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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크래셔

<웨딩 크래셔>. 우리말로 하면 결혼식 망침쟁이?

 

쌍춘년은 내년 2월까지란다. 그래서 연말에도 결혼식이 우후죽순이다. 하루에 네탕 뛰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결혼식에 잘 가지는 않지만 간만에 결혼식에 갔다. 선배랑 후배가 결혼을 했기 때문.

 

인사하고, 신랑신부에게 얼굴 도장 찍고 (사실 연락도 못받아서 안찍어도 되는데) 식을 구경했다. 희한하게도 이 커플은 하루 전에 신부 고향에서 결혼식을 하고 서울 친구들을 위해 한번 더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연극회 출신 답게 서로 만나게 된 과정을 둘이서 (예복에 드레스를 입고) 재연을 했다. (참, 그 전엔 신부가 입장해서는 행진곡에 맞춰 솔로곡을 부르더니 신랑을 부르고 신랑은 무대 앞쪽에서 걸어나왔다.)

암튼 재미있게 꾸미려는 기획이 돋보였다.

 

결혼식 구경을 하고 20층에 있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 20층이니 여의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저 국회 돔도 조그맣게 보이고 늘상 집회하던 국민은행 앞 도로도 좁아 보인다. 경찰이 이런데서 내려다보며 지휘하겠지 싶다. (꼭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건 직업병?) 식사 자리에서도 누가 결혼했고 결혼하고, 집을 샀니 안샀니 그런 얘기들이 오간다. 나는 속으로 '흠. 그렇군. 그랬군. 세상에'하면서 후배들의 근황도 물어본다.

특히 여자 후배들은 학교다닐때 참 대단했던 애들인데, 지금도 같이 활동하면 얼마나 잘할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 최근에 읽은 '경성 트로이카'며 '이관술'에 나오는 여성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존경스럽더라는 얘기도 애들에게 넌지시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비디오나 하나 볼까 해서 비디오대여점에 들렀는데 '웨딩 크래셔'가 눈에 들어왔다. 바람도 차갑고 날도 추운데 재밌는 걸 보면 좋겠다 싶어 빌려왔다. (한번쯤 결혼식을 망쳐놓고 싶은 맘이 있었나?)

싱글족으로 사는 이혼중재 전문 변호사 두 남자가 웨딩 시즌마다 식장을 돌아다니며 먹고 놀다가 장관네 결혼식에 가서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를 코미디로 만들어 논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결혼식만 잘 돌아다녀도 밥 걱정은 없겠다 싶은데, 서양에서는 식권을 주는 게 아니니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결혼식에서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와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일텐데 우리나라 같이 봉투를 건네야만 식권을 주는 것은 좀 야박하다. 그냥 식사를 대접하면 그것만 먹으러 오는 꾼들이 생길래나?

비디오의 '웨딩 크래셔'는 결혼식을 망치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결혼식과 피로연의 분위기를 돋구고 재미나게 해주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런저런 거짓말을 해서 들어가고 각종 구라를 풀어서 속이지만).

 

담주 토요일에는 친구 결혼식 사회까지 보기로 했다. 팔자에 없는 결혼식 사회까지 보게 되었으니 쌍춘년은 쌍춘년인가 보다. 시험삼아 웨딩 크래셔가 한번 되볼까. 그래도 친구 결혼식인데 그냥 대본대로 읽기만 하는 무덤덤한 사회가 낫겠지. 돈이나 왕창 긁어내야겠다.

 

다 쓰고 보니 참, 초등학생 일기같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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