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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5

마석 모란공원에 다녀왔다.

허세욱 열사 1주기.

 

 

민주택시연맹 소속의 늙은 노동자가 분신했다고 했다.

나중에 그의 영정을 봤을 때.... 아, 하고 짧은 외마디 소리를 냈던 건....

그 얼굴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분 생전에, 나는 카메라를 들고 무심결에 그 곁을 몇 번이고 지나갔겠구나...

아마도 외롭고 남루한 생을 거리에서의 투쟁으로 따스하게 채웠던 분일 거다.  



봄날은 따가웠고, 맨 앞줄에 나란히 선 민노당과 진보신당 후보들의 표정은 공히 어두웠다.

한미FTA 반대한다고 1년을 분주하게 뛰었고,

그 사이에 소중한 사람 하나 저 세상으로 보냈는데,

진보정당들의 상황은 좋지 않고, 총선 직후 이례적인 임시국회로 FTA 비준이 처리될 가능성은 농후하고..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분당에 대해 개탄하는 발언을 했고,

진보신당 노회찬 의원은 마치 그에 화답하듯, 낡은 것과의 결별을 말했다.

 

모두가 떠나 새소리만 들려올 때까지,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을 위에서부터 훑었다.

전태일 열사의 묘 곁에 한참을 머물렀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소선 어머니도 아들에게 잠시 걸음하셨겠지.

 

나는 아무 것도 다짐하지 못 한 채

생의 공간으로 돌아나왔다.

 

22세의, 26세의, 34세의, 55세의,

저 열사들의 빨간 띠 둘러맨 비석을 뒤로 하고.

제비꽃 외롭게 피어 있는 묘들을 뒤로 하고.

 

4월은 잔인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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