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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한 연구를 통해

우리는 비교적 미루를 쉽게 재우고 있습니다.

 

그 동안 별 방법을 다 써봤습니다.

 

'안아서 달래주기' 는

일찌감치 접었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면 잠자기도 쉽다고 해서

안정시켜주기에 신경을 썼습니다.

 

빠는 욕구충족이 중요하다는 말에

제 새끼 손가락을 구부려 입에 살짝 대줬더니

쪽쪽 빨다 잠이 듭니다. 빠는 힘이 어마어마합니다.

 

손가락이 뒤틀어질려고 했습니다.

이 방법은 두번 하고 안했습니다.

 

꽁꽁 묶어주는 것도 효과를 봤습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5개월까지도 이렇게 한답니다.

 

우연히 다리를 흔들면서 얼러줬더니

이게 또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건 요새도 애용합니다.

규칙적인 움직임은 마음의 안정을 준답니다.

 

물티슈 포장지를 만지는 소리도 미루를 편하게 해줍니다.

 

이제는 자기가 자기 손을 빨다 자는 경우도 많습니다.

참 훌륭한 미루입니다.

 

그런데 가끔, 자는 줄 알고 쳐다 봤다가

미루가 눈을 퍽 뜨면 이땐 정말 무섭습니다.

 

오늘 그랬습니다.

 

옆을 지나던 주선생님과 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습니다.

 

주선생님은 의자에 앉은 채로

자는 척을 했습니다. 참 어색합니다.

 

저는 앉으려다가

엉덩이 반만 바닥에 붙이고 멈췄습니다.

 

미루는 눈을 뜬 체

먼곳을 응시합니다.

 

갑자기 사방이 고요해지고

제 이마에서는 식은 땀 한줄기가

쭈욱~ 흘러내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건 영화에서나 그런겁니다.

저는 다만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면서

미루가 다시 잠들기를 기다립니다.

 

미루가 눈을 천천히 감습니다.

 

"휴우~"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뒤꿈치 들고 걸어보기는 중학교때 이후 처음입니다.

잘못한 일도 없는데 목소리가 기어들어갑니다.

 

어쨌든 우리의 목표는

미루가 잘 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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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걱정

"어떤 애는 얼굴, 다리....

뭐 하여튼 온 몸이 다 아토피래."

 

"밤새 피 나게 긁는데 불쌍해서 못 봐준대"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산 밑에 가서 사는데,

옆집에 고등학생이 아토피 땜에

학교 그만 두고 내려와 살았대."

 

사람들이 다 아토피 때문에 걱정이고

우리도 아토피 때문에 걱정입니다.

 

피부가 건조해지는 게 아토피랑 관계 있다는데,

미루도 땀띠가 난 자리가

아주 건조해지고 거칠어집니다.

 

나이는 3개월인데

건조한 부분의 피부는 30대 후반입니다.

 

미루의 피부는

저의 우유에 약간 물탄 빛 피부를 그대로 닮아서

엄청난 민간성 피부입니다.

 

이런 피부는 진한 색 옷을 입으면

얼굴이 실제보다 훨씬 훤하고 이뻐보여

이래저래 유리하지만

관리는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는 미루의 건조한 피부를 없애기 위해

심혈을 기울입니다.

 

목욕후엔 보습에 좋고 열기도 빼준대서

평소에 없어서 못 먹는 알로에를

온 몸에 퍽퍽 발라줍니다.

 

로션도 발라줍니다.

 

책에 목욕이 보습에 최고라고 해서

'하루에 4번 이상 목욕!' 을 외치고

딱 한번을 3번 시켜봤습니다.

평소엔 두번 합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새 에어콘, 새 가습기, 새 유모차를 샀는데

애네들이 문제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새것 냄새들에

제가 무척 민감합니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

새 가구 냄새를 너무 많이 맡아

몸이 많이 안좋아졌습니다.

 

새집증후군입니다.

 

그때 제일 힘들었던 건

주변의 멸시였습니다.

 

"하여튼 유난을 떨어요~"

"몸이 그리 부실해서 어디다 써~"

 

제가 이런게

미루한테도 영향이 있을까봐

노심초사입니다.

 

아토피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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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린다

집안일에 어느정도 연륜이 쌓이다 보니까

사물의 이름이 헷갈립니다.

 

예전에 밖으로 나다닐때는

정확한 용어구사로 정평이 나있다고

혼자 생각했었는데

 

요새는 영 아닙니다.

 

"상구, 미루 자게 준비 좀 해줘"

"응...알았어. 거미줄 쳐달란 말이지?"

 

재빨리 말을 가로챈 주선생님은

바로 저를 비웃어줍니다.

 

"거미줄? 나 참~"

"아~ 거미장~ 아니 모기줄~"

 

모기장 한번 치기 참 어렵습니다.

 

헤매는 저를 주선생님이 비웃긴 했지만,

사실 자기도 저랑 비슷합니다.

 

미루가 하도 보채서

겨우 밥을 먹었을 때였습니다.

 

주선생님이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 놓는 사이에

저는 마땅히 식탁을 치워야 했건만

안치우고 딴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선생님

한 마디 하십니다.

 

"상구, 빈그릇들 좀 냉장고에 넣지~

아니, 세탁기에~, 아니~"

 

이미 비슷한 상황에서 당한 바 있는 저는

비웃음을 날리는 대신

정중하게 대꾸를 해주었습니다.

 

"그 보다는 싱크대에 놓는 건 어떨까?"

교양이 넘쳐 흐르는 멘트입니다.

 

요즘은 이름까지 헷갈립니다.

 

아픈 주선생님에게

저는 몇차례나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아이구 우리 미루, 많이 아프지..."

 

주선생님도 만만치 않습니다.

 

"상구야~ 약 먹자~ 아~~!"

 

그래도 이름 헷갈리는 건 그냥 봐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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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잔치

미루의 백일을 앞두고

가족들과 밥을 먹었습니다.

 

다른 집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하고, 나름대로는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식사 장소 구하는 것 때문에

좀 고생하고

 

'처가집' 식구들 올 때는 안 그랬는데

'시댁' 식구들 올 때는 집 청소하느라고 고생하고

 

'행사 때는 아이들이 아픈법'이라는 풍습을

지키기 위해서였는지

감기에 걸려버린 미루 때문에 고생한 것을 빼면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식사 후 집에 모였을 때는

느닷없이 정상컨디션을 회복한 미루가

전에 없이 화려한 몸짓과 옹알이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었습니다.

 

기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빠진 게 있습니다.

 

주목받아야 할 또 한 사람

주선생님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빠졌습니다.

 

아기에게 백일은 엄마에게도 백일입니다.

아기가 백일 동안 고생했으면, 엄마도 백일 동안 고생했습니다.

아기가 백일 동안 잘 자라준 게 고맙다면,

엄마가 백일 동안 잘 버텨준 것도 고마운 겁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미루 선물을 잔뜩 사왔습니다.

반지도 있고, 숟가락 젓가락도 있고, 옷도 있습니다.

 

생각한 대로

사람들이 주선생님에게는 아무 선물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고했다는 말도 아무도 하지 않았고

등이라도 토닥여줬으면 좋으련만 그런 사람도 없었습니다.

 

오늘 하루가 너무 고단했던지

주선생님은 어깨며 팔 다리를 툭툭 치며 안마를 하는 듯 하더니

지금은 쓰러져서 자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애기 '백일 잔치'에 갈 일 있으면

애기 엄마 선물 사 가자~!!"

 

자기 전에 주선생님과 한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약속도 했습니다.

정확히 백일 되는 날

뭔가 의미있는 상차림으로

두 사람이 서로를 칭찬해주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꽤 힘들고, 또 재밌기도 해서

소박한 영화 같은 하루였습니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미루였습니다.

미루의 백일을 축하합니다.

 

하지만 감독은 주선생님이었습니다.

영화는 감독이 만듭니다.

 

...

 

참, 그리고

오늘은 저도

그 동안 고생했다고

스스로 칭찬해 봅니다.

 

저는 이번 영화의 스탭입니다.

원래 고생은 스탭이 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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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2

미루가 오늘 또 아팠습니다.

아침부터 열이 나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감기였습니다.

 

하루 종일 '병간호'를 하면서

줄곧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잘 하고 있나?"

 

사실 이건 육아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계속해서 드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인생이 배우면서, 부딪히면서 사는 거지만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해서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이

뭔가를 불안하게 해온 경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여튼 육아의 길은 멀고 험합니다.

 

주선생님 역시 비슷한 고민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하고 표현은 좀 다릅니다.

 

"난 모성애가 부족한 것 같애.."

 

근데 제가 매우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모든 산모들이 이런 말을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힘들어서

이런 상황에서 무한한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은

원더우먼이나 슈퍼맨 뿐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회가 워낙에 '모성애'를 심하게 강조합니다.

 

며칠 전에 감자부침가루를 샀는데  

포장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만들었습니다"

 

열심히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어느 죽 집 젓가락 포장지에는

'진짜 맛있게 만들었습니다'를 이렇게 써놨습니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맛을 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로 엄마가 된 사람들이 애 낳기 전에 스스로

"엄마는 무릇 이래야 해~"하면서 생각한 게 있을 텐데

 

자기가 막상 엄마가 되고 나서보니까

이게 잘 안되는 겁니다. 

모성애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올 법 합니다.

하지만, 이건 엄마들 잘못이 아닙니다.

 

암튼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할 일은 해야 합니다.

 

우선 저의 과제는 미루를 아프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머리 모양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이런 걸 잘 해내면

'내가 잘 하고 있나' 하는 불안감은 없어질 것입니다.

 

미루 열이 좀 내렸을 때

전 두 번째 과제를 잊지 않기 위해

고개를 힘차게 왼쪽으로 돌리면서 외쳤습니다.

 

"지금부터 잠은 무조건 왼쪽으로~~!"

 

 

이 모습을 보고 주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상구~그건 오른쪽이야~"

 

 

음...제가 정말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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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1

신경 안 쓰려고 하지만

항상 불안해 하는 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 애가 발달이 좀 늦은 것 아닌가?" 하는 걱정입니다.

 

얼마 전에 어디를 갔었는데

다른 아이가 옆에 있었습니다.

 

미루는 아직도

자기 엄지손가락을 잘 못 빨아서

손가락으로 눈도 찌르고 코도 찌릅니다.

 

그런데 미루랑 10일 밖에 차이가 안 나는

이 아이는 정말 놀랍게도

발가락을 빨고 있었습니다.

 

"으...드러워.."

이런 문제가 아닙니다.

 

발가락 빨기!

어른은 할 수 있어도 안 하겠지만

실제로 대부분은 못할 겁니다.

엄청난 운동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발달이 놀라웠습니다.

 

저는 잠시 주춤했습니다.

'정말 미루가 많이 늦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냐...쟤가 심한거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어떻게 발가락을 빨어.."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잡지를 뒤져보니까

미루가 하는 행동들이 모두 이 때쯤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아이들마다 발달의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실 미루도 이전 보다 많이 발전했습니다.

 

이전에 지었던 얼굴 표정과는 다르게

지금은 '의미가 있는' 표정을 짓습니다.

곧잘 웃기도 합니다.

혀로 입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윽 훔치기도 하고

무엇보다 팔다리를 있는 힘껏 움직입니다.

다리를 번쩍 들어올리고

어깨, 등, 허리를 들썩들썩 합니다.

 

이런 것들 말고

남들보다 월등한 것도 있습니다.

 

3달 됐지만

3살된 아이보다 많은 머리 숱이 그것입니다.

 

"현숙아~너는 눈썹 안 그려?"

"네, 저는 워낙에 숱이 많아서요~"

"그래? 이야 그거 참 큰 행복이다 야~

생각을 해봐..평생 그거 그릴 크레용 값만 해도 그게 얼마냐..."

주선생님이 그저께 장인어른과 나눈 대화입니다.

 

"워낙 숱이 많아서요..좀 많이 솎아주세요~"

제가 머리 깎으러 가면 항상 하는 말입니다.

 

이러니 미루 머리 숱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들도 각자

자기 스타일이 있고,

자신만의 속도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그냥 옆에서 기다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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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잠을 방해하는 세력들

티격태격하는 작은 전투에서

항상 지는 제가 오늘은 결정적 승기를 잡았습니다.

 

오랜만에 열심히 거실 바닥을 청소하다가

잠시 미루랑 놀아주고 있었습니다.

 

"달그락~달그락~"

"아~조용히 좀 해~~"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복수를 한 것입니다.

 

설거지를 할 때나 아니면 다른 일을 할 때

주선생님은 항상 "미루 자잖아~조용히 해~"라는 말을 무기로

저를 구박하기를 즐겨하셨습니다.

 

나름대로 조용히 할려고 하지만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아예 안 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선생님이 복숭아 놓을 접시를 챙기다가

소리를 "달그락~"낸 것입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저는

곧바로 전가의 보도인 "조용히 좀 해~"를

꺼내든 것입니다.

 

주선생님,

전혀 동요하지 않고 말씀하십니다.

 

"설거지 하고 그릇을 차곡차곡 쌓아놔야지..이렇게 쌓아놓으니까 소리가 나잖아.."

 

"......"

 

이번 만은 제가 이길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쉽습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미루 잠을 방해하는 세력들이 저 말고도 많습니다.

 

잠재우기가 보통일이 아니기 때문에

미루 잠을 깨우는 모든 존재는 참 밉습니다.

 

바로 위층 1502호 사는 말들은 여전히 지축을 흔들며 뛰어다니고 있고

 

요새는 폭주족 한 마리가 저녁 12시30분쯤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부릉~부릉~부르르릉~~~~"하고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닙니다.

왜 아파트 단지 옆에서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는 고생해서 미루를 재우고 나니까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립니다.

"도시가스 점검이요~"

 

미루는 도시가스 점검이 싫은지

냅다 울어버렸습니다.

 

그 다음날엔 초인종이 울립니다. "정수기 아저씬데요~"

미루는 정수기 필터 교체도 싫어했습니다.  

 

이런 모든 세력들 중에서

매일 매일 미루 잠을 방해하는 세력은

바로 저입니다.

 

그릇 놓쳐서 울리고

잘 자는 옆에서 "에이~취" 기침을 해서 울리고

괜히 방문 열어놨다가 바람에 문이 '쾅' 닫혀서 울립니다.

 

오늘 저녁엔

촐싹 거리다가 밥그릇 위에 있던 젖가락을 날려보냈습니다.

 

젓가락과 그릇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공기를 갈라 미루 귀에 도착합니다.

 

미루는 대자로 뻗어서 자다가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번쩍 들더니

파다닥 떱니다.

 

두 사람은 미루 표정만 바라봅니다.

'울면 지옥! 자면 천국!'

 

다행히도 이번엔 계속 잤습니다.

 

주선생님, 백마디 말을 담은 눈빛을 날립니다.

그대로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제가 선수를 쳤습니다.

 

"난, 구제불능인가봐..."

 

주선생님, '피식..' 웃습니다.

 

한 마디 더 했습니다.

 

"자신감을 점점 잃어가.."

저의 갑작스러운 좌절성 대사에

주선생님 저를 안쓰럽게 쳐다봅니다.

 

그리고는

'애 키우는 데 자신을 잃으면 안돼..힘 내'하는 표정이 되어 묻습니다.

"괜찮아..뭐가 자신이 없는데...?"

 

"응...조용히 움직일 자신..."

 

확실히,

애 자는 데 가장 큰 방해 세력은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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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모양

미루가 태어날 때부터 소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미루야~너는 부디 둥근 머리통을 가져라~"

 

이게 유난히 소원이었던 이유는

저나 주선생님 머리가 다 둥글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같은 머리통을

제가 살던 동네에서는 '떡판'이라고 불렀고

지금, 저와 주선생님은 '하트모양'이라고 부릅니다.

 

뒤판이 바짝 눌려서 '떡판'이 되고

 

머리통 위쪽의 뒤부분은 올라와 있는 모양

그런데 이게 그냥 올라와 있는 게 아니라

가운데는 쏙 들어간 상태에서 양쪽이 올라와서

마치 하트의 윗부분이랑 비슷하게 생긴 모양

 

미루는 이런 모양이 아니라

둥그렇고 이쁜 머리 모양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토록 바래왔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만져보니까

이미 오른쪽은 '하트의 반쪽'이 되어 있었습니다.

 

애당초 미루가 하도 오른쪽만 보고 자길래

고개를 왼쪽으로 좀 돌려볼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이게 쉽지 않았었습니다.

 

자꾸 오른쪽만 보면 뒷머리의 오른쪽 부분이 계속 눌리는데

그러면서 머리통 위쪽과 만나는 부분이 솟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인도 대륙이 유라시아 대륙을 밀고 올라와서

히말라야 산맥이 '융기'한 것이랑 같은 이치인 듯 합니다.

 

그렇다고 엎어재울 수도 없었습니다.

 

책에 보니까, 엎어재우다가 돌연사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4개월 이전까지는 꼭 눕혀서 재우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애도 그랬는데, 나중에 보니까 둥그렇고 이쁘기만 하더라~"

"조금 눌리더라도 나중에 돌 되기 전에 교정돼~"

 

이런 말이 잠시 우리에게 희망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거, 유전이래~아무리 해도 떡판 될 애들은 떡판 된대.."

 

이런 말은 우리를

꽤 오래동안 슬프게 했습니다.

 

열혈 청년이던 대학생 시절에

"불의에 맞서 내가 단식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어도

혹시 누가 삭발하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면서 살았었는데

 

이 고통을 미루한테 다시 물려줄 생각을 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현재 미루는 오른쪽 머리통의 '융기'를 마치고

왼쪽 머리통의 융기를 준비하고 있는 듯 합니다.

 

'반쪽 하트'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완전한 하트'를 이룰 것인가

슬픈 선택만이 남아있습니다.

 

오늘은 정말 괴로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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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의 어려움3

수유하면서 또 하나 생기는 문제는

이게 굉장히 졸리다는 겁니다.

 

무슨 호르몬 하고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미루한테 젖을 물린 주선생님,

5분쯤 지나면 눈꺼풀이 스르르 감깁니다.

 

학교 다닐 때 다 해봐서

앉아서 조는 건 익숙한 일일 순 있어도

별로 편한 건 아닙니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졸 때 고개가 앞으로 떨어지는 사람

졸 때 고개가 뒤로 넘어가는 사람

 

두번째 종류의 사람이

졸다가 부상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주선생님은 앞으로 3회, 뒤로 1회를

번갈아 하는 식입니다.

 

하도 졸리니까,

"...공중에 베개가 떠 있었으면 좋겠다..기대고 자게..흐흐흐" 이럽니다.

 

졸리는 건 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좀 빠는가 싶더니

10분쯤 지나면 그때부터는 빠는 둥 마는 둥입니다.

 

그런데, 젖에서 입을 떼어내려고 하면

짜증내고 보챕니다.

다시 물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걸 한 40분쯤 반복하고 있으면

주선생님의 얼굴은 울상이 됩니다.

 

"아...정말 힘들다..."

 

너무 힘들었던지

진짜 속 깊은 곳으로부터

한숨과 함께 이 말을 내뱉습니다.

 

그런데도 미루가 계속 젖을 잘 안 빨자

주선생님 비몽사몽간에

최후의 방법을 씁니다.

 

최근에 선풍기를 하나 샀는데

리모콘이 딸려 있는 훌륭한 선풍기입니다.

그 선풍기 리모콘을 들더니

미루를 향해 리모콘을 대고

'바람세기' 버튼을 누릅니다.

 

"야~더 세게 먹어, 더 세게~" 

 

애꿎은 선풍기 바람만 강풍, 약풍, 미풍, 다시 강풍, 약풍으로 바뀝니다.

 

그래도 미루가 반응이 없자,

이번엔 그 옆 버튼을 누릅니다.

'시간 조절' 버튼입니다.

 

"야~! 30분 먹어~30분~"

 

"삐~"소리가 납니다.

'30분'이 예약되는 소리입니다.

 

이렇게 젖먹이는 게 힘드니까

새벽에 6시쯤 젖을 먹이면

오전 10시 30분 정도까지는 골아떨어집니다.

 

덕분에 제가 아침 밥을 못 먹습니다.

 

일어나면 같이 먹어야겠다 생각하면서 기다리다가

때를 몇 차례 놓치니까 그냥 습관이 됐습니다.

 

혹시 주선생님이 제가 자기 때문에

아침도 못 먹는다면서 미안해할까봐

무슨 얘긴가를 하던 중에 한 차례 훌륭한 대사를 날렸습니다.

 

"너무 미안해 하지마..

너의 잠은 정당한 거야, 힘든 게 당연하지~

그러니까, 당당하게 힘들어 해...알았냐?"

 

주선생님이 눈빛이 흔들리는 듯 하더니

대답하셨습니다.

 

"나 하나도 안 미안해...

그냥 계속 졸려.."

 

그랬습니다.

주선생님은 하나도 안 미안해했습니다.

그러는 게 당연합니다.

 

근데 이 말이 저는 좀 서운했습니다.

그래서 내일부터 혼자 아침밥 챙겨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포기했습니다.

 

밥 두번 차리기 귀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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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의 어려움 2

어제의 젖몸살은

겨우 넘겼습니다.

 

역시 젖량이 많은 게 문제였습니다.

 

미루를 낳고 한달 쯤 지나서

젖몸살에 된통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처음 당하는 일이라 상당히 당황했었는데

그래도 마침 처가에 가 있다가 일이 터져서

저 혼자였다면 못 했을 주선생님 간호를

장모님하고 둘이서 잘 해냈었습니다.

 

당시를 생각하면

참, 그런 장면이 다시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퉁퉁 불어오른 젖의 한쪽은 제가 맡고,

다른 한쪽은 장모님이 맡고

그 유난히 밝았던 형광등 아래에서

 

서로 양쪽에서 경쟁하듯이 젖을 짜냈습니다.

추억의 명장면입니다.

 

장모님께서는 한참 고민하시다가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자네가 좀 빨지..."

 

남편이 직접 입으로 짜내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남사스럽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까 그 방법은 옛부터 내려오는 전통의 방법인데

효과가 거의 없답니다. 애가 빠는 게 훨씬 강력하답니다.

 

그 날 이후로도 젖량이 많아서 계속 불편했었습니다.

젖량이 많으니까 미루가 젖을 깊게 못 뭅니다.

깊게 물었다간 한번에 너무 많은 젖이 나와서

입안에 가득차고 넘치는 겁니다.

 

우유 마시려고 했다가 우유팩을 너무 많이 기울여서

입에서 우유가 넘치는 거랑 같습니다.

 

미루는 이게 힘드니까 머리를 자꾸 뒤로 빼냈고

이 때문에 젖꼭지가 계속 물렸습니다. 

젖꼭지 많이 상했습니다.

 

문제는 계속됩니다.

상한 젖꼭지로는 젖이 나오지 않으니까

그 부분과 연결된 유선에 젖이 고입니다.

이게 오래되고 염증이 생기면 유선염으로도 갈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 어떤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미국의 몬산토라는 회사가 

소한테 주사하는 '파실락'이라는 성장호르몬을 판매하는데

이걸 맞은 많은 소가 엄청 스트레스 받고 유선염에 걸리고 그랬답니다.

그 소에서 나온 우유를 마신 사람한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주선생님, 그걸 보시더니

소가 자기 같고, 자기가 소 같고..그렇답니다. 

 

'얼음왕국'이라는 또 다른 다큐를 봤는데

북극곰이 애기 곰한테 젖을 줍니다.

바다표범도 젖을 줍니다.

여기저기서 참 젖을 많이 줍니다. 정말 고생들이 많습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주선생님

가슴에 발생한 '이스트 감염'은 여전히 안 낫고 있습니다.

 

"무좀엔..카네스텐~"

우리 또래의 머릿 속엔 아직 이 광고가 생생한데

바로 이 약을 가슴에 바르고 계십니다.

 

"그거 근데 왜 빨리 안 낫는데?"

 

주선생님이 대답하셨습니다.

"무좀이 며칠 만에 없어지는 거 봤어?"

 

아..아직도 한참 고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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