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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8
    난관속의 의료보험개혁(美) vs 등떠밀릴 공기업민영화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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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속의 의료보험개혁(美) vs 등떠밀릴 공기업민영화 (MB)

오바마가 의욕으로 추진하던 미국의료보험개혁이 공화당의 반대파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가세하는 저항을 만났고, 그래서 오바마는 한발 물러서서 타협 가능한 안으로 갈 수도 있다는 듯한 발언을 드디어(!) 했다고 한다. 역시 자유가 우상인 나라의 가치와 정서가 무섭다. 미국의료보험에서 과연 뭐가 문제인지에 대하여 박형근의 요약 설명이 쉽고 분명하다(1번 펌글). 그러나 반대파들의 저항이 거센 '숨은 이유'는 단순히 부자-보수층의 예상되는 세금과중이나 의료보험업계의 반대로비에 의한 것만은 아니고, 그들과는 전혀 상관없는(부자도 아닌) 일반 대중들 중에도 반대 대열에 서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서 찾아야한다는 김진호 경향 워싱턴 특파원의 지적이 더 흥미롭다(2번 펌글). 개혁이 저항에 부딪친 이유는 '강한 정부에 의한 통제와 간섭보다는 자유를' 원하는 '미국형 자유주의'의 전통적 정서, 그리고 '형제애적(때로는 민족적, 때로는 공동체 시민적) 연대감 보다는 들판을 각자가 알아서 개척해가는 풍토에 더 익숙한 미국인들'이 갖는 '개인주의'에 있다는 말이다. 예컨데, 왜 "독신 남성"이 "다른 임산부와 아이들에게 제공될 의료서비스를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를 미국적 정서와 가치관으로는 설명-설득해 낼 수가 없다는 말이겠다 [유럽의 경우에도 세금을 가장 많이 떼이는 층이 독신 봉급쟁이들라이지만, 그들이 불만을 표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개인주의보다는 공동체주의에 더 익숙하도록(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오래 길들여졌기 때문이리라].

그건 그렇고, 우리 코가 석자나 빠진 마당에 부자나라 걱정해줄 처지는 아닌 듯하고, 우리의 MB께서 지향하고 이끄는 방향이 바로 이런 문제 많은 구조적 사회논리 속의 미국형이라는 사실이 우리 '발등의 불'이다. 그래서 작금의 경제위기가 각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어느정도 탈출의 기미를 보이는 듯도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렇게 확대된 재정지출을 벌충하기 위해서 가장 손쉽고 MB의 정서에 가장 어울리는(개연성이 가장 큰) 방법이 바로 '공기업 민영화'라고 정태인은 주의를 환기시킨다(3번 펌글). 민영화를 통해 한번 파괴된 공공성(공적가치, 사회적 연대감)을 -미국의 경우처럼- 다시 회복시키기는 몹시도 힘들고, 그것이 FTA와 엮이면 더 그렇다는 경고가 있다. 더구나 공기업 근로자를 철밥통이라고 비난하는 우리 국민적 정서와 '경쟁력 있는 대기업 육성'이라는 민족주의 감정에 기대어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의 길에는 저항보다는 무개념의 수긍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이 걱정이라고 한다.


 

1/3. [복지국가SOCIETY] 오바마 의료 개혁, 성공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 기사입력 2009-08-18 오전 9:55:33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안을 놓고 벌이는 미국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점입가경이다.

미국 상·하원 여름 휴가 기간(8월) 동안 주요 쟁점안에 대한 여론 수렴을 목적으로 미국 전역에서 지역 단위 소규모로 진행되는 타운 홀 미팅(Town-Hall Meeting)이 오바마 의료개혁 반대 세력에 의해 연이어 난장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위협을 느낀 민주당 의원들이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는 한편, 분위기 반전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타운 홀 미팅에 나서고 있다. 지난주에만 세 번의 일정을 긴급히 잡아 국민과의 대화와 설득에 직접 나섰다.

지난 14일자 <한국일보>를 보면, 오바마가 참석한 11일 뉴햄프셔 주 포츠머스 고교의 타운 홀 미팅에서는 '1인 권총 시위'까지 등장했다. 윌리엄 코스트닉이라는 사람이 권총을 허리에 찬 채 의료보험 개혁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대통령을 기다렸는데, 주 법률 상 총기를 숨기지 않고 소지할 경우 불법이 아니어서 경찰이 제지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47%까지 떨어졌다는 소식마저 전해진다. 지난 6월 중순까지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 지지율이 63%, 의료개혁안에 대한 지지율이 72%에 달했는데 그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본격적인 의료 민영화 논쟁을 앞두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 궤적을 들여다보자.

 

미국 의료의 문제점

미국 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2009년 현재 미국 의료비 규모가 GDP의 1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2030년에는 28%, 2040년에는 34%에 달해 국가 재난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전체 인구의 55% 정도가 고용주(employer)가 부담하는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데 1996년 가구당 평균 고용주 부담 의료보험의 연평균 보험료가 6462달러에서 2008년 1만1941달러로 증가하였으며, 지금과 같은 증가 속도가 계속된다면 2025년에는 2만5200달러, 2040년에는 4만5000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2008년 기준).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숫자다.

미국 의료의 또 다른 문제는 실직이 곧 의료보장 손실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65세 이상에 대해서만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65세 미만에서 직장을 잃은 사람은 의료보험도 함께 잃어버리게 되는데 직장이 없는 사람이 그 비싼 의료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과 같은 심각한 경제 위기에서는 큰 걱정거리의 하나이다.

이렇다보니 미국에는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이 4500만 명이 넘는다. 실직자들, 세탁소나 조그만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 소규모 사업체에 고용되어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하늘을 믿고, 자기 몸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 이외에 다른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민간 보험회사의 과거 병력자에 대한 보험 가입 거절과 보험 가입자에 대한 급여 지급 거절 행태도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지금 이 순간 건강하다면 큰 문제가 없겠으나, 과거 중증질환을 경험한 적이 있어 고비용이 예상되는 사람의 경우 보험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다.

병·의원에 가면 모든 의료비를 개인이 직접 부담해야만 하는 신세가 된다는 의미이다. 또한, 비교적 저렴한 보험일수록 중증질환 치료에 적용되는 신의료 기술에 대해 보험회사의 지급 거절이 많아 최적의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미국인들이 민간 의료보험회사에 진절머리를 내는 이유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미국 의료제도가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괜찮은 직장을 갖고 있고, 경제력이 웬만큼 되는 사람들이 누리는 의료서비스 수준은 세계 최고다. 그리고 그 절대수가 결코 작지 않다. 지난 6월 중순 미국 뉴욕타임즈와 CBS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인이 체험하는 의료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서비스 질에 대한 만족도가 77%, 비용에 대한 만족도는 50%에 이른다. 내가 어떤 계층에 속하는가에 의해 상당한 차이가 벌어진다고 보면 틀림없다.

 
오바마가 제시한 의료개혁안

오바마는 전국민의료보험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으로 대통령이 되었고, 그가 제출하여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인 개혁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개혁안의 완료 시점에 미국의 모든 국민이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목표다. 보험 미가입자에 대해서는 수입의 2% 이상의 벌금을 물리도록 제안하고 있다.

○ 의료보험 가입이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해 연방정부 빈곤선(Federal Poverty Level) 133%미만까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의료부조 프로그램 메디케이드(Medicaid) 가입 자격을 확대한다.

○ 연방정부 빈곤선 133%에서 400%까지는 의료보험가입 지원을 위해 세액공제(tax credit) 혜택을 적용하되, 빈곤선 대비 수준에 따라 세액공제 비율은 차등 적용한다.

○ 모든 민간 의료보험회사들은 과거 병력,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른 가입 거절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강제한다.

○ 중규모 이상 사업장(연 인건비 25만 달러 이상)의 고용주들은 직원들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거나, 직원들 인건비 대해 부가적인 세금(인건비 총액별 차등, 최고 세율 8%)을 부담해야 한다. 고용주는 개인별 보험료의 72.5%, 가구당 보험료의 65%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 소규모 사업장 고용주에게는 직원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세액공제를 적용한다(25인 미만 사업장에 직원 의료비 부담의 50%까지).

○ 연방정부가 4가지 유형의 기본급여(basic package)를 제안하고, 연방정부가 미국인들과 소규모 사업자들의 합리적인 보험 선택을 지원하기 위해 각 지역에 개설할 의료보험상품거래소(Health Insurance Exchange)에 상품 등재를 희망하는 민간보험회사는 이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등재를 원하지 않으면 기존과 같이 자율적인 상품 설계와 상품 출시가 보장된다.

기본급여의 유형은 본인부담 수준에 따라 차등화 되는 데 '최고 30%, 15%, 5%, 5%+부가급여' 네 가지 유형이 제안되어 있다.

○ 보험상품거래소에는 정부가 제시한 기본급여 기준을 충족하는 민간 의료보험상품 유형 이외에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공보험(public option)이 선택 항목의 하나로 포함되어야 한다. 오바마는 민간보험과 경쟁할 공보험을 의료시장에서 민간보험을 정직하게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참고로 '공보험'의 보험료, 진료비 보상 방식과 수준은 65세 이상에 적용되는 메디케어(Medicare)를 기본 모델로 하고 있다고 언급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협상력을 기반으로 민간의료보험보다 보험료가 저렴하고, 보상 수준도 더 낮을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개혁을 집행하는 데 향후 10년간 1조 달러 가까운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심각한 재정적자, 경상적자에 처한 상황에서 쉽게 부담을 결정할 돈은 아니다. 그런데 돈의 규모가 핵심 관건은 아닌 듯싶다.

핵심 쟁점은 공보험(public option)의 포함 여부와 설정될 역할 수준에 있다. 강력한 공보험이 시장에 출현하여 저렴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시장에 일대 돌풍을 일으키면 민간의료보험회사로서는 답이 나오질 않기 때문이다. 만약 공보험을 사장시킬 수만 있다면, 파이가 커진 시장,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손해 볼 일 없는 장사인 것이다. 강력한 공보험을 존속시킬 것인가? 아니면, 사장시킬 것인가? 논란의 핵은 여기에 있다.

 

오바마 의료개혁의 추진경과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개혁법안의 승인 과정을 초당적 협력과 합의에 기초하여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일찍이 내세웠다. 상하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황을 반영한 정치적 행보라 볼 수도 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소위 '블루 독(blue dog)'이라 불리는 민주당 보수파의 눈치 보기 탓이다. 공화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며 의원이 된 이들이 지역주민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보험회사 등의 막대한 물량공세가 만만치 않다. 이들은 이미 상하원 논의 과정에서 오바마 개혁안에 반기를 들거나 타협안을 내세우며 일정을 지연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이들이 결정적인 순간 어떤 선택을 할지 아무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다.

오바마를 지지했던 풀뿌리 조직들 그리고 의료보험개혁을 열망하는 다수의 시민들이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이들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가 애초에 설정한 합의 시한 8월초까지 상하원 모두 최종안 합의와 의결에 이르지 못했다.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에서 7월 31일 의보개혁 법안을 찬성 31표 대 반대 28표로 통과시킨 것이 유일한 성과다. 그마저도 민주당 의원 5명이나 반대표를 던지며 건져낸 결과일 뿐이다.

일주일 간격을 두고 여름 휴가에 들어간 양원 의원들이 9월 초 의회 개시 전에 지역에 내려가 타운 홀 미팅을 통해 지역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 들어섰는데, 여기서 사단이 벌어졌다.

초기부터 오바마 의료 개혁에 반대하는 보수진영 인사들이 집단적으로 민주당 의원이 주최하는 타운 홀 미팅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행사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예정된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고, 민주당 의원들은 잔뜩 움츠려든 상황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반대의 명분과 주장을 들어보면 일면 수긍할 수 있는 대목도 있지만, 제3자가 보기에도 상당한 과장과 왜곡이 난무하고 있다. 과거 소련과 같이 '배급제 의료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사회주의 의료'를 강행하려는 것이다, 심지어는 노인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사망판정위원회'를 도입하여 정부가 생사 여부를 관장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다.

이 과정에서 영국 NHS를 들먹이자 영국 사람들이 화가 났다는 외신까지 전해지고 있다. 대선 당시 오바마를 지지했던 풀뿌리 조직들과 민주당 좌파에서는 의료보험회사들이 뒷돈을 대고, 공화당 등 보수우파들이 조직적으로 선동하여 극우 보수진영을 타운 홀 미팅에 내세워 오바마 의료개혁안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지만, 이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의 진보와 보수가 전면전으로 치닫는 이유는 오바마가 의료개혁에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초당적 협력과 합의를 주창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의 운동이 이 순간을 위해서 조직된 것'이라며 자신을 지지했던 풀뿌리 운동 조직의 동참을 간절하게 호소했다. 이를 한국의 상황에 빗대보자. 2004년 말 참여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법 개정 등 4대 개혁법안 국회처리를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노사모를 비롯한 지지 세력들에게 전면적 지지와 적극적 참여를 호소하는 장면과 그 이후 예상되는 조중동의 날선 논조와 보수우익의 준동을 떠올리면 이해에 도움이 될 듯싶다. 이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공화당과 보수파들도 전략적으로 전면전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가 7월 22일 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직접 언급했듯이 '공화당의 한 전략가가 말하기를 의료개혁안에 타협을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무력화(kill)시키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 공화당의 기본 입장이자 판단이란다.

 

이후 전망

오바마가 애초에 제시한 8월초 시한은 이미 지났다. 민주당 상원의원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으로는 올 연말 크리스마스까지도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보수 우파들이 타운 홀 미팅을 난장판으로 만들면서 민주당 의원들을 일정정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9월초 워싱턴에 돌아와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민주당과 진보진영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듯싶은 데 두고 볼 일이다.

보수 우파의 공격의 핵심은 민간의료보험과 경쟁하는 공보험이다. 이것만 오바마가 양보하면 초당적 합의는 쉽게 진행될 것이다. 공보험을 포기할 수도 있고, 형식만 남겨둘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는 정치적 의사도 이미 밝혔다.

반면, 미국 의료제도에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왜 그렇게 비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반격이 쉽게 예상된다. 다른 한편에서, 민주당 좌파를 비롯한 미국의 진보진영은 그들대로 사실상 공보험이 해체된 의료개혁안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향후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한다. 2009년 12월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올 연말 본격적인 의료민영화 논쟁이 예고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서 한 가지 분명한 교훈은 얻을 수 있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주체가 보건의료체계의 주된 행위자가 되었을 때 올바로 교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박형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제주대 교수 

 


2/3. ‘의보 개혁’을 반대하는 두가지 키워드… 세금 그리고 자유 
워싱턴|김진호특파원, 경향 입력 : 2009-08-17 18:03:26ㅣ수정 : 2009-08-17 23:12:04   


ㆍ자신의 세금이 타인에 쓰이는 것 불원 ㆍ정부에 권리를 맡기지 않으려는 정서탓

 

“이제 자유의 나무에 물을 줄 때가 됐다.”

지난 13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에서 의료보험 개혁 타운홀 미팅을 갖는 동안 9㎜ 권총을 찬 채 반대시위에 나선 한 주민의 피켓에는 이런 글이 씌어 있었다. 이뿐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초상화에 아돌프 히틀러의 콧수염을 붙인 사진을 들고 나온 흑인이 있는가 하면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는 사례도 심심치 않다. 미국인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의료보험 개혁을 싫어할까.

비교적 소통문화가 자리잡은 미국 곳곳에서 유달리 의료보험 개혁을 둘러싸고 험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미국의 자랑스러운 전통인 타운홀 미팅장은 난장판으로 얼룩지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타운홀 미팅을 취소하고 있다.

얼핏 보면 의료보험업계의 반대 로비나 의료보험 재원 마련에 따른 세금 부담이 반발의 이유인 것 같다.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에 내준 공화당의 정치 공세가 먹히고 있다는 얘기도 가능하다. 하지만 단순히 진보와 보수의 대결 또는 이해 당사자들의 충돌로만 보기에는 어딘가 설명이 부족하다.

평범한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 이토록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열쇳말을 굳이 꼽으면 그것은 ‘세금’과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열쇳말은 독립전쟁 이후 미국인들의 유전자에 깊이 새겨진 정서들이기도 하다.

정부와 관료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맡기지 않겠다는 전통적인 정서와 자신이 낸 세금이 가족이나 이웃이 아닌 곳에 쓰이는 것을 원치 않는 미국식 사고 방식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포츠머스 행사장에서 권총을 찼던 윌리엄 코스트릭은 ‘조세 개혁을 위한 보수적 미국인들’이라는 단체 소속이었다. 그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유의 나무는 종종 폭압자와 애국자의 피로 생기를 얻어야 한다”면서 의료보험 개혁을 폭압으로, 반대를 애국으로 정의했다. 뉴햄프셔주는 총기를 공개적으로 소지한 것을 처벌하지 않는다.

실제 이런 주장은 지금까지 상당히 먹혀들었다. 1990년대 공화당이 빌 클린턴 행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을 좌초시킬 때도 바로 이 정서에 호소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16일자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고문에서 오바마의 의보개혁을 ‘배급제’라고 규정, 관료주의와 복잡한 규정으로 의료보험에 관한한 개인의 선택권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독신 남성일 경우에도 다른 임산부와 아이들에게 제공될 의료서비스를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설명을 곁들이면서 “정부를 어떻게 믿느냐”고 말했다. ‘세금’과 ‘자유’의 코드가 이번에도 먹힐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벌써부터 핵심 요소의 하나인 공공보험의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개혁의 농도를 떨어뜨리는 것을 보면 여전히 위협적인 정서몰이가 아닐 수 없다. 보수 우파를 대변하는 폭스뉴스는 16일 타운홀 미팅에서 반대시위가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며 반색했다. (워싱턴|김진호특파원)

 

   
3/3.  "MB정부의 남은 카드는 공기업 민영화"
정태인 "한미FTA와 맞물릴 경우 회복 불가능"
프레시안 기사입력 2009-08-18 오전 7:40:21

 

지난해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급속히 진행된 세계 경제위기 1년 만에 어느덧 비관론자들의 예언이 빛을 잃은 듯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주가는 1500선을 가볍게 넘게 1600을 돌파할 기세고, 부동산도 서울 강남 등에선 전고점이었던 2006년 수준을 이미 회복했다.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7월에는 제조업 생산도 전기 대비 8% 증가하는 등 실물경제도 나아지는 듯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자신하던 'V자형'의 빠른 경기회복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영국의 대처정권, 미국의 레이건 정권 이후 승승장구하던 신자유주의가 휘청한 이번 경제위기가 '1-2년 짜리' 위기에 불과한 것일까?

 

3중의 위기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는 여전히 '비관론'을 설파한다. 현 회복세는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로 각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공조에 성공하면서 1929년 대공황 때와 같은 최악의 사태로 가는 것을 막은 것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전 세계가 유동성의 보호막 안에서 숨을 쉬고 있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17일 한국노총이 주최한 '주요국의 경제위기 대응과 시사점에 관한 전문가토론회'에서 현 위기를 '3중의 위기'로 규정했다. 10년마다 오는 산업순환 상의 위기, 시장만능론이라는 지난 30년간 지배 이데올로기의 위기, 그리고 100년에 한번쯤 오는 패권국가의 위기가 겹쳐진 위기라는 설명이다. 1년이 지난 지금, 구조적 차원의 문제 해결은 크게 진전되지 않았다.

정 교수는 "가장 쉬워 보이는 10년짜리 위기탈출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위기의 근원이자 핵심인 미국경제의 경우 "이미 경상수지적자와 재정적자가 모두 GDP의 6%에 이른 파산생태인데 이런 대규모 지출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과연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여러 번의 금융스캔들이 드러낸 잘못된 유인구조와 부적절한 규제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데 이어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훨씬 규모가 큰 CDS, 회사채, 자동차 채권 등에서도 앞으로 1-2년 내에 추가로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더 규모가 큰 상업용 부동산의 값이 떨어진다면 이런 문제가 모두 드러날 가능성이 농후한데 과연 현재의 금융 대책만으로 문제가 해결될까"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더 큰 장기적 문제는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과 국제통화체제"라면서 달러 패권이 무너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모든 기축통화국가는 강한 통화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국제질서 유지의 비용을 국제수지 악화라는 형태로 치를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미국의 경상수지가 적자를 넘어 80년대 이래 점점 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데 있다"는 것. 그는 이른바 '포스트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해 "아이켄그린(UC 버클리대 교수)이 예측하는대로 달러와 유로가 사실상의 복수의 기축통화로 기능하다. 여기에 아시아 통화(위안, 엔, 또는 아쿠)가 추가되는 정도가 현실적인 경로"라고 예측했다.

그는 "어느 경우든 미국의 달러 패권은 무너진다"며 "현재의 10년짜리 위기가 파국까지 가지 않더라도 앞으로 꽤 오랫동안 우리는 지극히 불안정한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기존 패권은 무너지고 있지만 신흥 패권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MB정부의 남은 카드는 '민영화'

문제는 위기에 대응하는 한국의 자세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박정희식 토목건설정책의를 덧씌운 'MB노믹스'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세수가 줄어들고 재정지출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법인세, 소득세, 부동산세 등 감세를 고집하고 있다. 감세정책으로 인해 임기 중 96조 원의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등 재정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3년간 30조 원 가량이 투입되는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토목사업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불황에서 수출을 통한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에 더 매달리게 만든다. 정 교수는 "2009년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20% 수준이고 앞으로 세계 경제가 V자형으로 좋아질 전망은 거의 없으므로 앞으로도 이 수치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이는 고용이 작년 대비 10%씩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안팎으로 활로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선 '공기업 민영화'가 불가피하다고 정 교수는 전망했다. 국채 발행은 정부가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할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는 것.

그는 "촛불집회에 밀려 이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전기-가스 민영화를 하지 않을 것이며 의료민영화는 괴담이라고 밝혔지만 금년 적자규모만 50조 원이 넘는데다 내년부터 매년 25조 원의 감세 규모를 유지하고 현재 예정돼 있는 재정지출을 집행하기만 해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떠안게 될 것이기 때문에 민영화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는 "담배세, 주세 인상을 죄악세라는 명목으로 들고 나올만큼 증세를 하기 어렵고 유동성 홍수 속에서 인플레이션 정책을 쓰기도 어렵다면 이 정부가 꺼낼 카드는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민영화 밖에 없다"며 "자산이 30-40조 원에 이르는 네크워크 산업(전기, 철도, 수도, 가스, 우편 등)을 민영화할 경우 1년에 하나씩만 팔아도 한해 재정적자분은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대처 수상이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한 것도 결국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며 "이명박 정부가 내년부터 민영화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민영화, 공공성의 파괴

'철밥통'으로 표현되는 공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불만도 공기업 민영화를 밀어붙일 수 있는 좋은 토양이다.

문제는 공기업 민영화는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과 공공요금의 인상 등 공공성 파괴를 불러온다는 점. 정 교수는 "공기업들을 인수할 능력은 재벌만 갖고 있지만 민족주의적 감정에 호소하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제 비준만 남겨 놓은 한미 FTA는 한번 민영화되거나 규제가 완화된 분야에서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라도 되돌아갈 길을 끊어 버린다"며 "래칫 조항(역진불가능 조항)이나 투자자국가제소권(ISD)은 재국유화라든가 공적 규제의 강화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FTA, 한-EU FTA 등 신자유주의 통상정책이 위험한 또 하나의 이유다.


/전홍기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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