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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1


 

 

 

     아침이미지                           박남수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온갖 물상(物象)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地上)의 잔치에

금(金)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開闢)을 한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화질은 별로다. 조그맣고 빨갛게 떠오를 해를 기대했는데, 구름과 안개 사이로 조각난 해를 보게 됐다. 여행간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저주를 퍼붓더니만...쯧쯧  그래도 바다안개를 구경하고, 조그만 틈새로 뜨는 해를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대만족!

 

 중학교 2학년 때인가 아버지 회사 수련회에 따라가서는 난생 처음 진기한 일출장면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은 어느 곳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무슨 군부대가 있어서 사람들의 출입을 금했던 곳으로, 아는 이의 연줄을 통해 수련회 장소를 정했다고 했다.

  그 때에도 혼자서 놀던 것을 즐기던 나는 아버지와 회사 사람들이 바쁜 틈을 타 바다로 혼자 놀러를 나갔다. 그러다 발을 헛디뎌 날카로운 바위에 발을 다쳐서 말 그대로 피가 철철 흘렀던 것도 생각났다. 피가 마냥 흐르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던 건 다친 발을 움켜쥐고 움직이지 못하고 꽤 시간이 흐른 뒤, 응어리 진 피가 엉겨붙어 손에 가득 고여있는 것을 봤을 때다. 거의 기절할 뻔 했는데, 그 뒤로는 피만 보면 어지럽고 무서운 생각이 드는 걸 보면 꽤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래도 부득부득 우겨서 일출을 보겠다는 집념이 강했던 나. 한쪽 다리는 절고 졸린 눈을 비비면서 봤던 바다 풍경은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때의 기억이 너무 강한지 지금은 아무리 많은 별들을 봐도 그 때만큼 밝고 촘촘히 박힌 별을 본 적이 없고, 해 뜨는 광경도 그 때만큼 붉게 타오르는 해를 보지 못했다. 내가 중2때의 해나 지금의 해나 1년 365일 똑같이 뜨고 지는 해인데도 말이다.

 

겨울에 한 번 더 바다를 봐야겠다. 2월달의 겨울바다는 이 시리게 추웠는데,

한 12월정도로 해서 다녀와도 좋을 것 같다. 그 때는 정말 금으로 타는 태양의 울림으로 모든 물상을 낳는 아침을 맞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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