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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8
    엄마랑 통화하고선. (2)
    ninita
  2. 2008/03/08
    바람의 도시 / 쓰네카와 고타로(4)
    ninita
  3. 2008/03/08
    2008/03/08(2)
    ninita

엄마랑 통화하고선.

엄마가 심심한 모양이다. 하긴 아기가 제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대략 밤 8시 이후, 자유시간이긴 하지만 TV 말고는 벗이 없으니 심심하기도 할 거다. 이제야 내 여행사진을 찾는다. 블로그 주소를 가르쳐 주려 하니, 엄마 그런 거 할 줄 몰라! 하고 딱 자른다. 주소창에 주소만 치면 된다니까, 라고 말하고 나니 그제서야 엄마가 그걸 할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10분 정도 자판 위치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설명했고, 두 번의 시도 끝에 성공했다. 한글이라면 좀 쉬웠으려나. 그나저나 지금쯤 실컷 사진을 보고 있겠군. '섹스'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포스트가 하나 있는데, 다른 단어로 대체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걍 뒀다. 안 읽겠지 뭐. 혹은, 읽어도 괜찮겠지 뭐. 이미 엄마랑 난 5년쯤 전 콘돔 얘길 했던 사이잖아? ㅋ 물론, 다만 콘돔 얘기일 뿐이었지만. ㅡ.ㅡ 요는 피임이 아주 중요하다는 거지, 경험 유무에 대한 확인은 주제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엄마들이 재미있는 건, 예를 들어 자기 딸이 담배를 피우지 않길 바란다면, 가방 속에서 담뱃갑을 발견해도 그게 딸래미 물건이라고 믿지 않는다는 거다. 아직도 엄만 내 자취방이 금남의 집이길 바라고 있을까? 한 친구의 어머니는, 친구의 언니가 연애질하느라 밥 먹듯 외박을 하는데, 정말 이틀 건너 한 번씩 야근한다고 믿었단다. 결혼할 때까지도.

 

우리 엄마도 그러려나? 엄마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하긴, 엄마도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구나.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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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도시 / 쓰네카와 고타로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일단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 같은 환상의 공간.

그 세계와 연결된 자들의 슬픈 운명이 당신을 기다린다.'

 

쓰네카와 고타로라는 자의 <바람의 도시>를 읽었다. 어군한테 배운 바로는, 이런 걸 병행세계라고 한단다. 그리고 <스노우 크래쉬>라는 소설에 나왔던 메타버스(meta+universe=metaverse)라는 게 가상현실 그러니까 virtual reality를 대체하는 좀더 진화된 개념인 모양인데, 세컨드 라이프니 뭐니 요즘 실제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 이런, 정말 시대에 뒤떨어져 있구나. 쩝. 근데 꼭 이것저것 다 해야 하나? 훔. 이러다 곤조만 부리는 늙다리가 되는 걸까?

 

<바람의 도시>에는 '고도'라 불리는 신의 영역에 속한 세계가 현실세계와 병존한다. 12살 짜리 소년 하나가 일곱 살 때 우연히 들어갔던 고도의 기억을 떠올리곤 친구와 함께 들어갔다가 겪는 일들이 대강의 줄거리인데, 오...... 재미있다.

 

가상세계가 됐건 로봇이 됐건 뭐가 됐건, 그 세계를 작동하는 원리들, 금기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게 참 재밌단 말이야. <고도>의 소유물은 인간세계로 나갈 수 없다거나..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풍경을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거나.. 아시모프의 로봇 제3원칙 같은 거. 매트릭스의 전화기 같은 거?

 

일단 든 생각은, 일본 아이들은 참 이런 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재주가 있다는 것과 그게 가능한 역사/문화적인 배경이 있을텐데 그게 뭘까 궁금하다는 거. 난 일본 호러 소설이나 만화를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영화만 봐도 <링>이니 <검은 물 밑에서>, <기묘한 이야기> 같은 거 보면 참 그렇잖아? 뭐, <바람의 도시>의 병행세계와는 좀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그리고 저자 소개를 보니, 대학 졸업하고 프리터로 살다가 호주 오토바이 여행 좀 하고 알바 좀 해서 국내 오토바이 여행하고 그러다가 아이디어를 얻어서 이 소설을 썼다 하는데.... 부에노스아이레스 일본 여관에 장기투숙하면서 살사나 탱고 배우러 다니는 일본 아이들이 생각났다. 봉봉 언니가 일본의 '하류인생'은 우리나라에서 쓰듯 막장인생 같은 개념이 아니고, 부에노스의 아이들이나 사회에 편입되길 거부하고 프리터처럼 그런 삶을 선택하는 부류를 말하는 거라고 했다. 훔. 드는 생각은 많은데, 그냥 여기까지.

 

아, 하나만 더. 병행세계라는 말을 들으면서 생각한 건데, 계급에 따라서든 국적(보다는 사는 곳)에 따라서든, 사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세상 그 외의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현실 자체가 병행세계의 합이라는 말이다. 내 삶의 거죽을 들어내면, 모든 것이 고도의 삶일 터.

 

'이것은 성장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고 변화도 없고 극복도 하지 않는다.

길은 교차하고 계속 갈라져 나간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풍경을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나는 영원한 이마처럼 혼자 걷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다.

누구나 끝없는 미로 한가운데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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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8

1.

서울에 올라온 후로 토요일 오전은 청소하는 날이다. 빨래, 설겆이, 방청소, 쓰레기통 치우기 등등.. 빨래 널고 앉으니 벌써 12시가 다 되었다. 적당하다. 좀 있다가 점심 차려 먹으면 되겠다. 근데 10분에 한 번씩 배가 아프다. 이런. 일어나자마자 만들어 먹은 딸기쉐이크가 또 속을 뒤집어놨나 보다.

 

2.

참 오랜만에 세 시간 짜리 회의자리에 앉아 있었다. 정말 힘들었다. 게다가 안 해도 될 소리는 왜 했는지. ㅡ.ㅡ 뭐, 사무실 사람들은 내가 소심하고 자신감 없어 하고 애가 좀 어리고, 그런 거 대충 다 아니까 별로 창피할 것 까지야 없지만, 회의는 최대한 냉정하고 건조하게, 라는 기조를 잡고 있었는데, 이게 뭐란 말이냐. 역시 말도 안 되는 기조를 잡았던 게 문제였던 모양이다. 그래도 노력은 해 보련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내 자신감 없음이 나는 물론이거니와 누군가들의 기운을 빼놓게 될까봐.. 여리여리하고 물렁물렁한 내가 쫌 많이 싫다.

 

3.

이음아트에 들러서 신간만 잠깐 둘러봤다. 천운영 소설이 있었는데, 긴축재정 중이라 사지는 못 했다. 하긴 아직 읽고 있는 소설도 여러 권이다. 계산대 앞에 보리랑 녹색평론에서 나온 책들이 있길래 제목을 훑다가 보라색 표지를 한 소설을 보게 되었는데, 제목이 <라일락 와인>이었다. 음, 음. 이거 몇 년 전에 파일로 읽었던 모 선생님의 소설이랑 제목이 같네? 하고 책날개를 펴 보니 활짝 웃고 있는 선생님 얼굴이 콕 박혀 있다. 음. 아주 활짝은 아니었던가?

 

4.

나는 동숭동에서, 아빠는 개포동에서 각각 자취를 한다. 엄마의 명이기도 하고, 안 그래도 생각은 하긴 했는데, 한 달에 한 번은 아빠랑 데이트를 해야 한다. 이런. ㅡ.ㅡ 하늘공원 같은데 나들이 한 번씩 가고 밥 한 끼 얻어먹고 때로는 아빠네 건넌방에서 하루 자고 오고 그래야 하는데, 많이 귀찮다. 머릿 속이 안 바쁘면 좀 나을 텐데, 여러 가지 나의 조건과 주변의 조건과 모든 것이 정리가 되지 않은 채라 어제 아빠 전화에도 간다 만다 제대로 답을 못 했다. 우욱. 아무튼 멀찌감치 떨어져 사는 게 장땡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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