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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 뭐 이래

교회를 다니는 것도 성당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크리스마스시즌에 연애해본적도 없어서 크리스마스가 언제는 뭐 나한테 특별한 날이었냐 싶지만 그래서 크리스마스라고 딱히 무슨 기대 따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유독 올 해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가 뭐 이래?"라는 짜증섞인 불만이 사방군데서 튀어나온다. 집에서 좀 쉬면서 청소도 하고 반찬도 하고 소식지 원고도 쓰려했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갑자기 국방부로부터 대체복무 전면 백지화라는 선물이ㅠㅠ 근데 어디 가서 짜증도 못내는게 요새 사는 게 안 힘든 사람이 있나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짤리고, 청소년들은 공부하는 노예가 되기를 노골적으로 요구받고 있고, 저기 여의도에서는 아주 별 그지같은 법안들 통과시킨다고 한나라당이 지세상 만나 떠들고 있고 암튼 어지간한 사연으로는 어디가서 명함도 못내밀고 뭐 이따위 크리스마스가 있나 싶어서 믿지도 않는 하나님께 기도나 한 번 해봐야겠다. 크리스마스 저녁엔 온 하늘에서 아름다운 노래가 지상으로 사뿐히 내려오기를 사람들은 어디서 나오는 노래인지 몰라서 어리둥절 사방을 둘러보다가 자기 귀를 의심하고 몇 몇 예민한 사람들은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순식간에 눈치를 채고 몇 몇 순수한 사람들은 그저 노래에 감정을 실어버리고... 거리는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는 어둑해지는 도심사이로 사라지고, 정신없던 네온사인들도 파스텔톤으로 바뀌고, 마치 세상이 하나의 커다란 음악감상실이나 조그만 클럽이 된 것처럼 모두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노래에 집중하는 모습이면 좋겠다. 방방 뜨는 신나는 노래보다는, 한숨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슬픈 노래보다는, 슬픈 듯 하지만 슬프지만은 않고 아름다운 듯 하지만 오히려 아프고 잔잔하고 또 먹먹하게 가슴이 시려오는 노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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