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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마술사 -양희순 시

 

푸른 마술사



 양희순



 씨앗은 땅을 나오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온몸 물음표가 되어 푸른 질문을 던진다

 대답 못하는 당신 향해 아나, 쑥떡을 먹인다

 그리고는 마녀처럼 머리를 반으로 나누어

 작 짝 짝 신나게 박수를 친다

 당신이 박수 소리에 정신을 빼앗긴 사이,

 소매 안에서 슬쩍 비둘기를 꺼내 날리는 마술사처럼

 새싹은 손바닥 안에서 스윽 꽃대를 뽑아올린다

 당신이 한 눈 파는 사이,

 씨앗은 햇빛과 바람과 물을 흙에 잘 버무려

 웃음 같은 얼굴 하나 당신 코앞에 들이민다

 잘 보셨나요? 그럼 이만 안녕, 안녕,

 내년에 또오...하며 씨앗이

 제 향기를 뭉텅 잘라 허공에 던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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