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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7
    북핵포기 vs 관계정상화: 연계적개념을 넘어...
    tnffo

북핵포기 vs 관계정상화: 연계적개념을 넘어...

[발췌: 정세현의 정세토크 09/08/16]

북핵포기 vs 관계정상화, 연계적개념에서 동시병행적개념으로... (그러나 MB의 '8.15 경축사'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8월 초 북한에 갔다 온 뒤에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오가는 말들을 보면, 양측이 어떤 접점을 향해서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시작해야만 여러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그런데 미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가 14일 브리핑에서 하는 말을 보니까 "북한이 의무를 준수하고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북한의 정치적 약속이 있으면 된다"고 표현이 바뀌었거든요.

 

[...]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주목했는데, [...] "북한이 핵 포기 결심을 보여준다면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개방을 조건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는 이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 보다 북한의 자존심을 존중한 측면이 있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그런데 역시 남북관계와 핵 문제를 연계하겠다는 겁니다. 개방이란 말만 살짝 미뤄 놨지 큰 틀에서 변화가 없는 거죠. "경제, 교육, 재정, 인프라, 생활향상 분야에 걸친 대북 5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사실 작년에 이미 나왔던 얘깁니다. '비핵·개방·3000' 로드맵에 다 있어요. 그러면서 역시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이란 전제를 깔았단 말이죠. 이건 미국 크롤리 차관보가 말한 "정치적 약속을 한다면"이란 것하고는 달라요.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달 중순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관계정상화와 평화체제, 경제·에너지 지원을 논의하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겉으로 보기엔 핵 연계론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건 2005년 9.19 공동성명에 이미 다 나온 얘기를 다시 한 번 한 겁니다. 9.19 공동성명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못 박았기 때문에 핵 연계론이 아니에요. 동시 병행으로 하자는 거죠.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라라고 하면 절대 9.19 공동성명을 받아들였을 리 없습니다. 그러나 8.15 경축사의 대북 제안은 동시병행적 개념이라고 받아들일 수가 없게 돼있습니다. 철저한 연계론이고, 실제로 지난 1년 반 동안 그랬습니다. 그러니 북한이 8.15 경축사에 솔깃할 리가 없습니다.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그것에 대해서 뭔가 있는 것처럼 쓰는 언론도 있는데...대통령은 남북간 재래식 무기 감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청와대는 대통령이 재래식 무기 감축을 언급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하는데... 재래식 무기 감축을 특정해서 제안한 것은 물론 처음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처음이냐 두세 번째냐가 아니라, 지금 남북관계의 현실을 놓고 볼 때 이 시점에 재래식 무기 감축을 말하는 게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는 일이냐 하는 겁니다. 재래식 무기건 대량살상무기(핵·미사일·생화학무기 등)건 군비감축을 하려면 그 전에 군비통제라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군비통제를 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적 신뢰가 먼저 형성돼야 하는 거고, 정치적 신뢰는 비정치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게 국제정치학자나 분쟁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그게 정설이고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소 전략무기 감축(START)이란 것도 1970년대에 소위 '헬싱키 프로세스'를 통해서 동서 진영이 경제·사회·문화 교류를 하고, 그러면서 정치적 신뢰를 쌓고, 그리고 맨 마지막에 군비 감축 협상으로 간 겁니다. 지금 남북의 현실을 볼 때 무기 감축을 논의할 군사적 신뢰가 있느냐? 없습니다. 군사적 신뢰 구축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개발이라고 하는, 군사 지역에서의 협력 사업 때문에 군사적 신뢰 구축 작업이 조금은 진행 됐었는데, 작년부터는 그것마저도 끊어졌잖아요. 그런 마당에 재래식 무기 감축을 협의하자는 건 교류협력이라는 입구에 들어가다 말고 돌아 나와서 군비감축이라는 출구를 찾는 격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아...이게 참 국민들이 얼핏 들으면 굉장히 적극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군비감축이라는 천리길로 가기 위한 한 걸음도 못 떼는 상황에서 너무 비현실적인 제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 대통령이 최초로 얘기했건 서너 번째로 했건 관계없이 진정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어쨌든 북쪽은 8.15 경축사를 보고 남쪽에 큰 변화가 없다고 볼 것 같고, 특히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무반응이나 비난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올해 삼일절 경축사에서 "남북간 합의사항을 존중할 것"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뭔가 되려나 보다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이번 8.15 경축사에서는 그것마저도 일체 언급을 한 했기 때문에 오히려 후퇴한 면이 있습니다. [...]

 

[정세현의 정세토크] 8.15 경축사, 순서를 거꾸로 잡았다: 교류협력 '입구' 막아 놓고 군비감축 '출구'를 어떻게 찾나, 프레시안, 기사 입력 2009-08-16 오후 11:00:01, 황준호 기자 정리.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090816222731&section=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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