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8일(목요일, 5일차) : 호치민시(메콩강 미토, 벤쩨)→무이네

 

- 아침 식사는 길거리 좌판에서 했다. 반미를 파는 집이었는데 영어를 아주 약간 했다. 우리가 자주 찾던 집이다. 어제 얘기로는 몇 살이냐 물으니 25세라고 하는데 그렇게 믿기지는 않았다. 그녀는 주로 한국에서 카메라는 얼마냐, 맥주는 얼마냐, 뭐는 얼마냐 하는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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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콩강 미토 투어도 뚜안 트래블(Tuan Travel)에서 하기로 했다. 여기가 여러 군데 가본 중에서는 가장 저렴한 듯했다. 이번 가이드는 톰(Tom)이라 한다. 버스는 사람들을 태우고 사이공 시내를 벗어나 달렸다. 톰은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살포했던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에 대해서, 그리고 그로 인해 베트남 전역이 오염되고 황폐화됐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장애아동들이 태어났고 그 고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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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곧 9:23am 쯤 다시 찾은 칠기 공장. 장애인 자전거를 다시 유심히 살펴봤다. 예전엔 우리네 자전거포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자전거를 솜씨 좋은 아저씨들이 제작하곤 했었다. 한국은 이젠 자전거도 비싼 돈을 주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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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0am 즈음 미토의 메콩강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로 갈아탔는데 제법 그럴싸했다. 메콩강은 강이라 하기엔 너무나 크고 넓었다. 바다 같은 강, 뿌연 황토강이 드넓게 흘렀다. 매년 100m씩 삼각주가 넓어진다는 곡창지대. 하늘은 파랗기도 했고 또 금세 비를 뿌릴 것 같은 비구름이 보이기도 했다. 종잡을 수 없는 이 지역의 날씨.
 

- 어딘가에 내려 말이 끄는 마차를 탔다. 오래 달리지는 않았다. 우린 고작 하루 코스 투어 참가자였을 뿐이기에. 뱀술을 팔기도 하는 곳에서는 관광객들이 뱀을 목에 감아볼 수 있는 이벤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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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을 연상케 하는 우림 메콩강. 좁은 수로를 통과하는 작고 긴 배를 탔는데 능숙하게 배를 모는 사공들은 모두 아주머니들이었다. 배를 타고 가다 보면 수로변에 물고기를 잡는 그물들이 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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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하고 보니 코코넛 캔디를 만드는 곳이었다. 제작공정은 베트남 오기 전 다큐멘터리에서 봤는데 그 맛을 보지 못했었는데 맛을 보니 캔디라기보다는 엿에 가까웠고 꽤 맛있었다. 우린 작은 것으로 한 개만 샀다. 종일 앉아 그걸 포장하고 있을 걸 생각하니 고생스럽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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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pm 점심을 먹는데 혹 다른 요리를 추가할 거냐고 메뉴를 가져 왔다. 코끼리 귀때기 생선구이와  스프링롤(튀긴 것)을 시켰다. 코끼리 귀때기 생선은 살이 부드러웠다. 거의 튀기는 수준인데, 비늘을 다듬지 않고 튀기는 게 우리와 다른 점인 듯했다. 우리가 식사를 한 곳은 코코넛 승려가 만들었다는 놀이시설이 있는 곳이었다. 도자기를 깨 장식을 했다는 점이 특이. 돈이 많다는 걸 과시하는 당대의 데코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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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양봉업자들이 꿀을 파는 곳도 갔고 또 베트남 열대과일을 조금 먹어볼 수 있는 곳도 갔다. 거기서 해금을 닮은 베트남 전통악기 단 바우(Dan Bau)와 2현을 가진 악기, 그리고 기타 연주가 시작되고 뒤이어 아오 야이(‘아오자이’의 남부 사투리)를 곱게 차려입은 여성들이 나와 노래를 불렀다. 공연이 끝나자 악기를 돌리며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었고 공연에 대한 돈을 모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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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 선착장을 빠져나가려 할 때 차가 뒤로 후진을 하면서 그게 무슨 일인지가 드러났다. 농민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보트 대여, 티켓 판매소, 선착장 길 건너편에는 인민위원회 청사(Le Thi Hong Gam 거리)가 있었는데 항의 시위 하러 온 농민들이 그 앞에 다소 산만하게 운집해 있었고 길에는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민위원회 청사 입구는 한국의 전투경찰 복장 같은 모양을 한 공안들이 방패를 들고 방석모를 쓰고 철통같은 방어진을 짜고 있었다. 농민 둘은 마스크와 논을 쓴 채 4차선 도로를 막으며 연좌하고 있었다. 공안들이 버스로 다가왔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실은 버스를 다른 곳으로 우회케 했다. 또 기사와 가이드 톰에게 뭐라 뭐라 했다. 톰은 투어 참가자들에게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다. 난 그때 카메라를 가방에서 막 꺼내고 있는 찰나였다. 하지만 분위기가 삼엄해 도저히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톰은 사진을 찍었다가 뭔가 안 좋은 일을 당할 수도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이 사태에 대해 조금 설명을 덧붙였다. 최근 농민들이 도로 건설, 공단 건설 때문에 토지를 수용 당해 종종 시위를 벌인다고 했다.
 

- 메콩강을 투어하기 위해 오는 동안 수없이 많은 공사 현장을 보았다. 인천공항으로 가던 길처럼 베트남 땅도 대규모 건설사업, 공단 건설, 신도시, 고속화도로 등으로 파헤쳐지고 있고 농민들은 그 사업의 최초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 돌아가는 길. 학교에서 자전거 무리가 도로로 쏟아져나오고 있었는데 교복이 아오자이가 아니었고 빨간 체크무늬 치마와 하얀 블라우스였다. 톰은 “아오야이 대신 ‘제패니즈 유니폼’으로 바뀌는 추세”라 했다. 이제 몇 년 후에 우리는 베트남에서 아오자이를 보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 6:00pm. 여행자 거리에 도착했다. 데탐거리의 신카페 건너편 SAPA 가게에 들렀다. 어차피 물건들은 싸파에 가서 살 거였지만, 물건들을 보니 빨리 가고 싶어졌다. 이 가게 물건 가격은 싸파 현지에 비하자면 무척 비쌌다. 그리고서 SAS2라는 카페의 2층에서 데탐거리를 구경하며 저녁을 먹었다. 오늘 호치민시를 떠난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오게 될 것인가를 생각했다.
 

- 투안 트래블(Tuan Travel)에서 무이네(Mui Ne) 가는 버스에 8:30pm 경에 올라탔다. 밤새 버스는 달렸다. 무이네까지의 소요시간은 가이드북마다 조금씩 달랐다. 3시간이라는 책도 있고, 4시간이라는 책도 있었다. 최대 4시간 잡으면 새벽 12시 30분이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미리 버스 차장에게 얘기해놓은 Haiyen Guest House 앞에서 세워주긴 했지만 숙박비가 아까워 망설였다. 피싱 빌리지에 가서 밤을 새우고 아침에 장터 구경을 하기로 했다. 피싱 빌리지를 향해 걸었다. 수많은 쎄옴 기사들이 오토바이를 타겠냐고 말을 걸었다. 안 탄다고 했더니 거기까지는 엄청 멀다고 하더니 돌아갔다. 쎄옴 기사들이야 늘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걷다 보니 그들의 말이 맞았다. 이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지도만 보고 무이네가 그저 길어봐야 해운대나 송정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거리의 세 배였던 것이다! 20Km의 해안선!!
 

- 다시 Haiyen Guest House로 돌아와 10USD짜리 싸구려 방으로 들어갔다. 욕실도 없는 방이지만 이미 새벽 4시. 내일 아침까지 대충 자고 다른 방으로 옮기기로 했다. 샤워장과 욕실은 바깥에 있었다. 대강 씻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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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14:01 2010/12/15 14:01
글쓴이 남십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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