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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사가 내 마음을 빼앗아갔어

역시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항상 무언가 다른 일을 해야하는데 그 일이 잘 안되고 하기 싫고 그럴때가 많다. 이미 마감을 넘긴 기사를 쓰다가 너무 쓰기 싫어서 또 이러고 있다ㅠㅠ 노래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본적이 있는지... 나는 조지오웰의 1984와 같은 사회가 만약에 존재한다면 그것은 언론이나 역사의 통제보다는 왠지 노래나 혹은 예술의 통제를 통해서 이루어질것만 같은, 논리에 기반하기보다는 전적으로 나의 느낌에 기반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노래는 사실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 혹은 때로는 신념이나 사상을 발화하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의 내용과는 상관없이(물론 내용도 좋지만) 김남주 시인의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제목의 시를 좋아했다. 참고로 이 시는 안치환이 '희망이 있다'라는 제목의 노래로 만들기도 했다. 감옥안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것이었다.(생각해보니 다른 어려운점도 많이 있었다ㅋ) 그나마 잠시 독방에 머무를 때는 노래책 하나 방에 가져다 놓구 혼자서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부른 노래는 항상 내가 아는 노래와는 너무나 차이가 있어서ㅠㅠ 하루에 아침 점심으로 1시간씩 틀어주는 라디오에서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혹은 듣고싶었던 노래가 나오면 그날은 정말 보고싶었던 친구가 면회를 온 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어쨋든 나오면 노래나 실컷 들어야지 했는데 대부분의 결심이라는 것이 그렇듯 막상 욕구가 충족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다지 절실하지 않게되는 것처럼 정작 나와서 노래를 많이 듣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런데 뭐 언제나처럼 큰 특별한 계기 없이 요새는 노래를 듣는 일이 많아졌다. 컴퓨터나 엠피쓰리로 듣기도 하고 직접 공연을 가서 듣는 경우도 많아졌다. 아... 분명 노래를 듣는 것보다 책을 보는 것이 나의 지식을 풍성하게 해주겠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나올 수 없는 노래들을 만나게 되면 어쩔 도리가 없다. 특히 요새는 몇몇 곡의 가사중 특정 부분에 푹 빠져들어가있다. 원래 내가 노래 들을 때 가사를 중요하게 듣는지라...(언제쯤 외국곡에 빠져들 수 있을까ㅠㅠ) 먼저 시와의 '화양연화'. 노래는 뭐 그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감정으로 하지만 아주 서서히 다가온다. 끝나버린 사랑이 슬프지도 그렇다고 덤덤하지도 않은 그런 감정이라고 해야하나. 뭔가 먹먹하지만 말로 설명해낼수 없는 느낌. 그리고 루시드 폴의 '바람, 어디어세 부는지'에서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같아.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라는 가사. 정말 혼자 있어본 사람은 알거다. 아니 사실은 누구나 결국엔 혼자다. 나는 이 가사를 들으면 왠지 루시드폴의 '사람들은 즐겁다'에서 "나를 둘러싼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즐겁다"와 연결이 된다. 뭐랄까, 언제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신세지고 살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고독감이 인간이면 누구나 원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죄(기독교적인 원죄라기 보다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누군가의 희생과 관계맺을 수밖에 없는)를 바라보는 눈빛이 느껴진다. 언니네이발관의 '산들산들'에서 "나는 이런 평범한 사람. 누군가의 별이 되기엔 아직은 부족하지 그래도 난 가야하네. 나는 나의 길을 가" 이 부분도 참 좋다. 마구마구 공감이 간다. 그래 난 부족하지. 그래도 절망하지 않을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이런말이 절로 나온다. 사실 언니네이발관 5집은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인데 헤어져서 힘들어하다가 해탈하는 내용인데, 나야 뭐 그런 해탈은 해본적이 없지만ㅠㅠ 암튼 좋다 며칠전에 길을 걸으며 이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고 있는데 앞에오던 초등학생이 걸음을 멈추고 뭔가 이상하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래 나 노래 못한다 ㅠㅠ 그런데 이석원의 그 독특한 보이스를 흉내내서 불렀다. 그래 미안하다ㅠㅠ 브로콜리 너마저의 '말'도 감정이입 이빠이다. "하지 않았다면 좋을 말들. 유난히도 파랬던 하늘이라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스틸컷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참 말이 많아서 하지 말았어야하는 말도 많이 하게 되고, 아뿔사 이미 뱉어낸 순간부터 후회하기도 하고. 그런 상황이면 그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또 하필 그런 날의 하늘은 왜 저다지도 파랗고 맑은지. 아마 올초에 했던 다짐이 말 수를 줄이자였던거 같은데. 담배피는 사람들이 매번 새해에 금연다짐하는거랑 똑같은거다 나에게는. 결국 블로그질 하느라 시간 다잡아 먹고ㅠㅠ 이제 서둘러 글 쓰지 않으면 뒤에 있는 약속들 줄줄이 늦게 생겼다. 후회해서 뭐하랴. 고쳐지지 않는 못된 습관들에는 후회조차도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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