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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불편해..

토요일 흥분 하면서 마이링 번개에 갔는데,

여성주의 액션 박람회도 갔는데...

홍대앞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환락과 번화로움과

좋게 말하면 '젊음'이 넘치는 거리였다.

너무너무 정신이 없어서 도무지 시선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도

모르겠을 정도로...

나의 이십대도 이렇게 정신 없는 거리속에서 보냈을까?라고 갑자기 묻고 싶어졌다.

 

암튼, 새로 만난 언니들과 마음속에 꼭꼭 숨겨 두거나 혼자서 분해 하던

마초들과의 전쟁담을 털어 놓으면서 내 마음속 여기저기를 할퀴고 갔던 것들도

털어 놓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100%로 정확하게 듣지 못한다는것.

이것은 너무나도 치명적인 소통의 '장애'이다.

물론 소리는 제대로 들을 수 있어도 말속의 의미를 제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면 못들은것만 못하겠지만, 물리적으로 제대로

들을 수 없다는것은 굉장한 소외감과 무력감을 자아내고 만다.

 

그날도 그랬다.  열너댓명이 모인 사람들과 수다를 빙자한 대화와

소통을 한다는것이 내겐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한사람 한사람의 실감나는 얘기를 듣지 못하고 호응하지 못한다는것은

많은 즐거움과 많은 질문과 연결고리들을 놓치기 일쑤이기 때문에

소통이나 대화의 맥락이 끊기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만 둘이 대화할때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둘만의 대화를 좋아하는 편이고..

 

하옇튼 내가 가진 장애를 모든 사람이 다 배려 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내가 가진 한계를 재빨리 인식하고 그것에 적응하는것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일 테니까..

아쉬운것은 그 신랄한 분위기와 화기애애한 이야기들 속에서 나도 끼고 싶은

안타까운 욕망이 마구마구 샘솟는 다는것..

 

그래서 토요일 마이링 번개는 사실 엄청 재미 있었음에도 내가 동화되지 못해

쬐끔 우울해서 돌아 왔다.  거기다 아슬아슬하게 막차까지 끊기는 불쌍사도 있었고...

 

내가 가진 장애는 사실, 상대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별거 아닌것에 엄살부리듯이 칭얼대는건 더욱 아니지만..

 

* 참고로, 장애를 얘기 하다 보니까 우연히 내 옆에 앉아 수고를 해준

거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거한은 언제 만나도 내게 아낌 없는 친절을 베푼다.

일일히 말하지 못한 고마움을 그가 꼭 알아 주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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