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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4] ‘92년 장마, 종로에서’

떨림4_2009.04.08

92년 장마, 종로에서’

 

폐부 끝으로부터 올라오는 기침에

온몸이 순간 멈추는 듯 떨리듯

정태춘⋅박은옥의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그렇게 다가왔다.

 

92년 여름이라면,

90년~91년, 전노협의 두 차례 총파업과

91년 4~6월, 박창수⋅강경대 열사 투쟁으로도

결국 노태우 정권을 끝장내지 못하고,

91년 12월 대선에서 김영삼은 보수대야합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그래서 깃발군중은 잠시 거리에서 사라지고,

이른바 운동권은 줄줄이 청산하고, 해체하고, 잠복한,

그런 해였다.

그렇게 세상은 아무일 없다는 듯 흘러갔다.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며칠 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한 감기몸살을 앓은 후, 우연히 이** 선생 집에서

이 노래를 들은 후, 가사와 멜로디가

계속 귓전을 맴돌면서

떠나려하지 않는다.

“깃을 치며 날아오른 비둘기처럼”

한 음절 한 음절이

정수리 끝에서 날개를 퍼덕인다.

그러다 다시 뇌리 속에 둥지를 튼다.

 

제목을 ‘2009년 장마, 청계광장에서’,

혹은 ‘2009년 장마, 용산에서’라고 바꿔도

17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가사 내용도

그 가사가 담고 있는 현실도

다를 것 없을 거란 생각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날 때는

스스로도 조금 안쓰럽긴 하지만

그냥 그대로 있는 게 낫다.

그냥 노래에 젖고, 흐르는 눈물에 또 젖고

그렇게 그냥 그대로 있는게 낫다.

 

그래서

장마가 그치면

“파란 하늘이 열리고”

그 때, “큰박수 소리에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르자. 하늘 높이”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92년 장마, 종로에서

 

작사.작곡.노래: 정태춘, 박은옥

1993년, 삶의 문화, 한국음반

 

노래듣기:  http://flvs.daum.net/flvPlayer.swf?vid=t1Eb2T8-ChM$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음.....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훠. 훠이, 훠이...훠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훠. 훠이, 훠이...훠 -----

훨, 훨, 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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