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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상되니 재벌이 해외로 떠날 거라고? 웃기는 소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12/05 12:24
  • 수정일
    2017/12/05 12: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발행 2017-12-04 21:57:39
수정 2017-12-04 22: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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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예산안이 4일 밤 극적으로 타결됐다. 경제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직 대통령 이명박이 ‘비즈니스 프렌들리’ 한답시고 깎았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 원상회복(22%→25%)한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법인세와 관련된 내용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는 차원으로 합의문에 유보를 명시한 것은 전혀 아쉽지 않다(원래 그런 자들이다!). 정작 아쉬운 대목은 야당과 협상을 거치면서 최고 법인세율을 적용받는 대상이 과세표준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익 규모가 2000억 원을 넘지만 3000억 원에 못 미치는 기업들은 25%의 법인세율이 아니라 종전처럼 22%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이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결과는 매우 훌륭하다. 법인세율 인상(사실은 원상회복이지만)으로 늘어나는 세수만 2조 3000억 원이다. 모두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될 소중한 재원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간 잠정 합의된 2018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간 잠정 합의된 2018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세수 부담이 늘어나는 기업도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과세표준이 3000억 원으로 높아지면서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기업도 고작 77개로 한정됐다. 하지만 이번 법인세율 인상이 더 돋보이는 대목은 따로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보수 국가들이 법인세를 내리는 와중에 우리나라만 법인세율을 올리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대목을 두고 보수언론들은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인데 우리만 역행하고 있다”면서 분통을 터뜨리거나 “최고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업들이 전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협박을 늘어놓는다.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다.

OECD는 왜 조세회피와의 전쟁을 선포했나?

최근 미국 상원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인하하는 ‘트럼프 감세안’을 통과시킨 것은 맞다. 일본 정부도 2020년까지 임금인상 및 투자에 협조적인 기업들의 법인세율을 20%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8월 현행 33.3%인 법인세율을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25%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까지 들으면 ‘선진국들은 다 법인세율을 인하하는데 우리만 역행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당연히 든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각 나라가 법인세를 인하하는 이유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 기업들이 세금 낮은 국가를 찾아 이리저리 떠도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며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OECD는 “가뜩이나 재정이 부족한 유럽 국가들이 다국적 기업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감세 조치를 펼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른바 BEPS(Base Erosion & Profit Shifting·세원 잠식과 소득 이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기업의 배만 불리는 ‘유해한 조세 인하 경쟁(harmful tax competition)’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미국이 불을 지피고 프랑스와 일본이 따라하는 감세 정책이야말로 각 나라의 재정을 거덜 내는 치킨 게임이라는 뜻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당장 어느 나라가 법인세율을 낮춘다고 결코 그 나라로 이전하지 않는다. 더 나은 조건(더 낮은 법인세율)을 제시하는 나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유유히 조세피난처를 돌아다닐 것이다.

이미 애플이나 구글, 스타벅스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끊임없이 세율이 낮은 국가를 돌아다니며 세금 쇼핑을 즐겼다. 지금 법인세 인하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는 ‘신의 한수’가 아니라 OECD의 조언처럼 국가 재정만 거덜 내는 ‘유해한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벌은 결코 한국을 떠나지 못한다

“최고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업들이 해외로 다 이전할 것”이라는 협박은 실소마저 자아내게 한다. 일단 그 말이 맞다 치고, 재벌들이 높은 법인세율에 질려서 해외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고 가정해보자. 어느 나라로 갈 건가? 보수 세력의 천조국으로 불리는 미국?

웃기는 이야기다. 트럼프 감세안으로 미국의 최고 법인세율이 20%로 낮아져도 양국의 실효세율은 여전히 비슷한 수준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의 실효세율은 34.9%였다. 반면 한국의 실효세율은 18%에 불과했다. 트럼프 감세로 미국의 최고 법인세율이 크게 하락해도 실효세율은 역전되지 않는다.

그럼 천조국 대신 보수 세력이 좋아하는 일본으로 가볼까?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임금인상 및 투자에 협조적인 기업들의 법인세율을 20%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런데 이 방안에 붙은 조건을 잘 봐야 한다. ‘임금인상 및 투자에 협조적인 기업’에게 이런 혜택을 준다는 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총수들이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총수들이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공동취재단

한국 기업들이 일본에 가서 임금 인상에 협조적 태도를 보일 자신은 있고? 많이 약화되긴 했지만 일본은 전통적으로 평생직장 개념이 강한 나라다. 도요타의 회장은 “실적이 나빠졌으니 노동자들을 해고합시다”라는 임원들의 권고에 “가족을 해고하느니 내가 먼저 죽겠다. 내 배를 갈라라”라고 일갈했다. 그 나라에 가서 한국 재벌들이 ‘임금 인상과 투자 활성화에 협조적인 기업’으로 승인받겠다고? “부디 아서세요”라고 권하고 싶다.

미국이나 일본 외에 다른 나라로 가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어불성설이다. 이미 지금도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조세 회피처는 여러 곳 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재벌들은 본사를 그 나라로 이전하지 못했을까?

법인세 몇 푼 아끼겠다고 그 나라로 본사를 이전하면, 장담하는데 한국 재벌들은 대부분 구속된다. 도대체 땡전 한 푼 안 내고 일감 몰아주기로 재산을 10조, 5조로 불리는 일이 가능한 나라가 대한민국 외에 어디 있단 말인가?

대통령과 짜고 국민연금을 동원해 3세 승계를 구상하는 게 가능한 나라(이재용 씨, 당신 이야기입니다)는 또 어디에 있고? 횡령과 배임으로 전과가 2범이나 되는데, 경제 살린다고 총수를 풀어주는 나라(최태원 씨, 당신 이야기에요)도, 횡령을 했는데 병에 걸렸다고 버텨서 형기의 8분의 1도 안 채우는 나라(이재현 씨, 듣고 있나요?)도 세상에는 없다.

운전기사에게 폭행을 휘두르는 대림산업 이해욱과 현대B&G스틸 정일선, 이륙하는 비행기를 세우는 대한항공의 조현아, 술만 마시면 주먹질을 일삼는 한화그룹 3남 김동선…, 이런 사람들은 해외에서 경영자가 아니라 상습 잡범으로 취급받는다.

장담하는데 한국 재벌들은 결코 한국을 떠나지 못한다. 존재 자체가 범죄자가 대부분인 이들은 법인세 몇 푼 아끼겠다고 해외로 튈 배짱조차 없다. 한국은 OECD의 경고를 무시하고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법인세 인하 경쟁을 펼치는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와 입장이 다르다.

그래서 지금이 법인세 인상의 적기였다. 미국, 일본, 프랑스가 재정을 거덜 내면서 별 효과도 없을 법인세 인하 경쟁으로 골골거릴 때, 우리는 적정한 과세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의 기틀을 닦아야 한다. 최고 법인세율이 인상된 것은 2017년 겨울, 그 어느 나라보다도 대한민국이 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훌륭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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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 '셀프 조사' 안 먹히는 국정원

[연속기고-국정원, 이렇게 개혁하자⑦]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17.12.04 15:28l최종 업데이트 17.12.04 17:51l

 

현재 국정원개혁발전위에 의한 국정원 적폐 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적폐청산은 국정원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다만 그것만으로 국정원 개혁이 완성될 수는 없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국정원 9대 적폐 사건 집중분석'에 이어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함께 가장 중요한 '국정원 8대 개혁과제'를 제시한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에는 민들레-국가폭력피해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 한국진보연대가 참여하고 있다. [편집자말]
긴장감 흐르는 국정원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서류조작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15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한 관계자가 출입문을 지나고 있다. 2014.4.15
▲ 긴장감 흐르는 국정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서류조작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지난 2014년 4월 15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한 관계자가 출입문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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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범죄수사권을 내려놓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간첩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자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권한, '대공 범죄수사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보기관의 임무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국정원이 내놓은 개혁안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는 '집행통제 심의위원회'다. 특수사업비 등 예산집행의 투명성 제고와 내부통제를 위해 '집행통제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감독과 통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정원이다. 그동안 국정원이 이런 비판에 대해 내놓은 입장은 '국정원의 활동은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국정원이 예산집행 분야에 한정하기는 했지만, 감독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점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국정원의 내부통제기구,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런데 문제는 '통제'를 누가 하느냐이다.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이 밝힌 '집행통제 심의위원회'는 국정원장이 좌우할 내부통제 방안에 그친다.

국정원에는 지금도 내부통제기구가 있다. 바로 '감찰실'이다. 국정원의 감찰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내부자들은 국정원의 감찰은 지독하다고 종종 말한다. 감찰을 받다가 자살을 하거나 괴로워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다고 말하는 내부자들도 있다. 

문제는 그 내부통제기관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운영되지 않고, 국정원 지휘부의 의중에 따라 이리저리 왜곡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그동안 내부감찰 기능이 없어서 국정원에서 불법행위를 했는가? 특수활동비를 엉뚱한 데 쓰고 뇌물로 바쳤는가? 아니다. 

'집행통제 심의위원회'의 구성방법과 운영규정은 국정원장에게 맡긴다는 게 국정원의 제안이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고 했다. 내부통제기관의 핵심마저 국정원장이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름에서도 강력한 조사기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심의위원회'인 만큼 제출된 자료를 검토하는 기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내부통제 기구를 하나 더 만들고, 또 잘 운영하겠다는 다짐을 '거짓말'이라고 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국정원 정치개입과 불법행위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지금의 '서훈 국정원장'과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 영원히 국정원장과 대통령인 것은 아니다. 국정원장과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면 바뀐다. 따라서 지휘부와 국정원에 대한 최고책임자의 '선한 의지'에 매달려 있을 수 없다. 

정보기관에 대한 외부통제는 국제적 모범 관행

그래서 외국에서도 정보기관에 대한 외부통제시스템 마련을 각별히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2010년 5월에 발표된 유엔 보고서 <테러리즘 반대와 관련하여, 정보기관이 감독을 포함하여 인권존중을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틀에 대한 모범 관행 모음>에서 소개하는 국제관행 6번은 다음과 같다. 

"정보기관은 내부, 행정, 국회, 사법 및 전문화된 감독기관의 감독을 받으며, 이들의 권한과 권력은 공법에 기반한다. 효과적인 정보 감독 시스템에는 정보기관과 행정부와는 관계없는 민간 기관이 최소한 하나는 포함된다."

이것은 제안이 아니라, 모범적 관행, 그러니까 이미 시행되고 있는 일반적 현황을 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CIA(중앙정보국)를 감찰하는 기관인 CIA감찰관(Inspector General)이다. 

미국 중앙정보국 감찰담당자도 초기에는 CIA 국장이 임명했다. 우리로 따지면 국정원장이 감찰실장을 임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어 1989년부터 CIA감찰관 제도가 마련되었다. CIA에 소속되고 CIA 국장에게 보고하지만,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확정하는 자가 감찰관이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해임도 대통령만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감찰관은 조사 결과와 권고 사항을 CIA국장에게만 알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 의회 정보위원회에도 신속히 알려야 한다. 종합해보면 정보기관의 감찰관이지만, 그 정보기관의 책임자(CIA국장)의 부하가 아닌 셈이다.

내각제 국가인 캐나다에도 비슷한 외부감독기관이 있다. 캐나다 정보보안기관감찰실 OIG-CSIS(Office of the Inspector General of the Canadian Security Intelligence Service)은 내각이 지명하고 공공안전부 소속이라고 한다. 캐나다 보안정보심의위원회는 캐나다 정보보안기관의 통제하에 있는 어떤 정보에도 접근할 권한을 부여받고 있으며, 위원회에 제기된 민원에 대한 조사도 직무 범위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와는 정부 체계가 좀 다르니 단순비교하기가 어렵지만, 우리의 감사원 소속 정보기관 감찰 책임자가 국정원의 모든 활동을 감독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감사원에는 국정원 감찰 책임자가 있지도 않고 설령 감찰을 하려 해도 국정원에서 자료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역할도 못 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 국정원의 RCS를 이용한 불법 해킹사찰 의혹 사건 당시 황찬현 감사원장은 당시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정원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자, 국정원에서 자료제출을 안 하므로 감사를 실시하기가 어렵다고 답변한 바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감독기관 또는 정보감찰관 도입

우리나라에서도 국정원 또는 국정원장으로부터 독립적인 감독기관 또는 통제기관은 꾸준히 제안된 바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에서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의 정보기관 감독전문기구를 제안한 바 있다. 

이 기관의 구성원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민간인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산하에 정보 및 인권 분야 전문가로 구성한 감독기구를 설치해 의원들로 구성된 정보위원회의 감독 기능을 강력히 뒷받침하자는 것이다. 

이 기구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국정원에 대한 감독과 조사를 한 후 국회에 보고한다. 물론 정당한 조사를 위해서는 국정원의 자료와 시설에 모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비밀엄수 의무는 당연하다. 

이런 유형의 의회 소속 정보기관 전문감독기구와 달리 행정부 소속 정보기관 전문감독기관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는 정보감찰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미국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방안은 시민단체들뿐만 아니라 지금의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일찍이 제안한 적이 있다. 

2006년 3월에 한나라당 소속 정형근 의원 등 19인이 '국가정보활동기본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정보기관 및 관계기관의 정책 및 활동에 대한 감찰·조사, 정보역량의 효율적 배분, 통합정보체계구축에 대한 감독을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3년 단임의 정보감찰관을 두도록 하고,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치도록 하며, 정보감찰관은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하며 대통령과 국회에 대해서만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당시 발의했던 의원들이 진심을 가지고 제안했는지 의심되지만, 지금에서라도 도입할 만한 좋은 제안이었다. 

이런 외부감독 또는 통제기관에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맡길 수 있다. ▲ 국정원의 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 사항에 대한 조사 ▲ 국정원의 운영 개선에 관한 사항 조사 ▲ 국회 또는 국회 정보위원회가 요청한 구체적 사항 등에 대한 조사와 감사 ▲ 국정원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의 진정 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국민의 감사(감찰)청구에 따른 조사 활동을 맡긴다. 

그리고 정기 감독보고서를 국회 정보위원회와 대통령에게 제출하고, 현안이 발생했거나 조사를 요청받았을 경우에는 수시 감독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자료나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은 비밀엄수 의무와 함께 전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개혁의 큰 기준점, 셀프조사와 감찰에서 벗어나기

이런 방안을 국정원 스스로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 그래서 국정원은 내부통제부서, 그것도 예산집행 부문에 한정된 기구이고, 조사기관도 아닌 '심의'기관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물론 이것도 어디냐,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법적 권한 내에서 활동하는지, 조금이라도 의심나는 점이 있다면 국정원 자체 조사가 아닌 독립적인 조직에서 철저하게 조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 수사권을 없애 정보수집 기관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외국과 연계된 국가안보 침해 정보로 제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동안 국정원은 외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기에 법에서 금지한 활동을 감행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제 국정원을 '셀프조사'와 감찰에 맡겨두지 말자. 이것을 국정원 개혁의 가장 큰 기준점으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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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 한미연합 공군훈련 중단하라!

역대 최대 규모 한미연합 공군훈련 중단하라!
 
 
 
편집국
기사입력: 2017/12/04 [13:3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평화행동 소속 회원들이 역대 최대규모의 한미연합 공군 훈련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평화행동)     © 편집국

 

오늘(4)부터 8일까지 역대 최대라고 하는 한미 항공기 240여 대가 동원되는 한미연합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이 진행되는 가운데한반도 긴장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이하 평화행동소속 회원들은, 4일 오전 11시 미 대사관 인근의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사훈련 중단과 평화협상 시작을 촉구했다.

 

평화행동은 이번 훈련과 관련해 동원되는 항공기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이며전략폭격기와 스텔스전투기 등 전략자산이 총동원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며 한 국가의 항공력과 맞먹는 규모의 전투기와 항공기를 동원해, 최대 규모의 공격훈련정밀타격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전쟁위기를 계속 격화시키는 위험천만한 조치라고 규정했다.

 

평화행동은 최근 미국이 B-1B, F-35를 동원한 폭격훈련을 진행하고핵항공모함 전단을 3대나 동원해 해상훈련에 나서는 등 군사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이런 미국의 무력시위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 미국의 한반도 군사행동을 규탄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 평화행동)     © 편집국

 

평화행동은 한미군사훈련이 최대 규모최고 수위를 갱신하며 계속되고,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을 재지정하고 최고수준의 제재를 이어가자, 그동안 핵미사일시험을 중단했던 북한은 최근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행동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평화행동은 현 한반도 상황의 해법으로 제재와 압박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실패한 전략적 인내’ 정책의 재판일 뿐한반도 갈등의 해법이 결코 될 수 없다며, 대북적대정책의 철회와 평화협상 시작을 촉구했다.

 

평화행동은 이날 저녁 7시에는 비질런트 에이스훈련 중단을 촉구하고, 미국의 한반도 군사행동을 규탄하는 미 대사관 항의행진을 진행할 계획이다미 대사관 항의행진은 훈련이 진행되는 8일까지(11시 30분 혹은 19진행된다

 

▲ 평화행동은 저녁 7시 이번 훈련과 미국의 군사행동을 규탄하는 미 대사관 항의행진을 진행할 계획이다.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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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항공모함 최대 동원에 이어 항공기 최대 동원 공격훈련!

전쟁위기 격화시키는 군사훈련 중단하고 이제는 평화협상 시작하라!

 

오늘(4)부터 8일까지 한국 전역에서 한미 항공기 240여 대미 해군과 해병대 1만 2천여 명의 병력과 함께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진행한다이번 훈련에는 사상 최초로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22 와 F-35A, 전략폭격기 B-1B가 동시에 투입되는 한편역대 최대규모의 항공기 240여 대가 동원될 예정이라고 한다국방부는 이번 훈련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이동식 발사대 등 주요 표적을 타격하는 훈련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에 동원되는 항공기 규모는 지난 해에 비해 2배 이상이며전략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자산이 총동원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F-22와 F-35, B-1B 한 종만 전개되어도 군사적 긴장이 매우 고조되는 한반도에서한 국가의 항공력과 맞먹는 규모의 전투기와 항공기를 동원해 최대 규모의 공격훈련정밀 타격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전쟁위기를 계속 격화시키는 위험천만한 조치이다.

 

미국은 최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여러차례 B-1B, F-35를 동원한 폭격 훈련을 진행하는 한편, 11월에는 핵항공모함 전단을 무려 3대나 동원하는 최대 규모의 해상훈련을 이어갔고이제 역대 최대규모최고 수위의 공중훈련으로 이어가고 있다한미군사훈련이 최대 규모최고 수위를 갱신하며 계속되고,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을 재지정하고 최고수준의 제재를 이어가자 그동안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했던 북한은 최근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행동에 나섰다.

대북 군사훈련무력시위의 수준이 실전단계로 격화됨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군사적 대응 역시 상호 계단식으로 강화되는 등 한반도 군사적 갈등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이러한 시기에 역대 최대 규모로 전투기를 동원하고강도 높은 폭격훈련을 진행하는 한편불과 수 분이면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있는 전략폭격기들의 폭격훈련이 이어지는 등 최고수위의 한미 공군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우발적 충돌위험을 한층 높이는 것은 물론한반도 전쟁위기를 더욱 격화시키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미 정부가 공식 인정했듯 전략적 인내’ 정책은 실패하였다제재와 압박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실패한 전략적 인내’ 정책의 재판일 뿐한반도 갈등의 해법이 결코 될 수 없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일방적인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고 상호 안보위협을 공정하게 해결하는 자세에 설 때미사일 문제 등 한반도의 군사적 갈등을 해결할 길이 열리고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안팎의 권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미 당국은 한미 군사연습을 중단하고평화협상을 즉각 개시해야 한다.

일방적인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고 관계정상화를 실현하는 데로 과감히 정책을 전환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의 길을 열어야 한다.

 

2017년 12월 4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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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논의에서 드러난 기울어진 운동장

예산안 처리 '키' 쥔 국민의당… 진보정치 무기력 돌아봐야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12.04 09:20
 

지난 2일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가 실패했다. 여야는 4일 처리를 위한 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별도 조찬회동을 가졌고 이후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의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도 진행된다.

예산안을 둘러싼 협상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자유한국당의 구도로 진행되지만 결국 ‘키’는 국민의당이 갖고 있는 상태이다. 국민의당과만 합의를 이루면 국회의장이 자동부의권을 행사해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산안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되도록 교섭단체 3당이 합의를 이뤄달라는 주문을 계속하고 있으나 여의도 정치의 생리상 그것이 매끄럽게 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해서 얻을 게 많지 않다. 정당이 예산안 처리를 통한 정상적 정부 운영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지지층이 그것을 원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바라는 중도적 합리적 유권자들은 더 이상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다가오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자유한국당이 중도층 지지를 회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정부 여당에 각을 세워 자기 지지층의 단결을 모색하는 게 공학적으로도 유리할 수 있는 국면이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나오는 이런 저런 말들을 보아도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현재 경선 구도는 구 친박, 홍준표-김무성 연합, 중립의 3분구도로 요약할 수 있다. 애초 지배적 프레임은 ‘친박 심판’에 가까웠으나 홍준표 대표의 막말 및 경선 개입, 사당화 논란 등이 확대되자 ‘홍준표 견제론’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중립적 성향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 상황이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지향을 중도화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심재철 국회 부의장이 내란을 운운하며 대여투쟁론을 설파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상식적 차원에서라도 정부 여당과 잘 협의해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도록 만들겠다는 주장을 하는 인사는 없다. 당내 기류 자체가 대여투쟁론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재의 원내지도부가 예산안 처리 합의를 모색할 공간이 크지 않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개별 의원들의 통제권을 상실한 상태에서 본회의에 참여해 반대 표결을 하는 정도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비공개 조찬회동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 남는 문제는 국민의당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찬성 표결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위해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KTX 노선 확정 등 호남예산을 고리로 한 우회전략까지 동원하고 있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받을 것’을 최대한 받아 내고 찬성 표결을 통해 정부 운영에 협조해주는 게 가장 좋다.

실제 논의는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내년 예산안 논의에서 가장 큰 쟁점이 형성되고 있는 공무원 증원 문제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1만명 규모를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은 7천명 수준의 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9천명 수준에서 합의를 모색해볼 수 있다는 입장인데 결국 1만명 아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뜨거운 쟁점인 일자리 안정자금 지출 부분도 타협점이 형성되는 분위기가 보인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은 이뤄졌기 때문에 여당 입장에선 일자리 안정자금 지출 예산은 포기할 수 없다. 예산 자체의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기한이라는 점에서 타협점을 찾아봐야 한다. 내년 1년은 일자리 안정자금 지출을 용인하지만 이후 이를 유지할 것인지는 경기를 보면서 판단한다는 정도의 수준에서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인세 인상 부분도 마찬가지다. 정부 여당은 과표 2천억 초과 구간 신설과 세율 25%로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과표 2천억원 초과 구간 세율은 23%로 하고 과표 2억~200억원 이하 중소기업 세율은 1~2%포인트 인하안을 주장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의 입장은 과표구간 신설에 반대하지만 최고 구간 법인세율은 24%로 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본다면 결국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선에 가까운 부분에서 타협점이 모색되고 이게 예산안 표결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중심이 된 합의 모델이 유지될 것인지에도 변수가 있는데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중도보수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른정당은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 무산 사태의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대표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예산이 하루 이틀 늦어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환상과 미망에 사로잡히는 게 문제”라면서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를 떠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 안정자금은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고리 중 하나다.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대표로서는 유승민 대표 등 바른정당 내 인사들의 이런 주장에 그냥 눈을 감고 있기도 어렵다.

물론 원내 협상은 결국 원내지도부가 책임지는 것이고 안철수 대표가 명시적으로 예산안 처리에 반대한 일은 없으므로 국민의당 내 중도보수통합론이 예산안 처리 과정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종의 돌발변수로서 제기될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통해 되짚어볼 것은 예산안 처리 국면 자체가 한국 정치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어쨌든 국민 다수의 지지를 획득해 정권교체를 이룬 세력이다. 대선 당시의 득표만을 놓고 보자면 이 세력이 중도를 넓게 형성하고 좌와 우 양쪽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치열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불거진 정책적 논의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개 정부 여당의 안을 오른쪽으로 잡아당기는 것에 집중돼있다. 실제로 예산안의 아동수당이나 기초연금 관련 부분은 정부안보다 후퇴하리라는 것이 기정사실이 돼있는 상태다. 일련의 과정에 소수에 불과한 진보정치세력은 제대로 된 영향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와 관련된 정책 이슈는 진보정치세력이 가장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놓고 상황을 주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대목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현재의 진보정치세력은 이 대목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국민들로부터도 최소한의 대안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명확한 자기평가와 이를 통한 혁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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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입대, 군사재판 받게 되겠지만 떳떳합니다

총선시민네트워크 낙선 투어는 선거법 유죄, 기쁘게 항소하겠습니다

17.12.04 09:19l최종 업데이트 17.12.04 09:19l

 

 지난 1일 이 사건의 1심이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쪽짜리였습니다. 총선넷이 진행한 낙선대상자 온라인 투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낙선투어 기자회견은 유죄랍니다. 낙선 목적의 불법집회라는 겁니다. 형사27부는 검사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말았습니다.
▲  지난 1일 이 사건의 1심이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쪽짜리였습니다. 총선넷이 진행한 낙선대상자 온라인 투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낙선투어 기자회견은 유죄랍니다. 낙선 목적의 불법집회라는 겁니다. 형사27부는 검사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말았습니다.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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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과 섬을 오가는 물탱크는 이제 그만! 디 코시모에게 한 표를 주십시오." 주민들이 항의합니다. "2년 전에도 찍어주면 섬에 수도를 놔준다고 약속했잖소." 정치인은 태연합니다. "2년 전에 약속한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그 전단에 쓰여 있는 건 약속이 아니라 서약입니다. 하느님께서 그 증인이십니다."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모티브로 한 영화 <일 포스티노>의 한 장면입니다. 이 섬마을의 현안은 물 부족이었습니다. 이 지역의 정치인은 선거철마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요. 선거 열기가 뜨거워지자 인부들도 부르고, 공사를 하는 이미지도 연출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그가 선거에서 승리하자 공사는 또 흐지부지 됩니다. 

"곧 다시 시작할 겁니다." 
"언제요?" 
"나도 모르죠. 경우에 따라 달라요." 

 

주인공인 우편배달부 마리오 루오폴로가 항의합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다니요?" 
"사업이란 게 좀 복잡하지..." 
"사업 같은 건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난 멍청이가 아니오. 우린 모두 당신이 선출되면 공사가 끝날 줄 알았어요." 

무안해진 정치인은 마리오의 아내에게 빈정거립니다. "남편 성질이 불같군요." 이 대목에서 선거 때만 주권자로 칭송받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처지가 떠오르더라고요. 심지어 우리나라는 공약을 어긴 정치인이 오리발 내미는 걸로 끝나지 않습니다. 투표 이상의 권리를 요구하면 탄압도 받습니다. 표적수사·기소·재판까지! 그게 무슨 말인가 싶으시죠? 

[관련기사 : 박근혜 정부 '표적수사' 받은 나, 군사재판도 각오하는 이유]

대표적인 케이스가 총선시민네트워크(아래 총선넷) 탄압사건입니다. 총선시민네트워크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1000여 의 시민단체들이 함께 만든 연대기구입니다. 

지난 1일 이 사건의 1심이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쪽짜리였습니다. 총선넷이 진행한 낙선대상자 온라인 투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낙선투어 기자회견은 유죄랍니다. 낙선 목적의 불법집회라는 겁니다. 형사27부는 검사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말았습니다. 

1심 선고까지 13개월이 걸린 것 같습니다. 첫 공판이 작년 11월에 시작되었는데요. 도중에 김진동 재판장이 이재용 회장 뇌물사건도 맡으면서 6개월 가량 연기되었기 때문이고요. 

2016년 4월 총선에서 패한 박근혜 정부는 시민사회단체들을 표적수사 했습니다. 선관위는 선거 다음날에 총선넷 공동대표 2명을 고발했고요. 7월에는 소환대상을 4명까지 늘리고 압수수색도 하더니, 8월에는 소환장을 남발해 결국 22명까지 불어났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남긴 '캐비넷 문건'들은 이러한 정황들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게 해줍니다.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 결과 보고서에는 관변단체들에 대한 지원 뿐 아니라, 낙선운동을 주도한 총선넷을 비판세력으로 규정하며 예의주시하라는 지시도 있었기 때문이지요. 

박근혜 정부는 20대 총선에서 '진박'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불법여론조사를 벌였습니다. 국정원 활동비를 상납 받아 100회 이상 말이죠.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기무사도 2012년 19대 총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더군요. 

지난 9년간 민심을 왜곡시키려는 정권차원의 불법 선거공작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으니,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공익의 대표자 검찰은 집권세력의 심각한 선거범죄를 방치하고, 하명사건만 집중했습니다.
 

기울어진 공익의 대표자 검찰 지난 9년간 민심을 왜곡시키려는 정권차원의 불법 선거공작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으니,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공익의 대표자 검찰은 집권세력의 심각한 선거범죄를 방치하고, 하명사건만 집중했습니다. 총선넷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박근혜정부가 탄핵되고서도 그대로였습니다.
▲ 기울어진 공익의 대표자 검찰 지난 9년간 민심을 왜곡시키려는 정권차원의 불법 선거공작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으니,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공익의 대표자 검찰은 집권세력의 심각한 선거범죄를 방치하고, 하명사건만 집중했습니다. 총선넷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박근혜정부가 탄핵되고서도 그대로였습니다.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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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참담합니다. 표적수사의 피해자인 총선넷이 유죄라니요. 20분 남짓 되던 짧은 선고가 끝나자 허탈함이 밀려왔습니다. 재판장은 총선넷의 낙선투어 기자회견을 '공정한 선거를 저해할 수 있는 죄질이 무거운 행위'로 규정하더군요. 

구멍 뚫린 피켓을 들었다. 현수막을 잡았다. 마이크와 앰프를 썼다. 발언을 한 것 모두 처벌해야 한다네요. 오직 가치중립적인 '3분 총선'이라는 피켓만 죄가 없답니다. 선거법을 어겼다는 판단의 근거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집권세력이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선거에 불법개입해도, 실정을 벌여도 시민들은 그저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건가요? 

박근혜정부의 표적수사로 공동정범이 되어버린 활동가 22명 모두에게 벌금형이 떨어졌습니다. 300만원 1명, 200만원 2명, 70만원 6명, 50만원 12명.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주권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한 대가로 총 1720만 원이 청구되었네요.

물론 사법부의 독립과 판단은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 말이 '아무말 대잔치'를 벌여도 된다는 건 아니겠지요.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합니다. 판결은 단순한 형량 자판기가 아니라 고차방정식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피고인의 법 위반사실 뿐 아니라, 조각사유, 선고가 우리사회에 미칠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생각할 게 많을 겁니다.

형사27부 김진동 재판장, 우배석 이필복 판사, 좌배석 권은석 판사의 판단을 기억하겠습니다. 비슷한 사건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한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무죄를 받았지요. 그래서 조금 찜찜합니다. 법복을 입은 판사와, 평범한 시민들이 느끼는 법 감정의 격차일까요. 

형사27부 김진동 재판장·우배석 이필복 판사·좌배석 권은석 판사는 역사의 심판를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주권자들의 참정권을 후퇴시켰다는 사실은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판사들은 돈과 권력이 있는 이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재벌들에게 죄 값을 치르라고 하면,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미사여구도 동원했지요. 그런 식이라면 헌법이 보장하는 주권자들의 참정권 행사에 미칠 여파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고, 경영권 승계가 피고인(이재용)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되시나요? 분명 한글인데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8월에 나온 형사27부의 '맞춤선고'는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집행유예를 위한 큰 그림이었을까요. 적어도 스스로는 잘 알고 있겠지요.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했는지, 또 다른 잣대가 있었는지 말이에요. 

이재용 부회장 사건에서 보여준 섬세하고 디테일한 노력들은, 총선넷 탄압사건에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가 봅니다.

하루 종일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도, 술을 한잔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노력해도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더군요. 

"6월 7일의 선거결과에 따라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그러니 투표하러 가십시오. 상공업과 전문직이 발달한 이탈리아 각기에서 선거기간 중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정치집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의구심이 있다면 투표하십시오. 확신이 있다면 투표로 확인하십시오."

앞서 언급한 영화에 나온 과거 이탈리아의 선거안내 방송입니다. 극장 사전광고 형태로 시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배경이 아마도 60년대~70년대 초반일 것 같은데요. '선거기간 중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정치집회가 개최되었다'는 안내멘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계가 거꾸로 간 것 같습니다. 단순히 뺄셈만 해봐도 무려 50년이 훌쩍 넘은 일이죠. 그런데 2017년의 대한민국 공직선거법을 앞서가는 면이 있습니다. 주권자인 시민들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투표정도 해라. 이게 우리의 현주소니까요.

참 이상하지요. 기자회견이냐 집회냐가 왜 핵심쟁점이 되어야 할까요. 물론 낙선투어가 기자회견인 건 분명하지만요. 시민들이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집회는 왜 불온한 것이며, 통제가 먼저인가요. 2명 이상 모이면 집회라는 판례의 낡은 논리는 언제까지 따라가야 하나요. 

헌법이 보장하는 주권자들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선거법이 방해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주권자들의 목소리와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실질적인 변화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명심하게 시인은 사람들에게 해로울 수 있어!" 극 중 정치인의 의미심장한 말처럼 주인공은 폭력적인 진압으로 희생됩니다. 이 장면을 보며 무수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떠올랐습니다. 사익보다는 공익을, 나 하나보다는 우리 사회를 위해 앞장서다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이들이 얼마나 많았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쁜 마음으로 항소하겠습니다. 만인을 위해 일할 때, 만인을 위해 싸울 때 나는 자유, 만인을 위해 몸부림칠 때, 피와 땀을 나눠 흘릴 때 자유롭다는 김남주 시인의 시 '자유'를 좋아합니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들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게 되어 영광입니다.  

4일 입대합니다. 20대 민간인으로서 마지막 주말이 흘러가고 있네요.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서, 육군 현역병으로 나라를 잘 지키고 오겠습니다. 아마도 2심은 군사재판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위헌적인 소지가 많은 군 사법제도의 개혁 또한 희망합니다. 주권자들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군사법원에서도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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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예산안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선거’ 때문

정부예산안, 재정지출 확대에도 세수 증가로 국가채무는 오히려 개선
 
임병도 | 2017-12-04 08:47:4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첫 예산안이 무산됐습니다. 지난 12월 2일 오후 2시 소집된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는 예산안 처리를 위한 협상을 밤늦게까지 이어 갔습니다. 그러나 법정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예산안 통과를 무산시켰습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새해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도대체 왜 야당은 국회법이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의 새해 예산안을 반대하고 있을까요?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


‘내년도 지방선거 때문에 반대하는 야당’

 

▲자유한국당은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인상을 내년도 지방선거 이후인 10월에 도입하자며 예산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새해 예산안에는 만 0~5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과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 월 20만6050원 지급하는 ‘기초연금 인상안’이 있습니다.

복지 관련 수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단독으로 추진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지난 19대 대선 때 여야가 공동으로 제시한 공약입니다. 그런데 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반대하고 있을까요?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기초연금은 내년 4월부터 아동수당은 내년 7월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도입 시기가 지방선거 전후라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이 지급된다면 지방선거에서 여당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자신들이 제시했던 공약마저 시기를 늦추자고 예산안을 반대하는 모습은 국민을 위한다는 말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는 일에 반대하는 야당’

언론과 야당은 새해 예산안 반대 이유가 ‘공무원 증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 증원보다는 ‘충원’에 가깝습니다. 증원은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의미이지만, 충원은 부족한 인원을 채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예산안에 포함된 공무원 충원 인력. 대부분 국민의 안전과 안보 등에 집중돼 있다.

 

문재인 정부의 예산안에 포함된 인력 충원은 1만2,221명입니다. 세부 충원 내역을 보면 경찰이 2.779명이고, 해경이 672명, 생활안전 4,228명, 시설,장비 운영은 292명입니다.

경찰의 충원 인력을 보면 ‘파출소 24시간 순찰인력 2,028명’,’112상황실. CCTV 관제인력 181명’,’학대 예방,범죄 피해자 보호인력 174명’ 등 국민의 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축소됐던 해경도 ’24시간 순찰 및 상황실 351명’.’VTS, 함정 운용 174명’ 등으로 안전에 집중돼 있습니다.

4,228명이 충원되는 생활안전을 보면 집배원이 1,000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집배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를 막고 국민의 편의성을 높이는 충원입니다. 불법체류 단속이나 어업지도 단속, 재외국민보호, 119특수구조대 등도 모두가 국민의 안전과 직접 연결돼 있습니다.

군대 부사관을 충원하는 이유는 인구 감소 등 직접적인 병력이 감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예 부사관을 통해 군대 병력을 질적으로 높이겠다는 의도입니다. 당연히 국가 안보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충원은 단순한 공무원을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과 안보 등의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중요한 인력 보강입니다. 안전과 안보를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야당이 반대할 명분으로 부족해 보입니다.


‘정부예산안, 재정지출 확대에도 세수 증가로 국가채무는 오히려 개선’

새해 예산안 통과가 무산되자 자유한국당은 “시한 내에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했으나 국민을 대표해 문재인 정부의 ‘무차별적 퍼주기 예산’을 저지하고, 나라 곳간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주먹구구식 공무원 증원 예산 등 포퓰리즘 예산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국민이 져야 할 부담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시중 증권회사에서 발행한 경제 동향 보고서. 2018년도 정부 예산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다르게 경제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예산안을 다르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자를 위한 증권사의 경제 동향 보고서를 보면 ‘재정지출 확대에도 세수 증가로 국가채무는 오히려 개선됐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는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철저하게 경제 중심으로 투자에 대한 전망을 알려줍니다. 보고서에서는 ‘인적투자와 재정 혁신 등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근거인 ‘퍼주기식 예산’은 실제 전문가들과는 다른 주장으로 봐야 합니다.

문재인정부의 2018년 새해 예산안이 완벽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법정 시한을 넘길 정도로 엉터리 예산도 아닙니다. 오히려 19대 대선 때 여야가 합의했던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선거’라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공약마저 포기하고 예산안의 처리를 넘긴 야당의 모습을 보면, 국민들의 속은 타들어 갈 지경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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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급유선과 충돌 전복...13명 사망, 2명 실종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12/04 09:24
  • 수정일
    2017/12/04 09: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폭이 좁은 협수로에서 서로 피하지 못해 충돌...해경, 실종자 수색
2017.12.03 13:37:21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되면서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인천해양경찰서는 3일 브리핑을 통해 "오전 6시께 영흥도 진두항을 출발한 사고 낚시어선(선창1호, 9.77t)이 오전 6시 9분께 진두항 남서방 1마일 해상에서 급유선(336t)과 충돌, 전복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영흥도 선창1호 사고 선박에는 선장·선원 등 승무원 2명과 낚시객 20명 등 총 22명이 타고 있었다. 충돌로 인한 전복 이후, 선창1호 승선원 중 한 명이 112에 신고했고, 해경 영흥파출소 구조보트가 신고 접수 33분 만인 오전 6시 42분께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그 사이 낚싯배와 충돌한 상대 선박인 급유선의 선원들이 바다에서 낚싯배 승객 4명을 구조했다. 사고 당시 뒤집힌 낚싯배 안에는 13명이 갇혔고, 나머지 9명은 바다에 빠졌다.
 
현재까지 총 22명의 승객 중 2명이 실종된 상태다. 해경은 해경·해군 함정 19척, 항공기 5대를 동원해 나머지 2명에 대한 수색·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 전복된 선창1호. ⓒ연합뉴스

이번 전복사고는 낚싯배가 출항한지 단 9분 만에 발생했다. 영흥대교 다리 밑을 지나던 낚싯배와 급유선이 폭이 좁은 협수로에서 마주보고 달려오던 중 서로를 피하지 못해 충돌한 것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고 당시 인근 해역에는 흐리고 비가 내린 것으로 알려져 악천후가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당시 목격자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바다상황은 매우 어두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복된 낚싯배는 간조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선미 부분이 갯벌에 얹혀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초속 8~12m의 바람이 불고 있고, 파고는 1~1.5m로 구조 작업에 악조건은 아닌 상황이지만, 구조당국은 나머지 실종자 2명이 조류에 떠내려갔을 것을 우려해 수색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진두항을 비롯해 인근에 정박해 있던 어선들도 실종자 수색에 협조하고 있다.
 
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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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망친 대통령제, 시민 100명이 뽑은 대안은?

서울 성북구 개헌 공론조사 참가자 절반은 ‘4년 대통령 중임제’ 선호

17.12.02 20:19l최종 업데이트 17.12.02 20:19l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성북공론조사. 참가자들이 테이블에서 정치 구조 개편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성북공론조사. 참가자들이 테이블에서 정치 구조 개편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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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중임제를 추천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좋아하는 분들 계실 텐데, 선거 이벤트 공약이었어요. 지금 정의당보다 훨씬 좋은 복지 공약이 많았는데, 5년 안에 다 하겠다고 국민을 현혹했어요. 촛불집회 때 영하 날씨에 나가서 집회하는 거 힘들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정경훈씨) 

"권력구조의 장단점 있다 생각해요. 안보 의식이나 정치 풍토를 봐서 5년 임기제를 더 추천합니다. 다 좋은 점이 많지만, 안보나 이런 실정에 맞게 하는 것으로 추천합니다. 효율적 국정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광자씨)

70여 명의 시민들이 2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성북평생학습관 대강당에 모여 권력구조 개편 개헌 법안 마련을 위한 성북 공론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10개의 원탁 테이블에 6~7명씩 모여 앉은 시민들은 4시간에 걸쳐 '개헌' 이야기를 나눴다.  

시민들은 저마다 대통령 중임제, 의원내각제 등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시민들은 숙의민주주의와 분임형 권력 등 대학교 강의에나 나올 법한 단어를 인용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정치 체제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대통령제 개헌에 대한 시민 의견 수렴, '박근혜 같은 실패 어떻게 막을까?'

 

이날 개헌 공론 조사는 대통령제 개헌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들으려고 마련됐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가진 공통된 문제 의식은 '어떻게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였다. 

지난달 25일 1차 모임에 이어 이날은 2차 모임이었다. 공론조사에는 총 100명의 시민이 선정됐다. 성북구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시민참여단 50명과 지역정당 추천 50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참여한 사람들은 총 70명, 정확히 70%의 높은 출석률을 보였다. 

공론조사는 우선 권력 구조에 대한 4가지 입장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과 질의 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전문가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권력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저마다 20분동안 판촉 활동하듯 시민을 설득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현행 5년 단임제 유지, 고원 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4년 중임제 대통령제, 강상호 국민대 겸임교수는 혼합이원집정부제, 박동천 전북대 교수는 의원내각제를 각각 주장했다. 첫 번째 순서를 맡은 박동천 교수가 의원내각제 장점을 설명하자, 시민 3명이 질문하려고 동시에 손을 들었다. 

질문자들은 국내외 역사를 거론하면서, 박 교수 주장에 반박했다. 고광식씨는 "의원내각제는 제2공화국에서 실패를 맛본 제도"라며 "과반을 몰아줘도 내부 갈등, 대통령과 총리 불화로 비극적 최후을 맞는다"라며 의원내각제에 회의적인 의견을 밝혔다. 

정치 전문가 4명, 시민들의 반박성 질문에 진땀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평생학습관에서 열린 '권력구조 개편 개헌방한 마련 성북 공론조사'에는 총 7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평생학습관에서 열린 '권력구조 개편 개헌방한 마련 성북 공론조사'에는 총 7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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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성 질문을 받은 박 교수는 자신의 논리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박 교수는 "제2 공화국이 넘어진 것은 박정희 때문"이라며 "스페인이 최근 연립정부가 구성 안돼 선거를 3번 했는데, 혼란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안정적인 정치 변화가 가능한 게 의원내각제"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를 비롯해 나머지 전문가 3명도 역사와 정치이론을 동원한 시민의 날카로운 질문에 진땀을 뺐다. 전문가들 설명을 모두 들은 시민들은 잠깐의 휴식 후 테이블 토론을 이어갔다. 시민 1명당 1분 동안 자신이 지지하는 개헌 구조를 이야기하고 토론했다.

종합토론서 의원내각제 두고 논박 이어지면서 분위기 절정

토론 분위기는 종합 토론으로 접어들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정주원씨와, 이에 맞서 홍광희씨는 단상 앞에서 5분 넘도록 토론했다. 의원내각제가 안보에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는 홍씨의 지적에 전혀 상관 없다는 정씨의 반박이 쉴새 없이 오갔다. 

홍광희: "안보 위기가 쟁점입니다. 의원 내각제를 하면 의회를 열고, 과반이 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안보 위기 상황에서) 과반이 과연 신속하게 참여할 수 있을까요?"

정주원: "의원내각제는 정책이나 방향을 의회가 다 결정하는 게 아니라 다수 정당이 내각을 꾸려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태 자체로는 (대통령제와) 다를 게 없습니다."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두 사람 모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의원내각제를 위해서는 더 많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마무리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한 시민이 "국회의원 임기를 2년으로 줄여야 한다"라고 하자, 테이블에선 박수 갈채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조사에 참여한 박준식(24)씨는 "정치 소식은 대부분 신문이나 에스앤에스(SNS)로 단편적, 일방적으로 접했는데, 지금처럼 쌍방향으로 토론하니 더 배울 점이 많았던 것 같다"면서 "토론하면서 직접민주주의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시민들, '4년 대통령 중임제' 가장 선호, 현행 유지도 29%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평생학습관에서 열린 '권력구조 개편 개헌방한 마련 성북 공론조사'에는 총 7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평생학습관에서 열린 '권력구조 개편 개헌방한 마련 성북 공론조사'에는 총 7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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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끝난 뒤 참석자 설문 결과도 흥미로웠다. 공론조사 참여를 전후한 시민들 생각의 변화가 뚜렷하게 읽혔다. 일단 선거 제도 개편에 공감한 시민들의 비율은 조사 참여 전 45%에 불과했지만, 조사 참여 이후 64%로 크게 늘었다.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다. 국회의원을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사전 조사에선 49%였지만, 조사 참여 이후 59%로 늘어났다. 

시민들은 4가지 권력구조 가운데 4년 대통령 중임제를 가장 선호했다. 전체 참가자의 51%가 4년 중임제를 선택했고, 현행 5년 대통령 단임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비율이 29%로 뒤를 이었다. 반면 의원내각제는 10%, 이원집정부제는 6%에 그쳤다. 

공론조사를 주관한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은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국내 최초로 기초 지방자치단체인 성북구에서 개헌과 관련한 공론 조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라며 "개헌 공론 조사의 역사적인 물꼬를 튼 것"이라고 자평했다. 

곽 이사장은 이어 "사실 참여 시민들에게 2만 원 수준의 교통비 정도만 지급했을 뿐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걸 방증한다"면서 "공론 조사 결과를 국회 등에 전달해 개헌 논의 불씨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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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정교회가 스탈린을 높이 평가하는 까닭?

[유라시아 견문] 모스크바 : 혁명의 고층(古層)
2017.12.03 01:39:07
 

 

 

 

1. 부활 

1991년 소련이 붕괴한다. 12월 25일, 성탄절이었다. 구세주가 오신 날, 무신론 국가가 사라진 것이다. 예수님이 부활하셨다. 혁명가를 대신하여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 백성 맞으라. 온 교회여 다 일어나 다 찬양하여라. 구세주 탄생했으니 다 찬양하여라. 이 세상의 만물들아 다 화답하여라. 은혜와 진리 되신 주 다 주관하시니, 만국 백성 구주 앞에 다 경배하여라." 

 

일국 사회주의가 무너진 자리, 만국과 만인과 만물을 주관하는 주님이 재림하셨다. 백성들은 찬양하고 화답하고 경배하였다.


1991년 이전 1988년이 있었다. 988년으로부터 1000년이 되는 해였다. 988년은 러시아가 출발한 때이다. 러시아의 옛 이름, 루시가 세례를 받았다. 크림반도에서부터 기독교를 수용했다. 지중해 북쪽 슬라브세계가 정교문명에 입문한 것이다. 비잔티움제국의 콘스탄티노플에 온축되었던 그리스고전과 성경이 키릴문자로 전수되어 러시아문명의 근간이 되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그 천주년을 기념하야 종교 해금을 단행했다. 신앙의 자유, 포교의 자유를 공인한 것이다. 페르스트로이카가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즉 페레스트로이카의 요결은 시장화나 자유화가 아니다. 서구화는 더더욱 아니다. 이성의 독재에서 영성을 해방시킨 것이다. 근대의 독재에서 전통을 회복시킨 것이다. 타는 목마름, 탈세속화와 재영성화를 수긍한 것이다. 과학과 합리만으로 체제가 온전히 굴러가지 않음을 뼈아프게 후회한 것이다. 겸허하고 겸손한 인간을 재발견한 것이다. 고개를 빳빳하게 쳐드는 인간보다 기꺼이 무릎을 꿇을 수 있는 거룩한 용기를 승인한 것이다. 그 본질을 보지 못하고 겉만 살피는 '교조적 민주주의자'들이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에 승리했다며 '역사의 종언'을 선포했던 것이다. 그 진단을 비웃기라도하는 양 21세기 러시아는 나날이 정교국가, 정통국가, 전통국가로 복귀하고 있다.


1988년 이전 1982년이 있었다. 11월 브레즈네프 서기장이 사망한다. 국영방송을 통하여 장례식이 소련 전역에 전파되었다. 놀라운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다. 미망인이 남편을 보내며 십자가를 긋는 모습이었다. 신의 가호와 가피를 빌어준 것이다. 천국행을 소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흑해부터 극동까지, 북극부터 초원까지, 소비에트인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데올로기의 왕국은 더 이상 지속될 수가 없었다. 과연 1980년대 태어난 내 또래 이름들이 흥미롭다. 재차 기독교 전통에서 따온 이름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이름만 살펴도 세대 차이, 역사의 귀환을 짐작할 수 있다. 소련 해체 이후 고르바초프를 비롯한 공산당 고위 간부들조차 비밀리에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생애를 걸쳐 무신론을 설파했던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의 편집장마저도 1994년 사망하자 정교의 예법을 따라 장례식이 엄수되었다. 과학은 형이하(形而下)만 다룬다. 영물(靈物)로서 인간은 형이상(形而上)을 갈구한다. '프롤레타리아트의 아편' 이념만으로는 충족이 되지 않는다. 신학 없는 과학 왕국은 백년도 못가 주저앉았다.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이병한

 


그 성/속 대반전의 상징이 바로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이다. 크렘린의 서쪽에 자리한다. 1812년 나폴레옹에 맞선 조국전쟁 승리를 축하하며 만들어졌다. 1931년 스탈린의 명령으로 파괴되었다. 기도할 시간에 노동을 하라고 했다.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부가가치를 올리라 했다. 유물론을 신봉하고 물신을 섬기라고 했다. 그래야 과학적 인간, 합리적 인간 프롤레타리아트가 될 수 있었다. 성당의 종과 탑을 녹여 총과 칼, 낫과 삽을 만들었다. 생산력을 더욱 중시한 것이다. 복리와 복지를 따질 뿐 복음은 팽개친 것이다. 성당을 허문 자리에는 50m 크기의 레닌 금동상과 소비에트궁전을 세울 계획이었다. 천만다행으로, 불행 중 다행으로 실행되지 않았다. 히틀러 덕분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독/소전에 급급했다.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 또한 복원된 것이다. 소련 해체 직후인 1992년부터 성금을 모금하여 1994년부터 복구가 시작되었다. 2000년, 예수가 태어난 지 두 번째 천년에 맞추어 완성된다. 바로 그 밀레니엄에 집권한 이가 푸틴 대통령이다. 2009년, 새 구세주 성당에서 취임식을 올린 첫 총주교가 키릴이다. 현재 성/속 양면에서 러시아를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이다. 


2017년 외부에서는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조망한다. 21세기하고도 17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20세기 시각으로 러시아를 접근한다. 정작 러시아인들은 시쿤둥하다. 공산혁명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그보다는 2018년을 훨씬 더 고대한다. 모스크바 (재)천도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수도를 되돌렸다. 그 뜻 깊은 해를 맞이하여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도 개최한다. 모스크바를 '제3의 로마'로 간주하는 러시아의 세계관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키예프에서 모스크바로 러시아의 중심이 옮아간 때가 16세기이다. 몽골세계제국의 영향이 지대했다. 몽골 치하에서 중국의 중심이 남방에서 북방, 오늘의 북경으로 이전된 것처럼, 러시아 또한 서쪽에서 동쪽으로 정치의 중심지가 전이한 것이다. 몽골의 대칸이 유라시아의 동서남북으로 구축했던 물류망의 상당부분을 모스크바가 물려받았다. 언어에서부터 뚜렷한 흔적이 남아 있다. 길은 울리짜(у́лица)이요, 돈은 뎅기(де́ньги)이다. 전자는 국가를 의미하는 몽골어 '울루스'에서 왔고, 후자는 발음에서 따온 것이다. 화폐와 도로, 러시아의 하부구조는 명백하게 몽골의 유산이다.  


몽골의 육체에 로마의 영혼을 얹은 곳이 모스크바이다. (동)로마의 카이사르와 몽골의 칸이 합류하여 모스크바의 차르가 등극한 것이다. 모스크바가 정교의 성지(聖地)로서 자부심을 더욱 고취하게 된 계기에는 비잔티움의 몰락도 있었다. 오스만제국이 들어서면서 콘스탄티노플이 이스탄불로 대체된 것이다. 지중해가 이슬람의 바다가 되었다. 이제 모스크바가 기독교문명을 수호해야 했다. 즉 모스크바는 정치적, 군사적 위상보다 종교적 권위가 훨씬 더 높다. 북방의 예루살렘을 자처한다. 명장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이반 대제>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반 대제가 모스크바 귀족들을 앞에 두고 두 개의 로마(로마와 콘스탄티노플)가 모두 몰락하고, '제3의 로마'가 섰음을 선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에이젠슈타인을 <전함 포템킨>의 감독만으로 기억하는 것 또한 편향이다. 


2017년 3월 16일, 성도 모스크바에서 또 한 번의 획기적 장면이 연출되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정교회의 이단으로 간주되었던 '고의식파'의 모스크바 주교와 정식으로 회동한 것이다. 2020년에는 고의식파의 태두로 불리는 아바쿰 장사제의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동상도 세우기로 했다. 외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고의식파를 낯설어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좌/우를 막론하고 고(古)가 부재함이 고질병이다. 허나 러시아 문명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했다면 충격적인 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 350년 만에 국가권력과 이단파 사이 갈등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기 때문이다. 실은 러시아 정교회도 신교와 구교가 갈리어 오래 반목해왔다. 러시아의 프로테스탄트가 고의식파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러시아판 종교개혁과 신/구 갈등이 20세기 러시아혁명과 소련 해체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다. 마침내 그들의 존재가 수면 위로 부상하여 공식서사로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혁명 전후사의 재인식, 러시아 혁명사를 다시 써야한다.  

 

▲ 부활절. ⓒ이병한

▲ 부활절. ⓒ이병한


2.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작, <죄와 벌>이 있다. 출간된 해가 중요하다. 아무 때나 출판한 것이 아니다. 도스토예프스키 또한 정교사상가였다. 1866년에 발표한다. 1666년으로부터 200년이 흐른 해였다. 1666년은 러시아 정교회의 분열을 상징한다. 종교논쟁이 일어난 해이다. 당시 니콘 총주교는 '근대화'를 추진했다. (서)로마교황과 동방정교 사이 동/서 합작을 추구했다. 지중해의 패자로 군림하는 강성한 오스만제국에 공동 대처하여 이스탄불로 전락한 콘스탄티노플을 되돌리기 위해서였다. '북방의 십자군', 성지 탈환을 위해 정교회 개혁을 촉구한 것이다. 서로마적, 라틴적 의례를 도입함으로써 가톨릭 세력이 우세한 우크라이나 서쪽까지 합병하는 정치적 기초를 놓을 수 있었다. 러시아의 제국화에 이데올로기적 기반을 제공한 것이다. 여기에 동방정교의 정통성과 순수성을 옹호하며 저항한 세력(프로테스탄트)이 바로 '고의식(古儀式)파'이다. 문자 그대로 옛 의례를 고수하는 세력이다. 선봉에 선 사람이 장사제 아바쿰이었다. 의미심장하게도 <죄와 벌>의 주인공 이름이 바로 '라스콜니코프'이다. 라스콜(раско́л)은 분열이라는 뜻이다. 고의식파에 대한 속칭, 멸칭이었다. 보수파라고도 불리지 않았다. 분열파로 치부되었다. 신의식파가 러시아제국의 주류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일등공신이 표토르 대제이다. 러시아의 제국화, 서구화, 근대화에 일로매진했다. 고의식파의 아성인 모스크바마저 버렸다. 새로운 제국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한다. 성도(聖都)에서 제도(帝都)로 천도를 단행한 것이다. 고의식파의 눈에는 불경한 짓이었다. 천박하고 위엄 없는 새파란 신도시를 '그리스도의 적'으로 성토했다. 표토르 대제 또한 정교회의 적으로 간주했다. 동로마식 차르라는 명칭마저 서로마의 황제로 바꾸어버린 그를 '독사의 자식'으로 쏘아붙였다. 봉합되지 않는 갈등 끝에 표토르는 국가가 직접 종교를 관리키로 한다. 총주교직을 폐지하고 종무원을 설치하여 성당을 통제했다. 주목적은 고의식파들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이에 고의식파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물론이요 모스크바마저 등지기로 한다. 볼가강을 지나고 우랄산맥을 넘어 시베리아 일대까지 망명을 선택했다. 고독하고 고아하게 고립되어서 성스러운 러시아를 고수키로 한 것이다. 20세기 초, 러시아제국 인구의 얼추 3할, 3500만이 고의식파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알음알음 살금살금 러시아판 '태평천국운동'을 도모한 것이다. 절치부심, 와신상담, 호시탐탐했다.  


기회는 1905년에 열린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한다. 제국이 흔들거렸다. 휘청거렸다. 그러자 대항국가, 대안국가가 자태를 드러내었다. 종무원 관할 밖에 있는 고의식파는 무교회 운동, 독자적인 민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일종의 '인민 교회'를 세운 것이다. 제국의 탄압 속에서 고난과 수난을 겪으며 단련이 되었다. 주류문화에 맞서는 저항문화, 하위문화도 형성했다. 엄격한 종파인 만큼 청교도처럼 근검절약과 근면성실과 성심성의를 덕목으로 쌓았다. 공권력 밖에서 자조하고 부조하며 경제기구, 협동기구, 금융기구도 만들어내었다. 독자적인 산업도 일구고 기업 활동도 전개한다. 고의식파 윤리를 갖춘 자본가들을 배출한 것이다. 국회에 맞서는 민회 또한 작동시켰다. 시민사회를 이룬 것이다. 두마의 마주 편에 섰던 그 민회의 이름이 바로 '소비에트'이다. 고의식파 신도들이 영성생활과 물질생활을 공동으로 영위했던 민간 조직이 소비에트의 기원이다. 즉 소비에트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처럼 파리 꼬뮨을 복제한 것이 아니다. 레닌의 <국가와 혁명>은 사후 합리화였을 따름이다. 소비에트는 철두철미 러시아적 현상이었다. 제국 아래 복류하던 거대한 뿌리, 정교문명의 고층(古層)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그래서 1917년 러시아제국이 붕괴하자 이듬해 곧바로 수도를 옮긴다. 제3의 로마, 북방의 예루살렘, 모스크바로 되돌아간 것이다. 문자 그대로 되돌리기(re-volution), 회심(回心)의 회향(回向), 혁명(革命)이었다.  

 

▲ 성 바실리 성당. ⓒ이병한


3. 이바노보 소비에트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1917년 러시아제국 인구 1억 가운데, 노동계급은 고작 200만 남짓이었다. 도무지 프롤레타리아트 혁명이 될 수 없었다. 끼워 맞추기 억지논리를 구사하면 더덕더덕 잔말과 군말이 붙는다. 볼셰비키 또한 소수파였다. 불과 5000명에 그쳤다. 한 줌 모래였다. 그 중에서도 레닌은 극소수파, 티끌이었다. 멘셰비키는 제국의 서남부가 근거지였다. 유럽 지향적인 세력이었다. 볼셰비키는 동부와 북부를 중심으로 포진했다. 볼가 강과 우랄 산맥 일대가 터전이었다. 고의식파가 오래 진을 치고 있던 장소이다. 700만 농민병들이 볼셰비키와 결합한다. 러시아판 의병들이었다. 결정적으로 고의식파도 합세한다. 무려 3000만이 넘었다. 토착파가 외래파에 승리한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혁명이 아니라 '러시아적' 혁명이었다. 그리하여 레닌은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로!' 라고 외쳤던 것이다. 공산당으로! 가 아니었다. 고의식파의 민간 네트워크가 국가를 접수한 것이다. 1918년 '제3 로마' 모스크바 천도에 이어, 1919년에는 '제3 인터내셔널'이 출범한다. 선민사상이 전위사상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세계선교가 세계혁명으로 업데이트되었다. 1918년 테러 이후 레닌이 은거하며 지낸 별장 또한 고의식파 마을에 자리했다. 1924년 레닌의 사망 이후 사체를 방부 처리키로 결정한 것 또한 마르크스주의와는 일말의 관련이 없었다. 트로츠키와 부하린 등 과학적 공산주의자들은 줄곧 반대했다. 왜 혁명 지도자를 '정교의 성인'처럼 기념한단 말인가? 반박하고 반발했다. 정곡을 찌른 것이다. 레닌은 고의식파의 전통에 따라서 성인으로 추앙된 것이다. '빈자의 차르', '프롤레타리아트의 신'이 되었다. 레닌이 안치된 곳 근방에는 이반 대제 등의 유체들도 보존되어 있다. 모스크바 천도도, 소비에트연방 국명도, 레닌의 시신 처리도, 종교의 입김이 지대했던 것이다. 일종의 '기독교 사회주의'에 방불했다고 하겠다. 

 

 

 

▲ 붉은 광장. ⓒ이병한

▲ 붉은 광장. ⓒ이병한


소련의 탄생 밑바닥에 종교가 자리함을 가장 날카롭게 간파한 이가 스탈린이다. 제국의 남부 조지아 출신이었다. 조지아 정교회, 신학생이었다. 종교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줄도 알았다. 철저한 무신론자 트로츠키를 누르고 후계자로 부상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다. 스탈린 별장에서의 최측근 모임에서는 종종 성가도 울려 퍼졌다. 소련을 구하는데도 종교를 이용한다. 1941년 독소전, 나치의 탱크가 레닌그라드와 스탈린그라드까지 밀고 들어왔다. 스탈린은 러시아 정교회의 애국주의에 호소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우랄 산맥 동편, 시베리아와 몽골과 만주와 극동에서 총동원된 병사들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응당 고의식파 신도들이 다수였다. '제3의 로마'를 수호해야 한다는 성전(聖戰)을 수행한 것이다. 그래서 1943년 스탈린은 러시아 정교회와의 화해를 선언했던 것이다.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을 파괴한 것이 착오였음을 인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명명 또한 '대조국전쟁'이었다. 불과 20년에 불과한 신생국가 소련를 위해서 헌신했던 것이 아니다. 소비에트인이 아니라 정교도 신자로서, 러시아문명을 호위하기 위하여 분투한 것이다. 오늘날 정교회(의 보수파)가 유독 스탈린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이다. 

 

 

스탈린 사후, 우크라이나 군산복합체 출신의 후르시초프와 브레즈네프가 집권하면서 성당은 재차 트랙터 보관소로 전락해버린다. 이성이 영성을, 이념이 종교를, 과학이 신학을, 속이 성을 압도했다.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약 200km, 이바노보가 있다. '어머니의 강' 볼가 유역에 자리한 지방도시이다. 한때는 '러시아의 맨체스터'라고 불렸던 신흥공업도시였다. 19세기 중반 방직산업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소비에트'가 가장 먼저 출연한 도시로 유명하다. 소비에트연방, 소련의 발원지이다. 과연 20세기 초 시민의 2/3가 고의식파였다. 러시아 상징주의의 카리스마적 존재, 시인 블로크가 혁명을 포착하여 써내려 간 시 <12>(1918)가 상징적이다. 12란 명백하게 예수의 열 두 제자를 의미한다. 혁명병사가 곧 예수의 사도였다는 것이다. 복음서를 들고 혁명에 나섰지, <공산당 선언>을 읽은 것이 아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읽은 것은 런던과 파리 등 서유럽의 대도시에 유학 갔던 극소수 엘리트뿐이었다. 혁명을 설파했던 <이스크라> 또한 고의식파 자본가가 자금을 댄 잡지였다. 그러고 보니 <이스크라>(и́скра)도 <프라우다>(пра́вда)도 종교적 메타포로 가득하다. '불꽃'과 '진리'이다. 진리의 불꽃을 전도하는 신심 깊은 열 두 제자의 후예들이 성상을 들고 구체제를 전복시킨 것이다. 세속화를 당연한 전제로 삼아 종교를 탈색시켜버린 기왕의 혁명사관이야말로 러시아 문명에 대한 커다란 무지에 기반한 교조적 해석이었던 셈이다. 

 

 

▲ 이바노보의 부활절.ⓒ이병한


2017년 이바노보를 둘러보면서 뜻밖의 사실도 접하게 되었다. 학창 시절 사랑했던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의 고향이 바로 이바노보였다. 비디오로 소장까지 했던 <희생>과 <노스텔지아>, <솔라리스> 하나 같이 원죄와 구원을 주제로 삼은 수작들이었다. 고의식파였음에 틀림이 없을 듯하다. 펜을 든 19세기의 도스토예프스키와 카메라를 멘 20세기 타르코프스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백년을 넘어 천년이 한 줄에 꿰어지는 듯했다. 콘스탄티노플에서 모스크바로, 동로마에서 북로마로. 1500년 '다른 기독교'의 유산이 바로 이바노보에 착근되었던 것이다. 이반(Ива́н)은 요한(John)의 러시아어식 표기이다. 즉 이바노보는 '사도 요한의 도시'이다. 

 

 

▲ 모스크바 지하철 역. ⓒ이병한

▲종교화가 그려진 모스크바 지하철 역. ⓒ이병한


4. 승천 

본래 이름이 이바노보가 아니었다. 스탈린이 집권 초기 바꾸어버린 지명이다. 1932년 스탈린 체제에 저항하며 노동자들이 가두시위를 벌였다. 응당 성화를 들고 투쟁했다. 이바노보 이전에는 '이바노보 보즈네센스크(Ива́ново-Вознесе́нск)'였다. 요한의 '승천'(вознесе́ние)이라는 뜻이다. 사도 요한이 하늘로 오르는 곳이었다. 요한마저 지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천상 대신 지상에 묶어둔 셈이다. 2032년 다시 '이바노보 보즈네센스코'로 복귀할지도 모르겠다. 정교문명 대국을 표방하는 푸틴-키릴 체제 아래서 능히 가능한 일이다. 2009년 키릴 총주교의 취임 연설이 흥미롭다. '탈-세속사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본디 정치와 종교의 심포니, 성과 속의 교향(交響)을 추구했던 동로마제국의 원리를 복권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포스트-투르스(Post-Truth) 시대, 교조적 계몽주의 시대와의 작별과도 정합적이다. 

 


2014년 푸틴의 대통령 취임식도 인상적이다. 맨 앞줄에 총주교가 섰다. 사실상 2인자이다. 이미 준국교로서 위상을 누린다. 공교육에도 '정교문화의 기초'라는 과목이 도입되었다. 모스크바 국립대학을 비롯한 주요 대학에도 정교회 사원을 가지고 있다. 군대에도 종군성직자 제도가 마련되었다. 사령관을 보좌한다. 외교부와도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다. 외교부 직속의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에도 정교회 대외관계 지도자가 교육을 맡는다. 여론 또한 호의적이다.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신뢰받고 있는 제도는 대통령, 더 정확히 말해 푸틴 대통령이다. 두 번째가 정교회이다. 키릴을 국가 지도자로 여긴다. 세 번째가 군대이다. 네 번째가 외교부이다. 정당과 언론과 은행과 노조는 최하위에 속한다. 적폐로 취급된다. 이미 정교국가의 틀에 상응하는 꼴을 상당 부분 갖춘 것이다. 고로 오늘날 러시아를 알고자 한다면 천 년 전 비잔티움에 비추어보는 편이 유익하다.  

 

 

▲ 러시아 외교부 청사.ⓒ이병한


21세기 정교국가의 수장 푸틴과 20세기 혁명국가의 지도자 레닌의 인연이 오묘하다. 레닌은 1918년부터 고의식파 마을에 은닉했다. 1922년 발작 이후로는 언어기능을 상실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말년의 레닌을 수발하며 보살펴 준 요리사가 한 명 있었다. 그의 이름이 바로 푸틴이다. 러시아에 푸틴(Путин)이라는 성, 흔치 않다. 지금도 대략 3000여 명, 희귀성이다. 우랄 산자락에 위치한 집성촌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1770년 볼가 강을 따라 이주한 이들의 후손들이다. 그 푸틴이라는 요리사가 바로 현직 대통령의 할아버지다. 즉 레닌과 푸틴 또한 혈연과 종교로 연결된다. 레닌 묘를 철거하지 않고 보존해야 한다며 논란을 종식시킨 사람 역시 푸틴이었다. 자연스레 푸틴을 탐구해볼 차례가 되었다. 2000년 이래 17년째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다. 2020년대에도 변함없이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21세기 전반기를 상징하는 지도자로 세계사에 기록될 것임에 틀림없다. 민주냐, 독재냐? 20세기형 적폐적 관점일랑 폐기처분한다. 그 모든 선입견을 청산하고 지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70억분의 1' 블라디미르 푸틴을 직시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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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동아시아 현대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논문보다는 잡문 쓰기를 좋아한다. 역사가이자 언론인으로 활약했던 박은식과 신채호를 역할 모델로 삼는다. 뉴미디어에 동방 고전을 얹어 아시아 르네상스를 일으키는 'Digital-東學' 운동을 궁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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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해상서 낚시배 전복, 22명 중 17명 구조...일부 사망, 실종자 수색 중

문재인 대통령 “마지막 한명까지 혼신의 노력 다하라”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7-12-03 10:46:28
수정 2017-12-03 1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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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6시12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도 영흥대교 인근 남방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사고로 전복된 낚싯배를 해경 구조대가 인명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3일 오전 6시12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도 영흥대교 인근 남방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사고로 전복된 낚싯배를 해경 구조대가 인명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인천 옹진군 영흥도 앞바다 낚시배 침몰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3일 “해경 현장 지휘관의 지휘하에 해경, 해군, 현장에 도착한 어선이 합심해 구조작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께 청와대 위기관리 비서관으로부터 1차 보고를 받고 이같이 밝혔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인천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12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도 영흥대교 남방 약 2해리 해상에서 9.77톤급 낚시배가 급유선(336톤)과 충돌해 전복됐다. 사고 당시 배에는 선원 2명과 낚시객 20명 등 총 22명이 타고 있었다. 출동한 해경에 의해 22명 중 17명이 구조됐고, 이중 일부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경 소속 선박 8척과 해군 선박 3척, 소방헬기 2대, 민간구조선 6척 등이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번 침몰 사고와 관련해 두 차례의 전화보고와 한 차례의 서면보고를 받고,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다고 박수현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9시25분께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해경·행정안전부·세종상황실 등을 화상으로 연결해 상세보고를 받고 “현장의 모든 전력은 해경 현장지휘관을 중심으로 실종 인원에 대한 구조 작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현재 의식불명의 인원에 대해 적시에 필요한 모든 의료조치가 취해지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의 선박 및 헬기 등 많은 전력이 모여 있는데, 구조 간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신원이 파악된 희생자 가족들에게 빨리 연락을 취하고, 심리적 안정 지원과 기타 필요한 지원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필요 시에는 관련 장관회의 개최를 행안부 장관이 판단해서 할 것도 주문했다.

이밖에도 문 대통령은 현장 구조 작전과 관련해 “국민들이 한치의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론에 공개해 추측성 보도로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더해 "지금 현재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 그래도 정부가 추가로 지원할 것이 있으면 현장에 가서 상황을 파악하고 건의하라”고 김부겸 행안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이어 “실종자 3명이 선상 내에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해상표류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항공기·헬기 등을 총동원해 광역항공수색을 철저히 하라”고 박경민 해경청장에게 지시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안전조끼를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므로 아직까지 생존 가능성이 있으니 마지막 한명까지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해경·행정안전부·세종상황실 등을 화상으로 연결해 상세보고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해경·행정안전부·세종상황실 등을 화상으로 연결해 상세보고를 받고 있다.ⓒ청와대 제공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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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죽음의 바닷길 따라 국민생선 명태가 온다

가난과 죽음의 바닷길 따라 국민생선 명태가 온다

등록 :2017-12-02 09:29수정 :2017-12-02 10:24

 

[토요판] 커버스토리 명태가 오는 길 
명태잡이 어선 사조 오룡501호 침몰 3주기
우리의 밥상을 차리는 ‘1천만원짜리 목숨들’

 
명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물고기다. 수십 가지 이름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한국인의 쓰린 속을 달래고 밥상에 윤기를 더해왔다. 그 명태가 한국 바다에서 말라버렸다. 동해에서 자취(1981년 16만t→ 2007~2013년 1t 이하→ 2016년 6t)를 감춘 뒤에도 명태는 한국인들이 한해 가장 많이 먹고 가장 많이 수입하는 생선이다. 그 명태들이 거저 우리 밥상에 오르진 않는다. 한국인이 먹는 명태를 잡기 위해 명태를 먹지 않던 가난한 나라의 선원노동자들이 한국인이 타지 않는 원양어선을 타고 러시아 베링해로 간다.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송입-송출의 사슬에 묶여 그들의 삶과 노동은 깎이고 파인다. 2014년 12월1일 사조 오룡501호가 러시아 베링해에서 명태를 잡다 침몰했다. 사망·실종자 53명 중 42명이 외국인이었다. 침몰 뒤 3년이 꽉 찼다. 그사이 ‘갑’ 사조산업은 필리핀·인도네시아 유족들을 ‘을’로 삼아 ‘비밀해결합의서’를 체결했다. 6개월 뒤 사조를 상대로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요구한 유족들의 소송은 각하되거나 기각됐다. 사조가 합의서에 넣은 ‘조항 하나’가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 한국인의 ‘국민생선’ 명태는 그렇게 온다. ‘목숨값 1천만원짜리’ 이주 어선원들의 가난과 죽음의 바닷길을 따라 명태는 우리 밥상 위에 도착한다. ※다음 자료를 참고했다. 오룡501호 침몰사건 검찰 공소장, 사망자·실종자 가족의 손해배상 소장, 법원의 손배소 판결문, 사조-유족 ‘비밀해결합의서’, 전국원양산업노조-한국원양산업협회 ‘2014년 외국인 어선원 단체협약서’, 듀런·에포크 송출계약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무크타르 시체검안서, 공익법센터 어필과 국제이주기구의 ‘이주 어선원 인권 실태조사’ 보고서(‘바다에 붙잡히다’), 조사팀의 생존자·사망자 가족 현지 인터뷰(2015년 11월~2016년 2월) 녹취록. 비밀해결합의서와 유족 현지 인터뷰는 처음 공개된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사진 출처 123rf.com
명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물고기다. 수십 가지 이름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한국인의 쓰린 속을 달래고 밥상에 윤기를 더해왔다. 그 명태가 한국 바다에서 말라버렸다. 동해에서 자취(1981년 16만t→ 2007~2013년 1t 이하→ 2016년 6t)를 감춘 뒤에도 명태는 한국인들이 한해 가장 많이 먹고 가장 많이 수입하는 생선이다. 그 명태들이 거저 우리 밥상에 오르진 않는다. 한국인이 먹는 명태를 잡기 위해 명태를 먹지 않던 가난한 나라의 선원노동자들이 한국인이 타지 않는 원양어선을 타고 러시아 베링해로 간다.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송입-송출의 사슬에 묶여 그들의 삶과 노동은 깎이고 파인다. 2014년 12월1일 사조 오룡501호가 러시아 베링해에서 명태를 잡다 침몰했다. 사망·실종자 53명 중 42명이 외국인이었다. 침몰 뒤 3년이 꽉 찼다. 그사이 ‘갑’ 사조산업은 필리핀·인도네시아 유족들을 ‘을’로 삼아 ‘비밀해결합의서’를 체결했다. 6개월 뒤 사조를 상대로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요구한 유족들의 소송은 각하되거나 기각됐다. 사조가 합의서에 넣은 ‘조항 하나’가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 한국인의 ‘국민생선’ 명태는 그렇게 온다. ‘목숨값 1천만원짜리’ 이주 어선원들의 가난과 죽음의 바닷길을 따라 명태는 우리 밥상 위에 도착한다. ※다음 자료를 참고했다. 오룡501호 침몰사건 검찰 공소장, 사망자·실종자 가족의 손해배상 소장, 법원의 손배소 판결문, 사조-유족 ‘비밀해결합의서’, 전국원양산업노조-한국원양산업협회 ‘2014년 외국인 어선원 단체협약서’, 듀런·에포크 송출계약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무크타르 시체검안서, 공익법센터 어필과 국제이주기구의 ‘이주 어선원 인권 실태조사’ 보고서(‘바다에 붙잡히다’), 조사팀의 생존자·사망자 가족 현지 인터뷰(2015년 11월~2016년 2월) 녹취록. 비밀해결합의서와 유족 현지 인터뷰는 처음 공개된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사진 출처 123rf.com

 

12월1일은 사조 오룡501호 침몰 3년째가 되는 날입니다. 오룡호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고 가장 많이 수입하는 생선’ 명태를 잡는 어선이었습니다. 동해에서 사라진 명태를 찾아 러시아 베링해로 나아갔던 그 배의 선원 60명 중 48명이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가족의 생활을 짊어지고 수천 킬로미터를 건너온 그들은 한국인이 가기 꺼려하는 원양의 바다에서 한국인들의 ‘국민 생선’을 잡다 사망했습니다. 오룡호 출항 전과 후, 침몰 전과 후, 그 돌이킬 수 없는 항로를 따라가며 죽어서도 서러운 그들의 머나먼 길을 밟았습니다

 

 

 

냉수성 어류(수온 2~10℃ 서식)인 명태는 바닷물보다 차가운 삶들을 헤엄쳐 온다.

 

 

분류. 동물계. 척삭동물문. 조기강. 대구목. 대구과. 산란기. 12월~4월. 이름. 북어, 동태, 춘태(봄에 잡은), 추태(가을에 잡은), 망태(그물로 잡은), 조태(주낙으로 잡은), 왜태(큰), 애기태(작은) 등 수십가지. 분포. 알래스카, 북태평양, 오호츠크해, 베링해, 그리고 동해.

 

동해로부터 명태도 가닿지 않는 직선거리 2800여㎞. 7107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 필리핀에서 에포크 엘메(2014년 당시 41살)는 가족 4명(아내·장모·두 아이)을 부양했다. 그 섬들 중 6번째로 큰 파나이섬 안티케에서 그의 노동은 바다에 뜬 조각배처럼 출렁였다. 그는 농장, 식품공장, 건설현장을 단기직으로 떠다니며 일주일에 2천페소(4만3천원)를 벌었다. 실업 상태일 때가 많았고, 돈이 떨어지면 빚을 졌다. 아내의 친정 오빠가 바다 멀리 나가 이국의 배를 타라고 권했다. 일자리는 없고 바다는 많은 나라를 떠나 형님도 더 크고 더 넓은 바다에서 일본 배를 탔다.

 

에포크의 마을로부터 섬과 섬을 건너야 닿는 민다나오섬 남동쪽 제너럴산토스(직선거리 590여㎞)에서 듀런 리처드(당시 38)도 출렁였다. 대학교를 1년 다니다 중퇴했고 바나나 농장과 통조림공장에서 띄엄띄엄 일했다. 혼자 수입으로 지켜야 할 아이만 넷이었고 다섯째가 아내 뱃속에 있었다. 아내의 사촌이 뱃일을 제안했다.

 

듀런의 집으로부터 직선거리 2230여㎞. 정확하게 몇 개의 섬(1만3천~2만여개)으로 이루어졌는지 측량할 수 없는 나라 인도네시아에서 헤루 세티아완(당시 23)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선원이 됐다. 그의 고향 테갈(자바섬 항구마을)에선 성년에 이른 남자들 대부분이 배를 탔다. 대부분이 한국 배를 타는 선원이 됐다.

 

헤루의 항구로부터 자동차로 300여㎞를 달려야 닿는 자카르타 우타라에서 무크타르 모코돔핏(당시 35)은 10여년간 3차례 한국 배를 탔다. 자카르타로 돌아와 3개월가량 쉬며 그는 4번째 한국 배 승선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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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명태잡이 어선을 타다

 

2014년 국가별 명태 어획량. 러시아 151만8천t, 미국 142만7천t, 일본 19만6천t, 캐나다 8천t, 그리고 한국 2t. 명태가 그물을 가득 채우던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졌다. 1970·80년대에 7만t 수준(1981년 16만t으로 역대 최대)이던 명태 어획량이 1990년대 들어 6천t, 2000년대 100t, 2007년 이후 1t 이하로 급감(2016년 6t)했다. 노가리(명태 새끼) 남획 탓이 컸고 수온 상승 탓도 있었다. 한국 소비자들이 시장과 마트에서 구입하는 명태 중 현재 국내산은 없다. 그래서 러시아.

 

한국 어선들이 명태를 찾아 세계 최대 어장 러시아 베링해로 향했다. 그 배를 탈 선원들을 모집하는 구인행사가 2014년 6월께 필리핀 제너럴산토스의 한 스포츠 단지에서 열렸다. 사조에 자국 노동자를 공급하는 송출업체 팔콘이 주최했다. 듀런은 아내의 사촌동생과 행사장을 찾았다. 그에게 한국 어선원 취업을 제안한 아내 사촌은 정작 구직을 포기했다. 처음 3개월치 월급이 지급되지 않고 취업 넉달째 돼서야 한달치 첫 월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그는 알았다. 망설이는 듀런을 “‘미스터 김’이 설득”(아내)했다. 듀런은 7월2일 팔콘의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가 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은 없었다. 그가 탈 배는 사조 포세도니아(1016t·사조인터내셔널)였다.

 

 

 

동해서 사라진 국민생선 명태 찾아
러시아 베링해로 향하는 원양어선
한국인이 외면한 일 찾아서 떠나온
멀고 가난한 나라의 이주 어선원들
일부는 계약서 배와 다른 배 승선

 

 

2014년 7월 오룡호 타고 부산 출항
망망한 바다 위에 붙잡혀 감내하는
이해할 수 없는 고용의 복잡한 사슬
세 달치 월급 이탈보증금으로 보류 
한국 선원 최저임금의 3분의 1 급여

 

 

뱃일은 4D로 불렸다. 3D(Dirty·Difficult·Dangerous)한데 멀기(Distant)까지 했다. 명태를 잡기 위해 바다 위의 4D를 감내하는 한국인은 드물었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명태를 잡기 위해 명태를 먹지 않고 살아왔던 가난한 외국인들이 한국 배를 탔다.

 

한국 원양어선원이 되기 위해 듀런은 다단계로 꼬인 고용 절차를 거쳤다. 한국 선사들은 노동력을 모집(현지 송출업체)하고 수입(한국 송입업체)하는 외주 대행업체를 뒀다. 송출·송입업체 사이에 제3의 브로커가 끼어들기도 했다. 단계가 쪼개질수록 노동의 값이 깎이고 가족의 삶이 흔들렸다.

 

듀런의 첫 3개월치 월급은 ‘이탈보증금’ 명목으로 지급 보류될 예정이었다. 송출회사는 그 돈을 ‘리드 머니’라고 표현했다. 계약기간 동안 도망가지 않으면 계약 종료 뒤 귀국한 다음에야 입금되는 돈이었다. 인도네시아 송출업체는 송출비용을 별도로 뗐다. 무크타르는 송출업체(코인도)에서 빌리는 방식으로 300만루피아(24만원)를 냈다. 헤루는 누나에게 250만루피아를 빌렸다.

 

계약 뒤 마닐라에서 일주일 교육을 받은 듀런은 7월9일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날 오후 부산에 도착한 그는 다음날 승선할 배로 안내됐다. ‘이탈 방지’를 이유로 원양 이주 어선원들의 한국 체류 기간은 최소화됐다. 육지를 밟을 땐 한국 송입업체 직원들이 따라다녔다. 듀런의 눈앞에 정박한 배는 계약서에서 외운 포세도니아가 아니었다. 그는 오룡501호(사조산업) 갑판에 발을 디뎠다.

 

그해 3월 남태평양 미드웨이 해역으로 조업 나갔던 오룡501호는 7월2일 부산 감천항에 귀항해 있었다. 선장은 본래 오룡503호(건조 1966년·무게 1555t)를 운항했다. 사조는 미드웨이 출항 전 48년 된 오룡503호를 폐선하고 선장과 선원들을 501호로 옮겨 태웠다. 9명의 필수승선 인원 중 자격기준(선박직원법)을 충족한 사람은 2명뿐이었다. 선장과 2등 항해사, 기관장, 1등 기관사가 기준에 못 미쳤고 2등·3등 기관사와 통신장은 아예 승선하지 않았다. 사조는 타인의 항해사 면허증과 선원수첩을 도용해 선장 승선 허가를 받아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공무원들은 승무원 명부와 선원수첩의 직책을 수정해 자격을 갖춘 것처럼 꾸몄다.

 

인도네시아 테갈에서 4950㎞를 날아온 헤루와 자카르타를 떠나 5125㎞를 올라온 무크타르가 오룡501호에 올랐다. 그들은 필리핀 루손섬 타기그 출신 로얼 알제세라(당시 30)를 그 배에서 만나 동료가 됐다.

 

오룡501호도 36살 된 늙은 배였다. 듀런보다 2살 적었고 헤루보다는 13살이 많았다. 1978년 스페인 선사가 건조해 아르헨티나 해역에서 조업했다. 2010년 사조산업이 인수해 러시아 국적선(사조-러시아 법인 합작선)으로 운영했다. 인수 당시 선박 흔들림을 보완하기 위해 철제 보강재 140t을 씌웠다. 선미 피시폰드(fish pond·어획물 선별 및 보관 창고)는 2배 확장했다. 명태를 한번에 2.2t씩 운반선으로 옮길 수 있는 인양하중 3t의 하역설비를 2011년 새로 설치했다. 무게 1753t과 기관출력 3238㎾로 개조된 오룡호는 2014년 2월 한국 국적선으로 등록(트롤)됐다. 사조는 하역설비 안전하중 3t을 0.9t으로 속여 한국선급에 검사를 신청(2014년 1월29일)했다. 2월28일 한국선급이 검사증서를 발급했다. 세월호 참사 47일 전이었다.

 

로얼이 501호에 승선했을 때 에포크와 재회했다. 로얼과 에포크는 503호를 타고 러시아~부산~하와이를 오갔다. 503호 계약 종료 뒤 에포크가 필리핀 송출업체(벤허)와 새로 계약한 배는 오양105호(사조오양)였다. 듀런과 에포크처럼 승선 당일 엉뚱한 배로 보내지는 경우가 잦았다. 계약대로 이행됐다면 타지 않았을 배가 그들을 회항할 수 없는 ‘그날 그 바다’로 데려갔다. 인도네시아 선원 36명(러시아에서 1명 하선), 필리핀 선원 13명, 한국 선원 11명이 2014년 7월10일 부산 감천항에서 러시아 베링해로 명태를 잡으러 출항했다.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조업 중 침몰(2014년 12월1일)한 사조 오룡501호의 생존 선원 6명과 사망 선원 21명의 시신을 태운 러시아 운반선 오딘호가 2014년 12월26일 오전 부산 감천항(사하구)으로 입항했다. 사망 선원들의 관이 배에서 내려지고 있다. 부산/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조업 중 침몰(2014년 12월1일)한 사조 오룡501호의 생존 선원 6명과 사망 선원 21명의 시신을 태운 러시아 운반선 오딘호가 2014년 12월26일 오전 부산 감천항(사하구)으로 입항했다. 사망 선원들의 관이 배에서 내려지고 있다. 부산/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바다 깊이 잠기다

 

2014년 4만t. 한·러 어업협정 체결(1991년) 뒤부터 양국은 매년 협상을 벌여 한해 명태 어획량을 결정했다. 러시아는 바다를 내주고 한국은 어획량에 따라 톤당 입어료(14년 350달러)를 지급했다. 러시아는 극동 항만개발에 한국의 가시적 투자가 없다는 이유로 2015년부터 2만500t(2017년 2만3500t)으로 물량을 줄였다.

 

바다로부턴 아무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남편과 아들이 한번 바다에 뜨면 아내와 부모는 그들의 무사 여부를 하늘에 물어야 했다. 전화통화와 다음 전화통화 사이의 간격은 출항과 귀항 사이의 시간과 일치했다.

 

듀런의 아내는 2014년 8월 또는 9월 남편의 목소리를 들었다. 오룡501호가 러시아에 정박했을 때 듀런은 동료의 전화기를 빌려 고향집 번호를 눌렀다.

 

“‘미스터 김’의 비서에게 5천페소(10만8천원)를 빌려서 보냈으니까 우선 급한 대로 그걸로 버티라”고 남편은 말했다. 3개월치 월급이 이탈보증금으로 지급 보류되자 듀런은 생활비가 다급한 가족에게 보내기 위해 돈을 꿨다.

 

가장 확실한 이탈보증은 바다가 하고 있었다. 망망한 원양의 바다 위는 도망하고 싶어도 도망할 길을 찾을 수 없는 천연의 감옥이었다. 그 바다에서 ‘듀런들’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가족과 생활을 어쩌지 못해 이해되지 않는 ‘고용의 복잡한 사슬’을 감내했다. 듀런이 송출회사 팔콘과 계약(12개월)한 월급은 250달러(26만9천원·초과근무 수당 75달러 별도)였다. 듀런 아내가 4번째 달에 송금받은 남편의 첫 월급은 3천페소(약 59달러)뿐이었다. 남편이 말한 5천페소는 11월20일께 들어왔다.

 

이주 어선원은 자신의 임금을 두고 협상할 권리가 없었다. 그들의 최저임금(한국 선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이 고시)은 한국인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정했다. 2014년 한국원양산업협회와 전국원양산업노조가 합의한 이주 어선원의 월 임금은 435달러(경력 36개월 이상의 ‘유능한 선원’은 585달러)였다. 2016년 원양어선 한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이 164만1천원(평균임금 662만9천원)일 때 이주 어선원은 52만원이었다.

 

듀런의 월급 250달러는 그해 최저임금 435달러보다 185달러 적었다. 초과근무 수당 75달러를 합쳐도 110달러가 낮았다. 에포크가 송출회사 벤허와 계약한 월급은 200달러(초과근무수당 60달러)였다.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35달러가 모자랐다. 월급이 현지 송출회사를 거쳐 가족에게 송금되는 과정에서 일정액이 사라지기도 했다.

 

“집안 상황이 어떠냐”고 듀런이 물었다. “돈은 없고 임신으로 힘들다”고 아내는 답했다. “일할 만하냐”고 아내가 물었다. 듀런은 “다 괜찮다”고 답했다. 남편은 평소 힘든 일이 있어도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음 통화는 6개월쯤 뒤에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는 전화를 끊었다.

 

2014년 12월1일 새벽 6시. 오룡501호가 투망했다. 서베링해 북위 62도 07분과 서경 176도 27분 지점이었다. 사조산업 본사로부터 추가 어획량이 하달된 상태였다. 한·러 정부가 한해 명태 어획량을 결정하면 선사별로 할당량이 배정됐다. 선박 규모(총톤수와 엔진마력)에 따라 쿼터가 주어졌다. 쿼터 배정 뒤 선사들 사이에선 할당량을 사고파는 ‘전배’가 이뤄지기도 했다. 2014년 12월 러시아 수역에선 한국 명태잡이 어선 5척(2017년 3척)이 조업했다. 오룡501호의 선박 규모는 5척 중 4번째(전체의 12%)였지만 전배로 재조정된 물량은 두 번째(7928t·전체의 19.8%)였다. 허락된 조업 기간(협상 타결부터 그해 연말) 내에 할당량을 채우려면 시간이 촉박했다.

 

오전 10시께. 풍속 20~25㎧와 파고 4~5m로 기상이 악화됐다. 다른 선박들은 아침 7시30분께부터 인근 항구로 피항하고 있었다.

 

오전 11시30분께. 명태 20t을 포획한 그물을 끌어올렸다. 침수를 우려한 갑판장이 말렸으나 선장이 피시폰드를 열고 명태를 넣으라고 지시했다. 피시폰드가 열리자 바닷물이 10여차례 쏟아져 들어갔다. 해수가 전기모터를 덮쳐 조타기 고장을 일으켰다. 배가 표류하기 시작했다.

 

낮 12시30분께. 우현으로 기울어진 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선장이 피시폰드의 명태를 왼쪽으로 옮기도록 지시했다.

 

오후 2시33분. 일몰이 시작됐다. 오른쪽에서 들이치는 파도로 왼쪽으로 배가 크게 기울면서 오물배출구로 해수가 유입됐다.

 

오후 4시28분. 선미부터 침몰이 시작됐다. 선장이 퇴선을 지시했다. 그는 명태와 배에 남았다.

 

오후 5시6분. 오룡501호가 완전히 침몰했다.

 

퇴선 지시가 내려졌을 땐 사방이 어두워져 있었다. 공포에 질린 선원들이 각자의 언어로 “살려달라”며 고함쳤다.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바다에서 거대한 파도가 그들을 덮쳤다. 손에 잡히는 대로 붙들고 매달렸던 선원들을 파도가 쓸어갔다. 로얼은 바지와 재킷을 벗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러시아 어선 카롤리나77호의 불빛을 향해 필사적으로 헤엄쳤다. 배에 끌어올려지기까지 45분 동안 나뭇조각 하나에 의지해 얼음물을 견뎠다. 승선 인원 60명 중 27명이 사망하고 26명이 실종됐다. 인도네시아 선원 32명, 필리핀 선원 10명, 한국 선원 11명이 희생됐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한국 선원 최다 송출국 1위(2014년 기준 전체 2만2695명 중 29.6%)와 2위(24.2%)였다. 인도네시아인 무크타르(사망)·헤루(실종)와 필리핀인 에포크(사망)·듀런(실종)도 그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다.

 

오룡501호에서 실종된 필리핀 선원 듀런의 사진을 아내가 지갑(왼쪽)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 그의 품엔 남편이 한국 배를 타러 떠날 때(2014년 7월) 뱃속에 있던 아기가 안겨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오룡501호에서 실종된 필리핀 선원 듀런의 사진을 아내가 지갑(왼쪽)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 그의 품엔 남편이 한국 배를 타러 떠날 때(2014년 7월) 뱃속에 있던 아기가 안겨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죽음도 차별받다

 

국적선과 합작선. 러시아 베링해에선 한국 국적선뿐 아니라 한·러 합작선도 한국인이 먹을 명태를 잡는다. 러시아 정부의 조업 쿼터(2001년엔 20만t) 축소 뒤 한국 선사들은 러시아 업체와 합작법인(현재 14개사)을 만들어 명태를 거둔다. 사조산업은 얀타(Yantar), 오리온(ORION), 케이에스에프시(KSFC) 등을 합작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합작선이 조업한 명태는 수입 물량으로 잡혀 국내로 들어온다.

 

로얼은 카롤리나77호에서 엿새를 머물렀다. 12월7일 생존자 및 사망자 주검들과 오양96호(사조오양)로 옮겨졌다. 오딘호(러시아 운반선)로 바꿔 타고 12월26일 부산 감천항에 도착했다. 필리핀 대사관이 그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사조 관계자들이 병원으로 찾아와 선원들의 상태를 살폈다. 그날 밤 해경에 침몰 상황을 진술했다. 12월27일 아침 사조가 제시한 돈 5500달러(6개월치 급여, 캐치 보너스 등)를 현금으로 받고 ‘합의’ 서명했다. 12월28일 사조가 사준 티켓으로 필리핀행 비행기를 탔다. “제대로 처리됐다면 치료와 위자료 등이 제공돼야 했지만”(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 사조는 생존 이주 어선원들을 신속하게 내보냈다.

 

12월2일 오후 필리핀의 에포크 아내는 학교 동창들을 만나고 있었다. 송출회사(벤허) 쪽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 안의 음성이 “진정하라”며 남편의 사망을 전했다. 울음이 터진 아내는 5년 전 통화가 생각났다. 남편에게 원양어선 일을 권했던 친정 오빠의 선박사고(실종) 소식도 그 전화로 받았다. 5년 뒤 남편의 사망을 말하는 송출회사는 마닐라로 오라고 했다. 사조가 사망·실종자 가족을 한데 모아 설명하는 자리가 예정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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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포크 아내가 전화를 받은 다음날 듀런 아내에게도 연락(팔콘)이 갔다. 남편이 탄 배가 빙산과 충돌했다며 “그를 찾을 수 있도록 신에게 기도하라”고 전화기의 음성은 말했다. 그에게도 ‘마닐라 회의’가 통보됐다. 사조는 자사 선박 사고로 사망·실종한 이주 어선원들의 유족을 직접 찾아가는 대신 현지 송출회사를 통해 마닐라로 불러 모았다.

 

12월17일께 유족들이 사조가 지정한 호텔방에 모였다. 서로 다른 송출업체(벤허·팔콘·크루링크)를 통해 오룡501호를 탄 선원 가족 10여명이 사조 관계자를 기다리며 울었다.

 

‘미스터 김들’이 한꺼번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유족들은 ‘미스터 김’이 너무 많아 혼란스러웠다. 사조도 직원 김○○과 송입 대행업체 ㅎ교역 대표 김○○을 마닐라로 보내 ‘합의’를 처리했다. 듀런의 아내는 “제너럴산토스 스포츠 단지에서 남편을 설득한 ‘미스터 김’(사조 관계자인지 송입·송출업체 관계자인지 불분명)”을 다시 봤다. 사조는 보상금과 장례비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남은 가족이 살아가기에 충분치 않다”(에포크 아내)는 이야기가 유족들 사이에서 나왔다. “세 시간을 기다리게 한 사조가 한 시간 만에”(에포크 아내) 설명을 끝냈다.

 

 

12월1일 서베링해 악천후 속 침몰 
인니 32명, 필 10명, 한 11명 희생 
필리핀 유족들 마닐라로 불러모아
1천만원에 일괄합의 서명받은 사조 
합의서 “완전히 최종적·영구적 해방”

 

 

“사인 안 하면 시신 못 받을까봐”
유족 손배소 각하·기각…대법 상고
고리의 사채 쓰며 생활고 시달려 
고인 아내 “왜 하필 그 배였어요

 

 

이튿날 유족들은 개별 송출회사 사무실로 찾아가 ‘갑’ 사조가 내민 합의서에 ‘을’로서 서명했다. 듀런 아내는 12월23일 팔콘 사무실에서 “비밀해결합의서”에 사인했다.

 

“(보상) 갑은 을에게 위로금으로서 미화 1만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책임의 부인) 을은 본 합의서의 어떤 조항도 갑 측에서 불법행위 또는 책임을 인정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합의한다. (클레임의 포기) 을은 … 501 오룡호의 침몰 및 고인의 사망에서 발생하는 관련이 있는 모든 청구 및 권리로부터 갑과 그의 대리인 또는 대표자를 완전히, 최종적으로 그리고 영구히 해방시키고 면제하기로 약속한다. (소송) 을은 … 어느 국가에서도 민사 또는 형사 소송, 중재 또는 기타 소송에도 착수하거나 참여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 소송에 착수하거나 참여한 경우 갑이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는 즉시 취소되며, 을은 ㉮ 이자를 더한 보상금을 갑에게 환불하고 ㉯ … 갑에게 발생한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 … 법원이 재정한 모든 손해배상액을 지불해야 한다. (비밀유지) 을은 본 합의서의 조건, 합의에 이르게 된 사실이나 상황, … 등을 … 어느 누구에게도 공개하여서는 안 된다.”

 

팔콘이 듀런의 아내에게 사조의 ‘보상금’을 송금했다. 달러가 페소로 송금되는 틈에 일부가 증발했다. 아내가 실제로 받은 금액은 43만페소(8544달러)였다. 남편의 석달치 월급(이탈보증금)으로 팔콘은 3만3천페소(655달러)를 보냈다. 계약서상 최소 월급(수당 없는 250달러×3)보다도 100달러가 적었다.

 

에포크 아내는 ‘호텔 회의’ 이튿날 벤허 사무실에서 사인했다. ‘목숨값 1천만원’으로 사조의 책임 면탈을 확정짓는 합의서에 유족들은 동의했다. “사인하지 않으면 남편 시신을 받을 수 없다”는 벤허 쪽의 말에 동요했다. 정말 그럴까 싶으면서도 아내는 “그 말이 위협으로” 들렸다. 아내는 “하루라도 빨리 남편의 장례를 치러주고 싶은 마음에 사인”했다. “1만달러를 현금으로” 받은 뒤 아내가 사조 쪽에 말했다.

 

“그라시아스.”(감사합니다)

 

인도네시아의 무크타르 아내는 텔레비전 뉴스를 본 남편 친구의 전화로 소식을 접했다. 침몰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필리핀 쪽과 달리 사조는 인도네시아 유족을 직접 접촉하지 않았다. 송출회사로부터 침몰 소식을 먼저 전달받은 유족은 없었다. 유족이 직접 전화해야 송출회사(코인도)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항의하는 무크타르 아내에게 코인도는 “사망 여부가 최종 확인되지 않아 연락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송출회사가 유족들을 자카르타로 불렀다. 헤루의 아버지는 사조로부터 1억8500만루피아(1500여만원)를 받는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미지급 임금 1250만루피아(100만원)과 장례비용 2500만루피아(201만원)가 더해졌다. 보험금 1억5천만루피아(1209만원)를 ‘다행히’ 받았지만 아들의 최저임금으로 계산할 때보다 900만원이 적었다.

 

거칠고 아득한 일터에 불안해할 때마다 자신을 달래던 듀런의 말을 아내는 잊지 못했다.

 

“괜찮아. 안 죽어. 죽더라도 걱정하지 마. 보험에 가입돼 있대. 우리 식구들 괜찮아.”

 

원양 이주 어선원은 죽어서도 차별받았다. 선주들은 한국인 승선 평균임금(2014년 해수부 고시 302만9천원)이 아니라 이주 어선원 최저임금으로 보상금을 산정하고 보험(송출국)에 가입했다. 대법원은 이주 어선원 재해보상에도 한국인 승선 평균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2013두5821·2016년 12월 선고)했으나 현실은 법으로부터 멀었다. 재해보상 기능을 하지 못하는 송출국 보험금조차 유족 다수는 수령하지 못했다. 듀런의 아내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팔콘에 전화했을 때 담당자는 “1~4년은 걸린다”고 답했다. 최종 사망 판정을 받지 못한 실종자여서 보험금 수령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듀런 아내의 전화를 더는 받지 않았다. 법과 제도에 서툰 이주노동자와 가족들이 법과 제도에 세련된 사람들 앞에서 항변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검안한 무크타르의 주검은 169㎝였다. 얼굴과 가슴과 왼쪽 어깨에 표피 박탈이 있었다. 양쪽 다리에선 멍이 발견됐다. 한국 검찰은 12월4일 무크타르의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하라”고 사건 지휘했다. 그의 주검은 2015년 1월8일 인도네시아에 도착했다. 에포크는 사망 두달이 찬 2015년 1월31일에야 필리핀의 아내 품으로 돌아갔다. 12일 전 해수부는 “사측 주관으로 외국인 선원 보상이 2014년 12월23일 완료됐다”고 발표(‘원양어선 안전관리 개선 대책’)했다.

 

2011년 5월13일 이른 아침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항에서 오랜만에 소량의 명태가 잡혔다. 동해에서 모습을 감춘 명태는 2007년 이후 1t 미만(2016년 6t)으로 잡혔다. 고성/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2011년 5월13일 이른 아침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항에서 오랜만에 소량의 명태가 잡혔다. 동해에서 모습을 감춘 명태는 2007년 이후 1t 미만(2016년 6t)으로 잡혔다. 고성/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그렇게 우리 밥상에 온다

 

국민 생선. 동해에서 명태가 말라버린 뒤에도 한국인들의 ‘소비량 1위 어류’는 늘 명태였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인들은 매해 평균 23만2083t(2위 멸치 20만2860t)의 명태를 먹었다. 한국의 수산물 수입 물량 1위도 줄곧 명태(2016년 25만5766t)였다. 수입 명태의 절대량(85.3%)은 러시아(2016년 21만8392t) 베링해에서 왔다.

 

2015년 10월19일 검찰은 사조산업 대표이사와 전·현직 임원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업무상 과실치사, 선박직원법 위반 등을 적용했다. 오룡501호 침몰의 핵심 원인으로 선장 등 주요 승무원들의 해기 능력 부족을 지목했다. 침몰 3년이 꽉 찼지만 지금까지 처벌받은 사람은 없었다. 기소 2년이 넘도록 1심 선고는 물론 검찰 구형도 내려지지 않았다(2018년 4월6일 심리 속행).

 

필리핀·인도네시아 유족 22명은 자국과 한국 변호인(법무법인 가을햇살)에게 의뢰해 2015년 6월 사조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사조가 시신 인도 등을 지연하며 합의서 서명을 강요했고, 충분한 손해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듀런과 에포크, 무크타르와 헤루가 한 배에서 사망·실종된 지 6개월 만에 그들의 가족이 하나의 소장 안에서 만났다. 필리핀 생존자 로얼이 유족과 변호인을 만나 침몰 당시를 증언했다.

 

재판부는 사조의 손을 들어줬다. 1심(2016년 11월17일)은 각하됐고, 항소심(2017년 8월25일)은 기각됐다. 합의서에 적힌 부제소 조항(추가 법적 대응하지 않겠다)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부제소 합의에 반해 제기된 소송은 부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시신 인도와 연계한 합의 강요 주장도 “증거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들은 대법원에 상고(2017년 9월25일 사건접수)했다.

 

“생계를 책임지던 남편이 죽고 생활의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합의서에 서명했다. 부제소 조항을 이유로 유족에게 불리한 합의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김종철 변호사)

 

사조산업 관계자는 “외국인 선원들과의 모든 합의는 종결됐다”고 했다. “우리가 외국인들을 직접 고용한 게 아니라 현지 대행사를 통해서 했으므로 합의금(1천만원)도 그 시스템 속에서 결정됐다.”

 

듀런의 아내는 사채를 쓰며 살고 있다. 고리(20%)의 은행 빚도 졌다. 마을 가게에서 빌린 돈은 식료품을 살 때마다 값을 얹어주는 방식으로 상환하고 있다. 듀런의 아내는 그를 만나러 찾아온 한국인들(김종철 변호사 등 ‘이주 어선원 인권 실태조사팀’)에게 울며 소리쳤다. 아빠가 한국으로 떠날 때 뱃속에 있던 아이가 엄마에게 안겨 칭얼댔다.

 

“남편이 러시아에서 전화했을 때 그랬어요. 배(오룡501호) 아주 크다고. 밧줄도 굵고 구명조끼도 많다고. 큰 파도 쳐도 끄떡없다고. 하느님, 당신을 저주해요. 왜 사조였어요? 왜 하필 그 배였어요? 왜 하필 내 남편을 데려갔어요? 남편은 착한 사람이었어요. 그냥 가족 먹여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을 뿐이에요.”

 

동해에서 사라진 명태는 우리 밥상에 그렇게 온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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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사드뽑고 평화심자. 더 치열한 시작하겠다"

소성리 6차 범국민평화행동, "사드 나가지 않는 한 물러날 생각없다"(전문)
성주=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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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2  23: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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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김천·원불교와 대구·경북, 부울경,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은 2일 오후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6차 범국민평화행동을 개최하고 '사드뽑고 평화심자'를 내년 구호로 채택, 끝까지 사드철회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해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앞서 검토를 지시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배치는 온 나라를 뒤흔든 촛불항쟁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후에도 강행돼 지난 9월 새 정부하에서 실제 배치가 강행되고 지난달 말에는 운용을 위한 공사장비가 반입되기 시작했다. 

정권 교체의 과도기인 4월 26일 야음을 틈탄 사드 기습배치, 새 정부 출범 이후 9월 7일 사드발사대 4기 추가배치, 11월 21일 사드 운용을 위한 공사장비 반입 등 일련의  절차는 성주군 초천면 소성리 주민들과 성지를 수호하려는 원불교, 그리고 사드배치가 북핵 방어에 무용할 뿐 아니라 안보위기를 초래할 뿐이라고 우려하는 평화시민단체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된 절차였다.

'임시' 꼬리표를 달고 주한미군의 사드 1개포대 배치가 마무리된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달마산 아래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2일 오후 성주·김천·원불교와 대구·경북, 부울경,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 그동안 줄기차게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해 온 '6주체'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참여연대 등 연대자 400여명이 모여 2017년 한 해 활동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는 6차 범국민평화행동을 개최했다.

범국민평화행동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한 결의문을 통해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정부마저 박근혜 적폐세력에 이어 미국을 쫓아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엮이는 사드배치 완성의 길로 돌아서고 말았지만 사드는 단순한 무기체계가 아니라 북·중·러를 겨낭한 한·미·일 삼각동맹에 동참하는 문제라고 하면서 "우리의 주권과 평화·안보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며, "그 누구보다도 평화를 갈망하는 민중들의 힘을 동력으로 삼아 기필코 사드 철회의 길을 열어젖혀야 한다"고 밝혔다.(전문은 아래 상자)

이들은 '사드뽑고 평화심자'는 구호 아래 이날로 468일째 타오르는 김천 촛불과 267일을 넘기고 있는 원불교의 진밭교 평화기도와 연대해 사드를 철거하는 그날까지 주민들의 손을 놓지 않고 사드 철회의 의지를 강화하면 사드는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며, "2018년을 사드를 뽑아내는 희망의 해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사드철회가 적폐청산! 소성리 범국민평화행동-촛불은 계속된다'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대회장에는 '사드철회는 적폐청산, 주권회복, 평화실현의 길-이게 촛불정부인가? 우리는 미국앞에 당당한 정부를 원한다'는 현수막이 무대를 휘감았다.

   
▲ 왼쪽부터 박석민 사드한국배치전국행동 집행위원장, 강해윤 성주성지수호원불교비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 김대성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석주 소성리 사드배치철회 성주주민대책위 공동위원장, 김찬수 사드배치반대대구경북대책위원회 대표,  신종관 민주노총 경남본부 통일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석주 소성리 사드배치철회 성주주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의 나라의 위험은 아랑곳하지 않고 할머니들을 짓밟으면서 웃음을 짓는 것이 미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미국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배치하는 사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그들이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짓밟고 사드장비와 공사 자재를 기어코 들여갔지만 그걸 막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놀랄만큼 잘 싸웠다. 끝나지 않았다. 더 치열한 시작이 내년에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 한해 치열하게 싸웠지만 실망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2018년에는 꼭 사드를 뽑아내겠다는 각오로 싸우겠다"며, 올 한여름에 소성리를 찾아온 많은 사람들이 계속 주민들과 함께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성주성지수호원불교비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인 강해윤 교무는 "지난 4월 26일과 9월 7일, 11월 21일 수천명의 경찰병력과 세 번에 걸쳐 싸우고 있는 동안 세상의 관심은 멀어지고 걷어내려고 했던 사드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의 답답한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겨울에 접어든 저 산야의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리듯이 우리는 사드가 나가지 않는 이상 물러날 생각이 없다. 비행기로 넘어가든 샛길로 가든 상관하지 않겠지만 우리가 막고 있는 진밭교로는 넘어갈 수 없도록 오늘 아침에도 막아나섰고,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드로는 북핵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것이며, 하위동맹국인 한국의 안보불안을 빌미로 미국이 무기장사를 한 것에 불과하다는 본질이 드러날 것이라는 점에서 83개에 달하는 한국내 미군기지에 소성리를 추가하려는 한미당국의 시도는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라고 확언했다.

강 교무는 "이 겨울을 보낸 후 내년에는 사드를 들고 이 땅의 모든 평화세력, 민중과 함께 청와대를 향한 평화의 행진을 벌일 것이며, 그동안에는 한시도 이곳을 벗어나지 않고 지키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김대성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김찬수 사드배치반대대구경북대책위원회 대표와 신종관 민주노총 경남본부 통일위원장도 무대에 올라 "사드로는 북핵을 막을 수 없고 우리가 원하는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안보불안과 전쟁만 불러오게 된다"며, 2018년에도 최선을 다해 사드철회를 위해 나서겠다는  각오를 표명했다.

박석민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집행위원장은 "사드배치는 끝난 것이 아니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사드 추가배치와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무대에 오른 6주체 대표들과 함께 "'사드뽑고 평화심자'는 더 큰 힘으로 단결하고 연대하려는 우리의 내년 구호"라고 역설했다.

   
▲ 소성리 할매들도 '사드뽑고 평화심자'는 구호를 들고 자리를 지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진밭교 방향으로 행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각 대표들이 진밭교 교당 옆에서 평화염원을 담아 6개의 솟대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경찰이 사드 포대로 접근을 막고 있는 저지선이 처져 있는 진밭교 평화교당 앞까지 행진을 하고 교당 옆에 평화를 염원하는 6개의 솟대를 설치하는 상징의식을 치른 후 이날 범국민평화행동을 마무리했다.

성주·김천·원불교를 비롯한 사드반대 6주체 단체는 매주 수요일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진행하는 평화집회는 계속 돌아가면서 주최하되 전국 집중 평화행동은 이날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한편, 종교인협의회를 중심으로 내년 3월께 제주 강정과 밀양, 소성리, 진도 팽목항 등을 경유하면서 청와대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배치 주요 일지>

-2016.7.8. 사드1개 포대 한국배치 공식 발표(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 토머스 벤달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
 
-2016.7.13. 사드 배치지역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 공군 성산포대 발표, 성주 촛불 집회 시작
 
-2016.8.21. 사드배치반대 김천 촛불 시작
 
-2016.9.30. 국방부 사드배치지역 성주군 초전면 달마산으로 변경 발표
 
-2017.4.26. 주한미군 사드 레이더와 발사대 2기 배치 후 즉시 실전운영상태 유지 발표
 
-2017.9.7. 사드발사대 4기 추가배치 강행
 
-2017.11.21. 사드운용을 위한 공사장비 반입

결의문(전문)

6차 소성리 범국민평화행동을 맞는 우리의 다짐
2018년은 사드를 뽑아내는 희망의 해로 만들자 ! 

백해무익한 사드가 강제 배치된 울분과 통한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한미일을 군사동맹으로 엮으려는 미국을 좇아 박근혜 적폐세력에 이어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마저 사드 배치 완성의 길로 돌아서고 말았다. 이제 공사가 시작되면 사드가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의 명분으로 삼은 안보 환경은 더욱 악화되는 실정이다. 동맹 강화에 대한 미국의 요구는  거세기만 하다. 사드를 뽑아내기에 더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드로는 북한 핵미사일을 막을 수 없으며, 사드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촛불의 염원을 저버리고 사드를 받아들인 문재인 정부도 추가 사드 배치, 미국 MD 참가, 한미일 동맹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드가 자국의 안보이익을 해칠 것을 걱정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계속 사드 철회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사드를 둘러싼 정세로 보면, 우리는 사드가 뿌리를 내릴 수도, 사드를 뽑아낼 수도 있는 마지막 갈림길에 서 있다. 

사드는 단순한 무기체계가 아니다. 한미일 MD 구축을 위한 핵심체계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삼각동맹에 동참하는 문제이다. 전쟁과 핵 대결을 불러와 우리의 주권과 평화·안보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이에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굳게 손잡고, 전쟁과 대결의 가장 큰 피해자일 수밖에 없지만 그 누구보다도 평화를 갈망하는 민중들의 힘을 동력으로 삼아 기필코 사드 철회의 길을 열어젖혀야 한다.

2017년 우리는 평화의 땅 소성리에 사드를 심으려는 미국과 이에 부역한 적폐세력에 맞서, 또한  갖은 패악질로 주민들을 괴롭힌 서북청년단을 비롯한 극우세력의 행패에 맞서 서로 투쟁의지를 세워주고 의지하며 신뢰를 다져왔다. 회유와 이간질, 보상이라는 사탕발림도 극복해내었다. 

소성리 할매들은 사드가 들어온 그 순간부터 이 길의 맨앞을 막아 나섰다. 연대자들은 다치고 넘어져도 소성리로 달려와 주민들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하여 마을회관 앞길은 사드를 막는 길,  미군, 기름, 장비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길이 되었다. 우리는 비록 사드를 막아내지 못했지만 절대 패배한 것이 아니다. 고되고 험난한 평화의 길을 우리가 닦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제 다가오는 2018년에는 사드가 결코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공사를 막아내고, 사드 철거의 평화 정세 조성을 위한 투쟁에 더욱 힘을 기울임으로써 평화의 길을 더 넓게 내야 한다. 

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매일 아침마다 소성리 진밭교에서는 “사드 뽑고 평화 심자”는 구호가 울려퍼진다. 김천 촛불은 468일째 타오르고 있다. 원불교의 진밭평화기도는 267일을 넘기고 있다. 그렇다! 사드를 철거하는 그 날까지 주민들의 손을 잡고 더욱 힘차게 투쟁하자! 우리가 사드 철회의 희망이 되자! 전쟁과 핵군비 대결 반대, 조건 없는 대화 재개, 사드의 조속한 철거를 요구하는 투쟁에 나서자! 그리하여 반드시 2018년을 사드를 뽑아내는 희망의 해로 만들자!  

2017. 12. 2. 
6차 소성리 범국민평화행동 참가자 일동

   
▲ 소성리가 낳은 '세계적인 평화 가수' 정진석 씨가 '평화'와 '영일만 친구'를 개사한 '소성리 친구'를 열창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트럭에서 북치면서 '우리에게 평화를 달라. 전쟁반대 사드도 반댈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율동맘과 율동천사들의 공연은 언제나 어른들이 좋아하는 단골 순서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대구평화합창단의 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진밭교 앞 통행제한 안내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잡귀 잡신을 물리친다는 의미로 세워진 솟대 뒤 다리를 따라 멀리 달마산이 보이고 그 끝에 사드 기지가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사드뽑고 평화심자'는 평화의 구호와 함께 미국을 저주하는 구호라며 선창이 나오자 참가자들이 폭소를 터뜨리며 따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원불교 진밭평화교당 앞 기념촬영.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사드철거, 미군철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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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전쟁 위기, 벗어나려면?

<기고> 장대현의 ‘다시 보는 2017년’ (1)
장대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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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1  13: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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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전 집행위원장)

 

1. 항모전단은 언제 오나

손바닥도 부딪혀야 소리가 나듯 한반도 전쟁 위기는 북과 미국의 ‘말과 행동’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북에게 핵과 미사일이 있다면 미국은 더 그렇다. 그중 북이 가장 예민하게 대하는 것은 항모전단이다. B-1B 전략폭격기가 뜨면 비난과 위협 정도지만, 항모전단이 배치되면 차원이 다른 긴장이 조성된다.

이처럼 항모전단은 전쟁위기를 몰고 오는 미국 쪽 손바닥이다. 올해 들어 1개 이상의 항모전단이 한반도와 그 주변에 전개된 경우는 알려진 것만 모두 4회다. 한 번에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까지 머물렀으니, 사실상 1년 내낸 전쟁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항모전단은 언제 나타날까? 첫째, 북의 도발을 사전 억제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4-5월의 두 개 항모전단이 그런 경우란다. 정말일까? 군사적 압박이란 단추를 누르면 더욱 강경한 대응이 나온다는 것이야말로 북미 관계 기본 원리다. 실제로 북은 5월 14일 화성-12형 중장거리미사일 최초 시험발사, 7월 4일 사상 첫 번째 ICBM(화성-14형) 시험발사, 9월 3일 수소폭탄 실험 등 초강경 반응을 했다.

둘째, 북의 핵, 미사일 도발을 사후 응징하는 차원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5월 14일 화성-12형 미사일 발사 이후 오히려 5월 31일 칼빈슨 항모전단이 한반도에서 철수했다. 또한 트럼프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던 북의 첫 번째 ICBM 발사 이후에도 오지 않았다. 더구나 가장 강력한 폭발력을 보인 9월 3일 수소폭탄 실험 직후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거대한 몸집이 다시 나타난 시점은 수소폭탄 실험으로부터 쳐도, 한 달하고 일주일이 지난 10월 10일 무렵이다.

미 항모전단이 한반도에 오는 이유가 북 핵, 미사일을 억지하거나 응징하기 위한 것이라는 ‘다수설’은 이처럼 현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짜 작동원리는 무엇일까? 북미 간 대결 밖으로 시야를 넓혀보자.

2. 말로는 억지, 실제로는 반작용 불러

1월 1일 북이 신년사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이 최종단계에 이르렀다”고 하자, 바로 다음날 트럼프 당선자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철썩 같이 말했다. 당시 ‘그런 일’을 정말로 저지하려 했다면 방법이 있었다. 대화와 협상이란 단추를 누르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핵, 미사일 동결을 목표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1.9)”는 대화파의 권고, “미국이 핵전쟁연습을 그만두면 된다(최강일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 NBC 인터뷰. 1.25)는 북의 사실상 협상 제안을 모두 일축했다. 거꾸로 그는 참수작전과 선제타격이란 초고강도 압박을 선택한다.

1월 12일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북한 핵 시설 격퇴 계획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해, 선제타격을 공론화한다. 2월 3일 매티스 국방장관은 3-4월 한미합동군사훈련 강도를 높이기로 한국과 합의한다. 3월 13일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됐다.

훈련은 이랬다. 참수작전 - 3월 10일 요인 암살에 특화된 미 해군 특수부대가 항공모함 칼빈슨에 탑승해 한국 주변 해역에서 임무를 연습했다. 선제타격 - 3월 19일 칼빈슨 항모전단에서 전투기들이 날아올랐다. 올해 처음 일본에 배치된 최신예 F-35B가 공중급유를 받으며 날아왔다. 폭격 후 주일미군기지로 돌아가려면 공중급유가 필수라는 점에서 훈련의 현실적 의미가 느껴진다. 점령 - 3월 27일에서 4월 5일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평양진격훈련이 진행됐다. 이처럼 긴장이 꼭대기에 이른 직후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3. 시진핑과 틀어진 트럼프, 칼빈슨 항로변경

미‧중 정상회담 의제는 첫째 북 핵, 미사일, 둘째 미국의 무역 적자, 셋째 남중국해 등이다. 남중국해의 경우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차단하겠다(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 1.11)”던 미국이 “국제 규범의 준수를 촉구한다”는 수준으로 한 발 물러서며 잘 넘어갔다. 그러나 나머지 두 개는 달랐다. 북 핵, 미사일 관련,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유엔 제재 이행 등 기존 합의 사항을 재확인했으나, 북에 대한 중국의 독자 제재를 주장하는 미국과 북의 핵 프로그램, 미국의 한미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요구하는 중국이 충돌했다.

트럼프가 가장 중시하는 ‘돈 문제’에서 양측의 파열음은 더 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유일하게 합의했다고 밝힌 것은 앞으로 100일간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00일 계획을 공동으로 마련하겠다는 것밖에 없었다(조선일보. 4.10)”는데 이마저도 “중국 측 발표문에는 ‘100일 계획’에 대한 합의가 빠져 있다(중앙일보. 4.10)”니까, 아직은 미국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트럼프는 회담 다음날(4.8), 훈련을 마치고 한반도를 떠나갔던 칼빈슨 항모전단의 항로를 돌린다. 4월 9일 태평양사령부는 칼빈슨의 한반도 출동을 발표하고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옵션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한다. 4월 11일 트럼프는 “거기에 잠수함도 보냈다”고 한 발 더 나갔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시리아(를 폭격한 것)처럼 북에도 할 것”이라며 선제타격 분위기 조성에 무게를 보탰다.

약효는 빨랐다. 4월 12일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투고 돌아선지 4일 만에 다시 대화를 요청한 건 물러설 용의가 있다는 것이며, 그 전화에 응한 건 최소한의 요구를 관철했다는 것이다. 공개된 것만 보면 중국과 미국은 서로 한 가지씩 양보했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 방안 관련, 정상회담에서 주장한 “대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빼고 대신 “평화적 방식의 문제 해결”을 넣었다. 대화하라는 말은 안 할 테니 전쟁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거래는 등가 교환이 아니다.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피비린내 나는 무역전쟁이 벌어지는데, 양국이 투자와 무역으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이는 미국에 결코 이롭지 않다. 그럼에도 이는 트럼프 최대 공약이어서 함부로 철회하기 어렵다. “지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북한의 위협과 관련한 중국과의 대화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엄청난 양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결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핵심 공약 불이행에 대한 절묘한 변명, 손오공식 정치기술이다. 중국의 북미 대화 요청을 침묵시키고, ‘100일 계획’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고, 환율조작국 공약에서 자유로워진 트럼프. 손오공에게 머리카락이 있었다면 그에게는 칼빈슨 항모전단이 있다.

4월 12일 <38노스>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6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고 발표하고 4월 13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북한이 30일 이내에 핵실험을 할 확률은 84%, 14일 이내에 할 가능성은 58%”라는 예측 결과를 공개한다. 그것을 ‘억지’하려면 항모전단이 필요하단 것이다.

니미츠 항모가 한반도 주변에 추가 배치됐다. 미국이 핵실험 예상일로 지목한 4월 15일(태양절)이 지나자 미국은 4월 25일(건군기념일)을 다시 찍었다. 4월 25일도 그냥 지나갔으나 항모전단은 여전히 한미연합 군사훈련이란 운동장에서 근육 자랑을 한다.

이 시점에 중국은 스스로 한반도 상황에 말려든다. “만약 한‧미 양국이 38선을 넘어 북한에 공격을 가하고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려고 하면 중국도 즉각 군사적 개입을 진행할 것(환구시보. 4.22)”이란다. 미국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면 중국은 ‘즉각 군사적 개입을 진행할’ 준비에 실제 돌입해야 하고, 국력의 상당부분을 거기 소진해야 한다. 지렛대가 마련된 것이다. 4월 30일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종료일을 맞았다. 그러나 미국은 5월 1일 B-1B 2대를 한반도에 출동시키고, 핵잠수함 미시간 호를 부산항에 진입시켰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5월 11일 ‘100일 계획’ 중간 합의사항이 발표된다. 미국산 쇠고기, 미국산 유전자조작식품(GMO)에 대한 시장 개방,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미국 카드회사들의 중국 진출 허용,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트럼프의 주요 요구사항이 망라됐다. 5월 14일 북이 새로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최초로 시험 발사하는 ‘사건’이 벌어졌으나 5월 31일 칼빈슨 항모전단은 유유히 한반도에서 철수한다.

3~5월 한반도 전쟁 위기는 미국인의 전쟁 불안감을 크게 높였다. 4월 19일 미국의 인터넷 미디어 <AOL 뉴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미국 영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한다”는 사람이 10명 중 6명이나 됐다. 이런 여론 지형 위에서 트럼프는 5월 23일 전년보다 국방비를 10%(500억달러) 증액하고, 복지비를 18%(151억달러) 감액하는 2018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한다. 이라크 전쟁도 끝난 지 오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발을 많이 뺐는데 세계 최대 군사비를 쓰는 것도 모자라 그걸 10%나 올리다니? 그런 의구심이 드는 미국인들을 위해 언론은 3-5월 내내 북의 핵, 미사일 공포를 배달한 것이다.

4. 첫 번째 ICBM, 그러나 침묵

7월 4일 북이 사상 최초로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7월 4일을 기점으로 한계점을 지났다고 진단했다. 심리적, 현실적 '레드라인'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ICBM의 미 본토 본격 겨냥이란 '설마 했던' 상황이 현실로 닥친 데 따른 미국 내 충격은 대단했다(중앙일보. 7.5)”

트럼프도, 미국 안보집단도 정말 그랬을까? <한국일보> 7월 6일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외교안보 고위당국자들의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3시간 정도 골프를 즐겼다. 그리고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도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휴가 차 한국을 떠났다. 이들의 여유, 근거가 무엇일까?

7월 22일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핵무기 카드를 갖고 있는 게 결국 많은 억지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는 점을 봐 왔다”는 발언에 답이 있다.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 책임자가 북의 핵, 미사일을 “생존을 위한 억지력”이라고 보는 것이다. 생존하는 한, 먼저 핵미사일을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미국의 전쟁 지휘부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북을 자극할 수 있는 군사학적 이유다.

5. 미중 경제대화 결렬, 다시 긴장고조

7월 19일 제1차 ‘미‧중 포괄적 경제대화’가 열렸다. 7월 16일 종료된 ‘100일 계획’의 2라운드다. 여기서 미국은 ‘100일 계획’으로는 부족하니 ‘1년 계획’을 짜자고 중국에 요구한다. 100일 동안 ‘시정된 무역 불균형’이 결국 중국의 부를 미국으로 옮긴 것일 텐데, 그걸 앞으로 1년 동안이나 더 하잔다. 중국은 거부했다.

7월 2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미국의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다”라고 말한다. 다음 날 스콧 스위프트 미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대통령의 명령이라면 언제든지 중국에 대한 핵 공격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골적인 위협이다. 7월 30일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채권 1위 보유국으로서 실제 달러화를 지탱하고 있는 건 중국이다. 중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좋다” 반격한다. 8월 1일 시진핑 주석은 ”모든 침략과 싸워 이길 자신이 있다“고 배수진을 친다.

한반도는 다시 가열된다. 8월 5일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에 대해 예방 전쟁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며 북을 자극한다. 같은 날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도 발표된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이번 세대의 가장 엄중한 제재”라고 만족스러워한 제재다.

북은 8월 7일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미국이 경거망동한다면 그 어떤 최후수단도 서슴지 않고 불사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8월 8일 트럼프는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는 강경 발언을 한다. 8월 9일 북은 미국이 새롭게 고안해내고 감행하려는 '예방전쟁'에는 미국 본토를 포함한 적들의 모든 아성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게 될 것(북 총참모부 성명)이라면서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북 전략군 성명)고 발표한다.

“화염과 분노” 대 “괌도 포위 사격” 초강경 발언이 오고가는 상황을 언론은 ‘말 전쟁’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한가로운 용어로는 당시의 전쟁 위기를 실감할 수 없다. 미국이 ‘예방 전쟁’과 ‘화염과 분노’로 북을 자극했다면 북은 ‘괌도 포위 사격 검토’를 통해 미국을 공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제 미국은 북을 선제공격해도 할 말이 충분하다. 북도 미국을 주시하며 행동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한국 투자 외국인들이 먼저 움직였다. 8월 9일부터 사흘간 1조 1,000억 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미국 월가도 얼어붙었다. 8월 10일 월가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가 전날 보다 44% 급등했다. 주식 값 하락 예측이 하루 새 44%나 올라간 것이다. 실제로 8월 10일 미 다우지수는 204.69포인트(0.93%), 나스닥지수는 135.46포인트(2.13%) 급락했다.

당시 위기의 실상을 간접 시사하는 두 장면이 있다. 먼저, <뉴욕타임스>의 ‘처절한 톤다운’이다. “뉴욕 타임스는 8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관련 언급을 하면서 책상 쪽을 흘깃흘깃 쳐다봤지만, 그가 쳐다본 문서는 마약성 진통제 남용 문제에 관련한 내용으로 확인됐다며 “완전히 즉흥적인 발언”이라고 지적했다(한겨레. 8.11)” 화염과 분노 발언에 아무 무게가 없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대북 메시지를 뽑아내기 위해 자국 대통령을 깔아뭉개는 상황, 미국 주류 언론의 걱정을 반영한다.

둘째는 러시아의 항공 정찰이다. “러시아 정찰기가 9일 두 차례나 미국 안보의 심장부인 수도 워싱턴 DC 상공을 날며 국방부 건물(펜타곤), 버지니아주 랭리의 CIA와 메릴랜드주의 캠프 데이비드, 앤드루스 공군기지 상공을 정찰했다(조선일보. 8.10)“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2002년의 ‘영공 개방 조약’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미국의 동의와 미군기의 호위 없이는 불가능하다. 러시아가 미국의 개전 가능성에 상당한 의심을 품었다는 것, 미국이 북에 보내는 ‘톤다운’ 신호로 이를 활용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8월 13일 미 국무장관, 국방장관이 <월스트리트저널> 공동기고문을 통해 ”이번 사태는 한국 전쟁 이후 경험하지 못했던 긴장 상황이며, 미국은 북한과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다. 국무, 국방장관 공동명의라는 형식으로 상황관리 메시지에 무게를 싣고, 신문기고라는 방식을 통해 사후 책임성을 덜어보려는 행보다. 그리고 8월 14일 서울을 방문한 던포드 미 합참의장이 ”선제 타격에 관한 어떤 대화나 토론도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8월 15일 북은 “좀 더 지켜보겠다”고 한다.

8월 21일부터 31일까지 예정된 UFG(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에 눈길이 쏠렸다. 8월 18일 미군은 UFG훈련 참가 미군 병력이 작년 2만 5,000명에서 올해 1만 7,500명으로 7,500명 축소된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톤다운 흐름의 연속인가? 껍질을 벗겨보면 다르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병력은 오히려 500명 늘어났다. 원래 UFG는 한반도 증파 임무를 할당받은 해외 미군 단위부대 지휘부가 한국 전장에 휘하 병력을 투입하는 절차가 주요훈련내용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올해 UFG에 해외 미군의 참여숫자가 증가한 점이다. UFG는 축소된 게 아니라 지난해보다 강화됐고, 실질적인 규모도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경향신문. 8.21)”

UFG훈련이 시작된 다음 날 북은 “무자비한 보복과 가차없는 징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다시 강력 반발하고, 8월 29일 화성-12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다. 고각발사 방식으로 위협 강도를 조절하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정상발사, 일본을 넘어 역대 가장 멀리 날았다. ‘괌 포위 사격’ 프로그램의 재가동인 것이다. 그리고 9월 3일 북은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다.

미 언론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뉴스 속보를 내보냈고, 트럼프는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한다. 그리고 어떤 대책이 나왔나? 다음날인 9월 5일 트럼프는 “나는 일본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상당히 증가한 규모의 매우 정교한 군사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기자들에게 군사행동을 제외한 다른 압박 수단을 먼저 취할 것이라며,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그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다른 뭔가가 있다면 좋을 텐데, 라고도 말했다. 북핵 해법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조선일보. 9.8)”

그런 일은 없을 것, 이라더니 이제 와서는 해법이 없단다. 북 핵, 미사일을 동결할 수단이 미국 앞에 놓인 것은 벌써 몇 년 전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카드, 눈앞에 해결책이 있는데 없단다. 9월 11일 미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통과시켰고 북은 9월 15일 화성-12형 중장거리 미사일 2차 시험 발사를 통해 괌 타격 능력을 처음으로 입증하며, ‘괌 포의 사격’ 위협을 가중시켰다.

8월 11일 중국 <환구시보>의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대북 공격을 시도한다면 중국이 막겠다”는 발언을 뒤집으면, 이 치킨 게임이 가열될수록 중국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고백이다. 9월 12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방미, 미중 국무장관과 회담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중국을 국빈 방문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미국은 트럼프의 방중을 공식 확인해주지 않았다. 9월 25일 미 상무장관이 중국에 날아가 사전협의를 마친 다음에야, 전리품 목록의 윤곽을 확인한 후에야 미국은 트럼프의 중국 방문을 공식 발표한다.

6. 항모전단 북상, 아베 총선 승리

중국의 타협을 도출했음에도 트럼프는 9월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 다음날 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모든 것을 걸고 미국에 대해 초강경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성명을 직접 발표한다.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에 대해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다. 북을 억지하는 효과는 전혀 없고, 오직 북의 더 강력한 반발 공간만 생길 텐데, 트럼프는 왜 이랬을까? 북의 반발, 그것은 미국에게도 공간이다.

10월 3일 한반도를 향하는 레이건 항모전단이 홍콩에 기항한다. 10월 6일 루스벨트 항모가 모항인 샌디에이고를 떠나 태평양으로 이동한다. 10월 7일 핵잠수함 '투산'이 진해 해군기지에 도착한다. 10월 10일 B-1B 전략폭격기 2대가 한반도 상공에 날아왔다. 10월 13일 북은 “우리로 하여금 부득불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10월 16일 레이건 항모전단이 동해에서 한미연합훈련에 돌입한다. “보통 항모는 포항 동쪽 공해상에서 훈련을 하는데 이번에는 울릉도 남방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예상보다는 많이 위로 올라갔죠(한국일보. 10.21)”

9월 중순 갑자기 분위기를 만들고, 10월 초 항모전단을 파견하고, 10월 16일부터 3일간 항모전단을 이례적으로 북쪽 깊숙이 접근시킨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돌아간다. 트럼프는 왜 이랬을까? 일본으로 눈을 돌려야 답이 나온다.

7월 2일 아베는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역사적인 대패를 당한다. 자민당은 전체 127석 중 겨우 23석에 그쳐, 도쿄도 의회 선거 참패 여파로 민주당에 정권을 뺏긴 2009년의 38명 당선보다 더 추락한다. 그 직후 일본의 주요 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의 지지율은 36%, 5월에 비해 무려 25%나 떨어졌다. 8월 3일 아베는 지지율 반등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다. 첫째 개각이다.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 등 여론의 지탄을 받는 각료를 해임하고 파벌 안배 등의 조치를 가미한다. 둘째 “아베 총리는 이날 개각 뒤 기자회견에서 “최우선시할 일은 경제재생”이라고 말했다. 헌법 개정 논의에 대해서는 “스케줄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한겨레. 8.3)”

그럼에도 8월 4일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35%, 제 자리 걸음이었다. 이런 상태로 9월 말 가을 국회까지 가면, 사학 스캔들 등 아베의 치부를 향한 야당의 공세가 대폭 강화될 것이고 결국 아베는 결정적으로 휘청거릴 것이다. 그렇게 난타를 당해 지지율이 20% 아래로 내려가면 사퇴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9월 28일 국회가 열리기 전에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9월 20일 트럼프의 유엔 총회 ”완전 파괴“연설은 이 즈음 터져 나온 것이다.

이후 ”태평양상 역대급 수소폭탄 실험“으로 북미 위기가 증폭되자 9월 25일 아베는 중의원 해산, 10월 22일 총선거 실시, 생사를 가르는 카드를 던진다. 항모전단, 핵잠수함이 몰려들고, 북이 “부득불 군사적 대응”을 경고하는 등 북미 간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10월 8일 아베는 일본 기자클럽의 여야 당수 토론에서 “북한이 핵으로 일본 열도를 소멸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국난이다" 유권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

그런 아베가 10월 13일 북의 “부득불 군사적 대응” 발언을 듣고 가슴이 설레지 않았을까? 10월 16~18일 미 항모전단의 동해 북상을 전후로 북에서 미사일이라도 올라오면, 그만큼 선거 승리도 가까워진다. “17일 밤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8일 오전 일정을 모두 비웠다는 소식이 전해져 북한이 도발하는 것 아니냐며 한바탕 소동을 치르기도 했습니다(한국일보. 10.21)”

북은 침묵했다. 그러나 아베는 22일 총선에서 대승했다. “회사원인 나카무라 테루히코(中村輝彦ㆍ45)씨는 “북한과 미국의 군사충돌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일본의 정권이 바뀌면 위험하다”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아베 총리밖에 없다”고 말했다(한국일보. 10.19)”

7. 60일 동결에 대한 대답, 테러지원국 재지정

트럼프는 아시아 순방을 앞둔 10월 24일 이 지역을 관할하는 7함대 작전지역에 기존 레이건함에, 루스벨트함과 니미츠함을 추가 배치했다. 그리고 29일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B-2 스텔스 폭격기를 태평양으로 출격시키고, 그 사진을 공개했다. 외교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력으로 하는 것, 협상력의 근원은 군사력임을 여실히 입증하는 사례다.

11월 3일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아시아 매체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2차 대전이후 지난 70년간 강대국들이 충돌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미‧중 전쟁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 정상회담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협상력 높이기다. 11월 6일 제주 인근 해역에서 한국, 미국, 호주 3국 합동훈련, 11월 7일 한반도 동해에서 미국, 일본, 인도 3국 합동훈련이 벌어지는 가운데 트럼프는 11월 8일 중국에 도착한다.

앞서 그는 11월 6일 미‧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미국 무기로 북한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이 사길 바란다”며 아베의 동의를 받았고, 7일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에서는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이런 장비들을 주문하시는 것으로 말씀해 주셨다. 한국에도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역시 무기를 팔았다. 봄부터 뿌린 한반도 전쟁위기의 씨앗을 수확하는 또 다른 장면이다.

11월 9일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2535억 달러(약 282조원) 규모 무역협정을 체결, 기염을 토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을 것이 있다. 중국 상무부장이 282조원의 대미 투자 약속을 하면서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액수”라고 했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에 찍힌 한국의 무기 구매 및 투자 액수는 총 100조원에 이른다. 중국에서 3을 뽑았다면 우리에게선 1을 빼냈다. 중국과 우리 덩치를 비교하면 출혈이 도를 넘는다.

11월 11일 한반도 동해 NLL(북방한계선) 근접 해상에서 미 항모 3척과 이지스함 11척 등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시작한다. “항공모함 3척이 오늘부터 14일까지 우리 해군과 동해상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한다. 일본 해상 자위대도 12일, 이들 미 해군 전력과 공동으로 훈련에 나선다. 다만 한미일 3국의 대규모 연합훈련은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중앙일보. 11.11)” 사실상의 한‧미‧일 해상훈련이다.

11월 13일 레이건 항모 훈련 상황이 언론에 공개됐고 제5항모강습단장 마크 돌턴 준장이 기자회견을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대규모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훈련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자의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우리는 훈련 중단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봄부터 지은 농사는 다 수확했으니, 다시 씨앗을 뿌려야 한다는 뜻이다.

북이 핵, 미사일을 동결한지 꼭 60일이 되는 11월 14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0월 30일 “북한이 60일 동안 핵,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면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말하고, 틸러슨 국무장관이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슬쩍 받쳐주면서 힘을 얻게 된 이른바 ‘60일 시계’ 얘기다. 북이 60일을 참으면 미국이 대화에 나설까?

동결 59일째인 11월 13일 트럼프는 “15일에 무역, 북한 등에 대한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북미가 ‘60일 동결’을 조건으로 대화로 넘어가기로 물밑 합의를 했다는 추측 기사가 나오고, 15일 트럼프의 입을 고대하는 눈들이 늘었다. 그리고 11월 20일 트럼프는 북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 게다가 12월 4일부터 8일까지 미 공군기 150 여대에 우리 공군기 90 여대 등 240 여대가 참가하는 한‧미 공군훈련을 한다고 발표됐다. 일본과 한국에 배치된 미 공군기들을 거의 모두 동원하는 초대형훈련이다.

북은 11월 29일 화성-15형 ICBM을 시험 발사했다. 75일 만에 동결을 깬 것이다. 최대고도 4,475㎞에 비행시간은 약 53분이다. 7월 28일 화성-14형 2차 발사 당시 최대고도 약 3,700km, 비행시간 45분에 비해 훨씬 고도화됐다. 북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12월 미국의 전투기 150 여대가 한반도 상공을 뒤덮으면 북은 가만히 있을까? 가만히 있으면 미국이 가만 놔둘까?

8. 희망, 평창올림픽 휴전결의안

11월 13일 유엔 총회는 ‘평창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의결했다. 내년 2월 9-25일 평창 겨울올림픽과 3월 9-18일 겨울패럴림픽 기간에, 개막 7일 전부터 폐막 7일 뒤까지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적대행위를 중단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미국이 유엔 회원국으로서 이 결의를 준수한다면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취소되거나 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엔 총회 결의는 구속력이 없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가 결정하면 강제력이 생기지만 유엔 회원국 모두의 결의에는 그런 힘이 없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순 없다. 올 봄 칼빈슨 항모전단을 되돌렸을 때 중국도 압박을 받아 일보 후퇴했고, 일본도 자장에 들어 아베 지지율 상승, 개헌 동력 확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달랐다. 트럼프발 북풍의 한가운데를 뚫고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갔다. 그 힘으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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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면 YTN 보도국장 내정자, "적폐청산 없으면 지명 거부"

보도국장 내정 뒤 첫 입장 “노조, 최남수 사장 내정자 만나 개혁 의지 확인해주길”… 노사 담판에도 상황 변화 없을 경우 “지명 거부 여부 신중히 판단할 것”… 고심 끝 박진수 YTN 노조위원장 “단두대 서는 심정, 최 내정자 만나보겠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7년 12월 02일 토요일

YTN 차기 보도국장으로 내정된 노종면 기자가 지난 1일 오전 YTN 노조에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와의 ‘담판’을 요청했다. 노조를 포함한 YTN 다수 구성원들이 최 내정자를 ‘부적격자’로 판단하고 사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최 내정자의 개혁 의지를 최종적으로 노조가 확인해달라는 호소다. 

노 기자는 이 과정을 거쳤는데도 최 내정자가 노조에 믿음을 주지 못하고 노조도 최 내정자의 YTN 정상화 의지를 신뢰하지 못하면 보도국장 지명 거부 여부까지 고려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노 기자는 2008년 MB 정부의 YTN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가 해고된 뒤 지난 9년 동안 ‘언론 정상화 투쟁’ 선봉에 섰던 언론인이다. 그가 지난달 30일 차기 보도국장에 내정되면서 YTN 정상화가 가시화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정작 노 기자는 노사의 담판을 요구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 MB 정부의 YTN 낙하산 사장에 맞서 공정방송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YTN 기자는 지난 8월 동료 선·후배 기자 80여 명의 환대 속에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 첫 출근했다. 노 기자가 YTN 동료와 부둥켜안고 복직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MB 정부의 YTN 낙하산 사장에 맞서 공정방송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YTN 기자는 지난 8월 동료 선·후배 기자 80여 명의 환대 속에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 첫 출근했다. 노 기자가 YTN 동료와 부둥켜안고 복직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노 기자는 이날 YTN 사내 게시판을 통해 “오는 7일은 보도국장 내정자인 제가 단체협약에 따라 ‘보도정책 및 운영방침’을 공표해야 하는 시한”이라며 “이 시한이 ‘YTN 정상화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판단에 노조와 노조위원장께 감히 한 가지 요청을 드린다. 박진수 노조위원장이 최 내정자를 직접 만나 담판을 지어달라”고 호소했다.

 

노 기자는 “최남수 내정자에게 ‘적폐청산’ 의지가 있는지 노조위원장의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해달라”며 “시대의 요구이자 YTN 혁신의 출발이어야 할 ‘적폐청산’이 흔들림 없이 실행될 수 있는 것인지 구체적 방안을 확인하고, ‘적폐청산’의 선명한 기준과 단단한 제도를 확보해달라. 만약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구성원들을 믿고 주저 없이 회군하시라”고 말했다.  

 

노 기자는 “‘담판’ 이후 노조가 사장 내정자를 인정하기로 결정한다면 제 개인의 판단과 무관하게 노조의 결정에 따를 것이며, 즉시 보도국장 동의 절차가 요구하는 일정에 임할 것”이라며 “반대의 경우라면 담판이 끝난 뒤의 상황을 본 뒤 지명 거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기자는 “‘선 보도국 정상화’의 현실적 필요성과 시급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인사권자와의 조율 없이는 조직 개편도, 보도국을 넘어서는 인력 재배치도 불가능하다”며 “혁신은커녕 최소한의 정상화도 이루기 힘들며, 오히려 섣부른 처방을 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보도국 정상화’를 ‘YTN 정상화’의 큰 틀에서 이뤄내는 것이 순리라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 기자 글이 게시된 뒤 한나절이 지나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박 지부장은 “아직도 최남수 내정자가 최선의 방법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 노종면 선배의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도 없이 제 소회와 다짐을 밝혀야 한다는 것에 속상함을 넘어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지부장은 “최남수 내정자와 배석자 없이 만나서 적폐청산 의지를 확인하고, YTN 미래를 들어 보도록 하겠다”며 “선 보도국 정상화가 시급함을 알면서도 YTN과 보도국은 별개가 아니고, 더 이상 YTN 정상화를 방치해 둘 수 없기에 마지막 단두대에 서는 심정으로 최남수 내정자에게 협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 지부장은 최 내정자에 대해 “적폐청산은 구체적이고 가시적이어야 한다”며 “적폐청산은 YTN이 더 이상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고, 진정한 통합의 미래로 가기 위한 절대적인 대원칙이라는 점을 꼭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2008년 8월 구본홍 전 YTN 사장 체제부터 2017년 5월 조준희 전 사장 체제까지 부역한 언론이라는 과오를 벗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이제 그 과오를 속죄하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 날개를 펴야 한다. 이를 위해 적폐청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가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시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 내정자는 복직기자들의 상처를 보듬겠다고 말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가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시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 내정자는 복직기자들의 상처를 보듬겠다고 말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MTN) 대표를 지낸 최 내정자는 YTN 출신이다. 노조를 포함해 다수의 YTN 언론인들은 그가 MB 정부의 YTN 장악 국면에서 회사를 떠나는 등 개혁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최 내정자는 지난달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2008년 MB 정부에서 해고됐다가) 복직한 후배들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지 않다”며 “노종면·조승호·현덕수 등 복직 기자들에게 충분히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내정자는 ‘인적 청산’에 대해서도 “후배들의 이야기와 내가 봤던 것을 종합해보면, 이견의 여지없이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인사들이 있다”며 “책임 규명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내정자는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언론 바로 세우기, 언론 개혁, 공정방송과 내부 적폐 청산에 대해 YTN 구성원들과 뜻을 같이 한다”며 “국민 신뢰를 받고 시대 아픔에 공감하면서 내용적으로 뉴스 혁신 리더가 되는 방송국을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 “후배들과 세상 보는 관점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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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죽인 현장실습, 정말 달라질까?

[기자의 눈] 칼 빼든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
2017.12.01 17:16:16
 

 

 

 

지난 11월 19일, 제주도 음료회사에서 일하던 고 이민호(19) 군이 프레스기에 목이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6일, 박모(19) 군이 자신이 일하던 안산 공장 옥상에서 투신해 중태에 빠졌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전주 여고생(19)이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이들은 모두 현장실습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제주도 음료회사에서 일하던 이 군은 작업장에서 혼자 일했다. 현장실습생은 선임과 함께 일해야 한다는 규칙을 회사가 어겼다. 노동자 한 명의 임금이 곧바로 회사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프레스기에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 이 군이 주변 동료들(현장실습생)에게 발견되기까지 5~6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공장 옥상에서 투신한 박 군은 안산 반월공단 내 중소기업에서 일했다. 10명이 조금 넘는 노동자가 전부다. 사장은 3년 전 이 업체를 세웠다. 박 군은 선임에게 욕설을 듣고 옥상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체 사장은 욕설이 전혀 없었다고 해명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일했다고 덧붙였다.  
 
직접적인 투신 원인은 이처럼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이곳 안산 반월공단은 소규모 업체들이 모여 공단을 이룬 곳이다. 불법파견의 온상으로 불리는 곳으로, 작업조건이나 급여 등이 매우 열악하다. 노동부의 감시도,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박 군이 다니는 학교는 이곳에 많은 학생들을 현장실습 보낸다. 그런 일자리라도 있는 게 어디냐는 식이다. 
 
지난 1월, 전주 LG유플러스 상담사로 일하던 홍은주(가명) 양은 일명 '욕받이' 부서에 배치됐다. 인터넷 해지 방어 부서로, 기존 베테랑 상담사들도 꺼리는 업무다. 고객이 해지하려고 하면, 이를 막는 게 홍 양의 업무였다. 그렇다 보니 손님에게 육두문자를 듣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홍 양은 그 부서에 배치됐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다.  
 

▲ 11월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특성화고 실습생 고 이민호 군 추모문화제'에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앉아있다. ⓒ연합뉴스

'묻지마 취업률‘에 목매는 학교들, 왜? 
 
현장실습을 하다 죽은 학생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2014년 1월에는 CJ 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상사의 폭언, 폭행 등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었다. 2011년 12월에도 현장실습생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주 70시간 가까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 실습생은 지금까지 뇌사상태라고 한다.
 
학생들이 열악한 처우에서 일하는 구조는 오래전부터 고착화됐다는 방증이다. 통계자료에도 나와 있다. 2016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이 중소기업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특성화고 출신 취업률은 2012년 41.5%에서 2015년 62.6%로 증가한 반면, 고용보험이 보장된 일자리 취업비율은 2012년 79.6%에서 2015년 58.8%로 급감했다.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 취업률이라는 실적이 급한 학교는 학생들을 사실상 목숨 걸고 근무해야 하는 곳으로 몰아넣었다는 얘기다.  
 
학교가 취업률에 전전긍긍하는 까닭은 돈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의 특성화고 사업 대상은 '취업률 45.5% 이상인 학교'로 제한돼 있다. 취업률 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는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취업률은 말 그대로 '취업률'만 본다. 학생이 실습하는 업체와 학생의 전공 간 연관성, 노동조건 등은 따지지 않는다.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취업률이 미미하거나 일정 규모 이하인 특성화고는 종합고(인문계와 전문계가 같이 있는 학교)에 통폐합을 권고하고, 취업률에 따라 지원을 차등하는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대로면 아이들은 점점 더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현장실습제도, 칼 빼든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는 그나마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해결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특성화고 학생의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2018년부터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학생 신분으로 취업을 하지 못한다.  
 
다만 정부는 예외적으로 실습 지도와 안전 관리 등이 확보된 현장에는 현장실습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수 현장실습 기업 후보군을 각 학교에 제공하고 해당 기업에 대해선 다양한 행정적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현재 고교생 실습이 이뤄지고 있는 모든 현장을 전수 점검해 학생의 인권보호와 안전 현황을 중점 확인한 뒤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즉각 학생들의 복교를 조치키로 했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도 손질해 학생의 현장실습 자율성을 부여하고 '현장실습표준협약서'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도 부과키로 했다. 취업률 중심의 학교평가와 예산지원 체제의 개선도 약속했다.  
 
이러한 개선안은 학생들의 작업현장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조치를 조금 더 일찍 했다면 아이들이 그렇게 죽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생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지 않고, 산업을 중심에 둔 정책이 빚은 참화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르리라 믿는다. 문 대통령은 1일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의 안전과 인권, 학습권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
 
앞으로도 학생들을 비롯한 노동자들을 위한, 사람 중심의 정책이 보다 많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들의 업무는 또 다른 누군가가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달라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누군가 프레스기에 끼여 사망할 것이고 상담을 하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자살을 하는 노동자들은 또 나온다. 
 
교육 당국과 학교 역시 작업 현장의 열악함, 위험성은 그대로 둔 채, 즉 노동하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온갖 부조리와 모순을 '교육'이란 이름으로 덮고 넘어가지 말기를 바란다. 그건 그저 '폭탄 돌리기'일 뿐이다. 
 
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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