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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질 무렵,    영화관에 냅다 달려갔다.

왕의 남자가 천만을 돌파할 무렵 그 대열에 왠지 합류하고 싶었던  이후로 오랜만에 찾은 극장가.

흥행 신기록이라는 '괴물'에만은 끼지 말자고 다짐한 나.

친구에게 요즘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예고편만 봐도 안습!! 인 이 영화는 세상에... 개봉 이틀이나 남아 있었다.

(영화는 원래 보고 싶을 때 봐야지, 기다렸다보면 개박살이다._._ )

 

그래서 요즘 재미있다는 입담이 돈다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낙찰.

결과는? 영화보고나서 영운이(김승우) 개 10 새X가 절로 나왔다.

감독의 의도야 어땠든 상관없이. 나 그리고 안습이 절정에 이른 내 친구는 멋대로 영화를 해석했다.

 

"씨X, 세상 남자 다 똑같애~"

 

연애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 (니들은 안그럴것 같냐? 진짜 연애하기 싫어진다,)

연애를 하고 싶던 사람에게도 요추(요거 추천의 줄임말이다)

이유는? 연애하고 싶은 생각 싹 가신다 효과 즉빵이다.

 

그리고,

감독은 여자들이 궁금해 하는 남자들의 심리라고 밝혔는데,

아니, 이건 남자들이 봐야하는 거다.




영화 줄거리는 대충 그렇고 그런 연애이야기. 룸살롱 아가씨와 갈비집 아들의 로맨스다.

물론 김승우가 옛날에 김정은과 함께 출연한 '불어라 봄바람'류의 로맨틱 코메디는 아니다.

 

이들의 사랑은 가볍게 시작해서 무겁게 끝난다. 아니 끝난 것도 아니다.

이들의 사랑이 순탄치 않게 그려진 이유는?

 요동네 영화들이 뻔하듯이 술집여자라는 이유로 결혼에 골인할 수 없다.

이 남자는 홀어머니 밑에서 갈비집에 붙어사는,  경제력이 있는 위치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남자에게는 요조숙녀에 돈도 많고 나이 어린 약혼녀가 있다.

 

이들의 연애는 연아(장진영)의 농담섞인 진담으로 시작된다.

"나 아저씨 꼬시러 왔어~"(갠적으론 이 장면에서 장진영이 제일 예뻤다.)

분명 보통 사람들이 연애를 시작할 때

이것저것 재보고 떠보는 과정을 생략한 아주 가볍고 다른 연애의 시작이다.

그런데 실은 당차고 쿨한 것 같은 연아의 모습에서,

그런 것 같은 것일 뿐 온전히 그렇지 못한 사랑을 발견한다.

 

"첩년도 좋고, 세컨드도 좋으니까, 그년이랑 결혼해도, 나 버리면 안돼"

 

 

 

이 영화에서 김승우는 한 세 번 정도 눈물을 보인다. 하아~ 남자에 대해 반감이 강해져서 그런가.

난 김승우의 눈물을 보면서 악어의 눈물 같다고 생각했다. 먹이를 잡기 전 거짓 눈물을 흘린다는

그 악어 말이다. 영운이 극 중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늘 상대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해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그건 연아가 사랑을 하면서 흘렸던 눈물과는 다른 눈물이었다.

 

그런 영운의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연아는 한 마디한다.

"넌 나한테 뭐니?"

 

그건 너에게 있어 내가 어떤 의미냐고 묻는 질문과는 다른 성격이었다.

이미 뭐라고 규정할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존재의 상태. 자조적이면서도 슬펐다.

 

 

 

 

여자와 남자는 연애를 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한다.

난 사실 남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

친구의 말을 빌어서 표현하자면, 남자도 생각이 많은 동물이란다.

다만 생각하는 범주가 여자와 다를 뿐이라고.

 

영화를 보면서 여자와 남자의 연애관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그건 약혼녀와 결혼을 하고 첫날 밤 영운이 연아에게 몰래 건 전화.

연아가 하는 말.

"니가 그 년이랑 섹스하는 건 화가 안나는데, 침대에 누워서 다정하게 얘기하는 걸 상상하면 불이나.

그러니까 얘기는 하지말고 섹스만 하라고"

 

그 전화가 걸려오기 전 연아의 상상 장면이 나온다.

흰 드레스를 입고 멋진 차를 타고 영운과 어디론가 달려가는 상상.

잡으면 부러질 듯한 목을 해 가지고선 하늘거리는 흰 스카프를 바람에 날리며,

연아는 가볍지 않은 결혼을 상상하며 바람을, 자유를 느껴보는 거다.

 물론 상상은 현실에서 영운의 전화로 깨졌지만.  생각해보면 쿨한 듯 그려지는 연아는 실은 로맨티스트인 것 같다.

 

 

 

뭐, 솔직히 이 영화로 건질게 많지는 않다.

특히 김승우가 자신의 결혼 생활을 파탄 지경에 이르게 한 장진영을 개 패듯이 마구 패는데, 그리고 나서 자신의 부인에게 전화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18 자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자 적어두는 이유는,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경우로 환치 시켜보는 까닭이다.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자신의 연애 일면을 찾아낸다.

정말 제대로 된 남자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 이 영화에서,

과장된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기도 한 남자들의 모습에서 비슷한 경험들을 집어낸다.

같이 본 친구와 난 연애를 하고 있지 않고, 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까닭에 비슷한 결론을 집었다.

 

세상 남자 다 똑같구나.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어떤 남자애가 김승우가 나쁜 놈이라는 말을 하길래,

뒤 돌아서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라고 말하려다 말았는데.ㅋ

왠지 남자들의 항변도 듣고 싶어져서 주변 사람들에게 한 번 보라고 권해보는 중이다.

아, 그리고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도.

그와 그녀는, 그녀와 그는 어떤 시각으로 연애를 하고 있냐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묻고 싶게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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