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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생일선물

지난주 목요일 저녁, 아빠에게서 전화가 두 통 왔다. 나는 받지 않았고, 다시 걸지도 않았다. 상처받을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마음은 무거웠지만, 잠 자고 일어나니 역시 잊을 수 있었다.

금요일은 생일이었다. 그리고 토요일에 엄마네 집엘 갔다. 목요일에 아빠한테서 전화 온 게 신경이 쓰여, "아빠가 엄마한테는 전화 안 했어?"라고 했더니, 역시나 전화했댄다. 근데, 어인일로 내 옷 치수를 물어보고 끊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분홍색 쇼핑백을 들어보였다. "이거 아빠가 너 주라고 놓고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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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가 주신 생일선물이다. 당황스러웠다.
참을 수 없이 눈물이 났다. 영화라면 이쯤에서 "컷" 사인이 나겠지. 엔딩자막이 올라갈지도 몰라.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년은 또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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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생각하면 의지와 무관하게 눈물이 난다. 그 오래된 상처에 지독히도 무뎌지지 못하는 나는, 어렸을 때 <동물의 왕국>에서 본 어떤 동물을 닮았다. 지평선이 보일 듯한 아프리카 초원지대에서 한쪽 귀에 파리가 들어가 홀로 빙글빙글 맴도는 영양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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