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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트럼프 기독교인 아냐" 트럼프 "교황 수치스럽다"

 

난민장벽 두고 가시 돋친 '설전'

16.02.19 07:31l최종 업데이트 16.02.19 07:3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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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의 설전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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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난민 장벽을 두고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각) 교황은 멕시코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기자단으로부터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교황은 "다리가 아닌 오로지 장벽을 세울 생각만 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며 "복음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라고 답했다. 대통령이 되면 모든 불법 이민자와 난민을 추방하고 차단하겠다는 트럼프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는 미국으로 몰려드는 멕시코 난민을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우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교황은 "만약 (트럼프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는 기독교인이 아니다(not Christian)"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교황은 가톨릭 신자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위해 투표해도 되느냐고 묻자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는 관여하지 않겠다"라며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라고 답했다. 

이날 교황은 미국 접경 지역인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수많은 이민자들이 인신매매, 납치, 노예 생활 등 온갖 부당함으로 가득 찬 삶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시우다드후아레스는 리오그란데 강을 사이에 두고 미국 텍사스 주 엘파소와 다리로 연결된 국경도시다. 이곳은 미국으로 탈출하려는 이민자를 겨냥한 강도, 강간, 인신매매 등 범죄로 악명 높다.

교황은 "이민자들이 더 이상의 죽음도, 더 이상의 착취도 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할 것"이라며 미국으로 탈출하려다가 숨진 중남미 이민자들을 애도하는 뜻으로 커다란 십자가에 헌화했다.

트럼프 "교황, 종교 지도자로서 수치스럽다" 반발

이날 유세 도중 교황의 발언을 전해 들은 트럼프는 곧바로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종교 지도자가 개인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disgraceful)"이라고 교황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어떤 지도자라도, 특히 종교 지도자는 다른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라며 "교황이 국경 개방에 따른 위험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얼마 전에도 교황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이민자들을 위한 미사를 열겠다고 발표하자 "교황은 매우 정치적인 인물"이라며 "멕시코가 교황을 국경 문제에 이용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평소에도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의 불법 이민자를 '강간범'이라고 비난하고,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독설을 쏟아내며 이민자를 향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 왔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강력한 반 이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다른 공화당 대선주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교황과 트럼프의 설전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한 교황이 자본주의를 비판하자 트럼프는 "교황이 나에게 악마적인 자본주의를 가르치려고 한다면, 나는 그에게 이슬람국가(IS)가 교황청을 공격하려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로서 존경받는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설전이 과연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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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초래한 '4차 조선전쟁' 위기

 
[주간 프레시안 뷰] 120여 년 외세 의존, 끝나지 않은 한반도의 전쟁
 
| 2016.02.19 07:26:12

일본의 역사학자 하라 아키라(原朗, 도쿄대학교 명예교수)는 지난해 말 국내에 소개된 <청일·러일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김연옥 옮김, 살림 펴냄)에서 청일전쟁(1894~95년)을 제1차 조선전쟁, 러일전쟁(1904~05년)을 제2차 조선전쟁으로 불러야 옳다고 말합니다. 두 전쟁 모두 오로지 조선 침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청일전쟁 승리로 조선에 대한 중국의 종주권을 빼앗은 일본은 10년 뒤 영국과 미국의 지원 아래 러시아를 격파했습니다. 이로써 동아시아의 지역 맹주로 떠오르며 결국 조선을 병탄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의 무력 통일 시도였던 6.25전쟁은 3차 조선전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6.25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지만 곧 미국과 중국의 전쟁으로 바뀌면서(남한은 1950년 7월, 북한은 1950년 12월에 군 통수권을 각각 미국과 중국에 넘겼음. 또한 소련과 일본은 은밀히 군사 개입) '제한전'이라는 이름의 '미니 3차 대전'으로 확대됐습니다. 

6.25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한민족입니다. 400만 명에 가까운 소중한 목숨이 희생됐습니다. 전체 인구의 10%가 넘습니다. 나아가 남과 북은 지금까지 60년 이상 증오와 적대, 불신과 반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최대 수혜자였습니다. 전쟁 특수는 2차 세계 대전으로 헐벗었던 일본 경제를 단숨에 회복시켰고(당시 요시다 총리는 6.25전쟁을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감격해 했죠), 이후에도 미국의 군사적 보호 아래, 즉 공짜 안보를 누리면서 평화와 번영을 누렸습니다. 일본 정치학자 나카노 도시오는 전후 일본의 평화와 번영은 남북한의 대치와 전쟁 상태에 의해 유지됐다는 아이러니를 지적합니다.

남북이 싸우는 동안 일본은 평화와 번영 누려 

미국과 중국도 나름 이득을 챙겼습니다. 우선 미국에서는 지배 계층의 숙원이었던 대외정책의 군사화(militarization)가 달성됐습니다. 즉 6.25는 군사력이 미국 대외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는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당시 미국의 경제.군사 엘리트들은 소련의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국방비를 일거에 3~4배 증액하려 했습니다(1950년 4월 NSC-68). 명분은 소련의 군사적 위협이었지만 속셈은 군사 수요 창출을 통해 전후 불황에 빠진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한편, 중립주의 조짐을 보이는 서유럽을 미국의 영향권 아래 묶어두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미 의회와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었습니다. 평화 시에 국방비를 3~4배 늘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때마침 6.25가 발발했습니다. 미국 지도자들은 6.25를 소련 주도의 국제공산주의 팽창 시도로 규정하면서 군사대국화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었습니다.  

신생 중국도 얻은 게 있습니다. 항일 전쟁 당시 일본군에게 절절 매던 3류 농민군으로 폄하됐던 중국군이 세계 최강 미국 군대를 패배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감으로써 존재감을 한껏 뽐낸 것입니다. 중국은 6.25전쟁 이후 20여 년 간 미국과의 대립 및 국제적 고립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패배의 여파로 1971년 미중이 전격 화해하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에 화려하게 복귀했고 이후 고속 성장의 안보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6.25와 베트남 전쟁은 공산 중국의 팽창을 막으려는 미국의 군사적 시도였습니다. 결국 이것이 실패하자 주적인 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과 손을 잡은 것이죠). 

6.25전쟁의 궁극적 주역은 미국과 중국입니다. 그런데 두 강대국은 전후 20년만에 화해한 반면, 전쟁의 최초 당사자였던 남한과 북한은 지금까지 70년 가까이 준전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더욱이 남북 대치를 바탕으로 일본은 단숨에 부활했고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습니다. 동족끼리 죽고 죽이는 '민족적 자살극'을 벌이는 동안 주변 강대국들은 나름 이득을 챙겨온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김일성의 무력 통일 시도는 치명적인 역사적 오판으로 비판 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운 한반도전쟁의 길로 나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북한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일련의 대응이 그러합니다. 개성공단 폐쇄, 사드 도입 협의, 그리고 북한 붕괴 발언이 그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에서 "이제는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근본적 해답을 찾아야 하며, 이를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북한 체제 붕괴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죠.  

개성공단 폐쇄는 우리 기업에 치명적 피해를 주는 자해적 조치입니다. 사드 도입은 미중 군사 대결의 최전선에 스스로 뛰어드는 자멸적 행위입니다. 북한 붕괴 공개 발언은 북한 정권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 상황을 '박근혜가 초래한 4차 조선전쟁 위기'라고 판단합니다. 적어도 2002년 이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 증강은 기정사실이 됐는데도 한국은 2008년 이후 이를 막기 위한 의미 있는 외교적 노력을 포기한 채 급기야 대북 적대시정책을 공개적으로 천명했기 때문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북한의 안보 위기, 남한보다 훨씬 크다 

객관적으로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더 큰 안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은 1월 16일자 <프레시안 뷰>에서 자세히 설명한 바 있습니다. 요약해서 말씀드린다면, 남한은 북한보다 40배나 큰 경제력을 갖고 있고 세계 최강의 핵무력 국가인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과거 적대국이었던 중국, 러시아와도 수교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중국, 러시아의 핵우산 보호를 받지 않고 있고 미국, 일본과 수교를 못한 상태이며 지난 66년간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핵위협을 받아 왔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북한의 핵개발은 바람직하지는 않으나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군사적 피보호국가이며 전작권조차 갖지 못한 남한이 북한에 대해 강압적으로 핵개발 포기를 요구하고 있으니 북한이 코웃음 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미국의 위세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 하는 형국입니다. 지금 남한이 해야 할 일은 북미 사이의 중재자가 되어 북의 핵개발 포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맞바꾸도록 하는 것입니다. 

 

(☞관련 기사 : 세계 최대의 핵위협 국가, 미국)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만큼 전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합니다. 중국과의 전면전을 원치 않는 미국이 상황을 적절히 통제할 것이라는 얘기죠. 그러나 현재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F-22 스텔스전투기 등 최강의 전략무기들을 연일 한반도 주변에 출격시키면서 무력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질세라 중국은 '동북지역 군사 배치 강화'를 으름장 놓고 있습니다. 전쟁 위기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은 분명합니다.  

대통령의 무지와 만용, 외교안보 관료의 무능과 비겁 


그 책임의 대부분은 박근혜 정부에 있습니다. 대통령의 무지와 만용, 외교안보 관료들의 무능과 비겁함이 빚어낸 비극입니다. 국제 정세에 대한 초보적 이해조차 없는 '무지', 힘으로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만용', 대통령의 무지와 만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무능', 올바른 대북정책을 직언하지 못하는 ‘비겁’의 합작품입니다. 

특히 원유철 한나라 원내대표의 '남한 핵무장' 주장은 현 정부여당의 대북, 대외 인식의 천박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한겨레> 이제훈 기자의 다음 비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기사 : '핵무장=국제 왕따'…집권당 원내대표 '무책임 극치')

'위험천만한 선전포고'  

"이번의 도발적 조치는 북남관계의 마지막 명줄을 끊어놓는 파탄 선언이고 력사적인 6.15북남공동선언에 대한 전면 부정이며 조선반도 정세를 대결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선전포고이다." 

"요컨대 박근혜 정부는 "끝장 결의"를 추진한다는 구실 아래 아무런 실익도 없이 너무나 중요한 우리의 자산을 "끝장"내 버렸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통해 남북공영의 현실적 실험장을 "끝장"내버렸고, 오직 3면 바다만으로 오늘을 이룬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회의 창으로 삼은 남북경제공동체와 '북방경제'의 꿈을 "끝장"냈으며, 개성공단 덕분에 지난 10여 년 간 일체의 교전이 멈춘 서부전선의 군사적 안정을 "끝장"냈다. 

 

어렵더라도 남북화해와 민족공영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많은 이들의 꿈 역시 "끝장"에 몰렸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는 한-미 동맹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국의 성장에 대응해 균형외교를 추구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섣부른 사드 배치 언급으로 균형외교 노력을 "끝장"냈다." 

위의 인용문은 지난 11일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성명, 아래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15일 <한겨레> 기고의 일부입니다. 약간의 온도 차이는 있지만 현실 인식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의 일련의 조치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치명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죠.

(☞관련 기사 : 박근혜 정부가 '끝장'낸 것들) 

개성 주민들은 공단 폐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개성공단 폐쇄가 얼마나 모순되고 자해적 조치인가에 대해서는 이미 무수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2004년 이후 12년간 개성공단에 삶을 의지해온 20만 북한 주민에 대한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공단을 폐쇄하고 그것도 모자라 전기와 상수도까지 끊는 것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동안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떠들어온 남한 정부를 신뢰할까요? 그동안 정부 여당이 주장해온 북한인권법의 진정한 실체는 무엇인가, 20만 개성 주민들은 이번 조치를 통해 온몸으로 느꼈을 것입니다.  

사드 도입에 대해서도 이미 많은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모든 것이 끝장나는 핵전쟁의 특성상, 핵미사일 방어는 선제 핵 공격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점입니다. 적의 핵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면 선제 핵 공격에 따른 대량 피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2년, 미국 부시 정부가 1972년 체결 이래 30년간 핵전쟁 방지의 최대 주춧돌이었던 탄도미사일방어금지조약(ABM)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바로 미국 핵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나아가 한국의 사드가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망(BMD)과 결합된다면 중국의 핵무기는 아무 쓸모가 없어집니다. 미국 핵 공격에 대한 중국의 핵 억제력이 무력화되는 것입니다. 중국이 그토록 사드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조하십시오.  

(☞관련 기사 : Thaad talk: Is North Korea’s ‘missile threat’ really about China?)

사드 도입 강행의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군산복합체의 생존 몸부림입니다. 미국은 2011년 제정된 예산통제법에 따라 2013년 3월부터 10년간 5000억 달러의 국방비를 줄여가고(매년 500억 달러)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 군수업체의 일감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일례로 세계 최대의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의 미사일방어 부문 매출은 2013년 77억 달러에서 2014년 70억 달러, 2015년에는 67.7억 달러로 계속 줄고 있습니다(2015 회계연도의 총 매출은 461억 달러, 미사일방어 부문은 전체의 12%). 

이에 대해 록히드 마틴은 사드 판매와 패트리엇 미사일 공급 부진을 그 이유로 꼽았다고 합니다. 한편 한국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F-16 계열 KF-16 전투기 134대의 성능개량 사업(1조8000억 원)을 당초 계약 상대인 영국 BAE 시스템에서 록히드 마틴으로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한국이 세계 최대의 미제 무기 구매국이(9조원 가량) 된 비결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군사평론가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은 "한국의 (미제) 무기는 이제 미국 (무기) 개발 사업의 연명을 좌우하는 중환자실의 산소호흡기로 그 의미가 변경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군부와 정보기관이 북한의 군사 위협을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련 기사 : 록히드마틴만 웃었다)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유라시아 통합 막는 쐐기 역할 

미국 군산복합체의 경제적 이윤 동기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러시아와 유럽, 중국과 동아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의 경제통합을 가로 막아 미국의 기존 패권을 유지하려는 지정학적 목표도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내년 국방예산 편성에서 유럽지역 국방비를 전년 대비 4배로(34억 달러) 크게 증액했습니다. 폴란드 등 러시아에 이웃한 동유럽 국가들에 러시아를 겨냥한 무기들을 배치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총리는 지난 13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세계가 신냉전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그는 "러시아가 나토나 유럽, 미국과 같은 서방 국가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끔 우리가 2016년에 살고 있는지, 아니면 (쿠바 미사일 위기가 있었던) 1962년에 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2014년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이 무력에 의한 강압적 조치라고 비난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크림반도 주민들의 자발적 주민투표에 의한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실상은 미국의 배후 조종으로 우크라이나의 극우 세력이 이른바 '민주혁명'을 일으켜 동서 내전이 벌어졌고, 미국은 우크라이나 내전을 빌미로 러시아와 유럽의 화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동아시아에서는 남북 대치를 빌미로 유라시아 대륙의 교류 및 통합을 가로막겠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목표입니다.

이런 판국에 한국이 지난해 말 전격적인 위안부 합의를 시작으로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협의, 대통령의 북한 붕괴 발언까지 나왔으니 미국으로서는 그야말로 '얼씨구나' 했을 것입니다. 2차 대전 이후 그토록 소망해 왔던 미-일-한 군사 동맹이 완결되는 결정적 기회가 왔기 때문입니다. 

남북 대립의 결과는 한민족의 자멸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17일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을 동시 추진하자'고 공식 제안했습니다. 남북의 강 대 강 대결로 한반도 안정이 위협받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당연히 협상으로 자세를 바꿔야 합니다. 협상 이외에 북핵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쟁도 북한 붕괴도 현실적 가능성이 없는 대책입니다.  

(☞관련 기사 : 왕이 "한반도 평화협정 전환 추진하자")

물론 대북 제재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협상이 전제되지 않는 제재는 무의미합니다. 이제는 휴지조각이 됐지만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주역인 갈루치 전 국무차관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적 준비 태세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제재도 협상 과정의 일부가 돼야 하며, 북한의 도발 행위는 협상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이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난 1월 21일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열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라는 학술회의에서도 4차 핵실험을 협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활용해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은 지속되고 있으며, 악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이에 대한 미국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관련 기사 : 북한 고립? 중국-러시아까지 적으로 만들 텐가)

물론 박근혜 정부의 태도 변화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1차 조선전쟁인 청일전쟁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무능하고 부패한 조선 정권이 동학 농민을 진압하기 위해 청나라 군대를 불러들였기 때문입니다. 이를 빌미로 일본 군대가 한반도에 진입했고 이땅에서 벌어진 청일 간 전쟁으로 동학 농민 30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조선은 식민지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내부의 분열이 외세의 개입을 불러왔고 엄청난 희생만 치른 채 국권을 잃은 것입니다.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은 더 큰 인명 손실을 불러왔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미국이라는 외세를 등에 업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불러올 수도 있는 무모한 대북 강압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남북의 분열과 대립은 민족사적 비극을 초래할 뿐입니다. 한반도 평화의 요체는 남과 북의 화해입니다. 남과 북이 화해해야 미국도 중국도 화해할 수 있습니다. 남과 북이 대결하면 미국과 중국도 대결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민족이 뒤집어쓰게 됩니다.  

 

지금 한반도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과연 박근혜 정권은 위기 상황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요?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독자가 프레시안을 지키는 힘입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쓴 글에는 특히 더 공을 들었어요. 정부가 눈을 부릅뜨고 보니까 허점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프레시안>에 보내는 글은 보통 네다섯 번은 고쳐 썼던 것 같아요. 글을 쓰고 다듬느라 새벽까지 책상을 지키곤 했죠. 제 글을 받은 <프레시안> 기자 역시 꼼꼼히 검토해서 의견을 주곤 했어요. 필자와 기자가 유기적으로 결합했던 거죠. <프레시안>의 안과 밖 사이에 구분이 없었다고 할까요."
 
 
2013년 6월,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이 언론 협동조합이 됐습니다. <프레시안>의 기사에 만족하셨다면,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도전에 주목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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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조선 제재 않겠다.” 공식 발표

러, “조선 제재 않겠다.” 공식 발표
 
“정치적 목적 제재는 불법” 강조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6/02/19 [00:4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 이정섭 기자


 

러시아가 조선의 로켓 실험에 대해 일방적인 제재를 가할 의향이 없다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공식 대변인이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공식 대변인은 “"우리는 어떤 나라에 대해 정치적 목적으로 일방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본다.”면서 “우리는 유엔 안보리가 가하는 제재만 인정할 뿐"이라고 러시아가 조선에 대해 일방적 제재를 가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의 발표는 유엔 안보리 제재가 실현 불가능한 상태에서 나 온 것이어서 러시아의 입장은 사실상 조선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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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4차 핵시험의 핵심

<기고> 강호제의 '과학기술로 북한 읽기' ①
강호제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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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7  13: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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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4차 핵시험과 인공위성 광명성 4호 발사에 대해 다양한 평가와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사실관계 마저 불분명한 주장이나 기사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북한과학기술사를 전공한 강호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의 3회에 걸친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핵과 인공위성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북한 과학기술사 및 과학기술정책을 전공했으며, 박사논문은 "북한 과학기술 형성사1"(선인)로 출판됐다. /편집자 주

 

북한 관련 뉴스가 대부분 그렇지만 관련 정보들이 ‘실제 그대로의 사실(fact)’인지 나름대로 ‘추론한 혹은 추정한 정보(estimated value, reasoning value)’인지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 특히 북한 관련 정보를 직접 접하는 것조차 법으로 금지된 듯한 착각을 하게 하는 한국의 현실이 이런 구분을 더욱 어렵게 한다.

분명한 사실은 ‘추론한 혹은 추정한 정보’는 가공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오류를 유도할 수도 있다. 추론한 혹은 추정한 정보를 생각의 출발점으로 삼으면 이후 추론과정이 얼마나 합리적이었느냐에 상관없이 진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 관련 문제는 오랫동안 정치, 외교, 군사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경제 문제이기도 하고 과학기술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핵시험 관련 사안에서는 과학기술적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의미를 읽어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북한 과학기술정책사를 공부했던 경험을 토대로 핵시험에 대한 북한식 셈법을 추론하려 한다. 과학기술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믿을만한 정보를 분석한 후, 그 의미를 다양한 정치, 외교, 군사 등 차원에서 살피고 최종적으로 북한의 경제발전전략과 연결시켜 보려 한다.

분석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에, 활용한 자료나 정보는 전적으로 언론에 공개된 것에만 의존함을 밝힌다. 미국, 중국은 물론 어떤 누구도 북한이 공표하기 전에 시험 진행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언론에 공표된 정보만 활용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일이고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일반인이라도 '합리적'으로만 분석하여도 첩보 등 북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나 전문기관과 같은 수준으로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리해본다. 실제 그대로의 사실만을.

실제 그대로의 사실

1. 2016년 1월 6일 10시에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발표
2. 2016년 1월 6일 10시 여러 관측소에서 인공지진 관측
3. 2016년 1월 6일 12시 30분까지 최소 우리 정부는 핵시험 여부를 몰랐다.
4. 이번 핵시험은 북한 정부가 인정한 4번째 핵시험이다.
5. 대략 3년 주기로 핵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2006, 2009, 2013, 2016)
6. 수소탄을 언급한 최초의 핵시험

아무도 몰랐다

드러난 사실 중에서 가장 우려할 만한 부분은 북한에서 밝히기 전까지 핵시험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아직은 명목상 전쟁 중인 국가 사이에서 상대방의 동향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군사, 안보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나 핵무기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닌 무기시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앞으로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북한의 핵시험에 대해서는 그 의도와 성공/실패 등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 정부의 사전 탐지 능력에 대한 평가는 하나 뿐일 것이다.

북한이 발표하기 전까지 몰랐다는 점은 지난 1998년 8월 31일 ‘광명성 1호’ 시험발사 당시와 유사하다. 북한 당국이 9월 4일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 북한의 인공위성 시험발사(혹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사실을 알고 있었던 곳은 없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예상치 못한 인공위성 시험발사 2년 만인 2000년 10월 북.미 사이의 최고 수준의 협약인 북.미 코뮤니케가 발표되었다. 서로 상대방 체제를 존중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약이었다.

숫자 신비주의, 과학기술 신비주의

보통 사람들은 정확한 숫자를 기반으로 추론하는 것에 대해 어려워한다. 또한 어려운 과학기술 이론을 기반으로 한 추론에 대해서도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방식의 추론에 대해서 과정은 무시한 채, 결론만 보려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만 보고 받아들이거나 그냥 무시하기 위함이다.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오면 좀 더 엄밀히 들여다보고 분석해야 하지만, 어렵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쉽게 결론주의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과 관련한 정보나 분석들은 숫자나 과학기술 논리 뒤에 의도를 숨겨두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숫자 신비주의 혹은 과학기술 신비주의라 할 수 있다.

이번 핵시험과 관련한 분석들도 이런 모습이 많이 관찰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핵시험의 규모에 대한 추산이다.

이번 핵시험과 관련하여 외부에서 유일하게 관측가능한 정보는 지진파와 관련한 정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180곳에 있는 지진관측망을 통해 이번 핵시험이 관측되었고 전세계 27개의 지진관측소(Seismic station)에서 지진파를 실시간으로 감지하였다고 한다.

관측된 지진파를 통해 1)관측시간과 2)지진파의 측정 강도를 알 수 있다. 여러 곳의 관측 시간을 분석하면 핵시험이 어디에서 진행되었는지 실험 장소를 추정할 수 있다. 이전의 3차례 핵시험 관측 경험까지 고려하면 꽤 정확한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 그래도 추정이기 때문에 오차가 약간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오차범위는 1~2km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즉 골짜기 하나, 산 하나 정도의 오차 이내에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문제는 ‘측정한 지진 강도’를 가지고 ‘진원의 지진강도’를 추정하고 그것으로부터 ‘폭발력’을 추정하는 부분이다. 핵시험 이후 대부분의 언론에서 측정한 지진강도가 아니라 진원의 지진강도 추정치와 이를 통한 폭발력 추정치를 마치 확정된 값인 양 소개하고 있다.

이 추정치는 정확한 값이 아니라 오차를 포함한 값이므로 숫자 하나로 규정하기 보다 대략적인 값만 확인하면 된다. 아무리 지진강도의 추정이 정확하다고 하더라도 그 인공지진을 일으킨 폭발력을 추정할 때에도 오차가 생긴다.

제일 중요한 핵무기의 성능인 폭발력은 이처럼 2번 이상의 추정치를 구한 다음에서야 알 수 있는 값이라 오차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정확한 값을 추산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번 4차 핵시험과 관련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지진강도 몇, 폭발력 몇 kt이라는 값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값이다. 공개된 정보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지진강도가 4~5, 폭발력이 10여 k 정도라고 하니 ‘매우 강력한 무기’가 시험을 통과하여 ‘생산’되었다고 판단하면 된다.

지진 강도에서 3 이상이면 일반 사람이 체감할 수 있고 5 가량이 되면 건물에 금이 가기도 한다. 국내에 있는 측정장비에는 대략 2.7이상의 감도가 측정되면 자동으로 경고신호가 발송된다고 하니 매우 강력한 인공지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히로시마나 나카사키에 터트린 핵무기, 즉 실전에서 사용된 유일한 핵무기의 폭발력이 20kt정도 였으므로 이것보다 약간 작은, 하지만 역시 무시무시한 폭발력을 가진 핵무기 시험이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정치 이외에 핵무기의 종류, 즉 플루토늄, 우라늄, 수소(리튬) 중 어느 것이 얼마나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핵시험 이후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을 채집하여 분석해야만 알 수 있다.

하지만 핵시험장 근처가 아니라 그 곳으로부터 몇 백km나 떨어진 곳에서 이러한 방사성 물질을 채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로 지난 2차, 3차 핵시험 당시에는 방사성 물질 채집에 실패했다.

어떤 종류의 핵물질을 얼마나 사용하였는지는 물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핵무기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는 것은 완전히 무의미다. 북한에서 스스로 밝기기 이전에는 구체적인 내막을 전혀 알지 못하고 성공, 실패도 따지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최대치는 “막대한 폭발력을 지닌 핵무기가 4번에 걸쳐 시험되고 그로 인해 강력한 인공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작은 폭발력이 작은 규모의 핵무기를 뜻한다면 미사일에 탑재하여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 경량화된 것”이 시험에 사용되었다는 것까지일 것이다.
 

   
▲ 전국에 분포된 지진관측소. [사진출처 - 기상청]
   
▲ 북한 4차 핵실험 직후 관측된 지진파. [사진출처 - 기상청]
   
▲ 북한의 4차 핵실험 지진파 진원지를 적시하고 있는 기상청 관계자. [사진출처 - 기상청]
 

실패와 성공의 차이

북한의 핵시험과 인공위성 발사시험에 대해서는 항상 ‘실패’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정확한 정보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실패’라는 판단은 어떤 결론보다 빠르게 나온다. 이번 4차 핵시험도 마찬가지였다. 핵시험에 쓰인 원료는커녕 시험의 목표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실패’라는 말이 먼저 붙었다.

이처럼 북한의 첨단 군사 기술에 대해 ‘실패’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제논의 논리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는 물체의 ‘운동’을 부정하기 위해 매우 이상한, 하지만 반박하기 쉽지 않은 논리를 제시하였다.

제논의 역설

먼저 출발한 거북이를 뒤늦게 출발한 아킬레스가 따라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제논의 역설이다.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 잡으려면 출발할 당시 거북이가 있던 곳까지 달려가야 한다. 그런데 그 동안 거북이는 원래 있던 지점을 떠나서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그 자리에 없다. 첫 번째 실패이다. 다시 그 다음 지점을 보고 아킬레스가 달려간다 하더라도 거북이는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간 이후이기 때문에 역시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두 번째 실패이다.

이런 과정이 무한히 반복되다 보면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이 제논의 주장이다. 실패라는 결론을 무한 반복하게 하면서 운동의 존재를 부정하게 만드는 것이 제논의 목적이었다. 물체가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모두 우리 감각이 만든 착각이라는 것이다.

무한 개념

이러한 제논의 주장은 ‘무한’ 개념이 정립되면서 해결되었다. 제논의 역설은 무한개의 토막의 합은 무한하다는 설정인데 무한개의 토막을 합해서 유한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반박된다. 즉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순간이 무한번 반복되더라도 그 전체를 합한 시간은 유한하게 되어 그 유한한 시간이 지나기만 하면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는 것. 결국 발빠른 아킬레스가 느린 거북이를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결론이 합리적인 것이다. 제논의 주장이 오히려 모순이고.

북한의 시험 결과에 대한 평가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체나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면 항상 제논의 역설과 같은 논리가 등장하여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북한의 모든 시험들을 실패로 규정하여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매 순간의 시험들을 통해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였고 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누가 봐도 성공이라는 결론으로 도달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인공위성 발사체(혹은 미사일) 발사시험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 처음에는 고도가 낮아서 실패라고 했다가 그 다음에는 1단, 2단 분리가 안 되어 실패, 그 다음에는 인공위성이 궤도에 제대로 올라가지 않아서 실패라는 식으로 계속 실패했다는 주장이 따라 붙는다. 시험 발사의 목표보다 높은 기준을 제시하면서 실패라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모든 시도가 실패한 것처럼 만드는 논리인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은 것처럼, 북한의 인공위서 발사체(혹은 미사일) 발사시험은 단 분리에 성공하여 대기권을 뚫은 수준의 고도에 있는 궤도에 인공위성(혹은 탄두)을 올리는 데 성공하였다. 계속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시험은 계속 성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2년 ‘은하 3-2호’에 대해서는 미국마저도 이례적으로 빨리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더 이상 실패라고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사한 ‘광명성 4호’도 마찬가지 절차를 밟았다. 실패라는 평가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발사 후 10분 만에 궤도에 올라갔고 그 순간부터 구글을 비롯한 인공위성 추적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광명성 4호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이제는 성공, 실패라는 프레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니 이름 프레임을 걸었다. 인공위성이냐 미사일이냐.(광명성 4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겠다.)

핵시험에 대한 평가

북한의 핵시험도 마찬가지이다. 핵물질을 추출한 후, 무기화한다는 주장에 대해 충분한 핵물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주장부터 고폭장치가 개발 안 되었다, 경량화가 안 되었다, 핵융합기술이 개발 안 되었다, 다단계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는 역시 매번 평가기준을 높이면서 실패했다는 이미지를 덧입히기 위한 논리였다.

이번 4차 핵시험 발표 이후 북한이 수소탄 시험이었다는 발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아직 핵무기 기술의 최첨단에 해당하는 수소폭탄이 아니라 그 기술에 못 미치는 증폭핵분열탄 수준이었다는 ‘실패’의 이미지를 띠고 있는 평가인 것이다.

북한이 어떤 물질과 기술을 사용하였는지는 물론, 무엇을 목표로 삼은 시험을 수행했는지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실패’라는 결론만 앞세웠던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이미 2006년에 위험 수준을 넘었다

북한의 핵기술이 최첨단이라고 할 수 있는 수소폭탄까지 도달했는지 안 했는지, 핵분열탄 제조 기술도 완성된 것인지 아닌지, 미사일에 탑재할만한 소형화, 경량화에 도달했는지 안 했는지 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런 모든 판단은 북한에서 직접 내놓은 자료말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객관적으로 판단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북한 정부 차원의 공식 발표가 수소탄 기술을 사용하였고 경량화, 다종화 등을 추구하였다고 하니 부정할 논리적 근거가 없으므로 그런가보다 하고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긍정적으로 나와야만 북한의 핵기술이 위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북한이 성공적으로 시험에 사용한 핵무기가 매우, 매우 위험하다는 것은 이미 구체적으로 증명되었다.

즉 2006년 1차 핵시험 이후 북한은 모두 4차례에 이를 외부에 보여주었다. 핵시험의 구체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매우 강력한 인공지진을 일으킬 가공할 만한 폭발력을 지닌 핵무기를 4번이나 안정적으로 시험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북한은 2006년부터 매우, 매우 위험한 무기와 기술을 자체적으로 보유한 ‘핵무기 및 핵무기 제조 기술 보유국가’가 되었다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이다.

운전면허 시험에서 70, 80점이라는 절대평가 점수를 넘으면 합격인 것과 같이, 북한은 이미 그렇게 되었다. 운전면허 시험에서 99점인지 100점인지가 중요하지 않듯이 핵무기 제조 기술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오래 전부터 상당히 위험한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해야만 하는 것이다.

3년 주기로 프로그램이 확립되었다

이번 시험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정보는 3년 주기의 핵 프로그램이 확립되어 다른 정책과 독자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핵보유국을 헌법에 명시하면서 핵물질 확보와 관련한 결정이 채택되면서 핵 프로그램이 확립되었다고 봐야 한다. 이는 경제-핵 병진노선에 입각한 2개의 별도 프로그램이 병진적으로 추진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2013년 북한의 핵 정책 : 경제-핵 병진노선

북한은 2013년 1월 3차 핵시험 이후, 3월 말에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면서 핵무력을 끝까지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이는 1962년 ‘경제건설-국방건설 병진노선’을 이어받은 정책으로 선전하는데, 핵무력은 포기하지 않고 이를 중심으로 군사조직을 다시 재편하겠다는 뜻이다.

1962년 ‘경제-국방 병진노선’은 제1경제와 제2경제 즉 민수 경제와 군수 경제를 완전히 둘로 나누어 경제 시스템을 운영하였다면, 2013년 ‘경제-핵무력 병진노선’도 이와 비슷하게 민수와 군수, 특히 핵무력 부분을 완벽히 독자적으로 운영하려는 듯하다.

1962년 경제-국방 병진노선 채택 이후에는 국방 쪽이 더 우선되어 민수가 위축되었는데 2013년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에서는 경제 즉, 민수 쪽이 더 우선되었는지 경공업을 비롯한 인민생활과 직결되는 부분이 더욱 활성화되는 흐름이다.

예전에는 국방건설을 위해 우선적으로 동원되었을 군수 부분도 이제는 인민생활 향상, 즉 경제건설을 위해 더 많이 동원되는 느낌이다. 2013년 신년사부터 새롭게 등장한 ‘군민협동작전’은 아마도 군수의 민수 전환이라고 하는 스핀오프(spin-off)의 북한식 번역어인 듯하다.

즉 2002년부터 경제발전전략으로 자리잡고 추진된 국방공업 우선, 경공업-농업 동시발전 전략에 의해 우선적으로 발전된 군수 부문의 인력, 자원, 자금 등을 민수 부문으로 돌리는 활동을 ‘군민협동작전’이라고 하면서 적극 추진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2013년 병진노선은 군수 중에서도 핵무력 관련 부분은 계속에서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보장하고 다른 군수 부문은 민수 부문 활동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2015년 10월에 처음 개최된 ‘군수공업부문 생활필수품 품평회’는 유모차를 비롯한 인민생활 필수품 생산에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을 가진 군수공업부문 공장들이 활용되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스핀오프, 즉 군수의 민수 전환 전략을 이야기하면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오늘날 일상에서 쓰고 있는 첨단 기술들 중에는 군수 기술에서 전환된 것이 많은데도 그 과정에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본주의 사회의 사례를 기준으로 분석한 것이라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사기업 중심의 기술 전환은 서로 경쟁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북한의 경우 모든 생산재는 국유 혹은 공동 소유이다. 그리고 사회 전체의 통일단결 수준은 상당한 수준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적 관계와는 다른 관계에 있기 때문에 덜 어려울 수 있다. (물론 북한식 경쟁관계의 표출인 기관본위주의 같은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군수의 민수 전환이 기업 단위로 일어나지 않고 핵심 기술인력, 자원, 재원, 설비 같은 수준에서 일어난다면 저항감이 적을 수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고난의 행군을 끝낸 직후인 1998년에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챙긴 것이 과학기술 분야였다. 강성대국 건설 전략에서도 3대 기둥 중 하나로 소개되었다. 아직 완성하지 못한 경제대국 건설을 위해 필요한 것이 과학기술이라고 하면서 중시되었다.

1999년 새해 첫 일정을 ‘과학원’ 현지지도로 시작하고 이 해를 ‘과학의 해’로 선언하기도 하였다. 또한 장기 경제발전 계획은 마련하지 못하였지만 과학기술 발전 5개년 계획은 1998년부터 지금까지 4차에 걸쳐 계속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2002년 새로운 상황에 맞추어 정립한 경제발전 전략은 국방공업 우선, 농업-경공업 동시 발전 전략이었다. 1962년부터 별도 영역으로 독립시켜 보호 육성한 군수 분야의 발달한 과학기술 즉 국방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경제발전의 동력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군수의 민수 전략, 즉 스핀오프(spin-off)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군사적 긴장 관계가 풀리는 것이 필요했는데, 북핵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계속 해결되지 않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였다.

2차 북핵 위기는 결국 북한의 핵무력 확보까지 이어졌고 이는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환경, 대규모 자금 마련 등을 어렵게 하였다. 2002년부터 시행하려 했던 경제발전 전략은 2009년까지 지연될 수밖에 없었고 그 마저도 충분한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의 자력만으로 시행되었다.

2009년 8월 첨단돌파 전략이라는 형태로 시행된 북한의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은 지연된, 한계가 많은 경제발전 전략이었다. 이는 결국 더딘 변화, 굴곡 많은 사업시행으로 이어졌다.

군사적 대결 상황을 종식시키지 못한 결과, 북한 지도부는 핵과 운송수단 모두 완비하는 방향으로 결심을 굳혔고 이는 최근까지 4차 핵시험, 광명성 4호 발사까지 이어진 것이다.

실험과 시험의 차이

북한의 핵‘시험’을 남한 언론에서는 한결같이 ‘실험’이라고 한다. 이는 단순한 언어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앞에서 이야기한 부정의 이미지 덧씌우기와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실험과 시험을 한글로 쓰면 ‘ㄹ’ 한 획의 차이이지만 의미는 확연히 다르다. 실험은 이론을 발견하고 가다듬어 나가는 과학연구 활동의 일환이고 시험은 구체적인 상품, 생산물을 만들어나가는 과정과 연결되어 있는 활동이다. 즉 기존에 없었던 과학이론이나 주장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실험’을 하는 것이고 새로운 상품이나 생산물을 만든 이후 제대로 작동하는 지 살펴보기 위해 ‘시험’을 하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정의 차원의 설명이 어렵다면, 그 활동의 결과가 성공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살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험’에 성공하면 과학이론이 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반면 ‘시험’에 성공하면 그 시험에 쓰인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론의 생산을 위해 ‘실험’을 하고 제품 생산을 위해 ‘시험’을 수행하는 것이다.

흔히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경제가 발전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즉 과학기술의 발달, 생산력 향상, 경제 발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모든 경로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선형모델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실제 과학기술의 발달 경로와 경제 발전 경로는 매우 복잡하고 여러 층위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로 다른 흐름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므로 하나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과 시험을 구분하기 위해 선형모델을 활용해보면 이해하기 좀 더 쉬워진다. 과학자들이 고심한 끝에 ‘이론’을 제기하면, ‘실험’과 ‘토의’를 이어가다가 ‘수정’과 ‘보완’을 거듭한 끝에 최종적으로 ‘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참으로 밝혀진 이론 중 일부가 ‘생’' 현장의 필요한 곳에 도입되려면 여러 번의 ‘시험’을 거듭하면서 상품이나 생산 공정의 수정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된 다음 최종 ‘시험’을 거치면 새로운 상품이나 생산 공정이 완성되었다 할 수 있다. 여기서 ‘실험’은 과학 연구 쪽에 속해 있다면 ‘시험’은 생산 쪽에 속해 있다는 것이 명확히 보인다.

실험과 시험의 차이는 영어로 번역하면 너무나 명확하게 구분된다. 실험은 experiment이고 시험은 test이다. 북한의 핵시험에 대해 남한 언론에서는 experimet라고 하는 핵실험으로 일관되게 쓰고 있지만 모든 영어 표현은 test로 표현된다.

[핵실험, 핵시험 용어와 관련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을 참고하라. <관련기사 보기>]

북한 과학기술/핵물리학의 역사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시험이나 핵시험이 진행되고 나면,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에 대한 이야기가 항상 따라 나온다. 남루한 영상으로 소개되던 북한이, 경제가 낙후하여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는 북한이, 망하기 직전이라고 하는 북한이 어떻게 이렇게 발달한 기술들을 보유할 수 있었느냐는 의문에서 파생된 이야기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북한의 과학기술 역사는 매우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특히 핵물리와 관련한 연구는 매우 오래전부터 국가적 지원을 받으면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물리학의 역사는 프레시안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로 대신한다. 2013년 3차 핵시험 이후 쓴 글이다. <관련기사 보기>]

월북 과학기술자

북한 과학기술의 역사는 월북한 과학기술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시기 형성된 과학기술자가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적었기도 했고, 어렵게 길러진 과학기술자들도 대부분 해방 당시 남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 최초의 과학기술 중앙연구소라 할 수 있는 ‘북조선중앙연구소’가 1947년 2월 설립되었다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김일성종합대학에 흡수된 것도 연구기관을 이끌어갈 과학기술자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부족한 과학기술자를 확보하기 위해 북한 지도부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김일성종합대학을 비롯하여 다양한 교육기관을 만들어 새로운 인재를 직접 양성하기 시작하였고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여 소련 등으로 유학을 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길러진 과학기술자들은 실제 연구나 행정에 바로 투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곧바로 활용가능한 인력, 즉 일제시기에 교육받은 과학기술자(북한에서는 이들을 ‘오랜 인텔리’라고 부른다)를 확보하기 위해 남한에 있던 과학기술자들을 월북하도록 유도하였다.

1947년에 개교한 흥남공업대학은 두 정책이 결합된 결과라 할 수 있는데 월북 과학기술자들에게 교수 직위와 연구 환경 보장 약속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

1952년 과학원 개원

과학기술자 확보를 위한 북한 지도부의 노력은 상당히 효과적으로 진행되었다. 인력부족으로 1947년에 실패로 끝난 중앙연구소 건설 시도가 1952년에는 성공했기 때문이다. 자연과학과 기술과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의학, 농업과학 등 모든 학문 영역을 포괄한 북한 최고의 중추 연구기관인 ‘과학원’(오늘날은 ‘국가과학원’, 당시에는 ‘과학 아카데미’)이 전쟁 중이던 1952년 12월 1일에 개원되었다.

당시 과학원을 대표하는 학자들에게 ‘원사’, ‘후보원사’ 칭호를 부여하였는데 원사 10명 중 8명(80%)이 월북한 사람이었고 후보원사 15명 중 9명(60%)이 월북한 사람이었다. 이들은 최소 1960년대 초까지, 길게는 1970년대 중반까지 북한 과학기술계의 핵심 연구 인력으로 활동하였고 대부분의 성과는 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도상록

당시 월북한 과학기술자 중 물리학계 ‘원사’ 칭호를 받은 ‘도상록’이 북한 물리학, 좁게는 핵물리학 혹은 원자력 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는 월북할 때 동료 및 제자들과 함께 월북하여 북한 물리학계 전체를 구성하였다. 게다가 그는 월북 직후 김일성과 면담을 통해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중앙 차원의 집중 지원을 약속받았고 이후 과학원 창립 당시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만큼 북한 과학기술계 형성에 핵심적인 일을 하였다.

도상록은 1932년 동경제국대학 이학부를 졸업하였다. 그는 일제시기에 박사학위를 받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당시 물리학계의 최첨단 분야인 양자역학(핵물리학의 기본)에 대한 실력은 출중하여 자신의 논문을 1940년에 영문으로 발행되던 ‘일본수학물리학회기사’에 게재하기도 하였다.(“고유치 문제와 하이젠베르크의 불결정관계”, “맥스웰의 방정식에 대하여”, “전자기마당의 근본방정식에 대하여” 등이 그가 했던 강연 제목이었고 그가 발표한 논문의 제목은 “헬륨수소분자이온에 대한 양자역학적 취급”이었다.)

졸업 이후 그는 개성의 송도고등보통학교에서 잠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1940년 만주의 신경공업대학 교수로 자리를 잡았다. 해방되자마자 그는 서울로 들어와 경성제국대학을 경성대학으로 바꾸는 데 앞장섰다. 그는 흩어져 있던 물리학자들을 모아 경성대학 물리학과를 정상화시킴과 동시에 경성대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미 군정이 어렵게 운영되기 시작한 경성대학을 인정하지 않고 그를 비롯한 미 군정에 비판적이던 교수들을 배척하기 위해 서울 시내 여러 대학들을 통합하여 '국립서울대학교'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하자 월북하였던 것이다. 당시 도상록과 함께 월북하여 북한 물리학계, 특히 핵물리학(원자력 연구) 분야를 이끌었던 사람은 한인석, 정근, 전평수, 려철기 등이었다.

월북 직후 도상록은 교육사업에 전념하였다. 1946년부터 시작된 유학생 파견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하였고 1946년 9월에 개교한 김일성종합대학의 물리수학부 부장, 연구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그리고 “력학”, “량자력학”, “원자에네르기와 그의 평화적 리용”, “원자핵에 관한 보충 자료” 등 교재를 직접 쓰거나 번역하는 일을 많이 하였다. 1952년에는 자신의 일생일대의 꿈이었던 중앙 과학기술 연구소 설립을 위한 실무를 담당하여 ‘전국 과학자대회’ 개최와 ‘과학원’ 설립을 직접 추진하였다.

핵관련 연구기관

1952년 과학원이 설립될 당시에는 핵관련 연구조직이 전혀 없었다. 과학원은 소련의 과학 아카데미를 모방하여 만든 것이었는데 1952년 12월 개원 당시에는 8개의 연구소만 설치되었다. 과학연구활동과 기술지원활동을 구분하여 중앙 연구소에서는 이론적인 연구를 주로 담당하고 관련 부처(생산성) 산하 연구소에서는 생산현장에 대한 기술지원 활동을 담당하던 소련 시스템에 따라 학문 분야별로 연구소가 조직된 것이다.

하지만 개원 직후 북한 지도부는 소련처럼 과학기술계의 역할 분담이 어렵다는 상황을 인지하고 생산현장에 대한 기술지원까지 중앙연구소(과학원)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려 과학원 산하에 ‘공학연구소’를 추가로 설립하였다. 이로써 과학원은 9개의 연구소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설립된 연구소 중에서 물리학 분야는 ‘물리수학연구소’가 설립되었는데 그 아래에는 3개의 연구실(수학연구실, 실험물리연구실, 이론물리연구실)만 만들어졌다. 북한 최초의 핵관련 연구조직인 과학원 물리수학연구소 ‘핵물리연구실’은 1955년 12월 혹은 1956년 1월에 단행된 과학원 1차 조직개편 당시 만들어졌다. ‘과학원 통보’에는 1955년 4월경에 핵물리 관련 연구실을 조직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나와 있다. 이 당시 새로 생긴 ‘핵물리연구실’을 최근 언론에서는 ‘핵물리연구소’로 잘못 소개하고 있다.

드브나 연합핵연구소와 공동연구

아마도 이 당시 서둘러 ‘핵물리연구실’을 꾸린 것은 1956년 3월에 설립예정이던 ‘연합핵연구소(JOINT INSTITUTE for NUCLEAR RESEARCH)’에 참가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드브나에 세워진 ‘연합핵연구소 JINR’는 당시 공산주의 국가 12개가 멤버로 참가하여 꾸려진 핵물리(원자력) 연구소로 북한은 창립 멤버로 참가하였다.

북한 입장으로서는 이 연구소 설립과 운영에 참가함으로써 핵물리(원자력)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1959년에 발간된 과학원 통보에는 소련의 도움으로 ‘연구용 원자로’를 만들 수 있었고 입자가속기의 일종인 ‘베타트론’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도상록은 이러한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였다. 그러한 활동을 높이 인정받아 도상록은 1973년에 김일성 훈장을 받았고 1986년에는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았다.

1958년 3월에 개최된 ‘제1차 당대표자회의’에서는 천리마운동 등으로 가속된 경제발전 속도에 맞추어 경제발전계획을 수정하면서 연구용 원자로, 베타트론 건설과 함께 ‘원자력 연구 중심’과 ‘동위원소 실험실’을 새롭게 설립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1961년에는 원자력 관련 중추 지도기관인 ‘원자력 위원회’가 조직되었고 1962년에는 평북 영변과 박천에 ‘원자력연구소’가 세워졌으며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종합대학에도 핵관련 연구소가 추가로 설치되었다.

또한 당시 원자력 연구는 ‘평화적 이용’을 위한 것이라는 목적이 제한되어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하는 것이므로 ‘동위원소 연구실’ 설치가 의결되었던 것이다.

1956년부터 구체적으로 진행된 북한과 소련 사이의 원자력 관련 사업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공동연구 차원의 것이었다. 북한도 소수지만 이미 훌륭한 핵물리학자들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국제적 공동연구활동에 참가할 수 있었다.

당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는 방사선 동위원소를 활용하는 것이다. 방사선을 이용하여 물질을 파괴하지 않은 상태로 조사할 수도 있고 동위원소를 이용한 원자 수준의 정밀한 추적 조사도 가능하여 연구 활용도가 많았다.

1956년부터 핵관련 활동에는 북한과 소련이 협력활동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였지만 정치적으로는 두 나라 사이에 갈등이 심해졌다. 국제 분업체계에 들어오라는 소련의 제안을 김일성이 거부하면서 빚어진 갈등은 1957년부터 계획된 북한의 경제발전계획에 소련이 반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1956년 말에는 경제발전계획에 필수 조건인 강재 생산에 절대적인 지원을 소련이 거부함으로써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게다가 1956년 8월에 발생한 북한 역사상 최대의 종파사건에 대해 소련이 힘을 보태는 조치를 취해서 두 나라 지도부 사이는 더 벌어졌다.

이런 상황이었던 만큼 소련이 북한에 대해 핵무기 관련 기술을 이전했을 리는 거의 없었다.

소련뿐만 아니라 중국도 자체적으로 핵무기 제조 기술을 확보하였지만 북한으로의 기술이전에 대해서는 거부하였다. 이로 인해 북한은 핵관련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그 시작은 1960년대 초에 벌어진 쿠바사태였을 것이다. 미국에 대항하던 소련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북한지도부는 소련이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던 약속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오늘날 실질적인 핵물리학 연구 책임자는 서상국이라 한다. 1938년생인 그는 1960년대 중반 즈음에 소련으로 유학갔다가 돌아온 이후 오랜 기간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 강좌장을 역임했다. 김정일이 특별히 아꼈다고 하는 그를 1998년에 <조선중앙통신>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후대교육사업과 과학연구사업을 벌이면서 ‘양자역학’, ‘소립자이론’ 등 40여 편의 저서와 100여 건의 가치 있는 소논문을 집필했으며 8명의 박사와 20여 명의 학사(석사)를 키워냈다”고 소개했다. 그는 김일성상과 로력영웅 칭호를 받았으며 2012년에 새로 제정된 김정일상도 수상하였다고 한다.

미국의 대응 전략 : 전략적 인내, 무시, 유도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로 소개된다. 이는 2010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즉 “북한의 ‘목적의 진정성’(seriousness of purpose)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 조짐 없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어렵다”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그냥 해석하기에는 북한이 바뀌려고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미국은 먼저 움직이지 않고 인내하면서 지켜볼 것이라는 뜻이다. 이 말을 돌려보면 이제 미국이 노력한다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는 전략적 인내라기 보다 ‘전략적 포기’라는 뜻이 더 정확할 듯하다.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동북아 질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편하겠다는 속내라는 해석들이 있다.

사실 북한의 핵보유는 2005년 2월에 선언되었고 2006년 10월에 1차 핵시험이 진행되면서 실질적으로 증명되었다. 미국은 1차 핵시험이 진행되기 이전인 2005년 9월에는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내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1차 핵시험 이후에는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오히려 2008년 12월 미군 합동군사령부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명기한 보고서를 공개하였고, 2009년 4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명히 발언하였다. 2009년 5월 2차 핵시험은 이제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없게 만들었다. 비핵화노력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2012년 2월 북미 사이의 비밀 협상에 의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가 있었다고 나중에 알려졌지만 이는 공개되기도 전에 합의가 깨져서 무의미하다.

오히려 북한은 2012년 4월에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하면서 ‘핵보유국’을 명시하였다. 2013년 1월 3차 핵시험까지 진행한 북한은 2013년 3월에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였고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결정이 채택되었다. 2013년 4월에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이 채택되었다.

이제 북한 핵관련 문제는 단순히 보유한 핵무기 해체나 핵물질 파악 수준을 넘어 헌법과 법령 등을 수정해야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되어버렸다.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이 나가버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은 전략적 포기, 전략적 무시를 넘어 전략적 유도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차피 핵관련 활동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할 바에야 핵무기 보유를 위한 활동을 유도하여 경제발전으로 국력을 돌리지 못하게 유도하자는 게 아닐까?

북한을 핵무기 혹은 핵무기 제조 기술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 군축협상이 되어야 한다. 즉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전체 구도가 완전히 바뀌어야 하니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북한의 변화를 저지시키고 미국에 유리한 구도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결국

북한의 핵문제는 이전과 다른 상황에 놓였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은 이미 위험 수준을 넘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핵프로그램은 독자적 흐름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웬만하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멈추고 없애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핵은 이제 없애지 못한다. 아니 해체한 이후에도 북한에 핵무기가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핵포기가 아니라 핵동결부터 합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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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구름의 권좌에서 내려오라

 
[송기호의 인권 경제] 법치가 서야 경제도 산다
 
| 2016.02.17 15:41:36


 

박 대통령의 2 · 16 국회 연설은 동시대 한국인이라면 그 전문을 읽을 가치가 있다. 그 안에는 한국인의 일상을 흔들 핵심이 가득 모여 있다. 

먼저 한중 관계의 뇌관인 '사드'가 있다. 대통령은 연설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협의' 개시를 직접 확인했다. 보통의 시민이 이 말을 듣게 되면 마치 한국과 미국이 FTA 협상을 하듯이 사드를 배치할지 말지의 문제를 협의하고 있구나 끄덕이기 쉽다. 

그러나 주한미군 지위 조약(소파 협정)에서 '협의(consultation)'는 미국이 필요한 시설과 구역을 결정하는 협의이다. 그래서 '대구'니 '평택'이니 '원주'니 하는 배치 지역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구름 위의 언어를 사용했다. 한국은 국제 관계의 규칙을 결정하거나 규칙을 아예 바꿀 수 있는 입헌자도 아니고 초법적 존재도 아니다. 이것이 땅의 현실이다. 미국은 1954년의 한미 방위조약을 근거로 사드 배치를 결정할 권리가 미국에 있음을 전제로 한국과 협의하고 있다. 그리고 사드 배치를 잘못하면 한중 관계가 파탄 날 위험에 처한 것이 지금 이 땅의 세계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땅의 말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사용한 '북한 정권의 변화'나 '체제 붕괴'라는 언어도 구름의 언어이다. 국제법은 유엔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의 체제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심지어 한미 방위조약 3조조차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라고 규정하여, 북한이 당연히 한국의 영토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지금의 국제관계에서 한국의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변화나 체제 붕괴를 스스로의 결정과 스스로의 힘으로 추진할 수 없다. 대통령은 지상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결과적으로 우리가 북한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지원하게 되는 이런 상황을 그대로 지속되게 할 수는 없습니다"라는 말은 어떠한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는 회원국으로 하여금 자기 나라 국민이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대량 현금을 제공(bulk cash, that could contribute to the DPRK’s nuclear or ballistic missile programmes)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2094호 결의한 11항)

유엔 결의는 결코 낮은 수준의 핵개발 지원은 괜찮고, 고도의 수소 폭탄 개발 지원은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언어는 국제 관계의 핵심 궤도에 진입할 수 없는, 궤도 밖의 언어이다.  

한국은 국제 관계의 규칙을 정하거나 바꿀 초법적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법적 존재의 자장에 직접 놓여 있다. 한국의 대통령이 마치 자신이 국제 관계를 규율하고 있는 것처럼 하늘의 세계에서 말할수록, 지상의 국민은 이 두 초법적 존재에 의해 더 많이 휘둘릴 수 있다.  

역설적으로 대통령의 연설이 땅을 실제로 뒤틀리게 할 능력을 발휘하는 곳은 이 좁디좁은 땅덩어리뿐이다. 그 힘에 취해 대통령의 언어는 땅의 질서를 마구 어지럽힌다. 

대통령은 입법촉구 서명운동을 "국민의 눈물이자, 절규입니다"라고 연설했다. 삼권 분립의 국가에서, 게다가 오바마에게도 없는 법안 제출권까지 가진 최강의 대통령제에서, 국회의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시민 서명에 직접 동참하고 지원한 것도 모자라 아예 직접 국회에서 이러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모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불가피한 '긴급 조치'라고 정당화했다. 그러나 국가안전을 내세웠던 박정희 대통령의 긴급 조치 1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무효로 선언되었다. 개성에 있던 한국민이 무사히 복귀한 것은 긴급 조치의 결과가 아니라 북한이 복귀를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 한 개의 개성공단 공장을 폐쇄하는 데에도 '국가안보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그것도 사업 승인 취소나 정지 사유를 미리 고지하고 청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의 법률이다. 그러나 134개 기업의 모든 사업을 이러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취소시켜 버렸다.  

 

나는 묻고 싶다. 만일 이 기업들이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이었거나 외국 기업이었다면 대통령은 '긴급 조치'를 했을까?  

이제 대통령은 구름의 권좌에서 땅으로, 법치로 내려 와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산다. 밖으로는 초법적 존재인 미국과 중국을 좀 더 촘촘히 연결시키고 묶을 국제법을 끈질지게 고민해야 한다. 안으로는 한국을 동아시아의 법치 매력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살 길은 이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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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땐 중국 경제보복 우려…마늘분쟁 재연 될까?

등록 :2016-02-17 19:33수정 :2016-02-18 05:29

 

2000년 마늘관세 10배 올리자
휴대전화 등 수입중단 조처 전례

전문가 “중국 정경분리” 전망에도
재중 한국 기업인들 좌불안석
“중국, 국익 걸리면 무섭게 돌변”

 

“당시 한국에서는 거국적인 수준의 대규모 협상단이 갔다. 그러나 면담 신청을 해도 중국에서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저 기다릴 뿐 속수무책이었다. 마냥 호텔에서 머무를 수 없어 철수를 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막판 중국 쪽에서 만나겠다는 연락이 왔고, 중국은 극소수의 인사만 협상에 나왔다. 결국 대부분 중국의 의사가 관철됐다.”

 

중국의 경제 보복 사례
중국의 경제 보복 사례
2000년 여름 한-중 관계를 뒤흔들었던 ‘마늘 분쟁’ 협상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 인사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마늘 분쟁은 한국이 같은 해 6월 중국산 얼린 마늘과 식초에 절인 마늘의 관세율을 2003년 5월까지 기존 30%에서 10배가 넘는 315%로 올리며 시작됐다. 한국 정부는 당시 값싼 중국 마늘로부터 농민을 보호하려 취한 조처였지만 당시 세계 마늘 생산량의 75%가량을 차지하고 있던 중국은 갑작스런 큰 폭의 관세 인상 조처에 강하게 반발했다. 산둥성의 농민이 자살을 하는 사건도 중국 정부의 태도를 강경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일주일 뒤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는 보복 조처를 발표했다. 결국 한국은 관세율을 거의 기존 수준인 30~50%로 낮추고, 중국은 휴대전화 수입 중단 조처를 풀면서 마늘 분쟁은 끝났다. 사실상 중국의 무역 보복이 위력을 발휘한 마늘 분쟁은 이후로도 중국의 경제 보복 사례로 입길에 오르내린다.

 

10년 뒤인 2010년 9월 중국은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도 희토류의 일본 수출 중단이라는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들며 17일 만에 일본에 나포됐던 자국인 선장을 되돌려 받았다. 첨단기술 제품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는 희소 자원으로 일본은 전적으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굴욕적으로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빠르게 퇴보하면서 중국의 경제적 제재에 관한 우려가 퍼지고 있다. 일단 중국 경제 전문가들 다수는 중국이 ‘정경분리’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베이징 코트라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은 한국의 전체 무역 비중에서 23.5%를 차지해 1위였다. 한국 역시 중국의 전체 무역 비중에서 비중이 7.1%로 4위였다. 중국 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도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두 나라가 가입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정치적 이유로 인한 무역 제한은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박은하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한-중은 경제 발전 목표를 실현하는 데서 상호 핵심 파트너다. 중국이 북한 핵실험으로 발생한 정치안보 문제를 경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중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유·무형의 수단을 통해 티 나지 않는 제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베이징에 진출한 한국 기업체의 한 직원은 “중국 여론을 매일 점검하고 있는데 아직 특이 동향은 없다. 그러나 혹시 불똥이 튈까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당장은 아니지만 사드 배치가 결정되거나 갈등이 더 커지면 중국이 가장 가시 효과가 큰 유커(중국인 국외 관광객)의 한국 관광 제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소문이 많다”고 말했다.

 

단둥 등 북-중 접경지대에서 북한 무역을 하고 있는 이들도 “좌불안석이다. 중국인들은 국익이나 애국이라는 문제가 걸리면 무섭게 돌변한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관련영상] ‘박근혜발 북풍’, 대통령의 무지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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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뜨려 놓고 살릴 것만 살려야” 비유를 해도 하필

 

[아침신문솎아보기] 스텔스기 출격, 군사적 긴장 고조되는데… 흥분한 조선일보 “평양 주석궁까지 때린다”

차현아 기자 chacha@mediatoday.co.kr  2016년 02월 18일 목요일
 

40년 전으로 돌아간 대북 관계로 한반도는 꽁꽁 얼어붙었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6일 국회 연설 후유증만 남긴 채 파장만 확산 중이다. 미국발 F-22 스텔스 전투기는 한반도 상공에서 ‘공중 시위’를 벌였다. 대북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해법은 난망하다. 국민 단합과 국제 사회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정도만 반복하는 상황이다. 일부 신문들은 F-22의 등장으로 대북 억지력이 강화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18일자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묻지 말고 따르라’에 대한민국은 분열>
국민일보 <세계 최강 F-22 ‘랩터’ 한반도 출격>
동아일보 <한반도에 뜬 F-22…꼭꼭 숨은 김정은>
서울신문 <세계 최강 F22 스텔스기 4대 한반도에 떴다>
세계일보 <김정은 집무실도 타격 가능>
조선일보 <“규제 물에 빠뜨려 살릴 것만 살릴 것”>
중앙일보 <하늘의 최강자 F-22 한국왔다>
한겨레 <‘코리아 리스크’ 고조… 안보위기, 경제까지 덮치나>
한국일보 <한반도 상공에 뜬 美 F-22 전투기 편대>

 

조선일보 “F-22, 7분만에 평양 주석궁 때린다”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로 평가받는 F-22 랩터 4대가 17일 한반도 상공에 출동했다. 이 중 2대는 경기도 오산 미군 기지에 당분간 주둔할 예정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이라 간주하는 위성 발사 이후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거의 모든 언론들이 F-22가 한반도 상공에 떠 있는 사진을 1면에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북한 도발을 포함해 동북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F-22가 한반도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을 언제든 즉각 타격할 수 있는 최첨단 스텔스기를 통해 대북억지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F-22가 오산에 배치되면 마하 1.5(음속의 1.5배) 속도로 비행 시 오산 상공에서 평양까지 약 7분 만에 갈 수 있다”며 “북한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고 평양 주석궁까지 날아가 정밀유도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언급까지 서슴치 않았다.

 

▲ 조선일보의 18일자 신문 5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도 F-22가 대북 억제력을 갖는 이유를 상세히 덧붙였다. F-22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무기들이 한층 전투력을 강화해준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한 공군 관계자의 말을 빌어 “대북 무력시위 차원에서 긴급 출격했는데 ‘맨몸’으로 왔겠냐”며 “공대공 무기로는 AIM-120과 AIM-9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장착하고, 지상을 공격하는 무기로는 1000파운드급 GBU-32를 탑재한다. 핵무기도 탑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과연 F-22와 사드 배치가 대북 억제력에 도움이 될까. 일부 언론들은 “한반도가 무기 각축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과 “핵에 대한 대북억지력은 단기간에 키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점을 들어 비판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특히 중국의 반응에 집중했다. 중국의 관영 매체와 강경파의 반응을 전하며 ‘전란’이라는 표현을 통해 한반도에 군사적 개입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는 점을 짚었다. 대북 억지력은커녕 정작 중국을 자극해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도만 끌어올린다는 지적이다.

 

▲ 경향신문의 18일자 1면 사진기사 갈무리.

대화없이 제재만 나선 상황에 우려감을 나타낸 언론도 있었다. 한국일보는 “북핵 문제는 온데간데없이 미중 간 갈등이 커지고 군사적 긴장만 고조되는, 북한이 가장 즐기는 최악의 그림이 만들어진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어 “북핵 문제는 압박과 제재만으로 단기간에 승부를 볼 성질이 아닌 만큼 중국의 역할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화 카드를 열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했다”며 “안보리 제재 결의는 하되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야 한다는 중국의 의중”이라고 전했다.

 

‘코리아 리스크’우려에 ‘투자 활성화 대책’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심상치 않자 ‘경제 안보’ 위기감도 커졌다. 한겨레는 중국이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 ‘보이지 않은 손’을 동원해 한국에 경제적 압박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영토 분쟁 등 비경제적인 분쟁일 때는 가시적인 조처보다는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분쟁 상대국을 압박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이 한국의 대중 수출에 제동을 거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하게 되면 일본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전했다.

 

▲ 국민일보 18일자 3면 기사 갈무리.
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규제를 일단 물에 빠뜨려 놓고 꼭 살려야 하는 규제만 살려야 한다”며 규제 개혁을 적극 주문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코리안 리스크’를 극복하고 나서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1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수출과 투자 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리스크에 대해 ‘과도한 불안심리’로 일축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고 안보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적극 알려 과도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서비스산업·농림어업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일반 가정집도 지방자치단체에 ‘숙박업소’로 등록하고 관광객을 상대로 민박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유경제 활성화’ 정책이 포함됐다. 또한 서울 서초구 양재·우면동 일대에 내년부터 100만평 규모의 대규모 연구개발(R&D)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스포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복합체육관 설치를 가능하도록 설치 가능 면적을 현행 800㎡ 이하에서 1500㎡ 이하로 풀어줄 계획도 내놨다. 일반적인 건강관리와 의료행위를 분리해 건강관리서비스를 미래 유망산업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다만 정부는 정작 왜 해당 분야의 규제 해소가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덧붙이지 않았다. “규제를 모두 물에 빠뜨려야”한다는 강경한 발언까지 덧붙였지만 정작 규제 해소 만으로 산업발전 촉진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17일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외국에 캠퍼스를 설치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정에 ‘국내’로 한정된 ‘위치변경 인가범위’를 ‘국내 또는 국외’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해외 분교 설립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이유는 재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분교가 아닌 캠퍼스 설립에는 법인회계가 아니라 세입 규모가 큰 교비회계를 활용할 수 있어 대학의 해외 진출이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교육부의 입장을 전했다. 

교비회계를 해외 분교 설립에 이용할 수 없도록 했던 이유는, 교비회계의 대부분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으로 사실상 등록금으로 대학들이 해외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셈이다.

서울신문은 건강관리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에 대해서도 “치료와 예방의 영역을 어떻게 구분할지 애매하다”며 “일반 업체의 건강관리 서비스업이 의료 영역까지 침범하면 의료 공급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예방이라는 업무가 이전되면 저소득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공천룰 두고 ‘비박對친박’ 갈등

새누리당은 공천 룰을 둘러싼 내부 갈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내놓은 우선추천 지역 확대 및 정치 신인 100% 국민 경선 허용 방침에 목소리를 높이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19대 의원들을 ‘물갈이’하겠다는 친박(親朴)계와 어떻게든 의원 배지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비박(非朴)계 간의 다툼이 본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친박계는 신인을 ‘내리꽂는’ 전략공천을 최대한 도입하자는 것이고, 비박계는 어떻게든 현역에 유리한 상향식 공천 방식을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조선일보 18일자 신문 6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또한 대선 경선까지 내다보며 공천 룰 갈등의 본질을 짚었다. 이번 갈등은 현역 의원이 많을수록 대선 때 자기 편을 들어줄 의원이 많아져 유리한 ‘비박계’ 김무성 대표와, 당 대표를 노리는 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 인물의 당세를 넓히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 등 ‘배신의 정치’를 구현할 인물을 차단하겠다는 ‘친박계’의 충돌이라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내놓은 안은 전국 17개 시·도별로 1~3곳을 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해 사실상 ‘전략 공천’을 실시하고, 경선은 100% 국민 여론조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내놓은 공천 룰에 대해 김 대표는 언성을 높였다. “선거에 지는 한이 있어도 ‘이한구안’은 안된다”며 배수진을 치고 격하게 반발했다. 이 위원장이 내놓은 우선추천 지역 확대가 상향식 공천 원칙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도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김 대표가 지적하고 나선 공천 룰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은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대표라는 사람이 선거에서 져도 괜찮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말했다. “공천과 관련해 당 대표는 아무 권한이 없다. 당 대표에게 공천을 주지 않은 적도 있다”며 당 대표의 개입이 지나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할 수 있는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별하길 바란다”는 발언을 문자메시지로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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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터'가 몰고온 한반도의 전운 김정은 '전쟁놀이' 시작되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02/18 08:51
  • 수정일
    2016/02/18 08:5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분석] 대통령 연설 하루 만에... 사드배치는 '모기 잡으려 칼 빼어 든 격'

16.02.17 21:51l최종 업데이트 16.02.18 00:0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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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강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의 전략자산 F-22가 17일 오후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 공군의 F-15K와 비행을 마친 뒤 평택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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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매나 독수리 같은 맹금류를 뜻하는 랩터(Raptor) 4대가 한반도 상공에 날아들었다.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F-22 스텔스 전투기, 랩터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북한 영공에서 주석궁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북한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무기로 꼽힌다.

동해에는 이미 핵추진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7800t급)가 바닷속을 유영하고 있다. 작전 반경이 사실상 무제한인 핵추진 잠수함은 언제든지 주석궁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사거리 2400㎞)을 발사할 수 있다.

한반도에는 이미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장거리 전략 폭격기 B-52와 B-2 스텔스 폭격기도 배치돼 있다. 지난해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미 의회 조사국이 의회에 보고한 오딧세이 여명작전(리비아공습) 비용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 본토 주둔 B-2 스텔스폭격기 3대가 평양을 공습하는 데 든 비용은 우리 돈으로 62억 원, 괌에서 출격하면 33억 원인데, 평양 시내가 B-2스텔스기 폭격으로 잿더미로 변하는 데는 괌에서 5시간이면 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반도는 지금 핵무장한 전략자산들이 몰려드는 사실상의 준전시 상태다. 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사이버전·생화학전에 대비한 계획을 통합한 한미연합사의 '작계5015'와 '김정은 참수작전'에 동원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연설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 지 하루 만이다. 

그 하루 전 같은 자리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내표는 "자위권 차원의 평화의 핵과 미사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핵무장론을 주장했다. 

우리도 핵무장? 한반도는 이미 핵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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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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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론은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유지돼온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자위권 차원의 핵을 갖되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도 핵을 포기하는 '조건부 핵무장론'이라고 주장하지만, '자위권 차원'이니 '평화의 핵-미사일'이니 하는 것은 말장난일 뿐이다. 이 같은 말장난이야말로 북한의 핵개발 전략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명분도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권'이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의 핵무기 사용대상 7개국에 들어 있다. 지난 2002년 1월 미 국방부가 의회에 보고한 '핵태세검토'(NPR, Nuclear Posture Review) 비밀보고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바에 따르면, 미국은 유사시 핵무기 사용대상국으로 핵보유국인 러시아-중국 외에 당시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 이라크, 이란, 리비아, 시리아 등 7개국을 지목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핵공격 가상목표이다. 북한의 자위권과 우리의 자위권은 대응하는 위협의 차원이 다르다.

핵무장을 주장하지 않아도 한반도는 이미 핵 천지다. 북한에는 이미 10~20기의 핵무기(미 상원 정보위원장)가 쌓여 있고, 남한에는 21기의 핵발전소가 산재해 있다. 21기의 원자로 중 17기(울진 6, 고리 5, 영광 6)가 가압경수로이며, 4기(월성 4)는 가압중수로이다. 핵발전소, 특히 중수로는 유사시 북한의 공격 목표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핵무장의 본거지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외국 학자들은 한국을 잠재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보고 있다.

찰스 퍼거슨 미국 과학자협회(FAS) 회장이 2015년 4월 비확산 전문가 그룹에 비공개로 회람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월성의 가압중수로 4기에서 매년 416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준무기급 플루토늄 2500kg을 생산할 수 있다. 

박정희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캐나다 기술로 캔두형(가압중수로)을 도입한 것도 핵개발을 위한 것이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6일 이와 같은 사실 등을 근거로 "만약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면 한국은 약 18개월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고, 이후 수천 개까지 양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응한 한-미동맹의 고강도 군사적 압박의 결과, 한반도에는 B-52를 필두로 B-2, F-22, 핵추진 잠수함 등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무기들이 배치돼 있다. 3월이면 핵추진 항공모함(존 C. 스테니스호)도 온다. 3월 초에 시작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키리졸브·독수리 연합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두 달 동안 진행될 이 훈련에는 핵항공모함 등 미국의 최첨단 전략무기들이 대거 동원된다. 역대급 군사적 위협에 직면한 북한은 자위권 차원에서 '전연지역'(휴전선일대)에 '완전전투태세', 후방에 준전시태세를 선포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전체가 준전시 상태가 된다. 

사드 배치는 항장무검(項莊舞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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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 타는 개성공단 업체 대표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오른쪽)과 대표들이 12일 오후 여당 지도부와 간담회를 하기위해 국회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에 도착한 가운데, 회의 시간에 늦은 여당 지도부를 기다리며 물을 마시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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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이미 모든 통신이 단절된 상태여서 연습이나 실수도 언제든지 전쟁으로 발화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에 사드(THAAD)를 배치하는 것은 '항장이 검무를 추는 의도가 유방을 죽이는 데 있듯(項莊舞劍, 意在沛公)' 목적이 다른 데 있다"(왕이 중국 외교부장)고 하듯, 역사에서는 '훈련'이 '실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누가 한반도를 이런 준전시 상태로 만들었는가.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악화시킨 장본인은 핵실험과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김정은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라는 박근혜의 무모한 전략이 북한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역대급 미국 전략무기 배치라는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은 인류를 위협하는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러나 이라크에 WMD는 없었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보다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더 민감하다. 북한이 초보적 핵무기는 가졌지만 탄두 경량화에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핵폭탄이 어음이라면 미사일은 현금이다. 

2차 대전 때는 핵폭탄을 폭격기에 싣고 가서 투하했지만 현대전에서는 자살행위다. 핵무기도 투발 수단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작금의 준전시태세를 야기한 북한의 장거리로켓은 미사일이 아니며 미사일로 발전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해외 전문가들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사실이면 한-미는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모기 잡으려 칼을 빼 드는' 잘못된 극약처방을 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박정희(18년)부터 전두환(7년)-노태우(5년)까지 세 명의 군 장성 출신 대통령이 30년간 나라를 통치했다. 평생 전쟁에 대비해온 그들이 북한과 싸울 줄 몰라서 싸우지 않았을까? 

전면전이건 국지전이건 한반도에서 전쟁은 공멸이고 혼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의 7·7 특별선언과 북방정책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산물이자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이다. 개성공단은 유사시 '인질'이 될 수도 있지만 전쟁을 막는 '안전판' 구실도 해왔다. 이제 그 최후의 안전판마저 사라졌다.

엎질러진 물이지만 따져 물어야

엎질러진 물이지만, 물어야 한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가 갑자기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사드(THAAD)를 배치할 만큼 급박한 현실적 위협인가? 북한은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과거 실패한 핵실험에 이은 또 한번의 핵실험으로 치부하고 있다. 

북한은 노무현 정부 때 1차 핵실험(2006. 10)을 했고 이명박 정부 때 2차 핵실험(2009. 5)을 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 출범 직전에 3차 핵실험(2013. 2. 12)을 했다. 그때는 '통일대박'을 외치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개성공단 기업인들에게 '통일쪽박'을 차게 만드니 상당수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다(관련기사: 최악의 대통령을 만났다, 불행하게도).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는 이명박 정부 말기의 '은하 3호' 발사(2012. 12. 2)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그러나 북한의 장거리로켓은 미사일이 아니며 미사일로 발전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영-미 전문가들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면, 개성공단 폐쇄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고, 사드 배치는 모기 잡으려 칼을 빼어 든 격이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은 "만약 이대로 변화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에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박 대통령의 언급대로, 시일이 지날수록 북한은 핵무기를 고도화할 것이다. 그러나 핵무기를 가진 이웃이 주변국에게 늘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인 것은 아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수천 기의 핵무기를 갖고 있지만 쿠바와 폴란드가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중국이 수백 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과 전쟁을 했고 지금도 영토분쟁을 하고 있는 베트남이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이스라엘 또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이 핵무기가 무서워 전쟁을 두려워하거나 공포에 떨지는 않는다. 남아공도 과거에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이웃국가들이 두려움과 공포에 떨진 않았다.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좋을지를 걱정하는 것을 기우(杞憂)라고 한다. 

범죄현상을 설명할 때 풍선효과(Balloon Effect)라는 게 있다. 어떤 범죄의 단속으로 인해 뜻하지 않게 다른 방향으로 범죄가 표출되는 현상을 의미하거나, 어떤 현상을 억제하자 다른 현상이 불거져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풍선효과는 경제제재와 압박에서도 통용된다. 현실 인식이 왜곡되어도 진단과 처방이 성공을 거둘 수는 있다. 대북 압박정책의 성공은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토록 해 북한이 핵을 포기토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는 중국의 협조 없이는 실효를 거둘 수 없는 수단들이다. 

'북한판 금수저' 김정은의 즉흥성과 돌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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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지난 13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에 기여한 관계자들을 위한 환영 연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가 목란관에서 연회를 개최했다며 김 제1위원장이 "과학연구사업에 총매진해 앞으로 주체조선의 실용위성들을 더 많이 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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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미 3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안 2094호의 제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AFP 통신이 입수한 유엔 기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의 유엔 대북제재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막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된다. 미국과 일본은 독자적인 대북제재에 나서고 있으나, 북한은 2005년 9월 BDA 금융제재 경험을 통해 내성과 다양한 회피수단을 강구해왔다.

이명박 정부도 2010년부터 대북 경제교류협력을 제한하는 5.24조치를 시행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5.24조치 이후 해외(중국, 러시아, 중동 등) 인력 송출, 중국에 대한 광산물 헐값 판매 등으로 남북 경협 차단으로 인한 손실을 대체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폐쇄한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 북한은 이미 경제적 생명줄(원유)을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대북 제재는 북한 경제를 중국에 더 의존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협조 없이 북한의 체제전환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럽지만, 중국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공론화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다. 오히려 사드 배치의 공론화는 중국의 전략적 선택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향후 양국간 경제관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경제교역에서 중국은 1/4을 차지한다. 중국이 한국에 의존(?)하는 '한류'와 '화장품'은 대체재가 많다. 그러나 '안보'는 대체재가 없다.

사드 배치와 관련,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분명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랩터와 사드는 북한과 중국에게 항장무검(項莊舞劍)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정은이 항장무검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이다. 

국가정보원이 김정일-김정은 체제를 비교한 대외비 자료(대남관계)에 따르면, 김정일은 ▲일정한 행동패턴으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행보 ▲ 강-온 공세 전환 사이클이 비교적 장기간 ▲ 절충 가능한 안 제시인 반면에 김정은은 ▲ 즉흥적-돌발적 행태로 예측 불가성 증대 ▲ 강-온 공세 전환 사이클이 짧거나 동시 병행 ▲ 수용불가 조건 제시 허다 등으로 분석했다. 

국정원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북한판 금수저'인 '백두혈통' 김정은이 아직은 게임하듯 전쟁놀이를 즐길 수 있는 나이(32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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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이제는 지도자다운 지도자를!<기고> 강정구 전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강정구  |  unikoreaun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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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7  19: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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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 전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2016년 새해를 맞아 북의 수소폭탄 시험과 광명성 위성체 발사를 빌미로 한반도가 요동치면서 미국의 대중국 포위봉쇄라는 신냉전 구도가 ‘불가역적’으로 치닫고 있다. 신냉전의 결정판인 사드 한국배치가 기정사실화 되려하자 <환구시보>는 2월16일 사설에서 아래와 같이 결연하게 경고했다. 필자가 199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우려해 오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는 듯하다.(주1)

"베이징은 자기의 진짜 마지노선을 확실히 그어놓고, 그 누구라도 이를 건드리면 단호히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다. 또 한반도에 내란이나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 그렇지만, 만약 발생한다면, 우리는 응당 두려워하지 않고 맞상대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다리가 물에 잠기게 되면 반드시 누군가는 허리, 심지어 목까지 잠기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北京应当把自己的真实底线清晰无误地划出来,谁触碰它我们就坚决让它付出代价。中国坚决反对半岛生乱生战,但一旦生了,我们的态度应当是不怕奉陪。我们相信,当中国淹着腿的时候,必有人淹到腰甚至脖子.)

이렇게 미국의 아태재균형전략이라는 신냉전전략으로 조성돼왔던 한반도 전쟁위기가 구조화되면서,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비극의 역사를 강요당해 왔던 지난날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세계의 또는 중화 및 동아시아 질서가 근본적으로 뒤바뀌는 세력교체기 또는 역사전환기에 우리는 능동적으로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외세에 의해 희생과 절멸(絶滅)을 강요당해 왔다.

70여 년 전 2차 세계대전 직후 세계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시점에서는 미·소냉전 때문에 우리는 주로 미국의 주도에 의해 민족분단을 강제 당했고, 전쟁까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조건을 강요당했다. 그 결과 4백만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한국전쟁이라는 민족 최대의 비극을 겪었다.

120-30여 년 전 중화질서가 무너지고 서구제국주의가 동양을 지배하는 역사전환의 시점에서 조선은 갑신정변이나 갑오농민전쟁에 실패하고 일본의 식민지라는 치욕의 길을 강요당했다. 그 결과 민족절멸을 강요당하면서 수없이 많은 조선 사람은 일본군의 성노예, 총알받이, 보국대, 창시개명 강요 등등으로 형극의 길을 겪었다.

400여 년 전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의 세력교체기에 그 불길이 조선에까지 번지지 않게 균형외교를 구사해 오던 광해임금을 서인 인조반정 무리들이 몰아내고는 오매불망 명나라에 맹목적인 충성을, 곧 요즘 말로는 종명(從明)을 하면서, 병자호란을 자초했다. 그 결과 50만의 조선 여인들이 청나라에 성노예로 끌려가고, 수십만 조선 사람이 죽임을 당했다.

이러한 역사전환의 변곡점 시점에서 지도자는 모름지기 여러 가지 구조적 속박 속에 놓인 역사행로를 벗어날 수 있는 역사지향을 민(民)에게 제시하고 설복하고 소통하여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민의 자발적 지지를 이끌어내어 그 동력으로 역사방향을 완전히 또는 어느 정도 바꾸어 민족의 안위와 민족사의 밝은 미래를 개척하는 게 최고지도자의 역사적 책무이고 존재이유다.

그러나 지금 중·미세력교체기를 맞아 이 땅에 최고위 정치지도자라는 이명박과 박근혜는 과연 이런 역사적 흐름이나 책무를 알기라도 하는가?

2010년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고 의혹투성이인 천안함사건 이후 미국의 앞치마에서 벗어나자는 동북아중심론을 펼쳤던 일본의 하토야마정권이 무너지고, 천안함사고를 빌미삼아 대북 한미연합전쟁연습이 기승을 부리면서, 미국은 겉으로는 북을, 속으로는 중국을 겨냥하는 칼날을 갈게 되었고, 드디어 그 다음해인 2011년 노골적으로 중국을 포위봉쇄하는 아태재균형전략을 공개화 및 공식화했다. 이명박이 신냉전의 멍석을 깔아 준 셈이다.

또 이명박은 국회 국방위원에게 “연평도 포격 때 (북한을) 못 때린 게 천추의 한이 된다”며 “(군통수권자로) 울화통이 터져서 정말 힘들었다”(『동아일보』2011.6.24.)고 마치 전쟁광의 모습을 보였다. 그가 암시하는 비행기에 의한 폭격은 필시(必是) 남북 전면전으로 비화되었을 테다.

북의 4차 핵시험과 광명성 발사를 빌미로 신냉전구도를 확장 및 고착화하려는 미국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오히려 선봉장 노릇을 하면서 스스로 묘혈을 파는 게 박근혜정부인 것 같다. 이 바탕에는 필시 남북전쟁으로 귀결될 무력불사흡수통일론인 그녀의 ‘통일대박론’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2013년 연말 국가정보원장이 "2015년에는 자유 대한민국체제로 조국이 통일돼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다 같이 죽자. 한 점도 거리낌 없이 다 같이 죽자"고 운을 띠웠다. 박근혜는 2014년 신년대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서 철저하게 대비를 해 나가겠다...”라더니 곧 이어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2014년1월20일)면서 (흡수)통일대박론을 노골화했다.

이를 위한 채비 조직인 통일준비위원회의 정종욱 부위원장은(2015.3.10.) “여러 가지 통일 로드맵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통일 로드맵 가운데는...비합의적인 통일, 그러니까 체제 통일에 관한 것도 있습니다...저희 위원회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다른 부처에서 체제통일에 대한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연구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흡수통일 ‘기획’을 확인해 주었다. 이제 다시 그녀 스스로 2월16일 국회 연설에서 “이제는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근본적 해답을 찾아야 하며, 이를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라고 ‘가면’을 벗어 버렸다.
 
인간의 고귀한 생명권을 통째로 앗아가는 전쟁, 이것만은 절대 불용이라는 철칙을 기조로 삼았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지도력이 계승되었더라면 오늘의 한반도가 이렇게 암울한 전쟁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신냉전의 격전지로 치닫고 있을까?

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인권인 생존권을 중시하고 인류보편의 규범인 평등권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지도자가 선택되었더라면 연애·결혼·출산 포기의 3포, 일자리와 내집 마련 포기의 5포, 인간관계와 희망 포기의 7포, 건강과 외모관리 포기의 9포를 거쳐 다 포기하는 시대가 되어 버린 헬조선 속에 우리 젊은이들이 이렇게 피폐(疲弊)하고 있을까?

또 자살률 10만 명당 29.1명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1위이고 (2012년 기준) 연령별 자살률은 2011년 기준으로 50대 남자 25.9명, 60대 남자 37.7명, 70대 남자 81.3명, 80세 이상 남자는 120.9명으로, 이 같은 노인 자살공화국이 되었을까?

지난 7-8년 동안 우리 사회에는 최소한의 기본윤리나 진실과 규범에 대한 최소강령마저도 무너지고 말았다. 최고위층인 대통령을 필두로 정치권 중심의 정상배들, 이들을 대변하는 언론매체들은 장기 거시적 역사 전망, 이에 따른 대비 전략과 정책 등을 제시하기는커녕 자고나면 거짓말 선동과 무조건 몰아붙이기 물귀신 작전 등 ‘정상적인 것의 비정상화’에만 혈안이 되어 상식마저 저버린 세상이 되어 버렸다.

한국 GDP와 수출의 약 25%를 차지한다는 어느 재벌가 천상(天上)의 어린애, 그 할아버지 할머니는 9년 만에 겨우 그 손자를 처음 만날 수 있었다 한다. 그 애는 지상(地上)의 보통사람이 먹는 라면이나 떡볶이를 9년 만에 처음 시식할 수 있었다한다. 한국사회의 천상과 지상, 공주와 백성, 금 수저와 흙 수저 사이는 넘을 수 없는 분리장벽이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 처져 있다. 이러한 재벌과 성골(聖骨)이 지배하는 사회 속에 일반 서민들의 설자리는 시궁창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지난 10년에 가까운 한국의 현실은 그야말로 나라를 팔아먹어도 35%의 콘크리트 지지라는 구도 속에 매몰된 위아래의 특정 부류들에 의해 나락(奈落)으로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더 이상 추락할 수는 없다. 이제 더 떨어지면 끝장이다.

바로 여기서 지도자론에 대한 깊고 폭 넓은 천착(穿鑿)이 절실히 요구되고, 곧 다가올 권력교체기에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발굴하고 발현시켜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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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그러나 오늘의 통일조건은 4월혁명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촌의 상황은 탈냉전으로 기존의 동서 냉전체제가 가졌던 강력한 규정력이 약화되고, 남한이 세계체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상승되어 이제 통일은 남과 북이 하기 나름이라는 점이다. 다른 한편 20여년 이내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 동북아신냉전의 도래 우려가 있어 이 사이에 남과 북이 부분통일이라도 이루지 못할 경우 기존의 양대 냉전체제와 같이 외적 규정력의 강화에 의해 통일이 장기적으로 지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곧, 통일의 길은 열려 있지만 오랜 동안 지연시킬 경우 또다시 통일의 문은 닫힐 우려가 높다”. 강정구, “4월혁명과 현단계 자주·민주·통일의 과제” 한국산업사회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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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가 선거용 소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드. THAAD. 종말 고고도 지역방어(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예전에는 전역 고고도 지역방어(Theater High Altitude Defense)라고 부르던 녀석이 갑자기 유명해져서 온갖 동네에서 사드 얘기로 시끌벅적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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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설치를 한다면 어디에 해야 하나, 돈은 누가 내나, 그런데 과연 이 사드를 설치하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긴 되는 건가, 미국 좋자고 중국 비위 거스르는 거 아닌가, 다른 수많은 무기체계들과 마찬가지로 하등 쓸모 없는 데다 돈만 날리는 거 아닌가, 논란의 폭은 갈수록 넓어지고,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 알기도 힘든 상황에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난 막걸리나 먹으러 가겠다고 털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때 안 나서면 또 언제 나서겠는가? 탈탈 털어보기로 하자.

 

 

 

창과 방패

 

핵심은 창과 방패다. 대륙을 넘나드는 미사일 등의 전략무기가 등장하는 현대사회에 군사력으로 평화를 지키겠다는 노력은 갈수록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만 있는 중이다.

 

일단 무기들이 워낙 발전을 했다. 그리고 그 무기들을 막는 무기들이 덩달아 또 발전을 했다. 비싸기도 엄청 비싼 무기들이고, 그 무기들의 역할이 뭔지도 헷갈리는 단계에 와 버렸다.

 

적국이 있는 상황에서 자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이것조차 헷갈린다. 과거에는 적국보다 강대한 군사력을 보유함으로써 아예 공격의 의지를 말살해 버리는 방법이 주된 것이었다면 핵무기 등장 이후는 그나마도 그리 단순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런 전략적 개념을 알기 위해서는 대략 어떤 무기들이 있고, 어떤 무기가 공격형이며, 어떤 무기들이 방어형인지를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창과 방패로 시작하는 것이다. 재래식 전력에서는 거의 모든 군사력은 다 공격형이라고 분류해도 좋았다. 공군 전투기, 전폭기, 해군 전함, 육군 포병, 모두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들이다. 그러나 이런 재래식 전력들에 대한 이야기는 얼추 정리가 된 걸로 봐도 된다.

 

적국의 전투기가 이륙하면 우리의 전투기도 같이 이륙하면 된다. 적국의 전함이 출항을 하면 우리도 그 전함의 행보를 감시하면서 같이 전함을 출항시키면 된다. 적국의 포병이 모습을 드러내면 우리 역시 포병을 준비시켜 맞포격을 준비하면 된다. 이 모든 전력들이 어우러져 군사력을 구성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정보와 작전능력이다.

 

정보는 눈이고 작전은 손발이다. 선제공격을 할 게 아니라면,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눈으로 봐야 하고, 그 움직임에 대응해서 우리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대응하면 된다. 이게 정보와 작전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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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대적인 무기체계로 오게 되면 이런 움직임의 개념 자체가 변화한다. 특히 북한의 경우 재래식 전력으로는 도저히 남한의 군사력을 넘을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이제는 재래식 전력을 벗어난 비대칭 전력상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중이다. 그래서 그들이 먼저 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창,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현대전에서의 창이라면 주로 미사일이다. 미사일은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는 확실히 다른 개념이라 구분하기 쉽다.

 

순항미사일은 쉽게 말해서 저공비행을 하는 미사일이다. 지속적인 추력과 센서를 보유하고 GPS가 탑재되어 있다. 20M 전후의 고도로 저공비행을 하며 주변의 지형지물을 카메라로 확인해서 반응하며 GPS에 입력된 좌표를 향해 날아가는 시스템이다.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으며, 상대적으로 목표물을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무기다.

 

탄도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는 미사일이다. 그 기원은 2차대전 당시 독일이 런던에 퍼부은 V2 미사일에서 시작되며 사정거리가 길수록 더 높은 고도까지 올라간다. 대부분 대기권을 벗어나 장거리 탄도비행 후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목표물에 탄두를 낙하시키는 방식으로 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추진체 기술도 높아야 하고 재진입 과정에서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야 목표물 근처에라도 갈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만들기가 졸라 힘든 미사일이라는 소리다.

 

대신 엄청난 사정거리를 가지게 되며, 재진입시 속도도 무척 빨라서 막기가 힘들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의 기술은 이 무기의 사정거리를 거의 지구 반 바퀴 돌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톤 단위의 대형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게 해둔 상황이다. 이거 한 발이면 우리같이 좁은 나라는 끝장이다. 엄청 무서운 놈이다.

 

그 외의 장사정포 같은 것은 그저 탄에 생화학 병기라도 넣기 전에는 그닥 무서운 수준은 아니며, 현대전에서의 창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 단지 북한은 이 장사정포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골치가 아프긴 하다. 그러나 오늘 다룰 이야기에서는 논외로 빼야 할 것 같다.

 

 

 

창을 막는 방패

 

방패라면 바로 이 창들, 순항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을 막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마징가 제트 광자력연구소의 쉴드나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AT필드 같은 것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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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방패 역시 미사일체계로 이루어진다.

 

순항미사일은 그닥 위험하지 않다. 손쉽게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느리다. 음속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물론 최근에는 램제트나 스크램제트 엔진을 이용해 음속의 열 배가까운 속도로 날아오는 순항미사일도 개발되고 있다지만 아직은 비중있게 실전배치되지 않은 걸로 봐도 무방하다.

 

기존의 순항미사일은 방어하는 쪽에서 제대로 된 공군력과 쓸만한 레이더망만 있다면 얼마든지 요격할 수 있다. 초음속 전투기가 따라가면서 요격용 미사일로 격추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굳이 미사일 방어체계, 즉 MD 같은 것이 동원될 이유가 없는 약한 창이라는 얘기다.

 

반면 탄도미사일은 막기가 힘들다. 일단 날아오는 고도가 무척 높다. 그렇다면 그 고도로 올라갈 수 있는 요격 미사일이 필요한데, 그건 날아오는 놈과 똑같은 수준의 탄도미사일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며, '요격'을 위해서는 날아오는 녀석보다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더 정밀한 미사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탄도미사일은 단계별로 나누어 방어를 하게 된다. 이게 쉽지가 않다. 왜냐면 어떤 단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지면, 그 요격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기능이 탄도 미사일에 장착되는 식으로 창이 더 정교해지기 때문이다. 

 

즉, 가위바위보 같은 게임이 무한 반복된다는 얘기이다.

 

그래도 현재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꽤나 발전을 했으니, 그 얘기를 해 보도록 하자.

 

 

 

미사일 방어체계(MD)

 

MD는 엄청 복잡하게 발전을 해 왔다. 심지어 그 개념도 수시로 유행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최초로 만들어질 때에는 대륙 간 탄도탄 즉 ICBM에 장착되어 날아오는 핵무기를 막는 시스템이었고, 최근에는 그 의미가 약간 넓어져 ICBM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전체를 막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시스템은 주로 막아야 할 미사일의 종류에 따라 나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미사일의 고도와 속도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높을수록, 빠를수록 막기 힘든 것이 사실이잖은가.

 

그리고 미사일의 비행 단계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발사 초기에 요격을 하는가, 중간단계에서 요격을 하는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종말단계에서 요격을 하는가로 나누는 것이다. 이 비행 상태에 따라 요격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구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대기권 외부를 비행하는 중간단계는 고도가 높기 때문에 불리한 측면도 있지만, 비행시간이 길어 요격 가능한 여유 시간 또한 길기 때문에 한결 편하다는 점이 있고, 대기권 재진입 이후, 즉 종말단계로 내려오면 요격 가능시간이 줄어들어 힘들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런 분류에 맞춰 사드를 설명하자면 바로 종말고도, 즉 대기권 재진입이 시작된 다음에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 구성원이 된다는 것이다. 남한에 배치하네 마네, 하고 논란이 일고 있는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사드보다 더 낮은 단계에서 사용되는 것이 보통 패트리어트 미사일인데, 최신 버전은 패트리어트 Advanced Capability–3, 즉 PAC3이라는 기종이다.

 

그 외에도 항공기에서 레이져로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도 있고,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SM-3 미사일을 이용한 '이지스 BMDS(Aegis Ballistic Missile Defense System)'라는 것도 있다. 사드보다 훨씬 더 높은 고도에서, 즉 중간단계에서 요격이 가능한 체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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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이 방패들은 매우 다양하게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가능한 스펙에 맞춰 적절히 배치되어 순차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차 방어가 실패하면 2차가, 그것도 실패하면 3차가, 이렇게 연속적으로 말이다. 

 

어떤 탄도미사일들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요격 시스템을 교란하기 위한 디코이 등을 뿌리기도 한다. 이번에 북한에서 발사한 은하 로켓도 1단계 추진체를 파괴해 버리는 시스템을 장착했는데 이 파편들은 미사일과 함께 관성 비행을 하며 레이더망을 교란해서 격추시키기 힘들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런 기술로 요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데 어느 한 가지의 요격 시스템으로 탄도미사일을 완벽하게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실제로 MD 시스템 실험의 역사를 보면 실패로 점철된 처참한 역사이기도 하다. 방어율은 10%를 넘기 힘들며 들어간 비용에 비해 효과가 너무 없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방패를 포기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킬 체인이다.

 

 

 

킬 체인. 왜 발사를 기다리는가?

 

현존하는 모든 MD는 아주 큰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상대방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 가동된다는 것이다. 일단 미사일이 발사되면 그거 막기 진짜 힘들다. 워낙 빠르고 높게 날아오니까. 그러면 아예 발사 전에 때려 부숴 버리면 해결되지 않겠는가 하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90년대 이라크 전쟁당시 이라크는 스커드 미사일을 대거 배치하면서 주변국들을 위협하고 미군을 위협했다. 스커드 미사일 역시 MD의 대상이 되긴 하는데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의한 요격율이 형편없어서 미군은 MD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동식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로 추정되는 것을 선제공격해서 파괴하기로 했다. 이 때 등장한 개념이 킬 체인(Kill Chain, 타격순환체계).

 

킬 체인의 타겟은 '시한성 긴급표적(Time Sensitive Target)'이라고 표현한다. 즉, 위성이나 조기경보기, 레이더망 등으로 확보된 표적인데 이게 제 자리에 있질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긴급하게 공격을 해야 하거나, 또는 이게 미사일 발사대인데 금방이라도 미사일을 쏠 것 같은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탄도미사일 같은 경우는 그 발사대를 셋업하고 연료를 주입하는 등 준비단계가 꽤 오래 걸린다. 이걸 발견하게 되면 그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때려 버리자는 발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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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킬 체인은 탐지-확인-추적-조준-교전-평가(Find-Fix-Track-Target-Engage-Assess: F2T2EA) 의 6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지점부터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이 된다. 즉 예전처럼 전폭기 들에게 타겟을 알려주고 이륙해서 날아가서 폭격하고 오니라~, 하고 시키면 이 타겟팅부터 폭격시점 까지 심지어 3일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런 식이라면 이 킬 체인 개념은 무용지물이다.

 

전폭기를 보내건, 드론을 보내건, 미사일을 쏘건, 심지어 해병대를 보내 폭파하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서는 킬 체인의 효능을 발휘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군은 이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노력을 개시한다.

 

탐지는 탐지대로 노력하되, 언제든지 타겟을 때릴 수 있는 준비를 미리 해 놓는 것이다. 전폭기라면 타겟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륙해서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가 타겟 데이터를 송신 받는 즉시 폭격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고, 드론 역시 다수의 개체가 항시 비행상태에 있다가 타겟 확인 즉시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의 범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시간을 훨씬 더 줄일 수 있게 된다.

 

결국 타임 센시티브 타겟이라는 개념 자체가 '타임 크리티컬 타겟(Time Critical Target)'이라는 개념으로 강화되기에 이른다. 온갖 정찰수단, U2 정찰기, 글로벌 호크, 프레데터 무인기 등이 상시 가동되면서 감시 체계를 유지하고 여기서 발견된 타겟은 디지털 데이터화 되어 상공을 항시 비행하고 있는 B-2 폭격기 등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이에 따라 폭격이 벌어지면서 킬 체인 소모시간을 한 시간 이내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제 미군은 이 소요시간을 10분 이내로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환장하겠다. 이제 미군이 때리고자 맘먹은 타겟은 10분 이내에 증발하게 되는 세상이 온 셈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킬 체인이 세계적으로 완성되어 미군이 전 세계를 감시하는 상황이 온다면, MD는 그저 부수적인 대비가 될 뿐이다. 상대방이 미사일을 쏘려고 준비만 하면 킬 체인이 가동되어 원천봉쇄를 해 버리는데, MD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저 킬 체인 시스템이 실수해서 한 두발 날아오면 그것만 요격하면 되는 부수적인 방패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을 확실히 짚어 두기로 하자.

 

MD는 더 이상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국형 킬 체인, 한국형 MD

 

대한민국 국방부는 2013년 2월 13일에 중대발표를 한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겠지만, 무려 2015년까지 한국형 킬 체인을 완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국방부의 야심찬 계획에 의하면, 1단계 정찰위성과 정찰기등을 활용해 1분 이내에 북측의 위협을 탐지하고, 2단계, 1분 이내에 위험을 식별한 뒤, 3단계, 3분 이내에 타격을 명령하고, 4단계 25분 이내에 목표물 타격을 완료한다는 것이었다.

 

30분의 사이클을 가진 킬 체인을 완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만약 이 한국형 킬 체인이 완성된다면, 사실상 한국형 MD는 부수적인 문제가 된다. 북한이 아무리 좋은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탄두를 수백 개 만들어도, 미사일에 연료 채우고 있으면 다 때려 부술 수 있는데, 뭐하러 사드 같은 MD 시스템을 만들겠는가 말이다. 미군처럼, 킬 체인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그 킬 체인의 실패를 대비한 부수적인 MD만 확보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뭘로 킬 체인을 완성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금강, 백두 정찰기, 아리랑 3호 위성 수준뿐이다. 그러니 모든 정찰 자산을 미군에 의존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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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가 타격수단도 없다. 북한을 직접 비행기로 폭격하는 건 격추의 위험도 있어 곤란하니, 미사일로라도 쏴야 하는데, 현무2 탄도미사일이나 현무3 순항미사일 같은 것은, 발사 이후에 타겟을 변경하는 기능이 없다. 즉 미리 쏴 두고 나중에 목표를 수정해야 하는 킬 체인 개념에 적합한 무기들이 아닌 것이다. 총체적인 난국이며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군의 정보 능력이다.

 

해방 이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존하여 작전능력만 향상시키면서 정보능력은 거의 발전하지 못했다. 미군 역시 대한민국 국군의 정보능력 향상에 거의 도움을 주지 않았다. 도움을 주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방해하는 수준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남한군이 독자적인 정보능력을 확보하면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일까. 북진 통일을 외치던 이승만에게 하도 데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한국군의 정보능력 향상 문제는 미국이 먼저 요구한 부분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왜 요구했을까?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전시작권통제권 환수 조치는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게 이명박 정권 때 1차 연기되었고, 박근혜 정권 들어서 이제는 기약없이 연기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문제, 정권의 자주성이나 자주국방에 대한 의지 문제로 비화되어 정권을 비판하는데 많이 활용되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할 정도로 대한민국 국군이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는 따로 남아 있었고 사람들의 관심을 그리 많이 받지 못했다. 앞서 얘기했던 대로 해방 이후 한국군은 비약적으로 발전을 했고, 재래식 전력에 있어서 북한군을 압도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보능력이다.

 

그 압도적으로 발전한 물량과 그 물량을 통제할 작전능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매년 반복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나 다국적 연합군 작전 훈련에서 한국군은 언제나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곤 했다. 하지만 정보 분야를 살펴보자면 일단 정보 자산, 조기 경보기 등의 정찰기라거나 레이더망이라거나 군사위성의 수준을 보면 열악하기 그지없다. 거기다가 그런 정보 자산에서 도출된 첩보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조차 미비하기 짝이 없다.

 

한 마디로 표현해서 한국군의 현황은 몸집은 비대하고 팔다리는 힘이 센데, 눈이 멀어 버린 장님 같은 군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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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로 전시작전권을 환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다. 따라서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주려면 한국군의 정보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키워 놓아야 된다는 것이 미국의 요구였고, 또 한미간의 합의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도 전략기동군 체제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주어야 할 필요도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 이 한국형 킬 체인은 그 개념을 완성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되어야 하고, 그게 완성되는 시점 이후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국방부는 그 시한을 2015년으로 못을 박아 두었던 것인데 말만 하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이룩하지 못했다. 뭐 했냐고 물으면 예산이 없었다고 답을 하겠지.

 

결국 모든 사업은 2020년 이후로까지 연기가 된다. 킬 체인 완성만 연기된 것이 아니라, 바로 한국군의 정보능력의 확보가 조건부로 걸려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까지 연기되어 버린 것이다.

 

아무도 준비를 안 하니 그런 큰일이 제때 될 수가 있나...

 

전작권 환수는 그냥 정치적인 이유로 안 한 게 아니다. 양측이 합의한 조건을 완수하지 못한 탓에 강제로 연기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판단할 때 정파적 관점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 다시 한 번 짚어 두기로 하자.

 

 

 

박근혜 정권은 무엇을 하는가?

 

남북관계를 경색시켜 버렸다. 남북 간의 대화 채널을 모두 막아 버렸고, 개성공단을 폐쇄해 버렸다. 그리고 나서는 오늘 연설을 통해 개성공단 폐쇄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위협을 하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의 임무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하고 우선되는 임무는 국가의 안전 보장이다.

 

북한이라는 가장 큰 위협을 바로 옆에 두고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국가 안보 확립 방안은 남북관계를 평화 무드로 이끌고 가는 것이다. 오고 가는 현찰 속에 싹트는 우정이라는 명언도 있지 않은가? 서로 장사하고 투자하고 사회간접자본, 도로망 만들고 원유 수송하는 파이프 건설하고, 북한에 많다는 자원 개발을 남한 기업들이 앞장서서 해내는 식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북한을 돕자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통일은 대박이라는 얘기까지 있었잖은가. 우리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향의 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퍼주기라고 비웃을 일이 아니라는 점, 누구나 안다. 장사란 그런 것이다. 개성공단이 규모가 작아서 겨우 1년에 천억여 원 수입이 생기니까 개성공단 폐쇄에도 북한이 끄덕 없는 거지, 그게 만약 수십조원의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이었다면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우습게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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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개성공단 사업을 처음 기획할 당시 남북이 합의한 대로 개성공단을 지속적으로 확 했다면 지금쯤은 말 그대로 매년 수십 조의 이익을 북한이 보고 있었을 것이며, 남한은 개성공단이 경제 활력소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왔다면 북한이 로켓인지 미사일인지 모를 그것을 그렇게 무리하게 발사했을까?

 

좋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 북한이 워낙 앞뒤 모르는 망나니 집단이라서 돈 무서운 줄 모르고 날 뛸 것이라는,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 맞다고 치자. 그러면 뭘 했어야 하는 건가?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 무드를 조성하지 못할 바에는 확실하게 북한의 비대칭 전력, 노동 시리즈 미사일이나 무수단 같은 것에 대한 대비를 해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해야 평화가 유지되고 대한민국의 안전이 보장된다.

 

벌써 몇년 전부터 대한민국 국군은 정보능력의 향상이 필수적이라고 외치고 있었고, 한국형 킬 체인을 확보하겠다고 공언을 한 상태였다. 이거라도 확실해 해 놨어야 하는 거 아닐까?

 

우선 순위는 명확하다. 사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솔직히 사드는 MD 중에서도 지극히 일부, 종말 고고도에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이고, 그 요격확률도 그리 높지 않다. 대신 땅만 어지간히 잡아 먹고 돈만 무지하게 잡아먹는 하마같은 녀석이다. 하다못해 구닥다리 패트리어트 몇 개 가지고 있는 걸 PAC-3로 업그레이드한다거나, SM-3 발사 가능한 이지스함을 몇 대 사온다거나 하는 게 더 급하다.

 

아니, 그 보다도 훨씬 더 급한 것은, 북한을 감시하고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발사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정보체계를 완성시켜야 한다. 이미 발사되어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보다는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발사대 자체를 타격해 버리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이라크, 아프간에서 미군이 실전적으로 확인한 사항인 것이다.

 

이거 다 알고 있었잖은가? 국방부에서 먼저 나서서 킬 체인을 완성하겠다, 정보능력을 향상시키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걸 진두지휘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그 동안 뭘 하고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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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기부터 나왔던 뻔히 보이는 사실은 모두 무시하고, 이제 와서 2조 원이 넘는 사드만 도입하면 뭔가 해결되는 것처럼 엄포를 놓는 것이 정상적인 대통령의 할 일이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문제는 선거다

 

설마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한 국가의 행정부를 담당하는 수반이 그런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다고 믿기 힘들다. 하지만 끊임없이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박근혜 정권은 국가 안보에 별 관심이 없을 거라는 생각 말이다. 뭐 진짜 치욕적이지만 굳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거 역시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남한의 자력에 의한 안전 보장이 무너져 국가 체제가 붕괴하는 상황이 오는 것은 미국이 원하질 않는다. 결국 남한의 안전보장 능력이 진짜 휴짓조각보다 약한 상황이 되더라도 미국이 나서서 망하지는 않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구한말 이후로 우리 사회의 지배층은 항상 그래왔다는 아픈 기억도 떠오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짜 관심있는 것은 그렇게 미국이 열심히 지켜준 나라에서 자신과 자신의 주변 인물들이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인가 보다. 이거 진짜 너무 슬픈 예측 아닌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스스로의 판단과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 안전 보장을 해 줘야 할 의무를 방기하고 자신의 퇴임 이후의 권력 유지를 위해, 모든 국가 안보에 관련된 상황을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활용하는 것, 즉 다가오는 총선 분위기 연출의 소품으로 써먹어 버리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절대 믿고 싶지 않은 결론이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자꾸만 그런 결론으로 가 버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확대할수록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개성공단 프로젝트, 이미 다 계획이 되어 있고 서로가 확대하기를 바라는 이 사업을 무참하게 중단시켜버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할 방법이 없다.

 

또한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실험이 지속되는데, 그 위협을 제대로 막아낼 한국군의 정보능력 강화에 전혀 무관심하고, 아무런 예산 지원도 안 하고 있으며, 국방부는 국방부대로 의무복무에 시달리는 일개 병사들의 돈이나 빨아먹을 생각을 하고, 복지 예산의 90% 이상을 장교들에게만 사용하는 썩어 빠진 상태로 전락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제지를 안하는 이유를 설명할 방도가 없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그닥 필요하지도 않은, (물론 따지고 따지다 보면 킬 체인 이후의 미사일 방어 계획의 극히 일부에 필요할 가능성도 아주 조금 있긴 하지만 뭐가 먼저인지는 앞에 이미 설명 드렸다.) 엄청 비싼 사드부터 사오겠다고 설레발 치는 이유를 설명할 방도 역시 전혀 없다. 그리고 그건 또 어디다가 설치할 건가. 미국도 사막이나 해안가에다가만 설치하는 그 녀석을 말이다.

 

임기 내내 기자회견을 거의 하지도 않다가 총선을 앞두고 이미 잡힌 일정까지 바꿔가며 국회까지 쫓아와서 개성공단 폐쇄는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고 모두를 상대로 협박성 연설을 늘어놓는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정말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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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새누리당이 개헌에 필요한 200석을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그나마 좀더 온건한 걱정이라면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180석 이상을 먹게 되는 거 아니냐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국가 안보 관련 사항을 선거용 소품으로 써먹는 걸로 보이는 행동을 하면서까지 새누리당 선거운동에 나서는 이유가 뭘까? 도대체 몇 석을 원하는 것이냐는 말이다.

 

그냥 할 줄 아는 게 선거 밖에 없는 선거의 여왕이라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가? 글쎄, 국정원과 군 정보기관의 불법적인 도움을 받은 것도 능력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사드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선거였던 것이다.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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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에 이어 통일부까지 왜 이러나… 성급한 주장으로 국제망신 자초

국정원에 이어 통일부까지 왜 이러나… 성급한 주장으로 국제망신 자초
 
 
 
nk투데이 문경환 기자 
기사입력: 2016/02/17 [02:27]  최종편집: ⓒ 자주시보
 
 

 

근거 없는 보도, 왜곡·편파·허위 보도를 일삼는 언론을 두고 흔히 '카더라 통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첨예한 지금 '카더라 정보기구', '카더라 장관'이 등장해 국제사회에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국정원 보고 내용 두고 러시아와 외교 마찰

'카더라'는 국가정보원이 먼저 시작했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이병기 국정원장이 북한 로켓의 주요 기술과 부품을 러시아에서 도입한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에 대한 상당한 자료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자 8일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러시아가 북한에 로켓 생산 기술을 제공했다는 한국 정부의 지적은 전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완전한 헛소리"고 반박했다.

 

한국 정부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자 미하일 울리야노프 러시아 외무부 비확산·군비통제국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에 로켓 부품을 제공했다는 한국 정보 당국의 발표는 무책임하고 아주 비전문가적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근거가 있다면 그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만일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공식적으로 기존 발표를 취소하고 용서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조언한다"고 경고했다.

국정원 보고가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상황이 된 것이다.

 

상태가 불거지자 11일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내용이 와전된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결국 국정원이 근거도 없이 '러시아 책임론'을 꺼냈다가 국가 망신을 당한 꼴이 되었다.

애초에 국정원 주장은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로켓 '광명성호'를 2012년 발사한 '은하3호'와 거의 같은 로켓으로 분석했는데 당시 국방부는 '은하3호' 잔해 분석 결과 북한의 주요 부품을 자체 생산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관련기사]핵심부품 자체 제작 능력 갖춰

국정원 주장은 국방부 주장과 정반대였던 셈이다.

 

개성공단 핵개발 전용론 두고 우왕좌왕

국정원에 이어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구설수에 올랐다.

홍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이 핵개발에 전용됐다며 개성공단 중단 조치의 근거를 제시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자신의 발언을 180도 바꿔 물의를 빚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한 지난 10일 홍 장관은 "개성공단 자금이 핵 무기 개발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이틀 뒤에는 "정부는 여러 가지 관련 자료도 가지고 있다"고 더욱 확신성 있게 말했다.

 

14일에는 KBS 방송에 출연해 "(개성공단 임금의) 돈 중 약 70%가 (노동당) 서기실 등으로 전해져서 (핵무기, 미사일 개발 등에) 쓰여 지고 있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확인했고 증거자료에 대해서는 "정보 자료라서 공개하기 어렵다"며 자료를 확보했음도 분명히 했다.

같은 날 통일부도 '개성공단 관련 정부입장'을 발표해 "(개성공단 임금은) 북한 근로자가 아닌 북한 당국에 전달되고" 있으며 "이중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있다고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홍 장관은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저는 처음부터 확증이 있다고 말한 게 아니다"고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또 "증거자료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며 증거자료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애초에 증거자료도 없고 확증도 없으면서 장관이 직접 단정적으로 이야기한 것에 대해 각계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편 홍 장관이 자신의 말을 번복했음에도 조선일보는 15일 개성공단 임금이 노동당에 흘러들어간 사실을 입증하는 공문서가 존재한다고 단독 보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2006년에 이미 논란이 됐던 것으로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사실 확인 없이 인용한 것으로 결론이 난 내용이다.

 

또 16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통해 "우리가 (개성공단을 통해)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이 통일부장관 발언을 하루만에 뒤집은 것으로 정부 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개성공단 임금 대부분은 근로자에게 지급

개성공단 임금이 핵개발에 사용된다는 주장은 애초에 신빙성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기업지원부장을 역임했던 김진향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임금 중 약 30%가 사회문화시책금으로 공제되며 나머지 70%는 대부분 '상품공급권' 형태로 개인에게 지급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정부가 가져가버린다는 개성공단 임금, 실제로는?

 

이는 개성공단 임금 지급액의 70% 남짓이 "순수하게 북쪽 근로자 몫으로 돌아간다"고 2006년 11월 7일 공식 발표한 고경빈 당시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의 발언과도 일치한다.

물론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내내 정부가 이 발표를 수정한 적은 없다.

 

일각에서는 사회문화시책금 외에 사회보장금으로 15%를 더 공제하므로 북한 근로자는 55%를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사회보장금은 임금과 별도로 입주기업이 북한에 지급하는 돈이기 때문에 잘못된 계산법이다.

 

사회문화시책금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주택 등을 위한 국가 재정으로 들어가는 돈으로 개성공단 근로자뿐 아니라 북한의 모든 근로자 임금에서 30% 가량 공제되는, 우리로 치면 4대보험이나 세금과 비슷한 돈으로 볼 수 있다.

홍 장관의 말처럼 개성공단 임금의 70%를 정부 혹은 노동당이 가져간다면 사실상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개성공단 근로자 모습. ⓒ김진향

개성공단 근로자 모습. ⓒ김진향

 

이처럼 홍 장관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 핵심 관계자는 30% 공제되는 사회문화시책비로 노동자 임금을 주고 나머지 70%를 핵·미사일 개발비로 쓴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한겨레 2월 15일 보도)

 

그러나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임금 중 북측 근로자들에게 물품교환권과 북한 원화 등이 제공되는데 이를 제외하고 사회보험료 명목 등으로 북한 당국이 가져가는 돈의 용처를 알 수 없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뉴스1 2월 14일 보도)

 

한 마디로 정부도 개성공단 임금이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 북한 정부에 유입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1년에 개성공단을 통해 제공되는 자금은 1억 달러가량 되는데 이는 연간 북-중 교역규모인 60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애초에 개성공단 중단이 북한에게 치명적인 압박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하자 곧이어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로 응수한 배경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남북관계가 심각한 위기로 접어드는 지금 정부가 침착하지 못한 모습으로 자칫 국제 망신을 자초할 수 있어 우려된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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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사진, 마음대로 쓰면 다쳐!?

 
[전진한의 알권리] 대통령기록관, 외관보다 독립성 확보가 중요
 
| 2016.02.17 10:45:11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지난달 세종시에 새로 입주한 대통령기록관이 2월 16일부터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이해하고 역대 대통령의 체취를 느껴볼 수 있는 대통령기록전시관을 일반 시민에게 전면 개방한다고 밝혔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제로 한 2333.59제곱미터(706평) 규모의 전시관에는 문서, 사진, 영상, 선물 등을 전시하고 있고 상징관(1층), 자료관(2층), 체험관(3층), 역사관(4층) 등 4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통령 기록은 그동안 일반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분야였고, 가까이서 열람할 기회가 없었다. 뒤늦게나마 세종시에 대통령 기록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다행이다. 향후 이 시설이 세종시에서 좋은 문화 시설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 대통령기록관의 운영 실태와 법적 지위를 살펴보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동안 시민들은 대통령기록관에 대해서 긍정적인 뉴스보다는 부정적인 뉴스를 더 많이 접해 왔다. 이는 대통령기록관의 구조적 문제와 운영 문제가 맞닿아 있어 생긴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기록관이 향후 개선해야 할 몇 가지 지점을 지적해볼까 한다. 
 
우선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 기록 열람의 한 방법인 정보 공개 청구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지난해 김영삼 대통령 서거 이후, 11월 24일 필자와 함께 일하는 동료가 대통령기록관에 '14대 김영삼 취임식 영상과 음성 기록 파일'에 대해서 정보 공개 청구를 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 파일을 입수해, 취임식에서 말한 내용 중 재임 기간에 얼마나 이행되었는지 분석할 목적이었다. 
 
그런데 대통령기록관은 예상치 못하게 놀라운 답변을 보내왔다. 대통령기록관은 12월 1일 보내온 정보 공개 답변서에서 "공적 인물의 초상에 관하여 인격 및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이 있기 때문에, 상업적 목적(언론사 제공, 기고 등 목적)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 제공할 수 없음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비공개 사유를 적었다.
 
필자는 지난 15년간 수많은 정보공개청구와 심의를 해보았지만, 저런 답변서는 처음 보았다. 우선 정보공개법에는 비공개를 적시하려면 9조 1항 몇 호에 해당하는지 사유를 적어야 하지만 그런 조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답변의 내용은 더 놀랍다. 전직 대통령의 초상에 퍼블리시티권(영화배우, 탤런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품 등 선전에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또 퍼블리시티권이 있어서 상업적 목적(언론사 제공, 기고 등 목적)으로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도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기록관

매일 언론에는 전직 대통령과 언론인들의 얼굴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그러면 그 많은 보도는 건건이 허락을 받고 보도하고 있다는 말인가. 언론사 보도가 '상업적 목적'이라는 인식도 언론에 관한 편향된 인식을 보여준다. 그러면 대통령기록관은 개관 소식을 상업적 목적이 있는 언론사에 제공했다는 말이 된다. 향후 이런 논리라면 기자들은 정보 공개 청구를 해도 공개 받을 수 없고, 공개 받더라도 언론에 보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비공개 사유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더니 한 언론인은 "공공 기록물은 사회적 자산이고, 개인의 퍼스낼리티라는 것도 대통령이나 지낸 공인에게 적용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그럼 매일 저녁 나오는 TV 뉴스는 일일이 정치인 관료, 연예인 등에게 허락을 받고 찍어 쓰나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향후 대통령기록관은 정보 공개 청구인을 위해 직원 정보 공개 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세종시 이외에 사는 시민들에게 정보 공개 청구는 중요한 대통령 기록 열람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기록관은 구조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 현 대통령기록관은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 소속 기관으로 되어 있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구조다. 이런 구조적 모순으로 대통령기록관은 독립성 시비에 휘말렸으며, 향후에도 이관된 대통령 기록이 안정적으로 관리될지 의문이다. 특히 5년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대통령기록관장직은 임기를 다 채운 적이 없어, 평균 1년 정도 재임 후 자리를 떠났다. 대통령기록관장은 전임 대통령들이 지정한 비밀 기록물 열람을 승인할 권한이 있어 정치적 독립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런 연유로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 기록 관리 사태가 터지면, 객관적인 처신을 하지 못한 채 한 쪽 의견을 들어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대통령은 항상 교체되는데, 대통령 기록을 관리하는 기관이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향후 대통령기록관은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릴 것이다. 이제라도 대통령기록관은 명실상부한 대통령기록 관리 및 서비스 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는 멋있는 건물과 시설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대외적 신뢰를 회복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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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론> 북핵, 박 대통령의 거듭된 오판과 그릇된 해법

<통일시론> 북핵, 박 대통령의 거듭된 오판과 그릇된 해법
데스크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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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6  23: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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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는 북한의 핵실험과 짧게는 최근 개성공단 폐쇄로부터 촉발된 남북관계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특별연설을 통해 밝힌 주요 키워드는 ‘북한 변화’와 ‘대북정책 전환’이다. 한마디로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대북정책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 핵심은 “지금부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북한 변화론’과 ‘북한 붕괴론’. 어디선가 많이 듣던 레퍼토리다. 시기를 달리해 수없이 나왔지만 특히 미국 부시 행정부 때 ‘악의 축’을 필두로 극성을 떨치지 않았는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리고 북한의 변화를 위해 국민적 단합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그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 발사에 이르기까지 매 상황에서 지속되게 나타난 박 대통령의 몇 가지 오판을 먼저 살펴보자.

새해 벽두인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 박 대통령은 곧바로 대북 확성기 재개 카드를 사용했다. 첫 번째 오판이다. ‘핵실험 대 확성기’. 뭔가 어울리지 않은 구도다. 평시에는 북한에 타격을 줬을지 모르지만 이 때는 달랐다.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협소화시켰다. 국제 공조를 취해야 할 때 독자제재를 한다는 것은 마음이 급하거나 개인적 화풀이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의미 있는 대북 제재 카드 하나를 무의미하게 소진한 것이다. 한번 잘못된 판단은 계속 잘못된 판단을 낳는가? 나아가 북한의 핵실험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박 대통령은 2월 7일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자 당일 미국과의 사드 배치 공식 협의 개시를 선언했다. 두 번째 오판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는커녕 사드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내 사드 배치가 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드 배치 선언으로 한반도에는 단번에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가 들어섰다. ‘북한 대 국제사회’라는 ‘1 대 다자 구조’가 사라짐과 동시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국제적 제재 전선이 흐트러진 것이다.

잘못된 판단은 계속된다. 2월 10일 정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세 번째 오판이다. 다음날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및 군사통제구역 선포’로 대응할 것조차 예상하지 못한 듯 허둥댔다. 가장 큰 궁금증은 북한의 핵실험 및 위성 발사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의 외화유입을 차단해야만 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한 그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자금 전용 문제’는 앞서 홍용표 통일장관이 수차례에 걸쳐 말을 바꾸다가 결국 증거자료가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다시 논란의 불씨를 키운 격이 됐다. 한 정부 안에서도 대통령과 주무장관의 말이 서로 안 맞는 것이다. 그만큼 급하고 소통조차 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국제적 차원이 아닌 남북문제로 더 한층 협소화시켰으며 나아가 남남갈등으로까지 왜곡시킨 결정적인 오판이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이날 이 모든 난제를 풀기 위해 국회 특별연설을 자청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거듭된 오판은 그릇된 해법을 낳는가? 박 대통령은 북핵 포기를 위해 북한을 변화시키겠다고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말미를 “저와 정부는 북한 정권을 반드시 변화시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도록 만들”겠다고 장식했다. 이를 위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계속 강력한 대북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독자제재는 다 소진했고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는 중국이 자국의 ‘한반도 핵문제 처리 원칙’과 사드 문제로 여전히 소극적인데도 말이다. 어쨌든 초강력, 아니 초초강력 제재를 통한 북한의 변화! 미국 등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수십 년에 걸쳐 수십 차례 시도해봤을 법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하겠다고? 그래서 ‘국민의 단합’이 필요하다고? 잘못된 해법 앞에 무작정 국민적 단합은 여의치 않을 것이다. 북한의 변화는 그 스스로가 하는 것이고 정 외부에서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제재나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가능한 것임을 대북사업을 해온 숱한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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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우리는 최악의 대통령을 만났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6/02/17 12:05
  • 수정일
    2016/02/17 12:0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폭주하며 법 위에 군림... 박 대통령, '독재자의 딸' 아닌 독재자

16.02.17 08:09l최종 업데이트 16.02.17 08:0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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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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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불끈 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을 보면서 활짝 웃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이미지가 중첩되었다. 두 사람이 닮았다고 말하면 서로 기분이 나쁘겠지만, 요즘 말로 '금수저'여서 서민의 삶을 모른다는 점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에서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며 '체제 붕괴'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주민이 굶주리는데 핵무기 등 군사력에만 집중한다면 자멸"(2013. 3. 8), "핵무기를 내려놓는 것이 북한의 유일한 생존의 길"(천안함 3주기 추모사) 등 북한 정권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지만, '체제 붕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오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의 불안과 위기감에 대해 정부의 대처 방안을 설명드리고 국회의 협력과 동참을 당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도 유엔안보리 제재와는 별개라고 했던 개성공단을 왜 갑자기 전면 중단했는지, 사드(THAAD)와 관련 그동안 유지해온 '미국측 제안도, 양국간 논의도, 결정된 것도 없다'는 3무원칙을 깨고 갑자기 미국과 배치 협의를 시작한 배경이 뭔지에 대한 설명은 연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동어반복과 어물쩍 넘어가기

첫 번째 문제점은 동어반복과 어물쩍 넘어가기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외화유입을 차단해야만 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을 통해 작년에만 1,320억 원이 들어가는 등 지금까지 총 6,160억 원의 현금이 달러로 지급되었고,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진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배경 설명은 설 연휴 끝인 10일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성명'을 발표한 홍용표 통일부장관의 설명과 동어반복이다. 홍 장관은 14일 아침 'KBS일요진단'에 출연해 "임금 등 70%가 당 서기실 등으로 상납되는 것을 여러 경로로 확인했지만 정보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 유엔안보리결의안 위배 논란이 제기되자 15일 오후 국회에 나와 "증거가 있는 건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공개할 수 없는 정보자료'는 통상 국가정보원의 '대외비 정보'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16일자에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개성공단 임금 70% 노동당 상납 내용) 이게 다 국정원 쪽 얘기인데 어려울 땐 (국정원이) 숨는다. 더 위쪽(청와대)도 나서지 않는다"고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필자가 15일 국정원의 3년치 국정감사 답변자료(대외비)를 다 훑어보았지만, 홍 장관이 언급한 관련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관련기사: 개성공단 돈 서기실 상납? 국정원 근거자료는 없어). 증거가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이 15일 국회 외통위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개성공단 임금은 북한 당국이 30%를 사회보장비와 문화시책비로 빼고 나머지 70%를 물표로 주며 노동자들은 호주 국적의 교포 송ㅇㅇ씨가 운용하는 PX에 가서 물표를 주고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홍 장관에게 "우리 기업이 지급한 달러의 절반 정도를 송 사장이 PX물품을 수입해오는 대금으로 쓰고 있는데 이것조차 파악하지 못하면서 추측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냐"고 따졌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이런 지적과 의혹을 무시한 채 동어반복으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앞뒤 안맞는 말과 북측에 책임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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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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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연설에서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말을 거리낌없이 하는 점이다. 특히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을 하면서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했던 것은 우리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무사귀환이었다"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가동 중단 당시, 우리 국민 7명이 한 달 가량 사실상 볼모로 잡혀 있었고, 이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피 말리는 노력을 해야만 했다"면서 "이와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우리 국민들을 최단기간 내에 안전하게 귀환시키기 위해 이번 결정 과정에서 사전에 알릴 수 없었고, 긴급조치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개성공단 체류인원 및 입주기업 생산활동을 최소 수준으로 조정했고, 장거리로켓 발사를 계기로 체류인원을 650명에서 500명 수준으로 추가 축소했다. 당연히 개성공단은 유사시 체류인원의 신변안전을 위한 비상연락체계가 갖춰져 있다. 정부가 우리 기업인과 근로자의 무사귀환을 최우선으로 했다면 사전에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철수시켜야 했다. 

그런데 전면 중단 발표 당시 개성공단에는 184명의 국민이 체류하고 있었다. 정부는 비상연락망을 가동하지도 않았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했을 때도 7명이 억류되어 애를 먹었는데, 184명이 체류한 상황에서 우리측이 사전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해 놓고선 무사귀환을 최우선으로 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 때문에 개성공단 폐쇄를 두고 '자국민 일부와 생존권을 박탈한 탈법적 권력행사에 따른 범죄행위'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박 대통령은 또 정부의 책임을 북측에 전가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자와 설비 반출 계획을 마련하고 북한에 협력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예상대로 강압적으로 30여분의 시간만 주면서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자산을 동결했다"면서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 전면 중단은 2013년 공단을 재가동하면서 남북 간에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규정한 '8.14 합의'를 파기한 것이다. 이 '정경분리' 조항은 당시 북쪽의 노동자 철수 조처로 개성공단 가동이 134일간 중단된 뒤 남쪽의 정상화 요구에 따라 도출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입주기업들이 공장 시설과 많은 원부자재와 재고를 남겨두고 나오게 된 것을 저 역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남북경협기금의 보험을 활용하여 개성공단에 투자한 금액의 90%까지 신속하게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24개 입주기업 중에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110개이며 최고 보상기업도 70억 원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13년 북측의 중단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이 멈췄을 당시에도 124개 입주기업들이 통일부에 신청한 피해액은 1조566억 원이었으나, 정부는 이중 7,667억 원만을 인정함으로써 기업과 협력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의 헌법위반과 불법행위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이어 북한이 설비, 원부자재 등의 반출을 불허함에 따라 124개 입주업체뿐 아니라 5,000여 개 협력업체와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12만 4,000여 명까지 도산과 실직의 위협에 직면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통일에 이바지한다는 자긍심으로 개성공단 중소기업에 다니는 멀쩡한 청년들을 하루아침에 실업의 위협에 떨게 만들어 놓고선 국회에선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서비스산업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말했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발표 하루 만인 11일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히고, 설비, 원부자재 등의 반출을 불허해 1조 원이 넘는 설비자산이 억류되었다. 남북경협기금이건 피해 보상이건 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특히 2004년 생산활동을 시작한 이래 한반도 정세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북측이 남북 간 군통신과 판문점 연락통로도 폐쇄함으로써 남북 간 군사 긴장상태가 극적으로 고조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 전개는 2013년 북측이 중단한 경험이 있기에 정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헌법은 이런 비상시국에 대비해 대통령한테 긴급한 조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헌법 제76조에서 규정한 긴급재정경제명령과 긴급명령이 그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상황이 긴급하다 하더라도 헌법에 정해진 형식과 절차를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헌법 제76조의 긴급재정경제명령과 긴급명령은 발동 뒤에 지체 없이 국회의 승인을 얻는 등의 절차를 지켜야 한다.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이번 국회 연설은 의원들에게 국회의원 선서를 들먹이며 헌법 준수를 윽박지르는 자리가 아니라 그런 절차를 요청하는 자리가 됐어야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는 법치주의를 준수하려는 그런 인식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는 헌법을 위반하고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헌법 제23조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려면 국회가 입법한 근거 법률이 있어야 하고, 이 법률에는 헌법 제23조에 따라 정당한 보상이 규정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처는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우리 국민의 재산권을 수용한 것이므로 헌법 제23조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의 얼굴이 중첩되어 보인 것은 이 때문이다. 독재자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며 법 위에 군림하는 것, 이것이 독재다.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 아니라 독재자다. 나라를 하루아침에 전쟁의 동굴 속으로 몰아넣고도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모른 채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불행하게도 우리는 어쩌면 최악의 '역대급 대통령'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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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 '종북' 논란 '통일 토크콘서트' 무죄판결 받아

서울중앙지법, 2010년 행사서 시낭송 문제삼아 집유 선고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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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5  15: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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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남편 윤기진(오른쪽) 씨와 황선(왼쪽) 씨의 수배와 투옥 생활을 그린 다큐 영화 <불안한 외출> 시사회에서 김철민 감독과 포즈를 취한 황선 씨.  [자료사진 - 통일뉴스]

<오마이뉴스>에 방북기를 실어 유명해진 재미동포 신은미 씨와 함께 ‘통일 토크 콘서트’를 진행해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황선(42)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이 혐의에 대해서는 15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엄상필 부장판사)는 “실천연대 등이 2010년 주최한 ‘총진군대회’에 참가해 강연하며 반국가단체에 호응, 가세한다는 의사가 있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6개월을 선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판부는 2014년 11~12월 서울 조계사와 익산 원광대 등에서 황 씨와 신은미 씨가 진행한 ‘통일 토크 콘서트’ 행사는 물론 이적표현물을 다량 제작하거나 보유했다는 등의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5년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콘서트 강연 동영상을 보면 (재미동포) 신은미나 피고인의 발언에 북한체제나 통치자, 주체사상이나 선군정치 등을 직접적, 적극적, 무비판적으로 찬양·옹호하거나 선전·동조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지상낙원이라 표현한 부분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 보수단체와 보수언론은 콘서트에서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표현했다고 대대적인 '종북몰이'에 나선 바 있다.

재판부는 또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북한의 출산 환경이나 경제성장, 통치자 관련 일화 등 내용은 비록 그 진위 확인이 안 되고 과장된 것일 수는 있어도 경험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거짓을 꾸며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2월 구속 기소됐지만 6월 법원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황선 씨는 1심 판결에 대해 “애초에 문제 삼았던 ‘통일 토크 콘서트’가 무죄판결을 받았다”며 “근거가 전혀 없는 혐의 때문에 1년 이상 걸린 1심재판 과정에서 구속되기도 했는데, 이런 소동이 도대체 누구 때문에 무엇을 위해 벌어지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 씨는 “50여 가지 혐의로 기소가 됐는데 내가 진행한 방송 내용 15개 등 모두 무죄가 나왔고, 딱 하나 2010년 행사에서 시 3개를 읽은 것을 유일한 유죄로 판결 받았다”며 “통일 토크 콘서트에 대한 ‘종북몰이’가 없었다면 전혀 문제가 없었을 텐데 지난 10년의 모든 행적을 털어서 하나의 트집을 잡은 것”이라고 요약하고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이런 비정상적인 법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또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최근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고 있고 종북몰이가 전 사회적으로 횡행하고 있는 중인데, 이번 통일 토크 콘서트 무죄 판결이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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