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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12/04
    미루 근황(11)
    schua
  2. 2007/11/22
    미루 '그' 18개월(23)
    schua
  3. 2007/11/08
    거짓말(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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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7/10/18
    알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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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7/10/07
    성장통(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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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7/10/01
    아이는 자란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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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7/08/27
    주말나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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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7/07/11
    잠의식필요(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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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7/07/02
    지지(15)
    schua
  10. 2007/06/14
    미루는 라이더~~(12)
    schua

미루 근황

schua님의 [골골] 에 관련된 글.

미루는 벌써 18개월하고 20일을 지나고 있다.

우와~ 시간 빨리간다아. 18개월 됐다고 호들갑 떨던 때가 어제 같은디...오호

 

미루는 금, 토, 일을 집에서 슈아랑 뒹굴면서

금욜은 설사 4번

토욜은 설사 5번에 게워내기 1번

일욜은 설사 3번에 정상변 1번을 했다.

 

첫날은 약을 안 먹고 버티다

토욜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바로 설사를 연달아 하는 바람에 약간 쫄아서

약을 먹이고 그리고 슈아의 엄마의 적극 권유로 매실액을 매 끼니 때마다 세숫가락씩을 먹었다.

예전에 장염약이 어디 따로 있었냐면서 매실액을 적극 권했다. 일면 타당도 하고 어른들도 배가 막 아파서 힘들어할때 매실액 먹고 바로 괜찮아지는 것을 몇번 봐서 그런지 나름 설득이 되어서 매실액을 먹이기 시작했다.

 

미루는 나중에는 설사를 하면 알아서 화장실로 가는 모습을 보여줬고

알아서 평소보다 물을 더 많이 찾아서 자주 물을 먹일 수 있었다.

그러나 밥을 놀라울 정도로 안 먹어서 결국 모유로 모든 끼니를 채웠고

그 사이 사이 아픈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신나게 소리 치면서 놀았다.

 

슈아는 기적처럼 알엠이 준 요거트를 먹으면서 살아났다.

진정 신기 신기. 이후로 계속 끼니 때마다 밥을 먹고 바로 요거트를 먹어주는 성실함으로

삼일을 그럭저럭 날 수 있었다.

 

이번일을 정리하면

우선 병이 깊지 않았던 것이 우선 가장 큰 다행이었고

나름 음식으로 병을 다스릴 수 있는 상황이 다행이었고

상구백이 이전 보다 시간을 낼 수 있어 같이 병간호를 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급한 일이 없어 다행이었다.

 

다행한 일들의 조합으로

미루는 삼일만에 장염이 호전되서

월욜에 놀이집에 가서 신나게 놀다 왔다.

 

정말 다행이다.



삼일 동안 붙어 있다 보니 이런 저런 일들을 하며 놀았는데

이번에는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이전에는 사진을 찍으면 사진기에 관심을 나타내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진을 찍고 보여주면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을 보면서 사진의 기능, 의미를 알아가는 것 같더라. 급기야는 자기가 포즈를 취할테니 찍어달라고 하더라. 허걱.

사진은 이따 집에 가서~

 

책장 앞에 자리를 잡더니 책을 꺼내 포즈를 잡았다. 그리고는 얼렁 찍으라는 눈빛을 보낸다.

 

조금씩 소통이 늘어가는 것이 참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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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보탬

 

놀다 보니 미루가 책장 앞에 서서 뭔가를 하길래 봤더니, 자기 물건을 배열해서 정리해 놓았다.

이제 자기 물건은 스스로 정리할 날이 곧 올 것 같다.

같이 사는 다른 남자에 비하면 매우 놀라운 솜씨다.

 

그리고 이렇게도 놀았다. 내 머리에 있던 핀을 뽑아서는 자기도 해달라길래 해줬다.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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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 '그' 18개월

이제 미루가 침팬지에서 네안데르탈인이 되었다.

지난 토요일로 만 18개월. 그러니까 태어난지 18개월이 된 거다.

참 마이 자랐다. 매번 이렇게 표현하지만 달리 감탄사를 날릴 것이 없다.

그저 매 순간 놀랄 밖에.

버트~~~이번에는 좀 긴장이 된다. 침팬지에서 네안데르탈인이라니...

 

이런 책이 있다. <엄마, 나는 아직 침팬지에요>. 여서는 유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유아를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수백만 년에 걸친 인류의 진화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누면 이렇게.

 

-12개월~18개월 : 막 걷기 시작한 매력적인 침팬지아이(5백만 년전 ~ 2백만 년 전)

-18개월~24개월 : 방망이를 휘두르는 꼬마 네안데르탈인(2백만 년 전 ~ 15만 년 전)

-24개월 ~ 36개월 : 언어가 능숙해지는 영리한 동굴아이 (15만 년 전 ~ 6만 년 전)

- 36개월 ~ 48개월 : 사회성이 커지는 재주 많은 정착민 (6만 년 전 ~ 1만 년 전)

 

그러니 미루는 이제 새로운 세상으로 접어든 거이다. 아흐~

 

1. 네안데르탈인

우선 앞으로 미루를 이해하기 위해 네안데르탈인의 특징을 간략히 정리해 보자.

 

운을 띄우면~

N : 타고난 호기심 Naturally curious

E : 감정적인 요요현상(좀더 성숙해진 듯하다가도 다시 퇴행하는 특성) Emotional yo yo

A : 일단 행동부터 앞선다 Acts before thinking

N : "싫어" "No!"

D : 도전정신 Defiant

E : 넘치는 에너지 Energetic

R : 난폭함 Rough and tumble

T : 민감함 Thin-skinned

H : 즐거움 Happy

A : 짧은 집중력  Attention is short

L : 제한된 언어  Language is limited

 

요즘 미루를 보고 있으면 딱 맞는 말이다.

노는 시간중 거의 대부분을 괴성을 지르며 달린다. 손에는 뭔가를 든채...

그리고 한가지에 꽂히면 뽕을 뽑는다. 오늘은 목욕탕에서 하도 안나오려고 하길래 혼자서 놀라고 문도 거의 닫고 나뒀는데도 뭐라 뭐라 웅얼거리면서 혼자 한참을 놀았다. 아...여름이면 괴안찮을테지만 겨울인디...증말 신경 쓰였다. 하지만 그런 걱정 때문에 나오지 않겠다고 하는 아이를 휘릭 들고 나온다면...그 이후 상황은 보나 마나다.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감상을 이 한마디로 정리하련다.

항상 달리는 미루

 

"만일 기차를 탔을 때 옆자리에 석기시대인이 앉는다면 자리를 옮길 것이다.

그러나 옆자리에 네안데르탈인이 앉는다면...기차를 바꿔 탈 것이다." - 파울 조던

 



2. 미루의 놀이들

 

미루는 놀이집에 다니니 사실 집에 와서는 따로 놀이를 위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

버트 아이들은 모든 것이 놀이고 배우는 일이지.

 

그림 그리기

크레용으로 그림도 그리지만 대부분 나 혼자 그림을 그리고 옆에서 미루는 크레용의 용도의 범위를 실험한다. 던지기도 하고 입에 대보면서 나의 반응을 살피기도 하고 한손으로 크레용을 들고는 다른 손에 그려지나 그려 보기도 한다. 그리고 주로 방바닥, 깔아놓은 이불 등에 그림을 그린다아~~~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 나의 그림에 대한 평을 해준다.

한번은 꽃을 그렸는데 미루왈 "머시따" 이런 찬사를 ㅎㅎ 그저 감격할 밖에.

그리고 푸우를 그렸는데, 미루왈 "푸우~" 진정 감동 받았다.

그 그림을 푸우로 알아보다니 그래서 나도 댓구를 해줬다.

 "진정 그대는 멋지구리~"

 

음악 즐기기

음악은 미루 인생에 참 중요한 놀이인것 같다. 뒤집기 시작할 때 부터 이승철 노래에 반응해서 업드려서 음악을 감상하느라 꼼짝도 안하고 있곤했다. 

최근에는 평택에 관한 뮤직비됴에 꽂혀서 그걸 틀어주면 적어도 그 비됴의 런닝타임인 4분 40초 동안은 꼼짝을 안한다. 비됴를 보면서 거기서 "농사 계속 하세요~" 하면 미루가 답을 하기도 한다. "응" 하고.

옷 갈아입을 때 저항하면 이때 이 비됴를 틀어주고 옷을 갈아입힌다. 너무한가??

여튼 오늘은 그 여세를 몰아서 '평화를 택해라' 라는 머리띠를 하고 밥을 먹기도 했다. 

내가 선창을 하면 미루가 "태캐라~!"  하며 구호도 외쳤다.

그리고 내가 노래 불러 주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 꽂혀 있는 노래는 '따따따' 이다.

다른 노래를 부르려고 하면 "으응~ 따따따~~" 한다. 무섭다.

"따따따 따따따 주먹손으로

따따따 따따따 나팔 붑니다.

우리들은 어린음악대

동네에서 나팔붑니다"

물론 마지막 가사를 조금 바꾼 것이다. "동네에서 제일가지요". 입시제도가 폐지되어야 할 마당에 '제일' 이라니 안될 말이다.  물론 이 가사를 가지고 새삼은 이런 말을 했다. 완성되지 않는 곡이 되었군요. 어쩌랴..그래도 서열화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고 프다.

"평화를 택해라" 머리띠를 한 미루...해달라고 했다. 진정

 

"태캐라" 구호 외치는 중. 시키지 않았다. 가도 가의 인생이 있으니...강요는 안한다.

 

목욕놀이

목욕을 한때 무지 싫어했다. 물론 요즘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진정 싫어한다.

하지만 한번 필이 꽂히면 스탑을 모른다.

(이것도 네안데르탈인의 특징 중 하나. 스윗치가 없다는 것.) 

목욕을 할 때는 같이 하는데, 미루가 어느 정도 단단히 앉을 수 있을 때부터는 미루를 아기 욕조에 앉혀 놓고 나는 옆에서 샤워를 했다. 상구백이 복귀할 당시에는 여름이라 워낙 덥기도 했고 미루 잘 때까지 기다릴 수 없기도 했고 또 잔다고 하더라도 자는 아기 놓고 목욕할 때 들리는 환청으로 숨이 멎을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같이 하는데 나 먼저 씼고 나와서 옷을 입고 다시 미루를 데리러 들어가는데 욕실문 앞에 서서 옷을 입을라치면 꼭 미루가 안에서 문을 닫는다. 

그럼 내가 "미루 어디있지?"  하면서 찾는 시늉을 한다. 그러면 안에서 뭐라 뭐라 하면서 웃는다. 내가 자기를 못 찾는 것이 재미있다는 웃음 소리다. 그럼 내가 문을 열면서 "아구~ 미루 여기 있네, " 하면 다시 재빠르게 문을 닫는다. 이런 과정을 옷 입는 내내하고 어떨때는 옷 입고 나서도 한참을 욕실문 앞에 쪼그려 앉아서 한다.

 

목욕탕에서 내가 못 찾는다고 즐거워하는 모습

 

곡물 가지고 놀기

물론 다른 놀이들도 하신다. 블록 쌓기, 컵 쌓기, 

그 중 최고는 곡물 가지고 놀기이다. 내가 밥을 하려고 쌀을 꺼내면 미루는 꼭 그 자리에 가서 씽크대 안에 있는 쌀을 꺼낸다. 그 꺼낸 쌀 주어담기는 하루 일과중 하나이다. 그러다 며칠 전에는 조용하다가 휘리릭 하는 소리를 들어 보니 팥을 꺼내 놀고 있었다. 너무 열중해서 헤치고 있어서 그냥 나는 그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팥이 너무 멀리 가진 않도록 한쪽을 수건으로 막아놓고. 난 잠시의 평화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낭중에 팥 주어 담느라고 씅질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쌀 보다는 낫지 않는가?

 

미끄럼 타기

우리집에 유일한 진정 놀이기구, 미끄럼틀! 비올이 준 미끄럼틀, 그동안 연우네 집에 가 있다 연우네가 이사가면서 다시 돌아온 미끄럼틀은 미루에겐 흥분의 대상이다.

지난 노동자대회에 상구백은 나가야 하고 난 미루를 봐야하는데...정말 그날은 혈압이 너무 낮아져서 참 힘들었다. 머리가 저린것이 곧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런 날 두고 노대에 가는 상구백도 미웠지만 더 속상했던 것은 나는 노대에 갈 수 없었다는 거였다. 나도 가고팠다구~~~!

여튼 몸과 마음이 아픈데 미루와 거세게 놀기에는 너무 힘에 겨운 일. 전날 연우네서 가져다놨던 미끄럼틀을 꾸역 조립해서 마루에 놓았다. 적당히 놓을 자리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현관쪽 공간이 좋겠다 싶었다. 어차피 현관은 집에 들어올 때 나갈때만 쓰는 공간이니까 싶어서 거다 놓았더니 자리도 많이 차지 않고 좋았다. 역시 사고의 전환이 중요혀~ 스스로 감동 받으니 기분도 좋아졌고 미끄럼틀을 보고 좋아라 하니 기운이 좀 났다. 다행이 미루는 미끄럼틀을 즐기지만 혼자서는 안타는 조심스러움을 보여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알엠이 말한 미끄럼 사고가 여전히 맘에 걸리는 거지...여튼 조심 조심 잼나게 타고 있다. 근데 문제는 꼭 나보러 먼저 타라고 한다는 거. 흨...미끄럼틀의 폭이 좁아서 항상 골반이 낀다. 골반은 어쩔 수 없잖니....미루야 좀 봐주라~ 

그날 신나게 놀았던 지 담날 깨서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미끄럼틀을 보면서 환한 얼굴로 "어~"한다.

디게 좋은가 보다

 

그밖의 놀이들

상자로 장구치기

상자를 버리려고 나뒀더니 갑자기 그 앞에서 춤을 추더니 한번 폼도 잡아주시면서

상자에 다가다더니 장구를 치는 시늉을 한다. 놀이집에서 장구를 쳤던 적이 있는데 그게 생각난 모냥.

나비처럼 사뿐히 춤을 춘다.

상자를 장구 삼아 양손에 젓가락 들고 덩기덕한다.

 

상구백 안경, 혹은 물안경 끼고 놀기

상구백을 더 좋아하는 거 같아. 그가 하는 짓을 즐겨한다. 

내 지갑에서 카드 꺼내 놀기

귀신 같이 주요 카드만 꺼내서 논다. 한번은 실험을 해봤는데, 카드를 달라길래 자주 쓰지 않는 카드를 줬더니 던져 버리고 다른 카드 달라고 하길래 주요 카드를 줬더니 신나하며 놀더라. 귀신이다.

이 사진은 유난히 좋다. 당시 청소도 마쳤고 쇼파 커버도 새로 갈아 끼워 매우 개운한 맘이었다.청소 도구를 정리하고 돌아보니 미루가 이렇게 쇼파에 누워 놀고 있었다. 참 평화로웠다.

물론 잠깐 동안의 평화였지만...흨.

 

3. 미루의 먹기

미루는 대략 잘 먹는다. 가끔 삼일 동안 두끼만 겨우 먹으면서도 잘지내는 기적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략 그런대로 잘 먹는다. 그런데 문제는 전날 먹었던 것은 담날 안 먹는다는 거다. ㅠㅠ 주로 저녁에 요리를 해서 그날 저녁을 먹고 담날 아침에는 전날 먹던 국이나 찌개를 데워서 먹는데 전날은 기가 막히게 잘 먹던 음식을 담날에는 안 먹는다. 그러니 매 끼니 마다 음식을 할 수도 없고 죽을 맛이다. 게다가 나는 저혈압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은 하루 중 제일 힘든 일이다. 그나마 상구백이 출근하면서 미루를 놀이집에 데려다 주니 다행인데 상구백이 출근 준비하는 중에 나는 미루 먹이고 옷 갈아입히고 놀이집 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밥도 안 먹고 옷도 안 갈아입으려고 하면 낮은 혈압에 헤롱한 컨디션이 바닥을 치고 급기야는 짜증을 내게 된다. 둘다한테....슬프다. 낭중에는 민망하고.

 

여튼 그래도 그때를 제외하고는 대략 잘 먹어주신다.

요상한 버릇은 국이나 국물이 있는 밥을 다 먹고나면 남은 국물을 꼭 사발체 들고 마신다.

최근에는 소근육도 발달이 되서 숟가락 사용이 이전보다는 편안해졌다. 국이 든 숟가락을 국을 흘리지 않고 잘 떠먹는다. 물론 반반이고 그 집중시간도 또한 매우 짧다.

 그래도 가끔 정량의 밥을 먹고도 빈 그룻을 쳐다 보면서 "밥~" 외칠때는 난감하기도(밥이 없을때) 하고 반갑기도 하다.

 

모유 먹이기

미루는 아직 모유를 먹는다. 모유 먹이기 시작할때 너무 힘들게 정착을 해서 끊기가 아까워 계속 먹이고 있다. 한달 전에는 미루가 밤에 너무 자주 깨고 나도 몸이 너무 안좋아서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모유를 끊어야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지금 아니면 언제 내가 모유를 먹이나 하는 맘에 아쉬워 많이 망설였다. 결국 아쉬운 맘이 나를 설득하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그냥 열심히 운동해서 몸을 건강하게 하자라고 맘을 먹었다. 그랬더니 미루도 훨씬 잠을 잘 자고 나도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운동으로는 자전거 타기(이건 정말 좋다. 꼭 몸을 위해서도 좋지만 맘을 위해서도 참 좋은 운동이다.), 걷기(늦게 움직일때나 시간이 없을 때 자전거 타기는 약간 부담이 되는데 걷기는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약속 보다 약간 일찍 나가서 일정한 거리를 걷고 대중교통을 타는 식으로 하면 된다. 한때 이것에 심취해서 자정에도 막 걸어다니고 그랬다.)

 

미루는 낮에 놀이집에 있으니 집에 와서 손 씼고 옷 갈아 입고 바로 모유를 먹는다. 그러면서 몸도 주물러 주고 여기 저기 쓰다듬기도 하고 그날 있었던 일 이야기도 하고 그런다. 그 시간이 참 좋다. 미루도 그 시간이 좋은 듯 하고 무엇보다 나도 그 시간이 참 좋다. 눈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간지럼질도 하고 장난도 친다. 물론 젖을 먹으면서도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미루를 안고 있으려면 몸에 긴장이 되서 힘들다. 그래도 컨디션이 받춰주면 대략 괜찮다. 그리고...뭐...언제까지 이러랴 싶기도 하고... 앞으로 몇개월이겠지. 그냥 내키는 만큼 하고 싶은 만큼만 하고 싶은 맘이다.

 

모유를 먹어서 그런지, (아직 젖량도 많다. 흨...줄여야지.) 여튼 덕분에 생산과정이 불투명한 우유를 적게 먹여도 되고 이전에 다큐멘터리에서 우유량을 많게 하려고 소에게 어떤 약을 먹이는데 이게 과해서 결국 우유량이 많아지고 소들도 젖몸살을 앓고 결국 유선염까지 걸려 괴로워하던 소를 본 적이 있다. 소도 불쌍하고 흨...여튼 그걸 본 이후로는 우유 먹긴해도 한쪽 마음은 늘 무겁다. 그리고 요즘처럼 실내공기가 건조할때 따뜻한 젖을 먹으면 금방 코가 뚤려서 신나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젖 먹이는 것이 여러가지로 참 간편하고 든든하단 생각이 든다.

 

4. 미루 잠자기

미루의 밤잠은 내가 미루를 볼때는 9시 30분쯤에 잠이 들어 7시 30분 전후로 깬다. 앞 뒤로 유동이 있지만 대략 10시간 정도 자는 것 같다. 낮잠은 2시간 정도. 근데 상구백이 볼때는 10시가 넘어 10시 30분이 되서 체력이 바닥 날때가 되서 겨우 잠이 든다. 그런 날은...푹 잘때도 있고 자주 깰때도 있다. 이제는 잘 시간이 지나도 그리 많이 힘들어하지 않는다. 체력이 늘어난 거지. 아주~~~체력이 좋으신거다. 흨....난 안그런데...한번은 너무 힘들어서 저녁 먹고 8시부터 누웠다. 건성으로 이런 저런 대답을 하다 눈을 떠보니 이미 10시가 되었다. 미루는 옆에서 업드려 자고. 에공...혼자 심심해하다 잠이 든거다. 미안하기도 하고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체력 약한 엄마랑 살아서 심심하지~~~ 그래도 조금 있어봐 엄마의 심심하지 않은 많은 면을 알게 될꺼야~~~

 

사실 요즘은 미루가 참 많이 컸구나 싶다. 아니 많이 살았구나...뭐 그런 생각 신생아때는 피곤해서 잠을 못들어 괴성을 지르며 괴로워했는데 이젠 졸려한다. 오늘도 피곤해 해서 물어보니 졸리다해서 집과 인사하고 방에 들어가 한 10분 정도 있다 잠이 들었다. 진정 많이 컸다.

 

5. 신체 발달

미루는 열심히 자라고 있다. 오늘 병원에 가서 18개월 신체검사 비스무리를 했는데, 키 90cm에 몸무게 14kg이란다.  열심히 먹고 자고 해서 그런지 한마디로 튼실하다. 감기를 달고 살긴하지만 잘 견뎌내고 징징거리지 않는다. 다행이지. 그래도 요즘 좀 기침이 깊어져서 걱정이다. 집에만 있으면 같이 지내면 되니 걱정이 덜 되는데 놀이집에 가 있어야 하니 아프면 걱정이 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약을 먹이게 된다. 될 수 있으면 적게.

최근 미루의 에로에로 버전 사진....(새삼이 좋아라 하는 버전 ㅋㅋ)

 

6. 언어 발달 및 의사소통

미루가 말을 알아 듣고. 특히 이런 말, "엄마 이거 하고 책 읽어줄께. 잠시만 기다려~" 하면 기다려준다. 오...이거 아주 좋다. 점점 의사소통이란 걸 하게 되니 이전에는 몸으로만 그리고 일방적으로 미루의 의사를 읽으려 노력했다면 이제는 미루도 내 의사에 반응을 하니...진정 의사소통.

물론 이전에도 했지만 좀 더 쉽게 그리고 좀 더 섬세하게 하게 된다....좋다.

 

오늘 아침에는 귤을 까주는데 이런다. "먹기 시러요" 그렇구나. 먹기 싫구나. ㅋㅋ

이제 두 단어를 연결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기가 된거다. 이건 아주 다른 단계인듯.

 

그리고 다양한 표현도 한다.

추운데 베란다에서 놀길래 들어와서 놀라고 했더니 "시러요" 한다. 그래도 한번더 "여기서 놀면 좋겠네~" 하면서 들어와 놀기를 권하니 이런다. "안해요~~~" 불만의 뜻을 담아 눈을 찌그리면서 요를 길게 빼면서...바로 " 아네~~~ 그러세요." 하고 물러나서 양말과 조끼를 가져다 입혔다.

 

진정 대화를 하는 경우.

내가 뭐라 뭐라 이야기를 하고 미루가 "응" 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는데. 말을 알아 듣는 것인지는 잘 몰겠고 그렇다고 확인할 수는 없잖은가...미루가 기분 나쁘잖어. 그저 그 흐름과 리듬이 좋아서 미루가 응 할 수 있는 질문들을 하는데 이번주말에는 새로운 경험. 주말에 혼자 애 보는 것이 힘들어 엄마집에 갔는데 미루가 11시반까지 할아버지 할머니랑 노느라 힘들기도 했는지 어느순간 팍 쓰러져 잤다. 나도 그때는 이미 지쳐있던 상태였고 그렇게 같이 잤는데 3시반쯤 뒤척이길래 배가 고픈가 싶어서 젖을 먹이려고 했더니 낑한다. 이상해서 엉덩이를 만졌는데 똥이 있는 거다. 읔...똥을 싼 기저귀를 차고 자고 있었던 거다. 으그....화르륵 일어나 불을 키고 미루를 들쳐 안고 욕실로 가서 기저귀 갈고 엉덩이 씼기고 재웠다. 많이 미안했다. 한 네시간을 똥을 달고 있었다니....흨...

담날 미루에게 어제 일을 이야기하면서 미안하단 맘을 전했다.

 

"어제 밤에는 놀랬지?"

"응"

"갑자기 깨서 목욕하고 놀랬지?"

"응"

"똥을 샀는데도 엄마는 모르고 힘들었지."

"응"

"힘들고 불편하고 찝찝했겠다"

"응"

"엄마가 미안해요. 담부터는 조심해서 잘 볼께"

"응"

"미루도 똥 싸면 엄마한테 이야기해줘요."

"응"

"근데 아빠한테는 이야기하지 말아. 비밀이야."

"...." 대답이 없다. 평소 하던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 질문을 바꿨다.

"아빠한테 이야기할꺼야?"

"아니요" 한다.

ㅋㅋ

 

베이비토크란 책에는 아이가 말을 알아 듣는다고 너무 긴 문장으로 이야기를 하면 안된단다.

짧게 나눠서 반복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이야기를 하면 좋단다. 생갃해 보면 그 짧은 시간 동안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참 신기하고 기적 같은 일이다. 어느날 미루가 나보고 말이 안통한다고 하면서 무시할 날도 있겠지. 그런 날에 지금을 생각하면서 혼자 웃을 수 있음 좋겠다. "메롱~~~"하면서 ㅋㅋ

 

7. 향후 계획

 

네안데르탈인과 파티에 가는 것은 즐거울 지 모르지만

그를 룸메이트로 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 누군가

 

그런 네안데르탈인과 살아야 한다니...흨...그래서 맘을 먹었다.

생활의 고요는 잠시 잊고 (의외로 내가 생활이 고요한 걸 좋아하더라 흨) 

생활을 파티형태로 전환해서 지내는 거지. 네안데르탈인과 잘지내기 위해서.

나날이 파뤼~파뤼~!

사실 그 방법 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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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미루는 옷 갈아 입는 것을 싫어한다.

옷 갈아 입히는데 한 30분 정도 걸린 적도 있다.

아마도 옷을 갈아 입으면 놀이집에 가는 것으로 이미지화 된 것은 아닌가 싶다.

놀이집에서는 옷 갈아 입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하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여튼...올 갈아 입히는 일이 아주 스트레스다.

옷을 안 입겠다고 막 손을 빼고 몸을 빼고 하는 녀석을 설득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만들어 옷을 입히다 보면 정말 막 화가 쉬쉬 올라와

머리쯤 뚜껑에서 삐익하고 소리를 낼때가 많다.

 

그런데 미루는 누가 왔나봐 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궁금해 하는데

그걸 이용해서 몇번 옷을 갈아 입혔다.

좀 나쁘지. 근복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걸 하기에는 시간과

힘이 많이 드니 대충 대충 가려하는 모습이쥐..흨...피곤한거야.

 

그런데 지난밤에 미루가 자다 젖을 먹었는데 그만 기침하다 그걸 다 게워냈다.

새벽 3시에 침대시트며 이불을 갈고 미루 옷을 갈아입히는데

앞이 막막하더라.. 또 옷 갈아입히는 것에 씨름을 해야 하다니.

나도 비몽사몽 이 녀석도 그러한데 잘못하다 씨름을 오래하게 돼

아기가 잠이 화르륵 깨버리면 새벽 3시에 깨서 놀아줘야 하는 거다.

긴급한 마음에 또 거짓말을 하기로 자연스럽게 맘이 먹어지더라.

"미루야~ 누가 왔어. 얼렁 옷 갈아입자~"

미루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문쪽을 바라본다.

뭐라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알고 보니 아무도 안왔다거나 누군가 올거라거나 아니면 엄마가 거짓말 했다거나

아니면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거나....

결국 나온 말이.

"미루야~ 겨울이 왔어. 이제 옷 안 입으면 에취~ 감기에 걸려~~"

아으~ 나의 순발력...거짓말도 아니고 이 상황에서 얼마나 계절적으로 타당한 말인가?

스스로 만족스러워하는데 미루가 진지하게

"겨울이 왔어." 한다...

음...그 입에서 그 말이 나오니...스스로를 속인 것이 무안해지고 결국은 미루를 속였다는 것이 미안해졌다. 

 

"미루야 엄마가 얼렁뚱땅 거짓말 해서 미안해.

근데 진짜 옷 갈아입히는 거 힘들거덩.

그래도 오늘밤에는 정말 진지하게 이야기해보자. 뭐가 문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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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미루가 아프다.

어제는 밤새 열이 내리지 않았다.

자다가 몇번을 발을 만져봤는데 계속 열이 있었다.

요즘 들어 말이 통해서 밤중 수유가 많이 줄었는데

아기가 아프니 목이라고 축이고 자라고 자주 젖을 물렸다. 

몇번 깨긴 했지만 다행히 칭얼되지 않고 잠은 잤는데

새벽녘까지 열이 내리지 않아서 이대로 두면 기력이 떨어져

새날에 감기가 더 심해질 것 같아 해열제를 먹였다.

그랬더니 두시간을 깨지 않고 잤다.

가엽다.

생각해보면 주로 내가 교육이 있어 밤에 늦게 들어 올때

미루가 아팠던 거 같다.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 때 아가가 아프다.

오늘이 교육 마지막인데 아침에 작업 약속이 있어 삼실에 일찍 나와야했다.

낮시간이라도 같이 보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야하는 아기를 상구백에게 맡기고 안녕했다. 맘이 참...

낼도 일이 있으니.....음

그래도 얼렁 일 끝내고 오후에

놀이집에서 좀 일찍 데려와서 집에서 쉬게 해줘야겠다. 

미루야 알어...너 아픈거.

많이 힘들지. 그래도 징징거리지 않고 잘 노는 널 보면

나보다 니가 더 강하단 생각이 들어.

많이 지켜보지 못해 미안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빨간 털실로 너랑 나랑 이어져 있는 거 알지.

(물론 너가 원할때까지지만)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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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어젯밤 일이다.

하루를 세식구 만족스럽게 보내고(상구백 알바 때문에 주말을 세식구가 못 보내다 보니 그런 기회만 생기면 무슨 걸식 걸린 사람들 처럼 세식구가 서로한테 밀착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근인거지.) 미루 먼저 잠자리에 들고 나도 너무 졸려서 같이 자고 있는데 미루가 두 번을 깨는 거다. 미루는 주로 9시 전후로 자서 12시까지는 자주 안깬다. 그 이후에는 그날 그날 다른데 이것도 좀 묘하다. 여튼...

 

미루가 한번깨고 두번째 깨서는...대성통곡.

안아줘도 울고 맘달래라고 젖을 먹으라고 하는데도 물려고도 하지 않는다.

혹시 저녁에 먹은 것 중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이 있나 싶어 얼굴을 보려고 불을 켰는데 다행이 아무 이상이 없다. 눈이 좀 부어오르긴 했는데 그건 그냥 울어서 그런 것 같다. 목소리를 들어봐도 별 다른 게 없다. 이전에 미루가 덜 익은 달걀을 먹고 얼굴이 부어 오른 적이 있어서 응급실에 갔을때 의사가 얼굴이 붓는 것 중에서 입주변이 부어오르면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었다. 입주변 특히 입속이 부어오르는 것, 목 구멍쪽이 부어오르면서 호흡곤란이 올 수 있단다. 여튼 우는 소리를 들어 보니 평소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마구 울어 데는데 한 이십분을 운다. 목이 마를 것 같아 물을 줄까 물어보니 먹겠단 얼굴이다. 그릇에 조금 덜어 먹이려고 입에 대니 몸을 비비 꼬면서 뒤로 자지러진다. 참나...아무래도 이가 나는 것 같다.  한 이십분을 자기 몸에 손도 못 대게 하고 울더니 지쳐서 잤다.

 

미루는 이 나는 속도가 남다르다. 다른 아이들이 하나씩 하나씩 나아서 여덟개가 된 이후에 미루는 위 아래 합해서 네개인채로 한참을 있다 갑자기 한꺼번에 네개가 나와서 여덟개가 됐었다. 아마도 지금쯤 다른 아이들은 송곳니 어금니도 나왔을꺼다. 그래서 미루는 어금니가 아직 없어서 음식을 꼭꼭 씹어먹지 못하고 대충대충 먹는 편이다. 항상 앞니로 덮섭덮섭.

 

아침에 일어나 입안을 보니 윗니 두개 옆에 송곳니가 봉긋 나와 있다. 이게 살을 파고 나오려고 그랬나 싶어 야속하기도 하고 너무 멋지기도 해서 자꾸 보고 싶은데 입을 벌리면 미루가 혀로 이를 가린다.

 

뒤집을때나 걸을때 폭풍이 일어난다고 하던데 미루는 여지껏 이런 일은 없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성장통을 하는 것 같다. 근디...이제 겨우 송곳니 하나 나왔다. 아직 나머지 송곳니 어금니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 무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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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란다.

아니 더 정확히 변한다. 아니 그냥 자란다가 더 맞는 것 같다. 변한다에는 성장의 의미가 없으니까.

 

*

지금 생각해보면 항상 부족했는데, 10대를 보내면서 경제적으로 부족했지만 그것보다는 부모의 눈빛과 말, 정서적 나눔 뭐 그런 것들이 부족했던 것 같다. 당시 가장 답답했던 것은 요상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싫었던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학교, 집의 무한 반복, 무한 반복되는 모든 것들이 답답했다. 그래서 소설책도 읽고 낭중에는 철학책도 읽었지만 그래도 참 지루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세계여행을 꿈꾸기도 하고 그러다가 너무 먼 일인것 같아 그냥 노선이 가장 긴 버스를 타고 2~3시간을 멍하니 시내구경을 하면서 맘을 달래기도 했다. 아마도 이건 좀 커서 일이고 초등학교때는 집 뒷산으로 마구 돌아다니며 칡도 캐서 먹고 비 맞으며 돌아다니고 그랬던 거 같다. 그땐 좀 외로웠던거 같다. 그때 조금이라도 그런 맘을 나눌 사람이 있었다면 맏이인 난 그럴 맘을 나눌 사람이 부모였을텐데 엄마는 아이 셋을 건사하면서 일을 하느라 항상 바빴다. 아침이면 도시락을 다섯개까지 싸는 엄마를 보면서 그냥 그녀의 일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지 하는 맘 밖에 안들었다. 그래서 피아노를, 태권도를 배우겠다는 동생들이 이상했다. 나에겐 원초적으로 배제되었던 욕망이었으니까. 그런걸 배우고 싶어하다니. 우리집 같은 경제상황은 가진 집에서 말이지. 뭐 그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좀 슬프네. 어린것이 말이지. 참.

 

여튼 아이는 변한다. 자란다. 매 순간 자라고 생각하고 자란다. 그 순간을 나눌 수만 있다면...좋겠다.

 

*

베트남으로 떠나던 날 아침, 상구백이 미루를 놀이집에 데려다 주러 나가는 모습을 핸드폰에 담았다. 베트남에 가서 보고 싶으면 보려고...그러고는 정작 베트남에서는 오기 전날 아침에 한번 꺼내 봤다. 그곳에서는 로밍하지 않은 핸드폰은 별 쓸모가 없었기 때문에 짐 가방 가장 깊숙히 넣어 둔 이유도 있었지만 왠쥐 한번 보면 보고싶은 마음을 주채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보고싶은 마음을 닫아버렸다. 아니 미루에 대한 마음을 닫아 버렸다. 밤마다 상구백이랑 통화하면서도 미루 안부는 물어봤지만 차마 목소리는 들을 수 없어서 바꾸지 말라고 했다. 미루랑 16개월만에 처음 떨어지는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보고싶은 맘이 어떤 모양새를 띠고 있을지 감이 안오고 막 보고싶어지면 그 다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마음을 닫아 버렸다. 물론 여러가지 걱정은 됐지만 의외로 그런 부분은 쉽게 맘이 정리됐었다. 어차피 내가 같이 없으니 무슨 일이 나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저 상구백이 잘 할거라 믿고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의지라도 되게 전화라도 자주하자 뭐 그런 맘이었다. 여튼....오는 날 아침 사진을 보는데 참 낯설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아이는 더 작고 더 어린데 사진 속의 아이는 크고 성장한 모습이었다. 이상한 맘이 들었지만 뭐...그러고 집에 왔다.

 

현관문을 여니 이내 상구백이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팔짝팔짝 뛴다. 그러면서 "미루야~~~ 엄마 왔어" 하면서 식탁쪽을 바라본다. 다 들어와서 그쪽을 봤더니 식탁위에 왠 거대한 아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미루는 일주일 만에 본 엄마가 좀 머쓱했는지 그냥 미소띤 얼굴로 밥을 먹는다. 16개월 아기는 기억력이 일주일이라던데 그래서 못 알아보나 뭐 그런 맘은 들었지만 솔직히 미루는 대충 머쓱한 얼굴로 그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같은데 정작 난 참 낯설었다. 일주일만에 아이가 이렇게 크다니...정말 몰라보게 자랐다. 덩치도 많이 큰 것 같고 하는 표정이며 동작이 내가 아는 미루가 아니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으면서 상구백이랑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도 미루는 날 살피면서 밥만 먹는다. 옷을 다 갈아 입고 미루한테 갔더니 그제서야 미루가 두팔을 내민다. 꼭 안고 늘 앉던 자리에 앉았더니 어깨를 들썩이면서 곱게 웃는다. 그러고는 젖을 달라고 옷을 올린다. 한참을 젖을 먹이는데 아기가 참 많이 자랐다. 더 또렷해지고 더 컸다. 다리도 팔도 얼굴도 어깨도 참 많이 자랐다.

 

*

미루는 태어난지 이제 16개월하고 15일 정도 지났다. 그런데도 난 내 머릿속에 미루에 대한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나보다. 어느새 문장으로 뭐라 뭐라 하는 녀석을 보면 이런 순간이 다신 오지 않을텐데 많이 아쉽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난 미루를 여전히 뒤집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던 아기 미루로 여기고 있다. 슬쩍 보면 별 차이 안나는데....그래도 아기는 변한다. 조금씩 조금씩 하루 하루 성장한다. 내가 그리 지겹게 여겼던 반복되는 일상속에서도 아이는 성장한다. 놓치지 말아야지. 아기가 하루 하루 성장하는 것을 봐야지. 그리고 즐겨야지. 안그럼 정말 어느순간 내 등 뒤에서 외로워하는 아이가 있을 것 같다. 자길 좀 봐달라는 아이가 있을 것 같다. 음...건 또 슬픈 일.

 

*

필요할때 오버해서 박수를 치더라도 너무 나서서 아는척은 하지말아야지. 그냥 한 인간이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즐거움으로 상구백이랑 키득키득 거려야지. 그럼 족하지 뭐.  아이는 자란다.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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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나기

상구백이 아르바이트 때문에 근 3달 동안 주말에 쉬질 못했다. (이 대목에서 상구백에 심심한 위로를)

고로 주말은 온전히 미루와 나의 시간이다. 주말나기 초반에는 두려움 때문에 금욜이면 냄비 가득가득 국이며 덮밥으로 먹을 수 있는 이런 저런 요리들을 그득그득해놓았었다. ㅎㅎㅎ

그러다 밤이 되어 미루가 자면 나도 같이 골아떨어져서는 상구백 올때까지 자다가 상구백 오면 그날 있었던 이야기하느라고 1시 2두시를 넘기 일 수 였다. 

 

요즘? 뭐 요즘도 미루 자면 같이 잘 수 밖에 없는 것은 같은데...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듯.

건 두가지인데 하나는 나름 아기랑 보내는 것에 대해 익숙해져서고

또 다른 하나는 미루가 많이 컸기 때문이다. 

 

이번주 토욜은 해가 더 뜨면 더울 것 같아서 아침 8시 부터 공원에 나갔다.

미루는 주로 오전 10 즈음하여 징징모드인데 이때 밖에 나와서 산책도 하고 밥도 먹이면 그런대로 시간 잘 보낼 수 있다. 근디....이번주에는 느무 더웠다. 게다가 그래서 그런지 밥도 안 먹고 밥을 한 입도 안되는 신공을 보이면서 속을 태웠다.

 

신발을 신겨 운동장에 놔두니 축구교실에 온 아이들이 쭉 늘어선 줄에 가서는 고개를 이빠이 들어 올리고는 뭐라 뭐라 한다.  초등학교 저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보기에 미루는 완죤 꼬꼬꼬맹이다. 그런게 와서 뭐라 하니 귀찮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가 부다. 다행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셈이 "동생 안다치게 해야쥐~" 해서 맘이 놓였다.

 

여튼 한참을 거서 아이들 노는 것을 구경하고 따라하고 아는 척 하다가 돌아왔다.

상구백은 이런 기질은 나를 닮았단다....좋은 소린지..--

 

9시쯤 집에 들어왔는데 너무 더웠다.

난 한번 열이 차면 빠지지 않는 요상한 체질인데...땀도 안나고...이와는 반대로 상구백은 땀은 많이 나는데 땀이 나는 즉시 열은 빠지는...그런 체질이다. 우좌지간 샤워를 해도 열이 안빠져 그만 이때부터 에어컨을 켰다. 그리고는 하루종일...그래서 그랬는지 미루가 낮잠 자고 나서 오후에는 열이 실실 나기 시작하더니 밤까지 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잠을 재웠는데도 계속 자다 깨서는 울고 낑낑거렸다. 나중에는 나도 열이 나는 것 같았구.

 

오밤중에 상구백이 와서 나도 겨우 정신 차리고 해열제 먹여 재웠다.

눈을 떠 상구백 온지 확인하고는 한밤중에 급 반가움 모드로 전환해서는 막 들이댔다.

쯪...아빠 기근이다.  재우려고 뉘우니 막 통곡을 한다. "미루가 많이 놀고 싶지. 아빠랑 놀고 싶지. 아빠도 그래...근데 지금은 밤이야 자야해. 낼 놀자~" 그랬더니 꺼이 꺼이 소리가 좀 낮아지더니 누워서 잤다. 참나...

 

일욜은 그래도 상구백이 10시쯤 나가도 되어서 오전 산책은 상구백이 데리고 나갔다.

근데 이번에는 잘튀기는 농구공을 가진 아저씨에게 빠져서는 바람 빠진 농구공을 가진 상구백을 본채 만채해서 상구백이 상처 입고 돌아왔다. 심지어 아저씨한테 자기한테 공 달라는 시늉을 하면서 손을 들었단다. (왜 패스해달라고 할때 쓰는 제스츄어)아저씨가 약간 어이 없어 하면서 공을 들고 와서는 미루에게 줬단다. 아주 우낀다.

 

상구백 주먹밥 해서 보내고 미루랑 하루를 보내기 시작이다.

오늘은 어제의 경험을 교훈 삼아 에어컨 안키고 하루 보내기로 맘을 먹었다. 10시 넘어가면서 날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아기 욕조에 물을 받아 미루를 넣고는 옆에서 같이 놀았다. 뭐라 뭐라 말을 많이 하는데...참 궁금하다. 뭔 소리를 하는지. 어떤 것은 너무 선명하게 말을 해서 약간 놀라기도 한다. 특히 "이게 뭐야?" 이건...좀 무섭다. 그리고 가끔 말을 따라 하는데 어제는 이런 말도 했다. "멋있다" --;;

그저 조심해서 말해야겠단 생각 밖에 안든다.

 

목욕하고 나와서 집을 좀 치우기로 맘 먹었다. 많이 지저분하거든...^^

미루에게 이것 저것 들려서는 "세탁기에 넣고와~" 하니 그저 들고 서 있는다. 잉~

세탁기를 모르는거야. 흨...그래서 손 잡고 가서 세탁기에 같이 넣었다.

요건 오늘 아침에 다시 해 봤더니 들고 세탁기 가서 넣더라. 으흐흐...

상구백은 여전히 자신의 옷가지들을 욕실 앞에 벗어 놓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런걸 생각하면 미루라도 잘 가르쳐야겠다.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일"에 대해서!!!

 

목욕하고 나서 에어컨 조금 키우고 잠을 재우니 잤다. 미루는 잠자기 시작할때 땀을 엄청 흘린다. 정말 등짝이 흔건하다. 잠을 자는 내내도 땀을 흘리긴 하는데 잠자기 시작할때 흘리는 땀은 잠들기를 방해하기 때문에 잠시 에어컨을 켰다. 잠이 들고 나서는 에어컨 끄고 현관문을 열어 놓으니 나름 바람이 분다. 좀 덥긴 한데 이게 훨 좋다.

 

두시간 정도 자고 일어난 미루..역시 밥을 안 먹을 것 같아서 유모차에 태워 집 가까이 있는 식당에 갔다. 나름 먹을만한 곳이라 미루 생기고 나서는 멀리 갈 수 없는 조건 때문에 맘 편히 이용했던 곳이다. 콩국수를 시켜 면발을 좀 줬더니 이건 또 먹는 재미가 있어서인지 좀 먹는다. 휴~~~ 토요일 세끼. 일요일 아침까지해서 총 네끼만에 처음 입을 연거다. 참나~~~

 

점심 먹고 와서 다시 한번 샤워 한판~

미루랑 음악 들으며 춤도 추고 책도 읽다가 빌려온 DVD를 틀어 놓고 놀면서 이런 저런 집안일을 하는데...갑자기 심히 징징거림서 자길 봐주길 바래서...업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고개를 파묵고는 잔다. 참나...그게 오후 5시...지금 자면 어쪄냐고요~~ 밤에 자야쥐~~

그래도 자는 녀석 깨울 수는 없고 해서 살 눕혔더니 막 업으라고 불 같이 화를 내며 깬다. 다시 업었다. 미루...이제 13kg을 육박한다. 무겁다. 겨우 겨우 내려놓으니 6시까지 내쳐 잔다. 참...자니 편하긴 한데 밤잠이 걱정이다.

 

6시쯤 깨서는 저녁은 제대로 해줄 맘으로 반찬을 하고 저녁을 먹이려 했더니 또 징징한다. 낌새가 수상해서 얼렁 밥을 먹고 재우니 도 잔다. 물론 좀 징징거리기도 하고 자다 깨다 하면서 겨우 잤다. 재우려고 불은 끈게 7시 45분쯤인데 다 재웠다 싶어서 보니 9시더라. 중간에 더울 것 같아. 에어컨을 켰다 끄는데 그 소리 듣고 벌덕 일어나질 않나. 자는 줄 알고 작은 불 키고 책 볼라 했드니 고개를 번쩍 들질 않나...아무래도 너무 더운 거 같아서 에어컨을 켰더니 잔다. ^^ 시간이 많이 걸리긴했지만 그래도 저녁 6시에 일어나 9시에 자면 정말 다행이다 싶다.

 

참 안 먹은거 빼고는 그럭저럭 잘 보낸 것 같다. 산책도 하고 이런 저런 놀이도 하고 열이 나서 심히 아플 수도 있었는데 반나절 열나고 담날 괜찮아졌고.  그래도 요건 오늘 내일 잘 살펴야 한다.  목안에 염증이 생겨서 열이 났을 수도 있으니...잘 살펴야지.

 

음 그래도 미루가 많이 큰거지? ^^

그런데 맘에 걸리는 게 있다. 주말에 혼자서 아이를 보다 보니 어디 나갈 엄두가 안난다.

반복되는 일정이 아기에게는 평온함을 준다지만 그래도 가끔은 미루가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싶다.

음.....담부터는 어디 나다닐 일정을 잡아볼까?? 음....어디가 좋을까?? 혼자서 아가 짐 들고 차도 없는데 가능하기나 할까? 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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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식필요

미루는 씩씩이 아기의 전형이다.

왜 그 유명한 베이비위스퍼의 분류에 보면 나오는...

진경맘에 의하면 씩씩이 아기가 아기들 중 가장 키우기 어려운 아기라 한다.

나는 맞다고 크게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래도 미루 낳고 처음의 그 충격에 비하면 육아의 강도는 높아지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마이 줄었다.

 

최근 미루는 업어서 재웠다.

12kg를 넘는 아이를 업어서 재우다 보면 어깨도 빠지고 허리도 아프고 하지만 의외로 업으면 미루가 쉽게 마음이 안정이 되서 씩씩이 아기 특유의 흥분된 기분을 금방 가라앉힐 수 있어서 빨리 잠을 잔다. 대락 5분 정도 길면 10분, 그러면 조용히 내려놓으면 끝이다. 가끔 잠이 덜 들었으면 젖을 물리고 젖을 다 먹으면 또 젖을 빼고 헥 돌아누워 잔다. 미루가 좋아하는 쪽이 있다. 여튼 쉽게 재울 수 있는 방법이라 선호했었다. 무겁긴 했지만. 그리고 하루를 마친다는 느낌으로 그날 있었던 일, 느낌을 주저리 주저리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잼났다.  글고 미루도 은근 업혀서 잠자는 걸 즐겼다. 왠만해선 몸을 기대는 녀석이 아닌데 졸음이 겨우면 머리를 기대면서 존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졸릴때 업으면 싫어한다.

그리고 이틀전부터는 심히 업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

업으려고 하면 막 몸부림을 하면서 거부한다.

약간 미안한 맘이 들긴했지만 그래도 얼렁 재울맘에 억지로 업어서 재우긴 했는데...

아무래도 때가 온거 같다.

 

뭔가 의식이 필요한 거다.

이제 스스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알리는 것 같다.

뭔가 편안하고 평화로운 잠의식을 하고 싶다.

하루가 소중하고 하루를 잘 지내와서 행복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오늘은 영 업어서 재우는 것이 걸려서 적당한 시기에

미루는 낮잠 자고 나서 6시간 정도까진 나름 괜찮은 컨디션이다.

그때 정도에 재우면 대략 잔다. 근데 진짜루 피곤한 시기는 8시간 이후인것 같다.

정말 체력이 좋은 녀석이다. 아으....

여튼 졸려할 시기에 방으로 드가 불을 끄고 누워서 뒹굴거리다 젖도 먹고 또 뒹굴거리다 이쁜 짓도 하고 그러다 엎드리길래 등을 긁어줬더니...좀 오래...땀도 닦아주면서 했더니 자더라...

음...역시 뭔가 다른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미루에게 적당한 잠의식을 마련해줘야겠다.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디...음..

뭐가 좋을까나~~

달군 마냥 책읽어주는 기억이 남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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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바리님의 [간병] 에 관련된 글.

1.

바리의 글을 읽으며 맘이라도 달래주려 트랙백을 확 눌렀는데

막상 뭐라 쓰려고보니 내 코가 석자다. 미루는 벌써 2주동안이나 코감기, 기침감기 그리고 엇그제부터는 땀띠로 잠을 제대로 못잤다. 아가가 잠을 제대로 안잔다함은 부모도 잠을 못 잤단 이야기.

 

잠을 제대로 못 자니 머리는 멍하고 또 그동안 답답한 살림살이에 탁탁 터지는 구멍들을 메꾸느라 맘을 쓰다 보니 몸도 탈이 났던지 그만 목감기에 걸렸다. 그래도 그 와중에 교육을 하러 다녔는데 역시 사람들을 만나니 맘도 몸도 순환이 되고 조금은 기운을 차렸다. 그런데 땀띠로 잠을 못 자는 미루 때문에 한 사나흘 잠을 못 진 피로감이 결국 터져 별일 아닌 일로 아침에 상구백과 한바탕했다.

 

문득 아기를 키우면서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이 뭔가 뭐 그런 생각을 했는데 바리의 글을 보니 여러가지가 확 올라온다. 바쁜 시기에 아가가 아프면 애가 탄다. 속이 상하단 말을 잘 쓰지 않았는데 아가가 아프면 속이 상하다. 많이. (바리 많이 속상하죠. 나도 많이 속상해요.)

 

그래도 믿을 건 아가 밖에 없다. 아가는 그 시간을 잘 견뎌낼 것이다. 그리고 같이 있는 사람.

진경아, 미루야, 잘 견뎌낼꺼지? 그래도 많이 힘들잖아 그럴땐 맘껏 징징거려 그럼 니 등을 토닥여 줄께.

 

2.

미루가 지난 금요일부터 걷기 시작했다. 조금씩 한발 한발씩 걷기 시작했다. 한 이틀 전부터 아무 것도 안 잡고 서는 폼이 참 든든했는데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한발을 띠고는 뒤뚱거리며 다음 발을 띤다. 한발 띠는 미루 얼굴을 보면 정말 뭔가 신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 같다. 나는 그럴때 마다 있는 호들갑을 떨면서 환호를 해준다. 상구백은 평소의 나와는 다르다고 유난히 미루가 걷는 것을 좋아라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아마도 미루가 걷게 되면 좀 더 편해지지 않겠나 하는 기대가 있어서고 그 다음으로는 그 녀석이 한발 걷기 위해 했던 많은 노력들이 생각나서 그렇다. 한동안 엎드려서는 다리를 한짝씩 들고 내리고를 열심으로 했다. 처음엔 왜 저러나 했는데 어느순간 보니 그게 걷기 위해 다리를 단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외 다양한 노력들을 했다. 인간이 직립보행하는 데 얼마나 많은 조건이 필요한지...여튼 그런 노력들이 생각나니 마구 환호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문득, 나중에 이녀석이 하나씩 뭔가를 성취할 때도 이렇게 호들갑 떨면서 수고했다고 좋아라 해야지 다짐을 했다. 나의 노력의 결과를 나누고 싶을 때 나는 간혹 외로웠던 기억이 있다. 그 시간에 누군가 나를 지지해줬다면 난 더 행복했을 것 같다.

 

3.

내가 지지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건 나의 부모와 관련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엄마와 과련이 깊다. 아빠와는 뭐 소통다운 소통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어려운 살림에 아기 셋을 키우면서 엄마는 내게 참 담담했다. 그러면서도 나에겐 참 많은 것을 기대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내가 융통성이 있길 바랬던 거다. 난 어릴적부터 부모 걱정 시키지 않는 아이여야했고 그래서 혼자서 뭐든 해결해야 하는 아이였다. 그러다 뭔가 도움이 필요해서 손을 내밀면 부모는 내게 "애가 융통성이 없어서"란 말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아이가 융통성이 있는 것이 이상한 것인데 그땐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한 것인양 힘들어하면서 다음부터는 내가 잘 알아서 해야지 했다. 그러면서도 나의 결정과 행동이 뭔가 융통성 없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항상 불안하고 뭔가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하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려야했다.

 

그러면서도 항상 부모에게 인정 받고 싶어하는 맘이 남아서 부모의 특히 엄마의 주위를 맴돌았는데 엄마는 아기 셋을 돌보면서 일도 해야 하는 자기 일만으로도 너무 바쁘고 고단했다. 지금이야 이렇게 고단한 그녀를 이해하지만 그땐 많이 야속했다. 그러다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아에 그 통로를 닫고 살았다. 이제 더 이상 엄마의 지지나 인정을 받지 않아도 대략 자기 긍정을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조금씩 주변을 두리번 거리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가끔 하는 전화통화에도 난 그녀의 지지를 갈구하다 맘이 상한 날 발견할 때마다 내가 참 작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저번 일요일에 6시간 짜리 교육을 하러 나간날, 상구백도 알바로 일이 있어서 부모님 도움 받지 않고 미루를 키우겠단 다짐은 깨고 엄마에게 도움을 청했다. 내가 먼저 집을 나서고 상구백이 엄마 올 동안 미루를 보고 있었는데 난 엄마 얼굴을 보지 않고 나온 것이 여러가지로 맘에 걸려 나가는 버스 안에서 전화를 했다. 냉동젖은 어떻게 녹여서 언제 먹여야 하고 잠은 언제 어떻게 재워야 하고 이유식은 언제 먹어야 하는 지 등등 생각나는 대로 막 떠들고는 "엄마 수고해주라"  했는데 엄마왈 "어~ 걱정하지말고 우리딸 일 잘하고 와~ 화이팅!!", "어, 엄마"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뭔가 울컥하는 것이. 그만 눈물이 나왔다. 어찌보면 가난한 딸이 돈벌러 가니 가서 도와줘야지 하셨을께다. 그래도 난 그 말이 나의 일에 대한 지지로 들렸고 그 지지가 나의 가슴에 가득찼다. 그리고 웃어버렸다. 지지의 맛은 진정 달콤했다.

 

4.

내가 그대의 지지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그대가 주저할 때, 외로워 할 때 달콤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역시나 진경한테 물려 받은 신발을 신고 함 필드에 나갔다.

신발이 어색한지 계속 신발을 들려다 보다 앞으로 넘어질뻔했다.

애 신발 신겨서 나갔다 했더니 엄마왈 "애가 바로 뛸줄 알았지?"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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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는 라이더~~

자건거...타기 정말 좋아하는데

미루랑 탈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신나게 라이딩할 시기가 언제가 될지 애를 태웠다지요.

그런디....안장.

안장 있는 친구의 자전거를 태워봤다.

미루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심히 궁금했는데...

미루는...



 

늘상 타고다녔던 사람처럼 태연 & 즐기기

캬~ 이제 라이딩인생 부활~~

얼렁 가서 안장 사야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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