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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 닉 혼비

그 남자가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보기 전까지 나도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까지 자살은 언제나 한 가지 선택이자 탈출구였고, 어려운 때를 위해 저축해 둔 여유자금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돈이 사라졌다. 아니 애초에 우리 돈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돈은 뛰어내린 그 남자와 그 남자 같은 사람들의 몫이었다. 낭떠러지 끝에서 다리를 대롱거리며 앉아 있는 것은, 몇 센티미터를 더 나아가지 않는 한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이고, 우리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275)

 

나에게도 여유자금 같은 건 없다.

원제는 a long way down.

시시한 소설.

 

종종 궁금해하는 건데, 책날개나 뒷표지 아니면 신문에 실리는 광고문구들.

그거 쓰는 사람들,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하는 말일까?

 

아, 쓰다보니 생각나는데,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시시할 거다.

그 다음날의 나는 어제의 나에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오늘의 나는 정말이지 시시할 것이기 때문에.



덧1.

장 그르니에, 지중해의 영감 중 일부를 적어 보냈던 건, 아마도 고 2 여름쯤. 동우에게.

아.. 모르겠다. 파트릭 모디아노 아니면 미셸 투르니에였을지도.

작가당 겨우 한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

것두 한 10년 지나는 바람에 죄다 잊어버렸다.  

읽는 것두, 보는 것두, 이렇게 깨끗하게 허망하다.

동우의 옛날 아이디가 2007년까지 검색된다.

이것도 맘에 안 들어.

꿈같이 샤방했다가 순식간에 블랙홀로 되는 꼴이라니.

 

덧2.

시완레코드에 들어가면 뉴 트롤스의 걸작이 26년 만에 발매됐다는 팝업이 뜬다.

뉴 트롤스라면 아다지오 밖에 좋아하는 곡이 없지만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와 함께 중 2 때쯤 꽤나 열광하며

앨범 전체를 들어보려고 무진 애를 썼던 그룹이기도 하다.

내 기억에 앨범 전체를 듣는 일은 결국 실패했던 것 같다.

알란 파슨스는 그에 비하면 이지리스닝이라 앨범 여러 개를 다 사서 들었다.

노량진 자취방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살 때도 아다지오만 죽어라 들었다.

그놈의 골방은 빛도 잘 안 들어와 1층인데도 무슨 반지하 같이 우울한 굴이었다.

지금 방은 그 때만큼 우울하진 않지만, 낮에도 불을 켜야 책 읽을 정도가 된다.

말하고자 하는 건 그건 아니고...

시완레코드 홈페이지의 아스트랄함과

뉴트롤스, 알란 파슨스의 아스트랄함은 통하는 데가 있다는 거다.

아이리쉬 휘슬로 아다지오의 도입부를 불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일단은 내가 갖고 있는 리코더와 안따라로 시도를 해 봐야겠군.

안드레아 코어가 쓴다는 리틀블랙휘슬은 굉장히 저렴하지만 계속 품절이다.

유럽악기에서는 휘슬 종류 뿐만 아니라 안데스 지방의 목관악기인 께나와 삼뽀냐도 살 수 있다.

일본의 사쿠하치는 물론이다.

인디언 플룻이라고 불리는, 앙증맞은 새가 달린 듯한 그 나무피리는 북미 인디언들로부터 유래한 걸까?

내가 주인이라면 가게 이름을 바꾸겠다.

세상의 모든 소리, 이런 걸로.

구리긴 하지만 유럽악기보단 낫다.

 

문득 토토도 아스트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팅의 파니스 안젤리쿠스까지.

이 노랜 특히 하늘에서 무슨 계시라도 내릴 것만 같은데,

파바로티랑 같이 안 불렀으면 더더욱 그랬을듯.

몇 해 전에 파니스 안젤리쿠스를 페니스 안젤리쿠스라며 키득거리는 귀여운 여주인공이 나오는 영화가 있었다. 브랜든과 누구더라. 트루디. 무려 2001년에!! 개봉했다.

 

이런 식이다. 새벽에 머릿 속에 떠도는 생각들이란.

가뜩이나 잡다한데 심하게 잡다해진다. 이게 참 싫다.

그래서 잡다해지지 않도록, 밤에는 잠 좀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형편없는 '우주적 토니'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면,

12시 땡 하면 잠들고 8시 땡 하면 일어나게 해 달라고 할 거다.

멱살 잡고 흔들어야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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