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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8
    혁명과 종교 / 김상봉
    tnffo

혁명과 종교 / 김상봉

[금요논단]혁명과 종교 / 김상봉

 

[...]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때 희망이었고, 옳든 그르든 앞장서서 갈 길을 열었던 사람들은 이제 역사의 뒤로 사라졌다. 아무도 우리에게 갈 길을 알려줄 사람 없으니, 싫어도 우리는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아마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당혹감은 다른 무엇보다 그렇게 홀로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주는 동요일 것이다. 지금까지 걷던 길을 따라 걸을 수만 있다면 동요할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길이 아니란 것은 분명하다. 가슴아픈 일이지만 김대중과 노무현의 길은 반드시 이명박의 길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 길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 우리는 새 길을 찾을 수 있겠는가? 이 막막한 물음 앞에서 나는 역사에서 가장 새로운 것이 더러는 가장 낡은 것 속에 숨어 있었음을 기억한다.

 

[...] 서양의 나라들에서 혁명이 언제나 종교를 거부하면서 시작된 것과 달리 이 나라에서 혁명은 언제나 종교와 함께 시작되었다. 동학혁명이 그랬고 3·1운동도 마찬가지였다. 혁명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라면, 종교는 자기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그런데 세상을 변화시키지 않고 어찌 자기를 새롭게 할 수 있으며, 자기를 변화시키지 못하면서 무슨 수로 세상을 새롭게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혁명 없는 종교가 참될 수 없으며, 종교 없는 혁명이 성공할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불행은 종교인이 혁명을 포기하고 혁명가가 종교를 내버린 데 있다. 함석헌에 따르면 그것은 3·1운동 이후 생겨난 기독교와 사회주의 사이의 반목에서 시작된 것으로, 남북 분단 역시 그 반목의 필연적 귀결이었다 한다. 하지만 종교와 혁명의 반목이란 지극히 서양적인 대립으로 우리의 선조들은 알지 못했던 질병이다.

 

생각하면 용산참사의 희생자들을 누가 만들었는가? 사람들은 이 정권이 살인범이라 말하고 싶겠지만, 그 곁을 모른 척 지나가는 나나 그 숱한 뉴타운 공약에 솔깃했던 당신이 모두 공범 아닌가? 그러니 이제 세상과 나 자신을 같이 바꾸어야 한다. 이런 뜻에서 용산 ‘남일당’ 신부·수녀님들은 우리가 걸어야 할 오래고도 새로운 길, 곧 혁명과 종교가 함께 열어가야 할 길을 말없이 가리키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주에는 나도 남일당에 들러야겠다.

 

김상봉 | 전남대 교수·철학과, 경향 2009-08-27 17:58:3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8271758325&code=9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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