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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6억5천만 달러 피해’ 정부에 요구

 
비상대책위 ‘원청 손해배상. 영업손실 등 2차 피해 제외’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6/02/25 [04:56]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남측 당국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선언으로 남북은 경제적 가치는 물론 6.15 공동선언이 탄생 시킨 남북화해와 평화 협력의 옥동자를 질식 시켰다는 점에서도 민족적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가 비상총회를 열고 공단 폐쇄로 인한 입주기업들의 피해집계 금액이 적어도 미화로 65천만 달러라고 밝히면서 정부에 배상을 요구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로 구성 된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4일 총회를 열어 이같이 밝히고 이는 투자자산과 재고자산 피해액을 합친 것으로앞으로 추가로 발생할 원청업체들의 손해배상 요구와 영업손실 등 2차 피해는 제외된 수치라고 전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또 공단 입주기업들이 경협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모두 21300만 달러로 피해액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국 정부가 관련 법률을 만들어 손실 보상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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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에서 '흙수저'로 살아가기

"청년 배당으로 3년 만에 과일 사먹었어요"
[청년, 청년 배당을 말하다③] '헬조선'에서 '흙수저'로 살아가기
 
| 2016.02.25 07:31:55

<프레시안>에서 청년 수당·배당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젊은층 표를 돈 주고 사겠다는 심보라고 비판합니다. 실제 그럴까요. 이들 제도가 청년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과연 실효성은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청년, 청년 배당을 말하다>
<1> 로봇과 경쟁해도 '노오력'하면 된다고요? 
<2> "청년들, 공돈 받는 재미로 더 일 안 하겠지" 


13살 때부터 일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시급 1500원인가를 준다고 했다. 분식집에서 '서빙'을 하는 일이었다. 동네 분식집 3곳에서 '동맹(?)' 비슷한 것을 맺어, 한 집이 한가해지면 손님이 몰리는 다른 집으로 어린 수현이를 보냈다. 그래도 "일 잘 하네"라는 칭찬이 그저 듣기 좋았다.  

친구가 "돌려쓰기는 좀 아니지 않냐"며 "차라리 전단지 돌리는 일을 하라"고 했다. 전단지는 100장을 돌리면 1500원을 준다고 했다. 분식집에 그만두겠다고 하자, "한 달을 안 채웠으니 약속했던 시급대로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어린 나이에도 부당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첫 일터의 기억은 그랬다.  

차수현(26, 가명) 씨는 그때부터 13년이 흐른 지금까지 한 번도 일을 쉰 적이 없었다. 엄마가 뇌졸증으로 쓰러져 언니와 둘이 번갈아 엄마 옆에서 낮밤을 지킬 때도, 엄마가 잠이 들면 편의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갔다. 돈이 필요했다. 엄마 병원비를 위해서도, 아픈 엄마와 언니와 세 가족이 먹고 살기 위해서도.  

 

 

▲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서봄 역할의 고아성의 모습. ⓒSBS



주유소, 피시방, 호프집, 까페, 편의점, 백화점, 노래방, 가방 공장, 성형외과, 치과…. 어디서 일해 봤냐는 질문에 수현 씨의 대답은 끝이 없었다. 13살 때 시작한 수현 씨의 노동을 세상은 '아르바이트'라고 불렀다. '본래의 직업이 아닌, 임시로 하는 일'을 뜻하는 단어 아르바이트(Arbeit).  

쉴 틈 없이 이어져 온 수현 씨의 노동을 그 자신은 '생계형 아르바이트'라고 불렀지만, 먹고 살기 위한 필수적 노동이란 의미의 '생계형'과 임시 노동을 뜻하는 '아르바이트'라는 말이 연달아 놓인 것 자체가 우스운 모순이다. 수현 씨에게 그 일들은 늘 절실했다. 심지어 13살의 어린 수현에게도.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 학교'와 성남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지난 1월 내놓은 '생계형 청년알바 실태조사 보고서'는 '생계형 알바'에 대해 "'직업'이라고 하기엔 열악하고 불안정한 노동을 하고, '알바'라고 하기엔 주 5일 이상, 하루 8시간 이상 일하고 그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실상의 직업 노동자들"이라고 정의했다. 

실제 이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 206명의 35.9%가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비생계형에 비해 처음 일을 시작한 나이가 더 어렸다. 17세 이전에 일을 시작한 비율을 놓고 보면 생계형이 29.7%나 되는데 반해, 비생계형은 18.9%에 불과했다. 일주일 중에 주5일 이상 일하는 사람의 비율은 생계형(87.8%) 그룹이 비생계형(60.6%) 그룹에 비해 27%포인트나 높았다.

이 우스운 모순을 세상은 쉽게 이용했다. 어차피 일을 그만둘 수 없는 형편인 이들에게는 일터에서 종종 벌어지는 '부당한 대우'도 내가 참아야 할 당연한 일에 들어갔다. 때로는 왜 부당한 일인지도 설명하지 못하고 그저 억울하다는 생각만 하기도 했다. 

"주유소 알바 할 때였는데, 같이 일하던 직원이 3-4명 있었거든요. 그 중에 일한 지 얼마 안 된 애가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은 거예요. 그 차 수리비를 그 친구가 물어내야 하는 거였는데, 다음날부터 연락이 안 됐어요. 그랬더니 사장님이 남은 애들더러 '너희가 N분의 1씩 물어내' 그래서 월급에서 까더라고요. 억울해서 따졌더니 사장님이 욕을 하대요. 꺼지라고, 나오지 말라고. 50만 원 정도 못 받고 그만뒀죠." 

"숨쉴 틈 없이 일했지만 희망을 가질 구멍 자체가 없었어요"

어린 수현이 처음 '노동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직전, 엄마와 아빠는 헤어져 살기 시작했다. 아빠 없이 두 딸을 먹여 살려야 했던 엄마는 식당에서 12시간씩 일을 했다. 그렇게 130만 원 남짓 버는 엄마에게 '용돈 좀 주세요' 말할 형편이 아니었다. 요즘 청년들의 분류법대로라면, 수현 씨는 '흙수저' 중에서도 '흙수저'였다. 

"열심히 살았지만, 제가 열심히 해봐야지 마음 먹을수록 이상하게 더 힘들어졌어요. 엄마가 갑자기 아프고, 이제 좀 살만해졌나 싶으면 또 엄마가 아프고. 숨통이 좀 튈만하구나 싶으면 몰랐던 엄마 보험료 미납 사실이 튀어 나오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만한 구멍 자체가 없었어요. 숨쉴 틈도 없었어요."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수현은 일을 했다. 때로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학교를 장기간 안 나갈 때도 있었다. 그런 수현을 학교는 반겨주지 않았다. 그때도 '이제 열심히 학교 다녀봐야지' 했더니, 또 '일'이 터졌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학교에서 교과서 한 권을 더 사야한다고 1250원을 내라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때 제 수중에 정말 1000원도 없었거든요. 제가 급식비 지원 받고 그러는 것도 뻔히 알면서 담임 선생님이 친구들 앞에서 '전교에서 너만 안 냈어. 너는 1250원도 없냐' 이러는 거예요. '안 되겠다, 일을 해야겠다' 싶어서 백화점 안내일을 구했죠. 일한다고 2주 결석을 했더니 담임 선생님이 찾아 왔어요." 

담임 선생님은 자퇴서를 내밀었다. "엄마 아빠와 얘기 다 끝났다"는 말 외에는 어떤 말도 없었다. 수현은 그냥 이름 석자를 적었다. 그리고 학교와의 인연은 끝났다. 후회한 적은 없었을까, 바로 묻지 못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다시 그 일을 끄집어 내 물었더니 "후회는 되는데, 안 그만뒀어도 제대로 못 다녔을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학교를 그만두고, 학교 밖 아르바이트 인생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을 무렵,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엄마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 한 달에 병원비가 300만 원씩 나왔다. 수현 씨 나이 스무살 때였다. 성형외과에서 일하며 버는 돈은 한 달에 110만 원, 두 살 많은 언니는 콜센터에서 일하며 130만 원 남짓 벌고 있었다. 두 사람이 버는 돈을 다 합쳐도 엄마의 병원비에는 모자랐다. 엄마는 수술만 4번을 했다.  

"게다가 엄마는 사지마비 환자니까 언니나 나나 둘 중 하나는 붙어 있어야 했어요. 언니가 그나마 저보다 많이 버니까 언니가 일을 하고, 저는 낮에 엄마 간병을 했어요. 아픈 사람이다 보니 8시면 자더라고요. 그럼 9시부터 새벽까지 편의점이나 호프집에서 일 하고 집에 와서 두 시간 자고 엄마 씻겨주고 운동 시키고…. 일은 계속 했는데도, 돈이 정말 부족했어요. 그때 나쁜 일 권유를 많이 받았죠." 

'노래방 도우미나 룸싸롱에서 알바를 하면 하루에 많이는 50만 원에서 60만 원도 벌 수 있다'고 수현 씨에게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한 달에 몇 번만 일해도 엄마 병원비는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수현 씨는 "막말로 몸 팔면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서 많이 흔들렸다"고 털어 놓았다. "그런 일을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수현 씨는 "어쨌든 그 유혹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전세집을 내놓고 월세집으로 이사가면서 엄마 병원비 등으로 생긴 빚을 청산했어요. 그리고는 지금까지 하루 하루 살아 온 거죠. 지금도 엄마가 어디 아프다고 하면, 엄마 걱정이 아니라 돈 걱정부터 먼저 되요." 

"13년 만에 '정규직' 되었지만…매일 그만둘까 생각해도 당장 뭘 먹고 살까요?"

엄마가 그나마 혼자 걸을 수 있게 되면서 수현 씨와 언니의 숨 막힐 것 같은 순간들도 줄어 들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정규직' 계약서에 사인도 했다. 7월부터 단기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채용해준 것이었다. 직원도 1만 명 가까이 된다는 큰 회사였다. 계약직일 때는 117만 원이던 기본급이 127만 원이 됐다. 이런 저런 수당이 있지만, 수현 씨 손에 쥐어지는 돈은 '만근'을 했을 때 130만 원 정도다. 
 
일하는학교 등의 설문조사 결과, 청년들은 저임금에 익숙해져 있었다.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받는 청년이 응답자의 17.5%나 됐다. 응답자의 평균 월급은 주휴수당을 적용할 경우 126만3405원, 주휴수당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106만1280원이었다. 월 150만 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 청년은 거의 없었다. 

조사팀은 "10대 때부터 저임금에 익숙해져 있고 그 정도의 수입으로도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충분한 급여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하루도 안 빠지고 나오면 주는 돈이 '만근 수당'인데, 좀 웃겨요. 10분 이상 지각하면 출근해도 '만근'이 아니고, 1분 지각이 2번 이상이어도 만근이 아니예요. 단기 알바로 이 회사에서 일할 때, 딱 한 번 10분 지각했더니 만근 수당 5만 원이 까이고 기본급 117만 원에서 1시간치를 뺐더라고요. 그때 102만 원 받았어요." 

수현 씨는 "지금까지 일했던 곳 가운데 오히려 지금 회사가 젤 안 좋다"고 했다. 제법 큰 회사에, 안정적인 정규직인데도 '그만둘까' 고민한 날들이 많다는 것이다. 제일 큰 어려움이 뭘까? 

"같이 일하는 사람을 너무 막대해요. 설 연휴에 이틀이나 나오라 그러면서 너는 직급이 없으니 하루만 특근으로 쳐 주고, 하루는 못 쳐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해보겠다고 하고선 밤새 고민하고 다음날 아침에 나오겠다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실장이 제 머리를 손바닥으로 '뻑' 치면서 '진작 그랬어야지' 이러더라고요. 솔직히 피시 방에서 일할 때도 사장님이 '수현아' 이름 불러줬는데, 이 회사 사람들은 아무나 보고 '야, 아 저기, 너 뭐지?' 이래요. 제 이름도 몰라요." 

 

 

▲한 아르바이트 업체의 TV광고의 한 장면. 이 광고에서 모델 혜리는 '알바당'을 창당한다. ⓒ프레시안



정규직이긴 하지만, 딱히 좋은 것도 없다고 했다. 병원에서 일할 때는 그나마 명절엔 '떡값'도 조금이라도 챙겨주고, 선물세트도 들려주고 그랬는데 이 회사에선 아무 것도 없었단다. 이름은 정규직이지만, 수현 씨에게 '질 낮은 일자리'인 건 똑같았다. 그만두고 자격증 공부를 할까,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한다고 수현 씨는 말했다. 그래도 매일 아침 성남에서 서울까지 출근길에 오르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만두면…. 저희 집은 제가 쉬면 쌀 살 돈이 없고 공과금 낼 돈이 없는데, 그건 현실적인 문제잖아요. 이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다른 곳을 알아보고 그만둬야지 하는데, 맨날 연장 근무시키고 야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가면 9시~10시인데 알아볼 시간도 없고요."

수현 씨가 지금 사는 집은 월 40만 원의 월세가 나간다. 가스비, 전기세, 수도세 등 공과금은 한 달에 20만 원 정도 들어간다. 엄마에게 하루에 1만 원씩 용돈을 드린다. 그 밖에도 휴대폰 요금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을 제외하고도, 수현 씨는 "집에서 쓰는 쌀, 샴푸, 휴지, 치약, 심지어 물 한 방울까지 다 돈이라는 걸 스무살 때 처음 알았다"고 했다. 

그나마 엄마 건강이 좀 좋아지면서, 올해 처음으로 적금이란 걸 가입했다며 수현 씨는 부끄러워했다. 13년 동안 노동 시장에 속해 있었는데, 이제야 적금이라는 걸 들었다니. 

"많이도 아니예요. 좀 아껴서 10만 원 넣고 그래요. 예전보다 언니나 저나 살만해졌다고 느끼고 있고, 모을 수 있는 돈이 조금씩 많아지면 좋긴 좋을 것 같아요." 

"청년 배당으로 받은 돈으로 몇 년만에 과일을 샀어요"

수현 씨는 경기도 성남시에 산다. 우리나이로는 26세이지만, 만 나이는 24세여서 성남시 청년 배당 정책의 수혜자가 됐다. 1분기 지급액 12만5000원을 지난달 성남시로부터 받았다. 솔직히 큰 돈은 아니다. 수현 씨는 바로 반박했다.  

"큰 돈이죠. 그 정도면 엄청 큰 돈이예요. 저희 가족은 그 돈이면 설을 지낼 수 있거든요. 솔직히 정말 좋았어요." 

그 돈으로 명절 때 필요한 걸 샀다. 쌀 배달도 시키고, 시장에 가서 과일도 사먹었다. 과일을 돈 주고 산 건 한 2-3년 만의 일이었다고 수현 씨는 말했다. 복잡한 집안 사정 탓에 엄마가 아프고 장애 등급을 받아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이 안 돼, 정부에서 주는 혜택 같은 건 받아본 적이 없었던 수현 씨였다. 성남시의 청년 배당은 수현 씨가 24년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나라에서 나를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구나 체감한 일"이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상품권 깡' 얘기를 수현 씨가 먼저 꺼냈다. "놀랍고 의외였다"면서. 
 

▲성남시 청년배당의 지급액을 받은 사람이 자신의 SNS에 올린 인증샷.

"제 주위엔 상품권 깡 해야지 하는 애들은 하나도 없었어요. 서로 어디서 쓸 수 있냐 묻기는 했지만요. 그런 애들은 저처럼 생계형이 아니고 부모 밑에서 용돈 받아 쓰는 애들이겠죠."

그러면서 수현 씨는 "솔직히 '돈 잘 버는 애들한테는 왜 주지' 그런 생각이 들긴 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면 좋겠다"면서. 

수현 씨와 똑같이 20대 청춘을 다 돈 버는 데 보낸 언니는 나이가 많아 이번 청년배당 정책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 아마 언니도 같이 받았으면, 쌀 사고 과일 사고 남은 돈으로 책을 사보고 싶었단다. 스무살 때 엄마 병간호를 하면서 검정고시를 통과해 수현 씨의 공식 학력은 '고졸'이지만, "요 근래 사람들이랑 얘기하면서 뭐랄까 약간의 지식 차이 같은 걸 느낀다"고 했다. 그동안은 먹고 사는 것 자체가 바빠, 한 권에 1만 원도 넘는 책을 사는 '사치'는 누려보지 못했다. 

 

 

"고졸이 할 수 있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밖에…꿈? 세상이 짓밟아요"

"고등학교 그만둔 건 그렇다 쳐도, 대학 갈 생각을 아예 못 했던 건 후회가 돼요. 취직하려고 취업 공고를 보면 대졸이 기본 조건이고 못해도 2년제는 나와야 하더라고요. 나는 조건조차 안 되니까. 대학 나온 사람들이 눈을 낮춰 중소기업에서 일을 구하고, 그러면 저 같은 고졸은 더 취업하기가 힘들죠.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몸 쓰는 일, 콜센터처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한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그런 거 밖에 없어요. 그게 안타까워요."

지금이라도 공부를 해볼까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공부해서 대학에 가면, 졸업하면 서른 살. 그 나이에 어디에 취직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대학에 들어가도, 목돈으로 내야하는 학비도 부담스러웠다. 공부에 대한 상상은 "어차피 나는 계속 일을 해야하는데" 라는 현실을 인지하는 순간, 끝나곤 했다.  

일하는학교 등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진로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장애요소로 생계형 그룹의 50.0%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비생계형 그룹에서는 같은 응답은 26.4%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10대부터 일해 왔지만 계속해서 가난하고, 가난하기 때문에 진학이나 경력개발을 위한 교육기회를 얻기 어렵고 빈곤은 그들의 자녀세대에서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꿈이랄까, 목표랄까, 희망이랄까. 살면서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스물 둘 셋 쯤에 생겼던 꿈이 있었죠. 피부관리사 준비할 때였는데, 피부샵에서 열심히 돈도 모으고 노하우도 배워서 콩알만해도 딱 침대 하나 놓을 수 있는 내 샵을 차리고 싶다. 그게 꿈이었어요." 

수현 씨의 꿈은 그러나 피워보기도 전에 "짓밟혔다."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너 같은 생각 하는 사람이 너 밖에 없겠니. 길 가면 널린 게 피부샵이야. 성공할 리가 없어.'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접을 수도 있는 건데, 넌 그런 형편도 아니고 하다 망하면 어쩔 거냐는 식으로 아예 뭉게 버리더라고요. 물론 현실적인 말이죠. 그래도 처음엔 그런 생각에 들떠서 돈도 얼마씩 저금하고 그래야지 했다가, '아 정말 그렇구나, 그냥 일이나 해야겠다' 생각 했어요. 좋은 말을 해줘도 모자랄 판에 주변에서 오히려 꿈을 밟아요." 

수현 씨는 "우리 사회가 청년들한테 꿈 꿀 기회 자체를 안 준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는 수현 씨보다도 어린 친구들이 많다. 스물 한 두 살, 꽃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할 때 이유는 '공부'가 많단다. 휴학했던 학교에 복학하려고, 자격증을 따서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해보려고 그만둔다는 "어린 애들"한테 나이 많은 실장들이 하는 말이 수현 씨는 그렇게 듣기 싫다고 했다.  

"야, 대학 졸업해 봐야 쓸데 없어. 학벌 다 필요 없고, 경력이 최고야. 니가 현실을 몰라서 그렇지 쓸데 없이 공부하지 말고 여기서 오래 버텨. 적성에 안 맞아도 참고 버티며 경력 쌓는 게 최고야." 

수현 씨는 "어떻게 보면 제일 안정적인 길이겠지만 별로 행복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어느 퇴근길 저녁, 수현 씨의 회사 근처에서 만나 두어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 길. 지하철 한 정거장을 같이 가며 수현 씨가 말했다.  

"어떤 선생님이 조사해 보니 생계형 알바생이 삶의 만족도가 비생계형보다 더 높다고, 그게 특이한 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우리 같은 아이들은 어릴 때보다는 지금이 더 낫거든요. 어쨌든 지금은 내 손으로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저도 생각해보면 지금이 더 좋아요." 

 

이 시대, 청년에게 행복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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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 '곤두박질' 친 8년

 

[오다주] 2월 25일, 박근혜 정부 출범 3년... 초라한 성적표

16.02.25 07:12l최종 업데이트 16.02.25 07:12l
그래픽: 이주연(ld84)

 

 

오다 주운 짤, 줄여서 '오다주'는 만평형 인포그래픽을 지향합니다. '촌철살인' 한 방을 담은 인포그래픽을 만들어보겠습니다. 비록 어쭙잖은 포토샵 실력이지만, 기자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 직접 '짤'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오다주'를 들고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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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꼬박 3년 되는 날입니다. 집권 3년이면 그 정부만의 철학과 노선이 분명히 드러나는 시기죠. 또한 공과 역시 판단이 가능할 겁니다. 

이쯤에서 성적표를 매겨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간 새누리당과 보수 측 인사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통틀어 '잃어버린 10년'이라 명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명박근혜 정부' 8년은 뭐라고 표현이 가능할까요. 곤두박질 친 8년이 아닐까요.  

일단, '민생'이 어려워졌습니다. 국가미래연구원이 고용·소득·주택·주가·생활비를 종합해 산출하는 '민생지수'를 보면, 노무현 정부는 평균 101.3, 이명박 정부는 100.3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98.3(2015년 3분기 기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죠. 

가계부채는 12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어마어마한가 하면, 국민 1명당 24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정부 재정적자도 막대합니다. 고작 3년 지났을 뿐인데 박근혜 정부 재정적자는 95조4000억 원에 달합니다. 노무현 정부가 5년 동안 진 재정적자 10조9000억 원의 9배에 달합니다. 

한창 일해야 할 우리 청년들은 10명 중 1명 꼴(2015년 청년 실업률 9.2%)로 백수인 상태입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김대중 정부 5.3%에서 노무현 정부 4.5%, 이명박 정부 3.2%, 박근혜 정부 2.9%(3년 평균)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빚은 늘고 활력은 떨어지고…. 나라 전체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그럼에도, 권불십년이라고 하죠. 그 10년, 이제 2년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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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 불법점유 버티는 강단 어디서?”…성남시, 강제퇴거 조치

 

이재명 시장 “최소한 성남에선 법 앞에 만인은 평등…감사 후 지원 중단도 검토”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성남시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성남시협의회(이하 평통 성남시협의회)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실시, 강제 퇴거 조치했다.

평통 성남시협의회는 지난 2009년 11월부터 3년 동안 성남시 청사 4층 134㎡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왔다. 하지만 계약이 끝난 뒤에도 무단으로 계속 사용해 오다 이날 성남시의 행정대집행으로 강제 퇴거된 것.

성남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2년 무상임대기간이 끝난 이후 ‘사무공간 부족’을 이유로 수차례 민주평통 사무실에 이전 통보를 해왔다.

강제퇴거 조치로 평통은 시가 제시한 사무실 이전 대상지 가운데 분당 탄천종합운동장에 사무실(80㎡)을 마련해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 경기 성남시가 23일 시청사 4층에 무단 점유하고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 성남시협의회(이하 민주평통) 사무실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단행, 내부 집기 등을 밖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이재명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평통 성남시협의회에 대한 행정대집행 소식을 전하며, ‘최소한 성남에선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들은 사무실이 없어 지하실 외부 사무실을 전전하는데, 한명의 상근자가 교실 두배 크기 시청내 사무실 사용하는 민주평통”이라며 “무상 사용기간이 지나 다른 사무실 구해준다는데도 성남시정부의 권위를 묵살하고 수년간 불법점유하며 버티는 강단은 어디서 나왔을까요?”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이어 “대체사무실은 임의 퇴거할 때 지원하는 것이지 강제퇴거 하는 마당이니 사무실 지원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기간 불법무단 점유에 대해 변상금 부과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재정지원 또한 일단 중단한 후 지원여부를 원점 재검토 할 것이라며 “지난 3년치 활동내역을 상세히 보고받고 감사를 실시한 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운영비 및 활동비 지원도 중단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민주평통은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인 1980년대 초 정당을 초월해 범국민적 차원의 통일정책 수립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출범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시행령에는 ‘평통 지역회의 사무실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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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멀고 돈은 가깝고…”, 어민 참여해야 돌고래 보전

 
육근형 2016. 02. 23
조회수 782 추천수 0
 

잘못 걸린 돌고래·물범 풀어줄 때 드는 비용이나 손해 보상 등 어민 배려 제도 시급
그물에 혼획 막을 음향경고장치 설치…바다생물 가장 잘 아는 어민 지지 이끌어야

 

 

04257394_R_0.jpg»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도약하며 놀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돌고래의 불법포획을 막기 위해서는 보전에 어민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사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해 여름 제돌이를 따라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가 최근 제주 남서쪽 대정읍의 연안에서 함께 파도를 헤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많은 이의 관심 속에 떠들썩하게 이루어진 제돌이와 춘삼이의 제주 바다 귀환 작전이 벌어진 2013년 이후 2년이 더 지나서야 비로소 함께 포획되었던 나머지 두 마리까지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제돌이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남방큰돌고래 불법 포획 사건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어민들이 잡은 돌고래 11마리를 제주의 한 전시·공연 업체가 사들여 일부는 자기 업체의 공연에 쓰고 일부는 서울의 동물원에 되팔았다.

 

 사본 -05404753_R_0.jpg» 2015년 7월6일 제주 조천읍 함덕리 정주항 인근 해역에서 열린 '남방큰돌고래 태산이, 복순이 제주해역 자연방류 기념식'을 마치고 가두리어항에서 적응훈련을 했던 태산이와 복순이가 수문이 열리자 힘차게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제주=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업체 관계자는 물론이고 어민 9명까지 총 11명이 불구속 입건되었다. 결국 업체 관계자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고, 업체에는 벌금 1000만원이 부과되었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다투는 과정에서 돌고래 2마리는 폐사하고 말았고, 살아있는 6마리에 대해 법원은 몰수하도록 판결하였다. 이후 제돌이와 춘삼이가 2013년 제주 바다로 돌아갔고, 함께 자연적응을 시작한 삼팔이가 가두리를 탈출해 사실상 최초의 귀환을 한 셈이기도 하다. 

04773149_R_0.jpg»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안 퍼시픽랜드에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와 똘이가 돌고래쇼를 하고 있다. 같은 남방큰돌고래인 춘삼이와 삼팔이는 바다로 돌아갔지만, 이 둘은 불법포획 증거가 없거나 수족관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몰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3년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제주/최우리 기자

 
그리고 작년 태산이, 복순이까지 제주 바다로 돌아가면서 제돌이와 그 친구들은 비록 처음 잡혔을 때의 절반도 되지 않은 수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제주 바다로 생환하였다. 
 
제돌이와 친구들의 생환은 마무리되었지만, 사실 이들이 우리 사회에 남기고 간 파장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사건이 일어난 뒤 관련 연구 과제를 진행하는 일로 필자는 제주에서 정치망을 갖고 계신 어르신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제주에서 오랜 기간 정치망을 운영하였고, 한 때 제주 어민을 대표하는 단체의 장도 맡았던 분이다. 

00762714_R_0.JPG» 혼획된 밍크고래. 고의로 잡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면 비싼 값으로 팔 수 있다. 해양포유류 혼획을 막기 위한 어민과 어구를 포함한 대책은 아직 미미하다. 사진=연합뉴스

 
제돌이 사건에 대해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사건의 앞뒤 정황을 정확히 알고 계셨다. 지역 사회에 당시 사건이 얼마나 중요하게 받아들였는지 엿볼 수 있었다. 
 
이 분의 증언을 들어 보면, 보통 제주의 정치망 그물에 걸리는 바다생물 중 문제가 되는 것은 돌고래 아니면 바다거북이라고 한다. 바다거북은 대개 바닷가 사람들이 영물로 생각하고 크기나 움직임이 작아 바다로 바로 돌려보내거나 다쳤다면 구조하여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돌고래가 그물에 들어오면 어르신이 아닌 젊은 청년이라도 혼자서 돌고래를 그물에서 떼어내 바다로 돌려보내기는 불가능하다. 돌고래의 동체가 낼 수 있는 힘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간혹 허우적대는 돌고래 몸통에 사람이 맞기라도 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05313906_R_0.jpg» 방류하기 위해 제주로 이송하는 남방큰돌고래 태산이. 대형 포유동물을 다루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사진=강재훈 기자
 
돌고래 쇼에서 물속에서 튀어나와 수 미터까지 공중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그려보면 그 힘을 가히 상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그물에 걸려든 돌고래는 어민들의 입장에서는 혼자서 어떻게 하기 까다로운 대상이 되고 만다. 
 
더욱이 바다에 본인 말고는 아무도 그 상황을 아는 이는 없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돌고래가 그물 안에 죽어 있다면 배에 싣고 포구로 가서 당당히 해경에 신고를 하고 위탁판매를 하면 된다. 적잖은 돈도 만질 수 있다. 
 
그런데 살아 있다면? 법적으로 이미 판결이 난 상황을 다시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넓은 바다에서 내 그물에 걸린 돌고래를 본 어민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물 속에 살아 있는 돌고래를 풀어 주려면 내 소유의 그물을 찢어서 탈출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작업이 가능한 다이버가 정치망에 와서 그물을 찢고 돌고래를 내보내야 하고, 이 과정에 하루 이틀이 더 걸리기도 할 것이다. 다이버를 쓰는 비용, 그물을 다시 수선하는 비용,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업을 못하고 입는 손해를 오롯이 어민 혼자 부담해야 한다. 
  
우연히 들어온 돌고래를 살려 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럼 문제는 돌고래의 생환 여부가 아니라, 여기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누가 져야 합당한 것일까로 옮아간다.

 

사진_2061.jpg» 통영 앞바다 정치망에 걸렸다 구조돼 치료와 야생적응 훈련을 마친 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상괭이.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유감스럽지만 제돌이 사건 당시 그물에 걸려든 제돌이와 친구들을 보고 어민들은 지역의 전시·공연 업체에 연락을 했다. 그들은 다이버와 사육사를 보내줬고, 그물 작업이 끝나 돌고래를 가져가면서 사례금 명목으로 수백만 원의 돈도 쥐여줬다. 아마 어민 입장에서는 며칠 간의 조업 손실을 벌충하는 심정으로 그 돈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제주 어민들이 겪었던 “법은 멀고, 돈은 가까운” 상황은 비단 제주 남쪽 바다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물개가 겨울철 청어떼를 따라 내려오는 강원도 고성 앞바다나, 물범이 여름철을 보내는 서해 백령도 물범바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장소와 생물의 종류만 다를 뿐 어민과 바다동물 사이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도와 상황의 차이가 있고  모든 어민이 불법 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물개를 법에서 정한 보호생물이 아니라 해구신이라는 정력제로 보거나, 물범을 고아 아이들 대학시험 치루기 전 먹인다는 수능탕1)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것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제돌이 포획과 매매와 같은 해양포유류의 음성적인 거래가 또다시 있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살아있는 고래류를 비롯해 우리 바다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해양포유류를 허가받지 않고 포획하거나 거래하는 것은 분명 불법이다. 아마 제돌이 사건에 관계된 어민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단지 법률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명문화하는 것에 그쳤다는 점이다. 돌고래가 다른 수산물을 잡기 위해 쳐 둔 그물에 잘못 걸렸을 때(혼획이라고 한다),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제와 함께 어민들에게 규제를 따르게 될 때 부가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비용이나 손해를 보상해주는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 
 
어민을 포함한 우리들의 준법정신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 때문에 불가피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더욱이 나의 행동을 감시하는 수준이 낮은 상황과 결합된다면 과연 우리는 얼마나 정직할 수 있을까? 
 
적법하지만 값비싸고 번거로운 절차를 따르기보다는, 불법이지만 경제적이고 간단한 행위가 더 매력적이고 나 자신만 놓고 보면 더 합리적인 판단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보완이 없다면 문제가 되는 생물이 제돌이에서 물개나 물범으로 바뀔 뿐이지, 제2, 제3의 제돌이 사건이 동해와 서해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적어도 정부는 돌고래나 바다거북이 혼획된 이후 이들을 안전하게 구조하고 치료해서 바다로 돌려보내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세심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우선 혼획된 동물의 구조를 위해 찢었던 어구를 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조업이 불가능했던 기간에 발생한 손실에 대해 유연하고 현실적인 보완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또한 혼획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개발하고 보급할 필요도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2004년부터 고래류의 혼획을 방지하기 위하여 ‘핑거(pinger)‘라고 하는 음향경고장치(acoustic deterrent devices)를 선박의 크기나 그물의 길이에 따라 장착하도록 하고 있다.2)
 
조업구역과 조업시기에 따라, 그리고 출현하는 고래의 종류에 따라 적합한 장비의 성능을 나누어 어획 작업 중에 발생하는 고래의 혼획을 최소화하고 있다.3) 
 
finger2.jpg» 돌고래의 혼획을 방지하기 위한 경보장치 개념도. 그림=Andy McLaughlin, www.tcistudio.co.uk
 
제돌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새로운 경험을 하였고, 이를 계기로 해양동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하였다.4) 이에 따라 정부에 필요한 조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독도에서 사라진 강치(바다사자)를 복원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고, 백령도에서 물범을 보호하기 위해 수차례 공청회를 열기도 하였다. 그러나 백령도에 시도했던 물범 보호구역이 지역 어민의 극심한 반대로 실패한 사례와 같이 지역의 지지가 없으면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04924531_R_0.JPG» 최초의 방류 돌고래 제돌이(오른쪽에서 두번째 지느러미에 `1' 표지가 있는)가 다른 야생 남방큰돌고래와 함께 서귀포 앞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사진=김병엽 제주대 교수
 
정부나 시민 사회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바다에서 가장 먼저 생물과 접촉하고 그들을 가장 잘 아는 어민의 지지와 협조 없이는 바다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귀한 해양동물을 보호하기 어렵다.

 

우리 바다에 제돌이가 헤엄치고 있듯, 어민도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1) 최근 언론에 보도된 수능탕의 재료로 쓰인 물범은 캐나다에서 수입한 하프물범으로 알려져 있음(조선일보, 2015.10.3.) 

2) Abby Crosby, Nick Tregenza and Ruth Williams, 2013, The Banana Pinger Trial:Investigation into the Fishtek Banana Pinger to reduce cetacean bycatch in an inshore set net fishery. 

3) Council Regulation (EC) No 812/2004 of 26 April 2004 laying down measures concerning incidental catches of cetaceans in fisheries and amending Regulation (EC) No 88/98 

4) 주요 해양동물(바다사자, 물범, 돌고래 등)로 신문기사 검색 결과(언론진흥재단 기사검색 서비스), 기사화 건 수가 2000년대에는 연간 수 건에 불과했으나 2010년 이후 연간 50건 이상으로 급증함(해양수산부, 2014, 2013년 보호대상해양생물 보전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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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미 참수작전 시 1차타격 대상은 청와대"


최고사령부 중대성명.."사태 수습 최후선택하라" (전문)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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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3  21: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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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군 최고사령부가 23일 중대성명을 발표, 한.미 군 당국의 사소한 움직임이 보일 경우, 선제적인 작전을 수행할 것이며, 1차 타격대상은 청와대라고 경고했다. [캡처-조선중앙TV]

북한 최고사령부가 한.미 군 당국의 참수작전을 위한 장비들이 사소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선제적인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차 타격대상은 청와대라고 경고했다.

북한 군 최고사령부는 23일 중대성명을 발표, "우리 운명의 눈부신 태양을 감히 가리워보려는 자들을 가차없이 징벌해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최고사령부 중대성명은 지난달 수소탄 실험에 대응해 군 당국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이후 처음이며, 2013년 3월 '1호 전투근무태세' 성명, 4월 최후통첩장 등이 발표된 바 있다.

최고사령부는 중대성명에서 "유엔무대에서 벌리는 히스테리적인 제재 결의채택 놀음도, 각종 핵전쟁 살인장비들을 동원한 발광적인 군사적 압살책동도,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전대미문의 그 모든 선택안들도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 없게 되자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은 마지막 도박에 매달리고 있다"며 "그것이 바로 우리 최고수뇌부를 겨냥한 참수작전을 통하여 체제붕괴를 실현해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 핵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 F-22 랩터 전투기, 한.미 해병대 특수작전연습, 오는 3월 실시된 한.미 키리졸브-독수리 연합군사연습에서 실시될 '작전계획 5015'의 참수작전 등을 언급하며, "우리에 대한 적대행위의 극치"라고 반발했다.

중대성명은 "천백 배 보복의지를 담아 다음과 같은 원칙적 입장"으로 "참수작전과 족집게식 타격에 투입되는 적들의 특수작전무력과 작전장비들이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는 경우 그를 사전에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의의 작전수행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1차 타격대상으로 청와대와 반동통치기관들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계속 어리석은 군사적 망동에 매달린다면" 2차 타격대상은 아태지역 미군기지와 미국 본토라고 밝혔다.

중대성명은 "우리에게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미국 땅덩어리를 마음먹은 대로 두들겨 팰 수 있는 세계가 가져본 적이 없는 강위력한 최첨단 공격수단들이 다 있다"며 "침략의 아성들은 우리의 조준권 안에 들어있으며 보복타격의 격발기는 이미 당겨놓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은 무자비한 천벌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는가 아니면 뒤늦게라도 사죄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길로 나가겠는가 하는 최후의 선택을 하여야 할 것"이라며 "하늘에서 태양을 끌어내리겠다는 것보다 더 어리석고 미련한 짓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혁명의 최고수뇌부를 옹위하여 천겹만겹의 성벽을 쌓은 우리 천만군민은 적대세력들의 모든 도발책동을 가차없이 짓뭉개버리고 백두산대국의 최후승리의 지평을 향해 더 기운차게 질풍쳐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

우리 운명의 눈부신 태양을 감히 가리워보려는자들을 가차없이 징벌해버릴것이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중대성명-

    최근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시험과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발사의 통쾌한 완전성공에 얼혼이 빠진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이 최후발악을 하고있다.
    유엔무대에서 벌리는 히스테리적인 《제재》결의채택놀음도,각종 핵전쟁살인장비들을 동원한 발광적인 군사적압살책동도,우리 공화국에 대한 전대미문의 그 모든 《선택안》들도 우리의 의지를 꺾을수 없게 되자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은 마지막도박에 매달리고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최고수뇌부를 겨냥한 《참수작전》을 통하여 《체제붕괴》를 실현해보려는것이다.
    이미 이 작전에 투입될 미제침략군 핵동력잠수함 《노스캐롤라이너》호가 부산항에 입항하고 《F-22A》스텔스전투폭격기들이 오산미공군기지에 기동전개하였으며 미제침략군 특수작전무력이 련속 남조선에 밀려들고있다.
    전시 우리의 최고지도부와 핵 및 전략로케트군기지들을 비롯한 중요전략적대상물타격을 작전임무로 삼고있는 미제침략군 륙군 1특수전단과 75특공련대,미해병대 특공련대,미공군 720특수전술전대,미해군특수전단 《씰》팀 등 특수작전무력들이 현지에 전개된 상태에 있다.
    지난 시기 해외침략전쟁들에서 악명을 떨친 미제침략군 륙군,해군,해병대,공군의 거의 모든 특수작전무력들과 이른바 《족집게식타격》에 동원되는 침략무력이 일시에 남조선에 쓸어든적은 일찌기 없었다.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은 곧 강행하게 될 《키 리졸브》,《독수리 16》합동군사연습때 새로 꾸며낸 《작전계획 5015》의 핵심항목인 련합《참수작전》과 우리의 핵 및 전략로케트무력《제거작전》의 현실성을 검토하겠다고 서슴없이 떠들어대고있다.
    적들이 떠드는 《참수작전》이라는것은 우리의 핵 및 전략로케트《사용》을 차단하기 위하여 《명령권자》를 사전에 《제거》한다는 극악무도한 선제타격내용을 담고있다.
    사태의 엄중성은 남조선괴뢰들이 동족압살을 위해 날강도 미국의 핵전쟁살인장비들을 마구 끌어들이다못해 《참수작전》실행에 혈안이 되여 동참해나서고있는것이다.
    극악무도한 《참수작전》과 《체제붕괴》책동은 우리에 대한 적대행위의 극치로 된다.
    우리 군대와 인민은 우리 혁명의 최고수뇌부를 자기의 삶의 전부보다 더 신성시하고있다.
    그가 누구든 우리의 존엄높은 최고수뇌부를 털끝만큼이라도 건드린다면 추호의 용서도 아량도 인내도 모르고 그 즉시 가차없이 징벌하는것이 우리 천만군민이다.
    조성된 정세가 더이상 수수방관할수 없는 험악한 지경에 이른것과 관련하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노호한 우리 천만군민의 천백배 보복의지를 담아 다음과 같은 원칙적립장을 천명한다.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혁명무력이 보유하고있는 강위력한 모든 전략 및 전술타격수단들은 이른바 《참수작전》과 《족집게식타격》에 투입되는 적들의 특수작전무력과 작전장비들이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는 경우 그를 사전에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의의 작전수행에 진입할것이다.
    1차타격대상은 동족대결의 모략소굴인 청와대와 반동통치기관들이다.
    우리 민족의 공동재보인 핵억제력과 우주개발성과물들을 피를 물고 헐뜯어대면서 이 땅에 핵참화를 몰아올 미국상전의 핵전쟁살인수단은 덮어놓고 끌어들이는 박근혜역적패당이야말로 이 땅에 살아숨쉴 자격을 상실한지 오래다.
    하늘의 태양을 가리워보려고 한 대역죄,우리 삶의 터전을 없애버리려고 한 악행은 가장 참혹하고 가장 처절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어야 한다.
    우리의 중대경고에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 어리석은 군사적망동에 매달린다면 그 근원을 깡그리 소탕해버리기 위한 2차타격작전에 진입하게 될것이다.
    2차타격대상은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제침략군의 대조선침략기지들과 미국본토이다.
    날강도 미제와의 최후결전을 위해 세기를 두고 다져온 우리 식의 타격전은 이 세상이 상상할수도 없는 기상천외한 보복전으로 될것이며 만가지 악의 소굴이 이 행성에 다시는 소생하지 못하게 재가루로 만들어놓을것이다.
    똑바로 알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임의의 시각,임의의 장소에서 미국땅덩어리를 마음먹은대로 두들겨팰수 있는 세계가 가져본적이 없는 강위력한 최첨단공격수단들이 다 있다.
    날강도 미국과의 판가리결산을 위해 한두해도 아니고 반세기가 훨씬 넘도록 대를 이어가며 총력을 다해온 우리의 군사적능력에 대해 이제는 숨길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미국은 우리가 치면 고스란히 맞아야 하고 들씌우면 그대로 불에 타 없어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와 맞선 미국에 주어진 숙명적인 말로이다.
    침략의 아성들은 우리의 조준권안에 들어있으며 보복타격의 격발기는 이미 당겨놓은 상태에 있다.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은 무자비한 천벌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는가 아니면 뒤늦게라도 사죄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길로 나가겠는가 하는 최후의 선택을 하여야 할것이다.
    하늘에서 태양을 끌어내리겠다는것보다 더 어리석고 미련한짓은 없을것이다.
    우리 혁명의 최고수뇌부를 옹위하여 천겹만겹의 성벽을 쌓은 우리 천만군민은 적대세력들의 모든 도발책동을 가차없이 짓뭉개버리고 백두산대국의 최후승리의 지평을 향해 더 기운차게 질풍쳐나갈것이다.

2016년 2월 23일
평양

[출처-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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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부른 테러방지법이 '악법'인 까닭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02/24 08:04
  • 수정일
    2016/02/24 08:04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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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국정원의, 국정원에 의한, 국정원을 위한 법... '총선 개입 의도' 논란 불가피

16.02.23 21:09l최종 업데이트 16.02.23 22:5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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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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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테러방지법(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에 대한 본회의 의결을 막으려고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하는 중이다.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첫 필리버스터다. 그만큼 테러방지법을 반드시 막아야 할 '악법'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 및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테러방지법을 왜 '악법'으로 규정하는지 정리했다. 

[이유 하나] 테러방지법으로 북한 도발 막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추가 도발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테러방지법을 속히 처리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테러방지법을 제정해야 할 까닭이 북한 때문이라고 공언한 것이다. 그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당·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고조된 안보 위기를 테러방지법을 처리하기 위한 '도구'로 써왔다. 

지난 18일 열린 '긴급 안보상황 점검 당정협의'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대남 테러에 역량을 결집하라고 지시해 정찰총국 등이 대남공격 역량을 확충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납치·테러 대상자 명단에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홍용표 통일·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정부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포함됐다"고도 밝혔다. 

이는 결국 직권상정을 이끌어냈다. 정 의장은 이를 직권상정 지정요건 중 하나인 '국가비상사태'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작 법안 내용을 뜯어보면, 이 같은 당청의 행동은 '기만 작전'에 가깝다. 일단, 테러방지법 제2조 2항은 "테러단체'란 UN이 지정한 테러단체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적으로 테러단체 혹은 테러지원국가로 규정돼 있지 않다. 

북한의 대남 테러를 막으려고 테러방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국정원이 '북한의 대남테러 역량 결집' 첩보를 알린 자체가 이미 대테러 활동이 펼쳐지고 있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북한 간첩과 무장 도발을 법이 없어서 막지 못했다는 건 못 들어봤다"라고 꼬집었다. 

[이유 둘] 인권 침해 우려 '독소 조항' 가득한데 제도적 장치 마련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야당이 주장하는 것과 다르게 이미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도 모두 들어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테러방지법 제정시 국정원의 과도한 권한 행사로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김 대변인 말대로 테러방지법 내용이 일부 달라지긴 했다. 앞서 야당은 "간첩조작사건 등 신뢰성이 떨어진 국정원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라며 테러방지법을 반대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대테러 활동의 컨트롤타워를 국정원에서 국무총리실로 바꿨다. 이 밖에도 "관계 기관의 대테러 활동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해" 국가테러대책위원회 소속의 대테러 인권보호관 1인을 배치하도록 했다. 아울러, 관련 혐의를 무고·날조한 경우엔 관련 형법보다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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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진 의원,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 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자,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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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조삼모사'에 가깝다. 일단,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를 수집·조사할 실질적인 업무 권한은 여전히 국정원에 있다. 

무엇보다 테러위험인물 등에 대한 모호하고 추상적인 규정은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는 독소 조항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선, 테러방지법은 '테러위험인물'로 "테러단체의 조직원이거나 테러단체 선전, 테러자금 모금·기부 기타 테러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 등은 23일 긴급 의견서를 통해 "선전, 선동의 의미가 매우 불확정적이고 추상적"이라며 "테러위험인물을 지정하고 해제하는 절차와 주체도 없어서 결국 국정원의 판단만으로 테러위험인물로 분류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민변 등은 '국정원장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해 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등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정보수집을 명시한 9조에 대해서도 "테러위험인물의 정의가 모호한 반면, 정보 수집, 제재, 프라이버시 침해, 기타 추적 등에 대한 국정원의 권한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영장주의의 예외인 독소조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심각한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인권 침해 우려를 사고 있는 '알맹이'는 그대로인데 컨트롤타워란 '포장'만 바꾼 꼴이다. 실제로 미국은 9.11 테러 직후 테러방지법인 '애국자법'을 제정했지만 외국민·자국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도·감청 및 통신기록 수집 허용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2015년 6월 이를 폐기하고 '미국자유법'을 대체 입법했다.(관련 기사 : 테러방지법은 국정원 밥그릇 지키기법 )

[이유 셋] 이미 존재하는 테러방지제도도 제대로 못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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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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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이 현재 우리나라에 반드시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8일 "우리나라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런 기본적인 법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IS(이슬람국가)도 알아버렸다"라면서 테러방지법 처리를 촉구했다. 지난 1월 대국민담화에서도 "현재 OECD, G20 회원 국가 중에 테러방지법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4개국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1982년부터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국가테러대책회의가 존재한다. 정부는 지난해 IS의 파리 테러가 발발했음에도 이 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있는 기구를 쓰지도 않으면서 새로운 법을 만들려 한 셈이다. 

실제로 국가테러대책회의의 '의장'인 국무총리조차 이 기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황교안 총리는 지난 18일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국가테러대책회의 의장이 누군지 아느냐"는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관련 기사 : 대테러기구 책임자가 자기인 줄 모르는 황교안 총리)

심지어 국정원은 지금 존재하는 법령만으로도 테러 정보를 충분히 수집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법 3조에는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가 국정원의 직무로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통합방위법, 비상대비자원관리법, 대테러특공대, 국가테러대책회의 등 많은 제도적인 장치들이 마련돼 있으며 사이버안전을 위해서도 국가사이버안전규정, 미래부 사이버안전센터 등이 존재한다"라면서 "문제는 테러방지법 제정이 아니라 기존 제도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라고 꼬집었다. 

"OECD, G20 회원 국가 중 테러방지법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4개국"이란 박 대통령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김광진 의원은 지난 22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장윤선·박정호의 팟짱'과 한 인터뷰에서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칠레, 덴마크, 핀란드, 체코, 헝가리, 아이슬란드에는 형법에 테러 행위에 관한 벌칙 조항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즉, 박 대통령이 거론한 4개국 외에도 '테러방지법'이란 별도의 법체계를 두지 않은 나라들이 다수란 얘기다.(관련 기사 : 김광진-안진걸 "박근혜, 테러방지법 관련 허위 유포" )

[이유 넷] 증명되고 있는 정부·여당의 '무리수', 왜 하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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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앞서 국정원 관계자들이 정보위 소속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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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국정원에 의한, 국정원을 위한 법처럼 돼 버렸다. 국정원의 대북 첩보를 바탕으로 한 '공포'로 직권상정이 가능하게 됐고, 이미 존재하는 관계기구와 법들을 '생략'한 채 통제 못할 권한을 국정원에 건네주게 된 셈이다. 

아울러, 이 같은 비판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도 강행한 정부·여당의 '속내'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여론 조작' 사건 등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출범했기 때문이다. 

이미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민변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미 존재하는 테러대책기구와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는 집권 세력이 이 시기에 오로지 테러방지법 하나만 콕 집어 직권상정을 압박하고 국정원장이 국회에 미확인 첩보를 흘리며 겁박하는 이유는 단 하나"라면서 '선거개입공작'을 우려했다.

민변은 "2012년 대선 개입 공작, 간첩 조작 사건 등에서 보듯 집권세력이 총동원돼 테러방지법 통과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은 국정원의 권능을 강화하여 국민과 반대정치세력을 사찰, 감시하고 또 다시 선거 개입 공작을 하고자 함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대화된 공룡 조직 국정원이 본래 소임을 다하도록 개혁이 진행되기는커녕 그에 역행하여 또 다시 권능이 추가되려는 이 비극적 상황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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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한미 양국의 위험천만한 전쟁 게임, 즉각 중단해야

 

논평] 한미 양국의 위험천만한 전쟁 게임, 즉각 중단해야
-북한 체제 교체, 이게 타당한 시나리오인가?

Wycliff Luk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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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해병대의 북한 침투 훈련 소식을 보도한 KBS 9시 뉴스(KBS 뉴스 화면 갈무리)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과 뒤이은 로켓 발사를 대하는 한미 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특히 체제교체를 공공연히 언급하고 나서 불안감마저 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정에 대한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 체제 교체를 시사한 데 이어 한미 양국 해병대가 3월 북한 내륙 진격 훈련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 9시 뉴스>는 21일 이 소식을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아래는 <KBS 9시 뉴스 보도> 중 한 대목이다.

“한미 양국 해병대가 다음 달 연합 야외 기동 훈련인 ‘쌍룡 훈련’을 역대 최고 강도로 실시합니다. 특히, 이번 훈련에선 북한 해안에 침투한 뒤 내륙의 핵심 시설들을 목표로 깊숙이 진격해 들어가는 훈련이 집중 실시됩니다.

한미 해병의 연합 훈련이 해안 거점 확보에 무게를 두는 ‘상륙 작전’ 중심에서 다음 단계인 ‘내륙 진격 작전’으로 한층 강화되는 겁니다. (중략) 한미 해병대의 내륙 진격 작전 강화는 북한의 도발 징후가 보이면 선제타격한다는 개념이 담긴 ‘작전계획 5015’의 본격 적용에 따른 조치로 해석됩니다.”

 

한미 양국이 합동훈련을 벌일 때면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북침을 노리고 감행되는 침략전쟁 연습’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그런데 올해엔 한미 양국이 드러내놓고 북침훈련을 감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새삼스럽지 않은 ‘북침 시나리오’

사실 북한 선제공격 시나리오는 새삼스럽지 않다. ‘작전계획 5027’(아래 작계 5027)은 한반도 유사시 미 국방부가 취할 행동 매뉴얼이다. ‘북한이 침공을 감행해 올 때 한미 양국은 북한의 침략을 몰아내고 38도선 근처에 비무장지대를 재설정한다’는 것이 작계 5027의 뼈대다. 미국은 1973년 작계 5027을 보다 공격적으로 수정했다. 수정안에는 “미국은 B-52 폭격기를 동원해 북한의 서울 북부 진출을 막고 비무장지대에 인접한 개성을 점령해 9일 만에 전쟁을 끝낸다”는 시나리오가 포함됐다. 1992년 미국은 또다시 작계 5027을 손질했다. 이른바 ‘작계 5027-92’로 불리는 수정안엔 북한 핵시설 파괴까지 상정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셀릭 해리슨은 그의 책 <코리아 엔드게임>에서 ‘작계 5027-92’를 이렇게 풀이했다.

“이 작계 5027-92는 미 제3 해병 사단과 남한군 제1 해병 사단이 북한 동해안의 원산에 상륙한 뒤 서쪽으로 진격해 평양을 점령하고 이와 동시에 미군과 남한군 보병 부대들이 비무장지대를 넘어 북진해 이들을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평양을 점령해 북한 체제를 퇴진시킨 뒤 미군과 남한군이 인근의 영변까지 진출해 북한의 핵시설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쟁시나리오는 매년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되면 북한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박 대통령의 체제 교체 시나리오는 그동안 최악의 경우의 수를 명시적으로 밝힌 데 불과하다. 문제는 이런 시나리오가 타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과 로켓 발사로 더 이상 김정은 체제를 좌시할 수 없다는 공감대에 이르렀다고 가정하자. 주한미군은 4일 적군의 핵심 요인을 암살·체포 임무를 전담하는 미군 제1공수특전단과 75레인저연대 소속 병력이 한미연합훈련 참가차 한국에 왔다고 발표해, 한미 간 공감대는 상당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아무리 최강의 작전능력을 가진 특수부대라도, 작전을 위한 기초정보가 부실하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북한의 경우, 외부세계와 철저히 단절된 나라여서 정보 수집이 쉽지 않다.

분명한 청사진 없이 감행된 이라크 전쟁

할리우드 영화처럼 미군 특수부대가 김정은 축출에 성공했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북한 지도부의 참수가 민주정부 수립으로 직결될 것인가?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이라크는 좋은 참고사례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 침공을 감행했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승리를 낙관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미군이 충격을 가하기만 하면, 후세인의 학정에 시달렸던 이라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민주정부를 세울 것이란 환상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후세인 체제 붕괴 후, 이라크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미국이 확실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선 치안을 다잡고 국경 및 도로망 등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한편, 이라크 내 각 정파끼리의 보복도 예방해 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이 모든 일에 실패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이라크의 정치적 장래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 없이 전쟁을 강행했다는 데 있었다. 부시 행정부는 처음엔 대량 살상무기를 명분으로 내세우더니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자 중동 민주화로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무엇보다 이라크 내 후세인 축출 후 권력 공백을 메울 정치세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의 후원으로 누리 알 말리키 체제가 등장하기는 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 내 이슬람 종파 간 이해관계는 고려하지 않았다. 시아파인 누리 알 말리키는 시아파 편향정책을 폈고, 이로 인해 수니파들의 반발을 샀다. 수니파의 반발은 수니파 근본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가 발호하는데 자양분이 됐다. 따지고 보면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혼란상의 원인은 미국의 순진한 환상인 셈이다.

한반도라고 다를까?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면 북한 인민들이 총궐기해 민주주의 체제 수립에 나설까? 오히려 김정은 체제보다 더 폐쇄적인 통치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은 없을까?

북한 체제교체 시나리오는 그 자체로 위험천만하고, 미일중러 등 4대국의 이해가 교차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감안해 볼 때 이라크보다 더한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같은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전불사를 외치는 강경파들이 판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이라크 전쟁 직전, 부시 행정부는 일전불사를 외치는 강경파들로 넘쳐났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만이 유일하게 사려 깊게 행동했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결정적인 힘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확신이 없어도, 단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의회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치적 목표를 위해 서슴없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2003년 당시의 부시 행정부나 2016년 박근혜 정권이나 분위기는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국내 정치적으로, 즉 다가오는 총선을 위해 서슴없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자들이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를 견제해야 할 언론은 오히려 전쟁 분위기를 부추긴다.

역사는 호전적인 수사가 넘쳐나는 2016년 대한민국을 어떻게 기록할까? 참으로 두렵고 떨린다.

[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 전문 혹은 일부를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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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가 비밀리에 평화협정 논의를 했다고?

북.미가 비밀리에 평화협정 논의를 했다고?
데스크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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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3  00: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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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북한의 수소탄 시험 전에 북한과 미국이 비밀리에 평화협정 논의를 진행했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미국 고위급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핵실험 며칠 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이 한국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기 위한 협정을 논의하는 데 비밀리에 동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북한의 평화협정 요구에 미국은 협상에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중단을 함께 논의할 것을 요구했고,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이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인해 이 같은 외교적 논의가 중단됐다고 합니다.

다 알다시피, 6자회담이 중지된 이후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 회담을 하자고 주장해 왔고 미국은 비핵화 회담을, 보다 정확하게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먼저 취해야만 평화협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기에, 양자는 줄곧 평행선을 그어 왔습니다.

한국전쟁이 정전협정으로 귀결된 이후부터 불안한 평화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바꾸려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사실 평화협정 문제는 북한이 보다 적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최근에는 지난해 10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에 응해 나설 때가 되었다”라고 공식 제안했으며, 같은 달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도 “하루빨리 낡은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새로운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의하는 등, 본격적인 평화협정 공세를 펼쳐왔습니다.

지난 17일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병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해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 발사 이후 대북 성토와 ‘북한 비핵화’ 일색에서 평화협정을 꺼낸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WSJ 보도를 보면서도 몇 가지 의미 있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는 미국의 선(先)비핵화 입장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선 비핵화를 수용하면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비록 북한에 의해 거부되긴 했지만 이번에 평화협정 논의 안에 비핵화가 포함되면 괜찮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는 미국이 비핵화라는 전제조건에 얽매지 않고 조건이 충족되면 북한과의 평화협정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기에, 미국이 기존 대북 정책 기조에서 한 발 물러선 것입니다.

또 하나 의미 있는 점은 그동안 북한과 미국 간에 물밑 대화가 지속돼 왔으며, 그 내용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과 미국이 ‘뉴욕채널’이든 아니면 중국 등 제3국에서든 비공식 회담을 해왔다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이번 북.미 간의 소통은 북한의 유엔대표부와 미 국무부 사이의 뉴욕채널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핵심은 한국전쟁 종식 논의까지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한국전쟁 종식이란 곧 북.미관계 정상화로 이어지고 북.미관계 정상화는 평화협정의 전단계로 되기에, 한국전쟁 종식 논의란 평화협정을 향한 매우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출발점이 되는 셈입니다.

딱한 건 우리 정부입니다. 정부 당국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비핵화 논의가 우선”이라면서 “평화협정은 미국과 북한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한국이 주도적으로 주체가 되어야 한다”라고 밝혔지만 왠지 공허해 보입니다. 북한과 미국 간에 비밀리에 대화를 하고 있는데, 남북 간 연락채널이 모두 끊긴 지금 우리 정부는 미국만 바라볼 수밖에 없으니 딱해도 이만저만 딱한 처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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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사드 무력화용 위성로켓 공중폭발 공개

북, 사드 무력화용 위성로켓 공중폭발 공개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2/23 [01:0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의 광명성 우주 위성에서 바라본 지구인듯, 태양을 향한 쪽은 밝고 반대쪽은 어두운 밤인듯     ©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 갑자기 검은 연기가 무대에서 피어오르더니 뒤이어 화면 속의 우주공간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 지구의 지평선을 배경으로 우주에서 위성 로켓(미국의 로켓일 수도 있고, EMP탄일 수도 있음) 잔해가 폭발하며 산산 조각이 나는 모습     ©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 위성 로켓 폭발 후 잔해들이 우주 공간으로 퍼지는 모습     © 자주시보

 

▲ 잔해들이 우주 공간에 자리를 잡고 떠도는 모습     ©자주시보

 

핵탄두 미사일을 탑재하고 우주공간을 비행하던 로켓 추진체는 최고 정점에 오르면 자신의 역할은 거의 끝나게 된다. 그때부터는 탄두부분이 분리되어 자유낙하운동을 하면서 지상으로 내리 꽂히게 되는데 사드는 주로 이 정점 부근에서 자유낙하 속도를 많이 얻지 못했을 때를 노려 요격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핵탄두를 분리한 후 그 로켓을 폭파시켜 여러 조각으로 주변에 흩어놓아 버리면 요격미사일은 어느 것을 요격해야 할지 분간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우주공간에서 엔진 동력을 차단한 상태라면 낙하운동을 하건 수평이동을 하건 파편과 탄두의 속도는 같게 되어 파편들이 탄두를 에워싸고 함께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파편들이 텀블링 즉 뱅글뱅글 돌면서 낙하하기 때문에 적외선 센서가 탄두와 파편을 구분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 한다.

 

이런 이치를 2월 11일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가 한겨레신문 이용인 워싱턴 특파원과 전화대담에서 밝힌 내용이다.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730056.html

 

포스톨 교수는 북이 1단 로켓 추진체를 분리한 후 폭파시켜 270여조각으로 흩뿌렸던 사실에서 이런 이치를 추론했는데 그의 추론이 정확한 것이었음을 암시하는 북의 그래픽 영상이 공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 공개된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의 성과적발사에 기여한 우주과학자, 기술자, 로동자, 일군들을 위한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의 합동축하공연] 중 '단숨에'라는 연주곡 배경화면에 사드 무력화용 로켓폭발 그래픽 영상으로 보이는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아주 짧은 동영상이고 화질마저 좋지 않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히 지구를 배경으로 우주공간에 떠 있던 어떤 물체가 폭발하면서 여러 개의 파편이 산산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상대의 위성을 파괴하는 그래픽일 수도 있고 EMP탄을 폭발시키는 그래픽으로도 볼 수 있는 있는데 상대 위성 파괴는 현단계에서 국제사회의 반발을 초래할 소지가 있으며 정세에도 맞지 않고 EMP라면 수소폭탄을 폭발시키는 것이라서 그 폭발력이 어마어마해서 파편이 흩어지는 모습이 보일 리가 없다.

유난히 수많은 파편을 만들어낸 폭발이라는 점에서 포스톨 교수의 추리대로 사드 요격미사일 무력화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사드는 탄도미사일이 아직 제 속도를 붙이기 전인 올라가는 단계와 일정한 속도로 비행하는 우주공간 비행 단계, 자유낙하 운동 단계 이렇게 3단계에 걸쳐 요격을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북은 이번 광명성-4호 발사시 올라가는 단계에서 1단 로켓 잔해를 270개 조각으로 산산이 부수었다. 그리고 우주 공간에 위성만 올린 것이 아니라 위성을 싣고 온 로켓까지 함께 올렸다. 우주공간에 완전히 진입하여 원심력과 지구 중력이 평형을 이룬 궤도에 함께 진입한 후 분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 둘은 함께 지구를 돌고 있다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측 결과가 보도 되기도 했다. 만약 우주공간 이동 중에 사드 요격 미사일이 날아오면 그 분리한 로켓을 폭발 시켜 사드 요격미사일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낙하할 때는 그 탄두가 장착된 마지막 로켓을 분리한 후 폭발시킬 것이다.

 

북의 화성13호는 4단 로켓이다. 이는 본지 해외기고가 한호석 소장이 북의 무장장비전시관 참관 당시 북측 안내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더 신형인 화성14호도 4단 이상일 것이다. 이중 1, 2단은 올라갈 때, 3단은 우주공간을 이동할 때, 4단 전투부의 로켓은 요격회피와 하강단계에 접어들때 이용하는 로켓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 로켓을 다 사용하고 분리한 후 폭발 시키면 곳곳에서 사드요격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공성전에서는 방어가 공격보다 쉬웠다. 공격이 최소 3배 역량은 되어야 공성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상식이었다. 하지만 현대전의 미사일은 현재까지 방어가 훨씬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은 천문학적인 돈과 높은 기술이 요구되지만 그것을 뚫는 것은 그보다 훨씬 쉽다.

 

헤즈볼라가 레바논전쟁에서 조잡한 수제로켓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하고 이란과 북에서 도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전차 미사일로 이스라엘 탱크를 개전 초기 수십대나 박살내어 레바논으로 침략해 들어온 이스라엘군을 한 달만에 쫓아냈다. 그 헤즈볼라가 이제는 정규군 못지 않게 강력해져 시리에 건너가 시리아 정부군을 돕고 있는데 SS-21 토치카미사일, 나토명 스캐럽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알누스라, IS 거점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놀라운 보도가 나오고 있다.

최근 예멘의 후티반군이 지난해 스커드미사일 사우디본토를 타격하여 사우디 공군사령관을 즉사시키고 지난 1월 말엔 토치카 미사일로 사우디에 고용된 미국의 블랙워터 지휘관을 사망케 하는 등 사우디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정밀타격으로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이란 프레스TV 보도가 나왔다.

중국도 며칠 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대공, 대함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항공모함을 탄도미사일로 격침시킬 수 있다고 장담하며 만든 둥펑-21D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하였다.

 

미사일이 발전한 현대전은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다. 누가 더 위력적인 미사일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 미사일이 타격할 수 없는 지하 대피시설에 전 국민을 누가 빨리 대피시킬 수 있느냐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북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 공중폭격으로 진저리를 칠 정도로 큰 피해를 본 기억이 있기에 도시를 만들기 전에 지하 대피시설부터 철옹성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안에서 전 주민이 1년 이상 생활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고 고층빌딩이 즐비한 미국은 도시 아래 대피시설을 만드는 일이 불가능하다. 미국에게 북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이다. 

북이 핵탄두미사일로 미국의 요격망을 뚫고 미 본토를 타격할 수만 있다면 사실상 북미전쟁의 결과는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북이 그 능력을 계속 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며 목소리만 높이다가 몇해전부터 화성 13, 14호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공개하기는 했는데 그 발사 장면이나 명중 장면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성로켓이나 탄도미사일 로켓이나 같은 것이고 파편을 이용한 요격무력화도 탄도미사일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포스톨 교수와 같은 미국의 MD 전문가들은 매우 큰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공개속도라면 멀지 않아 미국 전문가만이 아니라 미국 국민 누구나가 그런 북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완전한 수준의 무력 공개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 때가 되면 한반도의 비핵화는 완전히 불가능해질 것이며 주변국으로의 핵 도미노가 무섭게 번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미국과 몇몇 대국의 핵독점과 패권도 깨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국들에게 귀중한 영토를 강탈당하고 희생된 선조들의 원한을 갚으려 핵미사일로 무장한 주변 약소국들의 위협에 미국과 죄많은 대국들은 밤잠을 설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인류가 그런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시급히 북과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미 핵과 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 관련 기술과 능력을 하나하나 공개하고 있는 북과 전쟁을 정말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그 길 외에 다른 대안이 과연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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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국가빚 치솟고 경제성장·청년고용 뒷걸음질


등록 :2016-02-22 21:29

박근혜 정부 3년 지표로 보는 성적표

작년 3분기 1166조원…임기중 147조 늘어
박근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저신용자의 부채 탕감 등을 위한 국민행복기금 설치와 소득 대비 부채 비율 관리를 통한 연착륙 두갈래다. 그러나 2014년 경기 부양을 위한 대출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가계부채는 1166조원(지난해 3분기)을 넘어섰다. 임기 전인 2013년에 견줘 147조원이 불어난 것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임기내 4%성장 목표로 했으나
지난해 2.6%…현재는 3%대 초반

 

박근혜 대통령은 실질성장률 대신 임기내 잠재성장률 4%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낼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임기 전 잠재성장률은 3% 중후반으로 추정됐으나 현재는 3% 초반까지 내려간 상태다. 실질성장률은 2013년 2.9%, 2014년 3.3%였으나 지난해 다시 2.6%로 뒷걸음질쳤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지난해 GDP 대비 38.5%로 늘어
복지지출 증가율은 최저 수준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와 재정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가채무는 2014년에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중반(35.9%)을 넘어섰고 지난해엔 38.5%로 치솟았다. 반면 3년 연속 세수부족 등 세입이 어려운 탓에 올해 복지지출 증가율은 역대 두번째로 낮고, 국가채무 비율도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서조차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영재교육 확대·고교 서열화 강화
2012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2010년부터 감소세였던 초중고생 1인당 사교육비(통계청 조사)는 2012년 23만6000원에서 2013년 23만9000원, 2014년 24만2000원으로 늘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수능을 영어만 절대평가화하면서 수학 사교육이 늘었고, 영재교육 대상자 확대와 고교 서열화 강화로 영유아 때부터 사교육이 늘고 있다”며 “현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 발표 등 기본도 제대로 안했다”고 분석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질좋은 일자리 부족…2012년 7.5%서 작년 9.2%로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6번의 청년대책이 쏟아졌다.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인턴과 해외 취업을 늘리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2012년 7.5%이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2%까지 치솟았다. 경제적 어려움과 갈수록 취업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에 청년들이 구직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 실업률이 높아진 것이다.

 

김소연 기자

 

 

 

지난해 정부 목표치 66.9% 근접
속내를 보면 시간제노동자 급증

 

박근혜 대통령이 내건 ‘임기 중 고용률 70% 달성’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지난해 고용률은 65.7%로 정부의 목표치(66.9%)보다 1.2%포인트 낮았다. 정부는 ‘고용률 70%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2013년 64.6%, 2014년 65.6%, 2015년 66.9%를 달성하겠다고 했으나, 3년 연속 실패했다. 일자리 질도 문제다. 지난해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노동조건이 열악한 시간제 노동자가 급증(20만4000명)한 탓이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지난 3년간 30% 초반 정체상태
통계에 따라 다소 줄어든 수치도

 

지난 3년간 비정규직 비율은 정체 상태다. 통계청 조사(8월 기준) 결과, 2013년 32.6%이던 전체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이듬해 32.4%로 다소 떨어진 뒤 지난해엔 0.1%포인트 오른 32.5%를 기록했다. 비정규직의 범위를 보다 넓게 보는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에서는 비정규직 비율이 2012년 47.8%에서 지난해 45.0%로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다소 떨어졌지만 아직 높은 수준
기초연금, 공약보다 크게 후퇴

 

만 65살 이상 노인의 상대적빈곤율(중위소득 50% 아래의 노인 비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은 지난 3년간 다소 떨어졌지만 2014년에도 47.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월 10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 노인은 생계급여에서 기초연금액이 깎여 그 혜택을 아예 누리지 못하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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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철수했어도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을까

 

10년 전 리영희 선생이 예견했던 북핵 위기 “미국의 세계 패권 체제, 핵·미사일은 북한의 유일한 선택”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2016년 02월 22일 월요일
 

“우리 남한 국민은 너나 할 것 없이 사무삼과(四無三過)에 빠져 있다. 핵에 대해서 무지하고 무관심하고 무감각하고 무민족적이다. 핵에 대해서 인간 이성을 과신하고 기계의 정밀성을 과신하고 군사력을 과신한다.”

돌아가신 리영희 선생이 1988년에 썼던 글 가운데 일부다. 리 선생은 “무지란 핵 기술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땅에 남의 핵 무기가 들어와 있으면 안전하다고 착각하는 무식함”이라고 비판하곤 했다. 

‘우상 파괴자’를 자처했던 리 선생이 돌아가신지 5년이 지났지만 리 선생의 글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최근 출간된 ‘비판과 정명’에서 “리 선생은 평생 우상 타파를 위해 싸워왔다”면서 “리 선생이 생각하는 우상은 체제와 구조였고 그 체제의 작용으로 인한 우리의 생각 없는 상태이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리 선생의 글은 이 생각 없음을 생각하게 하기 위한 고투였다”는 분석이다. 

리 선생이 살아있다면 북한의 계속되는 핵 실험과 위협적인 로켓 발사, 미국의 사드 배치 논의와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의 복잡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리 선생은 생전에 쓴 글에서 한반도 핵·미사일 위기의 구조적·역사적 요인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원인 제공자가 미국이기 때문에 해결도 미국의 손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리 선생의 분석과 비판은 지금도 유효할 뿐만 아니라 절실하다. 

리 선생은 “북핵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핵 협상 약속 파기 문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개발은 남한의 핵 문제와 무관하지 않고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 공격 시도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다. 리 선생에 따르면 1945년부터 1980년까지 미국 군부가 핵 폭탄 사용을 결정했거나 구상, 협박 또는 준비한 일이 26회나 있었다. 이 가운데 한반도가 목표가 됐던 게 5회나 된다. 

고 리영희 선생이 2008년 6월 전남대에서 김대중학술상 수상 뒤 가진 특강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의 핵 무장의 원인을 미국에서 찾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미국과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가 남한과 국교를 수립한 것에 상응하는 북한과의 호혜적 조치를 거부해 왔다. 둘째, 미국의 핵 무기가 남한에서 철수됐다고 밝힌 건 최근의 일이다. 셋째, 세계 최대 규모의 팀 스피릿 훈련은 북한 입장에서 대북한 핵 공격 연습으로 비쳤다. 넷째, 남한의 핵 능력이 북한보다 월등하며 미국은 핵 에너지 기술과 시설을 남한에 강제적으로 판매·지원해 왔다. 

리 선생은 “휴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바꾸고 미군이 철수했다면 북한이 구태여 핵 무장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승인하고 적대관계를 선린관계 내지 일반적 국가관계로 해소·발전시킬 수 있었을 텐데 북방 3국(북중러) 군사 동맹체의 일방적 해체와 그로 말미암은 핵 우산의 상실, 미국의 남북한 교차 승인 거부, 대북한 전쟁 위협 속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핵과 미사일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리 선생은 “미국 정부는 미국의 세계 패권 질서 구조의 종속적 지위를 거부하는 국가와 정부, 국민, 지도자에 대해 그들의 핵 시설을 직접 행동으로 공격하거나 대리자로 하여금 파괴적인 공격을 하게 한 반면, 친미주의적 국가에 대해서는 조약 위반을 묵인하는 태도를 취해 왔다”면서 “북한은 국제 사찰의 조건으로 미국이 남한에 배치한 핵 무기 전면 철수와 한반도의 비핵지대화, 북한에 대한 핵 무기 불사용 공약 등을 시종일관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군부가 북한에 대해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분석한 대목도 흥미롭다. 한국 전쟁은 미국 역사상 미국 군대가 치를 전쟁 중에 처음으로 비긴 전쟁이었다. 판문점 정전회담에서 40년 이상 미국 대표들은 수모를 겪었다. 리 선생은 “미국 고위 장성들의 필수 코스로 한국 근무 기간에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일”이라며 “개인적인 모욕감이  이후 북한에 대한 광적 보복 심리로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리 선생은 “미국 군부의 관심은 북핵 제거가 아니라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데 있다”면서 “단독 패권 체제 속에서 북한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세력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관계 개선을 원하지만 미국은 북한과의 평화 공존을 원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리 선생은 “북한의 지도자 집단을 예측불허의 광인 집단으로 단정·경멸하는 미국 군부와 한국인의 일반적인 인식 착오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북한을 커다란 위협으로 간주해 왔다.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할 경우 일본과 한국이 미국의 핵 및 미사일 보호 체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구적인 군사적 또는 정치적 지배권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군사예산의 증대를 위해 무기·장비의 소모와 전쟁 분위기 조성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미국 군부 강경파는 제네바 합의를 파기할 수 있는 구실을 찾았다. 합의 파기의 책임이 북한과 미국 양쪽에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핵 보유국에 대해 적용하는 핵 선제 공격권을 북한에 적용해 왔다. 미국은 45개국과 군사협정을 맺고 이들에 대한 보호 의무로 최종적으로 이들의 가상 적국에 핵 무기 사용을 포함하고 있다. 핵 무기 사용 원칙은 일반적으로 핵 무기 대 핵 무기지만 북한에는 이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북한에 핵 무기가 없었던 상황에서도 재래식 무기에 맞서 핵 무기 선제 공격을 준비한 건 미국의 횡포와 오만의 표시였다는 게 리 선생의 분석이다. 

최근 한반도 상황은 리 선생이 분석하고 예견했던 그대로다. 미국은 애초에 한반도 평화에 큰 관심이 없고 사드 배치는 북한의 로켓 발사와 무관하다. 미국의 관심은 남북 대치 상황을 이용해 남한과 일본을 미국의 우산 아래 동맹으로 묶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것이다. 북한의 책임도 크지만 이 모든 건 미국이 의도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리 선생이 살아있다면 백척간두에 놓인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 통탄하지 않았을까. 

리 선생이 평생 싸워왔던 우상 가운데 가장 강고한 것은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에서 비롯한 반공 이데올로기였다. 김정은이 전쟁광이라서 핵 실험을 하고 로켓을 쏘는 게 아니라 체제 붕괴의 공포에서 비롯한 몸부림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근본적으로 남과 북의 대결 구도를 해소하지 않는 이상 한반도에 평화는 없다는 게 리 선생의 통찰이었다. 남한이 미국의 우산 아래 숨어 전선을 확대하는 게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다시 ‘전환 시대의 논리’와 ‘분단을 넘어서’, ‘핵 위기의 구조와 한반도’, ‘휴전선 남북에는 천사도 악마도 없다’를 다시 찾아 읽는 건 지금은 당연한 상식이 된 리 선생의 통찰이 아직 “권력의 상식이 되지 않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폐쇄, 대화를 단절하고 북한을 고립시키는 박근혜 정부의 벼랑 끝 외교안보 행보는 역사의 퇴행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재앙으로 몰아넣을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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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분석: 사드, 한반도 방어 가능한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6/02/23 08:23
  • 수정일
    2016/02/23 08: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우리나라는 가끔씩 국민들을 과학기술분야의 전문가로 만들어주는 경향이 있다. 이번 달은 사드 도입 논란이 커지는 바람에 전 국민이 탄도미사일, 우주로켓, 요격미사일 전문가가 된 ‘로켓의 달’이었다. 이러다가 정말 몇 년 내로 달에 태극기 꼽는 게 가능해질듯?

 

벗뜨~ 뉴스와 온갖 시사프로그램 등에서, 사드 찬반 측의 기술적인 설명이 상호간에 유리한 점만 부각되어 다소 왜곡되고 있다. 정말 사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어떤 효과를 지니고 있을까? 약간 유치하지만 발그림과 함께 심층적으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1. 탄도미사일에 대한 이해

 

많은 이들이 탄도미사일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맹렬하게 로켓을 연소하면서 표적 근처까지 날아간다고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의 로켓이 연소하는 시간은 전체 비행시간에서 초기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권(주로 20km 이하의 고도)에서는 공기저항 때문에 로켓의 연소가 끝나면 대기마찰로 급격히 감속되어 추락하지만, 그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는 사실상 진공상태이므로 로켓 연소가 끝나도 거의 100% 관성을 유지하면서 포물선으로 최대한 멀리 날아간다. 이것이 탄도미사일의 핵심 원리이다.

 

스커드 미사일(300km 사거리)은 발사 후 1분간 로켓이 연소한다. 30km 고도에 이를 즈음에 엔진이 정지하고, 속도는 마하 5 가량이 된다. 이후 미사일은 2분 간 관성으로 상승하면서 고도 93km까지 도달한다. 이때 속도는 차츰 느려져서 마하 4가 채 안 된다. 다시 지구 중력에 끌려서 포물선으로 추락하는 미사일은 3분 간의 비행(추락?)을 통해서 차츰 가속하며, 지면에 충돌 시 속도는 마하 5를 넘어선다.

 

탄도미사일은 로켓 엔진의 연소가 끝날 때의 최종속도가 중요하다. 만약 300km 사거리의 스커드 미사일이 10여 초 간 더 연소했으면, 40km 고도에서 마하 7 정도에 이르고 사거리는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한다. 또한 도달고도 역시 2배 가까이 상승해서 150km 고도까지 올라간다. 탄도미사일은 로켓의 연소시간과 비례해서 연소 종료 시 최종속도가 증가하고, 약간의 속도증가로도 사거리와 최대고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2.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탄도미사일들의 정체

 

북한은 다양한 탄도미사일들을 보유하고 있다. 사거리 100km 정도의 프로그 미사일부터 시작해서 300km, 500km, 1,000km, 2,000km, 3,000km+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 실제로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미사일은 몇 개 안 된다. 사거리 100km 정도의 탄도미사일들은 빼고, 300km급 이상만 따져보기로 하자.

 

1) 스커드 미사일 (사거리 3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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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모니터를 재면서 발편집으로 만들었다.

 

평양-원산 라인 정도에 스커드 미사일 차량을 위치시키면 유사시 한미 연합군의 킬 체인(kill chain. 북한이 핵, 미사일 등을 발사하기 전에 우리 군이 이를 먼저 탐지해 선제타격 한다는 개념)에서 미사일 발사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휴전선 근처로 배치되면 발사하기도 전에 저지당할 가능성이 높고,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고려하면 굳이 휴전선 근처에서 발사할 필요도 없다.

 

사거리 300km의 스커드 미사일은 실질적으로 수도권을 모두 포함한 중부권을 사정권에 넣고 있다. 서울에 스커드를 쏠 필요성은 별로 없다. 휴전선 인근에 배치한 사거리 100km급의 미사일로도 충분히 공격할 수 있고, 북한이 새로 배치 중인 고체연료식 신형 미사일의 정확도 역시 뛰어나서 아무 곳이나 떨어지는 멍텅구리 탄도미사일보다 전술적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유사시 사거리 300km급 스커드 미사일로 중부권의 군사요충지, 전략목표에 대한 공격을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스커드 미사일의 정확도라는 게 그다지 신통찮아서 도시나 군공항 등의 거대한 표적을 주요 목표로 할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스커드 미사일을 약 600여 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거리 300km급이 절반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2) 스커드 미사일 (사거리 5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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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거리 500km급 스커드 미사일의 경우, 평양-원산 라인에서 발사하면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 300km 스커드가 남한의 중부권, 100km급 미사일들이 수도권과 휴전선 인근의 남한 북부권을 공략한다면, 500km 스커드는 중부와 남부권을 공략할 수 있다. 만약 대구, 광주, 부산 등에 탄도미사일이 떨어진다면 사거리 500km급 스커드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작 개전을 하면 킬체인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어서 탄도미사일 발사대가 점점 북쪽으로 밀려 올라갈 수 있다. 그러면 부산 등의 남해 인근 지역에 대한 공격이 어려워진다. 중국과의 국경 근처에 발사대를 위치시키면 아무래도 영공 문제로 격파가 어려워지며, 그럴 경우 500km 스커드는 중부권까지 공격할 수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서 개전 초기에 주로 사거리 300km의 스커드를 소모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차츰 전선이 북상하고 킬체인이 원활하게 돌아갈 무렵에는 사거리 500km의 스커드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부지역에 대해서는 사거리 500km급 스커드가 유효하므로 초기부터 사용할 것이다.

 

3) 로동 미사일 (사거리 1,0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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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사거리 1,000km급의 로동 미사일이다. 북한은 이러한 로동미사일을 약 200~300기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동미사일은 중국과의 국경 인근에 배치해도 한반도 전역을 넘어서서 일본 일부까지도 사정권에 넣고 있다. 얼마 전에는 로동미사일을 최대사거리가 나오는 약 40도 가량의 탄도미사일 궤적이 아닌, 더 높은 고각으로 발사하는 실험도 했다고 한다. 이것은 한반도에 고고도방어미사일이 도입되더라도 이를 회피하는 가능성을 높일 기술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아래에서)

 

위 그림들에는 2차원적인 사정권만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이라는 물건은 2차원적인 물건이 아니다. 실제로 발사하면 로켓이 연소하는 동안은 어느 정도 날아가야 하기 때문에 최단거리 역시 어느 정도 멀어진다. 대체적으로 탄도미사일의 최대사거리 중 유효사거리는 스펙의 50% 이상으로 보면 적당할 것이다. 액체연료식 탄도미사일은 중간에 엔진을 정지시킬 수 있으므로, 발사각도와 로켓모터 연소시간 조절을 통해서 사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반면에 고체연료식 탄도미사일은 한번 연소하면 중단이 불가능하므로 오로지 발사 각도를 통해서 사거리를 조절한다.

 

 

3. 사드(THAAD)의 요격 범위

 

사드는 원래 사거리 1,000~5,500km 사이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요격을 하게 개발된 물건이다. 스커드처럼 사거리가 짧은 탄도미사일은 그간 패트리어트 미사일로도 충분히(?) 요격해 왔지만, 그보다 사거리가 긴 미사일을 상대하기 위해 사드가 나타났다. 

 

여기서 상기해야 할 점은 사드는 ‘고체연료식 1단 로켓’이라는 점이다. 스커드와 로동미사일은 모두 액체연료식 로켓이며,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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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커드, 로동미사일은 사거리에 따라서 연소종료 고도‧속도가 증가한다. 반면 사드는 조금 특이하다. 속도가 꽤 빠른데도 고도와 사거리가 꽤 짧다. 사드는 직접 충돌식(Hit-to-Kill) 요격미사일이므로 어느 정도 운동에너지를 보존한 상태에서 표적에 명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사드를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처럼 사용하면 최대 사거리가 1,000km는 거뜬히 넘는다.

 

위 스펙에 나오는 수치는 사드가 표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최대 고도와 범위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200km 거리에서 고도 140km를 비행하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요격가능 범위는 3차원적인 거대한 돔을 형성하고 있고, 그나마 사드의 로켓 모터가 연소를 종료하고 요격체가 분리된 40km 이상의 고도에서나 요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드는 고체연료식 로켓이다. 발사하면 1단 로켓의 고체연료가 몽땅 연소하기 전에는 엔진을 멈출 수가 없다. 사드는 최대사거리가 중요하지 않고, 머리위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만 요격하면 되니까 발사각도가 다소 높다. 1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연소시간에도 불구하고 최대속도인 마하 8까지 급속히 가속하고 단분리(stage separation)를 하며, 요격체(Kill-Vehicle)가 분리되어 운동에너지를 유지한 채 표적을 향해 접근한다.

 

요격체는 다소 특이한 소형로켓이라고 보면 된다. 후방으로 연소하여 전방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 게 아니라, 측면에 여러 개의 로켓이 있어서 진행방향만 급격하게 바꿀 수 있다. 표적을 향해 나아가는 힘은 1단 로켓이 담당하고, 분리 뒤에는 표적과 거리를 좁혀가면서 세밀한 궤도를 수정하는 역할만 한다.

 

사드의 요격체는 40km 이상의 고도에서 분리가 되므로, 사드는 40km 이하의 고도까지 내려온 탄도미사일에 대해서 요격할 수 없다. 또한 요격체가 분리되고 맹렬한 속도로 상승하면서 표적을 향해 궤도를 또 수정해야 하므로 분리 시점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요격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요격체의 운동에너지는 고도가 높아지면 차츰 낮아지므로, 역시 고도가 너무 높아지면 표적과의 상대속도 차이를 좁히기 어려워서 요격 확률이 계속 낮아진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사드는 고도 40~140km에 있는 타겟을 명중할 수 있으며 범위는 200km이다. 하지만 이것을 거대한 돔으로 보자면 실제로는 발사지점 바로 앞쪽 상공, 고도 70~120km 정도에 타겟이 위치할 때 가장 요격 확률이 높다.

 

필자의 그림 솜씨가 형편없기에 3차원적인 그림을 그릴 수 없다. 2차원 그림에 상상력을 더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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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가 수도권 방어를 주목적으로 포진했을 때 위치와 방어범위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이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들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려면 저런 위치가 적합할 것이다. 사드는 뒤로 날아가는 표적을 요격하는 건 조금 애매하다. 주로 정면, 또는 바로 위에서 낙하하는 표적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또한 측면 각도 역시 어느 정도 넘어가면 요격 확률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공대공 무기의 일반적 특성).

 

그러나 수도권에 대해서는 사드의 유효고도 이하에서 날아다니는 사거리 100km 이하급의 미사일들이 있어서 굳이 압록강 변에서 쏘는 스커드를 요격할 이유가 줄어든다. 북한도 정말 궁지에 몰려서 미사일 발사대가 압록강 변으로 쫓겨나지 않는 이상 서울을 향해서 스커드를 쏠 일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도 수도권의 방어는 패트리어트 미사일들이 맡고 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비록 고도 15~17km, 범위 5~10km의 좁은 구역만 방어가 가능하지만, 서울에 몇 개 포대, 수도권 주요지역에 몇 개 포대만 배치해도 어느 정도 거점 방어가 될 수 있다.

 

사드는 당초 짧은 사거리의 미사일이 아닌, 사거리 1,0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에 적합하게 설계됐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가 된다면 수도권을 대상으로 패트리어트와 연계해서 다층방어망을 구상하는데 사용되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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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사드를 유력한 후보지인 대구-경북 지역에 배치했을 경우다. 보시듯 사드의 방어범위가 남한의 중부권을 커버한다. 위에 표시된 지역 상공으로 고도 140km 이하를 날아가는 표적이라면 요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500km 사거리의 스커드가 저 범위를 지나가면 최대고도가 사거리 이내이므로 모두 요격시도가 가능하다(하지만 저 범위에 이미 낙하중이고, 고도가 40~50km이하까지 내려왔다면 요격이 불가능하다).

 

그림으로 설명하긴 약간 애매하지만, 대구 지역에 사드를 배치하면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에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에 대해서,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연계해 다층방어망을 구성하기 조금 힘들다. 그보다 더 전면에 배치하면 유리하지만, 대구에 배치하면 500km 사거리의 스커드에 대해서 남한 중부-남부를 방어하기 쉽고, 사거리 1,000km의 로동미사일이 낙하하는 단계에서 남한 중남부를 방어하기 유리하다.

 

패트리어트 미사일들은 주로 수도권 지역에 포진해 있다. 주요 표적 역시 수도권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중부권 이남은 스커드 미사일들에 대해서 사실상 무방비 상태나 다름이 없다. 사드의 배치는 이러한 방어 공백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기도 하다.

 

필자의 견해로는 사드가 한반도에 전개가 된다면 대구가 아닌, 약간 더 위쪽이면서 평택을 방어하기도 용이한 충북 청주-오창 정도의 지역에 되지 않을까 싶다. 전자파 문제와 지평선 문제도 겹쳐서 중부권 산악지대가 거론되기도 하는데, 충주 정도면 그 조건을 충족하기도 한다. 운용주체인 주한미군이 자신들의 방어를 1차적으로 고려할 것이 예상되므로 사드가 방어거점에 대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지점인 바로 아래쪽 지역을 선호할 수도 있다. 측면에 위치하면 아무래도 요격이 조금 까다롭기 때문이다.

 

원래 사드는 1,000km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대상으로 개발되어서, 사거리 300~500km급 스커드 미사일은 요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한반도 전장상황을 고려하면 수도권과 중부권에 떨어지는 300km 스커드는 다소 상대하기 어렵지만, 중부-남부를 향해 날아오는 500km 스커드와 로동미사일은 꽤 좋은 표적이 될 것이다. 사드의 원래 목표는 패트리어트와 연계하여 다층방어망을 만드는 것이지만, 한반도 상황에서는 수도권은 패트리어트, 중남부는 사드가 방어를 분담하는 형국이 된다. 그나마 배치 위치에 따라서 평택 정도의 미군기지에 대해서 제한적인 다층방어망을 구성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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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몇 가지 그림을 곁들여본다.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에 따른 도달 고도와 궤적을 설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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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각 사거리별 탄도미사일에 대해 패트리어트-사드-SM3 미사일이 어떻게 다층방어망을 구성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인데, 살짝 수정해서 사드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범위를 표시해 놓았다.

 

원래 사거리 300~500km의 탄도미사일은 비행고도가 낮아서 사드로 요격시도를 안 하고, 낙하속도 역시 비교적 낮은 편이어서 패트리어트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경우, 발사지점이 비교적 가까워서 사거리 500km의 스커드의 예상궤적을 고려하면 사드가 개입할 여지가 많은 편이다. 로동미사일은 사드에 최적화된 표적이 될 것이다.

 

지난해에 북한이 로동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서 사거리를 줄이는 실험을 했다. 이것은 사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며, 고각 탄도궤적을 그리면 사드가 요격하는 구간의 통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 고유의 사거리는 크게 줄어든다. 로동미사일은 원래 1,000km 사거리의 미사일인데 그것을 500km 스커드처럼 사거리를 축소하면서 사드의 요격범위를 조금이나마 벗어나려는 목적이 크다. 요격 성공률을 어느 정도 감소시킬지는 미지수이지만.

 

 

4. 사드 배치의 실질적인 문제점들

 

사드와 탄도미사일들의 상관관계에 대해 대충 열거해봤다. 모든 방어무기들의 효용성이란 게 실제 상황이 닥치기 전에는 미지수이기에 사드의 효용성도 항상 도마에 오르곤 한다. 하지만 탄도미사일이란 로켓의 연소를 종료하고 관성으로 비행하는 도중에는 상당히 평탄한(?) 궤도를 그려서 요격 가능성을 추론하기 쉬운 편에 속한다. 불안정한 대기권의 요소가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드는 오랜 개발을 거쳐서 100km 이상의 우주권에서 탄도비행을 마치고 낙하하는 작은 표적물을 여러 차례 요격하는 실험을 끝마쳤다. 이는 어떠한 탄도미사일도 모두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사거리에 따라서 낙하속도가 차이 나는 것만 고려하면 충분히 탄도미사일 요격 성능을 갖췄다는 반증이 된다(불발, 시스템 오류, 결함과 불량품 문제는 빼고 정상작동 했을 때만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전장상황에서 사드가 수도권까지 방어하기엔 조금 애매하다. 중남부권 이남을 향하는 일부 탄도미사일들에 대한 효과 문제도 있다. 물론 탄도미사일 방어망을 갖추지 못한 중남부권 주민들은 자신들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므로, 역차별의 해소를 환영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드는 매우 비싼 무기이다. 1개 포대를 구성하는데 1조 원 이상이 소요되고, 포대에 배치된 사드의 총 숫자는 고작 48발이다. 그런데 사드가 상대해야할 북한의 탄도미사일 숫자는 무려 900~1,000기에 이른다. 미사일에 무엇이 탑재될지도 의문이다. 그냥 고폭탄이 장착될 수도 있고, 생화학탄이나 핵폭탄이 탑재될 수도 있다. 

 

사드는 아마도 유사시에 남한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 중에서 극히 일부분만 요격하려 할 것이다. 왜냐면 숫자도 상대적으로 적고, 동시에 여러 발이 날아오는 상황에선 방어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드는 민간인들을 보호하려 하지는 않겠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들은 명중률을 생각해 민간 전략표적에 우선적으로 떨어질 것이다.

 

(사드는 한 발당 110억 원이지만 스커드는 한 발에 10~20억 원에 불과하다)

 

사드로 한반도 전역을 방어하려면 최소한 3개 포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144발 vs 1,000발이다. 커버하는 면적이 넓어진다고 해도 모든 탄도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지 않은 게 문제다. 미국 역시 한반도의 민간인들까지 보호하기 위해 예산을 써가면서 사드를 한반도에 전개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의 최우선 방어목표는 수도권 이남의 미군 기지들이 될 것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미군 기지들 역시 유사시 북한 탄도미사일의 1차 표적이다).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과의 외교군사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점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드 미사일 자체는 중국과 별로 관련이 없다. 이런 문제로 인해서 사드 찬반론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사드가 한반도에서 요격 기능을 수행할 때 정확히 어떤 효과가 있는지 분석하는 건 별로 없다. 

 

된다 안 된다가 아니라, 때로는 ‘어느 정도 되긴 하는데’에서 시작하는 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사드 배치로 인해서 중국의 경제 보복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사드 배치로 방어가 가능한 예상 표적들의 안보적 가치를 한번 비교해보면 배치 손익을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최선의 탄도미사일 방어법은 탄도미사일을 아예 발사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일단 발사된 탄도미사일에 대해선 ‘확률’이라는 불확실성이 붙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엘랑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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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전주곡 울려나오는 미국의 불장난

[개벽예감193] 전쟁의 전주곡 울려나오는 미국의 불장난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6/02/22 [15:47]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대북무력시위에서 드러난 낡은 작전방식
2. 정밀추적수단 없는 미사일방어체계는 무용지물
3. 첨단기종도 공중매복전술과 요격미사일전술에 걸리면 살아남지 못한다
4. 핵추진 잠수함도 무음향수중기동전술과 수중매복전술에 걸리면 살아남지 못한다
5. ‘세계 최강 무적함대’ 수장시킬 항모격침술
6. 상륙강습함과 해상사전배치함은 항해도중에 변침한다

 

▲ <사진 1> 요즈음 한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은 미국이 각종 전략무기를 동원하여 "가공할 무력시위"를 벌임으로써 조선을 "고강도로 압박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위의 사진은 2016년 2월 16일 SBS 보도화면이다. 그러나 그런 보도내용들을 뜯어보면, 공정한 보도와 논리적 서술이 실종된 반북선동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대북무력시위에서 드러난 낡은 작전방식

 

요즈음 한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은 미국이 조선을 상대로 “가공할 무력시위”를 전개하면서 “고강도로 압박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기사를 남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이 그렇게 보도하는 내용을 뜯어보면, 공정한 보도와 논리적 서술이 실종된 반북선동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공정한 언론매체라면 미국의 대북무력시위에 대해 올바로 보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무력시위만 대서특필하면서 고무, 찬양할 것이 아니라, 그에 맞선 조선의 대응무력에 대해서도 균형 있게 보도하면서 쌍방의 무력을 비교, 평가할 때, 공정한 보도로 될 수 있다. 어느 일방의 행동에 대해서만 보도하면서 그들을 고무, 찬양하는 것은 착오와 맹종을 선동하는 천박한 여론몰이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사진 1>


만일 조선이 미국의 무력공세를 막아낼 능력을 갖지 못했다면, 미국의 대북무력시위는 한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조선에게 가공할 무력시위로, 고강도 압박으로 될 수 있지만, 6.25전쟁 이후 60년 동안 끊임없이 다져온 전쟁능력과 결전의지를 가지고 미국 본토의 심장부를 파괴할 ‘무자비한 섬멸적 타격’을 준비하였노라고 공언하는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요즈음 미국이 벌이는 대북무력시위는 조선의 격분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으로 될지언정 조선에게 공포감을 주는 고강도 압박으로는 되지 않는다. 


무력시위의 목적은 상대에게 공포감을 안겨주려는 것인데, 무력시위를 바라보는 상대가 공포감을 느끼기는커녕 격분을 느끼게 된다면, 그런 무력시위는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요즈음 미국이 대북무력시위를 한답시고 각종 전략무기들을 순차적으로 한반도에 출동시키고 있지만, 미국의 그런 군사행동은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여 격분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요즈음 미국이 벌이는 대북무력시위는 기대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하는 실패작일 뿐 아니라, 조선을 극도로 격분시켜 되레 미국에게 보복의 치명타를 안겨줄 화근으로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미적대관계의 군사적 측면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미국군의 ‘절대우세’를 맹신하는 한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은 미국이 무력시위를 계속하면 조선이 겁을 먹고 움츠러들 것이라는 가당치 않은 억측이나 줄줄이 기사화하고 있으니 사실을 공정하게 보도해야 할 언론의 기본사명을 망각한 일탈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 한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이 보도하는 것처럼, 미국의 대북무력시위는 미국군의 모든 군종을 동원하는 전방위 무력시위다. 미국의 육군, 공군, 해군, 해병대가 모조리 한반도 전선으로 출동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실을 열거하면, 미육군은 페이트리엇(PAC-3)미사일부대를 출동시켰고, 사드(THAAD)기동군 배치를 준비하는 중이다. 미공군은 B-52 전략폭격기 1대와 F-22 스텔스 전투기 4대를 출동시켰고,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도 출동시킬 태세다. 미해군은 핵추진 잠수함 1척을 출동시켰고, 니미츠급 초대형 항공모함 2척을 출동시킬 태세다. 미해병대는 원정대를 실은 상륙함 1척, 무장장비와 전시보급물자를 실은 해상사전배치함 1척을 출동시켰다. 

 

▲ <사진 2> 이번에 미국이 감행하고 있는 대북무력시위의 전개양상을 살펴보면, 공습-상륙-점령으로 이어지는 작전방식을 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미국군이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관행처럼 반복해오는 바람에 교전상대에게 그 전모가 훤히 드러나버린 아주 낡은 작전방식이다. 위의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 5월 미국군의 B-29 편대가 일본 요꼬하마를 폭격하는 장면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위에 열거한 대북무력시위의 전개양상은, 그들이 공습-상륙작전에 필요한 각종 공격수단들을 동원하여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음을 말해준다.  
전략폭격기와 전투기, 잠수함과 항공모함, 상륙함과 보급함을 순차적으로 동원하는 것은 공습-상륙-점령으로 이어지는 미국군의 전형적인 작전방식인데, 그런 작전방식은 그들이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관행처럼 반복해오는 바람에 교전상대에게 그 전모가 훤히 드러나 버린 낡은 작전방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작전방식과 달라진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공습-상륙-점령으로 이어지는 기존 작전방식에 미사일방어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미사일이 없었으므로, 미사일을 방어하는 작전방식이 존재할 수 없었다. <사진 2>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때로부터 불과 5년 뒤에 일어난 6.25전쟁에서도 미국군은 공습-상륙-점령으로 이어지는 작전방식을 여전히 택하였는데, 조선인민군은 3년 동안 격전을 벌이면서 미국군의 그런 작전방식에 맞서는 전략, 전술을 개발하였다. 6.25전쟁에서 공습-상륙-점령의 작전방식을 펼친 미국군과 싸우며 풍부한 실전경험을 쌓은 조선인민군은 자기의 실전경험에서 얻은 전략과 전술을 지난 60년 동안 더욱 강화, 발전시켜왔다. 그리하여 60년이 지난 오늘에는 공습-상륙-점령 순으로 작전하는 미국군을 격파할 뿐 아니라,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작전능력을 가졌으며, 그런 작전능력에 부합하는 각종 무장장비들도 갖추었다. 그런 작전능력과 무장장비를 갖춘 조선인민군의 시각에서 보면, 요즈음 미국이 벌이는 대북무력시위는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게 된다. 

 

▲ <사진 3> 지금 미육군은 한반도전선에 페이트리엇(PAC-3)미사일부대를 출동시켰고, 사드(THAAD)기동군을 추가로 배치하려고 준비하는 중이다. 위의 사진은 2016년 일본 오끼나와에 PAC-3 장비들이 도착하여 하역되는 장면이다. 그러나 2016년 2월 16일 미국 회계감사원이 연방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조선의 미사일공격을 막지 못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정밀추적수단 없는 미사일방어체계는 무용지물


미국의 무력시위를 조선의 대응무력과 비교, 분석하면, 한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내용이 완전히 뒤집히면서 그들의 반북선동에 의해 가려졌던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그렇게 드러나는 진실을 여기에 조목조목 밝힌다.  


지금 미육군은 한반도전선에 페이트리엇(PAC-3)미사일부대를 출동시켰고, 사드기동군 배치를 준비하는 중이지만, 막대한 개발자금을 쏟아 부으며 최첨단 공학기술로 만들어냈다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조선의 미사일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 이것은 내가 자의적으로 내린 평가가 아니라, 미국 연방의회 산하기관인 회계감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의 최근 보고서에 담긴 객관적 평가다. 미국 회계감사원은 연방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를 감독하는 기관이다. 2016년 2월 16일 미국 회계감사원이 연방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조선의 미사일공격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진 3>


그 보고서에서 미국 회계감사원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가 넘지 못한 기술공학적 한계를 지적하면서 그 미사일방어체계가 조선의 미사일공격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미국의 군사과학기술이 앞으로 더 발전하여 미사일방어체계의 기술공학적 한계를 설령 극복한다고 가정해도, 결과는 똑같이 나오게 된다. 왜냐하면 조선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뚫어버리는 파열전술을 개발하였기 때문이다. 조선인민군의 파열전술이란 무엇인가? 


전시에 조선인민군은 탄도미사일만 쏘는 게 아니라, 수 백 문의 방사포를 밀집사격하는 가운데 단거리미사일을 여러 발씩 섞어 쏘는 혼합사격을 할 것으로 예견된다. 주목하는 것은, 조선인민군이 쏘는 각종 구경의 방사포들에서 일반탄이 아니라 산포탄이 발사된다는 점이다. 나는 2013년 6월 5일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각종 구경의 방사포들을 관찰하는 과정에 그런 사실을 직접 확인하였다.

 

▲ <사진 4> 조선인민군이 산포탄을 쏘는 방사포 수 백 문을 전선 각지의 지하갱도들에서 불시에 끌어내어 기습적인 밀집사격을 개시하면, 수 천 발의 산포탄들이 하늘을 뒤덮은 불소나기처럼 적진의 전방지역에 쏟아지게 될 것이다. 산포탄 불소나기가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오면, 후방에 배치된 주한미국군 미사일방어체계의 탄두추적레이더는 작동불능상태에 빠지게 된다. 주한미국군이 작동을 멈춘 탄도추적레이더를 붙들고 피격공포에 새파랗게 질려있을 때, 그들이 '독사'라고 부르는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11호가 그들의 생사운명을 결정해줄 것이다. 위쪽 사진은 조선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1호가 행진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가 밀집사격을 하는 장면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산포탄 한 발은 공중에서 수 십 개의 작은 포탄을 흩뿌려놓게 되는데, 조선인민군이 그런 방사포 수 백 문을 전선 각지의 지하갱도들에서 불시에 끌어내어 기습적인 밀집사격을 개시하면 수 천 발의 산포탄들이 하늘을 뒤덮은 불소나기처럼 적진의 전방지역에 쏟아지게 될 것이다. 산포탄 불소나기가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오면, 후방에 배치된 주한미국군 미사일방어체계의 탄두추적레이더는 작동불능상태에 빠지게 된다. 주한미국군이 작동을 멈춘 탄도추적레이더를 붙들고 피격공포에 새파랗게 질려있을 때, 그들이 ‘독사’라고 부르는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11호가 그들의 생사운명을 결정해줄 것이다. <사진 4>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일본의 미사와(三澤), 요꼬다(橫田), 가데나(嘉手納)에 있는 미공군기지들, 요꼬스까(橫須賀), 사세보(佐世保), 아쯔끼(厚木)에 있는 미해군기지들, 이와꾸니(岩國), 후뗀마(普天間)에 있는 미해병대기지들을 미사일로 타격할 때는 화성-11호보다 사거리가 훨씬 더 긴 미사일을 쏘아야 하므로, 위와 같은 혼합사격을 하지 못한다. 그 대신 조선인민군은 다른 사격방식을 쓰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는 <한겨레> 2016년 2월 12일 보도기사에 나온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전문가 시어도어 포스톨(Theodore A. Postol) 교수가 예견하였다. 그는 조선이 2016년 2월 7일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를 쏘아올렸을 때, 1단 추진체가 연소를 끝마친 순간 그것이 공중에서 분리, 자폭되어 270여 개의 잔해로 흩어진 현상을 주목하면서, 그런 추진체자폭기술을 미사일발사기술에 도입하면 미사일방어체계의 탄두추적레이더가 파편화된 잔해와 미사일탄두를 식별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하였다.


포스톨 교수의 그런 지적을 전시상황에 옮겨놓으면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은 주일미국군기지들을 향해 준중거리미사일을 쏠 때 자폭탄두를 장착한 교란미사일도 함께 쏘는데, 그 교란미사일의 자폭탄두는 다른 미사일탄두들과 함께 타격목표를 향해 날아가다가 지정된 비행위치에 이르면 자동으로 폭발하여 수 백 개의 파편을 공중에 흩뿌려놓게 된다. 그러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배속된 탄두추적레이더는 수 백 개의 파편들 속에 섞여 날아오는 미사일탄두들을 식별하지 못한다.

 

▲ <사진 5>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쏠 중거리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보다 더 높은 고도까지 올라갔다가 대기권으로 돌입하여 고극초음속 속도로 엄청난 공기마찰을 일으키며 내리꽂히게 되므로 자폭탄두를 장착한 교란미사일을 함께 쏠 수 없다. 그래서 조선은 다발-각개조준식 재돌입체(MITRV)기술을 개발하였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2015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0주년 열병행진에 처음 등장한, 탄두부가 뭉뚝하게 생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호가 다발-각개조준식 재돌입체를 장착한 최첨단 전략무기다. 미국 본토의 전략거점들을 향해 날아오는 탄두를 추적할 정밀추적감시위성체계를 갖지 못한 미국은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인민군이 조선에서 3,500km 떨어진 괌(Guam)의 미국군기지들과 조선에서 5,600km 떨어진 알래스카(Alaska)의 미국군기지들을 타격하려면 사거리가 4,000~6,000km 되는 장거리미사일을 쏘아야 하고, 조선에서 10,000km 이상 떨어진 미국 본토의 전략거점들을 타격하려면 사거리가 10,000km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야 한다. 그런데 중거리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보다 더 높은 고도까지 올라갔다가 대기권으로 돌입하여 고극초음속 속도(high-hypersonic speed)로 엄청난 공기마찰을 일으키며 내리꽂히게 되므로 자폭탄두를 장착한 교란미사일을 함께 쏠 수 없다. 그래서 조선은 최첨단 탄두제작기술을 개발해야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다발-각개조준식 재돌입체(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기술이다. 이 재돌입체는 대기권을 벗어난 높은 고도에서 고극초음속 속도로 하강비행을 하면서 여러 개의 탄두를 분리, 배출시키는데, 그 탄두들 속에는 교전상대를 속이는 기만탄두가 섞여 있고, 나머지 진짜 탄두들은 각기 지정된 타격목표들을 향해 하강비행을 하는 것이다. 2015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0주년 열병행진에 처음 등장한, 탄두부가 뭉뚝하게 생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호가 바로 그런 다발-각개조준식 재돌입체를 장착한 최첨단 전략무기다. 화성-14호에 대해서는 2015년 10월 23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열병식에 나타난 핵무력 종결자’에서 자세히 논하였다. <사진 5>


관련 글: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23967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재돌입체에서 분리, 배출된 각개조준식 다탄두를 요격할 능력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재래식 단일탄두를 요격할 능력마저 없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미국 본토의 타격목표를 향해 날아오는 탄두를 찾아낼 정밀추적수단을 개발하는 것이 기술공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기권으로 다시 돌입하여 고극초음속 속도로 날아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탄두를 찾아내는 것은 바닷가 모래밭에서 작은 모래알을 찾아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정밀추적수단을 반드시 개발해야 하는데 최첨단을 달린다는 현대기술공학으로도 그런 정밀추적수단을 만들지 못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2015년 1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MDA)은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막아내려는 조급증에 빠져 2억3,000만 달러를 투입한 정밀추적감시위성체계(PTSS)를 2009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무모한 개발사업은 애초에 공학기술적으로 실현될 수 없는 것이었기에 예산만 허비하다가 결국 중도에 폐기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된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나 변곡점 고도에 이르기까지는 장거리감시레이더로 추적할 수 있지만, 변곡점을 지나면서 3단 추진체에서 분리된 재돌입체가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하여 고극초음속 하강비행을 하며 탄두를 분리, 배출하면 그 탄두를 찾아내지 못하므로 탄두의 하강비행방향만 어림잡아 추산할 수 있을 뿐이다.


재돌입체에서 분리, 배출되어 고극초음속으로 날아오는 탄두를 정밀추적할 능력이 없는 미국의 전략거점들을 향해 조선이 만일 메가톤급 핵융합탄(수소탄) 여러 발이 들어간 다발-각개조준식 재돌입체를 장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호를 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능력은 영으로 떨어져 국가적 생존은 그것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3. 첨단기종도 공중매복전술과 요격미사일전술에 걸리면 살아남지 못한다


미국이 ‘최강의 전략무기’라고 자랑하는 B-52 전략폭격기나 F-22 스텔스전투기는 방공망이 없는 약소국들에게는 가공할 무기들이지만, 매우 강력한 방공망을 갖춘 조선에게는 요격목표물로 보일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아래와 같다.


조선인민군 항공군에는 B-52 전략폭격기 격추를 전문적으로 연습하는 요격기 편대들이 있다. B-52 전략폭격기는 폭탄창에 폭탄만 가득 채워놓고 방어무기는 갖지 않았으므로 출격할 때는 언제나 적기의 내습에 대비하여 F-16 전투기 4대를 호위기로 주위에 거느려야 하고 전자전기 1대를 앞세워야 한다. 그러므로 호위기들과 전자전기가 격추당하면 B-52 전략폭격기는 죽음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사실을 간파한 조선인민군 항공군은 호위기와 전자전기를 격추하는 전술을 집중적으로 연마해왔다. 

 

▲ <사진 6> 조선인민군 항공군 요격기들은 무선교신장치, 항법레이더, 추적레이더를 모두 꺼놓고 무전파상태에서 저고도에 매복하면서 미국군 전자전기의 전자전공격을 따돌리고 있다가, 호위기들에 둘러싸인 B-52 전략폭격기가 나타나면 벼락 같이 상승비행을 하여 공대공미사일을 기습발사하는 공중매복전술을 쓴다. 위쪽 사진은 2016년 1월 10일 괌의 앤더슨공군기지를 이륙한 B-52 전략폭격기가 호위기 6대를 거느리고 한반도 상공을 날아가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2015년 1월 30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도 밑에 진행된 '적해상목표에 대한 군종타격훈련'에 참가한 조선인민군 항공군 미그-29기 두 대가 공중매복구역을 비행하는 장면이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호위기와 전자전기를 격추하기 위해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연마해온 전술이 바로 공중매복전술이다. 조선인민군 항공군 요격기들은 무선교신장치, 항법레이더, 추적레이더를 모두 꺼놓은 무전파상태에서 저고도에 매복하면서 전자전기의 전자전공격을 따돌리고 있다가, 호위기들에 둘러싸인 B-52 전략폭격기가 나타나면 벼락 같이 상승비행을 하여 공대공미사일을 기습발사하는 전술을 쓴다. <사진 6>


베트남전쟁 시기 미공군사령관이었던 윌리엄 모마이어(William W. Momyer)는 2003년에 펴낸 자신의 책 ‘세 전쟁에서의 공군력(Airpower in Three Wars)’에서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조선인민군 요격기 편대의 공중전 전술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였다. “우리는 거의 모든 미그-17을 조종한 사람들이 북조선 비행사들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북베트남 비행사들의) 미그-21들이 이착륙하는 동안 공군기지 상공을 방어하였다. 그들의 1개 비행편대에는 미그-17이 2대밖에 배치되지 않았는데, 그들이 자주 사용한 전술은 F-4의 비행연료가 거의 바닥이 날 때쯤, F-4를 저고도 공중전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전술이었다. 미그-17은 미해군 항공부대의 공중작전구역 안에 있는 베트남 북동부 동쪽의 철도망 상공으로 집중출격하였는데, 거기서 격추된 미해군기들은 거의 미그-17에게 당했다.” 


1960년 12월 30일 사상 처음 공중전에 투입되어 베트남 상공에 나타난 미국 전투기 F-4는 당시 ‘세계 최강 기종’이었으나, 자기보다 두 세대나 뒤진 미그-17을 몰고 출격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의 공중매복전술에 걸려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6.25전쟁 중에 벌어진 공중전들에서 2 대 1의 평균격추율로 패하였던 미국은, 베트남전쟁 중에 벌어진 공중전들에서는 무려 6 대 1의 평균격추율로 대패하였다. 전투기가 없는 국제테러집단을 공격하는 저강도 국부전에서는 미국의 공중우세가 통할지 모르지만, 치열한 공중전이 벌어지는 고강도 전면전에서는 미국의 공중우세가 어림없는 허깨비 같은 소리로 된다.


미국이 베트남전쟁 시기에 ‘세계 최강 기종’이라고 자랑했던 것이 F-4 전투기라면, 오늘날 ‘세계 최강 기종’이라고 자랑하는 것은 F-22 스텔스전투기다. 그러나 <ABC 뉴스(News)> 2012년 7월 30일 보도, <플라잇 글로벌(Flight Global)> 2012년 8월 2일 보도, <비지니스 인싸이더(Business Insider)> 2013년 2월 22일 보도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F-22 스텔스 전투기는 소문과 달리 다른 전투기들과의 근접공중전에서 우세하지 못한 평범한 기종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내셔널 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 2015년 10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F-22 스텔스전투기는 러시아나 중국의 경쟁기종들보다 사거리가 짧은 공대공미사일밖에 장착하지 못했고, 그나마 전파방해를 받으면 공대공미사일이 오작동을 일으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런 F-22 스텔스 전투기를 ‘세계 최강 기종’으로 추켜세우는 것은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을 속이는 기만선전이다.  


그런 F-22 스텔스전투기들이 전시에 한반도 상공에 나타나면, 공중과 지상에서 조선인민군의 2중 요격을 받고 추풍낙엽신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베트남전쟁 공중전에서 격추당한 미국의 F-4 전투기들처럼 F-22 스텔스전투기도 조선인민군 항공군 요격기들의 무전파공중매복전술을 당해내지 못한다. 그것만이 아니라, F-22 스텔스전투기는 세계에서 방공화력배치밀도가 가장 높은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의 금성철벽 방공망을 뚫지 못한다.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은 F-22 스텔스전투기를 포함한 모든 스텔스공중작전기종을 탐지, 추적하는, 600km의 탐지거리를 가진 초강력 위상배열레이더를 가동하고 있으며, 최장요격거리가 400km나 되는 최첨단 요격미사일 번개-6을 실전배치하였다. F-22 스텔스전투기가 번개-6에 맞아 추풍낙엽신세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2015년 10월 5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스텔스전투기는 ‘번개’에 맞아 격추된다’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관련 글: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23882

▲ <사진 7> 위쪽 사진은 2016년 2월 17일 일본 오끼나와에 있는 가데나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오산공군기지에 나타난 F-22 스텔스전투기 4대의 비행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2012년 5월 3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부 마당에서 최첨단 지대공요격미사일 번개-6을 시찰하는 장면이다. 미국은 F-22 스텔스전투기를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하지만, 공중전에서 우세하지 못한 평범한 기종에 지나지 않으며 러시아와 중국의 경쟁기종들과 비교해서도 뒤떨어진 측면이 있다.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은 번개-6을 쏘아 F-22 스텔스전투기를 격추할 능력을 갖추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번에 F-22 스텔스전투기 4대가 무력시위를 한답시고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을 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광명성-4호 발사를 성공시킨 6,100여 명의 공로자들을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 불러 그들과 함께 장시간 동안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것은 조선인민군이 F-22 스텔스전투기를 ‘장기판의 졸’ 정도로 보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진 7> 

 

▲ <사진 8> 위쪽 사진은 미해군이 발사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시속 890km의 속도로 날아가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열병행진에 등장한 조선인민군 자행고사로케트의 행진모습이다. 이 자행고사로케트는 사거리가 7km, 사고도가 1.5km이며, 비행속도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보다 두 배나 빠른 시속 1,838km다. 지상에서 요격미사일을 쏘아 교전상대의 초음속 전투기를 격추하는 대공사격술을 연마해온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이 초음속 전투기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날아오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격추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격추하려면 가격이 비싼 번개 계열의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필요가 없이, 위의 사진에서 보는 자행고사로케트를 발사해도 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4. 핵추진 잠수함도 무음향수중기동전술과 수중매복전술에 걸리면 살아남지 못한다


이번에 미국이 대북무력시위에 동원한 각종 전략무기들 가운데 그래도 무력시위에 걸맞은 전략무기라고 봐줄 수 있는 것은 버지니아급(virginia-class) 핵추진 공격잠수함밖에 없다.


미국은 수중배수량이 7,900t인 버지니아급 핵추진 공격잠수함을 12척 가지고 있다. 그 잠수함에는 사거리가 1,300~2,500km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쏘는 수직발사관 12기가 장착되었다. 그러므로 그 잠수함이 동해에 진입하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하면 ‘이론적으로는’ 조선의 모든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상황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론적 가정이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세계에서 방공화력배치밀도가 가장 높은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금성철벽 방공망을 뚫지 못한다. 왜냐하면, 어떤 비행체가 초음속으로 날아가려면 비행속도가 시속 1,235km 이상으로 되어야 하는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비행속도는 고작 시속 890km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순항미사일은 전투기보다 속도가 훨씬 느린 굼벵이미사일이고, 더욱이 저고도로 느리게 비행하기 때문에 지상에서 누구나 육안으로도 관측할 수 있다. 지상에서 요격미사일을 쏘아 교전상대의 초음속 전투기를 격추하는 대공사격술을 연마해온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이 초음속 전투기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날아오는 굼벵이미사일을 격추하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사진 8>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격추하려면, 가격이 비싼 번개 계열의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필요가 없으며, 자행고사로케트를 쏘아도 된다. 2013년 3월 20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저공으로 내습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조선인민군의 자행고사로케트 실탄사격훈련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핵추진 공격잠수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것도 조선인민군에게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공격잠수함을 격침시키는 것이다. 적국의 잠수함을 격침시킬 가장 유력한 무력수단은 역시 잠수함인데, 조선인민군 잠수함대가 적국의 잠수함을 격침시키기 위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두 가지 전술은 무음향수중기동전술과 수중매복전술이다.

 

▲ <사진 9> 위쪽 사진은 2016년 2월 16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하는 미해군 핵추진 공격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의 모습이고,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4년 6월 15일 조선인민군 해군 제167군부대를 현지지도할 때, 잠수함 승조원들이 잠수함 갑판에 나와 도열해 있는 모습이다. 조선인민군 잠수함대는 엔진을 꺼놓은 무음향상태로 동해의 리만해류를 타고 남하하여 미리 정해놓은 수중매복구역에 숨어서 기다리다가 미해군 핵추진 잠수함들이 가압경수로를 가동하는 엔진소음을 우렁차게 울리며 다가올 때, 중어뢰를 기습적으로 발사하여 격침시킬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무음향수중기동전술이란 조선인민군 잠수함들이 엔진을 꺼놓은 상태에서 동해안 해류를 타고 남하하는 전술을 말한다. 조선인민군 잠수함들이 러시아의 오호츠크해(Sea of Okhotsk)에서 동해 북부로 흘러들어 우리나라 동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24시간 흘러내리는 리만해류(Liman current)를 타면, 엔진을 가동하지 않아도 수중에서 그 해류에 편승하여 남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중지형이 매우 복잡하여 잠수함을 탐지하기 힘든 동해 해저에서, 수중소음이 아주 적기로 소문한 조선인민군 잠수함들이 엔진마저 꺼놓고 리만해류를 타고 무음향상태로 수중남하하게 되므로, 교전상대가 최첨단 수중음향탐지기를 동원하고, 최첨단 해상초계기를 출동시켜도 모두 무용지물로 된다. 그렇게 조용히 남하한 조선인민군 잠수함들은 미리 정해놓은 수중매복구역들에 각각 매복하며 대기하다가 미해군 버지니아급 공격잠수함이 30,000킬로와트급 가압경수로를 가동하는 엔진소음을 우렁차게 울리며 다가올 때, 533mm 중어뢰 한 발만 기습적으로 발사하면 간단히 처리될 것이다. <사진 9>

 

 

5. ‘세계 최강 무적함대’ 수장시킬 항모격침술


요즈음 미국이 계속 감행하는 대북무력시위에 보란 듯이 동원하려는 것은 ‘세계 최강 무적함대’라고 자랑하는 항모강습단의 주력인 니미츠급 초대형 항공모함(Nimitz-class supercarrier)이다. 하지만 배수량이 무려 104,000톤이나 되는 이 거대한 항공모함은 몸집만 비대할 뿐, ‘세계 최강’이라는 자랑이 무색하게, 아주 간단한 공격에도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는 피격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미해군 항공모함의 취약성에 대해 말해주는 최근의 사건은, 그 항공모함과 이란혁명수비군 해군함선들이 상시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에서 일어났다. <NBC 뉴스(News)> 2015년 1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미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호(USS Harry S. Truman)와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벅클리호(USS Bulkeley), 프랑스 해군 호위함 프로방스호(FS Provence)로 편성된 미국-프랑스 연합함대가 인도양에서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기 위해 호르무즈해협을 지날 때, 이란혁명수비군 방사포쾌속정들이 연합함대 쪽으로 접근하여 1.3km밖에 떨어지지 않는 근거리에서 방사포 2발을 쏘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사포쾌속정들은 방사포를 쏘지 않고, 항공모함에 가까이 접근한 것뿐이다. 미해군 항공모함이 이란혁명수비군 방사포쾌속정의 근접기동을 보고 얼마나 놀랐으면, 쏘지도 않은 방사포를 쏘았다고 우기면서 ‘도발행동’을 하지 말라는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겠는가. 이것은 104,000톤급 핵추진 항공모함이 3톤급 방사포쾌속정의 기습공격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2016년 1월 4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남포 앞바다에 전개된 10-10-12돌격대형의 정체’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관련 글: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25019

 

이란혁명수비군의 3톤급 방사포쾌속정들이 가까이 다가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란 미해군 항공모함이 전시에 한반도 수역으로 출동하면, 그것을 기다리고 있는 조선인민군 항공군과 해군으로부터 치명적인 2중 공격을 받고 곧바로 격침될 것으로 예견된다. 그렇게 예견하는 근거는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미해군 항공모함 격침을 전문으로 하는 ‘항모격침결사대’를 운용하고 있는 사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항모격침결사대’는 무전파초저공비행으로 타격목표에 은밀히 접근하는 조선인민군 추격기 편대로 구성되는데, 참매(goshawk)처럼 날쌘 추격기 두 대가 무전파초저공비행으로 ‘세계 최강 무적함대’의 근접방공망을 잽싸게 뚫고 들어가 장갑관통폭탄을 사면팔방에서 집중투하하면 니미츠급 항공모함을 완전히 마비시킬 수 있다.

 

▲ <사진 10> 위쪽 사진은 미국의 대북무력시위에 동원될 것으로 보이는 핵추진 초대형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가 항진하는 모습이고, 아래쪽 사진은 2015년 1월 30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도 밑에 진행된 '적해상목표에 대한 군종타격훈련'에 참가한 미그-21 추격기 두 대가 무전파초저공비행을 하는 장면이다. 날렵한 추격기 2대로 편성되는 조선인민군 항모격침결사대는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무전파초저공비행으로 미해군 항모강습단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장갑관통폭탄을 집중투하여 니미츠급 항공모함을 완전히 마비시킬 수 있다. 그러면 항모타격단의 대잠탐색망을 따돌리고 바다속에 매복하던 조선인민군 잠수함대가 수중기습타격으로 그 항공모함을 수장시키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인민군의 항모격침술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미해군 항모타격단의 대잠탐색망을 따돌리고 바다 속에 매복하던 조선인민군 잠수함대가 이미 마비된 니미츠급 항공모함을 수중기습타격으로 격침시키는 것이다. 항공모함이 격침되는 것은 ‘세계 최강 무적함대’의 중추가 부러지는 것이므로 그 다음에 전개될 전투상황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조선인민군의 항모격침술에 대해서는 2015년 2월 9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공중-수중기습타격전법 연습한 북의 항모격침결사대’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사진 10>


관련 글: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20206


2016년 1월 21일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미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John C. Stennis)가 서태평양에서 진행될 연합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1월 15일 모항을 떠났다고 한다. 그 항공모함의 모항은 미국 본토 서북단에 있는 워싱턴주의 킷쌥해군기지(Kitsap Naval Base)다.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가 미국 본토에서 서태평양으로 이동한 것은, 일본 요꼬스까해군기지에서 출동하는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USS Ronald Reagan)와 합류하여 대북무력시위를 증강시킨다는 뜻이다.


하지만 피격위험에 노출된 항공모함 두 척이 한반도 수역으로 출동해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로 될 것이다. 현실은 미국이 대북무력시위증강에 거는 기대를 배반하게 되는 것이다. 연방정부의 재정파탄위기에 빠져 국방부의 돈줄이 바짝 조여든 판에, 미해군 항공모함 두 척이 무력시위를 한답시고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미국이 기대하는 무력시위효과는 나오지 않고 엄청난 출동비용만 두 배로 허비하는 셈이다.  

 


6. 상륙강습함과 해상사전배치함은 항해도중에 변침한다


미국은 이번 대북무력시위에 미해병대의 상륙함과 해상사전배치함도 출동시켰다. <중앙일보> 2016년 2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미해병 제12원정대가 상륙함을 타고 2016년 2월 12일에 미국 캘리포니아 최남단 쌘디에고(San Diego)의 군항을 출발하여 한반도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싣고 한반도로 다가오는 상륙함은 미국이 8척밖에 갖지 않은 41,000톤급 상륙강습함이다. 
다른 한편, 미해군이 이번 대북무력시위에 출동시킨다는 해상사전배치함은 전차, 상륙장갑차, 전투차량, 그리고 30일 동안 지상전투를 벌일 수 있는 각종 전시보급물자를 실은 46,000톤급 보급함이다.

 

▲ <사진 11> 위쪽 사진은 미해병대 원정군을 실은 상륙강습함의 항해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각종 무장장비와 전시보급물자를 실은 미해군 해상사전배치함의 항해장면이다. 40,000톤급 이상의 굼뜬 거대함선들은 조선인민군이 공중, 수상, 수중에서 입체적인 기습타격으로 격침할 수 있는 해상표적으로 될 것이다. 하지만 미해군이 전시에 동원할 이런 거대함선들은 한 척도 격침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거대함선들이 한반도 수역에 도착하기 전에, 조선인민군의 72시간 초단기속결전이 이미 조선의 승리로 끝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이 한반도 수역으로 출동시키는 상륙강습함이나 해상사전배치함은 수많은 병력 또는 각종 무장장비 및 전시보급물자 등을 잔뜩 싣고 매우 느린 속도로 운항하는 40,000톤급 이상의 거대한 함선들이다. 그런데 그런 거대함선들이야말로 조선인민군이 공중, 수상, 수중에서 입체적인 기습타격으로 격침할 수 있는 해상표적으로 될 것이다. 함선의 몸집이 크면 클수록 항해속도가 느려지기 마련인데, 그렇게 굼뜬 거대함선은 작고, 날쌘 소형함선의 비대칭공격전술을 결코 당해내지 못한다. 미국은 2,200명의 병력을 가득 실은 상륙강습함의 불우한 운명과 각종 무장장비 및 전시보급물자를 가득 실은 해상사전배치함의 불우한 운명을 모두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것이다. <사진 11>


하지만 전시에 한반도 수역을 향해 출발한 미해병대의 상륙강습함이나 해상사전배치함은 한 척도 격침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굼뜬 거대함선들이 한반도 수역에 도착하기 전에, 조선인민군의 72시간 초단기속결전은 이미 조선의 승리로 끝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시에 한반도 수역을 향해 항해하던 도중에 미국의 패전소식을 듣게 될 그 거대함선들은 황망히 180도로 변침하여 침울한 귀로에 오르게 될 것이다. 조선인민군의 72시간 초단기속결전에 대해서는 2015년 10월 12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최후결전 72시간 씨나리오를 예상한다’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23931


한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2016년 3월 7일부터 4월 말까지 ‘키리졸브/독수리’ 대북전쟁연습을 감행한다고 한다. 해마다 그때쯤이면 되풀이되는 대북전쟁연습이지만, 올해는 위에 열거한 미국의 대북무력시위와 맞물린 것으로 하여 긴장감을 최고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처럼 최고도에 이른 긴장감 속에서 미국은 대북무력시위를 한답시고 각종 전략무기들을 한반도로 연이어 출동시키고 있다.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의 시야에는 미국의 대북무력시위가 하지 말아야 할 불장난으로 보인다.


철부지 아이들이 불장난을 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화재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어른들은 아이들의 불장난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세계 초강대국’으로 자처하는 미국의 ‘불장난’은 그 어느 나라도 막지 못하고 있다.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유엔도 미국의 ‘불장난’을 막을 생각은 하지 않고, 미국의 위세에 눌려 손을 놓은 채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이처럼 그 누구도 제어하지 못하는 미국의 ‘불장난’, 거기에서는 전쟁을 부르는 음산한 전주곡이 울리고 있다.


* 이 글의 길이가 제한되어서, 요즈음 미국이 벌이는 대북무력시위의 군사적 측면만 분석하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무력시위의 정치적 측면을 분석하는 것인데, 그에 대해서는 다음 주 월요일에 실리는 글에서 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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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100일째, 사과도 반성도 책임자 처벌도 하지 않는 국가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2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대병원 앞에는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하는 시민들이 직접 접은 종이학 수만마리가 놓여 있다. 고영득 기자

2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대병원 앞에는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하는 시민들이 직접 접은 종이학 수만마리가 놓여 있다. 고영득 기자

‘한 명, 한 명의 국민이 살아야 국가가 삽니다. 국민을 버린 권력은 국가가 될 수 없습니다.’(시민 이준호)

‘할아버지 빨리 나으세요.’(경남 합천군 가회초등학교 3학년 이연)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대병원 앞에 차려진 천막농성장. 천막 주변에는 지난해 11월14일 1차 민중총궐기 때 경찰이 쏜 물대표에 맞은 뒤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하는 시민들의 응원 편지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백남기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전국 도보순례 중이어서 이종혁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부장이 홀로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이 부장은 “지나가는 시민들이 선뜻 모금에 동참하거나 제주도 농민이 감귤을 보내주는 등 시민들의 온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 선생이 누워계시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면 안된다”며 “하루빨리 깨어나야 이 천막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백씨가 병상에 누운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백씨는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강한 외부 충격으로 인한 ‘외막성 경막하 출혈’ 진단을 받은 백씨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백씨의 큰딸 백도라지씨는 “의사는 기다려보자고 말하지만 현재 아버지의 뇌 뿌리와 대뇌 절반 이상이 손상됐기 때문에 의식이 깨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16박17일 일정으로 지난 11일 백씨의 고향인 전남 보성을 출발한 도보순례단은 이날 대전시청 앞에서 백씨의 쾌유를 기원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보순례단은 성명서를 통해 “백남기 농민 사건은 공권력이 국민을 상대로 가한 명백한 국가폭력이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짓밟힌 사건”이라며 “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린 국가폭력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언제라도 국가폭력의 대상이 될 것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백남기대책위 정현찬 공동대표(가톨릭농민회 회장)는 규탄발언에서 “오늘로 백남기 농민이 정권의 폭력에 의해 쓰러진 지 100일 되었는데 이 정권은 지금까지 일언반구도 없다”며 “이것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이라 소리쳤다.

세월호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도 “세월호 참사는 이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고, 백남기 농민을 혼수상태에 빠트려놓은 것은 이 정부가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가 권력을 올바르게 행사하지 않아 진짜 주인인 국민들이 부당한 권력 밑에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는 것은 모두 한가지다”라고 말했다.

앞서 도보순례단은 전날 저녁 대전시청 앞에서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100일 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백씨에게 빨리 일어나라고 외치는 내용의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전남 장흥에서 올라온 초등학생 신고구려군은 “백남기 ‘큰아빠’가 내 이름을 지어줬다”며 백씨가 가장 좋아했다는 ‘직녀에게’를 기타 반주와 함께 열창해 300여명의 시민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백도라지씨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100일이 지나가건만 책임자 처벌은 고사하고 정부나 경찰로부터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를 듣지 못했다”며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 쾌유를 바라는 시민들 덕분에 힘이 난다”며 “책임자들이 자신이 저지른 일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네덜란드에 있는 막내딸 백민주화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은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계신 지 백일째 되는 날”이라며 “살인미수를 가치판단의 문제라고 말하는 대한민국 경찰, 어처구니없는 이 나라의 현실”이라고 적었다.
 

도보순례단은 대전을 지나 공주, 천안, 평택, 수원, 안산, 안양을 거쳐 오는 27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제4차 민중총궐기 및 범국민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씨의 막내딸 백민주화씨가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씨의 막내딸 백민주화씨가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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