라봤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43649.html?_fr=mt1#csidx3b8a03c78926459a338e54fb01cba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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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년 평가 ‘기울어진 전문가’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정호 기자 leejh67@mediatoday.co.kr  2018년 05월 08일 화요일
 

40명 중 21명이 교수, 기울어진 국정평가 전문가

언론이 지난주부터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 국정운영 평가기사의 근거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전문가’들이다. 중앙일보는 8일 1면과 4,5면에 걸쳐 문재인 정부 1년 경제정책을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경제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주요 근거였다. 한국경제신문도 대학교수, 연구원장, 기업 최고경영자(CEO), 전직 관료 등 오피니언 리더 1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삼았다.  

우선 중앙일보가 내세운 40명의 전문가 중엔 교수가 21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나머지 19명의 전문가들은 금융계나 투자자문회사, 부동산 관계자, LG나 현대 등 재벌 연구소에 적을 두고 계신 분들이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도 빠지지 않았다. 경제의 다른 한 축인 양대노총 연구소나 시민사회단체 연구소 전문가는 단 1명도 없었다. 세대별로도 2030세대가 관심을 기울일 만한 인물은 드물었다. 그나마 ‘직방 빅데이터랩장’정도가 2030세대를 시각을 대변할 수 있을까.

나머지 전문가도 금융권이나 재벌연구소 소속 

한국경제신문은 14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확대했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다양성이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 SK, 롯데, 삼성카드 등 재벌회사의 폭이 넓어졌고, 남성기전, 국민레미콘 등 중견기업의 CEO들이 일부 포함됐다. 3대 메이저 법무법인의 고문이 추가됐다. 한국관광공사나 한국마사회 회장 같은 공기업 대표가 들어간 것도 이상하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심판이라기보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뛰는 플레이어에 가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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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새 정부의 1년 국가운영을 한눈에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계량화에 매달린 나머지 5점 척도나 10점 만점에 몇 점으로 단순 수치화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 1년 경제정책 점수를 10점 만점에 ‘5.76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사실상 낙제점’이라고 했다. 단순화는 어쩌면 언론의 숙명인지 모른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계량화된 수치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어 보인다.

중앙일보는 이날 4,5면에 걸쳐 <한국 경제성장률 3.1% 성공적? 세계 경제성장률은 3.8%>이란 제목으로 1년간 GDP 성장률을 평가했다. GDP만으로 경제성장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연구가 나오기 시작한 게 언제인데 아직도 GDP 타령인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에 부동산 거품이 심각했는데도 GDP 지표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타이밍을 놓쳤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GDP 대안지표 개발이 활발하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8년부터 1년여의 작업 끝에 ‘행복GDP’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건과 교육, 사회적 연계, 환경, 질병 등 8개 항목을 추가했다. 유엔이 평균수명과 문맹률 등을 토대로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도 대안지표 가운데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정운영의 중심을 삶의 질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발연대식 국정운영과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새 정부에게 GDP만 주워섬기는 건 낡은 잣대다.  

계량화에 매몰돼 ‘F학점’, ‘5.76점’ 자극적 남발 

굳이 중앙일보가 GDP 지표를 차용하더라도 세계 GDP 3.8% 성장과 한국 GDP 3.1% 성장을 맞비교한 것도 어색하다. 우리가 OECD에 가입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한국경제 성장률을 논하려면 OECD 평균과 비교하는 게 맞다. 한편 조선일보는 오늘 경제섹션 1면에 노동경제학자 남성일 교수의 입을 빌려 <“근로자 위한다는 정책이... 결국 근로자를 울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文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F학점’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 문재인 정부 1년 평가기사 제목이다.  

한국경제 1면 : “文정부 對北정책 잘했지만... 경제는 기대 이하”
중앙일보 1면 : 기업 갑질 근절 잘했고, 최저임금 과속 무리수
조선일보 B1면 : “근로자 위한다는 정책이... 결국 근로자를 울리고 있다”
한국일보 6면 : 교육정책, 뒤집고 미루기 반복... 文 교육분야 긍정평가 30% 그쳐
경향신문 5면 : ‘코리아 패싱’ 우려 속 출범... ‘한반도 운전자’ 거쳐 ‘승부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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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미국 대북협상준비 각 분야별로 박차

문정인, 미국 대북협상준비 각 분야별로 박차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08 [02:3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8년 5월 7일 JTBC뉴스룸에 나와 대담을 진행중인 문정인 특보 

 

최근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은 물론, 버시바우, 키신저 등 영향력 있는 미국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온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7일 JTBC뉴스룸에 나와 북미정상회담 관련 미국의 기류에 대해 느낀 몇 가지를 밝혔다.

 

손석희 사회자와 꽤 시간 대담을 나누었는데 그중 핵심은 일정은 거의 합의에 이른 것으로 느꼈으며 장소문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협상단이 각 분야별로 북과 조율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전언이었다. 요즘 언론의 우려와 달리 북미정상회담 조율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었다.

더불어 문정인 특보는 중미관계를 정상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이번 면담에서 그가 '남북정상회담이 아주 잘 되었다'며 '설령 북미정상회담이 잘 안 되더라도 남북관계는 독자적으로 발전해갈 수 있게 하여 북미관계까지 아울러 낼 수 있게 해야한다'고 조언했다는 말도 전했다. 의미심장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 현재까지 북미정상회담 준비 잘 되어가고 있어

 

먼저, 문정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철수문제는 북미회담 탁자에 없다면서도 미군감축 혹은 철수를 언급하는 이유에 대해 주한미군문제는 북미 사이에 논할 문제가 아니라 미국제일주의에 따라 해외파병미군 비용을 줄이려는 자체의 계획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일 본지에 소개된 한호석 소장의 개벽예감 연재기사의 맥락과 비슷한 진단이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445)

 

다음으로 문정인 특보는 현 북미정상회담에 전망에 대해 강경파 온건파 상관없이 미국 정계의 80%는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두 가지로 그 이유를 정리했는데 그간 북과의 협상에서 늘 미국이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이라는 점과 트럼프 정부가 북과의 협상 경험도 부족한데다가 준비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었다. 이란과의 핵협상 같은 경우에는 미국이 상당히 오랜 시간 준비를 했고 그와 관련된 문건만도 거의 10만 쪽을 만들었다고 할 정도인데,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그렇게 아주 세밀하게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에 나가니까 우려가 된다는 얘기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주변의 우려 때문에 회담추진에 난관이 조성된 것은 아니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의 우려에 신경쓰는 지도자가 아니라며 그 예로 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제가 미국 쪽에서 들은 얘기인데 우리 특사단이 워싱턴에 가서 김정은 위원장이 초청장을 전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당시 참모들은 상당히 그것을 반대를 했답니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초청장을 보낸 것 같은데 그것을 덥석 받는 게 좀 문제가 있다고 하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 부시 행정부, 오바마 행정부가 왜 북한 핵문제를 못 풀었는 줄 아느냐. 참모들 말 열심히 듣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그래서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 그렇게 해서 아주 흔쾌히 초청장을 받고 5월 내에 북·미정상회담을 하겠다라고 하는 그 입장을 표명했대요. 그렇기 때문에 참모들이 역할을 하기는 하겠지만 그러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다', 그게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일종의 패턴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건 제가 볼 때는 그렇게 큰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문 특보는 그러면서 북미 사이에 일정 조율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장소는 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트럼프 정부에 강력하게 판문점을 제안했다고 말해다. 킨텍스에 3,000명의 내외신 기자가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고 보도했다면서 북미정상회담 성과를 극대화하고 곧 남북미 3자정상회담으로 연결시켜 그 이행을 가속화할 수 있는 장소가 판문점이라면 상징성이나 여러 측면에서 싱가포르보다 낫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은 장소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을 파탄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무리 미국이 원하는 장소라고 해도 사전 조율이 안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준비에 미국 행정부가 모두 나서서 노력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벌써 미국에서는 보니까 국무부, 에너지부 그다음에 국방부 할 것 없이 다 팀이 구성이 돼서 상당히 밀도 있는 분석과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미국이라는 나라를 우리가 그렇게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우선 협상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을 짚고 넘어갈 것은 다 짚고 넘어가고, 그다음에 어떤 문건을 채택하게 되면 그 문건도 아마 북한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깊게 짚고 넘어가고 미국이 손해보지 않는 그러한 행태를 보일 겁니다."

 

이런 문정인 특보가 전한 미국 기류를 보면 북미사이의 물밑 조율이 현재 구체적 단계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정상회담은 이미 사전에 조율을 다 마치고 서명을 하는 절차일 뿐이다. 그 사전 의제조율과 합의가 관건인데 그 합의에 지금 북미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북은 그 어느 때보다 국력이 강해진 상황이다. 완전한 핵보유국 선언에 이어 경제개발집중 결정서까지 발표하였다. 지금도 날로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데 이제는 핵억제력구축에도 비용을 투자할 필요 없이 경제개발에 주력할 상황이 되었으니 북미관계가 어찌되건 북은 날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와 관계가 날로 강화되고 있는데 북중관계까지 호전되고 있어 북은 이미 양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하고 있는 중이다.

 

그에 비해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국가 위기가 심각하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밀려난 미국이 시리아전쟁에서도 패배를 당했다. 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날로 커가고 중동에서는 이란의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미국들은 예멘반군도 제압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거기다가 중국의 경제 군사적 영향력을 날로 커져가고 있어 미국의 패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어 이제는 중국의 영향력을 어떻게든지 막아내야할 절박한 상황에 처했는데 미국 내부의 경제사정은 최악으로 악화되어 세계 경찰국으로서의 해외주둔 미군을 유지할 돈이 바닥을 드러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전 즉 사실상 전쟁상태에 있는 북이 핵무장력을 날로 강화해가고 있으니 이를 막기 위한 북미정상회담을 어떻게든지 성사시킬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이기에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성사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본다. 그런 기류를 문정인 특보도 미국에서 느끼고 온 것이다.

 

▲ 키신저가 두번째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는 모습 

 

 

✦ 키신저, 한국정부의 자주성 강조

 

손석희 사회자가 이번 방문 중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문정인 교수에게 '너무 트럼프한테 올인하지 마라'는 말을 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의미가 무엇이었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문정인 특보는 이렇게 답했다.

 

"그분이 95세시거든요. 그런데 저랑 1시간 담소를 했는데요. 정말 지혜가 넘치는 그런 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foreign affairs에 제가 쓴 글을 읽어봤노라고 이렇게 말씀하셨고, 그러면서 참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역사적 사건이다. 대단한 일을 해 놨다. 한국 사람들을 존경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한다는 이런 말씀을 하시고 그다음 여러 가지 주제를 다뤘는데, 그중에 아주 흥미로운 대목은 아까 우리 손 앵커님께서 말씀하신, 왜냐하면 제가 이런 질문을 했거든요. 지금 우리 남북 정상회담이 상당히 성공적으로 끝났는데 북·미회담이 어려워지면 우리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들도 상당히 어려워진다는 얘기를 하니까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이 잘 안 될수도 있다라고 하는 것을 준비할 필요가 있고, 그리고 이런 것을 짤 때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전략을 갖고 그래서 미국과 북한을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어떤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하는 게 상당히 좋다는 그런 말씀을 한 게 인상적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중국 문제를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쓴 글 하고 또 다른 뉴욕타임스 기사들 이렇게 보니까 중국이 지금 포함되지 않은데, 중국은 한반도 옆에 있는 아주 가깝고도 큰 나라다. 그 가깝고도 큰 나라를 배제한다고 하는것은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종전 선언 과정에서도 그렇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이 개입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위해서 훨씬 바람직하다.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의 뒷동산 중남미에 친미정권을 세우기 위해 수많은 쿠데타와 반미진보진영 대살육작전을 지휘했으며 베트남전 종전과 중미수교를 맺는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미국의 유대계 이익을 관철하는 핵심 인사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남북관계의 독자성을 강조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북미관계가 악화되더라도 남북관계를 계속 잘 관리해서 북미관계를 다시 좋게 할 수 있도록 아울러 내야한다는 지적은 충격적이기까지 한 내용이다. 

 

1차 남북정상회담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이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을 미국으로 불러 "This man"이라고 비난하고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사사건건 방해해왔던 것과 완전히 다른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노무현 대통령의 2차정상회담도 탐탁치 않게 여겨 결국 집권 말기에 가서야 겨우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런데 키신저 장관이 남북관계는 북미관계가 악화되더라도 계속 발전해갈 필요가 있고 나아가 그 북미관계를 다시 호전시킬 중재자역할을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우리 청와대에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중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판문전 선언'을 발표한 후 만찬 건배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가는데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면서 그에 결코 주저앉지 말고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똑같은 입장을 키신저가 밝힌 것이다.

 

이는 그만큼 미국의 핵심 수뇌부에서 한반도위기를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북미대결전이 거의 갈 데까지 간 상황이기에 여기서의 상황악화는 돌이킬 수 없는 북의 핵무장력 구축으로 연결될 것이 자명하고 자칫하면 전면전 유발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 북미사이에 대화를 진행하고 있고 그 과정에 밀고 당기기가 연출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 남측이 과거처럼 미국의 대북압박에 무조건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안전망과 중재자 역할을 해주기를 미국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부부의 양위안자이(양원제) 오찬 기념 사진

 

 

✦ 중미대결전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

 

키신저의 발언 중에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국이다.

 

종전선언에 중국을 꼭 포함시켜 주기를 바라는 입장을 키신저 전 장관이 밝혔는데 이는 중국이 미국에게 유리한 작용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중국은 종전선언에 꼭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하는 데서도 발언권을 얻고자 하고 있다. 이런 중국에게 아주 듣기 좋은 말을 키신저 전 장관이 내놓은 것이다. 

 

미국은 북과의 관계는 개선하면서 중국과 본격적인 대결전을 펴나가고 있는 중이다. 대만에 첨단 무기 수출은 물론 대사관을 열겠다는 입장까지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 중국을 심각하게 자극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호주는 물론 베트남, 인도와 협력을 강화하여 남중국해, 인도양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는 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미 무역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미수교를 막후에서 주도했던 키신저 전 장관이 중국 달래기 차원에서 내놓은 발언이 아닌가 싶다. 한편에서는 달래고 어르면서 다른 쪽에서는 때리는 양면전술의 한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물론 키신저 전 장관이 긴 인생을 총 정리하는 과정에 그간 미국의 패권정책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진심으로 중국을 위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말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미국과 중국의 대결 양상을 보면 그의 말이 중미관계를 다시 되돌리는데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본지 해외 기고가 한호석 소장은 최근 연재기획기사에서 미국이 인도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본격적인 패권다툼을 위해 북미관계를 일단락지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극이 너무 커져서 당장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인데 미국이 더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진 북과 대결전을 펴면서 중국까지 상대하는 것이 너무 버거워 결국 북미대립관계를 이제는 정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도 이것을 알고 있기에 이번에 북중정상회담에서 북중혈맹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켜갈 결심을 밝힌 것이라고 본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은 지정학적 측면에서만 봐도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이다. 

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런 국제정세의 흐름을 읽고서 주동적으로 북중관계, 남북관계 나아가 북미관계까지 풀어가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북은 유리한 고지에서 주변국과 협상을 진행하는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북미정상회담은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겠지만 추진될 가능성이 높고 한반도 운명과 세계사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합의들이 발표될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언론에 흘러나오는 이런저런 불협화음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한국의 독자적 역할을 주동적으로 전개해갈 내용 준비를 잘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국민들은 북미관계,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수구반북, 사대매국세력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과 트집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며 우리 정부가 주동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가도록 저극 밀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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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철군 촉진시키는 트럼프의 인도양-태평양전략

<개벽예감 298> 단계적 철군 촉진시키는 트럼프의 인도양-태평양전략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05/07 [11:09]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밀사를 격찬한 까닭

2.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에 철군을 결심한 트럼프 대통령

3. 단계적 철군 촉진시키는 트럼프의 인도양-태평양전략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밀사를 격찬한 까닭

 

일본 언론매체 <아사히신붕> 2018년 4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의 밀사로 평양에 파견된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국무장관(당시 중앙정보국장)을 2018년 3월 30일과 31일 접견한 자리에서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왜 그를 격찬했는지 당시에는 알 수 없었으나, 나중에 몇 가지 추가정보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 까닭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의 배짱을 격찬한 것이 아니었다. 팜페오 밀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격찬할 만한 대단한 배짱을 지닌 사람이 아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다가 밀사의 중책을 맡았고, 중앙정보국장에서 국무장관으로 승진한 심복관료에 불과하다. 팜페오 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를 받고, 아무런 의견을 제기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수용하였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를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한 것이었다. 

 

극비로 진행된 밀사파견 및 밀사접견의 전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언론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밀사접견에 관해 전한 보도기사들을 고찰하면,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 1> 

 

▲ <사진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3월 30일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이 역사적인 장면은 2018년 4월 26일 쌔라 허커비 쌘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자기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사진이다. 접견장소가 어디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파견한 방북특사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가 아니라, 배경에 보이는 벽면장식을 보면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묵는 초대소인 듯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밀사접견은 백악관의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과 경이의 연속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것부터 백악관의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이었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 2018년 4월 26일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밀사를 평양에 보내면서도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예상을 뒤집고 그를 1시간 이상 접견하였다고 하면서, “믿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만남”이었다고 극찬하였다. 

 

(2)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백악관의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동아일보> 2018년 4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에게 핵동결, 핵신고, 핵폐기, 핵사찰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꺼내놓는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요구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이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였던 백악관은 너무도 파격적이고, 대범한 해결책을 받아 안고 놀라움을 느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상봉하게 될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밀사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파격적이고 대범한 해결책을 전달받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2018년 4월 18일 “조미정상회담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하겠다. 우리는 모든 게 해결되길 바란다. 아주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고, 4월 12일에는 조미정상회담이 “아주 멋질 것(it will be terrific)”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으며, 4월 24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매우 개방적(very open)”이고, “매우 존경할 만하다(very honorable)”고 칭송하였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팜페오 밀사가 평양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간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단계 비핵화조치(핵동결, 핵신고, 핵폐기, 핵사찰) 가운데서 제1단계인 핵동결조치를 전격적으로 단행하였다. <로동신문> 2018년 4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결정서는 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지하고, 북부 핵시험장을 폐쇄하겠다고 언명하였다. 그것만이 아니다.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도 전에 핵동결조치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단계 비핵화조치를 짧은 기간에 급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실무급 조미회담부터 개최하도록 지시하였다. <아사히신붕> 2018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 당국자와 미국 핵전문가 등 3명이 2018년 4월 하순부터 약 1주일 동안 조선을 비밀리에 방문하였다고 한다. 

 

(3) 4단계 비핵화조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신고다. 핵신고는 핵물질, 핵무기, 핵무기운반수단을 얼마나 보유하였으며, 핵시설들이 어디에 있는지 신고하는 것이다. 핵신고에 의거하여 핵폐기의 범위와 방식, 핵사찰의 범위와 방식이 정해진다. 

 

주목되는 문제는, 핵신고조치가 전적으로 조선의 재량권에 속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조선이 핵신고를 제대로 하였는지를 사찰하지 못하고, 조선의 핵신고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은 조선이 핵물질, 핵무기. 핵무기운반수단을 은닉했는지 또는 은닉하지 않았는지 알 길이 없으며, 의심스러운 대상들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사찰할 수도 없다. 미국은 조선이 신고하지 않은 대상들에 대해서는 핵사찰을 할 수 없고, 조선이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는 핵사찰을 할 수 없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이 조선에게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조선이 자율적으로 신고한 범위에 한정되는 비핵화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8년 5월 2일 팜페오 국무장관은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자신의 취임선서에서 “우리는 북조선 대량살상무기프로그램의 영구적이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해체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지체 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라는 종래의 용어를 영구적인 비핵화(permanent denuclearization)라는 새로운 용어로 바꾼 까닭은, 조선이 자율적으로 신고한 범위에 한정되는 비핵화가 완전한 비핵화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선이 앞으로 단행하게 될 비핵화가 완전한지 불완전한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비핵화가 영구화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백악관의 난감한 처지가 영구적인 비핵화라는 새로운 용어에서 드러나 보인다.      

 

조선이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이면 굴복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두 가지 점에서 그런 우려는 기우다. 첫째, 미국이 아니라 조선이 비핵화의 범위와 방식을 결정하게 되어 있으므로, 조선이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굴복이 아니다. 둘째, 조선은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받아주면서 비핵화보다 더 중대하고 결정적인 요구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것이므로, 조선은 승리한 협상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통속적으로 표현하면, 조선은 미국에게 네 개(핵동결, 핵신고, 핵폐기, 핵사찰)를 주고, 열 개를 받아낼 것이다. 

 

(4) 조선이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열 개는 무엇일까? <한겨레> 2018년 4월 13일 보도와 <아사히신붕> 2018년 4월 23일 보도를 종합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한국에서 철수할 것, 한미합동군사연습에 핵전략자산을 투입하지 말 것, 재래식 무기 및 핵무기로 조선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보장할 것,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 조선과 국교를 수립할 것, 대조선제재를 완화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조선은 미국으로부터 열 개를 받아내야 하는데, 위에 열거한 것은 여섯 개 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하지 않는 네 개를 손꼽으면, 대조선적대정책 폐기,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 주한미국군 철수, 한미동맹 포기다. 여기에 열거한 네 가지 사안들은 조선이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상의 목적으로 제시해온 것이며, 1970년대 이후 미국에게 끊임없이 제기해온 가장 중대한 요구들이다. <사진 2>

 

▲ <사진 2>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를 접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열 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하였을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여섯 가지 요구조건만 제시하였다. 더욱이 대조선적대정책 폐기,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 주한미국군 철수, 한미동맹 포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네 가지 요구조건들은 결국 주한미국군 철수요구로 수렴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밀사접견 중에 철군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여섯 가지 요구조건들을 이행하게 되면 미국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팜페오 밀사는 그 여섯 가지 요구가 사실상 주한미국군 철수요구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의견을 제기하지 않은 채 그 요구를 순순히 받았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를 가리켜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한 것이다. 위의 사진은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지도하는 모습이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그 회의에서 핵동결조치를 전격적으로 천명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처럼 중대한 네 가지 요구들은 결국 주한미국군 철수요구로 수렴된다.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면, 한미합동군사연습도 자연히 중지될 것이고, 한미상호방위조약도 사문화되어 한미동맹이 해체될 것이며,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도 폐기될 것이므로, 철군문제로 수렴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국가안보문제와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평화문제는 물론이고, 우리 민족의 최대 염원인 한반도 통일문제도 철군문제에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밀사접견 중에 철군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겨레> 2018년 4월 13일 보도와 <아사히신붕> 2018년 4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밀사접견 중에 주한미국군 철수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철군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까닭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위에 열거한 여섯 가지 요구조건이 충족되면, 미국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수밖에 없다. 만일 미국이 핵전략자산을 한국에서 철수하고, 한미합동군사연습에 핵전략자산을 투입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 및 핵무기로 조선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보장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조선과 국교를 수립하고,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면, 주한미국군은 존재근거와 존재가치를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며, 한국의 친미세력이 계속주둔을 간청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모른 체하면서 철수할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주한미국군 철수라는 명시적 요구를 팜페오 밀사에게 제기하지 않고, 주한미국군의 존재근거와 존재가치를 박탈하는 여섯 가지 요구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주한미국군 철수를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여섯 가지 요구를 받은 팜페오 밀사는 그 여섯 가지 요구가 사실상 주한미국군 철수요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의견을 제기하지 않은 채, 그 여섯 가지 요구를 순순히 받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밀사를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팜페오 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에 대해 의견을 제기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를 가리켜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한 것이다. 

 

팜페오 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전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사를 받아가는 전달자 노릇만 하였으므로, 아무런 의견도 제기할 수 없었고,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가 주한미국군 철수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제의를 순순히 받아들인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한미국군 철수요구와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결심을 세웠기 때문이다. 팜페오 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철군결심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가 주한미국군 철수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의견을 제기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인 것이다.  

 

 

2.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에 철군을 결심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한미국군 철수요구와 무관하게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결심을 세웠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받기 전에, 철군을 결심하였음을 말해주는 몇 가지 사실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미국 언론매체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이전,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한창 긴장이 고조되었던 때, 트럼프 대통령은 “남한에서 미국군 가족들을 철수시키는 문제를 제기하였”는데, 존 켈리(John F. Kelly) 비서실장은 “그렇게 되면 북조선에 대한 군사공격이 임박하였다는 공포심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그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만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만류한다고 해서, 자기 결심을 내려놓을 사람이 아니다. 그는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에게 주한미국군 가족을 미국으로 철수시키는 계획을 수립하라고 명령하였고, 그 명령은 해리 해리스(Harry B. Harris, Jr.) 당시 태평양사령관에게 하달되었다. 미국 언론매체 <호놀룰루 스타-애드버타이저> 2018년 2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해리 해리스 당시 태평양사령관은 2018년 2월 14일 연방의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발언하면서 로벗 브라운(Robert B. Brown) 태평양육군사령관이 주한미국군 가족을 미국으로 철수시키는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매체 <월스트릿저널> 2018년 4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군 가족들 가운데서 자원한 100명을 주일미국군기지로 이동시키고, 거기서 다시 미국 본토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으로 이동시키는, ‘집중통로(Focused Passage)’라는 명칭의 훈련이 2018년 4월 셋째 주에 사상 처음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봄에 진행된 소개훈련의 한 장면이다. 이 사진 속에 보이는 사람들은 한국에 체류 또는 거주하는 미국인 민간인들이 아니라 군복을 벗고 민간인 복장으로 갈아입은 주한미국군 병사들이다. 그들은 여객기처럼 내부좌석을 개조한 군용 수송기에 주한미국군 병사를 싣고 긴급히 주일미국군기지로 대피시는 훈련을 하였다. 이런 소개훈련은 연례적으로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2018년 4월 셋째 주에 진행된 '집중통로'라는 명칭의 훈련은 주한미국군 가족들 가운데서 자원한 100명을 주일미국군기지로 이동시키고, 거기서 다시 미국 본토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으로 이동시키는 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특이한 훈련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크게 완화되고 평화분위기가 조성된 마당에 미국이 왜 주한미국군 가족을 미국으로 철수하는 훈련을 강행하였는지 당시에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 훈련은 임박한 한반도 전쟁위험에 대비하여 한국의 미국 민간인들을 해외로 대피시키는 기존 ‘비전투원소개작전(NEO)’을 훈련한 것이 아니라,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명령한 철수훈련, 다시 말해서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때 그 가족들도 함께 철수하는 훈련을 사상 처음 진행한 것이었다.  

 

(2)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결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8년 5월 1일 보도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미국군 전원철수를 명령(ordering the withdrawal of all U.S. troops from the Korean Peninsula)”하려고 하였는데, 존 켈리 비서실장이 “강하게 만류”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켈리 비서실장이 “열띤 언쟁(heated exchange)”을 벌였다고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된 날은 2018년 2월 9일이었으므로, 위에 서술된 두 가지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월에 주한미국군 철수문제와 주한미국군 가족 철수문제를 백악관 참모들에게 제기하였는데, 켈리 비서실장이 강하게 만류하는 바람에 실행되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비서실장이 만류한다고 해서, 자기 결심을 내려놓을 사람이 아니다. 일본 언론매체 <요미우리신붕> 2018년 5월 5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4월 17일과 18일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휴양소에 아베 신조(安培 晋三) 일본 총리를 초청하여 담화하는 중에 그에게 주한미국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했을 때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국군 철수의사를 간파한 아베 총리는 당연히 반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반대한다고 해서 자기 결심을 내려놓을 사람이 아니다.

 

(3)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주한미국군 철수를 준비하라고 명령하였다.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방부에게 “주한미국군 감군방안(options for drawing down American troops in South Korea)”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그 명령은 미국 국방부와 다른 정부기관들의 관리들은 당황케 하였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주한미국군 감군방안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그 보도기사가 지적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를 이미 결심(Mr. Trump has been determined to withdraw troops from South Korea)하였으므로”, 감군방안이라는 용어보다는 1단계 철수방안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 주한미국군은 한꺼번에 철수하지 않고, 3단계에 걸쳐 철수할 것인데, 단계적 철수과정에서 1단계 철수는 외견상 병력감축과 구분되지 않는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7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곤을 방문하였을 때, 그곳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을 격려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웃는 사람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다.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 초 미국 국방부에게 주한미국군 감군방안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미국 언론매체는 감군방안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3단계 철수과정 중에서 제1단계 철수방안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지금 미국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주한미국군 제1단계 철수방안을 준비하는 중이다. 그들이 철수방안을 마련하면, 매티스 국방장관을 그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철수방안보고를 검토하고 철수명령서에 서명하면, 곧바로 주한미국군 제1단계 철수가 시작된다. 연방의회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주한미국군 철수를 준비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매티스 국방장관은, 위의 보도기사가 지적하였듯이 당황하였다. 하지만 켈리 비서실장과 달리 처세술에 능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만류하지 않고 그대로 따랐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싸이트 <밀리터리닷컴> 2018년 4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워싱턴을 방문한 폴란드 국방장관과 회담하기 직전 취재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주한미국군 철수는 “우리가 동맹국들과의 협상에서 논의할 문제의 일부이고, 물론 북조선과의 협상에서도 논의할 문제의 일부다. 지금 나는 그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에 관한 전제조건들이나 추정은 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가 그 과정을 따라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국방장관이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협상의제로 인정한 것이야말로 미국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철군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암시한 것이다. 

 

위에 열거한 언론보도내용을 종합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특사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하기 훨씬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기로 결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는 2016년 하반기 미국 대선유세 중에도 주한미국군 철수의사를 몇 차례 내비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한미국군 철수요구와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주한미국군 철수를 준비하고 있으므로, 조미정상회담에서 철군문제를 협상카드로 꺼내놓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 4일 백악관 취재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군대는 협상카드가 아니(Troops are not on the table)”라고 말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제기하였을 때, 각료들 중에서 켈리 비서실장이 반대하였고, 그로써 트럼프 대통령과 켈리 비서실장이 철군문제를 놓고 심한 언쟁을 벌였다. 두 사람은 이민정책과 관련된 문제를 놓고서도 의견충돌을 빚었는데, 갈등이 증폭되자 켈리 비서실장은 제3자들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바보(idiot)”라고 욕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에게 불충한 그를 비서실장직에서 사임시키려는 생각을 굳혔으며, 대통령 직권으로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철군계획을 수립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런데 <연합뉴스> 2018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은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 회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에 주한미국군 감군방안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3일부 보도기사를 “생판 허튼 소리(utter nonsense)”라고 비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위에 인용한 <뉴욕타임스> 보도기사는 “그 문제의 심의에 관한 설명을 들은 여러 사람들(several people, 미국 국방부 관리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임 - 옮긴이)”이 <뉴욕타임스> 취재기자에게 직접 전해준 것이므로, 추리소설이 아니라 확실한 정보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철군을 은밀히 추진하기 시작한 기밀이 뜻하지 않게 미국 언론에 유출되어 한국과 일본이 충격으로 소란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으므로, 그런 ‘진화발언’을 늘어놓으며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3. 단계적 철군 촉진시키는 트럼프의 인도양-태평양전략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철군을 은밀히 추진하기 시작한 기밀이 미국 언론에 유출되자, 청와대는 까무러칠 정도로 심한 충격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진화발언’을 늘어놓았다. 철군공포에 사로잡힌 한국의 친미언론매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화발언’에 박자를 맞춘 유언비어를 쏟아내었다. 이를테면, 평화협정과 주한미국군은 무관하다느니, 섣불리 철군문제를 제기하여 안보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느니, 주한미국군 문제는 동북아시아 안보문제라느니, 조선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국군 계속주둔을 용인할 것이라느니, 지난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중에 김대중 대통령에게 주한미국군 주둔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였으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남북정상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국군 주둔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느니 하는 유언비어를 조작, 유포한 것이다.  

그러나 진리는 가릴 수 없고, 진실은 감출 수 없다. 두 가지 사실이 드러난다.  

 

(1) 미국은 지난 25년 동안 지속되어온 조미핵대결에서 조선에게 완패하였다. 전쟁에서 패한 패전국이 전투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해야 하는 것처럼, 핵대결에서 패한 미국은 대결지역에서 주한미국군을 철수해야 한다.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법칙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한 직후 조미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은, 조미관계에서 바로 그 법칙이 작용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2) 철군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게 주한미국군 주둔비용을 전담시키려는 압박카드라느니,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소신에 불과하다느니  하는 허튼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단계적 철군은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에 의해 추진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새로운 전략에 따라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국의 새로운 전략이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중시전략(Pivot-to-Asia Strategy)을 대체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양-태평양전략(Indo-Pacific Strategy)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흔적을 지워버리려고 애썼다. 그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가들은 2017년 10월 초부터 아시아중시전략을 대체할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검토하기 시작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초 아시아 5개국을 순방하는 중에 “인도양-태평양”이라는 말을 몇 차례 꺼내놓았다. 특히 2017년 11월 10일 베트남 다낭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 Forum) 연설에서 그는 “영예롭게도 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양-태평양을 위한 우리의 전망을 함께 나누었다”고 하면서, “우리는 인도양-태평양에서 아주 오랫동안 우호국, 동반자, 동맹국이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호국, 동반자, 동맹국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주한미국군 전투병들이 전투 중에 부상당하거나 사망한 것으로 가상한 동료전투병들을 질질 끌면서 퇴각하는 후송훈련장면이다. 원래 이런 후송훈련은 의무병들이 하는 법인데, 주한미국군은 전투병들이 후송훈련을 한다. 그들은 전쟁이 나면 싸워 이길 생각은 하지 못하고, 퇴각할 생각을 하는 듯하다. 주한미국군의 존재가치는 급속히 감소되었다. 이것은 그들이 주둔하는 유라시아대륙의 동쪽끝 관문의 전략적 가치가 급격히 감소되면서 일어난 필연적인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인도양-태평양전략은 바로 그런 변화된 정세 속에서 미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밝혀준 중요한 문서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에 따르면, 미국은 전략적 가치를 상실한 한국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은 바로 그런 국가안보전략의 변화 때문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은 2017년 12월 18일 대통령 명의로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제목의 문서에 집대성되었다. 미국에서는 이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양-태평양전략(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이라고 부르는데, ‘자유’와 ‘개방’을 운운하는 것은 그들의 상투적인 어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은 지전략적(geostrategic) 범위를 서태평양에 한정시켰던 기존 아시아-태평양전략을 버리고, 지전략적 범위를 서태평양에서 인도양까지 확장한 것인데, 인도양-태평양전략에서 주한미국군 철수문제의 배경으로 되는 부분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1)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양-태평양전략이 펼쳐질 무대는 유라시아대륙이 아니라 유라시아대륙 바깥 테두리(outer rim)다. 서태평양과 인도양은 유라시아대륙 바깥 테두리를 둘러싼 대양들이고, 한반도는 유라시아대륙의 동쪽끝 육지관문이다. 인도양-태평양전략에 따르면, 중국의 급속한 국력팽창으로 미중관계의 전략적 균형이 깨지면서 그 육지관문의 전략적 가치는 급격히 감소되었고, 서태평양과 인도양의 전략적 가치는 급격히 증대되었다. 미국은 전략적 가치를 상실한 육지관문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데, 육지관문 포기는 주한미국군 철수를 뜻한다. 

 

(2)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양-태평양전략은 서태평양과 인도양에서 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의 도전에 맞서 미국의 기존 패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그런데 국력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약해진 미국은 서태평양과 인도양에서 단독역량으로 기존 패권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국은 미일안보체계에 호주와 인도를 끌어들여 4자 안보협력체계(quad security cooperation system)를 구축하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일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여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양지배권 확장을 차단하고, 미호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여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양지배권 확장을 차단하고, 인도와 안보협력관계를 새로 맺어 인도양에서 중국의 해양지배권 확장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유라시아대륙의 동쪽끝 육지관문을 지배하기 위해 유지해온 한미동맹체제는 미국이 조미핵대결에서 완패한 이후 전략적 가치를 상실하였으므로, 그것을 포기하고 중국과 맞붙은 서태평양-인도양 해상지배권 쟁탈전에서 이기기 위해 미국-일본-인도-호주 4각 안보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4각 안보협력체계에 역량을 집중할수록, 전략적 가치를 상실한 주한미국군은 철수의 외곬으로 내몰리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2월 18일 자신의 명의로 발표한 인도양-태평양전략은 그가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에 철군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다. 그가 말했듯이, 철군문제는 협상카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서태평양-인도양 해상지배권 쟁탈전이 날로 치열해지는 올해 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만류를 모른 체하면서 어느 날 주한미국군 1단계 철수를 전격적으로 단행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과 조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주한미국군이 1단계 철수를 시작하면, 한반도에서 자주통일의 새로운 환경이 급격히 조성될 것이다. 평화징후와 철군징후를 미리 간파하고 통일국가건설의 대사변을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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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언어 이질성, 교류만 하면 해결될 문제”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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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05/07 10:05
  • 수정일
    2018/05/07 10:0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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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연.민족주의포럼 국학강좌(4), 박용규 ‘국학과 언어’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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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7  08: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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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달 18일 국학연구소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개최한 ‘2018 국학 월례강좌’에서 ‘국학과 언어’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현재 우리 민족의 경우 남북으로 국토, 국가, 민족이 분단되어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언어가 분단되어 있지는 않다. 언어는 민족의 혼을 담는 그릇이다.”

한글학회 연구위원인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국학과 언어’를 주제로 한 ‘2018 국학 월례강좌’ 다섯 번째 강좌에서 일제하 우리 말과 글을 지켜온 ‘조선어학회’와 이극로 선생을 집중 조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4월 18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국학연구소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주최하고 통일뉴스가 후원한 월례강좌에서 ‘국학과 언어 - 말은 민족의 얼이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극로 “국학, 조선 고유의 학문

   
▲ 박용규 연구교수는 조선어학회와 조선어학회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국학과 국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 교수는 먼저 국어학자들의 ‘국학(國學)’에 대한 개념 규정을 소개했다. 이극로 선생은 국학을 “말과 글 그리고 역사와 지리 등의 조선 고유의 학문”으로 규정하고 “자기를 바로 인식”하게 해 준다고 주장했다.

정열모 선생은 “국학이란 것은 민족단위의 문화를 연구하는 학의 총칭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개 민족의 문화 전체를 연구하는 학을 그 민족의 국학이라 한다”고 규정하고 “국어, 국사의 연구가 국학의 전체는 아니다. 정치, 문학, 공예, 심지어 의복 음식까지 그 모두가 국학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고 광의적 해석을 내놓았다.

박 교수는 “나와 이웃, 국가와 민족을 지키는 국학이 아닌가. 우리 국학의 양대 기둥은 국어학과 국사학이다”라고 정의하고 “언어분야 국학자는 주시경, 김두봉 선생, 이극로, 최현배, 이윤재, 이병기, 신명균 선생 이런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언어분야의 국학자들 전부가 나철 선생이 중광한 대종교를 모두 믿었다. 놀랄만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에 대해 “일본인들이 왜 일본어와 일본사를 강조했느냐. 우리민족을 영구히 일본인으로 만드는 거다. 노예로 만드는 거다”며 “제국주의 나라들이 다른 나라를 쳐들어갈 때 두 개 과목(국어, 국사)을 반드시 부수는 거다. 영국이 그랬고, 독일이 그랬고, 러시아가 그랬다. 일본은 영국과 독일을 카피한 나라다”고 설명했다. “결국 38년에 조선어 교과목을 폐지시켰다”는 것.

조선어학회, 민족어 3대 규범집과 <조선어대사전>

   
▲ 조선어학회가 1935년 8월 서울 우이동 봉황각에서 개최한 ‘표준어 사정 제2독회’에 참석한 한글학자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자료사진 - 박용규]

박 교수는 “일제의 조선어와 한글 말살 정책에 맞서 조선어연구회를 이은 조선어학회는 민족운동의 일환으로 한글운동을 전개하였다”며 “조선어학회의 한글운동은 일제의 우리 말글 언어독립투쟁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조선어학회의 최대 업적인 “민족어 3대 규범집, <한글 맞춤법 통일안>,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은 다가올 민족국가 즉 독립국가에서 곧바로 국어 규범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항일투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규범집은 해방 후 남북한에서 국어규범집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이 언어적 이질성으로 갈라지지 않고 공통의 언어를 유지하게 한 결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

박 교수는 또한 “1942년에 16만에 달하는 우리말 어휘의 뜻풀이가 담긴 <조선어대사전>을 기어코 출판하여 민족어를 영구히 유지하고자 하였다”며 “이를 간파한 일제는 1942년 10월 1일 ‘조선어학회 사건’을 일으켜, 조선어학회의 회원 33명을 검거하여 탄압하였다”고 짚었다.

16만 어휘를 뜻풀이한 <조선어대사전>은 일제의 탄압으로 발간되지 못했지만 해방 이후 6권의 <조선말 큰사전>으로 출간됨으로서 뒷날 남북한 국어사전의 모범이 되었고, 국어의 발달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일제는 1942년 국내의 ‘조선어학회 사건’과 만주의 ‘대종교 임오교변’을 일으켜 국어와 국교(國敎)의 말살을 기도했다. 주시경, 김두봉, 이극로, 최현배, 신명균, 권덕규, 정열모, 이병기 등 국어학자 주요 인물들이 대종교 신자인데다 조선어학회 사건의 발단도 일제가 대종교 윤세복 도사교(교주)와 이극로 한글학회 간사장이 주고받은 서신을 꼬투리 삼아 일으켰던 것.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33인이 검거돼 이윤재, 한징 선생이 옥사하고 6년형을 선고받은 이극로 선생을 비롯해 최현배, 이희승, 정인승 선생 등 4명이 옥중에서 해방을 맞았다. 임오교변의 경우 윤세복 도사교 등 25명이 검거돼 안희제 선생 등 10명이 옥사해 임오십현으로 불리고 있으며, 윤세복 등 6명이 옥중에서 해방을 맞았다.

“그의 언어관은 ‘언어 민족 일체관’으로 규정할 수 있다

   
▲ 이극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용규 연구교수가 평양 애국열사릉에 안장된 '리극로 선생'의 묘소를 배경으로 강연하고 있다. 이극로 선생은 북한에서 무임소 장관과 최고인민회의 삼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내 한때 남쪽에서는 금기시된 인물이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극로 연구를 박사논문 주제로 삼았던 박 교수는 주시경, 김두봉에 이어 이극로의 언어관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이극로, 이윤재, 신명균, 최현배 네 분이 핵심인사”라며 “일제 판결문에는 항상 네 분이 중심이 돼서 나오고 있다”면서 그 중에서도 이극로가 중심인물이라고 제시했다.

이극로 선생은 당시로는 유일하게 베를린대학 유학 시절(1922.4∼1927.5) 부전공으로 언어학을 선택했고, 몽고어도 배웠다. 또한 언어학과 음성학의 대가인 위를로 교수의 지도를 받아 조선어 음성을 실험하기도 했다. 그의 인생역정은 자전글 <고투사십년>(1947)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박 교수는 “그는 조선어와 한글의 연구와 보급을 일제의 민족말살 정책과 동화정책에 대한 저항의 차원에서 전개하였다”며 “그의 언어관은 ‘언어 민족 일체관’으로 규정할 수 있다. 언어 민족 일체관은 언어의 흥망이 민족의 흥망과 일체한다는 관점”이라고 정리했다. ‘모국어의 유지를 통해 민족과 민족성을 보존하자’는 주장이라는 것.

박 교수는 이같은 이극로의 언어와 민족관의 형성에 대해 “1910년대와 1920년대 만주와 중국에서 주시경의 제자인 김진(김영숙)과 김두봉과 함께 보냈다”는 점을 꼽고 “일제강점기인 1911년에 대종교에 입교해 대종교 3대 교주 윤세복의 뒤를 이어, 대종교 제4대 교주로 촉망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극로 선생은 특히 “첫째, 국어사전을 편찬하자. 둘째, 우리글을 국한문으로 섞어 쓰지 말고, 국문으로만 쓰자. 셋째, 우리글을 가로로 쓰자”라고 실현 방법을 제시했다며 “이 주장은 해방정국 이후에 결국 이렇게 갔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극로는 민족어인 조선어를 조선의 학교와 학생에 보급하여 영구히 유지하며, 이를 통해 민족의식과 민족정신을 향상시켜 독립을 쟁취하는 전망을 심어주고자 하였다”며 해방 후는 “언어를 순화하고 발달시킨다는 것은 민족문화를 발달시키는 것이겠으며 언어가 망한다면 민족이 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극로 선생은 조선어사전 편찬회를 조직하는 것부터 착수해 조선어학회 간사장으로 핵심적 역할을 담담하는 등 “14년간 언어독립투쟁을 일관되게 이끌어나갔다”고.

박 교수는 “독립의 준비물로 쓰여진 게 조선어학회 3대 언어 규범집이고 조선어사전이다. 해방된 조국 남북에서 바로 쓰여지게 되는 거다”며 “얼마나 이극로가 주도면밀했는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14년 간의 결론은 함흥형무소 행이었다. 그러나 이 분이 북한에 계셨기 때문에 초대 무임소 장관으로서 북한에서 국어정책을 훌륭하게 잘 했다. 결국 말년에는 빛을 봤다”고 말했다.

이극로 선생이 남쪽에서 조명받지 못한 것은 북한에서 무임소 장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조국전선 의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고위직으로 활동한 경력 때문에 냉전시기 터부시됐기 때문이다.

“우리 간판, 중국의 연변보다 못하다”

   
▲ 우리 사회에서 한글 간판보다 영어 간판이 각광을 받는 세태가 보여주듯 한글이 처한 현실에 대한 참석자들의 안타까움도 질문에서 묻어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 교수는 일제시기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한글 수호투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방된 조국이 분단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한글이 수난받고 있다며, 시급한 현안들을 제시했다.

신영철, 이중화 선생 독립유공자 지정에 앞장서 왔다는 박 교수는 “현재까지 조선어학회 선열 33인 가운데 24명이 독립유공자로 포상되었다”며 나머지 분들도 모두 독립유공자로 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윤재 선생의 경우 “일본 동양대학에 들어가서 조선어 사전이 없다는 말을 듣고서 혼자서 10만 어휘를 수집해서 38년에 한글맞춤범 통일안, 표준말에 입각해서 사전을 냈다. 해방이후 베스트셀러 <국어사전>이었다”며 “그런데 이 분의 업적이 왜 없어졌느냐. 이분도 납북이 됐다. 납북자명단에 확인되지 않아 1급 훈장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우리 간판을 보면 이게 독립국가라고 볼 수 있는지 중국의 연변보다 못하다”며 “간판과 관계된 법률도 있는데 벌칙 조항이 없다”고 지적하고 “정말로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영어 남용을 반대하는 뭔가 큰 단체가 만들어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북한 동포들이 사용하는 말하고 우리 대한민국이 쓰는 말이 다른 부분이 있다”며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의 조속한 완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언어의 이질성을 강조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당시 “통역이 필요 없었다”는 경험을 소개하고 “끊임없이 교류만 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립국어원과 한글학회가 제 역할을 수행해오지 못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요 국어학자들의 전집 발간 사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강좌는 정해랑 21세기민족주의포럼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다음 강좌는 <전환 이야기>의 저자 주요섭 한실림연구소 사무처장이 ‘국학과 동학 - 수운의 다시 개벽’을 주제로 5월 17일 오후 7시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30호에서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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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독식 정치’는 이제 그만

[도우리의 미러볼] 광역단체장 여성 후보 가뭄 현상에 대하여도우리 객원기자 | 승인 2018.05.04 16:52

[미디어스=도우리 객원기자] 가뭄이다. 곧 치를 6.13 지방선거 이야기다. 지방정부의 수장인 광역자치단체장 공천 후보 중 여성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통틀어 단 1명에 불과하다. 표방하는 이념이나 색깔은 달라도 여성 후보 가뭄 현상은 집권 여당이나 제 1, 2 야당 할 것 없이 같다. 성별뿐 아니라 나잇대도 모두 50대 중반 이상으로 편향돼 있다. 중산층 중년 남성층만 득시글한 정치판, ‘아재 정치’의 문제가 심각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시한 지방선거 공천 후보

뿌리 깊은 아재 정치

지방 정치에서의 ‘아재 정치’는 유구하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 출범 이후 총 6회의 지방 선거를 치르는 동안, 지방 정부의 광역자치단체장과 시·도지사로 선출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도 총 1378명 중 여성은 21명(1.52%)에 불과했다. 중앙 정부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20대 국회 기준, 17%)에 비해 턱없이 낮다(이마저도 세계의원연맹 기준 193개국 중 116위다). 당선자 평균 연령도 50대 중반 이상, 평균 학력도 대졸 이상이 대부분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을 중산층 중년 남성층이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역구 기초의원 여성 당선자 비율만큼은 2014년 지방선거 기준 25.5%로 높은 편이다. 기초의원 직책은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이나 광역 의회 직책에 비해 적은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가부장-안사람 구도로, 중대한 업무와 결정권이 남성에게 편향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비슷하게 남반장-여부반장, 남교장-여교사 등의 사례들이 있다. 왜 이러한 정치의 ‘아재화’가 나타나는 것일까?

바른미래당이 공시한 광역단체장 후보

견고한 아재 정치 네트워크

현재 공천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여성 후보에게 딱히 불리한 요소는 없다. 문제는 제도의 운영 주체가 남성 기득권이라는 점이다. 비례대표 공천 시 홀수 순번에 여성을, 짝수 순번에 남성을 할당하는 제도인 남녀 교호순번제가 대표적 사례다. 남녀교호순번제는 비례대표제 명부 작성 시 ‘비례대표 여성 의원 50%할당’이라는 규정을 지키면서도 여성 공천 후보를 당선 가능권 벗어난 쪽에 몰아 넣는 편법의 횡행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구속력이 없고, 시·도의원 선거에만 적용토록 돼 있다. 하물며 권고 수준에 머무른 지역구 여성의원 30% 할당제를 지키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여성 후보 가산점 제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할당제가 의무화되지 않은 가산점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공천은 관련 서류만 잘 갖추고, 열심히 발품만 판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당 차원에서의 인맥 및 인프라 등의 적극적 지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 네트워크를 기득권 남성들이 쥐고 있다 보니 여성 후보가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게다가 경쟁력 있는 기존 여성 후보를 배제시키기 위해 신입 여성 후보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공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여성 후보를 배제한 사례들도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애초에 여성 정치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네트워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제6회 지방선거 성별 당선 비교(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략공천은 역차별이다?

이번 인천 부평구청장 인천시장 선거에서 사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던 홍미영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했다. SNS에서 ‘메갈 후보’로 낙인 찍힌 탓이 컸다. ‘비겁하게 전략공천의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전략공천이 기존에 지역구에 헌신한 예비 후보자들을 좌절시키므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여성 공천 후보에 대한 전형적인 비난 논리다. 하지만 전략공천은 공고한 기득권 장에 사실상 입성이 불가능한 약자를 끌어주기 위한 적극적 조처다. ‘지역구 헌신 후보’가 애초에 지역구에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은, 남성중심적 정치판이 보상을 가져다 줄 것이란 믿음 덕분이다. 무엇보다 역차별을 주장하는 이들은 ‘지역구 헌신 후보’의 노고만 말할 뿐, 정작 유권자들의 ‘다양한 후보 선택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것이 개인적인 것이다

‘아재 정치’는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미친다. 무조건 구성원을 다양화하는 것만으로 대의성을 높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아재 정치’가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하다. 대표적 사례가 ‘미투 고발’ 흐름이다. 특히 미투 고발로 낙마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사례는 가부장 중심 정치의 폐해가 정당의 이해에도 커다란 리스크가 된다는 교훈을 줬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 바꿔 말해, 정치적인 것은 개인적이기도 하다. 아재 독식 정치는 미투 운동처럼 정치 혐오와 냉소, 구태와 적폐의 지속 등 우리 사회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여성뿐 아니라 정치권 내 ‘아재층’에 속하지 않는 청년, 장애인, 다문화 구성원에 대한 차별과 배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해야 하는 이유다.

도우리 객원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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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으로 변한 낙동강 바닥, 산소 거의 없고 뻘 속 실지렁이 가득

[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현장 조사] 4급수 생물 다량 발견... 수문 개방한 금강과 차이 보여

18.05.06 15:53l최종 업데이트 18.05.06 16:32l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줄지렁이'(위)와 '실지렁이'(아래)가 나왔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줄지렁이'(위)와 '실지렁이'(아래)가 나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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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가 나왔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가 나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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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 현장. 삽으로 두 번 뜬 뻘(흙)에서 4급수 수질에 사는 생물인 '실지렁이'와 '줄지렁이'가 무더기로 나왔다. 한 마디로 말해 '시궁창'이라는 사실이 또 증명된 것이다.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낙동강 현장조사에서는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 바닥이 썩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무더기로 나온 '실지렁이'와 '줄지렁이'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삽으로 뻘을 두 번 떠왔고, 손으로 흙 속을 살펴보았다. 그 속에서 가느다란 '실지렁이'와 '줄지렁이'가 나왔다. 숫자로 헤아려보니 모두 8개체였다.

1㎡ 기준으로 본다면 적어도 줄지렁이와 실지렁이가 70~80개체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수근 국장은 "강 가장자리에서 5m 정도 들어가서 뻘을 삽으로 떴다. 밟아보니 뻘층이 굉장히 발달해 있다"며 "강 바닥 전체가 뻘층으로 코팅된 것이다.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수서생태학 전문가인 박정호 코리아에코웍스 대표(강원대 외래교수)는 "물이 고여 있는 습지나 물흐름이 없이 정체된 곳에서 주로 실지렁이와 줄지렁이가 서식하고, 이 생물은 4급수 서식 생명체다"며 "이 생명체가 다량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낙동강 수생태계 건강성이 '불량' 직전 상황임을 말해준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전 낙동강은 모래층이어서 일부 정체된 곳을 제외하고 실지렁이 등이 서식하지 않았다"며 "실지렁이가 나왔다는 것은 낙동강 환경이 최악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실지렁이는 물 흐름이 느린 곳에 서식하고, 산소가 별로 없는 곳에서 잘 산다. 쉽게 말해 오염된 곳을 좋아하는 생명체다. 따라서 축산폐수나 생활폐수가 많은 곳에 많이 발견된다"며 "낙동강 전체에 실지렁이가 어느 정도 분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현장조사 결과 다른 지역에서도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뿐만 아니라 '깔다구' 등이 발견되었다. 환경운동연합이 5일 벌인 낙동강 칠곡보와 달성보 상류 조사에서도 이들 생명체가 나온 것이다.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이 6일 오전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에서 뻘층의 흙을 삽으로 떠서 나오고 있다.
▲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6일 오전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에서 뻘층의 흙을 삽으로 떠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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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가 나왔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가 나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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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강바닥은 산소 거의 없는 상태

낙동강 강바닥은 산소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팀이 이날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강바닥의 산소량을 측정한 결과, 수심 8.17m 아래에서 용존산소량은 0.06ppm으로 나왔다. 이는 강 바닥에 산소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박 교수팀이 5일 벌인 조사에서 칠곡보 상류는 0.13ppm, 달성보 상류 1.3ppm, 합천창녕보 상류는 0.08ppm으로 나왔다. 박 교수는 "이 정도 수치를 보였다는 사실은 강 바닥에 산소가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쉽게 말해 생명체가 전혀 살 수 없다는 뜻으로, 물고기가 산란을 할 수 없는 공간이 돼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6일 박 교수팀은 창원·함안 일부 지역에 공급하는 원수를 취수하는 칠서취수장의 강물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이곳 용존산소량은 3.8ppm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흔히 용존산소량 4ppm 정도면 급수할 수 없고 어떤 물고기도 살 수 없다. 칠서취수장은 4ppm에 가깝다. 이곳 물은 고도정수처리를 해서 공급하고 있는데, 그만큼 수질이 나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창근 교수는 "낙동강 바닥은 오염된 뻘로 코팅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오염된 퇴적물이 산소를 잡아먹는 것이다. 해가 지날수록 유기물이 더 쌓여 점점 더 수질이 나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팀이 6일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강 속의 용존산소량을 측정하고 있다.
▲  박창근 교수팀이 6일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강 속의 용존산소량을 측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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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박창근 교수팀이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측정한 강바닥의 용존산소량에서 0.06ppm으로 나왔다.
▲  6일 박창근 교수팀이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측정한 강바닥의 용존산소량에서 0.06ppm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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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상황이 너무 다른 금강 세종보

낙동강 상황은 금강 세종보와 비교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세종보와 낙동강 창녕함안보, 합천창녕보 등에 대해 수문 개방을 했다. 그런데 창녕함안보와 합천창녕보는 주변지역 '지하수 저하' 등의 민원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사이 수문 개방을 중단했다.

세종보는 계속해서 수문 개방을 해오고 있다. 이번 현장조사에서 세종보 일대는 자연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염형철 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세종보는 지난해 11월 13일 수문 개방 이후 변화가 생겼다. 강바닥이 고운 모래로 돌아오고 있고, 냄새가 나지 않았다"며 "그 곳은 낙동강 상황과 다르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난 해 11월 수문을 개방하면서 주변에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시커먼 뻘층으로 인해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민원이 있었다"며 "5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런 민원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창근 교수는 "세종보도 이전에는 뻘층이 많이 쌓여 있었다. 수문을 열면서 하류로 흘러 내려 갔고, 지금은 고운 모래가 쌓이고 있다"며 "보 수문이 닫혀 있는 상태는 물이 흐르는 강이 아니라 호수다. 수문을 열면 수질이 개선되고 모래도 되살아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 '보 수문을 개방할 경우 지하수 수위 저하 등 영향'을 우려하는 것에 대해, 박 교수는 "4대강사업 하기 전인 '하한수위'까지 수위를 낮추어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은 환경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올해 연말에 정부는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게 된다. 보 철거를 하게 된다면 낙동강 창녕함안보가 1순위가 될 것이다"며 "상수원인데다 녹조가 번식하고, 안전성 등 여러 문제가 있어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는 이번 금강, 낙동강 현장 조사 결과 보고서를 내 '보 철거'와 '재자연화' 등을 촉구하기로 했다.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수서생태학 전문가인 박정호 코리아에코웍스 대표(강원대 외래교수)가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나온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와 '줄지렁이'를 살펴보고 있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수서생태학 전문가인 박정호 코리아에코웍스 대표(강원대 외래교수)가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나온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와 '줄지렁이'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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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박창근 관톨릭관동대 교수와 신지은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국장,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 등이 설명하고 있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박창근 카톨릭관동대 교수와 신지은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국장,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 등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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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낙동강#창녕함안보#환경운동연합#금강#대한하천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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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5개 국어로 번역한 대학생들, “한반도 평화 기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5/07 08:43
  • 수정일
    2018/05/07 08:4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판문점 선언’ 지지 성명서도 함께 공개

김세운 기자 ksw@vop.co.kr
발행 2018-05-06 15:08:48
수정 2018-05-06 15:08:48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한국외대 성명문 ‘70년 분단의 역사, 평화의 울림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한국외대 성명문 ‘70년 분단의 역사, 평화의 울림은 지속되어야 합니다’ⓒ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학생들이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발표된 ‘판문점 선언’을 5개 국어로 번역해 공개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등 5개 국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5일 공식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70년 분단이라는 아픔의 역사에 불어오고 있는 평화의 바람을 맞이하여,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판문점 선언’을 6자 회담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여 그 내용을 알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이미 여러 외신에서 판문점 선언을 번역한 선례가 있지만 다시 우리의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번역하는 것은, 학생의 사회 참여가 생기를 띌수록 우리 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라면서 “온 겨레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의 역사가 영원토록 깃들길 기원”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한 학생들은 ‘판문점 선언문’을 지지하는 취지의 성명문 ‘70년 분단의 역사, 평화의 울림은 지속되어야 합니다’를 함께 공개하며, 국회가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에 협력해 평화에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외대가 공개한 ‘판문점 선언’ 5개국어 번역 보러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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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에게 닥친 ‘공유지의 비극’

주꾸미의 씨가 마르기 시작하자 해양수산부는 올해 ‘주꾸미 금어기’를 신설했다. 어쩌다 주꾸미마저 못 잡게 되었을까. 
어민과 낚시꾼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2018년 05월 03일 목요일 제554호
 

충남 보령 출신 소설가 이문구의 작품에는 주꾸미가 자주 나온다. 1977~1981년 발표한 연작소설 <우리 동네>에서 어느 여인은 질박한 사투리로 이렇게 신세타령한다. “접때 장부텀 봄 것은 읎는 게 읎이 죄 새로 나와 만전했던디 그 흔해터진 쭈꾸미 한 코 못 만져보고 사네.”

그랬다. 주꾸미는 원래 흔해터진 ‘바닷것’이었다. 봄가을이면 서해와 남해 연안에서 무시로 잡혔다. 봄철 보릿고개 때면 바닷가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구황식품 노릇을 했다. 특히 주꾸미를 ‘쭈깨미’라 부르는 충남 지역이 전국 어획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충남 사람들에게 주꾸미는 흔한 바다 생물이었다.

세상이 바뀌었다. 주꾸미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주꾸미에게 위기가 닥치자, 아우성은 인간이 질렀다. 봄철 알배기 주꾸미가 나올 때만 되면 주꾸미 값이 폭등해 ‘귀하신 몸’이 되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98년 7999t이었던 주꾸미 어획량은 2012년 3415t으로 반타작 났고, 2016년엔 2281t으로 줄었다. 
 

ⓒ시사IN 이명익
4월12일 충남 보령시 인근 바다에서 화랑호 선주 김동주씨가 소라 껍데기에서 주꾸미를 빼내고 있다.

올해는 주꾸미에게 의미심장한 해다. 사상 초유의 ‘주꾸미 금어기’가 실시된다. 5월11일부터 8월31일까지 주꾸미를 잡는 행위가 완전히 금지되며,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어쩌다 주꾸미마저 못 잡게 되었을까. 단순히 어민들의 남획으로 인한 자원 고갈이라고 이해하면 되는 걸까.

4월12일 아침 6시. 동이 터오는 충남 보령시 오천항 풍경은 뜻밖이었다. 평일인데도 항구에는 형형색색의 낚시복을 갖춘 사람들로 북적였다. 선착장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배만 10여 척. 어림잡아 100명이 차례차례 낚싯배에 올랐다. 전날 밤 적막하던 항구 풍경과는 딴판이었다. 새벽부터 차로 달려 이곳에 도착한 낚시꾼들이었다.

오천항은 천혜의 어장인 천수만에서 홍성군 광천읍 쪽으로 움푹 들어간 곳에 있다. 어족 자원이 풍부해 예부터 ‘자연양식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10여 년 전부터는 낚싯배가 성행하는 곳이다. 특히 주꾸미 낚시로 유명하다.

그런데 봄철인 지금은 낚시로 주꾸미를 잡을 수 있는 때가 아니다. 3~5월 산란기를 맞은 주꾸미가 바다 밑바닥으로 몸을 숨기기 때문이다. 봄철에는 어민들이 설치한 주꾸미 그물을 통해서나 어획이 가능하다. 가을이 되어서야 알에서 부화한 주꾸미가 바닷속을 헤엄치는데, 그때가 주꾸미 낚시 성수기다. 지금 낚시꾼들은 우럭, 도다리 등을 잡으러 온다.

비수기에 이 정도니 주꾸미 낚시 성수기인 9~10월이 되면 이곳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많을 때는 하루 5000명씩 주꾸미 낚시꾼이 몰려든다. 항구에는 차 댈 곳이 없어서 매일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1인당 7만~10만원 정도를 내고 낚싯배를 타는데, 주꾸미가 잘 잡힌다고 소문난 배는 6월부터 예약해야 낚시가 가능할 정도다.

문제는 가을철 낚시꾼이 잡는 주꾸미가 ‘치어’라는 점이다. 봄철 산란기를 지나고 알에서 부화한 어린 주꾸미가 막 활동을 시작할 무렵 주꾸미 낚시가 시작되는 것이다. 낚시꾼들은 이때 잡은 주꾸미를 ‘100원짜리’ ‘500원짜리’라 부른다. 그만큼 작다는 뜻이다. 주꾸미가 거미처럼 작다 해서 ‘거미 낚시’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주꾸미 낚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잡기 쉬워서다. ‘주꾸미 구슬’이라는 도구가 있다. 흰색 구슬에 갈고리를 단 도구인데, 밝은 색을 좋아하는 주꾸미가 구슬에 접근했다가 갈고리에 걸려 올라온다. 초보자도 하루에 수십 마리는 거뜬하다. 경력이 되는 ‘꾼’들은 하루 수백 마리씩 잡는다. 10명 정도 탄 주꾸미 낚싯배 한 척의 하루 어획량이 작은 어선보다 훨씬 많다.

이날 아침 이상한 점이 있었다. 선착장에 낚싯배만 가득할 뿐 어선이 보이지 않았다. 다들 어디로 간 것일까. 어선들은 뱃길로 1㎞ 떨어진 보령방조제 근처에 머물고 있었다. 방조제 근처에서 출항을 준비 중인 화랑호 선주 김동주씨는 “낚싯배 때문에 항구에 배를 댈 수 없어 이리로 옮겼다. 사실상 밀려난 셈이다”라고 말했다.

주꾸미 어민의 얼굴에서 사라진 웃음기

허락을 구해 화랑호에 올라탔다. 배는 20분을 달린 뒤 바다 위에 떠 있는 부표 앞에 멈췄다. ‘주꾸미 그물(밧줄에 소라 껍데기를 매단 것)’을 설치한 곳이다. 김동주씨 부부가 힘차게 밧줄을 끌어당기자 소라 껍데기가 도르래를 타고 올라왔다. 시인이 노래했던 주꾸미 잡이 풍경과 똑같았다. ‘빈 소라 껍질 매단 줄을 당긴다/ 먹이로 속이는 낚시가 아닌/ 길을 가로막는 그물이 아닌/ 알 깔 집으로 유인한/ 주꾸미들이 줄줄이 딸려 올라온다(함민복, <주꾸미>).’

그러나 주꾸미가 ‘줄줄이 딸려’ 오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언뜻 봐서는 소라 껍데기 수십 개꼴로 1마리씩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김씨는 “20년 전에 비해 주꾸미가 든 소라 껍데기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라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출렁이는 배 위에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물을 당기고 주꾸미를 꺼내고, 다시 그물을 치는 작업이 되풀이됐다. 그 와중에 주꾸미가 ‘청소’한 해양 쓰레기도 수거했다. 주꾸미는 바다 밑바닥에 깔린 비닐조각, 낚싯바늘 등을 빨판에 붙인 채 잡히는 경우가 많아 ‘바다의 청소부’라 불린다. 과거 충남 태안에서 고려청자 조각이 주꾸미 빨판에 붙어 나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이날 4시간가량 작업한 끝에 화랑호가 얻은 수확량은 40㎏. ‘만선’은 아니어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전날은 이보다 훨씬 못했다. 이날 수협 경매가가 1㎏당 1만7500원이었다. 수협 직원이 김씨에게 “오늘은 돈 좀 만졌네”라며 웃었다.  
 

ⓒ시사IN 조남진
충남 보령시 오천항에 낚싯배가 정박해 있다. 가을철이면 이곳은 주꾸미 낚시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럼에도 요즘 김씨를 비롯한 주꾸미 어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다. 우선 금어기의 형평성 문제다. 사실상 봄 한 철 벌어 먹고사는 현실에 금어기를 5월 초순부터 지정한 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주꾸미 알이 여물려면 5월 말은 되어야 하는데, 값어치가 올라갈 때쯤 금어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어기가 풀리는 9월부터는 낚시 시즌이다. 낚시업계가 이번 금어기 조치로 입는 타격은 어민들에 비해 훨씬 적다. 

더 큰 불만은 낚시꾼의 행태다. 앞서 말했듯 가을철에 마구잡이로 어린 주꾸미를 잡는 바람에 이듬해 알을 밸 주꾸미의 씨가 마른다는 것이다. 끊어진 낚싯줄, 낚시 추, 바늘 따위는 바다를 오염시킨다. 낚싯배와 어선의 충돌 사고, 쓰레기 투기 문제도 갈등 요소다. 

문제는 이것이 주꾸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바다 자원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두고 어민과 낚시인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어촌에서는 토박이인 어민과 주로 외지 출신인 낚싯배 운영자들 사이에 갈등이 깊어가면서 언젠가 큰일이 터질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공유지의 비극’이다.

현재 바다낚시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언젠가부터 ‘낚시 인구 700만 시대’라는 말이 퍼졌지만 추정치다. 비교적 정확한 통계가 있다. 해양경찰청이 낚시 어선 이용객의 승선 신고를 집계한 자료다(55쪽 표 참조).

1997년 47만명이었던 낚시 어선 이용객 수는 200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최근 통계다. 2015년 295만명, 2016년 342만명, 2017년 414만명으로 2년 만에 100만명 넘게 증가했다. 중복 신고하는 경우를 감안해도 엄청난 증가세다. 민물낚시까지 더하면 낚시 인구 700만이 과장된 수치는 아니다.

새로운 취미를 찾던 사람들이 낚시에 눈을 떴다. 특히 최근 <도시어부> <성난 물고기> 등 본격 낚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낚시의 역동성에 매료된 이들이 적지 않다.  

반면 어가 인구(판매를 목적으로 1개월 이상 어선, 맨손, 양식 어업 등에 나선 가구)는 계속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19만2300명이던 인구는, 2016년에 12만5700명까지 줄었다(55쪽 표 참조). 대개 농어촌이 그렇듯 이 수치는 앞으로 더욱 내리막길일 것이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존 여론은 어족 자원 고갈 문제를 다룰 때 주로 어민의 무분별한 남획을 지적해왔다. 이제 거꾸로 바다에서 ‘다수파’가 된 낚시꾼의 몰지각한 남획과 환경 파괴 문제를 비판하면 되는 걸까.

낚시면허제 도입이 정답 될까

해양수산부는 낚시업계에 칼을 빼들었다가 머쓱했던 적이 많다. 돈을 내고 이용권을 구매한 사람만 낚시를 할 수 있는 ‘낚시 이용권’ 제도 및 주꾸미· 문어·갈치 등을 대상으로 1인당 포획량 제한을 실시하려다 낚시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곤 했다. 올해도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불투명하다. 지난 2월 ‘낚시 부담금 말이 안 되는 이유’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만명 이상 서명을 받았다. 반면 낚시면허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어민 측의 청원도 여러 건 올라왔다.

상생의 길은 없는 걸까. 다행히 희망의 끈은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어민과 낚시꾼 모두 어족 자원 고갈에 심각한 문제를 느끼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어민들 중에도 옛날처럼 바다가 무한정 인간에게 먹을 걸 내줄 것이라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화랑호 선주 김동주씨는 “낚시면허제가 도입되는 등 진전이 있다면 어민들도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손해를 감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천항의 한 낚싯배 사무국장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낚시면허제 도입에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말을 했다. “이러다 다 죽는다”라는 말이었다.

남은 문제는 더 있다. 이른바 ‘형망 어업’ 등으로 바다를 초토화하는 일부 어민 문제다. 형망 어업은 자루 모양의 그물 끝에 쇠틀을 달아 해저를 긁으면서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바다 밑바닥을 긁어버리기 때문에 조개는 물론 주꾸미도 쓸어 담는다. 최근에는 고압 분사기 등 불법 어구까지 이용해 어패류를 초토화하는 바다의 무법자다. 무허가 조업에도 벌금밖에 제재 조치가 없어 일부 지역에서는 어민들이 돌아가며 벌금을 물고 조업에 나선다. 바다 자원을 싹쓸이하는 대형 저인망 어선에 대한 규제도 관련 업계의 반발 탓에 지지부진하다. 주꾸미 어민들이 구멍가게라면, 이들은 대형마트다.

 

바다 생태계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방조제 문제는 아예 이슈로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서산 A·B방조제, 보령·홍성방조제 등 천수만 일대에만 네 개 방조제가 우뚝 서 바닷길을 가로막고 있다. 한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방조제 철거를 시사한 바 있지만 이 또한 물 건너갔다. 어쩌면 공유지를 망친 주범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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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제대해, 통일되면 만나” 방송하자 북한 병사는 O 그려보였다

“나 제대해, 통일되면 만나” 방송하자 북한 병사는 O 그려보였다

등록 :2018-05-06 09:29수정 :2018-05-06 11:39

 

 

대북·대남방송의 추억
지난 1일 오후 군 장병들이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처로 경기도 파주시 군사분계선 교하 소초에 설치된 대북 고정형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북한군도 이날부터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포착됐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일 오후 군 장병들이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처로 경기도 파주시 군사분계선 교하 소초에 설치된 대북 고정형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북한군도 이날부터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포착됐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 4·27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는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남과 북은 대북·대남 방송용 확성기를 모두 철거했다. 대북·대남 방송은 1960년대 초 시작된 뒤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다. 이번에는 영구적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최전방에서 대북·대남 방송을 담당했던 한국군과 북한군 출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인들의 요청에 따라 가명을 썼다.

 

인근 주민들과 밤낚시를 즐기는 파주 주민 허일영(가명·53)씨에게 공릉천은 천국이다. 공릉천은 경기도 양주에서 파주를 거쳐 오두산 통일전망대 아래에서 임진강, 한강과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하천이다. 어종이 풍부해 낚시꾼들이 진을 친다. 잔잔한 물줄기에 반사돼 반짝이는 자유로 가로등 불빛, 하천에서 풍겨오는 비릿한 냄새,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손맛까지 더하니 바랄 게 없다.

 

공릉천 밤낚시의 추억에 빠질 수 없는 소리가 있다. 바로 대북·대남 방송이다. 허씨는 “한여름에 가만히 앉아 낚시찌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쪽저쪽에서 하는 방송이 다 들린다. 한밤중에도 스피커 소리가 빵빵하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했던 때는 북한 군가가 요란하게 흘러나왔다. 우스갯소리로 들으면 적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허씨는 북한의 대남방송 내용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요즘 세상에 ‘위대한 수령’ 이야기를 한들 신경 쓸 사람이 있겠냐”고 되묻는다. 그는 남한의 대북방송이 더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남한이 북한보다는 사는 형편이 더 낫지 않나. 똑같은 사람이 돼, 단지 상대방 기분 나쁘게 하려는 방송을 하는 우리가 한심했다.”

 

허씨는 앞으로 대북·대남 방송을 들을 일이 없길 바란다. 은퇴 뒤 공릉천에서 친구들과 조용히 낚시를 즐기며 노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요즘 공릉천에서는 대북·대남 방송이 들리지 않는다. 지난달 23일 남한과 북한은 함께 방송을 중단했다. 지난 1일에는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양쪽이 대북·대남 확성기를 철거했다. 이번 방송 중단이 일시적이 될지, 항구적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대북·대남 방송은 1963년부터 시작된 뒤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중단과 재개, 시설 철거와 설치를 반복해왔다. 대북·대남 방송은 남과 북의 비무장지대(DMZ)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이뤄진다. 가깝게 붙어 있는 남북 지피(GP·전방초소)는 거리가 1㎞도 되지 않는다.

 

비무장지대에서 마이크와 확성기는 일종의 무기다. 이 무기들로 ‘심리전’을 펴는 군의 방송요원은 ‘방송병’과 ‘대면병’으로 나뉜다. 방송병은 ‘자유의 소리’ 같은 라디오 방송과 대중가요 등 음악을 확성기로 내보낸다. 대면병은 마이크를 잡고 직접 상대 대면병과 대화를 시도한다. 방송병은 일방 커뮤니케이션을, 대면병은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셈이다. 분단의 대치 상황에서 심리전 방송요원으로 징집됐던 사람들은 선전의 주체와 대상이 되도록 강요당했던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북한 방송병의 추억

 

30대 후반인 염상구(가명)씨는 2000년대 초반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귀순했다. 1997년 북한군에 입대한 염씨는 개성시 판문군에 있는 2군단에 배치돼 대남방송을 트는 방송병으로 복무했다. 당시 북한 군복무 기간은 13년이었다. 북한군에서 비무장지대에 배치되려면 ‘출신성분’이 좋아야 한다. 염씨는 “방송병은 편한 보직이라 특히 인기가 많다. 1년에 한두차례 정치 및 방송 교육을 받고 시키는 대로 방송만 틀면 된다”고 말했다.

 

염씨는 군사분계선 서부전선에 있는 방송국 세 곳 중 한 곳에서 근무했다. 남한 방송병 초소와의 거리는 700m였다. 방송국 한 곳당 4~5명의 방송병이 있었다. 여름은 오전 5시부터, 겨울은 오전 6시30분부터 북한 애국가로 방송을 시작했다. 주로 상급자가 내려보내는 정치 선전물과 ‘제3방송’ 뉴스를 틀었다. 제3방송은 남한 관련 뉴스와 국제정치 뉴스 중 북한이 주민들에게 꼭 주입시켜야 하는 사안을 다루는 유선방송이다.

 

남한의 대북방송을 북한군이 듣지 못하도록 트는 ‘맞방송’도 주요 업무였다. 이때는 방송 출력을 최대한 높여 소리를 소리로 덮었다. 통상 밤 9~10시에는 대남방송을 끝냈지만 남한은 대북방송을 자정 넘어서도 했다고 염씨는 기억했다. 적막한 밤에 북한까지 맞방송을 하면 너무 소란스러워 밤에는 맞방송을 자제했다고 한다. 염씨는 새벽 경계근무를 서는 북한군 동료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수도 평양을 지키자는 내용의 ‘지새지 말아다오, 평양의 밤아’ 같은 노래를 잔잔하게 틀기도 했다. 방송병에겐 트는 일 못지않게 적는 일도 중요했다. 분 단위로 남한의 대북방송을 전부 기록해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했다.

 

염씨는 2000년 이전까지는 남한의 대북방송 수위가 굉장히 높다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급격히 낮아졌다고 했다. 그는 “그 이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비난을 자주 했다. ‘수령을 사살하고 남한으로 귀순하라. 남한에 오면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도 많았다. 2000년 이후에는 비난이나 귀순 유도보다는 대중가요를 트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염씨는 옆에서 지켜봤던 동료 북한 대면병들의 대남방송 작전 상황을 떠올리기도 했다. 조선노동당 창건기념일(10월10일) 등 북한 기념일이면 인민무력부 총정치국 ‘적군와해 공작부’(이하 적공부) 선전대에서 대면병들이 나와 지피에 ‘무대’를 설치하고 남한 대면병과 심리전을 벌였다고 한다. 방송 내용은 북한 체제 선전부터 일상 소재까지 다양했다.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압네까?”(북)

 

“….”(남)

 

“북한 체제의 우월성은….”(북)

 

“….”(남)

 

“6·25 원인을 남한은 남침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북침이요. 그 이유는….”(북)

 

“….”(남)

 

북한 대면병이 수를 쓰면 남한 대면병은 말려들지 않으려고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염씨에게 남한의 대북방송은 어떤 모습으로 각인돼 있을까? “당시엔 남한이 심리전 방송에 올인하나 싶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느낌이었다.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방송 시간도 길고 볼륨도 높았다. 심리전으로 북한을 무너뜨리려고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남한에 와 보니 남한은 단순히 전기 등 물자에 여유가 있으니까 방송을 공세적으로 했던 것 같다. 북한군끼리는 ‘남한 애들이 미쳐서 발악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놈들 말대로면 남조선은 지상 천국이겠다’ ‘남조선 놈들 또 사기 친다’고 무시하기도 했다.”

 

확성기가 본래 기능으로 사용된 적도 있었다. 2001년 몇몇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순찰하다 자신들이 설치한 지뢰를 밟아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무장지대에서 지뢰가 터지자 남한 쪽 지피에서 한국군이 출동하기 시작했다. 북한 지휘관이 염씨에게 “확성기로 남한 쪽에 상황을 설명하고 북한군이 자체 처리하겠다는 방송을 해달라”고 알려와 양쪽 충돌 없이 사고가 마무리됐다고 한다.

 

 

55년간 남북 총칼 없는 소리전쟁
남북관계 변화 따라 중단·재개 반복
북한 방송병, 근무 편해 경쟁 치열
남한은 전력 풍부해 더 공세적 방송

 

남 “수령을 사살하고 남한으로 오라”
북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압네까”
김광석 노래 틀어놓고 함께 즐기기도

 

“무의미한 방송 영원히 중단됐으면”

 

 

남한 대면병의 추억

 

30대 후반으로 염상구씨와 같은 또래인 최재성(가명)씨는 염씨와 군복무 시기가 비슷하다. 최씨는 2000년대 초반 임진강 쪽 101여단에 배치돼 대북방송 대면병으로 근무했다. 최씨와 염씨는 군사분계선을 가운데 두고 서로 ‘목소리’를 통해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씨는 훈련소를 마친 뒤 자대 배치를 받기 전 자신을 찾아온 101여단의 민사장교가 면담을 요청해 따라갔다. 장교는 담배를 한대 권하며 “소총 드는 일은 아니지만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할 수 있다. 대면병을 하겠냐”고 물었다. 당시 전군에 대면병은 60명밖에 없었다. 최씨는 장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담배 한대가 너무 급해서 받아들였다”고 했다.

 

최씨는 북한군 대면병과 1㎞ 떨어진 임진강 기슭에 설치된 지피에서 복무했다. 대면작전은 오전, 오후 모두 세차례에 걸쳐 각 30분짜리 분량의 원고를 작성해 마이크를 들고 북한군에게 말을 거는 일이었다. 복장은 운동복부터 사복까지 자유로웠다. 대면병은 모두 가명을 썼다. 최씨의 가명은 ‘춘삼’이었다. 1월에 교육을 받아 3월에 작전에 투입된 데서 착안했다. 동료들도 대발, 광수 등 가급적 친근한 이름을 사용했다. 남쪽에서 보낸 소리가 군사분계선을 건너 1㎞ 이상까지 들리려면 가능한 한 간단한 용어를 써야 했다. 친근한 반말을 사용하되, 북한군이 알아듣는 언어가 필요했다. 외래어는 삼가고 가능하면 북한어를 썼다. 말투는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했다.

 

“인민군 친구들, 잘 있었어?”(남)

 

“….”(북)

 

북한군은 육성보다는 손으로 허공에 글씨를 쓰는 방식의 수화로 답을 보냈다. 당시 북쪽은 확성기를 제대로 틀지 못할 정도로 전력 사정이 나빴다고 한다. 최씨가 오(O), 엑스(X) 등 간단한 답변을 유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군이 가장 많이 보낸 수화 질문은 “여동생이 있냐”였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일인 2월16일에는 “이처럼 좋은 날인데 맛있는 음식 많이 먹었냐? 몇가지 음식을 먹었냐?”고 묻자, 북한군이 손으로 ‘216’을 그려 속으로는 거짓말도 정도껏 한다고 생각했다. 최씨는 “지금 생각해보니 그 병사가 2월16일을 그렸던 거 같다”며 웃었다. 그는 “대화가 잘될 때는 두 시간 이상 이어졌지만, 우리 질문에 답하다 상관한테 걸려 혼나는 북한군도 있었다”고 말했다.

 

준비한 원고 읽기가 기본이지만 상대 반응에 맞춰 임기응변으로 대화를 가능한 한 길게 유도해야 했다. 방송 앞뒤로 한국 아이돌그룹 노래는 물론 ‘휘파람’ 등 북한가요를 틀기도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붉은 악마 응원복을 입고 응원도구를 흔들며 월드컵 상황을 중계해주기도 했다. 북한 대면병은 이에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2002년부터 개최된 초대형 매스게임인 아리랑이 있다고 응수했다고 한다.

 

최씨는 “어느 정도 계급이 올라갔을 때 한번은 방송하기도 귀찮아 ‘내가 좋아하는 노래니까 같이 듣자’며 김광석 노래를 30분 동안 계속 틀기도 했다. 남북 대면병은 서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공방을 벌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제대하기 전날 마지막 방송 할 때 ‘북한 친구들, 나 춘삼이다. 나 오늘 제대한다. 거기는 군생활이 길지만 우리는 짧다. 나중에 통일되면 만나자’고 했다. 그랬더니 북한 대면병이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고 말했다.

 

대면병은 최전방에서 북한군을 일대일로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1㎞는 사격이 가능한 거리다.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경고방송 등 매뉴얼에 따라 대면병이 해야 하는 방송이 있는데, 2002년 서해교전 당시 북한군을 향해 방송할 때는 서늘함을 느꼈다고 했다.

 

대면방송은 크게 3단계로 나뉘었다. 최초 접근단계, 상호 알아가는 단계, 넘어오라는 단계. 북한군의 귀순 유도가 최종 목적이지만 최씨는 그 방송을 듣고 넘어올 거라는 기대감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대면작전을 할 때 이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최씨는 “그냥 맡은 임무라서 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고정형 대북 확성기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 내 육군 최전방 소초 주변이 민들레로 노랗게 물들어 있다. 초소 너머 북한 지역이 아련히 보인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일 고정형 대북 확성기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 내 육군 최전방 소초 주변이 민들레로 노랗게 물들어 있다. 초소 너머 북한 지역이 아련히 보인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누구를 위한 선전방송일까

 

고진식(가명·54)씨가 사는 파주의 한 아파트는 조금만 단지를 벗어나도 논밭투성이다. 주변에 소리가 부딪칠 만한 장애물이 없어 대북·대남 방송이 귓가를 제법 세게 울린다. 14년째 이곳에 사는 고씨는 이제 양쪽의 방송이 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한다.

 

겉으론 이렇게 말하지만 고씨는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이 충돌해 빚어내는 소리폭탄에 가슴을 졸였던 기억이 있다. 2015년 8월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에서 목함지뢰가 폭발해 한국군 하사 2명의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씨의 아들은 인근 지오피(GOP·일반전초)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한국군이 사고 대응 조처로 대북방송을 재개하고 북한에서 보복공격을 언급하는 등 무력충돌 가능성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졌다. 당시 고씨는 청와대에 대북방송을 중단해 달라고 수차례 민원을 넣었다. “당장 내 자식새끼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자유민주주의 체제 선전이나 북한군 귀순 유도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파주 땅값이 오른다느니 마느니 말들이 많은데 다 필요 없어요. 지금 사는 곳에서 마음 편히 정붙이고 살게 해주면 좋겠어요.” 고씨의 바람이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3435.html?_fr=mt1#csidxfb2fce2b4e68478b73619fbc6e0bc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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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 사용후핵연료, 어떻게 할 것인가

[작은것이 아름답다] 핵발전소가 핵폐기장이 되고 있다

 

 

언제부턴가 '사용후핵연료'라 부르기 시작한 '고준위 핵폐기물'은 잠들지 않는 아주 위험하고 불안정한 수백 가지 방사성 물질을 끊임없이 내뿜는다. 섭씨 수천 도까지 올라간 뒤 수십, 수백 년 동안 아주 조금씩 온도가 내려간다. 계속 열을 식히고 방사성 물질이 새 나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지금 세대뿐 아니라 까마득한 오는 세대에게 이 어리석은 물질을 떠넘겨야 하는 일이다. 이미 만들어 놓은 것과 앞으로 끝없이 쏟아질 핵 쓰레기에 대해 최소한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더 이상 '핵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핵물질을 꺼내 쓰기 시작한 현생 인류가 최소한 가져야 할 책임이다. 
 

▲ 전남 영광 핵발전소. ⓒ작은것이아름답다(김기돈)


늘 발등의 불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25기 핵발전소에서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1만5000톤 넘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만들어냈다. 지금도 날마다 핵폐기물이 나온다. 고리1호기 첫 상업운전 시작이 1978년이다. 30여 년이 지나서야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제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뒤로 최근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처분장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탈핵 정책 기조에 중요한 갈림길이라 탈핵 진영이 긴급하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폭설이 내리던 날 전남 영광에서 핵발전소안전성확보공동행동(영광공동행동) 황대권 대표를 만났다. 

"이전 정부들에서 핵확산 정책에 미칠 영향이나 핵발전소 수출 때문에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미루기만 해왔어요."  

박근혜 정부는 고준위 핵폐기물이 포화 상태에 이르는 다급한 상황이 되자, 2013년 4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쫓기듯 일방으로 밀어붙였다. 탈핵시민환경단체는 뺀 부실한 파행운영 끝에 권고안을 냈고, 산업자원부는 2016년 5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행정예고 했다. 핵심 내용은 핵발전소 부지 안에 '단기 저장시설'을 추가로 짓자는 것. 

"수십 년 넘게 쌓아둘 고준위 핵폐기물 관련 시설을 추가하는 일이거든요.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고준위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과 유치지역 지원 법률안'을 정부법안으로 발의했어요. 그 뒤 탄핵정국이 이어져 지금까지 법률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어요. 자유한국당은 빨리 처리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죠."

경주에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장을 지을 때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은 건설해선 안 된다고 법에 명시한 바 있다. 산업자원부는 근본 대책이 아니라, 이러한 법을 회피하는 방법만 고안했다.  

"'고준위 핵 관련 시설은 들어올 수 없다'는 조항에서 '핵 관계시설은 지을 수 있다'로 고쳤어요. 관계시설은 공장에서 자재를 쌓아놓은 창고 같은 곳인데, 경주에 이를 적용하려고 하는 거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 전체를 아우르는 근본 법안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정부와 산업자원부는 어떤 정책이든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 황대권 대표는 모든 정책을 '발등의 불'로 만들어 놓는 관행을 지적한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큰일이다, 난리 치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두루뭉술 넘어가는 거죠. 지금까지 정부는 위험하거나 문제가 많아도 늘 그렇게 일을 해왔어요."

발전소 수명 연장이나 신규 건설 문제도 절차가 있고 주민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다 생략하고 돈을 들이붓고 공사를 먼저 시작해 버렸다. 이미 투자한 것을 날리게 되니 눈감아 달라는 태도를 들이밀었다.  

"신고리 5·6호기 때도 절차 안 밟고 들이부은 불법 투자가 30퍼센트가 넘었어요. 오랜 세월 이런 논리가 묵인되고 불법 상황을 반복해 왔어요. 중요한 사안이 언제 어떻게 결정되는지 국민들은 전혀 모르는 때가 많아요. 국민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국책사업도, 조금의 실수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마저 이런 식입니다." 
 

▲ 2015년 8월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 준공식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핵폐기물이 저장될 동굴을 찾아 처분 시연을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임시 저장은 핵확산 정책과 맞물려있다 

우리나라 고준위 핵폐기물은 핵발전소 부지마다 습식 저장고에 저장하고 있다. 포화 시점을 뒤로 미루려다 보니, 애초 설계보다 저장 간격을 4배나 조밀하게 만들었다. 설계 수명 동안 발생할 총량을 고려해 애초 저장소를 만들어야 하는데, 가동 뒤 절반도 지나지 않아 조밀 저장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재해가 발생해 냉각이 어렵게 되면 추가 방사능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불안한 시설이다.  

중수로인 경주 월성 핵발전소는 2019년, 경수로인 영광 한빛 핵발전소는 2024년에 고준위 핵폐기물이 포화 상태가 된다. 경수로는 농축우라늄을 쓰고, 중수로는 천연우라늄을 쓴다. 경수로보다 핵폐기물이 3배 넘게 나온다. 경주 월성 핵발전소는 이미 원통형 저장시설 캐니스터 300기와 콘크리트 조밀건식 저장시설이 맥스터 7기가 있다. 2019년이면 포화 상태가 되는 탓에 추가로 맥스터 7기를 더 짓는 계획을 올 6월까지 결정하려는 것이다. 맥스터 하나에 고준위 핵폐기물 16만 8000다발을 저장할 수 있다.  

건식 임시 저장시설을 만들면 앞으로 핵발전소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으로 40년 넘게 핵확산 기조를 밀고 갈 수 있는 바탕이 되는 탓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핵'을 천명하지만, 언제라도 틈새가 생기면 핵발전소 확대 세력이 목소리를 높일 빌미가 될 수 있다. 

"당장 똥 쌀 곳이 생기면 아무리 탈핵 정책을 앞세워도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상황을 바꾸지 않아도 되니까요."  

영광 핵발전소 민간환경감시기구 이하영 부위원장은 '임시 저장은 영구처분 전 단계'라고 생각한다. 아무 대책 없이 밖으로 꺼내 쌓아둔다는 건 현재를 모면하려는 것일 뿐, 대책이 아니다.  

"10만 년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을 발전소 부지에 둔다는 건 핵발전소가 자체가 영구 처분장이 될 수 있다는 걸 뜻해요. 핵폐기물을 우리 지역에 갖다 놓으라고 할 지역이 한반도에서 어디에 있겠어요. 포화 상태가 됐으면 사실 중지하는 것이 맞아요." 

계획대로 '중간·영구 처분장'을 찾지 못하면, 결국 현재 핵발전소는 고준위 핵폐기장이 되고 만다.  

핵발전소는 건설과 동시에 수명에 따른 폐기물 발생 총량과 관련 시설을 고려해야 하고, 폐기물 한계에 닿으면 바로 폐로 해야 한다. 설계와 운영, 폐로에 대한 전체 그림이 있어야 한다. 위험 요인을 어떻게 없앨 것인지, 핵폐기물에 대한 전체 그림을 완벽하게 그려야하고,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시작도, 연장도 해서는 안 된다.  

"폐기물이 가득차면 폐로 절차를 밟고, 폐로한 발전소와 가동하는 발전소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지 그 방법도 공개해서 추진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임시 처분에 대해 설령 주민들에게 50퍼센트 넘게 찬성해도 위험하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핵발전소 관련 정책에서 '방사능 물질은 위험하다'는 것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 탈핵 정책은 핵이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한 전체 그림을 그려야 한다 

전국 핵발전소 부지마다 임시 건식저장고를 만드는 법안은 살아 있다. 지금 법으로도 밀어붙이면 지을 수 있는 시설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발등의 불이 된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재공론화'를 통해 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방선거 전 논의를 끝내고 결론을 내려고 움직이고 있다.  

고준위 핵폐기장 호남권 공대위 윤종호 님은 '정부와 핵산업계는 임시 저장고가 핵 산업 유지와 맞물려 있다고 인식하고, 사활이 걸린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같은 맥락에서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는 '탈핵'에 대한 본질 문제가 담겨 있다고 봐요. 핵발전소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듯 고준위 핵폐기물도 같은 기조에서 접근해야 해요. 모든 지역이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천명하고, 누구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어떤 식으로든 곧 '재공론화' 문제가 수면으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황대권 대표는 정부가 재공론화를 시작하고 짧은 기간 안에 마무리 지으려고 할 텐데, 설령 재공론화 과정에 탈핵진영이 참여한다 해도 최소 2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재공론화'와 임시 저장고 문제를 떼어놓고 운영하려고 해요. 핵발전소 소재 지역 공론화를 통해 주민이 결정하게 하겠다는 거죠. 주민 의견을 존중하는 것 같지만, 사실 돈으로 보상하면 다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공론화 과정이 길어져 저장시설이 가득 차면 논의가 결정될 때까지 핵발전소 가동을 멈춰야 한다. 공론화 과정이 끝난 뒤 이에 따라 법안을 만들어 저장시설을 지어야 한다. 

"법안에 임시저장고 수명, 어디에 얼마나 지을 것인지, 영구 저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 주민들과 국민이 모두 인식할 수 있는 전체 그림이 담겨야 해요."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은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은 지난 40년 가까이 핵발전소에 의지해 살아온 탓에 임시 저장시설 문제에 민감하다고 말한다. "임시 저장시설을 못 지으면 핵발전소를 조기 폐쇄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겁니다. 핵발전소 지원금이 발전량과 연동되어 있으니까 발전소가 중단되는 만큼 지원금도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거죠." 어떻게 주민을 설득하고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지 쉽지 않다. 이상홍 님은 경주 일대가 지진 취약지역이라는 사실을 설득해야 한다고 본다.  

"경제성 문제로는 반대하지만 지진 안전성으로 보면 설득력이 있어요. 체감 지진 횟수와 강도가 피부에 와 닿거든요. 지진 규모나 피해가 예측 불가능하니까요." 
 

▲ 한수원 신문 광고. ⓒ황대권

최근 영광 지역신문들에 한국수력원자력공사에서 전면 광고를 냈다. 

'미래를 위한 건식 저장시설, 주민과의 약속이 먼저입니다. 자연 바람으로 사용후핵연료 열을 식히는 시설, 원전 부재 안에 안전에게 짓겠다는 주민과의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세계에서 인정받은 지진에도 견고한 안전한 건식 저장시설.' 

황대권 님은 이런 광고들을 주민들이 자꾸 접하면 무뎌지고 별문제 없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얼핏 읽으면 고준위 핵폐기물 건식 저장시설이 황태덕장이나 마늘 말리는 건조대인 듯 말하고 있어요. 주민들이 약속한 것도 없고, 아직 아무것도 결정 난 것도 없는데, 한수원에서 이 짓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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