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개혁세력

(http://gyuhang.net/archives/2006/07/ 에서 퍼왔음.)

 

(질문에 답하기 전에 ‘진보개혁세력’이라는 개념에 대해 몇 자 적습니다. 지금 ‘진보개혁세력’이라는 말이 상용되고 있고 귀 신문의 기획 역시 그에 근거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진보’와 ‘개혁’이라는 전혀 다른 개념이 한 묶음으로 쓰임으로써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이 문제가 정리된 후로..)

‘진보개혁세력’이라는 말은 ‘좌파우파세력’이라는 말과 같다. 이런 개념적 혼란이 담긴 말이 생긴 배경은 옛 독재-민주화 구도다. 흔히 옛 독재세력을 잇는 세력은 ‘수구기득권세력’이라 민주화운동을 잇는 세력은 ‘진보개혁세력’이라 부른다. 민주화운동을 잇는 세력을 진보개혁세력이라 부르는 건 민주화운동이 두 세력의 연대였기 때문이다. 민주화운동은 군사독재라는 공동의 적과 싸우기 위한 자유주의적 우파(현재의 개혁세력)와 변혁적 좌파(90년대 이후 개혁세력에 의해 배제되어 온 진보-좌파세력)의 연대였다.



그러나 이미 군사독재가 물러나고 절차적 민주화가 시작된 지 20여년 이 지났다. 9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의 적자를 자임하며 사회적 헤게모니를 장악해온 개혁우파 세력은 늘 독재-민주화 구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왔다. 수구기득권(극우) 세력이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라고 말하면서, 개혁우파와 극우파의 대립을 우리사회의 중심 갈등으로 설정함으로써, 진보운동을 배제시켜왔다. 나도 조선일보 반대운동에 초기부터 참여한 바 있지만 오늘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극우 세력이 아니라 바로 개혁우파 세력이다. 90년대 이후 사회문화적 개혁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유도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올인하여 우리 사회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개혁세력 말이다.
‘진보개혁세력의 위기’가 아니라 ‘개혁세력의 위기’다. 그들이 진보/좌파를 참칭해오다 그들 스스로 민중의 적대세력임이 밝혀지고 있다. 진보세력은 90년대 이후 ‘오늘의 진보’를 자임하는 개혁세력에 의해 사회적 영향력에서, 대중들의 관심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개혁과 진보를 하나로 보는 개념적 혼란은 개혁세력에 대한 실망을 진보세력에 대한 실망으로 확대시키기도 한다.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은 그런 현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더 이상 혼란을 용납하지 않는다. FTA 문제는 대중들로 하여금 그런 현실을 직시하고 개혁과 진보의 차이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대중들은 FTA가 자신들의 삶을 파탄으로 몰고갈 것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열우당은 FTA를 찬성하고 제도정치권에서 FTA를 반대하는 건 민노당뿐이다. 대중들은 또한 민노당보다 진보적인 제도정치권 밖의 진보운동 세력을 조금씩 파악해갈 것이다.
절차적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우파끼리 좌우를 갈라먹음으로써 진보-좌파가 배제되어 왔다는 것이다. ‘진보개혁세력의 위기’, 즉 개혁세력의 위기는 진보와 개혁을 하나로 보는 습성에 의해 진보세력에게 피해를 주지만 서서히 개혁과 진보의 차이를 분명히 함으로써 진보세력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진보세력의 발전만이 우리 사회에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민노당을 비롯한 진보/좌파세력이 ‘실력이 없다’고 느껴지는 두 가지 주요한 이유가 있다. 하나는 개혁 우파에 의해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무대에서 철저히 배제됨으로써 실력을 평가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실력을 평가하는 패러다임이 철저히 우파적이라는 것이다. 우파적 패러다임은 국가의 이해(실제론 지배계급의 이해)를 기반으로 하지만 좌파적 패러다임은 계급의 이해(인민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좌파적 지향을 우파적 패러다임으로 보면 엉성해 보일 수밖에 없다. 실력의 차이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차이인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Posted by gyuhang at 2006.07.16 02:5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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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8 00:26 2006/07/18 00:26

2006 전쟁과 변혁의 시대에 다녀왔다. 연휴 내내 계속된 장마비로 심각한 갈등을 하였으나 결국 갔다왔고 돌아보니 잘 갔다왔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집에 있었어봤자 별로 한 것이 없었을게 뻔하니까. 그나마 귀동냥에 눈동냥이라도 하였고 무엇보다 요즘 젊은 것들의 화려한 패션을 보고 오니 눈이 확 맑아진 느낌이다. (이 느낌 오래갈려면 지역 사람들을 안만나야 할텐데...-_-;;)

 

고양시에서 함께 가기로 했던 당원들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승용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해 행사장소인 경희대까지 갔다. 오랜만에 지하철 1호선을 타고 회기역에 내렸다. 예전의 우중충한 플랫홈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주 깔끔하게 변해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회기역에서 나오자마자 커다랗게 씌어진 '전쟁과 변혁의 시대' 안내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셔틀버스도 운행한단다. 주최 측이 꽤 꼼꼼히 준비했나보다.

 

1토론은 박노자씨의 '한반도와 제국주의'. 들어가는 입구에서 작은책 안건모 선배님을 만났다. 이곳에서 고양시 당원을 만나니 너무 반가왔다. 물론 안선배님은 작은책 홍보를 위해서 오신거였지만...비가 오는 어수선한 분위기라서 홍보를 잘 하셨을래나 모르겠다.

강의 장소인 크라운관은 얼추 500~600명이 들어가는 곳이었는데 강의가 시작할때까지 3분의 2정도가 찼다. 지난번 연세대 강연때는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꽉 찼는데, 아마도 갑자기 굵어진 폭우로 인해 많이 못온 것 같았다. 그러나 강의가 시작되고 조금 지나자 자리가 모두 찼다.



박노자씨는 시기가 시기이다보니 한미FTA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그는 한미FTA반대 집회에서 한미FTA가 '제2의 을사늑약'이라거나 '주권을 지키자'고 외치는 것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을사늑약은 고종을 비롯해 조선의 지배엘리트 상당수도 반대했던 데 반해 한미FTA는 대통령부터 관료집단, 정치인, 재벌집단들이 모두 합심하여 추진하고 있지않나? 그리고 을사늑약체결때 의병장 유인석이 고종에게 해외로 도피해서라도 항쟁을 계속 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고종이 거부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누구의 주권'인가가 더 중요함을 역설하였다.

플로워 토론에서는 민족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첫번째 발언자로 나온 사람이 고양시 당원이고 이번 선거때 출근명함배포를 도왔던 분이었다! MBC스포츠 기자라 최근까지 독일에 가있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마 최근 언론노조의 FTA저지 총파업에 참여하면서 업되신 것 같다. 이 분은 점잖은 아나운서 톤의 목소리로 민족주의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공동행동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박노자 강연을 마치고 다음 강연으로 이동하다가 또 고양시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다. 대학노조와 전교조에서 활동하는 부부당원이다. 너무 반가왔고 밥을 같이 먹기로 하였다.

2토론부터는 대학동기인 상렬이와 함께 다녔다. 2토론 시간에는 무려 6개의 주제가 배정되어 있었다. 상렬이와 잠깐 고민하다가 '네팔은 혁명 직전인가?'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2토론 강의실은 1토론과 달리 50명 정도 들어가는 조그마한 강의실이었다. 3~40명 정도가 앉아 있었는데 네팔분들로보이는 이주노동자들도 5~6명 있었다. 연사는 다함께 신문의 국제담당기자이고 각종 책들을 번역하기도 한 김용욱씨였다. 일단 잘 모르는 내용들이라 사실관계 자체를 듣는 것도 생소했다. 네팔의 마오주의자들이 권력장악하는 것에 대해서 마오주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공산당이 중국의 국가이익때문에 꺼림직해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중국은 최근 마오 열풍을 조장하면서 교과서에서도 마오에 관한 내용을 늘렸다고 하는데... 플로워토론에서는 중국이 사회주의인가에 대해서 약간 열띤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3토론에도 5개의 주제가 있었는데 난 일찌감치 '이주규제, 인종차별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의 저항'이라는 주제를 선택하였다. 연사는 이주노조 위원장 아노아르씨와 다함께 활동가 이정원씨다. 역시 이주노동자들 10여명도 참여하였다. 아노아르씨는 1년 넘게 보호소에서 있으면서 겪었던 갖가지 인권침해 사례를 폭로하였다. 이정원씨는 최근 이주노동자에 대한 규제가 전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을 지적하였고 한편으로 한국의 이주노동자관련 NGO들의 한계와 노동운동의 한계를 지적하였다.

이 토론은 연사들 발제도 좋았지만 플로워토론도 매우 활발하였다. 특히 한 참가자는 단속반의 추격을 피해 차 밑으로 도망갔던 이주노동자가 차에 출발해 깔려 죽었던 사례를 이야기하다 울먹여 참가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아, 그리고 3토론 전에 점심식사를 하였다. 행사장소인 경희대에서 잘 협조를 해주지 않는 관계로 인근 외대학생식당을 이용하였다. 외대대학노조의 도움으로 일요일인데도 참가자들에게 2,2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제공하였다. (물론 식사의 질은 딱 2,200원 정도였다.-_-;;)

 

이제 쓰는 것도 점점 지겨워진다. 4토론 시간에는 2가지 주제가 배정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이강택 PD가 영상과 함께 말한다 - NAFTA가 보여준 한미 FTA의 미래'를 택했다. 이강택 PD는 최근 'NAFTA의 명과 암'을 제작한 KBS 스페셜의 PD로 재직중이다. 당원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고양시 풍동에 살고 있어서 지난 선거때 우연히 만나기도 하였다. (그때는 이렇게 유명한 분일줄 몰랐다.) 내용은 전날 지역위에서 주최했던 정태인씨 초청강연회와 많이 비슷했다. 사실 이강택 PD의 설명을 듣는 것보다 자료로 틀어주는 영상(KBS스페셜방영분)이 훨씬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그래도 직접 멕시코에서 보고 들은 것을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포스'가 느껴질 수 있었다. 더욱 FTA반대에 대해 확신을 갖게한 토론이었다.

 

 

마지막 5토론은 그냥 집으로 갈까하고 망설이다 참석하였다. 4개의 주제가 있었는데 '개혁인가 혁명인가 구분은 무의미해졌는가'라는 주제를 선택했다. 연사는 주로 로자룩셈부르크와 베른슈타인 사이의 논쟁을 소개하면서 오늘날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오랜만에 고전을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편으로 고전의 생명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토론이기도 하였다.

 

5토론이 끝날무렵 사회자가 이후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소울그룹 윈디시티와 이주노동자밴드 스탑크랙다운의 합동공연이 있다고 했다. 가 볼까하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하였으나 시간도 늦었고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그냥 집으로 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윈디시티라는 그룹이 그냥 허접한 민중가요 밴드가 아니라 요즘 굉장히 인기있는 소울그룹이라고 한다. 심지어 그들의 노래 중에는 내가 라디오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노래도 있었다. 이런 그룹의 리더가 극좌파 '다함께'의 회원이라고 하니 더욱 놀랄 일이다.

 

하여튼 비 퍼붓는 연휴 중 하루를 여러 좋은 경험을 하며 보낼 수 있었다. 플로워 토론에서 '다함께'에 가입한지 얼마 안되었다고하는 한 젊은 여성의 말이 생각난다.

 

"여기서 토론할 때는 금방이라도 뭐가 될 것 같은데...집에 가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 자리에서는 웃었지만 정말 핵심적인 이야기였다는 생각이다. 마지막 토론이었던 '개혁인가 혁명인가'의 연사는 또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 일어나고 경제공황이 닥쳐 지배자들이 심각하게 분열하는 상황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지만, 미리 조직된 좌파세력이 없다면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릴 수 없을 것이다. 역사적 경험상 그것은 엄청난 피바다를 부르는 재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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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7 23:57 2006/07/17 23:57

지역위에서 한미 FTA를 주제로 초청 강연회를 하였다. 최근 벌어진 논란의 당사자인 전 청와대 비서관 정태인씨를 강사로 모셨다. 노무현의 오른팔이었다가 한미 FTA에 반대하면서 노무현 정부를 앞장서 비판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특이한 사람이다.

물론 정태인씨는 청와대 비서관이 되기 전까지 재야파로 분류되던 사람이다. 대중들에게는 CBS 시사자키 진행자로 더 알려져있다. 그때도 CBS경영진을 비판하다가 짤렸던 기억이 난다. 한 눈에 봐도 자기 소신과 철학을 지키는 맛에 사는 사람으로 보인다.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으나 권력의 핵심에 있으면서 겪었던 생생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이 대체로 집중하며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강연 내용은 크게 나눠 세 가지 였다. 1) 한미FTA는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안된다. 2) 한미FTA는 국가주권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후퇴시킨다. 3) 한미FTA는 동북아 정세를 불안하게 하여 안보에도 도움이 안된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의 주장에 대한 상세한 반박과 멕시코와 캐나다 등을 직접 가서 보고 온 풍부한 사례들이 강연내용의 대부분을 이루었다. 이런 내용들은 물론 KBS 스페셜이나 MBC PD 수첩 등에서 이미 방영된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을 이미 봤어도 그의 이야기는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기억 남는 이야기는 한미FTA가 체결되면 심지어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더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정태인씨는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소위 386들에 대한 커다란 배신감을 표현하였다. 청와대나 국회 등에서 강의를 할때면 386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7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 관심을 표현했지 386들은 들은척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송영길 같은 자들은 '협상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난리냐'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물론 정태인씨는 김근태 의장에게 '한미FTA를 대선쟁점으로 만들면 필승할수있다'고 건의하였다거나 유시민 복지부 장관을 신뢰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아직까지 열린우리당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경험들은 그의 생각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한 것 같다. 그는 현재 민주노총 등 각 단체들을 순회하며 한미FTA반대 논리들을 설파하며 다니고 있다.

 

정태인씨는 FTA는 체결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스위스의 사례에서 보듯 그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대여론의 증가와 계속되는 FTA 저지투쟁으로 인해 한국협상단이 1차 협상보다 덜 유연하게 나오고 있다. 그 결과 2차 협상은 사실상 결렬되었다. 좀 더 힘을 모아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나가고 끈질긴 투쟁을 한다면 한미 FTA 저지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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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5 10:08 2006/07/15 10:08

오늘부터 진보넷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다. 그동안 싸이와 가끔씩 네이버블로그를 이용했으나 아무리 봐도 운동권들이 사용하기에는 이곳이 최적화되어 있다. 앞으로 잘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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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3 22:43 2006/07/13 22:43

정부는 사회 서비스의 발전을 주로 ‘사회적 일자리’의 확대와 관련하여 이해하는 듯하다. 이러한 점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드러난다. 정부 예산안을 보면, ‘사회적 일자리’ 지원 사업은 성장 동력 확충과 양극화 해소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사업으로 인정되어 내년엔 올해보다 72% 늘어난 2909억원 규모로 확대된다.

 

확실히 말하고 싶은 것은 양극화 해소와 한국 복지체제의 전환에 필요한 것은 사회 서비스 산업의 발전이지 ‘사회적 일자리’의 확대는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몇년간의 경험으로 보면 한국에서 ‘사회적 일자리’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임시적인 일자리였다. 더욱이 대부분의 ‘사회적 일자리’는 시민사회를 통해 헐값으로 구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이와 관련한 사회 서비스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이는 사회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

 

 



[2005/11/21 한겨레 시평]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사회 양극화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무역 자유화와 상관관계를 지적했다고 한다. 또한 회원국의 결단을 담은 ‘부산선언’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는 방안을 회원국들이 함께 연구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핵심적인 문제들의 앞자리에 양극화의 문제가 있다는 점은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 또한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여론조사 결과들을 국민 상당수가 양극화를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일차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고, 언론들 또한 심심치 않게 양극화 이슈를 기획주제로 다루고 있다. 흔히 말하는 사회적 불평등?심화보다 사회적 양극화가 더 심각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 때문이다. 양극화는 중간이 양쪽의 극단으로 흩어짐을 말한다. 결국 양극화가 심화한다는 것은 양 극단을 구성하는 집단 사이의 이질성과 집단 내부의 동질성이 동시에 커진다는 것이고, 그 결과는 사회적 긴장과 갈등의 확산이다.

 

  사회 양극화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지만, 그것이 파생하는 사회적 긴장의 크기와 갈등의 여파는 나라마다 상이한 것 같다. 그 결과인지 나라마다 사회 양극화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며, 모색하는 방안 또한 같지 않다.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나는 이 문제를 분배의 형평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성장 잠재력도 약화시키는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또한 고용을 중심에 둔 사회정책의 구축, 특히 ‘사회 서비스 산업’의 발전이 한국의 사회 양극화 문제를 완화·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사회 서비스 산업의 발전은 비교적 양질의 고용을 창출할 뿐 아니라, 한국의 낙후된 복지체제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좀더 활발한 노동시장 참여를 격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복지와 건강, 교육, 그리고 일련의 돌봄 노동을 포함하는 사회 서비스 산업에 대한 정부나 시민사회의 발언에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 서비스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시민사회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정부는 사회 서비스의 발전을 주로 ‘사회적 일자리’의 확대와 관련하여 이해하는 듯하다. 이러한 점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드러난다. 정부 예산안을 보면, ‘사회적 일자리’ 지원 사업은 성장 동력 확충과 양극화 해소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사업으로 인정되어 내년엔 올해보다 72% 늘어난 2909억원 규모로 확대된다.

  확실히 말하고 싶은 것은 양극화 해소와 한국 복지체제의 전환에 필요한 것은 사회 서비스 산업의 발전이지 ‘사회적 일자리’의 확대는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몇년간의 경험으로 보면 한국에서 ‘사회적 일자리’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임시적인 일자리였다. 더욱이 대부분의 ‘사회적 일자리’는 시민사회를 통해 헐값으로 구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이와 관련한 사회 서비스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이는 사회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

  정부의 재정보조에 의존해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시민사회, 특히 사회권의 옹호자나 대변자의 역할을 마음에 둔 시민사회는 좀더 신중해야 한다.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과 옹호자 혹은 대변자의 역할은 엄연히 구별되기 때문이며, 정부 보조금에 대한 의존은 어렵게 쌓아온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헐어버리기 때문이다.

홍경준/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

 

 

 

[관련기사 : 2005/11/22 한겨레]

"내년 공공부문 일자리 7만명 증가"

 

재정경제부는 내년도 직접채용을 제외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규모를 올해 40만8천명에서 47만9천명으로 7만1천명 늘리기로 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민간 경제단체는 내년 신규 채용이 올해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당의장은 22일 오후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 노민기 노동부 고용정책실장, 조성하 전경련 상무,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상무 등 관계부처 및 경제단체와 `청년취업 촉진을 위한 경제계와의 간담회'를 갖고 청년실업 해소방안을 협의했다.

재경부는 이날 보고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관련, 낮은 수익성 때문에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한 가사.간병 도우미 등 보건.복지.교육 분야의 이른바 `사회적 일자리'를 올해 6만9천314명보다 93.4% 증가한 13만4천116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임의가입 허용, 영세자영업자 재취업 훈련 확대 등 취약계층의 취업능력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일을 통한 빈곤탈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근로소득 보전세제(EITC) 도입을 종합 검토키로 했다.

노동부도 내년부터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공고 졸업 즉시 기업체 근무가 가능하도록 학부모.학교.기업간 `취업협약'을 체결,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실업문제 해소책을 내놨다.

노동부는 현재 실업급여 지급업무가 주인 고용안정센터의 기능을 취업정보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고용창출 및 취업연계 쪽으로 중심을 바꾸고 80만명의 실업자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이들에게 구직 정보를 적극 제공할 계획이다.

또 내년중 장기 실업 청년층에 대한 개별상담, 취업알선 등을 담당하는 개인별 종합취업 지원서비스를 도입하고 기업의 청년 채용 지원을 위한 청년고용촉진장려금 예산도 올해 787억원에서 941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한상의는 80개 업체의 채용규모가 2003년 1만1천900명에서 올해 2만2천명으로 늘어났다는 설문결과를 인용해 내년 고용사정을 낙관적으로 봤으며, 전경련도 10대 기업의 올 채용이 작년보다 5.2% 늘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은행연합회는 22개 회원사의 올 채용이 48% 늘어나는 등 내년에도 채용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고, 특히 최근 주식시장 호황의 덕을 톡톡히 본 증권업계는 내년 채용이 올해의 2배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재경부, 노동부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경기가 호전될수록 인력난이 심화되는 중소기업의 특수성을 감안, 민관 공동의 중소기업 채용박람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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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6 20:23 2005/11/26 20:23

10.26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김혜경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였다. 하지만 사퇴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곧 조기선거가 치뤄지고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겠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재선거 패배의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에게 대안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개별 의원들의 활동은 활발했으나 사회의제화하는 것은 실패했기때문'이라고 진단하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강승규 비리사건'으로 대표되는 민주노총의 위기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해온 현정부의 노동전략은 이번 사건으로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최근 이런 상황과 관련하여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민주노총과 거리를 두자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당직구성에서 민주노총과 전농에게 부여된 부문할당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언제부턴가 민주노총은 선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정부와 언론들은 '민주노총 = 대기업정규직노동자들을 위한 조직'이라는 이미지 만들기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영향력에 굴복한 일부 중간계급 지식인들도 이런 작업에 동참하였다. 얼마전까지 재벌을 향하던 비판의 칼날들은 이제 국제적인 경쟁력이 중요한 이 시기에 발목을 잡고 있는 노동자, 특히 재벌대기업의 노동자들을 겨냥하게 되었다.

이런 이미지는 보수언론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저학력 하층노동자들에게 특히 잘 먹혀들어갔다.

 

사실 정치인이나 재벌은 너무나 멀리 있는 존재라서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같은 노동자이고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정규직의 '횡포'는 훨씬 피부에 와닿을 수 밖에 없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힘든 민주노조운동의 급속한 관료화도 이에 한몫하였다. 노동운동이 합법화되고 조직구조가 안착화하자 조합원들의 이익보다는 조직의 안정을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늘어났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등장하자마자 닥친 IMF 경제위기는 왠만한 투쟁으로는 현재의 노동조건조차 막아내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노조운동은 두 가로 반응하였다. 첫째는 의회내에서 자신을 정치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드는 것, 그리고 투쟁보다는 교섭과 협상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힘을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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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1 09:44 2005/11/01 09:44
[창간59주년]글로벌시대, 외국 이민정책은 어떻게…
[경향신문 2005-10-05 15:30]    

▲ 유럽에선…

-대거유입 막게 철저한 쿼터제-

이민은 유럽연합(EU)의 모든 국가들에게 민감한 문제다.

EU가 25개국으로 확대됐다는 것은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는 일이 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불법이민의 기회도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EU 전체의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이민은 긍정적 효과를 갖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를 메워줄 대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불안해 한다. 이민을 대대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일자리가 줄어들고 유럽 국가의 최대 강점인 복지체제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EU 통합 헌법이 각국에서 부결되고 사실상 사문화되기에 이른 가장 중요한 이유도 이민에 따른 실업과 복지 위축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EU 각국의 이민정책은 나라별로 다를 뿐 아니라 한 나라 안에서도 개별적 사안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공통적 체계에서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뚜렷하고 확실한 추세는 철저하게 국익에 부합하는 이민정책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국들은 EU확대로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자국으로 유입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철저히 쿼터제를 적용하거나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성향의 덴마크는 외국인들에게 이주 후 7년이 지나야 정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EU확대 직전에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유럽 이주 노동자들은 대부분 불법 이민 상태가 된다.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선진국들은 EU확대 이전부터 불법이민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이주기구(IMO)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1~2000년 사이 유럽의 불법 이민자 수는 해마다 8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 국가에서는 출산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불안한 나라 또는 빈곤한 북아프리카에서 넘어오는 경우다. 이들이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망명 허가를 받는 것이다. 따라서 유럽에서는 불법 이민자들을 망명 희망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들이 망명허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망명 허가국이었던 독일은 90년대 초반 망명신청 건수가 1백만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정부 지원에 의존하면서 국가의 부담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이들에 대한 복지혜택을 줄이고 망명 허가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현재 독일에 망명신청을 하는 건수는 연간 5만건 이하로 줄었다.

독일은 최근 16개주 내무장관 회의에서 코소보·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몰려온 망명신청자들을 돌려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2만명에 달하는 외국인들이 추방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 중에는 독일에서 13년간이나 거주한 10대들도 포함돼 있다.

이같은 추세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영국·노르웨이 등도 망명신청이 거부된 이주자에 대한 정부혜택을 없애거나 줄였다. 프랑스도 불법이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출산 장려 등 장기적 계획으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다민족사회에서는 사회보장 등 국가안전망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시각이 존재하는 한 외국인 노동력을 철저한 관리하에 둠으로써 자국민의 불안과 노동력 부족을 동시에 해소하려는 유럽 각국의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신모기자〉

▲ 미국에선…

-9·11이후 이민제한 단속강화-

AP통신은 지난 14일 수확기를 앞두고 노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건포도농장들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인 포도농장은 여름철 6주 동안 집중적으로 포도를 따 햇볕에 말려 건포도를 생산하는데 이들 노동자의 대부분은 이민자들이며 그 중 절반은 불법체류자(불체자)다.

그런데 ‘9·11테러’ 이후 미국 당국이 외국인들의 미국 이민을 엄격히 제한하고, 불체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농장의 경우 지난해 110명이 동원돼 포도를 땄으나 올해는 51명만이 일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포도농장뿐만 아니라 식당이나 건축, 호텔 같은 업종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다.

이 보도는 오늘날 미국이 처한 ‘이중적 노동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은 지금까지 외국인들의 이민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취해 왔으며 필요한 노동력을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충당해 왔다. 특히 청소나 식당일, 건축 등 3D업종은 이들이 도맡고 있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상황이 돌변했다. 미국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국토안보’에 맞춰지면서 이민자와 불체자들에 대한 단속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이민자들 때문에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보수층의 불만도 한몫했다.

불체자들에겐 운전면허증을 발급해 주지 않는가 하면 이들이 자녀를 낳더라도 시민권을 주지 않는 법안도 상정돼 있다. 영주권을 신청하는데만 5년을 기다려야 하는가 하면, 수십년을 살던 사람이 불체자라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추방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불체자들을 고용하는 업소에 대해선 허가를 취소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현재 미국내 불체자는 8백만~1천2백만명으로 추정되며 중남미계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입국 경로는 멕시코 국경을 넘는 육로와, 배편으로 남부해안에 도착하는 해상로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숨지는 사람만도 연간 500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노동력 부족이다. 각 산업체마다 인력부족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다. AP통신은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연두 교서를 통해 대대적인 이민개혁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불체자에 대해 일정기간(3~6년) 합법적으로 일할 권리를 부여하고 그 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한시적 노동허가제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체로 이민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불체자들을 미국으로 쏟아붓는 꼴”이라는 보수층들의 반대에 부딪혀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김성환 이민전문변호사는 “불체자 문제의 심각성과 이민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뤄져 있는 상태지만 미국사회의 보수성향이 너무 강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정동식특파원〉

▲ 일본에선…

-노동력 수혈 급급 ‘인권은 없다’-

“문은 열었지만 너무도 좁은 문이다.”

도쿄에서 생활하고 있는 30대의 한 필리핀인은 일본에서의 외국인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5년 전 일본에 건너온 뒤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제도적·비제도적 차별과 배타에 설움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사실 일본은 80년대까지만 해도 외국인 고용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단일민족·단일문화에 대한 자부심, 외국인은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 때문이었다. 물론 이같은 상황은 최근 들어 많이 변했다.

일본의 외국인 정책은 거품 경제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거치면서 크게 바뀌었다.

우선 1980년대 말 거품 경제로 임금이 높아지고,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들이 아우성을 쳤다. 이에 따라 92년 1차 출입국관리기본계획을 통해 ‘전문지식·기술을 가진 외국인’과 ‘연수생’에 한해 문호를 열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경제의 글로벌화,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면서 ‘영주를 전제로 한 이민’을 검토하고 있고 3D 업종 및 의료·복지분야에 대한 노동력을 외국인으로 충원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일본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은 ‘정문’ ‘연고’ ‘뒷문’ 등 흔히 3가지 방식으로 일본에 입국한다. 정문은 체류자격을 갖고 정식으로 들어오는 전문·기술직이다. 연수생 제도는 3D 업종 노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연고 입국은 브라질, 페루 등의 일본계 외국인이다. 핏줄을 내건 친족 방문 형태지만 실제로는 노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뒷문은 불법체류자들로, 최소 3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이 다민족 사회로 접어든 만큼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본 생활에 문제가 없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은 척박한 게 사실이다. 당장 일본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난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후 특수한 사정으로 일본에 정주한 재일한국인 역시 ‘소수 민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참정권 등 참여의 권리가 봉쇄돼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에 체류하는 상당수 아시아 여성들은 사기, 폭력은 물론 인신매매의 피해를 입고 있다. 중소기업에 고용된 뒤 급여를 받지 못한 채 쫓겨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적지않다. 법무성·경시청 등의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도 일본사회의 외국인 멸시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출입국관리법·외국인등록법에 의한 외국인 관리와 추방을 기본으로 한 현재의 외국인 정책을 인권을 기본으로 한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2003년 국제조약으로 발효된 이주노동자권리 조약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이 조약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정치·사회적 권리 보장 등이 포함돼 있다. 동시에 소수 민족에 대한 아이덴티티와 지방 참정권 보장 등 다민족·다문화가 공생할 수 있는 사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니와 마사오 일본변호사연합회 국제인권부장은 “국경을 뛰어넘은 생활공간과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비차별·평등권 보장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착취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박용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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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5 22:43 2005/10/15 22:43

안산에서...

from 아무그리나 2005/09/25 22:27

처가가 있는 안산에 있다보니 안산에서 열리는 집회에 가보게 되었다. 오늘 오후4시부터 안산역에서 열린 '단속추방중단, 노동3권 쟁취 이주노동자 문화제'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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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5 22:27 2005/09/25 22:27

교통사고

from 아무그리나 2005/09/02 17:26

지난 8월 24일 오후6시40분경, 퇴근하는 미정씨를 태우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오랜만에 외식을 하기위해 밤가마을 쪽에 있는 김철칼국수집을 향하고 있었다. 이면도로로 진입해 얼마 지나자 명가원 설렁탕집이 나왔고 한 블럭만 더 가면 되었다. 명가원 주차장 근처 이면도로는 길은 좁은데 도로에 주차된 차들이 많아 시야가 나빴다. 마지막 교차로로 진입해 중간지점을 통과하고 있을때 오른쪽에서 차가 다가오는 것을 보는 순간 꽝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심하게 흔들렸고 뒷좌석에 타고 있던 미정씨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순간 세상이 몇초간 정지한 듯이 느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고 쓰러져있는 미정씨에게 갔다. 미정씨는 눈을 감고 울고 있었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사람들에게 차안에 산모가 있다며 119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 상대편 차에서도 사람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아주머니였는데 '갑자기 그렇게 세게 달리면 어떡해요!'라고 소리쳤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조금 있으니 어떤 아주머니가 산모에게 주라며 물한컵을 가져왔다. 미정씨는 여전히 누워서 눈을 감고 울고 있었다. 다행히 외상은 없어보였지만 뱃속의 아이가 걱정되었다. 상대차량 아주머니도 산모를 보자 더 이상 아무말을 하지않았다. 곧 119 구급대가 도착하였다. 소방서가 가까이 있어서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였다. 미정씨는 구급차에 실려 바로 길건너에 있는 동원산부인과로 후송되었다. 제발 별 탈이 없기를 빌 뿐이었다.

일단 산모를 보내고나니 사고처리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12에 신고하려고 하니 주위에 서있던 사람들이 벌써 신고했다고 한다. 그리고 장사에 방해가 되니 차를 옆으로 치워달라고 한다. 순간 화가 치밀었으나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 사람들하고 싸워볼 의욕이 없었다. 

미정씨가 실려가고 한참이 지났음에도 경찰은 나타나지 않았다. 파출소가 바로 옆인데도 말이다.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하니 상대편 운전자가 왜 자기한테 물어보지 않고 경찰에 전화를 하냐고 화를 냈다. 그게 무슨소리냐고 하자 자기는 보험을 안들었다며 합의로 해결하자고 한다. 황당해하고 있는 와중에 경찰차가 오는 것이 보였다. 상대편 운전자는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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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2 17:26 2005/09/02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