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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3/18
    근황(1)
    무화과
  2. 2006/03/13
    잠들지 못하게 하는 몇가지 이유(2)
    무화과
  3. 2006/03/11
    네멋대로해라
    무화과
  4. 2006/03/09
    엄마의 눈물(10)
    무화과
  5. 2006/03/09
    서울의 자전거 도로(1)
    무화과
  6. 2006/03/08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사람들...
    무화과
  7. 2006/03/08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의 서정시(1)
    무화과
  8. 2006/03/07
    복잡난감한 상황(3)
    무화과
  9. 2006/03/07
    경찰조사 날짜 나오다.
    무화과
  10. 2006/03/06
    일희일비
    무화과

세상이 운다

들이 운다.

평택의 드넓은 황새울이 운다.

포근한 가슴 한가운데가 움푹 패여

다시는 생명을 잉태못할듯

붉게 타오르는 들불처럼 분노하는 울음은

대추리 농민들의 절규다.

 

갯벌이 운다.

새만금의 갯벌이 운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눈물로

이제는 다 막혀버릴 바다를 향해

질식하듯, 토하듯 울어내는 울음은

어민들의 울음이다.

 

산이 운다.

천성상이 운다.

심장이 뚫린 채로

두 동강 나버린 몸뚱아리 부여잡고

도롱뇽과 함께 고요하게 울어내는 울음은

지율의 눈물이다.

 

엄마가 운다.

50평생 취미라고는 가져본 적 없는 우리엄마가

이 험한 땅에 아들자식 낳은 죄로 울고있다.

그 또한 자신을 슬퍼함이 아니라,

당신 가슴에 못질해대는 자식걱정에 눈물 짓는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산다는 것은

조용히 속으로 눈물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울다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렇게 살다 가고 싶었다.

 

그런데 세상은

큰 소리로 펑펑울고 있다.

절규하며, 토해내며, 쓰러지며...

조용히 속으로 울던 눈물이

서서히 눈으로 흘러나오지만,

짧은 탄식 한숨과 함께

결코 소리내서 울지 않겠다.

조용히 조용히 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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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경찰조사를 받은지도 벌써 꽤 오래전인듯하다.

사실 월요일에 경찰조사를 받고 인터넷을 쓸 시간이 없었다.

모두들 평택때문에 분주한 한 주였으니...

 

덕분에 나의 남은 시간도 이제 짧으면 5일 길어도 10일이내로

확 줄어들었다.

모든 것이 결정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비로서 나는 나의 정확한 마음을 알 수 있게되었고

그 마음이 이끌리는 곳으로 움직일 수 있게되었다.

 

아직도 감옥생활과 출소 후 생활이 걱정이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엄마의 아픈마음이 나를 울리게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점점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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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하게 하는 몇가지 이유

늦은 밤, 아니 밤을 넘어서 새벽을 재촉하는 시간까지

잠이 안온다기 보다는 잠을 잘 수가 없다.

내일은 여러가지 일을 해야하는데, 필히 자두어야 하는데

잠을 잘 수가 없다.

 

내일이 경찰조사라서 그런가 생각을 해본다.

뭐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익숙하게 느껴지는 절차의 일부분일 뿐이지만

그래도 애써 태연하려하지 않으니 신경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보다는 평택의 소식이 잠을 안오게 한다.

13일이나, 특히 14일 다시 한번 쳐들어올거라는 메일을 보고,

활동가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메일을 보고 잠이 안온다.

잠이 안오는 것은 평택상황에 대한 절박함과 분노때문이 사실은 아니다.

오히려 평택투쟁을 대하는 나의 마음때문이다.

평택이. 논과 밭이 군사기지로 변하는 것을 나는 절대로 원치 않는다.

그리고 내 친구들이 경찰과 용역들에게 맞거나 혹은 질질 끌려나오는데

나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

하지만 난 또한 내가 경찰들이나 용역들에게 맞는 것이 무섭다.

그리고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혹시라도 연행될까봐 무섭다.

그래서 평택에 가야하고 가고 싶으면서도, 왠지 꼭 안갈 수 있는

다른 중요한 일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듯한 나의 마음이 나를 굉장히

불편하게 만든다. 잠이 안온다.

 

그리고 또 하나.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기분이

내가 원했던 슬픔이

부르지 못한 노래가

울어보지 못한 내 사랑이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잠이 안온다. 내 인생에도, 엄마의 마음에도, 친구들의 마음에도, 평택의 들판에게도

죄를 짓고 싶지 않다. 아마도 잠을 잘 수 없는 것은 그 모든것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기 때문일거다. 어쩌면 그 중 하나라도 잘 해내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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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멋대로해라


남들 다보고나서 사람들은 한참 파리의 연인을 볼 때, 나 혼자서 네멋대로해라에 빠져들고 있었다. 전경과 미래와 복수가 내 마음을 울렸다. 1분 1초도 안쉬고. 복수가 아버지와 식사하다가 나와서 밥풀튀면서 우는 장면, 복수 아버지 죽었을 때, 복수가 오열하는 장면, 복수가 소매치기였다는 사실을 알고 울면서 복수에게 미안하다고 하던 복수 어머니,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리고 나도 연애를 하면 전경과 복수처럼 예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드라마는 사실 쿨한 드라마는 아니었다. 사람들은 미래와 전경이 서로 미워하지 않는다고 그저 쿨한 드라마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전경과 미래와 복수가 하는 맘고생을 보면, 쿨함이란 것은 그저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아픔과 자신의 욕구를 인식하고 발견하고 솔직해지는 것이다. 남은 시간 동안 네멋대로해라 한 번 더 보고 가야겠다. 그리고 자전거타고 네멋 촬영지도 한바퀴 돌아봐야겠다. 봄바람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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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눈물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은 날.

경찰이 집에 먼저 연락을 했나보다. 전화기 넘어 엄마의 목소리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다. 나는 왜 그리 축쳐졌냐고 하니, 어떻게 그럼 멀쩡하냐고 하신다.

엄마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에 나는 그만 울어버렸다.

 

오늘 집에 들어와보니 엄마와 아빠가 술을 마시고 있다.

아빠는 이미 많이 취한 모습이다. 엄마또한 상당히 마신것 같다.

아빠는 이내 방에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엄마는...

나를 보고 미안하다며 울음을 떠뜨리신다.

세상사람들이 다 손가락질해도 당신은 나를 믿는다며 우신다.

부모가 되어서 뒷바라지 못해줘서 내 하고 싶은 일 맘대로 못한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우신다. 옛날 옛적 초등학교 3학년 때 이야기를 꺼내시며

전학 많이 다니게 해서 미안하다고 우신다.

 

나는...

엄마를 위로할 수 없어 슬프다.

나의 운동은, 나의 삶은 여전히 엄마의 희생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나는 엄마의 삶에 어떠한 희생도 하고 있지 않는다.

나는 세상에 떳떳한 삶을 사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엄마가 나에게 미안할 것이 아니라, 내가 엄마에게 미안하고 감사한것인데...

 

우리 엄마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한국의 많은 엄마들이 그러하듯 우리엄마 또한 자신보다는 자식들을 위해서 사시는 분이다. 평범한 엄마들은 아무도 할 수 없는 위대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난 엄마에게서 진보적인 가치나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배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난 엄마를 통해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의 희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엄마는 나에게 해준것이 없다고 미안해하지만,

전학많이 다니게 하고 이사많이 다니게했다고 미안해하지만,

난 오히려 감사할 뿐이다. 난 확실히 엄마에게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많은 돈이나 물질을 받지 못했을 수는 있지만,

난 엄마에게 다른 아이들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받았다.

아주 단호하고 또 당연스럽게 나의 병역거부신념은 내것이지만,

우리 엄마가 아니었다면 내가 병역거부를 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나의 병역거부가, 나의 신념이

세상에서 단 한 명 우리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데, 나로써는 어쩔 도리가 없다.

엄마의 눈물을 닦아줄순 있어도 또 다시 나로 인해 눈물을 쏟으실 것이다.

 

아직까지 자식들 도움주시겠다고 남의 집 애들 봐주면 일하시는 우리 엄마.

지금껏 당신 삶 챙겨보지도 못하고, 그럴 여유를 가져보지도 못했던 우리 엄마.

그래서 취미라곤 자식들 챙기고 보는 일밖에 없는 우리 엄마가

이제 고생안하고 살면 좋겠는데, 도무지 나로서는 그럴 경제력이 있지도 않고

갖출 계획도 없다. 그래도 그저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려는 우리 엄마.

 

내가 어떤 일을 하던지, 나를 가장 지지해주면서도 가장 마음아파하는 우리 엄마.

난 우리엄마가 너무 좋고, 너무 사랑하고, 너무 미안하다.

어쩔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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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자전거 도로

지음님의 [생활자전거 소개 - 최저가 전문자전거] 에 관련된 글.
지음님의 [생활자전거 소개 - 미니벨로 계열] 에 관련된 글.
지음님의 [생활자전거 소개 - 하이브리드 계열] 에 관련된 글.
지음님의 [생활자전거 소개 - MTB 계열] 에 관련된 글.
지음님의 [생활자전거 소개 - 들어가며] 에 관련된 글.

 

 

지음께 감사하며, 나도 지음과 마찬가지로 내 주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기를 원하기에 그에 해당하는 내가 알고있는(쥐뿔만큼) 정보를 적어보고자 한다.

자전거를 사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위에 링크되어 있는 지음의 블로그를 참조하면

자기자신에게 딱 맞는 자전거를 구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혹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글로는 부족하다 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랫집에 놀러오면

지음이 소개해 놓은 갖가지 종류의 생활자전거들이 있으니 눈으로도 보고 직접타보기도 하면 좋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자전거를 구입하려는 사람들 큰 걱정중의 하나인 도로주행-그중에서도 자전거도로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도로주행의 노하우는 다음기회에 쓰기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구입을 망설이는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자동차들이 점령하고 있는 도로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런데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가 있다면?

 

물론 유럽처럼 아주 잘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서울에도 자전거 도로가 있다.

어떤 도로들은 인도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거나 자전거 한대 지나가기 어려운 폭을 가지고 있어서 사실상 무의미하다. 하지만 서울에서 자전거를 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데 꽤나 큰 도움이 되는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자전거 도로들은 주로 천변에 위치해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 하천들은, 한강, 불광천, 홍제천, 중랑천, 안양천, 양재천, 탄천등이 있다. 이 자전거도로들은 하천의 바로 옆에 위치해 있기때문에 경사또한 완만하여 자전거를 타기에 정말 안성맞춤이다.

 

1. 한강자전거도로

 한강의 남북쪽의 강변에 모두 있으며, 다른 하천의 자전거도로와 서로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정말 편리하다. 동쪽과 서쪽 모두 서울의 끝까지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사실 그렇게 끝까지 가보지는 않았으나 듣는바에 의하면) 자전거도로로 달리다 한강의 건너고 싶을 때는 양화대교나 잠수교가 제일 편리하다. 다른 곳은 자전거도로에서 일단 도로로 나와서 다리를 건너야 하지만, 양화대교와 잠수교는 자전거도로에 교량의 인도가 연결되어 있다.

 

2. 안양천자전거도로

안양천의 자전거도로는 내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로이다. 성산대교의 바로 옆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안양천자전거도로는 목동, 구로를 지나 인덕원까지 이어진다. 중간에 석수역부근에서 잠시 자전거 도로가 끊기지만 이내 다시 연결되어 학의천으로 연결되어진다. 어디까지가 정확히 끝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 도로를 타고 인덕원에 있는 서울구치소까지는 가봤다.

 

3. 탄천자전거도로

잠실 운동장 에서 한강과 만나는 탄천을 따라 쭈욱 내려가면 성남 분당을 거쳐 오리역까지 내려갈 수 있다. 탄천자전거도로의 특징은 자전거전용도로와 인라인, 보행자의 도로가 구분되어 있어 서로가 안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탄천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분당에 이르러서는 탄천 주변이 굉장히 잘 꾸며져 있다. 역시 부자동네....

 

4. 홍제천, 불광천, 양재천, 중랑천

사실 이 하천의 자전거도로는 내가 가본적이 없어서 무어라 말을 못하겠다. 다만 중랑천의 자전거도로는 서울산업대 앞에 까지는 연결되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 위까지 있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은 다른 분들이 채워주리라 믿는다.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탈 때 주의할 점

자전거도로는 일반 도로에 비해 훨씬 안전하고, 공기도 좋고 경관도 좋다. 그래서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자전거도로라고 마냥 넉놓고 다니면 안된다. 자전거의 속도는 자동차에 비하면 약하지만 다른 도로의 약자들에 비하면 강자라는 것을 항 상 잊으면 안된다. 자전거도로에서도 보행자들을 끊임없이 배려해야하며 인라인을 조심해야한다. 특히 인라인은 브레이크가 없고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사고가 자주 나는 편이며 자전거와 인라인 모두가 크게 다친다. 때문에 자전거 도로에서도 지나친 과속은 좋지 않으며 헬멧등의 안전장비를 챙기는 것이 좋다.

 

자동차 운전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전거도 처음에는 길을 헤메기도 하지만 익숙해지면 모르는 길도 이정표만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게다가 인터넷으로 지도를 보고 길을 미리 보면 더욱 찾기 쉬울 것이다. 특히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자전거도로의 위치에 익숙하다면 보다 쉽게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테면 서대문에서 서울산업대에 간다면 나는 일단 청계천 옆의 찻길을 따라서(이곳은 차들이 과속하지 않는다) 가다가 중랑천의 자전거도로를 따라서 올라가는 것이다. 이런 노하우들이 쌓이고 서로 공유된다면 자전거타고 어디에 가는 일이 아주 쉬운일이 될 것이다. 

 

이상 허접한 자전거도로 소개를 마친다. 더 자세한 정보는 bike.jinbo.net에 가면 찾을 수 있다. 특히 '잔차도로'라는 메뉴에 들어가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의 정보를 물어보면 사람들이 매우 상세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의 자전거도로에 대한 지도도 마련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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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사람들...

우연히 지나치다 마주친

그 글귀에 내 눈이 멀고

머리가 멍해지고

코 끝이 찡해지고

심장이 멈췄다.

 

그리고 이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내 마음을 울린다.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느낌일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항상 고맙고, 미안하고,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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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의 서정시

브레히트는 서정시를 쓰기 힘든시대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이야기했다.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브레히트

 

나도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 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례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우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이 눈에 띌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소작인 처가 허리를 꼬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젖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193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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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스웨덴과 덴마크 사이의 해협

엉터리 화가-히틀러를 지칭  

 

 

나 또한 이 시대가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많이 좋아졌겠지만, 국가의 폭력은 훨씬 세련되어가고 있지만,

사람들 밥먹고 살기는 좋아졌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인 것은 확실하다.

 

물과 햇볕을 먹고 벼가 자랄 평택 땅에서

피와 기름을 먹는 무기가 자랄것이고,

인간세상의 온갖 지저분한 것들을 낮은곳으로 모아서 정화하던 새만금 갯벌은

인간들의 더 많은 쓰레기 배출장으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

 

서정시란 모름지기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음에서 나올진대,

이 세상 어디를 봐도 아름답고 평화로울 수 없는 이 땅에서

이 세상 어디를 봐도 슬프고 아프고  분노스러운 이 땅에서

서정시를 쓰는 것은 사치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서정시를 쓰고, 읽고, 노래하고 싶다.

서정시는 아마도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마음이다.

시대가 그 마음을 억누르게 하더라도

인간의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면 그 마음을 기억해낼수 있다면

우리모두는 서정시를 쓰는 시인이다.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전혀 서정시가 아니지만

우리네들 살아가는 모습은 마치 김남주의 성난 시와도 닮아 있지만,

김남주의 시가 담고 있는 내면의 서정성처럼 ,

슬프고 아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에는 서정시의 아름다움이 숨어있다.

 

그리고 나는 그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이 시인의 일이고

그 아름다움을 살아가는 것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 아름다움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탕발림이 아니라

세상의 고통을 없애고 은폐하고 왜곡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슬픔과 고통과 아픔을 이해하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농촌의 고된삶을 외면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는 서정시가 아니라

농사꾼들의 가늘게 휜 허리를 보며 그 삶의 아픔을 그저 가만히 어루만지고

함께 울면서 미소짓는 것이다.

 

힘들고 지치고 상처받는 싸움의 와중에서,

다치고 아프고 죽어가는 거대한 폭력과의 싸움의 와중에서,

그래서 나는 서정시를 읽고 쓰고 노래하고 싶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적에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폭력과 야만의 시대에서 나는 나의 운동이 서정시였으면 좋겠다.

지금 눈앞의 적보다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의 모습이 나는 더욱 궁금하고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더욱 재미있고 그 모습을 지금 살아가는 것이 더욱 흥미롭기 때문이다.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의 서정시는 아프고 슬프고 아름다운 우리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도 이런 시가 바로 내가 쓰고 읽고 노래하고 싶은 서정시가 아닐까 한다.

 

 

 



물 따라 나도 가면서                            -김남주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건듯건듯 동풍이 불어 새봄을 맞이했으니

졸졸졸 시내로 흘러 조약돌을 적시고

겨우내 낀 개구쟁이의 발때를 벗기러 가지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오뉴월 뙤약볕에 가뭄의 농부를 만났으니

돌돌돌 도랑으로 흘러 농부의 애간장을 녹이고

타는 들녘 벼포기를 적시러 가지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동산에 반달이 떳으니 낼 모레가 추석이라

넘실넘실 개여울로 흘러 달빛을 머금고

물레방아를 돌려 떡방아를 찧으러 가지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봄 따라 여름 가고 가을도 깊었으니

나도 이제 깊은 강 잔잔하게 흘러

어디 따듯한 포구로 겨울잠을 자러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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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난감한 상황

유정민석씨의 병역거부 기자회견 이후 경찰서에서 같이 있던 중

평택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함에 보라돌이에게 전화를 했다.

한바탕 싸움은 있었는데 다친사람은 없냐는 물음에 없다는 대답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집에와서 이제야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오늘 평택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게되었다.

그리고 보라돌이가 다쳤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여러가지로 복잡난감한 머릿속이다.

평택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도 편치 않고,

내가 그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것도 찝찝하고,

오늘 병역거부한 민석씨가 잘 견딜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갑자기 날아온 경찰조사날짜가 어지럽고,

그 소식접한 울 엄마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가 날 울리고,

 

내가 머리와 마음의 용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복잡난감한 상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바보같은 상황.

그지같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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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조사 날짜 나오다.

혹시 누락된 것이 아닐까 약간의 농담섞인 걱정이 역시나 외람된 걱정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인생은 참 아이러니다.

아침에 기다리지 않았던(예상치 못했던) 날 행복하게 하는 연락이 오더니

저녁엔 원치 않았지만 기다리던 전화가 불쑥 찾아오다니.

 

13일 1시 30분 부천경찰서.

 

점차 실감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동요하지 말자. 감옥에 가든 가지않든 나는 병역거부자다.

감옥에 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내 몸이 조금 불편하고

내 마음이 조금 불안할 뿐이다.

 

제한된 시간.

앞으로 남는 짧도고 짧은 이 시간이

내 인생의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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