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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잡지 '사람' 8월 흔적담기

인권잡지 '사람' 8월 흔적담기

 

비가 가늘게 내리던 날, 짜증나는 얼굴로 10분 후의 점심시간을 기다리며 마지못해 걸어다닌다. 저쪽에서는 사람들이 쉬고 있고, 나도 그 대열로 가기만 하면 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단, 그 앞에 서 있는 조교를 통과해야만 한다.


“자! 이 코스는 이번 시간의 마지막으로서, 적을 향해 총구 뒤에 붙어있는 개머리판을 힘껏 날리는 시간입니다.”
“적이란 것에 느낌이 딱 안 오시면, 직장의 상사나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을 생각하세요. 그리고 그 분들을 생각하시며 공격 하십시오!”


“아! 선배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개머리판으로 얼굴을 너무 심하게 치시면 안 됩니다. 작년에도 부서져서 새로 장만했거든요. 단, 머리 아래 타이어는 힘차게 분노를 모아 마구 때려주시길 바랍니다.”


“아! 선배님! 그냥 지나치시면 안 됩니다. 그냥 형식적으로라도 한 번만 때려주고 지나가세요!”


여전히 이곳에서는 북한군의 복장을 한 사람을 적이라 부른다. 그리고 누군지도 모르는 적에게 개머리판을 날려야 하는 교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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