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30일(토요일, 7일차) : 무이네(피싱빌리지)→달랏


- 새벽 5시에 일어났다. 2USD를 주고 오토바이를 다시 2시간 더 빌려 피싱 빌리지로 향했다. 새벽 해변에 서는 장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날씨가 꾸물꾸물하더니 피싱 빌리지에 당도할 즈음 봄비처럼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무이네는 오늘 좀 춥다 싶다. 길은 한산했고 도로는 푸르스름한 빛을 그리고 있었으며 바다는 거세게 파도를 토해내고 있었다.


- 피싱 빌리지에는 사람들이 간간이 있을 뿐이었다. 피싱 빌리지는 몇 시에 장이 서는 것일까? 말을 하지 못했으므로 묻지도 못했다. 피싱 빌리지란 그저 해변일 뿐이다. 바다에 띄워져 있는 배에서 잡은 물고기와 게, 오징어와 새우 등을 바구니 배에 실어주면 그걸 해변으로 가져온다. 그러면 대개 여성들인 논(nonh)을 쓴 장사꾼들이 그걸 산다. 피싱 빌리지가 열리길 기다리며 인근 레스토랑에 가서 카페스아다(ca phe sua da)를 시켰다. 주인 아줌마, 아저씨에게 손짓 발짓으로 물어보니 아침 7시쯤 연다고 했다. 가게 앞 노점에서 반미를 시켰다. 베트남에서 맛본 가장 풍성한 반미였다. 계란, 고기, 오이, 토마토 등과 칠리소스, 그리고 베트남 소스가 들어간 좀 매운 맛의 반미. 반미 노점은 쉴 새 없이 바빴다. 이렇게 장사 잘 되는 노점은 호치민시에서도 보지 못했다. 솜씨가 좋은 듯했다. (반미 : 20,000VND, 카페스아다 20,000VND)


- 아침 7시쯤이 되자 장이 섰고 사람들과 바구니 배와 저울 든 사람들이 모두 해변으로 모여들었다. 오가는 말들, 화폐들이 번잡했다. 베트남 아저씨 하나가 생선, 게, 새우를 베트남 말로 일러줬다.


- 이들의 노동의 무게는 얼마인가? 화폐가 그 노동의 무게를 재는 척도인 세상에서, 저 파도와 거기에 건 목숨의 값은 과연 측정될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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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로 돌아와서 잠시 카페스아다를 한 잔 더 마시고 방으로 들어왔다. (13,000VND) 짐을 챙겨 내려왔다. 달랏행 버스는 정오다. 물론 늦겠지. 베트남 타임. 로비에는 배낭을 들고 체크아웃한 여행자들이 버스를 기다렸다. 이 여행자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호치민시? 아니면 북쪽 나짱이나 서쪽 달랏에서 온 것일까?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짱? 달랏? 호치민시?


- 버스는 늦었다. 주인 아줌마에게 버스가 늦는다고 말했지만 그녀가 뭘 어쩔 수 있겠는가. 티켓 판매 대행만 할 뿐

이다. 버스는 옛 아시아자동차에서 생산하던 콤비(combi)라는 자동차 수준으로 우리네 마을버스 정도 크기다. 안전벨트도 없고 편안하지도 않다. 이걸 타고 6시간 간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찔하다. 정확한 지도가 없어서 어디를 통과해 달렸는지도 모르겠지만 ‘험준한’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산악도로를 버스는 달렸다. 구불구불 길은 이어졌고, 좌우로 흔들리는 몸 때문에 잠조차 잘 수 없었다. 끝없는 낭떠러지가 길 옆으로 곤두박질쳤고, 비는 줄창 내렸으며, 도로 아래로는 안개가 산능성이를 감싸고 있었다. 산에는 나무가 울창했다. 그 깊은 첩첩산중을 몇 시간 동안 달리는 동안 차는 흔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끔 어떤 공사를 하는지 큰 덤프트럭이 오갔다. 또 놀랍게도 그런 길을 우비를 쓰고 달리는 오토바이들이 있었다. 아주 드물게 민가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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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안에는 미국인, 유럽 사람들, 베트남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서 본 이들이었다. 사내들은 키가 엄청나게 컸는데, 잠시 휴게소에서 쉬었을 때 좌석이 좁아 다리를 놓을 수가 없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난 그 얘기에 맞장구를 쳐주면서도 그들이 편하게 앉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버스라면 이 험한 길을 무사히 통과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을 했다.


- 달랏에 도착한 시각은 6시 좀 넘은 시각. 쑤언 흐엉 호수(Ho Xuan Huong, 胡春香)를 지나 나타난 달랏은 그리 커 보이지 않았지만 매우 아름다운 골목과 거리를 갖고 있었다. 어느 호텔 앞에 버스가 서고 승객들이 내리자 호객꾼들이 다가왔다. 그 호텔의 직원들이었는데 대부분의 승객을 데리고 들어갔다. 투어 버스와 호텔들은 모종의 커넥션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다른 호텔을 찾아나섰다. 호아빈2 호텔(Hoa Binh Hotel, 영문명 Peace Hotel)을 찾아나섰다. (67 Truong Cong Dinh St. Da Lat City, Tel 3822982, http://sites.google.com/site/peacedalat) 판초 우의를 입어야 했다. 비는 차가웠고 많이 내렸다. 날은 추웠다. 고산지대란 베트남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시원한 곳’이다. 왜 돈을 내고 ‘무더운’ 동해의 휴양도시를 찾겠는가. 살고 있던 곳도 더운데. 그래서 달랏은 1년에 80만 명의 베트남인들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이자 신혼여행지이다.


- 호아빈 호텔은 정말 낡은 호텔이었다. 우리가 묵은 곳은 호아빈2 호텔. 더블침대 2개가 있는 큰 방인데 8달러였다. 나는 싱글룸을 원한다고 말했고 침대는 하나만 있어도 상관 없다며 우겼다. 아줌마는 침대 하나인 방은 없다고 했다. 결국 우리는 7달러에 합의를 봤다. 아줌마는 옆방 사람들에게는 얘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욕실의 온수기는 순간온수기가 아니라 물을 따뜻하게 덥혀서 보관해뒀다가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저장식온수기였다.


- 침대에는 우리가 범털 담요라 부르는 이불이 있었다. 호치민이나 무이네처럼 더운 지방에서는 홑청 같은 걸 덥고 잤는데 고산지대 달랏에 오니 침대 이불부터 바뀌었다. 한국 같아서 반가웠다. 호텔 룸에는 물이 두 병 있는데 큰 통이 6,000VND였다. 호치민시보다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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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에 짐을 풀고 내려 왔다. 내려오는 길에 에펠탑처럼 생긴 철탑이 조명을 밝힌 채 환하게 우리를 반겼다. 달랏 우체국 위에 있는 철탑(Buu Dien Tower)이었다. 예뻤다. 달랏은 Le petit Paris라 불리는 곳이다. 작은 파리라는 뜻이다. 정말 골목과 길은 파리처럼 아름답고 아기자기했다. 광장 근처 음식점에서 퍼보와 껌승을 먹었다. (20,000VND+40,000VND=60,000V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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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먹기 전 담배 가게에서 돈 500,000VND을 바꾸기 위해 Craven 5갑을 샀다. (16,000VND×5=80,000VND) 밥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비가 장마처럼 내리는 광장을 가로질렀다. 70년대, 80년대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택시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뒤로 조개구이, 조개찜 따위와 각종 고기 꼬치를 파는 포장마차처럼 생긴 노점들이 있었다. 거기서 닭날개, 바나나잎 같은 걸로 싼 소고기구이 꼬치, 닭꼬치를 샀다. (25,000VND) 슈퍼 같은 데서 ‘바바바(333)’ 맥주 캔 4개를 샀다. (40,000VND) 호텔에 돌아와 맥주를 마시고 잤다. 추웠고 비는 계속 내렸지만 달랏의 밤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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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15:52 2010/12/15 15:52
글쓴이 남십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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