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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공사가 다망하여
통 쉬지를 못한 탓에
시도때도 없이 피로와 졸음이 밀려온다
모르지,
낮에 먹은 짜장면에 누가 수면제라도 탔는지 =.=
정신이 몽롱해질수록
자꾸 어제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지는데..
이게 참 사람을 괴롭힌다
미술관구경을 하고
가로수 밑을 좀 거닐다가
그늘진 벤치에 무릎을 베고 누워 딱 삼십분만 자고 일어나면 좋겠다
이제 날씨는 점점 여름을 향해 달려가겠지
계절을 준비한다는건
한편으론 조금 설레는 일일수도..
칼라스와 미자가 닮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파멸로 이르게 할꺼란걸 직감하지만 거기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우울과 행복, 그 극단의 줄타기를 아슬아슬하게 보여주는게 매우 흡사.
특히,
지난주 태준의 품에 안긴 미자의 한마디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물론,
오나시스는 태준과 다르게 매우 바람둥이였다지만
그녀들의 삶과 사랑에 대한 광기와, 열정, 우울은 매우 닮은 꼴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
봄날 햇볕이 피곤하리만치 따가워 약간 신경질적인 기분이 되어서는
그저 그런 생각에 빠졌다.
"정규직되면 결혼하자"던 포스터의 황당함.
소위 진보입네 하는 사람들 사이에조차 만연해있는 미시파시즘에 늘상 노출되어 있어 왠만한 사안에는 무덤덤했던 나조차 보는 순간 뜨악하게 했던 그 포스터.
다행히 그 포스터 제작을 작당했던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폐기를 결정하였고, 단순한 나는 그냥 해프닝이라고 규정짓고 있었다.
아니, 지금에야 고백하건데,
그때 나는 '내가 속한 조직도 아닌데 뭘'하며 포스터 폐기의 과정은 무시한채 결과에만 만족했을 수도.
그때, 내가 미처 기억해내지 못했던 것 하나. 작년 민주노총의 그 포스터 사건은 이미 99년 부터 시작되었고 그 후에도 쭈욱 되풀이되거나 혹은 그럴 여지를 내포하고 있었단 사실.
그러다 어제 나는 중앙일보에 게재된 민주노총의 포스터를 보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물론, 그 기사는 다른선진국에 비해 민주노총의 포스터가 과격성과 폭력성을 띄고 있다는 내용.
일단, 그 기사의 씨알도 안먹힐 얘기는 차치하고, 민주노총의 그 포스터는 비판받아 마땅하긴했다. 허나 비판의 지점은 '과격성'이 아닌 '반여성성'이어야 했으며, 진보진영에서조차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는 우리 사회 성인지적관점의 부재를 개탄하는 내용이었어야 했다.
이 포스터를 보고 당신은 무엇을 연상하는가?
흔들림없는 눈빛, 구릿빛 피부와 그 위로 흐르는 땀방울, 굳센 팔뚝.
맞다, 누구나 그것을 연상한다.
그렇다면 이 포스터를 보고 당신은 무엇을 느끼는가?
시시각각 몰아치는 신자유주의의 광폭에 맞서 빈곤과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민중들의 투쟁의 열기를 느끼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매우 안타깝지만 반여성적이거나 최소한 신자유주의의 함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고? 신자유주의는 가부장주의, 성차별의 논리와 결탁하는 방식으로 그 권력을 강화해나가고 있으며, 그 근간에는 여성차별과 소수자배제의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은 모르고 있는 것이므로.
바로 이 차별과 배제의 논리를 '완벽히' 재생해내고 있는 이 포스터는 그래서 '완벽히' 문제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므로.
남성=노동자의 도식은 이미 공공연하고
그 속에서, 여성은 남성이 '아니'거나 '눈물'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대비되어 왔다.
쭈욱 그래왔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구나 쭈욱 그렇게 보아왔다.
수많은 진보매체의 노동기사들 속에서도 여성의 팔할은 눈물흘리는 눈동자와 울먹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므로.
그렇다고 그녀들이 노동자가 아닌가.
익숙한 것이 항상 바른 것은 아니다.
주름 콱 박힌 아주머니 서넛이 트롯을 개사해부르고
어떤 경우 아예 뒷구호를 외우지 못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기존 '투쟁현장'의 시각으로 보건대 확실히 '뽀대'안나는 그림일게다.
그렇다고 그녀들이 노동자가 아닌가.
불편하다고 외면해서는 안된다.
전체 노동자중 5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그 중 70% 이상이 '여성'비정규직으로 살고 있다는데도 왜 '여성'노동자들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가.
비정규직의 반노동자성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신자유주의가 태생적으로 동반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억압과 폭력에 늘상 직면해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녀들인데도 왜 모르는체 하는가.
60일 가까이 농성중인 KTX 여성비정규직과 기륭전자의 여성비정규직, 최저임금쟁취를 목터지게 외치는 철도용역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지 못하는 것인가.
포스터 한장에 감놔라 배놔라 한다고 욕하지 마시라.
행사 포스터는, 해당시기 핵심적 과제와 이슈를 극단적으로 부각시켜 그에 대한 선전을 대중에게 가장 강력히 전달하는 노동자들의 무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 누구나 그것을 자랑스레 대중들에게 또 동지들에게 내놓고 선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일게다.
그럴수 없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무기일 뿐이다.
세상을 만들어가는 절반
아니, 그렇게 뭉뚱그리지 않더라도
가장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가장 광폭한 신자유주의의 폭력을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는 그녀들에게 '노동자'의 이름을 허하라.
그녀들이 없는 포스터는 폐기되어야 마땅하고
그렇지못하다면 포스터에 떡 하니 박혀있는 '비정규개악안폐기/비정규권리보장입법쟁취'의 구호는 명백히 민주노총의 거짓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래야 모든 억압받는 이들의 축제인 노동절투쟁이 의미를 얻는 것이리라.
일단
메모부터..
-----------
애초 정부의 동북아 기본구상
중국, 일본의 한가운데서 캐스팅보터로서의 위치.
이 와중에
전략적 유연성 & 한미 FTA 협상으로 인해
급격히 미국쪽으로 돌아서는 결과.
동북아 공동체가
EU형으로 발전하기 위한 전략 수립 노력 미비했지만 존재.
한미 FTA의 4가지 선결과제
: 스크린쿼터, 약가재조정, 쇠고기, 자동차 배기가스.
이 중 스크린쿼터와 약가재조정은 해묵은 문제.
관련 부처가 절대 양보않던 문제.
한미 FTA의 제안 배경
: 수직적 구조로서의 사회적 대타협.
-> 수평적 구조로서의 대연정 구상.
-> 외부적 쇼크로서의 한미 FTA 제안.
4.19 다.
이 날의 역사적 의미야 대체로 나만큼들은 아실 것이니
오늘은 특별히 나의
4.19에 얽힌 '경건한' 일화 하나를 소개하겠다.
당시,
고대를 제외한 북부총련은 전부 모여
수유리 4.19 기념탑까지 뛰어가며 이 날을 기념하곤 했다.
성대가 와서 성신과 합류하고
또 차례로 덕성 서경 국민대 등과 합류해 4.19 기념탑까지 뛰어가서는 4.19를 기념하는 행사.
대여섯 학교들이 모이니 그 규모가 엄청나기도 하거니와
길놀이에 구호에 노래까지 부르며 움직이니 그 시끌벅적 소란과
날 좋은 봄날 차없는 도로를 마구 누비고픈 학생도 다수 섞여있던 탓에
4.19의 무거운 주제의식과는 별개로 뜀박질 행사는 거의 축제분위기에 가까운 터.
전날 학생회 무슨무슨 행사에서의 과음 덕에
겨우겨우 눈을 뜬 나는
행사 시간이 다 되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채
스타트 장소인 태극당 앞에 도착했다.
여튼
사전행사는 진행되고
학생들은 야호- 하며 달리기 시작.
수습안되는 숙취에도
무난한 스타트에 안도하며
방송 차량 쪽으로 가는데.
이상하다, 행사준비용 차량만 행렬 맨 앞에 가고 있는거다.
방송차량을 찾기 위해 나는 더 앞으로 가보았으나 거기에는 길놀이 행렬 뿐.
의아해하고 있던 찰나
집행부가 오더니, 빨리 차에 타 방송을 시작하란다.
그리고서는..
1단 아시바가 서있는 차량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달리는 트럭에 설치한 아시바 위로 올라가 방송을 하라는
저 맨뒤 뜀박질 행렬의 볼 권리를 사수하려는 주최측의 엽기적인 배려덕분에
나는
머리 위로 온몸의 술기운이 폴폴 증발하기 시작했고
양 손끝에서는 맥이 스멀스멀 풀려나가고 있었으며
발 밑엔 아무것도 없는듯 허공에 떠있는 착각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뜀박질 행렬의 속도에 맞춰
아무리 천천히 움직인다 하여도
또 아무리 살살 달린다 하여도..
달리는 차 아시바 위에서?!
가뜩이나 술이 덜 깬 내가
흔들흔들 아시바 위에서
한 손엔 마이크 또 한 손으론 팔뚝질을 하라시니;; OTL
아아- 나는,
혼미한 정신을 담보로 이 축제분위기에 편승해 줄 것인가!
생명에 대한 고귀한 자존을 이유로 이 분위기를 박차고 분연히 일어설 것인가!
허나..
고민도 잠깐..
오로지 '각'을 위해
한여름에도 검은 정장을
세끼를 굶어도 배고프단 소리를 못하게 하던 집행부에 의해
내 몸은 이미 아시바를 향해 기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머리속이 흰 도화지가 되었고
중간쯤엔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오게 무서워졌으며
마지막엔 내 명을 운에 맡기는 경건한 마음가짐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4.19를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경건하게 보낼수있었던 것.
=ㅅ=
.
.
4.19 다.
나의 후배들은 이 날을 기념해 달릴 것이며
나의 후배들의 또 후배들도 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오늘의 의미를 다르게 또 같게 기억할터.
누가 어떻게 기억하든
4.19는 돌아오고
후배들의 또 후배들은 계속 달리며 그들의 갈증을 해소할 것이다.
내가 그러했듯.
나의 선배들이 그러하셨듯.
미친듯이 달려왔는데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두렵다..
등허리깨 타박상에 두 날 밤을 골골거리다 잠을 설친 변명에
써프라이즈까지 제끼고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
타박상 탓인지 너무 오랜 누워있던 탓인지 헷갈릴만큼의 시간이 흐른지 이미 오래.
나는 벌떡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고
CF에 나오는 이쁜 언니들마냥 기지개를 한껏 펴고
창문에 턱을 괴고 서
앞집 옥상 펄럭이는 빨래로 그 집 여자의 패션취향을 추측하다가
지나는 행인의 뒷통수가 개미만큼 작아질때까지 쳐다보며 빈센트를 흥얼거리다가
잠없이 밤새 피어버린 목련꽃송이를 오십개까지 세곤 포기하고서
책상맡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방 한가운데까지 들어온 햇살도 좋아라 할
이아립의 노래를 올린 후
한껏 늘씬한 마음이 되어
타악기마냥 자판으로 박자를 맞춘다, 타닥타다닥.
앞으로 삼십분을 나는
부드러운 벨벳쇼파같은 이 게으름에 푹 파묻혀 있을 것이고
그 후 두 시간 동안 나는
방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반짝반짝 생기를 줄 것이며
옷장을 봄 옷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그리곤
저녁을 챙겨먹고 겨울옷을 세탁소에 맡긴 후
돌아오는 길엔 천재유교수의 생활을 두권쯤 빌려 깔깔대다
청소해 상쾌한 방에 배를 깔고 누워 제국기계비판을 마저 읽을 것이다.
일단 계획은 이러하지만,
또 그렇게 해주지 못한들 어떠하리.
오늘은 순전히 '나의' 일요일이며
그는 내 꿈처럼 아프지도 않았고
나는 지금 상상만으로 행복한 순간에 도착해있지 않은가.
오- 인생은 아름다워라-
10년의 시간을 돌아
단 수 초 만에
수많은 기억들이 펼쳐진다.
그로부터 꼭 10년이다.
물리적 시간과 많은 변화들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만큼
오랜 시간이지만
내 기억은
놀라우리만치 생생해
꿈 속에서 리플레이되는 장면에 몸서리치며 깬 적은 또 몇 번이었던가.
운집한 군중에 대한 놀라움과
목격했던 두려움
까닭모르게 치밀어오르는 울컥함에
온 몸이 달뜨던 그 기억은
자식의 생일이 돌아오면 엄마들이 산통을 기억해내곤 아랫배의 통증을 호소하듯
이즈음의 나를 온통 불안과 부채감에 고통스럽게 한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봄이며
그 날이건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나의 예민함에
어쩌면 나는 조금 고마운 마음이 된다..
낮술 일병 무거운 마음으로 사무실 들어오는 길.
아니 벌써 목련이!
이 추위에, 정말!
하고는 다시 자세히 들여본다.
혹, 알딸딸해 허옇게 늘러붙은 먼지를 흰 목련으로 착각하는건지
겨우내 녹지 않은 눈을 그걸로 착각하는건지
다시 한번 올려본다
그런데,
히야, 두말할 것 없이 목련이 아닌가!
나의 의지와 전연 상관없이
시간이 가고
술에 스며
봄에 젖어드는 마냥
목련은 봉우리를 맺고 레디고를 기다리는 중이었구나.
드디어 더이상 물러설 곳 없이 봄이로구나.
어제 길을 지나던 중이었소.
길가 담벼락 너머로 막 피어나던 목련꽃이 내게 말을 걸었소.
아프지마라, 아프지마라..
내가 아팠던건지 아닌건지는 모르오.
다만, 목련이 날 보고 그렇게 말했다는 것뿐.
햇살에 눈을 찌푸린 내가 찌푸린 얼굴로 목련을 올려다 보았을 때,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목련은 막 꽃봉우리를 밀어내고 있는 중이었소.
세상에,
이 세상에 꽃을 피워내려 안간심을 쓰는 목련보다 더 아픈것이 어디있단 말이요?
근데 날더러는 아프지 말라 하더이다.
자기가 더 아프다면서.. 목련이 내게 주는 그게 무엇이오?
그 아픈 목련이 내게 하는 걱정의 말이,
그게 도대체 무엇이건데 내 마음이 이렇게 따뜻해지더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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