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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이다. 나는 모처럼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신바람 나 있다. 내가 일중독일까? 생각해보았지만 일중독은 아니다. 나는 내일 집회에 나갈것이고, 오늘은 그 내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목적없이, 일만 하는 사람은 아니니, 일중독자는 아닌 것이다. 그리고, 오늘 가장 밀린 일이며 숙원이던 00동지의 직업성질환 관련 소견서를 완성하지 않았던가?
오늘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백혈병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데 온몸에서 열이 다 난다. 너무 일을 많이 해서인지 (오늘은 정말 단 5분도 한눈 팔지않고 일했다)? 아니면 아까 땅에 떨어진 사과와 삶은계란때문인지? (물론 사과와 계란에 다시 열을 가하여 세균을 죽이려고 했지만 혹시 몸속으로 세균의 침투가 너무 강했나?)
엉겹결에 땅에 떨어진 사과조각과 삶은계란조각을 주워먹은 것을 생각하면서, 옛일이 떠오른다. 우리가 살던 옛날에는 정말 땅에 떨어진 것들을 다 주워서 먹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릴때, 어느 장날,엄마와 아버지가 사과가 든 궤짝들을 한 리어카에 싣고 충주 시내에 나가셔서 파신후, 모처럼 영화를 보시겠다고, 영화관앞에 간 적이 있다. 나는 물론 뒤에서 졸졸 따라가기만 했지만 말이다. 아버지는 정말 영화를 좋아하셨는데, 충주에서도 30분이나 떨어진 달천이란 곳은 그 당시에 전기도 없는 실정이었으니, 라디오조차 없었던 것 같았다. 지금도 그 극장이 남아있다. 충주에는 두개의 극장, 아시아, 아카데미극장이 있었다. 아시아, 아카데미는 정말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어렸을 때는 똑같이 '아'로 시작한다는 생각에 두개를 항상 비교하게 되었는지, 아니면, 본질을 몰랐을지나, 표면상으로 두개의 극장소유주들이 충주에서 꽤나하는 부자들이라는 소문과 두 극장이 라이벌이라는 소문 등등으로 항상 두 극장의 이름을 떠올리게 되었는지 모른다.
어쨋든 극장앞에서 표를 사고, 아버지는 어디를 급히 다녀오시더니 기장떡을 사오셨다. 그때 그 떡은 술떡이라고도 불리웠는데, 흰쌀에 막걸리를 넣고 발효한 후, 떡판위에 맨드라미를 올려놓고 찌는 떡이다. 그때는 왜 맨드라미를 떡위에 얹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요새 맨드라미꽃의 꽃물이 훌륭한 음식재료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때, 아버지와 엄마는 저녁도 굶으시고, 영화보기를 택하였고, 저녁대신 아버지가 사오신 것이 이 기장떡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풀사.. 누가 떨어뜨렸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기장떡이 땅에 떨어져 흙투성이가 되었다ㅠㅠ. 아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그 순간의 장면... 그것은 아직도 몇십년이 지나도록 나의 머리속에서 내가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할 때마다 떠올려지곤 한다.
그때, 우리는 그 흙투성이의 기장떡에서 흙을 떼어내면서 떡을 맛있게 먹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본 영화는 아마도 "월하의 공동묘지" 였던것 같다.. 그때는 그런 영화만 있었다..
아버지와 엄마는 그당시를 떠올리시기 싫으시겠지만, 이제야 나는 그분들이 정말 행복하셨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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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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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밀린 일 하던 중인데, 어째 사정이 비슷하네요 ^^생각해 보면, 저도 어릴 때는 땅에 떨어진 음식도 툭툭 털고 먹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간식이라는 게 워낙 귀했으니, 밥상이 아닌 다른 곳에서, 특히 집밖에 찐옥수수나 찐고구마를 들고 나와 먹는다는 건 대단히 즐거운 일이기도 했죠. 더군다나 극장 앞에서 아부지가 사오신 기장떡이라면 두말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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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쳐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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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줏어먹는 음식이 더욱 맛있다.사과와 삶은계란은
두극장으로 보면 아시아와 아카데미이다
아시아는 공동체이며
아카데미는 지혜의 장이라고 말할수 있다.
사과는 나눠 먹어야 열이 안나고
삶은계란은 이물질이 없는가.... 박테리아 전염을 예방할 것이다.
사과는 당장의 필이며
삶은계란은 로고스다
이윤을 남길수록 "인간을 생각"해야 한다.
줏어먹는 사람들은 인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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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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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좋네요ㅜㅜ부가 정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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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